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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래하는페미니즘여자의삶속에서다시만난페미니즘고전

스테퍼니스탈지음

정희진서문, 고빛샘옮김

민음사, 2014년

지난해 봄부터 걷기를 시작했다. 주말에 북한산 둘레길을

가볍게걷는것이다. 산에들어걷고계절이바뀌는것을느낀

다. 요즘에느끼는눈이쌓인겨울산의적막함은앞선계절

의좋았던것들을다잊을정도로좋다. 춥고힘이들지만겨

울에 산길을 걷는 이유는 오로지 순간의 고요와 적막에 들고

싶어서다. 그리고또하나, 잎을다떨군나무사이로예전에

는보이지않던숲저편의모습을볼때, 산에드는일을인생

에비유했던이들에게무조건동의하게된다.

혼자걷는일이좋다. 가끔동행이있는것도나쁘지는않지

만상담소일을할때를빼고온전히나혼자, 내시간을갖기

까지결혼하고어언이십여년이걸렸다.

큰애를낳고서신문한장읽을시간이없던때, 아이만상

대하다가어쩌다나와서성인들을만나면적절한‘낱말’이제

때 생각나지 않아‘드디어 바보가 되는가’심각하게 고민하던

때, 둘째까지 생기면서는 그런 생각조차 못하는 시간들로 내

삶은채워졌다.

아마죽는날까지도온전히애들, 가족들로부터자유로워지

지는 못할 것이다. 독거노인이 되거나 아니면 독거노인을 남

겨놓고죽거나하는정도가될때까지말이다. 그저예전보다

덜열심히밥을하고, 덜열심히집안일을한다. 대신산에가

고책과영화를보고쏘다니기도한다.

여기 비슷한 미국 여성, 스테퍼니 스탈이 있다. 그녀의 책

「빨래하는 페미니즘」은 이렇게 시작한다‘나는 이렇게 살고

싶지않았다’결정적인차이, 비슷한시절에나는‘이렇게살

게될지몰랐어’라고생각했다. 아마이것은내가그녀만큼확

고한페미니스트가아니었기때문이었을것이다. 80년대후반

‘페미니즘’에한발들여놓았을지도모르지만나는한순간

도내가페미니스트라고확신하지못했는데, 스테퍼니스탈의

책을 읽으면서 그리고 책의 맨 앞에 놓인 여성학자 정희진의

서문을읽으면서, 페미니즘이란무엇일까에대해근본적으로

다시생각하게되었다.

「빨래하는페미니즘」은저자가결혼과출산을거치면서이

른바‘경력단절여성’이되어그상황에서- 저자가잠시겪은

미국 중산층 전업주부 여성들의 삶이란 요즘 우리나라 여성

포털사이트에서도비슷하게간접경험이된다- 자신의길을

찾고자다시금대학의여성학청강을시작하면서커리큘럼대

로읽은페미니즘고전26권에대한소개이다. 신화와종교에

나타난 여성 이미지를 추적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 초기 페

미니즘(메리 울스턴크래프트, 존 스튜어트 밀 등)을 다시 읽

고, 버지니아울프와시몬드보부아르, 베티프리단등걸출

한페미니스트들의사상을하나하나검토한다. 그리고케이트

밀렛, 슐라미스파이어스톤, 에리카종등급진적인페미니스

트의이론과작품을세부적으로확인하고, 지그문트프로이트

와 라캉의 영향을 받은 프랑스 페미니즘도 이해하기 쉬운 언

어로해설해준다. 끝으로캐럴길리건과케이티로이프등비

교적동시대에속한페미니스트들의주장을훑고, 다학제적인

데다난해한내용으로이루어진주디스버틀러와가야트리스

피박의이론도명료하게요약해들려준다.

무엇보다내가앞으로꾸준히생각해볼문제, 정희진의서

문중에서밑줄친부분이다.

“지식이지속적으로새로운질문을던지는행위라면, 또지

식이윤리적이어야한다면, 그리고지식이사유능력을의미한

다면 최소한 페미니즘을 따라올 지식은 없다. 이유는 간단하

다. 페미니즘은지난모든언어에대한의문과개입에서시작

되었으며, 이 과정에서 저절로 기존의 지식을 조감할 능력을

가질수밖에없기때문이다.”

이숙현편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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