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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 97 Travel China Travel China VS 상하이 쓰촨성 쑤저우 베이징 후난성 청더 대륙 속에 숨은 라이벌 여행지 오래 살수록, 자주 방문할수록 ‘중국’은 이해하기 어렵 다고들 한다. 드넓은 땅에 수많은 명승지들이 산재해 있고, 여러 민족이 공존하다 보니 같은 점을 발견하 기가 어려운 탓이다. 기후도 제각각이고 자연 환경과 문화도 매우 다르다. 또한 국내에서 직항으로 연결 된 도시만도 10곳이 넘어서 여행지를 고르는 일 자체가 쉽지 않은 편이다. 이렇듯 다채로운 중국의 명소 들 중에서 대조적인 성격을 띤 여행지들을 묶어 비교했다. 박상현 기자·사진 연합뉴스 DB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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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10 97

    Travel ChinaTravel China

    VS상하이쓰촨성쑤저우베이징 후난성 청더대륙 속에 숨은 라이벌 여행지 오래 살수록, 자주 방문할수록 ‘중국’은 이해하기 어렵다고들 한다. 드넓은 땅에 수많은 명승지들이 산재해 있고, 여러 민족이 공존하다 보니 같은 점을 발견하

    기가 어려운 탓이다. 기후도 제각각이고 자연 환경과 문화도 매우 다르다. 또한 국내에서 직항으로 연결

    된 도시만도 10곳이 넘어서 여행지를 고르는 일 자체가 쉽지 않은 편이다. 이렇듯 다채로운 중국의 명소

    들 중에서 대조적인 성격을 띤 여행지들을 묶어 비교했다.

    글 박상현 기자·사진 연합뉴스 DB센터

  • 200910 9998 200910

    박제된 역사, 진화하는 예술 베이징의 관문인 서우두(首都)

    국제공항에 도착한 순간, 입국자는 세계 최대 규모의 공항 터미널에 놀란

    다. 올림픽을 앞두고 중국 정부가 의욕적으로 세운 결과물이다. 무엇이든지

    장대한 것을 선호하는 중국인들의 습성이 담겨 있는 듯하다.

    베이징 여행의 주제는 크게 두 가지다. ‘전통’과 ‘현대’, ‘역사’와 ‘유행’처

    럼 시간을 잣대로 나뉜다. 전통은 베이징 시내와 외곽에 흩어져 있는 유적

    으로 향하는 과정이다. 중심부에 버티고 있는 쯔진청(紫禁城)을 정점으로

    천하를 다스렸던 왕들의 흔적이 여기저기에 남아 있다. 하지만 베이징에서

    과거는 현재와 철저히 분리돼 있지 않다. 쯔진청과 중국 현대사의 상징인

    톈안먼(天安門) 광장이 붙어 있는 식이다.

    쯔진청은 세계 최대의 궁전이라는 평판에 걸맞게 내부가 무척 복잡하다. 경

    복궁의 두 배가 넘는 72만㎡의 부지에 중국인이 좋아하는 색깔인 황금빛 지

    붕과 붉은 벽면을 따라 다양한 건물이 모여 있다. 일반인에게 공개되는 것

    은 일부분이지만, 제대로 관람하려면 적어도 5시간은 필요하다.

    황제가 풍년을 위해 제례를 올리던 건물인 ‘기년전(祈年殿)’이 자리한 톈탄

    都市, 너무나 다른 중국의 두 얼굴남쪽의 홍콩, 마카오, 광저우(廣州)를 제외하면 중국에서 개별여행을 위한 인프라가 완벽하게 갖춰진 도시는 베이징(北

    京)과 상하이(上海)뿐이다. 깔끔한 호텔과 레스토랑이 많고, 중국어를 몰라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지하철이 깔려

    있어서다. 또한 충실한 여행 정보도 쉽게 얻을 수 있다. ‘중국의 두 얼굴’이라 할 수 있는 베이징과 상하이의 매력은 어

    떻게 다를까.

    800년 넘게 대륙을 호령했던 수도 베이징의 역사는, 서구 열강이 들어오면서 본격적으로 발전하기 시

    작한 상하이에 비해 더 장구하다. 중국의 전통이 오롯이 녹아 있는 베이징은 올림픽을 기점으로 현대

    적인 도시로 변하고 있다. 대로 안쪽 고샅에서는 베이징의 속살을 엿볼 수 있다.

    北京 VS上海

  • 200910 101100 200910

    다산쯔 798 지구는 중국의 현대 예술을 만날 수 있는 장소이다. 젊은 예술가들은 이곳을 터전

    으로 창작 활동을 펼치고 있다. 다산쯔 798 지구에서는 중국의 상품은 저렴하다는 인식이 깨

    진다. 개성이 넘치는 엽서, 문구류는 획일화된 디자인과 조잡한 품질과는 거리가 멀다.

    ‘지난 100년간 진행된 상하이의 변신은 중국 역사의 축소판이다.’ 미국인 학자의 이 문장처

    럼 상하이는 근대 이후 서구의 문물을 받아들여 급속도로 변해 왔다. 상하이는 베이징에 비

    해 문화 유산은 적지만, 훨씬 역동적이고 활기가 넘친다.

    궁위안(天壇公園)을 빼면 베이징의 역사 명소는 오히려 교외에 많다. 명

    나라의 황제 13명과 황후 23명, 귀비 1명의 능묘가 있는 명13릉 역시 베이

    징에서 북서쪽으로 50㎞쯤 벗어난 곳에 있다.

    재개발이라는 명목 하에 수가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는 후퉁(胡同)은 베

    이징의 시간이 교차하는 지점이다. 고관대작의 행차를 피해 서민들이 대

    로의 뒷골목에 터전을 잡으며 형성된 이곳에는 토박이들의 일상이 녹아

    있다. 700년 전부터 별다른 변화 없이 보존돼 왔기에 모든 것이 고풍스럽

    다. 하지만 이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풍경은 이전과 다르다. 관광객을

    태운 인력거가 오가고, 행인은 휴대전화로 통화하며 거리를 쏘다닌다.

    문화의 측면에서도 베이징은 다채로운 면모를 보여준다. 국가대극장(國

    家大劇院)에서는 중국의 전통극인 경극이 상연된다. 인공 호수를 만들

    고, 입구를 수면 아래로 지은 현대적인 빌딩에서 짙은 화장을 한 배우들

    이 희로애락을 노래한다. 특히 과장된 몸짓과 표정이 흥미롭다.

    톈안먼 광장의 정남쪽으로 이어지는 길인 첸먼다지에(前門大街)의 끝에

    는 차를 시음하고 구입할 수 있는 ‘라오서차관(老舍茶館)’이 있다. 이곳

    에서는 중국인들이 어떠한 음료보다도 사랑하는 차를 들이켜며 그림자

    연극과 변검을 감상할 수 있다.

    이러한 전통 문화의 대척점에는 ‘다산쯔(大山子) 798 지구’가 있다. 구소

    련과 동독의 도움을 받아 무기와 가전제품을 생산하는 공장 밀집 지대였

    던 이곳은 1990년대 후반 예술가들이 흘러들면서 예술특구로 지정됐다.

    밴쿠버의 그랜빌 아일랜드처럼 폐허에서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다산쯔 798 지구에는 미술가들의 작업실과 화랑을 비롯해 예쁜 카페와

    레스토랑들이 밀집해 있다. ‘정치적으로는 보수적이지만, 문화적으로는

    진보적’이라는 베이징 사람들의 감수성이 구현돼 있다.

    그들의 밤은 낮보다 화려하다 명나라 시대의 고관이 부

    모를 위해 18년 동안 지었다는 위위안(豫園). 중국 강남의 정원 양식을

    따라 건설된 이곳은 언제나 여행자로 들끓는다. 여러 차례 주인이 바뀐

    뒤 1950년대 중반 들어서야 대중에게 개방됐는데, 주변에는 찻집, 식당,

    기념품점, 골동품점이 즐비해서 쇼핑을 즐기기에도 좋다.

    그러나 위위안의 인기가 높은 진정한 이유는 상하이에 볼만한 전통 정원

    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문화유산만 둘러봐도 3박 4일 일정이 빠듯한 베

    이징과는 달리, 13세기 후반에야 작은 도시로 성장한 상하이에는 자신

    있게 내세울 고적이 없다. 그나마 한국인에게는 임시정부 유적지나 윤봉

    길 의사가 폭탄을 던졌다는 루쉰공원처럼 현대사와 관련된 장소라도 있

    다. 이처럼 한낮의 상하이는 그다지 매혹적이지 않다.

    거대도시 상하이의 진가는 해가 저물 무렵부터 서서히 드러난다. ‘백만

    달러짜리 야경’이라는 홍콩보다 더욱 아름다운 밤풍경이 눈길을 사로잡

    는다. 황푸(黃浦) 강의 양안에는 100년의 시간 차이를 두고 들어선 건물

    들이 색색의 조명을 발한다. 이러한 야경을 만끽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

    법은 ‘유람선 탑승’이다.

    유람선은 황푸 강 서쪽의 와이탄(外灘)과 동쪽의 푸둥(浦東) 사이를 지나

    간다. 와이탄은 중국이 아편전쟁에서 패한 뒤 영국, 프랑스, 미국 세력이

    유입되면서 탄생한 지역으로 우람하면서도 고전적인 서양 건물들이 늘

    어서 있다. 은행, 세관, 도서관 등으로 사용되고 있는 와이탄의 빌딩들은

    20세기 초반의 외관을 유지하고 있다.

    푸둥 지구는 와이탄에 비해 훨씬 ‘젊은’ 곳이다. 흔히 중국 경제 발전의

    결정체로 인식되는 이곳에서는 ‘높이 경쟁’이 한창이다. 로켓을 떠올리

    게 하는 둥팡밍주(東方明珠)와 진마오다사(金茂大厦)를 필두로 가느다

    란 건물들이 치솟아 있다.

    상하이 여행의 절정은 신톈디(新天地)이다. 본래 프랑스 사람들이 거주

    하던 동네였는데, 유럽풍의 건물에 카페와 레스토랑, 바 등이 입점하면

    서 상하이에서 가장 세련된 곳이 됐다. 골목마다 세계 각국의 술과 음식,

    음악을 향유할 수 있는 상점이 숨어 있다. 노천카페에 자리를 잡고 앉아

    잘 차려입은 젊은이들을 보는 것도 재미있다.

    베이징 상하이

    특징 문화와 예술 야경과 쇼핑

    여행 형태 개별여행 개별여행

    왕복항공권 가격 250,000원 192,000원

    참고 사항기호와 취미를 잘 살펴야 한다. 북방과 남방을 대표하는 두 도시

    는 개성이 확연히 다르다.

    상하이

    上海

    베이징

    北京

  • 200910 103102 200910

    눈앞에 펼쳐진 거대한 수묵담채화 한반도와 중국의 산

    은 전반적인 생김새가 천양지차이다. 국내의 산들은 대부분 봉우리를

    정점으로 완만하게 능선을 그리는 반면, 중국의 산은 평지 위에 삐죽

    솟아 있는 듯한 형국이다. 특히 장자제가 그러해서 수천 개의 기다란

    암석이 땅에 뿌리를 박고 위태로이 서 있다.

    장자제가 위치한 후난성은 중국 남부의 내륙에 있다. 비록 바다는 없지

    만, 광활한 호수가 있고 날씨가 온화해 거주하기 힘든 곳은 아니다. 중

    국의 국부인 마오쩌둥과 공산당의 이론가였던 류사오치가 태어난 지

    역이기도 하다.

    인천에서 직항이 개설돼 있는 후난성의 성도, 창사(長沙)에서 장자제

    까지는 자동차로 대략 4시간이 소요된다. 장자제는 국립공원의 명칭이

    자 시의 이름이기도 한데, 면적이 꽤나 넓어서 자동차가 없으면 둘러보

    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중국어에 능통하지 않은 길손은 개별여행보다

    는 편안한 패키지여행을 선택하는 것이 낫다.

    ‘우링위안(武陵源)’이라고도 불리는 장자제는 삼림공원, 쒀시위(索溪

    浴), 톈쯔산(天子山) 등 크게 세 구역으로 나뉘어 있다. 이 가운데 삼림

    공원 안에 자리한 위안자제(袁家界), 황스자이(黃石寨)와 톈쯔산에 관

    광객들의 발길이 유독 잦다. 하루에 세 곳을 모두 볼 수는 없어서 이틀

    동안 여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위안자제와 황스자이는 장자제의 전형을 보여주는 공간이다. 대지에

    중중첩첩한 바위 덩어리가 늘어서 있고, 바위 곳곳에서는 푸른 초목이

    자라고 있다. 먹으로 선을 그리고 옅은 색 물감으로 채색한 수묵담채화

    의 모습 그대로이다. 서양화처럼 색상이 화려하지는 않지만, 형태가 매

    우 장엄하다.

    황스자이보다 인기가 높은 위안자제 여행은 높이 300m가 넘는 엘리베

    이터에 탑승하면서 시작된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 고개를 젖혀 올

    려다보던 바위들이 일순간에 발아래로 펼쳐진다. 이후에는 산책로를

    自然, 산수가 빚은 진풍경의 우열을 가리다황산(黃山), 구이린(桂林)과 함께 중국의 4대 절경으로 일컬어지는 후난(湖南)성 장자제(張家界)와 쓰촨(四川)성 주자이거우(九寨溝)는 ‘산(山)’과

    ‘수(水)’를 대표하는 지역이다. 오랜 세월에 걸쳐 형성된 독특한 경관이 눈을 현혹시키고 마음을 동하게 한다. 장자제는 거칠고 웅장한 산세, 주

    자이거우는 황홀하게 변하는 물빛이 특징이다.

    지리산이 남원과 구례, 하동과 산청에 걸쳐 있듯, 장자제와 주자이거우도 내부에 경승지가 많

    다. 삼림공원과 쒀시위, 톈쯔산 등 세 구역으로 나뉘어 있는 장자제 시는 면적이 서울의 15배에

    달해 돌아보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

    장자제(위)와 주자이거우(아래)는 각각 ‘기암괴석’과 ‘명경지수’라는 고사가 어울릴 만큼 대조적이지만, 인간의 힘으로는 도저히 빚어내지 못할 풍경이라는 점에서는 같다.

    張家界VS

    九寨溝

  • 200910 105104 200910

    따라 천천히 걸으면 된다. 등산처럼 오르막이나 내리막이 계속해서 이

    어지는 경우가 없으니, 체력적인 부담이 크지는 않다. 오후에는 햇볕이

    따갑고 관광객이 몰릴 수 있으므로, 가급적 오전에 찾는 것이 좋다.

    위안자제에는 전망이 탁월한 곳마다 재미있는 지명이 붙어 있다. 마음

    을 홀린다는 ‘미혼대(迷魂臺)’, 선녀에게 절하는 장소인 ‘배선대(拜仙

    臺)’,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계곡인 ‘연인곡(戀人谷)’, 자연적으로

    생긴 아치 모양의 다리인 ‘천하제일교(天下第一橋)’ 등이 그러한 예

    다. 천하제일교 부근에는 서울 남산의 꼭대기처럼 난간마다 자물쇠들

    이 수없이 걸려 있어서 이색적이다. 대개는 연인들이 사랑의 징표로 잠

    근 뒤에 열쇠를 절벽 아래로 던져 다시는 풀 수 없는 것들이다.

    최근에 개발된 톈쯔산은 태곳적 자연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케이블카를 타고 15분 정도 오르면 해발 1천200m가 넘는 정상부에 이

    른다. 바위들의 밀도가 훨씬 높고 나무가 빽빽하게 생장하고 있다. 특

    히 안개가 낀 날이면 바위와 소나무의 윤곽만이 어슴푸레하게 보여 오

    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달이 뜬 밤이나 노을 진 하늘과 어우러진 풍

    경도 아름답다.

    장자제의 또 다른 볼거리는 주민의 약 70%를 차지하고 있는 투자족(土

    家族)의 문화이다. 투자족은 후난성뿐만 아니라 후베이(湖北)성과 쓰

    촨성에서도 살아가고 있는 소수민족이다. 곱게 수를 놓은 윗도리에 긴

    치마를 입은 여성들의 복식이 인상적이다. 장자제 시내의 다용푸청(大

    庸府城)에는 투자족의 생활상이 담긴 물품이 전시돼 있다.

    오색찬란한 호수에 햇빛이 아롱지다 매운 음식으로 유

    명한 쓰촨성은 지세가 험한 땅이다. 지도를 봐도 평야를 상징하는 녹색

    은 거의 없고, 온통 산악 지방을 나타내는 갈색으로 칠해져 있다. 하지

    만 쓰촨성은 ‘네 개의 하천’이라는 뜻처럼 양쯔강과 민강을 비롯해 4

    개의 커다란 강이 흘러가는 곳이어서 농지가 발달했다. 중국에서 식량

    생산량과 쌀 생산량이 가장 많은 곳이 바로 쓰촨성이다.

    나관중의 소설 ‘삼국지연의’에서 유비가 삼국 분할을 하며 거점으로

    택했던 청두(成都)는 쓰촨성의 성도이다. 시내에는 유비가 묻혀 있는

    ‘한소열묘(漢昭烈廟)’와 제갈량을 모시는 사당인 ‘무후사(武候祠)’가

    자리해 있다. 주자이거우 여행은 쓰촨성의 최대 도시인 청두를 거점으

    로 하게 된다.

    주자이거우는 장자제처럼 개별여행보다 패키지여행이 여러 모로 편하

    다. 국내의 패키지여행 상품을 이용하면 청두에서 주자이거우가 있는

    주황(九黃) 공항까지 국내선으로 이동할 수 있는데다, 현지에서도 전

    세 버스로 돌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개별여행을 고집한다면, 버

    스로 구절양장의 길을 10시간 이상 달려야 하고 주자이거우에서는 중

    국인과 함께 단체로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

    물과 나무, 하늘이 빚어내는 경치가 빼어난 주자이거우는 작은 버스를

    타고 와이(Y) 자 형태의 도로를 따라가며 관광을 하게 돼 있다. 이곳에

    는 모두 114개의 호수가 있는데, 장족 사람들은 호수 대신 ‘바다(海)’

    라고 부른다. 신선이 사용하던 거울이 깨지면서 산산조각이 되어 만들

    어졌다는 모든 호수를 하루 만에 보기는 어렵다. 우선 차창으로 규모와

    색깔이 다른 호수들을 만난 뒤 몇 곳만 자세히 살펴보게 된다.

    주자이거우의 호수는 신기하게도 캐나다 앨버타 주의 로키 산맥에 있

    는 호수들처럼 푸른색이나 초록색을 띤다. 하지만 우화하이(五花海)에

    이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캐내디언 로키의 호수는 기껏해야 푸르스

    름한 빛깔만 발하는 데 비해, 우화하이의 물은 노란색부터 파란색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물속의 이끼가 선명하게 눈에 띄는 가까

    운 쪽은 초록빛이고, 멀어질수록 파래진다. 이외에도 마치 거울처럼 하

    늘을 담아내는 징하이(境海), 수면 아래 속살이 유난히 잘 드러나는 우

    차이츠(五彩池)가 매혹적이다.

    황룽(黃龍)은 주자이거우에 버금가는 볼거리이다. 산골짜기에 한 마리

    용이 꿈틀대고 있는 듯한 황룽에는 다랑논 같은 석회암 지형에 수많은

    장자제의 비경은 수억 년 전까지만 해도 바다 아래 있었다고 전해진다. 땅이 조금씩 융기하면서 해수가 빠지고 약한 부분이 떨어져 나가 현재의 지형이 완성된 것이다. 엘리베이터나 케이블카를 타

    고 정상에 오르면 장엄한 풍경이 나타난다.

    주자이거우는 30여 년 전 벌목공이 우연히 발견하면서 세상에 소개됐다. 원래는 전통적인 생활방식을 고수하던 장족과 창족이 거주하

    던 곳이었다. 이들이 드문드문 집을 짓고 살아가던 황무지 안쪽에 선경이 숨어 있었던 셈이다.

    호수가 점재해 있다. 이곳의 백미도 ‘우차이츠(五彩池)’인데, 주자이

    거우보다 훨씬 더 아름답다.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연못은 은은한 푸른

    빛을 띠다가도, 멀찍이서는 짙은 하늘색으로 변한다. 물빛은 시간과 수

    심, 날씨에 따라 오색찬란하게 변화한다.

    주자이거우와 황룽 여행에서는 유의해야 할 점이 있다. 평균 고도가 3

    천m가 넘다 보니 고산병에 걸릴 수 있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등산할

    때 스프레이로 공기를 자주 흡입하고, 천천히 걷는 것이 좋다. 고산병

    증상이 나타나면 현기증이 일어나고 식욕이 떨어져서 쉽게 피곤해진

    다. 미리 고산병 약을 챙겨가는 것도 괜찮다.

    장자제 주자이거우

    특징 기암괴석과 소나무의 조화 오색 빛깔을 띤 호수

    여행 형태 패키지여행 패키지여행

    왕복항공권 가격 489,600원(창사) 614,400원(청두)

    참고 사항멋진 풍경. 하지만 전체적으로 경치가 비슷한 것은 단점.

    중국에서 티베트 다음으로 높은 여행지. 고산병 주의.

    중국이라는 나라는 ‘화수분’과 같다. 재물이 계속 나오는 단지처럼, 전혀 몰랐던 비경이 한없이 등장한다. 그래서 중국을 여행하다 보면 호기심이 사그라지지 않는다.

    후난성

    張家界

    쓰촨성

    九寨溝

  • 200910 107106 200910

    庭園, 황제가 사랑한 명원을 거닐다 풍경이 수려한 곳만을 뽑은 4대 절경처럼 중국에는 ‘4대 명원’이 있다. 쑤저우(蘇州)의 줘정위안(拙政園)과 류위안

    (留園), 베이징의 이허위안(臣頁和園)과 청더(承德)의 ‘피서산장(避暑山莊)’ 등이다. 왕과 왕후, 관리가 지은 정원들은 나

    란히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돼 있다. 각각의 정원에는 중국인들의 자연과 문화에 대한 생각이 담겨 있다.

    承德 VS蘇州

  • 108 200910 200910 109

    더위를 피해 조성한 황제의 정원 수도 베이징을 감싸고

    있는 허베이(河北)성 청더의 피서산장은 ‘정원’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나 방대하다. 중국의 마지막 왕조인 청나라의 황제가 별장 뒤에 마련한

    너른 녹지에는 1만900여 그루의 나무가 자라고 있다. 만주족 출신의 황

    제는 이곳에서 말을 기르고 병사를 훈련시키며 여름을 보냈다.

    청더의 본래 이름은 ‘열하’이다. 조선시대 후기의 실학자인 연암 박지

    원이 쓴 ‘열하일기(熱河日記)’의 무대가 된 도시이다. 그는 건륭제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압록강을 건넌 뒤 베이징을 거쳐 청더로 향했다.

    청더에는 건륭제의 할아버지인 강희제가 건축을 명한 여름 행궁인 ‘피

    서산장’이 있다.

    피서산장은 서태후가 은거 장소로 택했다는 베이징의 이허위안보다

    역사는 짧지만, 면적은 더 넓다. 종일 걸어야 모두 둘러볼 수 있다는 이

    허위안의 갑절이다. 그래서 길손들은 피서산장에서 빙산의 일각밖에

    경험하지 못한다. 궁전구(宮殿區), 호구(湖區), 평원구(平原區), 산구

    (山區)로 나뉜 피서산장에서 사람들이 주의 깊게 보는 곳은 쥘부채의

    손잡이 부분에 해당되는 궁전구와 호구에 불과하다.

    더위를 피하는 것이 목적이라지만, 청더의 한여름 기온은 사실 그다지

    낮지 않다. 그러나 피서산장에는 나무와 호수가 무척 많다. 수목은 그

    늘을 드리우고 호수는 수증기를 뿜어내 원내의 온도를 낮춰주는 역할

    을 한다. 그래서 피서산장에서는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점점 서늘한 기

    운이 느껴진다.

    황제들의 집무실이자 처소였던 궁전구 뒤편의 호구는 피서산장 여행

    의 핵심이다. 예쁜 호수가 많은 강남 지방을 본보기로 한 호구는 시민

    공원이나 유원지 같다. 이곳에서는 여유롭게 산책을 하다가 마음에 드

    는 곳이 나타나면 벤치나 정자에 앉아 휴식을 취하면 그만이다.

    청더에는 피서산장 외에도 청나라의 이름난 문화유산이 많다. 그중 티

    베트의 포탈라 궁을 본떠 세운 푸퉈쭝청즈먀오(普陀宗乘之廟)가 압권

    이다. 또한 건륭제가 몽골족의 반란을 진압한 뒤 건설한 푸닝쓰(普寧

    寺)를 비롯한 6개의 절이 피서산장 주위를 감싸고 있다.

    안타까운 점은 이렇게 볼거리가 많은 청더를 여행하기가 만만치 않다

    는 것이다. 베이징에서 아주 먼 거리가 아님에도, 패키지여행 상품이

    없다. 결국 개별적으로 가야 하는데, 베이징을 기점으로 1박 2일 일정

    이 적당하다. 베이징 둥즈먼(東直門) 버스 터미널에서 청더까지 약 30

    분 간격으로 버스가 운행되며, 4시간 정도 소요된다.

    중국 정원 문화가 꽃핀 물의 도시 중국에서 장쑤(江蘇)성

    쑤저우만큼 별명이 많은 도시도 없을 듯싶다. 혹자는 운하가 실핏줄처럼

    뻗어 있는 탓에 ‘동양의 베네치아’라고 부르고, 어떤 이는 ‘지상의 천국’

    이라 극찬하기도 한다. 하지만 쑤저우를 가장 잘 표현한 말은 따로 있다.

    바로 ‘원림지도(園林之都)’, 즉 정원의 도시이다.

    이 글귀가 쑤저우에 정확히 들어맞는 이유는 중국의 4대 명원 가운데 두

    곳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고도(古都) 쑤저우는 예부터 물산이 풍부

    해 번영을 누렸다. 7세기 초에는 베이징에서 항저우(杭州)까지 운하가 놓

    이면서, 무역으로 많은 부를 거둬들였다. 금전적으로 여유가 생긴 사람들

    은 차츰 ‘정원’으로 눈길을 돌렸다. 집 안에 작은 물길을 내고, 인공 산(假

    山)을 쌓은 뒤 풀과 나무를 심어 축소된 자연을 창조했다.

    쑤저우의 정원 중에서 가장 볼만한 곳은 ‘줘정위안’이다. 16세기 초반

    명나라의 관리가 벼슬을 잃고 고향으로 내려온 뒤 절을 사들여 조성한

    정원이다. 당시의 세도가들을 비판하며 ‘어리석은 자들이 정치를 한다

    (拙者之爲政)’는 시구에서 명칭을 따왔다.

    줘정위안은 피서산장이나 이허위안에 비하면 작지만, 아기자기하게 꾸

    며져 있다. 중국의 정원을 이루는 요소인 나무, 물, 돌 가운데 물이 차지

    하는 비중이 높아서 호수가 많다. 동원(東園), 중원(中園), 서원(西園)으

    로 구분되는데, 중원이 가장 미려하다. 중원에서는 발걸음을 뗄 때마다

    달라지는 경관이 색다르다. 다리들이 일직선이 아니라 갈지자형으로 꺾

    여 있어서 시선이 자연스레 여러 곳으로 향하게 된다.

    쑤저우의 또 다른 ‘4대 명원’인 류위안은 줘정위안과 비슷한 시기에 만

    들어졌다. 1525년 서시태(徐時泰)가 ‘동원(東園)’이라는 이름으로 개원

    한 것이 시초이다. 하지만 류위안은 줘정위안과는 분위기가 많이 다르

    다. 청나라 시기인 19세기 말까지 확장과 개축을 거듭했기 때문이다.

    류위안은 4대 명원 중에서 가장 협소하지만, 관람자를 위한 다양한 장치

    가 숨어 있다. 누각의 창문이 일례이다. 창문마다 특이한 문양이 새겨져

    있는데, 틈새를 통해 정원을 보면 새로운 광경이 시야에 들어온다. 인공

    산과 석물의 위치도 눈여겨보면 흥미롭다.

    쑤저우의 진면목을 확인하려면 패키지여행보다는 개별여행이 낫다. 쑤

    저우는 안내자가 없어도 이곳저곳을 누비고 다니는 데 별다른 불편함이

    없다. 상하이에서 기차로 40분이면 닿는데다, 시가지도 넓지 않다. 버스

    와 택시를 적절히 조합하거나 자전거를 대여해 돌아보면 된다. R

    쑤저우를 관광지로서 알린 일등공신은 ‘정원’과 ‘운하’이다. 쑤저우 사람들은 줘정위안과

    류위안에 스쯔린(獅子林)과 창랑팅(滄浪亭)을 더해 ‘쑤저우 4대 명원’이라고 한다. 쑤저우 인

    근의 우시(無錫)에는 세계 최대의 불상이 있다.

    강희제는 평화로운 생활에 안주하던 만주족 출신

    의 기마병들이 전투 기술을 유지하길 원했다. 때마

    침 몽골족이 반란을 일으키자, 그는 베이징과 내몽

    골의 중간쯤에 있는 청더를 경유지로 삼고 공격을

    막아냈다. 이처럼 피서산장의 이면에는 다양한 정

    치적 속셈이 내포돼 있었다.

    청더 쑤저우

    특징 청나라 황제의 여름 궁전 정원과 운하로 이루어진 도시

    여행 형태 개별여행 개별여행, 패키지여행

    왕복항공권 가격 250,000원(베이징) 192,000원(상하이)

    참고 사항청더로 가기 전, 청나라 역사를 공부하면 훨씬 재미있다.

    쑤저우의 정원과 사찰을 하루만에 모두 보기는 쉽지 않다.

    허베이성

    承德

    장쑤성

    蘇州