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싱가폴 기행문 - riverlove.or.kr¸간과하천1.pdf · 잘 지켜야 할 것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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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마다 저마다의 느낌이 있다. 사소한 교통규칙 하나라도 잘 지켜야 할 것 같은 독일 베를린, 일단 와인 한잔 마셔주고 걸 어야할 것 같은 프랑스 파리, 단정하게 입고 가야할 것 같은 영 국 런던 등등... 우리의 생각 속에 하나의 브랜드로 자리 잡은 나라 또는 도시라면 이처럼 저절로 그려지는 개성적인 이미지 내지는 느낌이 있다. 그렇다면 오늘 소개하고자 하는 싱가폴 은 어떤 이미지일까? 글 마지막에 다시 한 번 이야기하기로 하 고, 일단 떠나보기로 한다. 국민들의 숫자보다 관광객의 숫자 가 더 많은 나라, 싱가폴로! 2015 싱가폴 기행문 딱 9년만이다. 싱가폴을 다시 방문하게 되다니! 그동안 얼마 나 변했을까? 기대가 크다. 새로운 나라를 갈 때의 기대와는 다른 기대감이다. 첫사랑을 만나는 기분이 이런 걸까? 9년 전 싱가폴을 방문했을 때는 ‘도시경관(또는 도시이미지)’ 선진답 사라는 목표가 있었다. 경관을 고려한 도시계획을 어떻게 수 립하고 있으며, 수립된 도시계획을 어떻게 실행하고 있는지, 싱가폴의 관계자들의 설명을 듣고 도시를 탐방하는 출장여행 이었다. 그때 알게 된 싱가폴 도시 밑그림 속에 숨겨진 이야기 들과 매력적인 도시 이미지는 일에 푹 빠져있던 나에게 너무 나 완벽한 교과서 같은 곳이었다. 배울 것이 너무나 많았고 사 진자료로 만들어갈 것들이 도처에 널려 있었다. 이번의 싱가폴 방문은 100% 순수여행으로, 남편 과 아이를 대동하고 싱가 폴을 즐겨보고자 한다. 물 론 그 일정에 싱가폴의 하 천 탐사는 빠지지 않는다. 사실, 싱가폴 도심은 대표 하천인 싱가폴강(Singa- pore River)을 빼놓고 이 야기할 수 없는 도시구조 이기 때문이기도 하며, 여 행을 통한 이곳 풍경을 우 리 잡지에 소개하고자 하 는 마음 때문이기도 하다. 우리 가족은 총 4박5일의 일정을 잡았다. 혹시라도 싱가폴 방문계획이 있다 면 참고가 되길 바라며, 이번 글은 편안하게 기행문을 쓰듯 풀어보고자 한다. 2015 싱가폴 기행문 이 자 영 | 전남발전연구원 ([email protected]) 열대우림같은 가로경관은 9년전이나 지금이나 같다. 꼭 한번 다시 찾고 싶었던 클라키 싱가폴 도시에 관한 모든 것을 전시하고 있는 URA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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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 2015 싱가폴 기행문 - riverlove.or.kr¸간과하천1.pdf · 잘 지켜야 할 것 같은 독일 베를린, 일단 와인 한잔 마셔주고 걸 ... 이었다. 그때 알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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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마다 저마다의 느낌이 있다. 사소한 교통규칙 하나라도

잘 지켜야 할 것 같은 독일 베를린, 일단 와인 한잔 마셔주고 걸

어야할 것 같은 프랑스 파리, 단정하게 입고 가야할 것 같은 영

국 런던 등등... 우리의 생각 속에 하나의 브랜드로 자리 잡은

나라 또는 도시라면 이처럼 저절로 그려지는 개성적인 이미지

내지는 느낌이 있다. 그렇다면 오늘 소개하고자 하는 싱가폴

은 어떤 이미지일까? 글 마지막에 다시 한 번 이야기하기로 하

고, 일단 떠나보기로 한다. 국민들의 숫자보다 관광객의 숫자

가 더 많은 나라, 싱가폴로!

2015 싱가폴 기행문

딱 9년만이다. 싱가폴을 다시 방문하게 되다니! 그동안 얼마

나 변했을까? 기대가 크다. 새로운 나라를 갈 때의 기대와는

다른 기대감이다. 첫사랑을 만나는 기분이 이런 걸까? 9년 전

싱가폴을 방문했을 때는 ‘도시경관(또는 도시이미지)’ 선진답

사라는 목표가 있었다. 경관을 고려한 도시계획을 어떻게 수

립하고 있으며, 수립된 도시계획을 어떻게 실행하고 있는지,

싱가폴의 관계자들의 설명을 듣고 도시를 탐방하는 출장여행

이었다. 그때 알게 된 싱가폴 도시 밑그림 속에 숨겨진 이야기

들과 매력적인 도시 이미지는 일에 푹 빠져있던 나에게 너무

나 완벽한 교과서 같은 곳이었다. 배울 것이 너무나 많았고 사

진자료로 만들어갈 것들이 도처에 널려 있었다.

이번의 싱가폴 방문은

100% 순수여행으로, 남편

과 아이를 대동하고 싱가

폴을 즐겨보고자 한다. 물

론 그 일정에 싱가폴의 하

천 탐사는 빠지지 않는다.

사실, 싱가폴 도심은 대표

하천인 싱가폴강(Singa-

pore River)을 빼놓고 이

야기할 수 없는 도시구조

이기 때문이기도 하며, 여

행을 통한 이곳 풍경을 우

리 잡지에 소개하고자 하

는 마음 때문이기도 하다.

우리 가족은 총 4박5일의

일정을 잡았다. 혹시라도

싱가폴 방문계획이 있다

면 참고가 되길 바라며,

이번 글은 편안하게 기행문을 쓰듯 풀어보고자 한다.

2015 싱가폴 기행문

이 자 영 | 전남발전연구원

([email protected])

열대우림같은 가로경관은9년전이나 지금이나 같다.

꼭 한번 다시 찾고 싶었던클라키

싱가폴 도시에 관한 모든 것을 전시하고있는 URA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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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주변에 숙소 잡기

무조건 강 주변에 숙소를 잡자. 강풍경을 한번 봐서는 알 수

가 없다. 한가한 아침 강의 풍경과 화려한 밤의 풍경, 모두를

체험하기 위해서는 강 주변에 숙소를 잡아야 한다. 그래서 내

가 잡은 호텔은 싱가폴강 중에서도 클락키(Clarke Quay)에

위치한 노보텔(Novetel)이었다. 호텔 내부에서는 클라키강을

조망할 수 있으며, 밤동안 화려한 다운타운으로 변하는 클락

키의 시작점에 있는 곳이기에 우리의 목적에 안성맞춤이다.

그래서 2박을 노보텔에서 묵게 되었다.

나머지 2박은 많은 분들이 짐작하시겠지만, 마리나샌즈베

이호텔(Marinabaysands Hotel)이다. 싱가폴의 랜드마크이

자 가장 핫한 플레이스(Hot Place)인 곳. 이곳에는 최

소한 2박 이상 머물러야 한다. 가격이 저렴한 많은 패키

지 여행상품이 있었음에도 포기했던 이유는 대부분의

여행들이 이 호텔을 1박으로 묶어놓고 있거나 어정쩡

한 일정을 제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외국여행

을 하면 호텔로 이동하고, 체크인하고 짐푸는 시간에

상당한 많은 시간과 체력이 소비된다. 따라서 효율적

인 이동시간과 비용 등 투어시간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

해서는 목적에 맞는 숙소를 잡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

는 일단 노보텔에서 클락키와 싱가폴강을 충분히 즐기

고, 마리나베이샌드호텔로 이동하여 호텔 자체를 즐기

는 시간과 함께 호텔 주변의 항구와 정원 등을 돌아보

기로 했다. 그렇게 싱가폴 4박, 홍콩 1박해서 5박6일 일

정을 짰는데, 지금와서 생각해보니 너무나 아쉽다. 싱

가폴은 4박으로 될일이 아니었는데 말이다. 홍콩을 빼

[이번에 여행한 싱가폴 주요 지역의 지도]싱가폴강이 도시를 관통하고 있는 중심축에 위치함을 알 수 있다.

노보텔 객실에서 바라본 싱가폴강의 풍경

[싱가폴강 중 클락크 퀘이(Qlark Quay)의 주간 풍경]전통과 현대의 환상적 조화가 수변의 풍경을 즐겁고 생기있게 만들어주고 있다.

싱가폴강 클락크 퀘이에 위치한 노보텔의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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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싱가폴 5박 이상을 묵었어도 두고두고 아쉬웠을 그런 도시

였다고 지금와서 되씹어 본다. 하지만 괜찮다. 이 아쉬운 마음

이 언젠가 또 싱가폴로 발길을 이끌어주리라는 예감이 든다.

몇 년 전부터 이런 거대한 건축(혹은 토목)프로젝트들이 악

의 축으로 간주되는 경향이 생겨난 듯 하다. 실제로 세계적인

불경기와 겹쳐 국내에서 진행되던 초대형 건설사업들이 좌초

된 가운데 있다. 하지만 싱가폴 마리나베이샌드 호텔에 묵어

보면, 우리가 꼭 그렇게 생각할 것이 아니라는 확신이 든다. 잘

만든 랜드마크 하나는 도시를 먹여 살릴 수도 있다. 물론 겉만

멋지게 할 것이 아니라 그 속에는 디자인 철학과 좋은 콘텐츠

로 가득한 실내 프로그램이 함께 가야할 것이다.

사람이 즐거운 강, 싱가폴강

싱가폴을 가로지르는 싱가폴은 싱가폴의 젖줄이다. 과거에

는 수많은 물자와 사람들이 이 강을 통해 넘나들며 도시를 발

전시키는데 큰 역할을 했다면 현재는 밤낮으로 관광객들과 휴

식을 즐기고자 하는 시민들에게 사랑받는 어메니티1)의 장소

이다. 강변으로는 싱가폴을 대표하는 건물들이 즐비하게 늘

어서 있는데 역사적인 차이나타운과 근대건축물은 물론 초

현대적 디자인의 오페라 하우스와 마리나베이샌드호텔까지

다양한 연대의 도시건축들을 구경할 수 있다. 쾌적하게 인테

리어된 수상택시 혹은 필리핀 전통배를 모티브로한 관광유람

선 등을 타고 창밖의 싱가폴 구경을 바라보는 것은 싱가폴에

놀러온 이방인으로서 누려보는 큰 기쁨 중 하나이다.

먼저 싱가폴강을 다니는 수상택시, 유람선 등을 자유롭게

이용하기 위해서 One-day Ticket을 구입하도록 한다. 강변에

는 곳곳에 배들을 타고 내리고 티켓을 구입할 수 있는 정거장

1) Amenity, 어떤 장소나 기후 등에서 느끼는 쾌적함을 일컫는 용어

독창적 외관의 랜드마크, 마리나베이샌드호텔 마리나베이에 위치한 호텔 조감

마리나베이샌즈호텔 옥상수영장의 북쪽 조망호텔 57층에 자리한 옥상수영장에서는 싱가폴 도심의 스카이라인을

감상할 수 있다.

마리나베이샌즈호텔 옥상수영장의 남쪽 조망바다에는 수천척의 컨테이선들이, 육지에는 거대한 식물원 가든스바이더베이가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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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이 설치되어 있는데 이곳 티켓부스에서 구입할 수 있다. 일

일 자유이용권을 구입하면 수상택시는 언제든지 호출해서 탈

수 있고 유람선은 하루에 1회 승선이 가능하다. 다만, 수상택

시는 정거장에서 이야기하면서 직원이 무전기로 불러주는데,

[호기심을 자극하는 유람선 투어] 이번에는 또 어떤 다리 밑을 지나게 될까? 배가 교량에 부딪히진 않을까?

[유람선 투어 중 만나는 다양한 도시풍경들] 매력적인 건축물과 수변공원, 잘 보존된 전통적 도시풍경을 볼 수 있다.

쾌적했던 수상택시 내부 전경

[싱가폴강 유람선 투어 가이드맵] 강의 선착장들과 교통수단들의 루트 등이 표시되어 있다.

낭만이 넘치는 유람선 내부 전경 싱가폴 전통배를 모티브로 한 유람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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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택시가 와주는 것은 아니고 이미 운행 중인 택시가 호출

을 받고 가는 길에 서게 되는 시스템이다. 따라서 어떨 때는 택

시를 기다리는데 꽤 많은 시간이 할애되기도 한다.

유람선은 밤이 되면 관광객들로 만원이 된다. 화려하고 세

련된 도시야경을 자랑하는 싱가폴을 구경하기 위해 많은 사

람들이 배에 승선한다. 낮이 차분하고 고즈넉했던 수변의 풍

경과는 대조적이다. 저마다 개성있는 옷들로 갈아입은 건축조

명은 물론, 수변에 즐비한 까페와 식당들의 독특한 야경들이,

맥주 한잔 하지 않고는 지나칠 수 없게 만든다. 번지점프도 있

다. 강변에 위치한 싱가폴의 번지점프는, 여기가 도시인가, 테

마파크인가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360도 회전하는 싱가폴 플

라이도 마찬가지이다. 싱가폴에서 ‘도시’의 의미는 먹고 자는

곳을 넘어서 즐기고 노는 곳이다.

교량의 야경도 빼놓을 수 없다. 환상적인 조명으로 온몸을

휘감은 교량들의 빛 아래 배를 타고 통과하는 것도, 교량의

가로등 불빛 아래 강을 건너는 것도 즐거운 경험이 될 것이

다. 그중에서도 마리나베이샌드호텔과 함께 만들어진 DNA

Bridge는 DNA를 컨셉으로 디자인되어 독창적인 경험을 선

[보행전용교량 Alkaff Bridge] 개성넘치는 교량들이 생동감을 더하는 싱가폴강

[Esplanade Bridge] 독특한 곡선미가 아름다운 에스플레네이드 교량. 10년 전 감흥 그대로 아름답다.

[싱가폴강의 수변공간] 자유이용권을 구입하면 아무 선착장에서나 내려 걷거나 이동할 수 있다.(오른쪽 사진)수변은 모두 오로지 공원으로 조성되어 있어 시민과 관광객에게 휴식장소로 애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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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한다. 이렇게 수변을 따라 걸어도 걸어도 재미있으니 하루

에 1만보 걷기는 반나절만에 달성이 되고 만다. 걷다 힘들면

까페나 공원에 걸터앉으며, 그렇게 쉬멍놀멍 즐겨보는 싱가폴

강! 이 모든 것들이 가능한 것은 수변에 차로를 배치하지 않고

오로지 사람을 위한 공간으로만 활용하도록 한 도시계획이

뒷받침되었기에 가능한 것일 테다. 사람을 우선으로 도시공

간을 배치했더니, 결국 그 수혜는 사람이 보고 있다.

싱가폴 강의 클라이막스, 가든스바이더베이!

바다로 향하는 싱가폴강의 끝은 항구이다. 이 싱가폴항은

싱가폴 경제에 아주 중요한 장소일 것이다. 싱가폴항 주변 바

다에는 셀 수 없을 만큼의 많은 배들이 떠있다. 요즘 유가의 폭

락으로 많은 기업들이 컨테이너박스에 물건을 넣어 항구에 적

치하지 않고 배에 실어 바다에 둔다고 한다. 임대료보다 배 기

름값이 싸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어쨌든 바다를 수놓은 저 컨

[건물과 교량에서 나오는 빛의 향연] 건물과 교량을 치장한 빛들은 야간 유람선 투어 내내 감탄사를 연발하게 한다.

[클락키의 화려한 밤] 환상의 테마파크에 온듯한 클락키의 밤은 여행객들에게 최고의 추억을 선사한다.

[매일밤 레이져쇼가 열리는 마리나베이] 싱가폴강 투어의 하이라이트인 레이져쇼는 누가 찍어도 멋진 사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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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너선들을 보니 싱가폴이 얼마나 역동적인 도시인가를 다

시 한 번 느끼게 된다. 항구에는 컨테이너선만 있는 것이 아니

다. 한국에서는 보기 힘든 대형 크루즈가 정박하여 항구풍

경에 흥미와 생기를 더한다. 그리고 항구풍경을 압도하는 마

리나샌즈베이호텔이 있으며, 호텔과 인접한 해안선 끝자락에

거대한 식물원이 자리하고 있으니 바로 가든스바이더베이다.

위치상으로나, 규모면에서나, 내용상으로나, 가든스바이더

베이는 싱가폴 강의 화룡정점이자 클라이막스이다. 찬란했던

과거와 세련된 현대를 보여주며 달렸던 싱가폴강의 배들은 이

제 우리를 미지의 세계로, 더 멋진 미래와 꿈같은 우주로 안내

한다. 마치 영화 아바타 속 한 장면에 내가 들어와 있는 듯하다.

식물원으로 분류되는 가든스바이더베이는 그러나 단순한 식

물원이 아니다. 우리가 상상하는 그 이상의 것을 보여주는 장

소이다. 무한한 영감을 제공하고 놀라움을 선사한다. 특히 밤

에 공원바닥에 편하게 누워 밤하늘을 올려다보면 내가 우주

인으로 호흡하고 있음을 느낀다. 매력넘치는 도시, 싱가폴을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순간이다.

우리 강물에도 이런 클라이막스가 들어오길 바란다. “그래

서 그 강 끝에 가면 00가 있어!”라는 식으로, 강마다 이야기가

만들어지길 바래본다.

내 것으로 여겨진다는 것....

싱가폴과 싱가폴강을 보며 가장 중요한 느낌은 바로 내 것

으로 여겨진다는 것이다. 내가 도시 어디를 가든, 어디에 있

든 싱가폴강을 만나는 것은 매우 일상적이다. 맘만 먹으면 어

디서든 쉽게 접근할 수 있으며 강을 즐길 수 있다. 강은 언제

나 나를 만날 준비가 되어 있다. 당신이 차분하고 조용한 장소

를 원하면 그런 장소를, 시끌벅적함과 소동을 좋아한다 해도

틀림없이 그런 장소를 품고 있는 곳이 싱가폴 강 유역이다. 내

가 비록 이방인으로 와있지만, 싱가폴강은 내 것으로 여겨진

다. 사실 내 것으로 여겨진다는 느낌은 환경을 보전하는데 있

어서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내 것으로 여겨지는 자원

이 훼손되었다고 생각해보라. 이것은 ‘남의 일’이 아니라 ‘나의

일’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오랫동안 살았던 서울의 강, 한강은 왜 내게 나의 것

이라는 느낌을 주지 못하는 것일까. 한강이 오염되었거나, 살

인사건이 일어났다고 하자. 그냥 강건너 불구경이나 하고 말

[싱가폴 투어의 백미, 가든스 바이 더 베이] 지금까지 보아왔던 식물원과는 차원이 다른 곳이다.

[영화 속 혹은 우주 속에 들어와있는 듯한 식물원의 야경] 밤마다 음악에 맞추어 불빛이 춤을 추는 환상의 세계가 춤을 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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것 같다. 나는 이것의 가장 큰 원인은 접근성의 차이라고 본다.

언제 어디서나 쉽게 접근하는 싱가폴강과 달리 한강은 한강

변 아파트에 살지 않는 이상 잘 보이지도 않는다. 게다가 이곳

으로 가기위해서는 거대한 올림픽대로나 강변북로를 지나야

한다. 물리적 공간상에서의 장애가 내 마음에서도 똑같이 벽

으로 작용하고 있다.

물은 우리의 생존에 중요한 요소이다. 생물학적으로 오염된

물은 우리의 목숨을 위협한다. 도시공학적 측면에서도 비슷

하다. 물이 사라진 도시는 건강하지 않다. 이런 물을 우리 시

민들이 지켜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 것이라는 인식이

중요하다. 또 그러기 위해서 일단 물로 가는 장애를 없애자. 차

도부터 걷어내고 볼일이다.

스무살의 열정이 느껴지는 곳, 싱가폴

내가 이번에 여행한 싱가폴은 스무살 청년의 열정이 느껴지

는 곳이었다.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내고 실행하는 용기를 지

녔다. 가끔은 어디로 튈지 알 수 없지만, 중요한 건 계속 변하고

있고 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싱가폴 어번갤러리에 가면 싱

가폴이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 예고편을 전시하고 있는

데, 흥미로운 점 중 하나는 싱가폴강에 백사장을 만들어 시민

들이 신발을 벗고 모래를 밟게 하겠다는 계획이었다. 몇 년 뒤

변해있을 싱가폴에 또 와보고 싶게 만드는 대목이다.

주거단지-올림픽대로-한강공원우리 사이를 막고 있는 것은 도로가 아닌 우리 자신!

[URA 전시물중 Waterfront의 발전상을 보여주는 판넬] 싱가폴 도시발전에 있어 수변축 계획이 매우 중요하게 다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서울 청계천의 야경오로지 조형물에만 의지해 멋을 부리고 있는 강의 야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