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만세] 2015 아이쿱 생협 파나이섬 화보 및 수기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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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함에 빠지다 공정여행, 만남을 배우는 여행 나와 공정무역과의 인연 나와 공정무역과의 인연 나와 공정무역과의 인연 나를 위한 착한 배려, 마스코바도 공정여행 못다한 이야기 CONTENTS 04 08 18 26 30 14 36 정함에 동한 사람들이 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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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아이쿱 생협 파나이섬 화보 및 수기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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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 [공감만세] 2015 아이쿱 생협 파나이섬 화보 및 수기집

공정함에 빠지다

공정여행, 만남을 배우는 여행

나와 공정무역과의 인연

나와 공정무역과의 인연

나와 공정무역과의 인연

나를 위한 착한 배려, 마스코바도 공정여행

못다한 이야기

CONTENTS

04

08

18

26

30

14

36

공정함에

감동한 사람들이

만드는

세상

Page 2: [공감만세] 2015 아이쿱 생협 파나이섬 화보 및 수기집

공정여행, 만남을 배우는 여행

나를 위한 착한 배려, 마스코바도 공정여행

나와 공정무역과의 인연

부드러우면서도 강한 안티케와 아이쿱의 사람들

iCOOP의 파트너 AFTC

권미옥

안상연

정금수

이희한

박은경

공정함에

감동한 사람들이

만드는

세상

공정함에빠지다

Page 3: [공감만세] 2015 아이쿱 생협 파나이섬 화보 및 수기집

5공정함에 감동한 사람들이 만드는 세상

여행객이 되고 싶은 지구별 사람들

세계지도를 샀다. 4절지 크기의 종이에 들어가 있는 지구다. 거

실 벽에 붙여둔 지도를 바라볼 때 마다 마치 세상이 내 손안에 있는

것처럼 괜히 으쓱해졌다. 우리가 살고 있는 땅이 2차원 평면에서

그림이 되어 있는 모습은 묘한 느낌을 준다. 지구라는 별의 대륙과

섬들은 하나의 기호가 되어서 우리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것 같다. 휘어지고 구부러진 대륙의 가장자리 선들, 퍼즐처럼 나눠

진 국가의 경계 긋는 선들. 지금 지도 속의 선들은 짧고 선명하지만

저 선이 그어지기까지 이야기들은 수없이 많고 다양하다.

그 이야기 중 하나인 필리핀에 다녀왔다. 7,000개의 섬으로 이

뤄진 나라, 1억 명이 넘는 사람들이 사는 나라, 16세기부터 20세

기 중반까지 외세의 지배를 받은 수난의 나라, 가난하지만 즐겁고

웃음 많은 사람들이 사는 나라, 가까이 있지만 우리가 잘 모른 체

살아온 아시아의 한 나라...

2014년 한국의 해외여행객은 1,607만 명이 넘는다. 2014년

대한민국 전체 인구가 51,141,463명이니까 전체 인구 중에서

31.4% 정도이다. 열 명 중에서 세 명이 해외여행을 한 거다. 연령

별로 보면 20대부터 50대까지 여행객이 골고루 분포되어 있고, 특

히 30대와 40대 여행객이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 사

람들이 가장 많이 방문하는 대륙은 아시아이고 다음이 유럽과 미주

로 비슷한 규모이다.

4 아이쿱 생협 해외 공정여행 수기집

권미옥

공정여행, 만남을 배우는 여행

Page 4: [공감만세] 2015 아이쿱 생협 파나이섬 화보 및 수기집

76 아이쿱 생협 해외 공정여행 수기집 공정함에 감동한 사람들이 만드는 세상

또 여행은 온전히 자신이 부딪쳐야하는 일이다. 여행은 어떤 순간보다도 오롯이 자신이

주인이 되어 살아가는 생생한 시간이다. 딴지 총수 김어준의 책 <건투를 빈다>에서 이렇게

말했다.

“..... ‘그’의 좌표에서 ‘나’를 바라보는 거다. 그 능력을 자기객관화라 한다. 어른과 아이를 결정적으로,

구분 짓는 능력이다. 지성이 바로 여기서 출발한다. 이게 안되면 어른, 아니다. 이건 주름살처럼 절로

안 생긴다. 이두박근처럼 획득해야 하는 거라고.

.... 자기객관화란 입체의 연속된 공간 속에서 자신의 상대적 위치를 스스로 인지하는 거다. 그리고 그

렇기에 거기 도달하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가 바로 여행이다. 세계 속에 연결되어 존재하는 자신의

상대적 위치를 오감으로 감각할 수 있으니까.”

여행이 자신을 어른으로 만드는 좋은 방법 중 하나라는 말에 나는 전적으로 동감한다. 여

행은 그 시간과 공간 내내 우리 자신을 솔직하고, 적나라하게 자신과 마주하게 만드니까.

아시아의 슬픈 역사를 되풀이 되는 여행

하지만 우리는 이 여행이 가진 또 다른 얼굴에 너무도 무지하다. "육 만엥이란다~"로 시

작하는 <나 살던 고향>이라는 노래가 있다. 곽재구 시인의 <유곡나루>라는 시를 정태춘이

곡을 붙여 부른 노래인데 일본의 기생관광을 비호하던 한국 정부와 사회의 뒤틀린 모습에

대한 풍자를 담은 노래이다. 가수 정태춘의 우림 깊은 목소리로 뽕짝 풍의 음을 활용한 곡

이 주던 쓸쓸한 여운은 단지 노랫말이나 음 때문만은 아니었다.

일본과 미국의 제국주의에 유린당한 동남아시아의 역사가 스민 노래였기 때문이었다. 그

슬픈 이야기는 관광, 여행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70년대 동남아에서 매

춘관광으로 악명 높은 ‘어글리 일본’의 이 기생관광도 여행의 또 다른 얼굴이었다. 그리고

이 모든 시작은 1960년대부터 인도차이나반도에 군사적으로 개입하기 시작한 미국의 패권

주의와 전쟁 때문이었다.

세계에서 여행을 가장 많이 하는 나라는 독일(여행자 수와 숙박 일수 기준)이고, 그 다음

은 중국이라고 한다. 국경을 넘어서 여행하는 여행시장은 2010년 이후 줄곧 성장하고 있

다. 지구에 사는 사람의 3분의 1은 자신이 사는 곳을 떠나 여행객이 되고 있다.

인생과 여행의 닮은 모습

사람들은 왜 여행을 할까?

긴 시간 동안 좁고 불편한 비행기 좌석에 시달리며, 무거운 트렁크를 끌고 이동하는 그

고생을 왜 하는 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하는 이도 있다. 사람들이 불편과 고생을 무릅쓰며

여행을 하는 이유는 뭘까?

여행은 익숙한 것들과 쉽게 이별하는 법을 알려준다. 기대와 바람 가득한 마음으로 도착

한 여행지에서 우리는 낯선 것들이 주는 매혹과 동시에 당혹감에 시달린다. 여행지의 시간과

주변 공간에 익숙해 질 즈음에 돌아갈 시간이 찾아온다. 이 세상에 와서 머물다가 어느 순간

다시 돌아가는 여정을 갖는 사람의 인생과 여행은 아주 닮은 모양새를 하고 있다. 그래서 사

람들은 본능적으로 여행에 끌리는 것이 아닐까?

여행은 내가 모르는 세상을 온 몸으로 만나게 한다. 이국의 풍경을 보고, 모르는 문화와

상황 속에 들어가게 한다. 분명히 완전한 익명이지만 외국인이라는 다름은 주목을 받는 상

반된 체험을 만들어 준다. 타인을 보면서 나를 적나라하게 만나는 일이 바로 여행이다.

세계에서 여행을 가장 많이 하는 나라는 독일(여행자 수와 숙박 일수 기준)이고, 그 다음

Page 5: [공감만세] 2015 아이쿱 생협 파나이섬 화보 및 수기집

8 아이쿱 생협 해외 공정여행 수기집

인간의 얼굴을 한 여행, 공정여행

한 해에 100만 명이 넘는 한국 여행객이 방문하는 필리핀에서, 깔

리보 공항을 가득 메운 한국 젊은이들이 찾아가는 보라카이 해변의

이 여행은 보라카이에서 살아가는 사람들과 무슨 상관이 있을까?

우리가 여행을 하면서 쓰는 돈이 1~2%만이 여행지의 원주민의

주머니로 가고 나머지는 깔끔한 리조트와 쇼핑시설, 여행사를 소유

한 외국 기업체를 거쳐서 해외로 빠져나간다. 우리의 여행을 그런

것을 모두 모른 체 하면서 여행일 수 있을까?

9

한 순간의 소비가 아닌 여행이 있다. 만남 속에서 공감하며, 함께 하는

여행, 우리가 여행에서 쓰는 돈이 마땅히 갈 곳에 가도록 하는 여행, 볼 것

을 제대로 보는 그런 여행을 사람들은 ‘공정 여행’이라고 부른다. 그 땅에

뿌리내리고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그 곳의 문화를 이해하

고 받아들이며, 환경 오염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그런 여행이다.

아이쿱 생협 안티케 공정여행에서 우리는 만났다. 우리가 몰랐던 필리

핀의 지난 이야기들을, 사탕수수밭에서 일하는 농부들의 땀과 안티케 설탕

공장에 담은 그들의 희망을, 수줍은 미소와 노래 속에서 만들어가는 아이

들의 꿈을...

이 만남을 만들어준 여행 속에서 우리는 한 뼘쯤 더 어른이 되었을 거다.

공정함에 감동한 사람들이 만드는 세상

80년대가 지나고 이런 문화는 경제적인 기적을 이룩했다고 평가

받는 한국 사회와 사람들에게 그대로 전수되었다. 전쟁의 시대가 끝

나고, 자본의 시대가 오자 한국인들이 그들의 누이가 겪은 일들을

동남아 지역에서 되풀이하고 있다. 미군이 철수한 방콕과 마닐라에

서는 서양의 관광객들과 일본의 관광객들이 그 다음에 한국인들이

매춘 관광을 하러 갔다. 그 결과는 2만 여명이 넘는 코피노1)들의

삶의 고통으로 남아 있다.

문화적인 깊이가 있는 여러 여행기로 이름이 높은 작가 유재현은

<아시아의 기억을 걷다>에서 우리가 쉽게 잊고 버린 여행의 다른 얼

굴에 대해서 날것 그대로를 보여주고 있다.

“... 서울은 방콕, 마닐라와 더불어 일본인들의 3대 섹스 관광지 중의 하나였

던 곳이다. 한국은 전쟁의 참화를 몸으로 겪었고, 기지촌의 가슴 아픈 역사

를 지금도 청산하지 못하고 있다. 바로 그 주인공인 한국인들이 오늘 태극

기를 휘날리며 매춘관광에 나서고 있다. 바로 그 한국인들에게 방콕의 수많

은 매춘 여성들을 모두 전쟁과 식민지의 고통에 신음했던 아시아의 딸, 우리

의 딸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한다면 온전히 나의 과대망상일 뿐일까?”

1) '한국인'을 뜻하는 '코리안(Korean)'과 '필리핀인'을 뜻하

는 '필리피노(Filipino)'의 합성어로, 한국 남성과 필리핀 여

성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를 필리핀 현지에서 일컫는 말이

다. 어학연수나 해외 출장, 여행 등으로 필리핀 현지에 체

류하는 한국 남성과 현지 여성의 동거나 성매매 등을 통

하여 태어나는 경우가 많으며, 대부분의 코피노가 편모 가

정에서 극심한 가난과 사회적 냉대 속에 자라고 있어 필

리핀의 사회문제로 대두되기도 하였다.

코피노가 급증한 데에는 필리핀에서 영어를 공용어로 사

용하고 물가가 저렴해서 어학 연수생이나 여행객이 크게

늘어난 점, 필리핀 국민의 80% 이상이 피임과 낙태를 허

용하지 않는 가톨릭 신자라는 점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네이버 지식백과] 코피노 [Kopino] (두산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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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0 아이쿱 생협 해외 공정여행 수기집 공정함에 감동한 사람들이 만드는 세상

필리핀 칼리보공항은 좁고 소란스럽고 더웠다. 공항 밖으로 빠져나와 만난 바깥공기는

더 더웠다. 여기서 안티케공정무역센터 근처에 있는 호텔까지 가는 데는 차로 4시간. 자

동차전용도로가 지나치게 많다고 할 수 있는 우리나라와 달리 이 곳의 차도는 차보다 많

은 오토바이와 자전거가 함께 다닌다. 도로는 꼬불꼬불하고 울퉁불퉁하고 오토바이와의

속도차이로 계속 추월을 해야 하니 차는 계속 흔들릴 수밖에 없다.

첫날은 이렇게 다소 피곤한 장거리 이동으로 보냈지만 차창 밖으로 만나는 낯선 이

국의 풍경은 신기하고 설레었다. 다음날 아침, 전형적인 필리핀의 시골마을에 있는

AFTC(안티케공정무역센터)에 도착하니 마스코바도생산자님들이 환한 웃음과 포옹과

악수로 우리를 맞이했다. 2010년 아이쿱이 지원하여 이 곳 안티케에 마스코바도를 생산

하는 빨간지붕의 설탕공장을 짓고 나서 5년이 지난 지금은 소속 농가의 수도 늘어나고

조합소유의 땅도 늘어났다고 한다. 한때 식민종주국들에 의한 수탈 방식으로 심어졌던

사탕수수는 공정무역으로 다시 태어나 이 곳 농민들을 위한 자립의 기반이 되고 있다.

자기 욕심만 채우는 필리핀의 권력층은 이미 농민을 살릴 의지와 능력을 잃었다. 가

난을 피하고 계층상승을 기회를 잡기위해 많은 사람들이 도시나 외국으로 떠나버려 농

촌은 더욱 희망을 잃고 있다. 이런 필리핀의 농촌현실을 알고 보니 설탕공장의 빨간지붕

은 더욱 빛이 난다. 더구나 주변의 다른 마스코바도 공장에 비해 스테인레스 도구를 사

용하여 청결하게 작업하고, 한국의 아이쿱으로 보내는 것은 덜 부숴진 덩어리설탕이 들

어가지 않도록 더욱 세심한 노력을 하고 있었다. 훨씬 나은 시설이라고는 하지만 더운

날씨에 에어콘도 없이 사탕수수액을 끓이는 마스코바도의 생산시설은 녹록하지 않다.

구례에 있는 자연드림파크의 멋진 생산시설을 생각하니 마음이 먹먹하다. 마스코바도

는 원래 근육을 뜻하는 단어에서 나온 말이라고 한다. 그 만큼 설탕을 제조하는 것이 힘

든 노동이라는 뜻이다.

나를 위한 착한 배려, 마스코바도 공정여행

안상연

꽃샘추위가 온다고 소란스러운 3월에 나는 활동마일리지로 ‘필리핀 마스코바도 공정여행’을 다녀왔다. 여행의 일정

과 내용은 3월8일부터 4박6일 동안 참여자25명과 함께 필리핀 파나이섬의 마스코바도 산지로 가는 것이었다. 공정여

행은 무엇일까? 착한 여행이겠지. 공정여행을 가게 되어 기쁜 와중에도 작은 부담하나가 자리를 잡았다. 하루살이보

다 더 가벼워지고 싶은 나에게 또 한번 착해질 것을 요구하는 여행은 아닐지 살짝 걱정이 되었다.

여행준비를 위한 사전오리엔테이션 시간은 나의 그런 염려를 풀어주었다. 다만 다시 생각하게 했다. 이번 여행에서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가? 가보지 않은 곳으로의 여행이라 무엇을 할 수 있을 지 막연했지만 필리핀으로 떠나는 비행

기 안에서 나는 ‘필리핀 친구 한 명을 사귀게 되면 참 좋겠다.’고 생각을 했다.

Page 7: [공감만세] 2015 아이쿱 생협 파나이섬 화보 및 수기집

1312 아이쿱 생협 해외 공정여행 수기집 공정함에 감동한 사람들이 만드는 세상

생산자들과 교류의 일정을 마친 후 우리는 기마라스섬으로 이동했다. 비슷한 경험을 함께하

는 사람들과의 물놀이와 수다가 어디서인들 즐겁지 않을까마는 한국 사람이라고는 하나도 없

으니 세상에 우리만 존재하는 듯 했다. 추억을 공유하면 우정이 쌓인다. 육아와 가사에서 어느

정도 자유로워진 내 나이는 친구가 다시 소중해지는 오춘기이다.

마스코바도공정여행은 자연자원이 파괴되고 원주민들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소비성

관광에 비해 현지를 더 잘 이해하게 되고, 더 마음이 편하고 그래서 더 즐거웠던 여행이었다.

이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서 공정여행단체 공감만세와 상조회, 대외협력팀, 생산자들.. 다 헤

아릴 수도 없는 많은 분들의 준비가 있었다. 서로 잘 되고자 하는 마음을 가진 많은 사람들에

의해 오래 준비 된 프로그램이었다.

아이쿱활동가에 대한 애정이 없었다면 우리농업지킴이상조회가 필리핀 공정여행을 활동마

일리지 선물로 기획하는 것이 쉬웠겠는가? 또한 많은 참가자들을 한 가족이상으로 챙기며 정

성을 다해준 공감만세 직원들에게도 감사한다. 노회해지고 영악해지기 쉬운 나이, 마흔아홉에

젊은 시절의 순수한 그 마음으로 계속 길을 걸어 갈 의지가 생겼다는 말로 수고해주신 분들께

감사를 대신한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마스코바도공정여행을 권하고 싶다. 우선 내 아이부터 한번 다녀오라고

말해야겠다. 좀 친한 조합원이나 아이들끼리 모여 함께 다녀온다면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져

서 올 것 같다. 세상을 착한 눈으로 깊고도 넓게 보고 싶다면 공정여행을 다녀오시길 바란다.

한편 설탕공장 뒤에는 새로운 2층 건물이 한창 지어지고 있다. 두 달 후면 완성될 예정인

이 건물은 아이쿱의 지원으로 AFTC생산자들을 위해 지어지고 있는 커뮤니티센터이다. 커

뮤니티센터는 생산자를 위한 복지관으로 식당과 회의실, 어린이를 위한 도서관, 게스트하

우스가 들어간다. 기쁘고 뿌듯한 마음에 우리는 공사 중인 건물에 들어가 ‘안티케에서 가

장 멋지고 행복한 건물로 지어지거라.’ 하는 마음으로 벽에 하얀 페인트칠을 하고 나왔다.

아이쿱이 안티케지역 생산자들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안티케보다 더 큰 동네인 일로일

로 지역의 파나이공정무역센터(PFTC) 덕분이다. PFTC는 1992년 25명의 여성운동가들

이 가난한 농민을 위해 바나나칩과 마스코바도를 생산하면서 역사가 시작된다. 아이쿱은

2007년 PFTC와 마스코바도를 통해 만났다. 여러 지역의 생산자조합을 조직하고 교육을

지원하던 PFTC는 아이쿱의 마스코바도 수요가 늘어나자 안티케지역에 아이쿱과 함께 설

탕공장을 지었다. 나의 마스코바도 소비는 생산자의 소득을 늘릴 뿐 아니라 농민의 편에

서 헌신하고 때로 권력의 탄압을 받으며 활동하는 혁신적인 조직을 지원하고 있다. 마스

코바도는 국제연대다.

AFTC와 PFTC의 생산자들과 교류하면서 내가 10여년 생협활동을 하면서 단순하게

알던 공정무역의 의미가 뜨겁게 다가왔다. 마스코바도생산자와 아이쿱과의 역사만 두고

보더라도 내가 다 알지 못하는 많은 사람들이 서로를 존중하고 돕고자 하는 노력으로 쌓

은 시간들이다. 그 시간들이 쌓여 필리핀의 농민들이 한국에서 온 소비자를 향해 웃게 하

고 설탕공장을 세우고 커뮤니티센터를 짓게 하고, 오늘 나를 감동시킨 것이다.

겉모습만 훑어보기 쉬운 일반여행과 달리 우리는 1박2일 동안 AFTC센터조합원가족들

과 사탕수수자르기, 즙짜기, 수공예품만들기, 마을나들이 같은 다양한 체험과 마을잔치를

진행하면서 필리핀사람들의 삶을 더 깊이 알게 되었다. 언어와 문화 장벽에도 불구하고 하

룻밤 만에 정이 깊이 들어 헤어질 때는 눈물과 포옹으로 아쉬움을 달랬다. 여행을 마친 지

금은 AFTC센터조합원아이들과 페이스북 친구가 되었으므로 출발할 때 필리핀 친구를 사

귀고 싶다고 기대했던 것이 이루어지게 되었다.

Page 8: [공감만세] 2015 아이쿱 생협 파나이섬 화보 및 수기집

1514 아이쿱 생협 해외 공정여행 수기집 공정함에 감동한 사람들이 만드는 세상

2006년 5년 동안의 천안생협 이사장직을

내려놓고 그동안 바빴던 생활에서 얻은 여유

로움과 허전함, 이제부터 어떤 활동을 해야

할 것인가 고민하던 때에 연합회 공정무역

추진위원장을 맡았습니다. 대학에서 경영학

을 전공한 나였지만 그때 처음으로 공정무역

이란 단어를 알게 되었고 공정무역에 대해서

전혀 모르는 상태였습니다. 학습회를 통하여

공부를 하면서 사업추진 회의를 했던 기억

이 납니다. 원래 배제되고 소외된 삶을 살아

가는 사람들에게 관심이 많았던 나는 공정무

역에 대한 공부를 하면서 앞으로 내가 관심

갖고 활동 할 분야를 찾은 것 같아 기뻤으며

아주 재미있게 열심히 활동하게 되었습니다.

나와공정무역과의 인연

천안생협 정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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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6 아이쿱 생협 해외 공정여행 수기집 공정함에 감동한 사람들이 만드는 세상

멕시코 오악사카 지방의 커피 생산자 이사이 아스는

“우리에게 원조는 필요 없어요.

우리는 거지가 아닙니다.

여러분들이 정당한 가격으로 우리의 커피를 구입한다면

원조 없이도 우리는 자립하여 살아 갈 수 있습니다“.

라고 원조가 아닌 공정무역을 원했고 현재까지 네덜란드의 막스 하벨라르와 공정무

역을 하고 있습니다.

공정무역은 1950년대 미국에서 NGO를 중심으로 한 대안무역활동과 영국의 옥스

팜이 생산자 지원 프로젝트 실시, 네덜란드의 반자유무역 전개를 하면서 시작 되었

습니다. 1960년대 원조가 아닌 무역으로 빈곤을 해결하자는 운동이 유럽으로 확산

되었고 1997년 FLO인증라벨 도입으로 유럽의 슈퍼나 대형 유통업체에서 공정무역

물품을 취급하면서 2000년대 이후 꾸준히 성장하였습니다. 2001년 영국의 가스탕

이 마을이 최초로 공정무역 마을 인증을 받았으며 런던은 2008년에 공정무역 도시

를 선언하고 2012년 런던 올림픽 때에 20억 잔의 커피, 13억 개의 바나나, 32억 잔

의 홍차, 설탕 등 7가지 품목의 공정무역 물품을 취급하여 가장 윤리적인 공정무역

올림픽이었다는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아시아에서는 일본이 최초로 ATJ를 설립

을 시작하여 민중교역이라는 이름으로 공정무역을 실천하고 있으며 2011년 일본의

구마모토시도 세계 1000번째 공정무역 도시를 선언하였습니다.

공정무역 이야기

우리들이 이미 학습을 통하여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1980년 세계협동조합연맹

(ICA) 모스크바 총회에서 제출된 “서기 2000년의 협동조합(레이들로 보고서)”에서

는 협동조합이 도전해야 할 네 가지 우선분야를 제시하였는데, 제 1 우선분야는 ‘세

계적 기아의 극복’이었습니다. 또 협동조합은 식량의 생산, 가공, 및 유통분야에서

인류를 위해 가치 있게 공헌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기아를 해결할 수 있다고 예언

하였습니다.

한 예로, 일본은 1986년 설탕 국제 가격 폭락으로 필리핀 네그로스섬 사탕수수

노동자들이 기아 상태에 직면하자 식량 및 의료품 긴급원조를 시작하고 1987년 마

스코바도 설탕 수입을 시작하였습니다. 1988년에는 ATJ(Alter Trade Japan 그린

코프 사업연합, 생활 클럽 생협, 팔시스템 생협이 설립한 공정무역회사)와 필리핀

네그로스섬 생산자들과의 바나나 무역을 민중교역(people to people trade)이라는

명칭으로 생산자의 자립을 위한 협동과 지원 사업을 시작하여 현재까지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협동조합 공정무역의 본보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Page 10: [공감만세] 2015 아이쿱 생협 파나이섬 화보 및 수기집

1918 아이쿱 생협 해외 공정여행 수기집 공정함에 감동한 사람들이 만드는 세상

롬비아 커피와 카카오 생산지, 네팔 후추 생산지, 팔레스타인 올리브유, 아프리카 와인 등

2013말 기준 8개국 총 10개 산지와의 교류로서 공정무역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2012년 말 공정무역 물품이 판매되는 국가는 125개국이며 공정무역 물품에 소비자들이

지불하는 비용은 약 48억 유로, 70개 개발도상국의 1,149 생산자 조직에서 130만 명 이상

이 공정무역의 혜택을 받고 있다고 집계되었습니다(FLO international, 2013).

내가 방문한 생산지 이야기

1. 동티모르

2002년 인도네시아로부터 독립한 나라로 우리가 방문했던 2007년 당시 국민소득 100

불 정도이고 내전이 계속되어 매우 불안한 나라였습니다. 커피 산지 방문을 위해 동티모르

딜리공항에 첫발을 내 딛었던 순간은 지금도 생생합니다. 12월이었음에도 눅눅하고 뜨거

운 바람에 숨이 막히는 날씨, 총을 들고 감시하는 경찰들이 곳곳에서 삼엄한 경비를 서고

있는 공항 분위기는 공포 그 자체였습니다. 짐을 찾아 공항 나서니 짐을 들어 주겠다며 몰

려드는 너무 많은 아이들에 당황했었고 이틀간 험난한 산길을 오를 때 만난 신발도 못 신

고 산길을 다니는 아이들에게 손을 흔들며 오지 마을인 로뚜뚜 마을로 갔었습니다. 내 생

애 처음으로 찾아간 남반구 오지의 마을은 우리가 상상했던 것과는 너무도 다른 생활을 하

고 있어서 놀랐습니다. 홈스테이를 할 수도 없는 열악한 주거 환경에 UN이 지어준 보건소

에서 며칠간 머물며 생산자들과 교류를 했습니다. 온 산이 커피나무로 둘러 싸여 있고 다

국적 기업이 그곳까지 진출해 커피를 구매해 가지만 여전히 가난에서 탈피 못한다는 이

야기를 듣고 공정무역으로 그곳이 좀 더 나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절실 했었습니다. 그

곳 사람들은 식사를 할 때 우선 손님이 다 먹고 남은 음식을 여자들과 아이들이 먹기 때문

에 항상 남자들과 밥을 먹었으며 그들이 입은 옷은 세계 각지에서 원조로 보내준 옷이라서

“사랑해요 행복해요”가 써진 T셔츠도 입고 있었습니다. 내가 어릴 적 우리 동네에도 구호

물자라고 외국에서 원조해준 옷을 받아 발레복 같은 원피스를 입었던 기억이 났었습니다.

밤하늘에 별이 쏟아져 내리는 천혜의 마을 로뚜뚜마을이 좀 더 풍요로운 마을이 되길 기

도하며 돌아왔습니다.

2.필리핀 파나이 안티케

우리는 2007년 PFTC(파나이 페어트레이드쎈터)에서 마스코바도를 수입하던 중 더 빈곤

한 지역인 안티케 지방에 설탕공장을 지어 그 지방의 빈곤 해결을 위해 도움을 주자는 목

표와 마스코바도의 원활한 공급을 위해 2010년 10월 한 달간 마스코바도 공장 짓기 모금

운동을 하였습니다. 놀랍게도 조합원 7,109명이 참여를 하였고 1억 8천여 만 원의 거금이

모아지는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습니다. 이 거룩한 공장 준공식에는 KBS 취재진이 다큐3

일 프로를 만들기 위해 동행 하였습니다.

한국의 공정무역 운동은 2002년 아름다운 가게가 설립되면서 시작되었으며 2004년 두레생협에

서 필리핀 네그로스섬에서 생산한 마스코바도를 수입하여 조합원에게 공급하기 시작했으며 2006

년 아름다운 가게의 히말라야의 커피, 한국 YMCA의 동티모르 지역지원 사업을 통해 생산한 피스

커피를 수입하여 판매하면서 성장하기 시작하였습니다. 2007년에는 여성환경연대가 아시아 빈곤

여성을 위한 공정무역 주식회사 “페어트레이드 코리아”를 설립하여 네팔 의류와 생활용품을 수입,

판매를 시작하였고 iCOOP생협도 공정무역을 시작하였습니다.

2012년에는 11개 공정무역 단체 네트워크인 한국 공정무역 단체 협의회가 법인화 되면서 협력

을 하고 있습니다. 서울시와 인천시가 공정무역 도시를 준비하고 있으며 서울의 성북구는 공정무역

자치구 협약 및 선언식을 진행하고 공정무역 조례와 운영위원회가 조직되어 활동하고 있습니다.

iCOOP생협의 공정무역은 2007년 공정무역에 대한 조합원 설문조사 결과 조합원 63%의 찬성으

로 윤리적 소비를 지향하는 실천의 한 방법으로 한국에서 생산되지 않는 물품에 대해서는 공정무

역을 통한 물품 취급을 추진하기로 결정하고 빠른 속도로 진행 됐습니다. 2007년 9월 마스코바도

생산지인 필리핀 PFTC(Panay Fair Trade Center) 방문을 첫 시작으로 동티모르 커피 생산지, 콜

Page 11: [공감만세] 2015 아이쿱 생협 파나이섬 화보 및 수기집

2120 아이쿱 생협 해외 공정여행 수기집 공정함에 감동한 사람들이 만드는 세상

그 후 4년이 지나 공정여행으로 찾은 안티케 지방은 눈으로 보아도 변화가

많아보였습니다. 희망을 갖고 노래하는 마스코바도 키즈들이 자라고 있는 모

습이 정말 흐뭇했으며 몇 군데 둘러 본 생산자들의 집도 앞마당에 꽃을 가꾸

는 여유까지 보여 행복했습니다. 마스코바도 공장 옆에 지어지고 있는 또 하

나의 빨간 지붕의 커뮤니티 센터도 마을 사람들이 자립을 위해 쓰여 질 것이

라 생각하니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생산자도 늘고 농지도 늘었다는 소식도

반가운 일이지만 AFTC가 자립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이 더욱 희망적

이었습니다.

그러나 안티케 마스코바도 공장을 추진하셨던 다니엘 의장께서 함께 하지

못한 것이 무척 가슴 아팠으며 명복을 빌며 발길을 돌려야했습니다.

공정무역은 거래도 중요하지만 사람들과의 교류가 있는 지속적인 거래가

중요합니다. 공정여행을 통하여 생산자와의 교류를 이어간다는 의미에서 이

번 여행은 훌륭한 여행이었습니다. 또 오랜만에 후배 활동가들과 즐거운 시간

을 보내며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으며 이런 공정여행이

앞으로도 계속되길 바랍니다.

필리핀 공항에 도착 한 후 버스로 3시간 정도 버스로 달려

안티케 마을에 도착하니 푸른 들판 사이에 보이는 빨간 지붕

의 마스코바도 설탕공장, 가슴이 벅찼고 눈물이 날 것 같았습

니다. 생산자들은 우리에게 ‘당신들은 천사입니다 우리에게

꿈을 주었습니다” 라며 눈시울을 붉히며 맞아 주었고 우리는

서로 부둥켜안고 기뻐했습니다. 공장 내부는 깨끗한 스테인

레스로 깔끔했으며 시설 자체는 단순했지만 그곳에서 생산되

는 설탕을 우리가 다 소비해 주면 생산자들의 생활이 더 나아

질 것이라는 희망으로 마음이 무척 뿌듯했습니다.

1주일간을 머물며 생산자 집 방문, 전통적인 마스코바도

공장 견학, 동네 시장 구경가기 등 생산자들의 생활을 많이

알 수 있었습니다. 산기슭에 지어진 생산자의 집은 곧 넘어

질 듯 너무 열악한 것을 한 눈으로 볼 수 있었습니다. 땅도 없

어 남의 땅을 빌려 농사를 지어 겨우 먹고 사는 수준이라서 5

형제들 모두 학교도 못 갔고 그래서 가난은 계속된다고 말했

습니다. 3일 먹을 양식으로 1주일을 버틴다는 말에 울음이

터지고 그 장면은 전국으로 방송되는 불상사---. 그 다음에

방문한 전통 마스코바도 공장에서 30도가 넘는 찌는 더위 속

에 펄펄 끓는 설탕 액을 큰 자루가 붙은 양동이로 퍼 나르고

삽으로 저으며 설탕 입자를 만들어가는 아저씨들이 힘겹게

노동을 하고 있었습니다. 내가 어릴 적 여름에 용광로에서 쇳

물을 나르시며 땀 흘리시던 아버지의 모습과 꼭 같아서 눈물

을 많이 흘렸습니다. 아버지의 땀과 노동의 대가로 지금 이렇

게 편히 살 수 있는데 그곳도 가난에서 벗어나 좀 더 좋은 환

경으로 변했으면 좋겠다는 바램이었습니다.

나에게 파나이 마스코바도 설탕공장 견학은 친정아버지에

대한 고마움을 다시 일깨워 준 아주 소중한 여행이었습니다.

Page 12: [공감만세] 2015 아이쿱 생협 파나이섬 화보 및 수기집

2322 아이쿱 생협 해외 공정여행 수기집 공정함에 감동한 사람들이 만드는 세상

필리핀 공정여행에서 만나는 사람들, 그리고 돌아다

니는 강아지, 병아리에게서 전해져오는 파장은 나에

게는 ‘자연스러움’이었다. 농촌 빈민 생활의 어려움, 안

타까움과는 다른 긍정적인 파장이다. 맘을 편하게 하고

부드럽게 했다. 할아버지 할머니, 아들 며느리, 손자들

이 함께 어우러져 모여 산다. 마을의 강아지들조차 자연스럽게 같이 살아

간다. 누가 누구를 키우고 훈련하는 것이 아니고 서로 같이 살아가고 있었

다. 그냥 주어진 대로 자연스럽게.

아이쿱의 선배 활동가로 모델이 되어야한다. 조직가로 성공하는 조직이 되

기 위해서 전략이 필요하다 등 모든 것을 열심히 생각하고, 일하고, 열심히

평가하는 아이쿱 활동들의 선두에선 우리들이었는데 여행기간만이라도 모

든 것을 편하게 내려놓고 싶었다. 이번 여행은 그냥 자연스럽게 흥이 나면

춤사위에 빠져보고, 열대과일에 취하고, 한밤중의 해수욕도 즐겨보는 4박6

일의 편안한 시간을 살았다.

여행을 떠나기 전, 2011년 12월에 안티케 설탕공장의 개소식을 촬영한 다

큐, ‘ 달콤한 공생’을 다시 보았다. 너무 감사하다 우리에게 꿈을 주었다고

말하여 눈물을 글썽이는 생산자와 동네 아이의 눈망울로 가슴이 찡 했다.

개소식에 참여했던 활동가들도 허름한 대나무 집과 사탕수수밭의 고된 노

동을 보면서 자기 어렸을 때 고생하던 생각이 난다며 글썽였었다.

그렇게 시작한 인연이 만 4년이 지나서 만나니 색깔이 달라졌다. 연민과 감

사가 아닌 동료애와 자부심의 색이다. 수줍지만 당당하신 다니엘로 생산자

부드러우면서도 강한 안티케와 아이쿱의 사람들

이희한

오십 중반을 다가가는 나이에 전국에서 모인 24명의 사람들(스텝 포함 28명)이 함께하는 단체여행을 이렇게 신나고

편안하게 다녀올 수 있다니 참으로 희한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안전에 주의해야 돼~, 우리가 사고 나면 아이쿱이 흔들려~” 하는 농담 같은 진담을 나누며 이번 여행을 떠난 사람들

은 아이쿱 사람들이었다. 대부분 40대 중반을 넘는 활동가 언니들이지만 20대 못지않은 열정과 활기가 넘치는 사람

들이다. 2일차 현지의 처음 아침밥을 먹다가 ‘우리 쌀 아리랑’으로 함께 춤을 추다니 그리고 이후 틈만 나면 엔티케 설

탕공장에서 가마라스 바닷가에서 흥이 난다. 둘러앉아 소감을 이야기 할 필요도 없다~. 눈빛만 보면 다 아는데? 그냥

춤추며 노는 것이 좋겠다. 마지막 현지의 밤에도 그룹 댄스파티를 열었다. 춤이 특별한 건가? 내 맘에 흥이 나면 자연

스럽게 손이 올라가고 엉덩이가 들썩이는 것이 아닌가?

Page 13: [공감만세] 2015 아이쿱 생협 파나이섬 화보 및 수기집

2524 아이쿱 생협 해외 공정여행 수기집 공정함에 감동한 사람들이 만드는 세상

협동조합이 지향하는 자치와 자립, 그리고 호혜

의 현장을 함께 실현해가는 안티케 사람들과 아이

쿱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우리의 아름다운 연대는

또 넘어야 할 산들이 많은 것을 발견했다. ‘정의’는

그냥 자연스럽게 산다고 얻어지는 것만은 아니다.

2014년 아이쿱의 공정여행단이 일정을 마치고 떠

난 다음날 PFTC의 다니엘 의장님이 괴한에 의하

여 피살되셨다. 아이쿱과 AFTC, PFTC와의 연대

와 교류는 필리핀의 부정한 사회 경제체계를 조

용히 흔들어 정의로운 생활구조를 만들어가는 매

우 강하고 적극적인 운동이기 때문이다. 피를 흘

리는 치열함이 시작되었는데 이 진상을 규명하고

공정무역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우리 뿐 아니라

세계공정무역기구도 함께 나서고 있다. 윤리적 소

비의 힘이 윤리적 생산으로 이어져 우리 농업과

농촌을 지킬 뿐 아니라 바다건너 친구들의 삶까지

연결되어 확장되고 있었다. 우리 아이쿱 활동가들

이 이런 정의의 물줄기안에 동참하고 있다니 감사

하고 감동스런 일이다.

활동마일리지의 선물로 떠난 24명의 열렬한 아이

쿱 활동가들의 여행, 우리의 마음속에 따뜻한 봄

햇살을 가득 받고 왔으니 또 새로운 다양한 싹들

이 각자의 마음속에서 움트고 있을 거란 기대가

든다.

회장님은 민주적인 선출에 의한 제2대 의장님이시다. 우리처럼 총회와 이사회가 정기적으로 열린

다고 했다. 엘리자베스 매니저, 로시타 회계담당 이사님은 TV화면에서 뵌 분으로 낮이 익다. 체계

적으로 준비된 공장 안내뿐 아니라 교류회에 함께하면서 ‘안티케 마스코바도 생산자 협동조합’ 사람

들의 변화를 엿 보았다. 모두 같이 주인으로 서가는 협동공동체로서 아이쿱 사람들과 파트너가 되

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특히 자라나는 아이들이‘ 마스코바도 키즈’라는 모임을 만들고 자기 고장을

사랑하는 ‘벨리손에서’라는 곡을 작곡하여 환영가를 불러주다니 감동이었다. 올해 4월 준공을 앞둔

설탕공장옆의 ‘커뮤니티 센터’가 이 사람들이 중심이 되어 엔티게 지역을 아우르는 생활문화 터전으

로 자리 잡아가는 비전이 눈이 선하다.

Page 14: [공감만세] 2015 아이쿱 생협 파나이섬 화보 및 수기집

2726 아이쿱 생협 해외 공정여행 수기집 공정함에 감동한 사람들이 만드는 세상

iCOOP의 파트너 AFTC (Antique Fair Trade Center)

용인iCOOP생협 박은경

공정여행도 윤리적 소비의 발걸음~~

처음 떠나보는 공정여행을 앞두고 iCOOP생협의 ‘나와 이웃과

지구환경을 생각하는 윤리적 소비’라는 메세지에 담긴 의미와 일

상의 실천적 연결고리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았다. 입말 그

대로는 따라가 보면 소비를 하는데 있어 나 이외에 다른 것을 생

각한다는 메시지임을 알 수 있다. ‘다른 것’이라 하면 먼저 이웃이

라는 사람들이 포함되고 지구환경이라는 주변도 들어있는 것 같

다. 여기서 말하는 이웃에는 나를 포함한 다수의 소비자도 의미

하겠지만 얼굴을 모르는 생산자들도 포함되고 굳이 생산과 소비

로 관계되지 않아도 과거와 현재, 미래에 살아갈 사람들까지도

포함할 것으로 미루어 짐작이 되면서 결국에는 지속가능한 지구

에서의 모든 사람들이 자연과 함께 지금보다 좀 더 나은 모습으

로 살아가는 삶을 위한 소비를 추구하고 실천한다는 것을~~

다시 만나는 빨간지붕과 굴뚝

‘달콤한 공생 - 이상한 설탕공장’(5년 전 KBS 다큐3일에 방영

된 제목) 빨간 지붕은 칼리보 공항에서 4시간을 자동차로 달려

파나이 섬 남쪽으로 내려가다 보면 읍내처럼 보이는 도로 옆 몇

채의 주택과 초록이 아름다운 산과 논, 푸른 바다를 몇 차례 반복

해서 달리다보면 마지막으로 비포장 길을 만나게 되고 뿌연 흙먼

지 길을 통과하면 비로소 ‘하얀 벽에 빨간 지붕’의 큰 건물이 눈앞

에 들어온다. 공장 건물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는 것은 건물 옆

에 붉은 벽돌로 높이 쌓아 올린 굴뚝에서 시커먼 연기가 펄펄 뿜

Page 15: [공감만세] 2015 아이쿱 생협 파나이섬 화보 및 수기집

2928 아이쿱 생협 해외 공정여행 수기집 공정함에 감동한 사람들이 만드는 세상

상태의 마스코바도가 완성된다. 좋은 품질의 마스코바도를 위해 공정과정 마다 이물질을 거르는 단계

가 있고 마지막 과정에는 노련한 장인이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이고 긴장감이 감돌도록 부지런히 일을

해야 최상의 마스코바도가 탄생을 한다.

마지막 장인의 손길과 여러 사람들의 수고로움을 거쳐 조청의 수분이 날아가면서 가루와 작은 덩어리로 변신하

면 우리가 달콤하게 먹는 마스코바도가 완성된다. 최고 품질의 마스코바도를 만드는 것이 AFTC 사람들의 자랑이기

도 하고 역할이기도 하다.

비효율성의 아름다움

우리나라에서도 일자리가 없다는 것이 사회적으로 문제이지만 이곳 현지와 조금 다른 성격의 일자리

문제로 보여 진다. 우리나라는 ‘좋은 일자리’를 가지기 위한 과제가 우선이라면 이곳에서는 ‘일을 할 수

있는 자리’의 과제가 절실하다. 필리핀이 가지고 있는 총체적 정치사회 문제를 뒤로 하고, AFTC는 마스

코바도가 생산되는 전 과정에서 ‘일을 할 수 있는 자리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여러 명이 일을 나누어 할

수 있도록 운영한다. 이곳의 여러 명은 한 가족을 책임져야 하는 가장들이다. 하루 벌어 하루를 사는 이

들에게 빨간공장의 고정적인 일자리는 마을사람들에게 큰 변화를 가져 다 주었다. 단순히 생활형편이

나아지는 경제적인 측면을 넘어 자신감과 자부심 등 삶에 대한 의욕과 희망을 품게 만들었다. AFTC의

회원인 사탕수수 생산자들도 시장에 내는 값보다 AFTC에서 수매를 하는 가격이 1.5배 정도 더 높다.

복권에 당첨된 사람이 은행에 돈을 가지고 있으면 안전하지만 땅을 사려고 하면 생명의 위협을 받는다

어져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검은 연기라 하니 혹시, 우리가 알고 있는 오염된 매연을 생각

할 수 있겠으나 그건 아니다. 사탕수수 즙을 내고 말린 사탕수수 대를 연료로 아궁이에 불을

때서 공장안에 열을 보내면서 나는 사탕수수의 장열한 최후의 흔적이 검은 연기로 하늘에

오르는 것이라 자연 그대로의 빛깔이니 걱정은 안 해도 될듯하다. 찾아오는 길에서 엿볼 수

있듯이 우리나라로 비교하자면 강원도 오지 정도로 필리핀에서도 아주 구석진 시골이다.

그러니 사탕수수를 재배할 때 돈이 없어 화학비료나 농약은 사용할 수도 없는 형편이고 밭

에 뿌리는 거라고는 약간의 자연퇴비 정도이다. 공장이 가동되는 에너지는 착즙기를 돌리

는 모터와 밤에 전등을 켜는 약간의 전기와 사탕수수의 잔해로 온전히 쓰여지는 열에너지이

다. 가장 귀하고 중요한 에너지는 사람들의 노동력이다. 우리나라 공장 대부분은 효율성을

위해 기계가 주를 차지하고 사람이 보조역할을 하는 반면에 이곳 AFTC는 사람이 주가 되어

일을 하고 부분적(예, 착즙기)으로 기계의 도움을 받는다. 특히 마스코바도는 무거운 사탕

수수 베는 일부터 나르는 일, 불을 때는 일,,, 마지막에 조청 상태의 원액을 퍼 나르고 손 수

무거운 삽으로 뒤섞는 과정을 통해 가루로 완성하는 데까지 사람의 손과 힘을 많이 필요로

하기 때문에 오랜 스페인 식민지 역사에서 ‘근육, 알통이라는 스페인어의 머스’에서 유래하

여 마스코바도로 설탕이름이 되었다는 것을 전해 들어 알 수가 있다.

빨간지붕에서 마스코바도 설탕이 만들어지는 과정

사탕수수 원물을 착즙기에 돌리는 것부터 시작한다.

사탕수수는 우리나라 옥수수 대처럼 길쭉하게 생겼지만 잔털 가시가 있고 설탕이 되는

단물을 머금고 있기 때문에 무겁고 단단하다. 사람들이 낫으로 벤 사탕수수를 밭에서 트럭

에 싣고 오면 착즙기 옆 마당에 쌓아놓는다. 누군가는 착즙기 돌아가는 요란한 모터소리와

함께 착즙기에 쉬지 않고 무거운 사탕수수를 들어 옮겨 밀어 넣는다. 착즙된 단물은 공장안

으로 관을 따라 흘러 들어가고 짓이겨진 앙상한 사탕수수 대만 착즙기 끝으로 툭툭 떨어진

다. 단물이 빠져 가벼워진 사탕수수 대를 다른 한쪽으로 부지런히 옮겨야 자연 바람과 햇볕

에 말려지고 난 뒤 땔감이 된다. 잘 말려진 사탕수수 대는 다시 아궁이에 들어가 사탕수수

즙이 끓어오르는 데까지 소명을 다하고 공장 밖 오른편에서 검은 연기로 하늘에 오른다

공장 밖 왼편에서 아궁이에 불을 때서 공장안으로 열을 전한다.

열이 전해지면 공장안은 바깥 온도인 평균 30도씨 이상으로 뜨거워진다. 그 안에 깨끗한

작업복을 입고 위생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일을 한다. 그래서 공장 가동은 바깥 온도가 조금

이라도 낮아지는 이른 아침 시간과 저녁 시간에 한다.

4개의 스텐레스 솥을 지나며 끓어야 마지막 단계 바로 전 조청의 상태가 된다.

공장 안은 가동 내내 스텐레스 커다란 나팔모양으로 생긴 솥 안에서 끓어오르는 단 냄새

의 수증기로 희뿌옇다. 마스코바도 설탕이 완성되기까지 4개의 솥을 지나면서 끓고 달여져

마지막 한 순간, 딱 적정한 농도와 시간에 조청처럼 달여진 원액을 퍼 올려 나의 두손으로는

들기에도 무거운 스텐레스 삽으로 3~4명이 1시간 이상 삽질을 부지런히 해야 마법의 가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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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30 아이쿱 생협 해외 공정여행 수기집 공정함에 감동한 사람들이 만드는 세상

벽에서 시멘트 벽돌로 더 튼튼해 진 것을 볼 수 있었다. (3년 전 태풍이 왔을 때 지붕이

날아가 새로 수리를 했다는 얘기를 나중에 전해 들었다) 두 번째 날 일정에서 1차 생산

자 두 분의 집을 방문했는데 지붕과 벽이 튼튼해졌고 집 주변도 단정하고 예쁘게 가꾸

어져 있었다. 5년 동안 이렇게 생산자 회원의 집을 조금씩 튼튼하게 바꾸어 왔다고 한

다. 땅을 소유하지 못하고 대부분 소작농으로 살고 있기 때문에 태풍이 자주 있는 필리

핀에서는 지붕과 벽이 튼튼해야 가족을 안전하게 지키며 정착할 수 있기 때문 집은 중

요한 의미를 지닌다. 생산자 회원이 되면 기본적으로 여러 차례 교육을 받는데 자치와

자립으로 살아가는 힘을 키우기 위한 내용이 많다고 한다. 공동체에 안에서 살아가는

것에 대해서는 이미 일상을 그렇게 살고 있다고 한다.

구분 2010년 2015년

1차 사탕수수 생산자

(AFTC의 회원)45명 65명

사탕수수 재배면적 25ha 50ha

빨간지붕 공장에 일하는 사람

AFTC 마스코바도 연간 생산량

iCOOP 마스코바도 총 소비량

AFTC 사람들과 같은 희망을 품다

두 번째 방문인 만큼 5년간 AFTC의 변화된 모습과 사람들이 궁금했었는데 AFTC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아이들이 커가듯이 자라고 있는 것을 직접 볼 수 있어 좋았다. 또

한, 빨간지붕 옆에 이후에 커뮤니티 공간으로 사용하기 위한 또 하나의 빨간지붕이 완

공되고 있어 더욱 기뻤다.(6월쯤 완공 예정이며 1층은 아이들을 포함한 AFTC 사람들

의 커뮤니티 공간, 2층은 게스트하우스 예정이라 조합원들이 방문하면 숙소로도 사용

이 가능하다고 함) 우리는 오늘도 필리핀에서 멀리 떨어진 한국에서 얼굴은 모르지만

마스코바도 생산을 해주는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느끼며 소비하고 있고, 그곳에서도 얼

굴은 모르지만 소비로서 그들의 경제적 자립에 도움을 주고 응원을 해주고 있는 한국

의 아이쿱생협의 조합원들에게 진심으로 인류애를 느끼며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있다

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하고 온 여행이었다. 헤어질 때마다 서로의 마음을 말없이 가슴

깊이 뜨거운 것으로 느끼게 되며, 앞으로도 오늘과 같은 발걸음이 활발하게 오고가며

AFTC 사람들이 고립되지 않고 지구 안에 우리와 함께 협력관계로 상생하는 존재임을

인식하도록 AFTC 사람들과 함께 같은 희망을 품는다.

는 현지 이야기를 듣게 될 정도로 대지주 외에 땅을 소유하는 것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잘못된 사회적 편견?과 소작농이 지주에게 지불해야 하는 농지대가 5;5라는

구조 속에서 열심히 일한 사람이 신분상승을 할 수 있는 기회는 까마득해 보인다. 그

래서 AFTC의 회원이 될 수 있는 자격 중에 소작농이 우선이고 약간의 땅을 가진 사

람도 들어 올수 있긴 한데 극히 드물다고 한다. AFTC를 돌아보며 경제적 효율성의

잣대로 보면 몇 개의 기계가 떠오르기도 하지만 AFTC의 존재 의미가 어디에 있는지

를 다시 생각하면 사람이 중심에 선 비효율성의 아름다움을 중심에 놓고 생각해 보

게 된다. 또한, 이곳 현지에서의 최선의 효율성을 발휘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

었다. 우리가 한국에서 공정무역 물품에 가격을 조금 더 지불하고도 기분이 좋은 것

을 넘어 뿌듯함을 느끼는 것은 이 아름다움을 알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우리가 구례자연드림파크에서 협동의 모델을 만들고 싶어 하듯이 AFTC 사람들

은 이곳에서 필리핀 농민들의 새로운 운동의 모델을 만들고 싶어 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특별한 공장임을 나타내기 위해 보통 공장에는 사용하지 않는 빨간색

으로 지붕을 색칠한 것만 보아도 특별한 의지가 엿보인다.)

훌쩍 자란 아이들과 AFTC

방문단 일행이 도착하니 5년 전에 만났던 반가운 분들의 얼굴이 먼저 눈에 띄었

다. 그때도 준공식이라 취재팀까지 30명 남짓의 사람들이 방문했었기에 그 분들이

나를 잘 기억하지는 못하는 것 같았고 앙헬씨 만이 두 딸을 데리고 왔던 나를 기억

해 주었다. 엘리자베스 매니져와 그녀의 다섯 아이들이 우리 아이들처럼 같이 훌

쩍 커 있었다. 엘리자베스의 아이들은 우리 아이들과 닭과 염소를 잡으며 뒤엉켜

놀았던 아이들이었다. 엘리자베스의 집은 빨간 지붕 초입에 자리 잡고 있는데 5년

전 초가집 같은 허름한 집에서 양철지붕으로 바뀌어져 있었고 벽도 대나무로 엮은

Page 17: [공감만세] 2015 아이쿱 생협 파나이섬 화보 및 수기집

공정함에

감동한 사람들이

만드는

세상

못다한이야기

김동희

윤현숙

강혜진

배숙선

안상연

김영숙

박은주

조향숙

김신재

권미옥

박예자

이경선

김란희

이금단

오귀복

이미연

Page 18: [공감만세] 2015 아이쿱 생협 파나이섬 화보 및 수기집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한 마음의 울림이 있는 공정여행이었다. 여행지에 대한 여행코스

에 대한 사전 학습도 없이 온전히 공감만세에 모든 걸 맡기고 허겁지겁 여행길에 올랐다.

정치 사회적인 필리핀의 현실을 무시하고, 승합차를 타고 다니는 내내 창밖으로 보이

는 풍경들은 내 어릴적 시골의 풍경과 기억들이 떠오르게 했다. 검게 그을리고 매마른 농

부의 모습에서 부모님 생각이 났고, 이방인들이 신기한 듯 물끄러미 바라보는 어린아이의

모습에서 어릴적 나의 모습을 떠올리게 했다. 닭들과 개, 들녘의 소들이 결코 낯설지 않았

고, 해질 무렵 집 앞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가족들의 모습들이 정겨워 보이기까지 했다.

방송으로만 보았던 빨간지붕의 마스코바도 설탕공장 아이쿱과 공정무역이라는 아름다

운 거래를 통해 그들의 삶에 새로운 희망을 가지게 하고 아이들은 아이쿱 활동가를 보며

더 큰 희망을 꿈꾸지 않았을까?

맘껏 먹어본 망고, 사탕수수의 달콤한 맛과 체험 그리고 안티케 사람들, 한밤중 어린아

이처럼 웃고 떠들며 기마라스 해변에서 해수욕을 한 기억, 해변에서의 플래시몹, 셀카봉

의 추억...

공감만세의 친절한 가이드와 아이쿱활동가와 함께 한 4박5일간의 필리핀 공정여행 오

래 오래 그때의 추억들을 떠올리며 새로운 삶의 에너지를 만들어 갈 것이다.

필리핀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목베게를 하고 잠들기 전 4박6일의 일

정이 주마등처럼 스쳤습니다. 안티케 마을의 사람들, 마스코바도 설탕 만드는 과정, 마을

축제, 푸짐한 식사, 망고, 이동하는 동안 보인 필리핀 사람들, 대나무로 엮은 집, 과일을

산 시장, 너무나 짧게 끝나 아쉬웠던 바다한가운데서의 수영, SM에서의 쇼핑, 총을 맨 경

찰 들, 그리고 좁은 공항, 화장실.... 참 힘들었는데 그만큼 마음을 울리는 시간들이었나

봅니다. 갈 때와는 달리 4시간의 비행시간 동안 기분 좋은 웃음과 함께 한 번도 깨지 않고

푹 잤답니다.̂ ̂감동적인 여행을 위해 애써주신 공감만세여러분께도 감사드립니다~~^ ̂

강혜진

윤현숙

35공정함에 감동한 사람들이 만드는 세상

공정여행을 떠나기 전. 사실은 많은 기대를 하지 못했다. 바쁜 일정에 쫓겨 마음의 준비나

방문할 나라와 사람들에 대한 사전지식도 별로 없이 그저 더위를 많이 타니 땀 때문에 고생이

많을 거고 우리의 설탕이 생산되는 말로만 듣던 그 곳에 가게 되는구나 ~ 정도의.

그런 가벼운 기대감으로 떠난 공정여행의 과정에서 공감만세대표와 스텝들로부터 간간히

듣게 된 필리핀의 식민지와 그 이후의 역사와 정치문제 , 그로인한 필리핀 사람들의 삶의 이야

기를 들으며 우리의 상황과 많이 닮아 있는 듯한 그들에게 동질감과 연대감을 느끼게 되었다.

함께간 활동가들과 그동안 나누지 못했던 개인적인 이야기들, 조직내에서의 생각들을 공유

하는 소중한 시간이기도 하고 다른 공간에서 각자의 삶을 살고 있는 이들과의 교류를 통해 나

의 삶에 대해서도 찬찬히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었다.

가이드 해주신 대표님과 스텝들의 헌신도, 애정어린 눈빛과 몸짓 ,정성으로 우리를 맞아주신

AFTC, PFTC식구들도, 로메오총장님을 위한 애도의 시간과 마음으로 함께한 결의도 모든 것이

감사의 연속이었다. 우리의 연대가 서로의 삶을 더 나아지게 할 수 있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하

면서 내가 너무 사는데로 생각하며 살아온 것은 아닌가 좀 더 확신을 가져야 겠다는 다짐도 하

게 되었다.

여행을 통해 성숙해진다는 것이 이런 것이 구나! 느끼게 되었던 이번 여행에서 좀 우습긴 하

지만 여러사람들과 지내며 숙소나 움식들 타고다닌 이동수단등에 대해 별 불만없이 흡족하게

여행을 마치고나서 내가 그리 까다로운 사람은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물리적으로 조금의 불편함을 감수해야하는 여행이라 하더라도 감동과 성찰

의 큰 선물을 안겨주는 것이 공정여행임을 이번 기회를 통해 느꼈으며 공정여행에 대한 두려

움과 편견을 버리고 꼭 한번 경험해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김동희

34 아이쿱 생협 해외 공정여행 수기집

필리핀 공정여행 소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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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 가져다준 막연한 설레임과 흥분을 느끼며 사람과의 만남을 기억하고 설탕공장의 따

스함을 기억한다. 필리핀에서의 모든 것.. 하늘, 햇살, 바다, 음식, 더위 속에서도 한줄기 바

람, 활동가의 예사롭지 않은 춤사위들이 그리울 것 같다.

박은주

여행은 설레임이다 .... 용기내어 떠나보면 내가 예상하지 못했던 여러 풍경과 마주한다. 빛

고왔던 필리핀 노을과 바다, 여러 해 보아 온 사람들에게서 또 다른 매력들을 발견하고 추억도

여러겹 쌓였다. 우리를 반겨준 필리핀 사람들의 순박한 미소와 마스코바도 설탕공장에서 엿

본 희망은 오랫동안 기억될 것 같다. 우리가 심은 나무와 타임캡슐 속 나와 만나기 위해 다음

을 기약한다.

조향숙

기마라스섬의 쪽빛 바다.. 그 위로 투명하고 눈부시게 쏟아지던 햇살의 번쩍거림... 높은 기

온에 삐져 나오는 땀을 식혀주던 때마침 함께 불어주던 바람.. 기나긴 식민과 억압의 역사...

나 먹을 푸성귀 하나 심을 손바닥만한 땅도 소유할 수 없는 삶의 강팍함.. 이제는 지쳐서 놓아

버린 듯 스스로 어찌할수 없는 삶에도 아랑곳없이 자연은 무심한듯 처연하게 아름다워 혼란

스러웠다. 필리핀! 스페인 왕 펠리페 2세의 이름을 따서 지었다는 그 이름만 들어도 목이 메인

다. 우리도 필리핀처럼 되지 않으려면 어찌해야 할지 고민해야 할 일이다.

혹자는 공정무역이 자본주의 세계질서가 관철되는 세계시장을 확대 강화 유지하는데 이바

지 할뿐이라고 비판하지만 안티케 사람들에게는 아이쿱이 희망임을, 공정무역을 통해 자립의

지를 키워가고 있음을, 이번 여행을 통해 확실하게 보고 느꼈다. 엘리자베스 매니저와 촬리 형

제, 마리오씨 모두모두 잘 지내고 행복하기를...

김신재

37공정함에 감동한 사람들이 만드는 세상

필리핀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나는 원래 자리에 다시 끼워져서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바삐

움직이다가도 문득 안티케의 아이들,사탕수수밭, 마스코바도 설탕공장과 커뮤니티센터, 그리

고 푸른 바다가 떠오른다. 이번 공정여행은 여운이 오래 남을 것 같다. 공정여행 프로그램은

여행지의 속내를 깊이 알게 하기에 감동도 오래간다. 누군가가 한국으로 여행을 와서 나의 삶

을 들여다 본다면 그 사람은 어떤 느낌을 받을까?

안상연

평소 여행은 계획과 정리가 반 이상이라고 준비부터 설레는 마음을 즐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매장 오픈을 코앞에 두고 정신없이 떠난 필리핀 여행은 솔직히 큰 설렘과 기

대를 하진 못했다.

제3세계…….특히 선진국의 휴양지로 전락한 듯한 동남아를 가게 되면 늘 불편한 마음이 여

행 내내 들 곤했다. 하지만 이번 공정여행을 통해 우리의 활동이 그들의 삶에 희망의 씨앗이

되고 있다는 걸 확인하게 되니 마음의 부채의식이 조금은 가벼워진 느낌이다, 또한 그 동안 이

론적으로만 조합원들에게 설명했던 공정무역에 대한 의미를 생동감 있게, 진정하게 전달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참 뿌듯하다.

막연히 공정여행은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생각하고 호텔에서 에어컨이 안 나와도 버티고 호

텔직원에게 매너 팁을 주고 싶은 마음도 애써 누르며 공정여행의 의지를 불사른? 만큼 그 의

미를 몸으로 느낄수 있었던 좋은 시간이었다.

배숙선

필리핀 공정여행을 통해 이 나라의 환경 뿐만이 아니라 역사를 알게 되어 그 나라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에 대해 더 깊이 알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필리핀 나라 전체, 도시일부만 제외하

고, 가난함에 대해서는 암담한 생각이 들었지만 안티케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 상냥함, 활기

참, 어른에 대한 꺼릿김없는 태도등에서 희망을 보았다.

김영숙

36 아이쿱 생협 해외 공정여행 수기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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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코바도 공정여행은 멀리서부터 빨간 지붕이면 보면 얼마나 가슴 뭉클할까하는 기

대를 안고 필리핀으로 향하였다. 출발하기전 피로와 더위로 힘들었지만 마스코바도 설탕

을 만드는 마을 탐방을 하면서 주민들의 생활의 변화를 눈으로 직접보면서 우리들의 활동

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느낄수 있었다.저녁 마을잔치에서 노래와 춤은 흥없는 나도 함께 어

울려서 신나게 놀게 만들었고 먼이웃이 아닌 아주 가까운 친구로 만들어 주었다.

또하나 아이들이 준비한 작은 선물과 미소가득한 눈빛은 영원히 잊혀지지 않은 소중한

안티케의 추억으로 남는다.

김란희

남쪽에 사는 이유로 4박6일의 공정여행이 나에겐 4박7일의 여행이었다.

집결시간을 맞추기 위해 전날 밤기차를 타고 전주에서 내려 2시간이상을 기다리다,,졸

고..기다리다,,야식 국수를 먹고...기다리다 졸고... 드뎌 리무진을 타고 인천공항으로 GO

~ GO ~

기대와 설레임의 필리핀여행은 그 나라의 역사를 들으며 너무 암담하였다. 하지만

AFTC 생산자분들과 가족들, PFTC 그리고 주민자치센터(?)에서 즐겁게 축제를 준비하던

아이들을 보며 희망을 가져본다. 나에게 단순히 물품으로 만났던 마스코바도 설탕에 생산

자분들의 수고로움이 많이 담겨 있음에 놀라고 우리를 맛있는 식사와 축제로 환대해 주심

에 감사를 드린다. 툭히 사탕수수체험은 짧은 시간이었지만 즐거웠다.

알람(?)시계 닭울음, 뚜껑이 없는 변기, 울퉁불퉁한 길, 오토바이들, 필리핀의 음식, 바

다, 바나나집, 벽돌집, 집앞에 옹기종기 나와 있던 사람들....제일 많이 사용했던 따갈로그

어 살라맛포, 마사랍포. 마간다, 뽀기...

지금도 눈을 감으면 생각나는 아련한 기억들. 유명한 곳은 아니었지만 필리핀 사람들을

만나고 생활을 보며 그들과 친해진 느낌, 좋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다시 가고 싶다, 특

히 활동가 그대들과 함께라면.

이금단

39공정함에 감동한 사람들이 만드는 세상

여행을 다닐때마다 아이쿱을 느낀다.

이번 필리핀 공정여행은 더욱 그러했다. 몇 년 전 수천명 조합원의 힘을 모아 지은 마

스코바도 공장이 있었고 아이쿱선배활동가의 큰 정성이 들어간 커뮤니티 센터 건축현장

도 있었다.

aftc생산자들이 낯설지 않고 마스코바도 만드는 공정도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 한국보

다 더 심각한 필리핀 정치사회현실에 분노하다가 기마라스 밤바다에서 광녀처럼 놀기도

하고 필립씨라는 멋진 리더에 대해서도 다시한번 생각하며 풍성한^ ̂식사에 어쩔 줄 몰라

폭풍흡입했던 5일동안 다른 곳에서 다른 나들이 되었던 시간이었다.

이번 여행을 즐겁고 생기있게 만들어준 25명의 동료들과 친절한 공감만세 친구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이경선

안티케 밤하늘에 흩뿌려진 별처럼 반짝이던 아이들의 눈망울,

뜨거운 태양 아래 검게 그을린 메마른 농부들의 얼굴,

깊고 푸른 기마라스 섬의 바다와 붉은 저녁 노을,

아이처럼 깔깔대던 아이쿱 활동가의 웃음 소리,

여행의 순간들이 한 장의 사진처럼 선명한 기억이 된다.

권미옥

필리핀... 설탕 생산지를 가볼 수 있다는 사실에 더욱 설레고 기대되는 여행이었다. 그

곳에 직접 가서 보고 듣고 함께하면서 그들의 삶을 들여다 볼 수 있었다. TV와 사진으로

보던 설탕공장을 실제로 보게 되었을때는 가슴이 뿌듯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곳 사람들

과 마음을 나누며 함께한 시간들이 앞으로 살아가는 데 힘이되고 잊지 못할 추억이 될것

이다. 또한, 이번 여행에 함께 했던 활동가와 우리가 만났던 모든 사람들 돌이켜 보면 모

든것이 감사할 뿐이다. 촬리 또 보고싶다

박예자

38 아이쿱 생협 해외 공정여행 수기집

Page 21: [공감만세] 2015 아이쿱 생협 파나이섬 화보 및 수기집

41공정함에 감동한 사람들이 만드는 세상

'빈곤'은 2달러 미만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기회의 박탈과 존재적 가치를 경험하지 못

하는 것이 더 큰 '빈곤'이지 않을까. 마스코바도의 아이들은 그런 의미에서 '빈곤'을 벗어나

고 있다. 자신들이 누군가에게 기여할 기회를 갖고, 꿈을 키우고, 존재적 가치를 경험하는

것... 아이들은 표정을 통해 우리에게 '말걸기' 하고 있다. '나 이렇게 잘 자라고 있어요'라

고... 아이를 키우는 엄마여서일까? 이 번 여행은 그 아이들에게 내가 그저 이방인이 아니

라 이웃 아줌마로서 곁에 남을 수 있었던 아름다운 시간이었다

오귀복

공정여행,,. 일단 연수가 아니라 여행이라는 말에 좀더 가볍게 출발할 수 있었다. 그리

고 오랜 활동가들 모두와 같이 가는 큰 규모의 여행이라는 생각..

필리핀 공정여행, 모든 게 잘 어우러진 알찬 여행이어서 담부턴 일반 관광은 흥미가 없

겠다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협동조합 연수와 달리 직접 생산지를 방문하여 생산자님들

과 얘기와 음식을 같이 나누고, 사탕수수 제조공장을 보며 직접 체험하는, 역시 모든 배움

의 기본은 현장의 생생함을 접하는 것이 제일임을 느낄 수 있었다. 공감만세 대표님의 필

리핀 정치 경제 역사에 대한 풍부한 설명은 이 여행의 속을 꽉 채워주워 공정무역과 여행

에 대해 새로운 눈을 뜨게 했다.

공정무역이 막연히 농민의 자립을 돕는다는 추상적 생각에서 이 필리핀의 숨막히는 지

배구조에서 농민들에겐 토지와 재산을 보유할 수 있는 제3의 희망길이라는 깨달음, 이젠

앞으로 공정여행 아니면 가고 싶지 않다는 연두빛갚은 순수한 새싹의 감성이 지펴졌다.

노오란 달고 맛난 망고,, 다시 지금 먹고 싶다. 주민들의 마을과 집안 모습이 지금도 눈

에 선하다. 기마라스의 파아란 바다...머릿속 흡족한 기억으로 남는다. 아쉬운 점은 바다

에 풍덩빠지지 않은 게 못내 아쉽다. 귀찮으짐... 그리고 우리 활동가들의 열정과 활력은

나이와 엄마라는 정체성을 잊게 한다. 그모습을 보면서 늙는다는 것은 단지 숫자요, 겉모

습, 눈치살피느라 점잖은 행동인냥 하는 것인가라는 생각도 들었다.

개인적으로 며칠 후 베트남을 엄마 팔순기념으로 동생들과 다녀왔다. 베트남은 미국전

쟁에서 이긴나라, 호치민지도의 관을 죽기 생전 한 번은 봐야 하는 나라.. 제국주의침략국

이 동남아에 대해 경제적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남아에 대해 관심과

애정이 생겼다. 담에 기회가 되면 유럽이 아닌 동남아에 가야겠다는 생각이다.

이미연

아이쿱 생협 해외 공정여행 수기집40

Page 22: [공감만세] 2015 아이쿱 생협 파나이섬 화보 및 수기집

펴낸곳

발행일 2015년 5월 15일

아이쿱생협 pftc ·aftc 공감만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