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11 일터(전체합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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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상고객을 다룬 개그 프로그램이 몇 년 전 유행했는데, 당시 ‘서

비스업 직장인들의 적, 블랙컨슈머 대처법’이라는 기사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감정 노동 문제를 다루고 연구한 사람들은 감정

노동은 홀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지적합니다. 콜센터나 판매 서

비스 노동자들의 물리적으로 열악한 노동 환경, 불안정한 고용, 낮

은 임금, 자기 노동에 대한 재량권 없는 상태를 함께 고려하지 않

은 감정노동 논의는 자칫 문제의 본질을 흐릴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서비스업 직장인들의 적은 단순히 ‘진상고객’이 아니고,

문제는 ‘감정노동’만이 아니라는 겁니다. 그래서 이번 일터 특집에

서는 판매서비스 노동자들의 감정 노동을 판매서비스 노동자들이

건강하게 일할 권리 전반과 함께 다루고자 하였습니다.

대형마트 노동자들의 싸움을 그린 영화 ‘카트’가 11월 13일 개봉

합니다. 11월에는 일터도 꼼꼼하게 읽어 주시고, 영화 ‘카트’도 보

시고, 주변 사람들과 판매 서비스 노동자들의 노동권과 건강권에

대해 토론해보는 시간을 꼭 갖기 바랍니다. 일터

독 자 에 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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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 통권� 130� � 2014.11

22 특집

1.미소의 무게

2.로레알 코리아 노동조합 인터뷰

3.진상고객만 사라지면 노동자들이 웃을 수 있을까?

감정 노동을 중심으로 판매서비스 노동자의 다양한 안전보건 문제를 살펴본다.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최초로 감정노동 수당을 쟁취해낸 로레알 코리아 노동조합 사례로 현장에서 이런 문제가 어떻게 조직되

고 투쟁이 되는지 들어보았다.

03 뉴스 증가하는 탄광 인명사고, 시급한 대책 필요해 外 l 장영우

06 지금 지역에서는 위험 삼성은 멈추고 노동자의 ‘알 권리’를 찾으러 반달이 떴다 l 재현

08 A-Z까지 다양한 노동 이야기 원고느님의 신성함을 알렷다? l 정하나

12 현장의 목소리 이런 사람이 병원 운영해도 되나요? l 재현

16 연구소 리포트 현대자동차 판매 노동자들의 직무스트레스 연구 l 김정수

21 사진으로 보는 세상 진짜 사장이 직접 고용해 l 쌀집아재

32직업환경의학의가 만난

노동자건강 이야기진료실에서 만나는 간호사들 l 김세은

34 작업중지권 기획다치기 전에 작업을 중지하자 l 중대재해 예방과 작업중지권 실현을 위한 ‘당장멈춰’ 팀

36 노동시간센터(준) 기획 밤낮 없는 노동시간 l 노동시간센터(준) 이혜은

40 문화읽기 가속도 붙은 소비문화에 현기증이 인다 l 송윤희

42 유노무사의 상담일기 파업과 손해 그리고 질문들 l 노무법인 필 유상철

44 일터 다시보기 내 삶의 전환이 되어준 ‘반올림’ l 이이령

46 이러쿵저러쿵 금연에 대하여 l 김지정

48 퀴즈 가로세로 퀴즈로 본 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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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일터 l ․ 3

증가하는 탄광 인명사고,

시급한 대책 필요해

최근 10년간 광산재해로 인한 사상자가 533

명에 달하고 이 가운데 사망자도 56명에 이르

고 있어 광산근로자들에 대한 안전대책이 시급

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

합 백재현 의원은 10월 21일 배포한 보도자료

를 통해 광물자원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10년간 광산재해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05년부터 올해 6월까지 광산사고로 인해 56

명이 사망하고 236명이 중상, 241명이 경상을

입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연도별로 살펴보면 2006년 43명이었던 사상

자가 2007년 85명으로 급증했고, 2013년 57명

으로 증가추세를 유지하고 있었다.

석탄산업 합리화 결과에 의해, 1988년 6만

2000명에 달하던 근로자수가 2013년 2446명으

로 매년 감소했음에도 사상자수가 줄지 않는다

는 것은 장비가 점점 낡아 노후해지고 작업 환

경이 열악해졌으며, 탄광근로자들이 고령화되면

서 더 큰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유형별로 보면 533명 가운데 낙반·붕락이

185명으로 가장 많았고, 뒤를 이어 운반 129

명, 추락·전도·전석 66명, 기계·전기 54명,

발파·화약 19명 순이었다. 백 의원은 “장성광

업소의 경우 44명 중 40명이 건강검진에서 질

병 유소견자로 판정돼 작업전환이 요구된다는

검진의사의 판정이 있었음에도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고 발파를 담당하는 외주용역업체는

비용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직원들에 대해 발

파교육조차 시키지 않는 등 갱내작업 안전관리

에 많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1999년 이후 탄광안전교육이 법정의무교육에

서 자율교육으로 전환되면서 안전교육이 효과

적으로 수행되지 못한 데에도 재해증가 원인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업통상자원부가 최

근 3년간 석탄공사 탄광 보안점검을 실시한 결

과 보안관리 허술 68건, 낙반 붕락위험 19건,

운반시설 위험 29건 등 총 116건을 적발했으며

작업중지 명령도 1건 있었다. 재해가 증가하고

있음에도 보안관리는 허술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김동완 의원은 “석탄의 안정적

생산 공급과 근로자의 보호를 위한 안전대책의

강화와 함께 자율교육을 의무교육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관련법 개정 필요성을 제기했

다.

현대중공업 사내하청 노동자

8번째 사망

현대중공업노조는 전북 군산조선소에서 일하

던 사내하청 직원 이모씨(33)가 10월 28일 작

업 중 크게 다쳐 병원으로 옮겼으나 의식불명

상태였다가 다음날 오후 5시쯤 숨졌다고 밝혔

다.

사고는 당일 오전 8시 50분쯤 사내하청 업체

건조부 소속의 이씨가 군산조선소 안벽 2673호

선박에서 해치(화물 적재 또는 사람의 출입을

위한 선내 구멍)의 가동 점검 작업을 하던 중

해치커버와 코밍(운항 중 바닷물이 선내에 들

어오지 못하도록 설치된 격벽) 사이에 머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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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삼성노동인권지킴이

끼면서 발생했다. 해치의 개폐는 사람이 직접

손으로 열고 닫는 것이 아니라 기계식으로 조

작하도록 돼 있다.

앞서 지난 23일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서

작업 중인 사내하청 업체 신호수 안모씨가 거

대한 금속부품에 깔려 병원으로 옮겼으나 지난

25일 숨졌다. 불과 5일 사이에 두 명의 사내하

청 노동자가 산재사고로 목숨을 잃은 것이다.

현대중공업에서는 지난 4월 21일 울산조선소

선박건조장 폭발사고로 2명이 숨진 것을 포함

해 지금까지 작업 중 사망자가 8명이나 된다.

이들은 모두 사내하청 노동자들이다. 지난 3,

4월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의 사망사고

까지 포함하면 현대중공업 그룹사 안에서 11번

째 사내하청노동자가 사망한 것이다.

이들 중 지난 4월 26일 울산조선소 도장부

사내하청 직원 정모씨가 에어호스에 목이 감겨

숨진 사고에 대해서는 경찰이 자살로 내사종결

을 해 유족들이 “자살할 이유가 없는 명백한

산재사고”라며 반발하기도 했다.

특히 현대중공업은 지난 5월 종합안전개선책

을 제시하고, 임직원들이 안전사고 추방 결의

대회를 열기도 했지만, 실제 작업현장에서는

사고로 인한 사망자가 끊이지 않았다. 김형균

노조정책실장은 “불합리한 하청구조와 안전을

무시한 작업공정이 사고의 근본원인”이라고 말

했다.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

‘루게릭’병 산재신청

삼성전자서비스센터에서 근무하던 노동자가

유해한 업무환경으로 인해 ‘루게릭병(근위축성

측삭경화증)’에 걸렸다며 산업재해를 신청했다.

삼성전자서비스 수리기사가 희귀질환으로 산재

를 신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전자서비스에서 20년간 근무한 이현종

(43)씨는 10월 20일 오전 근로복지공단에 산업

재해를 신청했다. 삼성노동인권지킴이와 금속

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등에 따르면 이씨는

1993년 삼성전자서비스 동대전센터에 입사해

줄곧 내근직 수리기사로 근무했다. 주요업무는

청소기, 선풍기, 전자레인지, 전화기, MP3 등

가전제품 수리였다. 이씨는 2012년 초 다리에

힘이 풀리는 등의 일이 생겼고, 그해 가을 루

게릭병 확정 판결을 받았다. 루게릭병은 서서

히 몸이 굳다가 호흡근 마비로 수년 내에 사망

에 이르게 되는 질환이다. 1년에 10만 명 당

약 1~2명에게서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이 씨는 모든 근육에 마비가 왔고, 눈동

자만 간신히 움직이는 상태이다. 이씨의 가족

들과 노조는 그의 루게릭 발병이 삼성전자서비

스 수리업무와 연관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노

조에 따르면 이씨는 하루 14시간씩 환기 장치

가 설치되지 않은 밀폐된 작업 공간에서 신나

등의 유기용제를 사용하며 납땜 작업을 해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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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루게릭의 정확한 발병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

으나, 여러 환경 요인 중 납·수은 등의 중금

속과 유기용제, 전자기장 등의 노출에 의해 발

병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산업안전보건연구원 역학조사에서도 납과 유

기용제, 전자기장 노출과 루게릭 발병의 인과

관계가 인정된 사례가 있으며, 2007년 부산지

방법원은 납 사용 허용 기준치를 초과하지는

않았지만 오랜 기간 납에 노출된 상태에서 근

무하다 루게릭이 발병한 노동자의 사망이 ‘업무

상 재해’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노조와 반올림 등은 이날 산재 신청에 앞서

연 기자회견에서 “삼성전자가 조속히 삼성전자

서비스 노동자들의 작업 환경을 개선하고, 직

업병 의심 질환에 대한 실태 조사와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리 기사

들은 삼성전자서비스가 아닌 협력업체 소속이

지만, 임금과 근로조건, 업무와 인사 관리 등을

원청업체인 삼성전자서비스가 관리하는 만큼

책임지고 이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삼성전자서비스센터의 수리 기사들은 지난해 7

월 노조 설립 뒤 삼성전자서비스를 상대로 근

로자지위 확인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일터

정리 : 장영우 선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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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 삼성은 멈추고 노동자의

‘알 권리’를 찾으러 반달이 떴다

재현 선전위원

지난 8월 21일 서울고등법원에서는 삼성 반도체 기흥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에 걸려 생명

을 잃은 고 황유미 씨와 고 이숙영 씨의 죽음이 산업재해라는 판결이 있었다. 그리고 현재

반올림은 삼성 반도체 직업병 피해자 보상은 물론 책임 있는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요구하며 교섭을 진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직업병 피해자 가족의 의견이 나뉘는 안타까운

일도 있었지만, 반올림은 사회적 연대의 힘으로 삼성과 대화를 시작하게 된 만큼, 그동안 연

대했던 동지들의 마음을 잊지 않기 위해 무던히 애를 쓰고 있다.

노동자의 ‘알 권리’에 주목하는 반올림

반올림은 대한민국 반도체의 날인 10월 23일부터 위험 삼성을 멈추기 위해 ‘알아야 산다’는

기조로 반달 공동행동을 시작했다. 그렇다면 반올림이 특별히 ‘알 권리’에 주목한 이유는 뭐

였을까? 그동안 반도체 직업병 피해자들의 산재신청 과정에서 청정 산업으로 알고 있던 반도

체 산업이 사실은 유해화학물질로 가득한 위험 산업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지금

도 삼성 반도체 노동자들은 수많은 화학물질을 직접 다루지만 내가 사용하는 화학물질이 어

떤 물질인지 알지 못한다. 화학물질 정보를 알고 싶어도,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알 방도가

없다. 산업재해 승인 여부를 심사하는 근로복지공단은 노동자가 직접 자신의 질병과 업무 사

이에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입증하라고 하지만, 노동자가 무슨 화학물질을 사용했는지 알 방

법이 없는데, 업무 연관성을 입증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전국 곳곳 누비며 노동자의 ‘알 권리’를 외치다

반올림은 노동자의 ‘알 권리’를 침해하는 삼성에 문제를 제기하고, 사회적으로 반도체 전자

산업 노동자의 ‘알 권리’의 중요성을 알리고자 10월 23일 제7회 반도체의 날 행사장인 63빌딩

앞에서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 존엄과 안전위원회와 함께 위험 삼성을 멈추는 공동행동

선포 기자회견과 알 권리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10월 28일엔 영등포 근로복지공단에서 8번째 반도체 전자산업 직업병 피해 노동자 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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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신청과 그 취지를 알리는 기자회

견을 진행했다. 이번 집단산재신청은

삼성 반도체 공장뿐만 아니라 삼성전

자 LCD, 엘지디스플레이, 하이닉스

반도체, 서울 반도체 등 19명의 노동

자가 참여했다. 반올림은 기자회견을

통해 이번 산재신청을 통해 삼성 반

도체 백혈병뿐만 아니라, 반도체 전자

산업 노동자들의 건강과 생명이 심각

하게 위협받고 있는 현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되었기 때문에, 정부와 근로복지공단이 이제라도 반도체 전자산업 노동자의 산

업재해 문제에 대해 신속한 보상과 예방을 위한 노력을 더욱 기울일 것을 요구했다.

10월 30일은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반올림과 새정치민주연합 은수미 의원실 공동주관으

로 ‘반도체 직업병 예방대책 마련을 위한 토론회’를 통해 현재 진행되고 있는 반올림과 삼성

의 교섭에 제출한 반올림의 재발방지대책 요구안 내용과 제출 과정에서의 고민은 무엇이었는

지 살펴보았다. 또 지난 7년간 반올림에 제보된 반도체 직업병 피해사례를 통해, 화학물질로

부터 노동자가 안전하고 건강하기 위해 알 권리, 참여할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한 토론을 진행했다.

10월 29일과 11월 6일에는 삼성 반도체·LCD 공장이 있는 온양 지역과 기흥·화성 반도

체 공장 앞에서 ‘알 권리’를 위한 선전 및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11월 8일과 9일 제44회 전태

일 열사 정신계승 전국노동자대회 전야제와 전국노동자대회에서는 알 권리를 상징하는 맥반

석 달걀을 노동자들과 함께 나누며 ‘알 권리’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했다.

반달은 끝나지만, 반올림의 알 권리 운동은 계속된다

전국노동자대회를 끝으로 반달 공동행동을 마치며 이종란 반올림 상임활동가는 “노동자의

‘알 권리’는 노동자 건강권 확보의 첫걸음이라는 생각으로 위험 삼성을 멈추는 반달 공동행동

을 시작했는데 삼성 반도체 공장 앞 노동자들이 자신들이 듣고 싶고,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한다는 생각에서인지 선전물도 받아가고 서명에도 동참하더라. 그 모습을 보며 굉장히 기뻤

고, 앞으로 이런 기회를 더 가지려고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지금껏 반올림에 수많은

분의 연대와 지지의 손길을 모아주셨던 것처럼 다시 한 번 힘 모아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

했다. 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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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네 번째 이야기

원고느님의 신성함을 알렷다?13년 베테랑 출판 기획편집자와의 인터뷰

정하나 선전위원

“당신에게 ‘책’이란?” 모 예능프로그램 MC가 초대 손님에게 하듯, 나도 다짜고짜 이렇게 묻고 싶었

다. 10년이면 강산도 바뀐다는데, 장장 13년 동안 책 만드는 일을 계속 해 온 그녀였기 때문이다. 일

하는 출판사는 몇 번 옮겼지만, 딱히 쉰 적도, 다른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한 적도 없다고 했다. 그래

서 만나자마자 제일 먼저 이 질문부터 하고 싶었다. 대학 졸업 후 30대 후반이 된 지금까지 출판계에

서 일하고 있는 유지현(가명) 씨. 대체 이 사람에게, 책은 어떤 의미일까?

Q. 와! 대체 13년 동안이나 출판사에서 무슨 일을 하고 계신 건가요?

A. 저도 깜짝깜짝 놀라요. 이러다가 출판계의 조상, 화석이 될지도? 하하하. 계속 책을 만들고 있

었죠 뭐. 출판 편집자(에디터)이니까요. 전반 7~8년은 주로 원고 교정·교열을 했어요. 저자가 완

성해서 가져온 원고를 보고 문장을 잘 다듬어서 책으로 낼 수 있게 하는 일이요.

그러다 어느 시기부터 출판 분야에서 ‘기획편집’에 대한 요구가 훨씬 커졌고 저도 경력이 쌓이

면서 업무가 진화해 갔어요. 어떤 책을 내고 싶은지 구상을 한 후 신간 기획서를 내고 회의를 거

쳐 승인이 떨어지면, 저자를 섭외하고 원고 받아 교정 교열하고, 책으로 만들어서 판매 홍보하고.

정말 책 한 권을 만들어서 독자 손에 전달하기까지 필요한 전 과정을 다 핸들링하는 일이지요.

Q. 흔히 출판 쪽은 박봉이고 일도 힘들다고 하던데, 무슨 마력이 있었나 봐요, 계속 편집

자의 길을 가시는 걸 보니. 책 만드는 일이 그렇게 재미있나요?

A. 처음 출판사 쪽으로 취업 진로를 결정할 때에는 이쪽 일이 엄청 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고

요. 칼럼 같은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아직 잘 모르겠으니 배워야겠다, 출판사에서 일

하면 돈도 벌고 글 쓰는 법도 배울 수도 있겠거니 하면서 문을 두드렸어요. 첫 직장은 정말 작은

출판사였는데 초봉 70만 원을 받기로 하고 들어갔고, 출근한 첫날부터 밤 10시까지 일을 했어요.

거기서 한 5년 반 정도 일했는데 책 제목 짓기는커녕, 왜 책 앞뒤 표지에 있는 카피 문구 있잖아

요? 그런 것도 한번 안 써 보고 내도록 교정교열만 했었지요. 그 다음에 갔던 출판사에서도 마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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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일터l ․ 9

출처 : 문화체육관광부

가지로 업무는 똑같았는데, 일

은 더 많았어요. 신간 출판량

이 워낙 많았던 곳이라 밤새

서 일하고, 사무실에서 자고

새벽 6시에 일어나 일하고 했

던 기억이 있네요.

그때가 지금보다 젊었고 일

하는 데 시간도 훨씬 많이 썼

지만, 책 만드는 사람으로 진

짜 즐거움을 느끼고 있는 건

기획편집을 시작하고 나서부터인 것 같아요. 이 세상에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야기나 가치관을

담은 책을 만들 수 있는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게 되었고, 그 의미가 점점 더 크게 느껴지거든

요. 그리고 이전에도 분명 책을 만드는 과정에 있었지만 보다 주체적으로 일하고 있다고 느껴요.

물론 신경 쓸 일은 훨씬 늘어났지만요.

Q. 아까 편집자가 신간 구상과 기획을 한다고 하셨는데, 그렇다면 저자보다 책을 먼저

만들기 시작하는 거라고 볼 수 있겠네요.

A. 일단, 회사에 나는 ‘어떤 책을 내고 싶다’는 제안서를 써내요. 주제를 잡고 주제를 살릴 수 있

는 컨셉을 명확하게 잡아서요. 예를 들면 제가 지하철을 타고 가다가 굉장히 큰 소리로 떠드시는

노인 한 분을 거의 매일 뵙는데요. 볼 때마다 큰 목소리로 떠드시거나 주변 사람들의 눈살을 찌

푸리게끔 하는 행동을 하고 계셔요. 그런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예쁘게 늙는 법’에 대한 책이 좀

있었으면 좋겠다 싶은 거죠. 그런데 주제를 잡은 것만으로는 책을 절~대 낼 수 없어요. 노인복지

를 전공한 선생님을 찾아가서 ‘선생님, 노인에 대해 잘 아시죠. 책 한 권 내시면 어때요?’ 한다고

해서 책 원고가 나오는 게 아니거든요. 어떻게 늙는 게 문제인지, 교양이란 대체 무엇인지, 대체

어떤 독자층에 얘기를 들려주고 싶은지 등 세부 컨셉을 잡아나가야 합니다.

설득력 있는 제안서를 쓰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트렌드를 잘 꿰고 있어야 해요. 기획서를 받는

편집장님과 사장님이 1차 설득대상인데 ‘이런 책이 진짜 없느냐? 없으면 왜 없겠느냐, 안 팔리니

까 없겠지.’라고 하시면 대답할 말이 있어야겠죠. 요즘 대중들이 원하고 있다는 걸 어필하면서도

살짝 방향성이나 컨셉이 새로운 신간 출판을 설득력 있게 제안할 수 있으려면 많이 보고 듣는 과

정이 필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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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 통권� 130� � 2014.11

Q. 시중에 있는 듯하면서 없는, 신선하지만 너무 앞서나가지 않은, 그야말로 대중과 ‘썸’

타는 책이어야 한다는 말씀 같은데. 신간 아이디어는 얼마나 자주 제출해야 하나요?

A. 출판사마다 다른데, 저희는 신입 포함 모든 편집자가 한 달에 한 번은 기획서를 제출해요. 그

러려면 여러 가지 많이 보고, 사람도 많이 만나서 얘기도 나누면서 기획할 아이디어를 머릿속에

많이 넣어두어야 하지요. 저도 업무 중에 SNS 확인, 주요 일간지 및 잡지 기사 읽기, 각종 포탈

의 메인이슈 클릭해 보기를 열심히 해요. 어떤 때는 내가 노는 건가 일하는 건가 약간 애매하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봐두면 다 쓸데가 있더라니까요.

아! 전번 다니던 회사에서 스타 에디터급 선배가 계셨어요. 베스트 오브 베스트셀러를 많이 낸

분이시죠. 이분 같은 경우 대중음악이나 영화 인기순위 1위부터 10위를 매일 숙지하고 있는 건

물론이거니와, 사회 각 분야 최신 소식이나 유행은 다 섭렵하고 계셨어요. 출근해서 ‘어제 ○○○

영화 관객 몇 명 들었대요?’라고 여쭤보면 즉각 대답해 주시곤 했죠. 기획 들어가기 전에 유사도

서 20권 읽기, 저자 섭외 단계에서는 저작 몽땅 섭렵하기. 이런 게 그 선배의 ‘기본’이었어요. 대

충 느낌 오시죠?

Q. 잘 만들어진 기획서가 통과되면 그 이후에는 어떤 과정이 필요한가요?

A. 이제 바로 저자를 컨택(섭외)하는 단계입니다. 사실 이 단계가 가장 어려운 단계에요. 실제로

저는 신간 기획서가 거의 통과되는 편인데 저자 컨택이 어려워서 좌초된 적이 몇 번이나 있어요.

칼럼이나 논문 같은 걸 보고 기획안을 만들었을 경우 특정 저자를 염두에 두고 쓴 것이기 때문에

그 선생님을 찾아갔을 때 이미 책을 낼 수 있는 원고를 가지고 계실 수도 있지요. 그렇지 않을

때는 즉, 편집자가 발굴한 저자인 경우 제가 먼저 기획취지를 잘 설명하고 샘플 원고를 써 보시

게 합니다. 한 챕터(장) 분량만 받아서 읽어보고 의견을 주고받는 과정을 거치고요. 괜찮으면 계

약을 하고 정식원고 집필을 진행하는 거죠.

원고가 그렇게 완성이 되면 교정

교열 단계인데요. 교정교열은, 하

아. 장담컨대 앞으로 이 일을 10년

을 더 해도 절대 빨리 단축해서 할

수 없을 거예요. <생활의 달인>이

라는 프로그램 있잖아요. 거기 나오

는 달인들이 눈감고 초밥을 쥐어도

밥풀 300개, 종이 대충 잡아도 A4

한 권 분량 딱딱 나오는 것처럼 한

10년 일했으면 교정교열 1회만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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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 완벽하면 좋겠는데, 절대 그런 일은 없어요. 교정교열은 무조건 최소 3교, 많을 때는 6교~10

교까지도 봐야 하고, 그것도 혼자 보는 게 아니라 반드시 동료들과 돌려보는 협업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이후 수정이 잘 반영되었는지를 보는 적자대조, 그리고 최종교를 보게 됩니다.

교정교열 할 때 책 디자인도 함께 진행해요. 편집 디자인이라고 하죠. 표지와 내부 디자인을

맡기는데 외주를 줄 수도 있지만, 저희 출판사는 내부에 디자이너가 있어요. 그 다음이 인쇄죠.

디자인, 인쇄의 단계에서도 역시 편집자가 책의 컨셉을 가장 정확하게 알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

에 표지의 색감과 선명도를 체크하는 일까지 모두 하나하나 함께 확인합니다. 디자이너와 인쇄

담당자와 긴밀하게 소통하면서 마지막 책이 나올 때까지 그야말로 같이 책을 만드는 거지요. 책

이 나온 후엔 마케팅팀과 홍보 전략을 같이 짜고요.

Q. 과정을 들어보니 사람을 정말 많이 만나야 할 것 같아요. 그게 스트레스이진 않나요?

A. 출판 쪽 일은 절대 혼자 할 수 없어요. 과정마다 사람을 만나야 일이 됩니다. 아까 설명해 드

린 교정보는 것만 해도 혼자서는 완벽한 교정이 절대 불가능해요. 많은 사람과 만나고 일과 일정

을 조정하는 게 물론 쉽지는 않지요. 다들 각 분야에서 전문가이신 만큼 각자의 스타일과 주장이

있을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가장 대하기 힘든 존재는 ‘원고’님입니다. 사람은 그에 비하면 어휴~ 아무

것도 아니에요. 좀 과장인 듯 들릴지 모르겠지만, 문자의 거룩함이랄까? 문자에 대한 존중이 없으

면 이 일을 시작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실제로 교정보다가 우리‘는’ 으로 할까 우리‘가’로 할까

몇 십 번을 고민합니다. 별거 아닌 거 같아도, 특히 소설 같은 경우는 뉘앙스가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에 원고에 새겨진 글자 하나하나를 붙들고 저희는 수없이 고민할 수밖에 없어요.

13년, 유지현 씨가 출판 노동에 더욱 즐거움을 느끼며 베테랑 편집자로 발전해 간 세월이기도 하지

만, 그 시간 동안 출판 노동자로서 살면서 직업병 한두 개 안 생겼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장시간 컴퓨

터 앞에서 일하다 보니 예전보다 눈이 침침해졌고 목 어깨가 종종 뻐근하다고. 이는 비단 유지현 씨

만의 문제가 아니기에 출판사에서는 직원복지 차원으로 몸살림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니 그나마

다행이다.

유지현 씨에게 마지막으로 물었다. 앞으로 어떤 책을 내고 싶으냐고. 이 잘못 굴러가는 세상을 근

본부터 바꾸는 책, 그런 목소리를 내는 책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지현 씨가 낸 책을 읽고 세상을 바

꾸는 독자들, 나도 사뭇 기다려진다. 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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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사람이 병원 운영해도 되나요?

재현 선전위원

충북 청주노인전문요양병원에서는 고령의 여성 간병사 노동조합 조합원들이 220일이 넘

는 파업과 노숙농성을 하고 있다. 공공예산 예산 157억 원을 들여 만든 청주노인전문병원

을 청주시로부터 위탁 운영하고 있는 씨앤씨병원(원장 한수환)이 각종 불법과 노동탄압을

자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3년 10월 노동조합을 만들고 병원 측에 교섭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병원은 조합원을

부당해고 하였다. 3월엔 인력충원 없이 3교대로 전환하겠다고 일방적으로 밀어 붙여 3월

29일 파업에 돌입했다. 병원 측은 5월 1일 약 2억 원의 연봉을 약속하며 악질적인 노조파

괴 전문브로커를 행정부원장을 영입하면서, 사태를 파국으로 끌고 갔다. 이 브로커는 직원

동의 없이 직원 정년을 만 60세로 하는 취업규칙을 만들어, 조합원 11명을 문자 통보로

해고하였다. 이 해고가 부당하므로 원직 복직시키라는 충북지방노동위원회의 판정이 있었

지만, 병원의 태도는 달라지지 않았다. 그리고 10월 현재 전체 해고자만 16명, 부당정직

및 부당전보를 받은 조합원만 9명이다.

병원 측은 근무체계를 바꾸려면 시의 승인이 필요하다는 조례를 어겨가면서 3교대에서

2교대로 근무형태 변경을 추진했다. 그 결과 180여 병상을 보유한 병원의 간병 인력이 46

명에 불과해, 간병사 1인이 3개 병실 24명을 돌보게 되었다. 병원 측은 부족한 인력을 채

우기 위해 언어도 통하지 않는 중국인 도급 간병사 인력을 투입했고, 별도의 도급 관리자

가 관리하고 있다. 이들은 노조파괴 전문브로커와 함께 전국의 병원을 돌아다니며 파업을

무력화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 결과 환자들의 안전사고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사

태가 장기화 되자 나이 육십을 바라보는 권옥자 분회장은 지난 10월 29일까지 24일간 단

식농성을 하였다. 한편, 지난 10월 20일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 한수환 병원장이 출석

했고, 다음날 병원 측은 노조와 교섭에 임하겠다는 발표가 있었다.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

는 것일까? 병원 측의 전향적인 태도에 조합의 입장은 무엇이고, 이후 투쟁에 대한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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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자 청주 시청 앞 천막 농성장을 찾았다. (인터뷰 당시 권옥자 분

회장님은 단식 22일차였다)

교섭은 무슨 교섭!

“전에도 교섭하자고 하면서 조합원을 대기 발령시켰다. 단식도 그 이후에 해고자 복직

을 요구하면서 시작했다. 지금 여기 농성장에 부당 해고, 징계 받은 사람들이 있다. 이 사

람들 현장에 우선 복귀시켜야 교섭에 나갈 수 있다. 220일 넘게 파업하는데 지금까지도

자기는 의사고 너희는 간병사기 때문에 우리는 동등한 관계일 수 없고, 그래서 교섭도 내

가 하면 노조가 따라서 하는 거고 내가 (교섭에) 나가주면 고맙게 생각하라는 태도에서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청주시는 뭘 하고 있었나?

분쟁이 막 시작되었던 5월, 청주시장은 지방선거로 인해 공백이 있던 시기였다. 문제는

지방 선거 이후에도 지금의 사태는 노사관계 문제라며 수수방관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특

별근로감독 결과 20건의 위법사항과 임금 체불액이 8억 9천 3백만 원인 것이 밝혀졌음에

도 불구하고 태도는 바뀌지 않았다. 이런 청주시의 태도는 한수환 병원장의 노조탄압에

날개를 달아줬다.

환자는 CCTV로 보면 되잖아!

한수환 병원장은 지난 3월 3교대제 시행에 이어 6월 2교대제를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우리 병원은 다른 병원들과 달리 공공병원이라 법에 딱 맞게 1인 1실로 지어졌다. 심

지어 병실엔 창문도 없다. 그래서 환자들이 방치되기 쉬운 구조인데 회사는 인력충원도

없이 교대제를 바꾸면서 뻔뻔하게 환자를 CCTV로 보면 된다고 주장했다. 그게 있으면 사

고가 나도 모니터링을 할 수 있으니까 오히려 좋게 바뀌는 거라고 말했다. 아니 환자들이

사고 나기 전에 예방해야지 사고가 나고 어디가 다치고 부러진걸 아는 게 무슨 소용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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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0월 6일 청주시노인전문병원 정상화를 위해 권옥자 분회장이 무기한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출처 : 미디어충청)

안하무인 파업파괴자들

6월 2교대제 전환 이후 부족한 인력을 채우기 위해 현장에 들어온 도급 간병사들은 병

원에 상주하면서 상전 노릇을 하고 있다.

“이 사람들 알고 보니까 전국 돌아다니면서 파업 현장에 다니는 도급 간병사들이다. 얼

마 전엔 자기들 입으로 경기도에 있는 병원에 있다 왔다고 하더라. 도급 간병사 문제는

정말 심각하다. 한 번은 환자가 기저귀 갈아달라고 얘기하니까 등을 때린 일도 있었고, 환

자들이 먹지도 않는 약을 먹이려고 해서 글씨를 볼 줄 아는 환자들이 왜 나한테 내가 먹

지도 않는 약을 먹이느냐고 하니까 벽에 밀치고 위협하는 일도 있었다.”

권옥자 분회장은 노조 파괴 전문 브로커를 병원 직원으로 데려와서 운영하는 한수환 병원

장이 무슨 의사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다며, 이런 사람은 의사 면허증도 박탈시켜야 하는 거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체 우리를 왜 해고 하는 거냐?

“파업이 길어지리라 생각하지 못했다. 우린 요구사항도 없다. 4년에 한 번 위탁회사 바

뀔 때 안 짤리고 계속 일하게 해달라는 거 그거 하나다. 임금을 올려달라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벌써 몇 명을 자른

거냐.”

“가족들도 간병으로 지쳐

서 마지막에 찾아오는 곳이

요양병원이라는 특성도 있고

간병사들의 평균 연령이 높

아 노동 강도가 더욱 강할

수밖에 없는 게 요양병원이

다. 그래서 어렵게 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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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고 우리도 힘들다는 얘기를 이제 조금했는데 그 대가가 1년 가까운 시간 길바닥 농성

이다. 우리 문제를 해결 못 하면 다른 요양보호사들이 목소리 내기가 더 어려워질 텐데

큰일이다.”

인터뷰 이후 10월 31일과 11월 1일 이틀간 정부기관의 중재로 노사 교섭이 있었으나 최

종 결렬됐다. 노조는 근무형태 변경과 관련해서 전문기관 컨설팅 결과를 바탕으로 안을 마

련해보자고 양보했으나 병원 측이 인력 충원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바꾸지 않았다. 또한, 취

업규칙을 이유로 들면서 올해 말 60세가 되는 권옥자 분회장을 비롯해 정년 60세가 넘는

노동자들을 촉탁직으로 계약하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청주노인전문병원 노동자들의 투쟁은 공공요양병원이 민간위탁으로 맡겨졌을 때 원활한

의료 서비스 제공과 안전하고 투명한 운영을 보장하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 투쟁이다. 생

애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병원에 오는 노인들의 안녕한 삶을 보장해야 하는 공공요양병원

을 민간에 위탁하지 못하도록 하는 정부의 제도 개선이 시급한 때이다. 파업을 끝내면 조합

원들하고 손잡고 야유회를 가고 싶다는 분회장님의 작은 소망이 겨울이 오기 전에 하루빨리

이뤄질 수 있도록 청주노인전문병원 노동조합의 투쟁에 많은 관심과 지지를 부탁드린다.

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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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판매 노동자들의

직무스트레스 연구

김정수 운영집행위원

1. 연구 배경

연구소에서는 2007년부터 2009년에 걸쳐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 판매위원회 조합원들의 직무

스트레스 실태에 관한 조사를 한 적이 있었다. 당시 여러 직무스트레스 요인 중 직무 불안정, 조직

체계, 관계 갈등 요인이 전국 중간값(참고치)보다 훨씬 높게 나왔었다. 연구진은 실적과 고객만족

중심으로 편성되어 있는 ‘시장중심적 구조의 문제’를 직무스트레스를 유발하는 핵심 원리로 지적하

였다. 하지만 7년이 지난 지금까지 현대자동차의 경영 및 조직체계는 별다른 개선이 없었다. 게다

가 고객만족(CS) 관련 업무와 교육, 판매노동에 대한 업무감사와 현장통제 등이 전에 없이 강화되

어 노사갈등의 현안으로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현대차지부 판매위원회(이하 판매

위)는 조합원들의 직무스트레스가 매우 심각할 것으로 예상하였고 이에 본 연구를 실시하게 되었

다.

▲ 판매위원회 노동자의 직무스트레스 발생 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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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연구 목적 및 방법

이번 연구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영업 및 사무직 노동자의 주된 직무스트레스 요인을 파악하고

이와 관련된 노동조건과 건강의 실태를 조사하는 것이었다. 또 2007년 조사와 비교하여 직무스트레

스 요인과 노동조건, 건강문제의 변화 양상을 보는 것도 주요 목적 중 하나였다. 조사 방법은 판매

위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로 시행하였다. 설문의 구성은 기초 인적 사항, 사회경제적

조건, 노동조건과 노동강도, 변화의 양상, 직무스트레스 요인, 감정노동, 현장통제 및 직장내 괴롭

힘, 건강상태와 건강행동, 육체적·정신적 건강 등이었다.

3. 주요 연구 결과

1) 직무스트레스 요인

직무스트레스 요인 중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직무불안정, 관계갈등, 조직체계 영역으로 나타났

다. 이 요인들은 2007년부터 지금까지 개선되지 않고 있거나 심지어 악화되어 이미 직무스트레스가

만성화되었을 것으로 짐작되었다. 특히 관계갈등의 경우 영업직 노동자에서 두드러졌는데, 85~90%

의 노동자들이 고객이나 동료와의 갈등 증가를 호소한 점, 73%에서 업무와 관련한 징계의 증가를

경험한 점, 직장 내 미행·감시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노동자가 30%를 넘고, 신체적 폭력에 대

한 직·간접 경험도 4%에 달한다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면 관계갈등 양상이 상당히 공격적,

파괴적일 것으로 우려되었다.

영업직 남성 사무직 남성 영업직 여성 사무직 여성

물리적 환경 * ** * *

직무요구 ** * * **

직무자율 * * * *

관계갈등 **** *** **** (*)

직무불안정 *** *** *** ***

조직체계 *** **** * ***

보상부적절 * * * *

직장문화 * *** * (*)

※ 각 기호의 의미는 다음과 같음.

* A유형 : 참고치 이하이며 악화되지 않음.

(*) A’유형 : 2007년에는 참고치보다 높았으나 2014년에는 참고치와 같은 수준.

** B유형 : 아직 참고치 이하이나 악화됨.

*** C유형 : 악화되지 않았으나 여전히 참고치보다 높음.

**** D유형 : 참고치보다 높고, 악화됨.

표1. 직무스트레스 요인별 변화 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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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노동 조건

자동차 영업 분야는 독특한 업무 성격과 환경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다른 업종과 단순 비교를

통해 노동조건을 진단하면 문제점을 발굴하고 개선하는 게 아니라 노동조건의 문제를 정당화하거나

심지어 하향평준화해버릴 우려가 있다. 따라서 노동조건의 분석에서는 노동자의 건강, 삶의 질 등

노동조건을 평가하는 가치와 기준을 제대로 세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판매위 노동자들의 노동시간(1일 8.5시간, 1주 42.9시간)을 단순 수치만 놓고 보면 초장시간 노

동을 하는 한국 사회에서는 별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노동의 질적 차원에서 가족 친

화성과 양성 평등의 차원, 노동자의 선택권 차원 등 ‘괜찮은 노동시간’이 갖추어야 할 요소들1)을

기준으로 평가하면 그 결과는 사뭇 달라진다. 우선 ‘안전보건’ 요소의 경우, 판매위 노동자들의 노

동시간은 안전사고를 증가시킬 만큼 길지는 않다. 그러나 1년에 4.9일은 몸이 아픈데도 출근을 해

야 하는 현실이다. 즉, 현재 판매위 노동자들의 노동시간은 직접적인 사고 위험을 높일 정도의 장

시간 노동은 아니지만, 아프면 쉬어야하는 필요를 충족하기에는 부족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둘

째, ‘가족친화성 및 양성 평등’의 측면에서 판매위 노동자들의 노동시간은 적절하지 못하다. 판매위

노동자 4명 중 1명은 가정생활이나 사회생활을 하기에 근무시간이 적당하지 못하다고 평가하고 있

고, 특히 여성 노동자들은 휴일에도 거의 쉬지 못하고 가사노동의 이중 부담을 안고 있는 현실이

다. 셋째, 영업직 노동자들은 근무시간과 여가시간의 경계가 없이 노동하고 있는데, 이를 ‘기업의

생산성 및 노동자의 선택권과 영향력’차원에서 보면, 현재 영업직 노동자들의 노동시간을 결정하는

기준은 ‘전적으로’ 기업의 생산성에 달려 있으며, 최근 미행감시와 징계, 근태관리 강화 등을 통해

노동자의 선택권이나 영향력은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우려되었다.

3) 사회적 건강

임금 수준이나 생활비 지출 수준의 경우, 임금 인상이나 물가 상승, 그리고 사업장 특성 등을 고

루 고려하면 지난 7년간 상당한 폭으로 증가했음을 쉽게 예상할 수 있으며, 실제 분석 결과 임금이

나 지출 수준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현재의 소득으로 경제적 필요를 충족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는 2007년에 비해 줄기는 하였으나 여전히 절반을 넘었다. 이들은 경제적 필요를 충족시

키고 있는 집단과 소득 격차는 그리 크지 않았지만, 각 가구가 필요로 하는 지출 및 영업직 노동

자들이 영업활동을 위해 사적으로 들이는 비용까지 고려하면 상당한 격차를 나타냈다. 이는 판매위

노동자들의 사회경제적 건강을 증진시키는 차원에서 임금의 인상 뿐 아니라 개별 영업비용 부담

1) 국제노동기구의 <노동 및 고용조건 프로그램>에서는 “괜찮은 노동시간”이 갖추어야 할 요소를 다음 다

섯 가지로 제시하고 있다; 안전보건을 증진시켜야 한다, 가족 친화적이어야 한다, 성평등을 증진시켜야

한다, 기업의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 노동시간에 대한 노동자의 선택권과 영향력을 촉진해야 한다. (출

처: International Labour Office, <Decent working time: New trends, new issues>, p420,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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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감책도 마련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또한 임금 총액은 늘었으나 기본급의 비중이 적고 성과

급 비중이 높은 임금 구조의 불안정성은 전혀 개선되지 않고 오히려 2007년보다 심각하게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자들의 사회경제적 건강을 위하여 앞으로의 임금 개선책에는 양적인 차원 뿐

아니라 질적인 차원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판매위 노동자들의 가사 노동시간은 성별로 매우 큰 편차를 보였다. 여성 노동자의 경우 평일에

는 2.5~3.3시간, 휴일에는 5.5~8.2시간 가량 가사 노동을 하고 있어 사실상 쉴 시간을 갖지 못하는

반면, 남성 노동자들은 평일 1.2시간, 휴일 3시간 정도만을 가사노동에 할애하고 있었다. 여가생활

의 1순위도 성별로 큰 격차를 보였다. 남성 노동자들은 영업직의 경우 31.9%, 사무직의 경우

23.5%가 스포츠 활동을 1순위 여가로 꼽았으나, 여성 노동자들은 영업직의 27.4%, 사무직의 41.6%

가 가사노동을 꼽았다. 여가 생활을 즐기지 못하는 주된 이유도 남성 노동자들은 비용 문제를 꼽았

지만, 여성 노동자들은 피로와 가사부담을 꼽았다.

4) 건강 행동 및 건강 지표

흡연율이 약간 줄어든 점이나, 음주율이 다소 줄면서 고위험 음주율은 오히려 늘어난 점은 일반

인구집단과 비슷한 변화 흐름이었다. 다만 운동의 경우, 일반 인구집단에서는 꾸준히 운동하는 사

람의 비율이 줄어드는 것과 달리 판매위 노동자들은 오히려 7.6%정도 늘어났다. 이는 노동시간이

그리 길지 않은 점 등 일반인구집단에 비해 상대적으로 운동하러 다니기에 더 나은 여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고, 영업직 노동자의 경우 고객 확보와 관리 차원에서 스포츠 동호회 활동을

많이 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실제 조사에서도 운동을 꾸준히 하는 사람들의 비율이 사무직(46.9%)

보다 영업직(81.8%)에서 월등히 높았다. 일부 건강 지표에서는 양극화가 진행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결과도 발견되었다. 주관적 건강 인식도는 좋은 쪽과 나쁜 쪽이 모두 늘고 중간이 줄어들었으며,

우울증상의 경우도 ‘우울하지 않은 상태’ 해당자의 비율이 늘어나는 동시에 ‘심한 우울상태’ 해당자

도 늘어나는 양상이었다. 이런 변화는 명백히 부정적인 것으로, 전체 집단에서 고위험, 취약 집단의

비중이 커지기 때문이다. 바로 이런 차원에서, 판매위 노동자들 중 자살을 생각해본 적이 있는 사

람이 11.3%, 실제 시도해본 사람이 1.2%로 상용직 전일제 노동자들 대푯값보다 높게 나왔다는 사

실도 가볍게 넘길 수 없는 문제이다.

4. 직무스트레스 예방을 위한 후속 사업을 제안하며

본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연구진은 직무스트레스 예방을 위하여 다음과 같은 후속 사업들이 필

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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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직무 불안정 요인에 대한 심층 분석

더 이상의 인적 유연화는 진행되고 있지 않은데도(업무 다각화는 여전히 진행되고 있지만) 노동

자들의 고용 불안감은 전혀 해소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한 원인 파악이 필요하다.

2) 변화된 현장통제 방식의 실태 파악과 대안 마련

과거에는 고용불안감의 바탕위에 실적을 중심으로 한 임금 및 포상체계, 고객만족서비스 이데올

로기 등이 함께 작용하면서 노동자에게 자발적 순응을 강제하는 방식이었다면, 2014년 조사에서는

이와는 다른 폭력적이고 타율적인 방식(미행감시, 징계, 폭력)이 상당 수준으로 존재함을 확인하였

다. 이와 관련된 직무스트레스(관계 갈등)의 증가도 확인하였다. 이는 노동환경의 심각한 악화를 말

해주는 것으로 이를 막기 위한 정확한 실태 파악, 원인 규명, 대안 찾기가 필요하다.

3) 더욱 심화된 ‘실적 중심의 구조’에 대한 대응

2007년 확인했던 ‘실적 중심의 구조’가 더욱 심화되었다. 당시의 실적 중심의 구조란 주로 영업

직 노동자 개인이나 영업지점/본부의 판매 대수에 임금, 포상, 승진 등이 직접 연동되어 있음을 말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영업직이건 사무직이건 노동자들의 생활이 회사의 실적에 깊숙이 연

동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더욱 심화된 실적 중심의 구조를 막고 회복해가기 위한 대안을 찾아야

한다.

4) 실질적인 노동자 건강 보호와 예방책 마련

2007년 당시 평균 연령 40대 초반의 노동자들이 지금은 40대 후반의 나이가 되었다. 설령, 다른

모든 요인이 악화하지 않았더라도 연령의 증가 하나만으로도 건강의 위험은 커질 수 있다. 현재 판

매위 노동자들의 건강 상태는 어떠하며, 어떤 문제부터 보호와 예방에 나서야 하는지 구체적인 계

획을 세울 필요가 있다.

5) 연구 결과에 대해 노동자들과 충분히 소통하기

이번 연구 결과를 교육·선전·토론의 과정을 통해 노동자들과 충분히 소통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이 과정을 통해 수렴된 노동자들의 요구와 의견을 다시 후속 (연구) 사업에 반영할 수 있도

록 해야 한다. 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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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글 _ 쌀집아재

“진짜 사장이 직접 고용해”

간접고용노동자들이 늘어가면서 노동현장의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사진은 11월 8일 노동자대회에서 진짜 사장이 고용하라고 외치는 노동자들. 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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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판매서비스 노동자의 웃음과 눈물

11월 특집에서는 감정 노동을 중심으로 판매서비스 노동자의 안전보건 문제를 살펴본다. 판매

서비스 노동자들의 감정 노동을 이론적으로 정리하고, 최초로 감정노동 수당을 쟁취해낸 로레알

코리아 노동조합 사례로 현장을 만났다. 마지막으로 감정노동에 국한되지 않는 판매서비스 노동자

들의 다양한 안전보건 문제를 짚어보았다.

1. 미소의 무게

정하나 선전위원

매우 만족…….하십니까?

오래전 모회사 휴대폰 구입을 만류하던 직장동료에게서 들은 말이다.

“제 친구가 **전자 단말기 개발 연구원이잖아요. 옛날에는 ○○콜이 부품도 좋고 튼튼했는

데, 요즘엔 정책이 바뀌었대요. 중국산 부품 쓰고 대신 A/S센터에서 고객서비스 친절하게 해

주는 걸로 승부 보기로…….”

며칠 뒤 **전자 A/S센터에 방문했던 나는 이 ‘서비스’의 실체를 경험할 수 있었다. ‘엔지니

어’ 직원이 현관 앞에서 나를 맞이하고 손수 의자를 빼주었다. 시종일관 웃으며 눈을 맞추고

민원사항을 접수했다. 수리될 때까지 기다리는 동안 차 마시기를 권했다. 수리를 다하고 물

건을 돌려주며 친절한 설명을 해주었다. 마지막 서비스로 문 앞까지 배웅하면서 한 가지 부

탁을 했다.

“전화가 올 거예요. 서비스에 대해 꼬~옥 ‘매우 만족’ 한다고 답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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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나서기 무섭게 전화가 왔고, 당부 받은 대로 ‘서비스에 매우 만족했다.’ 고 답했다.

내가 답한 ‘매우 만족’은 무엇에 대한 만족인가? 나의 ‘매우 만족'을 얻어간 그는 정말 ‘매우

만족’ 했을까?

서비스 사회와 감정 노동, 그 속성

위의 이야기는 서비스업의 속성과 판매 ‧ 서비스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의 노동형태를 아

주 잘 드러내 주고 있다. ① 대면서비스 부문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기업 측의 경영전략

② 원래의 업무 외 감정 노동을 포함한 서비스 노동에 적극적으로 투입되는 노동자 ③ 기업

의 더욱 정교해진 관리·감독 즉, ‘노동자들이 생산물을 잘 생산하였는가’ 뿐만 아니라 ‘소비

자가 생산물을 구입하러 왔을 때 기분 좋게 하려고 최선을 다했는가’, ‘소비자의 기분을 만족

시켰는가’ 등 이른바 감정까지 관리·감독하는 것이 그 특징이다.

제조업 위주에서 서비스업이 주종을 이루며 ‘서비스 사회(산업)’ 로 전환된 현재, 산업 경

향 혹은 소비 성향은 ‘더 좋은 서비스’로 수렴된다. 질 좋은 상품들끼리 대결하던 것에서 한

발 더 나아가 ‘구입 전후 서비스도 좋은 상품’ 이 진짜 질 좋은 상품인 시대가 된 것이다.

이제는 무엇을 생산하거나 소비할 때 어느 것이 더 흡족하고 감동스러운 느낌을 주는가도

기준이 되었다. 이미 포화상태였던 시장으로서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상호작용을 통해’ 새롭

게 공략할 수 있는 소비자 욕구(감정)에 대한 발견이 마치 신대륙을 발견한 것과 같았을 것

이다.

이에 개인의 감정과 정서 같은 영역마저 상품화되었다. 노동자들은 생산물을 제조하는 노

동(육체 및 지식 노동)과 더불어, 그 생산물을 제공하는 것이 자기의 기쁨인 냥 표현해야 하

는 노동(감정 관리의 노동) 모두를 해내야 한다. ‘더 공손하고 더 친절하게 그리고 더욱 진

심으로’ 고객을 응대하여 소비자로 하여금 특정 상품이나 서비스를 즉각적으로 구매하도록

하며, 나아가 당시 고객을 대면한 노동자의 감정관리(노동)을 통해 긍정적인 기업의 이미지

를 판매, 추후 ‘재구매’로 연결되도록 하는 이른바 ‘고객만족경영’ 전략의 출발도 맥을 같이

한다.

구조적 감정 착취, 가장 심각한 노동 소외로

이제 감정은 더 이상 개인의 것이 아니다. 내 감정을 내 마음 가는 대로 표현 할 수 없고

해서도 안 된다. 뿐만 아니라 ‘특정한 감정 상태로 보이게끔’ 적극적으로 표현해야 할 때도

왕왕 있다. 속한 조직(기업)의 감정표현 규칙대로 감정의 표면과 내면을 길들여야 하는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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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질환으로 인한 사망건수 (제공 : 근로복지공단)

2009년 2010년 2011년 2012년 06월신청 24 건 22 건 46 건 28 건승인 9 건 7 건 14 건 7 건

※사망원인 : 자살(투신, 음독, 목맴 등)

다. 이것이 감정이 노동이 된 서비스 사회에 추가된 노동규범이다.

하지만 감정 관리의 수준이 심화될수록, 감정노동을 자주 깊게 할수록 실제 자신의 감정

(인격)과 분리되는 감정부조화 현상이 일어나 노동자의 마음은 병들 수 있다. 감정부조화의

병리적 예로는 화병, 우울증, 폭력성이 비치는 히스테리, 자기비하 등이 있고 이러한 정신적

불건강은 육체까지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우울증의 경우 여러

가지 질환 및 사회적·직업적·신체적 장애를 가져오기도 하며, 우울증을 앓는 사람 중

10~15%가 결국 ‘자살’에 이를 정도로 심각한 정신질환이다.

“스트레스 달고 사는 직장인들…….정신질환 자살자 갈수록 늘어, 산재신청 4년 새 5배 껑

충……. 실적 경쟁·감정노동 탓”

이는 작년 4월 1일자 한국경제 기사 제목이다. 기사에서는 최근 4년 간 우울증 등 정신질

환으로 자살한 근로자의 유족들이 근로복지공단에 산재신청을 한 건수와 실 승인 건수의 증

가치를 보여주며 그 심각성에 주목했다. ‘업무 관련’ 자살의 증가원인으로 ①서비스업의 비중

이 커지며 생긴 감정노동의 스트레스 ②근로환경의 변화로 인해 장시간 홀로 업무상 긴장상

태에 놓이는 것 ③실적에 대한 과도한 부담 ④고용 불안정을 꼽았다.

이 통계는 판매를 포함한 생산 과정에서 기업과 자본에 의해 철저하게 관리되는 노동자의

감정에 대해 그 과정이 끝나고 나면 순전히 ‘개인의 것’으로 돌려보낸다는 것을 보여준다. 영

업팀장과 텔레마케터들은 좋은 물건임을 소개하고 많이 팔기 위해, 그리고 불만에 가득 찬

고객들의 마음을 달래기 위해 미소와 밝은 목소리를 유지하는 노동을 매우 힘들어 하고 있

었다. 그러다가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져서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도 점점 늘

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목숨을 끊을 정도로 스트레스 받는 감정 노동. 그런 강도 높은 감

정 관리의 업무를 지시하고 스트레스 낮춤 조치는 없는 기업. 아프고 죽어도 산재 승인은

잘 안 해주는 정부. 이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쓸 데로 써먹은 후 노동자의 감정이 마모되고

녹스는 것에 대해 책임지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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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인간의 노동은 육체·정신·감정의 다양한 영역으로 구성되는데, 고강도의 감정 관리

까지 해야 하는 현대의 노동자들은 육체 및 정신노동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소외현상과 부가

적 감정노동에 시달리는 것까지 더하면, 이중고, 삼중고의 소외를 겪는 셈이다. 앞서 짚었듯

서비스업 종사자라고 해도 감정만으로 노동하지 않는다. 대부분 기존의 업무에서 감정노동을

추가로 한다. 휴대폰 A/S센터의 엔지니어가 기계도 고치고 고객을 직접대면하면서 친절기업

의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는 것처럼, 입출금 수납업무를 전담하던 은행원들이 금융상품을 하

나라도 더 팔기 위해 바쁜 중에도 일일이 기립인사를 하기 시작한 것처럼 말이다. 노동자들

은 구조적으로 더욱 치밀하게, 이제까지 경험하지 못한 수준의 가장 적극적인 소외로 몰리고

있다.

외주․하청, 감정 착취의 수직계열화

앨리 러셀 혹실드가 1983년 처음으로 감정노동이라는 개념을 주창했을 때만 해도 감정노

동은 한정된 직업군이 경험하는 노동의 형태였다. 당시에는 이런 직업군이 변호사나 상담가,

의사, 스튜어디스 정도였고, 이들의 서비스와 노동에 대한 사회적 인정은 높은 편이었다.

서비스에 대한 산업적 기대치가 확연히 달라진 지금, 감정을 동원하여 서비스를 제공하는

직업군 및 서비스의 질과 제공범위에 대한 소비자의 기대치가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

로 확대되었다. 하지만 희소성의 가치가 사라져서일까? 많은 노동자들이 마트, 식당, 주유소,

고객센터 등등 우리 생활 곳곳에서 기업에게는 이윤을 벌어다 주고 소비자에게는 더한 만족

감을 주기 위해 물심양면으로 애쓰고 있건만 이에 대한 가치는 전에 없이 떨어져 있다. 아

마도 서비스업의 대부분의 일자리가 하청의 하청, 외주의 외주를 거쳐 만들어져 ‘저임금, 장

시간 노동’의 나쁜 일자리로 고착되는 것이 큰 영향인 것 같다. 판매와 실적, 고효율과 고이

윤을 둘러싼 기업의 노동자 감정 팔기 횡포가 심해지는 만큼, 소비자들 역시 감정노동자의

감정을 인간의 그것이 아닌 쉽게 사고팔고, 망가지면 뚝딱 고칠 수 있는 물건으로 대하는

풍토가 강해지는 게 아닐까?

무거운 짐을 진 감정노동자의 미소

‘나’를 ‘매우 만족’ 시키기 위해 짓는 판매․서비스 노동자의 미소는 쓰디쓰고 무겁디무거운

것이다. 실적과 평가의 압박, 이와 연결되는 고용의 불안정성, 매일 수차례 진상 손님들로부

터 받는 인격모독, 직장의 동료를 판매․서비스업 특성상 동료라기보다 경쟁상대로 대할 수밖

에 없는 외로움. 이는 한 사업장에서 일하는 한 노동자의 괴로움이 아니다. 서비스산업 비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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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미 50%가 넘는 한국 노동시장과 그 시스템 속에 있는 많은 수의 우리, 어쩌면 나의 이

야기이다.

감정노동이 자본의 필요에 따라 구조적으로 발생·심화되듯 감정노동으로 인한 부정적 후

과 역시 구조적으로 발생한다. 그럼에도 이 노동의 후유증과 그 책임은 노동자 개인에게만

지워지고 있다. 이 모든 무거운 짐을 개인이 홀로 몽땅 짊어지고 웃음 지어내야 한다는 것,

이는 참 폭력적이지 않은가!

보이지 않는 손의 거대한 주먹, ‘서비스 압박’ 폭력에 의해 노동자의 감정이 병들고 죽어가

고 있다. 감정 노동자들이 미소를 띤 채, 미소의 무게에 눌려서 말이다. 일터

2. 조합원과 감정노동의 고충을 나누는

것부터가 시작인 것 같아요- 로레알 코리아 노동조합 인터뷰

재현 선전위원

프랑스에 본사를 두고 있는 로레알 코리아는 랑콤·비오템·키엘 등의 브랜드를 보유한

세계적인 화장품 그룹의 한국 지사다. 로레알 노동자들은 고객을 상대하는 업무 특성상 발

생하는 감정노동과 장시간·저임금·열악한 노동환경에 따른 직무스트레스로 이중고를 겪

고 있는데 인터뷰를 통해 2005년 노동조합 결성 이후 노동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어떤 노

력을 펼쳐왔는지 되짚어 보면서 최근 연이어 불거지고 있는 ‘감정노동’의 문제를 어떤 관점

으로 바라보고 해결해야 하는지 모색해보고자 하였다.

* 인터뷰 : 로레알 노동조합 이은희 위원장, 하인주 사무국장, 문준이 조직국장

로레알 코리아는 지난 2005년 6월 주 5일제 시행에 따른 임금체계가 바뀌는 과정에서 임

금 및 수당 문제로 화장품 판매·영업 사원 1,000여 명이 노동조합을 만들고 회사와 싸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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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해 한국 사회 최초로 단협을 통해 감정노동 수당을 쟁취했다. 현재는 수당뿐만 아니라 감

정노동 휴가, EAP 프로그램(근로자 지원 프로그램)제도도 운영하고 있다.

“노동조합을 만들고 민주노총 서비스연맹에 가입하면서 우리 노동이 ‘감정노동’임을 알게

됐어요. 이후에 보상을 받는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지만, 기본권을 보장받는 의미에서

감정노동 수당을 회사에 요구하게 되었죠. 회사는 눈에 보이지도 않는 감정노동을 인정할 수

없다고 했지만 싸움 끝에 결국 얻어냈는데 문제는 회사가 2008년까지 월급명세서에 서비스

수당이란 명목으로 지급해서 조합에서 이 이름을 바꾸려고 오랜 시간 싸움을 이어갔어요.”

감정노동의 검은 그림자

노동조합 출범한지 10년, 타 외국계 화장품 업체 노동조합에선 로레알 노동조합을 다들

부러워하지만, 감정노동의 그늘은 이곳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얼마 전 일인데 보통 매장에서 행사를 하면 대개 고객들에게 참여하라고 전화를 하거나

문자를 보내요. 그런데 우리 직원이 다른 매장 고객에게 연락을 메시지를 보낸 거죠. 그랬더

니 그 고객이 너희 고객도 아닌데 나한테 문자를 어떻게 보냈느냐며 개인정보유출이라고 욕

하면서 백화점 담당 직원을 때리기까지 해서 경찰을 부른 적이 있었어요. 이후에 우리 직원

이 외상 후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서 몇 일 일을 쉬고, 출근하러 매장으로 오는데 그때 충격

으로 매장까지 걸어서 들어오지 못 하더라고요. 그래서 정신과 치료도 받았어요.”

“한번은 고객이랑 전화 상담을 잘

마쳤는데, 그 고객이 남편에게 직원이

자기를 어린아이에게 설명하듯 하면

서 무시했다고 했나 봐요. 곧장 남편

에게 전화가 왔고, 직원에게 한 시간

동안 욕을 퍼붓고, 죽여버리겠다고 협

박하면서 칼 들고 매장으로 갈 테니

꼼짝 말고 있으라고 한 거죠. 이렇게

되면 진짜 매장으로 오면 어쩌나 두

렵기도 하고, 그렇다고 퇴근을 할 수

도 없어 백화점 보안팀에 연락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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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염없이 기다리는 것 밖에 할 수 있는 게 없어요.”

미스터리 쇼퍼1)도 큰 문제가 되고 있다. 나라마다, 브랜드 별로 조금 차이는 있지만, 기본

적인 가이드가 있어서 1년에 두 번, 큰 매장은 네 번씩 진행하고 있었다. 문제는 이 제도가

고객 서비스가 어떻게 제공되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을 넘어 친절한 직원과 불친절한 직원을

구별하는데 쓰이고 있고, 무엇보다 평가 기준도 굉장히 주관적이라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평가 항목에 감성평가라고 해서 고객에 대한 직원의 진심이 담겨있는지 아닌지가 점수에

포함돼있어요. 얼마 전 제 평가에서도 굉장히 노하우가 많은 사원처럼 느껴지나 진정성이 담

겨있지 않다고 해서 점수가 50% 깎였어요. 제 목소리가 상냥한 편이 아닌데 비디오가 아니

라 녹음기로 체크하다 보니까 내가 아무리 미소를 지어도 소리로는 확인이 안 되고, 진정성

이 담겨 있지 않다고 하니, 아니 대체 어떻게 해야 진정성이 느껴지는 건가요?”

본사뿐만 아니라 입점해있는 백화점에서도 미스터리 쇼퍼를 통해 직원을 평가하고 점수에

따라 퇴출도 시킨 적이 있다. 이 때문에 조합원들의 반감이 워낙 강해 서비스연맹과 투쟁

끝에 백화점에서 하는 미스터리 쇼퍼는 폐지 시켰다.

우린 고객보다 직원을 먼저 생각 합니다

한국 사회와 달리 본사가 있는 프랑스나, 해외에서도 감정노동 관련한 사례는 어떨까.

“얼마 전 노동조합에서, 독일을 다녀왔는데 거기는 진상 고객이라는 개념 자체를 이해 못

하더라고요. 직원들은 자기 할 일을 하면 되고 손님은 물건을 사기만 하면 되는데 왜 고객

비위를 맞춰야 하는지 이해를 못 하는 거죠. 만약 고객과 분쟁이 일어나도 자기들은 고객을

먼저 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직원을 먼저 생각한다는 얘기를 들었을 땐 현실이 참 많이

다르다는 걸 새삼 깨달았죠.”

1) 일반 고객으로 가장하여 매장을 방문하여 물건을 사면서 점원의 친절도, 외모, 판매기술, 사업장의 분

위기 등을 평가하여 개선점을 제안하는 일을 하는 사람을 미스터리 쇼퍼라고 부른다. 내부모니터요원

이라고도 한다. [두산백과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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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상 고객으로 인한 감정노동은 개별 사람들에 문제이기도 하지만 한편, 그/녀들의 문제라

고만 보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유통시장의 손님이 왕이라는 그릇된 판매 전략이 직원에게

과도한 친절과 서비스를 요구하게 되는 것이다. 백화점 담당 직원이나 입점 회사의 경우 고

객들과 마찰이 생기면 자신들 인사고과에 문제가 생기니까 가장 힘이 없고 약자인 입점 직

원에게 무릎을 꿇어서라도 무조건 사과하고 조용히 끝내길 바라다보니 강요된 웃음과 친절

이 나오는 것이다.

“최근에 감정노동뿐만 아니라 매장에서 고객과 문제가 생겼을 때 직원들이 대응할 수 있

는 매뉴얼을 만들었어요. 그런데 문제는 소위 ‘갑’인 백화점 측의 협조가 필요한 부분이라,

이 매뉴얼이 현장에서 잘 써먹힐 수 있도록 계속해서 협의해 나가면서 보완할 점이 많아요”

로레알 노동조합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

여전히 부족하지만 05년부터 조합원과 함께해온 결과 현장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예전에는 고충이 있어도 말할 수 있는 권한이 많지 않았는데, 지금은 얘기할 수 있는 권한

과 루트가 생겼다고 생각해요. 조합원들이 일상에서 불만이 있으면 수시로 얘기하고 조금이라

도 개선해 나가면서 노동조합의 힘, 필요성을 확인했다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최근 몇 년간 정부 기관을 비롯해 사업주까지 감정노동자를 위한 가이드라인, 매뉴얼을

만들고 있다. 이런 흐름에 발맞춰 회사 내 고충처리부서 운영, 직무 스트레스 상담, 감정 휴

가 등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이런 흐름은 과거보다 감정노동자의 기본권을 보장한다는

측면에서 분명 유의미한 발전이다. 그러나 ‘미스터리 쇼퍼’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노동 탄

압, ‘갑’ 백화점과 ‘을’ 지점의 관계, 열악한 장시간 노동 및 근무환경에서 오는 직무스트레스

의 총 집합이 감정 노동임을 생각해 봤을 때 지금의 해결책은 진상 고객의 문제, 스트레스

를 호소하는 개별 노동자의 문제로 한정시키는 한계가 있다.

감정노동의 문제를 보다 구조적이고 본질적으로 해결해나간다는 측면에서 감정노동의 아

픔을 호소하는 노동자들이 있을 땐 현장에서 조합원의 고충을 함께 나누고, 관리자들과 부딪

혀야 할 땐 조합원과 함께하면서, 노동조합 활동을 하는 것 자체가 자부심이라는 로레알 노

동조합의 목소리를 주목하자. 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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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진상고객만 사라지면 판매·서비스

노동자들이 웃을 수 있을까?

최민 선전위원장

판매‧서비스 노동은 복잡한 도시를 구성하는 가장 조밀하고 촘촘한 노동 중 하나다. 전국사업체

조사에 따르면 판매서비스에 종사하는 사람은 2010년 261만 명, 2011년 268만 명, 2012년 277

만 명으로 추산된다. 자영업자를 제외더라도 판매‧서비스 노동자는 매년 증가 추세다.

최근 판매 서비스 노동자의 감정 노동 문제가 사회적인 관심이 되고 있지만 감정 노동만 문제가

아니다. 지난 3년간, 산재보험의 혜택을 받는 150만 명 정도의 도소매 및 소비자용품 수리업종 종

사자 중 매년 6천명이 넘는 사람들이 재해를 입어 산재 요양을 받았고 사망자도 매년 40~50 여

명씩 발생하고 있다.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많은 숫자의 판매 서비스 노동자들이 일하다 다치고,

병들고, 상처받고 있다.

사고

산재 요양을 받은 판매 서비스 노동자들의 재해는 사고로 인한 재해가 대부분이다. 2012

년 안전보건공단에서 발행한 도소매판매 직종 안전 매뉴얼에서는 특히 상품 진열과 상품 입

고, 적재 및 저장 과정을 사고 발생 위험이 높은 업무로 보고 있다. 이 과정은 대부분 중량

물을 좋지 못한 자세에서 취급하는 업무이다. 물건을 싣고 가던 대차 바퀴에 발이 끼거나

상품 운반 중 계단에서 넘어지는 등의 사고는 흔히 발생할 수 있고, 그 외에 상품 운반 중

인 지게차와 충돌하는 경우 사망과 같은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근골격계 질환

마트 노동자들은 하루 종일 서 있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에 ‘지속적으로 서서

일하는 근로자가 작업 중 때때로 앉을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의자를 갖추도록 하고 있다.

계산대에 의자가 설치되지 않은 마트에서 ‘왜 의자를 설치하지 않았느냐’고 항의하자, 관리자

가 ‘우리 마트는 작업 중 앉을 수 있는 기회가 없기 때문에 의자를 설치하지 않는 것이 법

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는 일화가 있다. 육류 판매 노동자는 하루 종일 냉장고 앞에

서 얼린 고기를 썬다. 종일 차가운 환경에서 하는 육류 가공 업무는 수근관증후군 등 손목

과 팔에 근골격계증상이 잘 생길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작업 중 하나다. 무게가 10kg 이상

나가는 상품을 종일 쌓고, 나르고, 진열하는 노동자들은, 삐끗하는 사고 위험도 높지만 요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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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판탈출증과 같은 허리 질병이 발생할 위험도 높아진다.

교대근무

동네 소규모 상점들과 공생하려고 24시간 영업을 안 한다지만, 대부분의 대형 마트는 밤

12시까지 문을 연다. 교대 시간에 따라 불규칙하고 부실한 식사, 부족한 수면 등 교대근무로

인한 건강영향은 고스란히 노동자의 몫이 된다.

폭력

영국 산업안전보건청은 판매직 노동자들이 처할 수 있는 안전보건 상의 중요한 문제로 안

전사고, 중량물 취급과 함께 직장 내 폭력을 꼽는다. 앞서 인용한 2011년의 산업안전보건연

구원 연구에서도, 마트 관리자들 전원이 판매 노동자들은 고객으로부터 언어 및 신체적 폭력

을 경험할 가능성이 높다고 인정하고 있다. 마트 계산원 40대 여성 노동자가 고객의 폭언에

의해 중등도의 우울증, 급성 스트레스 장애를 진단받고 일부 산재 승인을 받은 사례도 있다.

건강권은 노동권의 지표

판매서비스 노동자들의 건강 문제는 이렇게 다양하다. 언제나 그렇듯이 노동자들의 이런

건강문제는 어쩔 수 없는 작업과정의 문제가 아니라, 판매 서비스 노동자들을 전혀 고려치

않는 회사 측의 작업배치와 노동환경에서 비롯된다.

회사 측에 맞서 스스로를 노동조합으로 조직하지 못한 많은 판매 서비스 노동자들은 일하

다가 다치거나 아파도 산재보험을 청구하지 못 하는 경우가 많다. 산재 발생은 축소 보고되

고, 예방은 뒷전이 된다. 안전사고는 근속 기간이 짧을 때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대형 마트

에서는 70% 이상의 사고가 근속 기간 1~2년 사이에 발생한다. 판매 서비스 노동자들의 불

안정한 고용, 잦은 이직은 지속적인 사고의 원인이 된다. 네이버 웹툰 <송곳>은, 하루아침에

판매직 직원들을 수단방법 가리지 말고 다 내보내라는 지점장의 지시에서 시작한다. 영화

<카트>에서 노조의 ‘노’자도 모르고 살았던 여성 노동자들이 용기를 낸 계기도 일방적인 해

고 통지다. 한 대형마트가 수년 동안 직원들을 사찰하고 감시해온 사실이 드러난 게 바로

작년 일이다.

판매 노동자들의 감정노동만을 부각하며, ‘진상 손님이 문제’라고 말하는 것이 안일한 대처

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노동자들의 생계를 손에 쥐고 노동자들이 지쳐 쓰러질 때까지 부리

다가 수틀리면 해고와 계약해지를 남발하는 회사에 맞서야 노동자들이 건강하게 일할 수 있

다. 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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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에서 만나는 간호사들

김세은 운영집행위원

지금이야 아침에 출근해서 저녁에 퇴근하는 삶을 살고 있지만, 인턴, 그리고 전공의 1년 차 때는

그야말로 당직을 ‘밥 먹듯이’ 하며 지냈다. (물론 4년 내내 당직이 많은 다른 과에 비하면 나은 형

편이지만 말이다.) 인턴 때는 매달 다른 과에서 근무하기 때문에 당직일수가 달마다 꽤 차이가 났

지만, 전공의 1년 차 전반기 6개월 동안은 일주일 중 22시간을 제외하고 늘 당직이었다. 언제든 병

동이나 응급실에서 걸려오는 콜을 받을 준비가 되어있어야 했다. 병동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았고,

병동 간호사들과 업무상 접촉할 일이 많았기 때문에 자연히 가까워졌다. 단순히 인사하고 업무 이

야기를 나누는 것을 넘어 농담을 주고받거나 사소한 것을 챙겨주기도 하는 간호사들도 있었다. 한

동안 안 보이는 간호사가 있으면 무슨 일이 있는지 궁금해 하기도 했다.

병동에서 일하며 만났던 간호사들은 대부분 웃는 얼굴일 때가 많아졌고 친절했다. 아픈 환자들을

가장 가까이에서 돌보는 일이 얼마나 고된 일인지 알 수 있었지만, 다른 어려움, 특히 교대근무에

대해서는 다들 그럭저럭 적응하며 일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아니, 직업환경의학을 하는 의사로서

는 부끄럽게도 크게 어려움이 있을 거라는 생각을 그다지 하지 못했던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작

년부터 야간근무자에 대한 특수건강진단이 시작되고 진료실에서 간호사들을 만나게 되면서, 그들이

일하면서 어떤 고충을 겪는지도 알 만큼 가까워졌다고 생각했던 것은 나의 착각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교대근무자에게 가장 흔한 건강장애는 수면장애라는 것이 익히 알려졌는데, 정말 그렇다. 매일 잠

을 이루지 못하는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매일 잠을 이루지 못하는 사람들은 이미 일을 그만두었을

지도 모르겠다), 10명 중의 8명 정도는 경한 수준에서라도 불면증이 있었다. 특히, 나이트 근무에서

데이 근무로 넘어갈 때 잠들기 어렵다는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이미 나이트 근무에 적응된 상태인

데다가, 이른 새벽에 제대로 일어날 수 있을까 하는 심리적 압박에 잠이 오질 않아 2~3시간밖에 자

지 못한다고 했다. 그렇게 힘겹게 데이 근무로 넘어가서도 한동안은 정말 밤에 잠을 제대로 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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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해 힘들다는 사람들이 많았다. 오롯이 자기 의지만으로 힘겹게 근무를 이어나가는 경우도 있었지

만, 심할 때는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약을 처방받아 복용하고 조금 나아졌다는 경우도 있었다. 그 밖

에도, 교대근무를 하면서 가슴 두근거림이나 소화불량, 속 쓰림 증상, 생리불순이 잦아졌다는 사람

들도 꽤 많았다.

병동이나 부서에 따라 근무 스케줄이 다르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어떤 병동은 한 달 동안 데이,

이브닝, 나이트 근무가 모두 들어가도록 스케줄이 만들어지는 곳도 있지만, 어떤 병동은 한 달간 나

이트 근무를 집중적으로 하고, 다음 달은 데이 근무를 집중적으로 하게 되어있었다. 부서별로도 차

이가 좀 있었다. 특히, 영상의학과의 어떤 팀은 2교대 근무를 하고 있는데 3개월이나 6개월간 연속

으로 나이트 근무(게다가 야간에 14~15시간 근무를!)를 하는 곳도 알게 되었다.

교대근무를 하는 생활에 익숙해질 수 있을지 몰라도, 우리 몸은 절대로 교대근무에 적응하지 못

한다. 진료실에서 실제로 만나본 교대근무자들도 그랬다. 교대근무에 전혀 어려운 점이 없다는 사람

들도 가끔 만났지만, 대부분은 한 가지 이상의 건강문제나 어려움을 갖고 있었고, 교대근무를 시작

하고 처음 수년간은 그럭저럭 지내다가 뒤늦게 심한 불면증을 겪는 경우도 있었다.

특수검진을 할 때면 시간에 쫓길 때가 많다. 조금이라도 문진을 길게 하려고 하면, 밖에서 기다

리고 있는 분들이 많다는 담당 간호사의 재촉을 받기 마련이다. 그래도 ‘어휴, 정말 힘드시겠다’고

한마디 하면 즉각 ‘네, 정말 힘들어요’하는 반응이 되돌아온다. 그렇게 힘겹게 근무를 이어가면서도

그런 어려움에 대해 막상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누어 본 적이 있다는 사람들이 거의 없었고, 실제로

어려움을 토로할 공간과 시간이 거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근무 시간에는 피곤함을 참아가며

일하고, 동료들과 그나마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교대 시간에는 업무 인계하느라 바쁘기 마련이다.

어쩌면 그들의 어려움을 물어보고 알아주는 유일한 사람이 직업환경의학과 의사일지도 모르겠다

는 생각이 들어 어깨가 무겁다. 교대근무를 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는 하지만, 교대근

무를 피할 수 없는 곳 중 하나가 병원이다. 당장 진료실에서 건강한 수면에 관해 이야기해줄 수는

있지만, 그들에게 실제로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그래서 더더욱, 교대근무자들

끼리 터놓고 이야기하면서 개선점을 스스로 찾아 나갈 기회를 만드는 것도 중요할 것 같다. 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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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중지권 기획]

다치기 전에 작업을 중지하자

중대재해 예방과 작업중지권 실현을 위한 ‘당장멈춰’ 팀

‘당장멈춰’ 팀은 금속노조 작업중지권 실태 조사를 위해 작업중지 경험을 가진 현장에 방문해

심층면접을 통한 실태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작업중지권은 사고 발생 후 처리를 위해 발동하

는 것이 아니라 예방이 목적이다. 그러나 회사들은 사고가 나도 사람이 다치지 않으면 작업중

지권 발동을 탄압한다. 기아자동차 화성공장 홍진성 대의원과의 인터뷰 중 일부를 전한다.

Q. 현장에서 여러 번 작업 중지를 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A. 작업중지의 형태는 굉장히 다양하다. 입사 이후 손에 꼽을 수 없을 만큼 다양한 형태의

작업중지가 있었다. 회사 측의 안전보건조치 미준수 문제로 라인을 세우기도 했고, 설비가 이

상 작동을 해서 사람이 다칠 뻔하면 재해 예방차원에서 작업중지를 하고 대책회의를 한 적도

있다. 자동차 회사는 곳곳에 위험이 많다. 머리 위에서 쇠파이프 같은 것이 떨어지기도 했었

고, 설비에 발이 낄 뻔한 적도 있다. 재해가 일어나기 전에 안 다치게 하는 것, 예방적 환경

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니까 그렇게 실행해왔다. 사실 조합원들이 다치면 굳이 대의원이 나서

서 작업중지를 하지 않더라도, 회사에서 작업중지를 하기도 한다. 그런데 작업 중지의 기준이

언젠가부터 작업자가 ‘다쳤나’, ‘안 다쳤나’ 하는 것이 되어버렸다. 심지어 다쳤다고 하더라도,

사고의 경중을 따져서, 작업중지를 할 만한 사안이었는지, 아니었는지를 가르고 있다.

Q. 최근에도 작업중지권 발동으로 언론에 소개되는 등 논란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소개해 달라.

A. 조립 3부 하체 2반에서 일을 하는데, 차량 하부에서 중량물을 많이 다룬다. 엔진도 올리

고 뒷바퀴 축, 연료탱크, 머플러 등 하부작업을 하는데 대부분 중량물이다. 보통 10kg 이상이

다. 7월 26일, 머플러를 보디에 장착하는데, 머플러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작업자 바로 옆,

40cm 옆에 떨어졌다. 비상버튼을 눌러서 작업중지를 한 게 아니라, 설비에 제품감지가 안 돼

서 라인이 자동으로 섰다. 노동조합에 안전사고 났다고 보고를 하고 기다리는데, 회사간부들

이 먼저 왔기에 안전사고 났고, 머플러가 왜 떨어졌는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니 대책회의를

하자고 했다. 그런데 이 사람들이 현장을 쭉 둘러보고는 “안전사고가 아니”라는 것이다. 사람

이 다치지 않았고, 머플러가 떨어진 곳이 작업공간이 아니라는 것이다. 사측은 물적 피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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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적 피해도 없으니 설비 트러블이지 안전사고는 아니라고 우겼다. 그래서 우리는 중량물이

작업공간에 낙하한 안전사고로 규정하고, 자연스럽게 라인이 중단된 상태에서 조합원들을 모

아 공청회 진행을 하려고 했는데, 회사는 계속 안전사고가 아니라며 가동을 시도했다. 그래서

결국 설비 가동을 막기 위해 설비 앞에서 연좌를 진행했다.

결국, 아침 8시 30분쯤에 사고가 발생해서 저녁 6시 반까지 라인이 섰다. 주간 연속 2교대로

1조 때 사고가 발생했는데, 2조까지 계속 이어져서 라인이 선 것이다. 그 후 노동조합과 회사

가 대책 논의를 하기로 해서 라인가동이 재개됐다.

Q. 그렇다면, 이후 회사의 대책은 어떻게 나왔나?

A. 실질적으로는 없다. 떨어진 머플러를 플로어에서 치우고 다시 라인 가동한 거 외에는 안

전조치라는 게 없었다. 회사 측에서는 어떤 조치를 하면 자기들이 안전사고로 인정하는 것처

럼 보일까 봐 아무것도 안 했다. 그리고 회사는 업무방해로 고소했고, 저도 조합이랑 논의해

서 해당 부서장을 상해죄로 고소한 상태이다. (인터뷰 이후 현재, 기아차는 홍진성 대의원에

대한 손해배가압류를 신청한 상황이다.)

Q. 조합원들의 반응은 어떤가?

A. 저희 부서 조합원들은 저를 매우 지지한다. 수년 동안 크고 작은 사고가 발생을 해도, 회

사가 라인을 강제로 가동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다 보니 불만이 굉장히 많이 쌓여 있었는

데, 라인을 중단하고 투쟁하니 이런 불만을 표출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Q. 대의원이지만, 개인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일을 하신 것 같다.

A. 기아차 단체협약에는 작업중지권이 명시되어 있다. 어떤 때 작업중지를 해도 되고 어떤

때는 작업중지를 하면 안 되는지 명시되어 있지는 않다. 노사 힘 관계에 의해서 때로는 되던

것도 안 되기도 하고, 예전에는 안 되던 것이 지금은 되기도 한다. 격렬하게 싸우지 않으면

얻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 이렇게 하면서 선배들도 노동조합 기틀도 세우고 단체협상도

만들었던 거 아닌가. 선배들이 했던 것에 대해서 후배들이 이어가는 것도 저 같은 사람들의

역할인 것 같다. 당연히 해야 했던 상황이었고, 그래서 앞으로도 이런 상황이 벌어진다면, 개

인적인 손해가 있더라도 다시 라인을 잡을 것이다. 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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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시간센터(준) 기획]

밤낮 없는 노동시간

이혜은 노동시간센터(준)

작년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사 중 이런 대목이 있었다. “한강의 기적으로 불리는 우리의

역사는 독일의 광산에서, 열사의 중동 사막에서, 밤새 불이 꺼지지 않은 공장과 연구실에서,

그리고 영하 수십 도의 최전방 전선에서 가족과 조국을 위해 헌신한 국민들이 있어 가능했

습니다.”

해가 지고 밤이 되면 몸의 생체시계는 푹 자고 쉴 시간이 되었다고 알려주는데, 따뜻한

가정에서 함께할 가족이 기다리는데 왜 이를 외면하면서 국민들은 헌신해야 했을까? 아니

왜 여전히 그 헌신을 거부할 수 없게 되었을까?

밤에도 일하는 이유

현대 시대에 안전하고 건강한 사회를 위해서 불가피하게 밤에도 일해야 하는 직업이 있

다. 밤에 난 불도 꺼야 하고 밤에 아픈 환자도 치료를 받아야 하고 밤에 일어나는 범죄도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전기, 가스, 운수, 수도, 통신, 병원 등 공공서비스가 바로 이런 경우

이다. 또 다른 경우는 철강제조, 석유화학 등 생산과정이 연속되어 해가 뜨고 지는 시간에

맞춰서 작업을 중단할 수 없는 경우이다. 그렇지만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밤에 일하는 것의

상당수는 이런 불가피한 일이 아니라 기업의 이윤을 위한 것이다. 경영효율성을 위한 생산설

비의 완전가동을 위해 밤낮없이 일하게 되고, 장시간 노동은 해가 진 밤까지 이어진다. 이제

밤낮없이 일한 노동자들이 퇴근 후에도 소비할 수 있도록 각종 서비스업종의 노동자들이 역

시 밤에 일한다. “연중무휴”, “24시간 오픈”은 이미 오래전부터 24/7사회(하루 24시간 주 7일

일하는 사회)로 접어든 우리 사회에서 익숙한 문구이다.

우리나라 야간노동 현황

몇 가지 통계조사를 이용해서 우리나라의 야간노동 현황을 살펴볼 수 있다. 고용형태별근

로실태조사(2010년)에서는 야간작업 근로자가 약 127만 명으로 전체의 11.2%로 나타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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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트(야간 근무)들어갈 때는 심지어 낮에 자려고 억지로 밤을 새요. 졸린데도 아침 7시

나 9시까지 밤을 새고 낮에 좀 자려고 해요. 낮에 자고 밤에 잠이 안 오면 그 시간이 저에

게는 너무 고통이니까. 나이트를 기본 3일씩 하는데 3일 하는 내내 거의 잠을 자는 게 정

말 몇 시간 안돼요”

“데이(낮 근무)는 데이대로 스트레스죠. 저는 두 시간 마다 깨요. 개인적으로 10시나 11시

정도에 자는데 집이 머니까 적어도 5시30분에는 출발해야하는데 뭐 준비하다보면 4시30에

는 일어나야해서 못 일어날까봐 걱정이 되어서 두 시간 마다 일어나게 되요. 한숨도 안자

고 오는 간호사도 있어요.”

“밖에서 하는 소리가 다 들려요. 계속 뒤척거리는 거죠. 이미 잠은 깨어 있는데 누워 있는

느낌 아시죠? 깊이 잔 적은 없는 거 같아요. 술 먹으면 좀 깊이 잘까...”

국민건강영양조사(2007~2009년)에서는 약 197만 명으로 전체의 14.5%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

타났으며 노동패널조사(2008년)에서는 약 134만 명으로 전체의 10.2%를 차지하였다. 자영업

자를 포함하여 전국의 취업자를 대표하는 표본조사인 취업자근로환경조사의 경우 야간노동

(22시부터 다음날 5시까지 최소 2시간 이상 일하는 경우)의 비율이 2006년 20.4%, 2010년

13.4%, 2011년 13.2%의 비율을 보였다. 우리나라 취업자근로환경조사가 모델로 삼은 유럽의

취업자 근로환경조사에서는 유럽 27개국에서 야간노동을 포함한 교대노동에 종사하는 비율

이 17.3%로 오히려 우리나라보다 높았다. 하지만 이러한 결과에 대해 유럽국가들의 경우 주

당 근무시간이 30~40시간 정도로 짧은 것에 비해 우리나라는 유럽에서 교대노동으로 소화하

는 업무량을 연장근무와 야근으로 보상하는 측면이 있다고 해석하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어

쨌든 공식적인 통계수치만으로도 상당한 수가 야간노동을 하고 있다.

야간노동과 노동자 건강

사람의 몸은 생물학적 리듬에 따라 유지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하루 주기의 리듬인데

체온이나 호르몬의 농도, 질병의 증상 등이 이 리듬에 따라 조절되고 이 리듬은 주로 태양

빛에 따라 자극을 받게 된다. 비행기를 타고 멀리 여행을 떠날 때 며칠이 지나면 태양 빛에

따라 새로운 시간대에 신체와 생활이 적응을 하게 되지만 야간노동이 포함된 불규칙한 교대

근무를 하게 되면 결코 적응할 수가 없다. 고정적인 야간노동을 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노동자를 둘러싼 사회는 다른 시계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역시 밤낮을 완전히 바꿔 적응

하긴 힘들다.

가장 눈에 띄게 나타나는 건강문제는 수면문제이다. 다음은 야간 교대노동을 하고 있는

노동자들이 직접 자신의 잠자는 시간에 대해 얘기한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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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친구들이 더 없어지고요, 사람도 못 만나고 몸이 너무 힘든 것 같아요. 휴가 때에는

거의 잠자는 것밖에 안 해요. 학원을 한번 다녀볼까 시도를 했는데, 검도를 끊었는데 두 달

동안 6번 갔어요. 근무 때문에 시간을 맞추기 어려웠어요. 그래서 포기했어요.”

“저는 육아문제가 가장 힘이 듭니다. 데이면 아이를 남편이 맡기고 출근하면 제가 찾아오면

되지만 이브닝일 때는 남편이 아닌 제 3자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어머님이나 시어머님께 맡

기면 편하겠지만 저희는 그럴 수 있는 형편이 아니라서 어린이 집에 의존해야 하거든요. 지

금은 학교 선생님인 언니가 많이 도와주고 있어요.”

“오래 살아서 우리 예쁜 애들 오래 보고 싶어요. 아이들하고의 생활이 가장 절실해요. (그런

데)제 생각에 지금 제 몸 상태에 오래 살 거 같지 않거든요. 야간근무 끝나고 와서 자다 보

면 짜증이 조금씩 쌓이다가 빵 터져서 밖에 나가서 애들 한 대 두드려 패고 조용하라고 혼

내고 들어와서 누워가지고, ‘왜 그랬을까’ 후회도 되고...(후략)”

수면장애처럼 금방 드러나지는 않지만 야간노동은 우울증상, 불안증상을 악화시키거나 규

칙적인 식사가 어렵고 소화효소 분비가 교란되어 소화기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혈압과 심장

박동과 같은 심혈관계의 조율기능에 영향을 미치며 스트레스를 높여 뇌심혈관질환 위험을

높일 수도 있다. 암과의 관련성, 특히 유방암에 대해 국제암연구소가 ‘생체리듬을 교란시키는

교대근무’가 사람에게 발암 가능성이 높다는 group 2A 등급을 매기기도 하였다.

야간노동과 노동자의 삶

사회가 움직이는 일반적인 사이클과 다르게 움직이는 경우 신체적 정신적인 건강 뿐 아니

라 가족과 사회의 구성원으로써 살아가는 삶 자체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야간교대노동자들

은 사회적 관계, 가족생활, 여가 계획의 어려움에 대해 이렇게 호소하고 있다.

이처럼 가족과 친구 등 가까운 관계들로부터 소외되고, 적극적이고 생산적인 여가활동의

기회를 박탈당하는 결과를 초래하여 삶 전체가 피폐해지고 만다.

좋은 노동시간 (Decent working time)

국제노동기구(ILO)에서는 1999년 “좋은 노동 (Decent work)" 이라는 개념을 발표한데 이

어 2004년 ”좋은 노동시간 (Decent working time)"에 대해 이렇게 정의하였다. “노동시간의

배치는 1) 건강해야 하고, 2) 가족 친화적이어야 하며, 3) 성별평등을 증진시켜야 하고, 4)

기업의 생산성을 높여야 하고, 5) 노동자가 스스로의 노동시간에 대해 선택하고 영향력을 가

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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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생산성을 높이면서 나머지 4개의 영역을 함께 달성할 수 있는 노동시간의 배치가

과연 가능할지, 심히 의문이 들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개념에 비추어

볼 때 야간노동을 포함한 ‘비표준적 노동시간**’은 결코 좋은 노동시간이 되기 어렵다. 노동

자의 건강과 인간다운 삶을 위해서는, 노동시간의 절대적 길이를 줄이는 한편 이 비표준적

노동시간을 줄여나가야 한다. 이 때 경계해야 할 점 하나는 더 취약한 노동자들에게 비표준

적 노동시간의 노동이 전가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서구사회에서 “누가 비표준적 노동시간

에 일하는가?”에 대해 연구하면서 노동시장을 이해하는 데에 사용되었던 개념 중 대표적인

것이 “중심-주변 노동자(core-periphery)” 개념이다. 이는 전일제 정규직 ‘중심’ 노동자가 질

좋은 일자리에서 표준적 노동시간에 일하고 파트타임 등 비정규 노동자가 ‘주변’ 노동자로서

나머지 비표준적 노동시간을 채운다는 해석이다. 한국도 점차 장시간 노동시간을 줄이고 주

간연속 2교대제 도입 등 비표준적 노동시간을 줄여나가는 시도들이 나타나고 있으므로 이런

문제에 특히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야간노동 어떻게 할까?

“의학적 측면에서 야간 노동에 종사하는 시간(기간)을 줄이지 않는 한, 교대 근무를 순환

식으로 하건 고정적으로 하건, 그 어떤 변화로도 해악을 줄일 수 없다. 가족과 사회 생활을

잘 할 수 있도록 교대 근무 스케줄을 조정하는 방법은 하루 노동시간을 줄이는 것이다. 아

무리 노동시간을 줄인다고 해도 생리학적인 관점에서 볼 때는 야간노동을 하면서도 건강을

해치지 않기 위한 대안은 없다.” - 국제노동기구(ILO)

일의 타고난 성격 때문이 아닌 이윤을 위한 야간노동은 철폐되어야 한다. 일의 타고난 성

격으로 야간노동이 불가피하다면 노동시간을 최소한으로 줄여야 한다. 이런 목표는 현재로서

상당히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 그럼 충분히 임금을 받을 수 있을까? 내 일자리가 남

아 있을 수 있을까? 장시간 노동, 야간노동에 지쳐있는 노동자 스스로의 불안과 공포가 현재

의 노동시간 패러다임을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 그 불안과 공포에 대안을 만들어내고 설득

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권리이자 임무일 것이다. 일터

* 인터뷰 내용 출처 : 「고려대학교병원 노동자의 교대제 개선을 위한 노동조건 실태조사(한국노동안전보

건연구소, 2009)」,「금속노동자 수면장애 실태조사 보고서(2011, 전국금속노동조합, 녹색병원 노동환

경건강연구소,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 ‘정상적인 낮 시간의 근무’ 즉, 일주일 중에는 월요일부터 금요일 사이, 하루 오전 7시에서 오후 7시

사이의 노동이 아닌 경우는 모두 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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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속도 붙은 소비문화에 현기증이 인다

송윤희 회원

에피소드 1

올여름 60대 중반을 넘어선 엄마의 푸념을 들었다. 잠실 롯데 백화점의 여름 블라우스 하나

가 50만 원 한다고 세상이 미쳤다고. 재킷이나 외투가 아니라 원단 값도 얼마 안 들었을 블라

우스 이야기다. 5만 원이면 어떻게 만져나 보고, 거울 앞에서 얼굴에 대보기라도 할 텐데. 아니,

15만 원이면 어떻게 마음 편히 아이쇼핑이라도 할 텐데. 이젠 감히 그 옆을 편하게 지나칠 수

도 없다. 가격표를 확인하는 것도 한숨만 나오기에 하지 못한다. 엄마의 말이다.

“아이, 누가 저걸 살까나? 누가 미쳤다고 얄프락한 블라우스를 50만 원 주고 사, 안 그냐?” 그

렇다.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하는 저 옷의 가격, 시원하게 맨 마지막 “0” 하나를 떼었으면 좋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우리 엄마는 3~4년 전만 해도 마음 편하게 저 백화점 안에서 쇼

핑했었다. 공짜 셔틀버스를 타고, 아이쇼핑을 하고, 비록 막상 손이 가는 옷들은 한쪽 구석에서

바겐세일하는 옷 꾸러미들이었지만, 엄마의 눈요기와 시간 때우기로 롯데백화점은 종종 유용했

었다. 이제 엄마는 발걸음을 아예 뗀 것 같다.

에피소드 2

얼마 전 영화 <카트>의 시사회를 보러 가면서, 오랜만에 남편과 기분을 내고자 건대입구역

이자카야 집에 들어갔다. 가격대가 센 편이었지만, 어쩌다 한 번 외출한 김에 먹고픈 안주를 시

켰다. 참치 육회 17,000원, 와사비 문어회 12,000원. 얼핏 보면 회 치고 싸게 보이지만, 양은 식

사로는 턱없이 부족한 일본식의 초초소량이었다. 한 주먹도 채 나오지 않았고 그나마 볼륨의 적

지 않은 부분은 양파 슬라이스로 채워져 있었다. 술집을 나와서 남편은 허기를 달래려고 길거리

어묵을 추가로 더 먹어야 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맛은 좋았기에 나름 만족하고 있었다. 이후

집에 와서 그 집을 검색해봤다. 나는 조금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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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대입구역 저렴하고 멋진 술집” “값도 싸고 맛도 좋은 이자카야” 블로그 제목들에 놀랐고,

그 글을 쓴 이들의 연령대에 놀랐다. 누가 봐도 20대 혹은 30대 초반의 직장인들이 대부분이었

다. 특별히 부유한 집 사람들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냥, 나보다 어린 세대의 소비 태세가 바뀌

었다고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그렇다. 나는 정녕 뒤떨어지고 있었다. 가속도를 내는 현대

소비문화에...

에필로그 1

가까운 친척 중에 롯데백화점 옷 쇼핑 애호가가 있다고 들었다. 그 친척분은 다름 아니고 오

래전 투자했던 주식이 최근에 대박이 나서 큰 자산가가 되신 운수 대통한 분이셨다.

에필로그 2

이자카야 집을 나와서 영화 카트를 봤다. 영화나 TV 매체에서는 잘 나오지 않은 우리 주변

서민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주인공인 염정아가 생활고로 전기가 끊긴 장면이 나왔다. 대형

마트에서 부당해고 당하고 복직투쟁을 하는 와중의 일이었다.

마음대로 붙인 것 같은 황당한 가격의 상품도 아주 쉽게 소비해버리는 자산가. 백화점에는 발

도 못 들이는 마트 계산원 다를 바 없는 처지의 대다수 노동자. 그리고 그 사이 어디선가 절대

많지도 않은 월급을 받고 있음에도 쉽게 소비하고 즐기는 젊은 화이트칼라 노동자들. 이들 모두

의 소비가 통틀어져 만든 소비문화는 갈수록 가속도가 붙어 달리는 것 같다. 나는 그 속도에 어

지러워하는 1인이다. 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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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과 손해 그리고 질문들

유 상 철 노무법인 필 노무사

[email protected]

민주노총이 2014년 발표한 국내 기업들의 노동조합과 조합원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금액은 17개 기업에서 총 1,671억 6천만 원이며, 가압류 금액은 182억 8천만

원에 이른다. 쌍용차지부에 대한 47억 원의 손해배상 판결을 보고 아이의 학원비

47,000원을 시사인에 보내면서 “10만 명이 47,000원씩 내면 해고자들이 발 뻗고

잘 수 있지 않으냐”는 편지를 보낸 것이 불씨가 되어 ‘손배가압류를 잡자! 손에

손을 잡고(손잡고)’가 2014년 2월 발족했다. 노동조합의 쟁의행위에 대한 손배가압

류 문제에 대한 입법안을 마련하기 위해 법제도개선위원회를 구성해서 운영하였고

지난 달 31일 ‘파업과 손해 그리고 질문들-쟁의행위의 권한과 책임’이라는 주제로

심포지엄을 진행하였다. 심포지엄에 참석한 많은 이들은 2003년 두산중공업지회

故 배달호 열사의 죽음으로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던 손배가압류의 문제에 대해

지난 10년 동안 유사한 토론회에서 발언하였던 기억들을 되짚어 말하였다. 그리고

10년이 지났지만 사용자들의 무분별한 손배가압류 남발의 폐단을 방지할 법 제도

적 방안이 마련되지 못한 현실을 개탄하였다.

2004년 노동부가 현대자동차 울산․아산․전주 공장의 사내하청 노동자들에 대해

불법파견이라고 인정한 후 그리고 2010년 대법원이 현대자동차의 사내하청이 불

법파견이라고 확인한 후 현재까지, 10년 이상 불법을 자행해 온 현대자동차(주)나

사내하청 업체의 사용자 중 단 한 사람도 처벌받지 않았다. 그러나 불법을 시정할

것을 요구하며 투쟁하였던 사내하청 노동자들에게는 현재까지 185억 원의 손해배

상청구가 인정되었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의 많은 손해배상금액도 문제이지만 현

대자동차(주) 등 사용자들은 손해배상 청구를 통해 노조파괴, 노동기본권 박탈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것도 중요한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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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일터l ․ 43

현대자동차지정규지회가 반대하여 참여하지 않은 8.18 합의의 핵심은 근로자지위확

인 소송을 비롯한 제반 소송을 포기하는 자에 한하여, 경력이 인정되지 않는 신규채용

방식으로 사내하청 노동자 중 일부를 현대자동차(주)가 직접 채용하겠다는 것이다. 말

하자면, 10년 이상 불법파견을 사용한 것에 대해 현대자동차(주)는 어떠한 책임도 지

지 않으면서, 현대자동차의 정규직의 지위를 법적으로 확인받을 수 있는 자신의 권리

를 영구히 포기하는 비정규직에 한하여 신규채용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파업

참여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도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현대자동차가 가진 힘과 돈을 활

용하여 노동자들의 법적인 권리 행사마저 막는 동시에, 손해배상 청구도 ‘탕감’해 주겠

다는 오만에 다름 아니다. 파업에 대한 사용자의 손해배상 청구가 실제 불법파업으로

인해 사용자가 입은 손해를 전보하겠다는 목적이 아니라 노동기본권 박탈, 노조파괴의

목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은 비단 현대자동차만 사례만이 아니다. 한때 조합원 수가

2,250명이 넘었던 만도 지부는 현재 90명의 조합원이 남았는데 사측은 남은 사람들에

게 30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발레오만도지회는 621명의 조합원이 98일의 직장

폐쇄 동안 떨어져 나가 58명이 남았고, 이들에 대해 회사가 26억 원의 손배 청구를

무기로 협박하여 결국 해고자 28명만이 남았다. 상신브레이코, 보쉬전장 모두 비슷한

사례이다1).

헌법에 보장된 노동삼권, 노조법에 보장된 민 ․ 형사상 면책권은 온데간데없고

오로지 사용자들의 권한 남용만이 판을 치고 있다. 정부와 법원은 이러한 사용자

의 권한 남용을 용인해주고 있다. 지난 2014년 9월 26일 “쟁의행위와 책임”이라는

주제로 개최된 국제학술대회(한국노동법학회)에 참여한 프랑스 교수는 “한국 판사

들은 도대체 쟁의권이 무엇인지 기본적인 인식이라도 하는 것인가, 쟁의행위란 원

래 불법적이고 예외적으로 까다로운 조건이 충족될 때만 정당한 것이라는 논리는

어디에서 출발하는 것인가”라고 일갈했고, 일본 교수는 “정리해고가 쟁의행위의 정

당한 목적이 될 수 없다는 판례가 정말 사실이냐”고 반문하였다고 한다. 외국의

노동법 교수들은 한국에서의 쟁의행위에 대한 책임 문제를 도저히 이해하기 어렵

다는 태도였다고 한다. 헌법에 보장된 노동삼권이라는 기본권이 무색한 현실이다.

손잡고 법제도개선위원회의 입법안을 중심으로 개정안이 발의되어 반드시 악용되

는 손배가압류의 문제에 대해 반드시 종지부를 끊길 희망한다. 일터

1) 비정규직 노조 파괴를 목적으로 하는 현대차의 손해배상 청구(윤애림, 전국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 교육

선전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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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 통권� 130� � 2014.11

내 삶의 전환이 되어준 ‘반올림’

이이령 선전위원

저는 반올림을 생각하면 2009년 여름이 떠오릅니다. “보건의료학생 매듭”의 건강현장활동

의 일환으로 “반도체 노동권을 향해 달리다.” 첫 반달 공동행동을 함께했기 때문입니다. 삼

성공장 앞 선전전, 수원 촛불, 황상기 어르신과의 끝나지 않는 노래방 등이 스쳐지나갑니다.

반올림 투쟁에 미약하나마 함께하긴 했지만, 일터 다시보기 기고 제안을 받고 많이 망설

였습니다. 병원 인턴으로서 글 쓸 시간이 부족한 것은 둘째 치고, 투쟁에 적극적으로 함께하

지 못했던 내가 일터 반올림 특집을 다시 볼 수 있는 자격과 능력이 되는지 의문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반올림 투쟁의 확장이 필요한 지금 시기에 새로운 사람들의 많은 노력이

필요하고, 그중에 저도 포함된다고 생각하기에 떨리지만 써봅니다. 그간 반올림의 경과와 평

가, 발전방향 등은 다른 동지들께서 많이 써왔기에, 전 7년간 반올림이 저에게 준 영향과 개

인적인 소회를 담으려 합니다.

정신 차리게 해 준 고마운 반올림

저에게 2009년은 고민이 많은 해였습니다. 의과

대학 본과 3학년으로서 졸업 후 미래를 진지하게

생각할 시기였기 때문입니다. 다른 의대 친구들처

럼 ‘보통 의사’로 사느냐, 아니면 다른 과 학생회

선배의 권유처럼 의사라는 타이틀을 버리고 활동가

의 길을 가야 하는가에 대해 고민했습니다. 그러나

의학을 버리고 싶진 않았으며 두려움도 있었고 또,

의대 생활도 무던하고 열심히 해서인지 선후배 사

이에 나름의 인기가 있어 의대 선배들이 자기가

속해있는 과를 쓰라고 꾀는 바람에 ‘보통 의사’로의

삶에 마음이 동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도 다행히 의사로서 운동에 이바지할 수 있

는 것을 포기하고 싶진 않았고, 그러던 중 매듭 건

강현장활동을 하며 반달 공동행동과 반올림을 만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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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일터l ․ 45

습니다. 그때의 경험이 저의 미래에 영향을 주었습니다. 진폐증이나 업무상 사고 등만이 직

업병이라고 생각했던 저의 생각을 전환하는 계기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후 직업성 질환에

관심을 두게 되어 많은 질환의 발병에 직업이 직·간접적인 원인이 될 수 있음을 알게 되었

고, 이제는 직업환경의학을 전공해 노동자 건강권 쟁취에 함께하려 다짐하고 있습니다.

세월호 사태와 반올림

반올림 투쟁을 보면 세월호 사태가 떠오릅니다. 안전에 대한 원칙을 지키지 않아 벌어진

세월호 사태처럼 반도체 노동자의 직업병도 원칙을 지키지 않아서 생겼기 때문입니다. 예방

이 최우선의 원칙이며, 행여 병이 걸렸을 경우 지급능력에 관계없이 치료받을 수 있어야 하

며, 일하다가 병에 걸렸을 경우 산재가 되는 것이 원칙입니다. 또한, 노동자들에겐 민주노조

가 있어야 하고, 민주노조의 투쟁을 회사와 정부가 억압할 수 없는 게 원칙입니다. 이 원칙

중 최소한 하나라도 잘 지켜졌다면 삼성 반도체 공장의 피해자가 좀 더 적을 수 있었고, 적

어도 보상이나 추후 예방조치가 빠르게 잘 이루어질 수 있었을 것으로 생각하기에 반올림을

보면 세월호 사태가 떠오릅니다.

그런데 이 원칙을 만들고 지키기가 쉽지만은 않아 보입니다. 여전히 우격다짐으로 원칙을

지키지 못하게 막기도 하겠지만, 삼성전자와 자본가, 정부는 반올림 투쟁을 계기로 자신들만

의 법과 원칙을 들이대며 노동자의 건강과 산재를 다루는 방식을 더 세련되게 할 것이기 때

문입니다.

원칙을 만들고 지키는 투쟁과 반올림의 확장

제가 노동안전보건에 관심을 두고 직업환경의학을 전공하려는 것이 온전히 반올림 때문만

은 아니지만, 중요한 계기가 된 것은 분명합니다. 한국 노동안전보건운동 역사에 한 획을 그

은 故 문송면 투쟁, 원진레이온 투쟁, 근골격계 투쟁에 영향을 받은 의사·활동가·노동자들

이 있었던 것처럼, 저뿐만 아니라 반올림 투쟁에서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은 ‘반올림 세

대’ 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존 활동가들과 ‘반올림 세대’ 그리고 많은 노동자의 노력이 합

쳐진다면 노동안전보건의 원칙을 만들고 지킬 수 있는 투쟁을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반

도체 산업에서 전자산업으로, 국제연대로 확장하는 반올림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직업환경의학을 전공하려는 젊은 의사들이 부쩍 많아진 만큼, 의사와 노동자 모두

노동안전보건에 대한 관심이 많아져 노동자 건강권 투쟁, 나아가 전체 노동운동의 발전에 밑

거름이 되면 좋겠습니다. 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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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 통권� 130� � 2014.11

금연에 대하여

김지정 회원

올해 9월 발표된 ‘종합금연대책’은 세부적인 내용이 꽤 있었지만 유독 담뱃값

4500원 인상이라는 내용만 회자하고 기억에 남았다.

지역보건소의 금연 클리닉은 방문자가 급등하였다고 하였으나 내 주변에 있는

많은 흡연자들은 가격이 인상되는 내년부터 금연해야겠다고 하였고, 더러는 담뱃

값 인상은 국민건강을 위한다는 보기 좋은 이름으로 포장되어 흡연자를 공공의

적으로 서서히 몰고 간다며 담배 연기를 허공에 날리면서 이야기하였고, 의지와

상관없이 푸대접받는 고액 납세자임을 한탄하기도 하였다.

# 나의 업무 중엔 금연, 절주, 영양, 운동 등 생활습관개선을 통해 각종 성인병

과 뇌심혈관계 질환을 예방하고 건강한 생활을 영위하도록 하는 것이 있다. 보

건소와 협조 문제 등으로 어렵게 100인분의 금연 패치를 구매하여 금연 사업을

하고 있다. 담뱃값 인상으로 손님이 폭주할 것으로 예상했던 나의 기대는 쉽게

무너졌다.

금연 상담을 하면서 흡연의 위해성에 관해서 설명하지만, 그들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몸에 안 좋다는 것을... 하지만 금연의 위해성 보다는 담뱃값 인상,

내지는 흡연자들에 대한 공공의 적 같은 사회적 인식, 자유롭게 흡연할 수 있는

사회적 공간 부족 등 다른 요인에 의해서 금연을 결심했고 이러한 동기는 쉽게

짜증으로 이어지고 오랜 시간이 걸리는 금연 의지를 지속시키기 쉽지 않다는 것

을 알면서 약간은 시혜적 입장에서 뿌듯해 하던 나는 얼마 지나지 않아 약간의

미안함마저 느껴야 했다.

# 언젠가 TV에서 봤다. 말기 암 환자(아마도 가능성이 없던 환자였던 것 같다)

인 그는 근무 중이던 간호사에게 간절한 소망을 이야기한다. 담배 한 대 피우고

싶다고. 담당 간호사는 그에게 담배를 허락하였고, 잠깐 동안 병실은 연기를 길

고 깊게 내뿜는 그의 평온하고 오묘한 표정과 차분히 지켜보는 간호사의 얼굴이

번갈아 보이고, 잠시 후 사직을 당하고 지하철을 기다리는 그녀의 담담한 표정이

보인다. 금연을 생각하면 10년도 지난 TV 장면이 항상 떠오르곤 한다.

아마 나였어도 그녀와 같은 선택을 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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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일터l ․ 47

출처 : MBC 문화방송 뉴스 캡쳐

# 요즘 직장 내에서 흡연자들은 비참하다. 건물에서 쫓겨나다시피 하여 옥상이

나 건물 밖에서 삼삼오오 모여 담배를 피운다. 그 속에서 잠깐의 수다로 말 못

하는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휴식을 느끼며, 업무의 고단함을 잠시라도 잊고 환기

를 한다. 얼마 전 내가 근무하는 병원을 다녀오면서 병원 뒷문 골목에 삼삼오오

모여 담배 피우는 한 무리의 직원들을 보면서 “금연 생각 있으시면 찾아주세요”

“금연 보조제 드려요”라고 말을 했지만 모두 그냥 웃고 만다. 오늘도 나는 금연

이 왜 필요한지 열심히 설명하고 있다.

물론 본인의 건강을 생각해서 금연의지를 보인다면 더 좋을 것이 없지만, 국가

세수 증가를 위한 정책으로 담뱃값을 올리고 흡연자들이 강제로 금연 의지를 발

동해야 하다면 과연,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피곤한 세상살이에 지친 이들에게

소소하고 작은 기쁨인 흡연, 그 시간만큼은 편안하게 고단함을 잊을 수 있는 시

간인데 그 시간을 빼앗아야 할까 하는 고민에 빠지게 된다.

전 세계적으로 남성 사망의 16%, 여성 사망의 7%는 담배 때문으로 보고된다.

특히, 질병으로 봤을 땐 남성 폐암 사망의 80%, 여성 폐암 사망의 50%가 흡연

이 원인이라고 한다. 그런데도 금연 사업을 하면서 흡연자들 이렇게까지 관대해

지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은 왜일까? 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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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 통권� 130� � 2014.11

1) 5) 6)

7)

2)

4) 8) 9)

3)

☞ 가로열쇠

1. 2014년 연구소가 영업 및 사무직 노동자의 주된 직무

스트레스 요인과 이와 관련된 노동조건 및 건강 실태

를 조사한 사업장 이름은 ◯◯자동차 판매위원회.p.16

2. 광물자원◯◯ 자료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광산 사고

로 인해 56명이 사망하고 236명이 중상, 241명이 경상

을 입은 것으로 드러났다.p.3

3. 청주시와 정부 예산 157억 원을 들여 만든 청주노인전

문병원을 현재 민간 위탁 운영하고 있는 병원은 ◯◯◯◯◯. p.12

5. 지난 2005년 노동조합을 만들고 한국 사회 최초로 단

협을 통해 감정노동 수당을 쟁취한 사업장 이름은 ◯◯◯ 코리아.p.26

7. 청주노인전문병원 노조 파괴를 막아내기 위해 청주시

청 앞에서 24일간 단식 농성을 전개한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 충북지부 청주시노인전문병원 분회장의 이름

은?p.13

8. 투쟁과정에서 부당하게 노동조합에게 부과되는 손해배

상과 가압류, 업무방해죄 등의 악법과 제도를 개선하

고, 노동자와 가족들에게 고통을 주는 손배가압류 문

제에 대해 사회적인 인식을 바꾸기 위해 출범한 손배

가압류를 잡자 ◯◯◯.p.42

☟ 세로열쇠

1. 올해에만 벌써 8명의 사내 하청 노동자가 사망한 사업

장 ◯◯◯◯◯. 이 회사의 그룹사 전체를 포함하면

11명의 사내 하청 노동자가 사망했다.p.3

4. 삼성전자서비스센터 조합원이 유해한 업무환경으로 인

해 이병에 걸렸다며 지난 10월 20일 근로복지공단에

산재를 신청했다. 이 병의 이름은 ◯◯◯◯. 참고로

이 병은 서서히 몸이 굳다가 호흡근 마비로 수년 내에

사망에 이르게 되는 질환으로, 1년에 10만 명 당 약

1~2명에게서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p.4

6. 반올림은 반도체 노동자의 ◯◯◯를 위해 지난 10월

23일 반도체의 날 행사장 앞에서 ‘위험 삼성을 멈추는

반달 공동행동’을 선포했다.p.6

9. 더 공손하고 더 친절하게 그리고 더욱 진심으로 고객

을 응대하여 소비자로 하여금 특정 상품이나 서비스를

즉각적으로 구매하도록 하고, 고객을 대면한 노동자의

감정을 통해 긍정적인 기업의 이미지를 판매하여 상품

재구매로 연결되도록 하는 경영기법은 ◯◯◯◯.p.23

정답을 이름, 연락처와 함께 연구소 메일 [email protected]이나

문자 010-3782-1871로 보내주세요.

정답자 중 추첨을 통해 소정의 선물을 드립니다.

지난 호 정답자는

김*헌 (010-7712-****)

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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