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언 1 · 오늘날의 미디어 환경은 디지털 기술로의 전환과 융합 현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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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 언 1

    서 언

    사회변화의 흐름을 전망하고 미래사회를 예측함으로써 대응 방안을 마련하는 일

    은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는 중요한 열쇠입니다.

    오늘날의 미디어 환경은 디지털 기술로의 전환과 융합 현상으로 인해 크게 변화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디지털 컨버전스로 인한 미디어 시장 구조의 변화는 단순한

    개별 미디어의 통합이 아닌 미디어 산업 전체의 패러다임에 변화를 가져오고 있습

    니다. 또한 기존 미디어 산업에서 콘텐츠와 서비스를 생산하고 유통하는 생산자와

    이를 이용하는 소비자 간의 경계도 사라지게 하였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공급자 위

    주의 전통적 미디어 산업의 전략에서 탈피해 융합 미디어 환경에 맞는 대응 전략의

    수립이 필요함을 시사합니다.

    이 연구는 미래 미디어 시장의 변화를 예측하고, 그에 따른 올드 미디어와 뉴미디

    어의 상생 방안을 마련하고자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수용자의 권리와 공익성을 보

    호하며 공급자간 공정한 경쟁을 유도할 수 있는 정부의 역할과 위상 확립에 가이드

    라인을 제시하였습니다.

    본 연구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기까지 많은 분들의 도움이 있었습니다. 집필에

    도움을 주신 한국외국어대학교의 박주연 교수님, 서울여자대학교의 임정수 교수님,

    한양대학교의 전범수 교수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아울러 본 연구의 책임자로서

    연구 수행을 잘 마쳐주신 원내 미래융합전략연구실의 이호영 박사, 배명훈 연구원,

    안재민 연구원께도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 2

    끝으로 본 연구결과가 컨버전스 시대의 미디어 환경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전략을 수립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기초 자료가 될 것을 기대하며, 미디어의 지

    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정부의 역할과 위상 확립에 기여하기를 바랍니다.

    2008년 12월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원 장 방 석 호

  • 3

    목 차

    서 언 ····················································································································· 1

    요약문 ···················································································································· 7

    제 1 장 서 론 ····································································································· 21

    제 2 장 컨버전스를 보는 관점 ············································································· 23

    제 1 절 컨버전스와 방송통신융합 ···································································· 23

    1. 컨버전스를 보는 관점들 ············································································ 23

    2. 컨버전스 개념의 이해 ············································································· 35

    제 2 절 미디어의 지속가능한 발전 ·································································· 38

    1. 지속가능성과 균형 ···················································································· 38

    2. 지속가능한 미디어 생태계의 조건 ···························································· 41

    제 3 장 컨버전스 환경에 따른 미디어 산업의 패러다임 변화 ·························· 43

    제 1 절 컨버전스와 미디어 산업구조 변화 ····················································· 43

    1. 컨버전스 미디어 환경 ··············································································· 43

    2. 미디어 산업의 가치사슬 변화 ··································································· 47

    제 2 절 미디어 산업 내 공급자의 경쟁 ···························································· 50

    1. 미디어 기업의 전략적 경쟁과 협력 ·························································· 50

    2. 미디어 기업의 시장행위와 상호작용 ························································ 57

    제 3 절 미디어 산업의 주목할 만한 현상들 ····················································· 62

    1. 미디어 소비 행태의 변화와 이용자의 위상 증대 ···································· 63

    2. UCC산업의 활성화 ···················································································· 65

  • 4

    제 4 장 미디어 컨버전스와 수용자 변화 ····························································· 70

    제 1 절 미디어 기술환경의 변화 ······································································ 70

    제 2 절 미디어 이용환경의 변화 ······································································ 72

    1. 상호작용적 이용환경 ················································································· 72

    2. 선택적 이용환경 ························································································ 75

    3. 참여적 이용환경 ························································································ 77

    제 3 절 미디어 생태계의 지속가능성 ······························································· 82

    제 5 장 컨버전스 미디어 서비스에 대한 사회적 수용 ········································ 86

    제 1 절 서 론 ·································································································· 86

    제 2 절 방송과 통신 경계의 해체와 이용자 ····················································· 88

    제 3 절 컨버전스 미디어와 플랫폼 디바이드, 공익성 ······································ 90

    제 4 절 이용자의 컨버전스 서비스 접근과 활용 ·············································· 93

    1. 콘텐츠 이용의 자유와 공유 ······································································ 93

    2. 콘텐츠 및 정보의 생산과 유통 ································································· 97

    3. 컨버전스 서비스 도입과 무료 콘텐츠 서비스 ··········································· 99

    4. 컨버전스 미디어 서비스 환경과 이용자의 선택 ····································· 101

    제 6 장 결론 및 정책적 시사점 ········································································· 103

    제 1 절 수용자 중심의 컨버전스 정책 방향 ··················································· 103

    제 2 절 컨버전스 시대 미디어 산업의 패러다임 방향 ··································· 104

    제 3 절 정책 제언 ··························································································· 107

    1. 미디어 이용환경 변화의 정책적 함의 ····················································· 107

    2. 컨버전스 미디어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정책 제언 ·································· 117

    참고문헌 ············································································································· 133

  • 5

    표 목 차

    통신 계열 미디어 기업의 기업결합 현황 ········································ 56

    SK와 KT의 계열사 현황 ································································· 56

    이중적인 소비자를 위한 상이한 전략 ·············································· 58

    미국 대형 콘텐츠 사업자의 온라인 영상 유통 현황 ······················ 61

    미디어1.0세대와 미디어2.0 세대의 콘텐츠 비교 ······························· 64

    동영상 사이트 한국시장 점유율 ······················································· 67

    가능한 UCC 비즈니스 수익모델표 ··················································· 68

    반다이크의 디지털 격차를 줄이기 위한 정책적 도구 ······················ 93

    하나로TV 서비스 가격 ···································································· 102

    미디어 산업의 패러다임 변화 ······················································· 105

  • 6

    그 림 목 차

    [그림 2-1] 시민과 소비자의 이익에 대한 Ofcom의 역할 ······························· 28

    [그림 3-1] 디지털 기술 채택 ·········································································· 45

    [그림 3-2] 미래의 미디어 환경으로 이끄는 모든 경로 ·································· 46

    [그림 3-3] 융합시대 미디어 산업의 가치 사슬 ············································· 47

    [그림 3-4] 미디어 산업의 가치사슬 변화: 2005-2012 ····································· 48

    [그림 3-5] 뉴미디어 도입에 따른 콘텐츠 가치 구조의 변화 ······················ 49

    [그림 3-6] 융합시대 비즈니스 모델의 예 ······················································· 51

    [그림 3-7] 글로벌 기업의 융합현황 ······························································ 52

    [그림 3-8] 온라인 사회적 미디어 ··································································· 59

    [그림 3-9] 소비행태 변화 ·············································································· 65

    [그림 3-10] 사용자 제작 콘텐츠(UCC)의 변화 ··············································· 66

    [그림 3-11] 미디어의 트렌드: 2004-2010 ·························································· 69

    [그림 4-1] 미디어 컨버전스 기술환경과 수용자 변화 ···································· 70

    [그림 4-2] 미디어에서 상호작용성의 적용 영역 ··········································· 75

    [그림 4-3] Lean back 시청모델과 Sit forward 시청모델 ································ 76

    [그림 6-1] UCC 사례: 일상 ··········································································· 109

    [그림 6-2] UCC 사례: 사회참여 ···································································· 111

  • 요약문 7

    요 약 문

    1. 서론

    최근 20여 년간 정보통신기술의 급속한 발전은 미디어의 장(field)에 큰 판도 변화

    를 초래하였다. 우선 새로운 디지털 미디어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미디어 네트워크,

    서비스, 사업자 간의 컨버전스가 발생하고, 이로 인해 이질적인 콘텐츠의 융합이 가

    속화되었다. 여기서 컨버전스란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개별 미디어 영역이 서로

    수렴되고 고유한 서비스 영역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변화를 의미한다. 여기서 컨버

    전스는 ‘융합’과는 구별되는 의미로서 자율적인 생명력을 갖는 무엇인가가 다양하

    게 분포한 상태에서 발생하는 상호작용에 가깝다. 이는 생태계(ecosystem)에 대한

    영어권의 관점과도 유사하며 각 미디어들의 외면적 균형 상태를 표현하는 용어에

    가깝다.

    산업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전세계적으로 전통적인 미디어 산업내의 인수합병 거

    래 규모 및 미디어 기업의 인수합병 건수가 증가하는 동시에 미디어 채널의 세분화

    가 심화되었다. CBS와 Viacom의 합병(1999), AOL과 Time Warner의 합병(2000),

    NBC와 Vivendi Universal의 합병(2003) 등은 훗날 수평적 합병에 대한 회의적인 시

    각을 낳기도 했지만 미디어 산업에 있어서의 중요한 판도변화를 예고한 것이었다.

    이는 미디어의 전체 시장규모는 증가하지만, 개별 매스 미디어의 시장 점유율은 감

    소하는 추세로 이어졌다.

    기존의 미디어 기업들은 사업의 다각화를 통해 콘텐츠의 제작에서 유통까지 모두

    포괄할 수 있을 만큼 사업의 영역을 확장해갔다. 이처럼 합병을 통해 세계적인 미디

    어 기업들은 점점 거대해져갔지만 동시에 새로운 미디어의 도전 역시 무시할 수 없

    을 만큼 중요성을 띠게 되었다. 일국적 시장에서 경쟁을 벌이던 미디어 기업들은 급

  • 8

    속한 기술 발전, 시장개방과 소비자의 관심을 얻기 위한 경쟁의 심화로 인해 협력의

    필요성을 그 어느 때보다 절실히 느끼게 되었다. 특히 국내 미디어 공급자 시장은

    산업 내에 완전히 시장원리가 작동되지 않고, 규제체계가 산업 간의 조정자 역할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어 앞으로도 예측하기 힘든 변수들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한편, 수용자 측면에서는 콘텐츠의 생산, 유통, 평가에 직접 참여하는 사람들이 점

    차 늘어나면서 혁명적인 변화들이 목도되고 있다. 수용자들은 디지털 기기를 이용

    하여 문자나 영상으로 자신의 일상을 기록하거나 놀이를 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사회참여 및 고발, 교육적 활용과 평론 등의 다양한 분야에 접목시키고 있다. ‘참여

    군중(smart mob)’, ‘쌍방향적 수용자(interactive audience)’ ‘디지털 다중(digital multitude)’

    등의 논의는 이러한 새로운 수용자를 개념화하기 위한 시도였다고 할 수 있다. 이는

    한편으로 능동적 이용자와 합리적 소비자의 증가로 인해 이들의 권력이 강화되는

    것을, 다른 한편으로 공급자는 이용자의 주의를 끌고 더 많은 시간을 차지하기 위해

    이전보다 훨씬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함을 의미한다.

    2. 컨버전스를 보는 관점

    디지털 컨버전스로 인한 변화는 무엇보다도 미디어의 장에 상당한 정도의 불안정

    성(instability)이 도입되는 것을 의미했다. 정부 역시도 탈규제를 시도하거나 규제기

    구를 통합하는 듯 과거의 규제의 틀을 깨고 느슨한 규제, 혹은 지원 중심으로의 변

    화를 시도했다. 예를 들어 미국 FCC 애버내시 위원은 “소비자가 최종적으로 어떤

    서비스 패키지를 고르고 어느 정도의 비용을 지불할 용의가 있는지를 예측할 수 없

    으므로, 어떤 컨버전스 사업자가 주도적인 사업자가 될지를 확정적으로 예측할 수

    없다.”고 말한 바 있는데 이에 따라 FCC의 역할은 소비자가 선택할 때까지 새 공급

    자의 시장 진입을 보장하고 경쟁체제를 유지함으로써 시장의 다양성을 확보하는 것

    으로 한정되었다. 자유주의적 색채의 이러한 접근은 수용자의 권익 보호를 우선시

    하는 다른 논의들에 의해 비판을 받기도 했다.

  • 요약문 9

    하지만 어느 입장이나 컨버전스 미디어 도입 과정에서 수용자들의 역할을 폄훼하

    기는 어렵게 됐다. 실제로 어떤 미디어와도 다르게 컨버전스 미디어는 인터넷이라

    는 수용자 참여적 환경 속에서 시작되었다. 수용자들은 인터넷을 통해 컨버전스 미

    디어의 상품개발단계부터 광범위하게 참여하고 있으며 출시 후에는 미디어에 대한

    평가와 개선 방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디어 컨버전스는 단순히 두 개 이상의 미디어를 녹여서 하나로 만든다는 의미

    는 아니다. 젠킨스(2008a)도 지적했다시피 미디어 컨버전스가 모든 미디어 기기들의

    기능을 통합한 궁극의 미디어 박스가 출현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또 새로운

    미디어가 탄생한다고 해서 기존 미디어들이 모두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그는 미디

    어 컨버전스가 완성되는 것은 만능 단말기에 의해서가 아니라 그런 다양한 미디어

    들을 활용하는 사람들에 의해서라고 역설하고 있다. 본 연구는 이러한 변화가 미디

    어 시장의 공급자와 수용자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지속가능한 미디

    어 환경은 어떠한 것인가를 가늠해보려는 목적을 갖고 있다.

    3. 컨버전스 환경에 따른 미디어 산업의 패러다임 변화

    가. 컨버전스와 미디어 산업구조 변화

    컨버전스 미디어 환경의 시작은 미디어 환경의 기술적 차원에서 아날로그 기술이

    디지털 기술로 전면적으로 대체된 것을 말한다. 디지털화에 따른 컨버전스 현상은

    매체의 특성을 모호하게 만들었으며, 이는 다시 이들이 유통시키는 콘텐츠의 경계

    를 무의미하게 만들었다. 나아가 미디어 산업에서의 지리적 시장 경계는 사라지고,

    글로벌 시장의 형성이 가속화되었다. 미디어 시장의 개방으로 인한 공급자 간의 경

    쟁은 심화되고 있으며, 지역과 국가단위의 로컬 기업과 글로벌 기업이 동일 미디어

    시장에서 경쟁하는 상황이 촉발되었다. 전통 미디어가 수행해왔던 고유한 사회적

    기능 역시 변화하였고, 제공되는 서비스에 따른 이용자의 소비행태도 변화를 나타

    내고 있다. 컨버전스로 인한 미디어 시장 구조의 다변화는 단순히 개별 미디어의 통

  • 10

    합이 아닌 산업 전체의 패러다임 변화를 가져왔다.

    미디어의 모든 영역에서 발생하고 있는 이와 같은 컨버전스 현상은 미디어 산업

    의 가치사슬을 전면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그동안 생산-유통-소비의 영역으로 구

    분되던 미디어 산업의 가치사슬의 개별 단계가 공급자과 서비스의 컨버전스 등으로

    그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는 것이다. 한편 미디어 산업의 가치사슬 변화에서 눈에 띄

    게 가치의 증대를 보이고 있는 것은 콘텐츠 제작 분야로, 플랫폼의 증가로 인해 콘

    텐츠의 가치와 협상력이 증가하였다. 따라서 미디어 가치사슬의 각 단계에 있는 기

    존 행위자들의 시장성과도 이와 함께 변화하게 되었다.

    제공되는 미디어 서비스가 변화함에 따라 콘텐츠를 소비하는 이용자의 욕구도 다

    양해졌다. IBM(2004)은 미래에는 현재의 직접적인 소비자 경험이 더욱 몰입적인 소

    비자 경험으로 변화할 것이며, 소비자의 콘텐츠 창작과 피드백이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하였다. 컨버전스 미디어 서비스는 특히 개인화와 이동성 경향으로 나타나고

    있다. 인터넷과 모바일을 중심으로 한 디지털 기술 채택 세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최근 HDTV와 모바일 브로드밴드는 이른바 기술의 ‘혁신적인 수용자’에게 보급되

    고 있으며, 이동형 개인 미디어시장은 앞으로 가장 잠재력이 높은 시장으로 주목받

    고 있다.

    나. 미디어 산업 내 공급자의 경쟁

    미디어 산업 내 공급자의 축인 글로벌 미디어 기업들은 시장개방과 경쟁 심화로

    시장에서의 불확실성을 감소시키는 전략적인 행위를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컨

    버전스에 따른 새로운 시장 기회에 대응하기 위해 콘텐츠 영역을 강화하는 한편, 이

    용자 참여와 공유를 강조하는 미디어 기업과의 전략적 제휴 등을 통해 사업영역을

    조정하고 있다. 그러나 컨버전스 환경의 진전으로 전통적인 산업 구조에서 가치를

    창출하는 핵심 수단이었던 네트워크 보유 기업과 새로운 환경에서 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되는 콘텐츠 기업 간의 경쟁은 더욱 심화될 예정이다. 따라서 미디어 공

    급자는 이용자의 미디어 경험과 콘텐츠의 전 과정을 통제하기 위해 보유한 자산(네

  • 요약문 11

    트워크, 플랫폼, 콘텐츠)을 모두 동원한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이와 관련된 시장 행

    위는 사업자간 불공정행위를 발생시키거나 이용자의 권익을 침해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국내에서도 통합방송법에 의한 방송 시장의 진입 장벽과 소유규제 완화 이후, 방

    송사업자 간 또는 대기업에 의한 방송 사업자의 인수합병이 활성화되었다. 특히 통

    신 기업들이 대거 방송시장에 진입하였고, 복수 SO소유 사업자(MSO), 복수 PP사업

    자(MPP), 복수 SO, PP사업자(MSP)가 등장하게 되었다. 이와 같은 매체 증가와 기업

    결합의 증가는 채널수급과 콘텐츠와 관련한 불평등 계약 등 사업자간 불공정 경쟁

    행위도 함께 증가시켰다.

    다. 미디어 산업의 주목할 만한 현상들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미디어의 컨버전스에 대응하는 전통적인 미디어 기업들의

    전략은 그 성과측면에서 미흡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글로벌 미디어 기업들은 새

    로운 사업 기회를 위해 인수합병을 활발히 하고 있으나, 큰 재무적 효과를 내지 못

    하고 있다. 또한 미디어 사업자들은 산업의 통합을 통해 브랜드와 자산을 확장시킬

    수 있었지만, 채널을 초월한 브랜드 확장에는 실패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사의 제품

    과 서비스의 가격을 인상한 경우에는 호황기에는 매출을 증가시켰으나 지속적으로

    유지하기는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미디어 기업은 원가를 절감하고 규모

    의 경제를 활용하여 운영비용을 축소시켰으나, 아직 그 효과가 나타나지 않아, 총체

    적으로 미디어 컨버전스시대에 적절한 전략적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평

    가된다.

    이와 반대로 수용자의 참여와 공유를 강조한 미디어 산업은 활성화되었다. 그동

    안 비상업적으로 제작되고 이용되던 동영상UCC는 미디어 기업에 점차 시장에서 수

    익성 사업으로 부각되었다. 이와 함께 주류 미디어의 ‘일-대-다(one-to-many)’ 방식과

    다르게 기존 정보나 사고에 대한 평가를 글로벌 차원에서 교환하는 이른바 온라인

    사회적 미디어(Social Media)인 유튜브(YouTube), 위키피디아(Wikipedia), 애플(Apple)

  • 12

    등은 급격한 발전을 이루었다.

    컨버전스와 미디어 산업의 변화가 말해주는 것은 더 이상 공급자 위주의 전략으

    로는 미래지향적 미디어 환경이 지속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전통적인 미디어 산

    업의 가치사슬이 해체되고 컨버전스 미디어에 적합한 가치사슬로 재구성되고 있음

    을 의미한다. 미디어 산업의 구조와 플랫폼들의 발전 방향은 이용자들의 미디어 이

    용행태를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기술의 진전으로 이용자는 콘텐츠와 메

    시지의 생산자이면서 동시에 이용자의 기능을 하고 있다. 미디어 진화의 발전단계

    에 따라 이용자는 단순 시청형 단계에서 정보선택형으로 변화하고, 결국은 정보 창

    조형 이용자의 위상으로 변모한 것이다.

    이와 같은 변화를 살펴볼 때, 미디어의 미래 지향성은 이용자 중심의 축이 강화되

    는 것임을 파악할 수 있다. 컨버전스와 개인화 그리고 이동성은 이미 미디어 산업의

    구조 변화에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하였다. 기술적인 차원에서의 디지털화, 서비

    스 차원에서의 콘텐츠의 경쟁력, 콘텐츠 확보를 둘러싼 사업자 관계의 변화, 규제

    환경의 변화는 이용들의 선택과 소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상호작용성, 통합성, 연결의 통합 플랫폼은 서비스와 콘텐츠에 대한 이용자의 통

    제권을 증대시키지만, 역으로 비즈니스 차원에서 이용자 관심을 통제하기 위한 사

    업자의 전략도 증가시키는 것으로 보여진다. 이 변화의 중심에서 필요한 것은 공급

    자와 이용자 모두가 디지털 기술을 통해 ‘미디어의 창의성’을 확대하는 노력을 하는

    것이다. 또한 지속가능한 미디어 환경을 구축할 수 있는 방향은 미디어 내의 행위주

    체들이 그들의 생산과 이용의 활동을 통해 ‘다양성’을 확대하는 것이다. 다양성의

    확대는 이용자의 콘텐츠 선택과 이용의 자유, 그리고 참여를 기반으로 확대될 수 있

    다. 따라서 미래 미디어 시장의 변화 및 새로운 미디어들의 경쟁력 재편, 독점의 견

    제 등에 대한 적극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 요약문 13

    4. 미디어 컨버전스와 수용자 변화

    가. 미디어 기술환경의 변화

    최근의 미디어 기술환경의 변화를 구성하는 요소들을 상호작용적 환경, 미디어 컨

    버전스 환경, 모바일 환경, IP중심 컨버전스 환경 등으로 정리해볼 수 있다. 이러한

    기술적 환경 하에서 수용자의 미디어 이용환경 역시 변화하고 있다. 컨버전스 시대에

    공급자가 제공하는 기술적 환경의 가장 큰 특징은 ‘상호작용성’이다. 상호작용형 서

    비스들은 이용자들의 미디어 이용행태를 참여형으로 변화시킬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데, 그러한 기술이 가진 잠재력은 한편으로는 이용자 중심으로 전개되기도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공급자 중심의 서비스들이 확대될 가능성도 동시에 안고 있다.

    공급자는 상호작용적 기술을 이용하여, 콘텐츠를 생산하고 유통시켜 이용자들에게

    제공함으로써 공급자 중심의 상호작용을 구축하고자 한다. 주문형 서비스(on-demand

    service), 상호작용적 광고(interactive ads), 온라인 게임, e-learning 서비스 등도 기술

    중립적이기보다는 보다 공급자 밀착형 서비스로 발전해가고 있다.

    나. 미디어 이용환경의 변화

    디지털환경에서의 방송의 다채널화는 수용자의 선택성을 확장시켰으며, 인터넷에

    서의 선택의 폭은 한계를 모른 채 확장되고 있다. 수용자의 선택성은 플랫폼의 선택

    과 콘텐츠의 선택에서 모두 크게 진화되었다. 한번 생산된 콘텐츠는 여러 종류의 플

    랫폼을 타고 수용자에게 전달이 되기도 한다. 수용자들은 단일한 플랫폼을 이용하기

    도 하지만, 점차 복수의 플랫폼을 활용하는 예가 늘어나고 있다.

    웹2.0으로 불리는 미디어 현상은 수용자를 스스로 콘텐츠를 생산하는 주체로 부각

    시켜 생산자와 이용자(소비자)의 경계를 무너뜨렸다. 컨버전스 시대에 수용자 행동을

    단순화시키기 위해서 ‘생산하는 수용자’라고 표현했지만, 정확히 말해서 ‘생산과 유

    통에 참여하는 수용자’이다.

  • 14

    다. 미디어 생태계의 지속가능성

    미디어 기술 환경의 변화와 미디어 이용 환경의 변화를 겪으면서, 이러한 변화가

    수용자가 미디어를 이용하는 전체 환경을 어떻게 긍정적으로 성장시킬 수 있으며, 미

    디어 생태계를 지속가능하게 할 것인가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였다. 이러한 관심은 미

    디어 기술의 발전을 통해서 인간의 삶이 향상될 수 있다는 것은 기본적인 전제가 될

    수 없다는 생각에서 출발한다. 미디어 생태계를 건전하게 지속시키기 위해서는 미디

    어 기술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 뿐 아니라, 기술에 대한 인간의 대응이 또한 중요하다.

    새로운 미디어 기술이 상업적 목적에 의해서만 진화할 수 없듯이, 수용자들의 비영

    리적 목적의 활용에 의해서만 성장하는 것도 아니다. 미디어의 지속가능한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생태계의 원활한 순환이 이루어져야 하고, 상호간의 영향이 역기능

    보다 순기능이 강조되어야 한다.

    새로운 미디어 기술이 시장으로 나오기 위해서는 윈스턴이 말한 “급진적 잠재성의

    억압”이 개입될 수 밖에 없다. 인터넷의 “정보공유”의 정신도, UCC의 “참여와 개방

    의 정신”도 그 순수한 정신 그대로의 상태로는 시장에서 많은 문제를 야기시킨다. 프

    라이버시, 명예훼손, 저작권 갈등 등이 구체적으로 드러난 문제들이다. 이런 문제들

    로 인해 새로운 기술에 대한 극단적인 두려움과 반동이 생겨나고, 통제하려는 움직임

    이 등장하기 마련이다. 결국, 발명된 기술 장치가 시장에 수용되기 위해서는 기존 사

    회의 질서와 정서를 급진적으로 붕괴시키는 기술 장치의 잠재성을 억누르는 사회적

    제약은 필수적이다. 이 과정에서 기술에 내재된 순수한 정신은 순화되기도 하고 변질

    되기도 하지만, 미디어 환경으로부터 완전히 도태되지 않고 미디어 생태계의 지속성

    에 기여하는 형태로 존재하고 그런 방향으로 성장하게 된다.

    어느 수준까지 억압되어야 사회적으로 수용되는지, 수익 지향적인 시장과 융화할

    수 있는지는 단정적으로 말할 수 없다. 새로운 기술을 수용하는 한 사회와 문화가 가

    진 여건과 역량에 따라 새로운 미디어 기술은 다른 문제를 유발시키고, 다른 수준에

    서 사회적 합의를 이룰 것이다

  • 요약문 15

    5. 컨버전스 미디어 서비스에 대한 사회적 수용

    그 동안 MIT 미디어랩과 같은 연구소는 새로운 기술이 어떤 방식으로 인류 문화와

    일상생활의 콘텍스트와 조화를 이루는지에 대한 실험을 진행했다. 이와 같은 실험을

    기반으로 새로운 미디어와 커뮤니케이션의 시장 및 정책의 측면에 대한 다양한 접근

    이 추진되기도 했다. 여기서는 산업적, 경제적 효율성 측면에서 컨버전스 미디어를

    살펴보는 것이 아니라 이용자들의 자유로운 콘텐츠와 정보에 대한 접근 및 이용 측

    면에서 이 현상을 살펴보고자 한다. 이를 위해서 이용자들의 평가 시스템 및 시장 실

    패로 인한 콘텐츠와 정보 다양성 및 품질 제고를 위해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자 한다.

    기술적으로 컨버전스 미디어는 미디어 기능의 통합이나 효율성을 극대화한 생산물

    로서 그 효용 가치가 높은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는 분리되었던 다양한 미디어

    서비스들을 하나의 통제 시스템을 통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장점을 제공한다.

    하나의 단말기, 하나의 리모콘, 하나의 과금 시스템을 통해 그 동안 복잡하게 분리되

    었던 미디어 서비스들을 단순하게 이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경제적 측면에서 살펴

    보았을 때도 컨버전스 미디어는 그 이용 가치가 높은 편이다. 특히 서비스 제공 기업

    들은 기존의 분리된 시장을 하나의 통합 시장으로 확대할 수 있는 만큼 시장 지배력

    을 확보할 때에는 새로운 시장 구축이 가능하다는 측면이 있다. 가령 방송 및 통신,

    인터넷, 모바일 시장이 하나의 네트워크와 플랫폼, 콘텐츠 시장으로 통합된다면 이는

    시장 규모가 개별 시장보다 크게 확대되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러나 사회문화적 측면에서 접근해 보면 컨버전스 미디어는 기존 미디어 시스템

    에 비해 다양성이나 품질이 높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 컨버전스 미디어는 기존의 콘

    텐츠와 정보 등을 유통시키는 분야에서 경제적 가치를 확보하기 때문에 실제 콘텐츠

    의 속성이나 다양성을 제고하는 측면에서는 한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인터넷

    이나 기타 일부 네트워크와 플랫폼들은 개방식 시스템을 통해 이용자들이 자유롭게

    콘텐츠에 접근하거나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구현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와

  • 16

    같은 환경에도 실질적으로 주요 인기 콘텐츠나 정보들은 유료 서비스 방식으로 통제

    되고 있으며 이용자들이 실제 접근이 편리하게 구축되어 있는 콘텐츠와 정보 역시

    소수 장르로 집중되거나 제한된다.

    따라서 새롭게 도입되고 있는 여러 가지 디지털 미디어 플랫폼들을 경제적 측면에

    서 경쟁의 활성화라는 명분으로 정책적 지원을 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실제로는

    경쟁의 증가가 콘텐츠의 다양성이나 공적 가치를 보장하는 데에는 미흡한 것으로 이

    해할 수 있다. 따라서 컨버전스 미디어의 정책은 경쟁 정책이나 경제적 정책 이외에

    도 사회문화적 평가가 병행되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이는 미디어와 콘텐츠 서비스를

    일방향으로 수용하는 데 불과했던 아날로그 미디어 환경을 극복하고 보다 양방향으

    로 이용자들이 중심이 되면서 이용자들이 다양한 콘텐츠와 정보에 접근하고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방법론적으로 컨버전스 미디어에 대한 이용자들의 직접적인 반응이나 평가를 담당

    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이 우선적으로 필요할 것이다. 이는 시간 및 공간적 차원에서

    이용자들이 컨버전스 미디어를 이용하면서 나타나는 서비스 만족도와 불편 사항들을

    시계열적으로 점검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반영한다. 서비스 만족도는 시장 경쟁 구조

    의 특성을 반영하지만 이와는 별개로 공공적 차원에서 컨버전스 미디어 서비스의 만

    족도를 평가하여 서비스 가격이나 경쟁 정책과 연계하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컨버전스 미디어를 단순히 시장에서 작동하는 가격 시스템으로만 규제하기에는 실질

    적으로 콘텐츠 운영이나 품질, 만족도 측면에서는 다른 결과가 야기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여러 미디어 서비스가 통합될 경우에는 이용자들의 전체적인 평가뿐만 아니라 개

    별 서비스에 대한 평가들도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가령 TPS의 경우에는 전화에서

    부터 방송영상 채널, VOD, 양방향 서비스,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 등 통합적인 서비

    스를 구성하는 개별 서비스들을 각각 평가하여 이들 서비스들의 장단점을 파악하고

    문제점을 보완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이는 컨버전스 미디어를 전체적 측

    면과 개별 요소별 측면에서 동시에 평가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 요약문 17

    이용자 평가 방식은 매년 다양한 이용자 대표성이 보장된 공적 평가단을 구성, 운

    영함으로써 정치적, 경제적 독립성을 보장하면서도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지

    원하는 방식을 검토할 수 있다. 이용자 평가 결과는 매번 인터넷이나 이용자들이 자

    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통해 공개하도록 하며 이를 통해 컨버전스 서비

    스 이용에 따른 만족도와 개선점들을 이용자들이 공유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

    와 같은 평가 시스템은 공개적 영역에서 여러 미디어 서비스를 통합한 컨버전스 미

    디어의 품질이나 이용자 편의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다.

    다음으로 이용자가 자유롭게 다양한 콘텐츠와 정보에 접근하거나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것도 중요하다. 컨버전스 미디어 환경은 단순히 이용자 중심에서만

    모든 미디어 가치를 평가하는 것은 아니다. 이용자가 자유롭게 원하는 정보나 콘텐츠

    를 이용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 역시 중요한 가치를 갖는다. 따라서 이와 같은 다양

    성이나 자유로운 접근을 위한 정책적 방안을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와 같은 시

    스템 구축은 경쟁 정책이나 이용자 서비스 평가에 기반해서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것

    이 적절할 것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컨버전스 미디어의 시장 점유율을 감안하여 이들에게 일정

    수준 이상의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한 규제를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상업적 성

    공을 위해서 인기 있는 콘텐츠와 정보를 집중적으로 유통시키는 것은 필요하지만 최

    소한도의 품질 높은 콘텐츠와 정보 생산 또는 유통에 대한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 필

    요하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컨버전스 미디어들은 독자적으로 콘텐츠나 정보를 생산

    하기 보다는 유통에 따른 가치 확보가 일차적인 수익 생산 방식이다. 따라서 이들에

    게 제작 쿼터와 같은 정책을 통해 시장 실패 현상이 나타나는 소수 대상 계층이나 비

    인기 장르의 콘텐츠와 정보를 직접 생산하거나 이를 유통하게 하는 것이다. 이와 같

    은 정책을 통해 이용자들은 보다 다양한 콘텐츠 및 정보 환경에서 자유롭게 접근하

    고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이용자 평가 결과에 따라 컨버전스 미디어의 규제를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정책 방안 역시 검토가 가능하다. 이용자 평가가 좋은 컨버전스 미디어에게

  • 18

    는 다양한 인센티브와 규제 완화를 단계적으로 적용하며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규제

    를 강화하는 방식이다. 이와 같은 이용자 평가에 따른 컨버전스 미디어의 평가를 통

    해 단순히 가격 경쟁만으로 시장 점유율을 증가시키려는 사업자들에게 보다 이용자

    편의와 만족을 중심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외형적으로는 결합 서비스가 경제적으로 이익이 되며 이용자들에게도 여러 가지

    혜택을 제공하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그 내용을 검토해 보면 이

    용자들이 창의적으로 콘텐츠와 정보 서비스를 이용하거나 다양한 소비를 할 수 있는

    환경으로서는 부족한 측면이 많은 편이다.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서비스 환경에서 이

    용자들은 스스로 콘텐츠를 제작하거나 소비하기도 하며 네트워크를 통해 공동체를

    형성하여 새로운 문화를 창출하기도 한다. 이들의 역동적인 참여와 공유 시스템이 컨

    버전스 미디어를 활성화하면서도 이용자들의 다양한 사회문화적 가치를 확대하는 방

    향으로 발전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이 요구된다. 이는 기존 사업자 중심의 패러다

    임을 극복하는 동시에 이용자 참여와 평가 그리고 컨버전스 미디어의 공개성과 다양

    성을 확대하는 방향을 나타내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6. 결론 및 정책적 시사점

    이러한 논의에 기초하여 미디어 컨버전스 시대의 정책적 함의를 끌어내볼 필요가

    있다. 첫째, 변화하는 미디어 기술환경과 수용자 이용환경의 변화는 미디어 정책을

    수용자 중심의 정책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하는 필요성을 낳는다. 새로운 미디어

    가 도입될 때 관련 정책은 시청자의 복지로 포장되어 있지만, 다분히 공급자인 미디

    어 기업 중심으로 전개되는 경향이 있다. 둘째, 미디어 컨버전스 환경은 이용자들에

    게는 플랫폼, 채널, 콘텐츠 등에서의 선택 다양성을 제공하고 있음에는 틀림없지만,

    점차 공급자 측면에서의 이용자 참여 활동도 제공하고 있다. 셋째, 공급자 중심에서

    형성되어가는 참여는 보다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접근하는 반면, 수용자 중심의 참

    여는 비체계적이고 산발적이고 일회적인 경향을 보인다. 넷째, 수용자 중심으로 미디

  • 요약문 19

    어 이용이 지속적인 발전을 하기 위해서는 미디어 통제권이 분권화되어야 한다. 예를

    들면, 통제시스템과 관련하여 볼 때, 타율적인 규제만이 아니라, 자율 규제, 이용자

    교육 등 통제 시스템의 분산을 통해서 미디어 정책의 분권적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

    가 있다. 다섯째, 인터넷 상에서의 소비와 생산은 이제 개인적인 혹은 기업 단위의 창

    작과 소비가 아니라, 집단 지성(collective intelligence)을 생산해내는 환경이 되고 있

    으며, 이러한 환경에 대한 이해가 인터넷이나 포털 저널리즘 등과 관련된 정책적 과

    정에 반영해야 할 것이다. 그밖에도 저작권 논란, 온라인상의 프라이버시권, 명예훼

    손 등의 쟁점들과 미디어 중독과 같은 문제도 여러 분야의 정책적 쟁점들과 연관을

    갖는다.

  • 제 1 장 서 론 21

    제1 장 서 론

    최근 20여 년간 정보통신기술의 급속한 발전은 미디어의 장(field)에 큰 판도 변화

    를 초래하였다. 우선 새로운 디지털 미디어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미디어 네트워크,

    서비스, 사업자 간의 컨버전스(convergence)가 발생하고, 이로 인해 이질적인 콘텐츠

    의 융합도 가속화되었다. 여기서 컨버전스란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개별 미디어

    영역이 서로 수렴되고 고유한 서비스 영역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변화를 의미한다.

    컨버전스는 ‘융합’과는 구별되는 의미로서 자율적인 생명력을 갖는 무엇인가가 다

    양하게 분포한 상태에서 발생하는 상호작용에 가깝다. 이는 생태계(ecosystem)에 대

    한 영어권의 관점과도 유사하다.

    산업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전세계적으로 전통적인 미디어 산업내의 인수합병 거

    래 규모 및 건수가 증가하는 동시에 미디어 채널의 세분화가 심화되었다. CBS와 비

    아콤(Viacom)의 합병(1999), AOL과 타임워너(Time Warner)의 합병(2000), NBC와 비

    방디 유니버설(Vivendi Universal)의 합병(2003) 등은 훗날 수평적 합병에 대한 회의

    적인 시각을 낳기도 했지만 미디어 산업에 있어서의 중요한 판도변화를 예고한 것

    이었다. 이는 미디어의 전체 시장규모는 증가하지만, 개별 매스 미디어의 시장 점유

    율은 감소하는 추세로 이어졌다.

    기존의 미디어 기업들은 사업의 다각화를 통해 콘텐츠의 제작에서 유통까지 모두

    포괄할 수 있을 만큼 사업의 영역을 확장해갔다. 이처럼 합병을 통해 세계적인 미디

    어 기업들은 점점 거대해져갔지만 동시에 뉴미디어의 도전 역시 무시할 수 없을 만

    큼 중요성을 띠게 되었다. 일국적 시장에서 경쟁을 벌이던 미디어 기업들은 급속한

    기술 발전, 시장개방과 소비자의 관심을 얻기 위한 경쟁의 심화로 인해 협력의 필요

    성을 그 어느 때보다 절실히 느끼게 되었다. 특히 국내 미디어 공급자 시장은 산업

    내에 완전히 시장원리가 작동되지 않고, 규제체계가 산업 간의 조정자 역할을 감당

  • 22

    하지 못하고 있어 앞으로도 예측하기 힘든 변수들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한편, 수용자 측면에서는 콘텐츠의 생산, 유통, 평가에 직접 참여하는 사람들이 점

    차 늘어나면서 혁명적인 변화들이 목도되고 있다. 수용자들은 디지털 기기를 이용하

    여 문자나 영상으로 자신의 일상을 기록하거나 놀이를 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사

    회참여 및 고발, 교육과 평론 등의 다양한 분야에 접목시키고 있다. ‘참여군중(smart

    mob)’, ‘쌍방향적 수용자(interactive audience)’ ‘디지털 다중(digital multitude)’ 등의 논

    의는 이러한 새로운 수용자를 개념화하기 위한 시도였다고 할 수 있다. 이는 한편으

    로 능동적 이용자와 합리적 소비자의 증가로 인해 이들의 권력이 강화되는 것을, 다

    른 한편으로 공급자는 이용자의 주의를 끌고 더 많은 시간을 차지하기 위해 이전보

    다 훨씬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함을 의미한다.

    디지털 컨버전스로 인한 이러한 변화는 무엇보다도 미디어의 장에 상당한 정도의

    불안정성(instability)이 도입되는 것을 의미했다. 정부 역시도 탈규제를 시도하거나

    규제기구를 통합하는 등 과거의 규제의 틀을 깨고 느슨한 규제, 혹은 지원 중심으로

    의 변화를 시도했다. 자유주의적 색채의 이러한 접근은 수용자의 권익 보호를 우선

    시하는 다른 논의들에 의해 비판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어느 입장이나 컨버전스 미

    디어 도입 과정에서 수용자들의 역할을 폄훼하기는 어렵게 됐다. 실제로 어떤 미디

    어와도 다르게 컨버전스 미디어는 인터넷이라는 수용자 참여적 환경 속에서 시작되

    었다. 수용자들은 인터넷을 통해 컨버전스 미디어의 상품개발단계부터 광범위하게 개

    입하고 있으며 출시 후에는 미디어에 대한 평가와 개선 방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디어 컨버전스는 단순히 두 개 이상의 미디어를 녹여서 하나로 만든다는 의미

    는 아니다. 젠킨스(2008a)도 지적했다시피 미디어 컨버전스가 모든 미디어 기기들의

    기능을 통합한 궁극의 미디어 박스가 출현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또 새로운

    미디어가 탄생한다고 해서 기존 미디어들이 모두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그는 미디

    어 컨버전스가 완성되는 것은 만능 단말기에 의해서가 아니라 그런 다양한 미디어

    들을 활용하는 사람들에 의해서라고 역설하고 있다. 본 연구는 이러한 변화가 미디

    어 시장의 공급자와 수용자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지속가능한 미디

    어 환경은 어떠한 것인가를 가늠해보려는 목적을 갖고 있다.

  • 제 2 장 컨버전스를 보는 관점 23

    제2 장 컨버전스를 보는 관점

    제1 절 컨버전스와 방송통신융합

    1. 컨버전스를 보는 관점들

    대중문화 수용자를 연구해온 젠킨스(2008a)는 컨버전스 컬처(Convergence Culture)라는 저서를 통해 수용자들이 자신이 원하는 콘텐츠나 엔터테인먼트를 즐기기 위해

    서 어디라도 기꺼이 찾아가고자 하는 이주성(migrant) 행동에 따라 컨버전스가 추동

    되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이러한 관점은 컨버전스를 기술발달에 의한 당연한 수순

    이나 더 많은 이윤창출을 위한 기업들의 비즈니스 기회 정도로 이해해왔던 관점과

    는 좋은 대조를 이룬다. 이 보고서는 이런 관점에 서서 공급자의 컨버전스와 수요자

    의 컨버전스가 따로 떨어진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사실 이러한 관점은 완전히 새

    로운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국내에서는 컨버전스를 수익창출을 위한 기업

    간의 합병, 기기간의 통합, 망간의 호환성 등으로만 이해하고 위로부터의 컨버전스

    정책에 대한 비판적인 목소리는 상대적으로 적었다. 사실 2008년 방송통신위원회가

    탄생하기 전까지 컨버전스는 상당히 오랫동안 통신과 방송업자 간의 주도권 싸움이

    나 갈등을 일으키는 주제로 여겨져왔다.1)

    컨버전스를 보는 관점은 크게 시장주의적 관점과 공익성 관점으로 나누어볼 수

    있다. 각국은 시장에만 맡겼을 경우 보장되기 힘든 가치들을 공익이라는 포괄적인

    형태로 정의하고 보호하는 정책을 집행해 왔다. 컨버전스 진행 과정에서 국가가 보

    1) 최근까지도 국내의 신융합서비스 도입 및 규제와 관련해서 방송위원회는 신융합 서비스를 ‘방송’으로 규정하고 제도도입을 서두른 반면, 정보통신부는 ‘통신’ 영역으로 규정하고 감독권을 놓고 힘겨루기를 했다(김경환, 2005)

  • 24

    호해야 할 가치는 보편성, 접근성, 다양성, 불평등 해소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논의

    되어 왔다. 그런데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각국이 정의하는 공익은 서로 조금씩 차별

    성이 있으며, 보호해야 할 가치 혹은 보호해야 할 사람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상당한 입장 차이를 드러낸다. ‘사람’은 경우에 따라 소비자, 시민, 수용자 등으로

    정의되는데 이런 차이는 각국의 미디어 환경이 처한 특수한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

    여기서는 주로 컨버전스에 있어서 ‘수용자’ 입장을 중시하는 흐름에 대해 살펴보고

    자 한다.

    가. 미국 FCC의 경우

    1999년에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ederal Communications Commision, 이하 FCC) 전

    략연구소 케이블 서비스국(Cable Service Bureau) 국장 데보라 레이슨(Deborah Lathen)

    은 “컨버전스의 등장(The Emergence of Convergence)”이라는 제목의 연설에서 “컨버

    전스가 시장의 주요 동인이 되었다.”고 말하면서, “시장이 수렴하고 있다. 통신 기술

    의 급격한 성장으로 인해 전세계에서 전통적인 시장이 탈중심화되고 있다.”고 진단

    했다. 이는 컨버전스의 성격이 본질적으로 시장 중심적이라고 보는 입장이다. 이 입

    장에 따르면 FCC의 역할은 자유주의적인 시장 환경에서의 규제자로 정의된다. 동

    시에 시장의 실패에 대비하고 공익성을 유지하기 위해 레이슨은 FCC가 해야 할 일

    을 다음과 같이 권고하고 있다. 첫째, 경제적 의미에서 소비자를 우선시할 것, 둘째,

    기술 확산에서 소외되는 사람이 없도록 할 것, 셋째, 경쟁을 유도해서 진입 장벽을

    해소할 것, 넷째, 어떤 매체가 나은지에 대한 최종 선택권을 갖지 말 것, 즉 시장에

    일임할 것 등이다.

    또 2004년 강연에서 FCC 위원인 캐슬린 애버내시(Kathleen Abernathy)는 VOIP를

    대표적인 컨버전스 미디어로 들면서, 위의 입장을 반복한다. 강연에 따르면 FCC는

    “다양한 광대역망 플랫폼 보급을 장려해야 하고,” 그 궁극적인 목적은 “소비자들

    이, 한두 개가 아니라 다수의 광대역망 서비스 사이에서 선택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다(Abernathy, 2004).” 요컨대 경쟁을 통해 소비자에게 더 많은 선택권을 주겠다는

  • 제 2 장 컨버전스를 보는 관점 25

    것이다. 단지 VOIP의 성격상 지역 단위로 구분되는 주 정부의 규제보다는 장소 개

    념에 구애받지 않는 연방정부 중심의 규제가 낫다는 입장이 추가된 점에서 차이를

    보일 뿐, 기본적인 입장은 FCC가 자유주의 시장 경제 환경에 적합한 규제 기관으

    로 남아야 한다는 것이다.

    2005년 인도 텔레비전 고위급회담(India Television Summit)에서도 애버내시는 컨

    버전스가 기업의 통합과 시장 통합을 가져오는 것으로 진단하고 있으며 컨버전스

    환경에서 다양한 서비스가 주어질 때 “소비자가 최종적으로 어떤 서비스 패키지를

    고르고 어느 정도의 비용을 지불할 용의가 있는지를 예측할 수 없으므로, 어떤 컨버

    전스 사업자가 주도적인 사업자가 될지를 확정적으로 예측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

    혔다. 또한 일단 경쟁 체제가 시작되고 나면 심각한 위협이 있는 상황이 아닌 한 규

    제를 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Abernathy, 2005b). 2005년 6월 워싱턴 D.C.에서 열

    린 워크샵에서는 컨버전스가 진행되는 동안 소비자가 혼란을 겪을 수도 있지만, 그

    것은 경쟁이 목표가 아니라 과정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상황이므로 인내를 가지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취한다(Abernathy, 2005a).

    이상에서 보는 것처럼 FCC의 수용자 정책은 기본적으로 시장 경제 환경에서의

    경쟁 정책이며 그 경쟁을 통한 소비자 보호 정책이라고 요약될 수 있다. 최소한의

    보호 장치에 대한 언급은 있지만, 엄밀히 말하면 FCC에는 컨버전스와 관련한 수용

    자 정책이 없다. FCC는 미디어 산업이 건전한 경쟁을 통해 새로운 사업자의 진입을

    허용하고 저렴한 가격을 통해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하는 것을 자신들의 주

    요 임무로 파악한다. 여기에는 미디어의 다양성을 확보하고 보편적인 접근권을 보

    장하는 등의 공익적 성격의 이슈가 포함되어 있는데, 이 모든 이슈를 규제보다는 최

    대한 시장 기제에 의해 해결하려는 것이 미국적인 입장이다.

    그렇다고 해서 미국의 컨버전스 정책이 미디어 생태계의 산업적 성장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의 경우 균형(balance) 발전을 강조하기보다는 늘 변

    화하는 시장 균형(equilibrium)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편이며, 장래에 새롭게 형

  • 26

    성될 컨버전스 환경의 균형점이 정부기관의 인위적인 선택이 아니라 소비자의 자발

    적인 선택에 의해 결정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물론 이런 입장은 지금까지 미국 컨버전스 미디어 산업이 세계시장에서 선전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EU 등 미국 이외의 지역에서는 미국 미디어 자본과 콘

    텐츠의 침투를 막아내는 것이 주요 정책 목표로 채택될 정도로 심각한 문제였다. 미

    디어 산업의 경쟁력이 저하된다면 미국 역시 자국 미디어 산업에 대해 보호적인 입

    장을 취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나. 영국의 경우

    영국의 경우 미디어 컨버전스 정책은 규제기관인 영국통신청(The Office of

    Communications, 이하 Ofcom)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영국은 미국과 비교할 때 컨버전스 자체에 대한 논의 면에서나 수용자 정책 면에

    서 훨씬 세밀하고 복잡한 논의를 진전시키고 있다. 여기서 소개할 컨버전스 씽크

    탱크(Convergence Think Tank, 이하 CTT)는 그런 노력의 일환이다. 언뜻 보기에 영

    국의 정책은 미국의 시장 중심적인 자유주의 정책과 크게 다르지 않은 데다가 ‘공

    익’ 부분을 추가한 것에 불과하지만 최근에는 본질적 차이로 볼 수 있는 입장을 내

    놓기 시작해 주목할 필요가 있다.

    1) CTT

    CTT는 영국의 문화매체스포츠부(Department of Culture, Media and Sports,

    DCMS)와 기업규제개혁부(Department of Business Enterprise and Regulation Reform,

    BERR) 추진단(Steering Group)에서 공동으로 운영한다. 시장 혁신, 소비자 보호, 공

    공 콘텐츠 공급과 관련된 연구를 진행하며, 주요 행위자들간의 의견 수렴을 통해

    미래 정책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라고 되어 있다. CTT는 ‘컨버전스가 왜 중요한가,’

    ‘경쟁과 혁신: 콘텐트와 서비스,’ ‘경쟁과 혁신: 네트워크,’ ‘컨버전스 환경에서 고

    품질 공공 서비스에 대한 보편적 접근권’ 등을 주제로 네 차례의 세미나를 개최한

    바 있는데 이를 통해 컨버전스에 대한 다양한 접근 방법을 보여주고 있다. 조직의

  • 제 2 장 컨버전스를 보는 관점 27

    성격상 세미나에서 다루는 내용에 있어서 CTT가 영국 정부의 입장과 동일한 것이

    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진행 중인 논의를 풍부하게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

    다. 참고로, CTT 홈페이지(http://www.culture.gov.uk/convergence)에 소개된 내용에

    따르면 CTT는 컨버전스를 통신과 방송 사이의 경계가 희미해지는 현상으로 정의

    하고 있으며(The distinction between telecommunications and broadcasting has become

    increasingly blurred as the consumer can access a given content or service on various

    platforms - 이탤릭체 강조는 인용자), 새로운 환경에 따라 기존 규제 근거들의 실

    효성이 떨어지는 현상을 보완하는 데 관심을 두고 있다. 여기에서 보호의 대상이

    되는 수용자는 콘텐츠 공급자와의 관계에서 파악되는 ‘소비자’이며, 컨버전스에

    대한 접근 방식에서는 콘텐츠 생산과 접근의 공공성 문제를 중심으로 한 규제 관

    점에서의 접근 태도가 엿보인다. 그러나 홈페이지에 소개되어 있는 내용이 CTT에

    서 다루는 컨버전스 관련 논의에 대한 최종적인 입장이 되기는 어렵고, 의견 수렴

    과정을 시작하는 시점에서 제시한 선언적 입장으로 읽히는 부분이 있다. 보다 구

    체적인 입장은 이후 논의 과정을 통해 자리를 잡아갈 것으로 예상된다.

    2) Ofcom

    규제기관으로서 Ofcom의 입장은 물론 CTT에서 다루는 논의와 깊은 관련이 있

    으며, FCC의 입장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2006년 12월에 Ofcom에서 발행

    한 「다가오는 10년의 통신 Communications: the Next Dacade」 보고서는 시장 환경

    에서의 규제 정책, 그리고 공익을 위한 규제 정책이라는 주제를 폭넓게 다루는 연

    구 모음집으로, Ofcom이 처한 규제 환경, 그리고 그 속에서 Ofcom이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하는지에 대한 인식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런 인식이 보다 구체화된 모델

    로 제시되는 것은 2008년 7월에 발간된 보고서 「시민, 통신, 그리고 컨버전스

    Citizens, Communications and Convergence」다(Ofcom, 2008). 이 보고서는 Ofcom이

    보호해야 할 대상인 컨버전스 수용자가 ‘시민’이냐, ‘소비자’냐에 대한 질문에서

    시작한다.

  • 28

    결론적으로 Ofcom은 “시민-소비자(citizen-consumer)”라는 형태의 복합적인 수용

    자 편익을 가정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소비자’의 이익은 저렴한 가격, 높은 품질,

    다양한 선택, 그리고 그런 선택을 가능하게 하는 수단으로 정의되는 반면, ‘시민’

    의 이익은 상업적 계약에 얽매이지 않고 사회적, 문화적, 정치적 활동에 폭넓게 참

    여하는 것으로 정의되기 때문에, 특히 상업 정보가 공공적인 성격을 띠는 경우 마

    찰을 일으킬 수 있다(Ofcom, 2008: 6). 환경보호를 위한 윤리적 소비행위 등 정치

    영역과 시장 영역이 중첩되는 예가 컨버전스 상황에서도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

    다. 이에 따라 소비자와 시민의 이익을 동시에 증진해야 하는 오프콤의 역할은 아

    래 그림과 같이 정리된다(Ofcom, 2008: 12).

    [그림 2-1] 시민과 소비자의 이익에 대한 Ofcom의 역할

    출처: Ofcom, 2008

    포섭

  • 제 2 장 컨버전스를 보는 관점 29

    그림 왼편에 있는 소비자 이익에 관한 부분은 시장이 좀 더 잘 작동하게 하기 위

    한 경쟁 정책을 중심으로 소비자 보호, 교육 등의 원리를 보완한 것으로 FCC의 기

    본 입장과 궤를 같이 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오른쪽에 해당하는 공적 이익에

    관한 부분은 FCC의 입장에서는 명확히 구별되지 않던 부분을 하나의 영역으로 도

    출한 것으로, 시장의 자동 조절 기능에만 맡길 수 없는 다양한 공공의 이익이 여기

    에 포함된다. 바로 이 점에서 Ofcom의 입장은 FCC의 입장과 차이를 보인다.

    한편, 위의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시민과 소비자 각각을 보호하기 위한 세부 정

    책은 중첩되는 측면도 있지만 배치되는 면도 있다. Ofcom은 여기에서 생기는 갈등

    을 관리하는 것 역시 기관의 주요 역할 중 하나로 인식하고 있다. 물론 갈등을 처

    리하는 구체적인 지침은 아직 마련되어 있지 않고, 단지 투명한 처리 과정을 통해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언급만 나와 있을 뿐이지만, 그만큼 정치, 사회적 의미의

    공공 이익, 그리고 ‘보호’의 가치를 중요시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을 것이다.

    3) EU의 경우

    EU는 미국과 마찬가지로 정치체(political entity)이자 거대한 시장이다. 컨버전스

    와 관련한 사회, 문화적 차원의 수용자 정책이 가장 광범위하게 다루어지는 곳도

    EU다. 1990년대부터 유럽 각국에서는 미국 미디어 자본의 침투 문제가 중요한 이슈

    로 대두되었는데, 이 시기의 미디어 컨버전스 문제는 주로 미디어 소유 문제에 집중

    되어 있었다. 미디어 다양성 논의 역시 소유의 집중을 막는 데 관심을 가졌다. 현재

    까지 EU의 미디어 컨버전스 정책은 경제성장과 고용 확대를 가장 중요한 목표로 설

    정하고 있다. 미디어를 통해 하나의 유럽을 만든다는 목표 역시 미국 시장에 대항할

    큰 시장을 만드는 것과 관련이 있는데, 다른 한편으로는 문화적, 정치적인 의미에서

    하나의 유럽 정체성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EU는 컨버전스와 관련된 수용자 정책을 가장 포괄적인 범위에서 다루고 있다. 미

    디어와 관련된 EU의 주요 정책 프로젝트는 크게 ‘i2010,’ ‘리스본 전략,’ 그리고

    ‘Media Program’의 세 가지이다. i2010은 브로드밴드 확산, 범유럽 차원의 디지털 콘

  • 30

    텐츠 확산, 주파수 대역 자유화, 공공 서비스 현대화 등 광범위한 주제를 다루는 프

    로젝트이고, 리스본 전략은 주로 ICT 부문의 성장과 고용 확대에 초점을 둔 산업 전

    략이며, Media Program은 콘텐츠와 문화 보호 측면을 중점적으로 다루는 범유럽 차

    원의 정책 프로젝트이다. 이 중 본 연구에서 특히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은 i2010 정

    책의 일부와 Media Program의 문화 다양성, 공익성 관련 정책들이다.

    먼저 i2010에서 작성한 2008년 중간 보고서에서는 크게 네 가지 관점에서 그동안

    의 활동 실적을 평가하고 향후 계획을 밝히고 있다(European Commission, 2008; 한

    국정보사회진흥원, 2008). 첫째, ICT와 경제 활동, 둘째, 단일 정보 공간, 셋째, 혁신

    과 R&D, 넷째, 포섭(inclusion)과 공공 서비스가 그것이다.

    단일 정보 공간 항목 말미에서도 UCC, 소셜 네트워크, 게임 등 브로드밴드 확대

    로 인해 발생한 콘텐츠에 대해 다루고 있기는 하지만 논의의 핵심은 산업 영역, 특

    히 유럽 단일 시장 형성과 관련이 깊다. 실질적으로 수용자에 대해 다루는 부분은

    마지막에 해당하는 ‘포섭과 공공 서비스’ 장에 해당한다. 여기에서 ‘포섭’은 네트워

    크화에서 소외되는 국가나 계층이 없도록 하는 정책을 뜻한다. 특히 EU는 개별 국

    가를 거치지 않고 유럽 내 다양한 국적의 시민들과 직접 접촉하기 위한 방법으로 전

    자정부 서비스에 큰 비중을 두고 있는데, 이를 위해서는 되도록 많은 사람들이 공평

    하게 인터넷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여기에는 eHealth 프로젝트처럼 수용자들에

    게 구체적인 혜택이 돌아가는 프로그램도 포함되어 있지만 이를 컨버전스와 관련한

    수용자 정책으로 보기는 어렵다.

    이처럼 i2010의 컨버전스에 대한 접근 방식은 리스본 전략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문화적, 정치적 배경을 지닌 유럽의 ICT 시장을 통합하는 일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

    며, 그와 관련하여 개별 국가 차원에서 수행 중인 각종 정책들을 통합하는 의미의

    컨버전스를 이루어 내는 데 주력하고 있다.

    반면, Media Program은 위의 두 가지 프로젝트보다 훨씬 더 수용자 중심적이고 콘

    텐츠 중심적인 접근 방법을 취하고 있다. Media Program도 그 시작은 디지털 컨버전

    스로 인한 것이 아니라 해외 자본의 침투와 같은 경제적인 문제에서 비롯된 것으로

  • 제 2 장 컨버전스를 보는 관점 31

    보아야 한다. 특히 미국에서 제작된 방송 콘텐츠가 유럽 시장의 상당부분을 잠식해

    들어가면서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미디어 다양성 정책이 부각되기 시작했다. 이 정

    책과 관련한 초기 논의들이 미디어 소유에 주로 관심을 기울인 원인이 여기에 있다.

    그러나 차차 미디어 활동의 다원성이나 문화적 표현의 다양성을 보장하고 유럽 문

    화유산을 현대화하는 등 공공성이 강조되는 방향으로 관심이 확산되어 가면서 단순

    히 미국 시장에 대한 대응 프로젝트가 아닌, 일종의 문화 민족주의적 성격까지 띠게

    되었다. 브뤼셀의 입장에서는 미국보다 우월한 단일 유럽 시장을 만드는 것이 최종

    목표였고(Tunstall, 2007), 이를 위해서는 복잡한 문화적, 종교적 다양성 문제를 다루

    지 않을 수 없었다.

    Media Program은 Media I(1990년부터), Media II(1995년부터), Media Plus(2000년부

    터), Media2007(2007-2013)로 이어지는 프로그램이다. 2005년까지 진행된 Media

    Plus의 경우 4억 유로의 기금 중 방송 프로그램 지원, 대본작업 및 신기술 관련 교육

    훈련에 5천만 유로를 투입하고, 창작계획이나 영화 및 비디오 온라인 배포, 데이터

    베이스화 및 카탈로그 작업, 고기록물 디지털화 등에 3억 5천만 유로가 지원되었으

    며, Media 2007에서는 기존 정책으로 인해 유럽 제작 콘텐츠의 시장 경쟁력이 떨어

    짐에 따라 시장에서의 경쟁력 증진 부분으로 초점이 옮겨갔다. 구체적으로는 새로

    생긴 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들도 TV나 라디오 등 기존 미디어 플랫폼으로 제작된

    콘텐츠들을 의무적으로 유통하도록 하는 의무전송(must carry) 정책을 실시하고 있

    으며, 초국가적인 작품 활동을 장려하고 언어, 문화적 다양성을 증진시키며, 소수 언

    어권 방송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특히 국경없는 TV 지침

    (TV Without Frontier Directive) 제5항에서는 뉴스, 스포츠, 게임, 사건, 광고 등을 제

    외한 전체 방송 시간의 10% 이상을 유럽 콘텐츠로 채우도록 규정하고 있다(박태순,

    2006).

    유럽평의회(Council of Europe)와 유럽비교문화연구원(ERICarts Institute)이 작성한

    유럽 문화 정책 트렌드 보고서(Compendium of Cultural Policies and Trends in

    Europe, 2008)에서는 주요 국가들의 미디어 다원성/콘텐츠 다양성 정책을 소개하고

  • 32

    있는데, 몇몇 국가들의 예를 보면 아래와 같다.

    프랑스는 시청료를 징수하여 TV나 라디오 방송국에 대한 직접 지원을 통해 방송

    의 공영성을 도모하는 한편, 피크타임에 문화 프로그램을 편성하는 시도를 하고 있

    으며(Letter of Mission of the President of Republic to the Minister of Culture and

    Communication, 2007), 독일, 스페인, 헝가리, 이탈리아, 폴란드와 함께 유럽디지털도

    서관(European Digital Library)을 추진하고 있다.

    독일은 1991년 주간 방송협약(Interstate Broadcasting Agreement)을 통해 상당부분

    유럽 창작물로 방송 콘텐츠를 채울 것을 규정한 바 있으나 정확한 쿼터는 정해두지

    않았다. 국경없는 TV 지침이 시대에 맞게 개정될 경우 이에 대응하는 입법을 준비

    할 예정이며, 경쟁 제한 방지법에 따라 연방정부와 주정부가 각각 독점 규제를 맡고

    있다.

    영국은 자율규제 형식에 따라 방송 매체를 규제하고 있으며 2000년 방송백서에서

    공영방송은 다양성을 추구해야 한다고 규정하는 한편, 공영방송의 재원 마련 방안

    도 다각도로 검토 중이다.

    그러나 위의 정책들은 미디어 및 콘텐츠 정책의 중심이 아직은 기존의 방송 정책

    중심으로 짜여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과 유럽의 경우에서 주의 깊게 지켜볼 점은 보호해야 할 주요한 가치가 각자

    가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르게 정의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유럽의 경우 성장이라

    는 보편적인 목표 외에도 정치적, 문화적 통합을 이루는 동시에 거기에서 발생하는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한 정책을 시행하는 등, 단일시장으로 구성된 미국의 경우보

    다 훨씬 다양하고 광범위한 정책 목표를 채택할 수밖에 없다. 요컨대, 미국은 미국

    적인 미디어 컨버전스 정책을, EU는 유럽적인 정책을, 프랑스는 프랑스적인 정책

    목표를 설정하고 그에 따른 정책을 집행하고 있다. 미디어 컨버전스를 사회문화적

    맥락으로부터 따로 떼어 생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 제 2 장 컨버전스를 보는 관점 33

    4) OECD

    OECD는 큰 규모의 국가간 기구이지만 실체를 가진 시장이 아니다. 따라서 OECD

    도 네트워크 변화의 주요 동인을 컨버전스에서 찾고는 있지만 정책의 초점은 공급

    자 측면, 그리고 규제에 맞춰져 있다. 하지만 OECD가 미국적인 정책만을 그대로 받

    아들이고 있지는 않으며, 시기에 따라 변화하는 모습도 관찰된다.

    2008년 서울에서 개최된 OECD 장관회담 토론 준비 자료에서 OECD 정보컴퓨터

    통신정책위원회(Committee for Information, Computer and Communications Policy)는

    차세대 네트워크의 주요 동인으로 컨버전스를 제시하고 있다. OECD는 컨버전스를,

    1) 네트워크 컨버전스, 2) 서비스 컨버전스, 3) 산업/시장 컨버전스, 4) 법, 제도, 규제

    컨버전스, 5) 기기 컨버전스, 6) 이용자 경험의 컨버전스 등 여섯 가지 차원으로 설

    명하고 있는데, 이 중 산업/경제, 혹은 규제 제도 관점의 컨버전스를 제외한 수용자

    정책과 관련된 동인은 맨 마지막에 제시된 수렴되는 이용자 경험(converged user

    experience) 하나만 해당된다(OECD, 2007: 7).

    현실 진단뿐만 아니라 정책 측면에서도 OECD의 관점은 경제 혹은 규제 중심적이

    다. 1998년 OECD 장관회담에서는 정보사회의 비전을 현실화하기 위해 아래와 같은

    네 가지 정책 과제를 제시했다.

    1) 고속 인프라의 활용과 확산

    2) 멀티미디어 서비스의 성장과 발전

    3) 소비자와 서비스 공급자 모두가 공정하게 인프라 접속 및 사용

    4) 인프라와 서비스의 상호작동성

    2007년 보고서에서는 다음 세대의 네트워크는 1998년의 상황과는 달리 컨버전스

    라는 환경의 변화가 발생하였으므로, 위의 정책 과제를 유지하면서 보완적인 정책

    과제를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컨버전스는 공급자 차원이 아니라 단말 차원에

  • 34

    서도 발생할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대응은

    본질적으로 규제 기관의 컨버전스에 관한 것이다. 지금까지의 규제가 소비자 입장

    에서 볼 때 완전히 구분되는 매체들에 관한 것이었다면 이제는 소비자 입장에서 전

    혀 구별되지 않는 매체들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므로 소비자의 관점을 도입해야 한

    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관점에서 수용자는 소비자(consumer)로 한정된다(OECD,

    2007: 19). 한편 보고서는 다음과 같이 콘텐츠와 관련된 규제 정책 과제들을 제시하

    고 있다(OECD, 2007: 47-49).

    1) 규제 범위를 정하는 문제

    2) 효과적인 경쟁 보장

    3) 전파 관리

    4) 콘텐츠의 공익성

    5) 광고

    6) 쿼터

    7) 의무(재)전송

    이 중 수용자와 관련된 부분은 콘텐츠의 공익성, 쿼터제, 의무전송등이 해당된다.

    콘텐츠의 공익성 문제는 채널과 프로그램 공급자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콘텐츠의 공

    익성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에 관한 문제이고, 쿼터는 소수 언어나 문화에 관련된

    콘텐츠 비중을 의무적으로 확보하는 일과 관련된다. 의무전송 제도는 전송 네트워

    크가 충분히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적용되는 정책으로 주요 네트워크에 해당하는

    플랫폼이 의무적으로 다루어야 하는 콘텐츠를 지정하는 것이다. 네트워크가 발달한

    후에는 의무전송 조항은 공공 채널 등 일부 채널로 축소되어야 하고, 의무전송과는

    반대로 주요 플랫폼이 기타 플랫폼에 콘텐츠를 의무적으로 제공해야 하는 의무제공

    (must offer)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되어있다.

    이처럼 일부 검토되고 있는 수용자 정책 과제들이 있지만, 전체적으로 OECD의

  • 제 2 장 컨버전스를 보는 관점 35

    컨버전스 정책 역시 기존의 성장 위주 네트워크 정책에 어울리는 규제적 성격을 더

    많이 보여주고 있다.

    2. 컨버전스 개념의 이해

    앞서 살펴본, 컨버전스에 관한 여러 가지 관점을 기초로 여기서는 광의의 컨버전

    스 개념을 제시해보려 한다. 여러 가지 요소가 연결되어 동시에 작용하는 현상에 관

    한 아이디어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하나의 전문영역에서 일어나는 변화가 다른 영

    역으로 파급되는 현상은 인터넷이 대중화되기 이전부터 이미 새로운 변화를 주도하

    는 트렌드로 언급되기 시작했다. ‘세계화’는 그런 변화를 공간 개념 중심으로 형상

    화한 슬로건이었지만, 이 또한 단순히 지리적, 공간적 차원의 변화로 한정시킬 수

    없는 복잡한 변화 양상을 포함하는 용어였다.

    ‘세계화’가 이 변화의 규모에 대한 은유였다면 ‘컨버전스’는 기능에 대한 은유다.

    한 지역에서 발생한 경제 위기가 세계 모든 나라에 영향을 미치는 현상이 ‘세계화’

    의 전형적인 예가 되는 것처럼 세계화는 여러 요소가 연결될 때 나타나는 변화 중

    특히 국경을 넘는 순간에 집중해 왔다. 반면, 컨버전스는 세계화를 통해 이미 국경

    의 전통적인 의미나 제약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시대에 유행하기 시작한 슬로건

    이다. 연결되는 것은 국가가 아니라 기능 또는 역할이다.

    컨버전스는 ‘수렴’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갖는 말이다. 수학적으로 ‘수렴한다’는

    말은 가까이 다가가지만 결코 합쳐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무한대로 확장했을 경우

    혹은 무한히 작게 나누었을 경우, 합쳐지는 것과 사실상 아무 차이가 없는 것으로

    간주되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A가 B에 수렴한다.’는 표현은 ‘A와 B가 어

    느 한 점에서 만난다.’는 표현과는 명확히 구분된다. 즉 컨버전스는 여러 가지 요소

    들이 결코 합쳐지지는 않은 채 가까워지는 현상을 설명하기 위한 표현이다.

    그렇다면 컨버전스는 ‘융합’이라고 번역될 수 있는가? 융합은 녹아서 합쳐진다는

    의미이므로 영어권에서 사용하는 컨버전스라는 용어와는 확연히 구분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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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다면 컨버전스와 융합이라는 용어의 어원보다는 각각이 어떤 용법으로 사용되

    는 단어인가가 더 중요할 것이다. 우선 영어권 학계에서는 컨버전스를 ‘수렴’이라는

    뜻의 사전적 의미에 가깝게 활용하고 있다. 미디어 컨버전스에 관한 어떤 연구를 봐

    도 두 개 이상의 미디어를 녹여서 하나의 미디어로 합치는 과정에 관한 연구를 찾아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새로운 미디어가 탄생한다고 해서 기존 미디어들이 모두 사

    라지는 것은 아니다.”라는 미디어 연구자들의 지적처럼 컨버전스가 일어난 뒤에도

    컨버전스에 활용된 미디어들이 여전히 예전의 모습을 유지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

    해 목소리를 높이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그렇다면 컨버전스는 구체적으로 어떤 상태를 설명하기 위해 선택된 용어일까.

    로슨-보더스(Lawson-Borders, 2006)의 MIP(Media Information Palette)라는 개념이 영

    어권에서 말하는 컨버전스의 의미를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MIP는 여러 개

    의 미디어가 수용자들에게 팔레트 형태로 제공되는 상태를 가리킨다. 팔레트에는

    여러 가지 색깔의 물감이 섞이지 않은 상태로 제공되고, 수용자는 제공된 미디어를

    섞어서 각자가 만들고 싶은 색깔의 컨버전스 미디어를 만들어낸다. 여기에서 색깔

    을 섞는 과정은 수용자의 영역이지 미디어의 영역이 아니다. 미디어의 역할은 팔레

    트를 제공하는 데에서 끝난다. 이 비유는 인상파 화가들의 점묘 기법을 연상시킨다.

    물감은 여러 가지 색을 섞었을 때 채도가 떨어지는데, 일부 인상주의 화가들은 가장

    생생한 색감을 그림에 그대로 표현하기 위해 물감을 섞지 않고 물감의 원래 색깔을

    그대로 지닌 작은 점들을 화폭에 직접 찍는 방식으로 그림을 완성했다. 녹색을 얻기

    위해 파란색과 노란색을 섞지 않고 수없이 많은 파란 점과 노란 점을 찍는 방식으로

    빛의 생생한 느낌을 표현한 것이다.

    이처럼 합쳐지고 연결되는 현상을 지칭하는 수많은 용어 중에서 컨버전스라는 표

    현을 선택한다는 것은 통합 이후에도 원래 요소들이 각자의 색깔을 잃지 않는다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서이다. 유럽연합이 ‘union’이라는 형태의 연합체임을 내세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학자들이 EU 건설 과정을 굳이 컨버전스로 표현한 것은, 이 과

    정에서 하나의 유럽을 건설해야 한다는 이상과 그를 뒷받침하는 체계적이고 집요한

  • 제 2 장 컨버전스를 보는 관점 37

    통합 정책이 작용했다기보다는 오히려 각국의 수많은 기능 중 일부가 우연한 계기

    로 가까워지기 시작했으며 상호작용이 활발해짐에 따라 오랜 시간을 두고 점차 공

    통점을 늘려갔다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서이다. 즉 통합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는 선험적인 결론이 주어진 것이 아니라 경험적으로 관찰한 결과 비로소 컨버전스

    라는 형태의 통합 현상이 일어났다는 의미이다.

    융합이라는 표현은 이 점을 제대로 포착해 내기 어렵다. ‘방송통신융합 시대’라는

    선언적인 표현에는 반론을 제기하기 어려운 선험적인 결론이 포함되어 있다. 컨버

    전스와 융합 사이의 용어 선택이 어떤 입장 차이를 드러내 주는가를 살펴보기 위해

    서는 ‘미디어 생태학’ 또는 ‘미디어 생태계’라는 표현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미디어 생태계, 혹은 미디어 생태학이라는 표현은 크게 두 가지 의미로 사용된다.

    우선 미디어 생태계는 미디어 산업계에 존재하는 각종 행위자들의 가치 생산-소비

    관계 전체를 일컫는 말로 미디어 산업계 전체를 거시적인 관점에서 이해하는 방식

    정도로 이해될 수 있는 용법이다. 다른 하나는 미국과 캐나다 학자들을 중심으로 텔

    레비전이 처음 보편화된 시대부터 꾸준히 이어진 학풍으로 주로 미디어 생태학이라

    는 용어로 정리되는 관점이다. 둘은 비슷한 대상을 지칭하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전혀 다른 내용을 담고 있는데, 미디어 생태계에 관한 연구는 주로 기업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