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자신으로부터 출발하는 혁신_lgeri_2014.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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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ERI 리포트 2 LG Business Insight 2014 8 27 똑같은 기능의 제품들이 쏟아지는 요즘, 고객이 경쟁자가 아닌 나를 선택하게 하기 위해서는 남들이 모방하기 힘든 고유의 무엇인가를 제품에 담아낼 필요가 있다. “나는 누구인가(Who am I)?”에서 시작하 는 기업의 고민은 보다 진정한 차별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 오픈이노베이션이나 벤치마킹과 같은 외 부의 자원과 도움을 활용할 때도 “나는 누구인가(Who am I)?”에 대한 고민 즉, 내부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는지, 어떤 강점이 있는지 우리의 목표는 무엇이고 이를 위해 내·외부에서는 무엇을 달성해야 하는지를 충분히 고려해야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픽사와 드림웍스라는 강력한 다윗을 만난 디즈니는 ‘다윗은 다윗답게, 골리앗은 골리앗답게’에 따라 자신의 강점을 강화시키고 대신 경쟁자를 통해 알게 된 고객과 시대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기존의 강점이 시장의 요구와 배치되지 않는다면 오히려 시너지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음을 ‘겨울 왕국’을 통해 보여주었다. 레고는 자신을 위협하는 디지털 환경을 오히려 기회로 이용하여 기존의 강점을 강화시켰다. 산업의 존립 이 달려있는 어려움에 직면했을 때 듀폰은 무조건 트렌드에 맞추어 자신의 모든 것을 바꾸지도 않았고, 변화된 트렌드 속에서 기존 자산만을 고집하지도 않았다. 자신이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찾되 시장과의 연 결을 잊지 않았고 이를 위해 오픈이노베이션과 전략적 인수를 효과적으로 활용하였다. 짐 콜린스가 지적한 바와 같이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해도 일관된 원칙이 없는 회사는 전혀 변화를 시 도하지 않는 회사와 마찬가지로 실패하기 쉽다. 그리고 일관된 원칙의 중심에는 ‘기업 자신’이 있어야 한 다. 기업에게도 ‘자기다움’이 필요한 시대이다.■ 기업 자신으로부터 출발하는 혁신 임지아 선임연구원 [email protected] 1. 상황을 더 악화시키는 처방 2. 진정한 차별화 3. 나 자신으로부터 출발하는 혁신 4. 불확실할수록 ‘자기다움’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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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 기업 자신으로부터 출발하는 혁신_LGERI_2014.08.26

LGERI 리포트

2 LG Business Insight 2014 8 27

똑같은 기능의 제품들이 쏟아지는 요즘, 고객이 경쟁자가 아닌 나를 선택하게 하기 위해서는 남들이

모방하기 힘든 고유의 무엇인가를 제품에 담아낼 필요가 있다. “나는 누구인가(Who am I)?”에서 시작하

는 기업의 고민은 보다 진정한 차별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 오픈이노베이션이나 벤치마킹과 같은 외

부의 자원과 도움을 활용할 때도 “나는 누구인가(Who am I)?”에 대한 고민 즉, 내부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는지, 어떤 강점이 있는지 우리의 목표는 무엇이고 이를 위해 내·외부에서는 무엇을 달성해야 하는지를

충분히 고려해야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픽사와 드림웍스라는 강력한 다윗을 만난 디즈니는 ‘다윗은 다윗답게, 골리앗은 골리앗답게’에 따라

자신의 강점을 강화시키고 대신 경쟁자를 통해 알게 된 고객과 시대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기존의 강점이

시장의 요구와 배치되지 않는다면 오히려 시너지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음을 ‘겨울 왕국’을 통해 보여주었다.

레고는 자신을 위협하는 디지털 환경을 오히려 기회로 이용하여 기존의 강점을 강화시켰다. 산업의 존립

이 달려있는 어려움에 직면했을 때 듀폰은 무조건 트렌드에 맞추어 자신의 모든 것을 바꾸지도 않았고,

변화된 트렌드 속에서 기존 자산만을 고집하지도 않았다. 자신이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찾되 시장과의 연

결을 잊지 않았고 이를 위해 오픈이노베이션과 전략적 인수를 효과적으로 활용하였다.

짐 콜린스가 지적한 바와 같이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해도 일관된 원칙이 없는 회사는 전혀 변화를 시

도하지 않는 회사와 마찬가지로 실패하기 쉽다. 그리고 일관된 원칙의 중심에는 ‘기업 자신’이 있어야 한

다. 기업에게도 ‘자기다움’이 필요한 시대이다.■

기업 자신으로부터 출발하는 혁신

임지아 선임연구원 [email protected]

1. 상황을 더 악화시키는 처방

2. 진정한 차별화

3. 나 자신으로부터 출발하는 혁신

4. 불확실할수록 ‘자기다움’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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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ER

I 리포

LG Business Insight 2014 8 27 3

손실 회피 심리 때문에

사람들은 손실이

발생하면 단기간 내

손실액을 회복하기 위해

평소라면 하지 않을

리스크가 높은

의사결정을 내리기

쉽다.

“1. 상황을 더 악화시키는 처방

상징주의의 아버지이자 프랑스의 시인 보들레르는 도박으로 모든 재산을 탕진한 후

“인생에 있어서 참된 매력은 도박 뿐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도박에 빠져드는 인간의

속성을 역설적으로 표현하는 말이다. 프랑스의 수학자 파스칼은 “도박을 즐기는 모든

인간은 불확실한 것을 얻기 위해 확실한 것을 걸고 내기를 한다”고 했다. 단순한 호

기심으로 도박을 시작하였다가 손실액이 커질수록 강력한 한 방을 기대하며 더 큰 판

돈을 걸고 손실액을 한번에 만회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왜 많은 사람들이 비합리적으로 행동할까? 행동경제학의 전망이론에 따르면 인

간은 1달러를 벌었을 때 느끼는 기쁨보다 1달러를 잃었을 때 훨씬 큰 괴로움을 느낀

다고 한다. 손실의 고통이 이익의 쾌감에 비해 2~2.5배 크다는 실증 연구가 뒤따르

기도 했다. 이러한 손실 회피 심리 때문에 손실이 발생하면 사람들은 단기간 내 손

실액을 회복하기 위해 평소라면 하지 않을 리스크가 높은 의사결정을 내린다는 것

이다. 그리고 무리한 의사결정은 종종 더 큰 손실로 이어져 헤어나지 못하는 어려움

에 봉착하게 하기도 한다. 즉, 절대 손해를 보지 않겠다며 내린 선택이 족쇄가 되어

더 큰 손실을 가져오기도 한다는 것이다.

어려움에 빠진 기업들에게 다가오는 유혹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강력한 한 방에 의지하고 싶은 것은 기업들도 빠지기 쉬운 유

혹이다. 짐 콜린스는 그의 저서인 ‘위대한 기업은 다 어디로 갔을까(How The

Mighty Fall)‘를 통해 ‘어떻게 위대한 기업들이 쇠퇴하는가?’, ‘이러한 쇠퇴의 징후를

초기 단계에서 감지하여 회피할 수 있는가?’, ‘어떻게 죽음의 길로 들어선 운명을 되

돌릴 수 있는가?’ 등의 질문에 답하기 위한 연구를 하였다. 그는 “초기 단계에서는

쇠퇴 조짐을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발견하면 치료가 쉽다. 반면 말기에 이르러서는

그 조짐을 파악하는 것은 용이하지만 치료하기는 어렵다”고 말하면서 위대했던 기

업이 추락하는 과정을 질병의 진행 단계에 비유하였다. 개인과 마찬가지로 손실이

나 위험에 민감한 대부분의 기업들은 위험의 시그널이 보일 때 단기간 내 기업을 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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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ERI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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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릴 수 있는 방안을 찾아 동분서주한다. 또한 손실을 회피하기 위해 기꺼이 더 큰

비용도 불사한다. 강력한 처방을 찾기 위해 카리스마를 가진 리더를 영입하거나 게

임 룰 변화를 위한 M&A 등을 시도할 때가 많다. 그러나 짐 콜린스는 한 방을 노리

는 극약 처방보다는 오히려 위험의 시그널을 감지하려고 노력하고 어려움을 겪게

될 때에도 장기적인 관점을 놓치지 않고 헤쳐나가는 기업들에게 회복의 기회가 온

다고 말한다. 즉, 판도를 바꾸겠다고 시도하는 M&A보다는 자신의 강점을 키우는

전략적 인수를 고려하는 기업, 한번에 회사를 변혁시키거

나 급진적인 변화 프로그램에 착수하여 핵심역량을 위태롭

게 하기보다는 장기적으로 회사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행동을 지양하고 자신의 핵심을 명확히 하고 무엇을 변화

시켜야 하는지 인식하는 기업, 구세주가 될 외부 CEO를

찾는 것보다는 검증된 내부 인사를 통해 잘 훈련된 경영자

를 찾는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훨씬 더 어려움을 헤쳐나갈 수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2. 진정한 차별화

“무엇인가를 충분히 이루기 위해서 소중한 것에 늘 유념하라. -리처드 브랜슨(버진

그룹 창업주)-”

위기에 직면한 기업들이 M&A, 스타 CEO 영입, 객관적인 제3자로부터 받는 컨

설팅, 내부를 개혁하기 위한 급진적인 노력 등으로 한 순간에 어려움을 회복하려고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러나 기업의 현재 상태에 대한 충분한 분석 없이 급하게

내린 의사결정은 잘못된 결과를 가져오기 십상이다. 외부의 좋은 것을 우리에게 바

로 적용하는 것은 쉽다. 그러나 쉬운 길이 능사는 아니다. 내부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는지, 우리의 목표는 무엇이고 이를 위해 내·외부에서는 무엇을 달성해야 하는

지를 충분히 고려하고 내부의 역량과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는 외부의 자원과 도움

을 활용할 때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자신에 대한 충분한 성찰 없이 외

부로 눈을 돌려서는 다른 경쟁자를 쫓아가는 수준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기업의 현재 상태에

대한 충분한 분석 없이

급하게 내린

의사결정은 잘못된

결과를 가져오기

십상이다.

보들레르의 초상(Portrait de Baudelaire, Gustave Courbet 1847), 그의 대표 저서 ‘악의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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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리포

LG Business Insight 2014 8 27 5

“나는 누구인가(Who am I)?”에서 시작하는 차별화

고객의 선택을 받아야만 살아 남을 수 있는 기업에게 차별화는 생존과 연결된 절박

한 과제이다. 똑같은 기능의 제품들이 쏟아지는 요즘, 고객이 경쟁자가 아닌 우리를

선택하게 하기 위해서는 남들이 모방하기 힘든 우리 고유의 무엇인가를 제품에 담

아낼 필요가 있다. 고객이 인정하는 차별화 포인트는 “우리는 이런 기업이다”, “우리

는 이런 점이 경쟁사와 다르다”는 기업 자신의 외침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고객들

이 인정하고 고객에게 각인되었을 때 진정한 차별화를 만들 수 있다.

홀푸드마켓1은 질 좋은 먹거리를 제공한다는 목적으로 설립·운영되고 있는 ‘Do

right’을 실천하는 기업이다. 철저한 실천을 통해 자사는 물론 협력업체, 많은 소비

자가 ‘홀푸드마켓은 Do right을 실천하는 기업’이라고 인식한다. 동물 학대가 있거

나 유해 물질이 첨가된 식품 등 생산 과정에서 올바르지 않은 것은 판매하지 않는

다. 미국 정부 기준보다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는데, 이것만을 감시하는 직

원들도 두고 있다. 안전하게 생산된 먹거리를 통해 소비자의 건강까지 생각하는 ‘도

덕적으로’ 올바른 기업 문화를 구축하고 있다. 이와 같은 자기 자신에 대한 분명한

철학은 차별화를 넘어 고객의 사랑으로 이어진다2. 홀푸드마켓이 지금처럼 성장하

기 전이었던 1981년, 1호점이 홍수 피해를 입어 모든 제품과 장비가 망가졌을 때 홀

푸드마켓을 사랑해 온 고객들이 ‘가게를 재건해야 한다’며 찾아오기 시작했다. 판매

가 가능한 제품을 고객들이 가려내고 페인트칠을 해주기도 하였다. 나중에는 제품

공급업자와 투자자, 채권자들도 복구 작업을 도왔다. 덕분에 한 달도 채 안 돼 매장

문을 다시 열 수 있다. 자기 자신에 대한 분명한 생각과 실천은 홀푸드마켓이 글로

벌 회사로 성장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

나 자신이 중심이 되지 못한 벤치마킹과 오픈이노베이션은 독(毒)

베인앤컴퍼니에서 전 세계 글로벌 기업의 사장 1,400명을 대상으로 “가장 많이 활

1 �최근�홀푸드마켓은�유기농업계�난립에�따른�출혈�경쟁으로�위기를�맞고�있다.�존�매키�홀푸드�대표는�“많은�신생�기업들과�기존�

기업들이�우리를�따라하고�있다”며�앞으로�저렴한�가격의�유기농�식품을�확보해�가격�경쟁력을�강화하겠다고�밝혔다.

2 로버트�피터슨�美텍사스주립대�연구부총장�“고객의�사랑은�광고보다�강력”�중�홀푸드마켓�사례�인용

자신에 대한 충분한

성찰 없이 외부로 눈을

돌려서는 다른

경쟁자를 쫓아가는

수준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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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ERI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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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해 본 경영 방법은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으로 설문조사를 했다3. 1위로 나온 답

변이 바로 ‘벤치마킹’이었다. 하지만 벤치마킹의 성과는 여러 경영 방법의 평균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즉, 많이 활용하고 있으나 제대로 활용하는 회사는 많지 않

다는 것이다. 벤치마킹이 이렇게 실패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벤치마킹의 포

인트를 잘못 짚었기 때문이다. 성공적인 벤치마킹을 위해서는 단순히 프로세스나

하드웨어 도입이 아닌 그 안에 숨어 있는 의도와 본질을 분석하고 그것이 조직문화

와 시스템이 다른 우리 기업에는 어떤 식으로 실행되어야 하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벤치마킹 이전에 나 자신을 들여다보는 과정이 반드시 선

행되어야 한다. 나 자신을 들여본다는 것은 현재의 강점은 물론 숨은 강점까지 찾아

보고 이를 어떻게 외부로 발현시킬지를 고민하는, 외부와의 연결에 대한 생각까지

를 포함한다. 이렇듯 나 자신이 중심이 된다면 단순히 남을 따라 하는 것이 아니라

‘창의적인 벤치마킹’이 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성공적인 오픈이노베이션을 위해서

는 자신에서 출발해야 하고 자신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샤넬의 수석 디자이너인 칼 라거펠트는 “자기 자신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삶을

살라. 그것이야말로 궁극적인 럭셔리이다”고 말했다. 자신이 갖고 있는 강한 특성을

살리는 노력이 필요하다. 자신의 강점을 강화시키고 외부와 효과적으로 연결하여

위기를 극복한 기업들의 사례를 살펴본다.

3. 나 자신으로부터 출발하는 혁신

① 디즈니 : 경쟁자를 통해 읽은 고객의 요구를 기존의 강점 위에 얹었다

● 강력한 경쟁자의 등장

1937년에 제작된 디즈니의 <백설공주>는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기본 패러다임을 형

성시킨 최초의 영화이다. 이후 ‘인어공주’(1989), ‘미녀와 야수’(1991) 등 왕자와 공주

의 사랑 이야기를 중심으로 하여 아름다운 캐릭터, 상상 속에서 그려 본 동화 속의

3 “What�Makes�The�Best�Leader?”,�IGM�세계경영연구원

벤치마킹을 많이

활용하고 있으나

벤치마킹의 성과는

여러 경영 방법의

평균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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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ER

I 리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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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들 그리고 귀를 즐겁게 하는 음악들을 작품에 가득 담아 전세계인들로부터 꾸

준히 사랑 받아왔다.

하지만 강력한 경쟁자인 픽사4와 드림웍스가 등장했다. 픽사는 놀라운 기술력과

작품성으로, 드림웍스는 개성 강한 캐릭터와 특유의 유머로 고객들에게 신선한 충

격을 주었다. 이들은 디즈니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주제와 형식으로 디즈니 애니메

이션을 지루하고 틀에 박힌 것으로 만들어 버렸다. 특히 드림웍스의 대표작인 ‘슈렉’

은 백마 탄 왕자님과 공주님의 사랑이 주를 이루는 디즈니적인 동화 세계를 비웃는

내용으로 전 세계 팬들의 환호를 받았다.

강력한 경쟁자의 등장은 위험을 알리는 대표적인 시그널이다. 올리버 와이먼5 회

장인 존 드리직은 ‘핵심 제품의 시장점유율 감소’를 기업들이 가장 경계해야 할 위험

요소로 꼽았다. 시장점유율 감소는 제품의 설득력이 떨어졌다는 것이고, 경쟁자가

우리를 이미 대체하고 있다는 신호이다. 시장점유율이 감소하였다고 해도 그 정도

가 크지 않거나 여전히 시장에서 1위를 유지하고 있다면 기업들은 크게 경계하지 않

는 경우가 많다. 30%이던 시장점유율이 26%로 떨어져도 ‘우리는 여전히 선도 업체’

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방심하는 사이 경쟁자의 존재가 급격하게 성장하기 때문에

단 몇 년 만에 급격하게 상황이 바뀐다. 따라서 갑자기 등장한 강력한 경쟁자와 이

에 환호하는 고객들을 보면서 시장이 무엇을 원하는지 발견해야만 한다. 고객과 시

장의 새로운 요구가 나의 강점과 배치되는지 아니면 함께 어우러져 시너지를 만들

어 낼 수 있는지, 우리 기업에 어떻게 적용해야 하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 ’다윗을 만난 골리앗의 전략’… 내가 가장 잘하는 것으로 승부

디즈니는 강력한 경쟁자 앞에서 어떻게 대응하였을까? 시장의 일부를 경쟁자에게

내어주고 애니메이션 업계의 최강자임에 만족해야 할까? 아니면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방식의, 경쟁자와 같은 무기로 싸워야 할까?

디즈니는 경쟁사와 그에 열광하는 고객들을 통해 달라진 시대의 요구상을 발견

하였다. 그리고 그러한 변화를 자사에 어떻게 접목시킬 수 있는지 고민하였다. 사람

들이 원하는 새로운 가치를 더하되 아름다운 캐릭터와 장면들, 음악 등 기존의 핵심

4 디즈니와�픽사의�합병은�2006년�5월�5일�성사되어�현재�픽사는�디즈니의�자회사가�되었다

5 글로벌�금융컨설팅업체

강력한 경쟁자와 이에

환호하는 고객들을

보면서 시장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발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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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량을 극대화시켰다. 경쟁자의 성공 포인트를 무조건 따라하는 것이 아니라 창의

적인 벤치마킹을 통해 ‘겨울왕국’으로 화려하게 귀환하였다.

주인공 자매의 깊은 유대감을 강조하고 남성에게 의존하던 예전의 여성상을 완

전히 바꿔 버렸다. 기존의 디즈니 영화에 익숙한 관객들은 얼음을 녹이기 위해 ‘사

랑’이 필요하다는 영화 속 설정을 발견하고, 백마 탄 왕자가 나타나서 구원해 줄 것

이라고 예상한다. 그러나 안나는 언니인 엘사를 지키기 위해 스스로 얼음 인간이 되

고 이러한 가족 간의 사랑이 얼음을 녹인다. 여성 상위 트렌드와 달라진 사회상을

반영하여 주체적인 인간상을 내세운 새로운 전략은 마법을 풀어줄 왕자님만을 기다

리던 예전의 디즈니와는 확연히 달라진 것이다.

또한 사실에 가까운 배경과 묘사와 아름다운 음악 등 디즈니의 강점을 극대화하

였다6.

그동안의 집약된 테크놀로지로 지금까지 디즈니가 보여준 어떤 작품보다 아름답

고 환상적인 동화의 세계를 창조한다. 눈과 얼음을 실감나게 보여주면서 영화를 능가

하는 생생한 장면으로 관객들이 주인공들과 함께 ‘겨울왕국’에 함께 있는 것과 같은

즐거움을 주었다. 이를 위해 애니메이터들은 눈 쌓인 와이오밍을 찾아 직접 눈밭을

걷고 뛰면서 관객들이 실제라고 믿을 수 있을 법한 장면을 연구했고, 눈의 습도에 따

라 질척거리는 눈과 가루눈을 구분해 눈사람이 만들어지는 과정도 섬세하게 재현해

냈다. 또 캐나다 퀘벡 주에 있는 얼음 호텔을 찾아 빛이 어떻게 반사되는지, 테두리의

색깔이나 그림자는 어떻게 변하는지도 관찰하여 영화에 담았다. 원작의 배경인 노르

웨이를 찾아가 사람들의 옷, 벽지나 카펫, 문의 디자인 등 세부적인 부분까지 신경을

써 관객들로 하여금 장면 하나하나가 실제로 존재한다고 느낄 수 있게 만들었다.

“Do you want to build a snowman?”, “Love is an open door” 등 등장 인물이

안고 있는 메시지에 맞춘 아름다운 음악들은 영화를 보는 내내 관객들의 귀를 즐겁

게 한다. 특히 엘사가 “그 누구도 나를 막지 못한다”며 ‘Let it go’를 부르는 장면은

아름다운 노래와 함께 웅장하고 화려한 눈의 왕국이 만들어지는 과정이 어우러져

관객들로 하여금 뮤지컬 영화가 줄 수 있는 즐거움을 만끽하도록 한다.

미국 박스오피스에 따르면 디즈니는 ‘겨울왕국’으로 약 12억달러(약 1조2410억

원)의 흥행 수익을 거둔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디즈니의 영화 사업부문의 매

6 겨울왕국의�메인�프로듀서�피터�델�베초,�제작자가�밝힌�‘겨울왕국’�탄생기(콘텐츠�인사이트�2014)

디즈니는 경쟁자의

성공 포인트를

무조건 따라하는 것이

아니라 창의적인

벤치마킹을 통해

‘겨울왕국’으로 화려하게

귀환하였다.

”백마 탄 왕자를 기다리는 공주 이

야기는 이제 그만” 강화된 기존의

강점과 혁신이 어우러진 ‘겨울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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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ER

I 리포

LG Business Insight 2014 8 27 9

출액(2014년 2분기)은 전년(2013년 2분기) 대비 14% 늘어난 18억700만달러, 영업

이익은 두 배 가까이 늘어난 4억1100만달러를 기록했다.

② 레고 : 위기도 자신의 강점을 강화하는 기회로7

덴마크 목수인 올레 커크 크리스티안센이 만든 목재 장난감에서 출발한 레고는 전

형적인 오프라인 놀이 문화이다. 전통적인 블록 쌓기 장난감이 대표 제품인 레고는

비디오 게임과 인터넷이라는 디지털의 변화 속에서도 승승장구하고 있다. 르네상스

를 맞이한 레고는 디지털이라는 자신을 위협하는 환경 변화 속에서 어떻게 살아 남

을 수 있었을까?

81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레고에게도 위기는 있었다. 비디오 게임에 아이들을

뺏겨 구조조정의 아픔을 겪기도 했다. 1994년 플레이스테이션의 등장으로 1998년

회사 설립 66년만에 처음으로 적자를 냈다. 위기감을 느낀 레고는 변화하는 소비

자의 취향을 따라잡기 위해 흥행 영화 캐릭터들을 쏟아내고 유아용품과 패션잡화

등 사업 다각화를 시도했으나 적자는 2000년, 2003년, 2004년으로 이어졌다.

2004년 빅 크누드스토르프의 CEO 부임과 함께 경영 혁신이 시작되었다. 혁신의

핵심은 ‘우리가 잘하는 것을 하자’ 즉, 기본으로 돌아가자는 것이었다. 테마파크와

같은 비핵심 사업 부문을 과감히 정리하고 유행을 타는 영화 캐릭터가 아닌 소방

수·경찰과 같은 캐릭터가 등장하는 예전의 단순하고 고전적인 상품에 역량을 집

중했다. 기본 블록들을 여러 가지 모델에 다시 사용함으로써 생산비용을 획기적으

로 줄일 수 있었다. 그리고 급격한 환경의 변화 속에서 한 단계 성장하기 위해 자신

에게 질문을 던졌다8.

‘움직이는 레고를 만들 수는 없을까?’, ‘어른들이 레고의 고객이 될 수는 없을까?’

● 움직이는 레고를 만들 수는 없을까?... 디지털이라는 위기를 기회로

레고의 어원인 ‘레그 고트(Leg Godt)’는 덴마크어로 ‘잘 놀자’는 뜻이다. 레고는 사업

다각화 실패 이후 블록 조립이라는 놀이를 통해 ‘창작과 사고의 즐거움’을 주겠다는

7 전자신문(2008�글로벌�리포트),�‘레고’�디지털�날개�달고�‘훨훨’

8 혼창통(당신은�이�셋을�가졌는가),�2010

레고는 사업 다각화

실패 이후 블록

조립이라는 놀이를

통해 ‘창작과 사고의

즐거움’을 주겠다는

기본 원칙을 충실하게

지켜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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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ERI 리포트

10 LG Business Insight 2014 8 27

기본 원칙을 충실하게 지켜오고 있다. 레고는 디지털 환경으로의 변화를 적극 수용

하면서도 자신들의 핵심 요소인 조립식 장난감 사업을 침해하지 않는 방향으로 모

든 변화를 추구하였다.

블록 조립의 사업 영역에 집중하고 자신들의 저작물을 라이센싱할 뿐 절대 자체

적으로 비디오 게임을 제작하지 않는다. 더 나아가 디지털을 ‘블록 조립을 통해 사고

의 즐거움을 추구한다’는 레고의 기본을 강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였다. 98년

출시한 ‘마인드스톰’은 블록 조립 장난감에 모터와 컴퓨터 프로세서를 결합시켜 사

용자가 다양한 형태로 움직이는 로봇을 만들 수 있도록 했다. 레고는 자신을 위협하

던 디지털이라는 환경적 요소를 이용하여 블록 조립에 ‘움직임’을 불어넣어 혁신을

만들어냈다. 데이비드 로버트슨 미 펜실베이니아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브릭 바이

브릭(Brick by Brick)’이란 저서에서 레고가 전환점을 맞이한 비결을 ‘기본에 충실했

던 것(Back to basics approach)’이라고 분석했다.

● 어른들이 레고의 고객이 될 수는 없을까?... 기업 자신이 중심이 되는 오픈이노베이션

2003년 레고는 고객 스스로 온라인에서 레고 디자인을 설계할 수 있도록 ‘레고 디지

털 디자이너’ 프로그램을 마련하였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장난감을

직접 디자인하고 주문할 수 있게 했다. 좋은 작품은 레고 본사에서 채택해 실제 완

구 상품으로 출시한다. 현재 레고에 고용된 디자이너는 120명이지만 ‘레고 디지털

디자이너 프로그램’을 통해 온라인에서 자발적으로 활동하는 디자이너는 12만명이

다. 레고의 자발적 디자이너들 가운데 활동이 가장 뛰어난 사람을 선정하여 레고 대

사로 임명해 본사로 초청하거나 좋은 아이디어는 실제 상품으로 만들어주는 식으로

보상한다.

2008년 레고는 고객의 아이디어를 받고, 고객끼리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큐소’

사이트도 만들었다.큐소에 레고를 이용하여 만든 자신만의 작품을 등록하면, 회원

들이 완성도와 독창성을 평가하게 된다. 투표한 사람이 1만 명을 넘어서면 회사에서

제품화를 검토하게 되고 매년 1~2개의 작품을 상품화한다. 영화 백투더 퓨처에 나

오는 자동차 ‘드로리안’ 등이 이 프로젝트를 통해 발매되었다. 레고는 디지털 기술을

통해 고객들과 함께하는 플랫폼을 만들어 냈고, 고객들이 사용설명서에만 의존하지

‘레고 디지털 디자이너

프로그램’을 통해

온라인에서 자발적으로

활동하는 디자이너는

12만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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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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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Business Insight 2014 8 27 11

우리의 제품을 더 즐길

수 있는 고객을 찾거나

우리의 제품을 더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찾아주는 노력이

필요하다.

않고 자신만의 아이디어로 조립하여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 내도록 함으로써 ‘놀이를

통한 창작과 사고의 즐거움’이라는 레고의 핵심 가치를 강화하였다.

레고는 고객을 재정의하고, 재정의된 고객을 참여시키는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

기존 제품에 ‘어른들의 장난감’이라는 새로운 가치를 덧입혔다. 이로 인해 레고는 어

린이 장난감이 아니라 어른들도 좋아하는 장난감으로 변신했다. 레고에 열광하는

성인을 지칭하는 ‘AFOL(Adult Fan of Lego)’이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광고업계의 ‘그루’라고도 불리는 오길비 그룹 부회장인 로리 서덜랜드는 “시는 새

로운 것을 친숙하게 그리고 친숙한 것을 새롭게 만드는 것이다(Poetry is when you

make new things familiar and familiar things new)”라고 말하며 광고 역시 시와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도 마찬가지이다. 고객들로 하여금 새로운 제

품을 받아들이는 것을 도와야 하지만 동시에 이미 존재하는 제품을 더 잘 이해하고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상품에 가치를 부여한다는 것은 곧 상

품을 고객에게 어떻게 인지시킬 것인가의 문제이기도 하다. “고객을 위해 우리는 무

엇을 더 만들 수 있을까?”는 물론 “이미 우리가 가진 제품들을 어떻게 하면 고객들이

더 즐길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의 제품을 더 즐길 수 있

는 고객을 찾거나 우리의 제품을 더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찾아주는 노력이 필요하다.

지금과 같은 공급 과잉의 시대에 기업에게 특히 요구되는 과제이다.

③ 모든 것을 바꾸었다고? 자신을 지키며 혁신한 ‘듀폰’9

듀폰의 CIO(최고혁신책임자)인 토마스 코넬리는 듀폰은 ‘과학 역량 개발을 통해 사

회에 큰 가치를 창출하는 기업’이라고 말했다. 듀폰은 ‘종합과학회사(Integrated

9 한국일보,�‘3세기에�걸쳐�3번째�변신한�듀폰’

디지털을 통해 탄생한 움직이는 로봇인 마인드스톰(좌), 레고 디지털 디자이너 프로그램(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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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ERI 리포트

12 LG Business Insight 2014 8 27

듀폰은 ‘또다른 과학과

혁신’이 요구되는

시점에서 다가올

새로운 100년을 책임질

사업을 고민하기

시작한다.

“Science Company)’로서 1802년 미국 최초의 화약제조부터 시작하여 1900년대 사

회적 요구에 부응하여 화학·섬유·석유·폴리머 등의 분야로 사업을 확장시켜 화

학 전문회사로 성장했다. 끊임없는 연구개발을 통해 패션의 혁명을 이끈 나일론,

‘섬유의 반도체’로 불리는 스판덱스 원료인 라이크라, 냄비에 음식물이 눌어붙지 않

게 하는 테플론 등 사회에 큰 가치를 제공한 혁신 제품들을 만들어왔다. 현재 듀폰

은 농업과 생명 공학에 집중한 새로운 사업 구조를 지닌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 세상이 바뀌어 우리의 강점이 흔들린다면

화학 산업은 폐기물과 환경 오염 물질을 배출하는 공해 산업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화학 공장의 폭발과 화재, 안전 사고도 사회적 이슈가 되어 왔다. 지구 온난화에 대

한 우려와 환경 보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1970∼80년대, 듀폰은 오존 파괴 물질

인 프레온 가스를 생산하여 환경을 파괴하는 공해 기업로 낙인 찍히면서 기업 이미

지와 매출에 막대한 타격을 입었다. 이처럼 위험의 시그널이 강력하여 기존의 산업

을 유지하기가 힘든 경우도 발생한다. 듀폰은 ‘또다른 과학과 혁신’이 요구되는 시점

에서 다가올 새로운 100년을 책임질 사업을 고민하기 시작한다.

● 잘하는 것과 시장의 요구, 둘 다 충족해야

1998년 듀폰은 변화를 읽기 위해 전세계 50여 명의 각 분야별 전문가들을 초청하여

포럼을 열었다. 전문가들은 정치ㆍ경제ㆍ사회ㆍ과학 분야별로 다가올 미래에 대한

열띤 논쟁을 벌였다. 듀폰은 인구의 빠른 증가로 식량 공급의 확보가 미래 산업의

열쇠가 될 것이라는 점, 따라서 농업이 향후 세계를 이끌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것

이라는 점에 주목하였다. 농약 및 농업 기술을 통한 식량 증산과 저장의 핵심은 화

학 기술이며, ‘화학’과 ‘농업의 근본이 되는 생물학’은 인접 기술로서 이 둘은 뗄 수

없는 관계이기 때문에 농업은 듀폰에게 전혀 새로운 분야가 아니었다. 끊임없는 연

구개발을 통해 확보한 그들의 최대 강점인 화학 기술에 생명공학만 뒷받침 된다면

농작물과 가축의 생산성을 향상시킬 새로운 방법을 지속적으로 개발하는 것이 가능

하고, 향후 농업 산업의 발전을 가져올 것이라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농업이라는 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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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Business Insight 2014 8 27 13

듀폰이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은

끊임없는 연구개발에서

비롯된다.

“로운 분야로의 도전은 충분히 승산이 있는 게임이라고 확신하였다.

2002년 듀폰은 새로운 사업구조 구축을 위해 세계 유수의 종자회사와 식품회사

를 잇달아 인수하기 시작했다. 전체 매출의 25%를 창출하던 핵심 사업인 섬유 부문

을 매각하고 농약 전문 화학기업인 그리핀과 식품첨가제 기업 솔래 등을 인수했다.

2012년엔 세계적 효소회사인 덴마크 다니스코를 인수했다. 이런 공격적인 사업 구

조 개편을 통해 농업ㆍ생명 공학 회사로 변신할 수 있었다.

산업의 존립이 달려있는 어려움에 직면했을 때 듀폰은 무조건 트렌드에 맞추어

자신의 모든 것을 바꾸지도 않았고, 변화된 트렌드 속에서 기존 자산만을 고집하지

도 않았다. 자신이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찾되 시장과의 연결을 잊지 않았고 이를 위

해 오픈이노베이션과 전략적 인수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줄 알았다. 이처럼 자신에

서 출발한 듀폰의 혁신이 듀폰을 Fortune 500 기업 중 최장수 기업이자 Fortune

500 기업군 내 유일한 200년 이상 지속된 기업으로 만들었다.

● 핵심역량을 위한 흔들림 없는 실천, ‘끊임없는 연구개발(R&D)’

듀폰이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은 끊임없는 연구개발에서 비롯된

다. 듀폰은 전세계에 걸쳐 총 80여개 연구기관을 두고 있고 3200명의 과학자와 엔

지니어들이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듀폰은 불황기에도 매출 대비 5% 이상을 R&D

에 투자한다는 원칙, 최근 4년 내 출시된 신제품이 매출의 30%를 차지해야 한다는

‘30% 룰’을 지키고 있다. 쿨먼 CEO는 “최근 5년 동안 매출의 30%가 신제품에서 나

왔다”며 “R&D는 배신하지 않을 것이라 굳게 믿고 우리의 모든 역량을 R&D에 집중

하다 보니 얻어진 결과”라고 설명했다.

4. 불확실할수록 ‘자기다움’으로

‘인문학’이라는 용어는 고대의 키케로의 ‘시인 아르키아스를 위한 변론’에서 처음 사용

되었다. 그는 인문학을 ‘Humanitas(인간다움)’이라고 하면서 “역사적인 인물들은 탁

월함(Virtus, Arete)을 습득하고 훈련하기 위해 인문학의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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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LG Business Insight 2014 8 27

탁월함을 위해

인문학이 추구하는

기본가치는 진(眞),

선(善), 미(美)

3가지이다.

“탁월함을 위해 인문학이 추구하는 기본가치는 진(眞), 선(善), 미(美) 3가지이다.

眞(Verum, Veritas)은 내면의 성찰을 통해 진정한 자아를 발견하는 것에서 출발한

다. 바로 “Who am I?”라는 질문에 대답하는 것이다. 善(Bonum)은 합리적인 사고

로 도덕적인 판단을 내리는 것이다. “How to live?”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다. 마

지막으로 美(Pulchrum)는 탁월함의 추구로 창조적인 삶을 살다가 멋지게 죽는 것

이다. “How to live creatively & Die gracefully?”를 고민하는 것이다. ‘나는 누구인

가?’라는 인문학의 첫 번째 질문은 ‘어떻게 살 것인가?’의 문제와 연결되어야 한다.

그리고 ‘어떻게 살 것인가?’의 실천적 요소가 다시 ‘나는 누구인가?’와 연결될 때 인

문학은 진정한 가치를 갖는다. 즉, 3가지 질문과 대답이 유기적으로 연결될 때 창조

적인 삶을 살 수 있게 되는 것이다.10

“Who am I?”, “How to live?”, “How to live creatively?”은 무한 경쟁 속에서

도 끊임없이 탁월함을 추구하는 기업에게 던지는 질문이기도 하다. 개인과 마찬가

지로 손실을 두려워하는 기업들은 어려움을 겪게 되면 내부의 무엇인가가 잘못되었

다고 생각하고 한번에 타파할 수 있는 외부의 구세주를 기대한다. 그러나 “Who am

I?”에 대한 고민 없는 오픈이노베이션, 벤치마킹, 외부 컨설팅 등으로 위험을 극복

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작은 위험의 시그널이라도 주의 깊게 보고 우리에게 맞는

해결책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해결책을 찾기 위한 노력의 시작점은 “나는

누구인가?”이라는 질문에서 시작되어야 하고, 이에 대한 답변은 “어떻게 살 것인

가?”로 이어져야 한다.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고민 없이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

한 고민만으로는 탁월함을 추구하기가 힘들다.

다윗을 만난 골리앗인 디즈니는 새롭게 부상하는 경쟁자의 무기를 똑같이 따라

10 �‘인문학이�추구하는�기본가치와�이를�위한�3가지�질문’은�김상근�교수의�‘인문학,�어떻게�시작되었는가?�무엇을�할�것인가?’�

TV�강연에서�인용

”인문학은 ‘Humanitas(인간다움)’이다”라고 말했던 키케로, 카틸리나를 탄핵하는 키케로(19세기의 상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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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Business Insight 2014 8 27 15

“Who am I?”, “How to

live?”, “How to live

creatively?”는 무한

경쟁 속에서도 끊임없이

탁월함을 추구하는

기업에게 던지는

질문이기도 하다.

“하지 않았다. ‘다윗은 다윗답게, 골리앗은 골리앗답게’에 따라 자신의 강점을 강화시

키고 대신 경쟁자를 통해 알게 된 고객과 시대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기존의 강점이

시장의 요구와 배치되지 않는다면 오히려 시너지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강력한 경쟁자와 이에 열광하는 고객을 통해 시대의 흐름을 읽고 이것을 우

리에게 반영할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내가 중심이 되는 ‘창의적인

벤치마킹’인 것이다. 레고와 같이 변화된 환경을 이용하여 기존의 강점을 강화시킬

수도 있다. 우리의 산업 자체가 위협을 받는 순간에도 “나는 누구인가?”와 “어떻게

살 것인가?”의 질문은 큰 의미를 갖는다. 두 질문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야 인문학

의 근본 목적인 탁월함이 가능하듯이 기업 역시 자기 자신에 대한 고민(나는 누구인

가?)과 고객, 시장의 요구(어떻게 살 것인가?)가 유기적으로 연결될 때 탁월함을 달

성할 수 있을 것이다. 듀폰의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이 질문에 대한 치열한 고민은

기업이 어려움에 직면한 순간에 창의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였다.

혼란의 시대를 살며 수많은 전쟁을 치렀던 르네상스 시대의 전쟁 영웅 카스트루

초는 그의 아들 파골로에게 “이런 세상에서는 너 자신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네가 가지고 있는 영혼의 힘과 너의 나라를 잘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네가

전쟁을 치르기에 적합한 인물이 아니라면(‘나는 누구인가?’) 너는 평화의 방법으로

나라를 다스려라(‘어떻게 살 것인가?’)”라고 말했다.11 무한 경쟁과 불확실성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기업에게도 적용되는 이야기이다.

짐 콜린스는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하지만 일관된 원칙이 없는 회사는 전혀 변

화를 시도하지 않는 회사와 마찬가지로 실패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러한 원칙의

중심에는 ‘기업 자신’이 있어야 한다. 인간이 중심이 되는 인문학이 인간다움을 추구

하듯이 개인, 기업에게도 ‘자기다움’이 필요한 시대이다.

11 김상근�교수의�‘인문학,�어떻게�시작되었는가?�무엇을�할�것인가?’�TV�강연에서�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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