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디아 담장 넘기 ③ 중국과 인도의 전기차 시장 chni dia wide stories · 2017.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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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ch / April 2017 4544 Chindia plus
박수항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
中, 정책 지원 통해 글로벌 전기車 시장 질주
印, “2030년까지 100% 전기차 전환” 포부
친디아 담장 넘기 ③ 중국과 인도의 전기차 시장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사진), 인도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테슬라를 방문해 전기차에 큰 관심을 보였고, 전력부 장관은 2030년까지 모든 자동차를 전기차로 바꾸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중앙포토]
친디아 담장 넘기 ③ 중국과 인도의 전기차 시장 | Chindia wide stories
글로벌 자동차 메이저들의 전쟁터, 최대 규모의
핵심 시장, 수십억의 인구와 경제 성장으로 여전
히 잠재력을 보유한 시장…. 중국과 인도의 자동
차 시장을 표현하는 수사(修辭)들이다. 하지만 범
위를 전기차로 좁히면, 두 시장의 현재 성적표는
그야말로 하늘과 땅 차이다. 중국이 짧은 기간에
시장 선두를 차지하며 돌풍의 주역으로 나선 데
비해, 인도는 아직 최하위권을 맴돌고 있다.
중국, 판매량 점유율 45%로 2년 연속 세계 1위
2016년 전 세계 전기차 판매량은 약 77만 대로 전
년의 55만 대 대비 약 40% 성장했다. 이 중 중국
의 판매량은 약 35만 대 수준으로, 대략 전기차 두
대 중 한 대가 중국에서 팔린 셈이다. 중국은 연간
신규 판매량에서 미국을 추월한 지 1년 만에 누적
판매량 기준으로도 세계 1위 자리를 꿰찼다.
세계적인 전기차 붐은 배터리 등 핵심 부품의
경쟁력 상승이 뒷받침됐기 때문이지만, 유독 중
국이 눈부신 고성장을 이룬 직접적 요인은 정부
의 적극적인 지원 덕이다. 중국은 심각해지는 대
기오염에 대응하는 동시에, 수입 원유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차세대 산업으로 전기차를 선택했
다. 전통적인 내연기관 자동차에서는 경쟁력 차
이를 쉽게 극복하기 어려운 반면, 플랫폼이 완전
히 바뀌는 전기차는 해볼 만하다는 계산을 한 것
으로 보인다. 게다가 핵심 부품인 배터리 산업에
서도 중국은 이미 세계 최대 생산국으로 자리매
김을 한 터였다.
정책 중 핵심은 보조금이다. 보조금은 전기차
종류와 주행거리에 따라 차별적으로 지급되며,
성 정부의 별도 보조금도 있다. 중앙과 성 정부의
보조금을 모두 합할 경우 대략 판매가의 절반 수
준에서 구매가 가능해, 비슷한 급의 가솔린차와
비교해 비용 경쟁에서 전혀 뒤지지 않는다. 게다
가 베이징·상하이 등 대도시에서 시행되는 번호
판 추첨이나 구매가 면제되기 때문에 추가적인
비용 절감 효과도 있다.
中 단계적 보조금 축소, 성장에 부정적 영향 없을 듯
하지만 단기 육성을 위한 퍼주기식 지원으로 부
작용도 만만치 않다. 완화된 요건으로 정부 감시
가 느슨해진 틈을 타 보조금을 편취하는 사례가
속출한 것이다. 보조금만을 목적으로 제조허가
권을 취득한 후 소규모 업체에 되팔거나, 품질 미
달 제품을 제조하고 매출을 조작하는 등의 악용
사례가 증가했다. 일부 언론은 전기차 판매량의 3
분의 1은 허위라는 심각한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이에 중국 정부는 보조금 실태를 대대적으로
조사하는 한편, 지급 기준을 강화하는 동시에 단
계적인 축소 및 폐지를 진행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다. 2016년부터 2020년까지 2년을 주기로
보조금을 20%씩 축소하고, 2021년부터는 지급
을 중단하는 대신 기술 육성과 판매 목표 달성에
따른 인센티브 제공으로 정책 방향을 전환하기
로 했다.
보조금 축소로 기껏 지펴놓은 성장 불씨가 꺼
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많았으나, 2016
년에도 여전히 높은 실적을 유지하고 있는 것을
보면 괜한 걱정일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얘기
할 수 있는 배경에는 무엇보다 배터리 기술력 향
상과 급격한 가격 하락 속도가 자리하고 있다. 1
회 충전 시 주행거리 150㎞ 이하 전기차에 대한
2016년 보조금은 2년 전에 비해 25% 감소했으
나, 같은 기간 배터리 가격은 절반 수준으로 떨어
졌다. 이 정도 배터리 가격 하락 속도가 유지된다
면 2020년대 초부터는 보조금 없이도 휘발유차
와 경쟁 가능한 수준까지 전기차 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주요 기업들은 자신하고 있다.
아직은 부진한 인도, 계획만은 야심 차게
2015년 인도의 전기차 판매량은 약 2000대로 전
년도 900대에 비해 100% 이상 증가했지만, 실질
적인 성장을 언급하기에는 아직 규모가 턱없이
작다. 과거 10년간의 누적 판매량도 약 6000대로
전 세계 실적 126만 대의 0.5%에 불과하다.
중국과 마찬가지로 인도 역시 보조금이나 세
금 혜택 등 다양한 형태의 정책 지원이 있지만, 전
기차 보급을 확산시키기에는 공용 충전시설 등
기본적인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하다.
2015년을 기준으로 인도에 설치된 공용 충전
기는 330여 대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대부분 완
속 충전기로, 주행거리 증가 추세에 대응하기 위
한 급속 충전기는 거의 전무한 상황이다.
이에 비해 중국의 공용 충전기 보급은 완속과
급속을 합쳐 5만9000대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특히 급속 충전기는 전 세계 보급량 2만8000여
대의 44%인 1만2000대가 중국에 있다.
현실은 이렇지만 전기차 보급 확대 필요성만
큼은 중국 못지않다. 인도는 중국과 함께 최대 원
유 수입국 중 하나이자, 최악의 대기오염 국가다.
인도 전체 수입의 3분의 1이 원유 및 관련 제품일
정도로 수입 의존도가 높고 해마다 수요는 증가
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40년까지
인도의 원유 수요 증가 속도가 세계 최고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대기오염도 심각하다.
인도는 대기 중 초미세먼지 농도를 기준으로 세
계보건기구(WHO)가 발표한 ‘전 세계 최악의 대
기오염 도시 15’ 중에 9개 도시가 속한 나라다. 경
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10년을 기준으로
대기오염으로 인한 인도 내 사망자가 한 해 약 70
만 명에 이르고, 이에 따른 관련 비용도 약 5000
억 달러에 달한다고 밝힌 바 있다.
따라서 장기적인 계획은 매우 원대하다. 2015
년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테슬라(Tesla)를 방문해
ESS와 전기차에 깊은 관심을 보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전력부(Ministry of Power) 장관은 2030년
까지 모든 자동차를 전기차로 바꾸겠다는 야심 찬
포부를 밝혔다. 세계 최초의 전기차 국가가 되겠
다는 것이다. 원유 소비와 관련한 천문학적 비용
을 전기차로 바꾸면 추가 비용을 들이지 않고 달
성 가능하다는 ‘발상의 전환’을 주장하고 있지만,
실현 가능성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중국의 전기차 돌풍을 대부분 예견하지 못했
듯이 인도가 어느 순간 잠재력을 발휘할지 알 수
없는 일이다. ‘머리는 좋지만 노력을 하지 않던’
인도가 갑자기 우등생으로 변신할 수 있을지, 그
과정을 예측하고 지켜보는 것도 매우 흥미로울
것이다.
주: 본문에서 언급한 전기차 판매 실적은 Battery EV
와 Plug-in Hybrid EV의 합산 기준으로, 2015년 이전
은 ‘2016 Global EV Outlook, IEA’를, 2016년은 ‘www.
EV-Volumes.com’을 기준으로 작성
자료: IEA, IEA ‘Global EV Outlook’(2016. 5)
중국 정부의 단계별 전기차 보조금 축소 계획 주요국 전기차 공용 충전기 보급현황
보조금
(단위: 위안)
Pure EV 기준, 1회 충전 시 주행거리(km) →
100-150 150-250 250~ PHEV>50km
2013 35,000 50,000 60,000 35,000
2014 33,250 47,500 57,000 33,250
2015 31,500 45,000 55,000 31,500
2016 25,000 45,000 54,000 30,000
2017~2018 20,000 36,000 44,000 24,000
2019~2020 15,000 27,000 33,000 18,000
중국 58,758
미국 31,674
일본 22,110
영국 9,874
인도 328
기타 66,765
자료 : 언론 종합 ※ 버스의 경우, 버스의 길이에 따라 보조금 지원
(2015, 단위: 대)
중국 선전 시내 전기차 충전기가 설치된 주차장, 중국의 공용
충전기 보급은 5만9000대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중앙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