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금융의 바람직한 발전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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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ERI 리포트 2 LG Business Insight 2011 11 9 우리나라의 금융경쟁력이 뒤처진다는 인식이 높지만, 양적인 측면에서 우리나라 금융부문 자체가 취약 한 것은 아니다. 금융산업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나 GDP 대비 금융기관의 민간신용 규모, 주식시가 총액 및 민간채권 발생잔액 등으로 보면 우리나라가 선진국들 중에서도 크게 낮은 편은 아니다. 다만 금융 인프라의 부족, 금융소비자 보호의 취약 등 질적인 면에서 개선해야 할 부분은 있다. 금융산업과 금융기관이 지닌 공공성과 외부성,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달라진 금융에 대한 시각, 외환위 기와 카드사태,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겪었던 경험, 국제통화를 가지지 못하고 있는 제약 등과 함께 달라진 경제•금융환경 등을 감안하여 우리나라 금융부문의 바람직한 방향이 모색되어야 한다. 첫째, 실물, 금융이 개방화된 상황에서 무엇보다 금융시스템의 안정이 중요하다. 금융기관과 금융산업이 더 이상 외환위기, 금융위기의 원인으로 작용하여 실물경제에 짐이 되어서는 안 된다. 금융기관의 과도한 위 험 추구 방지, 건전성 유지 등을 위해 금융규제나 금융감독의 강화가 유지되어야 한다. 성장동력으로서 금 융산업을 바라보는 시각이나 금융기관의 대형화 추구 역시 금융시스템의 안정이라는 측면에서 신중히 접근 할 필요가 있다. 둘째, 우리나라의 금융산업과 금융기관은 실물경제의 지속적 성장을 뒷받침할 수 있어야 한다. 단순한 자금중개의 역할로 충분했던 과거와는 달리 자금중개의 효율성을 높이고 고부가가치, 신성장 산업의 발전을 뒷받침하는 역할이 필요하다. 위험도가 높지만 성공에 따른 기대 수익이 높은 신성장 산업 분야에서 연구개 발과 시설투자를 위한 자금수요자와 투자에 따르는 위험을 감수할 의지가 있는 자금공급자간의 자금중개가 원활하도록 하는 금융기관과 금융산업의 역할이 중요하다. 셋째, 점차 다양해지는 금융수요에 충분히 부응하는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금융산업과 금융기 관들의 노력이 요구된다. 과거와 달리 인수 및 합병, 기업공개와 채권 발행, 해외자금조달과 위험관리 등 기 업 차원의 금융수요가 다양해지는 추세다. 고령화의 진전과 더불어 개인 차원에서도 연금 및 자산관리 등의 분야에서 금융수요가 늘고 있다. 기업과 개인의 다양해진 금융수요를 지원하기 위한 금융기관의 역할이 필 요하다.■ 한국 금융의 바람직한 발전 방향 실물경제 지원 및 성장·안정의 균형추 역할 . 금융발전과 경제성장간의 관계에 대한 시각 변화 . 우리나라 금융부문의 현황 및 위치 . 우리나라 금융부문의 바람직한 발전 방향 . 맺음말 이창선 연구위원 [email protected] 김건우 연구원 [email protected] LG Business Insight는 1166호부터 <한국경제의 새로운 길>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본 글은 1168호의 <국가채무 관리의 베스트 프랙티스>에 이어 세번째의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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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금융경쟁력이 뒤처진다는 인식이 높지만, 양적인 측면에서 우리나라 금융부문 자체가 취약한 것은 아니다. 금융산업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나 GDP 대비 금융기관의 민간신용 규모, 주식시가 총액 및 민간채권 발생잔액 등으로 보면 우리나라가 선진국들 중에서도 크게 낮은 편은 아니다. 다만 금융인프라의 부족, 금융소비자 보호의 취약 등 질적인 면에서 개선해야 할 부분은 있다. 금융산업과 금융기관이 지닌 공공성과 외부성,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달라진 금융에 대한 시각, 외환위기와 카드사태,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겪었던 경험, 국제통화를 가지지 못하고 있는 제약 등과 함께 달라진 경제·금융환경 등을 감안하여 우리나라 금융부문의 바람직한 방향이 모색되어야 한다. 첫째, 실물, 금융이 개방화된 상황에서 무엇보다 금융시스템의 안정이 중요하다. 금융기관과 금융산업이 더 이상 외환위기, 금융위기의 원인으로 작용하여 실물경제에 짐이 되어서는 안 된다. 금융기관의 과도한 위험 추구 방지, 건전성 유지 등을 위해 금융규제나 금융감독의 강화가 유지되어야 한다. 성장동력으로서 금융산업을 바라보는 시각이나 금융기관의 대형화 추구 역시 금융시스템의 안정이라는 측면에서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다. 둘째, 우리나라의 금융산업과 금융기관은 실물경제의 지속적 성장을 뒷받침할 수 있어야 한다. 단순한 자금중개의 역할로 충분했던 과거와는 달리 자금중개의 효율성을 높이고 고부가가치, 신성장 산업의 발전을 뒷받침하는 역할이 필요하다. 위험도가 높지만 성공에 따른 기대 수익이 높은 신성장 산업 분야에서 연구개발과 시설투자를 위한 자금수요자와 투자에 따르는 위험을 감수할 의지가 있는 자금공급자간의 자금중개가 원활하도록 하는 금융기관과 금융산업의 역할이 중요하다. 셋째, 점차 다양해지는 금융수요에 충분히 부응하는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금융산업과 금융기관들의 노력이 요구된다. 과거와 달리 인수 및 합병, 기업공개와 채권 발행, 해외자금조달과 위험관리 등 기업 차원의 금융수요가 다양해지는 추세다. 고령화의 진전과 더불어 개인 차원에서도 연금 및 자산관리 등의 분야에서 금융수요가 늘고 있다. 기업과 개인의 다양해진 금융수요를 지원하기 위한 금융기관의 역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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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 한국 금융의 바람직한 발전 방향

LGERI 리포트

2 LG Business Insight 2011 11 9

우리나라의 금융경쟁력이 뒤처진다는 인식이 높지만, 양적인 측면에서 우리나라 금융부문 자체가 취약

한 것은 아니다. 금융산업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나 GDP 대비 금융기관의 민간신용 규모, 주식시가

총액 및 민간채권 발생잔액 등으로 보면 우리나라가 선진국들 중에서도 크게 낮은 편은 아니다. 다만 금융

인프라의 부족, 금융소비자 보호의 취약 등 질적인 면에서 개선해야 할 부분은 있다.

금융산업과 금융기관이 지닌 공공성과 외부성,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달라진 금융에 대한 시각, 외환위

기와 카드사태,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겪었던 경험, 국제통화를 가지지 못하고 있는 제약 등과 함께 달라진

경제•금융환경 등을 감안하여 우리나라 금융부문의 바람직한 방향이 모색되어야 한다.

첫째, 실물, 금융이 개방화된 상황에서 무엇보다 금융시스템의 안정이 중요하다. 금융기관과 금융산업이

더 이상 외환위기, 금융위기의 원인으로 작용하여 실물경제에 짐이 되어서는 안 된다. 금융기관의 과도한 위

험 추구 방지, 건전성 유지 등을 위해 금융규제나 금융감독의 강화가 유지되어야 한다. 성장동력으로서 금

융산업을 바라보는 시각이나 금융기관의 대형화 추구 역시 금융시스템의 안정이라는 측면에서 신중히 접근

할 필요가 있다.

둘째, 우리나라의 금융산업과 금융기관은 실물경제의 지속적 성장을 뒷받침할 수 있어야 한다. 단순한

자금중개의 역할로 충분했던 과거와는 달리 자금중개의 효율성을 높이고 고부가가치, 신성장 산업의 발전을

뒷받침하는 역할이 필요하다. 위험도가 높지만 성공에 따른 기대 수익이 높은 신성장 산업 분야에서 연구개

발과 시설투자를 위한 자금수요자와 투자에 따르는 위험을 감수할 의지가 있는 자금공급자간의 자금중개가

원활하도록 하는 금융기관과 금융산업의 역할이 중요하다.

셋째, 점차 다양해지는 금융수요에 충분히 부응하는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금융산업과 금융기

관들의 노력이 요구된다. 과거와 달리 인수 및 합병, 기업공개와 채권 발행, 해외자금조달과 위험관리 등 기

업 차원의 금융수요가 다양해지는 추세다. 고령화의 진전과 더불어 개인 차원에서도 연금 및 자산관리 등의

분야에서 금융수요가 늘고 있다. 기업과 개인의 다양해진 금융수요를 지원하기 위한 금융기관의 역할이 필

요하다.■

한국 금융의 바람직한 발전 방향 실물경제 지원 및 성장·안정의 균형추 역할

Ⅰ. 금융발전과 경제성장간의 관계에 대한 시각 변화

Ⅱ. 우리나라 금융부문의 현황 및 위치

Ⅲ. 우리나라 금융부문의 바람직한 발전 방향

Ⅳ. 맺음말

이창선 연구위원 [email protected]김건우 연구원 [email protected]

LG Business Insight는 1166호부터 <한국경제의 새로운 길>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본 글은 1168호의 <국가채무 관리의 베스트 프랙티스>에 이어 세번째의 글입니다. *

Page 2: 한국 금융의 바람직한 발전 방향

LGER

I 리포

LG Business Insight 2011 11 9 3

글로벌 금융위기는

과도한 금융 팽창의

결과라는 인식이

높다.

“‘지난 20년간 가장 중요한 금융혁신은 ATM(Automatic Teller Machine; 현금자

동인출기)이다.’ 미국의 중앙은행 총재 격인 미연준 의장을 역임했던 폴 볼커(Paul

Volcker)가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 1년여 후인 2009년 12월 월스트리트저널(Wall

Street Journal)이 주최한 금융이니셔티브의 미래(Future of Finance Initiative)라

는 모임에서 한 말이다. 볼커의 발언은 각종 복잡한 금융혁신이 실제 생산성을 높이

고 경제성장에 기여했다는 증거를 발견하기 어렵다는 그의 의견을 직설적으로 표현

한 말이다. 선진국을 비롯하여 전 세계적으로 글로벌 위기 이후 금융에 대한 시각이

바뀌고 있는 것을 단적으로 드러내 주는 것이다. 리만 파산 3년째인 2011년 가을 발

생한 월가의 반금융권 시위가 전세계로 퍼져가고 있는 등 금융권에 대한 분노가 새

삼 높아지고 있기도 하다. 각종 금융파생상품의 개발과 거래 등으로 금융부문이 빠

르게 확장되고 금융권 종사자가 자본주의 발전의 첨병으로 추앙받고 세상의 부러움

을 사던 것과는 사뭇 분위기가 달라진 것이다. 금융의 과잉이 위기를 불어왔다는 인

식 아래 글로벌 위기 이후 선진국에서는 강도의 차이는 있지만 금융 규제가 강화되

는 추세다. 바젤 III를 통해 은행 자본건전성에 대한 요구사항이 높아지고 파생상품

에 대해서도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볼커가 주장했던 투자은행과 상업

은행의 분리를 비롯하여 은행산업에 대한 규제 강화, 대형화 억제 등을 중심으로 한

볼커룰(Volcker Rule)도 현실화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떤가. 그 동안 우리나라는 금융산업을 새로운 성장동력

으로 삼고 제조업처럼 세계적인 수준의 금융기관 육성이 필요하다는 움직임이 있었

던 것이 사실이다. 이를 위해 서울을 동북아의 금융허브 도시로 육성하고 금융기관

의 대형화, 겸업화 및 증권화를 통해 금융시장 및 금융산업을 선진화하고 발전시킨

다는 복안이 있었다. 금융위기 이후 이러한 움직임에 어느 정도 제동이 걸리는 분위

기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우리나라가 선진국과는 다르다는 견해도 여전하다. 우리

나라 금융기관들이 선진국에 비해 여전히 규모가 작고, 금융규제 수준도 높은 편이

기 때문에 선진국과는 달리 금융규제를 더 완화하고 금융기관의 대형화가 필요하다

는 시각인 것이다. 과연 새로운 패러다임, 달라진 경제·금융환경 하에서 한국 금융

또는 금융산업의 바람직한 역할과 위치는 어떠해야 하는 것일까.

Page 3: 한국 금융의 바람직한 발전 방향

LGERI 리포트

4 LG Business Insight 2011 11 9

Ⅰ. 금융발전과 경제성장간의 관계에 대한 시각 변화

금융발전과 경제성장간의 관계는 저명한 경제학자들 사이에서도 오랜 논쟁거리 중

하나이다. 그 동안 잘 작동하는 금융시스템이 경제발전을 촉진하는데 필수적인 역

할을 한다는 슘페터(Schumpeter, 1911)의 주장이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져 왔다. 골

드스미스(Goldsmith)는 1960년대 말 금융시스템의 크기와 장기 경제발전간에 정

(+)의 상관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밝혀냈다. 이러한 견해에 대한 반론이 없

었던 것은 아니다. 영국의 경제학자 로빈슨(Robinson, 1952)은 “기업이 이끌고, 금

융은 따른다”라고 주장한다. 금융이 경제성장을 주도하기보다는 실물부문에 따라

발전해 가는 것으로 간주하는 것이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루카스(Lucas, 1988)

역시 경제성장에 있어서 금융의 역할이 지나치게 강조되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금융발전이 경제성장 기여한다는 실증분석 결과가 일반적

1990년대 초반부터 본격화된 금융과 실물간의 관계에 대한 많은 실증분석들은 일반

적으로 금융발전이 경제성장을 견인한다는 주장에 손을 들어 준다. 전통적으로 금

융의 발전은 기업의 금융제약을 완화하고, 새로운 투자기회를 개척함으로써 경제성

장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각종 기업 또는 국가별 데이터를

이용하여 분석한 여러 실증분석 결과도 대체로 이러한 결론을 지지하고 있다. 금융

기관의 신용창출 규모나 증권시장에서의 자금조달 규모가 경제성장을 촉진하는 관

계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론적으로 금융이 경제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로는 거래비용과 정보

의 비대칭성에서 기인하는 시장 마찰을 줄이는 것을 통해서이다. 금융의 사전적인

선별기능과 사후적인 감시기능은 역선택과 도덕적 해이를 줄여서 시장의 효율성을

높여준다. 구체적으로 레빈(Levine, 2003)은 금융의 기능을 다섯 가지로 정리한다.

첫째, 투자기회 및 자본 배분에 대한 사전적 정보의 생산, 둘째, 투자 대상 기업의

지배구조에 대한 사후적 감시, 셋째, 리스크의 거래, 분산 및 관리, 넷째, 저축의 동

원과 모집, 다섯째, 재화와 서비스의 거래 지원이다. 이러한 기능을 통해서 자본 축

“ 그 동안 금융발전이

경제성장을 촉진한다는

주장이 대체로

실증분석으로

지지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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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Business Insight 2011 11 9 5

LGER

I 리포

적과 기술 혁신을 촉진함으로써 금융이 경제성장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것이다.

그 동안 미국이 유럽에 비해 생산성 증가나 산업혁신이 빠르고 더 다이내믹한 경

제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심화된 금융시장의 존재에 기인한다는 인식이 일반적

이다. 깊이 있는 신용 시장의 존재는 새로운 비즈니스를 쉽게 시작할 수 있는 요인

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에 존재하는 대규모 벤처캐피털은

신산업의 부상과 혁신기업의 등장을 가능하게 한 요인으로 지적된다. 그 결과 500

대 기업에 속하는 미국기업 중 1975년 이후 설립된 것은 26개나 되는데 비해 유럽기

업 중에서는 불과 3개만이 속하고 있다.1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달라진 시각

그러나 경제성장에 대한 금융발전이 가지는 긍정적인 의미는 지난 2008년 글로벌

위기를 전후하여 바뀌기 시작한다. 금융부문의 지나친 발전이 경제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과도한 금융 팽창의 결과로 글로벌 금융위

기가 초래되었다는 인식을 배경으로 하는 것이다(<그림 1> 참조).

글로벌 위기가 발생하기 훨씬 이전에도 과도한 금융팽창의 위험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금융부문의 빠른 확장이 낳는 신용버블에 의한 호황

분위기에 눌려 많은 사람들이 귀를 기울이지 않았을 뿐이다.

민스키(Minsky, 1974)와 킨들버거(Kindleberger, 1978)는 일찍이 금융과 거시

변동성간의 관계를 지적한 선구자적 학자들이다. 라구람

라잔(Rajan, 2005)은 대규모의 복잡한 금융시스템의 존

재가 재앙적 붕괴의 가능성을 높인다는 주장을 제기했

다. 혁신을 거듭한 금융부문이 과도한 위험과 단기적 행

태를 추구할 왜곡된 인센티브 구조를 내재하고 있기 때

문에 금융불안의 원인이 될 수 있음을 지적하였다. 라잔

은 1996년 그의 논문에서 외부차입 의존도가 높은 산업

일수록 금융시스템이 발전된 나라에서 더 빨리 성장한다

는 사실을 보여줌으로써 금융발전이 경제성장을 촉진한

1 Philippon(2008), Financing Europe’s fast movers, Bruegal Policy Brief

“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부문의 지나친

발전이 경제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0

1

2

3

4

5

6

7

8

9(%)

1980 1984 1988 1992 1996 2000 2004 2008

프랑스독일

일본

영국미국

<그림 1> 주요국 GDP대비 금융업 비중

자료 : OEC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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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ERI 리포트

6 LG Business Insight 2011 11 9

“ 과다한 규모의

금융산업은 정보의

비대칭성, 도덕적 해이,

단기수익 및 과도한

위험추구, 과다

레버리지 등의 부작용을

야기한다.

다는 주장을 실증한 학자이다. 특히 단순히 금융발전과 경제성장간의 상관관계를

보여주는데 그쳤던 이전의 연구들과 달리, 그는 새로운 방법론을 사용하여 금융

발전이 경제성장을 견인한다는 인과관계를 보여주었다. 금융발전이 경제성장을

지지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지 10여년이 흐른 후에 아이러니하게도 금융발전

이 경제의 안정성을 위협한다는 주장을 내놓은 것이다. 라잔이 이러한 주장을 내

놓은 자리는 미국 연방은행 총재들과 각국 중앙은행 총재들의 연례 모임인 2005

년 잭슨홀 심포지움이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기 불과 3년 전인 2005년의

주제는 ‘그린스펀 시대: 미래를 위한 교훈들’이었다. 18년간 미연준 의장으로서의

임무를 마치고 2006년초 퇴임을 앞두고 있던 그린스펀의 업적을 기념하는 자리로

서 성격이 강했다. 그런데 그린스펀 면전에서 그린스펀 시대를 비난하는 듯한 주

장을 펼쳤으니 회의장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다. 그 때만 하더라도 장기호

황에 대한 낙관론이 여전하던 때여서 라잔은 일부 참석자들로부터 거센 공격을 당

해야 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는 과다한 금융팽창의 부작용을 경고하는 목소

리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과다한 규모의 금융산업은 정보의 비대칭성, 도덕적 해

이, 단기수익 추구, 과도한 위험추구, 과다 레버리지 등의 부작용을 야기하므로 자

원배분의 비효율성을 발생시킨다는 것이다. 지난 글로벌 위기의 경우는 전통적인

은행 부문을 넘어 투자은행의 그림자 금융(shadow banking)을 중심으로 나타났

던 금융부문의 과다 확장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 확대로 이어져 위기의 단초가

되었다. 바로 정보의 비대칭성, 도덕적 해이, 단기수익을 위한 과도한 위험추구,

과다 레버리지 등이 모두 복합적으로 작용한 전형적인 예이다. 지난 1990년대의

닷컴 열풍도 마찬가지다. 별 가치를 창출하지 못하는 많은 하이테크 기업들이 쉽게

자금조달이 가능했던 것이 버블로 이어졌다. 스티글리츠(Stiglitz, 2010)는 금융이

발전할수록 사적인 이득과 사회적 이득 간의 심각한 불일치 문제가 존재할 가능성

이 크기 때문에 이러한 괴리를 줄이기 위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역설하였다. 적정

금융부문의 규모에 대한 논의도 제기된다. Arcand, Berkes and Panizza(2011)는

민간부문 신용이 GDP의 110%가 되면 성장을 저해하기 시작한다는 연구결과를 내

놓기도 했다.

Page 6: 한국 금융의 바람직한 발전 방향

LG Business Insight 2011 11 9 7

LGER

I 리포

“ 과잉금융에 대한

반성과 교훈을

바탕으로 전세계적으로

금융규제와 금융감독이

강화되는 추세이다.

국제적으로 금융규제, 감독 강화 추세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과잉금융에 대한 반성과 교훈을 바탕으로 전세계적으로 금융

규제와 금융감독이 강화되는 추세이다. 1986년 영국의 빅뱅(Big Bang) 이후 20년

넘게 진행되어 온 금융규제 완화의 흐름이 근본적으로 뒤바뀐 것이다. 금융기관의

업무영역은 물론 차입, 보수체계 및 금융감독 등과 관련하여 광범위한 분야에 걸쳐

강도 높은 규제가 진행되고 있다.

은행에 대해 요구되는 자기자본비율이 바젤 III를 통해 강화되고 있고 각국별로

도 자체적으로 금융규제나 감독을 강화하고 있기도 하다. 대표적으로 미국에서는

2010년 도드-프랭크(Dodd-Frank) 법안을 통과시킴으로써 금융개혁에 시동을 걸

었다. 법안의 주요 내용은 중요 금융회사에 대한 규제 강화, 금융감독기구 개편, 중

요 금융회사 정리절차 개선, 금융지주회사 등에 대한 감독 강화, 지급결제 시스템에

대한 감독 강화 등을 담고 있다. 특히 금융지주회사에 대한 감독 강화와 관련하여

예금취급기관과 그 지배회사들은 자기자본 투자나 헤지펀드, 사모펀드의 지분 취득

및 경영지배를 금지하도록 했다. 이른바 볼커룰이 현실화된 것으로 과거 대공황 이

후 1933년에 도입되었던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을 엄격히 구분한 글래스-스티걸

(Glass-Steagall) 법의 부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역사의 아이러니처럼 글래스-

스티걸 법을 폐기했던 1999의 GBL(Gramm-Leach-Bliley) 법이 다시 무력화된 것

이다.

Ⅱ. 우리나라 금융부문의 현황 및 위치

금융의 역할에 대한 시대별 변화

우리나라에 있어 금융은 경제개발 초기단계였던 1970년대까지 실물경제 발전을 보

조하는 역할에 그쳤다. 만성적으로 국내저축이 투자자금 수요를 따라가지 못했던

터라 금융과 금융기관의 역할은 가계를 중심으로 한 민간의 저축을 모집하고 동원

Page 7: 한국 금융의 바람직한 발전 방향

LGERI 리포트

8 LG Business Insight 2011 11 9

금융허브 육성이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서

금융산업을 활용하는

문제는 신중히 접근할

일이다.

함으로써 자금이 필요한 기업과 산업에 중개해주는 것이었다. 아울러 경제발전에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던 수출을 비롯하여 실물거래가 원활히 이루어지도록 지원하

는 것도 금융산업, 금융기관의 몫이었다. 경제개발 초기단계에서 이러한 금융, 금융

기관의 역할은 사실상 정부의 지시와 주도하에 이루어진 것이다. 정부의 산업정책

에 따라 산업과 기업별 자금배분이 이루어지고 산업발전을 위한 금융 부문의 지원

역시 정부의 정책방향이 중요했다.

금융중개의 효율성과 시장의 자율성을 높이기 위한 금융자유화 노력은 1980년

대부터 시작되었다. 그 과정에서 급속한 금융규제 완화와 금융시장 개방에 따른 부

작용으로 1997년 말 외환위기를 겪기도 했다. 본격적인 금융자유화는 외환위기 이

후 더욱 가속화되기 시작했다. 금융부문도 1980년대 부터 빠르게 성장했다(<그림

2> 참조). 외환위기 이후 양적인 인력, 자본 투입에 의한 경제성장이 한계에 봉착하

면서 새로운 경제성장 동력을 찾는 과정에서 금융산업이 부각되었다. 2000년대 초

반부터 동아시아 금융허브를 국내에 육성하거나 금융 중심지로 도약하기 위한 노력

이 구체화되기 시작했고 금융기관의 통합과 대형화를 통해 세계적인 경쟁력을 지닌

금융기관을 육성하고자 하는 정책도 추진되었다. 2007년에는 자본시장법이 공포되

어 영미식의 금융시장 규율이 본격적으로 도입되기 시작했고, 2011년에는 헤지펀드

도입, 한국형 IB를 표방하는 금융투자회사의 설립이 유도되는 단계에 이르렀다.

경제개발 초기단계와는 달리 경제발전이 어느 정도 성숙된 상황에서 요구되는

금융의 기능과 역할이 달라지는 것은 불가피하다. 단순한 자금중개, 실물거래 지원

차원이 아니라 투자기회의 선별, 정보의 생산과 모니터링, 위험관리와 관련된 기능

과 역할이 보다 필요하고 중요해진다.

그런 차원에서 우리 금융산업과 금융기관의 질적 발전을 위한 노력이 필요한 것

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서울이나 인천을 금융허브로 육성한다든가 또는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서 금융산업을 활용한다든가 하는 문제는 신중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선진국 금

융산업과 금융기관에 비교할 때 우리 금융산업과 금융기관의 현재 위치나 본질적으

로 안고 있는 한계 등을 감안하여 접근할 문제이다.0

1

2

3

4

5

6

7

8(%)

1980 1990 2000 2009

<그림 2> 우리나라 금융업 비중(GDP대비)

자료 : OECD

Page 8: 한국 금융의 바람직한 발전 방향

LG Business Insight 2011 11 9 9

LGER

I 리포

“국가경쟁력을 측정하는

각종 조사에서

우리나라 금융부문은

늘 뒤처지는 것으로

나오곤 한다.

우리나라 금융발전이 선진국에 비해 더디다는 인식

우리나라의 금융과 관련하여 흔히 듣게 되는 이야기가 선진국에 비해 지나친 규제

로 인해 우리나라 금융기관들이 양적, 질적으로 너무 낙후되어 실물경제 발전을 저

해한다는 것이다.

실제 국가경쟁력을 측정하는 각종 조사에서 우리나라 금융부문은 늘 뒤처지는

것으로 나오곤 하는 것이 사실이다(<표 1> 참조). 일명 다보스포럼(Davos Forum)으

로도 알려진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에서 조사하는 금융발전보고서

에 따르면, 2010년 우리나라의 금융발전지수는 57개국 가운데 24위에 불과하다. 금

융정책과 금융중개, 금융접근성 등 세가지 항목에서 특히 금융접근성이 46위의 하

위권에 머무르고 있다. 이것은 각 개별 항목에 대한 구체적인 데이터 비교를 통해

순위를 정한 것이다. 같은 기관에서 각국 전문가들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하는 2011~12년 국가경쟁력 조사에서 우리나라가 142개 국중에서 24위를 기록했

다. 그런데 세부 항목들 중 국내금융시장 발전도에 대한 평가는 80위에 불과하다.

대출의 용이성, 벤처자본의 이용가능성, 은행건전성 등에 국내 전문가들조차 낮은

점수를 주고 있는 것이다.

세계경제포럼과 달리 설문조사와 통계자료를 1:2 비율로 사용하여 국가경쟁력

순위를 산정하는 스위스의 IMD도 비슷한 결과를 내놓고 있다. 2011년 우리나라의

국가경쟁력은 총 59개국 중에서 22위인데 비해 세부 항목인 기업효율성 중에서 금

융이 차지하는 순위는 28위이다.

영국의 the City of London이 세계 주요 도시의 금

융경쟁력을 평가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1년 국제

금융센터지수(GFCI)에서 서울이 전 세계 75개 도시 중

에서 11위를 차지했다. 2009년 53위, 2010년의 24위에

서 껑충 뛰어오른 것이지만, 아시아 경쟁국가들에 비하

면 아직 뒤처진다. 런던과 뉴욕이 변함없는 1, 2위를 각

각 기록한 데 이어, 그 뒤를 홍콩 3위, 싱가포르 4위,

상하이 5위, 그리고 도쿄가 전해에 비해 한 단계 추락한

<표 1> 우리나라 금융부문의 국제 경쟁력

기관 지표 순위총 대상국가

기준년도

World Economic Forum

The Financial Development Index

24 57개국 2010

World Economic Forum

Financial Market Development

80 142개국 2011

IMDBusiness Efficiency 중

Finance28 59개국 2011

the City of London

The Global Financial Centres Index

11 75개국 2011

Heritage Foundation

Financial Freedom 17 183개국 2011

자료 : WEF, Z/YEN, The Heritage Foundation & the Wall Street Journal, IMD

Page 9: 한국 금융의 바람직한 발전 방향

LGERI 리포트

10 LG Business Insight 2011 11 9

세계 유수의

금융기관들에 비해

우리나라 은행이나

증권사의 자산, 자본

규모가 훨씬 작다.

6위의 순이다.

통계의 신뢰성에 일부 의문은 있겠으나 이렇듯 국가경쟁력 순위에 비해 금융 부문

의 경쟁력에 대한 내외부의 평가가 일관되게 낮게 나오고 있다. 경제 규모가 이미 세

계 13위이고 세계 100대기업에 포함되는 제조기업들이 적지 않은데 비해 세계적인 글

로벌 금융기업으로 내세울 만한 금융기관이 없다는 점도 자주 지적되는 것이다. 뱅커

(The Banker)지가 매년 발표하는 세계 1,000대 은행에 속하는 국내은행들이 9개에 불

과하고 그나마 순위도 높지 않다. 2010년의 경우 총자산 기준으로 우리은행지주가 79

위로 가장 높고 신한지주(85위), KB지주(87위) 등이 100위권 안에 든다. 나머지 은행

들은 농협(111위), 기업(119위), 하나지주(123위), 외환(165위) 등이 100위권이고, 부산

(342위), 대구(371위)는 크게 뒤처진다. 자산 규모를 보더라도 선진국 대형은행과의

차이는 엄청나다. 2010년 말 현재 프랑스의 BNP Paribas의 자산 규모가 2조 6,713억

달러에 달하고 세계 25대 은행의 평균 자산 규모가 1조 7,669억 달러에 달하는 데 비

해 우리금융지주의 경우 2,568억 달러에 불과하다. 세계 유수의 은행에 비해 우리나

라 은행들이 규모 면에서 상대가 되지 않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투자은행의 경우는 국

내증권사와 해외 투자은행간의 차이가 더욱 크다. 2010년 기준으로 국내 5대증권사의

평균 자산 규모는 130억 달러인데 비해 골드만삭스의 자산 규모는 9,113억 달러이고

모건스탠리 8,077억 달러에 달한다.

이와 같이 금융 부문의 발전도가 더디고 국내금융기관들이 선진 금융기관들에

<표 2> 국내외 주요 은행의 자산 및 자본 규모 (2010년 말, 억달러)

순위 은행명(국적) 총자산 기본자본

1 BNP Paribas(프랑스) 26,713.3 916.3

10 공상은행(중국) 20,322.0 1,133.9

25 Credit Suisse Group(스위스) 10,983.5 401.5

50 Banco do Brasil(브라질) 4,811.8 315.5

국내 3대 은행 평균 2,407.1 152.6

79 우리금융지주 2,568.1 156.7

85 신한금융지주 2,344.3 145.0

87 KB금융지주 2,308.9 156.1

주 : 순위는 은행 총자산 기준

자료 : The Banker, Thomson ONE Banker

<표 3> 국내외 주요 투자은행의 자산 및 자본규모(2010년 말, 억달러)

총자산 자본

Goldman Sachs 9,113.3 712.3

Morgan Stanley 8,077.0 528.8

국내 5대 증권사 평균 129.5 23.3

대우증권 159.1 25.2

우리투자증권 149.7 22.7

한국투자증권 122.0 21.1

현대증권 108.7 23.4

삼성증권 107.8 24.1

주 : Goldman Sachs와 Morgan Stanley는 기본 자본. 국내증권사는 자본 총계

자료 : The Banker, Thomson ONE Banker

Page 10: 한국 금융의 바람직한 발전 방향

LG Business Insight 2011 11 9 11

LGER

I 리포

“ 우리나라 금융산업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낮은

편은 아니다.

비해 규모 면에서 경쟁력이 크게 뒤처지는 등 글로벌 금융기관으로 발전하는데 어

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지나친 금융규제 때문이라는 인식이 높다. 그러나 일반적인

인식과는 달리 우리나라의 금융규제가 반드시 강한 것만은 아니다. 미국의 헤리테

지 재단(Heritage Foundation)이 매년 발표하는 경제자유도 지수에 따르면 금융부

문의 자유도(Financial Freedom)는 2011년 17위를 기록했다. 전체 자유도 지수 35

위에 비해 훨씬 높다. 금융서비스에 대한 금융규제 정도, 금융기관에 대한 지분 소

유를 통한 정부 개입의 정도, 자본시장 발전 정도, 신용배분에 대한 정부의 영향력,

외국금융기관과의 경쟁 허용도 등 5가지 항목으로 구성되어 있는 금융자유도 지수

는 2007년까지만 하더라도 전세계(2011년 기준 183개국) 평균치를 다소 밑돌았으나

2008년부터 급상승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 금융부문의 규모 및 비중이 작지는 않은 편

우리나라의 금융발전 정도 역시 금융산업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으로 볼 때 다

른 나라들에 비해 결코 낮지 않다. 부가가치 기준으로 GDP에서 금융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2000년대 평균으로 우리나라의 경우 6.8%에 달해 OECD 국가의 평균인

6.3%에 비해 높다. 1980년대 우리나라 금융업의 비중이 4.2%에 불과하여 OECD

평균의 5.6%보다 훨씬 낮았던 것과 대조되는 것이다. 1990년대부터 금융부문이 우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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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룩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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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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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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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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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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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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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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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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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

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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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

노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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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

독일

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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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

에스

토니

핀란

OECD 평균(6.6%)

<그림 3> OECD 국가의 GDP 대비 금융업 비중(2009년 기준)

주 : 국가명 옆의 ( )안은 해당국가 데이터의 기준년도자료 : OECD

Page 11: 한국 금융의 바람직한 발전 방향

LGERI 리포트

12 LG Business Insight 2011 11 9

민간신용, 주식 및 채권

발행액 규모가

우리나라 경제규모에

비해 작지는 않다.

”리나라에서 빠르게 확장된 것을 반영한다. 2009년을 기준으로 한다면 우리나라 금

융업의 비중은 6.9%로서 OECD 평균치인 6.6%보다 높다. 스페인(6.6%)을 비롯하

여 일본(5.7%), 이탈리아(5.4%), 프랑스(4.6%), 독일(4.3%) 등보다 우리나라의 금

융업 비중이 더 높다. 룩셈부르크(26%), 스위스(12.6%), 아일랜드(9.8%)가 예외적

으로 금융업 비중이 크게 높은 나라들이고, 미국(8.3%)과 영국(8.3%), 호주(7.9%),

캐나다(7.7%), 네덜란드(7.5%), 포르투갈(7.5%) 정도가 선진국 중에서 우리나라보

다 금융업 비중이 높을 뿐이다. 선진국의 과다 금융이 지난 글로벌 금융위기를 유발

한 배경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나라 금융산업의 비중이 경제 규모에 비해 높

은 편이라고 할 수 있다.

크게 은행 부문과 증권시장 부문으로 나누어 살펴 보더라도 우리나라의 금융부문

의 양적 규모가 작지는 않다. 세계은행(World Bank) 통계에 따르면, 2009년을 기준

으로 우리나라의 예금은행을 통한 민간신용 규모가 GDP 대비 116%에 달해 세계 평

균치인 63.1%보다 훨씬 크고 고소득국가의 평균치인 119%와 비슷하다. 주식시가총

액의 경우는 우리나라가 GDP 대비 139%여서 세계 평균 107%보다는 크고 고소득국

가의 평균 147%보다 다소 작은 정도에 불과하다. GDP 대비 민간 채권시장 규모는

우리나라가 69%로 세계 평균 46%, 고소득국가 평균 63%보다 높다(<표 4> 참조).

그리고 우리나라 은행들의 규모가 선진국 은행들에 비해 작은 것은 당연하다. 선

진국 은행들의 덩치가 큰 것은 무엇보다 국제적으로 통용력을 지닌 자국통화를 가

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언어 면에서의 제약도 없어 글로벌 플레이어로서 활동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은행들은 국내를 주무대로 영업할 수밖에 없는 한계로 인해 규

모 키우기에 한계가 있다. 개별 은행들의 규모가 작다 보니 상위 은행의 시장집중도

역시 우리나라가 낮은 편이다. 그러나 우

리나라 3대 은행의 자산 규모가 GDP 대

비 71%로서 브라질의 62%와 미국의

43%보다는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우리

은행들이 지닌 여러 한계들을 감안한다

면 우리나라 은행들의 규모가 경제 규모

에 비해 작다고는 할 수 없는 것이다.

<표 4> 민간신용, 주식, 채권 시장 규모 비교(2009년 기준, %)

세계 평균

고소득 국가 평균

한국 독일 일본 영국 미국

예금은행의 민간신용/GDP 63.1 118.7 116.0 98.0 93.2 207.2 65.5

금융기관의 민간신용/GDP 64.9 121.0 79.6 98.8 93.1 206.5 218.7

주식시가총액/GDP 107.4 147.0 138.9 74.7 98.4 132.2 152.3

민간채권 발행잔액/GDP 46.4 63.3 69.2 37.9 37.0 16.7 135.1

자료 : World Bank

Page 12: 한국 금융의 바람직한 발전 방향

LG Business Insight 2011 11 9 13

LGER

I 리포

금융산업과 금융기관은

더 이상 외환위기,

금융위기의 원인으로

작용하여 실물경제에

짐이 되어서는

안 된다.

Ⅲ. 우리나라 금융부문의 바람직한 발전 방향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달라진 금융의 위치와 역할에 대한 시각, 우리 금융산업의 현

황 등을 감안할 때 앞으로 우리 금융산업, 금융기관이 나아가야 할 바람직한 방향을

무엇일까.

금융시스템의 안정을 위한 금융규제, 감독 강화 불가피

첫째, 우리나라 금융산업과 금융기관은 금융시스템의 안정을 저해해서는 안 된다.

더 이상 외환위기, 금융위기의 원인으로 작용하여 실물경제에 짐이 되어서는 안 되

는 것이다. 국내 은행들은 지난 1997년 말 외화부도 직전까지 몰린 데 이어, 2008년

9월에도 마찬가지로 외화유동성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에 손을 내밀어야

했다. 2000년대 초반 신용카드사들의 과당 경쟁이 빌미가 되어 발생한 2003년 초

카드사태 역시 정부의 개입으로 가까스로 수습될 수 있었다. 이렇듯 외환, 금융위기

가 발생할 때마다 신용경색이 확산되면서 실물경제도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또

한 정부는 부실해진 금융기관을 살려 내기 위해 각종 공적자금을 투입해야만 했다.

물론 금융기관이 부실해지거나 유동성 위기에 몰리게 된 것을 두고 단순히 금융

기관만의 탓으로 돌리기는 어려운 측면도 있을 것이다. 기업의 수익성을 무시한 과

도한 투자라든가 너무 느슨한 금융규제 및 감독 등이 금융기관의 과도한 위험 추구

를 부추긴 배경이었을 수 있다. 그런 점에서 금융기관의 건전성과 관련하여 규제와

감독의 강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세계적인 금융규제 강화 추세에 맞추어 우리나라에서도

일부 금융규제가 강화되어 왔다. 무엇보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문제가 되었던 원

화와 외화부문에서 은행들의 유동성 규제가 강화되었다. 또한 해외자본의 유출입

안정 방안으로 선물환 포지션 규제 강화, 외국인 채권투자에 대한 소득세 원천 징수

부활, 은행들의 외화차입에 대한 거시건전성 부담금 부과 등 이른바 자본유출입 규

제 3종 세트가 2010년 이후 추진되었다. 지난 2011년 여름 이후 글로벌 금융불안의

확산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금융, 외환시장이 과거에 비해 덜 흔들렸던 것은 이러

Page 13: 한국 금융의 바람직한 발전 방향

LGERI 리포트

14 LG Business Insight 2011 11 9

아이슬란드 몰락의 교훈

● 아이슬란드의 기적과 몰락

인구 30만의 섬나라 아이슬란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

전까지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국가중의 하나였다.

1990년대 이전까지 어업에 국가경제를 의존하는 북유럽

최빈국의 하나였던 아이슬란드는 1990년대 초반부터 경

제자유화와 민영화를 추진하여 눈부신 경제성장을 달성

하였다. 2007년을 기준으로 아이슬란드의 1인당 국민소

득은 세계 4위 수준인 3만달러를 상회하였고, 스위스

IMD로부터 유럽에서 가장 경쟁력있는 국가, UNDP에서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국가로 선정되었다. 아이슬란드의

발전모델은 세계의 칭송을 받으며 ‘아이슬란드의 기적

(Miracle on Iceland)’이라 불렸다.

이러한 발전의 중심에는 2000년대 이후 급격히 성장

한 금융산업이 자리잡고 있다. 금융산업의 성장은 1990

년대 정권을 잡은 오드슨(Oddson) 총리를 위시하여 자

유시장을 신봉하는 정치가들에 의해서 추진되었다. 국영

은행의 민영화와 금융시장 개방이 전향적으로 이루어졌

고, 이러한 흐름에서 민영화되고 통폐합되어 탄생한

Landsbanki, Glitnir, Kaupthing Bank 등의 3대 은행은

글로벌 자본시장 접근 확대와 공격적인 해외은행 인수를

통해서 급속도로 자산을 불려나갔다. 2003년부터 2008

년까지 연평균 5%이상의 고성장이 달성되는 와중에서도

아이슬란드 GDP대비 은행 총자산은 2003년 1.54배에서

2005년 3.03배, 2007년에는 7.44배, 위기 직전인 2008

년 8월에는 8.65배까지 폭발적으로 증가하였다.

은행의 팽창은 외국으로부터의 자금조달을 통해서 이

루어졌다. 성장 초기인 2004~2005년에 3대 은행은 유

럽 채권시장을 통해서 저금리 자금을 대규모로 조달하

여 고위험·고수익의 자기자본 투자와 부동산 대출, 국

내외 기업대출 등으로 수익을 올렸다. 2006년 초반 급

격한 외채증가에 대한 신용평가사들의 부정적인 평가

이후 유럽 채권시장에 대한 접근에 제한되자 유럽 채권

시장보다 50~60bp 높은 금리로 미국 중기 채권시장을

통하여 자금조달에 나섰다.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가시화되기 시작할 때에는 해외 지점을 통하여

유치한 고금리 예금과 아이슬란드와 룩셈부르크 중앙은

행으로부터의 담보대출이 자금조달의 중요 원천이었다.

2004년말부터 2008년 위기 이전까지 단 5년동안 3

대은행이 발행한 채권규모는 아이슬란드 GDP의 4배에

해당하는 500억 유로에 달했다. 전례가 없을 정도의 과

도한 외채의 확대는 거시경제적 불균형에 대한 일부 경

제학자의 지적(Christensen et al., 2006)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자본시장 접근에 기반한 은행의 막대한 수익과

급격한 경제성장으로 유지될 수 있었다. 그러나 외채에

의존한 거품경제는 2008년 9월 글로벌 신용경색이 발

발하자 글로벌 자본시장으로부터의 차환이 막히면서 단

2주만에 75%가 폭락한 아이슬란드 주식시장과 함께 한

순간에 몰락하였다. 파산한 아이슬란드 은행의 총자산은

1,820억 달러에 달했는데, 이는 리먼브라더스(6,910억

달러), 워싱턴 뮤츄얼(3,280억)에 이어 역사상 세번째로

큰 규모였다. 위기 이전 기적이라 칭송받던 아이슬란드

의 발전모델은 위기 이후 가장 먼저 몰락하면서 “국가가

아니라 헤지펀드”라는 비아냥을 받는 처지가 되었다.

● 아이슬란드의 한계와 교훈

글로벌 금융위기를 전후한 아이슬란드의 기적과 몰락은

금융부문의 과도한 팽창이 초래할 수 있는 위험을 극적

으로 보여주지만, 문제는 단순히 금융산업의 규모에 있

지만은 않다. 유럽의 또다른 금융강소국 스위스와 룩셈

부르크 경제에서 금융산업이 차지하는 비중(2000년대

Page 14: 한국 금융의 바람직한 발전 방향

LG Business Insight 2011 11 9 15

LGER

I 리포

아이슬란드 몰락의 교훈

평균)은 각각 12.4%, 24.9%로서 7.3%를 차지하는 아이

슬란드보다 높은 수준이다. 이들 국가들도 글로벌 금융

위기에 타격을 받기는 하였지만, 아이슬란드처럼 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하는 지경에는 이르지 않았다. 아이슬란

드의 경험과 나머지 두 국가와의 비교를 통해서 시사점

을 얻을 수 있다.

첫째, 아이슬란드는 매우 단기간에 걸쳐 금융산업이

성장하였던데 반해서, 스위스와 룩셈부르크는 몇세기 이

상 현대 금융 시스템을 운영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이

러한 경험은 금융기관의 운영과 감독에 대한 제도와 인

력이 충분히 발전하여 금융산업의 발전과 조화를 이루

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1990년대 이후 규제완화, 민영

화, 시장자유화가 되면서, 2000년대 들어 금융산업이

급격히 성장한데 반해 아이슬란드의 중앙은행, 금융감독

청, 총리실, 상업부 등 금융감독 관련 기관의 총 인력은

위기 직전까지도 200명 수준에 불과했다. 이러한 과정

은 한 국가의 경제발전 맥락에 대한 고려없이 단순히 선

진 금융제도의 채택만으로 금융산업의 안정적 성장을

담보할 수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

둘째, 안전통화로 인정받는 스위스 프랑과 유로를 사용

하는 스위스와 룩셈부르크는 자국통화로 표시된 외채를

발행했는데 반해서, 아이슬란드는 외화로 표시된 채권을

발행하였다. 자국통화로 표시된 외채는 유사시 중앙은행

이 발권력을 동원하여 최종 대부자(lender of last resort)

기능을 할 수 있는데 반해서, 자국통화가 국제통화가 아

닌 아이슬란드의 경우에는 갑작스런 자본유출시 외환보

유고가 충분치 않은 경우 부도위험에 처할 수 밖에 없다.

2008년 위기 당시 경상수지 적자는 GDP의 19%에 육박

하였고, 순대외부채는 2003년 100%이내 수준에서 2008

년에는 460%에 이르렀다. 반면에 아이슬란드의 단기외채

대비 외환보유고는 8%에 불과하였으며, 글로벌 신용경색

으로 국제금융시장으로부터 외화자금 조달이 어렵게 되

자 결국 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하게 되었다. 자국통화가

국제통화로 통용되지 못할 경우 ‘원죄(original sin)’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음을 아이슬란드 사례를 통해서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다.

셋째, 대표적인 역외금융센터(of fshore f inancial

centre)인 룩셈부르크는 역내계정과 역외계정의 분리를

엄격히 하고, 역외계정상의 거래에 대해서는 외국은행의

정책당국이 책임을 지도록 명확히 하였다. 반면에 아이

슬란드 은행은 자국에 본사를 두고 해외지점 확대를 통

해서 영업망을 확대하였다. 해외지점을 통한 외화예금의

확보는 안정적인 외화조달 수단이기는

하지만, 환율 변동에 대하여 매우 취약

하고, 유사시 자국에서 외화예수금에

대한 예금자 보호의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는 위험이 있다. 특히 해외지점이

유치한 막대한 외화예금은 자국의 예금

보험제도가 감당하기 힘든 규모였고,

이는 당사국간의 국제분쟁과 납세자 부

담으로 귀결되었다.

<표 5> 아이슬란드의 주요 경제지표 추이

2003 2004 2005 2006 2007 2008 2009

은행 총자산(GDP대비, %) 154 193 303 390 744 865 -

외환보유고/단기외채(%) 33 47 26 13 10 8 7

경상수지흑자(GDP대비, %) -4.8 -9.7 -16 -24.2 -16.7 -18.7 -3.6

순대외부채(GDP대비, %) 93.3 113.5 152 203.2 228.8 462.4 -

주 : 2008년 은행 총자산은 위기 직전인 8월 기준

자료 : Central Bank of Icel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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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ERI 리포트

16 LG Business Insight 2011 11 9

금융기관의 과도한 위험

추구 방지와 건전성

유지를 금융규제와

감독의 강화는

불가피하다.

한 조치들이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앞으로도 금융거래세나 자본이득

세 도입 등을 포함하여 금융시스템의 안정을 위한 금융규제나 금융감독의 강화가

유지되어야 한다.

금융산업의 성장동력 활용, 금융기관 대형화 신중할 필요

금융 규제와 감독의 강도가 높아질수록 금융산업과 금융기관의 영업활동에 제약

이 가해지고 수익성을 저하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은 분명하다. 그만큼 우리 금

융산업과 금융기관의 경쟁력에는 마이너스로 작용할 수 있다. 자금중개의 효율성을

낮추어 경제성장에도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그러나 금융기관의 효율

성에 기반한 경쟁력과 건전성간에는 적절한 균형이 필요하다는 점이 이해되어야 한

다. 지난 글로벌 위기 당시 금융규제와 감독이 강했던 나라들일수록 금융기관의 레버

리지와 위험투자가 작았고 그 결과 위기에 따른 금융, 실물 충격이 작았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금융산업과 금융기관의 수익성과 경쟁력을 다소 희생하더라도 금융시

장의 안정성을 유지하고 그로 인해 실물경제의 불확실성과 변동성을 줄일 수 있다면

경제 전체적으로는 바람직하다. 금융기관들이 부실, 유동성 부족 등으로 인해 국가경

제에 부담이 되고 몇 년간 애써 이룩한 경제적 성과가 한꺼번에 사라지는 일이 반복

되어서는 안 된다. ‘손실을 사회화’하여 어려움을 벗어난 후 ‘이익을 사유화’하는 현상

이 되풀이 되는 것이 용인되어서는 안된다.

성장동력으로서 금융산업을 바라보는 시각이나 금융기관의 대형화 추구 역시 금

융시스템의 안정이라는 측면에서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다. 아이슬랜드나 아일랜

드의 경제 붕괴가 금융부문의 부실과 실패로부터 비롯된 예에서 보듯이 금융산업을

성장 동력으로 활용하려는 시도는 바람직하지 못하고 위험스런 일이기도 하다. 세

계 50대 은행에 포함되는 메가뱅크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에는 그래야 국내기업들

이 해외 대규모 프로젝트 수주를 할 때 국내은행이 지급보증을 해 줄 수 있다는 것

이다. 메가뱅크의 존재가 분명히 경제성장에 기여할 수 있는 것은 사실이겠으나, 그

만큼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은 훼손될 수 있다는 점이 인식되어야 한다. 효율성에 기

반한 금융경쟁력과 금융안정성의 균형이 중요하다. 더욱이 그 동안 우리나라 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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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Business Insight 2011 11 9 17

LGER

I 리포

자금중개의 효율성을

높이고 고부가가치,

신성장 산업의 발전을

뒷받침하는 역할이

필요하다.

들이 합병을 통해 꾸준히 규모를 키워왔음에도 불구하고 대형화가 은행의 효율성과

경쟁력을 높였다는 증거를 발견하기도 어렵다. 규모의 대형화가 저절로 경쟁력을

높여 주는 것이 아니라 경쟁력이 높아지면 자연히 규모가 커지는 방향으로 작용하

는 것이 바람직하다.

실물경제의 지속 성장을 뒷받침

둘째, 우리나라의 금융산업과 금융기관은 실물경제의 지속적 성장을 뒷받침할 수

있어야 한다. 단순한 자금중개의 역할로 충분했던 과거와는 달리 자금중개의 효율

성을 높이고 고부가가치, 신성장 산업의 발전을 뒷받침하는 역할이 필요하다.

투자수요가 왕성했던 고도성장기와는 달리 투자수요에 비해 자금공급이 더 커진

금융환경 하에서는 금융기관의 자금운영이 더 어려워진 상황이다. 자칫 자금운영이

부실해지기 쉽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투자를 적절히 모니터링하고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정보의 생산과 유통이 금융기관의 중요한 역할로 대두될 수 있

다. 또한 빠른 성장과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는 투자 기회가 크게 줄어든 지금에는 자

금중개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

아울러 IT(Information Technology)는 물론 BT(Bio Technology), NT(Nano

Technology), GT(Green Technology)와 이들의 융복합 산업 등 고부가가치의 미래

형 산업을 금융산업과 금융기관이 지원하는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과거 선진국의

산업과 기술을 따라가기에 급급했던 시기와는 달리 이제 우리나라는 선진국 기업,

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하거나 몇몇 부문에서 앞서 있기도 하다. 그것은 신규 투자에

따르는 위험도가 그만큼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위험도가 높지만 성공할 경우

기대 수익이 높은 신성장 산업 분야에서 연구개발과 시설투자를 위한 자금수요자와

투자에 따르는 위험을 감수할 의지가 있는 자금공급자간의 자금중개가 원활하도록

하는 금융기관과 금융산업의 역할이 중요하다. 고부가가치 산업의 성장을 견인하는

역할을 담당하기 위해서는 전통적인 은행보다는 자본시장의 중요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장기적이고 고위험의 프로젝트에 필요한 자금조달 니즈를 충족시키는 데에는

은행보다는 자본시장이 보다 비교우위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주식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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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ERI 리포트

18 LG Business Insight 2011 11 9

자본시장 내의 취약

요인들을 개선함으로써

자본시장을 통한

자금중개가 보다

원활해지도록 할

필요가 있다.

채권시장의 양적 규모 자체는 선진국에 비해서도 그다지 적은 것으로 볼 수는 없어

보인다. 그러나 투자자들에 대한 적절한 정보 제공, 투자자에 대한 보호 기능이 아

직 미흡하다. 특히 주식시장에 비해 채권시장은 상대적으로 거래시스템이 뒤떨어져

있다. 이러한 자본시장 내의 여러 미비점들을 개선함으로써 자본시장을 통한 자금

중개가 보다 원활해지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금융수요 변화에 대한 대응

셋째, 점차 다양해지는 금융수요에 충분히 부응하는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

록 금융산업과 금융기관들의 노력이 요구된다. 과거 투자자금 확보가 중요했던 시

기와 달리 이제는 기업 차원의 금융수요가 다양해지는 추세다. 인수 및 합병(M&A)

이 일상화된 상태이고 기업공개(IPO)와 채권 발행 등 자본시장을 활용한 자금조달

수요도 높다. 국내기업들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면서 해외자금조달과 위험관리

등을 비롯한 글로벌 경영과 관련된 금융수요도 활발하다. 이를 지원하기 위한 투자

은행으로서 금융기관의 역할이 중요하다. 차입을 통한 레버리지를 일으켜 최첨단

기법으로 최첨단 파생금융상품에 투자하여 고수익을 올리는 모습의 미국식 투자은

행들을 부러워할 일만은 아니다. 지난 글로벌 금융위기를 야기했던 투자은행들의

투기적 자기자본 투자(Proprietary Trading)의 실패였지만, 이것만이 투자은행의

본연 업무는 아니다. 아직 우리나라는 기업의 경영활동을 직간접적으로 지원하는

역할과 기능이 부족하다. 그 동안 기업 지원과 연관된 투자은행 업무는 대부분 외국

계 금융기관에 의해 지배된 측면이 있다. 글로벌 플레이어, 고수익투자자로서의 투

자은행만을 연상할 것이 아니라 기업의 경영활동을 실질적으로 도와주고 지원할 수

있는 분야에서 능력과 면모를 갖추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국내금융시장이 포화상태라고 하나 아직 국내금융시장에서도 발전할 수 있는 영

역이 남아 있다. 기업들은 물론이고 개인 차원에서도 금융수요도 다양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고령화와 관련된 시장이 대표적이다. 금융자산이 커지는 것과 아울러 고

령화의 진전으로 인해 다양한 금융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고령화는

퇴직연금 뿐 아니라 주택연금, 장기적인 금융자산 운용, 건강 및 의료 관련 보험,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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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ER

I 리포

기업과 개인 차원의

점차 다양해지는

금융수요에 충분히

부응하는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탁 업무 등과 관련한 금융 수요를 늘리는 요인이 될 것이다. 빠른 대응에 뒤처진다

면 고령화와 관련된 금융시장을 외국 금융기업들에게 내주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

Ⅳ. 맺음말

최근 전세계적인 반금융 시위로 대변되듯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산업, 금융

기관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금융 자체가

불필요하고 나쁜 것은 아니다. 유동성과 예산 제약을 완화해 주는 등 경제발전을 위

한 필수적인 기능과 역할을 금융부문이 수행한다. 다만 금융부문이 과도하게 커져

서 실물경제를 짓누를 정도가 되는 것은 경계할 일이다. 금융부문의 확장을 유도한

복잡한 파생금융상품으로 대표되는 금융혁신이 과연 경제발전에 얼마나 기여했는

지 숙고해 볼 필요가 있다. 과거 금융기법이 단순하던 시기에도 우리나라나 세계경

제가 고성장을 이룩한 경험이 있다. 실제 실물경제의 발전에 기여하는 바는 적으면

서 금융혁신, 금융팽창의 이익과 성과가 주로 금융산업과 금융기관 내에 머무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공공성과 외부성을 지닌 금융산업과 금융기관은 결국 규제와 감독이 불가피하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1997년 말 외환위기와 2003년 초 카드사태, 2008년 말 글로벌 금융

위기, 2011년 저축은행 부실 문제 등 크고 작은 여러 번의 위기를 겪은 바 있다. 국제통

화를 가지지 못하고 있다는 제약도 존재한다. 우리 금융이 가지고 있는 한계를 인정하

고 받아들이면서 금융부문이 담당해야 할 역할을 자리매김해 나가야 한다.

실물, 금융이 개방화된 상황에서 무엇보다 금융시스템의 안정이 중요하다. 금

융산업과 금융기관들은 기업과 실물경제의 지원이라는 본업에 충실하는 것이 필요

하다. 그러면서도 신성장산업의 성장, 고령화 등으로 달라진 경제, 금융환경을 반

영하여 기업과 개인의 다양해진 금융수요를 어떻게 충족시켜 나갈 지 고민이 요구

된다. www.lger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