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자전적 신변소설 연구 - korlit-so.org 써 사소설문학의 특정을 이해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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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문학논총 제62집 (2012 . 12) m - 3Ð쪽

    한 · 중 자전적 신변소설 연구 - 현진건으1와 욱달부(都達夫)으1 을

    중심으로

    김 영 흐1 *

    차 려l

    1. 들어가면서 W 작품에 투영된 자전적 신변요소

    II. 일본 사소설과 그 문학적 특징 V 내면세계의 폭로

    m. 현진건과 욱달부의 일본 사소설 W 나오면서 수용

    로 「

    본 논문은 현진건의 와 욱달부의 을 실례로 한국과

    중국의 자전적 신변소설의 양상을 살펴보고자 한다. 한국과 중국의 근현

    대소설사에 나타난 새로운 양식의 소설-자전적 신변소설은 일본 사소설

    의 영향 하에 나타났기에, 본고는 우선 일본 사소설의 특성에 비추어 현

    진건과 욱달부의 일본 사소설 수용 및 그 양상을 살펴보면서 이를 통해

    한 · 중 두 나라 자전적 신변소설의 양상과 그 의미를 짚어보고자 한다.

    이러한 연구는 한 · 중 두 나라 근현대소설사의 형성과 확립 과정을 돌

    * 중국 광동외어외무대학

  • 378 한국문학논총 제62집

    아보고, 더욱이 현진건과 욱달부의 문학사적 가치와 의의를 규명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주제어 : 1920-1930년대, 일본 사소설, 자전적 신변소설, 타락자, 수용 OJ:상

    1. 들어가면서

    1920-1930년대 한국과 중국 문단에는 이른바 작가 자신을 직접 작품

    속에 드러내면서 작자의 내면세계까지 숨김없이 폭로하는 새로운 양식

    의 소설이 동장하여 큰 주목을 끌었는데 이런 소설을 ‘자전적 신변소

    설’1)이라고 하였다.

    한국과 중국 근현대소설사에서 기존의 소설 양식과는 다른 새로운 양

    식의 소설을 개척했다는 것은 일단 소설의 내용과 형식 등에 대한 작자

    나름의 새로운 방법의 시도로서 소설학적 차원에서도 큰 실제적인 의의

    를 가질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새로운 양식의 소설은 일본의 사소설

    (私!J념兌)을 떠나서는 논의할 수 없다. 왜냐하면 이러한 새로운 양식의

    소설은 일본 사소설의 영향 하에 나타났고 또한 일본 사소설과 비교해

    볼 때 문학적으로 공유하는 바가 크기 때문이다.

    중국에서는 일본 사소설의 수용과 그 OJ:상에 관한 이론이 아주 체계

    화되어 현대문학사와 소설사의 한 페이지에 수록되어 있다. 하지만 한국

    에서는 현진건을 비롯한 1920년대 작가들의 창작에 있어서 일본 근대문

    학의 영향이 다른 어느 나라의 문학적 영향보다도 우세였음에도 불구하

    1) 자전적 신변소설 한국의 일부 학자들은 ‘신변체험적인 요소를 지닌 자전적 소설’

    이라고도 하였다 중국에서는 ‘자서전적 서정소설’ 혹은 ‘낭만적 서정소설’이라고

    도 하였는데, 본고에서는 논의의 편의상 그 명칭을 ‘자전적 신변소설’이라고 하여

    시용하기로 한다

  • 한 · 중 자전적 신변소설 연구 379

    고 오늘날 문헌상에는 이와 관련된 자료가 별로 남아있지 않다 특히 사

    소설에 관한 수용이나 그 연구가 매우 미약하여 기존의 연구 성과의 연

    구 시점이나 그 연구방법 같은 것은 거의 논할 수 없을 정도이다

    이런 의미에서 본고는 일본 사소설의 문학적 특성에 대한 기초적인

    이해와 함께 현진건의 와 욱달부의 을 실례로 한국과

    중국의 자전적 신변소설의 양상과 그 의미를 살펴보고자 한다.

    11. 일본 사소설과 그 문학적 특징

    사소설은 일본 근대소설의 가장 독특한 형태로서, 일본에서 제일 처음

    나타난 소설로 간주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사소설은 단순히 작가 자신의

    생활에서 일어난 사건을 이야기하는 것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그 사건

    을 고백의 형태로 가차 없이 폭로하는 것이라고 인정되어 왔다. 구메 마

    사오(久米正雄)는 “사소설은 작가 자신을 주인공으로 하여 그 체험을 고

    백적으로 표현한 소설로서 자기의 생활기록에 의탁하여 인생관과 생활

    태도를 표현하는 시야가 좁은 일본의 독자적인 소설 양식"2)이라고 지적

    하였다

    사소설은 일본 문인들이 서구로부터 자연주의를 수용하는 과정에서

    탄생하여 그후 대정시대(大正時代 1912- 1926)를 거치면서 발전을 이루

    었다고 할 수 있다 때문에 사소설은 일본 자연주의소설의 전개과정과

    그 흐름에 대한 고찰과 함께 진행되어야 한다.

    자연주의는 유럽에서 실증주의 사상을 배경으로 문예창작의 기본원칙

    을 자연이라 보면서 창작활동의 근거를 자연에 두어야한다는 문예이념

    이다. 자연주의는 졸라(Emile 201a)에 의해 체계화되고 확립되었다 그는

    2) 박재범곽말약, 욱달부의 신변소설과 일본의 사소설」 , 『중국어문논총~ (8집 ), 중 국어문연구회 , 1995, 327쪽에서 재인용

  • 380 한국문학논총 제62집

    자연과학실험 이론으로 인간과 사회의 모든 것을 사실 그대로 드러내고

    보여주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졸라의 이러한 주장에 근거히여 자연과

    학적 실험론을 문학에 적용하려고 한 것이 바로 자연주의이다. 그런데

    이러한 서구의 자연주의가 일본에서는 특수한 사회적 요인으로 인해 개

    인의 신변과 내면세계만을 깊이 피고드는 풍조만을 갖게 되었다. 즉 자

    연주의 사조가, 근대시민사회를 완성하지 못한 당시 일본사회에서 작가

    들은 유럽에서 비록 ‘나’라는 관념은 수입했지만, 그 관념의 기초를 이루

    는 사회적, 지(슷미적, 과학적 제도들을 흡수하지 못하고 실증주의철학을

    받아들이지 못하였다. 그리하여 일본의 자연주의소설은 사회적 인간을

    분석, 재구성하지 못하고 다만 개인의 삶과 행동, 심리 등의 노출과 해부

    에 대한 적나라한 사적(私的)인 기록에만 머물게 되었고, 또 이러한 자

    연주의소설의 흐름 속에서 그 대상을 작가 자신의 생활과 심리 둥 내면

    세계에 국한시켜 이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고 표현히는 사소설이 등장하

    게 된 것이다. 이렇게 일본의 문인들은 자연주의를 발생시킨 유럽과는

    상당히 다른 방향으로 자연주의 문학운동을 선도해 갔다. 특히 시마자끼

    도오손(島11댐願'1)의 (190S)와 다야마 가다이의 , 이

    두 작품은 일본 자연주의 방호ε을 결정지으며 한편으로는 사소설의 탄생

    을 가져왔다.

    그 후 자연주의는 수년간에 걸쳐 일본문단을 지배하면서 많은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비근한 현실을 노골적으로 묘사하고, 비소한 인간들의

    추한 심사를 폭로하는 데 지나치게 편중하다 보니 이에 거부감을 갖게

    된 문인틀이 나타났다. 그들은 소위 반자연주의 문학운동을 전개하면서

    자연주의를 극복하고자 하였다. 그리하여 이 시기의 문인들은 대체로 이

    성적인 작품을 창작하고자 하였을 뿐만 아니라 작품의 대상으로 평범한

    인간생활을 선택하였다 따라서 사소설도 대정시대 중반 1920년을 전후

    한 이러한 문학적 분위기 속에서 새롭게 발전하게 되었다. 특히 히로쓰

    가즈오(廣律和郞), 우노고오지(宇野浩二)와 가사이젠조오(훌西善藏) 등

  • 한 · 중 자전적 신변소설 연구 381

    이 이 시기 사소설의 발전을 주도하였는데 이들에 의해 사소설은 한층

    더 발전되면서 성숙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소화시기에 들어서면서부터 작가들은 허구가 가미(加味)된 사소설을

    썼는데, 독자들은 소설이 작기의 실생활 그 지체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더욱 감동하며 읽었다. 1910년경까지 이와노호우메이(岩野泡嗚), 다야마

    가다이 등은 거의 정확한 생활의 보고서로 사소설을 창작했지만, 1918년

    에 가사이 젠조오가 를 쓰고 그 다음해에 그의 친구인 우

    노고오지가 를 쓰면서부터 사소설은 사실을 조금씩 고쳐 쓰

    게 되었다. 그러나 본질적으로는 체험에 따른 것이었다.

    이렇게 일본 사소설은 자연주의 작가뿐만 아니라 비자연주의 작가들

    에게도 심각한 영호탤 주면서 복합적으로 작용하였는데, 일본의 프로작

    가들까지도 사소설의 영호노을 받았다.

    일본의 자연주의와 사소설의 유착관계는 다른 나라에는 유례가 없는

    일이다. 자아의 내면을 폭로하는 고백문학으로 변용된 일본의 자연주의

    는 작가의 내면으로 문제의 핵심을 끌어들였다 자연주의의 시선은 거울

    과 같아야 하는데 일본의 경우는 그 거울이 작가의 내면투사용으로 전

    용되어 작가 자신의 내장을 찍는 내시경이 되어버린 것이다.

    일본의 자연주의는 (1)사상적 측면에서 주아주의(主我主義), 주정주의

    (主情主義), 자연애 동 로망적인 경향이 강력하게 나타난다. (2)방법적인

    측띤에서는 사실주의, 선택권의 배제, 반수사학 등 사실적 경향이 나타

    난다 (3)제재 상에서는 사실적 특성이 노출되는바 보통 인간의 일상사

    에 관한 관심, 인간의 본능에 대한 긍정, 특히 성에 대한 관심 등에서 사

    실적인 경향이 나타난다 (4)장르 면에서는 허구 부정의 현상이 일어나

    면서 사소설이 소설문학의 본령으로 간주되었다,3 )

    중국에서는 사소설의 특정을 다음과 같은 세 가지로 요약, 설명함으로

    써 사소설문학의 특정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3) 강인숙자연주의 연구J , 숙명여자대학교 박사학위논문, 1985.8, 341-342쪽

  • 382 한국문학논총 재62집

    첫째, 사소설은 ‘나’를 예술적 기초로 간주하고, 작자 자신의 생활의

    재현을 강조하며 작자의 생활과 작품의 완전한 일치를 추구한다.

    둘째, 사소설은 이상을 배척하고 외부사건에 대한 묘사를 중시하지 않

    으며, 다만 작자의 심경에 대한 노골적인 묘사만 중시한다,

    셋째, 노골적인 심경묘사는 자연주의 영향을 받은 것인데 , 이는 작자

    의 사생활과 사생활 중의 육욕적 고뇌, 그리고 관능적 자극 및 변태적

    성심리를 폭로하는 것으로 나타나며, 허위적인 도덕성에 대해서도 ‘추악

    폭로론’적 색채를 띤다.4)

    보다시피 일본 사소설의 특징은 바로 작가가 작품 속에 거짓을 섞

    지 않고 사실 그대로의 생활체험을 담으려 했다는 점, 적어도 독자로 하

    여금 그것이 전적으로 작가의 실생활이라고 믿게 하였디는 점을 들 수

    있겠다. 그러나 사소설은 신변적인 것으로 제재를 국한시킨 결과, 작품

    세계가 협소하고, 사회성 및 시대의식이 결여되었으며 풍속성 내지 작가

    정신이 희박한 등 결함을 지닌 장르가 되기도 하였다. 이런 결함들은 작

    가라는 한 인물의 내면묘사에 전념한 사소설의 자전적 성격에서 생겨난

    불가피한 결과이다. 작가의 자아편집의 성향은 객관주의의 성숙을 저해

    하였고, 허구 부정의 경향은 소설을 수필적인 경지로 몰고 갔으며, 성과

    본능에 대한 과장된 폭로는 인성을 직시하는 작업을 방해하였다.

    m. 현진건과 욱달부의 일본 사소설 수용

    현진건과 욱달부는 모두 비슷한 시기에 일본에 가서 유학하면서, 당시

    일본에 성행했던 사소설을 접촉, 수용하게 되었고, 따라서 사소설의 영

    향 하에 창작활동을 시작하게 된다

    현진건은 1912년 13세의 어린 나이에 고호t을 떠나 일본으로 건너가

    4) 趙週秋, 曾慶瑞 r中國現↑vJ년兌史.Jl , 中國A民大學出版社 1987, 462-463쪽‘

  • 한 · 중 자전적 신변소설 연구 383

    동경의 성성중학교에 입학하였다가 1917년에 졸업하고 다시 동경 독일

    어(獨進듬콤) 전수학원에서 수학하였다. 현진건의 초기 칭-~활동은 그의

    유학 시기인 1912-1919년 당시 일본 문단을 휩쓸고 있던 사소설의 영향

    을 많이 받게 된다. 그는 일본에서 이와노 호우메이(岩野泡嗚)의 영향을

    많이 받게 되는데, 이와노 호우메이는 일본 자연주의 작가들 중에서도

    성욕묘사에 가장 과격하였던 작가로서 일찍 반수주의 (半웰t主義)적 육욕

    의 갈등을 다루어 지탄을 받기도 했다. 특히 현진건의 과 와 같은 일련의 작품들에 나타난 치밀하고도 과격한 성욕묘사

    의 장면들은 이와노 호우메이의 영횡노을 말해주고 있다. 그리고 현진건은

    다야마 가다이(田山花흉, 1872- 193이의 영향도 많이 받게 되는데, 이를

    테면 다야마의 를 모방하여

    을, 을 모방하여 을, 를 모방하여

    와 를 을 모방하여 를

    창작하게 된다,5) 이렇게 현진건은 일본 사소설 작가들과 그들 작품의

    영뽑 받아 손쉽고도 충실한 소재인 자기 주변의 신변사를 작품화하면

    서 작가적 기초를 닦게 되는데 그의 와 , 등 자전적 신변작품들은 작가 자신의 실제 생활체험들을 반영하

    여 더욱주목된다.

    욱달부는 1913년에 일본 유학을 갔는데 이듬해에 제1고등학교에 수석

    으로 합격하여 중학교 과정을 마친 후 제8고등학교에 합격하면서 거처

    를 나고야로 옮긴다. 이 나고야 시절은 그의 초기 작품의 주요한 무대로,

    일본 시절이 주제가 되는 다수의 작품들은 모두 나고야에서부터 겪었던

    자신의 체험이나 생각을 고스란히 옮겨 놓은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

    다 욱달부가 일본에 유학했던 시기는 사소설이 가장 절정을 이루며 발

    전하던 시기였고, 그 또한 누구보다도 사소설을 많이 읽고, 적극 수용하

    5) 도모나가노리 比앉文향펴션으로 본 田山花짧와 玄鎭健J,日語더文學鼎究J(第2 輯), 日語日文學會, 19&3, 쨌쪽.

  • 384 한국문학논총 제62집

    고자 했던 작가이다. 물론 서구 문학작품을 탐독하는 과정에서 받은 영

    향도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일본문학으로부터의 영향은 가히 절대적이

    라 할 만큼 직접적이었다 그는 일본에서 아꾸다가와 류우노스께, 다니

    자끼 륜이찌로우, 사또오 하루오, 시가 나오야, 가사이 젠조오 등 작가들

    의 작품을 대량으로 읽었다. 특히 그는 사또오 하루오의 영향을 가장 많

    이 받게 되는데, 사또오 하루오는 유명한 사소설작가였을 뿐만 아니라

    저명한 시인이었고 우수한 산문가였으며 걸출한 평론가였다. 욱달부는

    곽말약, 성방오 등에게 쓴 편지에서 “일본 현대 작가들 가운데서 내가

    제일 숭배히는 작기는 바로 사또오 하루오이다 그를 따라 배우려 하였

    지만 끝내 따르지 못하였다”고 하면서 사또오 하루오에 대한 찬사를 아

    끼지 않았다 심지어 일부 작가들은 그를 ‘중국의 사또오 하루오’6)라고

    까지 하였다 이렇게 욱달부는 사또오 히루오를 비롯한 일본 사소설작가

    들과 그들 작품의 영향으로, , , , , , 등 일본 유학생의 생활을 반영한 소설들을 창작하게 되는데, 이러

    한 소설들은 모두 자서전적 색채가 극히 농후하다 뿐만 아니라 귀국한

    후에 창작한 , , ,

    , 등 소설들은 작가가 사회생활

    가운데서 느끼는 실업의 위기와 경제적인 압박 및 자신의 이상과 사업

    의 파멸 둥을 그려냄으로써 역시 자서전적 색채가 매우 농후하다.

    이상과 같이 현진건과 욱달부는 일본 유학시절부터 사소설의 영호E을

    많이 받았음을 알 수 있다. 여기서는 현진건의 7)와 욱달부의

    8)을 실례로 한국과 중국의 자전적 신변소설에 일본 사소설의 문

    6) 劉久明, 냉隨夫딛住練春夫J,武P쫓學구11 , ~염홍Uiilím:웹3옮쓸탤~(íi\짧科版)(3期) , 2001. 10, 22쪽

    7) 현진건,, r현진건 단편전집~ , 가람기획, 2αX3.l0, 이하

  • 한 · 중 자전적 신변소설 연구 385

    학적 특징이 어떻게 나타나는지 그리고 그 실질적 의미는 무엇인지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살펴보도록 하겠다.

    N. 작춤n 투영된 자전적 신변요소

    위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현진건과 욱달부는 일본 유학 당시 일본

    에서 성행했던 사소설의 영향을 받고 와 을 창작했던

    만큼, 두 작품은 일본 사소설의 가장 독특한 특정인 작가의 자전적 경향

    이 극히 짙다 즉 일본 사소설이 작가 자신의 생활을 재현할 것을 강조

    하면서 작가의 생활과 작품의 완전한 일치를 추구하는 것만큼, 와 도 모두 작가 자신이 실제로 겪었던 생활체험들을 그대로

    담아내고 있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현진건의 〈타락자>는 집안 사정으로 일본유학에서 돌아온 주인

    공이 ‘춘심’이라는 기생을 만나 사랑에 빠져들어 가정에 불화를 초래하

    게 되고 결국에는 성병까지 얻어 아내와 태아에게까지 피해를 입히게

    된다는 내용으로 제목이 암시하듯이 유망했던 한 청년이 타락의 길을

    걷게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데 여기서 주목되는 것은 작가가 자기의

    실제 체험을 소설화했디는 점이다. 이는 소설 중의 다음 구절을 통해서

    도 확인할 수 있다.

    (,) 나의 유일한 벗은 서책뿐이었다 나에게 위안을 주고 오락을 주

    는 것은 지식뿐이었다 공부만 하면 위대한 인물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심술꽃은 운명은 그것을 홍탱이 치고 말았다 불의에 오촌 당숙이 별세

    하시여 니는 그의 入後가 아니 될 수 없었다. 80이 넘은 증조모님의 흘

    손자가 되고 30세 남짓한 당숙모님의 외아들이 되고 말았다. (, 103쪽)

    락〉의 인용은 이 책을 기준힘

  • 386 한국문학논총 제62집

    (L ) “이름이 무엇?"

    “춘심이야요”

    “고향이 어디야:?"

    “ 00이야요 ”

    나는 먼저 그가 나와 한 고을 사람임을 기뻐하였다 (, 109

    110쪽)

    (, )은 현진건이 동경유학 중 당숙 보운 씨가 불의에 별세하자 학교를

    그만두고 고향으로 돌아와 당숙의 양자로 들어가 80이 넘는 증조모와

    30남짓한 당숙모를 모시게 되었던 피치 못할 사정을 그대로 담아내고

    있다. (L)는 현진건이 22세 때 대구에서 친구들과 어울려 다방골 기생

    집에 지주 드나들었던 사실과 거기에서 실제로 ‘춘심’이라는 기생의 유

    혹을 받아 한때 사랑에 빠진 적이 있었던 사실을 드러내고 있다 9) 그리

    고 현진건이 출판사에서 기자생활을 한 경력도 작품 속의 ‘나’의 신분과

    너무나 동일하다. 보다시피 소설 중의 주인공의 경력은 현진건의 많은

    생활경력과 너무나 일치한 것으로 그의 자전적 소설이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욱달부의 은 일본에 유학하는 중국 유학생이 중국인이라

    는 열동감과 사회부적응에서 오는 우울증에 빠져 고민하고 방황하다가

    결국 자살하고 만다는 내용으로, 역시 작가가 일본 유학 때 나고야에서

    실제로 겪었던 생활체험들, 특히 일본에서 당했던 불행과 그 감수, 욕망

    뭉 개인의 생활고백들을 그대로 담아내어 주목된다 이는 욱달부가 1936

    년에 발표한 『자서전』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나는 먼저 동경 제1고등학교 예비반에 1년 있은 다음 동경을 떠나 나

    고야 제8고등학교에 입학하였다. 나고야에 온 후 20세의 청춘이었기 때

    문에 나는 신체가 발육하면서 그에 따르는 성고민도 억제할 수 없을 정

    도에 이르렀다 드디어 이해 겨울방학의 어느 날, 나는 동해로부터 동경

    으로 가는 객차에 옴을 실었다 썰렁한 객차 안에서 뜨끈한 술을 몇 병

    9) 이재민 r새 자료로 본 빙허의 생애~,문학사장~, 문학사상사, 1973.4, 358쪽

  • 한 · 중 자전적 신변소설 연구 387

    마시고 사방을 둘러보니 여객 중 내가 아는 사람은 결코 없었다. 갑자기

    담이 커진 냐는 밤중에 차가 어느 한 작은 역에 정차하자 악마에게 흘

    리우기라도 한듯 들뜬 기분으로 차에서 내렸다 ...... 나는 짙은 분 냄새와

    향수 냄새가 풍기는 한 기생집에 달려가서 희고 덩치가 큰 한 여자를

    골랐다. 깊은 밤중까지 목청껏 노래하고 술을 마신 후 그 여자한테 나의

    정조를 잃고 말았다 이튿날 정오에 깨어나서 이불 속에서 팔을 벌리니

    따뜻하고 뭉클한 육신이 만져졌다 전날 밤 자신의 어지러운 추태를 어

    렴풋이 떠올리면서 나는 삼복날에 찬물을 머리 위로 끼얹는 감을 느꼈

    다. 그 무지한 여자는 그때까지 전신을 드러내놓은 채 번듯이 누워 곤히

    자고 있었다 나는 끝없는 회한으로 “너무 한심하다! 너무 어이가 없다!

    내가 어이하여 여기까지 왔는가? 나의 이상, 포부, 조국에 대한 열정은?

    지금 나에겐 무엇이 낚았는가?"라고 자신을 통책하였다 1 0 )

    이 한 단락의 『자서전』을 읽고 다시 의 마지막 부분을 읽으면

    거의 일치한다는 것을 바로 알 수 있다. 이를테면 작품 속의 주인공 역

    시 유학생으로서 일본 기생집에 가서 술을 마시고 기생집 여자와 밤을

    같이 한 후 결국 자신에게 절망하고 자살을 결심한다는 내용으로, 이 부

    분은 세부적인 묘사에 이르기까지 욱달부의 자서전과 너무 비슷하다. 그

    밖에도 작품에는 주인공이 형과 의를 끊고 외로움과 우울증을 겪는 부

    분이 있는데 이 역시 욱달부가 제1고등학교 예비반에서 유학할 때 처음

    에는 문과를 공부하다가 나중에는 형의 뜻에 따라 의과로 바꾸게 되었

    던 경력과 그 당시의 상황을 작품 속에 형상화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보다시피 와 은 모두 작자 자신을 주인공으로 하면

    서 작가가 실제로 겪었던 생활경력과 체험을 소설화한 것으로써, 그야말

    로 현진건과 욱달부의 생활기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두 작품

    은 작가의 실제 생활경력을 바탕으로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고 갈등, 방

    황하다가 결국 술과 여자로 인해 타락하는 나약한 젊은 지식인의 형상

    10) 劉久明耶達夫딩빼떻春夫J ,해;쫓f웹:1].1 , 참찍뽕Ulilîffi창해完歸!K(社會F版)(3뼈, 2001 10 강쪽

  • 388 한국문학논총 제62집

    을 부각하여 더욱 주목된다. 하지만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현진

    건과 욱달부가 아무리 자신을 주인공으로 하면서 자신의 실제 생활경력

    에 따라 그 체험을 담아냈다고 하더라도 작품 속의 주인공이 바로 작자

    자신이 될 수 없디는 점이다 다시 말하면 작푼에서의 주인공의 성격과

    삶이 아무리 작자의 모습과 실생활과 비슷하다 하더라도 작가가 곧 소

    설 속에 나오는 등장인물이라는 등식이 성립될 수 없디는 말이 되겠다.

    그것은 문학은 작가가 허구를 본질로 하여 현실을 재구성하고 재창조하

    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에서는 주인공과 기생 춘심이와의 사랑을 다음과

    같이 드러내고 있다.

    나는 임질에 걸리고 말았다 공교롭게 그 몹쓸 병을 옮았을 때 그때

    로 나타나지 않고 며칠 후에야 증세가 드러났다 거의 행보를 못 하리

    만큼 남몰래 아왔다 춘심으로 하여 이런 고통올 겪건민 조금도 그가 패

    찜하지 않았다 나의 머리는 아주 이지적이었다. 그야 무슨 죄이랴 짐승

    같은 남자 하나가 그의 정조를 유린하고 그의 육체를 다독(茶獨)하였다

    저도 모를 사이에 그 독균은 또 다른 남자에게로 옮야갔다 저주할 것은

    이 사회이고 한탄할 것은 내 자신이라 하겠다 (, 170-171쪽)

    위에서처럼 작품 속의 주인공은 지독한 홍역을 치루면서도 춘심에 대

    한 연정은 좀처럼 식을 줄 몰랐다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현진건이 아무

    리 대구의 기생집에서 춘심이란 기녀를 사귀고 애듯한 연정을 나누었다

    고 하더라도 작품에서처럼 느닷없이 춘심의 집을 찾아가고 성병까지 걸

    릴 정도로 탈선은 하지 않았다고 한다11) 다만 작가가 큰 탈선은 없었던

    자기신변사를 소설에 확대시켜 형상화함으로써 독자들에게 실감을 안겨

    주었을뿐이다

    욱달부도 일본에서 유학생활을 히는 동안 자살 시도를 한 적이 없었

    11) 이재민새 자료로 본 벙허의 생애」, r문학사상J , 문학사장사, 1973.4, 358쪽

  • 한 · 중 자전적 신변소설 연구 389

    으며 또 작품에서의 주인공처럼 직접 자위행위를 하고 죄책감을 느꼈는

    지, 하숙집 주인의 딸이 목욕하는 것을 직접 보았는지, 그리고 새로 옮겨

    간 산장 근처의 갈대밭을 거닐다가 젊은 남녀의 정사장면을 직접 보았

    는지도 알 수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일본에서 약소국의 국민으로서,

    그리고 이민족으로서의 멸시를 감내해야 했고 또 그렇기 때문에 현실

    사회에 적응하기도 쉽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은 바로 욱달부가

    자신의 이러한 경험을 통하여 느꼈던 자신의 심경을 허구 속에 담아 소

    설화한 것이다.

    이렇게 와 은 모두 작자가 실제로 겪었던 생활경험

    과 체험을 소설화하면서, 당시 한, 중 두 나라 젊은 지식인들의 고민과

    방황, 그리고 좌절을 독자들에게 감동을 주면서 실감 있게 표현하였다

    이 점이 바로 욱달부와 현진건이 비록 일본 사소설의 영향 하에 자전적

    신변소설을 창작하였지만, 일본 사소설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점이라 하

    겠다 즉 일본 사소설이 자기 신변에서 제재, 인물 등을 취하여 자기 내

    면세계를 적나라하게 표현하는 사회성, 시대성이 결여된데 반하여 이 두

    작품에는 당시 한국과 중국의 사회상과 시대상이 너무나 생동하게 형상

    적으로 담겨져 있는바, 우리는 이 두 작품을 통하여 당시 한국과 중국의

    사회성격 및 지식인들의 생활과 추구 등을 엿볼 수 있다.

    특히 당시 한국과 중국의 상이한 사회 분위기와 지위로 인하여 두 작

    품이 반영하는 시대상과 사회성도 완전히 다르다. 이를테면 당시 한국은

    일본 식민지로서 국권회복 즉 민족과 나라를 구하는 것이 그 무엇보다

    도 급선무였다. 이런 사회적 환경의 중압 속에서 많은 문인들은 현실에

    서 느끼는 민족적 고뇌나 식민지 민중의 궁핍한 삶의 단변을 그려냈을

    뿐만 아니라 식민지현실에 대한 불만과 반항, 소극적인 의식을 많이 보

    여 주었다 현진건의 에서도 현실의 압력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가지 못하는 지식인의 황폐한 삶이 보다 극명하게으로 나타나

    고 있다. 주인공의 자포자기와 타락은 미숙한 감상적 성격과 예민한 감

  • 390 한국문학논총 제62집

    각적 성격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결국 사회적 이탈감에 대한 퇴응적 대

    응 양식이라 할 수 있겠다 J 2) 이와 같은 지식인의 방황과 타락은 1920년

    대 3.1운동이 실패로 끝난 직후의 암울한 상황과 일본 식민지 하에서의

    지식인으로서의 작가 자신의 고뇌의 모습을 작품화한 것이며, 또한 작가

    는 암암리에 식민지사회가 안고 있는 한계와 당시 여러 가지 제약, 식민

    지 사회의 지적, 정신적 풍토의 굴절상을 나타낸 것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1920년대 중국은 반식민지 반봉건사회로서 1919년의 5.4운동

    의 구호 역시 반제반봉건투쟁이었다. 따라서 당시 문단에서도 시장해방

    과 개성해방을 제창하면서 동시에 전통적인 인습과 윤리도덕을 버리고

    외래의 선진적인 문화를 추구할 것을 적극 선동하였다. 에서도

    작가는 당시 중국이 부강하지 못한 탓으로 조성된 이민족의 압박과 기

    시, ‘약소국의 백성’들이 겪는 고통과 불행을 진실하게 반영하였으며 강

    렬한 개성해방의 요구, 봉건주의에 대한 증오 더 나아가서는 애국주의

    감정까지 표현하고 있다.

    이렇게 현진건과 욱달부는 당시 한국과 중국 두 나라의 사회상과 시

    대상에 그 기저를 두면서 일본 사소설의 표현수법을 창의적으로 응용하

    여 일본의 사소설보다 한걸음 더 나아간 자전적 신변소설을 창작하였다.

    현진건과 욱달부가 사용한 자서전적인 서술방식은 진실된 자기의 폭로

    를 통하여 한 시대 청년들의 고민을 토로한 것인데, 이는 당시 젊은 지

    식인들의 인생과 추구,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사회 전반의 축소도라고도

    할수있다

    V. 내면세계의 폭로

    위에서도 지적하다시피 일본 사소설은 단순히 작가 자신의 생활에서

    12) 박미희현진건의 소설연구J , 전남대학교 석사학위논문, 1989, 20쪽

  • 한 · 중 자전적 신변소설 연구 391

    일어난 사건을 이야기하는 것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그 사건을 고백의

    형태로 숨김없이 폭로하는 것을 주요 특정으로 한다 따라서 사소설은

    외부사건에 대한 묘사보다도 주로 작자의 심경 이를테면 작자의 사생활

    과 사생활 중의 육욕적 고뇌 그리고 관능적인 지극과 변태적인 성 심리

    등을 묘사한다. 와 도 주인공의 내면세계를 고백의 형

    식으로 대담하게 폭로하여 주목된다.

    는 우선 가정이 있는 주인공이 기생 춘심이를 사랑하여 느

    끼는 감정과 성적 충동을 디음과 같이 노골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자석에 끌리는 쇠끝 모양으로 우리 둘의 사이는 점점 다기들어 갔었

    다 나의 손은 그 부드러운 살에 대기 전에 먼저 그 보들보들한 옷자락

    에 더할 수 없는 쾌미를 맛보았다 .. .... 그 아름다운 입술이란| 모든 것을

    잊고 열렬한 키스를 하고 싶었다 ... ... . ( , 116-117쪽)

    그의 가날픈 허리는, 벌써 나의 가슴에 착 안겨 있었다 그 날씬날씬

    한 허리란| 자릿자릿 눌리는 가슴이란! 나는 잠깐 황홀하였다 .... .. 그 부

    드러운 입술이 나의 귀를 스칠듯 말듯하여 달롬한 키스를 주었다. 나의

    입술은 무슨 벌레가 기어 다니는 것 같이 끈질근질하였다. (,

    121-124쪽)

    또한 명월관에서의 상봉을 계기로 주인공은 다시 춘심이를 찾아가 뜨

    거운 사랑을 나누는데, 그때의 감정과 충동을 이렇게 그리고 있다.

    나는 마치 그 사랑을 파악하려는 것처럼 그를 휩싸 안았다 나는 그

    의 가슴의 온미와 고동을 느꼈다 마치 그의 사랑이 냐에게 이렇게 속살

    거리는 듯하였다 “나는 다 식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봄날과 같이 따뜻

    합니다 나의 숨은 이주 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맥이 됩니다 오오! 나

    를 럽혀주셔요| 복돋워주셔요1 " (, 151쪽)

    피를 뿜는 듯한 언언구구(言言句句)가 단 쇠끝 모양으로 나의 가슴에

  • 392 한국문학논총 제62집

    들어박혔다 띠근띠근한 고통을 느끼변서 신랄한 쾌감을 맛보았다 나도

    그를 지근지근 물어주고 싶었다 물지는 못할지언정 나의 입술은 그의

    입술을 열렬하게 빨고 있었다‘ 그 위에 핀 키스의 꽃을 뿌리째 버리려는

    것처럼 .. … ( , 166-167쪽)

    그리고 아내가 춘심의 사진을 찢었을 때와 춘심이가 김승지의 첩으로

    들어갔다는 소식을 듣고 분노와 질투심 때문에 실성하여 미쳐 날뛰는

    주인공의 모습과 괴로운 심경을 디음과 같이 드러내고 있다.

    허파가 벌킥 뒤집히는 듯하였다 숨이 킥 막힘을 느끼자 문득 때 아

    닌 눈물이 핑그르 눈초리에 넘쳤다 ...... “둘도 없는 나의 애인이다 이

    세상에서 참으로 나를 사랑히는 이는 오직 그 하니뿐이다, 참 착한 여자

    이다 어진 여자이다 말이 기생이지 참말 지상 선녀이다 나는 그에게로

    가련다”

    나의 피는 혈관에서 불을 피우며 미쳐 날뛰었다 어떻게 생긴 놈인지

    상판이라도 보고 싶었다 그리고 춘심의 앞에서 보기 좋게 모욕해 주고

    싶은 잔혹한 생각이 불같이 일어났다.

    “살림 들어갔어요 ”라는 말은 비수같이 나의 심장을 찔렀다 이때야말

    로 어안이 벙벙하여 한동안 회석과도 같이 우두커니 서 있었다. 하늘도

    무너지고 땅도 꺼지는 듯하였다 눈앞이 캄캄하였다 집 잃은 어린애와

    같이 속으로 울며불며 거리로 방황하였다 (, 172- 173쪽)

    질투심과 분노로 절망하고 방황히는 주인공의 내면세계가 잘 드러나

    는부분이다.

    은 우선 주위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우울해하면서 소외감과

    자괴감을 느끼는 주인공의 괴로운 심경을 다음과 같이 묘사하고 있다.

    그는 수업할 때 전체 학생들 기운데 앉아 있기는 하지만 언제나 고독

    을 느끼군 하였다. 군중 속에서 느끼게 되는 이러한 고독은 조용한 곳에

    서 혼자 느끼는 고독보다 더 견디기 어려운 것이었다 그의 조숙한 성품

    과 정서는 그를 세상 사람들과 어울릴 수 없는 지경으로 끌고 갔다. 세

  • 한 · 중 자전적 신변소설 연구 393

    상 사람들과의 장벽은 갈수록 높아만 갔다 일본 학생들이 웃고 떠들 때

    면 늘 그들이 자기를 비웃는다고 생각하면서 얼굴을 붉히군 하였다 그

    들이 한담을 나누다가 우연히 그를 바라보기라도 하면 그는 갑자기 얼

    굴을 붉히면서 그들이 자신의 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였다 학교에 가

    면 일본 학생들이 모두 자기를 배척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 10쪽)

    이처럼 소설은 주위 사람들에게 소외당한다고 생각하면서 극도로 예

    민하게 반응하는, 즉 정신병리학상의 우울증과 피해망상증이 결합된 주

    인공의 변태적인 심경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다음,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는 주인공은 소극적인 탈출로서 술과 여

    자, 성에 탐닉하면서 인간의 본능적인 욕구를 추구하게 되는데, 이를 다

    음과 같은 주인공의 고백을 통하여 보여주고 있다.

    내가 필요로 히는 것은 바로 사랑이다 만약 한 아름다운 여인이 나

    의 고통을 이해해 주기만 하면 나는 그녀가 죽으라고 해도 기꺼이 따를

    것이다. 아름답거나 추하거나 상관없다. 한 부인이 진심으로 나를 사랑

    해 주기만 한다면 나는 그녀를 위해 죽고 싶다. 내가 필요로 하는 것은

    바로 이성 간의 사랑이다 히늘이시여! 하늘이시여 1 나는 지식도 명

    예도 금전도 필요치 않습니다, 만약 당신이 에멘동산의 ‘이브’ 하나를 내

    려 주시어 그녀의 영혼을 완전히 저에게 귀속시켜 주신다변 저는 그것

    으로 만족합니다 (, 11→12쪽)

    결국 주인공은 성고민을 해결하기 위하여 기생집에 가지만, 술에서 캔

    후에는 다음과 같이 침-회한다.

    내가 어쩌다가 이런 곳까지 오게 되었는가? 난 이미 최하등 인간이

    되었구나 한없이 후회스럽구나, 한없이 후회스럽구나. 여기서 죽어버리

    자. 내가 바라던 애정은 오지 않는가 부다 애정없는 생애는 재더미와

    같지 않겠는가? 아 이 메마른 생애, 세상 사람들이 모두 날 미워하고

  • 394 한국문학논총 제62집

    속이며 모욕히는데 내 친형제인 수족마저도 날 배척하여 이 지경에 이

    르도록 했구나. 징차 어떻게 살아가며 이 고통스러운 세계에서 살아갈

    필요가 있겠는가I ( , 24쪽)

    뿐만 아니라 주인공은 현실을 떠나 자연으로 도피하고 싶은 욕망도

    갖는데, 그 욕망을 디음과 같은 심경고백으로 나티내고 있다.

    여기가 바로 너의 피난처이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너를 시기하고 경

    멸하며 우롱하지만 이 대자연, 항상 새로운 칭공의 밝은 태양, 이 늦여

    름의 미풍, 이 초가을의 맑은 기운만은 너의 친구요, 너의 인자한 어머

    니요, 너의 애인이다 그러니 너는 더 이상 세상으로 가서 저 경박한 남

    녀들과 함께 거처할 필요가 없다 너는 곧 이 대자연의 품안에서 순박한

    시골에서 일생을 마쳐보라. (, 8쪽)

    그러나 인간의 본능적 욕구와 자연에로의 도피는 주인공의 고민과 괴

    로움을 해결해 줄 수 없었다. 민족적 열둥감과 현실부적응을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조국의 부강한 모습이었다. 결국 주인공은 현실에서의

    유일한 도피처를 죽음에서 찾고 조국을 부르면서 바다에 뛰어 들고 만

    조국이여 1 조국이여! 나의 죽음은 바로 네가 나를 해친 것1

    그대여 1 어서 부강해지시라!

    그대의 수많은 아들딸들은 아직도 곳곳에서 고난에 허덕이고 있음을

    잊지 마시라! (, 24쪽)

    이렇게 와 은 모두 심경고백과 노골적인 묘사로 사

    생활 중에서의 주인공의 육욕적 고뇌와 갈등 그리고 울분을 토로함으로

    써 현실에서 좌절하다가 점차 타락하여 가는 주인공의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다 두 소설작품은 그야말로 슬픔과 원망, 그리고 고민의 정

  • 한 · 중 자전적 신변소설 연구 395

    서가 넘치는 ‘애수곡’이며 간고한 심령의 여정(旅f윌과 다르지 않다

    하지만 여기서 주목할 것은 우선 두 주인공이 좌절하고 타락하게 되

    는 원인이 다르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의 주인공은 식민지사회

    에서 가정이나 경제적 원인으로 정신적 지주로서의 꿈이나 기대가 무너

    진 데서 타락이 기인된 것이라면 은 당시 중국이 부강하지 못한

    탓에 생겨난 이민족의 압박과 멸시 그리고 ‘약소국의 백성’들이 겪는 고

    통과 불행에서 타락이 기인된 것이다 따라서 은 보다

    사회성, 시대성을 더욱 뚜렷하게 나타낸다.

    또한 은 보다 자아폭로식의 내면 심리묘사가 더욱

    많고 감상적인 서정색채가 농후하여 낭만주의적 경향이 극히 농후하다.

    이는 욱달부만의 독특한 창작풍격에서 비롯된 것이다. 좀 더 자세히 살

    펴보면, 욱달부는 일본 유학 당시 서구문학을 접하면서 낭만주의 문학을

    접하게 되었는데, 이는 그의 감상적인 기질과 결합되어 독특한 창작풍격

    을 형성하게 된다 당시 욱달부가 창작했던 상당한 양의 ‘자서전적 서정

    방식’의 소설작품들은 모두 서구문학(일본 사소설 포함)의 영향과 작가

    자신의 감상주의적 정서가 접목되어 나타난 것이다. 게다가 낭만주의가

    작가의 주관적인 감정을 중요시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그의 자서전적

    인 서술 경향과 낭만주의적인 표현 경향은 작가의 자아폭로식의 내면

    심리묘사와 감상적 정서 아래 맥을 같이 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은 욱달부만의 독특한 심경묘사로 주인공의 사생휠 중의 육욕적

    고뇌와 관능적 자극, 그리고 변태적인 성 심리까지 폭로하게 되었으며,

    동시에 그의 소설에서 많이 표현되는 격분, 저주, 통한, 그리고 원망과

    자탄 동의 정서는 일종의 감상적인 경ë5J:을 나타내게 된다. 이러한 내면

    심리묘사와 감상적 서정색채로 인하여 은 보다 짙은

    낭만적 색채를 띠게 된 것이다.

  • 396 한국문학논총 제62집

    VI. 나오면서

    본 논문은 일본 사소설과 그 문학적 특정에 비추어 현진건과 욱달부

    의 일본 사소설 수용 및 그 양상을 살펴봄으로써 한국과 중국의 자전적

    신변소설의 일단을 고찰한 것이다.

    현진건과 욱달부는 비슷한 시기에 일본 유학을 하면서 당시 일본에

    성행하였던 사소설의 영 iïJ:-을 받아 와 을 창작하였던

    만큼 모두 일본 사소설의 문학적 특징을 선명하게 나타낸다. 특히 두 소

    설작품은 일본 사소설의 가장 전형적인 특정인 자전적 색채가 극히 농

    후한 바, 두 작품은 거의 작가 개인생활의 발자취이자 지-기생활의 조명

    이라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일본 사소설은 작가의 내면세계를 숨김없

    이 폭로동}는 것을 또 다른 하나의 특징으로 히는데, 와 도 외부사건에 대한 묘사보다도 주로 작가의 방황과 고뇌, 그리고

    울분의 내면세계를 대담하게 폭로하여 더욱 주목된다

    그러나 현진건과 욱달부가 아무리 일본 사소설의 영호t을 받고 와 이라는 자전적 신변소설을 창작했다고는 하지만 일본 사

    소설에 결여되어 있는 사회성과 시대성이 짙다는 점이다. 다시 말하면

    일본 사소설이 자기 신변에서 제재 인물 등을 취재하여 자기 내면세계

    를 적나라하게 표현하는 사회성, 시대성이 결여된데 반하여, 이 두 작품

    에는 당시 한국과 중국의 사회상과 시대상이 그대로 담겨져 있어 당시

    한국과 중국의 사회 분위기 및 지식인들의 생활과 추구 등을 엿볼 수 있

    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현진건과 욱달부는 당시 한 · 중 두 나라의 사회상과 시대

    상에 그 기저를 두면서 일본 사소설의 표현수법을 창의적으로 응용하여,

    일본 사소설보다 한걸음 더 나아간 자전적 신변소설을 창작함으로써 한,

    중 두 나라 근현대문학사에 자전적 신변소설이란 새로운 소설 장르 형

    성과 확립에 큰 공헌을 하였다.

  • 한 · 중 자전적 신변소설 연구 3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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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모나가노리,

  • 398 한국문학논총 제62집

    study on China and South Korea

    autobiographic novels - Focused on Hyen jin-geon ' s rThe Fo l1enJ a nd Yu

    Da Fu' s rS ink Into Depravity J -

    Kim, Yeong-Hee’

    The purpose of this thesis is to investigate the state of China and

    South Korea’s autobiographic novel through Hyeon, jin-geon’s rTI1e

    FallenJ and Yu Da-fu’S r Sink Into Depra띠ty J. As the new fOml of

    China and South Korea’s modem novels, autobiographic novel was

    greatly influenc떠 by the ]apanese pri、Tate novel. TI1erefore, this paper

    first discusses the concept and literary characteristics of the ]apanese

    private novel and studies the state reference samples leamed from

    ]apanese private novel by Hyeon, jin-geon and Yu Da- Fu, and on

    this basis, ex미ores specifically the state and significance of China and

    South Korea’s autobiographical novel through rThe FallenJ and rSink

    Into Ðepra띠tyJ . As 며rt of studying both countries’ modem novels,

    this paper can provide a reference for reviewing the formation 뻐d

    establishment of the modem novels, and at the same time, help to

    clarify the value and significance of Hyeon, jin-geon’s rThe F때lenJ

    and Yu D따u’s r Si따 Into Depravity J towards the history of China

    and South Korea’s modem literature.

    * Guangdong University of Foreign Studies

  • 한 · 중 자전적 신변소설 연구 399

    Key Words : 1920-1930닐 ]apanese private novel, autobiograprucal

    novel, 깐le Fal1en, state reference samples

    l 논문접수 2012년 10월 30일 l 심사완료 : 2012년 11 월 12일

    l 게재확정 2012년 11 월 15일

    한ㆍ중 자전적 신변소설 연구국문초록Ⅰ. 들어가면서Ⅱ. 일본 사소설과 그 문학적 특징Ⅲ. 현진건과 욱달부의 일본 사소설 수용Ⅳ. 작품에 투영된 자전적 신변요소Ⅴ. 내면세계의 폭로Ⅵ. 나오면서참고문헌〈Abstrac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