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6 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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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www.pixabay.com 6월 6~8일로 이어지는 3일간의 연휴 막바지입니다. 금요일 하루 더 놀았을 뿐인데도 마음이 다 여유로워집니다. 친구네 집들이도 가고, 몇 달 만에 부모님도 뵙고, 미뤄두었던 영화도 한 편 봤습니다. 청소기도 한 번 돌리고, 쌓아두었던 이불 빨래도 해서 널어두었습니다. OECD가 발표한 ‘2014 더 나은 삶 지수’ 자료에서, 한국인의 삶의 만족도는 36개 국가 중 아래에서 9위를 차지했습니다. 주당 50시간 이 상 일하는 장시간 노동자 비율은 27%로 3위였고, 이렇다보니 당연히 여가와 자기 자신을 위해 쓰는 시간은 26위, 이 두 가지를 합쳐 계산 한 ‘일과 생활의 균형’ 점수는 멕시코, 터키 다음으로 낮았습니다. 이렇게 한국인들이 삶의 만족도가 낮고, 일과 생활이 불균형한 이유 는 아마도 세계 최고 수준의 노동 시간 때문일 겁니다. 일하는 시간은 길고, 매일의 삶은 피곤하고, 인생을 즐기는 시간은 짧으니, 사람들의 삶의 질이 높을 리가 없지요. 노동 시간만이 문제가 아닙니다. 노동 강도와 노동시간의 배치, 노동 시간의 남녀 차이와 차별, 비정규직과 불안정 노동. 이 모두가 복잡하 게 얽혀 있습니다. ‘노동시간이 길면, 시간제 노동을 하라’는 고식적인 처방을 거부하고, 이 복잡한 문제를 함께 들여다보며 우리가 노동시간 의 주인이 되고, 내 삶의 주인이 되는 여정을 시작하자고, 연휴 마지막 날 아쉬운 오후에 생각해봅니다. 일터 독자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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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 2014 6 일터

출처 : www.pixabay.com

6월 6~8일로 이어지는 3일간의 연휴 막바지입니다. 금요일 하루 더

놀았을 뿐인데도 마음이 다 여유로워집니다. 친구네 집들이도 가고, 몇

달 만에 부모님도 뵙고, 미뤄두었던 영화도 한 편 봤습니다. 청소기도

한 번 돌리고, 쌓아두었던 이불 빨래도 해서 널어두었습니다.

OECD가 발표한 ‘2014 더 나은 삶 지수’ 자료에서, 한국인의 삶의

만족도는 36개 국가 중 아래에서 9위를 차지했습니다. 주당 50시간 이

상 일하는 장시간 노동자 비율은 27%로 3위였고, 이렇다보니 당연히

여가와 자기 자신을 위해 쓰는 시간은 26위, 이 두 가지를 합쳐 계산

한 ‘일과 생활의 균형’ 점수는 멕시코, 터키 다음으로 낮았습니다.

이렇게 한국인들이 삶의 만족도가 낮고, 일과 생활이 불균형한 이유

는 아마도 세계 최고 수준의 노동 시간 때문일 겁니다. 일하는 시간은

길고, 매일의 삶은 피곤하고, 인생을 즐기는 시간은 짧으니, 사람들의

삶의 질이 높을 리가 없지요.

노동 시간만이 문제가 아닙니다. 노동 강도와 노동시간의 배치, 노동

시간의 남녀 차이와 차별, 비정규직과 불안정 노동. 이 모두가 복잡하

게 얽혀 있습니다. ‘노동시간이 길면, 시간제 노동을 하라’는 고식적인

처방을 거부하고, 이 복잡한 문제를 함께 들여다보며 우리가 노동시간

의 주인이 되고, 내 삶의 주인이 되는 여정을 시작하자고, 연휴 마지막

날 아쉬운 오후에 생각해봅니다. 일터

독 자 에 게 …

Page 2: 2014 6 일터

2 ․ 통권 125 2014.6

22 특집

1. 노동시간센터(준) 기획연재를 시작하며

2. 한국 노동자의 노동, 그리고 시간

3. 저는 이런 ‘시간’을 원해요

노동시간은 개인과 가족 그리고 일터의 안과 밖을 넘나들며 노동자들의 삶을 규정한다. 장시간 노동,

노동강도, 심야노동, 여성노동과 가족, 비정규직과 불안정 노동과 같은 노동시간의 여러 측면들이 얼마

나 중요한 문제이며, 어떻게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지 드러내고자 한다.

03 뉴스 삼성전자서비스 하청 노동자의 죽음 그리고 경찰의 강제 시신탈취 外 l 장영우

06 지금 지역에서는 단결하는 노동자는 패배하지 않는다 l 재현

08 A-Z까지 다양한 노동 이야기 나는 뮤지컬 노동자다 l 정하나

12 현장의 목소리 다음 생에는 버스기사가 대우받는 곳에서 태어나겠습니다 l 재현

15 연구소 리포트 2013년 두원정공 근골격계 유해요인 조사 연구(1) l 푸우씨

21 사진으로 보는 세상 일 그리고 쉼 l 사진 / 글 김세은

32직업환경의학의사가 만난

노동자건강이야기대행의사가 건강(?)한 노동자를 만나는 방식 l 류현철

34 기획 작업중지권의 현재(2) l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 조합원 안규백

38 문화읽기 우리의 집회 문화를 되돌아보자 l 김정수

40 유노무사의 상담일기 도시철도 기관사의 직업성 정신질환과 자살 l 노무법인 필 유상철

42 일터 다시보기 작업중지권과 노동자의 주인의식 l 윤성호

44 이러쿵저러쿵 아날로그 시대가 때론 그립다 l 김재천

46 입장 삼성과의 2차 교섭에 대한 반올림의 입장

48 퀴즈 가로세로 퀴즈로 본 일터

Page 3: 2014 6 일터

l일터l ․ 3

출처 : 민중의 소리

삼성전자서비스 하청 노동자의 죽음

그리고 경찰의 강제 시신탈취

삼성전자서비스 하청 노동자가 또다시 스스

로 목숨을 끊는 일이 벌어졌다. 삼성전사서비

스지회 설립 이후 칠곡센터의 임현우(33) 조합

원이 과로로 목숨을 잃고, 천안센터 최종범(33)

조합원이 노조탄압에 항거해 자결한 것에 이어

세 번째 죽음이다. 염호석(34) 조합원는 지난

5월 17일 강원도 정동진 근처 도로에 세워져

있던 자동차 안에서 유서 한 장을 남기고 생을

마감하였다. 유서에는 삼성전자서비스지회 투

쟁을 위해 목숨을 바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

다.

염호석 조합원은 2010년 삼성전자서비스 양

산센터에 입사, 2013년 노동조합에 가입해 분

회장으로 활동해왔다. 그는 삼성전자 자회사인

삼성전자서비스와 계약을 맺고 있는 협력업체

직원이었다. 삼성전자서비스는 160여 곳의 도

급업체에 이 업무를 외주화했다. 이 도급업체

들은 다시 1만여 명을 비정규직으로 고용해 건

당 수수료를 주면서 노동착취를 자행해왔다.

염호석 조합원은 올해 3월에는 70여만 원, 4월

에는 41만 원이라는 상식이하의 임금을 받고

있었다.

염호석 조합원 사망은 또 다른 문제로 번졌다

서울의료원 강남분원 장례식장에 경찰 약

250여 명이 5월 18일 오후 6시경 난입, 동료들

의 강한 저지에도 시신을 탈취한 충격적인 사

건이 벌어진 것이다. 이렇게 경찰이 강제로 주

검을 빼앗아 가는 일은 1991년 한진중공업 해

고노동자 박창수 씨 주검 탈취 사건 이후 20

여년 만이다. 전날 저녁 노조와 부친은 강릉에

서, 모친은 이날 오전 서울의료원에서 장례 절

차 위임장을 작성했으며 시신을 고인의 거주지

인 부산 양산이 아닌 서울의료원에 안치했다.

이는 염호석 조합원은 유서를 통해 "저 하나

로 지회의 승리를 기원합니다. 저의 시신을 발

견하면 우리 지회가 승리할 때까지 안치해주십

시오. 지회가 승리하는 그 날 화장하여 이곳에

뿌려주세요"라는 뜻을 남긴 데 따른 것이었다.

그러나 고인의 부친이 애초 노동조합장으로 치

르기로 했던 장례를 가족장으로 지내기로 마음

을 바꿨고, 그 결과 시신 탈취가 벌어졌다는

게 노조의 판단이다. 또 노조는 이런 심경 변

화의 배경에는 삼성전자 측의 개입이 있다고

본다. 강남 경찰서 측은 "유족이 6시 15분께

금속노조가 시신 운구를 막고 있다며 112로 신

고가 접수돼 출동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찰

은 최루액을 사용한 끝에 8시께 노조 조합원들

의 저지를 뚫고 염호석 조합원의 주검을 확보,

서울의료원을 빠져나갔다. 이 과정에서 라두식

Page 4: 2014 6 일터

4 ․ 통권 125 2014.6

출처 : 노동자 연대

수석부지회장 등 조합원 18명을 비롯한 총 24

명이 경찰에 연행됐다. 이에 금속노조 삼성전

자서비스지회는 전면파업을 선언하고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 앞에서 노숙 농성을 벌이고 있

다.

산재 은폐한 현대중공업,

5년간 보험료 955억 할인받아

현대중공업에서 산재 사고를 은폐한 사실이

잇따라 적발되고 있으나 정작 회사는 지난 5년

간 1,000억 원에 가까운 산재보험료를 할인받

은 것으로 나타났다. 은수미 의원은 근로복지

공단에서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09년부

터 지난해까지 현대중공업의 보험료 할인 총액

이 955억 7327만 원이라고 20일 밝혔다. 울산

사업장의 2008년 산재보험료는 산재보험요율

50%인 615억 원이었지만, 2013년엔 절반 이상

줄어든 17% 302억 원으로 줄었다. 산재보험료

율은 정해진 업종별로 요율에서 개별사업장 단

위의 개별실적요율을 적용하면서 발생한다. 그

런데 ‘강선건조 및 수리’ 업종인 울산 사업장의

경우 2008년 615억 원이던 보험료가 2013년

302억 원으로 절반 이상 줄어들었다. 보험료율

이 종전 50%에서 17%로 줄어든 것이다.

은수미 의원실은 이에 대해 “현대중공업 산

재 은폐가 ‘강선건조 및 수리업’ 업종 요율 축

소에도 영향을 주었으리라 추정된다”고 밝혔

다. 이렇게 현대중공업이 많은 보험료를 할인

받게 된 것은 표면적으로 산업재해 건수가 줄

어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대중공업은 위험

한 작업을 외주화하거나 산재를 은폐해 경제적

이익까지 취했다는 게 은 의원의 주장이다.

울산지역 노동단체

산재 은폐 기업 현대중공업 고발해

현대중공업에서는 최근 두 달 새 산재로 모

두 5명이 사망했고 계열사를 포함하면 사망자

수는 8명에 이른다. 금속노조 현대중공업 사내

하청지회는 지난해 울산 동구 지역 정형외과를

방문 조사해 106건의 산재 은폐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은 의원은 “지회가 이 중 40건을 고용

노동부에 집단 진정했다”며 “노동부에 확인해보

니 지난해 9월 현재 조사 종결된 13건 중 11

건이 실제 산재가 은폐된 것으로 결론 났다”고

밝혔다. 현대중공업은 1999년 10건의 산재 은

폐가 적발돼 안전경영 대상 시상이 취소된 적

도 있다.

한편 울산지역 노동단체들이 현대중공업의

산재은폐 의혹을 제기하며 집단고발에 나섰다.

이들 단체는 고발장 접수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의 사망사고 대부분은 가장 기본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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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일터l ․ 5

인 안전조치가 이뤄지지 않아 발생한 중대재해

였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에 빈번하게 발생하

는 중대재해 이면에는 현대중공업의 고질적인

산재은폐가 자리 잡고 있다"라며 "사고 원인이

규명되고 현장이 개선되는 것이 아니라, 사고

를 은폐함으로써 유사한 사고가 계속 재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현대중공업의 산재

은폐행위 중단과 고용노동부의 철저한 조사를

촉구했다.

백혈병 잠복기보다

근무기간 짧아도 산재인정

5월 30일 대법원 3부는 대우조선해양에서

근무하다 백혈병에 걸린 김모 씨가 근로복지공

단을 상대로 낸 요양불승인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

는 김씨가 급성림프구성 백혈병에 걸린 것과

업무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했

다. 1년이 채 안 되는 기간 벤젠 등 유해물질

에 노출돼 질병이 발생한 노동자에 대해 대법

원이 업무상 재해를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

이다.

2003년 5월 입사 후 김 씨는 9개월 여 동안

롤러나 브러시에 도료를 묻혀 칠하는 일을 했

었다. 당시 김 씨는 평일에는 거의 날마다 1∼

4시간씩 연장근무를 했고 한 달에 두 번은 휴

일근무도 했다. 그러다 이듬해 2월 김 씨는 급

성 림프구성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이후 김

씨는 2008년 2월 근로복지공단에 회사에서 도

장작업을 하면서 발암물질인 벤젠, 톨루엔이

포함된 혼합유기용제에 장기간 노출돼 병을 얻

었다며 요양신청을 했었다. 2010년 12월 근로

복지공단은 근무기간이 백혈병 잠복기(2∼5년)

보다 짧으므로 업무상 재해로 인정할 수 없다

고 결정했다. 이후 1심 법원도 같은 취지의 판

결을 내렸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건조 중인 선박 내

의 밀폐된 공간에서 작업하는 경우가 빈번했고

1997년 전까지는 사업장 내 벤젠 농도가 허용

치보다 높은 경우가 많았으며 벤젠이 호흡기로

뿐만 아니라 피부에 흡수되기 쉬우므로 짧은

기간 근무했다 하더라도 벤젠에 상당히 노출됐

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또한, 재판부는

같은 병이 최소 아홉 달 만에 발병한 사례가

있는 점, 김씨가 업무 기간은 짧지만 장시간

노동을 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업무상 재해

로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고 대법도 이와 다

르지 않은 판결을 내렸다. 일터

정리 : 장영우 선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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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두원정공지회

단결하는 노동자는 패배하지 않는다

재현 선전위원

지난 2월 두원정공에서 지회장을 해고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회사 측이 1월에

지급하기로 했던 연월차 수당을 지급하지 않은 것이 발단이었다. 이에 지회는 특근을

거부하면서 사측에 대응했고, 회사는 명령 불복종을 이유로 지회장 포함 임원 4명을 징

계위에 회부했다. 징계 결과 지회장이 해고당했다.

이후 회사는 임·단협 교섭을 앞두고 총 45개조로 제출하면서 또 한 번 노동조합을 자

극했다. 사측이 제출한 단협 안은 정리해고 계획과 비정규직 채용 등 그동안 지회에서

지켜냈던 것을 모조리 뒤집는 안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사측은 단협 안을 통해 현

장실천단 활동과 주치의 제도 등 노동안전 관련 단체 협약안을 삭제했다. 사실상 선전

포고와 다름없는 안을 제출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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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일터l ․ 7

지회는 이번 단협 개악 안이 지난 2012년 직장폐쇄를 시도했던 것과 맥이 닿아 있다

고 판단하고 있다. 사장은 노동조합이 파업하면 바로 직장폐쇄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조합원들은 이후 투쟁을 대비하고 있다. 그리하여 전 조합원이 올해 1인당 50만 원씩

투쟁기금을 냈고, 해고된 지회장의 신분보장기금으로 전체 조합원이 매달 2만 원 납부

를 결의했다. 또한, 현재 조합원 중심으로 90일 넘게 매일 아침 출근투쟁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조합원뿐만 아니라 조합원의 동문들도 함께 아침 출근투쟁에 함께하면

서 현장 활동에 큰 활력이 되고 있다.

한편 해고를 하려면 2달 안에 개인에게 통보해야 한다는 단협에 따라 4월 25일 회사

로부터 징계를 받은 지회장의 해고효력일은 6월 20일이다. 현재 지회는 평택법원에 해

고효력정치 가처분 신청을 낸 상태고, 이후 해고무효소송까지 준비하고 있다. 사측은 이

소송에 우리나라 2대 법무법인인 ‘광장’과 변호사 계약을 맺었다고 한다.

지회장 해고에 이어 상집 간부를 징계위에 회부하는 등 사측이 지속해서 노동조합을

도발하고 있는 가운데, 지회는 현재 내부적으로 비상투쟁체계로 전환하고 숨 가쁘게 투

쟁을 준비하고 있다. 그리고 지회는 최근 금속노조 지부와 중앙에 조기 조정신청 승인

을 요청했다. 이후 어떤 상황이 일어날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른 시일 안에 쟁

의권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사측의 단협 안에 임금에 관련된 내용이 없으므로

조기 조정신청을 통해 지회에서 임금을 포함한 교섭을 진행할 수 있도록 금속노조에 요

청한 것이다.

올해 두원정공 16대 지회는 초심으로 돌아가서 현장 활동을 다시 복원해보자는 취지

로 한국노총에서 민주노조로 전환했던 당시 집행부 동지들이 다시 집행부를 구성했다.

회사는 지회의 힘을 견제하고자 지회장을 해고하고 언제든지 직장폐쇄를 할 수 있다고

도발하고 있다. 그러나 언제나 그랬듯 현장 조합원들과 함께 소통하고 토론하면서, 지회

가 항상 강조하는 ‘단결하는 노동자는 패배하지 않는다’는 말처럼 이번 위기를 투쟁으로

돌파하길 바란다. 건투를 빈다. 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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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 통권 125 2014.6

열아홉 번째 이야기

나는 뮤지컬 노동자다15년 베테랑 뮤지컬 배우 전준성 님 인터뷰

정하나 선전위원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일은 늘 즐겁다. 인터뷰를 빌미로 상대방의 생활에 대해 이것저것

‘꼬치꼬치’ 캐묻다 보면 이전에 알지 못했던 ‘세계’를 만나는 게 재미있다. 이번 만남은 더 설

레었다. 내 일상에서는 도통 만나지지 않을 만한 ‘예술계’ 인사, 그것도 ‘뮤지컬 배우’를 만나

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배우의 질문, “이렇게 인터뷰하러 많이 다니세요?”

자리에 앉자 오늘의 주인공, 배우 전준성 씨는 도리어 질문을 던져왔다. “이런 일 하시면,

다양한 직업 가진 분들이랑 인터뷰 자주 하시겠네요?” 일반인의 ‘발성’과는 좀 다른, 약간은

부러워하는 목소리. 배우로서 늘 다른 사람의 삶을 탐구하고 연기로 담아내야 하는 그로서는

당연한 관심이었으리라.

문득, 탤런트 김혜자 씨가 쓴 책의 한 구절이 떠올랐다. ‘나는 정말 슬퍼서 오열할 때도

어느 순간엔 울고 있는 나 자신을 관찰한다. 우는 씬(scene)을 연기할 때를 위해.’ 타인의 삶

을 표현하기 위해 자기 자신까지도 관찰하는 배우들, 그들의 일상을 준성 씨의 삶을 꼬치꼬

치 캐물으며 들어보았다.

배우의 하루, 그의 시계는 느지막이 돌아간다

“지금 이 시간대는 사실 평소 저한테는 이른 아침 정도 되는 시간이에요. 공연이 보통 평

일 저녁 8시쯤 시작하잖아요. 대충 2시간 30분에서 3시간 정도 공연하고 집에 들어오면 새

벽 1~2시죠. 배고프니 잠깐 요기할 때도 있고, 바로 씻고 자기도 하고. 어쨌든 공연 시작하

면 이런 패턴이 되기 때문에 낮 12~1시는 저한테는 아침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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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일터l ․ 9

▲ <레미제라블>에서 ‘미리엘 주교’로 분한 배우 전준성

점심시간에 만나서 같이 식사하던 중, ‘오늘 처음 식사라 밥이 많이 안 들어간다’며 숟가락

을 나보다 먼저 놓던 그의 변이다. 좀 미안해졌다. 이 인터뷰에 응하느라 평소보다 두어 시

간은 일찍 ‘하루’를 시작했을 그였다. 다행히 바로 전 작품인 서편제 이후, 다음 공연연습 들

어가기 전까지 몇 주간 휴지기를 갖고 있기에 망정이었다.

“문화공연이 월요일에는 쉬는 경우가 많잖아요. 뮤지컬의 경우도 그런데, 화요일부터 금요

일까지는 1회씩, 그리고 관객이 많은 주말에는 2회 공연을 합니다. 주 6일 동안 무대에는 8

회 정도 서는 거죠. 요즘엔 티켓파워를 의식해, 아이돌 연예인들을 주․조연급에 더블캐스팅하

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 이들 빼고, 규모가 작은 배역을 맡은 사람들은 대부분 8회 공연에

모두 출연합니다. 공연 시작 4시간 전 정도에 모여서 몸도 풀고 의상 확인하고 분장하고 그

래요.”

막간의 휴식을 즐기는 요즘, 준성 씨는 친구들과 함께 마련한 개인 연습실에서 혼자 연습

도 하고 뮤지컬배우 지망생들에게 1:1 연기지도를 하며 하루를 보낸다. 다시 새 작품 연습

들어가면 10시부터 6시까지, 중소규모 창작공연의 경우 아침 10시부터 밤 10시까지, 꼬박 비

지땀을 흘리며 연습실 붙박이로 돌아가야 할 테지만 말이다.

배우의 자세, ‘몰입’ 준비하기

가장 최근 출연한 작품을 물어봤다. <레미제라블>과 <명성황후> 그리고 <서편제>까지, 관

람권 비용 부담 때문에 평소 뮤지컬을 즐겨 보지 못하는 나도 다 알만한 작품들이었다.

“이제까지 출연한 작품 중 가장 애착이 큰 건

<레미제라블>이에요. 몸은 너무 힘들었어요. 10

개월 동안 전국을 다니는 장기공연이기도 했지

만, 주인공 ‘장발장’이랑 평생 그를 쫓는 ‘자베르

경사’ 역을 맡은 주․조연 빼고는 모두 10~15개씩

배역을 맡았거든요.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한

번 시작하면 3시간 동안 잠깐도 쉴 틈 없이 계

속 왔다 갔다 무대에 올라가야 한다는 겁니다.

연습 때도 잠깐 앉아 있을 틈이 없어요. 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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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 통권 125 2014.6

▲ 열정페이 계산법

도망자인 장발장에게 은촛대 주는 ‘미리엘 주교’라는 꽤 큰 역을 맡았는데, 그거 외에도 10개

의 다른 역할을 연기해야 했죠. 갈아입어야 하는 옷만 해도 20벌 정도였으니 얼마나 바빴는

지 아시겠죠? 하지만 이때만큼 배우들 ‘앙상블’이 좋았던 적도 없었던 것 같아요. 10개월 장

기공연이라 거의 한해를 같이 보낸 덕도 크지만, 한 회 공연으로만 따져도 무대에서 함께

호흡을 맞추는 빈도가 훨씬 높으니 더 그랬겠죠.”

그는 <레미제라블>이라는 작품에 임하기 전 미리엘 신부, 아베세 단원(극 중 혁명을 계획

하는 청년모임의 일원), 거지, 일반 군중 등 수많은 역할을 잘 소화하기 위해 ‘사전 연구’를

많이 했다고 한다. 처음에는 「장발장」이란 한 권짜리 책에서 시작해, 빅토르 위고 원작

「레미제라블」을 독파했고, 더 나아가 작품이 쓰인 시대상을 이해하기 위해 프랑스 혁명사

에 대한 책과 영상물을 독파했다.

“공부하면 할수록 현재 한국 상황이랑 겹치는 부분이 많았어요. 게다가 공연시기가 대선

때랑 맞물리기도 했잖아요. 마침 선거 날이 대구 공연이었는데요. 아시잖아요, 경상도 쪽 특

히 TK권이 저쪽 성향이 강한 거. (웃음) 숙소에서 개표방송 보며 엄청나게 속상해하고, 바로

다음날 대구 관객들 앞에서 공연하려니 참! 그날은 거의 ‘분노의 공연’을 했지요. ‘들리는가,

민중의 노래(원제: Do you hear the people sing)’, 그 노래 할 때는 관객들을 꾸짖다시피

불렀어요. 원래 그러면 안 되는데.”

15년간 연기를 해왔지만 한 번도 공연이 끝나고 울거나 역할에서 빠져나오는 게 힘들었던

적이 없었는데, 유일하게 레미제라블 마지막 공연 날에는 그렇게 눈물을 쏟았다고 했다. 함

께 출연했던 동료들도 본명보다 당시 맡았던 역 이름으로 기억된다고. 작품 역할과 자신을

최대한 일치시키는 ‘메소드’ 연기의 깊이, 그리고 무대에서의 협업을 통해 느끼는 ‘앙상블’의

느낌, 일반인으로서는 전혀 공감할 수 없

는 순간들이다. 그러나 그의 작품에 대한

열정이 얼마나 컸는지, 그리고 10개월이란

장기간 동안 그 열정을 유지하기 위해 얼

마나 애를 써서 준비했을지에 대해서는 어

렴풋하게 짐작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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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일터l ․ 11

뮤지컬 배우로 먹고살기

준성 씨는 스타 배우는 아닐지라도 지금까지 끊이지 않고 작품을 하며 뮤지컬 배우의 이

름을 지켜 온, 이제 슬슬 중견급으로 불릴 정도가 되었다. 뮤지컬 산업이 최근 2~3년간 2천

5백억 원대의 시장규모로 성장했지만, 배우 개인에게 있어서는 여전히 데뷔까지 좁은 관문과

실력에 대한 냉정한 평가를 감내해야 하는 이 업계에서 그가 ‘뮤지컬 배우’로서 자기 입지를

확실히 다지고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저는 배우로서 작품만으로 밥 벌어 먹고살 수 있어요. 근데 그게 ‘뮤지컬’ 배우이기 때문

일 겁니다. 같은 공연 예술이더라도 연극판은 정말 열악해요. 뮤지컬은 1970년대 현재와 같

은 공연형태와 시스템이 갖춰진 이후 계속 성장하고 있거든요. 제가 39살인데, 일반회사 다

니는 분들 이 정도 나이 되면 과장급 정도 되는 것 같더라고요? 그 정도 수입은 되는 것 같

습니다. 물론 작품 계약이 끊이지 않아야 하겠지만요.”

데뷔했을 때만 해도 연습시간이나 공연 횟수에 상관없이 작품 하나마다 출연료 계약을 했

었지만, 이제 15년의 연기경력을 인정받아 출연료도 ‘회당 얼마’로 계약한다고 한다.

“지금도 여전히 경력 없는 배우에겐 출연 자체가 큰 기회이기 때문에, 노력하고 일한 만큼

절대 다 보상받지 못하죠. 혹시 ‘열정페이 계산법’이라고 들어보셨나요? 워낙 경쟁이 치열하

고, 무대에 설 기회는 한정되어 있으니, 내 생활에 필요한 만큼이 채워지지 않더라도 일단

무대에 서는 것을 택하게 되는 거죠, 자연스럽게. 작품이 끊기거나 계속 적은 임금만 받고는

생활할 수 없으니 10년 동안 하던 뮤지컬 접은 친구들도 주위에 꽤 있습니다.”

인터뷰를 마칠 때쯤, 준성 씨는 며칠 전 그의 아내와 나눈 이야기를 해주었다. 아내가 자

신을 부를 때 장난스레, “어이, 뮤지컬 배우!” 했는데, 준성 씨는 거기에 자못 진지한 표정으

로 “나 뮤지컬 노동자야.” 라고 답했다고 한다. 뮤지컬 배우 아니 예술가 전준성 씨에게 ‘노

동’은 어떤 의미일까? 여러 말보다 이 한 문장으로 그가 뮤지컬 연기로 뿜어내는 노동이 설

명될 것 같다.

“나의 예술은 무대가 아니어도 계속될 것입니다.” 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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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 통권 125 2014.6

다음 생에는 버스기사가

대우받는 곳에서 태어나겠습니다열사의 염원을 실현하기 위해 투쟁하는 신성여객지회 오동석 조합원

재현 선전위원

지난 4월 30일 노동절을 하루 앞두고 ‘사측의 농간에 놀아나지 말고 또다시 나 같은 억울한

일이 없도록 투쟁해달라’는 메시지를 남기고 자결을 시도한 진기승 조합원. 그가 6월 2일 밤 9

시경 우리 곁을 떠났다. 2012년 11월 부당해고 이후 힘든 생활고에서도 투쟁을 멈추지 않았던

그가 왜 우리에게 이와 같은 메시지를 남겼을까? 이유를 듣기 위해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

북지역버스지부 신성여객지회에서 그와 동고동락을 함께했던 오동석 조합원을 만났다.

진기승 조합원이 이렇게 마음 아픈 결정을 내린 이유가 무엇인가?

기승이랑 같이 지회 조합원 8명 정도가 모임을 하나 하고 있는데 죽기 이틀 전 편의점 앞에서

이런 말을 했다. 관리자 놈들한테 농간당하고 이용당한 것 같다고 억울해서 죽겠다고.

관리자 중 하나인 영업부장은 올해 2월 말 생활고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진기승 조합원에게

월급 250만 원을 챙겨줄 테니 민주노조를 탈퇴하고 회사 관리자로 들어오라고 회유했다. 대신,

다시 회사 들어오고 싶으면 회장에게 가서 무릎 꿇고 빌라고 했고 두 번 무릎을 꿇었다고 한

다. 진기승 조합원은 가족의 생계를 위해 자존심까지 다 버렸다.

회사가 약속을 어겼다. 이후 몇 날 며칠을 힘들어하다 4월 15일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만나보

고 마음의 결정을 해야겠다고 하라고 했다. 그러고 나서 이제 마음 다 정리하고 행정법원 판결

결과 기다리면서 끝까지 싸우겠다고 했는데 결국, 행정법원 판결을 10시간 앞두고 이렇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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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기승 조합원이 상당히 힘든 시간을 보냈을 것 같다

노조에서 생계비 50만 원 주는 걸로는 고3, 고1 애들 키우기엔 턱도 없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조끼 벗겠다고 했고, 조합에서 생계를 보장해줄 수 있는 것도 아니니 서로 미안해했다. 그리고 또

하나 기승이가 한 부모 가정이라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 해서 애들 생계 때문에 합의 이혼

을 했다. 그리고 4월 30일 그즈음 정부에서 집으로 실사가 나온다 해서, 자기 짐을 모조리 빼야

했는데 그마저도 옮길 공간이 마땅치 않아서 굉장히 힘들어했다.

그래도 이렇게까지 어려운 길을 가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을 것 같은데

그날 오전만 해도 사무실에 와서 평소와 다름없이 얘기도 나누고, 친구랑 전화 통화를 하더니

점심 먹기로 했다고 나갔었다가 그날 저녁 소식을 들었다. 누구한테 내색도 못 하고. 회사에 대한

부당함이 머릿속에 떠나지를 않으니까 회사를 믿지 말라는 그런 유언을 남기고 더는 회사를 이렇

게 둬서는 안 되겠다 생각했는지 그 길을 선택한 것 같다.

함께 동고동락 하던 동료였는데 마음이

아주 아프겠다

요즘은 잠도 잘 안 오고 마음도 안 좋다.

나쁜 생각이 들까 봐 겁이 나서 술도 못 먹

는다. 나뿐만 아니라 전 조합원들 마음에 상

처가 크다. 기승이는 우리도 못하는 일을 항

상 앞에 나서서 했던 사람이었다. 나는 오래

일했어도 노동조합 활동은 꿈도 못 꿨는데

기승이는 입사한 지 1년 만에, 그것도 야물

게 하고 10년 넘게 차이 나는 동생인데 배울

게 많은 동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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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 통권 125 2014.6

지회는 진 조합의 자결 시도 이후 5월 6일부터 차고지 앞에 전 조합원이 무릎을 꿇고 승차

거부투쟁을 전개했다.

특별히 무릎을 꿇고 승무거부를 한 이유가 있나?

기승이를 지켜주지 못한 미안한 마음과 한국노총도 함께 해달라는 의미를 담고자 무릎을 꿇었

다. 승무거부 투쟁을 19일까지 진행했고, 싸움이 길어지면서 조합원들의 생계도 힘든 터라 지금은

간부를 제외한 평조합원들은 현장에 복귀해서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조합원들의 간절한 마음이 전달된 걸까? 한국노총도 조합원 찬반 투표를 통해 7, 8일 이틀간

승무거부투쟁에 함께했다. 한편 지회는 19일까지 승무거부투쟁을 진행하면서 싸움이 장기화됨

에 따라 조합원들의 생계를 무시할 수 없었기에, 조합원은 현장으로 복귀했고 간부들은 승무거

부를 계속 진행하고 있다. 한편 9일부터 매일 오후 4시 전주 도심에서 3보1배는 일을 쉬는 조

합원과 간부들이 매일같이 진행하고 있었다.

현재 사측과 시의 반응은 어떤가?

민주노총이랑 전북시민사회대책위가 5월 7일 7대 요구 사항1)을 정리해서 시에 전달했다. 사실

노동조합은 기승이 자결 전부터 언제든 이런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고 매번 경고했다. 그럼에도

시는 부당해고와 계속되는 임금 체불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회는 이번 요구사항 중 다른 건 몰라도 진기승 조합원을 농락한 중간 관리자 3명은 반드

시 퇴출하게 시키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전주시는 14일 여객운수사업법에 따라 관리 감독을 강

화하고, 부실경영에 대해 경영개선 대책을 버스사업주에게 요구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제출

했다.

현재 전주 5개 시내버스 회사는 2013년 대중교통 시책평가에서 전국 최하위일 정도로 대중

1) △살인적인 노동탄압 사업주 처벌 △부실경영 신성여객 사업권 환수 △버스현장 관리감독 강화 및 재발방지 대책 마련 △버스현장의 모든 징계 철회 및 해고자 전원 복직 △진정성 있는 사과 △피해자에 대한 명예회복과 피해 보상 △신성여객 중간 관리자 3인 퇴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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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 현황이 열악하다. 그 결과 시내버스 이용자가 매해 줄면서, 버스회사 재정도 악화되어, 4

개의 회사가 빚더미에 올라있다. 한편 이렇게 막대한 세금이 들어가는데도 시는 보조금이 어디

에 어떻게 사용되는지 알지 못한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빚더미에 올라있는 버스 회사들이 적

자가 늘어날수록 적반하장으로 더 많은 보조금을 시에 요구하고,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으면 버

스를 운행하지 않겠다는 협박마저 서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게 어떻게 가능한가?

고향 선후배, 형님 아우 하는 지역에서 오래된 세력들이 운영하니까 무서운 게 없다. 도지사나

시장도 매번 민주당 놈들이고 뒤를 다 봐주니까. 그러니까 힘없는 조합원들만 짓밟는 거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우리 목적이 승무거부는 아니지 않겠나. 그런데 우리가 이렇게까지 하는 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그런 거다. 그 목적이라 하면 버스 공영제 빨리하고, 노조탄압 문제 해결하고 관리자 3명

은 꼭 처벌하는 거다. 개인적인 심경으로는 다른 건 몰라도 기승이가 억울한 선택을 하게 만든

관리자 3명은 꼭 몰아낼 거다. 그리고 빨리 한명자 회장이 옆에서 감언이설 하는 관리자들 말만

듣지 말고 제대로 정신 차리고 노동조합이랑 협의해서, 회사가 정상화되었으면 좋겠다.

누구보다 강직했고 앞장서서 동료 조합원들의 모범이 되었던, 다음 생에는 버스 기사가 대우

받는 곳에서 태어나겠다고 한 진기승 열사의 염원이 지금, 여기 구현될 수 있도록 모두가 다시

힘을 내야 할 때다. 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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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 통권 125 2014.6

2013년 두원정공 근골격계 유해요인

조사 연구 (1)

푸우씨 집행위원장

1.연구의 배경은?

2002년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를 진행한 후 10여 년을 경과한 두원정공은 자동차 부품

인 디젤 기관용 연료분사장치 등을 제조하여 현대, 기아 완성차에 납품하는 곳이다.

1997년 IMF 경제 위기 이후 사측의 구조조정은 다수의 노동자에게 근골격계 직업병을

집단적으로 발생시켰다. 이에 두원정공 지회는 2003년 근골격계질환 집단 산재요양을 시

작으로 2004년, 2007년, 2010년 3년마다 유해요인조사를 진행하며 노동자들의 참여와 요

구를 바탕으로 한 현장 개선 노력을 지속해왔다. 2013년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는, 2002

년 최초 유해요인조사 실시로부터 10여년이 경과한 시점에서, 현장 개선을 꾸준히 진행

해 온 현실을 반영하고, 작업자의 건강상태, 노동환경의 변화를 주되게 살펴보고자 하였

다.

2.연구의 목적 및 연구 과제는?

2013년 유해요인 조사를 진행하는 데 있어, 지회와 실천단 운영위(단장, 부단장, 공장

별 실천단대표), 연구진이 함께 구성한 기획단에서는 조합원의 평균연령이 10년 전에 비

교하여 훌쩍 높아진 조건과 10년 전부터 현재까지 근골격계 산재요양자들의 숫자가 꾸준

히 늘어나 1/3에 가까운 인원이 산재요양의 경험을 가진 현실, 그리고 이제는 10년 전

산재요양을 나갔던 동지들이 다시 산재요양 신청을 하고 있다는 상황이라는 점에 주목했

다. 또한 조사에 참여한 실천단원들의 산업안전보건위원회의 참여가 예정된 상태로, 조사

에서 도출된 개선 과제의 실행이 담보될 수 있는 체계를 사전에 마련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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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1) 2003년 집단요양 이후 꾸준히 발생하고 있는 근골격계 산재환자의 치료

현황과 요양과정, 요양 후 복귀과정을 평가하고 2) 기존에 수행했던 작업자세와 노동강도

를 작업자 스스로 평가하는 ‘주관적 근골격계 작업 위험도 평가(실천단이 주도하는 부서

별, 라인별 간담회에 참여한 작업자들이 자신의 공정에 대한 생각을 각 문항에 대해 기

입하는 방식으로 수행)’와 ‘인간공학적 평가’ 등을 조사해보고자 하였다.

3.연구 조사 과정은?

급여, 노동시간 등의 노동조건, 근골격계 증상, 직무스트레스, 수면건강 등을 묻는 설문

조사와 함께 2013년 유해요인조사의 방향과 목표가 무엇인지 지회 확대간부, 실천단, 전

조합원 교육을 통해 공유하고 논의하는 과정을 거쳤다. 특히 3년마다 관행적으로 찾아오

는 유해요인조사에 대한 조합원들의 관성화된 인식을 극복하고자 이번 조사는 10년의 과

정을 되돌아보는 과정임을 분명히 하며 조합원들의 참여와 관심을 높이고자 하였다. 또

한, 실천단을 대상으로 ‘산보위란 무엇이며, 어떻게 활동해야 하는가’, ‘현장 조사에 앞서

조합원과의 대화는 어떻게 할 것인가’, ‘인간공학평가’ 등의 교육을 진행하였다.

4.주요 결과는?

1) 근골격계 증상 설문조사 결과

설문 응답자 403명을 분석한 결과, 근골격계 증상이 지난 1년 동안에 1주일 이상 지속

되거나 한 달에 1회 이상 나타나는 경우인 ‘기준1’ 해당자가 330명(81.9%), 이 중 증상

정도가 ‘중간 정도로 심하다’고 답변한 ‘기준2’ 해당자는 229명(56.8), 증상 정도가 심하다

고 답변한 ‘기준3’ 해당자는 100명(24.8%)으로 나타났다. 이를 부서별로 살펴보면 특이한

점이 확인되는데, 노즐제조부 작업자들의 근골격계 증상비율이 가장 높게 나타난 것이다.

이는 예전 조사와는 다른 결과로, 노즐제조 작업자들은 타부서 작업자들보다 휴식시간과

점심시간이 충분하지 않고, 근무중 여유시간도 충분하지 않으며, 시간당 해야 할 일도 과

도하다고 응답했다. 이와는 달리 기왕에 근골격계증상 유병률이 가장 높았던 PE 부서의

경우, 근골격계증상 유병율 증가 경향이 둔화되었는데, 이는 주간연속2교대 도입으로 노

동시간이 가장 많이 줄어든 부서였기 때문으로 분석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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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서 2013 2010기준 1 기준 2 기준 3 기준 1 기준 2 기준 3

PE 제조 109(81.3) 77(57.5) 38(28.4) 100(80.0) 68(54.4) 25(20.0)노즐제조 59(88.1) 42(62.7) 14(20.9) 47(69.1) 32(47.1) 14(20.6)VE 제조 99(82.5) 67(55.8) 31(25.8) 95(74.2) 62 (48.4) 26(20.3)지원부서 61(79.2) 42(54.5) 16(20.8) 60(71.4) 37(44.1) 11(13.1)

< 부서별 근골격계 증상 유병률 (%) >

2) 근골격계질환 산재요양자 실태조사

2003년부터 2013년까지 근골격계질환 산재요양을 경험한 현 재직자 153명 중 142명이

연구에 참여하였고, 사고성 재해, 답변이 부실한 경우를 제외한 132명의 설문 자료를 최

종 분석하였다. 이 중 16명에 대해 심층면접을 수행하였다. 설문조사와 심층 면접을 통

해 요양신청 과정, 산재승인 소요 기간, 요양치료의 내용과 의료서비스 만족도, 요양 중

우울 정도, 요양 중 가족 관계, 요양기간 연장의 경험, 요양 종결 시 회복 정도, 복귀 후

업무 변화 및 동료 관계 등을 알아보았다. 이를 통해서 4가지 주요 문제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1) 위압적인 산재 요양 제도

많은 산재 요양 경험자들은 근골격계질환의 산재 승인율이 낮을 뿐 아니라, 승인이 점

차 더 어려워지고, 요양 기간을 줄이려는 시도도 강화되고 있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노동자들은 아파도 산재 신청을 ‘포기’해버려 산재 신청 자체가 감소하고 공상 처

리나 자비 치료가 늘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 산재 승인이 업무 관련성을 기준으로 결정

되지 않으며, 질환의 중증도나 진단명, 수술 여부, 노동조합과 노동자 본인의 노력 정도

에 따라 승인 여부가 달라진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여기에는 조합원들의 노조에 대한 믿

음이 반영돼 있으나, 동시에 산재요양 결정 과정이 공정하고 합리적이지 않다는 인식도

확인할 수 있었다. 또, 요양 기간과 종결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개별 환자의 상태를 고려

하지 않은 채, 환자와 충분한 의사소통 없이, 진단명이나 수술 여부를 근거로 한 표준화

된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비수술적 치료 도중, 공단에서 요양

기간을 늘리려면 수술이 필요하다고 해서 수술을 하게 된 경우도 있어 요양 기간 표준화

가 오히려 요양비 증가나 요양기간 연장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농후한 것으로 확인되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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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2) 몸 아픈 것보다 더욱 심한 정신적 고통

많은 산재요양 경험자들은 몸이 아파 산재 요양을 나갔지만, 정신적 스트레스가 더 큰

문제였다고 평가했다. 근골격계 산재요양자 중에 ‘날라리 환자’가 섞여 있다는 낙인은 여

전히 널리 형성되어 있다. 이 때문에 동료들에게 눈치가 보여 행동이 제약되므로 요양

기간 시간 대부분을 고립된 채 보내는 것이 대다수 노동자들의 공통된 경험이었다. 요양

기간을 ‘창살 없는 감옥’으로 묘사하거나 ‘복귀해야 편안하다’고 하기도 하였다. 두원정공

처럼 거의 1/3에 해당하는 노동자들이 근골격계질환으로 산재 요양을 다녀왔으며, 집단요

양 투쟁을 통해 라인을 바꿔낸 경험이 있는 사업장에서도 이런 낙인이 팽배해 있다는 사

실에 놀라웠다. 이런 낙인은 심지어 내부에서도 존재하고 있었다. 면담에 참여한 노동자

들은 모두 “나는 나이롱 환자가 아니다”라고 말하면서도 산재요양 경험자 가운데 ‘꾀병’

환자가 포함돼 있다고 표현하기도 하였다. 일부 노동자들은 재요양이 반복되는 노동자에

대해 ‘자기 관리를 못 하기 때문’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또 요양 승인이나 요양 연장

결정을 기다리면서 심한 스트레스를 경험하기도 했고, 요양 중에는 ‘증상이 언제쯤, 얼마

나 좋아질까?’ 하는 불안감도 느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일부 노동자들은 환자임에도 가

족이나 동료에게 가장이나 노동자로서 해야 할 역할을 해내지 못하는 것에 대한 미안함

을 표하기도 했다. 요양종결 시에는 남은 증상과 복귀에 대한 불안감, ‘빨리 나아야 한다

는 압박감’ 등이 스트레스 요인이 되었다. 요양 신청에서부터 종결까지 전 기간 마음 졸

이는 불안한 심리 상황에 놓이고 있었다.

(3) 부실한 치료와 방치되는 산재 노동자

그러나 이런 정신 심리적 스트레스에 노출된 많은 환자가 받은 치료는 ‘회사 물리치료

실이나 다름없는’ 수준이었다. 그들은 하루 1시간 남짓만을 치료에 쓸 뿐, 나머지 시간

대부분은 집에서 혼자 보내게 된다. 요양 기간 의사와의 상담이나 진료는 매우 제한적이

었고, 물리치료와 약물치료 이외에 작업과 관련된 상담, 운동 치료를 받은 경우는 거의

없었다고 진술했다. 이는 설문조사에서도 나타나, 특정한 운동 방법을 가르쳐주거나, 함

께 운동을 도와주는 방식의 운동치료를 받은 경험을 묻는 설문에 17%만이 ‘그렇다’고 답

하였다. 체계적인 치료 프로그램의 부재는 산재 노동자들이 시간 대부분을 집에서 보내

도록 하여 심리적 불안정과 고립감을 강화하기도 하였고, 일부 노동자들은 요양 기간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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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치료가 효과적이지 않다고 느끼고 운동 등 자구책을 개인적으로 찾거나 대체 의학,

민간요법 등 비보험 진료를 받기도 하였다.

의료상의 개입의 부재는 요양 종결 시에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는데, 대부분의 노동자

가 산재 종결은 ‘의사’와 얘기하는 게 아니라 ‘원무팀장’과 얘기해서 결정했다고 한다.

(4) 불안한 종결과 복귀

많은 노동자가 요양 종결 때까지 증상이 충분히 좋아지지 않았다고 답하였다. 노동자

들은 당사자에게 충분한 설명 없이 요양 종결이 결정되고, 공단과 병원 사무장이 복귀

시기 결정을 종용하는 경험을 겪었다고 응답했다. 게다가 복귀 시 복귀업무 적합성에 대

한 체계적인 평가나 업무에 적응하기 위한 작업장 기반 재활 훈련이 없으므로 복귀 이후

에도 증상이 남아 있어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았다. 현재 상태를 묻는 설문조사에서

40명(30.6%)의 노동자들이 요양 전과 유사하거나 오히려 더 나빠졌다고 응답했으며, 완

치되거나 거의 다 좋아졌다는 응답은 17.6%에 불과하였다.

재활 훈련과 업무 적합성 평가, 작업 조정 등이 부족한 채 작업장에 복귀한 경우, 덜

회복된 업무능력과 기대되는 역할 사이의 간극은 주위 동료들의 선의로 메꾸고 있었다.

복귀 후에도 요양 전과 같은 업무에 배치할지, 직무를 변화시킬지에 대한 일관된 판단

기준이 없고, 결정 과정에 당사자가 참여할 수 있는 여지가 적어 복귀 후 갈등과 스트레

스의 원인이 되고 있었다.

* 연구 결과 중 ‘작업자들의 주관적인 근골격계 작업 위험도 평가’와 ‘인간공학평가’,

‘제언’은 7월호 일터에서 이어집니다. 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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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일터l ․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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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1] 노동시간센터(준)

기획연재를 시작하며

김경근 노동시간센터(준)

한국의 노동자들은 정말 오래 일한다. 여전히 그들은 하루 종일 일하고, 일 년 내내 일한다. 그래

서인지 어느 순간부터 장시간 노동이 사회적 쟁점으로 등장하고 있다. 많은 이들이 점점 더 가족과

여가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생명과 건강의 소중함이 인정받게 되면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

로 떠오르게 되었다.

정부와 기업은 이미 발 빠른 대응을 보여주고 있다. 노동시간 단축 자체를 거부할 수 없게 되자,

속도와 방향을 자신들의 뜻대로 좌우하려 한다. 따라서 노동시간 단축이 노동자들의 삶과 생명에 도

움이 되는 방향으로 진행될 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커다란 변화가 예정되어 있지만 아직 우리의 준

비가 부족한 상황. 노동시간센터는 바로 이러한 위기에서 출범을 준비하고 있다.

비단 ‘길이’ 만 문제가 아니다. ‘배치’의 문제, 즉 비표준적 노동시간이 확산되고 있다. 예전에는 비

슷했지만 이제는 개인별로 다양해진다. 누군가는 너무 많이 일하고 누군가는 너무 적게 일한다. 어떤

이들은 남들과는 다른 시간에 일해야 한다. 예전에는 무조건 오래 일을 시키는 것이 목표였다면, 이

제는 원하는 시점에 원하는 시간만큼 일을 시킬 수 있는 것으로 변화했다. 그들의 관심은 이제 노동

시간을 누가 어떻게 통제하는가이다. 구조조정을 통해 고용의 유연화를 확보한 그들은 이제 시간의

유연화마저 손에 넣으려 하고 있다.

한국에서 장시간 노동이 그토록 오랫동안 지속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기업

들이 최대한 적은 인원을 채용하여 최대한 오랫동안 일을 시키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은 전 세계

모든 자본의 꿈이다. 중요한 것은 왜 한국에서 그러한 방법이 성공할 수 있었느냐이다.

우선 임금과 법·제도의 문제, 사회적 규범 등을 원인으로 제시할 수 있다. 저임금에 기본급 비중

이 낮기 때문에 먹고 살기 위해서는 장시간 노동을 해야 한다. 초과 노동에 대한 법 규제는 거의 이

루어지지 않으며, 사회적 분위기는 장시간 노동을 미덕이자 의무로 여긴다.

이에 더해, 소비가 점점 더 중요한 삶의 요소가 되고 있다. 원하는 물건을 사기 위해 노동자들은

더 많이 일해야 한다. 이처럼 노동자들은 장시간 노동을 ‘선택’하고 있다. 실제로 어떤 이들은 노동자

들이 오히려 장시간 노동을 요구하고 원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들이 보지 못하는 것이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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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노동자들의 선택은 ‘욕망’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그 속에 숨겨진 ‘공포’와 ‘불안’을 읽어야 한다.

IMF 경제위기 이후, 노동자들은 엄청난 변화를 겪었다. 끊임없는 구조조정 속에서 고용이 절대적

과제가 되었지만, 노동조합이라는 기존의 방식은 별다른 힘을 가지지 못했다. 집단적 해결책이 좌절

된 상황에서 남은 길은 개별적 순응뿐이었다. 장시간 노동은 당연한 현실이 되었고, 나아가 부러움의

대상이자 감사한 선물이 되었다. 무엇보다 작업장의 권력이 완전히 넘어간 상황에서, 회사가 초과노

동을 ‘권했을’ 때 이를 거부할 수 있는 노동자는 없다. 돈을 더 벌 수 있어서 만족하는 것처럼 보이

지만, 사실은 고용에 대한 불안과 현실을 바꿀 수 없는 무기력에서 시작된 선택이었다. 그렇게 노동

자들은 생존을 위해 장시간 노동을 강요당했다. 주목해야 하는 것은 이처럼 IMF 이후 게임의 규칙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기업의 이윤이 절대적 가치로 자리 잡았고 합리성의 기준이 되었다.

노동시간이 줄어드는 것은 분명 중요하다. 그것은 모든 변화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하지만 힘의

격차가 압도적인 상황을 바꿔내지 못한다면, 그 변화가 긍정적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 결국 노동시

간을 단축하는 것과 노동시간의 통제권을 확보하는 것은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이는 곧 게임의 규

칙을 바꿔야 함을 의미한다. 일터를 바꿔내지 못한다면, 장시간 노동 문제는 그저 가족과 여가의 문

제로 국한되고 기업의 입맛에 맞는 노동시간의 유연화로 이어지고 말 것이다.

하지만 역으로, 노동시간 문제가 중요한 것은 규칙을 바꿀 수 있는 강력한 계기가 된다는 것이다.

심야노동 철폐와 노동시간 단축과 같은 주장들은 관점의 근본적인 변화를 가능하게 한다. 더 이상 이

윤이 아니라 인간이 우선임을, 생명과 건강 그리고 삶의 행복이 합리성의 기준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제까지 기업의 요구가 일방적으로 관철되는 것이 게임의 규칙이었다면, 노동자들의 ‘당연한’ 요구가

새로운 기준으로 등장하는 것이다.

결국 관건은 ‘일터’의 안과 밖을 연결시키는데 있다. 노동시간은 가족이나 여가 그리고 본인의 건강

과 직접적인 관계를 가진다. 따라서 개인의 사생활 문제로 여겨지기 쉽다. 노동시간 단축의 원동력은

분명 그렇게 일터 ‘바깥’으로부터 시작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일터 ‘안’의 문제와 연결되는 것이며,

무엇보다 ‘안’을 바꾸지 않으면 해결되지 않는 문제이다. 노동시간은 일터 안과 밖을 연결하는 핵심적

인 고리이자, 변화를 위한 핵심적인 장소이다.

이번 연재 기획을 통해 장시간 노동, 노동 강도, 심야노동, 여성노동과 가족, 비정규직과 불안정 노

동과 같은 노동시간의 여러 측면들을 다룰 것이다. 각각의 사안들이 얼마나 중요한 문제인지, 현재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지를 보여줄 것이다. 그리고 그 사안들이 어떻게 서로 연결되는지를 보여주고자

한다. 무엇보다, 노동시간 문제가 어떻게 개인과 가족 그리고 일터를 넘나드는지를 보여 줄 것이다.

노동시간을 통해 일터의 안과 밖을 변화시키려는 움직임에 많은 관심 가져주기를 부탁드린다. 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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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 통권 125 2014.6

[특집2] 한국 노동자의 노동, 그리고 시간숫자와 그림으로 보는 한국사회 노동시간의 현황

노동시간센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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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 통권 125 20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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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 통권 125 2014.6

Q1. 지금 일을 하면서 노동시간 부문 중 무엇이 제일 문제라고 생각하십니까?

Q2. 그럼 노동시간에서 무엇이, 어떻게 바뀌길 원하십니까?

[특집3] 저는 이런 ‘시간’을 원해요

각계각층 5인에게 ‘노동, 시간’을 묻다.

노동시간센터(준)

어느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시간을 지배하는 자”라는 제목의 게임을 하던 날이 있었

다. 시간을 ‘지배’하는 자. 일하는 시간 동안 우리는 노동시간을 지배하며 일하고 있을까?

노동시간센터 기획연재를 시작하며 일반 사무직, 프리랜서, 알바생, 전문직 등 다양한

업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을 만나 딱 두 가지만 질문해 보았다.

○○병원에서 3교대제로 일하는 간호사, 김○○ 씨

일하는 시간만 놓고 보면 아주 길지는 않아요. 식사시간 포함해서 8시간 30분에서 9시

간이니까. 그런데 일하는 동안 잠시의 짬도 안 난다는 게 정말 힘들어요. 중간에 좀 쉬

면서 티타임도 갖고 싶고, 가끔은 하늘도 보면서 일하고 싶은데 일하는 내내 쉴 틈이 없

어요. 환자들이 계속 찾으니, 40분 식사시간도 다 못 채우고 밥만 먹고 올라와야 하죠.

저녁 근무 때는 식당 내려갈 틈도 없어 식판이 간호사실로 올라오고, 일하다 먹게 되니

까 찬밥이 돼 있죠.

교대 근무라는 것도 너무 힘들어요. 낮 근무는 아침 7시 10분에 출근해서 오후 4시

안에는 퇴근하는데 퇴근 후에 뭘 배우고 싶어도 낮, 저녁, 밤 3교대 근무스케줄 때문에

규칙적으로 뭘 배우기가 힘들어요. 오후 2시 40분에 출근해서 밤 10시 30분에 퇴근하는

저녁 근무 때는 삶을 포기해야 해요. 남들 놀 때 일하고, 남들 일할 때 나는 노니까요.

그래도 제일 힘든 건 ‘수면 장애’입니다. 밤 근무 때는 낮에 잠을 자 놓아야 하는데 주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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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알바의 패기” 출처| http://humorstorage.tistory.com/

가 밝으니까, 자는 듯 마는 듯 3시간 자고 마는 거죠. 낮에 자면 밤에 못 잘까 봐 낮에

안자는 사람도 많아요.

바꾸려면, 그냥 직업을 바꿔야 하지 않을까요? 하하하! 교대근무 자체가 가진 문제들이

많으니까요. 그래도 일하는 중에 좀 쉴 수 있고, 휴일을 늘리면 좀 나을 텐데. 그러려면

간호사를 지금보다 훨씬 많이 뽑아야겠죠.

○○25시 편의점에서 주말알바를 하는 대학생, 정○○ 씨

23살이고요, 대학교 다니면서 주말만

일하고 있어요. 근무시간은 토․일요일

오후 3시부터 10시까지예요. 근무 자

체에 어려운 점은 없지만, 한 명이

근무하는 업장이다 보니 교대할 사람

이 안 오면 꼼짝없이 기다려야 한다

는 점이 힘듭니다. 아! 그러고 보니

첫 3개월은 수습기간이라면서 최저임

금도 안 되는 돈을 임금이라고 준 게

생각나네요. ‘3개월’이나요. 지금 생각해도 어이없어요.

오전 9시부터 근무했으면 좋겠지만 이건 편의점 사장님 사정상 쉽지는 않을 거 같

고……. 일단 제시간에 교대자가 왔으면 좋겠고, 교대자가 오지 않더라도 약속된 근무시

간이면 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업장 문 잠가놓고서 라도요.

대기업에서 사무직으로 일하는 송○○ 씨

우리 같은 사무직 노동자의 경우 시간 외 노동에 대한 인정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부

족하다는 것이 가장 문제입니다. 다시 말해 법적 규정과 무관하게 사무직 노동자에게는

연장 근로에 대한 수당 지급 자체를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라는 거죠. 사무직은 보이지

않게 법정 노동시간을 넘어 시간 외 노동을 하고 있고, 이에 따른 직무 스트레스, 과로사

같은 문제가 많지만, 타 직종만큼 주목받고 있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지 않습니까?

한편 최근 들어서는 IT 기술의 발달로 퇴근 후에도 일해야 하는 일이 빈번해지고 있습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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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 통권 125 2014.6

그림 | 박원종

다. 이러한 노동은 아예 노동시간 통계에서

조차 잡히지 않습니다.

우선은 법정 노동시간 준수가 사무직 노동

자에게도 매우 중요하다는 사회적, 주체적

공감대가 형성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기업의 효율성이란 미명으로 사무직 노동자

의 공짜 노동을 강요하는 관성이 없어져야

할 것입니다. IT를 통한 업무 시간 외 지시

등을 엄격히 금하는 사회적, 법적 강제 등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공중파방송국 라디오 프로그램 작가 10년 차, 이○○ 씨

많은 사람이 알고 있듯이, 방송작가는 대표적인 ‘프리랜서’ 직종입니다. 시간 운영과 업

무 운용이 자유롭죠. 쉽게 말해서 아이템과 섭외 대상자가 결정 됐다면(팀 내에서 일하

는 방식에 합의된 경우) 집에 가서 일해도 무방합니다. 하지만 TV든 라디오든, 메인 작

가가 돼야 비로소 자유로운 운용이 가능합니다. 서브작가나 막내 작가는요? 방송사에서

붙어삽니다. 서브나 막내급이 기혼자라면 어떨까요? (어린 자녀가 있다면 더더욱) 얼마

버티기 힘듭니다. 물론 메인이어도 일의 분량까지 조절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제가 맡는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은 매일 생방송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매일 원고 마감

(정규 1시간 분량 프로그램의 경우 A4 20장 안팎)이 있고, 시의성이 중요해서 사실관계

나 시점이 틀리지 않도록 늘 뉴스의 추이에 안테나를 맞춰야 하는데요. 이렇다 보니 원

고가 한 번에 완성될 수가 없어, 종일 일에 붙들리기 십상입니다. 그러나 업무 강도나

투입된 시간과 상관없이 작업 결과물, 애초에 계약된 원고료로만 급여가 지급되고 있어

요. 게다가 이미 준비된 원고가 방송사 사정으로 방송되지 않을 경우에도 급여가 (부분

적으로도) 처리되지 않습니다. 그날은 똑같이 일하고도 공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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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소박한 바람 같지만, 현실적인 수준에서 가장 바라는 것은, 장기적인 휴가계획을

세워보는 것입니다. 휴가(무급)신청을 하면 대타 작가가 무리 없이 일을 해주긴 하지만,

제작팀원은 기존 작가의 부재상황을 몹시 불안해하고 번거로워합니다. 결혼식을 앞둔 작

가도 결혼식 전날 밤까지 방송에 매달려야 했죠. 작가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것도 이유

겠지만 명확한 근로 계약 없이 고용되고 있기 때문일 겁니다. 계약서상에 휴가를 며칠이

라도 공식적으로 보장해줬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현직 노무사, 유○○ 씨가 바라보는 현행 노동시간의 문제와 개선점

현재 근로기준법 체계는 노동시간에 맞춰 임금이 지급되는 구조입니다. 그런데 임금

수준은 별도로 정하지 않고 최저임금을 따르고 있습니다. 그래서 최소 생계비 이상의 임

금을 받기 위해서는 장시간 노동을 해야만 가능한 상황입니다. 결국, 장시간 노동과 저임

금 구조의 악순환이 반복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즉, 사회적으로 장시간 노동을

하는 것을 너무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순응케 만드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

다.

근로기준법은 1일 8시간, 1주 40시간을 원칙으로 하며, 주 12시간 한도로 연장근로를

제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업종별 특례제도를 통해 근로시간, 휴게시간에 사실상 제한을

두지 않아 사용자가 악용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노동자의 동의 없는 연장근로를 실질적

으로 제한하는 방안,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방안이 함께 고민되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또 1일 노동시간의 단축, 주 30시간제는 상상이 아닌 현실의 지향으로 고민되어야 할 것

입니다. 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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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 통권 125 2014.6

대행의사가 건강(?)한 노동자를 만나는 방식건강노동자 역설, 그리고 노동시간센터

류현철 회원

그는 자리에 앉으면서 양팔을 가로질러 팔짱부터 끼었다. 상체를 쑤욱 뒤로 젖히고 앉는

바람에 의자의 등판은 한껏 뒤로 젖혀지고 엉덩이는 아슬아슬하게 의자 끝에 걸쳐져 있다. 낯

선 방문자에 대한 심드렁함을 온전히 드러내려는 듯, 그는 기름때가 완연한 작업복 바지에 다

소 유행이 지난 안전화(분명 안전화에도 유행도 스타일도 있다!)로 마감된 단단해 보이는 하체

의 한쪽 다리만 길게 뻗은 채 쩍 벌리고 앉는다. 짐짓 한쪽으로 고개를 기울여 삐딱해진 시선

은 이 바닥에서는 나름 젊은 축에 속하는 그래서 더욱 시답잖아 보이는 의사양반의 행색을 아

래위로 훑고, 잠깐 왼쪽 가슴의 직업환경의학 전문의라는 이름표에 머물렀다 떠나지만 의사의

시선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법은 없다. 공장 사무실 한켠에서 벌어지는 미묘한 긴장.

나는 의자를 바싹 끌어당기고 상체를 그에게 훅 깊숙이 기울이며 갑작스런 인파이팅을 시도

하듯 다가가 대화를 시작한다. 물리적 거리가 가까워져야 한다. 공장의 배경 소음을 이겨내기

위해서, 내밀한 개인의 건강 문제들을 마냥 떠들다가 주변 동료들을 미필적 고의의 정보유출

자로 만들지 않기 위해서라도 바싹 다가가야 한다. 그래야 제대로 시작이 된다. ‘약이나 처방

은 주지도 않고 술 끊고 담배 끊고 운동하라는 식상한 이야기나 할 테지’ 싶어 일부러 비딱하

게 앉은 그에게 다가가 그의 마음을 흔들어야 한다. 대략 그렇게 회사에 6일도, 6주도 아닌, 6

개월 만에 방문한 보건관리대행 의사와 건강(?)한 노동자와의 첫 상담은 시작된다.

최초 대면의 긴장은 바싹 거리를 좁혀 나눈 몇 마디 일상적인 대화와 그가 하는 절단업무,

그 중 플라즈마 절단이라는 비교적 생소한 자기 일에 대해 풍월을 읊을 줄 아는 의사에 대한

신기함 등으로 조금씩 풀어져 갔다. 45세 남성 노동자인 그와의 최초 면담을 기록하는 나의

방식은 이랬다.

2014년 2월 입사, 플라즈마 절단, 절단 경력 14년

과거력 (-), 가족력 (-), 귀마개/마스크/보안경 (+/?/+)

흡연 1갑반 20세부터, 음주 (-), 운동 (-)

08:00-20:00, 월-금, 토 08:00-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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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일터l ․ 33

오전 8시에 업무를 시작해서 오후 8시에 퇴근하는 일과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이어지며,

토요일에는 그나마 오후 5시에 업무가 끝난다. 평일 식사 및 휴식시간을 빼도 하루에 10시간,

토요일은 8시간 근무, 주당 58시간이 그의 노동시간이다.

2011년 OECD 통계를 기준으로 우리나라 노동자들의 연평균 노동시간은 2,090시간이다. 이

것만 해도 OECD 회원국 2위로 OECD 회원국 평균 연간 노동시간인 1,765시간보다 325시간

이상 길다. OECD 노동자들보다 평균 8.1주 이상 일한다.

그런데 나는 이것조차도 도통 믿지 못하겠다. 지난주 근무시간이 어땠냐고 물었다. 그랬더

니 철야를 2번 했단다. 교대근무 얘기는 없었는데 철야라니요? 오전 8시에 근무를 시작해서

밤을 꼬박 새워 철야근무를 하고 새벽에 2~3시간 잠을 잔 후 다음날 오후 5시까지 근무를 한

단다. 33시간 동안 회사에 있는 것이다. 비록 그의 업무가 지속적인 라인작업은 아니고 기계

장비를 운용하는 것이고 잠시도 일손을 놓을 수 없는 업무는 아니라지만... 그렇게 일을 한 후

오후 5시에 퇴근하고 다음날 오전 8시에 출근한 그는 다시 철야근무를 했다. 지난주에 그렇게

하고 오늘도 철야근무를 할지 모른다. 맙소사! 늘상 있는 일이 아니라 최근 늘어난 물량 탓이

라고는 하지만 너무 했다. 그렇게 일을 하는 그는 아직 건강(?)하다. 이 회사에 오면서 받은

배치 전 건강진단에서도 특이한 문제는 없었고, 이제껏 건강문제로 병원 신세를 진적도 없고

오늘 측정한 혈압도 정상이었으니 “거보슈”라며 뿌듯해 한다.

‘건강노동자 효과’ 라는 것이 있다. 직업성 질환 연구에서 최초로 관찰된 현상으로 종종 노

동자들은 일반 인구보다 전체 사망률이 더 낮게 제시되는데, 그 까닭은 심각하게 아프거나 장

애가 있는 사람은 고용에서 배제되거나 일찍 퇴직하기 때문이다. 건강하지 못한 사람은 당최

견뎌 내기 어려운 조건의 일이라 상대적으로 건강한 사람들만 남아있게 되는 현상이 거꾸로

그 일을 해도 건강상 악영향은 없거나 오히려 건강에 이롭기까지 한 것으로 해석되기도 하는

것을 말한다. 바로 이야기하자면 이렇게 일을 해도 그는 괜찮고 건강하기까지 한 것이 아니라,

그나마 건강한 탓에 이렇게 일을 버티고 있다. 그는 언제까지 건강할 수 있을까?

“아휴, 그래도 철야한 다음날 아침 먹고 난 이후부터는 몽롱하지~ ...오후가 되면 정신이 부

웅 떠서 일하는 것 같다니까요~”

그는 건강하다. 아직까지는... 첫 상담의 분위기를 성공적으로 이완시켰다는 것 외에는 그렇

게 일하시다가는 언제 몸이 망가질지 모른다는 막연한(장시간 노동의 건강문제를 열심히 의사

스럽게 이야기한다 해도 결국은 막연한) 이야기밖에 못 한 대행의사에게 ‘노동시간센터’가 자못

간절한 이유이다. 그의 건강이 무너지고 일상이 더 무너지기 전에 어서! 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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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 통권 125 2014.6

[일터]에서는 2회에 걸쳐, 대우자동차에서 GM으로 매각된 후 한국지엠에 이르기까지

노동 안전 분야 현실을 함께 짚어보면서, 작업중지권을 현장에서 어떻게 이해하고 활용하

고 있는지 공유하고자 한다.

1회 - GM으로 매각 전 대우자동차에서의 작업중지권

- GM대우의 탄생, 사라진 현장통제권과 작업중지권

- 2006년 이후 한국지엠

2회 - 신음하는 현장, 다시 꿈틀대는 현장

- 2011년 안전사고에 따른 작업중지권 발동 사례

- 실질적 작업중지권 쟁취를 위하여

[기획] 작업중지권의 현재(2)한국지엠 사례를 중심으로

안규백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 조합원

신음하는 현장, 그리고 다시 꿈틀대는 현장

한국지엠은 생산성 향상을 위해 부서와 대의원들 간에 관행적으로 협의를 해 왔고, 이에 대해

다수의 조합원들은 깊은 불신을 가졌다. 회사는 조합원들에게 단 한차례 성실한 설명도 없이

GMS1)라는 정체불명의 기준을 들이밀며 이 기준을 통과하지 못하면 더 이상의 신차배정이나 추

가물량은 주어지지 않는다고 협박을 해왔다. 그러나 현장 조합원들을 대변하고 이런 상황을 돌

파할 책임을 가지고 있던 대의원들은 무기력하기만 했다. 결국 한계 상황에 다다른 현장 곳곳에

선 조합원들의 불만이 노골적으로 터져 나오기 시작했고, 급기야 추가인원 투입 없이 일방적으

로 이뤄진 생산대수 증가와 이를 묵인해준 대의원들에 대한 성토와 재협의를 요구하는 자발적

현장 활동이 벌어졌다.

1) Global Manufacturing System의 약자.

자동차를 제조하는데 필요한 여러 가지 분야에 대한 GM의 공동기준으로서 각 공장 간의 무한경쟁을

유도하고 때로는 노동조합을 무력화하는데 회사 측의 압박수단으로 사용되기도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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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함께 정리해고자들이 완전 복직되고 신입사원 충원에 따라 젊은 세대들이 현장에 대거

투입되면서 기존 대의원들이 대거 교체되었다. 현장의 여론 주도 역시 그동안의 중간관리자들인

직, 조장들에서 헌신적으로 활동하는 현장 활동가들로 점차 변화해 갔다. 이 시기에 작업중지권

이 서서히 복원되었다.

노동조합의 작업중지권 행사는 앞서 언급한 2005년 프레스 조합원의 사망사고 이후 2011년

12월 부평 조립1부에 근무하던 故 박00 조합원이 현장에서 급성 심근경색(추정)으로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행사됐다. 노동조합은 사고소식을 접하고 긴급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승용1

담당 조합원들에게 특별 안전교육을 실시한 후 퇴근조치를 하였다. 승용1담당 야간조는 휴업조

치를 단행했고, 이후 전 공장에서 40분간 특별안전교육을 실시했다.

대의원이라고 하더라도 작업중지권을 행사한다는 것, 즉, 라인을 잡는다는 것은 ‘해고’를 각오

하지 않으면 쉽게 행사하기 어려웠다. 더구나 정리해고의 광풍이 지나간 자리에서는 그 행위를

지지해주고 엄호해 줄 수 있는 현장의 분위기가 사라져 있었고 현장 통제권 자체가 완전하게

회사로 넘어간 이후였기에 더더욱 그러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정리해고의 광풍을 직

접 겪지 않았던 세대의 대의원들은 이런 분위기에서 조금은 자유로웠고, 대의원에 의한 작업중

지권 행사가 늘어났다. 대의원의 작업중지권의 행사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첫 번째는 노동강도 강화 저지를 위한 작업중지권 행사다. 한국지엠의 노동강도는 이미 동종

사인 현대, 기아차의 수준을 3배 이상 넘어서고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이런 상황에서

현장 조합원들의 몸은 망가질 대로 망가져 근골격계 질환을 앓고 있다. 대의원들이 문제 작업공

정에 직접 들어가 안돈 시스템2)을 활용해 간헐적인 라인 끊기 투쟁3)으로 인원의 추가 투입을

요구해 쟁취한 바 있다.

2) 작업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직장을 호출하는 시스템이지만 컨베이어 라인작업의 특성 상 라인

정지를 위한 시스템으로 더 많이 활용한다.

3) 간헐적이라고는 하나 흐름 작업의 특성상 한 공정의 라인 끊기만을 활용해도 전체 생산라인이 모두 정

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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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 통권 125 2014.6

2011년 안전사고에 따른 작업중지권 발동 사례

두 번째가 안전사고 재발방지를 위한 작업중지권 행사다. 특히 멈춤 없는 원활한 생산을 위해

보수, 유지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보전 작업자들이 상대적으로 많은 위험에 노출되어 있었다.

컨베이어 라인의 동력을 차단하지 않은 채 보전 작업을 하는 것은 때론 실력으로 평가 받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보전 작업자들은 잦은 안전사고에 거의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본인이 대의원으로 활동하던 중 보전 작업자 안전사고가 발생했다. 2인 1조

로 일하던 보전 작업자가 각자 서로 다른 고장 설비 고장 원인을 파악하던 중, 조립 작업자가

설비를 작동시켜 한 보전 작업자의 손가락이 협착됐다. 사고 이후 고장원인이나 재해발생 원인

에 대한 조사, 안전보건교육이 전혀 없이, 재해자만 병원으로 후송하고 20분간 라인을 정상 가

동하였다. 그 뒤 쉬는 시간에서야 2차 점검 및 보수 작업을 진행하였다. 이런 상황을 현장 작업

자가 퇴근해 있던 나에게 전화로 알려온 것이다. 사고 현장에 가 보니 여전히 재해 발생의 원

인, 재발 방지 대책, 안전보건 교육 없이 라인이 정상 가동되어 있어서 대의원으로서 설비 가동

을 중단시켰다.

이후 노조 당직자, 회사 측 관계자들과 함께 대책회의를 진행하고, 앞으로 ‘유사한 보전작업은

라인 가동을 중단하고 한다.’고 합의한 후 라인을 정상 가동하였다. 그런데 사건 발생 20여일

후 회사 측이 돌연 인사위원회를 열어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회사에 막대한 재산상 손해를

끼쳤을 때’에 해당한다며 정직 2개월의 징계를 내렸다.

법에도 보장되어 있는 당연한 권리지만, 한국 지엠에서는 과거 대우자동차 시절부터 라인을

잡는다는 것은 해고를 각오한 행위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소수 현장 활동가나 노동조합의 직책

을 가진 아닌 일반 조합원들도 필요한 경우 라인을 잡을 수 있는 것이 실질적 작업중지권 쟁취

라고 생각했고, 이를 위해 부당징계 구제신청으로 법적인 투쟁을 병행했다. 하지만 결국 대법원

에서 기각되었다.

실질적 작업중지권 쟁취를 위하여

비록 법적인 투쟁의 결과는 패배였지만, 성과도 있었다. 대의원들이 금기를 깨기 시작하며 조

합원들이 자신감을 얻었다. 소수 현장 활동가들이나 노동조합 간부가 아닌 조합원들이 작업 도

중 라인을 잡기 시작했다는 사실은 한국지엠 현실에서 엄청난 변화이고 성과다. 불과 몇 년 전

까지도 관리자들의 눈치를 봐가며 죽어라 일만 했던 현장이 이젠 작업자들 스스로가 주체가 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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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문제제기를 시작했다. 그리고 주체적인 문제제기는 자신감으로 힘이 붙기 시작했다. 이제 조

합원들은 안전사고가 나면 왜 안전교육을 하지 않느냐고 따진다. 직접 제기하지 못하는 조합원

은 대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문의하고 요구한다. 난 주변의 변화된 분위기를 보면서 결코 패배로

만 그친 것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사실 조합원들 중에는 ‘개나 소나 작업을 중지하면 생산은 누가 하냐?’고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런 조합원들까지 설득할 수 있어야 실질적인 작업중지권이 작동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

다. 작업자들이 스스로 사고의 위험 상황을 인지하면 그 즉시 작업을 중지하고 위험상황을 제거

하는 것이 회사의 관점에서도 결국 이익이라는 사실을 설득해야 한다. 이렇게 작업중지권 행사

의 주체가 확장되는 것이 실질적 작업 중지권 쟁취의 한 조건이다.

다른 한 편으로는 작업중지권의 근거와 사유가 확장되어야 한다. 그간 작업중지권의 행사는

법에서 명시하는 안전사고 위협을 인지했을 때 작업을 거부하기 위한 권리이자 사고 자체를 예

방하기 위한 활동의 수단으로서만 국한되어 왔다. 하지만 작업중지권 쟁취 투쟁은 노동강도 강

화 저지 투쟁과 만나야 한다. 특히 한국지엠은 GM으로 매각 이후 매달 빠지지 않고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다. 사망자의 직접 사인은 각종 암에서부터 돌연사까지 다양하지만 대한민국 성인

남자의 평균수명에도 근접하지 못하는 나이의 죽음을 업무 연관성이 없는 평범한 죽음이라고 단

정 지을 수 있을까? 이 죽음을 어찌 GM으로 매각 이후 해마다 실시된 생산성 향상에 따른 노

동강도 강화와 무관하다 할 수 있을까?

벌써 3년이라는 시간이 훌쩍 흘러버렸다. 사실 ‘작업중지권’에 대해 산업안전보건법과 단체협

약이 규정하고 있는 것만 이해하던 상태에서 누군가의 표현대로 겁 없이 라인을 잡기 시작했고,

급기야는 벼르고 있던 회사에서 해고 협박까지 받아야 했다. 이후 정직 2개월의 징계를 당하고

지노위, 중노위, 행정소송의 과정을 거치면서 오히려 많은 것을 배웠다. 이 법적인 투쟁 자체가

개인 징계의 부당함을 알리고 이를 철회시키는 것을 넘어 실질적 작업중지권 쟁취 투쟁으로 확

장되기를 바라며 현장과 소통하고자 노력했다. 결국 법적 투쟁은 패배했지만, 작지만 무시 못

할 변화들이 곳곳에서 일어났다. 아직 공장 하나에 갇혀있는 이 변화의 기운을 이제 좀 더 넓은

곳으로 전염시켜야 한다. 한국지엠 내 다른 공장들을 넘어 다른 사업장에까지 그리고 불안정 노

동에 신음하며 노동자의 가장 기본이 되는 노조라는 울타리의 보호조차 받지 못하고 있는 곳까

지 이런 기운들이 살아 움직일 수 있게 해야 한다. 그 길이 여전히 현재 진행형으로 남아있는

실질적 작업 중지권 쟁취 투쟁의 길이라고 난 믿는다. 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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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 통권 125 2014.6

우리의 집회 문화를 되돌아보자세월호 추모 집회에 다녀와서

김정수 운영위원

지난 주말 간만에 육아의 부담에서 벗어나 1박 2일을 오롯이 혼자 보낼 수 있는 시간이 주어

졌다. 금요일 밤, 주말에 뭘 할까 잠시 고민하다 평소 가보고 싶었으나 너무 멀어 가보지 못한

산에 갔다 와야겠다고 생각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잠을 청했다. 다음 날 아침 일어나 인터넷 뉴

스를 보는데 주말에 전국에서 세월호 참사 관련 추모집회가 있을 예정이라는 기사가 머리기사로

올라와 있었다. 아~! 어쩌지? 잠시 망설이다 추모집회에 가기로 했다. 지금까지 바쁘다는 핑계

로 마음으로만 추모하고 있었는데 행동으로 실천할 수 있는 이런 기회에 가지 않으면 산에 가

더라도 마음이 편치 않을 것 같았다.

예정된 시간에서 그리 늦지 않게 도착했는데 벌써 많은 사람이 와 있었다. 연례행사로 일 년

에 한두 번 정도는 많이 사람들이 모이는 대중 집회에 참여해 온지라 집회가 어색하게 느껴지

지는 않았다. 그런데 그동안 참여해 온 집회들과는 왠지 조금 다른 느낌이 들었다. 이 느낌은

뭘까? 잠시 생각해 보았다. 연사들의 비판과 주장보다 자성의 목소리를 훨씬 강하게 내는 집회

는 아마 처음인 듯했다. 집회에 대한 사람들의 집중도 혹은 몰입도도 달랐다. 나를 포함한 주변

의 많은 사람들이 연사들의 발언과 문화공연에 시선을 고정하고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사고 이

후 처음으로 대중 집회에 참석하셨다는 가족 대표분께서 아직 시신조차 찾지 못한 학생들과 선

생님들의 이름을 하나씩 부를 때는 여기저기서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고 나도 울컥해서 그 이름

들을 따라 부르기가 힘들었다. 그 자리에 모인 많은 사람이 세월호 참사의 슬픔과 분노를 진심

으로 공감하고 있음이 느껴졌다. 본 집회를 마치고 거리 행진을 하는데 행진 코스가 생각했던

것보다 꽤 길었다. 아직 팔팔하다고 생각하는 30대의 나도 마지막에는 좀 지칠 정도였다. 이쯤

이면 여기저기서 주최 측에 대한 불만이 나올 만도 한데 그런 목소리도 잘 들리지 않았다.

문득 그 동안 참여했던 수많은 집회를 돌이켜 보았다. 서로 경쟁하듯 큰 목소리로 여러 가지

비판과 주장을 한꺼번에 늘어놓는 연사들, 그 목소리를 듣는 건지 안 듣는 건지 알 수 없는 어

수선한 분위기 속의 집회 참가자들. 그들 사이에서 쏟아져 나오는 누굴 향한 외침인지 알 수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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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수많은 구호들... 물론 모든 집회가 그랬던 것은 아니지만 그런 집회들도 꽤 많았다. 나 역

시 ‘이건 아니다’ 싶은 생각이 들면서도 ‘집회 주최자도 아닌데 내가 뭘 어떻게 하겠어’하는 생각

으로 그 물결에 휩쓸려 다녔었던 것은 아닌지... 집회의 목적은 우리의 주장을 사람들에게 널리

알리는 것인데, 그 주장이 정말 나의 주장인지 혹은 어떻게 하면 그 주장을 사람들에게 잘 전달

할 것인지 충분히 고민 했었나? 별생각 없이 머릿수 채우는 것에 의미를 두거나 의무감에 참여

했던 것은 아니었나? 곱씹어 보게 되었다.

물론 추모 집회에서도 아쉬운 구석은 있었다. 행진 코스가 길어 시간이 꽤 걸렸는데 행진하면

서 함께 부른 노래는 ‘님을 위한 행진곡’ 딱 한 곡이 전부였다. ‘추모’ 집회라서 분위기에 맞지

않는 흥겨운 노래들을 빼고, 각계각층 다양한 사람들이 모두 함께 할 수 있는 노래를 찾다 보니

그것밖에 없었던 것이 아닌가 싶다. 아무리 추모 집회라 하지만 함께 부를 수 있는 노래가 단

한 곡뿐이라는 것이 너무 아쉬웠다. 그리고 노래 없이 한 시간 이상 행진을 하려니 좀 힘들었

다. 지금 당장 모인 사람들이 모두 함께 할 수 있는 노래를 만드는 것이 쉽지는 않을 테니, 있

는 노래 중에서 함께 할 만한 노래를 찾아서 행진 중에 함께 부르는 것이 좋지 않을까? 노래를

통해서도 충분히 추모의 뜻과 결의를 모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구호 중에서도 좀 아쉬운 점이 있었다. ‘규제완화 철폐하라’와 같은 구호가 특히 맘에 걸렸다.

구호 자체의 의미는 충분히 이해할 뿐만 아니라 우리가 평소에도 늘 주장하던 바다. 하지만 이

의미를 세상 사람들에게 전달하고자 할 때는 우리의 주장이 더욱 명확히 들어간 적절한 표현을

신중히 골라야 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규제완화 철폐하라’ 보다는 ‘안전규제 강화

하라’가 우리의 주장을 더욱 명확히 드러내는 구호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행진하는 동

안 ‘안전규제 강화하라’는 구호를 큰소리로 외쳐보고 싶었지만 소심한 마음에 그렇게 하지는 못

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자성과 성찰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물론 정말 반성해야 할 집단은

여전히 침묵하고 있지만. 어떤 이들은 앞으로 한국 사회는 세월호 참사 이전과 이후로 나뉠 것

이라고 진단하기도 한다. 물론 정말 달라지려면 전사회적으로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이

윤보다 생명과 안전이 우선하는 사회로의 근본적인 변화를 위해 자성과 성찰의 목소리는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지금 당장 우리의 슬픔과 분노를 드러내기 위한 추모집회부터 되돌아보는 것을

그 출발로 삼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하다. 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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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철도 기관사의 직업성 정신질환과 자살

유 상 철 노무법인 필 노무사

[email protected]

‘일터’에 기고했던 원고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것이 아마도 서울도시철도

공사 기관사의 직업성정신질환과 자살에 관한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2012년 3월

故이재민 기관사, 2013년 1월 故황선웅 기관사, 2013년 10월 故정재규 기관사의

자살에 이르기까지 노무사로서 한 사업장의 자살 사건을 연달아 3번을 담당하게

된 이례적인 경험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느덧 3년이 흘렀다. 2012년 3월 故이

재민 기관사의 자살 사건을 진행할 때, 2003년과 2007년에 실시한 임시건강검진

결과 기관사들의 공황장애의 유병률이 일반인구집단에 비해 평생 유병률은 15배,

1년 유병률도 7배 높다는 결과가 보고되었다.

이러한 사실에 기초해서 업무관련성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무엇보다 1인 승

무, 교번제라는 업무특성, 대중교통 수단으로 운전 시 안전에 대한 상당한 부담감

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점 등 지난 10여 년 동안 기관사의 직무스트레스를 강화

하는 요인으로 지적되었던 사항은 일반적인 부분에 지나지 않았다. 어릴 적 도덕

책에서 들었던 ‘5호담당제’를 연상케 하는 PL과 반장을 중심으로 한 소단위 관리

체계(소장-선임PL-PL-반장-기관사), 복수노조제도를 악용한 노무관리, 수동운전에

대한 실적평가, 봉사활동에 대한 실적평가, 5678서비스단-직무재교육으로 이어졌던

퇴출 프로그램 등 통제적, 강압적 인사노무관리와 조직문화는 기관사들의 직무스

트레스를 강화시키는 주요한 요인이었다.

또한 분명히 직업성정신질환으로 고통 받거나 치료를 받는 기관사들이 있었음

에도 불구하고 이들에 대한 종합적인 관리와 지원 없이 관련 사실을 은폐하는데

급급한 상황이 연속되었다. 결국 2012년 3월 열차운전이 너무도 두려워 ‘전직’을

신청했던 故이재민 기관사는 ‘전직’이 거부된 직후 동료 기관사가 운전하는 열차에

몸을 내던져 자살하였다. 그해 7월 근로복지공단은 유족급여 및 장의비 청구에 대

하여 ‘부지급’ 처분을 하였다.

2014년 5월 29일 행정법원은 故이재민 기관사의 자살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

다”고 판결하였다. “①망인이 열차를 운행하였던 서울도시철도 5호선은 다른 지하

철 노선들과 달리 전구간이 지하화 되어 있는데, 이로 인하여 운전자가 전 구간을

운행하는 동안 햇빛을 전혀 볼 수 없고 분진의 농도가 일반작업환경보다 높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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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운전실의 환기가 쉽지 않은 구조로 되어 있어 지하철 기관사들이 5호선 근무

를 기피했던 것으로 보이는 바, 이와 같이 열악한 근무환경은 의학적으로 정신질

환의 발병 또는 악화 일부 위험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또한 5호선 기관사들의

근무형태는 9조 5교대로 운영되어 타 직종보다 근무시간이 불규칙적이고 통상적인

사회인의 일일 생활주기와는 상당한 차이점을 보이고 있다. ②망인이 2011년 5월

경부터 2012년 2월경에 이르기까지 경희대학교 한방병원에서 진료 받으면서 ‘어지

러움, 긴장두통, 기음양허증’ 등으로 진단받은 바 있고, 의사에게 “머리가 어지럽고

토할 것 같고, 눈앞이 뿌옇게 되는 증세를 겪고 있다”고 말하며 공황장애 증세를

호소하기고 하였으며, SCID 검사결과 공황장애에 해당하기도 하였던 사실은 앞서

살펴본 바와 같다.

이러한 사정과 앞서 살펴본 서울대학교병원 전문의의 소견을 종합하여 살펴보

면, 열차운전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로 인하여 망인에게는 2011년 5월 무렵 ‘공황

적 발작을 수반하는 달리 분류되지 않는 불안장애’ 증상이 나타났다고 보인다. ③

망인은 위와 같은 승무직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로 인하여 다른 직렬로의 전직신

청을 하였으나 2012년 2월 29일 탈락하였는데, 앞서 살펴본 의학적 소견에 따르

면 망인의 전직신청 탈락은 망인의 상병인 ‘달리 분류되지 않은 불안장애’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④또한 망인의 수동운전 실적은 다른 기관사들에 비하여 낮았

던 바, 이는 망인의 위 상병 때문일 가능성이 있으며, 반대로 망인의 낮은 수동운

전 실적은 다시 망인의 증세를 악화시키는 요소로 작용했을 가능성도 있다.1)”고

판결하였다.

추가적으로 2014년 2월 서울시 특별감사 결과 서울도시철도공사가 개별 조합원

을 성향별로 분석하여 통제적 노무관리를 하였던 것이 사실로 밝혀졌다. 2014년

6월 공황장애, 적응장애, 외상후스트레스장애로 고통 받는 前기관사 3명이 요양신

청을 제기하였다. 객관적 사실로 확인된 제반 요인들을 중심으로 근로복지공단은

합당한 판단을 하길 바란다. 그리고 3명의 죽음과 3명의 직업성정신질환 요양신청

의 결과 2012년 아니 2000년 초기부터 서울도시철도공사에 깊숙이 뿌리박힌 통제

적, 강압적 인사노무관리, 조직문화가 개선되길 희망한다.

물론 故정재규 기관사의 행정소송을 제기할 것이다. 기관사들의 정신질환은 통

제적, 강압적 조직문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연이는 자살과 정신질환이 악화되

었던 지난 3년의 과정은 서로 맞물려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부디 악순

환의 연결고리가 빠른 시일 내에 끊어지길 바란다. 우선 근로복지공단은 故이재민

기관사 사건에 대해 항소를 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일터

1) 서울행정법원 2014. 5. 29. 2013구합2884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 취소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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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 통권 125 2014.6

작업중지권과 노동자의 주인의식

윤성호 선전위원 · 지하철 기관사

지하철 전동차는 차에 이상이 생기면 무조건 동작을 멈추게 설계되어 있다. 일명 fail safe

개념의 설계라고 한다. 열차가 계속 움직이게 되면 그만큼 위험해진다는 의미로 기계가 스스

로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서 사람의 명령에 의하지 않고 모든 작업을 중지하는 것이다.

작업 중지권도 이렇게 fail safe 개념으로 생각하면 간단하고 자연스러운 행위가 된다. 하

지만 산업안전보건법 제26조는 ‘급박한 위험’이라는 개념이 구체적이지도, 명확하지도 않아서

노동자가 실제로 작업중지권을 행사할 수 없는 유명무실한 조항이 되었다.

사업장에서는 안전교육을 법에 따라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있지만, 작업 현실에 맞는 현장

위주의 내용이 아닌 명령 또는 상부 지시 위주의 형식적인 내용으로 진행되고 있다. 따라서

안전교육이 안전사고를 미리 방지하는 역할을 못 하고 있다.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

험, 그것도 합리적인 근거가 있는 급박한 위험까지 판단할 수 있는 노동자가 과연 존재할까?

일터 5월호에서 작업중지권 쟁취를 위해서 조직화된 노동자의 힘이 필요하다고 했다. 맞

는 말이다. 노동자가 주인 되는 세상! 사용자와 대등한 힘 있는 노동조합 없이는 실현될 수

없는 세상이라고 생각한다. 노동자 스스로 내가 현장의 주인이고, 나의 입장이 곧 주인의 입

장이고, 노동자의 판단이 주인의 판단이 될 때 작업중지권을 통해 산업재해를 미리 막을 수

있다. 여기서 주인이라고 함은 고용주와 노동자가 권리와 책임에 있어서 대등해질 때 비로소

주인이라는 용어가 적절한 표현일 될 것으로 믿는다.

세월호 참사에서 보았지만, 선장이 침몰하는 배에서 인명 구조를 위한 판단을 하지 못했

던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는 세월호의 주인(최고 책임자)이 선장으로 알고 있지만, 정작 세

월호 선장은 그 배의 주인이 고용주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조치를 하

지 못했으리라 생각한다. 우리가 세월호 사고조사를 통해서 반드시 밝혀야 할 것이 있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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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인시위 중인 김태훈 도시철도공사 노동조합 승무본부장

것은 노동자인 선장이 평소의 권한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어디까지였으며, 만약

선장이 회사의 지시를 따르지 않았을

때 선장이 받는 불이익이 무엇인가에

대한 것이다. 즉 노동자의 작업통제권

에 따른 산업재해 또는 안전에 미치는

영향을 밝혀야 할 것이다.

과거 서울도시철도에서는 다리가 부

러진 기관사와 어깨가 부러진 기관사를

한 조로 근무시키기도 했고, 편도선 수

술로 방송을 못 하는 기관사와 다리가

부러진 기관사를 한 열차에 태워 열차

를 운행하게 했던 적이 있다. 또 출입

문이 고장 났는데도 출입문이 열려있는

열차를 강제로 운행해서 시민들을 놀라

게 했던 사건이 언론에 보도된 적도 있

다. 바로 이럴 때 작업중지권이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일방적인 회사의 지시를 거부할 수 있는 노동자가 얼마나 될까?

연구소가 작업중지권 쟁취 투쟁을 시작하는 것은 바로 노동자가 현장에서 주인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자는 투쟁이라고 생각한다. 노동자가 수동적으로 움직이는 현장이 아닌 능동

적인 주인 되는 세상! 고용주의 이익보다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세상을 꿈꾸

어 본다. 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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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 통권 125 2014.6

출처 : www.picjumbo.com

아날로그 시대가 때론 그립다

김재천(쌀집아재) 선전위원

사람을 함께하고 조직하는 나로서는 스마트폰과 컴퓨터를 이용하는 시간이 적지

않음을 느끼고 있다. 이러한 시간이 많아짐으로써 나 자신이 디지털과 정보의 홍수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진단하고 스스로 깨닫고 있다. 최근에 이러한 것을

진단, 걱정하고 등산하기, 신문읽기, 사람 만나기를 늘려가기 시작을 하고 있다.

수도권 전철을 타고 왕복 2시간을 출퇴근을 한다. 외근할 때에는 이 시간을 훨씬

더 전철을 이용할 때도 있다 하루 평균 3시간 정도 전철을 이용한다고 해도 무방하

다. 전철 안의 풍경은 5년 전에 비해 엄청난 변화가 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는 책을

보거나 신문을 보는 사람들, 아침에는 부족한 잠을 청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으나

2014년을 사는 지금 우리는 60~70%의 사람들이 손안에 스마트폰을 들고 삼매경에

빠져있다. 그만큼 생활 속에 디지털 시대가 빠르게 왔고 진화하고 있음을 해가 갈수

록 느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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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일터l ․ 45

전철 안의 풍속도도 예전보다 많이 변해 있음을 장시간 출퇴근을 하며 보고 느끼

고 있다. 예전에는 어르신들의 자리 양보와 젊은 사람들에게 호통이 종종 보는 구경

거리이었으나 이제는 이런 그림은 없어졌고 오히려 젊은 사람들이 당당하다. 자리 양

보도 60대의 어르신들은 명함도 내밀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것이 다 디지털 시대에

스마트폰과 정보전달에서 비롯된 것으로 판단한다. 일상적인 문서나 정보를 스마트폰

에 저장하여 책 대신 보거나 이동기간에 공부하는 시간을 보낸다. 지식전달과 일상적

인 것에 대한 공부, 뉴스는 바로바로 전달되어서 좋은 것은 있지만 사회적인 이슈와

소식은 빠르게 전달되었다가 쉽게 잊어버린다는 단점도 있다.

나도 그렇지만 사람들에게 디지털은 빠르게 정착되고 그에 대한 부작용들이 동시

에 발생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들이 사회를 발전시키지만 스마트폰 중독이나

정보의 홍수 속에서 빠져 사람과 사람들, 집단과 집단들 간의 관계가 개인주의화 되

고 파편화되는 경우가 자주 생긴다는 점도 우려스러운 점이다.

디지털과 아날로그 그 어느 것도 무시할 수 없다. 이러한 것들이 양립해서 함께

공존할 수 있는 생활을 나 자신부터 반성하며 이제 자연스러운 책 읽기, 신문보기,

느리게 등산하기 등을 함께 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생각을 해본다. 디지털, 스마트

폰 시대에 개인주의가 심해졌다고 한다. 이러한 것을 극복하는 것은 사람들 간의 아

날로그적 소통이 더 좋을 수 있다. 만나서 이야기하고 찾아가고 때론 노상이나 토론

하고 여행을 함께한다는 것은 디지털시대에서 우리들의 감수성과 관계를 풍부하게 할

것으로 생각한다. 나 자신을 반성하고 이제 주위를 돌아보고 함께하고 노력·실천하

려고 한다.

물론 연구소 동지들과의 만나서 시원한 감나무 그늘 앞마당에서 평상을 펴고 김치,

파전에 막걸리 한잔하는 그 날도 곧 오리라 믿습니다. 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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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 통권 125 2014.6

삼성과의 2차 교섭에 대한 반올림의 입장

2014년 5월 28일 오늘, 다섯 달 반 만에 반올림과 삼성의 2차 교섭이 열렸다.

오늘 반올림 교섭단은 가슴에 검은 리본과 노란 리본을 달고 교섭에 임했다.

직업병 피해자들의 고통은 노조탄압과 간접고용에 억눌린 노동자들의 고통이나

세월호 참사에 희생당한 피해 가족들의 고통과 결코 다르지 않음을 마음에 새기

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삼성 측 교섭단과 마주 앉아 본 대화를 시작하기에 앞서,

직업병과 노동탄압에 맞서 싸우고 있거나 이미 숨진 노동자들의 고통을 되새기

기 위한 묵념의 시간을 가졌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피해 가족들의 고통과 아픔을 헤아리지 못한 점을 사과하

고, 빠른 시일 내에 이 문제가 해결되도록 성심성의껏 교섭에 임하겠다며, 이를

위해 새로 구성한 교섭단을 소개했다. 또한 제3자의 교섭참여와 관련하여 혼선이

있었다면서, 회사는 중재나 조정기구를 도입하는 것이 협상에 도움이 될 거라고

보았을 뿐 그에 대한 구체적인 구상을 가지고 있지는 않으며, 양측의 합의 없이

는 어떤 제3자 기구도 만들어질 수 없음을 강조했다.

반올림 교섭단 피해 가족들은 오랜 세월 쌓여온 고통을 담담하게 설명하면서,

성급하게 문제를 무마하려 하지 말고 이 자리에 나오지 않은 수많은 피해자들의

고통까지 생각하여 사과와 보상, 재발방지 대책에 대해 성실하게 교섭에 임할 것

을 당부했다. 또한 앞으로는 힘없는 사람이나 노동자는 짓눌러도 된다는 태도를

버리고 노동자와 노동조합을 인간적으로 대하기를 희망하며, 한쪽에서는 진지하

게 대화하자면서 다른 쪽에서는 경비를 동원하여 폭행하거나 고소ㆍ고발하여 피

해자를 두 번 울리는 일은 없어야 함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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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올림과 삼성은 오늘 만남에서 다음 세 가지를 합의했다.

첫째, 양측은 다음 교섭부터 사과, 보상, 재발방지대책에 대한 구체적인 안을

가지고 성실히 협상에 임한다.

둘째, 다음 교섭은 6월 중으로 재개하되 정확한 날짜는 실무진에서 협의한다.

셋째, 삼성은 직업병 문제의 해결을 위한 집회ㆍ시위와 관련하여 피해가족과

활동가들에 대한 고소ㆍ고발 건을 조속한 시일 내에 해결한다.

오늘의 만남은 이전 교섭과는 다른 분위기로 진행되었다. 새롭게 바뀐 삼성 측

교섭단은 피해가족들의 얘기를 경청했고, 이인용 사장은 그간의 삼성 측 태도에

대해 거듭 사과하는 모습을 보였다. 가족들의 지난 아픔이 조금이나마 위로되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아직 시작에 불과하다. 더욱 중요한 것은 앞으로 진행될 교섭의 내용이

다. 삼성은 우리의 요구안을 성실히 검토하여 구체적인 답변을 준비하고, 향후

교섭에서 진정성 있는 자세로 임하여야 한다. 논란이 되었던 제3자의 교섭참여는

양자간 직접 교섭이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그 필요성이 합의되는 상황이 발생하

면 그때 논의해도 늦지 않다.

나흘 뒤인 6월 1일은 삼성반도체 직업병 문제를 처음 제기한 황상기 교섭단장

이 근로복지공단에 산재신청을 한지 만 7년이 되는 날이다. 삼성이 이제라도 피

해자들의 고통을 진정으로 헤아려 앞서 발표한 대로 이 문제를 성심성의껏 해결

하고자 한다면, 우리의 요구안을 전향적으로 수용하는 태도를 보여주기 바란다.

2014년 5월 28일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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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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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4) 7)

8)

3) 5)

t 가로열쇠2. 노동자 입장에서 노동시간에 대한 이데올로기를 연구하고, 노동시간을 둘러싼 현실의 논의에 적극 개입하며,

관련된 투쟁을 조직하고 연대하기 위한 사람들의 모임은? p.22

3. 무효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뜻함. ‘현재 지회는 해고OOOO까지 준비하고 있다’ p.6

8. 연이은 OOO의 사망으로 삼성전자 본관 앞에서 전면파업투쟁을 벌이고 있는 삼성서비스지회 p.3

t 세로열쇠1. 심각하게 아프거나 장애가 있는 사람은 고용에서 배제되거나 일찍 퇴직하기 때문에 노동자들이 일반 인구보다

전체 사망률이 더 낮게 제시되는 현상 p.33

4. 시간을 나타내거나 시간을 재는 기계나 장치의 총칭, 이번 호 일터 표지는 손바닥 위의 OO

5. 네이버 웹툰에 연재중인, 정리해고와 노동운동을 전면으로 다룬 최규석의 만화

6. 두원정공지회가 2010년 도입한 근무체계, OO연속2교대제 p.17

7. 직업환경의학의사가 만난 노동자 건강이야기를 쓴 필자가 일하는 곳은 p.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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