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지가(龜 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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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1 - 【 고대 가요 】 구지가(龜歌) (구하구하) 首其現也(수기현야) 若不現也(약불현야) 燔灼而喫也(번작이끽야) 거북아, 거북아 머리를 내어라 내어놓지 않으면 구워서 먹으리 배경설화> 옛날 구지봉이란 산에서 모습은 보이지 않고 이상한 소리만 들리는데 “황천께서 내게 명령하 시기를 이곳에 가서 나라를 새롭게 하여 왕이 라고 하셨다. 내가 일부러 이 곳에 내려 왔으니 너희들 은 마땅히 산꼭대기에서 흙을 파면서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어서 나를 맞이하도록 하여라.” 라고 말하 였다. 이에 구간(추장)과 마을 사람들이 땅에 엎드려 정성껏 빌고 <구지가>를 부르며 춤을 추었다. 10 여 일 후에 황금알 여섯이 내려와 사람으로 변하였는데, 그 중 처음으로 나온 사람이 수로로 그가 세운 나라를 가락국이라 했다. 갈래> 고대가요, 집단 무가, 노동요, 한역, 서사 성격> 집단적, 주적, 명령적, 제의적 주제> 임금 (로왕) 의 강림 기원 주술적 구조에 따른 시상 전개> 부름->명령->가정->위협 표현> ① 직설적 표현 ② 점층적으로 망을 표현함 의의> ① 현전하는 가장 오래된 집단 무가 ② 주성을 지닌 노동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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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 구지가(龜 歌) - middle.gongbuwarac.commiddle.gongbuwarac.com/Common/Popup/FileDownloadAs.aspx?FileName=/ite… · 미륵(彌勒) 좌주(座主) 뫼셔롸. 미륵 좌주를 모셔라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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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대 가요 】

구지가(龜旨歌)

龜何龜何(구하구하)

首其現也(수기현야)

若不現也(약불현야)

燔灼而喫也(번작이끽야)

거북아 거북아

머리를 내어라

내어놓지 않으면

구워서 먹으리

배경설화gt 옛날 구지봉이란 산에서 모습은 보이지 않고 이상한 소리만 들리는데 ldquo황천께서 내게 명령하

시기를 이곳에 가서 나라를 새롭게 하여 왕이 되라고 하셨다 내가 일부러 이 곳에 내려 왔으니 너희들

은 마땅히 산꼭대기에서 흙을 파면서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어서 나를 맞이하도록 하여라rdquo 라고 말하

였다 이에 구간(추장)과 마을 사람들이 땅에 엎드려 정성껏 빌고 lt구지가gt를 부르며 춤을 추었다 10

여 일 후에 황금알 여섯이 내려와 사람으로 변하였는데 그 중 처음으로 나온 사람이 수로로 그가 세운

나라를 가락국이라 했다

갈래gt 고대가요 집단 무가 노동요 한역시 서사시

성격gt 집단적 주술적 명령적 제의적

주제gt 임금 (수로왕) 의 강림 기원

주술적 구조에 따른 시상 전개gt 부름-gt명령-gt가정-gt위협

표현gt ① 직설적 표현 ② 점층적으로 소망을 표현함

의의gt ① 현전하는 가장 오래된 집단 무가 ② 주술성을 지닌 노동요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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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海歌)

龜乎龜乎出水路(구호구호출수로) 거북아 거북아 수로를 내놓아라

掠人婦女罪何極(약인부여죄하극) 남의 아내 훔쳐간 죄 얼마나 크랴

汝若悖逆不出獻(여약패역불출헌) 네 만일 거역하고 내놓지 않는다면

入網捕掠燔之喫(입망포약번지끽) 그물로 너를 잡아 구워 먹으리

배경설화gt 신라 성덕왕때 순정공이 강릉 태수로 부임하는 도중 임해정이란 곳에서 점심을 먹고 있었는

데 불현듯 해룡(海龍)이 나타나 그의 아내 수로 부인을 바다속을 납치해 갔다 공이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는데 한노인이 나타나 ldquo옛날 말에 여러 입은 쇠도 녹인다 하니 이제 바다속의 물건인들 어찌 여러 입

을 두려워하지 않으랴 경내의 백성을 모아 노래를 지어 부르고 막대로 언덕을 치면 부인을 찾을 수 있

으리라rdquo 라고 하였다 이에 공이 그 노인의 말대로 하였더니 용이 부인을 도로 내놓았다 한다

갈래gt 고대가요 한역시 서사시

성격gt 집단적 주술적 명령적

주제gt 수로 부인의 귀환을 기원함

주술적 구조에 따른 시상 전개gt 부름과 명령-gt 가정과 위협

의의gt lt구지가gt가 후대에 전승되었음을 알려 주는 시가(lt구지가gt와는 약 700년의 시차가 있음)

구지가와의 차이점gt 구지가는 왕의 강림 기원이고 해가는 재액 극복의 소망을 나타냄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3 -

황조가(黃鳥歌) -유리왕

翩翩黃鳥(편편황조) 훨훨 나는 저 꾀꼬리

雌雄相依(자웅상의) 암수 다정히 즐기는데

念我之獨(염아지독) 외로워라 이 내 몸은

誰其與歸(수기여귀) 뉘와 함께 돌아갈꼬

배경설화gt 고구려 제 2대왕인 유리왕 3년 7월 왕은 골천에 이궁(離宮)을 지었다 10월에 왕비 송씨가

죽자 왕은 두 여자를 계비로 맞았는데 하나는 골천 사람의 딸인 화희였고 하나는 한인(漢人)의 딸 치

희였다 두 여자가 사랑을 다투어 서로 화목하지 못하자 왕은 양곡의 동서에 두 궁전을 짓고 그들을 각

각 살게 하엿다 훗날 왕은 기산으로 사냥을 나가서 이레 동안 돌아오지 않았는데 두 여자는 서로 싸움

을 벌였다 화희가 치희를 꾸짖기를 ldquo너는 한가의 비첩으로 무례함이 어찌 그렇게 심한가rdquo 하니 치희

는 부끄럽고 분하여 제 집으로 돌아가 버렸다 왕이 이 말을 듣고 곧 말을 달려 쫓아 갔으나 치희는 노

여워 돌아오지 않았다 왕은 일찍이 나무 그늘 밑에서 쉬고 있었는데 때마침 나뭇가지에 꾀꼬리들이 모

여 들고 있었다 왕이 그것을 보고 느낀 바 있어 노래 황조가를 불렀다

갈래gt 고대가요 4언4구의 한역시가

성격gt 서정적 애상적

표현gt ① 자연물을 빌어 우의적으로 표현 대조법 의태법

② 선경후정의 시상 전개

제재gt 꾀꼬리

주제gt 사랑하는 임을 잃은 슬픔

의의gt ① 현재 전하는 가장 오래된 개인적 서정시 ② 집단 가요에서 개인적 서정시로 넘어가는 단계의

가요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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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도하가(公無渡河歌) - 백수광부(白首狂夫)의 아내

公無渡河(공무도하) 임이여 물을 건너지 마오

公竟渡河(공경도하) 임은 그예 물을 건너시네

墮河而死(타하이사) 물에 휩쓸려 돌아가시니

當奈公何(당내공하) 가신 임을 어찌할꼬

배경설화gt 조선의 뱃사공 곽리자고가 아침 일찍 일어나 배를 손질하고 있었다 그때 머리가 허옇게 센

미치광이 백수광부 한 사람이 머리를 풀어 헤친 채 술병을 쥐고는 어지러이 흐르는 강물을 건너고 있었

다 그 뒤를 그의 아내가 따르며 말렸으나 미치지 못해 그 미치광이는 끝내 물에 빠져 죽고 말았다 이

에 그의 아내는 공후를 뜯으면서 공무도하의 노래를 지었는데 그 목소리가 아주 슬펐다 노래가 끝나자

그의 아내 또한 스스로 물에 몸을 던져 죽었다 이러한 광경을 처음부터 목격한 곽리자고는 돌아와 자

기 아내 여옥에게 이야기 하면서 노래를 들려주었다 여옥은 슬퍼 공후를 뜯으면서 그 노래를 불렀다

듣는 사람들 중에 눈물을 흘리지 않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여옥은 이 노래를 이웃에 사는 여용에게

전하였다 이 노래를 이름하여 lsquo공후인rsquo이라 하였다

갈래gt 고대 가요 한역 시가 서정시

성격gt 서정적 애상적 체념적

형식gt 4언 4구체

표현gt 직설법 직접적이고 절박한 표현

별칭gt 공후인(箜篌引)

제제gt 물을 건너는 임

주제gt 임을 여읜 슬픔

의의gt ① 우리나라 최고(最古)의 서정가요 ② 집단 가요에서 개인적 서정시로 넘어가는 시기의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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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읍사(井邑詞) -어느 행상인의 아내

하 노피곰 도샤 달님이시여 높이높이 돋으시어

어긔야 머리곰 비취오시라 멀리멀리 비춰 주소서

어귀야 어강됴리

아으 다롱디리

져재 녀러신고요 시장에 가 계신가요

어긔야 즌 ㅣ드ㅣ욜셰라 위험한 곳을 디딜까 두렵습니다

어긔야 어강됴리

아으 다롱디리

어느이다 노코시라 어느 곳에서나 놓으십시오

어긔야 내 가논 ㅣ졈그셰라 당신 가시는 곳에 저물까 두렵습니다

어긔야 어강됴리

아으 다롱디리

배경설화gt 정읍은 전주 속현으로 이 고을 사람들이 행상을 떠나 오래도록 돌아오지 않자 그 아내가 산

위 바위에 올라가 남편이 있을 곳을 바라보면서 남편이 밤길에 오다가 해나 입지 않을가 염려되어 이노

래를 불렀다고 한다 세상에서 전하기를 남편을 기다리던 언덕에 망부석이 남아 있다고 한다

갈래gt 고대 가요 백제 가요 서정시 3장 6구의 시가

성격gt 서정적 비유적

제재gt 남편에 대한 염려

주제gt 행상 나간 남편의 안전을 기원

의의gt ① 현재 전하는 유일한 백제가요 ② 가장 오래된 국문 노래 ③ 시조 형식의 원형을 가진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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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라의 향가 】

찬기파랑가(讚耆婆郞歌) -충담사

열어 젖히니

나타난 달이

흰구름을 쫓아 떠가는 것이 아닌가

새파란 냇물에

기파랑의 모습이 있구나

이로부터 냇물의 조약돌에

기파랑이 지니시던

마음의 끝을 좆고 싶어라

아아 잣나무 가지처럼 그 기품이 드높아

서리에도 굽히지 않을 화랑 장(長)이여

삼국유사에 사뇌가로 소개되어 있어서 찬기파랑 사뇌가라고도 불린다(사뇌가=향가)

승려인 충담사가 화랑인 기파랑을 추모하여 지음

찬기파랑가는 현존하는 향가 중 유일하게 제작 동기나 배경 기술이 없다

기울어가는 신라를 기파랑에 비유 신라의 부활을 기대한다는 내용의 해석도 있다

10구체 향가는 보통 442로 구성된 개인적 서정시인데 찬기파랑가는 352로 되어 있음

제재 기파랑의 인품

주제 기파랑의 높은 인품을 추모함

성격 추모적 예찬적 서정적

표현법 문답법 (문사 답사) 은유법 상징법(향가 중 고도의 상징법을 표현한 최고의 백미)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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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민가(安民歌) -충담사

임금은 아비요

신하는 사랑하실 어머니요

백성은 어리석은 아이라고 하실진데 백성들이 사랑을 알리다

구물대며 살아가는 백성들

이를 먹여 다스려져

이 땅을 버리고 어디 가려 할지면

나라 안이 유지될 줄 알지어다

아아 군답게 신답게 민답게 할지면

나라 안이 태평하나이다

성격gt 유교적(치국안민) 교훈적

표현gt 논리적 직설적

주제gt 나라를 다스리는 올바른 길

의의gt ①유교적 이념을 노래한 유일한 향가 ② 표현동기(예술 여흥)보다 전달동기(목적성 교훈)가 강하

배경설화gt 이 노래는 승려인 충담사가 경덕왕의 명을 받아 치국안민의 도리를 밝힌 것으로 현전 향가

중 유일하게 유교적 이념을 노래한 작품이고 강한 목적성을 드러내고 있다 경덕왕 시절에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 많았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더 안정된 나라를 이룩할 것인가가 관심사였다 충담사는 이 작품

에서 임금을 아버지 신하를 어머니 백성을 자식으로 생각하여 그 셋의 관계가 원만해질 것이라는 논리

를 펴고 있다 소박하면서도 당시의 모습과 사회정치적 윤리관이 깔려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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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용가(處容歌) - 처용

긔 래 서울 밝은 달밤에

밤드리 노니다가 밤늦도록 놀고 지내다가

드러 자리보곤 들어와 자리를 보니

가리 네히어라 다리가 넷이로구나

둘흔 내해엇고 둘은 내것이지만

둘흔 뉘해언고 둘은 누구의 것인고

본 내해다마 본디 내것이다만

아 엇디릿고 빼앗긴 것을 어찌하리

처용 lt삼국유사gt의 기록에 의하면 처용은 동해 용왕의 일곱 아들 가운데 하나이다 그러나 이는 그가 동해 용왕

을 모시는 무당 가운데 한 사람이었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헌강왕의 정치를 도왔으며 역신이 아내와 동침하는 것

을 보고 lsquo처용가rsquo를 지어 불러 역신을 물리쳤다고 한다

배경설화gt 신라 제 49대 헌강왕 대에는 서울에서 지방까지 집과 단이 연이어져 있고 초가집은 하나도 없었다 길

거리에 풍악이 그치지 않고 비바람도 사철 순조로왔다 이때에 대왕이 개운포에 놀러 나갔다가 물가에서 쉬는데 문

득 짙은 구름과 안개가 끼어 길을 분간하기 어려웠다 괴이하게 여겨 좌우에 물으니 일관(日官)이 아뢰기를 ldquo이는

동해 용왕이 조화이므로 마땅히 용왕을 위해 좋은 일을 하여 그 마음을 풀어 주셔야 합니다 rdquo 하였다 왕은 곧 용

을 위하여 근처에 절을 세우도록 명하였다 왕의 명령이 떨어지자 안개가 걷히고 구름이 개었으므로 그 지역을 lsquo개

운포rsquo라 이름 지었다

이윽고 동해 용왕이 기뻐하여 일곱 아들을 데리고 헌강왕 앞에 나와 춤을 추며 용궁 풍악을 아뢰게 했다 그때 용

왕의 아들 하나가 헌강왕을 따라 서울에 와서 정사(政事)를 보좌하였는데 이름을 lsquo처용rsquo이라 했다 왕은 미녀를 골

라 아내를 삼게 하고 급간 벼슬을 주어 머물게 했다 그의 아내가 매우 아름다웠으므로 역신이 흠모하여 사람의

형상을 꾸며 밤에 몰래 들어와 동침했다 밖에서 놀다가 밤 늦게 돌아온 처용은 그 광경을 보고 노래를 부르고 춤

을 추며 물러나갔다 그러자 역신이 감복하여 모습을 나타내어 앞에 꿇어 앉아 이후에는 처용의 얼굴을 그린 그림

만 보아도 그 문안에는 들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이로 인하여 나라 사람들은 처용의 형상을 문에 붙여서 사악한 기

운을 쫓고 경사(慶事)를 맞는 표시로 삼게 되었다

갈래gt 8구체 향가

성격gt 주술적

표현gt 풍자법 제유법

제재gt 역신(疫神)의 침범

주제gt 아내를 범한 역신을 쫓아냄

화자의 태도gt체념적 관용적

의의gt 신라 향가의 마지막 작품

lt구지가gt lt해가gt 로부터 이어지는 주술 시가의 맥을 잇는 작품이다

벽사(辟邪)진경(進慶) 사악한 귀신을 물리치고 경사를 맞아들임

민속에서 형성된 무가(巫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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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망매가(祭亡妹歌) - 월명사

生死(생사) 길흔 삶과 죽음의 길은

이에 이샤매 머믓거리고 이에 있음에 머뭇거리고

나 가다말ㅅ도 나는 간다는 말도

몯다 니르고 가닛고 못 다 이르고 갔는가

어느 이른 매 어는 가을 이른 바람에

이에뎌에 러딜 닙 여기저기에 떨어지는 나뭇잎처럼

가지라 나고 같은 나뭇가지에 나고서도

가논 곧 모론뎌 가는 곳을 모르겠구나

아야 彌陁刹(미타찰) 아맛보올 나 아아 극락 세계에서 만나 볼 나는

道(도)닷가 기드리고다 불도를 닦으며 기다리겠노라

배경설화gt 일찍 죽은 누이를 위하여 월명사가 재를 올릴 때 향가를 지어 제사를 지냈다 월명사가 향가

를 부르자 홀연히 광풍이 일어 지전을 서쪽으로 날려 보내 없어지게 했다

갈래gt 10구체 향가

성격gt 애상적 추모적 서정적 종교적

주제gt 죽은 누이의 명복을 빎

화자의 태도gt 슬픔을 종교적으로 극복하려 함

화자의 어조gt 비애와 의지의 어조

표현gt 정제되고 세련된 표현기교 비유적 표현

의의gt ① 10구체 향가의 대표작 ② 뛰어난 비유를 통해 인간고의 종교적 승화를 노래함

③ lt찬기파랑가gt와 함께 향가 중 표현 기교와 서정성이 가장 뛰어난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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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솔가(兜率歌) -월명사

오 이에 산화(散花) 블어 오늘 이에 lsquo산화rsquo의 노래를 불러

고자 너는 뿌리온 꽃아 너는

고 명(命)ㅅ 브리디 곧은 마음의 명을 심부름하옵기에

미륵(彌勒) 좌주(座主) 뫼셔롸 미륵 좌주를 모셔라

배경설화gt 신라 경덕왕 때 해가 둘 나타나서 열흘동안 없어지지 않았다 천문 관측을 맡은 관원이 아뢰

기를 ldquo인연이 있는 스님을 청하여 꽃을 뿌리며 공덕을 비는 예식을 거행하면 재앙을 물리칠 수 있습니

다rdquo 하였다 이에 왕이 인연있는 스님 오기를 기다렸다 이때 월명사가 남쪽 길을 가고 있었는데 왕이

그를 불러 단을 열고 기도하는 글을 짓도록 명령하였다 월명사가 lt도솔가gt를 지어 부르자 두 해의 괴

변이 사라졌다

갈래gt 4구체 향가

성격gt 불교적 주술적

주제gt 산화공덕을 통해 국가의 변괴를 막고자 함

배경설화에 나타난 lsquo두 해rsquo의 의미 lsquo해rsquo는 군주 또는 신을 상징하므로 두 해가 함께 나타났다는 것은 현

재의 왕에 도전할 세력의 출현을 암시한다 이러한 혼돈을 막기 위해 산화공덕의 의식이 행해지고 lt도

솔가gt가 불려진 것이다

헌화가(獻花歌) -어느 노인

지뵈 바회 자줏빛 바위가에

자온손 암쇼 노히시고 잡고 있는 암소 놓게 하시고

나 안디 붓그리샤 나를 아니 부끄러워하신다면

고 것거 바도림다 꽃을 꺾어 바치오리다

배경설화gt 신라 성덕왕 때 순정공이 강릉태수로 부임하는 길에 바닷가에 머물러 점심을 먹었는데 높은

산봉우리 위에 철쭉꽃이 무성하게 피어 있었다 순정공의 부인 수로가 ldquo꽃을 꺾어다 바칠 사람이 그 누

구인고rdquo 하니 종자(從者)들이 ldquo사람의 발자취가 다다를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rdquo 라고 말하며 나서는 사

람이 없었다 그때 곁으로 암소를 끌고 지나가던 노옹이 그 꽃을 꺾어 바치면서 이 노래를 지어 불렀다

그 노옹이 어떤 사람인지는 알 수 없었다

갈래gt 4구체 향가

성격gt 민요적 서정적

주제gt 수로부인에 대한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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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왕생가(願王生歌) -광덕

달님이시여 이제

서방까지 가셔서

무량수불 앞에

일러다가 사뢰소서

다짐 깊으신 불존에 우러러

두 손을 모아

원왕생 원왕생

그릴 사람 있다고 사뢰소서

아아 이 몸을 버려 두고

사십팔대원 이루실까

갈래gt 10구체 향가 기원가(祈願歌) 불교 신앙의 노래

성격gt 기원적 불교적

제재gt 극락에서 다시 태어나기를 바라는 마음 달

주제gt 아미타불에게 귀의하고자 하는 간절한 소망 서방 정토로의 극락왕생(極樂往生죽어서 극락세계에

다시 태어남) 희구

무량수불은 서방정토에 있는 아미타불로서 이 부처에게 염하면 극락 세계에 간다고 했다 원왕생가의

화자는 달로 하여금 서방의 극락 정토를 주재하는 아미타불에게 자신의 뜻을 알리도록 청원을 하고 있

다 따라서 무량수불은 화자의 소원을 들어주는 대상이다

원왕생가에서 달은 기원의 대상

달은 어두운 밤에 등장하고 그 달은 어두움을 밝혀 주는 광명의 달

신적인 달

인생이라는 고뇌의 바다를 밝히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는 것처럼 인식

광덕은 아미타불에게 귀의하고자 하는 마음을 달에게 의탁

즉 달을 통해 서정적 자아의 불교적 신앙심을 형상화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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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려 속요 】

청산별곡

살겠노라 살겠노라 청산에 살겠노라

머루와 다래를 먹고 청산에 살겠노라

우는구나 우는구나 새여 자고 일어나 우는구나 새여

너보다 시름 많은 나도 자고 일어나 울고 있노라

가는 새 가는 새 본다 물 아래로 날아가는 새 본다

이끼 묻은 쟁기(농기구)를 가지고 물아래로 날아가는

새 본다

이럭저럭 하여 낮은 재내 왔건만

올 사람도 갈 사람도 없는 밤은 또 어찌할 것인가

어디다 던지는 돌인가 누구를 맞히려는 돌인가

미워할 이도 사랑할 이도 없이 사랑할 이도 없이 맞아

서 울고 있노라

살겠노라 살겠노라 바다에 살겠노라

나문재 굴 조개를 먹고 바다에 살겠노라

가다가 가다가 듣노라 외딴 부엌을 지나가다가 듣노라

사슴이 장대에 올라가서 해금(奚琴)을 켜는 것을 듣노

가더니 불룩한 술독에 진한 술을 빚는구나

조롱박꽃 모양의 누룩(냄새)이 매워 (나를) 붙잡으니 나

는 어찌하리오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13 -

연 소재 이미지 내용

1 청산 사람의 현장과의 대칭으로서의 자연 자연에서 살 수밖에 없음

2 새 함께 비탄하는 유일한 벗 새와 함께 비탄함

3 새 자신의 분신 속세에의 미련 속세에의 미련으로 번민함

4 밤 절망적인 고독 고독으로 인하여 괴로워함

5 돌 운명 고독을 운명으로 생각함

6 바다 삶의 현장의 또 다른 대칭으로서의 자연 새로운 환경을 찾아 감

7 사슴 비애(悲哀)의 감정을 이완시킴 기적을 바라는 희망

8 강술 비애의 초극을 가능케 하는 매개체 술에서 구원을 찾음

형식 전 8연의 분장체 매 연 4구운율 3middot3middot2조 3음보어조 시름과 근심에 젖은 애조 띤 목소리성격 현실 도피적 애상적 평민 문학(해석에 따라서는 낙천적으로 보는 이도 있음)주제 현실에의 체념 생의 고독과 비애 삶의 고뇌와 비애 실연의 애상(哀傷) 삶의 터전을 잃은 유랑인의 슬픔 임을 잃은 여인의 처절한 삶과 임을 향한 그리움의의 고려 속요 중 서경별곡과 함께 비유성과 창작성이 뛰어나며 문학성 또한 빼어나다 고려인들의 삶의 애환을 반영한 작품으로서 고려인의 정서가 잘 나타나 있고 음악적 효과가 가장 뛰어난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다 사상적인 면에서는 극단적인 현실 도피 내지는 현실 부정의 면모를 보이고 있다표현 반복법 상징법구성 기(1연) - 승(234연) - 전(567연) - 결(8연)의 4단 구성

+각 연의 소재 이미지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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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 -

서경별곡

서경(평양)이 서경이 서울이지마는

중수(重修)한 곳인(새로 닦은 곳) 소성경(서경)을

사랑합니다마는

임을 이별할 것이라면 차라리 길쌈하던 베를 버

리고서라도

사랑만 해주신다면 울면서 따라가겠습니다

구슬이 바위 위에 떨어진들

끈이야 끊어지겠습니까

(임과 헤어져) 천 년을 홀로 살아간들

사랑하는 임을 믿는 마음이야 끊기고 변할 리가

있겠습니까

대동강이 대동강이 넓은 줄을 몰라서

배를 내어 놓았느냐 사공아

네 아내가 놀아난 줄도 모르고

다니는 배에 몸을 실었느냐 사공아

대동강 건너편 꽃을

배를 타고 건너편에 들어가면 배를 타고 건너편

에 들어가면 꺾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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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 -

서경별곡 가시리

차이점 적극적이고 활달한 고려 시대의 여성상인고와 순정을 미덕으로 간직하는

여성상

공통점 이별의 정한을 노래한 고려 가요이며 화자의 목소리가 여성적임

갈래 고려 가요

성격 진솔(眞率) 직선적 적극적

형식 3음보로 매연 끝에 후렴 분연체 3연 14절 (3middot3middot3조가 주류)

제재 임과의 이별

주제 이별의 정한 이별의 슬픔

표현 반복법 설의법 비유법을 통해 감정을 진솔하고 직설적 적극적으로 표현함

구성 여자가 떠나는 남자에게 말을 건네는 희곡적 구조로 전 3연으로 구성되어 있고 매 연은 4구로

되어 있으며 총 14연

특징 아즐가라는 의미 없는 말을 넣고 매구 끝에는 후렴구가 있음 조선시대에 남녀상열지사(男女相

悅之詞)라 비판받기도 했는데 그 이유는 배 타들면 것고리이다는 여인의 정조를 범한다는 의미로 유

교사회에서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 서경별곡과 가시리의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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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가 징이여 돌이여 지금에 계시옵니다

징이여 돌이여 지금에 계시옵니다

이 좋은 성대에 놀고 싶사옵니다

사각사각 가는 모래 벼랑에

사각사각 가는 모래 벼랑에

구운 밤 닷 되를 심으오이다

그 밤이 움이 돋아 싹이 나야만

그 밤이 움이 돋아 싹이 나야만

유덕하신 님 여의고 싶습니다

옥으로 연꽃을 새기옵니다

옥으로 연꽃을 새기옵니다

바위 위에 접을 붙이옵니다

그 꽃이 세 묶음 피어야만

그 꽃이 세 묶음 피어야만

유덕하신 님 여의고 싶습니다

무쇠로 철릭을 마름질해

무쇠로 철릭을 마름질해

철사로 주름 박습니다

그 옷이 다 헐어야만

그 옷이 다 헐어야만

유덕하신 님 여의고 싶습니다

무쇠로 황소를 만들어다가

무쇠로 황소를 만들어다가

쇠나무산에 놓습니다

그 소가 쇠풀을 먹어야

그 소가 쇠풀을 먹어야

유덕하신 님 여의고 싶습니다

구슬이 바위에 떨어진들

구슬이 바위에 떨어진들

끈이야 끊어지겠습니까

천 년을 외따로이 살아간들

천 년을 외따로이 살아간들

믿음이야 끊어지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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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래 고려 가요 고려 속요 장가(長歌) 전 6연 1연은 3구 2-6연은 6구 3음보

형식 전 6연의 분연체 1연은 3구 2~6연은 6구 3음보 3 3 4조

성격 서정적 민요적

구성 서사 - 본사 - 결사의 3단 구성

1연 기 태평성대를 갈구함

2연 -5연 서 불가능한 상황 설정으로 영원한 사랑을 갈구함

6연 결 임에 대한 끊임없는 사랑과 믿음

표현 반복법(운율을 형성하며 주제를 부각시키기 위해 사용)과장법 역설법 반어법을 사용하여 불가

능한 것을 가능으로 설정해 놓고 영원한 사랑을 역설적으로 노래했고 한 연에 똑같이 되풀이 되는 2구

가 있어 감정을 강조하고 있으며 소망형인 어미로 끝내면서 화자의 간절한 소망을 느끼게 하고 있다

제재 임에 대한 사랑

주제 임에 대한 영원한 사랑 임에의 영원한 연모의 정 태평 성대(太平聖代)의 기원)

의의 대부분의 고려 가요가 이별이나 애원 또는 향락의 정서를 읊고 있는 데 반해 영원한 사랑을 주

제로 하고 있는 것이 특색이다 불가능한 상황 설정을 통해 사랑의 절실함을 표현하고 있다

가시리

가시겠습니까 가시겠습니까

나를 버리고 가시겠습니까

나는 어찌 살라 하고 버리고 가시렵니까

붙잡아 둘 일이지마는 서운하면 아니 올까 두렵습니다

서러운 임을 보내옵나니

가자마자 곧 가시는 것처럼 돌아서서 오십시오

갈래 고려 속요 lsquo귀호곡(歸乎曲)rsquo 이라고도 함

형식 분절체 4연 각 2구의 분연체(分聯體)

성격 서정적 민요적

운율 외재율 3middot3middot2조 3음보

구성 4단 구성 기middot승middot전middot결

제재 임과의 이별

주제 이별의 정한(情恨)과 애이불비(哀而不悲)의 사랑

기 뜻밖의 이별에 대한 놀라움과 원망에 찬 하소연

승 하소연의 고조 또는 슬픔의 고조

전 감정의 절제와 체념

결 이별 후의 소망과 기원(주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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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동

덕은 뒤에 바치옵고 복은 앞에 바치오니

덕이며 복이라 하는 것을 진상하러 오십시오

정월 냇물은 아아 얼려 녹으려 하는데

세상에 태어나서 이 몸이여 홀로 살아가는구나

2월 보름에 아아높이 켜놓은 등불 같구나

만인을 비추실 모습이시도다

3월 지나며 핀 아아 늦봄의 진달래꽃이여

남이 부러워할 모습을 지니고 태어났구나

4월을 잊지 않고 아아 오는구나 꾀꼬리새여

무엇 때문에 녹사님은 옛날을 잊고계시는가

5월 5일(단오)에 아아 단옷날 아침 약은

천 년을 사실 약이기에 바치옵니다

6월 보름(유두일)에 아아 벼랑에 버린 빗같구나

돌아보실 임을 잠시나마 따르겠나이다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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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보름에 아아 여러 가지 제물을 벌여 놓고

임과 함께 살고자 소원을 비옵니다

8월 보름은 아아 한가윗날이지마는

임을 모시고 지내야만 오늘이 뜻 있는 한가윗날

입니다

9월 9일에 아아 약이라고 먹는

노란 국화꽃이 집 안에 피니 초가집이 고요하구

10월에 아아 잘게 썰은 보리수나무 같구나

꺾어 버리신 후에 지니실 한 분이 없으시도다

11월에 봉당 자리에 아아 홑적삼을 덮고 누워

임을 그리며 살아가는 나는 너무나 슬프구나

12월에 분지나무로 깎은 아아 소반 위의 젓가락

같구나

임의 앞에 들어 가지런히 놓으니 손님이 가져다

가 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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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전춘

얼음 위에 댓닢 자리를 보아

임과 나와 얼어죽을망정

얼음 위에 댓닢 자리를 보아

임과 나와 얼어죽을망정

정을 준 오늘 밤 더디 새어라 더디 새어라

잊히지 않고 늘 염려스러운 외로운 베갯머리에

어찌 잠이 오리오

서쪽 창문을 여니 복숭아꽃이 피어나는구나

복숭아꽃이 걱정 없이 봄바람에 웃는구나 봄바람

에 웃는구나

넋이라도 임과 한 곳에

함께 지내는 모습 그리더니

넋이라도 임과 한 곳에

함께 지내는 모습 그리더니

우기던 사람이 누구였습니까 누구였습니까

오리야 오리야

어린 비오리야

여울일랑 어디 두고

소에 자러 오는가

소 곧 얼면

여울도 좋습니다 여울도 좋습니다

남산에 자리 보아

옥산을 베고 누워

금수산 이불 안에

사향 각시를 안고 누워

남산에 자리 보아

옥산을 베고 누워

금수산 이불 안에

사향 각시를 안고 누워

약 든 가슴을 맞춥시다 맞춥시다

알아주소서 임이시여 영원히 이별할 줄 모르고

지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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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래 고려 속요성격 연가 남녀상열지사 향락적 퇴폐적형식 5연으로 이루어진 분연체로 결사를 포함하여 전 6연으로 보기도 함제재 남녀간의 사랑 또는 애정특징 남녀간의 애정을 가식 없이 진솔하고도 적나라 하게 표현했고 비유와 상징 반어와 역설 감각적인 언어로 감정의 표현이 진솔하여 문학성이 높은 편주제 변치 않는 사랑에 대한 소망 임과의 영원한 사랑 기원(임과의 사랑을 직설적으로 드러냄)의의 2연과 5연이 시조 형태에 근접하고 있어 시조의 기원을 찾는 자료로서 주목받음

1연 죽음보다 강한 사랑의 정열2연 임 생각에 밤을 지새우는 애처로움3연 사랑을 배신한 임에 대한 원망4연 무절제한 사랑을 하는 임에 대한 풍자5연 임에 대한 욕망과 상상6연 임과의 이별 없는 영원한 만남을 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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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사

(

歌辭

)

상춘곡(賞春曲)

정 극 인

紅塵(홍진)에 뭇친 분네 이내 生涯(생애) 엇

더고

風流(풍류)

가天地間(천지간) 男子(남자) 몸이 날만 이

하건마

山林(산림)에 뭇쳐 이셔 至樂(지

락)을

것가

數間茅屋(수간모옥)을 碧溪水(벽계수)

앒픠

고 松竹(송죽) 鬱鬱裏(울울리)예 風月主人(풍

월 주인) 되어셔라

속세에 묻혀 사는 분들이여 이 나의 생활이 어떠한가

옛 사람들의 운치 있는 생활을 내가 따를까 못따를까

천지간 남자로 태어난 몸으로서 나만한 사람이 많건마

는 왜 그들은 자연에 묻혀사는 지극한 즐거움을 모르는

것인가

몇 간쯤 되는 초가집을 맑은 시냇물 앞에 지어 놓고소

나무와 대나무가 우거진 속에 자연의 주인이 되었구나

서사-자연에 묻혀 사는 즐거움

엇그제 겨을 지나 새봄이

돌아오니桃花杏花(도화행화)

夕陽裏(석양

리)예 퓌여 잇고綠楊芳草(녹양방초)

細(우

중)에 프르도다칼로

아 낸가붓으로 그려낸

가造化神功(조화신공)이 物物(물물)마다 헌

엊그제 겨울이 지나 새봄이 돌아오니 복숭아꽃과 살구

꽃은 저녁 햇빛 속에 피어 있고 푸른 버들과 아름다운

풀은 가랑비 속에 푸르도다 칼로 재단해 내었는가 붓

으로 그려 내었는가 조물주의 신비스러운 솜씨가 사물

마다 야단스럽구나

본사 1-봄의 아름다운 경치

수풀에 우

春氣(춘기)

내 계

워 소

마다 嬌態(교태)로다 物我一體

(물아일체)어니 興(흥)이

소냐 柴扉(시

비)예 거러 보고 亭子(정자)애 안자 보니 逍

遙吟詠(소요 음영)

야 山日(산일)이 寂寂(적

적)

閑中眞味(한중진미)

알 니 업시 호

재로다

수풀에 우는 새는 봄 기운을 끝내 못 이겨 소리마다 아

양을 떠는 모습이로다

자연과 내가 한 몸이거니 흥겨움이야 다르겠는가 사립

문 주변을 걷기도 하고 정자에 앉아 보기도 하니 천천

히 거닐며 나직이 시를 읊조려 산 속의 하루가 적적한

데 한가로움 속의 참된 즐거움을 아는 사람이 없이 혼

자로구나

본사 2-봄의흥취

이바 니웃드라山水(산수) 구경 가쟈스라 踏靑

(답청)으란 오

고 浴沂(욕기)란 來日(내

일)

새 아

에 採山(채산)

고 나조

釣水

(조수)

여보게 이웃 사람들이여 산수 구경을 가자꾸나 산책

은 오늘하고 냇물에서 목욕하는 것은 내일 하세 아침

에 산나물을 캐고 저녁에 낚시질을 하세

본사 3-산수 구경 권유

괴어 닉은 술을 葛巾(갈건)으

로 밧타 노코 곳나모 가지 것거 수 노코 먹

으리라 和風(화풍)이 건

부러 綠水(녹수)

건너오니 淸香(청향)은 잔에 지고 落紅(낙

홍)은 옷새 진다 樽中(준중)이 뷔엿거

려 알외어라 小童(소동) 아

려 酒家(주가)

에 술을 믈어얼운은 막대 집고아

술을 메고

微吟緩步(미음 완보)

야 시냇

의 호자 안자

明沙(명사) 조 믈에 잔 시어 부어 들고 淸流(청

류)

굽어보니

니 桃花(도화)ㅣ로다 武陵

(무릉)이 갓갑도다 져

거인고

이제 막 익은 술을 갈건으로 거러 놓고 꽃나무 가지를

꺾어 잔 수를 세면서 먹으리라 화창한 바람이 문득 불

어서 푸른 시냇물을 건너오니 맑은 향기는 술잔에 가

득하고 붉은 꽃잎은 옷에 떨어진다 술동이 안이 비었

으면 나더러 아뢰어라 조그만 아이를 시켜 술집에서

술을 사 가지고 어른은 지팡이를 짚고 아이는 술을 메

고 나직이 읊조리며 천천히 걸어 시냇가에 혼자 앉아

고운 모래가 비치는 맑은 물에 잔 씻어 술을 부어 들

고 맑은 시냇물을 굽어보니 떠내려오는 것이 복숭아꽃

이로다 무릉도원이 가까이 있구나 저 들이 바로 그것

인가

본사 4-술과 풍류

松間(송간) 細路(세로)에 杜鵑花(두견화)

부치 들

고峰頭(봉두)에 급피 올나 구름 소긔

안자 보니 千村萬落(천촌만락)이 곳곳이 버러 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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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 -

煙霞日輝(연하일휘)

錦繡(금수)

엇그제 검은 들이 봄빗도 有餘(유여)

소나무 사이 좁은 길로 진달래꽃을 손에 들고

산봉우리에 급히 올라 구름 속에 앉아보니 수많은 촌

락들이 곳곳에 벌여 있네 안개와 놀과 빛나는 햇살은

아름다운 비단을 펼쳐 놓은 듯 엊그제까지도 거뭇거뭇

했던 들판이 이제 봄빛이 넘치는구나

본사 5-산봉우리에서의 조망

功名(공명)도 날

우고富貴(부귀)도 날

우니淸

風明月이(청풍명월) 外(외)예 엇던 벗이 잇

올고

簞瓢陋巷(단표누항)에 흣튼 혜음 아니

아모

타 百年行樂(백년행락)이 이만

엇지

공명과 부귀가 모두 나를 꺼리니 아름다운 자연 외에

어떤 벗이 있으리오 비록 가난하게 살고 있지만 잡스

러운 생각은 아니하네 아무튼 한평생 즐겁게 지내는

것이 이만하면 족하지 않겠는가

결사-안빈 낙도

면앙정가(俛仰亭歌)

송 순

无等山(무등산) 활기 뫼히 동다히로

버더 이셔 霽月峯(제월봉)이 되여거

無邊大野(무변대야)의 므

짐쟉

노라

닐곱 구

움쳐 무득무득 버럿

가온대 구

굼긔든 늘근 뇽이 선

머리

언쳐시니

무등산 한 줄기 산이 동쪽으로 뻗어 있어 멀리 떼

어 버리고 나와 제월봉이 되었거늘 끝없이 넓은

들판에 무슨 속셈을 가지고 일곱 구비가 한 곳에

움추리어 무더기 무더기 벌여 놓은 듯 가운데 구

비는 구멍에 든 늙은 용이 풋잠을 이제 막 깨어

머리를 얹어 놓고 있는 것 같으니

rarr서사 1 - 제월봉의 위치와 형세

바희 우

松竹(송죽)을 혜혀고

정자

언쳐시니

구름

靑鶴(청학)이 千里(천 리)를 가리라

래 버렷

넓고 평평한 바위 위에 소나무 대나무를 헤치고

정자를 앉혔으니 구름을 탄 푸른 학이 천 리를

가려고 두 날개를 벌리고 있는 듯하다

rarr서사2 - 면앙정의 모습

玉泉山(옥천산) 龍泉山(용천산)

린 믈이

亭子(정자) 압 너븐 들

兀兀(올올)히 펴진드시

든 기노라 프르거든 희디마나

雙龍(쌍룡)이 뒤트

긴 깁을

어드러로 가노라 므

얏바

즈로 흐르

옥천산용천산 흘러내리는 물이 정자 앞 넓은 들

에 끊임없이 펼쳐진 듯이 넓거든 길지나 말든가

푸르거든 희지나 말지 두 마리 용이 몸을 뒤틀고

있는 듯 긴 비단을 펼쳐 놓은 듯 어디로 가느라

고 무슨 일이 바빠서 달리는 듯 따라가는 듯 밤낮

으로 흘는 듯

rarr본사 1 - 시냇물의 모습

므조친 沙汀(사정)은 눈

치 펴

거든

어즈러온 기러기

므스거슬 어르노라

안즈락

리락 모드락 흣트락

蘆花(노화)를

이 두고 우로곰 좃니

물을 따라 있는 모래밭은 눈같이 하얗게 펼쳐져

있는데 어지럽게 나는 갈매기는 무엇을 어르느라

고 앉기도 하고 내려오기도 하고 모이기도 하고

흩어지기도 하고 갈대꽃을 사이에 두고 울면서 따

라다니는가

rarr본사 2 - 기러기의 교태

너븐 길 밧기오 긴 하

두르고

즌 거슨 뫼힌가 屛風(병풍)인가

그림가 아닌가

노픈

숨거니 뵈거니 가거니 머믈거니

어즈러온 가온

일홈

도 젓티 아녀 옷독이 셧

거시

秋月山(추월산) 머리 짓고 용구산 몽선산 불대산

어등산 용진산 금성산이 허공에 버러거든

遠近(원근) 蒼崖(창애)의 머믄 것도 하도 할샤

넒은 길 밖이요 긴 하늘 아래 두르고 꽂은 것은

산인가 병풍인가 그림인가 아닌가 높은 듯 낮은

듯 끊어지는 듯 이어지는 듯 숨기도 하고 보이기

도 하고 가기도 하고 머물기도 하고 어지러운 가

운데 유명한 척하여 하늘도 두려워 하지 않고 우

뚝하게 서있는 것이 추월산으로 머리를 만들고

용구산 몽선산 불대산 어등산 용진산 금성산이 공

중에 늘어서 있으니 멀고 가까운 푸른 절벽에 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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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것도 많기도 하구나

rarr본사 3 - 산봉우리의 승경

흰구름 부흰 煙霞(연하) 프로니

山嵐(산람)이라

千巖萬壑(천암만학)을 제 집으로 삼아두고

나명셩 들명셩 일

ㅣ도 구

지고

오르거니

리거니 長空(장공)의

나거니

廣野(광야)로 건너거니

프르락 불그락 여트락 지트락

斜陽(사양)과 섯거디어 細雨(세우)조차

흰구름 뿌연 안개와 노을 푸른 것은 산 아지랑

이로구나 수많은 바위와 골짜기를 제 집으로 삼

고서 나가기도 하고 들어오기도 하면서 아양도 떠

는구나 올라가기도 하고 내려가기도 하고 먼 하

늘로 떠나기도 하고 넓은 들로 건너가기도 하고

푸르기도 하고 붉기도 하고 옅기도 하고 짙기도

하고 석양과 섞이어 가랑비조차 뿌리는구나

rarr본사 4 - 봄 풍경

藍輿(남여)

고 솔아

구븐 길노

오며 가며

적의

綠楊(녹양)의 우

黃鶯(황앵) 嬌態(교태) 겨워

고야

나모 새

지어 綠陰(녹음)이 얼린 적의

百尺欄干(백척난간)의 긴 조으름 내여 펴니

水面凉風(수면양풍)이야 긋칠 줄 모르

뚜껑없는 가마를 재촉하여 타고 소나무 아래 굽은

길로 오며 가며 하는 때에 푸른 버드나무에서

는 꾀꼬리는 온갖 교태를 부리고 있구나 나무 사

이가 우거져서 녹음이 엉긴 때에 긴 난간에 기대

어 길게 기지개를 켜니 물위에서 부는 시원한 바

람이 그칠 줄을 모르는구나

rarr 본사 5 - 여름 풍경

즌서리

딘 후의 산빗치 錦繡(금수)로다

黃雲(황운)은

엇지 萬頃(만경)의 펴겨디오

漁笛(어적)도 흥을 계워

롸 브니

된서리가 걷힌 후에 산 빛이 수놓은 비단 같구나

누렇게 익은 곡식은 또 어찌 넓은 들에 펼쳐져 있

는가 어부가 부는 피리도 흥을 못이겨 달을 따라

불고 있구나

rarr 본사 6 - 가을 풍경

草木(초목) 다 진 후의 江山이

몰커

造物(조물)리 헌

야 氷雪(빙설)로

며내니

瓊宮瑤臺(경궁요대)와 玉海銀山(옥해은산)이

眼底(안저)에 버러셰라

乾坤(건곤)도 가

열사 간 대마다 경이로다

초목이 다 떨어진 후에 강산이 눈 속에 묻혔거늘

조물주가 야단스러워 눈과 얼음으로 꾸며내니 경

궁요대(구슬로 꾸민 궁궐과 대)와 옥해은산(아름

다운 바다와 눈덮인 산) 같은 설경이 눈 아래 펼

쳐졌구나 하늘과 땅도 풍성하구나 가는 곳마다

아름다운 경치로다

rarr 본사7 - 겨울 풍경

人間(인간)을

나와도 내 몸이 겨를 업다

이것도 보려

고 져것도 드르려코

도 혀려

도 마즈려코

밤으란 언제 줍고 고기란 언제 낙고

柴扉(시비)란 뉘 다드며 딘 곳츠란 뉘 쓸려뇨

이 낫브거니 나조

라 슬

소냐

리 不足(부족)커니 來日(내일)이라

有餘(유여)

이 뫼

안자 보고 져 뫼

거러 보니

煩勞(번로)

릴 일이 아조 업다

쉴 사이 업거든 길히나 젼

리야

다만 靑藜杖(청려장)이 다 므듸어 가노

속세를 떠나왔어도 내 몸이 한가하지 않다 이것

도 보려고 하고 저것도 들으려 하고 바람도 쏘이

려 하고 달도 맞으려 하고 밤은 언제 줍고 고기는

언제 낚고 사립문은 누가 닫으며 떨어진 꽃은 누

가 쓸겠느냐 아침에도 아름다운 경치 구경하는

시간이 모자랄 지경인데 저녁이라고 싫겠는가 오

늘의 시간이 부족한데 내일이라고 여유가 있겠는

가 이 산에서 앉아보고 저 산에서 걸어보니 번거

로운 마음이지만 버릴 일이 아주 없다 쉴 사이가

없는데 사람들에게 길이나마 알려줄 수가 있겠는

가 다만 명아주 대로 만든 지팡이가 다 무디어

가는구나

rarr본사 8 - 자연애와 풍류 생활

술이 닉어가니 벗지라 업슬소냐

이며 혀이며 이아며

온가짓 소

로 醉興(취흥)을

야거니

근심이라 이시며 시

이라 브터시랴

누우락 안즈락 구브락 져츠락 울프락

노혜로 놀거니

天地(천지)도 넙고넙고 日月(일월)도 가

羲皇(희황) 모

러니 이적이야 긔로고야

神仙(신선)이 엇더턴지 이몸이야 긔로고야

술이 익어가니 벗이라고 없겠는가 노래를 부르게

하며 악기를 타고 켜게 하며 방울을 흔들며 온갖

소리로 술에 취한 흥을 재촉하니 근심이라 있겠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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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 -

며 시름이라고 붙어 있으랴 눕기도 하고 앉기도

하고 구부리기도 하고 뒤로 젖히기도 하고 읊기도

하고 휘파람을 불기도 하면서 마음놓고 놀기도

하니 천지도 넓고 넓으며 세월도 한가하다 중국

복희 황제의 태평성대를 내가 잘 몰랐더니 지금이

바로 그것이로구나 신선이 어떤 것인지 잘 몰랐

더니 내가 바로 신선이로구나

rarr본사9 - 취흥

江山風月(강산풍월) 거

리고 내 백년을 다누리면

岳陽樓(악양루) 샹의 李太白(이태백)이 사라 오다

浩蕩情懷(호탕 정회)야 이에서 더

소냐

이 몸이 이렁 굼도 亦君恩(역군은)이샷다

아름다운 대자연을 거느리고 내 한평생을 다 누리

면 조망이 좋기로 이름난 악양루 위의 이태백이

살아온다한들 넓고 큰 마음이야 이것보다 더 하겠

는가 이몸이 이렇게 지내는 것도 역시 임금님의

은혜이시도다

rarr결사 - 호탕한 정회와 군은

면앙정의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지은이가 41세 되던 해 벼슬을 그만두

고 향리인 전라남도 담양에 내려가 면앙정이라는

정자를 짓고 아름다운 자연을 벗삼아 사는 자신의 풍

류 생활을 노래한 것이다 면아정 주변의 경치4계절의

풍경 자신의 풍류 생활에 대한 멋과 흥취를 짜임새 있

게 그려낸 선경 후정의 작품이다

우리 江湖歌道(강호가도)의 전형을 확립한 작품으로

정극인의 상춘곡을 이어받아 송강의 성산별곡관동별곡

에 크게 영향을 끼쳤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결사 끝

부분의 lsquo亦君恩(역군은)이샷다rsquo와 같은 표현은 맹사성의

lsquo강호사시가rsquo에도 나타나는 것으로 자연속에서 지내는

즐거움과 연군 지정을 결합시킨 표현이라 할 수 있다

관동별곡

정 철

江강湖호애 病병이 깁퍼 竹

林님의 누엇더니 關관東

동 八팔百

里니에 方방面면을 맛디시니 어와 聖셩恩

은이야 가디록 罔망極극

다 延연秋츄門문 드리

慶경會회 南남門문

라보며 下하直직고 믈너나니 玉

옥節졀이 알

셧다

平평丘구驛역

라 黑흑水슈로 도라드니 蟾셤江

강은 어듸메오 雉티岳악이 여긔로다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의 병이 깊어 전라남도 창평에서

지내고 있었는데 800리나 되는 강원도 지방의 관찰사

소임을 맡기시니 아아 임금님의 은혜야말로 갈수록

끝이 없다 연추문으로 달려들어가 경회루의 남쪽문을

바라보며 임금님께 하직 인사를 하고 물러나니 옥절이

앞에 서 있다 양주(평구역)역에서 말을 갈아타고 여주

(흑수)로 돌아 들어가니 원주(섬강)는 어디인가 치악

산이 여기로구나

서사1-관찰사 배명과 부임의 여정

昭쇼陽양江강

린 믈이 어드러로 든단 말고 孤고臣신

去거國국에 白

髮발도 하도 할샤 東동州

밤 계오

새와 北븍寬관亭뎡의 올나

니 三삼角각山산 第뎨一일

峰봉이

마면 뵈리로다 弓궁王왕 大대闕궐 터희 烏오

鵲쟉이 지지괴니 千쳔古고 興흥亡망을 아

다 몰

다 淮회陽양 녜 일홈이 마초아

시고 汲급長

孺유

風풍彩

를 고텨 아니 볼 게이고

소양강 흘러내린 물이 어디로 흘러들어간단 말인가 외

로운 신하가 임금님 곁을 떠남에 있어서 나라에 대한

걱정이 많기도 하구나 철원(동주)에서 밤을 겨우 새운

후 북관정에 오르니(임금님이 계신 한양에 있는)삼각

산의 제일 높은 봉우리가 웬만하면 보일 것 같구나 옛

날 궁예왕이 살았던 대궐 터에 까마귀와 까치만 지저귀

고 있으니 먼 옛날의 흥망 성쇠를 까마귀와 까치 너희

들은 아느냐 모르느냐 회양이라는 이름이 옛날 중국의

지명인 회양과 마침 똑같구나(중국 회양 땅에서 선정

을 베푼)급장유의 모습을 이제 다시 (여기서)볼 수 있

지 않겠는가(급장유가 중국 회양땅에서 선정을 베푼

것처럼 정철 자신도 이곳 강원도 회양땅에서 선정을 베

풀겠다는 포부를 나타냄)

서사 2-관내 순력과 선정에 대한 포부

營영中듕이 無무事

고 時시節졀이 三삼月월인 제

花화川쳔 시내길히 楓풍岳악으로 버더 잇다 行

裝장

을 다

티고 石셕逕경의 막대 디퍼 百백川쳔洞동 겨

두고 萬만瀑폭洞동 드러가니 銀은

무지게 玉

龍룡의 초리 섯돌며

十십里리의

자시니 들을 제

우레러니 보니

눈이로다

감영(지금의 도청)안에 아무 일이 없고 시절이 마침 삼

월인 때에 화천 시냇길이 금강산으로 뻗어 있다 행장

을 다 떨쳐 버리고 돌길에 지팡이를 짚어 백천동 곁을

지나 만폭동으로 들어가니 은같은 무지개 옥 같은 용

의 꼬리처럼 생긴 폭포가 섞어 돌며 뿜는 소리가 십 리

에 깔려 있으니 멀리서 들을 때는 우렛소리더니 가까

이 가서 보니 눈(雪)이 날리는 것 같구나

본사1-만폭동 폭포의 장관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26 -

金금剛강臺

우層층의 仙션鶴학이 삿기 치니 春츈

風풍 玉옥笛

聲셩의 첫

돗던디 縞호衣의玄현裳

샹이 半반空공의 소소

니 西셔湖호

主쥬人인을

반겨셔 넘노

금강대 맨 꼭대기에 사는 선학이 새끼를 치니 봄바람

옥피리 소리에 첫 잠을 깨었던지 흰 저고리 검은 치마

로 단장한 학이(학의 날개 묘사) 공중에 솟아 뜨니 옛

날 중국 서호에서 학과 더불어 노닐던 임포를 반겨 맞

는 것 같구나(정철 자신을 임포처럼 생각함)

본사2-금강대 위의 선학

小쇼香향爐노 大대香향爐노 눈 아래 구버보고 正졍陽

양寺

眞진歇헐臺

고텨 올나 안

마리 廬녀山산 眞

진面면目목이 여긔야 다 뵈

다 어와 造조化화翁옹이

토 헌

거든

디 마나 셧거든 솟디 마나

芙부蓉용을 고잣

玉옥을 믓것

東동溟명

을 박

北북極극을 괴왓

놉흘시고 望망高

고臺

외로올샤 穴혈望망峰봉이 하

의 추미러 므

일을

로리라 千쳔萬만劫겁 디나

록 구필 줄 모

다 어와 너여이고 너

향로처럼 생긴 크고 작은 봉우리를 눈아래 굽어보고 나

서 정양사를 지나 진헐대에 다시 올라 앉으니 금강산

의 참모습이 여기서야 다 보이는구나 아아 조물주가

야단스럽기도 야단스럽구나(산봉우리들이)날아가려거

든 뛰지나 말든가 서있으려거든 (위로)솟지나 말든가

할일이지 연꽃을 꽂아 놓은 것 같기도 하고흰 옥을

묶어 놓은 것 같기도 하고 북극성을 떠받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높구나 망고대 외롭구나 혈망봉이 하늘

에 치밀어서 무슨 일을 아뢰려고 오랜 세월이 지나도록

굽힐 줄을 모르느냐 아아 너로구나 너같은 충신이

또 있을까(진헐대에서 바라본 많은 산봉우리들이 굳굳

한 모습으로 서있는 것을 보고 충신의 지조와 절개를

연상하여 표현한 구절)

본사 3-진헐대에서의 조망

心심臺

고텨 올나 衆듕香향城셩

라보며 萬만

二이千쳔峰봉을 歷녁歷녁히 혀여

니 峰봉마다

쳐 잇

고 긋마다 서린 긔운

거든 조티마나 조커든

디 마

나 뎌 긔운 흐터 내야 人인傑걸을

고쟈 形형容용

도 그지업고 체체勢셰도 하도 할샤 天텬地디 삼기실

제 自

然연이 되연마

이제 와 보게 되니 有유情정

도 有유情정

개심대를 다시 올라가서 중향성을 바라보며 금강산 만

이천 봉우리를 똑똑히 헤아려 보니 산봉우리마다 정기

가 맺혀 있고 봉우리 끝마다 서린 기운(정기) (산의

정기가)맑거든 깨끗하지나 말든가 깨끗하거든 맑지나

말 것이지(산의 정기가 맑고도 깨끗하다는 의미) 저

기운을 흩어 내어 뛰어난 인물을 만들고 싶구나 산봉

우리의 생긴 모양이 끝이 없이 다양하고 자세도 많기도

하구나 천지가 생겨날 때 자연히 된 줄 알았더니 이제

와서 보니까 조물주의 뜻이 분명히 있구나

본사 4-개심대에서의 조망

毗비盧로峰봉 上샹上샹頭두의 올라 보니 긔 뉘신고

東동山산 泰태山산이 어

야 놉돗던고 魯노國국 조븐

줄도 우리

거든 넙거나 넙은 天텬下하 엇

닷 말고 어와 뎌 디위

어이

면 알 거이고 오

디 못

거니

려가미 고이

비로봉 맨 꼭대기에 올라본 사람이 그 누구인가

동산과 태산이 그 얼마나 높던가 노나라가 작다는 것

도 우리는 모르겠는데 넓고도 넓은 천하를 어떻게 해서

작다고 공자께서는 말씀하신단 말인가 아아 저 공자

의 경지를 어떻게 하면 알 것인가 올라가지 못하는데

내려가는 것이 이상하랴

본사 5-비로봉을 본 감회

圓원通통골

길로 獅

峰봉을

자가니 그 알

너러바회 化화龍룡쇠 되여셰라 千쳔年년 老노龍룡

이 구

서려 이셔 晝듀夜야의 흘녀 내여 滄창海

해예 니어시니 風풍雲운을 언제 어더 三삼日일雨우

디련

다 陰음崖애예 이온 플을 다 살와 내여

원통골 가느다란 길로 사자봉을 찾아가니 그 앞에 넓고

평평한 바위가 화룡소가 되었구나 마치 천 년이나 묵

은 늙은 용(정철 자신을 지칭함)이 굽이굽이 서려 있어

서 밤낮으로 물을 흘려 내어 푸른 바다에 이어졌으니

용(작자 자신)아 너는 언제 풍운(선정의 기회)을 얻어

서 임금님의 은총을 백성들에게 내리려느냐 굶주리고

헐벗은 백성들을 다 살려 내려무나

본사 6-화룡소에서의 감회

磨마訶하衍연 妙묘吉길祥샹 雁안門문재 너머 디여 외

나모

리 佛블頂뎡臺

올라

니 千쳔尋심絶졀

壁벽을 半반空공애 셰여 두고 銀은河하水슈 한 구

촌촌이 버혀 내여 실

티 플텨이셔 뵈

티 거러시니

圖도經경 열 두 구

내 보매

여러히라 李니謫

션 이제 이셔 고텨 의논

게 되면 廬녀山산이 여긔도

곤 낫단 말 못

려니

마하연 묘길상을 구경하고 안문재를 넘어 내려가 외

나무 썩은 다리를 건너 불정대에 오르니 천길이나 되는

낭떠러지를 공중에 세워 놓고 은하수 한 굽이를 마디

마디 베어 내어 실같이 풀어 가지고 베처럼 걸었으니

도경(금강산 12폭포를 그림으로 그려놓은 그림책)에는

폭포가 열두굽이로 되어 있지만 내가 보기에는 그보다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27 -

더 많아 보인다 이태백이 지금 살아 있어서 다시(금강

산 12폭포와 중국의 여산폭포를 비교) 논의하게 된다

면 여산 폭포가 여기보다 더 낫다는 말은 못 할 것이

본사 7-십이 폭포의 장관

山산中듕을

양 보랴 東동海해로 가쟈

라 籃남輿여

緩완步보

야 山산映영樓누의 올나

니 玲녕瓏농 碧벽

溪계와 數수聲셩啼뎨鳥됴

離니別별을 怨원

旌졍旗긔를

티니 五오色

이 넘노

鼓고角각을

섯부니 海해雲운이 다것

鳴명沙사길 니근

이 醉

仙션을 빗기 시러 바다

두고 海

棠당花화로 드러가니 白

鷗구야

마라 네 버딘 줄 엇디 아

산중의 경치만 노상 보겠는가 동해로 가자꾸나 남녀

(뚜껑없는 가마)를 타고 천천히 걸어서 산영루(정자이

름)에 오르니 영롱하게 반짝이는 시냇물과 갖가지 소

리로 우는 새는 나와의 이별을 싫어하는 듯 여러 가지

깃발을 휘날리니 오색(빨강파랑검정노랑흰색등의

깃발)이 넘나들며 노는 듯 북과 피리를 섞어 부니 바

다의 구름이 다 걷히는 듯하다 모래밭 길에 익숙한 말

이 도취한 신선을 비스듬히 태우고 해변을 따라 해당

화가 피어 있는 곳으로 들어가니 백구야 날아가지 마

라 내가 네 친구일수도 있지 않느냐

본사 8-동해로 가는 감회

金금闌난窟굴 도라드러 叢총石셕亭뎡 올라

니 白

옥樓누 남은 기동 다만 네히 셔 잇고야 工공슈의 셩녕

인가 鬼귀斧부로 다

가 구

야 六뉵面면은 므어슬

象샹톳던고

금난굴을 돌아들어서 총석정에 오르니 바다 가운데에

돌기둥 네 개가 백옥루의 남은 기둥처럼 서 있구나 저

네 개의 돌기둥은 공수(중국 고대의 명공)가 만든 것인

가 귀신의 도끼로 다듬었는가 구태여 그 돌기둥이 여

섯 모가 난 것은 무엇을 본뜬 것인가

본사 9-총석정의 장관

高고城셩을란 뎌만 두고 三삼日일浦포

자가니 丹

단書셔

宛완然연

되 四

仙션은 어

가니 예 사흘

머믄 後후의 어

머믈고 仙션遊유潭담 永영郎

냥湖호 거긔나 가 잇

가 淸

澗간亭뎡 萬만景경臺

몃 고

안돗던고

고성을 저만큼 두고 삼일포를 찾아가니 영랑의 무리

(신라 때 네 명의 화랑 곧 사선)가 남쪽으로 갔다는

글씨는 뚜렷한데 사선은 어디 갔는가 여기서 사흘을

머문 후에 어디 가서 또 머물렀을까 선유담 영랑호

거기나 가 있는가 청간정 만경대 몇 곳에 앉았던가

본사 10-삼일포에서의 회고

梨니花화

셔 디고 졉동새 슬피 울 제 洛낙山산東

동畔반으로 義의相샹臺

예 올라 안자 日일出츌을 보

리라 밤듕만 니러

니 祥샹雲운이 집

동 六뉵龍뇽

이 바퇴

동 바다

날 제

萬만國국이 일위더니

天텬中듕의 티

니 毫호髮발을 혜리로다 아마도 녈구

름 근쳐의 머믈셰라 詩시仙션은 어

가고 咳

唾타만

나맛

니 天텬地디間간 壯장 긔별

셔히도

셔이

배꽃은 벌써 떨어지고 접동새가 슬피 울 때에 낙산의

동쪽 언덕에 있는 의상대에 올라앉아 해 뜨는 것을 보

려고 한 밤중에 일어나니 상서로운 구름이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듯 여섯 마리의 용이 떠받치고 있는 듯

해가 바다에서 떠날 때는 온 세상이 흔들리는 것 같더

니 하늘로 치솟아 오르니 가느다란 터럭을 셀 수 있을

정도로 밝구나 혹시나 지나가는 구름(간신을 비유함)

이 햇빛을 가릴까 두렵다 이백은 어디 가곡 그가 남긴

유명한 말(咳唾(해타)-이백은 lsquo등금릉봉황대rsquo라는 시에

서 간신이 임금의 총명을 흐리게 하는 것을 구름이 해

를 가리는 것에 비유했음)만 남아 있는가 천지간에 굉

장한 소식(사연)이 그의 시에 자세히도 표현되어 있구

본사 11-의상대에서의 일출의 장관

斜샤陽양 峴현山산의 척

을 므니

와 羽우蓋개芝

지輪륜이 鏡경浦포로

려가니 十십里리 氷빙紈환을

다리고 고텨 다려 長

松숑 울흔 소개 슬

장 펴뎌시

니 믈결도 자도 잘샤 모래

혜리로다 孤고舟쥬 解

纜람

야 亭뎡子

올나가니 江강門문橋교 너믄

大대洋양이 거긔로다 從

容용댜 이 氣긔像샹

闊활遠원댜 뎌 境경界계 이도곤

어듸 잇

닷 말고 紅홍粧장 古고事

리로다

江강陵능 大대都도護호風풍俗쇽이 됴흘시고 節졀孝효

旌졍門문이 골골이 버러시니 比비屋옥可가封봉이 이제

도 잇다

저녁 햇살이 비치는 현산의 철쭉꽃을 잇달아 밟으면서

신선을 태운 수레가 경포로 내려가니 십 리나 되는 비

단을 (다리미로)다리고 다시 다린 것처럼 맑고 깨끗한

수면이 큰 소나무가 둘러싼 속에 실컷 펼쳐져 있으니

물결도 잔잔하기도 잔잔하구나 모래를 셀 수 있을 것

같도다 배 한 척을 띄워 호수를 건너가서 정자 위에

올라가니 강문교 바로 너머에 넓은 바다가 거기로구

나 조용하구나 이 기상 넓고 멀구나 저 경계(수평

선) 여기보다 더 (경치가) 잘 갖추어진 곳이 또 어디

있단 말인가 박신과 흥장의 옛일을 야단스럽다고 할

것이로다 강릉 대도호부의 풍속이 좋기도 하구나 충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28 -

신 효자 열녀 등을 표창하는 문이 고을마다 널려 있

으니 요순 시대처럼 집집마다 벼슬을 봉할 만하다는

것이 지금도 있다 할 것이로다

본사 12-경포의 장관과 강릉의 미풍 양속

眞진珠쥬館관 竹

西셔樓루 五오十십川쳔

린 믈이 太

태白

山산 그림재

東동海

로 다마 가니

하리 漢

한江강의 木목覓멱의 다히고져 王왕程뎡이 有유限

고 風풍景경이 못 슬

니 幽유懷회도 하도 할샤 客

愁수도 둘 듸 업다 仙션사

워 내여 斗두牛우로 向

살가 仙션人인을

려 丹단穴혈의 머므살가

진주관 죽서루 아래 오십천에 흘러내리는 물이 태백산

그림자를 동해로 담아가지고 흘러가니 차라리 저 물을

임금님이 계신 서울 남산에 닿게 하고 싶다 관원의 여

정에는 기한이 있고 풍경은 싫증이 나지 않으니 그윽

한 회포도 많기도 많구나 나그네의 시름도 둘 곳이 없

다 신선이 탄다는 뗏목을 띄워서 북두성과 견우성으로

향할까 사선을 찾으러 단혈에 머무를까

본사 13-죽서루에서의 객수

天텬根근을 못내 보와 望망洋양亭뎡의 올은말이 바다

밧근 하

이니 하

밧근 므서신고

득 노 고래 뉘

라셔 놀내관

블거니

거니 어즈러이 구

디고 銀

은山산을 것거 내여 六뉵合합의

五오月월

天텬의 白

雪셜은 므

일고

하늘의 끝을 끝내 못 보아 망양정에 오르니 바다 밖은

하늘인데 하늘 밖은 무엇인가 가뜩이나 노한 고래를

누가 놀리게 하기에 불기도 하고 뿜기도 하면서 어지럽

게 구는 것인가 은으로 된 산을 꺾어 내어 온 세상에

흩어 내리는 듯 오월의 아득한 하늘에 흰 눈이 무슨 일

인가

본사 14-망양정에서의 조망

져근덧 밤이 드러 風풍浪낭이 定뎡

扶부桑상 咫

지尺

의 明명月월을 기

리니 瑞셔光광 千쳔丈

고야 珠쥬簾렴을 고텨 것고 玉옥階계

다시 쓸며 啓계明명星셩 돗도록 곳초 안자

라보니

蓮년花화 가지

뉘라셔 보내신고 일이 됴흔

世세界계

대되 다 뵈고져

流뉴霞하酒쥬

득 부어

려 무론 말이 英영雄웅은

가며 四

仙션은 긔 뉘러니 아

나 맛나 보아

긔별 뭇쟈

니 仙션山산 東동海

예 갈 길히 머도

멀샤

잠깐 사이에 밤이 되어 풍랑이 가라앉거늘 해와 달이

뜬다는 부상 가까운 거리에서 밝은 달을 기다리니 천

길이나 뻗친 상서로운 달빛이 보이는 듯하다가 숨는구

나 구슬로 만든 밭을 걷어 올리고 돌층계를 다시 쓸며

샛별이 돋을 때까지 꼿꼿이 앉아 바라보니 흰 연꽃 한

송이를 누가 보내셨는가 이렇게 좋은 세계를 남에게

다 보이고 싶구나 신선주를 가득 부어 들고 달에게 묻

기를ldquo영운은 어디 갔으며 사선 그들은 그 누구이더

냐rdquo 아무나 만나 보아 옛 소식을 물으려 하니 삼신산

이 있다는 동해에 갈 길이 멀기도 멀구나

결사 1-동해의 달맞이

松숑根근을 볘여 누어 픗

을 얼픗 드니

애 사

이 날

려 닐온 말이그

내 모

랴 上샹界계예 眞

진仙션이라 黃황庭뎡經경一일字

엇디 그

닐거

두고 人인間간의 내려와셔 우리

다 져근덧

가디 마오 이 술 잔 머거 보오 北북斗두星셩 기우

려 滄챵海

水슈 부어 내여 저 먹고 날 머겨

서너

잔 거후로니 和화風풍이 習습習습

야 兩냥腋

을 추

혀 드니 九구萬만里리 長

空공애 져기면

리로다 이

술 가져다가 四

예 고로

화 億억萬만 蒼창生

을 다 醉

근 後후의 그제야 고텨 맛나

고야 말 디쟈 鶴학을

고 九구空공의 올나가니

空공中듕 玉옥蕭쇼 소

어제런가 그제런가

나도

여 바다

구버보니 기

거니

인들 엇디 알리 明명月월이 千천山산萬만落낙의 아니

비쵠

업다

소나무 뿌리를 베고 누워서 선잠을 얼핏드니

꿈에 한 사람이 나더러 이르기를 ldquo그대(송강)를 내가

모르랴 그대는 하늘 나라의 진짜 신선이라 황정경의

한 글자를 어찌하여 잘못 읽어 가지고 속세로 귀양와서

우리를 따르는가 잠깐 동안 가지 말고 이 술 한잔 먹

어 보오rdquo 북두칠성을 국자 삼아 푸른 바닷물을 잔에

부어 저도 먹고 나도 먹이거늘 서너잔을 기울이니 화

창한 바람이 산들산들 불어 양쪽 겨드랑이를 추켜드니

구만리나 되는 먼 하늘에 웬만하면 날 것 같구나

ldquo이 술을 가져다가 온 세상에 골고루 나누어 모든 백성

들을 다 취하게 만든 후에 그 때에야 다시 만나 또 한

잔 하자꾸나lsquo

그 말이 끝나자 신선(꿈에 한 사람)은 학을 타고 하늘

로 올라가니 공중에서 들려오는 옥피리 소리가 어제던

가 그제던가 싶게 어렴풋하구나 나도 잠을 깨어 바다

를 굽어보니 그 깊이를 모르는데 끝이야 더욱 어떻게

알겠는가 밝은 달이 온 세상에 아니 비친 곳이 없다

결사 2-꿈속의 선연

lt송강가사(松江歌辭) 이선본(李選本gt

지은이가 45세 되던 선조 13년(1580)에 강원도 관찰사

에 배임(拜任)되어 부임하는 과정과 원주에 부임한 후

틈을 내어 관동 팔경을 비롯한 강원도 내의 명승지를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29 -

두루 유람하며그 승경(勝景)과 인정 풍속을 비롯해서

연군(戀君)애민의 정(情) 및 선연(仙緣)을 노래한 기행

가사의 대표적인 작품이다 멀게는 고려 충숙왕 때 안

축이 지은 경기체가 형식의 [관동별곡]과 가깝게는 명

종때 백광홍이 지은 [관서별곡] 송순의 [면앙정가]의

영향을 받은 작품으로 표현이 명쾌화려하고 탄력이 넘

치며 활달하고 낭만적이어서 지은이의 호탕한 기상이

잘 나타나 있다

총 295구로 이루어진 장편 기행 가사로 서사(처음~급

당유 풍 고텨 아니 볼 게이고) 본사(영둥이 무고~오월 댱텬의 셜은 므일고) 결사(져근덧 밤이

드러~아니 비쵠 업다)로 구성되어 있다

산에서 바다로 이어지는 여정은 그 각각의 이미지를 매

개로 하여 인간의 두 가지 존재 양식 사이에서 갈등하

는 작가의 모습을 보여 준다 산에서 본 경치는 백색의

이미지로서 고결한 위정자로서의 풍모를 드러내고 있으

며 바다에서는 인간 본연의 영원한 세계를 갈구하는

자유 분방한 정신을 표출하고 있다

다양한 어휘와 적절한 수사법을 능란하게 구사함으로

써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한층 높은 경지로 끌어 올린

작품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사미인곡(思美人曲)

송강 정 철

이 몸 삼기실 제 님을 조차 삼기시니 緣分(연분)이며 하 모 일이런가 나 나 졈어 잇

고 님 나 날 괴시니 이 음 이 랑 견졸 노여 업다

이 몸이 태어날 때에 임을 따라서 태어나니 한평생의

연분이며 하늘이 모를 일이던가내가 오직 젊어 있고

임은 오직 나를 사랑하시니 이 마음과 이 사랑을 비교

할 곳이 전혀 없다

서사 1-임과의 인연

平生(평)애 願(원) 요 녜자 얏더니

늙기야 므 일로 외오 두고 글이고 엇그제 님

을 뫼셔 廣寒殿(광한뎐)의 올낫더니그더 엇디

야 下界(하계)예 랴오니 올 적의 비슨 머리 얼

킈연디 三年(삼년)이라 臙脂粉(연지분) 잇마 눌 위여 고이고 음의 친 실음 疊疊(텹텹)

이 혀 이셔 짓니 한숨이오 디니 눈믈이라

人生(인)은 有限(유) 시도 그지업다

평생에 원하기를 임과 함께 살아가고자 했는데 늙어서

야 무슨일로 외따로 두고 그리워하는가 엊그제 임을

모시고 광한전에 올라 있었는데 그 사이에 어찌하여 이

하계에 내려왔느냐 임을 떠나 올 적에 빗은 머리가 헝

클어진 지삼 년일세 연지와 분이 있지마는 누구를 위

해서 예쁘게 화장할 것인가 마음에 맺힌 시름이 겹겹

이 쌓여 있어서 짓는 것이 한수밍요 떨어뜨리는 것이

눈물이라 인생은 한이 있는데 시름은 끝이 없다

서사 2-임에 대한 그리움

無心(무심) 歲月(셰월)은 믈 흐 고야 炎

凉(염냥)이 아라 가 고텨 오니 듯거니

보거니 늣길일도 하도 할샤

아무 생각이 없는 세월은 물 흐르듯 빨리 지나가는구

나 더위와 추위가 때를 알아서 가자마자 다시 오니 듣

고 보는 가운데서 느낄일이 많기도 많구나

서사 3-세월의 무상함

東風(동풍)이 건듯 부러 積雪(젹셜)을 헤텨내니 窓

(창) 밧긔 심근 梅花(화) 두세 가지 픠여셰라 득 冷淡(담) 暗香(암향)은 므 일고 黃昏

(황혼)의 이 조차 벼 마 빗최니 늣기 반기 님이신가 아니신가

뎌 梅花(화) 것거 내여 님 겨신 보내오져 님

이 너 보고 엇더타 너기실고

봄바람이 문득 불어서 쌓인 눈을 헤쳐내니 창밖에 심은

매화가 두세 가지 피었구나 가뜩이나 쌀쌀하고 담담한

데 그윽하게 풍기는 향기는 또 무슨 일인가 황혼에 달

이 따라와 배갯머리에 비치니흐느껴 우는 듯 반기는

듯하니 임이신가 아니신가 저 매화를 꺾어 내어 임 계

신 곳에 보내고 싶다 그러면 임이 너 (매화)를 보고

어떻다고 생각하실까

본사 1-춘원(春怨)

디고 새 닙 나니 綠陰(녹음)이 렷 羅幃

(나위) 寂寞(젹막)고 繡幕(슈막)이 뷔여 잇다 芙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30 -

蓉(부용)을 거더 노코 孔雀(공쟉)을 둘러 두니 득 시 한 날은 엇디 기돗던고鴛鴦錦(원앙금)

버혀 노코 五色線(오션) 플텨 내여 금자 견화

이셔 님의 옷 지어 내니 手品(슈품)은니와 制度

(졔도)도 시고 珊瑚樹(산호슈) 지게 우 白玉函(옥함)의 다마 두고 님의게 보내오려 님 겨신

라보니 山(산)인가 구롬인가 머흐도 머흘시

고 千里 萬里(쳔리 만리)길흘 뉘라셔 자갈고니

거든 여러 두고 날인가 반기실가

꽃이 지고 새 잎이 피어나니 녹음이 우거졌는데 비단

포장이 적막하고 수놓은 장막이 텅 비어 쓸쓸하다 연

꽃을 수놓은 비단 휘장을 걷어 놓고 공작을 수놓은 병

풍을 둘러 치니 가뜩이나 시름이 많은데 날은 어찌 그

리 길던가 원앙새 수놓은 비단을 베어 놓고 오색실을

풀어 내어 좋은 자로 재어서 임의 옷을 지어내니 솜씨

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격식도 갖추었구나 백옥으로

만든 함에 담아 산호로 만든 지게 위에 얹어 놓고 임에

게 보내려고 임 계신 곳을 바라보니 산인지 구름인지

험하기도 험하구나 천만 리나 되는 먼 길을 누가 찾아

갈 것인가 가면은 함을 열어 놓고 나를 본것처럼 반가

워하실까

본사2-하원(夏怨)

밤 서리김의 기겍러기 우러 녤 제 危樓(위루)

에 혼자 올라 水晶簾(슈졍념) 거든말이 東山(산)의

이 나고 北極(븍극)의 별이 뵈니 님이신가 반기

니 눈믈이 절로 난다 淸光(쳥광)을 쥐여 내여 鳳

凰樓(봉황누)의 븟티고져 樓(누) 우 거러 두고

八荒(팔황)의 다 비최여 深山窮谷(심산궁곡) 졈낫

티 그쇼셔

하룻밤 서리가 내린 무렵에 기러기가 울며 지나갈 때

높은 누각에 혼자 올라가 수정으로 만든 밭을 걷으니

동산에 달이 떠오르고 북극성이 보이므로 임이신가 하

여 반가워하니 눈물이 절로 난다 밝은 달을 잡아 내어

임 계신 곳에 보내고 싶구나 임께서 그 달을 누각 위

에 걸어 노고 온 세상을 다 비추어 깊은 산 골짜기 까

지도 대낮같이 밝게 하소서(밝은 정치를 베푸소서)

본사 3-추원(秋怨)

乾坤(건곤)이 閉塞(폐)야 白雪(셜)이 빗친

제 사은니와 새도 긋쳐 잇다 瀟湘南畔(쇼

샹남반)도 치오미 이러커든 玉樓高處(옥누고쳐)야

더욱 닐러 므리陽春(양츈)을 부쳐 내여 님 겨

신 쏘이고져茅簷(모쳠) 비쵠 玉樓(옥누)의

올리고져 紅裳

(홍샹)을 니믜 고 翠袖(슈) 半(반)만 거더

日暮脩竹(일모슈듁)의 혬가림도 하도 할샤 댜 수이 디여 긴 밤을 고초 안자 靑燈

(쳥등) 거른 겻 鈿箜葔(뎐공후)노하 두고 의나

님을 보려 밧고 비겨시니 鴦衾(앙금)도 도

샤 이 밤은 언제 샐고

하늘과 땅이 꽉막힌 것처럼 흰 눈으로 온통 덮여 있으

니 사람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날아디는 새도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다 소상강 남쪽 지방같이 따뜻한 이 곳

도 추위가 이러한데 하물며 임계신 북쪽 지방이야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따뜻한 봄볕을 부쳐 내어 임 계신

곳에 쏘이고 싶다 초가집 처마에 비친 해를 임계신 곳

에 올리고 싶다 붉은 치마를 여미어 입고 푸른 소매를

반쯤 걷어 해질 무렵 대나무에 의지하여 여러 가지 생

각이 많기도 하구나 짧은 겨울해가 이내 넘어가니 긴

밤을 꼿꼿이 앉아서 청사초롱을 걸어 둔 곁에 자개 입

힌 공후를 놓아 두고 꿈에나 임을 만나 보려고 턱을

받치고 기대어 있으니 원앙금침이 차갑기도 하구나 이

밤은 언제 샐것인가

본사 4-동원(冬怨)

도 열두 도 셜흔 날 져근덧 각마

라 이 시 닛쟈 니 의 쳐 이셔 骨髓(골

슈)의 텨시니 扁鵲(편쟉)이 열히 오나 이 병을

엇디리 어와 내 병이야 이 님의 타시로다 하

리 싀어디여 범나븨 되오리라 곳나모 가지마다 간

죡죡 안니다가 향 므든 애로 님의 오 올므

리라 님이야 날인 줄 모셔도 내 님 조려 노

하루도 열두 때 한 달도 서른 날 잠시 라도 생각을

말아 가지고 이 시름을 잊으려 해도 마음 속에 맺혀

있어서 뼛속까지 사무쳤으니 편작 같은 명의가 열명이

온다 한들 이 병을 어찌할 것인가

아아 내 병이여 이 병을 어찌할 것인가

아아 내 병이여 이 임의 탓이로다 차라리 죽엇 호랑

나비가 되리라 꽃나무 가지에 가는 곳마다 앉으며 돌

아다니다가 향기 묻은 날개로 임의 옷에 앉으리라 임

께서 나인 줄을 모르신다 해도 나는 끝까지 임을 따르

려 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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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사 -임을 향한 변함 없는 마음

lt성주본 송강가사gt

작품의 감상

작자가 50세 되던 해에 반대 정파의 탄핵을 받고 전남

창평으로 물러나 우거(寓居)하면서 임금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여인이 사랑하는 사람을 그리는 심정에 의탁하

여 부른 노래이다 이 작품의 제목인 〈사미인곡(思美

人曲)〉은 중국 굴원이 지은 〈이소(離騷)〉의 제 9편

에 나오는 lsquo사미인(思美人)rsquo이라는 편명에서 따온 것으

로 보이며 그 작품 역시 충군(忠君)의 내용을 담고 있

어 내용 또한 그 영향을 받은 것으로 짐작된다

또 임금을 임으로 설정하여 노래한 것은 고려 속요인

〈정과정〉과 맥을 같이하고 있으며 임에 대한 헌신적

사랑의 표현은 〈가시리〉〈동등〉등과 접맥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작품은〈속미인곡〉과 더불어 가사 문학의 극치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일찍이 서포 김만중은 〈사미인

곡〉 〈속미인곡〉 〈관동별곡〉을 가리켜 lsquo좌해진문

장 지차삼편(左海眞文章 只此三篇우리 나라의 참된 문

장은 오직 이 세 편뿐이다)rsquo라고 하였다 이 노래는

서사 본사 결사 세 부분으로 되어 있는데 본사는 다

시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나뉘어 있다

속미인곡(續美人曲)

송강 정 철

뎨 가 뎌 각시 본듯도 뎌이고

天上(텬상) 白玉京(옥경)을 엇디야 離別(니별)고

다 뎌 져믄 날의 눌을 보라 가시고

저기가는 저 젊은 여인 본 듯도 하구나 임금님이 계

시는 서울을 어찌하여 이별하고 해가 다 져서 저무는

날에 누구를 보러 가시는 고

rarr서사1 - 서울을 떠나온 이유(갑녀의 질문)

어와 네여이고 내 셜 드러보오

내 얼굴 이 거동이 님 괴얌즉 냐마

엇딘디 날 보시고 네로다 녀기실나도 님을 미더 군디 전혀 업서

이야 교야 어러이 구돗디

반기시 비치 녜와 엇디 신고

누어 각고 니러 안자 혜어니

내 몸의 지는 죄 뫼티 혀시니

하히라 원망며 사이라 허믈랴

셜워 플텨 혜니 造物(조물)의 타시로다

아아 너로구나 내 사정 이야기를 들어보오

나의 생김새와 행동거지가 임의 사랑을 받을 수 있겠느

냐마는 어쩐지 나를 보시고 (내가 사랑할 사람은 바

로) 너로구나 하며 특별히 사랑하시기에 나도 임을 믿

어 딴 생각이 전혀 없어 응석과 애교를 부리면서 (얼마

나) 어지럽게 굴었던지 (나를) 반가워 하시는 얼굴빛

이 예날과 어찌 다르신가 누워 생각하고 일어나 앚아

헤아리니 내 몸의 지은 죄가 산같이쌓였으니 하늘을 원

망하겠으며 사람을 탓하겠는가 하도 서러워 여러 가지

로 깊이 생각해보니 조물주의 탓이로구나

rarr서사2 - 자책과 체념(을녀의 대답)

글란 각 마오

그렇게는 생각하지 마시오

rarr본사1 - 갑녀의 위로

친 일이 이셔이다

님을 뫼셔 이셔 님의 일을 내 알거니

믈튼 얼굴이 편실적 몃날일고

春寒(츈한) 苦熱(고열)은 엇디야 디내시며

秋日(츄일) 冬天(동텬)은 뉘라셔 뫼셧고

粥早飯(쥭조반) 朝夕(조석)뫼 녜와 티 셰시가

기나긴 밤의 은 엇디 자시고

마음 속에 맺힌 일이 있습니다 예전에 임을 모신적이

있어서 임의 일을 내가 잘 아는데 물과 같이 연약한

체질이 편하실 때가 며칠이나 될꼬 이른 봄의 추위와

한여름의 더위를 어떻게 지내시며 가을과 겨울날은 누

가 모셨는가 죽조반과 아침 저녁 진지는 옛날과 같이

잘 잡수시는가 기나긴 밤에 잠은 어떻게 주무시는가

rarr본사2-임에 대한 염려(을녀의 사설)

님다히 消息(소식)을 아무려나 아쟈니

오도 거의로다 일이나 사 올가

내 둘 업다 어드러로 가쟛 말고

잡거니 밀거니 놉픈 뫼 올라가니

구름은 니와 안개 므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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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川(산쳔)이 어둡거니 日月(일월)을 엇디보며

咫尺(지척)을 모거든 千里(쳔리) 라보랴

리 믈의 가 길히나 보랴니

람이야 믈결이야 어둥졍 된뎌이고

샤공은 어 가고 븬 만 걸렷고

江天(간텬)의 혼자 셔셔 디 구버보니

님 다히 消息(소식)이 더옥 아득뎌이고

임이 계시는 곳의 소식을 어떻게든지 알려고 하니 오늘

도 거의 지나갔구나 내일이나 임의 소식을 전해줄 사

람이 올까 내 마음을 둘 곳이 없다 어디로 가자는 말

인가 (나무같은 것을) 잡기도 하고 밀기도 하면서 높

은 산에 올라가니 구름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안개는

또 무슨 일로 저렇게 기어 있는가 산천이 어두운데 해

와 달을 어떻게 보겠으며 지척을 모르겠는데 천 리나

되는 먼 곳을 (어떻게) 바라몰 수 있으랴 차라리 물가

에 서서 뱃길이나 보려고 하니 바람과 물결이 어수선하

게 되었구나 사공은 어디가고 빈 배만 걸려있는가 강

변에 홀로서서 지는 해를 굽어보니 임계신 곳의 소식이

더욱 아득하구나

rarr본사3-임의 소식을 애타게 기다림(을녀의 사설)

茅簷(모쳠) 자리의 밤듕만 도라오니

半壁(반벽) 靑燈(청등)은 눌 위야 갓고

오며 리며 헷드며 바자니니

져근덧 력진力盡(녁진)야 픗을 잠간 드니

精誠(정셩)이 지극야 의 님을 보니

玉(옥)튼 얼굴이 半(반)이나마 늘거셰라

의 머근 말 슬장 쟈니

눈믈이 바라나니 말인들 어이며

情(정)을 못다야 목이조차 몌여니

오뎐된 鷄聲(계셩)의 은 엇디 돗던고

초가집 차가운 잠자리에 한밤중이 돌아오니 벽에 걸려

있는 등불은 누구를 위하여 밝아 있는가 산을 올라가

기도 하고 내려가기도 하면서 헤메며 오락가락 돌아다

니다가 잠깐 사이에 힘이 다하여 풋잠이 잠깐 들었는

데 정성이 지극하여 꿈속에서 임을 보니 옥과 같이 곱

던 임의 얼굴이 반넘게 늙었구나 마음 속에 품은 생각

을 실컷 아뢰려고 하였더니 눈물이 잇달아 쏟아지니

말인들 어찌하며 정회도 다 못풀어 목마저 메어오니

방정맞은 닭울음소리에 잠은 어찌 깨었던가

rarr본사4-독수공방의 한과 꿈에서 만난 임

(을녀의 사설)

어와 虛事(허)로다 이 님이 어 간고

결의 니러 안자 窓(창)을 열고 라보니

어엿븐 그림재 날 조 이로다

리 싀여디어 落月(낙월)이나 되야이셔

님 겨신 窓(창) 안 번드시 비최리라

아아 헛된 일이로다 내 임이 어디 갔는고 꿈결에 일

어나 앉아 창을 열고 바라보니 불쌍한 그림자만이 나

를 따라올 뿐이로다 차라리 죽어서 지는 달이나 되어

임 계신 창 안에 환하게 비치리라

rarr결사-죽어서라도 임을 따르겠다는 다짐

(을녀의 사설)

각시님 이야니와 구 비나 되쇼셔

각시님 달은커녕 궂은 비나 되십시오

rarr결사-갑녀의 위로

〈해설〉

사미인곡의 속편으로 지은이가 동인(東人)으로 탄핵을

받고 고향인 전라남도 창평에 낙향해 있을 때에 임금

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두 여인의 대화 형식을 빌려 노

래한 작품이다 이 작품의 현대어 해석에 나와 있는 lsquo갑

녀(甲女)rsquo와 lsquo을녀(乙女)rsquo는 편의상 붙인 이름으로 갑녀

는 보조적 위치에 있는 화자이며 을녀가 지은이를 대

변하는 주된 화자이다 〈사미인곡〉과 더불어 가사 문

학의 최고봉이라 일컬어지는데 특히 순수한 우리말의

구사가 절묘하며 대화 형식으로 구성하여 표현에 참신

성을 더한 것은 lsquo금상첨화(錦上添花)rsquo라 할 수 있을 것

이다

홍만종은 〈순오지(旬五志)〉에서 이 작품을 제갈공명

의 〈출사표(出師表)〉에 비견할 만하다고 극찬하였으

며 서포 김만중은 〈서포만필(西浦漫筆)〉에서 ldquo예로부

터 우리 나라의 참된 문장은 오직 이 세 편(사미인곡

속미인곡 관동별곡)뿐이데다시 이 세편에 대하여 논할

것 같으면 그 중에서 속미인곡이 더욱 뛰어나다 관동

별곡과 사미인곡은 오히려 한자음을 빌려서 그 가사 내

용을 꾸민 데 지나지 않는다rdquo라고 하였다

규원가(閨怨歌)

허난설헌

엇그제 저멋더니 마 어이 다 늘거니

少年行樂(소년 행락) 생각니 일러도 속절업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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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거야 서른 말 자니 목이 멘다

엊그제 젊었었는데 어찌 벌써 다 늙어버렸는가 어린

시절에 즐겁게 지내던 일을 생각하니 말해 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 이렇게 늙은 뒤에 서러운 얘기를 하자니

목이 멘다

rarr기1-늙음의 한탄

父生母育(부생 모육) 辛苦(신고)야 이 내 몸 길러 낼

公侯配匹(공후 배필) 못 바라도 君子好逑(군자 호구) 願

(원)더니

三生(삼생)의 怨業(원업)이오 月下(월하)의 緣分(연분)으

長安遊俠(장안 유협) 輕薄子(경박자)를 치 만나 잇

서 當時(당시)의 용심(用心)기 살어름 디듸는 부모님이 나를 낳아서 고생하여 길러낼 때 높은 벼슬아

치의 배필을 바라지는 못했어도 훌륭한 남자의 좋은

짝이 되기를 원했더니 삼생의 원망스러운 업보요 월

하 빙인이 정해 준 연분으로 놀기 좋아하고 경박한 사

람을 꿈같이 만나 가지고 시집 간 뒤 조심하면서 마음

졸이기를 꼭 살얼음 디디듯하였다

rarr기2-젊은 시절의 회상

三五二八(삼오 이팔) 겨오 지나 天然麗質(천연 여질)절

로 이니

이 얼골 이 態度(태도)로 百年期約(백년 기약) 얏더니

年光(연광)이 훌훌고 造物(조물)이 多時(다시)야

봄바람 가을 믈이 뵈오리 북 지나듯

雪鬂花顔(설빈 화안) 어 가고 面目可憎(면목 가증) 되

거고나

내 올골 내 보거니 어느 님이 날 괼소냐

스스로 慙愧(참괴)니 누구를 怨望(원망)리

십오륙 세가 겨우 지나 타고난 아름다운 모습이 절로

나타나니 이 얼굴 이 태도로 (남편과)평생을 약속하였

더니 세월이 빨리 지나가고 조물주가 시기가 많아서

세월의 빠르기가 베 짤 때 북이 지나가는 듯 젊고 아

름다운 얼굴은 어디로 가고 추한 모습이 되었구나 내

얼굴을 내가 보아 알거니와 어느 임이 나를 사랑하겠는

가 스스로 생각해도 부끄러운데 누구를 원망하리

rarr기3-세월의 무상함과 늙음의 한탄

三三五五(삼삼 오오) 冶遊園(야유원)의 새 사람이 나단

말가

곳 피고 날 저물 제 定處(정처) 업시 나가 잇어

백마(白馬) 금편(金鞭)으로 어어 머므는고

원근(遠近)을 모르거니 消息(소식)이야 더욱 알랴

因緣(인연)을 긋쳐신들 각이야 업슬소냐

얼골을 못 보거든 그립기나 마르려믄

열두 김도 길샤 설흔 날 至理(지리)다

玉窓(옥창)에 심 梅花(매화) 몃 번이나 픠여진고

겨을 밤 차고 찬 제 자최눈 섯거 치고

여름날 길고 길 제 구 비 므스 일고

三春花柳(삼춘 화류) 好時節(호시절)의 景物(경물)이 시

름업다

가을 방에 들고 蟋蟀(실솔)이 床(상)에 울 제

긴 한 숨 디 눈물 속절업시 헴만 만타

아마도 모진 목숨 죽기도 어려울사

몇 명씩 떼지어 다니는 술집에 새 기생이 나타났다는

말인가 꽃 피고 날 저물 때 일정한 거처도 없이 나가

서 호사로운 차림새로 어디어디 가서 머므는가 바깥출

입이 없어 원근 지리를 모르는데 임의 소식이야 더구나

알 수 있으랴 인연을 끊었다고 하지만 임에 대한 생각

이야 어찌 없겠는가 만나지 못할 임이라면 그립지나

말일이지 하루도 열두때 길기도 하구나 한 달이 지루

하다 옥창에 심은 매화가 몇 번이나 피었다가 졌는고

겨울 밤 차고 찬 때에 눈보라가 섞어 치고 여름날 길고

긴 때에 궂은비는 또 무슨 일인가 꽃 피고 새 잎이 돋

는 좋은 계절 봄에도 보이는 경치가 시름이 없다 가을

달이 방에 비치고 귀뚜라미가 침상에서 울 때 긴 한숨

떨어지는 눈물에 헛되이 생각하는 것만 많다 아마도

모진 목숨 죽기도 어렵구나

rarr승-방탕한 남편에 대한 원망과 독수공방의 한

도로혀 풀쳐 혜니 이리 여 어이 리

靑燈(청등)을 돌라 노코 綠綺琴(녹기금) 빗기 안아

碧蓮花(벽련화) 한 곡조를 시름 조 섯거 타니

瀟相夜雨(소상야우)의 댓소리 섯도 華表(화표) 千年(천 년)의 別鶴(별학)이 우니 玉手(옥수)의 타는 手段(수단) 녯 소 잇다마芙蓉帳(부용장) 寂寞(적막)니 뉘 귀에 들리소니

肝腸(간장)이 九曲(구곡)되야 구븨구븨 쳐서라

돌이켜 여러 모로 생각해 보니 이렇게 살아서 어찌하겠

는가 등불을 돌려 놓고 녹기금을 비스듬히 안아 벽련

화 한 곡조를 시름까지 섞어 타니 소상강의 밤비에 대

나무 잎 소리가 섞여 들리는 듯 천년만에 돌아온 학이

화표주에 앉아 우니는 듯섬섬옥수로 타는 솜씨가 옛

소리를 간직하고 있다마는 부용장 안에 임이 없으니 누

구 귀에 들리겠는가 구곡간장이 굽이굽이 끊어지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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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구나

rarr전-거문고로 시름을 달램

하리 잠을 드러 의나 보려 니

바람의 디 닙과 풀 속에 우는 즘생

므스 일 원수로서 잠조차 오다

천상(天上)의 牽牛織女(견우 직녀) 銀河水(은하수) 박혀

서도

七月七夕(칠월 칠석)一年一度(일년 일도)失期(실기)치

아니거든

우리 님 가신 후는 무슨 弱水(약수) 가렷관듸

오거나 가거나 소식(消息)조차 쳣는고

欄干(난간)의 비겨 셔서 님 가신 바라보니

초로(草露) 맷쳐 잇고 暮雲(모운)이 디나갈 제

竹林(죽림) 푸른 고 새 소리 더욱 설다

세상의 서룬 사람 수업다 려니와

薄命(박명) 紅顔(홍안)이야 날 가니 이실가

아마도 이 님의 지위로 살동말동 여라

차라리 잠이 들어 꿈에서나 임을 보려하니 바람에 지는

나뭇잎과 풀 속에서 우는 벌레가 나와 무슨 원수가 졌

길래 잠조차 깨우는가 하늘의 견우 직녀는 은하수가

막고 있어도 일 년에 한 번 칠월 칠석날에는 기약을 어

기지 않고 만나는데 우리 임이 가신 후에는 무슨 약수

가 가로막고 있길래 오고 가는 소식조차 끊어졌는고

난간에 기대어 서서 임 계신 곳을 바라보니 풀잎에 이

슬은 맺혀있고 저녁 구름이 지나갈 때 대나무 숲 푸른

곳에 새 소리가 더욱 섧다 세상에 서러운 사람이 수없

이 많다고 하지만 기구한 팔자를 타고난 사람이야 나

같은 이가 또 있을까 아마도 임 때문에 살 듯 말 듯하

구나

rarr결-애타게 임을 기다리는 마음

〈감상〉

조선 시대 봉건 사회 제도 아래서 오직 인종(忍從)만을

미덕으로 알고 살아야 했던 부녀자의 한(恨)을 노래한

작품으로 일명 원부사(怨夫詞) 또는 원부사(怨夫辭)라

고도 한다 좋은 배필을 원했지만 뜻밖에도 경박스럽고

방탕한 남편을 만나 평생을 피맺힌 한(恨)과 그리움 속

에 보내야 하는 한 여인의 애달픈 사연을 통해 남성

위주의 사회가 가져오는 병폐를 실감 있게 형상화한 작

품이라 할 수 있다

Page 2: 구지가(龜 歌) - middle.gongbuwarac.commiddle.gongbuwarac.com/Common/Popup/FileDownloadAs.aspx?FileName=/ite… · 미륵(彌勒) 좌주(座主) 뫼셔롸. 미륵 좌주를 모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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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海歌)

龜乎龜乎出水路(구호구호출수로) 거북아 거북아 수로를 내놓아라

掠人婦女罪何極(약인부여죄하극) 남의 아내 훔쳐간 죄 얼마나 크랴

汝若悖逆不出獻(여약패역불출헌) 네 만일 거역하고 내놓지 않는다면

入網捕掠燔之喫(입망포약번지끽) 그물로 너를 잡아 구워 먹으리

배경설화gt 신라 성덕왕때 순정공이 강릉 태수로 부임하는 도중 임해정이란 곳에서 점심을 먹고 있었는

데 불현듯 해룡(海龍)이 나타나 그의 아내 수로 부인을 바다속을 납치해 갔다 공이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는데 한노인이 나타나 ldquo옛날 말에 여러 입은 쇠도 녹인다 하니 이제 바다속의 물건인들 어찌 여러 입

을 두려워하지 않으랴 경내의 백성을 모아 노래를 지어 부르고 막대로 언덕을 치면 부인을 찾을 수 있

으리라rdquo 라고 하였다 이에 공이 그 노인의 말대로 하였더니 용이 부인을 도로 내놓았다 한다

갈래gt 고대가요 한역시 서사시

성격gt 집단적 주술적 명령적

주제gt 수로 부인의 귀환을 기원함

주술적 구조에 따른 시상 전개gt 부름과 명령-gt 가정과 위협

의의gt lt구지가gt가 후대에 전승되었음을 알려 주는 시가(lt구지가gt와는 약 700년의 시차가 있음)

구지가와의 차이점gt 구지가는 왕의 강림 기원이고 해가는 재액 극복의 소망을 나타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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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

황조가(黃鳥歌) -유리왕

翩翩黃鳥(편편황조) 훨훨 나는 저 꾀꼬리

雌雄相依(자웅상의) 암수 다정히 즐기는데

念我之獨(염아지독) 외로워라 이 내 몸은

誰其與歸(수기여귀) 뉘와 함께 돌아갈꼬

배경설화gt 고구려 제 2대왕인 유리왕 3년 7월 왕은 골천에 이궁(離宮)을 지었다 10월에 왕비 송씨가

죽자 왕은 두 여자를 계비로 맞았는데 하나는 골천 사람의 딸인 화희였고 하나는 한인(漢人)의 딸 치

희였다 두 여자가 사랑을 다투어 서로 화목하지 못하자 왕은 양곡의 동서에 두 궁전을 짓고 그들을 각

각 살게 하엿다 훗날 왕은 기산으로 사냥을 나가서 이레 동안 돌아오지 않았는데 두 여자는 서로 싸움

을 벌였다 화희가 치희를 꾸짖기를 ldquo너는 한가의 비첩으로 무례함이 어찌 그렇게 심한가rdquo 하니 치희

는 부끄럽고 분하여 제 집으로 돌아가 버렸다 왕이 이 말을 듣고 곧 말을 달려 쫓아 갔으나 치희는 노

여워 돌아오지 않았다 왕은 일찍이 나무 그늘 밑에서 쉬고 있었는데 때마침 나뭇가지에 꾀꼬리들이 모

여 들고 있었다 왕이 그것을 보고 느낀 바 있어 노래 황조가를 불렀다

갈래gt 고대가요 4언4구의 한역시가

성격gt 서정적 애상적

표현gt ① 자연물을 빌어 우의적으로 표현 대조법 의태법

② 선경후정의 시상 전개

제재gt 꾀꼬리

주제gt 사랑하는 임을 잃은 슬픔

의의gt ① 현재 전하는 가장 오래된 개인적 서정시 ② 집단 가요에서 개인적 서정시로 넘어가는 단계의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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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

공무도하가(公無渡河歌) - 백수광부(白首狂夫)의 아내

公無渡河(공무도하) 임이여 물을 건너지 마오

公竟渡河(공경도하) 임은 그예 물을 건너시네

墮河而死(타하이사) 물에 휩쓸려 돌아가시니

當奈公何(당내공하) 가신 임을 어찌할꼬

배경설화gt 조선의 뱃사공 곽리자고가 아침 일찍 일어나 배를 손질하고 있었다 그때 머리가 허옇게 센

미치광이 백수광부 한 사람이 머리를 풀어 헤친 채 술병을 쥐고는 어지러이 흐르는 강물을 건너고 있었

다 그 뒤를 그의 아내가 따르며 말렸으나 미치지 못해 그 미치광이는 끝내 물에 빠져 죽고 말았다 이

에 그의 아내는 공후를 뜯으면서 공무도하의 노래를 지었는데 그 목소리가 아주 슬펐다 노래가 끝나자

그의 아내 또한 스스로 물에 몸을 던져 죽었다 이러한 광경을 처음부터 목격한 곽리자고는 돌아와 자

기 아내 여옥에게 이야기 하면서 노래를 들려주었다 여옥은 슬퍼 공후를 뜯으면서 그 노래를 불렀다

듣는 사람들 중에 눈물을 흘리지 않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여옥은 이 노래를 이웃에 사는 여용에게

전하였다 이 노래를 이름하여 lsquo공후인rsquo이라 하였다

갈래gt 고대 가요 한역 시가 서정시

성격gt 서정적 애상적 체념적

형식gt 4언 4구체

표현gt 직설법 직접적이고 절박한 표현

별칭gt 공후인(箜篌引)

제제gt 물을 건너는 임

주제gt 임을 여읜 슬픔

의의gt ① 우리나라 최고(最古)의 서정가요 ② 집단 가요에서 개인적 서정시로 넘어가는 시기의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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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읍사(井邑詞) -어느 행상인의 아내

하 노피곰 도샤 달님이시여 높이높이 돋으시어

어긔야 머리곰 비취오시라 멀리멀리 비춰 주소서

어귀야 어강됴리

아으 다롱디리

져재 녀러신고요 시장에 가 계신가요

어긔야 즌 ㅣ드ㅣ욜셰라 위험한 곳을 디딜까 두렵습니다

어긔야 어강됴리

아으 다롱디리

어느이다 노코시라 어느 곳에서나 놓으십시오

어긔야 내 가논 ㅣ졈그셰라 당신 가시는 곳에 저물까 두렵습니다

어긔야 어강됴리

아으 다롱디리

배경설화gt 정읍은 전주 속현으로 이 고을 사람들이 행상을 떠나 오래도록 돌아오지 않자 그 아내가 산

위 바위에 올라가 남편이 있을 곳을 바라보면서 남편이 밤길에 오다가 해나 입지 않을가 염려되어 이노

래를 불렀다고 한다 세상에서 전하기를 남편을 기다리던 언덕에 망부석이 남아 있다고 한다

갈래gt 고대 가요 백제 가요 서정시 3장 6구의 시가

성격gt 서정적 비유적

제재gt 남편에 대한 염려

주제gt 행상 나간 남편의 안전을 기원

의의gt ① 현재 전하는 유일한 백제가요 ② 가장 오래된 국문 노래 ③ 시조 형식의 원형을 가진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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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라의 향가 】

찬기파랑가(讚耆婆郞歌) -충담사

열어 젖히니

나타난 달이

흰구름을 쫓아 떠가는 것이 아닌가

새파란 냇물에

기파랑의 모습이 있구나

이로부터 냇물의 조약돌에

기파랑이 지니시던

마음의 끝을 좆고 싶어라

아아 잣나무 가지처럼 그 기품이 드높아

서리에도 굽히지 않을 화랑 장(長)이여

삼국유사에 사뇌가로 소개되어 있어서 찬기파랑 사뇌가라고도 불린다(사뇌가=향가)

승려인 충담사가 화랑인 기파랑을 추모하여 지음

찬기파랑가는 현존하는 향가 중 유일하게 제작 동기나 배경 기술이 없다

기울어가는 신라를 기파랑에 비유 신라의 부활을 기대한다는 내용의 해석도 있다

10구체 향가는 보통 442로 구성된 개인적 서정시인데 찬기파랑가는 352로 되어 있음

제재 기파랑의 인품

주제 기파랑의 높은 인품을 추모함

성격 추모적 예찬적 서정적

표현법 문답법 (문사 답사) 은유법 상징법(향가 중 고도의 상징법을 표현한 최고의 백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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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민가(安民歌) -충담사

임금은 아비요

신하는 사랑하실 어머니요

백성은 어리석은 아이라고 하실진데 백성들이 사랑을 알리다

구물대며 살아가는 백성들

이를 먹여 다스려져

이 땅을 버리고 어디 가려 할지면

나라 안이 유지될 줄 알지어다

아아 군답게 신답게 민답게 할지면

나라 안이 태평하나이다

성격gt 유교적(치국안민) 교훈적

표현gt 논리적 직설적

주제gt 나라를 다스리는 올바른 길

의의gt ①유교적 이념을 노래한 유일한 향가 ② 표현동기(예술 여흥)보다 전달동기(목적성 교훈)가 강하

배경설화gt 이 노래는 승려인 충담사가 경덕왕의 명을 받아 치국안민의 도리를 밝힌 것으로 현전 향가

중 유일하게 유교적 이념을 노래한 작품이고 강한 목적성을 드러내고 있다 경덕왕 시절에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 많았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더 안정된 나라를 이룩할 것인가가 관심사였다 충담사는 이 작품

에서 임금을 아버지 신하를 어머니 백성을 자식으로 생각하여 그 셋의 관계가 원만해질 것이라는 논리

를 펴고 있다 소박하면서도 당시의 모습과 사회정치적 윤리관이 깔려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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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

처용가(處容歌) - 처용

긔 래 서울 밝은 달밤에

밤드리 노니다가 밤늦도록 놀고 지내다가

드러 자리보곤 들어와 자리를 보니

가리 네히어라 다리가 넷이로구나

둘흔 내해엇고 둘은 내것이지만

둘흔 뉘해언고 둘은 누구의 것인고

본 내해다마 본디 내것이다만

아 엇디릿고 빼앗긴 것을 어찌하리

처용 lt삼국유사gt의 기록에 의하면 처용은 동해 용왕의 일곱 아들 가운데 하나이다 그러나 이는 그가 동해 용왕

을 모시는 무당 가운데 한 사람이었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헌강왕의 정치를 도왔으며 역신이 아내와 동침하는 것

을 보고 lsquo처용가rsquo를 지어 불러 역신을 물리쳤다고 한다

배경설화gt 신라 제 49대 헌강왕 대에는 서울에서 지방까지 집과 단이 연이어져 있고 초가집은 하나도 없었다 길

거리에 풍악이 그치지 않고 비바람도 사철 순조로왔다 이때에 대왕이 개운포에 놀러 나갔다가 물가에서 쉬는데 문

득 짙은 구름과 안개가 끼어 길을 분간하기 어려웠다 괴이하게 여겨 좌우에 물으니 일관(日官)이 아뢰기를 ldquo이는

동해 용왕이 조화이므로 마땅히 용왕을 위해 좋은 일을 하여 그 마음을 풀어 주셔야 합니다 rdquo 하였다 왕은 곧 용

을 위하여 근처에 절을 세우도록 명하였다 왕의 명령이 떨어지자 안개가 걷히고 구름이 개었으므로 그 지역을 lsquo개

운포rsquo라 이름 지었다

이윽고 동해 용왕이 기뻐하여 일곱 아들을 데리고 헌강왕 앞에 나와 춤을 추며 용궁 풍악을 아뢰게 했다 그때 용

왕의 아들 하나가 헌강왕을 따라 서울에 와서 정사(政事)를 보좌하였는데 이름을 lsquo처용rsquo이라 했다 왕은 미녀를 골

라 아내를 삼게 하고 급간 벼슬을 주어 머물게 했다 그의 아내가 매우 아름다웠으므로 역신이 흠모하여 사람의

형상을 꾸며 밤에 몰래 들어와 동침했다 밖에서 놀다가 밤 늦게 돌아온 처용은 그 광경을 보고 노래를 부르고 춤

을 추며 물러나갔다 그러자 역신이 감복하여 모습을 나타내어 앞에 꿇어 앉아 이후에는 처용의 얼굴을 그린 그림

만 보아도 그 문안에는 들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이로 인하여 나라 사람들은 처용의 형상을 문에 붙여서 사악한 기

운을 쫓고 경사(慶事)를 맞는 표시로 삼게 되었다

갈래gt 8구체 향가

성격gt 주술적

표현gt 풍자법 제유법

제재gt 역신(疫神)의 침범

주제gt 아내를 범한 역신을 쫓아냄

화자의 태도gt체념적 관용적

의의gt 신라 향가의 마지막 작품

lt구지가gt lt해가gt 로부터 이어지는 주술 시가의 맥을 잇는 작품이다

벽사(辟邪)진경(進慶) 사악한 귀신을 물리치고 경사를 맞아들임

민속에서 형성된 무가(巫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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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

제망매가(祭亡妹歌) - 월명사

生死(생사) 길흔 삶과 죽음의 길은

이에 이샤매 머믓거리고 이에 있음에 머뭇거리고

나 가다말ㅅ도 나는 간다는 말도

몯다 니르고 가닛고 못 다 이르고 갔는가

어느 이른 매 어는 가을 이른 바람에

이에뎌에 러딜 닙 여기저기에 떨어지는 나뭇잎처럼

가지라 나고 같은 나뭇가지에 나고서도

가논 곧 모론뎌 가는 곳을 모르겠구나

아야 彌陁刹(미타찰) 아맛보올 나 아아 극락 세계에서 만나 볼 나는

道(도)닷가 기드리고다 불도를 닦으며 기다리겠노라

배경설화gt 일찍 죽은 누이를 위하여 월명사가 재를 올릴 때 향가를 지어 제사를 지냈다 월명사가 향가

를 부르자 홀연히 광풍이 일어 지전을 서쪽으로 날려 보내 없어지게 했다

갈래gt 10구체 향가

성격gt 애상적 추모적 서정적 종교적

주제gt 죽은 누이의 명복을 빎

화자의 태도gt 슬픔을 종교적으로 극복하려 함

화자의 어조gt 비애와 의지의 어조

표현gt 정제되고 세련된 표현기교 비유적 표현

의의gt ① 10구체 향가의 대표작 ② 뛰어난 비유를 통해 인간고의 종교적 승화를 노래함

③ lt찬기파랑가gt와 함께 향가 중 표현 기교와 서정성이 가장 뛰어난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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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

도솔가(兜率歌) -월명사

오 이에 산화(散花) 블어 오늘 이에 lsquo산화rsquo의 노래를 불러

고자 너는 뿌리온 꽃아 너는

고 명(命)ㅅ 브리디 곧은 마음의 명을 심부름하옵기에

미륵(彌勒) 좌주(座主) 뫼셔롸 미륵 좌주를 모셔라

배경설화gt 신라 경덕왕 때 해가 둘 나타나서 열흘동안 없어지지 않았다 천문 관측을 맡은 관원이 아뢰

기를 ldquo인연이 있는 스님을 청하여 꽃을 뿌리며 공덕을 비는 예식을 거행하면 재앙을 물리칠 수 있습니

다rdquo 하였다 이에 왕이 인연있는 스님 오기를 기다렸다 이때 월명사가 남쪽 길을 가고 있었는데 왕이

그를 불러 단을 열고 기도하는 글을 짓도록 명령하였다 월명사가 lt도솔가gt를 지어 부르자 두 해의 괴

변이 사라졌다

갈래gt 4구체 향가

성격gt 불교적 주술적

주제gt 산화공덕을 통해 국가의 변괴를 막고자 함

배경설화에 나타난 lsquo두 해rsquo의 의미 lsquo해rsquo는 군주 또는 신을 상징하므로 두 해가 함께 나타났다는 것은 현

재의 왕에 도전할 세력의 출현을 암시한다 이러한 혼돈을 막기 위해 산화공덕의 의식이 행해지고 lt도

솔가gt가 불려진 것이다

헌화가(獻花歌) -어느 노인

지뵈 바회 자줏빛 바위가에

자온손 암쇼 노히시고 잡고 있는 암소 놓게 하시고

나 안디 붓그리샤 나를 아니 부끄러워하신다면

고 것거 바도림다 꽃을 꺾어 바치오리다

배경설화gt 신라 성덕왕 때 순정공이 강릉태수로 부임하는 길에 바닷가에 머물러 점심을 먹었는데 높은

산봉우리 위에 철쭉꽃이 무성하게 피어 있었다 순정공의 부인 수로가 ldquo꽃을 꺾어다 바칠 사람이 그 누

구인고rdquo 하니 종자(從者)들이 ldquo사람의 발자취가 다다를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rdquo 라고 말하며 나서는 사

람이 없었다 그때 곁으로 암소를 끌고 지나가던 노옹이 그 꽃을 꺾어 바치면서 이 노래를 지어 불렀다

그 노옹이 어떤 사람인지는 알 수 없었다

갈래gt 4구체 향가

성격gt 민요적 서정적

주제gt 수로부인에 대한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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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왕생가(願王生歌) -광덕

달님이시여 이제

서방까지 가셔서

무량수불 앞에

일러다가 사뢰소서

다짐 깊으신 불존에 우러러

두 손을 모아

원왕생 원왕생

그릴 사람 있다고 사뢰소서

아아 이 몸을 버려 두고

사십팔대원 이루실까

갈래gt 10구체 향가 기원가(祈願歌) 불교 신앙의 노래

성격gt 기원적 불교적

제재gt 극락에서 다시 태어나기를 바라는 마음 달

주제gt 아미타불에게 귀의하고자 하는 간절한 소망 서방 정토로의 극락왕생(極樂往生죽어서 극락세계에

다시 태어남) 희구

무량수불은 서방정토에 있는 아미타불로서 이 부처에게 염하면 극락 세계에 간다고 했다 원왕생가의

화자는 달로 하여금 서방의 극락 정토를 주재하는 아미타불에게 자신의 뜻을 알리도록 청원을 하고 있

다 따라서 무량수불은 화자의 소원을 들어주는 대상이다

원왕생가에서 달은 기원의 대상

달은 어두운 밤에 등장하고 그 달은 어두움을 밝혀 주는 광명의 달

신적인 달

인생이라는 고뇌의 바다를 밝히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는 것처럼 인식

광덕은 아미타불에게 귀의하고자 하는 마음을 달에게 의탁

즉 달을 통해 서정적 자아의 불교적 신앙심을 형상화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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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려 속요 】

청산별곡

살겠노라 살겠노라 청산에 살겠노라

머루와 다래를 먹고 청산에 살겠노라

우는구나 우는구나 새여 자고 일어나 우는구나 새여

너보다 시름 많은 나도 자고 일어나 울고 있노라

가는 새 가는 새 본다 물 아래로 날아가는 새 본다

이끼 묻은 쟁기(농기구)를 가지고 물아래로 날아가는

새 본다

이럭저럭 하여 낮은 재내 왔건만

올 사람도 갈 사람도 없는 밤은 또 어찌할 것인가

어디다 던지는 돌인가 누구를 맞히려는 돌인가

미워할 이도 사랑할 이도 없이 사랑할 이도 없이 맞아

서 울고 있노라

살겠노라 살겠노라 바다에 살겠노라

나문재 굴 조개를 먹고 바다에 살겠노라

가다가 가다가 듣노라 외딴 부엌을 지나가다가 듣노라

사슴이 장대에 올라가서 해금(奚琴)을 켜는 것을 듣노

가더니 불룩한 술독에 진한 술을 빚는구나

조롱박꽃 모양의 누룩(냄새)이 매워 (나를) 붙잡으니 나

는 어찌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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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소재 이미지 내용

1 청산 사람의 현장과의 대칭으로서의 자연 자연에서 살 수밖에 없음

2 새 함께 비탄하는 유일한 벗 새와 함께 비탄함

3 새 자신의 분신 속세에의 미련 속세에의 미련으로 번민함

4 밤 절망적인 고독 고독으로 인하여 괴로워함

5 돌 운명 고독을 운명으로 생각함

6 바다 삶의 현장의 또 다른 대칭으로서의 자연 새로운 환경을 찾아 감

7 사슴 비애(悲哀)의 감정을 이완시킴 기적을 바라는 희망

8 강술 비애의 초극을 가능케 하는 매개체 술에서 구원을 찾음

형식 전 8연의 분장체 매 연 4구운율 3middot3middot2조 3음보어조 시름과 근심에 젖은 애조 띤 목소리성격 현실 도피적 애상적 평민 문학(해석에 따라서는 낙천적으로 보는 이도 있음)주제 현실에의 체념 생의 고독과 비애 삶의 고뇌와 비애 실연의 애상(哀傷) 삶의 터전을 잃은 유랑인의 슬픔 임을 잃은 여인의 처절한 삶과 임을 향한 그리움의의 고려 속요 중 서경별곡과 함께 비유성과 창작성이 뛰어나며 문학성 또한 빼어나다 고려인들의 삶의 애환을 반영한 작품으로서 고려인의 정서가 잘 나타나 있고 음악적 효과가 가장 뛰어난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다 사상적인 면에서는 극단적인 현실 도피 내지는 현실 부정의 면모를 보이고 있다표현 반복법 상징법구성 기(1연) - 승(234연) - 전(567연) - 결(8연)의 4단 구성

+각 연의 소재 이미지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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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별곡

서경(평양)이 서경이 서울이지마는

중수(重修)한 곳인(새로 닦은 곳) 소성경(서경)을

사랑합니다마는

임을 이별할 것이라면 차라리 길쌈하던 베를 버

리고서라도

사랑만 해주신다면 울면서 따라가겠습니다

구슬이 바위 위에 떨어진들

끈이야 끊어지겠습니까

(임과 헤어져) 천 년을 홀로 살아간들

사랑하는 임을 믿는 마음이야 끊기고 변할 리가

있겠습니까

대동강이 대동강이 넓은 줄을 몰라서

배를 내어 놓았느냐 사공아

네 아내가 놀아난 줄도 모르고

다니는 배에 몸을 실었느냐 사공아

대동강 건너편 꽃을

배를 타고 건너편에 들어가면 배를 타고 건너편

에 들어가면 꺾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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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별곡 가시리

차이점 적극적이고 활달한 고려 시대의 여성상인고와 순정을 미덕으로 간직하는

여성상

공통점 이별의 정한을 노래한 고려 가요이며 화자의 목소리가 여성적임

갈래 고려 가요

성격 진솔(眞率) 직선적 적극적

형식 3음보로 매연 끝에 후렴 분연체 3연 14절 (3middot3middot3조가 주류)

제재 임과의 이별

주제 이별의 정한 이별의 슬픔

표현 반복법 설의법 비유법을 통해 감정을 진솔하고 직설적 적극적으로 표현함

구성 여자가 떠나는 남자에게 말을 건네는 희곡적 구조로 전 3연으로 구성되어 있고 매 연은 4구로

되어 있으며 총 14연

특징 아즐가라는 의미 없는 말을 넣고 매구 끝에는 후렴구가 있음 조선시대에 남녀상열지사(男女相

悅之詞)라 비판받기도 했는데 그 이유는 배 타들면 것고리이다는 여인의 정조를 범한다는 의미로 유

교사회에서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 서경별곡과 가시리의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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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가 징이여 돌이여 지금에 계시옵니다

징이여 돌이여 지금에 계시옵니다

이 좋은 성대에 놀고 싶사옵니다

사각사각 가는 모래 벼랑에

사각사각 가는 모래 벼랑에

구운 밤 닷 되를 심으오이다

그 밤이 움이 돋아 싹이 나야만

그 밤이 움이 돋아 싹이 나야만

유덕하신 님 여의고 싶습니다

옥으로 연꽃을 새기옵니다

옥으로 연꽃을 새기옵니다

바위 위에 접을 붙이옵니다

그 꽃이 세 묶음 피어야만

그 꽃이 세 묶음 피어야만

유덕하신 님 여의고 싶습니다

무쇠로 철릭을 마름질해

무쇠로 철릭을 마름질해

철사로 주름 박습니다

그 옷이 다 헐어야만

그 옷이 다 헐어야만

유덕하신 님 여의고 싶습니다

무쇠로 황소를 만들어다가

무쇠로 황소를 만들어다가

쇠나무산에 놓습니다

그 소가 쇠풀을 먹어야

그 소가 쇠풀을 먹어야

유덕하신 님 여의고 싶습니다

구슬이 바위에 떨어진들

구슬이 바위에 떨어진들

끈이야 끊어지겠습니까

천 년을 외따로이 살아간들

천 년을 외따로이 살아간들

믿음이야 끊어지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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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래 고려 가요 고려 속요 장가(長歌) 전 6연 1연은 3구 2-6연은 6구 3음보

형식 전 6연의 분연체 1연은 3구 2~6연은 6구 3음보 3 3 4조

성격 서정적 민요적

구성 서사 - 본사 - 결사의 3단 구성

1연 기 태평성대를 갈구함

2연 -5연 서 불가능한 상황 설정으로 영원한 사랑을 갈구함

6연 결 임에 대한 끊임없는 사랑과 믿음

표현 반복법(운율을 형성하며 주제를 부각시키기 위해 사용)과장법 역설법 반어법을 사용하여 불가

능한 것을 가능으로 설정해 놓고 영원한 사랑을 역설적으로 노래했고 한 연에 똑같이 되풀이 되는 2구

가 있어 감정을 강조하고 있으며 소망형인 어미로 끝내면서 화자의 간절한 소망을 느끼게 하고 있다

제재 임에 대한 사랑

주제 임에 대한 영원한 사랑 임에의 영원한 연모의 정 태평 성대(太平聖代)의 기원)

의의 대부분의 고려 가요가 이별이나 애원 또는 향락의 정서를 읊고 있는 데 반해 영원한 사랑을 주

제로 하고 있는 것이 특색이다 불가능한 상황 설정을 통해 사랑의 절실함을 표현하고 있다

가시리

가시겠습니까 가시겠습니까

나를 버리고 가시겠습니까

나는 어찌 살라 하고 버리고 가시렵니까

붙잡아 둘 일이지마는 서운하면 아니 올까 두렵습니다

서러운 임을 보내옵나니

가자마자 곧 가시는 것처럼 돌아서서 오십시오

갈래 고려 속요 lsquo귀호곡(歸乎曲)rsquo 이라고도 함

형식 분절체 4연 각 2구의 분연체(分聯體)

성격 서정적 민요적

운율 외재율 3middot3middot2조 3음보

구성 4단 구성 기middot승middot전middot결

제재 임과의 이별

주제 이별의 정한(情恨)과 애이불비(哀而不悲)의 사랑

기 뜻밖의 이별에 대한 놀라움과 원망에 찬 하소연

승 하소연의 고조 또는 슬픔의 고조

전 감정의 절제와 체념

결 이별 후의 소망과 기원(주제연)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18 -

동동

덕은 뒤에 바치옵고 복은 앞에 바치오니

덕이며 복이라 하는 것을 진상하러 오십시오

정월 냇물은 아아 얼려 녹으려 하는데

세상에 태어나서 이 몸이여 홀로 살아가는구나

2월 보름에 아아높이 켜놓은 등불 같구나

만인을 비추실 모습이시도다

3월 지나며 핀 아아 늦봄의 진달래꽃이여

남이 부러워할 모습을 지니고 태어났구나

4월을 잊지 않고 아아 오는구나 꾀꼬리새여

무엇 때문에 녹사님은 옛날을 잊고계시는가

5월 5일(단오)에 아아 단옷날 아침 약은

천 년을 사실 약이기에 바치옵니다

6월 보름(유두일)에 아아 벼랑에 버린 빗같구나

돌아보실 임을 잠시나마 따르겠나이다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19 -

7월 보름에 아아 여러 가지 제물을 벌여 놓고

임과 함께 살고자 소원을 비옵니다

8월 보름은 아아 한가윗날이지마는

임을 모시고 지내야만 오늘이 뜻 있는 한가윗날

입니다

9월 9일에 아아 약이라고 먹는

노란 국화꽃이 집 안에 피니 초가집이 고요하구

10월에 아아 잘게 썰은 보리수나무 같구나

꺾어 버리신 후에 지니실 한 분이 없으시도다

11월에 봉당 자리에 아아 홑적삼을 덮고 누워

임을 그리며 살아가는 나는 너무나 슬프구나

12월에 분지나무로 깎은 아아 소반 위의 젓가락

같구나

임의 앞에 들어 가지런히 놓으니 손님이 가져다

가 뭅니다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20 -

만전춘

얼음 위에 댓닢 자리를 보아

임과 나와 얼어죽을망정

얼음 위에 댓닢 자리를 보아

임과 나와 얼어죽을망정

정을 준 오늘 밤 더디 새어라 더디 새어라

잊히지 않고 늘 염려스러운 외로운 베갯머리에

어찌 잠이 오리오

서쪽 창문을 여니 복숭아꽃이 피어나는구나

복숭아꽃이 걱정 없이 봄바람에 웃는구나 봄바람

에 웃는구나

넋이라도 임과 한 곳에

함께 지내는 모습 그리더니

넋이라도 임과 한 곳에

함께 지내는 모습 그리더니

우기던 사람이 누구였습니까 누구였습니까

오리야 오리야

어린 비오리야

여울일랑 어디 두고

소에 자러 오는가

소 곧 얼면

여울도 좋습니다 여울도 좋습니다

남산에 자리 보아

옥산을 베고 누워

금수산 이불 안에

사향 각시를 안고 누워

남산에 자리 보아

옥산을 베고 누워

금수산 이불 안에

사향 각시를 안고 누워

약 든 가슴을 맞춥시다 맞춥시다

알아주소서 임이시여 영원히 이별할 줄 모르고

지냅시다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21 -

갈래 고려 속요성격 연가 남녀상열지사 향락적 퇴폐적형식 5연으로 이루어진 분연체로 결사를 포함하여 전 6연으로 보기도 함제재 남녀간의 사랑 또는 애정특징 남녀간의 애정을 가식 없이 진솔하고도 적나라 하게 표현했고 비유와 상징 반어와 역설 감각적인 언어로 감정의 표현이 진솔하여 문학성이 높은 편주제 변치 않는 사랑에 대한 소망 임과의 영원한 사랑 기원(임과의 사랑을 직설적으로 드러냄)의의 2연과 5연이 시조 형태에 근접하고 있어 시조의 기원을 찾는 자료로서 주목받음

1연 죽음보다 강한 사랑의 정열2연 임 생각에 밤을 지새우는 애처로움3연 사랑을 배신한 임에 대한 원망4연 무절제한 사랑을 하는 임에 대한 풍자5연 임에 대한 욕망과 상상6연 임과의 이별 없는 영원한 만남을 염원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22 -

【 가사

(

歌辭

)

상춘곡(賞春曲)

정 극 인

紅塵(홍진)에 뭇친 분네 이내 生涯(생애) 엇

더고

風流(풍류)

가天地間(천지간) 男子(남자) 몸이 날만 이

하건마

山林(산림)에 뭇쳐 이셔 至樂(지

락)을

것가

數間茅屋(수간모옥)을 碧溪水(벽계수)

앒픠

고 松竹(송죽) 鬱鬱裏(울울리)예 風月主人(풍

월 주인) 되어셔라

속세에 묻혀 사는 분들이여 이 나의 생활이 어떠한가

옛 사람들의 운치 있는 생활을 내가 따를까 못따를까

천지간 남자로 태어난 몸으로서 나만한 사람이 많건마

는 왜 그들은 자연에 묻혀사는 지극한 즐거움을 모르는

것인가

몇 간쯤 되는 초가집을 맑은 시냇물 앞에 지어 놓고소

나무와 대나무가 우거진 속에 자연의 주인이 되었구나

서사-자연에 묻혀 사는 즐거움

엇그제 겨을 지나 새봄이

돌아오니桃花杏花(도화행화)

夕陽裏(석양

리)예 퓌여 잇고綠楊芳草(녹양방초)

細(우

중)에 프르도다칼로

아 낸가붓으로 그려낸

가造化神功(조화신공)이 物物(물물)마다 헌

엊그제 겨울이 지나 새봄이 돌아오니 복숭아꽃과 살구

꽃은 저녁 햇빛 속에 피어 있고 푸른 버들과 아름다운

풀은 가랑비 속에 푸르도다 칼로 재단해 내었는가 붓

으로 그려 내었는가 조물주의 신비스러운 솜씨가 사물

마다 야단스럽구나

본사 1-봄의 아름다운 경치

수풀에 우

春氣(춘기)

내 계

워 소

마다 嬌態(교태)로다 物我一體

(물아일체)어니 興(흥)이

소냐 柴扉(시

비)예 거러 보고 亭子(정자)애 안자 보니 逍

遙吟詠(소요 음영)

야 山日(산일)이 寂寂(적

적)

閑中眞味(한중진미)

알 니 업시 호

재로다

수풀에 우는 새는 봄 기운을 끝내 못 이겨 소리마다 아

양을 떠는 모습이로다

자연과 내가 한 몸이거니 흥겨움이야 다르겠는가 사립

문 주변을 걷기도 하고 정자에 앉아 보기도 하니 천천

히 거닐며 나직이 시를 읊조려 산 속의 하루가 적적한

데 한가로움 속의 참된 즐거움을 아는 사람이 없이 혼

자로구나

본사 2-봄의흥취

이바 니웃드라山水(산수) 구경 가쟈스라 踏靑

(답청)으란 오

고 浴沂(욕기)란 來日(내

일)

새 아

에 採山(채산)

고 나조

釣水

(조수)

여보게 이웃 사람들이여 산수 구경을 가자꾸나 산책

은 오늘하고 냇물에서 목욕하는 것은 내일 하세 아침

에 산나물을 캐고 저녁에 낚시질을 하세

본사 3-산수 구경 권유

괴어 닉은 술을 葛巾(갈건)으

로 밧타 노코 곳나모 가지 것거 수 노코 먹

으리라 和風(화풍)이 건

부러 綠水(녹수)

건너오니 淸香(청향)은 잔에 지고 落紅(낙

홍)은 옷새 진다 樽中(준중)이 뷔엿거

려 알외어라 小童(소동) 아

려 酒家(주가)

에 술을 믈어얼운은 막대 집고아

술을 메고

微吟緩步(미음 완보)

야 시냇

의 호자 안자

明沙(명사) 조 믈에 잔 시어 부어 들고 淸流(청

류)

굽어보니

니 桃花(도화)ㅣ로다 武陵

(무릉)이 갓갑도다 져

거인고

이제 막 익은 술을 갈건으로 거러 놓고 꽃나무 가지를

꺾어 잔 수를 세면서 먹으리라 화창한 바람이 문득 불

어서 푸른 시냇물을 건너오니 맑은 향기는 술잔에 가

득하고 붉은 꽃잎은 옷에 떨어진다 술동이 안이 비었

으면 나더러 아뢰어라 조그만 아이를 시켜 술집에서

술을 사 가지고 어른은 지팡이를 짚고 아이는 술을 메

고 나직이 읊조리며 천천히 걸어 시냇가에 혼자 앉아

고운 모래가 비치는 맑은 물에 잔 씻어 술을 부어 들

고 맑은 시냇물을 굽어보니 떠내려오는 것이 복숭아꽃

이로다 무릉도원이 가까이 있구나 저 들이 바로 그것

인가

본사 4-술과 풍류

松間(송간) 細路(세로)에 杜鵑花(두견화)

부치 들

고峰頭(봉두)에 급피 올나 구름 소긔

안자 보니 千村萬落(천촌만락)이 곳곳이 버러 잇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23 -

煙霞日輝(연하일휘)

錦繡(금수)

엇그제 검은 들이 봄빗도 有餘(유여)

소나무 사이 좁은 길로 진달래꽃을 손에 들고

산봉우리에 급히 올라 구름 속에 앉아보니 수많은 촌

락들이 곳곳에 벌여 있네 안개와 놀과 빛나는 햇살은

아름다운 비단을 펼쳐 놓은 듯 엊그제까지도 거뭇거뭇

했던 들판이 이제 봄빛이 넘치는구나

본사 5-산봉우리에서의 조망

功名(공명)도 날

우고富貴(부귀)도 날

우니淸

風明月이(청풍명월) 外(외)예 엇던 벗이 잇

올고

簞瓢陋巷(단표누항)에 흣튼 혜음 아니

아모

타 百年行樂(백년행락)이 이만

엇지

공명과 부귀가 모두 나를 꺼리니 아름다운 자연 외에

어떤 벗이 있으리오 비록 가난하게 살고 있지만 잡스

러운 생각은 아니하네 아무튼 한평생 즐겁게 지내는

것이 이만하면 족하지 않겠는가

결사-안빈 낙도

면앙정가(俛仰亭歌)

송 순

无等山(무등산) 활기 뫼히 동다히로

버더 이셔 霽月峯(제월봉)이 되여거

無邊大野(무변대야)의 므

짐쟉

노라

닐곱 구

움쳐 무득무득 버럿

가온대 구

굼긔든 늘근 뇽이 선

머리

언쳐시니

무등산 한 줄기 산이 동쪽으로 뻗어 있어 멀리 떼

어 버리고 나와 제월봉이 되었거늘 끝없이 넓은

들판에 무슨 속셈을 가지고 일곱 구비가 한 곳에

움추리어 무더기 무더기 벌여 놓은 듯 가운데 구

비는 구멍에 든 늙은 용이 풋잠을 이제 막 깨어

머리를 얹어 놓고 있는 것 같으니

rarr서사 1 - 제월봉의 위치와 형세

바희 우

松竹(송죽)을 혜혀고

정자

언쳐시니

구름

靑鶴(청학)이 千里(천 리)를 가리라

래 버렷

넓고 평평한 바위 위에 소나무 대나무를 헤치고

정자를 앉혔으니 구름을 탄 푸른 학이 천 리를

가려고 두 날개를 벌리고 있는 듯하다

rarr서사2 - 면앙정의 모습

玉泉山(옥천산) 龍泉山(용천산)

린 믈이

亭子(정자) 압 너븐 들

兀兀(올올)히 펴진드시

든 기노라 프르거든 희디마나

雙龍(쌍룡)이 뒤트

긴 깁을

어드러로 가노라 므

얏바

즈로 흐르

옥천산용천산 흘러내리는 물이 정자 앞 넓은 들

에 끊임없이 펼쳐진 듯이 넓거든 길지나 말든가

푸르거든 희지나 말지 두 마리 용이 몸을 뒤틀고

있는 듯 긴 비단을 펼쳐 놓은 듯 어디로 가느라

고 무슨 일이 바빠서 달리는 듯 따라가는 듯 밤낮

으로 흘는 듯

rarr본사 1 - 시냇물의 모습

므조친 沙汀(사정)은 눈

치 펴

거든

어즈러온 기러기

므스거슬 어르노라

안즈락

리락 모드락 흣트락

蘆花(노화)를

이 두고 우로곰 좃니

물을 따라 있는 모래밭은 눈같이 하얗게 펼쳐져

있는데 어지럽게 나는 갈매기는 무엇을 어르느라

고 앉기도 하고 내려오기도 하고 모이기도 하고

흩어지기도 하고 갈대꽃을 사이에 두고 울면서 따

라다니는가

rarr본사 2 - 기러기의 교태

너븐 길 밧기오 긴 하

두르고

즌 거슨 뫼힌가 屛風(병풍)인가

그림가 아닌가

노픈

숨거니 뵈거니 가거니 머믈거니

어즈러온 가온

일홈

도 젓티 아녀 옷독이 셧

거시

秋月山(추월산) 머리 짓고 용구산 몽선산 불대산

어등산 용진산 금성산이 허공에 버러거든

遠近(원근) 蒼崖(창애)의 머믄 것도 하도 할샤

넒은 길 밖이요 긴 하늘 아래 두르고 꽂은 것은

산인가 병풍인가 그림인가 아닌가 높은 듯 낮은

듯 끊어지는 듯 이어지는 듯 숨기도 하고 보이기

도 하고 가기도 하고 머물기도 하고 어지러운 가

운데 유명한 척하여 하늘도 두려워 하지 않고 우

뚝하게 서있는 것이 추월산으로 머리를 만들고

용구산 몽선산 불대산 어등산 용진산 금성산이 공

중에 늘어서 있으니 멀고 가까운 푸른 절벽에 머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24 -

문 것도 많기도 하구나

rarr본사 3 - 산봉우리의 승경

흰구름 부흰 煙霞(연하) 프로니

山嵐(산람)이라

千巖萬壑(천암만학)을 제 집으로 삼아두고

나명셩 들명셩 일

ㅣ도 구

지고

오르거니

리거니 長空(장공)의

나거니

廣野(광야)로 건너거니

프르락 불그락 여트락 지트락

斜陽(사양)과 섯거디어 細雨(세우)조차

흰구름 뿌연 안개와 노을 푸른 것은 산 아지랑

이로구나 수많은 바위와 골짜기를 제 집으로 삼

고서 나가기도 하고 들어오기도 하면서 아양도 떠

는구나 올라가기도 하고 내려가기도 하고 먼 하

늘로 떠나기도 하고 넓은 들로 건너가기도 하고

푸르기도 하고 붉기도 하고 옅기도 하고 짙기도

하고 석양과 섞이어 가랑비조차 뿌리는구나

rarr본사 4 - 봄 풍경

藍輿(남여)

고 솔아

구븐 길노

오며 가며

적의

綠楊(녹양)의 우

黃鶯(황앵) 嬌態(교태) 겨워

고야

나모 새

지어 綠陰(녹음)이 얼린 적의

百尺欄干(백척난간)의 긴 조으름 내여 펴니

水面凉風(수면양풍)이야 긋칠 줄 모르

뚜껑없는 가마를 재촉하여 타고 소나무 아래 굽은

길로 오며 가며 하는 때에 푸른 버드나무에서

는 꾀꼬리는 온갖 교태를 부리고 있구나 나무 사

이가 우거져서 녹음이 엉긴 때에 긴 난간에 기대

어 길게 기지개를 켜니 물위에서 부는 시원한 바

람이 그칠 줄을 모르는구나

rarr 본사 5 - 여름 풍경

즌서리

딘 후의 산빗치 錦繡(금수)로다

黃雲(황운)은

엇지 萬頃(만경)의 펴겨디오

漁笛(어적)도 흥을 계워

롸 브니

된서리가 걷힌 후에 산 빛이 수놓은 비단 같구나

누렇게 익은 곡식은 또 어찌 넓은 들에 펼쳐져 있

는가 어부가 부는 피리도 흥을 못이겨 달을 따라

불고 있구나

rarr 본사 6 - 가을 풍경

草木(초목) 다 진 후의 江山이

몰커

造物(조물)리 헌

야 氷雪(빙설)로

며내니

瓊宮瑤臺(경궁요대)와 玉海銀山(옥해은산)이

眼底(안저)에 버러셰라

乾坤(건곤)도 가

열사 간 대마다 경이로다

초목이 다 떨어진 후에 강산이 눈 속에 묻혔거늘

조물주가 야단스러워 눈과 얼음으로 꾸며내니 경

궁요대(구슬로 꾸민 궁궐과 대)와 옥해은산(아름

다운 바다와 눈덮인 산) 같은 설경이 눈 아래 펼

쳐졌구나 하늘과 땅도 풍성하구나 가는 곳마다

아름다운 경치로다

rarr 본사7 - 겨울 풍경

人間(인간)을

나와도 내 몸이 겨를 업다

이것도 보려

고 져것도 드르려코

도 혀려

도 마즈려코

밤으란 언제 줍고 고기란 언제 낙고

柴扉(시비)란 뉘 다드며 딘 곳츠란 뉘 쓸려뇨

이 낫브거니 나조

라 슬

소냐

리 不足(부족)커니 來日(내일)이라

有餘(유여)

이 뫼

안자 보고 져 뫼

거러 보니

煩勞(번로)

릴 일이 아조 업다

쉴 사이 업거든 길히나 젼

리야

다만 靑藜杖(청려장)이 다 므듸어 가노

속세를 떠나왔어도 내 몸이 한가하지 않다 이것

도 보려고 하고 저것도 들으려 하고 바람도 쏘이

려 하고 달도 맞으려 하고 밤은 언제 줍고 고기는

언제 낚고 사립문은 누가 닫으며 떨어진 꽃은 누

가 쓸겠느냐 아침에도 아름다운 경치 구경하는

시간이 모자랄 지경인데 저녁이라고 싫겠는가 오

늘의 시간이 부족한데 내일이라고 여유가 있겠는

가 이 산에서 앉아보고 저 산에서 걸어보니 번거

로운 마음이지만 버릴 일이 아주 없다 쉴 사이가

없는데 사람들에게 길이나마 알려줄 수가 있겠는

가 다만 명아주 대로 만든 지팡이가 다 무디어

가는구나

rarr본사 8 - 자연애와 풍류 생활

술이 닉어가니 벗지라 업슬소냐

이며 혀이며 이아며

온가짓 소

로 醉興(취흥)을

야거니

근심이라 이시며 시

이라 브터시랴

누우락 안즈락 구브락 져츠락 울프락

노혜로 놀거니

天地(천지)도 넙고넙고 日月(일월)도 가

羲皇(희황) 모

러니 이적이야 긔로고야

神仙(신선)이 엇더턴지 이몸이야 긔로고야

술이 익어가니 벗이라고 없겠는가 노래를 부르게

하며 악기를 타고 켜게 하며 방울을 흔들며 온갖

소리로 술에 취한 흥을 재촉하니 근심이라 있겠으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25 -

며 시름이라고 붙어 있으랴 눕기도 하고 앉기도

하고 구부리기도 하고 뒤로 젖히기도 하고 읊기도

하고 휘파람을 불기도 하면서 마음놓고 놀기도

하니 천지도 넓고 넓으며 세월도 한가하다 중국

복희 황제의 태평성대를 내가 잘 몰랐더니 지금이

바로 그것이로구나 신선이 어떤 것인지 잘 몰랐

더니 내가 바로 신선이로구나

rarr본사9 - 취흥

江山風月(강산풍월) 거

리고 내 백년을 다누리면

岳陽樓(악양루) 샹의 李太白(이태백)이 사라 오다

浩蕩情懷(호탕 정회)야 이에서 더

소냐

이 몸이 이렁 굼도 亦君恩(역군은)이샷다

아름다운 대자연을 거느리고 내 한평생을 다 누리

면 조망이 좋기로 이름난 악양루 위의 이태백이

살아온다한들 넓고 큰 마음이야 이것보다 더 하겠

는가 이몸이 이렇게 지내는 것도 역시 임금님의

은혜이시도다

rarr결사 - 호탕한 정회와 군은

면앙정의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지은이가 41세 되던 해 벼슬을 그만두

고 향리인 전라남도 담양에 내려가 면앙정이라는

정자를 짓고 아름다운 자연을 벗삼아 사는 자신의 풍

류 생활을 노래한 것이다 면아정 주변의 경치4계절의

풍경 자신의 풍류 생활에 대한 멋과 흥취를 짜임새 있

게 그려낸 선경 후정의 작품이다

우리 江湖歌道(강호가도)의 전형을 확립한 작품으로

정극인의 상춘곡을 이어받아 송강의 성산별곡관동별곡

에 크게 영향을 끼쳤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결사 끝

부분의 lsquo亦君恩(역군은)이샷다rsquo와 같은 표현은 맹사성의

lsquo강호사시가rsquo에도 나타나는 것으로 자연속에서 지내는

즐거움과 연군 지정을 결합시킨 표현이라 할 수 있다

관동별곡

정 철

江강湖호애 病병이 깁퍼 竹

林님의 누엇더니 關관東

동 八팔百

里니에 方방面면을 맛디시니 어와 聖셩恩

은이야 가디록 罔망極극

다 延연秋츄門문 드리

慶경會회 南남門문

라보며 下하直직고 믈너나니 玉

옥節졀이 알

셧다

平평丘구驛역

라 黑흑水슈로 도라드니 蟾셤江

강은 어듸메오 雉티岳악이 여긔로다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의 병이 깊어 전라남도 창평에서

지내고 있었는데 800리나 되는 강원도 지방의 관찰사

소임을 맡기시니 아아 임금님의 은혜야말로 갈수록

끝이 없다 연추문으로 달려들어가 경회루의 남쪽문을

바라보며 임금님께 하직 인사를 하고 물러나니 옥절이

앞에 서 있다 양주(평구역)역에서 말을 갈아타고 여주

(흑수)로 돌아 들어가니 원주(섬강)는 어디인가 치악

산이 여기로구나

서사1-관찰사 배명과 부임의 여정

昭쇼陽양江강

린 믈이 어드러로 든단 말고 孤고臣신

去거國국에 白

髮발도 하도 할샤 東동州

밤 계오

새와 北븍寬관亭뎡의 올나

니 三삼角각山산 第뎨一일

峰봉이

마면 뵈리로다 弓궁王왕 大대闕궐 터희 烏오

鵲쟉이 지지괴니 千쳔古고 興흥亡망을 아

다 몰

다 淮회陽양 녜 일홈이 마초아

시고 汲급長

孺유

風풍彩

를 고텨 아니 볼 게이고

소양강 흘러내린 물이 어디로 흘러들어간단 말인가 외

로운 신하가 임금님 곁을 떠남에 있어서 나라에 대한

걱정이 많기도 하구나 철원(동주)에서 밤을 겨우 새운

후 북관정에 오르니(임금님이 계신 한양에 있는)삼각

산의 제일 높은 봉우리가 웬만하면 보일 것 같구나 옛

날 궁예왕이 살았던 대궐 터에 까마귀와 까치만 지저귀

고 있으니 먼 옛날의 흥망 성쇠를 까마귀와 까치 너희

들은 아느냐 모르느냐 회양이라는 이름이 옛날 중국의

지명인 회양과 마침 똑같구나(중국 회양 땅에서 선정

을 베푼)급장유의 모습을 이제 다시 (여기서)볼 수 있

지 않겠는가(급장유가 중국 회양땅에서 선정을 베푼

것처럼 정철 자신도 이곳 강원도 회양땅에서 선정을 베

풀겠다는 포부를 나타냄)

서사 2-관내 순력과 선정에 대한 포부

營영中듕이 無무事

고 時시節졀이 三삼月월인 제

花화川쳔 시내길히 楓풍岳악으로 버더 잇다 行

裝장

을 다

티고 石셕逕경의 막대 디퍼 百백川쳔洞동 겨

두고 萬만瀑폭洞동 드러가니 銀은

무지게 玉

龍룡의 초리 섯돌며

十십里리의

자시니 들을 제

우레러니 보니

눈이로다

감영(지금의 도청)안에 아무 일이 없고 시절이 마침 삼

월인 때에 화천 시냇길이 금강산으로 뻗어 있다 행장

을 다 떨쳐 버리고 돌길에 지팡이를 짚어 백천동 곁을

지나 만폭동으로 들어가니 은같은 무지개 옥 같은 용

의 꼬리처럼 생긴 폭포가 섞어 돌며 뿜는 소리가 십 리

에 깔려 있으니 멀리서 들을 때는 우렛소리더니 가까

이 가서 보니 눈(雪)이 날리는 것 같구나

본사1-만폭동 폭포의 장관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26 -

金금剛강臺

우層층의 仙션鶴학이 삿기 치니 春츈

風풍 玉옥笛

聲셩의 첫

돗던디 縞호衣의玄현裳

샹이 半반空공의 소소

니 西셔湖호

主쥬人인을

반겨셔 넘노

금강대 맨 꼭대기에 사는 선학이 새끼를 치니 봄바람

옥피리 소리에 첫 잠을 깨었던지 흰 저고리 검은 치마

로 단장한 학이(학의 날개 묘사) 공중에 솟아 뜨니 옛

날 중국 서호에서 학과 더불어 노닐던 임포를 반겨 맞

는 것 같구나(정철 자신을 임포처럼 생각함)

본사2-금강대 위의 선학

小쇼香향爐노 大대香향爐노 눈 아래 구버보고 正졍陽

양寺

眞진歇헐臺

고텨 올나 안

마리 廬녀山산 眞

진面면目목이 여긔야 다 뵈

다 어와 造조化화翁옹이

토 헌

거든

디 마나 셧거든 솟디 마나

芙부蓉용을 고잣

玉옥을 믓것

東동溟명

을 박

北북極극을 괴왓

놉흘시고 望망高

고臺

외로올샤 穴혈望망峰봉이 하

의 추미러 므

일을

로리라 千쳔萬만劫겁 디나

록 구필 줄 모

다 어와 너여이고 너

향로처럼 생긴 크고 작은 봉우리를 눈아래 굽어보고 나

서 정양사를 지나 진헐대에 다시 올라 앉으니 금강산

의 참모습이 여기서야 다 보이는구나 아아 조물주가

야단스럽기도 야단스럽구나(산봉우리들이)날아가려거

든 뛰지나 말든가 서있으려거든 (위로)솟지나 말든가

할일이지 연꽃을 꽂아 놓은 것 같기도 하고흰 옥을

묶어 놓은 것 같기도 하고 북극성을 떠받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높구나 망고대 외롭구나 혈망봉이 하늘

에 치밀어서 무슨 일을 아뢰려고 오랜 세월이 지나도록

굽힐 줄을 모르느냐 아아 너로구나 너같은 충신이

또 있을까(진헐대에서 바라본 많은 산봉우리들이 굳굳

한 모습으로 서있는 것을 보고 충신의 지조와 절개를

연상하여 표현한 구절)

본사 3-진헐대에서의 조망

心심臺

고텨 올나 衆듕香향城셩

라보며 萬만

二이千쳔峰봉을 歷녁歷녁히 혀여

니 峰봉마다

쳐 잇

고 긋마다 서린 긔운

거든 조티마나 조커든

디 마

나 뎌 긔운 흐터 내야 人인傑걸을

고쟈 形형容용

도 그지업고 체체勢셰도 하도 할샤 天텬地디 삼기실

제 自

然연이 되연마

이제 와 보게 되니 有유情정

도 有유情정

개심대를 다시 올라가서 중향성을 바라보며 금강산 만

이천 봉우리를 똑똑히 헤아려 보니 산봉우리마다 정기

가 맺혀 있고 봉우리 끝마다 서린 기운(정기) (산의

정기가)맑거든 깨끗하지나 말든가 깨끗하거든 맑지나

말 것이지(산의 정기가 맑고도 깨끗하다는 의미) 저

기운을 흩어 내어 뛰어난 인물을 만들고 싶구나 산봉

우리의 생긴 모양이 끝이 없이 다양하고 자세도 많기도

하구나 천지가 생겨날 때 자연히 된 줄 알았더니 이제

와서 보니까 조물주의 뜻이 분명히 있구나

본사 4-개심대에서의 조망

毗비盧로峰봉 上샹上샹頭두의 올라 보니 긔 뉘신고

東동山산 泰태山산이 어

야 놉돗던고 魯노國국 조븐

줄도 우리

거든 넙거나 넙은 天텬下하 엇

닷 말고 어와 뎌 디위

어이

면 알 거이고 오

디 못

거니

려가미 고이

비로봉 맨 꼭대기에 올라본 사람이 그 누구인가

동산과 태산이 그 얼마나 높던가 노나라가 작다는 것

도 우리는 모르겠는데 넓고도 넓은 천하를 어떻게 해서

작다고 공자께서는 말씀하신단 말인가 아아 저 공자

의 경지를 어떻게 하면 알 것인가 올라가지 못하는데

내려가는 것이 이상하랴

본사 5-비로봉을 본 감회

圓원通통골

길로 獅

峰봉을

자가니 그 알

너러바회 化화龍룡쇠 되여셰라 千쳔年년 老노龍룡

이 구

서려 이셔 晝듀夜야의 흘녀 내여 滄창海

해예 니어시니 風풍雲운을 언제 어더 三삼日일雨우

디련

다 陰음崖애예 이온 플을 다 살와 내여

원통골 가느다란 길로 사자봉을 찾아가니 그 앞에 넓고

평평한 바위가 화룡소가 되었구나 마치 천 년이나 묵

은 늙은 용(정철 자신을 지칭함)이 굽이굽이 서려 있어

서 밤낮으로 물을 흘려 내어 푸른 바다에 이어졌으니

용(작자 자신)아 너는 언제 풍운(선정의 기회)을 얻어

서 임금님의 은총을 백성들에게 내리려느냐 굶주리고

헐벗은 백성들을 다 살려 내려무나

본사 6-화룡소에서의 감회

磨마訶하衍연 妙묘吉길祥샹 雁안門문재 너머 디여 외

나모

리 佛블頂뎡臺

올라

니 千쳔尋심絶졀

壁벽을 半반空공애 셰여 두고 銀은河하水슈 한 구

촌촌이 버혀 내여 실

티 플텨이셔 뵈

티 거러시니

圖도經경 열 두 구

내 보매

여러히라 李니謫

션 이제 이셔 고텨 의논

게 되면 廬녀山산이 여긔도

곤 낫단 말 못

려니

마하연 묘길상을 구경하고 안문재를 넘어 내려가 외

나무 썩은 다리를 건너 불정대에 오르니 천길이나 되는

낭떠러지를 공중에 세워 놓고 은하수 한 굽이를 마디

마디 베어 내어 실같이 풀어 가지고 베처럼 걸었으니

도경(금강산 12폭포를 그림으로 그려놓은 그림책)에는

폭포가 열두굽이로 되어 있지만 내가 보기에는 그보다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27 -

더 많아 보인다 이태백이 지금 살아 있어서 다시(금강

산 12폭포와 중국의 여산폭포를 비교) 논의하게 된다

면 여산 폭포가 여기보다 더 낫다는 말은 못 할 것이

본사 7-십이 폭포의 장관

山산中듕을

양 보랴 東동海해로 가쟈

라 籃남輿여

緩완步보

야 山산映영樓누의 올나

니 玲녕瓏농 碧벽

溪계와 數수聲셩啼뎨鳥됴

離니別별을 怨원

旌졍旗긔를

티니 五오色

이 넘노

鼓고角각을

섯부니 海해雲운이 다것

鳴명沙사길 니근

이 醉

仙션을 빗기 시러 바다

두고 海

棠당花화로 드러가니 白

鷗구야

마라 네 버딘 줄 엇디 아

산중의 경치만 노상 보겠는가 동해로 가자꾸나 남녀

(뚜껑없는 가마)를 타고 천천히 걸어서 산영루(정자이

름)에 오르니 영롱하게 반짝이는 시냇물과 갖가지 소

리로 우는 새는 나와의 이별을 싫어하는 듯 여러 가지

깃발을 휘날리니 오색(빨강파랑검정노랑흰색등의

깃발)이 넘나들며 노는 듯 북과 피리를 섞어 부니 바

다의 구름이 다 걷히는 듯하다 모래밭 길에 익숙한 말

이 도취한 신선을 비스듬히 태우고 해변을 따라 해당

화가 피어 있는 곳으로 들어가니 백구야 날아가지 마

라 내가 네 친구일수도 있지 않느냐

본사 8-동해로 가는 감회

金금闌난窟굴 도라드러 叢총石셕亭뎡 올라

니 白

옥樓누 남은 기동 다만 네히 셔 잇고야 工공슈의 셩녕

인가 鬼귀斧부로 다

가 구

야 六뉵面면은 므어슬

象샹톳던고

금난굴을 돌아들어서 총석정에 오르니 바다 가운데에

돌기둥 네 개가 백옥루의 남은 기둥처럼 서 있구나 저

네 개의 돌기둥은 공수(중국 고대의 명공)가 만든 것인

가 귀신의 도끼로 다듬었는가 구태여 그 돌기둥이 여

섯 모가 난 것은 무엇을 본뜬 것인가

본사 9-총석정의 장관

高고城셩을란 뎌만 두고 三삼日일浦포

자가니 丹

단書셔

宛완然연

되 四

仙션은 어

가니 예 사흘

머믄 後후의 어

머믈고 仙션遊유潭담 永영郎

냥湖호 거긔나 가 잇

가 淸

澗간亭뎡 萬만景경臺

몃 고

안돗던고

고성을 저만큼 두고 삼일포를 찾아가니 영랑의 무리

(신라 때 네 명의 화랑 곧 사선)가 남쪽으로 갔다는

글씨는 뚜렷한데 사선은 어디 갔는가 여기서 사흘을

머문 후에 어디 가서 또 머물렀을까 선유담 영랑호

거기나 가 있는가 청간정 만경대 몇 곳에 앉았던가

본사 10-삼일포에서의 회고

梨니花화

셔 디고 졉동새 슬피 울 제 洛낙山산東

동畔반으로 義의相샹臺

예 올라 안자 日일出츌을 보

리라 밤듕만 니러

니 祥샹雲운이 집

동 六뉵龍뇽

이 바퇴

동 바다

날 제

萬만國국이 일위더니

天텬中듕의 티

니 毫호髮발을 혜리로다 아마도 녈구

름 근쳐의 머믈셰라 詩시仙션은 어

가고 咳

唾타만

나맛

니 天텬地디間간 壯장 긔별

셔히도

셔이

배꽃은 벌써 떨어지고 접동새가 슬피 울 때에 낙산의

동쪽 언덕에 있는 의상대에 올라앉아 해 뜨는 것을 보

려고 한 밤중에 일어나니 상서로운 구름이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듯 여섯 마리의 용이 떠받치고 있는 듯

해가 바다에서 떠날 때는 온 세상이 흔들리는 것 같더

니 하늘로 치솟아 오르니 가느다란 터럭을 셀 수 있을

정도로 밝구나 혹시나 지나가는 구름(간신을 비유함)

이 햇빛을 가릴까 두렵다 이백은 어디 가곡 그가 남긴

유명한 말(咳唾(해타)-이백은 lsquo등금릉봉황대rsquo라는 시에

서 간신이 임금의 총명을 흐리게 하는 것을 구름이 해

를 가리는 것에 비유했음)만 남아 있는가 천지간에 굉

장한 소식(사연)이 그의 시에 자세히도 표현되어 있구

본사 11-의상대에서의 일출의 장관

斜샤陽양 峴현山산의 척

을 므니

와 羽우蓋개芝

지輪륜이 鏡경浦포로

려가니 十십里리 氷빙紈환을

다리고 고텨 다려 長

松숑 울흔 소개 슬

장 펴뎌시

니 믈결도 자도 잘샤 모래

혜리로다 孤고舟쥬 解

纜람

야 亭뎡子

올나가니 江강門문橋교 너믄

大대洋양이 거긔로다 從

容용댜 이 氣긔像샹

闊활遠원댜 뎌 境경界계 이도곤

어듸 잇

닷 말고 紅홍粧장 古고事

리로다

江강陵능 大대都도護호風풍俗쇽이 됴흘시고 節졀孝효

旌졍門문이 골골이 버러시니 比비屋옥可가封봉이 이제

도 잇다

저녁 햇살이 비치는 현산의 철쭉꽃을 잇달아 밟으면서

신선을 태운 수레가 경포로 내려가니 십 리나 되는 비

단을 (다리미로)다리고 다시 다린 것처럼 맑고 깨끗한

수면이 큰 소나무가 둘러싼 속에 실컷 펼쳐져 있으니

물결도 잔잔하기도 잔잔하구나 모래를 셀 수 있을 것

같도다 배 한 척을 띄워 호수를 건너가서 정자 위에

올라가니 강문교 바로 너머에 넓은 바다가 거기로구

나 조용하구나 이 기상 넓고 멀구나 저 경계(수평

선) 여기보다 더 (경치가) 잘 갖추어진 곳이 또 어디

있단 말인가 박신과 흥장의 옛일을 야단스럽다고 할

것이로다 강릉 대도호부의 풍속이 좋기도 하구나 충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28 -

신 효자 열녀 등을 표창하는 문이 고을마다 널려 있

으니 요순 시대처럼 집집마다 벼슬을 봉할 만하다는

것이 지금도 있다 할 것이로다

본사 12-경포의 장관과 강릉의 미풍 양속

眞진珠쥬館관 竹

西셔樓루 五오十십川쳔

린 믈이 太

태白

山산 그림재

東동海

로 다마 가니

하리 漢

한江강의 木목覓멱의 다히고져 王왕程뎡이 有유限

고 風풍景경이 못 슬

니 幽유懷회도 하도 할샤 客

愁수도 둘 듸 업다 仙션사

워 내여 斗두牛우로 向

살가 仙션人인을

려 丹단穴혈의 머므살가

진주관 죽서루 아래 오십천에 흘러내리는 물이 태백산

그림자를 동해로 담아가지고 흘러가니 차라리 저 물을

임금님이 계신 서울 남산에 닿게 하고 싶다 관원의 여

정에는 기한이 있고 풍경은 싫증이 나지 않으니 그윽

한 회포도 많기도 많구나 나그네의 시름도 둘 곳이 없

다 신선이 탄다는 뗏목을 띄워서 북두성과 견우성으로

향할까 사선을 찾으러 단혈에 머무를까

본사 13-죽서루에서의 객수

天텬根근을 못내 보와 望망洋양亭뎡의 올은말이 바다

밧근 하

이니 하

밧근 므서신고

득 노 고래 뉘

라셔 놀내관

블거니

거니 어즈러이 구

디고 銀

은山산을 것거 내여 六뉵合합의

五오月월

天텬의 白

雪셜은 므

일고

하늘의 끝을 끝내 못 보아 망양정에 오르니 바다 밖은

하늘인데 하늘 밖은 무엇인가 가뜩이나 노한 고래를

누가 놀리게 하기에 불기도 하고 뿜기도 하면서 어지럽

게 구는 것인가 은으로 된 산을 꺾어 내어 온 세상에

흩어 내리는 듯 오월의 아득한 하늘에 흰 눈이 무슨 일

인가

본사 14-망양정에서의 조망

져근덧 밤이 드러 風풍浪낭이 定뎡

扶부桑상 咫

지尺

의 明명月월을 기

리니 瑞셔光광 千쳔丈

고야 珠쥬簾렴을 고텨 것고 玉옥階계

다시 쓸며 啓계明명星셩 돗도록 곳초 안자

라보니

蓮년花화 가지

뉘라셔 보내신고 일이 됴흔

世세界계

대되 다 뵈고져

流뉴霞하酒쥬

득 부어

려 무론 말이 英영雄웅은

가며 四

仙션은 긔 뉘러니 아

나 맛나 보아

긔별 뭇쟈

니 仙션山산 東동海

예 갈 길히 머도

멀샤

잠깐 사이에 밤이 되어 풍랑이 가라앉거늘 해와 달이

뜬다는 부상 가까운 거리에서 밝은 달을 기다리니 천

길이나 뻗친 상서로운 달빛이 보이는 듯하다가 숨는구

나 구슬로 만든 밭을 걷어 올리고 돌층계를 다시 쓸며

샛별이 돋을 때까지 꼿꼿이 앉아 바라보니 흰 연꽃 한

송이를 누가 보내셨는가 이렇게 좋은 세계를 남에게

다 보이고 싶구나 신선주를 가득 부어 들고 달에게 묻

기를ldquo영운은 어디 갔으며 사선 그들은 그 누구이더

냐rdquo 아무나 만나 보아 옛 소식을 물으려 하니 삼신산

이 있다는 동해에 갈 길이 멀기도 멀구나

결사 1-동해의 달맞이

松숑根근을 볘여 누어 픗

을 얼픗 드니

애 사

이 날

려 닐온 말이그

내 모

랴 上샹界계예 眞

진仙션이라 黃황庭뎡經경一일字

엇디 그

닐거

두고 人인間간의 내려와셔 우리

다 져근덧

가디 마오 이 술 잔 머거 보오 北북斗두星셩 기우

려 滄챵海

水슈 부어 내여 저 먹고 날 머겨

서너

잔 거후로니 和화風풍이 習습習습

야 兩냥腋

을 추

혀 드니 九구萬만里리 長

空공애 져기면

리로다 이

술 가져다가 四

예 고로

화 億억萬만 蒼창生

을 다 醉

근 後후의 그제야 고텨 맛나

고야 말 디쟈 鶴학을

고 九구空공의 올나가니

空공中듕 玉옥蕭쇼 소

어제런가 그제런가

나도

여 바다

구버보니 기

거니

인들 엇디 알리 明명月월이 千천山산萬만落낙의 아니

비쵠

업다

소나무 뿌리를 베고 누워서 선잠을 얼핏드니

꿈에 한 사람이 나더러 이르기를 ldquo그대(송강)를 내가

모르랴 그대는 하늘 나라의 진짜 신선이라 황정경의

한 글자를 어찌하여 잘못 읽어 가지고 속세로 귀양와서

우리를 따르는가 잠깐 동안 가지 말고 이 술 한잔 먹

어 보오rdquo 북두칠성을 국자 삼아 푸른 바닷물을 잔에

부어 저도 먹고 나도 먹이거늘 서너잔을 기울이니 화

창한 바람이 산들산들 불어 양쪽 겨드랑이를 추켜드니

구만리나 되는 먼 하늘에 웬만하면 날 것 같구나

ldquo이 술을 가져다가 온 세상에 골고루 나누어 모든 백성

들을 다 취하게 만든 후에 그 때에야 다시 만나 또 한

잔 하자꾸나lsquo

그 말이 끝나자 신선(꿈에 한 사람)은 학을 타고 하늘

로 올라가니 공중에서 들려오는 옥피리 소리가 어제던

가 그제던가 싶게 어렴풋하구나 나도 잠을 깨어 바다

를 굽어보니 그 깊이를 모르는데 끝이야 더욱 어떻게

알겠는가 밝은 달이 온 세상에 아니 비친 곳이 없다

결사 2-꿈속의 선연

lt송강가사(松江歌辭) 이선본(李選本gt

지은이가 45세 되던 선조 13년(1580)에 강원도 관찰사

에 배임(拜任)되어 부임하는 과정과 원주에 부임한 후

틈을 내어 관동 팔경을 비롯한 강원도 내의 명승지를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29 -

두루 유람하며그 승경(勝景)과 인정 풍속을 비롯해서

연군(戀君)애민의 정(情) 및 선연(仙緣)을 노래한 기행

가사의 대표적인 작품이다 멀게는 고려 충숙왕 때 안

축이 지은 경기체가 형식의 [관동별곡]과 가깝게는 명

종때 백광홍이 지은 [관서별곡] 송순의 [면앙정가]의

영향을 받은 작품으로 표현이 명쾌화려하고 탄력이 넘

치며 활달하고 낭만적이어서 지은이의 호탕한 기상이

잘 나타나 있다

총 295구로 이루어진 장편 기행 가사로 서사(처음~급

당유 풍 고텨 아니 볼 게이고) 본사(영둥이 무고~오월 댱텬의 셜은 므일고) 결사(져근덧 밤이

드러~아니 비쵠 업다)로 구성되어 있다

산에서 바다로 이어지는 여정은 그 각각의 이미지를 매

개로 하여 인간의 두 가지 존재 양식 사이에서 갈등하

는 작가의 모습을 보여 준다 산에서 본 경치는 백색의

이미지로서 고결한 위정자로서의 풍모를 드러내고 있으

며 바다에서는 인간 본연의 영원한 세계를 갈구하는

자유 분방한 정신을 표출하고 있다

다양한 어휘와 적절한 수사법을 능란하게 구사함으로

써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한층 높은 경지로 끌어 올린

작품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사미인곡(思美人曲)

송강 정 철

이 몸 삼기실 제 님을 조차 삼기시니 緣分(연분)이며 하 모 일이런가 나 나 졈어 잇

고 님 나 날 괴시니 이 음 이 랑 견졸 노여 업다

이 몸이 태어날 때에 임을 따라서 태어나니 한평생의

연분이며 하늘이 모를 일이던가내가 오직 젊어 있고

임은 오직 나를 사랑하시니 이 마음과 이 사랑을 비교

할 곳이 전혀 없다

서사 1-임과의 인연

平生(평)애 願(원) 요 녜자 얏더니

늙기야 므 일로 외오 두고 글이고 엇그제 님

을 뫼셔 廣寒殿(광한뎐)의 올낫더니그더 엇디

야 下界(하계)예 랴오니 올 적의 비슨 머리 얼

킈연디 三年(삼년)이라 臙脂粉(연지분) 잇마 눌 위여 고이고 음의 친 실음 疊疊(텹텹)

이 혀 이셔 짓니 한숨이오 디니 눈믈이라

人生(인)은 有限(유) 시도 그지업다

평생에 원하기를 임과 함께 살아가고자 했는데 늙어서

야 무슨일로 외따로 두고 그리워하는가 엊그제 임을

모시고 광한전에 올라 있었는데 그 사이에 어찌하여 이

하계에 내려왔느냐 임을 떠나 올 적에 빗은 머리가 헝

클어진 지삼 년일세 연지와 분이 있지마는 누구를 위

해서 예쁘게 화장할 것인가 마음에 맺힌 시름이 겹겹

이 쌓여 있어서 짓는 것이 한수밍요 떨어뜨리는 것이

눈물이라 인생은 한이 있는데 시름은 끝이 없다

서사 2-임에 대한 그리움

無心(무심) 歲月(셰월)은 믈 흐 고야 炎

凉(염냥)이 아라 가 고텨 오니 듯거니

보거니 늣길일도 하도 할샤

아무 생각이 없는 세월은 물 흐르듯 빨리 지나가는구

나 더위와 추위가 때를 알아서 가자마자 다시 오니 듣

고 보는 가운데서 느낄일이 많기도 많구나

서사 3-세월의 무상함

東風(동풍)이 건듯 부러 積雪(젹셜)을 헤텨내니 窓

(창) 밧긔 심근 梅花(화) 두세 가지 픠여셰라 득 冷淡(담) 暗香(암향)은 므 일고 黃昏

(황혼)의 이 조차 벼 마 빗최니 늣기 반기 님이신가 아니신가

뎌 梅花(화) 것거 내여 님 겨신 보내오져 님

이 너 보고 엇더타 너기실고

봄바람이 문득 불어서 쌓인 눈을 헤쳐내니 창밖에 심은

매화가 두세 가지 피었구나 가뜩이나 쌀쌀하고 담담한

데 그윽하게 풍기는 향기는 또 무슨 일인가 황혼에 달

이 따라와 배갯머리에 비치니흐느껴 우는 듯 반기는

듯하니 임이신가 아니신가 저 매화를 꺾어 내어 임 계

신 곳에 보내고 싶다 그러면 임이 너 (매화)를 보고

어떻다고 생각하실까

본사 1-춘원(春怨)

디고 새 닙 나니 綠陰(녹음)이 렷 羅幃

(나위) 寂寞(젹막)고 繡幕(슈막)이 뷔여 잇다 芙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30 -

蓉(부용)을 거더 노코 孔雀(공쟉)을 둘러 두니 득 시 한 날은 엇디 기돗던고鴛鴦錦(원앙금)

버혀 노코 五色線(오션) 플텨 내여 금자 견화

이셔 님의 옷 지어 내니 手品(슈품)은니와 制度

(졔도)도 시고 珊瑚樹(산호슈) 지게 우 白玉函(옥함)의 다마 두고 님의게 보내오려 님 겨신

라보니 山(산)인가 구롬인가 머흐도 머흘시

고 千里 萬里(쳔리 만리)길흘 뉘라셔 자갈고니

거든 여러 두고 날인가 반기실가

꽃이 지고 새 잎이 피어나니 녹음이 우거졌는데 비단

포장이 적막하고 수놓은 장막이 텅 비어 쓸쓸하다 연

꽃을 수놓은 비단 휘장을 걷어 놓고 공작을 수놓은 병

풍을 둘러 치니 가뜩이나 시름이 많은데 날은 어찌 그

리 길던가 원앙새 수놓은 비단을 베어 놓고 오색실을

풀어 내어 좋은 자로 재어서 임의 옷을 지어내니 솜씨

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격식도 갖추었구나 백옥으로

만든 함에 담아 산호로 만든 지게 위에 얹어 놓고 임에

게 보내려고 임 계신 곳을 바라보니 산인지 구름인지

험하기도 험하구나 천만 리나 되는 먼 길을 누가 찾아

갈 것인가 가면은 함을 열어 놓고 나를 본것처럼 반가

워하실까

본사2-하원(夏怨)

밤 서리김의 기겍러기 우러 녤 제 危樓(위루)

에 혼자 올라 水晶簾(슈졍념) 거든말이 東山(산)의

이 나고 北極(븍극)의 별이 뵈니 님이신가 반기

니 눈믈이 절로 난다 淸光(쳥광)을 쥐여 내여 鳳

凰樓(봉황누)의 븟티고져 樓(누) 우 거러 두고

八荒(팔황)의 다 비최여 深山窮谷(심산궁곡) 졈낫

티 그쇼셔

하룻밤 서리가 내린 무렵에 기러기가 울며 지나갈 때

높은 누각에 혼자 올라가 수정으로 만든 밭을 걷으니

동산에 달이 떠오르고 북극성이 보이므로 임이신가 하

여 반가워하니 눈물이 절로 난다 밝은 달을 잡아 내어

임 계신 곳에 보내고 싶구나 임께서 그 달을 누각 위

에 걸어 노고 온 세상을 다 비추어 깊은 산 골짜기 까

지도 대낮같이 밝게 하소서(밝은 정치를 베푸소서)

본사 3-추원(秋怨)

乾坤(건곤)이 閉塞(폐)야 白雪(셜)이 빗친

제 사은니와 새도 긋쳐 잇다 瀟湘南畔(쇼

샹남반)도 치오미 이러커든 玉樓高處(옥누고쳐)야

더욱 닐러 므리陽春(양츈)을 부쳐 내여 님 겨

신 쏘이고져茅簷(모쳠) 비쵠 玉樓(옥누)의

올리고져 紅裳

(홍샹)을 니믜 고 翠袖(슈) 半(반)만 거더

日暮脩竹(일모슈듁)의 혬가림도 하도 할샤 댜 수이 디여 긴 밤을 고초 안자 靑燈

(쳥등) 거른 겻 鈿箜葔(뎐공후)노하 두고 의나

님을 보려 밧고 비겨시니 鴦衾(앙금)도 도

샤 이 밤은 언제 샐고

하늘과 땅이 꽉막힌 것처럼 흰 눈으로 온통 덮여 있으

니 사람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날아디는 새도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다 소상강 남쪽 지방같이 따뜻한 이 곳

도 추위가 이러한데 하물며 임계신 북쪽 지방이야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따뜻한 봄볕을 부쳐 내어 임 계신

곳에 쏘이고 싶다 초가집 처마에 비친 해를 임계신 곳

에 올리고 싶다 붉은 치마를 여미어 입고 푸른 소매를

반쯤 걷어 해질 무렵 대나무에 의지하여 여러 가지 생

각이 많기도 하구나 짧은 겨울해가 이내 넘어가니 긴

밤을 꼿꼿이 앉아서 청사초롱을 걸어 둔 곁에 자개 입

힌 공후를 놓아 두고 꿈에나 임을 만나 보려고 턱을

받치고 기대어 있으니 원앙금침이 차갑기도 하구나 이

밤은 언제 샐것인가

본사 4-동원(冬怨)

도 열두 도 셜흔 날 져근덧 각마

라 이 시 닛쟈 니 의 쳐 이셔 骨髓(골

슈)의 텨시니 扁鵲(편쟉)이 열히 오나 이 병을

엇디리 어와 내 병이야 이 님의 타시로다 하

리 싀어디여 범나븨 되오리라 곳나모 가지마다 간

죡죡 안니다가 향 므든 애로 님의 오 올므

리라 님이야 날인 줄 모셔도 내 님 조려 노

하루도 열두 때 한 달도 서른 날 잠시 라도 생각을

말아 가지고 이 시름을 잊으려 해도 마음 속에 맺혀

있어서 뼛속까지 사무쳤으니 편작 같은 명의가 열명이

온다 한들 이 병을 어찌할 것인가

아아 내 병이여 이 병을 어찌할 것인가

아아 내 병이여 이 임의 탓이로다 차라리 죽엇 호랑

나비가 되리라 꽃나무 가지에 가는 곳마다 앉으며 돌

아다니다가 향기 묻은 날개로 임의 옷에 앉으리라 임

께서 나인 줄을 모르신다 해도 나는 끝까지 임을 따르

려 하노라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31 -

결사 -임을 향한 변함 없는 마음

lt성주본 송강가사gt

작품의 감상

작자가 50세 되던 해에 반대 정파의 탄핵을 받고 전남

창평으로 물러나 우거(寓居)하면서 임금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여인이 사랑하는 사람을 그리는 심정에 의탁하

여 부른 노래이다 이 작품의 제목인 〈사미인곡(思美

人曲)〉은 중국 굴원이 지은 〈이소(離騷)〉의 제 9편

에 나오는 lsquo사미인(思美人)rsquo이라는 편명에서 따온 것으

로 보이며 그 작품 역시 충군(忠君)의 내용을 담고 있

어 내용 또한 그 영향을 받은 것으로 짐작된다

또 임금을 임으로 설정하여 노래한 것은 고려 속요인

〈정과정〉과 맥을 같이하고 있으며 임에 대한 헌신적

사랑의 표현은 〈가시리〉〈동등〉등과 접맥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작품은〈속미인곡〉과 더불어 가사 문학의 극치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일찍이 서포 김만중은 〈사미인

곡〉 〈속미인곡〉 〈관동별곡〉을 가리켜 lsquo좌해진문

장 지차삼편(左海眞文章 只此三篇우리 나라의 참된 문

장은 오직 이 세 편뿐이다)rsquo라고 하였다 이 노래는

서사 본사 결사 세 부분으로 되어 있는데 본사는 다

시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나뉘어 있다

속미인곡(續美人曲)

송강 정 철

뎨 가 뎌 각시 본듯도 뎌이고

天上(텬상) 白玉京(옥경)을 엇디야 離別(니별)고

다 뎌 져믄 날의 눌을 보라 가시고

저기가는 저 젊은 여인 본 듯도 하구나 임금님이 계

시는 서울을 어찌하여 이별하고 해가 다 져서 저무는

날에 누구를 보러 가시는 고

rarr서사1 - 서울을 떠나온 이유(갑녀의 질문)

어와 네여이고 내 셜 드러보오

내 얼굴 이 거동이 님 괴얌즉 냐마

엇딘디 날 보시고 네로다 녀기실나도 님을 미더 군디 전혀 업서

이야 교야 어러이 구돗디

반기시 비치 녜와 엇디 신고

누어 각고 니러 안자 혜어니

내 몸의 지는 죄 뫼티 혀시니

하히라 원망며 사이라 허믈랴

셜워 플텨 혜니 造物(조물)의 타시로다

아아 너로구나 내 사정 이야기를 들어보오

나의 생김새와 행동거지가 임의 사랑을 받을 수 있겠느

냐마는 어쩐지 나를 보시고 (내가 사랑할 사람은 바

로) 너로구나 하며 특별히 사랑하시기에 나도 임을 믿

어 딴 생각이 전혀 없어 응석과 애교를 부리면서 (얼마

나) 어지럽게 굴었던지 (나를) 반가워 하시는 얼굴빛

이 예날과 어찌 다르신가 누워 생각하고 일어나 앚아

헤아리니 내 몸의 지은 죄가 산같이쌓였으니 하늘을 원

망하겠으며 사람을 탓하겠는가 하도 서러워 여러 가지

로 깊이 생각해보니 조물주의 탓이로구나

rarr서사2 - 자책과 체념(을녀의 대답)

글란 각 마오

그렇게는 생각하지 마시오

rarr본사1 - 갑녀의 위로

친 일이 이셔이다

님을 뫼셔 이셔 님의 일을 내 알거니

믈튼 얼굴이 편실적 몃날일고

春寒(츈한) 苦熱(고열)은 엇디야 디내시며

秋日(츄일) 冬天(동텬)은 뉘라셔 뫼셧고

粥早飯(쥭조반) 朝夕(조석)뫼 녜와 티 셰시가

기나긴 밤의 은 엇디 자시고

마음 속에 맺힌 일이 있습니다 예전에 임을 모신적이

있어서 임의 일을 내가 잘 아는데 물과 같이 연약한

체질이 편하실 때가 며칠이나 될꼬 이른 봄의 추위와

한여름의 더위를 어떻게 지내시며 가을과 겨울날은 누

가 모셨는가 죽조반과 아침 저녁 진지는 옛날과 같이

잘 잡수시는가 기나긴 밤에 잠은 어떻게 주무시는가

rarr본사2-임에 대한 염려(을녀의 사설)

님다히 消息(소식)을 아무려나 아쟈니

오도 거의로다 일이나 사 올가

내 둘 업다 어드러로 가쟛 말고

잡거니 밀거니 놉픈 뫼 올라가니

구름은 니와 안개 므일고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32 -

山川(산쳔)이 어둡거니 日月(일월)을 엇디보며

咫尺(지척)을 모거든 千里(쳔리) 라보랴

리 믈의 가 길히나 보랴니

람이야 믈결이야 어둥졍 된뎌이고

샤공은 어 가고 븬 만 걸렷고

江天(간텬)의 혼자 셔셔 디 구버보니

님 다히 消息(소식)이 더옥 아득뎌이고

임이 계시는 곳의 소식을 어떻게든지 알려고 하니 오늘

도 거의 지나갔구나 내일이나 임의 소식을 전해줄 사

람이 올까 내 마음을 둘 곳이 없다 어디로 가자는 말

인가 (나무같은 것을) 잡기도 하고 밀기도 하면서 높

은 산에 올라가니 구름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안개는

또 무슨 일로 저렇게 기어 있는가 산천이 어두운데 해

와 달을 어떻게 보겠으며 지척을 모르겠는데 천 리나

되는 먼 곳을 (어떻게) 바라몰 수 있으랴 차라리 물가

에 서서 뱃길이나 보려고 하니 바람과 물결이 어수선하

게 되었구나 사공은 어디가고 빈 배만 걸려있는가 강

변에 홀로서서 지는 해를 굽어보니 임계신 곳의 소식이

더욱 아득하구나

rarr본사3-임의 소식을 애타게 기다림(을녀의 사설)

茅簷(모쳠) 자리의 밤듕만 도라오니

半壁(반벽) 靑燈(청등)은 눌 위야 갓고

오며 리며 헷드며 바자니니

져근덧 력진力盡(녁진)야 픗을 잠간 드니

精誠(정셩)이 지극야 의 님을 보니

玉(옥)튼 얼굴이 半(반)이나마 늘거셰라

의 머근 말 슬장 쟈니

눈믈이 바라나니 말인들 어이며

情(정)을 못다야 목이조차 몌여니

오뎐된 鷄聲(계셩)의 은 엇디 돗던고

초가집 차가운 잠자리에 한밤중이 돌아오니 벽에 걸려

있는 등불은 누구를 위하여 밝아 있는가 산을 올라가

기도 하고 내려가기도 하면서 헤메며 오락가락 돌아다

니다가 잠깐 사이에 힘이 다하여 풋잠이 잠깐 들었는

데 정성이 지극하여 꿈속에서 임을 보니 옥과 같이 곱

던 임의 얼굴이 반넘게 늙었구나 마음 속에 품은 생각

을 실컷 아뢰려고 하였더니 눈물이 잇달아 쏟아지니

말인들 어찌하며 정회도 다 못풀어 목마저 메어오니

방정맞은 닭울음소리에 잠은 어찌 깨었던가

rarr본사4-독수공방의 한과 꿈에서 만난 임

(을녀의 사설)

어와 虛事(허)로다 이 님이 어 간고

결의 니러 안자 窓(창)을 열고 라보니

어엿븐 그림재 날 조 이로다

리 싀여디어 落月(낙월)이나 되야이셔

님 겨신 窓(창) 안 번드시 비최리라

아아 헛된 일이로다 내 임이 어디 갔는고 꿈결에 일

어나 앉아 창을 열고 바라보니 불쌍한 그림자만이 나

를 따라올 뿐이로다 차라리 죽어서 지는 달이나 되어

임 계신 창 안에 환하게 비치리라

rarr결사-죽어서라도 임을 따르겠다는 다짐

(을녀의 사설)

각시님 이야니와 구 비나 되쇼셔

각시님 달은커녕 궂은 비나 되십시오

rarr결사-갑녀의 위로

〈해설〉

사미인곡의 속편으로 지은이가 동인(東人)으로 탄핵을

받고 고향인 전라남도 창평에 낙향해 있을 때에 임금

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두 여인의 대화 형식을 빌려 노

래한 작품이다 이 작품의 현대어 해석에 나와 있는 lsquo갑

녀(甲女)rsquo와 lsquo을녀(乙女)rsquo는 편의상 붙인 이름으로 갑녀

는 보조적 위치에 있는 화자이며 을녀가 지은이를 대

변하는 주된 화자이다 〈사미인곡〉과 더불어 가사 문

학의 최고봉이라 일컬어지는데 특히 순수한 우리말의

구사가 절묘하며 대화 형식으로 구성하여 표현에 참신

성을 더한 것은 lsquo금상첨화(錦上添花)rsquo라 할 수 있을 것

이다

홍만종은 〈순오지(旬五志)〉에서 이 작품을 제갈공명

의 〈출사표(出師表)〉에 비견할 만하다고 극찬하였으

며 서포 김만중은 〈서포만필(西浦漫筆)〉에서 ldquo예로부

터 우리 나라의 참된 문장은 오직 이 세 편(사미인곡

속미인곡 관동별곡)뿐이데다시 이 세편에 대하여 논할

것 같으면 그 중에서 속미인곡이 더욱 뛰어나다 관동

별곡과 사미인곡은 오히려 한자음을 빌려서 그 가사 내

용을 꾸민 데 지나지 않는다rdquo라고 하였다

규원가(閨怨歌)

허난설헌

엇그제 저멋더니 마 어이 다 늘거니

少年行樂(소년 행락) 생각니 일러도 속절업다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33 -

늘거야 서른 말 자니 목이 멘다

엊그제 젊었었는데 어찌 벌써 다 늙어버렸는가 어린

시절에 즐겁게 지내던 일을 생각하니 말해 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 이렇게 늙은 뒤에 서러운 얘기를 하자니

목이 멘다

rarr기1-늙음의 한탄

父生母育(부생 모육) 辛苦(신고)야 이 내 몸 길러 낼

公侯配匹(공후 배필) 못 바라도 君子好逑(군자 호구) 願

(원)더니

三生(삼생)의 怨業(원업)이오 月下(월하)의 緣分(연분)으

長安遊俠(장안 유협) 輕薄子(경박자)를 치 만나 잇

서 當時(당시)의 용심(用心)기 살어름 디듸는 부모님이 나를 낳아서 고생하여 길러낼 때 높은 벼슬아

치의 배필을 바라지는 못했어도 훌륭한 남자의 좋은

짝이 되기를 원했더니 삼생의 원망스러운 업보요 월

하 빙인이 정해 준 연분으로 놀기 좋아하고 경박한 사

람을 꿈같이 만나 가지고 시집 간 뒤 조심하면서 마음

졸이기를 꼭 살얼음 디디듯하였다

rarr기2-젊은 시절의 회상

三五二八(삼오 이팔) 겨오 지나 天然麗質(천연 여질)절

로 이니

이 얼골 이 態度(태도)로 百年期約(백년 기약) 얏더니

年光(연광)이 훌훌고 造物(조물)이 多時(다시)야

봄바람 가을 믈이 뵈오리 북 지나듯

雪鬂花顔(설빈 화안) 어 가고 面目可憎(면목 가증) 되

거고나

내 올골 내 보거니 어느 님이 날 괼소냐

스스로 慙愧(참괴)니 누구를 怨望(원망)리

십오륙 세가 겨우 지나 타고난 아름다운 모습이 절로

나타나니 이 얼굴 이 태도로 (남편과)평생을 약속하였

더니 세월이 빨리 지나가고 조물주가 시기가 많아서

세월의 빠르기가 베 짤 때 북이 지나가는 듯 젊고 아

름다운 얼굴은 어디로 가고 추한 모습이 되었구나 내

얼굴을 내가 보아 알거니와 어느 임이 나를 사랑하겠는

가 스스로 생각해도 부끄러운데 누구를 원망하리

rarr기3-세월의 무상함과 늙음의 한탄

三三五五(삼삼 오오) 冶遊園(야유원)의 새 사람이 나단

말가

곳 피고 날 저물 제 定處(정처) 업시 나가 잇어

백마(白馬) 금편(金鞭)으로 어어 머므는고

원근(遠近)을 모르거니 消息(소식)이야 더욱 알랴

因緣(인연)을 긋쳐신들 각이야 업슬소냐

얼골을 못 보거든 그립기나 마르려믄

열두 김도 길샤 설흔 날 至理(지리)다

玉窓(옥창)에 심 梅花(매화) 몃 번이나 픠여진고

겨을 밤 차고 찬 제 자최눈 섯거 치고

여름날 길고 길 제 구 비 므스 일고

三春花柳(삼춘 화류) 好時節(호시절)의 景物(경물)이 시

름업다

가을 방에 들고 蟋蟀(실솔)이 床(상)에 울 제

긴 한 숨 디 눈물 속절업시 헴만 만타

아마도 모진 목숨 죽기도 어려울사

몇 명씩 떼지어 다니는 술집에 새 기생이 나타났다는

말인가 꽃 피고 날 저물 때 일정한 거처도 없이 나가

서 호사로운 차림새로 어디어디 가서 머므는가 바깥출

입이 없어 원근 지리를 모르는데 임의 소식이야 더구나

알 수 있으랴 인연을 끊었다고 하지만 임에 대한 생각

이야 어찌 없겠는가 만나지 못할 임이라면 그립지나

말일이지 하루도 열두때 길기도 하구나 한 달이 지루

하다 옥창에 심은 매화가 몇 번이나 피었다가 졌는고

겨울 밤 차고 찬 때에 눈보라가 섞어 치고 여름날 길고

긴 때에 궂은비는 또 무슨 일인가 꽃 피고 새 잎이 돋

는 좋은 계절 봄에도 보이는 경치가 시름이 없다 가을

달이 방에 비치고 귀뚜라미가 침상에서 울 때 긴 한숨

떨어지는 눈물에 헛되이 생각하는 것만 많다 아마도

모진 목숨 죽기도 어렵구나

rarr승-방탕한 남편에 대한 원망과 독수공방의 한

도로혀 풀쳐 혜니 이리 여 어이 리

靑燈(청등)을 돌라 노코 綠綺琴(녹기금) 빗기 안아

碧蓮花(벽련화) 한 곡조를 시름 조 섯거 타니

瀟相夜雨(소상야우)의 댓소리 섯도 華表(화표) 千年(천 년)의 別鶴(별학)이 우니 玉手(옥수)의 타는 手段(수단) 녯 소 잇다마芙蓉帳(부용장) 寂寞(적막)니 뉘 귀에 들리소니

肝腸(간장)이 九曲(구곡)되야 구븨구븨 쳐서라

돌이켜 여러 모로 생각해 보니 이렇게 살아서 어찌하겠

는가 등불을 돌려 놓고 녹기금을 비스듬히 안아 벽련

화 한 곡조를 시름까지 섞어 타니 소상강의 밤비에 대

나무 잎 소리가 섞여 들리는 듯 천년만에 돌아온 학이

화표주에 앉아 우니는 듯섬섬옥수로 타는 솜씨가 옛

소리를 간직하고 있다마는 부용장 안에 임이 없으니 누

구 귀에 들리겠는가 구곡간장이 굽이굽이 끊어지는 것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34 -

같구나

rarr전-거문고로 시름을 달램

하리 잠을 드러 의나 보려 니

바람의 디 닙과 풀 속에 우는 즘생

므스 일 원수로서 잠조차 오다

천상(天上)의 牽牛織女(견우 직녀) 銀河水(은하수) 박혀

서도

七月七夕(칠월 칠석)一年一度(일년 일도)失期(실기)치

아니거든

우리 님 가신 후는 무슨 弱水(약수) 가렷관듸

오거나 가거나 소식(消息)조차 쳣는고

欄干(난간)의 비겨 셔서 님 가신 바라보니

초로(草露) 맷쳐 잇고 暮雲(모운)이 디나갈 제

竹林(죽림) 푸른 고 새 소리 더욱 설다

세상의 서룬 사람 수업다 려니와

薄命(박명) 紅顔(홍안)이야 날 가니 이실가

아마도 이 님의 지위로 살동말동 여라

차라리 잠이 들어 꿈에서나 임을 보려하니 바람에 지는

나뭇잎과 풀 속에서 우는 벌레가 나와 무슨 원수가 졌

길래 잠조차 깨우는가 하늘의 견우 직녀는 은하수가

막고 있어도 일 년에 한 번 칠월 칠석날에는 기약을 어

기지 않고 만나는데 우리 임이 가신 후에는 무슨 약수

가 가로막고 있길래 오고 가는 소식조차 끊어졌는고

난간에 기대어 서서 임 계신 곳을 바라보니 풀잎에 이

슬은 맺혀있고 저녁 구름이 지나갈 때 대나무 숲 푸른

곳에 새 소리가 더욱 섧다 세상에 서러운 사람이 수없

이 많다고 하지만 기구한 팔자를 타고난 사람이야 나

같은 이가 또 있을까 아마도 임 때문에 살 듯 말 듯하

구나

rarr결-애타게 임을 기다리는 마음

〈감상〉

조선 시대 봉건 사회 제도 아래서 오직 인종(忍從)만을

미덕으로 알고 살아야 했던 부녀자의 한(恨)을 노래한

작품으로 일명 원부사(怨夫詞) 또는 원부사(怨夫辭)라

고도 한다 좋은 배필을 원했지만 뜻밖에도 경박스럽고

방탕한 남편을 만나 평생을 피맺힌 한(恨)과 그리움 속

에 보내야 하는 한 여인의 애달픈 사연을 통해 남성

위주의 사회가 가져오는 병폐를 실감 있게 형상화한 작

품이라 할 수 있다

Page 3: 구지가(龜 歌) - middle.gongbuwarac.commiddle.gongbuwarac.com/Common/Popup/FileDownloadAs.aspx?FileName=/ite… · 미륵(彌勒) 좌주(座主) 뫼셔롸. 미륵 좌주를 모셔라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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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조가(黃鳥歌) -유리왕

翩翩黃鳥(편편황조) 훨훨 나는 저 꾀꼬리

雌雄相依(자웅상의) 암수 다정히 즐기는데

念我之獨(염아지독) 외로워라 이 내 몸은

誰其與歸(수기여귀) 뉘와 함께 돌아갈꼬

배경설화gt 고구려 제 2대왕인 유리왕 3년 7월 왕은 골천에 이궁(離宮)을 지었다 10월에 왕비 송씨가

죽자 왕은 두 여자를 계비로 맞았는데 하나는 골천 사람의 딸인 화희였고 하나는 한인(漢人)의 딸 치

희였다 두 여자가 사랑을 다투어 서로 화목하지 못하자 왕은 양곡의 동서에 두 궁전을 짓고 그들을 각

각 살게 하엿다 훗날 왕은 기산으로 사냥을 나가서 이레 동안 돌아오지 않았는데 두 여자는 서로 싸움

을 벌였다 화희가 치희를 꾸짖기를 ldquo너는 한가의 비첩으로 무례함이 어찌 그렇게 심한가rdquo 하니 치희

는 부끄럽고 분하여 제 집으로 돌아가 버렸다 왕이 이 말을 듣고 곧 말을 달려 쫓아 갔으나 치희는 노

여워 돌아오지 않았다 왕은 일찍이 나무 그늘 밑에서 쉬고 있었는데 때마침 나뭇가지에 꾀꼬리들이 모

여 들고 있었다 왕이 그것을 보고 느낀 바 있어 노래 황조가를 불렀다

갈래gt 고대가요 4언4구의 한역시가

성격gt 서정적 애상적

표현gt ① 자연물을 빌어 우의적으로 표현 대조법 의태법

② 선경후정의 시상 전개

제재gt 꾀꼬리

주제gt 사랑하는 임을 잃은 슬픔

의의gt ① 현재 전하는 가장 오래된 개인적 서정시 ② 집단 가요에서 개인적 서정시로 넘어가는 단계의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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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도하가(公無渡河歌) - 백수광부(白首狂夫)의 아내

公無渡河(공무도하) 임이여 물을 건너지 마오

公竟渡河(공경도하) 임은 그예 물을 건너시네

墮河而死(타하이사) 물에 휩쓸려 돌아가시니

當奈公何(당내공하) 가신 임을 어찌할꼬

배경설화gt 조선의 뱃사공 곽리자고가 아침 일찍 일어나 배를 손질하고 있었다 그때 머리가 허옇게 센

미치광이 백수광부 한 사람이 머리를 풀어 헤친 채 술병을 쥐고는 어지러이 흐르는 강물을 건너고 있었

다 그 뒤를 그의 아내가 따르며 말렸으나 미치지 못해 그 미치광이는 끝내 물에 빠져 죽고 말았다 이

에 그의 아내는 공후를 뜯으면서 공무도하의 노래를 지었는데 그 목소리가 아주 슬펐다 노래가 끝나자

그의 아내 또한 스스로 물에 몸을 던져 죽었다 이러한 광경을 처음부터 목격한 곽리자고는 돌아와 자

기 아내 여옥에게 이야기 하면서 노래를 들려주었다 여옥은 슬퍼 공후를 뜯으면서 그 노래를 불렀다

듣는 사람들 중에 눈물을 흘리지 않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여옥은 이 노래를 이웃에 사는 여용에게

전하였다 이 노래를 이름하여 lsquo공후인rsquo이라 하였다

갈래gt 고대 가요 한역 시가 서정시

성격gt 서정적 애상적 체념적

형식gt 4언 4구체

표현gt 직설법 직접적이고 절박한 표현

별칭gt 공후인(箜篌引)

제제gt 물을 건너는 임

주제gt 임을 여읜 슬픔

의의gt ① 우리나라 최고(最古)의 서정가요 ② 집단 가요에서 개인적 서정시로 넘어가는 시기의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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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읍사(井邑詞) -어느 행상인의 아내

하 노피곰 도샤 달님이시여 높이높이 돋으시어

어긔야 머리곰 비취오시라 멀리멀리 비춰 주소서

어귀야 어강됴리

아으 다롱디리

져재 녀러신고요 시장에 가 계신가요

어긔야 즌 ㅣ드ㅣ욜셰라 위험한 곳을 디딜까 두렵습니다

어긔야 어강됴리

아으 다롱디리

어느이다 노코시라 어느 곳에서나 놓으십시오

어긔야 내 가논 ㅣ졈그셰라 당신 가시는 곳에 저물까 두렵습니다

어긔야 어강됴리

아으 다롱디리

배경설화gt 정읍은 전주 속현으로 이 고을 사람들이 행상을 떠나 오래도록 돌아오지 않자 그 아내가 산

위 바위에 올라가 남편이 있을 곳을 바라보면서 남편이 밤길에 오다가 해나 입지 않을가 염려되어 이노

래를 불렀다고 한다 세상에서 전하기를 남편을 기다리던 언덕에 망부석이 남아 있다고 한다

갈래gt 고대 가요 백제 가요 서정시 3장 6구의 시가

성격gt 서정적 비유적

제재gt 남편에 대한 염려

주제gt 행상 나간 남편의 안전을 기원

의의gt ① 현재 전하는 유일한 백제가요 ② 가장 오래된 국문 노래 ③ 시조 형식의 원형을 가진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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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라의 향가 】

찬기파랑가(讚耆婆郞歌) -충담사

열어 젖히니

나타난 달이

흰구름을 쫓아 떠가는 것이 아닌가

새파란 냇물에

기파랑의 모습이 있구나

이로부터 냇물의 조약돌에

기파랑이 지니시던

마음의 끝을 좆고 싶어라

아아 잣나무 가지처럼 그 기품이 드높아

서리에도 굽히지 않을 화랑 장(長)이여

삼국유사에 사뇌가로 소개되어 있어서 찬기파랑 사뇌가라고도 불린다(사뇌가=향가)

승려인 충담사가 화랑인 기파랑을 추모하여 지음

찬기파랑가는 현존하는 향가 중 유일하게 제작 동기나 배경 기술이 없다

기울어가는 신라를 기파랑에 비유 신라의 부활을 기대한다는 내용의 해석도 있다

10구체 향가는 보통 442로 구성된 개인적 서정시인데 찬기파랑가는 352로 되어 있음

제재 기파랑의 인품

주제 기파랑의 높은 인품을 추모함

성격 추모적 예찬적 서정적

표현법 문답법 (문사 답사) 은유법 상징법(향가 중 고도의 상징법을 표현한 최고의 백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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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민가(安民歌) -충담사

임금은 아비요

신하는 사랑하실 어머니요

백성은 어리석은 아이라고 하실진데 백성들이 사랑을 알리다

구물대며 살아가는 백성들

이를 먹여 다스려져

이 땅을 버리고 어디 가려 할지면

나라 안이 유지될 줄 알지어다

아아 군답게 신답게 민답게 할지면

나라 안이 태평하나이다

성격gt 유교적(치국안민) 교훈적

표현gt 논리적 직설적

주제gt 나라를 다스리는 올바른 길

의의gt ①유교적 이념을 노래한 유일한 향가 ② 표현동기(예술 여흥)보다 전달동기(목적성 교훈)가 강하

배경설화gt 이 노래는 승려인 충담사가 경덕왕의 명을 받아 치국안민의 도리를 밝힌 것으로 현전 향가

중 유일하게 유교적 이념을 노래한 작품이고 강한 목적성을 드러내고 있다 경덕왕 시절에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 많았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더 안정된 나라를 이룩할 것인가가 관심사였다 충담사는 이 작품

에서 임금을 아버지 신하를 어머니 백성을 자식으로 생각하여 그 셋의 관계가 원만해질 것이라는 논리

를 펴고 있다 소박하면서도 당시의 모습과 사회정치적 윤리관이 깔려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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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

처용가(處容歌) - 처용

긔 래 서울 밝은 달밤에

밤드리 노니다가 밤늦도록 놀고 지내다가

드러 자리보곤 들어와 자리를 보니

가리 네히어라 다리가 넷이로구나

둘흔 내해엇고 둘은 내것이지만

둘흔 뉘해언고 둘은 누구의 것인고

본 내해다마 본디 내것이다만

아 엇디릿고 빼앗긴 것을 어찌하리

처용 lt삼국유사gt의 기록에 의하면 처용은 동해 용왕의 일곱 아들 가운데 하나이다 그러나 이는 그가 동해 용왕

을 모시는 무당 가운데 한 사람이었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헌강왕의 정치를 도왔으며 역신이 아내와 동침하는 것

을 보고 lsquo처용가rsquo를 지어 불러 역신을 물리쳤다고 한다

배경설화gt 신라 제 49대 헌강왕 대에는 서울에서 지방까지 집과 단이 연이어져 있고 초가집은 하나도 없었다 길

거리에 풍악이 그치지 않고 비바람도 사철 순조로왔다 이때에 대왕이 개운포에 놀러 나갔다가 물가에서 쉬는데 문

득 짙은 구름과 안개가 끼어 길을 분간하기 어려웠다 괴이하게 여겨 좌우에 물으니 일관(日官)이 아뢰기를 ldquo이는

동해 용왕이 조화이므로 마땅히 용왕을 위해 좋은 일을 하여 그 마음을 풀어 주셔야 합니다 rdquo 하였다 왕은 곧 용

을 위하여 근처에 절을 세우도록 명하였다 왕의 명령이 떨어지자 안개가 걷히고 구름이 개었으므로 그 지역을 lsquo개

운포rsquo라 이름 지었다

이윽고 동해 용왕이 기뻐하여 일곱 아들을 데리고 헌강왕 앞에 나와 춤을 추며 용궁 풍악을 아뢰게 했다 그때 용

왕의 아들 하나가 헌강왕을 따라 서울에 와서 정사(政事)를 보좌하였는데 이름을 lsquo처용rsquo이라 했다 왕은 미녀를 골

라 아내를 삼게 하고 급간 벼슬을 주어 머물게 했다 그의 아내가 매우 아름다웠으므로 역신이 흠모하여 사람의

형상을 꾸며 밤에 몰래 들어와 동침했다 밖에서 놀다가 밤 늦게 돌아온 처용은 그 광경을 보고 노래를 부르고 춤

을 추며 물러나갔다 그러자 역신이 감복하여 모습을 나타내어 앞에 꿇어 앉아 이후에는 처용의 얼굴을 그린 그림

만 보아도 그 문안에는 들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이로 인하여 나라 사람들은 처용의 형상을 문에 붙여서 사악한 기

운을 쫓고 경사(慶事)를 맞는 표시로 삼게 되었다

갈래gt 8구체 향가

성격gt 주술적

표현gt 풍자법 제유법

제재gt 역신(疫神)의 침범

주제gt 아내를 범한 역신을 쫓아냄

화자의 태도gt체념적 관용적

의의gt 신라 향가의 마지막 작품

lt구지가gt lt해가gt 로부터 이어지는 주술 시가의 맥을 잇는 작품이다

벽사(辟邪)진경(進慶) 사악한 귀신을 물리치고 경사를 맞아들임

민속에서 형성된 무가(巫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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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망매가(祭亡妹歌) - 월명사

生死(생사) 길흔 삶과 죽음의 길은

이에 이샤매 머믓거리고 이에 있음에 머뭇거리고

나 가다말ㅅ도 나는 간다는 말도

몯다 니르고 가닛고 못 다 이르고 갔는가

어느 이른 매 어는 가을 이른 바람에

이에뎌에 러딜 닙 여기저기에 떨어지는 나뭇잎처럼

가지라 나고 같은 나뭇가지에 나고서도

가논 곧 모론뎌 가는 곳을 모르겠구나

아야 彌陁刹(미타찰) 아맛보올 나 아아 극락 세계에서 만나 볼 나는

道(도)닷가 기드리고다 불도를 닦으며 기다리겠노라

배경설화gt 일찍 죽은 누이를 위하여 월명사가 재를 올릴 때 향가를 지어 제사를 지냈다 월명사가 향가

를 부르자 홀연히 광풍이 일어 지전을 서쪽으로 날려 보내 없어지게 했다

갈래gt 10구체 향가

성격gt 애상적 추모적 서정적 종교적

주제gt 죽은 누이의 명복을 빎

화자의 태도gt 슬픔을 종교적으로 극복하려 함

화자의 어조gt 비애와 의지의 어조

표현gt 정제되고 세련된 표현기교 비유적 표현

의의gt ① 10구체 향가의 대표작 ② 뛰어난 비유를 통해 인간고의 종교적 승화를 노래함

③ lt찬기파랑가gt와 함께 향가 중 표현 기교와 서정성이 가장 뛰어난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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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솔가(兜率歌) -월명사

오 이에 산화(散花) 블어 오늘 이에 lsquo산화rsquo의 노래를 불러

고자 너는 뿌리온 꽃아 너는

고 명(命)ㅅ 브리디 곧은 마음의 명을 심부름하옵기에

미륵(彌勒) 좌주(座主) 뫼셔롸 미륵 좌주를 모셔라

배경설화gt 신라 경덕왕 때 해가 둘 나타나서 열흘동안 없어지지 않았다 천문 관측을 맡은 관원이 아뢰

기를 ldquo인연이 있는 스님을 청하여 꽃을 뿌리며 공덕을 비는 예식을 거행하면 재앙을 물리칠 수 있습니

다rdquo 하였다 이에 왕이 인연있는 스님 오기를 기다렸다 이때 월명사가 남쪽 길을 가고 있었는데 왕이

그를 불러 단을 열고 기도하는 글을 짓도록 명령하였다 월명사가 lt도솔가gt를 지어 부르자 두 해의 괴

변이 사라졌다

갈래gt 4구체 향가

성격gt 불교적 주술적

주제gt 산화공덕을 통해 국가의 변괴를 막고자 함

배경설화에 나타난 lsquo두 해rsquo의 의미 lsquo해rsquo는 군주 또는 신을 상징하므로 두 해가 함께 나타났다는 것은 현

재의 왕에 도전할 세력의 출현을 암시한다 이러한 혼돈을 막기 위해 산화공덕의 의식이 행해지고 lt도

솔가gt가 불려진 것이다

헌화가(獻花歌) -어느 노인

지뵈 바회 자줏빛 바위가에

자온손 암쇼 노히시고 잡고 있는 암소 놓게 하시고

나 안디 붓그리샤 나를 아니 부끄러워하신다면

고 것거 바도림다 꽃을 꺾어 바치오리다

배경설화gt 신라 성덕왕 때 순정공이 강릉태수로 부임하는 길에 바닷가에 머물러 점심을 먹었는데 높은

산봉우리 위에 철쭉꽃이 무성하게 피어 있었다 순정공의 부인 수로가 ldquo꽃을 꺾어다 바칠 사람이 그 누

구인고rdquo 하니 종자(從者)들이 ldquo사람의 발자취가 다다를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rdquo 라고 말하며 나서는 사

람이 없었다 그때 곁으로 암소를 끌고 지나가던 노옹이 그 꽃을 꺾어 바치면서 이 노래를 지어 불렀다

그 노옹이 어떤 사람인지는 알 수 없었다

갈래gt 4구체 향가

성격gt 민요적 서정적

주제gt 수로부인에 대한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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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왕생가(願王生歌) -광덕

달님이시여 이제

서방까지 가셔서

무량수불 앞에

일러다가 사뢰소서

다짐 깊으신 불존에 우러러

두 손을 모아

원왕생 원왕생

그릴 사람 있다고 사뢰소서

아아 이 몸을 버려 두고

사십팔대원 이루실까

갈래gt 10구체 향가 기원가(祈願歌) 불교 신앙의 노래

성격gt 기원적 불교적

제재gt 극락에서 다시 태어나기를 바라는 마음 달

주제gt 아미타불에게 귀의하고자 하는 간절한 소망 서방 정토로의 극락왕생(極樂往生죽어서 극락세계에

다시 태어남) 희구

무량수불은 서방정토에 있는 아미타불로서 이 부처에게 염하면 극락 세계에 간다고 했다 원왕생가의

화자는 달로 하여금 서방의 극락 정토를 주재하는 아미타불에게 자신의 뜻을 알리도록 청원을 하고 있

다 따라서 무량수불은 화자의 소원을 들어주는 대상이다

원왕생가에서 달은 기원의 대상

달은 어두운 밤에 등장하고 그 달은 어두움을 밝혀 주는 광명의 달

신적인 달

인생이라는 고뇌의 바다를 밝히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는 것처럼 인식

광덕은 아미타불에게 귀의하고자 하는 마음을 달에게 의탁

즉 달을 통해 서정적 자아의 불교적 신앙심을 형상화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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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려 속요 】

청산별곡

살겠노라 살겠노라 청산에 살겠노라

머루와 다래를 먹고 청산에 살겠노라

우는구나 우는구나 새여 자고 일어나 우는구나 새여

너보다 시름 많은 나도 자고 일어나 울고 있노라

가는 새 가는 새 본다 물 아래로 날아가는 새 본다

이끼 묻은 쟁기(농기구)를 가지고 물아래로 날아가는

새 본다

이럭저럭 하여 낮은 재내 왔건만

올 사람도 갈 사람도 없는 밤은 또 어찌할 것인가

어디다 던지는 돌인가 누구를 맞히려는 돌인가

미워할 이도 사랑할 이도 없이 사랑할 이도 없이 맞아

서 울고 있노라

살겠노라 살겠노라 바다에 살겠노라

나문재 굴 조개를 먹고 바다에 살겠노라

가다가 가다가 듣노라 외딴 부엌을 지나가다가 듣노라

사슴이 장대에 올라가서 해금(奚琴)을 켜는 것을 듣노

가더니 불룩한 술독에 진한 술을 빚는구나

조롱박꽃 모양의 누룩(냄새)이 매워 (나를) 붙잡으니 나

는 어찌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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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소재 이미지 내용

1 청산 사람의 현장과의 대칭으로서의 자연 자연에서 살 수밖에 없음

2 새 함께 비탄하는 유일한 벗 새와 함께 비탄함

3 새 자신의 분신 속세에의 미련 속세에의 미련으로 번민함

4 밤 절망적인 고독 고독으로 인하여 괴로워함

5 돌 운명 고독을 운명으로 생각함

6 바다 삶의 현장의 또 다른 대칭으로서의 자연 새로운 환경을 찾아 감

7 사슴 비애(悲哀)의 감정을 이완시킴 기적을 바라는 희망

8 강술 비애의 초극을 가능케 하는 매개체 술에서 구원을 찾음

형식 전 8연의 분장체 매 연 4구운율 3middot3middot2조 3음보어조 시름과 근심에 젖은 애조 띤 목소리성격 현실 도피적 애상적 평민 문학(해석에 따라서는 낙천적으로 보는 이도 있음)주제 현실에의 체념 생의 고독과 비애 삶의 고뇌와 비애 실연의 애상(哀傷) 삶의 터전을 잃은 유랑인의 슬픔 임을 잃은 여인의 처절한 삶과 임을 향한 그리움의의 고려 속요 중 서경별곡과 함께 비유성과 창작성이 뛰어나며 문학성 또한 빼어나다 고려인들의 삶의 애환을 반영한 작품으로서 고려인의 정서가 잘 나타나 있고 음악적 효과가 가장 뛰어난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다 사상적인 면에서는 극단적인 현실 도피 내지는 현실 부정의 면모를 보이고 있다표현 반복법 상징법구성 기(1연) - 승(234연) - 전(567연) - 결(8연)의 4단 구성

+각 연의 소재 이미지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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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별곡

서경(평양)이 서경이 서울이지마는

중수(重修)한 곳인(새로 닦은 곳) 소성경(서경)을

사랑합니다마는

임을 이별할 것이라면 차라리 길쌈하던 베를 버

리고서라도

사랑만 해주신다면 울면서 따라가겠습니다

구슬이 바위 위에 떨어진들

끈이야 끊어지겠습니까

(임과 헤어져) 천 년을 홀로 살아간들

사랑하는 임을 믿는 마음이야 끊기고 변할 리가

있겠습니까

대동강이 대동강이 넓은 줄을 몰라서

배를 내어 놓았느냐 사공아

네 아내가 놀아난 줄도 모르고

다니는 배에 몸을 실었느냐 사공아

대동강 건너편 꽃을

배를 타고 건너편에 들어가면 배를 타고 건너편

에 들어가면 꺾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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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별곡 가시리

차이점 적극적이고 활달한 고려 시대의 여성상인고와 순정을 미덕으로 간직하는

여성상

공통점 이별의 정한을 노래한 고려 가요이며 화자의 목소리가 여성적임

갈래 고려 가요

성격 진솔(眞率) 직선적 적극적

형식 3음보로 매연 끝에 후렴 분연체 3연 14절 (3middot3middot3조가 주류)

제재 임과의 이별

주제 이별의 정한 이별의 슬픔

표현 반복법 설의법 비유법을 통해 감정을 진솔하고 직설적 적극적으로 표현함

구성 여자가 떠나는 남자에게 말을 건네는 희곡적 구조로 전 3연으로 구성되어 있고 매 연은 4구로

되어 있으며 총 14연

특징 아즐가라는 의미 없는 말을 넣고 매구 끝에는 후렴구가 있음 조선시대에 남녀상열지사(男女相

悅之詞)라 비판받기도 했는데 그 이유는 배 타들면 것고리이다는 여인의 정조를 범한다는 의미로 유

교사회에서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 서경별곡과 가시리의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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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가 징이여 돌이여 지금에 계시옵니다

징이여 돌이여 지금에 계시옵니다

이 좋은 성대에 놀고 싶사옵니다

사각사각 가는 모래 벼랑에

사각사각 가는 모래 벼랑에

구운 밤 닷 되를 심으오이다

그 밤이 움이 돋아 싹이 나야만

그 밤이 움이 돋아 싹이 나야만

유덕하신 님 여의고 싶습니다

옥으로 연꽃을 새기옵니다

옥으로 연꽃을 새기옵니다

바위 위에 접을 붙이옵니다

그 꽃이 세 묶음 피어야만

그 꽃이 세 묶음 피어야만

유덕하신 님 여의고 싶습니다

무쇠로 철릭을 마름질해

무쇠로 철릭을 마름질해

철사로 주름 박습니다

그 옷이 다 헐어야만

그 옷이 다 헐어야만

유덕하신 님 여의고 싶습니다

무쇠로 황소를 만들어다가

무쇠로 황소를 만들어다가

쇠나무산에 놓습니다

그 소가 쇠풀을 먹어야

그 소가 쇠풀을 먹어야

유덕하신 님 여의고 싶습니다

구슬이 바위에 떨어진들

구슬이 바위에 떨어진들

끈이야 끊어지겠습니까

천 년을 외따로이 살아간들

천 년을 외따로이 살아간들

믿음이야 끊어지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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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래 고려 가요 고려 속요 장가(長歌) 전 6연 1연은 3구 2-6연은 6구 3음보

형식 전 6연의 분연체 1연은 3구 2~6연은 6구 3음보 3 3 4조

성격 서정적 민요적

구성 서사 - 본사 - 결사의 3단 구성

1연 기 태평성대를 갈구함

2연 -5연 서 불가능한 상황 설정으로 영원한 사랑을 갈구함

6연 결 임에 대한 끊임없는 사랑과 믿음

표현 반복법(운율을 형성하며 주제를 부각시키기 위해 사용)과장법 역설법 반어법을 사용하여 불가

능한 것을 가능으로 설정해 놓고 영원한 사랑을 역설적으로 노래했고 한 연에 똑같이 되풀이 되는 2구

가 있어 감정을 강조하고 있으며 소망형인 어미로 끝내면서 화자의 간절한 소망을 느끼게 하고 있다

제재 임에 대한 사랑

주제 임에 대한 영원한 사랑 임에의 영원한 연모의 정 태평 성대(太平聖代)의 기원)

의의 대부분의 고려 가요가 이별이나 애원 또는 향락의 정서를 읊고 있는 데 반해 영원한 사랑을 주

제로 하고 있는 것이 특색이다 불가능한 상황 설정을 통해 사랑의 절실함을 표현하고 있다

가시리

가시겠습니까 가시겠습니까

나를 버리고 가시겠습니까

나는 어찌 살라 하고 버리고 가시렵니까

붙잡아 둘 일이지마는 서운하면 아니 올까 두렵습니다

서러운 임을 보내옵나니

가자마자 곧 가시는 것처럼 돌아서서 오십시오

갈래 고려 속요 lsquo귀호곡(歸乎曲)rsquo 이라고도 함

형식 분절체 4연 각 2구의 분연체(分聯體)

성격 서정적 민요적

운율 외재율 3middot3middot2조 3음보

구성 4단 구성 기middot승middot전middot결

제재 임과의 이별

주제 이별의 정한(情恨)과 애이불비(哀而不悲)의 사랑

기 뜻밖의 이별에 대한 놀라움과 원망에 찬 하소연

승 하소연의 고조 또는 슬픔의 고조

전 감정의 절제와 체념

결 이별 후의 소망과 기원(주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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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동

덕은 뒤에 바치옵고 복은 앞에 바치오니

덕이며 복이라 하는 것을 진상하러 오십시오

정월 냇물은 아아 얼려 녹으려 하는데

세상에 태어나서 이 몸이여 홀로 살아가는구나

2월 보름에 아아높이 켜놓은 등불 같구나

만인을 비추실 모습이시도다

3월 지나며 핀 아아 늦봄의 진달래꽃이여

남이 부러워할 모습을 지니고 태어났구나

4월을 잊지 않고 아아 오는구나 꾀꼬리새여

무엇 때문에 녹사님은 옛날을 잊고계시는가

5월 5일(단오)에 아아 단옷날 아침 약은

천 년을 사실 약이기에 바치옵니다

6월 보름(유두일)에 아아 벼랑에 버린 빗같구나

돌아보실 임을 잠시나마 따르겠나이다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19 -

7월 보름에 아아 여러 가지 제물을 벌여 놓고

임과 함께 살고자 소원을 비옵니다

8월 보름은 아아 한가윗날이지마는

임을 모시고 지내야만 오늘이 뜻 있는 한가윗날

입니다

9월 9일에 아아 약이라고 먹는

노란 국화꽃이 집 안에 피니 초가집이 고요하구

10월에 아아 잘게 썰은 보리수나무 같구나

꺾어 버리신 후에 지니실 한 분이 없으시도다

11월에 봉당 자리에 아아 홑적삼을 덮고 누워

임을 그리며 살아가는 나는 너무나 슬프구나

12월에 분지나무로 깎은 아아 소반 위의 젓가락

같구나

임의 앞에 들어 가지런히 놓으니 손님이 가져다

가 뭅니다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20 -

만전춘

얼음 위에 댓닢 자리를 보아

임과 나와 얼어죽을망정

얼음 위에 댓닢 자리를 보아

임과 나와 얼어죽을망정

정을 준 오늘 밤 더디 새어라 더디 새어라

잊히지 않고 늘 염려스러운 외로운 베갯머리에

어찌 잠이 오리오

서쪽 창문을 여니 복숭아꽃이 피어나는구나

복숭아꽃이 걱정 없이 봄바람에 웃는구나 봄바람

에 웃는구나

넋이라도 임과 한 곳에

함께 지내는 모습 그리더니

넋이라도 임과 한 곳에

함께 지내는 모습 그리더니

우기던 사람이 누구였습니까 누구였습니까

오리야 오리야

어린 비오리야

여울일랑 어디 두고

소에 자러 오는가

소 곧 얼면

여울도 좋습니다 여울도 좋습니다

남산에 자리 보아

옥산을 베고 누워

금수산 이불 안에

사향 각시를 안고 누워

남산에 자리 보아

옥산을 베고 누워

금수산 이불 안에

사향 각시를 안고 누워

약 든 가슴을 맞춥시다 맞춥시다

알아주소서 임이시여 영원히 이별할 줄 모르고

지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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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 -

갈래 고려 속요성격 연가 남녀상열지사 향락적 퇴폐적형식 5연으로 이루어진 분연체로 결사를 포함하여 전 6연으로 보기도 함제재 남녀간의 사랑 또는 애정특징 남녀간의 애정을 가식 없이 진솔하고도 적나라 하게 표현했고 비유와 상징 반어와 역설 감각적인 언어로 감정의 표현이 진솔하여 문학성이 높은 편주제 변치 않는 사랑에 대한 소망 임과의 영원한 사랑 기원(임과의 사랑을 직설적으로 드러냄)의의 2연과 5연이 시조 형태에 근접하고 있어 시조의 기원을 찾는 자료로서 주목받음

1연 죽음보다 강한 사랑의 정열2연 임 생각에 밤을 지새우는 애처로움3연 사랑을 배신한 임에 대한 원망4연 무절제한 사랑을 하는 임에 대한 풍자5연 임에 대한 욕망과 상상6연 임과의 이별 없는 영원한 만남을 염원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22 -

【 가사

(

歌辭

)

상춘곡(賞春曲)

정 극 인

紅塵(홍진)에 뭇친 분네 이내 生涯(생애) 엇

더고

風流(풍류)

가天地間(천지간) 男子(남자) 몸이 날만 이

하건마

山林(산림)에 뭇쳐 이셔 至樂(지

락)을

것가

數間茅屋(수간모옥)을 碧溪水(벽계수)

앒픠

고 松竹(송죽) 鬱鬱裏(울울리)예 風月主人(풍

월 주인) 되어셔라

속세에 묻혀 사는 분들이여 이 나의 생활이 어떠한가

옛 사람들의 운치 있는 생활을 내가 따를까 못따를까

천지간 남자로 태어난 몸으로서 나만한 사람이 많건마

는 왜 그들은 자연에 묻혀사는 지극한 즐거움을 모르는

것인가

몇 간쯤 되는 초가집을 맑은 시냇물 앞에 지어 놓고소

나무와 대나무가 우거진 속에 자연의 주인이 되었구나

서사-자연에 묻혀 사는 즐거움

엇그제 겨을 지나 새봄이

돌아오니桃花杏花(도화행화)

夕陽裏(석양

리)예 퓌여 잇고綠楊芳草(녹양방초)

細(우

중)에 프르도다칼로

아 낸가붓으로 그려낸

가造化神功(조화신공)이 物物(물물)마다 헌

엊그제 겨울이 지나 새봄이 돌아오니 복숭아꽃과 살구

꽃은 저녁 햇빛 속에 피어 있고 푸른 버들과 아름다운

풀은 가랑비 속에 푸르도다 칼로 재단해 내었는가 붓

으로 그려 내었는가 조물주의 신비스러운 솜씨가 사물

마다 야단스럽구나

본사 1-봄의 아름다운 경치

수풀에 우

春氣(춘기)

내 계

워 소

마다 嬌態(교태)로다 物我一體

(물아일체)어니 興(흥)이

소냐 柴扉(시

비)예 거러 보고 亭子(정자)애 안자 보니 逍

遙吟詠(소요 음영)

야 山日(산일)이 寂寂(적

적)

閑中眞味(한중진미)

알 니 업시 호

재로다

수풀에 우는 새는 봄 기운을 끝내 못 이겨 소리마다 아

양을 떠는 모습이로다

자연과 내가 한 몸이거니 흥겨움이야 다르겠는가 사립

문 주변을 걷기도 하고 정자에 앉아 보기도 하니 천천

히 거닐며 나직이 시를 읊조려 산 속의 하루가 적적한

데 한가로움 속의 참된 즐거움을 아는 사람이 없이 혼

자로구나

본사 2-봄의흥취

이바 니웃드라山水(산수) 구경 가쟈스라 踏靑

(답청)으란 오

고 浴沂(욕기)란 來日(내

일)

새 아

에 採山(채산)

고 나조

釣水

(조수)

여보게 이웃 사람들이여 산수 구경을 가자꾸나 산책

은 오늘하고 냇물에서 목욕하는 것은 내일 하세 아침

에 산나물을 캐고 저녁에 낚시질을 하세

본사 3-산수 구경 권유

괴어 닉은 술을 葛巾(갈건)으

로 밧타 노코 곳나모 가지 것거 수 노코 먹

으리라 和風(화풍)이 건

부러 綠水(녹수)

건너오니 淸香(청향)은 잔에 지고 落紅(낙

홍)은 옷새 진다 樽中(준중)이 뷔엿거

려 알외어라 小童(소동) 아

려 酒家(주가)

에 술을 믈어얼운은 막대 집고아

술을 메고

微吟緩步(미음 완보)

야 시냇

의 호자 안자

明沙(명사) 조 믈에 잔 시어 부어 들고 淸流(청

류)

굽어보니

니 桃花(도화)ㅣ로다 武陵

(무릉)이 갓갑도다 져

거인고

이제 막 익은 술을 갈건으로 거러 놓고 꽃나무 가지를

꺾어 잔 수를 세면서 먹으리라 화창한 바람이 문득 불

어서 푸른 시냇물을 건너오니 맑은 향기는 술잔에 가

득하고 붉은 꽃잎은 옷에 떨어진다 술동이 안이 비었

으면 나더러 아뢰어라 조그만 아이를 시켜 술집에서

술을 사 가지고 어른은 지팡이를 짚고 아이는 술을 메

고 나직이 읊조리며 천천히 걸어 시냇가에 혼자 앉아

고운 모래가 비치는 맑은 물에 잔 씻어 술을 부어 들

고 맑은 시냇물을 굽어보니 떠내려오는 것이 복숭아꽃

이로다 무릉도원이 가까이 있구나 저 들이 바로 그것

인가

본사 4-술과 풍류

松間(송간) 細路(세로)에 杜鵑花(두견화)

부치 들

고峰頭(봉두)에 급피 올나 구름 소긔

안자 보니 千村萬落(천촌만락)이 곳곳이 버러 잇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23 -

煙霞日輝(연하일휘)

錦繡(금수)

엇그제 검은 들이 봄빗도 有餘(유여)

소나무 사이 좁은 길로 진달래꽃을 손에 들고

산봉우리에 급히 올라 구름 속에 앉아보니 수많은 촌

락들이 곳곳에 벌여 있네 안개와 놀과 빛나는 햇살은

아름다운 비단을 펼쳐 놓은 듯 엊그제까지도 거뭇거뭇

했던 들판이 이제 봄빛이 넘치는구나

본사 5-산봉우리에서의 조망

功名(공명)도 날

우고富貴(부귀)도 날

우니淸

風明月이(청풍명월) 外(외)예 엇던 벗이 잇

올고

簞瓢陋巷(단표누항)에 흣튼 혜음 아니

아모

타 百年行樂(백년행락)이 이만

엇지

공명과 부귀가 모두 나를 꺼리니 아름다운 자연 외에

어떤 벗이 있으리오 비록 가난하게 살고 있지만 잡스

러운 생각은 아니하네 아무튼 한평생 즐겁게 지내는

것이 이만하면 족하지 않겠는가

결사-안빈 낙도

면앙정가(俛仰亭歌)

송 순

无等山(무등산) 활기 뫼히 동다히로

버더 이셔 霽月峯(제월봉)이 되여거

無邊大野(무변대야)의 므

짐쟉

노라

닐곱 구

움쳐 무득무득 버럿

가온대 구

굼긔든 늘근 뇽이 선

머리

언쳐시니

무등산 한 줄기 산이 동쪽으로 뻗어 있어 멀리 떼

어 버리고 나와 제월봉이 되었거늘 끝없이 넓은

들판에 무슨 속셈을 가지고 일곱 구비가 한 곳에

움추리어 무더기 무더기 벌여 놓은 듯 가운데 구

비는 구멍에 든 늙은 용이 풋잠을 이제 막 깨어

머리를 얹어 놓고 있는 것 같으니

rarr서사 1 - 제월봉의 위치와 형세

바희 우

松竹(송죽)을 혜혀고

정자

언쳐시니

구름

靑鶴(청학)이 千里(천 리)를 가리라

래 버렷

넓고 평평한 바위 위에 소나무 대나무를 헤치고

정자를 앉혔으니 구름을 탄 푸른 학이 천 리를

가려고 두 날개를 벌리고 있는 듯하다

rarr서사2 - 면앙정의 모습

玉泉山(옥천산) 龍泉山(용천산)

린 믈이

亭子(정자) 압 너븐 들

兀兀(올올)히 펴진드시

든 기노라 프르거든 희디마나

雙龍(쌍룡)이 뒤트

긴 깁을

어드러로 가노라 므

얏바

즈로 흐르

옥천산용천산 흘러내리는 물이 정자 앞 넓은 들

에 끊임없이 펼쳐진 듯이 넓거든 길지나 말든가

푸르거든 희지나 말지 두 마리 용이 몸을 뒤틀고

있는 듯 긴 비단을 펼쳐 놓은 듯 어디로 가느라

고 무슨 일이 바빠서 달리는 듯 따라가는 듯 밤낮

으로 흘는 듯

rarr본사 1 - 시냇물의 모습

므조친 沙汀(사정)은 눈

치 펴

거든

어즈러온 기러기

므스거슬 어르노라

안즈락

리락 모드락 흣트락

蘆花(노화)를

이 두고 우로곰 좃니

물을 따라 있는 모래밭은 눈같이 하얗게 펼쳐져

있는데 어지럽게 나는 갈매기는 무엇을 어르느라

고 앉기도 하고 내려오기도 하고 모이기도 하고

흩어지기도 하고 갈대꽃을 사이에 두고 울면서 따

라다니는가

rarr본사 2 - 기러기의 교태

너븐 길 밧기오 긴 하

두르고

즌 거슨 뫼힌가 屛風(병풍)인가

그림가 아닌가

노픈

숨거니 뵈거니 가거니 머믈거니

어즈러온 가온

일홈

도 젓티 아녀 옷독이 셧

거시

秋月山(추월산) 머리 짓고 용구산 몽선산 불대산

어등산 용진산 금성산이 허공에 버러거든

遠近(원근) 蒼崖(창애)의 머믄 것도 하도 할샤

넒은 길 밖이요 긴 하늘 아래 두르고 꽂은 것은

산인가 병풍인가 그림인가 아닌가 높은 듯 낮은

듯 끊어지는 듯 이어지는 듯 숨기도 하고 보이기

도 하고 가기도 하고 머물기도 하고 어지러운 가

운데 유명한 척하여 하늘도 두려워 하지 않고 우

뚝하게 서있는 것이 추월산으로 머리를 만들고

용구산 몽선산 불대산 어등산 용진산 금성산이 공

중에 늘어서 있으니 멀고 가까운 푸른 절벽에 머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24 -

문 것도 많기도 하구나

rarr본사 3 - 산봉우리의 승경

흰구름 부흰 煙霞(연하) 프로니

山嵐(산람)이라

千巖萬壑(천암만학)을 제 집으로 삼아두고

나명셩 들명셩 일

ㅣ도 구

지고

오르거니

리거니 長空(장공)의

나거니

廣野(광야)로 건너거니

프르락 불그락 여트락 지트락

斜陽(사양)과 섯거디어 細雨(세우)조차

흰구름 뿌연 안개와 노을 푸른 것은 산 아지랑

이로구나 수많은 바위와 골짜기를 제 집으로 삼

고서 나가기도 하고 들어오기도 하면서 아양도 떠

는구나 올라가기도 하고 내려가기도 하고 먼 하

늘로 떠나기도 하고 넓은 들로 건너가기도 하고

푸르기도 하고 붉기도 하고 옅기도 하고 짙기도

하고 석양과 섞이어 가랑비조차 뿌리는구나

rarr본사 4 - 봄 풍경

藍輿(남여)

고 솔아

구븐 길노

오며 가며

적의

綠楊(녹양)의 우

黃鶯(황앵) 嬌態(교태) 겨워

고야

나모 새

지어 綠陰(녹음)이 얼린 적의

百尺欄干(백척난간)의 긴 조으름 내여 펴니

水面凉風(수면양풍)이야 긋칠 줄 모르

뚜껑없는 가마를 재촉하여 타고 소나무 아래 굽은

길로 오며 가며 하는 때에 푸른 버드나무에서

는 꾀꼬리는 온갖 교태를 부리고 있구나 나무 사

이가 우거져서 녹음이 엉긴 때에 긴 난간에 기대

어 길게 기지개를 켜니 물위에서 부는 시원한 바

람이 그칠 줄을 모르는구나

rarr 본사 5 - 여름 풍경

즌서리

딘 후의 산빗치 錦繡(금수)로다

黃雲(황운)은

엇지 萬頃(만경)의 펴겨디오

漁笛(어적)도 흥을 계워

롸 브니

된서리가 걷힌 후에 산 빛이 수놓은 비단 같구나

누렇게 익은 곡식은 또 어찌 넓은 들에 펼쳐져 있

는가 어부가 부는 피리도 흥을 못이겨 달을 따라

불고 있구나

rarr 본사 6 - 가을 풍경

草木(초목) 다 진 후의 江山이

몰커

造物(조물)리 헌

야 氷雪(빙설)로

며내니

瓊宮瑤臺(경궁요대)와 玉海銀山(옥해은산)이

眼底(안저)에 버러셰라

乾坤(건곤)도 가

열사 간 대마다 경이로다

초목이 다 떨어진 후에 강산이 눈 속에 묻혔거늘

조물주가 야단스러워 눈과 얼음으로 꾸며내니 경

궁요대(구슬로 꾸민 궁궐과 대)와 옥해은산(아름

다운 바다와 눈덮인 산) 같은 설경이 눈 아래 펼

쳐졌구나 하늘과 땅도 풍성하구나 가는 곳마다

아름다운 경치로다

rarr 본사7 - 겨울 풍경

人間(인간)을

나와도 내 몸이 겨를 업다

이것도 보려

고 져것도 드르려코

도 혀려

도 마즈려코

밤으란 언제 줍고 고기란 언제 낙고

柴扉(시비)란 뉘 다드며 딘 곳츠란 뉘 쓸려뇨

이 낫브거니 나조

라 슬

소냐

리 不足(부족)커니 來日(내일)이라

有餘(유여)

이 뫼

안자 보고 져 뫼

거러 보니

煩勞(번로)

릴 일이 아조 업다

쉴 사이 업거든 길히나 젼

리야

다만 靑藜杖(청려장)이 다 므듸어 가노

속세를 떠나왔어도 내 몸이 한가하지 않다 이것

도 보려고 하고 저것도 들으려 하고 바람도 쏘이

려 하고 달도 맞으려 하고 밤은 언제 줍고 고기는

언제 낚고 사립문은 누가 닫으며 떨어진 꽃은 누

가 쓸겠느냐 아침에도 아름다운 경치 구경하는

시간이 모자랄 지경인데 저녁이라고 싫겠는가 오

늘의 시간이 부족한데 내일이라고 여유가 있겠는

가 이 산에서 앉아보고 저 산에서 걸어보니 번거

로운 마음이지만 버릴 일이 아주 없다 쉴 사이가

없는데 사람들에게 길이나마 알려줄 수가 있겠는

가 다만 명아주 대로 만든 지팡이가 다 무디어

가는구나

rarr본사 8 - 자연애와 풍류 생활

술이 닉어가니 벗지라 업슬소냐

이며 혀이며 이아며

온가짓 소

로 醉興(취흥)을

야거니

근심이라 이시며 시

이라 브터시랴

누우락 안즈락 구브락 져츠락 울프락

노혜로 놀거니

天地(천지)도 넙고넙고 日月(일월)도 가

羲皇(희황) 모

러니 이적이야 긔로고야

神仙(신선)이 엇더턴지 이몸이야 긔로고야

술이 익어가니 벗이라고 없겠는가 노래를 부르게

하며 악기를 타고 켜게 하며 방울을 흔들며 온갖

소리로 술에 취한 흥을 재촉하니 근심이라 있겠으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25 -

며 시름이라고 붙어 있으랴 눕기도 하고 앉기도

하고 구부리기도 하고 뒤로 젖히기도 하고 읊기도

하고 휘파람을 불기도 하면서 마음놓고 놀기도

하니 천지도 넓고 넓으며 세월도 한가하다 중국

복희 황제의 태평성대를 내가 잘 몰랐더니 지금이

바로 그것이로구나 신선이 어떤 것인지 잘 몰랐

더니 내가 바로 신선이로구나

rarr본사9 - 취흥

江山風月(강산풍월) 거

리고 내 백년을 다누리면

岳陽樓(악양루) 샹의 李太白(이태백)이 사라 오다

浩蕩情懷(호탕 정회)야 이에서 더

소냐

이 몸이 이렁 굼도 亦君恩(역군은)이샷다

아름다운 대자연을 거느리고 내 한평생을 다 누리

면 조망이 좋기로 이름난 악양루 위의 이태백이

살아온다한들 넓고 큰 마음이야 이것보다 더 하겠

는가 이몸이 이렇게 지내는 것도 역시 임금님의

은혜이시도다

rarr결사 - 호탕한 정회와 군은

면앙정의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지은이가 41세 되던 해 벼슬을 그만두

고 향리인 전라남도 담양에 내려가 면앙정이라는

정자를 짓고 아름다운 자연을 벗삼아 사는 자신의 풍

류 생활을 노래한 것이다 면아정 주변의 경치4계절의

풍경 자신의 풍류 생활에 대한 멋과 흥취를 짜임새 있

게 그려낸 선경 후정의 작품이다

우리 江湖歌道(강호가도)의 전형을 확립한 작품으로

정극인의 상춘곡을 이어받아 송강의 성산별곡관동별곡

에 크게 영향을 끼쳤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결사 끝

부분의 lsquo亦君恩(역군은)이샷다rsquo와 같은 표현은 맹사성의

lsquo강호사시가rsquo에도 나타나는 것으로 자연속에서 지내는

즐거움과 연군 지정을 결합시킨 표현이라 할 수 있다

관동별곡

정 철

江강湖호애 病병이 깁퍼 竹

林님의 누엇더니 關관東

동 八팔百

里니에 方방面면을 맛디시니 어와 聖셩恩

은이야 가디록 罔망極극

다 延연秋츄門문 드리

慶경會회 南남門문

라보며 下하直직고 믈너나니 玉

옥節졀이 알

셧다

平평丘구驛역

라 黑흑水슈로 도라드니 蟾셤江

강은 어듸메오 雉티岳악이 여긔로다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의 병이 깊어 전라남도 창평에서

지내고 있었는데 800리나 되는 강원도 지방의 관찰사

소임을 맡기시니 아아 임금님의 은혜야말로 갈수록

끝이 없다 연추문으로 달려들어가 경회루의 남쪽문을

바라보며 임금님께 하직 인사를 하고 물러나니 옥절이

앞에 서 있다 양주(평구역)역에서 말을 갈아타고 여주

(흑수)로 돌아 들어가니 원주(섬강)는 어디인가 치악

산이 여기로구나

서사1-관찰사 배명과 부임의 여정

昭쇼陽양江강

린 믈이 어드러로 든단 말고 孤고臣신

去거國국에 白

髮발도 하도 할샤 東동州

밤 계오

새와 北븍寬관亭뎡의 올나

니 三삼角각山산 第뎨一일

峰봉이

마면 뵈리로다 弓궁王왕 大대闕궐 터희 烏오

鵲쟉이 지지괴니 千쳔古고 興흥亡망을 아

다 몰

다 淮회陽양 녜 일홈이 마초아

시고 汲급長

孺유

風풍彩

를 고텨 아니 볼 게이고

소양강 흘러내린 물이 어디로 흘러들어간단 말인가 외

로운 신하가 임금님 곁을 떠남에 있어서 나라에 대한

걱정이 많기도 하구나 철원(동주)에서 밤을 겨우 새운

후 북관정에 오르니(임금님이 계신 한양에 있는)삼각

산의 제일 높은 봉우리가 웬만하면 보일 것 같구나 옛

날 궁예왕이 살았던 대궐 터에 까마귀와 까치만 지저귀

고 있으니 먼 옛날의 흥망 성쇠를 까마귀와 까치 너희

들은 아느냐 모르느냐 회양이라는 이름이 옛날 중국의

지명인 회양과 마침 똑같구나(중국 회양 땅에서 선정

을 베푼)급장유의 모습을 이제 다시 (여기서)볼 수 있

지 않겠는가(급장유가 중국 회양땅에서 선정을 베푼

것처럼 정철 자신도 이곳 강원도 회양땅에서 선정을 베

풀겠다는 포부를 나타냄)

서사 2-관내 순력과 선정에 대한 포부

營영中듕이 無무事

고 時시節졀이 三삼月월인 제

花화川쳔 시내길히 楓풍岳악으로 버더 잇다 行

裝장

을 다

티고 石셕逕경의 막대 디퍼 百백川쳔洞동 겨

두고 萬만瀑폭洞동 드러가니 銀은

무지게 玉

龍룡의 초리 섯돌며

十십里리의

자시니 들을 제

우레러니 보니

눈이로다

감영(지금의 도청)안에 아무 일이 없고 시절이 마침 삼

월인 때에 화천 시냇길이 금강산으로 뻗어 있다 행장

을 다 떨쳐 버리고 돌길에 지팡이를 짚어 백천동 곁을

지나 만폭동으로 들어가니 은같은 무지개 옥 같은 용

의 꼬리처럼 생긴 폭포가 섞어 돌며 뿜는 소리가 십 리

에 깔려 있으니 멀리서 들을 때는 우렛소리더니 가까

이 가서 보니 눈(雪)이 날리는 것 같구나

본사1-만폭동 폭포의 장관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26 -

金금剛강臺

우層층의 仙션鶴학이 삿기 치니 春츈

風풍 玉옥笛

聲셩의 첫

돗던디 縞호衣의玄현裳

샹이 半반空공의 소소

니 西셔湖호

主쥬人인을

반겨셔 넘노

금강대 맨 꼭대기에 사는 선학이 새끼를 치니 봄바람

옥피리 소리에 첫 잠을 깨었던지 흰 저고리 검은 치마

로 단장한 학이(학의 날개 묘사) 공중에 솟아 뜨니 옛

날 중국 서호에서 학과 더불어 노닐던 임포를 반겨 맞

는 것 같구나(정철 자신을 임포처럼 생각함)

본사2-금강대 위의 선학

小쇼香향爐노 大대香향爐노 눈 아래 구버보고 正졍陽

양寺

眞진歇헐臺

고텨 올나 안

마리 廬녀山산 眞

진面면目목이 여긔야 다 뵈

다 어와 造조化화翁옹이

토 헌

거든

디 마나 셧거든 솟디 마나

芙부蓉용을 고잣

玉옥을 믓것

東동溟명

을 박

北북極극을 괴왓

놉흘시고 望망高

고臺

외로올샤 穴혈望망峰봉이 하

의 추미러 므

일을

로리라 千쳔萬만劫겁 디나

록 구필 줄 모

다 어와 너여이고 너

향로처럼 생긴 크고 작은 봉우리를 눈아래 굽어보고 나

서 정양사를 지나 진헐대에 다시 올라 앉으니 금강산

의 참모습이 여기서야 다 보이는구나 아아 조물주가

야단스럽기도 야단스럽구나(산봉우리들이)날아가려거

든 뛰지나 말든가 서있으려거든 (위로)솟지나 말든가

할일이지 연꽃을 꽂아 놓은 것 같기도 하고흰 옥을

묶어 놓은 것 같기도 하고 북극성을 떠받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높구나 망고대 외롭구나 혈망봉이 하늘

에 치밀어서 무슨 일을 아뢰려고 오랜 세월이 지나도록

굽힐 줄을 모르느냐 아아 너로구나 너같은 충신이

또 있을까(진헐대에서 바라본 많은 산봉우리들이 굳굳

한 모습으로 서있는 것을 보고 충신의 지조와 절개를

연상하여 표현한 구절)

본사 3-진헐대에서의 조망

心심臺

고텨 올나 衆듕香향城셩

라보며 萬만

二이千쳔峰봉을 歷녁歷녁히 혀여

니 峰봉마다

쳐 잇

고 긋마다 서린 긔운

거든 조티마나 조커든

디 마

나 뎌 긔운 흐터 내야 人인傑걸을

고쟈 形형容용

도 그지업고 체체勢셰도 하도 할샤 天텬地디 삼기실

제 自

然연이 되연마

이제 와 보게 되니 有유情정

도 有유情정

개심대를 다시 올라가서 중향성을 바라보며 금강산 만

이천 봉우리를 똑똑히 헤아려 보니 산봉우리마다 정기

가 맺혀 있고 봉우리 끝마다 서린 기운(정기) (산의

정기가)맑거든 깨끗하지나 말든가 깨끗하거든 맑지나

말 것이지(산의 정기가 맑고도 깨끗하다는 의미) 저

기운을 흩어 내어 뛰어난 인물을 만들고 싶구나 산봉

우리의 생긴 모양이 끝이 없이 다양하고 자세도 많기도

하구나 천지가 생겨날 때 자연히 된 줄 알았더니 이제

와서 보니까 조물주의 뜻이 분명히 있구나

본사 4-개심대에서의 조망

毗비盧로峰봉 上샹上샹頭두의 올라 보니 긔 뉘신고

東동山산 泰태山산이 어

야 놉돗던고 魯노國국 조븐

줄도 우리

거든 넙거나 넙은 天텬下하 엇

닷 말고 어와 뎌 디위

어이

면 알 거이고 오

디 못

거니

려가미 고이

비로봉 맨 꼭대기에 올라본 사람이 그 누구인가

동산과 태산이 그 얼마나 높던가 노나라가 작다는 것

도 우리는 모르겠는데 넓고도 넓은 천하를 어떻게 해서

작다고 공자께서는 말씀하신단 말인가 아아 저 공자

의 경지를 어떻게 하면 알 것인가 올라가지 못하는데

내려가는 것이 이상하랴

본사 5-비로봉을 본 감회

圓원通통골

길로 獅

峰봉을

자가니 그 알

너러바회 化화龍룡쇠 되여셰라 千쳔年년 老노龍룡

이 구

서려 이셔 晝듀夜야의 흘녀 내여 滄창海

해예 니어시니 風풍雲운을 언제 어더 三삼日일雨우

디련

다 陰음崖애예 이온 플을 다 살와 내여

원통골 가느다란 길로 사자봉을 찾아가니 그 앞에 넓고

평평한 바위가 화룡소가 되었구나 마치 천 년이나 묵

은 늙은 용(정철 자신을 지칭함)이 굽이굽이 서려 있어

서 밤낮으로 물을 흘려 내어 푸른 바다에 이어졌으니

용(작자 자신)아 너는 언제 풍운(선정의 기회)을 얻어

서 임금님의 은총을 백성들에게 내리려느냐 굶주리고

헐벗은 백성들을 다 살려 내려무나

본사 6-화룡소에서의 감회

磨마訶하衍연 妙묘吉길祥샹 雁안門문재 너머 디여 외

나모

리 佛블頂뎡臺

올라

니 千쳔尋심絶졀

壁벽을 半반空공애 셰여 두고 銀은河하水슈 한 구

촌촌이 버혀 내여 실

티 플텨이셔 뵈

티 거러시니

圖도經경 열 두 구

내 보매

여러히라 李니謫

션 이제 이셔 고텨 의논

게 되면 廬녀山산이 여긔도

곤 낫단 말 못

려니

마하연 묘길상을 구경하고 안문재를 넘어 내려가 외

나무 썩은 다리를 건너 불정대에 오르니 천길이나 되는

낭떠러지를 공중에 세워 놓고 은하수 한 굽이를 마디

마디 베어 내어 실같이 풀어 가지고 베처럼 걸었으니

도경(금강산 12폭포를 그림으로 그려놓은 그림책)에는

폭포가 열두굽이로 되어 있지만 내가 보기에는 그보다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27 -

더 많아 보인다 이태백이 지금 살아 있어서 다시(금강

산 12폭포와 중국의 여산폭포를 비교) 논의하게 된다

면 여산 폭포가 여기보다 더 낫다는 말은 못 할 것이

본사 7-십이 폭포의 장관

山산中듕을

양 보랴 東동海해로 가쟈

라 籃남輿여

緩완步보

야 山산映영樓누의 올나

니 玲녕瓏농 碧벽

溪계와 數수聲셩啼뎨鳥됴

離니別별을 怨원

旌졍旗긔를

티니 五오色

이 넘노

鼓고角각을

섯부니 海해雲운이 다것

鳴명沙사길 니근

이 醉

仙션을 빗기 시러 바다

두고 海

棠당花화로 드러가니 白

鷗구야

마라 네 버딘 줄 엇디 아

산중의 경치만 노상 보겠는가 동해로 가자꾸나 남녀

(뚜껑없는 가마)를 타고 천천히 걸어서 산영루(정자이

름)에 오르니 영롱하게 반짝이는 시냇물과 갖가지 소

리로 우는 새는 나와의 이별을 싫어하는 듯 여러 가지

깃발을 휘날리니 오색(빨강파랑검정노랑흰색등의

깃발)이 넘나들며 노는 듯 북과 피리를 섞어 부니 바

다의 구름이 다 걷히는 듯하다 모래밭 길에 익숙한 말

이 도취한 신선을 비스듬히 태우고 해변을 따라 해당

화가 피어 있는 곳으로 들어가니 백구야 날아가지 마

라 내가 네 친구일수도 있지 않느냐

본사 8-동해로 가는 감회

金금闌난窟굴 도라드러 叢총石셕亭뎡 올라

니 白

옥樓누 남은 기동 다만 네히 셔 잇고야 工공슈의 셩녕

인가 鬼귀斧부로 다

가 구

야 六뉵面면은 므어슬

象샹톳던고

금난굴을 돌아들어서 총석정에 오르니 바다 가운데에

돌기둥 네 개가 백옥루의 남은 기둥처럼 서 있구나 저

네 개의 돌기둥은 공수(중국 고대의 명공)가 만든 것인

가 귀신의 도끼로 다듬었는가 구태여 그 돌기둥이 여

섯 모가 난 것은 무엇을 본뜬 것인가

본사 9-총석정의 장관

高고城셩을란 뎌만 두고 三삼日일浦포

자가니 丹

단書셔

宛완然연

되 四

仙션은 어

가니 예 사흘

머믄 後후의 어

머믈고 仙션遊유潭담 永영郎

냥湖호 거긔나 가 잇

가 淸

澗간亭뎡 萬만景경臺

몃 고

안돗던고

고성을 저만큼 두고 삼일포를 찾아가니 영랑의 무리

(신라 때 네 명의 화랑 곧 사선)가 남쪽으로 갔다는

글씨는 뚜렷한데 사선은 어디 갔는가 여기서 사흘을

머문 후에 어디 가서 또 머물렀을까 선유담 영랑호

거기나 가 있는가 청간정 만경대 몇 곳에 앉았던가

본사 10-삼일포에서의 회고

梨니花화

셔 디고 졉동새 슬피 울 제 洛낙山산東

동畔반으로 義의相샹臺

예 올라 안자 日일出츌을 보

리라 밤듕만 니러

니 祥샹雲운이 집

동 六뉵龍뇽

이 바퇴

동 바다

날 제

萬만國국이 일위더니

天텬中듕의 티

니 毫호髮발을 혜리로다 아마도 녈구

름 근쳐의 머믈셰라 詩시仙션은 어

가고 咳

唾타만

나맛

니 天텬地디間간 壯장 긔별

셔히도

셔이

배꽃은 벌써 떨어지고 접동새가 슬피 울 때에 낙산의

동쪽 언덕에 있는 의상대에 올라앉아 해 뜨는 것을 보

려고 한 밤중에 일어나니 상서로운 구름이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듯 여섯 마리의 용이 떠받치고 있는 듯

해가 바다에서 떠날 때는 온 세상이 흔들리는 것 같더

니 하늘로 치솟아 오르니 가느다란 터럭을 셀 수 있을

정도로 밝구나 혹시나 지나가는 구름(간신을 비유함)

이 햇빛을 가릴까 두렵다 이백은 어디 가곡 그가 남긴

유명한 말(咳唾(해타)-이백은 lsquo등금릉봉황대rsquo라는 시에

서 간신이 임금의 총명을 흐리게 하는 것을 구름이 해

를 가리는 것에 비유했음)만 남아 있는가 천지간에 굉

장한 소식(사연)이 그의 시에 자세히도 표현되어 있구

본사 11-의상대에서의 일출의 장관

斜샤陽양 峴현山산의 척

을 므니

와 羽우蓋개芝

지輪륜이 鏡경浦포로

려가니 十십里리 氷빙紈환을

다리고 고텨 다려 長

松숑 울흔 소개 슬

장 펴뎌시

니 믈결도 자도 잘샤 모래

혜리로다 孤고舟쥬 解

纜람

야 亭뎡子

올나가니 江강門문橋교 너믄

大대洋양이 거긔로다 從

容용댜 이 氣긔像샹

闊활遠원댜 뎌 境경界계 이도곤

어듸 잇

닷 말고 紅홍粧장 古고事

리로다

江강陵능 大대都도護호風풍俗쇽이 됴흘시고 節졀孝효

旌졍門문이 골골이 버러시니 比비屋옥可가封봉이 이제

도 잇다

저녁 햇살이 비치는 현산의 철쭉꽃을 잇달아 밟으면서

신선을 태운 수레가 경포로 내려가니 십 리나 되는 비

단을 (다리미로)다리고 다시 다린 것처럼 맑고 깨끗한

수면이 큰 소나무가 둘러싼 속에 실컷 펼쳐져 있으니

물결도 잔잔하기도 잔잔하구나 모래를 셀 수 있을 것

같도다 배 한 척을 띄워 호수를 건너가서 정자 위에

올라가니 강문교 바로 너머에 넓은 바다가 거기로구

나 조용하구나 이 기상 넓고 멀구나 저 경계(수평

선) 여기보다 더 (경치가) 잘 갖추어진 곳이 또 어디

있단 말인가 박신과 흥장의 옛일을 야단스럽다고 할

것이로다 강릉 대도호부의 풍속이 좋기도 하구나 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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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 -

신 효자 열녀 등을 표창하는 문이 고을마다 널려 있

으니 요순 시대처럼 집집마다 벼슬을 봉할 만하다는

것이 지금도 있다 할 것이로다

본사 12-경포의 장관과 강릉의 미풍 양속

眞진珠쥬館관 竹

西셔樓루 五오十십川쳔

린 믈이 太

태白

山산 그림재

東동海

로 다마 가니

하리 漢

한江강의 木목覓멱의 다히고져 王왕程뎡이 有유限

고 風풍景경이 못 슬

니 幽유懷회도 하도 할샤 客

愁수도 둘 듸 업다 仙션사

워 내여 斗두牛우로 向

살가 仙션人인을

려 丹단穴혈의 머므살가

진주관 죽서루 아래 오십천에 흘러내리는 물이 태백산

그림자를 동해로 담아가지고 흘러가니 차라리 저 물을

임금님이 계신 서울 남산에 닿게 하고 싶다 관원의 여

정에는 기한이 있고 풍경은 싫증이 나지 않으니 그윽

한 회포도 많기도 많구나 나그네의 시름도 둘 곳이 없

다 신선이 탄다는 뗏목을 띄워서 북두성과 견우성으로

향할까 사선을 찾으러 단혈에 머무를까

본사 13-죽서루에서의 객수

天텬根근을 못내 보와 望망洋양亭뎡의 올은말이 바다

밧근 하

이니 하

밧근 므서신고

득 노 고래 뉘

라셔 놀내관

블거니

거니 어즈러이 구

디고 銀

은山산을 것거 내여 六뉵合합의

五오月월

天텬의 白

雪셜은 므

일고

하늘의 끝을 끝내 못 보아 망양정에 오르니 바다 밖은

하늘인데 하늘 밖은 무엇인가 가뜩이나 노한 고래를

누가 놀리게 하기에 불기도 하고 뿜기도 하면서 어지럽

게 구는 것인가 은으로 된 산을 꺾어 내어 온 세상에

흩어 내리는 듯 오월의 아득한 하늘에 흰 눈이 무슨 일

인가

본사 14-망양정에서의 조망

져근덧 밤이 드러 風풍浪낭이 定뎡

扶부桑상 咫

지尺

의 明명月월을 기

리니 瑞셔光광 千쳔丈

고야 珠쥬簾렴을 고텨 것고 玉옥階계

다시 쓸며 啓계明명星셩 돗도록 곳초 안자

라보니

蓮년花화 가지

뉘라셔 보내신고 일이 됴흔

世세界계

대되 다 뵈고져

流뉴霞하酒쥬

득 부어

려 무론 말이 英영雄웅은

가며 四

仙션은 긔 뉘러니 아

나 맛나 보아

긔별 뭇쟈

니 仙션山산 東동海

예 갈 길히 머도

멀샤

잠깐 사이에 밤이 되어 풍랑이 가라앉거늘 해와 달이

뜬다는 부상 가까운 거리에서 밝은 달을 기다리니 천

길이나 뻗친 상서로운 달빛이 보이는 듯하다가 숨는구

나 구슬로 만든 밭을 걷어 올리고 돌층계를 다시 쓸며

샛별이 돋을 때까지 꼿꼿이 앉아 바라보니 흰 연꽃 한

송이를 누가 보내셨는가 이렇게 좋은 세계를 남에게

다 보이고 싶구나 신선주를 가득 부어 들고 달에게 묻

기를ldquo영운은 어디 갔으며 사선 그들은 그 누구이더

냐rdquo 아무나 만나 보아 옛 소식을 물으려 하니 삼신산

이 있다는 동해에 갈 길이 멀기도 멀구나

결사 1-동해의 달맞이

松숑根근을 볘여 누어 픗

을 얼픗 드니

애 사

이 날

려 닐온 말이그

내 모

랴 上샹界계예 眞

진仙션이라 黃황庭뎡經경一일字

엇디 그

닐거

두고 人인間간의 내려와셔 우리

다 져근덧

가디 마오 이 술 잔 머거 보오 北북斗두星셩 기우

려 滄챵海

水슈 부어 내여 저 먹고 날 머겨

서너

잔 거후로니 和화風풍이 習습習습

야 兩냥腋

을 추

혀 드니 九구萬만里리 長

空공애 져기면

리로다 이

술 가져다가 四

예 고로

화 億억萬만 蒼창生

을 다 醉

근 後후의 그제야 고텨 맛나

고야 말 디쟈 鶴학을

고 九구空공의 올나가니

空공中듕 玉옥蕭쇼 소

어제런가 그제런가

나도

여 바다

구버보니 기

거니

인들 엇디 알리 明명月월이 千천山산萬만落낙의 아니

비쵠

업다

소나무 뿌리를 베고 누워서 선잠을 얼핏드니

꿈에 한 사람이 나더러 이르기를 ldquo그대(송강)를 내가

모르랴 그대는 하늘 나라의 진짜 신선이라 황정경의

한 글자를 어찌하여 잘못 읽어 가지고 속세로 귀양와서

우리를 따르는가 잠깐 동안 가지 말고 이 술 한잔 먹

어 보오rdquo 북두칠성을 국자 삼아 푸른 바닷물을 잔에

부어 저도 먹고 나도 먹이거늘 서너잔을 기울이니 화

창한 바람이 산들산들 불어 양쪽 겨드랑이를 추켜드니

구만리나 되는 먼 하늘에 웬만하면 날 것 같구나

ldquo이 술을 가져다가 온 세상에 골고루 나누어 모든 백성

들을 다 취하게 만든 후에 그 때에야 다시 만나 또 한

잔 하자꾸나lsquo

그 말이 끝나자 신선(꿈에 한 사람)은 학을 타고 하늘

로 올라가니 공중에서 들려오는 옥피리 소리가 어제던

가 그제던가 싶게 어렴풋하구나 나도 잠을 깨어 바다

를 굽어보니 그 깊이를 모르는데 끝이야 더욱 어떻게

알겠는가 밝은 달이 온 세상에 아니 비친 곳이 없다

결사 2-꿈속의 선연

lt송강가사(松江歌辭) 이선본(李選本gt

지은이가 45세 되던 선조 13년(1580)에 강원도 관찰사

에 배임(拜任)되어 부임하는 과정과 원주에 부임한 후

틈을 내어 관동 팔경을 비롯한 강원도 내의 명승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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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루 유람하며그 승경(勝景)과 인정 풍속을 비롯해서

연군(戀君)애민의 정(情) 및 선연(仙緣)을 노래한 기행

가사의 대표적인 작품이다 멀게는 고려 충숙왕 때 안

축이 지은 경기체가 형식의 [관동별곡]과 가깝게는 명

종때 백광홍이 지은 [관서별곡] 송순의 [면앙정가]의

영향을 받은 작품으로 표현이 명쾌화려하고 탄력이 넘

치며 활달하고 낭만적이어서 지은이의 호탕한 기상이

잘 나타나 있다

총 295구로 이루어진 장편 기행 가사로 서사(처음~급

당유 풍 고텨 아니 볼 게이고) 본사(영둥이 무고~오월 댱텬의 셜은 므일고) 결사(져근덧 밤이

드러~아니 비쵠 업다)로 구성되어 있다

산에서 바다로 이어지는 여정은 그 각각의 이미지를 매

개로 하여 인간의 두 가지 존재 양식 사이에서 갈등하

는 작가의 모습을 보여 준다 산에서 본 경치는 백색의

이미지로서 고결한 위정자로서의 풍모를 드러내고 있으

며 바다에서는 인간 본연의 영원한 세계를 갈구하는

자유 분방한 정신을 표출하고 있다

다양한 어휘와 적절한 수사법을 능란하게 구사함으로

써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한층 높은 경지로 끌어 올린

작품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사미인곡(思美人曲)

송강 정 철

이 몸 삼기실 제 님을 조차 삼기시니 緣分(연분)이며 하 모 일이런가 나 나 졈어 잇

고 님 나 날 괴시니 이 음 이 랑 견졸 노여 업다

이 몸이 태어날 때에 임을 따라서 태어나니 한평생의

연분이며 하늘이 모를 일이던가내가 오직 젊어 있고

임은 오직 나를 사랑하시니 이 마음과 이 사랑을 비교

할 곳이 전혀 없다

서사 1-임과의 인연

平生(평)애 願(원) 요 녜자 얏더니

늙기야 므 일로 외오 두고 글이고 엇그제 님

을 뫼셔 廣寒殿(광한뎐)의 올낫더니그더 엇디

야 下界(하계)예 랴오니 올 적의 비슨 머리 얼

킈연디 三年(삼년)이라 臙脂粉(연지분) 잇마 눌 위여 고이고 음의 친 실음 疊疊(텹텹)

이 혀 이셔 짓니 한숨이오 디니 눈믈이라

人生(인)은 有限(유) 시도 그지업다

평생에 원하기를 임과 함께 살아가고자 했는데 늙어서

야 무슨일로 외따로 두고 그리워하는가 엊그제 임을

모시고 광한전에 올라 있었는데 그 사이에 어찌하여 이

하계에 내려왔느냐 임을 떠나 올 적에 빗은 머리가 헝

클어진 지삼 년일세 연지와 분이 있지마는 누구를 위

해서 예쁘게 화장할 것인가 마음에 맺힌 시름이 겹겹

이 쌓여 있어서 짓는 것이 한수밍요 떨어뜨리는 것이

눈물이라 인생은 한이 있는데 시름은 끝이 없다

서사 2-임에 대한 그리움

無心(무심) 歲月(셰월)은 믈 흐 고야 炎

凉(염냥)이 아라 가 고텨 오니 듯거니

보거니 늣길일도 하도 할샤

아무 생각이 없는 세월은 물 흐르듯 빨리 지나가는구

나 더위와 추위가 때를 알아서 가자마자 다시 오니 듣

고 보는 가운데서 느낄일이 많기도 많구나

서사 3-세월의 무상함

東風(동풍)이 건듯 부러 積雪(젹셜)을 헤텨내니 窓

(창) 밧긔 심근 梅花(화) 두세 가지 픠여셰라 득 冷淡(담) 暗香(암향)은 므 일고 黃昏

(황혼)의 이 조차 벼 마 빗최니 늣기 반기 님이신가 아니신가

뎌 梅花(화) 것거 내여 님 겨신 보내오져 님

이 너 보고 엇더타 너기실고

봄바람이 문득 불어서 쌓인 눈을 헤쳐내니 창밖에 심은

매화가 두세 가지 피었구나 가뜩이나 쌀쌀하고 담담한

데 그윽하게 풍기는 향기는 또 무슨 일인가 황혼에 달

이 따라와 배갯머리에 비치니흐느껴 우는 듯 반기는

듯하니 임이신가 아니신가 저 매화를 꺾어 내어 임 계

신 곳에 보내고 싶다 그러면 임이 너 (매화)를 보고

어떻다고 생각하실까

본사 1-춘원(春怨)

디고 새 닙 나니 綠陰(녹음)이 렷 羅幃

(나위) 寂寞(젹막)고 繡幕(슈막)이 뷔여 잇다 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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蓉(부용)을 거더 노코 孔雀(공쟉)을 둘러 두니 득 시 한 날은 엇디 기돗던고鴛鴦錦(원앙금)

버혀 노코 五色線(오션) 플텨 내여 금자 견화

이셔 님의 옷 지어 내니 手品(슈품)은니와 制度

(졔도)도 시고 珊瑚樹(산호슈) 지게 우 白玉函(옥함)의 다마 두고 님의게 보내오려 님 겨신

라보니 山(산)인가 구롬인가 머흐도 머흘시

고 千里 萬里(쳔리 만리)길흘 뉘라셔 자갈고니

거든 여러 두고 날인가 반기실가

꽃이 지고 새 잎이 피어나니 녹음이 우거졌는데 비단

포장이 적막하고 수놓은 장막이 텅 비어 쓸쓸하다 연

꽃을 수놓은 비단 휘장을 걷어 놓고 공작을 수놓은 병

풍을 둘러 치니 가뜩이나 시름이 많은데 날은 어찌 그

리 길던가 원앙새 수놓은 비단을 베어 놓고 오색실을

풀어 내어 좋은 자로 재어서 임의 옷을 지어내니 솜씨

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격식도 갖추었구나 백옥으로

만든 함에 담아 산호로 만든 지게 위에 얹어 놓고 임에

게 보내려고 임 계신 곳을 바라보니 산인지 구름인지

험하기도 험하구나 천만 리나 되는 먼 길을 누가 찾아

갈 것인가 가면은 함을 열어 놓고 나를 본것처럼 반가

워하실까

본사2-하원(夏怨)

밤 서리김의 기겍러기 우러 녤 제 危樓(위루)

에 혼자 올라 水晶簾(슈졍념) 거든말이 東山(산)의

이 나고 北極(븍극)의 별이 뵈니 님이신가 반기

니 눈믈이 절로 난다 淸光(쳥광)을 쥐여 내여 鳳

凰樓(봉황누)의 븟티고져 樓(누) 우 거러 두고

八荒(팔황)의 다 비최여 深山窮谷(심산궁곡) 졈낫

티 그쇼셔

하룻밤 서리가 내린 무렵에 기러기가 울며 지나갈 때

높은 누각에 혼자 올라가 수정으로 만든 밭을 걷으니

동산에 달이 떠오르고 북극성이 보이므로 임이신가 하

여 반가워하니 눈물이 절로 난다 밝은 달을 잡아 내어

임 계신 곳에 보내고 싶구나 임께서 그 달을 누각 위

에 걸어 노고 온 세상을 다 비추어 깊은 산 골짜기 까

지도 대낮같이 밝게 하소서(밝은 정치를 베푸소서)

본사 3-추원(秋怨)

乾坤(건곤)이 閉塞(폐)야 白雪(셜)이 빗친

제 사은니와 새도 긋쳐 잇다 瀟湘南畔(쇼

샹남반)도 치오미 이러커든 玉樓高處(옥누고쳐)야

더욱 닐러 므리陽春(양츈)을 부쳐 내여 님 겨

신 쏘이고져茅簷(모쳠) 비쵠 玉樓(옥누)의

올리고져 紅裳

(홍샹)을 니믜 고 翠袖(슈) 半(반)만 거더

日暮脩竹(일모슈듁)의 혬가림도 하도 할샤 댜 수이 디여 긴 밤을 고초 안자 靑燈

(쳥등) 거른 겻 鈿箜葔(뎐공후)노하 두고 의나

님을 보려 밧고 비겨시니 鴦衾(앙금)도 도

샤 이 밤은 언제 샐고

하늘과 땅이 꽉막힌 것처럼 흰 눈으로 온통 덮여 있으

니 사람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날아디는 새도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다 소상강 남쪽 지방같이 따뜻한 이 곳

도 추위가 이러한데 하물며 임계신 북쪽 지방이야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따뜻한 봄볕을 부쳐 내어 임 계신

곳에 쏘이고 싶다 초가집 처마에 비친 해를 임계신 곳

에 올리고 싶다 붉은 치마를 여미어 입고 푸른 소매를

반쯤 걷어 해질 무렵 대나무에 의지하여 여러 가지 생

각이 많기도 하구나 짧은 겨울해가 이내 넘어가니 긴

밤을 꼿꼿이 앉아서 청사초롱을 걸어 둔 곁에 자개 입

힌 공후를 놓아 두고 꿈에나 임을 만나 보려고 턱을

받치고 기대어 있으니 원앙금침이 차갑기도 하구나 이

밤은 언제 샐것인가

본사 4-동원(冬怨)

도 열두 도 셜흔 날 져근덧 각마

라 이 시 닛쟈 니 의 쳐 이셔 骨髓(골

슈)의 텨시니 扁鵲(편쟉)이 열히 오나 이 병을

엇디리 어와 내 병이야 이 님의 타시로다 하

리 싀어디여 범나븨 되오리라 곳나모 가지마다 간

죡죡 안니다가 향 므든 애로 님의 오 올므

리라 님이야 날인 줄 모셔도 내 님 조려 노

하루도 열두 때 한 달도 서른 날 잠시 라도 생각을

말아 가지고 이 시름을 잊으려 해도 마음 속에 맺혀

있어서 뼛속까지 사무쳤으니 편작 같은 명의가 열명이

온다 한들 이 병을 어찌할 것인가

아아 내 병이여 이 병을 어찌할 것인가

아아 내 병이여 이 임의 탓이로다 차라리 죽엇 호랑

나비가 되리라 꽃나무 가지에 가는 곳마다 앉으며 돌

아다니다가 향기 묻은 날개로 임의 옷에 앉으리라 임

께서 나인 줄을 모르신다 해도 나는 끝까지 임을 따르

려 하노라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31 -

결사 -임을 향한 변함 없는 마음

lt성주본 송강가사gt

작품의 감상

작자가 50세 되던 해에 반대 정파의 탄핵을 받고 전남

창평으로 물러나 우거(寓居)하면서 임금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여인이 사랑하는 사람을 그리는 심정에 의탁하

여 부른 노래이다 이 작품의 제목인 〈사미인곡(思美

人曲)〉은 중국 굴원이 지은 〈이소(離騷)〉의 제 9편

에 나오는 lsquo사미인(思美人)rsquo이라는 편명에서 따온 것으

로 보이며 그 작품 역시 충군(忠君)의 내용을 담고 있

어 내용 또한 그 영향을 받은 것으로 짐작된다

또 임금을 임으로 설정하여 노래한 것은 고려 속요인

〈정과정〉과 맥을 같이하고 있으며 임에 대한 헌신적

사랑의 표현은 〈가시리〉〈동등〉등과 접맥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작품은〈속미인곡〉과 더불어 가사 문학의 극치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일찍이 서포 김만중은 〈사미인

곡〉 〈속미인곡〉 〈관동별곡〉을 가리켜 lsquo좌해진문

장 지차삼편(左海眞文章 只此三篇우리 나라의 참된 문

장은 오직 이 세 편뿐이다)rsquo라고 하였다 이 노래는

서사 본사 결사 세 부분으로 되어 있는데 본사는 다

시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나뉘어 있다

속미인곡(續美人曲)

송강 정 철

뎨 가 뎌 각시 본듯도 뎌이고

天上(텬상) 白玉京(옥경)을 엇디야 離別(니별)고

다 뎌 져믄 날의 눌을 보라 가시고

저기가는 저 젊은 여인 본 듯도 하구나 임금님이 계

시는 서울을 어찌하여 이별하고 해가 다 져서 저무는

날에 누구를 보러 가시는 고

rarr서사1 - 서울을 떠나온 이유(갑녀의 질문)

어와 네여이고 내 셜 드러보오

내 얼굴 이 거동이 님 괴얌즉 냐마

엇딘디 날 보시고 네로다 녀기실나도 님을 미더 군디 전혀 업서

이야 교야 어러이 구돗디

반기시 비치 녜와 엇디 신고

누어 각고 니러 안자 혜어니

내 몸의 지는 죄 뫼티 혀시니

하히라 원망며 사이라 허믈랴

셜워 플텨 혜니 造物(조물)의 타시로다

아아 너로구나 내 사정 이야기를 들어보오

나의 생김새와 행동거지가 임의 사랑을 받을 수 있겠느

냐마는 어쩐지 나를 보시고 (내가 사랑할 사람은 바

로) 너로구나 하며 특별히 사랑하시기에 나도 임을 믿

어 딴 생각이 전혀 없어 응석과 애교를 부리면서 (얼마

나) 어지럽게 굴었던지 (나를) 반가워 하시는 얼굴빛

이 예날과 어찌 다르신가 누워 생각하고 일어나 앚아

헤아리니 내 몸의 지은 죄가 산같이쌓였으니 하늘을 원

망하겠으며 사람을 탓하겠는가 하도 서러워 여러 가지

로 깊이 생각해보니 조물주의 탓이로구나

rarr서사2 - 자책과 체념(을녀의 대답)

글란 각 마오

그렇게는 생각하지 마시오

rarr본사1 - 갑녀의 위로

친 일이 이셔이다

님을 뫼셔 이셔 님의 일을 내 알거니

믈튼 얼굴이 편실적 몃날일고

春寒(츈한) 苦熱(고열)은 엇디야 디내시며

秋日(츄일) 冬天(동텬)은 뉘라셔 뫼셧고

粥早飯(쥭조반) 朝夕(조석)뫼 녜와 티 셰시가

기나긴 밤의 은 엇디 자시고

마음 속에 맺힌 일이 있습니다 예전에 임을 모신적이

있어서 임의 일을 내가 잘 아는데 물과 같이 연약한

체질이 편하실 때가 며칠이나 될꼬 이른 봄의 추위와

한여름의 더위를 어떻게 지내시며 가을과 겨울날은 누

가 모셨는가 죽조반과 아침 저녁 진지는 옛날과 같이

잘 잡수시는가 기나긴 밤에 잠은 어떻게 주무시는가

rarr본사2-임에 대한 염려(을녀의 사설)

님다히 消息(소식)을 아무려나 아쟈니

오도 거의로다 일이나 사 올가

내 둘 업다 어드러로 가쟛 말고

잡거니 밀거니 놉픈 뫼 올라가니

구름은 니와 안개 므일고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32 -

山川(산쳔)이 어둡거니 日月(일월)을 엇디보며

咫尺(지척)을 모거든 千里(쳔리) 라보랴

리 믈의 가 길히나 보랴니

람이야 믈결이야 어둥졍 된뎌이고

샤공은 어 가고 븬 만 걸렷고

江天(간텬)의 혼자 셔셔 디 구버보니

님 다히 消息(소식)이 더옥 아득뎌이고

임이 계시는 곳의 소식을 어떻게든지 알려고 하니 오늘

도 거의 지나갔구나 내일이나 임의 소식을 전해줄 사

람이 올까 내 마음을 둘 곳이 없다 어디로 가자는 말

인가 (나무같은 것을) 잡기도 하고 밀기도 하면서 높

은 산에 올라가니 구름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안개는

또 무슨 일로 저렇게 기어 있는가 산천이 어두운데 해

와 달을 어떻게 보겠으며 지척을 모르겠는데 천 리나

되는 먼 곳을 (어떻게) 바라몰 수 있으랴 차라리 물가

에 서서 뱃길이나 보려고 하니 바람과 물결이 어수선하

게 되었구나 사공은 어디가고 빈 배만 걸려있는가 강

변에 홀로서서 지는 해를 굽어보니 임계신 곳의 소식이

더욱 아득하구나

rarr본사3-임의 소식을 애타게 기다림(을녀의 사설)

茅簷(모쳠) 자리의 밤듕만 도라오니

半壁(반벽) 靑燈(청등)은 눌 위야 갓고

오며 리며 헷드며 바자니니

져근덧 력진力盡(녁진)야 픗을 잠간 드니

精誠(정셩)이 지극야 의 님을 보니

玉(옥)튼 얼굴이 半(반)이나마 늘거셰라

의 머근 말 슬장 쟈니

눈믈이 바라나니 말인들 어이며

情(정)을 못다야 목이조차 몌여니

오뎐된 鷄聲(계셩)의 은 엇디 돗던고

초가집 차가운 잠자리에 한밤중이 돌아오니 벽에 걸려

있는 등불은 누구를 위하여 밝아 있는가 산을 올라가

기도 하고 내려가기도 하면서 헤메며 오락가락 돌아다

니다가 잠깐 사이에 힘이 다하여 풋잠이 잠깐 들었는

데 정성이 지극하여 꿈속에서 임을 보니 옥과 같이 곱

던 임의 얼굴이 반넘게 늙었구나 마음 속에 품은 생각

을 실컷 아뢰려고 하였더니 눈물이 잇달아 쏟아지니

말인들 어찌하며 정회도 다 못풀어 목마저 메어오니

방정맞은 닭울음소리에 잠은 어찌 깨었던가

rarr본사4-독수공방의 한과 꿈에서 만난 임

(을녀의 사설)

어와 虛事(허)로다 이 님이 어 간고

결의 니러 안자 窓(창)을 열고 라보니

어엿븐 그림재 날 조 이로다

리 싀여디어 落月(낙월)이나 되야이셔

님 겨신 窓(창) 안 번드시 비최리라

아아 헛된 일이로다 내 임이 어디 갔는고 꿈결에 일

어나 앉아 창을 열고 바라보니 불쌍한 그림자만이 나

를 따라올 뿐이로다 차라리 죽어서 지는 달이나 되어

임 계신 창 안에 환하게 비치리라

rarr결사-죽어서라도 임을 따르겠다는 다짐

(을녀의 사설)

각시님 이야니와 구 비나 되쇼셔

각시님 달은커녕 궂은 비나 되십시오

rarr결사-갑녀의 위로

〈해설〉

사미인곡의 속편으로 지은이가 동인(東人)으로 탄핵을

받고 고향인 전라남도 창평에 낙향해 있을 때에 임금

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두 여인의 대화 형식을 빌려 노

래한 작품이다 이 작품의 현대어 해석에 나와 있는 lsquo갑

녀(甲女)rsquo와 lsquo을녀(乙女)rsquo는 편의상 붙인 이름으로 갑녀

는 보조적 위치에 있는 화자이며 을녀가 지은이를 대

변하는 주된 화자이다 〈사미인곡〉과 더불어 가사 문

학의 최고봉이라 일컬어지는데 특히 순수한 우리말의

구사가 절묘하며 대화 형식으로 구성하여 표현에 참신

성을 더한 것은 lsquo금상첨화(錦上添花)rsquo라 할 수 있을 것

이다

홍만종은 〈순오지(旬五志)〉에서 이 작품을 제갈공명

의 〈출사표(出師表)〉에 비견할 만하다고 극찬하였으

며 서포 김만중은 〈서포만필(西浦漫筆)〉에서 ldquo예로부

터 우리 나라의 참된 문장은 오직 이 세 편(사미인곡

속미인곡 관동별곡)뿐이데다시 이 세편에 대하여 논할

것 같으면 그 중에서 속미인곡이 더욱 뛰어나다 관동

별곡과 사미인곡은 오히려 한자음을 빌려서 그 가사 내

용을 꾸민 데 지나지 않는다rdquo라고 하였다

규원가(閨怨歌)

허난설헌

엇그제 저멋더니 마 어이 다 늘거니

少年行樂(소년 행락) 생각니 일러도 속절업다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33 -

늘거야 서른 말 자니 목이 멘다

엊그제 젊었었는데 어찌 벌써 다 늙어버렸는가 어린

시절에 즐겁게 지내던 일을 생각하니 말해 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 이렇게 늙은 뒤에 서러운 얘기를 하자니

목이 멘다

rarr기1-늙음의 한탄

父生母育(부생 모육) 辛苦(신고)야 이 내 몸 길러 낼

公侯配匹(공후 배필) 못 바라도 君子好逑(군자 호구) 願

(원)더니

三生(삼생)의 怨業(원업)이오 月下(월하)의 緣分(연분)으

長安遊俠(장안 유협) 輕薄子(경박자)를 치 만나 잇

서 當時(당시)의 용심(用心)기 살어름 디듸는 부모님이 나를 낳아서 고생하여 길러낼 때 높은 벼슬아

치의 배필을 바라지는 못했어도 훌륭한 남자의 좋은

짝이 되기를 원했더니 삼생의 원망스러운 업보요 월

하 빙인이 정해 준 연분으로 놀기 좋아하고 경박한 사

람을 꿈같이 만나 가지고 시집 간 뒤 조심하면서 마음

졸이기를 꼭 살얼음 디디듯하였다

rarr기2-젊은 시절의 회상

三五二八(삼오 이팔) 겨오 지나 天然麗質(천연 여질)절

로 이니

이 얼골 이 態度(태도)로 百年期約(백년 기약) 얏더니

年光(연광)이 훌훌고 造物(조물)이 多時(다시)야

봄바람 가을 믈이 뵈오리 북 지나듯

雪鬂花顔(설빈 화안) 어 가고 面目可憎(면목 가증) 되

거고나

내 올골 내 보거니 어느 님이 날 괼소냐

스스로 慙愧(참괴)니 누구를 怨望(원망)리

십오륙 세가 겨우 지나 타고난 아름다운 모습이 절로

나타나니 이 얼굴 이 태도로 (남편과)평생을 약속하였

더니 세월이 빨리 지나가고 조물주가 시기가 많아서

세월의 빠르기가 베 짤 때 북이 지나가는 듯 젊고 아

름다운 얼굴은 어디로 가고 추한 모습이 되었구나 내

얼굴을 내가 보아 알거니와 어느 임이 나를 사랑하겠는

가 스스로 생각해도 부끄러운데 누구를 원망하리

rarr기3-세월의 무상함과 늙음의 한탄

三三五五(삼삼 오오) 冶遊園(야유원)의 새 사람이 나단

말가

곳 피고 날 저물 제 定處(정처) 업시 나가 잇어

백마(白馬) 금편(金鞭)으로 어어 머므는고

원근(遠近)을 모르거니 消息(소식)이야 더욱 알랴

因緣(인연)을 긋쳐신들 각이야 업슬소냐

얼골을 못 보거든 그립기나 마르려믄

열두 김도 길샤 설흔 날 至理(지리)다

玉窓(옥창)에 심 梅花(매화) 몃 번이나 픠여진고

겨을 밤 차고 찬 제 자최눈 섯거 치고

여름날 길고 길 제 구 비 므스 일고

三春花柳(삼춘 화류) 好時節(호시절)의 景物(경물)이 시

름업다

가을 방에 들고 蟋蟀(실솔)이 床(상)에 울 제

긴 한 숨 디 눈물 속절업시 헴만 만타

아마도 모진 목숨 죽기도 어려울사

몇 명씩 떼지어 다니는 술집에 새 기생이 나타났다는

말인가 꽃 피고 날 저물 때 일정한 거처도 없이 나가

서 호사로운 차림새로 어디어디 가서 머므는가 바깥출

입이 없어 원근 지리를 모르는데 임의 소식이야 더구나

알 수 있으랴 인연을 끊었다고 하지만 임에 대한 생각

이야 어찌 없겠는가 만나지 못할 임이라면 그립지나

말일이지 하루도 열두때 길기도 하구나 한 달이 지루

하다 옥창에 심은 매화가 몇 번이나 피었다가 졌는고

겨울 밤 차고 찬 때에 눈보라가 섞어 치고 여름날 길고

긴 때에 궂은비는 또 무슨 일인가 꽃 피고 새 잎이 돋

는 좋은 계절 봄에도 보이는 경치가 시름이 없다 가을

달이 방에 비치고 귀뚜라미가 침상에서 울 때 긴 한숨

떨어지는 눈물에 헛되이 생각하는 것만 많다 아마도

모진 목숨 죽기도 어렵구나

rarr승-방탕한 남편에 대한 원망과 독수공방의 한

도로혀 풀쳐 혜니 이리 여 어이 리

靑燈(청등)을 돌라 노코 綠綺琴(녹기금) 빗기 안아

碧蓮花(벽련화) 한 곡조를 시름 조 섯거 타니

瀟相夜雨(소상야우)의 댓소리 섯도 華表(화표) 千年(천 년)의 別鶴(별학)이 우니 玉手(옥수)의 타는 手段(수단) 녯 소 잇다마芙蓉帳(부용장) 寂寞(적막)니 뉘 귀에 들리소니

肝腸(간장)이 九曲(구곡)되야 구븨구븨 쳐서라

돌이켜 여러 모로 생각해 보니 이렇게 살아서 어찌하겠

는가 등불을 돌려 놓고 녹기금을 비스듬히 안아 벽련

화 한 곡조를 시름까지 섞어 타니 소상강의 밤비에 대

나무 잎 소리가 섞여 들리는 듯 천년만에 돌아온 학이

화표주에 앉아 우니는 듯섬섬옥수로 타는 솜씨가 옛

소리를 간직하고 있다마는 부용장 안에 임이 없으니 누

구 귀에 들리겠는가 구곡간장이 굽이굽이 끊어지는 것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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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구나

rarr전-거문고로 시름을 달램

하리 잠을 드러 의나 보려 니

바람의 디 닙과 풀 속에 우는 즘생

므스 일 원수로서 잠조차 오다

천상(天上)의 牽牛織女(견우 직녀) 銀河水(은하수) 박혀

서도

七月七夕(칠월 칠석)一年一度(일년 일도)失期(실기)치

아니거든

우리 님 가신 후는 무슨 弱水(약수) 가렷관듸

오거나 가거나 소식(消息)조차 쳣는고

欄干(난간)의 비겨 셔서 님 가신 바라보니

초로(草露) 맷쳐 잇고 暮雲(모운)이 디나갈 제

竹林(죽림) 푸른 고 새 소리 더욱 설다

세상의 서룬 사람 수업다 려니와

薄命(박명) 紅顔(홍안)이야 날 가니 이실가

아마도 이 님의 지위로 살동말동 여라

차라리 잠이 들어 꿈에서나 임을 보려하니 바람에 지는

나뭇잎과 풀 속에서 우는 벌레가 나와 무슨 원수가 졌

길래 잠조차 깨우는가 하늘의 견우 직녀는 은하수가

막고 있어도 일 년에 한 번 칠월 칠석날에는 기약을 어

기지 않고 만나는데 우리 임이 가신 후에는 무슨 약수

가 가로막고 있길래 오고 가는 소식조차 끊어졌는고

난간에 기대어 서서 임 계신 곳을 바라보니 풀잎에 이

슬은 맺혀있고 저녁 구름이 지나갈 때 대나무 숲 푸른

곳에 새 소리가 더욱 섧다 세상에 서러운 사람이 수없

이 많다고 하지만 기구한 팔자를 타고난 사람이야 나

같은 이가 또 있을까 아마도 임 때문에 살 듯 말 듯하

구나

rarr결-애타게 임을 기다리는 마음

〈감상〉

조선 시대 봉건 사회 제도 아래서 오직 인종(忍從)만을

미덕으로 알고 살아야 했던 부녀자의 한(恨)을 노래한

작품으로 일명 원부사(怨夫詞) 또는 원부사(怨夫辭)라

고도 한다 좋은 배필을 원했지만 뜻밖에도 경박스럽고

방탕한 남편을 만나 평생을 피맺힌 한(恨)과 그리움 속

에 보내야 하는 한 여인의 애달픈 사연을 통해 남성

위주의 사회가 가져오는 병폐를 실감 있게 형상화한 작

품이라 할 수 있다

Page 4: 구지가(龜 歌) - middle.gongbuwarac.commiddle.gongbuwarac.com/Common/Popup/FileDownloadAs.aspx?FileName=/ite… · 미륵(彌勒) 좌주(座主) 뫼셔롸. 미륵 좌주를 모셔라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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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도하가(公無渡河歌) - 백수광부(白首狂夫)의 아내

公無渡河(공무도하) 임이여 물을 건너지 마오

公竟渡河(공경도하) 임은 그예 물을 건너시네

墮河而死(타하이사) 물에 휩쓸려 돌아가시니

當奈公何(당내공하) 가신 임을 어찌할꼬

배경설화gt 조선의 뱃사공 곽리자고가 아침 일찍 일어나 배를 손질하고 있었다 그때 머리가 허옇게 센

미치광이 백수광부 한 사람이 머리를 풀어 헤친 채 술병을 쥐고는 어지러이 흐르는 강물을 건너고 있었

다 그 뒤를 그의 아내가 따르며 말렸으나 미치지 못해 그 미치광이는 끝내 물에 빠져 죽고 말았다 이

에 그의 아내는 공후를 뜯으면서 공무도하의 노래를 지었는데 그 목소리가 아주 슬펐다 노래가 끝나자

그의 아내 또한 스스로 물에 몸을 던져 죽었다 이러한 광경을 처음부터 목격한 곽리자고는 돌아와 자

기 아내 여옥에게 이야기 하면서 노래를 들려주었다 여옥은 슬퍼 공후를 뜯으면서 그 노래를 불렀다

듣는 사람들 중에 눈물을 흘리지 않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여옥은 이 노래를 이웃에 사는 여용에게

전하였다 이 노래를 이름하여 lsquo공후인rsquo이라 하였다

갈래gt 고대 가요 한역 시가 서정시

성격gt 서정적 애상적 체념적

형식gt 4언 4구체

표현gt 직설법 직접적이고 절박한 표현

별칭gt 공후인(箜篌引)

제제gt 물을 건너는 임

주제gt 임을 여읜 슬픔

의의gt ① 우리나라 최고(最古)의 서정가요 ② 집단 가요에서 개인적 서정시로 넘어가는 시기의 가요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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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읍사(井邑詞) -어느 행상인의 아내

하 노피곰 도샤 달님이시여 높이높이 돋으시어

어긔야 머리곰 비취오시라 멀리멀리 비춰 주소서

어귀야 어강됴리

아으 다롱디리

져재 녀러신고요 시장에 가 계신가요

어긔야 즌 ㅣ드ㅣ욜셰라 위험한 곳을 디딜까 두렵습니다

어긔야 어강됴리

아으 다롱디리

어느이다 노코시라 어느 곳에서나 놓으십시오

어긔야 내 가논 ㅣ졈그셰라 당신 가시는 곳에 저물까 두렵습니다

어긔야 어강됴리

아으 다롱디리

배경설화gt 정읍은 전주 속현으로 이 고을 사람들이 행상을 떠나 오래도록 돌아오지 않자 그 아내가 산

위 바위에 올라가 남편이 있을 곳을 바라보면서 남편이 밤길에 오다가 해나 입지 않을가 염려되어 이노

래를 불렀다고 한다 세상에서 전하기를 남편을 기다리던 언덕에 망부석이 남아 있다고 한다

갈래gt 고대 가요 백제 가요 서정시 3장 6구의 시가

성격gt 서정적 비유적

제재gt 남편에 대한 염려

주제gt 행상 나간 남편의 안전을 기원

의의gt ① 현재 전하는 유일한 백제가요 ② 가장 오래된 국문 노래 ③ 시조 형식의 원형을 가진 노래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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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라의 향가 】

찬기파랑가(讚耆婆郞歌) -충담사

열어 젖히니

나타난 달이

흰구름을 쫓아 떠가는 것이 아닌가

새파란 냇물에

기파랑의 모습이 있구나

이로부터 냇물의 조약돌에

기파랑이 지니시던

마음의 끝을 좆고 싶어라

아아 잣나무 가지처럼 그 기품이 드높아

서리에도 굽히지 않을 화랑 장(長)이여

삼국유사에 사뇌가로 소개되어 있어서 찬기파랑 사뇌가라고도 불린다(사뇌가=향가)

승려인 충담사가 화랑인 기파랑을 추모하여 지음

찬기파랑가는 현존하는 향가 중 유일하게 제작 동기나 배경 기술이 없다

기울어가는 신라를 기파랑에 비유 신라의 부활을 기대한다는 내용의 해석도 있다

10구체 향가는 보통 442로 구성된 개인적 서정시인데 찬기파랑가는 352로 되어 있음

제재 기파랑의 인품

주제 기파랑의 높은 인품을 추모함

성격 추모적 예찬적 서정적

표현법 문답법 (문사 답사) 은유법 상징법(향가 중 고도의 상징법을 표현한 최고의 백미)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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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민가(安民歌) -충담사

임금은 아비요

신하는 사랑하실 어머니요

백성은 어리석은 아이라고 하실진데 백성들이 사랑을 알리다

구물대며 살아가는 백성들

이를 먹여 다스려져

이 땅을 버리고 어디 가려 할지면

나라 안이 유지될 줄 알지어다

아아 군답게 신답게 민답게 할지면

나라 안이 태평하나이다

성격gt 유교적(치국안민) 교훈적

표현gt 논리적 직설적

주제gt 나라를 다스리는 올바른 길

의의gt ①유교적 이념을 노래한 유일한 향가 ② 표현동기(예술 여흥)보다 전달동기(목적성 교훈)가 강하

배경설화gt 이 노래는 승려인 충담사가 경덕왕의 명을 받아 치국안민의 도리를 밝힌 것으로 현전 향가

중 유일하게 유교적 이념을 노래한 작품이고 강한 목적성을 드러내고 있다 경덕왕 시절에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 많았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더 안정된 나라를 이룩할 것인가가 관심사였다 충담사는 이 작품

에서 임금을 아버지 신하를 어머니 백성을 자식으로 생각하여 그 셋의 관계가 원만해질 것이라는 논리

를 펴고 있다 소박하면서도 당시의 모습과 사회정치적 윤리관이 깔려있다고 볼 수 있다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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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용가(處容歌) - 처용

긔 래 서울 밝은 달밤에

밤드리 노니다가 밤늦도록 놀고 지내다가

드러 자리보곤 들어와 자리를 보니

가리 네히어라 다리가 넷이로구나

둘흔 내해엇고 둘은 내것이지만

둘흔 뉘해언고 둘은 누구의 것인고

본 내해다마 본디 내것이다만

아 엇디릿고 빼앗긴 것을 어찌하리

처용 lt삼국유사gt의 기록에 의하면 처용은 동해 용왕의 일곱 아들 가운데 하나이다 그러나 이는 그가 동해 용왕

을 모시는 무당 가운데 한 사람이었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헌강왕의 정치를 도왔으며 역신이 아내와 동침하는 것

을 보고 lsquo처용가rsquo를 지어 불러 역신을 물리쳤다고 한다

배경설화gt 신라 제 49대 헌강왕 대에는 서울에서 지방까지 집과 단이 연이어져 있고 초가집은 하나도 없었다 길

거리에 풍악이 그치지 않고 비바람도 사철 순조로왔다 이때에 대왕이 개운포에 놀러 나갔다가 물가에서 쉬는데 문

득 짙은 구름과 안개가 끼어 길을 분간하기 어려웠다 괴이하게 여겨 좌우에 물으니 일관(日官)이 아뢰기를 ldquo이는

동해 용왕이 조화이므로 마땅히 용왕을 위해 좋은 일을 하여 그 마음을 풀어 주셔야 합니다 rdquo 하였다 왕은 곧 용

을 위하여 근처에 절을 세우도록 명하였다 왕의 명령이 떨어지자 안개가 걷히고 구름이 개었으므로 그 지역을 lsquo개

운포rsquo라 이름 지었다

이윽고 동해 용왕이 기뻐하여 일곱 아들을 데리고 헌강왕 앞에 나와 춤을 추며 용궁 풍악을 아뢰게 했다 그때 용

왕의 아들 하나가 헌강왕을 따라 서울에 와서 정사(政事)를 보좌하였는데 이름을 lsquo처용rsquo이라 했다 왕은 미녀를 골

라 아내를 삼게 하고 급간 벼슬을 주어 머물게 했다 그의 아내가 매우 아름다웠으므로 역신이 흠모하여 사람의

형상을 꾸며 밤에 몰래 들어와 동침했다 밖에서 놀다가 밤 늦게 돌아온 처용은 그 광경을 보고 노래를 부르고 춤

을 추며 물러나갔다 그러자 역신이 감복하여 모습을 나타내어 앞에 꿇어 앉아 이후에는 처용의 얼굴을 그린 그림

만 보아도 그 문안에는 들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이로 인하여 나라 사람들은 처용의 형상을 문에 붙여서 사악한 기

운을 쫓고 경사(慶事)를 맞는 표시로 삼게 되었다

갈래gt 8구체 향가

성격gt 주술적

표현gt 풍자법 제유법

제재gt 역신(疫神)의 침범

주제gt 아내를 범한 역신을 쫓아냄

화자의 태도gt체념적 관용적

의의gt 신라 향가의 마지막 작품

lt구지가gt lt해가gt 로부터 이어지는 주술 시가의 맥을 잇는 작품이다

벽사(辟邪)진경(進慶) 사악한 귀신을 물리치고 경사를 맞아들임

민속에서 형성된 무가(巫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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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망매가(祭亡妹歌) - 월명사

生死(생사) 길흔 삶과 죽음의 길은

이에 이샤매 머믓거리고 이에 있음에 머뭇거리고

나 가다말ㅅ도 나는 간다는 말도

몯다 니르고 가닛고 못 다 이르고 갔는가

어느 이른 매 어는 가을 이른 바람에

이에뎌에 러딜 닙 여기저기에 떨어지는 나뭇잎처럼

가지라 나고 같은 나뭇가지에 나고서도

가논 곧 모론뎌 가는 곳을 모르겠구나

아야 彌陁刹(미타찰) 아맛보올 나 아아 극락 세계에서 만나 볼 나는

道(도)닷가 기드리고다 불도를 닦으며 기다리겠노라

배경설화gt 일찍 죽은 누이를 위하여 월명사가 재를 올릴 때 향가를 지어 제사를 지냈다 월명사가 향가

를 부르자 홀연히 광풍이 일어 지전을 서쪽으로 날려 보내 없어지게 했다

갈래gt 10구체 향가

성격gt 애상적 추모적 서정적 종교적

주제gt 죽은 누이의 명복을 빎

화자의 태도gt 슬픔을 종교적으로 극복하려 함

화자의 어조gt 비애와 의지의 어조

표현gt 정제되고 세련된 표현기교 비유적 표현

의의gt ① 10구체 향가의 대표작 ② 뛰어난 비유를 통해 인간고의 종교적 승화를 노래함

③ lt찬기파랑가gt와 함께 향가 중 표현 기교와 서정성이 가장 뛰어난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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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솔가(兜率歌) -월명사

오 이에 산화(散花) 블어 오늘 이에 lsquo산화rsquo의 노래를 불러

고자 너는 뿌리온 꽃아 너는

고 명(命)ㅅ 브리디 곧은 마음의 명을 심부름하옵기에

미륵(彌勒) 좌주(座主) 뫼셔롸 미륵 좌주를 모셔라

배경설화gt 신라 경덕왕 때 해가 둘 나타나서 열흘동안 없어지지 않았다 천문 관측을 맡은 관원이 아뢰

기를 ldquo인연이 있는 스님을 청하여 꽃을 뿌리며 공덕을 비는 예식을 거행하면 재앙을 물리칠 수 있습니

다rdquo 하였다 이에 왕이 인연있는 스님 오기를 기다렸다 이때 월명사가 남쪽 길을 가고 있었는데 왕이

그를 불러 단을 열고 기도하는 글을 짓도록 명령하였다 월명사가 lt도솔가gt를 지어 부르자 두 해의 괴

변이 사라졌다

갈래gt 4구체 향가

성격gt 불교적 주술적

주제gt 산화공덕을 통해 국가의 변괴를 막고자 함

배경설화에 나타난 lsquo두 해rsquo의 의미 lsquo해rsquo는 군주 또는 신을 상징하므로 두 해가 함께 나타났다는 것은 현

재의 왕에 도전할 세력의 출현을 암시한다 이러한 혼돈을 막기 위해 산화공덕의 의식이 행해지고 lt도

솔가gt가 불려진 것이다

헌화가(獻花歌) -어느 노인

지뵈 바회 자줏빛 바위가에

자온손 암쇼 노히시고 잡고 있는 암소 놓게 하시고

나 안디 붓그리샤 나를 아니 부끄러워하신다면

고 것거 바도림다 꽃을 꺾어 바치오리다

배경설화gt 신라 성덕왕 때 순정공이 강릉태수로 부임하는 길에 바닷가에 머물러 점심을 먹었는데 높은

산봉우리 위에 철쭉꽃이 무성하게 피어 있었다 순정공의 부인 수로가 ldquo꽃을 꺾어다 바칠 사람이 그 누

구인고rdquo 하니 종자(從者)들이 ldquo사람의 발자취가 다다를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rdquo 라고 말하며 나서는 사

람이 없었다 그때 곁으로 암소를 끌고 지나가던 노옹이 그 꽃을 꺾어 바치면서 이 노래를 지어 불렀다

그 노옹이 어떤 사람인지는 알 수 없었다

갈래gt 4구체 향가

성격gt 민요적 서정적

주제gt 수로부인에 대한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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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왕생가(願王生歌) -광덕

달님이시여 이제

서방까지 가셔서

무량수불 앞에

일러다가 사뢰소서

다짐 깊으신 불존에 우러러

두 손을 모아

원왕생 원왕생

그릴 사람 있다고 사뢰소서

아아 이 몸을 버려 두고

사십팔대원 이루실까

갈래gt 10구체 향가 기원가(祈願歌) 불교 신앙의 노래

성격gt 기원적 불교적

제재gt 극락에서 다시 태어나기를 바라는 마음 달

주제gt 아미타불에게 귀의하고자 하는 간절한 소망 서방 정토로의 극락왕생(極樂往生죽어서 극락세계에

다시 태어남) 희구

무량수불은 서방정토에 있는 아미타불로서 이 부처에게 염하면 극락 세계에 간다고 했다 원왕생가의

화자는 달로 하여금 서방의 극락 정토를 주재하는 아미타불에게 자신의 뜻을 알리도록 청원을 하고 있

다 따라서 무량수불은 화자의 소원을 들어주는 대상이다

원왕생가에서 달은 기원의 대상

달은 어두운 밤에 등장하고 그 달은 어두움을 밝혀 주는 광명의 달

신적인 달

인생이라는 고뇌의 바다를 밝히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는 것처럼 인식

광덕은 아미타불에게 귀의하고자 하는 마음을 달에게 의탁

즉 달을 통해 서정적 자아의 불교적 신앙심을 형상화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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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려 속요 】

청산별곡

살겠노라 살겠노라 청산에 살겠노라

머루와 다래를 먹고 청산에 살겠노라

우는구나 우는구나 새여 자고 일어나 우는구나 새여

너보다 시름 많은 나도 자고 일어나 울고 있노라

가는 새 가는 새 본다 물 아래로 날아가는 새 본다

이끼 묻은 쟁기(농기구)를 가지고 물아래로 날아가는

새 본다

이럭저럭 하여 낮은 재내 왔건만

올 사람도 갈 사람도 없는 밤은 또 어찌할 것인가

어디다 던지는 돌인가 누구를 맞히려는 돌인가

미워할 이도 사랑할 이도 없이 사랑할 이도 없이 맞아

서 울고 있노라

살겠노라 살겠노라 바다에 살겠노라

나문재 굴 조개를 먹고 바다에 살겠노라

가다가 가다가 듣노라 외딴 부엌을 지나가다가 듣노라

사슴이 장대에 올라가서 해금(奚琴)을 켜는 것을 듣노

가더니 불룩한 술독에 진한 술을 빚는구나

조롱박꽃 모양의 누룩(냄새)이 매워 (나를) 붙잡으니 나

는 어찌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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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소재 이미지 내용

1 청산 사람의 현장과의 대칭으로서의 자연 자연에서 살 수밖에 없음

2 새 함께 비탄하는 유일한 벗 새와 함께 비탄함

3 새 자신의 분신 속세에의 미련 속세에의 미련으로 번민함

4 밤 절망적인 고독 고독으로 인하여 괴로워함

5 돌 운명 고독을 운명으로 생각함

6 바다 삶의 현장의 또 다른 대칭으로서의 자연 새로운 환경을 찾아 감

7 사슴 비애(悲哀)의 감정을 이완시킴 기적을 바라는 희망

8 강술 비애의 초극을 가능케 하는 매개체 술에서 구원을 찾음

형식 전 8연의 분장체 매 연 4구운율 3middot3middot2조 3음보어조 시름과 근심에 젖은 애조 띤 목소리성격 현실 도피적 애상적 평민 문학(해석에 따라서는 낙천적으로 보는 이도 있음)주제 현실에의 체념 생의 고독과 비애 삶의 고뇌와 비애 실연의 애상(哀傷) 삶의 터전을 잃은 유랑인의 슬픔 임을 잃은 여인의 처절한 삶과 임을 향한 그리움의의 고려 속요 중 서경별곡과 함께 비유성과 창작성이 뛰어나며 문학성 또한 빼어나다 고려인들의 삶의 애환을 반영한 작품으로서 고려인의 정서가 잘 나타나 있고 음악적 효과가 가장 뛰어난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다 사상적인 면에서는 극단적인 현실 도피 내지는 현실 부정의 면모를 보이고 있다표현 반복법 상징법구성 기(1연) - 승(234연) - 전(567연) - 결(8연)의 4단 구성

+각 연의 소재 이미지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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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별곡

서경(평양)이 서경이 서울이지마는

중수(重修)한 곳인(새로 닦은 곳) 소성경(서경)을

사랑합니다마는

임을 이별할 것이라면 차라리 길쌈하던 베를 버

리고서라도

사랑만 해주신다면 울면서 따라가겠습니다

구슬이 바위 위에 떨어진들

끈이야 끊어지겠습니까

(임과 헤어져) 천 년을 홀로 살아간들

사랑하는 임을 믿는 마음이야 끊기고 변할 리가

있겠습니까

대동강이 대동강이 넓은 줄을 몰라서

배를 내어 놓았느냐 사공아

네 아내가 놀아난 줄도 모르고

다니는 배에 몸을 실었느냐 사공아

대동강 건너편 꽃을

배를 타고 건너편에 들어가면 배를 타고 건너편

에 들어가면 꺾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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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별곡 가시리

차이점 적극적이고 활달한 고려 시대의 여성상인고와 순정을 미덕으로 간직하는

여성상

공통점 이별의 정한을 노래한 고려 가요이며 화자의 목소리가 여성적임

갈래 고려 가요

성격 진솔(眞率) 직선적 적극적

형식 3음보로 매연 끝에 후렴 분연체 3연 14절 (3middot3middot3조가 주류)

제재 임과의 이별

주제 이별의 정한 이별의 슬픔

표현 반복법 설의법 비유법을 통해 감정을 진솔하고 직설적 적극적으로 표현함

구성 여자가 떠나는 남자에게 말을 건네는 희곡적 구조로 전 3연으로 구성되어 있고 매 연은 4구로

되어 있으며 총 14연

특징 아즐가라는 의미 없는 말을 넣고 매구 끝에는 후렴구가 있음 조선시대에 남녀상열지사(男女相

悅之詞)라 비판받기도 했는데 그 이유는 배 타들면 것고리이다는 여인의 정조를 범한다는 의미로 유

교사회에서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 서경별곡과 가시리의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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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가 징이여 돌이여 지금에 계시옵니다

징이여 돌이여 지금에 계시옵니다

이 좋은 성대에 놀고 싶사옵니다

사각사각 가는 모래 벼랑에

사각사각 가는 모래 벼랑에

구운 밤 닷 되를 심으오이다

그 밤이 움이 돋아 싹이 나야만

그 밤이 움이 돋아 싹이 나야만

유덕하신 님 여의고 싶습니다

옥으로 연꽃을 새기옵니다

옥으로 연꽃을 새기옵니다

바위 위에 접을 붙이옵니다

그 꽃이 세 묶음 피어야만

그 꽃이 세 묶음 피어야만

유덕하신 님 여의고 싶습니다

무쇠로 철릭을 마름질해

무쇠로 철릭을 마름질해

철사로 주름 박습니다

그 옷이 다 헐어야만

그 옷이 다 헐어야만

유덕하신 님 여의고 싶습니다

무쇠로 황소를 만들어다가

무쇠로 황소를 만들어다가

쇠나무산에 놓습니다

그 소가 쇠풀을 먹어야

그 소가 쇠풀을 먹어야

유덕하신 님 여의고 싶습니다

구슬이 바위에 떨어진들

구슬이 바위에 떨어진들

끈이야 끊어지겠습니까

천 년을 외따로이 살아간들

천 년을 외따로이 살아간들

믿음이야 끊어지겠습니까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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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래 고려 가요 고려 속요 장가(長歌) 전 6연 1연은 3구 2-6연은 6구 3음보

형식 전 6연의 분연체 1연은 3구 2~6연은 6구 3음보 3 3 4조

성격 서정적 민요적

구성 서사 - 본사 - 결사의 3단 구성

1연 기 태평성대를 갈구함

2연 -5연 서 불가능한 상황 설정으로 영원한 사랑을 갈구함

6연 결 임에 대한 끊임없는 사랑과 믿음

표현 반복법(운율을 형성하며 주제를 부각시키기 위해 사용)과장법 역설법 반어법을 사용하여 불가

능한 것을 가능으로 설정해 놓고 영원한 사랑을 역설적으로 노래했고 한 연에 똑같이 되풀이 되는 2구

가 있어 감정을 강조하고 있으며 소망형인 어미로 끝내면서 화자의 간절한 소망을 느끼게 하고 있다

제재 임에 대한 사랑

주제 임에 대한 영원한 사랑 임에의 영원한 연모의 정 태평 성대(太平聖代)의 기원)

의의 대부분의 고려 가요가 이별이나 애원 또는 향락의 정서를 읊고 있는 데 반해 영원한 사랑을 주

제로 하고 있는 것이 특색이다 불가능한 상황 설정을 통해 사랑의 절실함을 표현하고 있다

가시리

가시겠습니까 가시겠습니까

나를 버리고 가시겠습니까

나는 어찌 살라 하고 버리고 가시렵니까

붙잡아 둘 일이지마는 서운하면 아니 올까 두렵습니다

서러운 임을 보내옵나니

가자마자 곧 가시는 것처럼 돌아서서 오십시오

갈래 고려 속요 lsquo귀호곡(歸乎曲)rsquo 이라고도 함

형식 분절체 4연 각 2구의 분연체(分聯體)

성격 서정적 민요적

운율 외재율 3middot3middot2조 3음보

구성 4단 구성 기middot승middot전middot결

제재 임과의 이별

주제 이별의 정한(情恨)과 애이불비(哀而不悲)의 사랑

기 뜻밖의 이별에 대한 놀라움과 원망에 찬 하소연

승 하소연의 고조 또는 슬픔의 고조

전 감정의 절제와 체념

결 이별 후의 소망과 기원(주제연)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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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동

덕은 뒤에 바치옵고 복은 앞에 바치오니

덕이며 복이라 하는 것을 진상하러 오십시오

정월 냇물은 아아 얼려 녹으려 하는데

세상에 태어나서 이 몸이여 홀로 살아가는구나

2월 보름에 아아높이 켜놓은 등불 같구나

만인을 비추실 모습이시도다

3월 지나며 핀 아아 늦봄의 진달래꽃이여

남이 부러워할 모습을 지니고 태어났구나

4월을 잊지 않고 아아 오는구나 꾀꼬리새여

무엇 때문에 녹사님은 옛날을 잊고계시는가

5월 5일(단오)에 아아 단옷날 아침 약은

천 년을 사실 약이기에 바치옵니다

6월 보름(유두일)에 아아 벼랑에 버린 빗같구나

돌아보실 임을 잠시나마 따르겠나이다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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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보름에 아아 여러 가지 제물을 벌여 놓고

임과 함께 살고자 소원을 비옵니다

8월 보름은 아아 한가윗날이지마는

임을 모시고 지내야만 오늘이 뜻 있는 한가윗날

입니다

9월 9일에 아아 약이라고 먹는

노란 국화꽃이 집 안에 피니 초가집이 고요하구

10월에 아아 잘게 썰은 보리수나무 같구나

꺾어 버리신 후에 지니실 한 분이 없으시도다

11월에 봉당 자리에 아아 홑적삼을 덮고 누워

임을 그리며 살아가는 나는 너무나 슬프구나

12월에 분지나무로 깎은 아아 소반 위의 젓가락

같구나

임의 앞에 들어 가지런히 놓으니 손님이 가져다

가 뭅니다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20 -

만전춘

얼음 위에 댓닢 자리를 보아

임과 나와 얼어죽을망정

얼음 위에 댓닢 자리를 보아

임과 나와 얼어죽을망정

정을 준 오늘 밤 더디 새어라 더디 새어라

잊히지 않고 늘 염려스러운 외로운 베갯머리에

어찌 잠이 오리오

서쪽 창문을 여니 복숭아꽃이 피어나는구나

복숭아꽃이 걱정 없이 봄바람에 웃는구나 봄바람

에 웃는구나

넋이라도 임과 한 곳에

함께 지내는 모습 그리더니

넋이라도 임과 한 곳에

함께 지내는 모습 그리더니

우기던 사람이 누구였습니까 누구였습니까

오리야 오리야

어린 비오리야

여울일랑 어디 두고

소에 자러 오는가

소 곧 얼면

여울도 좋습니다 여울도 좋습니다

남산에 자리 보아

옥산을 베고 누워

금수산 이불 안에

사향 각시를 안고 누워

남산에 자리 보아

옥산을 베고 누워

금수산 이불 안에

사향 각시를 안고 누워

약 든 가슴을 맞춥시다 맞춥시다

알아주소서 임이시여 영원히 이별할 줄 모르고

지냅시다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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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래 고려 속요성격 연가 남녀상열지사 향락적 퇴폐적형식 5연으로 이루어진 분연체로 결사를 포함하여 전 6연으로 보기도 함제재 남녀간의 사랑 또는 애정특징 남녀간의 애정을 가식 없이 진솔하고도 적나라 하게 표현했고 비유와 상징 반어와 역설 감각적인 언어로 감정의 표현이 진솔하여 문학성이 높은 편주제 변치 않는 사랑에 대한 소망 임과의 영원한 사랑 기원(임과의 사랑을 직설적으로 드러냄)의의 2연과 5연이 시조 형태에 근접하고 있어 시조의 기원을 찾는 자료로서 주목받음

1연 죽음보다 강한 사랑의 정열2연 임 생각에 밤을 지새우는 애처로움3연 사랑을 배신한 임에 대한 원망4연 무절제한 사랑을 하는 임에 대한 풍자5연 임에 대한 욕망과 상상6연 임과의 이별 없는 영원한 만남을 염원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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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사

(

歌辭

)

상춘곡(賞春曲)

정 극 인

紅塵(홍진)에 뭇친 분네 이내 生涯(생애) 엇

더고

風流(풍류)

가天地間(천지간) 男子(남자) 몸이 날만 이

하건마

山林(산림)에 뭇쳐 이셔 至樂(지

락)을

것가

數間茅屋(수간모옥)을 碧溪水(벽계수)

앒픠

고 松竹(송죽) 鬱鬱裏(울울리)예 風月主人(풍

월 주인) 되어셔라

속세에 묻혀 사는 분들이여 이 나의 생활이 어떠한가

옛 사람들의 운치 있는 생활을 내가 따를까 못따를까

천지간 남자로 태어난 몸으로서 나만한 사람이 많건마

는 왜 그들은 자연에 묻혀사는 지극한 즐거움을 모르는

것인가

몇 간쯤 되는 초가집을 맑은 시냇물 앞에 지어 놓고소

나무와 대나무가 우거진 속에 자연의 주인이 되었구나

서사-자연에 묻혀 사는 즐거움

엇그제 겨을 지나 새봄이

돌아오니桃花杏花(도화행화)

夕陽裏(석양

리)예 퓌여 잇고綠楊芳草(녹양방초)

細(우

중)에 프르도다칼로

아 낸가붓으로 그려낸

가造化神功(조화신공)이 物物(물물)마다 헌

엊그제 겨울이 지나 새봄이 돌아오니 복숭아꽃과 살구

꽃은 저녁 햇빛 속에 피어 있고 푸른 버들과 아름다운

풀은 가랑비 속에 푸르도다 칼로 재단해 내었는가 붓

으로 그려 내었는가 조물주의 신비스러운 솜씨가 사물

마다 야단스럽구나

본사 1-봄의 아름다운 경치

수풀에 우

春氣(춘기)

내 계

워 소

마다 嬌態(교태)로다 物我一體

(물아일체)어니 興(흥)이

소냐 柴扉(시

비)예 거러 보고 亭子(정자)애 안자 보니 逍

遙吟詠(소요 음영)

야 山日(산일)이 寂寂(적

적)

閑中眞味(한중진미)

알 니 업시 호

재로다

수풀에 우는 새는 봄 기운을 끝내 못 이겨 소리마다 아

양을 떠는 모습이로다

자연과 내가 한 몸이거니 흥겨움이야 다르겠는가 사립

문 주변을 걷기도 하고 정자에 앉아 보기도 하니 천천

히 거닐며 나직이 시를 읊조려 산 속의 하루가 적적한

데 한가로움 속의 참된 즐거움을 아는 사람이 없이 혼

자로구나

본사 2-봄의흥취

이바 니웃드라山水(산수) 구경 가쟈스라 踏靑

(답청)으란 오

고 浴沂(욕기)란 來日(내

일)

새 아

에 採山(채산)

고 나조

釣水

(조수)

여보게 이웃 사람들이여 산수 구경을 가자꾸나 산책

은 오늘하고 냇물에서 목욕하는 것은 내일 하세 아침

에 산나물을 캐고 저녁에 낚시질을 하세

본사 3-산수 구경 권유

괴어 닉은 술을 葛巾(갈건)으

로 밧타 노코 곳나모 가지 것거 수 노코 먹

으리라 和風(화풍)이 건

부러 綠水(녹수)

건너오니 淸香(청향)은 잔에 지고 落紅(낙

홍)은 옷새 진다 樽中(준중)이 뷔엿거

려 알외어라 小童(소동) 아

려 酒家(주가)

에 술을 믈어얼운은 막대 집고아

술을 메고

微吟緩步(미음 완보)

야 시냇

의 호자 안자

明沙(명사) 조 믈에 잔 시어 부어 들고 淸流(청

류)

굽어보니

니 桃花(도화)ㅣ로다 武陵

(무릉)이 갓갑도다 져

거인고

이제 막 익은 술을 갈건으로 거러 놓고 꽃나무 가지를

꺾어 잔 수를 세면서 먹으리라 화창한 바람이 문득 불

어서 푸른 시냇물을 건너오니 맑은 향기는 술잔에 가

득하고 붉은 꽃잎은 옷에 떨어진다 술동이 안이 비었

으면 나더러 아뢰어라 조그만 아이를 시켜 술집에서

술을 사 가지고 어른은 지팡이를 짚고 아이는 술을 메

고 나직이 읊조리며 천천히 걸어 시냇가에 혼자 앉아

고운 모래가 비치는 맑은 물에 잔 씻어 술을 부어 들

고 맑은 시냇물을 굽어보니 떠내려오는 것이 복숭아꽃

이로다 무릉도원이 가까이 있구나 저 들이 바로 그것

인가

본사 4-술과 풍류

松間(송간) 細路(세로)에 杜鵑花(두견화)

부치 들

고峰頭(봉두)에 급피 올나 구름 소긔

안자 보니 千村萬落(천촌만락)이 곳곳이 버러 잇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23 -

煙霞日輝(연하일휘)

錦繡(금수)

엇그제 검은 들이 봄빗도 有餘(유여)

소나무 사이 좁은 길로 진달래꽃을 손에 들고

산봉우리에 급히 올라 구름 속에 앉아보니 수많은 촌

락들이 곳곳에 벌여 있네 안개와 놀과 빛나는 햇살은

아름다운 비단을 펼쳐 놓은 듯 엊그제까지도 거뭇거뭇

했던 들판이 이제 봄빛이 넘치는구나

본사 5-산봉우리에서의 조망

功名(공명)도 날

우고富貴(부귀)도 날

우니淸

風明月이(청풍명월) 外(외)예 엇던 벗이 잇

올고

簞瓢陋巷(단표누항)에 흣튼 혜음 아니

아모

타 百年行樂(백년행락)이 이만

엇지

공명과 부귀가 모두 나를 꺼리니 아름다운 자연 외에

어떤 벗이 있으리오 비록 가난하게 살고 있지만 잡스

러운 생각은 아니하네 아무튼 한평생 즐겁게 지내는

것이 이만하면 족하지 않겠는가

결사-안빈 낙도

면앙정가(俛仰亭歌)

송 순

无等山(무등산) 활기 뫼히 동다히로

버더 이셔 霽月峯(제월봉)이 되여거

無邊大野(무변대야)의 므

짐쟉

노라

닐곱 구

움쳐 무득무득 버럿

가온대 구

굼긔든 늘근 뇽이 선

머리

언쳐시니

무등산 한 줄기 산이 동쪽으로 뻗어 있어 멀리 떼

어 버리고 나와 제월봉이 되었거늘 끝없이 넓은

들판에 무슨 속셈을 가지고 일곱 구비가 한 곳에

움추리어 무더기 무더기 벌여 놓은 듯 가운데 구

비는 구멍에 든 늙은 용이 풋잠을 이제 막 깨어

머리를 얹어 놓고 있는 것 같으니

rarr서사 1 - 제월봉의 위치와 형세

바희 우

松竹(송죽)을 혜혀고

정자

언쳐시니

구름

靑鶴(청학)이 千里(천 리)를 가리라

래 버렷

넓고 평평한 바위 위에 소나무 대나무를 헤치고

정자를 앉혔으니 구름을 탄 푸른 학이 천 리를

가려고 두 날개를 벌리고 있는 듯하다

rarr서사2 - 면앙정의 모습

玉泉山(옥천산) 龍泉山(용천산)

린 믈이

亭子(정자) 압 너븐 들

兀兀(올올)히 펴진드시

든 기노라 프르거든 희디마나

雙龍(쌍룡)이 뒤트

긴 깁을

어드러로 가노라 므

얏바

즈로 흐르

옥천산용천산 흘러내리는 물이 정자 앞 넓은 들

에 끊임없이 펼쳐진 듯이 넓거든 길지나 말든가

푸르거든 희지나 말지 두 마리 용이 몸을 뒤틀고

있는 듯 긴 비단을 펼쳐 놓은 듯 어디로 가느라

고 무슨 일이 바빠서 달리는 듯 따라가는 듯 밤낮

으로 흘는 듯

rarr본사 1 - 시냇물의 모습

므조친 沙汀(사정)은 눈

치 펴

거든

어즈러온 기러기

므스거슬 어르노라

안즈락

리락 모드락 흣트락

蘆花(노화)를

이 두고 우로곰 좃니

물을 따라 있는 모래밭은 눈같이 하얗게 펼쳐져

있는데 어지럽게 나는 갈매기는 무엇을 어르느라

고 앉기도 하고 내려오기도 하고 모이기도 하고

흩어지기도 하고 갈대꽃을 사이에 두고 울면서 따

라다니는가

rarr본사 2 - 기러기의 교태

너븐 길 밧기오 긴 하

두르고

즌 거슨 뫼힌가 屛風(병풍)인가

그림가 아닌가

노픈

숨거니 뵈거니 가거니 머믈거니

어즈러온 가온

일홈

도 젓티 아녀 옷독이 셧

거시

秋月山(추월산) 머리 짓고 용구산 몽선산 불대산

어등산 용진산 금성산이 허공에 버러거든

遠近(원근) 蒼崖(창애)의 머믄 것도 하도 할샤

넒은 길 밖이요 긴 하늘 아래 두르고 꽂은 것은

산인가 병풍인가 그림인가 아닌가 높은 듯 낮은

듯 끊어지는 듯 이어지는 듯 숨기도 하고 보이기

도 하고 가기도 하고 머물기도 하고 어지러운 가

운데 유명한 척하여 하늘도 두려워 하지 않고 우

뚝하게 서있는 것이 추월산으로 머리를 만들고

용구산 몽선산 불대산 어등산 용진산 금성산이 공

중에 늘어서 있으니 멀고 가까운 푸른 절벽에 머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24 -

문 것도 많기도 하구나

rarr본사 3 - 산봉우리의 승경

흰구름 부흰 煙霞(연하) 프로니

山嵐(산람)이라

千巖萬壑(천암만학)을 제 집으로 삼아두고

나명셩 들명셩 일

ㅣ도 구

지고

오르거니

리거니 長空(장공)의

나거니

廣野(광야)로 건너거니

프르락 불그락 여트락 지트락

斜陽(사양)과 섯거디어 細雨(세우)조차

흰구름 뿌연 안개와 노을 푸른 것은 산 아지랑

이로구나 수많은 바위와 골짜기를 제 집으로 삼

고서 나가기도 하고 들어오기도 하면서 아양도 떠

는구나 올라가기도 하고 내려가기도 하고 먼 하

늘로 떠나기도 하고 넓은 들로 건너가기도 하고

푸르기도 하고 붉기도 하고 옅기도 하고 짙기도

하고 석양과 섞이어 가랑비조차 뿌리는구나

rarr본사 4 - 봄 풍경

藍輿(남여)

고 솔아

구븐 길노

오며 가며

적의

綠楊(녹양)의 우

黃鶯(황앵) 嬌態(교태) 겨워

고야

나모 새

지어 綠陰(녹음)이 얼린 적의

百尺欄干(백척난간)의 긴 조으름 내여 펴니

水面凉風(수면양풍)이야 긋칠 줄 모르

뚜껑없는 가마를 재촉하여 타고 소나무 아래 굽은

길로 오며 가며 하는 때에 푸른 버드나무에서

는 꾀꼬리는 온갖 교태를 부리고 있구나 나무 사

이가 우거져서 녹음이 엉긴 때에 긴 난간에 기대

어 길게 기지개를 켜니 물위에서 부는 시원한 바

람이 그칠 줄을 모르는구나

rarr 본사 5 - 여름 풍경

즌서리

딘 후의 산빗치 錦繡(금수)로다

黃雲(황운)은

엇지 萬頃(만경)의 펴겨디오

漁笛(어적)도 흥을 계워

롸 브니

된서리가 걷힌 후에 산 빛이 수놓은 비단 같구나

누렇게 익은 곡식은 또 어찌 넓은 들에 펼쳐져 있

는가 어부가 부는 피리도 흥을 못이겨 달을 따라

불고 있구나

rarr 본사 6 - 가을 풍경

草木(초목) 다 진 후의 江山이

몰커

造物(조물)리 헌

야 氷雪(빙설)로

며내니

瓊宮瑤臺(경궁요대)와 玉海銀山(옥해은산)이

眼底(안저)에 버러셰라

乾坤(건곤)도 가

열사 간 대마다 경이로다

초목이 다 떨어진 후에 강산이 눈 속에 묻혔거늘

조물주가 야단스러워 눈과 얼음으로 꾸며내니 경

궁요대(구슬로 꾸민 궁궐과 대)와 옥해은산(아름

다운 바다와 눈덮인 산) 같은 설경이 눈 아래 펼

쳐졌구나 하늘과 땅도 풍성하구나 가는 곳마다

아름다운 경치로다

rarr 본사7 - 겨울 풍경

人間(인간)을

나와도 내 몸이 겨를 업다

이것도 보려

고 져것도 드르려코

도 혀려

도 마즈려코

밤으란 언제 줍고 고기란 언제 낙고

柴扉(시비)란 뉘 다드며 딘 곳츠란 뉘 쓸려뇨

이 낫브거니 나조

라 슬

소냐

리 不足(부족)커니 來日(내일)이라

有餘(유여)

이 뫼

안자 보고 져 뫼

거러 보니

煩勞(번로)

릴 일이 아조 업다

쉴 사이 업거든 길히나 젼

리야

다만 靑藜杖(청려장)이 다 므듸어 가노

속세를 떠나왔어도 내 몸이 한가하지 않다 이것

도 보려고 하고 저것도 들으려 하고 바람도 쏘이

려 하고 달도 맞으려 하고 밤은 언제 줍고 고기는

언제 낚고 사립문은 누가 닫으며 떨어진 꽃은 누

가 쓸겠느냐 아침에도 아름다운 경치 구경하는

시간이 모자랄 지경인데 저녁이라고 싫겠는가 오

늘의 시간이 부족한데 내일이라고 여유가 있겠는

가 이 산에서 앉아보고 저 산에서 걸어보니 번거

로운 마음이지만 버릴 일이 아주 없다 쉴 사이가

없는데 사람들에게 길이나마 알려줄 수가 있겠는

가 다만 명아주 대로 만든 지팡이가 다 무디어

가는구나

rarr본사 8 - 자연애와 풍류 생활

술이 닉어가니 벗지라 업슬소냐

이며 혀이며 이아며

온가짓 소

로 醉興(취흥)을

야거니

근심이라 이시며 시

이라 브터시랴

누우락 안즈락 구브락 져츠락 울프락

노혜로 놀거니

天地(천지)도 넙고넙고 日月(일월)도 가

羲皇(희황) 모

러니 이적이야 긔로고야

神仙(신선)이 엇더턴지 이몸이야 긔로고야

술이 익어가니 벗이라고 없겠는가 노래를 부르게

하며 악기를 타고 켜게 하며 방울을 흔들며 온갖

소리로 술에 취한 흥을 재촉하니 근심이라 있겠으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25 -

며 시름이라고 붙어 있으랴 눕기도 하고 앉기도

하고 구부리기도 하고 뒤로 젖히기도 하고 읊기도

하고 휘파람을 불기도 하면서 마음놓고 놀기도

하니 천지도 넓고 넓으며 세월도 한가하다 중국

복희 황제의 태평성대를 내가 잘 몰랐더니 지금이

바로 그것이로구나 신선이 어떤 것인지 잘 몰랐

더니 내가 바로 신선이로구나

rarr본사9 - 취흥

江山風月(강산풍월) 거

리고 내 백년을 다누리면

岳陽樓(악양루) 샹의 李太白(이태백)이 사라 오다

浩蕩情懷(호탕 정회)야 이에서 더

소냐

이 몸이 이렁 굼도 亦君恩(역군은)이샷다

아름다운 대자연을 거느리고 내 한평생을 다 누리

면 조망이 좋기로 이름난 악양루 위의 이태백이

살아온다한들 넓고 큰 마음이야 이것보다 더 하겠

는가 이몸이 이렇게 지내는 것도 역시 임금님의

은혜이시도다

rarr결사 - 호탕한 정회와 군은

면앙정의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지은이가 41세 되던 해 벼슬을 그만두

고 향리인 전라남도 담양에 내려가 면앙정이라는

정자를 짓고 아름다운 자연을 벗삼아 사는 자신의 풍

류 생활을 노래한 것이다 면아정 주변의 경치4계절의

풍경 자신의 풍류 생활에 대한 멋과 흥취를 짜임새 있

게 그려낸 선경 후정의 작품이다

우리 江湖歌道(강호가도)의 전형을 확립한 작품으로

정극인의 상춘곡을 이어받아 송강의 성산별곡관동별곡

에 크게 영향을 끼쳤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결사 끝

부분의 lsquo亦君恩(역군은)이샷다rsquo와 같은 표현은 맹사성의

lsquo강호사시가rsquo에도 나타나는 것으로 자연속에서 지내는

즐거움과 연군 지정을 결합시킨 표현이라 할 수 있다

관동별곡

정 철

江강湖호애 病병이 깁퍼 竹

林님의 누엇더니 關관東

동 八팔百

里니에 方방面면을 맛디시니 어와 聖셩恩

은이야 가디록 罔망極극

다 延연秋츄門문 드리

慶경會회 南남門문

라보며 下하直직고 믈너나니 玉

옥節졀이 알

셧다

平평丘구驛역

라 黑흑水슈로 도라드니 蟾셤江

강은 어듸메오 雉티岳악이 여긔로다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의 병이 깊어 전라남도 창평에서

지내고 있었는데 800리나 되는 강원도 지방의 관찰사

소임을 맡기시니 아아 임금님의 은혜야말로 갈수록

끝이 없다 연추문으로 달려들어가 경회루의 남쪽문을

바라보며 임금님께 하직 인사를 하고 물러나니 옥절이

앞에 서 있다 양주(평구역)역에서 말을 갈아타고 여주

(흑수)로 돌아 들어가니 원주(섬강)는 어디인가 치악

산이 여기로구나

서사1-관찰사 배명과 부임의 여정

昭쇼陽양江강

린 믈이 어드러로 든단 말고 孤고臣신

去거國국에 白

髮발도 하도 할샤 東동州

밤 계오

새와 北븍寬관亭뎡의 올나

니 三삼角각山산 第뎨一일

峰봉이

마면 뵈리로다 弓궁王왕 大대闕궐 터희 烏오

鵲쟉이 지지괴니 千쳔古고 興흥亡망을 아

다 몰

다 淮회陽양 녜 일홈이 마초아

시고 汲급長

孺유

風풍彩

를 고텨 아니 볼 게이고

소양강 흘러내린 물이 어디로 흘러들어간단 말인가 외

로운 신하가 임금님 곁을 떠남에 있어서 나라에 대한

걱정이 많기도 하구나 철원(동주)에서 밤을 겨우 새운

후 북관정에 오르니(임금님이 계신 한양에 있는)삼각

산의 제일 높은 봉우리가 웬만하면 보일 것 같구나 옛

날 궁예왕이 살았던 대궐 터에 까마귀와 까치만 지저귀

고 있으니 먼 옛날의 흥망 성쇠를 까마귀와 까치 너희

들은 아느냐 모르느냐 회양이라는 이름이 옛날 중국의

지명인 회양과 마침 똑같구나(중국 회양 땅에서 선정

을 베푼)급장유의 모습을 이제 다시 (여기서)볼 수 있

지 않겠는가(급장유가 중국 회양땅에서 선정을 베푼

것처럼 정철 자신도 이곳 강원도 회양땅에서 선정을 베

풀겠다는 포부를 나타냄)

서사 2-관내 순력과 선정에 대한 포부

營영中듕이 無무事

고 時시節졀이 三삼月월인 제

花화川쳔 시내길히 楓풍岳악으로 버더 잇다 行

裝장

을 다

티고 石셕逕경의 막대 디퍼 百백川쳔洞동 겨

두고 萬만瀑폭洞동 드러가니 銀은

무지게 玉

龍룡의 초리 섯돌며

十십里리의

자시니 들을 제

우레러니 보니

눈이로다

감영(지금의 도청)안에 아무 일이 없고 시절이 마침 삼

월인 때에 화천 시냇길이 금강산으로 뻗어 있다 행장

을 다 떨쳐 버리고 돌길에 지팡이를 짚어 백천동 곁을

지나 만폭동으로 들어가니 은같은 무지개 옥 같은 용

의 꼬리처럼 생긴 폭포가 섞어 돌며 뿜는 소리가 십 리

에 깔려 있으니 멀리서 들을 때는 우렛소리더니 가까

이 가서 보니 눈(雪)이 날리는 것 같구나

본사1-만폭동 폭포의 장관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26 -

金금剛강臺

우層층의 仙션鶴학이 삿기 치니 春츈

風풍 玉옥笛

聲셩의 첫

돗던디 縞호衣의玄현裳

샹이 半반空공의 소소

니 西셔湖호

主쥬人인을

반겨셔 넘노

금강대 맨 꼭대기에 사는 선학이 새끼를 치니 봄바람

옥피리 소리에 첫 잠을 깨었던지 흰 저고리 검은 치마

로 단장한 학이(학의 날개 묘사) 공중에 솟아 뜨니 옛

날 중국 서호에서 학과 더불어 노닐던 임포를 반겨 맞

는 것 같구나(정철 자신을 임포처럼 생각함)

본사2-금강대 위의 선학

小쇼香향爐노 大대香향爐노 눈 아래 구버보고 正졍陽

양寺

眞진歇헐臺

고텨 올나 안

마리 廬녀山산 眞

진面면目목이 여긔야 다 뵈

다 어와 造조化화翁옹이

토 헌

거든

디 마나 셧거든 솟디 마나

芙부蓉용을 고잣

玉옥을 믓것

東동溟명

을 박

北북極극을 괴왓

놉흘시고 望망高

고臺

외로올샤 穴혈望망峰봉이 하

의 추미러 므

일을

로리라 千쳔萬만劫겁 디나

록 구필 줄 모

다 어와 너여이고 너

향로처럼 생긴 크고 작은 봉우리를 눈아래 굽어보고 나

서 정양사를 지나 진헐대에 다시 올라 앉으니 금강산

의 참모습이 여기서야 다 보이는구나 아아 조물주가

야단스럽기도 야단스럽구나(산봉우리들이)날아가려거

든 뛰지나 말든가 서있으려거든 (위로)솟지나 말든가

할일이지 연꽃을 꽂아 놓은 것 같기도 하고흰 옥을

묶어 놓은 것 같기도 하고 북극성을 떠받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높구나 망고대 외롭구나 혈망봉이 하늘

에 치밀어서 무슨 일을 아뢰려고 오랜 세월이 지나도록

굽힐 줄을 모르느냐 아아 너로구나 너같은 충신이

또 있을까(진헐대에서 바라본 많은 산봉우리들이 굳굳

한 모습으로 서있는 것을 보고 충신의 지조와 절개를

연상하여 표현한 구절)

본사 3-진헐대에서의 조망

心심臺

고텨 올나 衆듕香향城셩

라보며 萬만

二이千쳔峰봉을 歷녁歷녁히 혀여

니 峰봉마다

쳐 잇

고 긋마다 서린 긔운

거든 조티마나 조커든

디 마

나 뎌 긔운 흐터 내야 人인傑걸을

고쟈 形형容용

도 그지업고 체체勢셰도 하도 할샤 天텬地디 삼기실

제 自

然연이 되연마

이제 와 보게 되니 有유情정

도 有유情정

개심대를 다시 올라가서 중향성을 바라보며 금강산 만

이천 봉우리를 똑똑히 헤아려 보니 산봉우리마다 정기

가 맺혀 있고 봉우리 끝마다 서린 기운(정기) (산의

정기가)맑거든 깨끗하지나 말든가 깨끗하거든 맑지나

말 것이지(산의 정기가 맑고도 깨끗하다는 의미) 저

기운을 흩어 내어 뛰어난 인물을 만들고 싶구나 산봉

우리의 생긴 모양이 끝이 없이 다양하고 자세도 많기도

하구나 천지가 생겨날 때 자연히 된 줄 알았더니 이제

와서 보니까 조물주의 뜻이 분명히 있구나

본사 4-개심대에서의 조망

毗비盧로峰봉 上샹上샹頭두의 올라 보니 긔 뉘신고

東동山산 泰태山산이 어

야 놉돗던고 魯노國국 조븐

줄도 우리

거든 넙거나 넙은 天텬下하 엇

닷 말고 어와 뎌 디위

어이

면 알 거이고 오

디 못

거니

려가미 고이

비로봉 맨 꼭대기에 올라본 사람이 그 누구인가

동산과 태산이 그 얼마나 높던가 노나라가 작다는 것

도 우리는 모르겠는데 넓고도 넓은 천하를 어떻게 해서

작다고 공자께서는 말씀하신단 말인가 아아 저 공자

의 경지를 어떻게 하면 알 것인가 올라가지 못하는데

내려가는 것이 이상하랴

본사 5-비로봉을 본 감회

圓원通통골

길로 獅

峰봉을

자가니 그 알

너러바회 化화龍룡쇠 되여셰라 千쳔年년 老노龍룡

이 구

서려 이셔 晝듀夜야의 흘녀 내여 滄창海

해예 니어시니 風풍雲운을 언제 어더 三삼日일雨우

디련

다 陰음崖애예 이온 플을 다 살와 내여

원통골 가느다란 길로 사자봉을 찾아가니 그 앞에 넓고

평평한 바위가 화룡소가 되었구나 마치 천 년이나 묵

은 늙은 용(정철 자신을 지칭함)이 굽이굽이 서려 있어

서 밤낮으로 물을 흘려 내어 푸른 바다에 이어졌으니

용(작자 자신)아 너는 언제 풍운(선정의 기회)을 얻어

서 임금님의 은총을 백성들에게 내리려느냐 굶주리고

헐벗은 백성들을 다 살려 내려무나

본사 6-화룡소에서의 감회

磨마訶하衍연 妙묘吉길祥샹 雁안門문재 너머 디여 외

나모

리 佛블頂뎡臺

올라

니 千쳔尋심絶졀

壁벽을 半반空공애 셰여 두고 銀은河하水슈 한 구

촌촌이 버혀 내여 실

티 플텨이셔 뵈

티 거러시니

圖도經경 열 두 구

내 보매

여러히라 李니謫

션 이제 이셔 고텨 의논

게 되면 廬녀山산이 여긔도

곤 낫단 말 못

려니

마하연 묘길상을 구경하고 안문재를 넘어 내려가 외

나무 썩은 다리를 건너 불정대에 오르니 천길이나 되는

낭떠러지를 공중에 세워 놓고 은하수 한 굽이를 마디

마디 베어 내어 실같이 풀어 가지고 베처럼 걸었으니

도경(금강산 12폭포를 그림으로 그려놓은 그림책)에는

폭포가 열두굽이로 되어 있지만 내가 보기에는 그보다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27 -

더 많아 보인다 이태백이 지금 살아 있어서 다시(금강

산 12폭포와 중국의 여산폭포를 비교) 논의하게 된다

면 여산 폭포가 여기보다 더 낫다는 말은 못 할 것이

본사 7-십이 폭포의 장관

山산中듕을

양 보랴 東동海해로 가쟈

라 籃남輿여

緩완步보

야 山산映영樓누의 올나

니 玲녕瓏농 碧벽

溪계와 數수聲셩啼뎨鳥됴

離니別별을 怨원

旌졍旗긔를

티니 五오色

이 넘노

鼓고角각을

섯부니 海해雲운이 다것

鳴명沙사길 니근

이 醉

仙션을 빗기 시러 바다

두고 海

棠당花화로 드러가니 白

鷗구야

마라 네 버딘 줄 엇디 아

산중의 경치만 노상 보겠는가 동해로 가자꾸나 남녀

(뚜껑없는 가마)를 타고 천천히 걸어서 산영루(정자이

름)에 오르니 영롱하게 반짝이는 시냇물과 갖가지 소

리로 우는 새는 나와의 이별을 싫어하는 듯 여러 가지

깃발을 휘날리니 오색(빨강파랑검정노랑흰색등의

깃발)이 넘나들며 노는 듯 북과 피리를 섞어 부니 바

다의 구름이 다 걷히는 듯하다 모래밭 길에 익숙한 말

이 도취한 신선을 비스듬히 태우고 해변을 따라 해당

화가 피어 있는 곳으로 들어가니 백구야 날아가지 마

라 내가 네 친구일수도 있지 않느냐

본사 8-동해로 가는 감회

金금闌난窟굴 도라드러 叢총石셕亭뎡 올라

니 白

옥樓누 남은 기동 다만 네히 셔 잇고야 工공슈의 셩녕

인가 鬼귀斧부로 다

가 구

야 六뉵面면은 므어슬

象샹톳던고

금난굴을 돌아들어서 총석정에 오르니 바다 가운데에

돌기둥 네 개가 백옥루의 남은 기둥처럼 서 있구나 저

네 개의 돌기둥은 공수(중국 고대의 명공)가 만든 것인

가 귀신의 도끼로 다듬었는가 구태여 그 돌기둥이 여

섯 모가 난 것은 무엇을 본뜬 것인가

본사 9-총석정의 장관

高고城셩을란 뎌만 두고 三삼日일浦포

자가니 丹

단書셔

宛완然연

되 四

仙션은 어

가니 예 사흘

머믄 後후의 어

머믈고 仙션遊유潭담 永영郎

냥湖호 거긔나 가 잇

가 淸

澗간亭뎡 萬만景경臺

몃 고

안돗던고

고성을 저만큼 두고 삼일포를 찾아가니 영랑의 무리

(신라 때 네 명의 화랑 곧 사선)가 남쪽으로 갔다는

글씨는 뚜렷한데 사선은 어디 갔는가 여기서 사흘을

머문 후에 어디 가서 또 머물렀을까 선유담 영랑호

거기나 가 있는가 청간정 만경대 몇 곳에 앉았던가

본사 10-삼일포에서의 회고

梨니花화

셔 디고 졉동새 슬피 울 제 洛낙山산東

동畔반으로 義의相샹臺

예 올라 안자 日일出츌을 보

리라 밤듕만 니러

니 祥샹雲운이 집

동 六뉵龍뇽

이 바퇴

동 바다

날 제

萬만國국이 일위더니

天텬中듕의 티

니 毫호髮발을 혜리로다 아마도 녈구

름 근쳐의 머믈셰라 詩시仙션은 어

가고 咳

唾타만

나맛

니 天텬地디間간 壯장 긔별

셔히도

셔이

배꽃은 벌써 떨어지고 접동새가 슬피 울 때에 낙산의

동쪽 언덕에 있는 의상대에 올라앉아 해 뜨는 것을 보

려고 한 밤중에 일어나니 상서로운 구름이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듯 여섯 마리의 용이 떠받치고 있는 듯

해가 바다에서 떠날 때는 온 세상이 흔들리는 것 같더

니 하늘로 치솟아 오르니 가느다란 터럭을 셀 수 있을

정도로 밝구나 혹시나 지나가는 구름(간신을 비유함)

이 햇빛을 가릴까 두렵다 이백은 어디 가곡 그가 남긴

유명한 말(咳唾(해타)-이백은 lsquo등금릉봉황대rsquo라는 시에

서 간신이 임금의 총명을 흐리게 하는 것을 구름이 해

를 가리는 것에 비유했음)만 남아 있는가 천지간에 굉

장한 소식(사연)이 그의 시에 자세히도 표현되어 있구

본사 11-의상대에서의 일출의 장관

斜샤陽양 峴현山산의 척

을 므니

와 羽우蓋개芝

지輪륜이 鏡경浦포로

려가니 十십里리 氷빙紈환을

다리고 고텨 다려 長

松숑 울흔 소개 슬

장 펴뎌시

니 믈결도 자도 잘샤 모래

혜리로다 孤고舟쥬 解

纜람

야 亭뎡子

올나가니 江강門문橋교 너믄

大대洋양이 거긔로다 從

容용댜 이 氣긔像샹

闊활遠원댜 뎌 境경界계 이도곤

어듸 잇

닷 말고 紅홍粧장 古고事

리로다

江강陵능 大대都도護호風풍俗쇽이 됴흘시고 節졀孝효

旌졍門문이 골골이 버러시니 比비屋옥可가封봉이 이제

도 잇다

저녁 햇살이 비치는 현산의 철쭉꽃을 잇달아 밟으면서

신선을 태운 수레가 경포로 내려가니 십 리나 되는 비

단을 (다리미로)다리고 다시 다린 것처럼 맑고 깨끗한

수면이 큰 소나무가 둘러싼 속에 실컷 펼쳐져 있으니

물결도 잔잔하기도 잔잔하구나 모래를 셀 수 있을 것

같도다 배 한 척을 띄워 호수를 건너가서 정자 위에

올라가니 강문교 바로 너머에 넓은 바다가 거기로구

나 조용하구나 이 기상 넓고 멀구나 저 경계(수평

선) 여기보다 더 (경치가) 잘 갖추어진 곳이 또 어디

있단 말인가 박신과 흥장의 옛일을 야단스럽다고 할

것이로다 강릉 대도호부의 풍속이 좋기도 하구나 충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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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효자 열녀 등을 표창하는 문이 고을마다 널려 있

으니 요순 시대처럼 집집마다 벼슬을 봉할 만하다는

것이 지금도 있다 할 것이로다

본사 12-경포의 장관과 강릉의 미풍 양속

眞진珠쥬館관 竹

西셔樓루 五오十십川쳔

린 믈이 太

태白

山산 그림재

東동海

로 다마 가니

하리 漢

한江강의 木목覓멱의 다히고져 王왕程뎡이 有유限

고 風풍景경이 못 슬

니 幽유懷회도 하도 할샤 客

愁수도 둘 듸 업다 仙션사

워 내여 斗두牛우로 向

살가 仙션人인을

려 丹단穴혈의 머므살가

진주관 죽서루 아래 오십천에 흘러내리는 물이 태백산

그림자를 동해로 담아가지고 흘러가니 차라리 저 물을

임금님이 계신 서울 남산에 닿게 하고 싶다 관원의 여

정에는 기한이 있고 풍경은 싫증이 나지 않으니 그윽

한 회포도 많기도 많구나 나그네의 시름도 둘 곳이 없

다 신선이 탄다는 뗏목을 띄워서 북두성과 견우성으로

향할까 사선을 찾으러 단혈에 머무를까

본사 13-죽서루에서의 객수

天텬根근을 못내 보와 望망洋양亭뎡의 올은말이 바다

밧근 하

이니 하

밧근 므서신고

득 노 고래 뉘

라셔 놀내관

블거니

거니 어즈러이 구

디고 銀

은山산을 것거 내여 六뉵合합의

五오月월

天텬의 白

雪셜은 므

일고

하늘의 끝을 끝내 못 보아 망양정에 오르니 바다 밖은

하늘인데 하늘 밖은 무엇인가 가뜩이나 노한 고래를

누가 놀리게 하기에 불기도 하고 뿜기도 하면서 어지럽

게 구는 것인가 은으로 된 산을 꺾어 내어 온 세상에

흩어 내리는 듯 오월의 아득한 하늘에 흰 눈이 무슨 일

인가

본사 14-망양정에서의 조망

져근덧 밤이 드러 風풍浪낭이 定뎡

扶부桑상 咫

지尺

의 明명月월을 기

리니 瑞셔光광 千쳔丈

고야 珠쥬簾렴을 고텨 것고 玉옥階계

다시 쓸며 啓계明명星셩 돗도록 곳초 안자

라보니

蓮년花화 가지

뉘라셔 보내신고 일이 됴흔

世세界계

대되 다 뵈고져

流뉴霞하酒쥬

득 부어

려 무론 말이 英영雄웅은

가며 四

仙션은 긔 뉘러니 아

나 맛나 보아

긔별 뭇쟈

니 仙션山산 東동海

예 갈 길히 머도

멀샤

잠깐 사이에 밤이 되어 풍랑이 가라앉거늘 해와 달이

뜬다는 부상 가까운 거리에서 밝은 달을 기다리니 천

길이나 뻗친 상서로운 달빛이 보이는 듯하다가 숨는구

나 구슬로 만든 밭을 걷어 올리고 돌층계를 다시 쓸며

샛별이 돋을 때까지 꼿꼿이 앉아 바라보니 흰 연꽃 한

송이를 누가 보내셨는가 이렇게 좋은 세계를 남에게

다 보이고 싶구나 신선주를 가득 부어 들고 달에게 묻

기를ldquo영운은 어디 갔으며 사선 그들은 그 누구이더

냐rdquo 아무나 만나 보아 옛 소식을 물으려 하니 삼신산

이 있다는 동해에 갈 길이 멀기도 멀구나

결사 1-동해의 달맞이

松숑根근을 볘여 누어 픗

을 얼픗 드니

애 사

이 날

려 닐온 말이그

내 모

랴 上샹界계예 眞

진仙션이라 黃황庭뎡經경一일字

엇디 그

닐거

두고 人인間간의 내려와셔 우리

다 져근덧

가디 마오 이 술 잔 머거 보오 北북斗두星셩 기우

려 滄챵海

水슈 부어 내여 저 먹고 날 머겨

서너

잔 거후로니 和화風풍이 習습習습

야 兩냥腋

을 추

혀 드니 九구萬만里리 長

空공애 져기면

리로다 이

술 가져다가 四

예 고로

화 億억萬만 蒼창生

을 다 醉

근 後후의 그제야 고텨 맛나

고야 말 디쟈 鶴학을

고 九구空공의 올나가니

空공中듕 玉옥蕭쇼 소

어제런가 그제런가

나도

여 바다

구버보니 기

거니

인들 엇디 알리 明명月월이 千천山산萬만落낙의 아니

비쵠

업다

소나무 뿌리를 베고 누워서 선잠을 얼핏드니

꿈에 한 사람이 나더러 이르기를 ldquo그대(송강)를 내가

모르랴 그대는 하늘 나라의 진짜 신선이라 황정경의

한 글자를 어찌하여 잘못 읽어 가지고 속세로 귀양와서

우리를 따르는가 잠깐 동안 가지 말고 이 술 한잔 먹

어 보오rdquo 북두칠성을 국자 삼아 푸른 바닷물을 잔에

부어 저도 먹고 나도 먹이거늘 서너잔을 기울이니 화

창한 바람이 산들산들 불어 양쪽 겨드랑이를 추켜드니

구만리나 되는 먼 하늘에 웬만하면 날 것 같구나

ldquo이 술을 가져다가 온 세상에 골고루 나누어 모든 백성

들을 다 취하게 만든 후에 그 때에야 다시 만나 또 한

잔 하자꾸나lsquo

그 말이 끝나자 신선(꿈에 한 사람)은 학을 타고 하늘

로 올라가니 공중에서 들려오는 옥피리 소리가 어제던

가 그제던가 싶게 어렴풋하구나 나도 잠을 깨어 바다

를 굽어보니 그 깊이를 모르는데 끝이야 더욱 어떻게

알겠는가 밝은 달이 온 세상에 아니 비친 곳이 없다

결사 2-꿈속의 선연

lt송강가사(松江歌辭) 이선본(李選本gt

지은이가 45세 되던 선조 13년(1580)에 강원도 관찰사

에 배임(拜任)되어 부임하는 과정과 원주에 부임한 후

틈을 내어 관동 팔경을 비롯한 강원도 내의 명승지를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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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루 유람하며그 승경(勝景)과 인정 풍속을 비롯해서

연군(戀君)애민의 정(情) 및 선연(仙緣)을 노래한 기행

가사의 대표적인 작품이다 멀게는 고려 충숙왕 때 안

축이 지은 경기체가 형식의 [관동별곡]과 가깝게는 명

종때 백광홍이 지은 [관서별곡] 송순의 [면앙정가]의

영향을 받은 작품으로 표현이 명쾌화려하고 탄력이 넘

치며 활달하고 낭만적이어서 지은이의 호탕한 기상이

잘 나타나 있다

총 295구로 이루어진 장편 기행 가사로 서사(처음~급

당유 풍 고텨 아니 볼 게이고) 본사(영둥이 무고~오월 댱텬의 셜은 므일고) 결사(져근덧 밤이

드러~아니 비쵠 업다)로 구성되어 있다

산에서 바다로 이어지는 여정은 그 각각의 이미지를 매

개로 하여 인간의 두 가지 존재 양식 사이에서 갈등하

는 작가의 모습을 보여 준다 산에서 본 경치는 백색의

이미지로서 고결한 위정자로서의 풍모를 드러내고 있으

며 바다에서는 인간 본연의 영원한 세계를 갈구하는

자유 분방한 정신을 표출하고 있다

다양한 어휘와 적절한 수사법을 능란하게 구사함으로

써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한층 높은 경지로 끌어 올린

작품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사미인곡(思美人曲)

송강 정 철

이 몸 삼기실 제 님을 조차 삼기시니 緣分(연분)이며 하 모 일이런가 나 나 졈어 잇

고 님 나 날 괴시니 이 음 이 랑 견졸 노여 업다

이 몸이 태어날 때에 임을 따라서 태어나니 한평생의

연분이며 하늘이 모를 일이던가내가 오직 젊어 있고

임은 오직 나를 사랑하시니 이 마음과 이 사랑을 비교

할 곳이 전혀 없다

서사 1-임과의 인연

平生(평)애 願(원) 요 녜자 얏더니

늙기야 므 일로 외오 두고 글이고 엇그제 님

을 뫼셔 廣寒殿(광한뎐)의 올낫더니그더 엇디

야 下界(하계)예 랴오니 올 적의 비슨 머리 얼

킈연디 三年(삼년)이라 臙脂粉(연지분) 잇마 눌 위여 고이고 음의 친 실음 疊疊(텹텹)

이 혀 이셔 짓니 한숨이오 디니 눈믈이라

人生(인)은 有限(유) 시도 그지업다

평생에 원하기를 임과 함께 살아가고자 했는데 늙어서

야 무슨일로 외따로 두고 그리워하는가 엊그제 임을

모시고 광한전에 올라 있었는데 그 사이에 어찌하여 이

하계에 내려왔느냐 임을 떠나 올 적에 빗은 머리가 헝

클어진 지삼 년일세 연지와 분이 있지마는 누구를 위

해서 예쁘게 화장할 것인가 마음에 맺힌 시름이 겹겹

이 쌓여 있어서 짓는 것이 한수밍요 떨어뜨리는 것이

눈물이라 인생은 한이 있는데 시름은 끝이 없다

서사 2-임에 대한 그리움

無心(무심) 歲月(셰월)은 믈 흐 고야 炎

凉(염냥)이 아라 가 고텨 오니 듯거니

보거니 늣길일도 하도 할샤

아무 생각이 없는 세월은 물 흐르듯 빨리 지나가는구

나 더위와 추위가 때를 알아서 가자마자 다시 오니 듣

고 보는 가운데서 느낄일이 많기도 많구나

서사 3-세월의 무상함

東風(동풍)이 건듯 부러 積雪(젹셜)을 헤텨내니 窓

(창) 밧긔 심근 梅花(화) 두세 가지 픠여셰라 득 冷淡(담) 暗香(암향)은 므 일고 黃昏

(황혼)의 이 조차 벼 마 빗최니 늣기 반기 님이신가 아니신가

뎌 梅花(화) 것거 내여 님 겨신 보내오져 님

이 너 보고 엇더타 너기실고

봄바람이 문득 불어서 쌓인 눈을 헤쳐내니 창밖에 심은

매화가 두세 가지 피었구나 가뜩이나 쌀쌀하고 담담한

데 그윽하게 풍기는 향기는 또 무슨 일인가 황혼에 달

이 따라와 배갯머리에 비치니흐느껴 우는 듯 반기는

듯하니 임이신가 아니신가 저 매화를 꺾어 내어 임 계

신 곳에 보내고 싶다 그러면 임이 너 (매화)를 보고

어떻다고 생각하실까

본사 1-춘원(春怨)

디고 새 닙 나니 綠陰(녹음)이 렷 羅幃

(나위) 寂寞(젹막)고 繡幕(슈막)이 뷔여 잇다 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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蓉(부용)을 거더 노코 孔雀(공쟉)을 둘러 두니 득 시 한 날은 엇디 기돗던고鴛鴦錦(원앙금)

버혀 노코 五色線(오션) 플텨 내여 금자 견화

이셔 님의 옷 지어 내니 手品(슈품)은니와 制度

(졔도)도 시고 珊瑚樹(산호슈) 지게 우 白玉函(옥함)의 다마 두고 님의게 보내오려 님 겨신

라보니 山(산)인가 구롬인가 머흐도 머흘시

고 千里 萬里(쳔리 만리)길흘 뉘라셔 자갈고니

거든 여러 두고 날인가 반기실가

꽃이 지고 새 잎이 피어나니 녹음이 우거졌는데 비단

포장이 적막하고 수놓은 장막이 텅 비어 쓸쓸하다 연

꽃을 수놓은 비단 휘장을 걷어 놓고 공작을 수놓은 병

풍을 둘러 치니 가뜩이나 시름이 많은데 날은 어찌 그

리 길던가 원앙새 수놓은 비단을 베어 놓고 오색실을

풀어 내어 좋은 자로 재어서 임의 옷을 지어내니 솜씨

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격식도 갖추었구나 백옥으로

만든 함에 담아 산호로 만든 지게 위에 얹어 놓고 임에

게 보내려고 임 계신 곳을 바라보니 산인지 구름인지

험하기도 험하구나 천만 리나 되는 먼 길을 누가 찾아

갈 것인가 가면은 함을 열어 놓고 나를 본것처럼 반가

워하실까

본사2-하원(夏怨)

밤 서리김의 기겍러기 우러 녤 제 危樓(위루)

에 혼자 올라 水晶簾(슈졍념) 거든말이 東山(산)의

이 나고 北極(븍극)의 별이 뵈니 님이신가 반기

니 눈믈이 절로 난다 淸光(쳥광)을 쥐여 내여 鳳

凰樓(봉황누)의 븟티고져 樓(누) 우 거러 두고

八荒(팔황)의 다 비최여 深山窮谷(심산궁곡) 졈낫

티 그쇼셔

하룻밤 서리가 내린 무렵에 기러기가 울며 지나갈 때

높은 누각에 혼자 올라가 수정으로 만든 밭을 걷으니

동산에 달이 떠오르고 북극성이 보이므로 임이신가 하

여 반가워하니 눈물이 절로 난다 밝은 달을 잡아 내어

임 계신 곳에 보내고 싶구나 임께서 그 달을 누각 위

에 걸어 노고 온 세상을 다 비추어 깊은 산 골짜기 까

지도 대낮같이 밝게 하소서(밝은 정치를 베푸소서)

본사 3-추원(秋怨)

乾坤(건곤)이 閉塞(폐)야 白雪(셜)이 빗친

제 사은니와 새도 긋쳐 잇다 瀟湘南畔(쇼

샹남반)도 치오미 이러커든 玉樓高處(옥누고쳐)야

더욱 닐러 므리陽春(양츈)을 부쳐 내여 님 겨

신 쏘이고져茅簷(모쳠) 비쵠 玉樓(옥누)의

올리고져 紅裳

(홍샹)을 니믜 고 翠袖(슈) 半(반)만 거더

日暮脩竹(일모슈듁)의 혬가림도 하도 할샤 댜 수이 디여 긴 밤을 고초 안자 靑燈

(쳥등) 거른 겻 鈿箜葔(뎐공후)노하 두고 의나

님을 보려 밧고 비겨시니 鴦衾(앙금)도 도

샤 이 밤은 언제 샐고

하늘과 땅이 꽉막힌 것처럼 흰 눈으로 온통 덮여 있으

니 사람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날아디는 새도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다 소상강 남쪽 지방같이 따뜻한 이 곳

도 추위가 이러한데 하물며 임계신 북쪽 지방이야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따뜻한 봄볕을 부쳐 내어 임 계신

곳에 쏘이고 싶다 초가집 처마에 비친 해를 임계신 곳

에 올리고 싶다 붉은 치마를 여미어 입고 푸른 소매를

반쯤 걷어 해질 무렵 대나무에 의지하여 여러 가지 생

각이 많기도 하구나 짧은 겨울해가 이내 넘어가니 긴

밤을 꼿꼿이 앉아서 청사초롱을 걸어 둔 곁에 자개 입

힌 공후를 놓아 두고 꿈에나 임을 만나 보려고 턱을

받치고 기대어 있으니 원앙금침이 차갑기도 하구나 이

밤은 언제 샐것인가

본사 4-동원(冬怨)

도 열두 도 셜흔 날 져근덧 각마

라 이 시 닛쟈 니 의 쳐 이셔 骨髓(골

슈)의 텨시니 扁鵲(편쟉)이 열히 오나 이 병을

엇디리 어와 내 병이야 이 님의 타시로다 하

리 싀어디여 범나븨 되오리라 곳나모 가지마다 간

죡죡 안니다가 향 므든 애로 님의 오 올므

리라 님이야 날인 줄 모셔도 내 님 조려 노

하루도 열두 때 한 달도 서른 날 잠시 라도 생각을

말아 가지고 이 시름을 잊으려 해도 마음 속에 맺혀

있어서 뼛속까지 사무쳤으니 편작 같은 명의가 열명이

온다 한들 이 병을 어찌할 것인가

아아 내 병이여 이 병을 어찌할 것인가

아아 내 병이여 이 임의 탓이로다 차라리 죽엇 호랑

나비가 되리라 꽃나무 가지에 가는 곳마다 앉으며 돌

아다니다가 향기 묻은 날개로 임의 옷에 앉으리라 임

께서 나인 줄을 모르신다 해도 나는 끝까지 임을 따르

려 하노라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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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사 -임을 향한 변함 없는 마음

lt성주본 송강가사gt

작품의 감상

작자가 50세 되던 해에 반대 정파의 탄핵을 받고 전남

창평으로 물러나 우거(寓居)하면서 임금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여인이 사랑하는 사람을 그리는 심정에 의탁하

여 부른 노래이다 이 작품의 제목인 〈사미인곡(思美

人曲)〉은 중국 굴원이 지은 〈이소(離騷)〉의 제 9편

에 나오는 lsquo사미인(思美人)rsquo이라는 편명에서 따온 것으

로 보이며 그 작품 역시 충군(忠君)의 내용을 담고 있

어 내용 또한 그 영향을 받은 것으로 짐작된다

또 임금을 임으로 설정하여 노래한 것은 고려 속요인

〈정과정〉과 맥을 같이하고 있으며 임에 대한 헌신적

사랑의 표현은 〈가시리〉〈동등〉등과 접맥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작품은〈속미인곡〉과 더불어 가사 문학의 극치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일찍이 서포 김만중은 〈사미인

곡〉 〈속미인곡〉 〈관동별곡〉을 가리켜 lsquo좌해진문

장 지차삼편(左海眞文章 只此三篇우리 나라의 참된 문

장은 오직 이 세 편뿐이다)rsquo라고 하였다 이 노래는

서사 본사 결사 세 부분으로 되어 있는데 본사는 다

시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나뉘어 있다

속미인곡(續美人曲)

송강 정 철

뎨 가 뎌 각시 본듯도 뎌이고

天上(텬상) 白玉京(옥경)을 엇디야 離別(니별)고

다 뎌 져믄 날의 눌을 보라 가시고

저기가는 저 젊은 여인 본 듯도 하구나 임금님이 계

시는 서울을 어찌하여 이별하고 해가 다 져서 저무는

날에 누구를 보러 가시는 고

rarr서사1 - 서울을 떠나온 이유(갑녀의 질문)

어와 네여이고 내 셜 드러보오

내 얼굴 이 거동이 님 괴얌즉 냐마

엇딘디 날 보시고 네로다 녀기실나도 님을 미더 군디 전혀 업서

이야 교야 어러이 구돗디

반기시 비치 녜와 엇디 신고

누어 각고 니러 안자 혜어니

내 몸의 지는 죄 뫼티 혀시니

하히라 원망며 사이라 허믈랴

셜워 플텨 혜니 造物(조물)의 타시로다

아아 너로구나 내 사정 이야기를 들어보오

나의 생김새와 행동거지가 임의 사랑을 받을 수 있겠느

냐마는 어쩐지 나를 보시고 (내가 사랑할 사람은 바

로) 너로구나 하며 특별히 사랑하시기에 나도 임을 믿

어 딴 생각이 전혀 없어 응석과 애교를 부리면서 (얼마

나) 어지럽게 굴었던지 (나를) 반가워 하시는 얼굴빛

이 예날과 어찌 다르신가 누워 생각하고 일어나 앚아

헤아리니 내 몸의 지은 죄가 산같이쌓였으니 하늘을 원

망하겠으며 사람을 탓하겠는가 하도 서러워 여러 가지

로 깊이 생각해보니 조물주의 탓이로구나

rarr서사2 - 자책과 체념(을녀의 대답)

글란 각 마오

그렇게는 생각하지 마시오

rarr본사1 - 갑녀의 위로

친 일이 이셔이다

님을 뫼셔 이셔 님의 일을 내 알거니

믈튼 얼굴이 편실적 몃날일고

春寒(츈한) 苦熱(고열)은 엇디야 디내시며

秋日(츄일) 冬天(동텬)은 뉘라셔 뫼셧고

粥早飯(쥭조반) 朝夕(조석)뫼 녜와 티 셰시가

기나긴 밤의 은 엇디 자시고

마음 속에 맺힌 일이 있습니다 예전에 임을 모신적이

있어서 임의 일을 내가 잘 아는데 물과 같이 연약한

체질이 편하실 때가 며칠이나 될꼬 이른 봄의 추위와

한여름의 더위를 어떻게 지내시며 가을과 겨울날은 누

가 모셨는가 죽조반과 아침 저녁 진지는 옛날과 같이

잘 잡수시는가 기나긴 밤에 잠은 어떻게 주무시는가

rarr본사2-임에 대한 염려(을녀의 사설)

님다히 消息(소식)을 아무려나 아쟈니

오도 거의로다 일이나 사 올가

내 둘 업다 어드러로 가쟛 말고

잡거니 밀거니 놉픈 뫼 올라가니

구름은 니와 안개 므일고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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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川(산쳔)이 어둡거니 日月(일월)을 엇디보며

咫尺(지척)을 모거든 千里(쳔리) 라보랴

리 믈의 가 길히나 보랴니

람이야 믈결이야 어둥졍 된뎌이고

샤공은 어 가고 븬 만 걸렷고

江天(간텬)의 혼자 셔셔 디 구버보니

님 다히 消息(소식)이 더옥 아득뎌이고

임이 계시는 곳의 소식을 어떻게든지 알려고 하니 오늘

도 거의 지나갔구나 내일이나 임의 소식을 전해줄 사

람이 올까 내 마음을 둘 곳이 없다 어디로 가자는 말

인가 (나무같은 것을) 잡기도 하고 밀기도 하면서 높

은 산에 올라가니 구름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안개는

또 무슨 일로 저렇게 기어 있는가 산천이 어두운데 해

와 달을 어떻게 보겠으며 지척을 모르겠는데 천 리나

되는 먼 곳을 (어떻게) 바라몰 수 있으랴 차라리 물가

에 서서 뱃길이나 보려고 하니 바람과 물결이 어수선하

게 되었구나 사공은 어디가고 빈 배만 걸려있는가 강

변에 홀로서서 지는 해를 굽어보니 임계신 곳의 소식이

더욱 아득하구나

rarr본사3-임의 소식을 애타게 기다림(을녀의 사설)

茅簷(모쳠) 자리의 밤듕만 도라오니

半壁(반벽) 靑燈(청등)은 눌 위야 갓고

오며 리며 헷드며 바자니니

져근덧 력진力盡(녁진)야 픗을 잠간 드니

精誠(정셩)이 지극야 의 님을 보니

玉(옥)튼 얼굴이 半(반)이나마 늘거셰라

의 머근 말 슬장 쟈니

눈믈이 바라나니 말인들 어이며

情(정)을 못다야 목이조차 몌여니

오뎐된 鷄聲(계셩)의 은 엇디 돗던고

초가집 차가운 잠자리에 한밤중이 돌아오니 벽에 걸려

있는 등불은 누구를 위하여 밝아 있는가 산을 올라가

기도 하고 내려가기도 하면서 헤메며 오락가락 돌아다

니다가 잠깐 사이에 힘이 다하여 풋잠이 잠깐 들었는

데 정성이 지극하여 꿈속에서 임을 보니 옥과 같이 곱

던 임의 얼굴이 반넘게 늙었구나 마음 속에 품은 생각

을 실컷 아뢰려고 하였더니 눈물이 잇달아 쏟아지니

말인들 어찌하며 정회도 다 못풀어 목마저 메어오니

방정맞은 닭울음소리에 잠은 어찌 깨었던가

rarr본사4-독수공방의 한과 꿈에서 만난 임

(을녀의 사설)

어와 虛事(허)로다 이 님이 어 간고

결의 니러 안자 窓(창)을 열고 라보니

어엿븐 그림재 날 조 이로다

리 싀여디어 落月(낙월)이나 되야이셔

님 겨신 窓(창) 안 번드시 비최리라

아아 헛된 일이로다 내 임이 어디 갔는고 꿈결에 일

어나 앉아 창을 열고 바라보니 불쌍한 그림자만이 나

를 따라올 뿐이로다 차라리 죽어서 지는 달이나 되어

임 계신 창 안에 환하게 비치리라

rarr결사-죽어서라도 임을 따르겠다는 다짐

(을녀의 사설)

각시님 이야니와 구 비나 되쇼셔

각시님 달은커녕 궂은 비나 되십시오

rarr결사-갑녀의 위로

〈해설〉

사미인곡의 속편으로 지은이가 동인(東人)으로 탄핵을

받고 고향인 전라남도 창평에 낙향해 있을 때에 임금

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두 여인의 대화 형식을 빌려 노

래한 작품이다 이 작품의 현대어 해석에 나와 있는 lsquo갑

녀(甲女)rsquo와 lsquo을녀(乙女)rsquo는 편의상 붙인 이름으로 갑녀

는 보조적 위치에 있는 화자이며 을녀가 지은이를 대

변하는 주된 화자이다 〈사미인곡〉과 더불어 가사 문

학의 최고봉이라 일컬어지는데 특히 순수한 우리말의

구사가 절묘하며 대화 형식으로 구성하여 표현에 참신

성을 더한 것은 lsquo금상첨화(錦上添花)rsquo라 할 수 있을 것

이다

홍만종은 〈순오지(旬五志)〉에서 이 작품을 제갈공명

의 〈출사표(出師表)〉에 비견할 만하다고 극찬하였으

며 서포 김만중은 〈서포만필(西浦漫筆)〉에서 ldquo예로부

터 우리 나라의 참된 문장은 오직 이 세 편(사미인곡

속미인곡 관동별곡)뿐이데다시 이 세편에 대하여 논할

것 같으면 그 중에서 속미인곡이 더욱 뛰어나다 관동

별곡과 사미인곡은 오히려 한자음을 빌려서 그 가사 내

용을 꾸민 데 지나지 않는다rdquo라고 하였다

규원가(閨怨歌)

허난설헌

엇그제 저멋더니 마 어이 다 늘거니

少年行樂(소년 행락) 생각니 일러도 속절업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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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거야 서른 말 자니 목이 멘다

엊그제 젊었었는데 어찌 벌써 다 늙어버렸는가 어린

시절에 즐겁게 지내던 일을 생각하니 말해 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 이렇게 늙은 뒤에 서러운 얘기를 하자니

목이 멘다

rarr기1-늙음의 한탄

父生母育(부생 모육) 辛苦(신고)야 이 내 몸 길러 낼

公侯配匹(공후 배필) 못 바라도 君子好逑(군자 호구) 願

(원)더니

三生(삼생)의 怨業(원업)이오 月下(월하)의 緣分(연분)으

長安遊俠(장안 유협) 輕薄子(경박자)를 치 만나 잇

서 當時(당시)의 용심(用心)기 살어름 디듸는 부모님이 나를 낳아서 고생하여 길러낼 때 높은 벼슬아

치의 배필을 바라지는 못했어도 훌륭한 남자의 좋은

짝이 되기를 원했더니 삼생의 원망스러운 업보요 월

하 빙인이 정해 준 연분으로 놀기 좋아하고 경박한 사

람을 꿈같이 만나 가지고 시집 간 뒤 조심하면서 마음

졸이기를 꼭 살얼음 디디듯하였다

rarr기2-젊은 시절의 회상

三五二八(삼오 이팔) 겨오 지나 天然麗質(천연 여질)절

로 이니

이 얼골 이 態度(태도)로 百年期約(백년 기약) 얏더니

年光(연광)이 훌훌고 造物(조물)이 多時(다시)야

봄바람 가을 믈이 뵈오리 북 지나듯

雪鬂花顔(설빈 화안) 어 가고 面目可憎(면목 가증) 되

거고나

내 올골 내 보거니 어느 님이 날 괼소냐

스스로 慙愧(참괴)니 누구를 怨望(원망)리

십오륙 세가 겨우 지나 타고난 아름다운 모습이 절로

나타나니 이 얼굴 이 태도로 (남편과)평생을 약속하였

더니 세월이 빨리 지나가고 조물주가 시기가 많아서

세월의 빠르기가 베 짤 때 북이 지나가는 듯 젊고 아

름다운 얼굴은 어디로 가고 추한 모습이 되었구나 내

얼굴을 내가 보아 알거니와 어느 임이 나를 사랑하겠는

가 스스로 생각해도 부끄러운데 누구를 원망하리

rarr기3-세월의 무상함과 늙음의 한탄

三三五五(삼삼 오오) 冶遊園(야유원)의 새 사람이 나단

말가

곳 피고 날 저물 제 定處(정처) 업시 나가 잇어

백마(白馬) 금편(金鞭)으로 어어 머므는고

원근(遠近)을 모르거니 消息(소식)이야 더욱 알랴

因緣(인연)을 긋쳐신들 각이야 업슬소냐

얼골을 못 보거든 그립기나 마르려믄

열두 김도 길샤 설흔 날 至理(지리)다

玉窓(옥창)에 심 梅花(매화) 몃 번이나 픠여진고

겨을 밤 차고 찬 제 자최눈 섯거 치고

여름날 길고 길 제 구 비 므스 일고

三春花柳(삼춘 화류) 好時節(호시절)의 景物(경물)이 시

름업다

가을 방에 들고 蟋蟀(실솔)이 床(상)에 울 제

긴 한 숨 디 눈물 속절업시 헴만 만타

아마도 모진 목숨 죽기도 어려울사

몇 명씩 떼지어 다니는 술집에 새 기생이 나타났다는

말인가 꽃 피고 날 저물 때 일정한 거처도 없이 나가

서 호사로운 차림새로 어디어디 가서 머므는가 바깥출

입이 없어 원근 지리를 모르는데 임의 소식이야 더구나

알 수 있으랴 인연을 끊었다고 하지만 임에 대한 생각

이야 어찌 없겠는가 만나지 못할 임이라면 그립지나

말일이지 하루도 열두때 길기도 하구나 한 달이 지루

하다 옥창에 심은 매화가 몇 번이나 피었다가 졌는고

겨울 밤 차고 찬 때에 눈보라가 섞어 치고 여름날 길고

긴 때에 궂은비는 또 무슨 일인가 꽃 피고 새 잎이 돋

는 좋은 계절 봄에도 보이는 경치가 시름이 없다 가을

달이 방에 비치고 귀뚜라미가 침상에서 울 때 긴 한숨

떨어지는 눈물에 헛되이 생각하는 것만 많다 아마도

모진 목숨 죽기도 어렵구나

rarr승-방탕한 남편에 대한 원망과 독수공방의 한

도로혀 풀쳐 혜니 이리 여 어이 리

靑燈(청등)을 돌라 노코 綠綺琴(녹기금) 빗기 안아

碧蓮花(벽련화) 한 곡조를 시름 조 섯거 타니

瀟相夜雨(소상야우)의 댓소리 섯도 華表(화표) 千年(천 년)의 別鶴(별학)이 우니 玉手(옥수)의 타는 手段(수단) 녯 소 잇다마芙蓉帳(부용장) 寂寞(적막)니 뉘 귀에 들리소니

肝腸(간장)이 九曲(구곡)되야 구븨구븨 쳐서라

돌이켜 여러 모로 생각해 보니 이렇게 살아서 어찌하겠

는가 등불을 돌려 놓고 녹기금을 비스듬히 안아 벽련

화 한 곡조를 시름까지 섞어 타니 소상강의 밤비에 대

나무 잎 소리가 섞여 들리는 듯 천년만에 돌아온 학이

화표주에 앉아 우니는 듯섬섬옥수로 타는 솜씨가 옛

소리를 간직하고 있다마는 부용장 안에 임이 없으니 누

구 귀에 들리겠는가 구곡간장이 굽이굽이 끊어지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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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구나

rarr전-거문고로 시름을 달램

하리 잠을 드러 의나 보려 니

바람의 디 닙과 풀 속에 우는 즘생

므스 일 원수로서 잠조차 오다

천상(天上)의 牽牛織女(견우 직녀) 銀河水(은하수) 박혀

서도

七月七夕(칠월 칠석)一年一度(일년 일도)失期(실기)치

아니거든

우리 님 가신 후는 무슨 弱水(약수) 가렷관듸

오거나 가거나 소식(消息)조차 쳣는고

欄干(난간)의 비겨 셔서 님 가신 바라보니

초로(草露) 맷쳐 잇고 暮雲(모운)이 디나갈 제

竹林(죽림) 푸른 고 새 소리 더욱 설다

세상의 서룬 사람 수업다 려니와

薄命(박명) 紅顔(홍안)이야 날 가니 이실가

아마도 이 님의 지위로 살동말동 여라

차라리 잠이 들어 꿈에서나 임을 보려하니 바람에 지는

나뭇잎과 풀 속에서 우는 벌레가 나와 무슨 원수가 졌

길래 잠조차 깨우는가 하늘의 견우 직녀는 은하수가

막고 있어도 일 년에 한 번 칠월 칠석날에는 기약을 어

기지 않고 만나는데 우리 임이 가신 후에는 무슨 약수

가 가로막고 있길래 오고 가는 소식조차 끊어졌는고

난간에 기대어 서서 임 계신 곳을 바라보니 풀잎에 이

슬은 맺혀있고 저녁 구름이 지나갈 때 대나무 숲 푸른

곳에 새 소리가 더욱 섧다 세상에 서러운 사람이 수없

이 많다고 하지만 기구한 팔자를 타고난 사람이야 나

같은 이가 또 있을까 아마도 임 때문에 살 듯 말 듯하

구나

rarr결-애타게 임을 기다리는 마음

〈감상〉

조선 시대 봉건 사회 제도 아래서 오직 인종(忍從)만을

미덕으로 알고 살아야 했던 부녀자의 한(恨)을 노래한

작품으로 일명 원부사(怨夫詞) 또는 원부사(怨夫辭)라

고도 한다 좋은 배필을 원했지만 뜻밖에도 경박스럽고

방탕한 남편을 만나 평생을 피맺힌 한(恨)과 그리움 속

에 보내야 하는 한 여인의 애달픈 사연을 통해 남성

위주의 사회가 가져오는 병폐를 실감 있게 형상화한 작

품이라 할 수 있다

Page 5: 구지가(龜 歌) - middle.gongbuwarac.commiddle.gongbuwarac.com/Common/Popup/FileDownloadAs.aspx?FileName=/ite… · 미륵(彌勒) 좌주(座主) 뫼셔롸. 미륵 좌주를 모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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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읍사(井邑詞) -어느 행상인의 아내

하 노피곰 도샤 달님이시여 높이높이 돋으시어

어긔야 머리곰 비취오시라 멀리멀리 비춰 주소서

어귀야 어강됴리

아으 다롱디리

져재 녀러신고요 시장에 가 계신가요

어긔야 즌 ㅣ드ㅣ욜셰라 위험한 곳을 디딜까 두렵습니다

어긔야 어강됴리

아으 다롱디리

어느이다 노코시라 어느 곳에서나 놓으십시오

어긔야 내 가논 ㅣ졈그셰라 당신 가시는 곳에 저물까 두렵습니다

어긔야 어강됴리

아으 다롱디리

배경설화gt 정읍은 전주 속현으로 이 고을 사람들이 행상을 떠나 오래도록 돌아오지 않자 그 아내가 산

위 바위에 올라가 남편이 있을 곳을 바라보면서 남편이 밤길에 오다가 해나 입지 않을가 염려되어 이노

래를 불렀다고 한다 세상에서 전하기를 남편을 기다리던 언덕에 망부석이 남아 있다고 한다

갈래gt 고대 가요 백제 가요 서정시 3장 6구의 시가

성격gt 서정적 비유적

제재gt 남편에 대한 염려

주제gt 행상 나간 남편의 안전을 기원

의의gt ① 현재 전하는 유일한 백제가요 ② 가장 오래된 국문 노래 ③ 시조 형식의 원형을 가진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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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라의 향가 】

찬기파랑가(讚耆婆郞歌) -충담사

열어 젖히니

나타난 달이

흰구름을 쫓아 떠가는 것이 아닌가

새파란 냇물에

기파랑의 모습이 있구나

이로부터 냇물의 조약돌에

기파랑이 지니시던

마음의 끝을 좆고 싶어라

아아 잣나무 가지처럼 그 기품이 드높아

서리에도 굽히지 않을 화랑 장(長)이여

삼국유사에 사뇌가로 소개되어 있어서 찬기파랑 사뇌가라고도 불린다(사뇌가=향가)

승려인 충담사가 화랑인 기파랑을 추모하여 지음

찬기파랑가는 현존하는 향가 중 유일하게 제작 동기나 배경 기술이 없다

기울어가는 신라를 기파랑에 비유 신라의 부활을 기대한다는 내용의 해석도 있다

10구체 향가는 보통 442로 구성된 개인적 서정시인데 찬기파랑가는 352로 되어 있음

제재 기파랑의 인품

주제 기파랑의 높은 인품을 추모함

성격 추모적 예찬적 서정적

표현법 문답법 (문사 답사) 은유법 상징법(향가 중 고도의 상징법을 표현한 최고의 백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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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민가(安民歌) -충담사

임금은 아비요

신하는 사랑하실 어머니요

백성은 어리석은 아이라고 하실진데 백성들이 사랑을 알리다

구물대며 살아가는 백성들

이를 먹여 다스려져

이 땅을 버리고 어디 가려 할지면

나라 안이 유지될 줄 알지어다

아아 군답게 신답게 민답게 할지면

나라 안이 태평하나이다

성격gt 유교적(치국안민) 교훈적

표현gt 논리적 직설적

주제gt 나라를 다스리는 올바른 길

의의gt ①유교적 이념을 노래한 유일한 향가 ② 표현동기(예술 여흥)보다 전달동기(목적성 교훈)가 강하

배경설화gt 이 노래는 승려인 충담사가 경덕왕의 명을 받아 치국안민의 도리를 밝힌 것으로 현전 향가

중 유일하게 유교적 이념을 노래한 작품이고 강한 목적성을 드러내고 있다 경덕왕 시절에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 많았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더 안정된 나라를 이룩할 것인가가 관심사였다 충담사는 이 작품

에서 임금을 아버지 신하를 어머니 백성을 자식으로 생각하여 그 셋의 관계가 원만해질 것이라는 논리

를 펴고 있다 소박하면서도 당시의 모습과 사회정치적 윤리관이 깔려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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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용가(處容歌) - 처용

긔 래 서울 밝은 달밤에

밤드리 노니다가 밤늦도록 놀고 지내다가

드러 자리보곤 들어와 자리를 보니

가리 네히어라 다리가 넷이로구나

둘흔 내해엇고 둘은 내것이지만

둘흔 뉘해언고 둘은 누구의 것인고

본 내해다마 본디 내것이다만

아 엇디릿고 빼앗긴 것을 어찌하리

처용 lt삼국유사gt의 기록에 의하면 처용은 동해 용왕의 일곱 아들 가운데 하나이다 그러나 이는 그가 동해 용왕

을 모시는 무당 가운데 한 사람이었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헌강왕의 정치를 도왔으며 역신이 아내와 동침하는 것

을 보고 lsquo처용가rsquo를 지어 불러 역신을 물리쳤다고 한다

배경설화gt 신라 제 49대 헌강왕 대에는 서울에서 지방까지 집과 단이 연이어져 있고 초가집은 하나도 없었다 길

거리에 풍악이 그치지 않고 비바람도 사철 순조로왔다 이때에 대왕이 개운포에 놀러 나갔다가 물가에서 쉬는데 문

득 짙은 구름과 안개가 끼어 길을 분간하기 어려웠다 괴이하게 여겨 좌우에 물으니 일관(日官)이 아뢰기를 ldquo이는

동해 용왕이 조화이므로 마땅히 용왕을 위해 좋은 일을 하여 그 마음을 풀어 주셔야 합니다 rdquo 하였다 왕은 곧 용

을 위하여 근처에 절을 세우도록 명하였다 왕의 명령이 떨어지자 안개가 걷히고 구름이 개었으므로 그 지역을 lsquo개

운포rsquo라 이름 지었다

이윽고 동해 용왕이 기뻐하여 일곱 아들을 데리고 헌강왕 앞에 나와 춤을 추며 용궁 풍악을 아뢰게 했다 그때 용

왕의 아들 하나가 헌강왕을 따라 서울에 와서 정사(政事)를 보좌하였는데 이름을 lsquo처용rsquo이라 했다 왕은 미녀를 골

라 아내를 삼게 하고 급간 벼슬을 주어 머물게 했다 그의 아내가 매우 아름다웠으므로 역신이 흠모하여 사람의

형상을 꾸며 밤에 몰래 들어와 동침했다 밖에서 놀다가 밤 늦게 돌아온 처용은 그 광경을 보고 노래를 부르고 춤

을 추며 물러나갔다 그러자 역신이 감복하여 모습을 나타내어 앞에 꿇어 앉아 이후에는 처용의 얼굴을 그린 그림

만 보아도 그 문안에는 들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이로 인하여 나라 사람들은 처용의 형상을 문에 붙여서 사악한 기

운을 쫓고 경사(慶事)를 맞는 표시로 삼게 되었다

갈래gt 8구체 향가

성격gt 주술적

표현gt 풍자법 제유법

제재gt 역신(疫神)의 침범

주제gt 아내를 범한 역신을 쫓아냄

화자의 태도gt체념적 관용적

의의gt 신라 향가의 마지막 작품

lt구지가gt lt해가gt 로부터 이어지는 주술 시가의 맥을 잇는 작품이다

벽사(辟邪)진경(進慶) 사악한 귀신을 물리치고 경사를 맞아들임

민속에서 형성된 무가(巫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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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망매가(祭亡妹歌) - 월명사

生死(생사) 길흔 삶과 죽음의 길은

이에 이샤매 머믓거리고 이에 있음에 머뭇거리고

나 가다말ㅅ도 나는 간다는 말도

몯다 니르고 가닛고 못 다 이르고 갔는가

어느 이른 매 어는 가을 이른 바람에

이에뎌에 러딜 닙 여기저기에 떨어지는 나뭇잎처럼

가지라 나고 같은 나뭇가지에 나고서도

가논 곧 모론뎌 가는 곳을 모르겠구나

아야 彌陁刹(미타찰) 아맛보올 나 아아 극락 세계에서 만나 볼 나는

道(도)닷가 기드리고다 불도를 닦으며 기다리겠노라

배경설화gt 일찍 죽은 누이를 위하여 월명사가 재를 올릴 때 향가를 지어 제사를 지냈다 월명사가 향가

를 부르자 홀연히 광풍이 일어 지전을 서쪽으로 날려 보내 없어지게 했다

갈래gt 10구체 향가

성격gt 애상적 추모적 서정적 종교적

주제gt 죽은 누이의 명복을 빎

화자의 태도gt 슬픔을 종교적으로 극복하려 함

화자의 어조gt 비애와 의지의 어조

표현gt 정제되고 세련된 표현기교 비유적 표현

의의gt ① 10구체 향가의 대표작 ② 뛰어난 비유를 통해 인간고의 종교적 승화를 노래함

③ lt찬기파랑가gt와 함께 향가 중 표현 기교와 서정성이 가장 뛰어난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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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솔가(兜率歌) -월명사

오 이에 산화(散花) 블어 오늘 이에 lsquo산화rsquo의 노래를 불러

고자 너는 뿌리온 꽃아 너는

고 명(命)ㅅ 브리디 곧은 마음의 명을 심부름하옵기에

미륵(彌勒) 좌주(座主) 뫼셔롸 미륵 좌주를 모셔라

배경설화gt 신라 경덕왕 때 해가 둘 나타나서 열흘동안 없어지지 않았다 천문 관측을 맡은 관원이 아뢰

기를 ldquo인연이 있는 스님을 청하여 꽃을 뿌리며 공덕을 비는 예식을 거행하면 재앙을 물리칠 수 있습니

다rdquo 하였다 이에 왕이 인연있는 스님 오기를 기다렸다 이때 월명사가 남쪽 길을 가고 있었는데 왕이

그를 불러 단을 열고 기도하는 글을 짓도록 명령하였다 월명사가 lt도솔가gt를 지어 부르자 두 해의 괴

변이 사라졌다

갈래gt 4구체 향가

성격gt 불교적 주술적

주제gt 산화공덕을 통해 국가의 변괴를 막고자 함

배경설화에 나타난 lsquo두 해rsquo의 의미 lsquo해rsquo는 군주 또는 신을 상징하므로 두 해가 함께 나타났다는 것은 현

재의 왕에 도전할 세력의 출현을 암시한다 이러한 혼돈을 막기 위해 산화공덕의 의식이 행해지고 lt도

솔가gt가 불려진 것이다

헌화가(獻花歌) -어느 노인

지뵈 바회 자줏빛 바위가에

자온손 암쇼 노히시고 잡고 있는 암소 놓게 하시고

나 안디 붓그리샤 나를 아니 부끄러워하신다면

고 것거 바도림다 꽃을 꺾어 바치오리다

배경설화gt 신라 성덕왕 때 순정공이 강릉태수로 부임하는 길에 바닷가에 머물러 점심을 먹었는데 높은

산봉우리 위에 철쭉꽃이 무성하게 피어 있었다 순정공의 부인 수로가 ldquo꽃을 꺾어다 바칠 사람이 그 누

구인고rdquo 하니 종자(從者)들이 ldquo사람의 발자취가 다다를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rdquo 라고 말하며 나서는 사

람이 없었다 그때 곁으로 암소를 끌고 지나가던 노옹이 그 꽃을 꺾어 바치면서 이 노래를 지어 불렀다

그 노옹이 어떤 사람인지는 알 수 없었다

갈래gt 4구체 향가

성격gt 민요적 서정적

주제gt 수로부인에 대한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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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왕생가(願王生歌) -광덕

달님이시여 이제

서방까지 가셔서

무량수불 앞에

일러다가 사뢰소서

다짐 깊으신 불존에 우러러

두 손을 모아

원왕생 원왕생

그릴 사람 있다고 사뢰소서

아아 이 몸을 버려 두고

사십팔대원 이루실까

갈래gt 10구체 향가 기원가(祈願歌) 불교 신앙의 노래

성격gt 기원적 불교적

제재gt 극락에서 다시 태어나기를 바라는 마음 달

주제gt 아미타불에게 귀의하고자 하는 간절한 소망 서방 정토로의 극락왕생(極樂往生죽어서 극락세계에

다시 태어남) 희구

무량수불은 서방정토에 있는 아미타불로서 이 부처에게 염하면 극락 세계에 간다고 했다 원왕생가의

화자는 달로 하여금 서방의 극락 정토를 주재하는 아미타불에게 자신의 뜻을 알리도록 청원을 하고 있

다 따라서 무량수불은 화자의 소원을 들어주는 대상이다

원왕생가에서 달은 기원의 대상

달은 어두운 밤에 등장하고 그 달은 어두움을 밝혀 주는 광명의 달

신적인 달

인생이라는 고뇌의 바다를 밝히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는 것처럼 인식

광덕은 아미타불에게 귀의하고자 하는 마음을 달에게 의탁

즉 달을 통해 서정적 자아의 불교적 신앙심을 형상화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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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려 속요 】

청산별곡

살겠노라 살겠노라 청산에 살겠노라

머루와 다래를 먹고 청산에 살겠노라

우는구나 우는구나 새여 자고 일어나 우는구나 새여

너보다 시름 많은 나도 자고 일어나 울고 있노라

가는 새 가는 새 본다 물 아래로 날아가는 새 본다

이끼 묻은 쟁기(농기구)를 가지고 물아래로 날아가는

새 본다

이럭저럭 하여 낮은 재내 왔건만

올 사람도 갈 사람도 없는 밤은 또 어찌할 것인가

어디다 던지는 돌인가 누구를 맞히려는 돌인가

미워할 이도 사랑할 이도 없이 사랑할 이도 없이 맞아

서 울고 있노라

살겠노라 살겠노라 바다에 살겠노라

나문재 굴 조개를 먹고 바다에 살겠노라

가다가 가다가 듣노라 외딴 부엌을 지나가다가 듣노라

사슴이 장대에 올라가서 해금(奚琴)을 켜는 것을 듣노

가더니 불룩한 술독에 진한 술을 빚는구나

조롱박꽃 모양의 누룩(냄새)이 매워 (나를) 붙잡으니 나

는 어찌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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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소재 이미지 내용

1 청산 사람의 현장과의 대칭으로서의 자연 자연에서 살 수밖에 없음

2 새 함께 비탄하는 유일한 벗 새와 함께 비탄함

3 새 자신의 분신 속세에의 미련 속세에의 미련으로 번민함

4 밤 절망적인 고독 고독으로 인하여 괴로워함

5 돌 운명 고독을 운명으로 생각함

6 바다 삶의 현장의 또 다른 대칭으로서의 자연 새로운 환경을 찾아 감

7 사슴 비애(悲哀)의 감정을 이완시킴 기적을 바라는 희망

8 강술 비애의 초극을 가능케 하는 매개체 술에서 구원을 찾음

형식 전 8연의 분장체 매 연 4구운율 3middot3middot2조 3음보어조 시름과 근심에 젖은 애조 띤 목소리성격 현실 도피적 애상적 평민 문학(해석에 따라서는 낙천적으로 보는 이도 있음)주제 현실에의 체념 생의 고독과 비애 삶의 고뇌와 비애 실연의 애상(哀傷) 삶의 터전을 잃은 유랑인의 슬픔 임을 잃은 여인의 처절한 삶과 임을 향한 그리움의의 고려 속요 중 서경별곡과 함께 비유성과 창작성이 뛰어나며 문학성 또한 빼어나다 고려인들의 삶의 애환을 반영한 작품으로서 고려인의 정서가 잘 나타나 있고 음악적 효과가 가장 뛰어난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다 사상적인 면에서는 극단적인 현실 도피 내지는 현실 부정의 면모를 보이고 있다표현 반복법 상징법구성 기(1연) - 승(234연) - 전(567연) - 결(8연)의 4단 구성

+각 연의 소재 이미지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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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별곡

서경(평양)이 서경이 서울이지마는

중수(重修)한 곳인(새로 닦은 곳) 소성경(서경)을

사랑합니다마는

임을 이별할 것이라면 차라리 길쌈하던 베를 버

리고서라도

사랑만 해주신다면 울면서 따라가겠습니다

구슬이 바위 위에 떨어진들

끈이야 끊어지겠습니까

(임과 헤어져) 천 년을 홀로 살아간들

사랑하는 임을 믿는 마음이야 끊기고 변할 리가

있겠습니까

대동강이 대동강이 넓은 줄을 몰라서

배를 내어 놓았느냐 사공아

네 아내가 놀아난 줄도 모르고

다니는 배에 몸을 실었느냐 사공아

대동강 건너편 꽃을

배를 타고 건너편에 들어가면 배를 타고 건너편

에 들어가면 꺾을 것입니다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15 -

서경별곡 가시리

차이점 적극적이고 활달한 고려 시대의 여성상인고와 순정을 미덕으로 간직하는

여성상

공통점 이별의 정한을 노래한 고려 가요이며 화자의 목소리가 여성적임

갈래 고려 가요

성격 진솔(眞率) 직선적 적극적

형식 3음보로 매연 끝에 후렴 분연체 3연 14절 (3middot3middot3조가 주류)

제재 임과의 이별

주제 이별의 정한 이별의 슬픔

표현 반복법 설의법 비유법을 통해 감정을 진솔하고 직설적 적극적으로 표현함

구성 여자가 떠나는 남자에게 말을 건네는 희곡적 구조로 전 3연으로 구성되어 있고 매 연은 4구로

되어 있으며 총 14연

특징 아즐가라는 의미 없는 말을 넣고 매구 끝에는 후렴구가 있음 조선시대에 남녀상열지사(男女相

悅之詞)라 비판받기도 했는데 그 이유는 배 타들면 것고리이다는 여인의 정조를 범한다는 의미로 유

교사회에서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 서경별곡과 가시리의 비교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16 -

정석가 징이여 돌이여 지금에 계시옵니다

징이여 돌이여 지금에 계시옵니다

이 좋은 성대에 놀고 싶사옵니다

사각사각 가는 모래 벼랑에

사각사각 가는 모래 벼랑에

구운 밤 닷 되를 심으오이다

그 밤이 움이 돋아 싹이 나야만

그 밤이 움이 돋아 싹이 나야만

유덕하신 님 여의고 싶습니다

옥으로 연꽃을 새기옵니다

옥으로 연꽃을 새기옵니다

바위 위에 접을 붙이옵니다

그 꽃이 세 묶음 피어야만

그 꽃이 세 묶음 피어야만

유덕하신 님 여의고 싶습니다

무쇠로 철릭을 마름질해

무쇠로 철릭을 마름질해

철사로 주름 박습니다

그 옷이 다 헐어야만

그 옷이 다 헐어야만

유덕하신 님 여의고 싶습니다

무쇠로 황소를 만들어다가

무쇠로 황소를 만들어다가

쇠나무산에 놓습니다

그 소가 쇠풀을 먹어야

그 소가 쇠풀을 먹어야

유덕하신 님 여의고 싶습니다

구슬이 바위에 떨어진들

구슬이 바위에 떨어진들

끈이야 끊어지겠습니까

천 년을 외따로이 살아간들

천 년을 외따로이 살아간들

믿음이야 끊어지겠습니까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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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래 고려 가요 고려 속요 장가(長歌) 전 6연 1연은 3구 2-6연은 6구 3음보

형식 전 6연의 분연체 1연은 3구 2~6연은 6구 3음보 3 3 4조

성격 서정적 민요적

구성 서사 - 본사 - 결사의 3단 구성

1연 기 태평성대를 갈구함

2연 -5연 서 불가능한 상황 설정으로 영원한 사랑을 갈구함

6연 결 임에 대한 끊임없는 사랑과 믿음

표현 반복법(운율을 형성하며 주제를 부각시키기 위해 사용)과장법 역설법 반어법을 사용하여 불가

능한 것을 가능으로 설정해 놓고 영원한 사랑을 역설적으로 노래했고 한 연에 똑같이 되풀이 되는 2구

가 있어 감정을 강조하고 있으며 소망형인 어미로 끝내면서 화자의 간절한 소망을 느끼게 하고 있다

제재 임에 대한 사랑

주제 임에 대한 영원한 사랑 임에의 영원한 연모의 정 태평 성대(太平聖代)의 기원)

의의 대부분의 고려 가요가 이별이나 애원 또는 향락의 정서를 읊고 있는 데 반해 영원한 사랑을 주

제로 하고 있는 것이 특색이다 불가능한 상황 설정을 통해 사랑의 절실함을 표현하고 있다

가시리

가시겠습니까 가시겠습니까

나를 버리고 가시겠습니까

나는 어찌 살라 하고 버리고 가시렵니까

붙잡아 둘 일이지마는 서운하면 아니 올까 두렵습니다

서러운 임을 보내옵나니

가자마자 곧 가시는 것처럼 돌아서서 오십시오

갈래 고려 속요 lsquo귀호곡(歸乎曲)rsquo 이라고도 함

형식 분절체 4연 각 2구의 분연체(分聯體)

성격 서정적 민요적

운율 외재율 3middot3middot2조 3음보

구성 4단 구성 기middot승middot전middot결

제재 임과의 이별

주제 이별의 정한(情恨)과 애이불비(哀而不悲)의 사랑

기 뜻밖의 이별에 대한 놀라움과 원망에 찬 하소연

승 하소연의 고조 또는 슬픔의 고조

전 감정의 절제와 체념

결 이별 후의 소망과 기원(주제연)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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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동

덕은 뒤에 바치옵고 복은 앞에 바치오니

덕이며 복이라 하는 것을 진상하러 오십시오

정월 냇물은 아아 얼려 녹으려 하는데

세상에 태어나서 이 몸이여 홀로 살아가는구나

2월 보름에 아아높이 켜놓은 등불 같구나

만인을 비추실 모습이시도다

3월 지나며 핀 아아 늦봄의 진달래꽃이여

남이 부러워할 모습을 지니고 태어났구나

4월을 잊지 않고 아아 오는구나 꾀꼬리새여

무엇 때문에 녹사님은 옛날을 잊고계시는가

5월 5일(단오)에 아아 단옷날 아침 약은

천 년을 사실 약이기에 바치옵니다

6월 보름(유두일)에 아아 벼랑에 버린 빗같구나

돌아보실 임을 잠시나마 따르겠나이다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19 -

7월 보름에 아아 여러 가지 제물을 벌여 놓고

임과 함께 살고자 소원을 비옵니다

8월 보름은 아아 한가윗날이지마는

임을 모시고 지내야만 오늘이 뜻 있는 한가윗날

입니다

9월 9일에 아아 약이라고 먹는

노란 국화꽃이 집 안에 피니 초가집이 고요하구

10월에 아아 잘게 썰은 보리수나무 같구나

꺾어 버리신 후에 지니실 한 분이 없으시도다

11월에 봉당 자리에 아아 홑적삼을 덮고 누워

임을 그리며 살아가는 나는 너무나 슬프구나

12월에 분지나무로 깎은 아아 소반 위의 젓가락

같구나

임의 앞에 들어 가지런히 놓으니 손님이 가져다

가 뭅니다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20 -

만전춘

얼음 위에 댓닢 자리를 보아

임과 나와 얼어죽을망정

얼음 위에 댓닢 자리를 보아

임과 나와 얼어죽을망정

정을 준 오늘 밤 더디 새어라 더디 새어라

잊히지 않고 늘 염려스러운 외로운 베갯머리에

어찌 잠이 오리오

서쪽 창문을 여니 복숭아꽃이 피어나는구나

복숭아꽃이 걱정 없이 봄바람에 웃는구나 봄바람

에 웃는구나

넋이라도 임과 한 곳에

함께 지내는 모습 그리더니

넋이라도 임과 한 곳에

함께 지내는 모습 그리더니

우기던 사람이 누구였습니까 누구였습니까

오리야 오리야

어린 비오리야

여울일랑 어디 두고

소에 자러 오는가

소 곧 얼면

여울도 좋습니다 여울도 좋습니다

남산에 자리 보아

옥산을 베고 누워

금수산 이불 안에

사향 각시를 안고 누워

남산에 자리 보아

옥산을 베고 누워

금수산 이불 안에

사향 각시를 안고 누워

약 든 가슴을 맞춥시다 맞춥시다

알아주소서 임이시여 영원히 이별할 줄 모르고

지냅시다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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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래 고려 속요성격 연가 남녀상열지사 향락적 퇴폐적형식 5연으로 이루어진 분연체로 결사를 포함하여 전 6연으로 보기도 함제재 남녀간의 사랑 또는 애정특징 남녀간의 애정을 가식 없이 진솔하고도 적나라 하게 표현했고 비유와 상징 반어와 역설 감각적인 언어로 감정의 표현이 진솔하여 문학성이 높은 편주제 변치 않는 사랑에 대한 소망 임과의 영원한 사랑 기원(임과의 사랑을 직설적으로 드러냄)의의 2연과 5연이 시조 형태에 근접하고 있어 시조의 기원을 찾는 자료로서 주목받음

1연 죽음보다 강한 사랑의 정열2연 임 생각에 밤을 지새우는 애처로움3연 사랑을 배신한 임에 대한 원망4연 무절제한 사랑을 하는 임에 대한 풍자5연 임에 대한 욕망과 상상6연 임과의 이별 없는 영원한 만남을 염원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22 -

【 가사

(

歌辭

)

상춘곡(賞春曲)

정 극 인

紅塵(홍진)에 뭇친 분네 이내 生涯(생애) 엇

더고

風流(풍류)

가天地間(천지간) 男子(남자) 몸이 날만 이

하건마

山林(산림)에 뭇쳐 이셔 至樂(지

락)을

것가

數間茅屋(수간모옥)을 碧溪水(벽계수)

앒픠

고 松竹(송죽) 鬱鬱裏(울울리)예 風月主人(풍

월 주인) 되어셔라

속세에 묻혀 사는 분들이여 이 나의 생활이 어떠한가

옛 사람들의 운치 있는 생활을 내가 따를까 못따를까

천지간 남자로 태어난 몸으로서 나만한 사람이 많건마

는 왜 그들은 자연에 묻혀사는 지극한 즐거움을 모르는

것인가

몇 간쯤 되는 초가집을 맑은 시냇물 앞에 지어 놓고소

나무와 대나무가 우거진 속에 자연의 주인이 되었구나

서사-자연에 묻혀 사는 즐거움

엇그제 겨을 지나 새봄이

돌아오니桃花杏花(도화행화)

夕陽裏(석양

리)예 퓌여 잇고綠楊芳草(녹양방초)

細(우

중)에 프르도다칼로

아 낸가붓으로 그려낸

가造化神功(조화신공)이 物物(물물)마다 헌

엊그제 겨울이 지나 새봄이 돌아오니 복숭아꽃과 살구

꽃은 저녁 햇빛 속에 피어 있고 푸른 버들과 아름다운

풀은 가랑비 속에 푸르도다 칼로 재단해 내었는가 붓

으로 그려 내었는가 조물주의 신비스러운 솜씨가 사물

마다 야단스럽구나

본사 1-봄의 아름다운 경치

수풀에 우

春氣(춘기)

내 계

워 소

마다 嬌態(교태)로다 物我一體

(물아일체)어니 興(흥)이

소냐 柴扉(시

비)예 거러 보고 亭子(정자)애 안자 보니 逍

遙吟詠(소요 음영)

야 山日(산일)이 寂寂(적

적)

閑中眞味(한중진미)

알 니 업시 호

재로다

수풀에 우는 새는 봄 기운을 끝내 못 이겨 소리마다 아

양을 떠는 모습이로다

자연과 내가 한 몸이거니 흥겨움이야 다르겠는가 사립

문 주변을 걷기도 하고 정자에 앉아 보기도 하니 천천

히 거닐며 나직이 시를 읊조려 산 속의 하루가 적적한

데 한가로움 속의 참된 즐거움을 아는 사람이 없이 혼

자로구나

본사 2-봄의흥취

이바 니웃드라山水(산수) 구경 가쟈스라 踏靑

(답청)으란 오

고 浴沂(욕기)란 來日(내

일)

새 아

에 採山(채산)

고 나조

釣水

(조수)

여보게 이웃 사람들이여 산수 구경을 가자꾸나 산책

은 오늘하고 냇물에서 목욕하는 것은 내일 하세 아침

에 산나물을 캐고 저녁에 낚시질을 하세

본사 3-산수 구경 권유

괴어 닉은 술을 葛巾(갈건)으

로 밧타 노코 곳나모 가지 것거 수 노코 먹

으리라 和風(화풍)이 건

부러 綠水(녹수)

건너오니 淸香(청향)은 잔에 지고 落紅(낙

홍)은 옷새 진다 樽中(준중)이 뷔엿거

려 알외어라 小童(소동) 아

려 酒家(주가)

에 술을 믈어얼운은 막대 집고아

술을 메고

微吟緩步(미음 완보)

야 시냇

의 호자 안자

明沙(명사) 조 믈에 잔 시어 부어 들고 淸流(청

류)

굽어보니

니 桃花(도화)ㅣ로다 武陵

(무릉)이 갓갑도다 져

거인고

이제 막 익은 술을 갈건으로 거러 놓고 꽃나무 가지를

꺾어 잔 수를 세면서 먹으리라 화창한 바람이 문득 불

어서 푸른 시냇물을 건너오니 맑은 향기는 술잔에 가

득하고 붉은 꽃잎은 옷에 떨어진다 술동이 안이 비었

으면 나더러 아뢰어라 조그만 아이를 시켜 술집에서

술을 사 가지고 어른은 지팡이를 짚고 아이는 술을 메

고 나직이 읊조리며 천천히 걸어 시냇가에 혼자 앉아

고운 모래가 비치는 맑은 물에 잔 씻어 술을 부어 들

고 맑은 시냇물을 굽어보니 떠내려오는 것이 복숭아꽃

이로다 무릉도원이 가까이 있구나 저 들이 바로 그것

인가

본사 4-술과 풍류

松間(송간) 細路(세로)에 杜鵑花(두견화)

부치 들

고峰頭(봉두)에 급피 올나 구름 소긔

안자 보니 千村萬落(천촌만락)이 곳곳이 버러 잇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23 -

煙霞日輝(연하일휘)

錦繡(금수)

엇그제 검은 들이 봄빗도 有餘(유여)

소나무 사이 좁은 길로 진달래꽃을 손에 들고

산봉우리에 급히 올라 구름 속에 앉아보니 수많은 촌

락들이 곳곳에 벌여 있네 안개와 놀과 빛나는 햇살은

아름다운 비단을 펼쳐 놓은 듯 엊그제까지도 거뭇거뭇

했던 들판이 이제 봄빛이 넘치는구나

본사 5-산봉우리에서의 조망

功名(공명)도 날

우고富貴(부귀)도 날

우니淸

風明月이(청풍명월) 外(외)예 엇던 벗이 잇

올고

簞瓢陋巷(단표누항)에 흣튼 혜음 아니

아모

타 百年行樂(백년행락)이 이만

엇지

공명과 부귀가 모두 나를 꺼리니 아름다운 자연 외에

어떤 벗이 있으리오 비록 가난하게 살고 있지만 잡스

러운 생각은 아니하네 아무튼 한평생 즐겁게 지내는

것이 이만하면 족하지 않겠는가

결사-안빈 낙도

면앙정가(俛仰亭歌)

송 순

无等山(무등산) 활기 뫼히 동다히로

버더 이셔 霽月峯(제월봉)이 되여거

無邊大野(무변대야)의 므

짐쟉

노라

닐곱 구

움쳐 무득무득 버럿

가온대 구

굼긔든 늘근 뇽이 선

머리

언쳐시니

무등산 한 줄기 산이 동쪽으로 뻗어 있어 멀리 떼

어 버리고 나와 제월봉이 되었거늘 끝없이 넓은

들판에 무슨 속셈을 가지고 일곱 구비가 한 곳에

움추리어 무더기 무더기 벌여 놓은 듯 가운데 구

비는 구멍에 든 늙은 용이 풋잠을 이제 막 깨어

머리를 얹어 놓고 있는 것 같으니

rarr서사 1 - 제월봉의 위치와 형세

바희 우

松竹(송죽)을 혜혀고

정자

언쳐시니

구름

靑鶴(청학)이 千里(천 리)를 가리라

래 버렷

넓고 평평한 바위 위에 소나무 대나무를 헤치고

정자를 앉혔으니 구름을 탄 푸른 학이 천 리를

가려고 두 날개를 벌리고 있는 듯하다

rarr서사2 - 면앙정의 모습

玉泉山(옥천산) 龍泉山(용천산)

린 믈이

亭子(정자) 압 너븐 들

兀兀(올올)히 펴진드시

든 기노라 프르거든 희디마나

雙龍(쌍룡)이 뒤트

긴 깁을

어드러로 가노라 므

얏바

즈로 흐르

옥천산용천산 흘러내리는 물이 정자 앞 넓은 들

에 끊임없이 펼쳐진 듯이 넓거든 길지나 말든가

푸르거든 희지나 말지 두 마리 용이 몸을 뒤틀고

있는 듯 긴 비단을 펼쳐 놓은 듯 어디로 가느라

고 무슨 일이 바빠서 달리는 듯 따라가는 듯 밤낮

으로 흘는 듯

rarr본사 1 - 시냇물의 모습

므조친 沙汀(사정)은 눈

치 펴

거든

어즈러온 기러기

므스거슬 어르노라

안즈락

리락 모드락 흣트락

蘆花(노화)를

이 두고 우로곰 좃니

물을 따라 있는 모래밭은 눈같이 하얗게 펼쳐져

있는데 어지럽게 나는 갈매기는 무엇을 어르느라

고 앉기도 하고 내려오기도 하고 모이기도 하고

흩어지기도 하고 갈대꽃을 사이에 두고 울면서 따

라다니는가

rarr본사 2 - 기러기의 교태

너븐 길 밧기오 긴 하

두르고

즌 거슨 뫼힌가 屛風(병풍)인가

그림가 아닌가

노픈

숨거니 뵈거니 가거니 머믈거니

어즈러온 가온

일홈

도 젓티 아녀 옷독이 셧

거시

秋月山(추월산) 머리 짓고 용구산 몽선산 불대산

어등산 용진산 금성산이 허공에 버러거든

遠近(원근) 蒼崖(창애)의 머믄 것도 하도 할샤

넒은 길 밖이요 긴 하늘 아래 두르고 꽂은 것은

산인가 병풍인가 그림인가 아닌가 높은 듯 낮은

듯 끊어지는 듯 이어지는 듯 숨기도 하고 보이기

도 하고 가기도 하고 머물기도 하고 어지러운 가

운데 유명한 척하여 하늘도 두려워 하지 않고 우

뚝하게 서있는 것이 추월산으로 머리를 만들고

용구산 몽선산 불대산 어등산 용진산 금성산이 공

중에 늘어서 있으니 멀고 가까운 푸른 절벽에 머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24 -

문 것도 많기도 하구나

rarr본사 3 - 산봉우리의 승경

흰구름 부흰 煙霞(연하) 프로니

山嵐(산람)이라

千巖萬壑(천암만학)을 제 집으로 삼아두고

나명셩 들명셩 일

ㅣ도 구

지고

오르거니

리거니 長空(장공)의

나거니

廣野(광야)로 건너거니

프르락 불그락 여트락 지트락

斜陽(사양)과 섯거디어 細雨(세우)조차

흰구름 뿌연 안개와 노을 푸른 것은 산 아지랑

이로구나 수많은 바위와 골짜기를 제 집으로 삼

고서 나가기도 하고 들어오기도 하면서 아양도 떠

는구나 올라가기도 하고 내려가기도 하고 먼 하

늘로 떠나기도 하고 넓은 들로 건너가기도 하고

푸르기도 하고 붉기도 하고 옅기도 하고 짙기도

하고 석양과 섞이어 가랑비조차 뿌리는구나

rarr본사 4 - 봄 풍경

藍輿(남여)

고 솔아

구븐 길노

오며 가며

적의

綠楊(녹양)의 우

黃鶯(황앵) 嬌態(교태) 겨워

고야

나모 새

지어 綠陰(녹음)이 얼린 적의

百尺欄干(백척난간)의 긴 조으름 내여 펴니

水面凉風(수면양풍)이야 긋칠 줄 모르

뚜껑없는 가마를 재촉하여 타고 소나무 아래 굽은

길로 오며 가며 하는 때에 푸른 버드나무에서

는 꾀꼬리는 온갖 교태를 부리고 있구나 나무 사

이가 우거져서 녹음이 엉긴 때에 긴 난간에 기대

어 길게 기지개를 켜니 물위에서 부는 시원한 바

람이 그칠 줄을 모르는구나

rarr 본사 5 - 여름 풍경

즌서리

딘 후의 산빗치 錦繡(금수)로다

黃雲(황운)은

엇지 萬頃(만경)의 펴겨디오

漁笛(어적)도 흥을 계워

롸 브니

된서리가 걷힌 후에 산 빛이 수놓은 비단 같구나

누렇게 익은 곡식은 또 어찌 넓은 들에 펼쳐져 있

는가 어부가 부는 피리도 흥을 못이겨 달을 따라

불고 있구나

rarr 본사 6 - 가을 풍경

草木(초목) 다 진 후의 江山이

몰커

造物(조물)리 헌

야 氷雪(빙설)로

며내니

瓊宮瑤臺(경궁요대)와 玉海銀山(옥해은산)이

眼底(안저)에 버러셰라

乾坤(건곤)도 가

열사 간 대마다 경이로다

초목이 다 떨어진 후에 강산이 눈 속에 묻혔거늘

조물주가 야단스러워 눈과 얼음으로 꾸며내니 경

궁요대(구슬로 꾸민 궁궐과 대)와 옥해은산(아름

다운 바다와 눈덮인 산) 같은 설경이 눈 아래 펼

쳐졌구나 하늘과 땅도 풍성하구나 가는 곳마다

아름다운 경치로다

rarr 본사7 - 겨울 풍경

人間(인간)을

나와도 내 몸이 겨를 업다

이것도 보려

고 져것도 드르려코

도 혀려

도 마즈려코

밤으란 언제 줍고 고기란 언제 낙고

柴扉(시비)란 뉘 다드며 딘 곳츠란 뉘 쓸려뇨

이 낫브거니 나조

라 슬

소냐

리 不足(부족)커니 來日(내일)이라

有餘(유여)

이 뫼

안자 보고 져 뫼

거러 보니

煩勞(번로)

릴 일이 아조 업다

쉴 사이 업거든 길히나 젼

리야

다만 靑藜杖(청려장)이 다 므듸어 가노

속세를 떠나왔어도 내 몸이 한가하지 않다 이것

도 보려고 하고 저것도 들으려 하고 바람도 쏘이

려 하고 달도 맞으려 하고 밤은 언제 줍고 고기는

언제 낚고 사립문은 누가 닫으며 떨어진 꽃은 누

가 쓸겠느냐 아침에도 아름다운 경치 구경하는

시간이 모자랄 지경인데 저녁이라고 싫겠는가 오

늘의 시간이 부족한데 내일이라고 여유가 있겠는

가 이 산에서 앉아보고 저 산에서 걸어보니 번거

로운 마음이지만 버릴 일이 아주 없다 쉴 사이가

없는데 사람들에게 길이나마 알려줄 수가 있겠는

가 다만 명아주 대로 만든 지팡이가 다 무디어

가는구나

rarr본사 8 - 자연애와 풍류 생활

술이 닉어가니 벗지라 업슬소냐

이며 혀이며 이아며

온가짓 소

로 醉興(취흥)을

야거니

근심이라 이시며 시

이라 브터시랴

누우락 안즈락 구브락 져츠락 울프락

노혜로 놀거니

天地(천지)도 넙고넙고 日月(일월)도 가

羲皇(희황) 모

러니 이적이야 긔로고야

神仙(신선)이 엇더턴지 이몸이야 긔로고야

술이 익어가니 벗이라고 없겠는가 노래를 부르게

하며 악기를 타고 켜게 하며 방울을 흔들며 온갖

소리로 술에 취한 흥을 재촉하니 근심이라 있겠으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25 -

며 시름이라고 붙어 있으랴 눕기도 하고 앉기도

하고 구부리기도 하고 뒤로 젖히기도 하고 읊기도

하고 휘파람을 불기도 하면서 마음놓고 놀기도

하니 천지도 넓고 넓으며 세월도 한가하다 중국

복희 황제의 태평성대를 내가 잘 몰랐더니 지금이

바로 그것이로구나 신선이 어떤 것인지 잘 몰랐

더니 내가 바로 신선이로구나

rarr본사9 - 취흥

江山風月(강산풍월) 거

리고 내 백년을 다누리면

岳陽樓(악양루) 샹의 李太白(이태백)이 사라 오다

浩蕩情懷(호탕 정회)야 이에서 더

소냐

이 몸이 이렁 굼도 亦君恩(역군은)이샷다

아름다운 대자연을 거느리고 내 한평생을 다 누리

면 조망이 좋기로 이름난 악양루 위의 이태백이

살아온다한들 넓고 큰 마음이야 이것보다 더 하겠

는가 이몸이 이렇게 지내는 것도 역시 임금님의

은혜이시도다

rarr결사 - 호탕한 정회와 군은

면앙정의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지은이가 41세 되던 해 벼슬을 그만두

고 향리인 전라남도 담양에 내려가 면앙정이라는

정자를 짓고 아름다운 자연을 벗삼아 사는 자신의 풍

류 생활을 노래한 것이다 면아정 주변의 경치4계절의

풍경 자신의 풍류 생활에 대한 멋과 흥취를 짜임새 있

게 그려낸 선경 후정의 작품이다

우리 江湖歌道(강호가도)의 전형을 확립한 작품으로

정극인의 상춘곡을 이어받아 송강의 성산별곡관동별곡

에 크게 영향을 끼쳤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결사 끝

부분의 lsquo亦君恩(역군은)이샷다rsquo와 같은 표현은 맹사성의

lsquo강호사시가rsquo에도 나타나는 것으로 자연속에서 지내는

즐거움과 연군 지정을 결합시킨 표현이라 할 수 있다

관동별곡

정 철

江강湖호애 病병이 깁퍼 竹

林님의 누엇더니 關관東

동 八팔百

里니에 方방面면을 맛디시니 어와 聖셩恩

은이야 가디록 罔망極극

다 延연秋츄門문 드리

慶경會회 南남門문

라보며 下하直직고 믈너나니 玉

옥節졀이 알

셧다

平평丘구驛역

라 黑흑水슈로 도라드니 蟾셤江

강은 어듸메오 雉티岳악이 여긔로다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의 병이 깊어 전라남도 창평에서

지내고 있었는데 800리나 되는 강원도 지방의 관찰사

소임을 맡기시니 아아 임금님의 은혜야말로 갈수록

끝이 없다 연추문으로 달려들어가 경회루의 남쪽문을

바라보며 임금님께 하직 인사를 하고 물러나니 옥절이

앞에 서 있다 양주(평구역)역에서 말을 갈아타고 여주

(흑수)로 돌아 들어가니 원주(섬강)는 어디인가 치악

산이 여기로구나

서사1-관찰사 배명과 부임의 여정

昭쇼陽양江강

린 믈이 어드러로 든단 말고 孤고臣신

去거國국에 白

髮발도 하도 할샤 東동州

밤 계오

새와 北븍寬관亭뎡의 올나

니 三삼角각山산 第뎨一일

峰봉이

마면 뵈리로다 弓궁王왕 大대闕궐 터희 烏오

鵲쟉이 지지괴니 千쳔古고 興흥亡망을 아

다 몰

다 淮회陽양 녜 일홈이 마초아

시고 汲급長

孺유

風풍彩

를 고텨 아니 볼 게이고

소양강 흘러내린 물이 어디로 흘러들어간단 말인가 외

로운 신하가 임금님 곁을 떠남에 있어서 나라에 대한

걱정이 많기도 하구나 철원(동주)에서 밤을 겨우 새운

후 북관정에 오르니(임금님이 계신 한양에 있는)삼각

산의 제일 높은 봉우리가 웬만하면 보일 것 같구나 옛

날 궁예왕이 살았던 대궐 터에 까마귀와 까치만 지저귀

고 있으니 먼 옛날의 흥망 성쇠를 까마귀와 까치 너희

들은 아느냐 모르느냐 회양이라는 이름이 옛날 중국의

지명인 회양과 마침 똑같구나(중국 회양 땅에서 선정

을 베푼)급장유의 모습을 이제 다시 (여기서)볼 수 있

지 않겠는가(급장유가 중국 회양땅에서 선정을 베푼

것처럼 정철 자신도 이곳 강원도 회양땅에서 선정을 베

풀겠다는 포부를 나타냄)

서사 2-관내 순력과 선정에 대한 포부

營영中듕이 無무事

고 時시節졀이 三삼月월인 제

花화川쳔 시내길히 楓풍岳악으로 버더 잇다 行

裝장

을 다

티고 石셕逕경의 막대 디퍼 百백川쳔洞동 겨

두고 萬만瀑폭洞동 드러가니 銀은

무지게 玉

龍룡의 초리 섯돌며

十십里리의

자시니 들을 제

우레러니 보니

눈이로다

감영(지금의 도청)안에 아무 일이 없고 시절이 마침 삼

월인 때에 화천 시냇길이 금강산으로 뻗어 있다 행장

을 다 떨쳐 버리고 돌길에 지팡이를 짚어 백천동 곁을

지나 만폭동으로 들어가니 은같은 무지개 옥 같은 용

의 꼬리처럼 생긴 폭포가 섞어 돌며 뿜는 소리가 십 리

에 깔려 있으니 멀리서 들을 때는 우렛소리더니 가까

이 가서 보니 눈(雪)이 날리는 것 같구나

본사1-만폭동 폭포의 장관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26 -

金금剛강臺

우層층의 仙션鶴학이 삿기 치니 春츈

風풍 玉옥笛

聲셩의 첫

돗던디 縞호衣의玄현裳

샹이 半반空공의 소소

니 西셔湖호

主쥬人인을

반겨셔 넘노

금강대 맨 꼭대기에 사는 선학이 새끼를 치니 봄바람

옥피리 소리에 첫 잠을 깨었던지 흰 저고리 검은 치마

로 단장한 학이(학의 날개 묘사) 공중에 솟아 뜨니 옛

날 중국 서호에서 학과 더불어 노닐던 임포를 반겨 맞

는 것 같구나(정철 자신을 임포처럼 생각함)

본사2-금강대 위의 선학

小쇼香향爐노 大대香향爐노 눈 아래 구버보고 正졍陽

양寺

眞진歇헐臺

고텨 올나 안

마리 廬녀山산 眞

진面면目목이 여긔야 다 뵈

다 어와 造조化화翁옹이

토 헌

거든

디 마나 셧거든 솟디 마나

芙부蓉용을 고잣

玉옥을 믓것

東동溟명

을 박

北북極극을 괴왓

놉흘시고 望망高

고臺

외로올샤 穴혈望망峰봉이 하

의 추미러 므

일을

로리라 千쳔萬만劫겁 디나

록 구필 줄 모

다 어와 너여이고 너

향로처럼 생긴 크고 작은 봉우리를 눈아래 굽어보고 나

서 정양사를 지나 진헐대에 다시 올라 앉으니 금강산

의 참모습이 여기서야 다 보이는구나 아아 조물주가

야단스럽기도 야단스럽구나(산봉우리들이)날아가려거

든 뛰지나 말든가 서있으려거든 (위로)솟지나 말든가

할일이지 연꽃을 꽂아 놓은 것 같기도 하고흰 옥을

묶어 놓은 것 같기도 하고 북극성을 떠받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높구나 망고대 외롭구나 혈망봉이 하늘

에 치밀어서 무슨 일을 아뢰려고 오랜 세월이 지나도록

굽힐 줄을 모르느냐 아아 너로구나 너같은 충신이

또 있을까(진헐대에서 바라본 많은 산봉우리들이 굳굳

한 모습으로 서있는 것을 보고 충신의 지조와 절개를

연상하여 표현한 구절)

본사 3-진헐대에서의 조망

心심臺

고텨 올나 衆듕香향城셩

라보며 萬만

二이千쳔峰봉을 歷녁歷녁히 혀여

니 峰봉마다

쳐 잇

고 긋마다 서린 긔운

거든 조티마나 조커든

디 마

나 뎌 긔운 흐터 내야 人인傑걸을

고쟈 形형容용

도 그지업고 체체勢셰도 하도 할샤 天텬地디 삼기실

제 自

然연이 되연마

이제 와 보게 되니 有유情정

도 有유情정

개심대를 다시 올라가서 중향성을 바라보며 금강산 만

이천 봉우리를 똑똑히 헤아려 보니 산봉우리마다 정기

가 맺혀 있고 봉우리 끝마다 서린 기운(정기) (산의

정기가)맑거든 깨끗하지나 말든가 깨끗하거든 맑지나

말 것이지(산의 정기가 맑고도 깨끗하다는 의미) 저

기운을 흩어 내어 뛰어난 인물을 만들고 싶구나 산봉

우리의 생긴 모양이 끝이 없이 다양하고 자세도 많기도

하구나 천지가 생겨날 때 자연히 된 줄 알았더니 이제

와서 보니까 조물주의 뜻이 분명히 있구나

본사 4-개심대에서의 조망

毗비盧로峰봉 上샹上샹頭두의 올라 보니 긔 뉘신고

東동山산 泰태山산이 어

야 놉돗던고 魯노國국 조븐

줄도 우리

거든 넙거나 넙은 天텬下하 엇

닷 말고 어와 뎌 디위

어이

면 알 거이고 오

디 못

거니

려가미 고이

비로봉 맨 꼭대기에 올라본 사람이 그 누구인가

동산과 태산이 그 얼마나 높던가 노나라가 작다는 것

도 우리는 모르겠는데 넓고도 넓은 천하를 어떻게 해서

작다고 공자께서는 말씀하신단 말인가 아아 저 공자

의 경지를 어떻게 하면 알 것인가 올라가지 못하는데

내려가는 것이 이상하랴

본사 5-비로봉을 본 감회

圓원通통골

길로 獅

峰봉을

자가니 그 알

너러바회 化화龍룡쇠 되여셰라 千쳔年년 老노龍룡

이 구

서려 이셔 晝듀夜야의 흘녀 내여 滄창海

해예 니어시니 風풍雲운을 언제 어더 三삼日일雨우

디련

다 陰음崖애예 이온 플을 다 살와 내여

원통골 가느다란 길로 사자봉을 찾아가니 그 앞에 넓고

평평한 바위가 화룡소가 되었구나 마치 천 년이나 묵

은 늙은 용(정철 자신을 지칭함)이 굽이굽이 서려 있어

서 밤낮으로 물을 흘려 내어 푸른 바다에 이어졌으니

용(작자 자신)아 너는 언제 풍운(선정의 기회)을 얻어

서 임금님의 은총을 백성들에게 내리려느냐 굶주리고

헐벗은 백성들을 다 살려 내려무나

본사 6-화룡소에서의 감회

磨마訶하衍연 妙묘吉길祥샹 雁안門문재 너머 디여 외

나모

리 佛블頂뎡臺

올라

니 千쳔尋심絶졀

壁벽을 半반空공애 셰여 두고 銀은河하水슈 한 구

촌촌이 버혀 내여 실

티 플텨이셔 뵈

티 거러시니

圖도經경 열 두 구

내 보매

여러히라 李니謫

션 이제 이셔 고텨 의논

게 되면 廬녀山산이 여긔도

곤 낫단 말 못

려니

마하연 묘길상을 구경하고 안문재를 넘어 내려가 외

나무 썩은 다리를 건너 불정대에 오르니 천길이나 되는

낭떠러지를 공중에 세워 놓고 은하수 한 굽이를 마디

마디 베어 내어 실같이 풀어 가지고 베처럼 걸었으니

도경(금강산 12폭포를 그림으로 그려놓은 그림책)에는

폭포가 열두굽이로 되어 있지만 내가 보기에는 그보다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27 -

더 많아 보인다 이태백이 지금 살아 있어서 다시(금강

산 12폭포와 중국의 여산폭포를 비교) 논의하게 된다

면 여산 폭포가 여기보다 더 낫다는 말은 못 할 것이

본사 7-십이 폭포의 장관

山산中듕을

양 보랴 東동海해로 가쟈

라 籃남輿여

緩완步보

야 山산映영樓누의 올나

니 玲녕瓏농 碧벽

溪계와 數수聲셩啼뎨鳥됴

離니別별을 怨원

旌졍旗긔를

티니 五오色

이 넘노

鼓고角각을

섯부니 海해雲운이 다것

鳴명沙사길 니근

이 醉

仙션을 빗기 시러 바다

두고 海

棠당花화로 드러가니 白

鷗구야

마라 네 버딘 줄 엇디 아

산중의 경치만 노상 보겠는가 동해로 가자꾸나 남녀

(뚜껑없는 가마)를 타고 천천히 걸어서 산영루(정자이

름)에 오르니 영롱하게 반짝이는 시냇물과 갖가지 소

리로 우는 새는 나와의 이별을 싫어하는 듯 여러 가지

깃발을 휘날리니 오색(빨강파랑검정노랑흰색등의

깃발)이 넘나들며 노는 듯 북과 피리를 섞어 부니 바

다의 구름이 다 걷히는 듯하다 모래밭 길에 익숙한 말

이 도취한 신선을 비스듬히 태우고 해변을 따라 해당

화가 피어 있는 곳으로 들어가니 백구야 날아가지 마

라 내가 네 친구일수도 있지 않느냐

본사 8-동해로 가는 감회

金금闌난窟굴 도라드러 叢총石셕亭뎡 올라

니 白

옥樓누 남은 기동 다만 네히 셔 잇고야 工공슈의 셩녕

인가 鬼귀斧부로 다

가 구

야 六뉵面면은 므어슬

象샹톳던고

금난굴을 돌아들어서 총석정에 오르니 바다 가운데에

돌기둥 네 개가 백옥루의 남은 기둥처럼 서 있구나 저

네 개의 돌기둥은 공수(중국 고대의 명공)가 만든 것인

가 귀신의 도끼로 다듬었는가 구태여 그 돌기둥이 여

섯 모가 난 것은 무엇을 본뜬 것인가

본사 9-총석정의 장관

高고城셩을란 뎌만 두고 三삼日일浦포

자가니 丹

단書셔

宛완然연

되 四

仙션은 어

가니 예 사흘

머믄 後후의 어

머믈고 仙션遊유潭담 永영郎

냥湖호 거긔나 가 잇

가 淸

澗간亭뎡 萬만景경臺

몃 고

안돗던고

고성을 저만큼 두고 삼일포를 찾아가니 영랑의 무리

(신라 때 네 명의 화랑 곧 사선)가 남쪽으로 갔다는

글씨는 뚜렷한데 사선은 어디 갔는가 여기서 사흘을

머문 후에 어디 가서 또 머물렀을까 선유담 영랑호

거기나 가 있는가 청간정 만경대 몇 곳에 앉았던가

본사 10-삼일포에서의 회고

梨니花화

셔 디고 졉동새 슬피 울 제 洛낙山산東

동畔반으로 義의相샹臺

예 올라 안자 日일出츌을 보

리라 밤듕만 니러

니 祥샹雲운이 집

동 六뉵龍뇽

이 바퇴

동 바다

날 제

萬만國국이 일위더니

天텬中듕의 티

니 毫호髮발을 혜리로다 아마도 녈구

름 근쳐의 머믈셰라 詩시仙션은 어

가고 咳

唾타만

나맛

니 天텬地디間간 壯장 긔별

셔히도

셔이

배꽃은 벌써 떨어지고 접동새가 슬피 울 때에 낙산의

동쪽 언덕에 있는 의상대에 올라앉아 해 뜨는 것을 보

려고 한 밤중에 일어나니 상서로운 구름이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듯 여섯 마리의 용이 떠받치고 있는 듯

해가 바다에서 떠날 때는 온 세상이 흔들리는 것 같더

니 하늘로 치솟아 오르니 가느다란 터럭을 셀 수 있을

정도로 밝구나 혹시나 지나가는 구름(간신을 비유함)

이 햇빛을 가릴까 두렵다 이백은 어디 가곡 그가 남긴

유명한 말(咳唾(해타)-이백은 lsquo등금릉봉황대rsquo라는 시에

서 간신이 임금의 총명을 흐리게 하는 것을 구름이 해

를 가리는 것에 비유했음)만 남아 있는가 천지간에 굉

장한 소식(사연)이 그의 시에 자세히도 표현되어 있구

본사 11-의상대에서의 일출의 장관

斜샤陽양 峴현山산의 척

을 므니

와 羽우蓋개芝

지輪륜이 鏡경浦포로

려가니 十십里리 氷빙紈환을

다리고 고텨 다려 長

松숑 울흔 소개 슬

장 펴뎌시

니 믈결도 자도 잘샤 모래

혜리로다 孤고舟쥬 解

纜람

야 亭뎡子

올나가니 江강門문橋교 너믄

大대洋양이 거긔로다 從

容용댜 이 氣긔像샹

闊활遠원댜 뎌 境경界계 이도곤

어듸 잇

닷 말고 紅홍粧장 古고事

리로다

江강陵능 大대都도護호風풍俗쇽이 됴흘시고 節졀孝효

旌졍門문이 골골이 버러시니 比비屋옥可가封봉이 이제

도 잇다

저녁 햇살이 비치는 현산의 철쭉꽃을 잇달아 밟으면서

신선을 태운 수레가 경포로 내려가니 십 리나 되는 비

단을 (다리미로)다리고 다시 다린 것처럼 맑고 깨끗한

수면이 큰 소나무가 둘러싼 속에 실컷 펼쳐져 있으니

물결도 잔잔하기도 잔잔하구나 모래를 셀 수 있을 것

같도다 배 한 척을 띄워 호수를 건너가서 정자 위에

올라가니 강문교 바로 너머에 넓은 바다가 거기로구

나 조용하구나 이 기상 넓고 멀구나 저 경계(수평

선) 여기보다 더 (경치가) 잘 갖추어진 곳이 또 어디

있단 말인가 박신과 흥장의 옛일을 야단스럽다고 할

것이로다 강릉 대도호부의 풍속이 좋기도 하구나 충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28 -

신 효자 열녀 등을 표창하는 문이 고을마다 널려 있

으니 요순 시대처럼 집집마다 벼슬을 봉할 만하다는

것이 지금도 있다 할 것이로다

본사 12-경포의 장관과 강릉의 미풍 양속

眞진珠쥬館관 竹

西셔樓루 五오十십川쳔

린 믈이 太

태白

山산 그림재

東동海

로 다마 가니

하리 漢

한江강의 木목覓멱의 다히고져 王왕程뎡이 有유限

고 風풍景경이 못 슬

니 幽유懷회도 하도 할샤 客

愁수도 둘 듸 업다 仙션사

워 내여 斗두牛우로 向

살가 仙션人인을

려 丹단穴혈의 머므살가

진주관 죽서루 아래 오십천에 흘러내리는 물이 태백산

그림자를 동해로 담아가지고 흘러가니 차라리 저 물을

임금님이 계신 서울 남산에 닿게 하고 싶다 관원의 여

정에는 기한이 있고 풍경은 싫증이 나지 않으니 그윽

한 회포도 많기도 많구나 나그네의 시름도 둘 곳이 없

다 신선이 탄다는 뗏목을 띄워서 북두성과 견우성으로

향할까 사선을 찾으러 단혈에 머무를까

본사 13-죽서루에서의 객수

天텬根근을 못내 보와 望망洋양亭뎡의 올은말이 바다

밧근 하

이니 하

밧근 므서신고

득 노 고래 뉘

라셔 놀내관

블거니

거니 어즈러이 구

디고 銀

은山산을 것거 내여 六뉵合합의

五오月월

天텬의 白

雪셜은 므

일고

하늘의 끝을 끝내 못 보아 망양정에 오르니 바다 밖은

하늘인데 하늘 밖은 무엇인가 가뜩이나 노한 고래를

누가 놀리게 하기에 불기도 하고 뿜기도 하면서 어지럽

게 구는 것인가 은으로 된 산을 꺾어 내어 온 세상에

흩어 내리는 듯 오월의 아득한 하늘에 흰 눈이 무슨 일

인가

본사 14-망양정에서의 조망

져근덧 밤이 드러 風풍浪낭이 定뎡

扶부桑상 咫

지尺

의 明명月월을 기

리니 瑞셔光광 千쳔丈

고야 珠쥬簾렴을 고텨 것고 玉옥階계

다시 쓸며 啓계明명星셩 돗도록 곳초 안자

라보니

蓮년花화 가지

뉘라셔 보내신고 일이 됴흔

世세界계

대되 다 뵈고져

流뉴霞하酒쥬

득 부어

려 무론 말이 英영雄웅은

가며 四

仙션은 긔 뉘러니 아

나 맛나 보아

긔별 뭇쟈

니 仙션山산 東동海

예 갈 길히 머도

멀샤

잠깐 사이에 밤이 되어 풍랑이 가라앉거늘 해와 달이

뜬다는 부상 가까운 거리에서 밝은 달을 기다리니 천

길이나 뻗친 상서로운 달빛이 보이는 듯하다가 숨는구

나 구슬로 만든 밭을 걷어 올리고 돌층계를 다시 쓸며

샛별이 돋을 때까지 꼿꼿이 앉아 바라보니 흰 연꽃 한

송이를 누가 보내셨는가 이렇게 좋은 세계를 남에게

다 보이고 싶구나 신선주를 가득 부어 들고 달에게 묻

기를ldquo영운은 어디 갔으며 사선 그들은 그 누구이더

냐rdquo 아무나 만나 보아 옛 소식을 물으려 하니 삼신산

이 있다는 동해에 갈 길이 멀기도 멀구나

결사 1-동해의 달맞이

松숑根근을 볘여 누어 픗

을 얼픗 드니

애 사

이 날

려 닐온 말이그

내 모

랴 上샹界계예 眞

진仙션이라 黃황庭뎡經경一일字

엇디 그

닐거

두고 人인間간의 내려와셔 우리

다 져근덧

가디 마오 이 술 잔 머거 보오 北북斗두星셩 기우

려 滄챵海

水슈 부어 내여 저 먹고 날 머겨

서너

잔 거후로니 和화風풍이 習습習습

야 兩냥腋

을 추

혀 드니 九구萬만里리 長

空공애 져기면

리로다 이

술 가져다가 四

예 고로

화 億억萬만 蒼창生

을 다 醉

근 後후의 그제야 고텨 맛나

고야 말 디쟈 鶴학을

고 九구空공의 올나가니

空공中듕 玉옥蕭쇼 소

어제런가 그제런가

나도

여 바다

구버보니 기

거니

인들 엇디 알리 明명月월이 千천山산萬만落낙의 아니

비쵠

업다

소나무 뿌리를 베고 누워서 선잠을 얼핏드니

꿈에 한 사람이 나더러 이르기를 ldquo그대(송강)를 내가

모르랴 그대는 하늘 나라의 진짜 신선이라 황정경의

한 글자를 어찌하여 잘못 읽어 가지고 속세로 귀양와서

우리를 따르는가 잠깐 동안 가지 말고 이 술 한잔 먹

어 보오rdquo 북두칠성을 국자 삼아 푸른 바닷물을 잔에

부어 저도 먹고 나도 먹이거늘 서너잔을 기울이니 화

창한 바람이 산들산들 불어 양쪽 겨드랑이를 추켜드니

구만리나 되는 먼 하늘에 웬만하면 날 것 같구나

ldquo이 술을 가져다가 온 세상에 골고루 나누어 모든 백성

들을 다 취하게 만든 후에 그 때에야 다시 만나 또 한

잔 하자꾸나lsquo

그 말이 끝나자 신선(꿈에 한 사람)은 학을 타고 하늘

로 올라가니 공중에서 들려오는 옥피리 소리가 어제던

가 그제던가 싶게 어렴풋하구나 나도 잠을 깨어 바다

를 굽어보니 그 깊이를 모르는데 끝이야 더욱 어떻게

알겠는가 밝은 달이 온 세상에 아니 비친 곳이 없다

결사 2-꿈속의 선연

lt송강가사(松江歌辭) 이선본(李選本gt

지은이가 45세 되던 선조 13년(1580)에 강원도 관찰사

에 배임(拜任)되어 부임하는 과정과 원주에 부임한 후

틈을 내어 관동 팔경을 비롯한 강원도 내의 명승지를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29 -

두루 유람하며그 승경(勝景)과 인정 풍속을 비롯해서

연군(戀君)애민의 정(情) 및 선연(仙緣)을 노래한 기행

가사의 대표적인 작품이다 멀게는 고려 충숙왕 때 안

축이 지은 경기체가 형식의 [관동별곡]과 가깝게는 명

종때 백광홍이 지은 [관서별곡] 송순의 [면앙정가]의

영향을 받은 작품으로 표현이 명쾌화려하고 탄력이 넘

치며 활달하고 낭만적이어서 지은이의 호탕한 기상이

잘 나타나 있다

총 295구로 이루어진 장편 기행 가사로 서사(처음~급

당유 풍 고텨 아니 볼 게이고) 본사(영둥이 무고~오월 댱텬의 셜은 므일고) 결사(져근덧 밤이

드러~아니 비쵠 업다)로 구성되어 있다

산에서 바다로 이어지는 여정은 그 각각의 이미지를 매

개로 하여 인간의 두 가지 존재 양식 사이에서 갈등하

는 작가의 모습을 보여 준다 산에서 본 경치는 백색의

이미지로서 고결한 위정자로서의 풍모를 드러내고 있으

며 바다에서는 인간 본연의 영원한 세계를 갈구하는

자유 분방한 정신을 표출하고 있다

다양한 어휘와 적절한 수사법을 능란하게 구사함으로

써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한층 높은 경지로 끌어 올린

작품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사미인곡(思美人曲)

송강 정 철

이 몸 삼기실 제 님을 조차 삼기시니 緣分(연분)이며 하 모 일이런가 나 나 졈어 잇

고 님 나 날 괴시니 이 음 이 랑 견졸 노여 업다

이 몸이 태어날 때에 임을 따라서 태어나니 한평생의

연분이며 하늘이 모를 일이던가내가 오직 젊어 있고

임은 오직 나를 사랑하시니 이 마음과 이 사랑을 비교

할 곳이 전혀 없다

서사 1-임과의 인연

平生(평)애 願(원) 요 녜자 얏더니

늙기야 므 일로 외오 두고 글이고 엇그제 님

을 뫼셔 廣寒殿(광한뎐)의 올낫더니그더 엇디

야 下界(하계)예 랴오니 올 적의 비슨 머리 얼

킈연디 三年(삼년)이라 臙脂粉(연지분) 잇마 눌 위여 고이고 음의 친 실음 疊疊(텹텹)

이 혀 이셔 짓니 한숨이오 디니 눈믈이라

人生(인)은 有限(유) 시도 그지업다

평생에 원하기를 임과 함께 살아가고자 했는데 늙어서

야 무슨일로 외따로 두고 그리워하는가 엊그제 임을

모시고 광한전에 올라 있었는데 그 사이에 어찌하여 이

하계에 내려왔느냐 임을 떠나 올 적에 빗은 머리가 헝

클어진 지삼 년일세 연지와 분이 있지마는 누구를 위

해서 예쁘게 화장할 것인가 마음에 맺힌 시름이 겹겹

이 쌓여 있어서 짓는 것이 한수밍요 떨어뜨리는 것이

눈물이라 인생은 한이 있는데 시름은 끝이 없다

서사 2-임에 대한 그리움

無心(무심) 歲月(셰월)은 믈 흐 고야 炎

凉(염냥)이 아라 가 고텨 오니 듯거니

보거니 늣길일도 하도 할샤

아무 생각이 없는 세월은 물 흐르듯 빨리 지나가는구

나 더위와 추위가 때를 알아서 가자마자 다시 오니 듣

고 보는 가운데서 느낄일이 많기도 많구나

서사 3-세월의 무상함

東風(동풍)이 건듯 부러 積雪(젹셜)을 헤텨내니 窓

(창) 밧긔 심근 梅花(화) 두세 가지 픠여셰라 득 冷淡(담) 暗香(암향)은 므 일고 黃昏

(황혼)의 이 조차 벼 마 빗최니 늣기 반기 님이신가 아니신가

뎌 梅花(화) 것거 내여 님 겨신 보내오져 님

이 너 보고 엇더타 너기실고

봄바람이 문득 불어서 쌓인 눈을 헤쳐내니 창밖에 심은

매화가 두세 가지 피었구나 가뜩이나 쌀쌀하고 담담한

데 그윽하게 풍기는 향기는 또 무슨 일인가 황혼에 달

이 따라와 배갯머리에 비치니흐느껴 우는 듯 반기는

듯하니 임이신가 아니신가 저 매화를 꺾어 내어 임 계

신 곳에 보내고 싶다 그러면 임이 너 (매화)를 보고

어떻다고 생각하실까

본사 1-춘원(春怨)

디고 새 닙 나니 綠陰(녹음)이 렷 羅幃

(나위) 寂寞(젹막)고 繡幕(슈막)이 뷔여 잇다 芙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30 -

蓉(부용)을 거더 노코 孔雀(공쟉)을 둘러 두니 득 시 한 날은 엇디 기돗던고鴛鴦錦(원앙금)

버혀 노코 五色線(오션) 플텨 내여 금자 견화

이셔 님의 옷 지어 내니 手品(슈품)은니와 制度

(졔도)도 시고 珊瑚樹(산호슈) 지게 우 白玉函(옥함)의 다마 두고 님의게 보내오려 님 겨신

라보니 山(산)인가 구롬인가 머흐도 머흘시

고 千里 萬里(쳔리 만리)길흘 뉘라셔 자갈고니

거든 여러 두고 날인가 반기실가

꽃이 지고 새 잎이 피어나니 녹음이 우거졌는데 비단

포장이 적막하고 수놓은 장막이 텅 비어 쓸쓸하다 연

꽃을 수놓은 비단 휘장을 걷어 놓고 공작을 수놓은 병

풍을 둘러 치니 가뜩이나 시름이 많은데 날은 어찌 그

리 길던가 원앙새 수놓은 비단을 베어 놓고 오색실을

풀어 내어 좋은 자로 재어서 임의 옷을 지어내니 솜씨

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격식도 갖추었구나 백옥으로

만든 함에 담아 산호로 만든 지게 위에 얹어 놓고 임에

게 보내려고 임 계신 곳을 바라보니 산인지 구름인지

험하기도 험하구나 천만 리나 되는 먼 길을 누가 찾아

갈 것인가 가면은 함을 열어 놓고 나를 본것처럼 반가

워하실까

본사2-하원(夏怨)

밤 서리김의 기겍러기 우러 녤 제 危樓(위루)

에 혼자 올라 水晶簾(슈졍념) 거든말이 東山(산)의

이 나고 北極(븍극)의 별이 뵈니 님이신가 반기

니 눈믈이 절로 난다 淸光(쳥광)을 쥐여 내여 鳳

凰樓(봉황누)의 븟티고져 樓(누) 우 거러 두고

八荒(팔황)의 다 비최여 深山窮谷(심산궁곡) 졈낫

티 그쇼셔

하룻밤 서리가 내린 무렵에 기러기가 울며 지나갈 때

높은 누각에 혼자 올라가 수정으로 만든 밭을 걷으니

동산에 달이 떠오르고 북극성이 보이므로 임이신가 하

여 반가워하니 눈물이 절로 난다 밝은 달을 잡아 내어

임 계신 곳에 보내고 싶구나 임께서 그 달을 누각 위

에 걸어 노고 온 세상을 다 비추어 깊은 산 골짜기 까

지도 대낮같이 밝게 하소서(밝은 정치를 베푸소서)

본사 3-추원(秋怨)

乾坤(건곤)이 閉塞(폐)야 白雪(셜)이 빗친

제 사은니와 새도 긋쳐 잇다 瀟湘南畔(쇼

샹남반)도 치오미 이러커든 玉樓高處(옥누고쳐)야

더욱 닐러 므리陽春(양츈)을 부쳐 내여 님 겨

신 쏘이고져茅簷(모쳠) 비쵠 玉樓(옥누)의

올리고져 紅裳

(홍샹)을 니믜 고 翠袖(슈) 半(반)만 거더

日暮脩竹(일모슈듁)의 혬가림도 하도 할샤 댜 수이 디여 긴 밤을 고초 안자 靑燈

(쳥등) 거른 겻 鈿箜葔(뎐공후)노하 두고 의나

님을 보려 밧고 비겨시니 鴦衾(앙금)도 도

샤 이 밤은 언제 샐고

하늘과 땅이 꽉막힌 것처럼 흰 눈으로 온통 덮여 있으

니 사람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날아디는 새도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다 소상강 남쪽 지방같이 따뜻한 이 곳

도 추위가 이러한데 하물며 임계신 북쪽 지방이야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따뜻한 봄볕을 부쳐 내어 임 계신

곳에 쏘이고 싶다 초가집 처마에 비친 해를 임계신 곳

에 올리고 싶다 붉은 치마를 여미어 입고 푸른 소매를

반쯤 걷어 해질 무렵 대나무에 의지하여 여러 가지 생

각이 많기도 하구나 짧은 겨울해가 이내 넘어가니 긴

밤을 꼿꼿이 앉아서 청사초롱을 걸어 둔 곁에 자개 입

힌 공후를 놓아 두고 꿈에나 임을 만나 보려고 턱을

받치고 기대어 있으니 원앙금침이 차갑기도 하구나 이

밤은 언제 샐것인가

본사 4-동원(冬怨)

도 열두 도 셜흔 날 져근덧 각마

라 이 시 닛쟈 니 의 쳐 이셔 骨髓(골

슈)의 텨시니 扁鵲(편쟉)이 열히 오나 이 병을

엇디리 어와 내 병이야 이 님의 타시로다 하

리 싀어디여 범나븨 되오리라 곳나모 가지마다 간

죡죡 안니다가 향 므든 애로 님의 오 올므

리라 님이야 날인 줄 모셔도 내 님 조려 노

하루도 열두 때 한 달도 서른 날 잠시 라도 생각을

말아 가지고 이 시름을 잊으려 해도 마음 속에 맺혀

있어서 뼛속까지 사무쳤으니 편작 같은 명의가 열명이

온다 한들 이 병을 어찌할 것인가

아아 내 병이여 이 병을 어찌할 것인가

아아 내 병이여 이 임의 탓이로다 차라리 죽엇 호랑

나비가 되리라 꽃나무 가지에 가는 곳마다 앉으며 돌

아다니다가 향기 묻은 날개로 임의 옷에 앉으리라 임

께서 나인 줄을 모르신다 해도 나는 끝까지 임을 따르

려 하노라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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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사 -임을 향한 변함 없는 마음

lt성주본 송강가사gt

작품의 감상

작자가 50세 되던 해에 반대 정파의 탄핵을 받고 전남

창평으로 물러나 우거(寓居)하면서 임금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여인이 사랑하는 사람을 그리는 심정에 의탁하

여 부른 노래이다 이 작품의 제목인 〈사미인곡(思美

人曲)〉은 중국 굴원이 지은 〈이소(離騷)〉의 제 9편

에 나오는 lsquo사미인(思美人)rsquo이라는 편명에서 따온 것으

로 보이며 그 작품 역시 충군(忠君)의 내용을 담고 있

어 내용 또한 그 영향을 받은 것으로 짐작된다

또 임금을 임으로 설정하여 노래한 것은 고려 속요인

〈정과정〉과 맥을 같이하고 있으며 임에 대한 헌신적

사랑의 표현은 〈가시리〉〈동등〉등과 접맥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작품은〈속미인곡〉과 더불어 가사 문학의 극치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일찍이 서포 김만중은 〈사미인

곡〉 〈속미인곡〉 〈관동별곡〉을 가리켜 lsquo좌해진문

장 지차삼편(左海眞文章 只此三篇우리 나라의 참된 문

장은 오직 이 세 편뿐이다)rsquo라고 하였다 이 노래는

서사 본사 결사 세 부분으로 되어 있는데 본사는 다

시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나뉘어 있다

속미인곡(續美人曲)

송강 정 철

뎨 가 뎌 각시 본듯도 뎌이고

天上(텬상) 白玉京(옥경)을 엇디야 離別(니별)고

다 뎌 져믄 날의 눌을 보라 가시고

저기가는 저 젊은 여인 본 듯도 하구나 임금님이 계

시는 서울을 어찌하여 이별하고 해가 다 져서 저무는

날에 누구를 보러 가시는 고

rarr서사1 - 서울을 떠나온 이유(갑녀의 질문)

어와 네여이고 내 셜 드러보오

내 얼굴 이 거동이 님 괴얌즉 냐마

엇딘디 날 보시고 네로다 녀기실나도 님을 미더 군디 전혀 업서

이야 교야 어러이 구돗디

반기시 비치 녜와 엇디 신고

누어 각고 니러 안자 혜어니

내 몸의 지는 죄 뫼티 혀시니

하히라 원망며 사이라 허믈랴

셜워 플텨 혜니 造物(조물)의 타시로다

아아 너로구나 내 사정 이야기를 들어보오

나의 생김새와 행동거지가 임의 사랑을 받을 수 있겠느

냐마는 어쩐지 나를 보시고 (내가 사랑할 사람은 바

로) 너로구나 하며 특별히 사랑하시기에 나도 임을 믿

어 딴 생각이 전혀 없어 응석과 애교를 부리면서 (얼마

나) 어지럽게 굴었던지 (나를) 반가워 하시는 얼굴빛

이 예날과 어찌 다르신가 누워 생각하고 일어나 앚아

헤아리니 내 몸의 지은 죄가 산같이쌓였으니 하늘을 원

망하겠으며 사람을 탓하겠는가 하도 서러워 여러 가지

로 깊이 생각해보니 조물주의 탓이로구나

rarr서사2 - 자책과 체념(을녀의 대답)

글란 각 마오

그렇게는 생각하지 마시오

rarr본사1 - 갑녀의 위로

친 일이 이셔이다

님을 뫼셔 이셔 님의 일을 내 알거니

믈튼 얼굴이 편실적 몃날일고

春寒(츈한) 苦熱(고열)은 엇디야 디내시며

秋日(츄일) 冬天(동텬)은 뉘라셔 뫼셧고

粥早飯(쥭조반) 朝夕(조석)뫼 녜와 티 셰시가

기나긴 밤의 은 엇디 자시고

마음 속에 맺힌 일이 있습니다 예전에 임을 모신적이

있어서 임의 일을 내가 잘 아는데 물과 같이 연약한

체질이 편하실 때가 며칠이나 될꼬 이른 봄의 추위와

한여름의 더위를 어떻게 지내시며 가을과 겨울날은 누

가 모셨는가 죽조반과 아침 저녁 진지는 옛날과 같이

잘 잡수시는가 기나긴 밤에 잠은 어떻게 주무시는가

rarr본사2-임에 대한 염려(을녀의 사설)

님다히 消息(소식)을 아무려나 아쟈니

오도 거의로다 일이나 사 올가

내 둘 업다 어드러로 가쟛 말고

잡거니 밀거니 놉픈 뫼 올라가니

구름은 니와 안개 므일고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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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川(산쳔)이 어둡거니 日月(일월)을 엇디보며

咫尺(지척)을 모거든 千里(쳔리) 라보랴

리 믈의 가 길히나 보랴니

람이야 믈결이야 어둥졍 된뎌이고

샤공은 어 가고 븬 만 걸렷고

江天(간텬)의 혼자 셔셔 디 구버보니

님 다히 消息(소식)이 더옥 아득뎌이고

임이 계시는 곳의 소식을 어떻게든지 알려고 하니 오늘

도 거의 지나갔구나 내일이나 임의 소식을 전해줄 사

람이 올까 내 마음을 둘 곳이 없다 어디로 가자는 말

인가 (나무같은 것을) 잡기도 하고 밀기도 하면서 높

은 산에 올라가니 구름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안개는

또 무슨 일로 저렇게 기어 있는가 산천이 어두운데 해

와 달을 어떻게 보겠으며 지척을 모르겠는데 천 리나

되는 먼 곳을 (어떻게) 바라몰 수 있으랴 차라리 물가

에 서서 뱃길이나 보려고 하니 바람과 물결이 어수선하

게 되었구나 사공은 어디가고 빈 배만 걸려있는가 강

변에 홀로서서 지는 해를 굽어보니 임계신 곳의 소식이

더욱 아득하구나

rarr본사3-임의 소식을 애타게 기다림(을녀의 사설)

茅簷(모쳠) 자리의 밤듕만 도라오니

半壁(반벽) 靑燈(청등)은 눌 위야 갓고

오며 리며 헷드며 바자니니

져근덧 력진力盡(녁진)야 픗을 잠간 드니

精誠(정셩)이 지극야 의 님을 보니

玉(옥)튼 얼굴이 半(반)이나마 늘거셰라

의 머근 말 슬장 쟈니

눈믈이 바라나니 말인들 어이며

情(정)을 못다야 목이조차 몌여니

오뎐된 鷄聲(계셩)의 은 엇디 돗던고

초가집 차가운 잠자리에 한밤중이 돌아오니 벽에 걸려

있는 등불은 누구를 위하여 밝아 있는가 산을 올라가

기도 하고 내려가기도 하면서 헤메며 오락가락 돌아다

니다가 잠깐 사이에 힘이 다하여 풋잠이 잠깐 들었는

데 정성이 지극하여 꿈속에서 임을 보니 옥과 같이 곱

던 임의 얼굴이 반넘게 늙었구나 마음 속에 품은 생각

을 실컷 아뢰려고 하였더니 눈물이 잇달아 쏟아지니

말인들 어찌하며 정회도 다 못풀어 목마저 메어오니

방정맞은 닭울음소리에 잠은 어찌 깨었던가

rarr본사4-독수공방의 한과 꿈에서 만난 임

(을녀의 사설)

어와 虛事(허)로다 이 님이 어 간고

결의 니러 안자 窓(창)을 열고 라보니

어엿븐 그림재 날 조 이로다

리 싀여디어 落月(낙월)이나 되야이셔

님 겨신 窓(창) 안 번드시 비최리라

아아 헛된 일이로다 내 임이 어디 갔는고 꿈결에 일

어나 앉아 창을 열고 바라보니 불쌍한 그림자만이 나

를 따라올 뿐이로다 차라리 죽어서 지는 달이나 되어

임 계신 창 안에 환하게 비치리라

rarr결사-죽어서라도 임을 따르겠다는 다짐

(을녀의 사설)

각시님 이야니와 구 비나 되쇼셔

각시님 달은커녕 궂은 비나 되십시오

rarr결사-갑녀의 위로

〈해설〉

사미인곡의 속편으로 지은이가 동인(東人)으로 탄핵을

받고 고향인 전라남도 창평에 낙향해 있을 때에 임금

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두 여인의 대화 형식을 빌려 노

래한 작품이다 이 작품의 현대어 해석에 나와 있는 lsquo갑

녀(甲女)rsquo와 lsquo을녀(乙女)rsquo는 편의상 붙인 이름으로 갑녀

는 보조적 위치에 있는 화자이며 을녀가 지은이를 대

변하는 주된 화자이다 〈사미인곡〉과 더불어 가사 문

학의 최고봉이라 일컬어지는데 특히 순수한 우리말의

구사가 절묘하며 대화 형식으로 구성하여 표현에 참신

성을 더한 것은 lsquo금상첨화(錦上添花)rsquo라 할 수 있을 것

이다

홍만종은 〈순오지(旬五志)〉에서 이 작품을 제갈공명

의 〈출사표(出師表)〉에 비견할 만하다고 극찬하였으

며 서포 김만중은 〈서포만필(西浦漫筆)〉에서 ldquo예로부

터 우리 나라의 참된 문장은 오직 이 세 편(사미인곡

속미인곡 관동별곡)뿐이데다시 이 세편에 대하여 논할

것 같으면 그 중에서 속미인곡이 더욱 뛰어나다 관동

별곡과 사미인곡은 오히려 한자음을 빌려서 그 가사 내

용을 꾸민 데 지나지 않는다rdquo라고 하였다

규원가(閨怨歌)

허난설헌

엇그제 저멋더니 마 어이 다 늘거니

少年行樂(소년 행락) 생각니 일러도 속절업다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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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거야 서른 말 자니 목이 멘다

엊그제 젊었었는데 어찌 벌써 다 늙어버렸는가 어린

시절에 즐겁게 지내던 일을 생각하니 말해 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 이렇게 늙은 뒤에 서러운 얘기를 하자니

목이 멘다

rarr기1-늙음의 한탄

父生母育(부생 모육) 辛苦(신고)야 이 내 몸 길러 낼

公侯配匹(공후 배필) 못 바라도 君子好逑(군자 호구) 願

(원)더니

三生(삼생)의 怨業(원업)이오 月下(월하)의 緣分(연분)으

長安遊俠(장안 유협) 輕薄子(경박자)를 치 만나 잇

서 當時(당시)의 용심(用心)기 살어름 디듸는 부모님이 나를 낳아서 고생하여 길러낼 때 높은 벼슬아

치의 배필을 바라지는 못했어도 훌륭한 남자의 좋은

짝이 되기를 원했더니 삼생의 원망스러운 업보요 월

하 빙인이 정해 준 연분으로 놀기 좋아하고 경박한 사

람을 꿈같이 만나 가지고 시집 간 뒤 조심하면서 마음

졸이기를 꼭 살얼음 디디듯하였다

rarr기2-젊은 시절의 회상

三五二八(삼오 이팔) 겨오 지나 天然麗質(천연 여질)절

로 이니

이 얼골 이 態度(태도)로 百年期約(백년 기약) 얏더니

年光(연광)이 훌훌고 造物(조물)이 多時(다시)야

봄바람 가을 믈이 뵈오리 북 지나듯

雪鬂花顔(설빈 화안) 어 가고 面目可憎(면목 가증) 되

거고나

내 올골 내 보거니 어느 님이 날 괼소냐

스스로 慙愧(참괴)니 누구를 怨望(원망)리

십오륙 세가 겨우 지나 타고난 아름다운 모습이 절로

나타나니 이 얼굴 이 태도로 (남편과)평생을 약속하였

더니 세월이 빨리 지나가고 조물주가 시기가 많아서

세월의 빠르기가 베 짤 때 북이 지나가는 듯 젊고 아

름다운 얼굴은 어디로 가고 추한 모습이 되었구나 내

얼굴을 내가 보아 알거니와 어느 임이 나를 사랑하겠는

가 스스로 생각해도 부끄러운데 누구를 원망하리

rarr기3-세월의 무상함과 늙음의 한탄

三三五五(삼삼 오오) 冶遊園(야유원)의 새 사람이 나단

말가

곳 피고 날 저물 제 定處(정처) 업시 나가 잇어

백마(白馬) 금편(金鞭)으로 어어 머므는고

원근(遠近)을 모르거니 消息(소식)이야 더욱 알랴

因緣(인연)을 긋쳐신들 각이야 업슬소냐

얼골을 못 보거든 그립기나 마르려믄

열두 김도 길샤 설흔 날 至理(지리)다

玉窓(옥창)에 심 梅花(매화) 몃 번이나 픠여진고

겨을 밤 차고 찬 제 자최눈 섯거 치고

여름날 길고 길 제 구 비 므스 일고

三春花柳(삼춘 화류) 好時節(호시절)의 景物(경물)이 시

름업다

가을 방에 들고 蟋蟀(실솔)이 床(상)에 울 제

긴 한 숨 디 눈물 속절업시 헴만 만타

아마도 모진 목숨 죽기도 어려울사

몇 명씩 떼지어 다니는 술집에 새 기생이 나타났다는

말인가 꽃 피고 날 저물 때 일정한 거처도 없이 나가

서 호사로운 차림새로 어디어디 가서 머므는가 바깥출

입이 없어 원근 지리를 모르는데 임의 소식이야 더구나

알 수 있으랴 인연을 끊었다고 하지만 임에 대한 생각

이야 어찌 없겠는가 만나지 못할 임이라면 그립지나

말일이지 하루도 열두때 길기도 하구나 한 달이 지루

하다 옥창에 심은 매화가 몇 번이나 피었다가 졌는고

겨울 밤 차고 찬 때에 눈보라가 섞어 치고 여름날 길고

긴 때에 궂은비는 또 무슨 일인가 꽃 피고 새 잎이 돋

는 좋은 계절 봄에도 보이는 경치가 시름이 없다 가을

달이 방에 비치고 귀뚜라미가 침상에서 울 때 긴 한숨

떨어지는 눈물에 헛되이 생각하는 것만 많다 아마도

모진 목숨 죽기도 어렵구나

rarr승-방탕한 남편에 대한 원망과 독수공방의 한

도로혀 풀쳐 혜니 이리 여 어이 리

靑燈(청등)을 돌라 노코 綠綺琴(녹기금) 빗기 안아

碧蓮花(벽련화) 한 곡조를 시름 조 섯거 타니

瀟相夜雨(소상야우)의 댓소리 섯도 華表(화표) 千年(천 년)의 別鶴(별학)이 우니 玉手(옥수)의 타는 手段(수단) 녯 소 잇다마芙蓉帳(부용장) 寂寞(적막)니 뉘 귀에 들리소니

肝腸(간장)이 九曲(구곡)되야 구븨구븨 쳐서라

돌이켜 여러 모로 생각해 보니 이렇게 살아서 어찌하겠

는가 등불을 돌려 놓고 녹기금을 비스듬히 안아 벽련

화 한 곡조를 시름까지 섞어 타니 소상강의 밤비에 대

나무 잎 소리가 섞여 들리는 듯 천년만에 돌아온 학이

화표주에 앉아 우니는 듯섬섬옥수로 타는 솜씨가 옛

소리를 간직하고 있다마는 부용장 안에 임이 없으니 누

구 귀에 들리겠는가 구곡간장이 굽이굽이 끊어지는 것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34 -

같구나

rarr전-거문고로 시름을 달램

하리 잠을 드러 의나 보려 니

바람의 디 닙과 풀 속에 우는 즘생

므스 일 원수로서 잠조차 오다

천상(天上)의 牽牛織女(견우 직녀) 銀河水(은하수) 박혀

서도

七月七夕(칠월 칠석)一年一度(일년 일도)失期(실기)치

아니거든

우리 님 가신 후는 무슨 弱水(약수) 가렷관듸

오거나 가거나 소식(消息)조차 쳣는고

欄干(난간)의 비겨 셔서 님 가신 바라보니

초로(草露) 맷쳐 잇고 暮雲(모운)이 디나갈 제

竹林(죽림) 푸른 고 새 소리 더욱 설다

세상의 서룬 사람 수업다 려니와

薄命(박명) 紅顔(홍안)이야 날 가니 이실가

아마도 이 님의 지위로 살동말동 여라

차라리 잠이 들어 꿈에서나 임을 보려하니 바람에 지는

나뭇잎과 풀 속에서 우는 벌레가 나와 무슨 원수가 졌

길래 잠조차 깨우는가 하늘의 견우 직녀는 은하수가

막고 있어도 일 년에 한 번 칠월 칠석날에는 기약을 어

기지 않고 만나는데 우리 임이 가신 후에는 무슨 약수

가 가로막고 있길래 오고 가는 소식조차 끊어졌는고

난간에 기대어 서서 임 계신 곳을 바라보니 풀잎에 이

슬은 맺혀있고 저녁 구름이 지나갈 때 대나무 숲 푸른

곳에 새 소리가 더욱 섧다 세상에 서러운 사람이 수없

이 많다고 하지만 기구한 팔자를 타고난 사람이야 나

같은 이가 또 있을까 아마도 임 때문에 살 듯 말 듯하

구나

rarr결-애타게 임을 기다리는 마음

〈감상〉

조선 시대 봉건 사회 제도 아래서 오직 인종(忍從)만을

미덕으로 알고 살아야 했던 부녀자의 한(恨)을 노래한

작품으로 일명 원부사(怨夫詞) 또는 원부사(怨夫辭)라

고도 한다 좋은 배필을 원했지만 뜻밖에도 경박스럽고

방탕한 남편을 만나 평생을 피맺힌 한(恨)과 그리움 속

에 보내야 하는 한 여인의 애달픈 사연을 통해 남성

위주의 사회가 가져오는 병폐를 실감 있게 형상화한 작

품이라 할 수 있다

Page 6: 구지가(龜 歌) - middle.gongbuwarac.commiddle.gongbuwarac.com/Common/Popup/FileDownloadAs.aspx?FileName=/ite… · 미륵(彌勒) 좌주(座主) 뫼셔롸. 미륵 좌주를 모셔라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6 -

【 신라의 향가 】

찬기파랑가(讚耆婆郞歌) -충담사

열어 젖히니

나타난 달이

흰구름을 쫓아 떠가는 것이 아닌가

새파란 냇물에

기파랑의 모습이 있구나

이로부터 냇물의 조약돌에

기파랑이 지니시던

마음의 끝을 좆고 싶어라

아아 잣나무 가지처럼 그 기품이 드높아

서리에도 굽히지 않을 화랑 장(長)이여

삼국유사에 사뇌가로 소개되어 있어서 찬기파랑 사뇌가라고도 불린다(사뇌가=향가)

승려인 충담사가 화랑인 기파랑을 추모하여 지음

찬기파랑가는 현존하는 향가 중 유일하게 제작 동기나 배경 기술이 없다

기울어가는 신라를 기파랑에 비유 신라의 부활을 기대한다는 내용의 해석도 있다

10구체 향가는 보통 442로 구성된 개인적 서정시인데 찬기파랑가는 352로 되어 있음

제재 기파랑의 인품

주제 기파랑의 높은 인품을 추모함

성격 추모적 예찬적 서정적

표현법 문답법 (문사 답사) 은유법 상징법(향가 중 고도의 상징법을 표현한 최고의 백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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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

안민가(安民歌) -충담사

임금은 아비요

신하는 사랑하실 어머니요

백성은 어리석은 아이라고 하실진데 백성들이 사랑을 알리다

구물대며 살아가는 백성들

이를 먹여 다스려져

이 땅을 버리고 어디 가려 할지면

나라 안이 유지될 줄 알지어다

아아 군답게 신답게 민답게 할지면

나라 안이 태평하나이다

성격gt 유교적(치국안민) 교훈적

표현gt 논리적 직설적

주제gt 나라를 다스리는 올바른 길

의의gt ①유교적 이념을 노래한 유일한 향가 ② 표현동기(예술 여흥)보다 전달동기(목적성 교훈)가 강하

배경설화gt 이 노래는 승려인 충담사가 경덕왕의 명을 받아 치국안민의 도리를 밝힌 것으로 현전 향가

중 유일하게 유교적 이념을 노래한 작품이고 강한 목적성을 드러내고 있다 경덕왕 시절에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 많았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더 안정된 나라를 이룩할 것인가가 관심사였다 충담사는 이 작품

에서 임금을 아버지 신하를 어머니 백성을 자식으로 생각하여 그 셋의 관계가 원만해질 것이라는 논리

를 펴고 있다 소박하면서도 당시의 모습과 사회정치적 윤리관이 깔려있다고 볼 수 있다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8 -

처용가(處容歌) - 처용

긔 래 서울 밝은 달밤에

밤드리 노니다가 밤늦도록 놀고 지내다가

드러 자리보곤 들어와 자리를 보니

가리 네히어라 다리가 넷이로구나

둘흔 내해엇고 둘은 내것이지만

둘흔 뉘해언고 둘은 누구의 것인고

본 내해다마 본디 내것이다만

아 엇디릿고 빼앗긴 것을 어찌하리

처용 lt삼국유사gt의 기록에 의하면 처용은 동해 용왕의 일곱 아들 가운데 하나이다 그러나 이는 그가 동해 용왕

을 모시는 무당 가운데 한 사람이었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헌강왕의 정치를 도왔으며 역신이 아내와 동침하는 것

을 보고 lsquo처용가rsquo를 지어 불러 역신을 물리쳤다고 한다

배경설화gt 신라 제 49대 헌강왕 대에는 서울에서 지방까지 집과 단이 연이어져 있고 초가집은 하나도 없었다 길

거리에 풍악이 그치지 않고 비바람도 사철 순조로왔다 이때에 대왕이 개운포에 놀러 나갔다가 물가에서 쉬는데 문

득 짙은 구름과 안개가 끼어 길을 분간하기 어려웠다 괴이하게 여겨 좌우에 물으니 일관(日官)이 아뢰기를 ldquo이는

동해 용왕이 조화이므로 마땅히 용왕을 위해 좋은 일을 하여 그 마음을 풀어 주셔야 합니다 rdquo 하였다 왕은 곧 용

을 위하여 근처에 절을 세우도록 명하였다 왕의 명령이 떨어지자 안개가 걷히고 구름이 개었으므로 그 지역을 lsquo개

운포rsquo라 이름 지었다

이윽고 동해 용왕이 기뻐하여 일곱 아들을 데리고 헌강왕 앞에 나와 춤을 추며 용궁 풍악을 아뢰게 했다 그때 용

왕의 아들 하나가 헌강왕을 따라 서울에 와서 정사(政事)를 보좌하였는데 이름을 lsquo처용rsquo이라 했다 왕은 미녀를 골

라 아내를 삼게 하고 급간 벼슬을 주어 머물게 했다 그의 아내가 매우 아름다웠으므로 역신이 흠모하여 사람의

형상을 꾸며 밤에 몰래 들어와 동침했다 밖에서 놀다가 밤 늦게 돌아온 처용은 그 광경을 보고 노래를 부르고 춤

을 추며 물러나갔다 그러자 역신이 감복하여 모습을 나타내어 앞에 꿇어 앉아 이후에는 처용의 얼굴을 그린 그림

만 보아도 그 문안에는 들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이로 인하여 나라 사람들은 처용의 형상을 문에 붙여서 사악한 기

운을 쫓고 경사(慶事)를 맞는 표시로 삼게 되었다

갈래gt 8구체 향가

성격gt 주술적

표현gt 풍자법 제유법

제재gt 역신(疫神)의 침범

주제gt 아내를 범한 역신을 쫓아냄

화자의 태도gt체념적 관용적

의의gt 신라 향가의 마지막 작품

lt구지가gt lt해가gt 로부터 이어지는 주술 시가의 맥을 잇는 작품이다

벽사(辟邪)진경(進慶) 사악한 귀신을 물리치고 경사를 맞아들임

민속에서 형성된 무가(巫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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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

제망매가(祭亡妹歌) - 월명사

生死(생사) 길흔 삶과 죽음의 길은

이에 이샤매 머믓거리고 이에 있음에 머뭇거리고

나 가다말ㅅ도 나는 간다는 말도

몯다 니르고 가닛고 못 다 이르고 갔는가

어느 이른 매 어는 가을 이른 바람에

이에뎌에 러딜 닙 여기저기에 떨어지는 나뭇잎처럼

가지라 나고 같은 나뭇가지에 나고서도

가논 곧 모론뎌 가는 곳을 모르겠구나

아야 彌陁刹(미타찰) 아맛보올 나 아아 극락 세계에서 만나 볼 나는

道(도)닷가 기드리고다 불도를 닦으며 기다리겠노라

배경설화gt 일찍 죽은 누이를 위하여 월명사가 재를 올릴 때 향가를 지어 제사를 지냈다 월명사가 향가

를 부르자 홀연히 광풍이 일어 지전을 서쪽으로 날려 보내 없어지게 했다

갈래gt 10구체 향가

성격gt 애상적 추모적 서정적 종교적

주제gt 죽은 누이의 명복을 빎

화자의 태도gt 슬픔을 종교적으로 극복하려 함

화자의 어조gt 비애와 의지의 어조

표현gt 정제되고 세련된 표현기교 비유적 표현

의의gt ① 10구체 향가의 대표작 ② 뛰어난 비유를 통해 인간고의 종교적 승화를 노래함

③ lt찬기파랑가gt와 함께 향가 중 표현 기교와 서정성이 가장 뛰어난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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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

도솔가(兜率歌) -월명사

오 이에 산화(散花) 블어 오늘 이에 lsquo산화rsquo의 노래를 불러

고자 너는 뿌리온 꽃아 너는

고 명(命)ㅅ 브리디 곧은 마음의 명을 심부름하옵기에

미륵(彌勒) 좌주(座主) 뫼셔롸 미륵 좌주를 모셔라

배경설화gt 신라 경덕왕 때 해가 둘 나타나서 열흘동안 없어지지 않았다 천문 관측을 맡은 관원이 아뢰

기를 ldquo인연이 있는 스님을 청하여 꽃을 뿌리며 공덕을 비는 예식을 거행하면 재앙을 물리칠 수 있습니

다rdquo 하였다 이에 왕이 인연있는 스님 오기를 기다렸다 이때 월명사가 남쪽 길을 가고 있었는데 왕이

그를 불러 단을 열고 기도하는 글을 짓도록 명령하였다 월명사가 lt도솔가gt를 지어 부르자 두 해의 괴

변이 사라졌다

갈래gt 4구체 향가

성격gt 불교적 주술적

주제gt 산화공덕을 통해 국가의 변괴를 막고자 함

배경설화에 나타난 lsquo두 해rsquo의 의미 lsquo해rsquo는 군주 또는 신을 상징하므로 두 해가 함께 나타났다는 것은 현

재의 왕에 도전할 세력의 출현을 암시한다 이러한 혼돈을 막기 위해 산화공덕의 의식이 행해지고 lt도

솔가gt가 불려진 것이다

헌화가(獻花歌) -어느 노인

지뵈 바회 자줏빛 바위가에

자온손 암쇼 노히시고 잡고 있는 암소 놓게 하시고

나 안디 붓그리샤 나를 아니 부끄러워하신다면

고 것거 바도림다 꽃을 꺾어 바치오리다

배경설화gt 신라 성덕왕 때 순정공이 강릉태수로 부임하는 길에 바닷가에 머물러 점심을 먹었는데 높은

산봉우리 위에 철쭉꽃이 무성하게 피어 있었다 순정공의 부인 수로가 ldquo꽃을 꺾어다 바칠 사람이 그 누

구인고rdquo 하니 종자(從者)들이 ldquo사람의 발자취가 다다를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rdquo 라고 말하며 나서는 사

람이 없었다 그때 곁으로 암소를 끌고 지나가던 노옹이 그 꽃을 꺾어 바치면서 이 노래를 지어 불렀다

그 노옹이 어떤 사람인지는 알 수 없었다

갈래gt 4구체 향가

성격gt 민요적 서정적

주제gt 수로부인에 대한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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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

원왕생가(願王生歌) -광덕

달님이시여 이제

서방까지 가셔서

무량수불 앞에

일러다가 사뢰소서

다짐 깊으신 불존에 우러러

두 손을 모아

원왕생 원왕생

그릴 사람 있다고 사뢰소서

아아 이 몸을 버려 두고

사십팔대원 이루실까

갈래gt 10구체 향가 기원가(祈願歌) 불교 신앙의 노래

성격gt 기원적 불교적

제재gt 극락에서 다시 태어나기를 바라는 마음 달

주제gt 아미타불에게 귀의하고자 하는 간절한 소망 서방 정토로의 극락왕생(極樂往生죽어서 극락세계에

다시 태어남) 희구

무량수불은 서방정토에 있는 아미타불로서 이 부처에게 염하면 극락 세계에 간다고 했다 원왕생가의

화자는 달로 하여금 서방의 극락 정토를 주재하는 아미타불에게 자신의 뜻을 알리도록 청원을 하고 있

다 따라서 무량수불은 화자의 소원을 들어주는 대상이다

원왕생가에서 달은 기원의 대상

달은 어두운 밤에 등장하고 그 달은 어두움을 밝혀 주는 광명의 달

신적인 달

인생이라는 고뇌의 바다를 밝히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는 것처럼 인식

광덕은 아미타불에게 귀의하고자 하는 마음을 달에게 의탁

즉 달을 통해 서정적 자아의 불교적 신앙심을 형상화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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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려 속요 】

청산별곡

살겠노라 살겠노라 청산에 살겠노라

머루와 다래를 먹고 청산에 살겠노라

우는구나 우는구나 새여 자고 일어나 우는구나 새여

너보다 시름 많은 나도 자고 일어나 울고 있노라

가는 새 가는 새 본다 물 아래로 날아가는 새 본다

이끼 묻은 쟁기(농기구)를 가지고 물아래로 날아가는

새 본다

이럭저럭 하여 낮은 재내 왔건만

올 사람도 갈 사람도 없는 밤은 또 어찌할 것인가

어디다 던지는 돌인가 누구를 맞히려는 돌인가

미워할 이도 사랑할 이도 없이 사랑할 이도 없이 맞아

서 울고 있노라

살겠노라 살겠노라 바다에 살겠노라

나문재 굴 조개를 먹고 바다에 살겠노라

가다가 가다가 듣노라 외딴 부엌을 지나가다가 듣노라

사슴이 장대에 올라가서 해금(奚琴)을 켜는 것을 듣노

가더니 불룩한 술독에 진한 술을 빚는구나

조롱박꽃 모양의 누룩(냄새)이 매워 (나를) 붙잡으니 나

는 어찌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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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 -

연 소재 이미지 내용

1 청산 사람의 현장과의 대칭으로서의 자연 자연에서 살 수밖에 없음

2 새 함께 비탄하는 유일한 벗 새와 함께 비탄함

3 새 자신의 분신 속세에의 미련 속세에의 미련으로 번민함

4 밤 절망적인 고독 고독으로 인하여 괴로워함

5 돌 운명 고독을 운명으로 생각함

6 바다 삶의 현장의 또 다른 대칭으로서의 자연 새로운 환경을 찾아 감

7 사슴 비애(悲哀)의 감정을 이완시킴 기적을 바라는 희망

8 강술 비애의 초극을 가능케 하는 매개체 술에서 구원을 찾음

형식 전 8연의 분장체 매 연 4구운율 3middot3middot2조 3음보어조 시름과 근심에 젖은 애조 띤 목소리성격 현실 도피적 애상적 평민 문학(해석에 따라서는 낙천적으로 보는 이도 있음)주제 현실에의 체념 생의 고독과 비애 삶의 고뇌와 비애 실연의 애상(哀傷) 삶의 터전을 잃은 유랑인의 슬픔 임을 잃은 여인의 처절한 삶과 임을 향한 그리움의의 고려 속요 중 서경별곡과 함께 비유성과 창작성이 뛰어나며 문학성 또한 빼어나다 고려인들의 삶의 애환을 반영한 작품으로서 고려인의 정서가 잘 나타나 있고 음악적 효과가 가장 뛰어난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다 사상적인 면에서는 극단적인 현실 도피 내지는 현실 부정의 면모를 보이고 있다표현 반복법 상징법구성 기(1연) - 승(234연) - 전(567연) - 결(8연)의 4단 구성

+각 연의 소재 이미지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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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별곡

서경(평양)이 서경이 서울이지마는

중수(重修)한 곳인(새로 닦은 곳) 소성경(서경)을

사랑합니다마는

임을 이별할 것이라면 차라리 길쌈하던 베를 버

리고서라도

사랑만 해주신다면 울면서 따라가겠습니다

구슬이 바위 위에 떨어진들

끈이야 끊어지겠습니까

(임과 헤어져) 천 년을 홀로 살아간들

사랑하는 임을 믿는 마음이야 끊기고 변할 리가

있겠습니까

대동강이 대동강이 넓은 줄을 몰라서

배를 내어 놓았느냐 사공아

네 아내가 놀아난 줄도 모르고

다니는 배에 몸을 실었느냐 사공아

대동강 건너편 꽃을

배를 타고 건너편에 들어가면 배를 타고 건너편

에 들어가면 꺾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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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별곡 가시리

차이점 적극적이고 활달한 고려 시대의 여성상인고와 순정을 미덕으로 간직하는

여성상

공통점 이별의 정한을 노래한 고려 가요이며 화자의 목소리가 여성적임

갈래 고려 가요

성격 진솔(眞率) 직선적 적극적

형식 3음보로 매연 끝에 후렴 분연체 3연 14절 (3middot3middot3조가 주류)

제재 임과의 이별

주제 이별의 정한 이별의 슬픔

표현 반복법 설의법 비유법을 통해 감정을 진솔하고 직설적 적극적으로 표현함

구성 여자가 떠나는 남자에게 말을 건네는 희곡적 구조로 전 3연으로 구성되어 있고 매 연은 4구로

되어 있으며 총 14연

특징 아즐가라는 의미 없는 말을 넣고 매구 끝에는 후렴구가 있음 조선시대에 남녀상열지사(男女相

悅之詞)라 비판받기도 했는데 그 이유는 배 타들면 것고리이다는 여인의 정조를 범한다는 의미로 유

교사회에서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 서경별곡과 가시리의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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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가 징이여 돌이여 지금에 계시옵니다

징이여 돌이여 지금에 계시옵니다

이 좋은 성대에 놀고 싶사옵니다

사각사각 가는 모래 벼랑에

사각사각 가는 모래 벼랑에

구운 밤 닷 되를 심으오이다

그 밤이 움이 돋아 싹이 나야만

그 밤이 움이 돋아 싹이 나야만

유덕하신 님 여의고 싶습니다

옥으로 연꽃을 새기옵니다

옥으로 연꽃을 새기옵니다

바위 위에 접을 붙이옵니다

그 꽃이 세 묶음 피어야만

그 꽃이 세 묶음 피어야만

유덕하신 님 여의고 싶습니다

무쇠로 철릭을 마름질해

무쇠로 철릭을 마름질해

철사로 주름 박습니다

그 옷이 다 헐어야만

그 옷이 다 헐어야만

유덕하신 님 여의고 싶습니다

무쇠로 황소를 만들어다가

무쇠로 황소를 만들어다가

쇠나무산에 놓습니다

그 소가 쇠풀을 먹어야

그 소가 쇠풀을 먹어야

유덕하신 님 여의고 싶습니다

구슬이 바위에 떨어진들

구슬이 바위에 떨어진들

끈이야 끊어지겠습니까

천 년을 외따로이 살아간들

천 년을 외따로이 살아간들

믿음이야 끊어지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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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래 고려 가요 고려 속요 장가(長歌) 전 6연 1연은 3구 2-6연은 6구 3음보

형식 전 6연의 분연체 1연은 3구 2~6연은 6구 3음보 3 3 4조

성격 서정적 민요적

구성 서사 - 본사 - 결사의 3단 구성

1연 기 태평성대를 갈구함

2연 -5연 서 불가능한 상황 설정으로 영원한 사랑을 갈구함

6연 결 임에 대한 끊임없는 사랑과 믿음

표현 반복법(운율을 형성하며 주제를 부각시키기 위해 사용)과장법 역설법 반어법을 사용하여 불가

능한 것을 가능으로 설정해 놓고 영원한 사랑을 역설적으로 노래했고 한 연에 똑같이 되풀이 되는 2구

가 있어 감정을 강조하고 있으며 소망형인 어미로 끝내면서 화자의 간절한 소망을 느끼게 하고 있다

제재 임에 대한 사랑

주제 임에 대한 영원한 사랑 임에의 영원한 연모의 정 태평 성대(太平聖代)의 기원)

의의 대부분의 고려 가요가 이별이나 애원 또는 향락의 정서를 읊고 있는 데 반해 영원한 사랑을 주

제로 하고 있는 것이 특색이다 불가능한 상황 설정을 통해 사랑의 절실함을 표현하고 있다

가시리

가시겠습니까 가시겠습니까

나를 버리고 가시겠습니까

나는 어찌 살라 하고 버리고 가시렵니까

붙잡아 둘 일이지마는 서운하면 아니 올까 두렵습니다

서러운 임을 보내옵나니

가자마자 곧 가시는 것처럼 돌아서서 오십시오

갈래 고려 속요 lsquo귀호곡(歸乎曲)rsquo 이라고도 함

형식 분절체 4연 각 2구의 분연체(分聯體)

성격 서정적 민요적

운율 외재율 3middot3middot2조 3음보

구성 4단 구성 기middot승middot전middot결

제재 임과의 이별

주제 이별의 정한(情恨)과 애이불비(哀而不悲)의 사랑

기 뜻밖의 이별에 대한 놀라움과 원망에 찬 하소연

승 하소연의 고조 또는 슬픔의 고조

전 감정의 절제와 체념

결 이별 후의 소망과 기원(주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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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동

덕은 뒤에 바치옵고 복은 앞에 바치오니

덕이며 복이라 하는 것을 진상하러 오십시오

정월 냇물은 아아 얼려 녹으려 하는데

세상에 태어나서 이 몸이여 홀로 살아가는구나

2월 보름에 아아높이 켜놓은 등불 같구나

만인을 비추실 모습이시도다

3월 지나며 핀 아아 늦봄의 진달래꽃이여

남이 부러워할 모습을 지니고 태어났구나

4월을 잊지 않고 아아 오는구나 꾀꼬리새여

무엇 때문에 녹사님은 옛날을 잊고계시는가

5월 5일(단오)에 아아 단옷날 아침 약은

천 년을 사실 약이기에 바치옵니다

6월 보름(유두일)에 아아 벼랑에 버린 빗같구나

돌아보실 임을 잠시나마 따르겠나이다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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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보름에 아아 여러 가지 제물을 벌여 놓고

임과 함께 살고자 소원을 비옵니다

8월 보름은 아아 한가윗날이지마는

임을 모시고 지내야만 오늘이 뜻 있는 한가윗날

입니다

9월 9일에 아아 약이라고 먹는

노란 국화꽃이 집 안에 피니 초가집이 고요하구

10월에 아아 잘게 썰은 보리수나무 같구나

꺾어 버리신 후에 지니실 한 분이 없으시도다

11월에 봉당 자리에 아아 홑적삼을 덮고 누워

임을 그리며 살아가는 나는 너무나 슬프구나

12월에 분지나무로 깎은 아아 소반 위의 젓가락

같구나

임의 앞에 들어 가지런히 놓으니 손님이 가져다

가 뭅니다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20 -

만전춘

얼음 위에 댓닢 자리를 보아

임과 나와 얼어죽을망정

얼음 위에 댓닢 자리를 보아

임과 나와 얼어죽을망정

정을 준 오늘 밤 더디 새어라 더디 새어라

잊히지 않고 늘 염려스러운 외로운 베갯머리에

어찌 잠이 오리오

서쪽 창문을 여니 복숭아꽃이 피어나는구나

복숭아꽃이 걱정 없이 봄바람에 웃는구나 봄바람

에 웃는구나

넋이라도 임과 한 곳에

함께 지내는 모습 그리더니

넋이라도 임과 한 곳에

함께 지내는 모습 그리더니

우기던 사람이 누구였습니까 누구였습니까

오리야 오리야

어린 비오리야

여울일랑 어디 두고

소에 자러 오는가

소 곧 얼면

여울도 좋습니다 여울도 좋습니다

남산에 자리 보아

옥산을 베고 누워

금수산 이불 안에

사향 각시를 안고 누워

남산에 자리 보아

옥산을 베고 누워

금수산 이불 안에

사향 각시를 안고 누워

약 든 가슴을 맞춥시다 맞춥시다

알아주소서 임이시여 영원히 이별할 줄 모르고

지냅시다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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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래 고려 속요성격 연가 남녀상열지사 향락적 퇴폐적형식 5연으로 이루어진 분연체로 결사를 포함하여 전 6연으로 보기도 함제재 남녀간의 사랑 또는 애정특징 남녀간의 애정을 가식 없이 진솔하고도 적나라 하게 표현했고 비유와 상징 반어와 역설 감각적인 언어로 감정의 표현이 진솔하여 문학성이 높은 편주제 변치 않는 사랑에 대한 소망 임과의 영원한 사랑 기원(임과의 사랑을 직설적으로 드러냄)의의 2연과 5연이 시조 형태에 근접하고 있어 시조의 기원을 찾는 자료로서 주목받음

1연 죽음보다 강한 사랑의 정열2연 임 생각에 밤을 지새우는 애처로움3연 사랑을 배신한 임에 대한 원망4연 무절제한 사랑을 하는 임에 대한 풍자5연 임에 대한 욕망과 상상6연 임과의 이별 없는 영원한 만남을 염원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22 -

【 가사

(

歌辭

)

상춘곡(賞春曲)

정 극 인

紅塵(홍진)에 뭇친 분네 이내 生涯(생애) 엇

더고

風流(풍류)

가天地間(천지간) 男子(남자) 몸이 날만 이

하건마

山林(산림)에 뭇쳐 이셔 至樂(지

락)을

것가

數間茅屋(수간모옥)을 碧溪水(벽계수)

앒픠

고 松竹(송죽) 鬱鬱裏(울울리)예 風月主人(풍

월 주인) 되어셔라

속세에 묻혀 사는 분들이여 이 나의 생활이 어떠한가

옛 사람들의 운치 있는 생활을 내가 따를까 못따를까

천지간 남자로 태어난 몸으로서 나만한 사람이 많건마

는 왜 그들은 자연에 묻혀사는 지극한 즐거움을 모르는

것인가

몇 간쯤 되는 초가집을 맑은 시냇물 앞에 지어 놓고소

나무와 대나무가 우거진 속에 자연의 주인이 되었구나

서사-자연에 묻혀 사는 즐거움

엇그제 겨을 지나 새봄이

돌아오니桃花杏花(도화행화)

夕陽裏(석양

리)예 퓌여 잇고綠楊芳草(녹양방초)

細(우

중)에 프르도다칼로

아 낸가붓으로 그려낸

가造化神功(조화신공)이 物物(물물)마다 헌

엊그제 겨울이 지나 새봄이 돌아오니 복숭아꽃과 살구

꽃은 저녁 햇빛 속에 피어 있고 푸른 버들과 아름다운

풀은 가랑비 속에 푸르도다 칼로 재단해 내었는가 붓

으로 그려 내었는가 조물주의 신비스러운 솜씨가 사물

마다 야단스럽구나

본사 1-봄의 아름다운 경치

수풀에 우

春氣(춘기)

내 계

워 소

마다 嬌態(교태)로다 物我一體

(물아일체)어니 興(흥)이

소냐 柴扉(시

비)예 거러 보고 亭子(정자)애 안자 보니 逍

遙吟詠(소요 음영)

야 山日(산일)이 寂寂(적

적)

閑中眞味(한중진미)

알 니 업시 호

재로다

수풀에 우는 새는 봄 기운을 끝내 못 이겨 소리마다 아

양을 떠는 모습이로다

자연과 내가 한 몸이거니 흥겨움이야 다르겠는가 사립

문 주변을 걷기도 하고 정자에 앉아 보기도 하니 천천

히 거닐며 나직이 시를 읊조려 산 속의 하루가 적적한

데 한가로움 속의 참된 즐거움을 아는 사람이 없이 혼

자로구나

본사 2-봄의흥취

이바 니웃드라山水(산수) 구경 가쟈스라 踏靑

(답청)으란 오

고 浴沂(욕기)란 來日(내

일)

새 아

에 採山(채산)

고 나조

釣水

(조수)

여보게 이웃 사람들이여 산수 구경을 가자꾸나 산책

은 오늘하고 냇물에서 목욕하는 것은 내일 하세 아침

에 산나물을 캐고 저녁에 낚시질을 하세

본사 3-산수 구경 권유

괴어 닉은 술을 葛巾(갈건)으

로 밧타 노코 곳나모 가지 것거 수 노코 먹

으리라 和風(화풍)이 건

부러 綠水(녹수)

건너오니 淸香(청향)은 잔에 지고 落紅(낙

홍)은 옷새 진다 樽中(준중)이 뷔엿거

려 알외어라 小童(소동) 아

려 酒家(주가)

에 술을 믈어얼운은 막대 집고아

술을 메고

微吟緩步(미음 완보)

야 시냇

의 호자 안자

明沙(명사) 조 믈에 잔 시어 부어 들고 淸流(청

류)

굽어보니

니 桃花(도화)ㅣ로다 武陵

(무릉)이 갓갑도다 져

거인고

이제 막 익은 술을 갈건으로 거러 놓고 꽃나무 가지를

꺾어 잔 수를 세면서 먹으리라 화창한 바람이 문득 불

어서 푸른 시냇물을 건너오니 맑은 향기는 술잔에 가

득하고 붉은 꽃잎은 옷에 떨어진다 술동이 안이 비었

으면 나더러 아뢰어라 조그만 아이를 시켜 술집에서

술을 사 가지고 어른은 지팡이를 짚고 아이는 술을 메

고 나직이 읊조리며 천천히 걸어 시냇가에 혼자 앉아

고운 모래가 비치는 맑은 물에 잔 씻어 술을 부어 들

고 맑은 시냇물을 굽어보니 떠내려오는 것이 복숭아꽃

이로다 무릉도원이 가까이 있구나 저 들이 바로 그것

인가

본사 4-술과 풍류

松間(송간) 細路(세로)에 杜鵑花(두견화)

부치 들

고峰頭(봉두)에 급피 올나 구름 소긔

안자 보니 千村萬落(천촌만락)이 곳곳이 버러 잇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23 -

煙霞日輝(연하일휘)

錦繡(금수)

엇그제 검은 들이 봄빗도 有餘(유여)

소나무 사이 좁은 길로 진달래꽃을 손에 들고

산봉우리에 급히 올라 구름 속에 앉아보니 수많은 촌

락들이 곳곳에 벌여 있네 안개와 놀과 빛나는 햇살은

아름다운 비단을 펼쳐 놓은 듯 엊그제까지도 거뭇거뭇

했던 들판이 이제 봄빛이 넘치는구나

본사 5-산봉우리에서의 조망

功名(공명)도 날

우고富貴(부귀)도 날

우니淸

風明月이(청풍명월) 外(외)예 엇던 벗이 잇

올고

簞瓢陋巷(단표누항)에 흣튼 혜음 아니

아모

타 百年行樂(백년행락)이 이만

엇지

공명과 부귀가 모두 나를 꺼리니 아름다운 자연 외에

어떤 벗이 있으리오 비록 가난하게 살고 있지만 잡스

러운 생각은 아니하네 아무튼 한평생 즐겁게 지내는

것이 이만하면 족하지 않겠는가

결사-안빈 낙도

면앙정가(俛仰亭歌)

송 순

无等山(무등산) 활기 뫼히 동다히로

버더 이셔 霽月峯(제월봉)이 되여거

無邊大野(무변대야)의 므

짐쟉

노라

닐곱 구

움쳐 무득무득 버럿

가온대 구

굼긔든 늘근 뇽이 선

머리

언쳐시니

무등산 한 줄기 산이 동쪽으로 뻗어 있어 멀리 떼

어 버리고 나와 제월봉이 되었거늘 끝없이 넓은

들판에 무슨 속셈을 가지고 일곱 구비가 한 곳에

움추리어 무더기 무더기 벌여 놓은 듯 가운데 구

비는 구멍에 든 늙은 용이 풋잠을 이제 막 깨어

머리를 얹어 놓고 있는 것 같으니

rarr서사 1 - 제월봉의 위치와 형세

바희 우

松竹(송죽)을 혜혀고

정자

언쳐시니

구름

靑鶴(청학)이 千里(천 리)를 가리라

래 버렷

넓고 평평한 바위 위에 소나무 대나무를 헤치고

정자를 앉혔으니 구름을 탄 푸른 학이 천 리를

가려고 두 날개를 벌리고 있는 듯하다

rarr서사2 - 면앙정의 모습

玉泉山(옥천산) 龍泉山(용천산)

린 믈이

亭子(정자) 압 너븐 들

兀兀(올올)히 펴진드시

든 기노라 프르거든 희디마나

雙龍(쌍룡)이 뒤트

긴 깁을

어드러로 가노라 므

얏바

즈로 흐르

옥천산용천산 흘러내리는 물이 정자 앞 넓은 들

에 끊임없이 펼쳐진 듯이 넓거든 길지나 말든가

푸르거든 희지나 말지 두 마리 용이 몸을 뒤틀고

있는 듯 긴 비단을 펼쳐 놓은 듯 어디로 가느라

고 무슨 일이 바빠서 달리는 듯 따라가는 듯 밤낮

으로 흘는 듯

rarr본사 1 - 시냇물의 모습

므조친 沙汀(사정)은 눈

치 펴

거든

어즈러온 기러기

므스거슬 어르노라

안즈락

리락 모드락 흣트락

蘆花(노화)를

이 두고 우로곰 좃니

물을 따라 있는 모래밭은 눈같이 하얗게 펼쳐져

있는데 어지럽게 나는 갈매기는 무엇을 어르느라

고 앉기도 하고 내려오기도 하고 모이기도 하고

흩어지기도 하고 갈대꽃을 사이에 두고 울면서 따

라다니는가

rarr본사 2 - 기러기의 교태

너븐 길 밧기오 긴 하

두르고

즌 거슨 뫼힌가 屛風(병풍)인가

그림가 아닌가

노픈

숨거니 뵈거니 가거니 머믈거니

어즈러온 가온

일홈

도 젓티 아녀 옷독이 셧

거시

秋月山(추월산) 머리 짓고 용구산 몽선산 불대산

어등산 용진산 금성산이 허공에 버러거든

遠近(원근) 蒼崖(창애)의 머믄 것도 하도 할샤

넒은 길 밖이요 긴 하늘 아래 두르고 꽂은 것은

산인가 병풍인가 그림인가 아닌가 높은 듯 낮은

듯 끊어지는 듯 이어지는 듯 숨기도 하고 보이기

도 하고 가기도 하고 머물기도 하고 어지러운 가

운데 유명한 척하여 하늘도 두려워 하지 않고 우

뚝하게 서있는 것이 추월산으로 머리를 만들고

용구산 몽선산 불대산 어등산 용진산 금성산이 공

중에 늘어서 있으니 멀고 가까운 푸른 절벽에 머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24 -

문 것도 많기도 하구나

rarr본사 3 - 산봉우리의 승경

흰구름 부흰 煙霞(연하) 프로니

山嵐(산람)이라

千巖萬壑(천암만학)을 제 집으로 삼아두고

나명셩 들명셩 일

ㅣ도 구

지고

오르거니

리거니 長空(장공)의

나거니

廣野(광야)로 건너거니

프르락 불그락 여트락 지트락

斜陽(사양)과 섯거디어 細雨(세우)조차

흰구름 뿌연 안개와 노을 푸른 것은 산 아지랑

이로구나 수많은 바위와 골짜기를 제 집으로 삼

고서 나가기도 하고 들어오기도 하면서 아양도 떠

는구나 올라가기도 하고 내려가기도 하고 먼 하

늘로 떠나기도 하고 넓은 들로 건너가기도 하고

푸르기도 하고 붉기도 하고 옅기도 하고 짙기도

하고 석양과 섞이어 가랑비조차 뿌리는구나

rarr본사 4 - 봄 풍경

藍輿(남여)

고 솔아

구븐 길노

오며 가며

적의

綠楊(녹양)의 우

黃鶯(황앵) 嬌態(교태) 겨워

고야

나모 새

지어 綠陰(녹음)이 얼린 적의

百尺欄干(백척난간)의 긴 조으름 내여 펴니

水面凉風(수면양풍)이야 긋칠 줄 모르

뚜껑없는 가마를 재촉하여 타고 소나무 아래 굽은

길로 오며 가며 하는 때에 푸른 버드나무에서

는 꾀꼬리는 온갖 교태를 부리고 있구나 나무 사

이가 우거져서 녹음이 엉긴 때에 긴 난간에 기대

어 길게 기지개를 켜니 물위에서 부는 시원한 바

람이 그칠 줄을 모르는구나

rarr 본사 5 - 여름 풍경

즌서리

딘 후의 산빗치 錦繡(금수)로다

黃雲(황운)은

엇지 萬頃(만경)의 펴겨디오

漁笛(어적)도 흥을 계워

롸 브니

된서리가 걷힌 후에 산 빛이 수놓은 비단 같구나

누렇게 익은 곡식은 또 어찌 넓은 들에 펼쳐져 있

는가 어부가 부는 피리도 흥을 못이겨 달을 따라

불고 있구나

rarr 본사 6 - 가을 풍경

草木(초목) 다 진 후의 江山이

몰커

造物(조물)리 헌

야 氷雪(빙설)로

며내니

瓊宮瑤臺(경궁요대)와 玉海銀山(옥해은산)이

眼底(안저)에 버러셰라

乾坤(건곤)도 가

열사 간 대마다 경이로다

초목이 다 떨어진 후에 강산이 눈 속에 묻혔거늘

조물주가 야단스러워 눈과 얼음으로 꾸며내니 경

궁요대(구슬로 꾸민 궁궐과 대)와 옥해은산(아름

다운 바다와 눈덮인 산) 같은 설경이 눈 아래 펼

쳐졌구나 하늘과 땅도 풍성하구나 가는 곳마다

아름다운 경치로다

rarr 본사7 - 겨울 풍경

人間(인간)을

나와도 내 몸이 겨를 업다

이것도 보려

고 져것도 드르려코

도 혀려

도 마즈려코

밤으란 언제 줍고 고기란 언제 낙고

柴扉(시비)란 뉘 다드며 딘 곳츠란 뉘 쓸려뇨

이 낫브거니 나조

라 슬

소냐

리 不足(부족)커니 來日(내일)이라

有餘(유여)

이 뫼

안자 보고 져 뫼

거러 보니

煩勞(번로)

릴 일이 아조 업다

쉴 사이 업거든 길히나 젼

리야

다만 靑藜杖(청려장)이 다 므듸어 가노

속세를 떠나왔어도 내 몸이 한가하지 않다 이것

도 보려고 하고 저것도 들으려 하고 바람도 쏘이

려 하고 달도 맞으려 하고 밤은 언제 줍고 고기는

언제 낚고 사립문은 누가 닫으며 떨어진 꽃은 누

가 쓸겠느냐 아침에도 아름다운 경치 구경하는

시간이 모자랄 지경인데 저녁이라고 싫겠는가 오

늘의 시간이 부족한데 내일이라고 여유가 있겠는

가 이 산에서 앉아보고 저 산에서 걸어보니 번거

로운 마음이지만 버릴 일이 아주 없다 쉴 사이가

없는데 사람들에게 길이나마 알려줄 수가 있겠는

가 다만 명아주 대로 만든 지팡이가 다 무디어

가는구나

rarr본사 8 - 자연애와 풍류 생활

술이 닉어가니 벗지라 업슬소냐

이며 혀이며 이아며

온가짓 소

로 醉興(취흥)을

야거니

근심이라 이시며 시

이라 브터시랴

누우락 안즈락 구브락 져츠락 울프락

노혜로 놀거니

天地(천지)도 넙고넙고 日月(일월)도 가

羲皇(희황) 모

러니 이적이야 긔로고야

神仙(신선)이 엇더턴지 이몸이야 긔로고야

술이 익어가니 벗이라고 없겠는가 노래를 부르게

하며 악기를 타고 켜게 하며 방울을 흔들며 온갖

소리로 술에 취한 흥을 재촉하니 근심이라 있겠으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25 -

며 시름이라고 붙어 있으랴 눕기도 하고 앉기도

하고 구부리기도 하고 뒤로 젖히기도 하고 읊기도

하고 휘파람을 불기도 하면서 마음놓고 놀기도

하니 천지도 넓고 넓으며 세월도 한가하다 중국

복희 황제의 태평성대를 내가 잘 몰랐더니 지금이

바로 그것이로구나 신선이 어떤 것인지 잘 몰랐

더니 내가 바로 신선이로구나

rarr본사9 - 취흥

江山風月(강산풍월) 거

리고 내 백년을 다누리면

岳陽樓(악양루) 샹의 李太白(이태백)이 사라 오다

浩蕩情懷(호탕 정회)야 이에서 더

소냐

이 몸이 이렁 굼도 亦君恩(역군은)이샷다

아름다운 대자연을 거느리고 내 한평생을 다 누리

면 조망이 좋기로 이름난 악양루 위의 이태백이

살아온다한들 넓고 큰 마음이야 이것보다 더 하겠

는가 이몸이 이렇게 지내는 것도 역시 임금님의

은혜이시도다

rarr결사 - 호탕한 정회와 군은

면앙정의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지은이가 41세 되던 해 벼슬을 그만두

고 향리인 전라남도 담양에 내려가 면앙정이라는

정자를 짓고 아름다운 자연을 벗삼아 사는 자신의 풍

류 생활을 노래한 것이다 면아정 주변의 경치4계절의

풍경 자신의 풍류 생활에 대한 멋과 흥취를 짜임새 있

게 그려낸 선경 후정의 작품이다

우리 江湖歌道(강호가도)의 전형을 확립한 작품으로

정극인의 상춘곡을 이어받아 송강의 성산별곡관동별곡

에 크게 영향을 끼쳤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결사 끝

부분의 lsquo亦君恩(역군은)이샷다rsquo와 같은 표현은 맹사성의

lsquo강호사시가rsquo에도 나타나는 것으로 자연속에서 지내는

즐거움과 연군 지정을 결합시킨 표현이라 할 수 있다

관동별곡

정 철

江강湖호애 病병이 깁퍼 竹

林님의 누엇더니 關관東

동 八팔百

里니에 方방面면을 맛디시니 어와 聖셩恩

은이야 가디록 罔망極극

다 延연秋츄門문 드리

慶경會회 南남門문

라보며 下하直직고 믈너나니 玉

옥節졀이 알

셧다

平평丘구驛역

라 黑흑水슈로 도라드니 蟾셤江

강은 어듸메오 雉티岳악이 여긔로다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의 병이 깊어 전라남도 창평에서

지내고 있었는데 800리나 되는 강원도 지방의 관찰사

소임을 맡기시니 아아 임금님의 은혜야말로 갈수록

끝이 없다 연추문으로 달려들어가 경회루의 남쪽문을

바라보며 임금님께 하직 인사를 하고 물러나니 옥절이

앞에 서 있다 양주(평구역)역에서 말을 갈아타고 여주

(흑수)로 돌아 들어가니 원주(섬강)는 어디인가 치악

산이 여기로구나

서사1-관찰사 배명과 부임의 여정

昭쇼陽양江강

린 믈이 어드러로 든단 말고 孤고臣신

去거國국에 白

髮발도 하도 할샤 東동州

밤 계오

새와 北븍寬관亭뎡의 올나

니 三삼角각山산 第뎨一일

峰봉이

마면 뵈리로다 弓궁王왕 大대闕궐 터희 烏오

鵲쟉이 지지괴니 千쳔古고 興흥亡망을 아

다 몰

다 淮회陽양 녜 일홈이 마초아

시고 汲급長

孺유

風풍彩

를 고텨 아니 볼 게이고

소양강 흘러내린 물이 어디로 흘러들어간단 말인가 외

로운 신하가 임금님 곁을 떠남에 있어서 나라에 대한

걱정이 많기도 하구나 철원(동주)에서 밤을 겨우 새운

후 북관정에 오르니(임금님이 계신 한양에 있는)삼각

산의 제일 높은 봉우리가 웬만하면 보일 것 같구나 옛

날 궁예왕이 살았던 대궐 터에 까마귀와 까치만 지저귀

고 있으니 먼 옛날의 흥망 성쇠를 까마귀와 까치 너희

들은 아느냐 모르느냐 회양이라는 이름이 옛날 중국의

지명인 회양과 마침 똑같구나(중국 회양 땅에서 선정

을 베푼)급장유의 모습을 이제 다시 (여기서)볼 수 있

지 않겠는가(급장유가 중국 회양땅에서 선정을 베푼

것처럼 정철 자신도 이곳 강원도 회양땅에서 선정을 베

풀겠다는 포부를 나타냄)

서사 2-관내 순력과 선정에 대한 포부

營영中듕이 無무事

고 時시節졀이 三삼月월인 제

花화川쳔 시내길히 楓풍岳악으로 버더 잇다 行

裝장

을 다

티고 石셕逕경의 막대 디퍼 百백川쳔洞동 겨

두고 萬만瀑폭洞동 드러가니 銀은

무지게 玉

龍룡의 초리 섯돌며

十십里리의

자시니 들을 제

우레러니 보니

눈이로다

감영(지금의 도청)안에 아무 일이 없고 시절이 마침 삼

월인 때에 화천 시냇길이 금강산으로 뻗어 있다 행장

을 다 떨쳐 버리고 돌길에 지팡이를 짚어 백천동 곁을

지나 만폭동으로 들어가니 은같은 무지개 옥 같은 용

의 꼬리처럼 생긴 폭포가 섞어 돌며 뿜는 소리가 십 리

에 깔려 있으니 멀리서 들을 때는 우렛소리더니 가까

이 가서 보니 눈(雪)이 날리는 것 같구나

본사1-만폭동 폭포의 장관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26 -

金금剛강臺

우層층의 仙션鶴학이 삿기 치니 春츈

風풍 玉옥笛

聲셩의 첫

돗던디 縞호衣의玄현裳

샹이 半반空공의 소소

니 西셔湖호

主쥬人인을

반겨셔 넘노

금강대 맨 꼭대기에 사는 선학이 새끼를 치니 봄바람

옥피리 소리에 첫 잠을 깨었던지 흰 저고리 검은 치마

로 단장한 학이(학의 날개 묘사) 공중에 솟아 뜨니 옛

날 중국 서호에서 학과 더불어 노닐던 임포를 반겨 맞

는 것 같구나(정철 자신을 임포처럼 생각함)

본사2-금강대 위의 선학

小쇼香향爐노 大대香향爐노 눈 아래 구버보고 正졍陽

양寺

眞진歇헐臺

고텨 올나 안

마리 廬녀山산 眞

진面면目목이 여긔야 다 뵈

다 어와 造조化화翁옹이

토 헌

거든

디 마나 셧거든 솟디 마나

芙부蓉용을 고잣

玉옥을 믓것

東동溟명

을 박

北북極극을 괴왓

놉흘시고 望망高

고臺

외로올샤 穴혈望망峰봉이 하

의 추미러 므

일을

로리라 千쳔萬만劫겁 디나

록 구필 줄 모

다 어와 너여이고 너

향로처럼 생긴 크고 작은 봉우리를 눈아래 굽어보고 나

서 정양사를 지나 진헐대에 다시 올라 앉으니 금강산

의 참모습이 여기서야 다 보이는구나 아아 조물주가

야단스럽기도 야단스럽구나(산봉우리들이)날아가려거

든 뛰지나 말든가 서있으려거든 (위로)솟지나 말든가

할일이지 연꽃을 꽂아 놓은 것 같기도 하고흰 옥을

묶어 놓은 것 같기도 하고 북극성을 떠받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높구나 망고대 외롭구나 혈망봉이 하늘

에 치밀어서 무슨 일을 아뢰려고 오랜 세월이 지나도록

굽힐 줄을 모르느냐 아아 너로구나 너같은 충신이

또 있을까(진헐대에서 바라본 많은 산봉우리들이 굳굳

한 모습으로 서있는 것을 보고 충신의 지조와 절개를

연상하여 표현한 구절)

본사 3-진헐대에서의 조망

心심臺

고텨 올나 衆듕香향城셩

라보며 萬만

二이千쳔峰봉을 歷녁歷녁히 혀여

니 峰봉마다

쳐 잇

고 긋마다 서린 긔운

거든 조티마나 조커든

디 마

나 뎌 긔운 흐터 내야 人인傑걸을

고쟈 形형容용

도 그지업고 체체勢셰도 하도 할샤 天텬地디 삼기실

제 自

然연이 되연마

이제 와 보게 되니 有유情정

도 有유情정

개심대를 다시 올라가서 중향성을 바라보며 금강산 만

이천 봉우리를 똑똑히 헤아려 보니 산봉우리마다 정기

가 맺혀 있고 봉우리 끝마다 서린 기운(정기) (산의

정기가)맑거든 깨끗하지나 말든가 깨끗하거든 맑지나

말 것이지(산의 정기가 맑고도 깨끗하다는 의미) 저

기운을 흩어 내어 뛰어난 인물을 만들고 싶구나 산봉

우리의 생긴 모양이 끝이 없이 다양하고 자세도 많기도

하구나 천지가 생겨날 때 자연히 된 줄 알았더니 이제

와서 보니까 조물주의 뜻이 분명히 있구나

본사 4-개심대에서의 조망

毗비盧로峰봉 上샹上샹頭두의 올라 보니 긔 뉘신고

東동山산 泰태山산이 어

야 놉돗던고 魯노國국 조븐

줄도 우리

거든 넙거나 넙은 天텬下하 엇

닷 말고 어와 뎌 디위

어이

면 알 거이고 오

디 못

거니

려가미 고이

비로봉 맨 꼭대기에 올라본 사람이 그 누구인가

동산과 태산이 그 얼마나 높던가 노나라가 작다는 것

도 우리는 모르겠는데 넓고도 넓은 천하를 어떻게 해서

작다고 공자께서는 말씀하신단 말인가 아아 저 공자

의 경지를 어떻게 하면 알 것인가 올라가지 못하는데

내려가는 것이 이상하랴

본사 5-비로봉을 본 감회

圓원通통골

길로 獅

峰봉을

자가니 그 알

너러바회 化화龍룡쇠 되여셰라 千쳔年년 老노龍룡

이 구

서려 이셔 晝듀夜야의 흘녀 내여 滄창海

해예 니어시니 風풍雲운을 언제 어더 三삼日일雨우

디련

다 陰음崖애예 이온 플을 다 살와 내여

원통골 가느다란 길로 사자봉을 찾아가니 그 앞에 넓고

평평한 바위가 화룡소가 되었구나 마치 천 년이나 묵

은 늙은 용(정철 자신을 지칭함)이 굽이굽이 서려 있어

서 밤낮으로 물을 흘려 내어 푸른 바다에 이어졌으니

용(작자 자신)아 너는 언제 풍운(선정의 기회)을 얻어

서 임금님의 은총을 백성들에게 내리려느냐 굶주리고

헐벗은 백성들을 다 살려 내려무나

본사 6-화룡소에서의 감회

磨마訶하衍연 妙묘吉길祥샹 雁안門문재 너머 디여 외

나모

리 佛블頂뎡臺

올라

니 千쳔尋심絶졀

壁벽을 半반空공애 셰여 두고 銀은河하水슈 한 구

촌촌이 버혀 내여 실

티 플텨이셔 뵈

티 거러시니

圖도經경 열 두 구

내 보매

여러히라 李니謫

션 이제 이셔 고텨 의논

게 되면 廬녀山산이 여긔도

곤 낫단 말 못

려니

마하연 묘길상을 구경하고 안문재를 넘어 내려가 외

나무 썩은 다리를 건너 불정대에 오르니 천길이나 되는

낭떠러지를 공중에 세워 놓고 은하수 한 굽이를 마디

마디 베어 내어 실같이 풀어 가지고 베처럼 걸었으니

도경(금강산 12폭포를 그림으로 그려놓은 그림책)에는

폭포가 열두굽이로 되어 있지만 내가 보기에는 그보다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27 -

더 많아 보인다 이태백이 지금 살아 있어서 다시(금강

산 12폭포와 중국의 여산폭포를 비교) 논의하게 된다

면 여산 폭포가 여기보다 더 낫다는 말은 못 할 것이

본사 7-십이 폭포의 장관

山산中듕을

양 보랴 東동海해로 가쟈

라 籃남輿여

緩완步보

야 山산映영樓누의 올나

니 玲녕瓏농 碧벽

溪계와 數수聲셩啼뎨鳥됴

離니別별을 怨원

旌졍旗긔를

티니 五오色

이 넘노

鼓고角각을

섯부니 海해雲운이 다것

鳴명沙사길 니근

이 醉

仙션을 빗기 시러 바다

두고 海

棠당花화로 드러가니 白

鷗구야

마라 네 버딘 줄 엇디 아

산중의 경치만 노상 보겠는가 동해로 가자꾸나 남녀

(뚜껑없는 가마)를 타고 천천히 걸어서 산영루(정자이

름)에 오르니 영롱하게 반짝이는 시냇물과 갖가지 소

리로 우는 새는 나와의 이별을 싫어하는 듯 여러 가지

깃발을 휘날리니 오색(빨강파랑검정노랑흰색등의

깃발)이 넘나들며 노는 듯 북과 피리를 섞어 부니 바

다의 구름이 다 걷히는 듯하다 모래밭 길에 익숙한 말

이 도취한 신선을 비스듬히 태우고 해변을 따라 해당

화가 피어 있는 곳으로 들어가니 백구야 날아가지 마

라 내가 네 친구일수도 있지 않느냐

본사 8-동해로 가는 감회

金금闌난窟굴 도라드러 叢총石셕亭뎡 올라

니 白

옥樓누 남은 기동 다만 네히 셔 잇고야 工공슈의 셩녕

인가 鬼귀斧부로 다

가 구

야 六뉵面면은 므어슬

象샹톳던고

금난굴을 돌아들어서 총석정에 오르니 바다 가운데에

돌기둥 네 개가 백옥루의 남은 기둥처럼 서 있구나 저

네 개의 돌기둥은 공수(중국 고대의 명공)가 만든 것인

가 귀신의 도끼로 다듬었는가 구태여 그 돌기둥이 여

섯 모가 난 것은 무엇을 본뜬 것인가

본사 9-총석정의 장관

高고城셩을란 뎌만 두고 三삼日일浦포

자가니 丹

단書셔

宛완然연

되 四

仙션은 어

가니 예 사흘

머믄 後후의 어

머믈고 仙션遊유潭담 永영郎

냥湖호 거긔나 가 잇

가 淸

澗간亭뎡 萬만景경臺

몃 고

안돗던고

고성을 저만큼 두고 삼일포를 찾아가니 영랑의 무리

(신라 때 네 명의 화랑 곧 사선)가 남쪽으로 갔다는

글씨는 뚜렷한데 사선은 어디 갔는가 여기서 사흘을

머문 후에 어디 가서 또 머물렀을까 선유담 영랑호

거기나 가 있는가 청간정 만경대 몇 곳에 앉았던가

본사 10-삼일포에서의 회고

梨니花화

셔 디고 졉동새 슬피 울 제 洛낙山산東

동畔반으로 義의相샹臺

예 올라 안자 日일出츌을 보

리라 밤듕만 니러

니 祥샹雲운이 집

동 六뉵龍뇽

이 바퇴

동 바다

날 제

萬만國국이 일위더니

天텬中듕의 티

니 毫호髮발을 혜리로다 아마도 녈구

름 근쳐의 머믈셰라 詩시仙션은 어

가고 咳

唾타만

나맛

니 天텬地디間간 壯장 긔별

셔히도

셔이

배꽃은 벌써 떨어지고 접동새가 슬피 울 때에 낙산의

동쪽 언덕에 있는 의상대에 올라앉아 해 뜨는 것을 보

려고 한 밤중에 일어나니 상서로운 구름이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듯 여섯 마리의 용이 떠받치고 있는 듯

해가 바다에서 떠날 때는 온 세상이 흔들리는 것 같더

니 하늘로 치솟아 오르니 가느다란 터럭을 셀 수 있을

정도로 밝구나 혹시나 지나가는 구름(간신을 비유함)

이 햇빛을 가릴까 두렵다 이백은 어디 가곡 그가 남긴

유명한 말(咳唾(해타)-이백은 lsquo등금릉봉황대rsquo라는 시에

서 간신이 임금의 총명을 흐리게 하는 것을 구름이 해

를 가리는 것에 비유했음)만 남아 있는가 천지간에 굉

장한 소식(사연)이 그의 시에 자세히도 표현되어 있구

본사 11-의상대에서의 일출의 장관

斜샤陽양 峴현山산의 척

을 므니

와 羽우蓋개芝

지輪륜이 鏡경浦포로

려가니 十십里리 氷빙紈환을

다리고 고텨 다려 長

松숑 울흔 소개 슬

장 펴뎌시

니 믈결도 자도 잘샤 모래

혜리로다 孤고舟쥬 解

纜람

야 亭뎡子

올나가니 江강門문橋교 너믄

大대洋양이 거긔로다 從

容용댜 이 氣긔像샹

闊활遠원댜 뎌 境경界계 이도곤

어듸 잇

닷 말고 紅홍粧장 古고事

리로다

江강陵능 大대都도護호風풍俗쇽이 됴흘시고 節졀孝효

旌졍門문이 골골이 버러시니 比비屋옥可가封봉이 이제

도 잇다

저녁 햇살이 비치는 현산의 철쭉꽃을 잇달아 밟으면서

신선을 태운 수레가 경포로 내려가니 십 리나 되는 비

단을 (다리미로)다리고 다시 다린 것처럼 맑고 깨끗한

수면이 큰 소나무가 둘러싼 속에 실컷 펼쳐져 있으니

물결도 잔잔하기도 잔잔하구나 모래를 셀 수 있을 것

같도다 배 한 척을 띄워 호수를 건너가서 정자 위에

올라가니 강문교 바로 너머에 넓은 바다가 거기로구

나 조용하구나 이 기상 넓고 멀구나 저 경계(수평

선) 여기보다 더 (경치가) 잘 갖추어진 곳이 또 어디

있단 말인가 박신과 흥장의 옛일을 야단스럽다고 할

것이로다 강릉 대도호부의 풍속이 좋기도 하구나 충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28 -

신 효자 열녀 등을 표창하는 문이 고을마다 널려 있

으니 요순 시대처럼 집집마다 벼슬을 봉할 만하다는

것이 지금도 있다 할 것이로다

본사 12-경포의 장관과 강릉의 미풍 양속

眞진珠쥬館관 竹

西셔樓루 五오十십川쳔

린 믈이 太

태白

山산 그림재

東동海

로 다마 가니

하리 漢

한江강의 木목覓멱의 다히고져 王왕程뎡이 有유限

고 風풍景경이 못 슬

니 幽유懷회도 하도 할샤 客

愁수도 둘 듸 업다 仙션사

워 내여 斗두牛우로 向

살가 仙션人인을

려 丹단穴혈의 머므살가

진주관 죽서루 아래 오십천에 흘러내리는 물이 태백산

그림자를 동해로 담아가지고 흘러가니 차라리 저 물을

임금님이 계신 서울 남산에 닿게 하고 싶다 관원의 여

정에는 기한이 있고 풍경은 싫증이 나지 않으니 그윽

한 회포도 많기도 많구나 나그네의 시름도 둘 곳이 없

다 신선이 탄다는 뗏목을 띄워서 북두성과 견우성으로

향할까 사선을 찾으러 단혈에 머무를까

본사 13-죽서루에서의 객수

天텬根근을 못내 보와 望망洋양亭뎡의 올은말이 바다

밧근 하

이니 하

밧근 므서신고

득 노 고래 뉘

라셔 놀내관

블거니

거니 어즈러이 구

디고 銀

은山산을 것거 내여 六뉵合합의

五오月월

天텬의 白

雪셜은 므

일고

하늘의 끝을 끝내 못 보아 망양정에 오르니 바다 밖은

하늘인데 하늘 밖은 무엇인가 가뜩이나 노한 고래를

누가 놀리게 하기에 불기도 하고 뿜기도 하면서 어지럽

게 구는 것인가 은으로 된 산을 꺾어 내어 온 세상에

흩어 내리는 듯 오월의 아득한 하늘에 흰 눈이 무슨 일

인가

본사 14-망양정에서의 조망

져근덧 밤이 드러 風풍浪낭이 定뎡

扶부桑상 咫

지尺

의 明명月월을 기

리니 瑞셔光광 千쳔丈

고야 珠쥬簾렴을 고텨 것고 玉옥階계

다시 쓸며 啓계明명星셩 돗도록 곳초 안자

라보니

蓮년花화 가지

뉘라셔 보내신고 일이 됴흔

世세界계

대되 다 뵈고져

流뉴霞하酒쥬

득 부어

려 무론 말이 英영雄웅은

가며 四

仙션은 긔 뉘러니 아

나 맛나 보아

긔별 뭇쟈

니 仙션山산 東동海

예 갈 길히 머도

멀샤

잠깐 사이에 밤이 되어 풍랑이 가라앉거늘 해와 달이

뜬다는 부상 가까운 거리에서 밝은 달을 기다리니 천

길이나 뻗친 상서로운 달빛이 보이는 듯하다가 숨는구

나 구슬로 만든 밭을 걷어 올리고 돌층계를 다시 쓸며

샛별이 돋을 때까지 꼿꼿이 앉아 바라보니 흰 연꽃 한

송이를 누가 보내셨는가 이렇게 좋은 세계를 남에게

다 보이고 싶구나 신선주를 가득 부어 들고 달에게 묻

기를ldquo영운은 어디 갔으며 사선 그들은 그 누구이더

냐rdquo 아무나 만나 보아 옛 소식을 물으려 하니 삼신산

이 있다는 동해에 갈 길이 멀기도 멀구나

결사 1-동해의 달맞이

松숑根근을 볘여 누어 픗

을 얼픗 드니

애 사

이 날

려 닐온 말이그

내 모

랴 上샹界계예 眞

진仙션이라 黃황庭뎡經경一일字

엇디 그

닐거

두고 人인間간의 내려와셔 우리

다 져근덧

가디 마오 이 술 잔 머거 보오 北북斗두星셩 기우

려 滄챵海

水슈 부어 내여 저 먹고 날 머겨

서너

잔 거후로니 和화風풍이 習습習습

야 兩냥腋

을 추

혀 드니 九구萬만里리 長

空공애 져기면

리로다 이

술 가져다가 四

예 고로

화 億억萬만 蒼창生

을 다 醉

근 後후의 그제야 고텨 맛나

고야 말 디쟈 鶴학을

고 九구空공의 올나가니

空공中듕 玉옥蕭쇼 소

어제런가 그제런가

나도

여 바다

구버보니 기

거니

인들 엇디 알리 明명月월이 千천山산萬만落낙의 아니

비쵠

업다

소나무 뿌리를 베고 누워서 선잠을 얼핏드니

꿈에 한 사람이 나더러 이르기를 ldquo그대(송강)를 내가

모르랴 그대는 하늘 나라의 진짜 신선이라 황정경의

한 글자를 어찌하여 잘못 읽어 가지고 속세로 귀양와서

우리를 따르는가 잠깐 동안 가지 말고 이 술 한잔 먹

어 보오rdquo 북두칠성을 국자 삼아 푸른 바닷물을 잔에

부어 저도 먹고 나도 먹이거늘 서너잔을 기울이니 화

창한 바람이 산들산들 불어 양쪽 겨드랑이를 추켜드니

구만리나 되는 먼 하늘에 웬만하면 날 것 같구나

ldquo이 술을 가져다가 온 세상에 골고루 나누어 모든 백성

들을 다 취하게 만든 후에 그 때에야 다시 만나 또 한

잔 하자꾸나lsquo

그 말이 끝나자 신선(꿈에 한 사람)은 학을 타고 하늘

로 올라가니 공중에서 들려오는 옥피리 소리가 어제던

가 그제던가 싶게 어렴풋하구나 나도 잠을 깨어 바다

를 굽어보니 그 깊이를 모르는데 끝이야 더욱 어떻게

알겠는가 밝은 달이 온 세상에 아니 비친 곳이 없다

결사 2-꿈속의 선연

lt송강가사(松江歌辭) 이선본(李選本gt

지은이가 45세 되던 선조 13년(1580)에 강원도 관찰사

에 배임(拜任)되어 부임하는 과정과 원주에 부임한 후

틈을 내어 관동 팔경을 비롯한 강원도 내의 명승지를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29 -

두루 유람하며그 승경(勝景)과 인정 풍속을 비롯해서

연군(戀君)애민의 정(情) 및 선연(仙緣)을 노래한 기행

가사의 대표적인 작품이다 멀게는 고려 충숙왕 때 안

축이 지은 경기체가 형식의 [관동별곡]과 가깝게는 명

종때 백광홍이 지은 [관서별곡] 송순의 [면앙정가]의

영향을 받은 작품으로 표현이 명쾌화려하고 탄력이 넘

치며 활달하고 낭만적이어서 지은이의 호탕한 기상이

잘 나타나 있다

총 295구로 이루어진 장편 기행 가사로 서사(처음~급

당유 풍 고텨 아니 볼 게이고) 본사(영둥이 무고~오월 댱텬의 셜은 므일고) 결사(져근덧 밤이

드러~아니 비쵠 업다)로 구성되어 있다

산에서 바다로 이어지는 여정은 그 각각의 이미지를 매

개로 하여 인간의 두 가지 존재 양식 사이에서 갈등하

는 작가의 모습을 보여 준다 산에서 본 경치는 백색의

이미지로서 고결한 위정자로서의 풍모를 드러내고 있으

며 바다에서는 인간 본연의 영원한 세계를 갈구하는

자유 분방한 정신을 표출하고 있다

다양한 어휘와 적절한 수사법을 능란하게 구사함으로

써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한층 높은 경지로 끌어 올린

작품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사미인곡(思美人曲)

송강 정 철

이 몸 삼기실 제 님을 조차 삼기시니 緣分(연분)이며 하 모 일이런가 나 나 졈어 잇

고 님 나 날 괴시니 이 음 이 랑 견졸 노여 업다

이 몸이 태어날 때에 임을 따라서 태어나니 한평생의

연분이며 하늘이 모를 일이던가내가 오직 젊어 있고

임은 오직 나를 사랑하시니 이 마음과 이 사랑을 비교

할 곳이 전혀 없다

서사 1-임과의 인연

平生(평)애 願(원) 요 녜자 얏더니

늙기야 므 일로 외오 두고 글이고 엇그제 님

을 뫼셔 廣寒殿(광한뎐)의 올낫더니그더 엇디

야 下界(하계)예 랴오니 올 적의 비슨 머리 얼

킈연디 三年(삼년)이라 臙脂粉(연지분) 잇마 눌 위여 고이고 음의 친 실음 疊疊(텹텹)

이 혀 이셔 짓니 한숨이오 디니 눈믈이라

人生(인)은 有限(유) 시도 그지업다

평생에 원하기를 임과 함께 살아가고자 했는데 늙어서

야 무슨일로 외따로 두고 그리워하는가 엊그제 임을

모시고 광한전에 올라 있었는데 그 사이에 어찌하여 이

하계에 내려왔느냐 임을 떠나 올 적에 빗은 머리가 헝

클어진 지삼 년일세 연지와 분이 있지마는 누구를 위

해서 예쁘게 화장할 것인가 마음에 맺힌 시름이 겹겹

이 쌓여 있어서 짓는 것이 한수밍요 떨어뜨리는 것이

눈물이라 인생은 한이 있는데 시름은 끝이 없다

서사 2-임에 대한 그리움

無心(무심) 歲月(셰월)은 믈 흐 고야 炎

凉(염냥)이 아라 가 고텨 오니 듯거니

보거니 늣길일도 하도 할샤

아무 생각이 없는 세월은 물 흐르듯 빨리 지나가는구

나 더위와 추위가 때를 알아서 가자마자 다시 오니 듣

고 보는 가운데서 느낄일이 많기도 많구나

서사 3-세월의 무상함

東風(동풍)이 건듯 부러 積雪(젹셜)을 헤텨내니 窓

(창) 밧긔 심근 梅花(화) 두세 가지 픠여셰라 득 冷淡(담) 暗香(암향)은 므 일고 黃昏

(황혼)의 이 조차 벼 마 빗최니 늣기 반기 님이신가 아니신가

뎌 梅花(화) 것거 내여 님 겨신 보내오져 님

이 너 보고 엇더타 너기실고

봄바람이 문득 불어서 쌓인 눈을 헤쳐내니 창밖에 심은

매화가 두세 가지 피었구나 가뜩이나 쌀쌀하고 담담한

데 그윽하게 풍기는 향기는 또 무슨 일인가 황혼에 달

이 따라와 배갯머리에 비치니흐느껴 우는 듯 반기는

듯하니 임이신가 아니신가 저 매화를 꺾어 내어 임 계

신 곳에 보내고 싶다 그러면 임이 너 (매화)를 보고

어떻다고 생각하실까

본사 1-춘원(春怨)

디고 새 닙 나니 綠陰(녹음)이 렷 羅幃

(나위) 寂寞(젹막)고 繡幕(슈막)이 뷔여 잇다 芙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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蓉(부용)을 거더 노코 孔雀(공쟉)을 둘러 두니 득 시 한 날은 엇디 기돗던고鴛鴦錦(원앙금)

버혀 노코 五色線(오션) 플텨 내여 금자 견화

이셔 님의 옷 지어 내니 手品(슈품)은니와 制度

(졔도)도 시고 珊瑚樹(산호슈) 지게 우 白玉函(옥함)의 다마 두고 님의게 보내오려 님 겨신

라보니 山(산)인가 구롬인가 머흐도 머흘시

고 千里 萬里(쳔리 만리)길흘 뉘라셔 자갈고니

거든 여러 두고 날인가 반기실가

꽃이 지고 새 잎이 피어나니 녹음이 우거졌는데 비단

포장이 적막하고 수놓은 장막이 텅 비어 쓸쓸하다 연

꽃을 수놓은 비단 휘장을 걷어 놓고 공작을 수놓은 병

풍을 둘러 치니 가뜩이나 시름이 많은데 날은 어찌 그

리 길던가 원앙새 수놓은 비단을 베어 놓고 오색실을

풀어 내어 좋은 자로 재어서 임의 옷을 지어내니 솜씨

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격식도 갖추었구나 백옥으로

만든 함에 담아 산호로 만든 지게 위에 얹어 놓고 임에

게 보내려고 임 계신 곳을 바라보니 산인지 구름인지

험하기도 험하구나 천만 리나 되는 먼 길을 누가 찾아

갈 것인가 가면은 함을 열어 놓고 나를 본것처럼 반가

워하실까

본사2-하원(夏怨)

밤 서리김의 기겍러기 우러 녤 제 危樓(위루)

에 혼자 올라 水晶簾(슈졍념) 거든말이 東山(산)의

이 나고 北極(븍극)의 별이 뵈니 님이신가 반기

니 눈믈이 절로 난다 淸光(쳥광)을 쥐여 내여 鳳

凰樓(봉황누)의 븟티고져 樓(누) 우 거러 두고

八荒(팔황)의 다 비최여 深山窮谷(심산궁곡) 졈낫

티 그쇼셔

하룻밤 서리가 내린 무렵에 기러기가 울며 지나갈 때

높은 누각에 혼자 올라가 수정으로 만든 밭을 걷으니

동산에 달이 떠오르고 북극성이 보이므로 임이신가 하

여 반가워하니 눈물이 절로 난다 밝은 달을 잡아 내어

임 계신 곳에 보내고 싶구나 임께서 그 달을 누각 위

에 걸어 노고 온 세상을 다 비추어 깊은 산 골짜기 까

지도 대낮같이 밝게 하소서(밝은 정치를 베푸소서)

본사 3-추원(秋怨)

乾坤(건곤)이 閉塞(폐)야 白雪(셜)이 빗친

제 사은니와 새도 긋쳐 잇다 瀟湘南畔(쇼

샹남반)도 치오미 이러커든 玉樓高處(옥누고쳐)야

더욱 닐러 므리陽春(양츈)을 부쳐 내여 님 겨

신 쏘이고져茅簷(모쳠) 비쵠 玉樓(옥누)의

올리고져 紅裳

(홍샹)을 니믜 고 翠袖(슈) 半(반)만 거더

日暮脩竹(일모슈듁)의 혬가림도 하도 할샤 댜 수이 디여 긴 밤을 고초 안자 靑燈

(쳥등) 거른 겻 鈿箜葔(뎐공후)노하 두고 의나

님을 보려 밧고 비겨시니 鴦衾(앙금)도 도

샤 이 밤은 언제 샐고

하늘과 땅이 꽉막힌 것처럼 흰 눈으로 온통 덮여 있으

니 사람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날아디는 새도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다 소상강 남쪽 지방같이 따뜻한 이 곳

도 추위가 이러한데 하물며 임계신 북쪽 지방이야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따뜻한 봄볕을 부쳐 내어 임 계신

곳에 쏘이고 싶다 초가집 처마에 비친 해를 임계신 곳

에 올리고 싶다 붉은 치마를 여미어 입고 푸른 소매를

반쯤 걷어 해질 무렵 대나무에 의지하여 여러 가지 생

각이 많기도 하구나 짧은 겨울해가 이내 넘어가니 긴

밤을 꼿꼿이 앉아서 청사초롱을 걸어 둔 곁에 자개 입

힌 공후를 놓아 두고 꿈에나 임을 만나 보려고 턱을

받치고 기대어 있으니 원앙금침이 차갑기도 하구나 이

밤은 언제 샐것인가

본사 4-동원(冬怨)

도 열두 도 셜흔 날 져근덧 각마

라 이 시 닛쟈 니 의 쳐 이셔 骨髓(골

슈)의 텨시니 扁鵲(편쟉)이 열히 오나 이 병을

엇디리 어와 내 병이야 이 님의 타시로다 하

리 싀어디여 범나븨 되오리라 곳나모 가지마다 간

죡죡 안니다가 향 므든 애로 님의 오 올므

리라 님이야 날인 줄 모셔도 내 님 조려 노

하루도 열두 때 한 달도 서른 날 잠시 라도 생각을

말아 가지고 이 시름을 잊으려 해도 마음 속에 맺혀

있어서 뼛속까지 사무쳤으니 편작 같은 명의가 열명이

온다 한들 이 병을 어찌할 것인가

아아 내 병이여 이 병을 어찌할 것인가

아아 내 병이여 이 임의 탓이로다 차라리 죽엇 호랑

나비가 되리라 꽃나무 가지에 가는 곳마다 앉으며 돌

아다니다가 향기 묻은 날개로 임의 옷에 앉으리라 임

께서 나인 줄을 모르신다 해도 나는 끝까지 임을 따르

려 하노라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31 -

결사 -임을 향한 변함 없는 마음

lt성주본 송강가사gt

작품의 감상

작자가 50세 되던 해에 반대 정파의 탄핵을 받고 전남

창평으로 물러나 우거(寓居)하면서 임금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여인이 사랑하는 사람을 그리는 심정에 의탁하

여 부른 노래이다 이 작품의 제목인 〈사미인곡(思美

人曲)〉은 중국 굴원이 지은 〈이소(離騷)〉의 제 9편

에 나오는 lsquo사미인(思美人)rsquo이라는 편명에서 따온 것으

로 보이며 그 작품 역시 충군(忠君)의 내용을 담고 있

어 내용 또한 그 영향을 받은 것으로 짐작된다

또 임금을 임으로 설정하여 노래한 것은 고려 속요인

〈정과정〉과 맥을 같이하고 있으며 임에 대한 헌신적

사랑의 표현은 〈가시리〉〈동등〉등과 접맥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작품은〈속미인곡〉과 더불어 가사 문학의 극치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일찍이 서포 김만중은 〈사미인

곡〉 〈속미인곡〉 〈관동별곡〉을 가리켜 lsquo좌해진문

장 지차삼편(左海眞文章 只此三篇우리 나라의 참된 문

장은 오직 이 세 편뿐이다)rsquo라고 하였다 이 노래는

서사 본사 결사 세 부분으로 되어 있는데 본사는 다

시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나뉘어 있다

속미인곡(續美人曲)

송강 정 철

뎨 가 뎌 각시 본듯도 뎌이고

天上(텬상) 白玉京(옥경)을 엇디야 離別(니별)고

다 뎌 져믄 날의 눌을 보라 가시고

저기가는 저 젊은 여인 본 듯도 하구나 임금님이 계

시는 서울을 어찌하여 이별하고 해가 다 져서 저무는

날에 누구를 보러 가시는 고

rarr서사1 - 서울을 떠나온 이유(갑녀의 질문)

어와 네여이고 내 셜 드러보오

내 얼굴 이 거동이 님 괴얌즉 냐마

엇딘디 날 보시고 네로다 녀기실나도 님을 미더 군디 전혀 업서

이야 교야 어러이 구돗디

반기시 비치 녜와 엇디 신고

누어 각고 니러 안자 혜어니

내 몸의 지는 죄 뫼티 혀시니

하히라 원망며 사이라 허믈랴

셜워 플텨 혜니 造物(조물)의 타시로다

아아 너로구나 내 사정 이야기를 들어보오

나의 생김새와 행동거지가 임의 사랑을 받을 수 있겠느

냐마는 어쩐지 나를 보시고 (내가 사랑할 사람은 바

로) 너로구나 하며 특별히 사랑하시기에 나도 임을 믿

어 딴 생각이 전혀 없어 응석과 애교를 부리면서 (얼마

나) 어지럽게 굴었던지 (나를) 반가워 하시는 얼굴빛

이 예날과 어찌 다르신가 누워 생각하고 일어나 앚아

헤아리니 내 몸의 지은 죄가 산같이쌓였으니 하늘을 원

망하겠으며 사람을 탓하겠는가 하도 서러워 여러 가지

로 깊이 생각해보니 조물주의 탓이로구나

rarr서사2 - 자책과 체념(을녀의 대답)

글란 각 마오

그렇게는 생각하지 마시오

rarr본사1 - 갑녀의 위로

친 일이 이셔이다

님을 뫼셔 이셔 님의 일을 내 알거니

믈튼 얼굴이 편실적 몃날일고

春寒(츈한) 苦熱(고열)은 엇디야 디내시며

秋日(츄일) 冬天(동텬)은 뉘라셔 뫼셧고

粥早飯(쥭조반) 朝夕(조석)뫼 녜와 티 셰시가

기나긴 밤의 은 엇디 자시고

마음 속에 맺힌 일이 있습니다 예전에 임을 모신적이

있어서 임의 일을 내가 잘 아는데 물과 같이 연약한

체질이 편하실 때가 며칠이나 될꼬 이른 봄의 추위와

한여름의 더위를 어떻게 지내시며 가을과 겨울날은 누

가 모셨는가 죽조반과 아침 저녁 진지는 옛날과 같이

잘 잡수시는가 기나긴 밤에 잠은 어떻게 주무시는가

rarr본사2-임에 대한 염려(을녀의 사설)

님다히 消息(소식)을 아무려나 아쟈니

오도 거의로다 일이나 사 올가

내 둘 업다 어드러로 가쟛 말고

잡거니 밀거니 놉픈 뫼 올라가니

구름은 니와 안개 므일고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32 -

山川(산쳔)이 어둡거니 日月(일월)을 엇디보며

咫尺(지척)을 모거든 千里(쳔리) 라보랴

리 믈의 가 길히나 보랴니

람이야 믈결이야 어둥졍 된뎌이고

샤공은 어 가고 븬 만 걸렷고

江天(간텬)의 혼자 셔셔 디 구버보니

님 다히 消息(소식)이 더옥 아득뎌이고

임이 계시는 곳의 소식을 어떻게든지 알려고 하니 오늘

도 거의 지나갔구나 내일이나 임의 소식을 전해줄 사

람이 올까 내 마음을 둘 곳이 없다 어디로 가자는 말

인가 (나무같은 것을) 잡기도 하고 밀기도 하면서 높

은 산에 올라가니 구름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안개는

또 무슨 일로 저렇게 기어 있는가 산천이 어두운데 해

와 달을 어떻게 보겠으며 지척을 모르겠는데 천 리나

되는 먼 곳을 (어떻게) 바라몰 수 있으랴 차라리 물가

에 서서 뱃길이나 보려고 하니 바람과 물결이 어수선하

게 되었구나 사공은 어디가고 빈 배만 걸려있는가 강

변에 홀로서서 지는 해를 굽어보니 임계신 곳의 소식이

더욱 아득하구나

rarr본사3-임의 소식을 애타게 기다림(을녀의 사설)

茅簷(모쳠) 자리의 밤듕만 도라오니

半壁(반벽) 靑燈(청등)은 눌 위야 갓고

오며 리며 헷드며 바자니니

져근덧 력진力盡(녁진)야 픗을 잠간 드니

精誠(정셩)이 지극야 의 님을 보니

玉(옥)튼 얼굴이 半(반)이나마 늘거셰라

의 머근 말 슬장 쟈니

눈믈이 바라나니 말인들 어이며

情(정)을 못다야 목이조차 몌여니

오뎐된 鷄聲(계셩)의 은 엇디 돗던고

초가집 차가운 잠자리에 한밤중이 돌아오니 벽에 걸려

있는 등불은 누구를 위하여 밝아 있는가 산을 올라가

기도 하고 내려가기도 하면서 헤메며 오락가락 돌아다

니다가 잠깐 사이에 힘이 다하여 풋잠이 잠깐 들었는

데 정성이 지극하여 꿈속에서 임을 보니 옥과 같이 곱

던 임의 얼굴이 반넘게 늙었구나 마음 속에 품은 생각

을 실컷 아뢰려고 하였더니 눈물이 잇달아 쏟아지니

말인들 어찌하며 정회도 다 못풀어 목마저 메어오니

방정맞은 닭울음소리에 잠은 어찌 깨었던가

rarr본사4-독수공방의 한과 꿈에서 만난 임

(을녀의 사설)

어와 虛事(허)로다 이 님이 어 간고

결의 니러 안자 窓(창)을 열고 라보니

어엿븐 그림재 날 조 이로다

리 싀여디어 落月(낙월)이나 되야이셔

님 겨신 窓(창) 안 번드시 비최리라

아아 헛된 일이로다 내 임이 어디 갔는고 꿈결에 일

어나 앉아 창을 열고 바라보니 불쌍한 그림자만이 나

를 따라올 뿐이로다 차라리 죽어서 지는 달이나 되어

임 계신 창 안에 환하게 비치리라

rarr결사-죽어서라도 임을 따르겠다는 다짐

(을녀의 사설)

각시님 이야니와 구 비나 되쇼셔

각시님 달은커녕 궂은 비나 되십시오

rarr결사-갑녀의 위로

〈해설〉

사미인곡의 속편으로 지은이가 동인(東人)으로 탄핵을

받고 고향인 전라남도 창평에 낙향해 있을 때에 임금

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두 여인의 대화 형식을 빌려 노

래한 작품이다 이 작품의 현대어 해석에 나와 있는 lsquo갑

녀(甲女)rsquo와 lsquo을녀(乙女)rsquo는 편의상 붙인 이름으로 갑녀

는 보조적 위치에 있는 화자이며 을녀가 지은이를 대

변하는 주된 화자이다 〈사미인곡〉과 더불어 가사 문

학의 최고봉이라 일컬어지는데 특히 순수한 우리말의

구사가 절묘하며 대화 형식으로 구성하여 표현에 참신

성을 더한 것은 lsquo금상첨화(錦上添花)rsquo라 할 수 있을 것

이다

홍만종은 〈순오지(旬五志)〉에서 이 작품을 제갈공명

의 〈출사표(出師表)〉에 비견할 만하다고 극찬하였으

며 서포 김만중은 〈서포만필(西浦漫筆)〉에서 ldquo예로부

터 우리 나라의 참된 문장은 오직 이 세 편(사미인곡

속미인곡 관동별곡)뿐이데다시 이 세편에 대하여 논할

것 같으면 그 중에서 속미인곡이 더욱 뛰어나다 관동

별곡과 사미인곡은 오히려 한자음을 빌려서 그 가사 내

용을 꾸민 데 지나지 않는다rdquo라고 하였다

규원가(閨怨歌)

허난설헌

엇그제 저멋더니 마 어이 다 늘거니

少年行樂(소년 행락) 생각니 일러도 속절업다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33 -

늘거야 서른 말 자니 목이 멘다

엊그제 젊었었는데 어찌 벌써 다 늙어버렸는가 어린

시절에 즐겁게 지내던 일을 생각하니 말해 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 이렇게 늙은 뒤에 서러운 얘기를 하자니

목이 멘다

rarr기1-늙음의 한탄

父生母育(부생 모육) 辛苦(신고)야 이 내 몸 길러 낼

公侯配匹(공후 배필) 못 바라도 君子好逑(군자 호구) 願

(원)더니

三生(삼생)의 怨業(원업)이오 月下(월하)의 緣分(연분)으

長安遊俠(장안 유협) 輕薄子(경박자)를 치 만나 잇

서 當時(당시)의 용심(用心)기 살어름 디듸는 부모님이 나를 낳아서 고생하여 길러낼 때 높은 벼슬아

치의 배필을 바라지는 못했어도 훌륭한 남자의 좋은

짝이 되기를 원했더니 삼생의 원망스러운 업보요 월

하 빙인이 정해 준 연분으로 놀기 좋아하고 경박한 사

람을 꿈같이 만나 가지고 시집 간 뒤 조심하면서 마음

졸이기를 꼭 살얼음 디디듯하였다

rarr기2-젊은 시절의 회상

三五二八(삼오 이팔) 겨오 지나 天然麗質(천연 여질)절

로 이니

이 얼골 이 態度(태도)로 百年期約(백년 기약) 얏더니

年光(연광)이 훌훌고 造物(조물)이 多時(다시)야

봄바람 가을 믈이 뵈오리 북 지나듯

雪鬂花顔(설빈 화안) 어 가고 面目可憎(면목 가증) 되

거고나

내 올골 내 보거니 어느 님이 날 괼소냐

스스로 慙愧(참괴)니 누구를 怨望(원망)리

십오륙 세가 겨우 지나 타고난 아름다운 모습이 절로

나타나니 이 얼굴 이 태도로 (남편과)평생을 약속하였

더니 세월이 빨리 지나가고 조물주가 시기가 많아서

세월의 빠르기가 베 짤 때 북이 지나가는 듯 젊고 아

름다운 얼굴은 어디로 가고 추한 모습이 되었구나 내

얼굴을 내가 보아 알거니와 어느 임이 나를 사랑하겠는

가 스스로 생각해도 부끄러운데 누구를 원망하리

rarr기3-세월의 무상함과 늙음의 한탄

三三五五(삼삼 오오) 冶遊園(야유원)의 새 사람이 나단

말가

곳 피고 날 저물 제 定處(정처) 업시 나가 잇어

백마(白馬) 금편(金鞭)으로 어어 머므는고

원근(遠近)을 모르거니 消息(소식)이야 더욱 알랴

因緣(인연)을 긋쳐신들 각이야 업슬소냐

얼골을 못 보거든 그립기나 마르려믄

열두 김도 길샤 설흔 날 至理(지리)다

玉窓(옥창)에 심 梅花(매화) 몃 번이나 픠여진고

겨을 밤 차고 찬 제 자최눈 섯거 치고

여름날 길고 길 제 구 비 므스 일고

三春花柳(삼춘 화류) 好時節(호시절)의 景物(경물)이 시

름업다

가을 방에 들고 蟋蟀(실솔)이 床(상)에 울 제

긴 한 숨 디 눈물 속절업시 헴만 만타

아마도 모진 목숨 죽기도 어려울사

몇 명씩 떼지어 다니는 술집에 새 기생이 나타났다는

말인가 꽃 피고 날 저물 때 일정한 거처도 없이 나가

서 호사로운 차림새로 어디어디 가서 머므는가 바깥출

입이 없어 원근 지리를 모르는데 임의 소식이야 더구나

알 수 있으랴 인연을 끊었다고 하지만 임에 대한 생각

이야 어찌 없겠는가 만나지 못할 임이라면 그립지나

말일이지 하루도 열두때 길기도 하구나 한 달이 지루

하다 옥창에 심은 매화가 몇 번이나 피었다가 졌는고

겨울 밤 차고 찬 때에 눈보라가 섞어 치고 여름날 길고

긴 때에 궂은비는 또 무슨 일인가 꽃 피고 새 잎이 돋

는 좋은 계절 봄에도 보이는 경치가 시름이 없다 가을

달이 방에 비치고 귀뚜라미가 침상에서 울 때 긴 한숨

떨어지는 눈물에 헛되이 생각하는 것만 많다 아마도

모진 목숨 죽기도 어렵구나

rarr승-방탕한 남편에 대한 원망과 독수공방의 한

도로혀 풀쳐 혜니 이리 여 어이 리

靑燈(청등)을 돌라 노코 綠綺琴(녹기금) 빗기 안아

碧蓮花(벽련화) 한 곡조를 시름 조 섯거 타니

瀟相夜雨(소상야우)의 댓소리 섯도 華表(화표) 千年(천 년)의 別鶴(별학)이 우니 玉手(옥수)의 타는 手段(수단) 녯 소 잇다마芙蓉帳(부용장) 寂寞(적막)니 뉘 귀에 들리소니

肝腸(간장)이 九曲(구곡)되야 구븨구븨 쳐서라

돌이켜 여러 모로 생각해 보니 이렇게 살아서 어찌하겠

는가 등불을 돌려 놓고 녹기금을 비스듬히 안아 벽련

화 한 곡조를 시름까지 섞어 타니 소상강의 밤비에 대

나무 잎 소리가 섞여 들리는 듯 천년만에 돌아온 학이

화표주에 앉아 우니는 듯섬섬옥수로 타는 솜씨가 옛

소리를 간직하고 있다마는 부용장 안에 임이 없으니 누

구 귀에 들리겠는가 구곡간장이 굽이굽이 끊어지는 것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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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구나

rarr전-거문고로 시름을 달램

하리 잠을 드러 의나 보려 니

바람의 디 닙과 풀 속에 우는 즘생

므스 일 원수로서 잠조차 오다

천상(天上)의 牽牛織女(견우 직녀) 銀河水(은하수) 박혀

서도

七月七夕(칠월 칠석)一年一度(일년 일도)失期(실기)치

아니거든

우리 님 가신 후는 무슨 弱水(약수) 가렷관듸

오거나 가거나 소식(消息)조차 쳣는고

欄干(난간)의 비겨 셔서 님 가신 바라보니

초로(草露) 맷쳐 잇고 暮雲(모운)이 디나갈 제

竹林(죽림) 푸른 고 새 소리 더욱 설다

세상의 서룬 사람 수업다 려니와

薄命(박명) 紅顔(홍안)이야 날 가니 이실가

아마도 이 님의 지위로 살동말동 여라

차라리 잠이 들어 꿈에서나 임을 보려하니 바람에 지는

나뭇잎과 풀 속에서 우는 벌레가 나와 무슨 원수가 졌

길래 잠조차 깨우는가 하늘의 견우 직녀는 은하수가

막고 있어도 일 년에 한 번 칠월 칠석날에는 기약을 어

기지 않고 만나는데 우리 임이 가신 후에는 무슨 약수

가 가로막고 있길래 오고 가는 소식조차 끊어졌는고

난간에 기대어 서서 임 계신 곳을 바라보니 풀잎에 이

슬은 맺혀있고 저녁 구름이 지나갈 때 대나무 숲 푸른

곳에 새 소리가 더욱 섧다 세상에 서러운 사람이 수없

이 많다고 하지만 기구한 팔자를 타고난 사람이야 나

같은 이가 또 있을까 아마도 임 때문에 살 듯 말 듯하

구나

rarr결-애타게 임을 기다리는 마음

〈감상〉

조선 시대 봉건 사회 제도 아래서 오직 인종(忍從)만을

미덕으로 알고 살아야 했던 부녀자의 한(恨)을 노래한

작품으로 일명 원부사(怨夫詞) 또는 원부사(怨夫辭)라

고도 한다 좋은 배필을 원했지만 뜻밖에도 경박스럽고

방탕한 남편을 만나 평생을 피맺힌 한(恨)과 그리움 속

에 보내야 하는 한 여인의 애달픈 사연을 통해 남성

위주의 사회가 가져오는 병폐를 실감 있게 형상화한 작

품이라 할 수 있다

Page 7: 구지가(龜 歌) - middle.gongbuwarac.commiddle.gongbuwarac.com/Common/Popup/FileDownloadAs.aspx?FileName=/ite… · 미륵(彌勒) 좌주(座主) 뫼셔롸. 미륵 좌주를 모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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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민가(安民歌) -충담사

임금은 아비요

신하는 사랑하실 어머니요

백성은 어리석은 아이라고 하실진데 백성들이 사랑을 알리다

구물대며 살아가는 백성들

이를 먹여 다스려져

이 땅을 버리고 어디 가려 할지면

나라 안이 유지될 줄 알지어다

아아 군답게 신답게 민답게 할지면

나라 안이 태평하나이다

성격gt 유교적(치국안민) 교훈적

표현gt 논리적 직설적

주제gt 나라를 다스리는 올바른 길

의의gt ①유교적 이념을 노래한 유일한 향가 ② 표현동기(예술 여흥)보다 전달동기(목적성 교훈)가 강하

배경설화gt 이 노래는 승려인 충담사가 경덕왕의 명을 받아 치국안민의 도리를 밝힌 것으로 현전 향가

중 유일하게 유교적 이념을 노래한 작품이고 강한 목적성을 드러내고 있다 경덕왕 시절에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 많았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더 안정된 나라를 이룩할 것인가가 관심사였다 충담사는 이 작품

에서 임금을 아버지 신하를 어머니 백성을 자식으로 생각하여 그 셋의 관계가 원만해질 것이라는 논리

를 펴고 있다 소박하면서도 당시의 모습과 사회정치적 윤리관이 깔려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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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용가(處容歌) - 처용

긔 래 서울 밝은 달밤에

밤드리 노니다가 밤늦도록 놀고 지내다가

드러 자리보곤 들어와 자리를 보니

가리 네히어라 다리가 넷이로구나

둘흔 내해엇고 둘은 내것이지만

둘흔 뉘해언고 둘은 누구의 것인고

본 내해다마 본디 내것이다만

아 엇디릿고 빼앗긴 것을 어찌하리

처용 lt삼국유사gt의 기록에 의하면 처용은 동해 용왕의 일곱 아들 가운데 하나이다 그러나 이는 그가 동해 용왕

을 모시는 무당 가운데 한 사람이었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헌강왕의 정치를 도왔으며 역신이 아내와 동침하는 것

을 보고 lsquo처용가rsquo를 지어 불러 역신을 물리쳤다고 한다

배경설화gt 신라 제 49대 헌강왕 대에는 서울에서 지방까지 집과 단이 연이어져 있고 초가집은 하나도 없었다 길

거리에 풍악이 그치지 않고 비바람도 사철 순조로왔다 이때에 대왕이 개운포에 놀러 나갔다가 물가에서 쉬는데 문

득 짙은 구름과 안개가 끼어 길을 분간하기 어려웠다 괴이하게 여겨 좌우에 물으니 일관(日官)이 아뢰기를 ldquo이는

동해 용왕이 조화이므로 마땅히 용왕을 위해 좋은 일을 하여 그 마음을 풀어 주셔야 합니다 rdquo 하였다 왕은 곧 용

을 위하여 근처에 절을 세우도록 명하였다 왕의 명령이 떨어지자 안개가 걷히고 구름이 개었으므로 그 지역을 lsquo개

운포rsquo라 이름 지었다

이윽고 동해 용왕이 기뻐하여 일곱 아들을 데리고 헌강왕 앞에 나와 춤을 추며 용궁 풍악을 아뢰게 했다 그때 용

왕의 아들 하나가 헌강왕을 따라 서울에 와서 정사(政事)를 보좌하였는데 이름을 lsquo처용rsquo이라 했다 왕은 미녀를 골

라 아내를 삼게 하고 급간 벼슬을 주어 머물게 했다 그의 아내가 매우 아름다웠으므로 역신이 흠모하여 사람의

형상을 꾸며 밤에 몰래 들어와 동침했다 밖에서 놀다가 밤 늦게 돌아온 처용은 그 광경을 보고 노래를 부르고 춤

을 추며 물러나갔다 그러자 역신이 감복하여 모습을 나타내어 앞에 꿇어 앉아 이후에는 처용의 얼굴을 그린 그림

만 보아도 그 문안에는 들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이로 인하여 나라 사람들은 처용의 형상을 문에 붙여서 사악한 기

운을 쫓고 경사(慶事)를 맞는 표시로 삼게 되었다

갈래gt 8구체 향가

성격gt 주술적

표현gt 풍자법 제유법

제재gt 역신(疫神)의 침범

주제gt 아내를 범한 역신을 쫓아냄

화자의 태도gt체념적 관용적

의의gt 신라 향가의 마지막 작품

lt구지가gt lt해가gt 로부터 이어지는 주술 시가의 맥을 잇는 작품이다

벽사(辟邪)진경(進慶) 사악한 귀신을 물리치고 경사를 맞아들임

민속에서 형성된 무가(巫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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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망매가(祭亡妹歌) - 월명사

生死(생사) 길흔 삶과 죽음의 길은

이에 이샤매 머믓거리고 이에 있음에 머뭇거리고

나 가다말ㅅ도 나는 간다는 말도

몯다 니르고 가닛고 못 다 이르고 갔는가

어느 이른 매 어는 가을 이른 바람에

이에뎌에 러딜 닙 여기저기에 떨어지는 나뭇잎처럼

가지라 나고 같은 나뭇가지에 나고서도

가논 곧 모론뎌 가는 곳을 모르겠구나

아야 彌陁刹(미타찰) 아맛보올 나 아아 극락 세계에서 만나 볼 나는

道(도)닷가 기드리고다 불도를 닦으며 기다리겠노라

배경설화gt 일찍 죽은 누이를 위하여 월명사가 재를 올릴 때 향가를 지어 제사를 지냈다 월명사가 향가

를 부르자 홀연히 광풍이 일어 지전을 서쪽으로 날려 보내 없어지게 했다

갈래gt 10구체 향가

성격gt 애상적 추모적 서정적 종교적

주제gt 죽은 누이의 명복을 빎

화자의 태도gt 슬픔을 종교적으로 극복하려 함

화자의 어조gt 비애와 의지의 어조

표현gt 정제되고 세련된 표현기교 비유적 표현

의의gt ① 10구체 향가의 대표작 ② 뛰어난 비유를 통해 인간고의 종교적 승화를 노래함

③ lt찬기파랑가gt와 함께 향가 중 표현 기교와 서정성이 가장 뛰어난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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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솔가(兜率歌) -월명사

오 이에 산화(散花) 블어 오늘 이에 lsquo산화rsquo의 노래를 불러

고자 너는 뿌리온 꽃아 너는

고 명(命)ㅅ 브리디 곧은 마음의 명을 심부름하옵기에

미륵(彌勒) 좌주(座主) 뫼셔롸 미륵 좌주를 모셔라

배경설화gt 신라 경덕왕 때 해가 둘 나타나서 열흘동안 없어지지 않았다 천문 관측을 맡은 관원이 아뢰

기를 ldquo인연이 있는 스님을 청하여 꽃을 뿌리며 공덕을 비는 예식을 거행하면 재앙을 물리칠 수 있습니

다rdquo 하였다 이에 왕이 인연있는 스님 오기를 기다렸다 이때 월명사가 남쪽 길을 가고 있었는데 왕이

그를 불러 단을 열고 기도하는 글을 짓도록 명령하였다 월명사가 lt도솔가gt를 지어 부르자 두 해의 괴

변이 사라졌다

갈래gt 4구체 향가

성격gt 불교적 주술적

주제gt 산화공덕을 통해 국가의 변괴를 막고자 함

배경설화에 나타난 lsquo두 해rsquo의 의미 lsquo해rsquo는 군주 또는 신을 상징하므로 두 해가 함께 나타났다는 것은 현

재의 왕에 도전할 세력의 출현을 암시한다 이러한 혼돈을 막기 위해 산화공덕의 의식이 행해지고 lt도

솔가gt가 불려진 것이다

헌화가(獻花歌) -어느 노인

지뵈 바회 자줏빛 바위가에

자온손 암쇼 노히시고 잡고 있는 암소 놓게 하시고

나 안디 붓그리샤 나를 아니 부끄러워하신다면

고 것거 바도림다 꽃을 꺾어 바치오리다

배경설화gt 신라 성덕왕 때 순정공이 강릉태수로 부임하는 길에 바닷가에 머물러 점심을 먹었는데 높은

산봉우리 위에 철쭉꽃이 무성하게 피어 있었다 순정공의 부인 수로가 ldquo꽃을 꺾어다 바칠 사람이 그 누

구인고rdquo 하니 종자(從者)들이 ldquo사람의 발자취가 다다를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rdquo 라고 말하며 나서는 사

람이 없었다 그때 곁으로 암소를 끌고 지나가던 노옹이 그 꽃을 꺾어 바치면서 이 노래를 지어 불렀다

그 노옹이 어떤 사람인지는 알 수 없었다

갈래gt 4구체 향가

성격gt 민요적 서정적

주제gt 수로부인에 대한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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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왕생가(願王生歌) -광덕

달님이시여 이제

서방까지 가셔서

무량수불 앞에

일러다가 사뢰소서

다짐 깊으신 불존에 우러러

두 손을 모아

원왕생 원왕생

그릴 사람 있다고 사뢰소서

아아 이 몸을 버려 두고

사십팔대원 이루실까

갈래gt 10구체 향가 기원가(祈願歌) 불교 신앙의 노래

성격gt 기원적 불교적

제재gt 극락에서 다시 태어나기를 바라는 마음 달

주제gt 아미타불에게 귀의하고자 하는 간절한 소망 서방 정토로의 극락왕생(極樂往生죽어서 극락세계에

다시 태어남) 희구

무량수불은 서방정토에 있는 아미타불로서 이 부처에게 염하면 극락 세계에 간다고 했다 원왕생가의

화자는 달로 하여금 서방의 극락 정토를 주재하는 아미타불에게 자신의 뜻을 알리도록 청원을 하고 있

다 따라서 무량수불은 화자의 소원을 들어주는 대상이다

원왕생가에서 달은 기원의 대상

달은 어두운 밤에 등장하고 그 달은 어두움을 밝혀 주는 광명의 달

신적인 달

인생이라는 고뇌의 바다를 밝히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는 것처럼 인식

광덕은 아미타불에게 귀의하고자 하는 마음을 달에게 의탁

즉 달을 통해 서정적 자아의 불교적 신앙심을 형상화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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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려 속요 】

청산별곡

살겠노라 살겠노라 청산에 살겠노라

머루와 다래를 먹고 청산에 살겠노라

우는구나 우는구나 새여 자고 일어나 우는구나 새여

너보다 시름 많은 나도 자고 일어나 울고 있노라

가는 새 가는 새 본다 물 아래로 날아가는 새 본다

이끼 묻은 쟁기(농기구)를 가지고 물아래로 날아가는

새 본다

이럭저럭 하여 낮은 재내 왔건만

올 사람도 갈 사람도 없는 밤은 또 어찌할 것인가

어디다 던지는 돌인가 누구를 맞히려는 돌인가

미워할 이도 사랑할 이도 없이 사랑할 이도 없이 맞아

서 울고 있노라

살겠노라 살겠노라 바다에 살겠노라

나문재 굴 조개를 먹고 바다에 살겠노라

가다가 가다가 듣노라 외딴 부엌을 지나가다가 듣노라

사슴이 장대에 올라가서 해금(奚琴)을 켜는 것을 듣노

가더니 불룩한 술독에 진한 술을 빚는구나

조롱박꽃 모양의 누룩(냄새)이 매워 (나를) 붙잡으니 나

는 어찌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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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소재 이미지 내용

1 청산 사람의 현장과의 대칭으로서의 자연 자연에서 살 수밖에 없음

2 새 함께 비탄하는 유일한 벗 새와 함께 비탄함

3 새 자신의 분신 속세에의 미련 속세에의 미련으로 번민함

4 밤 절망적인 고독 고독으로 인하여 괴로워함

5 돌 운명 고독을 운명으로 생각함

6 바다 삶의 현장의 또 다른 대칭으로서의 자연 새로운 환경을 찾아 감

7 사슴 비애(悲哀)의 감정을 이완시킴 기적을 바라는 희망

8 강술 비애의 초극을 가능케 하는 매개체 술에서 구원을 찾음

형식 전 8연의 분장체 매 연 4구운율 3middot3middot2조 3음보어조 시름과 근심에 젖은 애조 띤 목소리성격 현실 도피적 애상적 평민 문학(해석에 따라서는 낙천적으로 보는 이도 있음)주제 현실에의 체념 생의 고독과 비애 삶의 고뇌와 비애 실연의 애상(哀傷) 삶의 터전을 잃은 유랑인의 슬픔 임을 잃은 여인의 처절한 삶과 임을 향한 그리움의의 고려 속요 중 서경별곡과 함께 비유성과 창작성이 뛰어나며 문학성 또한 빼어나다 고려인들의 삶의 애환을 반영한 작품으로서 고려인의 정서가 잘 나타나 있고 음악적 효과가 가장 뛰어난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다 사상적인 면에서는 극단적인 현실 도피 내지는 현실 부정의 면모를 보이고 있다표현 반복법 상징법구성 기(1연) - 승(234연) - 전(567연) - 결(8연)의 4단 구성

+각 연의 소재 이미지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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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별곡

서경(평양)이 서경이 서울이지마는

중수(重修)한 곳인(새로 닦은 곳) 소성경(서경)을

사랑합니다마는

임을 이별할 것이라면 차라리 길쌈하던 베를 버

리고서라도

사랑만 해주신다면 울면서 따라가겠습니다

구슬이 바위 위에 떨어진들

끈이야 끊어지겠습니까

(임과 헤어져) 천 년을 홀로 살아간들

사랑하는 임을 믿는 마음이야 끊기고 변할 리가

있겠습니까

대동강이 대동강이 넓은 줄을 몰라서

배를 내어 놓았느냐 사공아

네 아내가 놀아난 줄도 모르고

다니는 배에 몸을 실었느냐 사공아

대동강 건너편 꽃을

배를 타고 건너편에 들어가면 배를 타고 건너편

에 들어가면 꺾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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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별곡 가시리

차이점 적극적이고 활달한 고려 시대의 여성상인고와 순정을 미덕으로 간직하는

여성상

공통점 이별의 정한을 노래한 고려 가요이며 화자의 목소리가 여성적임

갈래 고려 가요

성격 진솔(眞率) 직선적 적극적

형식 3음보로 매연 끝에 후렴 분연체 3연 14절 (3middot3middot3조가 주류)

제재 임과의 이별

주제 이별의 정한 이별의 슬픔

표현 반복법 설의법 비유법을 통해 감정을 진솔하고 직설적 적극적으로 표현함

구성 여자가 떠나는 남자에게 말을 건네는 희곡적 구조로 전 3연으로 구성되어 있고 매 연은 4구로

되어 있으며 총 14연

특징 아즐가라는 의미 없는 말을 넣고 매구 끝에는 후렴구가 있음 조선시대에 남녀상열지사(男女相

悅之詞)라 비판받기도 했는데 그 이유는 배 타들면 것고리이다는 여인의 정조를 범한다는 의미로 유

교사회에서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 서경별곡과 가시리의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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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가 징이여 돌이여 지금에 계시옵니다

징이여 돌이여 지금에 계시옵니다

이 좋은 성대에 놀고 싶사옵니다

사각사각 가는 모래 벼랑에

사각사각 가는 모래 벼랑에

구운 밤 닷 되를 심으오이다

그 밤이 움이 돋아 싹이 나야만

그 밤이 움이 돋아 싹이 나야만

유덕하신 님 여의고 싶습니다

옥으로 연꽃을 새기옵니다

옥으로 연꽃을 새기옵니다

바위 위에 접을 붙이옵니다

그 꽃이 세 묶음 피어야만

그 꽃이 세 묶음 피어야만

유덕하신 님 여의고 싶습니다

무쇠로 철릭을 마름질해

무쇠로 철릭을 마름질해

철사로 주름 박습니다

그 옷이 다 헐어야만

그 옷이 다 헐어야만

유덕하신 님 여의고 싶습니다

무쇠로 황소를 만들어다가

무쇠로 황소를 만들어다가

쇠나무산에 놓습니다

그 소가 쇠풀을 먹어야

그 소가 쇠풀을 먹어야

유덕하신 님 여의고 싶습니다

구슬이 바위에 떨어진들

구슬이 바위에 떨어진들

끈이야 끊어지겠습니까

천 년을 외따로이 살아간들

천 년을 외따로이 살아간들

믿음이야 끊어지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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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래 고려 가요 고려 속요 장가(長歌) 전 6연 1연은 3구 2-6연은 6구 3음보

형식 전 6연의 분연체 1연은 3구 2~6연은 6구 3음보 3 3 4조

성격 서정적 민요적

구성 서사 - 본사 - 결사의 3단 구성

1연 기 태평성대를 갈구함

2연 -5연 서 불가능한 상황 설정으로 영원한 사랑을 갈구함

6연 결 임에 대한 끊임없는 사랑과 믿음

표현 반복법(운율을 형성하며 주제를 부각시키기 위해 사용)과장법 역설법 반어법을 사용하여 불가

능한 것을 가능으로 설정해 놓고 영원한 사랑을 역설적으로 노래했고 한 연에 똑같이 되풀이 되는 2구

가 있어 감정을 강조하고 있으며 소망형인 어미로 끝내면서 화자의 간절한 소망을 느끼게 하고 있다

제재 임에 대한 사랑

주제 임에 대한 영원한 사랑 임에의 영원한 연모의 정 태평 성대(太平聖代)의 기원)

의의 대부분의 고려 가요가 이별이나 애원 또는 향락의 정서를 읊고 있는 데 반해 영원한 사랑을 주

제로 하고 있는 것이 특색이다 불가능한 상황 설정을 통해 사랑의 절실함을 표현하고 있다

가시리

가시겠습니까 가시겠습니까

나를 버리고 가시겠습니까

나는 어찌 살라 하고 버리고 가시렵니까

붙잡아 둘 일이지마는 서운하면 아니 올까 두렵습니다

서러운 임을 보내옵나니

가자마자 곧 가시는 것처럼 돌아서서 오십시오

갈래 고려 속요 lsquo귀호곡(歸乎曲)rsquo 이라고도 함

형식 분절체 4연 각 2구의 분연체(分聯體)

성격 서정적 민요적

운율 외재율 3middot3middot2조 3음보

구성 4단 구성 기middot승middot전middot결

제재 임과의 이별

주제 이별의 정한(情恨)과 애이불비(哀而不悲)의 사랑

기 뜻밖의 이별에 대한 놀라움과 원망에 찬 하소연

승 하소연의 고조 또는 슬픔의 고조

전 감정의 절제와 체념

결 이별 후의 소망과 기원(주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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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동

덕은 뒤에 바치옵고 복은 앞에 바치오니

덕이며 복이라 하는 것을 진상하러 오십시오

정월 냇물은 아아 얼려 녹으려 하는데

세상에 태어나서 이 몸이여 홀로 살아가는구나

2월 보름에 아아높이 켜놓은 등불 같구나

만인을 비추실 모습이시도다

3월 지나며 핀 아아 늦봄의 진달래꽃이여

남이 부러워할 모습을 지니고 태어났구나

4월을 잊지 않고 아아 오는구나 꾀꼬리새여

무엇 때문에 녹사님은 옛날을 잊고계시는가

5월 5일(단오)에 아아 단옷날 아침 약은

천 년을 사실 약이기에 바치옵니다

6월 보름(유두일)에 아아 벼랑에 버린 빗같구나

돌아보실 임을 잠시나마 따르겠나이다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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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보름에 아아 여러 가지 제물을 벌여 놓고

임과 함께 살고자 소원을 비옵니다

8월 보름은 아아 한가윗날이지마는

임을 모시고 지내야만 오늘이 뜻 있는 한가윗날

입니다

9월 9일에 아아 약이라고 먹는

노란 국화꽃이 집 안에 피니 초가집이 고요하구

10월에 아아 잘게 썰은 보리수나무 같구나

꺾어 버리신 후에 지니실 한 분이 없으시도다

11월에 봉당 자리에 아아 홑적삼을 덮고 누워

임을 그리며 살아가는 나는 너무나 슬프구나

12월에 분지나무로 깎은 아아 소반 위의 젓가락

같구나

임의 앞에 들어 가지런히 놓으니 손님이 가져다

가 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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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전춘

얼음 위에 댓닢 자리를 보아

임과 나와 얼어죽을망정

얼음 위에 댓닢 자리를 보아

임과 나와 얼어죽을망정

정을 준 오늘 밤 더디 새어라 더디 새어라

잊히지 않고 늘 염려스러운 외로운 베갯머리에

어찌 잠이 오리오

서쪽 창문을 여니 복숭아꽃이 피어나는구나

복숭아꽃이 걱정 없이 봄바람에 웃는구나 봄바람

에 웃는구나

넋이라도 임과 한 곳에

함께 지내는 모습 그리더니

넋이라도 임과 한 곳에

함께 지내는 모습 그리더니

우기던 사람이 누구였습니까 누구였습니까

오리야 오리야

어린 비오리야

여울일랑 어디 두고

소에 자러 오는가

소 곧 얼면

여울도 좋습니다 여울도 좋습니다

남산에 자리 보아

옥산을 베고 누워

금수산 이불 안에

사향 각시를 안고 누워

남산에 자리 보아

옥산을 베고 누워

금수산 이불 안에

사향 각시를 안고 누워

약 든 가슴을 맞춥시다 맞춥시다

알아주소서 임이시여 영원히 이별할 줄 모르고

지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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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래 고려 속요성격 연가 남녀상열지사 향락적 퇴폐적형식 5연으로 이루어진 분연체로 결사를 포함하여 전 6연으로 보기도 함제재 남녀간의 사랑 또는 애정특징 남녀간의 애정을 가식 없이 진솔하고도 적나라 하게 표현했고 비유와 상징 반어와 역설 감각적인 언어로 감정의 표현이 진솔하여 문학성이 높은 편주제 변치 않는 사랑에 대한 소망 임과의 영원한 사랑 기원(임과의 사랑을 직설적으로 드러냄)의의 2연과 5연이 시조 형태에 근접하고 있어 시조의 기원을 찾는 자료로서 주목받음

1연 죽음보다 강한 사랑의 정열2연 임 생각에 밤을 지새우는 애처로움3연 사랑을 배신한 임에 대한 원망4연 무절제한 사랑을 하는 임에 대한 풍자5연 임에 대한 욕망과 상상6연 임과의 이별 없는 영원한 만남을 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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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사

(

歌辭

)

상춘곡(賞春曲)

정 극 인

紅塵(홍진)에 뭇친 분네 이내 生涯(생애) 엇

더고

風流(풍류)

가天地間(천지간) 男子(남자) 몸이 날만 이

하건마

山林(산림)에 뭇쳐 이셔 至樂(지

락)을

것가

數間茅屋(수간모옥)을 碧溪水(벽계수)

앒픠

고 松竹(송죽) 鬱鬱裏(울울리)예 風月主人(풍

월 주인) 되어셔라

속세에 묻혀 사는 분들이여 이 나의 생활이 어떠한가

옛 사람들의 운치 있는 생활을 내가 따를까 못따를까

천지간 남자로 태어난 몸으로서 나만한 사람이 많건마

는 왜 그들은 자연에 묻혀사는 지극한 즐거움을 모르는

것인가

몇 간쯤 되는 초가집을 맑은 시냇물 앞에 지어 놓고소

나무와 대나무가 우거진 속에 자연의 주인이 되었구나

서사-자연에 묻혀 사는 즐거움

엇그제 겨을 지나 새봄이

돌아오니桃花杏花(도화행화)

夕陽裏(석양

리)예 퓌여 잇고綠楊芳草(녹양방초)

細(우

중)에 프르도다칼로

아 낸가붓으로 그려낸

가造化神功(조화신공)이 物物(물물)마다 헌

엊그제 겨울이 지나 새봄이 돌아오니 복숭아꽃과 살구

꽃은 저녁 햇빛 속에 피어 있고 푸른 버들과 아름다운

풀은 가랑비 속에 푸르도다 칼로 재단해 내었는가 붓

으로 그려 내었는가 조물주의 신비스러운 솜씨가 사물

마다 야단스럽구나

본사 1-봄의 아름다운 경치

수풀에 우

春氣(춘기)

내 계

워 소

마다 嬌態(교태)로다 物我一體

(물아일체)어니 興(흥)이

소냐 柴扉(시

비)예 거러 보고 亭子(정자)애 안자 보니 逍

遙吟詠(소요 음영)

야 山日(산일)이 寂寂(적

적)

閑中眞味(한중진미)

알 니 업시 호

재로다

수풀에 우는 새는 봄 기운을 끝내 못 이겨 소리마다 아

양을 떠는 모습이로다

자연과 내가 한 몸이거니 흥겨움이야 다르겠는가 사립

문 주변을 걷기도 하고 정자에 앉아 보기도 하니 천천

히 거닐며 나직이 시를 읊조려 산 속의 하루가 적적한

데 한가로움 속의 참된 즐거움을 아는 사람이 없이 혼

자로구나

본사 2-봄의흥취

이바 니웃드라山水(산수) 구경 가쟈스라 踏靑

(답청)으란 오

고 浴沂(욕기)란 來日(내

일)

새 아

에 採山(채산)

고 나조

釣水

(조수)

여보게 이웃 사람들이여 산수 구경을 가자꾸나 산책

은 오늘하고 냇물에서 목욕하는 것은 내일 하세 아침

에 산나물을 캐고 저녁에 낚시질을 하세

본사 3-산수 구경 권유

괴어 닉은 술을 葛巾(갈건)으

로 밧타 노코 곳나모 가지 것거 수 노코 먹

으리라 和風(화풍)이 건

부러 綠水(녹수)

건너오니 淸香(청향)은 잔에 지고 落紅(낙

홍)은 옷새 진다 樽中(준중)이 뷔엿거

려 알외어라 小童(소동) 아

려 酒家(주가)

에 술을 믈어얼운은 막대 집고아

술을 메고

微吟緩步(미음 완보)

야 시냇

의 호자 안자

明沙(명사) 조 믈에 잔 시어 부어 들고 淸流(청

류)

굽어보니

니 桃花(도화)ㅣ로다 武陵

(무릉)이 갓갑도다 져

거인고

이제 막 익은 술을 갈건으로 거러 놓고 꽃나무 가지를

꺾어 잔 수를 세면서 먹으리라 화창한 바람이 문득 불

어서 푸른 시냇물을 건너오니 맑은 향기는 술잔에 가

득하고 붉은 꽃잎은 옷에 떨어진다 술동이 안이 비었

으면 나더러 아뢰어라 조그만 아이를 시켜 술집에서

술을 사 가지고 어른은 지팡이를 짚고 아이는 술을 메

고 나직이 읊조리며 천천히 걸어 시냇가에 혼자 앉아

고운 모래가 비치는 맑은 물에 잔 씻어 술을 부어 들

고 맑은 시냇물을 굽어보니 떠내려오는 것이 복숭아꽃

이로다 무릉도원이 가까이 있구나 저 들이 바로 그것

인가

본사 4-술과 풍류

松間(송간) 細路(세로)에 杜鵑花(두견화)

부치 들

고峰頭(봉두)에 급피 올나 구름 소긔

안자 보니 千村萬落(천촌만락)이 곳곳이 버러 잇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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煙霞日輝(연하일휘)

錦繡(금수)

엇그제 검은 들이 봄빗도 有餘(유여)

소나무 사이 좁은 길로 진달래꽃을 손에 들고

산봉우리에 급히 올라 구름 속에 앉아보니 수많은 촌

락들이 곳곳에 벌여 있네 안개와 놀과 빛나는 햇살은

아름다운 비단을 펼쳐 놓은 듯 엊그제까지도 거뭇거뭇

했던 들판이 이제 봄빛이 넘치는구나

본사 5-산봉우리에서의 조망

功名(공명)도 날

우고富貴(부귀)도 날

우니淸

風明月이(청풍명월) 外(외)예 엇던 벗이 잇

올고

簞瓢陋巷(단표누항)에 흣튼 혜음 아니

아모

타 百年行樂(백년행락)이 이만

엇지

공명과 부귀가 모두 나를 꺼리니 아름다운 자연 외에

어떤 벗이 있으리오 비록 가난하게 살고 있지만 잡스

러운 생각은 아니하네 아무튼 한평생 즐겁게 지내는

것이 이만하면 족하지 않겠는가

결사-안빈 낙도

면앙정가(俛仰亭歌)

송 순

无等山(무등산) 활기 뫼히 동다히로

버더 이셔 霽月峯(제월봉)이 되여거

無邊大野(무변대야)의 므

짐쟉

노라

닐곱 구

움쳐 무득무득 버럿

가온대 구

굼긔든 늘근 뇽이 선

머리

언쳐시니

무등산 한 줄기 산이 동쪽으로 뻗어 있어 멀리 떼

어 버리고 나와 제월봉이 되었거늘 끝없이 넓은

들판에 무슨 속셈을 가지고 일곱 구비가 한 곳에

움추리어 무더기 무더기 벌여 놓은 듯 가운데 구

비는 구멍에 든 늙은 용이 풋잠을 이제 막 깨어

머리를 얹어 놓고 있는 것 같으니

rarr서사 1 - 제월봉의 위치와 형세

바희 우

松竹(송죽)을 혜혀고

정자

언쳐시니

구름

靑鶴(청학)이 千里(천 리)를 가리라

래 버렷

넓고 평평한 바위 위에 소나무 대나무를 헤치고

정자를 앉혔으니 구름을 탄 푸른 학이 천 리를

가려고 두 날개를 벌리고 있는 듯하다

rarr서사2 - 면앙정의 모습

玉泉山(옥천산) 龍泉山(용천산)

린 믈이

亭子(정자) 압 너븐 들

兀兀(올올)히 펴진드시

든 기노라 프르거든 희디마나

雙龍(쌍룡)이 뒤트

긴 깁을

어드러로 가노라 므

얏바

즈로 흐르

옥천산용천산 흘러내리는 물이 정자 앞 넓은 들

에 끊임없이 펼쳐진 듯이 넓거든 길지나 말든가

푸르거든 희지나 말지 두 마리 용이 몸을 뒤틀고

있는 듯 긴 비단을 펼쳐 놓은 듯 어디로 가느라

고 무슨 일이 바빠서 달리는 듯 따라가는 듯 밤낮

으로 흘는 듯

rarr본사 1 - 시냇물의 모습

므조친 沙汀(사정)은 눈

치 펴

거든

어즈러온 기러기

므스거슬 어르노라

안즈락

리락 모드락 흣트락

蘆花(노화)를

이 두고 우로곰 좃니

물을 따라 있는 모래밭은 눈같이 하얗게 펼쳐져

있는데 어지럽게 나는 갈매기는 무엇을 어르느라

고 앉기도 하고 내려오기도 하고 모이기도 하고

흩어지기도 하고 갈대꽃을 사이에 두고 울면서 따

라다니는가

rarr본사 2 - 기러기의 교태

너븐 길 밧기오 긴 하

두르고

즌 거슨 뫼힌가 屛風(병풍)인가

그림가 아닌가

노픈

숨거니 뵈거니 가거니 머믈거니

어즈러온 가온

일홈

도 젓티 아녀 옷독이 셧

거시

秋月山(추월산) 머리 짓고 용구산 몽선산 불대산

어등산 용진산 금성산이 허공에 버러거든

遠近(원근) 蒼崖(창애)의 머믄 것도 하도 할샤

넒은 길 밖이요 긴 하늘 아래 두르고 꽂은 것은

산인가 병풍인가 그림인가 아닌가 높은 듯 낮은

듯 끊어지는 듯 이어지는 듯 숨기도 하고 보이기

도 하고 가기도 하고 머물기도 하고 어지러운 가

운데 유명한 척하여 하늘도 두려워 하지 않고 우

뚝하게 서있는 것이 추월산으로 머리를 만들고

용구산 몽선산 불대산 어등산 용진산 금성산이 공

중에 늘어서 있으니 멀고 가까운 푸른 절벽에 머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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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것도 많기도 하구나

rarr본사 3 - 산봉우리의 승경

흰구름 부흰 煙霞(연하) 프로니

山嵐(산람)이라

千巖萬壑(천암만학)을 제 집으로 삼아두고

나명셩 들명셩 일

ㅣ도 구

지고

오르거니

리거니 長空(장공)의

나거니

廣野(광야)로 건너거니

프르락 불그락 여트락 지트락

斜陽(사양)과 섯거디어 細雨(세우)조차

흰구름 뿌연 안개와 노을 푸른 것은 산 아지랑

이로구나 수많은 바위와 골짜기를 제 집으로 삼

고서 나가기도 하고 들어오기도 하면서 아양도 떠

는구나 올라가기도 하고 내려가기도 하고 먼 하

늘로 떠나기도 하고 넓은 들로 건너가기도 하고

푸르기도 하고 붉기도 하고 옅기도 하고 짙기도

하고 석양과 섞이어 가랑비조차 뿌리는구나

rarr본사 4 - 봄 풍경

藍輿(남여)

고 솔아

구븐 길노

오며 가며

적의

綠楊(녹양)의 우

黃鶯(황앵) 嬌態(교태) 겨워

고야

나모 새

지어 綠陰(녹음)이 얼린 적의

百尺欄干(백척난간)의 긴 조으름 내여 펴니

水面凉風(수면양풍)이야 긋칠 줄 모르

뚜껑없는 가마를 재촉하여 타고 소나무 아래 굽은

길로 오며 가며 하는 때에 푸른 버드나무에서

는 꾀꼬리는 온갖 교태를 부리고 있구나 나무 사

이가 우거져서 녹음이 엉긴 때에 긴 난간에 기대

어 길게 기지개를 켜니 물위에서 부는 시원한 바

람이 그칠 줄을 모르는구나

rarr 본사 5 - 여름 풍경

즌서리

딘 후의 산빗치 錦繡(금수)로다

黃雲(황운)은

엇지 萬頃(만경)의 펴겨디오

漁笛(어적)도 흥을 계워

롸 브니

된서리가 걷힌 후에 산 빛이 수놓은 비단 같구나

누렇게 익은 곡식은 또 어찌 넓은 들에 펼쳐져 있

는가 어부가 부는 피리도 흥을 못이겨 달을 따라

불고 있구나

rarr 본사 6 - 가을 풍경

草木(초목) 다 진 후의 江山이

몰커

造物(조물)리 헌

야 氷雪(빙설)로

며내니

瓊宮瑤臺(경궁요대)와 玉海銀山(옥해은산)이

眼底(안저)에 버러셰라

乾坤(건곤)도 가

열사 간 대마다 경이로다

초목이 다 떨어진 후에 강산이 눈 속에 묻혔거늘

조물주가 야단스러워 눈과 얼음으로 꾸며내니 경

궁요대(구슬로 꾸민 궁궐과 대)와 옥해은산(아름

다운 바다와 눈덮인 산) 같은 설경이 눈 아래 펼

쳐졌구나 하늘과 땅도 풍성하구나 가는 곳마다

아름다운 경치로다

rarr 본사7 - 겨울 풍경

人間(인간)을

나와도 내 몸이 겨를 업다

이것도 보려

고 져것도 드르려코

도 혀려

도 마즈려코

밤으란 언제 줍고 고기란 언제 낙고

柴扉(시비)란 뉘 다드며 딘 곳츠란 뉘 쓸려뇨

이 낫브거니 나조

라 슬

소냐

리 不足(부족)커니 來日(내일)이라

有餘(유여)

이 뫼

안자 보고 져 뫼

거러 보니

煩勞(번로)

릴 일이 아조 업다

쉴 사이 업거든 길히나 젼

리야

다만 靑藜杖(청려장)이 다 므듸어 가노

속세를 떠나왔어도 내 몸이 한가하지 않다 이것

도 보려고 하고 저것도 들으려 하고 바람도 쏘이

려 하고 달도 맞으려 하고 밤은 언제 줍고 고기는

언제 낚고 사립문은 누가 닫으며 떨어진 꽃은 누

가 쓸겠느냐 아침에도 아름다운 경치 구경하는

시간이 모자랄 지경인데 저녁이라고 싫겠는가 오

늘의 시간이 부족한데 내일이라고 여유가 있겠는

가 이 산에서 앉아보고 저 산에서 걸어보니 번거

로운 마음이지만 버릴 일이 아주 없다 쉴 사이가

없는데 사람들에게 길이나마 알려줄 수가 있겠는

가 다만 명아주 대로 만든 지팡이가 다 무디어

가는구나

rarr본사 8 - 자연애와 풍류 생활

술이 닉어가니 벗지라 업슬소냐

이며 혀이며 이아며

온가짓 소

로 醉興(취흥)을

야거니

근심이라 이시며 시

이라 브터시랴

누우락 안즈락 구브락 져츠락 울프락

노혜로 놀거니

天地(천지)도 넙고넙고 日月(일월)도 가

羲皇(희황) 모

러니 이적이야 긔로고야

神仙(신선)이 엇더턴지 이몸이야 긔로고야

술이 익어가니 벗이라고 없겠는가 노래를 부르게

하며 악기를 타고 켜게 하며 방울을 흔들며 온갖

소리로 술에 취한 흥을 재촉하니 근심이라 있겠으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25 -

며 시름이라고 붙어 있으랴 눕기도 하고 앉기도

하고 구부리기도 하고 뒤로 젖히기도 하고 읊기도

하고 휘파람을 불기도 하면서 마음놓고 놀기도

하니 천지도 넓고 넓으며 세월도 한가하다 중국

복희 황제의 태평성대를 내가 잘 몰랐더니 지금이

바로 그것이로구나 신선이 어떤 것인지 잘 몰랐

더니 내가 바로 신선이로구나

rarr본사9 - 취흥

江山風月(강산풍월) 거

리고 내 백년을 다누리면

岳陽樓(악양루) 샹의 李太白(이태백)이 사라 오다

浩蕩情懷(호탕 정회)야 이에서 더

소냐

이 몸이 이렁 굼도 亦君恩(역군은)이샷다

아름다운 대자연을 거느리고 내 한평생을 다 누리

면 조망이 좋기로 이름난 악양루 위의 이태백이

살아온다한들 넓고 큰 마음이야 이것보다 더 하겠

는가 이몸이 이렇게 지내는 것도 역시 임금님의

은혜이시도다

rarr결사 - 호탕한 정회와 군은

면앙정의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지은이가 41세 되던 해 벼슬을 그만두

고 향리인 전라남도 담양에 내려가 면앙정이라는

정자를 짓고 아름다운 자연을 벗삼아 사는 자신의 풍

류 생활을 노래한 것이다 면아정 주변의 경치4계절의

풍경 자신의 풍류 생활에 대한 멋과 흥취를 짜임새 있

게 그려낸 선경 후정의 작품이다

우리 江湖歌道(강호가도)의 전형을 확립한 작품으로

정극인의 상춘곡을 이어받아 송강의 성산별곡관동별곡

에 크게 영향을 끼쳤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결사 끝

부분의 lsquo亦君恩(역군은)이샷다rsquo와 같은 표현은 맹사성의

lsquo강호사시가rsquo에도 나타나는 것으로 자연속에서 지내는

즐거움과 연군 지정을 결합시킨 표현이라 할 수 있다

관동별곡

정 철

江강湖호애 病병이 깁퍼 竹

林님의 누엇더니 關관東

동 八팔百

里니에 方방面면을 맛디시니 어와 聖셩恩

은이야 가디록 罔망極극

다 延연秋츄門문 드리

慶경會회 南남門문

라보며 下하直직고 믈너나니 玉

옥節졀이 알

셧다

平평丘구驛역

라 黑흑水슈로 도라드니 蟾셤江

강은 어듸메오 雉티岳악이 여긔로다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의 병이 깊어 전라남도 창평에서

지내고 있었는데 800리나 되는 강원도 지방의 관찰사

소임을 맡기시니 아아 임금님의 은혜야말로 갈수록

끝이 없다 연추문으로 달려들어가 경회루의 남쪽문을

바라보며 임금님께 하직 인사를 하고 물러나니 옥절이

앞에 서 있다 양주(평구역)역에서 말을 갈아타고 여주

(흑수)로 돌아 들어가니 원주(섬강)는 어디인가 치악

산이 여기로구나

서사1-관찰사 배명과 부임의 여정

昭쇼陽양江강

린 믈이 어드러로 든단 말고 孤고臣신

去거國국에 白

髮발도 하도 할샤 東동州

밤 계오

새와 北븍寬관亭뎡의 올나

니 三삼角각山산 第뎨一일

峰봉이

마면 뵈리로다 弓궁王왕 大대闕궐 터희 烏오

鵲쟉이 지지괴니 千쳔古고 興흥亡망을 아

다 몰

다 淮회陽양 녜 일홈이 마초아

시고 汲급長

孺유

風풍彩

를 고텨 아니 볼 게이고

소양강 흘러내린 물이 어디로 흘러들어간단 말인가 외

로운 신하가 임금님 곁을 떠남에 있어서 나라에 대한

걱정이 많기도 하구나 철원(동주)에서 밤을 겨우 새운

후 북관정에 오르니(임금님이 계신 한양에 있는)삼각

산의 제일 높은 봉우리가 웬만하면 보일 것 같구나 옛

날 궁예왕이 살았던 대궐 터에 까마귀와 까치만 지저귀

고 있으니 먼 옛날의 흥망 성쇠를 까마귀와 까치 너희

들은 아느냐 모르느냐 회양이라는 이름이 옛날 중국의

지명인 회양과 마침 똑같구나(중국 회양 땅에서 선정

을 베푼)급장유의 모습을 이제 다시 (여기서)볼 수 있

지 않겠는가(급장유가 중국 회양땅에서 선정을 베푼

것처럼 정철 자신도 이곳 강원도 회양땅에서 선정을 베

풀겠다는 포부를 나타냄)

서사 2-관내 순력과 선정에 대한 포부

營영中듕이 無무事

고 時시節졀이 三삼月월인 제

花화川쳔 시내길히 楓풍岳악으로 버더 잇다 行

裝장

을 다

티고 石셕逕경의 막대 디퍼 百백川쳔洞동 겨

두고 萬만瀑폭洞동 드러가니 銀은

무지게 玉

龍룡의 초리 섯돌며

十십里리의

자시니 들을 제

우레러니 보니

눈이로다

감영(지금의 도청)안에 아무 일이 없고 시절이 마침 삼

월인 때에 화천 시냇길이 금강산으로 뻗어 있다 행장

을 다 떨쳐 버리고 돌길에 지팡이를 짚어 백천동 곁을

지나 만폭동으로 들어가니 은같은 무지개 옥 같은 용

의 꼬리처럼 생긴 폭포가 섞어 돌며 뿜는 소리가 십 리

에 깔려 있으니 멀리서 들을 때는 우렛소리더니 가까

이 가서 보니 눈(雪)이 날리는 것 같구나

본사1-만폭동 폭포의 장관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26 -

金금剛강臺

우層층의 仙션鶴학이 삿기 치니 春츈

風풍 玉옥笛

聲셩의 첫

돗던디 縞호衣의玄현裳

샹이 半반空공의 소소

니 西셔湖호

主쥬人인을

반겨셔 넘노

금강대 맨 꼭대기에 사는 선학이 새끼를 치니 봄바람

옥피리 소리에 첫 잠을 깨었던지 흰 저고리 검은 치마

로 단장한 학이(학의 날개 묘사) 공중에 솟아 뜨니 옛

날 중국 서호에서 학과 더불어 노닐던 임포를 반겨 맞

는 것 같구나(정철 자신을 임포처럼 생각함)

본사2-금강대 위의 선학

小쇼香향爐노 大대香향爐노 눈 아래 구버보고 正졍陽

양寺

眞진歇헐臺

고텨 올나 안

마리 廬녀山산 眞

진面면目목이 여긔야 다 뵈

다 어와 造조化화翁옹이

토 헌

거든

디 마나 셧거든 솟디 마나

芙부蓉용을 고잣

玉옥을 믓것

東동溟명

을 박

北북極극을 괴왓

놉흘시고 望망高

고臺

외로올샤 穴혈望망峰봉이 하

의 추미러 므

일을

로리라 千쳔萬만劫겁 디나

록 구필 줄 모

다 어와 너여이고 너

향로처럼 생긴 크고 작은 봉우리를 눈아래 굽어보고 나

서 정양사를 지나 진헐대에 다시 올라 앉으니 금강산

의 참모습이 여기서야 다 보이는구나 아아 조물주가

야단스럽기도 야단스럽구나(산봉우리들이)날아가려거

든 뛰지나 말든가 서있으려거든 (위로)솟지나 말든가

할일이지 연꽃을 꽂아 놓은 것 같기도 하고흰 옥을

묶어 놓은 것 같기도 하고 북극성을 떠받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높구나 망고대 외롭구나 혈망봉이 하늘

에 치밀어서 무슨 일을 아뢰려고 오랜 세월이 지나도록

굽힐 줄을 모르느냐 아아 너로구나 너같은 충신이

또 있을까(진헐대에서 바라본 많은 산봉우리들이 굳굳

한 모습으로 서있는 것을 보고 충신의 지조와 절개를

연상하여 표현한 구절)

본사 3-진헐대에서의 조망

心심臺

고텨 올나 衆듕香향城셩

라보며 萬만

二이千쳔峰봉을 歷녁歷녁히 혀여

니 峰봉마다

쳐 잇

고 긋마다 서린 긔운

거든 조티마나 조커든

디 마

나 뎌 긔운 흐터 내야 人인傑걸을

고쟈 形형容용

도 그지업고 체체勢셰도 하도 할샤 天텬地디 삼기실

제 自

然연이 되연마

이제 와 보게 되니 有유情정

도 有유情정

개심대를 다시 올라가서 중향성을 바라보며 금강산 만

이천 봉우리를 똑똑히 헤아려 보니 산봉우리마다 정기

가 맺혀 있고 봉우리 끝마다 서린 기운(정기) (산의

정기가)맑거든 깨끗하지나 말든가 깨끗하거든 맑지나

말 것이지(산의 정기가 맑고도 깨끗하다는 의미) 저

기운을 흩어 내어 뛰어난 인물을 만들고 싶구나 산봉

우리의 생긴 모양이 끝이 없이 다양하고 자세도 많기도

하구나 천지가 생겨날 때 자연히 된 줄 알았더니 이제

와서 보니까 조물주의 뜻이 분명히 있구나

본사 4-개심대에서의 조망

毗비盧로峰봉 上샹上샹頭두의 올라 보니 긔 뉘신고

東동山산 泰태山산이 어

야 놉돗던고 魯노國국 조븐

줄도 우리

거든 넙거나 넙은 天텬下하 엇

닷 말고 어와 뎌 디위

어이

면 알 거이고 오

디 못

거니

려가미 고이

비로봉 맨 꼭대기에 올라본 사람이 그 누구인가

동산과 태산이 그 얼마나 높던가 노나라가 작다는 것

도 우리는 모르겠는데 넓고도 넓은 천하를 어떻게 해서

작다고 공자께서는 말씀하신단 말인가 아아 저 공자

의 경지를 어떻게 하면 알 것인가 올라가지 못하는데

내려가는 것이 이상하랴

본사 5-비로봉을 본 감회

圓원通통골

길로 獅

峰봉을

자가니 그 알

너러바회 化화龍룡쇠 되여셰라 千쳔年년 老노龍룡

이 구

서려 이셔 晝듀夜야의 흘녀 내여 滄창海

해예 니어시니 風풍雲운을 언제 어더 三삼日일雨우

디련

다 陰음崖애예 이온 플을 다 살와 내여

원통골 가느다란 길로 사자봉을 찾아가니 그 앞에 넓고

평평한 바위가 화룡소가 되었구나 마치 천 년이나 묵

은 늙은 용(정철 자신을 지칭함)이 굽이굽이 서려 있어

서 밤낮으로 물을 흘려 내어 푸른 바다에 이어졌으니

용(작자 자신)아 너는 언제 풍운(선정의 기회)을 얻어

서 임금님의 은총을 백성들에게 내리려느냐 굶주리고

헐벗은 백성들을 다 살려 내려무나

본사 6-화룡소에서의 감회

磨마訶하衍연 妙묘吉길祥샹 雁안門문재 너머 디여 외

나모

리 佛블頂뎡臺

올라

니 千쳔尋심絶졀

壁벽을 半반空공애 셰여 두고 銀은河하水슈 한 구

촌촌이 버혀 내여 실

티 플텨이셔 뵈

티 거러시니

圖도經경 열 두 구

내 보매

여러히라 李니謫

션 이제 이셔 고텨 의논

게 되면 廬녀山산이 여긔도

곤 낫단 말 못

려니

마하연 묘길상을 구경하고 안문재를 넘어 내려가 외

나무 썩은 다리를 건너 불정대에 오르니 천길이나 되는

낭떠러지를 공중에 세워 놓고 은하수 한 굽이를 마디

마디 베어 내어 실같이 풀어 가지고 베처럼 걸었으니

도경(금강산 12폭포를 그림으로 그려놓은 그림책)에는

폭포가 열두굽이로 되어 있지만 내가 보기에는 그보다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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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많아 보인다 이태백이 지금 살아 있어서 다시(금강

산 12폭포와 중국의 여산폭포를 비교) 논의하게 된다

면 여산 폭포가 여기보다 더 낫다는 말은 못 할 것이

본사 7-십이 폭포의 장관

山산中듕을

양 보랴 東동海해로 가쟈

라 籃남輿여

緩완步보

야 山산映영樓누의 올나

니 玲녕瓏농 碧벽

溪계와 數수聲셩啼뎨鳥됴

離니別별을 怨원

旌졍旗긔를

티니 五오色

이 넘노

鼓고角각을

섯부니 海해雲운이 다것

鳴명沙사길 니근

이 醉

仙션을 빗기 시러 바다

두고 海

棠당花화로 드러가니 白

鷗구야

마라 네 버딘 줄 엇디 아

산중의 경치만 노상 보겠는가 동해로 가자꾸나 남녀

(뚜껑없는 가마)를 타고 천천히 걸어서 산영루(정자이

름)에 오르니 영롱하게 반짝이는 시냇물과 갖가지 소

리로 우는 새는 나와의 이별을 싫어하는 듯 여러 가지

깃발을 휘날리니 오색(빨강파랑검정노랑흰색등의

깃발)이 넘나들며 노는 듯 북과 피리를 섞어 부니 바

다의 구름이 다 걷히는 듯하다 모래밭 길에 익숙한 말

이 도취한 신선을 비스듬히 태우고 해변을 따라 해당

화가 피어 있는 곳으로 들어가니 백구야 날아가지 마

라 내가 네 친구일수도 있지 않느냐

본사 8-동해로 가는 감회

金금闌난窟굴 도라드러 叢총石셕亭뎡 올라

니 白

옥樓누 남은 기동 다만 네히 셔 잇고야 工공슈의 셩녕

인가 鬼귀斧부로 다

가 구

야 六뉵面면은 므어슬

象샹톳던고

금난굴을 돌아들어서 총석정에 오르니 바다 가운데에

돌기둥 네 개가 백옥루의 남은 기둥처럼 서 있구나 저

네 개의 돌기둥은 공수(중국 고대의 명공)가 만든 것인

가 귀신의 도끼로 다듬었는가 구태여 그 돌기둥이 여

섯 모가 난 것은 무엇을 본뜬 것인가

본사 9-총석정의 장관

高고城셩을란 뎌만 두고 三삼日일浦포

자가니 丹

단書셔

宛완然연

되 四

仙션은 어

가니 예 사흘

머믄 後후의 어

머믈고 仙션遊유潭담 永영郎

냥湖호 거긔나 가 잇

가 淸

澗간亭뎡 萬만景경臺

몃 고

안돗던고

고성을 저만큼 두고 삼일포를 찾아가니 영랑의 무리

(신라 때 네 명의 화랑 곧 사선)가 남쪽으로 갔다는

글씨는 뚜렷한데 사선은 어디 갔는가 여기서 사흘을

머문 후에 어디 가서 또 머물렀을까 선유담 영랑호

거기나 가 있는가 청간정 만경대 몇 곳에 앉았던가

본사 10-삼일포에서의 회고

梨니花화

셔 디고 졉동새 슬피 울 제 洛낙山산東

동畔반으로 義의相샹臺

예 올라 안자 日일出츌을 보

리라 밤듕만 니러

니 祥샹雲운이 집

동 六뉵龍뇽

이 바퇴

동 바다

날 제

萬만國국이 일위더니

天텬中듕의 티

니 毫호髮발을 혜리로다 아마도 녈구

름 근쳐의 머믈셰라 詩시仙션은 어

가고 咳

唾타만

나맛

니 天텬地디間간 壯장 긔별

셔히도

셔이

배꽃은 벌써 떨어지고 접동새가 슬피 울 때에 낙산의

동쪽 언덕에 있는 의상대에 올라앉아 해 뜨는 것을 보

려고 한 밤중에 일어나니 상서로운 구름이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듯 여섯 마리의 용이 떠받치고 있는 듯

해가 바다에서 떠날 때는 온 세상이 흔들리는 것 같더

니 하늘로 치솟아 오르니 가느다란 터럭을 셀 수 있을

정도로 밝구나 혹시나 지나가는 구름(간신을 비유함)

이 햇빛을 가릴까 두렵다 이백은 어디 가곡 그가 남긴

유명한 말(咳唾(해타)-이백은 lsquo등금릉봉황대rsquo라는 시에

서 간신이 임금의 총명을 흐리게 하는 것을 구름이 해

를 가리는 것에 비유했음)만 남아 있는가 천지간에 굉

장한 소식(사연)이 그의 시에 자세히도 표현되어 있구

본사 11-의상대에서의 일출의 장관

斜샤陽양 峴현山산의 척

을 므니

와 羽우蓋개芝

지輪륜이 鏡경浦포로

려가니 十십里리 氷빙紈환을

다리고 고텨 다려 長

松숑 울흔 소개 슬

장 펴뎌시

니 믈결도 자도 잘샤 모래

혜리로다 孤고舟쥬 解

纜람

야 亭뎡子

올나가니 江강門문橋교 너믄

大대洋양이 거긔로다 從

容용댜 이 氣긔像샹

闊활遠원댜 뎌 境경界계 이도곤

어듸 잇

닷 말고 紅홍粧장 古고事

리로다

江강陵능 大대都도護호風풍俗쇽이 됴흘시고 節졀孝효

旌졍門문이 골골이 버러시니 比비屋옥可가封봉이 이제

도 잇다

저녁 햇살이 비치는 현산의 철쭉꽃을 잇달아 밟으면서

신선을 태운 수레가 경포로 내려가니 십 리나 되는 비

단을 (다리미로)다리고 다시 다린 것처럼 맑고 깨끗한

수면이 큰 소나무가 둘러싼 속에 실컷 펼쳐져 있으니

물결도 잔잔하기도 잔잔하구나 모래를 셀 수 있을 것

같도다 배 한 척을 띄워 호수를 건너가서 정자 위에

올라가니 강문교 바로 너머에 넓은 바다가 거기로구

나 조용하구나 이 기상 넓고 멀구나 저 경계(수평

선) 여기보다 더 (경치가) 잘 갖추어진 곳이 또 어디

있단 말인가 박신과 흥장의 옛일을 야단스럽다고 할

것이로다 강릉 대도호부의 풍속이 좋기도 하구나 충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28 -

신 효자 열녀 등을 표창하는 문이 고을마다 널려 있

으니 요순 시대처럼 집집마다 벼슬을 봉할 만하다는

것이 지금도 있다 할 것이로다

본사 12-경포의 장관과 강릉의 미풍 양속

眞진珠쥬館관 竹

西셔樓루 五오十십川쳔

린 믈이 太

태白

山산 그림재

東동海

로 다마 가니

하리 漢

한江강의 木목覓멱의 다히고져 王왕程뎡이 有유限

고 風풍景경이 못 슬

니 幽유懷회도 하도 할샤 客

愁수도 둘 듸 업다 仙션사

워 내여 斗두牛우로 向

살가 仙션人인을

려 丹단穴혈의 머므살가

진주관 죽서루 아래 오십천에 흘러내리는 물이 태백산

그림자를 동해로 담아가지고 흘러가니 차라리 저 물을

임금님이 계신 서울 남산에 닿게 하고 싶다 관원의 여

정에는 기한이 있고 풍경은 싫증이 나지 않으니 그윽

한 회포도 많기도 많구나 나그네의 시름도 둘 곳이 없

다 신선이 탄다는 뗏목을 띄워서 북두성과 견우성으로

향할까 사선을 찾으러 단혈에 머무를까

본사 13-죽서루에서의 객수

天텬根근을 못내 보와 望망洋양亭뎡의 올은말이 바다

밧근 하

이니 하

밧근 므서신고

득 노 고래 뉘

라셔 놀내관

블거니

거니 어즈러이 구

디고 銀

은山산을 것거 내여 六뉵合합의

五오月월

天텬의 白

雪셜은 므

일고

하늘의 끝을 끝내 못 보아 망양정에 오르니 바다 밖은

하늘인데 하늘 밖은 무엇인가 가뜩이나 노한 고래를

누가 놀리게 하기에 불기도 하고 뿜기도 하면서 어지럽

게 구는 것인가 은으로 된 산을 꺾어 내어 온 세상에

흩어 내리는 듯 오월의 아득한 하늘에 흰 눈이 무슨 일

인가

본사 14-망양정에서의 조망

져근덧 밤이 드러 風풍浪낭이 定뎡

扶부桑상 咫

지尺

의 明명月월을 기

리니 瑞셔光광 千쳔丈

고야 珠쥬簾렴을 고텨 것고 玉옥階계

다시 쓸며 啓계明명星셩 돗도록 곳초 안자

라보니

蓮년花화 가지

뉘라셔 보내신고 일이 됴흔

世세界계

대되 다 뵈고져

流뉴霞하酒쥬

득 부어

려 무론 말이 英영雄웅은

가며 四

仙션은 긔 뉘러니 아

나 맛나 보아

긔별 뭇쟈

니 仙션山산 東동海

예 갈 길히 머도

멀샤

잠깐 사이에 밤이 되어 풍랑이 가라앉거늘 해와 달이

뜬다는 부상 가까운 거리에서 밝은 달을 기다리니 천

길이나 뻗친 상서로운 달빛이 보이는 듯하다가 숨는구

나 구슬로 만든 밭을 걷어 올리고 돌층계를 다시 쓸며

샛별이 돋을 때까지 꼿꼿이 앉아 바라보니 흰 연꽃 한

송이를 누가 보내셨는가 이렇게 좋은 세계를 남에게

다 보이고 싶구나 신선주를 가득 부어 들고 달에게 묻

기를ldquo영운은 어디 갔으며 사선 그들은 그 누구이더

냐rdquo 아무나 만나 보아 옛 소식을 물으려 하니 삼신산

이 있다는 동해에 갈 길이 멀기도 멀구나

결사 1-동해의 달맞이

松숑根근을 볘여 누어 픗

을 얼픗 드니

애 사

이 날

려 닐온 말이그

내 모

랴 上샹界계예 眞

진仙션이라 黃황庭뎡經경一일字

엇디 그

닐거

두고 人인間간의 내려와셔 우리

다 져근덧

가디 마오 이 술 잔 머거 보오 北북斗두星셩 기우

려 滄챵海

水슈 부어 내여 저 먹고 날 머겨

서너

잔 거후로니 和화風풍이 習습習습

야 兩냥腋

을 추

혀 드니 九구萬만里리 長

空공애 져기면

리로다 이

술 가져다가 四

예 고로

화 億억萬만 蒼창生

을 다 醉

근 後후의 그제야 고텨 맛나

고야 말 디쟈 鶴학을

고 九구空공의 올나가니

空공中듕 玉옥蕭쇼 소

어제런가 그제런가

나도

여 바다

구버보니 기

거니

인들 엇디 알리 明명月월이 千천山산萬만落낙의 아니

비쵠

업다

소나무 뿌리를 베고 누워서 선잠을 얼핏드니

꿈에 한 사람이 나더러 이르기를 ldquo그대(송강)를 내가

모르랴 그대는 하늘 나라의 진짜 신선이라 황정경의

한 글자를 어찌하여 잘못 읽어 가지고 속세로 귀양와서

우리를 따르는가 잠깐 동안 가지 말고 이 술 한잔 먹

어 보오rdquo 북두칠성을 국자 삼아 푸른 바닷물을 잔에

부어 저도 먹고 나도 먹이거늘 서너잔을 기울이니 화

창한 바람이 산들산들 불어 양쪽 겨드랑이를 추켜드니

구만리나 되는 먼 하늘에 웬만하면 날 것 같구나

ldquo이 술을 가져다가 온 세상에 골고루 나누어 모든 백성

들을 다 취하게 만든 후에 그 때에야 다시 만나 또 한

잔 하자꾸나lsquo

그 말이 끝나자 신선(꿈에 한 사람)은 학을 타고 하늘

로 올라가니 공중에서 들려오는 옥피리 소리가 어제던

가 그제던가 싶게 어렴풋하구나 나도 잠을 깨어 바다

를 굽어보니 그 깊이를 모르는데 끝이야 더욱 어떻게

알겠는가 밝은 달이 온 세상에 아니 비친 곳이 없다

결사 2-꿈속의 선연

lt송강가사(松江歌辭) 이선본(李選本gt

지은이가 45세 되던 선조 13년(1580)에 강원도 관찰사

에 배임(拜任)되어 부임하는 과정과 원주에 부임한 후

틈을 내어 관동 팔경을 비롯한 강원도 내의 명승지를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29 -

두루 유람하며그 승경(勝景)과 인정 풍속을 비롯해서

연군(戀君)애민의 정(情) 및 선연(仙緣)을 노래한 기행

가사의 대표적인 작품이다 멀게는 고려 충숙왕 때 안

축이 지은 경기체가 형식의 [관동별곡]과 가깝게는 명

종때 백광홍이 지은 [관서별곡] 송순의 [면앙정가]의

영향을 받은 작품으로 표현이 명쾌화려하고 탄력이 넘

치며 활달하고 낭만적이어서 지은이의 호탕한 기상이

잘 나타나 있다

총 295구로 이루어진 장편 기행 가사로 서사(처음~급

당유 풍 고텨 아니 볼 게이고) 본사(영둥이 무고~오월 댱텬의 셜은 므일고) 결사(져근덧 밤이

드러~아니 비쵠 업다)로 구성되어 있다

산에서 바다로 이어지는 여정은 그 각각의 이미지를 매

개로 하여 인간의 두 가지 존재 양식 사이에서 갈등하

는 작가의 모습을 보여 준다 산에서 본 경치는 백색의

이미지로서 고결한 위정자로서의 풍모를 드러내고 있으

며 바다에서는 인간 본연의 영원한 세계를 갈구하는

자유 분방한 정신을 표출하고 있다

다양한 어휘와 적절한 수사법을 능란하게 구사함으로

써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한층 높은 경지로 끌어 올린

작품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사미인곡(思美人曲)

송강 정 철

이 몸 삼기실 제 님을 조차 삼기시니 緣分(연분)이며 하 모 일이런가 나 나 졈어 잇

고 님 나 날 괴시니 이 음 이 랑 견졸 노여 업다

이 몸이 태어날 때에 임을 따라서 태어나니 한평생의

연분이며 하늘이 모를 일이던가내가 오직 젊어 있고

임은 오직 나를 사랑하시니 이 마음과 이 사랑을 비교

할 곳이 전혀 없다

서사 1-임과의 인연

平生(평)애 願(원) 요 녜자 얏더니

늙기야 므 일로 외오 두고 글이고 엇그제 님

을 뫼셔 廣寒殿(광한뎐)의 올낫더니그더 엇디

야 下界(하계)예 랴오니 올 적의 비슨 머리 얼

킈연디 三年(삼년)이라 臙脂粉(연지분) 잇마 눌 위여 고이고 음의 친 실음 疊疊(텹텹)

이 혀 이셔 짓니 한숨이오 디니 눈믈이라

人生(인)은 有限(유) 시도 그지업다

평생에 원하기를 임과 함께 살아가고자 했는데 늙어서

야 무슨일로 외따로 두고 그리워하는가 엊그제 임을

모시고 광한전에 올라 있었는데 그 사이에 어찌하여 이

하계에 내려왔느냐 임을 떠나 올 적에 빗은 머리가 헝

클어진 지삼 년일세 연지와 분이 있지마는 누구를 위

해서 예쁘게 화장할 것인가 마음에 맺힌 시름이 겹겹

이 쌓여 있어서 짓는 것이 한수밍요 떨어뜨리는 것이

눈물이라 인생은 한이 있는데 시름은 끝이 없다

서사 2-임에 대한 그리움

無心(무심) 歲月(셰월)은 믈 흐 고야 炎

凉(염냥)이 아라 가 고텨 오니 듯거니

보거니 늣길일도 하도 할샤

아무 생각이 없는 세월은 물 흐르듯 빨리 지나가는구

나 더위와 추위가 때를 알아서 가자마자 다시 오니 듣

고 보는 가운데서 느낄일이 많기도 많구나

서사 3-세월의 무상함

東風(동풍)이 건듯 부러 積雪(젹셜)을 헤텨내니 窓

(창) 밧긔 심근 梅花(화) 두세 가지 픠여셰라 득 冷淡(담) 暗香(암향)은 므 일고 黃昏

(황혼)의 이 조차 벼 마 빗최니 늣기 반기 님이신가 아니신가

뎌 梅花(화) 것거 내여 님 겨신 보내오져 님

이 너 보고 엇더타 너기실고

봄바람이 문득 불어서 쌓인 눈을 헤쳐내니 창밖에 심은

매화가 두세 가지 피었구나 가뜩이나 쌀쌀하고 담담한

데 그윽하게 풍기는 향기는 또 무슨 일인가 황혼에 달

이 따라와 배갯머리에 비치니흐느껴 우는 듯 반기는

듯하니 임이신가 아니신가 저 매화를 꺾어 내어 임 계

신 곳에 보내고 싶다 그러면 임이 너 (매화)를 보고

어떻다고 생각하실까

본사 1-춘원(春怨)

디고 새 닙 나니 綠陰(녹음)이 렷 羅幃

(나위) 寂寞(젹막)고 繡幕(슈막)이 뷔여 잇다 芙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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蓉(부용)을 거더 노코 孔雀(공쟉)을 둘러 두니 득 시 한 날은 엇디 기돗던고鴛鴦錦(원앙금)

버혀 노코 五色線(오션) 플텨 내여 금자 견화

이셔 님의 옷 지어 내니 手品(슈품)은니와 制度

(졔도)도 시고 珊瑚樹(산호슈) 지게 우 白玉函(옥함)의 다마 두고 님의게 보내오려 님 겨신

라보니 山(산)인가 구롬인가 머흐도 머흘시

고 千里 萬里(쳔리 만리)길흘 뉘라셔 자갈고니

거든 여러 두고 날인가 반기실가

꽃이 지고 새 잎이 피어나니 녹음이 우거졌는데 비단

포장이 적막하고 수놓은 장막이 텅 비어 쓸쓸하다 연

꽃을 수놓은 비단 휘장을 걷어 놓고 공작을 수놓은 병

풍을 둘러 치니 가뜩이나 시름이 많은데 날은 어찌 그

리 길던가 원앙새 수놓은 비단을 베어 놓고 오색실을

풀어 내어 좋은 자로 재어서 임의 옷을 지어내니 솜씨

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격식도 갖추었구나 백옥으로

만든 함에 담아 산호로 만든 지게 위에 얹어 놓고 임에

게 보내려고 임 계신 곳을 바라보니 산인지 구름인지

험하기도 험하구나 천만 리나 되는 먼 길을 누가 찾아

갈 것인가 가면은 함을 열어 놓고 나를 본것처럼 반가

워하실까

본사2-하원(夏怨)

밤 서리김의 기겍러기 우러 녤 제 危樓(위루)

에 혼자 올라 水晶簾(슈졍념) 거든말이 東山(산)의

이 나고 北極(븍극)의 별이 뵈니 님이신가 반기

니 눈믈이 절로 난다 淸光(쳥광)을 쥐여 내여 鳳

凰樓(봉황누)의 븟티고져 樓(누) 우 거러 두고

八荒(팔황)의 다 비최여 深山窮谷(심산궁곡) 졈낫

티 그쇼셔

하룻밤 서리가 내린 무렵에 기러기가 울며 지나갈 때

높은 누각에 혼자 올라가 수정으로 만든 밭을 걷으니

동산에 달이 떠오르고 북극성이 보이므로 임이신가 하

여 반가워하니 눈물이 절로 난다 밝은 달을 잡아 내어

임 계신 곳에 보내고 싶구나 임께서 그 달을 누각 위

에 걸어 노고 온 세상을 다 비추어 깊은 산 골짜기 까

지도 대낮같이 밝게 하소서(밝은 정치를 베푸소서)

본사 3-추원(秋怨)

乾坤(건곤)이 閉塞(폐)야 白雪(셜)이 빗친

제 사은니와 새도 긋쳐 잇다 瀟湘南畔(쇼

샹남반)도 치오미 이러커든 玉樓高處(옥누고쳐)야

더욱 닐러 므리陽春(양츈)을 부쳐 내여 님 겨

신 쏘이고져茅簷(모쳠) 비쵠 玉樓(옥누)의

올리고져 紅裳

(홍샹)을 니믜 고 翠袖(슈) 半(반)만 거더

日暮脩竹(일모슈듁)의 혬가림도 하도 할샤 댜 수이 디여 긴 밤을 고초 안자 靑燈

(쳥등) 거른 겻 鈿箜葔(뎐공후)노하 두고 의나

님을 보려 밧고 비겨시니 鴦衾(앙금)도 도

샤 이 밤은 언제 샐고

하늘과 땅이 꽉막힌 것처럼 흰 눈으로 온통 덮여 있으

니 사람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날아디는 새도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다 소상강 남쪽 지방같이 따뜻한 이 곳

도 추위가 이러한데 하물며 임계신 북쪽 지방이야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따뜻한 봄볕을 부쳐 내어 임 계신

곳에 쏘이고 싶다 초가집 처마에 비친 해를 임계신 곳

에 올리고 싶다 붉은 치마를 여미어 입고 푸른 소매를

반쯤 걷어 해질 무렵 대나무에 의지하여 여러 가지 생

각이 많기도 하구나 짧은 겨울해가 이내 넘어가니 긴

밤을 꼿꼿이 앉아서 청사초롱을 걸어 둔 곁에 자개 입

힌 공후를 놓아 두고 꿈에나 임을 만나 보려고 턱을

받치고 기대어 있으니 원앙금침이 차갑기도 하구나 이

밤은 언제 샐것인가

본사 4-동원(冬怨)

도 열두 도 셜흔 날 져근덧 각마

라 이 시 닛쟈 니 의 쳐 이셔 骨髓(골

슈)의 텨시니 扁鵲(편쟉)이 열히 오나 이 병을

엇디리 어와 내 병이야 이 님의 타시로다 하

리 싀어디여 범나븨 되오리라 곳나모 가지마다 간

죡죡 안니다가 향 므든 애로 님의 오 올므

리라 님이야 날인 줄 모셔도 내 님 조려 노

하루도 열두 때 한 달도 서른 날 잠시 라도 생각을

말아 가지고 이 시름을 잊으려 해도 마음 속에 맺혀

있어서 뼛속까지 사무쳤으니 편작 같은 명의가 열명이

온다 한들 이 병을 어찌할 것인가

아아 내 병이여 이 병을 어찌할 것인가

아아 내 병이여 이 임의 탓이로다 차라리 죽엇 호랑

나비가 되리라 꽃나무 가지에 가는 곳마다 앉으며 돌

아다니다가 향기 묻은 날개로 임의 옷에 앉으리라 임

께서 나인 줄을 모르신다 해도 나는 끝까지 임을 따르

려 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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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사 -임을 향한 변함 없는 마음

lt성주본 송강가사gt

작품의 감상

작자가 50세 되던 해에 반대 정파의 탄핵을 받고 전남

창평으로 물러나 우거(寓居)하면서 임금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여인이 사랑하는 사람을 그리는 심정에 의탁하

여 부른 노래이다 이 작품의 제목인 〈사미인곡(思美

人曲)〉은 중국 굴원이 지은 〈이소(離騷)〉의 제 9편

에 나오는 lsquo사미인(思美人)rsquo이라는 편명에서 따온 것으

로 보이며 그 작품 역시 충군(忠君)의 내용을 담고 있

어 내용 또한 그 영향을 받은 것으로 짐작된다

또 임금을 임으로 설정하여 노래한 것은 고려 속요인

〈정과정〉과 맥을 같이하고 있으며 임에 대한 헌신적

사랑의 표현은 〈가시리〉〈동등〉등과 접맥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작품은〈속미인곡〉과 더불어 가사 문학의 극치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일찍이 서포 김만중은 〈사미인

곡〉 〈속미인곡〉 〈관동별곡〉을 가리켜 lsquo좌해진문

장 지차삼편(左海眞文章 只此三篇우리 나라의 참된 문

장은 오직 이 세 편뿐이다)rsquo라고 하였다 이 노래는

서사 본사 결사 세 부분으로 되어 있는데 본사는 다

시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나뉘어 있다

속미인곡(續美人曲)

송강 정 철

뎨 가 뎌 각시 본듯도 뎌이고

天上(텬상) 白玉京(옥경)을 엇디야 離別(니별)고

다 뎌 져믄 날의 눌을 보라 가시고

저기가는 저 젊은 여인 본 듯도 하구나 임금님이 계

시는 서울을 어찌하여 이별하고 해가 다 져서 저무는

날에 누구를 보러 가시는 고

rarr서사1 - 서울을 떠나온 이유(갑녀의 질문)

어와 네여이고 내 셜 드러보오

내 얼굴 이 거동이 님 괴얌즉 냐마

엇딘디 날 보시고 네로다 녀기실나도 님을 미더 군디 전혀 업서

이야 교야 어러이 구돗디

반기시 비치 녜와 엇디 신고

누어 각고 니러 안자 혜어니

내 몸의 지는 죄 뫼티 혀시니

하히라 원망며 사이라 허믈랴

셜워 플텨 혜니 造物(조물)의 타시로다

아아 너로구나 내 사정 이야기를 들어보오

나의 생김새와 행동거지가 임의 사랑을 받을 수 있겠느

냐마는 어쩐지 나를 보시고 (내가 사랑할 사람은 바

로) 너로구나 하며 특별히 사랑하시기에 나도 임을 믿

어 딴 생각이 전혀 없어 응석과 애교를 부리면서 (얼마

나) 어지럽게 굴었던지 (나를) 반가워 하시는 얼굴빛

이 예날과 어찌 다르신가 누워 생각하고 일어나 앚아

헤아리니 내 몸의 지은 죄가 산같이쌓였으니 하늘을 원

망하겠으며 사람을 탓하겠는가 하도 서러워 여러 가지

로 깊이 생각해보니 조물주의 탓이로구나

rarr서사2 - 자책과 체념(을녀의 대답)

글란 각 마오

그렇게는 생각하지 마시오

rarr본사1 - 갑녀의 위로

친 일이 이셔이다

님을 뫼셔 이셔 님의 일을 내 알거니

믈튼 얼굴이 편실적 몃날일고

春寒(츈한) 苦熱(고열)은 엇디야 디내시며

秋日(츄일) 冬天(동텬)은 뉘라셔 뫼셧고

粥早飯(쥭조반) 朝夕(조석)뫼 녜와 티 셰시가

기나긴 밤의 은 엇디 자시고

마음 속에 맺힌 일이 있습니다 예전에 임을 모신적이

있어서 임의 일을 내가 잘 아는데 물과 같이 연약한

체질이 편하실 때가 며칠이나 될꼬 이른 봄의 추위와

한여름의 더위를 어떻게 지내시며 가을과 겨울날은 누

가 모셨는가 죽조반과 아침 저녁 진지는 옛날과 같이

잘 잡수시는가 기나긴 밤에 잠은 어떻게 주무시는가

rarr본사2-임에 대한 염려(을녀의 사설)

님다히 消息(소식)을 아무려나 아쟈니

오도 거의로다 일이나 사 올가

내 둘 업다 어드러로 가쟛 말고

잡거니 밀거니 놉픈 뫼 올라가니

구름은 니와 안개 므일고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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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川(산쳔)이 어둡거니 日月(일월)을 엇디보며

咫尺(지척)을 모거든 千里(쳔리) 라보랴

리 믈의 가 길히나 보랴니

람이야 믈결이야 어둥졍 된뎌이고

샤공은 어 가고 븬 만 걸렷고

江天(간텬)의 혼자 셔셔 디 구버보니

님 다히 消息(소식)이 더옥 아득뎌이고

임이 계시는 곳의 소식을 어떻게든지 알려고 하니 오늘

도 거의 지나갔구나 내일이나 임의 소식을 전해줄 사

람이 올까 내 마음을 둘 곳이 없다 어디로 가자는 말

인가 (나무같은 것을) 잡기도 하고 밀기도 하면서 높

은 산에 올라가니 구름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안개는

또 무슨 일로 저렇게 기어 있는가 산천이 어두운데 해

와 달을 어떻게 보겠으며 지척을 모르겠는데 천 리나

되는 먼 곳을 (어떻게) 바라몰 수 있으랴 차라리 물가

에 서서 뱃길이나 보려고 하니 바람과 물결이 어수선하

게 되었구나 사공은 어디가고 빈 배만 걸려있는가 강

변에 홀로서서 지는 해를 굽어보니 임계신 곳의 소식이

더욱 아득하구나

rarr본사3-임의 소식을 애타게 기다림(을녀의 사설)

茅簷(모쳠) 자리의 밤듕만 도라오니

半壁(반벽) 靑燈(청등)은 눌 위야 갓고

오며 리며 헷드며 바자니니

져근덧 력진力盡(녁진)야 픗을 잠간 드니

精誠(정셩)이 지극야 의 님을 보니

玉(옥)튼 얼굴이 半(반)이나마 늘거셰라

의 머근 말 슬장 쟈니

눈믈이 바라나니 말인들 어이며

情(정)을 못다야 목이조차 몌여니

오뎐된 鷄聲(계셩)의 은 엇디 돗던고

초가집 차가운 잠자리에 한밤중이 돌아오니 벽에 걸려

있는 등불은 누구를 위하여 밝아 있는가 산을 올라가

기도 하고 내려가기도 하면서 헤메며 오락가락 돌아다

니다가 잠깐 사이에 힘이 다하여 풋잠이 잠깐 들었는

데 정성이 지극하여 꿈속에서 임을 보니 옥과 같이 곱

던 임의 얼굴이 반넘게 늙었구나 마음 속에 품은 생각

을 실컷 아뢰려고 하였더니 눈물이 잇달아 쏟아지니

말인들 어찌하며 정회도 다 못풀어 목마저 메어오니

방정맞은 닭울음소리에 잠은 어찌 깨었던가

rarr본사4-독수공방의 한과 꿈에서 만난 임

(을녀의 사설)

어와 虛事(허)로다 이 님이 어 간고

결의 니러 안자 窓(창)을 열고 라보니

어엿븐 그림재 날 조 이로다

리 싀여디어 落月(낙월)이나 되야이셔

님 겨신 窓(창) 안 번드시 비최리라

아아 헛된 일이로다 내 임이 어디 갔는고 꿈결에 일

어나 앉아 창을 열고 바라보니 불쌍한 그림자만이 나

를 따라올 뿐이로다 차라리 죽어서 지는 달이나 되어

임 계신 창 안에 환하게 비치리라

rarr결사-죽어서라도 임을 따르겠다는 다짐

(을녀의 사설)

각시님 이야니와 구 비나 되쇼셔

각시님 달은커녕 궂은 비나 되십시오

rarr결사-갑녀의 위로

〈해설〉

사미인곡의 속편으로 지은이가 동인(東人)으로 탄핵을

받고 고향인 전라남도 창평에 낙향해 있을 때에 임금

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두 여인의 대화 형식을 빌려 노

래한 작품이다 이 작품의 현대어 해석에 나와 있는 lsquo갑

녀(甲女)rsquo와 lsquo을녀(乙女)rsquo는 편의상 붙인 이름으로 갑녀

는 보조적 위치에 있는 화자이며 을녀가 지은이를 대

변하는 주된 화자이다 〈사미인곡〉과 더불어 가사 문

학의 최고봉이라 일컬어지는데 특히 순수한 우리말의

구사가 절묘하며 대화 형식으로 구성하여 표현에 참신

성을 더한 것은 lsquo금상첨화(錦上添花)rsquo라 할 수 있을 것

이다

홍만종은 〈순오지(旬五志)〉에서 이 작품을 제갈공명

의 〈출사표(出師表)〉에 비견할 만하다고 극찬하였으

며 서포 김만중은 〈서포만필(西浦漫筆)〉에서 ldquo예로부

터 우리 나라의 참된 문장은 오직 이 세 편(사미인곡

속미인곡 관동별곡)뿐이데다시 이 세편에 대하여 논할

것 같으면 그 중에서 속미인곡이 더욱 뛰어나다 관동

별곡과 사미인곡은 오히려 한자음을 빌려서 그 가사 내

용을 꾸민 데 지나지 않는다rdquo라고 하였다

규원가(閨怨歌)

허난설헌

엇그제 저멋더니 마 어이 다 늘거니

少年行樂(소년 행락) 생각니 일러도 속절업다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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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거야 서른 말 자니 목이 멘다

엊그제 젊었었는데 어찌 벌써 다 늙어버렸는가 어린

시절에 즐겁게 지내던 일을 생각하니 말해 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 이렇게 늙은 뒤에 서러운 얘기를 하자니

목이 멘다

rarr기1-늙음의 한탄

父生母育(부생 모육) 辛苦(신고)야 이 내 몸 길러 낼

公侯配匹(공후 배필) 못 바라도 君子好逑(군자 호구) 願

(원)더니

三生(삼생)의 怨業(원업)이오 月下(월하)의 緣分(연분)으

長安遊俠(장안 유협) 輕薄子(경박자)를 치 만나 잇

서 當時(당시)의 용심(用心)기 살어름 디듸는 부모님이 나를 낳아서 고생하여 길러낼 때 높은 벼슬아

치의 배필을 바라지는 못했어도 훌륭한 남자의 좋은

짝이 되기를 원했더니 삼생의 원망스러운 업보요 월

하 빙인이 정해 준 연분으로 놀기 좋아하고 경박한 사

람을 꿈같이 만나 가지고 시집 간 뒤 조심하면서 마음

졸이기를 꼭 살얼음 디디듯하였다

rarr기2-젊은 시절의 회상

三五二八(삼오 이팔) 겨오 지나 天然麗質(천연 여질)절

로 이니

이 얼골 이 態度(태도)로 百年期約(백년 기약) 얏더니

年光(연광)이 훌훌고 造物(조물)이 多時(다시)야

봄바람 가을 믈이 뵈오리 북 지나듯

雪鬂花顔(설빈 화안) 어 가고 面目可憎(면목 가증) 되

거고나

내 올골 내 보거니 어느 님이 날 괼소냐

스스로 慙愧(참괴)니 누구를 怨望(원망)리

십오륙 세가 겨우 지나 타고난 아름다운 모습이 절로

나타나니 이 얼굴 이 태도로 (남편과)평생을 약속하였

더니 세월이 빨리 지나가고 조물주가 시기가 많아서

세월의 빠르기가 베 짤 때 북이 지나가는 듯 젊고 아

름다운 얼굴은 어디로 가고 추한 모습이 되었구나 내

얼굴을 내가 보아 알거니와 어느 임이 나를 사랑하겠는

가 스스로 생각해도 부끄러운데 누구를 원망하리

rarr기3-세월의 무상함과 늙음의 한탄

三三五五(삼삼 오오) 冶遊園(야유원)의 새 사람이 나단

말가

곳 피고 날 저물 제 定處(정처) 업시 나가 잇어

백마(白馬) 금편(金鞭)으로 어어 머므는고

원근(遠近)을 모르거니 消息(소식)이야 더욱 알랴

因緣(인연)을 긋쳐신들 각이야 업슬소냐

얼골을 못 보거든 그립기나 마르려믄

열두 김도 길샤 설흔 날 至理(지리)다

玉窓(옥창)에 심 梅花(매화) 몃 번이나 픠여진고

겨을 밤 차고 찬 제 자최눈 섯거 치고

여름날 길고 길 제 구 비 므스 일고

三春花柳(삼춘 화류) 好時節(호시절)의 景物(경물)이 시

름업다

가을 방에 들고 蟋蟀(실솔)이 床(상)에 울 제

긴 한 숨 디 눈물 속절업시 헴만 만타

아마도 모진 목숨 죽기도 어려울사

몇 명씩 떼지어 다니는 술집에 새 기생이 나타났다는

말인가 꽃 피고 날 저물 때 일정한 거처도 없이 나가

서 호사로운 차림새로 어디어디 가서 머므는가 바깥출

입이 없어 원근 지리를 모르는데 임의 소식이야 더구나

알 수 있으랴 인연을 끊었다고 하지만 임에 대한 생각

이야 어찌 없겠는가 만나지 못할 임이라면 그립지나

말일이지 하루도 열두때 길기도 하구나 한 달이 지루

하다 옥창에 심은 매화가 몇 번이나 피었다가 졌는고

겨울 밤 차고 찬 때에 눈보라가 섞어 치고 여름날 길고

긴 때에 궂은비는 또 무슨 일인가 꽃 피고 새 잎이 돋

는 좋은 계절 봄에도 보이는 경치가 시름이 없다 가을

달이 방에 비치고 귀뚜라미가 침상에서 울 때 긴 한숨

떨어지는 눈물에 헛되이 생각하는 것만 많다 아마도

모진 목숨 죽기도 어렵구나

rarr승-방탕한 남편에 대한 원망과 독수공방의 한

도로혀 풀쳐 혜니 이리 여 어이 리

靑燈(청등)을 돌라 노코 綠綺琴(녹기금) 빗기 안아

碧蓮花(벽련화) 한 곡조를 시름 조 섯거 타니

瀟相夜雨(소상야우)의 댓소리 섯도 華表(화표) 千年(천 년)의 別鶴(별학)이 우니 玉手(옥수)의 타는 手段(수단) 녯 소 잇다마芙蓉帳(부용장) 寂寞(적막)니 뉘 귀에 들리소니

肝腸(간장)이 九曲(구곡)되야 구븨구븨 쳐서라

돌이켜 여러 모로 생각해 보니 이렇게 살아서 어찌하겠

는가 등불을 돌려 놓고 녹기금을 비스듬히 안아 벽련

화 한 곡조를 시름까지 섞어 타니 소상강의 밤비에 대

나무 잎 소리가 섞여 들리는 듯 천년만에 돌아온 학이

화표주에 앉아 우니는 듯섬섬옥수로 타는 솜씨가 옛

소리를 간직하고 있다마는 부용장 안에 임이 없으니 누

구 귀에 들리겠는가 구곡간장이 굽이굽이 끊어지는 것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34 -

같구나

rarr전-거문고로 시름을 달램

하리 잠을 드러 의나 보려 니

바람의 디 닙과 풀 속에 우는 즘생

므스 일 원수로서 잠조차 오다

천상(天上)의 牽牛織女(견우 직녀) 銀河水(은하수) 박혀

서도

七月七夕(칠월 칠석)一年一度(일년 일도)失期(실기)치

아니거든

우리 님 가신 후는 무슨 弱水(약수) 가렷관듸

오거나 가거나 소식(消息)조차 쳣는고

欄干(난간)의 비겨 셔서 님 가신 바라보니

초로(草露) 맷쳐 잇고 暮雲(모운)이 디나갈 제

竹林(죽림) 푸른 고 새 소리 더욱 설다

세상의 서룬 사람 수업다 려니와

薄命(박명) 紅顔(홍안)이야 날 가니 이실가

아마도 이 님의 지위로 살동말동 여라

차라리 잠이 들어 꿈에서나 임을 보려하니 바람에 지는

나뭇잎과 풀 속에서 우는 벌레가 나와 무슨 원수가 졌

길래 잠조차 깨우는가 하늘의 견우 직녀는 은하수가

막고 있어도 일 년에 한 번 칠월 칠석날에는 기약을 어

기지 않고 만나는데 우리 임이 가신 후에는 무슨 약수

가 가로막고 있길래 오고 가는 소식조차 끊어졌는고

난간에 기대어 서서 임 계신 곳을 바라보니 풀잎에 이

슬은 맺혀있고 저녁 구름이 지나갈 때 대나무 숲 푸른

곳에 새 소리가 더욱 섧다 세상에 서러운 사람이 수없

이 많다고 하지만 기구한 팔자를 타고난 사람이야 나

같은 이가 또 있을까 아마도 임 때문에 살 듯 말 듯하

구나

rarr결-애타게 임을 기다리는 마음

〈감상〉

조선 시대 봉건 사회 제도 아래서 오직 인종(忍從)만을

미덕으로 알고 살아야 했던 부녀자의 한(恨)을 노래한

작품으로 일명 원부사(怨夫詞) 또는 원부사(怨夫辭)라

고도 한다 좋은 배필을 원했지만 뜻밖에도 경박스럽고

방탕한 남편을 만나 평생을 피맺힌 한(恨)과 그리움 속

에 보내야 하는 한 여인의 애달픈 사연을 통해 남성

위주의 사회가 가져오는 병폐를 실감 있게 형상화한 작

품이라 할 수 있다

Page 8: 구지가(龜 歌) - middle.gongbuwarac.commiddle.gongbuwarac.com/Common/Popup/FileDownloadAs.aspx?FileName=/ite… · 미륵(彌勒) 좌주(座主) 뫼셔롸. 미륵 좌주를 모셔라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8 -

처용가(處容歌) - 처용

긔 래 서울 밝은 달밤에

밤드리 노니다가 밤늦도록 놀고 지내다가

드러 자리보곤 들어와 자리를 보니

가리 네히어라 다리가 넷이로구나

둘흔 내해엇고 둘은 내것이지만

둘흔 뉘해언고 둘은 누구의 것인고

본 내해다마 본디 내것이다만

아 엇디릿고 빼앗긴 것을 어찌하리

처용 lt삼국유사gt의 기록에 의하면 처용은 동해 용왕의 일곱 아들 가운데 하나이다 그러나 이는 그가 동해 용왕

을 모시는 무당 가운데 한 사람이었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헌강왕의 정치를 도왔으며 역신이 아내와 동침하는 것

을 보고 lsquo처용가rsquo를 지어 불러 역신을 물리쳤다고 한다

배경설화gt 신라 제 49대 헌강왕 대에는 서울에서 지방까지 집과 단이 연이어져 있고 초가집은 하나도 없었다 길

거리에 풍악이 그치지 않고 비바람도 사철 순조로왔다 이때에 대왕이 개운포에 놀러 나갔다가 물가에서 쉬는데 문

득 짙은 구름과 안개가 끼어 길을 분간하기 어려웠다 괴이하게 여겨 좌우에 물으니 일관(日官)이 아뢰기를 ldquo이는

동해 용왕이 조화이므로 마땅히 용왕을 위해 좋은 일을 하여 그 마음을 풀어 주셔야 합니다 rdquo 하였다 왕은 곧 용

을 위하여 근처에 절을 세우도록 명하였다 왕의 명령이 떨어지자 안개가 걷히고 구름이 개었으므로 그 지역을 lsquo개

운포rsquo라 이름 지었다

이윽고 동해 용왕이 기뻐하여 일곱 아들을 데리고 헌강왕 앞에 나와 춤을 추며 용궁 풍악을 아뢰게 했다 그때 용

왕의 아들 하나가 헌강왕을 따라 서울에 와서 정사(政事)를 보좌하였는데 이름을 lsquo처용rsquo이라 했다 왕은 미녀를 골

라 아내를 삼게 하고 급간 벼슬을 주어 머물게 했다 그의 아내가 매우 아름다웠으므로 역신이 흠모하여 사람의

형상을 꾸며 밤에 몰래 들어와 동침했다 밖에서 놀다가 밤 늦게 돌아온 처용은 그 광경을 보고 노래를 부르고 춤

을 추며 물러나갔다 그러자 역신이 감복하여 모습을 나타내어 앞에 꿇어 앉아 이후에는 처용의 얼굴을 그린 그림

만 보아도 그 문안에는 들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이로 인하여 나라 사람들은 처용의 형상을 문에 붙여서 사악한 기

운을 쫓고 경사(慶事)를 맞는 표시로 삼게 되었다

갈래gt 8구체 향가

성격gt 주술적

표현gt 풍자법 제유법

제재gt 역신(疫神)의 침범

주제gt 아내를 범한 역신을 쫓아냄

화자의 태도gt체념적 관용적

의의gt 신라 향가의 마지막 작품

lt구지가gt lt해가gt 로부터 이어지는 주술 시가의 맥을 잇는 작품이다

벽사(辟邪)진경(進慶) 사악한 귀신을 물리치고 경사를 맞아들임

민속에서 형성된 무가(巫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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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망매가(祭亡妹歌) - 월명사

生死(생사) 길흔 삶과 죽음의 길은

이에 이샤매 머믓거리고 이에 있음에 머뭇거리고

나 가다말ㅅ도 나는 간다는 말도

몯다 니르고 가닛고 못 다 이르고 갔는가

어느 이른 매 어는 가을 이른 바람에

이에뎌에 러딜 닙 여기저기에 떨어지는 나뭇잎처럼

가지라 나고 같은 나뭇가지에 나고서도

가논 곧 모론뎌 가는 곳을 모르겠구나

아야 彌陁刹(미타찰) 아맛보올 나 아아 극락 세계에서 만나 볼 나는

道(도)닷가 기드리고다 불도를 닦으며 기다리겠노라

배경설화gt 일찍 죽은 누이를 위하여 월명사가 재를 올릴 때 향가를 지어 제사를 지냈다 월명사가 향가

를 부르자 홀연히 광풍이 일어 지전을 서쪽으로 날려 보내 없어지게 했다

갈래gt 10구체 향가

성격gt 애상적 추모적 서정적 종교적

주제gt 죽은 누이의 명복을 빎

화자의 태도gt 슬픔을 종교적으로 극복하려 함

화자의 어조gt 비애와 의지의 어조

표현gt 정제되고 세련된 표현기교 비유적 표현

의의gt ① 10구체 향가의 대표작 ② 뛰어난 비유를 통해 인간고의 종교적 승화를 노래함

③ lt찬기파랑가gt와 함께 향가 중 표현 기교와 서정성이 가장 뛰어난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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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솔가(兜率歌) -월명사

오 이에 산화(散花) 블어 오늘 이에 lsquo산화rsquo의 노래를 불러

고자 너는 뿌리온 꽃아 너는

고 명(命)ㅅ 브리디 곧은 마음의 명을 심부름하옵기에

미륵(彌勒) 좌주(座主) 뫼셔롸 미륵 좌주를 모셔라

배경설화gt 신라 경덕왕 때 해가 둘 나타나서 열흘동안 없어지지 않았다 천문 관측을 맡은 관원이 아뢰

기를 ldquo인연이 있는 스님을 청하여 꽃을 뿌리며 공덕을 비는 예식을 거행하면 재앙을 물리칠 수 있습니

다rdquo 하였다 이에 왕이 인연있는 스님 오기를 기다렸다 이때 월명사가 남쪽 길을 가고 있었는데 왕이

그를 불러 단을 열고 기도하는 글을 짓도록 명령하였다 월명사가 lt도솔가gt를 지어 부르자 두 해의 괴

변이 사라졌다

갈래gt 4구체 향가

성격gt 불교적 주술적

주제gt 산화공덕을 통해 국가의 변괴를 막고자 함

배경설화에 나타난 lsquo두 해rsquo의 의미 lsquo해rsquo는 군주 또는 신을 상징하므로 두 해가 함께 나타났다는 것은 현

재의 왕에 도전할 세력의 출현을 암시한다 이러한 혼돈을 막기 위해 산화공덕의 의식이 행해지고 lt도

솔가gt가 불려진 것이다

헌화가(獻花歌) -어느 노인

지뵈 바회 자줏빛 바위가에

자온손 암쇼 노히시고 잡고 있는 암소 놓게 하시고

나 안디 붓그리샤 나를 아니 부끄러워하신다면

고 것거 바도림다 꽃을 꺾어 바치오리다

배경설화gt 신라 성덕왕 때 순정공이 강릉태수로 부임하는 길에 바닷가에 머물러 점심을 먹었는데 높은

산봉우리 위에 철쭉꽃이 무성하게 피어 있었다 순정공의 부인 수로가 ldquo꽃을 꺾어다 바칠 사람이 그 누

구인고rdquo 하니 종자(從者)들이 ldquo사람의 발자취가 다다를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rdquo 라고 말하며 나서는 사

람이 없었다 그때 곁으로 암소를 끌고 지나가던 노옹이 그 꽃을 꺾어 바치면서 이 노래를 지어 불렀다

그 노옹이 어떤 사람인지는 알 수 없었다

갈래gt 4구체 향가

성격gt 민요적 서정적

주제gt 수로부인에 대한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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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왕생가(願王生歌) -광덕

달님이시여 이제

서방까지 가셔서

무량수불 앞에

일러다가 사뢰소서

다짐 깊으신 불존에 우러러

두 손을 모아

원왕생 원왕생

그릴 사람 있다고 사뢰소서

아아 이 몸을 버려 두고

사십팔대원 이루실까

갈래gt 10구체 향가 기원가(祈願歌) 불교 신앙의 노래

성격gt 기원적 불교적

제재gt 극락에서 다시 태어나기를 바라는 마음 달

주제gt 아미타불에게 귀의하고자 하는 간절한 소망 서방 정토로의 극락왕생(極樂往生죽어서 극락세계에

다시 태어남) 희구

무량수불은 서방정토에 있는 아미타불로서 이 부처에게 염하면 극락 세계에 간다고 했다 원왕생가의

화자는 달로 하여금 서방의 극락 정토를 주재하는 아미타불에게 자신의 뜻을 알리도록 청원을 하고 있

다 따라서 무량수불은 화자의 소원을 들어주는 대상이다

원왕생가에서 달은 기원의 대상

달은 어두운 밤에 등장하고 그 달은 어두움을 밝혀 주는 광명의 달

신적인 달

인생이라는 고뇌의 바다를 밝히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는 것처럼 인식

광덕은 아미타불에게 귀의하고자 하는 마음을 달에게 의탁

즉 달을 통해 서정적 자아의 불교적 신앙심을 형상화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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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려 속요 】

청산별곡

살겠노라 살겠노라 청산에 살겠노라

머루와 다래를 먹고 청산에 살겠노라

우는구나 우는구나 새여 자고 일어나 우는구나 새여

너보다 시름 많은 나도 자고 일어나 울고 있노라

가는 새 가는 새 본다 물 아래로 날아가는 새 본다

이끼 묻은 쟁기(농기구)를 가지고 물아래로 날아가는

새 본다

이럭저럭 하여 낮은 재내 왔건만

올 사람도 갈 사람도 없는 밤은 또 어찌할 것인가

어디다 던지는 돌인가 누구를 맞히려는 돌인가

미워할 이도 사랑할 이도 없이 사랑할 이도 없이 맞아

서 울고 있노라

살겠노라 살겠노라 바다에 살겠노라

나문재 굴 조개를 먹고 바다에 살겠노라

가다가 가다가 듣노라 외딴 부엌을 지나가다가 듣노라

사슴이 장대에 올라가서 해금(奚琴)을 켜는 것을 듣노

가더니 불룩한 술독에 진한 술을 빚는구나

조롱박꽃 모양의 누룩(냄새)이 매워 (나를) 붙잡으니 나

는 어찌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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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소재 이미지 내용

1 청산 사람의 현장과의 대칭으로서의 자연 자연에서 살 수밖에 없음

2 새 함께 비탄하는 유일한 벗 새와 함께 비탄함

3 새 자신의 분신 속세에의 미련 속세에의 미련으로 번민함

4 밤 절망적인 고독 고독으로 인하여 괴로워함

5 돌 운명 고독을 운명으로 생각함

6 바다 삶의 현장의 또 다른 대칭으로서의 자연 새로운 환경을 찾아 감

7 사슴 비애(悲哀)의 감정을 이완시킴 기적을 바라는 희망

8 강술 비애의 초극을 가능케 하는 매개체 술에서 구원을 찾음

형식 전 8연의 분장체 매 연 4구운율 3middot3middot2조 3음보어조 시름과 근심에 젖은 애조 띤 목소리성격 현실 도피적 애상적 평민 문학(해석에 따라서는 낙천적으로 보는 이도 있음)주제 현실에의 체념 생의 고독과 비애 삶의 고뇌와 비애 실연의 애상(哀傷) 삶의 터전을 잃은 유랑인의 슬픔 임을 잃은 여인의 처절한 삶과 임을 향한 그리움의의 고려 속요 중 서경별곡과 함께 비유성과 창작성이 뛰어나며 문학성 또한 빼어나다 고려인들의 삶의 애환을 반영한 작품으로서 고려인의 정서가 잘 나타나 있고 음악적 효과가 가장 뛰어난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다 사상적인 면에서는 극단적인 현실 도피 내지는 현실 부정의 면모를 보이고 있다표현 반복법 상징법구성 기(1연) - 승(234연) - 전(567연) - 결(8연)의 4단 구성

+각 연의 소재 이미지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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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별곡

서경(평양)이 서경이 서울이지마는

중수(重修)한 곳인(새로 닦은 곳) 소성경(서경)을

사랑합니다마는

임을 이별할 것이라면 차라리 길쌈하던 베를 버

리고서라도

사랑만 해주신다면 울면서 따라가겠습니다

구슬이 바위 위에 떨어진들

끈이야 끊어지겠습니까

(임과 헤어져) 천 년을 홀로 살아간들

사랑하는 임을 믿는 마음이야 끊기고 변할 리가

있겠습니까

대동강이 대동강이 넓은 줄을 몰라서

배를 내어 놓았느냐 사공아

네 아내가 놀아난 줄도 모르고

다니는 배에 몸을 실었느냐 사공아

대동강 건너편 꽃을

배를 타고 건너편에 들어가면 배를 타고 건너편

에 들어가면 꺾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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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별곡 가시리

차이점 적극적이고 활달한 고려 시대의 여성상인고와 순정을 미덕으로 간직하는

여성상

공통점 이별의 정한을 노래한 고려 가요이며 화자의 목소리가 여성적임

갈래 고려 가요

성격 진솔(眞率) 직선적 적극적

형식 3음보로 매연 끝에 후렴 분연체 3연 14절 (3middot3middot3조가 주류)

제재 임과의 이별

주제 이별의 정한 이별의 슬픔

표현 반복법 설의법 비유법을 통해 감정을 진솔하고 직설적 적극적으로 표현함

구성 여자가 떠나는 남자에게 말을 건네는 희곡적 구조로 전 3연으로 구성되어 있고 매 연은 4구로

되어 있으며 총 14연

특징 아즐가라는 의미 없는 말을 넣고 매구 끝에는 후렴구가 있음 조선시대에 남녀상열지사(男女相

悅之詞)라 비판받기도 했는데 그 이유는 배 타들면 것고리이다는 여인의 정조를 범한다는 의미로 유

교사회에서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 서경별곡과 가시리의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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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가 징이여 돌이여 지금에 계시옵니다

징이여 돌이여 지금에 계시옵니다

이 좋은 성대에 놀고 싶사옵니다

사각사각 가는 모래 벼랑에

사각사각 가는 모래 벼랑에

구운 밤 닷 되를 심으오이다

그 밤이 움이 돋아 싹이 나야만

그 밤이 움이 돋아 싹이 나야만

유덕하신 님 여의고 싶습니다

옥으로 연꽃을 새기옵니다

옥으로 연꽃을 새기옵니다

바위 위에 접을 붙이옵니다

그 꽃이 세 묶음 피어야만

그 꽃이 세 묶음 피어야만

유덕하신 님 여의고 싶습니다

무쇠로 철릭을 마름질해

무쇠로 철릭을 마름질해

철사로 주름 박습니다

그 옷이 다 헐어야만

그 옷이 다 헐어야만

유덕하신 님 여의고 싶습니다

무쇠로 황소를 만들어다가

무쇠로 황소를 만들어다가

쇠나무산에 놓습니다

그 소가 쇠풀을 먹어야

그 소가 쇠풀을 먹어야

유덕하신 님 여의고 싶습니다

구슬이 바위에 떨어진들

구슬이 바위에 떨어진들

끈이야 끊어지겠습니까

천 년을 외따로이 살아간들

천 년을 외따로이 살아간들

믿음이야 끊어지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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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래 고려 가요 고려 속요 장가(長歌) 전 6연 1연은 3구 2-6연은 6구 3음보

형식 전 6연의 분연체 1연은 3구 2~6연은 6구 3음보 3 3 4조

성격 서정적 민요적

구성 서사 - 본사 - 결사의 3단 구성

1연 기 태평성대를 갈구함

2연 -5연 서 불가능한 상황 설정으로 영원한 사랑을 갈구함

6연 결 임에 대한 끊임없는 사랑과 믿음

표현 반복법(운율을 형성하며 주제를 부각시키기 위해 사용)과장법 역설법 반어법을 사용하여 불가

능한 것을 가능으로 설정해 놓고 영원한 사랑을 역설적으로 노래했고 한 연에 똑같이 되풀이 되는 2구

가 있어 감정을 강조하고 있으며 소망형인 어미로 끝내면서 화자의 간절한 소망을 느끼게 하고 있다

제재 임에 대한 사랑

주제 임에 대한 영원한 사랑 임에의 영원한 연모의 정 태평 성대(太平聖代)의 기원)

의의 대부분의 고려 가요가 이별이나 애원 또는 향락의 정서를 읊고 있는 데 반해 영원한 사랑을 주

제로 하고 있는 것이 특색이다 불가능한 상황 설정을 통해 사랑의 절실함을 표현하고 있다

가시리

가시겠습니까 가시겠습니까

나를 버리고 가시겠습니까

나는 어찌 살라 하고 버리고 가시렵니까

붙잡아 둘 일이지마는 서운하면 아니 올까 두렵습니다

서러운 임을 보내옵나니

가자마자 곧 가시는 것처럼 돌아서서 오십시오

갈래 고려 속요 lsquo귀호곡(歸乎曲)rsquo 이라고도 함

형식 분절체 4연 각 2구의 분연체(分聯體)

성격 서정적 민요적

운율 외재율 3middot3middot2조 3음보

구성 4단 구성 기middot승middot전middot결

제재 임과의 이별

주제 이별의 정한(情恨)과 애이불비(哀而不悲)의 사랑

기 뜻밖의 이별에 대한 놀라움과 원망에 찬 하소연

승 하소연의 고조 또는 슬픔의 고조

전 감정의 절제와 체념

결 이별 후의 소망과 기원(주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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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동

덕은 뒤에 바치옵고 복은 앞에 바치오니

덕이며 복이라 하는 것을 진상하러 오십시오

정월 냇물은 아아 얼려 녹으려 하는데

세상에 태어나서 이 몸이여 홀로 살아가는구나

2월 보름에 아아높이 켜놓은 등불 같구나

만인을 비추실 모습이시도다

3월 지나며 핀 아아 늦봄의 진달래꽃이여

남이 부러워할 모습을 지니고 태어났구나

4월을 잊지 않고 아아 오는구나 꾀꼬리새여

무엇 때문에 녹사님은 옛날을 잊고계시는가

5월 5일(단오)에 아아 단옷날 아침 약은

천 년을 사실 약이기에 바치옵니다

6월 보름(유두일)에 아아 벼랑에 버린 빗같구나

돌아보실 임을 잠시나마 따르겠나이다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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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보름에 아아 여러 가지 제물을 벌여 놓고

임과 함께 살고자 소원을 비옵니다

8월 보름은 아아 한가윗날이지마는

임을 모시고 지내야만 오늘이 뜻 있는 한가윗날

입니다

9월 9일에 아아 약이라고 먹는

노란 국화꽃이 집 안에 피니 초가집이 고요하구

10월에 아아 잘게 썰은 보리수나무 같구나

꺾어 버리신 후에 지니실 한 분이 없으시도다

11월에 봉당 자리에 아아 홑적삼을 덮고 누워

임을 그리며 살아가는 나는 너무나 슬프구나

12월에 분지나무로 깎은 아아 소반 위의 젓가락

같구나

임의 앞에 들어 가지런히 놓으니 손님이 가져다

가 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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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전춘

얼음 위에 댓닢 자리를 보아

임과 나와 얼어죽을망정

얼음 위에 댓닢 자리를 보아

임과 나와 얼어죽을망정

정을 준 오늘 밤 더디 새어라 더디 새어라

잊히지 않고 늘 염려스러운 외로운 베갯머리에

어찌 잠이 오리오

서쪽 창문을 여니 복숭아꽃이 피어나는구나

복숭아꽃이 걱정 없이 봄바람에 웃는구나 봄바람

에 웃는구나

넋이라도 임과 한 곳에

함께 지내는 모습 그리더니

넋이라도 임과 한 곳에

함께 지내는 모습 그리더니

우기던 사람이 누구였습니까 누구였습니까

오리야 오리야

어린 비오리야

여울일랑 어디 두고

소에 자러 오는가

소 곧 얼면

여울도 좋습니다 여울도 좋습니다

남산에 자리 보아

옥산을 베고 누워

금수산 이불 안에

사향 각시를 안고 누워

남산에 자리 보아

옥산을 베고 누워

금수산 이불 안에

사향 각시를 안고 누워

약 든 가슴을 맞춥시다 맞춥시다

알아주소서 임이시여 영원히 이별할 줄 모르고

지냅시다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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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래 고려 속요성격 연가 남녀상열지사 향락적 퇴폐적형식 5연으로 이루어진 분연체로 결사를 포함하여 전 6연으로 보기도 함제재 남녀간의 사랑 또는 애정특징 남녀간의 애정을 가식 없이 진솔하고도 적나라 하게 표현했고 비유와 상징 반어와 역설 감각적인 언어로 감정의 표현이 진솔하여 문학성이 높은 편주제 변치 않는 사랑에 대한 소망 임과의 영원한 사랑 기원(임과의 사랑을 직설적으로 드러냄)의의 2연과 5연이 시조 형태에 근접하고 있어 시조의 기원을 찾는 자료로서 주목받음

1연 죽음보다 강한 사랑의 정열2연 임 생각에 밤을 지새우는 애처로움3연 사랑을 배신한 임에 대한 원망4연 무절제한 사랑을 하는 임에 대한 풍자5연 임에 대한 욕망과 상상6연 임과의 이별 없는 영원한 만남을 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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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사

(

歌辭

)

상춘곡(賞春曲)

정 극 인

紅塵(홍진)에 뭇친 분네 이내 生涯(생애) 엇

더고

風流(풍류)

가天地間(천지간) 男子(남자) 몸이 날만 이

하건마

山林(산림)에 뭇쳐 이셔 至樂(지

락)을

것가

數間茅屋(수간모옥)을 碧溪水(벽계수)

앒픠

고 松竹(송죽) 鬱鬱裏(울울리)예 風月主人(풍

월 주인) 되어셔라

속세에 묻혀 사는 분들이여 이 나의 생활이 어떠한가

옛 사람들의 운치 있는 생활을 내가 따를까 못따를까

천지간 남자로 태어난 몸으로서 나만한 사람이 많건마

는 왜 그들은 자연에 묻혀사는 지극한 즐거움을 모르는

것인가

몇 간쯤 되는 초가집을 맑은 시냇물 앞에 지어 놓고소

나무와 대나무가 우거진 속에 자연의 주인이 되었구나

서사-자연에 묻혀 사는 즐거움

엇그제 겨을 지나 새봄이

돌아오니桃花杏花(도화행화)

夕陽裏(석양

리)예 퓌여 잇고綠楊芳草(녹양방초)

細(우

중)에 프르도다칼로

아 낸가붓으로 그려낸

가造化神功(조화신공)이 物物(물물)마다 헌

엊그제 겨울이 지나 새봄이 돌아오니 복숭아꽃과 살구

꽃은 저녁 햇빛 속에 피어 있고 푸른 버들과 아름다운

풀은 가랑비 속에 푸르도다 칼로 재단해 내었는가 붓

으로 그려 내었는가 조물주의 신비스러운 솜씨가 사물

마다 야단스럽구나

본사 1-봄의 아름다운 경치

수풀에 우

春氣(춘기)

내 계

워 소

마다 嬌態(교태)로다 物我一體

(물아일체)어니 興(흥)이

소냐 柴扉(시

비)예 거러 보고 亭子(정자)애 안자 보니 逍

遙吟詠(소요 음영)

야 山日(산일)이 寂寂(적

적)

閑中眞味(한중진미)

알 니 업시 호

재로다

수풀에 우는 새는 봄 기운을 끝내 못 이겨 소리마다 아

양을 떠는 모습이로다

자연과 내가 한 몸이거니 흥겨움이야 다르겠는가 사립

문 주변을 걷기도 하고 정자에 앉아 보기도 하니 천천

히 거닐며 나직이 시를 읊조려 산 속의 하루가 적적한

데 한가로움 속의 참된 즐거움을 아는 사람이 없이 혼

자로구나

본사 2-봄의흥취

이바 니웃드라山水(산수) 구경 가쟈스라 踏靑

(답청)으란 오

고 浴沂(욕기)란 來日(내

일)

새 아

에 採山(채산)

고 나조

釣水

(조수)

여보게 이웃 사람들이여 산수 구경을 가자꾸나 산책

은 오늘하고 냇물에서 목욕하는 것은 내일 하세 아침

에 산나물을 캐고 저녁에 낚시질을 하세

본사 3-산수 구경 권유

괴어 닉은 술을 葛巾(갈건)으

로 밧타 노코 곳나모 가지 것거 수 노코 먹

으리라 和風(화풍)이 건

부러 綠水(녹수)

건너오니 淸香(청향)은 잔에 지고 落紅(낙

홍)은 옷새 진다 樽中(준중)이 뷔엿거

려 알외어라 小童(소동) 아

려 酒家(주가)

에 술을 믈어얼운은 막대 집고아

술을 메고

微吟緩步(미음 완보)

야 시냇

의 호자 안자

明沙(명사) 조 믈에 잔 시어 부어 들고 淸流(청

류)

굽어보니

니 桃花(도화)ㅣ로다 武陵

(무릉)이 갓갑도다 져

거인고

이제 막 익은 술을 갈건으로 거러 놓고 꽃나무 가지를

꺾어 잔 수를 세면서 먹으리라 화창한 바람이 문득 불

어서 푸른 시냇물을 건너오니 맑은 향기는 술잔에 가

득하고 붉은 꽃잎은 옷에 떨어진다 술동이 안이 비었

으면 나더러 아뢰어라 조그만 아이를 시켜 술집에서

술을 사 가지고 어른은 지팡이를 짚고 아이는 술을 메

고 나직이 읊조리며 천천히 걸어 시냇가에 혼자 앉아

고운 모래가 비치는 맑은 물에 잔 씻어 술을 부어 들

고 맑은 시냇물을 굽어보니 떠내려오는 것이 복숭아꽃

이로다 무릉도원이 가까이 있구나 저 들이 바로 그것

인가

본사 4-술과 풍류

松間(송간) 細路(세로)에 杜鵑花(두견화)

부치 들

고峰頭(봉두)에 급피 올나 구름 소긔

안자 보니 千村萬落(천촌만락)이 곳곳이 버러 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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煙霞日輝(연하일휘)

錦繡(금수)

엇그제 검은 들이 봄빗도 有餘(유여)

소나무 사이 좁은 길로 진달래꽃을 손에 들고

산봉우리에 급히 올라 구름 속에 앉아보니 수많은 촌

락들이 곳곳에 벌여 있네 안개와 놀과 빛나는 햇살은

아름다운 비단을 펼쳐 놓은 듯 엊그제까지도 거뭇거뭇

했던 들판이 이제 봄빛이 넘치는구나

본사 5-산봉우리에서의 조망

功名(공명)도 날

우고富貴(부귀)도 날

우니淸

風明月이(청풍명월) 外(외)예 엇던 벗이 잇

올고

簞瓢陋巷(단표누항)에 흣튼 혜음 아니

아모

타 百年行樂(백년행락)이 이만

엇지

공명과 부귀가 모두 나를 꺼리니 아름다운 자연 외에

어떤 벗이 있으리오 비록 가난하게 살고 있지만 잡스

러운 생각은 아니하네 아무튼 한평생 즐겁게 지내는

것이 이만하면 족하지 않겠는가

결사-안빈 낙도

면앙정가(俛仰亭歌)

송 순

无等山(무등산) 활기 뫼히 동다히로

버더 이셔 霽月峯(제월봉)이 되여거

無邊大野(무변대야)의 므

짐쟉

노라

닐곱 구

움쳐 무득무득 버럿

가온대 구

굼긔든 늘근 뇽이 선

머리

언쳐시니

무등산 한 줄기 산이 동쪽으로 뻗어 있어 멀리 떼

어 버리고 나와 제월봉이 되었거늘 끝없이 넓은

들판에 무슨 속셈을 가지고 일곱 구비가 한 곳에

움추리어 무더기 무더기 벌여 놓은 듯 가운데 구

비는 구멍에 든 늙은 용이 풋잠을 이제 막 깨어

머리를 얹어 놓고 있는 것 같으니

rarr서사 1 - 제월봉의 위치와 형세

바희 우

松竹(송죽)을 혜혀고

정자

언쳐시니

구름

靑鶴(청학)이 千里(천 리)를 가리라

래 버렷

넓고 평평한 바위 위에 소나무 대나무를 헤치고

정자를 앉혔으니 구름을 탄 푸른 학이 천 리를

가려고 두 날개를 벌리고 있는 듯하다

rarr서사2 - 면앙정의 모습

玉泉山(옥천산) 龍泉山(용천산)

린 믈이

亭子(정자) 압 너븐 들

兀兀(올올)히 펴진드시

든 기노라 프르거든 희디마나

雙龍(쌍룡)이 뒤트

긴 깁을

어드러로 가노라 므

얏바

즈로 흐르

옥천산용천산 흘러내리는 물이 정자 앞 넓은 들

에 끊임없이 펼쳐진 듯이 넓거든 길지나 말든가

푸르거든 희지나 말지 두 마리 용이 몸을 뒤틀고

있는 듯 긴 비단을 펼쳐 놓은 듯 어디로 가느라

고 무슨 일이 바빠서 달리는 듯 따라가는 듯 밤낮

으로 흘는 듯

rarr본사 1 - 시냇물의 모습

므조친 沙汀(사정)은 눈

치 펴

거든

어즈러온 기러기

므스거슬 어르노라

안즈락

리락 모드락 흣트락

蘆花(노화)를

이 두고 우로곰 좃니

물을 따라 있는 모래밭은 눈같이 하얗게 펼쳐져

있는데 어지럽게 나는 갈매기는 무엇을 어르느라

고 앉기도 하고 내려오기도 하고 모이기도 하고

흩어지기도 하고 갈대꽃을 사이에 두고 울면서 따

라다니는가

rarr본사 2 - 기러기의 교태

너븐 길 밧기오 긴 하

두르고

즌 거슨 뫼힌가 屛風(병풍)인가

그림가 아닌가

노픈

숨거니 뵈거니 가거니 머믈거니

어즈러온 가온

일홈

도 젓티 아녀 옷독이 셧

거시

秋月山(추월산) 머리 짓고 용구산 몽선산 불대산

어등산 용진산 금성산이 허공에 버러거든

遠近(원근) 蒼崖(창애)의 머믄 것도 하도 할샤

넒은 길 밖이요 긴 하늘 아래 두르고 꽂은 것은

산인가 병풍인가 그림인가 아닌가 높은 듯 낮은

듯 끊어지는 듯 이어지는 듯 숨기도 하고 보이기

도 하고 가기도 하고 머물기도 하고 어지러운 가

운데 유명한 척하여 하늘도 두려워 하지 않고 우

뚝하게 서있는 것이 추월산으로 머리를 만들고

용구산 몽선산 불대산 어등산 용진산 금성산이 공

중에 늘어서 있으니 멀고 가까운 푸른 절벽에 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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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것도 많기도 하구나

rarr본사 3 - 산봉우리의 승경

흰구름 부흰 煙霞(연하) 프로니

山嵐(산람)이라

千巖萬壑(천암만학)을 제 집으로 삼아두고

나명셩 들명셩 일

ㅣ도 구

지고

오르거니

리거니 長空(장공)의

나거니

廣野(광야)로 건너거니

프르락 불그락 여트락 지트락

斜陽(사양)과 섯거디어 細雨(세우)조차

흰구름 뿌연 안개와 노을 푸른 것은 산 아지랑

이로구나 수많은 바위와 골짜기를 제 집으로 삼

고서 나가기도 하고 들어오기도 하면서 아양도 떠

는구나 올라가기도 하고 내려가기도 하고 먼 하

늘로 떠나기도 하고 넓은 들로 건너가기도 하고

푸르기도 하고 붉기도 하고 옅기도 하고 짙기도

하고 석양과 섞이어 가랑비조차 뿌리는구나

rarr본사 4 - 봄 풍경

藍輿(남여)

고 솔아

구븐 길노

오며 가며

적의

綠楊(녹양)의 우

黃鶯(황앵) 嬌態(교태) 겨워

고야

나모 새

지어 綠陰(녹음)이 얼린 적의

百尺欄干(백척난간)의 긴 조으름 내여 펴니

水面凉風(수면양풍)이야 긋칠 줄 모르

뚜껑없는 가마를 재촉하여 타고 소나무 아래 굽은

길로 오며 가며 하는 때에 푸른 버드나무에서

는 꾀꼬리는 온갖 교태를 부리고 있구나 나무 사

이가 우거져서 녹음이 엉긴 때에 긴 난간에 기대

어 길게 기지개를 켜니 물위에서 부는 시원한 바

람이 그칠 줄을 모르는구나

rarr 본사 5 - 여름 풍경

즌서리

딘 후의 산빗치 錦繡(금수)로다

黃雲(황운)은

엇지 萬頃(만경)의 펴겨디오

漁笛(어적)도 흥을 계워

롸 브니

된서리가 걷힌 후에 산 빛이 수놓은 비단 같구나

누렇게 익은 곡식은 또 어찌 넓은 들에 펼쳐져 있

는가 어부가 부는 피리도 흥을 못이겨 달을 따라

불고 있구나

rarr 본사 6 - 가을 풍경

草木(초목) 다 진 후의 江山이

몰커

造物(조물)리 헌

야 氷雪(빙설)로

며내니

瓊宮瑤臺(경궁요대)와 玉海銀山(옥해은산)이

眼底(안저)에 버러셰라

乾坤(건곤)도 가

열사 간 대마다 경이로다

초목이 다 떨어진 후에 강산이 눈 속에 묻혔거늘

조물주가 야단스러워 눈과 얼음으로 꾸며내니 경

궁요대(구슬로 꾸민 궁궐과 대)와 옥해은산(아름

다운 바다와 눈덮인 산) 같은 설경이 눈 아래 펼

쳐졌구나 하늘과 땅도 풍성하구나 가는 곳마다

아름다운 경치로다

rarr 본사7 - 겨울 풍경

人間(인간)을

나와도 내 몸이 겨를 업다

이것도 보려

고 져것도 드르려코

도 혀려

도 마즈려코

밤으란 언제 줍고 고기란 언제 낙고

柴扉(시비)란 뉘 다드며 딘 곳츠란 뉘 쓸려뇨

이 낫브거니 나조

라 슬

소냐

리 不足(부족)커니 來日(내일)이라

有餘(유여)

이 뫼

안자 보고 져 뫼

거러 보니

煩勞(번로)

릴 일이 아조 업다

쉴 사이 업거든 길히나 젼

리야

다만 靑藜杖(청려장)이 다 므듸어 가노

속세를 떠나왔어도 내 몸이 한가하지 않다 이것

도 보려고 하고 저것도 들으려 하고 바람도 쏘이

려 하고 달도 맞으려 하고 밤은 언제 줍고 고기는

언제 낚고 사립문은 누가 닫으며 떨어진 꽃은 누

가 쓸겠느냐 아침에도 아름다운 경치 구경하는

시간이 모자랄 지경인데 저녁이라고 싫겠는가 오

늘의 시간이 부족한데 내일이라고 여유가 있겠는

가 이 산에서 앉아보고 저 산에서 걸어보니 번거

로운 마음이지만 버릴 일이 아주 없다 쉴 사이가

없는데 사람들에게 길이나마 알려줄 수가 있겠는

가 다만 명아주 대로 만든 지팡이가 다 무디어

가는구나

rarr본사 8 - 자연애와 풍류 생활

술이 닉어가니 벗지라 업슬소냐

이며 혀이며 이아며

온가짓 소

로 醉興(취흥)을

야거니

근심이라 이시며 시

이라 브터시랴

누우락 안즈락 구브락 져츠락 울프락

노혜로 놀거니

天地(천지)도 넙고넙고 日月(일월)도 가

羲皇(희황) 모

러니 이적이야 긔로고야

神仙(신선)이 엇더턴지 이몸이야 긔로고야

술이 익어가니 벗이라고 없겠는가 노래를 부르게

하며 악기를 타고 켜게 하며 방울을 흔들며 온갖

소리로 술에 취한 흥을 재촉하니 근심이라 있겠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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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 시름이라고 붙어 있으랴 눕기도 하고 앉기도

하고 구부리기도 하고 뒤로 젖히기도 하고 읊기도

하고 휘파람을 불기도 하면서 마음놓고 놀기도

하니 천지도 넓고 넓으며 세월도 한가하다 중국

복희 황제의 태평성대를 내가 잘 몰랐더니 지금이

바로 그것이로구나 신선이 어떤 것인지 잘 몰랐

더니 내가 바로 신선이로구나

rarr본사9 - 취흥

江山風月(강산풍월) 거

리고 내 백년을 다누리면

岳陽樓(악양루) 샹의 李太白(이태백)이 사라 오다

浩蕩情懷(호탕 정회)야 이에서 더

소냐

이 몸이 이렁 굼도 亦君恩(역군은)이샷다

아름다운 대자연을 거느리고 내 한평생을 다 누리

면 조망이 좋기로 이름난 악양루 위의 이태백이

살아온다한들 넓고 큰 마음이야 이것보다 더 하겠

는가 이몸이 이렇게 지내는 것도 역시 임금님의

은혜이시도다

rarr결사 - 호탕한 정회와 군은

면앙정의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지은이가 41세 되던 해 벼슬을 그만두

고 향리인 전라남도 담양에 내려가 면앙정이라는

정자를 짓고 아름다운 자연을 벗삼아 사는 자신의 풍

류 생활을 노래한 것이다 면아정 주변의 경치4계절의

풍경 자신의 풍류 생활에 대한 멋과 흥취를 짜임새 있

게 그려낸 선경 후정의 작품이다

우리 江湖歌道(강호가도)의 전형을 확립한 작품으로

정극인의 상춘곡을 이어받아 송강의 성산별곡관동별곡

에 크게 영향을 끼쳤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결사 끝

부분의 lsquo亦君恩(역군은)이샷다rsquo와 같은 표현은 맹사성의

lsquo강호사시가rsquo에도 나타나는 것으로 자연속에서 지내는

즐거움과 연군 지정을 결합시킨 표현이라 할 수 있다

관동별곡

정 철

江강湖호애 病병이 깁퍼 竹

林님의 누엇더니 關관東

동 八팔百

里니에 方방面면을 맛디시니 어와 聖셩恩

은이야 가디록 罔망極극

다 延연秋츄門문 드리

慶경會회 南남門문

라보며 下하直직고 믈너나니 玉

옥節졀이 알

셧다

平평丘구驛역

라 黑흑水슈로 도라드니 蟾셤江

강은 어듸메오 雉티岳악이 여긔로다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의 병이 깊어 전라남도 창평에서

지내고 있었는데 800리나 되는 강원도 지방의 관찰사

소임을 맡기시니 아아 임금님의 은혜야말로 갈수록

끝이 없다 연추문으로 달려들어가 경회루의 남쪽문을

바라보며 임금님께 하직 인사를 하고 물러나니 옥절이

앞에 서 있다 양주(평구역)역에서 말을 갈아타고 여주

(흑수)로 돌아 들어가니 원주(섬강)는 어디인가 치악

산이 여기로구나

서사1-관찰사 배명과 부임의 여정

昭쇼陽양江강

린 믈이 어드러로 든단 말고 孤고臣신

去거國국에 白

髮발도 하도 할샤 東동州

밤 계오

새와 北븍寬관亭뎡의 올나

니 三삼角각山산 第뎨一일

峰봉이

마면 뵈리로다 弓궁王왕 大대闕궐 터희 烏오

鵲쟉이 지지괴니 千쳔古고 興흥亡망을 아

다 몰

다 淮회陽양 녜 일홈이 마초아

시고 汲급長

孺유

風풍彩

를 고텨 아니 볼 게이고

소양강 흘러내린 물이 어디로 흘러들어간단 말인가 외

로운 신하가 임금님 곁을 떠남에 있어서 나라에 대한

걱정이 많기도 하구나 철원(동주)에서 밤을 겨우 새운

후 북관정에 오르니(임금님이 계신 한양에 있는)삼각

산의 제일 높은 봉우리가 웬만하면 보일 것 같구나 옛

날 궁예왕이 살았던 대궐 터에 까마귀와 까치만 지저귀

고 있으니 먼 옛날의 흥망 성쇠를 까마귀와 까치 너희

들은 아느냐 모르느냐 회양이라는 이름이 옛날 중국의

지명인 회양과 마침 똑같구나(중국 회양 땅에서 선정

을 베푼)급장유의 모습을 이제 다시 (여기서)볼 수 있

지 않겠는가(급장유가 중국 회양땅에서 선정을 베푼

것처럼 정철 자신도 이곳 강원도 회양땅에서 선정을 베

풀겠다는 포부를 나타냄)

서사 2-관내 순력과 선정에 대한 포부

營영中듕이 無무事

고 時시節졀이 三삼月월인 제

花화川쳔 시내길히 楓풍岳악으로 버더 잇다 行

裝장

을 다

티고 石셕逕경의 막대 디퍼 百백川쳔洞동 겨

두고 萬만瀑폭洞동 드러가니 銀은

무지게 玉

龍룡의 초리 섯돌며

十십里리의

자시니 들을 제

우레러니 보니

눈이로다

감영(지금의 도청)안에 아무 일이 없고 시절이 마침 삼

월인 때에 화천 시냇길이 금강산으로 뻗어 있다 행장

을 다 떨쳐 버리고 돌길에 지팡이를 짚어 백천동 곁을

지나 만폭동으로 들어가니 은같은 무지개 옥 같은 용

의 꼬리처럼 생긴 폭포가 섞어 돌며 뿜는 소리가 십 리

에 깔려 있으니 멀리서 들을 때는 우렛소리더니 가까

이 가서 보니 눈(雪)이 날리는 것 같구나

본사1-만폭동 폭포의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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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금剛강臺

우層층의 仙션鶴학이 삿기 치니 春츈

風풍 玉옥笛

聲셩의 첫

돗던디 縞호衣의玄현裳

샹이 半반空공의 소소

니 西셔湖호

主쥬人인을

반겨셔 넘노

금강대 맨 꼭대기에 사는 선학이 새끼를 치니 봄바람

옥피리 소리에 첫 잠을 깨었던지 흰 저고리 검은 치마

로 단장한 학이(학의 날개 묘사) 공중에 솟아 뜨니 옛

날 중국 서호에서 학과 더불어 노닐던 임포를 반겨 맞

는 것 같구나(정철 자신을 임포처럼 생각함)

본사2-금강대 위의 선학

小쇼香향爐노 大대香향爐노 눈 아래 구버보고 正졍陽

양寺

眞진歇헐臺

고텨 올나 안

마리 廬녀山산 眞

진面면目목이 여긔야 다 뵈

다 어와 造조化화翁옹이

토 헌

거든

디 마나 셧거든 솟디 마나

芙부蓉용을 고잣

玉옥을 믓것

東동溟명

을 박

北북極극을 괴왓

놉흘시고 望망高

고臺

외로올샤 穴혈望망峰봉이 하

의 추미러 므

일을

로리라 千쳔萬만劫겁 디나

록 구필 줄 모

다 어와 너여이고 너

향로처럼 생긴 크고 작은 봉우리를 눈아래 굽어보고 나

서 정양사를 지나 진헐대에 다시 올라 앉으니 금강산

의 참모습이 여기서야 다 보이는구나 아아 조물주가

야단스럽기도 야단스럽구나(산봉우리들이)날아가려거

든 뛰지나 말든가 서있으려거든 (위로)솟지나 말든가

할일이지 연꽃을 꽂아 놓은 것 같기도 하고흰 옥을

묶어 놓은 것 같기도 하고 북극성을 떠받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높구나 망고대 외롭구나 혈망봉이 하늘

에 치밀어서 무슨 일을 아뢰려고 오랜 세월이 지나도록

굽힐 줄을 모르느냐 아아 너로구나 너같은 충신이

또 있을까(진헐대에서 바라본 많은 산봉우리들이 굳굳

한 모습으로 서있는 것을 보고 충신의 지조와 절개를

연상하여 표현한 구절)

본사 3-진헐대에서의 조망

心심臺

고텨 올나 衆듕香향城셩

라보며 萬만

二이千쳔峰봉을 歷녁歷녁히 혀여

니 峰봉마다

쳐 잇

고 긋마다 서린 긔운

거든 조티마나 조커든

디 마

나 뎌 긔운 흐터 내야 人인傑걸을

고쟈 形형容용

도 그지업고 체체勢셰도 하도 할샤 天텬地디 삼기실

제 自

然연이 되연마

이제 와 보게 되니 有유情정

도 有유情정

개심대를 다시 올라가서 중향성을 바라보며 금강산 만

이천 봉우리를 똑똑히 헤아려 보니 산봉우리마다 정기

가 맺혀 있고 봉우리 끝마다 서린 기운(정기) (산의

정기가)맑거든 깨끗하지나 말든가 깨끗하거든 맑지나

말 것이지(산의 정기가 맑고도 깨끗하다는 의미) 저

기운을 흩어 내어 뛰어난 인물을 만들고 싶구나 산봉

우리의 생긴 모양이 끝이 없이 다양하고 자세도 많기도

하구나 천지가 생겨날 때 자연히 된 줄 알았더니 이제

와서 보니까 조물주의 뜻이 분명히 있구나

본사 4-개심대에서의 조망

毗비盧로峰봉 上샹上샹頭두의 올라 보니 긔 뉘신고

東동山산 泰태山산이 어

야 놉돗던고 魯노國국 조븐

줄도 우리

거든 넙거나 넙은 天텬下하 엇

닷 말고 어와 뎌 디위

어이

면 알 거이고 오

디 못

거니

려가미 고이

비로봉 맨 꼭대기에 올라본 사람이 그 누구인가

동산과 태산이 그 얼마나 높던가 노나라가 작다는 것

도 우리는 모르겠는데 넓고도 넓은 천하를 어떻게 해서

작다고 공자께서는 말씀하신단 말인가 아아 저 공자

의 경지를 어떻게 하면 알 것인가 올라가지 못하는데

내려가는 것이 이상하랴

본사 5-비로봉을 본 감회

圓원通통골

길로 獅

峰봉을

자가니 그 알

너러바회 化화龍룡쇠 되여셰라 千쳔年년 老노龍룡

이 구

서려 이셔 晝듀夜야의 흘녀 내여 滄창海

해예 니어시니 風풍雲운을 언제 어더 三삼日일雨우

디련

다 陰음崖애예 이온 플을 다 살와 내여

원통골 가느다란 길로 사자봉을 찾아가니 그 앞에 넓고

평평한 바위가 화룡소가 되었구나 마치 천 년이나 묵

은 늙은 용(정철 자신을 지칭함)이 굽이굽이 서려 있어

서 밤낮으로 물을 흘려 내어 푸른 바다에 이어졌으니

용(작자 자신)아 너는 언제 풍운(선정의 기회)을 얻어

서 임금님의 은총을 백성들에게 내리려느냐 굶주리고

헐벗은 백성들을 다 살려 내려무나

본사 6-화룡소에서의 감회

磨마訶하衍연 妙묘吉길祥샹 雁안門문재 너머 디여 외

나모

리 佛블頂뎡臺

올라

니 千쳔尋심絶졀

壁벽을 半반空공애 셰여 두고 銀은河하水슈 한 구

촌촌이 버혀 내여 실

티 플텨이셔 뵈

티 거러시니

圖도經경 열 두 구

내 보매

여러히라 李니謫

션 이제 이셔 고텨 의논

게 되면 廬녀山산이 여긔도

곤 낫단 말 못

려니

마하연 묘길상을 구경하고 안문재를 넘어 내려가 외

나무 썩은 다리를 건너 불정대에 오르니 천길이나 되는

낭떠러지를 공중에 세워 놓고 은하수 한 굽이를 마디

마디 베어 내어 실같이 풀어 가지고 베처럼 걸었으니

도경(금강산 12폭포를 그림으로 그려놓은 그림책)에는

폭포가 열두굽이로 되어 있지만 내가 보기에는 그보다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27 -

더 많아 보인다 이태백이 지금 살아 있어서 다시(금강

산 12폭포와 중국의 여산폭포를 비교) 논의하게 된다

면 여산 폭포가 여기보다 더 낫다는 말은 못 할 것이

본사 7-십이 폭포의 장관

山산中듕을

양 보랴 東동海해로 가쟈

라 籃남輿여

緩완步보

야 山산映영樓누의 올나

니 玲녕瓏농 碧벽

溪계와 數수聲셩啼뎨鳥됴

離니別별을 怨원

旌졍旗긔를

티니 五오色

이 넘노

鼓고角각을

섯부니 海해雲운이 다것

鳴명沙사길 니근

이 醉

仙션을 빗기 시러 바다

두고 海

棠당花화로 드러가니 白

鷗구야

마라 네 버딘 줄 엇디 아

산중의 경치만 노상 보겠는가 동해로 가자꾸나 남녀

(뚜껑없는 가마)를 타고 천천히 걸어서 산영루(정자이

름)에 오르니 영롱하게 반짝이는 시냇물과 갖가지 소

리로 우는 새는 나와의 이별을 싫어하는 듯 여러 가지

깃발을 휘날리니 오색(빨강파랑검정노랑흰색등의

깃발)이 넘나들며 노는 듯 북과 피리를 섞어 부니 바

다의 구름이 다 걷히는 듯하다 모래밭 길에 익숙한 말

이 도취한 신선을 비스듬히 태우고 해변을 따라 해당

화가 피어 있는 곳으로 들어가니 백구야 날아가지 마

라 내가 네 친구일수도 있지 않느냐

본사 8-동해로 가는 감회

金금闌난窟굴 도라드러 叢총石셕亭뎡 올라

니 白

옥樓누 남은 기동 다만 네히 셔 잇고야 工공슈의 셩녕

인가 鬼귀斧부로 다

가 구

야 六뉵面면은 므어슬

象샹톳던고

금난굴을 돌아들어서 총석정에 오르니 바다 가운데에

돌기둥 네 개가 백옥루의 남은 기둥처럼 서 있구나 저

네 개의 돌기둥은 공수(중국 고대의 명공)가 만든 것인

가 귀신의 도끼로 다듬었는가 구태여 그 돌기둥이 여

섯 모가 난 것은 무엇을 본뜬 것인가

본사 9-총석정의 장관

高고城셩을란 뎌만 두고 三삼日일浦포

자가니 丹

단書셔

宛완然연

되 四

仙션은 어

가니 예 사흘

머믄 後후의 어

머믈고 仙션遊유潭담 永영郎

냥湖호 거긔나 가 잇

가 淸

澗간亭뎡 萬만景경臺

몃 고

안돗던고

고성을 저만큼 두고 삼일포를 찾아가니 영랑의 무리

(신라 때 네 명의 화랑 곧 사선)가 남쪽으로 갔다는

글씨는 뚜렷한데 사선은 어디 갔는가 여기서 사흘을

머문 후에 어디 가서 또 머물렀을까 선유담 영랑호

거기나 가 있는가 청간정 만경대 몇 곳에 앉았던가

본사 10-삼일포에서의 회고

梨니花화

셔 디고 졉동새 슬피 울 제 洛낙山산東

동畔반으로 義의相샹臺

예 올라 안자 日일出츌을 보

리라 밤듕만 니러

니 祥샹雲운이 집

동 六뉵龍뇽

이 바퇴

동 바다

날 제

萬만國국이 일위더니

天텬中듕의 티

니 毫호髮발을 혜리로다 아마도 녈구

름 근쳐의 머믈셰라 詩시仙션은 어

가고 咳

唾타만

나맛

니 天텬地디間간 壯장 긔별

셔히도

셔이

배꽃은 벌써 떨어지고 접동새가 슬피 울 때에 낙산의

동쪽 언덕에 있는 의상대에 올라앉아 해 뜨는 것을 보

려고 한 밤중에 일어나니 상서로운 구름이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듯 여섯 마리의 용이 떠받치고 있는 듯

해가 바다에서 떠날 때는 온 세상이 흔들리는 것 같더

니 하늘로 치솟아 오르니 가느다란 터럭을 셀 수 있을

정도로 밝구나 혹시나 지나가는 구름(간신을 비유함)

이 햇빛을 가릴까 두렵다 이백은 어디 가곡 그가 남긴

유명한 말(咳唾(해타)-이백은 lsquo등금릉봉황대rsquo라는 시에

서 간신이 임금의 총명을 흐리게 하는 것을 구름이 해

를 가리는 것에 비유했음)만 남아 있는가 천지간에 굉

장한 소식(사연)이 그의 시에 자세히도 표현되어 있구

본사 11-의상대에서의 일출의 장관

斜샤陽양 峴현山산의 척

을 므니

와 羽우蓋개芝

지輪륜이 鏡경浦포로

려가니 十십里리 氷빙紈환을

다리고 고텨 다려 長

松숑 울흔 소개 슬

장 펴뎌시

니 믈결도 자도 잘샤 모래

혜리로다 孤고舟쥬 解

纜람

야 亭뎡子

올나가니 江강門문橋교 너믄

大대洋양이 거긔로다 從

容용댜 이 氣긔像샹

闊활遠원댜 뎌 境경界계 이도곤

어듸 잇

닷 말고 紅홍粧장 古고事

리로다

江강陵능 大대都도護호風풍俗쇽이 됴흘시고 節졀孝효

旌졍門문이 골골이 버러시니 比비屋옥可가封봉이 이제

도 잇다

저녁 햇살이 비치는 현산의 철쭉꽃을 잇달아 밟으면서

신선을 태운 수레가 경포로 내려가니 십 리나 되는 비

단을 (다리미로)다리고 다시 다린 것처럼 맑고 깨끗한

수면이 큰 소나무가 둘러싼 속에 실컷 펼쳐져 있으니

물결도 잔잔하기도 잔잔하구나 모래를 셀 수 있을 것

같도다 배 한 척을 띄워 호수를 건너가서 정자 위에

올라가니 강문교 바로 너머에 넓은 바다가 거기로구

나 조용하구나 이 기상 넓고 멀구나 저 경계(수평

선) 여기보다 더 (경치가) 잘 갖추어진 곳이 또 어디

있단 말인가 박신과 흥장의 옛일을 야단스럽다고 할

것이로다 강릉 대도호부의 풍속이 좋기도 하구나 충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28 -

신 효자 열녀 등을 표창하는 문이 고을마다 널려 있

으니 요순 시대처럼 집집마다 벼슬을 봉할 만하다는

것이 지금도 있다 할 것이로다

본사 12-경포의 장관과 강릉의 미풍 양속

眞진珠쥬館관 竹

西셔樓루 五오十십川쳔

린 믈이 太

태白

山산 그림재

東동海

로 다마 가니

하리 漢

한江강의 木목覓멱의 다히고져 王왕程뎡이 有유限

고 風풍景경이 못 슬

니 幽유懷회도 하도 할샤 客

愁수도 둘 듸 업다 仙션사

워 내여 斗두牛우로 向

살가 仙션人인을

려 丹단穴혈의 머므살가

진주관 죽서루 아래 오십천에 흘러내리는 물이 태백산

그림자를 동해로 담아가지고 흘러가니 차라리 저 물을

임금님이 계신 서울 남산에 닿게 하고 싶다 관원의 여

정에는 기한이 있고 풍경은 싫증이 나지 않으니 그윽

한 회포도 많기도 많구나 나그네의 시름도 둘 곳이 없

다 신선이 탄다는 뗏목을 띄워서 북두성과 견우성으로

향할까 사선을 찾으러 단혈에 머무를까

본사 13-죽서루에서의 객수

天텬根근을 못내 보와 望망洋양亭뎡의 올은말이 바다

밧근 하

이니 하

밧근 므서신고

득 노 고래 뉘

라셔 놀내관

블거니

거니 어즈러이 구

디고 銀

은山산을 것거 내여 六뉵合합의

五오月월

天텬의 白

雪셜은 므

일고

하늘의 끝을 끝내 못 보아 망양정에 오르니 바다 밖은

하늘인데 하늘 밖은 무엇인가 가뜩이나 노한 고래를

누가 놀리게 하기에 불기도 하고 뿜기도 하면서 어지럽

게 구는 것인가 은으로 된 산을 꺾어 내어 온 세상에

흩어 내리는 듯 오월의 아득한 하늘에 흰 눈이 무슨 일

인가

본사 14-망양정에서의 조망

져근덧 밤이 드러 風풍浪낭이 定뎡

扶부桑상 咫

지尺

의 明명月월을 기

리니 瑞셔光광 千쳔丈

고야 珠쥬簾렴을 고텨 것고 玉옥階계

다시 쓸며 啓계明명星셩 돗도록 곳초 안자

라보니

蓮년花화 가지

뉘라셔 보내신고 일이 됴흔

世세界계

대되 다 뵈고져

流뉴霞하酒쥬

득 부어

려 무론 말이 英영雄웅은

가며 四

仙션은 긔 뉘러니 아

나 맛나 보아

긔별 뭇쟈

니 仙션山산 東동海

예 갈 길히 머도

멀샤

잠깐 사이에 밤이 되어 풍랑이 가라앉거늘 해와 달이

뜬다는 부상 가까운 거리에서 밝은 달을 기다리니 천

길이나 뻗친 상서로운 달빛이 보이는 듯하다가 숨는구

나 구슬로 만든 밭을 걷어 올리고 돌층계를 다시 쓸며

샛별이 돋을 때까지 꼿꼿이 앉아 바라보니 흰 연꽃 한

송이를 누가 보내셨는가 이렇게 좋은 세계를 남에게

다 보이고 싶구나 신선주를 가득 부어 들고 달에게 묻

기를ldquo영운은 어디 갔으며 사선 그들은 그 누구이더

냐rdquo 아무나 만나 보아 옛 소식을 물으려 하니 삼신산

이 있다는 동해에 갈 길이 멀기도 멀구나

결사 1-동해의 달맞이

松숑根근을 볘여 누어 픗

을 얼픗 드니

애 사

이 날

려 닐온 말이그

내 모

랴 上샹界계예 眞

진仙션이라 黃황庭뎡經경一일字

엇디 그

닐거

두고 人인間간의 내려와셔 우리

다 져근덧

가디 마오 이 술 잔 머거 보오 北북斗두星셩 기우

려 滄챵海

水슈 부어 내여 저 먹고 날 머겨

서너

잔 거후로니 和화風풍이 習습習습

야 兩냥腋

을 추

혀 드니 九구萬만里리 長

空공애 져기면

리로다 이

술 가져다가 四

예 고로

화 億억萬만 蒼창生

을 다 醉

근 後후의 그제야 고텨 맛나

고야 말 디쟈 鶴학을

고 九구空공의 올나가니

空공中듕 玉옥蕭쇼 소

어제런가 그제런가

나도

여 바다

구버보니 기

거니

인들 엇디 알리 明명月월이 千천山산萬만落낙의 아니

비쵠

업다

소나무 뿌리를 베고 누워서 선잠을 얼핏드니

꿈에 한 사람이 나더러 이르기를 ldquo그대(송강)를 내가

모르랴 그대는 하늘 나라의 진짜 신선이라 황정경의

한 글자를 어찌하여 잘못 읽어 가지고 속세로 귀양와서

우리를 따르는가 잠깐 동안 가지 말고 이 술 한잔 먹

어 보오rdquo 북두칠성을 국자 삼아 푸른 바닷물을 잔에

부어 저도 먹고 나도 먹이거늘 서너잔을 기울이니 화

창한 바람이 산들산들 불어 양쪽 겨드랑이를 추켜드니

구만리나 되는 먼 하늘에 웬만하면 날 것 같구나

ldquo이 술을 가져다가 온 세상에 골고루 나누어 모든 백성

들을 다 취하게 만든 후에 그 때에야 다시 만나 또 한

잔 하자꾸나lsquo

그 말이 끝나자 신선(꿈에 한 사람)은 학을 타고 하늘

로 올라가니 공중에서 들려오는 옥피리 소리가 어제던

가 그제던가 싶게 어렴풋하구나 나도 잠을 깨어 바다

를 굽어보니 그 깊이를 모르는데 끝이야 더욱 어떻게

알겠는가 밝은 달이 온 세상에 아니 비친 곳이 없다

결사 2-꿈속의 선연

lt송강가사(松江歌辭) 이선본(李選本gt

지은이가 45세 되던 선조 13년(1580)에 강원도 관찰사

에 배임(拜任)되어 부임하는 과정과 원주에 부임한 후

틈을 내어 관동 팔경을 비롯한 강원도 내의 명승지를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29 -

두루 유람하며그 승경(勝景)과 인정 풍속을 비롯해서

연군(戀君)애민의 정(情) 및 선연(仙緣)을 노래한 기행

가사의 대표적인 작품이다 멀게는 고려 충숙왕 때 안

축이 지은 경기체가 형식의 [관동별곡]과 가깝게는 명

종때 백광홍이 지은 [관서별곡] 송순의 [면앙정가]의

영향을 받은 작품으로 표현이 명쾌화려하고 탄력이 넘

치며 활달하고 낭만적이어서 지은이의 호탕한 기상이

잘 나타나 있다

총 295구로 이루어진 장편 기행 가사로 서사(처음~급

당유 풍 고텨 아니 볼 게이고) 본사(영둥이 무고~오월 댱텬의 셜은 므일고) 결사(져근덧 밤이

드러~아니 비쵠 업다)로 구성되어 있다

산에서 바다로 이어지는 여정은 그 각각의 이미지를 매

개로 하여 인간의 두 가지 존재 양식 사이에서 갈등하

는 작가의 모습을 보여 준다 산에서 본 경치는 백색의

이미지로서 고결한 위정자로서의 풍모를 드러내고 있으

며 바다에서는 인간 본연의 영원한 세계를 갈구하는

자유 분방한 정신을 표출하고 있다

다양한 어휘와 적절한 수사법을 능란하게 구사함으로

써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한층 높은 경지로 끌어 올린

작품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사미인곡(思美人曲)

송강 정 철

이 몸 삼기실 제 님을 조차 삼기시니 緣分(연분)이며 하 모 일이런가 나 나 졈어 잇

고 님 나 날 괴시니 이 음 이 랑 견졸 노여 업다

이 몸이 태어날 때에 임을 따라서 태어나니 한평생의

연분이며 하늘이 모를 일이던가내가 오직 젊어 있고

임은 오직 나를 사랑하시니 이 마음과 이 사랑을 비교

할 곳이 전혀 없다

서사 1-임과의 인연

平生(평)애 願(원) 요 녜자 얏더니

늙기야 므 일로 외오 두고 글이고 엇그제 님

을 뫼셔 廣寒殿(광한뎐)의 올낫더니그더 엇디

야 下界(하계)예 랴오니 올 적의 비슨 머리 얼

킈연디 三年(삼년)이라 臙脂粉(연지분) 잇마 눌 위여 고이고 음의 친 실음 疊疊(텹텹)

이 혀 이셔 짓니 한숨이오 디니 눈믈이라

人生(인)은 有限(유) 시도 그지업다

평생에 원하기를 임과 함께 살아가고자 했는데 늙어서

야 무슨일로 외따로 두고 그리워하는가 엊그제 임을

모시고 광한전에 올라 있었는데 그 사이에 어찌하여 이

하계에 내려왔느냐 임을 떠나 올 적에 빗은 머리가 헝

클어진 지삼 년일세 연지와 분이 있지마는 누구를 위

해서 예쁘게 화장할 것인가 마음에 맺힌 시름이 겹겹

이 쌓여 있어서 짓는 것이 한수밍요 떨어뜨리는 것이

눈물이라 인생은 한이 있는데 시름은 끝이 없다

서사 2-임에 대한 그리움

無心(무심) 歲月(셰월)은 믈 흐 고야 炎

凉(염냥)이 아라 가 고텨 오니 듯거니

보거니 늣길일도 하도 할샤

아무 생각이 없는 세월은 물 흐르듯 빨리 지나가는구

나 더위와 추위가 때를 알아서 가자마자 다시 오니 듣

고 보는 가운데서 느낄일이 많기도 많구나

서사 3-세월의 무상함

東風(동풍)이 건듯 부러 積雪(젹셜)을 헤텨내니 窓

(창) 밧긔 심근 梅花(화) 두세 가지 픠여셰라 득 冷淡(담) 暗香(암향)은 므 일고 黃昏

(황혼)의 이 조차 벼 마 빗최니 늣기 반기 님이신가 아니신가

뎌 梅花(화) 것거 내여 님 겨신 보내오져 님

이 너 보고 엇더타 너기실고

봄바람이 문득 불어서 쌓인 눈을 헤쳐내니 창밖에 심은

매화가 두세 가지 피었구나 가뜩이나 쌀쌀하고 담담한

데 그윽하게 풍기는 향기는 또 무슨 일인가 황혼에 달

이 따라와 배갯머리에 비치니흐느껴 우는 듯 반기는

듯하니 임이신가 아니신가 저 매화를 꺾어 내어 임 계

신 곳에 보내고 싶다 그러면 임이 너 (매화)를 보고

어떻다고 생각하실까

본사 1-춘원(春怨)

디고 새 닙 나니 綠陰(녹음)이 렷 羅幃

(나위) 寂寞(젹막)고 繡幕(슈막)이 뷔여 잇다 芙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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蓉(부용)을 거더 노코 孔雀(공쟉)을 둘러 두니 득 시 한 날은 엇디 기돗던고鴛鴦錦(원앙금)

버혀 노코 五色線(오션) 플텨 내여 금자 견화

이셔 님의 옷 지어 내니 手品(슈품)은니와 制度

(졔도)도 시고 珊瑚樹(산호슈) 지게 우 白玉函(옥함)의 다마 두고 님의게 보내오려 님 겨신

라보니 山(산)인가 구롬인가 머흐도 머흘시

고 千里 萬里(쳔리 만리)길흘 뉘라셔 자갈고니

거든 여러 두고 날인가 반기실가

꽃이 지고 새 잎이 피어나니 녹음이 우거졌는데 비단

포장이 적막하고 수놓은 장막이 텅 비어 쓸쓸하다 연

꽃을 수놓은 비단 휘장을 걷어 놓고 공작을 수놓은 병

풍을 둘러 치니 가뜩이나 시름이 많은데 날은 어찌 그

리 길던가 원앙새 수놓은 비단을 베어 놓고 오색실을

풀어 내어 좋은 자로 재어서 임의 옷을 지어내니 솜씨

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격식도 갖추었구나 백옥으로

만든 함에 담아 산호로 만든 지게 위에 얹어 놓고 임에

게 보내려고 임 계신 곳을 바라보니 산인지 구름인지

험하기도 험하구나 천만 리나 되는 먼 길을 누가 찾아

갈 것인가 가면은 함을 열어 놓고 나를 본것처럼 반가

워하실까

본사2-하원(夏怨)

밤 서리김의 기겍러기 우러 녤 제 危樓(위루)

에 혼자 올라 水晶簾(슈졍념) 거든말이 東山(산)의

이 나고 北極(븍극)의 별이 뵈니 님이신가 반기

니 눈믈이 절로 난다 淸光(쳥광)을 쥐여 내여 鳳

凰樓(봉황누)의 븟티고져 樓(누) 우 거러 두고

八荒(팔황)의 다 비최여 深山窮谷(심산궁곡) 졈낫

티 그쇼셔

하룻밤 서리가 내린 무렵에 기러기가 울며 지나갈 때

높은 누각에 혼자 올라가 수정으로 만든 밭을 걷으니

동산에 달이 떠오르고 북극성이 보이므로 임이신가 하

여 반가워하니 눈물이 절로 난다 밝은 달을 잡아 내어

임 계신 곳에 보내고 싶구나 임께서 그 달을 누각 위

에 걸어 노고 온 세상을 다 비추어 깊은 산 골짜기 까

지도 대낮같이 밝게 하소서(밝은 정치를 베푸소서)

본사 3-추원(秋怨)

乾坤(건곤)이 閉塞(폐)야 白雪(셜)이 빗친

제 사은니와 새도 긋쳐 잇다 瀟湘南畔(쇼

샹남반)도 치오미 이러커든 玉樓高處(옥누고쳐)야

더욱 닐러 므리陽春(양츈)을 부쳐 내여 님 겨

신 쏘이고져茅簷(모쳠) 비쵠 玉樓(옥누)의

올리고져 紅裳

(홍샹)을 니믜 고 翠袖(슈) 半(반)만 거더

日暮脩竹(일모슈듁)의 혬가림도 하도 할샤 댜 수이 디여 긴 밤을 고초 안자 靑燈

(쳥등) 거른 겻 鈿箜葔(뎐공후)노하 두고 의나

님을 보려 밧고 비겨시니 鴦衾(앙금)도 도

샤 이 밤은 언제 샐고

하늘과 땅이 꽉막힌 것처럼 흰 눈으로 온통 덮여 있으

니 사람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날아디는 새도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다 소상강 남쪽 지방같이 따뜻한 이 곳

도 추위가 이러한데 하물며 임계신 북쪽 지방이야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따뜻한 봄볕을 부쳐 내어 임 계신

곳에 쏘이고 싶다 초가집 처마에 비친 해를 임계신 곳

에 올리고 싶다 붉은 치마를 여미어 입고 푸른 소매를

반쯤 걷어 해질 무렵 대나무에 의지하여 여러 가지 생

각이 많기도 하구나 짧은 겨울해가 이내 넘어가니 긴

밤을 꼿꼿이 앉아서 청사초롱을 걸어 둔 곁에 자개 입

힌 공후를 놓아 두고 꿈에나 임을 만나 보려고 턱을

받치고 기대어 있으니 원앙금침이 차갑기도 하구나 이

밤은 언제 샐것인가

본사 4-동원(冬怨)

도 열두 도 셜흔 날 져근덧 각마

라 이 시 닛쟈 니 의 쳐 이셔 骨髓(골

슈)의 텨시니 扁鵲(편쟉)이 열히 오나 이 병을

엇디리 어와 내 병이야 이 님의 타시로다 하

리 싀어디여 범나븨 되오리라 곳나모 가지마다 간

죡죡 안니다가 향 므든 애로 님의 오 올므

리라 님이야 날인 줄 모셔도 내 님 조려 노

하루도 열두 때 한 달도 서른 날 잠시 라도 생각을

말아 가지고 이 시름을 잊으려 해도 마음 속에 맺혀

있어서 뼛속까지 사무쳤으니 편작 같은 명의가 열명이

온다 한들 이 병을 어찌할 것인가

아아 내 병이여 이 병을 어찌할 것인가

아아 내 병이여 이 임의 탓이로다 차라리 죽엇 호랑

나비가 되리라 꽃나무 가지에 가는 곳마다 앉으며 돌

아다니다가 향기 묻은 날개로 임의 옷에 앉으리라 임

께서 나인 줄을 모르신다 해도 나는 끝까지 임을 따르

려 하노라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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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사 -임을 향한 변함 없는 마음

lt성주본 송강가사gt

작품의 감상

작자가 50세 되던 해에 반대 정파의 탄핵을 받고 전남

창평으로 물러나 우거(寓居)하면서 임금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여인이 사랑하는 사람을 그리는 심정에 의탁하

여 부른 노래이다 이 작품의 제목인 〈사미인곡(思美

人曲)〉은 중국 굴원이 지은 〈이소(離騷)〉의 제 9편

에 나오는 lsquo사미인(思美人)rsquo이라는 편명에서 따온 것으

로 보이며 그 작품 역시 충군(忠君)의 내용을 담고 있

어 내용 또한 그 영향을 받은 것으로 짐작된다

또 임금을 임으로 설정하여 노래한 것은 고려 속요인

〈정과정〉과 맥을 같이하고 있으며 임에 대한 헌신적

사랑의 표현은 〈가시리〉〈동등〉등과 접맥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작품은〈속미인곡〉과 더불어 가사 문학의 극치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일찍이 서포 김만중은 〈사미인

곡〉 〈속미인곡〉 〈관동별곡〉을 가리켜 lsquo좌해진문

장 지차삼편(左海眞文章 只此三篇우리 나라의 참된 문

장은 오직 이 세 편뿐이다)rsquo라고 하였다 이 노래는

서사 본사 결사 세 부분으로 되어 있는데 본사는 다

시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나뉘어 있다

속미인곡(續美人曲)

송강 정 철

뎨 가 뎌 각시 본듯도 뎌이고

天上(텬상) 白玉京(옥경)을 엇디야 離別(니별)고

다 뎌 져믄 날의 눌을 보라 가시고

저기가는 저 젊은 여인 본 듯도 하구나 임금님이 계

시는 서울을 어찌하여 이별하고 해가 다 져서 저무는

날에 누구를 보러 가시는 고

rarr서사1 - 서울을 떠나온 이유(갑녀의 질문)

어와 네여이고 내 셜 드러보오

내 얼굴 이 거동이 님 괴얌즉 냐마

엇딘디 날 보시고 네로다 녀기실나도 님을 미더 군디 전혀 업서

이야 교야 어러이 구돗디

반기시 비치 녜와 엇디 신고

누어 각고 니러 안자 혜어니

내 몸의 지는 죄 뫼티 혀시니

하히라 원망며 사이라 허믈랴

셜워 플텨 혜니 造物(조물)의 타시로다

아아 너로구나 내 사정 이야기를 들어보오

나의 생김새와 행동거지가 임의 사랑을 받을 수 있겠느

냐마는 어쩐지 나를 보시고 (내가 사랑할 사람은 바

로) 너로구나 하며 특별히 사랑하시기에 나도 임을 믿

어 딴 생각이 전혀 없어 응석과 애교를 부리면서 (얼마

나) 어지럽게 굴었던지 (나를) 반가워 하시는 얼굴빛

이 예날과 어찌 다르신가 누워 생각하고 일어나 앚아

헤아리니 내 몸의 지은 죄가 산같이쌓였으니 하늘을 원

망하겠으며 사람을 탓하겠는가 하도 서러워 여러 가지

로 깊이 생각해보니 조물주의 탓이로구나

rarr서사2 - 자책과 체념(을녀의 대답)

글란 각 마오

그렇게는 생각하지 마시오

rarr본사1 - 갑녀의 위로

친 일이 이셔이다

님을 뫼셔 이셔 님의 일을 내 알거니

믈튼 얼굴이 편실적 몃날일고

春寒(츈한) 苦熱(고열)은 엇디야 디내시며

秋日(츄일) 冬天(동텬)은 뉘라셔 뫼셧고

粥早飯(쥭조반) 朝夕(조석)뫼 녜와 티 셰시가

기나긴 밤의 은 엇디 자시고

마음 속에 맺힌 일이 있습니다 예전에 임을 모신적이

있어서 임의 일을 내가 잘 아는데 물과 같이 연약한

체질이 편하실 때가 며칠이나 될꼬 이른 봄의 추위와

한여름의 더위를 어떻게 지내시며 가을과 겨울날은 누

가 모셨는가 죽조반과 아침 저녁 진지는 옛날과 같이

잘 잡수시는가 기나긴 밤에 잠은 어떻게 주무시는가

rarr본사2-임에 대한 염려(을녀의 사설)

님다히 消息(소식)을 아무려나 아쟈니

오도 거의로다 일이나 사 올가

내 둘 업다 어드러로 가쟛 말고

잡거니 밀거니 놉픈 뫼 올라가니

구름은 니와 안개 므일고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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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川(산쳔)이 어둡거니 日月(일월)을 엇디보며

咫尺(지척)을 모거든 千里(쳔리) 라보랴

리 믈의 가 길히나 보랴니

람이야 믈결이야 어둥졍 된뎌이고

샤공은 어 가고 븬 만 걸렷고

江天(간텬)의 혼자 셔셔 디 구버보니

님 다히 消息(소식)이 더옥 아득뎌이고

임이 계시는 곳의 소식을 어떻게든지 알려고 하니 오늘

도 거의 지나갔구나 내일이나 임의 소식을 전해줄 사

람이 올까 내 마음을 둘 곳이 없다 어디로 가자는 말

인가 (나무같은 것을) 잡기도 하고 밀기도 하면서 높

은 산에 올라가니 구름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안개는

또 무슨 일로 저렇게 기어 있는가 산천이 어두운데 해

와 달을 어떻게 보겠으며 지척을 모르겠는데 천 리나

되는 먼 곳을 (어떻게) 바라몰 수 있으랴 차라리 물가

에 서서 뱃길이나 보려고 하니 바람과 물결이 어수선하

게 되었구나 사공은 어디가고 빈 배만 걸려있는가 강

변에 홀로서서 지는 해를 굽어보니 임계신 곳의 소식이

더욱 아득하구나

rarr본사3-임의 소식을 애타게 기다림(을녀의 사설)

茅簷(모쳠) 자리의 밤듕만 도라오니

半壁(반벽) 靑燈(청등)은 눌 위야 갓고

오며 리며 헷드며 바자니니

져근덧 력진力盡(녁진)야 픗을 잠간 드니

精誠(정셩)이 지극야 의 님을 보니

玉(옥)튼 얼굴이 半(반)이나마 늘거셰라

의 머근 말 슬장 쟈니

눈믈이 바라나니 말인들 어이며

情(정)을 못다야 목이조차 몌여니

오뎐된 鷄聲(계셩)의 은 엇디 돗던고

초가집 차가운 잠자리에 한밤중이 돌아오니 벽에 걸려

있는 등불은 누구를 위하여 밝아 있는가 산을 올라가

기도 하고 내려가기도 하면서 헤메며 오락가락 돌아다

니다가 잠깐 사이에 힘이 다하여 풋잠이 잠깐 들었는

데 정성이 지극하여 꿈속에서 임을 보니 옥과 같이 곱

던 임의 얼굴이 반넘게 늙었구나 마음 속에 품은 생각

을 실컷 아뢰려고 하였더니 눈물이 잇달아 쏟아지니

말인들 어찌하며 정회도 다 못풀어 목마저 메어오니

방정맞은 닭울음소리에 잠은 어찌 깨었던가

rarr본사4-독수공방의 한과 꿈에서 만난 임

(을녀의 사설)

어와 虛事(허)로다 이 님이 어 간고

결의 니러 안자 窓(창)을 열고 라보니

어엿븐 그림재 날 조 이로다

리 싀여디어 落月(낙월)이나 되야이셔

님 겨신 窓(창) 안 번드시 비최리라

아아 헛된 일이로다 내 임이 어디 갔는고 꿈결에 일

어나 앉아 창을 열고 바라보니 불쌍한 그림자만이 나

를 따라올 뿐이로다 차라리 죽어서 지는 달이나 되어

임 계신 창 안에 환하게 비치리라

rarr결사-죽어서라도 임을 따르겠다는 다짐

(을녀의 사설)

각시님 이야니와 구 비나 되쇼셔

각시님 달은커녕 궂은 비나 되십시오

rarr결사-갑녀의 위로

〈해설〉

사미인곡의 속편으로 지은이가 동인(東人)으로 탄핵을

받고 고향인 전라남도 창평에 낙향해 있을 때에 임금

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두 여인의 대화 형식을 빌려 노

래한 작품이다 이 작품의 현대어 해석에 나와 있는 lsquo갑

녀(甲女)rsquo와 lsquo을녀(乙女)rsquo는 편의상 붙인 이름으로 갑녀

는 보조적 위치에 있는 화자이며 을녀가 지은이를 대

변하는 주된 화자이다 〈사미인곡〉과 더불어 가사 문

학의 최고봉이라 일컬어지는데 특히 순수한 우리말의

구사가 절묘하며 대화 형식으로 구성하여 표현에 참신

성을 더한 것은 lsquo금상첨화(錦上添花)rsquo라 할 수 있을 것

이다

홍만종은 〈순오지(旬五志)〉에서 이 작품을 제갈공명

의 〈출사표(出師表)〉에 비견할 만하다고 극찬하였으

며 서포 김만중은 〈서포만필(西浦漫筆)〉에서 ldquo예로부

터 우리 나라의 참된 문장은 오직 이 세 편(사미인곡

속미인곡 관동별곡)뿐이데다시 이 세편에 대하여 논할

것 같으면 그 중에서 속미인곡이 더욱 뛰어나다 관동

별곡과 사미인곡은 오히려 한자음을 빌려서 그 가사 내

용을 꾸민 데 지나지 않는다rdquo라고 하였다

규원가(閨怨歌)

허난설헌

엇그제 저멋더니 마 어이 다 늘거니

少年行樂(소년 행락) 생각니 일러도 속절업다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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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거야 서른 말 자니 목이 멘다

엊그제 젊었었는데 어찌 벌써 다 늙어버렸는가 어린

시절에 즐겁게 지내던 일을 생각하니 말해 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 이렇게 늙은 뒤에 서러운 얘기를 하자니

목이 멘다

rarr기1-늙음의 한탄

父生母育(부생 모육) 辛苦(신고)야 이 내 몸 길러 낼

公侯配匹(공후 배필) 못 바라도 君子好逑(군자 호구) 願

(원)더니

三生(삼생)의 怨業(원업)이오 月下(월하)의 緣分(연분)으

長安遊俠(장안 유협) 輕薄子(경박자)를 치 만나 잇

서 當時(당시)의 용심(用心)기 살어름 디듸는 부모님이 나를 낳아서 고생하여 길러낼 때 높은 벼슬아

치의 배필을 바라지는 못했어도 훌륭한 남자의 좋은

짝이 되기를 원했더니 삼생의 원망스러운 업보요 월

하 빙인이 정해 준 연분으로 놀기 좋아하고 경박한 사

람을 꿈같이 만나 가지고 시집 간 뒤 조심하면서 마음

졸이기를 꼭 살얼음 디디듯하였다

rarr기2-젊은 시절의 회상

三五二八(삼오 이팔) 겨오 지나 天然麗質(천연 여질)절

로 이니

이 얼골 이 態度(태도)로 百年期約(백년 기약) 얏더니

年光(연광)이 훌훌고 造物(조물)이 多時(다시)야

봄바람 가을 믈이 뵈오리 북 지나듯

雪鬂花顔(설빈 화안) 어 가고 面目可憎(면목 가증) 되

거고나

내 올골 내 보거니 어느 님이 날 괼소냐

스스로 慙愧(참괴)니 누구를 怨望(원망)리

십오륙 세가 겨우 지나 타고난 아름다운 모습이 절로

나타나니 이 얼굴 이 태도로 (남편과)평생을 약속하였

더니 세월이 빨리 지나가고 조물주가 시기가 많아서

세월의 빠르기가 베 짤 때 북이 지나가는 듯 젊고 아

름다운 얼굴은 어디로 가고 추한 모습이 되었구나 내

얼굴을 내가 보아 알거니와 어느 임이 나를 사랑하겠는

가 스스로 생각해도 부끄러운데 누구를 원망하리

rarr기3-세월의 무상함과 늙음의 한탄

三三五五(삼삼 오오) 冶遊園(야유원)의 새 사람이 나단

말가

곳 피고 날 저물 제 定處(정처) 업시 나가 잇어

백마(白馬) 금편(金鞭)으로 어어 머므는고

원근(遠近)을 모르거니 消息(소식)이야 더욱 알랴

因緣(인연)을 긋쳐신들 각이야 업슬소냐

얼골을 못 보거든 그립기나 마르려믄

열두 김도 길샤 설흔 날 至理(지리)다

玉窓(옥창)에 심 梅花(매화) 몃 번이나 픠여진고

겨을 밤 차고 찬 제 자최눈 섯거 치고

여름날 길고 길 제 구 비 므스 일고

三春花柳(삼춘 화류) 好時節(호시절)의 景物(경물)이 시

름업다

가을 방에 들고 蟋蟀(실솔)이 床(상)에 울 제

긴 한 숨 디 눈물 속절업시 헴만 만타

아마도 모진 목숨 죽기도 어려울사

몇 명씩 떼지어 다니는 술집에 새 기생이 나타났다는

말인가 꽃 피고 날 저물 때 일정한 거처도 없이 나가

서 호사로운 차림새로 어디어디 가서 머므는가 바깥출

입이 없어 원근 지리를 모르는데 임의 소식이야 더구나

알 수 있으랴 인연을 끊었다고 하지만 임에 대한 생각

이야 어찌 없겠는가 만나지 못할 임이라면 그립지나

말일이지 하루도 열두때 길기도 하구나 한 달이 지루

하다 옥창에 심은 매화가 몇 번이나 피었다가 졌는고

겨울 밤 차고 찬 때에 눈보라가 섞어 치고 여름날 길고

긴 때에 궂은비는 또 무슨 일인가 꽃 피고 새 잎이 돋

는 좋은 계절 봄에도 보이는 경치가 시름이 없다 가을

달이 방에 비치고 귀뚜라미가 침상에서 울 때 긴 한숨

떨어지는 눈물에 헛되이 생각하는 것만 많다 아마도

모진 목숨 죽기도 어렵구나

rarr승-방탕한 남편에 대한 원망과 독수공방의 한

도로혀 풀쳐 혜니 이리 여 어이 리

靑燈(청등)을 돌라 노코 綠綺琴(녹기금) 빗기 안아

碧蓮花(벽련화) 한 곡조를 시름 조 섯거 타니

瀟相夜雨(소상야우)의 댓소리 섯도 華表(화표) 千年(천 년)의 別鶴(별학)이 우니 玉手(옥수)의 타는 手段(수단) 녯 소 잇다마芙蓉帳(부용장) 寂寞(적막)니 뉘 귀에 들리소니

肝腸(간장)이 九曲(구곡)되야 구븨구븨 쳐서라

돌이켜 여러 모로 생각해 보니 이렇게 살아서 어찌하겠

는가 등불을 돌려 놓고 녹기금을 비스듬히 안아 벽련

화 한 곡조를 시름까지 섞어 타니 소상강의 밤비에 대

나무 잎 소리가 섞여 들리는 듯 천년만에 돌아온 학이

화표주에 앉아 우니는 듯섬섬옥수로 타는 솜씨가 옛

소리를 간직하고 있다마는 부용장 안에 임이 없으니 누

구 귀에 들리겠는가 구곡간장이 굽이굽이 끊어지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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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구나

rarr전-거문고로 시름을 달램

하리 잠을 드러 의나 보려 니

바람의 디 닙과 풀 속에 우는 즘생

므스 일 원수로서 잠조차 오다

천상(天上)의 牽牛織女(견우 직녀) 銀河水(은하수) 박혀

서도

七月七夕(칠월 칠석)一年一度(일년 일도)失期(실기)치

아니거든

우리 님 가신 후는 무슨 弱水(약수) 가렷관듸

오거나 가거나 소식(消息)조차 쳣는고

欄干(난간)의 비겨 셔서 님 가신 바라보니

초로(草露) 맷쳐 잇고 暮雲(모운)이 디나갈 제

竹林(죽림) 푸른 고 새 소리 더욱 설다

세상의 서룬 사람 수업다 려니와

薄命(박명) 紅顔(홍안)이야 날 가니 이실가

아마도 이 님의 지위로 살동말동 여라

차라리 잠이 들어 꿈에서나 임을 보려하니 바람에 지는

나뭇잎과 풀 속에서 우는 벌레가 나와 무슨 원수가 졌

길래 잠조차 깨우는가 하늘의 견우 직녀는 은하수가

막고 있어도 일 년에 한 번 칠월 칠석날에는 기약을 어

기지 않고 만나는데 우리 임이 가신 후에는 무슨 약수

가 가로막고 있길래 오고 가는 소식조차 끊어졌는고

난간에 기대어 서서 임 계신 곳을 바라보니 풀잎에 이

슬은 맺혀있고 저녁 구름이 지나갈 때 대나무 숲 푸른

곳에 새 소리가 더욱 섧다 세상에 서러운 사람이 수없

이 많다고 하지만 기구한 팔자를 타고난 사람이야 나

같은 이가 또 있을까 아마도 임 때문에 살 듯 말 듯하

구나

rarr결-애타게 임을 기다리는 마음

〈감상〉

조선 시대 봉건 사회 제도 아래서 오직 인종(忍從)만을

미덕으로 알고 살아야 했던 부녀자의 한(恨)을 노래한

작품으로 일명 원부사(怨夫詞) 또는 원부사(怨夫辭)라

고도 한다 좋은 배필을 원했지만 뜻밖에도 경박스럽고

방탕한 남편을 만나 평생을 피맺힌 한(恨)과 그리움 속

에 보내야 하는 한 여인의 애달픈 사연을 통해 남성

위주의 사회가 가져오는 병폐를 실감 있게 형상화한 작

품이라 할 수 있다

Page 9: 구지가(龜 歌) - middle.gongbuwarac.commiddle.gongbuwarac.com/Common/Popup/FileDownloadAs.aspx?FileName=/ite… · 미륵(彌勒) 좌주(座主) 뫼셔롸. 미륵 좌주를 모셔라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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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망매가(祭亡妹歌) - 월명사

生死(생사) 길흔 삶과 죽음의 길은

이에 이샤매 머믓거리고 이에 있음에 머뭇거리고

나 가다말ㅅ도 나는 간다는 말도

몯다 니르고 가닛고 못 다 이르고 갔는가

어느 이른 매 어는 가을 이른 바람에

이에뎌에 러딜 닙 여기저기에 떨어지는 나뭇잎처럼

가지라 나고 같은 나뭇가지에 나고서도

가논 곧 모론뎌 가는 곳을 모르겠구나

아야 彌陁刹(미타찰) 아맛보올 나 아아 극락 세계에서 만나 볼 나는

道(도)닷가 기드리고다 불도를 닦으며 기다리겠노라

배경설화gt 일찍 죽은 누이를 위하여 월명사가 재를 올릴 때 향가를 지어 제사를 지냈다 월명사가 향가

를 부르자 홀연히 광풍이 일어 지전을 서쪽으로 날려 보내 없어지게 했다

갈래gt 10구체 향가

성격gt 애상적 추모적 서정적 종교적

주제gt 죽은 누이의 명복을 빎

화자의 태도gt 슬픔을 종교적으로 극복하려 함

화자의 어조gt 비애와 의지의 어조

표현gt 정제되고 세련된 표현기교 비유적 표현

의의gt ① 10구체 향가의 대표작 ② 뛰어난 비유를 통해 인간고의 종교적 승화를 노래함

③ lt찬기파랑가gt와 함께 향가 중 표현 기교와 서정성이 가장 뛰어난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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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솔가(兜率歌) -월명사

오 이에 산화(散花) 블어 오늘 이에 lsquo산화rsquo의 노래를 불러

고자 너는 뿌리온 꽃아 너는

고 명(命)ㅅ 브리디 곧은 마음의 명을 심부름하옵기에

미륵(彌勒) 좌주(座主) 뫼셔롸 미륵 좌주를 모셔라

배경설화gt 신라 경덕왕 때 해가 둘 나타나서 열흘동안 없어지지 않았다 천문 관측을 맡은 관원이 아뢰

기를 ldquo인연이 있는 스님을 청하여 꽃을 뿌리며 공덕을 비는 예식을 거행하면 재앙을 물리칠 수 있습니

다rdquo 하였다 이에 왕이 인연있는 스님 오기를 기다렸다 이때 월명사가 남쪽 길을 가고 있었는데 왕이

그를 불러 단을 열고 기도하는 글을 짓도록 명령하였다 월명사가 lt도솔가gt를 지어 부르자 두 해의 괴

변이 사라졌다

갈래gt 4구체 향가

성격gt 불교적 주술적

주제gt 산화공덕을 통해 국가의 변괴를 막고자 함

배경설화에 나타난 lsquo두 해rsquo의 의미 lsquo해rsquo는 군주 또는 신을 상징하므로 두 해가 함께 나타났다는 것은 현

재의 왕에 도전할 세력의 출현을 암시한다 이러한 혼돈을 막기 위해 산화공덕의 의식이 행해지고 lt도

솔가gt가 불려진 것이다

헌화가(獻花歌) -어느 노인

지뵈 바회 자줏빛 바위가에

자온손 암쇼 노히시고 잡고 있는 암소 놓게 하시고

나 안디 붓그리샤 나를 아니 부끄러워하신다면

고 것거 바도림다 꽃을 꺾어 바치오리다

배경설화gt 신라 성덕왕 때 순정공이 강릉태수로 부임하는 길에 바닷가에 머물러 점심을 먹었는데 높은

산봉우리 위에 철쭉꽃이 무성하게 피어 있었다 순정공의 부인 수로가 ldquo꽃을 꺾어다 바칠 사람이 그 누

구인고rdquo 하니 종자(從者)들이 ldquo사람의 발자취가 다다를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rdquo 라고 말하며 나서는 사

람이 없었다 그때 곁으로 암소를 끌고 지나가던 노옹이 그 꽃을 꺾어 바치면서 이 노래를 지어 불렀다

그 노옹이 어떤 사람인지는 알 수 없었다

갈래gt 4구체 향가

성격gt 민요적 서정적

주제gt 수로부인에 대한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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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왕생가(願王生歌) -광덕

달님이시여 이제

서방까지 가셔서

무량수불 앞에

일러다가 사뢰소서

다짐 깊으신 불존에 우러러

두 손을 모아

원왕생 원왕생

그릴 사람 있다고 사뢰소서

아아 이 몸을 버려 두고

사십팔대원 이루실까

갈래gt 10구체 향가 기원가(祈願歌) 불교 신앙의 노래

성격gt 기원적 불교적

제재gt 극락에서 다시 태어나기를 바라는 마음 달

주제gt 아미타불에게 귀의하고자 하는 간절한 소망 서방 정토로의 극락왕생(極樂往生죽어서 극락세계에

다시 태어남) 희구

무량수불은 서방정토에 있는 아미타불로서 이 부처에게 염하면 극락 세계에 간다고 했다 원왕생가의

화자는 달로 하여금 서방의 극락 정토를 주재하는 아미타불에게 자신의 뜻을 알리도록 청원을 하고 있

다 따라서 무량수불은 화자의 소원을 들어주는 대상이다

원왕생가에서 달은 기원의 대상

달은 어두운 밤에 등장하고 그 달은 어두움을 밝혀 주는 광명의 달

신적인 달

인생이라는 고뇌의 바다를 밝히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는 것처럼 인식

광덕은 아미타불에게 귀의하고자 하는 마음을 달에게 의탁

즉 달을 통해 서정적 자아의 불교적 신앙심을 형상화한 것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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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려 속요 】

청산별곡

살겠노라 살겠노라 청산에 살겠노라

머루와 다래를 먹고 청산에 살겠노라

우는구나 우는구나 새여 자고 일어나 우는구나 새여

너보다 시름 많은 나도 자고 일어나 울고 있노라

가는 새 가는 새 본다 물 아래로 날아가는 새 본다

이끼 묻은 쟁기(농기구)를 가지고 물아래로 날아가는

새 본다

이럭저럭 하여 낮은 재내 왔건만

올 사람도 갈 사람도 없는 밤은 또 어찌할 것인가

어디다 던지는 돌인가 누구를 맞히려는 돌인가

미워할 이도 사랑할 이도 없이 사랑할 이도 없이 맞아

서 울고 있노라

살겠노라 살겠노라 바다에 살겠노라

나문재 굴 조개를 먹고 바다에 살겠노라

가다가 가다가 듣노라 외딴 부엌을 지나가다가 듣노라

사슴이 장대에 올라가서 해금(奚琴)을 켜는 것을 듣노

가더니 불룩한 술독에 진한 술을 빚는구나

조롱박꽃 모양의 누룩(냄새)이 매워 (나를) 붙잡으니 나

는 어찌하리오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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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소재 이미지 내용

1 청산 사람의 현장과의 대칭으로서의 자연 자연에서 살 수밖에 없음

2 새 함께 비탄하는 유일한 벗 새와 함께 비탄함

3 새 자신의 분신 속세에의 미련 속세에의 미련으로 번민함

4 밤 절망적인 고독 고독으로 인하여 괴로워함

5 돌 운명 고독을 운명으로 생각함

6 바다 삶의 현장의 또 다른 대칭으로서의 자연 새로운 환경을 찾아 감

7 사슴 비애(悲哀)의 감정을 이완시킴 기적을 바라는 희망

8 강술 비애의 초극을 가능케 하는 매개체 술에서 구원을 찾음

형식 전 8연의 분장체 매 연 4구운율 3middot3middot2조 3음보어조 시름과 근심에 젖은 애조 띤 목소리성격 현실 도피적 애상적 평민 문학(해석에 따라서는 낙천적으로 보는 이도 있음)주제 현실에의 체념 생의 고독과 비애 삶의 고뇌와 비애 실연의 애상(哀傷) 삶의 터전을 잃은 유랑인의 슬픔 임을 잃은 여인의 처절한 삶과 임을 향한 그리움의의 고려 속요 중 서경별곡과 함께 비유성과 창작성이 뛰어나며 문학성 또한 빼어나다 고려인들의 삶의 애환을 반영한 작품으로서 고려인의 정서가 잘 나타나 있고 음악적 효과가 가장 뛰어난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다 사상적인 면에서는 극단적인 현실 도피 내지는 현실 부정의 면모를 보이고 있다표현 반복법 상징법구성 기(1연) - 승(234연) - 전(567연) - 결(8연)의 4단 구성

+각 연의 소재 이미지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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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별곡

서경(평양)이 서경이 서울이지마는

중수(重修)한 곳인(새로 닦은 곳) 소성경(서경)을

사랑합니다마는

임을 이별할 것이라면 차라리 길쌈하던 베를 버

리고서라도

사랑만 해주신다면 울면서 따라가겠습니다

구슬이 바위 위에 떨어진들

끈이야 끊어지겠습니까

(임과 헤어져) 천 년을 홀로 살아간들

사랑하는 임을 믿는 마음이야 끊기고 변할 리가

있겠습니까

대동강이 대동강이 넓은 줄을 몰라서

배를 내어 놓았느냐 사공아

네 아내가 놀아난 줄도 모르고

다니는 배에 몸을 실었느냐 사공아

대동강 건너편 꽃을

배를 타고 건너편에 들어가면 배를 타고 건너편

에 들어가면 꺾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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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별곡 가시리

차이점 적극적이고 활달한 고려 시대의 여성상인고와 순정을 미덕으로 간직하는

여성상

공통점 이별의 정한을 노래한 고려 가요이며 화자의 목소리가 여성적임

갈래 고려 가요

성격 진솔(眞率) 직선적 적극적

형식 3음보로 매연 끝에 후렴 분연체 3연 14절 (3middot3middot3조가 주류)

제재 임과의 이별

주제 이별의 정한 이별의 슬픔

표현 반복법 설의법 비유법을 통해 감정을 진솔하고 직설적 적극적으로 표현함

구성 여자가 떠나는 남자에게 말을 건네는 희곡적 구조로 전 3연으로 구성되어 있고 매 연은 4구로

되어 있으며 총 14연

특징 아즐가라는 의미 없는 말을 넣고 매구 끝에는 후렴구가 있음 조선시대에 남녀상열지사(男女相

悅之詞)라 비판받기도 했는데 그 이유는 배 타들면 것고리이다는 여인의 정조를 범한다는 의미로 유

교사회에서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 서경별곡과 가시리의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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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가 징이여 돌이여 지금에 계시옵니다

징이여 돌이여 지금에 계시옵니다

이 좋은 성대에 놀고 싶사옵니다

사각사각 가는 모래 벼랑에

사각사각 가는 모래 벼랑에

구운 밤 닷 되를 심으오이다

그 밤이 움이 돋아 싹이 나야만

그 밤이 움이 돋아 싹이 나야만

유덕하신 님 여의고 싶습니다

옥으로 연꽃을 새기옵니다

옥으로 연꽃을 새기옵니다

바위 위에 접을 붙이옵니다

그 꽃이 세 묶음 피어야만

그 꽃이 세 묶음 피어야만

유덕하신 님 여의고 싶습니다

무쇠로 철릭을 마름질해

무쇠로 철릭을 마름질해

철사로 주름 박습니다

그 옷이 다 헐어야만

그 옷이 다 헐어야만

유덕하신 님 여의고 싶습니다

무쇠로 황소를 만들어다가

무쇠로 황소를 만들어다가

쇠나무산에 놓습니다

그 소가 쇠풀을 먹어야

그 소가 쇠풀을 먹어야

유덕하신 님 여의고 싶습니다

구슬이 바위에 떨어진들

구슬이 바위에 떨어진들

끈이야 끊어지겠습니까

천 년을 외따로이 살아간들

천 년을 외따로이 살아간들

믿음이야 끊어지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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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래 고려 가요 고려 속요 장가(長歌) 전 6연 1연은 3구 2-6연은 6구 3음보

형식 전 6연의 분연체 1연은 3구 2~6연은 6구 3음보 3 3 4조

성격 서정적 민요적

구성 서사 - 본사 - 결사의 3단 구성

1연 기 태평성대를 갈구함

2연 -5연 서 불가능한 상황 설정으로 영원한 사랑을 갈구함

6연 결 임에 대한 끊임없는 사랑과 믿음

표현 반복법(운율을 형성하며 주제를 부각시키기 위해 사용)과장법 역설법 반어법을 사용하여 불가

능한 것을 가능으로 설정해 놓고 영원한 사랑을 역설적으로 노래했고 한 연에 똑같이 되풀이 되는 2구

가 있어 감정을 강조하고 있으며 소망형인 어미로 끝내면서 화자의 간절한 소망을 느끼게 하고 있다

제재 임에 대한 사랑

주제 임에 대한 영원한 사랑 임에의 영원한 연모의 정 태평 성대(太平聖代)의 기원)

의의 대부분의 고려 가요가 이별이나 애원 또는 향락의 정서를 읊고 있는 데 반해 영원한 사랑을 주

제로 하고 있는 것이 특색이다 불가능한 상황 설정을 통해 사랑의 절실함을 표현하고 있다

가시리

가시겠습니까 가시겠습니까

나를 버리고 가시겠습니까

나는 어찌 살라 하고 버리고 가시렵니까

붙잡아 둘 일이지마는 서운하면 아니 올까 두렵습니다

서러운 임을 보내옵나니

가자마자 곧 가시는 것처럼 돌아서서 오십시오

갈래 고려 속요 lsquo귀호곡(歸乎曲)rsquo 이라고도 함

형식 분절체 4연 각 2구의 분연체(分聯體)

성격 서정적 민요적

운율 외재율 3middot3middot2조 3음보

구성 4단 구성 기middot승middot전middot결

제재 임과의 이별

주제 이별의 정한(情恨)과 애이불비(哀而不悲)의 사랑

기 뜻밖의 이별에 대한 놀라움과 원망에 찬 하소연

승 하소연의 고조 또는 슬픔의 고조

전 감정의 절제와 체념

결 이별 후의 소망과 기원(주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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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동

덕은 뒤에 바치옵고 복은 앞에 바치오니

덕이며 복이라 하는 것을 진상하러 오십시오

정월 냇물은 아아 얼려 녹으려 하는데

세상에 태어나서 이 몸이여 홀로 살아가는구나

2월 보름에 아아높이 켜놓은 등불 같구나

만인을 비추실 모습이시도다

3월 지나며 핀 아아 늦봄의 진달래꽃이여

남이 부러워할 모습을 지니고 태어났구나

4월을 잊지 않고 아아 오는구나 꾀꼬리새여

무엇 때문에 녹사님은 옛날을 잊고계시는가

5월 5일(단오)에 아아 단옷날 아침 약은

천 년을 사실 약이기에 바치옵니다

6월 보름(유두일)에 아아 벼랑에 버린 빗같구나

돌아보실 임을 잠시나마 따르겠나이다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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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보름에 아아 여러 가지 제물을 벌여 놓고

임과 함께 살고자 소원을 비옵니다

8월 보름은 아아 한가윗날이지마는

임을 모시고 지내야만 오늘이 뜻 있는 한가윗날

입니다

9월 9일에 아아 약이라고 먹는

노란 국화꽃이 집 안에 피니 초가집이 고요하구

10월에 아아 잘게 썰은 보리수나무 같구나

꺾어 버리신 후에 지니실 한 분이 없으시도다

11월에 봉당 자리에 아아 홑적삼을 덮고 누워

임을 그리며 살아가는 나는 너무나 슬프구나

12월에 분지나무로 깎은 아아 소반 위의 젓가락

같구나

임의 앞에 들어 가지런히 놓으니 손님이 가져다

가 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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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전춘

얼음 위에 댓닢 자리를 보아

임과 나와 얼어죽을망정

얼음 위에 댓닢 자리를 보아

임과 나와 얼어죽을망정

정을 준 오늘 밤 더디 새어라 더디 새어라

잊히지 않고 늘 염려스러운 외로운 베갯머리에

어찌 잠이 오리오

서쪽 창문을 여니 복숭아꽃이 피어나는구나

복숭아꽃이 걱정 없이 봄바람에 웃는구나 봄바람

에 웃는구나

넋이라도 임과 한 곳에

함께 지내는 모습 그리더니

넋이라도 임과 한 곳에

함께 지내는 모습 그리더니

우기던 사람이 누구였습니까 누구였습니까

오리야 오리야

어린 비오리야

여울일랑 어디 두고

소에 자러 오는가

소 곧 얼면

여울도 좋습니다 여울도 좋습니다

남산에 자리 보아

옥산을 베고 누워

금수산 이불 안에

사향 각시를 안고 누워

남산에 자리 보아

옥산을 베고 누워

금수산 이불 안에

사향 각시를 안고 누워

약 든 가슴을 맞춥시다 맞춥시다

알아주소서 임이시여 영원히 이별할 줄 모르고

지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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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래 고려 속요성격 연가 남녀상열지사 향락적 퇴폐적형식 5연으로 이루어진 분연체로 결사를 포함하여 전 6연으로 보기도 함제재 남녀간의 사랑 또는 애정특징 남녀간의 애정을 가식 없이 진솔하고도 적나라 하게 표현했고 비유와 상징 반어와 역설 감각적인 언어로 감정의 표현이 진솔하여 문학성이 높은 편주제 변치 않는 사랑에 대한 소망 임과의 영원한 사랑 기원(임과의 사랑을 직설적으로 드러냄)의의 2연과 5연이 시조 형태에 근접하고 있어 시조의 기원을 찾는 자료로서 주목받음

1연 죽음보다 강한 사랑의 정열2연 임 생각에 밤을 지새우는 애처로움3연 사랑을 배신한 임에 대한 원망4연 무절제한 사랑을 하는 임에 대한 풍자5연 임에 대한 욕망과 상상6연 임과의 이별 없는 영원한 만남을 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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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사

(

歌辭

)

상춘곡(賞春曲)

정 극 인

紅塵(홍진)에 뭇친 분네 이내 生涯(생애) 엇

더고

風流(풍류)

가天地間(천지간) 男子(남자) 몸이 날만 이

하건마

山林(산림)에 뭇쳐 이셔 至樂(지

락)을

것가

數間茅屋(수간모옥)을 碧溪水(벽계수)

앒픠

고 松竹(송죽) 鬱鬱裏(울울리)예 風月主人(풍

월 주인) 되어셔라

속세에 묻혀 사는 분들이여 이 나의 생활이 어떠한가

옛 사람들의 운치 있는 생활을 내가 따를까 못따를까

천지간 남자로 태어난 몸으로서 나만한 사람이 많건마

는 왜 그들은 자연에 묻혀사는 지극한 즐거움을 모르는

것인가

몇 간쯤 되는 초가집을 맑은 시냇물 앞에 지어 놓고소

나무와 대나무가 우거진 속에 자연의 주인이 되었구나

서사-자연에 묻혀 사는 즐거움

엇그제 겨을 지나 새봄이

돌아오니桃花杏花(도화행화)

夕陽裏(석양

리)예 퓌여 잇고綠楊芳草(녹양방초)

細(우

중)에 프르도다칼로

아 낸가붓으로 그려낸

가造化神功(조화신공)이 物物(물물)마다 헌

엊그제 겨울이 지나 새봄이 돌아오니 복숭아꽃과 살구

꽃은 저녁 햇빛 속에 피어 있고 푸른 버들과 아름다운

풀은 가랑비 속에 푸르도다 칼로 재단해 내었는가 붓

으로 그려 내었는가 조물주의 신비스러운 솜씨가 사물

마다 야단스럽구나

본사 1-봄의 아름다운 경치

수풀에 우

春氣(춘기)

내 계

워 소

마다 嬌態(교태)로다 物我一體

(물아일체)어니 興(흥)이

소냐 柴扉(시

비)예 거러 보고 亭子(정자)애 안자 보니 逍

遙吟詠(소요 음영)

야 山日(산일)이 寂寂(적

적)

閑中眞味(한중진미)

알 니 업시 호

재로다

수풀에 우는 새는 봄 기운을 끝내 못 이겨 소리마다 아

양을 떠는 모습이로다

자연과 내가 한 몸이거니 흥겨움이야 다르겠는가 사립

문 주변을 걷기도 하고 정자에 앉아 보기도 하니 천천

히 거닐며 나직이 시를 읊조려 산 속의 하루가 적적한

데 한가로움 속의 참된 즐거움을 아는 사람이 없이 혼

자로구나

본사 2-봄의흥취

이바 니웃드라山水(산수) 구경 가쟈스라 踏靑

(답청)으란 오

고 浴沂(욕기)란 來日(내

일)

새 아

에 採山(채산)

고 나조

釣水

(조수)

여보게 이웃 사람들이여 산수 구경을 가자꾸나 산책

은 오늘하고 냇물에서 목욕하는 것은 내일 하세 아침

에 산나물을 캐고 저녁에 낚시질을 하세

본사 3-산수 구경 권유

괴어 닉은 술을 葛巾(갈건)으

로 밧타 노코 곳나모 가지 것거 수 노코 먹

으리라 和風(화풍)이 건

부러 綠水(녹수)

건너오니 淸香(청향)은 잔에 지고 落紅(낙

홍)은 옷새 진다 樽中(준중)이 뷔엿거

려 알외어라 小童(소동) 아

려 酒家(주가)

에 술을 믈어얼운은 막대 집고아

술을 메고

微吟緩步(미음 완보)

야 시냇

의 호자 안자

明沙(명사) 조 믈에 잔 시어 부어 들고 淸流(청

류)

굽어보니

니 桃花(도화)ㅣ로다 武陵

(무릉)이 갓갑도다 져

거인고

이제 막 익은 술을 갈건으로 거러 놓고 꽃나무 가지를

꺾어 잔 수를 세면서 먹으리라 화창한 바람이 문득 불

어서 푸른 시냇물을 건너오니 맑은 향기는 술잔에 가

득하고 붉은 꽃잎은 옷에 떨어진다 술동이 안이 비었

으면 나더러 아뢰어라 조그만 아이를 시켜 술집에서

술을 사 가지고 어른은 지팡이를 짚고 아이는 술을 메

고 나직이 읊조리며 천천히 걸어 시냇가에 혼자 앉아

고운 모래가 비치는 맑은 물에 잔 씻어 술을 부어 들

고 맑은 시냇물을 굽어보니 떠내려오는 것이 복숭아꽃

이로다 무릉도원이 가까이 있구나 저 들이 바로 그것

인가

본사 4-술과 풍류

松間(송간) 細路(세로)에 杜鵑花(두견화)

부치 들

고峰頭(봉두)에 급피 올나 구름 소긔

안자 보니 千村萬落(천촌만락)이 곳곳이 버러 잇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23 -

煙霞日輝(연하일휘)

錦繡(금수)

엇그제 검은 들이 봄빗도 有餘(유여)

소나무 사이 좁은 길로 진달래꽃을 손에 들고

산봉우리에 급히 올라 구름 속에 앉아보니 수많은 촌

락들이 곳곳에 벌여 있네 안개와 놀과 빛나는 햇살은

아름다운 비단을 펼쳐 놓은 듯 엊그제까지도 거뭇거뭇

했던 들판이 이제 봄빛이 넘치는구나

본사 5-산봉우리에서의 조망

功名(공명)도 날

우고富貴(부귀)도 날

우니淸

風明月이(청풍명월) 外(외)예 엇던 벗이 잇

올고

簞瓢陋巷(단표누항)에 흣튼 혜음 아니

아모

타 百年行樂(백년행락)이 이만

엇지

공명과 부귀가 모두 나를 꺼리니 아름다운 자연 외에

어떤 벗이 있으리오 비록 가난하게 살고 있지만 잡스

러운 생각은 아니하네 아무튼 한평생 즐겁게 지내는

것이 이만하면 족하지 않겠는가

결사-안빈 낙도

면앙정가(俛仰亭歌)

송 순

无等山(무등산) 활기 뫼히 동다히로

버더 이셔 霽月峯(제월봉)이 되여거

無邊大野(무변대야)의 므

짐쟉

노라

닐곱 구

움쳐 무득무득 버럿

가온대 구

굼긔든 늘근 뇽이 선

머리

언쳐시니

무등산 한 줄기 산이 동쪽으로 뻗어 있어 멀리 떼

어 버리고 나와 제월봉이 되었거늘 끝없이 넓은

들판에 무슨 속셈을 가지고 일곱 구비가 한 곳에

움추리어 무더기 무더기 벌여 놓은 듯 가운데 구

비는 구멍에 든 늙은 용이 풋잠을 이제 막 깨어

머리를 얹어 놓고 있는 것 같으니

rarr서사 1 - 제월봉의 위치와 형세

바희 우

松竹(송죽)을 혜혀고

정자

언쳐시니

구름

靑鶴(청학)이 千里(천 리)를 가리라

래 버렷

넓고 평평한 바위 위에 소나무 대나무를 헤치고

정자를 앉혔으니 구름을 탄 푸른 학이 천 리를

가려고 두 날개를 벌리고 있는 듯하다

rarr서사2 - 면앙정의 모습

玉泉山(옥천산) 龍泉山(용천산)

린 믈이

亭子(정자) 압 너븐 들

兀兀(올올)히 펴진드시

든 기노라 프르거든 희디마나

雙龍(쌍룡)이 뒤트

긴 깁을

어드러로 가노라 므

얏바

즈로 흐르

옥천산용천산 흘러내리는 물이 정자 앞 넓은 들

에 끊임없이 펼쳐진 듯이 넓거든 길지나 말든가

푸르거든 희지나 말지 두 마리 용이 몸을 뒤틀고

있는 듯 긴 비단을 펼쳐 놓은 듯 어디로 가느라

고 무슨 일이 바빠서 달리는 듯 따라가는 듯 밤낮

으로 흘는 듯

rarr본사 1 - 시냇물의 모습

므조친 沙汀(사정)은 눈

치 펴

거든

어즈러온 기러기

므스거슬 어르노라

안즈락

리락 모드락 흣트락

蘆花(노화)를

이 두고 우로곰 좃니

물을 따라 있는 모래밭은 눈같이 하얗게 펼쳐져

있는데 어지럽게 나는 갈매기는 무엇을 어르느라

고 앉기도 하고 내려오기도 하고 모이기도 하고

흩어지기도 하고 갈대꽃을 사이에 두고 울면서 따

라다니는가

rarr본사 2 - 기러기의 교태

너븐 길 밧기오 긴 하

두르고

즌 거슨 뫼힌가 屛風(병풍)인가

그림가 아닌가

노픈

숨거니 뵈거니 가거니 머믈거니

어즈러온 가온

일홈

도 젓티 아녀 옷독이 셧

거시

秋月山(추월산) 머리 짓고 용구산 몽선산 불대산

어등산 용진산 금성산이 허공에 버러거든

遠近(원근) 蒼崖(창애)의 머믄 것도 하도 할샤

넒은 길 밖이요 긴 하늘 아래 두르고 꽂은 것은

산인가 병풍인가 그림인가 아닌가 높은 듯 낮은

듯 끊어지는 듯 이어지는 듯 숨기도 하고 보이기

도 하고 가기도 하고 머물기도 하고 어지러운 가

운데 유명한 척하여 하늘도 두려워 하지 않고 우

뚝하게 서있는 것이 추월산으로 머리를 만들고

용구산 몽선산 불대산 어등산 용진산 금성산이 공

중에 늘어서 있으니 멀고 가까운 푸른 절벽에 머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24 -

문 것도 많기도 하구나

rarr본사 3 - 산봉우리의 승경

흰구름 부흰 煙霞(연하) 프로니

山嵐(산람)이라

千巖萬壑(천암만학)을 제 집으로 삼아두고

나명셩 들명셩 일

ㅣ도 구

지고

오르거니

리거니 長空(장공)의

나거니

廣野(광야)로 건너거니

프르락 불그락 여트락 지트락

斜陽(사양)과 섯거디어 細雨(세우)조차

흰구름 뿌연 안개와 노을 푸른 것은 산 아지랑

이로구나 수많은 바위와 골짜기를 제 집으로 삼

고서 나가기도 하고 들어오기도 하면서 아양도 떠

는구나 올라가기도 하고 내려가기도 하고 먼 하

늘로 떠나기도 하고 넓은 들로 건너가기도 하고

푸르기도 하고 붉기도 하고 옅기도 하고 짙기도

하고 석양과 섞이어 가랑비조차 뿌리는구나

rarr본사 4 - 봄 풍경

藍輿(남여)

고 솔아

구븐 길노

오며 가며

적의

綠楊(녹양)의 우

黃鶯(황앵) 嬌態(교태) 겨워

고야

나모 새

지어 綠陰(녹음)이 얼린 적의

百尺欄干(백척난간)의 긴 조으름 내여 펴니

水面凉風(수면양풍)이야 긋칠 줄 모르

뚜껑없는 가마를 재촉하여 타고 소나무 아래 굽은

길로 오며 가며 하는 때에 푸른 버드나무에서

는 꾀꼬리는 온갖 교태를 부리고 있구나 나무 사

이가 우거져서 녹음이 엉긴 때에 긴 난간에 기대

어 길게 기지개를 켜니 물위에서 부는 시원한 바

람이 그칠 줄을 모르는구나

rarr 본사 5 - 여름 풍경

즌서리

딘 후의 산빗치 錦繡(금수)로다

黃雲(황운)은

엇지 萬頃(만경)의 펴겨디오

漁笛(어적)도 흥을 계워

롸 브니

된서리가 걷힌 후에 산 빛이 수놓은 비단 같구나

누렇게 익은 곡식은 또 어찌 넓은 들에 펼쳐져 있

는가 어부가 부는 피리도 흥을 못이겨 달을 따라

불고 있구나

rarr 본사 6 - 가을 풍경

草木(초목) 다 진 후의 江山이

몰커

造物(조물)리 헌

야 氷雪(빙설)로

며내니

瓊宮瑤臺(경궁요대)와 玉海銀山(옥해은산)이

眼底(안저)에 버러셰라

乾坤(건곤)도 가

열사 간 대마다 경이로다

초목이 다 떨어진 후에 강산이 눈 속에 묻혔거늘

조물주가 야단스러워 눈과 얼음으로 꾸며내니 경

궁요대(구슬로 꾸민 궁궐과 대)와 옥해은산(아름

다운 바다와 눈덮인 산) 같은 설경이 눈 아래 펼

쳐졌구나 하늘과 땅도 풍성하구나 가는 곳마다

아름다운 경치로다

rarr 본사7 - 겨울 풍경

人間(인간)을

나와도 내 몸이 겨를 업다

이것도 보려

고 져것도 드르려코

도 혀려

도 마즈려코

밤으란 언제 줍고 고기란 언제 낙고

柴扉(시비)란 뉘 다드며 딘 곳츠란 뉘 쓸려뇨

이 낫브거니 나조

라 슬

소냐

리 不足(부족)커니 來日(내일)이라

有餘(유여)

이 뫼

안자 보고 져 뫼

거러 보니

煩勞(번로)

릴 일이 아조 업다

쉴 사이 업거든 길히나 젼

리야

다만 靑藜杖(청려장)이 다 므듸어 가노

속세를 떠나왔어도 내 몸이 한가하지 않다 이것

도 보려고 하고 저것도 들으려 하고 바람도 쏘이

려 하고 달도 맞으려 하고 밤은 언제 줍고 고기는

언제 낚고 사립문은 누가 닫으며 떨어진 꽃은 누

가 쓸겠느냐 아침에도 아름다운 경치 구경하는

시간이 모자랄 지경인데 저녁이라고 싫겠는가 오

늘의 시간이 부족한데 내일이라고 여유가 있겠는

가 이 산에서 앉아보고 저 산에서 걸어보니 번거

로운 마음이지만 버릴 일이 아주 없다 쉴 사이가

없는데 사람들에게 길이나마 알려줄 수가 있겠는

가 다만 명아주 대로 만든 지팡이가 다 무디어

가는구나

rarr본사 8 - 자연애와 풍류 생활

술이 닉어가니 벗지라 업슬소냐

이며 혀이며 이아며

온가짓 소

로 醉興(취흥)을

야거니

근심이라 이시며 시

이라 브터시랴

누우락 안즈락 구브락 져츠락 울프락

노혜로 놀거니

天地(천지)도 넙고넙고 日月(일월)도 가

羲皇(희황) 모

러니 이적이야 긔로고야

神仙(신선)이 엇더턴지 이몸이야 긔로고야

술이 익어가니 벗이라고 없겠는가 노래를 부르게

하며 악기를 타고 켜게 하며 방울을 흔들며 온갖

소리로 술에 취한 흥을 재촉하니 근심이라 있겠으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25 -

며 시름이라고 붙어 있으랴 눕기도 하고 앉기도

하고 구부리기도 하고 뒤로 젖히기도 하고 읊기도

하고 휘파람을 불기도 하면서 마음놓고 놀기도

하니 천지도 넓고 넓으며 세월도 한가하다 중국

복희 황제의 태평성대를 내가 잘 몰랐더니 지금이

바로 그것이로구나 신선이 어떤 것인지 잘 몰랐

더니 내가 바로 신선이로구나

rarr본사9 - 취흥

江山風月(강산풍월) 거

리고 내 백년을 다누리면

岳陽樓(악양루) 샹의 李太白(이태백)이 사라 오다

浩蕩情懷(호탕 정회)야 이에서 더

소냐

이 몸이 이렁 굼도 亦君恩(역군은)이샷다

아름다운 대자연을 거느리고 내 한평생을 다 누리

면 조망이 좋기로 이름난 악양루 위의 이태백이

살아온다한들 넓고 큰 마음이야 이것보다 더 하겠

는가 이몸이 이렇게 지내는 것도 역시 임금님의

은혜이시도다

rarr결사 - 호탕한 정회와 군은

면앙정의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지은이가 41세 되던 해 벼슬을 그만두

고 향리인 전라남도 담양에 내려가 면앙정이라는

정자를 짓고 아름다운 자연을 벗삼아 사는 자신의 풍

류 생활을 노래한 것이다 면아정 주변의 경치4계절의

풍경 자신의 풍류 생활에 대한 멋과 흥취를 짜임새 있

게 그려낸 선경 후정의 작품이다

우리 江湖歌道(강호가도)의 전형을 확립한 작품으로

정극인의 상춘곡을 이어받아 송강의 성산별곡관동별곡

에 크게 영향을 끼쳤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결사 끝

부분의 lsquo亦君恩(역군은)이샷다rsquo와 같은 표현은 맹사성의

lsquo강호사시가rsquo에도 나타나는 것으로 자연속에서 지내는

즐거움과 연군 지정을 결합시킨 표현이라 할 수 있다

관동별곡

정 철

江강湖호애 病병이 깁퍼 竹

林님의 누엇더니 關관東

동 八팔百

里니에 方방面면을 맛디시니 어와 聖셩恩

은이야 가디록 罔망極극

다 延연秋츄門문 드리

慶경會회 南남門문

라보며 下하直직고 믈너나니 玉

옥節졀이 알

셧다

平평丘구驛역

라 黑흑水슈로 도라드니 蟾셤江

강은 어듸메오 雉티岳악이 여긔로다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의 병이 깊어 전라남도 창평에서

지내고 있었는데 800리나 되는 강원도 지방의 관찰사

소임을 맡기시니 아아 임금님의 은혜야말로 갈수록

끝이 없다 연추문으로 달려들어가 경회루의 남쪽문을

바라보며 임금님께 하직 인사를 하고 물러나니 옥절이

앞에 서 있다 양주(평구역)역에서 말을 갈아타고 여주

(흑수)로 돌아 들어가니 원주(섬강)는 어디인가 치악

산이 여기로구나

서사1-관찰사 배명과 부임의 여정

昭쇼陽양江강

린 믈이 어드러로 든단 말고 孤고臣신

去거國국에 白

髮발도 하도 할샤 東동州

밤 계오

새와 北븍寬관亭뎡의 올나

니 三삼角각山산 第뎨一일

峰봉이

마면 뵈리로다 弓궁王왕 大대闕궐 터희 烏오

鵲쟉이 지지괴니 千쳔古고 興흥亡망을 아

다 몰

다 淮회陽양 녜 일홈이 마초아

시고 汲급長

孺유

風풍彩

를 고텨 아니 볼 게이고

소양강 흘러내린 물이 어디로 흘러들어간단 말인가 외

로운 신하가 임금님 곁을 떠남에 있어서 나라에 대한

걱정이 많기도 하구나 철원(동주)에서 밤을 겨우 새운

후 북관정에 오르니(임금님이 계신 한양에 있는)삼각

산의 제일 높은 봉우리가 웬만하면 보일 것 같구나 옛

날 궁예왕이 살았던 대궐 터에 까마귀와 까치만 지저귀

고 있으니 먼 옛날의 흥망 성쇠를 까마귀와 까치 너희

들은 아느냐 모르느냐 회양이라는 이름이 옛날 중국의

지명인 회양과 마침 똑같구나(중국 회양 땅에서 선정

을 베푼)급장유의 모습을 이제 다시 (여기서)볼 수 있

지 않겠는가(급장유가 중국 회양땅에서 선정을 베푼

것처럼 정철 자신도 이곳 강원도 회양땅에서 선정을 베

풀겠다는 포부를 나타냄)

서사 2-관내 순력과 선정에 대한 포부

營영中듕이 無무事

고 時시節졀이 三삼月월인 제

花화川쳔 시내길히 楓풍岳악으로 버더 잇다 行

裝장

을 다

티고 石셕逕경의 막대 디퍼 百백川쳔洞동 겨

두고 萬만瀑폭洞동 드러가니 銀은

무지게 玉

龍룡의 초리 섯돌며

十십里리의

자시니 들을 제

우레러니 보니

눈이로다

감영(지금의 도청)안에 아무 일이 없고 시절이 마침 삼

월인 때에 화천 시냇길이 금강산으로 뻗어 있다 행장

을 다 떨쳐 버리고 돌길에 지팡이를 짚어 백천동 곁을

지나 만폭동으로 들어가니 은같은 무지개 옥 같은 용

의 꼬리처럼 생긴 폭포가 섞어 돌며 뿜는 소리가 십 리

에 깔려 있으니 멀리서 들을 때는 우렛소리더니 가까

이 가서 보니 눈(雪)이 날리는 것 같구나

본사1-만폭동 폭포의 장관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26 -

金금剛강臺

우層층의 仙션鶴학이 삿기 치니 春츈

風풍 玉옥笛

聲셩의 첫

돗던디 縞호衣의玄현裳

샹이 半반空공의 소소

니 西셔湖호

主쥬人인을

반겨셔 넘노

금강대 맨 꼭대기에 사는 선학이 새끼를 치니 봄바람

옥피리 소리에 첫 잠을 깨었던지 흰 저고리 검은 치마

로 단장한 학이(학의 날개 묘사) 공중에 솟아 뜨니 옛

날 중국 서호에서 학과 더불어 노닐던 임포를 반겨 맞

는 것 같구나(정철 자신을 임포처럼 생각함)

본사2-금강대 위의 선학

小쇼香향爐노 大대香향爐노 눈 아래 구버보고 正졍陽

양寺

眞진歇헐臺

고텨 올나 안

마리 廬녀山산 眞

진面면目목이 여긔야 다 뵈

다 어와 造조化화翁옹이

토 헌

거든

디 마나 셧거든 솟디 마나

芙부蓉용을 고잣

玉옥을 믓것

東동溟명

을 박

北북極극을 괴왓

놉흘시고 望망高

고臺

외로올샤 穴혈望망峰봉이 하

의 추미러 므

일을

로리라 千쳔萬만劫겁 디나

록 구필 줄 모

다 어와 너여이고 너

향로처럼 생긴 크고 작은 봉우리를 눈아래 굽어보고 나

서 정양사를 지나 진헐대에 다시 올라 앉으니 금강산

의 참모습이 여기서야 다 보이는구나 아아 조물주가

야단스럽기도 야단스럽구나(산봉우리들이)날아가려거

든 뛰지나 말든가 서있으려거든 (위로)솟지나 말든가

할일이지 연꽃을 꽂아 놓은 것 같기도 하고흰 옥을

묶어 놓은 것 같기도 하고 북극성을 떠받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높구나 망고대 외롭구나 혈망봉이 하늘

에 치밀어서 무슨 일을 아뢰려고 오랜 세월이 지나도록

굽힐 줄을 모르느냐 아아 너로구나 너같은 충신이

또 있을까(진헐대에서 바라본 많은 산봉우리들이 굳굳

한 모습으로 서있는 것을 보고 충신의 지조와 절개를

연상하여 표현한 구절)

본사 3-진헐대에서의 조망

心심臺

고텨 올나 衆듕香향城셩

라보며 萬만

二이千쳔峰봉을 歷녁歷녁히 혀여

니 峰봉마다

쳐 잇

고 긋마다 서린 긔운

거든 조티마나 조커든

디 마

나 뎌 긔운 흐터 내야 人인傑걸을

고쟈 形형容용

도 그지업고 체체勢셰도 하도 할샤 天텬地디 삼기실

제 自

然연이 되연마

이제 와 보게 되니 有유情정

도 有유情정

개심대를 다시 올라가서 중향성을 바라보며 금강산 만

이천 봉우리를 똑똑히 헤아려 보니 산봉우리마다 정기

가 맺혀 있고 봉우리 끝마다 서린 기운(정기) (산의

정기가)맑거든 깨끗하지나 말든가 깨끗하거든 맑지나

말 것이지(산의 정기가 맑고도 깨끗하다는 의미) 저

기운을 흩어 내어 뛰어난 인물을 만들고 싶구나 산봉

우리의 생긴 모양이 끝이 없이 다양하고 자세도 많기도

하구나 천지가 생겨날 때 자연히 된 줄 알았더니 이제

와서 보니까 조물주의 뜻이 분명히 있구나

본사 4-개심대에서의 조망

毗비盧로峰봉 上샹上샹頭두의 올라 보니 긔 뉘신고

東동山산 泰태山산이 어

야 놉돗던고 魯노國국 조븐

줄도 우리

거든 넙거나 넙은 天텬下하 엇

닷 말고 어와 뎌 디위

어이

면 알 거이고 오

디 못

거니

려가미 고이

비로봉 맨 꼭대기에 올라본 사람이 그 누구인가

동산과 태산이 그 얼마나 높던가 노나라가 작다는 것

도 우리는 모르겠는데 넓고도 넓은 천하를 어떻게 해서

작다고 공자께서는 말씀하신단 말인가 아아 저 공자

의 경지를 어떻게 하면 알 것인가 올라가지 못하는데

내려가는 것이 이상하랴

본사 5-비로봉을 본 감회

圓원通통골

길로 獅

峰봉을

자가니 그 알

너러바회 化화龍룡쇠 되여셰라 千쳔年년 老노龍룡

이 구

서려 이셔 晝듀夜야의 흘녀 내여 滄창海

해예 니어시니 風풍雲운을 언제 어더 三삼日일雨우

디련

다 陰음崖애예 이온 플을 다 살와 내여

원통골 가느다란 길로 사자봉을 찾아가니 그 앞에 넓고

평평한 바위가 화룡소가 되었구나 마치 천 년이나 묵

은 늙은 용(정철 자신을 지칭함)이 굽이굽이 서려 있어

서 밤낮으로 물을 흘려 내어 푸른 바다에 이어졌으니

용(작자 자신)아 너는 언제 풍운(선정의 기회)을 얻어

서 임금님의 은총을 백성들에게 내리려느냐 굶주리고

헐벗은 백성들을 다 살려 내려무나

본사 6-화룡소에서의 감회

磨마訶하衍연 妙묘吉길祥샹 雁안門문재 너머 디여 외

나모

리 佛블頂뎡臺

올라

니 千쳔尋심絶졀

壁벽을 半반空공애 셰여 두고 銀은河하水슈 한 구

촌촌이 버혀 내여 실

티 플텨이셔 뵈

티 거러시니

圖도經경 열 두 구

내 보매

여러히라 李니謫

션 이제 이셔 고텨 의논

게 되면 廬녀山산이 여긔도

곤 낫단 말 못

려니

마하연 묘길상을 구경하고 안문재를 넘어 내려가 외

나무 썩은 다리를 건너 불정대에 오르니 천길이나 되는

낭떠러지를 공중에 세워 놓고 은하수 한 굽이를 마디

마디 베어 내어 실같이 풀어 가지고 베처럼 걸었으니

도경(금강산 12폭포를 그림으로 그려놓은 그림책)에는

폭포가 열두굽이로 되어 있지만 내가 보기에는 그보다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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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많아 보인다 이태백이 지금 살아 있어서 다시(금강

산 12폭포와 중국의 여산폭포를 비교) 논의하게 된다

면 여산 폭포가 여기보다 더 낫다는 말은 못 할 것이

본사 7-십이 폭포의 장관

山산中듕을

양 보랴 東동海해로 가쟈

라 籃남輿여

緩완步보

야 山산映영樓누의 올나

니 玲녕瓏농 碧벽

溪계와 數수聲셩啼뎨鳥됴

離니別별을 怨원

旌졍旗긔를

티니 五오色

이 넘노

鼓고角각을

섯부니 海해雲운이 다것

鳴명沙사길 니근

이 醉

仙션을 빗기 시러 바다

두고 海

棠당花화로 드러가니 白

鷗구야

마라 네 버딘 줄 엇디 아

산중의 경치만 노상 보겠는가 동해로 가자꾸나 남녀

(뚜껑없는 가마)를 타고 천천히 걸어서 산영루(정자이

름)에 오르니 영롱하게 반짝이는 시냇물과 갖가지 소

리로 우는 새는 나와의 이별을 싫어하는 듯 여러 가지

깃발을 휘날리니 오색(빨강파랑검정노랑흰색등의

깃발)이 넘나들며 노는 듯 북과 피리를 섞어 부니 바

다의 구름이 다 걷히는 듯하다 모래밭 길에 익숙한 말

이 도취한 신선을 비스듬히 태우고 해변을 따라 해당

화가 피어 있는 곳으로 들어가니 백구야 날아가지 마

라 내가 네 친구일수도 있지 않느냐

본사 8-동해로 가는 감회

金금闌난窟굴 도라드러 叢총石셕亭뎡 올라

니 白

옥樓누 남은 기동 다만 네히 셔 잇고야 工공슈의 셩녕

인가 鬼귀斧부로 다

가 구

야 六뉵面면은 므어슬

象샹톳던고

금난굴을 돌아들어서 총석정에 오르니 바다 가운데에

돌기둥 네 개가 백옥루의 남은 기둥처럼 서 있구나 저

네 개의 돌기둥은 공수(중국 고대의 명공)가 만든 것인

가 귀신의 도끼로 다듬었는가 구태여 그 돌기둥이 여

섯 모가 난 것은 무엇을 본뜬 것인가

본사 9-총석정의 장관

高고城셩을란 뎌만 두고 三삼日일浦포

자가니 丹

단書셔

宛완然연

되 四

仙션은 어

가니 예 사흘

머믄 後후의 어

머믈고 仙션遊유潭담 永영郎

냥湖호 거긔나 가 잇

가 淸

澗간亭뎡 萬만景경臺

몃 고

안돗던고

고성을 저만큼 두고 삼일포를 찾아가니 영랑의 무리

(신라 때 네 명의 화랑 곧 사선)가 남쪽으로 갔다는

글씨는 뚜렷한데 사선은 어디 갔는가 여기서 사흘을

머문 후에 어디 가서 또 머물렀을까 선유담 영랑호

거기나 가 있는가 청간정 만경대 몇 곳에 앉았던가

본사 10-삼일포에서의 회고

梨니花화

셔 디고 졉동새 슬피 울 제 洛낙山산東

동畔반으로 義의相샹臺

예 올라 안자 日일出츌을 보

리라 밤듕만 니러

니 祥샹雲운이 집

동 六뉵龍뇽

이 바퇴

동 바다

날 제

萬만國국이 일위더니

天텬中듕의 티

니 毫호髮발을 혜리로다 아마도 녈구

름 근쳐의 머믈셰라 詩시仙션은 어

가고 咳

唾타만

나맛

니 天텬地디間간 壯장 긔별

셔히도

셔이

배꽃은 벌써 떨어지고 접동새가 슬피 울 때에 낙산의

동쪽 언덕에 있는 의상대에 올라앉아 해 뜨는 것을 보

려고 한 밤중에 일어나니 상서로운 구름이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듯 여섯 마리의 용이 떠받치고 있는 듯

해가 바다에서 떠날 때는 온 세상이 흔들리는 것 같더

니 하늘로 치솟아 오르니 가느다란 터럭을 셀 수 있을

정도로 밝구나 혹시나 지나가는 구름(간신을 비유함)

이 햇빛을 가릴까 두렵다 이백은 어디 가곡 그가 남긴

유명한 말(咳唾(해타)-이백은 lsquo등금릉봉황대rsquo라는 시에

서 간신이 임금의 총명을 흐리게 하는 것을 구름이 해

를 가리는 것에 비유했음)만 남아 있는가 천지간에 굉

장한 소식(사연)이 그의 시에 자세히도 표현되어 있구

본사 11-의상대에서의 일출의 장관

斜샤陽양 峴현山산의 척

을 므니

와 羽우蓋개芝

지輪륜이 鏡경浦포로

려가니 十십里리 氷빙紈환을

다리고 고텨 다려 長

松숑 울흔 소개 슬

장 펴뎌시

니 믈결도 자도 잘샤 모래

혜리로다 孤고舟쥬 解

纜람

야 亭뎡子

올나가니 江강門문橋교 너믄

大대洋양이 거긔로다 從

容용댜 이 氣긔像샹

闊활遠원댜 뎌 境경界계 이도곤

어듸 잇

닷 말고 紅홍粧장 古고事

리로다

江강陵능 大대都도護호風풍俗쇽이 됴흘시고 節졀孝효

旌졍門문이 골골이 버러시니 比비屋옥可가封봉이 이제

도 잇다

저녁 햇살이 비치는 현산의 철쭉꽃을 잇달아 밟으면서

신선을 태운 수레가 경포로 내려가니 십 리나 되는 비

단을 (다리미로)다리고 다시 다린 것처럼 맑고 깨끗한

수면이 큰 소나무가 둘러싼 속에 실컷 펼쳐져 있으니

물결도 잔잔하기도 잔잔하구나 모래를 셀 수 있을 것

같도다 배 한 척을 띄워 호수를 건너가서 정자 위에

올라가니 강문교 바로 너머에 넓은 바다가 거기로구

나 조용하구나 이 기상 넓고 멀구나 저 경계(수평

선) 여기보다 더 (경치가) 잘 갖추어진 곳이 또 어디

있단 말인가 박신과 흥장의 옛일을 야단스럽다고 할

것이로다 강릉 대도호부의 풍속이 좋기도 하구나 충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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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효자 열녀 등을 표창하는 문이 고을마다 널려 있

으니 요순 시대처럼 집집마다 벼슬을 봉할 만하다는

것이 지금도 있다 할 것이로다

본사 12-경포의 장관과 강릉의 미풍 양속

眞진珠쥬館관 竹

西셔樓루 五오十십川쳔

린 믈이 太

태白

山산 그림재

東동海

로 다마 가니

하리 漢

한江강의 木목覓멱의 다히고져 王왕程뎡이 有유限

고 風풍景경이 못 슬

니 幽유懷회도 하도 할샤 客

愁수도 둘 듸 업다 仙션사

워 내여 斗두牛우로 向

살가 仙션人인을

려 丹단穴혈의 머므살가

진주관 죽서루 아래 오십천에 흘러내리는 물이 태백산

그림자를 동해로 담아가지고 흘러가니 차라리 저 물을

임금님이 계신 서울 남산에 닿게 하고 싶다 관원의 여

정에는 기한이 있고 풍경은 싫증이 나지 않으니 그윽

한 회포도 많기도 많구나 나그네의 시름도 둘 곳이 없

다 신선이 탄다는 뗏목을 띄워서 북두성과 견우성으로

향할까 사선을 찾으러 단혈에 머무를까

본사 13-죽서루에서의 객수

天텬根근을 못내 보와 望망洋양亭뎡의 올은말이 바다

밧근 하

이니 하

밧근 므서신고

득 노 고래 뉘

라셔 놀내관

블거니

거니 어즈러이 구

디고 銀

은山산을 것거 내여 六뉵合합의

五오月월

天텬의 白

雪셜은 므

일고

하늘의 끝을 끝내 못 보아 망양정에 오르니 바다 밖은

하늘인데 하늘 밖은 무엇인가 가뜩이나 노한 고래를

누가 놀리게 하기에 불기도 하고 뿜기도 하면서 어지럽

게 구는 것인가 은으로 된 산을 꺾어 내어 온 세상에

흩어 내리는 듯 오월의 아득한 하늘에 흰 눈이 무슨 일

인가

본사 14-망양정에서의 조망

져근덧 밤이 드러 風풍浪낭이 定뎡

扶부桑상 咫

지尺

의 明명月월을 기

리니 瑞셔光광 千쳔丈

고야 珠쥬簾렴을 고텨 것고 玉옥階계

다시 쓸며 啓계明명星셩 돗도록 곳초 안자

라보니

蓮년花화 가지

뉘라셔 보내신고 일이 됴흔

世세界계

대되 다 뵈고져

流뉴霞하酒쥬

득 부어

려 무론 말이 英영雄웅은

가며 四

仙션은 긔 뉘러니 아

나 맛나 보아

긔별 뭇쟈

니 仙션山산 東동海

예 갈 길히 머도

멀샤

잠깐 사이에 밤이 되어 풍랑이 가라앉거늘 해와 달이

뜬다는 부상 가까운 거리에서 밝은 달을 기다리니 천

길이나 뻗친 상서로운 달빛이 보이는 듯하다가 숨는구

나 구슬로 만든 밭을 걷어 올리고 돌층계를 다시 쓸며

샛별이 돋을 때까지 꼿꼿이 앉아 바라보니 흰 연꽃 한

송이를 누가 보내셨는가 이렇게 좋은 세계를 남에게

다 보이고 싶구나 신선주를 가득 부어 들고 달에게 묻

기를ldquo영운은 어디 갔으며 사선 그들은 그 누구이더

냐rdquo 아무나 만나 보아 옛 소식을 물으려 하니 삼신산

이 있다는 동해에 갈 길이 멀기도 멀구나

결사 1-동해의 달맞이

松숑根근을 볘여 누어 픗

을 얼픗 드니

애 사

이 날

려 닐온 말이그

내 모

랴 上샹界계예 眞

진仙션이라 黃황庭뎡經경一일字

엇디 그

닐거

두고 人인間간의 내려와셔 우리

다 져근덧

가디 마오 이 술 잔 머거 보오 北북斗두星셩 기우

려 滄챵海

水슈 부어 내여 저 먹고 날 머겨

서너

잔 거후로니 和화風풍이 習습習습

야 兩냥腋

을 추

혀 드니 九구萬만里리 長

空공애 져기면

리로다 이

술 가져다가 四

예 고로

화 億억萬만 蒼창生

을 다 醉

근 後후의 그제야 고텨 맛나

고야 말 디쟈 鶴학을

고 九구空공의 올나가니

空공中듕 玉옥蕭쇼 소

어제런가 그제런가

나도

여 바다

구버보니 기

거니

인들 엇디 알리 明명月월이 千천山산萬만落낙의 아니

비쵠

업다

소나무 뿌리를 베고 누워서 선잠을 얼핏드니

꿈에 한 사람이 나더러 이르기를 ldquo그대(송강)를 내가

모르랴 그대는 하늘 나라의 진짜 신선이라 황정경의

한 글자를 어찌하여 잘못 읽어 가지고 속세로 귀양와서

우리를 따르는가 잠깐 동안 가지 말고 이 술 한잔 먹

어 보오rdquo 북두칠성을 국자 삼아 푸른 바닷물을 잔에

부어 저도 먹고 나도 먹이거늘 서너잔을 기울이니 화

창한 바람이 산들산들 불어 양쪽 겨드랑이를 추켜드니

구만리나 되는 먼 하늘에 웬만하면 날 것 같구나

ldquo이 술을 가져다가 온 세상에 골고루 나누어 모든 백성

들을 다 취하게 만든 후에 그 때에야 다시 만나 또 한

잔 하자꾸나lsquo

그 말이 끝나자 신선(꿈에 한 사람)은 학을 타고 하늘

로 올라가니 공중에서 들려오는 옥피리 소리가 어제던

가 그제던가 싶게 어렴풋하구나 나도 잠을 깨어 바다

를 굽어보니 그 깊이를 모르는데 끝이야 더욱 어떻게

알겠는가 밝은 달이 온 세상에 아니 비친 곳이 없다

결사 2-꿈속의 선연

lt송강가사(松江歌辭) 이선본(李選本gt

지은이가 45세 되던 선조 13년(1580)에 강원도 관찰사

에 배임(拜任)되어 부임하는 과정과 원주에 부임한 후

틈을 내어 관동 팔경을 비롯한 강원도 내의 명승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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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루 유람하며그 승경(勝景)과 인정 풍속을 비롯해서

연군(戀君)애민의 정(情) 및 선연(仙緣)을 노래한 기행

가사의 대표적인 작품이다 멀게는 고려 충숙왕 때 안

축이 지은 경기체가 형식의 [관동별곡]과 가깝게는 명

종때 백광홍이 지은 [관서별곡] 송순의 [면앙정가]의

영향을 받은 작품으로 표현이 명쾌화려하고 탄력이 넘

치며 활달하고 낭만적이어서 지은이의 호탕한 기상이

잘 나타나 있다

총 295구로 이루어진 장편 기행 가사로 서사(처음~급

당유 풍 고텨 아니 볼 게이고) 본사(영둥이 무고~오월 댱텬의 셜은 므일고) 결사(져근덧 밤이

드러~아니 비쵠 업다)로 구성되어 있다

산에서 바다로 이어지는 여정은 그 각각의 이미지를 매

개로 하여 인간의 두 가지 존재 양식 사이에서 갈등하

는 작가의 모습을 보여 준다 산에서 본 경치는 백색의

이미지로서 고결한 위정자로서의 풍모를 드러내고 있으

며 바다에서는 인간 본연의 영원한 세계를 갈구하는

자유 분방한 정신을 표출하고 있다

다양한 어휘와 적절한 수사법을 능란하게 구사함으로

써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한층 높은 경지로 끌어 올린

작품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사미인곡(思美人曲)

송강 정 철

이 몸 삼기실 제 님을 조차 삼기시니 緣分(연분)이며 하 모 일이런가 나 나 졈어 잇

고 님 나 날 괴시니 이 음 이 랑 견졸 노여 업다

이 몸이 태어날 때에 임을 따라서 태어나니 한평생의

연분이며 하늘이 모를 일이던가내가 오직 젊어 있고

임은 오직 나를 사랑하시니 이 마음과 이 사랑을 비교

할 곳이 전혀 없다

서사 1-임과의 인연

平生(평)애 願(원) 요 녜자 얏더니

늙기야 므 일로 외오 두고 글이고 엇그제 님

을 뫼셔 廣寒殿(광한뎐)의 올낫더니그더 엇디

야 下界(하계)예 랴오니 올 적의 비슨 머리 얼

킈연디 三年(삼년)이라 臙脂粉(연지분) 잇마 눌 위여 고이고 음의 친 실음 疊疊(텹텹)

이 혀 이셔 짓니 한숨이오 디니 눈믈이라

人生(인)은 有限(유) 시도 그지업다

평생에 원하기를 임과 함께 살아가고자 했는데 늙어서

야 무슨일로 외따로 두고 그리워하는가 엊그제 임을

모시고 광한전에 올라 있었는데 그 사이에 어찌하여 이

하계에 내려왔느냐 임을 떠나 올 적에 빗은 머리가 헝

클어진 지삼 년일세 연지와 분이 있지마는 누구를 위

해서 예쁘게 화장할 것인가 마음에 맺힌 시름이 겹겹

이 쌓여 있어서 짓는 것이 한수밍요 떨어뜨리는 것이

눈물이라 인생은 한이 있는데 시름은 끝이 없다

서사 2-임에 대한 그리움

無心(무심) 歲月(셰월)은 믈 흐 고야 炎

凉(염냥)이 아라 가 고텨 오니 듯거니

보거니 늣길일도 하도 할샤

아무 생각이 없는 세월은 물 흐르듯 빨리 지나가는구

나 더위와 추위가 때를 알아서 가자마자 다시 오니 듣

고 보는 가운데서 느낄일이 많기도 많구나

서사 3-세월의 무상함

東風(동풍)이 건듯 부러 積雪(젹셜)을 헤텨내니 窓

(창) 밧긔 심근 梅花(화) 두세 가지 픠여셰라 득 冷淡(담) 暗香(암향)은 므 일고 黃昏

(황혼)의 이 조차 벼 마 빗최니 늣기 반기 님이신가 아니신가

뎌 梅花(화) 것거 내여 님 겨신 보내오져 님

이 너 보고 엇더타 너기실고

봄바람이 문득 불어서 쌓인 눈을 헤쳐내니 창밖에 심은

매화가 두세 가지 피었구나 가뜩이나 쌀쌀하고 담담한

데 그윽하게 풍기는 향기는 또 무슨 일인가 황혼에 달

이 따라와 배갯머리에 비치니흐느껴 우는 듯 반기는

듯하니 임이신가 아니신가 저 매화를 꺾어 내어 임 계

신 곳에 보내고 싶다 그러면 임이 너 (매화)를 보고

어떻다고 생각하실까

본사 1-춘원(春怨)

디고 새 닙 나니 綠陰(녹음)이 렷 羅幃

(나위) 寂寞(젹막)고 繡幕(슈막)이 뷔여 잇다 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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蓉(부용)을 거더 노코 孔雀(공쟉)을 둘러 두니 득 시 한 날은 엇디 기돗던고鴛鴦錦(원앙금)

버혀 노코 五色線(오션) 플텨 내여 금자 견화

이셔 님의 옷 지어 내니 手品(슈품)은니와 制度

(졔도)도 시고 珊瑚樹(산호슈) 지게 우 白玉函(옥함)의 다마 두고 님의게 보내오려 님 겨신

라보니 山(산)인가 구롬인가 머흐도 머흘시

고 千里 萬里(쳔리 만리)길흘 뉘라셔 자갈고니

거든 여러 두고 날인가 반기실가

꽃이 지고 새 잎이 피어나니 녹음이 우거졌는데 비단

포장이 적막하고 수놓은 장막이 텅 비어 쓸쓸하다 연

꽃을 수놓은 비단 휘장을 걷어 놓고 공작을 수놓은 병

풍을 둘러 치니 가뜩이나 시름이 많은데 날은 어찌 그

리 길던가 원앙새 수놓은 비단을 베어 놓고 오색실을

풀어 내어 좋은 자로 재어서 임의 옷을 지어내니 솜씨

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격식도 갖추었구나 백옥으로

만든 함에 담아 산호로 만든 지게 위에 얹어 놓고 임에

게 보내려고 임 계신 곳을 바라보니 산인지 구름인지

험하기도 험하구나 천만 리나 되는 먼 길을 누가 찾아

갈 것인가 가면은 함을 열어 놓고 나를 본것처럼 반가

워하실까

본사2-하원(夏怨)

밤 서리김의 기겍러기 우러 녤 제 危樓(위루)

에 혼자 올라 水晶簾(슈졍념) 거든말이 東山(산)의

이 나고 北極(븍극)의 별이 뵈니 님이신가 반기

니 눈믈이 절로 난다 淸光(쳥광)을 쥐여 내여 鳳

凰樓(봉황누)의 븟티고져 樓(누) 우 거러 두고

八荒(팔황)의 다 비최여 深山窮谷(심산궁곡) 졈낫

티 그쇼셔

하룻밤 서리가 내린 무렵에 기러기가 울며 지나갈 때

높은 누각에 혼자 올라가 수정으로 만든 밭을 걷으니

동산에 달이 떠오르고 북극성이 보이므로 임이신가 하

여 반가워하니 눈물이 절로 난다 밝은 달을 잡아 내어

임 계신 곳에 보내고 싶구나 임께서 그 달을 누각 위

에 걸어 노고 온 세상을 다 비추어 깊은 산 골짜기 까

지도 대낮같이 밝게 하소서(밝은 정치를 베푸소서)

본사 3-추원(秋怨)

乾坤(건곤)이 閉塞(폐)야 白雪(셜)이 빗친

제 사은니와 새도 긋쳐 잇다 瀟湘南畔(쇼

샹남반)도 치오미 이러커든 玉樓高處(옥누고쳐)야

더욱 닐러 므리陽春(양츈)을 부쳐 내여 님 겨

신 쏘이고져茅簷(모쳠) 비쵠 玉樓(옥누)의

올리고져 紅裳

(홍샹)을 니믜 고 翠袖(슈) 半(반)만 거더

日暮脩竹(일모슈듁)의 혬가림도 하도 할샤 댜 수이 디여 긴 밤을 고초 안자 靑燈

(쳥등) 거른 겻 鈿箜葔(뎐공후)노하 두고 의나

님을 보려 밧고 비겨시니 鴦衾(앙금)도 도

샤 이 밤은 언제 샐고

하늘과 땅이 꽉막힌 것처럼 흰 눈으로 온통 덮여 있으

니 사람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날아디는 새도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다 소상강 남쪽 지방같이 따뜻한 이 곳

도 추위가 이러한데 하물며 임계신 북쪽 지방이야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따뜻한 봄볕을 부쳐 내어 임 계신

곳에 쏘이고 싶다 초가집 처마에 비친 해를 임계신 곳

에 올리고 싶다 붉은 치마를 여미어 입고 푸른 소매를

반쯤 걷어 해질 무렵 대나무에 의지하여 여러 가지 생

각이 많기도 하구나 짧은 겨울해가 이내 넘어가니 긴

밤을 꼿꼿이 앉아서 청사초롱을 걸어 둔 곁에 자개 입

힌 공후를 놓아 두고 꿈에나 임을 만나 보려고 턱을

받치고 기대어 있으니 원앙금침이 차갑기도 하구나 이

밤은 언제 샐것인가

본사 4-동원(冬怨)

도 열두 도 셜흔 날 져근덧 각마

라 이 시 닛쟈 니 의 쳐 이셔 骨髓(골

슈)의 텨시니 扁鵲(편쟉)이 열히 오나 이 병을

엇디리 어와 내 병이야 이 님의 타시로다 하

리 싀어디여 범나븨 되오리라 곳나모 가지마다 간

죡죡 안니다가 향 므든 애로 님의 오 올므

리라 님이야 날인 줄 모셔도 내 님 조려 노

하루도 열두 때 한 달도 서른 날 잠시 라도 생각을

말아 가지고 이 시름을 잊으려 해도 마음 속에 맺혀

있어서 뼛속까지 사무쳤으니 편작 같은 명의가 열명이

온다 한들 이 병을 어찌할 것인가

아아 내 병이여 이 병을 어찌할 것인가

아아 내 병이여 이 임의 탓이로다 차라리 죽엇 호랑

나비가 되리라 꽃나무 가지에 가는 곳마다 앉으며 돌

아다니다가 향기 묻은 날개로 임의 옷에 앉으리라 임

께서 나인 줄을 모르신다 해도 나는 끝까지 임을 따르

려 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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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사 -임을 향한 변함 없는 마음

lt성주본 송강가사gt

작품의 감상

작자가 50세 되던 해에 반대 정파의 탄핵을 받고 전남

창평으로 물러나 우거(寓居)하면서 임금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여인이 사랑하는 사람을 그리는 심정에 의탁하

여 부른 노래이다 이 작품의 제목인 〈사미인곡(思美

人曲)〉은 중국 굴원이 지은 〈이소(離騷)〉의 제 9편

에 나오는 lsquo사미인(思美人)rsquo이라는 편명에서 따온 것으

로 보이며 그 작품 역시 충군(忠君)의 내용을 담고 있

어 내용 또한 그 영향을 받은 것으로 짐작된다

또 임금을 임으로 설정하여 노래한 것은 고려 속요인

〈정과정〉과 맥을 같이하고 있으며 임에 대한 헌신적

사랑의 표현은 〈가시리〉〈동등〉등과 접맥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작품은〈속미인곡〉과 더불어 가사 문학의 극치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일찍이 서포 김만중은 〈사미인

곡〉 〈속미인곡〉 〈관동별곡〉을 가리켜 lsquo좌해진문

장 지차삼편(左海眞文章 只此三篇우리 나라의 참된 문

장은 오직 이 세 편뿐이다)rsquo라고 하였다 이 노래는

서사 본사 결사 세 부분으로 되어 있는데 본사는 다

시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나뉘어 있다

속미인곡(續美人曲)

송강 정 철

뎨 가 뎌 각시 본듯도 뎌이고

天上(텬상) 白玉京(옥경)을 엇디야 離別(니별)고

다 뎌 져믄 날의 눌을 보라 가시고

저기가는 저 젊은 여인 본 듯도 하구나 임금님이 계

시는 서울을 어찌하여 이별하고 해가 다 져서 저무는

날에 누구를 보러 가시는 고

rarr서사1 - 서울을 떠나온 이유(갑녀의 질문)

어와 네여이고 내 셜 드러보오

내 얼굴 이 거동이 님 괴얌즉 냐마

엇딘디 날 보시고 네로다 녀기실나도 님을 미더 군디 전혀 업서

이야 교야 어러이 구돗디

반기시 비치 녜와 엇디 신고

누어 각고 니러 안자 혜어니

내 몸의 지는 죄 뫼티 혀시니

하히라 원망며 사이라 허믈랴

셜워 플텨 혜니 造物(조물)의 타시로다

아아 너로구나 내 사정 이야기를 들어보오

나의 생김새와 행동거지가 임의 사랑을 받을 수 있겠느

냐마는 어쩐지 나를 보시고 (내가 사랑할 사람은 바

로) 너로구나 하며 특별히 사랑하시기에 나도 임을 믿

어 딴 생각이 전혀 없어 응석과 애교를 부리면서 (얼마

나) 어지럽게 굴었던지 (나를) 반가워 하시는 얼굴빛

이 예날과 어찌 다르신가 누워 생각하고 일어나 앚아

헤아리니 내 몸의 지은 죄가 산같이쌓였으니 하늘을 원

망하겠으며 사람을 탓하겠는가 하도 서러워 여러 가지

로 깊이 생각해보니 조물주의 탓이로구나

rarr서사2 - 자책과 체념(을녀의 대답)

글란 각 마오

그렇게는 생각하지 마시오

rarr본사1 - 갑녀의 위로

친 일이 이셔이다

님을 뫼셔 이셔 님의 일을 내 알거니

믈튼 얼굴이 편실적 몃날일고

春寒(츈한) 苦熱(고열)은 엇디야 디내시며

秋日(츄일) 冬天(동텬)은 뉘라셔 뫼셧고

粥早飯(쥭조반) 朝夕(조석)뫼 녜와 티 셰시가

기나긴 밤의 은 엇디 자시고

마음 속에 맺힌 일이 있습니다 예전에 임을 모신적이

있어서 임의 일을 내가 잘 아는데 물과 같이 연약한

체질이 편하실 때가 며칠이나 될꼬 이른 봄의 추위와

한여름의 더위를 어떻게 지내시며 가을과 겨울날은 누

가 모셨는가 죽조반과 아침 저녁 진지는 옛날과 같이

잘 잡수시는가 기나긴 밤에 잠은 어떻게 주무시는가

rarr본사2-임에 대한 염려(을녀의 사설)

님다히 消息(소식)을 아무려나 아쟈니

오도 거의로다 일이나 사 올가

내 둘 업다 어드러로 가쟛 말고

잡거니 밀거니 놉픈 뫼 올라가니

구름은 니와 안개 므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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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川(산쳔)이 어둡거니 日月(일월)을 엇디보며

咫尺(지척)을 모거든 千里(쳔리) 라보랴

리 믈의 가 길히나 보랴니

람이야 믈결이야 어둥졍 된뎌이고

샤공은 어 가고 븬 만 걸렷고

江天(간텬)의 혼자 셔셔 디 구버보니

님 다히 消息(소식)이 더옥 아득뎌이고

임이 계시는 곳의 소식을 어떻게든지 알려고 하니 오늘

도 거의 지나갔구나 내일이나 임의 소식을 전해줄 사

람이 올까 내 마음을 둘 곳이 없다 어디로 가자는 말

인가 (나무같은 것을) 잡기도 하고 밀기도 하면서 높

은 산에 올라가니 구름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안개는

또 무슨 일로 저렇게 기어 있는가 산천이 어두운데 해

와 달을 어떻게 보겠으며 지척을 모르겠는데 천 리나

되는 먼 곳을 (어떻게) 바라몰 수 있으랴 차라리 물가

에 서서 뱃길이나 보려고 하니 바람과 물결이 어수선하

게 되었구나 사공은 어디가고 빈 배만 걸려있는가 강

변에 홀로서서 지는 해를 굽어보니 임계신 곳의 소식이

더욱 아득하구나

rarr본사3-임의 소식을 애타게 기다림(을녀의 사설)

茅簷(모쳠) 자리의 밤듕만 도라오니

半壁(반벽) 靑燈(청등)은 눌 위야 갓고

오며 리며 헷드며 바자니니

져근덧 력진力盡(녁진)야 픗을 잠간 드니

精誠(정셩)이 지극야 의 님을 보니

玉(옥)튼 얼굴이 半(반)이나마 늘거셰라

의 머근 말 슬장 쟈니

눈믈이 바라나니 말인들 어이며

情(정)을 못다야 목이조차 몌여니

오뎐된 鷄聲(계셩)의 은 엇디 돗던고

초가집 차가운 잠자리에 한밤중이 돌아오니 벽에 걸려

있는 등불은 누구를 위하여 밝아 있는가 산을 올라가

기도 하고 내려가기도 하면서 헤메며 오락가락 돌아다

니다가 잠깐 사이에 힘이 다하여 풋잠이 잠깐 들었는

데 정성이 지극하여 꿈속에서 임을 보니 옥과 같이 곱

던 임의 얼굴이 반넘게 늙었구나 마음 속에 품은 생각

을 실컷 아뢰려고 하였더니 눈물이 잇달아 쏟아지니

말인들 어찌하며 정회도 다 못풀어 목마저 메어오니

방정맞은 닭울음소리에 잠은 어찌 깨었던가

rarr본사4-독수공방의 한과 꿈에서 만난 임

(을녀의 사설)

어와 虛事(허)로다 이 님이 어 간고

결의 니러 안자 窓(창)을 열고 라보니

어엿븐 그림재 날 조 이로다

리 싀여디어 落月(낙월)이나 되야이셔

님 겨신 窓(창) 안 번드시 비최리라

아아 헛된 일이로다 내 임이 어디 갔는고 꿈결에 일

어나 앉아 창을 열고 바라보니 불쌍한 그림자만이 나

를 따라올 뿐이로다 차라리 죽어서 지는 달이나 되어

임 계신 창 안에 환하게 비치리라

rarr결사-죽어서라도 임을 따르겠다는 다짐

(을녀의 사설)

각시님 이야니와 구 비나 되쇼셔

각시님 달은커녕 궂은 비나 되십시오

rarr결사-갑녀의 위로

〈해설〉

사미인곡의 속편으로 지은이가 동인(東人)으로 탄핵을

받고 고향인 전라남도 창평에 낙향해 있을 때에 임금

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두 여인의 대화 형식을 빌려 노

래한 작품이다 이 작품의 현대어 해석에 나와 있는 lsquo갑

녀(甲女)rsquo와 lsquo을녀(乙女)rsquo는 편의상 붙인 이름으로 갑녀

는 보조적 위치에 있는 화자이며 을녀가 지은이를 대

변하는 주된 화자이다 〈사미인곡〉과 더불어 가사 문

학의 최고봉이라 일컬어지는데 특히 순수한 우리말의

구사가 절묘하며 대화 형식으로 구성하여 표현에 참신

성을 더한 것은 lsquo금상첨화(錦上添花)rsquo라 할 수 있을 것

이다

홍만종은 〈순오지(旬五志)〉에서 이 작품을 제갈공명

의 〈출사표(出師表)〉에 비견할 만하다고 극찬하였으

며 서포 김만중은 〈서포만필(西浦漫筆)〉에서 ldquo예로부

터 우리 나라의 참된 문장은 오직 이 세 편(사미인곡

속미인곡 관동별곡)뿐이데다시 이 세편에 대하여 논할

것 같으면 그 중에서 속미인곡이 더욱 뛰어나다 관동

별곡과 사미인곡은 오히려 한자음을 빌려서 그 가사 내

용을 꾸민 데 지나지 않는다rdquo라고 하였다

규원가(閨怨歌)

허난설헌

엇그제 저멋더니 마 어이 다 늘거니

少年行樂(소년 행락) 생각니 일러도 속절업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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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거야 서른 말 자니 목이 멘다

엊그제 젊었었는데 어찌 벌써 다 늙어버렸는가 어린

시절에 즐겁게 지내던 일을 생각하니 말해 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 이렇게 늙은 뒤에 서러운 얘기를 하자니

목이 멘다

rarr기1-늙음의 한탄

父生母育(부생 모육) 辛苦(신고)야 이 내 몸 길러 낼

公侯配匹(공후 배필) 못 바라도 君子好逑(군자 호구) 願

(원)더니

三生(삼생)의 怨業(원업)이오 月下(월하)의 緣分(연분)으

長安遊俠(장안 유협) 輕薄子(경박자)를 치 만나 잇

서 當時(당시)의 용심(用心)기 살어름 디듸는 부모님이 나를 낳아서 고생하여 길러낼 때 높은 벼슬아

치의 배필을 바라지는 못했어도 훌륭한 남자의 좋은

짝이 되기를 원했더니 삼생의 원망스러운 업보요 월

하 빙인이 정해 준 연분으로 놀기 좋아하고 경박한 사

람을 꿈같이 만나 가지고 시집 간 뒤 조심하면서 마음

졸이기를 꼭 살얼음 디디듯하였다

rarr기2-젊은 시절의 회상

三五二八(삼오 이팔) 겨오 지나 天然麗質(천연 여질)절

로 이니

이 얼골 이 態度(태도)로 百年期約(백년 기약) 얏더니

年光(연광)이 훌훌고 造物(조물)이 多時(다시)야

봄바람 가을 믈이 뵈오리 북 지나듯

雪鬂花顔(설빈 화안) 어 가고 面目可憎(면목 가증) 되

거고나

내 올골 내 보거니 어느 님이 날 괼소냐

스스로 慙愧(참괴)니 누구를 怨望(원망)리

십오륙 세가 겨우 지나 타고난 아름다운 모습이 절로

나타나니 이 얼굴 이 태도로 (남편과)평생을 약속하였

더니 세월이 빨리 지나가고 조물주가 시기가 많아서

세월의 빠르기가 베 짤 때 북이 지나가는 듯 젊고 아

름다운 얼굴은 어디로 가고 추한 모습이 되었구나 내

얼굴을 내가 보아 알거니와 어느 임이 나를 사랑하겠는

가 스스로 생각해도 부끄러운데 누구를 원망하리

rarr기3-세월의 무상함과 늙음의 한탄

三三五五(삼삼 오오) 冶遊園(야유원)의 새 사람이 나단

말가

곳 피고 날 저물 제 定處(정처) 업시 나가 잇어

백마(白馬) 금편(金鞭)으로 어어 머므는고

원근(遠近)을 모르거니 消息(소식)이야 더욱 알랴

因緣(인연)을 긋쳐신들 각이야 업슬소냐

얼골을 못 보거든 그립기나 마르려믄

열두 김도 길샤 설흔 날 至理(지리)다

玉窓(옥창)에 심 梅花(매화) 몃 번이나 픠여진고

겨을 밤 차고 찬 제 자최눈 섯거 치고

여름날 길고 길 제 구 비 므스 일고

三春花柳(삼춘 화류) 好時節(호시절)의 景物(경물)이 시

름업다

가을 방에 들고 蟋蟀(실솔)이 床(상)에 울 제

긴 한 숨 디 눈물 속절업시 헴만 만타

아마도 모진 목숨 죽기도 어려울사

몇 명씩 떼지어 다니는 술집에 새 기생이 나타났다는

말인가 꽃 피고 날 저물 때 일정한 거처도 없이 나가

서 호사로운 차림새로 어디어디 가서 머므는가 바깥출

입이 없어 원근 지리를 모르는데 임의 소식이야 더구나

알 수 있으랴 인연을 끊었다고 하지만 임에 대한 생각

이야 어찌 없겠는가 만나지 못할 임이라면 그립지나

말일이지 하루도 열두때 길기도 하구나 한 달이 지루

하다 옥창에 심은 매화가 몇 번이나 피었다가 졌는고

겨울 밤 차고 찬 때에 눈보라가 섞어 치고 여름날 길고

긴 때에 궂은비는 또 무슨 일인가 꽃 피고 새 잎이 돋

는 좋은 계절 봄에도 보이는 경치가 시름이 없다 가을

달이 방에 비치고 귀뚜라미가 침상에서 울 때 긴 한숨

떨어지는 눈물에 헛되이 생각하는 것만 많다 아마도

모진 목숨 죽기도 어렵구나

rarr승-방탕한 남편에 대한 원망과 독수공방의 한

도로혀 풀쳐 혜니 이리 여 어이 리

靑燈(청등)을 돌라 노코 綠綺琴(녹기금) 빗기 안아

碧蓮花(벽련화) 한 곡조를 시름 조 섯거 타니

瀟相夜雨(소상야우)의 댓소리 섯도 華表(화표) 千年(천 년)의 別鶴(별학)이 우니 玉手(옥수)의 타는 手段(수단) 녯 소 잇다마芙蓉帳(부용장) 寂寞(적막)니 뉘 귀에 들리소니

肝腸(간장)이 九曲(구곡)되야 구븨구븨 쳐서라

돌이켜 여러 모로 생각해 보니 이렇게 살아서 어찌하겠

는가 등불을 돌려 놓고 녹기금을 비스듬히 안아 벽련

화 한 곡조를 시름까지 섞어 타니 소상강의 밤비에 대

나무 잎 소리가 섞여 들리는 듯 천년만에 돌아온 학이

화표주에 앉아 우니는 듯섬섬옥수로 타는 솜씨가 옛

소리를 간직하고 있다마는 부용장 안에 임이 없으니 누

구 귀에 들리겠는가 구곡간장이 굽이굽이 끊어지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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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구나

rarr전-거문고로 시름을 달램

하리 잠을 드러 의나 보려 니

바람의 디 닙과 풀 속에 우는 즘생

므스 일 원수로서 잠조차 오다

천상(天上)의 牽牛織女(견우 직녀) 銀河水(은하수) 박혀

서도

七月七夕(칠월 칠석)一年一度(일년 일도)失期(실기)치

아니거든

우리 님 가신 후는 무슨 弱水(약수) 가렷관듸

오거나 가거나 소식(消息)조차 쳣는고

欄干(난간)의 비겨 셔서 님 가신 바라보니

초로(草露) 맷쳐 잇고 暮雲(모운)이 디나갈 제

竹林(죽림) 푸른 고 새 소리 더욱 설다

세상의 서룬 사람 수업다 려니와

薄命(박명) 紅顔(홍안)이야 날 가니 이실가

아마도 이 님의 지위로 살동말동 여라

차라리 잠이 들어 꿈에서나 임을 보려하니 바람에 지는

나뭇잎과 풀 속에서 우는 벌레가 나와 무슨 원수가 졌

길래 잠조차 깨우는가 하늘의 견우 직녀는 은하수가

막고 있어도 일 년에 한 번 칠월 칠석날에는 기약을 어

기지 않고 만나는데 우리 임이 가신 후에는 무슨 약수

가 가로막고 있길래 오고 가는 소식조차 끊어졌는고

난간에 기대어 서서 임 계신 곳을 바라보니 풀잎에 이

슬은 맺혀있고 저녁 구름이 지나갈 때 대나무 숲 푸른

곳에 새 소리가 더욱 섧다 세상에 서러운 사람이 수없

이 많다고 하지만 기구한 팔자를 타고난 사람이야 나

같은 이가 또 있을까 아마도 임 때문에 살 듯 말 듯하

구나

rarr결-애타게 임을 기다리는 마음

〈감상〉

조선 시대 봉건 사회 제도 아래서 오직 인종(忍從)만을

미덕으로 알고 살아야 했던 부녀자의 한(恨)을 노래한

작품으로 일명 원부사(怨夫詞) 또는 원부사(怨夫辭)라

고도 한다 좋은 배필을 원했지만 뜻밖에도 경박스럽고

방탕한 남편을 만나 평생을 피맺힌 한(恨)과 그리움 속

에 보내야 하는 한 여인의 애달픈 사연을 통해 남성

위주의 사회가 가져오는 병폐를 실감 있게 형상화한 작

품이라 할 수 있다

Page 10: 구지가(龜 歌) - middle.gongbuwarac.commiddle.gongbuwarac.com/Common/Popup/FileDownloadAs.aspx?FileName=/ite… · 미륵(彌勒) 좌주(座主) 뫼셔롸. 미륵 좌주를 모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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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솔가(兜率歌) -월명사

오 이에 산화(散花) 블어 오늘 이에 lsquo산화rsquo의 노래를 불러

고자 너는 뿌리온 꽃아 너는

고 명(命)ㅅ 브리디 곧은 마음의 명을 심부름하옵기에

미륵(彌勒) 좌주(座主) 뫼셔롸 미륵 좌주를 모셔라

배경설화gt 신라 경덕왕 때 해가 둘 나타나서 열흘동안 없어지지 않았다 천문 관측을 맡은 관원이 아뢰

기를 ldquo인연이 있는 스님을 청하여 꽃을 뿌리며 공덕을 비는 예식을 거행하면 재앙을 물리칠 수 있습니

다rdquo 하였다 이에 왕이 인연있는 스님 오기를 기다렸다 이때 월명사가 남쪽 길을 가고 있었는데 왕이

그를 불러 단을 열고 기도하는 글을 짓도록 명령하였다 월명사가 lt도솔가gt를 지어 부르자 두 해의 괴

변이 사라졌다

갈래gt 4구체 향가

성격gt 불교적 주술적

주제gt 산화공덕을 통해 국가의 변괴를 막고자 함

배경설화에 나타난 lsquo두 해rsquo의 의미 lsquo해rsquo는 군주 또는 신을 상징하므로 두 해가 함께 나타났다는 것은 현

재의 왕에 도전할 세력의 출현을 암시한다 이러한 혼돈을 막기 위해 산화공덕의 의식이 행해지고 lt도

솔가gt가 불려진 것이다

헌화가(獻花歌) -어느 노인

지뵈 바회 자줏빛 바위가에

자온손 암쇼 노히시고 잡고 있는 암소 놓게 하시고

나 안디 붓그리샤 나를 아니 부끄러워하신다면

고 것거 바도림다 꽃을 꺾어 바치오리다

배경설화gt 신라 성덕왕 때 순정공이 강릉태수로 부임하는 길에 바닷가에 머물러 점심을 먹었는데 높은

산봉우리 위에 철쭉꽃이 무성하게 피어 있었다 순정공의 부인 수로가 ldquo꽃을 꺾어다 바칠 사람이 그 누

구인고rdquo 하니 종자(從者)들이 ldquo사람의 발자취가 다다를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rdquo 라고 말하며 나서는 사

람이 없었다 그때 곁으로 암소를 끌고 지나가던 노옹이 그 꽃을 꺾어 바치면서 이 노래를 지어 불렀다

그 노옹이 어떤 사람인지는 알 수 없었다

갈래gt 4구체 향가

성격gt 민요적 서정적

주제gt 수로부인에 대한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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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왕생가(願王生歌) -광덕

달님이시여 이제

서방까지 가셔서

무량수불 앞에

일러다가 사뢰소서

다짐 깊으신 불존에 우러러

두 손을 모아

원왕생 원왕생

그릴 사람 있다고 사뢰소서

아아 이 몸을 버려 두고

사십팔대원 이루실까

갈래gt 10구체 향가 기원가(祈願歌) 불교 신앙의 노래

성격gt 기원적 불교적

제재gt 극락에서 다시 태어나기를 바라는 마음 달

주제gt 아미타불에게 귀의하고자 하는 간절한 소망 서방 정토로의 극락왕생(極樂往生죽어서 극락세계에

다시 태어남) 희구

무량수불은 서방정토에 있는 아미타불로서 이 부처에게 염하면 극락 세계에 간다고 했다 원왕생가의

화자는 달로 하여금 서방의 극락 정토를 주재하는 아미타불에게 자신의 뜻을 알리도록 청원을 하고 있

다 따라서 무량수불은 화자의 소원을 들어주는 대상이다

원왕생가에서 달은 기원의 대상

달은 어두운 밤에 등장하고 그 달은 어두움을 밝혀 주는 광명의 달

신적인 달

인생이라는 고뇌의 바다를 밝히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는 것처럼 인식

광덕은 아미타불에게 귀의하고자 하는 마음을 달에게 의탁

즉 달을 통해 서정적 자아의 불교적 신앙심을 형상화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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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려 속요 】

청산별곡

살겠노라 살겠노라 청산에 살겠노라

머루와 다래를 먹고 청산에 살겠노라

우는구나 우는구나 새여 자고 일어나 우는구나 새여

너보다 시름 많은 나도 자고 일어나 울고 있노라

가는 새 가는 새 본다 물 아래로 날아가는 새 본다

이끼 묻은 쟁기(농기구)를 가지고 물아래로 날아가는

새 본다

이럭저럭 하여 낮은 재내 왔건만

올 사람도 갈 사람도 없는 밤은 또 어찌할 것인가

어디다 던지는 돌인가 누구를 맞히려는 돌인가

미워할 이도 사랑할 이도 없이 사랑할 이도 없이 맞아

서 울고 있노라

살겠노라 살겠노라 바다에 살겠노라

나문재 굴 조개를 먹고 바다에 살겠노라

가다가 가다가 듣노라 외딴 부엌을 지나가다가 듣노라

사슴이 장대에 올라가서 해금(奚琴)을 켜는 것을 듣노

가더니 불룩한 술독에 진한 술을 빚는구나

조롱박꽃 모양의 누룩(냄새)이 매워 (나를) 붙잡으니 나

는 어찌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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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소재 이미지 내용

1 청산 사람의 현장과의 대칭으로서의 자연 자연에서 살 수밖에 없음

2 새 함께 비탄하는 유일한 벗 새와 함께 비탄함

3 새 자신의 분신 속세에의 미련 속세에의 미련으로 번민함

4 밤 절망적인 고독 고독으로 인하여 괴로워함

5 돌 운명 고독을 운명으로 생각함

6 바다 삶의 현장의 또 다른 대칭으로서의 자연 새로운 환경을 찾아 감

7 사슴 비애(悲哀)의 감정을 이완시킴 기적을 바라는 희망

8 강술 비애의 초극을 가능케 하는 매개체 술에서 구원을 찾음

형식 전 8연의 분장체 매 연 4구운율 3middot3middot2조 3음보어조 시름과 근심에 젖은 애조 띤 목소리성격 현실 도피적 애상적 평민 문학(해석에 따라서는 낙천적으로 보는 이도 있음)주제 현실에의 체념 생의 고독과 비애 삶의 고뇌와 비애 실연의 애상(哀傷) 삶의 터전을 잃은 유랑인의 슬픔 임을 잃은 여인의 처절한 삶과 임을 향한 그리움의의 고려 속요 중 서경별곡과 함께 비유성과 창작성이 뛰어나며 문학성 또한 빼어나다 고려인들의 삶의 애환을 반영한 작품으로서 고려인의 정서가 잘 나타나 있고 음악적 효과가 가장 뛰어난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다 사상적인 면에서는 극단적인 현실 도피 내지는 현실 부정의 면모를 보이고 있다표현 반복법 상징법구성 기(1연) - 승(234연) - 전(567연) - 결(8연)의 4단 구성

+각 연의 소재 이미지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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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별곡

서경(평양)이 서경이 서울이지마는

중수(重修)한 곳인(새로 닦은 곳) 소성경(서경)을

사랑합니다마는

임을 이별할 것이라면 차라리 길쌈하던 베를 버

리고서라도

사랑만 해주신다면 울면서 따라가겠습니다

구슬이 바위 위에 떨어진들

끈이야 끊어지겠습니까

(임과 헤어져) 천 년을 홀로 살아간들

사랑하는 임을 믿는 마음이야 끊기고 변할 리가

있겠습니까

대동강이 대동강이 넓은 줄을 몰라서

배를 내어 놓았느냐 사공아

네 아내가 놀아난 줄도 모르고

다니는 배에 몸을 실었느냐 사공아

대동강 건너편 꽃을

배를 타고 건너편에 들어가면 배를 타고 건너편

에 들어가면 꺾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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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별곡 가시리

차이점 적극적이고 활달한 고려 시대의 여성상인고와 순정을 미덕으로 간직하는

여성상

공통점 이별의 정한을 노래한 고려 가요이며 화자의 목소리가 여성적임

갈래 고려 가요

성격 진솔(眞率) 직선적 적극적

형식 3음보로 매연 끝에 후렴 분연체 3연 14절 (3middot3middot3조가 주류)

제재 임과의 이별

주제 이별의 정한 이별의 슬픔

표현 반복법 설의법 비유법을 통해 감정을 진솔하고 직설적 적극적으로 표현함

구성 여자가 떠나는 남자에게 말을 건네는 희곡적 구조로 전 3연으로 구성되어 있고 매 연은 4구로

되어 있으며 총 14연

특징 아즐가라는 의미 없는 말을 넣고 매구 끝에는 후렴구가 있음 조선시대에 남녀상열지사(男女相

悅之詞)라 비판받기도 했는데 그 이유는 배 타들면 것고리이다는 여인의 정조를 범한다는 의미로 유

교사회에서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 서경별곡과 가시리의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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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가 징이여 돌이여 지금에 계시옵니다

징이여 돌이여 지금에 계시옵니다

이 좋은 성대에 놀고 싶사옵니다

사각사각 가는 모래 벼랑에

사각사각 가는 모래 벼랑에

구운 밤 닷 되를 심으오이다

그 밤이 움이 돋아 싹이 나야만

그 밤이 움이 돋아 싹이 나야만

유덕하신 님 여의고 싶습니다

옥으로 연꽃을 새기옵니다

옥으로 연꽃을 새기옵니다

바위 위에 접을 붙이옵니다

그 꽃이 세 묶음 피어야만

그 꽃이 세 묶음 피어야만

유덕하신 님 여의고 싶습니다

무쇠로 철릭을 마름질해

무쇠로 철릭을 마름질해

철사로 주름 박습니다

그 옷이 다 헐어야만

그 옷이 다 헐어야만

유덕하신 님 여의고 싶습니다

무쇠로 황소를 만들어다가

무쇠로 황소를 만들어다가

쇠나무산에 놓습니다

그 소가 쇠풀을 먹어야

그 소가 쇠풀을 먹어야

유덕하신 님 여의고 싶습니다

구슬이 바위에 떨어진들

구슬이 바위에 떨어진들

끈이야 끊어지겠습니까

천 년을 외따로이 살아간들

천 년을 외따로이 살아간들

믿음이야 끊어지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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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래 고려 가요 고려 속요 장가(長歌) 전 6연 1연은 3구 2-6연은 6구 3음보

형식 전 6연의 분연체 1연은 3구 2~6연은 6구 3음보 3 3 4조

성격 서정적 민요적

구성 서사 - 본사 - 결사의 3단 구성

1연 기 태평성대를 갈구함

2연 -5연 서 불가능한 상황 설정으로 영원한 사랑을 갈구함

6연 결 임에 대한 끊임없는 사랑과 믿음

표현 반복법(운율을 형성하며 주제를 부각시키기 위해 사용)과장법 역설법 반어법을 사용하여 불가

능한 것을 가능으로 설정해 놓고 영원한 사랑을 역설적으로 노래했고 한 연에 똑같이 되풀이 되는 2구

가 있어 감정을 강조하고 있으며 소망형인 어미로 끝내면서 화자의 간절한 소망을 느끼게 하고 있다

제재 임에 대한 사랑

주제 임에 대한 영원한 사랑 임에의 영원한 연모의 정 태평 성대(太平聖代)의 기원)

의의 대부분의 고려 가요가 이별이나 애원 또는 향락의 정서를 읊고 있는 데 반해 영원한 사랑을 주

제로 하고 있는 것이 특색이다 불가능한 상황 설정을 통해 사랑의 절실함을 표현하고 있다

가시리

가시겠습니까 가시겠습니까

나를 버리고 가시겠습니까

나는 어찌 살라 하고 버리고 가시렵니까

붙잡아 둘 일이지마는 서운하면 아니 올까 두렵습니다

서러운 임을 보내옵나니

가자마자 곧 가시는 것처럼 돌아서서 오십시오

갈래 고려 속요 lsquo귀호곡(歸乎曲)rsquo 이라고도 함

형식 분절체 4연 각 2구의 분연체(分聯體)

성격 서정적 민요적

운율 외재율 3middot3middot2조 3음보

구성 4단 구성 기middot승middot전middot결

제재 임과의 이별

주제 이별의 정한(情恨)과 애이불비(哀而不悲)의 사랑

기 뜻밖의 이별에 대한 놀라움과 원망에 찬 하소연

승 하소연의 고조 또는 슬픔의 고조

전 감정의 절제와 체념

결 이별 후의 소망과 기원(주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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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동

덕은 뒤에 바치옵고 복은 앞에 바치오니

덕이며 복이라 하는 것을 진상하러 오십시오

정월 냇물은 아아 얼려 녹으려 하는데

세상에 태어나서 이 몸이여 홀로 살아가는구나

2월 보름에 아아높이 켜놓은 등불 같구나

만인을 비추실 모습이시도다

3월 지나며 핀 아아 늦봄의 진달래꽃이여

남이 부러워할 모습을 지니고 태어났구나

4월을 잊지 않고 아아 오는구나 꾀꼬리새여

무엇 때문에 녹사님은 옛날을 잊고계시는가

5월 5일(단오)에 아아 단옷날 아침 약은

천 년을 사실 약이기에 바치옵니다

6월 보름(유두일)에 아아 벼랑에 버린 빗같구나

돌아보실 임을 잠시나마 따르겠나이다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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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보름에 아아 여러 가지 제물을 벌여 놓고

임과 함께 살고자 소원을 비옵니다

8월 보름은 아아 한가윗날이지마는

임을 모시고 지내야만 오늘이 뜻 있는 한가윗날

입니다

9월 9일에 아아 약이라고 먹는

노란 국화꽃이 집 안에 피니 초가집이 고요하구

10월에 아아 잘게 썰은 보리수나무 같구나

꺾어 버리신 후에 지니실 한 분이 없으시도다

11월에 봉당 자리에 아아 홑적삼을 덮고 누워

임을 그리며 살아가는 나는 너무나 슬프구나

12월에 분지나무로 깎은 아아 소반 위의 젓가락

같구나

임의 앞에 들어 가지런히 놓으니 손님이 가져다

가 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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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전춘

얼음 위에 댓닢 자리를 보아

임과 나와 얼어죽을망정

얼음 위에 댓닢 자리를 보아

임과 나와 얼어죽을망정

정을 준 오늘 밤 더디 새어라 더디 새어라

잊히지 않고 늘 염려스러운 외로운 베갯머리에

어찌 잠이 오리오

서쪽 창문을 여니 복숭아꽃이 피어나는구나

복숭아꽃이 걱정 없이 봄바람에 웃는구나 봄바람

에 웃는구나

넋이라도 임과 한 곳에

함께 지내는 모습 그리더니

넋이라도 임과 한 곳에

함께 지내는 모습 그리더니

우기던 사람이 누구였습니까 누구였습니까

오리야 오리야

어린 비오리야

여울일랑 어디 두고

소에 자러 오는가

소 곧 얼면

여울도 좋습니다 여울도 좋습니다

남산에 자리 보아

옥산을 베고 누워

금수산 이불 안에

사향 각시를 안고 누워

남산에 자리 보아

옥산을 베고 누워

금수산 이불 안에

사향 각시를 안고 누워

약 든 가슴을 맞춥시다 맞춥시다

알아주소서 임이시여 영원히 이별할 줄 모르고

지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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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래 고려 속요성격 연가 남녀상열지사 향락적 퇴폐적형식 5연으로 이루어진 분연체로 결사를 포함하여 전 6연으로 보기도 함제재 남녀간의 사랑 또는 애정특징 남녀간의 애정을 가식 없이 진솔하고도 적나라 하게 표현했고 비유와 상징 반어와 역설 감각적인 언어로 감정의 표현이 진솔하여 문학성이 높은 편주제 변치 않는 사랑에 대한 소망 임과의 영원한 사랑 기원(임과의 사랑을 직설적으로 드러냄)의의 2연과 5연이 시조 형태에 근접하고 있어 시조의 기원을 찾는 자료로서 주목받음

1연 죽음보다 강한 사랑의 정열2연 임 생각에 밤을 지새우는 애처로움3연 사랑을 배신한 임에 대한 원망4연 무절제한 사랑을 하는 임에 대한 풍자5연 임에 대한 욕망과 상상6연 임과의 이별 없는 영원한 만남을 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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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사

(

歌辭

)

상춘곡(賞春曲)

정 극 인

紅塵(홍진)에 뭇친 분네 이내 生涯(생애) 엇

더고

風流(풍류)

가天地間(천지간) 男子(남자) 몸이 날만 이

하건마

山林(산림)에 뭇쳐 이셔 至樂(지

락)을

것가

數間茅屋(수간모옥)을 碧溪水(벽계수)

앒픠

고 松竹(송죽) 鬱鬱裏(울울리)예 風月主人(풍

월 주인) 되어셔라

속세에 묻혀 사는 분들이여 이 나의 생활이 어떠한가

옛 사람들의 운치 있는 생활을 내가 따를까 못따를까

천지간 남자로 태어난 몸으로서 나만한 사람이 많건마

는 왜 그들은 자연에 묻혀사는 지극한 즐거움을 모르는

것인가

몇 간쯤 되는 초가집을 맑은 시냇물 앞에 지어 놓고소

나무와 대나무가 우거진 속에 자연의 주인이 되었구나

서사-자연에 묻혀 사는 즐거움

엇그제 겨을 지나 새봄이

돌아오니桃花杏花(도화행화)

夕陽裏(석양

리)예 퓌여 잇고綠楊芳草(녹양방초)

細(우

중)에 프르도다칼로

아 낸가붓으로 그려낸

가造化神功(조화신공)이 物物(물물)마다 헌

엊그제 겨울이 지나 새봄이 돌아오니 복숭아꽃과 살구

꽃은 저녁 햇빛 속에 피어 있고 푸른 버들과 아름다운

풀은 가랑비 속에 푸르도다 칼로 재단해 내었는가 붓

으로 그려 내었는가 조물주의 신비스러운 솜씨가 사물

마다 야단스럽구나

본사 1-봄의 아름다운 경치

수풀에 우

春氣(춘기)

내 계

워 소

마다 嬌態(교태)로다 物我一體

(물아일체)어니 興(흥)이

소냐 柴扉(시

비)예 거러 보고 亭子(정자)애 안자 보니 逍

遙吟詠(소요 음영)

야 山日(산일)이 寂寂(적

적)

閑中眞味(한중진미)

알 니 업시 호

재로다

수풀에 우는 새는 봄 기운을 끝내 못 이겨 소리마다 아

양을 떠는 모습이로다

자연과 내가 한 몸이거니 흥겨움이야 다르겠는가 사립

문 주변을 걷기도 하고 정자에 앉아 보기도 하니 천천

히 거닐며 나직이 시를 읊조려 산 속의 하루가 적적한

데 한가로움 속의 참된 즐거움을 아는 사람이 없이 혼

자로구나

본사 2-봄의흥취

이바 니웃드라山水(산수) 구경 가쟈스라 踏靑

(답청)으란 오

고 浴沂(욕기)란 來日(내

일)

새 아

에 採山(채산)

고 나조

釣水

(조수)

여보게 이웃 사람들이여 산수 구경을 가자꾸나 산책

은 오늘하고 냇물에서 목욕하는 것은 내일 하세 아침

에 산나물을 캐고 저녁에 낚시질을 하세

본사 3-산수 구경 권유

괴어 닉은 술을 葛巾(갈건)으

로 밧타 노코 곳나모 가지 것거 수 노코 먹

으리라 和風(화풍)이 건

부러 綠水(녹수)

건너오니 淸香(청향)은 잔에 지고 落紅(낙

홍)은 옷새 진다 樽中(준중)이 뷔엿거

려 알외어라 小童(소동) 아

려 酒家(주가)

에 술을 믈어얼운은 막대 집고아

술을 메고

微吟緩步(미음 완보)

야 시냇

의 호자 안자

明沙(명사) 조 믈에 잔 시어 부어 들고 淸流(청

류)

굽어보니

니 桃花(도화)ㅣ로다 武陵

(무릉)이 갓갑도다 져

거인고

이제 막 익은 술을 갈건으로 거러 놓고 꽃나무 가지를

꺾어 잔 수를 세면서 먹으리라 화창한 바람이 문득 불

어서 푸른 시냇물을 건너오니 맑은 향기는 술잔에 가

득하고 붉은 꽃잎은 옷에 떨어진다 술동이 안이 비었

으면 나더러 아뢰어라 조그만 아이를 시켜 술집에서

술을 사 가지고 어른은 지팡이를 짚고 아이는 술을 메

고 나직이 읊조리며 천천히 걸어 시냇가에 혼자 앉아

고운 모래가 비치는 맑은 물에 잔 씻어 술을 부어 들

고 맑은 시냇물을 굽어보니 떠내려오는 것이 복숭아꽃

이로다 무릉도원이 가까이 있구나 저 들이 바로 그것

인가

본사 4-술과 풍류

松間(송간) 細路(세로)에 杜鵑花(두견화)

부치 들

고峰頭(봉두)에 급피 올나 구름 소긔

안자 보니 千村萬落(천촌만락)이 곳곳이 버러 잇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23 -

煙霞日輝(연하일휘)

錦繡(금수)

엇그제 검은 들이 봄빗도 有餘(유여)

소나무 사이 좁은 길로 진달래꽃을 손에 들고

산봉우리에 급히 올라 구름 속에 앉아보니 수많은 촌

락들이 곳곳에 벌여 있네 안개와 놀과 빛나는 햇살은

아름다운 비단을 펼쳐 놓은 듯 엊그제까지도 거뭇거뭇

했던 들판이 이제 봄빛이 넘치는구나

본사 5-산봉우리에서의 조망

功名(공명)도 날

우고富貴(부귀)도 날

우니淸

風明月이(청풍명월) 外(외)예 엇던 벗이 잇

올고

簞瓢陋巷(단표누항)에 흣튼 혜음 아니

아모

타 百年行樂(백년행락)이 이만

엇지

공명과 부귀가 모두 나를 꺼리니 아름다운 자연 외에

어떤 벗이 있으리오 비록 가난하게 살고 있지만 잡스

러운 생각은 아니하네 아무튼 한평생 즐겁게 지내는

것이 이만하면 족하지 않겠는가

결사-안빈 낙도

면앙정가(俛仰亭歌)

송 순

无等山(무등산) 활기 뫼히 동다히로

버더 이셔 霽月峯(제월봉)이 되여거

無邊大野(무변대야)의 므

짐쟉

노라

닐곱 구

움쳐 무득무득 버럿

가온대 구

굼긔든 늘근 뇽이 선

머리

언쳐시니

무등산 한 줄기 산이 동쪽으로 뻗어 있어 멀리 떼

어 버리고 나와 제월봉이 되었거늘 끝없이 넓은

들판에 무슨 속셈을 가지고 일곱 구비가 한 곳에

움추리어 무더기 무더기 벌여 놓은 듯 가운데 구

비는 구멍에 든 늙은 용이 풋잠을 이제 막 깨어

머리를 얹어 놓고 있는 것 같으니

rarr서사 1 - 제월봉의 위치와 형세

바희 우

松竹(송죽)을 혜혀고

정자

언쳐시니

구름

靑鶴(청학)이 千里(천 리)를 가리라

래 버렷

넓고 평평한 바위 위에 소나무 대나무를 헤치고

정자를 앉혔으니 구름을 탄 푸른 학이 천 리를

가려고 두 날개를 벌리고 있는 듯하다

rarr서사2 - 면앙정의 모습

玉泉山(옥천산) 龍泉山(용천산)

린 믈이

亭子(정자) 압 너븐 들

兀兀(올올)히 펴진드시

든 기노라 프르거든 희디마나

雙龍(쌍룡)이 뒤트

긴 깁을

어드러로 가노라 므

얏바

즈로 흐르

옥천산용천산 흘러내리는 물이 정자 앞 넓은 들

에 끊임없이 펼쳐진 듯이 넓거든 길지나 말든가

푸르거든 희지나 말지 두 마리 용이 몸을 뒤틀고

있는 듯 긴 비단을 펼쳐 놓은 듯 어디로 가느라

고 무슨 일이 바빠서 달리는 듯 따라가는 듯 밤낮

으로 흘는 듯

rarr본사 1 - 시냇물의 모습

므조친 沙汀(사정)은 눈

치 펴

거든

어즈러온 기러기

므스거슬 어르노라

안즈락

리락 모드락 흣트락

蘆花(노화)를

이 두고 우로곰 좃니

물을 따라 있는 모래밭은 눈같이 하얗게 펼쳐져

있는데 어지럽게 나는 갈매기는 무엇을 어르느라

고 앉기도 하고 내려오기도 하고 모이기도 하고

흩어지기도 하고 갈대꽃을 사이에 두고 울면서 따

라다니는가

rarr본사 2 - 기러기의 교태

너븐 길 밧기오 긴 하

두르고

즌 거슨 뫼힌가 屛風(병풍)인가

그림가 아닌가

노픈

숨거니 뵈거니 가거니 머믈거니

어즈러온 가온

일홈

도 젓티 아녀 옷독이 셧

거시

秋月山(추월산) 머리 짓고 용구산 몽선산 불대산

어등산 용진산 금성산이 허공에 버러거든

遠近(원근) 蒼崖(창애)의 머믄 것도 하도 할샤

넒은 길 밖이요 긴 하늘 아래 두르고 꽂은 것은

산인가 병풍인가 그림인가 아닌가 높은 듯 낮은

듯 끊어지는 듯 이어지는 듯 숨기도 하고 보이기

도 하고 가기도 하고 머물기도 하고 어지러운 가

운데 유명한 척하여 하늘도 두려워 하지 않고 우

뚝하게 서있는 것이 추월산으로 머리를 만들고

용구산 몽선산 불대산 어등산 용진산 금성산이 공

중에 늘어서 있으니 멀고 가까운 푸른 절벽에 머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24 -

문 것도 많기도 하구나

rarr본사 3 - 산봉우리의 승경

흰구름 부흰 煙霞(연하) 프로니

山嵐(산람)이라

千巖萬壑(천암만학)을 제 집으로 삼아두고

나명셩 들명셩 일

ㅣ도 구

지고

오르거니

리거니 長空(장공)의

나거니

廣野(광야)로 건너거니

프르락 불그락 여트락 지트락

斜陽(사양)과 섯거디어 細雨(세우)조차

흰구름 뿌연 안개와 노을 푸른 것은 산 아지랑

이로구나 수많은 바위와 골짜기를 제 집으로 삼

고서 나가기도 하고 들어오기도 하면서 아양도 떠

는구나 올라가기도 하고 내려가기도 하고 먼 하

늘로 떠나기도 하고 넓은 들로 건너가기도 하고

푸르기도 하고 붉기도 하고 옅기도 하고 짙기도

하고 석양과 섞이어 가랑비조차 뿌리는구나

rarr본사 4 - 봄 풍경

藍輿(남여)

고 솔아

구븐 길노

오며 가며

적의

綠楊(녹양)의 우

黃鶯(황앵) 嬌態(교태) 겨워

고야

나모 새

지어 綠陰(녹음)이 얼린 적의

百尺欄干(백척난간)의 긴 조으름 내여 펴니

水面凉風(수면양풍)이야 긋칠 줄 모르

뚜껑없는 가마를 재촉하여 타고 소나무 아래 굽은

길로 오며 가며 하는 때에 푸른 버드나무에서

는 꾀꼬리는 온갖 교태를 부리고 있구나 나무 사

이가 우거져서 녹음이 엉긴 때에 긴 난간에 기대

어 길게 기지개를 켜니 물위에서 부는 시원한 바

람이 그칠 줄을 모르는구나

rarr 본사 5 - 여름 풍경

즌서리

딘 후의 산빗치 錦繡(금수)로다

黃雲(황운)은

엇지 萬頃(만경)의 펴겨디오

漁笛(어적)도 흥을 계워

롸 브니

된서리가 걷힌 후에 산 빛이 수놓은 비단 같구나

누렇게 익은 곡식은 또 어찌 넓은 들에 펼쳐져 있

는가 어부가 부는 피리도 흥을 못이겨 달을 따라

불고 있구나

rarr 본사 6 - 가을 풍경

草木(초목) 다 진 후의 江山이

몰커

造物(조물)리 헌

야 氷雪(빙설)로

며내니

瓊宮瑤臺(경궁요대)와 玉海銀山(옥해은산)이

眼底(안저)에 버러셰라

乾坤(건곤)도 가

열사 간 대마다 경이로다

초목이 다 떨어진 후에 강산이 눈 속에 묻혔거늘

조물주가 야단스러워 눈과 얼음으로 꾸며내니 경

궁요대(구슬로 꾸민 궁궐과 대)와 옥해은산(아름

다운 바다와 눈덮인 산) 같은 설경이 눈 아래 펼

쳐졌구나 하늘과 땅도 풍성하구나 가는 곳마다

아름다운 경치로다

rarr 본사7 - 겨울 풍경

人間(인간)을

나와도 내 몸이 겨를 업다

이것도 보려

고 져것도 드르려코

도 혀려

도 마즈려코

밤으란 언제 줍고 고기란 언제 낙고

柴扉(시비)란 뉘 다드며 딘 곳츠란 뉘 쓸려뇨

이 낫브거니 나조

라 슬

소냐

리 不足(부족)커니 來日(내일)이라

有餘(유여)

이 뫼

안자 보고 져 뫼

거러 보니

煩勞(번로)

릴 일이 아조 업다

쉴 사이 업거든 길히나 젼

리야

다만 靑藜杖(청려장)이 다 므듸어 가노

속세를 떠나왔어도 내 몸이 한가하지 않다 이것

도 보려고 하고 저것도 들으려 하고 바람도 쏘이

려 하고 달도 맞으려 하고 밤은 언제 줍고 고기는

언제 낚고 사립문은 누가 닫으며 떨어진 꽃은 누

가 쓸겠느냐 아침에도 아름다운 경치 구경하는

시간이 모자랄 지경인데 저녁이라고 싫겠는가 오

늘의 시간이 부족한데 내일이라고 여유가 있겠는

가 이 산에서 앉아보고 저 산에서 걸어보니 번거

로운 마음이지만 버릴 일이 아주 없다 쉴 사이가

없는데 사람들에게 길이나마 알려줄 수가 있겠는

가 다만 명아주 대로 만든 지팡이가 다 무디어

가는구나

rarr본사 8 - 자연애와 풍류 생활

술이 닉어가니 벗지라 업슬소냐

이며 혀이며 이아며

온가짓 소

로 醉興(취흥)을

야거니

근심이라 이시며 시

이라 브터시랴

누우락 안즈락 구브락 져츠락 울프락

노혜로 놀거니

天地(천지)도 넙고넙고 日月(일월)도 가

羲皇(희황) 모

러니 이적이야 긔로고야

神仙(신선)이 엇더턴지 이몸이야 긔로고야

술이 익어가니 벗이라고 없겠는가 노래를 부르게

하며 악기를 타고 켜게 하며 방울을 흔들며 온갖

소리로 술에 취한 흥을 재촉하니 근심이라 있겠으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25 -

며 시름이라고 붙어 있으랴 눕기도 하고 앉기도

하고 구부리기도 하고 뒤로 젖히기도 하고 읊기도

하고 휘파람을 불기도 하면서 마음놓고 놀기도

하니 천지도 넓고 넓으며 세월도 한가하다 중국

복희 황제의 태평성대를 내가 잘 몰랐더니 지금이

바로 그것이로구나 신선이 어떤 것인지 잘 몰랐

더니 내가 바로 신선이로구나

rarr본사9 - 취흥

江山風月(강산풍월) 거

리고 내 백년을 다누리면

岳陽樓(악양루) 샹의 李太白(이태백)이 사라 오다

浩蕩情懷(호탕 정회)야 이에서 더

소냐

이 몸이 이렁 굼도 亦君恩(역군은)이샷다

아름다운 대자연을 거느리고 내 한평생을 다 누리

면 조망이 좋기로 이름난 악양루 위의 이태백이

살아온다한들 넓고 큰 마음이야 이것보다 더 하겠

는가 이몸이 이렇게 지내는 것도 역시 임금님의

은혜이시도다

rarr결사 - 호탕한 정회와 군은

면앙정의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지은이가 41세 되던 해 벼슬을 그만두

고 향리인 전라남도 담양에 내려가 면앙정이라는

정자를 짓고 아름다운 자연을 벗삼아 사는 자신의 풍

류 생활을 노래한 것이다 면아정 주변의 경치4계절의

풍경 자신의 풍류 생활에 대한 멋과 흥취를 짜임새 있

게 그려낸 선경 후정의 작품이다

우리 江湖歌道(강호가도)의 전형을 확립한 작품으로

정극인의 상춘곡을 이어받아 송강의 성산별곡관동별곡

에 크게 영향을 끼쳤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결사 끝

부분의 lsquo亦君恩(역군은)이샷다rsquo와 같은 표현은 맹사성의

lsquo강호사시가rsquo에도 나타나는 것으로 자연속에서 지내는

즐거움과 연군 지정을 결합시킨 표현이라 할 수 있다

관동별곡

정 철

江강湖호애 病병이 깁퍼 竹

林님의 누엇더니 關관東

동 八팔百

里니에 方방面면을 맛디시니 어와 聖셩恩

은이야 가디록 罔망極극

다 延연秋츄門문 드리

慶경會회 南남門문

라보며 下하直직고 믈너나니 玉

옥節졀이 알

셧다

平평丘구驛역

라 黑흑水슈로 도라드니 蟾셤江

강은 어듸메오 雉티岳악이 여긔로다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의 병이 깊어 전라남도 창평에서

지내고 있었는데 800리나 되는 강원도 지방의 관찰사

소임을 맡기시니 아아 임금님의 은혜야말로 갈수록

끝이 없다 연추문으로 달려들어가 경회루의 남쪽문을

바라보며 임금님께 하직 인사를 하고 물러나니 옥절이

앞에 서 있다 양주(평구역)역에서 말을 갈아타고 여주

(흑수)로 돌아 들어가니 원주(섬강)는 어디인가 치악

산이 여기로구나

서사1-관찰사 배명과 부임의 여정

昭쇼陽양江강

린 믈이 어드러로 든단 말고 孤고臣신

去거國국에 白

髮발도 하도 할샤 東동州

밤 계오

새와 北븍寬관亭뎡의 올나

니 三삼角각山산 第뎨一일

峰봉이

마면 뵈리로다 弓궁王왕 大대闕궐 터희 烏오

鵲쟉이 지지괴니 千쳔古고 興흥亡망을 아

다 몰

다 淮회陽양 녜 일홈이 마초아

시고 汲급長

孺유

風풍彩

를 고텨 아니 볼 게이고

소양강 흘러내린 물이 어디로 흘러들어간단 말인가 외

로운 신하가 임금님 곁을 떠남에 있어서 나라에 대한

걱정이 많기도 하구나 철원(동주)에서 밤을 겨우 새운

후 북관정에 오르니(임금님이 계신 한양에 있는)삼각

산의 제일 높은 봉우리가 웬만하면 보일 것 같구나 옛

날 궁예왕이 살았던 대궐 터에 까마귀와 까치만 지저귀

고 있으니 먼 옛날의 흥망 성쇠를 까마귀와 까치 너희

들은 아느냐 모르느냐 회양이라는 이름이 옛날 중국의

지명인 회양과 마침 똑같구나(중국 회양 땅에서 선정

을 베푼)급장유의 모습을 이제 다시 (여기서)볼 수 있

지 않겠는가(급장유가 중국 회양땅에서 선정을 베푼

것처럼 정철 자신도 이곳 강원도 회양땅에서 선정을 베

풀겠다는 포부를 나타냄)

서사 2-관내 순력과 선정에 대한 포부

營영中듕이 無무事

고 時시節졀이 三삼月월인 제

花화川쳔 시내길히 楓풍岳악으로 버더 잇다 行

裝장

을 다

티고 石셕逕경의 막대 디퍼 百백川쳔洞동 겨

두고 萬만瀑폭洞동 드러가니 銀은

무지게 玉

龍룡의 초리 섯돌며

十십里리의

자시니 들을 제

우레러니 보니

눈이로다

감영(지금의 도청)안에 아무 일이 없고 시절이 마침 삼

월인 때에 화천 시냇길이 금강산으로 뻗어 있다 행장

을 다 떨쳐 버리고 돌길에 지팡이를 짚어 백천동 곁을

지나 만폭동으로 들어가니 은같은 무지개 옥 같은 용

의 꼬리처럼 생긴 폭포가 섞어 돌며 뿜는 소리가 십 리

에 깔려 있으니 멀리서 들을 때는 우렛소리더니 가까

이 가서 보니 눈(雪)이 날리는 것 같구나

본사1-만폭동 폭포의 장관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26 -

金금剛강臺

우層층의 仙션鶴학이 삿기 치니 春츈

風풍 玉옥笛

聲셩의 첫

돗던디 縞호衣의玄현裳

샹이 半반空공의 소소

니 西셔湖호

主쥬人인을

반겨셔 넘노

금강대 맨 꼭대기에 사는 선학이 새끼를 치니 봄바람

옥피리 소리에 첫 잠을 깨었던지 흰 저고리 검은 치마

로 단장한 학이(학의 날개 묘사) 공중에 솟아 뜨니 옛

날 중국 서호에서 학과 더불어 노닐던 임포를 반겨 맞

는 것 같구나(정철 자신을 임포처럼 생각함)

본사2-금강대 위의 선학

小쇼香향爐노 大대香향爐노 눈 아래 구버보고 正졍陽

양寺

眞진歇헐臺

고텨 올나 안

마리 廬녀山산 眞

진面면目목이 여긔야 다 뵈

다 어와 造조化화翁옹이

토 헌

거든

디 마나 셧거든 솟디 마나

芙부蓉용을 고잣

玉옥을 믓것

東동溟명

을 박

北북極극을 괴왓

놉흘시고 望망高

고臺

외로올샤 穴혈望망峰봉이 하

의 추미러 므

일을

로리라 千쳔萬만劫겁 디나

록 구필 줄 모

다 어와 너여이고 너

향로처럼 생긴 크고 작은 봉우리를 눈아래 굽어보고 나

서 정양사를 지나 진헐대에 다시 올라 앉으니 금강산

의 참모습이 여기서야 다 보이는구나 아아 조물주가

야단스럽기도 야단스럽구나(산봉우리들이)날아가려거

든 뛰지나 말든가 서있으려거든 (위로)솟지나 말든가

할일이지 연꽃을 꽂아 놓은 것 같기도 하고흰 옥을

묶어 놓은 것 같기도 하고 북극성을 떠받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높구나 망고대 외롭구나 혈망봉이 하늘

에 치밀어서 무슨 일을 아뢰려고 오랜 세월이 지나도록

굽힐 줄을 모르느냐 아아 너로구나 너같은 충신이

또 있을까(진헐대에서 바라본 많은 산봉우리들이 굳굳

한 모습으로 서있는 것을 보고 충신의 지조와 절개를

연상하여 표현한 구절)

본사 3-진헐대에서의 조망

心심臺

고텨 올나 衆듕香향城셩

라보며 萬만

二이千쳔峰봉을 歷녁歷녁히 혀여

니 峰봉마다

쳐 잇

고 긋마다 서린 긔운

거든 조티마나 조커든

디 마

나 뎌 긔운 흐터 내야 人인傑걸을

고쟈 形형容용

도 그지업고 체체勢셰도 하도 할샤 天텬地디 삼기실

제 自

然연이 되연마

이제 와 보게 되니 有유情정

도 有유情정

개심대를 다시 올라가서 중향성을 바라보며 금강산 만

이천 봉우리를 똑똑히 헤아려 보니 산봉우리마다 정기

가 맺혀 있고 봉우리 끝마다 서린 기운(정기) (산의

정기가)맑거든 깨끗하지나 말든가 깨끗하거든 맑지나

말 것이지(산의 정기가 맑고도 깨끗하다는 의미) 저

기운을 흩어 내어 뛰어난 인물을 만들고 싶구나 산봉

우리의 생긴 모양이 끝이 없이 다양하고 자세도 많기도

하구나 천지가 생겨날 때 자연히 된 줄 알았더니 이제

와서 보니까 조물주의 뜻이 분명히 있구나

본사 4-개심대에서의 조망

毗비盧로峰봉 上샹上샹頭두의 올라 보니 긔 뉘신고

東동山산 泰태山산이 어

야 놉돗던고 魯노國국 조븐

줄도 우리

거든 넙거나 넙은 天텬下하 엇

닷 말고 어와 뎌 디위

어이

면 알 거이고 오

디 못

거니

려가미 고이

비로봉 맨 꼭대기에 올라본 사람이 그 누구인가

동산과 태산이 그 얼마나 높던가 노나라가 작다는 것

도 우리는 모르겠는데 넓고도 넓은 천하를 어떻게 해서

작다고 공자께서는 말씀하신단 말인가 아아 저 공자

의 경지를 어떻게 하면 알 것인가 올라가지 못하는데

내려가는 것이 이상하랴

본사 5-비로봉을 본 감회

圓원通통골

길로 獅

峰봉을

자가니 그 알

너러바회 化화龍룡쇠 되여셰라 千쳔年년 老노龍룡

이 구

서려 이셔 晝듀夜야의 흘녀 내여 滄창海

해예 니어시니 風풍雲운을 언제 어더 三삼日일雨우

디련

다 陰음崖애예 이온 플을 다 살와 내여

원통골 가느다란 길로 사자봉을 찾아가니 그 앞에 넓고

평평한 바위가 화룡소가 되었구나 마치 천 년이나 묵

은 늙은 용(정철 자신을 지칭함)이 굽이굽이 서려 있어

서 밤낮으로 물을 흘려 내어 푸른 바다에 이어졌으니

용(작자 자신)아 너는 언제 풍운(선정의 기회)을 얻어

서 임금님의 은총을 백성들에게 내리려느냐 굶주리고

헐벗은 백성들을 다 살려 내려무나

본사 6-화룡소에서의 감회

磨마訶하衍연 妙묘吉길祥샹 雁안門문재 너머 디여 외

나모

리 佛블頂뎡臺

올라

니 千쳔尋심絶졀

壁벽을 半반空공애 셰여 두고 銀은河하水슈 한 구

촌촌이 버혀 내여 실

티 플텨이셔 뵈

티 거러시니

圖도經경 열 두 구

내 보매

여러히라 李니謫

션 이제 이셔 고텨 의논

게 되면 廬녀山산이 여긔도

곤 낫단 말 못

려니

마하연 묘길상을 구경하고 안문재를 넘어 내려가 외

나무 썩은 다리를 건너 불정대에 오르니 천길이나 되는

낭떠러지를 공중에 세워 놓고 은하수 한 굽이를 마디

마디 베어 내어 실같이 풀어 가지고 베처럼 걸었으니

도경(금강산 12폭포를 그림으로 그려놓은 그림책)에는

폭포가 열두굽이로 되어 있지만 내가 보기에는 그보다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27 -

더 많아 보인다 이태백이 지금 살아 있어서 다시(금강

산 12폭포와 중국의 여산폭포를 비교) 논의하게 된다

면 여산 폭포가 여기보다 더 낫다는 말은 못 할 것이

본사 7-십이 폭포의 장관

山산中듕을

양 보랴 東동海해로 가쟈

라 籃남輿여

緩완步보

야 山산映영樓누의 올나

니 玲녕瓏농 碧벽

溪계와 數수聲셩啼뎨鳥됴

離니別별을 怨원

旌졍旗긔를

티니 五오色

이 넘노

鼓고角각을

섯부니 海해雲운이 다것

鳴명沙사길 니근

이 醉

仙션을 빗기 시러 바다

두고 海

棠당花화로 드러가니 白

鷗구야

마라 네 버딘 줄 엇디 아

산중의 경치만 노상 보겠는가 동해로 가자꾸나 남녀

(뚜껑없는 가마)를 타고 천천히 걸어서 산영루(정자이

름)에 오르니 영롱하게 반짝이는 시냇물과 갖가지 소

리로 우는 새는 나와의 이별을 싫어하는 듯 여러 가지

깃발을 휘날리니 오색(빨강파랑검정노랑흰색등의

깃발)이 넘나들며 노는 듯 북과 피리를 섞어 부니 바

다의 구름이 다 걷히는 듯하다 모래밭 길에 익숙한 말

이 도취한 신선을 비스듬히 태우고 해변을 따라 해당

화가 피어 있는 곳으로 들어가니 백구야 날아가지 마

라 내가 네 친구일수도 있지 않느냐

본사 8-동해로 가는 감회

金금闌난窟굴 도라드러 叢총石셕亭뎡 올라

니 白

옥樓누 남은 기동 다만 네히 셔 잇고야 工공슈의 셩녕

인가 鬼귀斧부로 다

가 구

야 六뉵面면은 므어슬

象샹톳던고

금난굴을 돌아들어서 총석정에 오르니 바다 가운데에

돌기둥 네 개가 백옥루의 남은 기둥처럼 서 있구나 저

네 개의 돌기둥은 공수(중국 고대의 명공)가 만든 것인

가 귀신의 도끼로 다듬었는가 구태여 그 돌기둥이 여

섯 모가 난 것은 무엇을 본뜬 것인가

본사 9-총석정의 장관

高고城셩을란 뎌만 두고 三삼日일浦포

자가니 丹

단書셔

宛완然연

되 四

仙션은 어

가니 예 사흘

머믄 後후의 어

머믈고 仙션遊유潭담 永영郎

냥湖호 거긔나 가 잇

가 淸

澗간亭뎡 萬만景경臺

몃 고

안돗던고

고성을 저만큼 두고 삼일포를 찾아가니 영랑의 무리

(신라 때 네 명의 화랑 곧 사선)가 남쪽으로 갔다는

글씨는 뚜렷한데 사선은 어디 갔는가 여기서 사흘을

머문 후에 어디 가서 또 머물렀을까 선유담 영랑호

거기나 가 있는가 청간정 만경대 몇 곳에 앉았던가

본사 10-삼일포에서의 회고

梨니花화

셔 디고 졉동새 슬피 울 제 洛낙山산東

동畔반으로 義의相샹臺

예 올라 안자 日일出츌을 보

리라 밤듕만 니러

니 祥샹雲운이 집

동 六뉵龍뇽

이 바퇴

동 바다

날 제

萬만國국이 일위더니

天텬中듕의 티

니 毫호髮발을 혜리로다 아마도 녈구

름 근쳐의 머믈셰라 詩시仙션은 어

가고 咳

唾타만

나맛

니 天텬地디間간 壯장 긔별

셔히도

셔이

배꽃은 벌써 떨어지고 접동새가 슬피 울 때에 낙산의

동쪽 언덕에 있는 의상대에 올라앉아 해 뜨는 것을 보

려고 한 밤중에 일어나니 상서로운 구름이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듯 여섯 마리의 용이 떠받치고 있는 듯

해가 바다에서 떠날 때는 온 세상이 흔들리는 것 같더

니 하늘로 치솟아 오르니 가느다란 터럭을 셀 수 있을

정도로 밝구나 혹시나 지나가는 구름(간신을 비유함)

이 햇빛을 가릴까 두렵다 이백은 어디 가곡 그가 남긴

유명한 말(咳唾(해타)-이백은 lsquo등금릉봉황대rsquo라는 시에

서 간신이 임금의 총명을 흐리게 하는 것을 구름이 해

를 가리는 것에 비유했음)만 남아 있는가 천지간에 굉

장한 소식(사연)이 그의 시에 자세히도 표현되어 있구

본사 11-의상대에서의 일출의 장관

斜샤陽양 峴현山산의 척

을 므니

와 羽우蓋개芝

지輪륜이 鏡경浦포로

려가니 十십里리 氷빙紈환을

다리고 고텨 다려 長

松숑 울흔 소개 슬

장 펴뎌시

니 믈결도 자도 잘샤 모래

혜리로다 孤고舟쥬 解

纜람

야 亭뎡子

올나가니 江강門문橋교 너믄

大대洋양이 거긔로다 從

容용댜 이 氣긔像샹

闊활遠원댜 뎌 境경界계 이도곤

어듸 잇

닷 말고 紅홍粧장 古고事

리로다

江강陵능 大대都도護호風풍俗쇽이 됴흘시고 節졀孝효

旌졍門문이 골골이 버러시니 比비屋옥可가封봉이 이제

도 잇다

저녁 햇살이 비치는 현산의 철쭉꽃을 잇달아 밟으면서

신선을 태운 수레가 경포로 내려가니 십 리나 되는 비

단을 (다리미로)다리고 다시 다린 것처럼 맑고 깨끗한

수면이 큰 소나무가 둘러싼 속에 실컷 펼쳐져 있으니

물결도 잔잔하기도 잔잔하구나 모래를 셀 수 있을 것

같도다 배 한 척을 띄워 호수를 건너가서 정자 위에

올라가니 강문교 바로 너머에 넓은 바다가 거기로구

나 조용하구나 이 기상 넓고 멀구나 저 경계(수평

선) 여기보다 더 (경치가) 잘 갖추어진 곳이 또 어디

있단 말인가 박신과 흥장의 옛일을 야단스럽다고 할

것이로다 강릉 대도호부의 풍속이 좋기도 하구나 충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28 -

신 효자 열녀 등을 표창하는 문이 고을마다 널려 있

으니 요순 시대처럼 집집마다 벼슬을 봉할 만하다는

것이 지금도 있다 할 것이로다

본사 12-경포의 장관과 강릉의 미풍 양속

眞진珠쥬館관 竹

西셔樓루 五오十십川쳔

린 믈이 太

태白

山산 그림재

東동海

로 다마 가니

하리 漢

한江강의 木목覓멱의 다히고져 王왕程뎡이 有유限

고 風풍景경이 못 슬

니 幽유懷회도 하도 할샤 客

愁수도 둘 듸 업다 仙션사

워 내여 斗두牛우로 向

살가 仙션人인을

려 丹단穴혈의 머므살가

진주관 죽서루 아래 오십천에 흘러내리는 물이 태백산

그림자를 동해로 담아가지고 흘러가니 차라리 저 물을

임금님이 계신 서울 남산에 닿게 하고 싶다 관원의 여

정에는 기한이 있고 풍경은 싫증이 나지 않으니 그윽

한 회포도 많기도 많구나 나그네의 시름도 둘 곳이 없

다 신선이 탄다는 뗏목을 띄워서 북두성과 견우성으로

향할까 사선을 찾으러 단혈에 머무를까

본사 13-죽서루에서의 객수

天텬根근을 못내 보와 望망洋양亭뎡의 올은말이 바다

밧근 하

이니 하

밧근 므서신고

득 노 고래 뉘

라셔 놀내관

블거니

거니 어즈러이 구

디고 銀

은山산을 것거 내여 六뉵合합의

五오月월

天텬의 白

雪셜은 므

일고

하늘의 끝을 끝내 못 보아 망양정에 오르니 바다 밖은

하늘인데 하늘 밖은 무엇인가 가뜩이나 노한 고래를

누가 놀리게 하기에 불기도 하고 뿜기도 하면서 어지럽

게 구는 것인가 은으로 된 산을 꺾어 내어 온 세상에

흩어 내리는 듯 오월의 아득한 하늘에 흰 눈이 무슨 일

인가

본사 14-망양정에서의 조망

져근덧 밤이 드러 風풍浪낭이 定뎡

扶부桑상 咫

지尺

의 明명月월을 기

리니 瑞셔光광 千쳔丈

고야 珠쥬簾렴을 고텨 것고 玉옥階계

다시 쓸며 啓계明명星셩 돗도록 곳초 안자

라보니

蓮년花화 가지

뉘라셔 보내신고 일이 됴흔

世세界계

대되 다 뵈고져

流뉴霞하酒쥬

득 부어

려 무론 말이 英영雄웅은

가며 四

仙션은 긔 뉘러니 아

나 맛나 보아

긔별 뭇쟈

니 仙션山산 東동海

예 갈 길히 머도

멀샤

잠깐 사이에 밤이 되어 풍랑이 가라앉거늘 해와 달이

뜬다는 부상 가까운 거리에서 밝은 달을 기다리니 천

길이나 뻗친 상서로운 달빛이 보이는 듯하다가 숨는구

나 구슬로 만든 밭을 걷어 올리고 돌층계를 다시 쓸며

샛별이 돋을 때까지 꼿꼿이 앉아 바라보니 흰 연꽃 한

송이를 누가 보내셨는가 이렇게 좋은 세계를 남에게

다 보이고 싶구나 신선주를 가득 부어 들고 달에게 묻

기를ldquo영운은 어디 갔으며 사선 그들은 그 누구이더

냐rdquo 아무나 만나 보아 옛 소식을 물으려 하니 삼신산

이 있다는 동해에 갈 길이 멀기도 멀구나

결사 1-동해의 달맞이

松숑根근을 볘여 누어 픗

을 얼픗 드니

애 사

이 날

려 닐온 말이그

내 모

랴 上샹界계예 眞

진仙션이라 黃황庭뎡經경一일字

엇디 그

닐거

두고 人인間간의 내려와셔 우리

다 져근덧

가디 마오 이 술 잔 머거 보오 北북斗두星셩 기우

려 滄챵海

水슈 부어 내여 저 먹고 날 머겨

서너

잔 거후로니 和화風풍이 習습習습

야 兩냥腋

을 추

혀 드니 九구萬만里리 長

空공애 져기면

리로다 이

술 가져다가 四

예 고로

화 億억萬만 蒼창生

을 다 醉

근 後후의 그제야 고텨 맛나

고야 말 디쟈 鶴학을

고 九구空공의 올나가니

空공中듕 玉옥蕭쇼 소

어제런가 그제런가

나도

여 바다

구버보니 기

거니

인들 엇디 알리 明명月월이 千천山산萬만落낙의 아니

비쵠

업다

소나무 뿌리를 베고 누워서 선잠을 얼핏드니

꿈에 한 사람이 나더러 이르기를 ldquo그대(송강)를 내가

모르랴 그대는 하늘 나라의 진짜 신선이라 황정경의

한 글자를 어찌하여 잘못 읽어 가지고 속세로 귀양와서

우리를 따르는가 잠깐 동안 가지 말고 이 술 한잔 먹

어 보오rdquo 북두칠성을 국자 삼아 푸른 바닷물을 잔에

부어 저도 먹고 나도 먹이거늘 서너잔을 기울이니 화

창한 바람이 산들산들 불어 양쪽 겨드랑이를 추켜드니

구만리나 되는 먼 하늘에 웬만하면 날 것 같구나

ldquo이 술을 가져다가 온 세상에 골고루 나누어 모든 백성

들을 다 취하게 만든 후에 그 때에야 다시 만나 또 한

잔 하자꾸나lsquo

그 말이 끝나자 신선(꿈에 한 사람)은 학을 타고 하늘

로 올라가니 공중에서 들려오는 옥피리 소리가 어제던

가 그제던가 싶게 어렴풋하구나 나도 잠을 깨어 바다

를 굽어보니 그 깊이를 모르는데 끝이야 더욱 어떻게

알겠는가 밝은 달이 온 세상에 아니 비친 곳이 없다

결사 2-꿈속의 선연

lt송강가사(松江歌辭) 이선본(李選本gt

지은이가 45세 되던 선조 13년(1580)에 강원도 관찰사

에 배임(拜任)되어 부임하는 과정과 원주에 부임한 후

틈을 내어 관동 팔경을 비롯한 강원도 내의 명승지를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29 -

두루 유람하며그 승경(勝景)과 인정 풍속을 비롯해서

연군(戀君)애민의 정(情) 및 선연(仙緣)을 노래한 기행

가사의 대표적인 작품이다 멀게는 고려 충숙왕 때 안

축이 지은 경기체가 형식의 [관동별곡]과 가깝게는 명

종때 백광홍이 지은 [관서별곡] 송순의 [면앙정가]의

영향을 받은 작품으로 표현이 명쾌화려하고 탄력이 넘

치며 활달하고 낭만적이어서 지은이의 호탕한 기상이

잘 나타나 있다

총 295구로 이루어진 장편 기행 가사로 서사(처음~급

당유 풍 고텨 아니 볼 게이고) 본사(영둥이 무고~오월 댱텬의 셜은 므일고) 결사(져근덧 밤이

드러~아니 비쵠 업다)로 구성되어 있다

산에서 바다로 이어지는 여정은 그 각각의 이미지를 매

개로 하여 인간의 두 가지 존재 양식 사이에서 갈등하

는 작가의 모습을 보여 준다 산에서 본 경치는 백색의

이미지로서 고결한 위정자로서의 풍모를 드러내고 있으

며 바다에서는 인간 본연의 영원한 세계를 갈구하는

자유 분방한 정신을 표출하고 있다

다양한 어휘와 적절한 수사법을 능란하게 구사함으로

써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한층 높은 경지로 끌어 올린

작품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사미인곡(思美人曲)

송강 정 철

이 몸 삼기실 제 님을 조차 삼기시니 緣分(연분)이며 하 모 일이런가 나 나 졈어 잇

고 님 나 날 괴시니 이 음 이 랑 견졸 노여 업다

이 몸이 태어날 때에 임을 따라서 태어나니 한평생의

연분이며 하늘이 모를 일이던가내가 오직 젊어 있고

임은 오직 나를 사랑하시니 이 마음과 이 사랑을 비교

할 곳이 전혀 없다

서사 1-임과의 인연

平生(평)애 願(원) 요 녜자 얏더니

늙기야 므 일로 외오 두고 글이고 엇그제 님

을 뫼셔 廣寒殿(광한뎐)의 올낫더니그더 엇디

야 下界(하계)예 랴오니 올 적의 비슨 머리 얼

킈연디 三年(삼년)이라 臙脂粉(연지분) 잇마 눌 위여 고이고 음의 친 실음 疊疊(텹텹)

이 혀 이셔 짓니 한숨이오 디니 눈믈이라

人生(인)은 有限(유) 시도 그지업다

평생에 원하기를 임과 함께 살아가고자 했는데 늙어서

야 무슨일로 외따로 두고 그리워하는가 엊그제 임을

모시고 광한전에 올라 있었는데 그 사이에 어찌하여 이

하계에 내려왔느냐 임을 떠나 올 적에 빗은 머리가 헝

클어진 지삼 년일세 연지와 분이 있지마는 누구를 위

해서 예쁘게 화장할 것인가 마음에 맺힌 시름이 겹겹

이 쌓여 있어서 짓는 것이 한수밍요 떨어뜨리는 것이

눈물이라 인생은 한이 있는데 시름은 끝이 없다

서사 2-임에 대한 그리움

無心(무심) 歲月(셰월)은 믈 흐 고야 炎

凉(염냥)이 아라 가 고텨 오니 듯거니

보거니 늣길일도 하도 할샤

아무 생각이 없는 세월은 물 흐르듯 빨리 지나가는구

나 더위와 추위가 때를 알아서 가자마자 다시 오니 듣

고 보는 가운데서 느낄일이 많기도 많구나

서사 3-세월의 무상함

東風(동풍)이 건듯 부러 積雪(젹셜)을 헤텨내니 窓

(창) 밧긔 심근 梅花(화) 두세 가지 픠여셰라 득 冷淡(담) 暗香(암향)은 므 일고 黃昏

(황혼)의 이 조차 벼 마 빗최니 늣기 반기 님이신가 아니신가

뎌 梅花(화) 것거 내여 님 겨신 보내오져 님

이 너 보고 엇더타 너기실고

봄바람이 문득 불어서 쌓인 눈을 헤쳐내니 창밖에 심은

매화가 두세 가지 피었구나 가뜩이나 쌀쌀하고 담담한

데 그윽하게 풍기는 향기는 또 무슨 일인가 황혼에 달

이 따라와 배갯머리에 비치니흐느껴 우는 듯 반기는

듯하니 임이신가 아니신가 저 매화를 꺾어 내어 임 계

신 곳에 보내고 싶다 그러면 임이 너 (매화)를 보고

어떻다고 생각하실까

본사 1-춘원(春怨)

디고 새 닙 나니 綠陰(녹음)이 렷 羅幃

(나위) 寂寞(젹막)고 繡幕(슈막)이 뷔여 잇다 芙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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蓉(부용)을 거더 노코 孔雀(공쟉)을 둘러 두니 득 시 한 날은 엇디 기돗던고鴛鴦錦(원앙금)

버혀 노코 五色線(오션) 플텨 내여 금자 견화

이셔 님의 옷 지어 내니 手品(슈품)은니와 制度

(졔도)도 시고 珊瑚樹(산호슈) 지게 우 白玉函(옥함)의 다마 두고 님의게 보내오려 님 겨신

라보니 山(산)인가 구롬인가 머흐도 머흘시

고 千里 萬里(쳔리 만리)길흘 뉘라셔 자갈고니

거든 여러 두고 날인가 반기실가

꽃이 지고 새 잎이 피어나니 녹음이 우거졌는데 비단

포장이 적막하고 수놓은 장막이 텅 비어 쓸쓸하다 연

꽃을 수놓은 비단 휘장을 걷어 놓고 공작을 수놓은 병

풍을 둘러 치니 가뜩이나 시름이 많은데 날은 어찌 그

리 길던가 원앙새 수놓은 비단을 베어 놓고 오색실을

풀어 내어 좋은 자로 재어서 임의 옷을 지어내니 솜씨

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격식도 갖추었구나 백옥으로

만든 함에 담아 산호로 만든 지게 위에 얹어 놓고 임에

게 보내려고 임 계신 곳을 바라보니 산인지 구름인지

험하기도 험하구나 천만 리나 되는 먼 길을 누가 찾아

갈 것인가 가면은 함을 열어 놓고 나를 본것처럼 반가

워하실까

본사2-하원(夏怨)

밤 서리김의 기겍러기 우러 녤 제 危樓(위루)

에 혼자 올라 水晶簾(슈졍념) 거든말이 東山(산)의

이 나고 北極(븍극)의 별이 뵈니 님이신가 반기

니 눈믈이 절로 난다 淸光(쳥광)을 쥐여 내여 鳳

凰樓(봉황누)의 븟티고져 樓(누) 우 거러 두고

八荒(팔황)의 다 비최여 深山窮谷(심산궁곡) 졈낫

티 그쇼셔

하룻밤 서리가 내린 무렵에 기러기가 울며 지나갈 때

높은 누각에 혼자 올라가 수정으로 만든 밭을 걷으니

동산에 달이 떠오르고 북극성이 보이므로 임이신가 하

여 반가워하니 눈물이 절로 난다 밝은 달을 잡아 내어

임 계신 곳에 보내고 싶구나 임께서 그 달을 누각 위

에 걸어 노고 온 세상을 다 비추어 깊은 산 골짜기 까

지도 대낮같이 밝게 하소서(밝은 정치를 베푸소서)

본사 3-추원(秋怨)

乾坤(건곤)이 閉塞(폐)야 白雪(셜)이 빗친

제 사은니와 새도 긋쳐 잇다 瀟湘南畔(쇼

샹남반)도 치오미 이러커든 玉樓高處(옥누고쳐)야

더욱 닐러 므리陽春(양츈)을 부쳐 내여 님 겨

신 쏘이고져茅簷(모쳠) 비쵠 玉樓(옥누)의

올리고져 紅裳

(홍샹)을 니믜 고 翠袖(슈) 半(반)만 거더

日暮脩竹(일모슈듁)의 혬가림도 하도 할샤 댜 수이 디여 긴 밤을 고초 안자 靑燈

(쳥등) 거른 겻 鈿箜葔(뎐공후)노하 두고 의나

님을 보려 밧고 비겨시니 鴦衾(앙금)도 도

샤 이 밤은 언제 샐고

하늘과 땅이 꽉막힌 것처럼 흰 눈으로 온통 덮여 있으

니 사람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날아디는 새도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다 소상강 남쪽 지방같이 따뜻한 이 곳

도 추위가 이러한데 하물며 임계신 북쪽 지방이야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따뜻한 봄볕을 부쳐 내어 임 계신

곳에 쏘이고 싶다 초가집 처마에 비친 해를 임계신 곳

에 올리고 싶다 붉은 치마를 여미어 입고 푸른 소매를

반쯤 걷어 해질 무렵 대나무에 의지하여 여러 가지 생

각이 많기도 하구나 짧은 겨울해가 이내 넘어가니 긴

밤을 꼿꼿이 앉아서 청사초롱을 걸어 둔 곁에 자개 입

힌 공후를 놓아 두고 꿈에나 임을 만나 보려고 턱을

받치고 기대어 있으니 원앙금침이 차갑기도 하구나 이

밤은 언제 샐것인가

본사 4-동원(冬怨)

도 열두 도 셜흔 날 져근덧 각마

라 이 시 닛쟈 니 의 쳐 이셔 骨髓(골

슈)의 텨시니 扁鵲(편쟉)이 열히 오나 이 병을

엇디리 어와 내 병이야 이 님의 타시로다 하

리 싀어디여 범나븨 되오리라 곳나모 가지마다 간

죡죡 안니다가 향 므든 애로 님의 오 올므

리라 님이야 날인 줄 모셔도 내 님 조려 노

하루도 열두 때 한 달도 서른 날 잠시 라도 생각을

말아 가지고 이 시름을 잊으려 해도 마음 속에 맺혀

있어서 뼛속까지 사무쳤으니 편작 같은 명의가 열명이

온다 한들 이 병을 어찌할 것인가

아아 내 병이여 이 병을 어찌할 것인가

아아 내 병이여 이 임의 탓이로다 차라리 죽엇 호랑

나비가 되리라 꽃나무 가지에 가는 곳마다 앉으며 돌

아다니다가 향기 묻은 날개로 임의 옷에 앉으리라 임

께서 나인 줄을 모르신다 해도 나는 끝까지 임을 따르

려 하노라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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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사 -임을 향한 변함 없는 마음

lt성주본 송강가사gt

작품의 감상

작자가 50세 되던 해에 반대 정파의 탄핵을 받고 전남

창평으로 물러나 우거(寓居)하면서 임금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여인이 사랑하는 사람을 그리는 심정에 의탁하

여 부른 노래이다 이 작품의 제목인 〈사미인곡(思美

人曲)〉은 중국 굴원이 지은 〈이소(離騷)〉의 제 9편

에 나오는 lsquo사미인(思美人)rsquo이라는 편명에서 따온 것으

로 보이며 그 작품 역시 충군(忠君)의 내용을 담고 있

어 내용 또한 그 영향을 받은 것으로 짐작된다

또 임금을 임으로 설정하여 노래한 것은 고려 속요인

〈정과정〉과 맥을 같이하고 있으며 임에 대한 헌신적

사랑의 표현은 〈가시리〉〈동등〉등과 접맥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작품은〈속미인곡〉과 더불어 가사 문학의 극치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일찍이 서포 김만중은 〈사미인

곡〉 〈속미인곡〉 〈관동별곡〉을 가리켜 lsquo좌해진문

장 지차삼편(左海眞文章 只此三篇우리 나라의 참된 문

장은 오직 이 세 편뿐이다)rsquo라고 하였다 이 노래는

서사 본사 결사 세 부분으로 되어 있는데 본사는 다

시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나뉘어 있다

속미인곡(續美人曲)

송강 정 철

뎨 가 뎌 각시 본듯도 뎌이고

天上(텬상) 白玉京(옥경)을 엇디야 離別(니별)고

다 뎌 져믄 날의 눌을 보라 가시고

저기가는 저 젊은 여인 본 듯도 하구나 임금님이 계

시는 서울을 어찌하여 이별하고 해가 다 져서 저무는

날에 누구를 보러 가시는 고

rarr서사1 - 서울을 떠나온 이유(갑녀의 질문)

어와 네여이고 내 셜 드러보오

내 얼굴 이 거동이 님 괴얌즉 냐마

엇딘디 날 보시고 네로다 녀기실나도 님을 미더 군디 전혀 업서

이야 교야 어러이 구돗디

반기시 비치 녜와 엇디 신고

누어 각고 니러 안자 혜어니

내 몸의 지는 죄 뫼티 혀시니

하히라 원망며 사이라 허믈랴

셜워 플텨 혜니 造物(조물)의 타시로다

아아 너로구나 내 사정 이야기를 들어보오

나의 생김새와 행동거지가 임의 사랑을 받을 수 있겠느

냐마는 어쩐지 나를 보시고 (내가 사랑할 사람은 바

로) 너로구나 하며 특별히 사랑하시기에 나도 임을 믿

어 딴 생각이 전혀 없어 응석과 애교를 부리면서 (얼마

나) 어지럽게 굴었던지 (나를) 반가워 하시는 얼굴빛

이 예날과 어찌 다르신가 누워 생각하고 일어나 앚아

헤아리니 내 몸의 지은 죄가 산같이쌓였으니 하늘을 원

망하겠으며 사람을 탓하겠는가 하도 서러워 여러 가지

로 깊이 생각해보니 조물주의 탓이로구나

rarr서사2 - 자책과 체념(을녀의 대답)

글란 각 마오

그렇게는 생각하지 마시오

rarr본사1 - 갑녀의 위로

친 일이 이셔이다

님을 뫼셔 이셔 님의 일을 내 알거니

믈튼 얼굴이 편실적 몃날일고

春寒(츈한) 苦熱(고열)은 엇디야 디내시며

秋日(츄일) 冬天(동텬)은 뉘라셔 뫼셧고

粥早飯(쥭조반) 朝夕(조석)뫼 녜와 티 셰시가

기나긴 밤의 은 엇디 자시고

마음 속에 맺힌 일이 있습니다 예전에 임을 모신적이

있어서 임의 일을 내가 잘 아는데 물과 같이 연약한

체질이 편하실 때가 며칠이나 될꼬 이른 봄의 추위와

한여름의 더위를 어떻게 지내시며 가을과 겨울날은 누

가 모셨는가 죽조반과 아침 저녁 진지는 옛날과 같이

잘 잡수시는가 기나긴 밤에 잠은 어떻게 주무시는가

rarr본사2-임에 대한 염려(을녀의 사설)

님다히 消息(소식)을 아무려나 아쟈니

오도 거의로다 일이나 사 올가

내 둘 업다 어드러로 가쟛 말고

잡거니 밀거니 놉픈 뫼 올라가니

구름은 니와 안개 므일고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32 -

山川(산쳔)이 어둡거니 日月(일월)을 엇디보며

咫尺(지척)을 모거든 千里(쳔리) 라보랴

리 믈의 가 길히나 보랴니

람이야 믈결이야 어둥졍 된뎌이고

샤공은 어 가고 븬 만 걸렷고

江天(간텬)의 혼자 셔셔 디 구버보니

님 다히 消息(소식)이 더옥 아득뎌이고

임이 계시는 곳의 소식을 어떻게든지 알려고 하니 오늘

도 거의 지나갔구나 내일이나 임의 소식을 전해줄 사

람이 올까 내 마음을 둘 곳이 없다 어디로 가자는 말

인가 (나무같은 것을) 잡기도 하고 밀기도 하면서 높

은 산에 올라가니 구름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안개는

또 무슨 일로 저렇게 기어 있는가 산천이 어두운데 해

와 달을 어떻게 보겠으며 지척을 모르겠는데 천 리나

되는 먼 곳을 (어떻게) 바라몰 수 있으랴 차라리 물가

에 서서 뱃길이나 보려고 하니 바람과 물결이 어수선하

게 되었구나 사공은 어디가고 빈 배만 걸려있는가 강

변에 홀로서서 지는 해를 굽어보니 임계신 곳의 소식이

더욱 아득하구나

rarr본사3-임의 소식을 애타게 기다림(을녀의 사설)

茅簷(모쳠) 자리의 밤듕만 도라오니

半壁(반벽) 靑燈(청등)은 눌 위야 갓고

오며 리며 헷드며 바자니니

져근덧 력진力盡(녁진)야 픗을 잠간 드니

精誠(정셩)이 지극야 의 님을 보니

玉(옥)튼 얼굴이 半(반)이나마 늘거셰라

의 머근 말 슬장 쟈니

눈믈이 바라나니 말인들 어이며

情(정)을 못다야 목이조차 몌여니

오뎐된 鷄聲(계셩)의 은 엇디 돗던고

초가집 차가운 잠자리에 한밤중이 돌아오니 벽에 걸려

있는 등불은 누구를 위하여 밝아 있는가 산을 올라가

기도 하고 내려가기도 하면서 헤메며 오락가락 돌아다

니다가 잠깐 사이에 힘이 다하여 풋잠이 잠깐 들었는

데 정성이 지극하여 꿈속에서 임을 보니 옥과 같이 곱

던 임의 얼굴이 반넘게 늙었구나 마음 속에 품은 생각

을 실컷 아뢰려고 하였더니 눈물이 잇달아 쏟아지니

말인들 어찌하며 정회도 다 못풀어 목마저 메어오니

방정맞은 닭울음소리에 잠은 어찌 깨었던가

rarr본사4-독수공방의 한과 꿈에서 만난 임

(을녀의 사설)

어와 虛事(허)로다 이 님이 어 간고

결의 니러 안자 窓(창)을 열고 라보니

어엿븐 그림재 날 조 이로다

리 싀여디어 落月(낙월)이나 되야이셔

님 겨신 窓(창) 안 번드시 비최리라

아아 헛된 일이로다 내 임이 어디 갔는고 꿈결에 일

어나 앉아 창을 열고 바라보니 불쌍한 그림자만이 나

를 따라올 뿐이로다 차라리 죽어서 지는 달이나 되어

임 계신 창 안에 환하게 비치리라

rarr결사-죽어서라도 임을 따르겠다는 다짐

(을녀의 사설)

각시님 이야니와 구 비나 되쇼셔

각시님 달은커녕 궂은 비나 되십시오

rarr결사-갑녀의 위로

〈해설〉

사미인곡의 속편으로 지은이가 동인(東人)으로 탄핵을

받고 고향인 전라남도 창평에 낙향해 있을 때에 임금

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두 여인의 대화 형식을 빌려 노

래한 작품이다 이 작품의 현대어 해석에 나와 있는 lsquo갑

녀(甲女)rsquo와 lsquo을녀(乙女)rsquo는 편의상 붙인 이름으로 갑녀

는 보조적 위치에 있는 화자이며 을녀가 지은이를 대

변하는 주된 화자이다 〈사미인곡〉과 더불어 가사 문

학의 최고봉이라 일컬어지는데 특히 순수한 우리말의

구사가 절묘하며 대화 형식으로 구성하여 표현에 참신

성을 더한 것은 lsquo금상첨화(錦上添花)rsquo라 할 수 있을 것

이다

홍만종은 〈순오지(旬五志)〉에서 이 작품을 제갈공명

의 〈출사표(出師表)〉에 비견할 만하다고 극찬하였으

며 서포 김만중은 〈서포만필(西浦漫筆)〉에서 ldquo예로부

터 우리 나라의 참된 문장은 오직 이 세 편(사미인곡

속미인곡 관동별곡)뿐이데다시 이 세편에 대하여 논할

것 같으면 그 중에서 속미인곡이 더욱 뛰어나다 관동

별곡과 사미인곡은 오히려 한자음을 빌려서 그 가사 내

용을 꾸민 데 지나지 않는다rdquo라고 하였다

규원가(閨怨歌)

허난설헌

엇그제 저멋더니 마 어이 다 늘거니

少年行樂(소년 행락) 생각니 일러도 속절업다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33 -

늘거야 서른 말 자니 목이 멘다

엊그제 젊었었는데 어찌 벌써 다 늙어버렸는가 어린

시절에 즐겁게 지내던 일을 생각하니 말해 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 이렇게 늙은 뒤에 서러운 얘기를 하자니

목이 멘다

rarr기1-늙음의 한탄

父生母育(부생 모육) 辛苦(신고)야 이 내 몸 길러 낼

公侯配匹(공후 배필) 못 바라도 君子好逑(군자 호구) 願

(원)더니

三生(삼생)의 怨業(원업)이오 月下(월하)의 緣分(연분)으

長安遊俠(장안 유협) 輕薄子(경박자)를 치 만나 잇

서 當時(당시)의 용심(用心)기 살어름 디듸는 부모님이 나를 낳아서 고생하여 길러낼 때 높은 벼슬아

치의 배필을 바라지는 못했어도 훌륭한 남자의 좋은

짝이 되기를 원했더니 삼생의 원망스러운 업보요 월

하 빙인이 정해 준 연분으로 놀기 좋아하고 경박한 사

람을 꿈같이 만나 가지고 시집 간 뒤 조심하면서 마음

졸이기를 꼭 살얼음 디디듯하였다

rarr기2-젊은 시절의 회상

三五二八(삼오 이팔) 겨오 지나 天然麗質(천연 여질)절

로 이니

이 얼골 이 態度(태도)로 百年期約(백년 기약) 얏더니

年光(연광)이 훌훌고 造物(조물)이 多時(다시)야

봄바람 가을 믈이 뵈오리 북 지나듯

雪鬂花顔(설빈 화안) 어 가고 面目可憎(면목 가증) 되

거고나

내 올골 내 보거니 어느 님이 날 괼소냐

스스로 慙愧(참괴)니 누구를 怨望(원망)리

십오륙 세가 겨우 지나 타고난 아름다운 모습이 절로

나타나니 이 얼굴 이 태도로 (남편과)평생을 약속하였

더니 세월이 빨리 지나가고 조물주가 시기가 많아서

세월의 빠르기가 베 짤 때 북이 지나가는 듯 젊고 아

름다운 얼굴은 어디로 가고 추한 모습이 되었구나 내

얼굴을 내가 보아 알거니와 어느 임이 나를 사랑하겠는

가 스스로 생각해도 부끄러운데 누구를 원망하리

rarr기3-세월의 무상함과 늙음의 한탄

三三五五(삼삼 오오) 冶遊園(야유원)의 새 사람이 나단

말가

곳 피고 날 저물 제 定處(정처) 업시 나가 잇어

백마(白馬) 금편(金鞭)으로 어어 머므는고

원근(遠近)을 모르거니 消息(소식)이야 더욱 알랴

因緣(인연)을 긋쳐신들 각이야 업슬소냐

얼골을 못 보거든 그립기나 마르려믄

열두 김도 길샤 설흔 날 至理(지리)다

玉窓(옥창)에 심 梅花(매화) 몃 번이나 픠여진고

겨을 밤 차고 찬 제 자최눈 섯거 치고

여름날 길고 길 제 구 비 므스 일고

三春花柳(삼춘 화류) 好時節(호시절)의 景物(경물)이 시

름업다

가을 방에 들고 蟋蟀(실솔)이 床(상)에 울 제

긴 한 숨 디 눈물 속절업시 헴만 만타

아마도 모진 목숨 죽기도 어려울사

몇 명씩 떼지어 다니는 술집에 새 기생이 나타났다는

말인가 꽃 피고 날 저물 때 일정한 거처도 없이 나가

서 호사로운 차림새로 어디어디 가서 머므는가 바깥출

입이 없어 원근 지리를 모르는데 임의 소식이야 더구나

알 수 있으랴 인연을 끊었다고 하지만 임에 대한 생각

이야 어찌 없겠는가 만나지 못할 임이라면 그립지나

말일이지 하루도 열두때 길기도 하구나 한 달이 지루

하다 옥창에 심은 매화가 몇 번이나 피었다가 졌는고

겨울 밤 차고 찬 때에 눈보라가 섞어 치고 여름날 길고

긴 때에 궂은비는 또 무슨 일인가 꽃 피고 새 잎이 돋

는 좋은 계절 봄에도 보이는 경치가 시름이 없다 가을

달이 방에 비치고 귀뚜라미가 침상에서 울 때 긴 한숨

떨어지는 눈물에 헛되이 생각하는 것만 많다 아마도

모진 목숨 죽기도 어렵구나

rarr승-방탕한 남편에 대한 원망과 독수공방의 한

도로혀 풀쳐 혜니 이리 여 어이 리

靑燈(청등)을 돌라 노코 綠綺琴(녹기금) 빗기 안아

碧蓮花(벽련화) 한 곡조를 시름 조 섯거 타니

瀟相夜雨(소상야우)의 댓소리 섯도 華表(화표) 千年(천 년)의 別鶴(별학)이 우니 玉手(옥수)의 타는 手段(수단) 녯 소 잇다마芙蓉帳(부용장) 寂寞(적막)니 뉘 귀에 들리소니

肝腸(간장)이 九曲(구곡)되야 구븨구븨 쳐서라

돌이켜 여러 모로 생각해 보니 이렇게 살아서 어찌하겠

는가 등불을 돌려 놓고 녹기금을 비스듬히 안아 벽련

화 한 곡조를 시름까지 섞어 타니 소상강의 밤비에 대

나무 잎 소리가 섞여 들리는 듯 천년만에 돌아온 학이

화표주에 앉아 우니는 듯섬섬옥수로 타는 솜씨가 옛

소리를 간직하고 있다마는 부용장 안에 임이 없으니 누

구 귀에 들리겠는가 구곡간장이 굽이굽이 끊어지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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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구나

rarr전-거문고로 시름을 달램

하리 잠을 드러 의나 보려 니

바람의 디 닙과 풀 속에 우는 즘생

므스 일 원수로서 잠조차 오다

천상(天上)의 牽牛織女(견우 직녀) 銀河水(은하수) 박혀

서도

七月七夕(칠월 칠석)一年一度(일년 일도)失期(실기)치

아니거든

우리 님 가신 후는 무슨 弱水(약수) 가렷관듸

오거나 가거나 소식(消息)조차 쳣는고

欄干(난간)의 비겨 셔서 님 가신 바라보니

초로(草露) 맷쳐 잇고 暮雲(모운)이 디나갈 제

竹林(죽림) 푸른 고 새 소리 더욱 설다

세상의 서룬 사람 수업다 려니와

薄命(박명) 紅顔(홍안)이야 날 가니 이실가

아마도 이 님의 지위로 살동말동 여라

차라리 잠이 들어 꿈에서나 임을 보려하니 바람에 지는

나뭇잎과 풀 속에서 우는 벌레가 나와 무슨 원수가 졌

길래 잠조차 깨우는가 하늘의 견우 직녀는 은하수가

막고 있어도 일 년에 한 번 칠월 칠석날에는 기약을 어

기지 않고 만나는데 우리 임이 가신 후에는 무슨 약수

가 가로막고 있길래 오고 가는 소식조차 끊어졌는고

난간에 기대어 서서 임 계신 곳을 바라보니 풀잎에 이

슬은 맺혀있고 저녁 구름이 지나갈 때 대나무 숲 푸른

곳에 새 소리가 더욱 섧다 세상에 서러운 사람이 수없

이 많다고 하지만 기구한 팔자를 타고난 사람이야 나

같은 이가 또 있을까 아마도 임 때문에 살 듯 말 듯하

구나

rarr결-애타게 임을 기다리는 마음

〈감상〉

조선 시대 봉건 사회 제도 아래서 오직 인종(忍從)만을

미덕으로 알고 살아야 했던 부녀자의 한(恨)을 노래한

작품으로 일명 원부사(怨夫詞) 또는 원부사(怨夫辭)라

고도 한다 좋은 배필을 원했지만 뜻밖에도 경박스럽고

방탕한 남편을 만나 평생을 피맺힌 한(恨)과 그리움 속

에 보내야 하는 한 여인의 애달픈 사연을 통해 남성

위주의 사회가 가져오는 병폐를 실감 있게 형상화한 작

품이라 할 수 있다

Page 11: 구지가(龜 歌) - middle.gongbuwarac.commiddle.gongbuwarac.com/Common/Popup/FileDownloadAs.aspx?FileName=/ite… · 미륵(彌勒) 좌주(座主) 뫼셔롸. 미륵 좌주를 모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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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왕생가(願王生歌) -광덕

달님이시여 이제

서방까지 가셔서

무량수불 앞에

일러다가 사뢰소서

다짐 깊으신 불존에 우러러

두 손을 모아

원왕생 원왕생

그릴 사람 있다고 사뢰소서

아아 이 몸을 버려 두고

사십팔대원 이루실까

갈래gt 10구체 향가 기원가(祈願歌) 불교 신앙의 노래

성격gt 기원적 불교적

제재gt 극락에서 다시 태어나기를 바라는 마음 달

주제gt 아미타불에게 귀의하고자 하는 간절한 소망 서방 정토로의 극락왕생(極樂往生죽어서 극락세계에

다시 태어남) 희구

무량수불은 서방정토에 있는 아미타불로서 이 부처에게 염하면 극락 세계에 간다고 했다 원왕생가의

화자는 달로 하여금 서방의 극락 정토를 주재하는 아미타불에게 자신의 뜻을 알리도록 청원을 하고 있

다 따라서 무량수불은 화자의 소원을 들어주는 대상이다

원왕생가에서 달은 기원의 대상

달은 어두운 밤에 등장하고 그 달은 어두움을 밝혀 주는 광명의 달

신적인 달

인생이라는 고뇌의 바다를 밝히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는 것처럼 인식

광덕은 아미타불에게 귀의하고자 하는 마음을 달에게 의탁

즉 달을 통해 서정적 자아의 불교적 신앙심을 형상화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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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려 속요 】

청산별곡

살겠노라 살겠노라 청산에 살겠노라

머루와 다래를 먹고 청산에 살겠노라

우는구나 우는구나 새여 자고 일어나 우는구나 새여

너보다 시름 많은 나도 자고 일어나 울고 있노라

가는 새 가는 새 본다 물 아래로 날아가는 새 본다

이끼 묻은 쟁기(농기구)를 가지고 물아래로 날아가는

새 본다

이럭저럭 하여 낮은 재내 왔건만

올 사람도 갈 사람도 없는 밤은 또 어찌할 것인가

어디다 던지는 돌인가 누구를 맞히려는 돌인가

미워할 이도 사랑할 이도 없이 사랑할 이도 없이 맞아

서 울고 있노라

살겠노라 살겠노라 바다에 살겠노라

나문재 굴 조개를 먹고 바다에 살겠노라

가다가 가다가 듣노라 외딴 부엌을 지나가다가 듣노라

사슴이 장대에 올라가서 해금(奚琴)을 켜는 것을 듣노

가더니 불룩한 술독에 진한 술을 빚는구나

조롱박꽃 모양의 누룩(냄새)이 매워 (나를) 붙잡으니 나

는 어찌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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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소재 이미지 내용

1 청산 사람의 현장과의 대칭으로서의 자연 자연에서 살 수밖에 없음

2 새 함께 비탄하는 유일한 벗 새와 함께 비탄함

3 새 자신의 분신 속세에의 미련 속세에의 미련으로 번민함

4 밤 절망적인 고독 고독으로 인하여 괴로워함

5 돌 운명 고독을 운명으로 생각함

6 바다 삶의 현장의 또 다른 대칭으로서의 자연 새로운 환경을 찾아 감

7 사슴 비애(悲哀)의 감정을 이완시킴 기적을 바라는 희망

8 강술 비애의 초극을 가능케 하는 매개체 술에서 구원을 찾음

형식 전 8연의 분장체 매 연 4구운율 3middot3middot2조 3음보어조 시름과 근심에 젖은 애조 띤 목소리성격 현실 도피적 애상적 평민 문학(해석에 따라서는 낙천적으로 보는 이도 있음)주제 현실에의 체념 생의 고독과 비애 삶의 고뇌와 비애 실연의 애상(哀傷) 삶의 터전을 잃은 유랑인의 슬픔 임을 잃은 여인의 처절한 삶과 임을 향한 그리움의의 고려 속요 중 서경별곡과 함께 비유성과 창작성이 뛰어나며 문학성 또한 빼어나다 고려인들의 삶의 애환을 반영한 작품으로서 고려인의 정서가 잘 나타나 있고 음악적 효과가 가장 뛰어난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다 사상적인 면에서는 극단적인 현실 도피 내지는 현실 부정의 면모를 보이고 있다표현 반복법 상징법구성 기(1연) - 승(234연) - 전(567연) - 결(8연)의 4단 구성

+각 연의 소재 이미지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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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별곡

서경(평양)이 서경이 서울이지마는

중수(重修)한 곳인(새로 닦은 곳) 소성경(서경)을

사랑합니다마는

임을 이별할 것이라면 차라리 길쌈하던 베를 버

리고서라도

사랑만 해주신다면 울면서 따라가겠습니다

구슬이 바위 위에 떨어진들

끈이야 끊어지겠습니까

(임과 헤어져) 천 년을 홀로 살아간들

사랑하는 임을 믿는 마음이야 끊기고 변할 리가

있겠습니까

대동강이 대동강이 넓은 줄을 몰라서

배를 내어 놓았느냐 사공아

네 아내가 놀아난 줄도 모르고

다니는 배에 몸을 실었느냐 사공아

대동강 건너편 꽃을

배를 타고 건너편에 들어가면 배를 타고 건너편

에 들어가면 꺾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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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별곡 가시리

차이점 적극적이고 활달한 고려 시대의 여성상인고와 순정을 미덕으로 간직하는

여성상

공통점 이별의 정한을 노래한 고려 가요이며 화자의 목소리가 여성적임

갈래 고려 가요

성격 진솔(眞率) 직선적 적극적

형식 3음보로 매연 끝에 후렴 분연체 3연 14절 (3middot3middot3조가 주류)

제재 임과의 이별

주제 이별의 정한 이별의 슬픔

표현 반복법 설의법 비유법을 통해 감정을 진솔하고 직설적 적극적으로 표현함

구성 여자가 떠나는 남자에게 말을 건네는 희곡적 구조로 전 3연으로 구성되어 있고 매 연은 4구로

되어 있으며 총 14연

특징 아즐가라는 의미 없는 말을 넣고 매구 끝에는 후렴구가 있음 조선시대에 남녀상열지사(男女相

悅之詞)라 비판받기도 했는데 그 이유는 배 타들면 것고리이다는 여인의 정조를 범한다는 의미로 유

교사회에서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 서경별곡과 가시리의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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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가 징이여 돌이여 지금에 계시옵니다

징이여 돌이여 지금에 계시옵니다

이 좋은 성대에 놀고 싶사옵니다

사각사각 가는 모래 벼랑에

사각사각 가는 모래 벼랑에

구운 밤 닷 되를 심으오이다

그 밤이 움이 돋아 싹이 나야만

그 밤이 움이 돋아 싹이 나야만

유덕하신 님 여의고 싶습니다

옥으로 연꽃을 새기옵니다

옥으로 연꽃을 새기옵니다

바위 위에 접을 붙이옵니다

그 꽃이 세 묶음 피어야만

그 꽃이 세 묶음 피어야만

유덕하신 님 여의고 싶습니다

무쇠로 철릭을 마름질해

무쇠로 철릭을 마름질해

철사로 주름 박습니다

그 옷이 다 헐어야만

그 옷이 다 헐어야만

유덕하신 님 여의고 싶습니다

무쇠로 황소를 만들어다가

무쇠로 황소를 만들어다가

쇠나무산에 놓습니다

그 소가 쇠풀을 먹어야

그 소가 쇠풀을 먹어야

유덕하신 님 여의고 싶습니다

구슬이 바위에 떨어진들

구슬이 바위에 떨어진들

끈이야 끊어지겠습니까

천 년을 외따로이 살아간들

천 년을 외따로이 살아간들

믿음이야 끊어지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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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래 고려 가요 고려 속요 장가(長歌) 전 6연 1연은 3구 2-6연은 6구 3음보

형식 전 6연의 분연체 1연은 3구 2~6연은 6구 3음보 3 3 4조

성격 서정적 민요적

구성 서사 - 본사 - 결사의 3단 구성

1연 기 태평성대를 갈구함

2연 -5연 서 불가능한 상황 설정으로 영원한 사랑을 갈구함

6연 결 임에 대한 끊임없는 사랑과 믿음

표현 반복법(운율을 형성하며 주제를 부각시키기 위해 사용)과장법 역설법 반어법을 사용하여 불가

능한 것을 가능으로 설정해 놓고 영원한 사랑을 역설적으로 노래했고 한 연에 똑같이 되풀이 되는 2구

가 있어 감정을 강조하고 있으며 소망형인 어미로 끝내면서 화자의 간절한 소망을 느끼게 하고 있다

제재 임에 대한 사랑

주제 임에 대한 영원한 사랑 임에의 영원한 연모의 정 태평 성대(太平聖代)의 기원)

의의 대부분의 고려 가요가 이별이나 애원 또는 향락의 정서를 읊고 있는 데 반해 영원한 사랑을 주

제로 하고 있는 것이 특색이다 불가능한 상황 설정을 통해 사랑의 절실함을 표현하고 있다

가시리

가시겠습니까 가시겠습니까

나를 버리고 가시겠습니까

나는 어찌 살라 하고 버리고 가시렵니까

붙잡아 둘 일이지마는 서운하면 아니 올까 두렵습니다

서러운 임을 보내옵나니

가자마자 곧 가시는 것처럼 돌아서서 오십시오

갈래 고려 속요 lsquo귀호곡(歸乎曲)rsquo 이라고도 함

형식 분절체 4연 각 2구의 분연체(分聯體)

성격 서정적 민요적

운율 외재율 3middot3middot2조 3음보

구성 4단 구성 기middot승middot전middot결

제재 임과의 이별

주제 이별의 정한(情恨)과 애이불비(哀而不悲)의 사랑

기 뜻밖의 이별에 대한 놀라움과 원망에 찬 하소연

승 하소연의 고조 또는 슬픔의 고조

전 감정의 절제와 체념

결 이별 후의 소망과 기원(주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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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동

덕은 뒤에 바치옵고 복은 앞에 바치오니

덕이며 복이라 하는 것을 진상하러 오십시오

정월 냇물은 아아 얼려 녹으려 하는데

세상에 태어나서 이 몸이여 홀로 살아가는구나

2월 보름에 아아높이 켜놓은 등불 같구나

만인을 비추실 모습이시도다

3월 지나며 핀 아아 늦봄의 진달래꽃이여

남이 부러워할 모습을 지니고 태어났구나

4월을 잊지 않고 아아 오는구나 꾀꼬리새여

무엇 때문에 녹사님은 옛날을 잊고계시는가

5월 5일(단오)에 아아 단옷날 아침 약은

천 년을 사실 약이기에 바치옵니다

6월 보름(유두일)에 아아 벼랑에 버린 빗같구나

돌아보실 임을 잠시나마 따르겠나이다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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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보름에 아아 여러 가지 제물을 벌여 놓고

임과 함께 살고자 소원을 비옵니다

8월 보름은 아아 한가윗날이지마는

임을 모시고 지내야만 오늘이 뜻 있는 한가윗날

입니다

9월 9일에 아아 약이라고 먹는

노란 국화꽃이 집 안에 피니 초가집이 고요하구

10월에 아아 잘게 썰은 보리수나무 같구나

꺾어 버리신 후에 지니실 한 분이 없으시도다

11월에 봉당 자리에 아아 홑적삼을 덮고 누워

임을 그리며 살아가는 나는 너무나 슬프구나

12월에 분지나무로 깎은 아아 소반 위의 젓가락

같구나

임의 앞에 들어 가지런히 놓으니 손님이 가져다

가 뭅니다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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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전춘

얼음 위에 댓닢 자리를 보아

임과 나와 얼어죽을망정

얼음 위에 댓닢 자리를 보아

임과 나와 얼어죽을망정

정을 준 오늘 밤 더디 새어라 더디 새어라

잊히지 않고 늘 염려스러운 외로운 베갯머리에

어찌 잠이 오리오

서쪽 창문을 여니 복숭아꽃이 피어나는구나

복숭아꽃이 걱정 없이 봄바람에 웃는구나 봄바람

에 웃는구나

넋이라도 임과 한 곳에

함께 지내는 모습 그리더니

넋이라도 임과 한 곳에

함께 지내는 모습 그리더니

우기던 사람이 누구였습니까 누구였습니까

오리야 오리야

어린 비오리야

여울일랑 어디 두고

소에 자러 오는가

소 곧 얼면

여울도 좋습니다 여울도 좋습니다

남산에 자리 보아

옥산을 베고 누워

금수산 이불 안에

사향 각시를 안고 누워

남산에 자리 보아

옥산을 베고 누워

금수산 이불 안에

사향 각시를 안고 누워

약 든 가슴을 맞춥시다 맞춥시다

알아주소서 임이시여 영원히 이별할 줄 모르고

지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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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래 고려 속요성격 연가 남녀상열지사 향락적 퇴폐적형식 5연으로 이루어진 분연체로 결사를 포함하여 전 6연으로 보기도 함제재 남녀간의 사랑 또는 애정특징 남녀간의 애정을 가식 없이 진솔하고도 적나라 하게 표현했고 비유와 상징 반어와 역설 감각적인 언어로 감정의 표현이 진솔하여 문학성이 높은 편주제 변치 않는 사랑에 대한 소망 임과의 영원한 사랑 기원(임과의 사랑을 직설적으로 드러냄)의의 2연과 5연이 시조 형태에 근접하고 있어 시조의 기원을 찾는 자료로서 주목받음

1연 죽음보다 강한 사랑의 정열2연 임 생각에 밤을 지새우는 애처로움3연 사랑을 배신한 임에 대한 원망4연 무절제한 사랑을 하는 임에 대한 풍자5연 임에 대한 욕망과 상상6연 임과의 이별 없는 영원한 만남을 염원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22 -

【 가사

(

歌辭

)

상춘곡(賞春曲)

정 극 인

紅塵(홍진)에 뭇친 분네 이내 生涯(생애) 엇

더고

風流(풍류)

가天地間(천지간) 男子(남자) 몸이 날만 이

하건마

山林(산림)에 뭇쳐 이셔 至樂(지

락)을

것가

數間茅屋(수간모옥)을 碧溪水(벽계수)

앒픠

고 松竹(송죽) 鬱鬱裏(울울리)예 風月主人(풍

월 주인) 되어셔라

속세에 묻혀 사는 분들이여 이 나의 생활이 어떠한가

옛 사람들의 운치 있는 생활을 내가 따를까 못따를까

천지간 남자로 태어난 몸으로서 나만한 사람이 많건마

는 왜 그들은 자연에 묻혀사는 지극한 즐거움을 모르는

것인가

몇 간쯤 되는 초가집을 맑은 시냇물 앞에 지어 놓고소

나무와 대나무가 우거진 속에 자연의 주인이 되었구나

서사-자연에 묻혀 사는 즐거움

엇그제 겨을 지나 새봄이

돌아오니桃花杏花(도화행화)

夕陽裏(석양

리)예 퓌여 잇고綠楊芳草(녹양방초)

細(우

중)에 프르도다칼로

아 낸가붓으로 그려낸

가造化神功(조화신공)이 物物(물물)마다 헌

엊그제 겨울이 지나 새봄이 돌아오니 복숭아꽃과 살구

꽃은 저녁 햇빛 속에 피어 있고 푸른 버들과 아름다운

풀은 가랑비 속에 푸르도다 칼로 재단해 내었는가 붓

으로 그려 내었는가 조물주의 신비스러운 솜씨가 사물

마다 야단스럽구나

본사 1-봄의 아름다운 경치

수풀에 우

春氣(춘기)

내 계

워 소

마다 嬌態(교태)로다 物我一體

(물아일체)어니 興(흥)이

소냐 柴扉(시

비)예 거러 보고 亭子(정자)애 안자 보니 逍

遙吟詠(소요 음영)

야 山日(산일)이 寂寂(적

적)

閑中眞味(한중진미)

알 니 업시 호

재로다

수풀에 우는 새는 봄 기운을 끝내 못 이겨 소리마다 아

양을 떠는 모습이로다

자연과 내가 한 몸이거니 흥겨움이야 다르겠는가 사립

문 주변을 걷기도 하고 정자에 앉아 보기도 하니 천천

히 거닐며 나직이 시를 읊조려 산 속의 하루가 적적한

데 한가로움 속의 참된 즐거움을 아는 사람이 없이 혼

자로구나

본사 2-봄의흥취

이바 니웃드라山水(산수) 구경 가쟈스라 踏靑

(답청)으란 오

고 浴沂(욕기)란 來日(내

일)

새 아

에 採山(채산)

고 나조

釣水

(조수)

여보게 이웃 사람들이여 산수 구경을 가자꾸나 산책

은 오늘하고 냇물에서 목욕하는 것은 내일 하세 아침

에 산나물을 캐고 저녁에 낚시질을 하세

본사 3-산수 구경 권유

괴어 닉은 술을 葛巾(갈건)으

로 밧타 노코 곳나모 가지 것거 수 노코 먹

으리라 和風(화풍)이 건

부러 綠水(녹수)

건너오니 淸香(청향)은 잔에 지고 落紅(낙

홍)은 옷새 진다 樽中(준중)이 뷔엿거

려 알외어라 小童(소동) 아

려 酒家(주가)

에 술을 믈어얼운은 막대 집고아

술을 메고

微吟緩步(미음 완보)

야 시냇

의 호자 안자

明沙(명사) 조 믈에 잔 시어 부어 들고 淸流(청

류)

굽어보니

니 桃花(도화)ㅣ로다 武陵

(무릉)이 갓갑도다 져

거인고

이제 막 익은 술을 갈건으로 거러 놓고 꽃나무 가지를

꺾어 잔 수를 세면서 먹으리라 화창한 바람이 문득 불

어서 푸른 시냇물을 건너오니 맑은 향기는 술잔에 가

득하고 붉은 꽃잎은 옷에 떨어진다 술동이 안이 비었

으면 나더러 아뢰어라 조그만 아이를 시켜 술집에서

술을 사 가지고 어른은 지팡이를 짚고 아이는 술을 메

고 나직이 읊조리며 천천히 걸어 시냇가에 혼자 앉아

고운 모래가 비치는 맑은 물에 잔 씻어 술을 부어 들

고 맑은 시냇물을 굽어보니 떠내려오는 것이 복숭아꽃

이로다 무릉도원이 가까이 있구나 저 들이 바로 그것

인가

본사 4-술과 풍류

松間(송간) 細路(세로)에 杜鵑花(두견화)

부치 들

고峰頭(봉두)에 급피 올나 구름 소긔

안자 보니 千村萬落(천촌만락)이 곳곳이 버러 잇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23 -

煙霞日輝(연하일휘)

錦繡(금수)

엇그제 검은 들이 봄빗도 有餘(유여)

소나무 사이 좁은 길로 진달래꽃을 손에 들고

산봉우리에 급히 올라 구름 속에 앉아보니 수많은 촌

락들이 곳곳에 벌여 있네 안개와 놀과 빛나는 햇살은

아름다운 비단을 펼쳐 놓은 듯 엊그제까지도 거뭇거뭇

했던 들판이 이제 봄빛이 넘치는구나

본사 5-산봉우리에서의 조망

功名(공명)도 날

우고富貴(부귀)도 날

우니淸

風明月이(청풍명월) 外(외)예 엇던 벗이 잇

올고

簞瓢陋巷(단표누항)에 흣튼 혜음 아니

아모

타 百年行樂(백년행락)이 이만

엇지

공명과 부귀가 모두 나를 꺼리니 아름다운 자연 외에

어떤 벗이 있으리오 비록 가난하게 살고 있지만 잡스

러운 생각은 아니하네 아무튼 한평생 즐겁게 지내는

것이 이만하면 족하지 않겠는가

결사-안빈 낙도

면앙정가(俛仰亭歌)

송 순

无等山(무등산) 활기 뫼히 동다히로

버더 이셔 霽月峯(제월봉)이 되여거

無邊大野(무변대야)의 므

짐쟉

노라

닐곱 구

움쳐 무득무득 버럿

가온대 구

굼긔든 늘근 뇽이 선

머리

언쳐시니

무등산 한 줄기 산이 동쪽으로 뻗어 있어 멀리 떼

어 버리고 나와 제월봉이 되었거늘 끝없이 넓은

들판에 무슨 속셈을 가지고 일곱 구비가 한 곳에

움추리어 무더기 무더기 벌여 놓은 듯 가운데 구

비는 구멍에 든 늙은 용이 풋잠을 이제 막 깨어

머리를 얹어 놓고 있는 것 같으니

rarr서사 1 - 제월봉의 위치와 형세

바희 우

松竹(송죽)을 혜혀고

정자

언쳐시니

구름

靑鶴(청학)이 千里(천 리)를 가리라

래 버렷

넓고 평평한 바위 위에 소나무 대나무를 헤치고

정자를 앉혔으니 구름을 탄 푸른 학이 천 리를

가려고 두 날개를 벌리고 있는 듯하다

rarr서사2 - 면앙정의 모습

玉泉山(옥천산) 龍泉山(용천산)

린 믈이

亭子(정자) 압 너븐 들

兀兀(올올)히 펴진드시

든 기노라 프르거든 희디마나

雙龍(쌍룡)이 뒤트

긴 깁을

어드러로 가노라 므

얏바

즈로 흐르

옥천산용천산 흘러내리는 물이 정자 앞 넓은 들

에 끊임없이 펼쳐진 듯이 넓거든 길지나 말든가

푸르거든 희지나 말지 두 마리 용이 몸을 뒤틀고

있는 듯 긴 비단을 펼쳐 놓은 듯 어디로 가느라

고 무슨 일이 바빠서 달리는 듯 따라가는 듯 밤낮

으로 흘는 듯

rarr본사 1 - 시냇물의 모습

므조친 沙汀(사정)은 눈

치 펴

거든

어즈러온 기러기

므스거슬 어르노라

안즈락

리락 모드락 흣트락

蘆花(노화)를

이 두고 우로곰 좃니

물을 따라 있는 모래밭은 눈같이 하얗게 펼쳐져

있는데 어지럽게 나는 갈매기는 무엇을 어르느라

고 앉기도 하고 내려오기도 하고 모이기도 하고

흩어지기도 하고 갈대꽃을 사이에 두고 울면서 따

라다니는가

rarr본사 2 - 기러기의 교태

너븐 길 밧기오 긴 하

두르고

즌 거슨 뫼힌가 屛風(병풍)인가

그림가 아닌가

노픈

숨거니 뵈거니 가거니 머믈거니

어즈러온 가온

일홈

도 젓티 아녀 옷독이 셧

거시

秋月山(추월산) 머리 짓고 용구산 몽선산 불대산

어등산 용진산 금성산이 허공에 버러거든

遠近(원근) 蒼崖(창애)의 머믄 것도 하도 할샤

넒은 길 밖이요 긴 하늘 아래 두르고 꽂은 것은

산인가 병풍인가 그림인가 아닌가 높은 듯 낮은

듯 끊어지는 듯 이어지는 듯 숨기도 하고 보이기

도 하고 가기도 하고 머물기도 하고 어지러운 가

운데 유명한 척하여 하늘도 두려워 하지 않고 우

뚝하게 서있는 것이 추월산으로 머리를 만들고

용구산 몽선산 불대산 어등산 용진산 금성산이 공

중에 늘어서 있으니 멀고 가까운 푸른 절벽에 머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24 -

문 것도 많기도 하구나

rarr본사 3 - 산봉우리의 승경

흰구름 부흰 煙霞(연하) 프로니

山嵐(산람)이라

千巖萬壑(천암만학)을 제 집으로 삼아두고

나명셩 들명셩 일

ㅣ도 구

지고

오르거니

리거니 長空(장공)의

나거니

廣野(광야)로 건너거니

프르락 불그락 여트락 지트락

斜陽(사양)과 섯거디어 細雨(세우)조차

흰구름 뿌연 안개와 노을 푸른 것은 산 아지랑

이로구나 수많은 바위와 골짜기를 제 집으로 삼

고서 나가기도 하고 들어오기도 하면서 아양도 떠

는구나 올라가기도 하고 내려가기도 하고 먼 하

늘로 떠나기도 하고 넓은 들로 건너가기도 하고

푸르기도 하고 붉기도 하고 옅기도 하고 짙기도

하고 석양과 섞이어 가랑비조차 뿌리는구나

rarr본사 4 - 봄 풍경

藍輿(남여)

고 솔아

구븐 길노

오며 가며

적의

綠楊(녹양)의 우

黃鶯(황앵) 嬌態(교태) 겨워

고야

나모 새

지어 綠陰(녹음)이 얼린 적의

百尺欄干(백척난간)의 긴 조으름 내여 펴니

水面凉風(수면양풍)이야 긋칠 줄 모르

뚜껑없는 가마를 재촉하여 타고 소나무 아래 굽은

길로 오며 가며 하는 때에 푸른 버드나무에서

는 꾀꼬리는 온갖 교태를 부리고 있구나 나무 사

이가 우거져서 녹음이 엉긴 때에 긴 난간에 기대

어 길게 기지개를 켜니 물위에서 부는 시원한 바

람이 그칠 줄을 모르는구나

rarr 본사 5 - 여름 풍경

즌서리

딘 후의 산빗치 錦繡(금수)로다

黃雲(황운)은

엇지 萬頃(만경)의 펴겨디오

漁笛(어적)도 흥을 계워

롸 브니

된서리가 걷힌 후에 산 빛이 수놓은 비단 같구나

누렇게 익은 곡식은 또 어찌 넓은 들에 펼쳐져 있

는가 어부가 부는 피리도 흥을 못이겨 달을 따라

불고 있구나

rarr 본사 6 - 가을 풍경

草木(초목) 다 진 후의 江山이

몰커

造物(조물)리 헌

야 氷雪(빙설)로

며내니

瓊宮瑤臺(경궁요대)와 玉海銀山(옥해은산)이

眼底(안저)에 버러셰라

乾坤(건곤)도 가

열사 간 대마다 경이로다

초목이 다 떨어진 후에 강산이 눈 속에 묻혔거늘

조물주가 야단스러워 눈과 얼음으로 꾸며내니 경

궁요대(구슬로 꾸민 궁궐과 대)와 옥해은산(아름

다운 바다와 눈덮인 산) 같은 설경이 눈 아래 펼

쳐졌구나 하늘과 땅도 풍성하구나 가는 곳마다

아름다운 경치로다

rarr 본사7 - 겨울 풍경

人間(인간)을

나와도 내 몸이 겨를 업다

이것도 보려

고 져것도 드르려코

도 혀려

도 마즈려코

밤으란 언제 줍고 고기란 언제 낙고

柴扉(시비)란 뉘 다드며 딘 곳츠란 뉘 쓸려뇨

이 낫브거니 나조

라 슬

소냐

리 不足(부족)커니 來日(내일)이라

有餘(유여)

이 뫼

안자 보고 져 뫼

거러 보니

煩勞(번로)

릴 일이 아조 업다

쉴 사이 업거든 길히나 젼

리야

다만 靑藜杖(청려장)이 다 므듸어 가노

속세를 떠나왔어도 내 몸이 한가하지 않다 이것

도 보려고 하고 저것도 들으려 하고 바람도 쏘이

려 하고 달도 맞으려 하고 밤은 언제 줍고 고기는

언제 낚고 사립문은 누가 닫으며 떨어진 꽃은 누

가 쓸겠느냐 아침에도 아름다운 경치 구경하는

시간이 모자랄 지경인데 저녁이라고 싫겠는가 오

늘의 시간이 부족한데 내일이라고 여유가 있겠는

가 이 산에서 앉아보고 저 산에서 걸어보니 번거

로운 마음이지만 버릴 일이 아주 없다 쉴 사이가

없는데 사람들에게 길이나마 알려줄 수가 있겠는

가 다만 명아주 대로 만든 지팡이가 다 무디어

가는구나

rarr본사 8 - 자연애와 풍류 생활

술이 닉어가니 벗지라 업슬소냐

이며 혀이며 이아며

온가짓 소

로 醉興(취흥)을

야거니

근심이라 이시며 시

이라 브터시랴

누우락 안즈락 구브락 져츠락 울프락

노혜로 놀거니

天地(천지)도 넙고넙고 日月(일월)도 가

羲皇(희황) 모

러니 이적이야 긔로고야

神仙(신선)이 엇더턴지 이몸이야 긔로고야

술이 익어가니 벗이라고 없겠는가 노래를 부르게

하며 악기를 타고 켜게 하며 방울을 흔들며 온갖

소리로 술에 취한 흥을 재촉하니 근심이라 있겠으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25 -

며 시름이라고 붙어 있으랴 눕기도 하고 앉기도

하고 구부리기도 하고 뒤로 젖히기도 하고 읊기도

하고 휘파람을 불기도 하면서 마음놓고 놀기도

하니 천지도 넓고 넓으며 세월도 한가하다 중국

복희 황제의 태평성대를 내가 잘 몰랐더니 지금이

바로 그것이로구나 신선이 어떤 것인지 잘 몰랐

더니 내가 바로 신선이로구나

rarr본사9 - 취흥

江山風月(강산풍월) 거

리고 내 백년을 다누리면

岳陽樓(악양루) 샹의 李太白(이태백)이 사라 오다

浩蕩情懷(호탕 정회)야 이에서 더

소냐

이 몸이 이렁 굼도 亦君恩(역군은)이샷다

아름다운 대자연을 거느리고 내 한평생을 다 누리

면 조망이 좋기로 이름난 악양루 위의 이태백이

살아온다한들 넓고 큰 마음이야 이것보다 더 하겠

는가 이몸이 이렇게 지내는 것도 역시 임금님의

은혜이시도다

rarr결사 - 호탕한 정회와 군은

면앙정의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지은이가 41세 되던 해 벼슬을 그만두

고 향리인 전라남도 담양에 내려가 면앙정이라는

정자를 짓고 아름다운 자연을 벗삼아 사는 자신의 풍

류 생활을 노래한 것이다 면아정 주변의 경치4계절의

풍경 자신의 풍류 생활에 대한 멋과 흥취를 짜임새 있

게 그려낸 선경 후정의 작품이다

우리 江湖歌道(강호가도)의 전형을 확립한 작품으로

정극인의 상춘곡을 이어받아 송강의 성산별곡관동별곡

에 크게 영향을 끼쳤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결사 끝

부분의 lsquo亦君恩(역군은)이샷다rsquo와 같은 표현은 맹사성의

lsquo강호사시가rsquo에도 나타나는 것으로 자연속에서 지내는

즐거움과 연군 지정을 결합시킨 표현이라 할 수 있다

관동별곡

정 철

江강湖호애 病병이 깁퍼 竹

林님의 누엇더니 關관東

동 八팔百

里니에 方방面면을 맛디시니 어와 聖셩恩

은이야 가디록 罔망極극

다 延연秋츄門문 드리

慶경會회 南남門문

라보며 下하直직고 믈너나니 玉

옥節졀이 알

셧다

平평丘구驛역

라 黑흑水슈로 도라드니 蟾셤江

강은 어듸메오 雉티岳악이 여긔로다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의 병이 깊어 전라남도 창평에서

지내고 있었는데 800리나 되는 강원도 지방의 관찰사

소임을 맡기시니 아아 임금님의 은혜야말로 갈수록

끝이 없다 연추문으로 달려들어가 경회루의 남쪽문을

바라보며 임금님께 하직 인사를 하고 물러나니 옥절이

앞에 서 있다 양주(평구역)역에서 말을 갈아타고 여주

(흑수)로 돌아 들어가니 원주(섬강)는 어디인가 치악

산이 여기로구나

서사1-관찰사 배명과 부임의 여정

昭쇼陽양江강

린 믈이 어드러로 든단 말고 孤고臣신

去거國국에 白

髮발도 하도 할샤 東동州

밤 계오

새와 北븍寬관亭뎡의 올나

니 三삼角각山산 第뎨一일

峰봉이

마면 뵈리로다 弓궁王왕 大대闕궐 터희 烏오

鵲쟉이 지지괴니 千쳔古고 興흥亡망을 아

다 몰

다 淮회陽양 녜 일홈이 마초아

시고 汲급長

孺유

風풍彩

를 고텨 아니 볼 게이고

소양강 흘러내린 물이 어디로 흘러들어간단 말인가 외

로운 신하가 임금님 곁을 떠남에 있어서 나라에 대한

걱정이 많기도 하구나 철원(동주)에서 밤을 겨우 새운

후 북관정에 오르니(임금님이 계신 한양에 있는)삼각

산의 제일 높은 봉우리가 웬만하면 보일 것 같구나 옛

날 궁예왕이 살았던 대궐 터에 까마귀와 까치만 지저귀

고 있으니 먼 옛날의 흥망 성쇠를 까마귀와 까치 너희

들은 아느냐 모르느냐 회양이라는 이름이 옛날 중국의

지명인 회양과 마침 똑같구나(중국 회양 땅에서 선정

을 베푼)급장유의 모습을 이제 다시 (여기서)볼 수 있

지 않겠는가(급장유가 중국 회양땅에서 선정을 베푼

것처럼 정철 자신도 이곳 강원도 회양땅에서 선정을 베

풀겠다는 포부를 나타냄)

서사 2-관내 순력과 선정에 대한 포부

營영中듕이 無무事

고 時시節졀이 三삼月월인 제

花화川쳔 시내길히 楓풍岳악으로 버더 잇다 行

裝장

을 다

티고 石셕逕경의 막대 디퍼 百백川쳔洞동 겨

두고 萬만瀑폭洞동 드러가니 銀은

무지게 玉

龍룡의 초리 섯돌며

十십里리의

자시니 들을 제

우레러니 보니

눈이로다

감영(지금의 도청)안에 아무 일이 없고 시절이 마침 삼

월인 때에 화천 시냇길이 금강산으로 뻗어 있다 행장

을 다 떨쳐 버리고 돌길에 지팡이를 짚어 백천동 곁을

지나 만폭동으로 들어가니 은같은 무지개 옥 같은 용

의 꼬리처럼 생긴 폭포가 섞어 돌며 뿜는 소리가 십 리

에 깔려 있으니 멀리서 들을 때는 우렛소리더니 가까

이 가서 보니 눈(雪)이 날리는 것 같구나

본사1-만폭동 폭포의 장관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26 -

金금剛강臺

우層층의 仙션鶴학이 삿기 치니 春츈

風풍 玉옥笛

聲셩의 첫

돗던디 縞호衣의玄현裳

샹이 半반空공의 소소

니 西셔湖호

主쥬人인을

반겨셔 넘노

금강대 맨 꼭대기에 사는 선학이 새끼를 치니 봄바람

옥피리 소리에 첫 잠을 깨었던지 흰 저고리 검은 치마

로 단장한 학이(학의 날개 묘사) 공중에 솟아 뜨니 옛

날 중국 서호에서 학과 더불어 노닐던 임포를 반겨 맞

는 것 같구나(정철 자신을 임포처럼 생각함)

본사2-금강대 위의 선학

小쇼香향爐노 大대香향爐노 눈 아래 구버보고 正졍陽

양寺

眞진歇헐臺

고텨 올나 안

마리 廬녀山산 眞

진面면目목이 여긔야 다 뵈

다 어와 造조化화翁옹이

토 헌

거든

디 마나 셧거든 솟디 마나

芙부蓉용을 고잣

玉옥을 믓것

東동溟명

을 박

北북極극을 괴왓

놉흘시고 望망高

고臺

외로올샤 穴혈望망峰봉이 하

의 추미러 므

일을

로리라 千쳔萬만劫겁 디나

록 구필 줄 모

다 어와 너여이고 너

향로처럼 생긴 크고 작은 봉우리를 눈아래 굽어보고 나

서 정양사를 지나 진헐대에 다시 올라 앉으니 금강산

의 참모습이 여기서야 다 보이는구나 아아 조물주가

야단스럽기도 야단스럽구나(산봉우리들이)날아가려거

든 뛰지나 말든가 서있으려거든 (위로)솟지나 말든가

할일이지 연꽃을 꽂아 놓은 것 같기도 하고흰 옥을

묶어 놓은 것 같기도 하고 북극성을 떠받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높구나 망고대 외롭구나 혈망봉이 하늘

에 치밀어서 무슨 일을 아뢰려고 오랜 세월이 지나도록

굽힐 줄을 모르느냐 아아 너로구나 너같은 충신이

또 있을까(진헐대에서 바라본 많은 산봉우리들이 굳굳

한 모습으로 서있는 것을 보고 충신의 지조와 절개를

연상하여 표현한 구절)

본사 3-진헐대에서의 조망

心심臺

고텨 올나 衆듕香향城셩

라보며 萬만

二이千쳔峰봉을 歷녁歷녁히 혀여

니 峰봉마다

쳐 잇

고 긋마다 서린 긔운

거든 조티마나 조커든

디 마

나 뎌 긔운 흐터 내야 人인傑걸을

고쟈 形형容용

도 그지업고 체체勢셰도 하도 할샤 天텬地디 삼기실

제 自

然연이 되연마

이제 와 보게 되니 有유情정

도 有유情정

개심대를 다시 올라가서 중향성을 바라보며 금강산 만

이천 봉우리를 똑똑히 헤아려 보니 산봉우리마다 정기

가 맺혀 있고 봉우리 끝마다 서린 기운(정기) (산의

정기가)맑거든 깨끗하지나 말든가 깨끗하거든 맑지나

말 것이지(산의 정기가 맑고도 깨끗하다는 의미) 저

기운을 흩어 내어 뛰어난 인물을 만들고 싶구나 산봉

우리의 생긴 모양이 끝이 없이 다양하고 자세도 많기도

하구나 천지가 생겨날 때 자연히 된 줄 알았더니 이제

와서 보니까 조물주의 뜻이 분명히 있구나

본사 4-개심대에서의 조망

毗비盧로峰봉 上샹上샹頭두의 올라 보니 긔 뉘신고

東동山산 泰태山산이 어

야 놉돗던고 魯노國국 조븐

줄도 우리

거든 넙거나 넙은 天텬下하 엇

닷 말고 어와 뎌 디위

어이

면 알 거이고 오

디 못

거니

려가미 고이

비로봉 맨 꼭대기에 올라본 사람이 그 누구인가

동산과 태산이 그 얼마나 높던가 노나라가 작다는 것

도 우리는 모르겠는데 넓고도 넓은 천하를 어떻게 해서

작다고 공자께서는 말씀하신단 말인가 아아 저 공자

의 경지를 어떻게 하면 알 것인가 올라가지 못하는데

내려가는 것이 이상하랴

본사 5-비로봉을 본 감회

圓원通통골

길로 獅

峰봉을

자가니 그 알

너러바회 化화龍룡쇠 되여셰라 千쳔年년 老노龍룡

이 구

서려 이셔 晝듀夜야의 흘녀 내여 滄창海

해예 니어시니 風풍雲운을 언제 어더 三삼日일雨우

디련

다 陰음崖애예 이온 플을 다 살와 내여

원통골 가느다란 길로 사자봉을 찾아가니 그 앞에 넓고

평평한 바위가 화룡소가 되었구나 마치 천 년이나 묵

은 늙은 용(정철 자신을 지칭함)이 굽이굽이 서려 있어

서 밤낮으로 물을 흘려 내어 푸른 바다에 이어졌으니

용(작자 자신)아 너는 언제 풍운(선정의 기회)을 얻어

서 임금님의 은총을 백성들에게 내리려느냐 굶주리고

헐벗은 백성들을 다 살려 내려무나

본사 6-화룡소에서의 감회

磨마訶하衍연 妙묘吉길祥샹 雁안門문재 너머 디여 외

나모

리 佛블頂뎡臺

올라

니 千쳔尋심絶졀

壁벽을 半반空공애 셰여 두고 銀은河하水슈 한 구

촌촌이 버혀 내여 실

티 플텨이셔 뵈

티 거러시니

圖도經경 열 두 구

내 보매

여러히라 李니謫

션 이제 이셔 고텨 의논

게 되면 廬녀山산이 여긔도

곤 낫단 말 못

려니

마하연 묘길상을 구경하고 안문재를 넘어 내려가 외

나무 썩은 다리를 건너 불정대에 오르니 천길이나 되는

낭떠러지를 공중에 세워 놓고 은하수 한 굽이를 마디

마디 베어 내어 실같이 풀어 가지고 베처럼 걸었으니

도경(금강산 12폭포를 그림으로 그려놓은 그림책)에는

폭포가 열두굽이로 되어 있지만 내가 보기에는 그보다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27 -

더 많아 보인다 이태백이 지금 살아 있어서 다시(금강

산 12폭포와 중국의 여산폭포를 비교) 논의하게 된다

면 여산 폭포가 여기보다 더 낫다는 말은 못 할 것이

본사 7-십이 폭포의 장관

山산中듕을

양 보랴 東동海해로 가쟈

라 籃남輿여

緩완步보

야 山산映영樓누의 올나

니 玲녕瓏농 碧벽

溪계와 數수聲셩啼뎨鳥됴

離니別별을 怨원

旌졍旗긔를

티니 五오色

이 넘노

鼓고角각을

섯부니 海해雲운이 다것

鳴명沙사길 니근

이 醉

仙션을 빗기 시러 바다

두고 海

棠당花화로 드러가니 白

鷗구야

마라 네 버딘 줄 엇디 아

산중의 경치만 노상 보겠는가 동해로 가자꾸나 남녀

(뚜껑없는 가마)를 타고 천천히 걸어서 산영루(정자이

름)에 오르니 영롱하게 반짝이는 시냇물과 갖가지 소

리로 우는 새는 나와의 이별을 싫어하는 듯 여러 가지

깃발을 휘날리니 오색(빨강파랑검정노랑흰색등의

깃발)이 넘나들며 노는 듯 북과 피리를 섞어 부니 바

다의 구름이 다 걷히는 듯하다 모래밭 길에 익숙한 말

이 도취한 신선을 비스듬히 태우고 해변을 따라 해당

화가 피어 있는 곳으로 들어가니 백구야 날아가지 마

라 내가 네 친구일수도 있지 않느냐

본사 8-동해로 가는 감회

金금闌난窟굴 도라드러 叢총石셕亭뎡 올라

니 白

옥樓누 남은 기동 다만 네히 셔 잇고야 工공슈의 셩녕

인가 鬼귀斧부로 다

가 구

야 六뉵面면은 므어슬

象샹톳던고

금난굴을 돌아들어서 총석정에 오르니 바다 가운데에

돌기둥 네 개가 백옥루의 남은 기둥처럼 서 있구나 저

네 개의 돌기둥은 공수(중국 고대의 명공)가 만든 것인

가 귀신의 도끼로 다듬었는가 구태여 그 돌기둥이 여

섯 모가 난 것은 무엇을 본뜬 것인가

본사 9-총석정의 장관

高고城셩을란 뎌만 두고 三삼日일浦포

자가니 丹

단書셔

宛완然연

되 四

仙션은 어

가니 예 사흘

머믄 後후의 어

머믈고 仙션遊유潭담 永영郎

냥湖호 거긔나 가 잇

가 淸

澗간亭뎡 萬만景경臺

몃 고

안돗던고

고성을 저만큼 두고 삼일포를 찾아가니 영랑의 무리

(신라 때 네 명의 화랑 곧 사선)가 남쪽으로 갔다는

글씨는 뚜렷한데 사선은 어디 갔는가 여기서 사흘을

머문 후에 어디 가서 또 머물렀을까 선유담 영랑호

거기나 가 있는가 청간정 만경대 몇 곳에 앉았던가

본사 10-삼일포에서의 회고

梨니花화

셔 디고 졉동새 슬피 울 제 洛낙山산東

동畔반으로 義의相샹臺

예 올라 안자 日일出츌을 보

리라 밤듕만 니러

니 祥샹雲운이 집

동 六뉵龍뇽

이 바퇴

동 바다

날 제

萬만國국이 일위더니

天텬中듕의 티

니 毫호髮발을 혜리로다 아마도 녈구

름 근쳐의 머믈셰라 詩시仙션은 어

가고 咳

唾타만

나맛

니 天텬地디間간 壯장 긔별

셔히도

셔이

배꽃은 벌써 떨어지고 접동새가 슬피 울 때에 낙산의

동쪽 언덕에 있는 의상대에 올라앉아 해 뜨는 것을 보

려고 한 밤중에 일어나니 상서로운 구름이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듯 여섯 마리의 용이 떠받치고 있는 듯

해가 바다에서 떠날 때는 온 세상이 흔들리는 것 같더

니 하늘로 치솟아 오르니 가느다란 터럭을 셀 수 있을

정도로 밝구나 혹시나 지나가는 구름(간신을 비유함)

이 햇빛을 가릴까 두렵다 이백은 어디 가곡 그가 남긴

유명한 말(咳唾(해타)-이백은 lsquo등금릉봉황대rsquo라는 시에

서 간신이 임금의 총명을 흐리게 하는 것을 구름이 해

를 가리는 것에 비유했음)만 남아 있는가 천지간에 굉

장한 소식(사연)이 그의 시에 자세히도 표현되어 있구

본사 11-의상대에서의 일출의 장관

斜샤陽양 峴현山산의 척

을 므니

와 羽우蓋개芝

지輪륜이 鏡경浦포로

려가니 十십里리 氷빙紈환을

다리고 고텨 다려 長

松숑 울흔 소개 슬

장 펴뎌시

니 믈결도 자도 잘샤 모래

혜리로다 孤고舟쥬 解

纜람

야 亭뎡子

올나가니 江강門문橋교 너믄

大대洋양이 거긔로다 從

容용댜 이 氣긔像샹

闊활遠원댜 뎌 境경界계 이도곤

어듸 잇

닷 말고 紅홍粧장 古고事

리로다

江강陵능 大대都도護호風풍俗쇽이 됴흘시고 節졀孝효

旌졍門문이 골골이 버러시니 比비屋옥可가封봉이 이제

도 잇다

저녁 햇살이 비치는 현산의 철쭉꽃을 잇달아 밟으면서

신선을 태운 수레가 경포로 내려가니 십 리나 되는 비

단을 (다리미로)다리고 다시 다린 것처럼 맑고 깨끗한

수면이 큰 소나무가 둘러싼 속에 실컷 펼쳐져 있으니

물결도 잔잔하기도 잔잔하구나 모래를 셀 수 있을 것

같도다 배 한 척을 띄워 호수를 건너가서 정자 위에

올라가니 강문교 바로 너머에 넓은 바다가 거기로구

나 조용하구나 이 기상 넓고 멀구나 저 경계(수평

선) 여기보다 더 (경치가) 잘 갖추어진 곳이 또 어디

있단 말인가 박신과 흥장의 옛일을 야단스럽다고 할

것이로다 강릉 대도호부의 풍속이 좋기도 하구나 충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28 -

신 효자 열녀 등을 표창하는 문이 고을마다 널려 있

으니 요순 시대처럼 집집마다 벼슬을 봉할 만하다는

것이 지금도 있다 할 것이로다

본사 12-경포의 장관과 강릉의 미풍 양속

眞진珠쥬館관 竹

西셔樓루 五오十십川쳔

린 믈이 太

태白

山산 그림재

東동海

로 다마 가니

하리 漢

한江강의 木목覓멱의 다히고져 王왕程뎡이 有유限

고 風풍景경이 못 슬

니 幽유懷회도 하도 할샤 客

愁수도 둘 듸 업다 仙션사

워 내여 斗두牛우로 向

살가 仙션人인을

려 丹단穴혈의 머므살가

진주관 죽서루 아래 오십천에 흘러내리는 물이 태백산

그림자를 동해로 담아가지고 흘러가니 차라리 저 물을

임금님이 계신 서울 남산에 닿게 하고 싶다 관원의 여

정에는 기한이 있고 풍경은 싫증이 나지 않으니 그윽

한 회포도 많기도 많구나 나그네의 시름도 둘 곳이 없

다 신선이 탄다는 뗏목을 띄워서 북두성과 견우성으로

향할까 사선을 찾으러 단혈에 머무를까

본사 13-죽서루에서의 객수

天텬根근을 못내 보와 望망洋양亭뎡의 올은말이 바다

밧근 하

이니 하

밧근 므서신고

득 노 고래 뉘

라셔 놀내관

블거니

거니 어즈러이 구

디고 銀

은山산을 것거 내여 六뉵合합의

五오月월

天텬의 白

雪셜은 므

일고

하늘의 끝을 끝내 못 보아 망양정에 오르니 바다 밖은

하늘인데 하늘 밖은 무엇인가 가뜩이나 노한 고래를

누가 놀리게 하기에 불기도 하고 뿜기도 하면서 어지럽

게 구는 것인가 은으로 된 산을 꺾어 내어 온 세상에

흩어 내리는 듯 오월의 아득한 하늘에 흰 눈이 무슨 일

인가

본사 14-망양정에서의 조망

져근덧 밤이 드러 風풍浪낭이 定뎡

扶부桑상 咫

지尺

의 明명月월을 기

리니 瑞셔光광 千쳔丈

고야 珠쥬簾렴을 고텨 것고 玉옥階계

다시 쓸며 啓계明명星셩 돗도록 곳초 안자

라보니

蓮년花화 가지

뉘라셔 보내신고 일이 됴흔

世세界계

대되 다 뵈고져

流뉴霞하酒쥬

득 부어

려 무론 말이 英영雄웅은

가며 四

仙션은 긔 뉘러니 아

나 맛나 보아

긔별 뭇쟈

니 仙션山산 東동海

예 갈 길히 머도

멀샤

잠깐 사이에 밤이 되어 풍랑이 가라앉거늘 해와 달이

뜬다는 부상 가까운 거리에서 밝은 달을 기다리니 천

길이나 뻗친 상서로운 달빛이 보이는 듯하다가 숨는구

나 구슬로 만든 밭을 걷어 올리고 돌층계를 다시 쓸며

샛별이 돋을 때까지 꼿꼿이 앉아 바라보니 흰 연꽃 한

송이를 누가 보내셨는가 이렇게 좋은 세계를 남에게

다 보이고 싶구나 신선주를 가득 부어 들고 달에게 묻

기를ldquo영운은 어디 갔으며 사선 그들은 그 누구이더

냐rdquo 아무나 만나 보아 옛 소식을 물으려 하니 삼신산

이 있다는 동해에 갈 길이 멀기도 멀구나

결사 1-동해의 달맞이

松숑根근을 볘여 누어 픗

을 얼픗 드니

애 사

이 날

려 닐온 말이그

내 모

랴 上샹界계예 眞

진仙션이라 黃황庭뎡經경一일字

엇디 그

닐거

두고 人인間간의 내려와셔 우리

다 져근덧

가디 마오 이 술 잔 머거 보오 北북斗두星셩 기우

려 滄챵海

水슈 부어 내여 저 먹고 날 머겨

서너

잔 거후로니 和화風풍이 習습習습

야 兩냥腋

을 추

혀 드니 九구萬만里리 長

空공애 져기면

리로다 이

술 가져다가 四

예 고로

화 億억萬만 蒼창生

을 다 醉

근 後후의 그제야 고텨 맛나

고야 말 디쟈 鶴학을

고 九구空공의 올나가니

空공中듕 玉옥蕭쇼 소

어제런가 그제런가

나도

여 바다

구버보니 기

거니

인들 엇디 알리 明명月월이 千천山산萬만落낙의 아니

비쵠

업다

소나무 뿌리를 베고 누워서 선잠을 얼핏드니

꿈에 한 사람이 나더러 이르기를 ldquo그대(송강)를 내가

모르랴 그대는 하늘 나라의 진짜 신선이라 황정경의

한 글자를 어찌하여 잘못 읽어 가지고 속세로 귀양와서

우리를 따르는가 잠깐 동안 가지 말고 이 술 한잔 먹

어 보오rdquo 북두칠성을 국자 삼아 푸른 바닷물을 잔에

부어 저도 먹고 나도 먹이거늘 서너잔을 기울이니 화

창한 바람이 산들산들 불어 양쪽 겨드랑이를 추켜드니

구만리나 되는 먼 하늘에 웬만하면 날 것 같구나

ldquo이 술을 가져다가 온 세상에 골고루 나누어 모든 백성

들을 다 취하게 만든 후에 그 때에야 다시 만나 또 한

잔 하자꾸나lsquo

그 말이 끝나자 신선(꿈에 한 사람)은 학을 타고 하늘

로 올라가니 공중에서 들려오는 옥피리 소리가 어제던

가 그제던가 싶게 어렴풋하구나 나도 잠을 깨어 바다

를 굽어보니 그 깊이를 모르는데 끝이야 더욱 어떻게

알겠는가 밝은 달이 온 세상에 아니 비친 곳이 없다

결사 2-꿈속의 선연

lt송강가사(松江歌辭) 이선본(李選本gt

지은이가 45세 되던 선조 13년(1580)에 강원도 관찰사

에 배임(拜任)되어 부임하는 과정과 원주에 부임한 후

틈을 내어 관동 팔경을 비롯한 강원도 내의 명승지를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29 -

두루 유람하며그 승경(勝景)과 인정 풍속을 비롯해서

연군(戀君)애민의 정(情) 및 선연(仙緣)을 노래한 기행

가사의 대표적인 작품이다 멀게는 고려 충숙왕 때 안

축이 지은 경기체가 형식의 [관동별곡]과 가깝게는 명

종때 백광홍이 지은 [관서별곡] 송순의 [면앙정가]의

영향을 받은 작품으로 표현이 명쾌화려하고 탄력이 넘

치며 활달하고 낭만적이어서 지은이의 호탕한 기상이

잘 나타나 있다

총 295구로 이루어진 장편 기행 가사로 서사(처음~급

당유 풍 고텨 아니 볼 게이고) 본사(영둥이 무고~오월 댱텬의 셜은 므일고) 결사(져근덧 밤이

드러~아니 비쵠 업다)로 구성되어 있다

산에서 바다로 이어지는 여정은 그 각각의 이미지를 매

개로 하여 인간의 두 가지 존재 양식 사이에서 갈등하

는 작가의 모습을 보여 준다 산에서 본 경치는 백색의

이미지로서 고결한 위정자로서의 풍모를 드러내고 있으

며 바다에서는 인간 본연의 영원한 세계를 갈구하는

자유 분방한 정신을 표출하고 있다

다양한 어휘와 적절한 수사법을 능란하게 구사함으로

써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한층 높은 경지로 끌어 올린

작품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사미인곡(思美人曲)

송강 정 철

이 몸 삼기실 제 님을 조차 삼기시니 緣分(연분)이며 하 모 일이런가 나 나 졈어 잇

고 님 나 날 괴시니 이 음 이 랑 견졸 노여 업다

이 몸이 태어날 때에 임을 따라서 태어나니 한평생의

연분이며 하늘이 모를 일이던가내가 오직 젊어 있고

임은 오직 나를 사랑하시니 이 마음과 이 사랑을 비교

할 곳이 전혀 없다

서사 1-임과의 인연

平生(평)애 願(원) 요 녜자 얏더니

늙기야 므 일로 외오 두고 글이고 엇그제 님

을 뫼셔 廣寒殿(광한뎐)의 올낫더니그더 엇디

야 下界(하계)예 랴오니 올 적의 비슨 머리 얼

킈연디 三年(삼년)이라 臙脂粉(연지분) 잇마 눌 위여 고이고 음의 친 실음 疊疊(텹텹)

이 혀 이셔 짓니 한숨이오 디니 눈믈이라

人生(인)은 有限(유) 시도 그지업다

평생에 원하기를 임과 함께 살아가고자 했는데 늙어서

야 무슨일로 외따로 두고 그리워하는가 엊그제 임을

모시고 광한전에 올라 있었는데 그 사이에 어찌하여 이

하계에 내려왔느냐 임을 떠나 올 적에 빗은 머리가 헝

클어진 지삼 년일세 연지와 분이 있지마는 누구를 위

해서 예쁘게 화장할 것인가 마음에 맺힌 시름이 겹겹

이 쌓여 있어서 짓는 것이 한수밍요 떨어뜨리는 것이

눈물이라 인생은 한이 있는데 시름은 끝이 없다

서사 2-임에 대한 그리움

無心(무심) 歲月(셰월)은 믈 흐 고야 炎

凉(염냥)이 아라 가 고텨 오니 듯거니

보거니 늣길일도 하도 할샤

아무 생각이 없는 세월은 물 흐르듯 빨리 지나가는구

나 더위와 추위가 때를 알아서 가자마자 다시 오니 듣

고 보는 가운데서 느낄일이 많기도 많구나

서사 3-세월의 무상함

東風(동풍)이 건듯 부러 積雪(젹셜)을 헤텨내니 窓

(창) 밧긔 심근 梅花(화) 두세 가지 픠여셰라 득 冷淡(담) 暗香(암향)은 므 일고 黃昏

(황혼)의 이 조차 벼 마 빗최니 늣기 반기 님이신가 아니신가

뎌 梅花(화) 것거 내여 님 겨신 보내오져 님

이 너 보고 엇더타 너기실고

봄바람이 문득 불어서 쌓인 눈을 헤쳐내니 창밖에 심은

매화가 두세 가지 피었구나 가뜩이나 쌀쌀하고 담담한

데 그윽하게 풍기는 향기는 또 무슨 일인가 황혼에 달

이 따라와 배갯머리에 비치니흐느껴 우는 듯 반기는

듯하니 임이신가 아니신가 저 매화를 꺾어 내어 임 계

신 곳에 보내고 싶다 그러면 임이 너 (매화)를 보고

어떻다고 생각하실까

본사 1-춘원(春怨)

디고 새 닙 나니 綠陰(녹음)이 렷 羅幃

(나위) 寂寞(젹막)고 繡幕(슈막)이 뷔여 잇다 芙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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蓉(부용)을 거더 노코 孔雀(공쟉)을 둘러 두니 득 시 한 날은 엇디 기돗던고鴛鴦錦(원앙금)

버혀 노코 五色線(오션) 플텨 내여 금자 견화

이셔 님의 옷 지어 내니 手品(슈품)은니와 制度

(졔도)도 시고 珊瑚樹(산호슈) 지게 우 白玉函(옥함)의 다마 두고 님의게 보내오려 님 겨신

라보니 山(산)인가 구롬인가 머흐도 머흘시

고 千里 萬里(쳔리 만리)길흘 뉘라셔 자갈고니

거든 여러 두고 날인가 반기실가

꽃이 지고 새 잎이 피어나니 녹음이 우거졌는데 비단

포장이 적막하고 수놓은 장막이 텅 비어 쓸쓸하다 연

꽃을 수놓은 비단 휘장을 걷어 놓고 공작을 수놓은 병

풍을 둘러 치니 가뜩이나 시름이 많은데 날은 어찌 그

리 길던가 원앙새 수놓은 비단을 베어 놓고 오색실을

풀어 내어 좋은 자로 재어서 임의 옷을 지어내니 솜씨

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격식도 갖추었구나 백옥으로

만든 함에 담아 산호로 만든 지게 위에 얹어 놓고 임에

게 보내려고 임 계신 곳을 바라보니 산인지 구름인지

험하기도 험하구나 천만 리나 되는 먼 길을 누가 찾아

갈 것인가 가면은 함을 열어 놓고 나를 본것처럼 반가

워하실까

본사2-하원(夏怨)

밤 서리김의 기겍러기 우러 녤 제 危樓(위루)

에 혼자 올라 水晶簾(슈졍념) 거든말이 東山(산)의

이 나고 北極(븍극)의 별이 뵈니 님이신가 반기

니 눈믈이 절로 난다 淸光(쳥광)을 쥐여 내여 鳳

凰樓(봉황누)의 븟티고져 樓(누) 우 거러 두고

八荒(팔황)의 다 비최여 深山窮谷(심산궁곡) 졈낫

티 그쇼셔

하룻밤 서리가 내린 무렵에 기러기가 울며 지나갈 때

높은 누각에 혼자 올라가 수정으로 만든 밭을 걷으니

동산에 달이 떠오르고 북극성이 보이므로 임이신가 하

여 반가워하니 눈물이 절로 난다 밝은 달을 잡아 내어

임 계신 곳에 보내고 싶구나 임께서 그 달을 누각 위

에 걸어 노고 온 세상을 다 비추어 깊은 산 골짜기 까

지도 대낮같이 밝게 하소서(밝은 정치를 베푸소서)

본사 3-추원(秋怨)

乾坤(건곤)이 閉塞(폐)야 白雪(셜)이 빗친

제 사은니와 새도 긋쳐 잇다 瀟湘南畔(쇼

샹남반)도 치오미 이러커든 玉樓高處(옥누고쳐)야

더욱 닐러 므리陽春(양츈)을 부쳐 내여 님 겨

신 쏘이고져茅簷(모쳠) 비쵠 玉樓(옥누)의

올리고져 紅裳

(홍샹)을 니믜 고 翠袖(슈) 半(반)만 거더

日暮脩竹(일모슈듁)의 혬가림도 하도 할샤 댜 수이 디여 긴 밤을 고초 안자 靑燈

(쳥등) 거른 겻 鈿箜葔(뎐공후)노하 두고 의나

님을 보려 밧고 비겨시니 鴦衾(앙금)도 도

샤 이 밤은 언제 샐고

하늘과 땅이 꽉막힌 것처럼 흰 눈으로 온통 덮여 있으

니 사람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날아디는 새도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다 소상강 남쪽 지방같이 따뜻한 이 곳

도 추위가 이러한데 하물며 임계신 북쪽 지방이야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따뜻한 봄볕을 부쳐 내어 임 계신

곳에 쏘이고 싶다 초가집 처마에 비친 해를 임계신 곳

에 올리고 싶다 붉은 치마를 여미어 입고 푸른 소매를

반쯤 걷어 해질 무렵 대나무에 의지하여 여러 가지 생

각이 많기도 하구나 짧은 겨울해가 이내 넘어가니 긴

밤을 꼿꼿이 앉아서 청사초롱을 걸어 둔 곁에 자개 입

힌 공후를 놓아 두고 꿈에나 임을 만나 보려고 턱을

받치고 기대어 있으니 원앙금침이 차갑기도 하구나 이

밤은 언제 샐것인가

본사 4-동원(冬怨)

도 열두 도 셜흔 날 져근덧 각마

라 이 시 닛쟈 니 의 쳐 이셔 骨髓(골

슈)의 텨시니 扁鵲(편쟉)이 열히 오나 이 병을

엇디리 어와 내 병이야 이 님의 타시로다 하

리 싀어디여 범나븨 되오리라 곳나모 가지마다 간

죡죡 안니다가 향 므든 애로 님의 오 올므

리라 님이야 날인 줄 모셔도 내 님 조려 노

하루도 열두 때 한 달도 서른 날 잠시 라도 생각을

말아 가지고 이 시름을 잊으려 해도 마음 속에 맺혀

있어서 뼛속까지 사무쳤으니 편작 같은 명의가 열명이

온다 한들 이 병을 어찌할 것인가

아아 내 병이여 이 병을 어찌할 것인가

아아 내 병이여 이 임의 탓이로다 차라리 죽엇 호랑

나비가 되리라 꽃나무 가지에 가는 곳마다 앉으며 돌

아다니다가 향기 묻은 날개로 임의 옷에 앉으리라 임

께서 나인 줄을 모르신다 해도 나는 끝까지 임을 따르

려 하노라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31 -

결사 -임을 향한 변함 없는 마음

lt성주본 송강가사gt

작품의 감상

작자가 50세 되던 해에 반대 정파의 탄핵을 받고 전남

창평으로 물러나 우거(寓居)하면서 임금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여인이 사랑하는 사람을 그리는 심정에 의탁하

여 부른 노래이다 이 작품의 제목인 〈사미인곡(思美

人曲)〉은 중국 굴원이 지은 〈이소(離騷)〉의 제 9편

에 나오는 lsquo사미인(思美人)rsquo이라는 편명에서 따온 것으

로 보이며 그 작품 역시 충군(忠君)의 내용을 담고 있

어 내용 또한 그 영향을 받은 것으로 짐작된다

또 임금을 임으로 설정하여 노래한 것은 고려 속요인

〈정과정〉과 맥을 같이하고 있으며 임에 대한 헌신적

사랑의 표현은 〈가시리〉〈동등〉등과 접맥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작품은〈속미인곡〉과 더불어 가사 문학의 극치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일찍이 서포 김만중은 〈사미인

곡〉 〈속미인곡〉 〈관동별곡〉을 가리켜 lsquo좌해진문

장 지차삼편(左海眞文章 只此三篇우리 나라의 참된 문

장은 오직 이 세 편뿐이다)rsquo라고 하였다 이 노래는

서사 본사 결사 세 부분으로 되어 있는데 본사는 다

시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나뉘어 있다

속미인곡(續美人曲)

송강 정 철

뎨 가 뎌 각시 본듯도 뎌이고

天上(텬상) 白玉京(옥경)을 엇디야 離別(니별)고

다 뎌 져믄 날의 눌을 보라 가시고

저기가는 저 젊은 여인 본 듯도 하구나 임금님이 계

시는 서울을 어찌하여 이별하고 해가 다 져서 저무는

날에 누구를 보러 가시는 고

rarr서사1 - 서울을 떠나온 이유(갑녀의 질문)

어와 네여이고 내 셜 드러보오

내 얼굴 이 거동이 님 괴얌즉 냐마

엇딘디 날 보시고 네로다 녀기실나도 님을 미더 군디 전혀 업서

이야 교야 어러이 구돗디

반기시 비치 녜와 엇디 신고

누어 각고 니러 안자 혜어니

내 몸의 지는 죄 뫼티 혀시니

하히라 원망며 사이라 허믈랴

셜워 플텨 혜니 造物(조물)의 타시로다

아아 너로구나 내 사정 이야기를 들어보오

나의 생김새와 행동거지가 임의 사랑을 받을 수 있겠느

냐마는 어쩐지 나를 보시고 (내가 사랑할 사람은 바

로) 너로구나 하며 특별히 사랑하시기에 나도 임을 믿

어 딴 생각이 전혀 없어 응석과 애교를 부리면서 (얼마

나) 어지럽게 굴었던지 (나를) 반가워 하시는 얼굴빛

이 예날과 어찌 다르신가 누워 생각하고 일어나 앚아

헤아리니 내 몸의 지은 죄가 산같이쌓였으니 하늘을 원

망하겠으며 사람을 탓하겠는가 하도 서러워 여러 가지

로 깊이 생각해보니 조물주의 탓이로구나

rarr서사2 - 자책과 체념(을녀의 대답)

글란 각 마오

그렇게는 생각하지 마시오

rarr본사1 - 갑녀의 위로

친 일이 이셔이다

님을 뫼셔 이셔 님의 일을 내 알거니

믈튼 얼굴이 편실적 몃날일고

春寒(츈한) 苦熱(고열)은 엇디야 디내시며

秋日(츄일) 冬天(동텬)은 뉘라셔 뫼셧고

粥早飯(쥭조반) 朝夕(조석)뫼 녜와 티 셰시가

기나긴 밤의 은 엇디 자시고

마음 속에 맺힌 일이 있습니다 예전에 임을 모신적이

있어서 임의 일을 내가 잘 아는데 물과 같이 연약한

체질이 편하실 때가 며칠이나 될꼬 이른 봄의 추위와

한여름의 더위를 어떻게 지내시며 가을과 겨울날은 누

가 모셨는가 죽조반과 아침 저녁 진지는 옛날과 같이

잘 잡수시는가 기나긴 밤에 잠은 어떻게 주무시는가

rarr본사2-임에 대한 염려(을녀의 사설)

님다히 消息(소식)을 아무려나 아쟈니

오도 거의로다 일이나 사 올가

내 둘 업다 어드러로 가쟛 말고

잡거니 밀거니 놉픈 뫼 올라가니

구름은 니와 안개 므일고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32 -

山川(산쳔)이 어둡거니 日月(일월)을 엇디보며

咫尺(지척)을 모거든 千里(쳔리) 라보랴

리 믈의 가 길히나 보랴니

람이야 믈결이야 어둥졍 된뎌이고

샤공은 어 가고 븬 만 걸렷고

江天(간텬)의 혼자 셔셔 디 구버보니

님 다히 消息(소식)이 더옥 아득뎌이고

임이 계시는 곳의 소식을 어떻게든지 알려고 하니 오늘

도 거의 지나갔구나 내일이나 임의 소식을 전해줄 사

람이 올까 내 마음을 둘 곳이 없다 어디로 가자는 말

인가 (나무같은 것을) 잡기도 하고 밀기도 하면서 높

은 산에 올라가니 구름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안개는

또 무슨 일로 저렇게 기어 있는가 산천이 어두운데 해

와 달을 어떻게 보겠으며 지척을 모르겠는데 천 리나

되는 먼 곳을 (어떻게) 바라몰 수 있으랴 차라리 물가

에 서서 뱃길이나 보려고 하니 바람과 물결이 어수선하

게 되었구나 사공은 어디가고 빈 배만 걸려있는가 강

변에 홀로서서 지는 해를 굽어보니 임계신 곳의 소식이

더욱 아득하구나

rarr본사3-임의 소식을 애타게 기다림(을녀의 사설)

茅簷(모쳠) 자리의 밤듕만 도라오니

半壁(반벽) 靑燈(청등)은 눌 위야 갓고

오며 리며 헷드며 바자니니

져근덧 력진力盡(녁진)야 픗을 잠간 드니

精誠(정셩)이 지극야 의 님을 보니

玉(옥)튼 얼굴이 半(반)이나마 늘거셰라

의 머근 말 슬장 쟈니

눈믈이 바라나니 말인들 어이며

情(정)을 못다야 목이조차 몌여니

오뎐된 鷄聲(계셩)의 은 엇디 돗던고

초가집 차가운 잠자리에 한밤중이 돌아오니 벽에 걸려

있는 등불은 누구를 위하여 밝아 있는가 산을 올라가

기도 하고 내려가기도 하면서 헤메며 오락가락 돌아다

니다가 잠깐 사이에 힘이 다하여 풋잠이 잠깐 들었는

데 정성이 지극하여 꿈속에서 임을 보니 옥과 같이 곱

던 임의 얼굴이 반넘게 늙었구나 마음 속에 품은 생각

을 실컷 아뢰려고 하였더니 눈물이 잇달아 쏟아지니

말인들 어찌하며 정회도 다 못풀어 목마저 메어오니

방정맞은 닭울음소리에 잠은 어찌 깨었던가

rarr본사4-독수공방의 한과 꿈에서 만난 임

(을녀의 사설)

어와 虛事(허)로다 이 님이 어 간고

결의 니러 안자 窓(창)을 열고 라보니

어엿븐 그림재 날 조 이로다

리 싀여디어 落月(낙월)이나 되야이셔

님 겨신 窓(창) 안 번드시 비최리라

아아 헛된 일이로다 내 임이 어디 갔는고 꿈결에 일

어나 앉아 창을 열고 바라보니 불쌍한 그림자만이 나

를 따라올 뿐이로다 차라리 죽어서 지는 달이나 되어

임 계신 창 안에 환하게 비치리라

rarr결사-죽어서라도 임을 따르겠다는 다짐

(을녀의 사설)

각시님 이야니와 구 비나 되쇼셔

각시님 달은커녕 궂은 비나 되십시오

rarr결사-갑녀의 위로

〈해설〉

사미인곡의 속편으로 지은이가 동인(東人)으로 탄핵을

받고 고향인 전라남도 창평에 낙향해 있을 때에 임금

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두 여인의 대화 형식을 빌려 노

래한 작품이다 이 작품의 현대어 해석에 나와 있는 lsquo갑

녀(甲女)rsquo와 lsquo을녀(乙女)rsquo는 편의상 붙인 이름으로 갑녀

는 보조적 위치에 있는 화자이며 을녀가 지은이를 대

변하는 주된 화자이다 〈사미인곡〉과 더불어 가사 문

학의 최고봉이라 일컬어지는데 특히 순수한 우리말의

구사가 절묘하며 대화 형식으로 구성하여 표현에 참신

성을 더한 것은 lsquo금상첨화(錦上添花)rsquo라 할 수 있을 것

이다

홍만종은 〈순오지(旬五志)〉에서 이 작품을 제갈공명

의 〈출사표(出師表)〉에 비견할 만하다고 극찬하였으

며 서포 김만중은 〈서포만필(西浦漫筆)〉에서 ldquo예로부

터 우리 나라의 참된 문장은 오직 이 세 편(사미인곡

속미인곡 관동별곡)뿐이데다시 이 세편에 대하여 논할

것 같으면 그 중에서 속미인곡이 더욱 뛰어나다 관동

별곡과 사미인곡은 오히려 한자음을 빌려서 그 가사 내

용을 꾸민 데 지나지 않는다rdquo라고 하였다

규원가(閨怨歌)

허난설헌

엇그제 저멋더니 마 어이 다 늘거니

少年行樂(소년 행락) 생각니 일러도 속절업다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33 -

늘거야 서른 말 자니 목이 멘다

엊그제 젊었었는데 어찌 벌써 다 늙어버렸는가 어린

시절에 즐겁게 지내던 일을 생각하니 말해 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 이렇게 늙은 뒤에 서러운 얘기를 하자니

목이 멘다

rarr기1-늙음의 한탄

父生母育(부생 모육) 辛苦(신고)야 이 내 몸 길러 낼

公侯配匹(공후 배필) 못 바라도 君子好逑(군자 호구) 願

(원)더니

三生(삼생)의 怨業(원업)이오 月下(월하)의 緣分(연분)으

長安遊俠(장안 유협) 輕薄子(경박자)를 치 만나 잇

서 當時(당시)의 용심(用心)기 살어름 디듸는 부모님이 나를 낳아서 고생하여 길러낼 때 높은 벼슬아

치의 배필을 바라지는 못했어도 훌륭한 남자의 좋은

짝이 되기를 원했더니 삼생의 원망스러운 업보요 월

하 빙인이 정해 준 연분으로 놀기 좋아하고 경박한 사

람을 꿈같이 만나 가지고 시집 간 뒤 조심하면서 마음

졸이기를 꼭 살얼음 디디듯하였다

rarr기2-젊은 시절의 회상

三五二八(삼오 이팔) 겨오 지나 天然麗質(천연 여질)절

로 이니

이 얼골 이 態度(태도)로 百年期約(백년 기약) 얏더니

年光(연광)이 훌훌고 造物(조물)이 多時(다시)야

봄바람 가을 믈이 뵈오리 북 지나듯

雪鬂花顔(설빈 화안) 어 가고 面目可憎(면목 가증) 되

거고나

내 올골 내 보거니 어느 님이 날 괼소냐

스스로 慙愧(참괴)니 누구를 怨望(원망)리

십오륙 세가 겨우 지나 타고난 아름다운 모습이 절로

나타나니 이 얼굴 이 태도로 (남편과)평생을 약속하였

더니 세월이 빨리 지나가고 조물주가 시기가 많아서

세월의 빠르기가 베 짤 때 북이 지나가는 듯 젊고 아

름다운 얼굴은 어디로 가고 추한 모습이 되었구나 내

얼굴을 내가 보아 알거니와 어느 임이 나를 사랑하겠는

가 스스로 생각해도 부끄러운데 누구를 원망하리

rarr기3-세월의 무상함과 늙음의 한탄

三三五五(삼삼 오오) 冶遊園(야유원)의 새 사람이 나단

말가

곳 피고 날 저물 제 定處(정처) 업시 나가 잇어

백마(白馬) 금편(金鞭)으로 어어 머므는고

원근(遠近)을 모르거니 消息(소식)이야 더욱 알랴

因緣(인연)을 긋쳐신들 각이야 업슬소냐

얼골을 못 보거든 그립기나 마르려믄

열두 김도 길샤 설흔 날 至理(지리)다

玉窓(옥창)에 심 梅花(매화) 몃 번이나 픠여진고

겨을 밤 차고 찬 제 자최눈 섯거 치고

여름날 길고 길 제 구 비 므스 일고

三春花柳(삼춘 화류) 好時節(호시절)의 景物(경물)이 시

름업다

가을 방에 들고 蟋蟀(실솔)이 床(상)에 울 제

긴 한 숨 디 눈물 속절업시 헴만 만타

아마도 모진 목숨 죽기도 어려울사

몇 명씩 떼지어 다니는 술집에 새 기생이 나타났다는

말인가 꽃 피고 날 저물 때 일정한 거처도 없이 나가

서 호사로운 차림새로 어디어디 가서 머므는가 바깥출

입이 없어 원근 지리를 모르는데 임의 소식이야 더구나

알 수 있으랴 인연을 끊었다고 하지만 임에 대한 생각

이야 어찌 없겠는가 만나지 못할 임이라면 그립지나

말일이지 하루도 열두때 길기도 하구나 한 달이 지루

하다 옥창에 심은 매화가 몇 번이나 피었다가 졌는고

겨울 밤 차고 찬 때에 눈보라가 섞어 치고 여름날 길고

긴 때에 궂은비는 또 무슨 일인가 꽃 피고 새 잎이 돋

는 좋은 계절 봄에도 보이는 경치가 시름이 없다 가을

달이 방에 비치고 귀뚜라미가 침상에서 울 때 긴 한숨

떨어지는 눈물에 헛되이 생각하는 것만 많다 아마도

모진 목숨 죽기도 어렵구나

rarr승-방탕한 남편에 대한 원망과 독수공방의 한

도로혀 풀쳐 혜니 이리 여 어이 리

靑燈(청등)을 돌라 노코 綠綺琴(녹기금) 빗기 안아

碧蓮花(벽련화) 한 곡조를 시름 조 섯거 타니

瀟相夜雨(소상야우)의 댓소리 섯도 華表(화표) 千年(천 년)의 別鶴(별학)이 우니 玉手(옥수)의 타는 手段(수단) 녯 소 잇다마芙蓉帳(부용장) 寂寞(적막)니 뉘 귀에 들리소니

肝腸(간장)이 九曲(구곡)되야 구븨구븨 쳐서라

돌이켜 여러 모로 생각해 보니 이렇게 살아서 어찌하겠

는가 등불을 돌려 놓고 녹기금을 비스듬히 안아 벽련

화 한 곡조를 시름까지 섞어 타니 소상강의 밤비에 대

나무 잎 소리가 섞여 들리는 듯 천년만에 돌아온 학이

화표주에 앉아 우니는 듯섬섬옥수로 타는 솜씨가 옛

소리를 간직하고 있다마는 부용장 안에 임이 없으니 누

구 귀에 들리겠는가 구곡간장이 굽이굽이 끊어지는 것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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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구나

rarr전-거문고로 시름을 달램

하리 잠을 드러 의나 보려 니

바람의 디 닙과 풀 속에 우는 즘생

므스 일 원수로서 잠조차 오다

천상(天上)의 牽牛織女(견우 직녀) 銀河水(은하수) 박혀

서도

七月七夕(칠월 칠석)一年一度(일년 일도)失期(실기)치

아니거든

우리 님 가신 후는 무슨 弱水(약수) 가렷관듸

오거나 가거나 소식(消息)조차 쳣는고

欄干(난간)의 비겨 셔서 님 가신 바라보니

초로(草露) 맷쳐 잇고 暮雲(모운)이 디나갈 제

竹林(죽림) 푸른 고 새 소리 더욱 설다

세상의 서룬 사람 수업다 려니와

薄命(박명) 紅顔(홍안)이야 날 가니 이실가

아마도 이 님의 지위로 살동말동 여라

차라리 잠이 들어 꿈에서나 임을 보려하니 바람에 지는

나뭇잎과 풀 속에서 우는 벌레가 나와 무슨 원수가 졌

길래 잠조차 깨우는가 하늘의 견우 직녀는 은하수가

막고 있어도 일 년에 한 번 칠월 칠석날에는 기약을 어

기지 않고 만나는데 우리 임이 가신 후에는 무슨 약수

가 가로막고 있길래 오고 가는 소식조차 끊어졌는고

난간에 기대어 서서 임 계신 곳을 바라보니 풀잎에 이

슬은 맺혀있고 저녁 구름이 지나갈 때 대나무 숲 푸른

곳에 새 소리가 더욱 섧다 세상에 서러운 사람이 수없

이 많다고 하지만 기구한 팔자를 타고난 사람이야 나

같은 이가 또 있을까 아마도 임 때문에 살 듯 말 듯하

구나

rarr결-애타게 임을 기다리는 마음

〈감상〉

조선 시대 봉건 사회 제도 아래서 오직 인종(忍從)만을

미덕으로 알고 살아야 했던 부녀자의 한(恨)을 노래한

작품으로 일명 원부사(怨夫詞) 또는 원부사(怨夫辭)라

고도 한다 좋은 배필을 원했지만 뜻밖에도 경박스럽고

방탕한 남편을 만나 평생을 피맺힌 한(恨)과 그리움 속

에 보내야 하는 한 여인의 애달픈 사연을 통해 남성

위주의 사회가 가져오는 병폐를 실감 있게 형상화한 작

품이라 할 수 있다

Page 12: 구지가(龜 歌) - middle.gongbuwarac.commiddle.gongbuwarac.com/Common/Popup/FileDownloadAs.aspx?FileName=/ite… · 미륵(彌勒) 좌주(座主) 뫼셔롸. 미륵 좌주를 모셔라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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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려 속요 】

청산별곡

살겠노라 살겠노라 청산에 살겠노라

머루와 다래를 먹고 청산에 살겠노라

우는구나 우는구나 새여 자고 일어나 우는구나 새여

너보다 시름 많은 나도 자고 일어나 울고 있노라

가는 새 가는 새 본다 물 아래로 날아가는 새 본다

이끼 묻은 쟁기(농기구)를 가지고 물아래로 날아가는

새 본다

이럭저럭 하여 낮은 재내 왔건만

올 사람도 갈 사람도 없는 밤은 또 어찌할 것인가

어디다 던지는 돌인가 누구를 맞히려는 돌인가

미워할 이도 사랑할 이도 없이 사랑할 이도 없이 맞아

서 울고 있노라

살겠노라 살겠노라 바다에 살겠노라

나문재 굴 조개를 먹고 바다에 살겠노라

가다가 가다가 듣노라 외딴 부엌을 지나가다가 듣노라

사슴이 장대에 올라가서 해금(奚琴)을 켜는 것을 듣노

가더니 불룩한 술독에 진한 술을 빚는구나

조롱박꽃 모양의 누룩(냄새)이 매워 (나를) 붙잡으니 나

는 어찌하리오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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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소재 이미지 내용

1 청산 사람의 현장과의 대칭으로서의 자연 자연에서 살 수밖에 없음

2 새 함께 비탄하는 유일한 벗 새와 함께 비탄함

3 새 자신의 분신 속세에의 미련 속세에의 미련으로 번민함

4 밤 절망적인 고독 고독으로 인하여 괴로워함

5 돌 운명 고독을 운명으로 생각함

6 바다 삶의 현장의 또 다른 대칭으로서의 자연 새로운 환경을 찾아 감

7 사슴 비애(悲哀)의 감정을 이완시킴 기적을 바라는 희망

8 강술 비애의 초극을 가능케 하는 매개체 술에서 구원을 찾음

형식 전 8연의 분장체 매 연 4구운율 3middot3middot2조 3음보어조 시름과 근심에 젖은 애조 띤 목소리성격 현실 도피적 애상적 평민 문학(해석에 따라서는 낙천적으로 보는 이도 있음)주제 현실에의 체념 생의 고독과 비애 삶의 고뇌와 비애 실연의 애상(哀傷) 삶의 터전을 잃은 유랑인의 슬픔 임을 잃은 여인의 처절한 삶과 임을 향한 그리움의의 고려 속요 중 서경별곡과 함께 비유성과 창작성이 뛰어나며 문학성 또한 빼어나다 고려인들의 삶의 애환을 반영한 작품으로서 고려인의 정서가 잘 나타나 있고 음악적 효과가 가장 뛰어난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다 사상적인 면에서는 극단적인 현실 도피 내지는 현실 부정의 면모를 보이고 있다표현 반복법 상징법구성 기(1연) - 승(234연) - 전(567연) - 결(8연)의 4단 구성

+각 연의 소재 이미지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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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별곡

서경(평양)이 서경이 서울이지마는

중수(重修)한 곳인(새로 닦은 곳) 소성경(서경)을

사랑합니다마는

임을 이별할 것이라면 차라리 길쌈하던 베를 버

리고서라도

사랑만 해주신다면 울면서 따라가겠습니다

구슬이 바위 위에 떨어진들

끈이야 끊어지겠습니까

(임과 헤어져) 천 년을 홀로 살아간들

사랑하는 임을 믿는 마음이야 끊기고 변할 리가

있겠습니까

대동강이 대동강이 넓은 줄을 몰라서

배를 내어 놓았느냐 사공아

네 아내가 놀아난 줄도 모르고

다니는 배에 몸을 실었느냐 사공아

대동강 건너편 꽃을

배를 타고 건너편에 들어가면 배를 타고 건너편

에 들어가면 꺾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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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별곡 가시리

차이점 적극적이고 활달한 고려 시대의 여성상인고와 순정을 미덕으로 간직하는

여성상

공통점 이별의 정한을 노래한 고려 가요이며 화자의 목소리가 여성적임

갈래 고려 가요

성격 진솔(眞率) 직선적 적극적

형식 3음보로 매연 끝에 후렴 분연체 3연 14절 (3middot3middot3조가 주류)

제재 임과의 이별

주제 이별의 정한 이별의 슬픔

표현 반복법 설의법 비유법을 통해 감정을 진솔하고 직설적 적극적으로 표현함

구성 여자가 떠나는 남자에게 말을 건네는 희곡적 구조로 전 3연으로 구성되어 있고 매 연은 4구로

되어 있으며 총 14연

특징 아즐가라는 의미 없는 말을 넣고 매구 끝에는 후렴구가 있음 조선시대에 남녀상열지사(男女相

悅之詞)라 비판받기도 했는데 그 이유는 배 타들면 것고리이다는 여인의 정조를 범한다는 의미로 유

교사회에서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 서경별곡과 가시리의 비교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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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가 징이여 돌이여 지금에 계시옵니다

징이여 돌이여 지금에 계시옵니다

이 좋은 성대에 놀고 싶사옵니다

사각사각 가는 모래 벼랑에

사각사각 가는 모래 벼랑에

구운 밤 닷 되를 심으오이다

그 밤이 움이 돋아 싹이 나야만

그 밤이 움이 돋아 싹이 나야만

유덕하신 님 여의고 싶습니다

옥으로 연꽃을 새기옵니다

옥으로 연꽃을 새기옵니다

바위 위에 접을 붙이옵니다

그 꽃이 세 묶음 피어야만

그 꽃이 세 묶음 피어야만

유덕하신 님 여의고 싶습니다

무쇠로 철릭을 마름질해

무쇠로 철릭을 마름질해

철사로 주름 박습니다

그 옷이 다 헐어야만

그 옷이 다 헐어야만

유덕하신 님 여의고 싶습니다

무쇠로 황소를 만들어다가

무쇠로 황소를 만들어다가

쇠나무산에 놓습니다

그 소가 쇠풀을 먹어야

그 소가 쇠풀을 먹어야

유덕하신 님 여의고 싶습니다

구슬이 바위에 떨어진들

구슬이 바위에 떨어진들

끈이야 끊어지겠습니까

천 년을 외따로이 살아간들

천 년을 외따로이 살아간들

믿음이야 끊어지겠습니까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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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래 고려 가요 고려 속요 장가(長歌) 전 6연 1연은 3구 2-6연은 6구 3음보

형식 전 6연의 분연체 1연은 3구 2~6연은 6구 3음보 3 3 4조

성격 서정적 민요적

구성 서사 - 본사 - 결사의 3단 구성

1연 기 태평성대를 갈구함

2연 -5연 서 불가능한 상황 설정으로 영원한 사랑을 갈구함

6연 결 임에 대한 끊임없는 사랑과 믿음

표현 반복법(운율을 형성하며 주제를 부각시키기 위해 사용)과장법 역설법 반어법을 사용하여 불가

능한 것을 가능으로 설정해 놓고 영원한 사랑을 역설적으로 노래했고 한 연에 똑같이 되풀이 되는 2구

가 있어 감정을 강조하고 있으며 소망형인 어미로 끝내면서 화자의 간절한 소망을 느끼게 하고 있다

제재 임에 대한 사랑

주제 임에 대한 영원한 사랑 임에의 영원한 연모의 정 태평 성대(太平聖代)의 기원)

의의 대부분의 고려 가요가 이별이나 애원 또는 향락의 정서를 읊고 있는 데 반해 영원한 사랑을 주

제로 하고 있는 것이 특색이다 불가능한 상황 설정을 통해 사랑의 절실함을 표현하고 있다

가시리

가시겠습니까 가시겠습니까

나를 버리고 가시겠습니까

나는 어찌 살라 하고 버리고 가시렵니까

붙잡아 둘 일이지마는 서운하면 아니 올까 두렵습니다

서러운 임을 보내옵나니

가자마자 곧 가시는 것처럼 돌아서서 오십시오

갈래 고려 속요 lsquo귀호곡(歸乎曲)rsquo 이라고도 함

형식 분절체 4연 각 2구의 분연체(分聯體)

성격 서정적 민요적

운율 외재율 3middot3middot2조 3음보

구성 4단 구성 기middot승middot전middot결

제재 임과의 이별

주제 이별의 정한(情恨)과 애이불비(哀而不悲)의 사랑

기 뜻밖의 이별에 대한 놀라움과 원망에 찬 하소연

승 하소연의 고조 또는 슬픔의 고조

전 감정의 절제와 체념

결 이별 후의 소망과 기원(주제연)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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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동

덕은 뒤에 바치옵고 복은 앞에 바치오니

덕이며 복이라 하는 것을 진상하러 오십시오

정월 냇물은 아아 얼려 녹으려 하는데

세상에 태어나서 이 몸이여 홀로 살아가는구나

2월 보름에 아아높이 켜놓은 등불 같구나

만인을 비추실 모습이시도다

3월 지나며 핀 아아 늦봄의 진달래꽃이여

남이 부러워할 모습을 지니고 태어났구나

4월을 잊지 않고 아아 오는구나 꾀꼬리새여

무엇 때문에 녹사님은 옛날을 잊고계시는가

5월 5일(단오)에 아아 단옷날 아침 약은

천 년을 사실 약이기에 바치옵니다

6월 보름(유두일)에 아아 벼랑에 버린 빗같구나

돌아보실 임을 잠시나마 따르겠나이다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19 -

7월 보름에 아아 여러 가지 제물을 벌여 놓고

임과 함께 살고자 소원을 비옵니다

8월 보름은 아아 한가윗날이지마는

임을 모시고 지내야만 오늘이 뜻 있는 한가윗날

입니다

9월 9일에 아아 약이라고 먹는

노란 국화꽃이 집 안에 피니 초가집이 고요하구

10월에 아아 잘게 썰은 보리수나무 같구나

꺾어 버리신 후에 지니실 한 분이 없으시도다

11월에 봉당 자리에 아아 홑적삼을 덮고 누워

임을 그리며 살아가는 나는 너무나 슬프구나

12월에 분지나무로 깎은 아아 소반 위의 젓가락

같구나

임의 앞에 들어 가지런히 놓으니 손님이 가져다

가 뭅니다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20 -

만전춘

얼음 위에 댓닢 자리를 보아

임과 나와 얼어죽을망정

얼음 위에 댓닢 자리를 보아

임과 나와 얼어죽을망정

정을 준 오늘 밤 더디 새어라 더디 새어라

잊히지 않고 늘 염려스러운 외로운 베갯머리에

어찌 잠이 오리오

서쪽 창문을 여니 복숭아꽃이 피어나는구나

복숭아꽃이 걱정 없이 봄바람에 웃는구나 봄바람

에 웃는구나

넋이라도 임과 한 곳에

함께 지내는 모습 그리더니

넋이라도 임과 한 곳에

함께 지내는 모습 그리더니

우기던 사람이 누구였습니까 누구였습니까

오리야 오리야

어린 비오리야

여울일랑 어디 두고

소에 자러 오는가

소 곧 얼면

여울도 좋습니다 여울도 좋습니다

남산에 자리 보아

옥산을 베고 누워

금수산 이불 안에

사향 각시를 안고 누워

남산에 자리 보아

옥산을 베고 누워

금수산 이불 안에

사향 각시를 안고 누워

약 든 가슴을 맞춥시다 맞춥시다

알아주소서 임이시여 영원히 이별할 줄 모르고

지냅시다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21 -

갈래 고려 속요성격 연가 남녀상열지사 향락적 퇴폐적형식 5연으로 이루어진 분연체로 결사를 포함하여 전 6연으로 보기도 함제재 남녀간의 사랑 또는 애정특징 남녀간의 애정을 가식 없이 진솔하고도 적나라 하게 표현했고 비유와 상징 반어와 역설 감각적인 언어로 감정의 표현이 진솔하여 문학성이 높은 편주제 변치 않는 사랑에 대한 소망 임과의 영원한 사랑 기원(임과의 사랑을 직설적으로 드러냄)의의 2연과 5연이 시조 형태에 근접하고 있어 시조의 기원을 찾는 자료로서 주목받음

1연 죽음보다 강한 사랑의 정열2연 임 생각에 밤을 지새우는 애처로움3연 사랑을 배신한 임에 대한 원망4연 무절제한 사랑을 하는 임에 대한 풍자5연 임에 대한 욕망과 상상6연 임과의 이별 없는 영원한 만남을 염원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22 -

【 가사

(

歌辭

)

상춘곡(賞春曲)

정 극 인

紅塵(홍진)에 뭇친 분네 이내 生涯(생애) 엇

더고

風流(풍류)

가天地間(천지간) 男子(남자) 몸이 날만 이

하건마

山林(산림)에 뭇쳐 이셔 至樂(지

락)을

것가

數間茅屋(수간모옥)을 碧溪水(벽계수)

앒픠

고 松竹(송죽) 鬱鬱裏(울울리)예 風月主人(풍

월 주인) 되어셔라

속세에 묻혀 사는 분들이여 이 나의 생활이 어떠한가

옛 사람들의 운치 있는 생활을 내가 따를까 못따를까

천지간 남자로 태어난 몸으로서 나만한 사람이 많건마

는 왜 그들은 자연에 묻혀사는 지극한 즐거움을 모르는

것인가

몇 간쯤 되는 초가집을 맑은 시냇물 앞에 지어 놓고소

나무와 대나무가 우거진 속에 자연의 주인이 되었구나

서사-자연에 묻혀 사는 즐거움

엇그제 겨을 지나 새봄이

돌아오니桃花杏花(도화행화)

夕陽裏(석양

리)예 퓌여 잇고綠楊芳草(녹양방초)

細(우

중)에 프르도다칼로

아 낸가붓으로 그려낸

가造化神功(조화신공)이 物物(물물)마다 헌

엊그제 겨울이 지나 새봄이 돌아오니 복숭아꽃과 살구

꽃은 저녁 햇빛 속에 피어 있고 푸른 버들과 아름다운

풀은 가랑비 속에 푸르도다 칼로 재단해 내었는가 붓

으로 그려 내었는가 조물주의 신비스러운 솜씨가 사물

마다 야단스럽구나

본사 1-봄의 아름다운 경치

수풀에 우

春氣(춘기)

내 계

워 소

마다 嬌態(교태)로다 物我一體

(물아일체)어니 興(흥)이

소냐 柴扉(시

비)예 거러 보고 亭子(정자)애 안자 보니 逍

遙吟詠(소요 음영)

야 山日(산일)이 寂寂(적

적)

閑中眞味(한중진미)

알 니 업시 호

재로다

수풀에 우는 새는 봄 기운을 끝내 못 이겨 소리마다 아

양을 떠는 모습이로다

자연과 내가 한 몸이거니 흥겨움이야 다르겠는가 사립

문 주변을 걷기도 하고 정자에 앉아 보기도 하니 천천

히 거닐며 나직이 시를 읊조려 산 속의 하루가 적적한

데 한가로움 속의 참된 즐거움을 아는 사람이 없이 혼

자로구나

본사 2-봄의흥취

이바 니웃드라山水(산수) 구경 가쟈스라 踏靑

(답청)으란 오

고 浴沂(욕기)란 來日(내

일)

새 아

에 採山(채산)

고 나조

釣水

(조수)

여보게 이웃 사람들이여 산수 구경을 가자꾸나 산책

은 오늘하고 냇물에서 목욕하는 것은 내일 하세 아침

에 산나물을 캐고 저녁에 낚시질을 하세

본사 3-산수 구경 권유

괴어 닉은 술을 葛巾(갈건)으

로 밧타 노코 곳나모 가지 것거 수 노코 먹

으리라 和風(화풍)이 건

부러 綠水(녹수)

건너오니 淸香(청향)은 잔에 지고 落紅(낙

홍)은 옷새 진다 樽中(준중)이 뷔엿거

려 알외어라 小童(소동) 아

려 酒家(주가)

에 술을 믈어얼운은 막대 집고아

술을 메고

微吟緩步(미음 완보)

야 시냇

의 호자 안자

明沙(명사) 조 믈에 잔 시어 부어 들고 淸流(청

류)

굽어보니

니 桃花(도화)ㅣ로다 武陵

(무릉)이 갓갑도다 져

거인고

이제 막 익은 술을 갈건으로 거러 놓고 꽃나무 가지를

꺾어 잔 수를 세면서 먹으리라 화창한 바람이 문득 불

어서 푸른 시냇물을 건너오니 맑은 향기는 술잔에 가

득하고 붉은 꽃잎은 옷에 떨어진다 술동이 안이 비었

으면 나더러 아뢰어라 조그만 아이를 시켜 술집에서

술을 사 가지고 어른은 지팡이를 짚고 아이는 술을 메

고 나직이 읊조리며 천천히 걸어 시냇가에 혼자 앉아

고운 모래가 비치는 맑은 물에 잔 씻어 술을 부어 들

고 맑은 시냇물을 굽어보니 떠내려오는 것이 복숭아꽃

이로다 무릉도원이 가까이 있구나 저 들이 바로 그것

인가

본사 4-술과 풍류

松間(송간) 細路(세로)에 杜鵑花(두견화)

부치 들

고峰頭(봉두)에 급피 올나 구름 소긔

안자 보니 千村萬落(천촌만락)이 곳곳이 버러 잇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23 -

煙霞日輝(연하일휘)

錦繡(금수)

엇그제 검은 들이 봄빗도 有餘(유여)

소나무 사이 좁은 길로 진달래꽃을 손에 들고

산봉우리에 급히 올라 구름 속에 앉아보니 수많은 촌

락들이 곳곳에 벌여 있네 안개와 놀과 빛나는 햇살은

아름다운 비단을 펼쳐 놓은 듯 엊그제까지도 거뭇거뭇

했던 들판이 이제 봄빛이 넘치는구나

본사 5-산봉우리에서의 조망

功名(공명)도 날

우고富貴(부귀)도 날

우니淸

風明月이(청풍명월) 外(외)예 엇던 벗이 잇

올고

簞瓢陋巷(단표누항)에 흣튼 혜음 아니

아모

타 百年行樂(백년행락)이 이만

엇지

공명과 부귀가 모두 나를 꺼리니 아름다운 자연 외에

어떤 벗이 있으리오 비록 가난하게 살고 있지만 잡스

러운 생각은 아니하네 아무튼 한평생 즐겁게 지내는

것이 이만하면 족하지 않겠는가

결사-안빈 낙도

면앙정가(俛仰亭歌)

송 순

无等山(무등산) 활기 뫼히 동다히로

버더 이셔 霽月峯(제월봉)이 되여거

無邊大野(무변대야)의 므

짐쟉

노라

닐곱 구

움쳐 무득무득 버럿

가온대 구

굼긔든 늘근 뇽이 선

머리

언쳐시니

무등산 한 줄기 산이 동쪽으로 뻗어 있어 멀리 떼

어 버리고 나와 제월봉이 되었거늘 끝없이 넓은

들판에 무슨 속셈을 가지고 일곱 구비가 한 곳에

움추리어 무더기 무더기 벌여 놓은 듯 가운데 구

비는 구멍에 든 늙은 용이 풋잠을 이제 막 깨어

머리를 얹어 놓고 있는 것 같으니

rarr서사 1 - 제월봉의 위치와 형세

바희 우

松竹(송죽)을 혜혀고

정자

언쳐시니

구름

靑鶴(청학)이 千里(천 리)를 가리라

래 버렷

넓고 평평한 바위 위에 소나무 대나무를 헤치고

정자를 앉혔으니 구름을 탄 푸른 학이 천 리를

가려고 두 날개를 벌리고 있는 듯하다

rarr서사2 - 면앙정의 모습

玉泉山(옥천산) 龍泉山(용천산)

린 믈이

亭子(정자) 압 너븐 들

兀兀(올올)히 펴진드시

든 기노라 프르거든 희디마나

雙龍(쌍룡)이 뒤트

긴 깁을

어드러로 가노라 므

얏바

즈로 흐르

옥천산용천산 흘러내리는 물이 정자 앞 넓은 들

에 끊임없이 펼쳐진 듯이 넓거든 길지나 말든가

푸르거든 희지나 말지 두 마리 용이 몸을 뒤틀고

있는 듯 긴 비단을 펼쳐 놓은 듯 어디로 가느라

고 무슨 일이 바빠서 달리는 듯 따라가는 듯 밤낮

으로 흘는 듯

rarr본사 1 - 시냇물의 모습

므조친 沙汀(사정)은 눈

치 펴

거든

어즈러온 기러기

므스거슬 어르노라

안즈락

리락 모드락 흣트락

蘆花(노화)를

이 두고 우로곰 좃니

물을 따라 있는 모래밭은 눈같이 하얗게 펼쳐져

있는데 어지럽게 나는 갈매기는 무엇을 어르느라

고 앉기도 하고 내려오기도 하고 모이기도 하고

흩어지기도 하고 갈대꽃을 사이에 두고 울면서 따

라다니는가

rarr본사 2 - 기러기의 교태

너븐 길 밧기오 긴 하

두르고

즌 거슨 뫼힌가 屛風(병풍)인가

그림가 아닌가

노픈

숨거니 뵈거니 가거니 머믈거니

어즈러온 가온

일홈

도 젓티 아녀 옷독이 셧

거시

秋月山(추월산) 머리 짓고 용구산 몽선산 불대산

어등산 용진산 금성산이 허공에 버러거든

遠近(원근) 蒼崖(창애)의 머믄 것도 하도 할샤

넒은 길 밖이요 긴 하늘 아래 두르고 꽂은 것은

산인가 병풍인가 그림인가 아닌가 높은 듯 낮은

듯 끊어지는 듯 이어지는 듯 숨기도 하고 보이기

도 하고 가기도 하고 머물기도 하고 어지러운 가

운데 유명한 척하여 하늘도 두려워 하지 않고 우

뚝하게 서있는 것이 추월산으로 머리를 만들고

용구산 몽선산 불대산 어등산 용진산 금성산이 공

중에 늘어서 있으니 멀고 가까운 푸른 절벽에 머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24 -

문 것도 많기도 하구나

rarr본사 3 - 산봉우리의 승경

흰구름 부흰 煙霞(연하) 프로니

山嵐(산람)이라

千巖萬壑(천암만학)을 제 집으로 삼아두고

나명셩 들명셩 일

ㅣ도 구

지고

오르거니

리거니 長空(장공)의

나거니

廣野(광야)로 건너거니

프르락 불그락 여트락 지트락

斜陽(사양)과 섯거디어 細雨(세우)조차

흰구름 뿌연 안개와 노을 푸른 것은 산 아지랑

이로구나 수많은 바위와 골짜기를 제 집으로 삼

고서 나가기도 하고 들어오기도 하면서 아양도 떠

는구나 올라가기도 하고 내려가기도 하고 먼 하

늘로 떠나기도 하고 넓은 들로 건너가기도 하고

푸르기도 하고 붉기도 하고 옅기도 하고 짙기도

하고 석양과 섞이어 가랑비조차 뿌리는구나

rarr본사 4 - 봄 풍경

藍輿(남여)

고 솔아

구븐 길노

오며 가며

적의

綠楊(녹양)의 우

黃鶯(황앵) 嬌態(교태) 겨워

고야

나모 새

지어 綠陰(녹음)이 얼린 적의

百尺欄干(백척난간)의 긴 조으름 내여 펴니

水面凉風(수면양풍)이야 긋칠 줄 모르

뚜껑없는 가마를 재촉하여 타고 소나무 아래 굽은

길로 오며 가며 하는 때에 푸른 버드나무에서

는 꾀꼬리는 온갖 교태를 부리고 있구나 나무 사

이가 우거져서 녹음이 엉긴 때에 긴 난간에 기대

어 길게 기지개를 켜니 물위에서 부는 시원한 바

람이 그칠 줄을 모르는구나

rarr 본사 5 - 여름 풍경

즌서리

딘 후의 산빗치 錦繡(금수)로다

黃雲(황운)은

엇지 萬頃(만경)의 펴겨디오

漁笛(어적)도 흥을 계워

롸 브니

된서리가 걷힌 후에 산 빛이 수놓은 비단 같구나

누렇게 익은 곡식은 또 어찌 넓은 들에 펼쳐져 있

는가 어부가 부는 피리도 흥을 못이겨 달을 따라

불고 있구나

rarr 본사 6 - 가을 풍경

草木(초목) 다 진 후의 江山이

몰커

造物(조물)리 헌

야 氷雪(빙설)로

며내니

瓊宮瑤臺(경궁요대)와 玉海銀山(옥해은산)이

眼底(안저)에 버러셰라

乾坤(건곤)도 가

열사 간 대마다 경이로다

초목이 다 떨어진 후에 강산이 눈 속에 묻혔거늘

조물주가 야단스러워 눈과 얼음으로 꾸며내니 경

궁요대(구슬로 꾸민 궁궐과 대)와 옥해은산(아름

다운 바다와 눈덮인 산) 같은 설경이 눈 아래 펼

쳐졌구나 하늘과 땅도 풍성하구나 가는 곳마다

아름다운 경치로다

rarr 본사7 - 겨울 풍경

人間(인간)을

나와도 내 몸이 겨를 업다

이것도 보려

고 져것도 드르려코

도 혀려

도 마즈려코

밤으란 언제 줍고 고기란 언제 낙고

柴扉(시비)란 뉘 다드며 딘 곳츠란 뉘 쓸려뇨

이 낫브거니 나조

라 슬

소냐

리 不足(부족)커니 來日(내일)이라

有餘(유여)

이 뫼

안자 보고 져 뫼

거러 보니

煩勞(번로)

릴 일이 아조 업다

쉴 사이 업거든 길히나 젼

리야

다만 靑藜杖(청려장)이 다 므듸어 가노

속세를 떠나왔어도 내 몸이 한가하지 않다 이것

도 보려고 하고 저것도 들으려 하고 바람도 쏘이

려 하고 달도 맞으려 하고 밤은 언제 줍고 고기는

언제 낚고 사립문은 누가 닫으며 떨어진 꽃은 누

가 쓸겠느냐 아침에도 아름다운 경치 구경하는

시간이 모자랄 지경인데 저녁이라고 싫겠는가 오

늘의 시간이 부족한데 내일이라고 여유가 있겠는

가 이 산에서 앉아보고 저 산에서 걸어보니 번거

로운 마음이지만 버릴 일이 아주 없다 쉴 사이가

없는데 사람들에게 길이나마 알려줄 수가 있겠는

가 다만 명아주 대로 만든 지팡이가 다 무디어

가는구나

rarr본사 8 - 자연애와 풍류 생활

술이 닉어가니 벗지라 업슬소냐

이며 혀이며 이아며

온가짓 소

로 醉興(취흥)을

야거니

근심이라 이시며 시

이라 브터시랴

누우락 안즈락 구브락 져츠락 울프락

노혜로 놀거니

天地(천지)도 넙고넙고 日月(일월)도 가

羲皇(희황) 모

러니 이적이야 긔로고야

神仙(신선)이 엇더턴지 이몸이야 긔로고야

술이 익어가니 벗이라고 없겠는가 노래를 부르게

하며 악기를 타고 켜게 하며 방울을 흔들며 온갖

소리로 술에 취한 흥을 재촉하니 근심이라 있겠으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25 -

며 시름이라고 붙어 있으랴 눕기도 하고 앉기도

하고 구부리기도 하고 뒤로 젖히기도 하고 읊기도

하고 휘파람을 불기도 하면서 마음놓고 놀기도

하니 천지도 넓고 넓으며 세월도 한가하다 중국

복희 황제의 태평성대를 내가 잘 몰랐더니 지금이

바로 그것이로구나 신선이 어떤 것인지 잘 몰랐

더니 내가 바로 신선이로구나

rarr본사9 - 취흥

江山風月(강산풍월) 거

리고 내 백년을 다누리면

岳陽樓(악양루) 샹의 李太白(이태백)이 사라 오다

浩蕩情懷(호탕 정회)야 이에서 더

소냐

이 몸이 이렁 굼도 亦君恩(역군은)이샷다

아름다운 대자연을 거느리고 내 한평생을 다 누리

면 조망이 좋기로 이름난 악양루 위의 이태백이

살아온다한들 넓고 큰 마음이야 이것보다 더 하겠

는가 이몸이 이렇게 지내는 것도 역시 임금님의

은혜이시도다

rarr결사 - 호탕한 정회와 군은

면앙정의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지은이가 41세 되던 해 벼슬을 그만두

고 향리인 전라남도 담양에 내려가 면앙정이라는

정자를 짓고 아름다운 자연을 벗삼아 사는 자신의 풍

류 생활을 노래한 것이다 면아정 주변의 경치4계절의

풍경 자신의 풍류 생활에 대한 멋과 흥취를 짜임새 있

게 그려낸 선경 후정의 작품이다

우리 江湖歌道(강호가도)의 전형을 확립한 작품으로

정극인의 상춘곡을 이어받아 송강의 성산별곡관동별곡

에 크게 영향을 끼쳤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결사 끝

부분의 lsquo亦君恩(역군은)이샷다rsquo와 같은 표현은 맹사성의

lsquo강호사시가rsquo에도 나타나는 것으로 자연속에서 지내는

즐거움과 연군 지정을 결합시킨 표현이라 할 수 있다

관동별곡

정 철

江강湖호애 病병이 깁퍼 竹

林님의 누엇더니 關관東

동 八팔百

里니에 方방面면을 맛디시니 어와 聖셩恩

은이야 가디록 罔망極극

다 延연秋츄門문 드리

慶경會회 南남門문

라보며 下하直직고 믈너나니 玉

옥節졀이 알

셧다

平평丘구驛역

라 黑흑水슈로 도라드니 蟾셤江

강은 어듸메오 雉티岳악이 여긔로다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의 병이 깊어 전라남도 창평에서

지내고 있었는데 800리나 되는 강원도 지방의 관찰사

소임을 맡기시니 아아 임금님의 은혜야말로 갈수록

끝이 없다 연추문으로 달려들어가 경회루의 남쪽문을

바라보며 임금님께 하직 인사를 하고 물러나니 옥절이

앞에 서 있다 양주(평구역)역에서 말을 갈아타고 여주

(흑수)로 돌아 들어가니 원주(섬강)는 어디인가 치악

산이 여기로구나

서사1-관찰사 배명과 부임의 여정

昭쇼陽양江강

린 믈이 어드러로 든단 말고 孤고臣신

去거國국에 白

髮발도 하도 할샤 東동州

밤 계오

새와 北븍寬관亭뎡의 올나

니 三삼角각山산 第뎨一일

峰봉이

마면 뵈리로다 弓궁王왕 大대闕궐 터희 烏오

鵲쟉이 지지괴니 千쳔古고 興흥亡망을 아

다 몰

다 淮회陽양 녜 일홈이 마초아

시고 汲급長

孺유

風풍彩

를 고텨 아니 볼 게이고

소양강 흘러내린 물이 어디로 흘러들어간단 말인가 외

로운 신하가 임금님 곁을 떠남에 있어서 나라에 대한

걱정이 많기도 하구나 철원(동주)에서 밤을 겨우 새운

후 북관정에 오르니(임금님이 계신 한양에 있는)삼각

산의 제일 높은 봉우리가 웬만하면 보일 것 같구나 옛

날 궁예왕이 살았던 대궐 터에 까마귀와 까치만 지저귀

고 있으니 먼 옛날의 흥망 성쇠를 까마귀와 까치 너희

들은 아느냐 모르느냐 회양이라는 이름이 옛날 중국의

지명인 회양과 마침 똑같구나(중국 회양 땅에서 선정

을 베푼)급장유의 모습을 이제 다시 (여기서)볼 수 있

지 않겠는가(급장유가 중국 회양땅에서 선정을 베푼

것처럼 정철 자신도 이곳 강원도 회양땅에서 선정을 베

풀겠다는 포부를 나타냄)

서사 2-관내 순력과 선정에 대한 포부

營영中듕이 無무事

고 時시節졀이 三삼月월인 제

花화川쳔 시내길히 楓풍岳악으로 버더 잇다 行

裝장

을 다

티고 石셕逕경의 막대 디퍼 百백川쳔洞동 겨

두고 萬만瀑폭洞동 드러가니 銀은

무지게 玉

龍룡의 초리 섯돌며

十십里리의

자시니 들을 제

우레러니 보니

눈이로다

감영(지금의 도청)안에 아무 일이 없고 시절이 마침 삼

월인 때에 화천 시냇길이 금강산으로 뻗어 있다 행장

을 다 떨쳐 버리고 돌길에 지팡이를 짚어 백천동 곁을

지나 만폭동으로 들어가니 은같은 무지개 옥 같은 용

의 꼬리처럼 생긴 폭포가 섞어 돌며 뿜는 소리가 십 리

에 깔려 있으니 멀리서 들을 때는 우렛소리더니 가까

이 가서 보니 눈(雪)이 날리는 것 같구나

본사1-만폭동 폭포의 장관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26 -

金금剛강臺

우層층의 仙션鶴학이 삿기 치니 春츈

風풍 玉옥笛

聲셩의 첫

돗던디 縞호衣의玄현裳

샹이 半반空공의 소소

니 西셔湖호

主쥬人인을

반겨셔 넘노

금강대 맨 꼭대기에 사는 선학이 새끼를 치니 봄바람

옥피리 소리에 첫 잠을 깨었던지 흰 저고리 검은 치마

로 단장한 학이(학의 날개 묘사) 공중에 솟아 뜨니 옛

날 중국 서호에서 학과 더불어 노닐던 임포를 반겨 맞

는 것 같구나(정철 자신을 임포처럼 생각함)

본사2-금강대 위의 선학

小쇼香향爐노 大대香향爐노 눈 아래 구버보고 正졍陽

양寺

眞진歇헐臺

고텨 올나 안

마리 廬녀山산 眞

진面면目목이 여긔야 다 뵈

다 어와 造조化화翁옹이

토 헌

거든

디 마나 셧거든 솟디 마나

芙부蓉용을 고잣

玉옥을 믓것

東동溟명

을 박

北북極극을 괴왓

놉흘시고 望망高

고臺

외로올샤 穴혈望망峰봉이 하

의 추미러 므

일을

로리라 千쳔萬만劫겁 디나

록 구필 줄 모

다 어와 너여이고 너

향로처럼 생긴 크고 작은 봉우리를 눈아래 굽어보고 나

서 정양사를 지나 진헐대에 다시 올라 앉으니 금강산

의 참모습이 여기서야 다 보이는구나 아아 조물주가

야단스럽기도 야단스럽구나(산봉우리들이)날아가려거

든 뛰지나 말든가 서있으려거든 (위로)솟지나 말든가

할일이지 연꽃을 꽂아 놓은 것 같기도 하고흰 옥을

묶어 놓은 것 같기도 하고 북극성을 떠받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높구나 망고대 외롭구나 혈망봉이 하늘

에 치밀어서 무슨 일을 아뢰려고 오랜 세월이 지나도록

굽힐 줄을 모르느냐 아아 너로구나 너같은 충신이

또 있을까(진헐대에서 바라본 많은 산봉우리들이 굳굳

한 모습으로 서있는 것을 보고 충신의 지조와 절개를

연상하여 표현한 구절)

본사 3-진헐대에서의 조망

心심臺

고텨 올나 衆듕香향城셩

라보며 萬만

二이千쳔峰봉을 歷녁歷녁히 혀여

니 峰봉마다

쳐 잇

고 긋마다 서린 긔운

거든 조티마나 조커든

디 마

나 뎌 긔운 흐터 내야 人인傑걸을

고쟈 形형容용

도 그지업고 체체勢셰도 하도 할샤 天텬地디 삼기실

제 自

然연이 되연마

이제 와 보게 되니 有유情정

도 有유情정

개심대를 다시 올라가서 중향성을 바라보며 금강산 만

이천 봉우리를 똑똑히 헤아려 보니 산봉우리마다 정기

가 맺혀 있고 봉우리 끝마다 서린 기운(정기) (산의

정기가)맑거든 깨끗하지나 말든가 깨끗하거든 맑지나

말 것이지(산의 정기가 맑고도 깨끗하다는 의미) 저

기운을 흩어 내어 뛰어난 인물을 만들고 싶구나 산봉

우리의 생긴 모양이 끝이 없이 다양하고 자세도 많기도

하구나 천지가 생겨날 때 자연히 된 줄 알았더니 이제

와서 보니까 조물주의 뜻이 분명히 있구나

본사 4-개심대에서의 조망

毗비盧로峰봉 上샹上샹頭두의 올라 보니 긔 뉘신고

東동山산 泰태山산이 어

야 놉돗던고 魯노國국 조븐

줄도 우리

거든 넙거나 넙은 天텬下하 엇

닷 말고 어와 뎌 디위

어이

면 알 거이고 오

디 못

거니

려가미 고이

비로봉 맨 꼭대기에 올라본 사람이 그 누구인가

동산과 태산이 그 얼마나 높던가 노나라가 작다는 것

도 우리는 모르겠는데 넓고도 넓은 천하를 어떻게 해서

작다고 공자께서는 말씀하신단 말인가 아아 저 공자

의 경지를 어떻게 하면 알 것인가 올라가지 못하는데

내려가는 것이 이상하랴

본사 5-비로봉을 본 감회

圓원通통골

길로 獅

峰봉을

자가니 그 알

너러바회 化화龍룡쇠 되여셰라 千쳔年년 老노龍룡

이 구

서려 이셔 晝듀夜야의 흘녀 내여 滄창海

해예 니어시니 風풍雲운을 언제 어더 三삼日일雨우

디련

다 陰음崖애예 이온 플을 다 살와 내여

원통골 가느다란 길로 사자봉을 찾아가니 그 앞에 넓고

평평한 바위가 화룡소가 되었구나 마치 천 년이나 묵

은 늙은 용(정철 자신을 지칭함)이 굽이굽이 서려 있어

서 밤낮으로 물을 흘려 내어 푸른 바다에 이어졌으니

용(작자 자신)아 너는 언제 풍운(선정의 기회)을 얻어

서 임금님의 은총을 백성들에게 내리려느냐 굶주리고

헐벗은 백성들을 다 살려 내려무나

본사 6-화룡소에서의 감회

磨마訶하衍연 妙묘吉길祥샹 雁안門문재 너머 디여 외

나모

리 佛블頂뎡臺

올라

니 千쳔尋심絶졀

壁벽을 半반空공애 셰여 두고 銀은河하水슈 한 구

촌촌이 버혀 내여 실

티 플텨이셔 뵈

티 거러시니

圖도經경 열 두 구

내 보매

여러히라 李니謫

션 이제 이셔 고텨 의논

게 되면 廬녀山산이 여긔도

곤 낫단 말 못

려니

마하연 묘길상을 구경하고 안문재를 넘어 내려가 외

나무 썩은 다리를 건너 불정대에 오르니 천길이나 되는

낭떠러지를 공중에 세워 놓고 은하수 한 굽이를 마디

마디 베어 내어 실같이 풀어 가지고 베처럼 걸었으니

도경(금강산 12폭포를 그림으로 그려놓은 그림책)에는

폭포가 열두굽이로 되어 있지만 내가 보기에는 그보다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27 -

더 많아 보인다 이태백이 지금 살아 있어서 다시(금강

산 12폭포와 중국의 여산폭포를 비교) 논의하게 된다

면 여산 폭포가 여기보다 더 낫다는 말은 못 할 것이

본사 7-십이 폭포의 장관

山산中듕을

양 보랴 東동海해로 가쟈

라 籃남輿여

緩완步보

야 山산映영樓누의 올나

니 玲녕瓏농 碧벽

溪계와 數수聲셩啼뎨鳥됴

離니別별을 怨원

旌졍旗긔를

티니 五오色

이 넘노

鼓고角각을

섯부니 海해雲운이 다것

鳴명沙사길 니근

이 醉

仙션을 빗기 시러 바다

두고 海

棠당花화로 드러가니 白

鷗구야

마라 네 버딘 줄 엇디 아

산중의 경치만 노상 보겠는가 동해로 가자꾸나 남녀

(뚜껑없는 가마)를 타고 천천히 걸어서 산영루(정자이

름)에 오르니 영롱하게 반짝이는 시냇물과 갖가지 소

리로 우는 새는 나와의 이별을 싫어하는 듯 여러 가지

깃발을 휘날리니 오색(빨강파랑검정노랑흰색등의

깃발)이 넘나들며 노는 듯 북과 피리를 섞어 부니 바

다의 구름이 다 걷히는 듯하다 모래밭 길에 익숙한 말

이 도취한 신선을 비스듬히 태우고 해변을 따라 해당

화가 피어 있는 곳으로 들어가니 백구야 날아가지 마

라 내가 네 친구일수도 있지 않느냐

본사 8-동해로 가는 감회

金금闌난窟굴 도라드러 叢총石셕亭뎡 올라

니 白

옥樓누 남은 기동 다만 네히 셔 잇고야 工공슈의 셩녕

인가 鬼귀斧부로 다

가 구

야 六뉵面면은 므어슬

象샹톳던고

금난굴을 돌아들어서 총석정에 오르니 바다 가운데에

돌기둥 네 개가 백옥루의 남은 기둥처럼 서 있구나 저

네 개의 돌기둥은 공수(중국 고대의 명공)가 만든 것인

가 귀신의 도끼로 다듬었는가 구태여 그 돌기둥이 여

섯 모가 난 것은 무엇을 본뜬 것인가

본사 9-총석정의 장관

高고城셩을란 뎌만 두고 三삼日일浦포

자가니 丹

단書셔

宛완然연

되 四

仙션은 어

가니 예 사흘

머믄 後후의 어

머믈고 仙션遊유潭담 永영郎

냥湖호 거긔나 가 잇

가 淸

澗간亭뎡 萬만景경臺

몃 고

안돗던고

고성을 저만큼 두고 삼일포를 찾아가니 영랑의 무리

(신라 때 네 명의 화랑 곧 사선)가 남쪽으로 갔다는

글씨는 뚜렷한데 사선은 어디 갔는가 여기서 사흘을

머문 후에 어디 가서 또 머물렀을까 선유담 영랑호

거기나 가 있는가 청간정 만경대 몇 곳에 앉았던가

본사 10-삼일포에서의 회고

梨니花화

셔 디고 졉동새 슬피 울 제 洛낙山산東

동畔반으로 義의相샹臺

예 올라 안자 日일出츌을 보

리라 밤듕만 니러

니 祥샹雲운이 집

동 六뉵龍뇽

이 바퇴

동 바다

날 제

萬만國국이 일위더니

天텬中듕의 티

니 毫호髮발을 혜리로다 아마도 녈구

름 근쳐의 머믈셰라 詩시仙션은 어

가고 咳

唾타만

나맛

니 天텬地디間간 壯장 긔별

셔히도

셔이

배꽃은 벌써 떨어지고 접동새가 슬피 울 때에 낙산의

동쪽 언덕에 있는 의상대에 올라앉아 해 뜨는 것을 보

려고 한 밤중에 일어나니 상서로운 구름이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듯 여섯 마리의 용이 떠받치고 있는 듯

해가 바다에서 떠날 때는 온 세상이 흔들리는 것 같더

니 하늘로 치솟아 오르니 가느다란 터럭을 셀 수 있을

정도로 밝구나 혹시나 지나가는 구름(간신을 비유함)

이 햇빛을 가릴까 두렵다 이백은 어디 가곡 그가 남긴

유명한 말(咳唾(해타)-이백은 lsquo등금릉봉황대rsquo라는 시에

서 간신이 임금의 총명을 흐리게 하는 것을 구름이 해

를 가리는 것에 비유했음)만 남아 있는가 천지간에 굉

장한 소식(사연)이 그의 시에 자세히도 표현되어 있구

본사 11-의상대에서의 일출의 장관

斜샤陽양 峴현山산의 척

을 므니

와 羽우蓋개芝

지輪륜이 鏡경浦포로

려가니 十십里리 氷빙紈환을

다리고 고텨 다려 長

松숑 울흔 소개 슬

장 펴뎌시

니 믈결도 자도 잘샤 모래

혜리로다 孤고舟쥬 解

纜람

야 亭뎡子

올나가니 江강門문橋교 너믄

大대洋양이 거긔로다 從

容용댜 이 氣긔像샹

闊활遠원댜 뎌 境경界계 이도곤

어듸 잇

닷 말고 紅홍粧장 古고事

리로다

江강陵능 大대都도護호風풍俗쇽이 됴흘시고 節졀孝효

旌졍門문이 골골이 버러시니 比비屋옥可가封봉이 이제

도 잇다

저녁 햇살이 비치는 현산의 철쭉꽃을 잇달아 밟으면서

신선을 태운 수레가 경포로 내려가니 십 리나 되는 비

단을 (다리미로)다리고 다시 다린 것처럼 맑고 깨끗한

수면이 큰 소나무가 둘러싼 속에 실컷 펼쳐져 있으니

물결도 잔잔하기도 잔잔하구나 모래를 셀 수 있을 것

같도다 배 한 척을 띄워 호수를 건너가서 정자 위에

올라가니 강문교 바로 너머에 넓은 바다가 거기로구

나 조용하구나 이 기상 넓고 멀구나 저 경계(수평

선) 여기보다 더 (경치가) 잘 갖추어진 곳이 또 어디

있단 말인가 박신과 흥장의 옛일을 야단스럽다고 할

것이로다 강릉 대도호부의 풍속이 좋기도 하구나 충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28 -

신 효자 열녀 등을 표창하는 문이 고을마다 널려 있

으니 요순 시대처럼 집집마다 벼슬을 봉할 만하다는

것이 지금도 있다 할 것이로다

본사 12-경포의 장관과 강릉의 미풍 양속

眞진珠쥬館관 竹

西셔樓루 五오十십川쳔

린 믈이 太

태白

山산 그림재

東동海

로 다마 가니

하리 漢

한江강의 木목覓멱의 다히고져 王왕程뎡이 有유限

고 風풍景경이 못 슬

니 幽유懷회도 하도 할샤 客

愁수도 둘 듸 업다 仙션사

워 내여 斗두牛우로 向

살가 仙션人인을

려 丹단穴혈의 머므살가

진주관 죽서루 아래 오십천에 흘러내리는 물이 태백산

그림자를 동해로 담아가지고 흘러가니 차라리 저 물을

임금님이 계신 서울 남산에 닿게 하고 싶다 관원의 여

정에는 기한이 있고 풍경은 싫증이 나지 않으니 그윽

한 회포도 많기도 많구나 나그네의 시름도 둘 곳이 없

다 신선이 탄다는 뗏목을 띄워서 북두성과 견우성으로

향할까 사선을 찾으러 단혈에 머무를까

본사 13-죽서루에서의 객수

天텬根근을 못내 보와 望망洋양亭뎡의 올은말이 바다

밧근 하

이니 하

밧근 므서신고

득 노 고래 뉘

라셔 놀내관

블거니

거니 어즈러이 구

디고 銀

은山산을 것거 내여 六뉵合합의

五오月월

天텬의 白

雪셜은 므

일고

하늘의 끝을 끝내 못 보아 망양정에 오르니 바다 밖은

하늘인데 하늘 밖은 무엇인가 가뜩이나 노한 고래를

누가 놀리게 하기에 불기도 하고 뿜기도 하면서 어지럽

게 구는 것인가 은으로 된 산을 꺾어 내어 온 세상에

흩어 내리는 듯 오월의 아득한 하늘에 흰 눈이 무슨 일

인가

본사 14-망양정에서의 조망

져근덧 밤이 드러 風풍浪낭이 定뎡

扶부桑상 咫

지尺

의 明명月월을 기

리니 瑞셔光광 千쳔丈

고야 珠쥬簾렴을 고텨 것고 玉옥階계

다시 쓸며 啓계明명星셩 돗도록 곳초 안자

라보니

蓮년花화 가지

뉘라셔 보내신고 일이 됴흔

世세界계

대되 다 뵈고져

流뉴霞하酒쥬

득 부어

려 무론 말이 英영雄웅은

가며 四

仙션은 긔 뉘러니 아

나 맛나 보아

긔별 뭇쟈

니 仙션山산 東동海

예 갈 길히 머도

멀샤

잠깐 사이에 밤이 되어 풍랑이 가라앉거늘 해와 달이

뜬다는 부상 가까운 거리에서 밝은 달을 기다리니 천

길이나 뻗친 상서로운 달빛이 보이는 듯하다가 숨는구

나 구슬로 만든 밭을 걷어 올리고 돌층계를 다시 쓸며

샛별이 돋을 때까지 꼿꼿이 앉아 바라보니 흰 연꽃 한

송이를 누가 보내셨는가 이렇게 좋은 세계를 남에게

다 보이고 싶구나 신선주를 가득 부어 들고 달에게 묻

기를ldquo영운은 어디 갔으며 사선 그들은 그 누구이더

냐rdquo 아무나 만나 보아 옛 소식을 물으려 하니 삼신산

이 있다는 동해에 갈 길이 멀기도 멀구나

결사 1-동해의 달맞이

松숑根근을 볘여 누어 픗

을 얼픗 드니

애 사

이 날

려 닐온 말이그

내 모

랴 上샹界계예 眞

진仙션이라 黃황庭뎡經경一일字

엇디 그

닐거

두고 人인間간의 내려와셔 우리

다 져근덧

가디 마오 이 술 잔 머거 보오 北북斗두星셩 기우

려 滄챵海

水슈 부어 내여 저 먹고 날 머겨

서너

잔 거후로니 和화風풍이 習습習습

야 兩냥腋

을 추

혀 드니 九구萬만里리 長

空공애 져기면

리로다 이

술 가져다가 四

예 고로

화 億억萬만 蒼창生

을 다 醉

근 後후의 그제야 고텨 맛나

고야 말 디쟈 鶴학을

고 九구空공의 올나가니

空공中듕 玉옥蕭쇼 소

어제런가 그제런가

나도

여 바다

구버보니 기

거니

인들 엇디 알리 明명月월이 千천山산萬만落낙의 아니

비쵠

업다

소나무 뿌리를 베고 누워서 선잠을 얼핏드니

꿈에 한 사람이 나더러 이르기를 ldquo그대(송강)를 내가

모르랴 그대는 하늘 나라의 진짜 신선이라 황정경의

한 글자를 어찌하여 잘못 읽어 가지고 속세로 귀양와서

우리를 따르는가 잠깐 동안 가지 말고 이 술 한잔 먹

어 보오rdquo 북두칠성을 국자 삼아 푸른 바닷물을 잔에

부어 저도 먹고 나도 먹이거늘 서너잔을 기울이니 화

창한 바람이 산들산들 불어 양쪽 겨드랑이를 추켜드니

구만리나 되는 먼 하늘에 웬만하면 날 것 같구나

ldquo이 술을 가져다가 온 세상에 골고루 나누어 모든 백성

들을 다 취하게 만든 후에 그 때에야 다시 만나 또 한

잔 하자꾸나lsquo

그 말이 끝나자 신선(꿈에 한 사람)은 학을 타고 하늘

로 올라가니 공중에서 들려오는 옥피리 소리가 어제던

가 그제던가 싶게 어렴풋하구나 나도 잠을 깨어 바다

를 굽어보니 그 깊이를 모르는데 끝이야 더욱 어떻게

알겠는가 밝은 달이 온 세상에 아니 비친 곳이 없다

결사 2-꿈속의 선연

lt송강가사(松江歌辭) 이선본(李選本gt

지은이가 45세 되던 선조 13년(1580)에 강원도 관찰사

에 배임(拜任)되어 부임하는 과정과 원주에 부임한 후

틈을 내어 관동 팔경을 비롯한 강원도 내의 명승지를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29 -

두루 유람하며그 승경(勝景)과 인정 풍속을 비롯해서

연군(戀君)애민의 정(情) 및 선연(仙緣)을 노래한 기행

가사의 대표적인 작품이다 멀게는 고려 충숙왕 때 안

축이 지은 경기체가 형식의 [관동별곡]과 가깝게는 명

종때 백광홍이 지은 [관서별곡] 송순의 [면앙정가]의

영향을 받은 작품으로 표현이 명쾌화려하고 탄력이 넘

치며 활달하고 낭만적이어서 지은이의 호탕한 기상이

잘 나타나 있다

총 295구로 이루어진 장편 기행 가사로 서사(처음~급

당유 풍 고텨 아니 볼 게이고) 본사(영둥이 무고~오월 댱텬의 셜은 므일고) 결사(져근덧 밤이

드러~아니 비쵠 업다)로 구성되어 있다

산에서 바다로 이어지는 여정은 그 각각의 이미지를 매

개로 하여 인간의 두 가지 존재 양식 사이에서 갈등하

는 작가의 모습을 보여 준다 산에서 본 경치는 백색의

이미지로서 고결한 위정자로서의 풍모를 드러내고 있으

며 바다에서는 인간 본연의 영원한 세계를 갈구하는

자유 분방한 정신을 표출하고 있다

다양한 어휘와 적절한 수사법을 능란하게 구사함으로

써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한층 높은 경지로 끌어 올린

작품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사미인곡(思美人曲)

송강 정 철

이 몸 삼기실 제 님을 조차 삼기시니 緣分(연분)이며 하 모 일이런가 나 나 졈어 잇

고 님 나 날 괴시니 이 음 이 랑 견졸 노여 업다

이 몸이 태어날 때에 임을 따라서 태어나니 한평생의

연분이며 하늘이 모를 일이던가내가 오직 젊어 있고

임은 오직 나를 사랑하시니 이 마음과 이 사랑을 비교

할 곳이 전혀 없다

서사 1-임과의 인연

平生(평)애 願(원) 요 녜자 얏더니

늙기야 므 일로 외오 두고 글이고 엇그제 님

을 뫼셔 廣寒殿(광한뎐)의 올낫더니그더 엇디

야 下界(하계)예 랴오니 올 적의 비슨 머리 얼

킈연디 三年(삼년)이라 臙脂粉(연지분) 잇마 눌 위여 고이고 음의 친 실음 疊疊(텹텹)

이 혀 이셔 짓니 한숨이오 디니 눈믈이라

人生(인)은 有限(유) 시도 그지업다

평생에 원하기를 임과 함께 살아가고자 했는데 늙어서

야 무슨일로 외따로 두고 그리워하는가 엊그제 임을

모시고 광한전에 올라 있었는데 그 사이에 어찌하여 이

하계에 내려왔느냐 임을 떠나 올 적에 빗은 머리가 헝

클어진 지삼 년일세 연지와 분이 있지마는 누구를 위

해서 예쁘게 화장할 것인가 마음에 맺힌 시름이 겹겹

이 쌓여 있어서 짓는 것이 한수밍요 떨어뜨리는 것이

눈물이라 인생은 한이 있는데 시름은 끝이 없다

서사 2-임에 대한 그리움

無心(무심) 歲月(셰월)은 믈 흐 고야 炎

凉(염냥)이 아라 가 고텨 오니 듯거니

보거니 늣길일도 하도 할샤

아무 생각이 없는 세월은 물 흐르듯 빨리 지나가는구

나 더위와 추위가 때를 알아서 가자마자 다시 오니 듣

고 보는 가운데서 느낄일이 많기도 많구나

서사 3-세월의 무상함

東風(동풍)이 건듯 부러 積雪(젹셜)을 헤텨내니 窓

(창) 밧긔 심근 梅花(화) 두세 가지 픠여셰라 득 冷淡(담) 暗香(암향)은 므 일고 黃昏

(황혼)의 이 조차 벼 마 빗최니 늣기 반기 님이신가 아니신가

뎌 梅花(화) 것거 내여 님 겨신 보내오져 님

이 너 보고 엇더타 너기실고

봄바람이 문득 불어서 쌓인 눈을 헤쳐내니 창밖에 심은

매화가 두세 가지 피었구나 가뜩이나 쌀쌀하고 담담한

데 그윽하게 풍기는 향기는 또 무슨 일인가 황혼에 달

이 따라와 배갯머리에 비치니흐느껴 우는 듯 반기는

듯하니 임이신가 아니신가 저 매화를 꺾어 내어 임 계

신 곳에 보내고 싶다 그러면 임이 너 (매화)를 보고

어떻다고 생각하실까

본사 1-춘원(春怨)

디고 새 닙 나니 綠陰(녹음)이 렷 羅幃

(나위) 寂寞(젹막)고 繡幕(슈막)이 뷔여 잇다 芙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30 -

蓉(부용)을 거더 노코 孔雀(공쟉)을 둘러 두니 득 시 한 날은 엇디 기돗던고鴛鴦錦(원앙금)

버혀 노코 五色線(오션) 플텨 내여 금자 견화

이셔 님의 옷 지어 내니 手品(슈품)은니와 制度

(졔도)도 시고 珊瑚樹(산호슈) 지게 우 白玉函(옥함)의 다마 두고 님의게 보내오려 님 겨신

라보니 山(산)인가 구롬인가 머흐도 머흘시

고 千里 萬里(쳔리 만리)길흘 뉘라셔 자갈고니

거든 여러 두고 날인가 반기실가

꽃이 지고 새 잎이 피어나니 녹음이 우거졌는데 비단

포장이 적막하고 수놓은 장막이 텅 비어 쓸쓸하다 연

꽃을 수놓은 비단 휘장을 걷어 놓고 공작을 수놓은 병

풍을 둘러 치니 가뜩이나 시름이 많은데 날은 어찌 그

리 길던가 원앙새 수놓은 비단을 베어 놓고 오색실을

풀어 내어 좋은 자로 재어서 임의 옷을 지어내니 솜씨

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격식도 갖추었구나 백옥으로

만든 함에 담아 산호로 만든 지게 위에 얹어 놓고 임에

게 보내려고 임 계신 곳을 바라보니 산인지 구름인지

험하기도 험하구나 천만 리나 되는 먼 길을 누가 찾아

갈 것인가 가면은 함을 열어 놓고 나를 본것처럼 반가

워하실까

본사2-하원(夏怨)

밤 서리김의 기겍러기 우러 녤 제 危樓(위루)

에 혼자 올라 水晶簾(슈졍념) 거든말이 東山(산)의

이 나고 北極(븍극)의 별이 뵈니 님이신가 반기

니 눈믈이 절로 난다 淸光(쳥광)을 쥐여 내여 鳳

凰樓(봉황누)의 븟티고져 樓(누) 우 거러 두고

八荒(팔황)의 다 비최여 深山窮谷(심산궁곡) 졈낫

티 그쇼셔

하룻밤 서리가 내린 무렵에 기러기가 울며 지나갈 때

높은 누각에 혼자 올라가 수정으로 만든 밭을 걷으니

동산에 달이 떠오르고 북극성이 보이므로 임이신가 하

여 반가워하니 눈물이 절로 난다 밝은 달을 잡아 내어

임 계신 곳에 보내고 싶구나 임께서 그 달을 누각 위

에 걸어 노고 온 세상을 다 비추어 깊은 산 골짜기 까

지도 대낮같이 밝게 하소서(밝은 정치를 베푸소서)

본사 3-추원(秋怨)

乾坤(건곤)이 閉塞(폐)야 白雪(셜)이 빗친

제 사은니와 새도 긋쳐 잇다 瀟湘南畔(쇼

샹남반)도 치오미 이러커든 玉樓高處(옥누고쳐)야

더욱 닐러 므리陽春(양츈)을 부쳐 내여 님 겨

신 쏘이고져茅簷(모쳠) 비쵠 玉樓(옥누)의

올리고져 紅裳

(홍샹)을 니믜 고 翠袖(슈) 半(반)만 거더

日暮脩竹(일모슈듁)의 혬가림도 하도 할샤 댜 수이 디여 긴 밤을 고초 안자 靑燈

(쳥등) 거른 겻 鈿箜葔(뎐공후)노하 두고 의나

님을 보려 밧고 비겨시니 鴦衾(앙금)도 도

샤 이 밤은 언제 샐고

하늘과 땅이 꽉막힌 것처럼 흰 눈으로 온통 덮여 있으

니 사람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날아디는 새도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다 소상강 남쪽 지방같이 따뜻한 이 곳

도 추위가 이러한데 하물며 임계신 북쪽 지방이야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따뜻한 봄볕을 부쳐 내어 임 계신

곳에 쏘이고 싶다 초가집 처마에 비친 해를 임계신 곳

에 올리고 싶다 붉은 치마를 여미어 입고 푸른 소매를

반쯤 걷어 해질 무렵 대나무에 의지하여 여러 가지 생

각이 많기도 하구나 짧은 겨울해가 이내 넘어가니 긴

밤을 꼿꼿이 앉아서 청사초롱을 걸어 둔 곁에 자개 입

힌 공후를 놓아 두고 꿈에나 임을 만나 보려고 턱을

받치고 기대어 있으니 원앙금침이 차갑기도 하구나 이

밤은 언제 샐것인가

본사 4-동원(冬怨)

도 열두 도 셜흔 날 져근덧 각마

라 이 시 닛쟈 니 의 쳐 이셔 骨髓(골

슈)의 텨시니 扁鵲(편쟉)이 열히 오나 이 병을

엇디리 어와 내 병이야 이 님의 타시로다 하

리 싀어디여 범나븨 되오리라 곳나모 가지마다 간

죡죡 안니다가 향 므든 애로 님의 오 올므

리라 님이야 날인 줄 모셔도 내 님 조려 노

하루도 열두 때 한 달도 서른 날 잠시 라도 생각을

말아 가지고 이 시름을 잊으려 해도 마음 속에 맺혀

있어서 뼛속까지 사무쳤으니 편작 같은 명의가 열명이

온다 한들 이 병을 어찌할 것인가

아아 내 병이여 이 병을 어찌할 것인가

아아 내 병이여 이 임의 탓이로다 차라리 죽엇 호랑

나비가 되리라 꽃나무 가지에 가는 곳마다 앉으며 돌

아다니다가 향기 묻은 날개로 임의 옷에 앉으리라 임

께서 나인 줄을 모르신다 해도 나는 끝까지 임을 따르

려 하노라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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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사 -임을 향한 변함 없는 마음

lt성주본 송강가사gt

작품의 감상

작자가 50세 되던 해에 반대 정파의 탄핵을 받고 전남

창평으로 물러나 우거(寓居)하면서 임금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여인이 사랑하는 사람을 그리는 심정에 의탁하

여 부른 노래이다 이 작품의 제목인 〈사미인곡(思美

人曲)〉은 중국 굴원이 지은 〈이소(離騷)〉의 제 9편

에 나오는 lsquo사미인(思美人)rsquo이라는 편명에서 따온 것으

로 보이며 그 작품 역시 충군(忠君)의 내용을 담고 있

어 내용 또한 그 영향을 받은 것으로 짐작된다

또 임금을 임으로 설정하여 노래한 것은 고려 속요인

〈정과정〉과 맥을 같이하고 있으며 임에 대한 헌신적

사랑의 표현은 〈가시리〉〈동등〉등과 접맥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작품은〈속미인곡〉과 더불어 가사 문학의 극치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일찍이 서포 김만중은 〈사미인

곡〉 〈속미인곡〉 〈관동별곡〉을 가리켜 lsquo좌해진문

장 지차삼편(左海眞文章 只此三篇우리 나라의 참된 문

장은 오직 이 세 편뿐이다)rsquo라고 하였다 이 노래는

서사 본사 결사 세 부분으로 되어 있는데 본사는 다

시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나뉘어 있다

속미인곡(續美人曲)

송강 정 철

뎨 가 뎌 각시 본듯도 뎌이고

天上(텬상) 白玉京(옥경)을 엇디야 離別(니별)고

다 뎌 져믄 날의 눌을 보라 가시고

저기가는 저 젊은 여인 본 듯도 하구나 임금님이 계

시는 서울을 어찌하여 이별하고 해가 다 져서 저무는

날에 누구를 보러 가시는 고

rarr서사1 - 서울을 떠나온 이유(갑녀의 질문)

어와 네여이고 내 셜 드러보오

내 얼굴 이 거동이 님 괴얌즉 냐마

엇딘디 날 보시고 네로다 녀기실나도 님을 미더 군디 전혀 업서

이야 교야 어러이 구돗디

반기시 비치 녜와 엇디 신고

누어 각고 니러 안자 혜어니

내 몸의 지는 죄 뫼티 혀시니

하히라 원망며 사이라 허믈랴

셜워 플텨 혜니 造物(조물)의 타시로다

아아 너로구나 내 사정 이야기를 들어보오

나의 생김새와 행동거지가 임의 사랑을 받을 수 있겠느

냐마는 어쩐지 나를 보시고 (내가 사랑할 사람은 바

로) 너로구나 하며 특별히 사랑하시기에 나도 임을 믿

어 딴 생각이 전혀 없어 응석과 애교를 부리면서 (얼마

나) 어지럽게 굴었던지 (나를) 반가워 하시는 얼굴빛

이 예날과 어찌 다르신가 누워 생각하고 일어나 앚아

헤아리니 내 몸의 지은 죄가 산같이쌓였으니 하늘을 원

망하겠으며 사람을 탓하겠는가 하도 서러워 여러 가지

로 깊이 생각해보니 조물주의 탓이로구나

rarr서사2 - 자책과 체념(을녀의 대답)

글란 각 마오

그렇게는 생각하지 마시오

rarr본사1 - 갑녀의 위로

친 일이 이셔이다

님을 뫼셔 이셔 님의 일을 내 알거니

믈튼 얼굴이 편실적 몃날일고

春寒(츈한) 苦熱(고열)은 엇디야 디내시며

秋日(츄일) 冬天(동텬)은 뉘라셔 뫼셧고

粥早飯(쥭조반) 朝夕(조석)뫼 녜와 티 셰시가

기나긴 밤의 은 엇디 자시고

마음 속에 맺힌 일이 있습니다 예전에 임을 모신적이

있어서 임의 일을 내가 잘 아는데 물과 같이 연약한

체질이 편하실 때가 며칠이나 될꼬 이른 봄의 추위와

한여름의 더위를 어떻게 지내시며 가을과 겨울날은 누

가 모셨는가 죽조반과 아침 저녁 진지는 옛날과 같이

잘 잡수시는가 기나긴 밤에 잠은 어떻게 주무시는가

rarr본사2-임에 대한 염려(을녀의 사설)

님다히 消息(소식)을 아무려나 아쟈니

오도 거의로다 일이나 사 올가

내 둘 업다 어드러로 가쟛 말고

잡거니 밀거니 놉픈 뫼 올라가니

구름은 니와 안개 므일고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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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川(산쳔)이 어둡거니 日月(일월)을 엇디보며

咫尺(지척)을 모거든 千里(쳔리) 라보랴

리 믈의 가 길히나 보랴니

람이야 믈결이야 어둥졍 된뎌이고

샤공은 어 가고 븬 만 걸렷고

江天(간텬)의 혼자 셔셔 디 구버보니

님 다히 消息(소식)이 더옥 아득뎌이고

임이 계시는 곳의 소식을 어떻게든지 알려고 하니 오늘

도 거의 지나갔구나 내일이나 임의 소식을 전해줄 사

람이 올까 내 마음을 둘 곳이 없다 어디로 가자는 말

인가 (나무같은 것을) 잡기도 하고 밀기도 하면서 높

은 산에 올라가니 구름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안개는

또 무슨 일로 저렇게 기어 있는가 산천이 어두운데 해

와 달을 어떻게 보겠으며 지척을 모르겠는데 천 리나

되는 먼 곳을 (어떻게) 바라몰 수 있으랴 차라리 물가

에 서서 뱃길이나 보려고 하니 바람과 물결이 어수선하

게 되었구나 사공은 어디가고 빈 배만 걸려있는가 강

변에 홀로서서 지는 해를 굽어보니 임계신 곳의 소식이

더욱 아득하구나

rarr본사3-임의 소식을 애타게 기다림(을녀의 사설)

茅簷(모쳠) 자리의 밤듕만 도라오니

半壁(반벽) 靑燈(청등)은 눌 위야 갓고

오며 리며 헷드며 바자니니

져근덧 력진力盡(녁진)야 픗을 잠간 드니

精誠(정셩)이 지극야 의 님을 보니

玉(옥)튼 얼굴이 半(반)이나마 늘거셰라

의 머근 말 슬장 쟈니

눈믈이 바라나니 말인들 어이며

情(정)을 못다야 목이조차 몌여니

오뎐된 鷄聲(계셩)의 은 엇디 돗던고

초가집 차가운 잠자리에 한밤중이 돌아오니 벽에 걸려

있는 등불은 누구를 위하여 밝아 있는가 산을 올라가

기도 하고 내려가기도 하면서 헤메며 오락가락 돌아다

니다가 잠깐 사이에 힘이 다하여 풋잠이 잠깐 들었는

데 정성이 지극하여 꿈속에서 임을 보니 옥과 같이 곱

던 임의 얼굴이 반넘게 늙었구나 마음 속에 품은 생각

을 실컷 아뢰려고 하였더니 눈물이 잇달아 쏟아지니

말인들 어찌하며 정회도 다 못풀어 목마저 메어오니

방정맞은 닭울음소리에 잠은 어찌 깨었던가

rarr본사4-독수공방의 한과 꿈에서 만난 임

(을녀의 사설)

어와 虛事(허)로다 이 님이 어 간고

결의 니러 안자 窓(창)을 열고 라보니

어엿븐 그림재 날 조 이로다

리 싀여디어 落月(낙월)이나 되야이셔

님 겨신 窓(창) 안 번드시 비최리라

아아 헛된 일이로다 내 임이 어디 갔는고 꿈결에 일

어나 앉아 창을 열고 바라보니 불쌍한 그림자만이 나

를 따라올 뿐이로다 차라리 죽어서 지는 달이나 되어

임 계신 창 안에 환하게 비치리라

rarr결사-죽어서라도 임을 따르겠다는 다짐

(을녀의 사설)

각시님 이야니와 구 비나 되쇼셔

각시님 달은커녕 궂은 비나 되십시오

rarr결사-갑녀의 위로

〈해설〉

사미인곡의 속편으로 지은이가 동인(東人)으로 탄핵을

받고 고향인 전라남도 창평에 낙향해 있을 때에 임금

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두 여인의 대화 형식을 빌려 노

래한 작품이다 이 작품의 현대어 해석에 나와 있는 lsquo갑

녀(甲女)rsquo와 lsquo을녀(乙女)rsquo는 편의상 붙인 이름으로 갑녀

는 보조적 위치에 있는 화자이며 을녀가 지은이를 대

변하는 주된 화자이다 〈사미인곡〉과 더불어 가사 문

학의 최고봉이라 일컬어지는데 특히 순수한 우리말의

구사가 절묘하며 대화 형식으로 구성하여 표현에 참신

성을 더한 것은 lsquo금상첨화(錦上添花)rsquo라 할 수 있을 것

이다

홍만종은 〈순오지(旬五志)〉에서 이 작품을 제갈공명

의 〈출사표(出師表)〉에 비견할 만하다고 극찬하였으

며 서포 김만중은 〈서포만필(西浦漫筆)〉에서 ldquo예로부

터 우리 나라의 참된 문장은 오직 이 세 편(사미인곡

속미인곡 관동별곡)뿐이데다시 이 세편에 대하여 논할

것 같으면 그 중에서 속미인곡이 더욱 뛰어나다 관동

별곡과 사미인곡은 오히려 한자음을 빌려서 그 가사 내

용을 꾸민 데 지나지 않는다rdquo라고 하였다

규원가(閨怨歌)

허난설헌

엇그제 저멋더니 마 어이 다 늘거니

少年行樂(소년 행락) 생각니 일러도 속절업다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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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거야 서른 말 자니 목이 멘다

엊그제 젊었었는데 어찌 벌써 다 늙어버렸는가 어린

시절에 즐겁게 지내던 일을 생각하니 말해 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 이렇게 늙은 뒤에 서러운 얘기를 하자니

목이 멘다

rarr기1-늙음의 한탄

父生母育(부생 모육) 辛苦(신고)야 이 내 몸 길러 낼

公侯配匹(공후 배필) 못 바라도 君子好逑(군자 호구) 願

(원)더니

三生(삼생)의 怨業(원업)이오 月下(월하)의 緣分(연분)으

長安遊俠(장안 유협) 輕薄子(경박자)를 치 만나 잇

서 當時(당시)의 용심(用心)기 살어름 디듸는 부모님이 나를 낳아서 고생하여 길러낼 때 높은 벼슬아

치의 배필을 바라지는 못했어도 훌륭한 남자의 좋은

짝이 되기를 원했더니 삼생의 원망스러운 업보요 월

하 빙인이 정해 준 연분으로 놀기 좋아하고 경박한 사

람을 꿈같이 만나 가지고 시집 간 뒤 조심하면서 마음

졸이기를 꼭 살얼음 디디듯하였다

rarr기2-젊은 시절의 회상

三五二八(삼오 이팔) 겨오 지나 天然麗質(천연 여질)절

로 이니

이 얼골 이 態度(태도)로 百年期約(백년 기약) 얏더니

年光(연광)이 훌훌고 造物(조물)이 多時(다시)야

봄바람 가을 믈이 뵈오리 북 지나듯

雪鬂花顔(설빈 화안) 어 가고 面目可憎(면목 가증) 되

거고나

내 올골 내 보거니 어느 님이 날 괼소냐

스스로 慙愧(참괴)니 누구를 怨望(원망)리

십오륙 세가 겨우 지나 타고난 아름다운 모습이 절로

나타나니 이 얼굴 이 태도로 (남편과)평생을 약속하였

더니 세월이 빨리 지나가고 조물주가 시기가 많아서

세월의 빠르기가 베 짤 때 북이 지나가는 듯 젊고 아

름다운 얼굴은 어디로 가고 추한 모습이 되었구나 내

얼굴을 내가 보아 알거니와 어느 임이 나를 사랑하겠는

가 스스로 생각해도 부끄러운데 누구를 원망하리

rarr기3-세월의 무상함과 늙음의 한탄

三三五五(삼삼 오오) 冶遊園(야유원)의 새 사람이 나단

말가

곳 피고 날 저물 제 定處(정처) 업시 나가 잇어

백마(白馬) 금편(金鞭)으로 어어 머므는고

원근(遠近)을 모르거니 消息(소식)이야 더욱 알랴

因緣(인연)을 긋쳐신들 각이야 업슬소냐

얼골을 못 보거든 그립기나 마르려믄

열두 김도 길샤 설흔 날 至理(지리)다

玉窓(옥창)에 심 梅花(매화) 몃 번이나 픠여진고

겨을 밤 차고 찬 제 자최눈 섯거 치고

여름날 길고 길 제 구 비 므스 일고

三春花柳(삼춘 화류) 好時節(호시절)의 景物(경물)이 시

름업다

가을 방에 들고 蟋蟀(실솔)이 床(상)에 울 제

긴 한 숨 디 눈물 속절업시 헴만 만타

아마도 모진 목숨 죽기도 어려울사

몇 명씩 떼지어 다니는 술집에 새 기생이 나타났다는

말인가 꽃 피고 날 저물 때 일정한 거처도 없이 나가

서 호사로운 차림새로 어디어디 가서 머므는가 바깥출

입이 없어 원근 지리를 모르는데 임의 소식이야 더구나

알 수 있으랴 인연을 끊었다고 하지만 임에 대한 생각

이야 어찌 없겠는가 만나지 못할 임이라면 그립지나

말일이지 하루도 열두때 길기도 하구나 한 달이 지루

하다 옥창에 심은 매화가 몇 번이나 피었다가 졌는고

겨울 밤 차고 찬 때에 눈보라가 섞어 치고 여름날 길고

긴 때에 궂은비는 또 무슨 일인가 꽃 피고 새 잎이 돋

는 좋은 계절 봄에도 보이는 경치가 시름이 없다 가을

달이 방에 비치고 귀뚜라미가 침상에서 울 때 긴 한숨

떨어지는 눈물에 헛되이 생각하는 것만 많다 아마도

모진 목숨 죽기도 어렵구나

rarr승-방탕한 남편에 대한 원망과 독수공방의 한

도로혀 풀쳐 혜니 이리 여 어이 리

靑燈(청등)을 돌라 노코 綠綺琴(녹기금) 빗기 안아

碧蓮花(벽련화) 한 곡조를 시름 조 섯거 타니

瀟相夜雨(소상야우)의 댓소리 섯도 華表(화표) 千年(천 년)의 別鶴(별학)이 우니 玉手(옥수)의 타는 手段(수단) 녯 소 잇다마芙蓉帳(부용장) 寂寞(적막)니 뉘 귀에 들리소니

肝腸(간장)이 九曲(구곡)되야 구븨구븨 쳐서라

돌이켜 여러 모로 생각해 보니 이렇게 살아서 어찌하겠

는가 등불을 돌려 놓고 녹기금을 비스듬히 안아 벽련

화 한 곡조를 시름까지 섞어 타니 소상강의 밤비에 대

나무 잎 소리가 섞여 들리는 듯 천년만에 돌아온 학이

화표주에 앉아 우니는 듯섬섬옥수로 타는 솜씨가 옛

소리를 간직하고 있다마는 부용장 안에 임이 없으니 누

구 귀에 들리겠는가 구곡간장이 굽이굽이 끊어지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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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구나

rarr전-거문고로 시름을 달램

하리 잠을 드러 의나 보려 니

바람의 디 닙과 풀 속에 우는 즘생

므스 일 원수로서 잠조차 오다

천상(天上)의 牽牛織女(견우 직녀) 銀河水(은하수) 박혀

서도

七月七夕(칠월 칠석)一年一度(일년 일도)失期(실기)치

아니거든

우리 님 가신 후는 무슨 弱水(약수) 가렷관듸

오거나 가거나 소식(消息)조차 쳣는고

欄干(난간)의 비겨 셔서 님 가신 바라보니

초로(草露) 맷쳐 잇고 暮雲(모운)이 디나갈 제

竹林(죽림) 푸른 고 새 소리 더욱 설다

세상의 서룬 사람 수업다 려니와

薄命(박명) 紅顔(홍안)이야 날 가니 이실가

아마도 이 님의 지위로 살동말동 여라

차라리 잠이 들어 꿈에서나 임을 보려하니 바람에 지는

나뭇잎과 풀 속에서 우는 벌레가 나와 무슨 원수가 졌

길래 잠조차 깨우는가 하늘의 견우 직녀는 은하수가

막고 있어도 일 년에 한 번 칠월 칠석날에는 기약을 어

기지 않고 만나는데 우리 임이 가신 후에는 무슨 약수

가 가로막고 있길래 오고 가는 소식조차 끊어졌는고

난간에 기대어 서서 임 계신 곳을 바라보니 풀잎에 이

슬은 맺혀있고 저녁 구름이 지나갈 때 대나무 숲 푸른

곳에 새 소리가 더욱 섧다 세상에 서러운 사람이 수없

이 많다고 하지만 기구한 팔자를 타고난 사람이야 나

같은 이가 또 있을까 아마도 임 때문에 살 듯 말 듯하

구나

rarr결-애타게 임을 기다리는 마음

〈감상〉

조선 시대 봉건 사회 제도 아래서 오직 인종(忍從)만을

미덕으로 알고 살아야 했던 부녀자의 한(恨)을 노래한

작품으로 일명 원부사(怨夫詞) 또는 원부사(怨夫辭)라

고도 한다 좋은 배필을 원했지만 뜻밖에도 경박스럽고

방탕한 남편을 만나 평생을 피맺힌 한(恨)과 그리움 속

에 보내야 하는 한 여인의 애달픈 사연을 통해 남성

위주의 사회가 가져오는 병폐를 실감 있게 형상화한 작

품이라 할 수 있다

Page 13: 구지가(龜 歌) - middle.gongbuwarac.commiddle.gongbuwarac.com/Common/Popup/FileDownloadAs.aspx?FileName=/ite… · 미륵(彌勒) 좌주(座主) 뫼셔롸. 미륵 좌주를 모셔라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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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소재 이미지 내용

1 청산 사람의 현장과의 대칭으로서의 자연 자연에서 살 수밖에 없음

2 새 함께 비탄하는 유일한 벗 새와 함께 비탄함

3 새 자신의 분신 속세에의 미련 속세에의 미련으로 번민함

4 밤 절망적인 고독 고독으로 인하여 괴로워함

5 돌 운명 고독을 운명으로 생각함

6 바다 삶의 현장의 또 다른 대칭으로서의 자연 새로운 환경을 찾아 감

7 사슴 비애(悲哀)의 감정을 이완시킴 기적을 바라는 희망

8 강술 비애의 초극을 가능케 하는 매개체 술에서 구원을 찾음

형식 전 8연의 분장체 매 연 4구운율 3middot3middot2조 3음보어조 시름과 근심에 젖은 애조 띤 목소리성격 현실 도피적 애상적 평민 문학(해석에 따라서는 낙천적으로 보는 이도 있음)주제 현실에의 체념 생의 고독과 비애 삶의 고뇌와 비애 실연의 애상(哀傷) 삶의 터전을 잃은 유랑인의 슬픔 임을 잃은 여인의 처절한 삶과 임을 향한 그리움의의 고려 속요 중 서경별곡과 함께 비유성과 창작성이 뛰어나며 문학성 또한 빼어나다 고려인들의 삶의 애환을 반영한 작품으로서 고려인의 정서가 잘 나타나 있고 음악적 효과가 가장 뛰어난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다 사상적인 면에서는 극단적인 현실 도피 내지는 현실 부정의 면모를 보이고 있다표현 반복법 상징법구성 기(1연) - 승(234연) - 전(567연) - 결(8연)의 4단 구성

+각 연의 소재 이미지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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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별곡

서경(평양)이 서경이 서울이지마는

중수(重修)한 곳인(새로 닦은 곳) 소성경(서경)을

사랑합니다마는

임을 이별할 것이라면 차라리 길쌈하던 베를 버

리고서라도

사랑만 해주신다면 울면서 따라가겠습니다

구슬이 바위 위에 떨어진들

끈이야 끊어지겠습니까

(임과 헤어져) 천 년을 홀로 살아간들

사랑하는 임을 믿는 마음이야 끊기고 변할 리가

있겠습니까

대동강이 대동강이 넓은 줄을 몰라서

배를 내어 놓았느냐 사공아

네 아내가 놀아난 줄도 모르고

다니는 배에 몸을 실었느냐 사공아

대동강 건너편 꽃을

배를 타고 건너편에 들어가면 배를 타고 건너편

에 들어가면 꺾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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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별곡 가시리

차이점 적극적이고 활달한 고려 시대의 여성상인고와 순정을 미덕으로 간직하는

여성상

공통점 이별의 정한을 노래한 고려 가요이며 화자의 목소리가 여성적임

갈래 고려 가요

성격 진솔(眞率) 직선적 적극적

형식 3음보로 매연 끝에 후렴 분연체 3연 14절 (3middot3middot3조가 주류)

제재 임과의 이별

주제 이별의 정한 이별의 슬픔

표현 반복법 설의법 비유법을 통해 감정을 진솔하고 직설적 적극적으로 표현함

구성 여자가 떠나는 남자에게 말을 건네는 희곡적 구조로 전 3연으로 구성되어 있고 매 연은 4구로

되어 있으며 총 14연

특징 아즐가라는 의미 없는 말을 넣고 매구 끝에는 후렴구가 있음 조선시대에 남녀상열지사(男女相

悅之詞)라 비판받기도 했는데 그 이유는 배 타들면 것고리이다는 여인의 정조를 범한다는 의미로 유

교사회에서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 서경별곡과 가시리의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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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가 징이여 돌이여 지금에 계시옵니다

징이여 돌이여 지금에 계시옵니다

이 좋은 성대에 놀고 싶사옵니다

사각사각 가는 모래 벼랑에

사각사각 가는 모래 벼랑에

구운 밤 닷 되를 심으오이다

그 밤이 움이 돋아 싹이 나야만

그 밤이 움이 돋아 싹이 나야만

유덕하신 님 여의고 싶습니다

옥으로 연꽃을 새기옵니다

옥으로 연꽃을 새기옵니다

바위 위에 접을 붙이옵니다

그 꽃이 세 묶음 피어야만

그 꽃이 세 묶음 피어야만

유덕하신 님 여의고 싶습니다

무쇠로 철릭을 마름질해

무쇠로 철릭을 마름질해

철사로 주름 박습니다

그 옷이 다 헐어야만

그 옷이 다 헐어야만

유덕하신 님 여의고 싶습니다

무쇠로 황소를 만들어다가

무쇠로 황소를 만들어다가

쇠나무산에 놓습니다

그 소가 쇠풀을 먹어야

그 소가 쇠풀을 먹어야

유덕하신 님 여의고 싶습니다

구슬이 바위에 떨어진들

구슬이 바위에 떨어진들

끈이야 끊어지겠습니까

천 년을 외따로이 살아간들

천 년을 외따로이 살아간들

믿음이야 끊어지겠습니까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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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래 고려 가요 고려 속요 장가(長歌) 전 6연 1연은 3구 2-6연은 6구 3음보

형식 전 6연의 분연체 1연은 3구 2~6연은 6구 3음보 3 3 4조

성격 서정적 민요적

구성 서사 - 본사 - 결사의 3단 구성

1연 기 태평성대를 갈구함

2연 -5연 서 불가능한 상황 설정으로 영원한 사랑을 갈구함

6연 결 임에 대한 끊임없는 사랑과 믿음

표현 반복법(운율을 형성하며 주제를 부각시키기 위해 사용)과장법 역설법 반어법을 사용하여 불가

능한 것을 가능으로 설정해 놓고 영원한 사랑을 역설적으로 노래했고 한 연에 똑같이 되풀이 되는 2구

가 있어 감정을 강조하고 있으며 소망형인 어미로 끝내면서 화자의 간절한 소망을 느끼게 하고 있다

제재 임에 대한 사랑

주제 임에 대한 영원한 사랑 임에의 영원한 연모의 정 태평 성대(太平聖代)의 기원)

의의 대부분의 고려 가요가 이별이나 애원 또는 향락의 정서를 읊고 있는 데 반해 영원한 사랑을 주

제로 하고 있는 것이 특색이다 불가능한 상황 설정을 통해 사랑의 절실함을 표현하고 있다

가시리

가시겠습니까 가시겠습니까

나를 버리고 가시겠습니까

나는 어찌 살라 하고 버리고 가시렵니까

붙잡아 둘 일이지마는 서운하면 아니 올까 두렵습니다

서러운 임을 보내옵나니

가자마자 곧 가시는 것처럼 돌아서서 오십시오

갈래 고려 속요 lsquo귀호곡(歸乎曲)rsquo 이라고도 함

형식 분절체 4연 각 2구의 분연체(分聯體)

성격 서정적 민요적

운율 외재율 3middot3middot2조 3음보

구성 4단 구성 기middot승middot전middot결

제재 임과의 이별

주제 이별의 정한(情恨)과 애이불비(哀而不悲)의 사랑

기 뜻밖의 이별에 대한 놀라움과 원망에 찬 하소연

승 하소연의 고조 또는 슬픔의 고조

전 감정의 절제와 체념

결 이별 후의 소망과 기원(주제연)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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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동

덕은 뒤에 바치옵고 복은 앞에 바치오니

덕이며 복이라 하는 것을 진상하러 오십시오

정월 냇물은 아아 얼려 녹으려 하는데

세상에 태어나서 이 몸이여 홀로 살아가는구나

2월 보름에 아아높이 켜놓은 등불 같구나

만인을 비추실 모습이시도다

3월 지나며 핀 아아 늦봄의 진달래꽃이여

남이 부러워할 모습을 지니고 태어났구나

4월을 잊지 않고 아아 오는구나 꾀꼬리새여

무엇 때문에 녹사님은 옛날을 잊고계시는가

5월 5일(단오)에 아아 단옷날 아침 약은

천 년을 사실 약이기에 바치옵니다

6월 보름(유두일)에 아아 벼랑에 버린 빗같구나

돌아보실 임을 잠시나마 따르겠나이다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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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보름에 아아 여러 가지 제물을 벌여 놓고

임과 함께 살고자 소원을 비옵니다

8월 보름은 아아 한가윗날이지마는

임을 모시고 지내야만 오늘이 뜻 있는 한가윗날

입니다

9월 9일에 아아 약이라고 먹는

노란 국화꽃이 집 안에 피니 초가집이 고요하구

10월에 아아 잘게 썰은 보리수나무 같구나

꺾어 버리신 후에 지니실 한 분이 없으시도다

11월에 봉당 자리에 아아 홑적삼을 덮고 누워

임을 그리며 살아가는 나는 너무나 슬프구나

12월에 분지나무로 깎은 아아 소반 위의 젓가락

같구나

임의 앞에 들어 가지런히 놓으니 손님이 가져다

가 뭅니다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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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전춘

얼음 위에 댓닢 자리를 보아

임과 나와 얼어죽을망정

얼음 위에 댓닢 자리를 보아

임과 나와 얼어죽을망정

정을 준 오늘 밤 더디 새어라 더디 새어라

잊히지 않고 늘 염려스러운 외로운 베갯머리에

어찌 잠이 오리오

서쪽 창문을 여니 복숭아꽃이 피어나는구나

복숭아꽃이 걱정 없이 봄바람에 웃는구나 봄바람

에 웃는구나

넋이라도 임과 한 곳에

함께 지내는 모습 그리더니

넋이라도 임과 한 곳에

함께 지내는 모습 그리더니

우기던 사람이 누구였습니까 누구였습니까

오리야 오리야

어린 비오리야

여울일랑 어디 두고

소에 자러 오는가

소 곧 얼면

여울도 좋습니다 여울도 좋습니다

남산에 자리 보아

옥산을 베고 누워

금수산 이불 안에

사향 각시를 안고 누워

남산에 자리 보아

옥산을 베고 누워

금수산 이불 안에

사향 각시를 안고 누워

약 든 가슴을 맞춥시다 맞춥시다

알아주소서 임이시여 영원히 이별할 줄 모르고

지냅시다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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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래 고려 속요성격 연가 남녀상열지사 향락적 퇴폐적형식 5연으로 이루어진 분연체로 결사를 포함하여 전 6연으로 보기도 함제재 남녀간의 사랑 또는 애정특징 남녀간의 애정을 가식 없이 진솔하고도 적나라 하게 표현했고 비유와 상징 반어와 역설 감각적인 언어로 감정의 표현이 진솔하여 문학성이 높은 편주제 변치 않는 사랑에 대한 소망 임과의 영원한 사랑 기원(임과의 사랑을 직설적으로 드러냄)의의 2연과 5연이 시조 형태에 근접하고 있어 시조의 기원을 찾는 자료로서 주목받음

1연 죽음보다 강한 사랑의 정열2연 임 생각에 밤을 지새우는 애처로움3연 사랑을 배신한 임에 대한 원망4연 무절제한 사랑을 하는 임에 대한 풍자5연 임에 대한 욕망과 상상6연 임과의 이별 없는 영원한 만남을 염원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22 -

【 가사

(

歌辭

)

상춘곡(賞春曲)

정 극 인

紅塵(홍진)에 뭇친 분네 이내 生涯(생애) 엇

더고

風流(풍류)

가天地間(천지간) 男子(남자) 몸이 날만 이

하건마

山林(산림)에 뭇쳐 이셔 至樂(지

락)을

것가

數間茅屋(수간모옥)을 碧溪水(벽계수)

앒픠

고 松竹(송죽) 鬱鬱裏(울울리)예 風月主人(풍

월 주인) 되어셔라

속세에 묻혀 사는 분들이여 이 나의 생활이 어떠한가

옛 사람들의 운치 있는 생활을 내가 따를까 못따를까

천지간 남자로 태어난 몸으로서 나만한 사람이 많건마

는 왜 그들은 자연에 묻혀사는 지극한 즐거움을 모르는

것인가

몇 간쯤 되는 초가집을 맑은 시냇물 앞에 지어 놓고소

나무와 대나무가 우거진 속에 자연의 주인이 되었구나

서사-자연에 묻혀 사는 즐거움

엇그제 겨을 지나 새봄이

돌아오니桃花杏花(도화행화)

夕陽裏(석양

리)예 퓌여 잇고綠楊芳草(녹양방초)

細(우

중)에 프르도다칼로

아 낸가붓으로 그려낸

가造化神功(조화신공)이 物物(물물)마다 헌

엊그제 겨울이 지나 새봄이 돌아오니 복숭아꽃과 살구

꽃은 저녁 햇빛 속에 피어 있고 푸른 버들과 아름다운

풀은 가랑비 속에 푸르도다 칼로 재단해 내었는가 붓

으로 그려 내었는가 조물주의 신비스러운 솜씨가 사물

마다 야단스럽구나

본사 1-봄의 아름다운 경치

수풀에 우

春氣(춘기)

내 계

워 소

마다 嬌態(교태)로다 物我一體

(물아일체)어니 興(흥)이

소냐 柴扉(시

비)예 거러 보고 亭子(정자)애 안자 보니 逍

遙吟詠(소요 음영)

야 山日(산일)이 寂寂(적

적)

閑中眞味(한중진미)

알 니 업시 호

재로다

수풀에 우는 새는 봄 기운을 끝내 못 이겨 소리마다 아

양을 떠는 모습이로다

자연과 내가 한 몸이거니 흥겨움이야 다르겠는가 사립

문 주변을 걷기도 하고 정자에 앉아 보기도 하니 천천

히 거닐며 나직이 시를 읊조려 산 속의 하루가 적적한

데 한가로움 속의 참된 즐거움을 아는 사람이 없이 혼

자로구나

본사 2-봄의흥취

이바 니웃드라山水(산수) 구경 가쟈스라 踏靑

(답청)으란 오

고 浴沂(욕기)란 來日(내

일)

새 아

에 採山(채산)

고 나조

釣水

(조수)

여보게 이웃 사람들이여 산수 구경을 가자꾸나 산책

은 오늘하고 냇물에서 목욕하는 것은 내일 하세 아침

에 산나물을 캐고 저녁에 낚시질을 하세

본사 3-산수 구경 권유

괴어 닉은 술을 葛巾(갈건)으

로 밧타 노코 곳나모 가지 것거 수 노코 먹

으리라 和風(화풍)이 건

부러 綠水(녹수)

건너오니 淸香(청향)은 잔에 지고 落紅(낙

홍)은 옷새 진다 樽中(준중)이 뷔엿거

려 알외어라 小童(소동) 아

려 酒家(주가)

에 술을 믈어얼운은 막대 집고아

술을 메고

微吟緩步(미음 완보)

야 시냇

의 호자 안자

明沙(명사) 조 믈에 잔 시어 부어 들고 淸流(청

류)

굽어보니

니 桃花(도화)ㅣ로다 武陵

(무릉)이 갓갑도다 져

거인고

이제 막 익은 술을 갈건으로 거러 놓고 꽃나무 가지를

꺾어 잔 수를 세면서 먹으리라 화창한 바람이 문득 불

어서 푸른 시냇물을 건너오니 맑은 향기는 술잔에 가

득하고 붉은 꽃잎은 옷에 떨어진다 술동이 안이 비었

으면 나더러 아뢰어라 조그만 아이를 시켜 술집에서

술을 사 가지고 어른은 지팡이를 짚고 아이는 술을 메

고 나직이 읊조리며 천천히 걸어 시냇가에 혼자 앉아

고운 모래가 비치는 맑은 물에 잔 씻어 술을 부어 들

고 맑은 시냇물을 굽어보니 떠내려오는 것이 복숭아꽃

이로다 무릉도원이 가까이 있구나 저 들이 바로 그것

인가

본사 4-술과 풍류

松間(송간) 細路(세로)에 杜鵑花(두견화)

부치 들

고峰頭(봉두)에 급피 올나 구름 소긔

안자 보니 千村萬落(천촌만락)이 곳곳이 버러 잇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23 -

煙霞日輝(연하일휘)

錦繡(금수)

엇그제 검은 들이 봄빗도 有餘(유여)

소나무 사이 좁은 길로 진달래꽃을 손에 들고

산봉우리에 급히 올라 구름 속에 앉아보니 수많은 촌

락들이 곳곳에 벌여 있네 안개와 놀과 빛나는 햇살은

아름다운 비단을 펼쳐 놓은 듯 엊그제까지도 거뭇거뭇

했던 들판이 이제 봄빛이 넘치는구나

본사 5-산봉우리에서의 조망

功名(공명)도 날

우고富貴(부귀)도 날

우니淸

風明月이(청풍명월) 外(외)예 엇던 벗이 잇

올고

簞瓢陋巷(단표누항)에 흣튼 혜음 아니

아모

타 百年行樂(백년행락)이 이만

엇지

공명과 부귀가 모두 나를 꺼리니 아름다운 자연 외에

어떤 벗이 있으리오 비록 가난하게 살고 있지만 잡스

러운 생각은 아니하네 아무튼 한평생 즐겁게 지내는

것이 이만하면 족하지 않겠는가

결사-안빈 낙도

면앙정가(俛仰亭歌)

송 순

无等山(무등산) 활기 뫼히 동다히로

버더 이셔 霽月峯(제월봉)이 되여거

無邊大野(무변대야)의 므

짐쟉

노라

닐곱 구

움쳐 무득무득 버럿

가온대 구

굼긔든 늘근 뇽이 선

머리

언쳐시니

무등산 한 줄기 산이 동쪽으로 뻗어 있어 멀리 떼

어 버리고 나와 제월봉이 되었거늘 끝없이 넓은

들판에 무슨 속셈을 가지고 일곱 구비가 한 곳에

움추리어 무더기 무더기 벌여 놓은 듯 가운데 구

비는 구멍에 든 늙은 용이 풋잠을 이제 막 깨어

머리를 얹어 놓고 있는 것 같으니

rarr서사 1 - 제월봉의 위치와 형세

바희 우

松竹(송죽)을 혜혀고

정자

언쳐시니

구름

靑鶴(청학)이 千里(천 리)를 가리라

래 버렷

넓고 평평한 바위 위에 소나무 대나무를 헤치고

정자를 앉혔으니 구름을 탄 푸른 학이 천 리를

가려고 두 날개를 벌리고 있는 듯하다

rarr서사2 - 면앙정의 모습

玉泉山(옥천산) 龍泉山(용천산)

린 믈이

亭子(정자) 압 너븐 들

兀兀(올올)히 펴진드시

든 기노라 프르거든 희디마나

雙龍(쌍룡)이 뒤트

긴 깁을

어드러로 가노라 므

얏바

즈로 흐르

옥천산용천산 흘러내리는 물이 정자 앞 넓은 들

에 끊임없이 펼쳐진 듯이 넓거든 길지나 말든가

푸르거든 희지나 말지 두 마리 용이 몸을 뒤틀고

있는 듯 긴 비단을 펼쳐 놓은 듯 어디로 가느라

고 무슨 일이 바빠서 달리는 듯 따라가는 듯 밤낮

으로 흘는 듯

rarr본사 1 - 시냇물의 모습

므조친 沙汀(사정)은 눈

치 펴

거든

어즈러온 기러기

므스거슬 어르노라

안즈락

리락 모드락 흣트락

蘆花(노화)를

이 두고 우로곰 좃니

물을 따라 있는 모래밭은 눈같이 하얗게 펼쳐져

있는데 어지럽게 나는 갈매기는 무엇을 어르느라

고 앉기도 하고 내려오기도 하고 모이기도 하고

흩어지기도 하고 갈대꽃을 사이에 두고 울면서 따

라다니는가

rarr본사 2 - 기러기의 교태

너븐 길 밧기오 긴 하

두르고

즌 거슨 뫼힌가 屛風(병풍)인가

그림가 아닌가

노픈

숨거니 뵈거니 가거니 머믈거니

어즈러온 가온

일홈

도 젓티 아녀 옷독이 셧

거시

秋月山(추월산) 머리 짓고 용구산 몽선산 불대산

어등산 용진산 금성산이 허공에 버러거든

遠近(원근) 蒼崖(창애)의 머믄 것도 하도 할샤

넒은 길 밖이요 긴 하늘 아래 두르고 꽂은 것은

산인가 병풍인가 그림인가 아닌가 높은 듯 낮은

듯 끊어지는 듯 이어지는 듯 숨기도 하고 보이기

도 하고 가기도 하고 머물기도 하고 어지러운 가

운데 유명한 척하여 하늘도 두려워 하지 않고 우

뚝하게 서있는 것이 추월산으로 머리를 만들고

용구산 몽선산 불대산 어등산 용진산 금성산이 공

중에 늘어서 있으니 멀고 가까운 푸른 절벽에 머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24 -

문 것도 많기도 하구나

rarr본사 3 - 산봉우리의 승경

흰구름 부흰 煙霞(연하) 프로니

山嵐(산람)이라

千巖萬壑(천암만학)을 제 집으로 삼아두고

나명셩 들명셩 일

ㅣ도 구

지고

오르거니

리거니 長空(장공)의

나거니

廣野(광야)로 건너거니

프르락 불그락 여트락 지트락

斜陽(사양)과 섯거디어 細雨(세우)조차

흰구름 뿌연 안개와 노을 푸른 것은 산 아지랑

이로구나 수많은 바위와 골짜기를 제 집으로 삼

고서 나가기도 하고 들어오기도 하면서 아양도 떠

는구나 올라가기도 하고 내려가기도 하고 먼 하

늘로 떠나기도 하고 넓은 들로 건너가기도 하고

푸르기도 하고 붉기도 하고 옅기도 하고 짙기도

하고 석양과 섞이어 가랑비조차 뿌리는구나

rarr본사 4 - 봄 풍경

藍輿(남여)

고 솔아

구븐 길노

오며 가며

적의

綠楊(녹양)의 우

黃鶯(황앵) 嬌態(교태) 겨워

고야

나모 새

지어 綠陰(녹음)이 얼린 적의

百尺欄干(백척난간)의 긴 조으름 내여 펴니

水面凉風(수면양풍)이야 긋칠 줄 모르

뚜껑없는 가마를 재촉하여 타고 소나무 아래 굽은

길로 오며 가며 하는 때에 푸른 버드나무에서

는 꾀꼬리는 온갖 교태를 부리고 있구나 나무 사

이가 우거져서 녹음이 엉긴 때에 긴 난간에 기대

어 길게 기지개를 켜니 물위에서 부는 시원한 바

람이 그칠 줄을 모르는구나

rarr 본사 5 - 여름 풍경

즌서리

딘 후의 산빗치 錦繡(금수)로다

黃雲(황운)은

엇지 萬頃(만경)의 펴겨디오

漁笛(어적)도 흥을 계워

롸 브니

된서리가 걷힌 후에 산 빛이 수놓은 비단 같구나

누렇게 익은 곡식은 또 어찌 넓은 들에 펼쳐져 있

는가 어부가 부는 피리도 흥을 못이겨 달을 따라

불고 있구나

rarr 본사 6 - 가을 풍경

草木(초목) 다 진 후의 江山이

몰커

造物(조물)리 헌

야 氷雪(빙설)로

며내니

瓊宮瑤臺(경궁요대)와 玉海銀山(옥해은산)이

眼底(안저)에 버러셰라

乾坤(건곤)도 가

열사 간 대마다 경이로다

초목이 다 떨어진 후에 강산이 눈 속에 묻혔거늘

조물주가 야단스러워 눈과 얼음으로 꾸며내니 경

궁요대(구슬로 꾸민 궁궐과 대)와 옥해은산(아름

다운 바다와 눈덮인 산) 같은 설경이 눈 아래 펼

쳐졌구나 하늘과 땅도 풍성하구나 가는 곳마다

아름다운 경치로다

rarr 본사7 - 겨울 풍경

人間(인간)을

나와도 내 몸이 겨를 업다

이것도 보려

고 져것도 드르려코

도 혀려

도 마즈려코

밤으란 언제 줍고 고기란 언제 낙고

柴扉(시비)란 뉘 다드며 딘 곳츠란 뉘 쓸려뇨

이 낫브거니 나조

라 슬

소냐

리 不足(부족)커니 來日(내일)이라

有餘(유여)

이 뫼

안자 보고 져 뫼

거러 보니

煩勞(번로)

릴 일이 아조 업다

쉴 사이 업거든 길히나 젼

리야

다만 靑藜杖(청려장)이 다 므듸어 가노

속세를 떠나왔어도 내 몸이 한가하지 않다 이것

도 보려고 하고 저것도 들으려 하고 바람도 쏘이

려 하고 달도 맞으려 하고 밤은 언제 줍고 고기는

언제 낚고 사립문은 누가 닫으며 떨어진 꽃은 누

가 쓸겠느냐 아침에도 아름다운 경치 구경하는

시간이 모자랄 지경인데 저녁이라고 싫겠는가 오

늘의 시간이 부족한데 내일이라고 여유가 있겠는

가 이 산에서 앉아보고 저 산에서 걸어보니 번거

로운 마음이지만 버릴 일이 아주 없다 쉴 사이가

없는데 사람들에게 길이나마 알려줄 수가 있겠는

가 다만 명아주 대로 만든 지팡이가 다 무디어

가는구나

rarr본사 8 - 자연애와 풍류 생활

술이 닉어가니 벗지라 업슬소냐

이며 혀이며 이아며

온가짓 소

로 醉興(취흥)을

야거니

근심이라 이시며 시

이라 브터시랴

누우락 안즈락 구브락 져츠락 울프락

노혜로 놀거니

天地(천지)도 넙고넙고 日月(일월)도 가

羲皇(희황) 모

러니 이적이야 긔로고야

神仙(신선)이 엇더턴지 이몸이야 긔로고야

술이 익어가니 벗이라고 없겠는가 노래를 부르게

하며 악기를 타고 켜게 하며 방울을 흔들며 온갖

소리로 술에 취한 흥을 재촉하니 근심이라 있겠으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25 -

며 시름이라고 붙어 있으랴 눕기도 하고 앉기도

하고 구부리기도 하고 뒤로 젖히기도 하고 읊기도

하고 휘파람을 불기도 하면서 마음놓고 놀기도

하니 천지도 넓고 넓으며 세월도 한가하다 중국

복희 황제의 태평성대를 내가 잘 몰랐더니 지금이

바로 그것이로구나 신선이 어떤 것인지 잘 몰랐

더니 내가 바로 신선이로구나

rarr본사9 - 취흥

江山風月(강산풍월) 거

리고 내 백년을 다누리면

岳陽樓(악양루) 샹의 李太白(이태백)이 사라 오다

浩蕩情懷(호탕 정회)야 이에서 더

소냐

이 몸이 이렁 굼도 亦君恩(역군은)이샷다

아름다운 대자연을 거느리고 내 한평생을 다 누리

면 조망이 좋기로 이름난 악양루 위의 이태백이

살아온다한들 넓고 큰 마음이야 이것보다 더 하겠

는가 이몸이 이렇게 지내는 것도 역시 임금님의

은혜이시도다

rarr결사 - 호탕한 정회와 군은

면앙정의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지은이가 41세 되던 해 벼슬을 그만두

고 향리인 전라남도 담양에 내려가 면앙정이라는

정자를 짓고 아름다운 자연을 벗삼아 사는 자신의 풍

류 생활을 노래한 것이다 면아정 주변의 경치4계절의

풍경 자신의 풍류 생활에 대한 멋과 흥취를 짜임새 있

게 그려낸 선경 후정의 작품이다

우리 江湖歌道(강호가도)의 전형을 확립한 작품으로

정극인의 상춘곡을 이어받아 송강의 성산별곡관동별곡

에 크게 영향을 끼쳤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결사 끝

부분의 lsquo亦君恩(역군은)이샷다rsquo와 같은 표현은 맹사성의

lsquo강호사시가rsquo에도 나타나는 것으로 자연속에서 지내는

즐거움과 연군 지정을 결합시킨 표현이라 할 수 있다

관동별곡

정 철

江강湖호애 病병이 깁퍼 竹

林님의 누엇더니 關관東

동 八팔百

里니에 方방面면을 맛디시니 어와 聖셩恩

은이야 가디록 罔망極극

다 延연秋츄門문 드리

慶경會회 南남門문

라보며 下하直직고 믈너나니 玉

옥節졀이 알

셧다

平평丘구驛역

라 黑흑水슈로 도라드니 蟾셤江

강은 어듸메오 雉티岳악이 여긔로다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의 병이 깊어 전라남도 창평에서

지내고 있었는데 800리나 되는 강원도 지방의 관찰사

소임을 맡기시니 아아 임금님의 은혜야말로 갈수록

끝이 없다 연추문으로 달려들어가 경회루의 남쪽문을

바라보며 임금님께 하직 인사를 하고 물러나니 옥절이

앞에 서 있다 양주(평구역)역에서 말을 갈아타고 여주

(흑수)로 돌아 들어가니 원주(섬강)는 어디인가 치악

산이 여기로구나

서사1-관찰사 배명과 부임의 여정

昭쇼陽양江강

린 믈이 어드러로 든단 말고 孤고臣신

去거國국에 白

髮발도 하도 할샤 東동州

밤 계오

새와 北븍寬관亭뎡의 올나

니 三삼角각山산 第뎨一일

峰봉이

마면 뵈리로다 弓궁王왕 大대闕궐 터희 烏오

鵲쟉이 지지괴니 千쳔古고 興흥亡망을 아

다 몰

다 淮회陽양 녜 일홈이 마초아

시고 汲급長

孺유

風풍彩

를 고텨 아니 볼 게이고

소양강 흘러내린 물이 어디로 흘러들어간단 말인가 외

로운 신하가 임금님 곁을 떠남에 있어서 나라에 대한

걱정이 많기도 하구나 철원(동주)에서 밤을 겨우 새운

후 북관정에 오르니(임금님이 계신 한양에 있는)삼각

산의 제일 높은 봉우리가 웬만하면 보일 것 같구나 옛

날 궁예왕이 살았던 대궐 터에 까마귀와 까치만 지저귀

고 있으니 먼 옛날의 흥망 성쇠를 까마귀와 까치 너희

들은 아느냐 모르느냐 회양이라는 이름이 옛날 중국의

지명인 회양과 마침 똑같구나(중국 회양 땅에서 선정

을 베푼)급장유의 모습을 이제 다시 (여기서)볼 수 있

지 않겠는가(급장유가 중국 회양땅에서 선정을 베푼

것처럼 정철 자신도 이곳 강원도 회양땅에서 선정을 베

풀겠다는 포부를 나타냄)

서사 2-관내 순력과 선정에 대한 포부

營영中듕이 無무事

고 時시節졀이 三삼月월인 제

花화川쳔 시내길히 楓풍岳악으로 버더 잇다 行

裝장

을 다

티고 石셕逕경의 막대 디퍼 百백川쳔洞동 겨

두고 萬만瀑폭洞동 드러가니 銀은

무지게 玉

龍룡의 초리 섯돌며

十십里리의

자시니 들을 제

우레러니 보니

눈이로다

감영(지금의 도청)안에 아무 일이 없고 시절이 마침 삼

월인 때에 화천 시냇길이 금강산으로 뻗어 있다 행장

을 다 떨쳐 버리고 돌길에 지팡이를 짚어 백천동 곁을

지나 만폭동으로 들어가니 은같은 무지개 옥 같은 용

의 꼬리처럼 생긴 폭포가 섞어 돌며 뿜는 소리가 십 리

에 깔려 있으니 멀리서 들을 때는 우렛소리더니 가까

이 가서 보니 눈(雪)이 날리는 것 같구나

본사1-만폭동 폭포의 장관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26 -

金금剛강臺

우層층의 仙션鶴학이 삿기 치니 春츈

風풍 玉옥笛

聲셩의 첫

돗던디 縞호衣의玄현裳

샹이 半반空공의 소소

니 西셔湖호

主쥬人인을

반겨셔 넘노

금강대 맨 꼭대기에 사는 선학이 새끼를 치니 봄바람

옥피리 소리에 첫 잠을 깨었던지 흰 저고리 검은 치마

로 단장한 학이(학의 날개 묘사) 공중에 솟아 뜨니 옛

날 중국 서호에서 학과 더불어 노닐던 임포를 반겨 맞

는 것 같구나(정철 자신을 임포처럼 생각함)

본사2-금강대 위의 선학

小쇼香향爐노 大대香향爐노 눈 아래 구버보고 正졍陽

양寺

眞진歇헐臺

고텨 올나 안

마리 廬녀山산 眞

진面면目목이 여긔야 다 뵈

다 어와 造조化화翁옹이

토 헌

거든

디 마나 셧거든 솟디 마나

芙부蓉용을 고잣

玉옥을 믓것

東동溟명

을 박

北북極극을 괴왓

놉흘시고 望망高

고臺

외로올샤 穴혈望망峰봉이 하

의 추미러 므

일을

로리라 千쳔萬만劫겁 디나

록 구필 줄 모

다 어와 너여이고 너

향로처럼 생긴 크고 작은 봉우리를 눈아래 굽어보고 나

서 정양사를 지나 진헐대에 다시 올라 앉으니 금강산

의 참모습이 여기서야 다 보이는구나 아아 조물주가

야단스럽기도 야단스럽구나(산봉우리들이)날아가려거

든 뛰지나 말든가 서있으려거든 (위로)솟지나 말든가

할일이지 연꽃을 꽂아 놓은 것 같기도 하고흰 옥을

묶어 놓은 것 같기도 하고 북극성을 떠받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높구나 망고대 외롭구나 혈망봉이 하늘

에 치밀어서 무슨 일을 아뢰려고 오랜 세월이 지나도록

굽힐 줄을 모르느냐 아아 너로구나 너같은 충신이

또 있을까(진헐대에서 바라본 많은 산봉우리들이 굳굳

한 모습으로 서있는 것을 보고 충신의 지조와 절개를

연상하여 표현한 구절)

본사 3-진헐대에서의 조망

心심臺

고텨 올나 衆듕香향城셩

라보며 萬만

二이千쳔峰봉을 歷녁歷녁히 혀여

니 峰봉마다

쳐 잇

고 긋마다 서린 긔운

거든 조티마나 조커든

디 마

나 뎌 긔운 흐터 내야 人인傑걸을

고쟈 形형容용

도 그지업고 체체勢셰도 하도 할샤 天텬地디 삼기실

제 自

然연이 되연마

이제 와 보게 되니 有유情정

도 有유情정

개심대를 다시 올라가서 중향성을 바라보며 금강산 만

이천 봉우리를 똑똑히 헤아려 보니 산봉우리마다 정기

가 맺혀 있고 봉우리 끝마다 서린 기운(정기) (산의

정기가)맑거든 깨끗하지나 말든가 깨끗하거든 맑지나

말 것이지(산의 정기가 맑고도 깨끗하다는 의미) 저

기운을 흩어 내어 뛰어난 인물을 만들고 싶구나 산봉

우리의 생긴 모양이 끝이 없이 다양하고 자세도 많기도

하구나 천지가 생겨날 때 자연히 된 줄 알았더니 이제

와서 보니까 조물주의 뜻이 분명히 있구나

본사 4-개심대에서의 조망

毗비盧로峰봉 上샹上샹頭두의 올라 보니 긔 뉘신고

東동山산 泰태山산이 어

야 놉돗던고 魯노國국 조븐

줄도 우리

거든 넙거나 넙은 天텬下하 엇

닷 말고 어와 뎌 디위

어이

면 알 거이고 오

디 못

거니

려가미 고이

비로봉 맨 꼭대기에 올라본 사람이 그 누구인가

동산과 태산이 그 얼마나 높던가 노나라가 작다는 것

도 우리는 모르겠는데 넓고도 넓은 천하를 어떻게 해서

작다고 공자께서는 말씀하신단 말인가 아아 저 공자

의 경지를 어떻게 하면 알 것인가 올라가지 못하는데

내려가는 것이 이상하랴

본사 5-비로봉을 본 감회

圓원通통골

길로 獅

峰봉을

자가니 그 알

너러바회 化화龍룡쇠 되여셰라 千쳔年년 老노龍룡

이 구

서려 이셔 晝듀夜야의 흘녀 내여 滄창海

해예 니어시니 風풍雲운을 언제 어더 三삼日일雨우

디련

다 陰음崖애예 이온 플을 다 살와 내여

원통골 가느다란 길로 사자봉을 찾아가니 그 앞에 넓고

평평한 바위가 화룡소가 되었구나 마치 천 년이나 묵

은 늙은 용(정철 자신을 지칭함)이 굽이굽이 서려 있어

서 밤낮으로 물을 흘려 내어 푸른 바다에 이어졌으니

용(작자 자신)아 너는 언제 풍운(선정의 기회)을 얻어

서 임금님의 은총을 백성들에게 내리려느냐 굶주리고

헐벗은 백성들을 다 살려 내려무나

본사 6-화룡소에서의 감회

磨마訶하衍연 妙묘吉길祥샹 雁안門문재 너머 디여 외

나모

리 佛블頂뎡臺

올라

니 千쳔尋심絶졀

壁벽을 半반空공애 셰여 두고 銀은河하水슈 한 구

촌촌이 버혀 내여 실

티 플텨이셔 뵈

티 거러시니

圖도經경 열 두 구

내 보매

여러히라 李니謫

션 이제 이셔 고텨 의논

게 되면 廬녀山산이 여긔도

곤 낫단 말 못

려니

마하연 묘길상을 구경하고 안문재를 넘어 내려가 외

나무 썩은 다리를 건너 불정대에 오르니 천길이나 되는

낭떠러지를 공중에 세워 놓고 은하수 한 굽이를 마디

마디 베어 내어 실같이 풀어 가지고 베처럼 걸었으니

도경(금강산 12폭포를 그림으로 그려놓은 그림책)에는

폭포가 열두굽이로 되어 있지만 내가 보기에는 그보다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27 -

더 많아 보인다 이태백이 지금 살아 있어서 다시(금강

산 12폭포와 중국의 여산폭포를 비교) 논의하게 된다

면 여산 폭포가 여기보다 더 낫다는 말은 못 할 것이

본사 7-십이 폭포의 장관

山산中듕을

양 보랴 東동海해로 가쟈

라 籃남輿여

緩완步보

야 山산映영樓누의 올나

니 玲녕瓏농 碧벽

溪계와 數수聲셩啼뎨鳥됴

離니別별을 怨원

旌졍旗긔를

티니 五오色

이 넘노

鼓고角각을

섯부니 海해雲운이 다것

鳴명沙사길 니근

이 醉

仙션을 빗기 시러 바다

두고 海

棠당花화로 드러가니 白

鷗구야

마라 네 버딘 줄 엇디 아

산중의 경치만 노상 보겠는가 동해로 가자꾸나 남녀

(뚜껑없는 가마)를 타고 천천히 걸어서 산영루(정자이

름)에 오르니 영롱하게 반짝이는 시냇물과 갖가지 소

리로 우는 새는 나와의 이별을 싫어하는 듯 여러 가지

깃발을 휘날리니 오색(빨강파랑검정노랑흰색등의

깃발)이 넘나들며 노는 듯 북과 피리를 섞어 부니 바

다의 구름이 다 걷히는 듯하다 모래밭 길에 익숙한 말

이 도취한 신선을 비스듬히 태우고 해변을 따라 해당

화가 피어 있는 곳으로 들어가니 백구야 날아가지 마

라 내가 네 친구일수도 있지 않느냐

본사 8-동해로 가는 감회

金금闌난窟굴 도라드러 叢총石셕亭뎡 올라

니 白

옥樓누 남은 기동 다만 네히 셔 잇고야 工공슈의 셩녕

인가 鬼귀斧부로 다

가 구

야 六뉵面면은 므어슬

象샹톳던고

금난굴을 돌아들어서 총석정에 오르니 바다 가운데에

돌기둥 네 개가 백옥루의 남은 기둥처럼 서 있구나 저

네 개의 돌기둥은 공수(중국 고대의 명공)가 만든 것인

가 귀신의 도끼로 다듬었는가 구태여 그 돌기둥이 여

섯 모가 난 것은 무엇을 본뜬 것인가

본사 9-총석정의 장관

高고城셩을란 뎌만 두고 三삼日일浦포

자가니 丹

단書셔

宛완然연

되 四

仙션은 어

가니 예 사흘

머믄 後후의 어

머믈고 仙션遊유潭담 永영郎

냥湖호 거긔나 가 잇

가 淸

澗간亭뎡 萬만景경臺

몃 고

안돗던고

고성을 저만큼 두고 삼일포를 찾아가니 영랑의 무리

(신라 때 네 명의 화랑 곧 사선)가 남쪽으로 갔다는

글씨는 뚜렷한데 사선은 어디 갔는가 여기서 사흘을

머문 후에 어디 가서 또 머물렀을까 선유담 영랑호

거기나 가 있는가 청간정 만경대 몇 곳에 앉았던가

본사 10-삼일포에서의 회고

梨니花화

셔 디고 졉동새 슬피 울 제 洛낙山산東

동畔반으로 義의相샹臺

예 올라 안자 日일出츌을 보

리라 밤듕만 니러

니 祥샹雲운이 집

동 六뉵龍뇽

이 바퇴

동 바다

날 제

萬만國국이 일위더니

天텬中듕의 티

니 毫호髮발을 혜리로다 아마도 녈구

름 근쳐의 머믈셰라 詩시仙션은 어

가고 咳

唾타만

나맛

니 天텬地디間간 壯장 긔별

셔히도

셔이

배꽃은 벌써 떨어지고 접동새가 슬피 울 때에 낙산의

동쪽 언덕에 있는 의상대에 올라앉아 해 뜨는 것을 보

려고 한 밤중에 일어나니 상서로운 구름이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듯 여섯 마리의 용이 떠받치고 있는 듯

해가 바다에서 떠날 때는 온 세상이 흔들리는 것 같더

니 하늘로 치솟아 오르니 가느다란 터럭을 셀 수 있을

정도로 밝구나 혹시나 지나가는 구름(간신을 비유함)

이 햇빛을 가릴까 두렵다 이백은 어디 가곡 그가 남긴

유명한 말(咳唾(해타)-이백은 lsquo등금릉봉황대rsquo라는 시에

서 간신이 임금의 총명을 흐리게 하는 것을 구름이 해

를 가리는 것에 비유했음)만 남아 있는가 천지간에 굉

장한 소식(사연)이 그의 시에 자세히도 표현되어 있구

본사 11-의상대에서의 일출의 장관

斜샤陽양 峴현山산의 척

을 므니

와 羽우蓋개芝

지輪륜이 鏡경浦포로

려가니 十십里리 氷빙紈환을

다리고 고텨 다려 長

松숑 울흔 소개 슬

장 펴뎌시

니 믈결도 자도 잘샤 모래

혜리로다 孤고舟쥬 解

纜람

야 亭뎡子

올나가니 江강門문橋교 너믄

大대洋양이 거긔로다 從

容용댜 이 氣긔像샹

闊활遠원댜 뎌 境경界계 이도곤

어듸 잇

닷 말고 紅홍粧장 古고事

리로다

江강陵능 大대都도護호風풍俗쇽이 됴흘시고 節졀孝효

旌졍門문이 골골이 버러시니 比비屋옥可가封봉이 이제

도 잇다

저녁 햇살이 비치는 현산의 철쭉꽃을 잇달아 밟으면서

신선을 태운 수레가 경포로 내려가니 십 리나 되는 비

단을 (다리미로)다리고 다시 다린 것처럼 맑고 깨끗한

수면이 큰 소나무가 둘러싼 속에 실컷 펼쳐져 있으니

물결도 잔잔하기도 잔잔하구나 모래를 셀 수 있을 것

같도다 배 한 척을 띄워 호수를 건너가서 정자 위에

올라가니 강문교 바로 너머에 넓은 바다가 거기로구

나 조용하구나 이 기상 넓고 멀구나 저 경계(수평

선) 여기보다 더 (경치가) 잘 갖추어진 곳이 또 어디

있단 말인가 박신과 흥장의 옛일을 야단스럽다고 할

것이로다 강릉 대도호부의 풍속이 좋기도 하구나 충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28 -

신 효자 열녀 등을 표창하는 문이 고을마다 널려 있

으니 요순 시대처럼 집집마다 벼슬을 봉할 만하다는

것이 지금도 있다 할 것이로다

본사 12-경포의 장관과 강릉의 미풍 양속

眞진珠쥬館관 竹

西셔樓루 五오十십川쳔

린 믈이 太

태白

山산 그림재

東동海

로 다마 가니

하리 漢

한江강의 木목覓멱의 다히고져 王왕程뎡이 有유限

고 風풍景경이 못 슬

니 幽유懷회도 하도 할샤 客

愁수도 둘 듸 업다 仙션사

워 내여 斗두牛우로 向

살가 仙션人인을

려 丹단穴혈의 머므살가

진주관 죽서루 아래 오십천에 흘러내리는 물이 태백산

그림자를 동해로 담아가지고 흘러가니 차라리 저 물을

임금님이 계신 서울 남산에 닿게 하고 싶다 관원의 여

정에는 기한이 있고 풍경은 싫증이 나지 않으니 그윽

한 회포도 많기도 많구나 나그네의 시름도 둘 곳이 없

다 신선이 탄다는 뗏목을 띄워서 북두성과 견우성으로

향할까 사선을 찾으러 단혈에 머무를까

본사 13-죽서루에서의 객수

天텬根근을 못내 보와 望망洋양亭뎡의 올은말이 바다

밧근 하

이니 하

밧근 므서신고

득 노 고래 뉘

라셔 놀내관

블거니

거니 어즈러이 구

디고 銀

은山산을 것거 내여 六뉵合합의

五오月월

天텬의 白

雪셜은 므

일고

하늘의 끝을 끝내 못 보아 망양정에 오르니 바다 밖은

하늘인데 하늘 밖은 무엇인가 가뜩이나 노한 고래를

누가 놀리게 하기에 불기도 하고 뿜기도 하면서 어지럽

게 구는 것인가 은으로 된 산을 꺾어 내어 온 세상에

흩어 내리는 듯 오월의 아득한 하늘에 흰 눈이 무슨 일

인가

본사 14-망양정에서의 조망

져근덧 밤이 드러 風풍浪낭이 定뎡

扶부桑상 咫

지尺

의 明명月월을 기

리니 瑞셔光광 千쳔丈

고야 珠쥬簾렴을 고텨 것고 玉옥階계

다시 쓸며 啓계明명星셩 돗도록 곳초 안자

라보니

蓮년花화 가지

뉘라셔 보내신고 일이 됴흔

世세界계

대되 다 뵈고져

流뉴霞하酒쥬

득 부어

려 무론 말이 英영雄웅은

가며 四

仙션은 긔 뉘러니 아

나 맛나 보아

긔별 뭇쟈

니 仙션山산 東동海

예 갈 길히 머도

멀샤

잠깐 사이에 밤이 되어 풍랑이 가라앉거늘 해와 달이

뜬다는 부상 가까운 거리에서 밝은 달을 기다리니 천

길이나 뻗친 상서로운 달빛이 보이는 듯하다가 숨는구

나 구슬로 만든 밭을 걷어 올리고 돌층계를 다시 쓸며

샛별이 돋을 때까지 꼿꼿이 앉아 바라보니 흰 연꽃 한

송이를 누가 보내셨는가 이렇게 좋은 세계를 남에게

다 보이고 싶구나 신선주를 가득 부어 들고 달에게 묻

기를ldquo영운은 어디 갔으며 사선 그들은 그 누구이더

냐rdquo 아무나 만나 보아 옛 소식을 물으려 하니 삼신산

이 있다는 동해에 갈 길이 멀기도 멀구나

결사 1-동해의 달맞이

松숑根근을 볘여 누어 픗

을 얼픗 드니

애 사

이 날

려 닐온 말이그

내 모

랴 上샹界계예 眞

진仙션이라 黃황庭뎡經경一일字

엇디 그

닐거

두고 人인間간의 내려와셔 우리

다 져근덧

가디 마오 이 술 잔 머거 보오 北북斗두星셩 기우

려 滄챵海

水슈 부어 내여 저 먹고 날 머겨

서너

잔 거후로니 和화風풍이 習습習습

야 兩냥腋

을 추

혀 드니 九구萬만里리 長

空공애 져기면

리로다 이

술 가져다가 四

예 고로

화 億억萬만 蒼창生

을 다 醉

근 後후의 그제야 고텨 맛나

고야 말 디쟈 鶴학을

고 九구空공의 올나가니

空공中듕 玉옥蕭쇼 소

어제런가 그제런가

나도

여 바다

구버보니 기

거니

인들 엇디 알리 明명月월이 千천山산萬만落낙의 아니

비쵠

업다

소나무 뿌리를 베고 누워서 선잠을 얼핏드니

꿈에 한 사람이 나더러 이르기를 ldquo그대(송강)를 내가

모르랴 그대는 하늘 나라의 진짜 신선이라 황정경의

한 글자를 어찌하여 잘못 읽어 가지고 속세로 귀양와서

우리를 따르는가 잠깐 동안 가지 말고 이 술 한잔 먹

어 보오rdquo 북두칠성을 국자 삼아 푸른 바닷물을 잔에

부어 저도 먹고 나도 먹이거늘 서너잔을 기울이니 화

창한 바람이 산들산들 불어 양쪽 겨드랑이를 추켜드니

구만리나 되는 먼 하늘에 웬만하면 날 것 같구나

ldquo이 술을 가져다가 온 세상에 골고루 나누어 모든 백성

들을 다 취하게 만든 후에 그 때에야 다시 만나 또 한

잔 하자꾸나lsquo

그 말이 끝나자 신선(꿈에 한 사람)은 학을 타고 하늘

로 올라가니 공중에서 들려오는 옥피리 소리가 어제던

가 그제던가 싶게 어렴풋하구나 나도 잠을 깨어 바다

를 굽어보니 그 깊이를 모르는데 끝이야 더욱 어떻게

알겠는가 밝은 달이 온 세상에 아니 비친 곳이 없다

결사 2-꿈속의 선연

lt송강가사(松江歌辭) 이선본(李選本gt

지은이가 45세 되던 선조 13년(1580)에 강원도 관찰사

에 배임(拜任)되어 부임하는 과정과 원주에 부임한 후

틈을 내어 관동 팔경을 비롯한 강원도 내의 명승지를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29 -

두루 유람하며그 승경(勝景)과 인정 풍속을 비롯해서

연군(戀君)애민의 정(情) 및 선연(仙緣)을 노래한 기행

가사의 대표적인 작품이다 멀게는 고려 충숙왕 때 안

축이 지은 경기체가 형식의 [관동별곡]과 가깝게는 명

종때 백광홍이 지은 [관서별곡] 송순의 [면앙정가]의

영향을 받은 작품으로 표현이 명쾌화려하고 탄력이 넘

치며 활달하고 낭만적이어서 지은이의 호탕한 기상이

잘 나타나 있다

총 295구로 이루어진 장편 기행 가사로 서사(처음~급

당유 풍 고텨 아니 볼 게이고) 본사(영둥이 무고~오월 댱텬의 셜은 므일고) 결사(져근덧 밤이

드러~아니 비쵠 업다)로 구성되어 있다

산에서 바다로 이어지는 여정은 그 각각의 이미지를 매

개로 하여 인간의 두 가지 존재 양식 사이에서 갈등하

는 작가의 모습을 보여 준다 산에서 본 경치는 백색의

이미지로서 고결한 위정자로서의 풍모를 드러내고 있으

며 바다에서는 인간 본연의 영원한 세계를 갈구하는

자유 분방한 정신을 표출하고 있다

다양한 어휘와 적절한 수사법을 능란하게 구사함으로

써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한층 높은 경지로 끌어 올린

작품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사미인곡(思美人曲)

송강 정 철

이 몸 삼기실 제 님을 조차 삼기시니 緣分(연분)이며 하 모 일이런가 나 나 졈어 잇

고 님 나 날 괴시니 이 음 이 랑 견졸 노여 업다

이 몸이 태어날 때에 임을 따라서 태어나니 한평생의

연분이며 하늘이 모를 일이던가내가 오직 젊어 있고

임은 오직 나를 사랑하시니 이 마음과 이 사랑을 비교

할 곳이 전혀 없다

서사 1-임과의 인연

平生(평)애 願(원) 요 녜자 얏더니

늙기야 므 일로 외오 두고 글이고 엇그제 님

을 뫼셔 廣寒殿(광한뎐)의 올낫더니그더 엇디

야 下界(하계)예 랴오니 올 적의 비슨 머리 얼

킈연디 三年(삼년)이라 臙脂粉(연지분) 잇마 눌 위여 고이고 음의 친 실음 疊疊(텹텹)

이 혀 이셔 짓니 한숨이오 디니 눈믈이라

人生(인)은 有限(유) 시도 그지업다

평생에 원하기를 임과 함께 살아가고자 했는데 늙어서

야 무슨일로 외따로 두고 그리워하는가 엊그제 임을

모시고 광한전에 올라 있었는데 그 사이에 어찌하여 이

하계에 내려왔느냐 임을 떠나 올 적에 빗은 머리가 헝

클어진 지삼 년일세 연지와 분이 있지마는 누구를 위

해서 예쁘게 화장할 것인가 마음에 맺힌 시름이 겹겹

이 쌓여 있어서 짓는 것이 한수밍요 떨어뜨리는 것이

눈물이라 인생은 한이 있는데 시름은 끝이 없다

서사 2-임에 대한 그리움

無心(무심) 歲月(셰월)은 믈 흐 고야 炎

凉(염냥)이 아라 가 고텨 오니 듯거니

보거니 늣길일도 하도 할샤

아무 생각이 없는 세월은 물 흐르듯 빨리 지나가는구

나 더위와 추위가 때를 알아서 가자마자 다시 오니 듣

고 보는 가운데서 느낄일이 많기도 많구나

서사 3-세월의 무상함

東風(동풍)이 건듯 부러 積雪(젹셜)을 헤텨내니 窓

(창) 밧긔 심근 梅花(화) 두세 가지 픠여셰라 득 冷淡(담) 暗香(암향)은 므 일고 黃昏

(황혼)의 이 조차 벼 마 빗최니 늣기 반기 님이신가 아니신가

뎌 梅花(화) 것거 내여 님 겨신 보내오져 님

이 너 보고 엇더타 너기실고

봄바람이 문득 불어서 쌓인 눈을 헤쳐내니 창밖에 심은

매화가 두세 가지 피었구나 가뜩이나 쌀쌀하고 담담한

데 그윽하게 풍기는 향기는 또 무슨 일인가 황혼에 달

이 따라와 배갯머리에 비치니흐느껴 우는 듯 반기는

듯하니 임이신가 아니신가 저 매화를 꺾어 내어 임 계

신 곳에 보내고 싶다 그러면 임이 너 (매화)를 보고

어떻다고 생각하실까

본사 1-춘원(春怨)

디고 새 닙 나니 綠陰(녹음)이 렷 羅幃

(나위) 寂寞(젹막)고 繡幕(슈막)이 뷔여 잇다 芙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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蓉(부용)을 거더 노코 孔雀(공쟉)을 둘러 두니 득 시 한 날은 엇디 기돗던고鴛鴦錦(원앙금)

버혀 노코 五色線(오션) 플텨 내여 금자 견화

이셔 님의 옷 지어 내니 手品(슈품)은니와 制度

(졔도)도 시고 珊瑚樹(산호슈) 지게 우 白玉函(옥함)의 다마 두고 님의게 보내오려 님 겨신

라보니 山(산)인가 구롬인가 머흐도 머흘시

고 千里 萬里(쳔리 만리)길흘 뉘라셔 자갈고니

거든 여러 두고 날인가 반기실가

꽃이 지고 새 잎이 피어나니 녹음이 우거졌는데 비단

포장이 적막하고 수놓은 장막이 텅 비어 쓸쓸하다 연

꽃을 수놓은 비단 휘장을 걷어 놓고 공작을 수놓은 병

풍을 둘러 치니 가뜩이나 시름이 많은데 날은 어찌 그

리 길던가 원앙새 수놓은 비단을 베어 놓고 오색실을

풀어 내어 좋은 자로 재어서 임의 옷을 지어내니 솜씨

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격식도 갖추었구나 백옥으로

만든 함에 담아 산호로 만든 지게 위에 얹어 놓고 임에

게 보내려고 임 계신 곳을 바라보니 산인지 구름인지

험하기도 험하구나 천만 리나 되는 먼 길을 누가 찾아

갈 것인가 가면은 함을 열어 놓고 나를 본것처럼 반가

워하실까

본사2-하원(夏怨)

밤 서리김의 기겍러기 우러 녤 제 危樓(위루)

에 혼자 올라 水晶簾(슈졍념) 거든말이 東山(산)의

이 나고 北極(븍극)의 별이 뵈니 님이신가 반기

니 눈믈이 절로 난다 淸光(쳥광)을 쥐여 내여 鳳

凰樓(봉황누)의 븟티고져 樓(누) 우 거러 두고

八荒(팔황)의 다 비최여 深山窮谷(심산궁곡) 졈낫

티 그쇼셔

하룻밤 서리가 내린 무렵에 기러기가 울며 지나갈 때

높은 누각에 혼자 올라가 수정으로 만든 밭을 걷으니

동산에 달이 떠오르고 북극성이 보이므로 임이신가 하

여 반가워하니 눈물이 절로 난다 밝은 달을 잡아 내어

임 계신 곳에 보내고 싶구나 임께서 그 달을 누각 위

에 걸어 노고 온 세상을 다 비추어 깊은 산 골짜기 까

지도 대낮같이 밝게 하소서(밝은 정치를 베푸소서)

본사 3-추원(秋怨)

乾坤(건곤)이 閉塞(폐)야 白雪(셜)이 빗친

제 사은니와 새도 긋쳐 잇다 瀟湘南畔(쇼

샹남반)도 치오미 이러커든 玉樓高處(옥누고쳐)야

더욱 닐러 므리陽春(양츈)을 부쳐 내여 님 겨

신 쏘이고져茅簷(모쳠) 비쵠 玉樓(옥누)의

올리고져 紅裳

(홍샹)을 니믜 고 翠袖(슈) 半(반)만 거더

日暮脩竹(일모슈듁)의 혬가림도 하도 할샤 댜 수이 디여 긴 밤을 고초 안자 靑燈

(쳥등) 거른 겻 鈿箜葔(뎐공후)노하 두고 의나

님을 보려 밧고 비겨시니 鴦衾(앙금)도 도

샤 이 밤은 언제 샐고

하늘과 땅이 꽉막힌 것처럼 흰 눈으로 온통 덮여 있으

니 사람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날아디는 새도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다 소상강 남쪽 지방같이 따뜻한 이 곳

도 추위가 이러한데 하물며 임계신 북쪽 지방이야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따뜻한 봄볕을 부쳐 내어 임 계신

곳에 쏘이고 싶다 초가집 처마에 비친 해를 임계신 곳

에 올리고 싶다 붉은 치마를 여미어 입고 푸른 소매를

반쯤 걷어 해질 무렵 대나무에 의지하여 여러 가지 생

각이 많기도 하구나 짧은 겨울해가 이내 넘어가니 긴

밤을 꼿꼿이 앉아서 청사초롱을 걸어 둔 곁에 자개 입

힌 공후를 놓아 두고 꿈에나 임을 만나 보려고 턱을

받치고 기대어 있으니 원앙금침이 차갑기도 하구나 이

밤은 언제 샐것인가

본사 4-동원(冬怨)

도 열두 도 셜흔 날 져근덧 각마

라 이 시 닛쟈 니 의 쳐 이셔 骨髓(골

슈)의 텨시니 扁鵲(편쟉)이 열히 오나 이 병을

엇디리 어와 내 병이야 이 님의 타시로다 하

리 싀어디여 범나븨 되오리라 곳나모 가지마다 간

죡죡 안니다가 향 므든 애로 님의 오 올므

리라 님이야 날인 줄 모셔도 내 님 조려 노

하루도 열두 때 한 달도 서른 날 잠시 라도 생각을

말아 가지고 이 시름을 잊으려 해도 마음 속에 맺혀

있어서 뼛속까지 사무쳤으니 편작 같은 명의가 열명이

온다 한들 이 병을 어찌할 것인가

아아 내 병이여 이 병을 어찌할 것인가

아아 내 병이여 이 임의 탓이로다 차라리 죽엇 호랑

나비가 되리라 꽃나무 가지에 가는 곳마다 앉으며 돌

아다니다가 향기 묻은 날개로 임의 옷에 앉으리라 임

께서 나인 줄을 모르신다 해도 나는 끝까지 임을 따르

려 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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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사 -임을 향한 변함 없는 마음

lt성주본 송강가사gt

작품의 감상

작자가 50세 되던 해에 반대 정파의 탄핵을 받고 전남

창평으로 물러나 우거(寓居)하면서 임금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여인이 사랑하는 사람을 그리는 심정에 의탁하

여 부른 노래이다 이 작품의 제목인 〈사미인곡(思美

人曲)〉은 중국 굴원이 지은 〈이소(離騷)〉의 제 9편

에 나오는 lsquo사미인(思美人)rsquo이라는 편명에서 따온 것으

로 보이며 그 작품 역시 충군(忠君)의 내용을 담고 있

어 내용 또한 그 영향을 받은 것으로 짐작된다

또 임금을 임으로 설정하여 노래한 것은 고려 속요인

〈정과정〉과 맥을 같이하고 있으며 임에 대한 헌신적

사랑의 표현은 〈가시리〉〈동등〉등과 접맥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작품은〈속미인곡〉과 더불어 가사 문학의 극치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일찍이 서포 김만중은 〈사미인

곡〉 〈속미인곡〉 〈관동별곡〉을 가리켜 lsquo좌해진문

장 지차삼편(左海眞文章 只此三篇우리 나라의 참된 문

장은 오직 이 세 편뿐이다)rsquo라고 하였다 이 노래는

서사 본사 결사 세 부분으로 되어 있는데 본사는 다

시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나뉘어 있다

속미인곡(續美人曲)

송강 정 철

뎨 가 뎌 각시 본듯도 뎌이고

天上(텬상) 白玉京(옥경)을 엇디야 離別(니별)고

다 뎌 져믄 날의 눌을 보라 가시고

저기가는 저 젊은 여인 본 듯도 하구나 임금님이 계

시는 서울을 어찌하여 이별하고 해가 다 져서 저무는

날에 누구를 보러 가시는 고

rarr서사1 - 서울을 떠나온 이유(갑녀의 질문)

어와 네여이고 내 셜 드러보오

내 얼굴 이 거동이 님 괴얌즉 냐마

엇딘디 날 보시고 네로다 녀기실나도 님을 미더 군디 전혀 업서

이야 교야 어러이 구돗디

반기시 비치 녜와 엇디 신고

누어 각고 니러 안자 혜어니

내 몸의 지는 죄 뫼티 혀시니

하히라 원망며 사이라 허믈랴

셜워 플텨 혜니 造物(조물)의 타시로다

아아 너로구나 내 사정 이야기를 들어보오

나의 생김새와 행동거지가 임의 사랑을 받을 수 있겠느

냐마는 어쩐지 나를 보시고 (내가 사랑할 사람은 바

로) 너로구나 하며 특별히 사랑하시기에 나도 임을 믿

어 딴 생각이 전혀 없어 응석과 애교를 부리면서 (얼마

나) 어지럽게 굴었던지 (나를) 반가워 하시는 얼굴빛

이 예날과 어찌 다르신가 누워 생각하고 일어나 앚아

헤아리니 내 몸의 지은 죄가 산같이쌓였으니 하늘을 원

망하겠으며 사람을 탓하겠는가 하도 서러워 여러 가지

로 깊이 생각해보니 조물주의 탓이로구나

rarr서사2 - 자책과 체념(을녀의 대답)

글란 각 마오

그렇게는 생각하지 마시오

rarr본사1 - 갑녀의 위로

친 일이 이셔이다

님을 뫼셔 이셔 님의 일을 내 알거니

믈튼 얼굴이 편실적 몃날일고

春寒(츈한) 苦熱(고열)은 엇디야 디내시며

秋日(츄일) 冬天(동텬)은 뉘라셔 뫼셧고

粥早飯(쥭조반) 朝夕(조석)뫼 녜와 티 셰시가

기나긴 밤의 은 엇디 자시고

마음 속에 맺힌 일이 있습니다 예전에 임을 모신적이

있어서 임의 일을 내가 잘 아는데 물과 같이 연약한

체질이 편하실 때가 며칠이나 될꼬 이른 봄의 추위와

한여름의 더위를 어떻게 지내시며 가을과 겨울날은 누

가 모셨는가 죽조반과 아침 저녁 진지는 옛날과 같이

잘 잡수시는가 기나긴 밤에 잠은 어떻게 주무시는가

rarr본사2-임에 대한 염려(을녀의 사설)

님다히 消息(소식)을 아무려나 아쟈니

오도 거의로다 일이나 사 올가

내 둘 업다 어드러로 가쟛 말고

잡거니 밀거니 놉픈 뫼 올라가니

구름은 니와 안개 므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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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川(산쳔)이 어둡거니 日月(일월)을 엇디보며

咫尺(지척)을 모거든 千里(쳔리) 라보랴

리 믈의 가 길히나 보랴니

람이야 믈결이야 어둥졍 된뎌이고

샤공은 어 가고 븬 만 걸렷고

江天(간텬)의 혼자 셔셔 디 구버보니

님 다히 消息(소식)이 더옥 아득뎌이고

임이 계시는 곳의 소식을 어떻게든지 알려고 하니 오늘

도 거의 지나갔구나 내일이나 임의 소식을 전해줄 사

람이 올까 내 마음을 둘 곳이 없다 어디로 가자는 말

인가 (나무같은 것을) 잡기도 하고 밀기도 하면서 높

은 산에 올라가니 구름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안개는

또 무슨 일로 저렇게 기어 있는가 산천이 어두운데 해

와 달을 어떻게 보겠으며 지척을 모르겠는데 천 리나

되는 먼 곳을 (어떻게) 바라몰 수 있으랴 차라리 물가

에 서서 뱃길이나 보려고 하니 바람과 물결이 어수선하

게 되었구나 사공은 어디가고 빈 배만 걸려있는가 강

변에 홀로서서 지는 해를 굽어보니 임계신 곳의 소식이

더욱 아득하구나

rarr본사3-임의 소식을 애타게 기다림(을녀의 사설)

茅簷(모쳠) 자리의 밤듕만 도라오니

半壁(반벽) 靑燈(청등)은 눌 위야 갓고

오며 리며 헷드며 바자니니

져근덧 력진力盡(녁진)야 픗을 잠간 드니

精誠(정셩)이 지극야 의 님을 보니

玉(옥)튼 얼굴이 半(반)이나마 늘거셰라

의 머근 말 슬장 쟈니

눈믈이 바라나니 말인들 어이며

情(정)을 못다야 목이조차 몌여니

오뎐된 鷄聲(계셩)의 은 엇디 돗던고

초가집 차가운 잠자리에 한밤중이 돌아오니 벽에 걸려

있는 등불은 누구를 위하여 밝아 있는가 산을 올라가

기도 하고 내려가기도 하면서 헤메며 오락가락 돌아다

니다가 잠깐 사이에 힘이 다하여 풋잠이 잠깐 들었는

데 정성이 지극하여 꿈속에서 임을 보니 옥과 같이 곱

던 임의 얼굴이 반넘게 늙었구나 마음 속에 품은 생각

을 실컷 아뢰려고 하였더니 눈물이 잇달아 쏟아지니

말인들 어찌하며 정회도 다 못풀어 목마저 메어오니

방정맞은 닭울음소리에 잠은 어찌 깨었던가

rarr본사4-독수공방의 한과 꿈에서 만난 임

(을녀의 사설)

어와 虛事(허)로다 이 님이 어 간고

결의 니러 안자 窓(창)을 열고 라보니

어엿븐 그림재 날 조 이로다

리 싀여디어 落月(낙월)이나 되야이셔

님 겨신 窓(창) 안 번드시 비최리라

아아 헛된 일이로다 내 임이 어디 갔는고 꿈결에 일

어나 앉아 창을 열고 바라보니 불쌍한 그림자만이 나

를 따라올 뿐이로다 차라리 죽어서 지는 달이나 되어

임 계신 창 안에 환하게 비치리라

rarr결사-죽어서라도 임을 따르겠다는 다짐

(을녀의 사설)

각시님 이야니와 구 비나 되쇼셔

각시님 달은커녕 궂은 비나 되십시오

rarr결사-갑녀의 위로

〈해설〉

사미인곡의 속편으로 지은이가 동인(東人)으로 탄핵을

받고 고향인 전라남도 창평에 낙향해 있을 때에 임금

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두 여인의 대화 형식을 빌려 노

래한 작품이다 이 작품의 현대어 해석에 나와 있는 lsquo갑

녀(甲女)rsquo와 lsquo을녀(乙女)rsquo는 편의상 붙인 이름으로 갑녀

는 보조적 위치에 있는 화자이며 을녀가 지은이를 대

변하는 주된 화자이다 〈사미인곡〉과 더불어 가사 문

학의 최고봉이라 일컬어지는데 특히 순수한 우리말의

구사가 절묘하며 대화 형식으로 구성하여 표현에 참신

성을 더한 것은 lsquo금상첨화(錦上添花)rsquo라 할 수 있을 것

이다

홍만종은 〈순오지(旬五志)〉에서 이 작품을 제갈공명

의 〈출사표(出師表)〉에 비견할 만하다고 극찬하였으

며 서포 김만중은 〈서포만필(西浦漫筆)〉에서 ldquo예로부

터 우리 나라의 참된 문장은 오직 이 세 편(사미인곡

속미인곡 관동별곡)뿐이데다시 이 세편에 대하여 논할

것 같으면 그 중에서 속미인곡이 더욱 뛰어나다 관동

별곡과 사미인곡은 오히려 한자음을 빌려서 그 가사 내

용을 꾸민 데 지나지 않는다rdquo라고 하였다

규원가(閨怨歌)

허난설헌

엇그제 저멋더니 마 어이 다 늘거니

少年行樂(소년 행락) 생각니 일러도 속절업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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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거야 서른 말 자니 목이 멘다

엊그제 젊었었는데 어찌 벌써 다 늙어버렸는가 어린

시절에 즐겁게 지내던 일을 생각하니 말해 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 이렇게 늙은 뒤에 서러운 얘기를 하자니

목이 멘다

rarr기1-늙음의 한탄

父生母育(부생 모육) 辛苦(신고)야 이 내 몸 길러 낼

公侯配匹(공후 배필) 못 바라도 君子好逑(군자 호구) 願

(원)더니

三生(삼생)의 怨業(원업)이오 月下(월하)의 緣分(연분)으

長安遊俠(장안 유협) 輕薄子(경박자)를 치 만나 잇

서 當時(당시)의 용심(用心)기 살어름 디듸는 부모님이 나를 낳아서 고생하여 길러낼 때 높은 벼슬아

치의 배필을 바라지는 못했어도 훌륭한 남자의 좋은

짝이 되기를 원했더니 삼생의 원망스러운 업보요 월

하 빙인이 정해 준 연분으로 놀기 좋아하고 경박한 사

람을 꿈같이 만나 가지고 시집 간 뒤 조심하면서 마음

졸이기를 꼭 살얼음 디디듯하였다

rarr기2-젊은 시절의 회상

三五二八(삼오 이팔) 겨오 지나 天然麗質(천연 여질)절

로 이니

이 얼골 이 態度(태도)로 百年期約(백년 기약) 얏더니

年光(연광)이 훌훌고 造物(조물)이 多時(다시)야

봄바람 가을 믈이 뵈오리 북 지나듯

雪鬂花顔(설빈 화안) 어 가고 面目可憎(면목 가증) 되

거고나

내 올골 내 보거니 어느 님이 날 괼소냐

스스로 慙愧(참괴)니 누구를 怨望(원망)리

십오륙 세가 겨우 지나 타고난 아름다운 모습이 절로

나타나니 이 얼굴 이 태도로 (남편과)평생을 약속하였

더니 세월이 빨리 지나가고 조물주가 시기가 많아서

세월의 빠르기가 베 짤 때 북이 지나가는 듯 젊고 아

름다운 얼굴은 어디로 가고 추한 모습이 되었구나 내

얼굴을 내가 보아 알거니와 어느 임이 나를 사랑하겠는

가 스스로 생각해도 부끄러운데 누구를 원망하리

rarr기3-세월의 무상함과 늙음의 한탄

三三五五(삼삼 오오) 冶遊園(야유원)의 새 사람이 나단

말가

곳 피고 날 저물 제 定處(정처) 업시 나가 잇어

백마(白馬) 금편(金鞭)으로 어어 머므는고

원근(遠近)을 모르거니 消息(소식)이야 더욱 알랴

因緣(인연)을 긋쳐신들 각이야 업슬소냐

얼골을 못 보거든 그립기나 마르려믄

열두 김도 길샤 설흔 날 至理(지리)다

玉窓(옥창)에 심 梅花(매화) 몃 번이나 픠여진고

겨을 밤 차고 찬 제 자최눈 섯거 치고

여름날 길고 길 제 구 비 므스 일고

三春花柳(삼춘 화류) 好時節(호시절)의 景物(경물)이 시

름업다

가을 방에 들고 蟋蟀(실솔)이 床(상)에 울 제

긴 한 숨 디 눈물 속절업시 헴만 만타

아마도 모진 목숨 죽기도 어려울사

몇 명씩 떼지어 다니는 술집에 새 기생이 나타났다는

말인가 꽃 피고 날 저물 때 일정한 거처도 없이 나가

서 호사로운 차림새로 어디어디 가서 머므는가 바깥출

입이 없어 원근 지리를 모르는데 임의 소식이야 더구나

알 수 있으랴 인연을 끊었다고 하지만 임에 대한 생각

이야 어찌 없겠는가 만나지 못할 임이라면 그립지나

말일이지 하루도 열두때 길기도 하구나 한 달이 지루

하다 옥창에 심은 매화가 몇 번이나 피었다가 졌는고

겨울 밤 차고 찬 때에 눈보라가 섞어 치고 여름날 길고

긴 때에 궂은비는 또 무슨 일인가 꽃 피고 새 잎이 돋

는 좋은 계절 봄에도 보이는 경치가 시름이 없다 가을

달이 방에 비치고 귀뚜라미가 침상에서 울 때 긴 한숨

떨어지는 눈물에 헛되이 생각하는 것만 많다 아마도

모진 목숨 죽기도 어렵구나

rarr승-방탕한 남편에 대한 원망과 독수공방의 한

도로혀 풀쳐 혜니 이리 여 어이 리

靑燈(청등)을 돌라 노코 綠綺琴(녹기금) 빗기 안아

碧蓮花(벽련화) 한 곡조를 시름 조 섯거 타니

瀟相夜雨(소상야우)의 댓소리 섯도 華表(화표) 千年(천 년)의 別鶴(별학)이 우니 玉手(옥수)의 타는 手段(수단) 녯 소 잇다마芙蓉帳(부용장) 寂寞(적막)니 뉘 귀에 들리소니

肝腸(간장)이 九曲(구곡)되야 구븨구븨 쳐서라

돌이켜 여러 모로 생각해 보니 이렇게 살아서 어찌하겠

는가 등불을 돌려 놓고 녹기금을 비스듬히 안아 벽련

화 한 곡조를 시름까지 섞어 타니 소상강의 밤비에 대

나무 잎 소리가 섞여 들리는 듯 천년만에 돌아온 학이

화표주에 앉아 우니는 듯섬섬옥수로 타는 솜씨가 옛

소리를 간직하고 있다마는 부용장 안에 임이 없으니 누

구 귀에 들리겠는가 구곡간장이 굽이굽이 끊어지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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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구나

rarr전-거문고로 시름을 달램

하리 잠을 드러 의나 보려 니

바람의 디 닙과 풀 속에 우는 즘생

므스 일 원수로서 잠조차 오다

천상(天上)의 牽牛織女(견우 직녀) 銀河水(은하수) 박혀

서도

七月七夕(칠월 칠석)一年一度(일년 일도)失期(실기)치

아니거든

우리 님 가신 후는 무슨 弱水(약수) 가렷관듸

오거나 가거나 소식(消息)조차 쳣는고

欄干(난간)의 비겨 셔서 님 가신 바라보니

초로(草露) 맷쳐 잇고 暮雲(모운)이 디나갈 제

竹林(죽림) 푸른 고 새 소리 더욱 설다

세상의 서룬 사람 수업다 려니와

薄命(박명) 紅顔(홍안)이야 날 가니 이실가

아마도 이 님의 지위로 살동말동 여라

차라리 잠이 들어 꿈에서나 임을 보려하니 바람에 지는

나뭇잎과 풀 속에서 우는 벌레가 나와 무슨 원수가 졌

길래 잠조차 깨우는가 하늘의 견우 직녀는 은하수가

막고 있어도 일 년에 한 번 칠월 칠석날에는 기약을 어

기지 않고 만나는데 우리 임이 가신 후에는 무슨 약수

가 가로막고 있길래 오고 가는 소식조차 끊어졌는고

난간에 기대어 서서 임 계신 곳을 바라보니 풀잎에 이

슬은 맺혀있고 저녁 구름이 지나갈 때 대나무 숲 푸른

곳에 새 소리가 더욱 섧다 세상에 서러운 사람이 수없

이 많다고 하지만 기구한 팔자를 타고난 사람이야 나

같은 이가 또 있을까 아마도 임 때문에 살 듯 말 듯하

구나

rarr결-애타게 임을 기다리는 마음

〈감상〉

조선 시대 봉건 사회 제도 아래서 오직 인종(忍從)만을

미덕으로 알고 살아야 했던 부녀자의 한(恨)을 노래한

작품으로 일명 원부사(怨夫詞) 또는 원부사(怨夫辭)라

고도 한다 좋은 배필을 원했지만 뜻밖에도 경박스럽고

방탕한 남편을 만나 평생을 피맺힌 한(恨)과 그리움 속

에 보내야 하는 한 여인의 애달픈 사연을 통해 남성

위주의 사회가 가져오는 병폐를 실감 있게 형상화한 작

품이라 할 수 있다

Page 14: 구지가(龜 歌) - middle.gongbuwarac.commiddle.gongbuwarac.com/Common/Popup/FileDownloadAs.aspx?FileName=/ite… · 미륵(彌勒) 좌주(座主) 뫼셔롸. 미륵 좌주를 모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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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별곡

서경(평양)이 서경이 서울이지마는

중수(重修)한 곳인(새로 닦은 곳) 소성경(서경)을

사랑합니다마는

임을 이별할 것이라면 차라리 길쌈하던 베를 버

리고서라도

사랑만 해주신다면 울면서 따라가겠습니다

구슬이 바위 위에 떨어진들

끈이야 끊어지겠습니까

(임과 헤어져) 천 년을 홀로 살아간들

사랑하는 임을 믿는 마음이야 끊기고 변할 리가

있겠습니까

대동강이 대동강이 넓은 줄을 몰라서

배를 내어 놓았느냐 사공아

네 아내가 놀아난 줄도 모르고

다니는 배에 몸을 실었느냐 사공아

대동강 건너편 꽃을

배를 타고 건너편에 들어가면 배를 타고 건너편

에 들어가면 꺾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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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별곡 가시리

차이점 적극적이고 활달한 고려 시대의 여성상인고와 순정을 미덕으로 간직하는

여성상

공통점 이별의 정한을 노래한 고려 가요이며 화자의 목소리가 여성적임

갈래 고려 가요

성격 진솔(眞率) 직선적 적극적

형식 3음보로 매연 끝에 후렴 분연체 3연 14절 (3middot3middot3조가 주류)

제재 임과의 이별

주제 이별의 정한 이별의 슬픔

표현 반복법 설의법 비유법을 통해 감정을 진솔하고 직설적 적극적으로 표현함

구성 여자가 떠나는 남자에게 말을 건네는 희곡적 구조로 전 3연으로 구성되어 있고 매 연은 4구로

되어 있으며 총 14연

특징 아즐가라는 의미 없는 말을 넣고 매구 끝에는 후렴구가 있음 조선시대에 남녀상열지사(男女相

悅之詞)라 비판받기도 했는데 그 이유는 배 타들면 것고리이다는 여인의 정조를 범한다는 의미로 유

교사회에서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 서경별곡과 가시리의 비교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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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가 징이여 돌이여 지금에 계시옵니다

징이여 돌이여 지금에 계시옵니다

이 좋은 성대에 놀고 싶사옵니다

사각사각 가는 모래 벼랑에

사각사각 가는 모래 벼랑에

구운 밤 닷 되를 심으오이다

그 밤이 움이 돋아 싹이 나야만

그 밤이 움이 돋아 싹이 나야만

유덕하신 님 여의고 싶습니다

옥으로 연꽃을 새기옵니다

옥으로 연꽃을 새기옵니다

바위 위에 접을 붙이옵니다

그 꽃이 세 묶음 피어야만

그 꽃이 세 묶음 피어야만

유덕하신 님 여의고 싶습니다

무쇠로 철릭을 마름질해

무쇠로 철릭을 마름질해

철사로 주름 박습니다

그 옷이 다 헐어야만

그 옷이 다 헐어야만

유덕하신 님 여의고 싶습니다

무쇠로 황소를 만들어다가

무쇠로 황소를 만들어다가

쇠나무산에 놓습니다

그 소가 쇠풀을 먹어야

그 소가 쇠풀을 먹어야

유덕하신 님 여의고 싶습니다

구슬이 바위에 떨어진들

구슬이 바위에 떨어진들

끈이야 끊어지겠습니까

천 년을 외따로이 살아간들

천 년을 외따로이 살아간들

믿음이야 끊어지겠습니까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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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래 고려 가요 고려 속요 장가(長歌) 전 6연 1연은 3구 2-6연은 6구 3음보

형식 전 6연의 분연체 1연은 3구 2~6연은 6구 3음보 3 3 4조

성격 서정적 민요적

구성 서사 - 본사 - 결사의 3단 구성

1연 기 태평성대를 갈구함

2연 -5연 서 불가능한 상황 설정으로 영원한 사랑을 갈구함

6연 결 임에 대한 끊임없는 사랑과 믿음

표현 반복법(운율을 형성하며 주제를 부각시키기 위해 사용)과장법 역설법 반어법을 사용하여 불가

능한 것을 가능으로 설정해 놓고 영원한 사랑을 역설적으로 노래했고 한 연에 똑같이 되풀이 되는 2구

가 있어 감정을 강조하고 있으며 소망형인 어미로 끝내면서 화자의 간절한 소망을 느끼게 하고 있다

제재 임에 대한 사랑

주제 임에 대한 영원한 사랑 임에의 영원한 연모의 정 태평 성대(太平聖代)의 기원)

의의 대부분의 고려 가요가 이별이나 애원 또는 향락의 정서를 읊고 있는 데 반해 영원한 사랑을 주

제로 하고 있는 것이 특색이다 불가능한 상황 설정을 통해 사랑의 절실함을 표현하고 있다

가시리

가시겠습니까 가시겠습니까

나를 버리고 가시겠습니까

나는 어찌 살라 하고 버리고 가시렵니까

붙잡아 둘 일이지마는 서운하면 아니 올까 두렵습니다

서러운 임을 보내옵나니

가자마자 곧 가시는 것처럼 돌아서서 오십시오

갈래 고려 속요 lsquo귀호곡(歸乎曲)rsquo 이라고도 함

형식 분절체 4연 각 2구의 분연체(分聯體)

성격 서정적 민요적

운율 외재율 3middot3middot2조 3음보

구성 4단 구성 기middot승middot전middot결

제재 임과의 이별

주제 이별의 정한(情恨)과 애이불비(哀而不悲)의 사랑

기 뜻밖의 이별에 대한 놀라움과 원망에 찬 하소연

승 하소연의 고조 또는 슬픔의 고조

전 감정의 절제와 체념

결 이별 후의 소망과 기원(주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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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동

덕은 뒤에 바치옵고 복은 앞에 바치오니

덕이며 복이라 하는 것을 진상하러 오십시오

정월 냇물은 아아 얼려 녹으려 하는데

세상에 태어나서 이 몸이여 홀로 살아가는구나

2월 보름에 아아높이 켜놓은 등불 같구나

만인을 비추실 모습이시도다

3월 지나며 핀 아아 늦봄의 진달래꽃이여

남이 부러워할 모습을 지니고 태어났구나

4월을 잊지 않고 아아 오는구나 꾀꼬리새여

무엇 때문에 녹사님은 옛날을 잊고계시는가

5월 5일(단오)에 아아 단옷날 아침 약은

천 년을 사실 약이기에 바치옵니다

6월 보름(유두일)에 아아 벼랑에 버린 빗같구나

돌아보실 임을 잠시나마 따르겠나이다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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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보름에 아아 여러 가지 제물을 벌여 놓고

임과 함께 살고자 소원을 비옵니다

8월 보름은 아아 한가윗날이지마는

임을 모시고 지내야만 오늘이 뜻 있는 한가윗날

입니다

9월 9일에 아아 약이라고 먹는

노란 국화꽃이 집 안에 피니 초가집이 고요하구

10월에 아아 잘게 썰은 보리수나무 같구나

꺾어 버리신 후에 지니실 한 분이 없으시도다

11월에 봉당 자리에 아아 홑적삼을 덮고 누워

임을 그리며 살아가는 나는 너무나 슬프구나

12월에 분지나무로 깎은 아아 소반 위의 젓가락

같구나

임의 앞에 들어 가지런히 놓으니 손님이 가져다

가 뭅니다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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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전춘

얼음 위에 댓닢 자리를 보아

임과 나와 얼어죽을망정

얼음 위에 댓닢 자리를 보아

임과 나와 얼어죽을망정

정을 준 오늘 밤 더디 새어라 더디 새어라

잊히지 않고 늘 염려스러운 외로운 베갯머리에

어찌 잠이 오리오

서쪽 창문을 여니 복숭아꽃이 피어나는구나

복숭아꽃이 걱정 없이 봄바람에 웃는구나 봄바람

에 웃는구나

넋이라도 임과 한 곳에

함께 지내는 모습 그리더니

넋이라도 임과 한 곳에

함께 지내는 모습 그리더니

우기던 사람이 누구였습니까 누구였습니까

오리야 오리야

어린 비오리야

여울일랑 어디 두고

소에 자러 오는가

소 곧 얼면

여울도 좋습니다 여울도 좋습니다

남산에 자리 보아

옥산을 베고 누워

금수산 이불 안에

사향 각시를 안고 누워

남산에 자리 보아

옥산을 베고 누워

금수산 이불 안에

사향 각시를 안고 누워

약 든 가슴을 맞춥시다 맞춥시다

알아주소서 임이시여 영원히 이별할 줄 모르고

지냅시다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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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래 고려 속요성격 연가 남녀상열지사 향락적 퇴폐적형식 5연으로 이루어진 분연체로 결사를 포함하여 전 6연으로 보기도 함제재 남녀간의 사랑 또는 애정특징 남녀간의 애정을 가식 없이 진솔하고도 적나라 하게 표현했고 비유와 상징 반어와 역설 감각적인 언어로 감정의 표현이 진솔하여 문학성이 높은 편주제 변치 않는 사랑에 대한 소망 임과의 영원한 사랑 기원(임과의 사랑을 직설적으로 드러냄)의의 2연과 5연이 시조 형태에 근접하고 있어 시조의 기원을 찾는 자료로서 주목받음

1연 죽음보다 강한 사랑의 정열2연 임 생각에 밤을 지새우는 애처로움3연 사랑을 배신한 임에 대한 원망4연 무절제한 사랑을 하는 임에 대한 풍자5연 임에 대한 욕망과 상상6연 임과의 이별 없는 영원한 만남을 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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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사

(

歌辭

)

상춘곡(賞春曲)

정 극 인

紅塵(홍진)에 뭇친 분네 이내 生涯(생애) 엇

더고

風流(풍류)

가天地間(천지간) 男子(남자) 몸이 날만 이

하건마

山林(산림)에 뭇쳐 이셔 至樂(지

락)을

것가

數間茅屋(수간모옥)을 碧溪水(벽계수)

앒픠

고 松竹(송죽) 鬱鬱裏(울울리)예 風月主人(풍

월 주인) 되어셔라

속세에 묻혀 사는 분들이여 이 나의 생활이 어떠한가

옛 사람들의 운치 있는 생활을 내가 따를까 못따를까

천지간 남자로 태어난 몸으로서 나만한 사람이 많건마

는 왜 그들은 자연에 묻혀사는 지극한 즐거움을 모르는

것인가

몇 간쯤 되는 초가집을 맑은 시냇물 앞에 지어 놓고소

나무와 대나무가 우거진 속에 자연의 주인이 되었구나

서사-자연에 묻혀 사는 즐거움

엇그제 겨을 지나 새봄이

돌아오니桃花杏花(도화행화)

夕陽裏(석양

리)예 퓌여 잇고綠楊芳草(녹양방초)

細(우

중)에 프르도다칼로

아 낸가붓으로 그려낸

가造化神功(조화신공)이 物物(물물)마다 헌

엊그제 겨울이 지나 새봄이 돌아오니 복숭아꽃과 살구

꽃은 저녁 햇빛 속에 피어 있고 푸른 버들과 아름다운

풀은 가랑비 속에 푸르도다 칼로 재단해 내었는가 붓

으로 그려 내었는가 조물주의 신비스러운 솜씨가 사물

마다 야단스럽구나

본사 1-봄의 아름다운 경치

수풀에 우

春氣(춘기)

내 계

워 소

마다 嬌態(교태)로다 物我一體

(물아일체)어니 興(흥)이

소냐 柴扉(시

비)예 거러 보고 亭子(정자)애 안자 보니 逍

遙吟詠(소요 음영)

야 山日(산일)이 寂寂(적

적)

閑中眞味(한중진미)

알 니 업시 호

재로다

수풀에 우는 새는 봄 기운을 끝내 못 이겨 소리마다 아

양을 떠는 모습이로다

자연과 내가 한 몸이거니 흥겨움이야 다르겠는가 사립

문 주변을 걷기도 하고 정자에 앉아 보기도 하니 천천

히 거닐며 나직이 시를 읊조려 산 속의 하루가 적적한

데 한가로움 속의 참된 즐거움을 아는 사람이 없이 혼

자로구나

본사 2-봄의흥취

이바 니웃드라山水(산수) 구경 가쟈스라 踏靑

(답청)으란 오

고 浴沂(욕기)란 來日(내

일)

새 아

에 採山(채산)

고 나조

釣水

(조수)

여보게 이웃 사람들이여 산수 구경을 가자꾸나 산책

은 오늘하고 냇물에서 목욕하는 것은 내일 하세 아침

에 산나물을 캐고 저녁에 낚시질을 하세

본사 3-산수 구경 권유

괴어 닉은 술을 葛巾(갈건)으

로 밧타 노코 곳나모 가지 것거 수 노코 먹

으리라 和風(화풍)이 건

부러 綠水(녹수)

건너오니 淸香(청향)은 잔에 지고 落紅(낙

홍)은 옷새 진다 樽中(준중)이 뷔엿거

려 알외어라 小童(소동) 아

려 酒家(주가)

에 술을 믈어얼운은 막대 집고아

술을 메고

微吟緩步(미음 완보)

야 시냇

의 호자 안자

明沙(명사) 조 믈에 잔 시어 부어 들고 淸流(청

류)

굽어보니

니 桃花(도화)ㅣ로다 武陵

(무릉)이 갓갑도다 져

거인고

이제 막 익은 술을 갈건으로 거러 놓고 꽃나무 가지를

꺾어 잔 수를 세면서 먹으리라 화창한 바람이 문득 불

어서 푸른 시냇물을 건너오니 맑은 향기는 술잔에 가

득하고 붉은 꽃잎은 옷에 떨어진다 술동이 안이 비었

으면 나더러 아뢰어라 조그만 아이를 시켜 술집에서

술을 사 가지고 어른은 지팡이를 짚고 아이는 술을 메

고 나직이 읊조리며 천천히 걸어 시냇가에 혼자 앉아

고운 모래가 비치는 맑은 물에 잔 씻어 술을 부어 들

고 맑은 시냇물을 굽어보니 떠내려오는 것이 복숭아꽃

이로다 무릉도원이 가까이 있구나 저 들이 바로 그것

인가

본사 4-술과 풍류

松間(송간) 細路(세로)에 杜鵑花(두견화)

부치 들

고峰頭(봉두)에 급피 올나 구름 소긔

안자 보니 千村萬落(천촌만락)이 곳곳이 버러 잇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23 -

煙霞日輝(연하일휘)

錦繡(금수)

엇그제 검은 들이 봄빗도 有餘(유여)

소나무 사이 좁은 길로 진달래꽃을 손에 들고

산봉우리에 급히 올라 구름 속에 앉아보니 수많은 촌

락들이 곳곳에 벌여 있네 안개와 놀과 빛나는 햇살은

아름다운 비단을 펼쳐 놓은 듯 엊그제까지도 거뭇거뭇

했던 들판이 이제 봄빛이 넘치는구나

본사 5-산봉우리에서의 조망

功名(공명)도 날

우고富貴(부귀)도 날

우니淸

風明月이(청풍명월) 外(외)예 엇던 벗이 잇

올고

簞瓢陋巷(단표누항)에 흣튼 혜음 아니

아모

타 百年行樂(백년행락)이 이만

엇지

공명과 부귀가 모두 나를 꺼리니 아름다운 자연 외에

어떤 벗이 있으리오 비록 가난하게 살고 있지만 잡스

러운 생각은 아니하네 아무튼 한평생 즐겁게 지내는

것이 이만하면 족하지 않겠는가

결사-안빈 낙도

면앙정가(俛仰亭歌)

송 순

无等山(무등산) 활기 뫼히 동다히로

버더 이셔 霽月峯(제월봉)이 되여거

無邊大野(무변대야)의 므

짐쟉

노라

닐곱 구

움쳐 무득무득 버럿

가온대 구

굼긔든 늘근 뇽이 선

머리

언쳐시니

무등산 한 줄기 산이 동쪽으로 뻗어 있어 멀리 떼

어 버리고 나와 제월봉이 되었거늘 끝없이 넓은

들판에 무슨 속셈을 가지고 일곱 구비가 한 곳에

움추리어 무더기 무더기 벌여 놓은 듯 가운데 구

비는 구멍에 든 늙은 용이 풋잠을 이제 막 깨어

머리를 얹어 놓고 있는 것 같으니

rarr서사 1 - 제월봉의 위치와 형세

바희 우

松竹(송죽)을 혜혀고

정자

언쳐시니

구름

靑鶴(청학)이 千里(천 리)를 가리라

래 버렷

넓고 평평한 바위 위에 소나무 대나무를 헤치고

정자를 앉혔으니 구름을 탄 푸른 학이 천 리를

가려고 두 날개를 벌리고 있는 듯하다

rarr서사2 - 면앙정의 모습

玉泉山(옥천산) 龍泉山(용천산)

린 믈이

亭子(정자) 압 너븐 들

兀兀(올올)히 펴진드시

든 기노라 프르거든 희디마나

雙龍(쌍룡)이 뒤트

긴 깁을

어드러로 가노라 므

얏바

즈로 흐르

옥천산용천산 흘러내리는 물이 정자 앞 넓은 들

에 끊임없이 펼쳐진 듯이 넓거든 길지나 말든가

푸르거든 희지나 말지 두 마리 용이 몸을 뒤틀고

있는 듯 긴 비단을 펼쳐 놓은 듯 어디로 가느라

고 무슨 일이 바빠서 달리는 듯 따라가는 듯 밤낮

으로 흘는 듯

rarr본사 1 - 시냇물의 모습

므조친 沙汀(사정)은 눈

치 펴

거든

어즈러온 기러기

므스거슬 어르노라

안즈락

리락 모드락 흣트락

蘆花(노화)를

이 두고 우로곰 좃니

물을 따라 있는 모래밭은 눈같이 하얗게 펼쳐져

있는데 어지럽게 나는 갈매기는 무엇을 어르느라

고 앉기도 하고 내려오기도 하고 모이기도 하고

흩어지기도 하고 갈대꽃을 사이에 두고 울면서 따

라다니는가

rarr본사 2 - 기러기의 교태

너븐 길 밧기오 긴 하

두르고

즌 거슨 뫼힌가 屛風(병풍)인가

그림가 아닌가

노픈

숨거니 뵈거니 가거니 머믈거니

어즈러온 가온

일홈

도 젓티 아녀 옷독이 셧

거시

秋月山(추월산) 머리 짓고 용구산 몽선산 불대산

어등산 용진산 금성산이 허공에 버러거든

遠近(원근) 蒼崖(창애)의 머믄 것도 하도 할샤

넒은 길 밖이요 긴 하늘 아래 두르고 꽂은 것은

산인가 병풍인가 그림인가 아닌가 높은 듯 낮은

듯 끊어지는 듯 이어지는 듯 숨기도 하고 보이기

도 하고 가기도 하고 머물기도 하고 어지러운 가

운데 유명한 척하여 하늘도 두려워 하지 않고 우

뚝하게 서있는 것이 추월산으로 머리를 만들고

용구산 몽선산 불대산 어등산 용진산 금성산이 공

중에 늘어서 있으니 멀고 가까운 푸른 절벽에 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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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것도 많기도 하구나

rarr본사 3 - 산봉우리의 승경

흰구름 부흰 煙霞(연하) 프로니

山嵐(산람)이라

千巖萬壑(천암만학)을 제 집으로 삼아두고

나명셩 들명셩 일

ㅣ도 구

지고

오르거니

리거니 長空(장공)의

나거니

廣野(광야)로 건너거니

프르락 불그락 여트락 지트락

斜陽(사양)과 섯거디어 細雨(세우)조차

흰구름 뿌연 안개와 노을 푸른 것은 산 아지랑

이로구나 수많은 바위와 골짜기를 제 집으로 삼

고서 나가기도 하고 들어오기도 하면서 아양도 떠

는구나 올라가기도 하고 내려가기도 하고 먼 하

늘로 떠나기도 하고 넓은 들로 건너가기도 하고

푸르기도 하고 붉기도 하고 옅기도 하고 짙기도

하고 석양과 섞이어 가랑비조차 뿌리는구나

rarr본사 4 - 봄 풍경

藍輿(남여)

고 솔아

구븐 길노

오며 가며

적의

綠楊(녹양)의 우

黃鶯(황앵) 嬌態(교태) 겨워

고야

나모 새

지어 綠陰(녹음)이 얼린 적의

百尺欄干(백척난간)의 긴 조으름 내여 펴니

水面凉風(수면양풍)이야 긋칠 줄 모르

뚜껑없는 가마를 재촉하여 타고 소나무 아래 굽은

길로 오며 가며 하는 때에 푸른 버드나무에서

는 꾀꼬리는 온갖 교태를 부리고 있구나 나무 사

이가 우거져서 녹음이 엉긴 때에 긴 난간에 기대

어 길게 기지개를 켜니 물위에서 부는 시원한 바

람이 그칠 줄을 모르는구나

rarr 본사 5 - 여름 풍경

즌서리

딘 후의 산빗치 錦繡(금수)로다

黃雲(황운)은

엇지 萬頃(만경)의 펴겨디오

漁笛(어적)도 흥을 계워

롸 브니

된서리가 걷힌 후에 산 빛이 수놓은 비단 같구나

누렇게 익은 곡식은 또 어찌 넓은 들에 펼쳐져 있

는가 어부가 부는 피리도 흥을 못이겨 달을 따라

불고 있구나

rarr 본사 6 - 가을 풍경

草木(초목) 다 진 후의 江山이

몰커

造物(조물)리 헌

야 氷雪(빙설)로

며내니

瓊宮瑤臺(경궁요대)와 玉海銀山(옥해은산)이

眼底(안저)에 버러셰라

乾坤(건곤)도 가

열사 간 대마다 경이로다

초목이 다 떨어진 후에 강산이 눈 속에 묻혔거늘

조물주가 야단스러워 눈과 얼음으로 꾸며내니 경

궁요대(구슬로 꾸민 궁궐과 대)와 옥해은산(아름

다운 바다와 눈덮인 산) 같은 설경이 눈 아래 펼

쳐졌구나 하늘과 땅도 풍성하구나 가는 곳마다

아름다운 경치로다

rarr 본사7 - 겨울 풍경

人間(인간)을

나와도 내 몸이 겨를 업다

이것도 보려

고 져것도 드르려코

도 혀려

도 마즈려코

밤으란 언제 줍고 고기란 언제 낙고

柴扉(시비)란 뉘 다드며 딘 곳츠란 뉘 쓸려뇨

이 낫브거니 나조

라 슬

소냐

리 不足(부족)커니 來日(내일)이라

有餘(유여)

이 뫼

안자 보고 져 뫼

거러 보니

煩勞(번로)

릴 일이 아조 업다

쉴 사이 업거든 길히나 젼

리야

다만 靑藜杖(청려장)이 다 므듸어 가노

속세를 떠나왔어도 내 몸이 한가하지 않다 이것

도 보려고 하고 저것도 들으려 하고 바람도 쏘이

려 하고 달도 맞으려 하고 밤은 언제 줍고 고기는

언제 낚고 사립문은 누가 닫으며 떨어진 꽃은 누

가 쓸겠느냐 아침에도 아름다운 경치 구경하는

시간이 모자랄 지경인데 저녁이라고 싫겠는가 오

늘의 시간이 부족한데 내일이라고 여유가 있겠는

가 이 산에서 앉아보고 저 산에서 걸어보니 번거

로운 마음이지만 버릴 일이 아주 없다 쉴 사이가

없는데 사람들에게 길이나마 알려줄 수가 있겠는

가 다만 명아주 대로 만든 지팡이가 다 무디어

가는구나

rarr본사 8 - 자연애와 풍류 생활

술이 닉어가니 벗지라 업슬소냐

이며 혀이며 이아며

온가짓 소

로 醉興(취흥)을

야거니

근심이라 이시며 시

이라 브터시랴

누우락 안즈락 구브락 져츠락 울프락

노혜로 놀거니

天地(천지)도 넙고넙고 日月(일월)도 가

羲皇(희황) 모

러니 이적이야 긔로고야

神仙(신선)이 엇더턴지 이몸이야 긔로고야

술이 익어가니 벗이라고 없겠는가 노래를 부르게

하며 악기를 타고 켜게 하며 방울을 흔들며 온갖

소리로 술에 취한 흥을 재촉하니 근심이라 있겠으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25 -

며 시름이라고 붙어 있으랴 눕기도 하고 앉기도

하고 구부리기도 하고 뒤로 젖히기도 하고 읊기도

하고 휘파람을 불기도 하면서 마음놓고 놀기도

하니 천지도 넓고 넓으며 세월도 한가하다 중국

복희 황제의 태평성대를 내가 잘 몰랐더니 지금이

바로 그것이로구나 신선이 어떤 것인지 잘 몰랐

더니 내가 바로 신선이로구나

rarr본사9 - 취흥

江山風月(강산풍월) 거

리고 내 백년을 다누리면

岳陽樓(악양루) 샹의 李太白(이태백)이 사라 오다

浩蕩情懷(호탕 정회)야 이에서 더

소냐

이 몸이 이렁 굼도 亦君恩(역군은)이샷다

아름다운 대자연을 거느리고 내 한평생을 다 누리

면 조망이 좋기로 이름난 악양루 위의 이태백이

살아온다한들 넓고 큰 마음이야 이것보다 더 하겠

는가 이몸이 이렇게 지내는 것도 역시 임금님의

은혜이시도다

rarr결사 - 호탕한 정회와 군은

면앙정의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지은이가 41세 되던 해 벼슬을 그만두

고 향리인 전라남도 담양에 내려가 면앙정이라는

정자를 짓고 아름다운 자연을 벗삼아 사는 자신의 풍

류 생활을 노래한 것이다 면아정 주변의 경치4계절의

풍경 자신의 풍류 생활에 대한 멋과 흥취를 짜임새 있

게 그려낸 선경 후정의 작품이다

우리 江湖歌道(강호가도)의 전형을 확립한 작품으로

정극인의 상춘곡을 이어받아 송강의 성산별곡관동별곡

에 크게 영향을 끼쳤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결사 끝

부분의 lsquo亦君恩(역군은)이샷다rsquo와 같은 표현은 맹사성의

lsquo강호사시가rsquo에도 나타나는 것으로 자연속에서 지내는

즐거움과 연군 지정을 결합시킨 표현이라 할 수 있다

관동별곡

정 철

江강湖호애 病병이 깁퍼 竹

林님의 누엇더니 關관東

동 八팔百

里니에 方방面면을 맛디시니 어와 聖셩恩

은이야 가디록 罔망極극

다 延연秋츄門문 드리

慶경會회 南남門문

라보며 下하直직고 믈너나니 玉

옥節졀이 알

셧다

平평丘구驛역

라 黑흑水슈로 도라드니 蟾셤江

강은 어듸메오 雉티岳악이 여긔로다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의 병이 깊어 전라남도 창평에서

지내고 있었는데 800리나 되는 강원도 지방의 관찰사

소임을 맡기시니 아아 임금님의 은혜야말로 갈수록

끝이 없다 연추문으로 달려들어가 경회루의 남쪽문을

바라보며 임금님께 하직 인사를 하고 물러나니 옥절이

앞에 서 있다 양주(평구역)역에서 말을 갈아타고 여주

(흑수)로 돌아 들어가니 원주(섬강)는 어디인가 치악

산이 여기로구나

서사1-관찰사 배명과 부임의 여정

昭쇼陽양江강

린 믈이 어드러로 든단 말고 孤고臣신

去거國국에 白

髮발도 하도 할샤 東동州

밤 계오

새와 北븍寬관亭뎡의 올나

니 三삼角각山산 第뎨一일

峰봉이

마면 뵈리로다 弓궁王왕 大대闕궐 터희 烏오

鵲쟉이 지지괴니 千쳔古고 興흥亡망을 아

다 몰

다 淮회陽양 녜 일홈이 마초아

시고 汲급長

孺유

風풍彩

를 고텨 아니 볼 게이고

소양강 흘러내린 물이 어디로 흘러들어간단 말인가 외

로운 신하가 임금님 곁을 떠남에 있어서 나라에 대한

걱정이 많기도 하구나 철원(동주)에서 밤을 겨우 새운

후 북관정에 오르니(임금님이 계신 한양에 있는)삼각

산의 제일 높은 봉우리가 웬만하면 보일 것 같구나 옛

날 궁예왕이 살았던 대궐 터에 까마귀와 까치만 지저귀

고 있으니 먼 옛날의 흥망 성쇠를 까마귀와 까치 너희

들은 아느냐 모르느냐 회양이라는 이름이 옛날 중국의

지명인 회양과 마침 똑같구나(중국 회양 땅에서 선정

을 베푼)급장유의 모습을 이제 다시 (여기서)볼 수 있

지 않겠는가(급장유가 중국 회양땅에서 선정을 베푼

것처럼 정철 자신도 이곳 강원도 회양땅에서 선정을 베

풀겠다는 포부를 나타냄)

서사 2-관내 순력과 선정에 대한 포부

營영中듕이 無무事

고 時시節졀이 三삼月월인 제

花화川쳔 시내길히 楓풍岳악으로 버더 잇다 行

裝장

을 다

티고 石셕逕경의 막대 디퍼 百백川쳔洞동 겨

두고 萬만瀑폭洞동 드러가니 銀은

무지게 玉

龍룡의 초리 섯돌며

十십里리의

자시니 들을 제

우레러니 보니

눈이로다

감영(지금의 도청)안에 아무 일이 없고 시절이 마침 삼

월인 때에 화천 시냇길이 금강산으로 뻗어 있다 행장

을 다 떨쳐 버리고 돌길에 지팡이를 짚어 백천동 곁을

지나 만폭동으로 들어가니 은같은 무지개 옥 같은 용

의 꼬리처럼 생긴 폭포가 섞어 돌며 뿜는 소리가 십 리

에 깔려 있으니 멀리서 들을 때는 우렛소리더니 가까

이 가서 보니 눈(雪)이 날리는 것 같구나

본사1-만폭동 폭포의 장관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26 -

金금剛강臺

우層층의 仙션鶴학이 삿기 치니 春츈

風풍 玉옥笛

聲셩의 첫

돗던디 縞호衣의玄현裳

샹이 半반空공의 소소

니 西셔湖호

主쥬人인을

반겨셔 넘노

금강대 맨 꼭대기에 사는 선학이 새끼를 치니 봄바람

옥피리 소리에 첫 잠을 깨었던지 흰 저고리 검은 치마

로 단장한 학이(학의 날개 묘사) 공중에 솟아 뜨니 옛

날 중국 서호에서 학과 더불어 노닐던 임포를 반겨 맞

는 것 같구나(정철 자신을 임포처럼 생각함)

본사2-금강대 위의 선학

小쇼香향爐노 大대香향爐노 눈 아래 구버보고 正졍陽

양寺

眞진歇헐臺

고텨 올나 안

마리 廬녀山산 眞

진面면目목이 여긔야 다 뵈

다 어와 造조化화翁옹이

토 헌

거든

디 마나 셧거든 솟디 마나

芙부蓉용을 고잣

玉옥을 믓것

東동溟명

을 박

北북極극을 괴왓

놉흘시고 望망高

고臺

외로올샤 穴혈望망峰봉이 하

의 추미러 므

일을

로리라 千쳔萬만劫겁 디나

록 구필 줄 모

다 어와 너여이고 너

향로처럼 생긴 크고 작은 봉우리를 눈아래 굽어보고 나

서 정양사를 지나 진헐대에 다시 올라 앉으니 금강산

의 참모습이 여기서야 다 보이는구나 아아 조물주가

야단스럽기도 야단스럽구나(산봉우리들이)날아가려거

든 뛰지나 말든가 서있으려거든 (위로)솟지나 말든가

할일이지 연꽃을 꽂아 놓은 것 같기도 하고흰 옥을

묶어 놓은 것 같기도 하고 북극성을 떠받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높구나 망고대 외롭구나 혈망봉이 하늘

에 치밀어서 무슨 일을 아뢰려고 오랜 세월이 지나도록

굽힐 줄을 모르느냐 아아 너로구나 너같은 충신이

또 있을까(진헐대에서 바라본 많은 산봉우리들이 굳굳

한 모습으로 서있는 것을 보고 충신의 지조와 절개를

연상하여 표현한 구절)

본사 3-진헐대에서의 조망

心심臺

고텨 올나 衆듕香향城셩

라보며 萬만

二이千쳔峰봉을 歷녁歷녁히 혀여

니 峰봉마다

쳐 잇

고 긋마다 서린 긔운

거든 조티마나 조커든

디 마

나 뎌 긔운 흐터 내야 人인傑걸을

고쟈 形형容용

도 그지업고 체체勢셰도 하도 할샤 天텬地디 삼기실

제 自

然연이 되연마

이제 와 보게 되니 有유情정

도 有유情정

개심대를 다시 올라가서 중향성을 바라보며 금강산 만

이천 봉우리를 똑똑히 헤아려 보니 산봉우리마다 정기

가 맺혀 있고 봉우리 끝마다 서린 기운(정기) (산의

정기가)맑거든 깨끗하지나 말든가 깨끗하거든 맑지나

말 것이지(산의 정기가 맑고도 깨끗하다는 의미) 저

기운을 흩어 내어 뛰어난 인물을 만들고 싶구나 산봉

우리의 생긴 모양이 끝이 없이 다양하고 자세도 많기도

하구나 천지가 생겨날 때 자연히 된 줄 알았더니 이제

와서 보니까 조물주의 뜻이 분명히 있구나

본사 4-개심대에서의 조망

毗비盧로峰봉 上샹上샹頭두의 올라 보니 긔 뉘신고

東동山산 泰태山산이 어

야 놉돗던고 魯노國국 조븐

줄도 우리

거든 넙거나 넙은 天텬下하 엇

닷 말고 어와 뎌 디위

어이

면 알 거이고 오

디 못

거니

려가미 고이

비로봉 맨 꼭대기에 올라본 사람이 그 누구인가

동산과 태산이 그 얼마나 높던가 노나라가 작다는 것

도 우리는 모르겠는데 넓고도 넓은 천하를 어떻게 해서

작다고 공자께서는 말씀하신단 말인가 아아 저 공자

의 경지를 어떻게 하면 알 것인가 올라가지 못하는데

내려가는 것이 이상하랴

본사 5-비로봉을 본 감회

圓원通통골

길로 獅

峰봉을

자가니 그 알

너러바회 化화龍룡쇠 되여셰라 千쳔年년 老노龍룡

이 구

서려 이셔 晝듀夜야의 흘녀 내여 滄창海

해예 니어시니 風풍雲운을 언제 어더 三삼日일雨우

디련

다 陰음崖애예 이온 플을 다 살와 내여

원통골 가느다란 길로 사자봉을 찾아가니 그 앞에 넓고

평평한 바위가 화룡소가 되었구나 마치 천 년이나 묵

은 늙은 용(정철 자신을 지칭함)이 굽이굽이 서려 있어

서 밤낮으로 물을 흘려 내어 푸른 바다에 이어졌으니

용(작자 자신)아 너는 언제 풍운(선정의 기회)을 얻어

서 임금님의 은총을 백성들에게 내리려느냐 굶주리고

헐벗은 백성들을 다 살려 내려무나

본사 6-화룡소에서의 감회

磨마訶하衍연 妙묘吉길祥샹 雁안門문재 너머 디여 외

나모

리 佛블頂뎡臺

올라

니 千쳔尋심絶졀

壁벽을 半반空공애 셰여 두고 銀은河하水슈 한 구

촌촌이 버혀 내여 실

티 플텨이셔 뵈

티 거러시니

圖도經경 열 두 구

내 보매

여러히라 李니謫

션 이제 이셔 고텨 의논

게 되면 廬녀山산이 여긔도

곤 낫단 말 못

려니

마하연 묘길상을 구경하고 안문재를 넘어 내려가 외

나무 썩은 다리를 건너 불정대에 오르니 천길이나 되는

낭떠러지를 공중에 세워 놓고 은하수 한 굽이를 마디

마디 베어 내어 실같이 풀어 가지고 베처럼 걸었으니

도경(금강산 12폭포를 그림으로 그려놓은 그림책)에는

폭포가 열두굽이로 되어 있지만 내가 보기에는 그보다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27 -

더 많아 보인다 이태백이 지금 살아 있어서 다시(금강

산 12폭포와 중국의 여산폭포를 비교) 논의하게 된다

면 여산 폭포가 여기보다 더 낫다는 말은 못 할 것이

본사 7-십이 폭포의 장관

山산中듕을

양 보랴 東동海해로 가쟈

라 籃남輿여

緩완步보

야 山산映영樓누의 올나

니 玲녕瓏농 碧벽

溪계와 數수聲셩啼뎨鳥됴

離니別별을 怨원

旌졍旗긔를

티니 五오色

이 넘노

鼓고角각을

섯부니 海해雲운이 다것

鳴명沙사길 니근

이 醉

仙션을 빗기 시러 바다

두고 海

棠당花화로 드러가니 白

鷗구야

마라 네 버딘 줄 엇디 아

산중의 경치만 노상 보겠는가 동해로 가자꾸나 남녀

(뚜껑없는 가마)를 타고 천천히 걸어서 산영루(정자이

름)에 오르니 영롱하게 반짝이는 시냇물과 갖가지 소

리로 우는 새는 나와의 이별을 싫어하는 듯 여러 가지

깃발을 휘날리니 오색(빨강파랑검정노랑흰색등의

깃발)이 넘나들며 노는 듯 북과 피리를 섞어 부니 바

다의 구름이 다 걷히는 듯하다 모래밭 길에 익숙한 말

이 도취한 신선을 비스듬히 태우고 해변을 따라 해당

화가 피어 있는 곳으로 들어가니 백구야 날아가지 마

라 내가 네 친구일수도 있지 않느냐

본사 8-동해로 가는 감회

金금闌난窟굴 도라드러 叢총石셕亭뎡 올라

니 白

옥樓누 남은 기동 다만 네히 셔 잇고야 工공슈의 셩녕

인가 鬼귀斧부로 다

가 구

야 六뉵面면은 므어슬

象샹톳던고

금난굴을 돌아들어서 총석정에 오르니 바다 가운데에

돌기둥 네 개가 백옥루의 남은 기둥처럼 서 있구나 저

네 개의 돌기둥은 공수(중국 고대의 명공)가 만든 것인

가 귀신의 도끼로 다듬었는가 구태여 그 돌기둥이 여

섯 모가 난 것은 무엇을 본뜬 것인가

본사 9-총석정의 장관

高고城셩을란 뎌만 두고 三삼日일浦포

자가니 丹

단書셔

宛완然연

되 四

仙션은 어

가니 예 사흘

머믄 後후의 어

머믈고 仙션遊유潭담 永영郎

냥湖호 거긔나 가 잇

가 淸

澗간亭뎡 萬만景경臺

몃 고

안돗던고

고성을 저만큼 두고 삼일포를 찾아가니 영랑의 무리

(신라 때 네 명의 화랑 곧 사선)가 남쪽으로 갔다는

글씨는 뚜렷한데 사선은 어디 갔는가 여기서 사흘을

머문 후에 어디 가서 또 머물렀을까 선유담 영랑호

거기나 가 있는가 청간정 만경대 몇 곳에 앉았던가

본사 10-삼일포에서의 회고

梨니花화

셔 디고 졉동새 슬피 울 제 洛낙山산東

동畔반으로 義의相샹臺

예 올라 안자 日일出츌을 보

리라 밤듕만 니러

니 祥샹雲운이 집

동 六뉵龍뇽

이 바퇴

동 바다

날 제

萬만國국이 일위더니

天텬中듕의 티

니 毫호髮발을 혜리로다 아마도 녈구

름 근쳐의 머믈셰라 詩시仙션은 어

가고 咳

唾타만

나맛

니 天텬地디間간 壯장 긔별

셔히도

셔이

배꽃은 벌써 떨어지고 접동새가 슬피 울 때에 낙산의

동쪽 언덕에 있는 의상대에 올라앉아 해 뜨는 것을 보

려고 한 밤중에 일어나니 상서로운 구름이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듯 여섯 마리의 용이 떠받치고 있는 듯

해가 바다에서 떠날 때는 온 세상이 흔들리는 것 같더

니 하늘로 치솟아 오르니 가느다란 터럭을 셀 수 있을

정도로 밝구나 혹시나 지나가는 구름(간신을 비유함)

이 햇빛을 가릴까 두렵다 이백은 어디 가곡 그가 남긴

유명한 말(咳唾(해타)-이백은 lsquo등금릉봉황대rsquo라는 시에

서 간신이 임금의 총명을 흐리게 하는 것을 구름이 해

를 가리는 것에 비유했음)만 남아 있는가 천지간에 굉

장한 소식(사연)이 그의 시에 자세히도 표현되어 있구

본사 11-의상대에서의 일출의 장관

斜샤陽양 峴현山산의 척

을 므니

와 羽우蓋개芝

지輪륜이 鏡경浦포로

려가니 十십里리 氷빙紈환을

다리고 고텨 다려 長

松숑 울흔 소개 슬

장 펴뎌시

니 믈결도 자도 잘샤 모래

혜리로다 孤고舟쥬 解

纜람

야 亭뎡子

올나가니 江강門문橋교 너믄

大대洋양이 거긔로다 從

容용댜 이 氣긔像샹

闊활遠원댜 뎌 境경界계 이도곤

어듸 잇

닷 말고 紅홍粧장 古고事

리로다

江강陵능 大대都도護호風풍俗쇽이 됴흘시고 節졀孝효

旌졍門문이 골골이 버러시니 比비屋옥可가封봉이 이제

도 잇다

저녁 햇살이 비치는 현산의 철쭉꽃을 잇달아 밟으면서

신선을 태운 수레가 경포로 내려가니 십 리나 되는 비

단을 (다리미로)다리고 다시 다린 것처럼 맑고 깨끗한

수면이 큰 소나무가 둘러싼 속에 실컷 펼쳐져 있으니

물결도 잔잔하기도 잔잔하구나 모래를 셀 수 있을 것

같도다 배 한 척을 띄워 호수를 건너가서 정자 위에

올라가니 강문교 바로 너머에 넓은 바다가 거기로구

나 조용하구나 이 기상 넓고 멀구나 저 경계(수평

선) 여기보다 더 (경치가) 잘 갖추어진 곳이 또 어디

있단 말인가 박신과 흥장의 옛일을 야단스럽다고 할

것이로다 강릉 대도호부의 풍속이 좋기도 하구나 충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28 -

신 효자 열녀 등을 표창하는 문이 고을마다 널려 있

으니 요순 시대처럼 집집마다 벼슬을 봉할 만하다는

것이 지금도 있다 할 것이로다

본사 12-경포의 장관과 강릉의 미풍 양속

眞진珠쥬館관 竹

西셔樓루 五오十십川쳔

린 믈이 太

태白

山산 그림재

東동海

로 다마 가니

하리 漢

한江강의 木목覓멱의 다히고져 王왕程뎡이 有유限

고 風풍景경이 못 슬

니 幽유懷회도 하도 할샤 客

愁수도 둘 듸 업다 仙션사

워 내여 斗두牛우로 向

살가 仙션人인을

려 丹단穴혈의 머므살가

진주관 죽서루 아래 오십천에 흘러내리는 물이 태백산

그림자를 동해로 담아가지고 흘러가니 차라리 저 물을

임금님이 계신 서울 남산에 닿게 하고 싶다 관원의 여

정에는 기한이 있고 풍경은 싫증이 나지 않으니 그윽

한 회포도 많기도 많구나 나그네의 시름도 둘 곳이 없

다 신선이 탄다는 뗏목을 띄워서 북두성과 견우성으로

향할까 사선을 찾으러 단혈에 머무를까

본사 13-죽서루에서의 객수

天텬根근을 못내 보와 望망洋양亭뎡의 올은말이 바다

밧근 하

이니 하

밧근 므서신고

득 노 고래 뉘

라셔 놀내관

블거니

거니 어즈러이 구

디고 銀

은山산을 것거 내여 六뉵合합의

五오月월

天텬의 白

雪셜은 므

일고

하늘의 끝을 끝내 못 보아 망양정에 오르니 바다 밖은

하늘인데 하늘 밖은 무엇인가 가뜩이나 노한 고래를

누가 놀리게 하기에 불기도 하고 뿜기도 하면서 어지럽

게 구는 것인가 은으로 된 산을 꺾어 내어 온 세상에

흩어 내리는 듯 오월의 아득한 하늘에 흰 눈이 무슨 일

인가

본사 14-망양정에서의 조망

져근덧 밤이 드러 風풍浪낭이 定뎡

扶부桑상 咫

지尺

의 明명月월을 기

리니 瑞셔光광 千쳔丈

고야 珠쥬簾렴을 고텨 것고 玉옥階계

다시 쓸며 啓계明명星셩 돗도록 곳초 안자

라보니

蓮년花화 가지

뉘라셔 보내신고 일이 됴흔

世세界계

대되 다 뵈고져

流뉴霞하酒쥬

득 부어

려 무론 말이 英영雄웅은

가며 四

仙션은 긔 뉘러니 아

나 맛나 보아

긔별 뭇쟈

니 仙션山산 東동海

예 갈 길히 머도

멀샤

잠깐 사이에 밤이 되어 풍랑이 가라앉거늘 해와 달이

뜬다는 부상 가까운 거리에서 밝은 달을 기다리니 천

길이나 뻗친 상서로운 달빛이 보이는 듯하다가 숨는구

나 구슬로 만든 밭을 걷어 올리고 돌층계를 다시 쓸며

샛별이 돋을 때까지 꼿꼿이 앉아 바라보니 흰 연꽃 한

송이를 누가 보내셨는가 이렇게 좋은 세계를 남에게

다 보이고 싶구나 신선주를 가득 부어 들고 달에게 묻

기를ldquo영운은 어디 갔으며 사선 그들은 그 누구이더

냐rdquo 아무나 만나 보아 옛 소식을 물으려 하니 삼신산

이 있다는 동해에 갈 길이 멀기도 멀구나

결사 1-동해의 달맞이

松숑根근을 볘여 누어 픗

을 얼픗 드니

애 사

이 날

려 닐온 말이그

내 모

랴 上샹界계예 眞

진仙션이라 黃황庭뎡經경一일字

엇디 그

닐거

두고 人인間간의 내려와셔 우리

다 져근덧

가디 마오 이 술 잔 머거 보오 北북斗두星셩 기우

려 滄챵海

水슈 부어 내여 저 먹고 날 머겨

서너

잔 거후로니 和화風풍이 習습習습

야 兩냥腋

을 추

혀 드니 九구萬만里리 長

空공애 져기면

리로다 이

술 가져다가 四

예 고로

화 億억萬만 蒼창生

을 다 醉

근 後후의 그제야 고텨 맛나

고야 말 디쟈 鶴학을

고 九구空공의 올나가니

空공中듕 玉옥蕭쇼 소

어제런가 그제런가

나도

여 바다

구버보니 기

거니

인들 엇디 알리 明명月월이 千천山산萬만落낙의 아니

비쵠

업다

소나무 뿌리를 베고 누워서 선잠을 얼핏드니

꿈에 한 사람이 나더러 이르기를 ldquo그대(송강)를 내가

모르랴 그대는 하늘 나라의 진짜 신선이라 황정경의

한 글자를 어찌하여 잘못 읽어 가지고 속세로 귀양와서

우리를 따르는가 잠깐 동안 가지 말고 이 술 한잔 먹

어 보오rdquo 북두칠성을 국자 삼아 푸른 바닷물을 잔에

부어 저도 먹고 나도 먹이거늘 서너잔을 기울이니 화

창한 바람이 산들산들 불어 양쪽 겨드랑이를 추켜드니

구만리나 되는 먼 하늘에 웬만하면 날 것 같구나

ldquo이 술을 가져다가 온 세상에 골고루 나누어 모든 백성

들을 다 취하게 만든 후에 그 때에야 다시 만나 또 한

잔 하자꾸나lsquo

그 말이 끝나자 신선(꿈에 한 사람)은 학을 타고 하늘

로 올라가니 공중에서 들려오는 옥피리 소리가 어제던

가 그제던가 싶게 어렴풋하구나 나도 잠을 깨어 바다

를 굽어보니 그 깊이를 모르는데 끝이야 더욱 어떻게

알겠는가 밝은 달이 온 세상에 아니 비친 곳이 없다

결사 2-꿈속의 선연

lt송강가사(松江歌辭) 이선본(李選本gt

지은이가 45세 되던 선조 13년(1580)에 강원도 관찰사

에 배임(拜任)되어 부임하는 과정과 원주에 부임한 후

틈을 내어 관동 팔경을 비롯한 강원도 내의 명승지를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29 -

두루 유람하며그 승경(勝景)과 인정 풍속을 비롯해서

연군(戀君)애민의 정(情) 및 선연(仙緣)을 노래한 기행

가사의 대표적인 작품이다 멀게는 고려 충숙왕 때 안

축이 지은 경기체가 형식의 [관동별곡]과 가깝게는 명

종때 백광홍이 지은 [관서별곡] 송순의 [면앙정가]의

영향을 받은 작품으로 표현이 명쾌화려하고 탄력이 넘

치며 활달하고 낭만적이어서 지은이의 호탕한 기상이

잘 나타나 있다

총 295구로 이루어진 장편 기행 가사로 서사(처음~급

당유 풍 고텨 아니 볼 게이고) 본사(영둥이 무고~오월 댱텬의 셜은 므일고) 결사(져근덧 밤이

드러~아니 비쵠 업다)로 구성되어 있다

산에서 바다로 이어지는 여정은 그 각각의 이미지를 매

개로 하여 인간의 두 가지 존재 양식 사이에서 갈등하

는 작가의 모습을 보여 준다 산에서 본 경치는 백색의

이미지로서 고결한 위정자로서의 풍모를 드러내고 있으

며 바다에서는 인간 본연의 영원한 세계를 갈구하는

자유 분방한 정신을 표출하고 있다

다양한 어휘와 적절한 수사법을 능란하게 구사함으로

써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한층 높은 경지로 끌어 올린

작품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사미인곡(思美人曲)

송강 정 철

이 몸 삼기실 제 님을 조차 삼기시니 緣分(연분)이며 하 모 일이런가 나 나 졈어 잇

고 님 나 날 괴시니 이 음 이 랑 견졸 노여 업다

이 몸이 태어날 때에 임을 따라서 태어나니 한평생의

연분이며 하늘이 모를 일이던가내가 오직 젊어 있고

임은 오직 나를 사랑하시니 이 마음과 이 사랑을 비교

할 곳이 전혀 없다

서사 1-임과의 인연

平生(평)애 願(원) 요 녜자 얏더니

늙기야 므 일로 외오 두고 글이고 엇그제 님

을 뫼셔 廣寒殿(광한뎐)의 올낫더니그더 엇디

야 下界(하계)예 랴오니 올 적의 비슨 머리 얼

킈연디 三年(삼년)이라 臙脂粉(연지분) 잇마 눌 위여 고이고 음의 친 실음 疊疊(텹텹)

이 혀 이셔 짓니 한숨이오 디니 눈믈이라

人生(인)은 有限(유) 시도 그지업다

평생에 원하기를 임과 함께 살아가고자 했는데 늙어서

야 무슨일로 외따로 두고 그리워하는가 엊그제 임을

모시고 광한전에 올라 있었는데 그 사이에 어찌하여 이

하계에 내려왔느냐 임을 떠나 올 적에 빗은 머리가 헝

클어진 지삼 년일세 연지와 분이 있지마는 누구를 위

해서 예쁘게 화장할 것인가 마음에 맺힌 시름이 겹겹

이 쌓여 있어서 짓는 것이 한수밍요 떨어뜨리는 것이

눈물이라 인생은 한이 있는데 시름은 끝이 없다

서사 2-임에 대한 그리움

無心(무심) 歲月(셰월)은 믈 흐 고야 炎

凉(염냥)이 아라 가 고텨 오니 듯거니

보거니 늣길일도 하도 할샤

아무 생각이 없는 세월은 물 흐르듯 빨리 지나가는구

나 더위와 추위가 때를 알아서 가자마자 다시 오니 듣

고 보는 가운데서 느낄일이 많기도 많구나

서사 3-세월의 무상함

東風(동풍)이 건듯 부러 積雪(젹셜)을 헤텨내니 窓

(창) 밧긔 심근 梅花(화) 두세 가지 픠여셰라 득 冷淡(담) 暗香(암향)은 므 일고 黃昏

(황혼)의 이 조차 벼 마 빗최니 늣기 반기 님이신가 아니신가

뎌 梅花(화) 것거 내여 님 겨신 보내오져 님

이 너 보고 엇더타 너기실고

봄바람이 문득 불어서 쌓인 눈을 헤쳐내니 창밖에 심은

매화가 두세 가지 피었구나 가뜩이나 쌀쌀하고 담담한

데 그윽하게 풍기는 향기는 또 무슨 일인가 황혼에 달

이 따라와 배갯머리에 비치니흐느껴 우는 듯 반기는

듯하니 임이신가 아니신가 저 매화를 꺾어 내어 임 계

신 곳에 보내고 싶다 그러면 임이 너 (매화)를 보고

어떻다고 생각하실까

본사 1-춘원(春怨)

디고 새 닙 나니 綠陰(녹음)이 렷 羅幃

(나위) 寂寞(젹막)고 繡幕(슈막)이 뷔여 잇다 芙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30 -

蓉(부용)을 거더 노코 孔雀(공쟉)을 둘러 두니 득 시 한 날은 엇디 기돗던고鴛鴦錦(원앙금)

버혀 노코 五色線(오션) 플텨 내여 금자 견화

이셔 님의 옷 지어 내니 手品(슈품)은니와 制度

(졔도)도 시고 珊瑚樹(산호슈) 지게 우 白玉函(옥함)의 다마 두고 님의게 보내오려 님 겨신

라보니 山(산)인가 구롬인가 머흐도 머흘시

고 千里 萬里(쳔리 만리)길흘 뉘라셔 자갈고니

거든 여러 두고 날인가 반기실가

꽃이 지고 새 잎이 피어나니 녹음이 우거졌는데 비단

포장이 적막하고 수놓은 장막이 텅 비어 쓸쓸하다 연

꽃을 수놓은 비단 휘장을 걷어 놓고 공작을 수놓은 병

풍을 둘러 치니 가뜩이나 시름이 많은데 날은 어찌 그

리 길던가 원앙새 수놓은 비단을 베어 놓고 오색실을

풀어 내어 좋은 자로 재어서 임의 옷을 지어내니 솜씨

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격식도 갖추었구나 백옥으로

만든 함에 담아 산호로 만든 지게 위에 얹어 놓고 임에

게 보내려고 임 계신 곳을 바라보니 산인지 구름인지

험하기도 험하구나 천만 리나 되는 먼 길을 누가 찾아

갈 것인가 가면은 함을 열어 놓고 나를 본것처럼 반가

워하실까

본사2-하원(夏怨)

밤 서리김의 기겍러기 우러 녤 제 危樓(위루)

에 혼자 올라 水晶簾(슈졍념) 거든말이 東山(산)의

이 나고 北極(븍극)의 별이 뵈니 님이신가 반기

니 눈믈이 절로 난다 淸光(쳥광)을 쥐여 내여 鳳

凰樓(봉황누)의 븟티고져 樓(누) 우 거러 두고

八荒(팔황)의 다 비최여 深山窮谷(심산궁곡) 졈낫

티 그쇼셔

하룻밤 서리가 내린 무렵에 기러기가 울며 지나갈 때

높은 누각에 혼자 올라가 수정으로 만든 밭을 걷으니

동산에 달이 떠오르고 북극성이 보이므로 임이신가 하

여 반가워하니 눈물이 절로 난다 밝은 달을 잡아 내어

임 계신 곳에 보내고 싶구나 임께서 그 달을 누각 위

에 걸어 노고 온 세상을 다 비추어 깊은 산 골짜기 까

지도 대낮같이 밝게 하소서(밝은 정치를 베푸소서)

본사 3-추원(秋怨)

乾坤(건곤)이 閉塞(폐)야 白雪(셜)이 빗친

제 사은니와 새도 긋쳐 잇다 瀟湘南畔(쇼

샹남반)도 치오미 이러커든 玉樓高處(옥누고쳐)야

더욱 닐러 므리陽春(양츈)을 부쳐 내여 님 겨

신 쏘이고져茅簷(모쳠) 비쵠 玉樓(옥누)의

올리고져 紅裳

(홍샹)을 니믜 고 翠袖(슈) 半(반)만 거더

日暮脩竹(일모슈듁)의 혬가림도 하도 할샤 댜 수이 디여 긴 밤을 고초 안자 靑燈

(쳥등) 거른 겻 鈿箜葔(뎐공후)노하 두고 의나

님을 보려 밧고 비겨시니 鴦衾(앙금)도 도

샤 이 밤은 언제 샐고

하늘과 땅이 꽉막힌 것처럼 흰 눈으로 온통 덮여 있으

니 사람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날아디는 새도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다 소상강 남쪽 지방같이 따뜻한 이 곳

도 추위가 이러한데 하물며 임계신 북쪽 지방이야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따뜻한 봄볕을 부쳐 내어 임 계신

곳에 쏘이고 싶다 초가집 처마에 비친 해를 임계신 곳

에 올리고 싶다 붉은 치마를 여미어 입고 푸른 소매를

반쯤 걷어 해질 무렵 대나무에 의지하여 여러 가지 생

각이 많기도 하구나 짧은 겨울해가 이내 넘어가니 긴

밤을 꼿꼿이 앉아서 청사초롱을 걸어 둔 곁에 자개 입

힌 공후를 놓아 두고 꿈에나 임을 만나 보려고 턱을

받치고 기대어 있으니 원앙금침이 차갑기도 하구나 이

밤은 언제 샐것인가

본사 4-동원(冬怨)

도 열두 도 셜흔 날 져근덧 각마

라 이 시 닛쟈 니 의 쳐 이셔 骨髓(골

슈)의 텨시니 扁鵲(편쟉)이 열히 오나 이 병을

엇디리 어와 내 병이야 이 님의 타시로다 하

리 싀어디여 범나븨 되오리라 곳나모 가지마다 간

죡죡 안니다가 향 므든 애로 님의 오 올므

리라 님이야 날인 줄 모셔도 내 님 조려 노

하루도 열두 때 한 달도 서른 날 잠시 라도 생각을

말아 가지고 이 시름을 잊으려 해도 마음 속에 맺혀

있어서 뼛속까지 사무쳤으니 편작 같은 명의가 열명이

온다 한들 이 병을 어찌할 것인가

아아 내 병이여 이 병을 어찌할 것인가

아아 내 병이여 이 임의 탓이로다 차라리 죽엇 호랑

나비가 되리라 꽃나무 가지에 가는 곳마다 앉으며 돌

아다니다가 향기 묻은 날개로 임의 옷에 앉으리라 임

께서 나인 줄을 모르신다 해도 나는 끝까지 임을 따르

려 하노라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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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사 -임을 향한 변함 없는 마음

lt성주본 송강가사gt

작품의 감상

작자가 50세 되던 해에 반대 정파의 탄핵을 받고 전남

창평으로 물러나 우거(寓居)하면서 임금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여인이 사랑하는 사람을 그리는 심정에 의탁하

여 부른 노래이다 이 작품의 제목인 〈사미인곡(思美

人曲)〉은 중국 굴원이 지은 〈이소(離騷)〉의 제 9편

에 나오는 lsquo사미인(思美人)rsquo이라는 편명에서 따온 것으

로 보이며 그 작품 역시 충군(忠君)의 내용을 담고 있

어 내용 또한 그 영향을 받은 것으로 짐작된다

또 임금을 임으로 설정하여 노래한 것은 고려 속요인

〈정과정〉과 맥을 같이하고 있으며 임에 대한 헌신적

사랑의 표현은 〈가시리〉〈동등〉등과 접맥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작품은〈속미인곡〉과 더불어 가사 문학의 극치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일찍이 서포 김만중은 〈사미인

곡〉 〈속미인곡〉 〈관동별곡〉을 가리켜 lsquo좌해진문

장 지차삼편(左海眞文章 只此三篇우리 나라의 참된 문

장은 오직 이 세 편뿐이다)rsquo라고 하였다 이 노래는

서사 본사 결사 세 부분으로 되어 있는데 본사는 다

시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나뉘어 있다

속미인곡(續美人曲)

송강 정 철

뎨 가 뎌 각시 본듯도 뎌이고

天上(텬상) 白玉京(옥경)을 엇디야 離別(니별)고

다 뎌 져믄 날의 눌을 보라 가시고

저기가는 저 젊은 여인 본 듯도 하구나 임금님이 계

시는 서울을 어찌하여 이별하고 해가 다 져서 저무는

날에 누구를 보러 가시는 고

rarr서사1 - 서울을 떠나온 이유(갑녀의 질문)

어와 네여이고 내 셜 드러보오

내 얼굴 이 거동이 님 괴얌즉 냐마

엇딘디 날 보시고 네로다 녀기실나도 님을 미더 군디 전혀 업서

이야 교야 어러이 구돗디

반기시 비치 녜와 엇디 신고

누어 각고 니러 안자 혜어니

내 몸의 지는 죄 뫼티 혀시니

하히라 원망며 사이라 허믈랴

셜워 플텨 혜니 造物(조물)의 타시로다

아아 너로구나 내 사정 이야기를 들어보오

나의 생김새와 행동거지가 임의 사랑을 받을 수 있겠느

냐마는 어쩐지 나를 보시고 (내가 사랑할 사람은 바

로) 너로구나 하며 특별히 사랑하시기에 나도 임을 믿

어 딴 생각이 전혀 없어 응석과 애교를 부리면서 (얼마

나) 어지럽게 굴었던지 (나를) 반가워 하시는 얼굴빛

이 예날과 어찌 다르신가 누워 생각하고 일어나 앚아

헤아리니 내 몸의 지은 죄가 산같이쌓였으니 하늘을 원

망하겠으며 사람을 탓하겠는가 하도 서러워 여러 가지

로 깊이 생각해보니 조물주의 탓이로구나

rarr서사2 - 자책과 체념(을녀의 대답)

글란 각 마오

그렇게는 생각하지 마시오

rarr본사1 - 갑녀의 위로

친 일이 이셔이다

님을 뫼셔 이셔 님의 일을 내 알거니

믈튼 얼굴이 편실적 몃날일고

春寒(츈한) 苦熱(고열)은 엇디야 디내시며

秋日(츄일) 冬天(동텬)은 뉘라셔 뫼셧고

粥早飯(쥭조반) 朝夕(조석)뫼 녜와 티 셰시가

기나긴 밤의 은 엇디 자시고

마음 속에 맺힌 일이 있습니다 예전에 임을 모신적이

있어서 임의 일을 내가 잘 아는데 물과 같이 연약한

체질이 편하실 때가 며칠이나 될꼬 이른 봄의 추위와

한여름의 더위를 어떻게 지내시며 가을과 겨울날은 누

가 모셨는가 죽조반과 아침 저녁 진지는 옛날과 같이

잘 잡수시는가 기나긴 밤에 잠은 어떻게 주무시는가

rarr본사2-임에 대한 염려(을녀의 사설)

님다히 消息(소식)을 아무려나 아쟈니

오도 거의로다 일이나 사 올가

내 둘 업다 어드러로 가쟛 말고

잡거니 밀거니 놉픈 뫼 올라가니

구름은 니와 안개 므일고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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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川(산쳔)이 어둡거니 日月(일월)을 엇디보며

咫尺(지척)을 모거든 千里(쳔리) 라보랴

리 믈의 가 길히나 보랴니

람이야 믈결이야 어둥졍 된뎌이고

샤공은 어 가고 븬 만 걸렷고

江天(간텬)의 혼자 셔셔 디 구버보니

님 다히 消息(소식)이 더옥 아득뎌이고

임이 계시는 곳의 소식을 어떻게든지 알려고 하니 오늘

도 거의 지나갔구나 내일이나 임의 소식을 전해줄 사

람이 올까 내 마음을 둘 곳이 없다 어디로 가자는 말

인가 (나무같은 것을) 잡기도 하고 밀기도 하면서 높

은 산에 올라가니 구름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안개는

또 무슨 일로 저렇게 기어 있는가 산천이 어두운데 해

와 달을 어떻게 보겠으며 지척을 모르겠는데 천 리나

되는 먼 곳을 (어떻게) 바라몰 수 있으랴 차라리 물가

에 서서 뱃길이나 보려고 하니 바람과 물결이 어수선하

게 되었구나 사공은 어디가고 빈 배만 걸려있는가 강

변에 홀로서서 지는 해를 굽어보니 임계신 곳의 소식이

더욱 아득하구나

rarr본사3-임의 소식을 애타게 기다림(을녀의 사설)

茅簷(모쳠) 자리의 밤듕만 도라오니

半壁(반벽) 靑燈(청등)은 눌 위야 갓고

오며 리며 헷드며 바자니니

져근덧 력진力盡(녁진)야 픗을 잠간 드니

精誠(정셩)이 지극야 의 님을 보니

玉(옥)튼 얼굴이 半(반)이나마 늘거셰라

의 머근 말 슬장 쟈니

눈믈이 바라나니 말인들 어이며

情(정)을 못다야 목이조차 몌여니

오뎐된 鷄聲(계셩)의 은 엇디 돗던고

초가집 차가운 잠자리에 한밤중이 돌아오니 벽에 걸려

있는 등불은 누구를 위하여 밝아 있는가 산을 올라가

기도 하고 내려가기도 하면서 헤메며 오락가락 돌아다

니다가 잠깐 사이에 힘이 다하여 풋잠이 잠깐 들었는

데 정성이 지극하여 꿈속에서 임을 보니 옥과 같이 곱

던 임의 얼굴이 반넘게 늙었구나 마음 속에 품은 생각

을 실컷 아뢰려고 하였더니 눈물이 잇달아 쏟아지니

말인들 어찌하며 정회도 다 못풀어 목마저 메어오니

방정맞은 닭울음소리에 잠은 어찌 깨었던가

rarr본사4-독수공방의 한과 꿈에서 만난 임

(을녀의 사설)

어와 虛事(허)로다 이 님이 어 간고

결의 니러 안자 窓(창)을 열고 라보니

어엿븐 그림재 날 조 이로다

리 싀여디어 落月(낙월)이나 되야이셔

님 겨신 窓(창) 안 번드시 비최리라

아아 헛된 일이로다 내 임이 어디 갔는고 꿈결에 일

어나 앉아 창을 열고 바라보니 불쌍한 그림자만이 나

를 따라올 뿐이로다 차라리 죽어서 지는 달이나 되어

임 계신 창 안에 환하게 비치리라

rarr결사-죽어서라도 임을 따르겠다는 다짐

(을녀의 사설)

각시님 이야니와 구 비나 되쇼셔

각시님 달은커녕 궂은 비나 되십시오

rarr결사-갑녀의 위로

〈해설〉

사미인곡의 속편으로 지은이가 동인(東人)으로 탄핵을

받고 고향인 전라남도 창평에 낙향해 있을 때에 임금

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두 여인의 대화 형식을 빌려 노

래한 작품이다 이 작품의 현대어 해석에 나와 있는 lsquo갑

녀(甲女)rsquo와 lsquo을녀(乙女)rsquo는 편의상 붙인 이름으로 갑녀

는 보조적 위치에 있는 화자이며 을녀가 지은이를 대

변하는 주된 화자이다 〈사미인곡〉과 더불어 가사 문

학의 최고봉이라 일컬어지는데 특히 순수한 우리말의

구사가 절묘하며 대화 형식으로 구성하여 표현에 참신

성을 더한 것은 lsquo금상첨화(錦上添花)rsquo라 할 수 있을 것

이다

홍만종은 〈순오지(旬五志)〉에서 이 작품을 제갈공명

의 〈출사표(出師表)〉에 비견할 만하다고 극찬하였으

며 서포 김만중은 〈서포만필(西浦漫筆)〉에서 ldquo예로부

터 우리 나라의 참된 문장은 오직 이 세 편(사미인곡

속미인곡 관동별곡)뿐이데다시 이 세편에 대하여 논할

것 같으면 그 중에서 속미인곡이 더욱 뛰어나다 관동

별곡과 사미인곡은 오히려 한자음을 빌려서 그 가사 내

용을 꾸민 데 지나지 않는다rdquo라고 하였다

규원가(閨怨歌)

허난설헌

엇그제 저멋더니 마 어이 다 늘거니

少年行樂(소년 행락) 생각니 일러도 속절업다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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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거야 서른 말 자니 목이 멘다

엊그제 젊었었는데 어찌 벌써 다 늙어버렸는가 어린

시절에 즐겁게 지내던 일을 생각하니 말해 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 이렇게 늙은 뒤에 서러운 얘기를 하자니

목이 멘다

rarr기1-늙음의 한탄

父生母育(부생 모육) 辛苦(신고)야 이 내 몸 길러 낼

公侯配匹(공후 배필) 못 바라도 君子好逑(군자 호구) 願

(원)더니

三生(삼생)의 怨業(원업)이오 月下(월하)의 緣分(연분)으

長安遊俠(장안 유협) 輕薄子(경박자)를 치 만나 잇

서 當時(당시)의 용심(用心)기 살어름 디듸는 부모님이 나를 낳아서 고생하여 길러낼 때 높은 벼슬아

치의 배필을 바라지는 못했어도 훌륭한 남자의 좋은

짝이 되기를 원했더니 삼생의 원망스러운 업보요 월

하 빙인이 정해 준 연분으로 놀기 좋아하고 경박한 사

람을 꿈같이 만나 가지고 시집 간 뒤 조심하면서 마음

졸이기를 꼭 살얼음 디디듯하였다

rarr기2-젊은 시절의 회상

三五二八(삼오 이팔) 겨오 지나 天然麗質(천연 여질)절

로 이니

이 얼골 이 態度(태도)로 百年期約(백년 기약) 얏더니

年光(연광)이 훌훌고 造物(조물)이 多時(다시)야

봄바람 가을 믈이 뵈오리 북 지나듯

雪鬂花顔(설빈 화안) 어 가고 面目可憎(면목 가증) 되

거고나

내 올골 내 보거니 어느 님이 날 괼소냐

스스로 慙愧(참괴)니 누구를 怨望(원망)리

십오륙 세가 겨우 지나 타고난 아름다운 모습이 절로

나타나니 이 얼굴 이 태도로 (남편과)평생을 약속하였

더니 세월이 빨리 지나가고 조물주가 시기가 많아서

세월의 빠르기가 베 짤 때 북이 지나가는 듯 젊고 아

름다운 얼굴은 어디로 가고 추한 모습이 되었구나 내

얼굴을 내가 보아 알거니와 어느 임이 나를 사랑하겠는

가 스스로 생각해도 부끄러운데 누구를 원망하리

rarr기3-세월의 무상함과 늙음의 한탄

三三五五(삼삼 오오) 冶遊園(야유원)의 새 사람이 나단

말가

곳 피고 날 저물 제 定處(정처) 업시 나가 잇어

백마(白馬) 금편(金鞭)으로 어어 머므는고

원근(遠近)을 모르거니 消息(소식)이야 더욱 알랴

因緣(인연)을 긋쳐신들 각이야 업슬소냐

얼골을 못 보거든 그립기나 마르려믄

열두 김도 길샤 설흔 날 至理(지리)다

玉窓(옥창)에 심 梅花(매화) 몃 번이나 픠여진고

겨을 밤 차고 찬 제 자최눈 섯거 치고

여름날 길고 길 제 구 비 므스 일고

三春花柳(삼춘 화류) 好時節(호시절)의 景物(경물)이 시

름업다

가을 방에 들고 蟋蟀(실솔)이 床(상)에 울 제

긴 한 숨 디 눈물 속절업시 헴만 만타

아마도 모진 목숨 죽기도 어려울사

몇 명씩 떼지어 다니는 술집에 새 기생이 나타났다는

말인가 꽃 피고 날 저물 때 일정한 거처도 없이 나가

서 호사로운 차림새로 어디어디 가서 머므는가 바깥출

입이 없어 원근 지리를 모르는데 임의 소식이야 더구나

알 수 있으랴 인연을 끊었다고 하지만 임에 대한 생각

이야 어찌 없겠는가 만나지 못할 임이라면 그립지나

말일이지 하루도 열두때 길기도 하구나 한 달이 지루

하다 옥창에 심은 매화가 몇 번이나 피었다가 졌는고

겨울 밤 차고 찬 때에 눈보라가 섞어 치고 여름날 길고

긴 때에 궂은비는 또 무슨 일인가 꽃 피고 새 잎이 돋

는 좋은 계절 봄에도 보이는 경치가 시름이 없다 가을

달이 방에 비치고 귀뚜라미가 침상에서 울 때 긴 한숨

떨어지는 눈물에 헛되이 생각하는 것만 많다 아마도

모진 목숨 죽기도 어렵구나

rarr승-방탕한 남편에 대한 원망과 독수공방의 한

도로혀 풀쳐 혜니 이리 여 어이 리

靑燈(청등)을 돌라 노코 綠綺琴(녹기금) 빗기 안아

碧蓮花(벽련화) 한 곡조를 시름 조 섯거 타니

瀟相夜雨(소상야우)의 댓소리 섯도 華表(화표) 千年(천 년)의 別鶴(별학)이 우니 玉手(옥수)의 타는 手段(수단) 녯 소 잇다마芙蓉帳(부용장) 寂寞(적막)니 뉘 귀에 들리소니

肝腸(간장)이 九曲(구곡)되야 구븨구븨 쳐서라

돌이켜 여러 모로 생각해 보니 이렇게 살아서 어찌하겠

는가 등불을 돌려 놓고 녹기금을 비스듬히 안아 벽련

화 한 곡조를 시름까지 섞어 타니 소상강의 밤비에 대

나무 잎 소리가 섞여 들리는 듯 천년만에 돌아온 학이

화표주에 앉아 우니는 듯섬섬옥수로 타는 솜씨가 옛

소리를 간직하고 있다마는 부용장 안에 임이 없으니 누

구 귀에 들리겠는가 구곡간장이 굽이굽이 끊어지는 것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34 -

같구나

rarr전-거문고로 시름을 달램

하리 잠을 드러 의나 보려 니

바람의 디 닙과 풀 속에 우는 즘생

므스 일 원수로서 잠조차 오다

천상(天上)의 牽牛織女(견우 직녀) 銀河水(은하수) 박혀

서도

七月七夕(칠월 칠석)一年一度(일년 일도)失期(실기)치

아니거든

우리 님 가신 후는 무슨 弱水(약수) 가렷관듸

오거나 가거나 소식(消息)조차 쳣는고

欄干(난간)의 비겨 셔서 님 가신 바라보니

초로(草露) 맷쳐 잇고 暮雲(모운)이 디나갈 제

竹林(죽림) 푸른 고 새 소리 더욱 설다

세상의 서룬 사람 수업다 려니와

薄命(박명) 紅顔(홍안)이야 날 가니 이실가

아마도 이 님의 지위로 살동말동 여라

차라리 잠이 들어 꿈에서나 임을 보려하니 바람에 지는

나뭇잎과 풀 속에서 우는 벌레가 나와 무슨 원수가 졌

길래 잠조차 깨우는가 하늘의 견우 직녀는 은하수가

막고 있어도 일 년에 한 번 칠월 칠석날에는 기약을 어

기지 않고 만나는데 우리 임이 가신 후에는 무슨 약수

가 가로막고 있길래 오고 가는 소식조차 끊어졌는고

난간에 기대어 서서 임 계신 곳을 바라보니 풀잎에 이

슬은 맺혀있고 저녁 구름이 지나갈 때 대나무 숲 푸른

곳에 새 소리가 더욱 섧다 세상에 서러운 사람이 수없

이 많다고 하지만 기구한 팔자를 타고난 사람이야 나

같은 이가 또 있을까 아마도 임 때문에 살 듯 말 듯하

구나

rarr결-애타게 임을 기다리는 마음

〈감상〉

조선 시대 봉건 사회 제도 아래서 오직 인종(忍從)만을

미덕으로 알고 살아야 했던 부녀자의 한(恨)을 노래한

작품으로 일명 원부사(怨夫詞) 또는 원부사(怨夫辭)라

고도 한다 좋은 배필을 원했지만 뜻밖에도 경박스럽고

방탕한 남편을 만나 평생을 피맺힌 한(恨)과 그리움 속

에 보내야 하는 한 여인의 애달픈 사연을 통해 남성

위주의 사회가 가져오는 병폐를 실감 있게 형상화한 작

품이라 할 수 있다

Page 15: 구지가(龜 歌) - middle.gongbuwarac.commiddle.gongbuwarac.com/Common/Popup/FileDownloadAs.aspx?FileName=/ite… · 미륵(彌勒) 좌주(座主) 뫼셔롸. 미륵 좌주를 모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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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별곡 가시리

차이점 적극적이고 활달한 고려 시대의 여성상인고와 순정을 미덕으로 간직하는

여성상

공통점 이별의 정한을 노래한 고려 가요이며 화자의 목소리가 여성적임

갈래 고려 가요

성격 진솔(眞率) 직선적 적극적

형식 3음보로 매연 끝에 후렴 분연체 3연 14절 (3middot3middot3조가 주류)

제재 임과의 이별

주제 이별의 정한 이별의 슬픔

표현 반복법 설의법 비유법을 통해 감정을 진솔하고 직설적 적극적으로 표현함

구성 여자가 떠나는 남자에게 말을 건네는 희곡적 구조로 전 3연으로 구성되어 있고 매 연은 4구로

되어 있으며 총 14연

특징 아즐가라는 의미 없는 말을 넣고 매구 끝에는 후렴구가 있음 조선시대에 남녀상열지사(男女相

悅之詞)라 비판받기도 했는데 그 이유는 배 타들면 것고리이다는 여인의 정조를 범한다는 의미로 유

교사회에서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 서경별곡과 가시리의 비교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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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가 징이여 돌이여 지금에 계시옵니다

징이여 돌이여 지금에 계시옵니다

이 좋은 성대에 놀고 싶사옵니다

사각사각 가는 모래 벼랑에

사각사각 가는 모래 벼랑에

구운 밤 닷 되를 심으오이다

그 밤이 움이 돋아 싹이 나야만

그 밤이 움이 돋아 싹이 나야만

유덕하신 님 여의고 싶습니다

옥으로 연꽃을 새기옵니다

옥으로 연꽃을 새기옵니다

바위 위에 접을 붙이옵니다

그 꽃이 세 묶음 피어야만

그 꽃이 세 묶음 피어야만

유덕하신 님 여의고 싶습니다

무쇠로 철릭을 마름질해

무쇠로 철릭을 마름질해

철사로 주름 박습니다

그 옷이 다 헐어야만

그 옷이 다 헐어야만

유덕하신 님 여의고 싶습니다

무쇠로 황소를 만들어다가

무쇠로 황소를 만들어다가

쇠나무산에 놓습니다

그 소가 쇠풀을 먹어야

그 소가 쇠풀을 먹어야

유덕하신 님 여의고 싶습니다

구슬이 바위에 떨어진들

구슬이 바위에 떨어진들

끈이야 끊어지겠습니까

천 년을 외따로이 살아간들

천 년을 외따로이 살아간들

믿음이야 끊어지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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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래 고려 가요 고려 속요 장가(長歌) 전 6연 1연은 3구 2-6연은 6구 3음보

형식 전 6연의 분연체 1연은 3구 2~6연은 6구 3음보 3 3 4조

성격 서정적 민요적

구성 서사 - 본사 - 결사의 3단 구성

1연 기 태평성대를 갈구함

2연 -5연 서 불가능한 상황 설정으로 영원한 사랑을 갈구함

6연 결 임에 대한 끊임없는 사랑과 믿음

표현 반복법(운율을 형성하며 주제를 부각시키기 위해 사용)과장법 역설법 반어법을 사용하여 불가

능한 것을 가능으로 설정해 놓고 영원한 사랑을 역설적으로 노래했고 한 연에 똑같이 되풀이 되는 2구

가 있어 감정을 강조하고 있으며 소망형인 어미로 끝내면서 화자의 간절한 소망을 느끼게 하고 있다

제재 임에 대한 사랑

주제 임에 대한 영원한 사랑 임에의 영원한 연모의 정 태평 성대(太平聖代)의 기원)

의의 대부분의 고려 가요가 이별이나 애원 또는 향락의 정서를 읊고 있는 데 반해 영원한 사랑을 주

제로 하고 있는 것이 특색이다 불가능한 상황 설정을 통해 사랑의 절실함을 표현하고 있다

가시리

가시겠습니까 가시겠습니까

나를 버리고 가시겠습니까

나는 어찌 살라 하고 버리고 가시렵니까

붙잡아 둘 일이지마는 서운하면 아니 올까 두렵습니다

서러운 임을 보내옵나니

가자마자 곧 가시는 것처럼 돌아서서 오십시오

갈래 고려 속요 lsquo귀호곡(歸乎曲)rsquo 이라고도 함

형식 분절체 4연 각 2구의 분연체(分聯體)

성격 서정적 민요적

운율 외재율 3middot3middot2조 3음보

구성 4단 구성 기middot승middot전middot결

제재 임과의 이별

주제 이별의 정한(情恨)과 애이불비(哀而不悲)의 사랑

기 뜻밖의 이별에 대한 놀라움과 원망에 찬 하소연

승 하소연의 고조 또는 슬픔의 고조

전 감정의 절제와 체념

결 이별 후의 소망과 기원(주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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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동

덕은 뒤에 바치옵고 복은 앞에 바치오니

덕이며 복이라 하는 것을 진상하러 오십시오

정월 냇물은 아아 얼려 녹으려 하는데

세상에 태어나서 이 몸이여 홀로 살아가는구나

2월 보름에 아아높이 켜놓은 등불 같구나

만인을 비추실 모습이시도다

3월 지나며 핀 아아 늦봄의 진달래꽃이여

남이 부러워할 모습을 지니고 태어났구나

4월을 잊지 않고 아아 오는구나 꾀꼬리새여

무엇 때문에 녹사님은 옛날을 잊고계시는가

5월 5일(단오)에 아아 단옷날 아침 약은

천 년을 사실 약이기에 바치옵니다

6월 보름(유두일)에 아아 벼랑에 버린 빗같구나

돌아보실 임을 잠시나마 따르겠나이다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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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보름에 아아 여러 가지 제물을 벌여 놓고

임과 함께 살고자 소원을 비옵니다

8월 보름은 아아 한가윗날이지마는

임을 모시고 지내야만 오늘이 뜻 있는 한가윗날

입니다

9월 9일에 아아 약이라고 먹는

노란 국화꽃이 집 안에 피니 초가집이 고요하구

10월에 아아 잘게 썰은 보리수나무 같구나

꺾어 버리신 후에 지니실 한 분이 없으시도다

11월에 봉당 자리에 아아 홑적삼을 덮고 누워

임을 그리며 살아가는 나는 너무나 슬프구나

12월에 분지나무로 깎은 아아 소반 위의 젓가락

같구나

임의 앞에 들어 가지런히 놓으니 손님이 가져다

가 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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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전춘

얼음 위에 댓닢 자리를 보아

임과 나와 얼어죽을망정

얼음 위에 댓닢 자리를 보아

임과 나와 얼어죽을망정

정을 준 오늘 밤 더디 새어라 더디 새어라

잊히지 않고 늘 염려스러운 외로운 베갯머리에

어찌 잠이 오리오

서쪽 창문을 여니 복숭아꽃이 피어나는구나

복숭아꽃이 걱정 없이 봄바람에 웃는구나 봄바람

에 웃는구나

넋이라도 임과 한 곳에

함께 지내는 모습 그리더니

넋이라도 임과 한 곳에

함께 지내는 모습 그리더니

우기던 사람이 누구였습니까 누구였습니까

오리야 오리야

어린 비오리야

여울일랑 어디 두고

소에 자러 오는가

소 곧 얼면

여울도 좋습니다 여울도 좋습니다

남산에 자리 보아

옥산을 베고 누워

금수산 이불 안에

사향 각시를 안고 누워

남산에 자리 보아

옥산을 베고 누워

금수산 이불 안에

사향 각시를 안고 누워

약 든 가슴을 맞춥시다 맞춥시다

알아주소서 임이시여 영원히 이별할 줄 모르고

지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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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래 고려 속요성격 연가 남녀상열지사 향락적 퇴폐적형식 5연으로 이루어진 분연체로 결사를 포함하여 전 6연으로 보기도 함제재 남녀간의 사랑 또는 애정특징 남녀간의 애정을 가식 없이 진솔하고도 적나라 하게 표현했고 비유와 상징 반어와 역설 감각적인 언어로 감정의 표현이 진솔하여 문학성이 높은 편주제 변치 않는 사랑에 대한 소망 임과의 영원한 사랑 기원(임과의 사랑을 직설적으로 드러냄)의의 2연과 5연이 시조 형태에 근접하고 있어 시조의 기원을 찾는 자료로서 주목받음

1연 죽음보다 강한 사랑의 정열2연 임 생각에 밤을 지새우는 애처로움3연 사랑을 배신한 임에 대한 원망4연 무절제한 사랑을 하는 임에 대한 풍자5연 임에 대한 욕망과 상상6연 임과의 이별 없는 영원한 만남을 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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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사

(

歌辭

)

상춘곡(賞春曲)

정 극 인

紅塵(홍진)에 뭇친 분네 이내 生涯(생애) 엇

더고

風流(풍류)

가天地間(천지간) 男子(남자) 몸이 날만 이

하건마

山林(산림)에 뭇쳐 이셔 至樂(지

락)을

것가

數間茅屋(수간모옥)을 碧溪水(벽계수)

앒픠

고 松竹(송죽) 鬱鬱裏(울울리)예 風月主人(풍

월 주인) 되어셔라

속세에 묻혀 사는 분들이여 이 나의 생활이 어떠한가

옛 사람들의 운치 있는 생활을 내가 따를까 못따를까

천지간 남자로 태어난 몸으로서 나만한 사람이 많건마

는 왜 그들은 자연에 묻혀사는 지극한 즐거움을 모르는

것인가

몇 간쯤 되는 초가집을 맑은 시냇물 앞에 지어 놓고소

나무와 대나무가 우거진 속에 자연의 주인이 되었구나

서사-자연에 묻혀 사는 즐거움

엇그제 겨을 지나 새봄이

돌아오니桃花杏花(도화행화)

夕陽裏(석양

리)예 퓌여 잇고綠楊芳草(녹양방초)

細(우

중)에 프르도다칼로

아 낸가붓으로 그려낸

가造化神功(조화신공)이 物物(물물)마다 헌

엊그제 겨울이 지나 새봄이 돌아오니 복숭아꽃과 살구

꽃은 저녁 햇빛 속에 피어 있고 푸른 버들과 아름다운

풀은 가랑비 속에 푸르도다 칼로 재단해 내었는가 붓

으로 그려 내었는가 조물주의 신비스러운 솜씨가 사물

마다 야단스럽구나

본사 1-봄의 아름다운 경치

수풀에 우

春氣(춘기)

내 계

워 소

마다 嬌態(교태)로다 物我一體

(물아일체)어니 興(흥)이

소냐 柴扉(시

비)예 거러 보고 亭子(정자)애 안자 보니 逍

遙吟詠(소요 음영)

야 山日(산일)이 寂寂(적

적)

閑中眞味(한중진미)

알 니 업시 호

재로다

수풀에 우는 새는 봄 기운을 끝내 못 이겨 소리마다 아

양을 떠는 모습이로다

자연과 내가 한 몸이거니 흥겨움이야 다르겠는가 사립

문 주변을 걷기도 하고 정자에 앉아 보기도 하니 천천

히 거닐며 나직이 시를 읊조려 산 속의 하루가 적적한

데 한가로움 속의 참된 즐거움을 아는 사람이 없이 혼

자로구나

본사 2-봄의흥취

이바 니웃드라山水(산수) 구경 가쟈스라 踏靑

(답청)으란 오

고 浴沂(욕기)란 來日(내

일)

새 아

에 採山(채산)

고 나조

釣水

(조수)

여보게 이웃 사람들이여 산수 구경을 가자꾸나 산책

은 오늘하고 냇물에서 목욕하는 것은 내일 하세 아침

에 산나물을 캐고 저녁에 낚시질을 하세

본사 3-산수 구경 권유

괴어 닉은 술을 葛巾(갈건)으

로 밧타 노코 곳나모 가지 것거 수 노코 먹

으리라 和風(화풍)이 건

부러 綠水(녹수)

건너오니 淸香(청향)은 잔에 지고 落紅(낙

홍)은 옷새 진다 樽中(준중)이 뷔엿거

려 알외어라 小童(소동) 아

려 酒家(주가)

에 술을 믈어얼운은 막대 집고아

술을 메고

微吟緩步(미음 완보)

야 시냇

의 호자 안자

明沙(명사) 조 믈에 잔 시어 부어 들고 淸流(청

류)

굽어보니

니 桃花(도화)ㅣ로다 武陵

(무릉)이 갓갑도다 져

거인고

이제 막 익은 술을 갈건으로 거러 놓고 꽃나무 가지를

꺾어 잔 수를 세면서 먹으리라 화창한 바람이 문득 불

어서 푸른 시냇물을 건너오니 맑은 향기는 술잔에 가

득하고 붉은 꽃잎은 옷에 떨어진다 술동이 안이 비었

으면 나더러 아뢰어라 조그만 아이를 시켜 술집에서

술을 사 가지고 어른은 지팡이를 짚고 아이는 술을 메

고 나직이 읊조리며 천천히 걸어 시냇가에 혼자 앉아

고운 모래가 비치는 맑은 물에 잔 씻어 술을 부어 들

고 맑은 시냇물을 굽어보니 떠내려오는 것이 복숭아꽃

이로다 무릉도원이 가까이 있구나 저 들이 바로 그것

인가

본사 4-술과 풍류

松間(송간) 細路(세로)에 杜鵑花(두견화)

부치 들

고峰頭(봉두)에 급피 올나 구름 소긔

안자 보니 千村萬落(천촌만락)이 곳곳이 버러 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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煙霞日輝(연하일휘)

錦繡(금수)

엇그제 검은 들이 봄빗도 有餘(유여)

소나무 사이 좁은 길로 진달래꽃을 손에 들고

산봉우리에 급히 올라 구름 속에 앉아보니 수많은 촌

락들이 곳곳에 벌여 있네 안개와 놀과 빛나는 햇살은

아름다운 비단을 펼쳐 놓은 듯 엊그제까지도 거뭇거뭇

했던 들판이 이제 봄빛이 넘치는구나

본사 5-산봉우리에서의 조망

功名(공명)도 날

우고富貴(부귀)도 날

우니淸

風明月이(청풍명월) 外(외)예 엇던 벗이 잇

올고

簞瓢陋巷(단표누항)에 흣튼 혜음 아니

아모

타 百年行樂(백년행락)이 이만

엇지

공명과 부귀가 모두 나를 꺼리니 아름다운 자연 외에

어떤 벗이 있으리오 비록 가난하게 살고 있지만 잡스

러운 생각은 아니하네 아무튼 한평생 즐겁게 지내는

것이 이만하면 족하지 않겠는가

결사-안빈 낙도

면앙정가(俛仰亭歌)

송 순

无等山(무등산) 활기 뫼히 동다히로

버더 이셔 霽月峯(제월봉)이 되여거

無邊大野(무변대야)의 므

짐쟉

노라

닐곱 구

움쳐 무득무득 버럿

가온대 구

굼긔든 늘근 뇽이 선

머리

언쳐시니

무등산 한 줄기 산이 동쪽으로 뻗어 있어 멀리 떼

어 버리고 나와 제월봉이 되었거늘 끝없이 넓은

들판에 무슨 속셈을 가지고 일곱 구비가 한 곳에

움추리어 무더기 무더기 벌여 놓은 듯 가운데 구

비는 구멍에 든 늙은 용이 풋잠을 이제 막 깨어

머리를 얹어 놓고 있는 것 같으니

rarr서사 1 - 제월봉의 위치와 형세

바희 우

松竹(송죽)을 혜혀고

정자

언쳐시니

구름

靑鶴(청학)이 千里(천 리)를 가리라

래 버렷

넓고 평평한 바위 위에 소나무 대나무를 헤치고

정자를 앉혔으니 구름을 탄 푸른 학이 천 리를

가려고 두 날개를 벌리고 있는 듯하다

rarr서사2 - 면앙정의 모습

玉泉山(옥천산) 龍泉山(용천산)

린 믈이

亭子(정자) 압 너븐 들

兀兀(올올)히 펴진드시

든 기노라 프르거든 희디마나

雙龍(쌍룡)이 뒤트

긴 깁을

어드러로 가노라 므

얏바

즈로 흐르

옥천산용천산 흘러내리는 물이 정자 앞 넓은 들

에 끊임없이 펼쳐진 듯이 넓거든 길지나 말든가

푸르거든 희지나 말지 두 마리 용이 몸을 뒤틀고

있는 듯 긴 비단을 펼쳐 놓은 듯 어디로 가느라

고 무슨 일이 바빠서 달리는 듯 따라가는 듯 밤낮

으로 흘는 듯

rarr본사 1 - 시냇물의 모습

므조친 沙汀(사정)은 눈

치 펴

거든

어즈러온 기러기

므스거슬 어르노라

안즈락

리락 모드락 흣트락

蘆花(노화)를

이 두고 우로곰 좃니

물을 따라 있는 모래밭은 눈같이 하얗게 펼쳐져

있는데 어지럽게 나는 갈매기는 무엇을 어르느라

고 앉기도 하고 내려오기도 하고 모이기도 하고

흩어지기도 하고 갈대꽃을 사이에 두고 울면서 따

라다니는가

rarr본사 2 - 기러기의 교태

너븐 길 밧기오 긴 하

두르고

즌 거슨 뫼힌가 屛風(병풍)인가

그림가 아닌가

노픈

숨거니 뵈거니 가거니 머믈거니

어즈러온 가온

일홈

도 젓티 아녀 옷독이 셧

거시

秋月山(추월산) 머리 짓고 용구산 몽선산 불대산

어등산 용진산 금성산이 허공에 버러거든

遠近(원근) 蒼崖(창애)의 머믄 것도 하도 할샤

넒은 길 밖이요 긴 하늘 아래 두르고 꽂은 것은

산인가 병풍인가 그림인가 아닌가 높은 듯 낮은

듯 끊어지는 듯 이어지는 듯 숨기도 하고 보이기

도 하고 가기도 하고 머물기도 하고 어지러운 가

운데 유명한 척하여 하늘도 두려워 하지 않고 우

뚝하게 서있는 것이 추월산으로 머리를 만들고

용구산 몽선산 불대산 어등산 용진산 금성산이 공

중에 늘어서 있으니 멀고 가까운 푸른 절벽에 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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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것도 많기도 하구나

rarr본사 3 - 산봉우리의 승경

흰구름 부흰 煙霞(연하) 프로니

山嵐(산람)이라

千巖萬壑(천암만학)을 제 집으로 삼아두고

나명셩 들명셩 일

ㅣ도 구

지고

오르거니

리거니 長空(장공)의

나거니

廣野(광야)로 건너거니

프르락 불그락 여트락 지트락

斜陽(사양)과 섯거디어 細雨(세우)조차

흰구름 뿌연 안개와 노을 푸른 것은 산 아지랑

이로구나 수많은 바위와 골짜기를 제 집으로 삼

고서 나가기도 하고 들어오기도 하면서 아양도 떠

는구나 올라가기도 하고 내려가기도 하고 먼 하

늘로 떠나기도 하고 넓은 들로 건너가기도 하고

푸르기도 하고 붉기도 하고 옅기도 하고 짙기도

하고 석양과 섞이어 가랑비조차 뿌리는구나

rarr본사 4 - 봄 풍경

藍輿(남여)

고 솔아

구븐 길노

오며 가며

적의

綠楊(녹양)의 우

黃鶯(황앵) 嬌態(교태) 겨워

고야

나모 새

지어 綠陰(녹음)이 얼린 적의

百尺欄干(백척난간)의 긴 조으름 내여 펴니

水面凉風(수면양풍)이야 긋칠 줄 모르

뚜껑없는 가마를 재촉하여 타고 소나무 아래 굽은

길로 오며 가며 하는 때에 푸른 버드나무에서

는 꾀꼬리는 온갖 교태를 부리고 있구나 나무 사

이가 우거져서 녹음이 엉긴 때에 긴 난간에 기대

어 길게 기지개를 켜니 물위에서 부는 시원한 바

람이 그칠 줄을 모르는구나

rarr 본사 5 - 여름 풍경

즌서리

딘 후의 산빗치 錦繡(금수)로다

黃雲(황운)은

엇지 萬頃(만경)의 펴겨디오

漁笛(어적)도 흥을 계워

롸 브니

된서리가 걷힌 후에 산 빛이 수놓은 비단 같구나

누렇게 익은 곡식은 또 어찌 넓은 들에 펼쳐져 있

는가 어부가 부는 피리도 흥을 못이겨 달을 따라

불고 있구나

rarr 본사 6 - 가을 풍경

草木(초목) 다 진 후의 江山이

몰커

造物(조물)리 헌

야 氷雪(빙설)로

며내니

瓊宮瑤臺(경궁요대)와 玉海銀山(옥해은산)이

眼底(안저)에 버러셰라

乾坤(건곤)도 가

열사 간 대마다 경이로다

초목이 다 떨어진 후에 강산이 눈 속에 묻혔거늘

조물주가 야단스러워 눈과 얼음으로 꾸며내니 경

궁요대(구슬로 꾸민 궁궐과 대)와 옥해은산(아름

다운 바다와 눈덮인 산) 같은 설경이 눈 아래 펼

쳐졌구나 하늘과 땅도 풍성하구나 가는 곳마다

아름다운 경치로다

rarr 본사7 - 겨울 풍경

人間(인간)을

나와도 내 몸이 겨를 업다

이것도 보려

고 져것도 드르려코

도 혀려

도 마즈려코

밤으란 언제 줍고 고기란 언제 낙고

柴扉(시비)란 뉘 다드며 딘 곳츠란 뉘 쓸려뇨

이 낫브거니 나조

라 슬

소냐

리 不足(부족)커니 來日(내일)이라

有餘(유여)

이 뫼

안자 보고 져 뫼

거러 보니

煩勞(번로)

릴 일이 아조 업다

쉴 사이 업거든 길히나 젼

리야

다만 靑藜杖(청려장)이 다 므듸어 가노

속세를 떠나왔어도 내 몸이 한가하지 않다 이것

도 보려고 하고 저것도 들으려 하고 바람도 쏘이

려 하고 달도 맞으려 하고 밤은 언제 줍고 고기는

언제 낚고 사립문은 누가 닫으며 떨어진 꽃은 누

가 쓸겠느냐 아침에도 아름다운 경치 구경하는

시간이 모자랄 지경인데 저녁이라고 싫겠는가 오

늘의 시간이 부족한데 내일이라고 여유가 있겠는

가 이 산에서 앉아보고 저 산에서 걸어보니 번거

로운 마음이지만 버릴 일이 아주 없다 쉴 사이가

없는데 사람들에게 길이나마 알려줄 수가 있겠는

가 다만 명아주 대로 만든 지팡이가 다 무디어

가는구나

rarr본사 8 - 자연애와 풍류 생활

술이 닉어가니 벗지라 업슬소냐

이며 혀이며 이아며

온가짓 소

로 醉興(취흥)을

야거니

근심이라 이시며 시

이라 브터시랴

누우락 안즈락 구브락 져츠락 울프락

노혜로 놀거니

天地(천지)도 넙고넙고 日月(일월)도 가

羲皇(희황) 모

러니 이적이야 긔로고야

神仙(신선)이 엇더턴지 이몸이야 긔로고야

술이 익어가니 벗이라고 없겠는가 노래를 부르게

하며 악기를 타고 켜게 하며 방울을 흔들며 온갖

소리로 술에 취한 흥을 재촉하니 근심이라 있겠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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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 시름이라고 붙어 있으랴 눕기도 하고 앉기도

하고 구부리기도 하고 뒤로 젖히기도 하고 읊기도

하고 휘파람을 불기도 하면서 마음놓고 놀기도

하니 천지도 넓고 넓으며 세월도 한가하다 중국

복희 황제의 태평성대를 내가 잘 몰랐더니 지금이

바로 그것이로구나 신선이 어떤 것인지 잘 몰랐

더니 내가 바로 신선이로구나

rarr본사9 - 취흥

江山風月(강산풍월) 거

리고 내 백년을 다누리면

岳陽樓(악양루) 샹의 李太白(이태백)이 사라 오다

浩蕩情懷(호탕 정회)야 이에서 더

소냐

이 몸이 이렁 굼도 亦君恩(역군은)이샷다

아름다운 대자연을 거느리고 내 한평생을 다 누리

면 조망이 좋기로 이름난 악양루 위의 이태백이

살아온다한들 넓고 큰 마음이야 이것보다 더 하겠

는가 이몸이 이렇게 지내는 것도 역시 임금님의

은혜이시도다

rarr결사 - 호탕한 정회와 군은

면앙정의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지은이가 41세 되던 해 벼슬을 그만두

고 향리인 전라남도 담양에 내려가 면앙정이라는

정자를 짓고 아름다운 자연을 벗삼아 사는 자신의 풍

류 생활을 노래한 것이다 면아정 주변의 경치4계절의

풍경 자신의 풍류 생활에 대한 멋과 흥취를 짜임새 있

게 그려낸 선경 후정의 작품이다

우리 江湖歌道(강호가도)의 전형을 확립한 작품으로

정극인의 상춘곡을 이어받아 송강의 성산별곡관동별곡

에 크게 영향을 끼쳤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결사 끝

부분의 lsquo亦君恩(역군은)이샷다rsquo와 같은 표현은 맹사성의

lsquo강호사시가rsquo에도 나타나는 것으로 자연속에서 지내는

즐거움과 연군 지정을 결합시킨 표현이라 할 수 있다

관동별곡

정 철

江강湖호애 病병이 깁퍼 竹

林님의 누엇더니 關관東

동 八팔百

里니에 方방面면을 맛디시니 어와 聖셩恩

은이야 가디록 罔망極극

다 延연秋츄門문 드리

慶경會회 南남門문

라보며 下하直직고 믈너나니 玉

옥節졀이 알

셧다

平평丘구驛역

라 黑흑水슈로 도라드니 蟾셤江

강은 어듸메오 雉티岳악이 여긔로다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의 병이 깊어 전라남도 창평에서

지내고 있었는데 800리나 되는 강원도 지방의 관찰사

소임을 맡기시니 아아 임금님의 은혜야말로 갈수록

끝이 없다 연추문으로 달려들어가 경회루의 남쪽문을

바라보며 임금님께 하직 인사를 하고 물러나니 옥절이

앞에 서 있다 양주(평구역)역에서 말을 갈아타고 여주

(흑수)로 돌아 들어가니 원주(섬강)는 어디인가 치악

산이 여기로구나

서사1-관찰사 배명과 부임의 여정

昭쇼陽양江강

린 믈이 어드러로 든단 말고 孤고臣신

去거國국에 白

髮발도 하도 할샤 東동州

밤 계오

새와 北븍寬관亭뎡의 올나

니 三삼角각山산 第뎨一일

峰봉이

마면 뵈리로다 弓궁王왕 大대闕궐 터희 烏오

鵲쟉이 지지괴니 千쳔古고 興흥亡망을 아

다 몰

다 淮회陽양 녜 일홈이 마초아

시고 汲급長

孺유

風풍彩

를 고텨 아니 볼 게이고

소양강 흘러내린 물이 어디로 흘러들어간단 말인가 외

로운 신하가 임금님 곁을 떠남에 있어서 나라에 대한

걱정이 많기도 하구나 철원(동주)에서 밤을 겨우 새운

후 북관정에 오르니(임금님이 계신 한양에 있는)삼각

산의 제일 높은 봉우리가 웬만하면 보일 것 같구나 옛

날 궁예왕이 살았던 대궐 터에 까마귀와 까치만 지저귀

고 있으니 먼 옛날의 흥망 성쇠를 까마귀와 까치 너희

들은 아느냐 모르느냐 회양이라는 이름이 옛날 중국의

지명인 회양과 마침 똑같구나(중국 회양 땅에서 선정

을 베푼)급장유의 모습을 이제 다시 (여기서)볼 수 있

지 않겠는가(급장유가 중국 회양땅에서 선정을 베푼

것처럼 정철 자신도 이곳 강원도 회양땅에서 선정을 베

풀겠다는 포부를 나타냄)

서사 2-관내 순력과 선정에 대한 포부

營영中듕이 無무事

고 時시節졀이 三삼月월인 제

花화川쳔 시내길히 楓풍岳악으로 버더 잇다 行

裝장

을 다

티고 石셕逕경의 막대 디퍼 百백川쳔洞동 겨

두고 萬만瀑폭洞동 드러가니 銀은

무지게 玉

龍룡의 초리 섯돌며

十십里리의

자시니 들을 제

우레러니 보니

눈이로다

감영(지금의 도청)안에 아무 일이 없고 시절이 마침 삼

월인 때에 화천 시냇길이 금강산으로 뻗어 있다 행장

을 다 떨쳐 버리고 돌길에 지팡이를 짚어 백천동 곁을

지나 만폭동으로 들어가니 은같은 무지개 옥 같은 용

의 꼬리처럼 생긴 폭포가 섞어 돌며 뿜는 소리가 십 리

에 깔려 있으니 멀리서 들을 때는 우렛소리더니 가까

이 가서 보니 눈(雪)이 날리는 것 같구나

본사1-만폭동 폭포의 장관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26 -

金금剛강臺

우層층의 仙션鶴학이 삿기 치니 春츈

風풍 玉옥笛

聲셩의 첫

돗던디 縞호衣의玄현裳

샹이 半반空공의 소소

니 西셔湖호

主쥬人인을

반겨셔 넘노

금강대 맨 꼭대기에 사는 선학이 새끼를 치니 봄바람

옥피리 소리에 첫 잠을 깨었던지 흰 저고리 검은 치마

로 단장한 학이(학의 날개 묘사) 공중에 솟아 뜨니 옛

날 중국 서호에서 학과 더불어 노닐던 임포를 반겨 맞

는 것 같구나(정철 자신을 임포처럼 생각함)

본사2-금강대 위의 선학

小쇼香향爐노 大대香향爐노 눈 아래 구버보고 正졍陽

양寺

眞진歇헐臺

고텨 올나 안

마리 廬녀山산 眞

진面면目목이 여긔야 다 뵈

다 어와 造조化화翁옹이

토 헌

거든

디 마나 셧거든 솟디 마나

芙부蓉용을 고잣

玉옥을 믓것

東동溟명

을 박

北북極극을 괴왓

놉흘시고 望망高

고臺

외로올샤 穴혈望망峰봉이 하

의 추미러 므

일을

로리라 千쳔萬만劫겁 디나

록 구필 줄 모

다 어와 너여이고 너

향로처럼 생긴 크고 작은 봉우리를 눈아래 굽어보고 나

서 정양사를 지나 진헐대에 다시 올라 앉으니 금강산

의 참모습이 여기서야 다 보이는구나 아아 조물주가

야단스럽기도 야단스럽구나(산봉우리들이)날아가려거

든 뛰지나 말든가 서있으려거든 (위로)솟지나 말든가

할일이지 연꽃을 꽂아 놓은 것 같기도 하고흰 옥을

묶어 놓은 것 같기도 하고 북극성을 떠받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높구나 망고대 외롭구나 혈망봉이 하늘

에 치밀어서 무슨 일을 아뢰려고 오랜 세월이 지나도록

굽힐 줄을 모르느냐 아아 너로구나 너같은 충신이

또 있을까(진헐대에서 바라본 많은 산봉우리들이 굳굳

한 모습으로 서있는 것을 보고 충신의 지조와 절개를

연상하여 표현한 구절)

본사 3-진헐대에서의 조망

心심臺

고텨 올나 衆듕香향城셩

라보며 萬만

二이千쳔峰봉을 歷녁歷녁히 혀여

니 峰봉마다

쳐 잇

고 긋마다 서린 긔운

거든 조티마나 조커든

디 마

나 뎌 긔운 흐터 내야 人인傑걸을

고쟈 形형容용

도 그지업고 체체勢셰도 하도 할샤 天텬地디 삼기실

제 自

然연이 되연마

이제 와 보게 되니 有유情정

도 有유情정

개심대를 다시 올라가서 중향성을 바라보며 금강산 만

이천 봉우리를 똑똑히 헤아려 보니 산봉우리마다 정기

가 맺혀 있고 봉우리 끝마다 서린 기운(정기) (산의

정기가)맑거든 깨끗하지나 말든가 깨끗하거든 맑지나

말 것이지(산의 정기가 맑고도 깨끗하다는 의미) 저

기운을 흩어 내어 뛰어난 인물을 만들고 싶구나 산봉

우리의 생긴 모양이 끝이 없이 다양하고 자세도 많기도

하구나 천지가 생겨날 때 자연히 된 줄 알았더니 이제

와서 보니까 조물주의 뜻이 분명히 있구나

본사 4-개심대에서의 조망

毗비盧로峰봉 上샹上샹頭두의 올라 보니 긔 뉘신고

東동山산 泰태山산이 어

야 놉돗던고 魯노國국 조븐

줄도 우리

거든 넙거나 넙은 天텬下하 엇

닷 말고 어와 뎌 디위

어이

면 알 거이고 오

디 못

거니

려가미 고이

비로봉 맨 꼭대기에 올라본 사람이 그 누구인가

동산과 태산이 그 얼마나 높던가 노나라가 작다는 것

도 우리는 모르겠는데 넓고도 넓은 천하를 어떻게 해서

작다고 공자께서는 말씀하신단 말인가 아아 저 공자

의 경지를 어떻게 하면 알 것인가 올라가지 못하는데

내려가는 것이 이상하랴

본사 5-비로봉을 본 감회

圓원通통골

길로 獅

峰봉을

자가니 그 알

너러바회 化화龍룡쇠 되여셰라 千쳔年년 老노龍룡

이 구

서려 이셔 晝듀夜야의 흘녀 내여 滄창海

해예 니어시니 風풍雲운을 언제 어더 三삼日일雨우

디련

다 陰음崖애예 이온 플을 다 살와 내여

원통골 가느다란 길로 사자봉을 찾아가니 그 앞에 넓고

평평한 바위가 화룡소가 되었구나 마치 천 년이나 묵

은 늙은 용(정철 자신을 지칭함)이 굽이굽이 서려 있어

서 밤낮으로 물을 흘려 내어 푸른 바다에 이어졌으니

용(작자 자신)아 너는 언제 풍운(선정의 기회)을 얻어

서 임금님의 은총을 백성들에게 내리려느냐 굶주리고

헐벗은 백성들을 다 살려 내려무나

본사 6-화룡소에서의 감회

磨마訶하衍연 妙묘吉길祥샹 雁안門문재 너머 디여 외

나모

리 佛블頂뎡臺

올라

니 千쳔尋심絶졀

壁벽을 半반空공애 셰여 두고 銀은河하水슈 한 구

촌촌이 버혀 내여 실

티 플텨이셔 뵈

티 거러시니

圖도經경 열 두 구

내 보매

여러히라 李니謫

션 이제 이셔 고텨 의논

게 되면 廬녀山산이 여긔도

곤 낫단 말 못

려니

마하연 묘길상을 구경하고 안문재를 넘어 내려가 외

나무 썩은 다리를 건너 불정대에 오르니 천길이나 되는

낭떠러지를 공중에 세워 놓고 은하수 한 굽이를 마디

마디 베어 내어 실같이 풀어 가지고 베처럼 걸었으니

도경(금강산 12폭포를 그림으로 그려놓은 그림책)에는

폭포가 열두굽이로 되어 있지만 내가 보기에는 그보다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27 -

더 많아 보인다 이태백이 지금 살아 있어서 다시(금강

산 12폭포와 중국의 여산폭포를 비교) 논의하게 된다

면 여산 폭포가 여기보다 더 낫다는 말은 못 할 것이

본사 7-십이 폭포의 장관

山산中듕을

양 보랴 東동海해로 가쟈

라 籃남輿여

緩완步보

야 山산映영樓누의 올나

니 玲녕瓏농 碧벽

溪계와 數수聲셩啼뎨鳥됴

離니別별을 怨원

旌졍旗긔를

티니 五오色

이 넘노

鼓고角각을

섯부니 海해雲운이 다것

鳴명沙사길 니근

이 醉

仙션을 빗기 시러 바다

두고 海

棠당花화로 드러가니 白

鷗구야

마라 네 버딘 줄 엇디 아

산중의 경치만 노상 보겠는가 동해로 가자꾸나 남녀

(뚜껑없는 가마)를 타고 천천히 걸어서 산영루(정자이

름)에 오르니 영롱하게 반짝이는 시냇물과 갖가지 소

리로 우는 새는 나와의 이별을 싫어하는 듯 여러 가지

깃발을 휘날리니 오색(빨강파랑검정노랑흰색등의

깃발)이 넘나들며 노는 듯 북과 피리를 섞어 부니 바

다의 구름이 다 걷히는 듯하다 모래밭 길에 익숙한 말

이 도취한 신선을 비스듬히 태우고 해변을 따라 해당

화가 피어 있는 곳으로 들어가니 백구야 날아가지 마

라 내가 네 친구일수도 있지 않느냐

본사 8-동해로 가는 감회

金금闌난窟굴 도라드러 叢총石셕亭뎡 올라

니 白

옥樓누 남은 기동 다만 네히 셔 잇고야 工공슈의 셩녕

인가 鬼귀斧부로 다

가 구

야 六뉵面면은 므어슬

象샹톳던고

금난굴을 돌아들어서 총석정에 오르니 바다 가운데에

돌기둥 네 개가 백옥루의 남은 기둥처럼 서 있구나 저

네 개의 돌기둥은 공수(중국 고대의 명공)가 만든 것인

가 귀신의 도끼로 다듬었는가 구태여 그 돌기둥이 여

섯 모가 난 것은 무엇을 본뜬 것인가

본사 9-총석정의 장관

高고城셩을란 뎌만 두고 三삼日일浦포

자가니 丹

단書셔

宛완然연

되 四

仙션은 어

가니 예 사흘

머믄 後후의 어

머믈고 仙션遊유潭담 永영郎

냥湖호 거긔나 가 잇

가 淸

澗간亭뎡 萬만景경臺

몃 고

안돗던고

고성을 저만큼 두고 삼일포를 찾아가니 영랑의 무리

(신라 때 네 명의 화랑 곧 사선)가 남쪽으로 갔다는

글씨는 뚜렷한데 사선은 어디 갔는가 여기서 사흘을

머문 후에 어디 가서 또 머물렀을까 선유담 영랑호

거기나 가 있는가 청간정 만경대 몇 곳에 앉았던가

본사 10-삼일포에서의 회고

梨니花화

셔 디고 졉동새 슬피 울 제 洛낙山산東

동畔반으로 義의相샹臺

예 올라 안자 日일出츌을 보

리라 밤듕만 니러

니 祥샹雲운이 집

동 六뉵龍뇽

이 바퇴

동 바다

날 제

萬만國국이 일위더니

天텬中듕의 티

니 毫호髮발을 혜리로다 아마도 녈구

름 근쳐의 머믈셰라 詩시仙션은 어

가고 咳

唾타만

나맛

니 天텬地디間간 壯장 긔별

셔히도

셔이

배꽃은 벌써 떨어지고 접동새가 슬피 울 때에 낙산의

동쪽 언덕에 있는 의상대에 올라앉아 해 뜨는 것을 보

려고 한 밤중에 일어나니 상서로운 구름이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듯 여섯 마리의 용이 떠받치고 있는 듯

해가 바다에서 떠날 때는 온 세상이 흔들리는 것 같더

니 하늘로 치솟아 오르니 가느다란 터럭을 셀 수 있을

정도로 밝구나 혹시나 지나가는 구름(간신을 비유함)

이 햇빛을 가릴까 두렵다 이백은 어디 가곡 그가 남긴

유명한 말(咳唾(해타)-이백은 lsquo등금릉봉황대rsquo라는 시에

서 간신이 임금의 총명을 흐리게 하는 것을 구름이 해

를 가리는 것에 비유했음)만 남아 있는가 천지간에 굉

장한 소식(사연)이 그의 시에 자세히도 표현되어 있구

본사 11-의상대에서의 일출의 장관

斜샤陽양 峴현山산의 척

을 므니

와 羽우蓋개芝

지輪륜이 鏡경浦포로

려가니 十십里리 氷빙紈환을

다리고 고텨 다려 長

松숑 울흔 소개 슬

장 펴뎌시

니 믈결도 자도 잘샤 모래

혜리로다 孤고舟쥬 解

纜람

야 亭뎡子

올나가니 江강門문橋교 너믄

大대洋양이 거긔로다 從

容용댜 이 氣긔像샹

闊활遠원댜 뎌 境경界계 이도곤

어듸 잇

닷 말고 紅홍粧장 古고事

리로다

江강陵능 大대都도護호風풍俗쇽이 됴흘시고 節졀孝효

旌졍門문이 골골이 버러시니 比비屋옥可가封봉이 이제

도 잇다

저녁 햇살이 비치는 현산의 철쭉꽃을 잇달아 밟으면서

신선을 태운 수레가 경포로 내려가니 십 리나 되는 비

단을 (다리미로)다리고 다시 다린 것처럼 맑고 깨끗한

수면이 큰 소나무가 둘러싼 속에 실컷 펼쳐져 있으니

물결도 잔잔하기도 잔잔하구나 모래를 셀 수 있을 것

같도다 배 한 척을 띄워 호수를 건너가서 정자 위에

올라가니 강문교 바로 너머에 넓은 바다가 거기로구

나 조용하구나 이 기상 넓고 멀구나 저 경계(수평

선) 여기보다 더 (경치가) 잘 갖추어진 곳이 또 어디

있단 말인가 박신과 흥장의 옛일을 야단스럽다고 할

것이로다 강릉 대도호부의 풍속이 좋기도 하구나 충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28 -

신 효자 열녀 등을 표창하는 문이 고을마다 널려 있

으니 요순 시대처럼 집집마다 벼슬을 봉할 만하다는

것이 지금도 있다 할 것이로다

본사 12-경포의 장관과 강릉의 미풍 양속

眞진珠쥬館관 竹

西셔樓루 五오十십川쳔

린 믈이 太

태白

山산 그림재

東동海

로 다마 가니

하리 漢

한江강의 木목覓멱의 다히고져 王왕程뎡이 有유限

고 風풍景경이 못 슬

니 幽유懷회도 하도 할샤 客

愁수도 둘 듸 업다 仙션사

워 내여 斗두牛우로 向

살가 仙션人인을

려 丹단穴혈의 머므살가

진주관 죽서루 아래 오십천에 흘러내리는 물이 태백산

그림자를 동해로 담아가지고 흘러가니 차라리 저 물을

임금님이 계신 서울 남산에 닿게 하고 싶다 관원의 여

정에는 기한이 있고 풍경은 싫증이 나지 않으니 그윽

한 회포도 많기도 많구나 나그네의 시름도 둘 곳이 없

다 신선이 탄다는 뗏목을 띄워서 북두성과 견우성으로

향할까 사선을 찾으러 단혈에 머무를까

본사 13-죽서루에서의 객수

天텬根근을 못내 보와 望망洋양亭뎡의 올은말이 바다

밧근 하

이니 하

밧근 므서신고

득 노 고래 뉘

라셔 놀내관

블거니

거니 어즈러이 구

디고 銀

은山산을 것거 내여 六뉵合합의

五오月월

天텬의 白

雪셜은 므

일고

하늘의 끝을 끝내 못 보아 망양정에 오르니 바다 밖은

하늘인데 하늘 밖은 무엇인가 가뜩이나 노한 고래를

누가 놀리게 하기에 불기도 하고 뿜기도 하면서 어지럽

게 구는 것인가 은으로 된 산을 꺾어 내어 온 세상에

흩어 내리는 듯 오월의 아득한 하늘에 흰 눈이 무슨 일

인가

본사 14-망양정에서의 조망

져근덧 밤이 드러 風풍浪낭이 定뎡

扶부桑상 咫

지尺

의 明명月월을 기

리니 瑞셔光광 千쳔丈

고야 珠쥬簾렴을 고텨 것고 玉옥階계

다시 쓸며 啓계明명星셩 돗도록 곳초 안자

라보니

蓮년花화 가지

뉘라셔 보내신고 일이 됴흔

世세界계

대되 다 뵈고져

流뉴霞하酒쥬

득 부어

려 무론 말이 英영雄웅은

가며 四

仙션은 긔 뉘러니 아

나 맛나 보아

긔별 뭇쟈

니 仙션山산 東동海

예 갈 길히 머도

멀샤

잠깐 사이에 밤이 되어 풍랑이 가라앉거늘 해와 달이

뜬다는 부상 가까운 거리에서 밝은 달을 기다리니 천

길이나 뻗친 상서로운 달빛이 보이는 듯하다가 숨는구

나 구슬로 만든 밭을 걷어 올리고 돌층계를 다시 쓸며

샛별이 돋을 때까지 꼿꼿이 앉아 바라보니 흰 연꽃 한

송이를 누가 보내셨는가 이렇게 좋은 세계를 남에게

다 보이고 싶구나 신선주를 가득 부어 들고 달에게 묻

기를ldquo영운은 어디 갔으며 사선 그들은 그 누구이더

냐rdquo 아무나 만나 보아 옛 소식을 물으려 하니 삼신산

이 있다는 동해에 갈 길이 멀기도 멀구나

결사 1-동해의 달맞이

松숑根근을 볘여 누어 픗

을 얼픗 드니

애 사

이 날

려 닐온 말이그

내 모

랴 上샹界계예 眞

진仙션이라 黃황庭뎡經경一일字

엇디 그

닐거

두고 人인間간의 내려와셔 우리

다 져근덧

가디 마오 이 술 잔 머거 보오 北북斗두星셩 기우

려 滄챵海

水슈 부어 내여 저 먹고 날 머겨

서너

잔 거후로니 和화風풍이 習습習습

야 兩냥腋

을 추

혀 드니 九구萬만里리 長

空공애 져기면

리로다 이

술 가져다가 四

예 고로

화 億억萬만 蒼창生

을 다 醉

근 後후의 그제야 고텨 맛나

고야 말 디쟈 鶴학을

고 九구空공의 올나가니

空공中듕 玉옥蕭쇼 소

어제런가 그제런가

나도

여 바다

구버보니 기

거니

인들 엇디 알리 明명月월이 千천山산萬만落낙의 아니

비쵠

업다

소나무 뿌리를 베고 누워서 선잠을 얼핏드니

꿈에 한 사람이 나더러 이르기를 ldquo그대(송강)를 내가

모르랴 그대는 하늘 나라의 진짜 신선이라 황정경의

한 글자를 어찌하여 잘못 읽어 가지고 속세로 귀양와서

우리를 따르는가 잠깐 동안 가지 말고 이 술 한잔 먹

어 보오rdquo 북두칠성을 국자 삼아 푸른 바닷물을 잔에

부어 저도 먹고 나도 먹이거늘 서너잔을 기울이니 화

창한 바람이 산들산들 불어 양쪽 겨드랑이를 추켜드니

구만리나 되는 먼 하늘에 웬만하면 날 것 같구나

ldquo이 술을 가져다가 온 세상에 골고루 나누어 모든 백성

들을 다 취하게 만든 후에 그 때에야 다시 만나 또 한

잔 하자꾸나lsquo

그 말이 끝나자 신선(꿈에 한 사람)은 학을 타고 하늘

로 올라가니 공중에서 들려오는 옥피리 소리가 어제던

가 그제던가 싶게 어렴풋하구나 나도 잠을 깨어 바다

를 굽어보니 그 깊이를 모르는데 끝이야 더욱 어떻게

알겠는가 밝은 달이 온 세상에 아니 비친 곳이 없다

결사 2-꿈속의 선연

lt송강가사(松江歌辭) 이선본(李選本gt

지은이가 45세 되던 선조 13년(1580)에 강원도 관찰사

에 배임(拜任)되어 부임하는 과정과 원주에 부임한 후

틈을 내어 관동 팔경을 비롯한 강원도 내의 명승지를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29 -

두루 유람하며그 승경(勝景)과 인정 풍속을 비롯해서

연군(戀君)애민의 정(情) 및 선연(仙緣)을 노래한 기행

가사의 대표적인 작품이다 멀게는 고려 충숙왕 때 안

축이 지은 경기체가 형식의 [관동별곡]과 가깝게는 명

종때 백광홍이 지은 [관서별곡] 송순의 [면앙정가]의

영향을 받은 작품으로 표현이 명쾌화려하고 탄력이 넘

치며 활달하고 낭만적이어서 지은이의 호탕한 기상이

잘 나타나 있다

총 295구로 이루어진 장편 기행 가사로 서사(처음~급

당유 풍 고텨 아니 볼 게이고) 본사(영둥이 무고~오월 댱텬의 셜은 므일고) 결사(져근덧 밤이

드러~아니 비쵠 업다)로 구성되어 있다

산에서 바다로 이어지는 여정은 그 각각의 이미지를 매

개로 하여 인간의 두 가지 존재 양식 사이에서 갈등하

는 작가의 모습을 보여 준다 산에서 본 경치는 백색의

이미지로서 고결한 위정자로서의 풍모를 드러내고 있으

며 바다에서는 인간 본연의 영원한 세계를 갈구하는

자유 분방한 정신을 표출하고 있다

다양한 어휘와 적절한 수사법을 능란하게 구사함으로

써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한층 높은 경지로 끌어 올린

작품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사미인곡(思美人曲)

송강 정 철

이 몸 삼기실 제 님을 조차 삼기시니 緣分(연분)이며 하 모 일이런가 나 나 졈어 잇

고 님 나 날 괴시니 이 음 이 랑 견졸 노여 업다

이 몸이 태어날 때에 임을 따라서 태어나니 한평생의

연분이며 하늘이 모를 일이던가내가 오직 젊어 있고

임은 오직 나를 사랑하시니 이 마음과 이 사랑을 비교

할 곳이 전혀 없다

서사 1-임과의 인연

平生(평)애 願(원) 요 녜자 얏더니

늙기야 므 일로 외오 두고 글이고 엇그제 님

을 뫼셔 廣寒殿(광한뎐)의 올낫더니그더 엇디

야 下界(하계)예 랴오니 올 적의 비슨 머리 얼

킈연디 三年(삼년)이라 臙脂粉(연지분) 잇마 눌 위여 고이고 음의 친 실음 疊疊(텹텹)

이 혀 이셔 짓니 한숨이오 디니 눈믈이라

人生(인)은 有限(유) 시도 그지업다

평생에 원하기를 임과 함께 살아가고자 했는데 늙어서

야 무슨일로 외따로 두고 그리워하는가 엊그제 임을

모시고 광한전에 올라 있었는데 그 사이에 어찌하여 이

하계에 내려왔느냐 임을 떠나 올 적에 빗은 머리가 헝

클어진 지삼 년일세 연지와 분이 있지마는 누구를 위

해서 예쁘게 화장할 것인가 마음에 맺힌 시름이 겹겹

이 쌓여 있어서 짓는 것이 한수밍요 떨어뜨리는 것이

눈물이라 인생은 한이 있는데 시름은 끝이 없다

서사 2-임에 대한 그리움

無心(무심) 歲月(셰월)은 믈 흐 고야 炎

凉(염냥)이 아라 가 고텨 오니 듯거니

보거니 늣길일도 하도 할샤

아무 생각이 없는 세월은 물 흐르듯 빨리 지나가는구

나 더위와 추위가 때를 알아서 가자마자 다시 오니 듣

고 보는 가운데서 느낄일이 많기도 많구나

서사 3-세월의 무상함

東風(동풍)이 건듯 부러 積雪(젹셜)을 헤텨내니 窓

(창) 밧긔 심근 梅花(화) 두세 가지 픠여셰라 득 冷淡(담) 暗香(암향)은 므 일고 黃昏

(황혼)의 이 조차 벼 마 빗최니 늣기 반기 님이신가 아니신가

뎌 梅花(화) 것거 내여 님 겨신 보내오져 님

이 너 보고 엇더타 너기실고

봄바람이 문득 불어서 쌓인 눈을 헤쳐내니 창밖에 심은

매화가 두세 가지 피었구나 가뜩이나 쌀쌀하고 담담한

데 그윽하게 풍기는 향기는 또 무슨 일인가 황혼에 달

이 따라와 배갯머리에 비치니흐느껴 우는 듯 반기는

듯하니 임이신가 아니신가 저 매화를 꺾어 내어 임 계

신 곳에 보내고 싶다 그러면 임이 너 (매화)를 보고

어떻다고 생각하실까

본사 1-춘원(春怨)

디고 새 닙 나니 綠陰(녹음)이 렷 羅幃

(나위) 寂寞(젹막)고 繡幕(슈막)이 뷔여 잇다 芙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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蓉(부용)을 거더 노코 孔雀(공쟉)을 둘러 두니 득 시 한 날은 엇디 기돗던고鴛鴦錦(원앙금)

버혀 노코 五色線(오션) 플텨 내여 금자 견화

이셔 님의 옷 지어 내니 手品(슈품)은니와 制度

(졔도)도 시고 珊瑚樹(산호슈) 지게 우 白玉函(옥함)의 다마 두고 님의게 보내오려 님 겨신

라보니 山(산)인가 구롬인가 머흐도 머흘시

고 千里 萬里(쳔리 만리)길흘 뉘라셔 자갈고니

거든 여러 두고 날인가 반기실가

꽃이 지고 새 잎이 피어나니 녹음이 우거졌는데 비단

포장이 적막하고 수놓은 장막이 텅 비어 쓸쓸하다 연

꽃을 수놓은 비단 휘장을 걷어 놓고 공작을 수놓은 병

풍을 둘러 치니 가뜩이나 시름이 많은데 날은 어찌 그

리 길던가 원앙새 수놓은 비단을 베어 놓고 오색실을

풀어 내어 좋은 자로 재어서 임의 옷을 지어내니 솜씨

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격식도 갖추었구나 백옥으로

만든 함에 담아 산호로 만든 지게 위에 얹어 놓고 임에

게 보내려고 임 계신 곳을 바라보니 산인지 구름인지

험하기도 험하구나 천만 리나 되는 먼 길을 누가 찾아

갈 것인가 가면은 함을 열어 놓고 나를 본것처럼 반가

워하실까

본사2-하원(夏怨)

밤 서리김의 기겍러기 우러 녤 제 危樓(위루)

에 혼자 올라 水晶簾(슈졍념) 거든말이 東山(산)의

이 나고 北極(븍극)의 별이 뵈니 님이신가 반기

니 눈믈이 절로 난다 淸光(쳥광)을 쥐여 내여 鳳

凰樓(봉황누)의 븟티고져 樓(누) 우 거러 두고

八荒(팔황)의 다 비최여 深山窮谷(심산궁곡) 졈낫

티 그쇼셔

하룻밤 서리가 내린 무렵에 기러기가 울며 지나갈 때

높은 누각에 혼자 올라가 수정으로 만든 밭을 걷으니

동산에 달이 떠오르고 북극성이 보이므로 임이신가 하

여 반가워하니 눈물이 절로 난다 밝은 달을 잡아 내어

임 계신 곳에 보내고 싶구나 임께서 그 달을 누각 위

에 걸어 노고 온 세상을 다 비추어 깊은 산 골짜기 까

지도 대낮같이 밝게 하소서(밝은 정치를 베푸소서)

본사 3-추원(秋怨)

乾坤(건곤)이 閉塞(폐)야 白雪(셜)이 빗친

제 사은니와 새도 긋쳐 잇다 瀟湘南畔(쇼

샹남반)도 치오미 이러커든 玉樓高處(옥누고쳐)야

더욱 닐러 므리陽春(양츈)을 부쳐 내여 님 겨

신 쏘이고져茅簷(모쳠) 비쵠 玉樓(옥누)의

올리고져 紅裳

(홍샹)을 니믜 고 翠袖(슈) 半(반)만 거더

日暮脩竹(일모슈듁)의 혬가림도 하도 할샤 댜 수이 디여 긴 밤을 고초 안자 靑燈

(쳥등) 거른 겻 鈿箜葔(뎐공후)노하 두고 의나

님을 보려 밧고 비겨시니 鴦衾(앙금)도 도

샤 이 밤은 언제 샐고

하늘과 땅이 꽉막힌 것처럼 흰 눈으로 온통 덮여 있으

니 사람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날아디는 새도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다 소상강 남쪽 지방같이 따뜻한 이 곳

도 추위가 이러한데 하물며 임계신 북쪽 지방이야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따뜻한 봄볕을 부쳐 내어 임 계신

곳에 쏘이고 싶다 초가집 처마에 비친 해를 임계신 곳

에 올리고 싶다 붉은 치마를 여미어 입고 푸른 소매를

반쯤 걷어 해질 무렵 대나무에 의지하여 여러 가지 생

각이 많기도 하구나 짧은 겨울해가 이내 넘어가니 긴

밤을 꼿꼿이 앉아서 청사초롱을 걸어 둔 곁에 자개 입

힌 공후를 놓아 두고 꿈에나 임을 만나 보려고 턱을

받치고 기대어 있으니 원앙금침이 차갑기도 하구나 이

밤은 언제 샐것인가

본사 4-동원(冬怨)

도 열두 도 셜흔 날 져근덧 각마

라 이 시 닛쟈 니 의 쳐 이셔 骨髓(골

슈)의 텨시니 扁鵲(편쟉)이 열히 오나 이 병을

엇디리 어와 내 병이야 이 님의 타시로다 하

리 싀어디여 범나븨 되오리라 곳나모 가지마다 간

죡죡 안니다가 향 므든 애로 님의 오 올므

리라 님이야 날인 줄 모셔도 내 님 조려 노

하루도 열두 때 한 달도 서른 날 잠시 라도 생각을

말아 가지고 이 시름을 잊으려 해도 마음 속에 맺혀

있어서 뼛속까지 사무쳤으니 편작 같은 명의가 열명이

온다 한들 이 병을 어찌할 것인가

아아 내 병이여 이 병을 어찌할 것인가

아아 내 병이여 이 임의 탓이로다 차라리 죽엇 호랑

나비가 되리라 꽃나무 가지에 가는 곳마다 앉으며 돌

아다니다가 향기 묻은 날개로 임의 옷에 앉으리라 임

께서 나인 줄을 모르신다 해도 나는 끝까지 임을 따르

려 하노라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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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사 -임을 향한 변함 없는 마음

lt성주본 송강가사gt

작품의 감상

작자가 50세 되던 해에 반대 정파의 탄핵을 받고 전남

창평으로 물러나 우거(寓居)하면서 임금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여인이 사랑하는 사람을 그리는 심정에 의탁하

여 부른 노래이다 이 작품의 제목인 〈사미인곡(思美

人曲)〉은 중국 굴원이 지은 〈이소(離騷)〉의 제 9편

에 나오는 lsquo사미인(思美人)rsquo이라는 편명에서 따온 것으

로 보이며 그 작품 역시 충군(忠君)의 내용을 담고 있

어 내용 또한 그 영향을 받은 것으로 짐작된다

또 임금을 임으로 설정하여 노래한 것은 고려 속요인

〈정과정〉과 맥을 같이하고 있으며 임에 대한 헌신적

사랑의 표현은 〈가시리〉〈동등〉등과 접맥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작품은〈속미인곡〉과 더불어 가사 문학의 극치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일찍이 서포 김만중은 〈사미인

곡〉 〈속미인곡〉 〈관동별곡〉을 가리켜 lsquo좌해진문

장 지차삼편(左海眞文章 只此三篇우리 나라의 참된 문

장은 오직 이 세 편뿐이다)rsquo라고 하였다 이 노래는

서사 본사 결사 세 부분으로 되어 있는데 본사는 다

시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나뉘어 있다

속미인곡(續美人曲)

송강 정 철

뎨 가 뎌 각시 본듯도 뎌이고

天上(텬상) 白玉京(옥경)을 엇디야 離別(니별)고

다 뎌 져믄 날의 눌을 보라 가시고

저기가는 저 젊은 여인 본 듯도 하구나 임금님이 계

시는 서울을 어찌하여 이별하고 해가 다 져서 저무는

날에 누구를 보러 가시는 고

rarr서사1 - 서울을 떠나온 이유(갑녀의 질문)

어와 네여이고 내 셜 드러보오

내 얼굴 이 거동이 님 괴얌즉 냐마

엇딘디 날 보시고 네로다 녀기실나도 님을 미더 군디 전혀 업서

이야 교야 어러이 구돗디

반기시 비치 녜와 엇디 신고

누어 각고 니러 안자 혜어니

내 몸의 지는 죄 뫼티 혀시니

하히라 원망며 사이라 허믈랴

셜워 플텨 혜니 造物(조물)의 타시로다

아아 너로구나 내 사정 이야기를 들어보오

나의 생김새와 행동거지가 임의 사랑을 받을 수 있겠느

냐마는 어쩐지 나를 보시고 (내가 사랑할 사람은 바

로) 너로구나 하며 특별히 사랑하시기에 나도 임을 믿

어 딴 생각이 전혀 없어 응석과 애교를 부리면서 (얼마

나) 어지럽게 굴었던지 (나를) 반가워 하시는 얼굴빛

이 예날과 어찌 다르신가 누워 생각하고 일어나 앚아

헤아리니 내 몸의 지은 죄가 산같이쌓였으니 하늘을 원

망하겠으며 사람을 탓하겠는가 하도 서러워 여러 가지

로 깊이 생각해보니 조물주의 탓이로구나

rarr서사2 - 자책과 체념(을녀의 대답)

글란 각 마오

그렇게는 생각하지 마시오

rarr본사1 - 갑녀의 위로

친 일이 이셔이다

님을 뫼셔 이셔 님의 일을 내 알거니

믈튼 얼굴이 편실적 몃날일고

春寒(츈한) 苦熱(고열)은 엇디야 디내시며

秋日(츄일) 冬天(동텬)은 뉘라셔 뫼셧고

粥早飯(쥭조반) 朝夕(조석)뫼 녜와 티 셰시가

기나긴 밤의 은 엇디 자시고

마음 속에 맺힌 일이 있습니다 예전에 임을 모신적이

있어서 임의 일을 내가 잘 아는데 물과 같이 연약한

체질이 편하실 때가 며칠이나 될꼬 이른 봄의 추위와

한여름의 더위를 어떻게 지내시며 가을과 겨울날은 누

가 모셨는가 죽조반과 아침 저녁 진지는 옛날과 같이

잘 잡수시는가 기나긴 밤에 잠은 어떻게 주무시는가

rarr본사2-임에 대한 염려(을녀의 사설)

님다히 消息(소식)을 아무려나 아쟈니

오도 거의로다 일이나 사 올가

내 둘 업다 어드러로 가쟛 말고

잡거니 밀거니 놉픈 뫼 올라가니

구름은 니와 안개 므일고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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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川(산쳔)이 어둡거니 日月(일월)을 엇디보며

咫尺(지척)을 모거든 千里(쳔리) 라보랴

리 믈의 가 길히나 보랴니

람이야 믈결이야 어둥졍 된뎌이고

샤공은 어 가고 븬 만 걸렷고

江天(간텬)의 혼자 셔셔 디 구버보니

님 다히 消息(소식)이 더옥 아득뎌이고

임이 계시는 곳의 소식을 어떻게든지 알려고 하니 오늘

도 거의 지나갔구나 내일이나 임의 소식을 전해줄 사

람이 올까 내 마음을 둘 곳이 없다 어디로 가자는 말

인가 (나무같은 것을) 잡기도 하고 밀기도 하면서 높

은 산에 올라가니 구름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안개는

또 무슨 일로 저렇게 기어 있는가 산천이 어두운데 해

와 달을 어떻게 보겠으며 지척을 모르겠는데 천 리나

되는 먼 곳을 (어떻게) 바라몰 수 있으랴 차라리 물가

에 서서 뱃길이나 보려고 하니 바람과 물결이 어수선하

게 되었구나 사공은 어디가고 빈 배만 걸려있는가 강

변에 홀로서서 지는 해를 굽어보니 임계신 곳의 소식이

더욱 아득하구나

rarr본사3-임의 소식을 애타게 기다림(을녀의 사설)

茅簷(모쳠) 자리의 밤듕만 도라오니

半壁(반벽) 靑燈(청등)은 눌 위야 갓고

오며 리며 헷드며 바자니니

져근덧 력진力盡(녁진)야 픗을 잠간 드니

精誠(정셩)이 지극야 의 님을 보니

玉(옥)튼 얼굴이 半(반)이나마 늘거셰라

의 머근 말 슬장 쟈니

눈믈이 바라나니 말인들 어이며

情(정)을 못다야 목이조차 몌여니

오뎐된 鷄聲(계셩)의 은 엇디 돗던고

초가집 차가운 잠자리에 한밤중이 돌아오니 벽에 걸려

있는 등불은 누구를 위하여 밝아 있는가 산을 올라가

기도 하고 내려가기도 하면서 헤메며 오락가락 돌아다

니다가 잠깐 사이에 힘이 다하여 풋잠이 잠깐 들었는

데 정성이 지극하여 꿈속에서 임을 보니 옥과 같이 곱

던 임의 얼굴이 반넘게 늙었구나 마음 속에 품은 생각

을 실컷 아뢰려고 하였더니 눈물이 잇달아 쏟아지니

말인들 어찌하며 정회도 다 못풀어 목마저 메어오니

방정맞은 닭울음소리에 잠은 어찌 깨었던가

rarr본사4-독수공방의 한과 꿈에서 만난 임

(을녀의 사설)

어와 虛事(허)로다 이 님이 어 간고

결의 니러 안자 窓(창)을 열고 라보니

어엿븐 그림재 날 조 이로다

리 싀여디어 落月(낙월)이나 되야이셔

님 겨신 窓(창) 안 번드시 비최리라

아아 헛된 일이로다 내 임이 어디 갔는고 꿈결에 일

어나 앉아 창을 열고 바라보니 불쌍한 그림자만이 나

를 따라올 뿐이로다 차라리 죽어서 지는 달이나 되어

임 계신 창 안에 환하게 비치리라

rarr결사-죽어서라도 임을 따르겠다는 다짐

(을녀의 사설)

각시님 이야니와 구 비나 되쇼셔

각시님 달은커녕 궂은 비나 되십시오

rarr결사-갑녀의 위로

〈해설〉

사미인곡의 속편으로 지은이가 동인(東人)으로 탄핵을

받고 고향인 전라남도 창평에 낙향해 있을 때에 임금

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두 여인의 대화 형식을 빌려 노

래한 작품이다 이 작품의 현대어 해석에 나와 있는 lsquo갑

녀(甲女)rsquo와 lsquo을녀(乙女)rsquo는 편의상 붙인 이름으로 갑녀

는 보조적 위치에 있는 화자이며 을녀가 지은이를 대

변하는 주된 화자이다 〈사미인곡〉과 더불어 가사 문

학의 최고봉이라 일컬어지는데 특히 순수한 우리말의

구사가 절묘하며 대화 형식으로 구성하여 표현에 참신

성을 더한 것은 lsquo금상첨화(錦上添花)rsquo라 할 수 있을 것

이다

홍만종은 〈순오지(旬五志)〉에서 이 작품을 제갈공명

의 〈출사표(出師表)〉에 비견할 만하다고 극찬하였으

며 서포 김만중은 〈서포만필(西浦漫筆)〉에서 ldquo예로부

터 우리 나라의 참된 문장은 오직 이 세 편(사미인곡

속미인곡 관동별곡)뿐이데다시 이 세편에 대하여 논할

것 같으면 그 중에서 속미인곡이 더욱 뛰어나다 관동

별곡과 사미인곡은 오히려 한자음을 빌려서 그 가사 내

용을 꾸민 데 지나지 않는다rdquo라고 하였다

규원가(閨怨歌)

허난설헌

엇그제 저멋더니 마 어이 다 늘거니

少年行樂(소년 행락) 생각니 일러도 속절업다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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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거야 서른 말 자니 목이 멘다

엊그제 젊었었는데 어찌 벌써 다 늙어버렸는가 어린

시절에 즐겁게 지내던 일을 생각하니 말해 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 이렇게 늙은 뒤에 서러운 얘기를 하자니

목이 멘다

rarr기1-늙음의 한탄

父生母育(부생 모육) 辛苦(신고)야 이 내 몸 길러 낼

公侯配匹(공후 배필) 못 바라도 君子好逑(군자 호구) 願

(원)더니

三生(삼생)의 怨業(원업)이오 月下(월하)의 緣分(연분)으

長安遊俠(장안 유협) 輕薄子(경박자)를 치 만나 잇

서 當時(당시)의 용심(用心)기 살어름 디듸는 부모님이 나를 낳아서 고생하여 길러낼 때 높은 벼슬아

치의 배필을 바라지는 못했어도 훌륭한 남자의 좋은

짝이 되기를 원했더니 삼생의 원망스러운 업보요 월

하 빙인이 정해 준 연분으로 놀기 좋아하고 경박한 사

람을 꿈같이 만나 가지고 시집 간 뒤 조심하면서 마음

졸이기를 꼭 살얼음 디디듯하였다

rarr기2-젊은 시절의 회상

三五二八(삼오 이팔) 겨오 지나 天然麗質(천연 여질)절

로 이니

이 얼골 이 態度(태도)로 百年期約(백년 기약) 얏더니

年光(연광)이 훌훌고 造物(조물)이 多時(다시)야

봄바람 가을 믈이 뵈오리 북 지나듯

雪鬂花顔(설빈 화안) 어 가고 面目可憎(면목 가증) 되

거고나

내 올골 내 보거니 어느 님이 날 괼소냐

스스로 慙愧(참괴)니 누구를 怨望(원망)리

십오륙 세가 겨우 지나 타고난 아름다운 모습이 절로

나타나니 이 얼굴 이 태도로 (남편과)평생을 약속하였

더니 세월이 빨리 지나가고 조물주가 시기가 많아서

세월의 빠르기가 베 짤 때 북이 지나가는 듯 젊고 아

름다운 얼굴은 어디로 가고 추한 모습이 되었구나 내

얼굴을 내가 보아 알거니와 어느 임이 나를 사랑하겠는

가 스스로 생각해도 부끄러운데 누구를 원망하리

rarr기3-세월의 무상함과 늙음의 한탄

三三五五(삼삼 오오) 冶遊園(야유원)의 새 사람이 나단

말가

곳 피고 날 저물 제 定處(정처) 업시 나가 잇어

백마(白馬) 금편(金鞭)으로 어어 머므는고

원근(遠近)을 모르거니 消息(소식)이야 더욱 알랴

因緣(인연)을 긋쳐신들 각이야 업슬소냐

얼골을 못 보거든 그립기나 마르려믄

열두 김도 길샤 설흔 날 至理(지리)다

玉窓(옥창)에 심 梅花(매화) 몃 번이나 픠여진고

겨을 밤 차고 찬 제 자최눈 섯거 치고

여름날 길고 길 제 구 비 므스 일고

三春花柳(삼춘 화류) 好時節(호시절)의 景物(경물)이 시

름업다

가을 방에 들고 蟋蟀(실솔)이 床(상)에 울 제

긴 한 숨 디 눈물 속절업시 헴만 만타

아마도 모진 목숨 죽기도 어려울사

몇 명씩 떼지어 다니는 술집에 새 기생이 나타났다는

말인가 꽃 피고 날 저물 때 일정한 거처도 없이 나가

서 호사로운 차림새로 어디어디 가서 머므는가 바깥출

입이 없어 원근 지리를 모르는데 임의 소식이야 더구나

알 수 있으랴 인연을 끊었다고 하지만 임에 대한 생각

이야 어찌 없겠는가 만나지 못할 임이라면 그립지나

말일이지 하루도 열두때 길기도 하구나 한 달이 지루

하다 옥창에 심은 매화가 몇 번이나 피었다가 졌는고

겨울 밤 차고 찬 때에 눈보라가 섞어 치고 여름날 길고

긴 때에 궂은비는 또 무슨 일인가 꽃 피고 새 잎이 돋

는 좋은 계절 봄에도 보이는 경치가 시름이 없다 가을

달이 방에 비치고 귀뚜라미가 침상에서 울 때 긴 한숨

떨어지는 눈물에 헛되이 생각하는 것만 많다 아마도

모진 목숨 죽기도 어렵구나

rarr승-방탕한 남편에 대한 원망과 독수공방의 한

도로혀 풀쳐 혜니 이리 여 어이 리

靑燈(청등)을 돌라 노코 綠綺琴(녹기금) 빗기 안아

碧蓮花(벽련화) 한 곡조를 시름 조 섯거 타니

瀟相夜雨(소상야우)의 댓소리 섯도 華表(화표) 千年(천 년)의 別鶴(별학)이 우니 玉手(옥수)의 타는 手段(수단) 녯 소 잇다마芙蓉帳(부용장) 寂寞(적막)니 뉘 귀에 들리소니

肝腸(간장)이 九曲(구곡)되야 구븨구븨 쳐서라

돌이켜 여러 모로 생각해 보니 이렇게 살아서 어찌하겠

는가 등불을 돌려 놓고 녹기금을 비스듬히 안아 벽련

화 한 곡조를 시름까지 섞어 타니 소상강의 밤비에 대

나무 잎 소리가 섞여 들리는 듯 천년만에 돌아온 학이

화표주에 앉아 우니는 듯섬섬옥수로 타는 솜씨가 옛

소리를 간직하고 있다마는 부용장 안에 임이 없으니 누

구 귀에 들리겠는가 구곡간장이 굽이굽이 끊어지는 것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34 -

같구나

rarr전-거문고로 시름을 달램

하리 잠을 드러 의나 보려 니

바람의 디 닙과 풀 속에 우는 즘생

므스 일 원수로서 잠조차 오다

천상(天上)의 牽牛織女(견우 직녀) 銀河水(은하수) 박혀

서도

七月七夕(칠월 칠석)一年一度(일년 일도)失期(실기)치

아니거든

우리 님 가신 후는 무슨 弱水(약수) 가렷관듸

오거나 가거나 소식(消息)조차 쳣는고

欄干(난간)의 비겨 셔서 님 가신 바라보니

초로(草露) 맷쳐 잇고 暮雲(모운)이 디나갈 제

竹林(죽림) 푸른 고 새 소리 더욱 설다

세상의 서룬 사람 수업다 려니와

薄命(박명) 紅顔(홍안)이야 날 가니 이실가

아마도 이 님의 지위로 살동말동 여라

차라리 잠이 들어 꿈에서나 임을 보려하니 바람에 지는

나뭇잎과 풀 속에서 우는 벌레가 나와 무슨 원수가 졌

길래 잠조차 깨우는가 하늘의 견우 직녀는 은하수가

막고 있어도 일 년에 한 번 칠월 칠석날에는 기약을 어

기지 않고 만나는데 우리 임이 가신 후에는 무슨 약수

가 가로막고 있길래 오고 가는 소식조차 끊어졌는고

난간에 기대어 서서 임 계신 곳을 바라보니 풀잎에 이

슬은 맺혀있고 저녁 구름이 지나갈 때 대나무 숲 푸른

곳에 새 소리가 더욱 섧다 세상에 서러운 사람이 수없

이 많다고 하지만 기구한 팔자를 타고난 사람이야 나

같은 이가 또 있을까 아마도 임 때문에 살 듯 말 듯하

구나

rarr결-애타게 임을 기다리는 마음

〈감상〉

조선 시대 봉건 사회 제도 아래서 오직 인종(忍從)만을

미덕으로 알고 살아야 했던 부녀자의 한(恨)을 노래한

작품으로 일명 원부사(怨夫詞) 또는 원부사(怨夫辭)라

고도 한다 좋은 배필을 원했지만 뜻밖에도 경박스럽고

방탕한 남편을 만나 평생을 피맺힌 한(恨)과 그리움 속

에 보내야 하는 한 여인의 애달픈 사연을 통해 남성

위주의 사회가 가져오는 병폐를 실감 있게 형상화한 작

품이라 할 수 있다

Page 16: 구지가(龜 歌) - middle.gongbuwarac.commiddle.gongbuwarac.com/Common/Popup/FileDownloadAs.aspx?FileName=/ite… · 미륵(彌勒) 좌주(座主) 뫼셔롸. 미륵 좌주를 모셔라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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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가 징이여 돌이여 지금에 계시옵니다

징이여 돌이여 지금에 계시옵니다

이 좋은 성대에 놀고 싶사옵니다

사각사각 가는 모래 벼랑에

사각사각 가는 모래 벼랑에

구운 밤 닷 되를 심으오이다

그 밤이 움이 돋아 싹이 나야만

그 밤이 움이 돋아 싹이 나야만

유덕하신 님 여의고 싶습니다

옥으로 연꽃을 새기옵니다

옥으로 연꽃을 새기옵니다

바위 위에 접을 붙이옵니다

그 꽃이 세 묶음 피어야만

그 꽃이 세 묶음 피어야만

유덕하신 님 여의고 싶습니다

무쇠로 철릭을 마름질해

무쇠로 철릭을 마름질해

철사로 주름 박습니다

그 옷이 다 헐어야만

그 옷이 다 헐어야만

유덕하신 님 여의고 싶습니다

무쇠로 황소를 만들어다가

무쇠로 황소를 만들어다가

쇠나무산에 놓습니다

그 소가 쇠풀을 먹어야

그 소가 쇠풀을 먹어야

유덕하신 님 여의고 싶습니다

구슬이 바위에 떨어진들

구슬이 바위에 떨어진들

끈이야 끊어지겠습니까

천 년을 외따로이 살아간들

천 년을 외따로이 살아간들

믿음이야 끊어지겠습니까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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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래 고려 가요 고려 속요 장가(長歌) 전 6연 1연은 3구 2-6연은 6구 3음보

형식 전 6연의 분연체 1연은 3구 2~6연은 6구 3음보 3 3 4조

성격 서정적 민요적

구성 서사 - 본사 - 결사의 3단 구성

1연 기 태평성대를 갈구함

2연 -5연 서 불가능한 상황 설정으로 영원한 사랑을 갈구함

6연 결 임에 대한 끊임없는 사랑과 믿음

표현 반복법(운율을 형성하며 주제를 부각시키기 위해 사용)과장법 역설법 반어법을 사용하여 불가

능한 것을 가능으로 설정해 놓고 영원한 사랑을 역설적으로 노래했고 한 연에 똑같이 되풀이 되는 2구

가 있어 감정을 강조하고 있으며 소망형인 어미로 끝내면서 화자의 간절한 소망을 느끼게 하고 있다

제재 임에 대한 사랑

주제 임에 대한 영원한 사랑 임에의 영원한 연모의 정 태평 성대(太平聖代)의 기원)

의의 대부분의 고려 가요가 이별이나 애원 또는 향락의 정서를 읊고 있는 데 반해 영원한 사랑을 주

제로 하고 있는 것이 특색이다 불가능한 상황 설정을 통해 사랑의 절실함을 표현하고 있다

가시리

가시겠습니까 가시겠습니까

나를 버리고 가시겠습니까

나는 어찌 살라 하고 버리고 가시렵니까

붙잡아 둘 일이지마는 서운하면 아니 올까 두렵습니다

서러운 임을 보내옵나니

가자마자 곧 가시는 것처럼 돌아서서 오십시오

갈래 고려 속요 lsquo귀호곡(歸乎曲)rsquo 이라고도 함

형식 분절체 4연 각 2구의 분연체(分聯體)

성격 서정적 민요적

운율 외재율 3middot3middot2조 3음보

구성 4단 구성 기middot승middot전middot결

제재 임과의 이별

주제 이별의 정한(情恨)과 애이불비(哀而不悲)의 사랑

기 뜻밖의 이별에 대한 놀라움과 원망에 찬 하소연

승 하소연의 고조 또는 슬픔의 고조

전 감정의 절제와 체념

결 이별 후의 소망과 기원(주제연)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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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동

덕은 뒤에 바치옵고 복은 앞에 바치오니

덕이며 복이라 하는 것을 진상하러 오십시오

정월 냇물은 아아 얼려 녹으려 하는데

세상에 태어나서 이 몸이여 홀로 살아가는구나

2월 보름에 아아높이 켜놓은 등불 같구나

만인을 비추실 모습이시도다

3월 지나며 핀 아아 늦봄의 진달래꽃이여

남이 부러워할 모습을 지니고 태어났구나

4월을 잊지 않고 아아 오는구나 꾀꼬리새여

무엇 때문에 녹사님은 옛날을 잊고계시는가

5월 5일(단오)에 아아 단옷날 아침 약은

천 년을 사실 약이기에 바치옵니다

6월 보름(유두일)에 아아 벼랑에 버린 빗같구나

돌아보실 임을 잠시나마 따르겠나이다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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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보름에 아아 여러 가지 제물을 벌여 놓고

임과 함께 살고자 소원을 비옵니다

8월 보름은 아아 한가윗날이지마는

임을 모시고 지내야만 오늘이 뜻 있는 한가윗날

입니다

9월 9일에 아아 약이라고 먹는

노란 국화꽃이 집 안에 피니 초가집이 고요하구

10월에 아아 잘게 썰은 보리수나무 같구나

꺾어 버리신 후에 지니실 한 분이 없으시도다

11월에 봉당 자리에 아아 홑적삼을 덮고 누워

임을 그리며 살아가는 나는 너무나 슬프구나

12월에 분지나무로 깎은 아아 소반 위의 젓가락

같구나

임의 앞에 들어 가지런히 놓으니 손님이 가져다

가 뭅니다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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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전춘

얼음 위에 댓닢 자리를 보아

임과 나와 얼어죽을망정

얼음 위에 댓닢 자리를 보아

임과 나와 얼어죽을망정

정을 준 오늘 밤 더디 새어라 더디 새어라

잊히지 않고 늘 염려스러운 외로운 베갯머리에

어찌 잠이 오리오

서쪽 창문을 여니 복숭아꽃이 피어나는구나

복숭아꽃이 걱정 없이 봄바람에 웃는구나 봄바람

에 웃는구나

넋이라도 임과 한 곳에

함께 지내는 모습 그리더니

넋이라도 임과 한 곳에

함께 지내는 모습 그리더니

우기던 사람이 누구였습니까 누구였습니까

오리야 오리야

어린 비오리야

여울일랑 어디 두고

소에 자러 오는가

소 곧 얼면

여울도 좋습니다 여울도 좋습니다

남산에 자리 보아

옥산을 베고 누워

금수산 이불 안에

사향 각시를 안고 누워

남산에 자리 보아

옥산을 베고 누워

금수산 이불 안에

사향 각시를 안고 누워

약 든 가슴을 맞춥시다 맞춥시다

알아주소서 임이시여 영원히 이별할 줄 모르고

지냅시다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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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래 고려 속요성격 연가 남녀상열지사 향락적 퇴폐적형식 5연으로 이루어진 분연체로 결사를 포함하여 전 6연으로 보기도 함제재 남녀간의 사랑 또는 애정특징 남녀간의 애정을 가식 없이 진솔하고도 적나라 하게 표현했고 비유와 상징 반어와 역설 감각적인 언어로 감정의 표현이 진솔하여 문학성이 높은 편주제 변치 않는 사랑에 대한 소망 임과의 영원한 사랑 기원(임과의 사랑을 직설적으로 드러냄)의의 2연과 5연이 시조 형태에 근접하고 있어 시조의 기원을 찾는 자료로서 주목받음

1연 죽음보다 강한 사랑의 정열2연 임 생각에 밤을 지새우는 애처로움3연 사랑을 배신한 임에 대한 원망4연 무절제한 사랑을 하는 임에 대한 풍자5연 임에 대한 욕망과 상상6연 임과의 이별 없는 영원한 만남을 염원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22 -

【 가사

(

歌辭

)

상춘곡(賞春曲)

정 극 인

紅塵(홍진)에 뭇친 분네 이내 生涯(생애) 엇

더고

風流(풍류)

가天地間(천지간) 男子(남자) 몸이 날만 이

하건마

山林(산림)에 뭇쳐 이셔 至樂(지

락)을

것가

數間茅屋(수간모옥)을 碧溪水(벽계수)

앒픠

고 松竹(송죽) 鬱鬱裏(울울리)예 風月主人(풍

월 주인) 되어셔라

속세에 묻혀 사는 분들이여 이 나의 생활이 어떠한가

옛 사람들의 운치 있는 생활을 내가 따를까 못따를까

천지간 남자로 태어난 몸으로서 나만한 사람이 많건마

는 왜 그들은 자연에 묻혀사는 지극한 즐거움을 모르는

것인가

몇 간쯤 되는 초가집을 맑은 시냇물 앞에 지어 놓고소

나무와 대나무가 우거진 속에 자연의 주인이 되었구나

서사-자연에 묻혀 사는 즐거움

엇그제 겨을 지나 새봄이

돌아오니桃花杏花(도화행화)

夕陽裏(석양

리)예 퓌여 잇고綠楊芳草(녹양방초)

細(우

중)에 프르도다칼로

아 낸가붓으로 그려낸

가造化神功(조화신공)이 物物(물물)마다 헌

엊그제 겨울이 지나 새봄이 돌아오니 복숭아꽃과 살구

꽃은 저녁 햇빛 속에 피어 있고 푸른 버들과 아름다운

풀은 가랑비 속에 푸르도다 칼로 재단해 내었는가 붓

으로 그려 내었는가 조물주의 신비스러운 솜씨가 사물

마다 야단스럽구나

본사 1-봄의 아름다운 경치

수풀에 우

春氣(춘기)

내 계

워 소

마다 嬌態(교태)로다 物我一體

(물아일체)어니 興(흥)이

소냐 柴扉(시

비)예 거러 보고 亭子(정자)애 안자 보니 逍

遙吟詠(소요 음영)

야 山日(산일)이 寂寂(적

적)

閑中眞味(한중진미)

알 니 업시 호

재로다

수풀에 우는 새는 봄 기운을 끝내 못 이겨 소리마다 아

양을 떠는 모습이로다

자연과 내가 한 몸이거니 흥겨움이야 다르겠는가 사립

문 주변을 걷기도 하고 정자에 앉아 보기도 하니 천천

히 거닐며 나직이 시를 읊조려 산 속의 하루가 적적한

데 한가로움 속의 참된 즐거움을 아는 사람이 없이 혼

자로구나

본사 2-봄의흥취

이바 니웃드라山水(산수) 구경 가쟈스라 踏靑

(답청)으란 오

고 浴沂(욕기)란 來日(내

일)

새 아

에 採山(채산)

고 나조

釣水

(조수)

여보게 이웃 사람들이여 산수 구경을 가자꾸나 산책

은 오늘하고 냇물에서 목욕하는 것은 내일 하세 아침

에 산나물을 캐고 저녁에 낚시질을 하세

본사 3-산수 구경 권유

괴어 닉은 술을 葛巾(갈건)으

로 밧타 노코 곳나모 가지 것거 수 노코 먹

으리라 和風(화풍)이 건

부러 綠水(녹수)

건너오니 淸香(청향)은 잔에 지고 落紅(낙

홍)은 옷새 진다 樽中(준중)이 뷔엿거

려 알외어라 小童(소동) 아

려 酒家(주가)

에 술을 믈어얼운은 막대 집고아

술을 메고

微吟緩步(미음 완보)

야 시냇

의 호자 안자

明沙(명사) 조 믈에 잔 시어 부어 들고 淸流(청

류)

굽어보니

니 桃花(도화)ㅣ로다 武陵

(무릉)이 갓갑도다 져

거인고

이제 막 익은 술을 갈건으로 거러 놓고 꽃나무 가지를

꺾어 잔 수를 세면서 먹으리라 화창한 바람이 문득 불

어서 푸른 시냇물을 건너오니 맑은 향기는 술잔에 가

득하고 붉은 꽃잎은 옷에 떨어진다 술동이 안이 비었

으면 나더러 아뢰어라 조그만 아이를 시켜 술집에서

술을 사 가지고 어른은 지팡이를 짚고 아이는 술을 메

고 나직이 읊조리며 천천히 걸어 시냇가에 혼자 앉아

고운 모래가 비치는 맑은 물에 잔 씻어 술을 부어 들

고 맑은 시냇물을 굽어보니 떠내려오는 것이 복숭아꽃

이로다 무릉도원이 가까이 있구나 저 들이 바로 그것

인가

본사 4-술과 풍류

松間(송간) 細路(세로)에 杜鵑花(두견화)

부치 들

고峰頭(봉두)에 급피 올나 구름 소긔

안자 보니 千村萬落(천촌만락)이 곳곳이 버러 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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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 -

煙霞日輝(연하일휘)

錦繡(금수)

엇그제 검은 들이 봄빗도 有餘(유여)

소나무 사이 좁은 길로 진달래꽃을 손에 들고

산봉우리에 급히 올라 구름 속에 앉아보니 수많은 촌

락들이 곳곳에 벌여 있네 안개와 놀과 빛나는 햇살은

아름다운 비단을 펼쳐 놓은 듯 엊그제까지도 거뭇거뭇

했던 들판이 이제 봄빛이 넘치는구나

본사 5-산봉우리에서의 조망

功名(공명)도 날

우고富貴(부귀)도 날

우니淸

風明月이(청풍명월) 外(외)예 엇던 벗이 잇

올고

簞瓢陋巷(단표누항)에 흣튼 혜음 아니

아모

타 百年行樂(백년행락)이 이만

엇지

공명과 부귀가 모두 나를 꺼리니 아름다운 자연 외에

어떤 벗이 있으리오 비록 가난하게 살고 있지만 잡스

러운 생각은 아니하네 아무튼 한평생 즐겁게 지내는

것이 이만하면 족하지 않겠는가

결사-안빈 낙도

면앙정가(俛仰亭歌)

송 순

无等山(무등산) 활기 뫼히 동다히로

버더 이셔 霽月峯(제월봉)이 되여거

無邊大野(무변대야)의 므

짐쟉

노라

닐곱 구

움쳐 무득무득 버럿

가온대 구

굼긔든 늘근 뇽이 선

머리

언쳐시니

무등산 한 줄기 산이 동쪽으로 뻗어 있어 멀리 떼

어 버리고 나와 제월봉이 되었거늘 끝없이 넓은

들판에 무슨 속셈을 가지고 일곱 구비가 한 곳에

움추리어 무더기 무더기 벌여 놓은 듯 가운데 구

비는 구멍에 든 늙은 용이 풋잠을 이제 막 깨어

머리를 얹어 놓고 있는 것 같으니

rarr서사 1 - 제월봉의 위치와 형세

바희 우

松竹(송죽)을 혜혀고

정자

언쳐시니

구름

靑鶴(청학)이 千里(천 리)를 가리라

래 버렷

넓고 평평한 바위 위에 소나무 대나무를 헤치고

정자를 앉혔으니 구름을 탄 푸른 학이 천 리를

가려고 두 날개를 벌리고 있는 듯하다

rarr서사2 - 면앙정의 모습

玉泉山(옥천산) 龍泉山(용천산)

린 믈이

亭子(정자) 압 너븐 들

兀兀(올올)히 펴진드시

든 기노라 프르거든 희디마나

雙龍(쌍룡)이 뒤트

긴 깁을

어드러로 가노라 므

얏바

즈로 흐르

옥천산용천산 흘러내리는 물이 정자 앞 넓은 들

에 끊임없이 펼쳐진 듯이 넓거든 길지나 말든가

푸르거든 희지나 말지 두 마리 용이 몸을 뒤틀고

있는 듯 긴 비단을 펼쳐 놓은 듯 어디로 가느라

고 무슨 일이 바빠서 달리는 듯 따라가는 듯 밤낮

으로 흘는 듯

rarr본사 1 - 시냇물의 모습

므조친 沙汀(사정)은 눈

치 펴

거든

어즈러온 기러기

므스거슬 어르노라

안즈락

리락 모드락 흣트락

蘆花(노화)를

이 두고 우로곰 좃니

물을 따라 있는 모래밭은 눈같이 하얗게 펼쳐져

있는데 어지럽게 나는 갈매기는 무엇을 어르느라

고 앉기도 하고 내려오기도 하고 모이기도 하고

흩어지기도 하고 갈대꽃을 사이에 두고 울면서 따

라다니는가

rarr본사 2 - 기러기의 교태

너븐 길 밧기오 긴 하

두르고

즌 거슨 뫼힌가 屛風(병풍)인가

그림가 아닌가

노픈

숨거니 뵈거니 가거니 머믈거니

어즈러온 가온

일홈

도 젓티 아녀 옷독이 셧

거시

秋月山(추월산) 머리 짓고 용구산 몽선산 불대산

어등산 용진산 금성산이 허공에 버러거든

遠近(원근) 蒼崖(창애)의 머믄 것도 하도 할샤

넒은 길 밖이요 긴 하늘 아래 두르고 꽂은 것은

산인가 병풍인가 그림인가 아닌가 높은 듯 낮은

듯 끊어지는 듯 이어지는 듯 숨기도 하고 보이기

도 하고 가기도 하고 머물기도 하고 어지러운 가

운데 유명한 척하여 하늘도 두려워 하지 않고 우

뚝하게 서있는 것이 추월산으로 머리를 만들고

용구산 몽선산 불대산 어등산 용진산 금성산이 공

중에 늘어서 있으니 멀고 가까운 푸른 절벽에 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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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것도 많기도 하구나

rarr본사 3 - 산봉우리의 승경

흰구름 부흰 煙霞(연하) 프로니

山嵐(산람)이라

千巖萬壑(천암만학)을 제 집으로 삼아두고

나명셩 들명셩 일

ㅣ도 구

지고

오르거니

리거니 長空(장공)의

나거니

廣野(광야)로 건너거니

프르락 불그락 여트락 지트락

斜陽(사양)과 섯거디어 細雨(세우)조차

흰구름 뿌연 안개와 노을 푸른 것은 산 아지랑

이로구나 수많은 바위와 골짜기를 제 집으로 삼

고서 나가기도 하고 들어오기도 하면서 아양도 떠

는구나 올라가기도 하고 내려가기도 하고 먼 하

늘로 떠나기도 하고 넓은 들로 건너가기도 하고

푸르기도 하고 붉기도 하고 옅기도 하고 짙기도

하고 석양과 섞이어 가랑비조차 뿌리는구나

rarr본사 4 - 봄 풍경

藍輿(남여)

고 솔아

구븐 길노

오며 가며

적의

綠楊(녹양)의 우

黃鶯(황앵) 嬌態(교태) 겨워

고야

나모 새

지어 綠陰(녹음)이 얼린 적의

百尺欄干(백척난간)의 긴 조으름 내여 펴니

水面凉風(수면양풍)이야 긋칠 줄 모르

뚜껑없는 가마를 재촉하여 타고 소나무 아래 굽은

길로 오며 가며 하는 때에 푸른 버드나무에서

는 꾀꼬리는 온갖 교태를 부리고 있구나 나무 사

이가 우거져서 녹음이 엉긴 때에 긴 난간에 기대

어 길게 기지개를 켜니 물위에서 부는 시원한 바

람이 그칠 줄을 모르는구나

rarr 본사 5 - 여름 풍경

즌서리

딘 후의 산빗치 錦繡(금수)로다

黃雲(황운)은

엇지 萬頃(만경)의 펴겨디오

漁笛(어적)도 흥을 계워

롸 브니

된서리가 걷힌 후에 산 빛이 수놓은 비단 같구나

누렇게 익은 곡식은 또 어찌 넓은 들에 펼쳐져 있

는가 어부가 부는 피리도 흥을 못이겨 달을 따라

불고 있구나

rarr 본사 6 - 가을 풍경

草木(초목) 다 진 후의 江山이

몰커

造物(조물)리 헌

야 氷雪(빙설)로

며내니

瓊宮瑤臺(경궁요대)와 玉海銀山(옥해은산)이

眼底(안저)에 버러셰라

乾坤(건곤)도 가

열사 간 대마다 경이로다

초목이 다 떨어진 후에 강산이 눈 속에 묻혔거늘

조물주가 야단스러워 눈과 얼음으로 꾸며내니 경

궁요대(구슬로 꾸민 궁궐과 대)와 옥해은산(아름

다운 바다와 눈덮인 산) 같은 설경이 눈 아래 펼

쳐졌구나 하늘과 땅도 풍성하구나 가는 곳마다

아름다운 경치로다

rarr 본사7 - 겨울 풍경

人間(인간)을

나와도 내 몸이 겨를 업다

이것도 보려

고 져것도 드르려코

도 혀려

도 마즈려코

밤으란 언제 줍고 고기란 언제 낙고

柴扉(시비)란 뉘 다드며 딘 곳츠란 뉘 쓸려뇨

이 낫브거니 나조

라 슬

소냐

리 不足(부족)커니 來日(내일)이라

有餘(유여)

이 뫼

안자 보고 져 뫼

거러 보니

煩勞(번로)

릴 일이 아조 업다

쉴 사이 업거든 길히나 젼

리야

다만 靑藜杖(청려장)이 다 므듸어 가노

속세를 떠나왔어도 내 몸이 한가하지 않다 이것

도 보려고 하고 저것도 들으려 하고 바람도 쏘이

려 하고 달도 맞으려 하고 밤은 언제 줍고 고기는

언제 낚고 사립문은 누가 닫으며 떨어진 꽃은 누

가 쓸겠느냐 아침에도 아름다운 경치 구경하는

시간이 모자랄 지경인데 저녁이라고 싫겠는가 오

늘의 시간이 부족한데 내일이라고 여유가 있겠는

가 이 산에서 앉아보고 저 산에서 걸어보니 번거

로운 마음이지만 버릴 일이 아주 없다 쉴 사이가

없는데 사람들에게 길이나마 알려줄 수가 있겠는

가 다만 명아주 대로 만든 지팡이가 다 무디어

가는구나

rarr본사 8 - 자연애와 풍류 생활

술이 닉어가니 벗지라 업슬소냐

이며 혀이며 이아며

온가짓 소

로 醉興(취흥)을

야거니

근심이라 이시며 시

이라 브터시랴

누우락 안즈락 구브락 져츠락 울프락

노혜로 놀거니

天地(천지)도 넙고넙고 日月(일월)도 가

羲皇(희황) 모

러니 이적이야 긔로고야

神仙(신선)이 엇더턴지 이몸이야 긔로고야

술이 익어가니 벗이라고 없겠는가 노래를 부르게

하며 악기를 타고 켜게 하며 방울을 흔들며 온갖

소리로 술에 취한 흥을 재촉하니 근심이라 있겠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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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 -

며 시름이라고 붙어 있으랴 눕기도 하고 앉기도

하고 구부리기도 하고 뒤로 젖히기도 하고 읊기도

하고 휘파람을 불기도 하면서 마음놓고 놀기도

하니 천지도 넓고 넓으며 세월도 한가하다 중국

복희 황제의 태평성대를 내가 잘 몰랐더니 지금이

바로 그것이로구나 신선이 어떤 것인지 잘 몰랐

더니 내가 바로 신선이로구나

rarr본사9 - 취흥

江山風月(강산풍월) 거

리고 내 백년을 다누리면

岳陽樓(악양루) 샹의 李太白(이태백)이 사라 오다

浩蕩情懷(호탕 정회)야 이에서 더

소냐

이 몸이 이렁 굼도 亦君恩(역군은)이샷다

아름다운 대자연을 거느리고 내 한평생을 다 누리

면 조망이 좋기로 이름난 악양루 위의 이태백이

살아온다한들 넓고 큰 마음이야 이것보다 더 하겠

는가 이몸이 이렇게 지내는 것도 역시 임금님의

은혜이시도다

rarr결사 - 호탕한 정회와 군은

면앙정의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지은이가 41세 되던 해 벼슬을 그만두

고 향리인 전라남도 담양에 내려가 면앙정이라는

정자를 짓고 아름다운 자연을 벗삼아 사는 자신의 풍

류 생활을 노래한 것이다 면아정 주변의 경치4계절의

풍경 자신의 풍류 생활에 대한 멋과 흥취를 짜임새 있

게 그려낸 선경 후정의 작품이다

우리 江湖歌道(강호가도)의 전형을 확립한 작품으로

정극인의 상춘곡을 이어받아 송강의 성산별곡관동별곡

에 크게 영향을 끼쳤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결사 끝

부분의 lsquo亦君恩(역군은)이샷다rsquo와 같은 표현은 맹사성의

lsquo강호사시가rsquo에도 나타나는 것으로 자연속에서 지내는

즐거움과 연군 지정을 결합시킨 표현이라 할 수 있다

관동별곡

정 철

江강湖호애 病병이 깁퍼 竹

林님의 누엇더니 關관東

동 八팔百

里니에 方방面면을 맛디시니 어와 聖셩恩

은이야 가디록 罔망極극

다 延연秋츄門문 드리

慶경會회 南남門문

라보며 下하直직고 믈너나니 玉

옥節졀이 알

셧다

平평丘구驛역

라 黑흑水슈로 도라드니 蟾셤江

강은 어듸메오 雉티岳악이 여긔로다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의 병이 깊어 전라남도 창평에서

지내고 있었는데 800리나 되는 강원도 지방의 관찰사

소임을 맡기시니 아아 임금님의 은혜야말로 갈수록

끝이 없다 연추문으로 달려들어가 경회루의 남쪽문을

바라보며 임금님께 하직 인사를 하고 물러나니 옥절이

앞에 서 있다 양주(평구역)역에서 말을 갈아타고 여주

(흑수)로 돌아 들어가니 원주(섬강)는 어디인가 치악

산이 여기로구나

서사1-관찰사 배명과 부임의 여정

昭쇼陽양江강

린 믈이 어드러로 든단 말고 孤고臣신

去거國국에 白

髮발도 하도 할샤 東동州

밤 계오

새와 北븍寬관亭뎡의 올나

니 三삼角각山산 第뎨一일

峰봉이

마면 뵈리로다 弓궁王왕 大대闕궐 터희 烏오

鵲쟉이 지지괴니 千쳔古고 興흥亡망을 아

다 몰

다 淮회陽양 녜 일홈이 마초아

시고 汲급長

孺유

風풍彩

를 고텨 아니 볼 게이고

소양강 흘러내린 물이 어디로 흘러들어간단 말인가 외

로운 신하가 임금님 곁을 떠남에 있어서 나라에 대한

걱정이 많기도 하구나 철원(동주)에서 밤을 겨우 새운

후 북관정에 오르니(임금님이 계신 한양에 있는)삼각

산의 제일 높은 봉우리가 웬만하면 보일 것 같구나 옛

날 궁예왕이 살았던 대궐 터에 까마귀와 까치만 지저귀

고 있으니 먼 옛날의 흥망 성쇠를 까마귀와 까치 너희

들은 아느냐 모르느냐 회양이라는 이름이 옛날 중국의

지명인 회양과 마침 똑같구나(중국 회양 땅에서 선정

을 베푼)급장유의 모습을 이제 다시 (여기서)볼 수 있

지 않겠는가(급장유가 중국 회양땅에서 선정을 베푼

것처럼 정철 자신도 이곳 강원도 회양땅에서 선정을 베

풀겠다는 포부를 나타냄)

서사 2-관내 순력과 선정에 대한 포부

營영中듕이 無무事

고 時시節졀이 三삼月월인 제

花화川쳔 시내길히 楓풍岳악으로 버더 잇다 行

裝장

을 다

티고 石셕逕경의 막대 디퍼 百백川쳔洞동 겨

두고 萬만瀑폭洞동 드러가니 銀은

무지게 玉

龍룡의 초리 섯돌며

十십里리의

자시니 들을 제

우레러니 보니

눈이로다

감영(지금의 도청)안에 아무 일이 없고 시절이 마침 삼

월인 때에 화천 시냇길이 금강산으로 뻗어 있다 행장

을 다 떨쳐 버리고 돌길에 지팡이를 짚어 백천동 곁을

지나 만폭동으로 들어가니 은같은 무지개 옥 같은 용

의 꼬리처럼 생긴 폭포가 섞어 돌며 뿜는 소리가 십 리

에 깔려 있으니 멀리서 들을 때는 우렛소리더니 가까

이 가서 보니 눈(雪)이 날리는 것 같구나

본사1-만폭동 폭포의 장관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26 -

金금剛강臺

우層층의 仙션鶴학이 삿기 치니 春츈

風풍 玉옥笛

聲셩의 첫

돗던디 縞호衣의玄현裳

샹이 半반空공의 소소

니 西셔湖호

主쥬人인을

반겨셔 넘노

금강대 맨 꼭대기에 사는 선학이 새끼를 치니 봄바람

옥피리 소리에 첫 잠을 깨었던지 흰 저고리 검은 치마

로 단장한 학이(학의 날개 묘사) 공중에 솟아 뜨니 옛

날 중국 서호에서 학과 더불어 노닐던 임포를 반겨 맞

는 것 같구나(정철 자신을 임포처럼 생각함)

본사2-금강대 위의 선학

小쇼香향爐노 大대香향爐노 눈 아래 구버보고 正졍陽

양寺

眞진歇헐臺

고텨 올나 안

마리 廬녀山산 眞

진面면目목이 여긔야 다 뵈

다 어와 造조化화翁옹이

토 헌

거든

디 마나 셧거든 솟디 마나

芙부蓉용을 고잣

玉옥을 믓것

東동溟명

을 박

北북極극을 괴왓

놉흘시고 望망高

고臺

외로올샤 穴혈望망峰봉이 하

의 추미러 므

일을

로리라 千쳔萬만劫겁 디나

록 구필 줄 모

다 어와 너여이고 너

향로처럼 생긴 크고 작은 봉우리를 눈아래 굽어보고 나

서 정양사를 지나 진헐대에 다시 올라 앉으니 금강산

의 참모습이 여기서야 다 보이는구나 아아 조물주가

야단스럽기도 야단스럽구나(산봉우리들이)날아가려거

든 뛰지나 말든가 서있으려거든 (위로)솟지나 말든가

할일이지 연꽃을 꽂아 놓은 것 같기도 하고흰 옥을

묶어 놓은 것 같기도 하고 북극성을 떠받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높구나 망고대 외롭구나 혈망봉이 하늘

에 치밀어서 무슨 일을 아뢰려고 오랜 세월이 지나도록

굽힐 줄을 모르느냐 아아 너로구나 너같은 충신이

또 있을까(진헐대에서 바라본 많은 산봉우리들이 굳굳

한 모습으로 서있는 것을 보고 충신의 지조와 절개를

연상하여 표현한 구절)

본사 3-진헐대에서의 조망

心심臺

고텨 올나 衆듕香향城셩

라보며 萬만

二이千쳔峰봉을 歷녁歷녁히 혀여

니 峰봉마다

쳐 잇

고 긋마다 서린 긔운

거든 조티마나 조커든

디 마

나 뎌 긔운 흐터 내야 人인傑걸을

고쟈 形형容용

도 그지업고 체체勢셰도 하도 할샤 天텬地디 삼기실

제 自

然연이 되연마

이제 와 보게 되니 有유情정

도 有유情정

개심대를 다시 올라가서 중향성을 바라보며 금강산 만

이천 봉우리를 똑똑히 헤아려 보니 산봉우리마다 정기

가 맺혀 있고 봉우리 끝마다 서린 기운(정기) (산의

정기가)맑거든 깨끗하지나 말든가 깨끗하거든 맑지나

말 것이지(산의 정기가 맑고도 깨끗하다는 의미) 저

기운을 흩어 내어 뛰어난 인물을 만들고 싶구나 산봉

우리의 생긴 모양이 끝이 없이 다양하고 자세도 많기도

하구나 천지가 생겨날 때 자연히 된 줄 알았더니 이제

와서 보니까 조물주의 뜻이 분명히 있구나

본사 4-개심대에서의 조망

毗비盧로峰봉 上샹上샹頭두의 올라 보니 긔 뉘신고

東동山산 泰태山산이 어

야 놉돗던고 魯노國국 조븐

줄도 우리

거든 넙거나 넙은 天텬下하 엇

닷 말고 어와 뎌 디위

어이

면 알 거이고 오

디 못

거니

려가미 고이

비로봉 맨 꼭대기에 올라본 사람이 그 누구인가

동산과 태산이 그 얼마나 높던가 노나라가 작다는 것

도 우리는 모르겠는데 넓고도 넓은 천하를 어떻게 해서

작다고 공자께서는 말씀하신단 말인가 아아 저 공자

의 경지를 어떻게 하면 알 것인가 올라가지 못하는데

내려가는 것이 이상하랴

본사 5-비로봉을 본 감회

圓원通통골

길로 獅

峰봉을

자가니 그 알

너러바회 化화龍룡쇠 되여셰라 千쳔年년 老노龍룡

이 구

서려 이셔 晝듀夜야의 흘녀 내여 滄창海

해예 니어시니 風풍雲운을 언제 어더 三삼日일雨우

디련

다 陰음崖애예 이온 플을 다 살와 내여

원통골 가느다란 길로 사자봉을 찾아가니 그 앞에 넓고

평평한 바위가 화룡소가 되었구나 마치 천 년이나 묵

은 늙은 용(정철 자신을 지칭함)이 굽이굽이 서려 있어

서 밤낮으로 물을 흘려 내어 푸른 바다에 이어졌으니

용(작자 자신)아 너는 언제 풍운(선정의 기회)을 얻어

서 임금님의 은총을 백성들에게 내리려느냐 굶주리고

헐벗은 백성들을 다 살려 내려무나

본사 6-화룡소에서의 감회

磨마訶하衍연 妙묘吉길祥샹 雁안門문재 너머 디여 외

나모

리 佛블頂뎡臺

올라

니 千쳔尋심絶졀

壁벽을 半반空공애 셰여 두고 銀은河하水슈 한 구

촌촌이 버혀 내여 실

티 플텨이셔 뵈

티 거러시니

圖도經경 열 두 구

내 보매

여러히라 李니謫

션 이제 이셔 고텨 의논

게 되면 廬녀山산이 여긔도

곤 낫단 말 못

려니

마하연 묘길상을 구경하고 안문재를 넘어 내려가 외

나무 썩은 다리를 건너 불정대에 오르니 천길이나 되는

낭떠러지를 공중에 세워 놓고 은하수 한 굽이를 마디

마디 베어 내어 실같이 풀어 가지고 베처럼 걸었으니

도경(금강산 12폭포를 그림으로 그려놓은 그림책)에는

폭포가 열두굽이로 되어 있지만 내가 보기에는 그보다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27 -

더 많아 보인다 이태백이 지금 살아 있어서 다시(금강

산 12폭포와 중국의 여산폭포를 비교) 논의하게 된다

면 여산 폭포가 여기보다 더 낫다는 말은 못 할 것이

본사 7-십이 폭포의 장관

山산中듕을

양 보랴 東동海해로 가쟈

라 籃남輿여

緩완步보

야 山산映영樓누의 올나

니 玲녕瓏농 碧벽

溪계와 數수聲셩啼뎨鳥됴

離니別별을 怨원

旌졍旗긔를

티니 五오色

이 넘노

鼓고角각을

섯부니 海해雲운이 다것

鳴명沙사길 니근

이 醉

仙션을 빗기 시러 바다

두고 海

棠당花화로 드러가니 白

鷗구야

마라 네 버딘 줄 엇디 아

산중의 경치만 노상 보겠는가 동해로 가자꾸나 남녀

(뚜껑없는 가마)를 타고 천천히 걸어서 산영루(정자이

름)에 오르니 영롱하게 반짝이는 시냇물과 갖가지 소

리로 우는 새는 나와의 이별을 싫어하는 듯 여러 가지

깃발을 휘날리니 오색(빨강파랑검정노랑흰색등의

깃발)이 넘나들며 노는 듯 북과 피리를 섞어 부니 바

다의 구름이 다 걷히는 듯하다 모래밭 길에 익숙한 말

이 도취한 신선을 비스듬히 태우고 해변을 따라 해당

화가 피어 있는 곳으로 들어가니 백구야 날아가지 마

라 내가 네 친구일수도 있지 않느냐

본사 8-동해로 가는 감회

金금闌난窟굴 도라드러 叢총石셕亭뎡 올라

니 白

옥樓누 남은 기동 다만 네히 셔 잇고야 工공슈의 셩녕

인가 鬼귀斧부로 다

가 구

야 六뉵面면은 므어슬

象샹톳던고

금난굴을 돌아들어서 총석정에 오르니 바다 가운데에

돌기둥 네 개가 백옥루의 남은 기둥처럼 서 있구나 저

네 개의 돌기둥은 공수(중국 고대의 명공)가 만든 것인

가 귀신의 도끼로 다듬었는가 구태여 그 돌기둥이 여

섯 모가 난 것은 무엇을 본뜬 것인가

본사 9-총석정의 장관

高고城셩을란 뎌만 두고 三삼日일浦포

자가니 丹

단書셔

宛완然연

되 四

仙션은 어

가니 예 사흘

머믄 後후의 어

머믈고 仙션遊유潭담 永영郎

냥湖호 거긔나 가 잇

가 淸

澗간亭뎡 萬만景경臺

몃 고

안돗던고

고성을 저만큼 두고 삼일포를 찾아가니 영랑의 무리

(신라 때 네 명의 화랑 곧 사선)가 남쪽으로 갔다는

글씨는 뚜렷한데 사선은 어디 갔는가 여기서 사흘을

머문 후에 어디 가서 또 머물렀을까 선유담 영랑호

거기나 가 있는가 청간정 만경대 몇 곳에 앉았던가

본사 10-삼일포에서의 회고

梨니花화

셔 디고 졉동새 슬피 울 제 洛낙山산東

동畔반으로 義의相샹臺

예 올라 안자 日일出츌을 보

리라 밤듕만 니러

니 祥샹雲운이 집

동 六뉵龍뇽

이 바퇴

동 바다

날 제

萬만國국이 일위더니

天텬中듕의 티

니 毫호髮발을 혜리로다 아마도 녈구

름 근쳐의 머믈셰라 詩시仙션은 어

가고 咳

唾타만

나맛

니 天텬地디間간 壯장 긔별

셔히도

셔이

배꽃은 벌써 떨어지고 접동새가 슬피 울 때에 낙산의

동쪽 언덕에 있는 의상대에 올라앉아 해 뜨는 것을 보

려고 한 밤중에 일어나니 상서로운 구름이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듯 여섯 마리의 용이 떠받치고 있는 듯

해가 바다에서 떠날 때는 온 세상이 흔들리는 것 같더

니 하늘로 치솟아 오르니 가느다란 터럭을 셀 수 있을

정도로 밝구나 혹시나 지나가는 구름(간신을 비유함)

이 햇빛을 가릴까 두렵다 이백은 어디 가곡 그가 남긴

유명한 말(咳唾(해타)-이백은 lsquo등금릉봉황대rsquo라는 시에

서 간신이 임금의 총명을 흐리게 하는 것을 구름이 해

를 가리는 것에 비유했음)만 남아 있는가 천지간에 굉

장한 소식(사연)이 그의 시에 자세히도 표현되어 있구

본사 11-의상대에서의 일출의 장관

斜샤陽양 峴현山산의 척

을 므니

와 羽우蓋개芝

지輪륜이 鏡경浦포로

려가니 十십里리 氷빙紈환을

다리고 고텨 다려 長

松숑 울흔 소개 슬

장 펴뎌시

니 믈결도 자도 잘샤 모래

혜리로다 孤고舟쥬 解

纜람

야 亭뎡子

올나가니 江강門문橋교 너믄

大대洋양이 거긔로다 從

容용댜 이 氣긔像샹

闊활遠원댜 뎌 境경界계 이도곤

어듸 잇

닷 말고 紅홍粧장 古고事

리로다

江강陵능 大대都도護호風풍俗쇽이 됴흘시고 節졀孝효

旌졍門문이 골골이 버러시니 比비屋옥可가封봉이 이제

도 잇다

저녁 햇살이 비치는 현산의 철쭉꽃을 잇달아 밟으면서

신선을 태운 수레가 경포로 내려가니 십 리나 되는 비

단을 (다리미로)다리고 다시 다린 것처럼 맑고 깨끗한

수면이 큰 소나무가 둘러싼 속에 실컷 펼쳐져 있으니

물결도 잔잔하기도 잔잔하구나 모래를 셀 수 있을 것

같도다 배 한 척을 띄워 호수를 건너가서 정자 위에

올라가니 강문교 바로 너머에 넓은 바다가 거기로구

나 조용하구나 이 기상 넓고 멀구나 저 경계(수평

선) 여기보다 더 (경치가) 잘 갖추어진 곳이 또 어디

있단 말인가 박신과 흥장의 옛일을 야단스럽다고 할

것이로다 강릉 대도호부의 풍속이 좋기도 하구나 충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28 -

신 효자 열녀 등을 표창하는 문이 고을마다 널려 있

으니 요순 시대처럼 집집마다 벼슬을 봉할 만하다는

것이 지금도 있다 할 것이로다

본사 12-경포의 장관과 강릉의 미풍 양속

眞진珠쥬館관 竹

西셔樓루 五오十십川쳔

린 믈이 太

태白

山산 그림재

東동海

로 다마 가니

하리 漢

한江강의 木목覓멱의 다히고져 王왕程뎡이 有유限

고 風풍景경이 못 슬

니 幽유懷회도 하도 할샤 客

愁수도 둘 듸 업다 仙션사

워 내여 斗두牛우로 向

살가 仙션人인을

려 丹단穴혈의 머므살가

진주관 죽서루 아래 오십천에 흘러내리는 물이 태백산

그림자를 동해로 담아가지고 흘러가니 차라리 저 물을

임금님이 계신 서울 남산에 닿게 하고 싶다 관원의 여

정에는 기한이 있고 풍경은 싫증이 나지 않으니 그윽

한 회포도 많기도 많구나 나그네의 시름도 둘 곳이 없

다 신선이 탄다는 뗏목을 띄워서 북두성과 견우성으로

향할까 사선을 찾으러 단혈에 머무를까

본사 13-죽서루에서의 객수

天텬根근을 못내 보와 望망洋양亭뎡의 올은말이 바다

밧근 하

이니 하

밧근 므서신고

득 노 고래 뉘

라셔 놀내관

블거니

거니 어즈러이 구

디고 銀

은山산을 것거 내여 六뉵合합의

五오月월

天텬의 白

雪셜은 므

일고

하늘의 끝을 끝내 못 보아 망양정에 오르니 바다 밖은

하늘인데 하늘 밖은 무엇인가 가뜩이나 노한 고래를

누가 놀리게 하기에 불기도 하고 뿜기도 하면서 어지럽

게 구는 것인가 은으로 된 산을 꺾어 내어 온 세상에

흩어 내리는 듯 오월의 아득한 하늘에 흰 눈이 무슨 일

인가

본사 14-망양정에서의 조망

져근덧 밤이 드러 風풍浪낭이 定뎡

扶부桑상 咫

지尺

의 明명月월을 기

리니 瑞셔光광 千쳔丈

고야 珠쥬簾렴을 고텨 것고 玉옥階계

다시 쓸며 啓계明명星셩 돗도록 곳초 안자

라보니

蓮년花화 가지

뉘라셔 보내신고 일이 됴흔

世세界계

대되 다 뵈고져

流뉴霞하酒쥬

득 부어

려 무론 말이 英영雄웅은

가며 四

仙션은 긔 뉘러니 아

나 맛나 보아

긔별 뭇쟈

니 仙션山산 東동海

예 갈 길히 머도

멀샤

잠깐 사이에 밤이 되어 풍랑이 가라앉거늘 해와 달이

뜬다는 부상 가까운 거리에서 밝은 달을 기다리니 천

길이나 뻗친 상서로운 달빛이 보이는 듯하다가 숨는구

나 구슬로 만든 밭을 걷어 올리고 돌층계를 다시 쓸며

샛별이 돋을 때까지 꼿꼿이 앉아 바라보니 흰 연꽃 한

송이를 누가 보내셨는가 이렇게 좋은 세계를 남에게

다 보이고 싶구나 신선주를 가득 부어 들고 달에게 묻

기를ldquo영운은 어디 갔으며 사선 그들은 그 누구이더

냐rdquo 아무나 만나 보아 옛 소식을 물으려 하니 삼신산

이 있다는 동해에 갈 길이 멀기도 멀구나

결사 1-동해의 달맞이

松숑根근을 볘여 누어 픗

을 얼픗 드니

애 사

이 날

려 닐온 말이그

내 모

랴 上샹界계예 眞

진仙션이라 黃황庭뎡經경一일字

엇디 그

닐거

두고 人인間간의 내려와셔 우리

다 져근덧

가디 마오 이 술 잔 머거 보오 北북斗두星셩 기우

려 滄챵海

水슈 부어 내여 저 먹고 날 머겨

서너

잔 거후로니 和화風풍이 習습習습

야 兩냥腋

을 추

혀 드니 九구萬만里리 長

空공애 져기면

리로다 이

술 가져다가 四

예 고로

화 億억萬만 蒼창生

을 다 醉

근 後후의 그제야 고텨 맛나

고야 말 디쟈 鶴학을

고 九구空공의 올나가니

空공中듕 玉옥蕭쇼 소

어제런가 그제런가

나도

여 바다

구버보니 기

거니

인들 엇디 알리 明명月월이 千천山산萬만落낙의 아니

비쵠

업다

소나무 뿌리를 베고 누워서 선잠을 얼핏드니

꿈에 한 사람이 나더러 이르기를 ldquo그대(송강)를 내가

모르랴 그대는 하늘 나라의 진짜 신선이라 황정경의

한 글자를 어찌하여 잘못 읽어 가지고 속세로 귀양와서

우리를 따르는가 잠깐 동안 가지 말고 이 술 한잔 먹

어 보오rdquo 북두칠성을 국자 삼아 푸른 바닷물을 잔에

부어 저도 먹고 나도 먹이거늘 서너잔을 기울이니 화

창한 바람이 산들산들 불어 양쪽 겨드랑이를 추켜드니

구만리나 되는 먼 하늘에 웬만하면 날 것 같구나

ldquo이 술을 가져다가 온 세상에 골고루 나누어 모든 백성

들을 다 취하게 만든 후에 그 때에야 다시 만나 또 한

잔 하자꾸나lsquo

그 말이 끝나자 신선(꿈에 한 사람)은 학을 타고 하늘

로 올라가니 공중에서 들려오는 옥피리 소리가 어제던

가 그제던가 싶게 어렴풋하구나 나도 잠을 깨어 바다

를 굽어보니 그 깊이를 모르는데 끝이야 더욱 어떻게

알겠는가 밝은 달이 온 세상에 아니 비친 곳이 없다

결사 2-꿈속의 선연

lt송강가사(松江歌辭) 이선본(李選本gt

지은이가 45세 되던 선조 13년(1580)에 강원도 관찰사

에 배임(拜任)되어 부임하는 과정과 원주에 부임한 후

틈을 내어 관동 팔경을 비롯한 강원도 내의 명승지를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29 -

두루 유람하며그 승경(勝景)과 인정 풍속을 비롯해서

연군(戀君)애민의 정(情) 및 선연(仙緣)을 노래한 기행

가사의 대표적인 작품이다 멀게는 고려 충숙왕 때 안

축이 지은 경기체가 형식의 [관동별곡]과 가깝게는 명

종때 백광홍이 지은 [관서별곡] 송순의 [면앙정가]의

영향을 받은 작품으로 표현이 명쾌화려하고 탄력이 넘

치며 활달하고 낭만적이어서 지은이의 호탕한 기상이

잘 나타나 있다

총 295구로 이루어진 장편 기행 가사로 서사(처음~급

당유 풍 고텨 아니 볼 게이고) 본사(영둥이 무고~오월 댱텬의 셜은 므일고) 결사(져근덧 밤이

드러~아니 비쵠 업다)로 구성되어 있다

산에서 바다로 이어지는 여정은 그 각각의 이미지를 매

개로 하여 인간의 두 가지 존재 양식 사이에서 갈등하

는 작가의 모습을 보여 준다 산에서 본 경치는 백색의

이미지로서 고결한 위정자로서의 풍모를 드러내고 있으

며 바다에서는 인간 본연의 영원한 세계를 갈구하는

자유 분방한 정신을 표출하고 있다

다양한 어휘와 적절한 수사법을 능란하게 구사함으로

써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한층 높은 경지로 끌어 올린

작품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사미인곡(思美人曲)

송강 정 철

이 몸 삼기실 제 님을 조차 삼기시니 緣分(연분)이며 하 모 일이런가 나 나 졈어 잇

고 님 나 날 괴시니 이 음 이 랑 견졸 노여 업다

이 몸이 태어날 때에 임을 따라서 태어나니 한평생의

연분이며 하늘이 모를 일이던가내가 오직 젊어 있고

임은 오직 나를 사랑하시니 이 마음과 이 사랑을 비교

할 곳이 전혀 없다

서사 1-임과의 인연

平生(평)애 願(원) 요 녜자 얏더니

늙기야 므 일로 외오 두고 글이고 엇그제 님

을 뫼셔 廣寒殿(광한뎐)의 올낫더니그더 엇디

야 下界(하계)예 랴오니 올 적의 비슨 머리 얼

킈연디 三年(삼년)이라 臙脂粉(연지분) 잇마 눌 위여 고이고 음의 친 실음 疊疊(텹텹)

이 혀 이셔 짓니 한숨이오 디니 눈믈이라

人生(인)은 有限(유) 시도 그지업다

평생에 원하기를 임과 함께 살아가고자 했는데 늙어서

야 무슨일로 외따로 두고 그리워하는가 엊그제 임을

모시고 광한전에 올라 있었는데 그 사이에 어찌하여 이

하계에 내려왔느냐 임을 떠나 올 적에 빗은 머리가 헝

클어진 지삼 년일세 연지와 분이 있지마는 누구를 위

해서 예쁘게 화장할 것인가 마음에 맺힌 시름이 겹겹

이 쌓여 있어서 짓는 것이 한수밍요 떨어뜨리는 것이

눈물이라 인생은 한이 있는데 시름은 끝이 없다

서사 2-임에 대한 그리움

無心(무심) 歲月(셰월)은 믈 흐 고야 炎

凉(염냥)이 아라 가 고텨 오니 듯거니

보거니 늣길일도 하도 할샤

아무 생각이 없는 세월은 물 흐르듯 빨리 지나가는구

나 더위와 추위가 때를 알아서 가자마자 다시 오니 듣

고 보는 가운데서 느낄일이 많기도 많구나

서사 3-세월의 무상함

東風(동풍)이 건듯 부러 積雪(젹셜)을 헤텨내니 窓

(창) 밧긔 심근 梅花(화) 두세 가지 픠여셰라 득 冷淡(담) 暗香(암향)은 므 일고 黃昏

(황혼)의 이 조차 벼 마 빗최니 늣기 반기 님이신가 아니신가

뎌 梅花(화) 것거 내여 님 겨신 보내오져 님

이 너 보고 엇더타 너기실고

봄바람이 문득 불어서 쌓인 눈을 헤쳐내니 창밖에 심은

매화가 두세 가지 피었구나 가뜩이나 쌀쌀하고 담담한

데 그윽하게 풍기는 향기는 또 무슨 일인가 황혼에 달

이 따라와 배갯머리에 비치니흐느껴 우는 듯 반기는

듯하니 임이신가 아니신가 저 매화를 꺾어 내어 임 계

신 곳에 보내고 싶다 그러면 임이 너 (매화)를 보고

어떻다고 생각하실까

본사 1-춘원(春怨)

디고 새 닙 나니 綠陰(녹음)이 렷 羅幃

(나위) 寂寞(젹막)고 繡幕(슈막)이 뷔여 잇다 芙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30 -

蓉(부용)을 거더 노코 孔雀(공쟉)을 둘러 두니 득 시 한 날은 엇디 기돗던고鴛鴦錦(원앙금)

버혀 노코 五色線(오션) 플텨 내여 금자 견화

이셔 님의 옷 지어 내니 手品(슈품)은니와 制度

(졔도)도 시고 珊瑚樹(산호슈) 지게 우 白玉函(옥함)의 다마 두고 님의게 보내오려 님 겨신

라보니 山(산)인가 구롬인가 머흐도 머흘시

고 千里 萬里(쳔리 만리)길흘 뉘라셔 자갈고니

거든 여러 두고 날인가 반기실가

꽃이 지고 새 잎이 피어나니 녹음이 우거졌는데 비단

포장이 적막하고 수놓은 장막이 텅 비어 쓸쓸하다 연

꽃을 수놓은 비단 휘장을 걷어 놓고 공작을 수놓은 병

풍을 둘러 치니 가뜩이나 시름이 많은데 날은 어찌 그

리 길던가 원앙새 수놓은 비단을 베어 놓고 오색실을

풀어 내어 좋은 자로 재어서 임의 옷을 지어내니 솜씨

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격식도 갖추었구나 백옥으로

만든 함에 담아 산호로 만든 지게 위에 얹어 놓고 임에

게 보내려고 임 계신 곳을 바라보니 산인지 구름인지

험하기도 험하구나 천만 리나 되는 먼 길을 누가 찾아

갈 것인가 가면은 함을 열어 놓고 나를 본것처럼 반가

워하실까

본사2-하원(夏怨)

밤 서리김의 기겍러기 우러 녤 제 危樓(위루)

에 혼자 올라 水晶簾(슈졍념) 거든말이 東山(산)의

이 나고 北極(븍극)의 별이 뵈니 님이신가 반기

니 눈믈이 절로 난다 淸光(쳥광)을 쥐여 내여 鳳

凰樓(봉황누)의 븟티고져 樓(누) 우 거러 두고

八荒(팔황)의 다 비최여 深山窮谷(심산궁곡) 졈낫

티 그쇼셔

하룻밤 서리가 내린 무렵에 기러기가 울며 지나갈 때

높은 누각에 혼자 올라가 수정으로 만든 밭을 걷으니

동산에 달이 떠오르고 북극성이 보이므로 임이신가 하

여 반가워하니 눈물이 절로 난다 밝은 달을 잡아 내어

임 계신 곳에 보내고 싶구나 임께서 그 달을 누각 위

에 걸어 노고 온 세상을 다 비추어 깊은 산 골짜기 까

지도 대낮같이 밝게 하소서(밝은 정치를 베푸소서)

본사 3-추원(秋怨)

乾坤(건곤)이 閉塞(폐)야 白雪(셜)이 빗친

제 사은니와 새도 긋쳐 잇다 瀟湘南畔(쇼

샹남반)도 치오미 이러커든 玉樓高處(옥누고쳐)야

더욱 닐러 므리陽春(양츈)을 부쳐 내여 님 겨

신 쏘이고져茅簷(모쳠) 비쵠 玉樓(옥누)의

올리고져 紅裳

(홍샹)을 니믜 고 翠袖(슈) 半(반)만 거더

日暮脩竹(일모슈듁)의 혬가림도 하도 할샤 댜 수이 디여 긴 밤을 고초 안자 靑燈

(쳥등) 거른 겻 鈿箜葔(뎐공후)노하 두고 의나

님을 보려 밧고 비겨시니 鴦衾(앙금)도 도

샤 이 밤은 언제 샐고

하늘과 땅이 꽉막힌 것처럼 흰 눈으로 온통 덮여 있으

니 사람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날아디는 새도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다 소상강 남쪽 지방같이 따뜻한 이 곳

도 추위가 이러한데 하물며 임계신 북쪽 지방이야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따뜻한 봄볕을 부쳐 내어 임 계신

곳에 쏘이고 싶다 초가집 처마에 비친 해를 임계신 곳

에 올리고 싶다 붉은 치마를 여미어 입고 푸른 소매를

반쯤 걷어 해질 무렵 대나무에 의지하여 여러 가지 생

각이 많기도 하구나 짧은 겨울해가 이내 넘어가니 긴

밤을 꼿꼿이 앉아서 청사초롱을 걸어 둔 곁에 자개 입

힌 공후를 놓아 두고 꿈에나 임을 만나 보려고 턱을

받치고 기대어 있으니 원앙금침이 차갑기도 하구나 이

밤은 언제 샐것인가

본사 4-동원(冬怨)

도 열두 도 셜흔 날 져근덧 각마

라 이 시 닛쟈 니 의 쳐 이셔 骨髓(골

슈)의 텨시니 扁鵲(편쟉)이 열히 오나 이 병을

엇디리 어와 내 병이야 이 님의 타시로다 하

리 싀어디여 범나븨 되오리라 곳나모 가지마다 간

죡죡 안니다가 향 므든 애로 님의 오 올므

리라 님이야 날인 줄 모셔도 내 님 조려 노

하루도 열두 때 한 달도 서른 날 잠시 라도 생각을

말아 가지고 이 시름을 잊으려 해도 마음 속에 맺혀

있어서 뼛속까지 사무쳤으니 편작 같은 명의가 열명이

온다 한들 이 병을 어찌할 것인가

아아 내 병이여 이 병을 어찌할 것인가

아아 내 병이여 이 임의 탓이로다 차라리 죽엇 호랑

나비가 되리라 꽃나무 가지에 가는 곳마다 앉으며 돌

아다니다가 향기 묻은 날개로 임의 옷에 앉으리라 임

께서 나인 줄을 모르신다 해도 나는 끝까지 임을 따르

려 하노라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31 -

결사 -임을 향한 변함 없는 마음

lt성주본 송강가사gt

작품의 감상

작자가 50세 되던 해에 반대 정파의 탄핵을 받고 전남

창평으로 물러나 우거(寓居)하면서 임금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여인이 사랑하는 사람을 그리는 심정에 의탁하

여 부른 노래이다 이 작품의 제목인 〈사미인곡(思美

人曲)〉은 중국 굴원이 지은 〈이소(離騷)〉의 제 9편

에 나오는 lsquo사미인(思美人)rsquo이라는 편명에서 따온 것으

로 보이며 그 작품 역시 충군(忠君)의 내용을 담고 있

어 내용 또한 그 영향을 받은 것으로 짐작된다

또 임금을 임으로 설정하여 노래한 것은 고려 속요인

〈정과정〉과 맥을 같이하고 있으며 임에 대한 헌신적

사랑의 표현은 〈가시리〉〈동등〉등과 접맥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작품은〈속미인곡〉과 더불어 가사 문학의 극치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일찍이 서포 김만중은 〈사미인

곡〉 〈속미인곡〉 〈관동별곡〉을 가리켜 lsquo좌해진문

장 지차삼편(左海眞文章 只此三篇우리 나라의 참된 문

장은 오직 이 세 편뿐이다)rsquo라고 하였다 이 노래는

서사 본사 결사 세 부분으로 되어 있는데 본사는 다

시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나뉘어 있다

속미인곡(續美人曲)

송강 정 철

뎨 가 뎌 각시 본듯도 뎌이고

天上(텬상) 白玉京(옥경)을 엇디야 離別(니별)고

다 뎌 져믄 날의 눌을 보라 가시고

저기가는 저 젊은 여인 본 듯도 하구나 임금님이 계

시는 서울을 어찌하여 이별하고 해가 다 져서 저무는

날에 누구를 보러 가시는 고

rarr서사1 - 서울을 떠나온 이유(갑녀의 질문)

어와 네여이고 내 셜 드러보오

내 얼굴 이 거동이 님 괴얌즉 냐마

엇딘디 날 보시고 네로다 녀기실나도 님을 미더 군디 전혀 업서

이야 교야 어러이 구돗디

반기시 비치 녜와 엇디 신고

누어 각고 니러 안자 혜어니

내 몸의 지는 죄 뫼티 혀시니

하히라 원망며 사이라 허믈랴

셜워 플텨 혜니 造物(조물)의 타시로다

아아 너로구나 내 사정 이야기를 들어보오

나의 생김새와 행동거지가 임의 사랑을 받을 수 있겠느

냐마는 어쩐지 나를 보시고 (내가 사랑할 사람은 바

로) 너로구나 하며 특별히 사랑하시기에 나도 임을 믿

어 딴 생각이 전혀 없어 응석과 애교를 부리면서 (얼마

나) 어지럽게 굴었던지 (나를) 반가워 하시는 얼굴빛

이 예날과 어찌 다르신가 누워 생각하고 일어나 앚아

헤아리니 내 몸의 지은 죄가 산같이쌓였으니 하늘을 원

망하겠으며 사람을 탓하겠는가 하도 서러워 여러 가지

로 깊이 생각해보니 조물주의 탓이로구나

rarr서사2 - 자책과 체념(을녀의 대답)

글란 각 마오

그렇게는 생각하지 마시오

rarr본사1 - 갑녀의 위로

친 일이 이셔이다

님을 뫼셔 이셔 님의 일을 내 알거니

믈튼 얼굴이 편실적 몃날일고

春寒(츈한) 苦熱(고열)은 엇디야 디내시며

秋日(츄일) 冬天(동텬)은 뉘라셔 뫼셧고

粥早飯(쥭조반) 朝夕(조석)뫼 녜와 티 셰시가

기나긴 밤의 은 엇디 자시고

마음 속에 맺힌 일이 있습니다 예전에 임을 모신적이

있어서 임의 일을 내가 잘 아는데 물과 같이 연약한

체질이 편하실 때가 며칠이나 될꼬 이른 봄의 추위와

한여름의 더위를 어떻게 지내시며 가을과 겨울날은 누

가 모셨는가 죽조반과 아침 저녁 진지는 옛날과 같이

잘 잡수시는가 기나긴 밤에 잠은 어떻게 주무시는가

rarr본사2-임에 대한 염려(을녀의 사설)

님다히 消息(소식)을 아무려나 아쟈니

오도 거의로다 일이나 사 올가

내 둘 업다 어드러로 가쟛 말고

잡거니 밀거니 놉픈 뫼 올라가니

구름은 니와 안개 므일고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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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川(산쳔)이 어둡거니 日月(일월)을 엇디보며

咫尺(지척)을 모거든 千里(쳔리) 라보랴

리 믈의 가 길히나 보랴니

람이야 믈결이야 어둥졍 된뎌이고

샤공은 어 가고 븬 만 걸렷고

江天(간텬)의 혼자 셔셔 디 구버보니

님 다히 消息(소식)이 더옥 아득뎌이고

임이 계시는 곳의 소식을 어떻게든지 알려고 하니 오늘

도 거의 지나갔구나 내일이나 임의 소식을 전해줄 사

람이 올까 내 마음을 둘 곳이 없다 어디로 가자는 말

인가 (나무같은 것을) 잡기도 하고 밀기도 하면서 높

은 산에 올라가니 구름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안개는

또 무슨 일로 저렇게 기어 있는가 산천이 어두운데 해

와 달을 어떻게 보겠으며 지척을 모르겠는데 천 리나

되는 먼 곳을 (어떻게) 바라몰 수 있으랴 차라리 물가

에 서서 뱃길이나 보려고 하니 바람과 물결이 어수선하

게 되었구나 사공은 어디가고 빈 배만 걸려있는가 강

변에 홀로서서 지는 해를 굽어보니 임계신 곳의 소식이

더욱 아득하구나

rarr본사3-임의 소식을 애타게 기다림(을녀의 사설)

茅簷(모쳠) 자리의 밤듕만 도라오니

半壁(반벽) 靑燈(청등)은 눌 위야 갓고

오며 리며 헷드며 바자니니

져근덧 력진力盡(녁진)야 픗을 잠간 드니

精誠(정셩)이 지극야 의 님을 보니

玉(옥)튼 얼굴이 半(반)이나마 늘거셰라

의 머근 말 슬장 쟈니

눈믈이 바라나니 말인들 어이며

情(정)을 못다야 목이조차 몌여니

오뎐된 鷄聲(계셩)의 은 엇디 돗던고

초가집 차가운 잠자리에 한밤중이 돌아오니 벽에 걸려

있는 등불은 누구를 위하여 밝아 있는가 산을 올라가

기도 하고 내려가기도 하면서 헤메며 오락가락 돌아다

니다가 잠깐 사이에 힘이 다하여 풋잠이 잠깐 들었는

데 정성이 지극하여 꿈속에서 임을 보니 옥과 같이 곱

던 임의 얼굴이 반넘게 늙었구나 마음 속에 품은 생각

을 실컷 아뢰려고 하였더니 눈물이 잇달아 쏟아지니

말인들 어찌하며 정회도 다 못풀어 목마저 메어오니

방정맞은 닭울음소리에 잠은 어찌 깨었던가

rarr본사4-독수공방의 한과 꿈에서 만난 임

(을녀의 사설)

어와 虛事(허)로다 이 님이 어 간고

결의 니러 안자 窓(창)을 열고 라보니

어엿븐 그림재 날 조 이로다

리 싀여디어 落月(낙월)이나 되야이셔

님 겨신 窓(창) 안 번드시 비최리라

아아 헛된 일이로다 내 임이 어디 갔는고 꿈결에 일

어나 앉아 창을 열고 바라보니 불쌍한 그림자만이 나

를 따라올 뿐이로다 차라리 죽어서 지는 달이나 되어

임 계신 창 안에 환하게 비치리라

rarr결사-죽어서라도 임을 따르겠다는 다짐

(을녀의 사설)

각시님 이야니와 구 비나 되쇼셔

각시님 달은커녕 궂은 비나 되십시오

rarr결사-갑녀의 위로

〈해설〉

사미인곡의 속편으로 지은이가 동인(東人)으로 탄핵을

받고 고향인 전라남도 창평에 낙향해 있을 때에 임금

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두 여인의 대화 형식을 빌려 노

래한 작품이다 이 작품의 현대어 해석에 나와 있는 lsquo갑

녀(甲女)rsquo와 lsquo을녀(乙女)rsquo는 편의상 붙인 이름으로 갑녀

는 보조적 위치에 있는 화자이며 을녀가 지은이를 대

변하는 주된 화자이다 〈사미인곡〉과 더불어 가사 문

학의 최고봉이라 일컬어지는데 특히 순수한 우리말의

구사가 절묘하며 대화 형식으로 구성하여 표현에 참신

성을 더한 것은 lsquo금상첨화(錦上添花)rsquo라 할 수 있을 것

이다

홍만종은 〈순오지(旬五志)〉에서 이 작품을 제갈공명

의 〈출사표(出師表)〉에 비견할 만하다고 극찬하였으

며 서포 김만중은 〈서포만필(西浦漫筆)〉에서 ldquo예로부

터 우리 나라의 참된 문장은 오직 이 세 편(사미인곡

속미인곡 관동별곡)뿐이데다시 이 세편에 대하여 논할

것 같으면 그 중에서 속미인곡이 더욱 뛰어나다 관동

별곡과 사미인곡은 오히려 한자음을 빌려서 그 가사 내

용을 꾸민 데 지나지 않는다rdquo라고 하였다

규원가(閨怨歌)

허난설헌

엇그제 저멋더니 마 어이 다 늘거니

少年行樂(소년 행락) 생각니 일러도 속절업다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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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거야 서른 말 자니 목이 멘다

엊그제 젊었었는데 어찌 벌써 다 늙어버렸는가 어린

시절에 즐겁게 지내던 일을 생각하니 말해 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 이렇게 늙은 뒤에 서러운 얘기를 하자니

목이 멘다

rarr기1-늙음의 한탄

父生母育(부생 모육) 辛苦(신고)야 이 내 몸 길러 낼

公侯配匹(공후 배필) 못 바라도 君子好逑(군자 호구) 願

(원)더니

三生(삼생)의 怨業(원업)이오 月下(월하)의 緣分(연분)으

長安遊俠(장안 유협) 輕薄子(경박자)를 치 만나 잇

서 當時(당시)의 용심(用心)기 살어름 디듸는 부모님이 나를 낳아서 고생하여 길러낼 때 높은 벼슬아

치의 배필을 바라지는 못했어도 훌륭한 남자의 좋은

짝이 되기를 원했더니 삼생의 원망스러운 업보요 월

하 빙인이 정해 준 연분으로 놀기 좋아하고 경박한 사

람을 꿈같이 만나 가지고 시집 간 뒤 조심하면서 마음

졸이기를 꼭 살얼음 디디듯하였다

rarr기2-젊은 시절의 회상

三五二八(삼오 이팔) 겨오 지나 天然麗質(천연 여질)절

로 이니

이 얼골 이 態度(태도)로 百年期約(백년 기약) 얏더니

年光(연광)이 훌훌고 造物(조물)이 多時(다시)야

봄바람 가을 믈이 뵈오리 북 지나듯

雪鬂花顔(설빈 화안) 어 가고 面目可憎(면목 가증) 되

거고나

내 올골 내 보거니 어느 님이 날 괼소냐

스스로 慙愧(참괴)니 누구를 怨望(원망)리

십오륙 세가 겨우 지나 타고난 아름다운 모습이 절로

나타나니 이 얼굴 이 태도로 (남편과)평생을 약속하였

더니 세월이 빨리 지나가고 조물주가 시기가 많아서

세월의 빠르기가 베 짤 때 북이 지나가는 듯 젊고 아

름다운 얼굴은 어디로 가고 추한 모습이 되었구나 내

얼굴을 내가 보아 알거니와 어느 임이 나를 사랑하겠는

가 스스로 생각해도 부끄러운데 누구를 원망하리

rarr기3-세월의 무상함과 늙음의 한탄

三三五五(삼삼 오오) 冶遊園(야유원)의 새 사람이 나단

말가

곳 피고 날 저물 제 定處(정처) 업시 나가 잇어

백마(白馬) 금편(金鞭)으로 어어 머므는고

원근(遠近)을 모르거니 消息(소식)이야 더욱 알랴

因緣(인연)을 긋쳐신들 각이야 업슬소냐

얼골을 못 보거든 그립기나 마르려믄

열두 김도 길샤 설흔 날 至理(지리)다

玉窓(옥창)에 심 梅花(매화) 몃 번이나 픠여진고

겨을 밤 차고 찬 제 자최눈 섯거 치고

여름날 길고 길 제 구 비 므스 일고

三春花柳(삼춘 화류) 好時節(호시절)의 景物(경물)이 시

름업다

가을 방에 들고 蟋蟀(실솔)이 床(상)에 울 제

긴 한 숨 디 눈물 속절업시 헴만 만타

아마도 모진 목숨 죽기도 어려울사

몇 명씩 떼지어 다니는 술집에 새 기생이 나타났다는

말인가 꽃 피고 날 저물 때 일정한 거처도 없이 나가

서 호사로운 차림새로 어디어디 가서 머므는가 바깥출

입이 없어 원근 지리를 모르는데 임의 소식이야 더구나

알 수 있으랴 인연을 끊었다고 하지만 임에 대한 생각

이야 어찌 없겠는가 만나지 못할 임이라면 그립지나

말일이지 하루도 열두때 길기도 하구나 한 달이 지루

하다 옥창에 심은 매화가 몇 번이나 피었다가 졌는고

겨울 밤 차고 찬 때에 눈보라가 섞어 치고 여름날 길고

긴 때에 궂은비는 또 무슨 일인가 꽃 피고 새 잎이 돋

는 좋은 계절 봄에도 보이는 경치가 시름이 없다 가을

달이 방에 비치고 귀뚜라미가 침상에서 울 때 긴 한숨

떨어지는 눈물에 헛되이 생각하는 것만 많다 아마도

모진 목숨 죽기도 어렵구나

rarr승-방탕한 남편에 대한 원망과 독수공방의 한

도로혀 풀쳐 혜니 이리 여 어이 리

靑燈(청등)을 돌라 노코 綠綺琴(녹기금) 빗기 안아

碧蓮花(벽련화) 한 곡조를 시름 조 섯거 타니

瀟相夜雨(소상야우)의 댓소리 섯도 華表(화표) 千年(천 년)의 別鶴(별학)이 우니 玉手(옥수)의 타는 手段(수단) 녯 소 잇다마芙蓉帳(부용장) 寂寞(적막)니 뉘 귀에 들리소니

肝腸(간장)이 九曲(구곡)되야 구븨구븨 쳐서라

돌이켜 여러 모로 생각해 보니 이렇게 살아서 어찌하겠

는가 등불을 돌려 놓고 녹기금을 비스듬히 안아 벽련

화 한 곡조를 시름까지 섞어 타니 소상강의 밤비에 대

나무 잎 소리가 섞여 들리는 듯 천년만에 돌아온 학이

화표주에 앉아 우니는 듯섬섬옥수로 타는 솜씨가 옛

소리를 간직하고 있다마는 부용장 안에 임이 없으니 누

구 귀에 들리겠는가 구곡간장이 굽이굽이 끊어지는 것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34 -

같구나

rarr전-거문고로 시름을 달램

하리 잠을 드러 의나 보려 니

바람의 디 닙과 풀 속에 우는 즘생

므스 일 원수로서 잠조차 오다

천상(天上)의 牽牛織女(견우 직녀) 銀河水(은하수) 박혀

서도

七月七夕(칠월 칠석)一年一度(일년 일도)失期(실기)치

아니거든

우리 님 가신 후는 무슨 弱水(약수) 가렷관듸

오거나 가거나 소식(消息)조차 쳣는고

欄干(난간)의 비겨 셔서 님 가신 바라보니

초로(草露) 맷쳐 잇고 暮雲(모운)이 디나갈 제

竹林(죽림) 푸른 고 새 소리 더욱 설다

세상의 서룬 사람 수업다 려니와

薄命(박명) 紅顔(홍안)이야 날 가니 이실가

아마도 이 님의 지위로 살동말동 여라

차라리 잠이 들어 꿈에서나 임을 보려하니 바람에 지는

나뭇잎과 풀 속에서 우는 벌레가 나와 무슨 원수가 졌

길래 잠조차 깨우는가 하늘의 견우 직녀는 은하수가

막고 있어도 일 년에 한 번 칠월 칠석날에는 기약을 어

기지 않고 만나는데 우리 임이 가신 후에는 무슨 약수

가 가로막고 있길래 오고 가는 소식조차 끊어졌는고

난간에 기대어 서서 임 계신 곳을 바라보니 풀잎에 이

슬은 맺혀있고 저녁 구름이 지나갈 때 대나무 숲 푸른

곳에 새 소리가 더욱 섧다 세상에 서러운 사람이 수없

이 많다고 하지만 기구한 팔자를 타고난 사람이야 나

같은 이가 또 있을까 아마도 임 때문에 살 듯 말 듯하

구나

rarr결-애타게 임을 기다리는 마음

〈감상〉

조선 시대 봉건 사회 제도 아래서 오직 인종(忍從)만을

미덕으로 알고 살아야 했던 부녀자의 한(恨)을 노래한

작품으로 일명 원부사(怨夫詞) 또는 원부사(怨夫辭)라

고도 한다 좋은 배필을 원했지만 뜻밖에도 경박스럽고

방탕한 남편을 만나 평생을 피맺힌 한(恨)과 그리움 속

에 보내야 하는 한 여인의 애달픈 사연을 통해 남성

위주의 사회가 가져오는 병폐를 실감 있게 형상화한 작

품이라 할 수 있다

Page 17: 구지가(龜 歌) - middle.gongbuwarac.commiddle.gongbuwarac.com/Common/Popup/FileDownloadAs.aspx?FileName=/ite… · 미륵(彌勒) 좌주(座主) 뫼셔롸. 미륵 좌주를 모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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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래 고려 가요 고려 속요 장가(長歌) 전 6연 1연은 3구 2-6연은 6구 3음보

형식 전 6연의 분연체 1연은 3구 2~6연은 6구 3음보 3 3 4조

성격 서정적 민요적

구성 서사 - 본사 - 결사의 3단 구성

1연 기 태평성대를 갈구함

2연 -5연 서 불가능한 상황 설정으로 영원한 사랑을 갈구함

6연 결 임에 대한 끊임없는 사랑과 믿음

표현 반복법(운율을 형성하며 주제를 부각시키기 위해 사용)과장법 역설법 반어법을 사용하여 불가

능한 것을 가능으로 설정해 놓고 영원한 사랑을 역설적으로 노래했고 한 연에 똑같이 되풀이 되는 2구

가 있어 감정을 강조하고 있으며 소망형인 어미로 끝내면서 화자의 간절한 소망을 느끼게 하고 있다

제재 임에 대한 사랑

주제 임에 대한 영원한 사랑 임에의 영원한 연모의 정 태평 성대(太平聖代)의 기원)

의의 대부분의 고려 가요가 이별이나 애원 또는 향락의 정서를 읊고 있는 데 반해 영원한 사랑을 주

제로 하고 있는 것이 특색이다 불가능한 상황 설정을 통해 사랑의 절실함을 표현하고 있다

가시리

가시겠습니까 가시겠습니까

나를 버리고 가시겠습니까

나는 어찌 살라 하고 버리고 가시렵니까

붙잡아 둘 일이지마는 서운하면 아니 올까 두렵습니다

서러운 임을 보내옵나니

가자마자 곧 가시는 것처럼 돌아서서 오십시오

갈래 고려 속요 lsquo귀호곡(歸乎曲)rsquo 이라고도 함

형식 분절체 4연 각 2구의 분연체(分聯體)

성격 서정적 민요적

운율 외재율 3middot3middot2조 3음보

구성 4단 구성 기middot승middot전middot결

제재 임과의 이별

주제 이별의 정한(情恨)과 애이불비(哀而不悲)의 사랑

기 뜻밖의 이별에 대한 놀라움과 원망에 찬 하소연

승 하소연의 고조 또는 슬픔의 고조

전 감정의 절제와 체념

결 이별 후의 소망과 기원(주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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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동

덕은 뒤에 바치옵고 복은 앞에 바치오니

덕이며 복이라 하는 것을 진상하러 오십시오

정월 냇물은 아아 얼려 녹으려 하는데

세상에 태어나서 이 몸이여 홀로 살아가는구나

2월 보름에 아아높이 켜놓은 등불 같구나

만인을 비추실 모습이시도다

3월 지나며 핀 아아 늦봄의 진달래꽃이여

남이 부러워할 모습을 지니고 태어났구나

4월을 잊지 않고 아아 오는구나 꾀꼬리새여

무엇 때문에 녹사님은 옛날을 잊고계시는가

5월 5일(단오)에 아아 단옷날 아침 약은

천 년을 사실 약이기에 바치옵니다

6월 보름(유두일)에 아아 벼랑에 버린 빗같구나

돌아보실 임을 잠시나마 따르겠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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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보름에 아아 여러 가지 제물을 벌여 놓고

임과 함께 살고자 소원을 비옵니다

8월 보름은 아아 한가윗날이지마는

임을 모시고 지내야만 오늘이 뜻 있는 한가윗날

입니다

9월 9일에 아아 약이라고 먹는

노란 국화꽃이 집 안에 피니 초가집이 고요하구

10월에 아아 잘게 썰은 보리수나무 같구나

꺾어 버리신 후에 지니실 한 분이 없으시도다

11월에 봉당 자리에 아아 홑적삼을 덮고 누워

임을 그리며 살아가는 나는 너무나 슬프구나

12월에 분지나무로 깎은 아아 소반 위의 젓가락

같구나

임의 앞에 들어 가지런히 놓으니 손님이 가져다

가 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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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전춘

얼음 위에 댓닢 자리를 보아

임과 나와 얼어죽을망정

얼음 위에 댓닢 자리를 보아

임과 나와 얼어죽을망정

정을 준 오늘 밤 더디 새어라 더디 새어라

잊히지 않고 늘 염려스러운 외로운 베갯머리에

어찌 잠이 오리오

서쪽 창문을 여니 복숭아꽃이 피어나는구나

복숭아꽃이 걱정 없이 봄바람에 웃는구나 봄바람

에 웃는구나

넋이라도 임과 한 곳에

함께 지내는 모습 그리더니

넋이라도 임과 한 곳에

함께 지내는 모습 그리더니

우기던 사람이 누구였습니까 누구였습니까

오리야 오리야

어린 비오리야

여울일랑 어디 두고

소에 자러 오는가

소 곧 얼면

여울도 좋습니다 여울도 좋습니다

남산에 자리 보아

옥산을 베고 누워

금수산 이불 안에

사향 각시를 안고 누워

남산에 자리 보아

옥산을 베고 누워

금수산 이불 안에

사향 각시를 안고 누워

약 든 가슴을 맞춥시다 맞춥시다

알아주소서 임이시여 영원히 이별할 줄 모르고

지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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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래 고려 속요성격 연가 남녀상열지사 향락적 퇴폐적형식 5연으로 이루어진 분연체로 결사를 포함하여 전 6연으로 보기도 함제재 남녀간의 사랑 또는 애정특징 남녀간의 애정을 가식 없이 진솔하고도 적나라 하게 표현했고 비유와 상징 반어와 역설 감각적인 언어로 감정의 표현이 진솔하여 문학성이 높은 편주제 변치 않는 사랑에 대한 소망 임과의 영원한 사랑 기원(임과의 사랑을 직설적으로 드러냄)의의 2연과 5연이 시조 형태에 근접하고 있어 시조의 기원을 찾는 자료로서 주목받음

1연 죽음보다 강한 사랑의 정열2연 임 생각에 밤을 지새우는 애처로움3연 사랑을 배신한 임에 대한 원망4연 무절제한 사랑을 하는 임에 대한 풍자5연 임에 대한 욕망과 상상6연 임과의 이별 없는 영원한 만남을 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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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사

(

歌辭

)

상춘곡(賞春曲)

정 극 인

紅塵(홍진)에 뭇친 분네 이내 生涯(생애) 엇

더고

風流(풍류)

가天地間(천지간) 男子(남자) 몸이 날만 이

하건마

山林(산림)에 뭇쳐 이셔 至樂(지

락)을

것가

數間茅屋(수간모옥)을 碧溪水(벽계수)

앒픠

고 松竹(송죽) 鬱鬱裏(울울리)예 風月主人(풍

월 주인) 되어셔라

속세에 묻혀 사는 분들이여 이 나의 생활이 어떠한가

옛 사람들의 운치 있는 생활을 내가 따를까 못따를까

천지간 남자로 태어난 몸으로서 나만한 사람이 많건마

는 왜 그들은 자연에 묻혀사는 지극한 즐거움을 모르는

것인가

몇 간쯤 되는 초가집을 맑은 시냇물 앞에 지어 놓고소

나무와 대나무가 우거진 속에 자연의 주인이 되었구나

서사-자연에 묻혀 사는 즐거움

엇그제 겨을 지나 새봄이

돌아오니桃花杏花(도화행화)

夕陽裏(석양

리)예 퓌여 잇고綠楊芳草(녹양방초)

細(우

중)에 프르도다칼로

아 낸가붓으로 그려낸

가造化神功(조화신공)이 物物(물물)마다 헌

엊그제 겨울이 지나 새봄이 돌아오니 복숭아꽃과 살구

꽃은 저녁 햇빛 속에 피어 있고 푸른 버들과 아름다운

풀은 가랑비 속에 푸르도다 칼로 재단해 내었는가 붓

으로 그려 내었는가 조물주의 신비스러운 솜씨가 사물

마다 야단스럽구나

본사 1-봄의 아름다운 경치

수풀에 우

春氣(춘기)

내 계

워 소

마다 嬌態(교태)로다 物我一體

(물아일체)어니 興(흥)이

소냐 柴扉(시

비)예 거러 보고 亭子(정자)애 안자 보니 逍

遙吟詠(소요 음영)

야 山日(산일)이 寂寂(적

적)

閑中眞味(한중진미)

알 니 업시 호

재로다

수풀에 우는 새는 봄 기운을 끝내 못 이겨 소리마다 아

양을 떠는 모습이로다

자연과 내가 한 몸이거니 흥겨움이야 다르겠는가 사립

문 주변을 걷기도 하고 정자에 앉아 보기도 하니 천천

히 거닐며 나직이 시를 읊조려 산 속의 하루가 적적한

데 한가로움 속의 참된 즐거움을 아는 사람이 없이 혼

자로구나

본사 2-봄의흥취

이바 니웃드라山水(산수) 구경 가쟈스라 踏靑

(답청)으란 오

고 浴沂(욕기)란 來日(내

일)

새 아

에 採山(채산)

고 나조

釣水

(조수)

여보게 이웃 사람들이여 산수 구경을 가자꾸나 산책

은 오늘하고 냇물에서 목욕하는 것은 내일 하세 아침

에 산나물을 캐고 저녁에 낚시질을 하세

본사 3-산수 구경 권유

괴어 닉은 술을 葛巾(갈건)으

로 밧타 노코 곳나모 가지 것거 수 노코 먹

으리라 和風(화풍)이 건

부러 綠水(녹수)

건너오니 淸香(청향)은 잔에 지고 落紅(낙

홍)은 옷새 진다 樽中(준중)이 뷔엿거

려 알외어라 小童(소동) 아

려 酒家(주가)

에 술을 믈어얼운은 막대 집고아

술을 메고

微吟緩步(미음 완보)

야 시냇

의 호자 안자

明沙(명사) 조 믈에 잔 시어 부어 들고 淸流(청

류)

굽어보니

니 桃花(도화)ㅣ로다 武陵

(무릉)이 갓갑도다 져

거인고

이제 막 익은 술을 갈건으로 거러 놓고 꽃나무 가지를

꺾어 잔 수를 세면서 먹으리라 화창한 바람이 문득 불

어서 푸른 시냇물을 건너오니 맑은 향기는 술잔에 가

득하고 붉은 꽃잎은 옷에 떨어진다 술동이 안이 비었

으면 나더러 아뢰어라 조그만 아이를 시켜 술집에서

술을 사 가지고 어른은 지팡이를 짚고 아이는 술을 메

고 나직이 읊조리며 천천히 걸어 시냇가에 혼자 앉아

고운 모래가 비치는 맑은 물에 잔 씻어 술을 부어 들

고 맑은 시냇물을 굽어보니 떠내려오는 것이 복숭아꽃

이로다 무릉도원이 가까이 있구나 저 들이 바로 그것

인가

본사 4-술과 풍류

松間(송간) 細路(세로)에 杜鵑花(두견화)

부치 들

고峰頭(봉두)에 급피 올나 구름 소긔

안자 보니 千村萬落(천촌만락)이 곳곳이 버러 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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煙霞日輝(연하일휘)

錦繡(금수)

엇그제 검은 들이 봄빗도 有餘(유여)

소나무 사이 좁은 길로 진달래꽃을 손에 들고

산봉우리에 급히 올라 구름 속에 앉아보니 수많은 촌

락들이 곳곳에 벌여 있네 안개와 놀과 빛나는 햇살은

아름다운 비단을 펼쳐 놓은 듯 엊그제까지도 거뭇거뭇

했던 들판이 이제 봄빛이 넘치는구나

본사 5-산봉우리에서의 조망

功名(공명)도 날

우고富貴(부귀)도 날

우니淸

風明月이(청풍명월) 外(외)예 엇던 벗이 잇

올고

簞瓢陋巷(단표누항)에 흣튼 혜음 아니

아모

타 百年行樂(백년행락)이 이만

엇지

공명과 부귀가 모두 나를 꺼리니 아름다운 자연 외에

어떤 벗이 있으리오 비록 가난하게 살고 있지만 잡스

러운 생각은 아니하네 아무튼 한평생 즐겁게 지내는

것이 이만하면 족하지 않겠는가

결사-안빈 낙도

면앙정가(俛仰亭歌)

송 순

无等山(무등산) 활기 뫼히 동다히로

버더 이셔 霽月峯(제월봉)이 되여거

無邊大野(무변대야)의 므

짐쟉

노라

닐곱 구

움쳐 무득무득 버럿

가온대 구

굼긔든 늘근 뇽이 선

머리

언쳐시니

무등산 한 줄기 산이 동쪽으로 뻗어 있어 멀리 떼

어 버리고 나와 제월봉이 되었거늘 끝없이 넓은

들판에 무슨 속셈을 가지고 일곱 구비가 한 곳에

움추리어 무더기 무더기 벌여 놓은 듯 가운데 구

비는 구멍에 든 늙은 용이 풋잠을 이제 막 깨어

머리를 얹어 놓고 있는 것 같으니

rarr서사 1 - 제월봉의 위치와 형세

바희 우

松竹(송죽)을 혜혀고

정자

언쳐시니

구름

靑鶴(청학)이 千里(천 리)를 가리라

래 버렷

넓고 평평한 바위 위에 소나무 대나무를 헤치고

정자를 앉혔으니 구름을 탄 푸른 학이 천 리를

가려고 두 날개를 벌리고 있는 듯하다

rarr서사2 - 면앙정의 모습

玉泉山(옥천산) 龍泉山(용천산)

린 믈이

亭子(정자) 압 너븐 들

兀兀(올올)히 펴진드시

든 기노라 프르거든 희디마나

雙龍(쌍룡)이 뒤트

긴 깁을

어드러로 가노라 므

얏바

즈로 흐르

옥천산용천산 흘러내리는 물이 정자 앞 넓은 들

에 끊임없이 펼쳐진 듯이 넓거든 길지나 말든가

푸르거든 희지나 말지 두 마리 용이 몸을 뒤틀고

있는 듯 긴 비단을 펼쳐 놓은 듯 어디로 가느라

고 무슨 일이 바빠서 달리는 듯 따라가는 듯 밤낮

으로 흘는 듯

rarr본사 1 - 시냇물의 모습

므조친 沙汀(사정)은 눈

치 펴

거든

어즈러온 기러기

므스거슬 어르노라

안즈락

리락 모드락 흣트락

蘆花(노화)를

이 두고 우로곰 좃니

물을 따라 있는 모래밭은 눈같이 하얗게 펼쳐져

있는데 어지럽게 나는 갈매기는 무엇을 어르느라

고 앉기도 하고 내려오기도 하고 모이기도 하고

흩어지기도 하고 갈대꽃을 사이에 두고 울면서 따

라다니는가

rarr본사 2 - 기러기의 교태

너븐 길 밧기오 긴 하

두르고

즌 거슨 뫼힌가 屛風(병풍)인가

그림가 아닌가

노픈

숨거니 뵈거니 가거니 머믈거니

어즈러온 가온

일홈

도 젓티 아녀 옷독이 셧

거시

秋月山(추월산) 머리 짓고 용구산 몽선산 불대산

어등산 용진산 금성산이 허공에 버러거든

遠近(원근) 蒼崖(창애)의 머믄 것도 하도 할샤

넒은 길 밖이요 긴 하늘 아래 두르고 꽂은 것은

산인가 병풍인가 그림인가 아닌가 높은 듯 낮은

듯 끊어지는 듯 이어지는 듯 숨기도 하고 보이기

도 하고 가기도 하고 머물기도 하고 어지러운 가

운데 유명한 척하여 하늘도 두려워 하지 않고 우

뚝하게 서있는 것이 추월산으로 머리를 만들고

용구산 몽선산 불대산 어등산 용진산 금성산이 공

중에 늘어서 있으니 멀고 가까운 푸른 절벽에 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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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것도 많기도 하구나

rarr본사 3 - 산봉우리의 승경

흰구름 부흰 煙霞(연하) 프로니

山嵐(산람)이라

千巖萬壑(천암만학)을 제 집으로 삼아두고

나명셩 들명셩 일

ㅣ도 구

지고

오르거니

리거니 長空(장공)의

나거니

廣野(광야)로 건너거니

프르락 불그락 여트락 지트락

斜陽(사양)과 섯거디어 細雨(세우)조차

흰구름 뿌연 안개와 노을 푸른 것은 산 아지랑

이로구나 수많은 바위와 골짜기를 제 집으로 삼

고서 나가기도 하고 들어오기도 하면서 아양도 떠

는구나 올라가기도 하고 내려가기도 하고 먼 하

늘로 떠나기도 하고 넓은 들로 건너가기도 하고

푸르기도 하고 붉기도 하고 옅기도 하고 짙기도

하고 석양과 섞이어 가랑비조차 뿌리는구나

rarr본사 4 - 봄 풍경

藍輿(남여)

고 솔아

구븐 길노

오며 가며

적의

綠楊(녹양)의 우

黃鶯(황앵) 嬌態(교태) 겨워

고야

나모 새

지어 綠陰(녹음)이 얼린 적의

百尺欄干(백척난간)의 긴 조으름 내여 펴니

水面凉風(수면양풍)이야 긋칠 줄 모르

뚜껑없는 가마를 재촉하여 타고 소나무 아래 굽은

길로 오며 가며 하는 때에 푸른 버드나무에서

는 꾀꼬리는 온갖 교태를 부리고 있구나 나무 사

이가 우거져서 녹음이 엉긴 때에 긴 난간에 기대

어 길게 기지개를 켜니 물위에서 부는 시원한 바

람이 그칠 줄을 모르는구나

rarr 본사 5 - 여름 풍경

즌서리

딘 후의 산빗치 錦繡(금수)로다

黃雲(황운)은

엇지 萬頃(만경)의 펴겨디오

漁笛(어적)도 흥을 계워

롸 브니

된서리가 걷힌 후에 산 빛이 수놓은 비단 같구나

누렇게 익은 곡식은 또 어찌 넓은 들에 펼쳐져 있

는가 어부가 부는 피리도 흥을 못이겨 달을 따라

불고 있구나

rarr 본사 6 - 가을 풍경

草木(초목) 다 진 후의 江山이

몰커

造物(조물)리 헌

야 氷雪(빙설)로

며내니

瓊宮瑤臺(경궁요대)와 玉海銀山(옥해은산)이

眼底(안저)에 버러셰라

乾坤(건곤)도 가

열사 간 대마다 경이로다

초목이 다 떨어진 후에 강산이 눈 속에 묻혔거늘

조물주가 야단스러워 눈과 얼음으로 꾸며내니 경

궁요대(구슬로 꾸민 궁궐과 대)와 옥해은산(아름

다운 바다와 눈덮인 산) 같은 설경이 눈 아래 펼

쳐졌구나 하늘과 땅도 풍성하구나 가는 곳마다

아름다운 경치로다

rarr 본사7 - 겨울 풍경

人間(인간)을

나와도 내 몸이 겨를 업다

이것도 보려

고 져것도 드르려코

도 혀려

도 마즈려코

밤으란 언제 줍고 고기란 언제 낙고

柴扉(시비)란 뉘 다드며 딘 곳츠란 뉘 쓸려뇨

이 낫브거니 나조

라 슬

소냐

리 不足(부족)커니 來日(내일)이라

有餘(유여)

이 뫼

안자 보고 져 뫼

거러 보니

煩勞(번로)

릴 일이 아조 업다

쉴 사이 업거든 길히나 젼

리야

다만 靑藜杖(청려장)이 다 므듸어 가노

속세를 떠나왔어도 내 몸이 한가하지 않다 이것

도 보려고 하고 저것도 들으려 하고 바람도 쏘이

려 하고 달도 맞으려 하고 밤은 언제 줍고 고기는

언제 낚고 사립문은 누가 닫으며 떨어진 꽃은 누

가 쓸겠느냐 아침에도 아름다운 경치 구경하는

시간이 모자랄 지경인데 저녁이라고 싫겠는가 오

늘의 시간이 부족한데 내일이라고 여유가 있겠는

가 이 산에서 앉아보고 저 산에서 걸어보니 번거

로운 마음이지만 버릴 일이 아주 없다 쉴 사이가

없는데 사람들에게 길이나마 알려줄 수가 있겠는

가 다만 명아주 대로 만든 지팡이가 다 무디어

가는구나

rarr본사 8 - 자연애와 풍류 생활

술이 닉어가니 벗지라 업슬소냐

이며 혀이며 이아며

온가짓 소

로 醉興(취흥)을

야거니

근심이라 이시며 시

이라 브터시랴

누우락 안즈락 구브락 져츠락 울프락

노혜로 놀거니

天地(천지)도 넙고넙고 日月(일월)도 가

羲皇(희황) 모

러니 이적이야 긔로고야

神仙(신선)이 엇더턴지 이몸이야 긔로고야

술이 익어가니 벗이라고 없겠는가 노래를 부르게

하며 악기를 타고 켜게 하며 방울을 흔들며 온갖

소리로 술에 취한 흥을 재촉하니 근심이라 있겠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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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 -

며 시름이라고 붙어 있으랴 눕기도 하고 앉기도

하고 구부리기도 하고 뒤로 젖히기도 하고 읊기도

하고 휘파람을 불기도 하면서 마음놓고 놀기도

하니 천지도 넓고 넓으며 세월도 한가하다 중국

복희 황제의 태평성대를 내가 잘 몰랐더니 지금이

바로 그것이로구나 신선이 어떤 것인지 잘 몰랐

더니 내가 바로 신선이로구나

rarr본사9 - 취흥

江山風月(강산풍월) 거

리고 내 백년을 다누리면

岳陽樓(악양루) 샹의 李太白(이태백)이 사라 오다

浩蕩情懷(호탕 정회)야 이에서 더

소냐

이 몸이 이렁 굼도 亦君恩(역군은)이샷다

아름다운 대자연을 거느리고 내 한평생을 다 누리

면 조망이 좋기로 이름난 악양루 위의 이태백이

살아온다한들 넓고 큰 마음이야 이것보다 더 하겠

는가 이몸이 이렇게 지내는 것도 역시 임금님의

은혜이시도다

rarr결사 - 호탕한 정회와 군은

면앙정의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지은이가 41세 되던 해 벼슬을 그만두

고 향리인 전라남도 담양에 내려가 면앙정이라는

정자를 짓고 아름다운 자연을 벗삼아 사는 자신의 풍

류 생활을 노래한 것이다 면아정 주변의 경치4계절의

풍경 자신의 풍류 생활에 대한 멋과 흥취를 짜임새 있

게 그려낸 선경 후정의 작품이다

우리 江湖歌道(강호가도)의 전형을 확립한 작품으로

정극인의 상춘곡을 이어받아 송강의 성산별곡관동별곡

에 크게 영향을 끼쳤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결사 끝

부분의 lsquo亦君恩(역군은)이샷다rsquo와 같은 표현은 맹사성의

lsquo강호사시가rsquo에도 나타나는 것으로 자연속에서 지내는

즐거움과 연군 지정을 결합시킨 표현이라 할 수 있다

관동별곡

정 철

江강湖호애 病병이 깁퍼 竹

林님의 누엇더니 關관東

동 八팔百

里니에 方방面면을 맛디시니 어와 聖셩恩

은이야 가디록 罔망極극

다 延연秋츄門문 드리

慶경會회 南남門문

라보며 下하直직고 믈너나니 玉

옥節졀이 알

셧다

平평丘구驛역

라 黑흑水슈로 도라드니 蟾셤江

강은 어듸메오 雉티岳악이 여긔로다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의 병이 깊어 전라남도 창평에서

지내고 있었는데 800리나 되는 강원도 지방의 관찰사

소임을 맡기시니 아아 임금님의 은혜야말로 갈수록

끝이 없다 연추문으로 달려들어가 경회루의 남쪽문을

바라보며 임금님께 하직 인사를 하고 물러나니 옥절이

앞에 서 있다 양주(평구역)역에서 말을 갈아타고 여주

(흑수)로 돌아 들어가니 원주(섬강)는 어디인가 치악

산이 여기로구나

서사1-관찰사 배명과 부임의 여정

昭쇼陽양江강

린 믈이 어드러로 든단 말고 孤고臣신

去거國국에 白

髮발도 하도 할샤 東동州

밤 계오

새와 北븍寬관亭뎡의 올나

니 三삼角각山산 第뎨一일

峰봉이

마면 뵈리로다 弓궁王왕 大대闕궐 터희 烏오

鵲쟉이 지지괴니 千쳔古고 興흥亡망을 아

다 몰

다 淮회陽양 녜 일홈이 마초아

시고 汲급長

孺유

風풍彩

를 고텨 아니 볼 게이고

소양강 흘러내린 물이 어디로 흘러들어간단 말인가 외

로운 신하가 임금님 곁을 떠남에 있어서 나라에 대한

걱정이 많기도 하구나 철원(동주)에서 밤을 겨우 새운

후 북관정에 오르니(임금님이 계신 한양에 있는)삼각

산의 제일 높은 봉우리가 웬만하면 보일 것 같구나 옛

날 궁예왕이 살았던 대궐 터에 까마귀와 까치만 지저귀

고 있으니 먼 옛날의 흥망 성쇠를 까마귀와 까치 너희

들은 아느냐 모르느냐 회양이라는 이름이 옛날 중국의

지명인 회양과 마침 똑같구나(중국 회양 땅에서 선정

을 베푼)급장유의 모습을 이제 다시 (여기서)볼 수 있

지 않겠는가(급장유가 중국 회양땅에서 선정을 베푼

것처럼 정철 자신도 이곳 강원도 회양땅에서 선정을 베

풀겠다는 포부를 나타냄)

서사 2-관내 순력과 선정에 대한 포부

營영中듕이 無무事

고 時시節졀이 三삼月월인 제

花화川쳔 시내길히 楓풍岳악으로 버더 잇다 行

裝장

을 다

티고 石셕逕경의 막대 디퍼 百백川쳔洞동 겨

두고 萬만瀑폭洞동 드러가니 銀은

무지게 玉

龍룡의 초리 섯돌며

十십里리의

자시니 들을 제

우레러니 보니

눈이로다

감영(지금의 도청)안에 아무 일이 없고 시절이 마침 삼

월인 때에 화천 시냇길이 금강산으로 뻗어 있다 행장

을 다 떨쳐 버리고 돌길에 지팡이를 짚어 백천동 곁을

지나 만폭동으로 들어가니 은같은 무지개 옥 같은 용

의 꼬리처럼 생긴 폭포가 섞어 돌며 뿜는 소리가 십 리

에 깔려 있으니 멀리서 들을 때는 우렛소리더니 가까

이 가서 보니 눈(雪)이 날리는 것 같구나

본사1-만폭동 폭포의 장관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26 -

金금剛강臺

우層층의 仙션鶴학이 삿기 치니 春츈

風풍 玉옥笛

聲셩의 첫

돗던디 縞호衣의玄현裳

샹이 半반空공의 소소

니 西셔湖호

主쥬人인을

반겨셔 넘노

금강대 맨 꼭대기에 사는 선학이 새끼를 치니 봄바람

옥피리 소리에 첫 잠을 깨었던지 흰 저고리 검은 치마

로 단장한 학이(학의 날개 묘사) 공중에 솟아 뜨니 옛

날 중국 서호에서 학과 더불어 노닐던 임포를 반겨 맞

는 것 같구나(정철 자신을 임포처럼 생각함)

본사2-금강대 위의 선학

小쇼香향爐노 大대香향爐노 눈 아래 구버보고 正졍陽

양寺

眞진歇헐臺

고텨 올나 안

마리 廬녀山산 眞

진面면目목이 여긔야 다 뵈

다 어와 造조化화翁옹이

토 헌

거든

디 마나 셧거든 솟디 마나

芙부蓉용을 고잣

玉옥을 믓것

東동溟명

을 박

北북極극을 괴왓

놉흘시고 望망高

고臺

외로올샤 穴혈望망峰봉이 하

의 추미러 므

일을

로리라 千쳔萬만劫겁 디나

록 구필 줄 모

다 어와 너여이고 너

향로처럼 생긴 크고 작은 봉우리를 눈아래 굽어보고 나

서 정양사를 지나 진헐대에 다시 올라 앉으니 금강산

의 참모습이 여기서야 다 보이는구나 아아 조물주가

야단스럽기도 야단스럽구나(산봉우리들이)날아가려거

든 뛰지나 말든가 서있으려거든 (위로)솟지나 말든가

할일이지 연꽃을 꽂아 놓은 것 같기도 하고흰 옥을

묶어 놓은 것 같기도 하고 북극성을 떠받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높구나 망고대 외롭구나 혈망봉이 하늘

에 치밀어서 무슨 일을 아뢰려고 오랜 세월이 지나도록

굽힐 줄을 모르느냐 아아 너로구나 너같은 충신이

또 있을까(진헐대에서 바라본 많은 산봉우리들이 굳굳

한 모습으로 서있는 것을 보고 충신의 지조와 절개를

연상하여 표현한 구절)

본사 3-진헐대에서의 조망

心심臺

고텨 올나 衆듕香향城셩

라보며 萬만

二이千쳔峰봉을 歷녁歷녁히 혀여

니 峰봉마다

쳐 잇

고 긋마다 서린 긔운

거든 조티마나 조커든

디 마

나 뎌 긔운 흐터 내야 人인傑걸을

고쟈 形형容용

도 그지업고 체체勢셰도 하도 할샤 天텬地디 삼기실

제 自

然연이 되연마

이제 와 보게 되니 有유情정

도 有유情정

개심대를 다시 올라가서 중향성을 바라보며 금강산 만

이천 봉우리를 똑똑히 헤아려 보니 산봉우리마다 정기

가 맺혀 있고 봉우리 끝마다 서린 기운(정기) (산의

정기가)맑거든 깨끗하지나 말든가 깨끗하거든 맑지나

말 것이지(산의 정기가 맑고도 깨끗하다는 의미) 저

기운을 흩어 내어 뛰어난 인물을 만들고 싶구나 산봉

우리의 생긴 모양이 끝이 없이 다양하고 자세도 많기도

하구나 천지가 생겨날 때 자연히 된 줄 알았더니 이제

와서 보니까 조물주의 뜻이 분명히 있구나

본사 4-개심대에서의 조망

毗비盧로峰봉 上샹上샹頭두의 올라 보니 긔 뉘신고

東동山산 泰태山산이 어

야 놉돗던고 魯노國국 조븐

줄도 우리

거든 넙거나 넙은 天텬下하 엇

닷 말고 어와 뎌 디위

어이

면 알 거이고 오

디 못

거니

려가미 고이

비로봉 맨 꼭대기에 올라본 사람이 그 누구인가

동산과 태산이 그 얼마나 높던가 노나라가 작다는 것

도 우리는 모르겠는데 넓고도 넓은 천하를 어떻게 해서

작다고 공자께서는 말씀하신단 말인가 아아 저 공자

의 경지를 어떻게 하면 알 것인가 올라가지 못하는데

내려가는 것이 이상하랴

본사 5-비로봉을 본 감회

圓원通통골

길로 獅

峰봉을

자가니 그 알

너러바회 化화龍룡쇠 되여셰라 千쳔年년 老노龍룡

이 구

서려 이셔 晝듀夜야의 흘녀 내여 滄창海

해예 니어시니 風풍雲운을 언제 어더 三삼日일雨우

디련

다 陰음崖애예 이온 플을 다 살와 내여

원통골 가느다란 길로 사자봉을 찾아가니 그 앞에 넓고

평평한 바위가 화룡소가 되었구나 마치 천 년이나 묵

은 늙은 용(정철 자신을 지칭함)이 굽이굽이 서려 있어

서 밤낮으로 물을 흘려 내어 푸른 바다에 이어졌으니

용(작자 자신)아 너는 언제 풍운(선정의 기회)을 얻어

서 임금님의 은총을 백성들에게 내리려느냐 굶주리고

헐벗은 백성들을 다 살려 내려무나

본사 6-화룡소에서의 감회

磨마訶하衍연 妙묘吉길祥샹 雁안門문재 너머 디여 외

나모

리 佛블頂뎡臺

올라

니 千쳔尋심絶졀

壁벽을 半반空공애 셰여 두고 銀은河하水슈 한 구

촌촌이 버혀 내여 실

티 플텨이셔 뵈

티 거러시니

圖도經경 열 두 구

내 보매

여러히라 李니謫

션 이제 이셔 고텨 의논

게 되면 廬녀山산이 여긔도

곤 낫단 말 못

려니

마하연 묘길상을 구경하고 안문재를 넘어 내려가 외

나무 썩은 다리를 건너 불정대에 오르니 천길이나 되는

낭떠러지를 공중에 세워 놓고 은하수 한 굽이를 마디

마디 베어 내어 실같이 풀어 가지고 베처럼 걸었으니

도경(금강산 12폭포를 그림으로 그려놓은 그림책)에는

폭포가 열두굽이로 되어 있지만 내가 보기에는 그보다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27 -

더 많아 보인다 이태백이 지금 살아 있어서 다시(금강

산 12폭포와 중국의 여산폭포를 비교) 논의하게 된다

면 여산 폭포가 여기보다 더 낫다는 말은 못 할 것이

본사 7-십이 폭포의 장관

山산中듕을

양 보랴 東동海해로 가쟈

라 籃남輿여

緩완步보

야 山산映영樓누의 올나

니 玲녕瓏농 碧벽

溪계와 數수聲셩啼뎨鳥됴

離니別별을 怨원

旌졍旗긔를

티니 五오色

이 넘노

鼓고角각을

섯부니 海해雲운이 다것

鳴명沙사길 니근

이 醉

仙션을 빗기 시러 바다

두고 海

棠당花화로 드러가니 白

鷗구야

마라 네 버딘 줄 엇디 아

산중의 경치만 노상 보겠는가 동해로 가자꾸나 남녀

(뚜껑없는 가마)를 타고 천천히 걸어서 산영루(정자이

름)에 오르니 영롱하게 반짝이는 시냇물과 갖가지 소

리로 우는 새는 나와의 이별을 싫어하는 듯 여러 가지

깃발을 휘날리니 오색(빨강파랑검정노랑흰색등의

깃발)이 넘나들며 노는 듯 북과 피리를 섞어 부니 바

다의 구름이 다 걷히는 듯하다 모래밭 길에 익숙한 말

이 도취한 신선을 비스듬히 태우고 해변을 따라 해당

화가 피어 있는 곳으로 들어가니 백구야 날아가지 마

라 내가 네 친구일수도 있지 않느냐

본사 8-동해로 가는 감회

金금闌난窟굴 도라드러 叢총石셕亭뎡 올라

니 白

옥樓누 남은 기동 다만 네히 셔 잇고야 工공슈의 셩녕

인가 鬼귀斧부로 다

가 구

야 六뉵面면은 므어슬

象샹톳던고

금난굴을 돌아들어서 총석정에 오르니 바다 가운데에

돌기둥 네 개가 백옥루의 남은 기둥처럼 서 있구나 저

네 개의 돌기둥은 공수(중국 고대의 명공)가 만든 것인

가 귀신의 도끼로 다듬었는가 구태여 그 돌기둥이 여

섯 모가 난 것은 무엇을 본뜬 것인가

본사 9-총석정의 장관

高고城셩을란 뎌만 두고 三삼日일浦포

자가니 丹

단書셔

宛완然연

되 四

仙션은 어

가니 예 사흘

머믄 後후의 어

머믈고 仙션遊유潭담 永영郎

냥湖호 거긔나 가 잇

가 淸

澗간亭뎡 萬만景경臺

몃 고

안돗던고

고성을 저만큼 두고 삼일포를 찾아가니 영랑의 무리

(신라 때 네 명의 화랑 곧 사선)가 남쪽으로 갔다는

글씨는 뚜렷한데 사선은 어디 갔는가 여기서 사흘을

머문 후에 어디 가서 또 머물렀을까 선유담 영랑호

거기나 가 있는가 청간정 만경대 몇 곳에 앉았던가

본사 10-삼일포에서의 회고

梨니花화

셔 디고 졉동새 슬피 울 제 洛낙山산東

동畔반으로 義의相샹臺

예 올라 안자 日일出츌을 보

리라 밤듕만 니러

니 祥샹雲운이 집

동 六뉵龍뇽

이 바퇴

동 바다

날 제

萬만國국이 일위더니

天텬中듕의 티

니 毫호髮발을 혜리로다 아마도 녈구

름 근쳐의 머믈셰라 詩시仙션은 어

가고 咳

唾타만

나맛

니 天텬地디間간 壯장 긔별

셔히도

셔이

배꽃은 벌써 떨어지고 접동새가 슬피 울 때에 낙산의

동쪽 언덕에 있는 의상대에 올라앉아 해 뜨는 것을 보

려고 한 밤중에 일어나니 상서로운 구름이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듯 여섯 마리의 용이 떠받치고 있는 듯

해가 바다에서 떠날 때는 온 세상이 흔들리는 것 같더

니 하늘로 치솟아 오르니 가느다란 터럭을 셀 수 있을

정도로 밝구나 혹시나 지나가는 구름(간신을 비유함)

이 햇빛을 가릴까 두렵다 이백은 어디 가곡 그가 남긴

유명한 말(咳唾(해타)-이백은 lsquo등금릉봉황대rsquo라는 시에

서 간신이 임금의 총명을 흐리게 하는 것을 구름이 해

를 가리는 것에 비유했음)만 남아 있는가 천지간에 굉

장한 소식(사연)이 그의 시에 자세히도 표현되어 있구

본사 11-의상대에서의 일출의 장관

斜샤陽양 峴현山산의 척

을 므니

와 羽우蓋개芝

지輪륜이 鏡경浦포로

려가니 十십里리 氷빙紈환을

다리고 고텨 다려 長

松숑 울흔 소개 슬

장 펴뎌시

니 믈결도 자도 잘샤 모래

혜리로다 孤고舟쥬 解

纜람

야 亭뎡子

올나가니 江강門문橋교 너믄

大대洋양이 거긔로다 從

容용댜 이 氣긔像샹

闊활遠원댜 뎌 境경界계 이도곤

어듸 잇

닷 말고 紅홍粧장 古고事

리로다

江강陵능 大대都도護호風풍俗쇽이 됴흘시고 節졀孝효

旌졍門문이 골골이 버러시니 比비屋옥可가封봉이 이제

도 잇다

저녁 햇살이 비치는 현산의 철쭉꽃을 잇달아 밟으면서

신선을 태운 수레가 경포로 내려가니 십 리나 되는 비

단을 (다리미로)다리고 다시 다린 것처럼 맑고 깨끗한

수면이 큰 소나무가 둘러싼 속에 실컷 펼쳐져 있으니

물결도 잔잔하기도 잔잔하구나 모래를 셀 수 있을 것

같도다 배 한 척을 띄워 호수를 건너가서 정자 위에

올라가니 강문교 바로 너머에 넓은 바다가 거기로구

나 조용하구나 이 기상 넓고 멀구나 저 경계(수평

선) 여기보다 더 (경치가) 잘 갖추어진 곳이 또 어디

있단 말인가 박신과 흥장의 옛일을 야단스럽다고 할

것이로다 강릉 대도호부의 풍속이 좋기도 하구나 충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28 -

신 효자 열녀 등을 표창하는 문이 고을마다 널려 있

으니 요순 시대처럼 집집마다 벼슬을 봉할 만하다는

것이 지금도 있다 할 것이로다

본사 12-경포의 장관과 강릉의 미풍 양속

眞진珠쥬館관 竹

西셔樓루 五오十십川쳔

린 믈이 太

태白

山산 그림재

東동海

로 다마 가니

하리 漢

한江강의 木목覓멱의 다히고져 王왕程뎡이 有유限

고 風풍景경이 못 슬

니 幽유懷회도 하도 할샤 客

愁수도 둘 듸 업다 仙션사

워 내여 斗두牛우로 向

살가 仙션人인을

려 丹단穴혈의 머므살가

진주관 죽서루 아래 오십천에 흘러내리는 물이 태백산

그림자를 동해로 담아가지고 흘러가니 차라리 저 물을

임금님이 계신 서울 남산에 닿게 하고 싶다 관원의 여

정에는 기한이 있고 풍경은 싫증이 나지 않으니 그윽

한 회포도 많기도 많구나 나그네의 시름도 둘 곳이 없

다 신선이 탄다는 뗏목을 띄워서 북두성과 견우성으로

향할까 사선을 찾으러 단혈에 머무를까

본사 13-죽서루에서의 객수

天텬根근을 못내 보와 望망洋양亭뎡의 올은말이 바다

밧근 하

이니 하

밧근 므서신고

득 노 고래 뉘

라셔 놀내관

블거니

거니 어즈러이 구

디고 銀

은山산을 것거 내여 六뉵合합의

五오月월

天텬의 白

雪셜은 므

일고

하늘의 끝을 끝내 못 보아 망양정에 오르니 바다 밖은

하늘인데 하늘 밖은 무엇인가 가뜩이나 노한 고래를

누가 놀리게 하기에 불기도 하고 뿜기도 하면서 어지럽

게 구는 것인가 은으로 된 산을 꺾어 내어 온 세상에

흩어 내리는 듯 오월의 아득한 하늘에 흰 눈이 무슨 일

인가

본사 14-망양정에서의 조망

져근덧 밤이 드러 風풍浪낭이 定뎡

扶부桑상 咫

지尺

의 明명月월을 기

리니 瑞셔光광 千쳔丈

고야 珠쥬簾렴을 고텨 것고 玉옥階계

다시 쓸며 啓계明명星셩 돗도록 곳초 안자

라보니

蓮년花화 가지

뉘라셔 보내신고 일이 됴흔

世세界계

대되 다 뵈고져

流뉴霞하酒쥬

득 부어

려 무론 말이 英영雄웅은

가며 四

仙션은 긔 뉘러니 아

나 맛나 보아

긔별 뭇쟈

니 仙션山산 東동海

예 갈 길히 머도

멀샤

잠깐 사이에 밤이 되어 풍랑이 가라앉거늘 해와 달이

뜬다는 부상 가까운 거리에서 밝은 달을 기다리니 천

길이나 뻗친 상서로운 달빛이 보이는 듯하다가 숨는구

나 구슬로 만든 밭을 걷어 올리고 돌층계를 다시 쓸며

샛별이 돋을 때까지 꼿꼿이 앉아 바라보니 흰 연꽃 한

송이를 누가 보내셨는가 이렇게 좋은 세계를 남에게

다 보이고 싶구나 신선주를 가득 부어 들고 달에게 묻

기를ldquo영운은 어디 갔으며 사선 그들은 그 누구이더

냐rdquo 아무나 만나 보아 옛 소식을 물으려 하니 삼신산

이 있다는 동해에 갈 길이 멀기도 멀구나

결사 1-동해의 달맞이

松숑根근을 볘여 누어 픗

을 얼픗 드니

애 사

이 날

려 닐온 말이그

내 모

랴 上샹界계예 眞

진仙션이라 黃황庭뎡經경一일字

엇디 그

닐거

두고 人인間간의 내려와셔 우리

다 져근덧

가디 마오 이 술 잔 머거 보오 北북斗두星셩 기우

려 滄챵海

水슈 부어 내여 저 먹고 날 머겨

서너

잔 거후로니 和화風풍이 習습習습

야 兩냥腋

을 추

혀 드니 九구萬만里리 長

空공애 져기면

리로다 이

술 가져다가 四

예 고로

화 億억萬만 蒼창生

을 다 醉

근 後후의 그제야 고텨 맛나

고야 말 디쟈 鶴학을

고 九구空공의 올나가니

空공中듕 玉옥蕭쇼 소

어제런가 그제런가

나도

여 바다

구버보니 기

거니

인들 엇디 알리 明명月월이 千천山산萬만落낙의 아니

비쵠

업다

소나무 뿌리를 베고 누워서 선잠을 얼핏드니

꿈에 한 사람이 나더러 이르기를 ldquo그대(송강)를 내가

모르랴 그대는 하늘 나라의 진짜 신선이라 황정경의

한 글자를 어찌하여 잘못 읽어 가지고 속세로 귀양와서

우리를 따르는가 잠깐 동안 가지 말고 이 술 한잔 먹

어 보오rdquo 북두칠성을 국자 삼아 푸른 바닷물을 잔에

부어 저도 먹고 나도 먹이거늘 서너잔을 기울이니 화

창한 바람이 산들산들 불어 양쪽 겨드랑이를 추켜드니

구만리나 되는 먼 하늘에 웬만하면 날 것 같구나

ldquo이 술을 가져다가 온 세상에 골고루 나누어 모든 백성

들을 다 취하게 만든 후에 그 때에야 다시 만나 또 한

잔 하자꾸나lsquo

그 말이 끝나자 신선(꿈에 한 사람)은 학을 타고 하늘

로 올라가니 공중에서 들려오는 옥피리 소리가 어제던

가 그제던가 싶게 어렴풋하구나 나도 잠을 깨어 바다

를 굽어보니 그 깊이를 모르는데 끝이야 더욱 어떻게

알겠는가 밝은 달이 온 세상에 아니 비친 곳이 없다

결사 2-꿈속의 선연

lt송강가사(松江歌辭) 이선본(李選本gt

지은이가 45세 되던 선조 13년(1580)에 강원도 관찰사

에 배임(拜任)되어 부임하는 과정과 원주에 부임한 후

틈을 내어 관동 팔경을 비롯한 강원도 내의 명승지를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29 -

두루 유람하며그 승경(勝景)과 인정 풍속을 비롯해서

연군(戀君)애민의 정(情) 및 선연(仙緣)을 노래한 기행

가사의 대표적인 작품이다 멀게는 고려 충숙왕 때 안

축이 지은 경기체가 형식의 [관동별곡]과 가깝게는 명

종때 백광홍이 지은 [관서별곡] 송순의 [면앙정가]의

영향을 받은 작품으로 표현이 명쾌화려하고 탄력이 넘

치며 활달하고 낭만적이어서 지은이의 호탕한 기상이

잘 나타나 있다

총 295구로 이루어진 장편 기행 가사로 서사(처음~급

당유 풍 고텨 아니 볼 게이고) 본사(영둥이 무고~오월 댱텬의 셜은 므일고) 결사(져근덧 밤이

드러~아니 비쵠 업다)로 구성되어 있다

산에서 바다로 이어지는 여정은 그 각각의 이미지를 매

개로 하여 인간의 두 가지 존재 양식 사이에서 갈등하

는 작가의 모습을 보여 준다 산에서 본 경치는 백색의

이미지로서 고결한 위정자로서의 풍모를 드러내고 있으

며 바다에서는 인간 본연의 영원한 세계를 갈구하는

자유 분방한 정신을 표출하고 있다

다양한 어휘와 적절한 수사법을 능란하게 구사함으로

써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한층 높은 경지로 끌어 올린

작품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사미인곡(思美人曲)

송강 정 철

이 몸 삼기실 제 님을 조차 삼기시니 緣分(연분)이며 하 모 일이런가 나 나 졈어 잇

고 님 나 날 괴시니 이 음 이 랑 견졸 노여 업다

이 몸이 태어날 때에 임을 따라서 태어나니 한평생의

연분이며 하늘이 모를 일이던가내가 오직 젊어 있고

임은 오직 나를 사랑하시니 이 마음과 이 사랑을 비교

할 곳이 전혀 없다

서사 1-임과의 인연

平生(평)애 願(원) 요 녜자 얏더니

늙기야 므 일로 외오 두고 글이고 엇그제 님

을 뫼셔 廣寒殿(광한뎐)의 올낫더니그더 엇디

야 下界(하계)예 랴오니 올 적의 비슨 머리 얼

킈연디 三年(삼년)이라 臙脂粉(연지분) 잇마 눌 위여 고이고 음의 친 실음 疊疊(텹텹)

이 혀 이셔 짓니 한숨이오 디니 눈믈이라

人生(인)은 有限(유) 시도 그지업다

평생에 원하기를 임과 함께 살아가고자 했는데 늙어서

야 무슨일로 외따로 두고 그리워하는가 엊그제 임을

모시고 광한전에 올라 있었는데 그 사이에 어찌하여 이

하계에 내려왔느냐 임을 떠나 올 적에 빗은 머리가 헝

클어진 지삼 년일세 연지와 분이 있지마는 누구를 위

해서 예쁘게 화장할 것인가 마음에 맺힌 시름이 겹겹

이 쌓여 있어서 짓는 것이 한수밍요 떨어뜨리는 것이

눈물이라 인생은 한이 있는데 시름은 끝이 없다

서사 2-임에 대한 그리움

無心(무심) 歲月(셰월)은 믈 흐 고야 炎

凉(염냥)이 아라 가 고텨 오니 듯거니

보거니 늣길일도 하도 할샤

아무 생각이 없는 세월은 물 흐르듯 빨리 지나가는구

나 더위와 추위가 때를 알아서 가자마자 다시 오니 듣

고 보는 가운데서 느낄일이 많기도 많구나

서사 3-세월의 무상함

東風(동풍)이 건듯 부러 積雪(젹셜)을 헤텨내니 窓

(창) 밧긔 심근 梅花(화) 두세 가지 픠여셰라 득 冷淡(담) 暗香(암향)은 므 일고 黃昏

(황혼)의 이 조차 벼 마 빗최니 늣기 반기 님이신가 아니신가

뎌 梅花(화) 것거 내여 님 겨신 보내오져 님

이 너 보고 엇더타 너기실고

봄바람이 문득 불어서 쌓인 눈을 헤쳐내니 창밖에 심은

매화가 두세 가지 피었구나 가뜩이나 쌀쌀하고 담담한

데 그윽하게 풍기는 향기는 또 무슨 일인가 황혼에 달

이 따라와 배갯머리에 비치니흐느껴 우는 듯 반기는

듯하니 임이신가 아니신가 저 매화를 꺾어 내어 임 계

신 곳에 보내고 싶다 그러면 임이 너 (매화)를 보고

어떻다고 생각하실까

본사 1-춘원(春怨)

디고 새 닙 나니 綠陰(녹음)이 렷 羅幃

(나위) 寂寞(젹막)고 繡幕(슈막)이 뷔여 잇다 芙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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蓉(부용)을 거더 노코 孔雀(공쟉)을 둘러 두니 득 시 한 날은 엇디 기돗던고鴛鴦錦(원앙금)

버혀 노코 五色線(오션) 플텨 내여 금자 견화

이셔 님의 옷 지어 내니 手品(슈품)은니와 制度

(졔도)도 시고 珊瑚樹(산호슈) 지게 우 白玉函(옥함)의 다마 두고 님의게 보내오려 님 겨신

라보니 山(산)인가 구롬인가 머흐도 머흘시

고 千里 萬里(쳔리 만리)길흘 뉘라셔 자갈고니

거든 여러 두고 날인가 반기실가

꽃이 지고 새 잎이 피어나니 녹음이 우거졌는데 비단

포장이 적막하고 수놓은 장막이 텅 비어 쓸쓸하다 연

꽃을 수놓은 비단 휘장을 걷어 놓고 공작을 수놓은 병

풍을 둘러 치니 가뜩이나 시름이 많은데 날은 어찌 그

리 길던가 원앙새 수놓은 비단을 베어 놓고 오색실을

풀어 내어 좋은 자로 재어서 임의 옷을 지어내니 솜씨

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격식도 갖추었구나 백옥으로

만든 함에 담아 산호로 만든 지게 위에 얹어 놓고 임에

게 보내려고 임 계신 곳을 바라보니 산인지 구름인지

험하기도 험하구나 천만 리나 되는 먼 길을 누가 찾아

갈 것인가 가면은 함을 열어 놓고 나를 본것처럼 반가

워하실까

본사2-하원(夏怨)

밤 서리김의 기겍러기 우러 녤 제 危樓(위루)

에 혼자 올라 水晶簾(슈졍념) 거든말이 東山(산)의

이 나고 北極(븍극)의 별이 뵈니 님이신가 반기

니 눈믈이 절로 난다 淸光(쳥광)을 쥐여 내여 鳳

凰樓(봉황누)의 븟티고져 樓(누) 우 거러 두고

八荒(팔황)의 다 비최여 深山窮谷(심산궁곡) 졈낫

티 그쇼셔

하룻밤 서리가 내린 무렵에 기러기가 울며 지나갈 때

높은 누각에 혼자 올라가 수정으로 만든 밭을 걷으니

동산에 달이 떠오르고 북극성이 보이므로 임이신가 하

여 반가워하니 눈물이 절로 난다 밝은 달을 잡아 내어

임 계신 곳에 보내고 싶구나 임께서 그 달을 누각 위

에 걸어 노고 온 세상을 다 비추어 깊은 산 골짜기 까

지도 대낮같이 밝게 하소서(밝은 정치를 베푸소서)

본사 3-추원(秋怨)

乾坤(건곤)이 閉塞(폐)야 白雪(셜)이 빗친

제 사은니와 새도 긋쳐 잇다 瀟湘南畔(쇼

샹남반)도 치오미 이러커든 玉樓高處(옥누고쳐)야

더욱 닐러 므리陽春(양츈)을 부쳐 내여 님 겨

신 쏘이고져茅簷(모쳠) 비쵠 玉樓(옥누)의

올리고져 紅裳

(홍샹)을 니믜 고 翠袖(슈) 半(반)만 거더

日暮脩竹(일모슈듁)의 혬가림도 하도 할샤 댜 수이 디여 긴 밤을 고초 안자 靑燈

(쳥등) 거른 겻 鈿箜葔(뎐공후)노하 두고 의나

님을 보려 밧고 비겨시니 鴦衾(앙금)도 도

샤 이 밤은 언제 샐고

하늘과 땅이 꽉막힌 것처럼 흰 눈으로 온통 덮여 있으

니 사람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날아디는 새도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다 소상강 남쪽 지방같이 따뜻한 이 곳

도 추위가 이러한데 하물며 임계신 북쪽 지방이야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따뜻한 봄볕을 부쳐 내어 임 계신

곳에 쏘이고 싶다 초가집 처마에 비친 해를 임계신 곳

에 올리고 싶다 붉은 치마를 여미어 입고 푸른 소매를

반쯤 걷어 해질 무렵 대나무에 의지하여 여러 가지 생

각이 많기도 하구나 짧은 겨울해가 이내 넘어가니 긴

밤을 꼿꼿이 앉아서 청사초롱을 걸어 둔 곁에 자개 입

힌 공후를 놓아 두고 꿈에나 임을 만나 보려고 턱을

받치고 기대어 있으니 원앙금침이 차갑기도 하구나 이

밤은 언제 샐것인가

본사 4-동원(冬怨)

도 열두 도 셜흔 날 져근덧 각마

라 이 시 닛쟈 니 의 쳐 이셔 骨髓(골

슈)의 텨시니 扁鵲(편쟉)이 열히 오나 이 병을

엇디리 어와 내 병이야 이 님의 타시로다 하

리 싀어디여 범나븨 되오리라 곳나모 가지마다 간

죡죡 안니다가 향 므든 애로 님의 오 올므

리라 님이야 날인 줄 모셔도 내 님 조려 노

하루도 열두 때 한 달도 서른 날 잠시 라도 생각을

말아 가지고 이 시름을 잊으려 해도 마음 속에 맺혀

있어서 뼛속까지 사무쳤으니 편작 같은 명의가 열명이

온다 한들 이 병을 어찌할 것인가

아아 내 병이여 이 병을 어찌할 것인가

아아 내 병이여 이 임의 탓이로다 차라리 죽엇 호랑

나비가 되리라 꽃나무 가지에 가는 곳마다 앉으며 돌

아다니다가 향기 묻은 날개로 임의 옷에 앉으리라 임

께서 나인 줄을 모르신다 해도 나는 끝까지 임을 따르

려 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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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사 -임을 향한 변함 없는 마음

lt성주본 송강가사gt

작품의 감상

작자가 50세 되던 해에 반대 정파의 탄핵을 받고 전남

창평으로 물러나 우거(寓居)하면서 임금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여인이 사랑하는 사람을 그리는 심정에 의탁하

여 부른 노래이다 이 작품의 제목인 〈사미인곡(思美

人曲)〉은 중국 굴원이 지은 〈이소(離騷)〉의 제 9편

에 나오는 lsquo사미인(思美人)rsquo이라는 편명에서 따온 것으

로 보이며 그 작품 역시 충군(忠君)의 내용을 담고 있

어 내용 또한 그 영향을 받은 것으로 짐작된다

또 임금을 임으로 설정하여 노래한 것은 고려 속요인

〈정과정〉과 맥을 같이하고 있으며 임에 대한 헌신적

사랑의 표현은 〈가시리〉〈동등〉등과 접맥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작품은〈속미인곡〉과 더불어 가사 문학의 극치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일찍이 서포 김만중은 〈사미인

곡〉 〈속미인곡〉 〈관동별곡〉을 가리켜 lsquo좌해진문

장 지차삼편(左海眞文章 只此三篇우리 나라의 참된 문

장은 오직 이 세 편뿐이다)rsquo라고 하였다 이 노래는

서사 본사 결사 세 부분으로 되어 있는데 본사는 다

시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나뉘어 있다

속미인곡(續美人曲)

송강 정 철

뎨 가 뎌 각시 본듯도 뎌이고

天上(텬상) 白玉京(옥경)을 엇디야 離別(니별)고

다 뎌 져믄 날의 눌을 보라 가시고

저기가는 저 젊은 여인 본 듯도 하구나 임금님이 계

시는 서울을 어찌하여 이별하고 해가 다 져서 저무는

날에 누구를 보러 가시는 고

rarr서사1 - 서울을 떠나온 이유(갑녀의 질문)

어와 네여이고 내 셜 드러보오

내 얼굴 이 거동이 님 괴얌즉 냐마

엇딘디 날 보시고 네로다 녀기실나도 님을 미더 군디 전혀 업서

이야 교야 어러이 구돗디

반기시 비치 녜와 엇디 신고

누어 각고 니러 안자 혜어니

내 몸의 지는 죄 뫼티 혀시니

하히라 원망며 사이라 허믈랴

셜워 플텨 혜니 造物(조물)의 타시로다

아아 너로구나 내 사정 이야기를 들어보오

나의 생김새와 행동거지가 임의 사랑을 받을 수 있겠느

냐마는 어쩐지 나를 보시고 (내가 사랑할 사람은 바

로) 너로구나 하며 특별히 사랑하시기에 나도 임을 믿

어 딴 생각이 전혀 없어 응석과 애교를 부리면서 (얼마

나) 어지럽게 굴었던지 (나를) 반가워 하시는 얼굴빛

이 예날과 어찌 다르신가 누워 생각하고 일어나 앚아

헤아리니 내 몸의 지은 죄가 산같이쌓였으니 하늘을 원

망하겠으며 사람을 탓하겠는가 하도 서러워 여러 가지

로 깊이 생각해보니 조물주의 탓이로구나

rarr서사2 - 자책과 체념(을녀의 대답)

글란 각 마오

그렇게는 생각하지 마시오

rarr본사1 - 갑녀의 위로

친 일이 이셔이다

님을 뫼셔 이셔 님의 일을 내 알거니

믈튼 얼굴이 편실적 몃날일고

春寒(츈한) 苦熱(고열)은 엇디야 디내시며

秋日(츄일) 冬天(동텬)은 뉘라셔 뫼셧고

粥早飯(쥭조반) 朝夕(조석)뫼 녜와 티 셰시가

기나긴 밤의 은 엇디 자시고

마음 속에 맺힌 일이 있습니다 예전에 임을 모신적이

있어서 임의 일을 내가 잘 아는데 물과 같이 연약한

체질이 편하실 때가 며칠이나 될꼬 이른 봄의 추위와

한여름의 더위를 어떻게 지내시며 가을과 겨울날은 누

가 모셨는가 죽조반과 아침 저녁 진지는 옛날과 같이

잘 잡수시는가 기나긴 밤에 잠은 어떻게 주무시는가

rarr본사2-임에 대한 염려(을녀의 사설)

님다히 消息(소식)을 아무려나 아쟈니

오도 거의로다 일이나 사 올가

내 둘 업다 어드러로 가쟛 말고

잡거니 밀거니 놉픈 뫼 올라가니

구름은 니와 안개 므일고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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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川(산쳔)이 어둡거니 日月(일월)을 엇디보며

咫尺(지척)을 모거든 千里(쳔리) 라보랴

리 믈의 가 길히나 보랴니

람이야 믈결이야 어둥졍 된뎌이고

샤공은 어 가고 븬 만 걸렷고

江天(간텬)의 혼자 셔셔 디 구버보니

님 다히 消息(소식)이 더옥 아득뎌이고

임이 계시는 곳의 소식을 어떻게든지 알려고 하니 오늘

도 거의 지나갔구나 내일이나 임의 소식을 전해줄 사

람이 올까 내 마음을 둘 곳이 없다 어디로 가자는 말

인가 (나무같은 것을) 잡기도 하고 밀기도 하면서 높

은 산에 올라가니 구름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안개는

또 무슨 일로 저렇게 기어 있는가 산천이 어두운데 해

와 달을 어떻게 보겠으며 지척을 모르겠는데 천 리나

되는 먼 곳을 (어떻게) 바라몰 수 있으랴 차라리 물가

에 서서 뱃길이나 보려고 하니 바람과 물결이 어수선하

게 되었구나 사공은 어디가고 빈 배만 걸려있는가 강

변에 홀로서서 지는 해를 굽어보니 임계신 곳의 소식이

더욱 아득하구나

rarr본사3-임의 소식을 애타게 기다림(을녀의 사설)

茅簷(모쳠) 자리의 밤듕만 도라오니

半壁(반벽) 靑燈(청등)은 눌 위야 갓고

오며 리며 헷드며 바자니니

져근덧 력진力盡(녁진)야 픗을 잠간 드니

精誠(정셩)이 지극야 의 님을 보니

玉(옥)튼 얼굴이 半(반)이나마 늘거셰라

의 머근 말 슬장 쟈니

눈믈이 바라나니 말인들 어이며

情(정)을 못다야 목이조차 몌여니

오뎐된 鷄聲(계셩)의 은 엇디 돗던고

초가집 차가운 잠자리에 한밤중이 돌아오니 벽에 걸려

있는 등불은 누구를 위하여 밝아 있는가 산을 올라가

기도 하고 내려가기도 하면서 헤메며 오락가락 돌아다

니다가 잠깐 사이에 힘이 다하여 풋잠이 잠깐 들었는

데 정성이 지극하여 꿈속에서 임을 보니 옥과 같이 곱

던 임의 얼굴이 반넘게 늙었구나 마음 속에 품은 생각

을 실컷 아뢰려고 하였더니 눈물이 잇달아 쏟아지니

말인들 어찌하며 정회도 다 못풀어 목마저 메어오니

방정맞은 닭울음소리에 잠은 어찌 깨었던가

rarr본사4-독수공방의 한과 꿈에서 만난 임

(을녀의 사설)

어와 虛事(허)로다 이 님이 어 간고

결의 니러 안자 窓(창)을 열고 라보니

어엿븐 그림재 날 조 이로다

리 싀여디어 落月(낙월)이나 되야이셔

님 겨신 窓(창) 안 번드시 비최리라

아아 헛된 일이로다 내 임이 어디 갔는고 꿈결에 일

어나 앉아 창을 열고 바라보니 불쌍한 그림자만이 나

를 따라올 뿐이로다 차라리 죽어서 지는 달이나 되어

임 계신 창 안에 환하게 비치리라

rarr결사-죽어서라도 임을 따르겠다는 다짐

(을녀의 사설)

각시님 이야니와 구 비나 되쇼셔

각시님 달은커녕 궂은 비나 되십시오

rarr결사-갑녀의 위로

〈해설〉

사미인곡의 속편으로 지은이가 동인(東人)으로 탄핵을

받고 고향인 전라남도 창평에 낙향해 있을 때에 임금

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두 여인의 대화 형식을 빌려 노

래한 작품이다 이 작품의 현대어 해석에 나와 있는 lsquo갑

녀(甲女)rsquo와 lsquo을녀(乙女)rsquo는 편의상 붙인 이름으로 갑녀

는 보조적 위치에 있는 화자이며 을녀가 지은이를 대

변하는 주된 화자이다 〈사미인곡〉과 더불어 가사 문

학의 최고봉이라 일컬어지는데 특히 순수한 우리말의

구사가 절묘하며 대화 형식으로 구성하여 표현에 참신

성을 더한 것은 lsquo금상첨화(錦上添花)rsquo라 할 수 있을 것

이다

홍만종은 〈순오지(旬五志)〉에서 이 작품을 제갈공명

의 〈출사표(出師表)〉에 비견할 만하다고 극찬하였으

며 서포 김만중은 〈서포만필(西浦漫筆)〉에서 ldquo예로부

터 우리 나라의 참된 문장은 오직 이 세 편(사미인곡

속미인곡 관동별곡)뿐이데다시 이 세편에 대하여 논할

것 같으면 그 중에서 속미인곡이 더욱 뛰어나다 관동

별곡과 사미인곡은 오히려 한자음을 빌려서 그 가사 내

용을 꾸민 데 지나지 않는다rdquo라고 하였다

규원가(閨怨歌)

허난설헌

엇그제 저멋더니 마 어이 다 늘거니

少年行樂(소년 행락) 생각니 일러도 속절업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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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거야 서른 말 자니 목이 멘다

엊그제 젊었었는데 어찌 벌써 다 늙어버렸는가 어린

시절에 즐겁게 지내던 일을 생각하니 말해 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 이렇게 늙은 뒤에 서러운 얘기를 하자니

목이 멘다

rarr기1-늙음의 한탄

父生母育(부생 모육) 辛苦(신고)야 이 내 몸 길러 낼

公侯配匹(공후 배필) 못 바라도 君子好逑(군자 호구) 願

(원)더니

三生(삼생)의 怨業(원업)이오 月下(월하)의 緣分(연분)으

長安遊俠(장안 유협) 輕薄子(경박자)를 치 만나 잇

서 當時(당시)의 용심(用心)기 살어름 디듸는 부모님이 나를 낳아서 고생하여 길러낼 때 높은 벼슬아

치의 배필을 바라지는 못했어도 훌륭한 남자의 좋은

짝이 되기를 원했더니 삼생의 원망스러운 업보요 월

하 빙인이 정해 준 연분으로 놀기 좋아하고 경박한 사

람을 꿈같이 만나 가지고 시집 간 뒤 조심하면서 마음

졸이기를 꼭 살얼음 디디듯하였다

rarr기2-젊은 시절의 회상

三五二八(삼오 이팔) 겨오 지나 天然麗質(천연 여질)절

로 이니

이 얼골 이 態度(태도)로 百年期約(백년 기약) 얏더니

年光(연광)이 훌훌고 造物(조물)이 多時(다시)야

봄바람 가을 믈이 뵈오리 북 지나듯

雪鬂花顔(설빈 화안) 어 가고 面目可憎(면목 가증) 되

거고나

내 올골 내 보거니 어느 님이 날 괼소냐

스스로 慙愧(참괴)니 누구를 怨望(원망)리

십오륙 세가 겨우 지나 타고난 아름다운 모습이 절로

나타나니 이 얼굴 이 태도로 (남편과)평생을 약속하였

더니 세월이 빨리 지나가고 조물주가 시기가 많아서

세월의 빠르기가 베 짤 때 북이 지나가는 듯 젊고 아

름다운 얼굴은 어디로 가고 추한 모습이 되었구나 내

얼굴을 내가 보아 알거니와 어느 임이 나를 사랑하겠는

가 스스로 생각해도 부끄러운데 누구를 원망하리

rarr기3-세월의 무상함과 늙음의 한탄

三三五五(삼삼 오오) 冶遊園(야유원)의 새 사람이 나단

말가

곳 피고 날 저물 제 定處(정처) 업시 나가 잇어

백마(白馬) 금편(金鞭)으로 어어 머므는고

원근(遠近)을 모르거니 消息(소식)이야 더욱 알랴

因緣(인연)을 긋쳐신들 각이야 업슬소냐

얼골을 못 보거든 그립기나 마르려믄

열두 김도 길샤 설흔 날 至理(지리)다

玉窓(옥창)에 심 梅花(매화) 몃 번이나 픠여진고

겨을 밤 차고 찬 제 자최눈 섯거 치고

여름날 길고 길 제 구 비 므스 일고

三春花柳(삼춘 화류) 好時節(호시절)의 景物(경물)이 시

름업다

가을 방에 들고 蟋蟀(실솔)이 床(상)에 울 제

긴 한 숨 디 눈물 속절업시 헴만 만타

아마도 모진 목숨 죽기도 어려울사

몇 명씩 떼지어 다니는 술집에 새 기생이 나타났다는

말인가 꽃 피고 날 저물 때 일정한 거처도 없이 나가

서 호사로운 차림새로 어디어디 가서 머므는가 바깥출

입이 없어 원근 지리를 모르는데 임의 소식이야 더구나

알 수 있으랴 인연을 끊었다고 하지만 임에 대한 생각

이야 어찌 없겠는가 만나지 못할 임이라면 그립지나

말일이지 하루도 열두때 길기도 하구나 한 달이 지루

하다 옥창에 심은 매화가 몇 번이나 피었다가 졌는고

겨울 밤 차고 찬 때에 눈보라가 섞어 치고 여름날 길고

긴 때에 궂은비는 또 무슨 일인가 꽃 피고 새 잎이 돋

는 좋은 계절 봄에도 보이는 경치가 시름이 없다 가을

달이 방에 비치고 귀뚜라미가 침상에서 울 때 긴 한숨

떨어지는 눈물에 헛되이 생각하는 것만 많다 아마도

모진 목숨 죽기도 어렵구나

rarr승-방탕한 남편에 대한 원망과 독수공방의 한

도로혀 풀쳐 혜니 이리 여 어이 리

靑燈(청등)을 돌라 노코 綠綺琴(녹기금) 빗기 안아

碧蓮花(벽련화) 한 곡조를 시름 조 섯거 타니

瀟相夜雨(소상야우)의 댓소리 섯도 華表(화표) 千年(천 년)의 別鶴(별학)이 우니 玉手(옥수)의 타는 手段(수단) 녯 소 잇다마芙蓉帳(부용장) 寂寞(적막)니 뉘 귀에 들리소니

肝腸(간장)이 九曲(구곡)되야 구븨구븨 쳐서라

돌이켜 여러 모로 생각해 보니 이렇게 살아서 어찌하겠

는가 등불을 돌려 놓고 녹기금을 비스듬히 안아 벽련

화 한 곡조를 시름까지 섞어 타니 소상강의 밤비에 대

나무 잎 소리가 섞여 들리는 듯 천년만에 돌아온 학이

화표주에 앉아 우니는 듯섬섬옥수로 타는 솜씨가 옛

소리를 간직하고 있다마는 부용장 안에 임이 없으니 누

구 귀에 들리겠는가 구곡간장이 굽이굽이 끊어지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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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구나

rarr전-거문고로 시름을 달램

하리 잠을 드러 의나 보려 니

바람의 디 닙과 풀 속에 우는 즘생

므스 일 원수로서 잠조차 오다

천상(天上)의 牽牛織女(견우 직녀) 銀河水(은하수) 박혀

서도

七月七夕(칠월 칠석)一年一度(일년 일도)失期(실기)치

아니거든

우리 님 가신 후는 무슨 弱水(약수) 가렷관듸

오거나 가거나 소식(消息)조차 쳣는고

欄干(난간)의 비겨 셔서 님 가신 바라보니

초로(草露) 맷쳐 잇고 暮雲(모운)이 디나갈 제

竹林(죽림) 푸른 고 새 소리 더욱 설다

세상의 서룬 사람 수업다 려니와

薄命(박명) 紅顔(홍안)이야 날 가니 이실가

아마도 이 님의 지위로 살동말동 여라

차라리 잠이 들어 꿈에서나 임을 보려하니 바람에 지는

나뭇잎과 풀 속에서 우는 벌레가 나와 무슨 원수가 졌

길래 잠조차 깨우는가 하늘의 견우 직녀는 은하수가

막고 있어도 일 년에 한 번 칠월 칠석날에는 기약을 어

기지 않고 만나는데 우리 임이 가신 후에는 무슨 약수

가 가로막고 있길래 오고 가는 소식조차 끊어졌는고

난간에 기대어 서서 임 계신 곳을 바라보니 풀잎에 이

슬은 맺혀있고 저녁 구름이 지나갈 때 대나무 숲 푸른

곳에 새 소리가 더욱 섧다 세상에 서러운 사람이 수없

이 많다고 하지만 기구한 팔자를 타고난 사람이야 나

같은 이가 또 있을까 아마도 임 때문에 살 듯 말 듯하

구나

rarr결-애타게 임을 기다리는 마음

〈감상〉

조선 시대 봉건 사회 제도 아래서 오직 인종(忍從)만을

미덕으로 알고 살아야 했던 부녀자의 한(恨)을 노래한

작품으로 일명 원부사(怨夫詞) 또는 원부사(怨夫辭)라

고도 한다 좋은 배필을 원했지만 뜻밖에도 경박스럽고

방탕한 남편을 만나 평생을 피맺힌 한(恨)과 그리움 속

에 보내야 하는 한 여인의 애달픈 사연을 통해 남성

위주의 사회가 가져오는 병폐를 실감 있게 형상화한 작

품이라 할 수 있다

Page 18: 구지가(龜 歌) - middle.gongbuwarac.commiddle.gongbuwarac.com/Common/Popup/FileDownloadAs.aspx?FileName=/ite… · 미륵(彌勒) 좌주(座主) 뫼셔롸. 미륵 좌주를 모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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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동

덕은 뒤에 바치옵고 복은 앞에 바치오니

덕이며 복이라 하는 것을 진상하러 오십시오

정월 냇물은 아아 얼려 녹으려 하는데

세상에 태어나서 이 몸이여 홀로 살아가는구나

2월 보름에 아아높이 켜놓은 등불 같구나

만인을 비추실 모습이시도다

3월 지나며 핀 아아 늦봄의 진달래꽃이여

남이 부러워할 모습을 지니고 태어났구나

4월을 잊지 않고 아아 오는구나 꾀꼬리새여

무엇 때문에 녹사님은 옛날을 잊고계시는가

5월 5일(단오)에 아아 단옷날 아침 약은

천 년을 사실 약이기에 바치옵니다

6월 보름(유두일)에 아아 벼랑에 버린 빗같구나

돌아보실 임을 잠시나마 따르겠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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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보름에 아아 여러 가지 제물을 벌여 놓고

임과 함께 살고자 소원을 비옵니다

8월 보름은 아아 한가윗날이지마는

임을 모시고 지내야만 오늘이 뜻 있는 한가윗날

입니다

9월 9일에 아아 약이라고 먹는

노란 국화꽃이 집 안에 피니 초가집이 고요하구

10월에 아아 잘게 썰은 보리수나무 같구나

꺾어 버리신 후에 지니실 한 분이 없으시도다

11월에 봉당 자리에 아아 홑적삼을 덮고 누워

임을 그리며 살아가는 나는 너무나 슬프구나

12월에 분지나무로 깎은 아아 소반 위의 젓가락

같구나

임의 앞에 들어 가지런히 놓으니 손님이 가져다

가 뭅니다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20 -

만전춘

얼음 위에 댓닢 자리를 보아

임과 나와 얼어죽을망정

얼음 위에 댓닢 자리를 보아

임과 나와 얼어죽을망정

정을 준 오늘 밤 더디 새어라 더디 새어라

잊히지 않고 늘 염려스러운 외로운 베갯머리에

어찌 잠이 오리오

서쪽 창문을 여니 복숭아꽃이 피어나는구나

복숭아꽃이 걱정 없이 봄바람에 웃는구나 봄바람

에 웃는구나

넋이라도 임과 한 곳에

함께 지내는 모습 그리더니

넋이라도 임과 한 곳에

함께 지내는 모습 그리더니

우기던 사람이 누구였습니까 누구였습니까

오리야 오리야

어린 비오리야

여울일랑 어디 두고

소에 자러 오는가

소 곧 얼면

여울도 좋습니다 여울도 좋습니다

남산에 자리 보아

옥산을 베고 누워

금수산 이불 안에

사향 각시를 안고 누워

남산에 자리 보아

옥산을 베고 누워

금수산 이불 안에

사향 각시를 안고 누워

약 든 가슴을 맞춥시다 맞춥시다

알아주소서 임이시여 영원히 이별할 줄 모르고

지냅시다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21 -

갈래 고려 속요성격 연가 남녀상열지사 향락적 퇴폐적형식 5연으로 이루어진 분연체로 결사를 포함하여 전 6연으로 보기도 함제재 남녀간의 사랑 또는 애정특징 남녀간의 애정을 가식 없이 진솔하고도 적나라 하게 표현했고 비유와 상징 반어와 역설 감각적인 언어로 감정의 표현이 진솔하여 문학성이 높은 편주제 변치 않는 사랑에 대한 소망 임과의 영원한 사랑 기원(임과의 사랑을 직설적으로 드러냄)의의 2연과 5연이 시조 형태에 근접하고 있어 시조의 기원을 찾는 자료로서 주목받음

1연 죽음보다 강한 사랑의 정열2연 임 생각에 밤을 지새우는 애처로움3연 사랑을 배신한 임에 대한 원망4연 무절제한 사랑을 하는 임에 대한 풍자5연 임에 대한 욕망과 상상6연 임과의 이별 없는 영원한 만남을 염원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22 -

【 가사

(

歌辭

)

상춘곡(賞春曲)

정 극 인

紅塵(홍진)에 뭇친 분네 이내 生涯(생애) 엇

더고

風流(풍류)

가天地間(천지간) 男子(남자) 몸이 날만 이

하건마

山林(산림)에 뭇쳐 이셔 至樂(지

락)을

것가

數間茅屋(수간모옥)을 碧溪水(벽계수)

앒픠

고 松竹(송죽) 鬱鬱裏(울울리)예 風月主人(풍

월 주인) 되어셔라

속세에 묻혀 사는 분들이여 이 나의 생활이 어떠한가

옛 사람들의 운치 있는 생활을 내가 따를까 못따를까

천지간 남자로 태어난 몸으로서 나만한 사람이 많건마

는 왜 그들은 자연에 묻혀사는 지극한 즐거움을 모르는

것인가

몇 간쯤 되는 초가집을 맑은 시냇물 앞에 지어 놓고소

나무와 대나무가 우거진 속에 자연의 주인이 되었구나

서사-자연에 묻혀 사는 즐거움

엇그제 겨을 지나 새봄이

돌아오니桃花杏花(도화행화)

夕陽裏(석양

리)예 퓌여 잇고綠楊芳草(녹양방초)

細(우

중)에 프르도다칼로

아 낸가붓으로 그려낸

가造化神功(조화신공)이 物物(물물)마다 헌

엊그제 겨울이 지나 새봄이 돌아오니 복숭아꽃과 살구

꽃은 저녁 햇빛 속에 피어 있고 푸른 버들과 아름다운

풀은 가랑비 속에 푸르도다 칼로 재단해 내었는가 붓

으로 그려 내었는가 조물주의 신비스러운 솜씨가 사물

마다 야단스럽구나

본사 1-봄의 아름다운 경치

수풀에 우

春氣(춘기)

내 계

워 소

마다 嬌態(교태)로다 物我一體

(물아일체)어니 興(흥)이

소냐 柴扉(시

비)예 거러 보고 亭子(정자)애 안자 보니 逍

遙吟詠(소요 음영)

야 山日(산일)이 寂寂(적

적)

閑中眞味(한중진미)

알 니 업시 호

재로다

수풀에 우는 새는 봄 기운을 끝내 못 이겨 소리마다 아

양을 떠는 모습이로다

자연과 내가 한 몸이거니 흥겨움이야 다르겠는가 사립

문 주변을 걷기도 하고 정자에 앉아 보기도 하니 천천

히 거닐며 나직이 시를 읊조려 산 속의 하루가 적적한

데 한가로움 속의 참된 즐거움을 아는 사람이 없이 혼

자로구나

본사 2-봄의흥취

이바 니웃드라山水(산수) 구경 가쟈스라 踏靑

(답청)으란 오

고 浴沂(욕기)란 來日(내

일)

새 아

에 採山(채산)

고 나조

釣水

(조수)

여보게 이웃 사람들이여 산수 구경을 가자꾸나 산책

은 오늘하고 냇물에서 목욕하는 것은 내일 하세 아침

에 산나물을 캐고 저녁에 낚시질을 하세

본사 3-산수 구경 권유

괴어 닉은 술을 葛巾(갈건)으

로 밧타 노코 곳나모 가지 것거 수 노코 먹

으리라 和風(화풍)이 건

부러 綠水(녹수)

건너오니 淸香(청향)은 잔에 지고 落紅(낙

홍)은 옷새 진다 樽中(준중)이 뷔엿거

려 알외어라 小童(소동) 아

려 酒家(주가)

에 술을 믈어얼운은 막대 집고아

술을 메고

微吟緩步(미음 완보)

야 시냇

의 호자 안자

明沙(명사) 조 믈에 잔 시어 부어 들고 淸流(청

류)

굽어보니

니 桃花(도화)ㅣ로다 武陵

(무릉)이 갓갑도다 져

거인고

이제 막 익은 술을 갈건으로 거러 놓고 꽃나무 가지를

꺾어 잔 수를 세면서 먹으리라 화창한 바람이 문득 불

어서 푸른 시냇물을 건너오니 맑은 향기는 술잔에 가

득하고 붉은 꽃잎은 옷에 떨어진다 술동이 안이 비었

으면 나더러 아뢰어라 조그만 아이를 시켜 술집에서

술을 사 가지고 어른은 지팡이를 짚고 아이는 술을 메

고 나직이 읊조리며 천천히 걸어 시냇가에 혼자 앉아

고운 모래가 비치는 맑은 물에 잔 씻어 술을 부어 들

고 맑은 시냇물을 굽어보니 떠내려오는 것이 복숭아꽃

이로다 무릉도원이 가까이 있구나 저 들이 바로 그것

인가

본사 4-술과 풍류

松間(송간) 細路(세로)에 杜鵑花(두견화)

부치 들

고峰頭(봉두)에 급피 올나 구름 소긔

안자 보니 千村萬落(천촌만락)이 곳곳이 버러 잇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23 -

煙霞日輝(연하일휘)

錦繡(금수)

엇그제 검은 들이 봄빗도 有餘(유여)

소나무 사이 좁은 길로 진달래꽃을 손에 들고

산봉우리에 급히 올라 구름 속에 앉아보니 수많은 촌

락들이 곳곳에 벌여 있네 안개와 놀과 빛나는 햇살은

아름다운 비단을 펼쳐 놓은 듯 엊그제까지도 거뭇거뭇

했던 들판이 이제 봄빛이 넘치는구나

본사 5-산봉우리에서의 조망

功名(공명)도 날

우고富貴(부귀)도 날

우니淸

風明月이(청풍명월) 外(외)예 엇던 벗이 잇

올고

簞瓢陋巷(단표누항)에 흣튼 혜음 아니

아모

타 百年行樂(백년행락)이 이만

엇지

공명과 부귀가 모두 나를 꺼리니 아름다운 자연 외에

어떤 벗이 있으리오 비록 가난하게 살고 있지만 잡스

러운 생각은 아니하네 아무튼 한평생 즐겁게 지내는

것이 이만하면 족하지 않겠는가

결사-안빈 낙도

면앙정가(俛仰亭歌)

송 순

无等山(무등산) 활기 뫼히 동다히로

버더 이셔 霽月峯(제월봉)이 되여거

無邊大野(무변대야)의 므

짐쟉

노라

닐곱 구

움쳐 무득무득 버럿

가온대 구

굼긔든 늘근 뇽이 선

머리

언쳐시니

무등산 한 줄기 산이 동쪽으로 뻗어 있어 멀리 떼

어 버리고 나와 제월봉이 되었거늘 끝없이 넓은

들판에 무슨 속셈을 가지고 일곱 구비가 한 곳에

움추리어 무더기 무더기 벌여 놓은 듯 가운데 구

비는 구멍에 든 늙은 용이 풋잠을 이제 막 깨어

머리를 얹어 놓고 있는 것 같으니

rarr서사 1 - 제월봉의 위치와 형세

바희 우

松竹(송죽)을 혜혀고

정자

언쳐시니

구름

靑鶴(청학)이 千里(천 리)를 가리라

래 버렷

넓고 평평한 바위 위에 소나무 대나무를 헤치고

정자를 앉혔으니 구름을 탄 푸른 학이 천 리를

가려고 두 날개를 벌리고 있는 듯하다

rarr서사2 - 면앙정의 모습

玉泉山(옥천산) 龍泉山(용천산)

린 믈이

亭子(정자) 압 너븐 들

兀兀(올올)히 펴진드시

든 기노라 프르거든 희디마나

雙龍(쌍룡)이 뒤트

긴 깁을

어드러로 가노라 므

얏바

즈로 흐르

옥천산용천산 흘러내리는 물이 정자 앞 넓은 들

에 끊임없이 펼쳐진 듯이 넓거든 길지나 말든가

푸르거든 희지나 말지 두 마리 용이 몸을 뒤틀고

있는 듯 긴 비단을 펼쳐 놓은 듯 어디로 가느라

고 무슨 일이 바빠서 달리는 듯 따라가는 듯 밤낮

으로 흘는 듯

rarr본사 1 - 시냇물의 모습

므조친 沙汀(사정)은 눈

치 펴

거든

어즈러온 기러기

므스거슬 어르노라

안즈락

리락 모드락 흣트락

蘆花(노화)를

이 두고 우로곰 좃니

물을 따라 있는 모래밭은 눈같이 하얗게 펼쳐져

있는데 어지럽게 나는 갈매기는 무엇을 어르느라

고 앉기도 하고 내려오기도 하고 모이기도 하고

흩어지기도 하고 갈대꽃을 사이에 두고 울면서 따

라다니는가

rarr본사 2 - 기러기의 교태

너븐 길 밧기오 긴 하

두르고

즌 거슨 뫼힌가 屛風(병풍)인가

그림가 아닌가

노픈

숨거니 뵈거니 가거니 머믈거니

어즈러온 가온

일홈

도 젓티 아녀 옷독이 셧

거시

秋月山(추월산) 머리 짓고 용구산 몽선산 불대산

어등산 용진산 금성산이 허공에 버러거든

遠近(원근) 蒼崖(창애)의 머믄 것도 하도 할샤

넒은 길 밖이요 긴 하늘 아래 두르고 꽂은 것은

산인가 병풍인가 그림인가 아닌가 높은 듯 낮은

듯 끊어지는 듯 이어지는 듯 숨기도 하고 보이기

도 하고 가기도 하고 머물기도 하고 어지러운 가

운데 유명한 척하여 하늘도 두려워 하지 않고 우

뚝하게 서있는 것이 추월산으로 머리를 만들고

용구산 몽선산 불대산 어등산 용진산 금성산이 공

중에 늘어서 있으니 멀고 가까운 푸른 절벽에 머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24 -

문 것도 많기도 하구나

rarr본사 3 - 산봉우리의 승경

흰구름 부흰 煙霞(연하) 프로니

山嵐(산람)이라

千巖萬壑(천암만학)을 제 집으로 삼아두고

나명셩 들명셩 일

ㅣ도 구

지고

오르거니

리거니 長空(장공)의

나거니

廣野(광야)로 건너거니

프르락 불그락 여트락 지트락

斜陽(사양)과 섯거디어 細雨(세우)조차

흰구름 뿌연 안개와 노을 푸른 것은 산 아지랑

이로구나 수많은 바위와 골짜기를 제 집으로 삼

고서 나가기도 하고 들어오기도 하면서 아양도 떠

는구나 올라가기도 하고 내려가기도 하고 먼 하

늘로 떠나기도 하고 넓은 들로 건너가기도 하고

푸르기도 하고 붉기도 하고 옅기도 하고 짙기도

하고 석양과 섞이어 가랑비조차 뿌리는구나

rarr본사 4 - 봄 풍경

藍輿(남여)

고 솔아

구븐 길노

오며 가며

적의

綠楊(녹양)의 우

黃鶯(황앵) 嬌態(교태) 겨워

고야

나모 새

지어 綠陰(녹음)이 얼린 적의

百尺欄干(백척난간)의 긴 조으름 내여 펴니

水面凉風(수면양풍)이야 긋칠 줄 모르

뚜껑없는 가마를 재촉하여 타고 소나무 아래 굽은

길로 오며 가며 하는 때에 푸른 버드나무에서

는 꾀꼬리는 온갖 교태를 부리고 있구나 나무 사

이가 우거져서 녹음이 엉긴 때에 긴 난간에 기대

어 길게 기지개를 켜니 물위에서 부는 시원한 바

람이 그칠 줄을 모르는구나

rarr 본사 5 - 여름 풍경

즌서리

딘 후의 산빗치 錦繡(금수)로다

黃雲(황운)은

엇지 萬頃(만경)의 펴겨디오

漁笛(어적)도 흥을 계워

롸 브니

된서리가 걷힌 후에 산 빛이 수놓은 비단 같구나

누렇게 익은 곡식은 또 어찌 넓은 들에 펼쳐져 있

는가 어부가 부는 피리도 흥을 못이겨 달을 따라

불고 있구나

rarr 본사 6 - 가을 풍경

草木(초목) 다 진 후의 江山이

몰커

造物(조물)리 헌

야 氷雪(빙설)로

며내니

瓊宮瑤臺(경궁요대)와 玉海銀山(옥해은산)이

眼底(안저)에 버러셰라

乾坤(건곤)도 가

열사 간 대마다 경이로다

초목이 다 떨어진 후에 강산이 눈 속에 묻혔거늘

조물주가 야단스러워 눈과 얼음으로 꾸며내니 경

궁요대(구슬로 꾸민 궁궐과 대)와 옥해은산(아름

다운 바다와 눈덮인 산) 같은 설경이 눈 아래 펼

쳐졌구나 하늘과 땅도 풍성하구나 가는 곳마다

아름다운 경치로다

rarr 본사7 - 겨울 풍경

人間(인간)을

나와도 내 몸이 겨를 업다

이것도 보려

고 져것도 드르려코

도 혀려

도 마즈려코

밤으란 언제 줍고 고기란 언제 낙고

柴扉(시비)란 뉘 다드며 딘 곳츠란 뉘 쓸려뇨

이 낫브거니 나조

라 슬

소냐

리 不足(부족)커니 來日(내일)이라

有餘(유여)

이 뫼

안자 보고 져 뫼

거러 보니

煩勞(번로)

릴 일이 아조 업다

쉴 사이 업거든 길히나 젼

리야

다만 靑藜杖(청려장)이 다 므듸어 가노

속세를 떠나왔어도 내 몸이 한가하지 않다 이것

도 보려고 하고 저것도 들으려 하고 바람도 쏘이

려 하고 달도 맞으려 하고 밤은 언제 줍고 고기는

언제 낚고 사립문은 누가 닫으며 떨어진 꽃은 누

가 쓸겠느냐 아침에도 아름다운 경치 구경하는

시간이 모자랄 지경인데 저녁이라고 싫겠는가 오

늘의 시간이 부족한데 내일이라고 여유가 있겠는

가 이 산에서 앉아보고 저 산에서 걸어보니 번거

로운 마음이지만 버릴 일이 아주 없다 쉴 사이가

없는데 사람들에게 길이나마 알려줄 수가 있겠는

가 다만 명아주 대로 만든 지팡이가 다 무디어

가는구나

rarr본사 8 - 자연애와 풍류 생활

술이 닉어가니 벗지라 업슬소냐

이며 혀이며 이아며

온가짓 소

로 醉興(취흥)을

야거니

근심이라 이시며 시

이라 브터시랴

누우락 안즈락 구브락 져츠락 울프락

노혜로 놀거니

天地(천지)도 넙고넙고 日月(일월)도 가

羲皇(희황) 모

러니 이적이야 긔로고야

神仙(신선)이 엇더턴지 이몸이야 긔로고야

술이 익어가니 벗이라고 없겠는가 노래를 부르게

하며 악기를 타고 켜게 하며 방울을 흔들며 온갖

소리로 술에 취한 흥을 재촉하니 근심이라 있겠으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25 -

며 시름이라고 붙어 있으랴 눕기도 하고 앉기도

하고 구부리기도 하고 뒤로 젖히기도 하고 읊기도

하고 휘파람을 불기도 하면서 마음놓고 놀기도

하니 천지도 넓고 넓으며 세월도 한가하다 중국

복희 황제의 태평성대를 내가 잘 몰랐더니 지금이

바로 그것이로구나 신선이 어떤 것인지 잘 몰랐

더니 내가 바로 신선이로구나

rarr본사9 - 취흥

江山風月(강산풍월) 거

리고 내 백년을 다누리면

岳陽樓(악양루) 샹의 李太白(이태백)이 사라 오다

浩蕩情懷(호탕 정회)야 이에서 더

소냐

이 몸이 이렁 굼도 亦君恩(역군은)이샷다

아름다운 대자연을 거느리고 내 한평생을 다 누리

면 조망이 좋기로 이름난 악양루 위의 이태백이

살아온다한들 넓고 큰 마음이야 이것보다 더 하겠

는가 이몸이 이렇게 지내는 것도 역시 임금님의

은혜이시도다

rarr결사 - 호탕한 정회와 군은

면앙정의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지은이가 41세 되던 해 벼슬을 그만두

고 향리인 전라남도 담양에 내려가 면앙정이라는

정자를 짓고 아름다운 자연을 벗삼아 사는 자신의 풍

류 생활을 노래한 것이다 면아정 주변의 경치4계절의

풍경 자신의 풍류 생활에 대한 멋과 흥취를 짜임새 있

게 그려낸 선경 후정의 작품이다

우리 江湖歌道(강호가도)의 전형을 확립한 작품으로

정극인의 상춘곡을 이어받아 송강의 성산별곡관동별곡

에 크게 영향을 끼쳤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결사 끝

부분의 lsquo亦君恩(역군은)이샷다rsquo와 같은 표현은 맹사성의

lsquo강호사시가rsquo에도 나타나는 것으로 자연속에서 지내는

즐거움과 연군 지정을 결합시킨 표현이라 할 수 있다

관동별곡

정 철

江강湖호애 病병이 깁퍼 竹

林님의 누엇더니 關관東

동 八팔百

里니에 方방面면을 맛디시니 어와 聖셩恩

은이야 가디록 罔망極극

다 延연秋츄門문 드리

慶경會회 南남門문

라보며 下하直직고 믈너나니 玉

옥節졀이 알

셧다

平평丘구驛역

라 黑흑水슈로 도라드니 蟾셤江

강은 어듸메오 雉티岳악이 여긔로다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의 병이 깊어 전라남도 창평에서

지내고 있었는데 800리나 되는 강원도 지방의 관찰사

소임을 맡기시니 아아 임금님의 은혜야말로 갈수록

끝이 없다 연추문으로 달려들어가 경회루의 남쪽문을

바라보며 임금님께 하직 인사를 하고 물러나니 옥절이

앞에 서 있다 양주(평구역)역에서 말을 갈아타고 여주

(흑수)로 돌아 들어가니 원주(섬강)는 어디인가 치악

산이 여기로구나

서사1-관찰사 배명과 부임의 여정

昭쇼陽양江강

린 믈이 어드러로 든단 말고 孤고臣신

去거國국에 白

髮발도 하도 할샤 東동州

밤 계오

새와 北븍寬관亭뎡의 올나

니 三삼角각山산 第뎨一일

峰봉이

마면 뵈리로다 弓궁王왕 大대闕궐 터희 烏오

鵲쟉이 지지괴니 千쳔古고 興흥亡망을 아

다 몰

다 淮회陽양 녜 일홈이 마초아

시고 汲급長

孺유

風풍彩

를 고텨 아니 볼 게이고

소양강 흘러내린 물이 어디로 흘러들어간단 말인가 외

로운 신하가 임금님 곁을 떠남에 있어서 나라에 대한

걱정이 많기도 하구나 철원(동주)에서 밤을 겨우 새운

후 북관정에 오르니(임금님이 계신 한양에 있는)삼각

산의 제일 높은 봉우리가 웬만하면 보일 것 같구나 옛

날 궁예왕이 살았던 대궐 터에 까마귀와 까치만 지저귀

고 있으니 먼 옛날의 흥망 성쇠를 까마귀와 까치 너희

들은 아느냐 모르느냐 회양이라는 이름이 옛날 중국의

지명인 회양과 마침 똑같구나(중국 회양 땅에서 선정

을 베푼)급장유의 모습을 이제 다시 (여기서)볼 수 있

지 않겠는가(급장유가 중국 회양땅에서 선정을 베푼

것처럼 정철 자신도 이곳 강원도 회양땅에서 선정을 베

풀겠다는 포부를 나타냄)

서사 2-관내 순력과 선정에 대한 포부

營영中듕이 無무事

고 時시節졀이 三삼月월인 제

花화川쳔 시내길히 楓풍岳악으로 버더 잇다 行

裝장

을 다

티고 石셕逕경의 막대 디퍼 百백川쳔洞동 겨

두고 萬만瀑폭洞동 드러가니 銀은

무지게 玉

龍룡의 초리 섯돌며

十십里리의

자시니 들을 제

우레러니 보니

눈이로다

감영(지금의 도청)안에 아무 일이 없고 시절이 마침 삼

월인 때에 화천 시냇길이 금강산으로 뻗어 있다 행장

을 다 떨쳐 버리고 돌길에 지팡이를 짚어 백천동 곁을

지나 만폭동으로 들어가니 은같은 무지개 옥 같은 용

의 꼬리처럼 생긴 폭포가 섞어 돌며 뿜는 소리가 십 리

에 깔려 있으니 멀리서 들을 때는 우렛소리더니 가까

이 가서 보니 눈(雪)이 날리는 것 같구나

본사1-만폭동 폭포의 장관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26 -

金금剛강臺

우層층의 仙션鶴학이 삿기 치니 春츈

風풍 玉옥笛

聲셩의 첫

돗던디 縞호衣의玄현裳

샹이 半반空공의 소소

니 西셔湖호

主쥬人인을

반겨셔 넘노

금강대 맨 꼭대기에 사는 선학이 새끼를 치니 봄바람

옥피리 소리에 첫 잠을 깨었던지 흰 저고리 검은 치마

로 단장한 학이(학의 날개 묘사) 공중에 솟아 뜨니 옛

날 중국 서호에서 학과 더불어 노닐던 임포를 반겨 맞

는 것 같구나(정철 자신을 임포처럼 생각함)

본사2-금강대 위의 선학

小쇼香향爐노 大대香향爐노 눈 아래 구버보고 正졍陽

양寺

眞진歇헐臺

고텨 올나 안

마리 廬녀山산 眞

진面면目목이 여긔야 다 뵈

다 어와 造조化화翁옹이

토 헌

거든

디 마나 셧거든 솟디 마나

芙부蓉용을 고잣

玉옥을 믓것

東동溟명

을 박

北북極극을 괴왓

놉흘시고 望망高

고臺

외로올샤 穴혈望망峰봉이 하

의 추미러 므

일을

로리라 千쳔萬만劫겁 디나

록 구필 줄 모

다 어와 너여이고 너

향로처럼 생긴 크고 작은 봉우리를 눈아래 굽어보고 나

서 정양사를 지나 진헐대에 다시 올라 앉으니 금강산

의 참모습이 여기서야 다 보이는구나 아아 조물주가

야단스럽기도 야단스럽구나(산봉우리들이)날아가려거

든 뛰지나 말든가 서있으려거든 (위로)솟지나 말든가

할일이지 연꽃을 꽂아 놓은 것 같기도 하고흰 옥을

묶어 놓은 것 같기도 하고 북극성을 떠받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높구나 망고대 외롭구나 혈망봉이 하늘

에 치밀어서 무슨 일을 아뢰려고 오랜 세월이 지나도록

굽힐 줄을 모르느냐 아아 너로구나 너같은 충신이

또 있을까(진헐대에서 바라본 많은 산봉우리들이 굳굳

한 모습으로 서있는 것을 보고 충신의 지조와 절개를

연상하여 표현한 구절)

본사 3-진헐대에서의 조망

心심臺

고텨 올나 衆듕香향城셩

라보며 萬만

二이千쳔峰봉을 歷녁歷녁히 혀여

니 峰봉마다

쳐 잇

고 긋마다 서린 긔운

거든 조티마나 조커든

디 마

나 뎌 긔운 흐터 내야 人인傑걸을

고쟈 形형容용

도 그지업고 체체勢셰도 하도 할샤 天텬地디 삼기실

제 自

然연이 되연마

이제 와 보게 되니 有유情정

도 有유情정

개심대를 다시 올라가서 중향성을 바라보며 금강산 만

이천 봉우리를 똑똑히 헤아려 보니 산봉우리마다 정기

가 맺혀 있고 봉우리 끝마다 서린 기운(정기) (산의

정기가)맑거든 깨끗하지나 말든가 깨끗하거든 맑지나

말 것이지(산의 정기가 맑고도 깨끗하다는 의미) 저

기운을 흩어 내어 뛰어난 인물을 만들고 싶구나 산봉

우리의 생긴 모양이 끝이 없이 다양하고 자세도 많기도

하구나 천지가 생겨날 때 자연히 된 줄 알았더니 이제

와서 보니까 조물주의 뜻이 분명히 있구나

본사 4-개심대에서의 조망

毗비盧로峰봉 上샹上샹頭두의 올라 보니 긔 뉘신고

東동山산 泰태山산이 어

야 놉돗던고 魯노國국 조븐

줄도 우리

거든 넙거나 넙은 天텬下하 엇

닷 말고 어와 뎌 디위

어이

면 알 거이고 오

디 못

거니

려가미 고이

비로봉 맨 꼭대기에 올라본 사람이 그 누구인가

동산과 태산이 그 얼마나 높던가 노나라가 작다는 것

도 우리는 모르겠는데 넓고도 넓은 천하를 어떻게 해서

작다고 공자께서는 말씀하신단 말인가 아아 저 공자

의 경지를 어떻게 하면 알 것인가 올라가지 못하는데

내려가는 것이 이상하랴

본사 5-비로봉을 본 감회

圓원通통골

길로 獅

峰봉을

자가니 그 알

너러바회 化화龍룡쇠 되여셰라 千쳔年년 老노龍룡

이 구

서려 이셔 晝듀夜야의 흘녀 내여 滄창海

해예 니어시니 風풍雲운을 언제 어더 三삼日일雨우

디련

다 陰음崖애예 이온 플을 다 살와 내여

원통골 가느다란 길로 사자봉을 찾아가니 그 앞에 넓고

평평한 바위가 화룡소가 되었구나 마치 천 년이나 묵

은 늙은 용(정철 자신을 지칭함)이 굽이굽이 서려 있어

서 밤낮으로 물을 흘려 내어 푸른 바다에 이어졌으니

용(작자 자신)아 너는 언제 풍운(선정의 기회)을 얻어

서 임금님의 은총을 백성들에게 내리려느냐 굶주리고

헐벗은 백성들을 다 살려 내려무나

본사 6-화룡소에서의 감회

磨마訶하衍연 妙묘吉길祥샹 雁안門문재 너머 디여 외

나모

리 佛블頂뎡臺

올라

니 千쳔尋심絶졀

壁벽을 半반空공애 셰여 두고 銀은河하水슈 한 구

촌촌이 버혀 내여 실

티 플텨이셔 뵈

티 거러시니

圖도經경 열 두 구

내 보매

여러히라 李니謫

션 이제 이셔 고텨 의논

게 되면 廬녀山산이 여긔도

곤 낫단 말 못

려니

마하연 묘길상을 구경하고 안문재를 넘어 내려가 외

나무 썩은 다리를 건너 불정대에 오르니 천길이나 되는

낭떠러지를 공중에 세워 놓고 은하수 한 굽이를 마디

마디 베어 내어 실같이 풀어 가지고 베처럼 걸었으니

도경(금강산 12폭포를 그림으로 그려놓은 그림책)에는

폭포가 열두굽이로 되어 있지만 내가 보기에는 그보다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27 -

더 많아 보인다 이태백이 지금 살아 있어서 다시(금강

산 12폭포와 중국의 여산폭포를 비교) 논의하게 된다

면 여산 폭포가 여기보다 더 낫다는 말은 못 할 것이

본사 7-십이 폭포의 장관

山산中듕을

양 보랴 東동海해로 가쟈

라 籃남輿여

緩완步보

야 山산映영樓누의 올나

니 玲녕瓏농 碧벽

溪계와 數수聲셩啼뎨鳥됴

離니別별을 怨원

旌졍旗긔를

티니 五오色

이 넘노

鼓고角각을

섯부니 海해雲운이 다것

鳴명沙사길 니근

이 醉

仙션을 빗기 시러 바다

두고 海

棠당花화로 드러가니 白

鷗구야

마라 네 버딘 줄 엇디 아

산중의 경치만 노상 보겠는가 동해로 가자꾸나 남녀

(뚜껑없는 가마)를 타고 천천히 걸어서 산영루(정자이

름)에 오르니 영롱하게 반짝이는 시냇물과 갖가지 소

리로 우는 새는 나와의 이별을 싫어하는 듯 여러 가지

깃발을 휘날리니 오색(빨강파랑검정노랑흰색등의

깃발)이 넘나들며 노는 듯 북과 피리를 섞어 부니 바

다의 구름이 다 걷히는 듯하다 모래밭 길에 익숙한 말

이 도취한 신선을 비스듬히 태우고 해변을 따라 해당

화가 피어 있는 곳으로 들어가니 백구야 날아가지 마

라 내가 네 친구일수도 있지 않느냐

본사 8-동해로 가는 감회

金금闌난窟굴 도라드러 叢총石셕亭뎡 올라

니 白

옥樓누 남은 기동 다만 네히 셔 잇고야 工공슈의 셩녕

인가 鬼귀斧부로 다

가 구

야 六뉵面면은 므어슬

象샹톳던고

금난굴을 돌아들어서 총석정에 오르니 바다 가운데에

돌기둥 네 개가 백옥루의 남은 기둥처럼 서 있구나 저

네 개의 돌기둥은 공수(중국 고대의 명공)가 만든 것인

가 귀신의 도끼로 다듬었는가 구태여 그 돌기둥이 여

섯 모가 난 것은 무엇을 본뜬 것인가

본사 9-총석정의 장관

高고城셩을란 뎌만 두고 三삼日일浦포

자가니 丹

단書셔

宛완然연

되 四

仙션은 어

가니 예 사흘

머믄 後후의 어

머믈고 仙션遊유潭담 永영郎

냥湖호 거긔나 가 잇

가 淸

澗간亭뎡 萬만景경臺

몃 고

안돗던고

고성을 저만큼 두고 삼일포를 찾아가니 영랑의 무리

(신라 때 네 명의 화랑 곧 사선)가 남쪽으로 갔다는

글씨는 뚜렷한데 사선은 어디 갔는가 여기서 사흘을

머문 후에 어디 가서 또 머물렀을까 선유담 영랑호

거기나 가 있는가 청간정 만경대 몇 곳에 앉았던가

본사 10-삼일포에서의 회고

梨니花화

셔 디고 졉동새 슬피 울 제 洛낙山산東

동畔반으로 義의相샹臺

예 올라 안자 日일出츌을 보

리라 밤듕만 니러

니 祥샹雲운이 집

동 六뉵龍뇽

이 바퇴

동 바다

날 제

萬만國국이 일위더니

天텬中듕의 티

니 毫호髮발을 혜리로다 아마도 녈구

름 근쳐의 머믈셰라 詩시仙션은 어

가고 咳

唾타만

나맛

니 天텬地디間간 壯장 긔별

셔히도

셔이

배꽃은 벌써 떨어지고 접동새가 슬피 울 때에 낙산의

동쪽 언덕에 있는 의상대에 올라앉아 해 뜨는 것을 보

려고 한 밤중에 일어나니 상서로운 구름이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듯 여섯 마리의 용이 떠받치고 있는 듯

해가 바다에서 떠날 때는 온 세상이 흔들리는 것 같더

니 하늘로 치솟아 오르니 가느다란 터럭을 셀 수 있을

정도로 밝구나 혹시나 지나가는 구름(간신을 비유함)

이 햇빛을 가릴까 두렵다 이백은 어디 가곡 그가 남긴

유명한 말(咳唾(해타)-이백은 lsquo등금릉봉황대rsquo라는 시에

서 간신이 임금의 총명을 흐리게 하는 것을 구름이 해

를 가리는 것에 비유했음)만 남아 있는가 천지간에 굉

장한 소식(사연)이 그의 시에 자세히도 표현되어 있구

본사 11-의상대에서의 일출의 장관

斜샤陽양 峴현山산의 척

을 므니

와 羽우蓋개芝

지輪륜이 鏡경浦포로

려가니 十십里리 氷빙紈환을

다리고 고텨 다려 長

松숑 울흔 소개 슬

장 펴뎌시

니 믈결도 자도 잘샤 모래

혜리로다 孤고舟쥬 解

纜람

야 亭뎡子

올나가니 江강門문橋교 너믄

大대洋양이 거긔로다 從

容용댜 이 氣긔像샹

闊활遠원댜 뎌 境경界계 이도곤

어듸 잇

닷 말고 紅홍粧장 古고事

리로다

江강陵능 大대都도護호風풍俗쇽이 됴흘시고 節졀孝효

旌졍門문이 골골이 버러시니 比비屋옥可가封봉이 이제

도 잇다

저녁 햇살이 비치는 현산의 철쭉꽃을 잇달아 밟으면서

신선을 태운 수레가 경포로 내려가니 십 리나 되는 비

단을 (다리미로)다리고 다시 다린 것처럼 맑고 깨끗한

수면이 큰 소나무가 둘러싼 속에 실컷 펼쳐져 있으니

물결도 잔잔하기도 잔잔하구나 모래를 셀 수 있을 것

같도다 배 한 척을 띄워 호수를 건너가서 정자 위에

올라가니 강문교 바로 너머에 넓은 바다가 거기로구

나 조용하구나 이 기상 넓고 멀구나 저 경계(수평

선) 여기보다 더 (경치가) 잘 갖추어진 곳이 또 어디

있단 말인가 박신과 흥장의 옛일을 야단스럽다고 할

것이로다 강릉 대도호부의 풍속이 좋기도 하구나 충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28 -

신 효자 열녀 등을 표창하는 문이 고을마다 널려 있

으니 요순 시대처럼 집집마다 벼슬을 봉할 만하다는

것이 지금도 있다 할 것이로다

본사 12-경포의 장관과 강릉의 미풍 양속

眞진珠쥬館관 竹

西셔樓루 五오十십川쳔

린 믈이 太

태白

山산 그림재

東동海

로 다마 가니

하리 漢

한江강의 木목覓멱의 다히고져 王왕程뎡이 有유限

고 風풍景경이 못 슬

니 幽유懷회도 하도 할샤 客

愁수도 둘 듸 업다 仙션사

워 내여 斗두牛우로 向

살가 仙션人인을

려 丹단穴혈의 머므살가

진주관 죽서루 아래 오십천에 흘러내리는 물이 태백산

그림자를 동해로 담아가지고 흘러가니 차라리 저 물을

임금님이 계신 서울 남산에 닿게 하고 싶다 관원의 여

정에는 기한이 있고 풍경은 싫증이 나지 않으니 그윽

한 회포도 많기도 많구나 나그네의 시름도 둘 곳이 없

다 신선이 탄다는 뗏목을 띄워서 북두성과 견우성으로

향할까 사선을 찾으러 단혈에 머무를까

본사 13-죽서루에서의 객수

天텬根근을 못내 보와 望망洋양亭뎡의 올은말이 바다

밧근 하

이니 하

밧근 므서신고

득 노 고래 뉘

라셔 놀내관

블거니

거니 어즈러이 구

디고 銀

은山산을 것거 내여 六뉵合합의

五오月월

天텬의 白

雪셜은 므

일고

하늘의 끝을 끝내 못 보아 망양정에 오르니 바다 밖은

하늘인데 하늘 밖은 무엇인가 가뜩이나 노한 고래를

누가 놀리게 하기에 불기도 하고 뿜기도 하면서 어지럽

게 구는 것인가 은으로 된 산을 꺾어 내어 온 세상에

흩어 내리는 듯 오월의 아득한 하늘에 흰 눈이 무슨 일

인가

본사 14-망양정에서의 조망

져근덧 밤이 드러 風풍浪낭이 定뎡

扶부桑상 咫

지尺

의 明명月월을 기

리니 瑞셔光광 千쳔丈

고야 珠쥬簾렴을 고텨 것고 玉옥階계

다시 쓸며 啓계明명星셩 돗도록 곳초 안자

라보니

蓮년花화 가지

뉘라셔 보내신고 일이 됴흔

世세界계

대되 다 뵈고져

流뉴霞하酒쥬

득 부어

려 무론 말이 英영雄웅은

가며 四

仙션은 긔 뉘러니 아

나 맛나 보아

긔별 뭇쟈

니 仙션山산 東동海

예 갈 길히 머도

멀샤

잠깐 사이에 밤이 되어 풍랑이 가라앉거늘 해와 달이

뜬다는 부상 가까운 거리에서 밝은 달을 기다리니 천

길이나 뻗친 상서로운 달빛이 보이는 듯하다가 숨는구

나 구슬로 만든 밭을 걷어 올리고 돌층계를 다시 쓸며

샛별이 돋을 때까지 꼿꼿이 앉아 바라보니 흰 연꽃 한

송이를 누가 보내셨는가 이렇게 좋은 세계를 남에게

다 보이고 싶구나 신선주를 가득 부어 들고 달에게 묻

기를ldquo영운은 어디 갔으며 사선 그들은 그 누구이더

냐rdquo 아무나 만나 보아 옛 소식을 물으려 하니 삼신산

이 있다는 동해에 갈 길이 멀기도 멀구나

결사 1-동해의 달맞이

松숑根근을 볘여 누어 픗

을 얼픗 드니

애 사

이 날

려 닐온 말이그

내 모

랴 上샹界계예 眞

진仙션이라 黃황庭뎡經경一일字

엇디 그

닐거

두고 人인間간의 내려와셔 우리

다 져근덧

가디 마오 이 술 잔 머거 보오 北북斗두星셩 기우

려 滄챵海

水슈 부어 내여 저 먹고 날 머겨

서너

잔 거후로니 和화風풍이 習습習습

야 兩냥腋

을 추

혀 드니 九구萬만里리 長

空공애 져기면

리로다 이

술 가져다가 四

예 고로

화 億억萬만 蒼창生

을 다 醉

근 後후의 그제야 고텨 맛나

고야 말 디쟈 鶴학을

고 九구空공의 올나가니

空공中듕 玉옥蕭쇼 소

어제런가 그제런가

나도

여 바다

구버보니 기

거니

인들 엇디 알리 明명月월이 千천山산萬만落낙의 아니

비쵠

업다

소나무 뿌리를 베고 누워서 선잠을 얼핏드니

꿈에 한 사람이 나더러 이르기를 ldquo그대(송강)를 내가

모르랴 그대는 하늘 나라의 진짜 신선이라 황정경의

한 글자를 어찌하여 잘못 읽어 가지고 속세로 귀양와서

우리를 따르는가 잠깐 동안 가지 말고 이 술 한잔 먹

어 보오rdquo 북두칠성을 국자 삼아 푸른 바닷물을 잔에

부어 저도 먹고 나도 먹이거늘 서너잔을 기울이니 화

창한 바람이 산들산들 불어 양쪽 겨드랑이를 추켜드니

구만리나 되는 먼 하늘에 웬만하면 날 것 같구나

ldquo이 술을 가져다가 온 세상에 골고루 나누어 모든 백성

들을 다 취하게 만든 후에 그 때에야 다시 만나 또 한

잔 하자꾸나lsquo

그 말이 끝나자 신선(꿈에 한 사람)은 학을 타고 하늘

로 올라가니 공중에서 들려오는 옥피리 소리가 어제던

가 그제던가 싶게 어렴풋하구나 나도 잠을 깨어 바다

를 굽어보니 그 깊이를 모르는데 끝이야 더욱 어떻게

알겠는가 밝은 달이 온 세상에 아니 비친 곳이 없다

결사 2-꿈속의 선연

lt송강가사(松江歌辭) 이선본(李選本gt

지은이가 45세 되던 선조 13년(1580)에 강원도 관찰사

에 배임(拜任)되어 부임하는 과정과 원주에 부임한 후

틈을 내어 관동 팔경을 비롯한 강원도 내의 명승지를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29 -

두루 유람하며그 승경(勝景)과 인정 풍속을 비롯해서

연군(戀君)애민의 정(情) 및 선연(仙緣)을 노래한 기행

가사의 대표적인 작품이다 멀게는 고려 충숙왕 때 안

축이 지은 경기체가 형식의 [관동별곡]과 가깝게는 명

종때 백광홍이 지은 [관서별곡] 송순의 [면앙정가]의

영향을 받은 작품으로 표현이 명쾌화려하고 탄력이 넘

치며 활달하고 낭만적이어서 지은이의 호탕한 기상이

잘 나타나 있다

총 295구로 이루어진 장편 기행 가사로 서사(처음~급

당유 풍 고텨 아니 볼 게이고) 본사(영둥이 무고~오월 댱텬의 셜은 므일고) 결사(져근덧 밤이

드러~아니 비쵠 업다)로 구성되어 있다

산에서 바다로 이어지는 여정은 그 각각의 이미지를 매

개로 하여 인간의 두 가지 존재 양식 사이에서 갈등하

는 작가의 모습을 보여 준다 산에서 본 경치는 백색의

이미지로서 고결한 위정자로서의 풍모를 드러내고 있으

며 바다에서는 인간 본연의 영원한 세계를 갈구하는

자유 분방한 정신을 표출하고 있다

다양한 어휘와 적절한 수사법을 능란하게 구사함으로

써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한층 높은 경지로 끌어 올린

작품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사미인곡(思美人曲)

송강 정 철

이 몸 삼기실 제 님을 조차 삼기시니 緣分(연분)이며 하 모 일이런가 나 나 졈어 잇

고 님 나 날 괴시니 이 음 이 랑 견졸 노여 업다

이 몸이 태어날 때에 임을 따라서 태어나니 한평생의

연분이며 하늘이 모를 일이던가내가 오직 젊어 있고

임은 오직 나를 사랑하시니 이 마음과 이 사랑을 비교

할 곳이 전혀 없다

서사 1-임과의 인연

平生(평)애 願(원) 요 녜자 얏더니

늙기야 므 일로 외오 두고 글이고 엇그제 님

을 뫼셔 廣寒殿(광한뎐)의 올낫더니그더 엇디

야 下界(하계)예 랴오니 올 적의 비슨 머리 얼

킈연디 三年(삼년)이라 臙脂粉(연지분) 잇마 눌 위여 고이고 음의 친 실음 疊疊(텹텹)

이 혀 이셔 짓니 한숨이오 디니 눈믈이라

人生(인)은 有限(유) 시도 그지업다

평생에 원하기를 임과 함께 살아가고자 했는데 늙어서

야 무슨일로 외따로 두고 그리워하는가 엊그제 임을

모시고 광한전에 올라 있었는데 그 사이에 어찌하여 이

하계에 내려왔느냐 임을 떠나 올 적에 빗은 머리가 헝

클어진 지삼 년일세 연지와 분이 있지마는 누구를 위

해서 예쁘게 화장할 것인가 마음에 맺힌 시름이 겹겹

이 쌓여 있어서 짓는 것이 한수밍요 떨어뜨리는 것이

눈물이라 인생은 한이 있는데 시름은 끝이 없다

서사 2-임에 대한 그리움

無心(무심) 歲月(셰월)은 믈 흐 고야 炎

凉(염냥)이 아라 가 고텨 오니 듯거니

보거니 늣길일도 하도 할샤

아무 생각이 없는 세월은 물 흐르듯 빨리 지나가는구

나 더위와 추위가 때를 알아서 가자마자 다시 오니 듣

고 보는 가운데서 느낄일이 많기도 많구나

서사 3-세월의 무상함

東風(동풍)이 건듯 부러 積雪(젹셜)을 헤텨내니 窓

(창) 밧긔 심근 梅花(화) 두세 가지 픠여셰라 득 冷淡(담) 暗香(암향)은 므 일고 黃昏

(황혼)의 이 조차 벼 마 빗최니 늣기 반기 님이신가 아니신가

뎌 梅花(화) 것거 내여 님 겨신 보내오져 님

이 너 보고 엇더타 너기실고

봄바람이 문득 불어서 쌓인 눈을 헤쳐내니 창밖에 심은

매화가 두세 가지 피었구나 가뜩이나 쌀쌀하고 담담한

데 그윽하게 풍기는 향기는 또 무슨 일인가 황혼에 달

이 따라와 배갯머리에 비치니흐느껴 우는 듯 반기는

듯하니 임이신가 아니신가 저 매화를 꺾어 내어 임 계

신 곳에 보내고 싶다 그러면 임이 너 (매화)를 보고

어떻다고 생각하실까

본사 1-춘원(春怨)

디고 새 닙 나니 綠陰(녹음)이 렷 羅幃

(나위) 寂寞(젹막)고 繡幕(슈막)이 뷔여 잇다 芙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30 -

蓉(부용)을 거더 노코 孔雀(공쟉)을 둘러 두니 득 시 한 날은 엇디 기돗던고鴛鴦錦(원앙금)

버혀 노코 五色線(오션) 플텨 내여 금자 견화

이셔 님의 옷 지어 내니 手品(슈품)은니와 制度

(졔도)도 시고 珊瑚樹(산호슈) 지게 우 白玉函(옥함)의 다마 두고 님의게 보내오려 님 겨신

라보니 山(산)인가 구롬인가 머흐도 머흘시

고 千里 萬里(쳔리 만리)길흘 뉘라셔 자갈고니

거든 여러 두고 날인가 반기실가

꽃이 지고 새 잎이 피어나니 녹음이 우거졌는데 비단

포장이 적막하고 수놓은 장막이 텅 비어 쓸쓸하다 연

꽃을 수놓은 비단 휘장을 걷어 놓고 공작을 수놓은 병

풍을 둘러 치니 가뜩이나 시름이 많은데 날은 어찌 그

리 길던가 원앙새 수놓은 비단을 베어 놓고 오색실을

풀어 내어 좋은 자로 재어서 임의 옷을 지어내니 솜씨

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격식도 갖추었구나 백옥으로

만든 함에 담아 산호로 만든 지게 위에 얹어 놓고 임에

게 보내려고 임 계신 곳을 바라보니 산인지 구름인지

험하기도 험하구나 천만 리나 되는 먼 길을 누가 찾아

갈 것인가 가면은 함을 열어 놓고 나를 본것처럼 반가

워하실까

본사2-하원(夏怨)

밤 서리김의 기겍러기 우러 녤 제 危樓(위루)

에 혼자 올라 水晶簾(슈졍념) 거든말이 東山(산)의

이 나고 北極(븍극)의 별이 뵈니 님이신가 반기

니 눈믈이 절로 난다 淸光(쳥광)을 쥐여 내여 鳳

凰樓(봉황누)의 븟티고져 樓(누) 우 거러 두고

八荒(팔황)의 다 비최여 深山窮谷(심산궁곡) 졈낫

티 그쇼셔

하룻밤 서리가 내린 무렵에 기러기가 울며 지나갈 때

높은 누각에 혼자 올라가 수정으로 만든 밭을 걷으니

동산에 달이 떠오르고 북극성이 보이므로 임이신가 하

여 반가워하니 눈물이 절로 난다 밝은 달을 잡아 내어

임 계신 곳에 보내고 싶구나 임께서 그 달을 누각 위

에 걸어 노고 온 세상을 다 비추어 깊은 산 골짜기 까

지도 대낮같이 밝게 하소서(밝은 정치를 베푸소서)

본사 3-추원(秋怨)

乾坤(건곤)이 閉塞(폐)야 白雪(셜)이 빗친

제 사은니와 새도 긋쳐 잇다 瀟湘南畔(쇼

샹남반)도 치오미 이러커든 玉樓高處(옥누고쳐)야

더욱 닐러 므리陽春(양츈)을 부쳐 내여 님 겨

신 쏘이고져茅簷(모쳠) 비쵠 玉樓(옥누)의

올리고져 紅裳

(홍샹)을 니믜 고 翠袖(슈) 半(반)만 거더

日暮脩竹(일모슈듁)의 혬가림도 하도 할샤 댜 수이 디여 긴 밤을 고초 안자 靑燈

(쳥등) 거른 겻 鈿箜葔(뎐공후)노하 두고 의나

님을 보려 밧고 비겨시니 鴦衾(앙금)도 도

샤 이 밤은 언제 샐고

하늘과 땅이 꽉막힌 것처럼 흰 눈으로 온통 덮여 있으

니 사람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날아디는 새도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다 소상강 남쪽 지방같이 따뜻한 이 곳

도 추위가 이러한데 하물며 임계신 북쪽 지방이야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따뜻한 봄볕을 부쳐 내어 임 계신

곳에 쏘이고 싶다 초가집 처마에 비친 해를 임계신 곳

에 올리고 싶다 붉은 치마를 여미어 입고 푸른 소매를

반쯤 걷어 해질 무렵 대나무에 의지하여 여러 가지 생

각이 많기도 하구나 짧은 겨울해가 이내 넘어가니 긴

밤을 꼿꼿이 앉아서 청사초롱을 걸어 둔 곁에 자개 입

힌 공후를 놓아 두고 꿈에나 임을 만나 보려고 턱을

받치고 기대어 있으니 원앙금침이 차갑기도 하구나 이

밤은 언제 샐것인가

본사 4-동원(冬怨)

도 열두 도 셜흔 날 져근덧 각마

라 이 시 닛쟈 니 의 쳐 이셔 骨髓(골

슈)의 텨시니 扁鵲(편쟉)이 열히 오나 이 병을

엇디리 어와 내 병이야 이 님의 타시로다 하

리 싀어디여 범나븨 되오리라 곳나모 가지마다 간

죡죡 안니다가 향 므든 애로 님의 오 올므

리라 님이야 날인 줄 모셔도 내 님 조려 노

하루도 열두 때 한 달도 서른 날 잠시 라도 생각을

말아 가지고 이 시름을 잊으려 해도 마음 속에 맺혀

있어서 뼛속까지 사무쳤으니 편작 같은 명의가 열명이

온다 한들 이 병을 어찌할 것인가

아아 내 병이여 이 병을 어찌할 것인가

아아 내 병이여 이 임의 탓이로다 차라리 죽엇 호랑

나비가 되리라 꽃나무 가지에 가는 곳마다 앉으며 돌

아다니다가 향기 묻은 날개로 임의 옷에 앉으리라 임

께서 나인 줄을 모르신다 해도 나는 끝까지 임을 따르

려 하노라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31 -

결사 -임을 향한 변함 없는 마음

lt성주본 송강가사gt

작품의 감상

작자가 50세 되던 해에 반대 정파의 탄핵을 받고 전남

창평으로 물러나 우거(寓居)하면서 임금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여인이 사랑하는 사람을 그리는 심정에 의탁하

여 부른 노래이다 이 작품의 제목인 〈사미인곡(思美

人曲)〉은 중국 굴원이 지은 〈이소(離騷)〉의 제 9편

에 나오는 lsquo사미인(思美人)rsquo이라는 편명에서 따온 것으

로 보이며 그 작품 역시 충군(忠君)의 내용을 담고 있

어 내용 또한 그 영향을 받은 것으로 짐작된다

또 임금을 임으로 설정하여 노래한 것은 고려 속요인

〈정과정〉과 맥을 같이하고 있으며 임에 대한 헌신적

사랑의 표현은 〈가시리〉〈동등〉등과 접맥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작품은〈속미인곡〉과 더불어 가사 문학의 극치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일찍이 서포 김만중은 〈사미인

곡〉 〈속미인곡〉 〈관동별곡〉을 가리켜 lsquo좌해진문

장 지차삼편(左海眞文章 只此三篇우리 나라의 참된 문

장은 오직 이 세 편뿐이다)rsquo라고 하였다 이 노래는

서사 본사 결사 세 부분으로 되어 있는데 본사는 다

시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나뉘어 있다

속미인곡(續美人曲)

송강 정 철

뎨 가 뎌 각시 본듯도 뎌이고

天上(텬상) 白玉京(옥경)을 엇디야 離別(니별)고

다 뎌 져믄 날의 눌을 보라 가시고

저기가는 저 젊은 여인 본 듯도 하구나 임금님이 계

시는 서울을 어찌하여 이별하고 해가 다 져서 저무는

날에 누구를 보러 가시는 고

rarr서사1 - 서울을 떠나온 이유(갑녀의 질문)

어와 네여이고 내 셜 드러보오

내 얼굴 이 거동이 님 괴얌즉 냐마

엇딘디 날 보시고 네로다 녀기실나도 님을 미더 군디 전혀 업서

이야 교야 어러이 구돗디

반기시 비치 녜와 엇디 신고

누어 각고 니러 안자 혜어니

내 몸의 지는 죄 뫼티 혀시니

하히라 원망며 사이라 허믈랴

셜워 플텨 혜니 造物(조물)의 타시로다

아아 너로구나 내 사정 이야기를 들어보오

나의 생김새와 행동거지가 임의 사랑을 받을 수 있겠느

냐마는 어쩐지 나를 보시고 (내가 사랑할 사람은 바

로) 너로구나 하며 특별히 사랑하시기에 나도 임을 믿

어 딴 생각이 전혀 없어 응석과 애교를 부리면서 (얼마

나) 어지럽게 굴었던지 (나를) 반가워 하시는 얼굴빛

이 예날과 어찌 다르신가 누워 생각하고 일어나 앚아

헤아리니 내 몸의 지은 죄가 산같이쌓였으니 하늘을 원

망하겠으며 사람을 탓하겠는가 하도 서러워 여러 가지

로 깊이 생각해보니 조물주의 탓이로구나

rarr서사2 - 자책과 체념(을녀의 대답)

글란 각 마오

그렇게는 생각하지 마시오

rarr본사1 - 갑녀의 위로

친 일이 이셔이다

님을 뫼셔 이셔 님의 일을 내 알거니

믈튼 얼굴이 편실적 몃날일고

春寒(츈한) 苦熱(고열)은 엇디야 디내시며

秋日(츄일) 冬天(동텬)은 뉘라셔 뫼셧고

粥早飯(쥭조반) 朝夕(조석)뫼 녜와 티 셰시가

기나긴 밤의 은 엇디 자시고

마음 속에 맺힌 일이 있습니다 예전에 임을 모신적이

있어서 임의 일을 내가 잘 아는데 물과 같이 연약한

체질이 편하실 때가 며칠이나 될꼬 이른 봄의 추위와

한여름의 더위를 어떻게 지내시며 가을과 겨울날은 누

가 모셨는가 죽조반과 아침 저녁 진지는 옛날과 같이

잘 잡수시는가 기나긴 밤에 잠은 어떻게 주무시는가

rarr본사2-임에 대한 염려(을녀의 사설)

님다히 消息(소식)을 아무려나 아쟈니

오도 거의로다 일이나 사 올가

내 둘 업다 어드러로 가쟛 말고

잡거니 밀거니 놉픈 뫼 올라가니

구름은 니와 안개 므일고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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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川(산쳔)이 어둡거니 日月(일월)을 엇디보며

咫尺(지척)을 모거든 千里(쳔리) 라보랴

리 믈의 가 길히나 보랴니

람이야 믈결이야 어둥졍 된뎌이고

샤공은 어 가고 븬 만 걸렷고

江天(간텬)의 혼자 셔셔 디 구버보니

님 다히 消息(소식)이 더옥 아득뎌이고

임이 계시는 곳의 소식을 어떻게든지 알려고 하니 오늘

도 거의 지나갔구나 내일이나 임의 소식을 전해줄 사

람이 올까 내 마음을 둘 곳이 없다 어디로 가자는 말

인가 (나무같은 것을) 잡기도 하고 밀기도 하면서 높

은 산에 올라가니 구름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안개는

또 무슨 일로 저렇게 기어 있는가 산천이 어두운데 해

와 달을 어떻게 보겠으며 지척을 모르겠는데 천 리나

되는 먼 곳을 (어떻게) 바라몰 수 있으랴 차라리 물가

에 서서 뱃길이나 보려고 하니 바람과 물결이 어수선하

게 되었구나 사공은 어디가고 빈 배만 걸려있는가 강

변에 홀로서서 지는 해를 굽어보니 임계신 곳의 소식이

더욱 아득하구나

rarr본사3-임의 소식을 애타게 기다림(을녀의 사설)

茅簷(모쳠) 자리의 밤듕만 도라오니

半壁(반벽) 靑燈(청등)은 눌 위야 갓고

오며 리며 헷드며 바자니니

져근덧 력진力盡(녁진)야 픗을 잠간 드니

精誠(정셩)이 지극야 의 님을 보니

玉(옥)튼 얼굴이 半(반)이나마 늘거셰라

의 머근 말 슬장 쟈니

눈믈이 바라나니 말인들 어이며

情(정)을 못다야 목이조차 몌여니

오뎐된 鷄聲(계셩)의 은 엇디 돗던고

초가집 차가운 잠자리에 한밤중이 돌아오니 벽에 걸려

있는 등불은 누구를 위하여 밝아 있는가 산을 올라가

기도 하고 내려가기도 하면서 헤메며 오락가락 돌아다

니다가 잠깐 사이에 힘이 다하여 풋잠이 잠깐 들었는

데 정성이 지극하여 꿈속에서 임을 보니 옥과 같이 곱

던 임의 얼굴이 반넘게 늙었구나 마음 속에 품은 생각

을 실컷 아뢰려고 하였더니 눈물이 잇달아 쏟아지니

말인들 어찌하며 정회도 다 못풀어 목마저 메어오니

방정맞은 닭울음소리에 잠은 어찌 깨었던가

rarr본사4-독수공방의 한과 꿈에서 만난 임

(을녀의 사설)

어와 虛事(허)로다 이 님이 어 간고

결의 니러 안자 窓(창)을 열고 라보니

어엿븐 그림재 날 조 이로다

리 싀여디어 落月(낙월)이나 되야이셔

님 겨신 窓(창) 안 번드시 비최리라

아아 헛된 일이로다 내 임이 어디 갔는고 꿈결에 일

어나 앉아 창을 열고 바라보니 불쌍한 그림자만이 나

를 따라올 뿐이로다 차라리 죽어서 지는 달이나 되어

임 계신 창 안에 환하게 비치리라

rarr결사-죽어서라도 임을 따르겠다는 다짐

(을녀의 사설)

각시님 이야니와 구 비나 되쇼셔

각시님 달은커녕 궂은 비나 되십시오

rarr결사-갑녀의 위로

〈해설〉

사미인곡의 속편으로 지은이가 동인(東人)으로 탄핵을

받고 고향인 전라남도 창평에 낙향해 있을 때에 임금

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두 여인의 대화 형식을 빌려 노

래한 작품이다 이 작품의 현대어 해석에 나와 있는 lsquo갑

녀(甲女)rsquo와 lsquo을녀(乙女)rsquo는 편의상 붙인 이름으로 갑녀

는 보조적 위치에 있는 화자이며 을녀가 지은이를 대

변하는 주된 화자이다 〈사미인곡〉과 더불어 가사 문

학의 최고봉이라 일컬어지는데 특히 순수한 우리말의

구사가 절묘하며 대화 형식으로 구성하여 표현에 참신

성을 더한 것은 lsquo금상첨화(錦上添花)rsquo라 할 수 있을 것

이다

홍만종은 〈순오지(旬五志)〉에서 이 작품을 제갈공명

의 〈출사표(出師表)〉에 비견할 만하다고 극찬하였으

며 서포 김만중은 〈서포만필(西浦漫筆)〉에서 ldquo예로부

터 우리 나라의 참된 문장은 오직 이 세 편(사미인곡

속미인곡 관동별곡)뿐이데다시 이 세편에 대하여 논할

것 같으면 그 중에서 속미인곡이 더욱 뛰어나다 관동

별곡과 사미인곡은 오히려 한자음을 빌려서 그 가사 내

용을 꾸민 데 지나지 않는다rdquo라고 하였다

규원가(閨怨歌)

허난설헌

엇그제 저멋더니 마 어이 다 늘거니

少年行樂(소년 행락) 생각니 일러도 속절업다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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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거야 서른 말 자니 목이 멘다

엊그제 젊었었는데 어찌 벌써 다 늙어버렸는가 어린

시절에 즐겁게 지내던 일을 생각하니 말해 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 이렇게 늙은 뒤에 서러운 얘기를 하자니

목이 멘다

rarr기1-늙음의 한탄

父生母育(부생 모육) 辛苦(신고)야 이 내 몸 길러 낼

公侯配匹(공후 배필) 못 바라도 君子好逑(군자 호구) 願

(원)더니

三生(삼생)의 怨業(원업)이오 月下(월하)의 緣分(연분)으

長安遊俠(장안 유협) 輕薄子(경박자)를 치 만나 잇

서 當時(당시)의 용심(用心)기 살어름 디듸는 부모님이 나를 낳아서 고생하여 길러낼 때 높은 벼슬아

치의 배필을 바라지는 못했어도 훌륭한 남자의 좋은

짝이 되기를 원했더니 삼생의 원망스러운 업보요 월

하 빙인이 정해 준 연분으로 놀기 좋아하고 경박한 사

람을 꿈같이 만나 가지고 시집 간 뒤 조심하면서 마음

졸이기를 꼭 살얼음 디디듯하였다

rarr기2-젊은 시절의 회상

三五二八(삼오 이팔) 겨오 지나 天然麗質(천연 여질)절

로 이니

이 얼골 이 態度(태도)로 百年期約(백년 기약) 얏더니

年光(연광)이 훌훌고 造物(조물)이 多時(다시)야

봄바람 가을 믈이 뵈오리 북 지나듯

雪鬂花顔(설빈 화안) 어 가고 面目可憎(면목 가증) 되

거고나

내 올골 내 보거니 어느 님이 날 괼소냐

스스로 慙愧(참괴)니 누구를 怨望(원망)리

십오륙 세가 겨우 지나 타고난 아름다운 모습이 절로

나타나니 이 얼굴 이 태도로 (남편과)평생을 약속하였

더니 세월이 빨리 지나가고 조물주가 시기가 많아서

세월의 빠르기가 베 짤 때 북이 지나가는 듯 젊고 아

름다운 얼굴은 어디로 가고 추한 모습이 되었구나 내

얼굴을 내가 보아 알거니와 어느 임이 나를 사랑하겠는

가 스스로 생각해도 부끄러운데 누구를 원망하리

rarr기3-세월의 무상함과 늙음의 한탄

三三五五(삼삼 오오) 冶遊園(야유원)의 새 사람이 나단

말가

곳 피고 날 저물 제 定處(정처) 업시 나가 잇어

백마(白馬) 금편(金鞭)으로 어어 머므는고

원근(遠近)을 모르거니 消息(소식)이야 더욱 알랴

因緣(인연)을 긋쳐신들 각이야 업슬소냐

얼골을 못 보거든 그립기나 마르려믄

열두 김도 길샤 설흔 날 至理(지리)다

玉窓(옥창)에 심 梅花(매화) 몃 번이나 픠여진고

겨을 밤 차고 찬 제 자최눈 섯거 치고

여름날 길고 길 제 구 비 므스 일고

三春花柳(삼춘 화류) 好時節(호시절)의 景物(경물)이 시

름업다

가을 방에 들고 蟋蟀(실솔)이 床(상)에 울 제

긴 한 숨 디 눈물 속절업시 헴만 만타

아마도 모진 목숨 죽기도 어려울사

몇 명씩 떼지어 다니는 술집에 새 기생이 나타났다는

말인가 꽃 피고 날 저물 때 일정한 거처도 없이 나가

서 호사로운 차림새로 어디어디 가서 머므는가 바깥출

입이 없어 원근 지리를 모르는데 임의 소식이야 더구나

알 수 있으랴 인연을 끊었다고 하지만 임에 대한 생각

이야 어찌 없겠는가 만나지 못할 임이라면 그립지나

말일이지 하루도 열두때 길기도 하구나 한 달이 지루

하다 옥창에 심은 매화가 몇 번이나 피었다가 졌는고

겨울 밤 차고 찬 때에 눈보라가 섞어 치고 여름날 길고

긴 때에 궂은비는 또 무슨 일인가 꽃 피고 새 잎이 돋

는 좋은 계절 봄에도 보이는 경치가 시름이 없다 가을

달이 방에 비치고 귀뚜라미가 침상에서 울 때 긴 한숨

떨어지는 눈물에 헛되이 생각하는 것만 많다 아마도

모진 목숨 죽기도 어렵구나

rarr승-방탕한 남편에 대한 원망과 독수공방의 한

도로혀 풀쳐 혜니 이리 여 어이 리

靑燈(청등)을 돌라 노코 綠綺琴(녹기금) 빗기 안아

碧蓮花(벽련화) 한 곡조를 시름 조 섯거 타니

瀟相夜雨(소상야우)의 댓소리 섯도 華表(화표) 千年(천 년)의 別鶴(별학)이 우니 玉手(옥수)의 타는 手段(수단) 녯 소 잇다마芙蓉帳(부용장) 寂寞(적막)니 뉘 귀에 들리소니

肝腸(간장)이 九曲(구곡)되야 구븨구븨 쳐서라

돌이켜 여러 모로 생각해 보니 이렇게 살아서 어찌하겠

는가 등불을 돌려 놓고 녹기금을 비스듬히 안아 벽련

화 한 곡조를 시름까지 섞어 타니 소상강의 밤비에 대

나무 잎 소리가 섞여 들리는 듯 천년만에 돌아온 학이

화표주에 앉아 우니는 듯섬섬옥수로 타는 솜씨가 옛

소리를 간직하고 있다마는 부용장 안에 임이 없으니 누

구 귀에 들리겠는가 구곡간장이 굽이굽이 끊어지는 것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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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구나

rarr전-거문고로 시름을 달램

하리 잠을 드러 의나 보려 니

바람의 디 닙과 풀 속에 우는 즘생

므스 일 원수로서 잠조차 오다

천상(天上)의 牽牛織女(견우 직녀) 銀河水(은하수) 박혀

서도

七月七夕(칠월 칠석)一年一度(일년 일도)失期(실기)치

아니거든

우리 님 가신 후는 무슨 弱水(약수) 가렷관듸

오거나 가거나 소식(消息)조차 쳣는고

欄干(난간)의 비겨 셔서 님 가신 바라보니

초로(草露) 맷쳐 잇고 暮雲(모운)이 디나갈 제

竹林(죽림) 푸른 고 새 소리 더욱 설다

세상의 서룬 사람 수업다 려니와

薄命(박명) 紅顔(홍안)이야 날 가니 이실가

아마도 이 님의 지위로 살동말동 여라

차라리 잠이 들어 꿈에서나 임을 보려하니 바람에 지는

나뭇잎과 풀 속에서 우는 벌레가 나와 무슨 원수가 졌

길래 잠조차 깨우는가 하늘의 견우 직녀는 은하수가

막고 있어도 일 년에 한 번 칠월 칠석날에는 기약을 어

기지 않고 만나는데 우리 임이 가신 후에는 무슨 약수

가 가로막고 있길래 오고 가는 소식조차 끊어졌는고

난간에 기대어 서서 임 계신 곳을 바라보니 풀잎에 이

슬은 맺혀있고 저녁 구름이 지나갈 때 대나무 숲 푸른

곳에 새 소리가 더욱 섧다 세상에 서러운 사람이 수없

이 많다고 하지만 기구한 팔자를 타고난 사람이야 나

같은 이가 또 있을까 아마도 임 때문에 살 듯 말 듯하

구나

rarr결-애타게 임을 기다리는 마음

〈감상〉

조선 시대 봉건 사회 제도 아래서 오직 인종(忍從)만을

미덕으로 알고 살아야 했던 부녀자의 한(恨)을 노래한

작품으로 일명 원부사(怨夫詞) 또는 원부사(怨夫辭)라

고도 한다 좋은 배필을 원했지만 뜻밖에도 경박스럽고

방탕한 남편을 만나 평생을 피맺힌 한(恨)과 그리움 속

에 보내야 하는 한 여인의 애달픈 사연을 통해 남성

위주의 사회가 가져오는 병폐를 실감 있게 형상화한 작

품이라 할 수 있다

Page 19: 구지가(龜 歌) - middle.gongbuwarac.commiddle.gongbuwarac.com/Common/Popup/FileDownloadAs.aspx?FileName=/ite… · 미륵(彌勒) 좌주(座主) 뫼셔롸. 미륵 좌주를 모셔라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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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보름에 아아 여러 가지 제물을 벌여 놓고

임과 함께 살고자 소원을 비옵니다

8월 보름은 아아 한가윗날이지마는

임을 모시고 지내야만 오늘이 뜻 있는 한가윗날

입니다

9월 9일에 아아 약이라고 먹는

노란 국화꽃이 집 안에 피니 초가집이 고요하구

10월에 아아 잘게 썰은 보리수나무 같구나

꺾어 버리신 후에 지니실 한 분이 없으시도다

11월에 봉당 자리에 아아 홑적삼을 덮고 누워

임을 그리며 살아가는 나는 너무나 슬프구나

12월에 분지나무로 깎은 아아 소반 위의 젓가락

같구나

임의 앞에 들어 가지런히 놓으니 손님이 가져다

가 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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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전춘

얼음 위에 댓닢 자리를 보아

임과 나와 얼어죽을망정

얼음 위에 댓닢 자리를 보아

임과 나와 얼어죽을망정

정을 준 오늘 밤 더디 새어라 더디 새어라

잊히지 않고 늘 염려스러운 외로운 베갯머리에

어찌 잠이 오리오

서쪽 창문을 여니 복숭아꽃이 피어나는구나

복숭아꽃이 걱정 없이 봄바람에 웃는구나 봄바람

에 웃는구나

넋이라도 임과 한 곳에

함께 지내는 모습 그리더니

넋이라도 임과 한 곳에

함께 지내는 모습 그리더니

우기던 사람이 누구였습니까 누구였습니까

오리야 오리야

어린 비오리야

여울일랑 어디 두고

소에 자러 오는가

소 곧 얼면

여울도 좋습니다 여울도 좋습니다

남산에 자리 보아

옥산을 베고 누워

금수산 이불 안에

사향 각시를 안고 누워

남산에 자리 보아

옥산을 베고 누워

금수산 이불 안에

사향 각시를 안고 누워

약 든 가슴을 맞춥시다 맞춥시다

알아주소서 임이시여 영원히 이별할 줄 모르고

지냅시다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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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래 고려 속요성격 연가 남녀상열지사 향락적 퇴폐적형식 5연으로 이루어진 분연체로 결사를 포함하여 전 6연으로 보기도 함제재 남녀간의 사랑 또는 애정특징 남녀간의 애정을 가식 없이 진솔하고도 적나라 하게 표현했고 비유와 상징 반어와 역설 감각적인 언어로 감정의 표현이 진솔하여 문학성이 높은 편주제 변치 않는 사랑에 대한 소망 임과의 영원한 사랑 기원(임과의 사랑을 직설적으로 드러냄)의의 2연과 5연이 시조 형태에 근접하고 있어 시조의 기원을 찾는 자료로서 주목받음

1연 죽음보다 강한 사랑의 정열2연 임 생각에 밤을 지새우는 애처로움3연 사랑을 배신한 임에 대한 원망4연 무절제한 사랑을 하는 임에 대한 풍자5연 임에 대한 욕망과 상상6연 임과의 이별 없는 영원한 만남을 염원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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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사

(

歌辭

)

상춘곡(賞春曲)

정 극 인

紅塵(홍진)에 뭇친 분네 이내 生涯(생애) 엇

더고

風流(풍류)

가天地間(천지간) 男子(남자) 몸이 날만 이

하건마

山林(산림)에 뭇쳐 이셔 至樂(지

락)을

것가

數間茅屋(수간모옥)을 碧溪水(벽계수)

앒픠

고 松竹(송죽) 鬱鬱裏(울울리)예 風月主人(풍

월 주인) 되어셔라

속세에 묻혀 사는 분들이여 이 나의 생활이 어떠한가

옛 사람들의 운치 있는 생활을 내가 따를까 못따를까

천지간 남자로 태어난 몸으로서 나만한 사람이 많건마

는 왜 그들은 자연에 묻혀사는 지극한 즐거움을 모르는

것인가

몇 간쯤 되는 초가집을 맑은 시냇물 앞에 지어 놓고소

나무와 대나무가 우거진 속에 자연의 주인이 되었구나

서사-자연에 묻혀 사는 즐거움

엇그제 겨을 지나 새봄이

돌아오니桃花杏花(도화행화)

夕陽裏(석양

리)예 퓌여 잇고綠楊芳草(녹양방초)

細(우

중)에 프르도다칼로

아 낸가붓으로 그려낸

가造化神功(조화신공)이 物物(물물)마다 헌

엊그제 겨울이 지나 새봄이 돌아오니 복숭아꽃과 살구

꽃은 저녁 햇빛 속에 피어 있고 푸른 버들과 아름다운

풀은 가랑비 속에 푸르도다 칼로 재단해 내었는가 붓

으로 그려 내었는가 조물주의 신비스러운 솜씨가 사물

마다 야단스럽구나

본사 1-봄의 아름다운 경치

수풀에 우

春氣(춘기)

내 계

워 소

마다 嬌態(교태)로다 物我一體

(물아일체)어니 興(흥)이

소냐 柴扉(시

비)예 거러 보고 亭子(정자)애 안자 보니 逍

遙吟詠(소요 음영)

야 山日(산일)이 寂寂(적

적)

閑中眞味(한중진미)

알 니 업시 호

재로다

수풀에 우는 새는 봄 기운을 끝내 못 이겨 소리마다 아

양을 떠는 모습이로다

자연과 내가 한 몸이거니 흥겨움이야 다르겠는가 사립

문 주변을 걷기도 하고 정자에 앉아 보기도 하니 천천

히 거닐며 나직이 시를 읊조려 산 속의 하루가 적적한

데 한가로움 속의 참된 즐거움을 아는 사람이 없이 혼

자로구나

본사 2-봄의흥취

이바 니웃드라山水(산수) 구경 가쟈스라 踏靑

(답청)으란 오

고 浴沂(욕기)란 來日(내

일)

새 아

에 採山(채산)

고 나조

釣水

(조수)

여보게 이웃 사람들이여 산수 구경을 가자꾸나 산책

은 오늘하고 냇물에서 목욕하는 것은 내일 하세 아침

에 산나물을 캐고 저녁에 낚시질을 하세

본사 3-산수 구경 권유

괴어 닉은 술을 葛巾(갈건)으

로 밧타 노코 곳나모 가지 것거 수 노코 먹

으리라 和風(화풍)이 건

부러 綠水(녹수)

건너오니 淸香(청향)은 잔에 지고 落紅(낙

홍)은 옷새 진다 樽中(준중)이 뷔엿거

려 알외어라 小童(소동) 아

려 酒家(주가)

에 술을 믈어얼운은 막대 집고아

술을 메고

微吟緩步(미음 완보)

야 시냇

의 호자 안자

明沙(명사) 조 믈에 잔 시어 부어 들고 淸流(청

류)

굽어보니

니 桃花(도화)ㅣ로다 武陵

(무릉)이 갓갑도다 져

거인고

이제 막 익은 술을 갈건으로 거러 놓고 꽃나무 가지를

꺾어 잔 수를 세면서 먹으리라 화창한 바람이 문득 불

어서 푸른 시냇물을 건너오니 맑은 향기는 술잔에 가

득하고 붉은 꽃잎은 옷에 떨어진다 술동이 안이 비었

으면 나더러 아뢰어라 조그만 아이를 시켜 술집에서

술을 사 가지고 어른은 지팡이를 짚고 아이는 술을 메

고 나직이 읊조리며 천천히 걸어 시냇가에 혼자 앉아

고운 모래가 비치는 맑은 물에 잔 씻어 술을 부어 들

고 맑은 시냇물을 굽어보니 떠내려오는 것이 복숭아꽃

이로다 무릉도원이 가까이 있구나 저 들이 바로 그것

인가

본사 4-술과 풍류

松間(송간) 細路(세로)에 杜鵑花(두견화)

부치 들

고峰頭(봉두)에 급피 올나 구름 소긔

안자 보니 千村萬落(천촌만락)이 곳곳이 버러 잇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23 -

煙霞日輝(연하일휘)

錦繡(금수)

엇그제 검은 들이 봄빗도 有餘(유여)

소나무 사이 좁은 길로 진달래꽃을 손에 들고

산봉우리에 급히 올라 구름 속에 앉아보니 수많은 촌

락들이 곳곳에 벌여 있네 안개와 놀과 빛나는 햇살은

아름다운 비단을 펼쳐 놓은 듯 엊그제까지도 거뭇거뭇

했던 들판이 이제 봄빛이 넘치는구나

본사 5-산봉우리에서의 조망

功名(공명)도 날

우고富貴(부귀)도 날

우니淸

風明月이(청풍명월) 外(외)예 엇던 벗이 잇

올고

簞瓢陋巷(단표누항)에 흣튼 혜음 아니

아모

타 百年行樂(백년행락)이 이만

엇지

공명과 부귀가 모두 나를 꺼리니 아름다운 자연 외에

어떤 벗이 있으리오 비록 가난하게 살고 있지만 잡스

러운 생각은 아니하네 아무튼 한평생 즐겁게 지내는

것이 이만하면 족하지 않겠는가

결사-안빈 낙도

면앙정가(俛仰亭歌)

송 순

无等山(무등산) 활기 뫼히 동다히로

버더 이셔 霽月峯(제월봉)이 되여거

無邊大野(무변대야)의 므

짐쟉

노라

닐곱 구

움쳐 무득무득 버럿

가온대 구

굼긔든 늘근 뇽이 선

머리

언쳐시니

무등산 한 줄기 산이 동쪽으로 뻗어 있어 멀리 떼

어 버리고 나와 제월봉이 되었거늘 끝없이 넓은

들판에 무슨 속셈을 가지고 일곱 구비가 한 곳에

움추리어 무더기 무더기 벌여 놓은 듯 가운데 구

비는 구멍에 든 늙은 용이 풋잠을 이제 막 깨어

머리를 얹어 놓고 있는 것 같으니

rarr서사 1 - 제월봉의 위치와 형세

바희 우

松竹(송죽)을 혜혀고

정자

언쳐시니

구름

靑鶴(청학)이 千里(천 리)를 가리라

래 버렷

넓고 평평한 바위 위에 소나무 대나무를 헤치고

정자를 앉혔으니 구름을 탄 푸른 학이 천 리를

가려고 두 날개를 벌리고 있는 듯하다

rarr서사2 - 면앙정의 모습

玉泉山(옥천산) 龍泉山(용천산)

린 믈이

亭子(정자) 압 너븐 들

兀兀(올올)히 펴진드시

든 기노라 프르거든 희디마나

雙龍(쌍룡)이 뒤트

긴 깁을

어드러로 가노라 므

얏바

즈로 흐르

옥천산용천산 흘러내리는 물이 정자 앞 넓은 들

에 끊임없이 펼쳐진 듯이 넓거든 길지나 말든가

푸르거든 희지나 말지 두 마리 용이 몸을 뒤틀고

있는 듯 긴 비단을 펼쳐 놓은 듯 어디로 가느라

고 무슨 일이 바빠서 달리는 듯 따라가는 듯 밤낮

으로 흘는 듯

rarr본사 1 - 시냇물의 모습

므조친 沙汀(사정)은 눈

치 펴

거든

어즈러온 기러기

므스거슬 어르노라

안즈락

리락 모드락 흣트락

蘆花(노화)를

이 두고 우로곰 좃니

물을 따라 있는 모래밭은 눈같이 하얗게 펼쳐져

있는데 어지럽게 나는 갈매기는 무엇을 어르느라

고 앉기도 하고 내려오기도 하고 모이기도 하고

흩어지기도 하고 갈대꽃을 사이에 두고 울면서 따

라다니는가

rarr본사 2 - 기러기의 교태

너븐 길 밧기오 긴 하

두르고

즌 거슨 뫼힌가 屛風(병풍)인가

그림가 아닌가

노픈

숨거니 뵈거니 가거니 머믈거니

어즈러온 가온

일홈

도 젓티 아녀 옷독이 셧

거시

秋月山(추월산) 머리 짓고 용구산 몽선산 불대산

어등산 용진산 금성산이 허공에 버러거든

遠近(원근) 蒼崖(창애)의 머믄 것도 하도 할샤

넒은 길 밖이요 긴 하늘 아래 두르고 꽂은 것은

산인가 병풍인가 그림인가 아닌가 높은 듯 낮은

듯 끊어지는 듯 이어지는 듯 숨기도 하고 보이기

도 하고 가기도 하고 머물기도 하고 어지러운 가

운데 유명한 척하여 하늘도 두려워 하지 않고 우

뚝하게 서있는 것이 추월산으로 머리를 만들고

용구산 몽선산 불대산 어등산 용진산 금성산이 공

중에 늘어서 있으니 멀고 가까운 푸른 절벽에 머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24 -

문 것도 많기도 하구나

rarr본사 3 - 산봉우리의 승경

흰구름 부흰 煙霞(연하) 프로니

山嵐(산람)이라

千巖萬壑(천암만학)을 제 집으로 삼아두고

나명셩 들명셩 일

ㅣ도 구

지고

오르거니

리거니 長空(장공)의

나거니

廣野(광야)로 건너거니

프르락 불그락 여트락 지트락

斜陽(사양)과 섯거디어 細雨(세우)조차

흰구름 뿌연 안개와 노을 푸른 것은 산 아지랑

이로구나 수많은 바위와 골짜기를 제 집으로 삼

고서 나가기도 하고 들어오기도 하면서 아양도 떠

는구나 올라가기도 하고 내려가기도 하고 먼 하

늘로 떠나기도 하고 넓은 들로 건너가기도 하고

푸르기도 하고 붉기도 하고 옅기도 하고 짙기도

하고 석양과 섞이어 가랑비조차 뿌리는구나

rarr본사 4 - 봄 풍경

藍輿(남여)

고 솔아

구븐 길노

오며 가며

적의

綠楊(녹양)의 우

黃鶯(황앵) 嬌態(교태) 겨워

고야

나모 새

지어 綠陰(녹음)이 얼린 적의

百尺欄干(백척난간)의 긴 조으름 내여 펴니

水面凉風(수면양풍)이야 긋칠 줄 모르

뚜껑없는 가마를 재촉하여 타고 소나무 아래 굽은

길로 오며 가며 하는 때에 푸른 버드나무에서

는 꾀꼬리는 온갖 교태를 부리고 있구나 나무 사

이가 우거져서 녹음이 엉긴 때에 긴 난간에 기대

어 길게 기지개를 켜니 물위에서 부는 시원한 바

람이 그칠 줄을 모르는구나

rarr 본사 5 - 여름 풍경

즌서리

딘 후의 산빗치 錦繡(금수)로다

黃雲(황운)은

엇지 萬頃(만경)의 펴겨디오

漁笛(어적)도 흥을 계워

롸 브니

된서리가 걷힌 후에 산 빛이 수놓은 비단 같구나

누렇게 익은 곡식은 또 어찌 넓은 들에 펼쳐져 있

는가 어부가 부는 피리도 흥을 못이겨 달을 따라

불고 있구나

rarr 본사 6 - 가을 풍경

草木(초목) 다 진 후의 江山이

몰커

造物(조물)리 헌

야 氷雪(빙설)로

며내니

瓊宮瑤臺(경궁요대)와 玉海銀山(옥해은산)이

眼底(안저)에 버러셰라

乾坤(건곤)도 가

열사 간 대마다 경이로다

초목이 다 떨어진 후에 강산이 눈 속에 묻혔거늘

조물주가 야단스러워 눈과 얼음으로 꾸며내니 경

궁요대(구슬로 꾸민 궁궐과 대)와 옥해은산(아름

다운 바다와 눈덮인 산) 같은 설경이 눈 아래 펼

쳐졌구나 하늘과 땅도 풍성하구나 가는 곳마다

아름다운 경치로다

rarr 본사7 - 겨울 풍경

人間(인간)을

나와도 내 몸이 겨를 업다

이것도 보려

고 져것도 드르려코

도 혀려

도 마즈려코

밤으란 언제 줍고 고기란 언제 낙고

柴扉(시비)란 뉘 다드며 딘 곳츠란 뉘 쓸려뇨

이 낫브거니 나조

라 슬

소냐

리 不足(부족)커니 來日(내일)이라

有餘(유여)

이 뫼

안자 보고 져 뫼

거러 보니

煩勞(번로)

릴 일이 아조 업다

쉴 사이 업거든 길히나 젼

리야

다만 靑藜杖(청려장)이 다 므듸어 가노

속세를 떠나왔어도 내 몸이 한가하지 않다 이것

도 보려고 하고 저것도 들으려 하고 바람도 쏘이

려 하고 달도 맞으려 하고 밤은 언제 줍고 고기는

언제 낚고 사립문은 누가 닫으며 떨어진 꽃은 누

가 쓸겠느냐 아침에도 아름다운 경치 구경하는

시간이 모자랄 지경인데 저녁이라고 싫겠는가 오

늘의 시간이 부족한데 내일이라고 여유가 있겠는

가 이 산에서 앉아보고 저 산에서 걸어보니 번거

로운 마음이지만 버릴 일이 아주 없다 쉴 사이가

없는데 사람들에게 길이나마 알려줄 수가 있겠는

가 다만 명아주 대로 만든 지팡이가 다 무디어

가는구나

rarr본사 8 - 자연애와 풍류 생활

술이 닉어가니 벗지라 업슬소냐

이며 혀이며 이아며

온가짓 소

로 醉興(취흥)을

야거니

근심이라 이시며 시

이라 브터시랴

누우락 안즈락 구브락 져츠락 울프락

노혜로 놀거니

天地(천지)도 넙고넙고 日月(일월)도 가

羲皇(희황) 모

러니 이적이야 긔로고야

神仙(신선)이 엇더턴지 이몸이야 긔로고야

술이 익어가니 벗이라고 없겠는가 노래를 부르게

하며 악기를 타고 켜게 하며 방울을 흔들며 온갖

소리로 술에 취한 흥을 재촉하니 근심이라 있겠으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25 -

며 시름이라고 붙어 있으랴 눕기도 하고 앉기도

하고 구부리기도 하고 뒤로 젖히기도 하고 읊기도

하고 휘파람을 불기도 하면서 마음놓고 놀기도

하니 천지도 넓고 넓으며 세월도 한가하다 중국

복희 황제의 태평성대를 내가 잘 몰랐더니 지금이

바로 그것이로구나 신선이 어떤 것인지 잘 몰랐

더니 내가 바로 신선이로구나

rarr본사9 - 취흥

江山風月(강산풍월) 거

리고 내 백년을 다누리면

岳陽樓(악양루) 샹의 李太白(이태백)이 사라 오다

浩蕩情懷(호탕 정회)야 이에서 더

소냐

이 몸이 이렁 굼도 亦君恩(역군은)이샷다

아름다운 대자연을 거느리고 내 한평생을 다 누리

면 조망이 좋기로 이름난 악양루 위의 이태백이

살아온다한들 넓고 큰 마음이야 이것보다 더 하겠

는가 이몸이 이렇게 지내는 것도 역시 임금님의

은혜이시도다

rarr결사 - 호탕한 정회와 군은

면앙정의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지은이가 41세 되던 해 벼슬을 그만두

고 향리인 전라남도 담양에 내려가 면앙정이라는

정자를 짓고 아름다운 자연을 벗삼아 사는 자신의 풍

류 생활을 노래한 것이다 면아정 주변의 경치4계절의

풍경 자신의 풍류 생활에 대한 멋과 흥취를 짜임새 있

게 그려낸 선경 후정의 작품이다

우리 江湖歌道(강호가도)의 전형을 확립한 작품으로

정극인의 상춘곡을 이어받아 송강의 성산별곡관동별곡

에 크게 영향을 끼쳤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결사 끝

부분의 lsquo亦君恩(역군은)이샷다rsquo와 같은 표현은 맹사성의

lsquo강호사시가rsquo에도 나타나는 것으로 자연속에서 지내는

즐거움과 연군 지정을 결합시킨 표현이라 할 수 있다

관동별곡

정 철

江강湖호애 病병이 깁퍼 竹

林님의 누엇더니 關관東

동 八팔百

里니에 方방面면을 맛디시니 어와 聖셩恩

은이야 가디록 罔망極극

다 延연秋츄門문 드리

慶경會회 南남門문

라보며 下하直직고 믈너나니 玉

옥節졀이 알

셧다

平평丘구驛역

라 黑흑水슈로 도라드니 蟾셤江

강은 어듸메오 雉티岳악이 여긔로다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의 병이 깊어 전라남도 창평에서

지내고 있었는데 800리나 되는 강원도 지방의 관찰사

소임을 맡기시니 아아 임금님의 은혜야말로 갈수록

끝이 없다 연추문으로 달려들어가 경회루의 남쪽문을

바라보며 임금님께 하직 인사를 하고 물러나니 옥절이

앞에 서 있다 양주(평구역)역에서 말을 갈아타고 여주

(흑수)로 돌아 들어가니 원주(섬강)는 어디인가 치악

산이 여기로구나

서사1-관찰사 배명과 부임의 여정

昭쇼陽양江강

린 믈이 어드러로 든단 말고 孤고臣신

去거國국에 白

髮발도 하도 할샤 東동州

밤 계오

새와 北븍寬관亭뎡의 올나

니 三삼角각山산 第뎨一일

峰봉이

마면 뵈리로다 弓궁王왕 大대闕궐 터희 烏오

鵲쟉이 지지괴니 千쳔古고 興흥亡망을 아

다 몰

다 淮회陽양 녜 일홈이 마초아

시고 汲급長

孺유

風풍彩

를 고텨 아니 볼 게이고

소양강 흘러내린 물이 어디로 흘러들어간단 말인가 외

로운 신하가 임금님 곁을 떠남에 있어서 나라에 대한

걱정이 많기도 하구나 철원(동주)에서 밤을 겨우 새운

후 북관정에 오르니(임금님이 계신 한양에 있는)삼각

산의 제일 높은 봉우리가 웬만하면 보일 것 같구나 옛

날 궁예왕이 살았던 대궐 터에 까마귀와 까치만 지저귀

고 있으니 먼 옛날의 흥망 성쇠를 까마귀와 까치 너희

들은 아느냐 모르느냐 회양이라는 이름이 옛날 중국의

지명인 회양과 마침 똑같구나(중국 회양 땅에서 선정

을 베푼)급장유의 모습을 이제 다시 (여기서)볼 수 있

지 않겠는가(급장유가 중국 회양땅에서 선정을 베푼

것처럼 정철 자신도 이곳 강원도 회양땅에서 선정을 베

풀겠다는 포부를 나타냄)

서사 2-관내 순력과 선정에 대한 포부

營영中듕이 無무事

고 時시節졀이 三삼月월인 제

花화川쳔 시내길히 楓풍岳악으로 버더 잇다 行

裝장

을 다

티고 石셕逕경의 막대 디퍼 百백川쳔洞동 겨

두고 萬만瀑폭洞동 드러가니 銀은

무지게 玉

龍룡의 초리 섯돌며

十십里리의

자시니 들을 제

우레러니 보니

눈이로다

감영(지금의 도청)안에 아무 일이 없고 시절이 마침 삼

월인 때에 화천 시냇길이 금강산으로 뻗어 있다 행장

을 다 떨쳐 버리고 돌길에 지팡이를 짚어 백천동 곁을

지나 만폭동으로 들어가니 은같은 무지개 옥 같은 용

의 꼬리처럼 생긴 폭포가 섞어 돌며 뿜는 소리가 십 리

에 깔려 있으니 멀리서 들을 때는 우렛소리더니 가까

이 가서 보니 눈(雪)이 날리는 것 같구나

본사1-만폭동 폭포의 장관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26 -

金금剛강臺

우層층의 仙션鶴학이 삿기 치니 春츈

風풍 玉옥笛

聲셩의 첫

돗던디 縞호衣의玄현裳

샹이 半반空공의 소소

니 西셔湖호

主쥬人인을

반겨셔 넘노

금강대 맨 꼭대기에 사는 선학이 새끼를 치니 봄바람

옥피리 소리에 첫 잠을 깨었던지 흰 저고리 검은 치마

로 단장한 학이(학의 날개 묘사) 공중에 솟아 뜨니 옛

날 중국 서호에서 학과 더불어 노닐던 임포를 반겨 맞

는 것 같구나(정철 자신을 임포처럼 생각함)

본사2-금강대 위의 선학

小쇼香향爐노 大대香향爐노 눈 아래 구버보고 正졍陽

양寺

眞진歇헐臺

고텨 올나 안

마리 廬녀山산 眞

진面면目목이 여긔야 다 뵈

다 어와 造조化화翁옹이

토 헌

거든

디 마나 셧거든 솟디 마나

芙부蓉용을 고잣

玉옥을 믓것

東동溟명

을 박

北북極극을 괴왓

놉흘시고 望망高

고臺

외로올샤 穴혈望망峰봉이 하

의 추미러 므

일을

로리라 千쳔萬만劫겁 디나

록 구필 줄 모

다 어와 너여이고 너

향로처럼 생긴 크고 작은 봉우리를 눈아래 굽어보고 나

서 정양사를 지나 진헐대에 다시 올라 앉으니 금강산

의 참모습이 여기서야 다 보이는구나 아아 조물주가

야단스럽기도 야단스럽구나(산봉우리들이)날아가려거

든 뛰지나 말든가 서있으려거든 (위로)솟지나 말든가

할일이지 연꽃을 꽂아 놓은 것 같기도 하고흰 옥을

묶어 놓은 것 같기도 하고 북극성을 떠받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높구나 망고대 외롭구나 혈망봉이 하늘

에 치밀어서 무슨 일을 아뢰려고 오랜 세월이 지나도록

굽힐 줄을 모르느냐 아아 너로구나 너같은 충신이

또 있을까(진헐대에서 바라본 많은 산봉우리들이 굳굳

한 모습으로 서있는 것을 보고 충신의 지조와 절개를

연상하여 표현한 구절)

본사 3-진헐대에서의 조망

心심臺

고텨 올나 衆듕香향城셩

라보며 萬만

二이千쳔峰봉을 歷녁歷녁히 혀여

니 峰봉마다

쳐 잇

고 긋마다 서린 긔운

거든 조티마나 조커든

디 마

나 뎌 긔운 흐터 내야 人인傑걸을

고쟈 形형容용

도 그지업고 체체勢셰도 하도 할샤 天텬地디 삼기실

제 自

然연이 되연마

이제 와 보게 되니 有유情정

도 有유情정

개심대를 다시 올라가서 중향성을 바라보며 금강산 만

이천 봉우리를 똑똑히 헤아려 보니 산봉우리마다 정기

가 맺혀 있고 봉우리 끝마다 서린 기운(정기) (산의

정기가)맑거든 깨끗하지나 말든가 깨끗하거든 맑지나

말 것이지(산의 정기가 맑고도 깨끗하다는 의미) 저

기운을 흩어 내어 뛰어난 인물을 만들고 싶구나 산봉

우리의 생긴 모양이 끝이 없이 다양하고 자세도 많기도

하구나 천지가 생겨날 때 자연히 된 줄 알았더니 이제

와서 보니까 조물주의 뜻이 분명히 있구나

본사 4-개심대에서의 조망

毗비盧로峰봉 上샹上샹頭두의 올라 보니 긔 뉘신고

東동山산 泰태山산이 어

야 놉돗던고 魯노國국 조븐

줄도 우리

거든 넙거나 넙은 天텬下하 엇

닷 말고 어와 뎌 디위

어이

면 알 거이고 오

디 못

거니

려가미 고이

비로봉 맨 꼭대기에 올라본 사람이 그 누구인가

동산과 태산이 그 얼마나 높던가 노나라가 작다는 것

도 우리는 모르겠는데 넓고도 넓은 천하를 어떻게 해서

작다고 공자께서는 말씀하신단 말인가 아아 저 공자

의 경지를 어떻게 하면 알 것인가 올라가지 못하는데

내려가는 것이 이상하랴

본사 5-비로봉을 본 감회

圓원通통골

길로 獅

峰봉을

자가니 그 알

너러바회 化화龍룡쇠 되여셰라 千쳔年년 老노龍룡

이 구

서려 이셔 晝듀夜야의 흘녀 내여 滄창海

해예 니어시니 風풍雲운을 언제 어더 三삼日일雨우

디련

다 陰음崖애예 이온 플을 다 살와 내여

원통골 가느다란 길로 사자봉을 찾아가니 그 앞에 넓고

평평한 바위가 화룡소가 되었구나 마치 천 년이나 묵

은 늙은 용(정철 자신을 지칭함)이 굽이굽이 서려 있어

서 밤낮으로 물을 흘려 내어 푸른 바다에 이어졌으니

용(작자 자신)아 너는 언제 풍운(선정의 기회)을 얻어

서 임금님의 은총을 백성들에게 내리려느냐 굶주리고

헐벗은 백성들을 다 살려 내려무나

본사 6-화룡소에서의 감회

磨마訶하衍연 妙묘吉길祥샹 雁안門문재 너머 디여 외

나모

리 佛블頂뎡臺

올라

니 千쳔尋심絶졀

壁벽을 半반空공애 셰여 두고 銀은河하水슈 한 구

촌촌이 버혀 내여 실

티 플텨이셔 뵈

티 거러시니

圖도經경 열 두 구

내 보매

여러히라 李니謫

션 이제 이셔 고텨 의논

게 되면 廬녀山산이 여긔도

곤 낫단 말 못

려니

마하연 묘길상을 구경하고 안문재를 넘어 내려가 외

나무 썩은 다리를 건너 불정대에 오르니 천길이나 되는

낭떠러지를 공중에 세워 놓고 은하수 한 굽이를 마디

마디 베어 내어 실같이 풀어 가지고 베처럼 걸었으니

도경(금강산 12폭포를 그림으로 그려놓은 그림책)에는

폭포가 열두굽이로 되어 있지만 내가 보기에는 그보다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27 -

더 많아 보인다 이태백이 지금 살아 있어서 다시(금강

산 12폭포와 중국의 여산폭포를 비교) 논의하게 된다

면 여산 폭포가 여기보다 더 낫다는 말은 못 할 것이

본사 7-십이 폭포의 장관

山산中듕을

양 보랴 東동海해로 가쟈

라 籃남輿여

緩완步보

야 山산映영樓누의 올나

니 玲녕瓏농 碧벽

溪계와 數수聲셩啼뎨鳥됴

離니別별을 怨원

旌졍旗긔를

티니 五오色

이 넘노

鼓고角각을

섯부니 海해雲운이 다것

鳴명沙사길 니근

이 醉

仙션을 빗기 시러 바다

두고 海

棠당花화로 드러가니 白

鷗구야

마라 네 버딘 줄 엇디 아

산중의 경치만 노상 보겠는가 동해로 가자꾸나 남녀

(뚜껑없는 가마)를 타고 천천히 걸어서 산영루(정자이

름)에 오르니 영롱하게 반짝이는 시냇물과 갖가지 소

리로 우는 새는 나와의 이별을 싫어하는 듯 여러 가지

깃발을 휘날리니 오색(빨강파랑검정노랑흰색등의

깃발)이 넘나들며 노는 듯 북과 피리를 섞어 부니 바

다의 구름이 다 걷히는 듯하다 모래밭 길에 익숙한 말

이 도취한 신선을 비스듬히 태우고 해변을 따라 해당

화가 피어 있는 곳으로 들어가니 백구야 날아가지 마

라 내가 네 친구일수도 있지 않느냐

본사 8-동해로 가는 감회

金금闌난窟굴 도라드러 叢총石셕亭뎡 올라

니 白

옥樓누 남은 기동 다만 네히 셔 잇고야 工공슈의 셩녕

인가 鬼귀斧부로 다

가 구

야 六뉵面면은 므어슬

象샹톳던고

금난굴을 돌아들어서 총석정에 오르니 바다 가운데에

돌기둥 네 개가 백옥루의 남은 기둥처럼 서 있구나 저

네 개의 돌기둥은 공수(중국 고대의 명공)가 만든 것인

가 귀신의 도끼로 다듬었는가 구태여 그 돌기둥이 여

섯 모가 난 것은 무엇을 본뜬 것인가

본사 9-총석정의 장관

高고城셩을란 뎌만 두고 三삼日일浦포

자가니 丹

단書셔

宛완然연

되 四

仙션은 어

가니 예 사흘

머믄 後후의 어

머믈고 仙션遊유潭담 永영郎

냥湖호 거긔나 가 잇

가 淸

澗간亭뎡 萬만景경臺

몃 고

안돗던고

고성을 저만큼 두고 삼일포를 찾아가니 영랑의 무리

(신라 때 네 명의 화랑 곧 사선)가 남쪽으로 갔다는

글씨는 뚜렷한데 사선은 어디 갔는가 여기서 사흘을

머문 후에 어디 가서 또 머물렀을까 선유담 영랑호

거기나 가 있는가 청간정 만경대 몇 곳에 앉았던가

본사 10-삼일포에서의 회고

梨니花화

셔 디고 졉동새 슬피 울 제 洛낙山산東

동畔반으로 義의相샹臺

예 올라 안자 日일出츌을 보

리라 밤듕만 니러

니 祥샹雲운이 집

동 六뉵龍뇽

이 바퇴

동 바다

날 제

萬만國국이 일위더니

天텬中듕의 티

니 毫호髮발을 혜리로다 아마도 녈구

름 근쳐의 머믈셰라 詩시仙션은 어

가고 咳

唾타만

나맛

니 天텬地디間간 壯장 긔별

셔히도

셔이

배꽃은 벌써 떨어지고 접동새가 슬피 울 때에 낙산의

동쪽 언덕에 있는 의상대에 올라앉아 해 뜨는 것을 보

려고 한 밤중에 일어나니 상서로운 구름이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듯 여섯 마리의 용이 떠받치고 있는 듯

해가 바다에서 떠날 때는 온 세상이 흔들리는 것 같더

니 하늘로 치솟아 오르니 가느다란 터럭을 셀 수 있을

정도로 밝구나 혹시나 지나가는 구름(간신을 비유함)

이 햇빛을 가릴까 두렵다 이백은 어디 가곡 그가 남긴

유명한 말(咳唾(해타)-이백은 lsquo등금릉봉황대rsquo라는 시에

서 간신이 임금의 총명을 흐리게 하는 것을 구름이 해

를 가리는 것에 비유했음)만 남아 있는가 천지간에 굉

장한 소식(사연)이 그의 시에 자세히도 표현되어 있구

본사 11-의상대에서의 일출의 장관

斜샤陽양 峴현山산의 척

을 므니

와 羽우蓋개芝

지輪륜이 鏡경浦포로

려가니 十십里리 氷빙紈환을

다리고 고텨 다려 長

松숑 울흔 소개 슬

장 펴뎌시

니 믈결도 자도 잘샤 모래

혜리로다 孤고舟쥬 解

纜람

야 亭뎡子

올나가니 江강門문橋교 너믄

大대洋양이 거긔로다 從

容용댜 이 氣긔像샹

闊활遠원댜 뎌 境경界계 이도곤

어듸 잇

닷 말고 紅홍粧장 古고事

리로다

江강陵능 大대都도護호風풍俗쇽이 됴흘시고 節졀孝효

旌졍門문이 골골이 버러시니 比비屋옥可가封봉이 이제

도 잇다

저녁 햇살이 비치는 현산의 철쭉꽃을 잇달아 밟으면서

신선을 태운 수레가 경포로 내려가니 십 리나 되는 비

단을 (다리미로)다리고 다시 다린 것처럼 맑고 깨끗한

수면이 큰 소나무가 둘러싼 속에 실컷 펼쳐져 있으니

물결도 잔잔하기도 잔잔하구나 모래를 셀 수 있을 것

같도다 배 한 척을 띄워 호수를 건너가서 정자 위에

올라가니 강문교 바로 너머에 넓은 바다가 거기로구

나 조용하구나 이 기상 넓고 멀구나 저 경계(수평

선) 여기보다 더 (경치가) 잘 갖추어진 곳이 또 어디

있단 말인가 박신과 흥장의 옛일을 야단스럽다고 할

것이로다 강릉 대도호부의 풍속이 좋기도 하구나 충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28 -

신 효자 열녀 등을 표창하는 문이 고을마다 널려 있

으니 요순 시대처럼 집집마다 벼슬을 봉할 만하다는

것이 지금도 있다 할 것이로다

본사 12-경포의 장관과 강릉의 미풍 양속

眞진珠쥬館관 竹

西셔樓루 五오十십川쳔

린 믈이 太

태白

山산 그림재

東동海

로 다마 가니

하리 漢

한江강의 木목覓멱의 다히고져 王왕程뎡이 有유限

고 風풍景경이 못 슬

니 幽유懷회도 하도 할샤 客

愁수도 둘 듸 업다 仙션사

워 내여 斗두牛우로 向

살가 仙션人인을

려 丹단穴혈의 머므살가

진주관 죽서루 아래 오십천에 흘러내리는 물이 태백산

그림자를 동해로 담아가지고 흘러가니 차라리 저 물을

임금님이 계신 서울 남산에 닿게 하고 싶다 관원의 여

정에는 기한이 있고 풍경은 싫증이 나지 않으니 그윽

한 회포도 많기도 많구나 나그네의 시름도 둘 곳이 없

다 신선이 탄다는 뗏목을 띄워서 북두성과 견우성으로

향할까 사선을 찾으러 단혈에 머무를까

본사 13-죽서루에서의 객수

天텬根근을 못내 보와 望망洋양亭뎡의 올은말이 바다

밧근 하

이니 하

밧근 므서신고

득 노 고래 뉘

라셔 놀내관

블거니

거니 어즈러이 구

디고 銀

은山산을 것거 내여 六뉵合합의

五오月월

天텬의 白

雪셜은 므

일고

하늘의 끝을 끝내 못 보아 망양정에 오르니 바다 밖은

하늘인데 하늘 밖은 무엇인가 가뜩이나 노한 고래를

누가 놀리게 하기에 불기도 하고 뿜기도 하면서 어지럽

게 구는 것인가 은으로 된 산을 꺾어 내어 온 세상에

흩어 내리는 듯 오월의 아득한 하늘에 흰 눈이 무슨 일

인가

본사 14-망양정에서의 조망

져근덧 밤이 드러 風풍浪낭이 定뎡

扶부桑상 咫

지尺

의 明명月월을 기

리니 瑞셔光광 千쳔丈

고야 珠쥬簾렴을 고텨 것고 玉옥階계

다시 쓸며 啓계明명星셩 돗도록 곳초 안자

라보니

蓮년花화 가지

뉘라셔 보내신고 일이 됴흔

世세界계

대되 다 뵈고져

流뉴霞하酒쥬

득 부어

려 무론 말이 英영雄웅은

가며 四

仙션은 긔 뉘러니 아

나 맛나 보아

긔별 뭇쟈

니 仙션山산 東동海

예 갈 길히 머도

멀샤

잠깐 사이에 밤이 되어 풍랑이 가라앉거늘 해와 달이

뜬다는 부상 가까운 거리에서 밝은 달을 기다리니 천

길이나 뻗친 상서로운 달빛이 보이는 듯하다가 숨는구

나 구슬로 만든 밭을 걷어 올리고 돌층계를 다시 쓸며

샛별이 돋을 때까지 꼿꼿이 앉아 바라보니 흰 연꽃 한

송이를 누가 보내셨는가 이렇게 좋은 세계를 남에게

다 보이고 싶구나 신선주를 가득 부어 들고 달에게 묻

기를ldquo영운은 어디 갔으며 사선 그들은 그 누구이더

냐rdquo 아무나 만나 보아 옛 소식을 물으려 하니 삼신산

이 있다는 동해에 갈 길이 멀기도 멀구나

결사 1-동해의 달맞이

松숑根근을 볘여 누어 픗

을 얼픗 드니

애 사

이 날

려 닐온 말이그

내 모

랴 上샹界계예 眞

진仙션이라 黃황庭뎡經경一일字

엇디 그

닐거

두고 人인間간의 내려와셔 우리

다 져근덧

가디 마오 이 술 잔 머거 보오 北북斗두星셩 기우

려 滄챵海

水슈 부어 내여 저 먹고 날 머겨

서너

잔 거후로니 和화風풍이 習습習습

야 兩냥腋

을 추

혀 드니 九구萬만里리 長

空공애 져기면

리로다 이

술 가져다가 四

예 고로

화 億억萬만 蒼창生

을 다 醉

근 後후의 그제야 고텨 맛나

고야 말 디쟈 鶴학을

고 九구空공의 올나가니

空공中듕 玉옥蕭쇼 소

어제런가 그제런가

나도

여 바다

구버보니 기

거니

인들 엇디 알리 明명月월이 千천山산萬만落낙의 아니

비쵠

업다

소나무 뿌리를 베고 누워서 선잠을 얼핏드니

꿈에 한 사람이 나더러 이르기를 ldquo그대(송강)를 내가

모르랴 그대는 하늘 나라의 진짜 신선이라 황정경의

한 글자를 어찌하여 잘못 읽어 가지고 속세로 귀양와서

우리를 따르는가 잠깐 동안 가지 말고 이 술 한잔 먹

어 보오rdquo 북두칠성을 국자 삼아 푸른 바닷물을 잔에

부어 저도 먹고 나도 먹이거늘 서너잔을 기울이니 화

창한 바람이 산들산들 불어 양쪽 겨드랑이를 추켜드니

구만리나 되는 먼 하늘에 웬만하면 날 것 같구나

ldquo이 술을 가져다가 온 세상에 골고루 나누어 모든 백성

들을 다 취하게 만든 후에 그 때에야 다시 만나 또 한

잔 하자꾸나lsquo

그 말이 끝나자 신선(꿈에 한 사람)은 학을 타고 하늘

로 올라가니 공중에서 들려오는 옥피리 소리가 어제던

가 그제던가 싶게 어렴풋하구나 나도 잠을 깨어 바다

를 굽어보니 그 깊이를 모르는데 끝이야 더욱 어떻게

알겠는가 밝은 달이 온 세상에 아니 비친 곳이 없다

결사 2-꿈속의 선연

lt송강가사(松江歌辭) 이선본(李選本gt

지은이가 45세 되던 선조 13년(1580)에 강원도 관찰사

에 배임(拜任)되어 부임하는 과정과 원주에 부임한 후

틈을 내어 관동 팔경을 비롯한 강원도 내의 명승지를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29 -

두루 유람하며그 승경(勝景)과 인정 풍속을 비롯해서

연군(戀君)애민의 정(情) 및 선연(仙緣)을 노래한 기행

가사의 대표적인 작품이다 멀게는 고려 충숙왕 때 안

축이 지은 경기체가 형식의 [관동별곡]과 가깝게는 명

종때 백광홍이 지은 [관서별곡] 송순의 [면앙정가]의

영향을 받은 작품으로 표현이 명쾌화려하고 탄력이 넘

치며 활달하고 낭만적이어서 지은이의 호탕한 기상이

잘 나타나 있다

총 295구로 이루어진 장편 기행 가사로 서사(처음~급

당유 풍 고텨 아니 볼 게이고) 본사(영둥이 무고~오월 댱텬의 셜은 므일고) 결사(져근덧 밤이

드러~아니 비쵠 업다)로 구성되어 있다

산에서 바다로 이어지는 여정은 그 각각의 이미지를 매

개로 하여 인간의 두 가지 존재 양식 사이에서 갈등하

는 작가의 모습을 보여 준다 산에서 본 경치는 백색의

이미지로서 고결한 위정자로서의 풍모를 드러내고 있으

며 바다에서는 인간 본연의 영원한 세계를 갈구하는

자유 분방한 정신을 표출하고 있다

다양한 어휘와 적절한 수사법을 능란하게 구사함으로

써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한층 높은 경지로 끌어 올린

작품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사미인곡(思美人曲)

송강 정 철

이 몸 삼기실 제 님을 조차 삼기시니 緣分(연분)이며 하 모 일이런가 나 나 졈어 잇

고 님 나 날 괴시니 이 음 이 랑 견졸 노여 업다

이 몸이 태어날 때에 임을 따라서 태어나니 한평생의

연분이며 하늘이 모를 일이던가내가 오직 젊어 있고

임은 오직 나를 사랑하시니 이 마음과 이 사랑을 비교

할 곳이 전혀 없다

서사 1-임과의 인연

平生(평)애 願(원) 요 녜자 얏더니

늙기야 므 일로 외오 두고 글이고 엇그제 님

을 뫼셔 廣寒殿(광한뎐)의 올낫더니그더 엇디

야 下界(하계)예 랴오니 올 적의 비슨 머리 얼

킈연디 三年(삼년)이라 臙脂粉(연지분) 잇마 눌 위여 고이고 음의 친 실음 疊疊(텹텹)

이 혀 이셔 짓니 한숨이오 디니 눈믈이라

人生(인)은 有限(유) 시도 그지업다

평생에 원하기를 임과 함께 살아가고자 했는데 늙어서

야 무슨일로 외따로 두고 그리워하는가 엊그제 임을

모시고 광한전에 올라 있었는데 그 사이에 어찌하여 이

하계에 내려왔느냐 임을 떠나 올 적에 빗은 머리가 헝

클어진 지삼 년일세 연지와 분이 있지마는 누구를 위

해서 예쁘게 화장할 것인가 마음에 맺힌 시름이 겹겹

이 쌓여 있어서 짓는 것이 한수밍요 떨어뜨리는 것이

눈물이라 인생은 한이 있는데 시름은 끝이 없다

서사 2-임에 대한 그리움

無心(무심) 歲月(셰월)은 믈 흐 고야 炎

凉(염냥)이 아라 가 고텨 오니 듯거니

보거니 늣길일도 하도 할샤

아무 생각이 없는 세월은 물 흐르듯 빨리 지나가는구

나 더위와 추위가 때를 알아서 가자마자 다시 오니 듣

고 보는 가운데서 느낄일이 많기도 많구나

서사 3-세월의 무상함

東風(동풍)이 건듯 부러 積雪(젹셜)을 헤텨내니 窓

(창) 밧긔 심근 梅花(화) 두세 가지 픠여셰라 득 冷淡(담) 暗香(암향)은 므 일고 黃昏

(황혼)의 이 조차 벼 마 빗최니 늣기 반기 님이신가 아니신가

뎌 梅花(화) 것거 내여 님 겨신 보내오져 님

이 너 보고 엇더타 너기실고

봄바람이 문득 불어서 쌓인 눈을 헤쳐내니 창밖에 심은

매화가 두세 가지 피었구나 가뜩이나 쌀쌀하고 담담한

데 그윽하게 풍기는 향기는 또 무슨 일인가 황혼에 달

이 따라와 배갯머리에 비치니흐느껴 우는 듯 반기는

듯하니 임이신가 아니신가 저 매화를 꺾어 내어 임 계

신 곳에 보내고 싶다 그러면 임이 너 (매화)를 보고

어떻다고 생각하실까

본사 1-춘원(春怨)

디고 새 닙 나니 綠陰(녹음)이 렷 羅幃

(나위) 寂寞(젹막)고 繡幕(슈막)이 뷔여 잇다 芙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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蓉(부용)을 거더 노코 孔雀(공쟉)을 둘러 두니 득 시 한 날은 엇디 기돗던고鴛鴦錦(원앙금)

버혀 노코 五色線(오션) 플텨 내여 금자 견화

이셔 님의 옷 지어 내니 手品(슈품)은니와 制度

(졔도)도 시고 珊瑚樹(산호슈) 지게 우 白玉函(옥함)의 다마 두고 님의게 보내오려 님 겨신

라보니 山(산)인가 구롬인가 머흐도 머흘시

고 千里 萬里(쳔리 만리)길흘 뉘라셔 자갈고니

거든 여러 두고 날인가 반기실가

꽃이 지고 새 잎이 피어나니 녹음이 우거졌는데 비단

포장이 적막하고 수놓은 장막이 텅 비어 쓸쓸하다 연

꽃을 수놓은 비단 휘장을 걷어 놓고 공작을 수놓은 병

풍을 둘러 치니 가뜩이나 시름이 많은데 날은 어찌 그

리 길던가 원앙새 수놓은 비단을 베어 놓고 오색실을

풀어 내어 좋은 자로 재어서 임의 옷을 지어내니 솜씨

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격식도 갖추었구나 백옥으로

만든 함에 담아 산호로 만든 지게 위에 얹어 놓고 임에

게 보내려고 임 계신 곳을 바라보니 산인지 구름인지

험하기도 험하구나 천만 리나 되는 먼 길을 누가 찾아

갈 것인가 가면은 함을 열어 놓고 나를 본것처럼 반가

워하실까

본사2-하원(夏怨)

밤 서리김의 기겍러기 우러 녤 제 危樓(위루)

에 혼자 올라 水晶簾(슈졍념) 거든말이 東山(산)의

이 나고 北極(븍극)의 별이 뵈니 님이신가 반기

니 눈믈이 절로 난다 淸光(쳥광)을 쥐여 내여 鳳

凰樓(봉황누)의 븟티고져 樓(누) 우 거러 두고

八荒(팔황)의 다 비최여 深山窮谷(심산궁곡) 졈낫

티 그쇼셔

하룻밤 서리가 내린 무렵에 기러기가 울며 지나갈 때

높은 누각에 혼자 올라가 수정으로 만든 밭을 걷으니

동산에 달이 떠오르고 북극성이 보이므로 임이신가 하

여 반가워하니 눈물이 절로 난다 밝은 달을 잡아 내어

임 계신 곳에 보내고 싶구나 임께서 그 달을 누각 위

에 걸어 노고 온 세상을 다 비추어 깊은 산 골짜기 까

지도 대낮같이 밝게 하소서(밝은 정치를 베푸소서)

본사 3-추원(秋怨)

乾坤(건곤)이 閉塞(폐)야 白雪(셜)이 빗친

제 사은니와 새도 긋쳐 잇다 瀟湘南畔(쇼

샹남반)도 치오미 이러커든 玉樓高處(옥누고쳐)야

더욱 닐러 므리陽春(양츈)을 부쳐 내여 님 겨

신 쏘이고져茅簷(모쳠) 비쵠 玉樓(옥누)의

올리고져 紅裳

(홍샹)을 니믜 고 翠袖(슈) 半(반)만 거더

日暮脩竹(일모슈듁)의 혬가림도 하도 할샤 댜 수이 디여 긴 밤을 고초 안자 靑燈

(쳥등) 거른 겻 鈿箜葔(뎐공후)노하 두고 의나

님을 보려 밧고 비겨시니 鴦衾(앙금)도 도

샤 이 밤은 언제 샐고

하늘과 땅이 꽉막힌 것처럼 흰 눈으로 온통 덮여 있으

니 사람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날아디는 새도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다 소상강 남쪽 지방같이 따뜻한 이 곳

도 추위가 이러한데 하물며 임계신 북쪽 지방이야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따뜻한 봄볕을 부쳐 내어 임 계신

곳에 쏘이고 싶다 초가집 처마에 비친 해를 임계신 곳

에 올리고 싶다 붉은 치마를 여미어 입고 푸른 소매를

반쯤 걷어 해질 무렵 대나무에 의지하여 여러 가지 생

각이 많기도 하구나 짧은 겨울해가 이내 넘어가니 긴

밤을 꼿꼿이 앉아서 청사초롱을 걸어 둔 곁에 자개 입

힌 공후를 놓아 두고 꿈에나 임을 만나 보려고 턱을

받치고 기대어 있으니 원앙금침이 차갑기도 하구나 이

밤은 언제 샐것인가

본사 4-동원(冬怨)

도 열두 도 셜흔 날 져근덧 각마

라 이 시 닛쟈 니 의 쳐 이셔 骨髓(골

슈)의 텨시니 扁鵲(편쟉)이 열히 오나 이 병을

엇디리 어와 내 병이야 이 님의 타시로다 하

리 싀어디여 범나븨 되오리라 곳나모 가지마다 간

죡죡 안니다가 향 므든 애로 님의 오 올므

리라 님이야 날인 줄 모셔도 내 님 조려 노

하루도 열두 때 한 달도 서른 날 잠시 라도 생각을

말아 가지고 이 시름을 잊으려 해도 마음 속에 맺혀

있어서 뼛속까지 사무쳤으니 편작 같은 명의가 열명이

온다 한들 이 병을 어찌할 것인가

아아 내 병이여 이 병을 어찌할 것인가

아아 내 병이여 이 임의 탓이로다 차라리 죽엇 호랑

나비가 되리라 꽃나무 가지에 가는 곳마다 앉으며 돌

아다니다가 향기 묻은 날개로 임의 옷에 앉으리라 임

께서 나인 줄을 모르신다 해도 나는 끝까지 임을 따르

려 하노라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31 -

결사 -임을 향한 변함 없는 마음

lt성주본 송강가사gt

작품의 감상

작자가 50세 되던 해에 반대 정파의 탄핵을 받고 전남

창평으로 물러나 우거(寓居)하면서 임금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여인이 사랑하는 사람을 그리는 심정에 의탁하

여 부른 노래이다 이 작품의 제목인 〈사미인곡(思美

人曲)〉은 중국 굴원이 지은 〈이소(離騷)〉의 제 9편

에 나오는 lsquo사미인(思美人)rsquo이라는 편명에서 따온 것으

로 보이며 그 작품 역시 충군(忠君)의 내용을 담고 있

어 내용 또한 그 영향을 받은 것으로 짐작된다

또 임금을 임으로 설정하여 노래한 것은 고려 속요인

〈정과정〉과 맥을 같이하고 있으며 임에 대한 헌신적

사랑의 표현은 〈가시리〉〈동등〉등과 접맥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작품은〈속미인곡〉과 더불어 가사 문학의 극치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일찍이 서포 김만중은 〈사미인

곡〉 〈속미인곡〉 〈관동별곡〉을 가리켜 lsquo좌해진문

장 지차삼편(左海眞文章 只此三篇우리 나라의 참된 문

장은 오직 이 세 편뿐이다)rsquo라고 하였다 이 노래는

서사 본사 결사 세 부분으로 되어 있는데 본사는 다

시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나뉘어 있다

속미인곡(續美人曲)

송강 정 철

뎨 가 뎌 각시 본듯도 뎌이고

天上(텬상) 白玉京(옥경)을 엇디야 離別(니별)고

다 뎌 져믄 날의 눌을 보라 가시고

저기가는 저 젊은 여인 본 듯도 하구나 임금님이 계

시는 서울을 어찌하여 이별하고 해가 다 져서 저무는

날에 누구를 보러 가시는 고

rarr서사1 - 서울을 떠나온 이유(갑녀의 질문)

어와 네여이고 내 셜 드러보오

내 얼굴 이 거동이 님 괴얌즉 냐마

엇딘디 날 보시고 네로다 녀기실나도 님을 미더 군디 전혀 업서

이야 교야 어러이 구돗디

반기시 비치 녜와 엇디 신고

누어 각고 니러 안자 혜어니

내 몸의 지는 죄 뫼티 혀시니

하히라 원망며 사이라 허믈랴

셜워 플텨 혜니 造物(조물)의 타시로다

아아 너로구나 내 사정 이야기를 들어보오

나의 생김새와 행동거지가 임의 사랑을 받을 수 있겠느

냐마는 어쩐지 나를 보시고 (내가 사랑할 사람은 바

로) 너로구나 하며 특별히 사랑하시기에 나도 임을 믿

어 딴 생각이 전혀 없어 응석과 애교를 부리면서 (얼마

나) 어지럽게 굴었던지 (나를) 반가워 하시는 얼굴빛

이 예날과 어찌 다르신가 누워 생각하고 일어나 앚아

헤아리니 내 몸의 지은 죄가 산같이쌓였으니 하늘을 원

망하겠으며 사람을 탓하겠는가 하도 서러워 여러 가지

로 깊이 생각해보니 조물주의 탓이로구나

rarr서사2 - 자책과 체념(을녀의 대답)

글란 각 마오

그렇게는 생각하지 마시오

rarr본사1 - 갑녀의 위로

친 일이 이셔이다

님을 뫼셔 이셔 님의 일을 내 알거니

믈튼 얼굴이 편실적 몃날일고

春寒(츈한) 苦熱(고열)은 엇디야 디내시며

秋日(츄일) 冬天(동텬)은 뉘라셔 뫼셧고

粥早飯(쥭조반) 朝夕(조석)뫼 녜와 티 셰시가

기나긴 밤의 은 엇디 자시고

마음 속에 맺힌 일이 있습니다 예전에 임을 모신적이

있어서 임의 일을 내가 잘 아는데 물과 같이 연약한

체질이 편하실 때가 며칠이나 될꼬 이른 봄의 추위와

한여름의 더위를 어떻게 지내시며 가을과 겨울날은 누

가 모셨는가 죽조반과 아침 저녁 진지는 옛날과 같이

잘 잡수시는가 기나긴 밤에 잠은 어떻게 주무시는가

rarr본사2-임에 대한 염려(을녀의 사설)

님다히 消息(소식)을 아무려나 아쟈니

오도 거의로다 일이나 사 올가

내 둘 업다 어드러로 가쟛 말고

잡거니 밀거니 놉픈 뫼 올라가니

구름은 니와 안개 므일고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32 -

山川(산쳔)이 어둡거니 日月(일월)을 엇디보며

咫尺(지척)을 모거든 千里(쳔리) 라보랴

리 믈의 가 길히나 보랴니

람이야 믈결이야 어둥졍 된뎌이고

샤공은 어 가고 븬 만 걸렷고

江天(간텬)의 혼자 셔셔 디 구버보니

님 다히 消息(소식)이 더옥 아득뎌이고

임이 계시는 곳의 소식을 어떻게든지 알려고 하니 오늘

도 거의 지나갔구나 내일이나 임의 소식을 전해줄 사

람이 올까 내 마음을 둘 곳이 없다 어디로 가자는 말

인가 (나무같은 것을) 잡기도 하고 밀기도 하면서 높

은 산에 올라가니 구름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안개는

또 무슨 일로 저렇게 기어 있는가 산천이 어두운데 해

와 달을 어떻게 보겠으며 지척을 모르겠는데 천 리나

되는 먼 곳을 (어떻게) 바라몰 수 있으랴 차라리 물가

에 서서 뱃길이나 보려고 하니 바람과 물결이 어수선하

게 되었구나 사공은 어디가고 빈 배만 걸려있는가 강

변에 홀로서서 지는 해를 굽어보니 임계신 곳의 소식이

더욱 아득하구나

rarr본사3-임의 소식을 애타게 기다림(을녀의 사설)

茅簷(모쳠) 자리의 밤듕만 도라오니

半壁(반벽) 靑燈(청등)은 눌 위야 갓고

오며 리며 헷드며 바자니니

져근덧 력진力盡(녁진)야 픗을 잠간 드니

精誠(정셩)이 지극야 의 님을 보니

玉(옥)튼 얼굴이 半(반)이나마 늘거셰라

의 머근 말 슬장 쟈니

눈믈이 바라나니 말인들 어이며

情(정)을 못다야 목이조차 몌여니

오뎐된 鷄聲(계셩)의 은 엇디 돗던고

초가집 차가운 잠자리에 한밤중이 돌아오니 벽에 걸려

있는 등불은 누구를 위하여 밝아 있는가 산을 올라가

기도 하고 내려가기도 하면서 헤메며 오락가락 돌아다

니다가 잠깐 사이에 힘이 다하여 풋잠이 잠깐 들었는

데 정성이 지극하여 꿈속에서 임을 보니 옥과 같이 곱

던 임의 얼굴이 반넘게 늙었구나 마음 속에 품은 생각

을 실컷 아뢰려고 하였더니 눈물이 잇달아 쏟아지니

말인들 어찌하며 정회도 다 못풀어 목마저 메어오니

방정맞은 닭울음소리에 잠은 어찌 깨었던가

rarr본사4-독수공방의 한과 꿈에서 만난 임

(을녀의 사설)

어와 虛事(허)로다 이 님이 어 간고

결의 니러 안자 窓(창)을 열고 라보니

어엿븐 그림재 날 조 이로다

리 싀여디어 落月(낙월)이나 되야이셔

님 겨신 窓(창) 안 번드시 비최리라

아아 헛된 일이로다 내 임이 어디 갔는고 꿈결에 일

어나 앉아 창을 열고 바라보니 불쌍한 그림자만이 나

를 따라올 뿐이로다 차라리 죽어서 지는 달이나 되어

임 계신 창 안에 환하게 비치리라

rarr결사-죽어서라도 임을 따르겠다는 다짐

(을녀의 사설)

각시님 이야니와 구 비나 되쇼셔

각시님 달은커녕 궂은 비나 되십시오

rarr결사-갑녀의 위로

〈해설〉

사미인곡의 속편으로 지은이가 동인(東人)으로 탄핵을

받고 고향인 전라남도 창평에 낙향해 있을 때에 임금

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두 여인의 대화 형식을 빌려 노

래한 작품이다 이 작품의 현대어 해석에 나와 있는 lsquo갑

녀(甲女)rsquo와 lsquo을녀(乙女)rsquo는 편의상 붙인 이름으로 갑녀

는 보조적 위치에 있는 화자이며 을녀가 지은이를 대

변하는 주된 화자이다 〈사미인곡〉과 더불어 가사 문

학의 최고봉이라 일컬어지는데 특히 순수한 우리말의

구사가 절묘하며 대화 형식으로 구성하여 표현에 참신

성을 더한 것은 lsquo금상첨화(錦上添花)rsquo라 할 수 있을 것

이다

홍만종은 〈순오지(旬五志)〉에서 이 작품을 제갈공명

의 〈출사표(出師表)〉에 비견할 만하다고 극찬하였으

며 서포 김만중은 〈서포만필(西浦漫筆)〉에서 ldquo예로부

터 우리 나라의 참된 문장은 오직 이 세 편(사미인곡

속미인곡 관동별곡)뿐이데다시 이 세편에 대하여 논할

것 같으면 그 중에서 속미인곡이 더욱 뛰어나다 관동

별곡과 사미인곡은 오히려 한자음을 빌려서 그 가사 내

용을 꾸민 데 지나지 않는다rdquo라고 하였다

규원가(閨怨歌)

허난설헌

엇그제 저멋더니 마 어이 다 늘거니

少年行樂(소년 행락) 생각니 일러도 속절업다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33 -

늘거야 서른 말 자니 목이 멘다

엊그제 젊었었는데 어찌 벌써 다 늙어버렸는가 어린

시절에 즐겁게 지내던 일을 생각하니 말해 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 이렇게 늙은 뒤에 서러운 얘기를 하자니

목이 멘다

rarr기1-늙음의 한탄

父生母育(부생 모육) 辛苦(신고)야 이 내 몸 길러 낼

公侯配匹(공후 배필) 못 바라도 君子好逑(군자 호구) 願

(원)더니

三生(삼생)의 怨業(원업)이오 月下(월하)의 緣分(연분)으

長安遊俠(장안 유협) 輕薄子(경박자)를 치 만나 잇

서 當時(당시)의 용심(用心)기 살어름 디듸는 부모님이 나를 낳아서 고생하여 길러낼 때 높은 벼슬아

치의 배필을 바라지는 못했어도 훌륭한 남자의 좋은

짝이 되기를 원했더니 삼생의 원망스러운 업보요 월

하 빙인이 정해 준 연분으로 놀기 좋아하고 경박한 사

람을 꿈같이 만나 가지고 시집 간 뒤 조심하면서 마음

졸이기를 꼭 살얼음 디디듯하였다

rarr기2-젊은 시절의 회상

三五二八(삼오 이팔) 겨오 지나 天然麗質(천연 여질)절

로 이니

이 얼골 이 態度(태도)로 百年期約(백년 기약) 얏더니

年光(연광)이 훌훌고 造物(조물)이 多時(다시)야

봄바람 가을 믈이 뵈오리 북 지나듯

雪鬂花顔(설빈 화안) 어 가고 面目可憎(면목 가증) 되

거고나

내 올골 내 보거니 어느 님이 날 괼소냐

스스로 慙愧(참괴)니 누구를 怨望(원망)리

십오륙 세가 겨우 지나 타고난 아름다운 모습이 절로

나타나니 이 얼굴 이 태도로 (남편과)평생을 약속하였

더니 세월이 빨리 지나가고 조물주가 시기가 많아서

세월의 빠르기가 베 짤 때 북이 지나가는 듯 젊고 아

름다운 얼굴은 어디로 가고 추한 모습이 되었구나 내

얼굴을 내가 보아 알거니와 어느 임이 나를 사랑하겠는

가 스스로 생각해도 부끄러운데 누구를 원망하리

rarr기3-세월의 무상함과 늙음의 한탄

三三五五(삼삼 오오) 冶遊園(야유원)의 새 사람이 나단

말가

곳 피고 날 저물 제 定處(정처) 업시 나가 잇어

백마(白馬) 금편(金鞭)으로 어어 머므는고

원근(遠近)을 모르거니 消息(소식)이야 더욱 알랴

因緣(인연)을 긋쳐신들 각이야 업슬소냐

얼골을 못 보거든 그립기나 마르려믄

열두 김도 길샤 설흔 날 至理(지리)다

玉窓(옥창)에 심 梅花(매화) 몃 번이나 픠여진고

겨을 밤 차고 찬 제 자최눈 섯거 치고

여름날 길고 길 제 구 비 므스 일고

三春花柳(삼춘 화류) 好時節(호시절)의 景物(경물)이 시

름업다

가을 방에 들고 蟋蟀(실솔)이 床(상)에 울 제

긴 한 숨 디 눈물 속절업시 헴만 만타

아마도 모진 목숨 죽기도 어려울사

몇 명씩 떼지어 다니는 술집에 새 기생이 나타났다는

말인가 꽃 피고 날 저물 때 일정한 거처도 없이 나가

서 호사로운 차림새로 어디어디 가서 머므는가 바깥출

입이 없어 원근 지리를 모르는데 임의 소식이야 더구나

알 수 있으랴 인연을 끊었다고 하지만 임에 대한 생각

이야 어찌 없겠는가 만나지 못할 임이라면 그립지나

말일이지 하루도 열두때 길기도 하구나 한 달이 지루

하다 옥창에 심은 매화가 몇 번이나 피었다가 졌는고

겨울 밤 차고 찬 때에 눈보라가 섞어 치고 여름날 길고

긴 때에 궂은비는 또 무슨 일인가 꽃 피고 새 잎이 돋

는 좋은 계절 봄에도 보이는 경치가 시름이 없다 가을

달이 방에 비치고 귀뚜라미가 침상에서 울 때 긴 한숨

떨어지는 눈물에 헛되이 생각하는 것만 많다 아마도

모진 목숨 죽기도 어렵구나

rarr승-방탕한 남편에 대한 원망과 독수공방의 한

도로혀 풀쳐 혜니 이리 여 어이 리

靑燈(청등)을 돌라 노코 綠綺琴(녹기금) 빗기 안아

碧蓮花(벽련화) 한 곡조를 시름 조 섯거 타니

瀟相夜雨(소상야우)의 댓소리 섯도 華表(화표) 千年(천 년)의 別鶴(별학)이 우니 玉手(옥수)의 타는 手段(수단) 녯 소 잇다마芙蓉帳(부용장) 寂寞(적막)니 뉘 귀에 들리소니

肝腸(간장)이 九曲(구곡)되야 구븨구븨 쳐서라

돌이켜 여러 모로 생각해 보니 이렇게 살아서 어찌하겠

는가 등불을 돌려 놓고 녹기금을 비스듬히 안아 벽련

화 한 곡조를 시름까지 섞어 타니 소상강의 밤비에 대

나무 잎 소리가 섞여 들리는 듯 천년만에 돌아온 학이

화표주에 앉아 우니는 듯섬섬옥수로 타는 솜씨가 옛

소리를 간직하고 있다마는 부용장 안에 임이 없으니 누

구 귀에 들리겠는가 구곡간장이 굽이굽이 끊어지는 것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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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구나

rarr전-거문고로 시름을 달램

하리 잠을 드러 의나 보려 니

바람의 디 닙과 풀 속에 우는 즘생

므스 일 원수로서 잠조차 오다

천상(天上)의 牽牛織女(견우 직녀) 銀河水(은하수) 박혀

서도

七月七夕(칠월 칠석)一年一度(일년 일도)失期(실기)치

아니거든

우리 님 가신 후는 무슨 弱水(약수) 가렷관듸

오거나 가거나 소식(消息)조차 쳣는고

欄干(난간)의 비겨 셔서 님 가신 바라보니

초로(草露) 맷쳐 잇고 暮雲(모운)이 디나갈 제

竹林(죽림) 푸른 고 새 소리 더욱 설다

세상의 서룬 사람 수업다 려니와

薄命(박명) 紅顔(홍안)이야 날 가니 이실가

아마도 이 님의 지위로 살동말동 여라

차라리 잠이 들어 꿈에서나 임을 보려하니 바람에 지는

나뭇잎과 풀 속에서 우는 벌레가 나와 무슨 원수가 졌

길래 잠조차 깨우는가 하늘의 견우 직녀는 은하수가

막고 있어도 일 년에 한 번 칠월 칠석날에는 기약을 어

기지 않고 만나는데 우리 임이 가신 후에는 무슨 약수

가 가로막고 있길래 오고 가는 소식조차 끊어졌는고

난간에 기대어 서서 임 계신 곳을 바라보니 풀잎에 이

슬은 맺혀있고 저녁 구름이 지나갈 때 대나무 숲 푸른

곳에 새 소리가 더욱 섧다 세상에 서러운 사람이 수없

이 많다고 하지만 기구한 팔자를 타고난 사람이야 나

같은 이가 또 있을까 아마도 임 때문에 살 듯 말 듯하

구나

rarr결-애타게 임을 기다리는 마음

〈감상〉

조선 시대 봉건 사회 제도 아래서 오직 인종(忍從)만을

미덕으로 알고 살아야 했던 부녀자의 한(恨)을 노래한

작품으로 일명 원부사(怨夫詞) 또는 원부사(怨夫辭)라

고도 한다 좋은 배필을 원했지만 뜻밖에도 경박스럽고

방탕한 남편을 만나 평생을 피맺힌 한(恨)과 그리움 속

에 보내야 하는 한 여인의 애달픈 사연을 통해 남성

위주의 사회가 가져오는 병폐를 실감 있게 형상화한 작

품이라 할 수 있다

Page 20: 구지가(龜 歌) - middle.gongbuwarac.commiddle.gongbuwarac.com/Common/Popup/FileDownloadAs.aspx?FileName=/ite… · 미륵(彌勒) 좌주(座主) 뫼셔롸. 미륵 좌주를 모셔라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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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전춘

얼음 위에 댓닢 자리를 보아

임과 나와 얼어죽을망정

얼음 위에 댓닢 자리를 보아

임과 나와 얼어죽을망정

정을 준 오늘 밤 더디 새어라 더디 새어라

잊히지 않고 늘 염려스러운 외로운 베갯머리에

어찌 잠이 오리오

서쪽 창문을 여니 복숭아꽃이 피어나는구나

복숭아꽃이 걱정 없이 봄바람에 웃는구나 봄바람

에 웃는구나

넋이라도 임과 한 곳에

함께 지내는 모습 그리더니

넋이라도 임과 한 곳에

함께 지내는 모습 그리더니

우기던 사람이 누구였습니까 누구였습니까

오리야 오리야

어린 비오리야

여울일랑 어디 두고

소에 자러 오는가

소 곧 얼면

여울도 좋습니다 여울도 좋습니다

남산에 자리 보아

옥산을 베고 누워

금수산 이불 안에

사향 각시를 안고 누워

남산에 자리 보아

옥산을 베고 누워

금수산 이불 안에

사향 각시를 안고 누워

약 든 가슴을 맞춥시다 맞춥시다

알아주소서 임이시여 영원히 이별할 줄 모르고

지냅시다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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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래 고려 속요성격 연가 남녀상열지사 향락적 퇴폐적형식 5연으로 이루어진 분연체로 결사를 포함하여 전 6연으로 보기도 함제재 남녀간의 사랑 또는 애정특징 남녀간의 애정을 가식 없이 진솔하고도 적나라 하게 표현했고 비유와 상징 반어와 역설 감각적인 언어로 감정의 표현이 진솔하여 문학성이 높은 편주제 변치 않는 사랑에 대한 소망 임과의 영원한 사랑 기원(임과의 사랑을 직설적으로 드러냄)의의 2연과 5연이 시조 형태에 근접하고 있어 시조의 기원을 찾는 자료로서 주목받음

1연 죽음보다 강한 사랑의 정열2연 임 생각에 밤을 지새우는 애처로움3연 사랑을 배신한 임에 대한 원망4연 무절제한 사랑을 하는 임에 대한 풍자5연 임에 대한 욕망과 상상6연 임과의 이별 없는 영원한 만남을 염원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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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사

(

歌辭

)

상춘곡(賞春曲)

정 극 인

紅塵(홍진)에 뭇친 분네 이내 生涯(생애) 엇

더고

風流(풍류)

가天地間(천지간) 男子(남자) 몸이 날만 이

하건마

山林(산림)에 뭇쳐 이셔 至樂(지

락)을

것가

數間茅屋(수간모옥)을 碧溪水(벽계수)

앒픠

고 松竹(송죽) 鬱鬱裏(울울리)예 風月主人(풍

월 주인) 되어셔라

속세에 묻혀 사는 분들이여 이 나의 생활이 어떠한가

옛 사람들의 운치 있는 생활을 내가 따를까 못따를까

천지간 남자로 태어난 몸으로서 나만한 사람이 많건마

는 왜 그들은 자연에 묻혀사는 지극한 즐거움을 모르는

것인가

몇 간쯤 되는 초가집을 맑은 시냇물 앞에 지어 놓고소

나무와 대나무가 우거진 속에 자연의 주인이 되었구나

서사-자연에 묻혀 사는 즐거움

엇그제 겨을 지나 새봄이

돌아오니桃花杏花(도화행화)

夕陽裏(석양

리)예 퓌여 잇고綠楊芳草(녹양방초)

細(우

중)에 프르도다칼로

아 낸가붓으로 그려낸

가造化神功(조화신공)이 物物(물물)마다 헌

엊그제 겨울이 지나 새봄이 돌아오니 복숭아꽃과 살구

꽃은 저녁 햇빛 속에 피어 있고 푸른 버들과 아름다운

풀은 가랑비 속에 푸르도다 칼로 재단해 내었는가 붓

으로 그려 내었는가 조물주의 신비스러운 솜씨가 사물

마다 야단스럽구나

본사 1-봄의 아름다운 경치

수풀에 우

春氣(춘기)

내 계

워 소

마다 嬌態(교태)로다 物我一體

(물아일체)어니 興(흥)이

소냐 柴扉(시

비)예 거러 보고 亭子(정자)애 안자 보니 逍

遙吟詠(소요 음영)

야 山日(산일)이 寂寂(적

적)

閑中眞味(한중진미)

알 니 업시 호

재로다

수풀에 우는 새는 봄 기운을 끝내 못 이겨 소리마다 아

양을 떠는 모습이로다

자연과 내가 한 몸이거니 흥겨움이야 다르겠는가 사립

문 주변을 걷기도 하고 정자에 앉아 보기도 하니 천천

히 거닐며 나직이 시를 읊조려 산 속의 하루가 적적한

데 한가로움 속의 참된 즐거움을 아는 사람이 없이 혼

자로구나

본사 2-봄의흥취

이바 니웃드라山水(산수) 구경 가쟈스라 踏靑

(답청)으란 오

고 浴沂(욕기)란 來日(내

일)

새 아

에 採山(채산)

고 나조

釣水

(조수)

여보게 이웃 사람들이여 산수 구경을 가자꾸나 산책

은 오늘하고 냇물에서 목욕하는 것은 내일 하세 아침

에 산나물을 캐고 저녁에 낚시질을 하세

본사 3-산수 구경 권유

괴어 닉은 술을 葛巾(갈건)으

로 밧타 노코 곳나모 가지 것거 수 노코 먹

으리라 和風(화풍)이 건

부러 綠水(녹수)

건너오니 淸香(청향)은 잔에 지고 落紅(낙

홍)은 옷새 진다 樽中(준중)이 뷔엿거

려 알외어라 小童(소동) 아

려 酒家(주가)

에 술을 믈어얼운은 막대 집고아

술을 메고

微吟緩步(미음 완보)

야 시냇

의 호자 안자

明沙(명사) 조 믈에 잔 시어 부어 들고 淸流(청

류)

굽어보니

니 桃花(도화)ㅣ로다 武陵

(무릉)이 갓갑도다 져

거인고

이제 막 익은 술을 갈건으로 거러 놓고 꽃나무 가지를

꺾어 잔 수를 세면서 먹으리라 화창한 바람이 문득 불

어서 푸른 시냇물을 건너오니 맑은 향기는 술잔에 가

득하고 붉은 꽃잎은 옷에 떨어진다 술동이 안이 비었

으면 나더러 아뢰어라 조그만 아이를 시켜 술집에서

술을 사 가지고 어른은 지팡이를 짚고 아이는 술을 메

고 나직이 읊조리며 천천히 걸어 시냇가에 혼자 앉아

고운 모래가 비치는 맑은 물에 잔 씻어 술을 부어 들

고 맑은 시냇물을 굽어보니 떠내려오는 것이 복숭아꽃

이로다 무릉도원이 가까이 있구나 저 들이 바로 그것

인가

본사 4-술과 풍류

松間(송간) 細路(세로)에 杜鵑花(두견화)

부치 들

고峰頭(봉두)에 급피 올나 구름 소긔

안자 보니 千村萬落(천촌만락)이 곳곳이 버러 잇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23 -

煙霞日輝(연하일휘)

錦繡(금수)

엇그제 검은 들이 봄빗도 有餘(유여)

소나무 사이 좁은 길로 진달래꽃을 손에 들고

산봉우리에 급히 올라 구름 속에 앉아보니 수많은 촌

락들이 곳곳에 벌여 있네 안개와 놀과 빛나는 햇살은

아름다운 비단을 펼쳐 놓은 듯 엊그제까지도 거뭇거뭇

했던 들판이 이제 봄빛이 넘치는구나

본사 5-산봉우리에서의 조망

功名(공명)도 날

우고富貴(부귀)도 날

우니淸

風明月이(청풍명월) 外(외)예 엇던 벗이 잇

올고

簞瓢陋巷(단표누항)에 흣튼 혜음 아니

아모

타 百年行樂(백년행락)이 이만

엇지

공명과 부귀가 모두 나를 꺼리니 아름다운 자연 외에

어떤 벗이 있으리오 비록 가난하게 살고 있지만 잡스

러운 생각은 아니하네 아무튼 한평생 즐겁게 지내는

것이 이만하면 족하지 않겠는가

결사-안빈 낙도

면앙정가(俛仰亭歌)

송 순

无等山(무등산) 활기 뫼히 동다히로

버더 이셔 霽月峯(제월봉)이 되여거

無邊大野(무변대야)의 므

짐쟉

노라

닐곱 구

움쳐 무득무득 버럿

가온대 구

굼긔든 늘근 뇽이 선

머리

언쳐시니

무등산 한 줄기 산이 동쪽으로 뻗어 있어 멀리 떼

어 버리고 나와 제월봉이 되었거늘 끝없이 넓은

들판에 무슨 속셈을 가지고 일곱 구비가 한 곳에

움추리어 무더기 무더기 벌여 놓은 듯 가운데 구

비는 구멍에 든 늙은 용이 풋잠을 이제 막 깨어

머리를 얹어 놓고 있는 것 같으니

rarr서사 1 - 제월봉의 위치와 형세

바희 우

松竹(송죽)을 혜혀고

정자

언쳐시니

구름

靑鶴(청학)이 千里(천 리)를 가리라

래 버렷

넓고 평평한 바위 위에 소나무 대나무를 헤치고

정자를 앉혔으니 구름을 탄 푸른 학이 천 리를

가려고 두 날개를 벌리고 있는 듯하다

rarr서사2 - 면앙정의 모습

玉泉山(옥천산) 龍泉山(용천산)

린 믈이

亭子(정자) 압 너븐 들

兀兀(올올)히 펴진드시

든 기노라 프르거든 희디마나

雙龍(쌍룡)이 뒤트

긴 깁을

어드러로 가노라 므

얏바

즈로 흐르

옥천산용천산 흘러내리는 물이 정자 앞 넓은 들

에 끊임없이 펼쳐진 듯이 넓거든 길지나 말든가

푸르거든 희지나 말지 두 마리 용이 몸을 뒤틀고

있는 듯 긴 비단을 펼쳐 놓은 듯 어디로 가느라

고 무슨 일이 바빠서 달리는 듯 따라가는 듯 밤낮

으로 흘는 듯

rarr본사 1 - 시냇물의 모습

므조친 沙汀(사정)은 눈

치 펴

거든

어즈러온 기러기

므스거슬 어르노라

안즈락

리락 모드락 흣트락

蘆花(노화)를

이 두고 우로곰 좃니

물을 따라 있는 모래밭은 눈같이 하얗게 펼쳐져

있는데 어지럽게 나는 갈매기는 무엇을 어르느라

고 앉기도 하고 내려오기도 하고 모이기도 하고

흩어지기도 하고 갈대꽃을 사이에 두고 울면서 따

라다니는가

rarr본사 2 - 기러기의 교태

너븐 길 밧기오 긴 하

두르고

즌 거슨 뫼힌가 屛風(병풍)인가

그림가 아닌가

노픈

숨거니 뵈거니 가거니 머믈거니

어즈러온 가온

일홈

도 젓티 아녀 옷독이 셧

거시

秋月山(추월산) 머리 짓고 용구산 몽선산 불대산

어등산 용진산 금성산이 허공에 버러거든

遠近(원근) 蒼崖(창애)의 머믄 것도 하도 할샤

넒은 길 밖이요 긴 하늘 아래 두르고 꽂은 것은

산인가 병풍인가 그림인가 아닌가 높은 듯 낮은

듯 끊어지는 듯 이어지는 듯 숨기도 하고 보이기

도 하고 가기도 하고 머물기도 하고 어지러운 가

운데 유명한 척하여 하늘도 두려워 하지 않고 우

뚝하게 서있는 것이 추월산으로 머리를 만들고

용구산 몽선산 불대산 어등산 용진산 금성산이 공

중에 늘어서 있으니 멀고 가까운 푸른 절벽에 머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24 -

문 것도 많기도 하구나

rarr본사 3 - 산봉우리의 승경

흰구름 부흰 煙霞(연하) 프로니

山嵐(산람)이라

千巖萬壑(천암만학)을 제 집으로 삼아두고

나명셩 들명셩 일

ㅣ도 구

지고

오르거니

리거니 長空(장공)의

나거니

廣野(광야)로 건너거니

프르락 불그락 여트락 지트락

斜陽(사양)과 섯거디어 細雨(세우)조차

흰구름 뿌연 안개와 노을 푸른 것은 산 아지랑

이로구나 수많은 바위와 골짜기를 제 집으로 삼

고서 나가기도 하고 들어오기도 하면서 아양도 떠

는구나 올라가기도 하고 내려가기도 하고 먼 하

늘로 떠나기도 하고 넓은 들로 건너가기도 하고

푸르기도 하고 붉기도 하고 옅기도 하고 짙기도

하고 석양과 섞이어 가랑비조차 뿌리는구나

rarr본사 4 - 봄 풍경

藍輿(남여)

고 솔아

구븐 길노

오며 가며

적의

綠楊(녹양)의 우

黃鶯(황앵) 嬌態(교태) 겨워

고야

나모 새

지어 綠陰(녹음)이 얼린 적의

百尺欄干(백척난간)의 긴 조으름 내여 펴니

水面凉風(수면양풍)이야 긋칠 줄 모르

뚜껑없는 가마를 재촉하여 타고 소나무 아래 굽은

길로 오며 가며 하는 때에 푸른 버드나무에서

는 꾀꼬리는 온갖 교태를 부리고 있구나 나무 사

이가 우거져서 녹음이 엉긴 때에 긴 난간에 기대

어 길게 기지개를 켜니 물위에서 부는 시원한 바

람이 그칠 줄을 모르는구나

rarr 본사 5 - 여름 풍경

즌서리

딘 후의 산빗치 錦繡(금수)로다

黃雲(황운)은

엇지 萬頃(만경)의 펴겨디오

漁笛(어적)도 흥을 계워

롸 브니

된서리가 걷힌 후에 산 빛이 수놓은 비단 같구나

누렇게 익은 곡식은 또 어찌 넓은 들에 펼쳐져 있

는가 어부가 부는 피리도 흥을 못이겨 달을 따라

불고 있구나

rarr 본사 6 - 가을 풍경

草木(초목) 다 진 후의 江山이

몰커

造物(조물)리 헌

야 氷雪(빙설)로

며내니

瓊宮瑤臺(경궁요대)와 玉海銀山(옥해은산)이

眼底(안저)에 버러셰라

乾坤(건곤)도 가

열사 간 대마다 경이로다

초목이 다 떨어진 후에 강산이 눈 속에 묻혔거늘

조물주가 야단스러워 눈과 얼음으로 꾸며내니 경

궁요대(구슬로 꾸민 궁궐과 대)와 옥해은산(아름

다운 바다와 눈덮인 산) 같은 설경이 눈 아래 펼

쳐졌구나 하늘과 땅도 풍성하구나 가는 곳마다

아름다운 경치로다

rarr 본사7 - 겨울 풍경

人間(인간)을

나와도 내 몸이 겨를 업다

이것도 보려

고 져것도 드르려코

도 혀려

도 마즈려코

밤으란 언제 줍고 고기란 언제 낙고

柴扉(시비)란 뉘 다드며 딘 곳츠란 뉘 쓸려뇨

이 낫브거니 나조

라 슬

소냐

리 不足(부족)커니 來日(내일)이라

有餘(유여)

이 뫼

안자 보고 져 뫼

거러 보니

煩勞(번로)

릴 일이 아조 업다

쉴 사이 업거든 길히나 젼

리야

다만 靑藜杖(청려장)이 다 므듸어 가노

속세를 떠나왔어도 내 몸이 한가하지 않다 이것

도 보려고 하고 저것도 들으려 하고 바람도 쏘이

려 하고 달도 맞으려 하고 밤은 언제 줍고 고기는

언제 낚고 사립문은 누가 닫으며 떨어진 꽃은 누

가 쓸겠느냐 아침에도 아름다운 경치 구경하는

시간이 모자랄 지경인데 저녁이라고 싫겠는가 오

늘의 시간이 부족한데 내일이라고 여유가 있겠는

가 이 산에서 앉아보고 저 산에서 걸어보니 번거

로운 마음이지만 버릴 일이 아주 없다 쉴 사이가

없는데 사람들에게 길이나마 알려줄 수가 있겠는

가 다만 명아주 대로 만든 지팡이가 다 무디어

가는구나

rarr본사 8 - 자연애와 풍류 생활

술이 닉어가니 벗지라 업슬소냐

이며 혀이며 이아며

온가짓 소

로 醉興(취흥)을

야거니

근심이라 이시며 시

이라 브터시랴

누우락 안즈락 구브락 져츠락 울프락

노혜로 놀거니

天地(천지)도 넙고넙고 日月(일월)도 가

羲皇(희황) 모

러니 이적이야 긔로고야

神仙(신선)이 엇더턴지 이몸이야 긔로고야

술이 익어가니 벗이라고 없겠는가 노래를 부르게

하며 악기를 타고 켜게 하며 방울을 흔들며 온갖

소리로 술에 취한 흥을 재촉하니 근심이라 있겠으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25 -

며 시름이라고 붙어 있으랴 눕기도 하고 앉기도

하고 구부리기도 하고 뒤로 젖히기도 하고 읊기도

하고 휘파람을 불기도 하면서 마음놓고 놀기도

하니 천지도 넓고 넓으며 세월도 한가하다 중국

복희 황제의 태평성대를 내가 잘 몰랐더니 지금이

바로 그것이로구나 신선이 어떤 것인지 잘 몰랐

더니 내가 바로 신선이로구나

rarr본사9 - 취흥

江山風月(강산풍월) 거

리고 내 백년을 다누리면

岳陽樓(악양루) 샹의 李太白(이태백)이 사라 오다

浩蕩情懷(호탕 정회)야 이에서 더

소냐

이 몸이 이렁 굼도 亦君恩(역군은)이샷다

아름다운 대자연을 거느리고 내 한평생을 다 누리

면 조망이 좋기로 이름난 악양루 위의 이태백이

살아온다한들 넓고 큰 마음이야 이것보다 더 하겠

는가 이몸이 이렇게 지내는 것도 역시 임금님의

은혜이시도다

rarr결사 - 호탕한 정회와 군은

면앙정의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지은이가 41세 되던 해 벼슬을 그만두

고 향리인 전라남도 담양에 내려가 면앙정이라는

정자를 짓고 아름다운 자연을 벗삼아 사는 자신의 풍

류 생활을 노래한 것이다 면아정 주변의 경치4계절의

풍경 자신의 풍류 생활에 대한 멋과 흥취를 짜임새 있

게 그려낸 선경 후정의 작품이다

우리 江湖歌道(강호가도)의 전형을 확립한 작품으로

정극인의 상춘곡을 이어받아 송강의 성산별곡관동별곡

에 크게 영향을 끼쳤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결사 끝

부분의 lsquo亦君恩(역군은)이샷다rsquo와 같은 표현은 맹사성의

lsquo강호사시가rsquo에도 나타나는 것으로 자연속에서 지내는

즐거움과 연군 지정을 결합시킨 표현이라 할 수 있다

관동별곡

정 철

江강湖호애 病병이 깁퍼 竹

林님의 누엇더니 關관東

동 八팔百

里니에 方방面면을 맛디시니 어와 聖셩恩

은이야 가디록 罔망極극

다 延연秋츄門문 드리

慶경會회 南남門문

라보며 下하直직고 믈너나니 玉

옥節졀이 알

셧다

平평丘구驛역

라 黑흑水슈로 도라드니 蟾셤江

강은 어듸메오 雉티岳악이 여긔로다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의 병이 깊어 전라남도 창평에서

지내고 있었는데 800리나 되는 강원도 지방의 관찰사

소임을 맡기시니 아아 임금님의 은혜야말로 갈수록

끝이 없다 연추문으로 달려들어가 경회루의 남쪽문을

바라보며 임금님께 하직 인사를 하고 물러나니 옥절이

앞에 서 있다 양주(평구역)역에서 말을 갈아타고 여주

(흑수)로 돌아 들어가니 원주(섬강)는 어디인가 치악

산이 여기로구나

서사1-관찰사 배명과 부임의 여정

昭쇼陽양江강

린 믈이 어드러로 든단 말고 孤고臣신

去거國국에 白

髮발도 하도 할샤 東동州

밤 계오

새와 北븍寬관亭뎡의 올나

니 三삼角각山산 第뎨一일

峰봉이

마면 뵈리로다 弓궁王왕 大대闕궐 터희 烏오

鵲쟉이 지지괴니 千쳔古고 興흥亡망을 아

다 몰

다 淮회陽양 녜 일홈이 마초아

시고 汲급長

孺유

風풍彩

를 고텨 아니 볼 게이고

소양강 흘러내린 물이 어디로 흘러들어간단 말인가 외

로운 신하가 임금님 곁을 떠남에 있어서 나라에 대한

걱정이 많기도 하구나 철원(동주)에서 밤을 겨우 새운

후 북관정에 오르니(임금님이 계신 한양에 있는)삼각

산의 제일 높은 봉우리가 웬만하면 보일 것 같구나 옛

날 궁예왕이 살았던 대궐 터에 까마귀와 까치만 지저귀

고 있으니 먼 옛날의 흥망 성쇠를 까마귀와 까치 너희

들은 아느냐 모르느냐 회양이라는 이름이 옛날 중국의

지명인 회양과 마침 똑같구나(중국 회양 땅에서 선정

을 베푼)급장유의 모습을 이제 다시 (여기서)볼 수 있

지 않겠는가(급장유가 중국 회양땅에서 선정을 베푼

것처럼 정철 자신도 이곳 강원도 회양땅에서 선정을 베

풀겠다는 포부를 나타냄)

서사 2-관내 순력과 선정에 대한 포부

營영中듕이 無무事

고 時시節졀이 三삼月월인 제

花화川쳔 시내길히 楓풍岳악으로 버더 잇다 行

裝장

을 다

티고 石셕逕경의 막대 디퍼 百백川쳔洞동 겨

두고 萬만瀑폭洞동 드러가니 銀은

무지게 玉

龍룡의 초리 섯돌며

十십里리의

자시니 들을 제

우레러니 보니

눈이로다

감영(지금의 도청)안에 아무 일이 없고 시절이 마침 삼

월인 때에 화천 시냇길이 금강산으로 뻗어 있다 행장

을 다 떨쳐 버리고 돌길에 지팡이를 짚어 백천동 곁을

지나 만폭동으로 들어가니 은같은 무지개 옥 같은 용

의 꼬리처럼 생긴 폭포가 섞어 돌며 뿜는 소리가 십 리

에 깔려 있으니 멀리서 들을 때는 우렛소리더니 가까

이 가서 보니 눈(雪)이 날리는 것 같구나

본사1-만폭동 폭포의 장관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26 -

金금剛강臺

우層층의 仙션鶴학이 삿기 치니 春츈

風풍 玉옥笛

聲셩의 첫

돗던디 縞호衣의玄현裳

샹이 半반空공의 소소

니 西셔湖호

主쥬人인을

반겨셔 넘노

금강대 맨 꼭대기에 사는 선학이 새끼를 치니 봄바람

옥피리 소리에 첫 잠을 깨었던지 흰 저고리 검은 치마

로 단장한 학이(학의 날개 묘사) 공중에 솟아 뜨니 옛

날 중국 서호에서 학과 더불어 노닐던 임포를 반겨 맞

는 것 같구나(정철 자신을 임포처럼 생각함)

본사2-금강대 위의 선학

小쇼香향爐노 大대香향爐노 눈 아래 구버보고 正졍陽

양寺

眞진歇헐臺

고텨 올나 안

마리 廬녀山산 眞

진面면目목이 여긔야 다 뵈

다 어와 造조化화翁옹이

토 헌

거든

디 마나 셧거든 솟디 마나

芙부蓉용을 고잣

玉옥을 믓것

東동溟명

을 박

北북極극을 괴왓

놉흘시고 望망高

고臺

외로올샤 穴혈望망峰봉이 하

의 추미러 므

일을

로리라 千쳔萬만劫겁 디나

록 구필 줄 모

다 어와 너여이고 너

향로처럼 생긴 크고 작은 봉우리를 눈아래 굽어보고 나

서 정양사를 지나 진헐대에 다시 올라 앉으니 금강산

의 참모습이 여기서야 다 보이는구나 아아 조물주가

야단스럽기도 야단스럽구나(산봉우리들이)날아가려거

든 뛰지나 말든가 서있으려거든 (위로)솟지나 말든가

할일이지 연꽃을 꽂아 놓은 것 같기도 하고흰 옥을

묶어 놓은 것 같기도 하고 북극성을 떠받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높구나 망고대 외롭구나 혈망봉이 하늘

에 치밀어서 무슨 일을 아뢰려고 오랜 세월이 지나도록

굽힐 줄을 모르느냐 아아 너로구나 너같은 충신이

또 있을까(진헐대에서 바라본 많은 산봉우리들이 굳굳

한 모습으로 서있는 것을 보고 충신의 지조와 절개를

연상하여 표현한 구절)

본사 3-진헐대에서의 조망

心심臺

고텨 올나 衆듕香향城셩

라보며 萬만

二이千쳔峰봉을 歷녁歷녁히 혀여

니 峰봉마다

쳐 잇

고 긋마다 서린 긔운

거든 조티마나 조커든

디 마

나 뎌 긔운 흐터 내야 人인傑걸을

고쟈 形형容용

도 그지업고 체체勢셰도 하도 할샤 天텬地디 삼기실

제 自

然연이 되연마

이제 와 보게 되니 有유情정

도 有유情정

개심대를 다시 올라가서 중향성을 바라보며 금강산 만

이천 봉우리를 똑똑히 헤아려 보니 산봉우리마다 정기

가 맺혀 있고 봉우리 끝마다 서린 기운(정기) (산의

정기가)맑거든 깨끗하지나 말든가 깨끗하거든 맑지나

말 것이지(산의 정기가 맑고도 깨끗하다는 의미) 저

기운을 흩어 내어 뛰어난 인물을 만들고 싶구나 산봉

우리의 생긴 모양이 끝이 없이 다양하고 자세도 많기도

하구나 천지가 생겨날 때 자연히 된 줄 알았더니 이제

와서 보니까 조물주의 뜻이 분명히 있구나

본사 4-개심대에서의 조망

毗비盧로峰봉 上샹上샹頭두의 올라 보니 긔 뉘신고

東동山산 泰태山산이 어

야 놉돗던고 魯노國국 조븐

줄도 우리

거든 넙거나 넙은 天텬下하 엇

닷 말고 어와 뎌 디위

어이

면 알 거이고 오

디 못

거니

려가미 고이

비로봉 맨 꼭대기에 올라본 사람이 그 누구인가

동산과 태산이 그 얼마나 높던가 노나라가 작다는 것

도 우리는 모르겠는데 넓고도 넓은 천하를 어떻게 해서

작다고 공자께서는 말씀하신단 말인가 아아 저 공자

의 경지를 어떻게 하면 알 것인가 올라가지 못하는데

내려가는 것이 이상하랴

본사 5-비로봉을 본 감회

圓원通통골

길로 獅

峰봉을

자가니 그 알

너러바회 化화龍룡쇠 되여셰라 千쳔年년 老노龍룡

이 구

서려 이셔 晝듀夜야의 흘녀 내여 滄창海

해예 니어시니 風풍雲운을 언제 어더 三삼日일雨우

디련

다 陰음崖애예 이온 플을 다 살와 내여

원통골 가느다란 길로 사자봉을 찾아가니 그 앞에 넓고

평평한 바위가 화룡소가 되었구나 마치 천 년이나 묵

은 늙은 용(정철 자신을 지칭함)이 굽이굽이 서려 있어

서 밤낮으로 물을 흘려 내어 푸른 바다에 이어졌으니

용(작자 자신)아 너는 언제 풍운(선정의 기회)을 얻어

서 임금님의 은총을 백성들에게 내리려느냐 굶주리고

헐벗은 백성들을 다 살려 내려무나

본사 6-화룡소에서의 감회

磨마訶하衍연 妙묘吉길祥샹 雁안門문재 너머 디여 외

나모

리 佛블頂뎡臺

올라

니 千쳔尋심絶졀

壁벽을 半반空공애 셰여 두고 銀은河하水슈 한 구

촌촌이 버혀 내여 실

티 플텨이셔 뵈

티 거러시니

圖도經경 열 두 구

내 보매

여러히라 李니謫

션 이제 이셔 고텨 의논

게 되면 廬녀山산이 여긔도

곤 낫단 말 못

려니

마하연 묘길상을 구경하고 안문재를 넘어 내려가 외

나무 썩은 다리를 건너 불정대에 오르니 천길이나 되는

낭떠러지를 공중에 세워 놓고 은하수 한 굽이를 마디

마디 베어 내어 실같이 풀어 가지고 베처럼 걸었으니

도경(금강산 12폭포를 그림으로 그려놓은 그림책)에는

폭포가 열두굽이로 되어 있지만 내가 보기에는 그보다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27 -

더 많아 보인다 이태백이 지금 살아 있어서 다시(금강

산 12폭포와 중국의 여산폭포를 비교) 논의하게 된다

면 여산 폭포가 여기보다 더 낫다는 말은 못 할 것이

본사 7-십이 폭포의 장관

山산中듕을

양 보랴 東동海해로 가쟈

라 籃남輿여

緩완步보

야 山산映영樓누의 올나

니 玲녕瓏농 碧벽

溪계와 數수聲셩啼뎨鳥됴

離니別별을 怨원

旌졍旗긔를

티니 五오色

이 넘노

鼓고角각을

섯부니 海해雲운이 다것

鳴명沙사길 니근

이 醉

仙션을 빗기 시러 바다

두고 海

棠당花화로 드러가니 白

鷗구야

마라 네 버딘 줄 엇디 아

산중의 경치만 노상 보겠는가 동해로 가자꾸나 남녀

(뚜껑없는 가마)를 타고 천천히 걸어서 산영루(정자이

름)에 오르니 영롱하게 반짝이는 시냇물과 갖가지 소

리로 우는 새는 나와의 이별을 싫어하는 듯 여러 가지

깃발을 휘날리니 오색(빨강파랑검정노랑흰색등의

깃발)이 넘나들며 노는 듯 북과 피리를 섞어 부니 바

다의 구름이 다 걷히는 듯하다 모래밭 길에 익숙한 말

이 도취한 신선을 비스듬히 태우고 해변을 따라 해당

화가 피어 있는 곳으로 들어가니 백구야 날아가지 마

라 내가 네 친구일수도 있지 않느냐

본사 8-동해로 가는 감회

金금闌난窟굴 도라드러 叢총石셕亭뎡 올라

니 白

옥樓누 남은 기동 다만 네히 셔 잇고야 工공슈의 셩녕

인가 鬼귀斧부로 다

가 구

야 六뉵面면은 므어슬

象샹톳던고

금난굴을 돌아들어서 총석정에 오르니 바다 가운데에

돌기둥 네 개가 백옥루의 남은 기둥처럼 서 있구나 저

네 개의 돌기둥은 공수(중국 고대의 명공)가 만든 것인

가 귀신의 도끼로 다듬었는가 구태여 그 돌기둥이 여

섯 모가 난 것은 무엇을 본뜬 것인가

본사 9-총석정의 장관

高고城셩을란 뎌만 두고 三삼日일浦포

자가니 丹

단書셔

宛완然연

되 四

仙션은 어

가니 예 사흘

머믄 後후의 어

머믈고 仙션遊유潭담 永영郎

냥湖호 거긔나 가 잇

가 淸

澗간亭뎡 萬만景경臺

몃 고

안돗던고

고성을 저만큼 두고 삼일포를 찾아가니 영랑의 무리

(신라 때 네 명의 화랑 곧 사선)가 남쪽으로 갔다는

글씨는 뚜렷한데 사선은 어디 갔는가 여기서 사흘을

머문 후에 어디 가서 또 머물렀을까 선유담 영랑호

거기나 가 있는가 청간정 만경대 몇 곳에 앉았던가

본사 10-삼일포에서의 회고

梨니花화

셔 디고 졉동새 슬피 울 제 洛낙山산東

동畔반으로 義의相샹臺

예 올라 안자 日일出츌을 보

리라 밤듕만 니러

니 祥샹雲운이 집

동 六뉵龍뇽

이 바퇴

동 바다

날 제

萬만國국이 일위더니

天텬中듕의 티

니 毫호髮발을 혜리로다 아마도 녈구

름 근쳐의 머믈셰라 詩시仙션은 어

가고 咳

唾타만

나맛

니 天텬地디間간 壯장 긔별

셔히도

셔이

배꽃은 벌써 떨어지고 접동새가 슬피 울 때에 낙산의

동쪽 언덕에 있는 의상대에 올라앉아 해 뜨는 것을 보

려고 한 밤중에 일어나니 상서로운 구름이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듯 여섯 마리의 용이 떠받치고 있는 듯

해가 바다에서 떠날 때는 온 세상이 흔들리는 것 같더

니 하늘로 치솟아 오르니 가느다란 터럭을 셀 수 있을

정도로 밝구나 혹시나 지나가는 구름(간신을 비유함)

이 햇빛을 가릴까 두렵다 이백은 어디 가곡 그가 남긴

유명한 말(咳唾(해타)-이백은 lsquo등금릉봉황대rsquo라는 시에

서 간신이 임금의 총명을 흐리게 하는 것을 구름이 해

를 가리는 것에 비유했음)만 남아 있는가 천지간에 굉

장한 소식(사연)이 그의 시에 자세히도 표현되어 있구

본사 11-의상대에서의 일출의 장관

斜샤陽양 峴현山산의 척

을 므니

와 羽우蓋개芝

지輪륜이 鏡경浦포로

려가니 十십里리 氷빙紈환을

다리고 고텨 다려 長

松숑 울흔 소개 슬

장 펴뎌시

니 믈결도 자도 잘샤 모래

혜리로다 孤고舟쥬 解

纜람

야 亭뎡子

올나가니 江강門문橋교 너믄

大대洋양이 거긔로다 從

容용댜 이 氣긔像샹

闊활遠원댜 뎌 境경界계 이도곤

어듸 잇

닷 말고 紅홍粧장 古고事

리로다

江강陵능 大대都도護호風풍俗쇽이 됴흘시고 節졀孝효

旌졍門문이 골골이 버러시니 比비屋옥可가封봉이 이제

도 잇다

저녁 햇살이 비치는 현산의 철쭉꽃을 잇달아 밟으면서

신선을 태운 수레가 경포로 내려가니 십 리나 되는 비

단을 (다리미로)다리고 다시 다린 것처럼 맑고 깨끗한

수면이 큰 소나무가 둘러싼 속에 실컷 펼쳐져 있으니

물결도 잔잔하기도 잔잔하구나 모래를 셀 수 있을 것

같도다 배 한 척을 띄워 호수를 건너가서 정자 위에

올라가니 강문교 바로 너머에 넓은 바다가 거기로구

나 조용하구나 이 기상 넓고 멀구나 저 경계(수평

선) 여기보다 더 (경치가) 잘 갖추어진 곳이 또 어디

있단 말인가 박신과 흥장의 옛일을 야단스럽다고 할

것이로다 강릉 대도호부의 풍속이 좋기도 하구나 충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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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효자 열녀 등을 표창하는 문이 고을마다 널려 있

으니 요순 시대처럼 집집마다 벼슬을 봉할 만하다는

것이 지금도 있다 할 것이로다

본사 12-경포의 장관과 강릉의 미풍 양속

眞진珠쥬館관 竹

西셔樓루 五오十십川쳔

린 믈이 太

태白

山산 그림재

東동海

로 다마 가니

하리 漢

한江강의 木목覓멱의 다히고져 王왕程뎡이 有유限

고 風풍景경이 못 슬

니 幽유懷회도 하도 할샤 客

愁수도 둘 듸 업다 仙션사

워 내여 斗두牛우로 向

살가 仙션人인을

려 丹단穴혈의 머므살가

진주관 죽서루 아래 오십천에 흘러내리는 물이 태백산

그림자를 동해로 담아가지고 흘러가니 차라리 저 물을

임금님이 계신 서울 남산에 닿게 하고 싶다 관원의 여

정에는 기한이 있고 풍경은 싫증이 나지 않으니 그윽

한 회포도 많기도 많구나 나그네의 시름도 둘 곳이 없

다 신선이 탄다는 뗏목을 띄워서 북두성과 견우성으로

향할까 사선을 찾으러 단혈에 머무를까

본사 13-죽서루에서의 객수

天텬根근을 못내 보와 望망洋양亭뎡의 올은말이 바다

밧근 하

이니 하

밧근 므서신고

득 노 고래 뉘

라셔 놀내관

블거니

거니 어즈러이 구

디고 銀

은山산을 것거 내여 六뉵合합의

五오月월

天텬의 白

雪셜은 므

일고

하늘의 끝을 끝내 못 보아 망양정에 오르니 바다 밖은

하늘인데 하늘 밖은 무엇인가 가뜩이나 노한 고래를

누가 놀리게 하기에 불기도 하고 뿜기도 하면서 어지럽

게 구는 것인가 은으로 된 산을 꺾어 내어 온 세상에

흩어 내리는 듯 오월의 아득한 하늘에 흰 눈이 무슨 일

인가

본사 14-망양정에서의 조망

져근덧 밤이 드러 風풍浪낭이 定뎡

扶부桑상 咫

지尺

의 明명月월을 기

리니 瑞셔光광 千쳔丈

고야 珠쥬簾렴을 고텨 것고 玉옥階계

다시 쓸며 啓계明명星셩 돗도록 곳초 안자

라보니

蓮년花화 가지

뉘라셔 보내신고 일이 됴흔

世세界계

대되 다 뵈고져

流뉴霞하酒쥬

득 부어

려 무론 말이 英영雄웅은

가며 四

仙션은 긔 뉘러니 아

나 맛나 보아

긔별 뭇쟈

니 仙션山산 東동海

예 갈 길히 머도

멀샤

잠깐 사이에 밤이 되어 풍랑이 가라앉거늘 해와 달이

뜬다는 부상 가까운 거리에서 밝은 달을 기다리니 천

길이나 뻗친 상서로운 달빛이 보이는 듯하다가 숨는구

나 구슬로 만든 밭을 걷어 올리고 돌층계를 다시 쓸며

샛별이 돋을 때까지 꼿꼿이 앉아 바라보니 흰 연꽃 한

송이를 누가 보내셨는가 이렇게 좋은 세계를 남에게

다 보이고 싶구나 신선주를 가득 부어 들고 달에게 묻

기를ldquo영운은 어디 갔으며 사선 그들은 그 누구이더

냐rdquo 아무나 만나 보아 옛 소식을 물으려 하니 삼신산

이 있다는 동해에 갈 길이 멀기도 멀구나

결사 1-동해의 달맞이

松숑根근을 볘여 누어 픗

을 얼픗 드니

애 사

이 날

려 닐온 말이그

내 모

랴 上샹界계예 眞

진仙션이라 黃황庭뎡經경一일字

엇디 그

닐거

두고 人인間간의 내려와셔 우리

다 져근덧

가디 마오 이 술 잔 머거 보오 北북斗두星셩 기우

려 滄챵海

水슈 부어 내여 저 먹고 날 머겨

서너

잔 거후로니 和화風풍이 習습習습

야 兩냥腋

을 추

혀 드니 九구萬만里리 長

空공애 져기면

리로다 이

술 가져다가 四

예 고로

화 億억萬만 蒼창生

을 다 醉

근 後후의 그제야 고텨 맛나

고야 말 디쟈 鶴학을

고 九구空공의 올나가니

空공中듕 玉옥蕭쇼 소

어제런가 그제런가

나도

여 바다

구버보니 기

거니

인들 엇디 알리 明명月월이 千천山산萬만落낙의 아니

비쵠

업다

소나무 뿌리를 베고 누워서 선잠을 얼핏드니

꿈에 한 사람이 나더러 이르기를 ldquo그대(송강)를 내가

모르랴 그대는 하늘 나라의 진짜 신선이라 황정경의

한 글자를 어찌하여 잘못 읽어 가지고 속세로 귀양와서

우리를 따르는가 잠깐 동안 가지 말고 이 술 한잔 먹

어 보오rdquo 북두칠성을 국자 삼아 푸른 바닷물을 잔에

부어 저도 먹고 나도 먹이거늘 서너잔을 기울이니 화

창한 바람이 산들산들 불어 양쪽 겨드랑이를 추켜드니

구만리나 되는 먼 하늘에 웬만하면 날 것 같구나

ldquo이 술을 가져다가 온 세상에 골고루 나누어 모든 백성

들을 다 취하게 만든 후에 그 때에야 다시 만나 또 한

잔 하자꾸나lsquo

그 말이 끝나자 신선(꿈에 한 사람)은 학을 타고 하늘

로 올라가니 공중에서 들려오는 옥피리 소리가 어제던

가 그제던가 싶게 어렴풋하구나 나도 잠을 깨어 바다

를 굽어보니 그 깊이를 모르는데 끝이야 더욱 어떻게

알겠는가 밝은 달이 온 세상에 아니 비친 곳이 없다

결사 2-꿈속의 선연

lt송강가사(松江歌辭) 이선본(李選本gt

지은이가 45세 되던 선조 13년(1580)에 강원도 관찰사

에 배임(拜任)되어 부임하는 과정과 원주에 부임한 후

틈을 내어 관동 팔경을 비롯한 강원도 내의 명승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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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루 유람하며그 승경(勝景)과 인정 풍속을 비롯해서

연군(戀君)애민의 정(情) 및 선연(仙緣)을 노래한 기행

가사의 대표적인 작품이다 멀게는 고려 충숙왕 때 안

축이 지은 경기체가 형식의 [관동별곡]과 가깝게는 명

종때 백광홍이 지은 [관서별곡] 송순의 [면앙정가]의

영향을 받은 작품으로 표현이 명쾌화려하고 탄력이 넘

치며 활달하고 낭만적이어서 지은이의 호탕한 기상이

잘 나타나 있다

총 295구로 이루어진 장편 기행 가사로 서사(처음~급

당유 풍 고텨 아니 볼 게이고) 본사(영둥이 무고~오월 댱텬의 셜은 므일고) 결사(져근덧 밤이

드러~아니 비쵠 업다)로 구성되어 있다

산에서 바다로 이어지는 여정은 그 각각의 이미지를 매

개로 하여 인간의 두 가지 존재 양식 사이에서 갈등하

는 작가의 모습을 보여 준다 산에서 본 경치는 백색의

이미지로서 고결한 위정자로서의 풍모를 드러내고 있으

며 바다에서는 인간 본연의 영원한 세계를 갈구하는

자유 분방한 정신을 표출하고 있다

다양한 어휘와 적절한 수사법을 능란하게 구사함으로

써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한층 높은 경지로 끌어 올린

작품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사미인곡(思美人曲)

송강 정 철

이 몸 삼기실 제 님을 조차 삼기시니 緣分(연분)이며 하 모 일이런가 나 나 졈어 잇

고 님 나 날 괴시니 이 음 이 랑 견졸 노여 업다

이 몸이 태어날 때에 임을 따라서 태어나니 한평생의

연분이며 하늘이 모를 일이던가내가 오직 젊어 있고

임은 오직 나를 사랑하시니 이 마음과 이 사랑을 비교

할 곳이 전혀 없다

서사 1-임과의 인연

平生(평)애 願(원) 요 녜자 얏더니

늙기야 므 일로 외오 두고 글이고 엇그제 님

을 뫼셔 廣寒殿(광한뎐)의 올낫더니그더 엇디

야 下界(하계)예 랴오니 올 적의 비슨 머리 얼

킈연디 三年(삼년)이라 臙脂粉(연지분) 잇마 눌 위여 고이고 음의 친 실음 疊疊(텹텹)

이 혀 이셔 짓니 한숨이오 디니 눈믈이라

人生(인)은 有限(유) 시도 그지업다

평생에 원하기를 임과 함께 살아가고자 했는데 늙어서

야 무슨일로 외따로 두고 그리워하는가 엊그제 임을

모시고 광한전에 올라 있었는데 그 사이에 어찌하여 이

하계에 내려왔느냐 임을 떠나 올 적에 빗은 머리가 헝

클어진 지삼 년일세 연지와 분이 있지마는 누구를 위

해서 예쁘게 화장할 것인가 마음에 맺힌 시름이 겹겹

이 쌓여 있어서 짓는 것이 한수밍요 떨어뜨리는 것이

눈물이라 인생은 한이 있는데 시름은 끝이 없다

서사 2-임에 대한 그리움

無心(무심) 歲月(셰월)은 믈 흐 고야 炎

凉(염냥)이 아라 가 고텨 오니 듯거니

보거니 늣길일도 하도 할샤

아무 생각이 없는 세월은 물 흐르듯 빨리 지나가는구

나 더위와 추위가 때를 알아서 가자마자 다시 오니 듣

고 보는 가운데서 느낄일이 많기도 많구나

서사 3-세월의 무상함

東風(동풍)이 건듯 부러 積雪(젹셜)을 헤텨내니 窓

(창) 밧긔 심근 梅花(화) 두세 가지 픠여셰라 득 冷淡(담) 暗香(암향)은 므 일고 黃昏

(황혼)의 이 조차 벼 마 빗최니 늣기 반기 님이신가 아니신가

뎌 梅花(화) 것거 내여 님 겨신 보내오져 님

이 너 보고 엇더타 너기실고

봄바람이 문득 불어서 쌓인 눈을 헤쳐내니 창밖에 심은

매화가 두세 가지 피었구나 가뜩이나 쌀쌀하고 담담한

데 그윽하게 풍기는 향기는 또 무슨 일인가 황혼에 달

이 따라와 배갯머리에 비치니흐느껴 우는 듯 반기는

듯하니 임이신가 아니신가 저 매화를 꺾어 내어 임 계

신 곳에 보내고 싶다 그러면 임이 너 (매화)를 보고

어떻다고 생각하실까

본사 1-춘원(春怨)

디고 새 닙 나니 綠陰(녹음)이 렷 羅幃

(나위) 寂寞(젹막)고 繡幕(슈막)이 뷔여 잇다 芙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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蓉(부용)을 거더 노코 孔雀(공쟉)을 둘러 두니 득 시 한 날은 엇디 기돗던고鴛鴦錦(원앙금)

버혀 노코 五色線(오션) 플텨 내여 금자 견화

이셔 님의 옷 지어 내니 手品(슈품)은니와 制度

(졔도)도 시고 珊瑚樹(산호슈) 지게 우 白玉函(옥함)의 다마 두고 님의게 보내오려 님 겨신

라보니 山(산)인가 구롬인가 머흐도 머흘시

고 千里 萬里(쳔리 만리)길흘 뉘라셔 자갈고니

거든 여러 두고 날인가 반기실가

꽃이 지고 새 잎이 피어나니 녹음이 우거졌는데 비단

포장이 적막하고 수놓은 장막이 텅 비어 쓸쓸하다 연

꽃을 수놓은 비단 휘장을 걷어 놓고 공작을 수놓은 병

풍을 둘러 치니 가뜩이나 시름이 많은데 날은 어찌 그

리 길던가 원앙새 수놓은 비단을 베어 놓고 오색실을

풀어 내어 좋은 자로 재어서 임의 옷을 지어내니 솜씨

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격식도 갖추었구나 백옥으로

만든 함에 담아 산호로 만든 지게 위에 얹어 놓고 임에

게 보내려고 임 계신 곳을 바라보니 산인지 구름인지

험하기도 험하구나 천만 리나 되는 먼 길을 누가 찾아

갈 것인가 가면은 함을 열어 놓고 나를 본것처럼 반가

워하실까

본사2-하원(夏怨)

밤 서리김의 기겍러기 우러 녤 제 危樓(위루)

에 혼자 올라 水晶簾(슈졍념) 거든말이 東山(산)의

이 나고 北極(븍극)의 별이 뵈니 님이신가 반기

니 눈믈이 절로 난다 淸光(쳥광)을 쥐여 내여 鳳

凰樓(봉황누)의 븟티고져 樓(누) 우 거러 두고

八荒(팔황)의 다 비최여 深山窮谷(심산궁곡) 졈낫

티 그쇼셔

하룻밤 서리가 내린 무렵에 기러기가 울며 지나갈 때

높은 누각에 혼자 올라가 수정으로 만든 밭을 걷으니

동산에 달이 떠오르고 북극성이 보이므로 임이신가 하

여 반가워하니 눈물이 절로 난다 밝은 달을 잡아 내어

임 계신 곳에 보내고 싶구나 임께서 그 달을 누각 위

에 걸어 노고 온 세상을 다 비추어 깊은 산 골짜기 까

지도 대낮같이 밝게 하소서(밝은 정치를 베푸소서)

본사 3-추원(秋怨)

乾坤(건곤)이 閉塞(폐)야 白雪(셜)이 빗친

제 사은니와 새도 긋쳐 잇다 瀟湘南畔(쇼

샹남반)도 치오미 이러커든 玉樓高處(옥누고쳐)야

더욱 닐러 므리陽春(양츈)을 부쳐 내여 님 겨

신 쏘이고져茅簷(모쳠) 비쵠 玉樓(옥누)의

올리고져 紅裳

(홍샹)을 니믜 고 翠袖(슈) 半(반)만 거더

日暮脩竹(일모슈듁)의 혬가림도 하도 할샤 댜 수이 디여 긴 밤을 고초 안자 靑燈

(쳥등) 거른 겻 鈿箜葔(뎐공후)노하 두고 의나

님을 보려 밧고 비겨시니 鴦衾(앙금)도 도

샤 이 밤은 언제 샐고

하늘과 땅이 꽉막힌 것처럼 흰 눈으로 온통 덮여 있으

니 사람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날아디는 새도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다 소상강 남쪽 지방같이 따뜻한 이 곳

도 추위가 이러한데 하물며 임계신 북쪽 지방이야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따뜻한 봄볕을 부쳐 내어 임 계신

곳에 쏘이고 싶다 초가집 처마에 비친 해를 임계신 곳

에 올리고 싶다 붉은 치마를 여미어 입고 푸른 소매를

반쯤 걷어 해질 무렵 대나무에 의지하여 여러 가지 생

각이 많기도 하구나 짧은 겨울해가 이내 넘어가니 긴

밤을 꼿꼿이 앉아서 청사초롱을 걸어 둔 곁에 자개 입

힌 공후를 놓아 두고 꿈에나 임을 만나 보려고 턱을

받치고 기대어 있으니 원앙금침이 차갑기도 하구나 이

밤은 언제 샐것인가

본사 4-동원(冬怨)

도 열두 도 셜흔 날 져근덧 각마

라 이 시 닛쟈 니 의 쳐 이셔 骨髓(골

슈)의 텨시니 扁鵲(편쟉)이 열히 오나 이 병을

엇디리 어와 내 병이야 이 님의 타시로다 하

리 싀어디여 범나븨 되오리라 곳나모 가지마다 간

죡죡 안니다가 향 므든 애로 님의 오 올므

리라 님이야 날인 줄 모셔도 내 님 조려 노

하루도 열두 때 한 달도 서른 날 잠시 라도 생각을

말아 가지고 이 시름을 잊으려 해도 마음 속에 맺혀

있어서 뼛속까지 사무쳤으니 편작 같은 명의가 열명이

온다 한들 이 병을 어찌할 것인가

아아 내 병이여 이 병을 어찌할 것인가

아아 내 병이여 이 임의 탓이로다 차라리 죽엇 호랑

나비가 되리라 꽃나무 가지에 가는 곳마다 앉으며 돌

아다니다가 향기 묻은 날개로 임의 옷에 앉으리라 임

께서 나인 줄을 모르신다 해도 나는 끝까지 임을 따르

려 하노라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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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사 -임을 향한 변함 없는 마음

lt성주본 송강가사gt

작품의 감상

작자가 50세 되던 해에 반대 정파의 탄핵을 받고 전남

창평으로 물러나 우거(寓居)하면서 임금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여인이 사랑하는 사람을 그리는 심정에 의탁하

여 부른 노래이다 이 작품의 제목인 〈사미인곡(思美

人曲)〉은 중국 굴원이 지은 〈이소(離騷)〉의 제 9편

에 나오는 lsquo사미인(思美人)rsquo이라는 편명에서 따온 것으

로 보이며 그 작품 역시 충군(忠君)의 내용을 담고 있

어 내용 또한 그 영향을 받은 것으로 짐작된다

또 임금을 임으로 설정하여 노래한 것은 고려 속요인

〈정과정〉과 맥을 같이하고 있으며 임에 대한 헌신적

사랑의 표현은 〈가시리〉〈동등〉등과 접맥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작품은〈속미인곡〉과 더불어 가사 문학의 극치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일찍이 서포 김만중은 〈사미인

곡〉 〈속미인곡〉 〈관동별곡〉을 가리켜 lsquo좌해진문

장 지차삼편(左海眞文章 只此三篇우리 나라의 참된 문

장은 오직 이 세 편뿐이다)rsquo라고 하였다 이 노래는

서사 본사 결사 세 부분으로 되어 있는데 본사는 다

시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나뉘어 있다

속미인곡(續美人曲)

송강 정 철

뎨 가 뎌 각시 본듯도 뎌이고

天上(텬상) 白玉京(옥경)을 엇디야 離別(니별)고

다 뎌 져믄 날의 눌을 보라 가시고

저기가는 저 젊은 여인 본 듯도 하구나 임금님이 계

시는 서울을 어찌하여 이별하고 해가 다 져서 저무는

날에 누구를 보러 가시는 고

rarr서사1 - 서울을 떠나온 이유(갑녀의 질문)

어와 네여이고 내 셜 드러보오

내 얼굴 이 거동이 님 괴얌즉 냐마

엇딘디 날 보시고 네로다 녀기실나도 님을 미더 군디 전혀 업서

이야 교야 어러이 구돗디

반기시 비치 녜와 엇디 신고

누어 각고 니러 안자 혜어니

내 몸의 지는 죄 뫼티 혀시니

하히라 원망며 사이라 허믈랴

셜워 플텨 혜니 造物(조물)의 타시로다

아아 너로구나 내 사정 이야기를 들어보오

나의 생김새와 행동거지가 임의 사랑을 받을 수 있겠느

냐마는 어쩐지 나를 보시고 (내가 사랑할 사람은 바

로) 너로구나 하며 특별히 사랑하시기에 나도 임을 믿

어 딴 생각이 전혀 없어 응석과 애교를 부리면서 (얼마

나) 어지럽게 굴었던지 (나를) 반가워 하시는 얼굴빛

이 예날과 어찌 다르신가 누워 생각하고 일어나 앚아

헤아리니 내 몸의 지은 죄가 산같이쌓였으니 하늘을 원

망하겠으며 사람을 탓하겠는가 하도 서러워 여러 가지

로 깊이 생각해보니 조물주의 탓이로구나

rarr서사2 - 자책과 체념(을녀의 대답)

글란 각 마오

그렇게는 생각하지 마시오

rarr본사1 - 갑녀의 위로

친 일이 이셔이다

님을 뫼셔 이셔 님의 일을 내 알거니

믈튼 얼굴이 편실적 몃날일고

春寒(츈한) 苦熱(고열)은 엇디야 디내시며

秋日(츄일) 冬天(동텬)은 뉘라셔 뫼셧고

粥早飯(쥭조반) 朝夕(조석)뫼 녜와 티 셰시가

기나긴 밤의 은 엇디 자시고

마음 속에 맺힌 일이 있습니다 예전에 임을 모신적이

있어서 임의 일을 내가 잘 아는데 물과 같이 연약한

체질이 편하실 때가 며칠이나 될꼬 이른 봄의 추위와

한여름의 더위를 어떻게 지내시며 가을과 겨울날은 누

가 모셨는가 죽조반과 아침 저녁 진지는 옛날과 같이

잘 잡수시는가 기나긴 밤에 잠은 어떻게 주무시는가

rarr본사2-임에 대한 염려(을녀의 사설)

님다히 消息(소식)을 아무려나 아쟈니

오도 거의로다 일이나 사 올가

내 둘 업다 어드러로 가쟛 말고

잡거니 밀거니 놉픈 뫼 올라가니

구름은 니와 안개 므일고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32 -

山川(산쳔)이 어둡거니 日月(일월)을 엇디보며

咫尺(지척)을 모거든 千里(쳔리) 라보랴

리 믈의 가 길히나 보랴니

람이야 믈결이야 어둥졍 된뎌이고

샤공은 어 가고 븬 만 걸렷고

江天(간텬)의 혼자 셔셔 디 구버보니

님 다히 消息(소식)이 더옥 아득뎌이고

임이 계시는 곳의 소식을 어떻게든지 알려고 하니 오늘

도 거의 지나갔구나 내일이나 임의 소식을 전해줄 사

람이 올까 내 마음을 둘 곳이 없다 어디로 가자는 말

인가 (나무같은 것을) 잡기도 하고 밀기도 하면서 높

은 산에 올라가니 구름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안개는

또 무슨 일로 저렇게 기어 있는가 산천이 어두운데 해

와 달을 어떻게 보겠으며 지척을 모르겠는데 천 리나

되는 먼 곳을 (어떻게) 바라몰 수 있으랴 차라리 물가

에 서서 뱃길이나 보려고 하니 바람과 물결이 어수선하

게 되었구나 사공은 어디가고 빈 배만 걸려있는가 강

변에 홀로서서 지는 해를 굽어보니 임계신 곳의 소식이

더욱 아득하구나

rarr본사3-임의 소식을 애타게 기다림(을녀의 사설)

茅簷(모쳠) 자리의 밤듕만 도라오니

半壁(반벽) 靑燈(청등)은 눌 위야 갓고

오며 리며 헷드며 바자니니

져근덧 력진力盡(녁진)야 픗을 잠간 드니

精誠(정셩)이 지극야 의 님을 보니

玉(옥)튼 얼굴이 半(반)이나마 늘거셰라

의 머근 말 슬장 쟈니

눈믈이 바라나니 말인들 어이며

情(정)을 못다야 목이조차 몌여니

오뎐된 鷄聲(계셩)의 은 엇디 돗던고

초가집 차가운 잠자리에 한밤중이 돌아오니 벽에 걸려

있는 등불은 누구를 위하여 밝아 있는가 산을 올라가

기도 하고 내려가기도 하면서 헤메며 오락가락 돌아다

니다가 잠깐 사이에 힘이 다하여 풋잠이 잠깐 들었는

데 정성이 지극하여 꿈속에서 임을 보니 옥과 같이 곱

던 임의 얼굴이 반넘게 늙었구나 마음 속에 품은 생각

을 실컷 아뢰려고 하였더니 눈물이 잇달아 쏟아지니

말인들 어찌하며 정회도 다 못풀어 목마저 메어오니

방정맞은 닭울음소리에 잠은 어찌 깨었던가

rarr본사4-독수공방의 한과 꿈에서 만난 임

(을녀의 사설)

어와 虛事(허)로다 이 님이 어 간고

결의 니러 안자 窓(창)을 열고 라보니

어엿븐 그림재 날 조 이로다

리 싀여디어 落月(낙월)이나 되야이셔

님 겨신 窓(창) 안 번드시 비최리라

아아 헛된 일이로다 내 임이 어디 갔는고 꿈결에 일

어나 앉아 창을 열고 바라보니 불쌍한 그림자만이 나

를 따라올 뿐이로다 차라리 죽어서 지는 달이나 되어

임 계신 창 안에 환하게 비치리라

rarr결사-죽어서라도 임을 따르겠다는 다짐

(을녀의 사설)

각시님 이야니와 구 비나 되쇼셔

각시님 달은커녕 궂은 비나 되십시오

rarr결사-갑녀의 위로

〈해설〉

사미인곡의 속편으로 지은이가 동인(東人)으로 탄핵을

받고 고향인 전라남도 창평에 낙향해 있을 때에 임금

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두 여인의 대화 형식을 빌려 노

래한 작품이다 이 작품의 현대어 해석에 나와 있는 lsquo갑

녀(甲女)rsquo와 lsquo을녀(乙女)rsquo는 편의상 붙인 이름으로 갑녀

는 보조적 위치에 있는 화자이며 을녀가 지은이를 대

변하는 주된 화자이다 〈사미인곡〉과 더불어 가사 문

학의 최고봉이라 일컬어지는데 특히 순수한 우리말의

구사가 절묘하며 대화 형식으로 구성하여 표현에 참신

성을 더한 것은 lsquo금상첨화(錦上添花)rsquo라 할 수 있을 것

이다

홍만종은 〈순오지(旬五志)〉에서 이 작품을 제갈공명

의 〈출사표(出師表)〉에 비견할 만하다고 극찬하였으

며 서포 김만중은 〈서포만필(西浦漫筆)〉에서 ldquo예로부

터 우리 나라의 참된 문장은 오직 이 세 편(사미인곡

속미인곡 관동별곡)뿐이데다시 이 세편에 대하여 논할

것 같으면 그 중에서 속미인곡이 더욱 뛰어나다 관동

별곡과 사미인곡은 오히려 한자음을 빌려서 그 가사 내

용을 꾸민 데 지나지 않는다rdquo라고 하였다

규원가(閨怨歌)

허난설헌

엇그제 저멋더니 마 어이 다 늘거니

少年行樂(소년 행락) 생각니 일러도 속절업다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33 -

늘거야 서른 말 자니 목이 멘다

엊그제 젊었었는데 어찌 벌써 다 늙어버렸는가 어린

시절에 즐겁게 지내던 일을 생각하니 말해 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 이렇게 늙은 뒤에 서러운 얘기를 하자니

목이 멘다

rarr기1-늙음의 한탄

父生母育(부생 모육) 辛苦(신고)야 이 내 몸 길러 낼

公侯配匹(공후 배필) 못 바라도 君子好逑(군자 호구) 願

(원)더니

三生(삼생)의 怨業(원업)이오 月下(월하)의 緣分(연분)으

長安遊俠(장안 유협) 輕薄子(경박자)를 치 만나 잇

서 當時(당시)의 용심(用心)기 살어름 디듸는 부모님이 나를 낳아서 고생하여 길러낼 때 높은 벼슬아

치의 배필을 바라지는 못했어도 훌륭한 남자의 좋은

짝이 되기를 원했더니 삼생의 원망스러운 업보요 월

하 빙인이 정해 준 연분으로 놀기 좋아하고 경박한 사

람을 꿈같이 만나 가지고 시집 간 뒤 조심하면서 마음

졸이기를 꼭 살얼음 디디듯하였다

rarr기2-젊은 시절의 회상

三五二八(삼오 이팔) 겨오 지나 天然麗質(천연 여질)절

로 이니

이 얼골 이 態度(태도)로 百年期約(백년 기약) 얏더니

年光(연광)이 훌훌고 造物(조물)이 多時(다시)야

봄바람 가을 믈이 뵈오리 북 지나듯

雪鬂花顔(설빈 화안) 어 가고 面目可憎(면목 가증) 되

거고나

내 올골 내 보거니 어느 님이 날 괼소냐

스스로 慙愧(참괴)니 누구를 怨望(원망)리

십오륙 세가 겨우 지나 타고난 아름다운 모습이 절로

나타나니 이 얼굴 이 태도로 (남편과)평생을 약속하였

더니 세월이 빨리 지나가고 조물주가 시기가 많아서

세월의 빠르기가 베 짤 때 북이 지나가는 듯 젊고 아

름다운 얼굴은 어디로 가고 추한 모습이 되었구나 내

얼굴을 내가 보아 알거니와 어느 임이 나를 사랑하겠는

가 스스로 생각해도 부끄러운데 누구를 원망하리

rarr기3-세월의 무상함과 늙음의 한탄

三三五五(삼삼 오오) 冶遊園(야유원)의 새 사람이 나단

말가

곳 피고 날 저물 제 定處(정처) 업시 나가 잇어

백마(白馬) 금편(金鞭)으로 어어 머므는고

원근(遠近)을 모르거니 消息(소식)이야 더욱 알랴

因緣(인연)을 긋쳐신들 각이야 업슬소냐

얼골을 못 보거든 그립기나 마르려믄

열두 김도 길샤 설흔 날 至理(지리)다

玉窓(옥창)에 심 梅花(매화) 몃 번이나 픠여진고

겨을 밤 차고 찬 제 자최눈 섯거 치고

여름날 길고 길 제 구 비 므스 일고

三春花柳(삼춘 화류) 好時節(호시절)의 景物(경물)이 시

름업다

가을 방에 들고 蟋蟀(실솔)이 床(상)에 울 제

긴 한 숨 디 눈물 속절업시 헴만 만타

아마도 모진 목숨 죽기도 어려울사

몇 명씩 떼지어 다니는 술집에 새 기생이 나타났다는

말인가 꽃 피고 날 저물 때 일정한 거처도 없이 나가

서 호사로운 차림새로 어디어디 가서 머므는가 바깥출

입이 없어 원근 지리를 모르는데 임의 소식이야 더구나

알 수 있으랴 인연을 끊었다고 하지만 임에 대한 생각

이야 어찌 없겠는가 만나지 못할 임이라면 그립지나

말일이지 하루도 열두때 길기도 하구나 한 달이 지루

하다 옥창에 심은 매화가 몇 번이나 피었다가 졌는고

겨울 밤 차고 찬 때에 눈보라가 섞어 치고 여름날 길고

긴 때에 궂은비는 또 무슨 일인가 꽃 피고 새 잎이 돋

는 좋은 계절 봄에도 보이는 경치가 시름이 없다 가을

달이 방에 비치고 귀뚜라미가 침상에서 울 때 긴 한숨

떨어지는 눈물에 헛되이 생각하는 것만 많다 아마도

모진 목숨 죽기도 어렵구나

rarr승-방탕한 남편에 대한 원망과 독수공방의 한

도로혀 풀쳐 혜니 이리 여 어이 리

靑燈(청등)을 돌라 노코 綠綺琴(녹기금) 빗기 안아

碧蓮花(벽련화) 한 곡조를 시름 조 섯거 타니

瀟相夜雨(소상야우)의 댓소리 섯도 華表(화표) 千年(천 년)의 別鶴(별학)이 우니 玉手(옥수)의 타는 手段(수단) 녯 소 잇다마芙蓉帳(부용장) 寂寞(적막)니 뉘 귀에 들리소니

肝腸(간장)이 九曲(구곡)되야 구븨구븨 쳐서라

돌이켜 여러 모로 생각해 보니 이렇게 살아서 어찌하겠

는가 등불을 돌려 놓고 녹기금을 비스듬히 안아 벽련

화 한 곡조를 시름까지 섞어 타니 소상강의 밤비에 대

나무 잎 소리가 섞여 들리는 듯 천년만에 돌아온 학이

화표주에 앉아 우니는 듯섬섬옥수로 타는 솜씨가 옛

소리를 간직하고 있다마는 부용장 안에 임이 없으니 누

구 귀에 들리겠는가 구곡간장이 굽이굽이 끊어지는 것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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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구나

rarr전-거문고로 시름을 달램

하리 잠을 드러 의나 보려 니

바람의 디 닙과 풀 속에 우는 즘생

므스 일 원수로서 잠조차 오다

천상(天上)의 牽牛織女(견우 직녀) 銀河水(은하수) 박혀

서도

七月七夕(칠월 칠석)一年一度(일년 일도)失期(실기)치

아니거든

우리 님 가신 후는 무슨 弱水(약수) 가렷관듸

오거나 가거나 소식(消息)조차 쳣는고

欄干(난간)의 비겨 셔서 님 가신 바라보니

초로(草露) 맷쳐 잇고 暮雲(모운)이 디나갈 제

竹林(죽림) 푸른 고 새 소리 더욱 설다

세상의 서룬 사람 수업다 려니와

薄命(박명) 紅顔(홍안)이야 날 가니 이실가

아마도 이 님의 지위로 살동말동 여라

차라리 잠이 들어 꿈에서나 임을 보려하니 바람에 지는

나뭇잎과 풀 속에서 우는 벌레가 나와 무슨 원수가 졌

길래 잠조차 깨우는가 하늘의 견우 직녀는 은하수가

막고 있어도 일 년에 한 번 칠월 칠석날에는 기약을 어

기지 않고 만나는데 우리 임이 가신 후에는 무슨 약수

가 가로막고 있길래 오고 가는 소식조차 끊어졌는고

난간에 기대어 서서 임 계신 곳을 바라보니 풀잎에 이

슬은 맺혀있고 저녁 구름이 지나갈 때 대나무 숲 푸른

곳에 새 소리가 더욱 섧다 세상에 서러운 사람이 수없

이 많다고 하지만 기구한 팔자를 타고난 사람이야 나

같은 이가 또 있을까 아마도 임 때문에 살 듯 말 듯하

구나

rarr결-애타게 임을 기다리는 마음

〈감상〉

조선 시대 봉건 사회 제도 아래서 오직 인종(忍從)만을

미덕으로 알고 살아야 했던 부녀자의 한(恨)을 노래한

작품으로 일명 원부사(怨夫詞) 또는 원부사(怨夫辭)라

고도 한다 좋은 배필을 원했지만 뜻밖에도 경박스럽고

방탕한 남편을 만나 평생을 피맺힌 한(恨)과 그리움 속

에 보내야 하는 한 여인의 애달픈 사연을 통해 남성

위주의 사회가 가져오는 병폐를 실감 있게 형상화한 작

품이라 할 수 있다

Page 21: 구지가(龜 歌) - middle.gongbuwarac.commiddle.gongbuwarac.com/Common/Popup/FileDownloadAs.aspx?FileName=/ite… · 미륵(彌勒) 좌주(座主) 뫼셔롸. 미륵 좌주를 모셔라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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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래 고려 속요성격 연가 남녀상열지사 향락적 퇴폐적형식 5연으로 이루어진 분연체로 결사를 포함하여 전 6연으로 보기도 함제재 남녀간의 사랑 또는 애정특징 남녀간의 애정을 가식 없이 진솔하고도 적나라 하게 표현했고 비유와 상징 반어와 역설 감각적인 언어로 감정의 표현이 진솔하여 문학성이 높은 편주제 변치 않는 사랑에 대한 소망 임과의 영원한 사랑 기원(임과의 사랑을 직설적으로 드러냄)의의 2연과 5연이 시조 형태에 근접하고 있어 시조의 기원을 찾는 자료로서 주목받음

1연 죽음보다 강한 사랑의 정열2연 임 생각에 밤을 지새우는 애처로움3연 사랑을 배신한 임에 대한 원망4연 무절제한 사랑을 하는 임에 대한 풍자5연 임에 대한 욕망과 상상6연 임과의 이별 없는 영원한 만남을 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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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사

(

歌辭

)

상춘곡(賞春曲)

정 극 인

紅塵(홍진)에 뭇친 분네 이내 生涯(생애) 엇

더고

風流(풍류)

가天地間(천지간) 男子(남자) 몸이 날만 이

하건마

山林(산림)에 뭇쳐 이셔 至樂(지

락)을

것가

數間茅屋(수간모옥)을 碧溪水(벽계수)

앒픠

고 松竹(송죽) 鬱鬱裏(울울리)예 風月主人(풍

월 주인) 되어셔라

속세에 묻혀 사는 분들이여 이 나의 생활이 어떠한가

옛 사람들의 운치 있는 생활을 내가 따를까 못따를까

천지간 남자로 태어난 몸으로서 나만한 사람이 많건마

는 왜 그들은 자연에 묻혀사는 지극한 즐거움을 모르는

것인가

몇 간쯤 되는 초가집을 맑은 시냇물 앞에 지어 놓고소

나무와 대나무가 우거진 속에 자연의 주인이 되었구나

서사-자연에 묻혀 사는 즐거움

엇그제 겨을 지나 새봄이

돌아오니桃花杏花(도화행화)

夕陽裏(석양

리)예 퓌여 잇고綠楊芳草(녹양방초)

細(우

중)에 프르도다칼로

아 낸가붓으로 그려낸

가造化神功(조화신공)이 物物(물물)마다 헌

엊그제 겨울이 지나 새봄이 돌아오니 복숭아꽃과 살구

꽃은 저녁 햇빛 속에 피어 있고 푸른 버들과 아름다운

풀은 가랑비 속에 푸르도다 칼로 재단해 내었는가 붓

으로 그려 내었는가 조물주의 신비스러운 솜씨가 사물

마다 야단스럽구나

본사 1-봄의 아름다운 경치

수풀에 우

春氣(춘기)

내 계

워 소

마다 嬌態(교태)로다 物我一體

(물아일체)어니 興(흥)이

소냐 柴扉(시

비)예 거러 보고 亭子(정자)애 안자 보니 逍

遙吟詠(소요 음영)

야 山日(산일)이 寂寂(적

적)

閑中眞味(한중진미)

알 니 업시 호

재로다

수풀에 우는 새는 봄 기운을 끝내 못 이겨 소리마다 아

양을 떠는 모습이로다

자연과 내가 한 몸이거니 흥겨움이야 다르겠는가 사립

문 주변을 걷기도 하고 정자에 앉아 보기도 하니 천천

히 거닐며 나직이 시를 읊조려 산 속의 하루가 적적한

데 한가로움 속의 참된 즐거움을 아는 사람이 없이 혼

자로구나

본사 2-봄의흥취

이바 니웃드라山水(산수) 구경 가쟈스라 踏靑

(답청)으란 오

고 浴沂(욕기)란 來日(내

일)

새 아

에 採山(채산)

고 나조

釣水

(조수)

여보게 이웃 사람들이여 산수 구경을 가자꾸나 산책

은 오늘하고 냇물에서 목욕하는 것은 내일 하세 아침

에 산나물을 캐고 저녁에 낚시질을 하세

본사 3-산수 구경 권유

괴어 닉은 술을 葛巾(갈건)으

로 밧타 노코 곳나모 가지 것거 수 노코 먹

으리라 和風(화풍)이 건

부러 綠水(녹수)

건너오니 淸香(청향)은 잔에 지고 落紅(낙

홍)은 옷새 진다 樽中(준중)이 뷔엿거

려 알외어라 小童(소동) 아

려 酒家(주가)

에 술을 믈어얼운은 막대 집고아

술을 메고

微吟緩步(미음 완보)

야 시냇

의 호자 안자

明沙(명사) 조 믈에 잔 시어 부어 들고 淸流(청

류)

굽어보니

니 桃花(도화)ㅣ로다 武陵

(무릉)이 갓갑도다 져

거인고

이제 막 익은 술을 갈건으로 거러 놓고 꽃나무 가지를

꺾어 잔 수를 세면서 먹으리라 화창한 바람이 문득 불

어서 푸른 시냇물을 건너오니 맑은 향기는 술잔에 가

득하고 붉은 꽃잎은 옷에 떨어진다 술동이 안이 비었

으면 나더러 아뢰어라 조그만 아이를 시켜 술집에서

술을 사 가지고 어른은 지팡이를 짚고 아이는 술을 메

고 나직이 읊조리며 천천히 걸어 시냇가에 혼자 앉아

고운 모래가 비치는 맑은 물에 잔 씻어 술을 부어 들

고 맑은 시냇물을 굽어보니 떠내려오는 것이 복숭아꽃

이로다 무릉도원이 가까이 있구나 저 들이 바로 그것

인가

본사 4-술과 풍류

松間(송간) 細路(세로)에 杜鵑花(두견화)

부치 들

고峰頭(봉두)에 급피 올나 구름 소긔

안자 보니 千村萬落(천촌만락)이 곳곳이 버러 잇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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煙霞日輝(연하일휘)

錦繡(금수)

엇그제 검은 들이 봄빗도 有餘(유여)

소나무 사이 좁은 길로 진달래꽃을 손에 들고

산봉우리에 급히 올라 구름 속에 앉아보니 수많은 촌

락들이 곳곳에 벌여 있네 안개와 놀과 빛나는 햇살은

아름다운 비단을 펼쳐 놓은 듯 엊그제까지도 거뭇거뭇

했던 들판이 이제 봄빛이 넘치는구나

본사 5-산봉우리에서의 조망

功名(공명)도 날

우고富貴(부귀)도 날

우니淸

風明月이(청풍명월) 外(외)예 엇던 벗이 잇

올고

簞瓢陋巷(단표누항)에 흣튼 혜음 아니

아모

타 百年行樂(백년행락)이 이만

엇지

공명과 부귀가 모두 나를 꺼리니 아름다운 자연 외에

어떤 벗이 있으리오 비록 가난하게 살고 있지만 잡스

러운 생각은 아니하네 아무튼 한평생 즐겁게 지내는

것이 이만하면 족하지 않겠는가

결사-안빈 낙도

면앙정가(俛仰亭歌)

송 순

无等山(무등산) 활기 뫼히 동다히로

버더 이셔 霽月峯(제월봉)이 되여거

無邊大野(무변대야)의 므

짐쟉

노라

닐곱 구

움쳐 무득무득 버럿

가온대 구

굼긔든 늘근 뇽이 선

머리

언쳐시니

무등산 한 줄기 산이 동쪽으로 뻗어 있어 멀리 떼

어 버리고 나와 제월봉이 되었거늘 끝없이 넓은

들판에 무슨 속셈을 가지고 일곱 구비가 한 곳에

움추리어 무더기 무더기 벌여 놓은 듯 가운데 구

비는 구멍에 든 늙은 용이 풋잠을 이제 막 깨어

머리를 얹어 놓고 있는 것 같으니

rarr서사 1 - 제월봉의 위치와 형세

바희 우

松竹(송죽)을 혜혀고

정자

언쳐시니

구름

靑鶴(청학)이 千里(천 리)를 가리라

래 버렷

넓고 평평한 바위 위에 소나무 대나무를 헤치고

정자를 앉혔으니 구름을 탄 푸른 학이 천 리를

가려고 두 날개를 벌리고 있는 듯하다

rarr서사2 - 면앙정의 모습

玉泉山(옥천산) 龍泉山(용천산)

린 믈이

亭子(정자) 압 너븐 들

兀兀(올올)히 펴진드시

든 기노라 프르거든 희디마나

雙龍(쌍룡)이 뒤트

긴 깁을

어드러로 가노라 므

얏바

즈로 흐르

옥천산용천산 흘러내리는 물이 정자 앞 넓은 들

에 끊임없이 펼쳐진 듯이 넓거든 길지나 말든가

푸르거든 희지나 말지 두 마리 용이 몸을 뒤틀고

있는 듯 긴 비단을 펼쳐 놓은 듯 어디로 가느라

고 무슨 일이 바빠서 달리는 듯 따라가는 듯 밤낮

으로 흘는 듯

rarr본사 1 - 시냇물의 모습

므조친 沙汀(사정)은 눈

치 펴

거든

어즈러온 기러기

므스거슬 어르노라

안즈락

리락 모드락 흣트락

蘆花(노화)를

이 두고 우로곰 좃니

물을 따라 있는 모래밭은 눈같이 하얗게 펼쳐져

있는데 어지럽게 나는 갈매기는 무엇을 어르느라

고 앉기도 하고 내려오기도 하고 모이기도 하고

흩어지기도 하고 갈대꽃을 사이에 두고 울면서 따

라다니는가

rarr본사 2 - 기러기의 교태

너븐 길 밧기오 긴 하

두르고

즌 거슨 뫼힌가 屛風(병풍)인가

그림가 아닌가

노픈

숨거니 뵈거니 가거니 머믈거니

어즈러온 가온

일홈

도 젓티 아녀 옷독이 셧

거시

秋月山(추월산) 머리 짓고 용구산 몽선산 불대산

어등산 용진산 금성산이 허공에 버러거든

遠近(원근) 蒼崖(창애)의 머믄 것도 하도 할샤

넒은 길 밖이요 긴 하늘 아래 두르고 꽂은 것은

산인가 병풍인가 그림인가 아닌가 높은 듯 낮은

듯 끊어지는 듯 이어지는 듯 숨기도 하고 보이기

도 하고 가기도 하고 머물기도 하고 어지러운 가

운데 유명한 척하여 하늘도 두려워 하지 않고 우

뚝하게 서있는 것이 추월산으로 머리를 만들고

용구산 몽선산 불대산 어등산 용진산 금성산이 공

중에 늘어서 있으니 멀고 가까운 푸른 절벽에 머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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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것도 많기도 하구나

rarr본사 3 - 산봉우리의 승경

흰구름 부흰 煙霞(연하) 프로니

山嵐(산람)이라

千巖萬壑(천암만학)을 제 집으로 삼아두고

나명셩 들명셩 일

ㅣ도 구

지고

오르거니

리거니 長空(장공)의

나거니

廣野(광야)로 건너거니

프르락 불그락 여트락 지트락

斜陽(사양)과 섯거디어 細雨(세우)조차

흰구름 뿌연 안개와 노을 푸른 것은 산 아지랑

이로구나 수많은 바위와 골짜기를 제 집으로 삼

고서 나가기도 하고 들어오기도 하면서 아양도 떠

는구나 올라가기도 하고 내려가기도 하고 먼 하

늘로 떠나기도 하고 넓은 들로 건너가기도 하고

푸르기도 하고 붉기도 하고 옅기도 하고 짙기도

하고 석양과 섞이어 가랑비조차 뿌리는구나

rarr본사 4 - 봄 풍경

藍輿(남여)

고 솔아

구븐 길노

오며 가며

적의

綠楊(녹양)의 우

黃鶯(황앵) 嬌態(교태) 겨워

고야

나모 새

지어 綠陰(녹음)이 얼린 적의

百尺欄干(백척난간)의 긴 조으름 내여 펴니

水面凉風(수면양풍)이야 긋칠 줄 모르

뚜껑없는 가마를 재촉하여 타고 소나무 아래 굽은

길로 오며 가며 하는 때에 푸른 버드나무에서

는 꾀꼬리는 온갖 교태를 부리고 있구나 나무 사

이가 우거져서 녹음이 엉긴 때에 긴 난간에 기대

어 길게 기지개를 켜니 물위에서 부는 시원한 바

람이 그칠 줄을 모르는구나

rarr 본사 5 - 여름 풍경

즌서리

딘 후의 산빗치 錦繡(금수)로다

黃雲(황운)은

엇지 萬頃(만경)의 펴겨디오

漁笛(어적)도 흥을 계워

롸 브니

된서리가 걷힌 후에 산 빛이 수놓은 비단 같구나

누렇게 익은 곡식은 또 어찌 넓은 들에 펼쳐져 있

는가 어부가 부는 피리도 흥을 못이겨 달을 따라

불고 있구나

rarr 본사 6 - 가을 풍경

草木(초목) 다 진 후의 江山이

몰커

造物(조물)리 헌

야 氷雪(빙설)로

며내니

瓊宮瑤臺(경궁요대)와 玉海銀山(옥해은산)이

眼底(안저)에 버러셰라

乾坤(건곤)도 가

열사 간 대마다 경이로다

초목이 다 떨어진 후에 강산이 눈 속에 묻혔거늘

조물주가 야단스러워 눈과 얼음으로 꾸며내니 경

궁요대(구슬로 꾸민 궁궐과 대)와 옥해은산(아름

다운 바다와 눈덮인 산) 같은 설경이 눈 아래 펼

쳐졌구나 하늘과 땅도 풍성하구나 가는 곳마다

아름다운 경치로다

rarr 본사7 - 겨울 풍경

人間(인간)을

나와도 내 몸이 겨를 업다

이것도 보려

고 져것도 드르려코

도 혀려

도 마즈려코

밤으란 언제 줍고 고기란 언제 낙고

柴扉(시비)란 뉘 다드며 딘 곳츠란 뉘 쓸려뇨

이 낫브거니 나조

라 슬

소냐

리 不足(부족)커니 來日(내일)이라

有餘(유여)

이 뫼

안자 보고 져 뫼

거러 보니

煩勞(번로)

릴 일이 아조 업다

쉴 사이 업거든 길히나 젼

리야

다만 靑藜杖(청려장)이 다 므듸어 가노

속세를 떠나왔어도 내 몸이 한가하지 않다 이것

도 보려고 하고 저것도 들으려 하고 바람도 쏘이

려 하고 달도 맞으려 하고 밤은 언제 줍고 고기는

언제 낚고 사립문은 누가 닫으며 떨어진 꽃은 누

가 쓸겠느냐 아침에도 아름다운 경치 구경하는

시간이 모자랄 지경인데 저녁이라고 싫겠는가 오

늘의 시간이 부족한데 내일이라고 여유가 있겠는

가 이 산에서 앉아보고 저 산에서 걸어보니 번거

로운 마음이지만 버릴 일이 아주 없다 쉴 사이가

없는데 사람들에게 길이나마 알려줄 수가 있겠는

가 다만 명아주 대로 만든 지팡이가 다 무디어

가는구나

rarr본사 8 - 자연애와 풍류 생활

술이 닉어가니 벗지라 업슬소냐

이며 혀이며 이아며

온가짓 소

로 醉興(취흥)을

야거니

근심이라 이시며 시

이라 브터시랴

누우락 안즈락 구브락 져츠락 울프락

노혜로 놀거니

天地(천지)도 넙고넙고 日月(일월)도 가

羲皇(희황) 모

러니 이적이야 긔로고야

神仙(신선)이 엇더턴지 이몸이야 긔로고야

술이 익어가니 벗이라고 없겠는가 노래를 부르게

하며 악기를 타고 켜게 하며 방울을 흔들며 온갖

소리로 술에 취한 흥을 재촉하니 근심이라 있겠으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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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 시름이라고 붙어 있으랴 눕기도 하고 앉기도

하고 구부리기도 하고 뒤로 젖히기도 하고 읊기도

하고 휘파람을 불기도 하면서 마음놓고 놀기도

하니 천지도 넓고 넓으며 세월도 한가하다 중국

복희 황제의 태평성대를 내가 잘 몰랐더니 지금이

바로 그것이로구나 신선이 어떤 것인지 잘 몰랐

더니 내가 바로 신선이로구나

rarr본사9 - 취흥

江山風月(강산풍월) 거

리고 내 백년을 다누리면

岳陽樓(악양루) 샹의 李太白(이태백)이 사라 오다

浩蕩情懷(호탕 정회)야 이에서 더

소냐

이 몸이 이렁 굼도 亦君恩(역군은)이샷다

아름다운 대자연을 거느리고 내 한평생을 다 누리

면 조망이 좋기로 이름난 악양루 위의 이태백이

살아온다한들 넓고 큰 마음이야 이것보다 더 하겠

는가 이몸이 이렇게 지내는 것도 역시 임금님의

은혜이시도다

rarr결사 - 호탕한 정회와 군은

면앙정의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지은이가 41세 되던 해 벼슬을 그만두

고 향리인 전라남도 담양에 내려가 면앙정이라는

정자를 짓고 아름다운 자연을 벗삼아 사는 자신의 풍

류 생활을 노래한 것이다 면아정 주변의 경치4계절의

풍경 자신의 풍류 생활에 대한 멋과 흥취를 짜임새 있

게 그려낸 선경 후정의 작품이다

우리 江湖歌道(강호가도)의 전형을 확립한 작품으로

정극인의 상춘곡을 이어받아 송강의 성산별곡관동별곡

에 크게 영향을 끼쳤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결사 끝

부분의 lsquo亦君恩(역군은)이샷다rsquo와 같은 표현은 맹사성의

lsquo강호사시가rsquo에도 나타나는 것으로 자연속에서 지내는

즐거움과 연군 지정을 결합시킨 표현이라 할 수 있다

관동별곡

정 철

江강湖호애 病병이 깁퍼 竹

林님의 누엇더니 關관東

동 八팔百

里니에 方방面면을 맛디시니 어와 聖셩恩

은이야 가디록 罔망極극

다 延연秋츄門문 드리

慶경會회 南남門문

라보며 下하直직고 믈너나니 玉

옥節졀이 알

셧다

平평丘구驛역

라 黑흑水슈로 도라드니 蟾셤江

강은 어듸메오 雉티岳악이 여긔로다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의 병이 깊어 전라남도 창평에서

지내고 있었는데 800리나 되는 강원도 지방의 관찰사

소임을 맡기시니 아아 임금님의 은혜야말로 갈수록

끝이 없다 연추문으로 달려들어가 경회루의 남쪽문을

바라보며 임금님께 하직 인사를 하고 물러나니 옥절이

앞에 서 있다 양주(평구역)역에서 말을 갈아타고 여주

(흑수)로 돌아 들어가니 원주(섬강)는 어디인가 치악

산이 여기로구나

서사1-관찰사 배명과 부임의 여정

昭쇼陽양江강

린 믈이 어드러로 든단 말고 孤고臣신

去거國국에 白

髮발도 하도 할샤 東동州

밤 계오

새와 北븍寬관亭뎡의 올나

니 三삼角각山산 第뎨一일

峰봉이

마면 뵈리로다 弓궁王왕 大대闕궐 터희 烏오

鵲쟉이 지지괴니 千쳔古고 興흥亡망을 아

다 몰

다 淮회陽양 녜 일홈이 마초아

시고 汲급長

孺유

風풍彩

를 고텨 아니 볼 게이고

소양강 흘러내린 물이 어디로 흘러들어간단 말인가 외

로운 신하가 임금님 곁을 떠남에 있어서 나라에 대한

걱정이 많기도 하구나 철원(동주)에서 밤을 겨우 새운

후 북관정에 오르니(임금님이 계신 한양에 있는)삼각

산의 제일 높은 봉우리가 웬만하면 보일 것 같구나 옛

날 궁예왕이 살았던 대궐 터에 까마귀와 까치만 지저귀

고 있으니 먼 옛날의 흥망 성쇠를 까마귀와 까치 너희

들은 아느냐 모르느냐 회양이라는 이름이 옛날 중국의

지명인 회양과 마침 똑같구나(중국 회양 땅에서 선정

을 베푼)급장유의 모습을 이제 다시 (여기서)볼 수 있

지 않겠는가(급장유가 중국 회양땅에서 선정을 베푼

것처럼 정철 자신도 이곳 강원도 회양땅에서 선정을 베

풀겠다는 포부를 나타냄)

서사 2-관내 순력과 선정에 대한 포부

營영中듕이 無무事

고 時시節졀이 三삼月월인 제

花화川쳔 시내길히 楓풍岳악으로 버더 잇다 行

裝장

을 다

티고 石셕逕경의 막대 디퍼 百백川쳔洞동 겨

두고 萬만瀑폭洞동 드러가니 銀은

무지게 玉

龍룡의 초리 섯돌며

十십里리의

자시니 들을 제

우레러니 보니

눈이로다

감영(지금의 도청)안에 아무 일이 없고 시절이 마침 삼

월인 때에 화천 시냇길이 금강산으로 뻗어 있다 행장

을 다 떨쳐 버리고 돌길에 지팡이를 짚어 백천동 곁을

지나 만폭동으로 들어가니 은같은 무지개 옥 같은 용

의 꼬리처럼 생긴 폭포가 섞어 돌며 뿜는 소리가 십 리

에 깔려 있으니 멀리서 들을 때는 우렛소리더니 가까

이 가서 보니 눈(雪)이 날리는 것 같구나

본사1-만폭동 폭포의 장관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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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금剛강臺

우層층의 仙션鶴학이 삿기 치니 春츈

風풍 玉옥笛

聲셩의 첫

돗던디 縞호衣의玄현裳

샹이 半반空공의 소소

니 西셔湖호

主쥬人인을

반겨셔 넘노

금강대 맨 꼭대기에 사는 선학이 새끼를 치니 봄바람

옥피리 소리에 첫 잠을 깨었던지 흰 저고리 검은 치마

로 단장한 학이(학의 날개 묘사) 공중에 솟아 뜨니 옛

날 중국 서호에서 학과 더불어 노닐던 임포를 반겨 맞

는 것 같구나(정철 자신을 임포처럼 생각함)

본사2-금강대 위의 선학

小쇼香향爐노 大대香향爐노 눈 아래 구버보고 正졍陽

양寺

眞진歇헐臺

고텨 올나 안

마리 廬녀山산 眞

진面면目목이 여긔야 다 뵈

다 어와 造조化화翁옹이

토 헌

거든

디 마나 셧거든 솟디 마나

芙부蓉용을 고잣

玉옥을 믓것

東동溟명

을 박

北북極극을 괴왓

놉흘시고 望망高

고臺

외로올샤 穴혈望망峰봉이 하

의 추미러 므

일을

로리라 千쳔萬만劫겁 디나

록 구필 줄 모

다 어와 너여이고 너

향로처럼 생긴 크고 작은 봉우리를 눈아래 굽어보고 나

서 정양사를 지나 진헐대에 다시 올라 앉으니 금강산

의 참모습이 여기서야 다 보이는구나 아아 조물주가

야단스럽기도 야단스럽구나(산봉우리들이)날아가려거

든 뛰지나 말든가 서있으려거든 (위로)솟지나 말든가

할일이지 연꽃을 꽂아 놓은 것 같기도 하고흰 옥을

묶어 놓은 것 같기도 하고 북극성을 떠받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높구나 망고대 외롭구나 혈망봉이 하늘

에 치밀어서 무슨 일을 아뢰려고 오랜 세월이 지나도록

굽힐 줄을 모르느냐 아아 너로구나 너같은 충신이

또 있을까(진헐대에서 바라본 많은 산봉우리들이 굳굳

한 모습으로 서있는 것을 보고 충신의 지조와 절개를

연상하여 표현한 구절)

본사 3-진헐대에서의 조망

心심臺

고텨 올나 衆듕香향城셩

라보며 萬만

二이千쳔峰봉을 歷녁歷녁히 혀여

니 峰봉마다

쳐 잇

고 긋마다 서린 긔운

거든 조티마나 조커든

디 마

나 뎌 긔운 흐터 내야 人인傑걸을

고쟈 形형容용

도 그지업고 체체勢셰도 하도 할샤 天텬地디 삼기실

제 自

然연이 되연마

이제 와 보게 되니 有유情정

도 有유情정

개심대를 다시 올라가서 중향성을 바라보며 금강산 만

이천 봉우리를 똑똑히 헤아려 보니 산봉우리마다 정기

가 맺혀 있고 봉우리 끝마다 서린 기운(정기) (산의

정기가)맑거든 깨끗하지나 말든가 깨끗하거든 맑지나

말 것이지(산의 정기가 맑고도 깨끗하다는 의미) 저

기운을 흩어 내어 뛰어난 인물을 만들고 싶구나 산봉

우리의 생긴 모양이 끝이 없이 다양하고 자세도 많기도

하구나 천지가 생겨날 때 자연히 된 줄 알았더니 이제

와서 보니까 조물주의 뜻이 분명히 있구나

본사 4-개심대에서의 조망

毗비盧로峰봉 上샹上샹頭두의 올라 보니 긔 뉘신고

東동山산 泰태山산이 어

야 놉돗던고 魯노國국 조븐

줄도 우리

거든 넙거나 넙은 天텬下하 엇

닷 말고 어와 뎌 디위

어이

면 알 거이고 오

디 못

거니

려가미 고이

비로봉 맨 꼭대기에 올라본 사람이 그 누구인가

동산과 태산이 그 얼마나 높던가 노나라가 작다는 것

도 우리는 모르겠는데 넓고도 넓은 천하를 어떻게 해서

작다고 공자께서는 말씀하신단 말인가 아아 저 공자

의 경지를 어떻게 하면 알 것인가 올라가지 못하는데

내려가는 것이 이상하랴

본사 5-비로봉을 본 감회

圓원通통골

길로 獅

峰봉을

자가니 그 알

너러바회 化화龍룡쇠 되여셰라 千쳔年년 老노龍룡

이 구

서려 이셔 晝듀夜야의 흘녀 내여 滄창海

해예 니어시니 風풍雲운을 언제 어더 三삼日일雨우

디련

다 陰음崖애예 이온 플을 다 살와 내여

원통골 가느다란 길로 사자봉을 찾아가니 그 앞에 넓고

평평한 바위가 화룡소가 되었구나 마치 천 년이나 묵

은 늙은 용(정철 자신을 지칭함)이 굽이굽이 서려 있어

서 밤낮으로 물을 흘려 내어 푸른 바다에 이어졌으니

용(작자 자신)아 너는 언제 풍운(선정의 기회)을 얻어

서 임금님의 은총을 백성들에게 내리려느냐 굶주리고

헐벗은 백성들을 다 살려 내려무나

본사 6-화룡소에서의 감회

磨마訶하衍연 妙묘吉길祥샹 雁안門문재 너머 디여 외

나모

리 佛블頂뎡臺

올라

니 千쳔尋심絶졀

壁벽을 半반空공애 셰여 두고 銀은河하水슈 한 구

촌촌이 버혀 내여 실

티 플텨이셔 뵈

티 거러시니

圖도經경 열 두 구

내 보매

여러히라 李니謫

션 이제 이셔 고텨 의논

게 되면 廬녀山산이 여긔도

곤 낫단 말 못

려니

마하연 묘길상을 구경하고 안문재를 넘어 내려가 외

나무 썩은 다리를 건너 불정대에 오르니 천길이나 되는

낭떠러지를 공중에 세워 놓고 은하수 한 굽이를 마디

마디 베어 내어 실같이 풀어 가지고 베처럼 걸었으니

도경(금강산 12폭포를 그림으로 그려놓은 그림책)에는

폭포가 열두굽이로 되어 있지만 내가 보기에는 그보다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27 -

더 많아 보인다 이태백이 지금 살아 있어서 다시(금강

산 12폭포와 중국의 여산폭포를 비교) 논의하게 된다

면 여산 폭포가 여기보다 더 낫다는 말은 못 할 것이

본사 7-십이 폭포의 장관

山산中듕을

양 보랴 東동海해로 가쟈

라 籃남輿여

緩완步보

야 山산映영樓누의 올나

니 玲녕瓏농 碧벽

溪계와 數수聲셩啼뎨鳥됴

離니別별을 怨원

旌졍旗긔를

티니 五오色

이 넘노

鼓고角각을

섯부니 海해雲운이 다것

鳴명沙사길 니근

이 醉

仙션을 빗기 시러 바다

두고 海

棠당花화로 드러가니 白

鷗구야

마라 네 버딘 줄 엇디 아

산중의 경치만 노상 보겠는가 동해로 가자꾸나 남녀

(뚜껑없는 가마)를 타고 천천히 걸어서 산영루(정자이

름)에 오르니 영롱하게 반짝이는 시냇물과 갖가지 소

리로 우는 새는 나와의 이별을 싫어하는 듯 여러 가지

깃발을 휘날리니 오색(빨강파랑검정노랑흰색등의

깃발)이 넘나들며 노는 듯 북과 피리를 섞어 부니 바

다의 구름이 다 걷히는 듯하다 모래밭 길에 익숙한 말

이 도취한 신선을 비스듬히 태우고 해변을 따라 해당

화가 피어 있는 곳으로 들어가니 백구야 날아가지 마

라 내가 네 친구일수도 있지 않느냐

본사 8-동해로 가는 감회

金금闌난窟굴 도라드러 叢총石셕亭뎡 올라

니 白

옥樓누 남은 기동 다만 네히 셔 잇고야 工공슈의 셩녕

인가 鬼귀斧부로 다

가 구

야 六뉵面면은 므어슬

象샹톳던고

금난굴을 돌아들어서 총석정에 오르니 바다 가운데에

돌기둥 네 개가 백옥루의 남은 기둥처럼 서 있구나 저

네 개의 돌기둥은 공수(중국 고대의 명공)가 만든 것인

가 귀신의 도끼로 다듬었는가 구태여 그 돌기둥이 여

섯 모가 난 것은 무엇을 본뜬 것인가

본사 9-총석정의 장관

高고城셩을란 뎌만 두고 三삼日일浦포

자가니 丹

단書셔

宛완然연

되 四

仙션은 어

가니 예 사흘

머믄 後후의 어

머믈고 仙션遊유潭담 永영郎

냥湖호 거긔나 가 잇

가 淸

澗간亭뎡 萬만景경臺

몃 고

안돗던고

고성을 저만큼 두고 삼일포를 찾아가니 영랑의 무리

(신라 때 네 명의 화랑 곧 사선)가 남쪽으로 갔다는

글씨는 뚜렷한데 사선은 어디 갔는가 여기서 사흘을

머문 후에 어디 가서 또 머물렀을까 선유담 영랑호

거기나 가 있는가 청간정 만경대 몇 곳에 앉았던가

본사 10-삼일포에서의 회고

梨니花화

셔 디고 졉동새 슬피 울 제 洛낙山산東

동畔반으로 義의相샹臺

예 올라 안자 日일出츌을 보

리라 밤듕만 니러

니 祥샹雲운이 집

동 六뉵龍뇽

이 바퇴

동 바다

날 제

萬만國국이 일위더니

天텬中듕의 티

니 毫호髮발을 혜리로다 아마도 녈구

름 근쳐의 머믈셰라 詩시仙션은 어

가고 咳

唾타만

나맛

니 天텬地디間간 壯장 긔별

셔히도

셔이

배꽃은 벌써 떨어지고 접동새가 슬피 울 때에 낙산의

동쪽 언덕에 있는 의상대에 올라앉아 해 뜨는 것을 보

려고 한 밤중에 일어나니 상서로운 구름이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듯 여섯 마리의 용이 떠받치고 있는 듯

해가 바다에서 떠날 때는 온 세상이 흔들리는 것 같더

니 하늘로 치솟아 오르니 가느다란 터럭을 셀 수 있을

정도로 밝구나 혹시나 지나가는 구름(간신을 비유함)

이 햇빛을 가릴까 두렵다 이백은 어디 가곡 그가 남긴

유명한 말(咳唾(해타)-이백은 lsquo등금릉봉황대rsquo라는 시에

서 간신이 임금의 총명을 흐리게 하는 것을 구름이 해

를 가리는 것에 비유했음)만 남아 있는가 천지간에 굉

장한 소식(사연)이 그의 시에 자세히도 표현되어 있구

본사 11-의상대에서의 일출의 장관

斜샤陽양 峴현山산의 척

을 므니

와 羽우蓋개芝

지輪륜이 鏡경浦포로

려가니 十십里리 氷빙紈환을

다리고 고텨 다려 長

松숑 울흔 소개 슬

장 펴뎌시

니 믈결도 자도 잘샤 모래

혜리로다 孤고舟쥬 解

纜람

야 亭뎡子

올나가니 江강門문橋교 너믄

大대洋양이 거긔로다 從

容용댜 이 氣긔像샹

闊활遠원댜 뎌 境경界계 이도곤

어듸 잇

닷 말고 紅홍粧장 古고事

리로다

江강陵능 大대都도護호風풍俗쇽이 됴흘시고 節졀孝효

旌졍門문이 골골이 버러시니 比비屋옥可가封봉이 이제

도 잇다

저녁 햇살이 비치는 현산의 철쭉꽃을 잇달아 밟으면서

신선을 태운 수레가 경포로 내려가니 십 리나 되는 비

단을 (다리미로)다리고 다시 다린 것처럼 맑고 깨끗한

수면이 큰 소나무가 둘러싼 속에 실컷 펼쳐져 있으니

물결도 잔잔하기도 잔잔하구나 모래를 셀 수 있을 것

같도다 배 한 척을 띄워 호수를 건너가서 정자 위에

올라가니 강문교 바로 너머에 넓은 바다가 거기로구

나 조용하구나 이 기상 넓고 멀구나 저 경계(수평

선) 여기보다 더 (경치가) 잘 갖추어진 곳이 또 어디

있단 말인가 박신과 흥장의 옛일을 야단스럽다고 할

것이로다 강릉 대도호부의 풍속이 좋기도 하구나 충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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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효자 열녀 등을 표창하는 문이 고을마다 널려 있

으니 요순 시대처럼 집집마다 벼슬을 봉할 만하다는

것이 지금도 있다 할 것이로다

본사 12-경포의 장관과 강릉의 미풍 양속

眞진珠쥬館관 竹

西셔樓루 五오十십川쳔

린 믈이 太

태白

山산 그림재

東동海

로 다마 가니

하리 漢

한江강의 木목覓멱의 다히고져 王왕程뎡이 有유限

고 風풍景경이 못 슬

니 幽유懷회도 하도 할샤 客

愁수도 둘 듸 업다 仙션사

워 내여 斗두牛우로 向

살가 仙션人인을

려 丹단穴혈의 머므살가

진주관 죽서루 아래 오십천에 흘러내리는 물이 태백산

그림자를 동해로 담아가지고 흘러가니 차라리 저 물을

임금님이 계신 서울 남산에 닿게 하고 싶다 관원의 여

정에는 기한이 있고 풍경은 싫증이 나지 않으니 그윽

한 회포도 많기도 많구나 나그네의 시름도 둘 곳이 없

다 신선이 탄다는 뗏목을 띄워서 북두성과 견우성으로

향할까 사선을 찾으러 단혈에 머무를까

본사 13-죽서루에서의 객수

天텬根근을 못내 보와 望망洋양亭뎡의 올은말이 바다

밧근 하

이니 하

밧근 므서신고

득 노 고래 뉘

라셔 놀내관

블거니

거니 어즈러이 구

디고 銀

은山산을 것거 내여 六뉵合합의

五오月월

天텬의 白

雪셜은 므

일고

하늘의 끝을 끝내 못 보아 망양정에 오르니 바다 밖은

하늘인데 하늘 밖은 무엇인가 가뜩이나 노한 고래를

누가 놀리게 하기에 불기도 하고 뿜기도 하면서 어지럽

게 구는 것인가 은으로 된 산을 꺾어 내어 온 세상에

흩어 내리는 듯 오월의 아득한 하늘에 흰 눈이 무슨 일

인가

본사 14-망양정에서의 조망

져근덧 밤이 드러 風풍浪낭이 定뎡

扶부桑상 咫

지尺

의 明명月월을 기

리니 瑞셔光광 千쳔丈

고야 珠쥬簾렴을 고텨 것고 玉옥階계

다시 쓸며 啓계明명星셩 돗도록 곳초 안자

라보니

蓮년花화 가지

뉘라셔 보내신고 일이 됴흔

世세界계

대되 다 뵈고져

流뉴霞하酒쥬

득 부어

려 무론 말이 英영雄웅은

가며 四

仙션은 긔 뉘러니 아

나 맛나 보아

긔별 뭇쟈

니 仙션山산 東동海

예 갈 길히 머도

멀샤

잠깐 사이에 밤이 되어 풍랑이 가라앉거늘 해와 달이

뜬다는 부상 가까운 거리에서 밝은 달을 기다리니 천

길이나 뻗친 상서로운 달빛이 보이는 듯하다가 숨는구

나 구슬로 만든 밭을 걷어 올리고 돌층계를 다시 쓸며

샛별이 돋을 때까지 꼿꼿이 앉아 바라보니 흰 연꽃 한

송이를 누가 보내셨는가 이렇게 좋은 세계를 남에게

다 보이고 싶구나 신선주를 가득 부어 들고 달에게 묻

기를ldquo영운은 어디 갔으며 사선 그들은 그 누구이더

냐rdquo 아무나 만나 보아 옛 소식을 물으려 하니 삼신산

이 있다는 동해에 갈 길이 멀기도 멀구나

결사 1-동해의 달맞이

松숑根근을 볘여 누어 픗

을 얼픗 드니

애 사

이 날

려 닐온 말이그

내 모

랴 上샹界계예 眞

진仙션이라 黃황庭뎡經경一일字

엇디 그

닐거

두고 人인間간의 내려와셔 우리

다 져근덧

가디 마오 이 술 잔 머거 보오 北북斗두星셩 기우

려 滄챵海

水슈 부어 내여 저 먹고 날 머겨

서너

잔 거후로니 和화風풍이 習습習습

야 兩냥腋

을 추

혀 드니 九구萬만里리 長

空공애 져기면

리로다 이

술 가져다가 四

예 고로

화 億억萬만 蒼창生

을 다 醉

근 後후의 그제야 고텨 맛나

고야 말 디쟈 鶴학을

고 九구空공의 올나가니

空공中듕 玉옥蕭쇼 소

어제런가 그제런가

나도

여 바다

구버보니 기

거니

인들 엇디 알리 明명月월이 千천山산萬만落낙의 아니

비쵠

업다

소나무 뿌리를 베고 누워서 선잠을 얼핏드니

꿈에 한 사람이 나더러 이르기를 ldquo그대(송강)를 내가

모르랴 그대는 하늘 나라의 진짜 신선이라 황정경의

한 글자를 어찌하여 잘못 읽어 가지고 속세로 귀양와서

우리를 따르는가 잠깐 동안 가지 말고 이 술 한잔 먹

어 보오rdquo 북두칠성을 국자 삼아 푸른 바닷물을 잔에

부어 저도 먹고 나도 먹이거늘 서너잔을 기울이니 화

창한 바람이 산들산들 불어 양쪽 겨드랑이를 추켜드니

구만리나 되는 먼 하늘에 웬만하면 날 것 같구나

ldquo이 술을 가져다가 온 세상에 골고루 나누어 모든 백성

들을 다 취하게 만든 후에 그 때에야 다시 만나 또 한

잔 하자꾸나lsquo

그 말이 끝나자 신선(꿈에 한 사람)은 학을 타고 하늘

로 올라가니 공중에서 들려오는 옥피리 소리가 어제던

가 그제던가 싶게 어렴풋하구나 나도 잠을 깨어 바다

를 굽어보니 그 깊이를 모르는데 끝이야 더욱 어떻게

알겠는가 밝은 달이 온 세상에 아니 비친 곳이 없다

결사 2-꿈속의 선연

lt송강가사(松江歌辭) 이선본(李選本gt

지은이가 45세 되던 선조 13년(1580)에 강원도 관찰사

에 배임(拜任)되어 부임하는 과정과 원주에 부임한 후

틈을 내어 관동 팔경을 비롯한 강원도 내의 명승지를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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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루 유람하며그 승경(勝景)과 인정 풍속을 비롯해서

연군(戀君)애민의 정(情) 및 선연(仙緣)을 노래한 기행

가사의 대표적인 작품이다 멀게는 고려 충숙왕 때 안

축이 지은 경기체가 형식의 [관동별곡]과 가깝게는 명

종때 백광홍이 지은 [관서별곡] 송순의 [면앙정가]의

영향을 받은 작품으로 표현이 명쾌화려하고 탄력이 넘

치며 활달하고 낭만적이어서 지은이의 호탕한 기상이

잘 나타나 있다

총 295구로 이루어진 장편 기행 가사로 서사(처음~급

당유 풍 고텨 아니 볼 게이고) 본사(영둥이 무고~오월 댱텬의 셜은 므일고) 결사(져근덧 밤이

드러~아니 비쵠 업다)로 구성되어 있다

산에서 바다로 이어지는 여정은 그 각각의 이미지를 매

개로 하여 인간의 두 가지 존재 양식 사이에서 갈등하

는 작가의 모습을 보여 준다 산에서 본 경치는 백색의

이미지로서 고결한 위정자로서의 풍모를 드러내고 있으

며 바다에서는 인간 본연의 영원한 세계를 갈구하는

자유 분방한 정신을 표출하고 있다

다양한 어휘와 적절한 수사법을 능란하게 구사함으로

써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한층 높은 경지로 끌어 올린

작품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사미인곡(思美人曲)

송강 정 철

이 몸 삼기실 제 님을 조차 삼기시니 緣分(연분)이며 하 모 일이런가 나 나 졈어 잇

고 님 나 날 괴시니 이 음 이 랑 견졸 노여 업다

이 몸이 태어날 때에 임을 따라서 태어나니 한평생의

연분이며 하늘이 모를 일이던가내가 오직 젊어 있고

임은 오직 나를 사랑하시니 이 마음과 이 사랑을 비교

할 곳이 전혀 없다

서사 1-임과의 인연

平生(평)애 願(원) 요 녜자 얏더니

늙기야 므 일로 외오 두고 글이고 엇그제 님

을 뫼셔 廣寒殿(광한뎐)의 올낫더니그더 엇디

야 下界(하계)예 랴오니 올 적의 비슨 머리 얼

킈연디 三年(삼년)이라 臙脂粉(연지분) 잇마 눌 위여 고이고 음의 친 실음 疊疊(텹텹)

이 혀 이셔 짓니 한숨이오 디니 눈믈이라

人生(인)은 有限(유) 시도 그지업다

평생에 원하기를 임과 함께 살아가고자 했는데 늙어서

야 무슨일로 외따로 두고 그리워하는가 엊그제 임을

모시고 광한전에 올라 있었는데 그 사이에 어찌하여 이

하계에 내려왔느냐 임을 떠나 올 적에 빗은 머리가 헝

클어진 지삼 년일세 연지와 분이 있지마는 누구를 위

해서 예쁘게 화장할 것인가 마음에 맺힌 시름이 겹겹

이 쌓여 있어서 짓는 것이 한수밍요 떨어뜨리는 것이

눈물이라 인생은 한이 있는데 시름은 끝이 없다

서사 2-임에 대한 그리움

無心(무심) 歲月(셰월)은 믈 흐 고야 炎

凉(염냥)이 아라 가 고텨 오니 듯거니

보거니 늣길일도 하도 할샤

아무 생각이 없는 세월은 물 흐르듯 빨리 지나가는구

나 더위와 추위가 때를 알아서 가자마자 다시 오니 듣

고 보는 가운데서 느낄일이 많기도 많구나

서사 3-세월의 무상함

東風(동풍)이 건듯 부러 積雪(젹셜)을 헤텨내니 窓

(창) 밧긔 심근 梅花(화) 두세 가지 픠여셰라 득 冷淡(담) 暗香(암향)은 므 일고 黃昏

(황혼)의 이 조차 벼 마 빗최니 늣기 반기 님이신가 아니신가

뎌 梅花(화) 것거 내여 님 겨신 보내오져 님

이 너 보고 엇더타 너기실고

봄바람이 문득 불어서 쌓인 눈을 헤쳐내니 창밖에 심은

매화가 두세 가지 피었구나 가뜩이나 쌀쌀하고 담담한

데 그윽하게 풍기는 향기는 또 무슨 일인가 황혼에 달

이 따라와 배갯머리에 비치니흐느껴 우는 듯 반기는

듯하니 임이신가 아니신가 저 매화를 꺾어 내어 임 계

신 곳에 보내고 싶다 그러면 임이 너 (매화)를 보고

어떻다고 생각하실까

본사 1-춘원(春怨)

디고 새 닙 나니 綠陰(녹음)이 렷 羅幃

(나위) 寂寞(젹막)고 繡幕(슈막)이 뷔여 잇다 芙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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蓉(부용)을 거더 노코 孔雀(공쟉)을 둘러 두니 득 시 한 날은 엇디 기돗던고鴛鴦錦(원앙금)

버혀 노코 五色線(오션) 플텨 내여 금자 견화

이셔 님의 옷 지어 내니 手品(슈품)은니와 制度

(졔도)도 시고 珊瑚樹(산호슈) 지게 우 白玉函(옥함)의 다마 두고 님의게 보내오려 님 겨신

라보니 山(산)인가 구롬인가 머흐도 머흘시

고 千里 萬里(쳔리 만리)길흘 뉘라셔 자갈고니

거든 여러 두고 날인가 반기실가

꽃이 지고 새 잎이 피어나니 녹음이 우거졌는데 비단

포장이 적막하고 수놓은 장막이 텅 비어 쓸쓸하다 연

꽃을 수놓은 비단 휘장을 걷어 놓고 공작을 수놓은 병

풍을 둘러 치니 가뜩이나 시름이 많은데 날은 어찌 그

리 길던가 원앙새 수놓은 비단을 베어 놓고 오색실을

풀어 내어 좋은 자로 재어서 임의 옷을 지어내니 솜씨

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격식도 갖추었구나 백옥으로

만든 함에 담아 산호로 만든 지게 위에 얹어 놓고 임에

게 보내려고 임 계신 곳을 바라보니 산인지 구름인지

험하기도 험하구나 천만 리나 되는 먼 길을 누가 찾아

갈 것인가 가면은 함을 열어 놓고 나를 본것처럼 반가

워하실까

본사2-하원(夏怨)

밤 서리김의 기겍러기 우러 녤 제 危樓(위루)

에 혼자 올라 水晶簾(슈졍념) 거든말이 東山(산)의

이 나고 北極(븍극)의 별이 뵈니 님이신가 반기

니 눈믈이 절로 난다 淸光(쳥광)을 쥐여 내여 鳳

凰樓(봉황누)의 븟티고져 樓(누) 우 거러 두고

八荒(팔황)의 다 비최여 深山窮谷(심산궁곡) 졈낫

티 그쇼셔

하룻밤 서리가 내린 무렵에 기러기가 울며 지나갈 때

높은 누각에 혼자 올라가 수정으로 만든 밭을 걷으니

동산에 달이 떠오르고 북극성이 보이므로 임이신가 하

여 반가워하니 눈물이 절로 난다 밝은 달을 잡아 내어

임 계신 곳에 보내고 싶구나 임께서 그 달을 누각 위

에 걸어 노고 온 세상을 다 비추어 깊은 산 골짜기 까

지도 대낮같이 밝게 하소서(밝은 정치를 베푸소서)

본사 3-추원(秋怨)

乾坤(건곤)이 閉塞(폐)야 白雪(셜)이 빗친

제 사은니와 새도 긋쳐 잇다 瀟湘南畔(쇼

샹남반)도 치오미 이러커든 玉樓高處(옥누고쳐)야

더욱 닐러 므리陽春(양츈)을 부쳐 내여 님 겨

신 쏘이고져茅簷(모쳠) 비쵠 玉樓(옥누)의

올리고져 紅裳

(홍샹)을 니믜 고 翠袖(슈) 半(반)만 거더

日暮脩竹(일모슈듁)의 혬가림도 하도 할샤 댜 수이 디여 긴 밤을 고초 안자 靑燈

(쳥등) 거른 겻 鈿箜葔(뎐공후)노하 두고 의나

님을 보려 밧고 비겨시니 鴦衾(앙금)도 도

샤 이 밤은 언제 샐고

하늘과 땅이 꽉막힌 것처럼 흰 눈으로 온통 덮여 있으

니 사람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날아디는 새도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다 소상강 남쪽 지방같이 따뜻한 이 곳

도 추위가 이러한데 하물며 임계신 북쪽 지방이야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따뜻한 봄볕을 부쳐 내어 임 계신

곳에 쏘이고 싶다 초가집 처마에 비친 해를 임계신 곳

에 올리고 싶다 붉은 치마를 여미어 입고 푸른 소매를

반쯤 걷어 해질 무렵 대나무에 의지하여 여러 가지 생

각이 많기도 하구나 짧은 겨울해가 이내 넘어가니 긴

밤을 꼿꼿이 앉아서 청사초롱을 걸어 둔 곁에 자개 입

힌 공후를 놓아 두고 꿈에나 임을 만나 보려고 턱을

받치고 기대어 있으니 원앙금침이 차갑기도 하구나 이

밤은 언제 샐것인가

본사 4-동원(冬怨)

도 열두 도 셜흔 날 져근덧 각마

라 이 시 닛쟈 니 의 쳐 이셔 骨髓(골

슈)의 텨시니 扁鵲(편쟉)이 열히 오나 이 병을

엇디리 어와 내 병이야 이 님의 타시로다 하

리 싀어디여 범나븨 되오리라 곳나모 가지마다 간

죡죡 안니다가 향 므든 애로 님의 오 올므

리라 님이야 날인 줄 모셔도 내 님 조려 노

하루도 열두 때 한 달도 서른 날 잠시 라도 생각을

말아 가지고 이 시름을 잊으려 해도 마음 속에 맺혀

있어서 뼛속까지 사무쳤으니 편작 같은 명의가 열명이

온다 한들 이 병을 어찌할 것인가

아아 내 병이여 이 병을 어찌할 것인가

아아 내 병이여 이 임의 탓이로다 차라리 죽엇 호랑

나비가 되리라 꽃나무 가지에 가는 곳마다 앉으며 돌

아다니다가 향기 묻은 날개로 임의 옷에 앉으리라 임

께서 나인 줄을 모르신다 해도 나는 끝까지 임을 따르

려 하노라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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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사 -임을 향한 변함 없는 마음

lt성주본 송강가사gt

작품의 감상

작자가 50세 되던 해에 반대 정파의 탄핵을 받고 전남

창평으로 물러나 우거(寓居)하면서 임금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여인이 사랑하는 사람을 그리는 심정에 의탁하

여 부른 노래이다 이 작품의 제목인 〈사미인곡(思美

人曲)〉은 중국 굴원이 지은 〈이소(離騷)〉의 제 9편

에 나오는 lsquo사미인(思美人)rsquo이라는 편명에서 따온 것으

로 보이며 그 작품 역시 충군(忠君)의 내용을 담고 있

어 내용 또한 그 영향을 받은 것으로 짐작된다

또 임금을 임으로 설정하여 노래한 것은 고려 속요인

〈정과정〉과 맥을 같이하고 있으며 임에 대한 헌신적

사랑의 표현은 〈가시리〉〈동등〉등과 접맥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작품은〈속미인곡〉과 더불어 가사 문학의 극치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일찍이 서포 김만중은 〈사미인

곡〉 〈속미인곡〉 〈관동별곡〉을 가리켜 lsquo좌해진문

장 지차삼편(左海眞文章 只此三篇우리 나라의 참된 문

장은 오직 이 세 편뿐이다)rsquo라고 하였다 이 노래는

서사 본사 결사 세 부분으로 되어 있는데 본사는 다

시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나뉘어 있다

속미인곡(續美人曲)

송강 정 철

뎨 가 뎌 각시 본듯도 뎌이고

天上(텬상) 白玉京(옥경)을 엇디야 離別(니별)고

다 뎌 져믄 날의 눌을 보라 가시고

저기가는 저 젊은 여인 본 듯도 하구나 임금님이 계

시는 서울을 어찌하여 이별하고 해가 다 져서 저무는

날에 누구를 보러 가시는 고

rarr서사1 - 서울을 떠나온 이유(갑녀의 질문)

어와 네여이고 내 셜 드러보오

내 얼굴 이 거동이 님 괴얌즉 냐마

엇딘디 날 보시고 네로다 녀기실나도 님을 미더 군디 전혀 업서

이야 교야 어러이 구돗디

반기시 비치 녜와 엇디 신고

누어 각고 니러 안자 혜어니

내 몸의 지는 죄 뫼티 혀시니

하히라 원망며 사이라 허믈랴

셜워 플텨 혜니 造物(조물)의 타시로다

아아 너로구나 내 사정 이야기를 들어보오

나의 생김새와 행동거지가 임의 사랑을 받을 수 있겠느

냐마는 어쩐지 나를 보시고 (내가 사랑할 사람은 바

로) 너로구나 하며 특별히 사랑하시기에 나도 임을 믿

어 딴 생각이 전혀 없어 응석과 애교를 부리면서 (얼마

나) 어지럽게 굴었던지 (나를) 반가워 하시는 얼굴빛

이 예날과 어찌 다르신가 누워 생각하고 일어나 앚아

헤아리니 내 몸의 지은 죄가 산같이쌓였으니 하늘을 원

망하겠으며 사람을 탓하겠는가 하도 서러워 여러 가지

로 깊이 생각해보니 조물주의 탓이로구나

rarr서사2 - 자책과 체념(을녀의 대답)

글란 각 마오

그렇게는 생각하지 마시오

rarr본사1 - 갑녀의 위로

친 일이 이셔이다

님을 뫼셔 이셔 님의 일을 내 알거니

믈튼 얼굴이 편실적 몃날일고

春寒(츈한) 苦熱(고열)은 엇디야 디내시며

秋日(츄일) 冬天(동텬)은 뉘라셔 뫼셧고

粥早飯(쥭조반) 朝夕(조석)뫼 녜와 티 셰시가

기나긴 밤의 은 엇디 자시고

마음 속에 맺힌 일이 있습니다 예전에 임을 모신적이

있어서 임의 일을 내가 잘 아는데 물과 같이 연약한

체질이 편하실 때가 며칠이나 될꼬 이른 봄의 추위와

한여름의 더위를 어떻게 지내시며 가을과 겨울날은 누

가 모셨는가 죽조반과 아침 저녁 진지는 옛날과 같이

잘 잡수시는가 기나긴 밤에 잠은 어떻게 주무시는가

rarr본사2-임에 대한 염려(을녀의 사설)

님다히 消息(소식)을 아무려나 아쟈니

오도 거의로다 일이나 사 올가

내 둘 업다 어드러로 가쟛 말고

잡거니 밀거니 놉픈 뫼 올라가니

구름은 니와 안개 므일고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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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川(산쳔)이 어둡거니 日月(일월)을 엇디보며

咫尺(지척)을 모거든 千里(쳔리) 라보랴

리 믈의 가 길히나 보랴니

람이야 믈결이야 어둥졍 된뎌이고

샤공은 어 가고 븬 만 걸렷고

江天(간텬)의 혼자 셔셔 디 구버보니

님 다히 消息(소식)이 더옥 아득뎌이고

임이 계시는 곳의 소식을 어떻게든지 알려고 하니 오늘

도 거의 지나갔구나 내일이나 임의 소식을 전해줄 사

람이 올까 내 마음을 둘 곳이 없다 어디로 가자는 말

인가 (나무같은 것을) 잡기도 하고 밀기도 하면서 높

은 산에 올라가니 구름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안개는

또 무슨 일로 저렇게 기어 있는가 산천이 어두운데 해

와 달을 어떻게 보겠으며 지척을 모르겠는데 천 리나

되는 먼 곳을 (어떻게) 바라몰 수 있으랴 차라리 물가

에 서서 뱃길이나 보려고 하니 바람과 물결이 어수선하

게 되었구나 사공은 어디가고 빈 배만 걸려있는가 강

변에 홀로서서 지는 해를 굽어보니 임계신 곳의 소식이

더욱 아득하구나

rarr본사3-임의 소식을 애타게 기다림(을녀의 사설)

茅簷(모쳠) 자리의 밤듕만 도라오니

半壁(반벽) 靑燈(청등)은 눌 위야 갓고

오며 리며 헷드며 바자니니

져근덧 력진力盡(녁진)야 픗을 잠간 드니

精誠(정셩)이 지극야 의 님을 보니

玉(옥)튼 얼굴이 半(반)이나마 늘거셰라

의 머근 말 슬장 쟈니

눈믈이 바라나니 말인들 어이며

情(정)을 못다야 목이조차 몌여니

오뎐된 鷄聲(계셩)의 은 엇디 돗던고

초가집 차가운 잠자리에 한밤중이 돌아오니 벽에 걸려

있는 등불은 누구를 위하여 밝아 있는가 산을 올라가

기도 하고 내려가기도 하면서 헤메며 오락가락 돌아다

니다가 잠깐 사이에 힘이 다하여 풋잠이 잠깐 들었는

데 정성이 지극하여 꿈속에서 임을 보니 옥과 같이 곱

던 임의 얼굴이 반넘게 늙었구나 마음 속에 품은 생각

을 실컷 아뢰려고 하였더니 눈물이 잇달아 쏟아지니

말인들 어찌하며 정회도 다 못풀어 목마저 메어오니

방정맞은 닭울음소리에 잠은 어찌 깨었던가

rarr본사4-독수공방의 한과 꿈에서 만난 임

(을녀의 사설)

어와 虛事(허)로다 이 님이 어 간고

결의 니러 안자 窓(창)을 열고 라보니

어엿븐 그림재 날 조 이로다

리 싀여디어 落月(낙월)이나 되야이셔

님 겨신 窓(창) 안 번드시 비최리라

아아 헛된 일이로다 내 임이 어디 갔는고 꿈결에 일

어나 앉아 창을 열고 바라보니 불쌍한 그림자만이 나

를 따라올 뿐이로다 차라리 죽어서 지는 달이나 되어

임 계신 창 안에 환하게 비치리라

rarr결사-죽어서라도 임을 따르겠다는 다짐

(을녀의 사설)

각시님 이야니와 구 비나 되쇼셔

각시님 달은커녕 궂은 비나 되십시오

rarr결사-갑녀의 위로

〈해설〉

사미인곡의 속편으로 지은이가 동인(東人)으로 탄핵을

받고 고향인 전라남도 창평에 낙향해 있을 때에 임금

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두 여인의 대화 형식을 빌려 노

래한 작품이다 이 작품의 현대어 해석에 나와 있는 lsquo갑

녀(甲女)rsquo와 lsquo을녀(乙女)rsquo는 편의상 붙인 이름으로 갑녀

는 보조적 위치에 있는 화자이며 을녀가 지은이를 대

변하는 주된 화자이다 〈사미인곡〉과 더불어 가사 문

학의 최고봉이라 일컬어지는데 특히 순수한 우리말의

구사가 절묘하며 대화 형식으로 구성하여 표현에 참신

성을 더한 것은 lsquo금상첨화(錦上添花)rsquo라 할 수 있을 것

이다

홍만종은 〈순오지(旬五志)〉에서 이 작품을 제갈공명

의 〈출사표(出師表)〉에 비견할 만하다고 극찬하였으

며 서포 김만중은 〈서포만필(西浦漫筆)〉에서 ldquo예로부

터 우리 나라의 참된 문장은 오직 이 세 편(사미인곡

속미인곡 관동별곡)뿐이데다시 이 세편에 대하여 논할

것 같으면 그 중에서 속미인곡이 더욱 뛰어나다 관동

별곡과 사미인곡은 오히려 한자음을 빌려서 그 가사 내

용을 꾸민 데 지나지 않는다rdquo라고 하였다

규원가(閨怨歌)

허난설헌

엇그제 저멋더니 마 어이 다 늘거니

少年行樂(소년 행락) 생각니 일러도 속절업다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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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거야 서른 말 자니 목이 멘다

엊그제 젊었었는데 어찌 벌써 다 늙어버렸는가 어린

시절에 즐겁게 지내던 일을 생각하니 말해 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 이렇게 늙은 뒤에 서러운 얘기를 하자니

목이 멘다

rarr기1-늙음의 한탄

父生母育(부생 모육) 辛苦(신고)야 이 내 몸 길러 낼

公侯配匹(공후 배필) 못 바라도 君子好逑(군자 호구) 願

(원)더니

三生(삼생)의 怨業(원업)이오 月下(월하)의 緣分(연분)으

長安遊俠(장안 유협) 輕薄子(경박자)를 치 만나 잇

서 當時(당시)의 용심(用心)기 살어름 디듸는 부모님이 나를 낳아서 고생하여 길러낼 때 높은 벼슬아

치의 배필을 바라지는 못했어도 훌륭한 남자의 좋은

짝이 되기를 원했더니 삼생의 원망스러운 업보요 월

하 빙인이 정해 준 연분으로 놀기 좋아하고 경박한 사

람을 꿈같이 만나 가지고 시집 간 뒤 조심하면서 마음

졸이기를 꼭 살얼음 디디듯하였다

rarr기2-젊은 시절의 회상

三五二八(삼오 이팔) 겨오 지나 天然麗質(천연 여질)절

로 이니

이 얼골 이 態度(태도)로 百年期約(백년 기약) 얏더니

年光(연광)이 훌훌고 造物(조물)이 多時(다시)야

봄바람 가을 믈이 뵈오리 북 지나듯

雪鬂花顔(설빈 화안) 어 가고 面目可憎(면목 가증) 되

거고나

내 올골 내 보거니 어느 님이 날 괼소냐

스스로 慙愧(참괴)니 누구를 怨望(원망)리

십오륙 세가 겨우 지나 타고난 아름다운 모습이 절로

나타나니 이 얼굴 이 태도로 (남편과)평생을 약속하였

더니 세월이 빨리 지나가고 조물주가 시기가 많아서

세월의 빠르기가 베 짤 때 북이 지나가는 듯 젊고 아

름다운 얼굴은 어디로 가고 추한 모습이 되었구나 내

얼굴을 내가 보아 알거니와 어느 임이 나를 사랑하겠는

가 스스로 생각해도 부끄러운데 누구를 원망하리

rarr기3-세월의 무상함과 늙음의 한탄

三三五五(삼삼 오오) 冶遊園(야유원)의 새 사람이 나단

말가

곳 피고 날 저물 제 定處(정처) 업시 나가 잇어

백마(白馬) 금편(金鞭)으로 어어 머므는고

원근(遠近)을 모르거니 消息(소식)이야 더욱 알랴

因緣(인연)을 긋쳐신들 각이야 업슬소냐

얼골을 못 보거든 그립기나 마르려믄

열두 김도 길샤 설흔 날 至理(지리)다

玉窓(옥창)에 심 梅花(매화) 몃 번이나 픠여진고

겨을 밤 차고 찬 제 자최눈 섯거 치고

여름날 길고 길 제 구 비 므스 일고

三春花柳(삼춘 화류) 好時節(호시절)의 景物(경물)이 시

름업다

가을 방에 들고 蟋蟀(실솔)이 床(상)에 울 제

긴 한 숨 디 눈물 속절업시 헴만 만타

아마도 모진 목숨 죽기도 어려울사

몇 명씩 떼지어 다니는 술집에 새 기생이 나타났다는

말인가 꽃 피고 날 저물 때 일정한 거처도 없이 나가

서 호사로운 차림새로 어디어디 가서 머므는가 바깥출

입이 없어 원근 지리를 모르는데 임의 소식이야 더구나

알 수 있으랴 인연을 끊었다고 하지만 임에 대한 생각

이야 어찌 없겠는가 만나지 못할 임이라면 그립지나

말일이지 하루도 열두때 길기도 하구나 한 달이 지루

하다 옥창에 심은 매화가 몇 번이나 피었다가 졌는고

겨울 밤 차고 찬 때에 눈보라가 섞어 치고 여름날 길고

긴 때에 궂은비는 또 무슨 일인가 꽃 피고 새 잎이 돋

는 좋은 계절 봄에도 보이는 경치가 시름이 없다 가을

달이 방에 비치고 귀뚜라미가 침상에서 울 때 긴 한숨

떨어지는 눈물에 헛되이 생각하는 것만 많다 아마도

모진 목숨 죽기도 어렵구나

rarr승-방탕한 남편에 대한 원망과 독수공방의 한

도로혀 풀쳐 혜니 이리 여 어이 리

靑燈(청등)을 돌라 노코 綠綺琴(녹기금) 빗기 안아

碧蓮花(벽련화) 한 곡조를 시름 조 섯거 타니

瀟相夜雨(소상야우)의 댓소리 섯도 華表(화표) 千年(천 년)의 別鶴(별학)이 우니 玉手(옥수)의 타는 手段(수단) 녯 소 잇다마芙蓉帳(부용장) 寂寞(적막)니 뉘 귀에 들리소니

肝腸(간장)이 九曲(구곡)되야 구븨구븨 쳐서라

돌이켜 여러 모로 생각해 보니 이렇게 살아서 어찌하겠

는가 등불을 돌려 놓고 녹기금을 비스듬히 안아 벽련

화 한 곡조를 시름까지 섞어 타니 소상강의 밤비에 대

나무 잎 소리가 섞여 들리는 듯 천년만에 돌아온 학이

화표주에 앉아 우니는 듯섬섬옥수로 타는 솜씨가 옛

소리를 간직하고 있다마는 부용장 안에 임이 없으니 누

구 귀에 들리겠는가 구곡간장이 굽이굽이 끊어지는 것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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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구나

rarr전-거문고로 시름을 달램

하리 잠을 드러 의나 보려 니

바람의 디 닙과 풀 속에 우는 즘생

므스 일 원수로서 잠조차 오다

천상(天上)의 牽牛織女(견우 직녀) 銀河水(은하수) 박혀

서도

七月七夕(칠월 칠석)一年一度(일년 일도)失期(실기)치

아니거든

우리 님 가신 후는 무슨 弱水(약수) 가렷관듸

오거나 가거나 소식(消息)조차 쳣는고

欄干(난간)의 비겨 셔서 님 가신 바라보니

초로(草露) 맷쳐 잇고 暮雲(모운)이 디나갈 제

竹林(죽림) 푸른 고 새 소리 더욱 설다

세상의 서룬 사람 수업다 려니와

薄命(박명) 紅顔(홍안)이야 날 가니 이실가

아마도 이 님의 지위로 살동말동 여라

차라리 잠이 들어 꿈에서나 임을 보려하니 바람에 지는

나뭇잎과 풀 속에서 우는 벌레가 나와 무슨 원수가 졌

길래 잠조차 깨우는가 하늘의 견우 직녀는 은하수가

막고 있어도 일 년에 한 번 칠월 칠석날에는 기약을 어

기지 않고 만나는데 우리 임이 가신 후에는 무슨 약수

가 가로막고 있길래 오고 가는 소식조차 끊어졌는고

난간에 기대어 서서 임 계신 곳을 바라보니 풀잎에 이

슬은 맺혀있고 저녁 구름이 지나갈 때 대나무 숲 푸른

곳에 새 소리가 더욱 섧다 세상에 서러운 사람이 수없

이 많다고 하지만 기구한 팔자를 타고난 사람이야 나

같은 이가 또 있을까 아마도 임 때문에 살 듯 말 듯하

구나

rarr결-애타게 임을 기다리는 마음

〈감상〉

조선 시대 봉건 사회 제도 아래서 오직 인종(忍從)만을

미덕으로 알고 살아야 했던 부녀자의 한(恨)을 노래한

작품으로 일명 원부사(怨夫詞) 또는 원부사(怨夫辭)라

고도 한다 좋은 배필을 원했지만 뜻밖에도 경박스럽고

방탕한 남편을 만나 평생을 피맺힌 한(恨)과 그리움 속

에 보내야 하는 한 여인의 애달픈 사연을 통해 남성

위주의 사회가 가져오는 병폐를 실감 있게 형상화한 작

품이라 할 수 있다

Page 22: 구지가(龜 歌) - middle.gongbuwarac.commiddle.gongbuwarac.com/Common/Popup/FileDownloadAs.aspx?FileName=/ite… · 미륵(彌勒) 좌주(座主) 뫼셔롸. 미륵 좌주를 모셔라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22 -

【 가사

(

歌辭

)

상춘곡(賞春曲)

정 극 인

紅塵(홍진)에 뭇친 분네 이내 生涯(생애) 엇

더고

風流(풍류)

가天地間(천지간) 男子(남자) 몸이 날만 이

하건마

山林(산림)에 뭇쳐 이셔 至樂(지

락)을

것가

數間茅屋(수간모옥)을 碧溪水(벽계수)

앒픠

고 松竹(송죽) 鬱鬱裏(울울리)예 風月主人(풍

월 주인) 되어셔라

속세에 묻혀 사는 분들이여 이 나의 생활이 어떠한가

옛 사람들의 운치 있는 생활을 내가 따를까 못따를까

천지간 남자로 태어난 몸으로서 나만한 사람이 많건마

는 왜 그들은 자연에 묻혀사는 지극한 즐거움을 모르는

것인가

몇 간쯤 되는 초가집을 맑은 시냇물 앞에 지어 놓고소

나무와 대나무가 우거진 속에 자연의 주인이 되었구나

서사-자연에 묻혀 사는 즐거움

엇그제 겨을 지나 새봄이

돌아오니桃花杏花(도화행화)

夕陽裏(석양

리)예 퓌여 잇고綠楊芳草(녹양방초)

細(우

중)에 프르도다칼로

아 낸가붓으로 그려낸

가造化神功(조화신공)이 物物(물물)마다 헌

엊그제 겨울이 지나 새봄이 돌아오니 복숭아꽃과 살구

꽃은 저녁 햇빛 속에 피어 있고 푸른 버들과 아름다운

풀은 가랑비 속에 푸르도다 칼로 재단해 내었는가 붓

으로 그려 내었는가 조물주의 신비스러운 솜씨가 사물

마다 야단스럽구나

본사 1-봄의 아름다운 경치

수풀에 우

春氣(춘기)

내 계

워 소

마다 嬌態(교태)로다 物我一體

(물아일체)어니 興(흥)이

소냐 柴扉(시

비)예 거러 보고 亭子(정자)애 안자 보니 逍

遙吟詠(소요 음영)

야 山日(산일)이 寂寂(적

적)

閑中眞味(한중진미)

알 니 업시 호

재로다

수풀에 우는 새는 봄 기운을 끝내 못 이겨 소리마다 아

양을 떠는 모습이로다

자연과 내가 한 몸이거니 흥겨움이야 다르겠는가 사립

문 주변을 걷기도 하고 정자에 앉아 보기도 하니 천천

히 거닐며 나직이 시를 읊조려 산 속의 하루가 적적한

데 한가로움 속의 참된 즐거움을 아는 사람이 없이 혼

자로구나

본사 2-봄의흥취

이바 니웃드라山水(산수) 구경 가쟈스라 踏靑

(답청)으란 오

고 浴沂(욕기)란 來日(내

일)

새 아

에 採山(채산)

고 나조

釣水

(조수)

여보게 이웃 사람들이여 산수 구경을 가자꾸나 산책

은 오늘하고 냇물에서 목욕하는 것은 내일 하세 아침

에 산나물을 캐고 저녁에 낚시질을 하세

본사 3-산수 구경 권유

괴어 닉은 술을 葛巾(갈건)으

로 밧타 노코 곳나모 가지 것거 수 노코 먹

으리라 和風(화풍)이 건

부러 綠水(녹수)

건너오니 淸香(청향)은 잔에 지고 落紅(낙

홍)은 옷새 진다 樽中(준중)이 뷔엿거

려 알외어라 小童(소동) 아

려 酒家(주가)

에 술을 믈어얼운은 막대 집고아

술을 메고

微吟緩步(미음 완보)

야 시냇

의 호자 안자

明沙(명사) 조 믈에 잔 시어 부어 들고 淸流(청

류)

굽어보니

니 桃花(도화)ㅣ로다 武陵

(무릉)이 갓갑도다 져

거인고

이제 막 익은 술을 갈건으로 거러 놓고 꽃나무 가지를

꺾어 잔 수를 세면서 먹으리라 화창한 바람이 문득 불

어서 푸른 시냇물을 건너오니 맑은 향기는 술잔에 가

득하고 붉은 꽃잎은 옷에 떨어진다 술동이 안이 비었

으면 나더러 아뢰어라 조그만 아이를 시켜 술집에서

술을 사 가지고 어른은 지팡이를 짚고 아이는 술을 메

고 나직이 읊조리며 천천히 걸어 시냇가에 혼자 앉아

고운 모래가 비치는 맑은 물에 잔 씻어 술을 부어 들

고 맑은 시냇물을 굽어보니 떠내려오는 것이 복숭아꽃

이로다 무릉도원이 가까이 있구나 저 들이 바로 그것

인가

본사 4-술과 풍류

松間(송간) 細路(세로)에 杜鵑花(두견화)

부치 들

고峰頭(봉두)에 급피 올나 구름 소긔

안자 보니 千村萬落(천촌만락)이 곳곳이 버러 잇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23 -

煙霞日輝(연하일휘)

錦繡(금수)

엇그제 검은 들이 봄빗도 有餘(유여)

소나무 사이 좁은 길로 진달래꽃을 손에 들고

산봉우리에 급히 올라 구름 속에 앉아보니 수많은 촌

락들이 곳곳에 벌여 있네 안개와 놀과 빛나는 햇살은

아름다운 비단을 펼쳐 놓은 듯 엊그제까지도 거뭇거뭇

했던 들판이 이제 봄빛이 넘치는구나

본사 5-산봉우리에서의 조망

功名(공명)도 날

우고富貴(부귀)도 날

우니淸

風明月이(청풍명월) 外(외)예 엇던 벗이 잇

올고

簞瓢陋巷(단표누항)에 흣튼 혜음 아니

아모

타 百年行樂(백년행락)이 이만

엇지

공명과 부귀가 모두 나를 꺼리니 아름다운 자연 외에

어떤 벗이 있으리오 비록 가난하게 살고 있지만 잡스

러운 생각은 아니하네 아무튼 한평생 즐겁게 지내는

것이 이만하면 족하지 않겠는가

결사-안빈 낙도

면앙정가(俛仰亭歌)

송 순

无等山(무등산) 활기 뫼히 동다히로

버더 이셔 霽月峯(제월봉)이 되여거

無邊大野(무변대야)의 므

짐쟉

노라

닐곱 구

움쳐 무득무득 버럿

가온대 구

굼긔든 늘근 뇽이 선

머리

언쳐시니

무등산 한 줄기 산이 동쪽으로 뻗어 있어 멀리 떼

어 버리고 나와 제월봉이 되었거늘 끝없이 넓은

들판에 무슨 속셈을 가지고 일곱 구비가 한 곳에

움추리어 무더기 무더기 벌여 놓은 듯 가운데 구

비는 구멍에 든 늙은 용이 풋잠을 이제 막 깨어

머리를 얹어 놓고 있는 것 같으니

rarr서사 1 - 제월봉의 위치와 형세

바희 우

松竹(송죽)을 혜혀고

정자

언쳐시니

구름

靑鶴(청학)이 千里(천 리)를 가리라

래 버렷

넓고 평평한 바위 위에 소나무 대나무를 헤치고

정자를 앉혔으니 구름을 탄 푸른 학이 천 리를

가려고 두 날개를 벌리고 있는 듯하다

rarr서사2 - 면앙정의 모습

玉泉山(옥천산) 龍泉山(용천산)

린 믈이

亭子(정자) 압 너븐 들

兀兀(올올)히 펴진드시

든 기노라 프르거든 희디마나

雙龍(쌍룡)이 뒤트

긴 깁을

어드러로 가노라 므

얏바

즈로 흐르

옥천산용천산 흘러내리는 물이 정자 앞 넓은 들

에 끊임없이 펼쳐진 듯이 넓거든 길지나 말든가

푸르거든 희지나 말지 두 마리 용이 몸을 뒤틀고

있는 듯 긴 비단을 펼쳐 놓은 듯 어디로 가느라

고 무슨 일이 바빠서 달리는 듯 따라가는 듯 밤낮

으로 흘는 듯

rarr본사 1 - 시냇물의 모습

므조친 沙汀(사정)은 눈

치 펴

거든

어즈러온 기러기

므스거슬 어르노라

안즈락

리락 모드락 흣트락

蘆花(노화)를

이 두고 우로곰 좃니

물을 따라 있는 모래밭은 눈같이 하얗게 펼쳐져

있는데 어지럽게 나는 갈매기는 무엇을 어르느라

고 앉기도 하고 내려오기도 하고 모이기도 하고

흩어지기도 하고 갈대꽃을 사이에 두고 울면서 따

라다니는가

rarr본사 2 - 기러기의 교태

너븐 길 밧기오 긴 하

두르고

즌 거슨 뫼힌가 屛風(병풍)인가

그림가 아닌가

노픈

숨거니 뵈거니 가거니 머믈거니

어즈러온 가온

일홈

도 젓티 아녀 옷독이 셧

거시

秋月山(추월산) 머리 짓고 용구산 몽선산 불대산

어등산 용진산 금성산이 허공에 버러거든

遠近(원근) 蒼崖(창애)의 머믄 것도 하도 할샤

넒은 길 밖이요 긴 하늘 아래 두르고 꽂은 것은

산인가 병풍인가 그림인가 아닌가 높은 듯 낮은

듯 끊어지는 듯 이어지는 듯 숨기도 하고 보이기

도 하고 가기도 하고 머물기도 하고 어지러운 가

운데 유명한 척하여 하늘도 두려워 하지 않고 우

뚝하게 서있는 것이 추월산으로 머리를 만들고

용구산 몽선산 불대산 어등산 용진산 금성산이 공

중에 늘어서 있으니 멀고 가까운 푸른 절벽에 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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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 -

문 것도 많기도 하구나

rarr본사 3 - 산봉우리의 승경

흰구름 부흰 煙霞(연하) 프로니

山嵐(산람)이라

千巖萬壑(천암만학)을 제 집으로 삼아두고

나명셩 들명셩 일

ㅣ도 구

지고

오르거니

리거니 長空(장공)의

나거니

廣野(광야)로 건너거니

프르락 불그락 여트락 지트락

斜陽(사양)과 섯거디어 細雨(세우)조차

흰구름 뿌연 안개와 노을 푸른 것은 산 아지랑

이로구나 수많은 바위와 골짜기를 제 집으로 삼

고서 나가기도 하고 들어오기도 하면서 아양도 떠

는구나 올라가기도 하고 내려가기도 하고 먼 하

늘로 떠나기도 하고 넓은 들로 건너가기도 하고

푸르기도 하고 붉기도 하고 옅기도 하고 짙기도

하고 석양과 섞이어 가랑비조차 뿌리는구나

rarr본사 4 - 봄 풍경

藍輿(남여)

고 솔아

구븐 길노

오며 가며

적의

綠楊(녹양)의 우

黃鶯(황앵) 嬌態(교태) 겨워

고야

나모 새

지어 綠陰(녹음)이 얼린 적의

百尺欄干(백척난간)의 긴 조으름 내여 펴니

水面凉風(수면양풍)이야 긋칠 줄 모르

뚜껑없는 가마를 재촉하여 타고 소나무 아래 굽은

길로 오며 가며 하는 때에 푸른 버드나무에서

는 꾀꼬리는 온갖 교태를 부리고 있구나 나무 사

이가 우거져서 녹음이 엉긴 때에 긴 난간에 기대

어 길게 기지개를 켜니 물위에서 부는 시원한 바

람이 그칠 줄을 모르는구나

rarr 본사 5 - 여름 풍경

즌서리

딘 후의 산빗치 錦繡(금수)로다

黃雲(황운)은

엇지 萬頃(만경)의 펴겨디오

漁笛(어적)도 흥을 계워

롸 브니

된서리가 걷힌 후에 산 빛이 수놓은 비단 같구나

누렇게 익은 곡식은 또 어찌 넓은 들에 펼쳐져 있

는가 어부가 부는 피리도 흥을 못이겨 달을 따라

불고 있구나

rarr 본사 6 - 가을 풍경

草木(초목) 다 진 후의 江山이

몰커

造物(조물)리 헌

야 氷雪(빙설)로

며내니

瓊宮瑤臺(경궁요대)와 玉海銀山(옥해은산)이

眼底(안저)에 버러셰라

乾坤(건곤)도 가

열사 간 대마다 경이로다

초목이 다 떨어진 후에 강산이 눈 속에 묻혔거늘

조물주가 야단스러워 눈과 얼음으로 꾸며내니 경

궁요대(구슬로 꾸민 궁궐과 대)와 옥해은산(아름

다운 바다와 눈덮인 산) 같은 설경이 눈 아래 펼

쳐졌구나 하늘과 땅도 풍성하구나 가는 곳마다

아름다운 경치로다

rarr 본사7 - 겨울 풍경

人間(인간)을

나와도 내 몸이 겨를 업다

이것도 보려

고 져것도 드르려코

도 혀려

도 마즈려코

밤으란 언제 줍고 고기란 언제 낙고

柴扉(시비)란 뉘 다드며 딘 곳츠란 뉘 쓸려뇨

이 낫브거니 나조

라 슬

소냐

리 不足(부족)커니 來日(내일)이라

有餘(유여)

이 뫼

안자 보고 져 뫼

거러 보니

煩勞(번로)

릴 일이 아조 업다

쉴 사이 업거든 길히나 젼

리야

다만 靑藜杖(청려장)이 다 므듸어 가노

속세를 떠나왔어도 내 몸이 한가하지 않다 이것

도 보려고 하고 저것도 들으려 하고 바람도 쏘이

려 하고 달도 맞으려 하고 밤은 언제 줍고 고기는

언제 낚고 사립문은 누가 닫으며 떨어진 꽃은 누

가 쓸겠느냐 아침에도 아름다운 경치 구경하는

시간이 모자랄 지경인데 저녁이라고 싫겠는가 오

늘의 시간이 부족한데 내일이라고 여유가 있겠는

가 이 산에서 앉아보고 저 산에서 걸어보니 번거

로운 마음이지만 버릴 일이 아주 없다 쉴 사이가

없는데 사람들에게 길이나마 알려줄 수가 있겠는

가 다만 명아주 대로 만든 지팡이가 다 무디어

가는구나

rarr본사 8 - 자연애와 풍류 생활

술이 닉어가니 벗지라 업슬소냐

이며 혀이며 이아며

온가짓 소

로 醉興(취흥)을

야거니

근심이라 이시며 시

이라 브터시랴

누우락 안즈락 구브락 져츠락 울프락

노혜로 놀거니

天地(천지)도 넙고넙고 日月(일월)도 가

羲皇(희황) 모

러니 이적이야 긔로고야

神仙(신선)이 엇더턴지 이몸이야 긔로고야

술이 익어가니 벗이라고 없겠는가 노래를 부르게

하며 악기를 타고 켜게 하며 방울을 흔들며 온갖

소리로 술에 취한 흥을 재촉하니 근심이라 있겠으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25 -

며 시름이라고 붙어 있으랴 눕기도 하고 앉기도

하고 구부리기도 하고 뒤로 젖히기도 하고 읊기도

하고 휘파람을 불기도 하면서 마음놓고 놀기도

하니 천지도 넓고 넓으며 세월도 한가하다 중국

복희 황제의 태평성대를 내가 잘 몰랐더니 지금이

바로 그것이로구나 신선이 어떤 것인지 잘 몰랐

더니 내가 바로 신선이로구나

rarr본사9 - 취흥

江山風月(강산풍월) 거

리고 내 백년을 다누리면

岳陽樓(악양루) 샹의 李太白(이태백)이 사라 오다

浩蕩情懷(호탕 정회)야 이에서 더

소냐

이 몸이 이렁 굼도 亦君恩(역군은)이샷다

아름다운 대자연을 거느리고 내 한평생을 다 누리

면 조망이 좋기로 이름난 악양루 위의 이태백이

살아온다한들 넓고 큰 마음이야 이것보다 더 하겠

는가 이몸이 이렇게 지내는 것도 역시 임금님의

은혜이시도다

rarr결사 - 호탕한 정회와 군은

면앙정의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지은이가 41세 되던 해 벼슬을 그만두

고 향리인 전라남도 담양에 내려가 면앙정이라는

정자를 짓고 아름다운 자연을 벗삼아 사는 자신의 풍

류 생활을 노래한 것이다 면아정 주변의 경치4계절의

풍경 자신의 풍류 생활에 대한 멋과 흥취를 짜임새 있

게 그려낸 선경 후정의 작품이다

우리 江湖歌道(강호가도)의 전형을 확립한 작품으로

정극인의 상춘곡을 이어받아 송강의 성산별곡관동별곡

에 크게 영향을 끼쳤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결사 끝

부분의 lsquo亦君恩(역군은)이샷다rsquo와 같은 표현은 맹사성의

lsquo강호사시가rsquo에도 나타나는 것으로 자연속에서 지내는

즐거움과 연군 지정을 결합시킨 표현이라 할 수 있다

관동별곡

정 철

江강湖호애 病병이 깁퍼 竹

林님의 누엇더니 關관東

동 八팔百

里니에 方방面면을 맛디시니 어와 聖셩恩

은이야 가디록 罔망極극

다 延연秋츄門문 드리

慶경會회 南남門문

라보며 下하直직고 믈너나니 玉

옥節졀이 알

셧다

平평丘구驛역

라 黑흑水슈로 도라드니 蟾셤江

강은 어듸메오 雉티岳악이 여긔로다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의 병이 깊어 전라남도 창평에서

지내고 있었는데 800리나 되는 강원도 지방의 관찰사

소임을 맡기시니 아아 임금님의 은혜야말로 갈수록

끝이 없다 연추문으로 달려들어가 경회루의 남쪽문을

바라보며 임금님께 하직 인사를 하고 물러나니 옥절이

앞에 서 있다 양주(평구역)역에서 말을 갈아타고 여주

(흑수)로 돌아 들어가니 원주(섬강)는 어디인가 치악

산이 여기로구나

서사1-관찰사 배명과 부임의 여정

昭쇼陽양江강

린 믈이 어드러로 든단 말고 孤고臣신

去거國국에 白

髮발도 하도 할샤 東동州

밤 계오

새와 北븍寬관亭뎡의 올나

니 三삼角각山산 第뎨一일

峰봉이

마면 뵈리로다 弓궁王왕 大대闕궐 터희 烏오

鵲쟉이 지지괴니 千쳔古고 興흥亡망을 아

다 몰

다 淮회陽양 녜 일홈이 마초아

시고 汲급長

孺유

風풍彩

를 고텨 아니 볼 게이고

소양강 흘러내린 물이 어디로 흘러들어간단 말인가 외

로운 신하가 임금님 곁을 떠남에 있어서 나라에 대한

걱정이 많기도 하구나 철원(동주)에서 밤을 겨우 새운

후 북관정에 오르니(임금님이 계신 한양에 있는)삼각

산의 제일 높은 봉우리가 웬만하면 보일 것 같구나 옛

날 궁예왕이 살았던 대궐 터에 까마귀와 까치만 지저귀

고 있으니 먼 옛날의 흥망 성쇠를 까마귀와 까치 너희

들은 아느냐 모르느냐 회양이라는 이름이 옛날 중국의

지명인 회양과 마침 똑같구나(중국 회양 땅에서 선정

을 베푼)급장유의 모습을 이제 다시 (여기서)볼 수 있

지 않겠는가(급장유가 중국 회양땅에서 선정을 베푼

것처럼 정철 자신도 이곳 강원도 회양땅에서 선정을 베

풀겠다는 포부를 나타냄)

서사 2-관내 순력과 선정에 대한 포부

營영中듕이 無무事

고 時시節졀이 三삼月월인 제

花화川쳔 시내길히 楓풍岳악으로 버더 잇다 行

裝장

을 다

티고 石셕逕경의 막대 디퍼 百백川쳔洞동 겨

두고 萬만瀑폭洞동 드러가니 銀은

무지게 玉

龍룡의 초리 섯돌며

十십里리의

자시니 들을 제

우레러니 보니

눈이로다

감영(지금의 도청)안에 아무 일이 없고 시절이 마침 삼

월인 때에 화천 시냇길이 금강산으로 뻗어 있다 행장

을 다 떨쳐 버리고 돌길에 지팡이를 짚어 백천동 곁을

지나 만폭동으로 들어가니 은같은 무지개 옥 같은 용

의 꼬리처럼 생긴 폭포가 섞어 돌며 뿜는 소리가 십 리

에 깔려 있으니 멀리서 들을 때는 우렛소리더니 가까

이 가서 보니 눈(雪)이 날리는 것 같구나

본사1-만폭동 폭포의 장관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26 -

金금剛강臺

우層층의 仙션鶴학이 삿기 치니 春츈

風풍 玉옥笛

聲셩의 첫

돗던디 縞호衣의玄현裳

샹이 半반空공의 소소

니 西셔湖호

主쥬人인을

반겨셔 넘노

금강대 맨 꼭대기에 사는 선학이 새끼를 치니 봄바람

옥피리 소리에 첫 잠을 깨었던지 흰 저고리 검은 치마

로 단장한 학이(학의 날개 묘사) 공중에 솟아 뜨니 옛

날 중국 서호에서 학과 더불어 노닐던 임포를 반겨 맞

는 것 같구나(정철 자신을 임포처럼 생각함)

본사2-금강대 위의 선학

小쇼香향爐노 大대香향爐노 눈 아래 구버보고 正졍陽

양寺

眞진歇헐臺

고텨 올나 안

마리 廬녀山산 眞

진面면目목이 여긔야 다 뵈

다 어와 造조化화翁옹이

토 헌

거든

디 마나 셧거든 솟디 마나

芙부蓉용을 고잣

玉옥을 믓것

東동溟명

을 박

北북極극을 괴왓

놉흘시고 望망高

고臺

외로올샤 穴혈望망峰봉이 하

의 추미러 므

일을

로리라 千쳔萬만劫겁 디나

록 구필 줄 모

다 어와 너여이고 너

향로처럼 생긴 크고 작은 봉우리를 눈아래 굽어보고 나

서 정양사를 지나 진헐대에 다시 올라 앉으니 금강산

의 참모습이 여기서야 다 보이는구나 아아 조물주가

야단스럽기도 야단스럽구나(산봉우리들이)날아가려거

든 뛰지나 말든가 서있으려거든 (위로)솟지나 말든가

할일이지 연꽃을 꽂아 놓은 것 같기도 하고흰 옥을

묶어 놓은 것 같기도 하고 북극성을 떠받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높구나 망고대 외롭구나 혈망봉이 하늘

에 치밀어서 무슨 일을 아뢰려고 오랜 세월이 지나도록

굽힐 줄을 모르느냐 아아 너로구나 너같은 충신이

또 있을까(진헐대에서 바라본 많은 산봉우리들이 굳굳

한 모습으로 서있는 것을 보고 충신의 지조와 절개를

연상하여 표현한 구절)

본사 3-진헐대에서의 조망

心심臺

고텨 올나 衆듕香향城셩

라보며 萬만

二이千쳔峰봉을 歷녁歷녁히 혀여

니 峰봉마다

쳐 잇

고 긋마다 서린 긔운

거든 조티마나 조커든

디 마

나 뎌 긔운 흐터 내야 人인傑걸을

고쟈 形형容용

도 그지업고 체체勢셰도 하도 할샤 天텬地디 삼기실

제 自

然연이 되연마

이제 와 보게 되니 有유情정

도 有유情정

개심대를 다시 올라가서 중향성을 바라보며 금강산 만

이천 봉우리를 똑똑히 헤아려 보니 산봉우리마다 정기

가 맺혀 있고 봉우리 끝마다 서린 기운(정기) (산의

정기가)맑거든 깨끗하지나 말든가 깨끗하거든 맑지나

말 것이지(산의 정기가 맑고도 깨끗하다는 의미) 저

기운을 흩어 내어 뛰어난 인물을 만들고 싶구나 산봉

우리의 생긴 모양이 끝이 없이 다양하고 자세도 많기도

하구나 천지가 생겨날 때 자연히 된 줄 알았더니 이제

와서 보니까 조물주의 뜻이 분명히 있구나

본사 4-개심대에서의 조망

毗비盧로峰봉 上샹上샹頭두의 올라 보니 긔 뉘신고

東동山산 泰태山산이 어

야 놉돗던고 魯노國국 조븐

줄도 우리

거든 넙거나 넙은 天텬下하 엇

닷 말고 어와 뎌 디위

어이

면 알 거이고 오

디 못

거니

려가미 고이

비로봉 맨 꼭대기에 올라본 사람이 그 누구인가

동산과 태산이 그 얼마나 높던가 노나라가 작다는 것

도 우리는 모르겠는데 넓고도 넓은 천하를 어떻게 해서

작다고 공자께서는 말씀하신단 말인가 아아 저 공자

의 경지를 어떻게 하면 알 것인가 올라가지 못하는데

내려가는 것이 이상하랴

본사 5-비로봉을 본 감회

圓원通통골

길로 獅

峰봉을

자가니 그 알

너러바회 化화龍룡쇠 되여셰라 千쳔年년 老노龍룡

이 구

서려 이셔 晝듀夜야의 흘녀 내여 滄창海

해예 니어시니 風풍雲운을 언제 어더 三삼日일雨우

디련

다 陰음崖애예 이온 플을 다 살와 내여

원통골 가느다란 길로 사자봉을 찾아가니 그 앞에 넓고

평평한 바위가 화룡소가 되었구나 마치 천 년이나 묵

은 늙은 용(정철 자신을 지칭함)이 굽이굽이 서려 있어

서 밤낮으로 물을 흘려 내어 푸른 바다에 이어졌으니

용(작자 자신)아 너는 언제 풍운(선정의 기회)을 얻어

서 임금님의 은총을 백성들에게 내리려느냐 굶주리고

헐벗은 백성들을 다 살려 내려무나

본사 6-화룡소에서의 감회

磨마訶하衍연 妙묘吉길祥샹 雁안門문재 너머 디여 외

나모

리 佛블頂뎡臺

올라

니 千쳔尋심絶졀

壁벽을 半반空공애 셰여 두고 銀은河하水슈 한 구

촌촌이 버혀 내여 실

티 플텨이셔 뵈

티 거러시니

圖도經경 열 두 구

내 보매

여러히라 李니謫

션 이제 이셔 고텨 의논

게 되면 廬녀山산이 여긔도

곤 낫단 말 못

려니

마하연 묘길상을 구경하고 안문재를 넘어 내려가 외

나무 썩은 다리를 건너 불정대에 오르니 천길이나 되는

낭떠러지를 공중에 세워 놓고 은하수 한 굽이를 마디

마디 베어 내어 실같이 풀어 가지고 베처럼 걸었으니

도경(금강산 12폭포를 그림으로 그려놓은 그림책)에는

폭포가 열두굽이로 되어 있지만 내가 보기에는 그보다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27 -

더 많아 보인다 이태백이 지금 살아 있어서 다시(금강

산 12폭포와 중국의 여산폭포를 비교) 논의하게 된다

면 여산 폭포가 여기보다 더 낫다는 말은 못 할 것이

본사 7-십이 폭포의 장관

山산中듕을

양 보랴 東동海해로 가쟈

라 籃남輿여

緩완步보

야 山산映영樓누의 올나

니 玲녕瓏농 碧벽

溪계와 數수聲셩啼뎨鳥됴

離니別별을 怨원

旌졍旗긔를

티니 五오色

이 넘노

鼓고角각을

섯부니 海해雲운이 다것

鳴명沙사길 니근

이 醉

仙션을 빗기 시러 바다

두고 海

棠당花화로 드러가니 白

鷗구야

마라 네 버딘 줄 엇디 아

산중의 경치만 노상 보겠는가 동해로 가자꾸나 남녀

(뚜껑없는 가마)를 타고 천천히 걸어서 산영루(정자이

름)에 오르니 영롱하게 반짝이는 시냇물과 갖가지 소

리로 우는 새는 나와의 이별을 싫어하는 듯 여러 가지

깃발을 휘날리니 오색(빨강파랑검정노랑흰색등의

깃발)이 넘나들며 노는 듯 북과 피리를 섞어 부니 바

다의 구름이 다 걷히는 듯하다 모래밭 길에 익숙한 말

이 도취한 신선을 비스듬히 태우고 해변을 따라 해당

화가 피어 있는 곳으로 들어가니 백구야 날아가지 마

라 내가 네 친구일수도 있지 않느냐

본사 8-동해로 가는 감회

金금闌난窟굴 도라드러 叢총石셕亭뎡 올라

니 白

옥樓누 남은 기동 다만 네히 셔 잇고야 工공슈의 셩녕

인가 鬼귀斧부로 다

가 구

야 六뉵面면은 므어슬

象샹톳던고

금난굴을 돌아들어서 총석정에 오르니 바다 가운데에

돌기둥 네 개가 백옥루의 남은 기둥처럼 서 있구나 저

네 개의 돌기둥은 공수(중국 고대의 명공)가 만든 것인

가 귀신의 도끼로 다듬었는가 구태여 그 돌기둥이 여

섯 모가 난 것은 무엇을 본뜬 것인가

본사 9-총석정의 장관

高고城셩을란 뎌만 두고 三삼日일浦포

자가니 丹

단書셔

宛완然연

되 四

仙션은 어

가니 예 사흘

머믄 後후의 어

머믈고 仙션遊유潭담 永영郎

냥湖호 거긔나 가 잇

가 淸

澗간亭뎡 萬만景경臺

몃 고

안돗던고

고성을 저만큼 두고 삼일포를 찾아가니 영랑의 무리

(신라 때 네 명의 화랑 곧 사선)가 남쪽으로 갔다는

글씨는 뚜렷한데 사선은 어디 갔는가 여기서 사흘을

머문 후에 어디 가서 또 머물렀을까 선유담 영랑호

거기나 가 있는가 청간정 만경대 몇 곳에 앉았던가

본사 10-삼일포에서의 회고

梨니花화

셔 디고 졉동새 슬피 울 제 洛낙山산東

동畔반으로 義의相샹臺

예 올라 안자 日일出츌을 보

리라 밤듕만 니러

니 祥샹雲운이 집

동 六뉵龍뇽

이 바퇴

동 바다

날 제

萬만國국이 일위더니

天텬中듕의 티

니 毫호髮발을 혜리로다 아마도 녈구

름 근쳐의 머믈셰라 詩시仙션은 어

가고 咳

唾타만

나맛

니 天텬地디間간 壯장 긔별

셔히도

셔이

배꽃은 벌써 떨어지고 접동새가 슬피 울 때에 낙산의

동쪽 언덕에 있는 의상대에 올라앉아 해 뜨는 것을 보

려고 한 밤중에 일어나니 상서로운 구름이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듯 여섯 마리의 용이 떠받치고 있는 듯

해가 바다에서 떠날 때는 온 세상이 흔들리는 것 같더

니 하늘로 치솟아 오르니 가느다란 터럭을 셀 수 있을

정도로 밝구나 혹시나 지나가는 구름(간신을 비유함)

이 햇빛을 가릴까 두렵다 이백은 어디 가곡 그가 남긴

유명한 말(咳唾(해타)-이백은 lsquo등금릉봉황대rsquo라는 시에

서 간신이 임금의 총명을 흐리게 하는 것을 구름이 해

를 가리는 것에 비유했음)만 남아 있는가 천지간에 굉

장한 소식(사연)이 그의 시에 자세히도 표현되어 있구

본사 11-의상대에서의 일출의 장관

斜샤陽양 峴현山산의 척

을 므니

와 羽우蓋개芝

지輪륜이 鏡경浦포로

려가니 十십里리 氷빙紈환을

다리고 고텨 다려 長

松숑 울흔 소개 슬

장 펴뎌시

니 믈결도 자도 잘샤 모래

혜리로다 孤고舟쥬 解

纜람

야 亭뎡子

올나가니 江강門문橋교 너믄

大대洋양이 거긔로다 從

容용댜 이 氣긔像샹

闊활遠원댜 뎌 境경界계 이도곤

어듸 잇

닷 말고 紅홍粧장 古고事

리로다

江강陵능 大대都도護호風풍俗쇽이 됴흘시고 節졀孝효

旌졍門문이 골골이 버러시니 比비屋옥可가封봉이 이제

도 잇다

저녁 햇살이 비치는 현산의 철쭉꽃을 잇달아 밟으면서

신선을 태운 수레가 경포로 내려가니 십 리나 되는 비

단을 (다리미로)다리고 다시 다린 것처럼 맑고 깨끗한

수면이 큰 소나무가 둘러싼 속에 실컷 펼쳐져 있으니

물결도 잔잔하기도 잔잔하구나 모래를 셀 수 있을 것

같도다 배 한 척을 띄워 호수를 건너가서 정자 위에

올라가니 강문교 바로 너머에 넓은 바다가 거기로구

나 조용하구나 이 기상 넓고 멀구나 저 경계(수평

선) 여기보다 더 (경치가) 잘 갖추어진 곳이 또 어디

있단 말인가 박신과 흥장의 옛일을 야단스럽다고 할

것이로다 강릉 대도호부의 풍속이 좋기도 하구나 충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28 -

신 효자 열녀 등을 표창하는 문이 고을마다 널려 있

으니 요순 시대처럼 집집마다 벼슬을 봉할 만하다는

것이 지금도 있다 할 것이로다

본사 12-경포의 장관과 강릉의 미풍 양속

眞진珠쥬館관 竹

西셔樓루 五오十십川쳔

린 믈이 太

태白

山산 그림재

東동海

로 다마 가니

하리 漢

한江강의 木목覓멱의 다히고져 王왕程뎡이 有유限

고 風풍景경이 못 슬

니 幽유懷회도 하도 할샤 客

愁수도 둘 듸 업다 仙션사

워 내여 斗두牛우로 向

살가 仙션人인을

려 丹단穴혈의 머므살가

진주관 죽서루 아래 오십천에 흘러내리는 물이 태백산

그림자를 동해로 담아가지고 흘러가니 차라리 저 물을

임금님이 계신 서울 남산에 닿게 하고 싶다 관원의 여

정에는 기한이 있고 풍경은 싫증이 나지 않으니 그윽

한 회포도 많기도 많구나 나그네의 시름도 둘 곳이 없

다 신선이 탄다는 뗏목을 띄워서 북두성과 견우성으로

향할까 사선을 찾으러 단혈에 머무를까

본사 13-죽서루에서의 객수

天텬根근을 못내 보와 望망洋양亭뎡의 올은말이 바다

밧근 하

이니 하

밧근 므서신고

득 노 고래 뉘

라셔 놀내관

블거니

거니 어즈러이 구

디고 銀

은山산을 것거 내여 六뉵合합의

五오月월

天텬의 白

雪셜은 므

일고

하늘의 끝을 끝내 못 보아 망양정에 오르니 바다 밖은

하늘인데 하늘 밖은 무엇인가 가뜩이나 노한 고래를

누가 놀리게 하기에 불기도 하고 뿜기도 하면서 어지럽

게 구는 것인가 은으로 된 산을 꺾어 내어 온 세상에

흩어 내리는 듯 오월의 아득한 하늘에 흰 눈이 무슨 일

인가

본사 14-망양정에서의 조망

져근덧 밤이 드러 風풍浪낭이 定뎡

扶부桑상 咫

지尺

의 明명月월을 기

리니 瑞셔光광 千쳔丈

고야 珠쥬簾렴을 고텨 것고 玉옥階계

다시 쓸며 啓계明명星셩 돗도록 곳초 안자

라보니

蓮년花화 가지

뉘라셔 보내신고 일이 됴흔

世세界계

대되 다 뵈고져

流뉴霞하酒쥬

득 부어

려 무론 말이 英영雄웅은

가며 四

仙션은 긔 뉘러니 아

나 맛나 보아

긔별 뭇쟈

니 仙션山산 東동海

예 갈 길히 머도

멀샤

잠깐 사이에 밤이 되어 풍랑이 가라앉거늘 해와 달이

뜬다는 부상 가까운 거리에서 밝은 달을 기다리니 천

길이나 뻗친 상서로운 달빛이 보이는 듯하다가 숨는구

나 구슬로 만든 밭을 걷어 올리고 돌층계를 다시 쓸며

샛별이 돋을 때까지 꼿꼿이 앉아 바라보니 흰 연꽃 한

송이를 누가 보내셨는가 이렇게 좋은 세계를 남에게

다 보이고 싶구나 신선주를 가득 부어 들고 달에게 묻

기를ldquo영운은 어디 갔으며 사선 그들은 그 누구이더

냐rdquo 아무나 만나 보아 옛 소식을 물으려 하니 삼신산

이 있다는 동해에 갈 길이 멀기도 멀구나

결사 1-동해의 달맞이

松숑根근을 볘여 누어 픗

을 얼픗 드니

애 사

이 날

려 닐온 말이그

내 모

랴 上샹界계예 眞

진仙션이라 黃황庭뎡經경一일字

엇디 그

닐거

두고 人인間간의 내려와셔 우리

다 져근덧

가디 마오 이 술 잔 머거 보오 北북斗두星셩 기우

려 滄챵海

水슈 부어 내여 저 먹고 날 머겨

서너

잔 거후로니 和화風풍이 習습習습

야 兩냥腋

을 추

혀 드니 九구萬만里리 長

空공애 져기면

리로다 이

술 가져다가 四

예 고로

화 億억萬만 蒼창生

을 다 醉

근 後후의 그제야 고텨 맛나

고야 말 디쟈 鶴학을

고 九구空공의 올나가니

空공中듕 玉옥蕭쇼 소

어제런가 그제런가

나도

여 바다

구버보니 기

거니

인들 엇디 알리 明명月월이 千천山산萬만落낙의 아니

비쵠

업다

소나무 뿌리를 베고 누워서 선잠을 얼핏드니

꿈에 한 사람이 나더러 이르기를 ldquo그대(송강)를 내가

모르랴 그대는 하늘 나라의 진짜 신선이라 황정경의

한 글자를 어찌하여 잘못 읽어 가지고 속세로 귀양와서

우리를 따르는가 잠깐 동안 가지 말고 이 술 한잔 먹

어 보오rdquo 북두칠성을 국자 삼아 푸른 바닷물을 잔에

부어 저도 먹고 나도 먹이거늘 서너잔을 기울이니 화

창한 바람이 산들산들 불어 양쪽 겨드랑이를 추켜드니

구만리나 되는 먼 하늘에 웬만하면 날 것 같구나

ldquo이 술을 가져다가 온 세상에 골고루 나누어 모든 백성

들을 다 취하게 만든 후에 그 때에야 다시 만나 또 한

잔 하자꾸나lsquo

그 말이 끝나자 신선(꿈에 한 사람)은 학을 타고 하늘

로 올라가니 공중에서 들려오는 옥피리 소리가 어제던

가 그제던가 싶게 어렴풋하구나 나도 잠을 깨어 바다

를 굽어보니 그 깊이를 모르는데 끝이야 더욱 어떻게

알겠는가 밝은 달이 온 세상에 아니 비친 곳이 없다

결사 2-꿈속의 선연

lt송강가사(松江歌辭) 이선본(李選本gt

지은이가 45세 되던 선조 13년(1580)에 강원도 관찰사

에 배임(拜任)되어 부임하는 과정과 원주에 부임한 후

틈을 내어 관동 팔경을 비롯한 강원도 내의 명승지를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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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루 유람하며그 승경(勝景)과 인정 풍속을 비롯해서

연군(戀君)애민의 정(情) 및 선연(仙緣)을 노래한 기행

가사의 대표적인 작품이다 멀게는 고려 충숙왕 때 안

축이 지은 경기체가 형식의 [관동별곡]과 가깝게는 명

종때 백광홍이 지은 [관서별곡] 송순의 [면앙정가]의

영향을 받은 작품으로 표현이 명쾌화려하고 탄력이 넘

치며 활달하고 낭만적이어서 지은이의 호탕한 기상이

잘 나타나 있다

총 295구로 이루어진 장편 기행 가사로 서사(처음~급

당유 풍 고텨 아니 볼 게이고) 본사(영둥이 무고~오월 댱텬의 셜은 므일고) 결사(져근덧 밤이

드러~아니 비쵠 업다)로 구성되어 있다

산에서 바다로 이어지는 여정은 그 각각의 이미지를 매

개로 하여 인간의 두 가지 존재 양식 사이에서 갈등하

는 작가의 모습을 보여 준다 산에서 본 경치는 백색의

이미지로서 고결한 위정자로서의 풍모를 드러내고 있으

며 바다에서는 인간 본연의 영원한 세계를 갈구하는

자유 분방한 정신을 표출하고 있다

다양한 어휘와 적절한 수사법을 능란하게 구사함으로

써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한층 높은 경지로 끌어 올린

작품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사미인곡(思美人曲)

송강 정 철

이 몸 삼기실 제 님을 조차 삼기시니 緣分(연분)이며 하 모 일이런가 나 나 졈어 잇

고 님 나 날 괴시니 이 음 이 랑 견졸 노여 업다

이 몸이 태어날 때에 임을 따라서 태어나니 한평생의

연분이며 하늘이 모를 일이던가내가 오직 젊어 있고

임은 오직 나를 사랑하시니 이 마음과 이 사랑을 비교

할 곳이 전혀 없다

서사 1-임과의 인연

平生(평)애 願(원) 요 녜자 얏더니

늙기야 므 일로 외오 두고 글이고 엇그제 님

을 뫼셔 廣寒殿(광한뎐)의 올낫더니그더 엇디

야 下界(하계)예 랴오니 올 적의 비슨 머리 얼

킈연디 三年(삼년)이라 臙脂粉(연지분) 잇마 눌 위여 고이고 음의 친 실음 疊疊(텹텹)

이 혀 이셔 짓니 한숨이오 디니 눈믈이라

人生(인)은 有限(유) 시도 그지업다

평생에 원하기를 임과 함께 살아가고자 했는데 늙어서

야 무슨일로 외따로 두고 그리워하는가 엊그제 임을

모시고 광한전에 올라 있었는데 그 사이에 어찌하여 이

하계에 내려왔느냐 임을 떠나 올 적에 빗은 머리가 헝

클어진 지삼 년일세 연지와 분이 있지마는 누구를 위

해서 예쁘게 화장할 것인가 마음에 맺힌 시름이 겹겹

이 쌓여 있어서 짓는 것이 한수밍요 떨어뜨리는 것이

눈물이라 인생은 한이 있는데 시름은 끝이 없다

서사 2-임에 대한 그리움

無心(무심) 歲月(셰월)은 믈 흐 고야 炎

凉(염냥)이 아라 가 고텨 오니 듯거니

보거니 늣길일도 하도 할샤

아무 생각이 없는 세월은 물 흐르듯 빨리 지나가는구

나 더위와 추위가 때를 알아서 가자마자 다시 오니 듣

고 보는 가운데서 느낄일이 많기도 많구나

서사 3-세월의 무상함

東風(동풍)이 건듯 부러 積雪(젹셜)을 헤텨내니 窓

(창) 밧긔 심근 梅花(화) 두세 가지 픠여셰라 득 冷淡(담) 暗香(암향)은 므 일고 黃昏

(황혼)의 이 조차 벼 마 빗최니 늣기 반기 님이신가 아니신가

뎌 梅花(화) 것거 내여 님 겨신 보내오져 님

이 너 보고 엇더타 너기실고

봄바람이 문득 불어서 쌓인 눈을 헤쳐내니 창밖에 심은

매화가 두세 가지 피었구나 가뜩이나 쌀쌀하고 담담한

데 그윽하게 풍기는 향기는 또 무슨 일인가 황혼에 달

이 따라와 배갯머리에 비치니흐느껴 우는 듯 반기는

듯하니 임이신가 아니신가 저 매화를 꺾어 내어 임 계

신 곳에 보내고 싶다 그러면 임이 너 (매화)를 보고

어떻다고 생각하실까

본사 1-춘원(春怨)

디고 새 닙 나니 綠陰(녹음)이 렷 羅幃

(나위) 寂寞(젹막)고 繡幕(슈막)이 뷔여 잇다 芙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30 -

蓉(부용)을 거더 노코 孔雀(공쟉)을 둘러 두니 득 시 한 날은 엇디 기돗던고鴛鴦錦(원앙금)

버혀 노코 五色線(오션) 플텨 내여 금자 견화

이셔 님의 옷 지어 내니 手品(슈품)은니와 制度

(졔도)도 시고 珊瑚樹(산호슈) 지게 우 白玉函(옥함)의 다마 두고 님의게 보내오려 님 겨신

라보니 山(산)인가 구롬인가 머흐도 머흘시

고 千里 萬里(쳔리 만리)길흘 뉘라셔 자갈고니

거든 여러 두고 날인가 반기실가

꽃이 지고 새 잎이 피어나니 녹음이 우거졌는데 비단

포장이 적막하고 수놓은 장막이 텅 비어 쓸쓸하다 연

꽃을 수놓은 비단 휘장을 걷어 놓고 공작을 수놓은 병

풍을 둘러 치니 가뜩이나 시름이 많은데 날은 어찌 그

리 길던가 원앙새 수놓은 비단을 베어 놓고 오색실을

풀어 내어 좋은 자로 재어서 임의 옷을 지어내니 솜씨

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격식도 갖추었구나 백옥으로

만든 함에 담아 산호로 만든 지게 위에 얹어 놓고 임에

게 보내려고 임 계신 곳을 바라보니 산인지 구름인지

험하기도 험하구나 천만 리나 되는 먼 길을 누가 찾아

갈 것인가 가면은 함을 열어 놓고 나를 본것처럼 반가

워하실까

본사2-하원(夏怨)

밤 서리김의 기겍러기 우러 녤 제 危樓(위루)

에 혼자 올라 水晶簾(슈졍념) 거든말이 東山(산)의

이 나고 北極(븍극)의 별이 뵈니 님이신가 반기

니 눈믈이 절로 난다 淸光(쳥광)을 쥐여 내여 鳳

凰樓(봉황누)의 븟티고져 樓(누) 우 거러 두고

八荒(팔황)의 다 비최여 深山窮谷(심산궁곡) 졈낫

티 그쇼셔

하룻밤 서리가 내린 무렵에 기러기가 울며 지나갈 때

높은 누각에 혼자 올라가 수정으로 만든 밭을 걷으니

동산에 달이 떠오르고 북극성이 보이므로 임이신가 하

여 반가워하니 눈물이 절로 난다 밝은 달을 잡아 내어

임 계신 곳에 보내고 싶구나 임께서 그 달을 누각 위

에 걸어 노고 온 세상을 다 비추어 깊은 산 골짜기 까

지도 대낮같이 밝게 하소서(밝은 정치를 베푸소서)

본사 3-추원(秋怨)

乾坤(건곤)이 閉塞(폐)야 白雪(셜)이 빗친

제 사은니와 새도 긋쳐 잇다 瀟湘南畔(쇼

샹남반)도 치오미 이러커든 玉樓高處(옥누고쳐)야

더욱 닐러 므리陽春(양츈)을 부쳐 내여 님 겨

신 쏘이고져茅簷(모쳠) 비쵠 玉樓(옥누)의

올리고져 紅裳

(홍샹)을 니믜 고 翠袖(슈) 半(반)만 거더

日暮脩竹(일모슈듁)의 혬가림도 하도 할샤 댜 수이 디여 긴 밤을 고초 안자 靑燈

(쳥등) 거른 겻 鈿箜葔(뎐공후)노하 두고 의나

님을 보려 밧고 비겨시니 鴦衾(앙금)도 도

샤 이 밤은 언제 샐고

하늘과 땅이 꽉막힌 것처럼 흰 눈으로 온통 덮여 있으

니 사람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날아디는 새도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다 소상강 남쪽 지방같이 따뜻한 이 곳

도 추위가 이러한데 하물며 임계신 북쪽 지방이야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따뜻한 봄볕을 부쳐 내어 임 계신

곳에 쏘이고 싶다 초가집 처마에 비친 해를 임계신 곳

에 올리고 싶다 붉은 치마를 여미어 입고 푸른 소매를

반쯤 걷어 해질 무렵 대나무에 의지하여 여러 가지 생

각이 많기도 하구나 짧은 겨울해가 이내 넘어가니 긴

밤을 꼿꼿이 앉아서 청사초롱을 걸어 둔 곁에 자개 입

힌 공후를 놓아 두고 꿈에나 임을 만나 보려고 턱을

받치고 기대어 있으니 원앙금침이 차갑기도 하구나 이

밤은 언제 샐것인가

본사 4-동원(冬怨)

도 열두 도 셜흔 날 져근덧 각마

라 이 시 닛쟈 니 의 쳐 이셔 骨髓(골

슈)의 텨시니 扁鵲(편쟉)이 열히 오나 이 병을

엇디리 어와 내 병이야 이 님의 타시로다 하

리 싀어디여 범나븨 되오리라 곳나모 가지마다 간

죡죡 안니다가 향 므든 애로 님의 오 올므

리라 님이야 날인 줄 모셔도 내 님 조려 노

하루도 열두 때 한 달도 서른 날 잠시 라도 생각을

말아 가지고 이 시름을 잊으려 해도 마음 속에 맺혀

있어서 뼛속까지 사무쳤으니 편작 같은 명의가 열명이

온다 한들 이 병을 어찌할 것인가

아아 내 병이여 이 병을 어찌할 것인가

아아 내 병이여 이 임의 탓이로다 차라리 죽엇 호랑

나비가 되리라 꽃나무 가지에 가는 곳마다 앉으며 돌

아다니다가 향기 묻은 날개로 임의 옷에 앉으리라 임

께서 나인 줄을 모르신다 해도 나는 끝까지 임을 따르

려 하노라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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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사 -임을 향한 변함 없는 마음

lt성주본 송강가사gt

작품의 감상

작자가 50세 되던 해에 반대 정파의 탄핵을 받고 전남

창평으로 물러나 우거(寓居)하면서 임금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여인이 사랑하는 사람을 그리는 심정에 의탁하

여 부른 노래이다 이 작품의 제목인 〈사미인곡(思美

人曲)〉은 중국 굴원이 지은 〈이소(離騷)〉의 제 9편

에 나오는 lsquo사미인(思美人)rsquo이라는 편명에서 따온 것으

로 보이며 그 작품 역시 충군(忠君)의 내용을 담고 있

어 내용 또한 그 영향을 받은 것으로 짐작된다

또 임금을 임으로 설정하여 노래한 것은 고려 속요인

〈정과정〉과 맥을 같이하고 있으며 임에 대한 헌신적

사랑의 표현은 〈가시리〉〈동등〉등과 접맥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작품은〈속미인곡〉과 더불어 가사 문학의 극치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일찍이 서포 김만중은 〈사미인

곡〉 〈속미인곡〉 〈관동별곡〉을 가리켜 lsquo좌해진문

장 지차삼편(左海眞文章 只此三篇우리 나라의 참된 문

장은 오직 이 세 편뿐이다)rsquo라고 하였다 이 노래는

서사 본사 결사 세 부분으로 되어 있는데 본사는 다

시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나뉘어 있다

속미인곡(續美人曲)

송강 정 철

뎨 가 뎌 각시 본듯도 뎌이고

天上(텬상) 白玉京(옥경)을 엇디야 離別(니별)고

다 뎌 져믄 날의 눌을 보라 가시고

저기가는 저 젊은 여인 본 듯도 하구나 임금님이 계

시는 서울을 어찌하여 이별하고 해가 다 져서 저무는

날에 누구를 보러 가시는 고

rarr서사1 - 서울을 떠나온 이유(갑녀의 질문)

어와 네여이고 내 셜 드러보오

내 얼굴 이 거동이 님 괴얌즉 냐마

엇딘디 날 보시고 네로다 녀기실나도 님을 미더 군디 전혀 업서

이야 교야 어러이 구돗디

반기시 비치 녜와 엇디 신고

누어 각고 니러 안자 혜어니

내 몸의 지는 죄 뫼티 혀시니

하히라 원망며 사이라 허믈랴

셜워 플텨 혜니 造物(조물)의 타시로다

아아 너로구나 내 사정 이야기를 들어보오

나의 생김새와 행동거지가 임의 사랑을 받을 수 있겠느

냐마는 어쩐지 나를 보시고 (내가 사랑할 사람은 바

로) 너로구나 하며 특별히 사랑하시기에 나도 임을 믿

어 딴 생각이 전혀 없어 응석과 애교를 부리면서 (얼마

나) 어지럽게 굴었던지 (나를) 반가워 하시는 얼굴빛

이 예날과 어찌 다르신가 누워 생각하고 일어나 앚아

헤아리니 내 몸의 지은 죄가 산같이쌓였으니 하늘을 원

망하겠으며 사람을 탓하겠는가 하도 서러워 여러 가지

로 깊이 생각해보니 조물주의 탓이로구나

rarr서사2 - 자책과 체념(을녀의 대답)

글란 각 마오

그렇게는 생각하지 마시오

rarr본사1 - 갑녀의 위로

친 일이 이셔이다

님을 뫼셔 이셔 님의 일을 내 알거니

믈튼 얼굴이 편실적 몃날일고

春寒(츈한) 苦熱(고열)은 엇디야 디내시며

秋日(츄일) 冬天(동텬)은 뉘라셔 뫼셧고

粥早飯(쥭조반) 朝夕(조석)뫼 녜와 티 셰시가

기나긴 밤의 은 엇디 자시고

마음 속에 맺힌 일이 있습니다 예전에 임을 모신적이

있어서 임의 일을 내가 잘 아는데 물과 같이 연약한

체질이 편하실 때가 며칠이나 될꼬 이른 봄의 추위와

한여름의 더위를 어떻게 지내시며 가을과 겨울날은 누

가 모셨는가 죽조반과 아침 저녁 진지는 옛날과 같이

잘 잡수시는가 기나긴 밤에 잠은 어떻게 주무시는가

rarr본사2-임에 대한 염려(을녀의 사설)

님다히 消息(소식)을 아무려나 아쟈니

오도 거의로다 일이나 사 올가

내 둘 업다 어드러로 가쟛 말고

잡거니 밀거니 놉픈 뫼 올라가니

구름은 니와 안개 므일고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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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川(산쳔)이 어둡거니 日月(일월)을 엇디보며

咫尺(지척)을 모거든 千里(쳔리) 라보랴

리 믈의 가 길히나 보랴니

람이야 믈결이야 어둥졍 된뎌이고

샤공은 어 가고 븬 만 걸렷고

江天(간텬)의 혼자 셔셔 디 구버보니

님 다히 消息(소식)이 더옥 아득뎌이고

임이 계시는 곳의 소식을 어떻게든지 알려고 하니 오늘

도 거의 지나갔구나 내일이나 임의 소식을 전해줄 사

람이 올까 내 마음을 둘 곳이 없다 어디로 가자는 말

인가 (나무같은 것을) 잡기도 하고 밀기도 하면서 높

은 산에 올라가니 구름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안개는

또 무슨 일로 저렇게 기어 있는가 산천이 어두운데 해

와 달을 어떻게 보겠으며 지척을 모르겠는데 천 리나

되는 먼 곳을 (어떻게) 바라몰 수 있으랴 차라리 물가

에 서서 뱃길이나 보려고 하니 바람과 물결이 어수선하

게 되었구나 사공은 어디가고 빈 배만 걸려있는가 강

변에 홀로서서 지는 해를 굽어보니 임계신 곳의 소식이

더욱 아득하구나

rarr본사3-임의 소식을 애타게 기다림(을녀의 사설)

茅簷(모쳠) 자리의 밤듕만 도라오니

半壁(반벽) 靑燈(청등)은 눌 위야 갓고

오며 리며 헷드며 바자니니

져근덧 력진力盡(녁진)야 픗을 잠간 드니

精誠(정셩)이 지극야 의 님을 보니

玉(옥)튼 얼굴이 半(반)이나마 늘거셰라

의 머근 말 슬장 쟈니

눈믈이 바라나니 말인들 어이며

情(정)을 못다야 목이조차 몌여니

오뎐된 鷄聲(계셩)의 은 엇디 돗던고

초가집 차가운 잠자리에 한밤중이 돌아오니 벽에 걸려

있는 등불은 누구를 위하여 밝아 있는가 산을 올라가

기도 하고 내려가기도 하면서 헤메며 오락가락 돌아다

니다가 잠깐 사이에 힘이 다하여 풋잠이 잠깐 들었는

데 정성이 지극하여 꿈속에서 임을 보니 옥과 같이 곱

던 임의 얼굴이 반넘게 늙었구나 마음 속에 품은 생각

을 실컷 아뢰려고 하였더니 눈물이 잇달아 쏟아지니

말인들 어찌하며 정회도 다 못풀어 목마저 메어오니

방정맞은 닭울음소리에 잠은 어찌 깨었던가

rarr본사4-독수공방의 한과 꿈에서 만난 임

(을녀의 사설)

어와 虛事(허)로다 이 님이 어 간고

결의 니러 안자 窓(창)을 열고 라보니

어엿븐 그림재 날 조 이로다

리 싀여디어 落月(낙월)이나 되야이셔

님 겨신 窓(창) 안 번드시 비최리라

아아 헛된 일이로다 내 임이 어디 갔는고 꿈결에 일

어나 앉아 창을 열고 바라보니 불쌍한 그림자만이 나

를 따라올 뿐이로다 차라리 죽어서 지는 달이나 되어

임 계신 창 안에 환하게 비치리라

rarr결사-죽어서라도 임을 따르겠다는 다짐

(을녀의 사설)

각시님 이야니와 구 비나 되쇼셔

각시님 달은커녕 궂은 비나 되십시오

rarr결사-갑녀의 위로

〈해설〉

사미인곡의 속편으로 지은이가 동인(東人)으로 탄핵을

받고 고향인 전라남도 창평에 낙향해 있을 때에 임금

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두 여인의 대화 형식을 빌려 노

래한 작품이다 이 작품의 현대어 해석에 나와 있는 lsquo갑

녀(甲女)rsquo와 lsquo을녀(乙女)rsquo는 편의상 붙인 이름으로 갑녀

는 보조적 위치에 있는 화자이며 을녀가 지은이를 대

변하는 주된 화자이다 〈사미인곡〉과 더불어 가사 문

학의 최고봉이라 일컬어지는데 특히 순수한 우리말의

구사가 절묘하며 대화 형식으로 구성하여 표현에 참신

성을 더한 것은 lsquo금상첨화(錦上添花)rsquo라 할 수 있을 것

이다

홍만종은 〈순오지(旬五志)〉에서 이 작품을 제갈공명

의 〈출사표(出師表)〉에 비견할 만하다고 극찬하였으

며 서포 김만중은 〈서포만필(西浦漫筆)〉에서 ldquo예로부

터 우리 나라의 참된 문장은 오직 이 세 편(사미인곡

속미인곡 관동별곡)뿐이데다시 이 세편에 대하여 논할

것 같으면 그 중에서 속미인곡이 더욱 뛰어나다 관동

별곡과 사미인곡은 오히려 한자음을 빌려서 그 가사 내

용을 꾸민 데 지나지 않는다rdquo라고 하였다

규원가(閨怨歌)

허난설헌

엇그제 저멋더니 마 어이 다 늘거니

少年行樂(소년 행락) 생각니 일러도 속절업다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33 -

늘거야 서른 말 자니 목이 멘다

엊그제 젊었었는데 어찌 벌써 다 늙어버렸는가 어린

시절에 즐겁게 지내던 일을 생각하니 말해 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 이렇게 늙은 뒤에 서러운 얘기를 하자니

목이 멘다

rarr기1-늙음의 한탄

父生母育(부생 모육) 辛苦(신고)야 이 내 몸 길러 낼

公侯配匹(공후 배필) 못 바라도 君子好逑(군자 호구) 願

(원)더니

三生(삼생)의 怨業(원업)이오 月下(월하)의 緣分(연분)으

長安遊俠(장안 유협) 輕薄子(경박자)를 치 만나 잇

서 當時(당시)의 용심(用心)기 살어름 디듸는 부모님이 나를 낳아서 고생하여 길러낼 때 높은 벼슬아

치의 배필을 바라지는 못했어도 훌륭한 남자의 좋은

짝이 되기를 원했더니 삼생의 원망스러운 업보요 월

하 빙인이 정해 준 연분으로 놀기 좋아하고 경박한 사

람을 꿈같이 만나 가지고 시집 간 뒤 조심하면서 마음

졸이기를 꼭 살얼음 디디듯하였다

rarr기2-젊은 시절의 회상

三五二八(삼오 이팔) 겨오 지나 天然麗質(천연 여질)절

로 이니

이 얼골 이 態度(태도)로 百年期約(백년 기약) 얏더니

年光(연광)이 훌훌고 造物(조물)이 多時(다시)야

봄바람 가을 믈이 뵈오리 북 지나듯

雪鬂花顔(설빈 화안) 어 가고 面目可憎(면목 가증) 되

거고나

내 올골 내 보거니 어느 님이 날 괼소냐

스스로 慙愧(참괴)니 누구를 怨望(원망)리

십오륙 세가 겨우 지나 타고난 아름다운 모습이 절로

나타나니 이 얼굴 이 태도로 (남편과)평생을 약속하였

더니 세월이 빨리 지나가고 조물주가 시기가 많아서

세월의 빠르기가 베 짤 때 북이 지나가는 듯 젊고 아

름다운 얼굴은 어디로 가고 추한 모습이 되었구나 내

얼굴을 내가 보아 알거니와 어느 임이 나를 사랑하겠는

가 스스로 생각해도 부끄러운데 누구를 원망하리

rarr기3-세월의 무상함과 늙음의 한탄

三三五五(삼삼 오오) 冶遊園(야유원)의 새 사람이 나단

말가

곳 피고 날 저물 제 定處(정처) 업시 나가 잇어

백마(白馬) 금편(金鞭)으로 어어 머므는고

원근(遠近)을 모르거니 消息(소식)이야 더욱 알랴

因緣(인연)을 긋쳐신들 각이야 업슬소냐

얼골을 못 보거든 그립기나 마르려믄

열두 김도 길샤 설흔 날 至理(지리)다

玉窓(옥창)에 심 梅花(매화) 몃 번이나 픠여진고

겨을 밤 차고 찬 제 자최눈 섯거 치고

여름날 길고 길 제 구 비 므스 일고

三春花柳(삼춘 화류) 好時節(호시절)의 景物(경물)이 시

름업다

가을 방에 들고 蟋蟀(실솔)이 床(상)에 울 제

긴 한 숨 디 눈물 속절업시 헴만 만타

아마도 모진 목숨 죽기도 어려울사

몇 명씩 떼지어 다니는 술집에 새 기생이 나타났다는

말인가 꽃 피고 날 저물 때 일정한 거처도 없이 나가

서 호사로운 차림새로 어디어디 가서 머므는가 바깥출

입이 없어 원근 지리를 모르는데 임의 소식이야 더구나

알 수 있으랴 인연을 끊었다고 하지만 임에 대한 생각

이야 어찌 없겠는가 만나지 못할 임이라면 그립지나

말일이지 하루도 열두때 길기도 하구나 한 달이 지루

하다 옥창에 심은 매화가 몇 번이나 피었다가 졌는고

겨울 밤 차고 찬 때에 눈보라가 섞어 치고 여름날 길고

긴 때에 궂은비는 또 무슨 일인가 꽃 피고 새 잎이 돋

는 좋은 계절 봄에도 보이는 경치가 시름이 없다 가을

달이 방에 비치고 귀뚜라미가 침상에서 울 때 긴 한숨

떨어지는 눈물에 헛되이 생각하는 것만 많다 아마도

모진 목숨 죽기도 어렵구나

rarr승-방탕한 남편에 대한 원망과 독수공방의 한

도로혀 풀쳐 혜니 이리 여 어이 리

靑燈(청등)을 돌라 노코 綠綺琴(녹기금) 빗기 안아

碧蓮花(벽련화) 한 곡조를 시름 조 섯거 타니

瀟相夜雨(소상야우)의 댓소리 섯도 華表(화표) 千年(천 년)의 別鶴(별학)이 우니 玉手(옥수)의 타는 手段(수단) 녯 소 잇다마芙蓉帳(부용장) 寂寞(적막)니 뉘 귀에 들리소니

肝腸(간장)이 九曲(구곡)되야 구븨구븨 쳐서라

돌이켜 여러 모로 생각해 보니 이렇게 살아서 어찌하겠

는가 등불을 돌려 놓고 녹기금을 비스듬히 안아 벽련

화 한 곡조를 시름까지 섞어 타니 소상강의 밤비에 대

나무 잎 소리가 섞여 들리는 듯 천년만에 돌아온 학이

화표주에 앉아 우니는 듯섬섬옥수로 타는 솜씨가 옛

소리를 간직하고 있다마는 부용장 안에 임이 없으니 누

구 귀에 들리겠는가 구곡간장이 굽이굽이 끊어지는 것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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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구나

rarr전-거문고로 시름을 달램

하리 잠을 드러 의나 보려 니

바람의 디 닙과 풀 속에 우는 즘생

므스 일 원수로서 잠조차 오다

천상(天上)의 牽牛織女(견우 직녀) 銀河水(은하수) 박혀

서도

七月七夕(칠월 칠석)一年一度(일년 일도)失期(실기)치

아니거든

우리 님 가신 후는 무슨 弱水(약수) 가렷관듸

오거나 가거나 소식(消息)조차 쳣는고

欄干(난간)의 비겨 셔서 님 가신 바라보니

초로(草露) 맷쳐 잇고 暮雲(모운)이 디나갈 제

竹林(죽림) 푸른 고 새 소리 더욱 설다

세상의 서룬 사람 수업다 려니와

薄命(박명) 紅顔(홍안)이야 날 가니 이실가

아마도 이 님의 지위로 살동말동 여라

차라리 잠이 들어 꿈에서나 임을 보려하니 바람에 지는

나뭇잎과 풀 속에서 우는 벌레가 나와 무슨 원수가 졌

길래 잠조차 깨우는가 하늘의 견우 직녀는 은하수가

막고 있어도 일 년에 한 번 칠월 칠석날에는 기약을 어

기지 않고 만나는데 우리 임이 가신 후에는 무슨 약수

가 가로막고 있길래 오고 가는 소식조차 끊어졌는고

난간에 기대어 서서 임 계신 곳을 바라보니 풀잎에 이

슬은 맺혀있고 저녁 구름이 지나갈 때 대나무 숲 푸른

곳에 새 소리가 더욱 섧다 세상에 서러운 사람이 수없

이 많다고 하지만 기구한 팔자를 타고난 사람이야 나

같은 이가 또 있을까 아마도 임 때문에 살 듯 말 듯하

구나

rarr결-애타게 임을 기다리는 마음

〈감상〉

조선 시대 봉건 사회 제도 아래서 오직 인종(忍從)만을

미덕으로 알고 살아야 했던 부녀자의 한(恨)을 노래한

작품으로 일명 원부사(怨夫詞) 또는 원부사(怨夫辭)라

고도 한다 좋은 배필을 원했지만 뜻밖에도 경박스럽고

방탕한 남편을 만나 평생을 피맺힌 한(恨)과 그리움 속

에 보내야 하는 한 여인의 애달픈 사연을 통해 남성

위주의 사회가 가져오는 병폐를 실감 있게 형상화한 작

품이라 할 수 있다

Page 23: 구지가(龜 歌) - middle.gongbuwarac.commiddle.gongbuwarac.com/Common/Popup/FileDownloadAs.aspx?FileName=/ite… · 미륵(彌勒) 좌주(座主) 뫼셔롸. 미륵 좌주를 모셔라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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煙霞日輝(연하일휘)

錦繡(금수)

엇그제 검은 들이 봄빗도 有餘(유여)

소나무 사이 좁은 길로 진달래꽃을 손에 들고

산봉우리에 급히 올라 구름 속에 앉아보니 수많은 촌

락들이 곳곳에 벌여 있네 안개와 놀과 빛나는 햇살은

아름다운 비단을 펼쳐 놓은 듯 엊그제까지도 거뭇거뭇

했던 들판이 이제 봄빛이 넘치는구나

본사 5-산봉우리에서의 조망

功名(공명)도 날

우고富貴(부귀)도 날

우니淸

風明月이(청풍명월) 外(외)예 엇던 벗이 잇

올고

簞瓢陋巷(단표누항)에 흣튼 혜음 아니

아모

타 百年行樂(백년행락)이 이만

엇지

공명과 부귀가 모두 나를 꺼리니 아름다운 자연 외에

어떤 벗이 있으리오 비록 가난하게 살고 있지만 잡스

러운 생각은 아니하네 아무튼 한평생 즐겁게 지내는

것이 이만하면 족하지 않겠는가

결사-안빈 낙도

면앙정가(俛仰亭歌)

송 순

无等山(무등산) 활기 뫼히 동다히로

버더 이셔 霽月峯(제월봉)이 되여거

無邊大野(무변대야)의 므

짐쟉

노라

닐곱 구

움쳐 무득무득 버럿

가온대 구

굼긔든 늘근 뇽이 선

머리

언쳐시니

무등산 한 줄기 산이 동쪽으로 뻗어 있어 멀리 떼

어 버리고 나와 제월봉이 되었거늘 끝없이 넓은

들판에 무슨 속셈을 가지고 일곱 구비가 한 곳에

움추리어 무더기 무더기 벌여 놓은 듯 가운데 구

비는 구멍에 든 늙은 용이 풋잠을 이제 막 깨어

머리를 얹어 놓고 있는 것 같으니

rarr서사 1 - 제월봉의 위치와 형세

바희 우

松竹(송죽)을 혜혀고

정자

언쳐시니

구름

靑鶴(청학)이 千里(천 리)를 가리라

래 버렷

넓고 평평한 바위 위에 소나무 대나무를 헤치고

정자를 앉혔으니 구름을 탄 푸른 학이 천 리를

가려고 두 날개를 벌리고 있는 듯하다

rarr서사2 - 면앙정의 모습

玉泉山(옥천산) 龍泉山(용천산)

린 믈이

亭子(정자) 압 너븐 들

兀兀(올올)히 펴진드시

든 기노라 프르거든 희디마나

雙龍(쌍룡)이 뒤트

긴 깁을

어드러로 가노라 므

얏바

즈로 흐르

옥천산용천산 흘러내리는 물이 정자 앞 넓은 들

에 끊임없이 펼쳐진 듯이 넓거든 길지나 말든가

푸르거든 희지나 말지 두 마리 용이 몸을 뒤틀고

있는 듯 긴 비단을 펼쳐 놓은 듯 어디로 가느라

고 무슨 일이 바빠서 달리는 듯 따라가는 듯 밤낮

으로 흘는 듯

rarr본사 1 - 시냇물의 모습

므조친 沙汀(사정)은 눈

치 펴

거든

어즈러온 기러기

므스거슬 어르노라

안즈락

리락 모드락 흣트락

蘆花(노화)를

이 두고 우로곰 좃니

물을 따라 있는 모래밭은 눈같이 하얗게 펼쳐져

있는데 어지럽게 나는 갈매기는 무엇을 어르느라

고 앉기도 하고 내려오기도 하고 모이기도 하고

흩어지기도 하고 갈대꽃을 사이에 두고 울면서 따

라다니는가

rarr본사 2 - 기러기의 교태

너븐 길 밧기오 긴 하

두르고

즌 거슨 뫼힌가 屛風(병풍)인가

그림가 아닌가

노픈

숨거니 뵈거니 가거니 머믈거니

어즈러온 가온

일홈

도 젓티 아녀 옷독이 셧

거시

秋月山(추월산) 머리 짓고 용구산 몽선산 불대산

어등산 용진산 금성산이 허공에 버러거든

遠近(원근) 蒼崖(창애)의 머믄 것도 하도 할샤

넒은 길 밖이요 긴 하늘 아래 두르고 꽂은 것은

산인가 병풍인가 그림인가 아닌가 높은 듯 낮은

듯 끊어지는 듯 이어지는 듯 숨기도 하고 보이기

도 하고 가기도 하고 머물기도 하고 어지러운 가

운데 유명한 척하여 하늘도 두려워 하지 않고 우

뚝하게 서있는 것이 추월산으로 머리를 만들고

용구산 몽선산 불대산 어등산 용진산 금성산이 공

중에 늘어서 있으니 멀고 가까운 푸른 절벽에 머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24 -

문 것도 많기도 하구나

rarr본사 3 - 산봉우리의 승경

흰구름 부흰 煙霞(연하) 프로니

山嵐(산람)이라

千巖萬壑(천암만학)을 제 집으로 삼아두고

나명셩 들명셩 일

ㅣ도 구

지고

오르거니

리거니 長空(장공)의

나거니

廣野(광야)로 건너거니

프르락 불그락 여트락 지트락

斜陽(사양)과 섯거디어 細雨(세우)조차

흰구름 뿌연 안개와 노을 푸른 것은 산 아지랑

이로구나 수많은 바위와 골짜기를 제 집으로 삼

고서 나가기도 하고 들어오기도 하면서 아양도 떠

는구나 올라가기도 하고 내려가기도 하고 먼 하

늘로 떠나기도 하고 넓은 들로 건너가기도 하고

푸르기도 하고 붉기도 하고 옅기도 하고 짙기도

하고 석양과 섞이어 가랑비조차 뿌리는구나

rarr본사 4 - 봄 풍경

藍輿(남여)

고 솔아

구븐 길노

오며 가며

적의

綠楊(녹양)의 우

黃鶯(황앵) 嬌態(교태) 겨워

고야

나모 새

지어 綠陰(녹음)이 얼린 적의

百尺欄干(백척난간)의 긴 조으름 내여 펴니

水面凉風(수면양풍)이야 긋칠 줄 모르

뚜껑없는 가마를 재촉하여 타고 소나무 아래 굽은

길로 오며 가며 하는 때에 푸른 버드나무에서

는 꾀꼬리는 온갖 교태를 부리고 있구나 나무 사

이가 우거져서 녹음이 엉긴 때에 긴 난간에 기대

어 길게 기지개를 켜니 물위에서 부는 시원한 바

람이 그칠 줄을 모르는구나

rarr 본사 5 - 여름 풍경

즌서리

딘 후의 산빗치 錦繡(금수)로다

黃雲(황운)은

엇지 萬頃(만경)의 펴겨디오

漁笛(어적)도 흥을 계워

롸 브니

된서리가 걷힌 후에 산 빛이 수놓은 비단 같구나

누렇게 익은 곡식은 또 어찌 넓은 들에 펼쳐져 있

는가 어부가 부는 피리도 흥을 못이겨 달을 따라

불고 있구나

rarr 본사 6 - 가을 풍경

草木(초목) 다 진 후의 江山이

몰커

造物(조물)리 헌

야 氷雪(빙설)로

며내니

瓊宮瑤臺(경궁요대)와 玉海銀山(옥해은산)이

眼底(안저)에 버러셰라

乾坤(건곤)도 가

열사 간 대마다 경이로다

초목이 다 떨어진 후에 강산이 눈 속에 묻혔거늘

조물주가 야단스러워 눈과 얼음으로 꾸며내니 경

궁요대(구슬로 꾸민 궁궐과 대)와 옥해은산(아름

다운 바다와 눈덮인 산) 같은 설경이 눈 아래 펼

쳐졌구나 하늘과 땅도 풍성하구나 가는 곳마다

아름다운 경치로다

rarr 본사7 - 겨울 풍경

人間(인간)을

나와도 내 몸이 겨를 업다

이것도 보려

고 져것도 드르려코

도 혀려

도 마즈려코

밤으란 언제 줍고 고기란 언제 낙고

柴扉(시비)란 뉘 다드며 딘 곳츠란 뉘 쓸려뇨

이 낫브거니 나조

라 슬

소냐

리 不足(부족)커니 來日(내일)이라

有餘(유여)

이 뫼

안자 보고 져 뫼

거러 보니

煩勞(번로)

릴 일이 아조 업다

쉴 사이 업거든 길히나 젼

리야

다만 靑藜杖(청려장)이 다 므듸어 가노

속세를 떠나왔어도 내 몸이 한가하지 않다 이것

도 보려고 하고 저것도 들으려 하고 바람도 쏘이

려 하고 달도 맞으려 하고 밤은 언제 줍고 고기는

언제 낚고 사립문은 누가 닫으며 떨어진 꽃은 누

가 쓸겠느냐 아침에도 아름다운 경치 구경하는

시간이 모자랄 지경인데 저녁이라고 싫겠는가 오

늘의 시간이 부족한데 내일이라고 여유가 있겠는

가 이 산에서 앉아보고 저 산에서 걸어보니 번거

로운 마음이지만 버릴 일이 아주 없다 쉴 사이가

없는데 사람들에게 길이나마 알려줄 수가 있겠는

가 다만 명아주 대로 만든 지팡이가 다 무디어

가는구나

rarr본사 8 - 자연애와 풍류 생활

술이 닉어가니 벗지라 업슬소냐

이며 혀이며 이아며

온가짓 소

로 醉興(취흥)을

야거니

근심이라 이시며 시

이라 브터시랴

누우락 안즈락 구브락 져츠락 울프락

노혜로 놀거니

天地(천지)도 넙고넙고 日月(일월)도 가

羲皇(희황) 모

러니 이적이야 긔로고야

神仙(신선)이 엇더턴지 이몸이야 긔로고야

술이 익어가니 벗이라고 없겠는가 노래를 부르게

하며 악기를 타고 켜게 하며 방울을 흔들며 온갖

소리로 술에 취한 흥을 재촉하니 근심이라 있겠으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25 -

며 시름이라고 붙어 있으랴 눕기도 하고 앉기도

하고 구부리기도 하고 뒤로 젖히기도 하고 읊기도

하고 휘파람을 불기도 하면서 마음놓고 놀기도

하니 천지도 넓고 넓으며 세월도 한가하다 중국

복희 황제의 태평성대를 내가 잘 몰랐더니 지금이

바로 그것이로구나 신선이 어떤 것인지 잘 몰랐

더니 내가 바로 신선이로구나

rarr본사9 - 취흥

江山風月(강산풍월) 거

리고 내 백년을 다누리면

岳陽樓(악양루) 샹의 李太白(이태백)이 사라 오다

浩蕩情懷(호탕 정회)야 이에서 더

소냐

이 몸이 이렁 굼도 亦君恩(역군은)이샷다

아름다운 대자연을 거느리고 내 한평생을 다 누리

면 조망이 좋기로 이름난 악양루 위의 이태백이

살아온다한들 넓고 큰 마음이야 이것보다 더 하겠

는가 이몸이 이렇게 지내는 것도 역시 임금님의

은혜이시도다

rarr결사 - 호탕한 정회와 군은

면앙정의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지은이가 41세 되던 해 벼슬을 그만두

고 향리인 전라남도 담양에 내려가 면앙정이라는

정자를 짓고 아름다운 자연을 벗삼아 사는 자신의 풍

류 생활을 노래한 것이다 면아정 주변의 경치4계절의

풍경 자신의 풍류 생활에 대한 멋과 흥취를 짜임새 있

게 그려낸 선경 후정의 작품이다

우리 江湖歌道(강호가도)의 전형을 확립한 작품으로

정극인의 상춘곡을 이어받아 송강의 성산별곡관동별곡

에 크게 영향을 끼쳤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결사 끝

부분의 lsquo亦君恩(역군은)이샷다rsquo와 같은 표현은 맹사성의

lsquo강호사시가rsquo에도 나타나는 것으로 자연속에서 지내는

즐거움과 연군 지정을 결합시킨 표현이라 할 수 있다

관동별곡

정 철

江강湖호애 病병이 깁퍼 竹

林님의 누엇더니 關관東

동 八팔百

里니에 方방面면을 맛디시니 어와 聖셩恩

은이야 가디록 罔망極극

다 延연秋츄門문 드리

慶경會회 南남門문

라보며 下하直직고 믈너나니 玉

옥節졀이 알

셧다

平평丘구驛역

라 黑흑水슈로 도라드니 蟾셤江

강은 어듸메오 雉티岳악이 여긔로다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의 병이 깊어 전라남도 창평에서

지내고 있었는데 800리나 되는 강원도 지방의 관찰사

소임을 맡기시니 아아 임금님의 은혜야말로 갈수록

끝이 없다 연추문으로 달려들어가 경회루의 남쪽문을

바라보며 임금님께 하직 인사를 하고 물러나니 옥절이

앞에 서 있다 양주(평구역)역에서 말을 갈아타고 여주

(흑수)로 돌아 들어가니 원주(섬강)는 어디인가 치악

산이 여기로구나

서사1-관찰사 배명과 부임의 여정

昭쇼陽양江강

린 믈이 어드러로 든단 말고 孤고臣신

去거國국에 白

髮발도 하도 할샤 東동州

밤 계오

새와 北븍寬관亭뎡의 올나

니 三삼角각山산 第뎨一일

峰봉이

마면 뵈리로다 弓궁王왕 大대闕궐 터희 烏오

鵲쟉이 지지괴니 千쳔古고 興흥亡망을 아

다 몰

다 淮회陽양 녜 일홈이 마초아

시고 汲급長

孺유

風풍彩

를 고텨 아니 볼 게이고

소양강 흘러내린 물이 어디로 흘러들어간단 말인가 외

로운 신하가 임금님 곁을 떠남에 있어서 나라에 대한

걱정이 많기도 하구나 철원(동주)에서 밤을 겨우 새운

후 북관정에 오르니(임금님이 계신 한양에 있는)삼각

산의 제일 높은 봉우리가 웬만하면 보일 것 같구나 옛

날 궁예왕이 살았던 대궐 터에 까마귀와 까치만 지저귀

고 있으니 먼 옛날의 흥망 성쇠를 까마귀와 까치 너희

들은 아느냐 모르느냐 회양이라는 이름이 옛날 중국의

지명인 회양과 마침 똑같구나(중국 회양 땅에서 선정

을 베푼)급장유의 모습을 이제 다시 (여기서)볼 수 있

지 않겠는가(급장유가 중국 회양땅에서 선정을 베푼

것처럼 정철 자신도 이곳 강원도 회양땅에서 선정을 베

풀겠다는 포부를 나타냄)

서사 2-관내 순력과 선정에 대한 포부

營영中듕이 無무事

고 時시節졀이 三삼月월인 제

花화川쳔 시내길히 楓풍岳악으로 버더 잇다 行

裝장

을 다

티고 石셕逕경의 막대 디퍼 百백川쳔洞동 겨

두고 萬만瀑폭洞동 드러가니 銀은

무지게 玉

龍룡의 초리 섯돌며

十십里리의

자시니 들을 제

우레러니 보니

눈이로다

감영(지금의 도청)안에 아무 일이 없고 시절이 마침 삼

월인 때에 화천 시냇길이 금강산으로 뻗어 있다 행장

을 다 떨쳐 버리고 돌길에 지팡이를 짚어 백천동 곁을

지나 만폭동으로 들어가니 은같은 무지개 옥 같은 용

의 꼬리처럼 생긴 폭포가 섞어 돌며 뿜는 소리가 십 리

에 깔려 있으니 멀리서 들을 때는 우렛소리더니 가까

이 가서 보니 눈(雪)이 날리는 것 같구나

본사1-만폭동 폭포의 장관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26 -

金금剛강臺

우層층의 仙션鶴학이 삿기 치니 春츈

風풍 玉옥笛

聲셩의 첫

돗던디 縞호衣의玄현裳

샹이 半반空공의 소소

니 西셔湖호

主쥬人인을

반겨셔 넘노

금강대 맨 꼭대기에 사는 선학이 새끼를 치니 봄바람

옥피리 소리에 첫 잠을 깨었던지 흰 저고리 검은 치마

로 단장한 학이(학의 날개 묘사) 공중에 솟아 뜨니 옛

날 중국 서호에서 학과 더불어 노닐던 임포를 반겨 맞

는 것 같구나(정철 자신을 임포처럼 생각함)

본사2-금강대 위의 선학

小쇼香향爐노 大대香향爐노 눈 아래 구버보고 正졍陽

양寺

眞진歇헐臺

고텨 올나 안

마리 廬녀山산 眞

진面면目목이 여긔야 다 뵈

다 어와 造조化화翁옹이

토 헌

거든

디 마나 셧거든 솟디 마나

芙부蓉용을 고잣

玉옥을 믓것

東동溟명

을 박

北북極극을 괴왓

놉흘시고 望망高

고臺

외로올샤 穴혈望망峰봉이 하

의 추미러 므

일을

로리라 千쳔萬만劫겁 디나

록 구필 줄 모

다 어와 너여이고 너

향로처럼 생긴 크고 작은 봉우리를 눈아래 굽어보고 나

서 정양사를 지나 진헐대에 다시 올라 앉으니 금강산

의 참모습이 여기서야 다 보이는구나 아아 조물주가

야단스럽기도 야단스럽구나(산봉우리들이)날아가려거

든 뛰지나 말든가 서있으려거든 (위로)솟지나 말든가

할일이지 연꽃을 꽂아 놓은 것 같기도 하고흰 옥을

묶어 놓은 것 같기도 하고 북극성을 떠받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높구나 망고대 외롭구나 혈망봉이 하늘

에 치밀어서 무슨 일을 아뢰려고 오랜 세월이 지나도록

굽힐 줄을 모르느냐 아아 너로구나 너같은 충신이

또 있을까(진헐대에서 바라본 많은 산봉우리들이 굳굳

한 모습으로 서있는 것을 보고 충신의 지조와 절개를

연상하여 표현한 구절)

본사 3-진헐대에서의 조망

心심臺

고텨 올나 衆듕香향城셩

라보며 萬만

二이千쳔峰봉을 歷녁歷녁히 혀여

니 峰봉마다

쳐 잇

고 긋마다 서린 긔운

거든 조티마나 조커든

디 마

나 뎌 긔운 흐터 내야 人인傑걸을

고쟈 形형容용

도 그지업고 체체勢셰도 하도 할샤 天텬地디 삼기실

제 自

然연이 되연마

이제 와 보게 되니 有유情정

도 有유情정

개심대를 다시 올라가서 중향성을 바라보며 금강산 만

이천 봉우리를 똑똑히 헤아려 보니 산봉우리마다 정기

가 맺혀 있고 봉우리 끝마다 서린 기운(정기) (산의

정기가)맑거든 깨끗하지나 말든가 깨끗하거든 맑지나

말 것이지(산의 정기가 맑고도 깨끗하다는 의미) 저

기운을 흩어 내어 뛰어난 인물을 만들고 싶구나 산봉

우리의 생긴 모양이 끝이 없이 다양하고 자세도 많기도

하구나 천지가 생겨날 때 자연히 된 줄 알았더니 이제

와서 보니까 조물주의 뜻이 분명히 있구나

본사 4-개심대에서의 조망

毗비盧로峰봉 上샹上샹頭두의 올라 보니 긔 뉘신고

東동山산 泰태山산이 어

야 놉돗던고 魯노國국 조븐

줄도 우리

거든 넙거나 넙은 天텬下하 엇

닷 말고 어와 뎌 디위

어이

면 알 거이고 오

디 못

거니

려가미 고이

비로봉 맨 꼭대기에 올라본 사람이 그 누구인가

동산과 태산이 그 얼마나 높던가 노나라가 작다는 것

도 우리는 모르겠는데 넓고도 넓은 천하를 어떻게 해서

작다고 공자께서는 말씀하신단 말인가 아아 저 공자

의 경지를 어떻게 하면 알 것인가 올라가지 못하는데

내려가는 것이 이상하랴

본사 5-비로봉을 본 감회

圓원通통골

길로 獅

峰봉을

자가니 그 알

너러바회 化화龍룡쇠 되여셰라 千쳔年년 老노龍룡

이 구

서려 이셔 晝듀夜야의 흘녀 내여 滄창海

해예 니어시니 風풍雲운을 언제 어더 三삼日일雨우

디련

다 陰음崖애예 이온 플을 다 살와 내여

원통골 가느다란 길로 사자봉을 찾아가니 그 앞에 넓고

평평한 바위가 화룡소가 되었구나 마치 천 년이나 묵

은 늙은 용(정철 자신을 지칭함)이 굽이굽이 서려 있어

서 밤낮으로 물을 흘려 내어 푸른 바다에 이어졌으니

용(작자 자신)아 너는 언제 풍운(선정의 기회)을 얻어

서 임금님의 은총을 백성들에게 내리려느냐 굶주리고

헐벗은 백성들을 다 살려 내려무나

본사 6-화룡소에서의 감회

磨마訶하衍연 妙묘吉길祥샹 雁안門문재 너머 디여 외

나모

리 佛블頂뎡臺

올라

니 千쳔尋심絶졀

壁벽을 半반空공애 셰여 두고 銀은河하水슈 한 구

촌촌이 버혀 내여 실

티 플텨이셔 뵈

티 거러시니

圖도經경 열 두 구

내 보매

여러히라 李니謫

션 이제 이셔 고텨 의논

게 되면 廬녀山산이 여긔도

곤 낫단 말 못

려니

마하연 묘길상을 구경하고 안문재를 넘어 내려가 외

나무 썩은 다리를 건너 불정대에 오르니 천길이나 되는

낭떠러지를 공중에 세워 놓고 은하수 한 굽이를 마디

마디 베어 내어 실같이 풀어 가지고 베처럼 걸었으니

도경(금강산 12폭포를 그림으로 그려놓은 그림책)에는

폭포가 열두굽이로 되어 있지만 내가 보기에는 그보다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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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많아 보인다 이태백이 지금 살아 있어서 다시(금강

산 12폭포와 중국의 여산폭포를 비교) 논의하게 된다

면 여산 폭포가 여기보다 더 낫다는 말은 못 할 것이

본사 7-십이 폭포의 장관

山산中듕을

양 보랴 東동海해로 가쟈

라 籃남輿여

緩완步보

야 山산映영樓누의 올나

니 玲녕瓏농 碧벽

溪계와 數수聲셩啼뎨鳥됴

離니別별을 怨원

旌졍旗긔를

티니 五오色

이 넘노

鼓고角각을

섯부니 海해雲운이 다것

鳴명沙사길 니근

이 醉

仙션을 빗기 시러 바다

두고 海

棠당花화로 드러가니 白

鷗구야

마라 네 버딘 줄 엇디 아

산중의 경치만 노상 보겠는가 동해로 가자꾸나 남녀

(뚜껑없는 가마)를 타고 천천히 걸어서 산영루(정자이

름)에 오르니 영롱하게 반짝이는 시냇물과 갖가지 소

리로 우는 새는 나와의 이별을 싫어하는 듯 여러 가지

깃발을 휘날리니 오색(빨강파랑검정노랑흰색등의

깃발)이 넘나들며 노는 듯 북과 피리를 섞어 부니 바

다의 구름이 다 걷히는 듯하다 모래밭 길에 익숙한 말

이 도취한 신선을 비스듬히 태우고 해변을 따라 해당

화가 피어 있는 곳으로 들어가니 백구야 날아가지 마

라 내가 네 친구일수도 있지 않느냐

본사 8-동해로 가는 감회

金금闌난窟굴 도라드러 叢총石셕亭뎡 올라

니 白

옥樓누 남은 기동 다만 네히 셔 잇고야 工공슈의 셩녕

인가 鬼귀斧부로 다

가 구

야 六뉵面면은 므어슬

象샹톳던고

금난굴을 돌아들어서 총석정에 오르니 바다 가운데에

돌기둥 네 개가 백옥루의 남은 기둥처럼 서 있구나 저

네 개의 돌기둥은 공수(중국 고대의 명공)가 만든 것인

가 귀신의 도끼로 다듬었는가 구태여 그 돌기둥이 여

섯 모가 난 것은 무엇을 본뜬 것인가

본사 9-총석정의 장관

高고城셩을란 뎌만 두고 三삼日일浦포

자가니 丹

단書셔

宛완然연

되 四

仙션은 어

가니 예 사흘

머믄 後후의 어

머믈고 仙션遊유潭담 永영郎

냥湖호 거긔나 가 잇

가 淸

澗간亭뎡 萬만景경臺

몃 고

안돗던고

고성을 저만큼 두고 삼일포를 찾아가니 영랑의 무리

(신라 때 네 명의 화랑 곧 사선)가 남쪽으로 갔다는

글씨는 뚜렷한데 사선은 어디 갔는가 여기서 사흘을

머문 후에 어디 가서 또 머물렀을까 선유담 영랑호

거기나 가 있는가 청간정 만경대 몇 곳에 앉았던가

본사 10-삼일포에서의 회고

梨니花화

셔 디고 졉동새 슬피 울 제 洛낙山산東

동畔반으로 義의相샹臺

예 올라 안자 日일出츌을 보

리라 밤듕만 니러

니 祥샹雲운이 집

동 六뉵龍뇽

이 바퇴

동 바다

날 제

萬만國국이 일위더니

天텬中듕의 티

니 毫호髮발을 혜리로다 아마도 녈구

름 근쳐의 머믈셰라 詩시仙션은 어

가고 咳

唾타만

나맛

니 天텬地디間간 壯장 긔별

셔히도

셔이

배꽃은 벌써 떨어지고 접동새가 슬피 울 때에 낙산의

동쪽 언덕에 있는 의상대에 올라앉아 해 뜨는 것을 보

려고 한 밤중에 일어나니 상서로운 구름이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듯 여섯 마리의 용이 떠받치고 있는 듯

해가 바다에서 떠날 때는 온 세상이 흔들리는 것 같더

니 하늘로 치솟아 오르니 가느다란 터럭을 셀 수 있을

정도로 밝구나 혹시나 지나가는 구름(간신을 비유함)

이 햇빛을 가릴까 두렵다 이백은 어디 가곡 그가 남긴

유명한 말(咳唾(해타)-이백은 lsquo등금릉봉황대rsquo라는 시에

서 간신이 임금의 총명을 흐리게 하는 것을 구름이 해

를 가리는 것에 비유했음)만 남아 있는가 천지간에 굉

장한 소식(사연)이 그의 시에 자세히도 표현되어 있구

본사 11-의상대에서의 일출의 장관

斜샤陽양 峴현山산의 척

을 므니

와 羽우蓋개芝

지輪륜이 鏡경浦포로

려가니 十십里리 氷빙紈환을

다리고 고텨 다려 長

松숑 울흔 소개 슬

장 펴뎌시

니 믈결도 자도 잘샤 모래

혜리로다 孤고舟쥬 解

纜람

야 亭뎡子

올나가니 江강門문橋교 너믄

大대洋양이 거긔로다 從

容용댜 이 氣긔像샹

闊활遠원댜 뎌 境경界계 이도곤

어듸 잇

닷 말고 紅홍粧장 古고事

리로다

江강陵능 大대都도護호風풍俗쇽이 됴흘시고 節졀孝효

旌졍門문이 골골이 버러시니 比비屋옥可가封봉이 이제

도 잇다

저녁 햇살이 비치는 현산의 철쭉꽃을 잇달아 밟으면서

신선을 태운 수레가 경포로 내려가니 십 리나 되는 비

단을 (다리미로)다리고 다시 다린 것처럼 맑고 깨끗한

수면이 큰 소나무가 둘러싼 속에 실컷 펼쳐져 있으니

물결도 잔잔하기도 잔잔하구나 모래를 셀 수 있을 것

같도다 배 한 척을 띄워 호수를 건너가서 정자 위에

올라가니 강문교 바로 너머에 넓은 바다가 거기로구

나 조용하구나 이 기상 넓고 멀구나 저 경계(수평

선) 여기보다 더 (경치가) 잘 갖추어진 곳이 또 어디

있단 말인가 박신과 흥장의 옛일을 야단스럽다고 할

것이로다 강릉 대도호부의 풍속이 좋기도 하구나 충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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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효자 열녀 등을 표창하는 문이 고을마다 널려 있

으니 요순 시대처럼 집집마다 벼슬을 봉할 만하다는

것이 지금도 있다 할 것이로다

본사 12-경포의 장관과 강릉의 미풍 양속

眞진珠쥬館관 竹

西셔樓루 五오十십川쳔

린 믈이 太

태白

山산 그림재

東동海

로 다마 가니

하리 漢

한江강의 木목覓멱의 다히고져 王왕程뎡이 有유限

고 風풍景경이 못 슬

니 幽유懷회도 하도 할샤 客

愁수도 둘 듸 업다 仙션사

워 내여 斗두牛우로 向

살가 仙션人인을

려 丹단穴혈의 머므살가

진주관 죽서루 아래 오십천에 흘러내리는 물이 태백산

그림자를 동해로 담아가지고 흘러가니 차라리 저 물을

임금님이 계신 서울 남산에 닿게 하고 싶다 관원의 여

정에는 기한이 있고 풍경은 싫증이 나지 않으니 그윽

한 회포도 많기도 많구나 나그네의 시름도 둘 곳이 없

다 신선이 탄다는 뗏목을 띄워서 북두성과 견우성으로

향할까 사선을 찾으러 단혈에 머무를까

본사 13-죽서루에서의 객수

天텬根근을 못내 보와 望망洋양亭뎡의 올은말이 바다

밧근 하

이니 하

밧근 므서신고

득 노 고래 뉘

라셔 놀내관

블거니

거니 어즈러이 구

디고 銀

은山산을 것거 내여 六뉵合합의

五오月월

天텬의 白

雪셜은 므

일고

하늘의 끝을 끝내 못 보아 망양정에 오르니 바다 밖은

하늘인데 하늘 밖은 무엇인가 가뜩이나 노한 고래를

누가 놀리게 하기에 불기도 하고 뿜기도 하면서 어지럽

게 구는 것인가 은으로 된 산을 꺾어 내어 온 세상에

흩어 내리는 듯 오월의 아득한 하늘에 흰 눈이 무슨 일

인가

본사 14-망양정에서의 조망

져근덧 밤이 드러 風풍浪낭이 定뎡

扶부桑상 咫

지尺

의 明명月월을 기

리니 瑞셔光광 千쳔丈

고야 珠쥬簾렴을 고텨 것고 玉옥階계

다시 쓸며 啓계明명星셩 돗도록 곳초 안자

라보니

蓮년花화 가지

뉘라셔 보내신고 일이 됴흔

世세界계

대되 다 뵈고져

流뉴霞하酒쥬

득 부어

려 무론 말이 英영雄웅은

가며 四

仙션은 긔 뉘러니 아

나 맛나 보아

긔별 뭇쟈

니 仙션山산 東동海

예 갈 길히 머도

멀샤

잠깐 사이에 밤이 되어 풍랑이 가라앉거늘 해와 달이

뜬다는 부상 가까운 거리에서 밝은 달을 기다리니 천

길이나 뻗친 상서로운 달빛이 보이는 듯하다가 숨는구

나 구슬로 만든 밭을 걷어 올리고 돌층계를 다시 쓸며

샛별이 돋을 때까지 꼿꼿이 앉아 바라보니 흰 연꽃 한

송이를 누가 보내셨는가 이렇게 좋은 세계를 남에게

다 보이고 싶구나 신선주를 가득 부어 들고 달에게 묻

기를ldquo영운은 어디 갔으며 사선 그들은 그 누구이더

냐rdquo 아무나 만나 보아 옛 소식을 물으려 하니 삼신산

이 있다는 동해에 갈 길이 멀기도 멀구나

결사 1-동해의 달맞이

松숑根근을 볘여 누어 픗

을 얼픗 드니

애 사

이 날

려 닐온 말이그

내 모

랴 上샹界계예 眞

진仙션이라 黃황庭뎡經경一일字

엇디 그

닐거

두고 人인間간의 내려와셔 우리

다 져근덧

가디 마오 이 술 잔 머거 보오 北북斗두星셩 기우

려 滄챵海

水슈 부어 내여 저 먹고 날 머겨

서너

잔 거후로니 和화風풍이 習습習습

야 兩냥腋

을 추

혀 드니 九구萬만里리 長

空공애 져기면

리로다 이

술 가져다가 四

예 고로

화 億억萬만 蒼창生

을 다 醉

근 後후의 그제야 고텨 맛나

고야 말 디쟈 鶴학을

고 九구空공의 올나가니

空공中듕 玉옥蕭쇼 소

어제런가 그제런가

나도

여 바다

구버보니 기

거니

인들 엇디 알리 明명月월이 千천山산萬만落낙의 아니

비쵠

업다

소나무 뿌리를 베고 누워서 선잠을 얼핏드니

꿈에 한 사람이 나더러 이르기를 ldquo그대(송강)를 내가

모르랴 그대는 하늘 나라의 진짜 신선이라 황정경의

한 글자를 어찌하여 잘못 읽어 가지고 속세로 귀양와서

우리를 따르는가 잠깐 동안 가지 말고 이 술 한잔 먹

어 보오rdquo 북두칠성을 국자 삼아 푸른 바닷물을 잔에

부어 저도 먹고 나도 먹이거늘 서너잔을 기울이니 화

창한 바람이 산들산들 불어 양쪽 겨드랑이를 추켜드니

구만리나 되는 먼 하늘에 웬만하면 날 것 같구나

ldquo이 술을 가져다가 온 세상에 골고루 나누어 모든 백성

들을 다 취하게 만든 후에 그 때에야 다시 만나 또 한

잔 하자꾸나lsquo

그 말이 끝나자 신선(꿈에 한 사람)은 학을 타고 하늘

로 올라가니 공중에서 들려오는 옥피리 소리가 어제던

가 그제던가 싶게 어렴풋하구나 나도 잠을 깨어 바다

를 굽어보니 그 깊이를 모르는데 끝이야 더욱 어떻게

알겠는가 밝은 달이 온 세상에 아니 비친 곳이 없다

결사 2-꿈속의 선연

lt송강가사(松江歌辭) 이선본(李選本gt

지은이가 45세 되던 선조 13년(1580)에 강원도 관찰사

에 배임(拜任)되어 부임하는 과정과 원주에 부임한 후

틈을 내어 관동 팔경을 비롯한 강원도 내의 명승지를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29 -

두루 유람하며그 승경(勝景)과 인정 풍속을 비롯해서

연군(戀君)애민의 정(情) 및 선연(仙緣)을 노래한 기행

가사의 대표적인 작품이다 멀게는 고려 충숙왕 때 안

축이 지은 경기체가 형식의 [관동별곡]과 가깝게는 명

종때 백광홍이 지은 [관서별곡] 송순의 [면앙정가]의

영향을 받은 작품으로 표현이 명쾌화려하고 탄력이 넘

치며 활달하고 낭만적이어서 지은이의 호탕한 기상이

잘 나타나 있다

총 295구로 이루어진 장편 기행 가사로 서사(처음~급

당유 풍 고텨 아니 볼 게이고) 본사(영둥이 무고~오월 댱텬의 셜은 므일고) 결사(져근덧 밤이

드러~아니 비쵠 업다)로 구성되어 있다

산에서 바다로 이어지는 여정은 그 각각의 이미지를 매

개로 하여 인간의 두 가지 존재 양식 사이에서 갈등하

는 작가의 모습을 보여 준다 산에서 본 경치는 백색의

이미지로서 고결한 위정자로서의 풍모를 드러내고 있으

며 바다에서는 인간 본연의 영원한 세계를 갈구하는

자유 분방한 정신을 표출하고 있다

다양한 어휘와 적절한 수사법을 능란하게 구사함으로

써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한층 높은 경지로 끌어 올린

작품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사미인곡(思美人曲)

송강 정 철

이 몸 삼기실 제 님을 조차 삼기시니 緣分(연분)이며 하 모 일이런가 나 나 졈어 잇

고 님 나 날 괴시니 이 음 이 랑 견졸 노여 업다

이 몸이 태어날 때에 임을 따라서 태어나니 한평생의

연분이며 하늘이 모를 일이던가내가 오직 젊어 있고

임은 오직 나를 사랑하시니 이 마음과 이 사랑을 비교

할 곳이 전혀 없다

서사 1-임과의 인연

平生(평)애 願(원) 요 녜자 얏더니

늙기야 므 일로 외오 두고 글이고 엇그제 님

을 뫼셔 廣寒殿(광한뎐)의 올낫더니그더 엇디

야 下界(하계)예 랴오니 올 적의 비슨 머리 얼

킈연디 三年(삼년)이라 臙脂粉(연지분) 잇마 눌 위여 고이고 음의 친 실음 疊疊(텹텹)

이 혀 이셔 짓니 한숨이오 디니 눈믈이라

人生(인)은 有限(유) 시도 그지업다

평생에 원하기를 임과 함께 살아가고자 했는데 늙어서

야 무슨일로 외따로 두고 그리워하는가 엊그제 임을

모시고 광한전에 올라 있었는데 그 사이에 어찌하여 이

하계에 내려왔느냐 임을 떠나 올 적에 빗은 머리가 헝

클어진 지삼 년일세 연지와 분이 있지마는 누구를 위

해서 예쁘게 화장할 것인가 마음에 맺힌 시름이 겹겹

이 쌓여 있어서 짓는 것이 한수밍요 떨어뜨리는 것이

눈물이라 인생은 한이 있는데 시름은 끝이 없다

서사 2-임에 대한 그리움

無心(무심) 歲月(셰월)은 믈 흐 고야 炎

凉(염냥)이 아라 가 고텨 오니 듯거니

보거니 늣길일도 하도 할샤

아무 생각이 없는 세월은 물 흐르듯 빨리 지나가는구

나 더위와 추위가 때를 알아서 가자마자 다시 오니 듣

고 보는 가운데서 느낄일이 많기도 많구나

서사 3-세월의 무상함

東風(동풍)이 건듯 부러 積雪(젹셜)을 헤텨내니 窓

(창) 밧긔 심근 梅花(화) 두세 가지 픠여셰라 득 冷淡(담) 暗香(암향)은 므 일고 黃昏

(황혼)의 이 조차 벼 마 빗최니 늣기 반기 님이신가 아니신가

뎌 梅花(화) 것거 내여 님 겨신 보내오져 님

이 너 보고 엇더타 너기실고

봄바람이 문득 불어서 쌓인 눈을 헤쳐내니 창밖에 심은

매화가 두세 가지 피었구나 가뜩이나 쌀쌀하고 담담한

데 그윽하게 풍기는 향기는 또 무슨 일인가 황혼에 달

이 따라와 배갯머리에 비치니흐느껴 우는 듯 반기는

듯하니 임이신가 아니신가 저 매화를 꺾어 내어 임 계

신 곳에 보내고 싶다 그러면 임이 너 (매화)를 보고

어떻다고 생각하실까

본사 1-춘원(春怨)

디고 새 닙 나니 綠陰(녹음)이 렷 羅幃

(나위) 寂寞(젹막)고 繡幕(슈막)이 뷔여 잇다 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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蓉(부용)을 거더 노코 孔雀(공쟉)을 둘러 두니 득 시 한 날은 엇디 기돗던고鴛鴦錦(원앙금)

버혀 노코 五色線(오션) 플텨 내여 금자 견화

이셔 님의 옷 지어 내니 手品(슈품)은니와 制度

(졔도)도 시고 珊瑚樹(산호슈) 지게 우 白玉函(옥함)의 다마 두고 님의게 보내오려 님 겨신

라보니 山(산)인가 구롬인가 머흐도 머흘시

고 千里 萬里(쳔리 만리)길흘 뉘라셔 자갈고니

거든 여러 두고 날인가 반기실가

꽃이 지고 새 잎이 피어나니 녹음이 우거졌는데 비단

포장이 적막하고 수놓은 장막이 텅 비어 쓸쓸하다 연

꽃을 수놓은 비단 휘장을 걷어 놓고 공작을 수놓은 병

풍을 둘러 치니 가뜩이나 시름이 많은데 날은 어찌 그

리 길던가 원앙새 수놓은 비단을 베어 놓고 오색실을

풀어 내어 좋은 자로 재어서 임의 옷을 지어내니 솜씨

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격식도 갖추었구나 백옥으로

만든 함에 담아 산호로 만든 지게 위에 얹어 놓고 임에

게 보내려고 임 계신 곳을 바라보니 산인지 구름인지

험하기도 험하구나 천만 리나 되는 먼 길을 누가 찾아

갈 것인가 가면은 함을 열어 놓고 나를 본것처럼 반가

워하실까

본사2-하원(夏怨)

밤 서리김의 기겍러기 우러 녤 제 危樓(위루)

에 혼자 올라 水晶簾(슈졍념) 거든말이 東山(산)의

이 나고 北極(븍극)의 별이 뵈니 님이신가 반기

니 눈믈이 절로 난다 淸光(쳥광)을 쥐여 내여 鳳

凰樓(봉황누)의 븟티고져 樓(누) 우 거러 두고

八荒(팔황)의 다 비최여 深山窮谷(심산궁곡) 졈낫

티 그쇼셔

하룻밤 서리가 내린 무렵에 기러기가 울며 지나갈 때

높은 누각에 혼자 올라가 수정으로 만든 밭을 걷으니

동산에 달이 떠오르고 북극성이 보이므로 임이신가 하

여 반가워하니 눈물이 절로 난다 밝은 달을 잡아 내어

임 계신 곳에 보내고 싶구나 임께서 그 달을 누각 위

에 걸어 노고 온 세상을 다 비추어 깊은 산 골짜기 까

지도 대낮같이 밝게 하소서(밝은 정치를 베푸소서)

본사 3-추원(秋怨)

乾坤(건곤)이 閉塞(폐)야 白雪(셜)이 빗친

제 사은니와 새도 긋쳐 잇다 瀟湘南畔(쇼

샹남반)도 치오미 이러커든 玉樓高處(옥누고쳐)야

더욱 닐러 므리陽春(양츈)을 부쳐 내여 님 겨

신 쏘이고져茅簷(모쳠) 비쵠 玉樓(옥누)의

올리고져 紅裳

(홍샹)을 니믜 고 翠袖(슈) 半(반)만 거더

日暮脩竹(일모슈듁)의 혬가림도 하도 할샤 댜 수이 디여 긴 밤을 고초 안자 靑燈

(쳥등) 거른 겻 鈿箜葔(뎐공후)노하 두고 의나

님을 보려 밧고 비겨시니 鴦衾(앙금)도 도

샤 이 밤은 언제 샐고

하늘과 땅이 꽉막힌 것처럼 흰 눈으로 온통 덮여 있으

니 사람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날아디는 새도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다 소상강 남쪽 지방같이 따뜻한 이 곳

도 추위가 이러한데 하물며 임계신 북쪽 지방이야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따뜻한 봄볕을 부쳐 내어 임 계신

곳에 쏘이고 싶다 초가집 처마에 비친 해를 임계신 곳

에 올리고 싶다 붉은 치마를 여미어 입고 푸른 소매를

반쯤 걷어 해질 무렵 대나무에 의지하여 여러 가지 생

각이 많기도 하구나 짧은 겨울해가 이내 넘어가니 긴

밤을 꼿꼿이 앉아서 청사초롱을 걸어 둔 곁에 자개 입

힌 공후를 놓아 두고 꿈에나 임을 만나 보려고 턱을

받치고 기대어 있으니 원앙금침이 차갑기도 하구나 이

밤은 언제 샐것인가

본사 4-동원(冬怨)

도 열두 도 셜흔 날 져근덧 각마

라 이 시 닛쟈 니 의 쳐 이셔 骨髓(골

슈)의 텨시니 扁鵲(편쟉)이 열히 오나 이 병을

엇디리 어와 내 병이야 이 님의 타시로다 하

리 싀어디여 범나븨 되오리라 곳나모 가지마다 간

죡죡 안니다가 향 므든 애로 님의 오 올므

리라 님이야 날인 줄 모셔도 내 님 조려 노

하루도 열두 때 한 달도 서른 날 잠시 라도 생각을

말아 가지고 이 시름을 잊으려 해도 마음 속에 맺혀

있어서 뼛속까지 사무쳤으니 편작 같은 명의가 열명이

온다 한들 이 병을 어찌할 것인가

아아 내 병이여 이 병을 어찌할 것인가

아아 내 병이여 이 임의 탓이로다 차라리 죽엇 호랑

나비가 되리라 꽃나무 가지에 가는 곳마다 앉으며 돌

아다니다가 향기 묻은 날개로 임의 옷에 앉으리라 임

께서 나인 줄을 모르신다 해도 나는 끝까지 임을 따르

려 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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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사 -임을 향한 변함 없는 마음

lt성주본 송강가사gt

작품의 감상

작자가 50세 되던 해에 반대 정파의 탄핵을 받고 전남

창평으로 물러나 우거(寓居)하면서 임금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여인이 사랑하는 사람을 그리는 심정에 의탁하

여 부른 노래이다 이 작품의 제목인 〈사미인곡(思美

人曲)〉은 중국 굴원이 지은 〈이소(離騷)〉의 제 9편

에 나오는 lsquo사미인(思美人)rsquo이라는 편명에서 따온 것으

로 보이며 그 작품 역시 충군(忠君)의 내용을 담고 있

어 내용 또한 그 영향을 받은 것으로 짐작된다

또 임금을 임으로 설정하여 노래한 것은 고려 속요인

〈정과정〉과 맥을 같이하고 있으며 임에 대한 헌신적

사랑의 표현은 〈가시리〉〈동등〉등과 접맥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작품은〈속미인곡〉과 더불어 가사 문학의 극치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일찍이 서포 김만중은 〈사미인

곡〉 〈속미인곡〉 〈관동별곡〉을 가리켜 lsquo좌해진문

장 지차삼편(左海眞文章 只此三篇우리 나라의 참된 문

장은 오직 이 세 편뿐이다)rsquo라고 하였다 이 노래는

서사 본사 결사 세 부분으로 되어 있는데 본사는 다

시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나뉘어 있다

속미인곡(續美人曲)

송강 정 철

뎨 가 뎌 각시 본듯도 뎌이고

天上(텬상) 白玉京(옥경)을 엇디야 離別(니별)고

다 뎌 져믄 날의 눌을 보라 가시고

저기가는 저 젊은 여인 본 듯도 하구나 임금님이 계

시는 서울을 어찌하여 이별하고 해가 다 져서 저무는

날에 누구를 보러 가시는 고

rarr서사1 - 서울을 떠나온 이유(갑녀의 질문)

어와 네여이고 내 셜 드러보오

내 얼굴 이 거동이 님 괴얌즉 냐마

엇딘디 날 보시고 네로다 녀기실나도 님을 미더 군디 전혀 업서

이야 교야 어러이 구돗디

반기시 비치 녜와 엇디 신고

누어 각고 니러 안자 혜어니

내 몸의 지는 죄 뫼티 혀시니

하히라 원망며 사이라 허믈랴

셜워 플텨 혜니 造物(조물)의 타시로다

아아 너로구나 내 사정 이야기를 들어보오

나의 생김새와 행동거지가 임의 사랑을 받을 수 있겠느

냐마는 어쩐지 나를 보시고 (내가 사랑할 사람은 바

로) 너로구나 하며 특별히 사랑하시기에 나도 임을 믿

어 딴 생각이 전혀 없어 응석과 애교를 부리면서 (얼마

나) 어지럽게 굴었던지 (나를) 반가워 하시는 얼굴빛

이 예날과 어찌 다르신가 누워 생각하고 일어나 앚아

헤아리니 내 몸의 지은 죄가 산같이쌓였으니 하늘을 원

망하겠으며 사람을 탓하겠는가 하도 서러워 여러 가지

로 깊이 생각해보니 조물주의 탓이로구나

rarr서사2 - 자책과 체념(을녀의 대답)

글란 각 마오

그렇게는 생각하지 마시오

rarr본사1 - 갑녀의 위로

친 일이 이셔이다

님을 뫼셔 이셔 님의 일을 내 알거니

믈튼 얼굴이 편실적 몃날일고

春寒(츈한) 苦熱(고열)은 엇디야 디내시며

秋日(츄일) 冬天(동텬)은 뉘라셔 뫼셧고

粥早飯(쥭조반) 朝夕(조석)뫼 녜와 티 셰시가

기나긴 밤의 은 엇디 자시고

마음 속에 맺힌 일이 있습니다 예전에 임을 모신적이

있어서 임의 일을 내가 잘 아는데 물과 같이 연약한

체질이 편하실 때가 며칠이나 될꼬 이른 봄의 추위와

한여름의 더위를 어떻게 지내시며 가을과 겨울날은 누

가 모셨는가 죽조반과 아침 저녁 진지는 옛날과 같이

잘 잡수시는가 기나긴 밤에 잠은 어떻게 주무시는가

rarr본사2-임에 대한 염려(을녀의 사설)

님다히 消息(소식)을 아무려나 아쟈니

오도 거의로다 일이나 사 올가

내 둘 업다 어드러로 가쟛 말고

잡거니 밀거니 놉픈 뫼 올라가니

구름은 니와 안개 므일고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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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川(산쳔)이 어둡거니 日月(일월)을 엇디보며

咫尺(지척)을 모거든 千里(쳔리) 라보랴

리 믈의 가 길히나 보랴니

람이야 믈결이야 어둥졍 된뎌이고

샤공은 어 가고 븬 만 걸렷고

江天(간텬)의 혼자 셔셔 디 구버보니

님 다히 消息(소식)이 더옥 아득뎌이고

임이 계시는 곳의 소식을 어떻게든지 알려고 하니 오늘

도 거의 지나갔구나 내일이나 임의 소식을 전해줄 사

람이 올까 내 마음을 둘 곳이 없다 어디로 가자는 말

인가 (나무같은 것을) 잡기도 하고 밀기도 하면서 높

은 산에 올라가니 구름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안개는

또 무슨 일로 저렇게 기어 있는가 산천이 어두운데 해

와 달을 어떻게 보겠으며 지척을 모르겠는데 천 리나

되는 먼 곳을 (어떻게) 바라몰 수 있으랴 차라리 물가

에 서서 뱃길이나 보려고 하니 바람과 물결이 어수선하

게 되었구나 사공은 어디가고 빈 배만 걸려있는가 강

변에 홀로서서 지는 해를 굽어보니 임계신 곳의 소식이

더욱 아득하구나

rarr본사3-임의 소식을 애타게 기다림(을녀의 사설)

茅簷(모쳠) 자리의 밤듕만 도라오니

半壁(반벽) 靑燈(청등)은 눌 위야 갓고

오며 리며 헷드며 바자니니

져근덧 력진力盡(녁진)야 픗을 잠간 드니

精誠(정셩)이 지극야 의 님을 보니

玉(옥)튼 얼굴이 半(반)이나마 늘거셰라

의 머근 말 슬장 쟈니

눈믈이 바라나니 말인들 어이며

情(정)을 못다야 목이조차 몌여니

오뎐된 鷄聲(계셩)의 은 엇디 돗던고

초가집 차가운 잠자리에 한밤중이 돌아오니 벽에 걸려

있는 등불은 누구를 위하여 밝아 있는가 산을 올라가

기도 하고 내려가기도 하면서 헤메며 오락가락 돌아다

니다가 잠깐 사이에 힘이 다하여 풋잠이 잠깐 들었는

데 정성이 지극하여 꿈속에서 임을 보니 옥과 같이 곱

던 임의 얼굴이 반넘게 늙었구나 마음 속에 품은 생각

을 실컷 아뢰려고 하였더니 눈물이 잇달아 쏟아지니

말인들 어찌하며 정회도 다 못풀어 목마저 메어오니

방정맞은 닭울음소리에 잠은 어찌 깨었던가

rarr본사4-독수공방의 한과 꿈에서 만난 임

(을녀의 사설)

어와 虛事(허)로다 이 님이 어 간고

결의 니러 안자 窓(창)을 열고 라보니

어엿븐 그림재 날 조 이로다

리 싀여디어 落月(낙월)이나 되야이셔

님 겨신 窓(창) 안 번드시 비최리라

아아 헛된 일이로다 내 임이 어디 갔는고 꿈결에 일

어나 앉아 창을 열고 바라보니 불쌍한 그림자만이 나

를 따라올 뿐이로다 차라리 죽어서 지는 달이나 되어

임 계신 창 안에 환하게 비치리라

rarr결사-죽어서라도 임을 따르겠다는 다짐

(을녀의 사설)

각시님 이야니와 구 비나 되쇼셔

각시님 달은커녕 궂은 비나 되십시오

rarr결사-갑녀의 위로

〈해설〉

사미인곡의 속편으로 지은이가 동인(東人)으로 탄핵을

받고 고향인 전라남도 창평에 낙향해 있을 때에 임금

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두 여인의 대화 형식을 빌려 노

래한 작품이다 이 작품의 현대어 해석에 나와 있는 lsquo갑

녀(甲女)rsquo와 lsquo을녀(乙女)rsquo는 편의상 붙인 이름으로 갑녀

는 보조적 위치에 있는 화자이며 을녀가 지은이를 대

변하는 주된 화자이다 〈사미인곡〉과 더불어 가사 문

학의 최고봉이라 일컬어지는데 특히 순수한 우리말의

구사가 절묘하며 대화 형식으로 구성하여 표현에 참신

성을 더한 것은 lsquo금상첨화(錦上添花)rsquo라 할 수 있을 것

이다

홍만종은 〈순오지(旬五志)〉에서 이 작품을 제갈공명

의 〈출사표(出師表)〉에 비견할 만하다고 극찬하였으

며 서포 김만중은 〈서포만필(西浦漫筆)〉에서 ldquo예로부

터 우리 나라의 참된 문장은 오직 이 세 편(사미인곡

속미인곡 관동별곡)뿐이데다시 이 세편에 대하여 논할

것 같으면 그 중에서 속미인곡이 더욱 뛰어나다 관동

별곡과 사미인곡은 오히려 한자음을 빌려서 그 가사 내

용을 꾸민 데 지나지 않는다rdquo라고 하였다

규원가(閨怨歌)

허난설헌

엇그제 저멋더니 마 어이 다 늘거니

少年行樂(소년 행락) 생각니 일러도 속절업다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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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거야 서른 말 자니 목이 멘다

엊그제 젊었었는데 어찌 벌써 다 늙어버렸는가 어린

시절에 즐겁게 지내던 일을 생각하니 말해 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 이렇게 늙은 뒤에 서러운 얘기를 하자니

목이 멘다

rarr기1-늙음의 한탄

父生母育(부생 모육) 辛苦(신고)야 이 내 몸 길러 낼

公侯配匹(공후 배필) 못 바라도 君子好逑(군자 호구) 願

(원)더니

三生(삼생)의 怨業(원업)이오 月下(월하)의 緣分(연분)으

長安遊俠(장안 유협) 輕薄子(경박자)를 치 만나 잇

서 當時(당시)의 용심(用心)기 살어름 디듸는 부모님이 나를 낳아서 고생하여 길러낼 때 높은 벼슬아

치의 배필을 바라지는 못했어도 훌륭한 남자의 좋은

짝이 되기를 원했더니 삼생의 원망스러운 업보요 월

하 빙인이 정해 준 연분으로 놀기 좋아하고 경박한 사

람을 꿈같이 만나 가지고 시집 간 뒤 조심하면서 마음

졸이기를 꼭 살얼음 디디듯하였다

rarr기2-젊은 시절의 회상

三五二八(삼오 이팔) 겨오 지나 天然麗質(천연 여질)절

로 이니

이 얼골 이 態度(태도)로 百年期約(백년 기약) 얏더니

年光(연광)이 훌훌고 造物(조물)이 多時(다시)야

봄바람 가을 믈이 뵈오리 북 지나듯

雪鬂花顔(설빈 화안) 어 가고 面目可憎(면목 가증) 되

거고나

내 올골 내 보거니 어느 님이 날 괼소냐

스스로 慙愧(참괴)니 누구를 怨望(원망)리

십오륙 세가 겨우 지나 타고난 아름다운 모습이 절로

나타나니 이 얼굴 이 태도로 (남편과)평생을 약속하였

더니 세월이 빨리 지나가고 조물주가 시기가 많아서

세월의 빠르기가 베 짤 때 북이 지나가는 듯 젊고 아

름다운 얼굴은 어디로 가고 추한 모습이 되었구나 내

얼굴을 내가 보아 알거니와 어느 임이 나를 사랑하겠는

가 스스로 생각해도 부끄러운데 누구를 원망하리

rarr기3-세월의 무상함과 늙음의 한탄

三三五五(삼삼 오오) 冶遊園(야유원)의 새 사람이 나단

말가

곳 피고 날 저물 제 定處(정처) 업시 나가 잇어

백마(白馬) 금편(金鞭)으로 어어 머므는고

원근(遠近)을 모르거니 消息(소식)이야 더욱 알랴

因緣(인연)을 긋쳐신들 각이야 업슬소냐

얼골을 못 보거든 그립기나 마르려믄

열두 김도 길샤 설흔 날 至理(지리)다

玉窓(옥창)에 심 梅花(매화) 몃 번이나 픠여진고

겨을 밤 차고 찬 제 자최눈 섯거 치고

여름날 길고 길 제 구 비 므스 일고

三春花柳(삼춘 화류) 好時節(호시절)의 景物(경물)이 시

름업다

가을 방에 들고 蟋蟀(실솔)이 床(상)에 울 제

긴 한 숨 디 눈물 속절업시 헴만 만타

아마도 모진 목숨 죽기도 어려울사

몇 명씩 떼지어 다니는 술집에 새 기생이 나타났다는

말인가 꽃 피고 날 저물 때 일정한 거처도 없이 나가

서 호사로운 차림새로 어디어디 가서 머므는가 바깥출

입이 없어 원근 지리를 모르는데 임의 소식이야 더구나

알 수 있으랴 인연을 끊었다고 하지만 임에 대한 생각

이야 어찌 없겠는가 만나지 못할 임이라면 그립지나

말일이지 하루도 열두때 길기도 하구나 한 달이 지루

하다 옥창에 심은 매화가 몇 번이나 피었다가 졌는고

겨울 밤 차고 찬 때에 눈보라가 섞어 치고 여름날 길고

긴 때에 궂은비는 또 무슨 일인가 꽃 피고 새 잎이 돋

는 좋은 계절 봄에도 보이는 경치가 시름이 없다 가을

달이 방에 비치고 귀뚜라미가 침상에서 울 때 긴 한숨

떨어지는 눈물에 헛되이 생각하는 것만 많다 아마도

모진 목숨 죽기도 어렵구나

rarr승-방탕한 남편에 대한 원망과 독수공방의 한

도로혀 풀쳐 혜니 이리 여 어이 리

靑燈(청등)을 돌라 노코 綠綺琴(녹기금) 빗기 안아

碧蓮花(벽련화) 한 곡조를 시름 조 섯거 타니

瀟相夜雨(소상야우)의 댓소리 섯도 華表(화표) 千年(천 년)의 別鶴(별학)이 우니 玉手(옥수)의 타는 手段(수단) 녯 소 잇다마芙蓉帳(부용장) 寂寞(적막)니 뉘 귀에 들리소니

肝腸(간장)이 九曲(구곡)되야 구븨구븨 쳐서라

돌이켜 여러 모로 생각해 보니 이렇게 살아서 어찌하겠

는가 등불을 돌려 놓고 녹기금을 비스듬히 안아 벽련

화 한 곡조를 시름까지 섞어 타니 소상강의 밤비에 대

나무 잎 소리가 섞여 들리는 듯 천년만에 돌아온 학이

화표주에 앉아 우니는 듯섬섬옥수로 타는 솜씨가 옛

소리를 간직하고 있다마는 부용장 안에 임이 없으니 누

구 귀에 들리겠는가 구곡간장이 굽이굽이 끊어지는 것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34 -

같구나

rarr전-거문고로 시름을 달램

하리 잠을 드러 의나 보려 니

바람의 디 닙과 풀 속에 우는 즘생

므스 일 원수로서 잠조차 오다

천상(天上)의 牽牛織女(견우 직녀) 銀河水(은하수) 박혀

서도

七月七夕(칠월 칠석)一年一度(일년 일도)失期(실기)치

아니거든

우리 님 가신 후는 무슨 弱水(약수) 가렷관듸

오거나 가거나 소식(消息)조차 쳣는고

欄干(난간)의 비겨 셔서 님 가신 바라보니

초로(草露) 맷쳐 잇고 暮雲(모운)이 디나갈 제

竹林(죽림) 푸른 고 새 소리 더욱 설다

세상의 서룬 사람 수업다 려니와

薄命(박명) 紅顔(홍안)이야 날 가니 이실가

아마도 이 님의 지위로 살동말동 여라

차라리 잠이 들어 꿈에서나 임을 보려하니 바람에 지는

나뭇잎과 풀 속에서 우는 벌레가 나와 무슨 원수가 졌

길래 잠조차 깨우는가 하늘의 견우 직녀는 은하수가

막고 있어도 일 년에 한 번 칠월 칠석날에는 기약을 어

기지 않고 만나는데 우리 임이 가신 후에는 무슨 약수

가 가로막고 있길래 오고 가는 소식조차 끊어졌는고

난간에 기대어 서서 임 계신 곳을 바라보니 풀잎에 이

슬은 맺혀있고 저녁 구름이 지나갈 때 대나무 숲 푸른

곳에 새 소리가 더욱 섧다 세상에 서러운 사람이 수없

이 많다고 하지만 기구한 팔자를 타고난 사람이야 나

같은 이가 또 있을까 아마도 임 때문에 살 듯 말 듯하

구나

rarr결-애타게 임을 기다리는 마음

〈감상〉

조선 시대 봉건 사회 제도 아래서 오직 인종(忍從)만을

미덕으로 알고 살아야 했던 부녀자의 한(恨)을 노래한

작품으로 일명 원부사(怨夫詞) 또는 원부사(怨夫辭)라

고도 한다 좋은 배필을 원했지만 뜻밖에도 경박스럽고

방탕한 남편을 만나 평생을 피맺힌 한(恨)과 그리움 속

에 보내야 하는 한 여인의 애달픈 사연을 통해 남성

위주의 사회가 가져오는 병폐를 실감 있게 형상화한 작

품이라 할 수 있다

Page 24: 구지가(龜 歌) - middle.gongbuwarac.commiddle.gongbuwarac.com/Common/Popup/FileDownloadAs.aspx?FileName=/ite… · 미륵(彌勒) 좌주(座主) 뫼셔롸. 미륵 좌주를 모셔라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24 -

문 것도 많기도 하구나

rarr본사 3 - 산봉우리의 승경

흰구름 부흰 煙霞(연하) 프로니

山嵐(산람)이라

千巖萬壑(천암만학)을 제 집으로 삼아두고

나명셩 들명셩 일

ㅣ도 구

지고

오르거니

리거니 長空(장공)의

나거니

廣野(광야)로 건너거니

프르락 불그락 여트락 지트락

斜陽(사양)과 섯거디어 細雨(세우)조차

흰구름 뿌연 안개와 노을 푸른 것은 산 아지랑

이로구나 수많은 바위와 골짜기를 제 집으로 삼

고서 나가기도 하고 들어오기도 하면서 아양도 떠

는구나 올라가기도 하고 내려가기도 하고 먼 하

늘로 떠나기도 하고 넓은 들로 건너가기도 하고

푸르기도 하고 붉기도 하고 옅기도 하고 짙기도

하고 석양과 섞이어 가랑비조차 뿌리는구나

rarr본사 4 - 봄 풍경

藍輿(남여)

고 솔아

구븐 길노

오며 가며

적의

綠楊(녹양)의 우

黃鶯(황앵) 嬌態(교태) 겨워

고야

나모 새

지어 綠陰(녹음)이 얼린 적의

百尺欄干(백척난간)의 긴 조으름 내여 펴니

水面凉風(수면양풍)이야 긋칠 줄 모르

뚜껑없는 가마를 재촉하여 타고 소나무 아래 굽은

길로 오며 가며 하는 때에 푸른 버드나무에서

는 꾀꼬리는 온갖 교태를 부리고 있구나 나무 사

이가 우거져서 녹음이 엉긴 때에 긴 난간에 기대

어 길게 기지개를 켜니 물위에서 부는 시원한 바

람이 그칠 줄을 모르는구나

rarr 본사 5 - 여름 풍경

즌서리

딘 후의 산빗치 錦繡(금수)로다

黃雲(황운)은

엇지 萬頃(만경)의 펴겨디오

漁笛(어적)도 흥을 계워

롸 브니

된서리가 걷힌 후에 산 빛이 수놓은 비단 같구나

누렇게 익은 곡식은 또 어찌 넓은 들에 펼쳐져 있

는가 어부가 부는 피리도 흥을 못이겨 달을 따라

불고 있구나

rarr 본사 6 - 가을 풍경

草木(초목) 다 진 후의 江山이

몰커

造物(조물)리 헌

야 氷雪(빙설)로

며내니

瓊宮瑤臺(경궁요대)와 玉海銀山(옥해은산)이

眼底(안저)에 버러셰라

乾坤(건곤)도 가

열사 간 대마다 경이로다

초목이 다 떨어진 후에 강산이 눈 속에 묻혔거늘

조물주가 야단스러워 눈과 얼음으로 꾸며내니 경

궁요대(구슬로 꾸민 궁궐과 대)와 옥해은산(아름

다운 바다와 눈덮인 산) 같은 설경이 눈 아래 펼

쳐졌구나 하늘과 땅도 풍성하구나 가는 곳마다

아름다운 경치로다

rarr 본사7 - 겨울 풍경

人間(인간)을

나와도 내 몸이 겨를 업다

이것도 보려

고 져것도 드르려코

도 혀려

도 마즈려코

밤으란 언제 줍고 고기란 언제 낙고

柴扉(시비)란 뉘 다드며 딘 곳츠란 뉘 쓸려뇨

이 낫브거니 나조

라 슬

소냐

리 不足(부족)커니 來日(내일)이라

有餘(유여)

이 뫼

안자 보고 져 뫼

거러 보니

煩勞(번로)

릴 일이 아조 업다

쉴 사이 업거든 길히나 젼

리야

다만 靑藜杖(청려장)이 다 므듸어 가노

속세를 떠나왔어도 내 몸이 한가하지 않다 이것

도 보려고 하고 저것도 들으려 하고 바람도 쏘이

려 하고 달도 맞으려 하고 밤은 언제 줍고 고기는

언제 낚고 사립문은 누가 닫으며 떨어진 꽃은 누

가 쓸겠느냐 아침에도 아름다운 경치 구경하는

시간이 모자랄 지경인데 저녁이라고 싫겠는가 오

늘의 시간이 부족한데 내일이라고 여유가 있겠는

가 이 산에서 앉아보고 저 산에서 걸어보니 번거

로운 마음이지만 버릴 일이 아주 없다 쉴 사이가

없는데 사람들에게 길이나마 알려줄 수가 있겠는

가 다만 명아주 대로 만든 지팡이가 다 무디어

가는구나

rarr본사 8 - 자연애와 풍류 생활

술이 닉어가니 벗지라 업슬소냐

이며 혀이며 이아며

온가짓 소

로 醉興(취흥)을

야거니

근심이라 이시며 시

이라 브터시랴

누우락 안즈락 구브락 져츠락 울프락

노혜로 놀거니

天地(천지)도 넙고넙고 日月(일월)도 가

羲皇(희황) 모

러니 이적이야 긔로고야

神仙(신선)이 엇더턴지 이몸이야 긔로고야

술이 익어가니 벗이라고 없겠는가 노래를 부르게

하며 악기를 타고 켜게 하며 방울을 흔들며 온갖

소리로 술에 취한 흥을 재촉하니 근심이라 있겠으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25 -

며 시름이라고 붙어 있으랴 눕기도 하고 앉기도

하고 구부리기도 하고 뒤로 젖히기도 하고 읊기도

하고 휘파람을 불기도 하면서 마음놓고 놀기도

하니 천지도 넓고 넓으며 세월도 한가하다 중국

복희 황제의 태평성대를 내가 잘 몰랐더니 지금이

바로 그것이로구나 신선이 어떤 것인지 잘 몰랐

더니 내가 바로 신선이로구나

rarr본사9 - 취흥

江山風月(강산풍월) 거

리고 내 백년을 다누리면

岳陽樓(악양루) 샹의 李太白(이태백)이 사라 오다

浩蕩情懷(호탕 정회)야 이에서 더

소냐

이 몸이 이렁 굼도 亦君恩(역군은)이샷다

아름다운 대자연을 거느리고 내 한평생을 다 누리

면 조망이 좋기로 이름난 악양루 위의 이태백이

살아온다한들 넓고 큰 마음이야 이것보다 더 하겠

는가 이몸이 이렇게 지내는 것도 역시 임금님의

은혜이시도다

rarr결사 - 호탕한 정회와 군은

면앙정의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지은이가 41세 되던 해 벼슬을 그만두

고 향리인 전라남도 담양에 내려가 면앙정이라는

정자를 짓고 아름다운 자연을 벗삼아 사는 자신의 풍

류 생활을 노래한 것이다 면아정 주변의 경치4계절의

풍경 자신의 풍류 생활에 대한 멋과 흥취를 짜임새 있

게 그려낸 선경 후정의 작품이다

우리 江湖歌道(강호가도)의 전형을 확립한 작품으로

정극인의 상춘곡을 이어받아 송강의 성산별곡관동별곡

에 크게 영향을 끼쳤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결사 끝

부분의 lsquo亦君恩(역군은)이샷다rsquo와 같은 표현은 맹사성의

lsquo강호사시가rsquo에도 나타나는 것으로 자연속에서 지내는

즐거움과 연군 지정을 결합시킨 표현이라 할 수 있다

관동별곡

정 철

江강湖호애 病병이 깁퍼 竹

林님의 누엇더니 關관東

동 八팔百

里니에 方방面면을 맛디시니 어와 聖셩恩

은이야 가디록 罔망極극

다 延연秋츄門문 드리

慶경會회 南남門문

라보며 下하直직고 믈너나니 玉

옥節졀이 알

셧다

平평丘구驛역

라 黑흑水슈로 도라드니 蟾셤江

강은 어듸메오 雉티岳악이 여긔로다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의 병이 깊어 전라남도 창평에서

지내고 있었는데 800리나 되는 강원도 지방의 관찰사

소임을 맡기시니 아아 임금님의 은혜야말로 갈수록

끝이 없다 연추문으로 달려들어가 경회루의 남쪽문을

바라보며 임금님께 하직 인사를 하고 물러나니 옥절이

앞에 서 있다 양주(평구역)역에서 말을 갈아타고 여주

(흑수)로 돌아 들어가니 원주(섬강)는 어디인가 치악

산이 여기로구나

서사1-관찰사 배명과 부임의 여정

昭쇼陽양江강

린 믈이 어드러로 든단 말고 孤고臣신

去거國국에 白

髮발도 하도 할샤 東동州

밤 계오

새와 北븍寬관亭뎡의 올나

니 三삼角각山산 第뎨一일

峰봉이

마면 뵈리로다 弓궁王왕 大대闕궐 터희 烏오

鵲쟉이 지지괴니 千쳔古고 興흥亡망을 아

다 몰

다 淮회陽양 녜 일홈이 마초아

시고 汲급長

孺유

風풍彩

를 고텨 아니 볼 게이고

소양강 흘러내린 물이 어디로 흘러들어간단 말인가 외

로운 신하가 임금님 곁을 떠남에 있어서 나라에 대한

걱정이 많기도 하구나 철원(동주)에서 밤을 겨우 새운

후 북관정에 오르니(임금님이 계신 한양에 있는)삼각

산의 제일 높은 봉우리가 웬만하면 보일 것 같구나 옛

날 궁예왕이 살았던 대궐 터에 까마귀와 까치만 지저귀

고 있으니 먼 옛날의 흥망 성쇠를 까마귀와 까치 너희

들은 아느냐 모르느냐 회양이라는 이름이 옛날 중국의

지명인 회양과 마침 똑같구나(중국 회양 땅에서 선정

을 베푼)급장유의 모습을 이제 다시 (여기서)볼 수 있

지 않겠는가(급장유가 중국 회양땅에서 선정을 베푼

것처럼 정철 자신도 이곳 강원도 회양땅에서 선정을 베

풀겠다는 포부를 나타냄)

서사 2-관내 순력과 선정에 대한 포부

營영中듕이 無무事

고 時시節졀이 三삼月월인 제

花화川쳔 시내길히 楓풍岳악으로 버더 잇다 行

裝장

을 다

티고 石셕逕경의 막대 디퍼 百백川쳔洞동 겨

두고 萬만瀑폭洞동 드러가니 銀은

무지게 玉

龍룡의 초리 섯돌며

十십里리의

자시니 들을 제

우레러니 보니

눈이로다

감영(지금의 도청)안에 아무 일이 없고 시절이 마침 삼

월인 때에 화천 시냇길이 금강산으로 뻗어 있다 행장

을 다 떨쳐 버리고 돌길에 지팡이를 짚어 백천동 곁을

지나 만폭동으로 들어가니 은같은 무지개 옥 같은 용

의 꼬리처럼 생긴 폭포가 섞어 돌며 뿜는 소리가 십 리

에 깔려 있으니 멀리서 들을 때는 우렛소리더니 가까

이 가서 보니 눈(雪)이 날리는 것 같구나

본사1-만폭동 폭포의 장관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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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금剛강臺

우層층의 仙션鶴학이 삿기 치니 春츈

風풍 玉옥笛

聲셩의 첫

돗던디 縞호衣의玄현裳

샹이 半반空공의 소소

니 西셔湖호

主쥬人인을

반겨셔 넘노

금강대 맨 꼭대기에 사는 선학이 새끼를 치니 봄바람

옥피리 소리에 첫 잠을 깨었던지 흰 저고리 검은 치마

로 단장한 학이(학의 날개 묘사) 공중에 솟아 뜨니 옛

날 중국 서호에서 학과 더불어 노닐던 임포를 반겨 맞

는 것 같구나(정철 자신을 임포처럼 생각함)

본사2-금강대 위의 선학

小쇼香향爐노 大대香향爐노 눈 아래 구버보고 正졍陽

양寺

眞진歇헐臺

고텨 올나 안

마리 廬녀山산 眞

진面면目목이 여긔야 다 뵈

다 어와 造조化화翁옹이

토 헌

거든

디 마나 셧거든 솟디 마나

芙부蓉용을 고잣

玉옥을 믓것

東동溟명

을 박

北북極극을 괴왓

놉흘시고 望망高

고臺

외로올샤 穴혈望망峰봉이 하

의 추미러 므

일을

로리라 千쳔萬만劫겁 디나

록 구필 줄 모

다 어와 너여이고 너

향로처럼 생긴 크고 작은 봉우리를 눈아래 굽어보고 나

서 정양사를 지나 진헐대에 다시 올라 앉으니 금강산

의 참모습이 여기서야 다 보이는구나 아아 조물주가

야단스럽기도 야단스럽구나(산봉우리들이)날아가려거

든 뛰지나 말든가 서있으려거든 (위로)솟지나 말든가

할일이지 연꽃을 꽂아 놓은 것 같기도 하고흰 옥을

묶어 놓은 것 같기도 하고 북극성을 떠받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높구나 망고대 외롭구나 혈망봉이 하늘

에 치밀어서 무슨 일을 아뢰려고 오랜 세월이 지나도록

굽힐 줄을 모르느냐 아아 너로구나 너같은 충신이

또 있을까(진헐대에서 바라본 많은 산봉우리들이 굳굳

한 모습으로 서있는 것을 보고 충신의 지조와 절개를

연상하여 표현한 구절)

본사 3-진헐대에서의 조망

心심臺

고텨 올나 衆듕香향城셩

라보며 萬만

二이千쳔峰봉을 歷녁歷녁히 혀여

니 峰봉마다

쳐 잇

고 긋마다 서린 긔운

거든 조티마나 조커든

디 마

나 뎌 긔운 흐터 내야 人인傑걸을

고쟈 形형容용

도 그지업고 체체勢셰도 하도 할샤 天텬地디 삼기실

제 自

然연이 되연마

이제 와 보게 되니 有유情정

도 有유情정

개심대를 다시 올라가서 중향성을 바라보며 금강산 만

이천 봉우리를 똑똑히 헤아려 보니 산봉우리마다 정기

가 맺혀 있고 봉우리 끝마다 서린 기운(정기) (산의

정기가)맑거든 깨끗하지나 말든가 깨끗하거든 맑지나

말 것이지(산의 정기가 맑고도 깨끗하다는 의미) 저

기운을 흩어 내어 뛰어난 인물을 만들고 싶구나 산봉

우리의 생긴 모양이 끝이 없이 다양하고 자세도 많기도

하구나 천지가 생겨날 때 자연히 된 줄 알았더니 이제

와서 보니까 조물주의 뜻이 분명히 있구나

본사 4-개심대에서의 조망

毗비盧로峰봉 上샹上샹頭두의 올라 보니 긔 뉘신고

東동山산 泰태山산이 어

야 놉돗던고 魯노國국 조븐

줄도 우리

거든 넙거나 넙은 天텬下하 엇

닷 말고 어와 뎌 디위

어이

면 알 거이고 오

디 못

거니

려가미 고이

비로봉 맨 꼭대기에 올라본 사람이 그 누구인가

동산과 태산이 그 얼마나 높던가 노나라가 작다는 것

도 우리는 모르겠는데 넓고도 넓은 천하를 어떻게 해서

작다고 공자께서는 말씀하신단 말인가 아아 저 공자

의 경지를 어떻게 하면 알 것인가 올라가지 못하는데

내려가는 것이 이상하랴

본사 5-비로봉을 본 감회

圓원通통골

길로 獅

峰봉을

자가니 그 알

너러바회 化화龍룡쇠 되여셰라 千쳔年년 老노龍룡

이 구

서려 이셔 晝듀夜야의 흘녀 내여 滄창海

해예 니어시니 風풍雲운을 언제 어더 三삼日일雨우

디련

다 陰음崖애예 이온 플을 다 살와 내여

원통골 가느다란 길로 사자봉을 찾아가니 그 앞에 넓고

평평한 바위가 화룡소가 되었구나 마치 천 년이나 묵

은 늙은 용(정철 자신을 지칭함)이 굽이굽이 서려 있어

서 밤낮으로 물을 흘려 내어 푸른 바다에 이어졌으니

용(작자 자신)아 너는 언제 풍운(선정의 기회)을 얻어

서 임금님의 은총을 백성들에게 내리려느냐 굶주리고

헐벗은 백성들을 다 살려 내려무나

본사 6-화룡소에서의 감회

磨마訶하衍연 妙묘吉길祥샹 雁안門문재 너머 디여 외

나모

리 佛블頂뎡臺

올라

니 千쳔尋심絶졀

壁벽을 半반空공애 셰여 두고 銀은河하水슈 한 구

촌촌이 버혀 내여 실

티 플텨이셔 뵈

티 거러시니

圖도經경 열 두 구

내 보매

여러히라 李니謫

션 이제 이셔 고텨 의논

게 되면 廬녀山산이 여긔도

곤 낫단 말 못

려니

마하연 묘길상을 구경하고 안문재를 넘어 내려가 외

나무 썩은 다리를 건너 불정대에 오르니 천길이나 되는

낭떠러지를 공중에 세워 놓고 은하수 한 굽이를 마디

마디 베어 내어 실같이 풀어 가지고 베처럼 걸었으니

도경(금강산 12폭포를 그림으로 그려놓은 그림책)에는

폭포가 열두굽이로 되어 있지만 내가 보기에는 그보다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27 -

더 많아 보인다 이태백이 지금 살아 있어서 다시(금강

산 12폭포와 중국의 여산폭포를 비교) 논의하게 된다

면 여산 폭포가 여기보다 더 낫다는 말은 못 할 것이

본사 7-십이 폭포의 장관

山산中듕을

양 보랴 東동海해로 가쟈

라 籃남輿여

緩완步보

야 山산映영樓누의 올나

니 玲녕瓏농 碧벽

溪계와 數수聲셩啼뎨鳥됴

離니別별을 怨원

旌졍旗긔를

티니 五오色

이 넘노

鼓고角각을

섯부니 海해雲운이 다것

鳴명沙사길 니근

이 醉

仙션을 빗기 시러 바다

두고 海

棠당花화로 드러가니 白

鷗구야

마라 네 버딘 줄 엇디 아

산중의 경치만 노상 보겠는가 동해로 가자꾸나 남녀

(뚜껑없는 가마)를 타고 천천히 걸어서 산영루(정자이

름)에 오르니 영롱하게 반짝이는 시냇물과 갖가지 소

리로 우는 새는 나와의 이별을 싫어하는 듯 여러 가지

깃발을 휘날리니 오색(빨강파랑검정노랑흰색등의

깃발)이 넘나들며 노는 듯 북과 피리를 섞어 부니 바

다의 구름이 다 걷히는 듯하다 모래밭 길에 익숙한 말

이 도취한 신선을 비스듬히 태우고 해변을 따라 해당

화가 피어 있는 곳으로 들어가니 백구야 날아가지 마

라 내가 네 친구일수도 있지 않느냐

본사 8-동해로 가는 감회

金금闌난窟굴 도라드러 叢총石셕亭뎡 올라

니 白

옥樓누 남은 기동 다만 네히 셔 잇고야 工공슈의 셩녕

인가 鬼귀斧부로 다

가 구

야 六뉵面면은 므어슬

象샹톳던고

금난굴을 돌아들어서 총석정에 오르니 바다 가운데에

돌기둥 네 개가 백옥루의 남은 기둥처럼 서 있구나 저

네 개의 돌기둥은 공수(중국 고대의 명공)가 만든 것인

가 귀신의 도끼로 다듬었는가 구태여 그 돌기둥이 여

섯 모가 난 것은 무엇을 본뜬 것인가

본사 9-총석정의 장관

高고城셩을란 뎌만 두고 三삼日일浦포

자가니 丹

단書셔

宛완然연

되 四

仙션은 어

가니 예 사흘

머믄 後후의 어

머믈고 仙션遊유潭담 永영郎

냥湖호 거긔나 가 잇

가 淸

澗간亭뎡 萬만景경臺

몃 고

안돗던고

고성을 저만큼 두고 삼일포를 찾아가니 영랑의 무리

(신라 때 네 명의 화랑 곧 사선)가 남쪽으로 갔다는

글씨는 뚜렷한데 사선은 어디 갔는가 여기서 사흘을

머문 후에 어디 가서 또 머물렀을까 선유담 영랑호

거기나 가 있는가 청간정 만경대 몇 곳에 앉았던가

본사 10-삼일포에서의 회고

梨니花화

셔 디고 졉동새 슬피 울 제 洛낙山산東

동畔반으로 義의相샹臺

예 올라 안자 日일出츌을 보

리라 밤듕만 니러

니 祥샹雲운이 집

동 六뉵龍뇽

이 바퇴

동 바다

날 제

萬만國국이 일위더니

天텬中듕의 티

니 毫호髮발을 혜리로다 아마도 녈구

름 근쳐의 머믈셰라 詩시仙션은 어

가고 咳

唾타만

나맛

니 天텬地디間간 壯장 긔별

셔히도

셔이

배꽃은 벌써 떨어지고 접동새가 슬피 울 때에 낙산의

동쪽 언덕에 있는 의상대에 올라앉아 해 뜨는 것을 보

려고 한 밤중에 일어나니 상서로운 구름이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듯 여섯 마리의 용이 떠받치고 있는 듯

해가 바다에서 떠날 때는 온 세상이 흔들리는 것 같더

니 하늘로 치솟아 오르니 가느다란 터럭을 셀 수 있을

정도로 밝구나 혹시나 지나가는 구름(간신을 비유함)

이 햇빛을 가릴까 두렵다 이백은 어디 가곡 그가 남긴

유명한 말(咳唾(해타)-이백은 lsquo등금릉봉황대rsquo라는 시에

서 간신이 임금의 총명을 흐리게 하는 것을 구름이 해

를 가리는 것에 비유했음)만 남아 있는가 천지간에 굉

장한 소식(사연)이 그의 시에 자세히도 표현되어 있구

본사 11-의상대에서의 일출의 장관

斜샤陽양 峴현山산의 척

을 므니

와 羽우蓋개芝

지輪륜이 鏡경浦포로

려가니 十십里리 氷빙紈환을

다리고 고텨 다려 長

松숑 울흔 소개 슬

장 펴뎌시

니 믈결도 자도 잘샤 모래

혜리로다 孤고舟쥬 解

纜람

야 亭뎡子

올나가니 江강門문橋교 너믄

大대洋양이 거긔로다 從

容용댜 이 氣긔像샹

闊활遠원댜 뎌 境경界계 이도곤

어듸 잇

닷 말고 紅홍粧장 古고事

리로다

江강陵능 大대都도護호風풍俗쇽이 됴흘시고 節졀孝효

旌졍門문이 골골이 버러시니 比비屋옥可가封봉이 이제

도 잇다

저녁 햇살이 비치는 현산의 철쭉꽃을 잇달아 밟으면서

신선을 태운 수레가 경포로 내려가니 십 리나 되는 비

단을 (다리미로)다리고 다시 다린 것처럼 맑고 깨끗한

수면이 큰 소나무가 둘러싼 속에 실컷 펼쳐져 있으니

물결도 잔잔하기도 잔잔하구나 모래를 셀 수 있을 것

같도다 배 한 척을 띄워 호수를 건너가서 정자 위에

올라가니 강문교 바로 너머에 넓은 바다가 거기로구

나 조용하구나 이 기상 넓고 멀구나 저 경계(수평

선) 여기보다 더 (경치가) 잘 갖추어진 곳이 또 어디

있단 말인가 박신과 흥장의 옛일을 야단스럽다고 할

것이로다 강릉 대도호부의 풍속이 좋기도 하구나 충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28 -

신 효자 열녀 등을 표창하는 문이 고을마다 널려 있

으니 요순 시대처럼 집집마다 벼슬을 봉할 만하다는

것이 지금도 있다 할 것이로다

본사 12-경포의 장관과 강릉의 미풍 양속

眞진珠쥬館관 竹

西셔樓루 五오十십川쳔

린 믈이 太

태白

山산 그림재

東동海

로 다마 가니

하리 漢

한江강의 木목覓멱의 다히고져 王왕程뎡이 有유限

고 風풍景경이 못 슬

니 幽유懷회도 하도 할샤 客

愁수도 둘 듸 업다 仙션사

워 내여 斗두牛우로 向

살가 仙션人인을

려 丹단穴혈의 머므살가

진주관 죽서루 아래 오십천에 흘러내리는 물이 태백산

그림자를 동해로 담아가지고 흘러가니 차라리 저 물을

임금님이 계신 서울 남산에 닿게 하고 싶다 관원의 여

정에는 기한이 있고 풍경은 싫증이 나지 않으니 그윽

한 회포도 많기도 많구나 나그네의 시름도 둘 곳이 없

다 신선이 탄다는 뗏목을 띄워서 북두성과 견우성으로

향할까 사선을 찾으러 단혈에 머무를까

본사 13-죽서루에서의 객수

天텬根근을 못내 보와 望망洋양亭뎡의 올은말이 바다

밧근 하

이니 하

밧근 므서신고

득 노 고래 뉘

라셔 놀내관

블거니

거니 어즈러이 구

디고 銀

은山산을 것거 내여 六뉵合합의

五오月월

天텬의 白

雪셜은 므

일고

하늘의 끝을 끝내 못 보아 망양정에 오르니 바다 밖은

하늘인데 하늘 밖은 무엇인가 가뜩이나 노한 고래를

누가 놀리게 하기에 불기도 하고 뿜기도 하면서 어지럽

게 구는 것인가 은으로 된 산을 꺾어 내어 온 세상에

흩어 내리는 듯 오월의 아득한 하늘에 흰 눈이 무슨 일

인가

본사 14-망양정에서의 조망

져근덧 밤이 드러 風풍浪낭이 定뎡

扶부桑상 咫

지尺

의 明명月월을 기

리니 瑞셔光광 千쳔丈

고야 珠쥬簾렴을 고텨 것고 玉옥階계

다시 쓸며 啓계明명星셩 돗도록 곳초 안자

라보니

蓮년花화 가지

뉘라셔 보내신고 일이 됴흔

世세界계

대되 다 뵈고져

流뉴霞하酒쥬

득 부어

려 무론 말이 英영雄웅은

가며 四

仙션은 긔 뉘러니 아

나 맛나 보아

긔별 뭇쟈

니 仙션山산 東동海

예 갈 길히 머도

멀샤

잠깐 사이에 밤이 되어 풍랑이 가라앉거늘 해와 달이

뜬다는 부상 가까운 거리에서 밝은 달을 기다리니 천

길이나 뻗친 상서로운 달빛이 보이는 듯하다가 숨는구

나 구슬로 만든 밭을 걷어 올리고 돌층계를 다시 쓸며

샛별이 돋을 때까지 꼿꼿이 앉아 바라보니 흰 연꽃 한

송이를 누가 보내셨는가 이렇게 좋은 세계를 남에게

다 보이고 싶구나 신선주를 가득 부어 들고 달에게 묻

기를ldquo영운은 어디 갔으며 사선 그들은 그 누구이더

냐rdquo 아무나 만나 보아 옛 소식을 물으려 하니 삼신산

이 있다는 동해에 갈 길이 멀기도 멀구나

결사 1-동해의 달맞이

松숑根근을 볘여 누어 픗

을 얼픗 드니

애 사

이 날

려 닐온 말이그

내 모

랴 上샹界계예 眞

진仙션이라 黃황庭뎡經경一일字

엇디 그

닐거

두고 人인間간의 내려와셔 우리

다 져근덧

가디 마오 이 술 잔 머거 보오 北북斗두星셩 기우

려 滄챵海

水슈 부어 내여 저 먹고 날 머겨

서너

잔 거후로니 和화風풍이 習습習습

야 兩냥腋

을 추

혀 드니 九구萬만里리 長

空공애 져기면

리로다 이

술 가져다가 四

예 고로

화 億억萬만 蒼창生

을 다 醉

근 後후의 그제야 고텨 맛나

고야 말 디쟈 鶴학을

고 九구空공의 올나가니

空공中듕 玉옥蕭쇼 소

어제런가 그제런가

나도

여 바다

구버보니 기

거니

인들 엇디 알리 明명月월이 千천山산萬만落낙의 아니

비쵠

업다

소나무 뿌리를 베고 누워서 선잠을 얼핏드니

꿈에 한 사람이 나더러 이르기를 ldquo그대(송강)를 내가

모르랴 그대는 하늘 나라의 진짜 신선이라 황정경의

한 글자를 어찌하여 잘못 읽어 가지고 속세로 귀양와서

우리를 따르는가 잠깐 동안 가지 말고 이 술 한잔 먹

어 보오rdquo 북두칠성을 국자 삼아 푸른 바닷물을 잔에

부어 저도 먹고 나도 먹이거늘 서너잔을 기울이니 화

창한 바람이 산들산들 불어 양쪽 겨드랑이를 추켜드니

구만리나 되는 먼 하늘에 웬만하면 날 것 같구나

ldquo이 술을 가져다가 온 세상에 골고루 나누어 모든 백성

들을 다 취하게 만든 후에 그 때에야 다시 만나 또 한

잔 하자꾸나lsquo

그 말이 끝나자 신선(꿈에 한 사람)은 학을 타고 하늘

로 올라가니 공중에서 들려오는 옥피리 소리가 어제던

가 그제던가 싶게 어렴풋하구나 나도 잠을 깨어 바다

를 굽어보니 그 깊이를 모르는데 끝이야 더욱 어떻게

알겠는가 밝은 달이 온 세상에 아니 비친 곳이 없다

결사 2-꿈속의 선연

lt송강가사(松江歌辭) 이선본(李選本gt

지은이가 45세 되던 선조 13년(1580)에 강원도 관찰사

에 배임(拜任)되어 부임하는 과정과 원주에 부임한 후

틈을 내어 관동 팔경을 비롯한 강원도 내의 명승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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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9 -

두루 유람하며그 승경(勝景)과 인정 풍속을 비롯해서

연군(戀君)애민의 정(情) 및 선연(仙緣)을 노래한 기행

가사의 대표적인 작품이다 멀게는 고려 충숙왕 때 안

축이 지은 경기체가 형식의 [관동별곡]과 가깝게는 명

종때 백광홍이 지은 [관서별곡] 송순의 [면앙정가]의

영향을 받은 작품으로 표현이 명쾌화려하고 탄력이 넘

치며 활달하고 낭만적이어서 지은이의 호탕한 기상이

잘 나타나 있다

총 295구로 이루어진 장편 기행 가사로 서사(처음~급

당유 풍 고텨 아니 볼 게이고) 본사(영둥이 무고~오월 댱텬의 셜은 므일고) 결사(져근덧 밤이

드러~아니 비쵠 업다)로 구성되어 있다

산에서 바다로 이어지는 여정은 그 각각의 이미지를 매

개로 하여 인간의 두 가지 존재 양식 사이에서 갈등하

는 작가의 모습을 보여 준다 산에서 본 경치는 백색의

이미지로서 고결한 위정자로서의 풍모를 드러내고 있으

며 바다에서는 인간 본연의 영원한 세계를 갈구하는

자유 분방한 정신을 표출하고 있다

다양한 어휘와 적절한 수사법을 능란하게 구사함으로

써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한층 높은 경지로 끌어 올린

작품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사미인곡(思美人曲)

송강 정 철

이 몸 삼기실 제 님을 조차 삼기시니 緣分(연분)이며 하 모 일이런가 나 나 졈어 잇

고 님 나 날 괴시니 이 음 이 랑 견졸 노여 업다

이 몸이 태어날 때에 임을 따라서 태어나니 한평생의

연분이며 하늘이 모를 일이던가내가 오직 젊어 있고

임은 오직 나를 사랑하시니 이 마음과 이 사랑을 비교

할 곳이 전혀 없다

서사 1-임과의 인연

平生(평)애 願(원) 요 녜자 얏더니

늙기야 므 일로 외오 두고 글이고 엇그제 님

을 뫼셔 廣寒殿(광한뎐)의 올낫더니그더 엇디

야 下界(하계)예 랴오니 올 적의 비슨 머리 얼

킈연디 三年(삼년)이라 臙脂粉(연지분) 잇마 눌 위여 고이고 음의 친 실음 疊疊(텹텹)

이 혀 이셔 짓니 한숨이오 디니 눈믈이라

人生(인)은 有限(유) 시도 그지업다

평생에 원하기를 임과 함께 살아가고자 했는데 늙어서

야 무슨일로 외따로 두고 그리워하는가 엊그제 임을

모시고 광한전에 올라 있었는데 그 사이에 어찌하여 이

하계에 내려왔느냐 임을 떠나 올 적에 빗은 머리가 헝

클어진 지삼 년일세 연지와 분이 있지마는 누구를 위

해서 예쁘게 화장할 것인가 마음에 맺힌 시름이 겹겹

이 쌓여 있어서 짓는 것이 한수밍요 떨어뜨리는 것이

눈물이라 인생은 한이 있는데 시름은 끝이 없다

서사 2-임에 대한 그리움

無心(무심) 歲月(셰월)은 믈 흐 고야 炎

凉(염냥)이 아라 가 고텨 오니 듯거니

보거니 늣길일도 하도 할샤

아무 생각이 없는 세월은 물 흐르듯 빨리 지나가는구

나 더위와 추위가 때를 알아서 가자마자 다시 오니 듣

고 보는 가운데서 느낄일이 많기도 많구나

서사 3-세월의 무상함

東風(동풍)이 건듯 부러 積雪(젹셜)을 헤텨내니 窓

(창) 밧긔 심근 梅花(화) 두세 가지 픠여셰라 득 冷淡(담) 暗香(암향)은 므 일고 黃昏

(황혼)의 이 조차 벼 마 빗최니 늣기 반기 님이신가 아니신가

뎌 梅花(화) 것거 내여 님 겨신 보내오져 님

이 너 보고 엇더타 너기실고

봄바람이 문득 불어서 쌓인 눈을 헤쳐내니 창밖에 심은

매화가 두세 가지 피었구나 가뜩이나 쌀쌀하고 담담한

데 그윽하게 풍기는 향기는 또 무슨 일인가 황혼에 달

이 따라와 배갯머리에 비치니흐느껴 우는 듯 반기는

듯하니 임이신가 아니신가 저 매화를 꺾어 내어 임 계

신 곳에 보내고 싶다 그러면 임이 너 (매화)를 보고

어떻다고 생각하실까

본사 1-춘원(春怨)

디고 새 닙 나니 綠陰(녹음)이 렷 羅幃

(나위) 寂寞(젹막)고 繡幕(슈막)이 뷔여 잇다 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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蓉(부용)을 거더 노코 孔雀(공쟉)을 둘러 두니 득 시 한 날은 엇디 기돗던고鴛鴦錦(원앙금)

버혀 노코 五色線(오션) 플텨 내여 금자 견화

이셔 님의 옷 지어 내니 手品(슈품)은니와 制度

(졔도)도 시고 珊瑚樹(산호슈) 지게 우 白玉函(옥함)의 다마 두고 님의게 보내오려 님 겨신

라보니 山(산)인가 구롬인가 머흐도 머흘시

고 千里 萬里(쳔리 만리)길흘 뉘라셔 자갈고니

거든 여러 두고 날인가 반기실가

꽃이 지고 새 잎이 피어나니 녹음이 우거졌는데 비단

포장이 적막하고 수놓은 장막이 텅 비어 쓸쓸하다 연

꽃을 수놓은 비단 휘장을 걷어 놓고 공작을 수놓은 병

풍을 둘러 치니 가뜩이나 시름이 많은데 날은 어찌 그

리 길던가 원앙새 수놓은 비단을 베어 놓고 오색실을

풀어 내어 좋은 자로 재어서 임의 옷을 지어내니 솜씨

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격식도 갖추었구나 백옥으로

만든 함에 담아 산호로 만든 지게 위에 얹어 놓고 임에

게 보내려고 임 계신 곳을 바라보니 산인지 구름인지

험하기도 험하구나 천만 리나 되는 먼 길을 누가 찾아

갈 것인가 가면은 함을 열어 놓고 나를 본것처럼 반가

워하실까

본사2-하원(夏怨)

밤 서리김의 기겍러기 우러 녤 제 危樓(위루)

에 혼자 올라 水晶簾(슈졍념) 거든말이 東山(산)의

이 나고 北極(븍극)의 별이 뵈니 님이신가 반기

니 눈믈이 절로 난다 淸光(쳥광)을 쥐여 내여 鳳

凰樓(봉황누)의 븟티고져 樓(누) 우 거러 두고

八荒(팔황)의 다 비최여 深山窮谷(심산궁곡) 졈낫

티 그쇼셔

하룻밤 서리가 내린 무렵에 기러기가 울며 지나갈 때

높은 누각에 혼자 올라가 수정으로 만든 밭을 걷으니

동산에 달이 떠오르고 북극성이 보이므로 임이신가 하

여 반가워하니 눈물이 절로 난다 밝은 달을 잡아 내어

임 계신 곳에 보내고 싶구나 임께서 그 달을 누각 위

에 걸어 노고 온 세상을 다 비추어 깊은 산 골짜기 까

지도 대낮같이 밝게 하소서(밝은 정치를 베푸소서)

본사 3-추원(秋怨)

乾坤(건곤)이 閉塞(폐)야 白雪(셜)이 빗친

제 사은니와 새도 긋쳐 잇다 瀟湘南畔(쇼

샹남반)도 치오미 이러커든 玉樓高處(옥누고쳐)야

더욱 닐러 므리陽春(양츈)을 부쳐 내여 님 겨

신 쏘이고져茅簷(모쳠) 비쵠 玉樓(옥누)의

올리고져 紅裳

(홍샹)을 니믜 고 翠袖(슈) 半(반)만 거더

日暮脩竹(일모슈듁)의 혬가림도 하도 할샤 댜 수이 디여 긴 밤을 고초 안자 靑燈

(쳥등) 거른 겻 鈿箜葔(뎐공후)노하 두고 의나

님을 보려 밧고 비겨시니 鴦衾(앙금)도 도

샤 이 밤은 언제 샐고

하늘과 땅이 꽉막힌 것처럼 흰 눈으로 온통 덮여 있으

니 사람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날아디는 새도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다 소상강 남쪽 지방같이 따뜻한 이 곳

도 추위가 이러한데 하물며 임계신 북쪽 지방이야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따뜻한 봄볕을 부쳐 내어 임 계신

곳에 쏘이고 싶다 초가집 처마에 비친 해를 임계신 곳

에 올리고 싶다 붉은 치마를 여미어 입고 푸른 소매를

반쯤 걷어 해질 무렵 대나무에 의지하여 여러 가지 생

각이 많기도 하구나 짧은 겨울해가 이내 넘어가니 긴

밤을 꼿꼿이 앉아서 청사초롱을 걸어 둔 곁에 자개 입

힌 공후를 놓아 두고 꿈에나 임을 만나 보려고 턱을

받치고 기대어 있으니 원앙금침이 차갑기도 하구나 이

밤은 언제 샐것인가

본사 4-동원(冬怨)

도 열두 도 셜흔 날 져근덧 각마

라 이 시 닛쟈 니 의 쳐 이셔 骨髓(골

슈)의 텨시니 扁鵲(편쟉)이 열히 오나 이 병을

엇디리 어와 내 병이야 이 님의 타시로다 하

리 싀어디여 범나븨 되오리라 곳나모 가지마다 간

죡죡 안니다가 향 므든 애로 님의 오 올므

리라 님이야 날인 줄 모셔도 내 님 조려 노

하루도 열두 때 한 달도 서른 날 잠시 라도 생각을

말아 가지고 이 시름을 잊으려 해도 마음 속에 맺혀

있어서 뼛속까지 사무쳤으니 편작 같은 명의가 열명이

온다 한들 이 병을 어찌할 것인가

아아 내 병이여 이 병을 어찌할 것인가

아아 내 병이여 이 임의 탓이로다 차라리 죽엇 호랑

나비가 되리라 꽃나무 가지에 가는 곳마다 앉으며 돌

아다니다가 향기 묻은 날개로 임의 옷에 앉으리라 임

께서 나인 줄을 모르신다 해도 나는 끝까지 임을 따르

려 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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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사 -임을 향한 변함 없는 마음

lt성주본 송강가사gt

작품의 감상

작자가 50세 되던 해에 반대 정파의 탄핵을 받고 전남

창평으로 물러나 우거(寓居)하면서 임금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여인이 사랑하는 사람을 그리는 심정에 의탁하

여 부른 노래이다 이 작품의 제목인 〈사미인곡(思美

人曲)〉은 중국 굴원이 지은 〈이소(離騷)〉의 제 9편

에 나오는 lsquo사미인(思美人)rsquo이라는 편명에서 따온 것으

로 보이며 그 작품 역시 충군(忠君)의 내용을 담고 있

어 내용 또한 그 영향을 받은 것으로 짐작된다

또 임금을 임으로 설정하여 노래한 것은 고려 속요인

〈정과정〉과 맥을 같이하고 있으며 임에 대한 헌신적

사랑의 표현은 〈가시리〉〈동등〉등과 접맥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작품은〈속미인곡〉과 더불어 가사 문학의 극치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일찍이 서포 김만중은 〈사미인

곡〉 〈속미인곡〉 〈관동별곡〉을 가리켜 lsquo좌해진문

장 지차삼편(左海眞文章 只此三篇우리 나라의 참된 문

장은 오직 이 세 편뿐이다)rsquo라고 하였다 이 노래는

서사 본사 결사 세 부분으로 되어 있는데 본사는 다

시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나뉘어 있다

속미인곡(續美人曲)

송강 정 철

뎨 가 뎌 각시 본듯도 뎌이고

天上(텬상) 白玉京(옥경)을 엇디야 離別(니별)고

다 뎌 져믄 날의 눌을 보라 가시고

저기가는 저 젊은 여인 본 듯도 하구나 임금님이 계

시는 서울을 어찌하여 이별하고 해가 다 져서 저무는

날에 누구를 보러 가시는 고

rarr서사1 - 서울을 떠나온 이유(갑녀의 질문)

어와 네여이고 내 셜 드러보오

내 얼굴 이 거동이 님 괴얌즉 냐마

엇딘디 날 보시고 네로다 녀기실나도 님을 미더 군디 전혀 업서

이야 교야 어러이 구돗디

반기시 비치 녜와 엇디 신고

누어 각고 니러 안자 혜어니

내 몸의 지는 죄 뫼티 혀시니

하히라 원망며 사이라 허믈랴

셜워 플텨 혜니 造物(조물)의 타시로다

아아 너로구나 내 사정 이야기를 들어보오

나의 생김새와 행동거지가 임의 사랑을 받을 수 있겠느

냐마는 어쩐지 나를 보시고 (내가 사랑할 사람은 바

로) 너로구나 하며 특별히 사랑하시기에 나도 임을 믿

어 딴 생각이 전혀 없어 응석과 애교를 부리면서 (얼마

나) 어지럽게 굴었던지 (나를) 반가워 하시는 얼굴빛

이 예날과 어찌 다르신가 누워 생각하고 일어나 앚아

헤아리니 내 몸의 지은 죄가 산같이쌓였으니 하늘을 원

망하겠으며 사람을 탓하겠는가 하도 서러워 여러 가지

로 깊이 생각해보니 조물주의 탓이로구나

rarr서사2 - 자책과 체념(을녀의 대답)

글란 각 마오

그렇게는 생각하지 마시오

rarr본사1 - 갑녀의 위로

친 일이 이셔이다

님을 뫼셔 이셔 님의 일을 내 알거니

믈튼 얼굴이 편실적 몃날일고

春寒(츈한) 苦熱(고열)은 엇디야 디내시며

秋日(츄일) 冬天(동텬)은 뉘라셔 뫼셧고

粥早飯(쥭조반) 朝夕(조석)뫼 녜와 티 셰시가

기나긴 밤의 은 엇디 자시고

마음 속에 맺힌 일이 있습니다 예전에 임을 모신적이

있어서 임의 일을 내가 잘 아는데 물과 같이 연약한

체질이 편하실 때가 며칠이나 될꼬 이른 봄의 추위와

한여름의 더위를 어떻게 지내시며 가을과 겨울날은 누

가 모셨는가 죽조반과 아침 저녁 진지는 옛날과 같이

잘 잡수시는가 기나긴 밤에 잠은 어떻게 주무시는가

rarr본사2-임에 대한 염려(을녀의 사설)

님다히 消息(소식)을 아무려나 아쟈니

오도 거의로다 일이나 사 올가

내 둘 업다 어드러로 가쟛 말고

잡거니 밀거니 놉픈 뫼 올라가니

구름은 니와 안개 므일고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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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川(산쳔)이 어둡거니 日月(일월)을 엇디보며

咫尺(지척)을 모거든 千里(쳔리) 라보랴

리 믈의 가 길히나 보랴니

람이야 믈결이야 어둥졍 된뎌이고

샤공은 어 가고 븬 만 걸렷고

江天(간텬)의 혼자 셔셔 디 구버보니

님 다히 消息(소식)이 더옥 아득뎌이고

임이 계시는 곳의 소식을 어떻게든지 알려고 하니 오늘

도 거의 지나갔구나 내일이나 임의 소식을 전해줄 사

람이 올까 내 마음을 둘 곳이 없다 어디로 가자는 말

인가 (나무같은 것을) 잡기도 하고 밀기도 하면서 높

은 산에 올라가니 구름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안개는

또 무슨 일로 저렇게 기어 있는가 산천이 어두운데 해

와 달을 어떻게 보겠으며 지척을 모르겠는데 천 리나

되는 먼 곳을 (어떻게) 바라몰 수 있으랴 차라리 물가

에 서서 뱃길이나 보려고 하니 바람과 물결이 어수선하

게 되었구나 사공은 어디가고 빈 배만 걸려있는가 강

변에 홀로서서 지는 해를 굽어보니 임계신 곳의 소식이

더욱 아득하구나

rarr본사3-임의 소식을 애타게 기다림(을녀의 사설)

茅簷(모쳠) 자리의 밤듕만 도라오니

半壁(반벽) 靑燈(청등)은 눌 위야 갓고

오며 리며 헷드며 바자니니

져근덧 력진力盡(녁진)야 픗을 잠간 드니

精誠(정셩)이 지극야 의 님을 보니

玉(옥)튼 얼굴이 半(반)이나마 늘거셰라

의 머근 말 슬장 쟈니

눈믈이 바라나니 말인들 어이며

情(정)을 못다야 목이조차 몌여니

오뎐된 鷄聲(계셩)의 은 엇디 돗던고

초가집 차가운 잠자리에 한밤중이 돌아오니 벽에 걸려

있는 등불은 누구를 위하여 밝아 있는가 산을 올라가

기도 하고 내려가기도 하면서 헤메며 오락가락 돌아다

니다가 잠깐 사이에 힘이 다하여 풋잠이 잠깐 들었는

데 정성이 지극하여 꿈속에서 임을 보니 옥과 같이 곱

던 임의 얼굴이 반넘게 늙었구나 마음 속에 품은 생각

을 실컷 아뢰려고 하였더니 눈물이 잇달아 쏟아지니

말인들 어찌하며 정회도 다 못풀어 목마저 메어오니

방정맞은 닭울음소리에 잠은 어찌 깨었던가

rarr본사4-독수공방의 한과 꿈에서 만난 임

(을녀의 사설)

어와 虛事(허)로다 이 님이 어 간고

결의 니러 안자 窓(창)을 열고 라보니

어엿븐 그림재 날 조 이로다

리 싀여디어 落月(낙월)이나 되야이셔

님 겨신 窓(창) 안 번드시 비최리라

아아 헛된 일이로다 내 임이 어디 갔는고 꿈결에 일

어나 앉아 창을 열고 바라보니 불쌍한 그림자만이 나

를 따라올 뿐이로다 차라리 죽어서 지는 달이나 되어

임 계신 창 안에 환하게 비치리라

rarr결사-죽어서라도 임을 따르겠다는 다짐

(을녀의 사설)

각시님 이야니와 구 비나 되쇼셔

각시님 달은커녕 궂은 비나 되십시오

rarr결사-갑녀의 위로

〈해설〉

사미인곡의 속편으로 지은이가 동인(東人)으로 탄핵을

받고 고향인 전라남도 창평에 낙향해 있을 때에 임금

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두 여인의 대화 형식을 빌려 노

래한 작품이다 이 작품의 현대어 해석에 나와 있는 lsquo갑

녀(甲女)rsquo와 lsquo을녀(乙女)rsquo는 편의상 붙인 이름으로 갑녀

는 보조적 위치에 있는 화자이며 을녀가 지은이를 대

변하는 주된 화자이다 〈사미인곡〉과 더불어 가사 문

학의 최고봉이라 일컬어지는데 특히 순수한 우리말의

구사가 절묘하며 대화 형식으로 구성하여 표현에 참신

성을 더한 것은 lsquo금상첨화(錦上添花)rsquo라 할 수 있을 것

이다

홍만종은 〈순오지(旬五志)〉에서 이 작품을 제갈공명

의 〈출사표(出師表)〉에 비견할 만하다고 극찬하였으

며 서포 김만중은 〈서포만필(西浦漫筆)〉에서 ldquo예로부

터 우리 나라의 참된 문장은 오직 이 세 편(사미인곡

속미인곡 관동별곡)뿐이데다시 이 세편에 대하여 논할

것 같으면 그 중에서 속미인곡이 더욱 뛰어나다 관동

별곡과 사미인곡은 오히려 한자음을 빌려서 그 가사 내

용을 꾸민 데 지나지 않는다rdquo라고 하였다

규원가(閨怨歌)

허난설헌

엇그제 저멋더니 마 어이 다 늘거니

少年行樂(소년 행락) 생각니 일러도 속절업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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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거야 서른 말 자니 목이 멘다

엊그제 젊었었는데 어찌 벌써 다 늙어버렸는가 어린

시절에 즐겁게 지내던 일을 생각하니 말해 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 이렇게 늙은 뒤에 서러운 얘기를 하자니

목이 멘다

rarr기1-늙음의 한탄

父生母育(부생 모육) 辛苦(신고)야 이 내 몸 길러 낼

公侯配匹(공후 배필) 못 바라도 君子好逑(군자 호구) 願

(원)더니

三生(삼생)의 怨業(원업)이오 月下(월하)의 緣分(연분)으

長安遊俠(장안 유협) 輕薄子(경박자)를 치 만나 잇

서 當時(당시)의 용심(用心)기 살어름 디듸는 부모님이 나를 낳아서 고생하여 길러낼 때 높은 벼슬아

치의 배필을 바라지는 못했어도 훌륭한 남자의 좋은

짝이 되기를 원했더니 삼생의 원망스러운 업보요 월

하 빙인이 정해 준 연분으로 놀기 좋아하고 경박한 사

람을 꿈같이 만나 가지고 시집 간 뒤 조심하면서 마음

졸이기를 꼭 살얼음 디디듯하였다

rarr기2-젊은 시절의 회상

三五二八(삼오 이팔) 겨오 지나 天然麗質(천연 여질)절

로 이니

이 얼골 이 態度(태도)로 百年期約(백년 기약) 얏더니

年光(연광)이 훌훌고 造物(조물)이 多時(다시)야

봄바람 가을 믈이 뵈오리 북 지나듯

雪鬂花顔(설빈 화안) 어 가고 面目可憎(면목 가증) 되

거고나

내 올골 내 보거니 어느 님이 날 괼소냐

스스로 慙愧(참괴)니 누구를 怨望(원망)리

십오륙 세가 겨우 지나 타고난 아름다운 모습이 절로

나타나니 이 얼굴 이 태도로 (남편과)평생을 약속하였

더니 세월이 빨리 지나가고 조물주가 시기가 많아서

세월의 빠르기가 베 짤 때 북이 지나가는 듯 젊고 아

름다운 얼굴은 어디로 가고 추한 모습이 되었구나 내

얼굴을 내가 보아 알거니와 어느 임이 나를 사랑하겠는

가 스스로 생각해도 부끄러운데 누구를 원망하리

rarr기3-세월의 무상함과 늙음의 한탄

三三五五(삼삼 오오) 冶遊園(야유원)의 새 사람이 나단

말가

곳 피고 날 저물 제 定處(정처) 업시 나가 잇어

백마(白馬) 금편(金鞭)으로 어어 머므는고

원근(遠近)을 모르거니 消息(소식)이야 더욱 알랴

因緣(인연)을 긋쳐신들 각이야 업슬소냐

얼골을 못 보거든 그립기나 마르려믄

열두 김도 길샤 설흔 날 至理(지리)다

玉窓(옥창)에 심 梅花(매화) 몃 번이나 픠여진고

겨을 밤 차고 찬 제 자최눈 섯거 치고

여름날 길고 길 제 구 비 므스 일고

三春花柳(삼춘 화류) 好時節(호시절)의 景物(경물)이 시

름업다

가을 방에 들고 蟋蟀(실솔)이 床(상)에 울 제

긴 한 숨 디 눈물 속절업시 헴만 만타

아마도 모진 목숨 죽기도 어려울사

몇 명씩 떼지어 다니는 술집에 새 기생이 나타났다는

말인가 꽃 피고 날 저물 때 일정한 거처도 없이 나가

서 호사로운 차림새로 어디어디 가서 머므는가 바깥출

입이 없어 원근 지리를 모르는데 임의 소식이야 더구나

알 수 있으랴 인연을 끊었다고 하지만 임에 대한 생각

이야 어찌 없겠는가 만나지 못할 임이라면 그립지나

말일이지 하루도 열두때 길기도 하구나 한 달이 지루

하다 옥창에 심은 매화가 몇 번이나 피었다가 졌는고

겨울 밤 차고 찬 때에 눈보라가 섞어 치고 여름날 길고

긴 때에 궂은비는 또 무슨 일인가 꽃 피고 새 잎이 돋

는 좋은 계절 봄에도 보이는 경치가 시름이 없다 가을

달이 방에 비치고 귀뚜라미가 침상에서 울 때 긴 한숨

떨어지는 눈물에 헛되이 생각하는 것만 많다 아마도

모진 목숨 죽기도 어렵구나

rarr승-방탕한 남편에 대한 원망과 독수공방의 한

도로혀 풀쳐 혜니 이리 여 어이 리

靑燈(청등)을 돌라 노코 綠綺琴(녹기금) 빗기 안아

碧蓮花(벽련화) 한 곡조를 시름 조 섯거 타니

瀟相夜雨(소상야우)의 댓소리 섯도 華表(화표) 千年(천 년)의 別鶴(별학)이 우니 玉手(옥수)의 타는 手段(수단) 녯 소 잇다마芙蓉帳(부용장) 寂寞(적막)니 뉘 귀에 들리소니

肝腸(간장)이 九曲(구곡)되야 구븨구븨 쳐서라

돌이켜 여러 모로 생각해 보니 이렇게 살아서 어찌하겠

는가 등불을 돌려 놓고 녹기금을 비스듬히 안아 벽련

화 한 곡조를 시름까지 섞어 타니 소상강의 밤비에 대

나무 잎 소리가 섞여 들리는 듯 천년만에 돌아온 학이

화표주에 앉아 우니는 듯섬섬옥수로 타는 솜씨가 옛

소리를 간직하고 있다마는 부용장 안에 임이 없으니 누

구 귀에 들리겠는가 구곡간장이 굽이굽이 끊어지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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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구나

rarr전-거문고로 시름을 달램

하리 잠을 드러 의나 보려 니

바람의 디 닙과 풀 속에 우는 즘생

므스 일 원수로서 잠조차 오다

천상(天上)의 牽牛織女(견우 직녀) 銀河水(은하수) 박혀

서도

七月七夕(칠월 칠석)一年一度(일년 일도)失期(실기)치

아니거든

우리 님 가신 후는 무슨 弱水(약수) 가렷관듸

오거나 가거나 소식(消息)조차 쳣는고

欄干(난간)의 비겨 셔서 님 가신 바라보니

초로(草露) 맷쳐 잇고 暮雲(모운)이 디나갈 제

竹林(죽림) 푸른 고 새 소리 더욱 설다

세상의 서룬 사람 수업다 려니와

薄命(박명) 紅顔(홍안)이야 날 가니 이실가

아마도 이 님의 지위로 살동말동 여라

차라리 잠이 들어 꿈에서나 임을 보려하니 바람에 지는

나뭇잎과 풀 속에서 우는 벌레가 나와 무슨 원수가 졌

길래 잠조차 깨우는가 하늘의 견우 직녀는 은하수가

막고 있어도 일 년에 한 번 칠월 칠석날에는 기약을 어

기지 않고 만나는데 우리 임이 가신 후에는 무슨 약수

가 가로막고 있길래 오고 가는 소식조차 끊어졌는고

난간에 기대어 서서 임 계신 곳을 바라보니 풀잎에 이

슬은 맺혀있고 저녁 구름이 지나갈 때 대나무 숲 푸른

곳에 새 소리가 더욱 섧다 세상에 서러운 사람이 수없

이 많다고 하지만 기구한 팔자를 타고난 사람이야 나

같은 이가 또 있을까 아마도 임 때문에 살 듯 말 듯하

구나

rarr결-애타게 임을 기다리는 마음

〈감상〉

조선 시대 봉건 사회 제도 아래서 오직 인종(忍從)만을

미덕으로 알고 살아야 했던 부녀자의 한(恨)을 노래한

작품으로 일명 원부사(怨夫詞) 또는 원부사(怨夫辭)라

고도 한다 좋은 배필을 원했지만 뜻밖에도 경박스럽고

방탕한 남편을 만나 평생을 피맺힌 한(恨)과 그리움 속

에 보내야 하는 한 여인의 애달픈 사연을 통해 남성

위주의 사회가 가져오는 병폐를 실감 있게 형상화한 작

품이라 할 수 있다

Page 25: 구지가(龜 歌) - middle.gongbuwarac.commiddle.gongbuwarac.com/Common/Popup/FileDownloadAs.aspx?FileName=/ite… · 미륵(彌勒) 좌주(座主) 뫼셔롸. 미륵 좌주를 모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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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 시름이라고 붙어 있으랴 눕기도 하고 앉기도

하고 구부리기도 하고 뒤로 젖히기도 하고 읊기도

하고 휘파람을 불기도 하면서 마음놓고 놀기도

하니 천지도 넓고 넓으며 세월도 한가하다 중국

복희 황제의 태평성대를 내가 잘 몰랐더니 지금이

바로 그것이로구나 신선이 어떤 것인지 잘 몰랐

더니 내가 바로 신선이로구나

rarr본사9 - 취흥

江山風月(강산풍월) 거

리고 내 백년을 다누리면

岳陽樓(악양루) 샹의 李太白(이태백)이 사라 오다

浩蕩情懷(호탕 정회)야 이에서 더

소냐

이 몸이 이렁 굼도 亦君恩(역군은)이샷다

아름다운 대자연을 거느리고 내 한평생을 다 누리

면 조망이 좋기로 이름난 악양루 위의 이태백이

살아온다한들 넓고 큰 마음이야 이것보다 더 하겠

는가 이몸이 이렇게 지내는 것도 역시 임금님의

은혜이시도다

rarr결사 - 호탕한 정회와 군은

면앙정의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지은이가 41세 되던 해 벼슬을 그만두

고 향리인 전라남도 담양에 내려가 면앙정이라는

정자를 짓고 아름다운 자연을 벗삼아 사는 자신의 풍

류 생활을 노래한 것이다 면아정 주변의 경치4계절의

풍경 자신의 풍류 생활에 대한 멋과 흥취를 짜임새 있

게 그려낸 선경 후정의 작품이다

우리 江湖歌道(강호가도)의 전형을 확립한 작품으로

정극인의 상춘곡을 이어받아 송강의 성산별곡관동별곡

에 크게 영향을 끼쳤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결사 끝

부분의 lsquo亦君恩(역군은)이샷다rsquo와 같은 표현은 맹사성의

lsquo강호사시가rsquo에도 나타나는 것으로 자연속에서 지내는

즐거움과 연군 지정을 결합시킨 표현이라 할 수 있다

관동별곡

정 철

江강湖호애 病병이 깁퍼 竹

林님의 누엇더니 關관東

동 八팔百

里니에 方방面면을 맛디시니 어와 聖셩恩

은이야 가디록 罔망極극

다 延연秋츄門문 드리

慶경會회 南남門문

라보며 下하直직고 믈너나니 玉

옥節졀이 알

셧다

平평丘구驛역

라 黑흑水슈로 도라드니 蟾셤江

강은 어듸메오 雉티岳악이 여긔로다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의 병이 깊어 전라남도 창평에서

지내고 있었는데 800리나 되는 강원도 지방의 관찰사

소임을 맡기시니 아아 임금님의 은혜야말로 갈수록

끝이 없다 연추문으로 달려들어가 경회루의 남쪽문을

바라보며 임금님께 하직 인사를 하고 물러나니 옥절이

앞에 서 있다 양주(평구역)역에서 말을 갈아타고 여주

(흑수)로 돌아 들어가니 원주(섬강)는 어디인가 치악

산이 여기로구나

서사1-관찰사 배명과 부임의 여정

昭쇼陽양江강

린 믈이 어드러로 든단 말고 孤고臣신

去거國국에 白

髮발도 하도 할샤 東동州

밤 계오

새와 北븍寬관亭뎡의 올나

니 三삼角각山산 第뎨一일

峰봉이

마면 뵈리로다 弓궁王왕 大대闕궐 터희 烏오

鵲쟉이 지지괴니 千쳔古고 興흥亡망을 아

다 몰

다 淮회陽양 녜 일홈이 마초아

시고 汲급長

孺유

風풍彩

를 고텨 아니 볼 게이고

소양강 흘러내린 물이 어디로 흘러들어간단 말인가 외

로운 신하가 임금님 곁을 떠남에 있어서 나라에 대한

걱정이 많기도 하구나 철원(동주)에서 밤을 겨우 새운

후 북관정에 오르니(임금님이 계신 한양에 있는)삼각

산의 제일 높은 봉우리가 웬만하면 보일 것 같구나 옛

날 궁예왕이 살았던 대궐 터에 까마귀와 까치만 지저귀

고 있으니 먼 옛날의 흥망 성쇠를 까마귀와 까치 너희

들은 아느냐 모르느냐 회양이라는 이름이 옛날 중국의

지명인 회양과 마침 똑같구나(중국 회양 땅에서 선정

을 베푼)급장유의 모습을 이제 다시 (여기서)볼 수 있

지 않겠는가(급장유가 중국 회양땅에서 선정을 베푼

것처럼 정철 자신도 이곳 강원도 회양땅에서 선정을 베

풀겠다는 포부를 나타냄)

서사 2-관내 순력과 선정에 대한 포부

營영中듕이 無무事

고 時시節졀이 三삼月월인 제

花화川쳔 시내길히 楓풍岳악으로 버더 잇다 行

裝장

을 다

티고 石셕逕경의 막대 디퍼 百백川쳔洞동 겨

두고 萬만瀑폭洞동 드러가니 銀은

무지게 玉

龍룡의 초리 섯돌며

十십里리의

자시니 들을 제

우레러니 보니

눈이로다

감영(지금의 도청)안에 아무 일이 없고 시절이 마침 삼

월인 때에 화천 시냇길이 금강산으로 뻗어 있다 행장

을 다 떨쳐 버리고 돌길에 지팡이를 짚어 백천동 곁을

지나 만폭동으로 들어가니 은같은 무지개 옥 같은 용

의 꼬리처럼 생긴 폭포가 섞어 돌며 뿜는 소리가 십 리

에 깔려 있으니 멀리서 들을 때는 우렛소리더니 가까

이 가서 보니 눈(雪)이 날리는 것 같구나

본사1-만폭동 폭포의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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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금剛강臺

우層층의 仙션鶴학이 삿기 치니 春츈

風풍 玉옥笛

聲셩의 첫

돗던디 縞호衣의玄현裳

샹이 半반空공의 소소

니 西셔湖호

主쥬人인을

반겨셔 넘노

금강대 맨 꼭대기에 사는 선학이 새끼를 치니 봄바람

옥피리 소리에 첫 잠을 깨었던지 흰 저고리 검은 치마

로 단장한 학이(학의 날개 묘사) 공중에 솟아 뜨니 옛

날 중국 서호에서 학과 더불어 노닐던 임포를 반겨 맞

는 것 같구나(정철 자신을 임포처럼 생각함)

본사2-금강대 위의 선학

小쇼香향爐노 大대香향爐노 눈 아래 구버보고 正졍陽

양寺

眞진歇헐臺

고텨 올나 안

마리 廬녀山산 眞

진面면目목이 여긔야 다 뵈

다 어와 造조化화翁옹이

토 헌

거든

디 마나 셧거든 솟디 마나

芙부蓉용을 고잣

玉옥을 믓것

東동溟명

을 박

北북極극을 괴왓

놉흘시고 望망高

고臺

외로올샤 穴혈望망峰봉이 하

의 추미러 므

일을

로리라 千쳔萬만劫겁 디나

록 구필 줄 모

다 어와 너여이고 너

향로처럼 생긴 크고 작은 봉우리를 눈아래 굽어보고 나

서 정양사를 지나 진헐대에 다시 올라 앉으니 금강산

의 참모습이 여기서야 다 보이는구나 아아 조물주가

야단스럽기도 야단스럽구나(산봉우리들이)날아가려거

든 뛰지나 말든가 서있으려거든 (위로)솟지나 말든가

할일이지 연꽃을 꽂아 놓은 것 같기도 하고흰 옥을

묶어 놓은 것 같기도 하고 북극성을 떠받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높구나 망고대 외롭구나 혈망봉이 하늘

에 치밀어서 무슨 일을 아뢰려고 오랜 세월이 지나도록

굽힐 줄을 모르느냐 아아 너로구나 너같은 충신이

또 있을까(진헐대에서 바라본 많은 산봉우리들이 굳굳

한 모습으로 서있는 것을 보고 충신의 지조와 절개를

연상하여 표현한 구절)

본사 3-진헐대에서의 조망

心심臺

고텨 올나 衆듕香향城셩

라보며 萬만

二이千쳔峰봉을 歷녁歷녁히 혀여

니 峰봉마다

쳐 잇

고 긋마다 서린 긔운

거든 조티마나 조커든

디 마

나 뎌 긔운 흐터 내야 人인傑걸을

고쟈 形형容용

도 그지업고 체체勢셰도 하도 할샤 天텬地디 삼기실

제 自

然연이 되연마

이제 와 보게 되니 有유情정

도 有유情정

개심대를 다시 올라가서 중향성을 바라보며 금강산 만

이천 봉우리를 똑똑히 헤아려 보니 산봉우리마다 정기

가 맺혀 있고 봉우리 끝마다 서린 기운(정기) (산의

정기가)맑거든 깨끗하지나 말든가 깨끗하거든 맑지나

말 것이지(산의 정기가 맑고도 깨끗하다는 의미) 저

기운을 흩어 내어 뛰어난 인물을 만들고 싶구나 산봉

우리의 생긴 모양이 끝이 없이 다양하고 자세도 많기도

하구나 천지가 생겨날 때 자연히 된 줄 알았더니 이제

와서 보니까 조물주의 뜻이 분명히 있구나

본사 4-개심대에서의 조망

毗비盧로峰봉 上샹上샹頭두의 올라 보니 긔 뉘신고

東동山산 泰태山산이 어

야 놉돗던고 魯노國국 조븐

줄도 우리

거든 넙거나 넙은 天텬下하 엇

닷 말고 어와 뎌 디위

어이

면 알 거이고 오

디 못

거니

려가미 고이

비로봉 맨 꼭대기에 올라본 사람이 그 누구인가

동산과 태산이 그 얼마나 높던가 노나라가 작다는 것

도 우리는 모르겠는데 넓고도 넓은 천하를 어떻게 해서

작다고 공자께서는 말씀하신단 말인가 아아 저 공자

의 경지를 어떻게 하면 알 것인가 올라가지 못하는데

내려가는 것이 이상하랴

본사 5-비로봉을 본 감회

圓원通통골

길로 獅

峰봉을

자가니 그 알

너러바회 化화龍룡쇠 되여셰라 千쳔年년 老노龍룡

이 구

서려 이셔 晝듀夜야의 흘녀 내여 滄창海

해예 니어시니 風풍雲운을 언제 어더 三삼日일雨우

디련

다 陰음崖애예 이온 플을 다 살와 내여

원통골 가느다란 길로 사자봉을 찾아가니 그 앞에 넓고

평평한 바위가 화룡소가 되었구나 마치 천 년이나 묵

은 늙은 용(정철 자신을 지칭함)이 굽이굽이 서려 있어

서 밤낮으로 물을 흘려 내어 푸른 바다에 이어졌으니

용(작자 자신)아 너는 언제 풍운(선정의 기회)을 얻어

서 임금님의 은총을 백성들에게 내리려느냐 굶주리고

헐벗은 백성들을 다 살려 내려무나

본사 6-화룡소에서의 감회

磨마訶하衍연 妙묘吉길祥샹 雁안門문재 너머 디여 외

나모

리 佛블頂뎡臺

올라

니 千쳔尋심絶졀

壁벽을 半반空공애 셰여 두고 銀은河하水슈 한 구

촌촌이 버혀 내여 실

티 플텨이셔 뵈

티 거러시니

圖도經경 열 두 구

내 보매

여러히라 李니謫

션 이제 이셔 고텨 의논

게 되면 廬녀山산이 여긔도

곤 낫단 말 못

려니

마하연 묘길상을 구경하고 안문재를 넘어 내려가 외

나무 썩은 다리를 건너 불정대에 오르니 천길이나 되는

낭떠러지를 공중에 세워 놓고 은하수 한 굽이를 마디

마디 베어 내어 실같이 풀어 가지고 베처럼 걸었으니

도경(금강산 12폭포를 그림으로 그려놓은 그림책)에는

폭포가 열두굽이로 되어 있지만 내가 보기에는 그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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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많아 보인다 이태백이 지금 살아 있어서 다시(금강

산 12폭포와 중국의 여산폭포를 비교) 논의하게 된다

면 여산 폭포가 여기보다 더 낫다는 말은 못 할 것이

본사 7-십이 폭포의 장관

山산中듕을

양 보랴 東동海해로 가쟈

라 籃남輿여

緩완步보

야 山산映영樓누의 올나

니 玲녕瓏농 碧벽

溪계와 數수聲셩啼뎨鳥됴

離니別별을 怨원

旌졍旗긔를

티니 五오色

이 넘노

鼓고角각을

섯부니 海해雲운이 다것

鳴명沙사길 니근

이 醉

仙션을 빗기 시러 바다

두고 海

棠당花화로 드러가니 白

鷗구야

마라 네 버딘 줄 엇디 아

산중의 경치만 노상 보겠는가 동해로 가자꾸나 남녀

(뚜껑없는 가마)를 타고 천천히 걸어서 산영루(정자이

름)에 오르니 영롱하게 반짝이는 시냇물과 갖가지 소

리로 우는 새는 나와의 이별을 싫어하는 듯 여러 가지

깃발을 휘날리니 오색(빨강파랑검정노랑흰색등의

깃발)이 넘나들며 노는 듯 북과 피리를 섞어 부니 바

다의 구름이 다 걷히는 듯하다 모래밭 길에 익숙한 말

이 도취한 신선을 비스듬히 태우고 해변을 따라 해당

화가 피어 있는 곳으로 들어가니 백구야 날아가지 마

라 내가 네 친구일수도 있지 않느냐

본사 8-동해로 가는 감회

金금闌난窟굴 도라드러 叢총石셕亭뎡 올라

니 白

옥樓누 남은 기동 다만 네히 셔 잇고야 工공슈의 셩녕

인가 鬼귀斧부로 다

가 구

야 六뉵面면은 므어슬

象샹톳던고

금난굴을 돌아들어서 총석정에 오르니 바다 가운데에

돌기둥 네 개가 백옥루의 남은 기둥처럼 서 있구나 저

네 개의 돌기둥은 공수(중국 고대의 명공)가 만든 것인

가 귀신의 도끼로 다듬었는가 구태여 그 돌기둥이 여

섯 모가 난 것은 무엇을 본뜬 것인가

본사 9-총석정의 장관

高고城셩을란 뎌만 두고 三삼日일浦포

자가니 丹

단書셔

宛완然연

되 四

仙션은 어

가니 예 사흘

머믄 後후의 어

머믈고 仙션遊유潭담 永영郎

냥湖호 거긔나 가 잇

가 淸

澗간亭뎡 萬만景경臺

몃 고

안돗던고

고성을 저만큼 두고 삼일포를 찾아가니 영랑의 무리

(신라 때 네 명의 화랑 곧 사선)가 남쪽으로 갔다는

글씨는 뚜렷한데 사선은 어디 갔는가 여기서 사흘을

머문 후에 어디 가서 또 머물렀을까 선유담 영랑호

거기나 가 있는가 청간정 만경대 몇 곳에 앉았던가

본사 10-삼일포에서의 회고

梨니花화

셔 디고 졉동새 슬피 울 제 洛낙山산東

동畔반으로 義의相샹臺

예 올라 안자 日일出츌을 보

리라 밤듕만 니러

니 祥샹雲운이 집

동 六뉵龍뇽

이 바퇴

동 바다

날 제

萬만國국이 일위더니

天텬中듕의 티

니 毫호髮발을 혜리로다 아마도 녈구

름 근쳐의 머믈셰라 詩시仙션은 어

가고 咳

唾타만

나맛

니 天텬地디間간 壯장 긔별

셔히도

셔이

배꽃은 벌써 떨어지고 접동새가 슬피 울 때에 낙산의

동쪽 언덕에 있는 의상대에 올라앉아 해 뜨는 것을 보

려고 한 밤중에 일어나니 상서로운 구름이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듯 여섯 마리의 용이 떠받치고 있는 듯

해가 바다에서 떠날 때는 온 세상이 흔들리는 것 같더

니 하늘로 치솟아 오르니 가느다란 터럭을 셀 수 있을

정도로 밝구나 혹시나 지나가는 구름(간신을 비유함)

이 햇빛을 가릴까 두렵다 이백은 어디 가곡 그가 남긴

유명한 말(咳唾(해타)-이백은 lsquo등금릉봉황대rsquo라는 시에

서 간신이 임금의 총명을 흐리게 하는 것을 구름이 해

를 가리는 것에 비유했음)만 남아 있는가 천지간에 굉

장한 소식(사연)이 그의 시에 자세히도 표현되어 있구

본사 11-의상대에서의 일출의 장관

斜샤陽양 峴현山산의 척

을 므니

와 羽우蓋개芝

지輪륜이 鏡경浦포로

려가니 十십里리 氷빙紈환을

다리고 고텨 다려 長

松숑 울흔 소개 슬

장 펴뎌시

니 믈결도 자도 잘샤 모래

혜리로다 孤고舟쥬 解

纜람

야 亭뎡子

올나가니 江강門문橋교 너믄

大대洋양이 거긔로다 從

容용댜 이 氣긔像샹

闊활遠원댜 뎌 境경界계 이도곤

어듸 잇

닷 말고 紅홍粧장 古고事

리로다

江강陵능 大대都도護호風풍俗쇽이 됴흘시고 節졀孝효

旌졍門문이 골골이 버러시니 比비屋옥可가封봉이 이제

도 잇다

저녁 햇살이 비치는 현산의 철쭉꽃을 잇달아 밟으면서

신선을 태운 수레가 경포로 내려가니 십 리나 되는 비

단을 (다리미로)다리고 다시 다린 것처럼 맑고 깨끗한

수면이 큰 소나무가 둘러싼 속에 실컷 펼쳐져 있으니

물결도 잔잔하기도 잔잔하구나 모래를 셀 수 있을 것

같도다 배 한 척을 띄워 호수를 건너가서 정자 위에

올라가니 강문교 바로 너머에 넓은 바다가 거기로구

나 조용하구나 이 기상 넓고 멀구나 저 경계(수평

선) 여기보다 더 (경치가) 잘 갖추어진 곳이 또 어디

있단 말인가 박신과 흥장의 옛일을 야단스럽다고 할

것이로다 강릉 대도호부의 풍속이 좋기도 하구나 충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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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효자 열녀 등을 표창하는 문이 고을마다 널려 있

으니 요순 시대처럼 집집마다 벼슬을 봉할 만하다는

것이 지금도 있다 할 것이로다

본사 12-경포의 장관과 강릉의 미풍 양속

眞진珠쥬館관 竹

西셔樓루 五오十십川쳔

린 믈이 太

태白

山산 그림재

東동海

로 다마 가니

하리 漢

한江강의 木목覓멱의 다히고져 王왕程뎡이 有유限

고 風풍景경이 못 슬

니 幽유懷회도 하도 할샤 客

愁수도 둘 듸 업다 仙션사

워 내여 斗두牛우로 向

살가 仙션人인을

려 丹단穴혈의 머므살가

진주관 죽서루 아래 오십천에 흘러내리는 물이 태백산

그림자를 동해로 담아가지고 흘러가니 차라리 저 물을

임금님이 계신 서울 남산에 닿게 하고 싶다 관원의 여

정에는 기한이 있고 풍경은 싫증이 나지 않으니 그윽

한 회포도 많기도 많구나 나그네의 시름도 둘 곳이 없

다 신선이 탄다는 뗏목을 띄워서 북두성과 견우성으로

향할까 사선을 찾으러 단혈에 머무를까

본사 13-죽서루에서의 객수

天텬根근을 못내 보와 望망洋양亭뎡의 올은말이 바다

밧근 하

이니 하

밧근 므서신고

득 노 고래 뉘

라셔 놀내관

블거니

거니 어즈러이 구

디고 銀

은山산을 것거 내여 六뉵合합의

五오月월

天텬의 白

雪셜은 므

일고

하늘의 끝을 끝내 못 보아 망양정에 오르니 바다 밖은

하늘인데 하늘 밖은 무엇인가 가뜩이나 노한 고래를

누가 놀리게 하기에 불기도 하고 뿜기도 하면서 어지럽

게 구는 것인가 은으로 된 산을 꺾어 내어 온 세상에

흩어 내리는 듯 오월의 아득한 하늘에 흰 눈이 무슨 일

인가

본사 14-망양정에서의 조망

져근덧 밤이 드러 風풍浪낭이 定뎡

扶부桑상 咫

지尺

의 明명月월을 기

리니 瑞셔光광 千쳔丈

고야 珠쥬簾렴을 고텨 것고 玉옥階계

다시 쓸며 啓계明명星셩 돗도록 곳초 안자

라보니

蓮년花화 가지

뉘라셔 보내신고 일이 됴흔

世세界계

대되 다 뵈고져

流뉴霞하酒쥬

득 부어

려 무론 말이 英영雄웅은

가며 四

仙션은 긔 뉘러니 아

나 맛나 보아

긔별 뭇쟈

니 仙션山산 東동海

예 갈 길히 머도

멀샤

잠깐 사이에 밤이 되어 풍랑이 가라앉거늘 해와 달이

뜬다는 부상 가까운 거리에서 밝은 달을 기다리니 천

길이나 뻗친 상서로운 달빛이 보이는 듯하다가 숨는구

나 구슬로 만든 밭을 걷어 올리고 돌층계를 다시 쓸며

샛별이 돋을 때까지 꼿꼿이 앉아 바라보니 흰 연꽃 한

송이를 누가 보내셨는가 이렇게 좋은 세계를 남에게

다 보이고 싶구나 신선주를 가득 부어 들고 달에게 묻

기를ldquo영운은 어디 갔으며 사선 그들은 그 누구이더

냐rdquo 아무나 만나 보아 옛 소식을 물으려 하니 삼신산

이 있다는 동해에 갈 길이 멀기도 멀구나

결사 1-동해의 달맞이

松숑根근을 볘여 누어 픗

을 얼픗 드니

애 사

이 날

려 닐온 말이그

내 모

랴 上샹界계예 眞

진仙션이라 黃황庭뎡經경一일字

엇디 그

닐거

두고 人인間간의 내려와셔 우리

다 져근덧

가디 마오 이 술 잔 머거 보오 北북斗두星셩 기우

려 滄챵海

水슈 부어 내여 저 먹고 날 머겨

서너

잔 거후로니 和화風풍이 習습習습

야 兩냥腋

을 추

혀 드니 九구萬만里리 長

空공애 져기면

리로다 이

술 가져다가 四

예 고로

화 億억萬만 蒼창生

을 다 醉

근 後후의 그제야 고텨 맛나

고야 말 디쟈 鶴학을

고 九구空공의 올나가니

空공中듕 玉옥蕭쇼 소

어제런가 그제런가

나도

여 바다

구버보니 기

거니

인들 엇디 알리 明명月월이 千천山산萬만落낙의 아니

비쵠

업다

소나무 뿌리를 베고 누워서 선잠을 얼핏드니

꿈에 한 사람이 나더러 이르기를 ldquo그대(송강)를 내가

모르랴 그대는 하늘 나라의 진짜 신선이라 황정경의

한 글자를 어찌하여 잘못 읽어 가지고 속세로 귀양와서

우리를 따르는가 잠깐 동안 가지 말고 이 술 한잔 먹

어 보오rdquo 북두칠성을 국자 삼아 푸른 바닷물을 잔에

부어 저도 먹고 나도 먹이거늘 서너잔을 기울이니 화

창한 바람이 산들산들 불어 양쪽 겨드랑이를 추켜드니

구만리나 되는 먼 하늘에 웬만하면 날 것 같구나

ldquo이 술을 가져다가 온 세상에 골고루 나누어 모든 백성

들을 다 취하게 만든 후에 그 때에야 다시 만나 또 한

잔 하자꾸나lsquo

그 말이 끝나자 신선(꿈에 한 사람)은 학을 타고 하늘

로 올라가니 공중에서 들려오는 옥피리 소리가 어제던

가 그제던가 싶게 어렴풋하구나 나도 잠을 깨어 바다

를 굽어보니 그 깊이를 모르는데 끝이야 더욱 어떻게

알겠는가 밝은 달이 온 세상에 아니 비친 곳이 없다

결사 2-꿈속의 선연

lt송강가사(松江歌辭) 이선본(李選本gt

지은이가 45세 되던 선조 13년(1580)에 강원도 관찰사

에 배임(拜任)되어 부임하는 과정과 원주에 부임한 후

틈을 내어 관동 팔경을 비롯한 강원도 내의 명승지를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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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루 유람하며그 승경(勝景)과 인정 풍속을 비롯해서

연군(戀君)애민의 정(情) 및 선연(仙緣)을 노래한 기행

가사의 대표적인 작품이다 멀게는 고려 충숙왕 때 안

축이 지은 경기체가 형식의 [관동별곡]과 가깝게는 명

종때 백광홍이 지은 [관서별곡] 송순의 [면앙정가]의

영향을 받은 작품으로 표현이 명쾌화려하고 탄력이 넘

치며 활달하고 낭만적이어서 지은이의 호탕한 기상이

잘 나타나 있다

총 295구로 이루어진 장편 기행 가사로 서사(처음~급

당유 풍 고텨 아니 볼 게이고) 본사(영둥이 무고~오월 댱텬의 셜은 므일고) 결사(져근덧 밤이

드러~아니 비쵠 업다)로 구성되어 있다

산에서 바다로 이어지는 여정은 그 각각의 이미지를 매

개로 하여 인간의 두 가지 존재 양식 사이에서 갈등하

는 작가의 모습을 보여 준다 산에서 본 경치는 백색의

이미지로서 고결한 위정자로서의 풍모를 드러내고 있으

며 바다에서는 인간 본연의 영원한 세계를 갈구하는

자유 분방한 정신을 표출하고 있다

다양한 어휘와 적절한 수사법을 능란하게 구사함으로

써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한층 높은 경지로 끌어 올린

작품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사미인곡(思美人曲)

송강 정 철

이 몸 삼기실 제 님을 조차 삼기시니 緣分(연분)이며 하 모 일이런가 나 나 졈어 잇

고 님 나 날 괴시니 이 음 이 랑 견졸 노여 업다

이 몸이 태어날 때에 임을 따라서 태어나니 한평생의

연분이며 하늘이 모를 일이던가내가 오직 젊어 있고

임은 오직 나를 사랑하시니 이 마음과 이 사랑을 비교

할 곳이 전혀 없다

서사 1-임과의 인연

平生(평)애 願(원) 요 녜자 얏더니

늙기야 므 일로 외오 두고 글이고 엇그제 님

을 뫼셔 廣寒殿(광한뎐)의 올낫더니그더 엇디

야 下界(하계)예 랴오니 올 적의 비슨 머리 얼

킈연디 三年(삼년)이라 臙脂粉(연지분) 잇마 눌 위여 고이고 음의 친 실음 疊疊(텹텹)

이 혀 이셔 짓니 한숨이오 디니 눈믈이라

人生(인)은 有限(유) 시도 그지업다

평생에 원하기를 임과 함께 살아가고자 했는데 늙어서

야 무슨일로 외따로 두고 그리워하는가 엊그제 임을

모시고 광한전에 올라 있었는데 그 사이에 어찌하여 이

하계에 내려왔느냐 임을 떠나 올 적에 빗은 머리가 헝

클어진 지삼 년일세 연지와 분이 있지마는 누구를 위

해서 예쁘게 화장할 것인가 마음에 맺힌 시름이 겹겹

이 쌓여 있어서 짓는 것이 한수밍요 떨어뜨리는 것이

눈물이라 인생은 한이 있는데 시름은 끝이 없다

서사 2-임에 대한 그리움

無心(무심) 歲月(셰월)은 믈 흐 고야 炎

凉(염냥)이 아라 가 고텨 오니 듯거니

보거니 늣길일도 하도 할샤

아무 생각이 없는 세월은 물 흐르듯 빨리 지나가는구

나 더위와 추위가 때를 알아서 가자마자 다시 오니 듣

고 보는 가운데서 느낄일이 많기도 많구나

서사 3-세월의 무상함

東風(동풍)이 건듯 부러 積雪(젹셜)을 헤텨내니 窓

(창) 밧긔 심근 梅花(화) 두세 가지 픠여셰라 득 冷淡(담) 暗香(암향)은 므 일고 黃昏

(황혼)의 이 조차 벼 마 빗최니 늣기 반기 님이신가 아니신가

뎌 梅花(화) 것거 내여 님 겨신 보내오져 님

이 너 보고 엇더타 너기실고

봄바람이 문득 불어서 쌓인 눈을 헤쳐내니 창밖에 심은

매화가 두세 가지 피었구나 가뜩이나 쌀쌀하고 담담한

데 그윽하게 풍기는 향기는 또 무슨 일인가 황혼에 달

이 따라와 배갯머리에 비치니흐느껴 우는 듯 반기는

듯하니 임이신가 아니신가 저 매화를 꺾어 내어 임 계

신 곳에 보내고 싶다 그러면 임이 너 (매화)를 보고

어떻다고 생각하실까

본사 1-춘원(春怨)

디고 새 닙 나니 綠陰(녹음)이 렷 羅幃

(나위) 寂寞(젹막)고 繡幕(슈막)이 뷔여 잇다 芙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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蓉(부용)을 거더 노코 孔雀(공쟉)을 둘러 두니 득 시 한 날은 엇디 기돗던고鴛鴦錦(원앙금)

버혀 노코 五色線(오션) 플텨 내여 금자 견화

이셔 님의 옷 지어 내니 手品(슈품)은니와 制度

(졔도)도 시고 珊瑚樹(산호슈) 지게 우 白玉函(옥함)의 다마 두고 님의게 보내오려 님 겨신

라보니 山(산)인가 구롬인가 머흐도 머흘시

고 千里 萬里(쳔리 만리)길흘 뉘라셔 자갈고니

거든 여러 두고 날인가 반기실가

꽃이 지고 새 잎이 피어나니 녹음이 우거졌는데 비단

포장이 적막하고 수놓은 장막이 텅 비어 쓸쓸하다 연

꽃을 수놓은 비단 휘장을 걷어 놓고 공작을 수놓은 병

풍을 둘러 치니 가뜩이나 시름이 많은데 날은 어찌 그

리 길던가 원앙새 수놓은 비단을 베어 놓고 오색실을

풀어 내어 좋은 자로 재어서 임의 옷을 지어내니 솜씨

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격식도 갖추었구나 백옥으로

만든 함에 담아 산호로 만든 지게 위에 얹어 놓고 임에

게 보내려고 임 계신 곳을 바라보니 산인지 구름인지

험하기도 험하구나 천만 리나 되는 먼 길을 누가 찾아

갈 것인가 가면은 함을 열어 놓고 나를 본것처럼 반가

워하실까

본사2-하원(夏怨)

밤 서리김의 기겍러기 우러 녤 제 危樓(위루)

에 혼자 올라 水晶簾(슈졍념) 거든말이 東山(산)의

이 나고 北極(븍극)의 별이 뵈니 님이신가 반기

니 눈믈이 절로 난다 淸光(쳥광)을 쥐여 내여 鳳

凰樓(봉황누)의 븟티고져 樓(누) 우 거러 두고

八荒(팔황)의 다 비최여 深山窮谷(심산궁곡) 졈낫

티 그쇼셔

하룻밤 서리가 내린 무렵에 기러기가 울며 지나갈 때

높은 누각에 혼자 올라가 수정으로 만든 밭을 걷으니

동산에 달이 떠오르고 북극성이 보이므로 임이신가 하

여 반가워하니 눈물이 절로 난다 밝은 달을 잡아 내어

임 계신 곳에 보내고 싶구나 임께서 그 달을 누각 위

에 걸어 노고 온 세상을 다 비추어 깊은 산 골짜기 까

지도 대낮같이 밝게 하소서(밝은 정치를 베푸소서)

본사 3-추원(秋怨)

乾坤(건곤)이 閉塞(폐)야 白雪(셜)이 빗친

제 사은니와 새도 긋쳐 잇다 瀟湘南畔(쇼

샹남반)도 치오미 이러커든 玉樓高處(옥누고쳐)야

더욱 닐러 므리陽春(양츈)을 부쳐 내여 님 겨

신 쏘이고져茅簷(모쳠) 비쵠 玉樓(옥누)의

올리고져 紅裳

(홍샹)을 니믜 고 翠袖(슈) 半(반)만 거더

日暮脩竹(일모슈듁)의 혬가림도 하도 할샤 댜 수이 디여 긴 밤을 고초 안자 靑燈

(쳥등) 거른 겻 鈿箜葔(뎐공후)노하 두고 의나

님을 보려 밧고 비겨시니 鴦衾(앙금)도 도

샤 이 밤은 언제 샐고

하늘과 땅이 꽉막힌 것처럼 흰 눈으로 온통 덮여 있으

니 사람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날아디는 새도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다 소상강 남쪽 지방같이 따뜻한 이 곳

도 추위가 이러한데 하물며 임계신 북쪽 지방이야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따뜻한 봄볕을 부쳐 내어 임 계신

곳에 쏘이고 싶다 초가집 처마에 비친 해를 임계신 곳

에 올리고 싶다 붉은 치마를 여미어 입고 푸른 소매를

반쯤 걷어 해질 무렵 대나무에 의지하여 여러 가지 생

각이 많기도 하구나 짧은 겨울해가 이내 넘어가니 긴

밤을 꼿꼿이 앉아서 청사초롱을 걸어 둔 곁에 자개 입

힌 공후를 놓아 두고 꿈에나 임을 만나 보려고 턱을

받치고 기대어 있으니 원앙금침이 차갑기도 하구나 이

밤은 언제 샐것인가

본사 4-동원(冬怨)

도 열두 도 셜흔 날 져근덧 각마

라 이 시 닛쟈 니 의 쳐 이셔 骨髓(골

슈)의 텨시니 扁鵲(편쟉)이 열히 오나 이 병을

엇디리 어와 내 병이야 이 님의 타시로다 하

리 싀어디여 범나븨 되오리라 곳나모 가지마다 간

죡죡 안니다가 향 므든 애로 님의 오 올므

리라 님이야 날인 줄 모셔도 내 님 조려 노

하루도 열두 때 한 달도 서른 날 잠시 라도 생각을

말아 가지고 이 시름을 잊으려 해도 마음 속에 맺혀

있어서 뼛속까지 사무쳤으니 편작 같은 명의가 열명이

온다 한들 이 병을 어찌할 것인가

아아 내 병이여 이 병을 어찌할 것인가

아아 내 병이여 이 임의 탓이로다 차라리 죽엇 호랑

나비가 되리라 꽃나무 가지에 가는 곳마다 앉으며 돌

아다니다가 향기 묻은 날개로 임의 옷에 앉으리라 임

께서 나인 줄을 모르신다 해도 나는 끝까지 임을 따르

려 하노라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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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사 -임을 향한 변함 없는 마음

lt성주본 송강가사gt

작품의 감상

작자가 50세 되던 해에 반대 정파의 탄핵을 받고 전남

창평으로 물러나 우거(寓居)하면서 임금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여인이 사랑하는 사람을 그리는 심정에 의탁하

여 부른 노래이다 이 작품의 제목인 〈사미인곡(思美

人曲)〉은 중국 굴원이 지은 〈이소(離騷)〉의 제 9편

에 나오는 lsquo사미인(思美人)rsquo이라는 편명에서 따온 것으

로 보이며 그 작품 역시 충군(忠君)의 내용을 담고 있

어 내용 또한 그 영향을 받은 것으로 짐작된다

또 임금을 임으로 설정하여 노래한 것은 고려 속요인

〈정과정〉과 맥을 같이하고 있으며 임에 대한 헌신적

사랑의 표현은 〈가시리〉〈동등〉등과 접맥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작품은〈속미인곡〉과 더불어 가사 문학의 극치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일찍이 서포 김만중은 〈사미인

곡〉 〈속미인곡〉 〈관동별곡〉을 가리켜 lsquo좌해진문

장 지차삼편(左海眞文章 只此三篇우리 나라의 참된 문

장은 오직 이 세 편뿐이다)rsquo라고 하였다 이 노래는

서사 본사 결사 세 부분으로 되어 있는데 본사는 다

시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나뉘어 있다

속미인곡(續美人曲)

송강 정 철

뎨 가 뎌 각시 본듯도 뎌이고

天上(텬상) 白玉京(옥경)을 엇디야 離別(니별)고

다 뎌 져믄 날의 눌을 보라 가시고

저기가는 저 젊은 여인 본 듯도 하구나 임금님이 계

시는 서울을 어찌하여 이별하고 해가 다 져서 저무는

날에 누구를 보러 가시는 고

rarr서사1 - 서울을 떠나온 이유(갑녀의 질문)

어와 네여이고 내 셜 드러보오

내 얼굴 이 거동이 님 괴얌즉 냐마

엇딘디 날 보시고 네로다 녀기실나도 님을 미더 군디 전혀 업서

이야 교야 어러이 구돗디

반기시 비치 녜와 엇디 신고

누어 각고 니러 안자 혜어니

내 몸의 지는 죄 뫼티 혀시니

하히라 원망며 사이라 허믈랴

셜워 플텨 혜니 造物(조물)의 타시로다

아아 너로구나 내 사정 이야기를 들어보오

나의 생김새와 행동거지가 임의 사랑을 받을 수 있겠느

냐마는 어쩐지 나를 보시고 (내가 사랑할 사람은 바

로) 너로구나 하며 특별히 사랑하시기에 나도 임을 믿

어 딴 생각이 전혀 없어 응석과 애교를 부리면서 (얼마

나) 어지럽게 굴었던지 (나를) 반가워 하시는 얼굴빛

이 예날과 어찌 다르신가 누워 생각하고 일어나 앚아

헤아리니 내 몸의 지은 죄가 산같이쌓였으니 하늘을 원

망하겠으며 사람을 탓하겠는가 하도 서러워 여러 가지

로 깊이 생각해보니 조물주의 탓이로구나

rarr서사2 - 자책과 체념(을녀의 대답)

글란 각 마오

그렇게는 생각하지 마시오

rarr본사1 - 갑녀의 위로

친 일이 이셔이다

님을 뫼셔 이셔 님의 일을 내 알거니

믈튼 얼굴이 편실적 몃날일고

春寒(츈한) 苦熱(고열)은 엇디야 디내시며

秋日(츄일) 冬天(동텬)은 뉘라셔 뫼셧고

粥早飯(쥭조반) 朝夕(조석)뫼 녜와 티 셰시가

기나긴 밤의 은 엇디 자시고

마음 속에 맺힌 일이 있습니다 예전에 임을 모신적이

있어서 임의 일을 내가 잘 아는데 물과 같이 연약한

체질이 편하실 때가 며칠이나 될꼬 이른 봄의 추위와

한여름의 더위를 어떻게 지내시며 가을과 겨울날은 누

가 모셨는가 죽조반과 아침 저녁 진지는 옛날과 같이

잘 잡수시는가 기나긴 밤에 잠은 어떻게 주무시는가

rarr본사2-임에 대한 염려(을녀의 사설)

님다히 消息(소식)을 아무려나 아쟈니

오도 거의로다 일이나 사 올가

내 둘 업다 어드러로 가쟛 말고

잡거니 밀거니 놉픈 뫼 올라가니

구름은 니와 안개 므일고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32 -

山川(산쳔)이 어둡거니 日月(일월)을 엇디보며

咫尺(지척)을 모거든 千里(쳔리) 라보랴

리 믈의 가 길히나 보랴니

람이야 믈결이야 어둥졍 된뎌이고

샤공은 어 가고 븬 만 걸렷고

江天(간텬)의 혼자 셔셔 디 구버보니

님 다히 消息(소식)이 더옥 아득뎌이고

임이 계시는 곳의 소식을 어떻게든지 알려고 하니 오늘

도 거의 지나갔구나 내일이나 임의 소식을 전해줄 사

람이 올까 내 마음을 둘 곳이 없다 어디로 가자는 말

인가 (나무같은 것을) 잡기도 하고 밀기도 하면서 높

은 산에 올라가니 구름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안개는

또 무슨 일로 저렇게 기어 있는가 산천이 어두운데 해

와 달을 어떻게 보겠으며 지척을 모르겠는데 천 리나

되는 먼 곳을 (어떻게) 바라몰 수 있으랴 차라리 물가

에 서서 뱃길이나 보려고 하니 바람과 물결이 어수선하

게 되었구나 사공은 어디가고 빈 배만 걸려있는가 강

변에 홀로서서 지는 해를 굽어보니 임계신 곳의 소식이

더욱 아득하구나

rarr본사3-임의 소식을 애타게 기다림(을녀의 사설)

茅簷(모쳠) 자리의 밤듕만 도라오니

半壁(반벽) 靑燈(청등)은 눌 위야 갓고

오며 리며 헷드며 바자니니

져근덧 력진力盡(녁진)야 픗을 잠간 드니

精誠(정셩)이 지극야 의 님을 보니

玉(옥)튼 얼굴이 半(반)이나마 늘거셰라

의 머근 말 슬장 쟈니

눈믈이 바라나니 말인들 어이며

情(정)을 못다야 목이조차 몌여니

오뎐된 鷄聲(계셩)의 은 엇디 돗던고

초가집 차가운 잠자리에 한밤중이 돌아오니 벽에 걸려

있는 등불은 누구를 위하여 밝아 있는가 산을 올라가

기도 하고 내려가기도 하면서 헤메며 오락가락 돌아다

니다가 잠깐 사이에 힘이 다하여 풋잠이 잠깐 들었는

데 정성이 지극하여 꿈속에서 임을 보니 옥과 같이 곱

던 임의 얼굴이 반넘게 늙었구나 마음 속에 품은 생각

을 실컷 아뢰려고 하였더니 눈물이 잇달아 쏟아지니

말인들 어찌하며 정회도 다 못풀어 목마저 메어오니

방정맞은 닭울음소리에 잠은 어찌 깨었던가

rarr본사4-독수공방의 한과 꿈에서 만난 임

(을녀의 사설)

어와 虛事(허)로다 이 님이 어 간고

결의 니러 안자 窓(창)을 열고 라보니

어엿븐 그림재 날 조 이로다

리 싀여디어 落月(낙월)이나 되야이셔

님 겨신 窓(창) 안 번드시 비최리라

아아 헛된 일이로다 내 임이 어디 갔는고 꿈결에 일

어나 앉아 창을 열고 바라보니 불쌍한 그림자만이 나

를 따라올 뿐이로다 차라리 죽어서 지는 달이나 되어

임 계신 창 안에 환하게 비치리라

rarr결사-죽어서라도 임을 따르겠다는 다짐

(을녀의 사설)

각시님 이야니와 구 비나 되쇼셔

각시님 달은커녕 궂은 비나 되십시오

rarr결사-갑녀의 위로

〈해설〉

사미인곡의 속편으로 지은이가 동인(東人)으로 탄핵을

받고 고향인 전라남도 창평에 낙향해 있을 때에 임금

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두 여인의 대화 형식을 빌려 노

래한 작품이다 이 작품의 현대어 해석에 나와 있는 lsquo갑

녀(甲女)rsquo와 lsquo을녀(乙女)rsquo는 편의상 붙인 이름으로 갑녀

는 보조적 위치에 있는 화자이며 을녀가 지은이를 대

변하는 주된 화자이다 〈사미인곡〉과 더불어 가사 문

학의 최고봉이라 일컬어지는데 특히 순수한 우리말의

구사가 절묘하며 대화 형식으로 구성하여 표현에 참신

성을 더한 것은 lsquo금상첨화(錦上添花)rsquo라 할 수 있을 것

이다

홍만종은 〈순오지(旬五志)〉에서 이 작품을 제갈공명

의 〈출사표(出師表)〉에 비견할 만하다고 극찬하였으

며 서포 김만중은 〈서포만필(西浦漫筆)〉에서 ldquo예로부

터 우리 나라의 참된 문장은 오직 이 세 편(사미인곡

속미인곡 관동별곡)뿐이데다시 이 세편에 대하여 논할

것 같으면 그 중에서 속미인곡이 더욱 뛰어나다 관동

별곡과 사미인곡은 오히려 한자음을 빌려서 그 가사 내

용을 꾸민 데 지나지 않는다rdquo라고 하였다

규원가(閨怨歌)

허난설헌

엇그제 저멋더니 마 어이 다 늘거니

少年行樂(소년 행락) 생각니 일러도 속절업다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33 -

늘거야 서른 말 자니 목이 멘다

엊그제 젊었었는데 어찌 벌써 다 늙어버렸는가 어린

시절에 즐겁게 지내던 일을 생각하니 말해 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 이렇게 늙은 뒤에 서러운 얘기를 하자니

목이 멘다

rarr기1-늙음의 한탄

父生母育(부생 모육) 辛苦(신고)야 이 내 몸 길러 낼

公侯配匹(공후 배필) 못 바라도 君子好逑(군자 호구) 願

(원)더니

三生(삼생)의 怨業(원업)이오 月下(월하)의 緣分(연분)으

長安遊俠(장안 유협) 輕薄子(경박자)를 치 만나 잇

서 當時(당시)의 용심(用心)기 살어름 디듸는 부모님이 나를 낳아서 고생하여 길러낼 때 높은 벼슬아

치의 배필을 바라지는 못했어도 훌륭한 남자의 좋은

짝이 되기를 원했더니 삼생의 원망스러운 업보요 월

하 빙인이 정해 준 연분으로 놀기 좋아하고 경박한 사

람을 꿈같이 만나 가지고 시집 간 뒤 조심하면서 마음

졸이기를 꼭 살얼음 디디듯하였다

rarr기2-젊은 시절의 회상

三五二八(삼오 이팔) 겨오 지나 天然麗質(천연 여질)절

로 이니

이 얼골 이 態度(태도)로 百年期約(백년 기약) 얏더니

年光(연광)이 훌훌고 造物(조물)이 多時(다시)야

봄바람 가을 믈이 뵈오리 북 지나듯

雪鬂花顔(설빈 화안) 어 가고 面目可憎(면목 가증) 되

거고나

내 올골 내 보거니 어느 님이 날 괼소냐

스스로 慙愧(참괴)니 누구를 怨望(원망)리

십오륙 세가 겨우 지나 타고난 아름다운 모습이 절로

나타나니 이 얼굴 이 태도로 (남편과)평생을 약속하였

더니 세월이 빨리 지나가고 조물주가 시기가 많아서

세월의 빠르기가 베 짤 때 북이 지나가는 듯 젊고 아

름다운 얼굴은 어디로 가고 추한 모습이 되었구나 내

얼굴을 내가 보아 알거니와 어느 임이 나를 사랑하겠는

가 스스로 생각해도 부끄러운데 누구를 원망하리

rarr기3-세월의 무상함과 늙음의 한탄

三三五五(삼삼 오오) 冶遊園(야유원)의 새 사람이 나단

말가

곳 피고 날 저물 제 定處(정처) 업시 나가 잇어

백마(白馬) 금편(金鞭)으로 어어 머므는고

원근(遠近)을 모르거니 消息(소식)이야 더욱 알랴

因緣(인연)을 긋쳐신들 각이야 업슬소냐

얼골을 못 보거든 그립기나 마르려믄

열두 김도 길샤 설흔 날 至理(지리)다

玉窓(옥창)에 심 梅花(매화) 몃 번이나 픠여진고

겨을 밤 차고 찬 제 자최눈 섯거 치고

여름날 길고 길 제 구 비 므스 일고

三春花柳(삼춘 화류) 好時節(호시절)의 景物(경물)이 시

름업다

가을 방에 들고 蟋蟀(실솔)이 床(상)에 울 제

긴 한 숨 디 눈물 속절업시 헴만 만타

아마도 모진 목숨 죽기도 어려울사

몇 명씩 떼지어 다니는 술집에 새 기생이 나타났다는

말인가 꽃 피고 날 저물 때 일정한 거처도 없이 나가

서 호사로운 차림새로 어디어디 가서 머므는가 바깥출

입이 없어 원근 지리를 모르는데 임의 소식이야 더구나

알 수 있으랴 인연을 끊었다고 하지만 임에 대한 생각

이야 어찌 없겠는가 만나지 못할 임이라면 그립지나

말일이지 하루도 열두때 길기도 하구나 한 달이 지루

하다 옥창에 심은 매화가 몇 번이나 피었다가 졌는고

겨울 밤 차고 찬 때에 눈보라가 섞어 치고 여름날 길고

긴 때에 궂은비는 또 무슨 일인가 꽃 피고 새 잎이 돋

는 좋은 계절 봄에도 보이는 경치가 시름이 없다 가을

달이 방에 비치고 귀뚜라미가 침상에서 울 때 긴 한숨

떨어지는 눈물에 헛되이 생각하는 것만 많다 아마도

모진 목숨 죽기도 어렵구나

rarr승-방탕한 남편에 대한 원망과 독수공방의 한

도로혀 풀쳐 혜니 이리 여 어이 리

靑燈(청등)을 돌라 노코 綠綺琴(녹기금) 빗기 안아

碧蓮花(벽련화) 한 곡조를 시름 조 섯거 타니

瀟相夜雨(소상야우)의 댓소리 섯도 華表(화표) 千年(천 년)의 別鶴(별학)이 우니 玉手(옥수)의 타는 手段(수단) 녯 소 잇다마芙蓉帳(부용장) 寂寞(적막)니 뉘 귀에 들리소니

肝腸(간장)이 九曲(구곡)되야 구븨구븨 쳐서라

돌이켜 여러 모로 생각해 보니 이렇게 살아서 어찌하겠

는가 등불을 돌려 놓고 녹기금을 비스듬히 안아 벽련

화 한 곡조를 시름까지 섞어 타니 소상강의 밤비에 대

나무 잎 소리가 섞여 들리는 듯 천년만에 돌아온 학이

화표주에 앉아 우니는 듯섬섬옥수로 타는 솜씨가 옛

소리를 간직하고 있다마는 부용장 안에 임이 없으니 누

구 귀에 들리겠는가 구곡간장이 굽이굽이 끊어지는 것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34 -

같구나

rarr전-거문고로 시름을 달램

하리 잠을 드러 의나 보려 니

바람의 디 닙과 풀 속에 우는 즘생

므스 일 원수로서 잠조차 오다

천상(天上)의 牽牛織女(견우 직녀) 銀河水(은하수) 박혀

서도

七月七夕(칠월 칠석)一年一度(일년 일도)失期(실기)치

아니거든

우리 님 가신 후는 무슨 弱水(약수) 가렷관듸

오거나 가거나 소식(消息)조차 쳣는고

欄干(난간)의 비겨 셔서 님 가신 바라보니

초로(草露) 맷쳐 잇고 暮雲(모운)이 디나갈 제

竹林(죽림) 푸른 고 새 소리 더욱 설다

세상의 서룬 사람 수업다 려니와

薄命(박명) 紅顔(홍안)이야 날 가니 이실가

아마도 이 님의 지위로 살동말동 여라

차라리 잠이 들어 꿈에서나 임을 보려하니 바람에 지는

나뭇잎과 풀 속에서 우는 벌레가 나와 무슨 원수가 졌

길래 잠조차 깨우는가 하늘의 견우 직녀는 은하수가

막고 있어도 일 년에 한 번 칠월 칠석날에는 기약을 어

기지 않고 만나는데 우리 임이 가신 후에는 무슨 약수

가 가로막고 있길래 오고 가는 소식조차 끊어졌는고

난간에 기대어 서서 임 계신 곳을 바라보니 풀잎에 이

슬은 맺혀있고 저녁 구름이 지나갈 때 대나무 숲 푸른

곳에 새 소리가 더욱 섧다 세상에 서러운 사람이 수없

이 많다고 하지만 기구한 팔자를 타고난 사람이야 나

같은 이가 또 있을까 아마도 임 때문에 살 듯 말 듯하

구나

rarr결-애타게 임을 기다리는 마음

〈감상〉

조선 시대 봉건 사회 제도 아래서 오직 인종(忍從)만을

미덕으로 알고 살아야 했던 부녀자의 한(恨)을 노래한

작품으로 일명 원부사(怨夫詞) 또는 원부사(怨夫辭)라

고도 한다 좋은 배필을 원했지만 뜻밖에도 경박스럽고

방탕한 남편을 만나 평생을 피맺힌 한(恨)과 그리움 속

에 보내야 하는 한 여인의 애달픈 사연을 통해 남성

위주의 사회가 가져오는 병폐를 실감 있게 형상화한 작

품이라 할 수 있다

Page 26: 구지가(龜 歌) - middle.gongbuwarac.commiddle.gongbuwarac.com/Common/Popup/FileDownloadAs.aspx?FileName=/ite… · 미륵(彌勒) 좌주(座主) 뫼셔롸. 미륵 좌주를 모셔라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26 -

金금剛강臺

우層층의 仙션鶴학이 삿기 치니 春츈

風풍 玉옥笛

聲셩의 첫

돗던디 縞호衣의玄현裳

샹이 半반空공의 소소

니 西셔湖호

主쥬人인을

반겨셔 넘노

금강대 맨 꼭대기에 사는 선학이 새끼를 치니 봄바람

옥피리 소리에 첫 잠을 깨었던지 흰 저고리 검은 치마

로 단장한 학이(학의 날개 묘사) 공중에 솟아 뜨니 옛

날 중국 서호에서 학과 더불어 노닐던 임포를 반겨 맞

는 것 같구나(정철 자신을 임포처럼 생각함)

본사2-금강대 위의 선학

小쇼香향爐노 大대香향爐노 눈 아래 구버보고 正졍陽

양寺

眞진歇헐臺

고텨 올나 안

마리 廬녀山산 眞

진面면目목이 여긔야 다 뵈

다 어와 造조化화翁옹이

토 헌

거든

디 마나 셧거든 솟디 마나

芙부蓉용을 고잣

玉옥을 믓것

東동溟명

을 박

北북極극을 괴왓

놉흘시고 望망高

고臺

외로올샤 穴혈望망峰봉이 하

의 추미러 므

일을

로리라 千쳔萬만劫겁 디나

록 구필 줄 모

다 어와 너여이고 너

향로처럼 생긴 크고 작은 봉우리를 눈아래 굽어보고 나

서 정양사를 지나 진헐대에 다시 올라 앉으니 금강산

의 참모습이 여기서야 다 보이는구나 아아 조물주가

야단스럽기도 야단스럽구나(산봉우리들이)날아가려거

든 뛰지나 말든가 서있으려거든 (위로)솟지나 말든가

할일이지 연꽃을 꽂아 놓은 것 같기도 하고흰 옥을

묶어 놓은 것 같기도 하고 북극성을 떠받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높구나 망고대 외롭구나 혈망봉이 하늘

에 치밀어서 무슨 일을 아뢰려고 오랜 세월이 지나도록

굽힐 줄을 모르느냐 아아 너로구나 너같은 충신이

또 있을까(진헐대에서 바라본 많은 산봉우리들이 굳굳

한 모습으로 서있는 것을 보고 충신의 지조와 절개를

연상하여 표현한 구절)

본사 3-진헐대에서의 조망

心심臺

고텨 올나 衆듕香향城셩

라보며 萬만

二이千쳔峰봉을 歷녁歷녁히 혀여

니 峰봉마다

쳐 잇

고 긋마다 서린 긔운

거든 조티마나 조커든

디 마

나 뎌 긔운 흐터 내야 人인傑걸을

고쟈 形형容용

도 그지업고 체체勢셰도 하도 할샤 天텬地디 삼기실

제 自

然연이 되연마

이제 와 보게 되니 有유情정

도 有유情정

개심대를 다시 올라가서 중향성을 바라보며 금강산 만

이천 봉우리를 똑똑히 헤아려 보니 산봉우리마다 정기

가 맺혀 있고 봉우리 끝마다 서린 기운(정기) (산의

정기가)맑거든 깨끗하지나 말든가 깨끗하거든 맑지나

말 것이지(산의 정기가 맑고도 깨끗하다는 의미) 저

기운을 흩어 내어 뛰어난 인물을 만들고 싶구나 산봉

우리의 생긴 모양이 끝이 없이 다양하고 자세도 많기도

하구나 천지가 생겨날 때 자연히 된 줄 알았더니 이제

와서 보니까 조물주의 뜻이 분명히 있구나

본사 4-개심대에서의 조망

毗비盧로峰봉 上샹上샹頭두의 올라 보니 긔 뉘신고

東동山산 泰태山산이 어

야 놉돗던고 魯노國국 조븐

줄도 우리

거든 넙거나 넙은 天텬下하 엇

닷 말고 어와 뎌 디위

어이

면 알 거이고 오

디 못

거니

려가미 고이

비로봉 맨 꼭대기에 올라본 사람이 그 누구인가

동산과 태산이 그 얼마나 높던가 노나라가 작다는 것

도 우리는 모르겠는데 넓고도 넓은 천하를 어떻게 해서

작다고 공자께서는 말씀하신단 말인가 아아 저 공자

의 경지를 어떻게 하면 알 것인가 올라가지 못하는데

내려가는 것이 이상하랴

본사 5-비로봉을 본 감회

圓원通통골

길로 獅

峰봉을

자가니 그 알

너러바회 化화龍룡쇠 되여셰라 千쳔年년 老노龍룡

이 구

서려 이셔 晝듀夜야의 흘녀 내여 滄창海

해예 니어시니 風풍雲운을 언제 어더 三삼日일雨우

디련

다 陰음崖애예 이온 플을 다 살와 내여

원통골 가느다란 길로 사자봉을 찾아가니 그 앞에 넓고

평평한 바위가 화룡소가 되었구나 마치 천 년이나 묵

은 늙은 용(정철 자신을 지칭함)이 굽이굽이 서려 있어

서 밤낮으로 물을 흘려 내어 푸른 바다에 이어졌으니

용(작자 자신)아 너는 언제 풍운(선정의 기회)을 얻어

서 임금님의 은총을 백성들에게 내리려느냐 굶주리고

헐벗은 백성들을 다 살려 내려무나

본사 6-화룡소에서의 감회

磨마訶하衍연 妙묘吉길祥샹 雁안門문재 너머 디여 외

나모

리 佛블頂뎡臺

올라

니 千쳔尋심絶졀

壁벽을 半반空공애 셰여 두고 銀은河하水슈 한 구

촌촌이 버혀 내여 실

티 플텨이셔 뵈

티 거러시니

圖도經경 열 두 구

내 보매

여러히라 李니謫

션 이제 이셔 고텨 의논

게 되면 廬녀山산이 여긔도

곤 낫단 말 못

려니

마하연 묘길상을 구경하고 안문재를 넘어 내려가 외

나무 썩은 다리를 건너 불정대에 오르니 천길이나 되는

낭떠러지를 공중에 세워 놓고 은하수 한 굽이를 마디

마디 베어 내어 실같이 풀어 가지고 베처럼 걸었으니

도경(금강산 12폭포를 그림으로 그려놓은 그림책)에는

폭포가 열두굽이로 되어 있지만 내가 보기에는 그보다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27 -

더 많아 보인다 이태백이 지금 살아 있어서 다시(금강

산 12폭포와 중국의 여산폭포를 비교) 논의하게 된다

면 여산 폭포가 여기보다 더 낫다는 말은 못 할 것이

본사 7-십이 폭포의 장관

山산中듕을

양 보랴 東동海해로 가쟈

라 籃남輿여

緩완步보

야 山산映영樓누의 올나

니 玲녕瓏농 碧벽

溪계와 數수聲셩啼뎨鳥됴

離니別별을 怨원

旌졍旗긔를

티니 五오色

이 넘노

鼓고角각을

섯부니 海해雲운이 다것

鳴명沙사길 니근

이 醉

仙션을 빗기 시러 바다

두고 海

棠당花화로 드러가니 白

鷗구야

마라 네 버딘 줄 엇디 아

산중의 경치만 노상 보겠는가 동해로 가자꾸나 남녀

(뚜껑없는 가마)를 타고 천천히 걸어서 산영루(정자이

름)에 오르니 영롱하게 반짝이는 시냇물과 갖가지 소

리로 우는 새는 나와의 이별을 싫어하는 듯 여러 가지

깃발을 휘날리니 오색(빨강파랑검정노랑흰색등의

깃발)이 넘나들며 노는 듯 북과 피리를 섞어 부니 바

다의 구름이 다 걷히는 듯하다 모래밭 길에 익숙한 말

이 도취한 신선을 비스듬히 태우고 해변을 따라 해당

화가 피어 있는 곳으로 들어가니 백구야 날아가지 마

라 내가 네 친구일수도 있지 않느냐

본사 8-동해로 가는 감회

金금闌난窟굴 도라드러 叢총石셕亭뎡 올라

니 白

옥樓누 남은 기동 다만 네히 셔 잇고야 工공슈의 셩녕

인가 鬼귀斧부로 다

가 구

야 六뉵面면은 므어슬

象샹톳던고

금난굴을 돌아들어서 총석정에 오르니 바다 가운데에

돌기둥 네 개가 백옥루의 남은 기둥처럼 서 있구나 저

네 개의 돌기둥은 공수(중국 고대의 명공)가 만든 것인

가 귀신의 도끼로 다듬었는가 구태여 그 돌기둥이 여

섯 모가 난 것은 무엇을 본뜬 것인가

본사 9-총석정의 장관

高고城셩을란 뎌만 두고 三삼日일浦포

자가니 丹

단書셔

宛완然연

되 四

仙션은 어

가니 예 사흘

머믄 後후의 어

머믈고 仙션遊유潭담 永영郎

냥湖호 거긔나 가 잇

가 淸

澗간亭뎡 萬만景경臺

몃 고

안돗던고

고성을 저만큼 두고 삼일포를 찾아가니 영랑의 무리

(신라 때 네 명의 화랑 곧 사선)가 남쪽으로 갔다는

글씨는 뚜렷한데 사선은 어디 갔는가 여기서 사흘을

머문 후에 어디 가서 또 머물렀을까 선유담 영랑호

거기나 가 있는가 청간정 만경대 몇 곳에 앉았던가

본사 10-삼일포에서의 회고

梨니花화

셔 디고 졉동새 슬피 울 제 洛낙山산東

동畔반으로 義의相샹臺

예 올라 안자 日일出츌을 보

리라 밤듕만 니러

니 祥샹雲운이 집

동 六뉵龍뇽

이 바퇴

동 바다

날 제

萬만國국이 일위더니

天텬中듕의 티

니 毫호髮발을 혜리로다 아마도 녈구

름 근쳐의 머믈셰라 詩시仙션은 어

가고 咳

唾타만

나맛

니 天텬地디間간 壯장 긔별

셔히도

셔이

배꽃은 벌써 떨어지고 접동새가 슬피 울 때에 낙산의

동쪽 언덕에 있는 의상대에 올라앉아 해 뜨는 것을 보

려고 한 밤중에 일어나니 상서로운 구름이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듯 여섯 마리의 용이 떠받치고 있는 듯

해가 바다에서 떠날 때는 온 세상이 흔들리는 것 같더

니 하늘로 치솟아 오르니 가느다란 터럭을 셀 수 있을

정도로 밝구나 혹시나 지나가는 구름(간신을 비유함)

이 햇빛을 가릴까 두렵다 이백은 어디 가곡 그가 남긴

유명한 말(咳唾(해타)-이백은 lsquo등금릉봉황대rsquo라는 시에

서 간신이 임금의 총명을 흐리게 하는 것을 구름이 해

를 가리는 것에 비유했음)만 남아 있는가 천지간에 굉

장한 소식(사연)이 그의 시에 자세히도 표현되어 있구

본사 11-의상대에서의 일출의 장관

斜샤陽양 峴현山산의 척

을 므니

와 羽우蓋개芝

지輪륜이 鏡경浦포로

려가니 十십里리 氷빙紈환을

다리고 고텨 다려 長

松숑 울흔 소개 슬

장 펴뎌시

니 믈결도 자도 잘샤 모래

혜리로다 孤고舟쥬 解

纜람

야 亭뎡子

올나가니 江강門문橋교 너믄

大대洋양이 거긔로다 從

容용댜 이 氣긔像샹

闊활遠원댜 뎌 境경界계 이도곤

어듸 잇

닷 말고 紅홍粧장 古고事

리로다

江강陵능 大대都도護호風풍俗쇽이 됴흘시고 節졀孝효

旌졍門문이 골골이 버러시니 比비屋옥可가封봉이 이제

도 잇다

저녁 햇살이 비치는 현산의 철쭉꽃을 잇달아 밟으면서

신선을 태운 수레가 경포로 내려가니 십 리나 되는 비

단을 (다리미로)다리고 다시 다린 것처럼 맑고 깨끗한

수면이 큰 소나무가 둘러싼 속에 실컷 펼쳐져 있으니

물결도 잔잔하기도 잔잔하구나 모래를 셀 수 있을 것

같도다 배 한 척을 띄워 호수를 건너가서 정자 위에

올라가니 강문교 바로 너머에 넓은 바다가 거기로구

나 조용하구나 이 기상 넓고 멀구나 저 경계(수평

선) 여기보다 더 (경치가) 잘 갖추어진 곳이 또 어디

있단 말인가 박신과 흥장의 옛일을 야단스럽다고 할

것이로다 강릉 대도호부의 풍속이 좋기도 하구나 충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28 -

신 효자 열녀 등을 표창하는 문이 고을마다 널려 있

으니 요순 시대처럼 집집마다 벼슬을 봉할 만하다는

것이 지금도 있다 할 것이로다

본사 12-경포의 장관과 강릉의 미풍 양속

眞진珠쥬館관 竹

西셔樓루 五오十십川쳔

린 믈이 太

태白

山산 그림재

東동海

로 다마 가니

하리 漢

한江강의 木목覓멱의 다히고져 王왕程뎡이 有유限

고 風풍景경이 못 슬

니 幽유懷회도 하도 할샤 客

愁수도 둘 듸 업다 仙션사

워 내여 斗두牛우로 向

살가 仙션人인을

려 丹단穴혈의 머므살가

진주관 죽서루 아래 오십천에 흘러내리는 물이 태백산

그림자를 동해로 담아가지고 흘러가니 차라리 저 물을

임금님이 계신 서울 남산에 닿게 하고 싶다 관원의 여

정에는 기한이 있고 풍경은 싫증이 나지 않으니 그윽

한 회포도 많기도 많구나 나그네의 시름도 둘 곳이 없

다 신선이 탄다는 뗏목을 띄워서 북두성과 견우성으로

향할까 사선을 찾으러 단혈에 머무를까

본사 13-죽서루에서의 객수

天텬根근을 못내 보와 望망洋양亭뎡의 올은말이 바다

밧근 하

이니 하

밧근 므서신고

득 노 고래 뉘

라셔 놀내관

블거니

거니 어즈러이 구

디고 銀

은山산을 것거 내여 六뉵合합의

五오月월

天텬의 白

雪셜은 므

일고

하늘의 끝을 끝내 못 보아 망양정에 오르니 바다 밖은

하늘인데 하늘 밖은 무엇인가 가뜩이나 노한 고래를

누가 놀리게 하기에 불기도 하고 뿜기도 하면서 어지럽

게 구는 것인가 은으로 된 산을 꺾어 내어 온 세상에

흩어 내리는 듯 오월의 아득한 하늘에 흰 눈이 무슨 일

인가

본사 14-망양정에서의 조망

져근덧 밤이 드러 風풍浪낭이 定뎡

扶부桑상 咫

지尺

의 明명月월을 기

리니 瑞셔光광 千쳔丈

고야 珠쥬簾렴을 고텨 것고 玉옥階계

다시 쓸며 啓계明명星셩 돗도록 곳초 안자

라보니

蓮년花화 가지

뉘라셔 보내신고 일이 됴흔

世세界계

대되 다 뵈고져

流뉴霞하酒쥬

득 부어

려 무론 말이 英영雄웅은

가며 四

仙션은 긔 뉘러니 아

나 맛나 보아

긔별 뭇쟈

니 仙션山산 東동海

예 갈 길히 머도

멀샤

잠깐 사이에 밤이 되어 풍랑이 가라앉거늘 해와 달이

뜬다는 부상 가까운 거리에서 밝은 달을 기다리니 천

길이나 뻗친 상서로운 달빛이 보이는 듯하다가 숨는구

나 구슬로 만든 밭을 걷어 올리고 돌층계를 다시 쓸며

샛별이 돋을 때까지 꼿꼿이 앉아 바라보니 흰 연꽃 한

송이를 누가 보내셨는가 이렇게 좋은 세계를 남에게

다 보이고 싶구나 신선주를 가득 부어 들고 달에게 묻

기를ldquo영운은 어디 갔으며 사선 그들은 그 누구이더

냐rdquo 아무나 만나 보아 옛 소식을 물으려 하니 삼신산

이 있다는 동해에 갈 길이 멀기도 멀구나

결사 1-동해의 달맞이

松숑根근을 볘여 누어 픗

을 얼픗 드니

애 사

이 날

려 닐온 말이그

내 모

랴 上샹界계예 眞

진仙션이라 黃황庭뎡經경一일字

엇디 그

닐거

두고 人인間간의 내려와셔 우리

다 져근덧

가디 마오 이 술 잔 머거 보오 北북斗두星셩 기우

려 滄챵海

水슈 부어 내여 저 먹고 날 머겨

서너

잔 거후로니 和화風풍이 習습習습

야 兩냥腋

을 추

혀 드니 九구萬만里리 長

空공애 져기면

리로다 이

술 가져다가 四

예 고로

화 億억萬만 蒼창生

을 다 醉

근 後후의 그제야 고텨 맛나

고야 말 디쟈 鶴학을

고 九구空공의 올나가니

空공中듕 玉옥蕭쇼 소

어제런가 그제런가

나도

여 바다

구버보니 기

거니

인들 엇디 알리 明명月월이 千천山산萬만落낙의 아니

비쵠

업다

소나무 뿌리를 베고 누워서 선잠을 얼핏드니

꿈에 한 사람이 나더러 이르기를 ldquo그대(송강)를 내가

모르랴 그대는 하늘 나라의 진짜 신선이라 황정경의

한 글자를 어찌하여 잘못 읽어 가지고 속세로 귀양와서

우리를 따르는가 잠깐 동안 가지 말고 이 술 한잔 먹

어 보오rdquo 북두칠성을 국자 삼아 푸른 바닷물을 잔에

부어 저도 먹고 나도 먹이거늘 서너잔을 기울이니 화

창한 바람이 산들산들 불어 양쪽 겨드랑이를 추켜드니

구만리나 되는 먼 하늘에 웬만하면 날 것 같구나

ldquo이 술을 가져다가 온 세상에 골고루 나누어 모든 백성

들을 다 취하게 만든 후에 그 때에야 다시 만나 또 한

잔 하자꾸나lsquo

그 말이 끝나자 신선(꿈에 한 사람)은 학을 타고 하늘

로 올라가니 공중에서 들려오는 옥피리 소리가 어제던

가 그제던가 싶게 어렴풋하구나 나도 잠을 깨어 바다

를 굽어보니 그 깊이를 모르는데 끝이야 더욱 어떻게

알겠는가 밝은 달이 온 세상에 아니 비친 곳이 없다

결사 2-꿈속의 선연

lt송강가사(松江歌辭) 이선본(李選本gt

지은이가 45세 되던 선조 13년(1580)에 강원도 관찰사

에 배임(拜任)되어 부임하는 과정과 원주에 부임한 후

틈을 내어 관동 팔경을 비롯한 강원도 내의 명승지를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29 -

두루 유람하며그 승경(勝景)과 인정 풍속을 비롯해서

연군(戀君)애민의 정(情) 및 선연(仙緣)을 노래한 기행

가사의 대표적인 작품이다 멀게는 고려 충숙왕 때 안

축이 지은 경기체가 형식의 [관동별곡]과 가깝게는 명

종때 백광홍이 지은 [관서별곡] 송순의 [면앙정가]의

영향을 받은 작품으로 표현이 명쾌화려하고 탄력이 넘

치며 활달하고 낭만적이어서 지은이의 호탕한 기상이

잘 나타나 있다

총 295구로 이루어진 장편 기행 가사로 서사(처음~급

당유 풍 고텨 아니 볼 게이고) 본사(영둥이 무고~오월 댱텬의 셜은 므일고) 결사(져근덧 밤이

드러~아니 비쵠 업다)로 구성되어 있다

산에서 바다로 이어지는 여정은 그 각각의 이미지를 매

개로 하여 인간의 두 가지 존재 양식 사이에서 갈등하

는 작가의 모습을 보여 준다 산에서 본 경치는 백색의

이미지로서 고결한 위정자로서의 풍모를 드러내고 있으

며 바다에서는 인간 본연의 영원한 세계를 갈구하는

자유 분방한 정신을 표출하고 있다

다양한 어휘와 적절한 수사법을 능란하게 구사함으로

써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한층 높은 경지로 끌어 올린

작품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사미인곡(思美人曲)

송강 정 철

이 몸 삼기실 제 님을 조차 삼기시니 緣分(연분)이며 하 모 일이런가 나 나 졈어 잇

고 님 나 날 괴시니 이 음 이 랑 견졸 노여 업다

이 몸이 태어날 때에 임을 따라서 태어나니 한평생의

연분이며 하늘이 모를 일이던가내가 오직 젊어 있고

임은 오직 나를 사랑하시니 이 마음과 이 사랑을 비교

할 곳이 전혀 없다

서사 1-임과의 인연

平生(평)애 願(원) 요 녜자 얏더니

늙기야 므 일로 외오 두고 글이고 엇그제 님

을 뫼셔 廣寒殿(광한뎐)의 올낫더니그더 엇디

야 下界(하계)예 랴오니 올 적의 비슨 머리 얼

킈연디 三年(삼년)이라 臙脂粉(연지분) 잇마 눌 위여 고이고 음의 친 실음 疊疊(텹텹)

이 혀 이셔 짓니 한숨이오 디니 눈믈이라

人生(인)은 有限(유) 시도 그지업다

평생에 원하기를 임과 함께 살아가고자 했는데 늙어서

야 무슨일로 외따로 두고 그리워하는가 엊그제 임을

모시고 광한전에 올라 있었는데 그 사이에 어찌하여 이

하계에 내려왔느냐 임을 떠나 올 적에 빗은 머리가 헝

클어진 지삼 년일세 연지와 분이 있지마는 누구를 위

해서 예쁘게 화장할 것인가 마음에 맺힌 시름이 겹겹

이 쌓여 있어서 짓는 것이 한수밍요 떨어뜨리는 것이

눈물이라 인생은 한이 있는데 시름은 끝이 없다

서사 2-임에 대한 그리움

無心(무심) 歲月(셰월)은 믈 흐 고야 炎

凉(염냥)이 아라 가 고텨 오니 듯거니

보거니 늣길일도 하도 할샤

아무 생각이 없는 세월은 물 흐르듯 빨리 지나가는구

나 더위와 추위가 때를 알아서 가자마자 다시 오니 듣

고 보는 가운데서 느낄일이 많기도 많구나

서사 3-세월의 무상함

東風(동풍)이 건듯 부러 積雪(젹셜)을 헤텨내니 窓

(창) 밧긔 심근 梅花(화) 두세 가지 픠여셰라 득 冷淡(담) 暗香(암향)은 므 일고 黃昏

(황혼)의 이 조차 벼 마 빗최니 늣기 반기 님이신가 아니신가

뎌 梅花(화) 것거 내여 님 겨신 보내오져 님

이 너 보고 엇더타 너기실고

봄바람이 문득 불어서 쌓인 눈을 헤쳐내니 창밖에 심은

매화가 두세 가지 피었구나 가뜩이나 쌀쌀하고 담담한

데 그윽하게 풍기는 향기는 또 무슨 일인가 황혼에 달

이 따라와 배갯머리에 비치니흐느껴 우는 듯 반기는

듯하니 임이신가 아니신가 저 매화를 꺾어 내어 임 계

신 곳에 보내고 싶다 그러면 임이 너 (매화)를 보고

어떻다고 생각하실까

본사 1-춘원(春怨)

디고 새 닙 나니 綠陰(녹음)이 렷 羅幃

(나위) 寂寞(젹막)고 繡幕(슈막)이 뷔여 잇다 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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蓉(부용)을 거더 노코 孔雀(공쟉)을 둘러 두니 득 시 한 날은 엇디 기돗던고鴛鴦錦(원앙금)

버혀 노코 五色線(오션) 플텨 내여 금자 견화

이셔 님의 옷 지어 내니 手品(슈품)은니와 制度

(졔도)도 시고 珊瑚樹(산호슈) 지게 우 白玉函(옥함)의 다마 두고 님의게 보내오려 님 겨신

라보니 山(산)인가 구롬인가 머흐도 머흘시

고 千里 萬里(쳔리 만리)길흘 뉘라셔 자갈고니

거든 여러 두고 날인가 반기실가

꽃이 지고 새 잎이 피어나니 녹음이 우거졌는데 비단

포장이 적막하고 수놓은 장막이 텅 비어 쓸쓸하다 연

꽃을 수놓은 비단 휘장을 걷어 놓고 공작을 수놓은 병

풍을 둘러 치니 가뜩이나 시름이 많은데 날은 어찌 그

리 길던가 원앙새 수놓은 비단을 베어 놓고 오색실을

풀어 내어 좋은 자로 재어서 임의 옷을 지어내니 솜씨

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격식도 갖추었구나 백옥으로

만든 함에 담아 산호로 만든 지게 위에 얹어 놓고 임에

게 보내려고 임 계신 곳을 바라보니 산인지 구름인지

험하기도 험하구나 천만 리나 되는 먼 길을 누가 찾아

갈 것인가 가면은 함을 열어 놓고 나를 본것처럼 반가

워하실까

본사2-하원(夏怨)

밤 서리김의 기겍러기 우러 녤 제 危樓(위루)

에 혼자 올라 水晶簾(슈졍념) 거든말이 東山(산)의

이 나고 北極(븍극)의 별이 뵈니 님이신가 반기

니 눈믈이 절로 난다 淸光(쳥광)을 쥐여 내여 鳳

凰樓(봉황누)의 븟티고져 樓(누) 우 거러 두고

八荒(팔황)의 다 비최여 深山窮谷(심산궁곡) 졈낫

티 그쇼셔

하룻밤 서리가 내린 무렵에 기러기가 울며 지나갈 때

높은 누각에 혼자 올라가 수정으로 만든 밭을 걷으니

동산에 달이 떠오르고 북극성이 보이므로 임이신가 하

여 반가워하니 눈물이 절로 난다 밝은 달을 잡아 내어

임 계신 곳에 보내고 싶구나 임께서 그 달을 누각 위

에 걸어 노고 온 세상을 다 비추어 깊은 산 골짜기 까

지도 대낮같이 밝게 하소서(밝은 정치를 베푸소서)

본사 3-추원(秋怨)

乾坤(건곤)이 閉塞(폐)야 白雪(셜)이 빗친

제 사은니와 새도 긋쳐 잇다 瀟湘南畔(쇼

샹남반)도 치오미 이러커든 玉樓高處(옥누고쳐)야

더욱 닐러 므리陽春(양츈)을 부쳐 내여 님 겨

신 쏘이고져茅簷(모쳠) 비쵠 玉樓(옥누)의

올리고져 紅裳

(홍샹)을 니믜 고 翠袖(슈) 半(반)만 거더

日暮脩竹(일모슈듁)의 혬가림도 하도 할샤 댜 수이 디여 긴 밤을 고초 안자 靑燈

(쳥등) 거른 겻 鈿箜葔(뎐공후)노하 두고 의나

님을 보려 밧고 비겨시니 鴦衾(앙금)도 도

샤 이 밤은 언제 샐고

하늘과 땅이 꽉막힌 것처럼 흰 눈으로 온통 덮여 있으

니 사람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날아디는 새도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다 소상강 남쪽 지방같이 따뜻한 이 곳

도 추위가 이러한데 하물며 임계신 북쪽 지방이야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따뜻한 봄볕을 부쳐 내어 임 계신

곳에 쏘이고 싶다 초가집 처마에 비친 해를 임계신 곳

에 올리고 싶다 붉은 치마를 여미어 입고 푸른 소매를

반쯤 걷어 해질 무렵 대나무에 의지하여 여러 가지 생

각이 많기도 하구나 짧은 겨울해가 이내 넘어가니 긴

밤을 꼿꼿이 앉아서 청사초롱을 걸어 둔 곁에 자개 입

힌 공후를 놓아 두고 꿈에나 임을 만나 보려고 턱을

받치고 기대어 있으니 원앙금침이 차갑기도 하구나 이

밤은 언제 샐것인가

본사 4-동원(冬怨)

도 열두 도 셜흔 날 져근덧 각마

라 이 시 닛쟈 니 의 쳐 이셔 骨髓(골

슈)의 텨시니 扁鵲(편쟉)이 열히 오나 이 병을

엇디리 어와 내 병이야 이 님의 타시로다 하

리 싀어디여 범나븨 되오리라 곳나모 가지마다 간

죡죡 안니다가 향 므든 애로 님의 오 올므

리라 님이야 날인 줄 모셔도 내 님 조려 노

하루도 열두 때 한 달도 서른 날 잠시 라도 생각을

말아 가지고 이 시름을 잊으려 해도 마음 속에 맺혀

있어서 뼛속까지 사무쳤으니 편작 같은 명의가 열명이

온다 한들 이 병을 어찌할 것인가

아아 내 병이여 이 병을 어찌할 것인가

아아 내 병이여 이 임의 탓이로다 차라리 죽엇 호랑

나비가 되리라 꽃나무 가지에 가는 곳마다 앉으며 돌

아다니다가 향기 묻은 날개로 임의 옷에 앉으리라 임

께서 나인 줄을 모르신다 해도 나는 끝까지 임을 따르

려 하노라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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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사 -임을 향한 변함 없는 마음

lt성주본 송강가사gt

작품의 감상

작자가 50세 되던 해에 반대 정파의 탄핵을 받고 전남

창평으로 물러나 우거(寓居)하면서 임금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여인이 사랑하는 사람을 그리는 심정에 의탁하

여 부른 노래이다 이 작품의 제목인 〈사미인곡(思美

人曲)〉은 중국 굴원이 지은 〈이소(離騷)〉의 제 9편

에 나오는 lsquo사미인(思美人)rsquo이라는 편명에서 따온 것으

로 보이며 그 작품 역시 충군(忠君)의 내용을 담고 있

어 내용 또한 그 영향을 받은 것으로 짐작된다

또 임금을 임으로 설정하여 노래한 것은 고려 속요인

〈정과정〉과 맥을 같이하고 있으며 임에 대한 헌신적

사랑의 표현은 〈가시리〉〈동등〉등과 접맥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작품은〈속미인곡〉과 더불어 가사 문학의 극치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일찍이 서포 김만중은 〈사미인

곡〉 〈속미인곡〉 〈관동별곡〉을 가리켜 lsquo좌해진문

장 지차삼편(左海眞文章 只此三篇우리 나라의 참된 문

장은 오직 이 세 편뿐이다)rsquo라고 하였다 이 노래는

서사 본사 결사 세 부분으로 되어 있는데 본사는 다

시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나뉘어 있다

속미인곡(續美人曲)

송강 정 철

뎨 가 뎌 각시 본듯도 뎌이고

天上(텬상) 白玉京(옥경)을 엇디야 離別(니별)고

다 뎌 져믄 날의 눌을 보라 가시고

저기가는 저 젊은 여인 본 듯도 하구나 임금님이 계

시는 서울을 어찌하여 이별하고 해가 다 져서 저무는

날에 누구를 보러 가시는 고

rarr서사1 - 서울을 떠나온 이유(갑녀의 질문)

어와 네여이고 내 셜 드러보오

내 얼굴 이 거동이 님 괴얌즉 냐마

엇딘디 날 보시고 네로다 녀기실나도 님을 미더 군디 전혀 업서

이야 교야 어러이 구돗디

반기시 비치 녜와 엇디 신고

누어 각고 니러 안자 혜어니

내 몸의 지는 죄 뫼티 혀시니

하히라 원망며 사이라 허믈랴

셜워 플텨 혜니 造物(조물)의 타시로다

아아 너로구나 내 사정 이야기를 들어보오

나의 생김새와 행동거지가 임의 사랑을 받을 수 있겠느

냐마는 어쩐지 나를 보시고 (내가 사랑할 사람은 바

로) 너로구나 하며 특별히 사랑하시기에 나도 임을 믿

어 딴 생각이 전혀 없어 응석과 애교를 부리면서 (얼마

나) 어지럽게 굴었던지 (나를) 반가워 하시는 얼굴빛

이 예날과 어찌 다르신가 누워 생각하고 일어나 앚아

헤아리니 내 몸의 지은 죄가 산같이쌓였으니 하늘을 원

망하겠으며 사람을 탓하겠는가 하도 서러워 여러 가지

로 깊이 생각해보니 조물주의 탓이로구나

rarr서사2 - 자책과 체념(을녀의 대답)

글란 각 마오

그렇게는 생각하지 마시오

rarr본사1 - 갑녀의 위로

친 일이 이셔이다

님을 뫼셔 이셔 님의 일을 내 알거니

믈튼 얼굴이 편실적 몃날일고

春寒(츈한) 苦熱(고열)은 엇디야 디내시며

秋日(츄일) 冬天(동텬)은 뉘라셔 뫼셧고

粥早飯(쥭조반) 朝夕(조석)뫼 녜와 티 셰시가

기나긴 밤의 은 엇디 자시고

마음 속에 맺힌 일이 있습니다 예전에 임을 모신적이

있어서 임의 일을 내가 잘 아는데 물과 같이 연약한

체질이 편하실 때가 며칠이나 될꼬 이른 봄의 추위와

한여름의 더위를 어떻게 지내시며 가을과 겨울날은 누

가 모셨는가 죽조반과 아침 저녁 진지는 옛날과 같이

잘 잡수시는가 기나긴 밤에 잠은 어떻게 주무시는가

rarr본사2-임에 대한 염려(을녀의 사설)

님다히 消息(소식)을 아무려나 아쟈니

오도 거의로다 일이나 사 올가

내 둘 업다 어드러로 가쟛 말고

잡거니 밀거니 놉픈 뫼 올라가니

구름은 니와 안개 므일고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32 -

山川(산쳔)이 어둡거니 日月(일월)을 엇디보며

咫尺(지척)을 모거든 千里(쳔리) 라보랴

리 믈의 가 길히나 보랴니

람이야 믈결이야 어둥졍 된뎌이고

샤공은 어 가고 븬 만 걸렷고

江天(간텬)의 혼자 셔셔 디 구버보니

님 다히 消息(소식)이 더옥 아득뎌이고

임이 계시는 곳의 소식을 어떻게든지 알려고 하니 오늘

도 거의 지나갔구나 내일이나 임의 소식을 전해줄 사

람이 올까 내 마음을 둘 곳이 없다 어디로 가자는 말

인가 (나무같은 것을) 잡기도 하고 밀기도 하면서 높

은 산에 올라가니 구름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안개는

또 무슨 일로 저렇게 기어 있는가 산천이 어두운데 해

와 달을 어떻게 보겠으며 지척을 모르겠는데 천 리나

되는 먼 곳을 (어떻게) 바라몰 수 있으랴 차라리 물가

에 서서 뱃길이나 보려고 하니 바람과 물결이 어수선하

게 되었구나 사공은 어디가고 빈 배만 걸려있는가 강

변에 홀로서서 지는 해를 굽어보니 임계신 곳의 소식이

더욱 아득하구나

rarr본사3-임의 소식을 애타게 기다림(을녀의 사설)

茅簷(모쳠) 자리의 밤듕만 도라오니

半壁(반벽) 靑燈(청등)은 눌 위야 갓고

오며 리며 헷드며 바자니니

져근덧 력진力盡(녁진)야 픗을 잠간 드니

精誠(정셩)이 지극야 의 님을 보니

玉(옥)튼 얼굴이 半(반)이나마 늘거셰라

의 머근 말 슬장 쟈니

눈믈이 바라나니 말인들 어이며

情(정)을 못다야 목이조차 몌여니

오뎐된 鷄聲(계셩)의 은 엇디 돗던고

초가집 차가운 잠자리에 한밤중이 돌아오니 벽에 걸려

있는 등불은 누구를 위하여 밝아 있는가 산을 올라가

기도 하고 내려가기도 하면서 헤메며 오락가락 돌아다

니다가 잠깐 사이에 힘이 다하여 풋잠이 잠깐 들었는

데 정성이 지극하여 꿈속에서 임을 보니 옥과 같이 곱

던 임의 얼굴이 반넘게 늙었구나 마음 속에 품은 생각

을 실컷 아뢰려고 하였더니 눈물이 잇달아 쏟아지니

말인들 어찌하며 정회도 다 못풀어 목마저 메어오니

방정맞은 닭울음소리에 잠은 어찌 깨었던가

rarr본사4-독수공방의 한과 꿈에서 만난 임

(을녀의 사설)

어와 虛事(허)로다 이 님이 어 간고

결의 니러 안자 窓(창)을 열고 라보니

어엿븐 그림재 날 조 이로다

리 싀여디어 落月(낙월)이나 되야이셔

님 겨신 窓(창) 안 번드시 비최리라

아아 헛된 일이로다 내 임이 어디 갔는고 꿈결에 일

어나 앉아 창을 열고 바라보니 불쌍한 그림자만이 나

를 따라올 뿐이로다 차라리 죽어서 지는 달이나 되어

임 계신 창 안에 환하게 비치리라

rarr결사-죽어서라도 임을 따르겠다는 다짐

(을녀의 사설)

각시님 이야니와 구 비나 되쇼셔

각시님 달은커녕 궂은 비나 되십시오

rarr결사-갑녀의 위로

〈해설〉

사미인곡의 속편으로 지은이가 동인(東人)으로 탄핵을

받고 고향인 전라남도 창평에 낙향해 있을 때에 임금

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두 여인의 대화 형식을 빌려 노

래한 작품이다 이 작품의 현대어 해석에 나와 있는 lsquo갑

녀(甲女)rsquo와 lsquo을녀(乙女)rsquo는 편의상 붙인 이름으로 갑녀

는 보조적 위치에 있는 화자이며 을녀가 지은이를 대

변하는 주된 화자이다 〈사미인곡〉과 더불어 가사 문

학의 최고봉이라 일컬어지는데 특히 순수한 우리말의

구사가 절묘하며 대화 형식으로 구성하여 표현에 참신

성을 더한 것은 lsquo금상첨화(錦上添花)rsquo라 할 수 있을 것

이다

홍만종은 〈순오지(旬五志)〉에서 이 작품을 제갈공명

의 〈출사표(出師表)〉에 비견할 만하다고 극찬하였으

며 서포 김만중은 〈서포만필(西浦漫筆)〉에서 ldquo예로부

터 우리 나라의 참된 문장은 오직 이 세 편(사미인곡

속미인곡 관동별곡)뿐이데다시 이 세편에 대하여 논할

것 같으면 그 중에서 속미인곡이 더욱 뛰어나다 관동

별곡과 사미인곡은 오히려 한자음을 빌려서 그 가사 내

용을 꾸민 데 지나지 않는다rdquo라고 하였다

규원가(閨怨歌)

허난설헌

엇그제 저멋더니 마 어이 다 늘거니

少年行樂(소년 행락) 생각니 일러도 속절업다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33 -

늘거야 서른 말 자니 목이 멘다

엊그제 젊었었는데 어찌 벌써 다 늙어버렸는가 어린

시절에 즐겁게 지내던 일을 생각하니 말해 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 이렇게 늙은 뒤에 서러운 얘기를 하자니

목이 멘다

rarr기1-늙음의 한탄

父生母育(부생 모육) 辛苦(신고)야 이 내 몸 길러 낼

公侯配匹(공후 배필) 못 바라도 君子好逑(군자 호구) 願

(원)더니

三生(삼생)의 怨業(원업)이오 月下(월하)의 緣分(연분)으

長安遊俠(장안 유협) 輕薄子(경박자)를 치 만나 잇

서 當時(당시)의 용심(用心)기 살어름 디듸는 부모님이 나를 낳아서 고생하여 길러낼 때 높은 벼슬아

치의 배필을 바라지는 못했어도 훌륭한 남자의 좋은

짝이 되기를 원했더니 삼생의 원망스러운 업보요 월

하 빙인이 정해 준 연분으로 놀기 좋아하고 경박한 사

람을 꿈같이 만나 가지고 시집 간 뒤 조심하면서 마음

졸이기를 꼭 살얼음 디디듯하였다

rarr기2-젊은 시절의 회상

三五二八(삼오 이팔) 겨오 지나 天然麗質(천연 여질)절

로 이니

이 얼골 이 態度(태도)로 百年期約(백년 기약) 얏더니

年光(연광)이 훌훌고 造物(조물)이 多時(다시)야

봄바람 가을 믈이 뵈오리 북 지나듯

雪鬂花顔(설빈 화안) 어 가고 面目可憎(면목 가증) 되

거고나

내 올골 내 보거니 어느 님이 날 괼소냐

스스로 慙愧(참괴)니 누구를 怨望(원망)리

십오륙 세가 겨우 지나 타고난 아름다운 모습이 절로

나타나니 이 얼굴 이 태도로 (남편과)평생을 약속하였

더니 세월이 빨리 지나가고 조물주가 시기가 많아서

세월의 빠르기가 베 짤 때 북이 지나가는 듯 젊고 아

름다운 얼굴은 어디로 가고 추한 모습이 되었구나 내

얼굴을 내가 보아 알거니와 어느 임이 나를 사랑하겠는

가 스스로 생각해도 부끄러운데 누구를 원망하리

rarr기3-세월의 무상함과 늙음의 한탄

三三五五(삼삼 오오) 冶遊園(야유원)의 새 사람이 나단

말가

곳 피고 날 저물 제 定處(정처) 업시 나가 잇어

백마(白馬) 금편(金鞭)으로 어어 머므는고

원근(遠近)을 모르거니 消息(소식)이야 더욱 알랴

因緣(인연)을 긋쳐신들 각이야 업슬소냐

얼골을 못 보거든 그립기나 마르려믄

열두 김도 길샤 설흔 날 至理(지리)다

玉窓(옥창)에 심 梅花(매화) 몃 번이나 픠여진고

겨을 밤 차고 찬 제 자최눈 섯거 치고

여름날 길고 길 제 구 비 므스 일고

三春花柳(삼춘 화류) 好時節(호시절)의 景物(경물)이 시

름업다

가을 방에 들고 蟋蟀(실솔)이 床(상)에 울 제

긴 한 숨 디 눈물 속절업시 헴만 만타

아마도 모진 목숨 죽기도 어려울사

몇 명씩 떼지어 다니는 술집에 새 기생이 나타났다는

말인가 꽃 피고 날 저물 때 일정한 거처도 없이 나가

서 호사로운 차림새로 어디어디 가서 머므는가 바깥출

입이 없어 원근 지리를 모르는데 임의 소식이야 더구나

알 수 있으랴 인연을 끊었다고 하지만 임에 대한 생각

이야 어찌 없겠는가 만나지 못할 임이라면 그립지나

말일이지 하루도 열두때 길기도 하구나 한 달이 지루

하다 옥창에 심은 매화가 몇 번이나 피었다가 졌는고

겨울 밤 차고 찬 때에 눈보라가 섞어 치고 여름날 길고

긴 때에 궂은비는 또 무슨 일인가 꽃 피고 새 잎이 돋

는 좋은 계절 봄에도 보이는 경치가 시름이 없다 가을

달이 방에 비치고 귀뚜라미가 침상에서 울 때 긴 한숨

떨어지는 눈물에 헛되이 생각하는 것만 많다 아마도

모진 목숨 죽기도 어렵구나

rarr승-방탕한 남편에 대한 원망과 독수공방의 한

도로혀 풀쳐 혜니 이리 여 어이 리

靑燈(청등)을 돌라 노코 綠綺琴(녹기금) 빗기 안아

碧蓮花(벽련화) 한 곡조를 시름 조 섯거 타니

瀟相夜雨(소상야우)의 댓소리 섯도 華表(화표) 千年(천 년)의 別鶴(별학)이 우니 玉手(옥수)의 타는 手段(수단) 녯 소 잇다마芙蓉帳(부용장) 寂寞(적막)니 뉘 귀에 들리소니

肝腸(간장)이 九曲(구곡)되야 구븨구븨 쳐서라

돌이켜 여러 모로 생각해 보니 이렇게 살아서 어찌하겠

는가 등불을 돌려 놓고 녹기금을 비스듬히 안아 벽련

화 한 곡조를 시름까지 섞어 타니 소상강의 밤비에 대

나무 잎 소리가 섞여 들리는 듯 천년만에 돌아온 학이

화표주에 앉아 우니는 듯섬섬옥수로 타는 솜씨가 옛

소리를 간직하고 있다마는 부용장 안에 임이 없으니 누

구 귀에 들리겠는가 구곡간장이 굽이굽이 끊어지는 것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34 -

같구나

rarr전-거문고로 시름을 달램

하리 잠을 드러 의나 보려 니

바람의 디 닙과 풀 속에 우는 즘생

므스 일 원수로서 잠조차 오다

천상(天上)의 牽牛織女(견우 직녀) 銀河水(은하수) 박혀

서도

七月七夕(칠월 칠석)一年一度(일년 일도)失期(실기)치

아니거든

우리 님 가신 후는 무슨 弱水(약수) 가렷관듸

오거나 가거나 소식(消息)조차 쳣는고

欄干(난간)의 비겨 셔서 님 가신 바라보니

초로(草露) 맷쳐 잇고 暮雲(모운)이 디나갈 제

竹林(죽림) 푸른 고 새 소리 더욱 설다

세상의 서룬 사람 수업다 려니와

薄命(박명) 紅顔(홍안)이야 날 가니 이실가

아마도 이 님의 지위로 살동말동 여라

차라리 잠이 들어 꿈에서나 임을 보려하니 바람에 지는

나뭇잎과 풀 속에서 우는 벌레가 나와 무슨 원수가 졌

길래 잠조차 깨우는가 하늘의 견우 직녀는 은하수가

막고 있어도 일 년에 한 번 칠월 칠석날에는 기약을 어

기지 않고 만나는데 우리 임이 가신 후에는 무슨 약수

가 가로막고 있길래 오고 가는 소식조차 끊어졌는고

난간에 기대어 서서 임 계신 곳을 바라보니 풀잎에 이

슬은 맺혀있고 저녁 구름이 지나갈 때 대나무 숲 푸른

곳에 새 소리가 더욱 섧다 세상에 서러운 사람이 수없

이 많다고 하지만 기구한 팔자를 타고난 사람이야 나

같은 이가 또 있을까 아마도 임 때문에 살 듯 말 듯하

구나

rarr결-애타게 임을 기다리는 마음

〈감상〉

조선 시대 봉건 사회 제도 아래서 오직 인종(忍從)만을

미덕으로 알고 살아야 했던 부녀자의 한(恨)을 노래한

작품으로 일명 원부사(怨夫詞) 또는 원부사(怨夫辭)라

고도 한다 좋은 배필을 원했지만 뜻밖에도 경박스럽고

방탕한 남편을 만나 평생을 피맺힌 한(恨)과 그리움 속

에 보내야 하는 한 여인의 애달픈 사연을 통해 남성

위주의 사회가 가져오는 병폐를 실감 있게 형상화한 작

품이라 할 수 있다

Page 27: 구지가(龜 歌) - middle.gongbuwarac.commiddle.gongbuwarac.com/Common/Popup/FileDownloadAs.aspx?FileName=/ite… · 미륵(彌勒) 좌주(座主) 뫼셔롸. 미륵 좌주를 모셔라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27 -

더 많아 보인다 이태백이 지금 살아 있어서 다시(금강

산 12폭포와 중국의 여산폭포를 비교) 논의하게 된다

면 여산 폭포가 여기보다 더 낫다는 말은 못 할 것이

본사 7-십이 폭포의 장관

山산中듕을

양 보랴 東동海해로 가쟈

라 籃남輿여

緩완步보

야 山산映영樓누의 올나

니 玲녕瓏농 碧벽

溪계와 數수聲셩啼뎨鳥됴

離니別별을 怨원

旌졍旗긔를

티니 五오色

이 넘노

鼓고角각을

섯부니 海해雲운이 다것

鳴명沙사길 니근

이 醉

仙션을 빗기 시러 바다

두고 海

棠당花화로 드러가니 白

鷗구야

마라 네 버딘 줄 엇디 아

산중의 경치만 노상 보겠는가 동해로 가자꾸나 남녀

(뚜껑없는 가마)를 타고 천천히 걸어서 산영루(정자이

름)에 오르니 영롱하게 반짝이는 시냇물과 갖가지 소

리로 우는 새는 나와의 이별을 싫어하는 듯 여러 가지

깃발을 휘날리니 오색(빨강파랑검정노랑흰색등의

깃발)이 넘나들며 노는 듯 북과 피리를 섞어 부니 바

다의 구름이 다 걷히는 듯하다 모래밭 길에 익숙한 말

이 도취한 신선을 비스듬히 태우고 해변을 따라 해당

화가 피어 있는 곳으로 들어가니 백구야 날아가지 마

라 내가 네 친구일수도 있지 않느냐

본사 8-동해로 가는 감회

金금闌난窟굴 도라드러 叢총石셕亭뎡 올라

니 白

옥樓누 남은 기동 다만 네히 셔 잇고야 工공슈의 셩녕

인가 鬼귀斧부로 다

가 구

야 六뉵面면은 므어슬

象샹톳던고

금난굴을 돌아들어서 총석정에 오르니 바다 가운데에

돌기둥 네 개가 백옥루의 남은 기둥처럼 서 있구나 저

네 개의 돌기둥은 공수(중국 고대의 명공)가 만든 것인

가 귀신의 도끼로 다듬었는가 구태여 그 돌기둥이 여

섯 모가 난 것은 무엇을 본뜬 것인가

본사 9-총석정의 장관

高고城셩을란 뎌만 두고 三삼日일浦포

자가니 丹

단書셔

宛완然연

되 四

仙션은 어

가니 예 사흘

머믄 後후의 어

머믈고 仙션遊유潭담 永영郎

냥湖호 거긔나 가 잇

가 淸

澗간亭뎡 萬만景경臺

몃 고

안돗던고

고성을 저만큼 두고 삼일포를 찾아가니 영랑의 무리

(신라 때 네 명의 화랑 곧 사선)가 남쪽으로 갔다는

글씨는 뚜렷한데 사선은 어디 갔는가 여기서 사흘을

머문 후에 어디 가서 또 머물렀을까 선유담 영랑호

거기나 가 있는가 청간정 만경대 몇 곳에 앉았던가

본사 10-삼일포에서의 회고

梨니花화

셔 디고 졉동새 슬피 울 제 洛낙山산東

동畔반으로 義의相샹臺

예 올라 안자 日일出츌을 보

리라 밤듕만 니러

니 祥샹雲운이 집

동 六뉵龍뇽

이 바퇴

동 바다

날 제

萬만國국이 일위더니

天텬中듕의 티

니 毫호髮발을 혜리로다 아마도 녈구

름 근쳐의 머믈셰라 詩시仙션은 어

가고 咳

唾타만

나맛

니 天텬地디間간 壯장 긔별

셔히도

셔이

배꽃은 벌써 떨어지고 접동새가 슬피 울 때에 낙산의

동쪽 언덕에 있는 의상대에 올라앉아 해 뜨는 것을 보

려고 한 밤중에 일어나니 상서로운 구름이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듯 여섯 마리의 용이 떠받치고 있는 듯

해가 바다에서 떠날 때는 온 세상이 흔들리는 것 같더

니 하늘로 치솟아 오르니 가느다란 터럭을 셀 수 있을

정도로 밝구나 혹시나 지나가는 구름(간신을 비유함)

이 햇빛을 가릴까 두렵다 이백은 어디 가곡 그가 남긴

유명한 말(咳唾(해타)-이백은 lsquo등금릉봉황대rsquo라는 시에

서 간신이 임금의 총명을 흐리게 하는 것을 구름이 해

를 가리는 것에 비유했음)만 남아 있는가 천지간에 굉

장한 소식(사연)이 그의 시에 자세히도 표현되어 있구

본사 11-의상대에서의 일출의 장관

斜샤陽양 峴현山산의 척

을 므니

와 羽우蓋개芝

지輪륜이 鏡경浦포로

려가니 十십里리 氷빙紈환을

다리고 고텨 다려 長

松숑 울흔 소개 슬

장 펴뎌시

니 믈결도 자도 잘샤 모래

혜리로다 孤고舟쥬 解

纜람

야 亭뎡子

올나가니 江강門문橋교 너믄

大대洋양이 거긔로다 從

容용댜 이 氣긔像샹

闊활遠원댜 뎌 境경界계 이도곤

어듸 잇

닷 말고 紅홍粧장 古고事

리로다

江강陵능 大대都도護호風풍俗쇽이 됴흘시고 節졀孝효

旌졍門문이 골골이 버러시니 比비屋옥可가封봉이 이제

도 잇다

저녁 햇살이 비치는 현산의 철쭉꽃을 잇달아 밟으면서

신선을 태운 수레가 경포로 내려가니 십 리나 되는 비

단을 (다리미로)다리고 다시 다린 것처럼 맑고 깨끗한

수면이 큰 소나무가 둘러싼 속에 실컷 펼쳐져 있으니

물결도 잔잔하기도 잔잔하구나 모래를 셀 수 있을 것

같도다 배 한 척을 띄워 호수를 건너가서 정자 위에

올라가니 강문교 바로 너머에 넓은 바다가 거기로구

나 조용하구나 이 기상 넓고 멀구나 저 경계(수평

선) 여기보다 더 (경치가) 잘 갖추어진 곳이 또 어디

있단 말인가 박신과 흥장의 옛일을 야단스럽다고 할

것이로다 강릉 대도호부의 풍속이 좋기도 하구나 충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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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효자 열녀 등을 표창하는 문이 고을마다 널려 있

으니 요순 시대처럼 집집마다 벼슬을 봉할 만하다는

것이 지금도 있다 할 것이로다

본사 12-경포의 장관과 강릉의 미풍 양속

眞진珠쥬館관 竹

西셔樓루 五오十십川쳔

린 믈이 太

태白

山산 그림재

東동海

로 다마 가니

하리 漢

한江강의 木목覓멱의 다히고져 王왕程뎡이 有유限

고 風풍景경이 못 슬

니 幽유懷회도 하도 할샤 客

愁수도 둘 듸 업다 仙션사

워 내여 斗두牛우로 向

살가 仙션人인을

려 丹단穴혈의 머므살가

진주관 죽서루 아래 오십천에 흘러내리는 물이 태백산

그림자를 동해로 담아가지고 흘러가니 차라리 저 물을

임금님이 계신 서울 남산에 닿게 하고 싶다 관원의 여

정에는 기한이 있고 풍경은 싫증이 나지 않으니 그윽

한 회포도 많기도 많구나 나그네의 시름도 둘 곳이 없

다 신선이 탄다는 뗏목을 띄워서 북두성과 견우성으로

향할까 사선을 찾으러 단혈에 머무를까

본사 13-죽서루에서의 객수

天텬根근을 못내 보와 望망洋양亭뎡의 올은말이 바다

밧근 하

이니 하

밧근 므서신고

득 노 고래 뉘

라셔 놀내관

블거니

거니 어즈러이 구

디고 銀

은山산을 것거 내여 六뉵合합의

五오月월

天텬의 白

雪셜은 므

일고

하늘의 끝을 끝내 못 보아 망양정에 오르니 바다 밖은

하늘인데 하늘 밖은 무엇인가 가뜩이나 노한 고래를

누가 놀리게 하기에 불기도 하고 뿜기도 하면서 어지럽

게 구는 것인가 은으로 된 산을 꺾어 내어 온 세상에

흩어 내리는 듯 오월의 아득한 하늘에 흰 눈이 무슨 일

인가

본사 14-망양정에서의 조망

져근덧 밤이 드러 風풍浪낭이 定뎡

扶부桑상 咫

지尺

의 明명月월을 기

리니 瑞셔光광 千쳔丈

고야 珠쥬簾렴을 고텨 것고 玉옥階계

다시 쓸며 啓계明명星셩 돗도록 곳초 안자

라보니

蓮년花화 가지

뉘라셔 보내신고 일이 됴흔

世세界계

대되 다 뵈고져

流뉴霞하酒쥬

득 부어

려 무론 말이 英영雄웅은

가며 四

仙션은 긔 뉘러니 아

나 맛나 보아

긔별 뭇쟈

니 仙션山산 東동海

예 갈 길히 머도

멀샤

잠깐 사이에 밤이 되어 풍랑이 가라앉거늘 해와 달이

뜬다는 부상 가까운 거리에서 밝은 달을 기다리니 천

길이나 뻗친 상서로운 달빛이 보이는 듯하다가 숨는구

나 구슬로 만든 밭을 걷어 올리고 돌층계를 다시 쓸며

샛별이 돋을 때까지 꼿꼿이 앉아 바라보니 흰 연꽃 한

송이를 누가 보내셨는가 이렇게 좋은 세계를 남에게

다 보이고 싶구나 신선주를 가득 부어 들고 달에게 묻

기를ldquo영운은 어디 갔으며 사선 그들은 그 누구이더

냐rdquo 아무나 만나 보아 옛 소식을 물으려 하니 삼신산

이 있다는 동해에 갈 길이 멀기도 멀구나

결사 1-동해의 달맞이

松숑根근을 볘여 누어 픗

을 얼픗 드니

애 사

이 날

려 닐온 말이그

내 모

랴 上샹界계예 眞

진仙션이라 黃황庭뎡經경一일字

엇디 그

닐거

두고 人인間간의 내려와셔 우리

다 져근덧

가디 마오 이 술 잔 머거 보오 北북斗두星셩 기우

려 滄챵海

水슈 부어 내여 저 먹고 날 머겨

서너

잔 거후로니 和화風풍이 習습習습

야 兩냥腋

을 추

혀 드니 九구萬만里리 長

空공애 져기면

리로다 이

술 가져다가 四

예 고로

화 億억萬만 蒼창生

을 다 醉

근 後후의 그제야 고텨 맛나

고야 말 디쟈 鶴학을

고 九구空공의 올나가니

空공中듕 玉옥蕭쇼 소

어제런가 그제런가

나도

여 바다

구버보니 기

거니

인들 엇디 알리 明명月월이 千천山산萬만落낙의 아니

비쵠

업다

소나무 뿌리를 베고 누워서 선잠을 얼핏드니

꿈에 한 사람이 나더러 이르기를 ldquo그대(송강)를 내가

모르랴 그대는 하늘 나라의 진짜 신선이라 황정경의

한 글자를 어찌하여 잘못 읽어 가지고 속세로 귀양와서

우리를 따르는가 잠깐 동안 가지 말고 이 술 한잔 먹

어 보오rdquo 북두칠성을 국자 삼아 푸른 바닷물을 잔에

부어 저도 먹고 나도 먹이거늘 서너잔을 기울이니 화

창한 바람이 산들산들 불어 양쪽 겨드랑이를 추켜드니

구만리나 되는 먼 하늘에 웬만하면 날 것 같구나

ldquo이 술을 가져다가 온 세상에 골고루 나누어 모든 백성

들을 다 취하게 만든 후에 그 때에야 다시 만나 또 한

잔 하자꾸나lsquo

그 말이 끝나자 신선(꿈에 한 사람)은 학을 타고 하늘

로 올라가니 공중에서 들려오는 옥피리 소리가 어제던

가 그제던가 싶게 어렴풋하구나 나도 잠을 깨어 바다

를 굽어보니 그 깊이를 모르는데 끝이야 더욱 어떻게

알겠는가 밝은 달이 온 세상에 아니 비친 곳이 없다

결사 2-꿈속의 선연

lt송강가사(松江歌辭) 이선본(李選本gt

지은이가 45세 되던 선조 13년(1580)에 강원도 관찰사

에 배임(拜任)되어 부임하는 과정과 원주에 부임한 후

틈을 내어 관동 팔경을 비롯한 강원도 내의 명승지를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29 -

두루 유람하며그 승경(勝景)과 인정 풍속을 비롯해서

연군(戀君)애민의 정(情) 및 선연(仙緣)을 노래한 기행

가사의 대표적인 작품이다 멀게는 고려 충숙왕 때 안

축이 지은 경기체가 형식의 [관동별곡]과 가깝게는 명

종때 백광홍이 지은 [관서별곡] 송순의 [면앙정가]의

영향을 받은 작품으로 표현이 명쾌화려하고 탄력이 넘

치며 활달하고 낭만적이어서 지은이의 호탕한 기상이

잘 나타나 있다

총 295구로 이루어진 장편 기행 가사로 서사(처음~급

당유 풍 고텨 아니 볼 게이고) 본사(영둥이 무고~오월 댱텬의 셜은 므일고) 결사(져근덧 밤이

드러~아니 비쵠 업다)로 구성되어 있다

산에서 바다로 이어지는 여정은 그 각각의 이미지를 매

개로 하여 인간의 두 가지 존재 양식 사이에서 갈등하

는 작가의 모습을 보여 준다 산에서 본 경치는 백색의

이미지로서 고결한 위정자로서의 풍모를 드러내고 있으

며 바다에서는 인간 본연의 영원한 세계를 갈구하는

자유 분방한 정신을 표출하고 있다

다양한 어휘와 적절한 수사법을 능란하게 구사함으로

써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한층 높은 경지로 끌어 올린

작품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사미인곡(思美人曲)

송강 정 철

이 몸 삼기실 제 님을 조차 삼기시니 緣分(연분)이며 하 모 일이런가 나 나 졈어 잇

고 님 나 날 괴시니 이 음 이 랑 견졸 노여 업다

이 몸이 태어날 때에 임을 따라서 태어나니 한평생의

연분이며 하늘이 모를 일이던가내가 오직 젊어 있고

임은 오직 나를 사랑하시니 이 마음과 이 사랑을 비교

할 곳이 전혀 없다

서사 1-임과의 인연

平生(평)애 願(원) 요 녜자 얏더니

늙기야 므 일로 외오 두고 글이고 엇그제 님

을 뫼셔 廣寒殿(광한뎐)의 올낫더니그더 엇디

야 下界(하계)예 랴오니 올 적의 비슨 머리 얼

킈연디 三年(삼년)이라 臙脂粉(연지분) 잇마 눌 위여 고이고 음의 친 실음 疊疊(텹텹)

이 혀 이셔 짓니 한숨이오 디니 눈믈이라

人生(인)은 有限(유) 시도 그지업다

평생에 원하기를 임과 함께 살아가고자 했는데 늙어서

야 무슨일로 외따로 두고 그리워하는가 엊그제 임을

모시고 광한전에 올라 있었는데 그 사이에 어찌하여 이

하계에 내려왔느냐 임을 떠나 올 적에 빗은 머리가 헝

클어진 지삼 년일세 연지와 분이 있지마는 누구를 위

해서 예쁘게 화장할 것인가 마음에 맺힌 시름이 겹겹

이 쌓여 있어서 짓는 것이 한수밍요 떨어뜨리는 것이

눈물이라 인생은 한이 있는데 시름은 끝이 없다

서사 2-임에 대한 그리움

無心(무심) 歲月(셰월)은 믈 흐 고야 炎

凉(염냥)이 아라 가 고텨 오니 듯거니

보거니 늣길일도 하도 할샤

아무 생각이 없는 세월은 물 흐르듯 빨리 지나가는구

나 더위와 추위가 때를 알아서 가자마자 다시 오니 듣

고 보는 가운데서 느낄일이 많기도 많구나

서사 3-세월의 무상함

東風(동풍)이 건듯 부러 積雪(젹셜)을 헤텨내니 窓

(창) 밧긔 심근 梅花(화) 두세 가지 픠여셰라 득 冷淡(담) 暗香(암향)은 므 일고 黃昏

(황혼)의 이 조차 벼 마 빗최니 늣기 반기 님이신가 아니신가

뎌 梅花(화) 것거 내여 님 겨신 보내오져 님

이 너 보고 엇더타 너기실고

봄바람이 문득 불어서 쌓인 눈을 헤쳐내니 창밖에 심은

매화가 두세 가지 피었구나 가뜩이나 쌀쌀하고 담담한

데 그윽하게 풍기는 향기는 또 무슨 일인가 황혼에 달

이 따라와 배갯머리에 비치니흐느껴 우는 듯 반기는

듯하니 임이신가 아니신가 저 매화를 꺾어 내어 임 계

신 곳에 보내고 싶다 그러면 임이 너 (매화)를 보고

어떻다고 생각하실까

본사 1-춘원(春怨)

디고 새 닙 나니 綠陰(녹음)이 렷 羅幃

(나위) 寂寞(젹막)고 繡幕(슈막)이 뷔여 잇다 芙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30 -

蓉(부용)을 거더 노코 孔雀(공쟉)을 둘러 두니 득 시 한 날은 엇디 기돗던고鴛鴦錦(원앙금)

버혀 노코 五色線(오션) 플텨 내여 금자 견화

이셔 님의 옷 지어 내니 手品(슈품)은니와 制度

(졔도)도 시고 珊瑚樹(산호슈) 지게 우 白玉函(옥함)의 다마 두고 님의게 보내오려 님 겨신

라보니 山(산)인가 구롬인가 머흐도 머흘시

고 千里 萬里(쳔리 만리)길흘 뉘라셔 자갈고니

거든 여러 두고 날인가 반기실가

꽃이 지고 새 잎이 피어나니 녹음이 우거졌는데 비단

포장이 적막하고 수놓은 장막이 텅 비어 쓸쓸하다 연

꽃을 수놓은 비단 휘장을 걷어 놓고 공작을 수놓은 병

풍을 둘러 치니 가뜩이나 시름이 많은데 날은 어찌 그

리 길던가 원앙새 수놓은 비단을 베어 놓고 오색실을

풀어 내어 좋은 자로 재어서 임의 옷을 지어내니 솜씨

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격식도 갖추었구나 백옥으로

만든 함에 담아 산호로 만든 지게 위에 얹어 놓고 임에

게 보내려고 임 계신 곳을 바라보니 산인지 구름인지

험하기도 험하구나 천만 리나 되는 먼 길을 누가 찾아

갈 것인가 가면은 함을 열어 놓고 나를 본것처럼 반가

워하실까

본사2-하원(夏怨)

밤 서리김의 기겍러기 우러 녤 제 危樓(위루)

에 혼자 올라 水晶簾(슈졍념) 거든말이 東山(산)의

이 나고 北極(븍극)의 별이 뵈니 님이신가 반기

니 눈믈이 절로 난다 淸光(쳥광)을 쥐여 내여 鳳

凰樓(봉황누)의 븟티고져 樓(누) 우 거러 두고

八荒(팔황)의 다 비최여 深山窮谷(심산궁곡) 졈낫

티 그쇼셔

하룻밤 서리가 내린 무렵에 기러기가 울며 지나갈 때

높은 누각에 혼자 올라가 수정으로 만든 밭을 걷으니

동산에 달이 떠오르고 북극성이 보이므로 임이신가 하

여 반가워하니 눈물이 절로 난다 밝은 달을 잡아 내어

임 계신 곳에 보내고 싶구나 임께서 그 달을 누각 위

에 걸어 노고 온 세상을 다 비추어 깊은 산 골짜기 까

지도 대낮같이 밝게 하소서(밝은 정치를 베푸소서)

본사 3-추원(秋怨)

乾坤(건곤)이 閉塞(폐)야 白雪(셜)이 빗친

제 사은니와 새도 긋쳐 잇다 瀟湘南畔(쇼

샹남반)도 치오미 이러커든 玉樓高處(옥누고쳐)야

더욱 닐러 므리陽春(양츈)을 부쳐 내여 님 겨

신 쏘이고져茅簷(모쳠) 비쵠 玉樓(옥누)의

올리고져 紅裳

(홍샹)을 니믜 고 翠袖(슈) 半(반)만 거더

日暮脩竹(일모슈듁)의 혬가림도 하도 할샤 댜 수이 디여 긴 밤을 고초 안자 靑燈

(쳥등) 거른 겻 鈿箜葔(뎐공후)노하 두고 의나

님을 보려 밧고 비겨시니 鴦衾(앙금)도 도

샤 이 밤은 언제 샐고

하늘과 땅이 꽉막힌 것처럼 흰 눈으로 온통 덮여 있으

니 사람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날아디는 새도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다 소상강 남쪽 지방같이 따뜻한 이 곳

도 추위가 이러한데 하물며 임계신 북쪽 지방이야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따뜻한 봄볕을 부쳐 내어 임 계신

곳에 쏘이고 싶다 초가집 처마에 비친 해를 임계신 곳

에 올리고 싶다 붉은 치마를 여미어 입고 푸른 소매를

반쯤 걷어 해질 무렵 대나무에 의지하여 여러 가지 생

각이 많기도 하구나 짧은 겨울해가 이내 넘어가니 긴

밤을 꼿꼿이 앉아서 청사초롱을 걸어 둔 곁에 자개 입

힌 공후를 놓아 두고 꿈에나 임을 만나 보려고 턱을

받치고 기대어 있으니 원앙금침이 차갑기도 하구나 이

밤은 언제 샐것인가

본사 4-동원(冬怨)

도 열두 도 셜흔 날 져근덧 각마

라 이 시 닛쟈 니 의 쳐 이셔 骨髓(골

슈)의 텨시니 扁鵲(편쟉)이 열히 오나 이 병을

엇디리 어와 내 병이야 이 님의 타시로다 하

리 싀어디여 범나븨 되오리라 곳나모 가지마다 간

죡죡 안니다가 향 므든 애로 님의 오 올므

리라 님이야 날인 줄 모셔도 내 님 조려 노

하루도 열두 때 한 달도 서른 날 잠시 라도 생각을

말아 가지고 이 시름을 잊으려 해도 마음 속에 맺혀

있어서 뼛속까지 사무쳤으니 편작 같은 명의가 열명이

온다 한들 이 병을 어찌할 것인가

아아 내 병이여 이 병을 어찌할 것인가

아아 내 병이여 이 임의 탓이로다 차라리 죽엇 호랑

나비가 되리라 꽃나무 가지에 가는 곳마다 앉으며 돌

아다니다가 향기 묻은 날개로 임의 옷에 앉으리라 임

께서 나인 줄을 모르신다 해도 나는 끝까지 임을 따르

려 하노라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31 -

결사 -임을 향한 변함 없는 마음

lt성주본 송강가사gt

작품의 감상

작자가 50세 되던 해에 반대 정파의 탄핵을 받고 전남

창평으로 물러나 우거(寓居)하면서 임금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여인이 사랑하는 사람을 그리는 심정에 의탁하

여 부른 노래이다 이 작품의 제목인 〈사미인곡(思美

人曲)〉은 중국 굴원이 지은 〈이소(離騷)〉의 제 9편

에 나오는 lsquo사미인(思美人)rsquo이라는 편명에서 따온 것으

로 보이며 그 작품 역시 충군(忠君)의 내용을 담고 있

어 내용 또한 그 영향을 받은 것으로 짐작된다

또 임금을 임으로 설정하여 노래한 것은 고려 속요인

〈정과정〉과 맥을 같이하고 있으며 임에 대한 헌신적

사랑의 표현은 〈가시리〉〈동등〉등과 접맥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작품은〈속미인곡〉과 더불어 가사 문학의 극치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일찍이 서포 김만중은 〈사미인

곡〉 〈속미인곡〉 〈관동별곡〉을 가리켜 lsquo좌해진문

장 지차삼편(左海眞文章 只此三篇우리 나라의 참된 문

장은 오직 이 세 편뿐이다)rsquo라고 하였다 이 노래는

서사 본사 결사 세 부분으로 되어 있는데 본사는 다

시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나뉘어 있다

속미인곡(續美人曲)

송강 정 철

뎨 가 뎌 각시 본듯도 뎌이고

天上(텬상) 白玉京(옥경)을 엇디야 離別(니별)고

다 뎌 져믄 날의 눌을 보라 가시고

저기가는 저 젊은 여인 본 듯도 하구나 임금님이 계

시는 서울을 어찌하여 이별하고 해가 다 져서 저무는

날에 누구를 보러 가시는 고

rarr서사1 - 서울을 떠나온 이유(갑녀의 질문)

어와 네여이고 내 셜 드러보오

내 얼굴 이 거동이 님 괴얌즉 냐마

엇딘디 날 보시고 네로다 녀기실나도 님을 미더 군디 전혀 업서

이야 교야 어러이 구돗디

반기시 비치 녜와 엇디 신고

누어 각고 니러 안자 혜어니

내 몸의 지는 죄 뫼티 혀시니

하히라 원망며 사이라 허믈랴

셜워 플텨 혜니 造物(조물)의 타시로다

아아 너로구나 내 사정 이야기를 들어보오

나의 생김새와 행동거지가 임의 사랑을 받을 수 있겠느

냐마는 어쩐지 나를 보시고 (내가 사랑할 사람은 바

로) 너로구나 하며 특별히 사랑하시기에 나도 임을 믿

어 딴 생각이 전혀 없어 응석과 애교를 부리면서 (얼마

나) 어지럽게 굴었던지 (나를) 반가워 하시는 얼굴빛

이 예날과 어찌 다르신가 누워 생각하고 일어나 앚아

헤아리니 내 몸의 지은 죄가 산같이쌓였으니 하늘을 원

망하겠으며 사람을 탓하겠는가 하도 서러워 여러 가지

로 깊이 생각해보니 조물주의 탓이로구나

rarr서사2 - 자책과 체념(을녀의 대답)

글란 각 마오

그렇게는 생각하지 마시오

rarr본사1 - 갑녀의 위로

친 일이 이셔이다

님을 뫼셔 이셔 님의 일을 내 알거니

믈튼 얼굴이 편실적 몃날일고

春寒(츈한) 苦熱(고열)은 엇디야 디내시며

秋日(츄일) 冬天(동텬)은 뉘라셔 뫼셧고

粥早飯(쥭조반) 朝夕(조석)뫼 녜와 티 셰시가

기나긴 밤의 은 엇디 자시고

마음 속에 맺힌 일이 있습니다 예전에 임을 모신적이

있어서 임의 일을 내가 잘 아는데 물과 같이 연약한

체질이 편하실 때가 며칠이나 될꼬 이른 봄의 추위와

한여름의 더위를 어떻게 지내시며 가을과 겨울날은 누

가 모셨는가 죽조반과 아침 저녁 진지는 옛날과 같이

잘 잡수시는가 기나긴 밤에 잠은 어떻게 주무시는가

rarr본사2-임에 대한 염려(을녀의 사설)

님다히 消息(소식)을 아무려나 아쟈니

오도 거의로다 일이나 사 올가

내 둘 업다 어드러로 가쟛 말고

잡거니 밀거니 놉픈 뫼 올라가니

구름은 니와 안개 므일고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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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川(산쳔)이 어둡거니 日月(일월)을 엇디보며

咫尺(지척)을 모거든 千里(쳔리) 라보랴

리 믈의 가 길히나 보랴니

람이야 믈결이야 어둥졍 된뎌이고

샤공은 어 가고 븬 만 걸렷고

江天(간텬)의 혼자 셔셔 디 구버보니

님 다히 消息(소식)이 더옥 아득뎌이고

임이 계시는 곳의 소식을 어떻게든지 알려고 하니 오늘

도 거의 지나갔구나 내일이나 임의 소식을 전해줄 사

람이 올까 내 마음을 둘 곳이 없다 어디로 가자는 말

인가 (나무같은 것을) 잡기도 하고 밀기도 하면서 높

은 산에 올라가니 구름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안개는

또 무슨 일로 저렇게 기어 있는가 산천이 어두운데 해

와 달을 어떻게 보겠으며 지척을 모르겠는데 천 리나

되는 먼 곳을 (어떻게) 바라몰 수 있으랴 차라리 물가

에 서서 뱃길이나 보려고 하니 바람과 물결이 어수선하

게 되었구나 사공은 어디가고 빈 배만 걸려있는가 강

변에 홀로서서 지는 해를 굽어보니 임계신 곳의 소식이

더욱 아득하구나

rarr본사3-임의 소식을 애타게 기다림(을녀의 사설)

茅簷(모쳠) 자리의 밤듕만 도라오니

半壁(반벽) 靑燈(청등)은 눌 위야 갓고

오며 리며 헷드며 바자니니

져근덧 력진力盡(녁진)야 픗을 잠간 드니

精誠(정셩)이 지극야 의 님을 보니

玉(옥)튼 얼굴이 半(반)이나마 늘거셰라

의 머근 말 슬장 쟈니

눈믈이 바라나니 말인들 어이며

情(정)을 못다야 목이조차 몌여니

오뎐된 鷄聲(계셩)의 은 엇디 돗던고

초가집 차가운 잠자리에 한밤중이 돌아오니 벽에 걸려

있는 등불은 누구를 위하여 밝아 있는가 산을 올라가

기도 하고 내려가기도 하면서 헤메며 오락가락 돌아다

니다가 잠깐 사이에 힘이 다하여 풋잠이 잠깐 들었는

데 정성이 지극하여 꿈속에서 임을 보니 옥과 같이 곱

던 임의 얼굴이 반넘게 늙었구나 마음 속에 품은 생각

을 실컷 아뢰려고 하였더니 눈물이 잇달아 쏟아지니

말인들 어찌하며 정회도 다 못풀어 목마저 메어오니

방정맞은 닭울음소리에 잠은 어찌 깨었던가

rarr본사4-독수공방의 한과 꿈에서 만난 임

(을녀의 사설)

어와 虛事(허)로다 이 님이 어 간고

결의 니러 안자 窓(창)을 열고 라보니

어엿븐 그림재 날 조 이로다

리 싀여디어 落月(낙월)이나 되야이셔

님 겨신 窓(창) 안 번드시 비최리라

아아 헛된 일이로다 내 임이 어디 갔는고 꿈결에 일

어나 앉아 창을 열고 바라보니 불쌍한 그림자만이 나

를 따라올 뿐이로다 차라리 죽어서 지는 달이나 되어

임 계신 창 안에 환하게 비치리라

rarr결사-죽어서라도 임을 따르겠다는 다짐

(을녀의 사설)

각시님 이야니와 구 비나 되쇼셔

각시님 달은커녕 궂은 비나 되십시오

rarr결사-갑녀의 위로

〈해설〉

사미인곡의 속편으로 지은이가 동인(東人)으로 탄핵을

받고 고향인 전라남도 창평에 낙향해 있을 때에 임금

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두 여인의 대화 형식을 빌려 노

래한 작품이다 이 작품의 현대어 해석에 나와 있는 lsquo갑

녀(甲女)rsquo와 lsquo을녀(乙女)rsquo는 편의상 붙인 이름으로 갑녀

는 보조적 위치에 있는 화자이며 을녀가 지은이를 대

변하는 주된 화자이다 〈사미인곡〉과 더불어 가사 문

학의 최고봉이라 일컬어지는데 특히 순수한 우리말의

구사가 절묘하며 대화 형식으로 구성하여 표현에 참신

성을 더한 것은 lsquo금상첨화(錦上添花)rsquo라 할 수 있을 것

이다

홍만종은 〈순오지(旬五志)〉에서 이 작품을 제갈공명

의 〈출사표(出師表)〉에 비견할 만하다고 극찬하였으

며 서포 김만중은 〈서포만필(西浦漫筆)〉에서 ldquo예로부

터 우리 나라의 참된 문장은 오직 이 세 편(사미인곡

속미인곡 관동별곡)뿐이데다시 이 세편에 대하여 논할

것 같으면 그 중에서 속미인곡이 더욱 뛰어나다 관동

별곡과 사미인곡은 오히려 한자음을 빌려서 그 가사 내

용을 꾸민 데 지나지 않는다rdquo라고 하였다

규원가(閨怨歌)

허난설헌

엇그제 저멋더니 마 어이 다 늘거니

少年行樂(소년 행락) 생각니 일러도 속절업다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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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거야 서른 말 자니 목이 멘다

엊그제 젊었었는데 어찌 벌써 다 늙어버렸는가 어린

시절에 즐겁게 지내던 일을 생각하니 말해 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 이렇게 늙은 뒤에 서러운 얘기를 하자니

목이 멘다

rarr기1-늙음의 한탄

父生母育(부생 모육) 辛苦(신고)야 이 내 몸 길러 낼

公侯配匹(공후 배필) 못 바라도 君子好逑(군자 호구) 願

(원)더니

三生(삼생)의 怨業(원업)이오 月下(월하)의 緣分(연분)으

長安遊俠(장안 유협) 輕薄子(경박자)를 치 만나 잇

서 當時(당시)의 용심(用心)기 살어름 디듸는 부모님이 나를 낳아서 고생하여 길러낼 때 높은 벼슬아

치의 배필을 바라지는 못했어도 훌륭한 남자의 좋은

짝이 되기를 원했더니 삼생의 원망스러운 업보요 월

하 빙인이 정해 준 연분으로 놀기 좋아하고 경박한 사

람을 꿈같이 만나 가지고 시집 간 뒤 조심하면서 마음

졸이기를 꼭 살얼음 디디듯하였다

rarr기2-젊은 시절의 회상

三五二八(삼오 이팔) 겨오 지나 天然麗質(천연 여질)절

로 이니

이 얼골 이 態度(태도)로 百年期約(백년 기약) 얏더니

年光(연광)이 훌훌고 造物(조물)이 多時(다시)야

봄바람 가을 믈이 뵈오리 북 지나듯

雪鬂花顔(설빈 화안) 어 가고 面目可憎(면목 가증) 되

거고나

내 올골 내 보거니 어느 님이 날 괼소냐

스스로 慙愧(참괴)니 누구를 怨望(원망)리

십오륙 세가 겨우 지나 타고난 아름다운 모습이 절로

나타나니 이 얼굴 이 태도로 (남편과)평생을 약속하였

더니 세월이 빨리 지나가고 조물주가 시기가 많아서

세월의 빠르기가 베 짤 때 북이 지나가는 듯 젊고 아

름다운 얼굴은 어디로 가고 추한 모습이 되었구나 내

얼굴을 내가 보아 알거니와 어느 임이 나를 사랑하겠는

가 스스로 생각해도 부끄러운데 누구를 원망하리

rarr기3-세월의 무상함과 늙음의 한탄

三三五五(삼삼 오오) 冶遊園(야유원)의 새 사람이 나단

말가

곳 피고 날 저물 제 定處(정처) 업시 나가 잇어

백마(白馬) 금편(金鞭)으로 어어 머므는고

원근(遠近)을 모르거니 消息(소식)이야 더욱 알랴

因緣(인연)을 긋쳐신들 각이야 업슬소냐

얼골을 못 보거든 그립기나 마르려믄

열두 김도 길샤 설흔 날 至理(지리)다

玉窓(옥창)에 심 梅花(매화) 몃 번이나 픠여진고

겨을 밤 차고 찬 제 자최눈 섯거 치고

여름날 길고 길 제 구 비 므스 일고

三春花柳(삼춘 화류) 好時節(호시절)의 景物(경물)이 시

름업다

가을 방에 들고 蟋蟀(실솔)이 床(상)에 울 제

긴 한 숨 디 눈물 속절업시 헴만 만타

아마도 모진 목숨 죽기도 어려울사

몇 명씩 떼지어 다니는 술집에 새 기생이 나타났다는

말인가 꽃 피고 날 저물 때 일정한 거처도 없이 나가

서 호사로운 차림새로 어디어디 가서 머므는가 바깥출

입이 없어 원근 지리를 모르는데 임의 소식이야 더구나

알 수 있으랴 인연을 끊었다고 하지만 임에 대한 생각

이야 어찌 없겠는가 만나지 못할 임이라면 그립지나

말일이지 하루도 열두때 길기도 하구나 한 달이 지루

하다 옥창에 심은 매화가 몇 번이나 피었다가 졌는고

겨울 밤 차고 찬 때에 눈보라가 섞어 치고 여름날 길고

긴 때에 궂은비는 또 무슨 일인가 꽃 피고 새 잎이 돋

는 좋은 계절 봄에도 보이는 경치가 시름이 없다 가을

달이 방에 비치고 귀뚜라미가 침상에서 울 때 긴 한숨

떨어지는 눈물에 헛되이 생각하는 것만 많다 아마도

모진 목숨 죽기도 어렵구나

rarr승-방탕한 남편에 대한 원망과 독수공방의 한

도로혀 풀쳐 혜니 이리 여 어이 리

靑燈(청등)을 돌라 노코 綠綺琴(녹기금) 빗기 안아

碧蓮花(벽련화) 한 곡조를 시름 조 섯거 타니

瀟相夜雨(소상야우)의 댓소리 섯도 華表(화표) 千年(천 년)의 別鶴(별학)이 우니 玉手(옥수)의 타는 手段(수단) 녯 소 잇다마芙蓉帳(부용장) 寂寞(적막)니 뉘 귀에 들리소니

肝腸(간장)이 九曲(구곡)되야 구븨구븨 쳐서라

돌이켜 여러 모로 생각해 보니 이렇게 살아서 어찌하겠

는가 등불을 돌려 놓고 녹기금을 비스듬히 안아 벽련

화 한 곡조를 시름까지 섞어 타니 소상강의 밤비에 대

나무 잎 소리가 섞여 들리는 듯 천년만에 돌아온 학이

화표주에 앉아 우니는 듯섬섬옥수로 타는 솜씨가 옛

소리를 간직하고 있다마는 부용장 안에 임이 없으니 누

구 귀에 들리겠는가 구곡간장이 굽이굽이 끊어지는 것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34 -

같구나

rarr전-거문고로 시름을 달램

하리 잠을 드러 의나 보려 니

바람의 디 닙과 풀 속에 우는 즘생

므스 일 원수로서 잠조차 오다

천상(天上)의 牽牛織女(견우 직녀) 銀河水(은하수) 박혀

서도

七月七夕(칠월 칠석)一年一度(일년 일도)失期(실기)치

아니거든

우리 님 가신 후는 무슨 弱水(약수) 가렷관듸

오거나 가거나 소식(消息)조차 쳣는고

欄干(난간)의 비겨 셔서 님 가신 바라보니

초로(草露) 맷쳐 잇고 暮雲(모운)이 디나갈 제

竹林(죽림) 푸른 고 새 소리 더욱 설다

세상의 서룬 사람 수업다 려니와

薄命(박명) 紅顔(홍안)이야 날 가니 이실가

아마도 이 님의 지위로 살동말동 여라

차라리 잠이 들어 꿈에서나 임을 보려하니 바람에 지는

나뭇잎과 풀 속에서 우는 벌레가 나와 무슨 원수가 졌

길래 잠조차 깨우는가 하늘의 견우 직녀는 은하수가

막고 있어도 일 년에 한 번 칠월 칠석날에는 기약을 어

기지 않고 만나는데 우리 임이 가신 후에는 무슨 약수

가 가로막고 있길래 오고 가는 소식조차 끊어졌는고

난간에 기대어 서서 임 계신 곳을 바라보니 풀잎에 이

슬은 맺혀있고 저녁 구름이 지나갈 때 대나무 숲 푸른

곳에 새 소리가 더욱 섧다 세상에 서러운 사람이 수없

이 많다고 하지만 기구한 팔자를 타고난 사람이야 나

같은 이가 또 있을까 아마도 임 때문에 살 듯 말 듯하

구나

rarr결-애타게 임을 기다리는 마음

〈감상〉

조선 시대 봉건 사회 제도 아래서 오직 인종(忍從)만을

미덕으로 알고 살아야 했던 부녀자의 한(恨)을 노래한

작품으로 일명 원부사(怨夫詞) 또는 원부사(怨夫辭)라

고도 한다 좋은 배필을 원했지만 뜻밖에도 경박스럽고

방탕한 남편을 만나 평생을 피맺힌 한(恨)과 그리움 속

에 보내야 하는 한 여인의 애달픈 사연을 통해 남성

위주의 사회가 가져오는 병폐를 실감 있게 형상화한 작

품이라 할 수 있다

Page 28: 구지가(龜 歌) - middle.gongbuwarac.commiddle.gongbuwarac.com/Common/Popup/FileDownloadAs.aspx?FileName=/ite… · 미륵(彌勒) 좌주(座主) 뫼셔롸. 미륵 좌주를 모셔라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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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효자 열녀 등을 표창하는 문이 고을마다 널려 있

으니 요순 시대처럼 집집마다 벼슬을 봉할 만하다는

것이 지금도 있다 할 것이로다

본사 12-경포의 장관과 강릉의 미풍 양속

眞진珠쥬館관 竹

西셔樓루 五오十십川쳔

린 믈이 太

태白

山산 그림재

東동海

로 다마 가니

하리 漢

한江강의 木목覓멱의 다히고져 王왕程뎡이 有유限

고 風풍景경이 못 슬

니 幽유懷회도 하도 할샤 客

愁수도 둘 듸 업다 仙션사

워 내여 斗두牛우로 向

살가 仙션人인을

려 丹단穴혈의 머므살가

진주관 죽서루 아래 오십천에 흘러내리는 물이 태백산

그림자를 동해로 담아가지고 흘러가니 차라리 저 물을

임금님이 계신 서울 남산에 닿게 하고 싶다 관원의 여

정에는 기한이 있고 풍경은 싫증이 나지 않으니 그윽

한 회포도 많기도 많구나 나그네의 시름도 둘 곳이 없

다 신선이 탄다는 뗏목을 띄워서 북두성과 견우성으로

향할까 사선을 찾으러 단혈에 머무를까

본사 13-죽서루에서의 객수

天텬根근을 못내 보와 望망洋양亭뎡의 올은말이 바다

밧근 하

이니 하

밧근 므서신고

득 노 고래 뉘

라셔 놀내관

블거니

거니 어즈러이 구

디고 銀

은山산을 것거 내여 六뉵合합의

五오月월

天텬의 白

雪셜은 므

일고

하늘의 끝을 끝내 못 보아 망양정에 오르니 바다 밖은

하늘인데 하늘 밖은 무엇인가 가뜩이나 노한 고래를

누가 놀리게 하기에 불기도 하고 뿜기도 하면서 어지럽

게 구는 것인가 은으로 된 산을 꺾어 내어 온 세상에

흩어 내리는 듯 오월의 아득한 하늘에 흰 눈이 무슨 일

인가

본사 14-망양정에서의 조망

져근덧 밤이 드러 風풍浪낭이 定뎡

扶부桑상 咫

지尺

의 明명月월을 기

리니 瑞셔光광 千쳔丈

고야 珠쥬簾렴을 고텨 것고 玉옥階계

다시 쓸며 啓계明명星셩 돗도록 곳초 안자

라보니

蓮년花화 가지

뉘라셔 보내신고 일이 됴흔

世세界계

대되 다 뵈고져

流뉴霞하酒쥬

득 부어

려 무론 말이 英영雄웅은

가며 四

仙션은 긔 뉘러니 아

나 맛나 보아

긔별 뭇쟈

니 仙션山산 東동海

예 갈 길히 머도

멀샤

잠깐 사이에 밤이 되어 풍랑이 가라앉거늘 해와 달이

뜬다는 부상 가까운 거리에서 밝은 달을 기다리니 천

길이나 뻗친 상서로운 달빛이 보이는 듯하다가 숨는구

나 구슬로 만든 밭을 걷어 올리고 돌층계를 다시 쓸며

샛별이 돋을 때까지 꼿꼿이 앉아 바라보니 흰 연꽃 한

송이를 누가 보내셨는가 이렇게 좋은 세계를 남에게

다 보이고 싶구나 신선주를 가득 부어 들고 달에게 묻

기를ldquo영운은 어디 갔으며 사선 그들은 그 누구이더

냐rdquo 아무나 만나 보아 옛 소식을 물으려 하니 삼신산

이 있다는 동해에 갈 길이 멀기도 멀구나

결사 1-동해의 달맞이

松숑根근을 볘여 누어 픗

을 얼픗 드니

애 사

이 날

려 닐온 말이그

내 모

랴 上샹界계예 眞

진仙션이라 黃황庭뎡經경一일字

엇디 그

닐거

두고 人인間간의 내려와셔 우리

다 져근덧

가디 마오 이 술 잔 머거 보오 北북斗두星셩 기우

려 滄챵海

水슈 부어 내여 저 먹고 날 머겨

서너

잔 거후로니 和화風풍이 習습習습

야 兩냥腋

을 추

혀 드니 九구萬만里리 長

空공애 져기면

리로다 이

술 가져다가 四

예 고로

화 億억萬만 蒼창生

을 다 醉

근 後후의 그제야 고텨 맛나

고야 말 디쟈 鶴학을

고 九구空공의 올나가니

空공中듕 玉옥蕭쇼 소

어제런가 그제런가

나도

여 바다

구버보니 기

거니

인들 엇디 알리 明명月월이 千천山산萬만落낙의 아니

비쵠

업다

소나무 뿌리를 베고 누워서 선잠을 얼핏드니

꿈에 한 사람이 나더러 이르기를 ldquo그대(송강)를 내가

모르랴 그대는 하늘 나라의 진짜 신선이라 황정경의

한 글자를 어찌하여 잘못 읽어 가지고 속세로 귀양와서

우리를 따르는가 잠깐 동안 가지 말고 이 술 한잔 먹

어 보오rdquo 북두칠성을 국자 삼아 푸른 바닷물을 잔에

부어 저도 먹고 나도 먹이거늘 서너잔을 기울이니 화

창한 바람이 산들산들 불어 양쪽 겨드랑이를 추켜드니

구만리나 되는 먼 하늘에 웬만하면 날 것 같구나

ldquo이 술을 가져다가 온 세상에 골고루 나누어 모든 백성

들을 다 취하게 만든 후에 그 때에야 다시 만나 또 한

잔 하자꾸나lsquo

그 말이 끝나자 신선(꿈에 한 사람)은 학을 타고 하늘

로 올라가니 공중에서 들려오는 옥피리 소리가 어제던

가 그제던가 싶게 어렴풋하구나 나도 잠을 깨어 바다

를 굽어보니 그 깊이를 모르는데 끝이야 더욱 어떻게

알겠는가 밝은 달이 온 세상에 아니 비친 곳이 없다

결사 2-꿈속의 선연

lt송강가사(松江歌辭) 이선본(李選本gt

지은이가 45세 되던 선조 13년(1580)에 강원도 관찰사

에 배임(拜任)되어 부임하는 과정과 원주에 부임한 후

틈을 내어 관동 팔경을 비롯한 강원도 내의 명승지를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29 -

두루 유람하며그 승경(勝景)과 인정 풍속을 비롯해서

연군(戀君)애민의 정(情) 및 선연(仙緣)을 노래한 기행

가사의 대표적인 작품이다 멀게는 고려 충숙왕 때 안

축이 지은 경기체가 형식의 [관동별곡]과 가깝게는 명

종때 백광홍이 지은 [관서별곡] 송순의 [면앙정가]의

영향을 받은 작품으로 표현이 명쾌화려하고 탄력이 넘

치며 활달하고 낭만적이어서 지은이의 호탕한 기상이

잘 나타나 있다

총 295구로 이루어진 장편 기행 가사로 서사(처음~급

당유 풍 고텨 아니 볼 게이고) 본사(영둥이 무고~오월 댱텬의 셜은 므일고) 결사(져근덧 밤이

드러~아니 비쵠 업다)로 구성되어 있다

산에서 바다로 이어지는 여정은 그 각각의 이미지를 매

개로 하여 인간의 두 가지 존재 양식 사이에서 갈등하

는 작가의 모습을 보여 준다 산에서 본 경치는 백색의

이미지로서 고결한 위정자로서의 풍모를 드러내고 있으

며 바다에서는 인간 본연의 영원한 세계를 갈구하는

자유 분방한 정신을 표출하고 있다

다양한 어휘와 적절한 수사법을 능란하게 구사함으로

써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한층 높은 경지로 끌어 올린

작품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사미인곡(思美人曲)

송강 정 철

이 몸 삼기실 제 님을 조차 삼기시니 緣分(연분)이며 하 모 일이런가 나 나 졈어 잇

고 님 나 날 괴시니 이 음 이 랑 견졸 노여 업다

이 몸이 태어날 때에 임을 따라서 태어나니 한평생의

연분이며 하늘이 모를 일이던가내가 오직 젊어 있고

임은 오직 나를 사랑하시니 이 마음과 이 사랑을 비교

할 곳이 전혀 없다

서사 1-임과의 인연

平生(평)애 願(원) 요 녜자 얏더니

늙기야 므 일로 외오 두고 글이고 엇그제 님

을 뫼셔 廣寒殿(광한뎐)의 올낫더니그더 엇디

야 下界(하계)예 랴오니 올 적의 비슨 머리 얼

킈연디 三年(삼년)이라 臙脂粉(연지분) 잇마 눌 위여 고이고 음의 친 실음 疊疊(텹텹)

이 혀 이셔 짓니 한숨이오 디니 눈믈이라

人生(인)은 有限(유) 시도 그지업다

평생에 원하기를 임과 함께 살아가고자 했는데 늙어서

야 무슨일로 외따로 두고 그리워하는가 엊그제 임을

모시고 광한전에 올라 있었는데 그 사이에 어찌하여 이

하계에 내려왔느냐 임을 떠나 올 적에 빗은 머리가 헝

클어진 지삼 년일세 연지와 분이 있지마는 누구를 위

해서 예쁘게 화장할 것인가 마음에 맺힌 시름이 겹겹

이 쌓여 있어서 짓는 것이 한수밍요 떨어뜨리는 것이

눈물이라 인생은 한이 있는데 시름은 끝이 없다

서사 2-임에 대한 그리움

無心(무심) 歲月(셰월)은 믈 흐 고야 炎

凉(염냥)이 아라 가 고텨 오니 듯거니

보거니 늣길일도 하도 할샤

아무 생각이 없는 세월은 물 흐르듯 빨리 지나가는구

나 더위와 추위가 때를 알아서 가자마자 다시 오니 듣

고 보는 가운데서 느낄일이 많기도 많구나

서사 3-세월의 무상함

東風(동풍)이 건듯 부러 積雪(젹셜)을 헤텨내니 窓

(창) 밧긔 심근 梅花(화) 두세 가지 픠여셰라 득 冷淡(담) 暗香(암향)은 므 일고 黃昏

(황혼)의 이 조차 벼 마 빗최니 늣기 반기 님이신가 아니신가

뎌 梅花(화) 것거 내여 님 겨신 보내오져 님

이 너 보고 엇더타 너기실고

봄바람이 문득 불어서 쌓인 눈을 헤쳐내니 창밖에 심은

매화가 두세 가지 피었구나 가뜩이나 쌀쌀하고 담담한

데 그윽하게 풍기는 향기는 또 무슨 일인가 황혼에 달

이 따라와 배갯머리에 비치니흐느껴 우는 듯 반기는

듯하니 임이신가 아니신가 저 매화를 꺾어 내어 임 계

신 곳에 보내고 싶다 그러면 임이 너 (매화)를 보고

어떻다고 생각하실까

본사 1-춘원(春怨)

디고 새 닙 나니 綠陰(녹음)이 렷 羅幃

(나위) 寂寞(젹막)고 繡幕(슈막)이 뷔여 잇다 芙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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蓉(부용)을 거더 노코 孔雀(공쟉)을 둘러 두니 득 시 한 날은 엇디 기돗던고鴛鴦錦(원앙금)

버혀 노코 五色線(오션) 플텨 내여 금자 견화

이셔 님의 옷 지어 내니 手品(슈품)은니와 制度

(졔도)도 시고 珊瑚樹(산호슈) 지게 우 白玉函(옥함)의 다마 두고 님의게 보내오려 님 겨신

라보니 山(산)인가 구롬인가 머흐도 머흘시

고 千里 萬里(쳔리 만리)길흘 뉘라셔 자갈고니

거든 여러 두고 날인가 반기실가

꽃이 지고 새 잎이 피어나니 녹음이 우거졌는데 비단

포장이 적막하고 수놓은 장막이 텅 비어 쓸쓸하다 연

꽃을 수놓은 비단 휘장을 걷어 놓고 공작을 수놓은 병

풍을 둘러 치니 가뜩이나 시름이 많은데 날은 어찌 그

리 길던가 원앙새 수놓은 비단을 베어 놓고 오색실을

풀어 내어 좋은 자로 재어서 임의 옷을 지어내니 솜씨

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격식도 갖추었구나 백옥으로

만든 함에 담아 산호로 만든 지게 위에 얹어 놓고 임에

게 보내려고 임 계신 곳을 바라보니 산인지 구름인지

험하기도 험하구나 천만 리나 되는 먼 길을 누가 찾아

갈 것인가 가면은 함을 열어 놓고 나를 본것처럼 반가

워하실까

본사2-하원(夏怨)

밤 서리김의 기겍러기 우러 녤 제 危樓(위루)

에 혼자 올라 水晶簾(슈졍념) 거든말이 東山(산)의

이 나고 北極(븍극)의 별이 뵈니 님이신가 반기

니 눈믈이 절로 난다 淸光(쳥광)을 쥐여 내여 鳳

凰樓(봉황누)의 븟티고져 樓(누) 우 거러 두고

八荒(팔황)의 다 비최여 深山窮谷(심산궁곡) 졈낫

티 그쇼셔

하룻밤 서리가 내린 무렵에 기러기가 울며 지나갈 때

높은 누각에 혼자 올라가 수정으로 만든 밭을 걷으니

동산에 달이 떠오르고 북극성이 보이므로 임이신가 하

여 반가워하니 눈물이 절로 난다 밝은 달을 잡아 내어

임 계신 곳에 보내고 싶구나 임께서 그 달을 누각 위

에 걸어 노고 온 세상을 다 비추어 깊은 산 골짜기 까

지도 대낮같이 밝게 하소서(밝은 정치를 베푸소서)

본사 3-추원(秋怨)

乾坤(건곤)이 閉塞(폐)야 白雪(셜)이 빗친

제 사은니와 새도 긋쳐 잇다 瀟湘南畔(쇼

샹남반)도 치오미 이러커든 玉樓高處(옥누고쳐)야

더욱 닐러 므리陽春(양츈)을 부쳐 내여 님 겨

신 쏘이고져茅簷(모쳠) 비쵠 玉樓(옥누)의

올리고져 紅裳

(홍샹)을 니믜 고 翠袖(슈) 半(반)만 거더

日暮脩竹(일모슈듁)의 혬가림도 하도 할샤 댜 수이 디여 긴 밤을 고초 안자 靑燈

(쳥등) 거른 겻 鈿箜葔(뎐공후)노하 두고 의나

님을 보려 밧고 비겨시니 鴦衾(앙금)도 도

샤 이 밤은 언제 샐고

하늘과 땅이 꽉막힌 것처럼 흰 눈으로 온통 덮여 있으

니 사람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날아디는 새도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다 소상강 남쪽 지방같이 따뜻한 이 곳

도 추위가 이러한데 하물며 임계신 북쪽 지방이야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따뜻한 봄볕을 부쳐 내어 임 계신

곳에 쏘이고 싶다 초가집 처마에 비친 해를 임계신 곳

에 올리고 싶다 붉은 치마를 여미어 입고 푸른 소매를

반쯤 걷어 해질 무렵 대나무에 의지하여 여러 가지 생

각이 많기도 하구나 짧은 겨울해가 이내 넘어가니 긴

밤을 꼿꼿이 앉아서 청사초롱을 걸어 둔 곁에 자개 입

힌 공후를 놓아 두고 꿈에나 임을 만나 보려고 턱을

받치고 기대어 있으니 원앙금침이 차갑기도 하구나 이

밤은 언제 샐것인가

본사 4-동원(冬怨)

도 열두 도 셜흔 날 져근덧 각마

라 이 시 닛쟈 니 의 쳐 이셔 骨髓(골

슈)의 텨시니 扁鵲(편쟉)이 열히 오나 이 병을

엇디리 어와 내 병이야 이 님의 타시로다 하

리 싀어디여 범나븨 되오리라 곳나모 가지마다 간

죡죡 안니다가 향 므든 애로 님의 오 올므

리라 님이야 날인 줄 모셔도 내 님 조려 노

하루도 열두 때 한 달도 서른 날 잠시 라도 생각을

말아 가지고 이 시름을 잊으려 해도 마음 속에 맺혀

있어서 뼛속까지 사무쳤으니 편작 같은 명의가 열명이

온다 한들 이 병을 어찌할 것인가

아아 내 병이여 이 병을 어찌할 것인가

아아 내 병이여 이 임의 탓이로다 차라리 죽엇 호랑

나비가 되리라 꽃나무 가지에 가는 곳마다 앉으며 돌

아다니다가 향기 묻은 날개로 임의 옷에 앉으리라 임

께서 나인 줄을 모르신다 해도 나는 끝까지 임을 따르

려 하노라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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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사 -임을 향한 변함 없는 마음

lt성주본 송강가사gt

작품의 감상

작자가 50세 되던 해에 반대 정파의 탄핵을 받고 전남

창평으로 물러나 우거(寓居)하면서 임금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여인이 사랑하는 사람을 그리는 심정에 의탁하

여 부른 노래이다 이 작품의 제목인 〈사미인곡(思美

人曲)〉은 중국 굴원이 지은 〈이소(離騷)〉의 제 9편

에 나오는 lsquo사미인(思美人)rsquo이라는 편명에서 따온 것으

로 보이며 그 작품 역시 충군(忠君)의 내용을 담고 있

어 내용 또한 그 영향을 받은 것으로 짐작된다

또 임금을 임으로 설정하여 노래한 것은 고려 속요인

〈정과정〉과 맥을 같이하고 있으며 임에 대한 헌신적

사랑의 표현은 〈가시리〉〈동등〉등과 접맥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작품은〈속미인곡〉과 더불어 가사 문학의 극치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일찍이 서포 김만중은 〈사미인

곡〉 〈속미인곡〉 〈관동별곡〉을 가리켜 lsquo좌해진문

장 지차삼편(左海眞文章 只此三篇우리 나라의 참된 문

장은 오직 이 세 편뿐이다)rsquo라고 하였다 이 노래는

서사 본사 결사 세 부분으로 되어 있는데 본사는 다

시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나뉘어 있다

속미인곡(續美人曲)

송강 정 철

뎨 가 뎌 각시 본듯도 뎌이고

天上(텬상) 白玉京(옥경)을 엇디야 離別(니별)고

다 뎌 져믄 날의 눌을 보라 가시고

저기가는 저 젊은 여인 본 듯도 하구나 임금님이 계

시는 서울을 어찌하여 이별하고 해가 다 져서 저무는

날에 누구를 보러 가시는 고

rarr서사1 - 서울을 떠나온 이유(갑녀의 질문)

어와 네여이고 내 셜 드러보오

내 얼굴 이 거동이 님 괴얌즉 냐마

엇딘디 날 보시고 네로다 녀기실나도 님을 미더 군디 전혀 업서

이야 교야 어러이 구돗디

반기시 비치 녜와 엇디 신고

누어 각고 니러 안자 혜어니

내 몸의 지는 죄 뫼티 혀시니

하히라 원망며 사이라 허믈랴

셜워 플텨 혜니 造物(조물)의 타시로다

아아 너로구나 내 사정 이야기를 들어보오

나의 생김새와 행동거지가 임의 사랑을 받을 수 있겠느

냐마는 어쩐지 나를 보시고 (내가 사랑할 사람은 바

로) 너로구나 하며 특별히 사랑하시기에 나도 임을 믿

어 딴 생각이 전혀 없어 응석과 애교를 부리면서 (얼마

나) 어지럽게 굴었던지 (나를) 반가워 하시는 얼굴빛

이 예날과 어찌 다르신가 누워 생각하고 일어나 앚아

헤아리니 내 몸의 지은 죄가 산같이쌓였으니 하늘을 원

망하겠으며 사람을 탓하겠는가 하도 서러워 여러 가지

로 깊이 생각해보니 조물주의 탓이로구나

rarr서사2 - 자책과 체념(을녀의 대답)

글란 각 마오

그렇게는 생각하지 마시오

rarr본사1 - 갑녀의 위로

친 일이 이셔이다

님을 뫼셔 이셔 님의 일을 내 알거니

믈튼 얼굴이 편실적 몃날일고

春寒(츈한) 苦熱(고열)은 엇디야 디내시며

秋日(츄일) 冬天(동텬)은 뉘라셔 뫼셧고

粥早飯(쥭조반) 朝夕(조석)뫼 녜와 티 셰시가

기나긴 밤의 은 엇디 자시고

마음 속에 맺힌 일이 있습니다 예전에 임을 모신적이

있어서 임의 일을 내가 잘 아는데 물과 같이 연약한

체질이 편하실 때가 며칠이나 될꼬 이른 봄의 추위와

한여름의 더위를 어떻게 지내시며 가을과 겨울날은 누

가 모셨는가 죽조반과 아침 저녁 진지는 옛날과 같이

잘 잡수시는가 기나긴 밤에 잠은 어떻게 주무시는가

rarr본사2-임에 대한 염려(을녀의 사설)

님다히 消息(소식)을 아무려나 아쟈니

오도 거의로다 일이나 사 올가

내 둘 업다 어드러로 가쟛 말고

잡거니 밀거니 놉픈 뫼 올라가니

구름은 니와 안개 므일고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32 -

山川(산쳔)이 어둡거니 日月(일월)을 엇디보며

咫尺(지척)을 모거든 千里(쳔리) 라보랴

리 믈의 가 길히나 보랴니

람이야 믈결이야 어둥졍 된뎌이고

샤공은 어 가고 븬 만 걸렷고

江天(간텬)의 혼자 셔셔 디 구버보니

님 다히 消息(소식)이 더옥 아득뎌이고

임이 계시는 곳의 소식을 어떻게든지 알려고 하니 오늘

도 거의 지나갔구나 내일이나 임의 소식을 전해줄 사

람이 올까 내 마음을 둘 곳이 없다 어디로 가자는 말

인가 (나무같은 것을) 잡기도 하고 밀기도 하면서 높

은 산에 올라가니 구름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안개는

또 무슨 일로 저렇게 기어 있는가 산천이 어두운데 해

와 달을 어떻게 보겠으며 지척을 모르겠는데 천 리나

되는 먼 곳을 (어떻게) 바라몰 수 있으랴 차라리 물가

에 서서 뱃길이나 보려고 하니 바람과 물결이 어수선하

게 되었구나 사공은 어디가고 빈 배만 걸려있는가 강

변에 홀로서서 지는 해를 굽어보니 임계신 곳의 소식이

더욱 아득하구나

rarr본사3-임의 소식을 애타게 기다림(을녀의 사설)

茅簷(모쳠) 자리의 밤듕만 도라오니

半壁(반벽) 靑燈(청등)은 눌 위야 갓고

오며 리며 헷드며 바자니니

져근덧 력진力盡(녁진)야 픗을 잠간 드니

精誠(정셩)이 지극야 의 님을 보니

玉(옥)튼 얼굴이 半(반)이나마 늘거셰라

의 머근 말 슬장 쟈니

눈믈이 바라나니 말인들 어이며

情(정)을 못다야 목이조차 몌여니

오뎐된 鷄聲(계셩)의 은 엇디 돗던고

초가집 차가운 잠자리에 한밤중이 돌아오니 벽에 걸려

있는 등불은 누구를 위하여 밝아 있는가 산을 올라가

기도 하고 내려가기도 하면서 헤메며 오락가락 돌아다

니다가 잠깐 사이에 힘이 다하여 풋잠이 잠깐 들었는

데 정성이 지극하여 꿈속에서 임을 보니 옥과 같이 곱

던 임의 얼굴이 반넘게 늙었구나 마음 속에 품은 생각

을 실컷 아뢰려고 하였더니 눈물이 잇달아 쏟아지니

말인들 어찌하며 정회도 다 못풀어 목마저 메어오니

방정맞은 닭울음소리에 잠은 어찌 깨었던가

rarr본사4-독수공방의 한과 꿈에서 만난 임

(을녀의 사설)

어와 虛事(허)로다 이 님이 어 간고

결의 니러 안자 窓(창)을 열고 라보니

어엿븐 그림재 날 조 이로다

리 싀여디어 落月(낙월)이나 되야이셔

님 겨신 窓(창) 안 번드시 비최리라

아아 헛된 일이로다 내 임이 어디 갔는고 꿈결에 일

어나 앉아 창을 열고 바라보니 불쌍한 그림자만이 나

를 따라올 뿐이로다 차라리 죽어서 지는 달이나 되어

임 계신 창 안에 환하게 비치리라

rarr결사-죽어서라도 임을 따르겠다는 다짐

(을녀의 사설)

각시님 이야니와 구 비나 되쇼셔

각시님 달은커녕 궂은 비나 되십시오

rarr결사-갑녀의 위로

〈해설〉

사미인곡의 속편으로 지은이가 동인(東人)으로 탄핵을

받고 고향인 전라남도 창평에 낙향해 있을 때에 임금

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두 여인의 대화 형식을 빌려 노

래한 작품이다 이 작품의 현대어 해석에 나와 있는 lsquo갑

녀(甲女)rsquo와 lsquo을녀(乙女)rsquo는 편의상 붙인 이름으로 갑녀

는 보조적 위치에 있는 화자이며 을녀가 지은이를 대

변하는 주된 화자이다 〈사미인곡〉과 더불어 가사 문

학의 최고봉이라 일컬어지는데 특히 순수한 우리말의

구사가 절묘하며 대화 형식으로 구성하여 표현에 참신

성을 더한 것은 lsquo금상첨화(錦上添花)rsquo라 할 수 있을 것

이다

홍만종은 〈순오지(旬五志)〉에서 이 작품을 제갈공명

의 〈출사표(出師表)〉에 비견할 만하다고 극찬하였으

며 서포 김만중은 〈서포만필(西浦漫筆)〉에서 ldquo예로부

터 우리 나라의 참된 문장은 오직 이 세 편(사미인곡

속미인곡 관동별곡)뿐이데다시 이 세편에 대하여 논할

것 같으면 그 중에서 속미인곡이 더욱 뛰어나다 관동

별곡과 사미인곡은 오히려 한자음을 빌려서 그 가사 내

용을 꾸민 데 지나지 않는다rdquo라고 하였다

규원가(閨怨歌)

허난설헌

엇그제 저멋더니 마 어이 다 늘거니

少年行樂(소년 행락) 생각니 일러도 속절업다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33 -

늘거야 서른 말 자니 목이 멘다

엊그제 젊었었는데 어찌 벌써 다 늙어버렸는가 어린

시절에 즐겁게 지내던 일을 생각하니 말해 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 이렇게 늙은 뒤에 서러운 얘기를 하자니

목이 멘다

rarr기1-늙음의 한탄

父生母育(부생 모육) 辛苦(신고)야 이 내 몸 길러 낼

公侯配匹(공후 배필) 못 바라도 君子好逑(군자 호구) 願

(원)더니

三生(삼생)의 怨業(원업)이오 月下(월하)의 緣分(연분)으

長安遊俠(장안 유협) 輕薄子(경박자)를 치 만나 잇

서 當時(당시)의 용심(用心)기 살어름 디듸는 부모님이 나를 낳아서 고생하여 길러낼 때 높은 벼슬아

치의 배필을 바라지는 못했어도 훌륭한 남자의 좋은

짝이 되기를 원했더니 삼생의 원망스러운 업보요 월

하 빙인이 정해 준 연분으로 놀기 좋아하고 경박한 사

람을 꿈같이 만나 가지고 시집 간 뒤 조심하면서 마음

졸이기를 꼭 살얼음 디디듯하였다

rarr기2-젊은 시절의 회상

三五二八(삼오 이팔) 겨오 지나 天然麗質(천연 여질)절

로 이니

이 얼골 이 態度(태도)로 百年期約(백년 기약) 얏더니

年光(연광)이 훌훌고 造物(조물)이 多時(다시)야

봄바람 가을 믈이 뵈오리 북 지나듯

雪鬂花顔(설빈 화안) 어 가고 面目可憎(면목 가증) 되

거고나

내 올골 내 보거니 어느 님이 날 괼소냐

스스로 慙愧(참괴)니 누구를 怨望(원망)리

십오륙 세가 겨우 지나 타고난 아름다운 모습이 절로

나타나니 이 얼굴 이 태도로 (남편과)평생을 약속하였

더니 세월이 빨리 지나가고 조물주가 시기가 많아서

세월의 빠르기가 베 짤 때 북이 지나가는 듯 젊고 아

름다운 얼굴은 어디로 가고 추한 모습이 되었구나 내

얼굴을 내가 보아 알거니와 어느 임이 나를 사랑하겠는

가 스스로 생각해도 부끄러운데 누구를 원망하리

rarr기3-세월의 무상함과 늙음의 한탄

三三五五(삼삼 오오) 冶遊園(야유원)의 새 사람이 나단

말가

곳 피고 날 저물 제 定處(정처) 업시 나가 잇어

백마(白馬) 금편(金鞭)으로 어어 머므는고

원근(遠近)을 모르거니 消息(소식)이야 더욱 알랴

因緣(인연)을 긋쳐신들 각이야 업슬소냐

얼골을 못 보거든 그립기나 마르려믄

열두 김도 길샤 설흔 날 至理(지리)다

玉窓(옥창)에 심 梅花(매화) 몃 번이나 픠여진고

겨을 밤 차고 찬 제 자최눈 섯거 치고

여름날 길고 길 제 구 비 므스 일고

三春花柳(삼춘 화류) 好時節(호시절)의 景物(경물)이 시

름업다

가을 방에 들고 蟋蟀(실솔)이 床(상)에 울 제

긴 한 숨 디 눈물 속절업시 헴만 만타

아마도 모진 목숨 죽기도 어려울사

몇 명씩 떼지어 다니는 술집에 새 기생이 나타났다는

말인가 꽃 피고 날 저물 때 일정한 거처도 없이 나가

서 호사로운 차림새로 어디어디 가서 머므는가 바깥출

입이 없어 원근 지리를 모르는데 임의 소식이야 더구나

알 수 있으랴 인연을 끊었다고 하지만 임에 대한 생각

이야 어찌 없겠는가 만나지 못할 임이라면 그립지나

말일이지 하루도 열두때 길기도 하구나 한 달이 지루

하다 옥창에 심은 매화가 몇 번이나 피었다가 졌는고

겨울 밤 차고 찬 때에 눈보라가 섞어 치고 여름날 길고

긴 때에 궂은비는 또 무슨 일인가 꽃 피고 새 잎이 돋

는 좋은 계절 봄에도 보이는 경치가 시름이 없다 가을

달이 방에 비치고 귀뚜라미가 침상에서 울 때 긴 한숨

떨어지는 눈물에 헛되이 생각하는 것만 많다 아마도

모진 목숨 죽기도 어렵구나

rarr승-방탕한 남편에 대한 원망과 독수공방의 한

도로혀 풀쳐 혜니 이리 여 어이 리

靑燈(청등)을 돌라 노코 綠綺琴(녹기금) 빗기 안아

碧蓮花(벽련화) 한 곡조를 시름 조 섯거 타니

瀟相夜雨(소상야우)의 댓소리 섯도 華表(화표) 千年(천 년)의 別鶴(별학)이 우니 玉手(옥수)의 타는 手段(수단) 녯 소 잇다마芙蓉帳(부용장) 寂寞(적막)니 뉘 귀에 들리소니

肝腸(간장)이 九曲(구곡)되야 구븨구븨 쳐서라

돌이켜 여러 모로 생각해 보니 이렇게 살아서 어찌하겠

는가 등불을 돌려 놓고 녹기금을 비스듬히 안아 벽련

화 한 곡조를 시름까지 섞어 타니 소상강의 밤비에 대

나무 잎 소리가 섞여 들리는 듯 천년만에 돌아온 학이

화표주에 앉아 우니는 듯섬섬옥수로 타는 솜씨가 옛

소리를 간직하고 있다마는 부용장 안에 임이 없으니 누

구 귀에 들리겠는가 구곡간장이 굽이굽이 끊어지는 것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34 -

같구나

rarr전-거문고로 시름을 달램

하리 잠을 드러 의나 보려 니

바람의 디 닙과 풀 속에 우는 즘생

므스 일 원수로서 잠조차 오다

천상(天上)의 牽牛織女(견우 직녀) 銀河水(은하수) 박혀

서도

七月七夕(칠월 칠석)一年一度(일년 일도)失期(실기)치

아니거든

우리 님 가신 후는 무슨 弱水(약수) 가렷관듸

오거나 가거나 소식(消息)조차 쳣는고

欄干(난간)의 비겨 셔서 님 가신 바라보니

초로(草露) 맷쳐 잇고 暮雲(모운)이 디나갈 제

竹林(죽림) 푸른 고 새 소리 더욱 설다

세상의 서룬 사람 수업다 려니와

薄命(박명) 紅顔(홍안)이야 날 가니 이실가

아마도 이 님의 지위로 살동말동 여라

차라리 잠이 들어 꿈에서나 임을 보려하니 바람에 지는

나뭇잎과 풀 속에서 우는 벌레가 나와 무슨 원수가 졌

길래 잠조차 깨우는가 하늘의 견우 직녀는 은하수가

막고 있어도 일 년에 한 번 칠월 칠석날에는 기약을 어

기지 않고 만나는데 우리 임이 가신 후에는 무슨 약수

가 가로막고 있길래 오고 가는 소식조차 끊어졌는고

난간에 기대어 서서 임 계신 곳을 바라보니 풀잎에 이

슬은 맺혀있고 저녁 구름이 지나갈 때 대나무 숲 푸른

곳에 새 소리가 더욱 섧다 세상에 서러운 사람이 수없

이 많다고 하지만 기구한 팔자를 타고난 사람이야 나

같은 이가 또 있을까 아마도 임 때문에 살 듯 말 듯하

구나

rarr결-애타게 임을 기다리는 마음

〈감상〉

조선 시대 봉건 사회 제도 아래서 오직 인종(忍從)만을

미덕으로 알고 살아야 했던 부녀자의 한(恨)을 노래한

작품으로 일명 원부사(怨夫詞) 또는 원부사(怨夫辭)라

고도 한다 좋은 배필을 원했지만 뜻밖에도 경박스럽고

방탕한 남편을 만나 평생을 피맺힌 한(恨)과 그리움 속

에 보내야 하는 한 여인의 애달픈 사연을 통해 남성

위주의 사회가 가져오는 병폐를 실감 있게 형상화한 작

품이라 할 수 있다

Page 29: 구지가(龜 歌) - middle.gongbuwarac.commiddle.gongbuwarac.com/Common/Popup/FileDownloadAs.aspx?FileName=/ite… · 미륵(彌勒) 좌주(座主) 뫼셔롸. 미륵 좌주를 모셔라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29 -

두루 유람하며그 승경(勝景)과 인정 풍속을 비롯해서

연군(戀君)애민의 정(情) 및 선연(仙緣)을 노래한 기행

가사의 대표적인 작품이다 멀게는 고려 충숙왕 때 안

축이 지은 경기체가 형식의 [관동별곡]과 가깝게는 명

종때 백광홍이 지은 [관서별곡] 송순의 [면앙정가]의

영향을 받은 작품으로 표현이 명쾌화려하고 탄력이 넘

치며 활달하고 낭만적이어서 지은이의 호탕한 기상이

잘 나타나 있다

총 295구로 이루어진 장편 기행 가사로 서사(처음~급

당유 풍 고텨 아니 볼 게이고) 본사(영둥이 무고~오월 댱텬의 셜은 므일고) 결사(져근덧 밤이

드러~아니 비쵠 업다)로 구성되어 있다

산에서 바다로 이어지는 여정은 그 각각의 이미지를 매

개로 하여 인간의 두 가지 존재 양식 사이에서 갈등하

는 작가의 모습을 보여 준다 산에서 본 경치는 백색의

이미지로서 고결한 위정자로서의 풍모를 드러내고 있으

며 바다에서는 인간 본연의 영원한 세계를 갈구하는

자유 분방한 정신을 표출하고 있다

다양한 어휘와 적절한 수사법을 능란하게 구사함으로

써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한층 높은 경지로 끌어 올린

작품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사미인곡(思美人曲)

송강 정 철

이 몸 삼기실 제 님을 조차 삼기시니 緣分(연분)이며 하 모 일이런가 나 나 졈어 잇

고 님 나 날 괴시니 이 음 이 랑 견졸 노여 업다

이 몸이 태어날 때에 임을 따라서 태어나니 한평생의

연분이며 하늘이 모를 일이던가내가 오직 젊어 있고

임은 오직 나를 사랑하시니 이 마음과 이 사랑을 비교

할 곳이 전혀 없다

서사 1-임과의 인연

平生(평)애 願(원) 요 녜자 얏더니

늙기야 므 일로 외오 두고 글이고 엇그제 님

을 뫼셔 廣寒殿(광한뎐)의 올낫더니그더 엇디

야 下界(하계)예 랴오니 올 적의 비슨 머리 얼

킈연디 三年(삼년)이라 臙脂粉(연지분) 잇마 눌 위여 고이고 음의 친 실음 疊疊(텹텹)

이 혀 이셔 짓니 한숨이오 디니 눈믈이라

人生(인)은 有限(유) 시도 그지업다

평생에 원하기를 임과 함께 살아가고자 했는데 늙어서

야 무슨일로 외따로 두고 그리워하는가 엊그제 임을

모시고 광한전에 올라 있었는데 그 사이에 어찌하여 이

하계에 내려왔느냐 임을 떠나 올 적에 빗은 머리가 헝

클어진 지삼 년일세 연지와 분이 있지마는 누구를 위

해서 예쁘게 화장할 것인가 마음에 맺힌 시름이 겹겹

이 쌓여 있어서 짓는 것이 한수밍요 떨어뜨리는 것이

눈물이라 인생은 한이 있는데 시름은 끝이 없다

서사 2-임에 대한 그리움

無心(무심) 歲月(셰월)은 믈 흐 고야 炎

凉(염냥)이 아라 가 고텨 오니 듯거니

보거니 늣길일도 하도 할샤

아무 생각이 없는 세월은 물 흐르듯 빨리 지나가는구

나 더위와 추위가 때를 알아서 가자마자 다시 오니 듣

고 보는 가운데서 느낄일이 많기도 많구나

서사 3-세월의 무상함

東風(동풍)이 건듯 부러 積雪(젹셜)을 헤텨내니 窓

(창) 밧긔 심근 梅花(화) 두세 가지 픠여셰라 득 冷淡(담) 暗香(암향)은 므 일고 黃昏

(황혼)의 이 조차 벼 마 빗최니 늣기 반기 님이신가 아니신가

뎌 梅花(화) 것거 내여 님 겨신 보내오져 님

이 너 보고 엇더타 너기실고

봄바람이 문득 불어서 쌓인 눈을 헤쳐내니 창밖에 심은

매화가 두세 가지 피었구나 가뜩이나 쌀쌀하고 담담한

데 그윽하게 풍기는 향기는 또 무슨 일인가 황혼에 달

이 따라와 배갯머리에 비치니흐느껴 우는 듯 반기는

듯하니 임이신가 아니신가 저 매화를 꺾어 내어 임 계

신 곳에 보내고 싶다 그러면 임이 너 (매화)를 보고

어떻다고 생각하실까

본사 1-춘원(春怨)

디고 새 닙 나니 綠陰(녹음)이 렷 羅幃

(나위) 寂寞(젹막)고 繡幕(슈막)이 뷔여 잇다 芙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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蓉(부용)을 거더 노코 孔雀(공쟉)을 둘러 두니 득 시 한 날은 엇디 기돗던고鴛鴦錦(원앙금)

버혀 노코 五色線(오션) 플텨 내여 금자 견화

이셔 님의 옷 지어 내니 手品(슈품)은니와 制度

(졔도)도 시고 珊瑚樹(산호슈) 지게 우 白玉函(옥함)의 다마 두고 님의게 보내오려 님 겨신

라보니 山(산)인가 구롬인가 머흐도 머흘시

고 千里 萬里(쳔리 만리)길흘 뉘라셔 자갈고니

거든 여러 두고 날인가 반기실가

꽃이 지고 새 잎이 피어나니 녹음이 우거졌는데 비단

포장이 적막하고 수놓은 장막이 텅 비어 쓸쓸하다 연

꽃을 수놓은 비단 휘장을 걷어 놓고 공작을 수놓은 병

풍을 둘러 치니 가뜩이나 시름이 많은데 날은 어찌 그

리 길던가 원앙새 수놓은 비단을 베어 놓고 오색실을

풀어 내어 좋은 자로 재어서 임의 옷을 지어내니 솜씨

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격식도 갖추었구나 백옥으로

만든 함에 담아 산호로 만든 지게 위에 얹어 놓고 임에

게 보내려고 임 계신 곳을 바라보니 산인지 구름인지

험하기도 험하구나 천만 리나 되는 먼 길을 누가 찾아

갈 것인가 가면은 함을 열어 놓고 나를 본것처럼 반가

워하실까

본사2-하원(夏怨)

밤 서리김의 기겍러기 우러 녤 제 危樓(위루)

에 혼자 올라 水晶簾(슈졍념) 거든말이 東山(산)의

이 나고 北極(븍극)의 별이 뵈니 님이신가 반기

니 눈믈이 절로 난다 淸光(쳥광)을 쥐여 내여 鳳

凰樓(봉황누)의 븟티고져 樓(누) 우 거러 두고

八荒(팔황)의 다 비최여 深山窮谷(심산궁곡) 졈낫

티 그쇼셔

하룻밤 서리가 내린 무렵에 기러기가 울며 지나갈 때

높은 누각에 혼자 올라가 수정으로 만든 밭을 걷으니

동산에 달이 떠오르고 북극성이 보이므로 임이신가 하

여 반가워하니 눈물이 절로 난다 밝은 달을 잡아 내어

임 계신 곳에 보내고 싶구나 임께서 그 달을 누각 위

에 걸어 노고 온 세상을 다 비추어 깊은 산 골짜기 까

지도 대낮같이 밝게 하소서(밝은 정치를 베푸소서)

본사 3-추원(秋怨)

乾坤(건곤)이 閉塞(폐)야 白雪(셜)이 빗친

제 사은니와 새도 긋쳐 잇다 瀟湘南畔(쇼

샹남반)도 치오미 이러커든 玉樓高處(옥누고쳐)야

더욱 닐러 므리陽春(양츈)을 부쳐 내여 님 겨

신 쏘이고져茅簷(모쳠) 비쵠 玉樓(옥누)의

올리고져 紅裳

(홍샹)을 니믜 고 翠袖(슈) 半(반)만 거더

日暮脩竹(일모슈듁)의 혬가림도 하도 할샤 댜 수이 디여 긴 밤을 고초 안자 靑燈

(쳥등) 거른 겻 鈿箜葔(뎐공후)노하 두고 의나

님을 보려 밧고 비겨시니 鴦衾(앙금)도 도

샤 이 밤은 언제 샐고

하늘과 땅이 꽉막힌 것처럼 흰 눈으로 온통 덮여 있으

니 사람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날아디는 새도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다 소상강 남쪽 지방같이 따뜻한 이 곳

도 추위가 이러한데 하물며 임계신 북쪽 지방이야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따뜻한 봄볕을 부쳐 내어 임 계신

곳에 쏘이고 싶다 초가집 처마에 비친 해를 임계신 곳

에 올리고 싶다 붉은 치마를 여미어 입고 푸른 소매를

반쯤 걷어 해질 무렵 대나무에 의지하여 여러 가지 생

각이 많기도 하구나 짧은 겨울해가 이내 넘어가니 긴

밤을 꼿꼿이 앉아서 청사초롱을 걸어 둔 곁에 자개 입

힌 공후를 놓아 두고 꿈에나 임을 만나 보려고 턱을

받치고 기대어 있으니 원앙금침이 차갑기도 하구나 이

밤은 언제 샐것인가

본사 4-동원(冬怨)

도 열두 도 셜흔 날 져근덧 각마

라 이 시 닛쟈 니 의 쳐 이셔 骨髓(골

슈)의 텨시니 扁鵲(편쟉)이 열히 오나 이 병을

엇디리 어와 내 병이야 이 님의 타시로다 하

리 싀어디여 범나븨 되오리라 곳나모 가지마다 간

죡죡 안니다가 향 므든 애로 님의 오 올므

리라 님이야 날인 줄 모셔도 내 님 조려 노

하루도 열두 때 한 달도 서른 날 잠시 라도 생각을

말아 가지고 이 시름을 잊으려 해도 마음 속에 맺혀

있어서 뼛속까지 사무쳤으니 편작 같은 명의가 열명이

온다 한들 이 병을 어찌할 것인가

아아 내 병이여 이 병을 어찌할 것인가

아아 내 병이여 이 임의 탓이로다 차라리 죽엇 호랑

나비가 되리라 꽃나무 가지에 가는 곳마다 앉으며 돌

아다니다가 향기 묻은 날개로 임의 옷에 앉으리라 임

께서 나인 줄을 모르신다 해도 나는 끝까지 임을 따르

려 하노라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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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사 -임을 향한 변함 없는 마음

lt성주본 송강가사gt

작품의 감상

작자가 50세 되던 해에 반대 정파의 탄핵을 받고 전남

창평으로 물러나 우거(寓居)하면서 임금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여인이 사랑하는 사람을 그리는 심정에 의탁하

여 부른 노래이다 이 작품의 제목인 〈사미인곡(思美

人曲)〉은 중국 굴원이 지은 〈이소(離騷)〉의 제 9편

에 나오는 lsquo사미인(思美人)rsquo이라는 편명에서 따온 것으

로 보이며 그 작품 역시 충군(忠君)의 내용을 담고 있

어 내용 또한 그 영향을 받은 것으로 짐작된다

또 임금을 임으로 설정하여 노래한 것은 고려 속요인

〈정과정〉과 맥을 같이하고 있으며 임에 대한 헌신적

사랑의 표현은 〈가시리〉〈동등〉등과 접맥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작품은〈속미인곡〉과 더불어 가사 문학의 극치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일찍이 서포 김만중은 〈사미인

곡〉 〈속미인곡〉 〈관동별곡〉을 가리켜 lsquo좌해진문

장 지차삼편(左海眞文章 只此三篇우리 나라의 참된 문

장은 오직 이 세 편뿐이다)rsquo라고 하였다 이 노래는

서사 본사 결사 세 부분으로 되어 있는데 본사는 다

시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나뉘어 있다

속미인곡(續美人曲)

송강 정 철

뎨 가 뎌 각시 본듯도 뎌이고

天上(텬상) 白玉京(옥경)을 엇디야 離別(니별)고

다 뎌 져믄 날의 눌을 보라 가시고

저기가는 저 젊은 여인 본 듯도 하구나 임금님이 계

시는 서울을 어찌하여 이별하고 해가 다 져서 저무는

날에 누구를 보러 가시는 고

rarr서사1 - 서울을 떠나온 이유(갑녀의 질문)

어와 네여이고 내 셜 드러보오

내 얼굴 이 거동이 님 괴얌즉 냐마

엇딘디 날 보시고 네로다 녀기실나도 님을 미더 군디 전혀 업서

이야 교야 어러이 구돗디

반기시 비치 녜와 엇디 신고

누어 각고 니러 안자 혜어니

내 몸의 지는 죄 뫼티 혀시니

하히라 원망며 사이라 허믈랴

셜워 플텨 혜니 造物(조물)의 타시로다

아아 너로구나 내 사정 이야기를 들어보오

나의 생김새와 행동거지가 임의 사랑을 받을 수 있겠느

냐마는 어쩐지 나를 보시고 (내가 사랑할 사람은 바

로) 너로구나 하며 특별히 사랑하시기에 나도 임을 믿

어 딴 생각이 전혀 없어 응석과 애교를 부리면서 (얼마

나) 어지럽게 굴었던지 (나를) 반가워 하시는 얼굴빛

이 예날과 어찌 다르신가 누워 생각하고 일어나 앚아

헤아리니 내 몸의 지은 죄가 산같이쌓였으니 하늘을 원

망하겠으며 사람을 탓하겠는가 하도 서러워 여러 가지

로 깊이 생각해보니 조물주의 탓이로구나

rarr서사2 - 자책과 체념(을녀의 대답)

글란 각 마오

그렇게는 생각하지 마시오

rarr본사1 - 갑녀의 위로

친 일이 이셔이다

님을 뫼셔 이셔 님의 일을 내 알거니

믈튼 얼굴이 편실적 몃날일고

春寒(츈한) 苦熱(고열)은 엇디야 디내시며

秋日(츄일) 冬天(동텬)은 뉘라셔 뫼셧고

粥早飯(쥭조반) 朝夕(조석)뫼 녜와 티 셰시가

기나긴 밤의 은 엇디 자시고

마음 속에 맺힌 일이 있습니다 예전에 임을 모신적이

있어서 임의 일을 내가 잘 아는데 물과 같이 연약한

체질이 편하실 때가 며칠이나 될꼬 이른 봄의 추위와

한여름의 더위를 어떻게 지내시며 가을과 겨울날은 누

가 모셨는가 죽조반과 아침 저녁 진지는 옛날과 같이

잘 잡수시는가 기나긴 밤에 잠은 어떻게 주무시는가

rarr본사2-임에 대한 염려(을녀의 사설)

님다히 消息(소식)을 아무려나 아쟈니

오도 거의로다 일이나 사 올가

내 둘 업다 어드러로 가쟛 말고

잡거니 밀거니 놉픈 뫼 올라가니

구름은 니와 안개 므일고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32 -

山川(산쳔)이 어둡거니 日月(일월)을 엇디보며

咫尺(지척)을 모거든 千里(쳔리) 라보랴

리 믈의 가 길히나 보랴니

람이야 믈결이야 어둥졍 된뎌이고

샤공은 어 가고 븬 만 걸렷고

江天(간텬)의 혼자 셔셔 디 구버보니

님 다히 消息(소식)이 더옥 아득뎌이고

임이 계시는 곳의 소식을 어떻게든지 알려고 하니 오늘

도 거의 지나갔구나 내일이나 임의 소식을 전해줄 사

람이 올까 내 마음을 둘 곳이 없다 어디로 가자는 말

인가 (나무같은 것을) 잡기도 하고 밀기도 하면서 높

은 산에 올라가니 구름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안개는

또 무슨 일로 저렇게 기어 있는가 산천이 어두운데 해

와 달을 어떻게 보겠으며 지척을 모르겠는데 천 리나

되는 먼 곳을 (어떻게) 바라몰 수 있으랴 차라리 물가

에 서서 뱃길이나 보려고 하니 바람과 물결이 어수선하

게 되었구나 사공은 어디가고 빈 배만 걸려있는가 강

변에 홀로서서 지는 해를 굽어보니 임계신 곳의 소식이

더욱 아득하구나

rarr본사3-임의 소식을 애타게 기다림(을녀의 사설)

茅簷(모쳠) 자리의 밤듕만 도라오니

半壁(반벽) 靑燈(청등)은 눌 위야 갓고

오며 리며 헷드며 바자니니

져근덧 력진力盡(녁진)야 픗을 잠간 드니

精誠(정셩)이 지극야 의 님을 보니

玉(옥)튼 얼굴이 半(반)이나마 늘거셰라

의 머근 말 슬장 쟈니

눈믈이 바라나니 말인들 어이며

情(정)을 못다야 목이조차 몌여니

오뎐된 鷄聲(계셩)의 은 엇디 돗던고

초가집 차가운 잠자리에 한밤중이 돌아오니 벽에 걸려

있는 등불은 누구를 위하여 밝아 있는가 산을 올라가

기도 하고 내려가기도 하면서 헤메며 오락가락 돌아다

니다가 잠깐 사이에 힘이 다하여 풋잠이 잠깐 들었는

데 정성이 지극하여 꿈속에서 임을 보니 옥과 같이 곱

던 임의 얼굴이 반넘게 늙었구나 마음 속에 품은 생각

을 실컷 아뢰려고 하였더니 눈물이 잇달아 쏟아지니

말인들 어찌하며 정회도 다 못풀어 목마저 메어오니

방정맞은 닭울음소리에 잠은 어찌 깨었던가

rarr본사4-독수공방의 한과 꿈에서 만난 임

(을녀의 사설)

어와 虛事(허)로다 이 님이 어 간고

결의 니러 안자 窓(창)을 열고 라보니

어엿븐 그림재 날 조 이로다

리 싀여디어 落月(낙월)이나 되야이셔

님 겨신 窓(창) 안 번드시 비최리라

아아 헛된 일이로다 내 임이 어디 갔는고 꿈결에 일

어나 앉아 창을 열고 바라보니 불쌍한 그림자만이 나

를 따라올 뿐이로다 차라리 죽어서 지는 달이나 되어

임 계신 창 안에 환하게 비치리라

rarr결사-죽어서라도 임을 따르겠다는 다짐

(을녀의 사설)

각시님 이야니와 구 비나 되쇼셔

각시님 달은커녕 궂은 비나 되십시오

rarr결사-갑녀의 위로

〈해설〉

사미인곡의 속편으로 지은이가 동인(東人)으로 탄핵을

받고 고향인 전라남도 창평에 낙향해 있을 때에 임금

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두 여인의 대화 형식을 빌려 노

래한 작품이다 이 작품의 현대어 해석에 나와 있는 lsquo갑

녀(甲女)rsquo와 lsquo을녀(乙女)rsquo는 편의상 붙인 이름으로 갑녀

는 보조적 위치에 있는 화자이며 을녀가 지은이를 대

변하는 주된 화자이다 〈사미인곡〉과 더불어 가사 문

학의 최고봉이라 일컬어지는데 특히 순수한 우리말의

구사가 절묘하며 대화 형식으로 구성하여 표현에 참신

성을 더한 것은 lsquo금상첨화(錦上添花)rsquo라 할 수 있을 것

이다

홍만종은 〈순오지(旬五志)〉에서 이 작품을 제갈공명

의 〈출사표(出師表)〉에 비견할 만하다고 극찬하였으

며 서포 김만중은 〈서포만필(西浦漫筆)〉에서 ldquo예로부

터 우리 나라의 참된 문장은 오직 이 세 편(사미인곡

속미인곡 관동별곡)뿐이데다시 이 세편에 대하여 논할

것 같으면 그 중에서 속미인곡이 더욱 뛰어나다 관동

별곡과 사미인곡은 오히려 한자음을 빌려서 그 가사 내

용을 꾸민 데 지나지 않는다rdquo라고 하였다

규원가(閨怨歌)

허난설헌

엇그제 저멋더니 마 어이 다 늘거니

少年行樂(소년 행락) 생각니 일러도 속절업다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33 -

늘거야 서른 말 자니 목이 멘다

엊그제 젊었었는데 어찌 벌써 다 늙어버렸는가 어린

시절에 즐겁게 지내던 일을 생각하니 말해 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 이렇게 늙은 뒤에 서러운 얘기를 하자니

목이 멘다

rarr기1-늙음의 한탄

父生母育(부생 모육) 辛苦(신고)야 이 내 몸 길러 낼

公侯配匹(공후 배필) 못 바라도 君子好逑(군자 호구) 願

(원)더니

三生(삼생)의 怨業(원업)이오 月下(월하)의 緣分(연분)으

長安遊俠(장안 유협) 輕薄子(경박자)를 치 만나 잇

서 當時(당시)의 용심(用心)기 살어름 디듸는 부모님이 나를 낳아서 고생하여 길러낼 때 높은 벼슬아

치의 배필을 바라지는 못했어도 훌륭한 남자의 좋은

짝이 되기를 원했더니 삼생의 원망스러운 업보요 월

하 빙인이 정해 준 연분으로 놀기 좋아하고 경박한 사

람을 꿈같이 만나 가지고 시집 간 뒤 조심하면서 마음

졸이기를 꼭 살얼음 디디듯하였다

rarr기2-젊은 시절의 회상

三五二八(삼오 이팔) 겨오 지나 天然麗質(천연 여질)절

로 이니

이 얼골 이 態度(태도)로 百年期約(백년 기약) 얏더니

年光(연광)이 훌훌고 造物(조물)이 多時(다시)야

봄바람 가을 믈이 뵈오리 북 지나듯

雪鬂花顔(설빈 화안) 어 가고 面目可憎(면목 가증) 되

거고나

내 올골 내 보거니 어느 님이 날 괼소냐

스스로 慙愧(참괴)니 누구를 怨望(원망)리

십오륙 세가 겨우 지나 타고난 아름다운 모습이 절로

나타나니 이 얼굴 이 태도로 (남편과)평생을 약속하였

더니 세월이 빨리 지나가고 조물주가 시기가 많아서

세월의 빠르기가 베 짤 때 북이 지나가는 듯 젊고 아

름다운 얼굴은 어디로 가고 추한 모습이 되었구나 내

얼굴을 내가 보아 알거니와 어느 임이 나를 사랑하겠는

가 스스로 생각해도 부끄러운데 누구를 원망하리

rarr기3-세월의 무상함과 늙음의 한탄

三三五五(삼삼 오오) 冶遊園(야유원)의 새 사람이 나단

말가

곳 피고 날 저물 제 定處(정처) 업시 나가 잇어

백마(白馬) 금편(金鞭)으로 어어 머므는고

원근(遠近)을 모르거니 消息(소식)이야 더욱 알랴

因緣(인연)을 긋쳐신들 각이야 업슬소냐

얼골을 못 보거든 그립기나 마르려믄

열두 김도 길샤 설흔 날 至理(지리)다

玉窓(옥창)에 심 梅花(매화) 몃 번이나 픠여진고

겨을 밤 차고 찬 제 자최눈 섯거 치고

여름날 길고 길 제 구 비 므스 일고

三春花柳(삼춘 화류) 好時節(호시절)의 景物(경물)이 시

름업다

가을 방에 들고 蟋蟀(실솔)이 床(상)에 울 제

긴 한 숨 디 눈물 속절업시 헴만 만타

아마도 모진 목숨 죽기도 어려울사

몇 명씩 떼지어 다니는 술집에 새 기생이 나타났다는

말인가 꽃 피고 날 저물 때 일정한 거처도 없이 나가

서 호사로운 차림새로 어디어디 가서 머므는가 바깥출

입이 없어 원근 지리를 모르는데 임의 소식이야 더구나

알 수 있으랴 인연을 끊었다고 하지만 임에 대한 생각

이야 어찌 없겠는가 만나지 못할 임이라면 그립지나

말일이지 하루도 열두때 길기도 하구나 한 달이 지루

하다 옥창에 심은 매화가 몇 번이나 피었다가 졌는고

겨울 밤 차고 찬 때에 눈보라가 섞어 치고 여름날 길고

긴 때에 궂은비는 또 무슨 일인가 꽃 피고 새 잎이 돋

는 좋은 계절 봄에도 보이는 경치가 시름이 없다 가을

달이 방에 비치고 귀뚜라미가 침상에서 울 때 긴 한숨

떨어지는 눈물에 헛되이 생각하는 것만 많다 아마도

모진 목숨 죽기도 어렵구나

rarr승-방탕한 남편에 대한 원망과 독수공방의 한

도로혀 풀쳐 혜니 이리 여 어이 리

靑燈(청등)을 돌라 노코 綠綺琴(녹기금) 빗기 안아

碧蓮花(벽련화) 한 곡조를 시름 조 섯거 타니

瀟相夜雨(소상야우)의 댓소리 섯도 華表(화표) 千年(천 년)의 別鶴(별학)이 우니 玉手(옥수)의 타는 手段(수단) 녯 소 잇다마芙蓉帳(부용장) 寂寞(적막)니 뉘 귀에 들리소니

肝腸(간장)이 九曲(구곡)되야 구븨구븨 쳐서라

돌이켜 여러 모로 생각해 보니 이렇게 살아서 어찌하겠

는가 등불을 돌려 놓고 녹기금을 비스듬히 안아 벽련

화 한 곡조를 시름까지 섞어 타니 소상강의 밤비에 대

나무 잎 소리가 섞여 들리는 듯 천년만에 돌아온 학이

화표주에 앉아 우니는 듯섬섬옥수로 타는 솜씨가 옛

소리를 간직하고 있다마는 부용장 안에 임이 없으니 누

구 귀에 들리겠는가 구곡간장이 굽이굽이 끊어지는 것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34 -

같구나

rarr전-거문고로 시름을 달램

하리 잠을 드러 의나 보려 니

바람의 디 닙과 풀 속에 우는 즘생

므스 일 원수로서 잠조차 오다

천상(天上)의 牽牛織女(견우 직녀) 銀河水(은하수) 박혀

서도

七月七夕(칠월 칠석)一年一度(일년 일도)失期(실기)치

아니거든

우리 님 가신 후는 무슨 弱水(약수) 가렷관듸

오거나 가거나 소식(消息)조차 쳣는고

欄干(난간)의 비겨 셔서 님 가신 바라보니

초로(草露) 맷쳐 잇고 暮雲(모운)이 디나갈 제

竹林(죽림) 푸른 고 새 소리 더욱 설다

세상의 서룬 사람 수업다 려니와

薄命(박명) 紅顔(홍안)이야 날 가니 이실가

아마도 이 님의 지위로 살동말동 여라

차라리 잠이 들어 꿈에서나 임을 보려하니 바람에 지는

나뭇잎과 풀 속에서 우는 벌레가 나와 무슨 원수가 졌

길래 잠조차 깨우는가 하늘의 견우 직녀는 은하수가

막고 있어도 일 년에 한 번 칠월 칠석날에는 기약을 어

기지 않고 만나는데 우리 임이 가신 후에는 무슨 약수

가 가로막고 있길래 오고 가는 소식조차 끊어졌는고

난간에 기대어 서서 임 계신 곳을 바라보니 풀잎에 이

슬은 맺혀있고 저녁 구름이 지나갈 때 대나무 숲 푸른

곳에 새 소리가 더욱 섧다 세상에 서러운 사람이 수없

이 많다고 하지만 기구한 팔자를 타고난 사람이야 나

같은 이가 또 있을까 아마도 임 때문에 살 듯 말 듯하

구나

rarr결-애타게 임을 기다리는 마음

〈감상〉

조선 시대 봉건 사회 제도 아래서 오직 인종(忍從)만을

미덕으로 알고 살아야 했던 부녀자의 한(恨)을 노래한

작품으로 일명 원부사(怨夫詞) 또는 원부사(怨夫辭)라

고도 한다 좋은 배필을 원했지만 뜻밖에도 경박스럽고

방탕한 남편을 만나 평생을 피맺힌 한(恨)과 그리움 속

에 보내야 하는 한 여인의 애달픈 사연을 통해 남성

위주의 사회가 가져오는 병폐를 실감 있게 형상화한 작

품이라 할 수 있다

Page 30: 구지가(龜 歌) - middle.gongbuwarac.commiddle.gongbuwarac.com/Common/Popup/FileDownloadAs.aspx?FileName=/ite… · 미륵(彌勒) 좌주(座主) 뫼셔롸. 미륵 좌주를 모셔라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30 -

蓉(부용)을 거더 노코 孔雀(공쟉)을 둘러 두니 득 시 한 날은 엇디 기돗던고鴛鴦錦(원앙금)

버혀 노코 五色線(오션) 플텨 내여 금자 견화

이셔 님의 옷 지어 내니 手品(슈품)은니와 制度

(졔도)도 시고 珊瑚樹(산호슈) 지게 우 白玉函(옥함)의 다마 두고 님의게 보내오려 님 겨신

라보니 山(산)인가 구롬인가 머흐도 머흘시

고 千里 萬里(쳔리 만리)길흘 뉘라셔 자갈고니

거든 여러 두고 날인가 반기실가

꽃이 지고 새 잎이 피어나니 녹음이 우거졌는데 비단

포장이 적막하고 수놓은 장막이 텅 비어 쓸쓸하다 연

꽃을 수놓은 비단 휘장을 걷어 놓고 공작을 수놓은 병

풍을 둘러 치니 가뜩이나 시름이 많은데 날은 어찌 그

리 길던가 원앙새 수놓은 비단을 베어 놓고 오색실을

풀어 내어 좋은 자로 재어서 임의 옷을 지어내니 솜씨

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격식도 갖추었구나 백옥으로

만든 함에 담아 산호로 만든 지게 위에 얹어 놓고 임에

게 보내려고 임 계신 곳을 바라보니 산인지 구름인지

험하기도 험하구나 천만 리나 되는 먼 길을 누가 찾아

갈 것인가 가면은 함을 열어 놓고 나를 본것처럼 반가

워하실까

본사2-하원(夏怨)

밤 서리김의 기겍러기 우러 녤 제 危樓(위루)

에 혼자 올라 水晶簾(슈졍념) 거든말이 東山(산)의

이 나고 北極(븍극)의 별이 뵈니 님이신가 반기

니 눈믈이 절로 난다 淸光(쳥광)을 쥐여 내여 鳳

凰樓(봉황누)의 븟티고져 樓(누) 우 거러 두고

八荒(팔황)의 다 비최여 深山窮谷(심산궁곡) 졈낫

티 그쇼셔

하룻밤 서리가 내린 무렵에 기러기가 울며 지나갈 때

높은 누각에 혼자 올라가 수정으로 만든 밭을 걷으니

동산에 달이 떠오르고 북극성이 보이므로 임이신가 하

여 반가워하니 눈물이 절로 난다 밝은 달을 잡아 내어

임 계신 곳에 보내고 싶구나 임께서 그 달을 누각 위

에 걸어 노고 온 세상을 다 비추어 깊은 산 골짜기 까

지도 대낮같이 밝게 하소서(밝은 정치를 베푸소서)

본사 3-추원(秋怨)

乾坤(건곤)이 閉塞(폐)야 白雪(셜)이 빗친

제 사은니와 새도 긋쳐 잇다 瀟湘南畔(쇼

샹남반)도 치오미 이러커든 玉樓高處(옥누고쳐)야

더욱 닐러 므리陽春(양츈)을 부쳐 내여 님 겨

신 쏘이고져茅簷(모쳠) 비쵠 玉樓(옥누)의

올리고져 紅裳

(홍샹)을 니믜 고 翠袖(슈) 半(반)만 거더

日暮脩竹(일모슈듁)의 혬가림도 하도 할샤 댜 수이 디여 긴 밤을 고초 안자 靑燈

(쳥등) 거른 겻 鈿箜葔(뎐공후)노하 두고 의나

님을 보려 밧고 비겨시니 鴦衾(앙금)도 도

샤 이 밤은 언제 샐고

하늘과 땅이 꽉막힌 것처럼 흰 눈으로 온통 덮여 있으

니 사람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날아디는 새도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다 소상강 남쪽 지방같이 따뜻한 이 곳

도 추위가 이러한데 하물며 임계신 북쪽 지방이야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따뜻한 봄볕을 부쳐 내어 임 계신

곳에 쏘이고 싶다 초가집 처마에 비친 해를 임계신 곳

에 올리고 싶다 붉은 치마를 여미어 입고 푸른 소매를

반쯤 걷어 해질 무렵 대나무에 의지하여 여러 가지 생

각이 많기도 하구나 짧은 겨울해가 이내 넘어가니 긴

밤을 꼿꼿이 앉아서 청사초롱을 걸어 둔 곁에 자개 입

힌 공후를 놓아 두고 꿈에나 임을 만나 보려고 턱을

받치고 기대어 있으니 원앙금침이 차갑기도 하구나 이

밤은 언제 샐것인가

본사 4-동원(冬怨)

도 열두 도 셜흔 날 져근덧 각마

라 이 시 닛쟈 니 의 쳐 이셔 骨髓(골

슈)의 텨시니 扁鵲(편쟉)이 열히 오나 이 병을

엇디리 어와 내 병이야 이 님의 타시로다 하

리 싀어디여 범나븨 되오리라 곳나모 가지마다 간

죡죡 안니다가 향 므든 애로 님의 오 올므

리라 님이야 날인 줄 모셔도 내 님 조려 노

하루도 열두 때 한 달도 서른 날 잠시 라도 생각을

말아 가지고 이 시름을 잊으려 해도 마음 속에 맺혀

있어서 뼛속까지 사무쳤으니 편작 같은 명의가 열명이

온다 한들 이 병을 어찌할 것인가

아아 내 병이여 이 병을 어찌할 것인가

아아 내 병이여 이 임의 탓이로다 차라리 죽엇 호랑

나비가 되리라 꽃나무 가지에 가는 곳마다 앉으며 돌

아다니다가 향기 묻은 날개로 임의 옷에 앉으리라 임

께서 나인 줄을 모르신다 해도 나는 끝까지 임을 따르

려 하노라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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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사 -임을 향한 변함 없는 마음

lt성주본 송강가사gt

작품의 감상

작자가 50세 되던 해에 반대 정파의 탄핵을 받고 전남

창평으로 물러나 우거(寓居)하면서 임금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여인이 사랑하는 사람을 그리는 심정에 의탁하

여 부른 노래이다 이 작품의 제목인 〈사미인곡(思美

人曲)〉은 중국 굴원이 지은 〈이소(離騷)〉의 제 9편

에 나오는 lsquo사미인(思美人)rsquo이라는 편명에서 따온 것으

로 보이며 그 작품 역시 충군(忠君)의 내용을 담고 있

어 내용 또한 그 영향을 받은 것으로 짐작된다

또 임금을 임으로 설정하여 노래한 것은 고려 속요인

〈정과정〉과 맥을 같이하고 있으며 임에 대한 헌신적

사랑의 표현은 〈가시리〉〈동등〉등과 접맥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작품은〈속미인곡〉과 더불어 가사 문학의 극치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일찍이 서포 김만중은 〈사미인

곡〉 〈속미인곡〉 〈관동별곡〉을 가리켜 lsquo좌해진문

장 지차삼편(左海眞文章 只此三篇우리 나라의 참된 문

장은 오직 이 세 편뿐이다)rsquo라고 하였다 이 노래는

서사 본사 결사 세 부분으로 되어 있는데 본사는 다

시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나뉘어 있다

속미인곡(續美人曲)

송강 정 철

뎨 가 뎌 각시 본듯도 뎌이고

天上(텬상) 白玉京(옥경)을 엇디야 離別(니별)고

다 뎌 져믄 날의 눌을 보라 가시고

저기가는 저 젊은 여인 본 듯도 하구나 임금님이 계

시는 서울을 어찌하여 이별하고 해가 다 져서 저무는

날에 누구를 보러 가시는 고

rarr서사1 - 서울을 떠나온 이유(갑녀의 질문)

어와 네여이고 내 셜 드러보오

내 얼굴 이 거동이 님 괴얌즉 냐마

엇딘디 날 보시고 네로다 녀기실나도 님을 미더 군디 전혀 업서

이야 교야 어러이 구돗디

반기시 비치 녜와 엇디 신고

누어 각고 니러 안자 혜어니

내 몸의 지는 죄 뫼티 혀시니

하히라 원망며 사이라 허믈랴

셜워 플텨 혜니 造物(조물)의 타시로다

아아 너로구나 내 사정 이야기를 들어보오

나의 생김새와 행동거지가 임의 사랑을 받을 수 있겠느

냐마는 어쩐지 나를 보시고 (내가 사랑할 사람은 바

로) 너로구나 하며 특별히 사랑하시기에 나도 임을 믿

어 딴 생각이 전혀 없어 응석과 애교를 부리면서 (얼마

나) 어지럽게 굴었던지 (나를) 반가워 하시는 얼굴빛

이 예날과 어찌 다르신가 누워 생각하고 일어나 앚아

헤아리니 내 몸의 지은 죄가 산같이쌓였으니 하늘을 원

망하겠으며 사람을 탓하겠는가 하도 서러워 여러 가지

로 깊이 생각해보니 조물주의 탓이로구나

rarr서사2 - 자책과 체념(을녀의 대답)

글란 각 마오

그렇게는 생각하지 마시오

rarr본사1 - 갑녀의 위로

친 일이 이셔이다

님을 뫼셔 이셔 님의 일을 내 알거니

믈튼 얼굴이 편실적 몃날일고

春寒(츈한) 苦熱(고열)은 엇디야 디내시며

秋日(츄일) 冬天(동텬)은 뉘라셔 뫼셧고

粥早飯(쥭조반) 朝夕(조석)뫼 녜와 티 셰시가

기나긴 밤의 은 엇디 자시고

마음 속에 맺힌 일이 있습니다 예전에 임을 모신적이

있어서 임의 일을 내가 잘 아는데 물과 같이 연약한

체질이 편하실 때가 며칠이나 될꼬 이른 봄의 추위와

한여름의 더위를 어떻게 지내시며 가을과 겨울날은 누

가 모셨는가 죽조반과 아침 저녁 진지는 옛날과 같이

잘 잡수시는가 기나긴 밤에 잠은 어떻게 주무시는가

rarr본사2-임에 대한 염려(을녀의 사설)

님다히 消息(소식)을 아무려나 아쟈니

오도 거의로다 일이나 사 올가

내 둘 업다 어드러로 가쟛 말고

잡거니 밀거니 놉픈 뫼 올라가니

구름은 니와 안개 므일고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32 -

山川(산쳔)이 어둡거니 日月(일월)을 엇디보며

咫尺(지척)을 모거든 千里(쳔리) 라보랴

리 믈의 가 길히나 보랴니

람이야 믈결이야 어둥졍 된뎌이고

샤공은 어 가고 븬 만 걸렷고

江天(간텬)의 혼자 셔셔 디 구버보니

님 다히 消息(소식)이 더옥 아득뎌이고

임이 계시는 곳의 소식을 어떻게든지 알려고 하니 오늘

도 거의 지나갔구나 내일이나 임의 소식을 전해줄 사

람이 올까 내 마음을 둘 곳이 없다 어디로 가자는 말

인가 (나무같은 것을) 잡기도 하고 밀기도 하면서 높

은 산에 올라가니 구름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안개는

또 무슨 일로 저렇게 기어 있는가 산천이 어두운데 해

와 달을 어떻게 보겠으며 지척을 모르겠는데 천 리나

되는 먼 곳을 (어떻게) 바라몰 수 있으랴 차라리 물가

에 서서 뱃길이나 보려고 하니 바람과 물결이 어수선하

게 되었구나 사공은 어디가고 빈 배만 걸려있는가 강

변에 홀로서서 지는 해를 굽어보니 임계신 곳의 소식이

더욱 아득하구나

rarr본사3-임의 소식을 애타게 기다림(을녀의 사설)

茅簷(모쳠) 자리의 밤듕만 도라오니

半壁(반벽) 靑燈(청등)은 눌 위야 갓고

오며 리며 헷드며 바자니니

져근덧 력진力盡(녁진)야 픗을 잠간 드니

精誠(정셩)이 지극야 의 님을 보니

玉(옥)튼 얼굴이 半(반)이나마 늘거셰라

의 머근 말 슬장 쟈니

눈믈이 바라나니 말인들 어이며

情(정)을 못다야 목이조차 몌여니

오뎐된 鷄聲(계셩)의 은 엇디 돗던고

초가집 차가운 잠자리에 한밤중이 돌아오니 벽에 걸려

있는 등불은 누구를 위하여 밝아 있는가 산을 올라가

기도 하고 내려가기도 하면서 헤메며 오락가락 돌아다

니다가 잠깐 사이에 힘이 다하여 풋잠이 잠깐 들었는

데 정성이 지극하여 꿈속에서 임을 보니 옥과 같이 곱

던 임의 얼굴이 반넘게 늙었구나 마음 속에 품은 생각

을 실컷 아뢰려고 하였더니 눈물이 잇달아 쏟아지니

말인들 어찌하며 정회도 다 못풀어 목마저 메어오니

방정맞은 닭울음소리에 잠은 어찌 깨었던가

rarr본사4-독수공방의 한과 꿈에서 만난 임

(을녀의 사설)

어와 虛事(허)로다 이 님이 어 간고

결의 니러 안자 窓(창)을 열고 라보니

어엿븐 그림재 날 조 이로다

리 싀여디어 落月(낙월)이나 되야이셔

님 겨신 窓(창) 안 번드시 비최리라

아아 헛된 일이로다 내 임이 어디 갔는고 꿈결에 일

어나 앉아 창을 열고 바라보니 불쌍한 그림자만이 나

를 따라올 뿐이로다 차라리 죽어서 지는 달이나 되어

임 계신 창 안에 환하게 비치리라

rarr결사-죽어서라도 임을 따르겠다는 다짐

(을녀의 사설)

각시님 이야니와 구 비나 되쇼셔

각시님 달은커녕 궂은 비나 되십시오

rarr결사-갑녀의 위로

〈해설〉

사미인곡의 속편으로 지은이가 동인(東人)으로 탄핵을

받고 고향인 전라남도 창평에 낙향해 있을 때에 임금

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두 여인의 대화 형식을 빌려 노

래한 작품이다 이 작품의 현대어 해석에 나와 있는 lsquo갑

녀(甲女)rsquo와 lsquo을녀(乙女)rsquo는 편의상 붙인 이름으로 갑녀

는 보조적 위치에 있는 화자이며 을녀가 지은이를 대

변하는 주된 화자이다 〈사미인곡〉과 더불어 가사 문

학의 최고봉이라 일컬어지는데 특히 순수한 우리말의

구사가 절묘하며 대화 형식으로 구성하여 표현에 참신

성을 더한 것은 lsquo금상첨화(錦上添花)rsquo라 할 수 있을 것

이다

홍만종은 〈순오지(旬五志)〉에서 이 작품을 제갈공명

의 〈출사표(出師表)〉에 비견할 만하다고 극찬하였으

며 서포 김만중은 〈서포만필(西浦漫筆)〉에서 ldquo예로부

터 우리 나라의 참된 문장은 오직 이 세 편(사미인곡

속미인곡 관동별곡)뿐이데다시 이 세편에 대하여 논할

것 같으면 그 중에서 속미인곡이 더욱 뛰어나다 관동

별곡과 사미인곡은 오히려 한자음을 빌려서 그 가사 내

용을 꾸민 데 지나지 않는다rdquo라고 하였다

규원가(閨怨歌)

허난설헌

엇그제 저멋더니 마 어이 다 늘거니

少年行樂(소년 행락) 생각니 일러도 속절업다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33 -

늘거야 서른 말 자니 목이 멘다

엊그제 젊었었는데 어찌 벌써 다 늙어버렸는가 어린

시절에 즐겁게 지내던 일을 생각하니 말해 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 이렇게 늙은 뒤에 서러운 얘기를 하자니

목이 멘다

rarr기1-늙음의 한탄

父生母育(부생 모육) 辛苦(신고)야 이 내 몸 길러 낼

公侯配匹(공후 배필) 못 바라도 君子好逑(군자 호구) 願

(원)더니

三生(삼생)의 怨業(원업)이오 月下(월하)의 緣分(연분)으

長安遊俠(장안 유협) 輕薄子(경박자)를 치 만나 잇

서 當時(당시)의 용심(用心)기 살어름 디듸는 부모님이 나를 낳아서 고생하여 길러낼 때 높은 벼슬아

치의 배필을 바라지는 못했어도 훌륭한 남자의 좋은

짝이 되기를 원했더니 삼생의 원망스러운 업보요 월

하 빙인이 정해 준 연분으로 놀기 좋아하고 경박한 사

람을 꿈같이 만나 가지고 시집 간 뒤 조심하면서 마음

졸이기를 꼭 살얼음 디디듯하였다

rarr기2-젊은 시절의 회상

三五二八(삼오 이팔) 겨오 지나 天然麗質(천연 여질)절

로 이니

이 얼골 이 態度(태도)로 百年期約(백년 기약) 얏더니

年光(연광)이 훌훌고 造物(조물)이 多時(다시)야

봄바람 가을 믈이 뵈오리 북 지나듯

雪鬂花顔(설빈 화안) 어 가고 面目可憎(면목 가증) 되

거고나

내 올골 내 보거니 어느 님이 날 괼소냐

스스로 慙愧(참괴)니 누구를 怨望(원망)리

십오륙 세가 겨우 지나 타고난 아름다운 모습이 절로

나타나니 이 얼굴 이 태도로 (남편과)평생을 약속하였

더니 세월이 빨리 지나가고 조물주가 시기가 많아서

세월의 빠르기가 베 짤 때 북이 지나가는 듯 젊고 아

름다운 얼굴은 어디로 가고 추한 모습이 되었구나 내

얼굴을 내가 보아 알거니와 어느 임이 나를 사랑하겠는

가 스스로 생각해도 부끄러운데 누구를 원망하리

rarr기3-세월의 무상함과 늙음의 한탄

三三五五(삼삼 오오) 冶遊園(야유원)의 새 사람이 나단

말가

곳 피고 날 저물 제 定處(정처) 업시 나가 잇어

백마(白馬) 금편(金鞭)으로 어어 머므는고

원근(遠近)을 모르거니 消息(소식)이야 더욱 알랴

因緣(인연)을 긋쳐신들 각이야 업슬소냐

얼골을 못 보거든 그립기나 마르려믄

열두 김도 길샤 설흔 날 至理(지리)다

玉窓(옥창)에 심 梅花(매화) 몃 번이나 픠여진고

겨을 밤 차고 찬 제 자최눈 섯거 치고

여름날 길고 길 제 구 비 므스 일고

三春花柳(삼춘 화류) 好時節(호시절)의 景物(경물)이 시

름업다

가을 방에 들고 蟋蟀(실솔)이 床(상)에 울 제

긴 한 숨 디 눈물 속절업시 헴만 만타

아마도 모진 목숨 죽기도 어려울사

몇 명씩 떼지어 다니는 술집에 새 기생이 나타났다는

말인가 꽃 피고 날 저물 때 일정한 거처도 없이 나가

서 호사로운 차림새로 어디어디 가서 머므는가 바깥출

입이 없어 원근 지리를 모르는데 임의 소식이야 더구나

알 수 있으랴 인연을 끊었다고 하지만 임에 대한 생각

이야 어찌 없겠는가 만나지 못할 임이라면 그립지나

말일이지 하루도 열두때 길기도 하구나 한 달이 지루

하다 옥창에 심은 매화가 몇 번이나 피었다가 졌는고

겨울 밤 차고 찬 때에 눈보라가 섞어 치고 여름날 길고

긴 때에 궂은비는 또 무슨 일인가 꽃 피고 새 잎이 돋

는 좋은 계절 봄에도 보이는 경치가 시름이 없다 가을

달이 방에 비치고 귀뚜라미가 침상에서 울 때 긴 한숨

떨어지는 눈물에 헛되이 생각하는 것만 많다 아마도

모진 목숨 죽기도 어렵구나

rarr승-방탕한 남편에 대한 원망과 독수공방의 한

도로혀 풀쳐 혜니 이리 여 어이 리

靑燈(청등)을 돌라 노코 綠綺琴(녹기금) 빗기 안아

碧蓮花(벽련화) 한 곡조를 시름 조 섯거 타니

瀟相夜雨(소상야우)의 댓소리 섯도 華表(화표) 千年(천 년)의 別鶴(별학)이 우니 玉手(옥수)의 타는 手段(수단) 녯 소 잇다마芙蓉帳(부용장) 寂寞(적막)니 뉘 귀에 들리소니

肝腸(간장)이 九曲(구곡)되야 구븨구븨 쳐서라

돌이켜 여러 모로 생각해 보니 이렇게 살아서 어찌하겠

는가 등불을 돌려 놓고 녹기금을 비스듬히 안아 벽련

화 한 곡조를 시름까지 섞어 타니 소상강의 밤비에 대

나무 잎 소리가 섞여 들리는 듯 천년만에 돌아온 학이

화표주에 앉아 우니는 듯섬섬옥수로 타는 솜씨가 옛

소리를 간직하고 있다마는 부용장 안에 임이 없으니 누

구 귀에 들리겠는가 구곡간장이 굽이굽이 끊어지는 것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34 -

같구나

rarr전-거문고로 시름을 달램

하리 잠을 드러 의나 보려 니

바람의 디 닙과 풀 속에 우는 즘생

므스 일 원수로서 잠조차 오다

천상(天上)의 牽牛織女(견우 직녀) 銀河水(은하수) 박혀

서도

七月七夕(칠월 칠석)一年一度(일년 일도)失期(실기)치

아니거든

우리 님 가신 후는 무슨 弱水(약수) 가렷관듸

오거나 가거나 소식(消息)조차 쳣는고

欄干(난간)의 비겨 셔서 님 가신 바라보니

초로(草露) 맷쳐 잇고 暮雲(모운)이 디나갈 제

竹林(죽림) 푸른 고 새 소리 더욱 설다

세상의 서룬 사람 수업다 려니와

薄命(박명) 紅顔(홍안)이야 날 가니 이실가

아마도 이 님의 지위로 살동말동 여라

차라리 잠이 들어 꿈에서나 임을 보려하니 바람에 지는

나뭇잎과 풀 속에서 우는 벌레가 나와 무슨 원수가 졌

길래 잠조차 깨우는가 하늘의 견우 직녀는 은하수가

막고 있어도 일 년에 한 번 칠월 칠석날에는 기약을 어

기지 않고 만나는데 우리 임이 가신 후에는 무슨 약수

가 가로막고 있길래 오고 가는 소식조차 끊어졌는고

난간에 기대어 서서 임 계신 곳을 바라보니 풀잎에 이

슬은 맺혀있고 저녁 구름이 지나갈 때 대나무 숲 푸른

곳에 새 소리가 더욱 섧다 세상에 서러운 사람이 수없

이 많다고 하지만 기구한 팔자를 타고난 사람이야 나

같은 이가 또 있을까 아마도 임 때문에 살 듯 말 듯하

구나

rarr결-애타게 임을 기다리는 마음

〈감상〉

조선 시대 봉건 사회 제도 아래서 오직 인종(忍從)만을

미덕으로 알고 살아야 했던 부녀자의 한(恨)을 노래한

작품으로 일명 원부사(怨夫詞) 또는 원부사(怨夫辭)라

고도 한다 좋은 배필을 원했지만 뜻밖에도 경박스럽고

방탕한 남편을 만나 평생을 피맺힌 한(恨)과 그리움 속

에 보내야 하는 한 여인의 애달픈 사연을 통해 남성

위주의 사회가 가져오는 병폐를 실감 있게 형상화한 작

품이라 할 수 있다

Page 31: 구지가(龜 歌) - middle.gongbuwarac.commiddle.gongbuwarac.com/Common/Popup/FileDownloadAs.aspx?FileName=/ite… · 미륵(彌勒) 좌주(座主) 뫼셔롸. 미륵 좌주를 모셔라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31 -

결사 -임을 향한 변함 없는 마음

lt성주본 송강가사gt

작품의 감상

작자가 50세 되던 해에 반대 정파의 탄핵을 받고 전남

창평으로 물러나 우거(寓居)하면서 임금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여인이 사랑하는 사람을 그리는 심정에 의탁하

여 부른 노래이다 이 작품의 제목인 〈사미인곡(思美

人曲)〉은 중국 굴원이 지은 〈이소(離騷)〉의 제 9편

에 나오는 lsquo사미인(思美人)rsquo이라는 편명에서 따온 것으

로 보이며 그 작품 역시 충군(忠君)의 내용을 담고 있

어 내용 또한 그 영향을 받은 것으로 짐작된다

또 임금을 임으로 설정하여 노래한 것은 고려 속요인

〈정과정〉과 맥을 같이하고 있으며 임에 대한 헌신적

사랑의 표현은 〈가시리〉〈동등〉등과 접맥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작품은〈속미인곡〉과 더불어 가사 문학의 극치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일찍이 서포 김만중은 〈사미인

곡〉 〈속미인곡〉 〈관동별곡〉을 가리켜 lsquo좌해진문

장 지차삼편(左海眞文章 只此三篇우리 나라의 참된 문

장은 오직 이 세 편뿐이다)rsquo라고 하였다 이 노래는

서사 본사 결사 세 부분으로 되어 있는데 본사는 다

시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나뉘어 있다

속미인곡(續美人曲)

송강 정 철

뎨 가 뎌 각시 본듯도 뎌이고

天上(텬상) 白玉京(옥경)을 엇디야 離別(니별)고

다 뎌 져믄 날의 눌을 보라 가시고

저기가는 저 젊은 여인 본 듯도 하구나 임금님이 계

시는 서울을 어찌하여 이별하고 해가 다 져서 저무는

날에 누구를 보러 가시는 고

rarr서사1 - 서울을 떠나온 이유(갑녀의 질문)

어와 네여이고 내 셜 드러보오

내 얼굴 이 거동이 님 괴얌즉 냐마

엇딘디 날 보시고 네로다 녀기실나도 님을 미더 군디 전혀 업서

이야 교야 어러이 구돗디

반기시 비치 녜와 엇디 신고

누어 각고 니러 안자 혜어니

내 몸의 지는 죄 뫼티 혀시니

하히라 원망며 사이라 허믈랴

셜워 플텨 혜니 造物(조물)의 타시로다

아아 너로구나 내 사정 이야기를 들어보오

나의 생김새와 행동거지가 임의 사랑을 받을 수 있겠느

냐마는 어쩐지 나를 보시고 (내가 사랑할 사람은 바

로) 너로구나 하며 특별히 사랑하시기에 나도 임을 믿

어 딴 생각이 전혀 없어 응석과 애교를 부리면서 (얼마

나) 어지럽게 굴었던지 (나를) 반가워 하시는 얼굴빛

이 예날과 어찌 다르신가 누워 생각하고 일어나 앚아

헤아리니 내 몸의 지은 죄가 산같이쌓였으니 하늘을 원

망하겠으며 사람을 탓하겠는가 하도 서러워 여러 가지

로 깊이 생각해보니 조물주의 탓이로구나

rarr서사2 - 자책과 체념(을녀의 대답)

글란 각 마오

그렇게는 생각하지 마시오

rarr본사1 - 갑녀의 위로

친 일이 이셔이다

님을 뫼셔 이셔 님의 일을 내 알거니

믈튼 얼굴이 편실적 몃날일고

春寒(츈한) 苦熱(고열)은 엇디야 디내시며

秋日(츄일) 冬天(동텬)은 뉘라셔 뫼셧고

粥早飯(쥭조반) 朝夕(조석)뫼 녜와 티 셰시가

기나긴 밤의 은 엇디 자시고

마음 속에 맺힌 일이 있습니다 예전에 임을 모신적이

있어서 임의 일을 내가 잘 아는데 물과 같이 연약한

체질이 편하실 때가 며칠이나 될꼬 이른 봄의 추위와

한여름의 더위를 어떻게 지내시며 가을과 겨울날은 누

가 모셨는가 죽조반과 아침 저녁 진지는 옛날과 같이

잘 잡수시는가 기나긴 밤에 잠은 어떻게 주무시는가

rarr본사2-임에 대한 염려(을녀의 사설)

님다히 消息(소식)을 아무려나 아쟈니

오도 거의로다 일이나 사 올가

내 둘 업다 어드러로 가쟛 말고

잡거니 밀거니 놉픈 뫼 올라가니

구름은 니와 안개 므일고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32 -

山川(산쳔)이 어둡거니 日月(일월)을 엇디보며

咫尺(지척)을 모거든 千里(쳔리) 라보랴

리 믈의 가 길히나 보랴니

람이야 믈결이야 어둥졍 된뎌이고

샤공은 어 가고 븬 만 걸렷고

江天(간텬)의 혼자 셔셔 디 구버보니

님 다히 消息(소식)이 더옥 아득뎌이고

임이 계시는 곳의 소식을 어떻게든지 알려고 하니 오늘

도 거의 지나갔구나 내일이나 임의 소식을 전해줄 사

람이 올까 내 마음을 둘 곳이 없다 어디로 가자는 말

인가 (나무같은 것을) 잡기도 하고 밀기도 하면서 높

은 산에 올라가니 구름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안개는

또 무슨 일로 저렇게 기어 있는가 산천이 어두운데 해

와 달을 어떻게 보겠으며 지척을 모르겠는데 천 리나

되는 먼 곳을 (어떻게) 바라몰 수 있으랴 차라리 물가

에 서서 뱃길이나 보려고 하니 바람과 물결이 어수선하

게 되었구나 사공은 어디가고 빈 배만 걸려있는가 강

변에 홀로서서 지는 해를 굽어보니 임계신 곳의 소식이

더욱 아득하구나

rarr본사3-임의 소식을 애타게 기다림(을녀의 사설)

茅簷(모쳠) 자리의 밤듕만 도라오니

半壁(반벽) 靑燈(청등)은 눌 위야 갓고

오며 리며 헷드며 바자니니

져근덧 력진力盡(녁진)야 픗을 잠간 드니

精誠(정셩)이 지극야 의 님을 보니

玉(옥)튼 얼굴이 半(반)이나마 늘거셰라

의 머근 말 슬장 쟈니

눈믈이 바라나니 말인들 어이며

情(정)을 못다야 목이조차 몌여니

오뎐된 鷄聲(계셩)의 은 엇디 돗던고

초가집 차가운 잠자리에 한밤중이 돌아오니 벽에 걸려

있는 등불은 누구를 위하여 밝아 있는가 산을 올라가

기도 하고 내려가기도 하면서 헤메며 오락가락 돌아다

니다가 잠깐 사이에 힘이 다하여 풋잠이 잠깐 들었는

데 정성이 지극하여 꿈속에서 임을 보니 옥과 같이 곱

던 임의 얼굴이 반넘게 늙었구나 마음 속에 품은 생각

을 실컷 아뢰려고 하였더니 눈물이 잇달아 쏟아지니

말인들 어찌하며 정회도 다 못풀어 목마저 메어오니

방정맞은 닭울음소리에 잠은 어찌 깨었던가

rarr본사4-독수공방의 한과 꿈에서 만난 임

(을녀의 사설)

어와 虛事(허)로다 이 님이 어 간고

결의 니러 안자 窓(창)을 열고 라보니

어엿븐 그림재 날 조 이로다

리 싀여디어 落月(낙월)이나 되야이셔

님 겨신 窓(창) 안 번드시 비최리라

아아 헛된 일이로다 내 임이 어디 갔는고 꿈결에 일

어나 앉아 창을 열고 바라보니 불쌍한 그림자만이 나

를 따라올 뿐이로다 차라리 죽어서 지는 달이나 되어

임 계신 창 안에 환하게 비치리라

rarr결사-죽어서라도 임을 따르겠다는 다짐

(을녀의 사설)

각시님 이야니와 구 비나 되쇼셔

각시님 달은커녕 궂은 비나 되십시오

rarr결사-갑녀의 위로

〈해설〉

사미인곡의 속편으로 지은이가 동인(東人)으로 탄핵을

받고 고향인 전라남도 창평에 낙향해 있을 때에 임금

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두 여인의 대화 형식을 빌려 노

래한 작품이다 이 작품의 현대어 해석에 나와 있는 lsquo갑

녀(甲女)rsquo와 lsquo을녀(乙女)rsquo는 편의상 붙인 이름으로 갑녀

는 보조적 위치에 있는 화자이며 을녀가 지은이를 대

변하는 주된 화자이다 〈사미인곡〉과 더불어 가사 문

학의 최고봉이라 일컬어지는데 특히 순수한 우리말의

구사가 절묘하며 대화 형식으로 구성하여 표현에 참신

성을 더한 것은 lsquo금상첨화(錦上添花)rsquo라 할 수 있을 것

이다

홍만종은 〈순오지(旬五志)〉에서 이 작품을 제갈공명

의 〈출사표(出師表)〉에 비견할 만하다고 극찬하였으

며 서포 김만중은 〈서포만필(西浦漫筆)〉에서 ldquo예로부

터 우리 나라의 참된 문장은 오직 이 세 편(사미인곡

속미인곡 관동별곡)뿐이데다시 이 세편에 대하여 논할

것 같으면 그 중에서 속미인곡이 더욱 뛰어나다 관동

별곡과 사미인곡은 오히려 한자음을 빌려서 그 가사 내

용을 꾸민 데 지나지 않는다rdquo라고 하였다

규원가(閨怨歌)

허난설헌

엇그제 저멋더니 마 어이 다 늘거니

少年行樂(소년 행락) 생각니 일러도 속절업다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33 -

늘거야 서른 말 자니 목이 멘다

엊그제 젊었었는데 어찌 벌써 다 늙어버렸는가 어린

시절에 즐겁게 지내던 일을 생각하니 말해 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 이렇게 늙은 뒤에 서러운 얘기를 하자니

목이 멘다

rarr기1-늙음의 한탄

父生母育(부생 모육) 辛苦(신고)야 이 내 몸 길러 낼

公侯配匹(공후 배필) 못 바라도 君子好逑(군자 호구) 願

(원)더니

三生(삼생)의 怨業(원업)이오 月下(월하)의 緣分(연분)으

長安遊俠(장안 유협) 輕薄子(경박자)를 치 만나 잇

서 當時(당시)의 용심(用心)기 살어름 디듸는 부모님이 나를 낳아서 고생하여 길러낼 때 높은 벼슬아

치의 배필을 바라지는 못했어도 훌륭한 남자의 좋은

짝이 되기를 원했더니 삼생의 원망스러운 업보요 월

하 빙인이 정해 준 연분으로 놀기 좋아하고 경박한 사

람을 꿈같이 만나 가지고 시집 간 뒤 조심하면서 마음

졸이기를 꼭 살얼음 디디듯하였다

rarr기2-젊은 시절의 회상

三五二八(삼오 이팔) 겨오 지나 天然麗質(천연 여질)절

로 이니

이 얼골 이 態度(태도)로 百年期約(백년 기약) 얏더니

年光(연광)이 훌훌고 造物(조물)이 多時(다시)야

봄바람 가을 믈이 뵈오리 북 지나듯

雪鬂花顔(설빈 화안) 어 가고 面目可憎(면목 가증) 되

거고나

내 올골 내 보거니 어느 님이 날 괼소냐

스스로 慙愧(참괴)니 누구를 怨望(원망)리

십오륙 세가 겨우 지나 타고난 아름다운 모습이 절로

나타나니 이 얼굴 이 태도로 (남편과)평생을 약속하였

더니 세월이 빨리 지나가고 조물주가 시기가 많아서

세월의 빠르기가 베 짤 때 북이 지나가는 듯 젊고 아

름다운 얼굴은 어디로 가고 추한 모습이 되었구나 내

얼굴을 내가 보아 알거니와 어느 임이 나를 사랑하겠는

가 스스로 생각해도 부끄러운데 누구를 원망하리

rarr기3-세월의 무상함과 늙음의 한탄

三三五五(삼삼 오오) 冶遊園(야유원)의 새 사람이 나단

말가

곳 피고 날 저물 제 定處(정처) 업시 나가 잇어

백마(白馬) 금편(金鞭)으로 어어 머므는고

원근(遠近)을 모르거니 消息(소식)이야 더욱 알랴

因緣(인연)을 긋쳐신들 각이야 업슬소냐

얼골을 못 보거든 그립기나 마르려믄

열두 김도 길샤 설흔 날 至理(지리)다

玉窓(옥창)에 심 梅花(매화) 몃 번이나 픠여진고

겨을 밤 차고 찬 제 자최눈 섯거 치고

여름날 길고 길 제 구 비 므스 일고

三春花柳(삼춘 화류) 好時節(호시절)의 景物(경물)이 시

름업다

가을 방에 들고 蟋蟀(실솔)이 床(상)에 울 제

긴 한 숨 디 눈물 속절업시 헴만 만타

아마도 모진 목숨 죽기도 어려울사

몇 명씩 떼지어 다니는 술집에 새 기생이 나타났다는

말인가 꽃 피고 날 저물 때 일정한 거처도 없이 나가

서 호사로운 차림새로 어디어디 가서 머므는가 바깥출

입이 없어 원근 지리를 모르는데 임의 소식이야 더구나

알 수 있으랴 인연을 끊었다고 하지만 임에 대한 생각

이야 어찌 없겠는가 만나지 못할 임이라면 그립지나

말일이지 하루도 열두때 길기도 하구나 한 달이 지루

하다 옥창에 심은 매화가 몇 번이나 피었다가 졌는고

겨울 밤 차고 찬 때에 눈보라가 섞어 치고 여름날 길고

긴 때에 궂은비는 또 무슨 일인가 꽃 피고 새 잎이 돋

는 좋은 계절 봄에도 보이는 경치가 시름이 없다 가을

달이 방에 비치고 귀뚜라미가 침상에서 울 때 긴 한숨

떨어지는 눈물에 헛되이 생각하는 것만 많다 아마도

모진 목숨 죽기도 어렵구나

rarr승-방탕한 남편에 대한 원망과 독수공방의 한

도로혀 풀쳐 혜니 이리 여 어이 리

靑燈(청등)을 돌라 노코 綠綺琴(녹기금) 빗기 안아

碧蓮花(벽련화) 한 곡조를 시름 조 섯거 타니

瀟相夜雨(소상야우)의 댓소리 섯도 華表(화표) 千年(천 년)의 別鶴(별학)이 우니 玉手(옥수)의 타는 手段(수단) 녯 소 잇다마芙蓉帳(부용장) 寂寞(적막)니 뉘 귀에 들리소니

肝腸(간장)이 九曲(구곡)되야 구븨구븨 쳐서라

돌이켜 여러 모로 생각해 보니 이렇게 살아서 어찌하겠

는가 등불을 돌려 놓고 녹기금을 비스듬히 안아 벽련

화 한 곡조를 시름까지 섞어 타니 소상강의 밤비에 대

나무 잎 소리가 섞여 들리는 듯 천년만에 돌아온 학이

화표주에 앉아 우니는 듯섬섬옥수로 타는 솜씨가 옛

소리를 간직하고 있다마는 부용장 안에 임이 없으니 누

구 귀에 들리겠는가 구곡간장이 굽이굽이 끊어지는 것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34 -

같구나

rarr전-거문고로 시름을 달램

하리 잠을 드러 의나 보려 니

바람의 디 닙과 풀 속에 우는 즘생

므스 일 원수로서 잠조차 오다

천상(天上)의 牽牛織女(견우 직녀) 銀河水(은하수) 박혀

서도

七月七夕(칠월 칠석)一年一度(일년 일도)失期(실기)치

아니거든

우리 님 가신 후는 무슨 弱水(약수) 가렷관듸

오거나 가거나 소식(消息)조차 쳣는고

欄干(난간)의 비겨 셔서 님 가신 바라보니

초로(草露) 맷쳐 잇고 暮雲(모운)이 디나갈 제

竹林(죽림) 푸른 고 새 소리 더욱 설다

세상의 서룬 사람 수업다 려니와

薄命(박명) 紅顔(홍안)이야 날 가니 이실가

아마도 이 님의 지위로 살동말동 여라

차라리 잠이 들어 꿈에서나 임을 보려하니 바람에 지는

나뭇잎과 풀 속에서 우는 벌레가 나와 무슨 원수가 졌

길래 잠조차 깨우는가 하늘의 견우 직녀는 은하수가

막고 있어도 일 년에 한 번 칠월 칠석날에는 기약을 어

기지 않고 만나는데 우리 임이 가신 후에는 무슨 약수

가 가로막고 있길래 오고 가는 소식조차 끊어졌는고

난간에 기대어 서서 임 계신 곳을 바라보니 풀잎에 이

슬은 맺혀있고 저녁 구름이 지나갈 때 대나무 숲 푸른

곳에 새 소리가 더욱 섧다 세상에 서러운 사람이 수없

이 많다고 하지만 기구한 팔자를 타고난 사람이야 나

같은 이가 또 있을까 아마도 임 때문에 살 듯 말 듯하

구나

rarr결-애타게 임을 기다리는 마음

〈감상〉

조선 시대 봉건 사회 제도 아래서 오직 인종(忍從)만을

미덕으로 알고 살아야 했던 부녀자의 한(恨)을 노래한

작품으로 일명 원부사(怨夫詞) 또는 원부사(怨夫辭)라

고도 한다 좋은 배필을 원했지만 뜻밖에도 경박스럽고

방탕한 남편을 만나 평생을 피맺힌 한(恨)과 그리움 속

에 보내야 하는 한 여인의 애달픈 사연을 통해 남성

위주의 사회가 가져오는 병폐를 실감 있게 형상화한 작

품이라 할 수 있다

Page 32: 구지가(龜 歌) - middle.gongbuwarac.commiddle.gongbuwarac.com/Common/Popup/FileDownloadAs.aspx?FileName=/ite… · 미륵(彌勒) 좌주(座主) 뫼셔롸. 미륵 좌주를 모셔라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32 -

山川(산쳔)이 어둡거니 日月(일월)을 엇디보며

咫尺(지척)을 모거든 千里(쳔리) 라보랴

리 믈의 가 길히나 보랴니

람이야 믈결이야 어둥졍 된뎌이고

샤공은 어 가고 븬 만 걸렷고

江天(간텬)의 혼자 셔셔 디 구버보니

님 다히 消息(소식)이 더옥 아득뎌이고

임이 계시는 곳의 소식을 어떻게든지 알려고 하니 오늘

도 거의 지나갔구나 내일이나 임의 소식을 전해줄 사

람이 올까 내 마음을 둘 곳이 없다 어디로 가자는 말

인가 (나무같은 것을) 잡기도 하고 밀기도 하면서 높

은 산에 올라가니 구름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안개는

또 무슨 일로 저렇게 기어 있는가 산천이 어두운데 해

와 달을 어떻게 보겠으며 지척을 모르겠는데 천 리나

되는 먼 곳을 (어떻게) 바라몰 수 있으랴 차라리 물가

에 서서 뱃길이나 보려고 하니 바람과 물결이 어수선하

게 되었구나 사공은 어디가고 빈 배만 걸려있는가 강

변에 홀로서서 지는 해를 굽어보니 임계신 곳의 소식이

더욱 아득하구나

rarr본사3-임의 소식을 애타게 기다림(을녀의 사설)

茅簷(모쳠) 자리의 밤듕만 도라오니

半壁(반벽) 靑燈(청등)은 눌 위야 갓고

오며 리며 헷드며 바자니니

져근덧 력진力盡(녁진)야 픗을 잠간 드니

精誠(정셩)이 지극야 의 님을 보니

玉(옥)튼 얼굴이 半(반)이나마 늘거셰라

의 머근 말 슬장 쟈니

눈믈이 바라나니 말인들 어이며

情(정)을 못다야 목이조차 몌여니

오뎐된 鷄聲(계셩)의 은 엇디 돗던고

초가집 차가운 잠자리에 한밤중이 돌아오니 벽에 걸려

있는 등불은 누구를 위하여 밝아 있는가 산을 올라가

기도 하고 내려가기도 하면서 헤메며 오락가락 돌아다

니다가 잠깐 사이에 힘이 다하여 풋잠이 잠깐 들었는

데 정성이 지극하여 꿈속에서 임을 보니 옥과 같이 곱

던 임의 얼굴이 반넘게 늙었구나 마음 속에 품은 생각

을 실컷 아뢰려고 하였더니 눈물이 잇달아 쏟아지니

말인들 어찌하며 정회도 다 못풀어 목마저 메어오니

방정맞은 닭울음소리에 잠은 어찌 깨었던가

rarr본사4-독수공방의 한과 꿈에서 만난 임

(을녀의 사설)

어와 虛事(허)로다 이 님이 어 간고

결의 니러 안자 窓(창)을 열고 라보니

어엿븐 그림재 날 조 이로다

리 싀여디어 落月(낙월)이나 되야이셔

님 겨신 窓(창) 안 번드시 비최리라

아아 헛된 일이로다 내 임이 어디 갔는고 꿈결에 일

어나 앉아 창을 열고 바라보니 불쌍한 그림자만이 나

를 따라올 뿐이로다 차라리 죽어서 지는 달이나 되어

임 계신 창 안에 환하게 비치리라

rarr결사-죽어서라도 임을 따르겠다는 다짐

(을녀의 사설)

각시님 이야니와 구 비나 되쇼셔

각시님 달은커녕 궂은 비나 되십시오

rarr결사-갑녀의 위로

〈해설〉

사미인곡의 속편으로 지은이가 동인(東人)으로 탄핵을

받고 고향인 전라남도 창평에 낙향해 있을 때에 임금

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두 여인의 대화 형식을 빌려 노

래한 작품이다 이 작품의 현대어 해석에 나와 있는 lsquo갑

녀(甲女)rsquo와 lsquo을녀(乙女)rsquo는 편의상 붙인 이름으로 갑녀

는 보조적 위치에 있는 화자이며 을녀가 지은이를 대

변하는 주된 화자이다 〈사미인곡〉과 더불어 가사 문

학의 최고봉이라 일컬어지는데 특히 순수한 우리말의

구사가 절묘하며 대화 형식으로 구성하여 표현에 참신

성을 더한 것은 lsquo금상첨화(錦上添花)rsquo라 할 수 있을 것

이다

홍만종은 〈순오지(旬五志)〉에서 이 작품을 제갈공명

의 〈출사표(出師表)〉에 비견할 만하다고 극찬하였으

며 서포 김만중은 〈서포만필(西浦漫筆)〉에서 ldquo예로부

터 우리 나라의 참된 문장은 오직 이 세 편(사미인곡

속미인곡 관동별곡)뿐이데다시 이 세편에 대하여 논할

것 같으면 그 중에서 속미인곡이 더욱 뛰어나다 관동

별곡과 사미인곡은 오히려 한자음을 빌려서 그 가사 내

용을 꾸민 데 지나지 않는다rdquo라고 하였다

규원가(閨怨歌)

허난설헌

엇그제 저멋더니 마 어이 다 늘거니

少年行樂(소년 행락) 생각니 일러도 속절업다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33 -

늘거야 서른 말 자니 목이 멘다

엊그제 젊었었는데 어찌 벌써 다 늙어버렸는가 어린

시절에 즐겁게 지내던 일을 생각하니 말해 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 이렇게 늙은 뒤에 서러운 얘기를 하자니

목이 멘다

rarr기1-늙음의 한탄

父生母育(부생 모육) 辛苦(신고)야 이 내 몸 길러 낼

公侯配匹(공후 배필) 못 바라도 君子好逑(군자 호구) 願

(원)더니

三生(삼생)의 怨業(원업)이오 月下(월하)의 緣分(연분)으

長安遊俠(장안 유협) 輕薄子(경박자)를 치 만나 잇

서 當時(당시)의 용심(用心)기 살어름 디듸는 부모님이 나를 낳아서 고생하여 길러낼 때 높은 벼슬아

치의 배필을 바라지는 못했어도 훌륭한 남자의 좋은

짝이 되기를 원했더니 삼생의 원망스러운 업보요 월

하 빙인이 정해 준 연분으로 놀기 좋아하고 경박한 사

람을 꿈같이 만나 가지고 시집 간 뒤 조심하면서 마음

졸이기를 꼭 살얼음 디디듯하였다

rarr기2-젊은 시절의 회상

三五二八(삼오 이팔) 겨오 지나 天然麗質(천연 여질)절

로 이니

이 얼골 이 態度(태도)로 百年期約(백년 기약) 얏더니

年光(연광)이 훌훌고 造物(조물)이 多時(다시)야

봄바람 가을 믈이 뵈오리 북 지나듯

雪鬂花顔(설빈 화안) 어 가고 面目可憎(면목 가증) 되

거고나

내 올골 내 보거니 어느 님이 날 괼소냐

스스로 慙愧(참괴)니 누구를 怨望(원망)리

십오륙 세가 겨우 지나 타고난 아름다운 모습이 절로

나타나니 이 얼굴 이 태도로 (남편과)평생을 약속하였

더니 세월이 빨리 지나가고 조물주가 시기가 많아서

세월의 빠르기가 베 짤 때 북이 지나가는 듯 젊고 아

름다운 얼굴은 어디로 가고 추한 모습이 되었구나 내

얼굴을 내가 보아 알거니와 어느 임이 나를 사랑하겠는

가 스스로 생각해도 부끄러운데 누구를 원망하리

rarr기3-세월의 무상함과 늙음의 한탄

三三五五(삼삼 오오) 冶遊園(야유원)의 새 사람이 나단

말가

곳 피고 날 저물 제 定處(정처) 업시 나가 잇어

백마(白馬) 금편(金鞭)으로 어어 머므는고

원근(遠近)을 모르거니 消息(소식)이야 더욱 알랴

因緣(인연)을 긋쳐신들 각이야 업슬소냐

얼골을 못 보거든 그립기나 마르려믄

열두 김도 길샤 설흔 날 至理(지리)다

玉窓(옥창)에 심 梅花(매화) 몃 번이나 픠여진고

겨을 밤 차고 찬 제 자최눈 섯거 치고

여름날 길고 길 제 구 비 므스 일고

三春花柳(삼춘 화류) 好時節(호시절)의 景物(경물)이 시

름업다

가을 방에 들고 蟋蟀(실솔)이 床(상)에 울 제

긴 한 숨 디 눈물 속절업시 헴만 만타

아마도 모진 목숨 죽기도 어려울사

몇 명씩 떼지어 다니는 술집에 새 기생이 나타났다는

말인가 꽃 피고 날 저물 때 일정한 거처도 없이 나가

서 호사로운 차림새로 어디어디 가서 머므는가 바깥출

입이 없어 원근 지리를 모르는데 임의 소식이야 더구나

알 수 있으랴 인연을 끊었다고 하지만 임에 대한 생각

이야 어찌 없겠는가 만나지 못할 임이라면 그립지나

말일이지 하루도 열두때 길기도 하구나 한 달이 지루

하다 옥창에 심은 매화가 몇 번이나 피었다가 졌는고

겨울 밤 차고 찬 때에 눈보라가 섞어 치고 여름날 길고

긴 때에 궂은비는 또 무슨 일인가 꽃 피고 새 잎이 돋

는 좋은 계절 봄에도 보이는 경치가 시름이 없다 가을

달이 방에 비치고 귀뚜라미가 침상에서 울 때 긴 한숨

떨어지는 눈물에 헛되이 생각하는 것만 많다 아마도

모진 목숨 죽기도 어렵구나

rarr승-방탕한 남편에 대한 원망과 독수공방의 한

도로혀 풀쳐 혜니 이리 여 어이 리

靑燈(청등)을 돌라 노코 綠綺琴(녹기금) 빗기 안아

碧蓮花(벽련화) 한 곡조를 시름 조 섯거 타니

瀟相夜雨(소상야우)의 댓소리 섯도 華表(화표) 千年(천 년)의 別鶴(별학)이 우니 玉手(옥수)의 타는 手段(수단) 녯 소 잇다마芙蓉帳(부용장) 寂寞(적막)니 뉘 귀에 들리소니

肝腸(간장)이 九曲(구곡)되야 구븨구븨 쳐서라

돌이켜 여러 모로 생각해 보니 이렇게 살아서 어찌하겠

는가 등불을 돌려 놓고 녹기금을 비스듬히 안아 벽련

화 한 곡조를 시름까지 섞어 타니 소상강의 밤비에 대

나무 잎 소리가 섞여 들리는 듯 천년만에 돌아온 학이

화표주에 앉아 우니는 듯섬섬옥수로 타는 솜씨가 옛

소리를 간직하고 있다마는 부용장 안에 임이 없으니 누

구 귀에 들리겠는가 구곡간장이 굽이굽이 끊어지는 것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34 -

같구나

rarr전-거문고로 시름을 달램

하리 잠을 드러 의나 보려 니

바람의 디 닙과 풀 속에 우는 즘생

므스 일 원수로서 잠조차 오다

천상(天上)의 牽牛織女(견우 직녀) 銀河水(은하수) 박혀

서도

七月七夕(칠월 칠석)一年一度(일년 일도)失期(실기)치

아니거든

우리 님 가신 후는 무슨 弱水(약수) 가렷관듸

오거나 가거나 소식(消息)조차 쳣는고

欄干(난간)의 비겨 셔서 님 가신 바라보니

초로(草露) 맷쳐 잇고 暮雲(모운)이 디나갈 제

竹林(죽림) 푸른 고 새 소리 더욱 설다

세상의 서룬 사람 수업다 려니와

薄命(박명) 紅顔(홍안)이야 날 가니 이실가

아마도 이 님의 지위로 살동말동 여라

차라리 잠이 들어 꿈에서나 임을 보려하니 바람에 지는

나뭇잎과 풀 속에서 우는 벌레가 나와 무슨 원수가 졌

길래 잠조차 깨우는가 하늘의 견우 직녀는 은하수가

막고 있어도 일 년에 한 번 칠월 칠석날에는 기약을 어

기지 않고 만나는데 우리 임이 가신 후에는 무슨 약수

가 가로막고 있길래 오고 가는 소식조차 끊어졌는고

난간에 기대어 서서 임 계신 곳을 바라보니 풀잎에 이

슬은 맺혀있고 저녁 구름이 지나갈 때 대나무 숲 푸른

곳에 새 소리가 더욱 섧다 세상에 서러운 사람이 수없

이 많다고 하지만 기구한 팔자를 타고난 사람이야 나

같은 이가 또 있을까 아마도 임 때문에 살 듯 말 듯하

구나

rarr결-애타게 임을 기다리는 마음

〈감상〉

조선 시대 봉건 사회 제도 아래서 오직 인종(忍從)만을

미덕으로 알고 살아야 했던 부녀자의 한(恨)을 노래한

작품으로 일명 원부사(怨夫詞) 또는 원부사(怨夫辭)라

고도 한다 좋은 배필을 원했지만 뜻밖에도 경박스럽고

방탕한 남편을 만나 평생을 피맺힌 한(恨)과 그리움 속

에 보내야 하는 한 여인의 애달픈 사연을 통해 남성

위주의 사회가 가져오는 병폐를 실감 있게 형상화한 작

품이라 할 수 있다

Page 33: 구지가(龜 歌) - middle.gongbuwarac.commiddle.gongbuwarac.com/Common/Popup/FileDownloadAs.aspx?FileName=/ite… · 미륵(彌勒) 좌주(座主) 뫼셔롸. 미륵 좌주를 모셔라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33 -

늘거야 서른 말 자니 목이 멘다

엊그제 젊었었는데 어찌 벌써 다 늙어버렸는가 어린

시절에 즐겁게 지내던 일을 생각하니 말해 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 이렇게 늙은 뒤에 서러운 얘기를 하자니

목이 멘다

rarr기1-늙음의 한탄

父生母育(부생 모육) 辛苦(신고)야 이 내 몸 길러 낼

公侯配匹(공후 배필) 못 바라도 君子好逑(군자 호구) 願

(원)더니

三生(삼생)의 怨業(원업)이오 月下(월하)의 緣分(연분)으

長安遊俠(장안 유협) 輕薄子(경박자)를 치 만나 잇

서 當時(당시)의 용심(用心)기 살어름 디듸는 부모님이 나를 낳아서 고생하여 길러낼 때 높은 벼슬아

치의 배필을 바라지는 못했어도 훌륭한 남자의 좋은

짝이 되기를 원했더니 삼생의 원망스러운 업보요 월

하 빙인이 정해 준 연분으로 놀기 좋아하고 경박한 사

람을 꿈같이 만나 가지고 시집 간 뒤 조심하면서 마음

졸이기를 꼭 살얼음 디디듯하였다

rarr기2-젊은 시절의 회상

三五二八(삼오 이팔) 겨오 지나 天然麗質(천연 여질)절

로 이니

이 얼골 이 態度(태도)로 百年期約(백년 기약) 얏더니

年光(연광)이 훌훌고 造物(조물)이 多時(다시)야

봄바람 가을 믈이 뵈오리 북 지나듯

雪鬂花顔(설빈 화안) 어 가고 面目可憎(면목 가증) 되

거고나

내 올골 내 보거니 어느 님이 날 괼소냐

스스로 慙愧(참괴)니 누구를 怨望(원망)리

십오륙 세가 겨우 지나 타고난 아름다운 모습이 절로

나타나니 이 얼굴 이 태도로 (남편과)평생을 약속하였

더니 세월이 빨리 지나가고 조물주가 시기가 많아서

세월의 빠르기가 베 짤 때 북이 지나가는 듯 젊고 아

름다운 얼굴은 어디로 가고 추한 모습이 되었구나 내

얼굴을 내가 보아 알거니와 어느 임이 나를 사랑하겠는

가 스스로 생각해도 부끄러운데 누구를 원망하리

rarr기3-세월의 무상함과 늙음의 한탄

三三五五(삼삼 오오) 冶遊園(야유원)의 새 사람이 나단

말가

곳 피고 날 저물 제 定處(정처) 업시 나가 잇어

백마(白馬) 금편(金鞭)으로 어어 머므는고

원근(遠近)을 모르거니 消息(소식)이야 더욱 알랴

因緣(인연)을 긋쳐신들 각이야 업슬소냐

얼골을 못 보거든 그립기나 마르려믄

열두 김도 길샤 설흔 날 至理(지리)다

玉窓(옥창)에 심 梅花(매화) 몃 번이나 픠여진고

겨을 밤 차고 찬 제 자최눈 섯거 치고

여름날 길고 길 제 구 비 므스 일고

三春花柳(삼춘 화류) 好時節(호시절)의 景物(경물)이 시

름업다

가을 방에 들고 蟋蟀(실솔)이 床(상)에 울 제

긴 한 숨 디 눈물 속절업시 헴만 만타

아마도 모진 목숨 죽기도 어려울사

몇 명씩 떼지어 다니는 술집에 새 기생이 나타났다는

말인가 꽃 피고 날 저물 때 일정한 거처도 없이 나가

서 호사로운 차림새로 어디어디 가서 머므는가 바깥출

입이 없어 원근 지리를 모르는데 임의 소식이야 더구나

알 수 있으랴 인연을 끊었다고 하지만 임에 대한 생각

이야 어찌 없겠는가 만나지 못할 임이라면 그립지나

말일이지 하루도 열두때 길기도 하구나 한 달이 지루

하다 옥창에 심은 매화가 몇 번이나 피었다가 졌는고

겨울 밤 차고 찬 때에 눈보라가 섞어 치고 여름날 길고

긴 때에 궂은비는 또 무슨 일인가 꽃 피고 새 잎이 돋

는 좋은 계절 봄에도 보이는 경치가 시름이 없다 가을

달이 방에 비치고 귀뚜라미가 침상에서 울 때 긴 한숨

떨어지는 눈물에 헛되이 생각하는 것만 많다 아마도

모진 목숨 죽기도 어렵구나

rarr승-방탕한 남편에 대한 원망과 독수공방의 한

도로혀 풀쳐 혜니 이리 여 어이 리

靑燈(청등)을 돌라 노코 綠綺琴(녹기금) 빗기 안아

碧蓮花(벽련화) 한 곡조를 시름 조 섯거 타니

瀟相夜雨(소상야우)의 댓소리 섯도 華表(화표) 千年(천 년)의 別鶴(별학)이 우니 玉手(옥수)의 타는 手段(수단) 녯 소 잇다마芙蓉帳(부용장) 寂寞(적막)니 뉘 귀에 들리소니

肝腸(간장)이 九曲(구곡)되야 구븨구븨 쳐서라

돌이켜 여러 모로 생각해 보니 이렇게 살아서 어찌하겠

는가 등불을 돌려 놓고 녹기금을 비스듬히 안아 벽련

화 한 곡조를 시름까지 섞어 타니 소상강의 밤비에 대

나무 잎 소리가 섞여 들리는 듯 천년만에 돌아온 학이

화표주에 앉아 우니는 듯섬섬옥수로 타는 솜씨가 옛

소리를 간직하고 있다마는 부용장 안에 임이 없으니 누

구 귀에 들리겠는가 구곡간장이 굽이굽이 끊어지는 것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34 -

같구나

rarr전-거문고로 시름을 달램

하리 잠을 드러 의나 보려 니

바람의 디 닙과 풀 속에 우는 즘생

므스 일 원수로서 잠조차 오다

천상(天上)의 牽牛織女(견우 직녀) 銀河水(은하수) 박혀

서도

七月七夕(칠월 칠석)一年一度(일년 일도)失期(실기)치

아니거든

우리 님 가신 후는 무슨 弱水(약수) 가렷관듸

오거나 가거나 소식(消息)조차 쳣는고

欄干(난간)의 비겨 셔서 님 가신 바라보니

초로(草露) 맷쳐 잇고 暮雲(모운)이 디나갈 제

竹林(죽림) 푸른 고 새 소리 더욱 설다

세상의 서룬 사람 수업다 려니와

薄命(박명) 紅顔(홍안)이야 날 가니 이실가

아마도 이 님의 지위로 살동말동 여라

차라리 잠이 들어 꿈에서나 임을 보려하니 바람에 지는

나뭇잎과 풀 속에서 우는 벌레가 나와 무슨 원수가 졌

길래 잠조차 깨우는가 하늘의 견우 직녀는 은하수가

막고 있어도 일 년에 한 번 칠월 칠석날에는 기약을 어

기지 않고 만나는데 우리 임이 가신 후에는 무슨 약수

가 가로막고 있길래 오고 가는 소식조차 끊어졌는고

난간에 기대어 서서 임 계신 곳을 바라보니 풀잎에 이

슬은 맺혀있고 저녁 구름이 지나갈 때 대나무 숲 푸른

곳에 새 소리가 더욱 섧다 세상에 서러운 사람이 수없

이 많다고 하지만 기구한 팔자를 타고난 사람이야 나

같은 이가 또 있을까 아마도 임 때문에 살 듯 말 듯하

구나

rarr결-애타게 임을 기다리는 마음

〈감상〉

조선 시대 봉건 사회 제도 아래서 오직 인종(忍從)만을

미덕으로 알고 살아야 했던 부녀자의 한(恨)을 노래한

작품으로 일명 원부사(怨夫詞) 또는 원부사(怨夫辭)라

고도 한다 좋은 배필을 원했지만 뜻밖에도 경박스럽고

방탕한 남편을 만나 평생을 피맺힌 한(恨)과 그리움 속

에 보내야 하는 한 여인의 애달픈 사연을 통해 남성

위주의 사회가 가져오는 병폐를 실감 있게 형상화한 작

품이라 할 수 있다

Page 34: 구지가(龜 歌) - middle.gongbuwarac.commiddle.gongbuwarac.com/Common/Popup/FileDownloadAs.aspx?FileName=/ite… · 미륵(彌勒) 좌주(座主) 뫼셔롸. 미륵 좌주를 모셔라

고전 운문 KBS 한국어능력시험

- 34 -

같구나

rarr전-거문고로 시름을 달램

하리 잠을 드러 의나 보려 니

바람의 디 닙과 풀 속에 우는 즘생

므스 일 원수로서 잠조차 오다

천상(天上)의 牽牛織女(견우 직녀) 銀河水(은하수) 박혀

서도

七月七夕(칠월 칠석)一年一度(일년 일도)失期(실기)치

아니거든

우리 님 가신 후는 무슨 弱水(약수) 가렷관듸

오거나 가거나 소식(消息)조차 쳣는고

欄干(난간)의 비겨 셔서 님 가신 바라보니

초로(草露) 맷쳐 잇고 暮雲(모운)이 디나갈 제

竹林(죽림) 푸른 고 새 소리 더욱 설다

세상의 서룬 사람 수업다 려니와

薄命(박명) 紅顔(홍안)이야 날 가니 이실가

아마도 이 님의 지위로 살동말동 여라

차라리 잠이 들어 꿈에서나 임을 보려하니 바람에 지는

나뭇잎과 풀 속에서 우는 벌레가 나와 무슨 원수가 졌

길래 잠조차 깨우는가 하늘의 견우 직녀는 은하수가

막고 있어도 일 년에 한 번 칠월 칠석날에는 기약을 어

기지 않고 만나는데 우리 임이 가신 후에는 무슨 약수

가 가로막고 있길래 오고 가는 소식조차 끊어졌는고

난간에 기대어 서서 임 계신 곳을 바라보니 풀잎에 이

슬은 맺혀있고 저녁 구름이 지나갈 때 대나무 숲 푸른

곳에 새 소리가 더욱 섧다 세상에 서러운 사람이 수없

이 많다고 하지만 기구한 팔자를 타고난 사람이야 나

같은 이가 또 있을까 아마도 임 때문에 살 듯 말 듯하

구나

rarr결-애타게 임을 기다리는 마음

〈감상〉

조선 시대 봉건 사회 제도 아래서 오직 인종(忍從)만을

미덕으로 알고 살아야 했던 부녀자의 한(恨)을 노래한

작품으로 일명 원부사(怨夫詞) 또는 원부사(怨夫辭)라

고도 한다 좋은 배필을 원했지만 뜻밖에도 경박스럽고

방탕한 남편을 만나 평생을 피맺힌 한(恨)과 그리움 속

에 보내야 하는 한 여인의 애달픈 사연을 통해 남성

위주의 사회가 가져오는 병폐를 실감 있게 형상화한 작

품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