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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2.0 대한민국 이용자는 아래의 조건을 따르는 경우에 한하여 자유롭게 l 이 저작물을 복제, 배포, 전송, 전시, 공연 및 방송할 수 있습니다. 다음과 같은 조건을 따라야 합니다: l 귀하는, 이 저작물의 재이용이나 배포의 경우, 이 저작물에 적용된 이용허락조건 을 명확하게 나타내어야 합니다. l 저작권자로부터 별도의 허가를 받으면 이러한 조건들은 적용되지 않습니다. 저작권법에 따른 이용자의 권리는 위의 내용에 의하여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이것은 이용허락규약 ( Legal Code) 을 이해하기 쉽게 요약한 것입니다. Disclaimer 저작자표시. 귀하는 원저작자를 표시하여야 합니다. 비영리. 귀하는 이 저작물을 영리 목적으로 이용할 수 없습니다. 변경금지. 귀하는 이 저작물을 개작, 변형 또는 가공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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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2.0 대한민국

    이용자는 아래의 조건을 따르는 경우에 한하여 자유롭게

    l 이 저작물을 복제, 배포, 전송, 전시, 공연 및 방송할 수 있습니다.

    다음과 같은 조건을 따라야 합니다:

    l 귀하는, 이 저작물의 재이용이나 배포의 경우, 이 저작물에 적용된 이용허락조건을 명확하게 나타내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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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creativecommons.org/licenses/by-nc-nd/2.0/kr/legalcodehttp://creativecommons.org/licenses/by-nc-nd/2.0/kr/

  • 이학박사학위논문

    천안함 ‘과학 논쟁’의 성격과 구조- 민군 합동조사단(JIG)의

    증거와 실행에 대한 논쟁을 중심으로 -

    2016년 2월

    서울대학교 대학원

    협동과정 과학사 및 과학철학 전공

    오 철 우

  • 국문 초록

    오 철 우

    서울대학교 과학사 및 과학철학 협동과정

    2010년 3월 26일 밤 서해 북방한계선 부근 해상에서 대한민국 해군의 초계함 ‘PCC-772 천

    안’이 침몰해 해군 장병 40명이 사망하고 6명이 실종한 사건이 발생했다. 곧바로 규명되지

    않은 천안함의 침몰 원인은 한국 사회 안팎에 심각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국방부는 4월

    초에 다국적 민군 합동조사단(합조단, JIG)을 구성해 침몰 원인 조사에 나섰으며, 5월 20일

    천안함이 북한 어뢰에 피격돼 침몰됐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합조단은 그 결론의 근거

    로 사건 해역에서 수거한 어뢰 추진동력장치 부품, 그리고 선체 파손 형상에 대한 분석과

    컴퓨터 시뮬레이션의 결과, 어뢰와 선체 그리고 모의폭발 실험에서 채집한 백색 흡착물질

    등을 주요 증거물로서 제시했다. 특히 “1번”이라는 손글씨가 쓰인 어뢰 부품은 합조단 정

    보파트가 입수한 북한산 무기의 설계도면과 일치한다는 점에 근거해 북한 어뢰의 공격을

    입증하는 “결정적 증거”로 제시되었으며, 흡착물질의 분석 데이터는 그 어뢰가 침몰을 일으

    킨 어뢰임을 입증하는 과학적 증거로서 제시되었다. 그러나 과학적 조사와 결정적 증거는

    기대와는 달리 논란을 종결하지는 못했다. 합조단이 제시한 증거물의 신빙성과 사건 연관

    성을 둘러싸고 논란은 계속되었으며, 논란은 해소되지 않은 채 한국 사회에서 깊은 사회

    갈등의 한 요소로 자리 잡았다. 천안함 침몰 사건은 남북 분단체제의 한국사회에서 크나큰

    정치적,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으며 국제 사회에서 외교적인 파장으로 이어졌다.

    이 논문은 천안함 침몰 사건과 관련한 정치적, 사회적, 국제적인 여러 논란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증거 논쟁 또는 “과학 논쟁”을 따로 떼어내어, 그것을 합조단의 보고서와

    조사 활동을 중심으로 다루었다. ‘과학적인 것’은 천안함 침몰 원인 논쟁에서 중요한 요소

    였다. 합조단은 최종 조사결과 보고서에서 “과학적 조사”를 강조하여, 분석 장비와 데이터,

    계산, 방정식, 이론, 해석, 컴퓨터 시뮬레이션 영상물과 같은 “과학적인” 요소를 매우 많은

    분량으로 담았다. 합조단 조사 결과의 타당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도 전문적인 과학 지

    식을 사용하여 “과학적” 반박을 제시했다. 사회적 논쟁에서 과학자들이 유사재현 실험을

    자발적으로 벌이거나 증거물 시료와 지진파 데이터를 분석해 전문적인 과학 연구 논문을

    과학저널에 발표하면서 논쟁이 전개된 사례는 보기 드문 일이었다. 천안함 침몰 원인과 관

    련해 과학저널에 발표된 논문은 2015년 초 현재 10편가량에 달했다.

    천안함 “과학 논쟁”은 거시-미시적 요인과 행위자들이 참여하는 한국 사회라는 국지적

    맥락에서 전개되었다. 논문은 제2장에서 천안함 침몰 사건이 발생한 이후에 합조단의 조사

  • 결과 발표가 나오기까지 논쟁의 전개를 살펴보았다. 별다른 증거가 없는 초기에도 사건 원

    인을 둘러싼 시나리오 경쟁이 활발하게 전개되었으며, 특히 보수 성향의 언론매체와 정치

    인들을 중심으로, 그리고 익명의 취재원을 중심으로 북한 어뢰 폭발설이 사건 초기부터 유

    력하게 등장했음을 볼 수 있었다. “과학적 조사”가 강조되었으나 그것은 남북 대치와 분단

    체제라는 현실 조건이 강조되는 군사적 판단과 정치적 고려의 울타리 안에 놓여 있었다.

    여러 갈래의 증거 논쟁에서 엿볼 수 있었듯이 천안함 “과학 논쟁”에서 ‘과학적인 것’은 진

    실을 드러내는 강력한 지식의 권위로서 강조되었다.

    이 논문은 시나리오가 아니라 증거에 집중함으로써 합조단이 제시한 증거, 또는 과학적

    사실의 “블랙박스(black box)”가 어떤 구조로 구성되었는지를 들여다보고자 시도했다. “과

    학 논쟁”은 블랙박스 안을 들여다볼 수 있게 하는 계기를 제공했다. 합조단의 증거물을 중

    심으로 전개된 논쟁의 성격과 구조를 이해하고자, 이 논문에서는 증거물을 라투르가 말한

    “비인간 행위자”로서 주목하면서 그것들이 인간 행위자와 맺는 관계에 초점을 맞추려고 노

    력했으며, 그럼으로써 논쟁을 인간 행위자 간의 이해관계 대립으로 바라보는 관점에서는

    얻을 수 없는 새로운 통찰을 얻고자 했다. 논문은 과학적 조사 보고서인 합조단의 『천안

    함 피격 사건 합동조사결과 보고서』를 중심 텍스트로 삼고, 또한 당시 조사위원들의 인터

    뷰 또는 법정 증언 내용, 그리고 논쟁 당사자들에 대한 인터뷰 내용, 국방부의 기자회견 자

    료와 속기록, 공개된 미 해군 조사팀장의 서신 자료 등을 분석하여 이런 구성의 과정을 이

    해하고자 했다. 이 논문에서는 또한 천안함 침몰 사건을 둘러싼 거시적 공간의 논쟁에서

    “과학적인 것”이 그 논쟁의 성격과 구조를 형성하는 데에 어떠한 역할을 했는지에 초점을

    두어 논쟁을 이해하고자 했다. 합조단의 “과학 활동”으로서, 채증과 선별, 증거물 분석, 데

    이터 산출과 해석, 방법론의 적용, 결과물의 발표와 논증, 반론에 대한 대응과 토론과 같은

    법과학과 일상적 과학 활동의 요소들은 논문에서 주요한 관찰과 분석의 대상이 되었다.

    이 논문은 제3-6장에서 증거물 중심의 쟁점을 살펴보았다. 여기에서는 “과학 논쟁”의 주

    요한 주제로서, 그리고 북한 어뢰의 공격이라는 합조단 결론의 근거가 된 중요한 증거물로

    서, 첫째 파손 선체의 형상과 그것을 구현하는 시뮬레이션 작업을 둘러싼 논쟁, 둘째 “결정

    적 증거”로 제시된 어뢰 추진동력장치를 둘러싼 논쟁, 셋째 천안함이 어뢰 추진동력장치의

    폭발에 의해 침몰했음을 입증하는 흡착물질의 분석 데이터를 둘러싼 논쟁, 넷째 수중폭발

    사건을 해석하는 관측 데이터로서 지진파와 공중음파를 둘러싼 논쟁을 각각 다루었다.

    이런 작업을 통해서, 이 논문은 먼저 천안함 “과학 논쟁”이 증거물별로 서로 다른 전문

    분야의 분과적 성격을 지니며 전개됐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시각적으로 가장 강한 증거물

    로서 제시한 천안함 선체의 파손 형상과 컴퓨터 시뮬레이션에서, 시뮬레이션의 표상이 실

    제 상황을 충분히 근사적으로 보여주었는지, 결과의 발표에서 시각적 효과는 적절히 사용

    되었는지의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1번 어뢰’를 둘러싼 논쟁에서는 이질적이고 다양한 요소

    를 지닌 복잡한 증거물인 ‘1번 어뢰’는 “결정적 증거”라는 지위에도 불구하고 계속 새로운

  • 논쟁적 증거와 의문을 낳으면서 “결정적 증거”에 걸맞은 충분한 검증이 사전에 이루어졌는

    지의 문제가 제기되었다. 흡착물질을 둘러싼 논쟁에서는 실험실 내에서 행해지는 일반적인

    과학 실행에 비추어 합조단의 조사 과정이 적절했느냐의 문제가 제기되었으며, 지진파와

    공중음파를 둘러싼 논쟁에서는 폭발량과 폭발수심 추론의 출발점이 되는 버블 주기 값을

    구할 때에 기존의 지진파의 방법론이 배제되고 선행연구의 전거가 없는 공중음파의 방법론

    이 선택된 것은 과학 실행에서 방법론의 정당화 문제를 불러일으켰다.

    논문에서는, 천안함 침몰 원인이라는 문제풀이 과제의 복잡성에 비추어, 또한 법정에서

    요구되는 증거 요건의 엄격성에 비추어 볼 때, 합조단이 적합한 전문가 인적 자원을 활용

    했는지, 과학적 조사 활동은 충분한 시간을 두고서 실행되었는지, 그리고 실행 표준 또는

    암묵지로 정착한 실험실의 과학 실행과 방법론을 좇아 이루어졌느냐가 중요한 관심사로 다

    루어졌다. 이를 통해 우리는 합조단이 설명되지 않은 증거들에 대한 충분한 설명, 과학 실

    행과 방법론에 대한 정당화에서 어려움을 겪었으며, 이런 점들이 사회적 논쟁을 불러일으

    킨 배경이자 요인이 되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이런 불충분한 설명과 불안정한 정당화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과학적 조사의 기성물로

    서 제시된 합조단의 “블랙박스”는 어떻게 견고하게 유지될 수 있었을까? 이 논문은 일상적

    과학 활동이나 법정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과학 실행 논쟁, 또는 증거 논쟁이 한국 사회에

    서 활발히 이뤄지지 않은 데에 어떠한 요인이 작용했을지를 탐색하고자 했다. 여기에서는

    한국 사회의 특수성으로서 분단체제 이데올로기, 국가안보 프레임, 그리고 군사기밀이라는

    정치적, 사회적, 군사적인 요소가 “과학 논쟁”에 상당한 정도로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을 살

    펴보았으며, 이런 요소들이 과학적 사실의 “블랙박스”를 에워싸면서 그로 나아가는 잠재적

    논쟁 참여자의 접근을 막는 일종의 “블랙박스의 보호 외투”로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이해

    될 수 있었다. 이와 관련한 논의는 주로 제7장과 8장에서 다루었다.

    이 논문은 과학과 기술 정책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주로 논의되는 민주주의의 문제가 대

    형 사건과 사고의 원인과 책임을 규명하는 공적 조사기구의 구성과 그 법과학적 결과물의

    “객관성”과 관련한 논의에서도 마찬가지로 중요하게 다뤄질 수 있음을 주장했다. 과학적

    사실의 “객관성”은 과학 실행 그 자체의 결과물에서 곧바로 나오지 않으며 개방적이고 투

    명하며 이해관계에서 독립적인 연구와 토론을 거쳐 합의와 동의를 획득하는 과정을 통해

    누적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천안함 “과학 논쟁”은 한 사회에 민감하게 정치적이고 사회적

    인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사건과 사고의 처리 과정에서 나타나는 과학적 조사, 조직적 판단,

    정치-사회적 관심/고려의 복잡하고 역동적인 관계를 보여주는 사례이다.

    ■ 주요어: 천안함 침몰 사건, 증거, 과학적 조사, 법과학, 과학 실행, 분단체제, 민주주의

    ■ 학번: 2006-30075

  • 목 차

    제1장. 서론 ․․․․․․․․․․․․․․․․․․․․․․․․․․․․․․․․․․․․․․․․․․․․․․․․․․․․․․․․․ 1

    1.1. 연구 배경과 문제 제기 ․․․․․․․․․․․․․․․․․․․․․․․․․․․․․․․․․․․․․․․․․․․․․․․1연구 주제 ․․․․․․․․․․․․․․․․․․․․․․․․․․․․․․․․․․․․․․․․․․․․․․․․․․․․․․․․․․3진행 중인 증거 논쟁의 연구 ․․․․․․․․․․․․․․․․․․․․․․․․․․․․․․․․․․․․․․․․․5

    1.2. 논쟁 연구의 이론적 배경․․․․․․․․․․․․․․․․․․․․․․․․․․․․․․․․․․․․․․․․․․․․․․6논쟁 연구 접근의 이론적 틀: EPOR와 ANT를 중심으로․․․․․․․․․․․․․․․․․․ 7증거와 시나리오의 구성성․․․․․․․․․․․․․․․․․․․․․․․․․․․․․․․․․․․․․․․․․․․․15과학, 정치, 이데올로기․․․․․․․․․․․․․․․․․․․․․․․․․․․․․․․․․․․․․․․․․․․․․․․20과학 활동과 논쟁 기초지식의 이해․․․․․․․․․․․․․․․․․․․․․․․․․․․․․․․․․․․․․22

    1.3. 선행연구․․․․․․․․․․․․․․․․․․․․․․․․․․․․․․․․․․․․․․․․․․․․․․․․․․․․․․․․․․․․24천안함 논쟁 연구․․․․․․․․․․․․․․․․․․․․․․․․․․․․․․․․․․․․․․․․․․․․․․․․․․ 24과학사회논쟁과 대형 사건/사고 조사활동 사례․․․․․․․․․․․․․․․․․․․․․․․․․․27

    1.4. 연구 방법론, 자료와 논문의 구성․․․․․․․․․․․․․․․․․․․․․․․․․․․․․․․․․․․․․․271차 자료와 인터뷰․․․․․․․․․․․․․․․․․․․․․․․․․․․․․․․․․․․․․․․․․․․․․․․․․․․27논문의 구성․․․․․․․․․․․․․․․․․․․․․․․․․․․․․․․․․․․․․․․․․․․․․․․․․․․․․․․․․29

    제2장. 천안함 논쟁의 전개, 그 과학적, 군사적, 정치적 측면․․․․․31

    2.1. 언론 보도와 시나리오 경쟁․․․․․․․․․․․․․․․․․․․․․․․․․․․․․․․․․․․․․․․․․․․․32부족한 증거, 경쟁하는 시나리오․․․․․․․․․․․․․․․․․․․․․․․․․․․․․․․․․․․․․․․33증거 줄다리기와 어뢰 시나리오의 확장․․․․․․․․․․․․․․․․․․․․․․․․․․․․․․․․․38전문가 정보원의 인용․․․․․․․․․․․․․․․․․․․․․․․․․․․․․․․․․․․․․․․․․․․․․․․․46“과학적 조사”, “군사적 판단”, “정치적 고려”․․․․․․․․․․․․․․․․․․․․․․․․․․․51

    2.2 국방부와 합조단의 조사활동․․․․․․․․․․․․․․․․․․․․․․․․․․․․․․․․․․․․․․․․․․․55국방부가 직면한 난관들, “안보 상황” 대 “투명성”․․․․․․․․․․․․․․․․․․․․․․․55다국적 민군 합동조사단의 구성․․․․․․․․․․․․․․․․․․․․․․․․․․․․․․․․․․․․․․․․61조사결과 보고서의 구조, 증거의 목록․․․․․․․․․․․․․․․․․․․․․․․․․․․․․․․․․․68

    2.3 정치의 장: 국회, 한반도, 유엔․․․․․․․․․․․․․․․․․․․․․․․․․․․․․․․․․․․․․․․․․ 75국가 안보, 용기, 진실․․․․․․․․․․․․․․․․․․․․․․․․․․․․․․․․․․․․․․․․․․․․․․․ 75시나리오의 확장․․․․․․․․․․․․․․․․․․․․․․․․․․․․․․․․․․․․․․․․․․․․․․․․․․․․ 81한반도와 국제무대: 지지와 검증․․․․․․․․․․․․․․․․․․․․․․․․․․․․․․․․․․․․․․ 84

    2.4 공식 무대 바깥의 공론장에서․․․․․․․․․․․․․․․․․․․․․․․․․․․․․․․․․․․․․․․․․ 882.5. 맺음말․․․․․․․․․․․․․․․․․․․․․․․․․․․․․․․․․․․․․․․․․․․․․․․․․․․․․․․․․․․․․ 94

  • 제3장. 선체 파손 형상과 시뮬레이션: 관찰, 표상, 발표․․․․․․․․․․․97

    3.1. 선체의 파손 형상․․․․․․․․․․․․․․․․․․․․․․․․․․․․․․․․․․․․․․․․․․․․․․․․․․․․98선체의 인양과 반응․․․․․․․․․․․․․․․․․․․․․․․․․․․․․․․․․․․․․․․․․․․․․․․․․․98파손 형상과 흔적의 관찰과 측정․․․․․․․․․․․․․․․․․․․․․․․․․․․․․․․․․․․․․․102절단면 분석: 폭발의 방향과 위치 찾기․․․․․․․․․․․․․․․․․․․․․․․․․․․․․․․․105

    3.2 컴퓨터 시뮬레이션․․․․․․․․․․․․․․․․․․․․․․․․․․․․․․․․․․․․․․․․․․․․․․․․․․ 107시뮬레이션: 미국 조사팀․․․․․․․․․․․․․․․․․․․․․․․․․․․․․․․․․․․․․․․․․․․․․109시뮬레이션: 합조단 폭발유형분과․․․․․․․․․․․․․․․․․․․․․․․․․․․․․․․․․․․․․111시뮬레이션: 합조단 선체구조분과․․․․․․․․․․․․․․․․․․․․․․․․․․․․․․․․․․․․․113‘까다로운 형상’인 프로펠러의 시뮬레이션․․․․․․․․․․․․․․․․․․․․․․․․․․․․․․117시뮬레이션의 표상과 발표․․․․․․․․․․․․․․․․․․․․․․․․․․․․․․․․․․․․․․․․․․․123

    3.3. 맺음말․․․․․․․․․․․․․․․․․․․․․․․․․․․․․․․․․․․․․․․․․․․․․․․․․․․․․․․․․․․․․130

    제4장. ‘1번 어뢰’: ‘결정적 증거’와 계속되는 물음들․․․․․․․․․․․․․132

    4.1. 어뢰 물증의 수색, 분석, 발표․․․․․․․․․․․․․․․․․․․․․․․․․․․․․․․․․․․․․․․․․133“거기에 있는 물증을 찾아라”․․․․․․․․․․․․․․․․․․․․․․․․․․․․․․․․․․․․․․․․․133- “폭발을 일으킨 주범의 잔해”․․․․․․․․․․․․․․․․․․․․․․․․․․․․․․․․․․․․134- 대대적이고 촘촘한 수색․․․․․․․․․․․․․․․․․․․․․․․․․․․․․․․․․․․․․․․․․137예측을 확인해준 “결정적 증거”․․․․․․․․․․․․․․․․․․․․․․․․․․․․․․․․․․․․․․․140- 증거물의 상태․․․․․․․․․․․․․․․․․․․․․․․․․․․․․․․․․․․․․․․․․․․․․․․․․․140- 증거물의 일치와 식별․․․․․․․․․․․․․․․․․․․․․․․․․․․․․․․․․․․․․․․․․․․142- ‘예측된 발견’의 자신감, 미국 조사팀의 역할․․․․․․․․․․․․․․․․․․․․․․․․147

    4.2. ‘1번’ 글씨 연소 논쟁․․․․․․․․․․․․․․․․․․․․․․․․․․․․․․․․․․․․․․․․․․․․․․․․150열역학 계산 논쟁․․․․․․․․․․․․․․․․․․․․․․․․․․․․․․․․․․․․․․․․․․․․․․․․․․ 151열역학 “간단한 계산”, 정반대의 결론: 왜?․․․․․․․․․․․․․․․․․․․․․․․․․․․․․156- 갈림길: 가역 또는 비가역․․․․․․․․․․․․․․․․․․․․․․․․․․․․․․․․․․․․․․․․157- 간단치 않은 계산: 가역-비가역 논쟁일 뿐인가?․․․․․․․․․․․․․․․․․․․160

    4.3. 가리비 논쟁과 그밖에 물음들․․․․․․․․․․․․․․․․․․․․․․․․․․․․․․․․․․․․․․․․163가리비, 백색물질․․․․․․․․․․․․․․․․․․․․․․․․․․․․․․․․․․․․․․․․․․․․․․․․․․․164복잡한 표면․․․․․․․․․․․․․․․․․․․․․․․․․․․․․․․․․․․․․․․․․․․․․․․․․․․․․․․․166설계도면․․․․․․․․․․․․․․․․․․․․․․․․․․․․․․․․․․․․․․․․․․․․․․․․․․․․․․․․․․ 168부재한 증거․․․․․․․․․․․․․․․․․․․․․․․․․․․․․․․․․․․․․․․․․․․․․․․․․․․․․․․․171흡착물질․․․․․․․․․․․․․․․․․․․․․․․․․․․․․․․․․․․․․․․․․․․․․․․․․․․․․․․․․․ 172

    4.4. 증거를 중심으로 본 논쟁의 이해 ․․․․․․․․․․․․․․․․․․․․․․․․․․․․․․․․․․․․1724.5. 맺음말․․․․․․․․․․․․․․․․․․․․․․․․․․․․․․․․․․․․․․․․․․․․․․․․․․․․․․․․․․․․ 176

  • 제5장. 흡착물질: 실험실의 증거 생산과 과학 활동․․․․․․․․․․․․․․179

    5.1. 합조단의 채증, 분석, 실험, 데이터․․․․․․․․․․․․․․․․․․․․․․․․․․․․․․․․․․․․180채증 작업․․․․․․․․․․․․․․․․․․․․․․․․․․․․․․․․․․․․․․․․․․․․․․․․․․․․․․․․․․180실험과 분석: 세 물질 성분의 “일치”․․․․․․․․․․․․․․․․․․․․․․․․․․․․․․․․․․183법과학과 개별성의 입증․․․․․․․․․․․․․․․․․․․․․․․․․․․․․․․․․․․․․․․․․․․․․189

    5.2. “과학적 증거”에 대한 “과학적 반박”․․․․․․․․․․․․․․․․․․․․․․․․․․․․․․․․․․191EDS, XRD 데이터의 성격․․․․․․․․․․․․․․․․․․․․․․․․․․․․․․․․․․․․․․․․․․․192이승헌의 검증: 결정질과 비결정질의 문제․․․․․․․․․․․․․․․․․․․․․․․․․․․․․․195- XRD 데이터에 대한 의문․․․․․․․․․․․․․․․․․․․․․․․․․․․․․․․․․․․․․․․․․196- EDS 데이터에 대한 의문․․․․․․․․․․․․․․․․․․․․․․․․․․․․․․․․․․․․․․․․200

    양판석, 정기영의 검증: ‘산소’와 ‘황’의 문제․․․․․․․․․․․․․․․․․․․․․․․․․․․․202- 양판석의 물질 동정․․․․․․․․․․․․․․․․․․․․․․․․․․․․․․․․․․․․․․․․․․․․․205- 정기영의 물질 동정․․․․․․․․․․․․․․․․․․․․․․․․․․․․․․․․․․․․․․․․․․․․․207

    5.3. 파장과 쟁점의 명료화․․․․․․․․․․․․․․․․․․․․․․․․․․․․․․․․․․․․․․․․․․․․․․․209합조단의 보강 논증, 종결되지 않는 논쟁․․․․․․․․․․․․․․․․․․․․․․․․․․․․․․․209시료 물질의 명명과 그 기원의 문제․․․․․․․․․․․․․․․․․․․․․․․․․․․․․․․․․․․215미국 조사팀의 관심과 변화․․․․․․․․․․․․․․․․․․․․․․․․․․․․․․․․․․․․․․․․․․221논쟁의 소강․․․․․․․․․․․․․․․․․․․․․․․․․․․․․․․․․․․․․․․․․․․․․․․․․․․․․․․․224

    5.4. 실험, 검증, 재현의 과학 활동․․․․․․․․․․․․․․․․․․․․․․․․․․․․․․․․․․․․․․․․․226실험과 과학 활동․․․․․․․․․․․․․․․․․․․․․․․․․․․․․․․․․․․․․․․․․․․․․․․․․․․226데이터 검증, 실험 재현성, 그리고 법과학적 논쟁․․․․․․․․․․․․․․․․․․․․․․․230

    5.5. 맺음말․․․․․․․․․․․․․․․․․․․․․․․․․․․․․․․․․․․․․․․․․․․․․․․․․․․․․․․․․․․․․233

    제6장. 지진파: 방법론의 선택과 배제, 정당화의 문제․․․․․․․․․․․235

    6.1. 법지진학․․․․․․․․․․․․․․․․․․․․․․․․․․․․․․․․․․․․․․․․․․․․․․․․․․․․․․․․․․․236법지진학과 지진파․․․․․․․․․․․․․․․․․․․․․․․․․․․․․․․․․․․․․․․․․․․․․․․․․․236쿠르스크 호 폭발 사건․․․․․․․․․․․․․․․․․․․․․․․․․․․․․․․․․․․․․․․․․․․․․․238

    6.2. 천안함 지진파․공중음파 다루기 ․․․․․․․․․․․․․․․․․․․․․․․․․․․․․․․․․․․․․242합조단의 해석․․․․․․․․․․․․․․․․․․․․․․․․․․․․․․․․․․․․․․․․․․․․․․․․․․․․․ 242합조단 바깥의 지진파 연구․․․․․․․․․․․․․․․․․․․․․․․․․․․․․․․․․․․․․․․․․․245- 홍태경, 수중폭발 사건의 확인․․․․․․․․․․․․․․․․․․․․․․․․․․․․․․․․․․․․246- 김소구, 법지진학을 통한 기뢰설․․․․․․․․․․․․․․․․․․․․․․․․․․․․․․․․․․247- 김황수, 음향학적 해석과 잠수함충돌설․․․․․․․․․․․․․․․․․․․․․․․․․․․․249

    6.3. 논란의 돌출, 버블 주기․․․․․․․․․․․․․․․․․․․․․․․․․․․․․․․․․․․․․․․․․․․․․․250

  • 합조단과 버블 주기․․․․․․․․․․․․․․․․․․․․․․․․․․․․․․․․․․․․․․․․․․․․․․․․․251버블 주기와 공중음파․․․․․․․․․․․․․․․․․․․․․․․․․․․․․․․․․․․․․․․․․․․․․․․254

    6.4. 수중폭발 연구의 갈래와 지진파․․․․․․․․․․․․․․․․․․․․․․․․․․․․․․․․․․․․․․․255수중폭발과 선체 내충격 연구․․․․․․․․․․․․․․․․․․․․․․․․․․․․․․․․․․․․․․․․256지진파에 대한 태도․․․․․․․․․․․․․․․․․․․․․․․․․․․․․․․․․․․․․․․․․․․․․․․․․260방법론 정당화의 문제․․․․․․․․․․․․․․․․․․․․․․․․․․․․․․․․․․․․․․․․․․․․․․․264

    6.5. 맺음말․․․․․․․․․․․․․․․․․․․․․․․․․․․․․․․․․․․․․․․․․․․․․․․․․․․․․․․․․․․․ 266

    제7장. 한국사회에서 ‘과학 논쟁’, 정치, 민주주의․․․․․․․․․․․․․․․․․268

    7.1. 인식의 틀: 법정의 장, 과학 공론장․․․․․․․․․․․․․․․․․․․․․․․․․․․․․․․․․․․2697.2. 사회라는 법정: 과학 논쟁과 분단 이데올로기․․․․․․․․․․․․․․․․․․․․․․․․․․․271법정의 과학/기술․․․․․․․․․․․․․․․․․․․․․․․․․․․․․․․․․․․․․․․․․․․․․․․․․․․․271확장된 모형: 사회 법정의 논쟁․․․․․․․․․․․․․․․․․․․․․․․․․․․․․․․․․․․․․․․ 275안보 프레임과 논쟁 억제 효과․․․․․․․․․․․․․․․․․․․․․․․․․․․․․․․․․․․․․․․․283논쟁의 주변화: “괴담”, “음모론”․․․․․․․․․․․․․․․․․․․․․․․․․․․․․․․․․․․․․․․287

    7.3. 과학자와 공론장: 논쟁 속의 과학 활동․․․․․․․․․․․․․․․․․․․․․․․․․․․․․․․․289과학 활동과 담론적 공론장 ․․․․․․․․․․․․․․․․․․․․․․․․․․․․․․․․․․․․․․․․․․289사회 논쟁 속의 과학 활동․․․․․․․․․․․․․․․․․․․․․․․․․․․․․․․․․․․․․․․․․․․․295시나리오 중심적 논쟁의 한계․․․․․․․․․․․․․․․․․․․․․․․․․․․․․․․․․․․․․․․․․301

    7.4. 과학과 사회 논쟁들 비교․․․․․․․․․․․․․․․․․․․․․․․․․․․․․․․․․․․․․․․․․․․․3057.5. 논쟁 해소를 위한 접근: 과학, 진리/진실, 민주주의 ․․․․․․․․․․․․․․․․․․․․․309과학적 사실과 증거허용성, 사후검증․․․․․․․․․․․․․․․․․․․․․․․․․․․․․․․․․․․310민주주의와 공론장의 조건들․․․․․․․․․․․․․․․․․․․․․․․․․․․․․․․․․․․․․․․․․․314대형 사건ㆍ사고 조사활동의 사례들 ․․․․․․․․․․․․․․․․․․․․․․․․․․․․․․․․․․․318

    7.6. 맺음말․․․․․․․․․․․․․․․․․․․․․․․․․․․․․․․․․․․․․․․․․․․․․․․․․․․․․․․․․․․․․325

    제8장. 결론․․․․․․․․․․․․․․․․․․․․․․․․․․․․․․․․․․․․․․․․․․․․․․․․․․․․․․․․․․328

    8.1. 논문의 요약과 정리․․․․․․․․․․․․․․․․․․․․․․․․․․․․․․․․․․․․․․․․․․․․․․․․․3288.2. 맺음말: ‘더 넒은 맥락’과 ‘과학 논쟁’ ․․․․․․․․․․․․․․․․․․․․․․․․․․․․․․․․․336

    참고문헌․․․․․․․․․․․․․․․․․․․․․․․․․․․․․․․․․․․․․․․․․․․․․․․․․․․․․․․․․․․․․․․․ 342Abstract․․․․․․․․․․․․․․․․․․․․․․․․․․․․․․․․․․․․․․․․․․․․․․․․․․․․․․․․․․․․․․․․ 367

  • [표]

    [표 2-1-1] 초기 언론매체에서 다뤄진 시나리오들 ․․․․․․․․․․․․․․․․․․․․․․․․․․․․․․․․36[표 2-1-2] 언론 보도에서 나타난 증거와 시나리오의 전개 (3.26-5.20)․․․․․․․․․․․․․․․․45[표 2-2-1] 다국적 민군 합동조사단의 편성과 주요 활동․․․․․․․․․․․․․․․․․․․․․․․․․․․65[표 2-2-2] 민군 합동조사단의 인적 구성 ․․․․․․․․․․․․․․․․․․․․․․․․․․․․․․․․․․․․․․․67[표 2-2-3] 천안함 침몰 원인 규명의 증거 목록 ․․․․․․․․․․․․․․․․․․․․․․․․․․․․․․․․․73[표 3-1-1] 선체 주요 부분과 인양 일지 ․․․․․․․․․․․․․․․․․․․․․․․․․․․․․․․․․․․․․․․100[표 3-2-1] 천안함 수중폭발 충격 해석 시뮬레이션 ․․․․․․․․․․․․․․․․․․․․․․․․․․․․․․108[표 3-2-2] 합조단의 시뮬레이션 작업 흐름 ․․․․․․․․․․․․․․․․․․․․․․․․․․․․․․․․․․․․109[표 4-3-1] ‘1번 어뢰’의 설계도면과 법원 실측 수치 비교 ․․․․․․․․․․․․․․․․․․․․․․․․171[표 5-1-1] 증거 채증과 수거 주체와 흡착물질 수거 과정․․․․․․․․․․․․․․․․․․․․․․․․․182[표 5-1-2] 제시된 흡착물질 데이터의 비교 ․․․․․․․․․․․․․․․․․․․․․․․․․․․․․․․․․․․․188[표 5-2-1] 이승헌의 실험과 해석 ․․․․․․․․․․․․․․․․․․․․․․․․․․․․․․․․․․․․․․․․․․․․199[표 5-2-2] 합조단이 제시한 어뢰와 선체 흡착물질의 성분 ․․․․․․․․․․․․․․․․․․․․․․․203[표 5-2-3] 선체와 어뢰 흡착물질에 관한 두 가지 해석 ․․․․․․․․․․․․․․․․․․․․․․․․․․207[표 5-3-1] 합조단의 흡착물질 분석 결과 ․․․․․․․․․․․․․․․․․․․․․․․․․․․․․․․․․․․․․․210[표 5-3-2] 흡착물질에 관한 쟁점 종합 ․․․․․․․․․․․․․․․․․․․․․․․․․․․․․․․․․․․․․․․․212[표 5-3-3] 흡착물질 관련 보도 추이 (2010년 3월26일부터 2011일 3월31일까지)․․․․․․․226[표 6-2-1] 천안함 침몰 원인인 수중폭발 어뢰의 폭약량 ․․․․․․․․․․․․․․․․․․․․․․․․․244[표 6-4-1] 합조단과 김소구 해석의 실행 과정 비교 ․․․․․․․․․․․․․․․․․․․․․․․․․․․․․261[표 7-4-1] 과학사회논쟁 비교 ․․․․․․․․․․․․․․․․․․․․․․․․․․․․․․․․․․․․․․․․․․․․․․․307

    [그림]

    [그림 1-2-1] 증거와 가설적 추론의 관계 ․․․․․․․․․․․․․․․․․․․․․․․․․․․․․․․․․․․․․․․17[그림 1-2-2] 증거와 시나리오의 구성 ․․․․․․․․․․․․․․․․․․․․․․․․․․․․․․․․․․․․․․․․․18[그림 2-1-1] 천안함 침몰 사건의 대응에서 ‘과학적 조사’가 차지하는 자리에 대한 당시 인

    식의 예 ․․․․․․․․․․․․․․․․․․․․․․․․․․․․․․․․․․․․․․․․․․․․․․․․․․․․․․․53[그림 2-2-1] 합조단의 천안함 침몰 원인 조사결과 브리핑 자료 ․․․․․․․․․․․․․․․․․․․․70[그림 2-2-2] ‘1번 어뢰’의 “결정적 증거” 지위를 입증하는 다른 증거들의 연결 구조 ․․․72[그림 3-1-1] 천안함의 구조와 파손 형상 ․․․․․․․․․․․․․․․․․․․․․․․․․․․․․․․․․․․․․․103[그림 3-1-2] 선체의 기본 골격을 이루는 용골(keel)과 프레임(frame) ․․․․․․․․․․․․․․․104[그림 3-2-1] 미국 조사팀 대표 에클스의 프레젠테이션 자료 ․․․․․․․․․․․․․․․․․․․․․․110[그림 3-2-2] 천안함 선체 파손 시뮬레이션의 영상자료 예 ․․․․․․․․․․․․․․․․․․․․․․․․114[그림 3-2-3] 천안함 우현 프로펠러의 변형 형상 ․․․․․․․․․․․․․․․․․․․․․․․․․․․․․․․․117

  • [그림 3-2-4] 축 방향 충격속도의 변화(왼쪽)와 프로펠러 날개의 변형 과정 ․․․․․․․․․․121[그림 3-2-5] 합조단 보고서에 실린 버블제트 그림과 시뮬레이션(왼쪽), 일간 신문에 실린

    버블제트 그림(오른쪽) ․․․․․․․․․․․․․․․․․․․․․․․․․․․․․․․․․․․․․․․․․129[그림 4-1-1] 증거물 수거 지역 ․․․․․․․․․․․․․․․․․․․․․․․․․․․․․․․․․․․․․․․․․․․․․․134[그림 4-1-2] 수거된 어뢰 부품과 북한산 어뢰 설계도면 ․․․․․․․․․․․․․․․․․․․․․․․․․142[그림 4-2-1] 어뢰 추진동력장치와 북한 경어뢰에 쓰인 ‘1번’과 ‘4호’ 표기 ․․․․․․․․․․․151[그림 4-2-2] 어뢰 추진 후부 디스크의 뒷면에 쓰인 “1번” 표기의 위치 ․․․․․․․․․․․․․․153[그림 4-2-3] 버블의 팽창과 열의 전달을 설명하는 모형(송태호) ․․․․․․․․․․․․․․․․․․․155[그림 4-3-1] ‘1번 어뢰’ 추진체의 구멍 안쪽에서 발견된 조개 껍데기와 백색물질 ․․․․․166[그림 4-4-2] ‘1번 어뢰’에 부착된 증거와 물음들 ․․․․․․․․․․․․․․․․․․․․․․․․․․․․․․․․173[그림 5-1-1] 선체와 어뢰 흡착물질의 에너지 분광 분석 결과 ․․․․․․․․․․․․․․․․․․․․․184[그림 5-1-2] 선체와 어뢰 흡착물질에 대한 엑스선 회절 분석 결과 ․․․․․․․․․․․․․․․․185[그림 5-1-3] 선체, 어뢰, 폭발실험에서 얻은 흡착물질에 대한 EDS와 XRD 데이터 ․․․․187[그림 5-1-4] 증거의 일치 ․․․․․․․․․․․․․․․․․․․․․․․․․․․․․․․․․․․․․․․․․․․․․․․․․․․190[그림 5-2-1] EDS 데이터가 생산되는 과정 ․․․․․․․․․․․․․․․․․․․․․․․․․․․․․․․․․․․․192[그림 5-2-2] 에너지 분광 데이터와 엑스선 회절 데이터의 예 ․․․․․․․․․․․․․․․․․․․․․193[그림 5-2-3] 엑스선 회절 분석의 기본 원리 ․․․․․․․․․․․․․․․․․․․․․․․․․․․․․․․․․․․194[그림 5-2-3] 연구자 공유 시뮬레이션 ‘FullProf'를 이용해 결정질 SiO2, NaCl과 비결정질

    Al2O3의 혼합물에 대해 구한 엑스선 회절 데이터 (이승헌) ․․․․․․․․․․․․․197[그림 5-2-4] 합조단 폭발실험 시료의 EDS 데이터에 대한 이승헌의 비교 검증 ․․․․․․201[그림 5-3-1] 흡착물질이 폭발재임을 입증하는 여러 분석 데이터들의 관계 ․․․․․․․․․․214[그림 6-1-1] 수중폭발 사건과 지진파 ․․․․․․․․․․․․․․․․․․․․․․․․․․․․․․․․․․․․․․․․․237[그림 6-1-2] 쿠르스크 호 폭발 당시에 여러 관측소의 지진계들에 기록된 지진파 파형들과

    일정 시간대의 지진파를 분석한 주파수별 진폭의 스펙트럼 ․․․․․․․․․․․240[그림 6-1-3] 쿠르스크 호 폭발사건 당시 지진파의 분석 스펙트럼, 버블 주기에 따른 폭발

    수심과 폭발량의 일정한 관계 ․․․․․․․․․․․․․․․․․․․․․․․․․․․․․․․․․․․241[그림 6-2-1] 천안함 침몰 사건에서, 버블 주기에 따른 폭발량과 폭발수심의 일정한 관계

    ․․․․․․․․․․․․․․․․․․․․․․․․․․․․․․․․․․․․․․․․․․․․․․․․․․․․․․․․․․․․․243[그림 6-3-1] 한국지질자원연구원 관측소에 기록된 지진파와 공중음파 ․․․․․․․․․․․․․․252[그림 6-4-1] 폭발지점에 따른 선체 충격의 차이 ․․․․․․․․․․․․․․․․․․․․․․․․․․․․․․․․257[그림 6-4-2] 수중폭발 때에 일어나는 복합적 현상들 ․․․․․․․․․․․․․․․․․․․․․․․․․․․․258[그림 8-1-1] 천안함 “과학 논쟁”에 나타난 증거 논쟁 종합 ․․․․․․․․․․․․․․․․․․․․․․․334[그림 8-2-1] 대형 사건/사고에 대한 대응과 대처에서, ‘과학적 조사’가 차지하는 자리․․

    ․․․․․․․․․․․․․․․․․․․․․․․․․․․․․․․․․․․․․․․․․․․․․․․․․․․․․․․․․․․․․339

  • - 1 -

    제1장.

    서론

    1.1. 연구 배경과 문제 제기

    천안함 침몰 사건의 참사가 발생한 지 5년이 넘는 시간이 지났다. 해군 장병 46명의 희

    생자를 낸 군함 침몰 사건은 한국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그 여파는 참사의 충격

    외에도, 침몰 원인을 둘러싸고 극심한 간극을 보여준 논쟁을 통해서 사회적 갈등으로 이어

    졌다. 국방부는 사건 발생 직후에 다국적 민군 합동조사단(합조단)을 구성해 짧은 기간의

    조사활동을 벌였으며, 합조단은 사건이 발생한 지 55일이 지난 5월 20일에 여러 증거와 함

    께 ‘북한 잠수정이 쏜 어뢰의 수중폭발로 인해 천안함이 침몰했다’는 요지의 조사결과를 발

    표했다. 합조단의 조사와 분석 자료에는 침몰 해역에서 수거한 선체의 파손 형상, 사건 해

    역에서 찾은 어뢰 추진동력장치 부품, 이것이 북한 어뢰임을 입증하는 북한 무기의 설계도

    면, 선체와 어뢰 그리고 폭발실험에서 수거한 동일한 “백색 흡착물질”, 사건 당시에 기록된

    지진파와 공중음파, 수중폭발의 컴퓨터 시뮬레이션 분석 결과들이 담겼다. 합조단의 최종

    보고서인 『천안함 피격 사건 합동조사결과 보고서』는 많은 분량에 걸쳐 과학적 조사와

    분석의 결과물들을 보여주었다.1)

    “과학적 분석”과 “결정적 증거”를 통해 제시된 합조단의 조사결과는 정부의 강경한 대북

    조처(‘5.24 조처’)로 이어졌으며, 국제사회에서는 여러 나라들이 북한을 규탄하거나 한국 정

    1) 대한민국 국방부, 『천안함 피격 사건 합동조사결과 보고서』(명진출판,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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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를 지지하는 성명서로 이어졌다. 그러나 조사결과에 대한 반응은 합조단의 “과학적 조사”

    가 낸 결과만큼이나 명료한 것이 아니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천안함 공격 행위를 규

    탄하면서 공격 주체를 명시하지 않은 ‘의장 성명’을 내는 데 그쳤다. 러시아 정부의 공식

    발표는 없었지만, 한국을 방문했던 러시아 조사단이 ‘어뢰 아닌 기뢰의 수중폭발’로 결론을

    내렸다는 보도가 뒤따랐다. 특히나 소수 과학자들의 전문가적 해석과 개별적인 연구 결과

    는 합조단 조사결과에 대한 의문 또는 의혹의 제기에 힘을 실어주며 논쟁을 더욱 촉발했

    다. 해외의 한인 과학자와 국내 은퇴 과학자를 중심으로 증거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었으며

    합조단의 결론과 다른 사건 시나리오들이 제시되었다. 이들의 주장은 과학 학술지에 정식

    연구 논문을 발표한 것을 바탕으로 제기된 것이었기에 더 큰 주목을 받았다. 이들은 합조

    단이 ‘1번 어뢰’가 천안함을 공격한 무기임을 입증하는 증거로 제시한 “백색 흡착물질”의

    분석 데이터에 의문을 제기하는 논문을 발표했으며, 외국 연구자들과 공동 연구로 지진파

    를 분석해 얻은 폭발량을 근거로 북한 어뢰가 아니라 오래 전에 설치했다가 버려둔 해군

    기뢰가 수중폭발을 일으켰을 가능성을 주장하는 논문을 발표했다. 다른 이들은 지진파를

    분석해 잠수함 충돌이 침몰의 원인일 가능성이 있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합조단의 결론을

    뒷받침하는 과학 논문도 학술지에 발표됐다. 수거된 어뢰에 쓰인 “1번” 글씨가 수중폭발

    때 타지 않았을 리 없기에 ‘1번 어뢰’의 증거 자격이 의심스럽다는 의문이 제기되자, 순간

    적인 버블을 일으키는 수중폭발의 환경에서는 그것이 타지 않을 가능성이 충분함을 입증하

    는 논문이 발표됐다. 과학적 연구를 통해서 여러 의문이 제기되었으나 논쟁이 종결의 국면

    을 향해 나아가기는 어려웠다. 쟁점 자체를 이해하는 데에는 전문지식이 필요했으며, 책임

    있는 논쟁 주체도 찾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합조단은 2010년 6월 말에 해체되었으며 국

    방부는 합조단 최종 조사결과 보고서의 결론에서 달라질 게 없다는 태도를 견지하며 논쟁

    에 소극적으로 대처했다.

    그렇다고 논쟁적 상황이 해소된 것도 아니었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소가 2010년 7월에

    전국 성인 남녀 1200명을 대상으로 한 일대일 면접조사에서 천안함 침몰 사건에 대한 정부

    발표를 신뢰한다는 응답은 32.5%에 머물렀으며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35.7%, 반반이라

    는 응답이 31.7%였다.2) 이듬해인 2011년 7월에 같은 기관이 전국 성인 120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정부 발표를 신뢰한다는 응답은 33.6%,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35.1%, 모르겠다는 응답은 31.3%로 나타나 비슷한 분포를 보여주었다.3) 천안함 사건 5주기

    를 맞아 국내 인터넷방송매체인 《뉴스타파》가 2015년 3월 여론조사기업에 의뢰해 전국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에서 정부의 천안함 조사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

    2) 조선일보 (이석호 기자), “‘천안함, 정부 조사 믿는다’ 10명 중 3명 -서울대 통일평화硏 조사”, 2010년

    9월 8일 4면.

    3) 프레시안 (황준호 기자), “‘그래도 정부의 ’천안함 발표‘ 못 믿겠다’ 우세”, 2011년 9월 21일. 온라인

    http://www.pressian.com/news/article.html?no=62675 (2015년 7월 28일 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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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7.2%)이 신뢰한다는 응답(39.2%)보다 오차범위 내에서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4) 이처럼

    천안함 침몰 원인을 둘러싼 논쟁은, 합조단의 “과학적 조사” 결과에 대한 신뢰가 낮은 상황

    에서 이와 관련한 논쟁적 상황이 진전하거나 해소되지 않은 채 사회 갈등의 잠재적 요인으

    로 남아 지속됐다.

     

    연구 주제

    이 논문의 연구에서는 천안함 침몰 사건의 합조단 조사결과를 둘러싸고 벌어진 “과학

    논쟁”의 전개, 그리고 그 성격과 구조를 탐색하고자 한다.5) 천안함 “과학 논쟁”은 이론이나

    정책을 두고 벌어진 논쟁과는 다른 특성을 보였다. 사건 현장에 남은 단서들을 모으고 분

    석해 증거를 식별하고 개별 행위자를 지목해 사건의 시나리오를 제시한다는 점에서, 조사

    과정에서 행해진 과학 활동의 많은 부분은 법과학(forensic sciences)의 성격을 띠었다. 합

    조단은 “과학수사”의 기법에 기반을 두어 조사활동을 벌였음을 강조했고, 기자회견과 조사

    결과 보고서에서도 이런 점을 부각하고자 했다. 합조단은 침몰 원인을 설명하는 가능한 모

    든 시나리오들을 제시하며 조사활동을 시작해, 새롭게 확보된 증거를 바탕으로 가능성이

    적거나 없는 시나리오를 하나씩 배제하는 방법을 사용했는데 이런 조사 활동의 방식은 법

    과학에 기초를 두어 과거 사건을 추리하는 과학수사 활동과도 닮은 것이었다. 어뢰 추진동

    력장치는 “결정적 증거”가 되어 침몰 사건의 용의자를 국내와 국제 사회의 ‘법정’에 세우는

    데 가장 중요한 구실을 했다. “결정적 증거” 외에 “백색 흡착물질”의 성분 분석, 파손 선체

    의 형상 분석과 컴퓨터 시뮬레이션의 결과물과 같은 과학 실행의 생산물들이 용의자를 지

    목하는 증거로서 제시되었다.

    4) 뉴스타파 (심인보 기자), “정부 천안함 조사, 47.2%가 불신”, 2015년 3월 25일. http://newstapa.

    org/24294 (2015년 7월 15일 접근)

    5) 여기에서 “과학 논쟁(scientific debates)”이라 함은, 넓은 의미에서 사회적 논쟁에 담긴 과학적인 요소

    들에 관한 논쟁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지만, 좁게는 과학자들이 실험, 해석, 출판, 토론이라는 일상적 과

    학 실행의 형식과 절차를 통해 전개한 논쟁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천안함 침몰 원인을 둘러싼 논쟁

    이 사회의 장에서 펼쳐졌으며 논쟁 참여자도 소수 과학자뿐 아니라 다른 분야의 학자, 정치인, 매체,

    시민 등이 참여했는데도 “과학사회논쟁”이라는 기존 용어(서이종, 『과학사회논쟁과 한국사회』[집문

    당, 2005])가 아닌 “과학 논쟁”이라는 표현을 선택한 것은, 소수 과학자들이 참여한 논쟁이 거시적인

    장에 중요한 영향을 끼쳤으며 특히 이들의 논쟁 참여가 학술적 연구와 논문 출판이라는 일반적 과학

    실행을 축으로 삼아 이뤄졌다는 특징을 반영하고자 한 것이다. 이와 함께 논문을 마무리하는 시점에도

    논쟁이 종결되지 않고서 진행 중이라는 점, 그리고 천안함 침몰 사건을 둘러싼 거시적이고 복합적인

    논쟁들이 곧 “과학 논쟁”으로 환원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이 논문이 다루는 논쟁을 상대화한다는

    의미에서 따옴표를 붙인 “과학 논쟁”이라고 표기하고자 한다. 또한 합조단의 조사활동이 선체 내충격

    연구, 컴퓨터 시뮬레이션, 수중폭발 연구 등과 같은 실용적인 법과학이나 공학 쪽에 가까웠기에 합조단

    의 조사 활동에서 공학과 과학의 경계가 뚜렷하지 않은 것으로 이해되지만, 이 논문에서는 과학과 공

    학의 연구실과 실험실에서 유사하게 행해지는 일반적인 실행들을 통칭하는 의미로서 “과학”이라는 표

    현을 담아 “과학 활동” “과학 실행”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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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편에서 그 조사활동에는 과학자사회에서 행해지는 일상적인 과학 실행의 관점에서도

    접근할 수 있다. “백색 흡착물질”의 분석이나 데이터 해석, 지진파 파형 분석과 해석, 천안

    함 스크루 프로펠러의 휜 형상에 대한 분석과 해석에 사용된 장비, 방법론, 지식, 암묵지는

    법과학적 증거 생산에 고유하게 적용되는 과학 실행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법과학

    적 증거 논쟁에서 합조단의 결론에 의문을 제기하는 소수 과학자들의 개별적인 연구가 그

    들의 일반적인 실험실과 연구실에서 일반적인 과학 실행을 통해 이루어질 수 있었다. 이런

    점에서 합조단의 조사결과 보고서는 일상적인 과학 실행의 관점에서도 검토와 비평의 대상

    이 될 수 있었다.

    “과학적 조사”의 결과물인 합조단의 『합동조사결과 보고서』는 일반 대중에, 그리고 또

    한 전문가집단인 과학자들에게 충분한 동의를 얻지 못했다. 제시된 증거들을 둘러싼 논란

    은 “과학적 조사” 결과가 제시된 이후에도 수그러들지 않았으며 현재에도 진행형으로 이어

    지고 있다. 증거를 중심으로 한 “과학 논쟁”은 현실에서 더 큰 논쟁의 장(場) 안에, 더 넓

    은 맥락 안에 놓여 있었다. 천안함 논쟁은 남북한이 군사적으로 대치하는 분단체제의 한국

    사회에서 이념적 성격이 두드러지는 논쟁으로 인식되었으며, 이 때문에 정치와 외교 무대

    에서 “과학 논쟁”을 압도할 정도로 더 큰 논란이 벌어졌다. 이런 논쟁의 구조에서 과학은

    사실 또는 증거를 보증하는 “자원”으로 사용되었다.

    이 논문에서는 다음과 같은 연구를 수행하고자 한다. 첫째, 천안함 침몰 원인을 둘러싸

    고 전개된 과학적 증거 논쟁을 세밀히 추적함으로써 그 쟁점이 무엇이었는지를 정리하고자

    한다. 경험적 접근방법에 될수록 의지하여, 선행 연구들에서는 잘 다뤄지지 않았던 “과학

    논쟁”의 세부 내용을 다룰 것이다. 천안함 선체의 파손 형상, 폭발량과 폭발수심을 찾는 컴

    퓨터 시뮬레이션, 사건 해역에서 수거된 어뢰 추진동력장치, 그리고 선체, 어뢰, 폭발실험에

    서 얻은 “백색 흡착물질”, 지진파와 공중음파가 이 연구에서 중요한 대상으로 다루어진다.

    둘째, 이 논문에서는 합조단과 과학자, 또는 과학자와 과학자 간에 벌어진 복잡하고도

    난해한 논쟁의 과정을 살피면서 한국 사회에 놓인 논쟁의 공론장이 어떠한 모습이었는지를

    되짚어보고자 한다. 더 큰 논쟁의 장에서 가려져 있었거나 잘 보이지 않았던 사람들과 증

    거, 분석 장비의 이야기를 함께 다룸으로써 천안함 “과학 논쟁”이 더 큰 논쟁의 장 안에서

    어떻게 놓여 있었는지를 살피는 데 도움을 얻고자 한다.

    셋째, 이 논문에서는 현대 사회에서 문제 해결의 중요한 도구로 흔히 인식되는 과학과

    공학의 실행이 천안함 논쟁에서 논란을 종결에 이르게 하지 못한 채 논쟁의 원인이 되어

    논쟁을 지속시키는 구조와 배경을 살펴보고자 한다. 여기에서는 한국 사회의 국지적 특성

    이 함께 논의될 것이다. 합조단의 “과학적 조사” 결과 보고서가 합리적인 논쟁 ‘종결’로 나

    아가는 데 사실상 실패한 요인을 살핌으로써, 과학 활동 또는 과학 실행이 법과학적 성격

    의 사회적 논쟁을 푸는 데에 좀 더 실효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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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논문의 연구 주제를 물음의 형식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천안함 “과학 논쟁”에서는 어뢰 폭발설, 좌초후 기뢰 폭발설, 좌초후 잠수함 충돌설과

    같은 경쟁적인 사건 시나리오들이 등장했는데, “과학적 조사”와 “결정적 증거”를 바탕으

    로 합조단이 제시된 공식 설명은 왜 그대로 폭넓게 동의를 받지 못했는가? 하나의 ‘진

    실’, ‘실체’를 찾으려는 과학적 분석의 결론은 왜 여러 갈래로 갈라졌는가? 이 물음은 “사

    실” “증거” “시나리오”에 대한 해석 유연성과 그 구성성이 어떠한 것인지에 대한 탐색이

    다.

    ○ 증거와 증거의 관계, 증거와 시나리오의 관계는 어떠한가? 특정한 시공간에 일어난 과

    거 사건을 추적하는 법과학적 성격의 “과학 논쟁”에서 증거는 핵심적 역할을 하는데, 천

    안함 침몰 사건의 경우에 왜 충분한 증거의 발견 이전에 이미 시나리오가 상황을 지배

    할 수 있었을까? 이는 시나리오의 구성에서 법과학 성격의 “과학 활동”이 어떠한 역할을

    했는지에 대한 탐색이다.

    ○ 흔히 과학은 문제 풀이의 훌륭한 도구로 인식되지만 현실의 논쟁에서는 왜 해법을 제시

    하지 못하는 일이 많은가? 천안함 “과학 논쟁”에서 과학은 왜 논쟁적 상황을 해소하는

    데에 충분한 역할을 하지 못했을까? 이 물음은 과학이 “과학 논쟁”에서 어떻게 사용되었

    는지에 관한 탐색이며, 또한 증거를 중심으로 하는 법과학적 성격을 함께 지니는 논쟁에

    서 과학이 어떻게 사용되어야 하는지에 관한 탐색이다.

    ○ ‘분단체제의 한국 사회에서 일어난 군함 침몰 사건’은 “과학 논쟁”에 영향을 주었는가?

    영향을 주었다면 그것은 어떠한 것인가? 이는 과학이 사용되는 방식에서 한국 사회의

    국지적 맥락이 끼치는 영향이 무엇인지에 관한 탐색이다.

    ○ 천안함 “과학 논쟁”의 연구는 논쟁적 상황을 해소하는 데 기여할 수 있는가? 사회적 맥

    락에서 일어나는 과학/기술 논쟁과 민주주의의 관계라는 측면에서, 이 논쟁 연구는 어떤

    시사점을 지닐 수 있는가? ‘과학/기술과 민주주의’의 의제는 그동안 대체로 전문가지식과

    생활지식의 동등성, 대중 참여에 의한 지식 생산, 과학/기술과 관련한 의사결정 과정의

    참여민주주의와 같은 주제로 다루어졌다. 그러나 천안함 침몰 사건 논쟁은 ‘과학/기술과

    민주주의’의 의제와 밀접한 성격을 지니면서도 이런 기존 논의의 틀로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 측면을 지니고 있다. 이 물음은 천안함 “과학 논쟁”의 논쟁적 갈등 상황을 해소하

    는, 즉 논쟁의 종결로 나아가는 길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에 관한 탐색이다.

    진행 중인 증거 논쟁의 연구

    이 논문의 목적은 ‘천안함 사건의 진실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답을 찾으려는 데

    있지 않다. “과학 논쟁”에서 어떠한 주장이 천안함 침몰 사건의 ‘진실’에 더 가까운지를 판

    단하려는 것도 그 목적이 아니다. 사실 그런 작업은 몇 가지 이유로 불가능하다. 첫째,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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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에 제시된 과학적 논증들은 우리가 아직 모를 수 있는 다른 증거에 의해서 아주 다른 논

    쟁의 국면으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각각의 시나리오에서 중심적 역할을 하는

    어떤 증거가 분석과 해석 방법을 달리할 때 그 증거의 지위를 상실하거나, 그 중심적 증거

    가 실제로는 해당 시나리오와 무관함이 새로운 증거에 의해 입증되거나, 이밖에 다른 예상

    할 수 없는 상황이 나타난다면 현재의 “과학 논쟁”의 쟁점이 다른 성격으로 전환될 가능성

    이 완전히 배제될 수 없기 때문이다. 둘째, 합조단의 “과학 활동”이 적절하지 않았더라도,

    합조단 조사 활동이 물화한 텍스트인 『천안함 피격 사건 합동조사결과 보고서』가 텍스트

    내적으로 완결적이지 못하더라도, 이런 문제가 합조단 조사활동에 대한 신뢰에 영향을 줄

    지언정 천안함 침몰 사건의 ‘진실’ 또는 ‘실체’와 곧바로 연계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논란이 진행 중인 천안함 침몰 사건은 논쟁 연구의 대상이 될 수 없는 것일

    까? 만일 연구의 대상이 되더라도 증거와 시나리오의 구성에 크나큰 변동이 생겨 논쟁이

    새로운 국면에 들어간다면 그런 변동 이전의 논쟁 과정에 대한 연구는 그 의미를 상실하는

    지극히 잠정적인 것일까? 이 물음은 이 논문이 여전히 진행 중인 천안함 “과학 논쟁”을 어

    떻게 다루어야 하는지에 관한 문제이기도 하다. 이 논문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현재 진행

    중인 천안함 “과학 논쟁”의 성격과 구조를 살피는 것이 한계를 지니면서도 가치가 있는 연

    구 작업이라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무엇보다 한국 사회에서 사회적 갈등으로 전개된 논쟁

    은 현실에 기록된 논쟁이었으며, 그 논쟁의 영향은 한국 사회에서 잠재적인 사회적 갈등의

    요인으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에서 ‘그 논쟁적 상황이 어떻게 다루어졌는가’라는

    물음은, 논쟁의 ‘결론’과 별개로 논쟁의 ‘과정’이 중요함을 부각하는 가치 있는 것이 된다.

    이런 접근의 연구에서 중심적인 분석의 대상이 되는 것은 합조단의 보고서와 그 조사활

    동이다. 『합동조사결과 보고서』는 다국적 민군 합조단의 “과학적 조사 활동”이 물화하고

    체현된 텍스트이며, 사건의 공식 시나리오로서 논쟁의 중심에 서 있기 때문이다. 이를 중심

    으로, 천안함 “과학 논쟁”을 구성하는 합조단 조사위원들의 인터뷰 또는 법정 증언 내용,

    그리고 논쟁 당사자들에 대한 인터뷰 내용, 국방부의 기자회견 자료와 언론 브리핑 녹취록,

    공개된 미 해군 조사팀장의 서신 자료 등을 분석하여 합조단의 보고서와 조사활동을 둘러

    싼 논쟁을 증거와 실행의 관점에서 접근하고자 한다.

    1.2. 논쟁 연구의 이론적 배경

    이 논문은 증거물과 “사건 실체”의 시나리오를 중심으로 복잡하게 진행되어 온 천안함

    침몰 원인 논쟁과 관련해 흩어져 있는 갖가지 자료들을 한 데 모으고, 그 전개 과정을 “과

    학 논쟁”의 쟁점별로 정리한다는 데에 연구의 일차적 목표를 두고 있다. 특히 이 논문에서

  • - 7 -

    증거와 시나리오는 중요하게 다루어졌다. 합동조사단의 조사활동과 보고서, 미디어의 보도,

    온라인 공간의 논쟁, 그리고 개별 과학자들이 행한 연구와 발표에서 증거는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으며, 또한 사건 실체를 추론하는 시나리오의 경쟁은 논쟁의 동력이 되었다.

    사건과 관련해 수집된 사실 조각들은 선별되고 분석되어 증거의 목록에 등록되었으며, 이

    증거들의 연결망은 한 갈래의 일관된 시나리오를 생성했다. 뒤이어 시나리오의 바탕을 이

    룬 증거들을 신뢰할 수 있느냐, 증거는 시나리오에 순응하느냐 저항하느냐의 논쟁이 이어

    졌다. 그러므로 우리는 천안함 “과학 논쟁”의 이해에 접근하고자 할 때에, 증거, 또는 사실

    의 문제는 어떤 성격을 지니며, 그것들을 어떻게 다룰 것이냐의 문제를 먼저 고려해야 한

    다. 여러 증거 이론 연구는 이런 논의에 도움을 줄 것이다.

    또한 과학/기술과 사회의 상호 관계를 살피며 여러 유형의 논쟁을 다루는 과학기술학

    (Science and Technology Studies, STS)의 해석과 분석 틀에서 도움을 얻는다면, 우리는

    한국 사회라는 국지적 맥락에서 진행되는 천안함 논쟁에서 과학과 기술이 어떻게 인식되었

    으며 어떻게 사용되었는지를 살펴 그 논쟁의 성격과 구조를 좀 더 이해하는 데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과학/기술이 관련된 논쟁을 다루는 과학기술학의 기본적인 분석과 해석 틀은

    몇 가지로 유형화할 수 있는데, 마틴과 리처즈(Martin & Richards, 1995)는 과학 논쟁의 과

    정과 성격을 이해하려는 분석의 도구를 다음 네 가지로 정리한 바 있다. 첫째 무엇이 과학

    적 사실인지를 따지며 그것에 토대를 두어 과학 논쟁의 전개 과정을 살피는 실증주의적 접

    근 방법(positivist approach), 둘째 정부와 기업, 시민단체, 전문가 같은 집단이 “정치적 시

    장”에서 벌이는 갈등과 타협에 초점을 두는 집단 정치학적 접근 방법(group politics

    approach), 셋째 지식과 기술의 결과물이 과학 외부의 영향을 받아 구성된다는 점을 부각

    하는 구성주의적 접근 방법(constructivist approach), 넷째 개별 행위자들보다는 계급, 제

    도, 성차 같은 기성의 사회 구조가 논쟁의 해석에서 중요함을 강조하는 사회구조주의 접근

    방법(social structural approach)이 그것들이다.6) 이처럼 과학 논쟁을 이해하는 데에는 다

    양한 접근이 시도될 수 있으므로, 이 논문의 접근 방법이 어떠한 것이며 어떠한 이론과 관

    점에 기대어 있는지를 미리 밝히는 것은 중요하다. 이 논문이 천안함 “과학 논쟁”의 성격

    과 구조를 탐색하면서 선택한 접근 방법의 이론적 배경은 다음의 몇 가지로 간추릴 수 있

    다.

    논쟁 연구 접근의 이론적 틀: EPOR와 ANT를 중심으로

    과거 사건의 실체를 재구성하는 시나리오 안에서 증거는 한 갈래의 해석만을 허용하는

    6) Brian Martin and Evelleen Richards, "Scientific Knowledge, Controversy, and Public

    Decision-making," in Sheila Jasanoff, Gerald E. Markle, James C. Petersen, and Trevor

    Pinch eds., Handbook of Science and Technology Studies (Sage, 1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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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견고한 “사실”의 지위를 지닌다. 증거의 가치가 견고할 때 시나리오는 과거의 사건을 설명

    하는 “사실”과도 같은 지위를 얻는다. 그런데 증거와 시나리오가 사실상 “사실”로서 제시되

    었는데도, 그 증거와 시나리오의 사실성은 공격을 받을 수 있으며 법정 논쟁과 사회적 논

    쟁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논쟁에 휩싸인 “사실”은 왜 논란의 여지를 지니게 되는가? 어떤

    논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사실” 안에서 어떤 요인들이 논쟁을 불러일으키는지 살펴야 하

    는데, 이때에 “사실”은 ‘제시된 그것’이 아니라 ‘구성된 그것’으로 이해될 때에 비로소 우리

    는 현실에서 전개되는 논쟁의 성격과 구조를 이해할 수 있다. 특히 “사실”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대해 세밀하게 관찰하고 분석하는 “경험적 연구”는 이런 접근방법에서 중요하다.

    이 논문은 천안함 “과학 논쟁”에서 제기된 여러 주장들을 될수록 상세하게 이해하면서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쟁점의 핵심이 무엇이지를 추적하고자 했다. 증거물의 형상과 상태,

    컴퓨터 시뮬레이션 작업의 과정, 시료 분석의 절차와 과정, 유사재현 실험과 모의실험의 설

    계와 실행, 수치 연산의 과정과 이론적 해석, 분석 장치의 작동 원리 등에 될수록 가깝게

    접근함으로써, 즉 실험과 연구 현장에서 이뤄졌을 구체적인 과학 실행을 이해하고자 함으

    로써, 논쟁의 중심을 이루는 것이 무엇인지를 이해하고자 했는데, 이는 기존 과학기술학 연

    구의 한 흐름인 “경험적 연구”의 전통과 맥을 함께하는 것이다. 여기에서는 그런 경험적

    연구의 방법들 가운데에서 특히 이 논문에 영향을 주었거나 그것과 유사함을 지닌 것으로

    여겨지는 두 가지의 접근 방법을 정리하고서, 뒤이어 이 논문의 접근 방법이 이 두 가지와

    다른 점도 간략하게 덧붙이고자 한다. 두 가지 접근 방법은 논쟁 당사자들을 대칭적으로

    다루는 경험적 연구를 강조한 해리 콜린스(Harry M. Collins)의 “상대주의의 경험적 프로

    그램(Empirical Programme of Relativism, EPOR)”과 논쟁 연구에서 “사실물(matter of

    fact)”의 구성에 참여하는 “비인간행위자(non-human actor)”에도 주목할 것을 주장한 브뤼

    노 라투르(Bruno Latour)의 행위자연결망이론(Actor Network Theory, ANT)이다.

    과학지식사회학의 한 방법으로서 콜린스가 제시한 “상대주의의 경험적 프로그램(EPOR)”

    은 과학적 요소가 다뤄지는 논쟁을 이해하는 데에 좋은 접근의 틀이 될 수 있다. 콜린스는

    영국 에든버러 학파의 스트롱 프로그램(Strong Program)의7) 영향을 받으면서도 과학의 상

    7) 과학지식사회학(Sociology of Scientific Knowledge, SSK)의 “스트롱 프로그램(Strong

    Program)”은 외부 맥락과는 무관한 것으로 여겨지는 객관적인 과학지식에 대해서도 엄정한 과학

    적인 연구 원칙을 견지한다면 사회학적 설명을 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자 했다. 반스(Barry

    Barnes), 섀핀(Steven Shapin)과 더불어 스트롱 프로그램을 이끌었던 데이비드 블루어(David

    Bloor)는 1976년의 저술 Knowledge and Social Imagery에서 이들이 속한 에든버러 학파의 과학지식사회학이 어떤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어떤 접근법에 의지하고자 했는지, 무엇을 지향하고자

    했는지를 보여주고자 했다. 블루어는 이 책에서 지식과 사회의 상은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을 정

    도로 긴밀하게 결속되어 있으며, 따라서 과학지식을 바라볼 때에도 그 안에서 사회적 요소는 크건

    작건 발견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스트롱 프로그램에서 지식 상태를 제대로 설명하기 위해서 지켜

    져야 하는 네 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그것은 (1) 인과성(과학지식사회학은 믿음이나 지식 상태를

    낳은 조건과 관련해 인과적이어야 한다. 물론 사회적 원인과 더불어 다른 유형의 원인도 존재할

    것이다), (2) 공평성(과학지식사회학은 참과 거짓, 합리성 혹은 비합리성, 성공 혹은 실패에 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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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주의를 다루는 경험적 연구 프로그램을 제창했는데, 그 접근방법은 세 단계를 거쳐 수행

    된다. 첫째 불확실성(uncertainty) 또는 과소결정(underdetermination)이 내재된 과학 논쟁

    에서 한 가지의 현상이나 실험 데이터를 두고서도 여러 해석이 제시될 수 있음, 즉 “해석

    유연성(interpretative flexibility)”이 존재함을 드러내며, 둘째 이렇게 끝없이 되풀이 될 수

    있는 과학 논쟁이 종결되는 것은 논리와 이성과 같은 과학 내적 요인이 아니라 과학자사회

    의 사회적 요인으로부터 영향을 받는다는 논쟁 종결의 메커니즘을 보여주고, 마지막으로

    이런 논쟁 종결 메커니즘을 더 넓은 사회의 맥락으로 확장해 보여주는 것이 그 단계들이

    다.8) 콜린스는 스트롱 프로그램이 제시한 연구 프로그램의 네 가지 원칙9) 가운데 공평성

    과 대칭성의 원칙을 따르는 EPOR의 접근방법을 보여주었다. 이런 접근은 실험 현장에 대

    해 세밀하게 경험적인 관찰을 행하면서도 논쟁 당사자 중에 누가 더 옳은지에 관해 직접

    판단을 제시하지 않는 방식을 통해 나타났다. 예를 들어 그는 TEA 레이저(Transversely

    Excited Atmospheric pressure laser)에 대한 사례 연구에서 실험 현장에 대한 관찰을 통해

    이 레이저 장비를 적절히 작동하는 데에는 암묵적이며 실행적인(tacit and practical) 전문

    직업적 지식이 중요함을 보여주었으며, 1970년대에 중력파(gravitational wave) 검출 실험과

    관련해 중력복사 대량방출(high flux) 현상의 존재를 관측했다는 주장을 둘러싸고 전개된

    과학자들의 논쟁 연구에서는 ‘그런 현상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결론으로 논쟁이 종결에 이

    르는 과정이 명시적인 과학적 방법론이나 과학적 합리성의 알고리즘, 또는 순수하게 인지

    적인 요인에 의해 지배되기보다 실험 결과 해석의 모호성과 불완전한 개별 반증의 점진적

    누적과 집합에 의해, 또한 다른 사회적 요인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았음을 보여주었다.10)

    콜린스는 논쟁의 종결 이후에 나타난 과학의 모습보다는 종결에 이르게 되는 “과정”에

    주목했는데, 실험 장비와 실험 계획과 수행의 현장을 자세히 관찰하고, 그것을 “과학의 실

    제 작동을 그저 경험적으로 보여주기(the simple empirical exhibition of the actual

    workings of science)”의 방식으로 서술하는 방식을 강조했다.11) 그가 제시한 “병 속의 배

    여 공평해야 한다), (3) 대칭성(설명 양식에서 대칭적이어야 한다), 그리고 (4) 성찰성(과학지식사

    회학의 설명 형태는 사회학 자체에도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이 그것들이다. 데이비드 블루어

    (2000), 『지식과 사회의 상』, 김경만 옮김 (한길사, 2000) [David Bloor (1991[1976]),

    Knowledge and Social Imagery, The University of Chicago Press].8) Harry M. Collins, "Introduction: Stages in the Empirical Programme of Relativism," Social

    Studies of Science 11(1), Special Issue: 'Knowledge and Controversy Studies of Modern Natural Science' (1981): 3-10; 트레버 핀치, 위비 바이커, “자전거의 변천과정에 대한 사회구성

    주의적 해석”, 『과학 기술은 사회적으로 어떻게 구성되는가』, 위비 바이커 외 지음, 송성수 편

    저 (새물결, 1999): 39-80, 53-55쪽.

    9) 주 7 참조.

    10) Finn Collin, Science Studies as Naturalized Philosophy (Springer, 2011), esp. ch.5 "Harry Collins and the Empirical Programme of Relativism"(pp. 83-108), pp. 84-86 ; Harry M.

    Collins, "Son of Seven Sexes: The Social Destruction of a Physical Phenomenon," Social Studies of Science 11(1), Special Issue: 'Knowledge and Controversy Studies of Modern Natural Science' (1981): 33-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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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 ship in the bottle)”라는 은유는 그가 주장하는 과학사회학의 접근방법을 잘 보여준다.

    여기에서 배는 과학적 발견(scientific finding)을, 병은 타당성(validity)을 의미하는데, 그러

    므로 병 속의 배는 이미 타당성을 획득해 안정화한 과학을 은유한다. 콜린스는 배(과학적

    발견)가 병(타당성) 속으로 들어가는 메커니즘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배가 병 속에 들어가

    기까지 그 과정, 즉 진행 중인 과학 논쟁을 자세히 살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럼으로써 우

    리는 배가 늘 병 속에 있었다는 인식에서 벗어나, 즉 과학자들이 행하는 모든 것들이 ‘조합

    된(assembled)’ 것임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12)

    그러나 콜린스가 강조했던 접근방법 중에서 방법론적 중립성 또는 대칭적 연구는 이후

    에 여러 논란을 일으켰다. 진리주장(truth-claim)이 서로 대립하는 논쟁에 대해 연구하면서

    논쟁 분석자는 정말 말처럼 “중립성”을 견지할 수 있을까? 이것은 현재 진행 중인 논쟁을

    연구하는 연구자에게 더욱 진지한 물음이 된다. 논쟁 분석자가 아무리 중립적 방법론을 사

    용하여 연구결과물의 중립성을 주장한다고 해도 종종 논쟁 당사자들에 의해 한 편의 지지

    자로 여겨질 수 있기에 “방법론적 중립성”이 신화일 뿐이라는 스콧, 리처즈, 마틴(Scott,

    Richards, and Martin, 1990)의 주장은 진지하게 경청할 만한 가치를 지닌다.13) 스콧

    등의 과감한 문제제기 이후에 논쟁 분석자의 자세(stance)와 접근방법을 두고서 벌어진 콜

    린스(Collins, 1991)와 마틴 등(Martin et al., 1991)의 공방적 논의는 당대의 과학적 논쟁을

    분석하는 연구자의 적절한 자세가 무엇인지를 판단하는 게 쉽지 않은 문제임을 보여주었

    다.14) 그렇더라도 이런 논의는 논쟁 연구자들한테 논쟁 연구에 유익한 접근이 무엇인지를

    11) Collin, Science Studies as Naturalized Philosophy,pp. 83-108, 12) Collins, "Son of Seven Sexes: The Social Destruction of a Physical Phenomenon," pp.

    44-45 ; Harry. M. Collins, Changing Order: Replication and Induction in Scientific Practice (The University of Chicago Press, 1992[1985]), pp. 5-6.

    13) Pam Scott, Evelleen Richards and Brian Martin, "Captives of Controversy: The Myth of

    the Neutral Social Researcher in Contemporary Scientific Controversies," Science, Technology, & Human Values 15(4) (1990): 474-494. 세 저자는 오스트레일리아 동물보건연구소(AAHL) 내 구제역 바이러스의 유입을 둘러싼 논쟁, 불소화 논쟁, 비타민C와 암 논쟁에 관한

    자신들의 연구 경험을 바탕으로 콜린스의 경험적 접근 방법(상대주의의 경험적 프로그램: EPOR,

    이 장의 제2절 참조)이 내세우는 ‘대칭적 중립성’의 방법론을 비판하면서 다음과 같은 결론적 주

    장을 제기했다. (1) 당대 논쟁에 대한 사회학적 연구는 ‘실재물(realities)을 구성하려는 치열한 싸

    움’에서 자원(resources)으로 여겨지며 그 분석자는 사실상 논쟁의 참여자가 된다, (2 )대칭적 분

    석의 방법론은 거의 언제나 과학적 신뢰나 인지적 권위가 약한 쪽에 유용한 것이 되어 결국에 비

    대칭성, 비중립성으로 귀착된다, (3) 논쟁 분석자는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논쟁 과정을 눈에 띄게

    변화시킬 수 있다. 저자들은 대칭적 분석의 중립성에 대한 믿음은 환상이라고 비판했다.

    14) 스콧 등(1990)의 비판에 대해, 콜린스(1991)는 “누구나 자신의 연구가 세상에 비대칭적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또한 방법론적으로 중립적이고자 한다” “분석적 감성(analytic

    sensitivities)이 우리 연구에 부적절한 방식으로 영향을 끼치도록 허용해서는 안 된다”면서 ‘중립

    성은 방법론적인 규범(methodological prescription)’임을 다시 강조하며 반박했다. Harry M.

    Collins, "Captives and Victims: Comment on Scott, Richards, and Martin," Science, Technology, & Human Values 16(2) (1991): 249-251. 원 논문의 세 저자(1991)는 콜린스의 반박에 대해 어떤 방법론을 선택하느냐는 논쟁 연구에 영향을 끼친다는 점, 연구자는 방법론을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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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다. 콜린스와 마틴 등의 공방은 대칭적 방법론의

    중립성에 대한 지나친 믿음이나 의존을 경계해야 하지만, 논쟁 분석의 단계에서는 “논쟁의

    포로(captives of controversy)”로 포획됨을 경계하면서 논쟁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분석 작

    업에 될수록 충분히 담으려는 균형의 태도도 필요함을 보여준다. 그러므로 이 논문의 논쟁

    연구도 방법론적 중립성을 견지했다고 강하게 주장할 수는 없으나, 그렇더라도 연구 과정

    에서 논쟁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여건의 한계 내에서 될수록 충분히 듣고자 노력했음을 밝

    힐 수는 있다. 이 논문에서 논쟁 분석자는 합조단의 조사 결과물을 한복판에 놓고서 그것

    을 에워싸고서 논쟁하는 논쟁자들 그리고 또한 그 논쟁의 무대에 함께 올라온 갖가지 증거

    물과 분석 장비, 데이터, 시뮬레이션과 같은 여러 과학적 요소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과학 논쟁”의 과정을 관찰하고자 한다.

    이와 더불어 과학 실행의 과정을 살핌으로써 “과학적 사실”의 이해에 접근하고자 했던

    라투르의 접근방법은 논쟁 연구에서 유용한 틀이 된다. 과학기술학의 어떤 분석 틀을 사용

    하더라도, 논쟁 연구에서는 당연하게도 논쟁을 일으키거나 논쟁에 참여하는 행위자(actor)

    가 가장 손쉬운 관찰과 분석의 대상이 된다. 행위자로는 먼저 개인 또는 집단의 인간행위

    자(human actor)가 관찰 대상으로 다뤄진다. 누가 왜, 어떻게 논쟁에 참여하는지는 논쟁을

    이해하는 데에 기본적이고도 중요한 관찰 대상이다. 그러나 증거를 둘러싸고 전개된 천안

    함 “과학 논쟁”을 살피고자 할 때에, 증거라는 비인간행위자는 논쟁을 구성하는 또 다른 행

    위자로서 주목되어야 한다. 라투르(1987)는 실험실의 “과학적 사실”의 생산과 공고화 과정

    을 인간행위자들뿐 아니라 비인간행위자들도 참여하는 협상과 동맹, 배신과 해체, 즉 혼종

    적인 연결망의 구성과 변동으로 이해할 때에, 신화가 아닌 현실의 과학 활동을 이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실험실의 “과학적 사실”은 사실 자연물 또는 자연현상은 물론이고 실험

    실과 연구실의 분석 장비, 데이터, 도표, 과학 실행의 표준 같은 비인간행위자들과 실험실

    안팎의 인간행위자들 간에 이뤄지는 이질적 행위자들의 혼종적 연결망 자체로 이해되는 것

    이다. 비인간행위자인 자연물은 자연의 대변자(spokesperson)인 과학자에 의해서 실험실의

    분석 자료로 변환되며(기입, inscription), 새로운 의미를 얻으며(번역, translation), 비로소

    연결망의 일원이 된다(등록, registration).15) 증거 논쟁 연구에서 “경험적 연구”의 접근을

    택함으로써 자신의 입장을 차지한다는 점, 수많은 사회적 요인들이 방법론의 발전, 응용, 선택에

    영향을 끼친다는 점을 들어 방법론적 규범으로 제시되는 중립성은 허상이라고 반박했다. Brian

    Martin, Evelleen Richards, and Pam Scott, "Who's a Captive? Who's a Victim? Response

    to Collins' Method Talk," Science, Technology, & Human Values 16(2) (1991): 252-255.15) Bruno Latour, Science in Action: How to Follow Scientists and Engineers through Society

    (Harvard University Press, 1987); 홍성욱, “7가지 테제로 이해하는 ANT”, 『인간․사물․동맹 :행위자네트워크이론과 테크노사이언스』, 브루노[브뤼노] 라투르 외 지음, 홍성욱 엮음, (이음,

    2010): 15-35. 라투르는 그의 주요 이론인 ‘행위자 연결망 이론(Actor Network Theory)’을

    1987년 저술 Science in Action에서 체계적으로 정리해 제시했다. 사실과 지식의 구성이라는 점, 결과물로서 사실과 지식을 바라보는 게 아니라 사실과 지식이 구성되는 과정에 주목한다는 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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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해 이런 비인간행위자들에 주목하는 것은 다음의 몇 가지 점에서 특히나 중요하다.

    첫째, 비인간행위자에 대한 주목은 논쟁의 참여자를 인간행위자로만 바라볼 때에 자세히

    볼 수 없는 증거의 작인(agency)을 살필 수 있다. 이를 통해서 어떤 증거는 시나리오에 쉽

    게 순응해 인간행위자와 비교적 견고한 동맹을 이루며, 어떤 증거는 두 가지의 시나리오에

    걸쳐 있어 언제든지 배신할 수 있으며, 또 어떤 증거는 특정 시나리오에 저항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비인간행위자에 대한 주목은, 천안함의 선체 파손 형상, 절단면의 특성, 스크루

    프로펠러의 휜 형상, 수거된 어뢰 추진체 부품, 거기에 잉크로 쓰인 “1번” 글씨, 관측소에

    포착된 지진파와 공중음파 데이터, 백색 흡착물질과 그 성분 분석 데이터, 컴퓨터 시뮬레이

    션의 결과물 등으로 이어지는 목록 안의 증거들은 저마다 다른 성격의 비인간행위자로서

    어떻게 인간행위자들의 조사, 분석, 판단에 영향을 끼쳤는지에 대해서도 좀 더 자세한 관심

    을 기울여야 한다. 어뢰 추진체 부품을 수거하기 위해서 특수 제작된 쌍끌이 어선의 촘촘

    한 어망, 수많은 계산과 모델링, 그리고 컴퓨터 시뮬레이션 코드와 그 해석들, 실험실의 엑

    스선회절 분석기, 에너지확산 분광기, 그리고 지진파, 공중음파 데이터들을 분석하는 이론

    과 계산식도 사건 조사 과정과 그 이후의 논쟁에서 저마다 독특한 성격을 지닌 행위자로서

    이해되어야 한다.

    둘째, 비인간행위자에 대한 주목은 인간행위자가 행한 역할을 좀 더 분명하게 드러낼 수

    있다. “자신 너머에 있는 다른 무엇을 지목할 수 있는(point beyond themselves)”16) 사물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