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 ^ [eeb 87l ¤ø÷ vî9¢h (+ h ª9 + n unb< = Æ "/ ½ 7(, _& Ï_ 19î < ¢. 8 =î92 =nh 8 9...

34
- 353 - 하도급법상 지급명령의 법적 쟁점 - 대법원 2015. 12. 10. 선고 2013두35013 판결 및 대법원 2016. 2. 18. 선고 2012두1555 판결 - 손 계 준* 3) Ⅰ. 서 1. 논의의 배경과 지급명령의 도입 연혁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이하 독점규제법 은 시장지배적지위 남용 행위 부당한 공동행위 불공정거래행위 등을 한 사업자에 대한 시정조치로서 가 격의 인하 당해 행위의 중지 재발방지를 위한 조치 해당 보복조치의 중지 계약 조항의 삭제 시정명령을 받은 사실의 공표 등을 명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편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이하 하도급법 또는 법 조는 공 정거래위원회 이하 공정위 로 하여금 하도급법 규정을 위반한 발주자와 원사업 자에 대하여 시정조치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구체적인 내용은 하도 급대금 등의 지급 법 위반행위의 중지 특약의 삭제나 수정 향후 재발방지 밖에 시정에 필요한 조치 등이다 하도급법의 시정조치 중 하도급대금의 지급명령은 사적 당사자 간의 계약 관 계에 직접 관여하는 것으로 하도급법에 특유한 제도이다 종래 하도급법상 시정 조치로서의 지급명령은 주로 법 제 조 대금미지급이나 법 제 조 부당감액을 대상으로 하였으나 최근 공정위는 법 제 조 부당한 대금결정에 대해서도 지급 명령을 적극적으로 활용함에 따라 지급명령 제도의 허용 여부와 법 제 조 위반 의 경우에도 지급명령을 할 수 있는지 지급명령의 금액은 어떻게 산정해야 하는 *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

Upload: others

Post on 27-Aug-2020

1 views

Category:

Documents


0 download

TRANSCRIPT

  • - 353 -

    하도급법상 지급명령의 법적 쟁점

    - 대법원 2015. 12. 10. 선고 2013두35013 판결 및

    대법원 2016. 2. 18. 선고 2012두1555 판결 -

    손 계 준*3)

    Ⅰ. 서  론

    1. 논의의 배경과 지급명령의 도입 연혁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독점규제법’)은 시장지배적지위 남용

    행위, 부당한 공동행위, 불공정거래행위 등을 한 사업자에 대한 시정조치로서 가

    격의 인하, 당해 행위의 중지, 재발방지를 위한 조치, 해당 보복조치의 중지, 계약

    조항의 삭제, 시정명령을 받은 사실의 공표 등을 명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편,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하도급법’ 또는 ‘법’) 제25조는 공

    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로 하여금 하도급법 규정을 위반한 발주자와 원사업

    자에 대하여 시정조치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구체적인 내용은 ‘하도

    급대금 등의 지급’, 법 위반행위의 중지, 특약의 삭제나 수정, 향후 재발방지, 그

    밖에 시정에 필요한 조치 등이다.

    하도급법의 시정조치 중 하도급대금의 지급명령은 사적 당사자 간의 계약 관

    계에 직접 관여하는 것으로 하도급법에 특유한 제도이다. 종래 하도급법상 시정

    조치로서의 지급명령은 주로 법 제13조 대금미지급이나 법 제11조 부당감액을

    대상으로 하였으나, 최근 공정위는 법 제4조 부당한 대금결정에 대해서도 지급

    명령을 적극적으로 활용함에 따라 지급명령 제도의 허용 여부와 법 제4조 위반

    의 경우에도 지급명령을 할 수 있는지, 지급명령의 금액은 어떻게 산정해야 하는

    *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

  • 354 일반논단

    지 등이 소송에서 문제되고 있다.

    하도급법상 시정조치로서 지급명령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이 명시적으로 규정된

    것은 1995. 1. 5. 개정을 통해서이며, 이 때 하도급법 제4조에 대해서도 지급명령

    을 할 수 있음을 명확히 하였다.

    1995년 개정 이전의 하도급법(법률 제4198호) 제25조는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었다.

    제25조 (시정조치) ① 공정거래위원회는 제3조 내지 제13조 및 제15조 내지 제20조의 규

    정에 위반한 원사업자에 대하여 당해 위반행위의 시정에 필요한 조치를 권고 또는 명령

    할 수 있다.

    이 당시는 당해 위반행위의 시정에 필요한 조치를 권고하거나 명령할 수 있다

    고 정하고 있을 뿐 구체적인 시정조치의 내용을 예시하고 있지는 않았다. 이후

    1995. 1. 5. 개정된 하도급법(법률 제4860호) 제25조는 다음과 같이 변경되었다.

    제25조 (시정조치) ①공정거래위원회는 제3조·제4조1) 내지 제13조 및 제15조 내지 제20

    조의 규정에 위반한 원사업자2)에 대하여 하도급대금등의 지급, 법위반행위의 중지 기타

    당해 위반행위의 시정에 필요한 조치를 권고하거나 명할 수 있다.

    하도급법 제25조 제1항 중 “제3조”를 “제3조․제4조”로, “당해 위반행위의 시

    정에 필요한 조치를 권고 또는 명령할 수 있다”를 “하도급대금등의 지급, 법위반

    행위의 중지 기타 당해 위반행위의 시정에 필요한 조치를 권고하거나 명할 수

    있다”로 개정한 것이다.

    개정 전 제25조도 시정조치의 대상으로서 “제3조 내지 제13조 및 제15조 내지

    제20조의 규정에 위반한 원사업자”라고 규정하고 있었으므로, 제4조를 위반한

    원사업자에 대해서도 시정조치를 할 수 있었다. 그런데 1995년 개정 시 지급명

    령의 근거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제3조․제4조”라고 함으로써 제4조 위반 즉, 부

    당한 하도급대금 결정행위에 대해서도 지급명령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명확히 한

    것으로 보인다.3)

    1) 밑줄은 강조를 위하여 임의로 한 것이다(이하 법 조문과 판결의 인용 부분 밑줄도 같다).

    2) 1999. 2. 5. 하도급법 제25조는 법 제14조(하도급대금의 직접지급)를 위반한 발주자에게도 하도

    급대금 등의 지급을 포함한 시정조치를 할 수 있도록 개정되었다.

    3) 1995년 하도급법 개정안은 정부가 제안한 것인데 시정조치로서 지급명령을 도입하게 된 이유는

  • 하도급법상 지급명령의 법적 쟁점 355

    2. 일본의 입법례

    우리 하도급법 제정 당시 참고가 되었던4) 일본 下請代金遲延等防止法 (이하

    ‘일본 하청법’) 제7조 제1항 및 제2항은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제7조 (권고)

    ① 공정거래위원회는 원사업자5)가 제4조 제1항(원사업자의 준수사항) 제1호, 제2호 또는

    제7호에 정하는 행위를 하고 있다고 인정하는 때는 그 원사업자에 대하여 신속하게

    수급사업자의 급부 수령, 하도급대금 또는 하도급대금 및 제4조의2(지연이자)의 규정

    에 의한 지연이자의 지급 또는 불이익한 취급의 중지 기타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하여야 한다.

    ② 공정거래위원회는 원사업자가 제4조제 1항 제3호 내지 제6호에 정하는 행위를 하였다

    고 인정하는 때는 그 원사업자에 대하여 신속하게 감액한 금액의 지급, 수급사업자의

    급부와 관련된 물품의 재인수, 하도급대금의 인상 또는 구입을 강제한 물품의 인수

    기타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하여야 한다.

    일본 하청법도 비록 우리 하도급법과 같은 시정명령은 아니나 하도급대금의

    지급을 ‘권고’할 수 있다. 하청법 제4조(원사업자의 준수사항) 중 제2호(지급지연

    의 금지)에 대해서 하도급대금 또는 하도급대금과 지연이자의 지급을 권고할 수

    있고, 제4조 제3호(감액의 금지) 위반에 대해서는 감액한 금액의 지급을 권고할

    수 있다. 그러나 제4조 제5호(부당한 하도급대금 결정)6) 위반에 대해서는 하도

    급대금의 지급을 권고할 수는 없고 하도급대금의 인상을 권고할 수 있을 뿐이

    다.7)

    확인되지 않으며, 당시 소관 상임위원회인 행정경제위원회의 개정안 심사보고서에서도 지급명령

    도입에 관한 내용은 보이지 않는다.

    4) 현재는 우리 하도급법이 일본 하청법보다 더 많은 금지사항과 의무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中山武

    憲, “報告5: 下請取引公正化に関する日韓両国法制の比較検討”, 北大法学論集 54(5), 2003, 145면.

    5) 일본 하청법은 ‘親事業者’, ‘下請事業者’로 규정하고 있으나, 이하에서는 우리 하도급법의 용어로

    표현을 수정하였다.

    6) 일본 하청법 제4조 제5호는 “下請事業者の給付の内容と同種又は類似の内容の給付に対し通常支払

    われる対価に比し著しく低い下請代金の額を不当に定めること”라고 규정하고 있으며, 우리 하도

    급법 제4조 제1항의 규정과 거의 동일하다.

    7) 鈴木滿, 新下請法マニュアル, 改訂版, 商事法務, 2009, 224면; 원사업자의 준수사항에 대한 권고

    의 내용에 관하여는 粕渕功, 下請法の実務, 財團法人 公正取引協會, 2006, 180-182면 참조.

  • 356 일반논단

    3. 공정위의 실무

    공정위는 종래부터 법 제13조 위반행위(대금 미지급 또는 지연이자 미지급)는

    물론 법 제11조 즉, 감액금지 규정 위반행위에 대해서 지급명령을 적극 활용해

    왔으나, 법 제4조(부당한 하도급대금의 결정 금지) 위반행위에 대해서도 지급명

    령을 부과하게 된 것은 2007년 전후부터인 것으로 보인다.

    그 이전에는 원사업자의 행위를 하도급법 제4조 위반으로 판단하더라도, 정상

    적인 과정을 거쳤더라면 결정되었을 정당한 하도급대금과 부당하게 결정된 하도

    급대금의 차액을 산정하기 쉽지 않았기 때문에 지급명령을 내리는 것에 신중하

    였다. 또한 원사업자와 수급사업자 사이의 하도급거래가 장기간에 걸쳐 이루어

    지는 과정에서 하도급대금이 인하된 경우에는 법 제4조와 제11조 중 어느 규정

    이 적용되는지 판단하기가 용이하지 않았고, 가급적 법 제11조를 적용하여 지급

    명령을 함으로써 수급사업자를 보호하려는 경향이 있었다.

    하도급법 제4조 위반행위에 대하여 지급명령을 할 수 있는지 여부가 소송에서

    본격적으로 쟁점이 된 것은 기아자동차의 불공정하도급거래행위에 대한 건8)이

    며, 이 사건에서 대법원9)은 하도급법 제4조 위반의 경우에도 하도급대금 지급명

    령을 할 수 있다고 판결하였다.

    Ⅱ. 지급명령의 허용 여부와 법적 성질

    1. 지급명령의 허용 여부

    (1) 문제점

    일반적으로 사인 간의 계약관계에서 계약상 의무의 이행으로서 금전의 지급이

    8) 공정위 2007. 12. 31. 의결 제2007-566호; 다만 비슷한 시기인 2008. 1. 3. 공정위는 현대자동차

    의 하도급법 제4조 제2항 제1호(일률적인 단가인하) 위반행위에 대하여 과징금을 부과하면서도

    그 인하분의 지급을 명하지는 않았다.

    9) 대법원 2010. 4. 29. 선고 2008두14296 판결.

  • 하도급법상 지급명령의 법적 쟁점 357

    문제되는 경우에는 민사소송으로 해결하게 된다. 그런데 하도급법은 하도급계약

    에 따른 원사업자의 하도급대금 지급의무가 이행되고 있지 않을 때 공정위로 하

    여금 원사업자에게 하도급대금과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시정명령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원사업자가 지급명령을 이행하지 않는 경우에는 검찰에 고발하

    여 형사처벌을 받게 할 수도 있다. 민사상 채무불이행에 대하여 형사처벌까지 가

    능하게 하는 지급명령의 침익적 성격을 고려할 때 특히 하도급법 제4조 ‘부당한

    하도급대금의 결정 금지’에 위반되는 경우에도 지급명령이 허용되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된 판결들을 선고 순으로 살펴보기로 한다.

    (2) 대법원 2010. 4. 29. 선고 2008두14296 판결

    1) 사안의 경과와 대법원 판결

    원고(기아자동차 주식회사)는 수급사업자들에게 A, B 차종 부품의 단가를 인

    하하면서 대신 추후 C, D 차종 부품의 단가를 인상하여 손실을 정산하여 주겠다

    고 약속하였음에도 C, D 차종 부품의 납품단가를 전혀 인상하지 않거나 일부만

    인상함으로써 수급사업자들에게 납품단가 인하액과 인상액의 차액에 상당하는

    손해를 입게 하였다. 공정위는 하도급법 제4조 제2항 제4호 즉, ‘수급사업자에게

    발주량 등 거래조건에 대하여 착오를 일으키게 하거나 다른 사업자의 견적 또는

    거짓 견적을 내보이는 등의 방법으로 수급사업자를 기만하고 이를 이용하여 하

    도급대금을 결정하는 행위’10)에 해당한다고 보면서 단가인하액과 인상액의 차이

    에 해당하는 금액의 지급명령을 부과하였다.

    원고는 소송에서 설령 원고의 행위가 하도급법 제4조를 위반한 것이더라도 하

    나의 법 위반행위에 대하여 부작위를 명하는 시정명령(재발방지명령)과 적극적

    인 작위를 명하는 시정명령(지급명령)을 동시에 하는 것은 중복적 제재처분으로

    서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된다고 주장하였다. 그리고 하도급법 제4조의 취지에 비

    추어 볼 때, 같은 조 위반행위에 대해서는 부작위를 명하는 시정명령만 가능하고

    적극적인 작위를 명하는 지급명령은 위법하며, 또한 문제된 수급사업자들과의

    10) 현행 하도급법은 “수급사업자에게 발주량 등 거래조건에 대하여 착오를 일으키게 하거나 다른

    사업자의 견적 또는 거짓 견적을 내보이는 등의 방법으로 수급사업자를 속이고 이를 이용하여

    하도급대금을 결정하는 행위”로 표현을 수정하였다.

  • 358 일반논단

    개별적인 거래관계에서 부당한 납품단가 인하액이 얼마인지를 구체적으로 판단

    하지 아니한 채 단가인하액과 단가인상액의 차이를 그대로 지급하라고 명하는

    것은 위법하다고 주장하였다.

    원심은 원고에 대하여 재발방지를 위하여 부작위를 명하는 시정명령과 함께

    미지급한 하도급대금의 지급을 명하는 시정명령을 동시에 하였다고 하여 이를

    중복적 제재처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나아가 피고 공정위는

    당초의 납품단가 인하행위가 전부 위법하다고 보고, 아직 위반행위가 시정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만 지급명령을 부과한 것이므로, 부당한 납품단가 인하액이

    얼마인지를 구체적으로 판단하지 아니한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하면서 원

    고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원고는 원심 판결에 불복하여 공정위가 ‘부당한 하도급대금의 결정 금지’를 위

    반한 행위에 대하여 대금지급과 같은 작위적 지급명령을 내릴 수 없고, 또한 부

    당하게 결정된 하도급대금이 얼마인지, 지연이자 발생시기를 언제로 할 것인지

    등의 문제에 대하여 명확히 하지 아니한 채 지급명령을 발할 수는 없다고 주장

    하면서 상고하였다.

    대법원은 원고의 상고를 기각하면서, 하도급법 제25조 제1항은 제4조 규정에

    위반한 발주자 및 원사업자에 대하여 공정위가 하도급대금 등의 지급, 법 위반행

    위의 중지 기타 당해 위반행위의 시정에 필요한 조치를 권고하거나 명할 수 있

    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공정위로서는 기만에 의한 부당한 하도급대금 결정의

    경우 원사업자에 대하여 하도급대금 등의 지급을 명하는 시정명령을 할 수 있다

    고 판결하였다.11)

    2) 평 가

    하도급법 제25조는 다른 위반행위와 함께 제4조도 열거하면서 ‘하도급대금 등

    의 지급’이라는 시정조치를 규정하고 있으므로, 하도급법 제4조 위반의 경우에도

    지금명령이 허용된다는 위 대법원의 판단은 문언해석상 타당하다.12) 다만, 몇 가

    11) 이 판결에 대한 평석으로는 박재우, “부당한 하도급대금 결정에 관한 구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4조 제2항 제4호의 수급사업자를 착오에 빠지게 한 기만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의

    판단 기준”, 대법원판례해설 제84호(2010), 78면 이하 참조.

    12) 박재우(주 11), 128면은 부당한 하도급대금이란 부당한 방법으로 목적물과 동종 또는 유사한 것

    에 대하여 통상 지급되는 대가보다 현저하게 낮은 수준으로 결정된 하도급대금이므로, 정당한

  • 하도급법상 지급명령의 법적 쟁점 359

    지 미흡한 점을 지적할 수 있다.

    첫째, 하도급법 제4조 제2항 제4호는 수급사업자를 기만하고 이를 이용하여

    하도급대금을 결정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것이다. 원사업자가 수급사업자를 기만

    하지 않았을 경우에 결정되었을 (정당한) 하도급대금과 실제 수급사업자를 기만

    하여 낮게 결정된 하도급대금 간의 차액을 지급하라고 명하는 것은 가능할 것이

    지만, 인하된 하도급대금과 인상된 하도급대금의 차액을 지급하라고 명하는 것

    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둘째, 당초 공정위는 이 사건에서 원사업자에 대하여 차액의 지급을 명하면서

    동시에, 인하 결정한 부품의 최종납품일로부터 60일을 초과한 날로부터 실제 지

    급하는 날까지의 기간에 대한 지연이자를 연 25%13)의 이자율로 계산하였는데,

    이러한 지급명령이 타당한지 의문이 있다. 지연이자 기산일과 관련하여, 하도급

    법 제13조 제8항은 하도급대금을 목적물 등의 수령일로부터 60일이 지난 후에

    지급하는 경우에는 그 초과기간에 대하여 공정위가 정하여 고시하는 이율에 따

    른 이자를 지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 조항은 하도급대금 미지급의 경

    우에 적용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하도급법 제4조의 경우에는 부당하게 하도

    급대금을 결정 즉, 기만에 의하여 대금을 인하한 때로부터 지연이자를 계산해야

    한다. 원고가 상고이유로 주장한 지연이자 기산일 오류에 대하여 대법원이 명시

    적으로 판단하지 않은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셋째, 하도급법 제4조 위반행위에 대하여 하도급대금의 지급을 명하는 경우에

    지연이자의 지급을 함께 명할 수 있는지도 문제된다. 공정위가 정한 ‘선급금 등

    지연지급 시의 지연이율 고시’는 하도급법 제6조(선급금의 지급) 제2항, 제11조

    (감액금지) 제4항, 제13조(하도급대금의 지급 등) 제8항, 제15조(관세 등 환급액

    의 지급) 제3항의 규정에 의하여 선급금 등을 지연 지급하는 경우에 적용되는 지

    연이율을 정하고 있을 뿐이고 하도급법 제4조는 언급되어 있지 않다. 그렇다면

    공정위는 법령상 근거 없이 연 25%의 비율에 의한 지연이자의 지급을 명한 것

    이므로 지연이자에 대한 지급명령은 위법하다고 보았어야 한다. 입법적 보완이

    필요한 부분이다.

    하도급대금과의 차액에 해당하는 금액을 원사업자로 하여금 지급하도록 공정위가 명할 필요성이

    있다고 한다.

    13) 현재는 연 15.5%로 변경되었다.

  • 360 일반논단

    위 대법원 판결은 하도급법 제4조 위반의 경우에도 공정위가 하도급대금의 지

    급을 명할 수 있다는 점을 최초로 판시한 점에서 의미가 크다. 다만, 지급명령의

    금액 산정과 지연이자 기산일 및 지연이자에 대한 지급명령 가능 여부에 대한

    판단은 미흡한 점이 없지 않다. 위 대법원 판결이 선고된 이후 공정위는 하도급

    법 제4조를 위반한 사업자에 대해서 보다 적극적으로 지급명령을 하게 되었다.

    (3) 서울고등법원 2015. 1. 16. 선고 2013누8778 판결14)

    원고(성동조선해양 주식회사)는 소송에서 하도급법의 지급명령 조항이 위헌이

    라고 주장하였다. 즉, 공정위는 계약단가가 하도급법 위반임을 확인하고 그 시정

    을 요구하면서 필요한 경우 과징금 등 간접적 제재를 통해 시정을 이끌어 내는

    역할에 그쳐야 함에도 지급명령을 통해 실질적으로 직접 계약금액을 정해주고

    있으므로, 지급명령 제도는 사적 영역에 대한 과도한 개입에 해당하고, 따라서

    이를 규정하고 있는 하도급법 제25조 제1항은 헌법상 계약자유의 원칙과 과잉금

    지 원칙에 반하는 위헌적인 조항이라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서울고등법원은 원고의 주장을 배척하면서 다음과 같이 판시하였다.

    “원사업자와 수급사업자 사이에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 통상 민법 등의 규율을 받는

    것이 원칙이나, 양 당사자의 거래상 지위의 현저한 불균형으로 말미암아 민법 등이 예정

    하고 있는 대등한 관계를 유지하기 어렵다. 이에 따라 수급사업자가 원사업자와의 하도급

    거래 시 손해를 입었음을 이유로 이를 배상하기 위해서는 민법 등에 의한 원사업자의 손

    해배상 의무와 귀책사유 등을 증명하여야 할 것인데, 이러한 구제방법으로는 열악한 지위

    에 있는 수급사업자의 정당한 이익을 충분히 보호하지 못할 우려가 있다. 하도급법은 공

    정한 하도급거래질서를 확립하여 원사업자와 수급사업자가 대등한 지위에서 상호보완하며

    발전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는바(하도

    급법 제1조), 위와 같이 수급사업자의 정당한 이익이 보호받지 못하는 경우를 대비하여 하

    도급법 제25조 제1항은 지급명령 제도를 통해 양 당사자를 대등한 지위에 두고 민사소송

    을 제기할 경우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을 절약하면서 분쟁을 신속하게 해결하고자 하는

    것이므로, 지급명령 제도가 사적 영역에 대한 행정기관의 과도한 개입에 해당하여 헌법상

    계약자유의 원칙과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보기 어렵다.”

    14) 현재 대법원 특별 1부(2015두38252)에서 심리 중이다.

  • 하도급법상 지급명령의 법적 쟁점 361

    (4) 대법원 2012. 11. 15. 선고 2012두13924 판결

    원고(주식회사 대성합동지주)는 하도급법 제4조 제2항 제7호를 위반하여 재입

    찰을 실시함으로써 최저가로 입찰한 금액보다 낮은 금액으로 하도급대금을 결

    정15)하였고, 공정위는 최저가 입찰금액과 하도급계약금액과의 차액을 지급하라

    는 시정명령을 부과하였다. 원고는 소송에서 하도급법 제4조 제1항은 ‘부당하게

    하도급대금을 결정하여서는 아니된다.’라고 규정하고 있을 뿐 최저가 입찰금액으

    로 하도급대금을 지급하여야 한다는 등의 어떠한 작위의무를 규정하고 있지 않

    으므로 시정조치로서 금전지급을 명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하였다.

    또한 당해 사건에서 최저가 입찰금액이 곧바로 하도급대금으로 확정되는 것은

    아니어서 위반행위가 없었을 경우의 하도급대금은 물론 그 차액을 산정할 수도

    없으므로 공정위의 처분은 비례원칙에 위반된다고 주장하였다. 원심은 위 대법

    원 2010. 4. 29. 선고 2008두14296 판결을 원용하면서 하도급법 제4조 위반의 경

    우에도 지급명령이 가능하다고 하였다. 또한 원고의 재입찰이 없었더라면 수급

    사업자는 원고와 당초의 입찰가를 공사금액으로 하는 계약을 체결하였을 것이므

    로, 위법행위가 없었을 경우의 하도급대금을 산정할 수 없다는 전제에서 공정위

    처분이 비례원칙에 위배된다는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결하였다.

    대법원은 최저가 입찰금액과 하도급계약금액과의 차액을 지급하라는 내용의

    시정명령을 적법하다고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하였다.

    (5) 대법원 2016. 3. 10. 선고 2013두19622 판결

    원사업자인 원고(주식회사 동일)는 공정위가 하도급법 제4조 제2항 제7호 위

    반으로 판단하고 최저가 입찰금액과 그 보다 낮게 결정된 하도급대금과의 차액

    15) 대법원 2012. 2. 23. 선고 2011두23337 판결은 추가협상 뿐만 아니라 재입찰의 경우에도 하도급

    법 제4조 제2항 제7호가 적용된다고 판결하였다. 이에 대한 평석으로는 남성민, “재입찰과 하도

    급대금 부당결정행위”, 신영철 대법관 퇴임기념 논문집: 고요한 정의의 울림 , 사법발전재단,

    2015, 947면 이하; 정재훈, “하도급법상 부당한 하도급대금의 결정금지 중 경쟁입찰에서의 정당

    한 사유”, 경쟁저널 제173호(2014. 3), 68면 이하; 실무상 수의계약과 경쟁입찰의 구별이 문제되

    는데, 대법원 2016. 3. 10. 선고 2013두19622 판결은 현장설명회에서 입찰에 관한 사항이 공지

    된 후 복수의 업체가 밀봉된 입찰서를 제출하여 경쟁을 통하여 낙찰된 경우에는 하도급법 제4

    조 제2항 제7호가 정한 ‘경쟁입찰’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였다.

  • 362 일반논단

    을 지급하라는 시정명령을 부과한 것에 대하여 소를 제기하면서, 지급명령의 근

    거 조항인 하도급법 제25조는 헌법 제10조에서 파생된 계약자유의 원칙에 위반

    된다고 주장하였다. 원심은 수급사업자를 보호하려는 하도급법의 입법 목적, 수

    급사업자는 당초 입찰금액과 최종적인 하도급계약금액의 차액 상당의 불이익을

    입게 되므로 이를 보전하여 수급사업자를 보호할 필요가 있는 점, 수급사업자가

    채무부존재확인청구나 손해배상청구 등을 통하여 구제받기 위해서는 원사업자의

    지급의무와 귀책사유 등을 입증하여야 하는바 그러한 구제방법만으로는 수급사

    업자의 이익을 보호하기에 미흡하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지급명령은 과도하게

    계약체결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결하였다.

    대법원은 원고의 상고를 기각하면서, 지급명령의 위헌 여부를 명시적으로 판

    단하지는 않고 공정위의 과징금납부명령 등의 처분이 적법하다는 원심의 판단을

    지지하였다.16)

    (6) 소 결

    하도급법은 수급사업자 보호17)를 위하여 하도급거래에서의 불공정거래행위를

    정형화하여 규제하려는 목적으로 제정된 법으로서,18) 일반 민사법에 의한 구제

    16) 대법원 2016. 2. 18. 선고 2012두1555 판결에서도 지급명령의 허용 여부가 쟁점이 되었는데, Ⅲ.

    지급명령 금액 산정기준에서 검토하기로 한다.

    17) 하도급관계라고 하여 원사업자가 수급사업자에 대하여 언제나 거래상 우월적 지위에 있는 것은

    아니다. 하도급법은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중소기업간에는 연간매출액 등에서 차이가 나는 경우

    에 한하여 적용된다(하도급법 제2조). 일본 하청법도 유사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는데 이러한 획

    일적인 기준을 채택하고 있는 것은 대량으로 발생하는 하도급거래에서 지휘․감독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今村成和 外 3, 注解 經濟法(下卷), 靑林書院, 1985, 701면; 김민기,

    “하도급대금의 부당감액을 금지하는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11조 위반 시 법률관계”,

    대법원판례해설 제87호(2011 상반기), 법원도서관, 365면도 하도급법은 우월적 지위 남용에 관

    한 추상적인 규정을 독점규제법과는 달리 그 특수성을 감안하여 행위의 객관화․유형화를 도모

    한 것이라고 한다.

    18) 하도급법 제정 이전에는 하도급거래에서 발생하는 불공정거래행위를 독점규제법 제23조에 규정

    된 “거래상의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하여 상대방과 거래하는 행위”의 한 유형으로 규제하였다.

    그러나 ‘거래상의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하여’라는 불확정개념 때문에 법 집행의 실효성을 충분

    히 확보할 수 없는 문제점이 지적되었다. 이에 따라 정부는 1982. 12. 31. 하도급거래에서 빈번

    하게 일어나는 불공정행위 유형을 예시한 “하도급거래상의 불공정행위유형 고시”(경제기획원 고

    시 제59호)를 제정하여 1983. 4. 1.부터 시행하였다. 그런데 위 고시를 시행한 이후 불공정 하도

    급거래에 대한 신고가 대폭 증가하였고, 고시의 내용이 기업들의 사법상 권리의무를 수정 내지

    변경하는 것이어서 독립된 법률로 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제기되었다. 결국 여․야

    의원 공동발의로 법률안이 제출되어 1984. 12. 31. 하도급법이 제정․공포된 것이다.

  • 하도급법상 지급명령의 법적 쟁점 363

    수단보다 더 신속하고 간편하게 하도급대금을 수령하는 등 권리구제를 받을 수

    있도록 지급명령을 도입한 것으로 이해된다. 그러므로 하도급법은 독점규제법의

    경우와 달리 공정위로 하여금 하도급대금, 어음할인료 등의 지급관계에 있어서

    는 민사법원과 유사한 역할을 하여 원사업자로 하여금 수급사업자에게 이를 직

    접 지급하도록 시정명령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수급사업자가 법원에 민

    사소송을 제기할 경우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을 절약하고 빠른 시일 내에 구제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19) 하도급법의 지급명령 제도는 하도급법의 입

    법취지를 실현하기 위한 것으로서 원사업자가 지급명령을 불이행하는 경우 형사

    처벌20)을 받을 가능성이 있으나, 입법목적의 정당성과 방법의 적절성, 피해의 최

    소성, 법익의 균형성을 고려할 때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2. 지급명령의 법적 성질

    (1) 문제점

    민사소송법 제462조 이하는 독촉절차로서 지급명령을 규정하고 있다. 통상의

    민사소송에 비하여 간이하고 신속하게 채무의 이행을 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하

    도급법의 지급명령과 유사한 면이 있다. 그러나 독촉절차로서의 지급명령은 이

    의신청기간 내에 이의신청이 없거나 이의신청의 취하․각하결정이 확정된 때에

    는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이 있고(민사소송법 제474조), 집행권원이 될 수 있다

    는 점(민사집행법 제58조 제1항)에서 구별된다.

    하도급법의 지급명령이 제25조에 위한 시정명령의 한 유형으로서 행정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에 해당한다는 점에는 의문이 없으나, 지급명령의 대상이 되는

    금원 내지 채권의 법적 성질이 무엇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는 하도급법 제

    35조의 손해배상책임 규정 및 과징금과 관련된 문제이다.

    19) 박재우(주 11), 127-128면.

    20) 박은재, 공정거래와 형사법, 박영사, 2014, 198면은 하도급법은 사실상 민사상 채무불이행에 해

    당하는 행위에 대하여도 형사처벌이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처벌대상이 되는 행위 또한

    광범위하여 과잉금지원칙에 반하는 소지가 있다고 한다.

  • 364 일반논단

    (2) 판례의 태도

    1) 하도급법 제11조의 경우

    원고(대한조선 주식회사)는 하도급계약에서 정한 하도급대금을 감액하기로 수

    급사업자와 합의하였는데, 공정위는 2008. 2. 19. 원고의 하도급법 제11조 위반

    에 대하여 과징금납부명령과 지급명령을 부과하였다.21) 한편 수급사업자는 원고

    를 상대로 하여 하도급법 제11조 위반으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하

    였다.22) 민사소송의 1심 법원은 2008. 8. 21. 양 당사자 간의 정산합의는 불법행

    위를 구성하며 원고는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고 판결하였으나, 원심 법원은

    2010. 6. 9. 하도급법 제11에 위배된다고 하여 양 당사자의 감액약정(정산합의)

    의 사법상 효력이 부인되는 것은 아니며 또한 원사업자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

    배상책임이 곧바로 성립하는 것도 아니라고 판결하였다.

    대법원 2011. 1. 27. 선고 2010다53457 판결은 원심의 판결을 일부 파기하면서

    다음과 같이 판시하였다.

    “하도급법 제11조는 그 규정에 위반된 대금감액 약정의 효력에 관하여는 아무런 규정

    을 두지 않는 반면 그 규정을 위반한 원사업자를 벌금형에 처하도록 하면서 그 규정 위반

    행위 중 일정한 경우만을 공정위에서 조사하게 하여 그 결과에 따라 원사업자에게 시정조

    치를 명하거나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을 뿐이므로, 위 규정은 그에 위배한 원

    사업자와 수급사업자 간의 계약의 사법상의 효력을 부인하는 조항이라고 볼 것은 아니다.

    하도급법의 입법 목적과 입법 취지 등에 비추어 보면, 하도급법 제11조 제2항 각 호에 해

    당하는 행위를 한 원사업자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여 수급사업자의 자발적 동의에 의하

    지 않고 하도급대금을 부당하게 감액한 경우에는 그 하도급대금의 감액 약정이 민법상 유

    효한지 여부와 관계없이 그 자체가 하도급법 제11조를 위반한 불공정 거래행위에 해당하

    는 것으로서 위 규정에 의하여 보호되는 수급사업자의 권리나 이익을 침해하는 불법행위를

    구성하고, 원사업자는 이로 인하여 수급사업자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23)

    21) 공정위 2008. 2. 19. 의결 제2008-041호.

    22) 실제로는 감액약정(정산합의)의 무효를 원인으로 한 차액반환청구와 계약의 부당해지를 원인으

    로 한 손해배상청구도 문제되었으나, 여기서는 별도로 검토하지 않는다.

    23) 이 판결에 대한 평석으로는 이광욱, “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을 위반한 법률행위의 사

    법적 효력 및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 청구”, 경제법판례연구 제8권(2013. 3), 법문사, 365면

    이하; 김민기(주 17), 442면 이하.

  • 하도급법상 지급명령의 법적 쟁점 365

    2) 하도급법 제4조의 경우

    서울고등법원 2015. 1. 16. 선고 2013누8778 판결(성동조선해양 사건)의 소송

    에서, 원고는 수급사업자들의 공사대금채권 소멸시효 기간은 민법 제163조 제3

    호에 따라 3년인데, 공정위의 지급명령은 2012. 10. 30.에 있었으므로, 그로부터

    역수상 3년의 단기 소멸시효 기간이 도과한 2009. 10. 30. 이전의 부당한 하도급

    대금 결정을 이유로 한 공사대금채권은 이미 시효로 소멸한 것이라고 주장하였

    다. 서울고등법원은 원고의 주장을 배척하면서 다음과 같이 판시하였다.

    “선박 파이프 제조위탁 관련 수급사업자들의 원고에 대한 채권 중 2009. 10.

    30. 이전에 발생한 부분이 시효 완성으로 소멸하였는지 여부에 관하여 보건대,

    이 사건과 같은 부당한 하도급대금 결정행위로 인한 지급명령은 하도급계약에

    포함되지 아니한 금원의 지급을 명하는 것으로 그 대상이 되는 채권은 하도급계

    약에 따른 채권이 아니라, 하도급법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채권으로 봄이 상당하

    고, 그 법적 성격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이므로 이에 관하여는 민법

    제766조 제1항의 단기소멸시효24)가 적용된다.

    한편 대법원 2016. 2. 18. 선고 2012두1555 판결(에스티엑스조선해양 사건)의

    소송에서 원고는 지급명령이 위법하다고 하면서, 하도급법 제4조 위반에 대해서

    지급명령을 부과하기 위해서는 하도급법 제4조를 위반한 계약의 사법상 효력이

    부인되어야만 한다는 것을 상고이유로 주장하였다. 하도급법 제11조를 위반한

    원사업자에게 미지급한 대금에 대한 지급명령을 부과하는 것은 허용될 수 있으

    나, 하도급법 제4조의 경우에는 원사업자와 수급사업자가 체결한 계약의 내용대

    로 대금을 전액 지급하여 원사업자에게는 잔존 채무가 없게 되므로 원사업자에

    게 지급명령을 부과하기 위해서는 먼저 하도급법 제4조를 위반한 계약의 유효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 문제에 대하여 판단하지 않

    았다.

    24) 서울고등법원 2014. 9. 24. 선고 2012누26748 판결은 하도급법 제13조 위반에 대하여 지급명령

    이 부과된 사안에서, 금전채무에 대한 변제기 이후의 지연손해금은 금전채무의 이행을 지체함으

    로 인한 손해의 배상을 지급하는 것이므로 그 소멸시효기간은 원본채권의 그것과 같고 공사도

    급계약에 따른 공사대금채권에 대해서는 3년의 단기소멸시효가 적용된다고 하면서, 원사업자에

    대하여 소멸시효가 완성되어 소멸한 지연이자의 지급을 명하는 부분은 위법하다고 판단하였다.

    하도급계약에 따른 채권으로 파악한 것으로 보이는데, 현재 대법원에서 심리 중이다.

  • 366 일반논단

    3) 평 가

    대법원 2011. 1. 27. 선고 2010다53457 판결은 원사업자와 수급사업자 간의 감

    액약정이 하도급법 제11조에 위배되더라도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하면서도

    원사업자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고 판단하였다.25)26)

    하도급법상 지급명령을 부과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원사업자와 수급사업

    자 사이의 계약을 무효로 판단해야 하는지 특히 법 제4조와 관련하여 문제된다.

    판례는 하도급법에 위배되는 당사자 간 약정의 효력에 관하여 대체로 유효하

    다고 보고 있다.27) 대법원 2000. 7. 28. 선고 2000다20434 판결은 하도급법 제16

    조(설계변경 등에 따른 하도급대금의 조정)에 위반된 하도급 약정도 사법상 유

    효하다고 보았고,28) 대법원 2003. 5. 16. 선고 2001다27470 판결은 하도급법 제

    17조(부당한 대물변제 금지)에 위반된 계약의 사법상 효력을 유효하다고 판시하

    였다. 일본 판례도 하청법 위반행위의 사법적 효력을 유효하다고 판시하고 있다.

    하청법 제4조 제1항 제3호29) 위반사건에서 그 하도급계약이 신의칙 또는 공서양

    속에 위반되어 무효인 것은 아니라고 하였고30), 감액한 하도급 대금을 소급적용

    하는 합의도 유효하다고 판결하였다.31) 다만, 서울고등법원 2007. 8. 16. 선고

    25) 독점규제법 제23조를 위반한 경우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게 된다는 취지의 판

    례로는 대법원 2009. 7. 23. 선고 2008다40526 판결; 한편 서울고등법원 1995. 1. 12.자 94라186

    결정은 독점규제법 제23조 위반행위의 사법적 효력을 부인한 바 있다.

    26) 김민기(주 17), 465-466면은 감액약정이 당사자 간의 ‘자발적인 의사’에 의하여 이루어진 경우에

    는 ‘부당감액’에 해당하지 아니하므로 불법행위가 되지 않는다고 한다.

    27) 실무에서 행정법규에 위반한 법률행위라도 가급적 유효하다고 보려는 이유에 대해서는 김재형,

    “법률에 위반한 법률행위 - 이른바 강행법규의 판단기준을 중심으로”, 민법론 Ⅰ, 박영사, 2004,

    42면 참조.

    28) 길기관, 하도급분쟁의 쟁점, 제2판, 진원사, 2016, 85면은 이 판례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건설산

    업기본법 제22조 제5항 제1호는 건설공사 도급계약의 내용이 당사자 일방에게 현저하게 불공정

    한 경우로서 계약체결 이후 설계변경, 경제상황의 변동에 따라 발생하는 계약금액의 변경을 상

    당한 이유 없이 인정하지 아니하거나 그 부담을 상대방에게 전가하는 경우에는 그 부분에 한정

    하여 무효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점을 언급하고 있다.

    29) 우리 하도급법 제11조(감액금지)에 해당.

    30) 富山地栽高岡支部 昭和 62(1987). 10. 15(판례집미등재). 服部育生, “下請法違反の私法上の效力”,

    ジュリスト 臨時增刊 第935号, 有斐閣, 1986, 218면 이하는 이 판례를 비판하면서, 위 규정은 효

    력규정에 해당하고, 하청법은 일반 불공정행위와 달리 형식적 기준에 의하여 판단하므로 무효로

    하더라도 불측의 손해가 생기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한다.

    31) 東京地裁 昭和 63(1988). 7. 6(判例時報 1309호 109면). 소급적용의 합의가 소급적용의 기간, 감

    액의 정도 등을 고려할 때 하청법 제4조 제1항 제3호의 취지에 비추어 부당성이 강한 경우에는

    공서양속에 위반될 수 있으나,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제3호에 저촉된다는 것만으로는 합의가 무

  • 하도급법상 지급명령의 법적 쟁점 367

    2006누12045 판결32)은 원사업자와 수급사업자가 하도급법 제6조(선급금의 지

    급) 규정과 달리 선급금 대신 기성금으로 지급하기로 합의한 사안에서, 이러한

    합의는 하도급법의 목적, 선급금 지급제도의 취지 등에 반하는 이상 이로써 원사

    업자의 선급금 지급의무가 면제되는 것은 아니라고 판시한 바 있다.33)

    위 대법원 2011. 1. 27. 선고 2010다53457 판결은 하도급법 제11조 위반을 이

    유로 불법행위가 성립한다고 판단하는 과정에서 하도급법 위반행위의 사법적 효

    력 문제를 연관시키지 않고 있다. 불법행위의 대상이 되는 법률행위의 사법적 효

    력 여부는 불법행위 성립요건 중 위법성을 판단할 때 하나의 고려요소가 될 수

    는 있어도 그 자체로서는 독자적인 성립요건이 되는 것은 아니다. 계약을 유효로

    본다고 하여 전체 법질서 차원에서 그 행위가 적법하다는 판정까지 받은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34) 하도급법 제4조 위반으로 지급명령을 부과하는 경우에도 마

    찬가지이다. 반드시 당사자 간 하도급대금 결정행위 내지 하도급 계약의 효력을

    부인해야만 지급명령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 2016. 2. 18. 선고 2012

    두1555 판결은 법 제4조 위반의 경우 지급명령의 전제로서 계약의 효력이 부인

    되어야 하는지 여부 및 지급의무의 법률상 원인이 무엇인지 판단하지 않았는데,

    지급명령의 내용이 위법하기 때문에 굳이 그 문제에 대해서 판단할 필요가 없었

    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3) 소 결

    하도급법 제11조는 원사업자가 하도급계약 체결 시에 이미 정해진 하도급대금

    을 일부 감액하여 수급사업자에게 지급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으로서 본질적으로

    는 계약상 책임인 채무불이행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 법적

    성질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권으로 파악하는 것이 옳다. 하도급법 제4

    효로 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 평석으로는 岡田外司博, “下請單價改定の合意の效力と下請法:

    東洋電裝事件”, ジュリスト 臨時增刊 제957号, 1989, 227면 이하.

    32) 대법원은 원고의 상고를 심리불속행 기각하여 원심을 확정하였다(대법원 2007. 12. 27. 선고

    2007두18895 판결).

    33) 이광욱(주 23), 381면은 하도급법 제11조 이외의 나머지 규정들도 위 대법원 2011. 1. 27. 선고

    2010다53457 판결의 판단이 그대로 원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하나, 일률적으로 판단하기는 어

    려울 것이다.

    34) 김민기(주 17), 464면.

  • 368 일반논단

    조는 원사업자와 수급사업자 간 하도급계약이 체결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

    를 다루고 있는 규정이며, 부당하게 낮은 수준으로 하도급대금이 결정되었더라

    도 정당한 하도급대금과의 차액은 하도급계약에 포함되어 있는 것이 아니므로,

    그 지급명령의 대상이 되는 것은 계약상 채권으로 보기 어렵다. 대법원이 하도급

    법 제4조 위반이 문제되는 경우 지급명령의 대상이 되는 채권을 불법행위로 인

    한 손해배상청구권으로 파악한 것은 타당하다.

    지급명령과 하도급법 제35조35)에 규정된 손해배상책임과의 관계는 어떠한가?

    이와 유사한 독점규제법 제56조 제1항의 법리를 참고할 수 있을 것이다. 다수의

    견해36)는 독점규제법상 손해배상청구권을 민법 제750조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

    배상청구권의 일종으로 파악37)하면서 청구권 경합관계에 있는 것으로 보고 있

    다. 즉, 어느 하나의 청구권을 행사함으로써 만족을 얻은 때에는 다른 청구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것이다. 따라서 원사업자가 하도급법 제4조 등을 위반하여 공

    정위가 지급명령을 부과함으로써 수급사업자가 하도급대금을 수령한 경우, 수급

    사업자는 하도급법 제35조 제1항에 따른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하여 이미 수령

    한 하도급대금을 중복하여 배상받을 수는 없고 그 외의 다른 손해를 배상받을

    수 있을 뿐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과징금과의 관계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대법원 2010. 1. 14. 선고 2009두

    11843 판결은 하도급법의 과징금은 제재적 성격을 가진 것이기는 하여도 기본적

    으로는 하도급법 위반행위에 의하여 얻은 불법적인 경제적 이익을 박탈하기 위

    하여 부과되는 것이라고 판결하였다.38) 따라서 과징금의 액수는 당해 위반행위

    35) 제35조(손해배상 책임) ① 원사업자가 이 법의 규정을 위반함으로써 손해를 입은 자가 있는 경

    우에는 그 자에게 발생한 손해에 대하여 배상책임을 진다. 다만, 원사업자가 고의 또는 과실이

    없음을 입증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종전에는 법 제12조의3(기술자료 제공 요구 금지

    등)의 경우에만 손해배상 책임을 규정하고 있었는데, 2013. 5. 28. 개정 이후 원사업자는 모든

    하도급법 위반행위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지게 되었다.

    36) 권오승 외 7인, 독점규제법, 제2판, 법문사, 348면; 신동권, 독점규제법, 박영사, 2011, 1037면;

    신현윤, 경제법, 제6판, 법문사, 2014, 419면; 이선희, “독점규제법의 사적 집행”, 독점규제법 30

    년, 법문사, 2011, 593-594면은 독점규제법상 손해배상청구권의 실질을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

    상청구권으로 파악하는 이유에 대해서, 헌법상으로도 선언하고 있는 시장경제질서 속에서 자유

    롭고 공정한 경쟁을 침해하는 행위에 대하여 형벌을 부과함으로써 국가의 법질서 전체의 입장

    에서 위법하다는 가치판단을 한 것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37) 대법원 2014. 9. 4. 선고 2013다215843 판결도 독점규제법상 손해배상청구권은 법적 성격이 불

    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이므로 이에 관하여는 민법 제766조 제1항의 단기소멸시효가 적

    용된다고 판결하였다.

  • 하도급법상 지급명령의 법적 쟁점 369

    의 구체적 태양 등에 기하여 판단되는 그 위법성의 정도뿐 아니라 그로 인한 이

    득액의 규모와도 상호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도급법상 과징금은 원

    사업자가 얻은 불법적인 경제적 이익을 박탈하는 성격을 가지므로 지급명령과

    함께 과징금납부명령을 부과할 때에는 지급명령의 금액을 고려하여 과징금 액수

    를 산정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현행 하도급법 시행령 [별표 2] 과징금의 부과

    기준 39)은 과징금의 금액을 산정할 때 위반행위의 내용 및 정도, 위반행위의 횟

    수 등과 함께 이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를 고려하여 산정하도록 하면서, 하도급대

    금의 2배에 위반금액의 비율을 곱한 금액에 위반행위의 중대성의 정도별로 정하

    는 부과기준율을 곱하여 산정하고 있다. 결국 원사업자가 하도급법을 위반하여

    지급명령과 과징금납부명령을 동시에 부과받는 경우, 위반금액의 비율을 산정하

    는 과정에서 지급명령과 관련된 금액이 다시 고려되는 문제가 있으므로 불법적

    인 경제적 이익을 박탈한다는 하도급법상 과징금 제도의 기본적 성격과 조화시

    키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40)

    Ⅲ. 지급명령 금액의 산정기준

    1. 문제점

    하도급법 제25조에 근거하여 공정위가 지급명령을 할 수 있더라도 원사업자가

    지급해야 할 금액을 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도급법 제11조나 제13조 위반의

    경우에는 하도급계약을 체결하면서 대금을 정하게 되므로 지급명령 금액을 정하

    는데 특별한 어려움은 없을 것이다.41) 하도급법 제12조의2(경제적 이익 부당요

    38) 원심은 이와 반대로 “하도급법상의 과징금은 기본적으로 위반행위에 대한 제재적 성격을 가지

    나, 하도급법 제25조의3 제2항에 의하여 독점규제법 제55조의3을 준용하도록 하고 있어 위반행

    위로 얻은 불법적인 경제적 이익을 박탈하는 측면도 있다.”고 판결하였다.

    39) 2016. 1. 22. 개정되어 2016. 7. 25.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40) 홍대식, “공정거래법상 공적집행과 사적집행 간의 관계”, 시장경제와 사회조화(남천 권오승 교수

    정년기념논문집), 법문사, 2015, 366면은 전보적 손해배상청구제도의 경우 금전적 집행수단이라

    는 점에서 공적집행 수단으로서의 과징금 제도와의 경합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한다.

    41) 다만, 서울고등법원 2013. 12. 26. 선고 2012누19368 판결은 원사업자가 미지급한 하도급대금의

    존재 여부와 그 규모를 정확히 알 수 없다고 하면서 공정위의 지급명령 전부를 취소하였고, 상

    고심에서 심리불속행으로 확정되었다(대법원 2014. 5. 16. 선고 2014두1857 판결).

  • 370 일반논단

    구 금지) 위반이 문제되는 때에는 부당하게 요구한 금액을 수급사업자에게 지급

    하게 하면 충분하다.42) 그러나 하도급법 제4조 위반의 경우에는 ‘목적물 등과 같

    거나 유사한 것에 대하여 일반적으로 지급되는 대가’를 어떻게 산정할 것인지 문

    제된다. 특히 하도급법 제4조 제2항 각 호의 간주 규정에 의하여 법 위반을 판단

    하고 지급명령을 부과할 때 금액을 산정하는 기준을 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2. 대법원 2014. 4. 10. 선고 2013두35198 판결

    (1) 사실관계

    원고(한국에스엠씨공압 주식회사)는 공압기기 등을 제조․판매하는 회사인데,

    수급사업자에게 공압실린더 부품 등의 제조를 위탁하면서, 일부 제품에 대해서

    는 대량으로 발주하겠다고 하면서 단가를 인하하였으나 실제로는 소량만을 발주

    하였다. 그리고 또 다른 제품의 경우에도 수급사업자를 포함한 2개 또는 3개 업

    체로부터 견적서를 제출받아 발주를 한 후, 다시 최저 금액을 제시한 수급사업자

    로부터 2차 견적서를 제출받아 납품단가를 인하하였다. 공정위는 원사업자의 행

    위가 각각 하도급법 제4조 제2항 제4호 및 5호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고, ‘종전 단

    가와의 차액’에 대해서 지급명령을 부과하였다.

    (2) 원심 및 대법원 판결

    원고는 하도급법 부당한 하도급대금 결정 행위가 아니라는 주장을 하였을 뿐

    이며, 지금명령이 허용되지 않는다거나 공정위의 지급명령 대상 금액의 산정에

    오류가 있다는 주장은 하지 않았다. 원심은 원고의 행위가 하도급법 제4조에 위

    반하였음을 전제로 한 공정위의 처분은 적법하다고 판결하였다. 원고는 이에 불

    복하면서도 지급명령 부분은 상고이유로 다투지 아니하였고, 대법원은 심리불속

    행으로 기각하였다.

    42) 서울고등법원 2012. 5. 16. 선고 2011누10340 판결은 하도급법 제12조의2 위반에 대하여 지급명

    령을 부과한 것을 적법하다고 판결하였고, 대법원 2012. 10. 11. 선고 2012두14385 판결은 원고

    의 상고를 심리불속행으로 기각하였다.

  • 하도급법상 지급명령의 법적 쟁점 371

    3. 대법원 2016. 2. 18. 선고 2012두1555 판결

    (1) 사실관계

    원고(에스티엑스조선해양 주식회사)는 선박을 제조하는 회사로서 원고의 사내

    임가공 사업자인 수급사업자에게 선박 블록 조립작업 중 선행탑재 및 탑재 작업

    을 위탁하였다. 원고는 수급사업자에게 2009. 10. 23.부터 2010. 3. 30.까지 59건

    의 선박 블록 조립작업 중 선행탑재 및 탑재 작업을 위탁하면서 조선경기 불황,

    선가 하락, 수주물량의 급격한 감소,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인한 경영상 어려

    움을 이유로 종전 계약단가와 비교하여 선행탑재 작업은 25%, 탑재 작업은 30%

    씩 인하하여 하도급대금을 결정(이하 ‘이 사건 하도급대금 결정’)하였다.

    공정위는 과징금납부명령과 함께 ‘정당한 사유없이 일률적인 비율로 단가를

    인하하여 결정하여 발생된 종전 단가 기준과의 차액’을 수급사업자에게 지체없

    이 지급하라는 내용의 지급명령을 부과하였다.

    (2) 원심 판결

    원심은 원고의 이 사건 하도급대금 결정이 하도급법 제4조 제2항 제1호에 위

    반된다고 판결하였다.43) 소송 과정에서 원고는 설령 이 사건 하도급대금 결정이

    부당한 하도급대금 결정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공정위가 적정한 하도급대금이

    얼마인지 구체적 판단을 하지 않은 채 종전 계약단가에 따른 금액과 이 사건 하

    도급대금의 차액을 지급할 것을 명한 것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라고 주

    장하였다. 원심은 이러한 원고의 주장을 배척하면서, “이 사건 하도급대금은 인

    건비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 종전 계약 이후 이 사건 하도급대금 결정 시

    까지 사이에 선행탑재 및 탑재 작업의 노임단가에 별다른 변동이 없었던 점에

    비추어 볼 때, 종전 계약단가에 따라 계산한 금액이 이 사건 하도급의 적정한 대

    금이라고 볼 수 있으므로, 종전 계약단가에 따라 계산한 금액과 이 사건 하도급

    43) 실제 소송 과정에서는 정당한 사유 없는 일률적인 비율의 단가인하에 해당하는지와 과징금 액

    수가 적정하게 산정되었는지 여부도 쟁점이 되었으나, 여기서는 별도로 검토하지 않는다.

  • 372 일반논단

    대금의 차액을 지급할 것을 명한 것이 재량권을 일탈ㆍ남용한 것은 아니다”라고

    판시하였다.

    (3) 대법원 판결

    대법원은 원고의 이 사건 하도급대금 결정이 정당한 사유 없는 일률적인 비율

    의 단가 인하로서 하도급법 제4조 제2항 제1호에 위반된다고 보면서도, 다음과

    같이 판시하면서 공정위의 지급명령은 위법하다고 보아 원심을 파기하였다.

    “하도급법상 시정조치는 시정하여야 하는 행위의 내용이 명확하고 구체적이어야 하

    며, 해당 위반행위의 내용과 정도에 비례하여야 한다. 그런데 하도급법 제4조 제2항 제1

    호의 규정은 원사업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둘 이상의 수급사업자나 품목에 관하여 개별적

    인 사정에 차이가 있는데도 이를 반영하지 아니한 채 일률적인 비율로 단가를 인하하는

    행태 자체를 부당한 하도급대금의 결정으로 본다는 의미이므로, 위 규정을 위반한 거래에

    서 일률적인 단가 인하의 기준이 된 가격을 정당한 하도급대금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뿐만 아니라 위 규정 위반행위의 성질상 원사업자와 수급사업자 사이의 정당한 하도급대

    금을 일률적으로 상정하기도 어렵다. 이러한 시정조치 근거 규정의 포괄성과 하도급법 제

    4조 제2항 제1호 위반행위의 성질 등을 종합하여 고려하면, 하도급법 제4조 제2항 제1호

    위반행위에 대한 시정조치로서 일률적인 단가 인하의 기준이 된 가격과 실제 하도급대금

    의 차액의 지급을 명하는 시정명령은 허용될 수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4. 소  결

    하도급대금은 수요와 공급이라는 시장에서의 가격 결정 메카니즘과 당사자 간

    의 자율적인 의사 합치 등 여러 요소에 따라 결정되는 것인데, 단가 인하 이전의

    종전 단가를 정당한 하도급대금이라고 전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대법원의 판

    단은 정당하다.

    하도급법 제4조 제2항 제6호는 수의계약으로 하도급계약을 체결할 때 정당한

    사유없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른 직접공사비 항목의 값을 합한 금액보

    다 낮은 금액으로 하도급대금을 결정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는데, 이 경우에는

    ‘직접공사비 항목의 값을 합한 금액’을 정당한 하도급대금으로 보아 그 차액을

  • 하도급법상 지급명령의 법적 쟁점 373

    지급하라고 명할 수 있을 것이다. 하도급법 제4조 제2항 제7호의 경우에는 최저

    가 입찰금액을 정당한 하도급대금으로 보고 실제로 체결된 하도급계약상 대금과

    의 차액을 지급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대법원 2012. 11. 15. 선고 2012두

    13924 판결도 공정위가 최저가 입찰금액과 인하된 금액과의 차액을 지급하라고

    시정명령한 것은 적법하다고 판결한 바 있다.

    그러나 하도급법 제4조 제2항 제1호의 일률적인 단가인하의 경우에는 어려운

    문제가 발생한다. 원사업자의 부당한 행위가 없었더라면 결정되었을 정당한 하

    도급대금을 산정하는 것은 용이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같은 항 제2호 내지 5

    호 및 제8호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부당한 공동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에

    서 가상의 경쟁가격을 산정해야 하는 상황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는데, 대법원44)

    은 군납유류 입찰담합 사건에서 “가상 경쟁가격은 그 담합행위가 발생한 당해

    시장의 다른 가격형성 요인을 그대로 유지한 상태에서 담합행위로 인한 가격상

    승분만을 제외하는 방식으로 산정하여야 한다”고 판결하였다. 정당한 하도급대

    금도 다른 결정요인은 그대로 유지한 상태에서 원사업자의 부당한 행위에 의한

    인하분을 제외하는 방식으로 산정해야 하는데, 수급사업자를 신속하게 구제하려

    는 지급명령의 목적을 고려할 때 복잡한 경제분석 방법을 활용하여 정당한 하도

    급대금을 산정할 필요가 있는지 판단이 쉽지 않다.

    하도급법 제4조 위반의 경우 하도급대금을 재결정하라는 형태로 시정조치를

    운영해야 한다는 견해45)가 있는데 경청할 가치가 충분하다. 부당한 하도급대금

    결정행위는 하도급법 제4조 금지규정을 위반한 것이기 때문에 “정당하게 하도급

    대금을 다시 결정하라”와 같이 하도급대금을 소급적으로 재결정하도록 명령하는

    형태로 운영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또한 수급사업자의 실효성 있는 보호를 위해

    서는 재결정 명령만으로는 부족하고, 이미 결정된 위법행위가 부당하기 때문에

    “정당하게 결정하여 다시 지급하라”는 내용이 시정조치에 포함될 필요가 있다고

    한다. 일본 하청법이 부당한 하도급대금 결정행위에 대하여 하도급대금 인상을

    권고하고 있는 점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조치 운영지침’

    44) 대법원 2011. 7. 28. 선고 2010다18850 판결.

    45) 황태희, “하도급 거래에 있어서 수급사업자 보호의 실효성 제고방안에 관한 법적 연구 - 시정조

    치 등 제재를 중심으로”, 경쟁법연구 , 제25권(2012), 298-299면. 유진희․최지필, “하도급법의

    집행상의 쟁점”, 비교사법 제20권 제1호(통권 제60호), 한국비교사법학회, 2013, 204면.

  • 374 일반논단

    은 독점규제법 제19조 위반의 경우 부과할 수 있는 시정명령으로서 독자적 가격

    재결정명령을 예시하고 있는데, 하도급법 제4조 위반에 대한 시정명령에 있어서

    도 입법적으로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Ⅳ. 지급명령과 민사판결의 관계

    1. 문제점

    원사업자로부터 하도급대금을 지급받지 못한 수급사업자가 법원에 대금지급

    청구의 소를 제기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원사업자를 하도급법 위반으로 공정위에

    신고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왔다. 공정위가 관련 민사소송이 진행 중인 것을 확인

    한 때에는 미지급된 하도급대금 액수의 판단을 민사판결 이후로 유보함으로써

    민사소송의 결론과 공정위 의결이 서로 저촉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대체적인 실

    무의 태도이다. 그런데 공정위가 관련 민사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사실을 확인하

    지 못하고 원사업자가 지급해야 할 하도급대금의 액수를 판단하거나, 원사업자

    의 상계 항변 등을 충분히 검토하지 못하고 하도급대금의 지급을 명하는 경우가

    있다. 이때 공정위의 지급명령 금액과 민사판결의 금액이 서로 불일치하는 문제

    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하에서 최근 선고된 대법원 판결을 중심으로 살펴보기로

    한다.

    2. 대법원 2015. 12. 10. 선고 2013두35013 판결

    (1) 사실관계

    1) 관련 민사소송의 경과

    원고(주식회사 선경이엔씨)는 수급사업자로부터 목적물을 수령하고도 하도급

    대금을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수급사업자는 원고를 상대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공사대금 청구의 소를 제기하였고, 위 1심 법원은 2012. 8. 29. 원고의 상계항변

    중 일부를 받아들여 미지급 공사대금 143,720천원 및 이에 대하여 목적물 수령

  • 하도급법상 지급명령의 법적 쟁점 375

    일 다음날부터 판결선고 시까지는 연 6%, 그 다음날부터 완제일까지는 연 20%

    의 각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판결하였다. 수급사업자는 위 1심 판결 정본을 집

    행권원으로 하여 원고의 공탁금 중 143,720천원과 법정이율에 위한 지연이자를

    출급하였다. 이후 항소심인 서울고등법원은 2013. 6. 26. 원고의 상계항변을 추가

    로 받아들여 미지급 공사대금을 137,320천원으로 판단하였다. 원고가 대법원에

    상고하였으나, 2013. 8. 22. 상고장 각하명령으로 항소심 판결이 확정되었다.

    2) 공정위의 지급명령

    공정위는 2013. 3. 26. 위 1심 민사판결에 따라 미지급 공사대금을 143,720천

    원으로 인정하면서, 지연이자로서 고시이율과 법정이율46)의 차액인 6,696,928원

    을 지급하라는 시정명령을 부과하였다. 이때 처분의 근거가 된 대법원 2010. 10.

    28. 선고 2010두16561 판결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하도급법이 적용되는 하도급거래에서 발생한 하도급대금의 지급이 지체된 경우에 수

    급사업자가 원사업자를 상대로 청구할 수 있는 지연손해금에 대하여는 이에 관하여 규정

    하는 위 법 제13조 제8항에서 정한 다른 요건이 충족되는 한 위 법 조항에 따라 공정위가

    정하여 고시한 이율에 의할 것이고, 그 한도에서 민법 또는 상법상의 법정이율이나 그에

    관한 보다 일반적인 특례인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3조 제1항에서 정한 이율

    은 적용되지 아니한다. 그리하여 수급사업자는 애초 이와 같이 위 하도급법의 규정에 좇

    아 하도급대금에 관하여 고시이율에 좇은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청구할 실체법상의 권리를

    가진다. 따라서 그가 고시이율과 법정이율의 차이에 상응한 부분의 지연손해금을 포기하

    여 그 권리를 상실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지 아니하는 한, 공정위의 시정명

    령 이후에 수급사업자의 원사업자에 대한 하도급대금지급청구소송에서 법정이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명하는 확정판결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수급사업자의 실체적법

    권리 그 자체에 영향이 있는 것은 아니므로 그러한 사정만으로 공정위의 시정명령 중 고

    시이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명하는 부분이 위법하게 된다고 할 수 없다.”

    한편 원고는 공정위 의결 과정에서 수급사업자에 대한 지체상금채권 등으로

    상계하면 미지급 하도급대금 내지 지연이자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주장하였으나,

    공정위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46) 민법 또는 상법상의 법정이율이나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3조 제1항에서 정한 이율.

  • 376 일반논단

    (2) 원심 판결

    원고는 공정위 처분의 취소를 구하면서, 위 대법원 2010. 10. 28. 선고 2010두

    16561 판결은 시정명령 이후에 법정이율에 위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명하는 관

    련 민사판결이 있었던 사안이므로, 시정명령 이전에 이미 관련 민사판결이 있었

    던 이 사건과는 사안이 달라서 위 대법원 판결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서울고등법원은 시정명령 이전에 수급사업자의 원사업자에 대한 하도급

    대금지급청구소송에서 법정이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명하는 판결이 있

    더라도 수급사업자가 고시이율과 법정이율의 차이에 상응한 부분의 지연손해금

    을 포기하여 그 권리를 상실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지 아니하는 한,

    피고 공정위는 그 차액에 상응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명하는 시정명령을 부과

    할 수 있다고 판결하였다.

    (3) 대법원 판결

    대법원47)은 원심을 일부 파기하였다. 대법원도 수급사업자의 원사업자에 대한

    하도급대금 청구소송에서 법정이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명하는 판결이

    확정된 후에 공정위가 시정명령을 하는 경우에도 고시이율과 법정이율의 차액에

    상응하는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명할 수 있다고 보았다. 그러나 민사소송의 항소

    심에서 원고의 상계항변 중 640만원 부분이 추가로 받아들여져서 원고는 수급사

    업자에게 137,320천원과 이에 대한 법정이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선고되고 그 무렵 확정되었는바, 공정위의 지급명령 이전에 원고의 상계

    의 의사표시가 있었기 때문에 원고의 하도급대금 채무 중 일부가 지급명령 당시

    이미 상계로 소멸하였음에도, 공정위가 위 640만원을 포함한 143,720천원을 미

    지급 하도급대금으로 보고 그에 대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명한 것은 위법하다

    고 판결하였다.48)

    47) 대법원 2015. 12. 10. 선고 2013두35013 판결.

    48) 공정위는 대법원 판결의 취지에 따라 원심결을 직권으로 취소하였다(공정위 2016. 3. 14. 의결

    제2016-073호).

  • 하도급법상 지급명령의 법적 쟁점 377

    3. 검  토

    (1) 대법원 판결에 대한 평가

    공정위는 2013. 3. 26. 1심 민사판결에 따라서 미지급 하도급대금을 판단하였

    고, 그 이후 2013. 6. 26. 항소심에서 원고의 상계항변이 추가로 받아들여져 미지

    급 하도급대금이 감소된 것을 고려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지적도 가능할 것이

    다. 그러나 민법 제493조 제2항에 따라 채무는 상계적상이 있던 시점에 소급하

    여 소멸하는 것이고 공정위는 처분 당시 이미 소멸한 대금지급 채무에 대하여

    지급명령을 한 것이므로 대법원의 판단은 타당하다. 하도급대금 내지 지연이자

    의 지급을 명하는 시정명령이 부과된 후 관련 민사판결에서 미지급 하도급대금

    이 축소된 것으로 확정된 경우에는 시정명령이 위법하게 된다는 것을 명확히 하

    였다는 의미가 있다.

    위 대법원 판결 사안에서와 같이 공정위 지급명령의 적법성과 관련하여 특히

    상계가 문제된다. 서울고등법원 2011. 3. 30. 선고 2010누10336 판결에서 원고는

    하도급대금 채무에서 수급사업자에게 남아 있는 재고 원단 대금을 공제하고, 추

    가로 공급한 원단 대금채권으로 상계하였으므로 공정위의 지급명령은 위법하다

    고 주장하였는데, 서울고등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공정위 지급명령의 일부를 취

    소한 바 있다.49) 이는 하도급법 제13조 위반이 문제되는 사안에서 공정위가 어

    느 범위까지 판단해야 하는지와 관련이 있다. 차례를 바꾸어 살펴본다.

    (2) 하도급법 제13조 관련 공정위의 판단범위

    대법원50)은 종래 공정위가 원사업자의 하도급대금 지급의무에 관한 하도급법

    49) 이 판결은 상고심에서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확정되었다(대법원 2011. 8. 18. 선고 2011두9652

    판결).

    50) 대법원 1995. 6. 16. 선고 94누10320 판결; 대법원 1999. 3. 26. 선고 98두19773 판결. 대법원은

    법 제13조가 원사업자의 하도급대금의 지급의무 등에 관하여 규정하면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 하도급대금의 지급거절이나 그 지연을 인정한다는 예외규정을 두고 있지 않는바, 법에 명

    문의 규정이 없는 사유를 들어 원사업자의 법 위반행위 여부를 판단할 경우 법의 입법취지 및

    법 제13조의 규정취지에도 반하여 법의 실효성을 저해하는 점 등을 근거로 하였다.

  • 378 일반논단

    제13조 위반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원사업자가 대금지

    급기일에 하도급대금의 지급을 거절하거나 그 지급을 미루고 있는 사실 자체에

    의하여 법 위반행위가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면 되는 것이지 원사업자가 하도급

    대금의 지급을 거절하거나 그 지급을 미룰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지 여부에

    대하여 까지 나아가 판단할 필요는 없다고 판결해왔다.

    또한 대법원51)은 공정위가 시정명령을 하는 경우에는 단순히 하도급대금의 발

    생 및 지급지연과 같은 제13조 등의 위반행위가 있었는가를 확인함에 그쳐서는

    아니되고, 나아가 그 위반행위로 인한 결과가 그 당시까지 계속되고 있는지를 확

    인하여 비록 법 위반행위가 있었더라도 하도급대금 채무의 불발생 또는 변제, 상

    계, 정산 등 사유 여하를 불문하고 위반행위의 결과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아니한

    다면, 그 결과의 시정을 명하는 내용의 시정명령을 할 여지는 없다고 판결해오고

    있다.

    대법원의 태도가 서로 모순되는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원사업자가 수급사업

    자의 지체상금이나 손해배상 등을 이유로 하도급대금 지급을 거절하는 경우가

    문제이다. 채무의 발생과 지급기일 도과라는 요건을 충족하였으므로 상당한 이

    유가 있는지 판단할 필요 없이 지급명령을 부과할 수 있다고 볼 수도 있고, 원사

    업자의 주장을 고려하여 하도급대금의 일부라도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되는지

    를 판단해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 것이다.

    대법원의 두 가지 입장은 서로 조화된다고 본다. 원사업자의 법 위반 행위와

    지급명령 부과 사이에는 시간적 간격이 존재하므로, 위반행위 이후에 변제, 상계,

    정산 등으로 하도급대금이 지급된 것으로 볼 수 있다면 위반행위의 결과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고 지급명령도 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52)

    51) 대법원 2002. 11. 26. 선고 2001두3099 판결; 대법원 2010. 9. 30. 선고 2008두16377 판결; 대법

    원 2010. 11. 11. 선고 2008두20093 판결; 대법원 2011.3.10. 선고 2009두1990 판결 등

    52) 이기택, “가. 하도급대금의 발생 및 지급지연과 같은 하도급거래공정화에관한법률 제13조 등의

    위반행위가 있었으나 그 결과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경우, 같은 법 제25조 제1항 소정의 시

    정명령을 할 수 있는지 여부 (소극) 나. 하도급거래공정화에관한법률 제9조 제2항의 원사업자가

    수급사업자로부터 목적물을 수령하고도 정당한 사유 없이 10일 이내에 수급사업자에게 서면으

    로 검사결과를 통지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검사에 합격한 것으로 본다.는 규정의 취지”, 대법원

    판례해설 43호, 법원도서관, 2003, 45-46면은 대법원 1995. 6. 16. 선고 94누10320 판결 사안의

    시정명령 당시에 원사업자의 수급사업자에 대한 채권이 확정된 단계도 아니고, 그 채권에 기하

    여 민사상 상계와 같은 하도급대금채무의 소멸사유가 발생한 것도 아니라고 한다. 또한 대법원

    1999. 3. 26. 선고 98두19773 판결 사안에서 단순히 거래종료만으로 정산이 자동으로 이루어지

  • 하도급법상 지급명령의 법적 쟁점 379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원사업자의 지급거절이나 지급지연에 상당한 이유가 있

    는지 판단할 필요가 없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타당한지에 있다. 대법원의 판결에

    찬성하는 견해53)도 있으나, 하도급대금의 지급기일 도과만으로 법 위반으로 판

    단할 수는 없고 지급을 거절하거나 지체하는 상당한 이유가 있는지를 고려해야

    할 것이다. 하도급법 제13조 제1항이 원사업자에게 일정한 기한까지 하도급대금

    을 지급하도록 한 것은 정당한 사유 없이 하도급대금의 지급을 지체하는 것을

    방지하고자 하는 취지이지, 대금을 지급하지 않을 만한 상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

    에도 그 지급을 강제하고자 하는 취지는 아닐 것이다.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배

    상책임에 관하여 민법 제390조는 “채무자가 채무의 내용에 좇은 이행을 하지 아

    니한 때에는 채권자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채무자는 고의나 과실

    이 없이 이행할 수 없게 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바, 채

    무불이행의 주관적 요건인 채무자의 고의 또는 과실의 귀책사유 이외에 객관적

    요건으로서 채무불이행의 위법성이 요구되는지에 관하여는 논의가 있으나, 다수

    의 견해는 유치권이나 동시이행항변권 등 채무자의 불이행을 정당화하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채무불이행으로 보지 않고 있다.54) 민법 제390조는 불법행위책임

    에 관한 민법 제750조와는 달리 위법성을 요건으로 한다는 명시적인 규정을 두

    고 있지 않으나 위법성을 소극적 요건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대법원55)도 채무불

    이행의 성립요건인 ‘위법성’의 의미에 관하여, “채무불이행에 있어서 확정된 채

    무의 내용에 좇은 이행이 행하여지지 아니하였다면 그 자체가 바로 위법한 것으

    로 평가되는 것이고, 다만 그 이행하지 아니한 것이 위법성을 조각할 만한 행위

    에 해당하게 되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때에는 채무불이행이 성립하지 않는 경우

    도 있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도급계약에 관한 민법 제667조는 수급인의 담보

    는 것이 아니고 상계의 의사표시 없이 채권이 소멸하는 것도 아니라고 한다.

    53) 조용호, “하도급거래공정화에관한법률에 있어서 해석상의 몇 가지 문제점”, 인권과 정의 , 제

    232호(1995), 125-126면은 원심이 법 위반행위에 대한 책임경감사유에 불과한 ‘상당한 이유’를

    법 위반행위 조각사유로 잘못 해석한 것이라고 비판하면서, 다만 원심이 설시하는 바와 같은 사

    정, 즉 공사대금의 지급을 미룰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음에도 공정위가 이를 전혀 참작하지 않

    은 채 과도한 시정조치를 한 경우(예컨대, 시정권고만으로 충분함에도 불구하고 시정명령을 내

    린 것이 가혹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등)에는 재량권의 일탈․남용의 문제로 해결해야 한다고 보

    고 있다; 황태희(주 45), 292면은 하도급법 제13조의 문언과 공사 대금액의 다툼으로 인한 공사

    대금의 지급지연을 방지하려는 법의 제정 목적에 비추어볼 때 판례의 태도는 타당하다고 한다.

    54) 보다 상세한 논의는 곽윤직 편집대표, 민법주해(Ⅸ), 228면 이하(양창수 집필부분) 참조.

    55) 대법원 2002. 12. 27. 선고 2000다47361 판결 등.

  • 380 일반논단

    책임에 관하여 동시이행항변권을 인정하고 있다. 판례56)도 도급인이 하자보수나

    손해배상청구권을 보유하고 이를 행사하는 한에 있어서는 도급인의 공사대금채

    무는 이행지체에 빠지지 않는다고 한다.57) 하도급계약과 도급계약의 본질이 서

    로 다른 것은 아니다.58) 상당한 이유가 인정되어 민사상 이행지체 책임을 지지

    않는 원수급인에게 지급명령을 부과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동일한 사실관계에

    서 행정처분과 민사판결의 결론이 달라지는 것은 곤란하기 때문이다. 동시이행

    항변권을 보유함에도 지급기일 도과만으로 지급명령을 부과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형사처벌59)까지 가능하다고 보는 것은 지나친 측면이 있다.

    원사업자의 법 위반행위에 대해 행정처분을 하는 공정위로 하여금 법 위반행

    위 여부에 관한 요건사실 외에 부실공사의 책임소재 및 손해배상액 등 당사자

    간의 실질적인 분쟁의 내용까지 심리․판단하게 할 수는 없는 점 등을 근거로

    하여, 원사업자의 지급거절 또는 지급지연이 있으면 그 자체 법 위반행위가 된다

    는 견해60)가 있다. 원사업자 입장에서는 일단 하도급법을 준수한 후에 부수된 민

    사문제는 민사절차에 따라 해결해야 한다고 보는 견해61)도 제기된다. 지급기일

    이 도래한 이상 원사업자는 하도급대금을 전부 지급해야 하고 별도의 민사소송

    에서 상계 항변 등을 제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급명령이 수급사업자의

    신속한 구제를 위한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공정위의 시정명령 이후에 수급사

    업자가 다시 동일한 사실관계의 민사소송에 관여해야 하는 상황은 바람직하지

    않다. 공정위 실무62)는 수급사업자의 하도급대금채권과 원사업자의 손해배상채

    권 등과의 상계를 인정할 수 있는지의 문제에 관하여, 양 채권의 금액이 명확한

    경우(법원의 판결이나 결정, 당사자 간의 합의 등)에는 상계를 인정할 수 있으나

    56) 대법원 1996. 7. 12. 선고 96다7250, 7267 판결; 대법원 2007. 10. 11. 선고 2007다31914 판결 등.

    57) 서울고등법원 2007. 8. 16. 선고 2006누12045 판결은 수급사업자가 수행한 공사에 하자가 있기

    때문에 대금 지급을 거절하였다는 원고의 주장에 대하여, “하자의 경우에는 일단 공사가 완공되

    었으므로 수급사업자에게 공사대금청구권이 발생하고, 그 지급을 거부하는 것 자체가 법 위반이

    된다”고 판결하였는데 그 타당성에 의문이 있다. 이 판결은 상고심에서 심리불속행으로 확정되

    었다(대법원 2007. 12. 27. 선고 2007두18895 판결).

    58) 대법원 2003. 5. 16. 선고 2001다27470 판결은 “하도급법은 그 명칭과는 달리 일반적으로 흔히

    말하는 하도급관계뿐만 아니라 원도급관계도 규제한다”고 판시하였다.

    59) 하도급법 제30조 제1항 제3호.

    60) 조용호(주 53), 125면

    61) 송정원, 해설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나무와 샘, 2000, 195면.

    62) 공정위, 제조하도급실무편람, 2003, 481면.

  • 하도급법상 지급명령의 법적 쟁점 381

    불명확한 경우에는 상계를 인정하여 사건처리를 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

    만 민사판결과의 불일치는 수급사업자 보호라는 하도급법의 입법목적에 부합하

    지 않는 측면이 있다.

    하도급대금 채무가 당초부터 발생하지 않은 경우는 물론이고 원사업자가 변

    제, 상계, 정산 등을 주장하고 그 사실이 입증된 경우에는 하도급대금 지급의무

    를 위반했다고 볼 수는 없다. 변제, 상계, 정산 등으로 원사업자의 대금 지급이

    이루어진 것으로 인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우는 지급을 거절하거나 지

    급을 지연하는 것에 해당하지 않는다. 한편 동시이행항변권과 같은 지급거절 권

    능이 있는 경우에는 상당한 이유가 있으므로 법 위반으로 보는 것은 부당하다.

    상계와 같이 판단이 어려운 사항에 대해서 공정위가 심사해야 하는지 이론이 있

    을 수 있으나 지급명령 제도가 규정되어 있는 이상 공정위의 판단 범위에 포함

    되고 그 정당성을 법원이 사후에 심사하는 것으로 파악해야 한다.

    Ⅴ. 결  론

    하도급법은 민사특별법이면서 행정법으로서의 성격도 가지고 있다. 하도급법

    해석의 어려움은 상당부분 여기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하도급법에 규정된 지급

    명령은 민사소송을 보완하여 수급사업자를 신속하게 구제하기 위한 것인 동시에

    하도급법상 의무사항과 금지사항의 이행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이다.

    하도급법 제25조 제1항은 일본 하청법과 달리 법 제4조 즉, 부당한 하도급대

    금 결정의 경우에도 지급명령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계약자유의 원칙

    에 관여하는 측면이 있으나 헌법상 과잉금지 원칙에 위반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법 제4조 제2항 각 호의 간주규정 행위 유형별로 정당한 하도급대금을 산

    정하는 기준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 입법론으로는 하도급대금을 정당하게 다시

    결정하라는 시정명령의 근거 규정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최근 선고된 대법원 판

    결은 일률적인 단가인하의 경우 종전 단가와의 차이를 지급하라는 시정명령을

    위법하다고 판시하였는데 향후 하도급법 집행에 의미있는 지침을 제공하는 것으

    로 평가할 수 있다.

  • 382 일반논단

    하도급법 제4조 위반에 대한 지급명령의 법적 성질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

    상청구권으로 이해된다. 하도급법 제4조 위반의 경우에는 지연이자를 지급하라

    고 명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이 존재하지 않는데 입법적으로 보완이 필요하다.

    지급명령은 관련 민사판결의 내용에 따라서 그 효력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최근 대법원은 공정위의 지급명령 이후 민사판결이 확정된 경우에도 정당한 금

    액을 초과하는 부분은 위법하다고 판결하였다. 하도급법 위반에 대하여 지급명

    령을 부과할 때에는 원사업자의 상계 항변을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 하도급법상 지급명령의 법적 쟁점 383

    참고문헌

    ▣ 국내문헌

    공정거래위원회, 제조하도급실무편람, 2003

    권오승 외 7, 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