시민이 만드는 자가제작 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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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이 만드는 놀이터 과잉보호 때문에 스스로 놀지 못하는 아이들이 증가하고 있다. 보스턴 대학의 피터 그레이 박사는 더 아트란트지에 기고한 글에서 아동들이 자기주도적으로 자유놀이를 즐기지 못하는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어른의 감시와 통제를 받지 않고 아이 스스로 놀이감을 찾는 자유놀이 부족은 아동의 불안, 우울증 등 정신 질환 증가의 주요 원인이다. 오늘날 어른의 감시와 통제에서 벗어나 자율적으로 놀고, 자신의 삶을 제어하는 법을 배울 기회를 아이들로부터 박탈하고 있다. 사실은 부모들은 보호라는 명목 으로 아이가 자기 통제력을 키우고 자신만의 기쁨을 누리고, 아이가 가장 사랑하는 것을 탐색하고 모 험하지 못하도록 방해하고 있다." 주장했다. 이러한 문제의 대안으로 최근 국내에서도 모험놀이터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아이들이 만드는 놀이터 (영국 Glaims 모험놀이터에서 아이들은 불놀이를 할 수 있다. @playgroundadventureuk) 모험놀이터를 한마디로 정의하면 아이들이 "놀이"를 만드는 놀이터이다. 불을 사용하거나 땅에 구멍을 파고 나무에 오르거나 뭔가 물건을 만들거나, 판자와 재활용품으로 아지트나 나무집을 짓거나, 낙엽 과 진흙과 자연 소재, 놀이터에 있는 국자와 망치와 냄비를 사용해서 아이 자신이 "해보고 싶은" 놀이 를 실현 해가는 놀이터이다. 다양한 놀이가 벌어지고 끊임없이 변하는 놀이터다. 금지 하기 보다는 격 려하는 놀이터이다. 이곳에 아이들을 데리고 오는 보모들은 단지 멀리서 지켜보거나 간혹 도움요청이 있을 때 돕거나 안전에 주의할 뿐이다. 안전에 주의한다고 호들갑을 떨지도 않는다. 위험과 모험은 아 동 성장에 필수라고 생각하며 느긋하게 마음껏 놀며 아이들이 사는 힘을 기를 수 있도록 지원한다. 세계 최초로 모험 놀이터는 1943 년에 제 2 차 세계 대전이 한창이던 코펜하겐 교외에 만들어졌다. 덴마크 조경사이자 교수였던 소렌센이 "폐자재 놀이터 '를 만들자는 제안이 동기가 되었다. 깔끔한 놀 이터 보다 쓰레기가 널려있는 공터에서 아이들이 기뻐하며 놀고 있다는 오랜 관찰의 결과다. 이 제안 을 바탕으로 건축가 댄 핑크가 디자인하고 초대 플레이 리더(Play leader)인 존 베루테루센과 어린 이들이 최초의 모험놀이터를 만들었다. 1945년에 이 모험 놀이터를 방문한 영국 조경사 알렌 경 여사는 깊은 감명을 받았다. 그녀는 런던의 폭격받은 자리에 모험 놀이터를 만들어 여론을 환기시켰다. 영국에서 강력한 지지를 받은 모험 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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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 시민이 만드는 자가제작 놀이터

시민이 만드는 놀이터

과잉보호 때문에 스스로 놀지 못하는 아이들이 증가하고 있다. 보스턴 대학의 피터 그레이 박사는 더 아트란트지에 기고한 글에서 아동들이 자기주도적으로 자유놀이를 즐기지 못하는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어른의 감시와 통제를 받지 않고 아이 스스로 놀이감을 찾는 자유놀이 부족은 아동의 불안, 우울증 등 정신 질환 증가의 주요 원인이다. 오늘날 어른의 감시와 통제에서 벗어나 자율적으로 놀고,자신의 삶을 제어하는 법을 배울 기회를 아이들로부터 박탈하고 있다. 사실은 부모들은 보호라는 명목으로 아이가 자기 통제력을 키우고 자신만의 기쁨을 누리고, 아이가 가장 사랑하는 것을 탐색하고 모험하지 못하도록 방해하고 있다." 주장했다. 이러한 문제의 대안으로 최근 국내에서도 모험놀이터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아이들이 만드는 놀이터

(영국 Glaims 모험놀이터에서 아이들은 불놀이를 할 수 있다. @playgroundadventureuk)

모험놀이터를 한마디로 정의하면 아이들이 "놀이"를 만드는 놀이터이다. 불을 사용하거나 땅에 구멍을파고 나무에 오르거나 뭔가 물건을 만들거나, 판자와 재활용품으로 아지트나 나무집을 짓거나, 낙엽과 진흙과 자연 소재, 놀이터에 있는 국자와 망치와 냄비를 사용해서 아이 자신이 "해보고 싶은" 놀이를 실현 해가는 놀이터이다. 다양한 놀이가 벌어지고 끊임없이 변하는 놀이터다. 금지 하기 보다는 격려하는 놀이터이다. 이곳에 아이들을 데리고 오는 보모들은 단지 멀리서 지켜보거나 간혹 도움요청이 있을 때 돕거나 안전에 주의할 뿐이다. 안전에 주의한다고 호들갑을 떨지도 않는다. 위험과 모험은 아동 성장에 필수라고 생각하며 느긋하게 마음껏 놀며 아이들이 사는 힘을 기를 수 있도록 지원한다. 세계 최초로 모험 놀이터는 1943 년에 제 2 차 세계 대전이 한창이던 코펜하겐 교외에 만들어졌다. 덴마크 조경사이자 교수였던 소렌센이 "폐자재 놀이터 '를 만들자는 제안이 동기가 되었다. 깔끔한 놀이터 보다 쓰레기가 널려있는 공터에서 아이들이 기뻐하며 놀고 있다는 오랜 관찰의 결과다. 이 제안을 바탕으로 건축가 댄 핑크가 디자인하고 초대 플레이 리더(Play leader)인 존 베루테루센과 어린이들이 최초의 모험놀이터를 만들었다. 1945년에 이 모험 놀이터를 방문한 영국 조경사 알렌 경 여사는 깊은 감명을 받았다. 그녀는 런던의 폭격받은 자리에 모험 놀이터를 만들어 여론을 환기시켰다. 영국에서 강력한 지지를 받은 모험 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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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본래의 발상지인 덴마크로 역수입되었다. 모험놀이터는 1950~70 년대를 스웨덴, 스위스,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미국, 호주로 퍼져나갔다. 현재 유럽 전역에 1,000 개 정도의 모험 놀이터가 있다. 일본에서 오무라 켄이치 · 아키코 부부가 1973년 알렌 경 여사의 저서 [도시의 놀이터]를 번역하여 소개했다. 이 저서는 크게 반향을 일으켰는데 그 결과 1970 년대 중반부터 모험 놀이터 만들기가 일본 전역으로 확산되었다. 1990 년대 후반부터 비약적으로 모험놀이터 관련 활동 단체가 늘고 있다.지역 주민이 모험놀이터를 운영한다는 점이 일본의 모험 놀이터 만들기의 특징이다. 일본에서 모험 놀이터는 「플레이 파크」로 불린다. 이런 놀이터가 한국에서 가능할까?

놀이터 만들기 워크숍공원이나 대다수 마을 놀이터는 지자체에서 만들고 관리한다. 안전사고와 극성 맞은 민원때문에 놀이기구에서 모험적 요소는 점점 사라지고 아이들은 그곳에서 즐거움을 느끼지 못한다. 놀이기구 업자들이 만든 그네, 미끄럼틀, 철봉, 시소, 프라스틱과 금속으로 만들어진 어디나 비슷한 디자인의 조합놀이시설이 새로 만들어지는 놀이터를 차지한다. 더 이상 아이들은 놀이터를 찾아가지 않는다. 최근 북유럽의 모험놀이터, 생태놀이터, 자연놀이터 사례를 접한 젊은 부모들의 요청에도 행정은 갖가지 규제와 실행 절차때문에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이때문에 부모들은 자율적으로 놀이터 만들기에 나서기 시작했다. 북미 필라델피아에서는 [CONTEMPORARY DESIGN, PLAY DIY], 아리조나에서는 [SELF-BUILT ADVENTURE PLAYGROUNDS] 등 곳곳에서 모험놀이터 DIY, 또는 핸드메이드 놀이터 워크숍이 진행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지난 5월28일 안산벚꽃사2동에서 주민들은 가제트 공방의 이광익씨와 상호지지구조 만들기 놀이 워크숍이 개최되었다. 광주에서도 하정호씨와 놀이활동가들이 재활용 재료나 자연재료, 간단한 목공기술과 적정기술을 이용해서 저비용 놀이터 만들기 워크숍 기획 중이다. 서울에서는 문화로놀이짱이란 청년단체가 놀이터만들기 워크숍을 궁리 중이다. 다들 처음 시도하는 도전이라 처음부터 멋지고 세련된 놀이시설을 만들 수는 없다. 아이들만이 아니라 어른들도 실수를 통해 배운다는 걸 인정할 필요가 있다. 어쩌면 워크숍이 아니라 어른들의 “놀이터 만들기 놀이”다. 다행히 플레이그라운드 아이디어즈(http://www.playgroundideas.org/)는 지역에서 구할 수 있는 값싼 재료들은 놀이터를 만들 수 있는 150여가지 아이디어를 공개하고 있다.

하루 만에 만든 놀이터들

(Colerain 지역 자원봉사자들이 함께 놀이공원을 만들고 있다. @Colerain Twonship)

미국 오하이오 주 콜러레인(Colerain) 타운에는 기적처럼 만들어진 5곳의 지역 놀이터가 있다. 이들놀이터는 메가랜드 공원을 제외하고 모두 하루 만에 만들어졌다. 정말 하루만에 만들어졌다. 메가랜드(Megaland) 공원은 1997년에 5일 동안 지역의 전문, 비전문 자원봉사자들에 의해 지어졌다. 이 지역에서 이렇게 놀이터가 만들어진 첫 사례였다. 스카이라인 공원은 2008년에 하루 만에 완공되었다. 클립파드공원의 바운드리스 놀이터는 2009년 하루 만에 건설되었다. WERT 가족 공원 놀이터는 2011년에 역시 하루만에 지어졌다. 팜 공원은 2012년 9월 하루만에 다섯 번째로 지역의 자원봉사자들의 손으로 만들어졌다. 아쉽게 업체에서 제품으로 만들어진 조합 놀이시설을 설치하는 점이긴 하지만 시민이 참여해서 기본 디자인을 만들고 함께 시공하는 이와 같은 시민참여 사례는 참조해볼만하다. 이렇게 기적처럼 자원봉사자들에 의해 놀이터가 만들어지는 데는 쿨러레인 타운의 지역놀이위원회가 이러한활동을 주도하고 지원했기 때문이다. 지역놀이위원회는 아동들의 아이디어를 취합해서 디자인에 반영하고 놀이터 조성 기금을 마련하고 자원봉사자들을 조직했다. 무엇보다 위원회는 설계사무소와 조경회사나 건축회사가 시민들이 참여해서 놀이공원을 만들 수 있도록 보조하도록 지혜롭게 조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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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텃밭에 등장한 모험놀이터AKIB은 1994년 10월 설립되어 현재까지 활동하고 있는 놀이단체다. 이 단체는 베를린의 모험 놀이터와 어린이 도시농장 협회다. 이 협회에는 도시농장 모험놀이터의 놀이활동가들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지속 가능한 도시 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노력하고 아이들과 도시 지역의 청소년을 위한 놀이 공간을 관리하고 지원한다. 모험놀이터를 만들고자 할 때 가장 큰 걸림돌은 부지를 확보하는 일인데 도시 곳곳에 있는 도시텃밭에 부대 시설로 모험놀이터를 시작해 보는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다. 본다면 규모가 크지 않겠지만 부지 문제도 해결하고 공식 놀이터가 갖추어야 하는 제약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다.물론 독일과 우리의 조건이 다르다. 여기에 지혜와 노력이 필요하다.

도쿄 플레이(Tokyo Paly)일본에는 도쿄 플레이(Tokyo Play)란 단체가 있다. 본래 놀이 학습회였던 조직을 2010년 발전적으로 영국 런던 플레이(London Play)의 영향을 받아 발전적으로 해소하고 재조직되었다. 단순 학습모임이 아니라 보다 실천적인 활동을 전개하기 위해서였다. 런던 플레이(London Play)의 표어는 "아이들이 놀 수 있는 수도(Capital where all children can play)"인데 도쿄 플레이 역시 "모든 어린이가 풍부하게 즐길 수 있는 도쿄”를 목표로 정했다. 국내에서 Seoul Play, Gwangju Play, Pusan Paly 같이 시민들이 놀이문화를 만들어가는 단체들이 조직되길 기대해본다.

요즘 아이들은 획일적으로 지어진 재미없는 마을 놀이터를 외면하고, 비싼 돈을 주고 놀이시설이나 마트에 부속으로 딸린 전문 놀이공간으로 가거나 집밖에 나가지 않고 전자게임에 빠져있다. 충분한 모험과 탐색, 자기 통제와 선택의 기회를 제공하지 않는 놀이시설과 공간은 적지 않은 아이들을 더욱 우울하게 만들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험놀이터, 시민참여 놀이터 사례들을 살펴보았다. 우리도 우리 아이들이 놀 수 있는 놀이터를 우리 손으로 만들어보면 어떨가. 아이가 아이 스스로 자신의 놀이터를 만들게 해도 좋다. 놀이조차 돈을 주고 소비해야 하는 사회에 대해 생각해보아야 한다. 어린 시절을 돌아보면 놀이터 없이도 우린 자유롭게 골목과 공터, 운동장에 모여들어 신나게 놀았었다. 우리 손으로 자유롭게 모험과 위험을 즐길 공간을 만들어 아이들에게 돌려주어야 하지 않을까.

참조 : - The Atlantic 2011년 10월 12일 기사 (All Work and No Play: Why Your Kids Are MoreAnxious, Depressed)- 일본의 모험놀이터협회 (http://bouken-asobiba.org/)- 콜러레인 타운쉽(http://www.colerain.org/department/public-services/parks-services/township-parks/)- 플레이스케이프 (http://www.play-scapes.com/play-design/adventure-playgrounds-play-design/self-built-adventure-play-phoenix-arizona-public-workshop-2015/)- 베를린 어린이농장모험놀이터협회 http://www.akib.de/- 도쿄플레이 http://www.tokyoplay.jp/

김성원적정기술, 기술놀이교육 연구가. 전환기술사회적협동조합 이사를 역임했으며, 현재 흙부대생활기술네트워크 매니저이자 (사)한국흙건축연구회 기술이사, (주)숲과도시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 『이웃과 함께 짓는 흙부대집』(들녘, 2009), 『점화본능을 일깨우는 화덕의 귀환』(소나무, 2011), 『화목난로의 시대』(소나무, 2014), 『근질거리는 나의 손』(소나무, 2015) 등이 있다.

흙부대생활기술네트워크_ http://cafe.naver.com/earthbaghouse이메일_ [email protected]페이스북_ http://www.facebook.com/fatdogfi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