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무대에서 펼쳐지는 시인의 삶과 사랑

시(詩)는 노래가 되어글장지영<국민일보>기자,공연칼럼니스트

시를 뮤지컬 넘버의

가사로 활용하는

것은 한국에서

낯선 시도가 아니다.

한용운을 소재로 해

큰 인기를 끌었던

뮤지컬 <님의 침묵>,

천상병을 소재로 한

음악극 <소풍> 등이

대표적이다.최근 시인의 삶과 사랑이 뮤지컬 무대 위로 올라오고 있다. 백석, 이상, 윤동주가 그 주인공이다.

백석과 이상, 그리고 윤동주

지난달막을내린<나와나타샤와흰당나귀>는백석(1912~1996)의동명시가모티브다.젊

은백석과기생자야의애틋한사랑을서정적으로그렸다.제1회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작품

상,극본・가사상,연출상등3개부문을수상하며완성도를인정받았다.매진사례속에종료된

이작품은오는10월재공연될예정이다.

3월에는올해서거80주년을맞은이상(1910~1937)과탄생100주년을맞은윤동주

(1917~1945)소재의뮤지컬이잇달아공연된다.

먼저‘나는거울없는실내에있다.거울속의나는역시외출중이다’로시작되는이상의시

‘오감도제15호’를모티브삼은<스모크>가3월18일~5월28일서울대학로유니플렉스2

관에서공연된다.지난해말트라이아웃공연을가진이작품은세남녀가아무도찾지않는

폐업한카페에머무르며일어나는이야기를다룬다.이상의시특유의비밀스럽고수수께끼

같은분위기가극전반에흐른다.

서울예술단은<윤동주,달을쏘다>를3월21일부터4월2일까지예술의전당CJ토월

극장에서공연한다.2012년초연된이작품은식민지조국의현실에괴로워하던청년윤동

주의모습을섬세하게그렸다.이번이네번째공연으로,윤동주역에는배우온주완과박영

수가캐스팅됐다.서울예술단은9월에소설가김연수의동명소설이원작인신작<굿빠이,

이상>을무대에올릴예정이다.세명의인물이이상의미스터리한죽음에대해각각이야기

하는형식이다.

한 권의 시집을 읽듯

시인이소재인뮤지컬이연이어만들어지는것은시인의삶과사랑이가진낭만성,시를대사와

가사에활용함으로써작품의매력을높이는효과가크기때문이다.<나와나타샤와흰당나귀>

는마치시집한권을읽은것같다는평가를받았다.‘바다’를비롯해‘흰밥과가재미와우린’,‘여

우난곬족’등스무편가까이되는백석의시에선율을입혔기때문이다.트로트와재즈,가곡,아

리아등다양한선율에얹힌시는뮤지컬에서정적인분위기를더하는데큰역할을했다.<스모

크>역시‘오감도’외에‘건축무한육면각체’,‘거울’,‘가구의추위’,‘회한의장’등이상의대표시

1<나와나타샤와흰당나귀>

(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제공)

2<윤동주,달을쏘다>

(서울예술단제공)

1

2

들을대사와가사에담았다.

사실시를뮤지컬넘버의가사로활용하는것은한국에서낯선시도가아니다.한용운

을소재로해큰인기를끌었던뮤지컬<님의침묵>,천상병을소재로한음악극<소풍>등이

대표적이다.시인의삶이소재는아니지만신동엽의극시‘금강’은그자체로네차례뮤지컬

로만들어졌다.

반면<윤동주,달을쏘다>는다른작품과달리시를직접가사에포함시킨노래가없다.

섣불리시에곡을붙이면감성이훼손되지않을까염려해일부러피했기때문이다.대신윤

동주의대표작들이배우들의육성을통해공연장에울려퍼진다.이와관련,윤동주의육촌

동생인가수겸작곡가윤형주는젊은시절윤동주의시를노래로만들려다그만뒀다고밝힌

적이있다.윤형주의부친윤영춘시인이“시도노래다.시를절대로건드리지말라”고당부

했기때문이다.

70 71

2017 03 04Trend Inside St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