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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2>> 촛불의 정치와 진정한 자유! 김성우 兀人고전학당 연구소장 두 번째 청춘의 고전 『사회계약론』 (1762) 함께 읽는 영화 「브레이브 하트」 (1995) 1968년에 태어나 과학고를 졸업하고 전자공학을 전공하다, 철학의 길에 발 을 들여놓았다. 박사과정 때에 로크와 롤스 등 자유주의 철학과 윤리를 공 부하였다. IT벤처회사와 벤처협회를 위해 일하기도 하고 한방바이오벤처회 사들의 설립과 경영에 참여해 보기도 했다. 현재 한국철학사상연구회에서 연구협력위원을 맡고 있으며 변증법과 해체론의 접목을 통한 새로운 실천 적 존재론과 변혁의 실천 논리를 탐구하고 있다. 현재 상지대학교 교양학부 겸임교수. 저서에는 『스무 살에 만난 철학 멘토』, 『로크의 정부론』, 『로크의 지성과 윤리』, 『자유주의는 윤리적인가』, 『철학자의 서재』(공저), 『수다쟁이 홉스에게 말걸기』(공저) 등이 있다. 스위스의 제네바 공화국에서 태어나 프랑스에서 작가 활동을 하며 유명해 진 장 자크 루소(1712-1778)는 근대 정치철학의 고전인 『인간불평등의 기 원론』과 『사회계약론』를 지은 철학자이자 아동교육론인 『에밀』과 심리학 의 기원이 되는 『고백록』의 작가이다. 『사회계약론』의 원제는 『사회 계약, 또는 정치권의 원리(Du contrat social, ou principes du droit politique)』로 1762년 네덜란드에서 출판되었다. 루소는 이 책에서, 일반 의지(la volont é g é n é rale)라는 개념을 제시함으로써 근대 부르주아적 개인이라는 사적 시민 의 모델을 넘어서는, 정치 공동체를 지향하는 공적 시민의 모델을 제시했 다. 이러한 점에서, 그의 정치사상은 프랑스 혁명에 영향을 주었을 뿐만 아 니라 근대 민주주의 사상의 고전으로 널리 읽히고 있다. 루소에 대한 평가 는 “고결한 천재, 성자와 같은 인물, 프랑스 대혁명의 아버지”와 “불안한 정 신병자, 비열한 인격의 소유자, 파시즘의 선조”라는 양극단으로 나뉜다. 시 계공의 아들로 태어나 고아나 다름없이 버려진 채로 서른 살까지 정규교육 까지 받지 못하고 뿌리 없이 살아가며 허드렛일을 하던 청년이 어떻게 해 서 그 시대의 위대한 작가가 될 수 있었을까? 친자식 5명 모두를 고아원에 버린 무책임한 아버지가 어떻게 해서 아동 교육에 관한 훌륭한 작품을 남길 수 있었을까? 「브레이브 하트」(1995)는 멜 깁슨이 감독하고 주연을 맡은 영화이다. “누가 감히 영웅을 심판하는가?”라고 물을 때, 그 영웅은 ‘자유’의 화신이자, 용맹 함의 대명사인 월레스이다. 이 영화는 13세기 잉글랜드 왕의 착취와 억압 (영주의 ‘초야권’으로 상징된다)으로 인해 고달픈 삶을 살았던 스코틀랜드 국민들의 영웅 윌리엄 월레스의 투쟁과 희생이라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것 이다. 스코틀랜드의 왕과 귀족이 잉글랜드 왕이 던진 달콤한 미끼로 인해 배신해 가지만, 윌리엄 월레스는 끝까지 투쟁하였고 결국 무참하게 사형당 한다. 이를 통해, 거대한 적에게 도전할 수 있는 용기가 있어야 자유가 실현 될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감동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대서사시이다. 그러 나 우리가 주목하는 이는, 자유의 화신인 윌리엄 월레스만이 아니라, 또 다 른 월레스인 ‘브루스’이다. ‘배신자’ 브루스는 어떻게 월레스의 자유 정신을 잇게 되었는가? 촛불의 정치와 진정한 자유! 루소의 『사회계약론』과 영화 『브레이브 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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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청춘의 고전 352>> 촛불의 정치와 진정한 자유!

김성우

兀人고전학당

연구소장

두 번째 청춘의 고전

『사회계약론』(1762)

함께 읽는 영화

「브레이브 하트」(1995)

1968년에 태어나 과학고를 졸업하고 전자공학을 전공하다, 철학의 길에 발

을 들여놓았다. 박사과정 때에 로크와 롤스 등 자유주의 철학과 윤리를 공

부하였다. IT벤처회사와 벤처협회를 위해 일하기도 하고 한방바이오벤처회

사들의 설립과 경영에 참여해 보기도 했다. 현재 한국철학사상연구회에서

연구협력위원을 맡고 있으며 변증법과 해체론의 접목을 통한 새로운 실천

적 존재론과 변혁의 실천 논리를 탐구하고 있다. 현재 상지대학교 교양학부

겸임교수. 저서에는 『스무 살에 만난 철학 멘토』, 『로크의 정부론』, 『로크의

지성과 윤리』, 『자유주의는 윤리적인가』, 『철학자의 서재』(공저), 『수다쟁이

홉스에게 말걸기』(공저) 등이 있다.

스위스의 제네바 공화국에서 태어나 프랑스에서 작가 활동을 하며 유명해

진 장 자크 루소(1712-1778)는 근대 정치철학의 고전인 『인간불평등의 기

원론』과 『사회계약론』를 지은 철학자이자 아동교육론인 『에밀』과 심리학

의 기원이 되는 『고백록』의 작가이다. 『사회계약론』의 원제는 『사회 계약,

또는 정치권의 원리(Du contrat social, ou principes du droit politique)』로

1762년 네덜란드에서 출판되었다. 루소는 이 책에서, 일반 의지(la volonté

générale)라는 개념을 제시함으로써 근대 부르주아적 개인이라는 사적 시민

의 모델을 넘어서는, 정치 공동체를 지향하는 공적 시민의 모델을 제시했

다. 이러한 점에서, 그의 정치사상은 프랑스 혁명에 영향을 주었을 뿐만 아

니라 근대 민주주의 사상의 고전으로 널리 읽히고 있다. 루소에 대한 평가

는 “고결한 천재, 성자와 같은 인물, 프랑스 대혁명의 아버지”와 “불안한 정

신병자, 비열한 인격의 소유자, 파시즘의 선조”라는 양극단으로 나뉜다. 시

계공의 아들로 태어나 고아나 다름없이 버려진 채로 서른 살까지 정규교육

까지 받지 못하고 뿌리 없이 살아가며 허드렛일을 하던 청년이 어떻게 해

서 그 시대의 위대한 작가가 될 수 있었을까? 친자식 5명 모두를 고아원에

버린 무책임한 아버지가 어떻게 해서 아동 교육에 관한 훌륭한 작품을 남길

수 있었을까?

「브레이브 하트」(1995)는 멜 깁슨이 감독하고 주연을 맡은 영화이다. “누가

감히 영웅을 심판하는가?”라고 물을 때, 그 영웅은 ‘자유’의 화신이자, 용맹

함의 대명사인 월레스이다. 이 영화는 13세기 잉글랜드 왕의 착취와 억압

(영주의 ‘초야권’으로 상징된다)으로 인해 고달픈 삶을 살았던 스코틀랜드

국민들의 영웅 윌리엄 월레스의 투쟁과 희생이라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것

이다. 스코틀랜드의 왕과 귀족이 잉글랜드 왕이 던진 달콤한 미끼로 인해

배신해 가지만, 윌리엄 월레스는 끝까지 투쟁하였고 결국 무참하게 사형당

한다. 이를 통해, 거대한 적에게 도전할 수 있는 용기가 있어야 자유가 실현

될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감동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대서사시이다. 그러

나 우리가 주목하는 이는, 자유의 화신인 윌리엄 월레스만이 아니라, 또 다

른 월레스인 ‘브루스’이다. ‘배신자’ 브루스는 어떻게 월레스의 자유 정신을

잇게 되었는가?

촛불의 정치와 진정한 자유!

루소의 『사회계약론』과 영화 『브레이브 하트』

Page 2: Rousseau's freedom and the Movie Brave Heart.pdf

36청춘의 고전 372>> 촛불의 정치와 진정한 자유!

민주화 이후 ‘자유’의 의미가 낡아빠졌나요?

안녕하십니까? 김성우라고 합니다. 오늘 우리는 고전에 대한 제대

로 된 이해를 갖기 위해 여기 함께 모여 있습니다. 고전이란 뭐냐 물

으시면, 저는 고전이라는 것은 우리 삶의 틀, 문명의 틀을 만들어주

는 기본 근간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시 말하면,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제도,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삶의 스타일을 결정적으로 제시한 책들

이 고전이죠. 이 고전을 통해서 우리 삶의 문제점을 발견해 볼 수 있

고, 더 나아가서 대안도 마련해 볼 수 있지 않을까요.

보통 철학 하면 딱딱하다고 생각을 많이 하는데, 이런 삶의 제도

나 스타일들을 대단히 추상적인 차원에서 분석하게 되면 딱딱해집

니다. 실제로는 우리가 삶을 살아가고 있는 모습이기 때문에 추상적

인 게 아니라 매우 구체적이죠.

그러면, 우리가 오늘 고민해 볼 핵심 단어는 무엇인가요? 바로 ‘자

유’입니다. 자유라는 단어는 1980년대 민주화 이후에 우리의 간절

한 열망에서 사라졌습니다. 어떤 낱말도 인생과 마찬가지로 생로병

사가 있는 것 같아요. 이제 자유라는 단어는 많이 화석화됐고 더 나

아가서는 자본에 의해 독점화되었기 때문에, 살아 있는 의미보다는

왠지 낡아빠지고 의미 없게 느껴집니다. 도리어 정의나 평등 아니면

복지라는 단어가 훨씬 의미 있게 다가오죠. 그렇지만 정의라는 철학

적인 개념도, 평등이라는 개념도, 복지라는 개념도, 자유 개념이 빠

지면 굉장히 중요한 부분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스코틀랜드의 자손이여. 난 윌리엄 월레스요. 그렇소. 여러분은 폭정에 도전하

고자 정의의 칼을 뽑았소. 여러분은 자유인이오. 자유인으로서 싸우러 온 것이오.

자유가 없다면 어쩌겠소? 그래도 싸우겠소?”

“저 훈련된 병사들을 상대로 싸울 순 없소.”

“그렇소. 싸우다 죽을 수도 있소. 하지만 도망가면 당분간은 살 수 있겠지만, 세월

이 흘러 죽게 됐을 때, 오늘부터 그때까지의 시간을 맞바꾸고 싶을 거요. 다시 적들

에게 외치고 싶을 거요. 목숨을 빼앗을 순 있지만, 자유는 빼앗지 못할 거라고!”

_「브레이브 하트」 중에서

Page 3: Rousseau's freedom and the Movie Brave Heart.pdf

38청춘의 고전 392>> 촛불의 정치와 진정한 자유!

그런 점에서 자유라는 단어를 어떻게 고민해 봐야 할까 생각하면

서, 두 텍스트를 골라봤습니다. 하나는 자유에 대한 원초적인 열망을

그린 영화 「브레이브 하트」입니다. 사실 현재 우리는 자유에 대해 낯

설어 하며 본래의 의미를 잊어버린 듯합니다. 우리도 민주화되기 이

전에는 자유를 굉장히 그리워했었죠. 그렇지요? 그렇다면 우리가 잊

어버린 단어, 약간은 낡아빠진 단어로 받아들이는 이 ‘자유’를 「브레

이브 하트」라는 영화를 통해 여러분이 느껴봤으면 좋겠습니다.

두 번째로는 이 자유라는 단어의 의미를, 특히 서양 근대 철학에서

날카롭게 제시한 철학자가 루소입니다. 루소의 자유 개념이 칸트의 자

유 개념으로 발전하고 더 나아가서 헤겔과 마르크스의 자유 개념으로

발전하기 때문에 대단히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존 롤스 같은 경

우에도 칸트를 통해서 루소의 자유 의미를 이어받고 있다고 할 수 있

습니다. 그렇다면 루소가 근대 철학에서 자유의 의미를 정립했기에 생

각보다 굉장히 중요한 철학자라고 할 수 있죠.

루소와 더불어 자유를 정립한 철학자는 로크✽입

니다. 로크는 『정부론』에서 바로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자유와 평등이라는 개념을 제시했습니다. 그렇

지만 로크가 말하는 자유의 개념과 루소가 말하는 자

유의 개념은 상반됩니다. 즉, 로크의 자유는 자유민주

주의의 형태이고, 루소의 자유는 어떤 사회주의나 공

동체주의 같은 새로운 대안의 형태로 등장하고 있습

니다. 이런 두 개의 대립된 자유 개념에 대해서, 말은

같지만 서로 의미가 다르다고 하는 것, 그리고 어떻게

✽ 존 로크(John Locke, 1632-

1704)는 잉글랜드 왕국의 철학

자·정치사상가이다. 로크는

영국의 경험론 철학자로 평가

받지만, 그의 사회계약론은 이

후의 정치철학에 큰 영향을 주

었다. 그는 계몽주의 사상가이

자 자유주의 이론가이며, 그의

저서들은 볼테르와 루소에게

영향을 주었다. 또한, 미국 혁

명뿐만 아니라 여러 스코틀랜

드 계몽주의 사상가들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이 두 가지 형태의 자유가 서로 환원될 수 없는 이질적이고 대립적

인 것인지에 대해서 오늘 여러분과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지금 우리 사회는 민주화되었죠. 그런데, 민주화된 이후에 우리

는 실제로 자유롭습니까? 일상생활에서 여러분이 자유롭다고 느끼

는 순간이 어느 때입니까? 예컨대, 지도교수님에게 매여 자기 발언

을 못하는 학생들이 많습니다. 심지어 고상한 음악을 하는 대학에서

도 매를 맞습니다. 다행히 물의를 빚은 그 폭행 교수는 쫓겨났습니

다. 이처럼 일상생활 속에서 우리는 자유롭지 않습니다. 항상 무언가

에 예속되어 있어요. 한 청소부 아주머니가 이런 얘기를 하셨더라구

요. 자신은 비정규직이고, 그래서 일자리를 계속 유지해야 하기 때문

에, 불만스럽고 고통스러워도 항의할 수가 없다고 합니다.

자, 실제로 여러분들이 살면서 얼마나 자유로운지, 아니면 왜 자

유롭지 못한지, 이런 자유를 향유하기 위해서는 과연 어떠한 정치

적 제도가 필요한지, 루소를 통해 이런 이야기를 새롭게 해볼 수 있

지 않을까요? 그래서 자유라는 단어가 로크식의 자유민주주의적인

의미 외에 또 새로운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여러분들이 한번 이해해

주시고 그게 영화 「브레이브 하트」에서, 또 루소의 책에서 더 나아가

루소의 삶 속에서 이뤄진다는 것을 알아봅시다.

여러분은 영화를 보시면서, 월레스(멜 깁슨)가 절규하며 말하는 ‘자

유’의 의미에 대해서 느껴보셨나요? 그런데 오늘의 주인공은 월레스

가 아닙니다. 누구일까요? 비겁했던 귀족들 중에 한 사람이죠.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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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청춘의 고전 412>> 촛불의 정치와 진정한 자유!

브루스(앵거스 맥페이든)✽라는 귀족입니다. 왕이 될 수

있는 후보자들 중 한 명이었는데 아버지의 간교에 의

해서 투구를 쓰고 비겁하게 월레스를 공격하는 배신

자 역할을 합니다. 월레스는 잡혀가 죽음을 당하죠.

그런데 월레스가 죽은 지 9년 후, 브루스는 베녹번 전

투에서 잉글랜드를 무찌르고 스코틀랜드를 독립시키

고 왕이 됩니다. 그러면, 이 비겁했던 브루스가 과연

어떻게 해서 자유를 추구하는 용감한 사람이 되었을

까요? 우리 모두는 브루스처럼 일상에 쫓겨 비겁하게

살죠. 자유를 갖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한데 이 용기

라는 단어를 얻기 위해서는 일종의 깨달음이 전제되

어야 합니다.

루소도 브루스와 마찬가지로 형편없이 살다가 사십

세 직전에 한 가지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루소는 깨달

음 이후에 단지 이론적으로만 얘기한 것이 아니라 삶

자체로 얘기했죠. 그렇기 때문에 도덕성의 화신이라고 불리는 칸트

가 자기 방에 유일하게 루소의 초상화만을 걸어놓았던 것입니다. 루

소가 왜 어떻게 해서 그런 삶을 살게 되었는지를 한번 여러분과 나

눠보고자 하고 이걸 통해서 우리의 삶을 읽고 삶을 변화시키는 고전

의 힘에 대해 여러분들이 한번 느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윌리엄 월레스.

✽ 월레스(William Wallace,

1272(?)-1305)와 브루스

(Robert I, 1274-1329)는 스코

틀랜드의 독립 영웅들이다. 월

레스가 잉글랜드에 맞서 싸우

다 사지가 갈가리 찢겨 죽음을

당한 후, 브루스는 스코틀랜드

왕위 계승 일순위가 되어 잉글

랜드 왕에 충성을 서약하면 되

었다. 그렇지만, 브루스는 충성

서약 대신 봉기를 일으켜 결국

베녹번 전투에서 잉글랜드 군

을 무찌르고 스코틀랜드를 독

립시켜 왕위에 오른다.

불혹 나이에 깨달았던 루소의 삶

루소는 굉장히 이율배반적인 사람이었습니다. 사십 대까지의 그

의 인생은 굉장히 형편없었습니다. 부모님께 버림받은 사람이었죠.

태어날 때 어머니가 돌아가시는 불우한 운명을 맞이했고, 또 시계공

의 아들이었기 때문에 시계공의 도제로 들어가 아주 억압적인 생활

을 합니다. 그 당시에 시계공의 도제로 일했다가 도망간 사람이 있었

는데 그가 미국의 벤저민 프랭클린입니다. 그만큼 그 도제 생활이 가

혹했던 모양입니다. 그리고 루소는 삼십 대까지 바랑 남작 부인의 아

들이자 연인으로 거의 룸펜처럼 살아갑니다. 전혀 가능성이 보이지

않았던 젊은이였습니다. 심지어 신부님한테 체계적인 교육을 받았지

만 진도를 따라가지 못합니다. 그에게는 다소 난독증이 있었는지 글

을 읽는 것이 너무 느렸고, 전혀 체계적으로 진도를 나가지 못해 결

국 정규 교육도 못 받았습니다. 또 실제로는 음악도 못하면서 사람들

에게 음악가라고 속이고 사기도 칩니다.

자, 이렇듯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던 루소가 어떻게 프랑스를 대표하

는 훌륭한 문장가가 되었고, 어떻게 중요한 철학적 저서를 남기게 되었

을까요? 또, 나중에는 음악가로도 성공을 합니다. 루소의 인생은 사십 대

이전과 사십 대 이후로 나뉩니다. 공자님께서 사십을 불혹不惑이라고 했

는데, 루소는 사십 대에 엄청난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루소는 깨달은 이

후에 공식적인 행사에 나아갈 때마다 의례적으로 행해

야 하는 관습을 버렸습니다. 그 관습이란 바로 ‘칼을 차

고 가발을 쓰고 예복을 입는 것’✽이죠.

✽ 중세시대에는 위엄과 멋을

내기 위해 가발을 쓰고 예복을

입는 것이 크게 유행하였다.

Page 5: Rousseau's freedom and the Movie Brave Heart.pdf

42청춘의 고전 432>> 촛불의 정치와 진정한 자유!

마찬가지로 우리에게도 깨달음이라는 단어가 굉장히 중요한데 요

즘 철학에서 가장 간과해 버리는 단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철학이 대학의 커리큘럼에 포함되면서 철학이 갖고 있는 기본적인

힘인 ‘깨달음’이라는 의미가 사라졌다는 게 비극입니다. 더 나아가서

철학이 갖고 있는, 많은 힘이 사라졌습니다. 그러나 철학적 깨달음은

삶을 바꾸는 힘이 대단합니다. 과연 우리에게 있어 칼은 뭐고 가발은

뭘까요? 우리의 자유를 구속하는 것은 과연 뭘까요?

서양 철학에 이어져온 ‘자유’ 정신의 전통

이 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푸코Michel Foucault, 1926-1984의 발언

을 들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푸코는 현대 정치에 대해서 매우 중요한

발언을 합니다. 푸코는 동성연애자였고 에이즈로 돌아가셨던 분이

죠. 푸코는 현대 철학에서 슈퍼스타처럼 등장해서 대단히 인기를 얻

었던 분입니다. 또 푸코는 광기와 정신병, 의료, 감옥, 그리고 성욕 등

여러 가지 철학적 주제를 다루면서, 우리에게 과연 어떻게 철학하고

살아가야 하는지를 보여준 사람입니다. 그런 점에서 푸코는 루소의

자유 정신을 잘 이어받은 현대 철학자라 할 수 있습니다.

푸코는 “철학의 과제는 우리 세계에 대한, 그리고 우리 자신에 대

한 비판적 분석”이라고 말합니다. 더 나아가 이 분석의 목표는 “우리

가 무엇인지를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현재 있는 모습과 방식

을 거부하는 것”이라고 얘기합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푸코는 철

학을 역사나 정치와 분리해서 이해하지 않았고, 현재 우리의 삶을 이

해하는 게 철학의 역할이라고 보았습니다. ‘이해’는 단순하게 모든

것을 수용한다는 뜻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면서 갖고 있는 문제점

을 드러내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런 후에 나 자신에게 문제가 있으면

그런 자신을 바꿔야 한다고 본 것이죠. 이것이 니체의 정신입니다.

니체Friedrich Wilhelm Nietzsche, 1844-1900는 ‘나’인 ‘나’가 되는 것, 다시 말

하면 본래의 나를 찾는 것, 본래의 나를 찾기 위해서는 지금 현재의

나를 찢는 아픔을 겪어야 한다고 합니다. 이게 한계 체험의 의미이고

실험 철학의 의미입니다. 그러니까 니체의 이 실험 철학적인 의미를

푸코는 바로 철학의 과제로 인식한 것입니다. 이걸 실제 삶으로 보여

준 사람이 바로 루소입니다.

“철학의 과제는 우리 세계에 대한, 그리고 우리 자신에 대한 비판적 분석”(미셸 푸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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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청춘의 고전 452>> 촛불의 정치와 진정한 자유!

이런 점을 통해서 우리는 철학이란 무엇인가에 관하여 첫 번째 출

발점을 갖게 될 것입니다. 철학은 단순하게 개념을 정리하거나 설명

하는 역할뿐만이 아니라, 우리가 안고 있는 생각의 질병에서 먼저 벗

어나도록 치유해 주는 역할을 합니다. 이것은 언어분석철학자 비트

겐슈타인Ludwig Josef Johann Wittgenstein, 1889–1951도 했던 말입니다. 철학의

목표는 치유죠. 치유라고 하는 것은 우리가 사상적인 질병에 걸려 있

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사상적인 질병은 사상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

라, 삶의 세계로부터 기원합니다. 비트겐슈타인은 이런 점에서 단순

히 언어분석의 철학자가 아니라 삶의 세계에 속한 철학자입니다.

니체도 마찬가지입니다. 철학은 단순하게 생각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삶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삶의 세계는 나만의 고립된 공간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공간이고 자연과 분리되지 않는 공간

입니다. 세계라는 단어는 단순한 자연도 아니고 단순한 사회도 아닙

니다. 세계는 내가 객관적으로 이해해야 하는 과학적 대상도 아닙니

다. 세계는 자연과 더불어, 타인과 더불어 내가 살아가고 있는 삶의

마당입니다.

하이데거Martin Heidegger, 1889-1976가 왜 인간을 단순하게 의식, 영혼,

정신으로 규정하지 않고, 또한 자아라고 규정하지 않고, 세계-내-존

재라고 규정했을까요? 그가 말한, “세계 안에 살아가는 존재”란 뜻

은 공간적인 의미로 세계 안에서 살아간다는 것이 아니라, 내가 이렇

게 자연 및 타인과 더불어 삶의 의미를 함께 만들어가고 있다는 점

에서 내가 고립된 존재가 아니라고 하는 것을 얘기하는 말입니다. 하

이데거는 왜 이런 얘길 했을까요?

데카르트René Descartes, 1596-1650의 자아는 생각하는 자아입니다. “나

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 이게 근대 철학을 만든 중요

한 말입니다. 헤겔Georg Wilhelm Friedrich Hegel, 1770-1831이 얘기했죠. “데카

르트는 근대라는 의식의 지평을 만든 사람이다.” 그가 생각하는 자아,

즉 인간 주체라는 개념을 제시했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하면 도道나 리理

또는 신이나 이데아 같은 형이상학적 실체가 아니라, 생각하는 내가

나의 존재의 근거가 되는 거죠. 이렇게 해서 고대 형이상학이 근대

형이상학으로 바뀌는 겁니다. 내 존재의 근거는 신이 아니에요. 내

존재의 근거는 이데아가 아닙니다. 내 존재의 근거는 태극太極도 아닙

니다. 내 존재의 근거는 내 생각에 있습니다. 이러한 발상의 전환이

근대 철학을 낳은 어마어마한 힘입니다.

데카르트의 생각하는 자아로 인해 아까 월레스가 그렇게 자유를

외치게 한 신분제 사회로부터의 해방이 일어납니다. 이 생각하는 자

아는 “개인”이라는 단어로 확립됩니다. 근대적인 개인주의는 이렇게

탄생합니다.

근대 세계관의 방법론은 ‘결합과 분해’이다

그런데 우리가 근대 사회의 경제와 정치를 이해할 때에, ‘개인’만

이 중요한 게 아니라, 이것과 상반된 경험이 있습니다. 그게 바로 뭘

까요? 국가죠. 왜 그럴까요? 서로 쪼개져 있으면, 그 다음에 뭐해야

합니까? 합쳐야 되는 거죠. 결합과 분해의 방법, 이게 바로 갈릴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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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청춘의 고전 472>> 촛불의 정치와 진정한 자유!

다. DNA는 생명을 기계적으로 이해할 때에 가장 기본적인 단위unit입

니다.

이처럼 기본 유닛을 가지고 전체를 이해해 보려는 경향, 이게 바

로 근대적 사유가 자신을 드러내는 매우 중요한 방법론입니다. 이걸

정립한 사람이 바로 갈릴레오죠. 갈릴레오의 ‘분해와 결합의 방법’이

라는 과학적 모델이 근대 철학의 기초가 됩니다.

우리 사회는 가장 작은 단위가 되는 개별적인 존재로 쪼개지는데,

그 개별적인 존재가 바로 ‘나’입니다. 이 ‘나’들을 다시 결합시키는

것이 사회계약입니다. 이때 사회는 오늘날의 시민사회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국가 공동체, 정치 공동체를 가리킵니다. 헤겔 이전까지

는 시민사회와 국가라는 개념이 분리되지 않았습니다.

근대적 정치철학, 경제철학도 마찬가지죠. 애덤 스

미스✽의 자유주의 경제학은 뭘 의미하죠? 그는 경제

현상을 개별적인 경제 단위로 쪼개서 이해하려고 합

니다. 이때의 기본 단위가 되는 것은 생산자와 소비

자죠. 생산자와 소비자가 알아서 자신의 삶을 선택해

나간다는 것이 그의 기본적인 생각입니다. 다시 말

해, 시장에 맡기면 된다는 뜻입니다.

결론적으로 여러분들은 화학에서 기본 요소인 원

소로 쪼개는 작업이나 자유주의적 미시경제학이나 사실은 동일한

방법론의 산물이라는 것을 이해하셔야 해요. 이게 서로 분리되어 있

는 게 아닙니다. 근대 정치, 경제, 사회, 과학 그리고 의학에 이르기까

지 기본적인 틀은 같습니다. 이게 근대 정신이고, 이것을 모더니즘,

가 제시한 근대 계몽철학의 중요한 방법론입니다. 이 방법론의 모델

은 시계로부터 옵니다. 시계의 구조와 작동 원리를 이해하려면 어떻

게 해야 하나요? 시계를 분해해 봐야죠. 분해했다가 다시 결합하면

이해한 거고 결합하지 못하면 이해 못한 거죠. 그렇다면 이 시계라는

것이 근대 세계관의 상징적 모델입니다. 그럼 세계는 뭐죠? 시계와

같은 기계입니다. 인간은 뭐죠? 자동시계입니다. 시계가 분해될 수

있고 조립될 수 있는 것처럼 인간의 몸을 수술하고 해부해 보면 됩

니다. 이 점에서 서양의 현대 의학이 탄생합니다.

데카르트 이후에 ‘분해와 결합’의 방법론적 측면으로 보자면, 세

계는 기계의 모습을 띠고 이 기계는 기본적인 부품들로 구성되어 있

어요. 이는 사회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제 사회도 기계

니까, 어떻게 해요? 그 기계를 분해했다가 결합해야

되죠. 이런 생각을 가장 잘 묘사한 철학자가 누구죠?

홉스입니다.

홉스의 『리바이어던』✽에서 ‘리바이어던’은 뭘 상

징하는 거죠? 강력한 국가를 상징합니다. 그 국가에

서 통치자는 개인이라는 부품들로 연결된 쇠사슬을

걸치고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리바이어던 국가라는

기계는 개인이라는 부품들로 결합된 하나의 거대한

기계 장치입니다. 이제 세계를 이루는 기본 단위는 더

이상 나눌 수 없는 원자인 것처럼, 개인individual도 더

이상 나눌 수 없는 것individe이죠. 그래서 개인과 원자

는 다른 말이 아닙니다. 그리고 DNA도 마찬가지입니

✽ 홉스(Thomas Hobbes,

1588-1679)는 잉글랜드의 철

학자로 서양 정치철학의 토

대를 확립한 『리바이어던

(Leviathan)』(1651)을 썼다. 극

단적인 보수주의(반동주의)

를 주장하여, 그의 이름을 따

서 극단적 보수주의자들을

‘Hobbesian’이라 칭한다.

✽ 애덤 스미스(Adam Smith,

1723-1790)는 스코틀랜드 출

신의 정치경제학자이자 윤리

철학자이다. 후대의 여러 분

야에 큰 영향을 미친 『국부론

(An Inquiry into the Nature

and Causes of the Wealth of

Nations)』의 저자이다. 애덤 스

미스는 일반적으로 경제학의

아버지로 여겨지며 자본주의와

자유무역에 대한 이론적 기초

를 제공했다.

『리바이어던』 초판본의 표지.

Page 8: Rousseau's freedom and the Movie Brave Heart.pdf

48청춘의 고전 492>> 촛불의 정치와 진정한 자유!

지만, 역사는 과거의 골동품에 대한 탐욕이 아니라, 오늘날의 우리가

어떻게 만들어져 왔는지, 그 과정을 보는 것입니다. 푸코가 말한 것

처럼, 보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이에 대한 비판이 필요합니다. 그래

서 푸코의 역사 비판은 칸트Immanuel Kant, 1724-1804적인 의미에서 이성의

단순한 재판소가 아니라, 우리의 삶을 바꾸기 위해 역사적 진행 과정

을 비판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철학은 단순히 인식론이 아니고 지식

의 문제가 아닙니다. 철학은 우리 존재의 문제이고 삶의 문제이고 실

존의 문제입니다. 존재론이 중요합니다.

니체는 “우리의 삶은 하나의 예술작품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예

술작품을 만드는 태도로 내 삶을 살아야 한다는 거죠. 이게 바로 푸

코가 말한 실존의 미학이고, 이게 루소가 몸소 보여준 자유의 정신을

이해하기 위한 첫 출발점입니다. 루소는 왜 칼을 버리고 왜 가발을

버리고 왜 화려한 옷을 버려야 했을까요? 왜 넝마와 같은 옷을 걸치

며 살았는지, 왜 왕의 후원을 거부하고 스스로 악보를 베끼며 자신의

생활비를 벌어야 했을까요?

그런데 루소가 처음부터 이렇게 된 게 아닙니다. 마찬가지로 푸

코도 그렇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주인공인 브루스도 마찬가

지였습니다. 브루스는 비겁하게 영국 왕에 붙어서 얼굴을 드러낼 수

없으니까 깡통 하나를 뒤집어쓰고 자신의 스코틀랜드인들을 향해서

창을 겨누었던 사람입니다. 그런 브루스가 월레스가 죽은 지 9년 뒤

에 월레스의 후계자가 됩니다. 월레스의 죽음은 단순히 죽음으로 끝

나는 것이 아니라, 브루스의 자아를 일깨워줬던 것입니다. 비겁함에

서 벗어날 수 있는 깨달음을 줬던 것입니다. 그건 바로 뭡니까? 자유

즉 근대성이라고 부릅니다.

공동체와 사회계약

문제는 ‘쪼갠’ 다음에는 ‘결합’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결합하면서

사회계약을 통해 만들어진 것이 국가입니다. 그래서 근대의 국민국

가, 민족국가nation state가 탄생합니다. 근대 정치철학은 단순하게 개인

주의만이 중심이 아니라 개인주의와 관련해서 국가주의, 민족주의가

동일하게 중요하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푸코는 근대 정치를 이해할 때에 ‘개인화’만 이해해서는 안 되고,

동시에 ‘전체화’도 이해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렇게 근대 정치철

학의 가장 중요한 두 가지 개념은 개인화와 전체화입니다. 그러니까

개인과 국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개인을 만들어내는 과정, 그리고

국가(정치 공동체)를 만들어내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을 이해하셔

야 합니다. 그래야, 이것이 역사적이고 비판적인 사유의 출발점이 되

는 겁니다.

왜 철학이 역사적이어야 되느냐? 오늘날 어떤 철학자들은 과거가

필요 없다고 말합니다. 그렇지만, 현재 우리가 지금까지와는 다른 식

으로 생각하며 살려면, 우리가 살아온 과정을 먼저 이해해야 합니다.

내가 어떤 사람과 친해지려면 그 사람의 개인의 역사를 들어야 합니

다. 개인의 이야기가 빠진 친교는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마찬가지

로 우리가 살아온 삶의 이야기가 역사입니다. 그게 히스토리예요.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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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청춘의 고전 512>> 촛불의 정치와 진정한 자유!

라는 단어가 주는 생생한 힘을 브루스가 느꼈던 거죠. 루소도 마찬

가지입니다. 루소도 비겁하게 살고 심지어 사기꾼 노릇도 했지만

그의 삶은 끊임없이 종속으로부터 벗어나기를 원하는 삶이었습니

다.

이기적 개인과 도덕적 개인

우리는 일상적인 삶 속에서 벌어지고 있는 예속의 문제를 들여다

봐야 합니다. 저는 ‘자유’라는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일단 자유

와 반대가 되는 단어, 즉 ‘지배’와의 대조부터 출발해야 된다고 생각

합니다.

먼저, 모델 1은 ‘지배를 간섭으로 해석할 것인가?’에 관해서입니

다. 이때, 자유는 ‘선택’이 될 것입니다. 이것이 자유(지상)주의 모델

입니다. 모델 2는, ‘지배를 강제로 해석할 것인가?’입니다. 이때, 자유

는 ‘자율’이 되죠. 자유는 도덕적이고 보편적인 모습을 하게 되어 자

율적인 인간들이 서로의 인권을 존중하는 모델입니다. 모델 3은, ‘지

배를 예속으로 해석할 것인가?’입니다. 이때, 자유는 ‘해방’이 될 것

입니다. 이 모델은 자유가 단순히 개인적인 추상적 차원이 아니라 좋

은 사회를 통해 실현될 가치라는 점을 보여줍니다.

자유라는 개념을 정의 내릴 때에는, 지배라는 단어를 어떻게 해석

할 것인가가 중요합니다. 자유의 반대말이 ‘지배’이기 때문이죠. 지

배를 받는 건 자유인이 아니죠. 노예가 왜 노예입니까? 주인의 지배

“자비라고 말만 하면 돼. 크게 외쳐보라고.”

“자비를!”

“울부짖어봐!”

“자비라고 한마디만 해!”

“자유!”

(이에 대한 월레스의 대답은, “자유!”라는 외마디였다.

그리고 그의 피 묻은 손수건은 브루스에게 전해졌다.)

_「브레이브 하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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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청춘의 고전 532>> 촛불의 정치와 진정한 자유!

이 있습니다. 그게 루소를 이어받은 칸트와 롤스입니다. 이런 사람들

은 개인을 이기적 존재나 욕망의 존재가 아니라, 선의지가 있는 ‘도

덕적 개인’으로 봅니다. 이 점이 대단히 중요한데, 도덕적 개인이라

고 해서 남을 사랑하지는 않습니다. 그도 인간이기 때문에 나의 권리

와 마찬가지로 그의 권리도 존중받아야 한다는 그런 태도입니다. 이

게 자유주의의 도덕화이고, 이것이 오늘날 복지자유주의 곧 복지국

가의 모델이 됩니다.

자, ‘이기적 개인’을 근대 용어로 말하면, 바로 부르주아지입니다.

부르주아지는 오늘날 (사적인) 시민계급이라고 얘기하는데 현대의

자본가로 발전하게 됩니다. 여기서 잘 구분하셔야 할 것은, 부르주아

지를 의미하는 ‘사적인 시민’과 루소가 말하는 ‘공적인 시민’입니다.

를 받기 때문에 노예입니다.

여기서 잠깐, 자유주의라는 단어를 설명해 보겠습니다. 자유주의

라는 단어는 기본적으로 굉장히 복잡한 단어예요. 본래 ‘libertarian’

같은 단어들은 ‘진보적’이라는 의미로 많이 쓰이는 단어였어요. 이

말을 지금은 자유지상주의자로 알고 있는데, 원래는 무정부주의자들

이 최초로 썼던 단어입니다. 그러니까 자유라는 단어의 원초적인 의

미는 바로 무정부주의죠. 모든 지배를 거부하는 것입니다. 지배 없는

삶. 이게 무정부주의자들의 꿈입니다. 자유주의의 두 가지 의미도 이

로부터 출발합니다.

첫 번째, 조지 부시 미국 전 대통령과 MB를 대표로 하는 자유주

의가 있습니다. 이를 이해하려면 그 주체부터 이해해야 합니다. 애덤

스미스류類 혹은 신자유주의자들은 기본적으로 개인을 ‘이기적’이라

고 합니다. 리처드 도킨스Clinton Richard Dawkins, 1941-는 심지어 유전자까

지도 이기적selfish gene이라고 했지요. 개인의 ‘이기심’이 사회를 구성

해 나가는 가장 중요한 동력이라고 보는 겁니다. 그들은 협력이나 이

타심마저도 어떻게 이기심으로 환원해서 설명할지를 많이 고민합니

다. 또, 게임 이론을 가지고 정교하게 수리적으로 분석해서 겉보기에

는 이타적이고 협조적인 행위들이 어떻게 이기심으로부터 출발하는

지를 보여주려고 무지 애를 씁니다. 이것이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는

시장주의 혹은 신자유주의로 등장한 겁니다. 이게 극단적인 보수적

자유주의죠.

그런데, 자유주의를 도덕적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킨 사람들

구스타브 카유보트(Gustave Caillebotte)의 「비오는 파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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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청춘의 고전 552>> 촛불의 정치와 진정한 자유!

삶의 운동들이 있지요? 생활 공동체든 혹은 협동조합이든 이런 다양

한 운동들은 공동체를 구성하고 싶은 열망을 보여주는 겁니다.

공적인 것, 공동선共同善을 지향하는 공동체의 구성원을 우리는 개

인이라 부르지 않고 시민이라고 부르는 겁니다. 영어로 하면 시티즌

이 될 거고, 이게 프랑스어에서는 시투앵citoyen이 됩니다. 어떤 사람

들은 공적 시민이라고도 부릅니다. 이를 줄여 부르는 공민이라는 개

념은 공동선을 지향하는 시민이라는 뜻입니다.

반면에 개인주의에서의 시민은 사적 시민입니다. 이처럼 ‘부르주

아지’로서의 시민 개념하고 ‘시투앵’으로서의 시민이라는 개념이 얽

혀 있어서 시민이라는 말은 어렵습니다. 마르크스Karl Heinrich Marx, 1818-

1883는 「유태인 문제에 대하여」라는 논문에서, 사적 시민과 공적 시

민을 구분해야 된다는 것을 이야기했습니다. 이 글은 매우 중요한 논

문입니다. 마르크스의 이 글은, 오늘날 시민사회의 개념을 말할 때에

출발점이 되고, 또 정치 공동체와 연관해서 주체를 무엇으로 볼 것인

가를 규정하는 데에 시사점을 주는 매우 중요한 논문입니다. 그런데

이런 생각의 단초가 루소의 『사회계약론』에 최초로 담겨 있었던 것

이죠.

공동체주의자들의 방법론

자유주의자들의 기본적인 방법론은 기계론적인 분해와 결합의 방

법이라고 말했죠. 그에 반해 공동체주의자들의 기본 방법은 변증법

공동체주의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가?

이러한 사적인 시민으로서의 개인이 자유주의자들의 출발점입

니다. 그런데 개인이라는 생각의 바탕은 아까 말한 기계론과 원자론

입니다. 그런데 원자론과 기계론 대신에 나온 새로운 개념이 있습니

다. 이게 바로 관계론이라는 개념입니다. 실체들의 관계는 외적 관계

에 불과합니다. 예를 들어 국가들이 외적으로 관계 맺는 게 국제 관

계international인 겁니다. 오늘날 코즈모폴리턴(세계시민)이라는 단어는

독립된 국가들의 외적 관계가 아니라, 긴밀한 내적 관계를 의미합니

다. 그러니까 독립된 것들의 외적 관계가 사회계약이라면, 공동체의

끈끈한 관계가 바로 연대입니다. 공동체를 중시하는 정치철학이 ‘공

동체주의’죠. 이 공동체를 어떤 관계로 구성할 것인가에 따라 공동체

주의는 사회주의자들, 공산주의자들, 생태주의자들 등으로 나뉩니다.

현대의 주류 정치철학인 자유주의는 개인, 즉 생각하는 나로부터

출발합니다. 그 생각하는 나가 욕구하는 나(이기적 개인)인가, 아니

면 이성적으로 생각하는 나(도덕적 개인)인가의 차이가 있습니다.

내가 원하는 대로 하는 것을 ‘이기적’ 개인이라 하면, 내가 원하는 것

이 아니라 도덕법칙과 도덕성에 따라서 하는 것이 ‘도덕적’ 개인입

니다. 반면에 인간을 관계의 개념으로 보는 게 ‘공동체’주의입니다.

아직 공동체주의는 개념적으로 조금 덜 정립되어 있죠. 그중에 가

장 명확하게 정립된 게 사회주의 계열과 생태주의 계열입니다. 유럽

에서는 생태주의 계열이 녹색당, 사회주의 계열이 적색당으로, 이미

기존 정치체제에 편입돼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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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청춘의 고전 572>> 촛불의 정치와 진정한 자유!

단히 전형적인 자유주의적이고 근대적인 방식입니다. 그러나 동시에

그 개인이 이기적 개인이 아니라, 시민으로서 공동선을 지향하는 의

지를 갖죠. 이것이 ‘일반 의지la volonté générale’라는 개념입니다. 다수의

의지는 사적 이익들, 사적인 이해관계가 서로 얽혀 있는 의지라면,

이 일반 의지라는 개념은 공동선을 지향하는 의지입니다. 이런 점에

서 일반 의지는 칸트가 말하는 ‘선 의지’의 출발점이 되기도 하고, 헤겔

과 마르크스가 얘기한 공민시투앵 개념에 필수적인 개념이기도 합니다.

자유의 첫 번째 모델, 간섭으로부터의 자유

‘이기적 개인’이 가장 원하는 자유는 간섭으로부터의 자유입니다.

따라서 첫 번째 자유의 모델은 신자유주의의 모델로서 간섭으로부

터 자유로워지는 겁니다. 누가 개인에게 간섭합니까? 간섭하는 주체

가 누구죠? 국가가 개인의 자유를 간섭하는 것이죠. 그렇지만 신자

유주의는 무정부주의가 아니라는 점도 여러분이 이해해야 합니다.

신자유주의는 무정부주의가 아니라, ‘최소 국가’를 의미합니다. 국가

가 내 재산을 지켜주고 타인이 내 재산을 뺏어가는 것을 막아주기를

원하죠. 방범 역할을 해주기를 원합니다. 다만 세금을 많이 걷어가는

것은 싫어합니다. 왜냐하면, 세금을 많이 걷어가는 것은, 로빈 후드

처럼 강도입니다.

이런 식으로 자유주의는 애매합니다. 신자유주의는 자유와 지배

사이에서 늘 애매한 태도를 보입니다. 지배의 형태라도 내 것을 뺏어

입니다. 변증법은 운동하고 변화하는 것을 논리적으로 서술해 보려

는 걸 의미합니다. 이러한 변증법적인 사유 외에도 니체 이후 생겨난

해체론적인 사유가 공동체를 구성하려는 새로운 사람들의 기본적인

논리가 됩니다. 왜냐하면 변증법과 해체론 모두 기계론을 비판하고

관계론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변증법과 해체론은

기존의 형식논리를 뛰어넘어, 인간의 새로운 삶의 틀을 제시하려고

합니다. 그런 점에서 둘 다 방법론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존재론이기

도 합니다. 둘 다 아까 제가 말씀드렸던 역사를 비판적으로 읽어보려

는 존재론, 우리의 삶의 모습을 이해하고 바꾸는 존재론인 것입니다.

그러면 형식논리가 제일 싫어하는 게 뭐죠? 역사입니다. 두 번째

는 뭐죠? 비판입니다. 형식논리는 우리의 현재 모습을 이해는 시켜

주지만 현재 모습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알려주지는 않습니다.

현재 모습을 앞으로 어떻게 바꿔야 할지도 알려주지 않습니다. 이게

형식논리의 한계입니다. 형식논리란 현재 삶의 질병에 그대로 갇혀

버릴 수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변증법이나 해체론은 이런 형식논리

를 딛고 일어서려는 것입니다. 그러나 수학적 논리를 부정하고 뛰어

넘으려고 한다는 점에서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A

는 A가 되는 것이 상식과 과학의 논리인데 이걸 버리려고 하니까 논

리가 복잡해지죠.

루소는 칸트와 롤스와 같은 도덕적 개인주의에도 영향을 주고, 동

시에 헤겔과 마르크스와 같은 사회주의나 공동체주의에도 영향을

준 사람입니다. 루소는 『사회계약론』을 통해서 개인을 가지고 정치

공동체를 만드는 작업을 보여줬습니다. 이는 분해해서 결합하는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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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청춘의 고전 592>> 촛불의 정치와 진정한 자유!

자율이란 내가 스스로 명령을 내리는 것이고 나 스스로 규칙을 부

여하는 것입니다. 다만, 이때의 규칙은 개인적인 선호에 의해 생겨

난 것이 아니라, 수학처럼 보편성을 지향하는 겁니다. 공자님이 말씀

한 경지죠. “종심소욕불유구從心所慾不踰矩.”✽ 내가 내 뜻

대로 하지만 법도에 어긋나지 않는다, 이와 같은 경지

죠. 그래서 칸트가 말하는 자유 개념이 왜 공리주의나

신자유주의의 자유와 다른지 여러분들이 여기서 이해할 수 있을 겁

니다. 그러니까, 도덕법칙을 내게 스스로 부여하는 자율이 진정한 자

유입니다.

따라서 내가 이 사람을 사랑하지 않더라도 헐벗고 굶주린 사람

을 그냥 환대할 수 있어야 합니다. 왜죠? 이는 사랑이나 인류애 때문

이 아닙니다. 너도 나처럼 동일한 인간이기에 그가 지닌 권리를 존중

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롤스John Rawls, 1921-2002나 드워킨Ronald Dworkin,

1931- 같은 권리중심주의자들의 이야기입니다. 이렇게 권리를 중시한

다 했을 때, 권리는 인간으로서 타고난 것이고 모든 이의 권리를 존

중하는 절차를 롤스는 ‘공정성’이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최소한 사회계약을 했으면 사회계약을 하기 이

전보다는 좋아져야 됩니다. 노숙자는 사회계약을 할 필요가 없었을

거고, 그다음에 요즘 자살하는 많은 친구들은 우리 사회에 계약할 필

요가 없었을 것입니다. 그냥 혼자 사는 게 낫죠. 이러한 상황을 방지

하기 위해 ‘공정성’의 개념이 생긴 것입니다. 그래서 칸트와 롤스의

자유주의는 도덕적입니다. 이들은 자유주의 안에서 가장 평등하고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해 줄 수 있는 방식들을 고민한 겁니다.

갈 때에는 간섭이고 내 것을 지켜줄 때에는 자유의 보장이 되는 것

입니다. 이런 점에서 신자유주의에서의 자유는 뺏길 것이 있는 사람

들한테는 자유고, 뺏길 것이 없는 사람들한테는 지배만이 남습니다.

그러니까 신자유주의는 자유와 지배라는 이중적 구조로 이뤄져 있

는데, 이게 최소 국가의 의미입니다. 국가를 부정하지 않습니다. 국

가의 역할이란, 재산을 지켜주는 것입니다. 문제는, 재산이 없는 분

들이 훨씬 더 많다는 것이죠.

그래서 맥퍼슨C.B. Macpherson, 1991-이라는 캐나다의 유명한 정치학자

는 이런 로크적인 자유주의를 소유적 개인주의라고 부르면서, 로크

나 홉스의 자유주의가 민주주의의 적이라고 얘기를 합니다. 지금 우

리나라에서 부동산의 소유 구조를 보면, 상위 1프로한테 90프로가

있고 10프로한테 99프로가 있다고 하죠. 그럼, 우리 사회에서 자유

로운 사람들은 10프로입니다. 나머지 사람들은 뺏길 것조차 없는 거

죠. 거꾸로 국가로부터 지원받아야 됩니다. 신자유주의자가 말하는

기본적인 자유는, 이처럼 자유와 지배라는 이중적 모습으로 되어 있

기 때문에 일단 그 자유는 재산이 있는 소수에게만 매우 행복한 것

입니다.

자유의 두 번째 모델, 강제로부터의 자유

이제, 두 번째 자유의 모델입니다. ‘지배’를 ‘강제’로 해석해 보면

어떨까요? 이런 ‘강제’의 반대말은, 칸트가 말한 ‘자율’ 개념입니다.

✽ 『논어』에서 공자가 나이 70에

이르렀다는 경지를 나타낸 말로,

70세를 從心(종심)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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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청춘의 고전 612>> 촛불의 정치와 진정한 자유!

의미입니다. 그렇지만, 홉스는 신자유주의자의 가장 기본적인 모델

을 제시한 사람이라는 점에서 중요합니다. 결론만 바꾸면 됩니다.

반면에 로크는 철저한 자유주의자입니다. 그런데 이 자유주의는

약간 애매모호합니다. 자유주의라는 말 자체가 애매모호합니다. 이

게 세계체제론을 설파한 월러스틴Immanuel Wallerstein, 1993-이 주장한, 매

우 중요한 개념입니다. 월러스틴은 현실 공산주의가 몰락했을 때 이

런 과감한 주장을 던집니다. 월러스틴은 공산주의가 몰락한 게 아니

라, 자유주의가 종말을 고한 것이라고 말합니다. 아니, 현실에서는

공산주의가 몰락한 건데 왜 자유주의의 종말을 언급하죠? 그때 나왔

던 또 하나의 유명한 말이 있습니다. 프랜시스 후쿠야마Francis Fukuyama,

1952-라는 미 국방성에 있었던 철학자가, “역사의 종말”, “역사는 완

성됐다”, “자유주의 이후의 사회는 없다”, “자유주의로 역사는 끝났

다”고 주장합니다. 이에 대해 월러스틴은 “자유주의 이후의 사회”를

얘기합니다.

두 사람의 주장은 철학적으로 의미가 있습니다. 하나의 사건을 두

고 얼마나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는지 알 수 있죠. 후쿠야마는 동구

권의 현실 공산주의의 붕괴를 자유주의의 승리이자 자유주의의 완

성이라고 보는 반면에, 월러스틴은 거꾸로 자유주의의 몰락으로 본

겁니다. 왜 그랬을까요? 월러스틴에게 자유주의란 바로 근대성 자체

인데 동구권의 몰락은 근대 체제가 무너지는 전조이기 때문이죠. 어

차피 스탈린 체제나 미국 체제나 똑같다고 보는 겁니다. 그는 스탈린

체제를 국가자본주의 체제로 읽은 거죠. 그런 점에서 미국 체제랑 다

를 바가 없는 체제로 봤기 때문에 스탈린주의가 망한 건 곧 그 다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이클 샌델Michael J. Sandel, 1953- 같은 공동체주의

자가 칸트나 롤스를 비판하는 이유는 뭡니까? 그들이 여전히 개인주

의라는 틀에 머물러 있기 때문입니다. 도덕적 개인도 시민은 아니고

그냥 도덕적 ‘개인’인 겁니다. 따라서 (공동체주의자들은) 이제 개인

의 모델이 아니라, 어떤 공동체에 참여하고 있는 구성원으로서의 시

민을 이야기합니다. 그런 시민들이 절차적으로 사회를 만드는 것, 이

것이 바로 루소의 ‘사회계약론’입니다. 그래서 홉스의 사회계약론 및

로크의 사회계약론과 이 루소의 사회계약론은 그 의미가 매우 다른

것입니다. 말하자면, 틀은 같은데 집어넣는 것이 다르니까 나오는 것

도 다르죠. 원료가 다르면 제품도 달라지는 거죠?

홉스가 사회계약 하기 이전에 집어넣은 원료가 명확히 ‘이기적 개

인’입니다. 그래서 그는 성악설性惡說을 주장합니다. 재미있게도 그는

‘자유주의’에 해당하는 전제를 다 만들어놓고, 마지막 결론에 이르러

서는 ‘절대왕정에 복종하자’라는 개념을 지지했습니다. 왜냐하면 홉

스는 이행기의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하자면, 절대왕정으로

부터 이런 자유주의적 시민(부르주아) 사회로 이행하는 과정에 있었

기 때문에 새로운 사회의 전제를 원리로 삼아놓고 결론은 현실과 타

협한 거죠. 그래서 그 결론이 절대왕정과 절대군주에 대한 복종이 됩

니다. 홉스는 혼란한 혁명기를 겪으면서 자유가 어떻게 공포가 될 수

있는지를 보았고 무질서한 자유보다는 안전한 질서가 더 소중하다

고 생각했던 겁니다. 그래서 홉스가 공포라는 감정에서 출발해서 복

종이라는 개념을 끄집어냅니다. 홉스의 자유주의는 이기적 개인으로

출발해서 복종이라는 것으로 끝납니다. 이게 홉스의 사회계약론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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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청춘의 고전 632>> 촛불의 정치와 진정한 자유!

이라는 개념이 결코 이기심으로부터 나올 수 없다는 걸 그가 깨달아

서 나중에 자기비판을 합니다. 그래서 롤스에게서 도덕성이라는 것

은 그냥 ‘도구적 합리성rationality’이 아니라, ‘합당함reasonableness’, 즉 실

천이성적이라는 뜻입니다. 독일어로는 이성Vernunft과 오성Verstand이라

는 개념이 있습니다. 이성이라는 개념과 오성이라는 개념, 그러니까

우리가 말하는 형식논리를 할 수 있는 형식 지성이라는 개념하고, 이

보다는 고차원적인 변증법을 할 수 있는 이성이라는 개념은 구분됩

니다. 그런데 우리가 요즘 합리적 인간이라고 얘기하는 건 도구이성

적인 형식논리를 할 수 있는 그런 걸 의미하죠. 그래서 지성이나 도

구이성적이 아닌 합리성을 저는 그냥 합리적이라는 말보다는 이성

적이라는 말로 씁니다. 그 이성적이라는 것이 롤스가 말하는 합당함

reasonableness에 해당하는 말입니다.

롤스도 이 두 개의 단어를 구분하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

다. 그는 처음에 경제학자들하고 작업하면서 이런 합리적 선택으로

부터 도덕성이 나올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그런데 그게 안 된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칸트가 왜 경향성, 인간의 일상적인 끌림하

고 선 의지를 구분했는지가 명확해집니다. 그 두 가지를 구분했다는

건, 일상적인 충동으로부터는 도덕성이 나올 수 없다는 것을 이미 칸

트는 알았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로 칸트는 두 세계에서 삽니다. 자

연의 세계와 도덕의 세계. 다리가 쫙 찢어져 있죠. 이게 로크를 비롯

한 자유주의의 애매모호함의 존재론적인 이유입니다.

이걸 합하려는 게, 바로 헤겔과 마르크스 철학의 의미입니다. 두

세계로 나누어져 있는 것을 합하려는 것, 이게 변증법적인 세계관입

체제가 망할 거라는 말이죠.

그런데 그 이후 실제로 자유주의가 망하지는 않았지만, 심각하게

부식해 왔죠.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후쿠야마가 말을

바꿉니다. 어떤 하나의 사건을 가지고 지나치게 광분하여 얘기했을

때, 10년 뒤에 가서는 자신의 발언을 바꿔야 됩니다. 하나의 사례를

극단화하는 것은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죠. 다시 말하자면, 2008년

이후에 사람들은 신자유주의 체제 몰락의 서막을 보고 있는 거죠.

저는 1997년에 처음 신자유주의 연구를 시작했어요. 제가 로크로

박사학위 논문을 쓴 이유도 신자유주의를 연구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처음에는 도대체 ‘새로운 자유주의’라는 걸 모르겠는 거예요. ‘자유’

라는 말이 너무 어려웠어요. 이 개념을 잘 정리해 보아야겠다고 해서

시작된 일이었습니다. 하나하나 정리와 분석을 하면서, 근대에 ‘개

인’이라는 말이 어떻게 출발했는지 이해하려면 근대의 수학과 과학

을 이해해야 한다는 점을 알게 됐죠. 그러니까 여러분들이 근대 정치

와 사회를 이해하려면 근대 과학과 수학까지 이해해야 합니다. 이게

떨어져 있지 않습니다.

연구의 결과 역시 월러스틴의 말처럼 로크식의 자유주의는 상당

히 애매모호했어요. 로크가 보는 개인이 ‘도덕적 개인’인지 ‘이기적

개인’인지 확실치 않습니다. 마찬가지로 롤스도 헷갈렸습니다. 처음

에 롤스 자신은 ‘이기적 개인’으로부터 공정성을 끌어낼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이게 그 유명한 “합리성으로부터 도덕성이 나온다.”는

뜻입니다. 해보니 안 됩니다. 어떻게 이기적 개인이 공정함을 지키

겠습니까? 절대 안 지킵니다. 그런 차원에서, 이런 합리성과 도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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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청춘의 고전 652>> 촛불의 정치와 진정한 자유!

노동해방과 민족해방과 같은 단어가 이러한 모델을 대표하는 말이

지요. 이러한 자유를 의식하고 실현하려면 먼저 깨달음이 있어야 합

니다.

저는 비트겐슈타인의 다음과 같은 말을 좋아합니다. “철학이란 무

엇인가? 갈 길을 모르는 거다. 내가 어디로 갈지 모르는 게 철학하는

시작이다.” 철학이 어려운 게 아닙니다. 내가 어디로 갈지 모를 때,

내 삶의 길을 모를 때가 철학을 시작할 때입니다. 그러면, 이 망망대

해 같은 삶 속에서 도착해야 할 항구는 있어야 되지 않겠습니까? 그

렇죠? 항구가 없다고 생각해 보세요. 얼마나 비참해요. 방향을 잡는

것, 스스로 나침반을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 방향을 스스로 선택

하는 것이 생각의 힘입니다. 이런 점에 있어서 저는 철학이란 우리

삶과 먼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 늘 필요한 거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어디로 가야 할지를 아는 것, 그게 바로 깨달음입니다. ‘깨달음’은 이

처럼 간단한 통찰입니다.

바로 브루스는 이런 깨달음을 얻은 것이죠. 자신이 깡통 쓰고 자

기 민족에 대항해서 칼을 드는 것이 아니라, 스코틀랜드의 독립과 자

유를 위해서 칼을 들어야 한다는 것을 월레스의 죽

음을 통해서 알게 된 겁니다. 이러한 자각 덕분에 그

는 칼의 방향을 돌리게 됩니다. 루소도 마찬가지입

니다. 그가 진정 자신을 찾게 된 데에는 하나의 계시

가 있었습니다. 이는 뱅센 감옥으로 가는 길 위에서

이루어진 일입니다. 그 감옥은 파리 근교에 있고요.

거기에 갇힌 이는 그의 친구인 디드로✽라는 철학자

니다. 여러분들이 형식논리적인 공부는 많이 했지만, 이런 변증법을

공부할 수 있는 기회는 거의 없었을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변증법은

낯설고 까다롭습니다. 이러한 변증법을 비판하는 해체론은 더 까다

롭습니다. 변증법은 더하기로서 이것이면서도 저것이지만, 해체론은

빼기이니까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닙니다.

복잡하다고 포기하지 마세요. 이렇게 해보세요. A는 A다. 나는 나

죠? 그런데 내가 성형을 했어요. 성형한 나는 내가 아닙니까? 나는

기존의 내가 아닌 다른 나입니다. 이렇게 변화와 역사와 운동의 관점

에서 보면, 나는 고정된 존재가 아닙니다. 또 내가 결혼했어요. 그러

면 내 삶의 틀이 바뀝니다. 내 삶의 관계가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내

가 회사에 취직했습니다. 그러면 나와 새로운 관계의 사람들이 생깁

니다. 이처럼 나는 고정된 내가 아니라, 내가 누구와 관계를 맺고 있

고 내가 어떤 식으로 내 삶의 방향을 선택하는지가 중요합니다. 이렇

게 변화와 관계의 관점에서 철학함이 변증법이고 해체론인 것입니다.

자유의 세 번째 모델, 예속으로부터의 자유

자유의 세 번째 모델을 보겠습니다. 세 번째 모델은 지배를 예속

으로 해석하는 것입니다. 간섭이나 강제는 간헐적일 수 있습니다. 하

지만, 예속은 지속적이라는 데 문제가 있습니다. 예속이라는 말의 반

대말은 해방liberation이 될 겁니다. 이것이 아까 전에 월레스가 외친 프

리덤freedom입니다. 단순한 리버티liberty가 아니라, 프리덤freedom입니다.

✽ 드니 디드로(Denis Diderot,

1713-1784)는 프랑스의 백과

전서파를 대표하는 계몽주의

철학자이자 작가이다. 그는 프

랑스의 철학자로 달랑베르와

함께 18세기 계몽철학 사상을

집대성한 『백과전서』의 편집자

이자 철학, 소설, 희곡, 미술비

평 등 다방면에서 수많은 저작

을 남긴 계몽주의의 대표적 문

필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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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청춘의 고전 672>> 촛불의 정치와 진정한 자유!

던 삶입니다.

루소는 깨달을 얻기 이전에는 부모님께 버림받고 시계공의 도제

생활이 싫어 도망가서 토리노에서 하인 노릇도 하고 또 인심 좋은

남작 부인을 만나 아들이자 연인 역할도 하면서 의미 없이 살아갑니

다. 그러나 거기서 받은 교육 덕에 스스로 공부하고 책을 많이 읽으

면서 하나의 독립된 주체로 성장해 갑니다. 그도 성공하여 명성을 얻

기 위해 프랑스 파리로 가게 되죠. 거기서 디드로 같은 중요한 철학

자들을 만납니다. 프랑스 파리에 네 명의 젊은이들이 모였습니다. 그

당시에는 살롱 문화가 중심이었습니다. 귀족 부인들이 여는 살롱에

서 작가와 지식인들이 모여서 문화를 꽃피우던 시기였죠. 그들이 디

드로, 달랑베르, 콩티악 등 프랑스 계몽주의를 대표한 철학자들이죠.

그리고 루소도 거기에 있었습니다. 이중에 제일 별 볼일 없는 사람이

누구였겠습니까? 바로 루소였습니다.

루소는 깨달음을 얻기 전까지는 그저 평범했습니다. 그런데 칼을

버리고 가발을 벗더니 그는 위대해졌습니다. 갑자기 변신했습니다.

이렇게 평범하다 못해 부족했던 삶을 살던 사람이 갑

자기 깨달음을 얻은 것은 아닙니다. 그가 평생토록 추

구한 자유에의 갈망이 무르익다가 때가 되자 계시의

형태로 분출한 것입니다. 주자는 그것을 활연관통豁然

貫通✽이라고 불렀습니다. 그걸 선사들은 돈오頓悟라고

부릅니다. 그걸 비트겐슈타인은 파리통✽에서 빠져나

오는 것이라고 합니다. 여러분에게도 변신의 순간이

와야 되겠죠? 그러면 여러분들을 가둔 파리통은 무엇

입니다. 오늘날 우리가 말하는 백과사전이라고 하는 개념을 정립하

고 실제로 이를 만든 사람이죠. 그는 프랑스의 백과전서파를 대표하

는 유명한 철학자입니다. 루소는 이 디드로를 면회하러 갈 때, 통찰

(깨달음)을 얻게 되었습니다.

이 통찰을 얻은 후에 아까 말한 것처럼 칼을 버리고 가발을 벗게

됩니다. 동시에 그는 『인간 불평등의 기원론』이라는 유명한 작품을

쓰게 되고, 이걸 철학적으로 정립한 책이 바로 『사회계약론』입니다.

그리고 이것을 문학적으로 쓴 작품이 『신엘로이즈』, 그리고 자신의

『고백록』을 통해서, 이런 깨달음을 통해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낱낱

이 세밀하게 씁니다. 매우 부끄러운 것까지 담아냅니다. 이걸 통해서

자신이 얻은 진리와 자유가 진정성이 있다는 것을 자신의 삶으로 보

여주려고 합니다. 루소의 삶은 ‘고백’이라는 말처럼 솔직하기를 원했

루소와 『사회계약론』 초판본.

✽ 『대학』 제5장에 대한 주희

(朱熹)의 보전(補傳), 즉 격물

치지(格物致知)에 관한 보망장

(補亡章)에 처음 나오는 말로

‘탁 트여 모든 것에 관통함’이

란 의미이다. 불교의 돈오와 유

사하다.

✽ “철학에서 당신의 목적은

무엇인가? 그것은 파리통에서

파리가 빠져나갈 출구를 찾는

것이다.”(비트겐슈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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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청춘의 고전 692>> 촛불의 정치와 진정한 자유!

발전하고 있는 거라고 봅니다.

자유는 자유주의자의 전유물이 아니다

제가 오늘 여러분께 드리고 싶은 이야기는, ‘자유’라는 단어가 자

유주의자들의 전유물이 아니라,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생명력을 의

미하는 단어라는 점입니다. 따라서 자유라는 단어를 양보하지 말라

는 뜻입니다. 그리고 자유란 단지 국가로부터의 간섭에서 벗어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국가 권력에 참여할 수 있는, 바로 주체적인 시

민으로서의 자유이기도 한 겁니다.

자유라는 말은 자치가 보장될 때에 의미가 있습니다. 이게 루소가

『사회계약론』에서 한 말입니다. 루소는 정부와 계약하지 않았다 했

습니다. 정부에는 다만 위임한 거라고 했습니다. 따라서 국민이 싫어

할 때면 그 정부를 다시 국민투표로 물릴 수 있다고 본 사람이 루소

입니다. 루소는 ‘촛불의 정치’가 뭘 의미하는지를 보여주신 분입니다.

과연 우리는 과거의 루소처럼 가발을 쓰거나 브루스처럼 투구 쓰

고 우리의 자유를 억압하는 데에 기여하며 살고 있지는 않나요? 그

럼, 내 가발이나 투구는 뭔지, 이런 거를 쓰게 만든 공포심은 뭔지,

그 공포의 원인은 뭔지, 여러분들이 고민해 보아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 칼을 버리고 내 가발을 버려야 합니다. 머리 없는 분들

한테는 죄송합니다. (웃음) 그 당시에는 가발을 쓰는 게 굉장히 중요

한 거였습니다. 과연 내 가발과 투구는 뭔지, 이제 여러분들이 고민

인가요? 아까 브루스의 파리통은 뭐였죠? 두려움이었습니다. 두려움

을 느꼈기 때문에 스스로 예속된 겁니다.

우리는 민주화된 이후에 민주와 자유를 얻었습니다. 그런데 우리

가 얻은 건 형식적인 민주와 형식적인 자유일 뿐이었습니다. 자, 여

러분은 자유라는 말을 앞으로 두 가지로 구분하시길 바랍니다. 형식

적인 자유와 실질적인 자유. 형식적인 자유라는 말은 법과 제도적으

로 자유롭다는 뜻입니다. 우리는 노예는 아닙니다. 법적으로 1인 1표

의 투표권을 가지고 있습니다. 법적으로 우리는 똑같이 재판받을 권

리가 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어떻죠? 유전무죄죠. 이건 실질적인

자유, 실질적인 평등에 관한 문제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사법 재판에서 자본과 권력에 유리한 판결이 얼마

나 많은지를 알고 있습니다. 예컨대, 여러분들이 당장 법적 문제가

발생했을 때 뭐가 필요하죠? 제일 중요한 게 뭡니까? 돈과 연줄이죠.

예컨대, 몇 년 전에 삼성 X파일 사건이 있었습니다. 삼성과 연관된

쪽에서 대권 주자한테 어마어마한 뇌물을 준 사건입니다. 그런데, 이

걸 기자가 공표한 행위는 표현의 자유가 아니라, 사생활을 침해한 거

라고 해서 대법원에서 유죄판결이 났죠. 그런데 그중에 다섯 분이 그

래도 반대 의견을 냈습니다. 사실 반대 의견 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만약에 이런 반대 의사를 표시하면, 반재벌 성향의 법조인

이 되는 거죠. 그러면 판사 그만 두고 나와서 변호사로 성공하기 어

렵습니다. 재벌에 협조하면 많은 돈이 보장되어 있는데, 못 받게 됩

니다. 반대를 한다는 건, 수십억 많게는 수백억을 포기하는 겁니다.

그런데 그런 분들이 또 존재합니다. 그런 점에서 우리 사회가 조금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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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청춘의 고전 712>> 촛불의 정치와 진정한 자유!

이제 우리는 어떤 개인을 만들고 어떤 공동체를 만들 건지 다시

한 번 루소를 통해서 고민해 봐야 될 시점입니다. 이럴 때 감정이 중

요합니다. 감정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살아가는 의식이기 때문에 거

의 무의식적이기도 한 겁니다. 나를 이끌어가고 있는 일상의 감정이

두려움이라면 종속되고 예속될 확률이 매우 높아집니다. 그래서 이

런 두려움이라는 질병에서 벗어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이 ‘깨달음’

입니다.

우리 사회에는 불행하고 굶주리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건 우리

가 만든 제도, 아까 말씀 드린 대로 우리에게 부과된 신자유주의 시

스템 덕분입니다. 이게 IMF 프로그램이죠. 이것이 1997년에 들어왔

으니까, 벌써 14년째입니다. 제가 그때 그랬습니다. 이거 10년만 가

면 아주 위험해질 거다. 그 당시에 공부해 보니까 위험하더라구요.

불행하게도 이 말이 현실이 돼버렸습니다. 뭔가는 성장하는데 왜 대

다수는 행복하지 않을까요? 왜 많은 사람들이 자유롭지 않다고 느낄

까요? 왜 정의와 평등이라는 말이 오늘날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걸

까요? 이는 진정한 자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자유가 없이는 정의도

평등도 무의미합니다. 마찬가지로 정의와 평등이 없이는 진정한 자

유가 성취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정의와 자유, 평등과 자유를 함께

고민해야만 우리가 진정으로 자유롭고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고 그

러한 제도를 구축할 수 있습니다.

푸코가 말한 대로 철학이란 바로 현대를 살고 있는 우리의 삶에

대한 비판적 성찰이며 동시에 우리의 삶을 거부한다는 것을 여러분

들이 이해하셔야 합니다. 로크의 『정부론』은 오늘날 우리의 제도와

해 보시기 바랍니다.

정의와 평등 이전에 자유가 중요하다

일상생활에서 예속된 상태로부터 벗어나려고 노력하는 것이 거시

적인 노력 못지않게 중요한 겁니다. 왜냐하면 미시와 거시는 서로 분

리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지요. 푸코가 말한 대로 개인화와 전체화는

같은 흐름의 다른 표현일 뿐입니다. 근본 흐름은 같습니다. 그러니

까, 개인과 전체가 대립하는 게 아니라, 어떤 하나의 흐름은 개인을

만들고 또 하나의 흐름은 전체를 만듭니다. 자유주의의 흐름은 자유

주의적 시민을 만들고 자유주의적 국가를 만드는 겁니다. 마찬가지

로 어떤 새로운 정치적 운동은 새로운 주체의 모습과 새로운 공동체

의 모습을 만드는 겁니다.

촛불 시위 광경.

2004년 종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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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청춘의 고전 732>> 촛불의 정치와 진정한 자유!

같습니다. 이 『정부론』에서 나온 자유와 평등, 독립이라는 언어가 미

국 헌법의 언어입니다. 미국 독립전쟁의 언어입니다. 이처럼 고전이

우리의 제도와 틀과 우리의 삶의 방향을 만듭니다. 그러면 내가 어떤

고전을 읽는가가 중요합니다. 그런 점에서 로크는 우리가 만든 것,

현재 만들어진 것을 이해하게 해준 거라면, 거꾸로 루소의 『사회계

약론』은 우리가 이것을 다른 식으로 바꿔볼 수 있지 않을까를 이야

기해 주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루소의 『사회계약론』은 이런 점에서 진보적 정치철학에 대단히

중요합니다. 『사회계약론』은 루소의 ‘정치제도론’이라는 거대한 기

획의 일부분입니다. 물론 그는 이를 완성하지는 못했습니다만.

심장의 자유를 이성에까지

과연 우리의 정치권력은 사적으로 운영되고 있나요, 아니면 공적

으로 운영되고 있나요? 중요한 건 ‘행사’의 문제입니다. 과연 우리의

입법권이 정말 국민의 의지를 반영하고 있습니까? 우리 국민들의 삶

을 어렵게 만드는 데 기여하고나 있지 않습니까? 우리의 행정부와

사법부가 과연 우리 국민들에게 잘하고 있습니까? 우리의 행정부와

사법부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은 워낙 널리 퍼져 있지요.

입법, 행정, 사법이라는 정치권력이 이렇듯 국민들의 의사에 반하

게 사적인 것으로 운영되고 있다면, 앞으로 이것을 어떻게 공적인 것

으로 만들어야 할까요? 공적인 것은 개인의 자유를 억압한다는 것이

“그동안 월레스와 함께 피흘려 싸웠지만, 이젠 나와 함께 합시다!”

_「브레이브 하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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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청춘의 고전 752>> 촛불의 정치와 진정한 자유!

느낀 그 순간이 바로 철학함의 시작점입니다. 이때에 루소의 삶과 사

상이 여러분들의 삶의 방향을 비춰주는 데 조금은 도움이 되지 않을

까 생각합니다. 그런데 루소를 그냥 혼자 읽으면 루소가 잘 엮이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고전도 서로 관계로 엮여 있기 때문이에요. 루소

를 칸트나 롤스와 같은 사람의 입장 속에서 읽을 수 있지만, 헤겔이

나 마르크스, 니체나 푸코 같은 사람들과 연결해서도 읽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여러분들이 어떤 계열로 책을 읽을 거냐가 중요합니다. 고

전들도 관계가 있기 때문에 여러 계열이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날 다

양한 계열의 철학자들이 등장했어요. 한 사람의 철학도 홀로 서 있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관계의 망 속에 있고 그런 관계망 속에 서야 그

철학적 고전의 의미가 우리의 삶을 제대로 비출 수 있어요. 오늘 강

의 마치겠습니다.

아닙니다. 아까 말씀드린 대로 개인화와 전체화는 같은 흐름의 다른

표현이므로 어떤 개인과 어떤 정치 공동체라는 개념을 만들어낼 것

인가가 중요하지, 공적이라고 해서 자유를 억압한다는 단순 도식에

빠져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그래서 여러분들이 생각해야 될 출발점과 문제의식을 오늘 마련

해 보고자 했던 겁니다. 일단 자유라는 단어가 생각보다 원초적이고

중요하다는 점입니다.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성취해야 할 게 자유라

고 저는 얘기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브루스’만 전쟁터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도 전쟁터에 있습니다. 그런데 과연 우리는 자각 이전의

브루스인가요? 아니면 자각 이후의 브루스인가요? 이에 대답하려면

루소의 삶을 들여다봐야 합니다. 루소는 스스로 왕의 후원을 거부했

습니다. 굉장하죠? 자신의 첫 작품인 오페라가 성공했고, 프랑스 왕

이 후원하겠다고 했는데, 그걸 거절했습니다. 왜 후원을 거부했을까

요? 자신이 후원을 받는 순간 왕이나 귀족에게 예속되는 거죠. 스스

로 악보를 베끼는 것은 대단히 기계적이고 반복적인 일이죠. 이걸 통

해서 자신의 삶의 조건을 주인으로 세워보려고 한 것입니다. 물론 약

간 위선적일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친구들도 많이 도와줍니다. 약간

쇼도 있어요. 루소의 삶 자체가 좌충우돌하고 많은 실수를 합니다.

사기도 치고. 그렇지만 심장으로 느꼈던 자유에 대한 열망을 자각한

후에는 이성적으로 사유했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심장의 자유를 이

성에까지’, 이게 루소의 삶의 전환이었고 루소의 삶의 성취였습니다.

여러분들이 살아가는데 어느 순간 어디로 가야 될지 모르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