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의 업무규제 분석 및 미국법을 모델로 한 향후 개정방향 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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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 은행의 업무규제 분석 및 미국법을 모델로 한 향후 개정방향 김용재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Ⅰ. 서설 우리나라에서 은행업은 유럽에서의 사내겸영 모델과는 달리 매우 좁게 인정되는데, 이는 연혁 적으로 미국의 입법례, 은행업과 증권업을 분리하는 1933년 글래스-스티걸법(the Glass-Steagall Act)을 모델로 따른 결과이기도 하다. 그에 반하여 유럽에서 겸영은행들은 상 업은행업 이외에도 증권업, 보험업과 하이브리드 투자업 등 다양한 금융업을 은행 자체적으로 직접 겸영하여 왔다. 1980년대 이후 규제완화의 물결에 편승하여, 미국과 우리나라의 은행들은 금융감독당국 및 입 법부에 겸업모델을 수용할 것을 적극적으로 주장하였다. 그 결과 미국의 1999년 그램-리치- 브라일리법(the Gramm-Leach-Bliley Act)과 우리나라의 2000년 금융지주회사법이 제정되었 는데, 두 가지 법률 모두 금융지주회사의 설립을 통한 은행의 간접적인 겸업체제를 도입하였 다. 그러나 두 나라의 산업기조가 사내겸영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므로 이 법률들은 은행의 사 내겸영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그렇다보니 은행이 업무범위를 직접적으로 확대하는 최선의 방법은 부수업무를 넓게 인정받는 것이었다. 즉 은행의 부수업무를 매우 융 통성있게 인정받아 결과적으로 은행업을 대폭 확대시키는 효과를 누린 것이다. 그렇지만 은행 의 전체 금융산업에서의 시장지배력이나 점유율이 워낙 높다보니, 이러한 업무범위의 확대 움 직임에 대해서는 다른 금융업으로부터 견제를 받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 2007년 제정된 ‘자 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하 자본시장법)도 금융투자상품의 개념을 포괄적으로 규 정하고 금융투자업자의 고유업무를 확대함으로써 은행의 부수업무 범위를 축소시키고자 하는 숨은 의도를 가졌던 것으로 평가된다. 왜냐하면 이후 개정된 2010년 5월 은행법은 은행의 부 수업무 범위를 대폭 줄이는 대신 ‘은행업이 아닌 겸영업무’를 대폭 늘리는 식으로 기존의 틀 을 변혁하여 은행업을 축소시켰기 때문이다. 이 논문은 개정 은행법이 업무범위를 재편함에 있어서 어떠한 기준이나 철학도 없었고 결과적 으로 너무 正道를 벗어났음을 규명하고자 한다. 겸영업을 확대한 것은 전통적인 사내겸영 금 지의 원칙과 모순되고 은행의 경쟁력 제고와도 전혀 무관함을 입증할 것이다. 우리나라 금융 시장의 역사나 실무상의 관례를 무시한 채 은행의 고유업무에 속하여야 할 일부 업무들을 겸 영업무에 포함시킨 것도 문제지만, 기존의 금융제도와 어울리지 않는 겸영업무를 법률에 규정 하면서까지 “(구) 은행업무 중 부수업무의 범위에 관한 지침”을 폐지한 것은 너무도 잘못된 일이다. 이 논문의 구성은 다음과 같다. Ⅱ는 은행법 개정 이전과 이후를 비교 · 고찰하면서 문제점을 발굴하고자 하였다. Ⅲ은 우리나라 은행제도의 모델인 미국에서의 은행 업무범위에 대한 논의를 비교법적으로 고찰함으로써 우리나라에 대한 시사점을 강구하고자 하였다. Ⅳ는 현행 제도상 고유업, 겸영업, 부수업 별로 개선되어야 할 과제를 제안하였는데, 개정법상 겸영 업에 포함된 업무들을 부수업으로 재분류하고 겸영업 조항을 폐지하자는 것이 주요 골자이다. Ⅴ는 이상의 논의를 정리한 결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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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행의 업무규제 분석 및 미국법을 모델로 한 향후 개정방향

    김용재(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Ⅰ. 서설

    우리나라에서 은행업은 유럽에서의 사내겸영 모델과는 달리 매우 좁게 인정되는데, 이는 연혁적으로 미국의 입법례, 즉 은행업과 증권업을 분리하는 1933년 글래스-스티걸법(the Glass-Steagall Act)을 모델로 따른 결과이기도 하다. 그에 반하여 유럽에서 겸영은행들은 상업은행업 이외에도 증권업, 보험업과 하이브리드 투자업 등 다양한 금융업을 은행 자체적으로 직접 겸영하여 왔다. 1980년대 이후 규제완화의 물결에 편승하여, 미국과 우리나라의 은행들은 금융감독당국 및 입법부에 겸업모델을 수용할 것을 적극적으로 주장하였다. 그 결과 미국의 1999년 그램-리치-브라일리법(the Gramm-Leach-Bliley Act)과 우리나라의 2000년 금융지주회사법이 제정되었는데, 두 가지 법률 모두 금융지주회사의 설립을 통한 은행의 간접적인 겸업체제를 도입하였다. 그러나 두 나라의 산업기조가 사내겸영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므로 이 법률들은 은행의 사내겸영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그렇다보니 은행이 업무범위를 직접적으로 확대하는 최선의 방법은 부수업무를 넓게 인정받는 것이었다. 즉 은행의 부수업무를 매우 융통성있게 인정받아 결과적으로 은행업을 대폭 확대시키는 효과를 누린 것이다. 그렇지만 은행의 전체 금융산업에서의 시장지배력이나 점유율이 워낙 높다보니, 이러한 업무범위의 확대 움직임에 대해서는 다른 금융업으로부터 견제를 받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 2007년 제정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하 자본시장법)도 금융투자상품의 개념을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금융투자업자의 고유업무를 확대함으로써 은행의 부수업무 범위를 축소시키고자 하는 숨은 의도를 가졌던 것으로 평가된다. 왜냐하면 이후 개정된 2010년 5월 은행법은 은행의 부수업무 범위를 대폭 줄이는 대신 ‘은행업이 아닌 겸영업무’를 대폭 늘리는 식으로 기존의 틀을 변혁하여 은행업을 축소시켰기 때문이다.이 논문은 개정 은행법이 업무범위를 재편함에 있어서 어떠한 기준이나 철학도 없었고 결과적으로 너무 正道를 벗어났음을 규명하고자 한다. 겸영업을 확대한 것은 전통적인 사내겸영 금지의 원칙과 모순되고 은행의 경쟁력 제고와도 전혀 무관함을 입증할 것이다. 우리나라 금융시장의 역사나 실무상의 관례를 무시한 채 은행의 고유업무에 속하여야 할 일부 업무들을 겸영업무에 포함시킨 것도 문제지만, 기존의 금융제도와 어울리지 않는 겸영업무를 법률에 규정하면서까지 “(구) 은행업무 중 부수업무의 범위에 관한 지침”을 폐지한 것은 너무도 잘못된 일이다. 이 논문의 구성은 다음과 같다. Ⅱ는 은행법 개정 이전과 이후를 비교 · 고찰하면서 문제점을 발굴하고자 하였다. Ⅲ은 우리나라 은행제도의 모델인 미국에서의 은행 업무범위에 대한 논의를 비교법적으로 고찰함으로써 우리나라에 대한 시사점을 강구하고자 하였다. Ⅳ는 현행 제도상 고유업, 겸영업, 부수업 별로 개선되어야 할 과제를 제안하였는데, 개정법상 겸영업에 포함된 업무들을 부수업으로 재분류하고 겸영업 조항을 폐지하자는 것이 주요 골자이다. Ⅴ는 이상의 논의를 정리한 결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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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 은행업무 중 부수업무의 범위에 관한 지침상 부수업무의 범위 가. 채무의 보증 또는 어음인수 나. 상호부금 다. 유가증권의 투자 및 대여 · 차입 · 매출. 다만 매출대상 유가증권은 상업어음 및 무역어음에 한한다. 라. 자본시장법에서 정하는 업무중 증권의 인수 · 매출, 증권의 모집 또는 매출의 주선, 국공채 및 회사채의 매매 마. 환매조건부 채권매매 바. 국공채 창구매매 사. 팩토링 아. 보호예수 자. 수납 및 지급대행 차. 지방자치단체 금고 대행 카. 기업합병 및 매수(M&A)의 중개 · 주선 또는 대리 타. 지금형주화(금화 및 금화모양 메달)의 수탁판매, 금지금의 판매대행, 금지금의 매매 · 대여, 금 적립계좌등 관련 금융상품의 개발 및 판매 파. 신용정보 서비스, 기업의 경영 · 구조조정 및 금융에 대한 상담 및 조력 하. 부동산 임대. 임대대상 부동산은 다음 각목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금융기관이 직접 사용하고 있어야 하며, 임대하고자 하는 부분은 직접 사용면적의 1배 이내일 것

    Ⅱ. 2010년 5월 은행법 개정에 따른 은행의 업무범위 고찰

    1. 2010년 은행법 개정 이전(1) 고유업, 겸영업, 부수업구 은행법은 은행의 고유업무와 겸영업무 및 부수업무를 명확하게 구분하여 규정하지 않았다. 구법 제27조 제1항은 은행이 은행업에 관한 모든 업무를 영위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제2조 제1호는 은행업을 “예금의 수입, 유가증권 기타 채무증서의 발행에 의하여 불특정다수인으로부터 채무를 부담함으로써 조달한 자금을 대출하는 것을 업으로 행하는 것”이라고 하여 수신과 여신을 가장 대표적인 고유업무라고 규정하였다. 구법시행령 제18조의2는 은행업무의 범위를 좀 더 구체화하여, ① 예금 · 적금의 수입 또는 유가증권 기타 채무증서의 발행, ② 자금의 대출 또는 어음의 할인, ③ 내 · 외국환, ④ 앞의 ①내지 ③에 부수되는 업무로서 금융위원회가 정하여 고시하는 업무라고 규정하였는데, 이는 수신, 여신, 환, 부수업을 차례대로 규정한 것이다. 한편 겸영업에 대해서는 구법 제28조 제1항이 은행업이 아닌 업무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겸영업무’를 은행이 직접 영위하려면 금융위원회의 인가를 받도록 하고, 제29조는 가장 대표적인 겸영업무로서 신탁업을 규정하였다. 또한 구법시행령 제18조의 3은 ① 자본시장법에 따른 신탁업무, ② 여신전문금융업법에 의한 신용카드업무, ③ 자본시장법에 따른 집합투자업 및 집합투자증권에 대한 투자매매업 또는 투자중개업, ④ 기타 은행업무와 관련이 있는 업무로서 총리령이 정하는 업무를 겸영업무라고 규정하였다.은행이 영위할 수 있는 부수업의 경우 은행법 제37조 제2항의 자회사에 대한 출자 및 제38조 제1호에 의한 “주식 기타 상환기간 3년을 초과하는 유가증권에 대한 투자로서 은행 자기자본의 60/100 이내에서의 투자”와 동조 제2호 · 제3호에 의한 “업무용부동산 소유”가 허용되었다. 금융위원회는 ‘(구) 은행업무 중 부수업무의 범위에 관한 지침’1)에서 상세한 부수업무의 범위를 고시하였는데, 다음의 에서 보는 바와 같았다.

    1) 제정 1998. 4. 1 재정경제부고시 제1998-18호, 개정 2009. 6. 24 금융위원회고시 제2009-3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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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도시계획, 도시미관 등의 이유로 일정층수 이상의 신축을 조건으로 건축허가하는 행정관청의 건축행정에 따라 불가피하게 건축된 경우 2) 이미 소유 또는 임차하여 사용하는 부동산중 자산인수, 합병 및 경영합리화를 위한 영업장 폐쇄 · 축소 등으로 인하여 잉여부동산이 발생한 경우로서 매각 또는 임차계약 해지시까지 임대하는 경우 거. 수입인지, 복권, 상품권 등의 판매대행 및 금융기관 인터넷 홈페이지등 전산시스템, 설비 및 도서 · 간행물 등을 활용한 광고대행 너. 파생상품거래 더. 전자상거래와 관련한 지급대행, 전자세금계산서 교부대행 및 인증 등 관련서비스 러. 은행업과 관련된 전산시스템 및 소프트웨어의 판매 · 대여 머. 보험업법에 의한 보험대리점 업무 버. 은행법 시행령 제13조제1항에 정하는 법률에 의해 금융업을 영위하는 자의 금융상품 및 수출보험법에 따른 수출보험 판매대행 서. 전자화폐등 선불 · 직불 전자지급수단의 발행 · 판매 및 대금의 결제 어. 집합투자기구와 관련된 일반 사무의 수탁 저. 자본시장법에 따른 증권 명의개서 대행 처. 자산유동화에관한법률 및 주택저당채권유동화회사법에 의한 유동화 전문회사등의 유동화자산의 관리 및 채권추심 업무의 수탁 커.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에 따른 퇴직연금사업자의 업무, 담보부사채신탁법에 따른 담보부사채에 관한 신탁업무 터. 금융업 관련 연수, 도서 및 간행물 출판업무 퍼. 금융 · 경제 관련 조사 및 연구업무

    (2) 문제점구 은행법은 다음과 같은 문제점이 있었다. 첫째, 수신과 여신 이외에 내 · 외국환업무를 어떻게 취급할 것인가에 대한 명확한 지침이 없었다. 즉 내 · 외국환업무가 고유업인지 부수업인지에 대한 입장이 불명확하였던 것이다. 둘째, 법률은 은행의 고유업무인 수신과 여신 만을 은행업이라고 협소하게 정의한데 반하여, 시행령은 은행업에 부수업을 포함시켰다. 이로 인하여 마치 은행의 고유업에 부수업이 포함되는 듯한 오해를 불러일으켰다. 셋째, 구법은 은행업이 아닌 겸영업에 대하여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않았다. 구법은 겸영업을 신탁업과 기타 대통령령이 정하는 업무라고 하면서, 대통령령에서는 그 범위를 매우 제한적으로 열거하였다(신용카드업, 집합투자업, 집합투자증권에 대한 투자매매 · 중개업). 겸영업무를 수행하려면 반드시 사전 인가를 받아야 하였으므로, 겸영업무를 협소하게 열거한 것이라고 선해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반대해석에 의하면 열거되지 아니한 금융업이나 은행관련업무들이 모두 은행업, 즉 고유업이나 부수업에 해당하는 결과가 되어 은행업 범위의 적정성에 대한 논란이 발생할 수 있었다. 넷째, 구법 체제상 가장 심각한 문제였던 것은 부수업의 범위가 너무도 방대하였다는 것이다. 앞의 겸영업과 조화적으로 해석할 때에는 겸영업에 해당하지 않는 모든 금융업이 부수업에 해당한다고 광의로 해석할 수 있었고, 그 때문에 ‘(구) 은행업무 중 부수업무의 범위에 관한 지침’에는 증권업의 가장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증권의 인수 · 매출까지 부수업으로서 열거되었던 것이다. 한편 위의 을 보면, 은행의 고유업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는 업무들이 부수업에 포함되기도 하였다.2) 결론적으로 구법 체제에서 은행의 고유업과 겸영업 및 부수업에 대해 전혀 개념도 정립되지 않았고 경계선도 없었음을 알 수 있다.

    2) 채무의 보증 또는 어음의 인수, 환매조건부채권매매 등이 이에 해당하였다. 김용재, 「은행법원론」, 박영사, 2010, 189-19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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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10년 은행법 개정 이후(1) 고유업, 겸영업, 부수업2010년 5월 은행법이 개정되었는데, 그 취지는 “은행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규제 완화를 통해 은행의 업무 영역 및 자산운용상의 자율성을 확대한다”는 것이었다. 주요 내용을 간략히 보면, 다음의 4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은행의 고유업무를 시행령이 아닌 은행법에서 직접 규정하였다. 둘째, 자본시장법과 보험업법 등 각종 금융관련법률에서 규정하고 있는 금융업무들을 모두 ‘은행업이 아닌 겸영업무’에 포함하는 방식으로 겸영업무의 범위를 대폭 확대하였다. 일부 겸영업무에 대해서는 사전 인가를 받을 필요가 없고 단지 사전 신고만 하면 되는 방식으로 규제를 완화하였다. 셋째, 부수업무의 범위를 대폭 축소하면서 향후 은행이 필요로 하는 업무를 추가하고자 할 때 금융위원회에 사전신고가 있으면 ‘포괄적으로’ 부수업무를 허용하기로 하였다. 그렇지만 실무적으로 보면 이는 사실이 아닌 듯 하다. 넷째, 겸영업무와 부수업무를 허용하지 않는 경우로서 ‘은행 건전성과 금융시장의 안정성’ 기준을 채택하였다.개정 은행법 제27조는 구법에 비하여 은행의 고유업무를 매우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다. 즉 동조 제2항에서는 은행업무의 범위를 ① 예금 · 적금의 수입 또는 유가증권, 그 밖의 채무증서의 발행, ② 자금의 대출 또는 어음의 할인, ③ 내국환 · 외국환이라고 명시함으로써, 수신과 여신 및 환업무가 은행의 고유업무에 속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따라서 구법에서의 불명확성, 즉 환업무를 고유업무, 겸영업무, 부수업무 중 어디에 배치시킬 것인지에 대한 의문을 일거에 해소하고, 부수업무는 고유업무에 포함되지 않음을 명확히 하였다.개정 은행법 제28조는 겸영업무를 규정한 것인데, 금융관련법률에서 다른 금융업종의 핵심업무로 간주되는 업무, 예를 들어 증권인수업이나 보험인수업 등을 겸영업무에서 배제하였다. 동조 제1항은 ‘은행업이 아닌 겸영업무’가 무엇인지를 짐작할 수 있는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즉 ①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금융 관련 법령에서 인가 · 허가 및 등록 등을 받아야 하는 업무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금융업무,3) ②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법령에서 정하는 금융 관련 업무로서 해당 법령4)에서 은행이 운영할 수 있도록 한 업무, ③ 그 밖에 그 업무를 운영

    3) 은행법시행령 제18조의2 제2항은 이에 해당하는 업무를 해당 법률 별로 규정하고 있다. 우선 자본시장법의 각 근거 조항에 따른 다음의 업무가 겸영업무에 해당한다. 즉 파생상품의 매매 · 중개 업무; 파생결합증권(금융위원회가 정하여 고시하는 파생결합증권으로 한정)의 매매업무; 국채증권, 지방채증권 및 특수채증권의 인수 · 매출 업무; 국채증권, 지방채증권, 특수채증권 및 사채권의 매매업무; 국채증권, 지방채증권 및 특수채증권의 모집 · 매출 주선업무; 집합투자업(같은 법 제9조 제18항 제1호에 따른 투자신탁을 통한 경우로 한정); 투자자문업; 신탁업; 집합투자증권에 대한 투자매매업; 집합투자증권에 대한 투자중개업; 일반사무관리회사의 업무; 명의개서대행회사의 업무 등이다. 그리고 자본시장법시행령 제81조 제1항 제1호에 따른 환매조건부매도 및 같은 법 시행령 제85조 제3호 나목에 따른 환매조건부매수의 업무도 마찬가지이다. 한편 동 조항은 그 외의 겸영업무로서 「보험업법」 제91조에 따른 보험대리점의 업무,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2조 제12호에 따른 퇴직연금사업자의 업무, 「여신전문금융업법」 제2조 제2호에 따른 신용카드업, 「담보부사채신탁법」 제5조에 따른 담보부사채에 관한 신탁업을 열거한 후, 그 밖에 금융기관의 건전성과 금융시장의 안전성을 저해할 우려가 없는 업무로서 금융위원회가 정하여 고시하는 업무를 추가하고 있다.

    4) 여기서 해당법령이란 모든 금융관련법령을 빠짐없이 망라한 것이다. 즉 공사채등록법, 공인회계사법,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금융기관부실자산 등의 효율적 처리 및 한국자산관리공사의 설립에 관한 법률,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 금융위원회의 설치 등에 관한 법률, 금융지주회사법, 기술신용보증기금법, 농업협동조합법, 담보부사채신탁법, 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 문화산업진흥 기본법,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보험업법, 부동산투자회사법, 부품 · 소재전문기업 등의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 산업발전법, 상호저축은행법, 새마을금고법, 선박투자회사법, 수산업협동조합법, 신용보증기금법,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신용협동조합법, 여신전문금융업법, 예금자보호법, 외국인투자 촉진법, 외국환 거래법,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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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잔존 부수업무 가. 채무의 보증 또는 어음인수 나. 상호부금 바. 국공채 창구매매 사. 팩토링 아. 보호예수 자. 수납 및 지급대행 차. 지방자치단체 금고 대행 타. 지금형주화(금화 및 금화모양 메달)의 수탁판매, 금지금의 판매대행, 금지금의 매매 · 대여, 금 적립계좌등 관련 금융상품의 개발 및 판매 하. 부동산 임대. 임대대상 부동산은 다음 각목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금융기관이 직접

    하여도 은행의 건전성과 금융시장의 안전성을 저해하지 않고 은행 이용자 보호에 지장을 주지 않는 업무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금융업무5) 등이 그 것이다. 그리고 은행법 제28조 제2항은 이러한 겸영업무를 다시 세분화하여 은행이 수행하려면, ①의 경우 관련법령에 따라 인가 · 허가 및 등록을 신청할 때 신고(인가 등에 준하는 신고)하게 하고, ②와 ③의 경우 업무를 운영하려는 날의 7일 전까지 신고(단순신고)하도록 하였다. 개정 은행법은 구법과 비교할 때 겸영업무의 범위를 대폭 확대함으로써, 겸영업과 부수업 간의 혼란을 정리한 의미가 있다. 즉 겸영업이란 ‘은행업이 아닌 금융업’으로서, 은행법이 아닌 다른 금융관련법률에서 규제하는 업무 중 핵심업무를 제외한 대부분의 업무를 말하는 것이다. 개정 은행법 제27조의2는 부수업무에 관한 규정인데, 제1항은 부수업무를 은행업무에 부수하는 업무라고 매우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또한 구법과 비교해볼 때, 자회사 출자에 관한 제37조 제2항과 업무용부동산 소유에 관한 제38조 제2호 · 제3호를 유지하고 있으며, 유가증권 투자에 관한 제38조 제1호를 좀 더 명확히 하고 있다.6) 그렇지만 구법과 비교해볼 때, 겸영업의 범위가 대폭 확대되었으므로 부수업은 당연히 대폭 축소되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구) 은행업무 중 부수업무의 범위에 관한 지침’ 상 규정되었던 부수업무 중, 겸영업무로 옮겨가면서 남아있는 것은 다음의 에 불과하다.

    률, 자산유동화에 관한 법률, 전자금융거래법,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주택저당채권유동화회사법, 중소기업은행법, 중소기업창업 지원법,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한국산업은행법, 한국수출입은행법, 한국은행법, 한국정책금융공사법, 한국주택금융공사법, 해외자원개발 사업법, 채권의 공정한 추심에 관한 법률을 말한다. 은행법시행령 제18조의2 제3항 및 제13조 제1항.

    5) 은행법시행령 제18조의2 제4항은 이에 해당하는 업무를 다음과 같이 규정한다. 1. 「자산유동화에 관한 법률」 제2조 제5호에 따른 유동화전문회사의 유동화자산 관리의 수탁업무 및 채권추심 업무의 수탁업무; 2. 「주택저당채권유동화회사법」 제2조 제1항 제7호에 따른 주택저당채권유동화회사의 유동화자산 관리의 수탁업무 및 채권추심 업무의 수탁업무; 3. 기업의 인수 및 합병의 중개·주선 또는 대리 업무; 4. 기업의 경영, 구조조정 및 금융 관련 상담·조력 업무; 5. 증권의 투자 및 대차거래(貸借去來) 업무; 6. 상업어음 및 무역어음의 매출; 7. 금융관련법령에 따라 금융업을 경영하는 자의 금융상품 및 「무역보험법」에 따른 무역보험의 판매 대행; 8. 그 밖에 해당 업무를 운영하여도 법 제27조의2 제4항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할 우려가 없는 업무로서 금융위원회가 정하여 고시하는 업무.

    6) 다음 증권에 대한 투자의 총 합계액이 은행의 자기자본의 60/100을 초과하는 경우 금지되는데, 이를 반대해석하면 허용되는 부수업무라고 할 수 있다. 동 조항을 반대해석하면 허용되는 부수업무는 ① 자본시장법 제4조 제3항에 따른 채무증권으로서 상환기간이 3년을 초과하지 않는 것과 국채 및 한국은행 통화안정증권,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 제11조 제6항 제2호에 따른 채권, ②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 제11조 제6항 제1호에 따른 주식, ③ 자본시장법 제4조 제7항에 따른 파생결합증권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것 이외의 파생결합증권, ④ 그 밖에 자본시장법 제4조 제2항 각 호의 증권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증권 이외의 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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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용하고 있어야 하며, 임대하고자 하는 부분은 직접 사용면적의 1배 이내일 것 1) 도시계획, 도시미관 등의 이유로 일정층수 이상의 신축을 조건으로 건축허가하는 행정관청의 건축행정에 따라 불가피하게 건축된 경우 2) 이미 소유 또는 임차하여 사용하는 부동산중 자산인수, 합병 및 경영합리화를 위한 영업장 폐쇄 · 축소 등으로 인하여 잉여부동산이 발생한 경우로서 매각 또는 임차계약 해지시까지 임대하는 경우 거. 수입인지, 복권, 상품권 등의 판매대행 및 금융기관 인터넷 홈페이지등 전산시스템, 설비 및 도서 · 간행물 등을 활용한 광고대행 더. 전자상거래와 관련한 지급대행, 전자세금계산서 교부대행 및 인증 등 관련서비스 러. 은행업과 관련된 전산시스템 및 소프트웨어의 판매 · 대여 터. 금융업 관련 연수, 도서 및 간행물 출판업무 퍼. 금융 · 경제 관련 조사 및 연구업무

    그런데 의 업무들은 은행법 제27조의2에서 규정한 ‘금융위원회에 신고할 필요가 없는 부수업무’에 대부분 포함되었고,7) 유일하게 남아있는 업무인 ‘지금형주화(금화 및 금화모양 메달)의 수탁판매, 금지금의 판매대행, 금지금의 매매 · 대여, 금 적립계좌등 관련 금융상품의 개발 및 판매’도 은행법시행령 제18조 제4항 제1호가 규정하는 금융위원회가 추가적으로 고시할 수 있는 업무에 해당한다고 본다.8) 따라서 ‘(구) 은행업무중 부수업무의 범위에 관한 지침’에서 백화점 식으로 나열되었던 대부분의 중요한 금융관련 업무들은 모두 겸영업무로 편입되었고, 나머지 중 금융위원회에 사전 신고할 필요도 없는 사소한 업무 만이 부수업무로 정리된 것이다. 2010년 11월 18일 ‘(구) 은행업무중 부수업무의 범위에 관한 지침’은 폐지되었다.

    (2) 평가 및 문제점2010년 5월 은행법 개정으로 은행의 고유업, 겸영업, 부수업을 둘러싼 구 제도상의 혼란은 확실히 정비되었다. 즉 은행의 고유업은 여신, 수신, 환으로 한정되고, 다른 금융관련법률에서 규정하는 업무는 ‘은행업이 아닌 겸영업무’에 해당하며, 그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는 나머지 업무들이 부수업무라고 정비된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조문상의 정비가 적절하지 못한 사례도 발견된다. 예를 들어 2007년 제정된 자본시장법은 은행업과 보험업의 고유업무를 제외하고 투자 색채를 일부라도 띠는 금융투자상품을 매매하거나 중개하는 업무를 모두 금융투자업자의 고유업무로서 간주하였는데, 그렇다보니 환매조건부 채권매매업과 신탁업 같이 종래부터 은행의 고유업 또는 부수업에 해당한다고 여겨졌던 영역 마저 겸영업으로 떠 넘기는 오류가 발생하였다.한편 은행의 부수업을 과거의 열거주의에서 포괄주의로 개선하였다거나, 겸영업을 영위할 때에는 사전 인가가 아닌 사전 신고만 하면 된다는 식으로 개정을 합리화하는 태도는 문제가 있다고 본다.9) 왜냐하면 부수업을 포괄주의화 하였더라도 겸영업의 범위가 워낙 넓어졌기 때문

    7) 즉 동조 제2항은 다음의 부수업무들을 신고를 필요로 하지 않고 은행이 운영할 수 있는 업무(① 채무의 보증 또는 어음의 인수, ② 상호부금, ③ 팩토링, ④ 보호예수, ⑤ 수납 및 지급대행, ⑥ 지방자치단체의 금고대행, ⑦ 전자상거래와 관련한 지급대행, ⑧ 은행업과 관련된 전산시스템 및 소프트웨어의 판매 및 대여, ⑨ 금융 관련 연수, 도서 및 간행물 출판업무, ⑩ 금융 관련 조사 및 연구업무, ⑪ 그 밖에 은행업무에 부수하는 업무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업무)라고 규정하는데, 마지막의 경우 동법시행령 제18조 제1항은 ① 금융위원회가 정하여 고시하는 기준에 따라 행하는 업무용 부동산의 임대, ② 수입인지, 복권, 상품권 등의 판매 대행, ③ 은행의 인터넷 홈페이지, 서적, 간행물 및 전산 설비 등 물적 설비를 활용한 광고 대행, ④ 그 밖에 금융위원회가 정하여 고시하는 업무 등을 망라하고 있다.

    8) 구법과 현행법을 비교하여 정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조문 정비상의 사소한 실수라고도 선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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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 향후 부수업무로 간주될 수 있는 업무 영역은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다른 법률에서 인가나 허가 또는 등록을 하여야 하는 겸영업(이것이 겸영업의 대부분을 차지함)의 경우 어차피 인가 등에 준하는 신고를 하여야 하므로 신고절차가 매우 까다로울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겸영업을 수행할 때 사전 신고만 거치면 가능하다는 식으로 진실을 호도하는 것은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것과 진배없다.현행법은 그 개정 취지(“은행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규제 완화를 통해 은행의 업무 영역 및 자산운용상의 자율성을 확대한다”)와 달리, 사실상 은행의 업무범위를 대폭 축소한 결과를 초래하였다. 종래 은행의 고유업이라고 간주되던 업무가 ‘은행업이 아닌 겸영업’으로 흡수되었다. 겸영업의 범위가 너무 넓어졌고, 대부분의 겸영업을 수행함에 있어서 관련 법률에 따라 사전 인가 등에 준하는 신고를 하여야 하므로 업무에 대한 진입장벽도 높아졌다.10) 한편 부수업은 유명무실해질 정도로 그 범위가 대폭 축소되었다. 이제 법령상의 제한 때문에 은행이 고객의 편의를 위하여 업무를 확대한다는 것은 불가능해졌다. 부수업무의 범위가 너무 넓기 때문에 발생한 혼란을 해소한다는 차원에서 정비된 현행법이 향후 은행의 업무영역을 대폭 축소시켜 은행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하게 된 것이다. 개정 은행법이 발효된지 1년 여가 경과하였지만, 아직도 실무계에서는 은행의 업무범위를 둘러싸고 많은 혼란을 겪고 있는 듯 하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 금융제도의 모델이 되었던 미국법제를 비교법적으로 꼼꼼히 분석한 후 관련 조항에 대한 해석 · 운영에 있어서 시사점이나 개선방안을 강구할 필요성은 더욱 높아진 것이다.

    Ⅲ. 미국에서의 은행의 업무범위에 대한 비교법적인 고찰

    1. 총설미국의 연방은행법(the National Bank Act)은 연방인가은행에 대해 ‘은행업’ 및 ‘은행업과 관련한 부수업무’만을 영위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겸영업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다. 그렇다보니 은행의 보험업과 증권업에 대한 전면적인 사내겸영은 엄격하게 제한되어 왔다. 이 때문에 미국의 은행시스템은 유럽식 겸영은행(universal bank) 모델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1960년대까지 은행들은 단지 예대업무 만을 취급하는 기관에 불과하였다. 그러나 1970년대 접어들어 인플레이션이 극심해지고 경쟁상품이 출시되면서 은행고객들의 이탈도 가속화되었다. 그렇다보니 은행의 건전성이 취약해지면서 은행의 경쟁력과 재무건전성을 제고하기 위하여 은행업무 규제를 완화하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리고 그러한 목소리의 총합은 1999년의 그램-리치-브라일리법의 제정으로 이어졌다. 그램-리치-브라일리법은 미국식 겸업주의, 즉 금융지주회사의 설립과 자회사인 이종 금융기관의 금융지주회사 편입을 통한 우회적인 겸업의 실현이었다. 사실 1999년법 제정 이전에도 연방은행을 감독하는 통화감독청장에 의한 적극적인 규제완화책은 계속 모색되어 왔으며, 그 결과 연방인가은행들은 자산유동화, 리스, 정보처리, 보험상품 대리판매, 신용연계증권(credit linked note, CLN) 및 신용연계보험(예: 신용디폴트스왑)의 인

    9) 법제처 홈페이지의 은행법(2010. 11. 18. 시행, 법률 제10303호) 제·개정문 말미를 참고하기 바란다. http://www.law.go.kr/LSW/lsInfoP.do?lsiSeq=105158&lsId=001549&chrClsCd=010202&urlMode=lsEfInfoR&viewCls=lsRvsDocInfoR#0000, (검색일: 2012. 2. 1).

    10) 국내 금융지주회사에서 신고사무를 총괄하고 있는 임원과의 전화 인터뷰(인터뷰일: 2012. 2.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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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 등 다양한 업무를 영위할 수 있었다. 그램-리치-브라일리법은 기존 통화감독청장의 조치들을 대체로 인정하였다.

    2. 은행의 업무범위 개관(1) 연방법 규정: 12 U.S.C. § 24(7)연방인가은행은 일반 법인과 마찬가지의 능력 뿐만 아니라 수권 법률에 의한 특별한 능력도 보유한다. 12 U.S.C. § 24(7)은 은행의 고유권한과 부수권한을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서 열거하는 5가지의 고유권한은 다음과 같다. ① 수신, ② 내국환과 외국환, ③ 통화의 유통, ④ 어음할인과 유통, ⑤ 여신.11) § 24(7)은 별도의 법령상 승인이 없는 한 이러한 고유업무와 부수업무 만을 영위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다. 따라서 연방인가은행들은 금융서비스 영역을 벗어난 부문에서 업무를 영위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특별한 예외사항이 아닌 한, 연방인가은행들은 비은행사업체를 소유하거나 운영할 수 없다.

    11) 은행의 고유업무를 구체적으로 고찰하면 다음과 같다. ① 수신이다. 금융중개가 은행의 가장 핵심적인 기능이고, 은행은 금융중개를 위해 당연히 예금수령권한이 있다. 이와 관련하여, 은행이 예금을 유치하기 위해 예금에 대해 담보권을 설정해줄 수 있는지가 문제된 적도 있는데, 미국연방대법원은 이를 부정하였다[Marion v. Sneeden, 291 U.S. 262, 268-269 (1934)]. 지금은 연방예금보험제도가 시행되어 이러한 논의가 전혀 불필요하게 되었다. 한편 수신권한 조항에 의해 은행이 양도성예금증서, 즉 이자율이 주가지수에 연계된 예금도 취급할 수 있다. 이러한 예금은 주가지수선물을 본질적으로 수반하므로, 글래스-스티걸법의 제약이 적용되지 않았다[Investment Co. Inst. v. Ludwig, 884 F. Supp. 4, 5 (D.D.C. 1995)]. ② 내국환 · 외국환 거래이다. 은행은 내국환과 외국환 및 주화, 금괴 등을 매수하고 매도할 권한이 있다. 이 중에서도 오늘날 외국환 거래가 매우 중요시된다. ③ 통화의 유통이다. 오늘날 신용통화를 유통시킬 수 있는 은행시스템으로 인하여, 은행은 국가경제 전체의 통화정책을 집행하고 통화를 공급하는 일종의 변속기와 같은 역할을 수행한다. ④ 어음할인과 유통이다. 은행의 명시적인 권한중 하나가 약속어음, 환어음, 수표, 기타 채무증서를 할인하고 유통하는 것이다. 이는 차주가 은행으로부터 액면가액에서 할인된 가액을 수령하는 대신, 은행은 차주로부터 장래 지급을 수령할 수 있는 권리를 보유하는 것이다. 이러한 권한이 있기에, 은행은 자기계산으로 기업어음을 매매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되는데, 이러한 능력은 이미 19세기에 인정된 것이다[Schofield v. State Nat’l Bank, 97 F. 282, 288 (8th Cir. 1899). 1984년 연방대법원은 이를 확인하였다. Securities Industry Ass’n v. Board of Governors, 468 U.S. 137 (1984)]. 수표에 대해 지급보증할 수 있는 권한 역시 이 조항에서 비롯된다. 지급보증수표는 보통 고개계좌에 충분한 자금이 있는 것을 전제로 하여 은행이 발행을 결정하는 것이니 만큼, 무조건적인 지급약속(open-ended guaranties)과 달리 은행의 건전성을 크게 해하지 않는다[Henry J. Bailey, Brady on Bank Checks 10-10 (5th ed. 1979)]. 한편 유통시장에서 모기지와 기타 대출상품을 매매하는 권한 역시 약속어음을 할인할 수 있는 권한으로부터 파생된 것이다[“the sale of mortgages is within the incidental powers of national banks.” Securities Indus. Ass’n v. Clarke, 885 F.2d 1034, 1044 (2d Cir. 1989), cert. denied, 493 U.S. 1070 (1990)]. ⑤ 여신과 추심이다. 수신과 더불어 여신도 은행의 가장 중요한 핵심업무인데, 담보부대출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은행이 수취하는 담보로서 부동산이 가장 대표적이지만, 그 외 주식, 사채, 부동산신탁증서, 부동산저당권 등도 포함된다. 과거 은행이 어떠한 지분권을 담보로서 수령할 권한이 있는지에 대해 논란이 있었는데, 원리금 상환을 어떠한 주식의 가치에 절대적으로 연계시키는 것이 아닌 한 이러한 종류의 담보도 수취가 가능하다고 정리되었다. 신주인수권도 담보가 될 수 있지만, 은행이 신주인수권을 직접 행사할 수는 없다고 본다[12 C.F.R. § 7.1006]. 대출은 이행지체의 위험도 있으므로 은행은 추심을 통하여 손실을 최소화할 권한이 있다. 은행이 채권을 회수하기 위해 향유할 수 있는 권한에는 다음의 세 가지가 있다. 첫째, 은행이 특정 한도를 벗어나 자기계산으로 주식을 거래할 수 없지만, 예외적으로 채권확보를 위해 주식을 취득할 수 있다. 물론 이렇게 취득한 주식은 일정 기간 이내에 매각하여야 한다. 둘째, 은행은 부동산취득에 있어서 많은 제약을 받지만, 담보권실행에 의해 부동산을 취득할 수도 있고 역시 일정 기간 이내 매각하여야 한다. 셋째, 은행은 통상적으로 제조업체를 운영할 수 없지만, 장래 매각을 기대하면서 동 업체를 담보권실행을 통하여 계속기업으로서 취득하여 운영할 수 있다. 채무불이행에 대비하여 은행은 여러 가지 자구책을 활용할 수 있는데, 예를 들어 신원보증인에 대한 책임 촉구, 추심목적의 제3자에 대한 채권양도, 재양도 목적의 압류재산의 개선 등이 포함된다. Patricia A. McCoy, Banking Law Manual 2d. ed., LEXIS, 2001, § 5.02[3][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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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은행업의 범위에 대한 학설의 변천: 협의설 → 광의설종래부터 은행업의 범위를 어떻게 볼 것인지에 대해 상반된 견해, 즉 광의설과 협의설이 대립하여 왔다.12) 광의설에 의하면 은행업이란 금융서비스에 대한 사회의 변화되는 욕구를 수용할 수 있을 만큼 매우 유연하여야 한다는 것인데, 그와 대조적으로 협의설에 의하면 은행업은 입법 당시 의회가 명시적으로 의도하였던 권한 만으로 제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13) § 24(7)은 1863년 입법된 것인데, 당시 연방의회는 고유업무나 부수업무에 대해 명시적으로 정의하지 않았었다. 당시 의회는 남북전쟁을 수행하는데 있어서의 자금조달에 온통 신경을 썼기 때문에 연방인가은행의 권한에 대해서는 그리 심도있는 생각을 하지 못하였던 것이다. 그리고 당시에는 은행 이외의 다른 금융기관이 존재하지 않았으므로 지금의 금융환경과도 많은 차이가 있었다.14)변화하는 금융환경에 맞추어 고유업무와 부수업무의 개념도 점차 진화하는 것이 당연하므로, 지금은 협의설을 주장하는 것 자체가 시대착오적이다. 사실 미국에서 자본시장과 연기금, 펀드 등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은행의 업무범위를 협의로 인정하더라도 은행은 금융중개자로서 독점적인 지위를 갖고 경제력을 남용하는 지위에 있었다. 더욱이 종래의 법(글래스-스티걸법)이 증권업자들에게 상업은행업으로의 진입을 막았고, 연방예금보험제도는 은행에게 예금을 모집함에 있어서 훨씬 우월한 지위를 부여하기까지 하였다. 그렇다보니 협의설을 취한다고 하더라도 은행에게 불리할 것이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은행의 핵심업무인 예금과 대출업무 조차 증권업과 보험업으로부터 침해당하는 상황이 되어 은행의 금융시장에서의 입지는 너무도 좁아졌다. 그렇다보니 은행으로 하여금 업무영역을 다른 금융업종으로 대폭 확대할 수 있게 하여야 한다는 광의설이 제 목소리를 높일 수 있게 된 것이다. 물론 광의설이 대세임을 인정하더라도 본질적인 제약은 있다. 미국에서는 은산분리 원칙이 엄격하게 유지되어 왔으므로, 은행들은 제조나 일반 상거래 분야로 업무를 확대할 수 없다. 은행이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분을 보유하여 이러한 업종에 진입할 수도 없다.15) 이는 극소수의 부유계층에게 모든 경제력이 집중되는 것을 막고자 하는 배려에 기한 것이다. 이렇게 은산분리가 될 때, 은행은 공정한 신용공급자로서의 역할을 불편부당하게 수행할 수 있다. 광의설을 지지하는 논거 중 하나는 은행의 건전성과 금융시장의 안전성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은행이 대출 이외의 자산운용 부문에서 전문성이 결여되므로 은행이 이들 영역으로 업무를 확대할 때에는 심각한 위험에 직면할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이 때문에 1933년 글래스-스티걸법은 은행의 증권인수업 사내겸영을 전면적으로 금지하였던 것이다. 은행의 부동산에 대한 직접 투자나 일반 보험인수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1980년대 금융위기로 인하여 중대한 국면의 전환이 있게 된다. 즉 동 시기 은행이 대출로 인하여 막대한 손실을 입고 부실화되자, 대출로 은행의 업무 영역을 제한했을 때 발생하는 고유위험이 너무도 크다는 사실이 입증되었다. 급변하는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협의의 예금 · 대출업무 만을 영위하는 은행은 더 이상 생존할 수 없게 되었다. 은행의 건전성과 금융시장의 안전성을 제고하려면 포트폴리

    12) 그 외에도 은행의 묵시적인 권한은 법령으로 열거된 것에 한정되지 않고 인가 당시의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인가당국에 의해 정해질 수 있다는 절충설이 있다. Id. 그렇지만 절충설은 궁극적으로 광의설로 포섭될 수 있을 것이다.

    13) Edward L. Symons, Jr., The "Business of Banking" in Historical Perspective, 51 Geo. Wash. L. Rev. 676, 678-670 (1983).

    14) Patricia A. McCoy, op. cit., § 5.02[2][b].15) Mark J. Roe, Strong Managers, Weak Owners: The Political Roots of American Finance

    54-55, 58 (1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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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를 확대하여 위험을 중화하여야 하는 것이다. 1995년 Nationsbank of North Carolina, N.A. v. Variable Annuity Life Insurance Co. 사건은 광의설에 더욱 힘을 실어주었다.

    (3) 부수업무에 대한 감독당국과 법원의 입장 및 부수업무의 한계Texas & Pac. Ry. v. Pottorff, 291 U.S. 245 (1934) 사건에서 연방대법관이었던 Banders는 “어떠한 사무가 단지 명시적인 권한을 수행함에 있어서 편리하다는 이유 만으로 회사의 부수업무라고 속단해서는 안된다”고 경고한 바 있다.16) 그러나 Bander의 견해와 달리 은행의 부수업무는 편의성 기준(test of convenience)에 따라 계속 확대되어 왔다. 1960년대 당시 통화감독청장이었던 James J. Saxon은 연방은행에게 보험업, 여행대리점업, 정보처리업, 행랑업 및 차량리스업까지 허용하여 주었다.17) 물론 이러한 금융감독당국의 조치를 부정한 사례도 있다.18) Arnold Tours, Inc. v. Camp, 472 F.2d 427 (1st Cir. 1972) 사건에서 제1연방고등법원은 부수업무에 해당하려면 고유업무의 수행에 편리하거나 유용하면 되지만,19) 일반적인 여행대리점서비스는 은행의 고유업무와 너무 동떨어져 있어서 도저히 부수업무로 볼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20) Nationsbank of North Carolina, N.A. v. Variable Annuity Life Ins. Co., 115 S. Ct. 810 (1995) 사건에서, 연방대법원은 통화감독청장의 유권해석을 쫓아 은행업을 “금융투자증서의 중개업(brokering financial investment instruments)”이라고 한 후 은행의 정액연금 및 변액연금의 판매를 승인한 바 있다.21) 연방대법원은 금융중개상품에는 은행계정 뿐만 아니라 뮤추얼펀드와 연금도 포함될 수 있음을 암시하였다.22) 그렇지만 은행이 연금계약을 중개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연금계약의 당사자가 된다면 이는 은행의 고유업무와 너무 동 떨어진 것이라고 하였다. 한편 연방대법원은 은행업이 금융투자증서의 거래가 아닌 업무를 어느 정도까지 포괄하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히 선을 긋지 않았다. 또한 동 기준이 반드시 절대적인 것도 아니다. 왜냐하면 보호예수서비스는 금융투자증서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업무임에도 불구하고 역사적으로 은행업의 범주에 당연히 속한다고 해석되어 왔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금융감독당국이나 법원이 승인한다면 은행이 수행할 수 있는 부수업무의 범위는 무한히 확대되는가?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왜냐하면 그램-리치-브라일리법과 Regulation Y에서는 부수업무의 범위를 한정적으로 규정하기 때문이다. 즉 그램-리치-브라일리법에 따라 제정된 Regulation Y는 은행지주회사와 비은행자회사가 수행할 수 있는 업무들을 구체적으로 예시하여 열거하고 있다( 참조). 그런데 Regulation Y에서 열거하고 있는 업무들이 바

    16) Patricia A. McCoy, § 5.02[2][b][i].17) Id.18) 금융감독당국의 부수업무에 대한 승인이 최종적으로 법원으로부터 존중받으려면, 금융감독당국은 법

    문을 해석함에 있어서 상당히 합리적 근거를 제시하여야 한다. 즉 법문 상으로 상반된 해석이 가능한 상황에서 금융감독당국이 당해 법문을 합리적으로 해석하였다면 법원은 그러한 유권해석을 당연히 존중할 것이다. Investment Company Institute v. Camp, 401 U.S. 617, 626-628 (1971) 사건에서 연방대법원은 통화감독청장의 결정을 파기하였는데, 통화감독청장이 법령에 의한 근거를 충분히 제시하지 못하였다는 이유를 들고 있다. Jonathan R. Macey & Geoffrey P. Miller, Banking Law and Regulation (2d ed.), 1997, p. 500.

    19) Id. pp. 133-138.20) Id.21) Id. p. 153.22) 은행계좌를 통하여 채무증서 · 뮤추얼펀드의 판매를 중개하는 것은 금융중개업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Offering bank accounts and acting as agent in the sale of debt instruments and mutual funds are familiar parts of the business of banking.” Id. p. 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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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팩토링, 신용장, 환어음 인수 등 대출과 기타 유형의 신용공여 · 인수 · 주선행위23)2. 신용공여와 관련한 업무 a. 부동산․동산 감정 b. 상업용부동산 지분금융(equity financing)의 알선 c. 수표 지급보증 서비스 d. 채권추심 및 회수업 e. 신용조회서비스 f. 자산관리, 이자수령, 회수업 g. 연체중인 채무인수 h. 부동산결제서비스3. 동산, 부동산의 금융리스4. 비은행예금수취기관의 운영 a. 산업대부회사(industrial loan company) b. 저축조합의 운영5. 신탁회사의 기능 수행6. 금융투자자문업7. 고객자금의 투자를 위한 대리인으로서의 거래서비스 제공 a. 증권중개 b. 위험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의 본인으로서의 거래(riskless principal transactions)24) c. 사모서비스 d. 선물중개상(futures commission merchant) e. 기타의 거래서비스8. 본인으로서 참여하는 투자거래 a. 정부채와 단기금융상품의 인수 및 자기거래 b. 외국환이나 파생상품에 대한 투자 및 거래 c. 금의 매수, 매도 및 이와 관련된 업무9. 경영컨설팅과 자문업 a. 경영컨설팅 b. 근로자복지컨설팅 c. 경력자문10. 지원서비스 a. 택배서비스 b. 자기잉크문자인식(MICR) 판독 물품의 인쇄와 판매11. 보험대리 및 인수 a. 신용보험 b. 금융회사(finance company) 자회사 c. 소도시에서의 보험업 영위 d. 1982년 5월 1일 당시 영위하였던 보험대리업 e. 소매보험모집인들의 감독 f. 소규모은행지주회사 g. 1971년 이전에 행하였던 보험대리업12. 지역개발업13. 송금수표(money order), 정부발행 저축채권, 여행자수표의 발행14. 정보처리업

    로 지금까지 통화감독청장과 법원에서 허용 여부를 고민하였던 은행의 모든 부수업무들을 망라한 것이다. 참고로 2011년부터 도드-프랭크법이 시행되면서 곧 Regulation Y의 일부 내용(예: 8호 a의 단기금융상품의 인수 및 자기거래)도 개정될 전망이다.

    (4) 부수업무의 허용 기준통화감독청의 법률고문을 지낸 Julie L. Williams는 기존 판례들이 다음의 3가지 기준에 의하여 부수업무를 허용해 왔다고 분석하였다. ① 어떠한 업무가 전통적으로 인정되어 온 고유업무와 기능적으로 동일하거나 논리적인 연장선상에 있는가?, ② 동 업무가 고객들에게 이익을 주고 은행의 건전성을 제고시키는가?, ③ 동 업무의 위험은 은행들이 기존에 인수하였던 위험

    23) Bank holding companies and their non-bank subsidiaries may make, acquire. broker or service loans and other forms of credit (including factoring, letter of credit, and acceptance of draft). 12 C.F.R. § 225.28(b)(1) (West 2011).

    24) 유통시장에서 고객의 지시에 응하여 위험이 전혀 수반되지 않는 상태에서 본인으로서 거래, 즉 고객의 매수 · 매도 주문을 받은 후 고객에게 동시의 반대매매를 하기 위하여 본인의 계산으로 증권을 매수하거나 매도하는 행위를 말한다. 다만 고객의 주문에 따른 것이라도 은행 비적격증권(bank-ineligible security)을 매도하거나 은행지주회사의 자회사가 증권인수인이나 자기매매인으로서 기능하는 은행 비적격증권의 거래에 riskless principal로 참여하는 행위는 금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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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형과 유사한가?25) 우선 첫째 기준과 관련하여, 어떠한 업무가 전통적으로 은행에 의하여 수행되었거나 금전이나 그 대체물에 관한 금융거래와 기능적으로 동일한지를 보아야 한다. 전자의 예는 보호예수업무이고, 후자의 예는 동산리스와 연금판매이다. Williams는 ① 고객의 투자를 위한 매개물을 제공하는 것(투자증서의 제공), ② 보호예수, ③ 고객자금이체 및 중개서비스와 같은 거래의 실행, ④ 금융자산에 관하여 운용, 자문, 위험분석 서비스를 제공하는 행위 및 금융이나 상거래 성격을 띠는 정보를 중개하는 행위, ⑤ 상행위 목적 또는 투자목적으로 제3자에게 은행자원을 제공해주는 행위로서, 대출, 지급보증, 신용장, 고객채무매수 등을 포함한다.26)다음으로 둘째 기준과 관련하여, Williams는 다음의 기준을 충족할 경우 고객에게 이익이 되어 허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하였다. ① 은행고객에 대한 서비스, 편의성, 선택권 등을 증진시키는 행위, ② 신규고객의 니즈와 수요를 충족시키는 행위, ③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소요되는 은행비용을 대폭 감축시키는 행위, ④ 은행의 건전성을 제고하는 행위.27) 사실 ③과 ④에 대해 이견을 제기하는 자는 없을 것이나, ①과 ②는 지나치게 범위가 넓어질 수 있다. 왜냐하면 여행대리점 서비스도 은행고객의 이익을 증진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은행 고유상품과의 관련성이 필요한 것이다.마지막으로 셋째 기준의 운영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은행의 건전성과 금융시장의 안전성이다. 어떠한 신규업무가 은행의 재정적인 건전성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운영에 있어서의 무결성을 훼손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은행을 낯선 재정적 위험이나 운영상의 위험에 빠뜨리는 업무들은 허용되지 않을 것이다. 대표적으로 고객과의 이해상충을 일으킬 수 있는 업무나 은행의 경쟁력에 해를 미칠 수 있는 업무 등을 들 수 있다. 물론 이 기준에 너무 집착한다면 은행의 혁신을 방해할 수도 있는 문제점이 있기는 하다. 은행이 관련된 위험을 잘 감시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가 중요해진다. 따라서 은행의 업무권한 확대는 본질적으로 점진적으로 이루어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28)Williams의 견해에 의하면 부수업무는 시간이 지나면서 핵심적인 고유 은행업무의 일부로 변모될 수 있다.

    3. 은행의 부수업무에 대한 구체적인 고찰은행업을 확대하는 주요 도구는 부수업무 조항이라고 할 수 있다. Williams의 첫째 기준에 의하면, 은행의 전통적인 고유업무와 기능적으로 동등한 것으로 인정되는 업무들이 부수업무라고 할 수 있는데, 예를 들면 전통적인 대출상품과 기능적으로 동등한 팩토링, 환어음 인수 등

    25) Julie L. Williams & Mark P. Jacobsen, The Business of Banking: Looking to the Future, 50 BUS. LAW. 783, 784-785, 798-813 (1995).

    26) Id. pp. 814-815.27) Id. p. 815.28) Id. pp. 815-816. Williams는 이후 출간된 다른 논문에서 부수업무의 기준을 추가하였는데, ① 은

    행을 상거래실체(business enterprise)로서 운영할 수 있도록 해주는 업무들, ② 은행의 고유상품과 지급서비스의 질과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는 은행업과 기능적으로 밀접한 업무들, ③ 은행 설비의 사용을 최적화하고 은행 능력의 가치를 최적화할 수 있는 업무들 또는 은행 영업권을 경제적으로 훼손시키는 것을 방지할 수 있는 업무들. ①에는 근로자 고용, 주식발행, 설비보유 및 대여, 금전대차, 계약이전결정에의 관여 등을 들 수 있다. ②는 광의적으로 홍보 및 유통을 지칭하는데, 구체적으로 상품권유대리인의 고용 또는 ATM의 설치, 은행상품과 비은행상품의 결합판매 등을 들 수 있다. ③은 추심업무, 보유부동산의 매각, 은행설비의 전대(sublease) 등을 들 수 있다. Julie L. Williams & James F.E. Gillespie, Jr., The Business of Banking: Looking to the Future – Part Ⅱ, 52 BUS. LAW. 1279 (1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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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 신용제공, 신용주선 및 신용인수 업무들을 들 수 있다. 최근에는 둘째 기준과 셋째 기준에 의하여 부수업무의 범위가 증권업, 보험업과 같은 영역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은행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후선서비스도 부수업에 해당하는데, 정보처리업, 인쇄업 또는 행랑업 등을 들 수 있다.

    (1) 여신업무와 기능적으로 유사한 업무1) 리스자동차, 항공기, 선박과 같은 동산의 장기리스는 은행업과 밀접하게 관련되는데, 이러한 리스업무 역시 담보부대출과 흡사하기 때문이다. M&M Leasing Corp. v. Seattle First National Bank, 563 F.2d 1377 (9th Cir. 1977), cert. denied, 436 U.S. 956 (1978). 사건에서 제9연방고등법원은 리스를 대출의 부수업무로 판시하였다.29) 물론 리스종료시 은행이 동산의 취득가액과 이자를 전액 회수할 수 있는 경우로만 한정된다.30) 대출과 리스 간에는 누가 소유권자가 되는지에 있어서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자동차를 은행으로부터 금융을 받아 매수할 경우, 매수자가 자동차를 보유하게 되고 은행은 담보권을 취득한다. 이와 대조적으로 자동차리스에 있어서 소유자는 은행이 된다. 그러나 어떠한 형태든 채무자가 자동차를 물리적으로 점유하고, 자동차 취득비용이 은행에 대한 채무지급을 통하여 상각된다는 점에서 아무런 차이가 없다. 리스 종료후에는 리스하였던 자동차를 매각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은행은 할부금융부 자동차판매업, 단기 렌트업, 정비업을 할 수 없고, 비록 소비자에 대한 서비스차원이더라도 자신의 시장지배력을 이용하여 판매자로부터 염가로 물건을 구입하여 고객들에게 할인된 가격으로 동 물건을 판매(buyer's cooperative)하는 행위도 할 수 없다고 하였다.31) M&M리스사 사건 이후, 12 U.S.C. § 24가 개정되어 리스업이 § 24(10)에 추가되었다. 동 조항에 의하면 리스된 재산의 총장부가액이 연결자산의 10%를 초과할 수 없도록 하였다.32) 그리고 여기서 리스는 운영리스가 아닌 금융리스(net lease)만을 의미한다.

    2) 대출신디케이션, 대출채권분할매각(loan participation),33) 대출증권화은행들은 위험을 다각화하고 법정대출한도를 준수하면서 단기 예금과 장기 대출 간의 만기 불일치를 개선하기 위하여 이러한 기법들을 활용하여 왔다. 이러한 권한들은 § 24의 약속어음의 할인 및 유통권한으로부터 파생된 것인데, 부동산대출에 대해서는 제371(a)조에서 별도로 “부동산 수익담보로 담보된 대출이나 신용공여를 발생, 주선, 매수, 매도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29) Jonathan R. Macey & Geoffrey P. Miller, op. cit., pp. 142-143.30) Id. p. 142. 1심법원은 은행이 잔존 가치에 대해 인수할 의무가 존재하는 개방형 리스와 인수 의무

    가 존재하는 폐쇄형 리스를 구별하고, 은행은 개방형 리스 만이 허용된다는 판시를 하였는데, 제9고등법원은 이러한 구분에 구속되지 않고 있다.

    31) Id. pp. 144-145. 은행이 대출보다도 더 중대한 위험에 처할 수 있는 리스, 즉 회수가치와 이익발생의 극대화를 위해 기간을 갱신하거나 연장하여야 하는 의무가 있는 금융업무는 은행업이 아니라고 보았는데, 이는 사실상 렌트업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32) Id. p. 147.33) 대출채권 유동화방법의 하나로서 대출을 취급한 후 금융기관이 대출채권의 전부 또는 일부를 타인

    (참가자)에게 매각하면서 차주와의 채권채무관계를 유지하고 참가자에게 원리금 수취권만을 양도하는 것으로서, 참가자는 대출채권에 대한 위험을 부담하게 되므로 대출금융기관이 채무자로부터 원리금을 회수하는 경우에 한하여 대출금융기관으로부터 원리금을 수취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거래는 채권을 처분한 대출금융기관이 여전히 계약상의 채권자로 남아 있어, 채무자에게 대출채권 분할매각 사실을 통지하지 않아도 되는 장점이 있다.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780789에서 검색( 검색일: 2012. 2.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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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ecurities Industry Ass’n v. Clarke, 885 F.2d 1034 (2d Cir. 1989), cert. denied, 493 U.S. 1070 (1990) 사건에서, 미국의 제2연방고등법원은 주택저당채권지분이전증권(mortgage pass-through certificates)34)의 형태로 대출채권을 증권화할 수 있는지 검토하였다. 동 법원은 이러한 업무가 글래스-스티걸법 § 16에 의하여 금지되는 증권인수업에 해당하지 않으며, 이러한 증권의 발행은 대출업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편리하고 유용하다고 판시하였다.35) 법원은 대출신디케이션과 대출증권화 업무들이 대출채권에 대한 중요한 위험관리수단으로 활용된다고 보았던 것이다. 특정 유형의 증권인수가 은행의 부수권한에 속하는 것으로 인정될 경우, 은행은 이러한 업무를 직접 영위할 수 있으며 글래스-스티걸법을 위반하였다는 비난을 받지 않는다.

    3) 신용장신용장이 발급될 경우 수출업자는 상품 대금이 신뢰할 만한 은행으로부터 지급될 것이라고 안심하게 되므로, 신용장은 수출거래를 촉진하는 셈이다. 신용장에는 전통적인 신용장(화환신용장)과 보증신용장이 있다. 화환신용장은 신용장 발행은행이 수입업자의 의뢰로 수출업자가 발행한 어음을 수송화물의 담보가 되는 선적서류 첨부를 조건으로 하여 인수 또는 지불할 것을 확약하는 신용장으로서, 수출업자는 대금을 지급받기 위해 수입업자보다 은행에게 우선 지급청구를 한다. 보증신용장은 수출업자가 우선 수입업자에게 지급을 구하고 지급거절이 되었을 경우에만 은행이 지급하기로 합의한 신용장이다.36)

    4) 신용카드신용카드는 한편으로는 매수자를 위한 신용장의 현대적인 변형으로 볼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 신용장은 미수채권을 담보로 한 매도자에 대한 대출이기도 하다. 따라서 신용카드업 역시 전통적인 고유의 은행업이 발전된 것으로 볼 수 있다.

    (2) 보증막대한 책임이 수반되어 건전성이 저해될 수 있기 때문에, 전통적으로 은행은 보증을 하지 못하는 것으로 해석되어 왔다. 특히 증권에 대한 보증은 시장 상황에 따라 주가가 급변할 수 있으므로 엄격히 금지되어 왔다. 보험인수, 고객의 사업계좌에 대한 보증, 제3자의 채무에 대한 보증 등이 금지된다. 마찬가지로 은행은 고객에게 매각한 증권의 환매를 보증하지 않는다.37)물론 예외는 있는데 신용장 발행이나 지급보증수표의 발행을 들 수 있다. 그리고 고객이 은행의 장래 책임을 모두 부보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예금을 갖고 있는 경우에도 보증이 허용된다. 이러한 예외사항들은 모두 통상적인 여신에 수반되는 위험을 초과하지 않는 경우로 설명될 수 있는데, 예를 들어 보증신용장도 수입업자에 대한 직접적인 대출보다 더 큰 위험을 수반하지는 않는 것이다.38) 지급보증수표도 은행이 미리 발행인의 계좌에서 자금을 회수

    34) 저당대출채권의 소유권이 자산보유자에서 투자자에게로 이전되고 현금흐름도 차입자가 지급하는 대로 투자자에게 그대로 이전하는 형태,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586872에서 검색 (검색일: 2012. 2. 25.)

    35) Patricia A. McCoy, op. cit., § 5.02[4][a][i].36) Jonathan R. Macey & Geoffrey P. Miller, op. cit., pp. 163-164.37) 12 U.S.C. § 24(7) (West 2011). 그렇다보니 은행에게 허용되는 증권거래는 오로지 고객의 주문을

    받아 고객의 계산으로 거래하는 것으로 제한된다.38) 보증신용장과 관련하여 주목할 만한 판결은 Republic National Bank of Dallas v. Northwest

    National Bank of Fort Worth, 578 S.W.2d 109 (Tex, 1978)이다. 동 사건에서 피고은행은 약속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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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 수 있는 한 전혀 위험이 없는 것이다.

    (3) 정보처리, 전자금융서비스 및 후선서비스1979년 National Retailers Corp. of Arizona v. Valley National Bank, 411 F.Supp. 308 (D. Ariz. 1976), aff'd, 604 F.2d 32 (9th Cir. 1979) 사건은 통화감독청장의 감독매뉴얼 상 정보처리업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가 문제되었다. 당시 12 C.F.R. § 7.3500은 “(a) 연방은행은 은행자체 및 제3자를 위해 금융 · 재정 및 기타 경제와 관련된 정보처리장치를 사용하고 정보처리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으며, 이와 관련한 부수물 및 잉여시간과 노동력을 시장에 제공할 수 있다”고 규정하였다. 제9연방고등법원은 은행의 정보처리장치 및 정보처리서비스가 금융소비자의 미수금계정을 담보로 한 대출이나 운영자본의 신청을 심사하여 처리하는데 매우 편리하고 유용할 수 있지만, 그러한 범위를 벗어난 정보처리업까지 인정한 것은 아니라는 매우 제한적인 해석을 하였다.39) 동 판결에 대해서는 많은 비판이 있었다. 은행업은 고도의 정보집중산업으로서, 은행은 금융고객계좌, 대출, 이자율 및 기타의 정보에 대해 쉽게 접근하여 정보를 가공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하는데, 정보처리업의 범위를 제한하는 것은 문제가 많다는 것이었다. 사실 인터넷뱅킹이 일반화 된 지금 National Retailers Corp. of Arizona v. Valley National Bank의 법리는 더 이상 유지될 수 없게 되었다. 오늘날 은행들은 컴퓨터 하드웨어와 후선시설에 대해 막대한 투자를 하지 않고는 제대로 된 은행업을 영위할 수 없다. 이제 인터넷뱅킹을 포함하는 전자금융업이 은행업의 한 부분으로 되었다. ATM을 통한 전자자금이체, 체크카드를 통한 실시간 차감서비스, 기업고객에 대한 전자계산서 발행과 추심서비스, 전자화폐 발행 역시 중요한 업무로 부각되고 있다. 내국환과 외국환 서비스를 제공함에 있어서도 換은행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전자적인 매개체가 되기도 한다. 종래는 이러한 서비스를 아웃소싱하기도 하였지만 지금은 초기 설비투자가 상당히 들더라도 은행 자체적으로 시설을 구축하고 있다. 은행이 가장 고도의 기술력을 가지고 상당한 투자를 하다 보니, 사회 전체적으로 가장 효율적인 자원 배분에 대해서도 고민하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즉 은행은 컴퓨터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와 같은 잉여시설을 공공에게 매각하거나 임대할 수도 있는 것이다.40)

    (4) 여행대리점업미국의 은행들은 여행대리점업을 하려고 부단히 노력해왔지만, 미국 연방대법원은 1995년 Nationsbank of North Carolina, N.A. v. Variable Annuity Life Insurance Co. 사건에

    음의 주채무자가 발행한 채무에 대한 담보로 원고은행에 대하여 취소불능신용장을 발행하였다. 주채무자가 상환을 지체하자 원고은행은 피고은행을 상대로 신용장에 기하여 독립된 채무상환을 주장하였는데, 피고은행은 자신이 발행한 신용장이 자신의 능력을 벗어나는 보증협약이라고 주장하면서 채무이행을 거절하였다. 두 가지 쟁점이 문제되었는데, 첫째, 피고은행이 이러한 신용장을 발행함으로써 피고은행의 주주 및 채권자에게 손해를 끼칠 위험이 크다는 측면에서 이러한 행위는 피고은행의 업무범위에 속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는지 여부, 둘째, 은행이 발행한 보증신용장은 부수적인 보증과 독립된 채무의 인수 중 어디에 속하는지 여부. 법원은 피고은행이 원고은행에 대해 독립된 책임을 지고 보증신용장에 의한 신용공여는 기능적으로 대출과 동일시된다고 판시하였다[12 C.F.R. §§ 7.1160(b), 208.8(d)(2), 337.2(b)]. 따라서 신용장을 발행한 피고은행의 주주 및 예금자들에게 통상적인 대출의 경우보다 훨씬 중대한 위험을 부과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이러한 판시의 기조에는 신용장발행 은행은 원인계약(underlying contract)과는 독립된 주채무를 부담한다는 인식이 있었다. Jonathan R. Macey & Geoffrey P. Miller, op. cit., pp. 161-165.

    39) Id. p. 151.40) 김용재, 전게서, 325-33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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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 전반적인 여행대리점업을 수행하는 것은 은행의 부수업에 속하지 않는다고 확정적으로 판시하였다. 은행의 여행대리점업 참여가 문제된 가장 대표적인 사건은 Arnold Tours, Inc. v. Camp, 472 F.2d 427 (1st Cir. 1972)이다. 여기서 매사추셋주의 여행대리점주들은 집단소송을 제기하였는데 연방인가은행의 매뉴얼을 직접적으로 문제삼았다. 당시 통화감독청장의 1963년 매뉴얼 제7.7475조는 “법 제24(7)조에 의거, 연방은행은 고객들을 위하여 여행업을 영위하고 그에 대한 대가를 받을 수 있는바, 여기서 여행업에는 여행자보험상품의 판매 및 지역차량렌트업자의 대리인으로서의 차량 렌트를 포함한다”고 규정하였다.41) 1심법원은 제24(7)조의 “필요한”이란 “절대적으로 필요한(sine qua non)"을 의미하는 바, 여행업은 은행업을 영위하는데 절대적으로 필요한 부수업무가 아니고 금융거래의 이행과도 거리가 멀다고 하였다.42) 제1고등법원은 부수업무라 함은 은행에게 연방은행법에서 명시적으로 인정된 고유업무를 수행함에 편리하고 유용한(covenient and useful) 보조적 · 부수적 업무라고 해석하여야 하고, 여기서 고유업무라 함은 이미 은행에게 제도적으로 확립된 업무를 의미한다고 하면서 전반적인 여행대리점업(full-scale travel agency)은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그러나 제한적으로 여행자들을 위한 금융편의의 제공(예: 여행자수표발행 및 외국환업무, 여행자대부업무, L/C발행업무, 고객의 편의를 위해 대가없이 여행정보의 제공 등)을 할 수 있다고 하였다.43)

    (5) 신탁업20세기 초반부터 이미 은행은 부수업무로서 신탁업을 할 수 있다고 인정받아 왔다. Miller v. King, 223 U.S. 505 (1912) 사건에서 은행이 신탁계약의 수탁자로 될 수 있는지가 문제되었다. 신탁계약에 의하면 은행은 위탁자의 지시에 따라 추심한 금전을 보유하여야 했다. 연방대법원은 은행이 기업어음과 기타 채무증서를 추심하는데 있어서 필요한 수탁자의 지위를 갖게 된다고 판시하여, 연방은행에게 광범위한 신탁권한을 인정하였다.44) 그리고 1962년 개정된 12 U.S.C. § 92a(a)는 연방인가은행 소재지에서 경쟁 관계에 있는 주은행이 주법에 따라 수탁자로서의 권한을 행사한다면 통화감독청장은 연방인가은행에게도 수탁자의 권한을 인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였는데, 2001년도에는 지역적인 제한을 완전히 없애 연방인가은행이 여러 주에서 동시에 신탁업무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다양한 신탁권한을 행사함에 있어서 때로는 통화감독청장으로부터 별도의 승인이나 특별한 허가가 필요하기도 하다.

    (6) 보호예수보호예수업무는 전통적으로 은행의 업무영역에 속한다고 간주되었다. 제24(7)조는 연방은행이 자회사를 통하여 보호예수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규정하지만, Colorado Nat'l Bank v. Bedford, 310 U.S. 41, 49 (1940) 사건 이후 연방대법원은 연방은행이 직접적으로도 보호예수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해석하여 왔다.45)

    41) Jonathan R. Macey & Geoffrey P. Miller, op. cit., pp. 133.42) Id. p. 134.43) 동 판시에 대해서는 1865년 이후 일부의 연방은행이 여행업을 수행하여 왔다면 “이미 제도적으로

    확립된” 고유업무라고 보아도 무방하지 않았는가, 왜 법원이 은행분야의 전문가인 통화감독청의 결정을 존중하지 않았는가와 같은 비판도 많았다. Id. pp. 138-139.

    44) Patricia A. McCoy, op. cit., § 5.02[4][e].45) Id. § 5.02[4][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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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은행간 차입오늘날 ‘신용획득을 위한 은행 간 시장’(interbank market for credit)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경우 은행산업이 어떻게 될 것인지는 상상할 수도 없다. 대부분의 은행들이 요구불예금의 상당한 부분을 즉시 현금화할 수 없는 대출이나 기타의 상품에 투자하므로, 은행 간 시장이 존재한다. 지급준비금 제도에 의해 어느 정도 안전망은 확보되어 있지만, 예측하지 못하였던 거액의 예금인출요구가 있는 경우 은행은 유동성위험에 빠지게 된다. 은행 간 대출시장은 이러한 일시적 유동성 부족의 간극을 메우기 위한 것이다. 보통 유동성이 부족한 은행이 유동성이 풍부한 은행으로부터 초단기, 보통은 1일의 기한으로 단기자금(콜자금)을 제공받게 된다. 이러한 콜자금에 대한 금리가 콜금리인데, 은행간 차입도 대표적인 부수업무의 하나이다.

    (8) 자산-부채이전협정오늘날 예금보험공사와의 자산-부채이전협정(purchase and assumption transactions)은 파산은행의 정리를 위한 여러 가지 방법 중 하나이다.46) 이 제도의 역사는 대공황까지 갈 수 있는데, 그 전에도 양수은행이 채무인수를 한 것에 대한 담보로서 파산은행의 자산을 이전해 가는 사적 거래가 허용되었다. 그러한 사적 자산-부채이전계약 역시 제24(7)조에 포함되는 부수업무라고 할 수 있다.

    (9) 부동산 보유 및 임대연방은행법 제29조는 은행의 부동산보유에 대해 엄격한 제한을 하고 있다. 이는 부동산에 대한 직접투자를 금지하는 것이다. 그렇다보니 업무용부동산의 취득이나 담보권의 실행에 의한 취득, 공공시설에 대한 임대를 목적으로 한 취득과 같이 예외적인 경우에만 부동산 보유가 인정된다.47) 이는 부동산투자로 인하여 은행 고객들과 주주들을 위험에 빠뜨리지 않도록 하려는 배려이다. 규제완화의 목소리도 있었지만, 1980년대 저축대부산업에서의 부동산투자에 따른 엄청난 손실은 이러한 목소리를 잠잠하게 만들었다.48) 은행은 업무용으로 취득한 부동산의 일부를 임대하고 임대료를 받을 수도 있는데 이는 어디까지나 부수적인 것에 한한다. 즉 은행이 부동산을 취득한 주된 목적이 임대나 투기를 목적으로 한 것이라면, 통화감독청장은 즉시 부동산을 매각할 것을 명할 수 있다. 만일 은행이 어떠한 부동산을 업무용으로 취득하여 사용하다가 사용을 중지한다면 조속한 시일 내에 동 부동산을 매각하여야 하는데, 매각의 최장기간은 5년이다.49)

    (10) 보험 · 연금상품의 판매

    46) 김용재, 전게서, 372-376면.47) 마지막의 부동산 취득, 즉 은행이 부동산을 취득하여 시청건물, 공립학교 및 기타 공공시설에 임대

    해주는 것은 사실상 대출로 볼 수도 있다. 왜냐하면 임대기간 종료후 이러한 공공시설들이 은행으로부터 동 부동산을 매수하여야 한다는 조건이 부과되기 때문이다. Patricia A. McCoy, § 5.02[5][a].

    48) 이론상 어떤 은행이 뉴욕시 맨하탄의 전체 부동산을 매입하고 동 부동산을 업무용이라고 한 후, 은행과 관련없는 업체들에게 상당량의 부지를 임대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연방은행법 제371d조는 은행 자기자본금의 특정 비율을 초과한 부동산매입을 금지하는 것이다. 업무용부동산을 취득하려면 사전에 통화감독청장으로부터 승인받아야 하는 것이 원칙이나, 자기자본비율이 양호한 은행의 경우 예외이다. 즉 CAMEL 평가에서 1, 2 등급을 받은 은행의 경우 업무용부동산에 대한 총 투자액은 자기자본의 150%까지 인정되는데, 이러한 은행은 사후 30일 이내에 통지하기만 하면 된다. 12 U.S.C. § 371d(a)(3)(West 2011).

    49) 12 C.F.R. § 34.82(a)-(b)(West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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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9년 그램-리치-브라일리법 제정 이후 연방은행의 보험업에 대한 참여는 급속하게 확대되었다. 그렇지만 과거에는 은행의 보험업 진입이 매우 어려웠으며,50) 1990년대 일부 대법원 판결들이 보험업에 대한 문호를 개방해주었다고 할 수 있는데, 그 중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앞에서 살펴본 NationsBank of North Carolina v. Variable Annuity Life Insurance Co. 사건이다. 법원은 원고가 고객들에게 여러 종류의 연금 중 투자할 수 있는 선택권한을 부여하였다는 측면에서, 의회가 명시적으로 승인한 금융투자증권을 중개한 것이라고 보았다. 게다가 법원은 전통적으로 연금을 보험회사가 판매하여 왔다는 사실만으로 연금이 보험상품이라고 단정해서는 안된다고 하였다.51) 이러한 과거의 논쟁은 이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되었다. 왜냐하면 그램-리치-브라일리법의 제정으로 은행이 인수할 수 있는 보험상품이 명문화되었기 때문이다.52) 그리고 동법에 의하여 금융지주회사 산하 보험제휴회사를 통하여 은행은 이제 지정학적인 제약을 받지 않고 보험대리점판매도 할 수 있게 되었다.

    (11) 제한적인 증권업53)글래스-스티걸법의 가장 핵심조항이라고 할 수 있는 § 16에 의하면 은행은 자기계산으로 증권과 주식을 자기매매할 수 없다. 따라서 은행은 증권인수업(securities underwriting)과 자기매매업(dealing)을 영위할 수 없는 것이 원칙이다. 그렇지만 은행이 인수할 수 있는 적격증권이 일부 있다.54) 그리고 기업어음(CP)이 적격증권에 해당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기업어음의 사모를 은행에게 허용하였던 전례가 있다.55) 한편 글래스-스티걸법 § 16은 은행업과 연계되는 사업들에 대한 투자의 경우 주식취득을 허용하므로, 은행은 자회사에 투자할 수 있다. 그리고 파생상품거래가 빈번해지면서 은행은 주식파생상품거래에 따른 위험을 회피할 목적으로 기초자산인 주식을 취득하기도 한다. 글래스-스티걸법 § 16은 고객의 주문에 따라 고객의 계산으로 증권을 매수하거나 매도할 수 있다고 규정함으로써 은행의 증권중개업을 허용하고 있다. 따라서 투자자문을 수반하지 않는 단순 증권중개업은 당연히 허용되고, 투자자문을 수반하는 종합자산관리업은 제한적으로 허용된다.56) 그러나 은행은 여전히 펀드설립과 뮤추얼펀드 지분의 분매를 할 수 없다.

    50) 5천명의 인구가 거주하는 곳에 소재한 연방인가은행 만이 보험대리점으로서 수수료를 받고 보험상품을 매각할 수 있었다. 구 연방은행법 제92조.

    51) Jonathan R. Macey & Geoffrey P. Miller, op. cit., p. 155. 비유하자면 보험회사가 생명보험을 담보로 대출을 한다고 하여 대출이 보험으로 취급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이다. 연방대법원은 정액연금이 보험과 유사하게 Mortality risk가 있다는 점을 인정하였지만, 이 사건에서 제공된 상품은 정액연금으로 제한되지 않았다고 판시하였다.

    52) Gramm-Leach-Bliley Act, Pub. L. No. 106-102, § 302(b), 113 Stat. 1338, 1407 (1999).53) 미국에서의 은행업과 증권업의 관계에 대한 상세한 고찰은 김용재, “미국에서의 은행업과 증권업의

    겸영 제한,” 「증권법연구」 제11권 제3호 (2010), 211-257면 참조. 54) 즉 은행은 정부채권과 같은 일부 적격증권을 제외하고, 비적격증권을 인수하거나 자기매매할 수 없

    다. 볼커룰(Volker Rule) 제정 이전에는 적격 증권의 범위가 넓었으나, 2010년 도드-프랑크법 제정과 함께 적격증권의 범위가 축소되었다.

    55) Securities Industry Ass’n v. Board of Governors of the Federal Reserve System (Bankers Trust Ⅰ), 468 U.S. 137 (1984) 사건은 Bankers Trust의 기업어음 모집이 문제되었는데,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동 CP의 모집을 승인하였다. 그러나 연방대법원은 기업어음이 비적격증권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판시를 하였다. 즉 법원은 기업어음의 실질이 대출상품에 가깝지만 형식이 채무증권에 해당하므로 기업어음은 비적격증권에 해당하여 그 모집을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Jonathan R. Macey & Geoffrey P. Miller, op. cit., p. 528. 파기후 환송심에서 연방고등법원은 Bankers Trust의 기업어음 모집행위가 제16조의 인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는데, 그 이유는 여기서의 모집행위가 사모였기 때문이다.

    56) 종합자산관리업을 영위하려면 일정한 조건을 준수하여야 한다. 여기서 조건이란 증권을 매수하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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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행은 M&A의 탐색자(finder)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Norwest Bank Minnesota, N.A. v. Sween Corp., 118 F.3d 1255, 1259-1260 (8th Cir. 1997) 사건에서 제8연방고등법원은 연방인가은행이 M&A 협상을 개시하는데 있어서 독점적인 자문업자로서 행위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57) 이 사건에서 은행이 M&A의 매수인과 매도인을 소개하는 중개자로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지가 문제되었다. 통화감독청장은 Norwest Bank가 법인고객에 대한 후보매수자를 탐색할 수 있다고 하였는데, 은행이 이렇게 매수자를 탐색해주면 종국적으로 매수인과 매도인이 M&A협상을 체결한다는 것이 전제되었다. 통화감독청장은 Norwest Bank가 중개자로서 행위할 수 있는 3가지 근거를 제시하였다. 첫째, 은행은 중개업무(intermediation)의 연장선상에서 복수의 당사자 간 거래를 발효시키기 위한 금융중개자로서의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다. 둘째, 거래를 성공적으로 발효시키면 당사자인 고객의 이익을 증진하고 전체 경제에 대해 자금과 신용의 유입을 촉진하게 될 것이다. 셋째, 통화감독청장은 과거에도 이와 같은 서비스를 승인하는 행정규칙을 제정한 바 있다. 항소심에서 제8연방고등법원은 통화감독청장의 동 조항에 대한 해석이 합리적이라고 판시하면서 통화감독청장의 결정을 지지하였다.58)

    (12) 기타연말정산지원서비스, 소득증명서 발행, 고객의 편의를 위한 지점 간 행랑서비스, 은행발행 송금수표나 여행자수표를 매도하기 위하여 전문매장을 전속대리인으로 지정하는 행위 등이 포함된다.

    4. 미국제도 정리미국의 연방은행법은 은행의 고유업과 부수업에 대해 규정하지만 겸영업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다. 왜냐하면 미국의 은행시스템은 사내겸영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은행의 전면적인 증권업 영위를 금지하는 1933년 글래스-스티걸법이 사내겸영을 제한하는 가장 대표적인 법률이라고 할 수 있다. 1999년 그램-리치-브라일리법이 제정되어 이제 미국에서도 겸업주의가 허용되었지만, 은행이 증권업이나 보험업의 핵심업무에 직접적으로 참여할 수는 없고 금융지주회사를 설립하여 간접적으로 참여할 수 있을 뿐이다. 따라서 은행이 증권업이나 보험업의 일부 업무를 수행할 경우 이는 부수업의 일환일 뿐 겸영업으로 간주되지 않는다.미국의 연방은행법[12 U.S.C. § 24(7)]은 은행의 고유권한을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서 열거하는 5가지의 고유권한은 ① 수신, ② 내국환과 외국환, ③ 통화의 유통, ④ 어음할인과 유통, ⑤ 여신을 포함한다. 이렇게 은행의 고유업무가 협소하다 보니, 연방은행을 감독하는 통화감독청은 부수업무를 허용하여 은행의 경쟁력을 향상시키고 은행의 건전성과 금융시장의 안전성을 도모하고자 하였다. 그 때문에 은행업의 범위에 대해서 과거 협의설이 대세를 이루었던 시절도 있었지만, 지금은 은행의 업무영역을 넓게 인정하려는 광의설이 대세인 것이다. 미국에서 광의설을 선도한 것은 통화감독청이었고, 법원들은 통화감독청장의 결정에 대해 합법성을 부여하였다. 1995년 Nationsbank of North Carolina, N.A. v. Variable Annuity Life Ins. Co. 사건에서, 연방대법원은 통화감독청장의 유권해석을 쫓아 은행업을 “금융투자증서의 중개

    매도한다는 종국적인 결정권한과 증권의 선택권한은 은행이 아닌 고객에게 부여되어야 하고, 고객들은 동 증권에 대한 완전한 수익자로서의 소유권을 보유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Patricia A. McCoy, § 7.03[2].

    57) 이는 우리나라의 “(구) 은행업무 중 부수업무의 범위에 관한 지침” 상 카목에 규정되었던 “M&A의 중개 · 주선 또는 대리” 업무 수행 중 필요한 자문에 해당될 것이다.

    58) Patricia A. McCoy, § 7.03[3][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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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업”이라고 한 후 은행의 정액연금 및 변액연금의 판매를 승인한 바 있다. 동 판결을 계기로, 은행은 뮤추얼펀드와 연금도 판매할 수 있게 되었다. Regulation Y에서 열거하고 있는 업무들이 지금까지 미국에서 허용된 은행의 모든 부수업무들을 망라한 것이다. 미국 법원들이 판시하여 온 부수업무에 대한 허용기준은 다음과 같이 3가지로 유형화할 수 있다. 첫째, 어떠한 부수업무가 전통적으로 인정되어 온 은행의 고유업무와 기능적으로 동일하거나 논리적인 연장선상에 있어야 한다. 둘째, 동 업무가 고객들에게 이익을 주고 은행의 건전성을 제고시켜야 한다. 셋째, 동 업무를 수행한 결과 발생하는 위험은 은행들이 고유업무로부터 발생하는 위험에서 너무 동떨어져서는 안된다. 따라서 은행을 낯선 재정적 위험이나 운영상의 위험에 빠뜨리는 업무들은 허용되지 않는 것이다. 과거에는 첫째 기준에 의하여 허용되는 부수업무인지 여부를 판단하였다. 예를 들어 전통적인 대출상품과 기능적으로 동등한 신용제공, 신용주선 및 신용인수 행위들이 허용되었던 것이다. 그렇지만 최근에는 둘째, 셋째 기준에 쫓아 은행들에게 다양한 업무영역으로 확대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고 있다. 그렇다보니 은행들은 증권업(예: M&A의 당사자 물색), 보험업(예: 연금) 영역까지 업무를 확대하고 있으며, 은행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다양한 후선서비스(예: 정보처리업, 인쇄업 또는 행랑업)도 제공하고 있다. 인터넷뱅킹 시대가 도래하면서 미국에서 부수업무의 범위는 계속 확대일로에 있다고 평가된다.

    Ⅳ. 각 업무별 규제에 대한 시사점 및 개선방안

    1. 고유업구 은행법은 고유업의 범위에 대해 매우 모호하였지만, 2010년 개정 은행법은 내 · 외국환 업무를 포함한 고유업의 범위를 명확하게 규정하였다는 점에서 진일보한 것이다. 그러나 개정 은행법령이나 하위법규에서 수신, 여신, 환에 대해 뚜렷한 정의규정을 두지 않음으로써 실무상 혼란이 발생할 개연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고 본다. 첫째, 수신과 관련하여 은행법 제2조 제1호는 “예금을 받거나 유가증권 또는 그 밖의 채무증서를 발행하여 불특정 다수인으로부터 채무를 부담”한다고 함으로써 기존의 규정을 답습하였다. 자본시장법상 금융투자상품을 지나치게 포괄적으로 정의하다 보니, 은행의 전통적인 예금상품이라도 투자성이 일부 가미되었다면 배타적으로 자본시장법의 적용대상이라고 할 위험성도 높다. 예를 들어 자본시장법 제정 당시 입법에 관여하였던 일부 학자는 원화표시 양도성예금증서의 경우 투자손실의 위험, 즉 당해 예금증서의 발행기관에게 적용될 시장이자율이 예금이자율의 표면이자율보다 높은 상태라면 시장 평가액이 액면가액보다 낮아지므로 예금증서를 만기전 시장에서 매각할 때 투자손실의 위험이 있다고 보았다. 따라서 투자성이라는 매우 막연한 개념을 활용하여 원화표시 양도성예금증서를 금융투자상품에 포함시키려는 시도가 있었던 것이다.59) 궁극적으로 이러한 시도는 좌절되었고 자본시장법 제3조 제1항 제1호는 원화표시 양도성예금증서를 명시적으로 금융투자상품에서 제외하였다. 왜냐하면 양도성예금증서의 발행은 은행의 전통적인 고유업무인 수신에 정확히 포섭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향후에도 은행이 새로운 예금상품을 취급할 경우 이와 유사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은 높다. 그 때에는 법적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이 침해될 뿐만 아니라 은행의 경쟁력에도 중대한 장애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이 때문에 은행법 상으로 정의 규정을 보완하여야 하는 것이다 한편 전자상거래와

    59) 한국증권법학회 편, 「자본시장법 [주석서Ⅰ]」, 박영사, 2009, 15-17면(고창현 집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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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뱅킹이 활발해지면서 은행이 전자화폐를 직접 발행할 개연성도 높은데, 전자화폐의 발행 역시 수신에 포함시켜야 할 것이다.둘째, 현행법은 여신을 지나치게 광의로 정의하고 있어서, 어떠한 여신행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