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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 이후 한국 정당정치의 경쟁구조 - 의제설정자의 등장과 의회정치의 지배구조 박경미 1) 1. 문제제기 이 글의 목적은 왜 한국에서 정당의 등장소멸이 선거 때마다 반복 되는가?’라는 문제를 정당정치의 경쟁구조와 특성을 중심으로 설명하 는데 있다. 48개의 정당단체가 참여한 제1대 국회의원선거에 비해 정당 수는 감소했지만 선거를 전후로 해서 등장했다가 사라지는 정당 의 수는 여전히 많다. 정당 통합을 추진했던 사례 또한 70 여 차례에 달 한다. 민주화 이후 끊임없는 정치개혁 논의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현상 이 최근까지도 달라지지 않고 있다. 그런 한편 거대정당의 지배는 여 전히 지속되고 있다. 해방 이후 정당정치는 집권당과 하나의 야당이 지배해왔다. 그 흐름은 해방 직후 자유당과 한국민주당, 군사정권 하 의 민주공화당과 민주당, 민주이행기의 민주정의당과 신한민주당, 그리 고 민주화 이후 민주자유당과 민주당에 이르기까지의 2개의 정당이 대 립하고 경쟁하는 구조였다. 왜 신생정당은 선거참여 이후에 생존하지 못하고 소멸하는 패턴을 반복하는가? 그러한 패턴이 지속되는 이유와 구조는 무엇인가? 박경미 이화여자대학교 정치외교학과 박사과정수료(정당/의회/선거). 최근 논문 으로는선거제도가 정당체제에 미치는 효과 연구 -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동일 한 선거제도 개혁의 상이한 결과(2003)영국 노동당, 탈각된 사민주의 - 1987-1992정책검토’(Policy Review)와 정책전환(2004)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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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 이후 한국 정당정치의 경쟁구조

- 의제설정자의 등장과 의회정치의 지배구조

박경미1)

1. 문제제기

이 의 목 은 ‘왜 한국에서 정당의 등장․소멸이 선거 때마다 반복

되는가?’라는 문제를 정당정치의 경쟁구조와 특성을 심으로 설명하

는데 있다. 48개의 정당․단체가 참여한 제1 국회의원선거에 비해

정당 수는 감소했지만 선거를 후로 해서 등장했다가 사라지는 정당

의 수는 여 히 많다. 정당 통합을 추진했던 사례 한 70여 차례에 달

한다. 민주화 이후 끊임없는 정치개 논의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상

이 최근까지도 달라지지 않고 있다. 그런 한편 거 정당의 지배는 여

히 지속되고 있다. 해방 이후 정당정치는 집권당과 하나의 야당이

지배해왔다. 그 흐름은 해방 직후 자유당과 한국민주당, 군사정권 하

의 민주공화당과 민주당, 민주이행기의 민주정의당과 신한민주당, 그리

고 민주화 이후 민주자유당과 민주당에 이르기까지의 2개의 정당이

립하고 경쟁하는 구조 다. 왜 신생정당은 선거참여 이후에 생존하지

못하고 소멸하는 패턴을 반복하는가? 그러한 패턴이 지속되는 이유와

구조는 무엇인가?

박경미 이화여자 학교 정치외교학과 박사과정수료(정당/의회/선거). 최근 논문

으로는「선거제도가 정당체제에 미치는 효과 연구 - 랑스와 이탈리아의 동일

한 선거제도 개 의 상이한 결과」(2003)와「 국 노동당, 탈각된 사민주의 -

1987-1992년 ‘정책검토’(Policy Review)와 정책 환」(2004) 등이 있음.

114 제5회『사회연구 학술상』수상논문

유권자의 정기 투표만을 요시하는 이른바 ‘선거주의’로의 후퇴라

는 비 과 한편에서 제기되고 있는 ‘정당 기론’1)에도 불구하고 부분

의 국가들은 제도로서의 의제 민주주의의 정당성을 인정해 오고 있

다. 정당성을 갖는 ‘ 표’ 문제에서 통령제냐 의회제냐는 권력구조

논쟁에 이르기까지 안정 정당정치가 늘 심의 상이었다. 특히,

제2차 세계 종 이후 한국과 같은 신생 민주주의 국가들은 ‘정상

정치(normal politics)'를 갈망하면서 뒤늦게 도입한 민주주의 제도 운

의 끊임없는 시행착오와 그 개선에 집 해왔다. 그러한 열망에도 불

구하고 신생 민주주의 국가의 정치는 정당정치가 시작된 서유럽과 동

일한 경로로 발 할 것이라는 기 는 이루어지기 힘들 것처럼 보인다.

한국도 외가 아니다. 16차례 통령선거와 17차례 국회의원선거

를 치르면서 쟁, 쿠데타 등 체제 자체를 불안정하게 하는 격한 사

회변동 속에서 정당정치는 지속되었다. 다양한 이념을 갖는 정당의 성

장보다는 분단이라는 조건 에서 제한된 이념 경쟁, 즉 정책경쟁 없

는 보수정당 지배의 지속이 오히려 불가피한 과정처럼 보이기도 한다.

정책경쟁의 부재라는 사실은 17차례 치러진 국회의원 선거에서 정당경

쟁을 이념경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사례가 거의 없다는 사실에서 다시

확인할 수 있다. 민주화는 정당정치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가? 권

주의 하의 정당정치가 독재-반독재 립구조 다면 민주화 이후에는

각 지역에 기반을 둔 지역-지역 경쟁구조로 규정할 수 있을 것이다. 민

주화는 정당간 립축의 변화를 가져왔다. 그러나 여 히 신생정당의

1) 정당 기론은 연이은 정당의 쇄신과정(renewal)을 통해서 정당간 차별성이 약화

된 결과로 나타난 정당의 쇠퇴와 함께 정당의 주요기능 약화에 을 둔

논의들이다. 이것은 서유럽 정당의 동원․ 표가 가능했던 후 정당

(mass party) 시기와는 달리, 조직화와 정치 표출통로가 다양화되어 상 으

로 이익표출 매개체로서 정당의 요성이 약화되었다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되었

다. 이에 반해서 정당 기론은 지나치게 규범 이고 선험 편견을 갖는 문제

의식이며 이는 정당의 쇠퇴가 아닌 변화라고 일축하는 비 논의도 있다. 이

들의 주장은 정당 기론은 정당의 기가 아니라 하나의 담론에 불과하다는 입

장이다(Daalder, 2002; Linz 2002; Manin, 1997). 이 도 정당이 갖는 여러 문제

에도 불구하고 민주주의에서 정당은 경쟁과 표의 구조를 규정하는 필수 요

소라고 보는 입장에 있다.

민주화 이후 한국 정당정치의 경쟁구조 115

의회진입은 어려웠다. 그러한 어려움은 1958년 조 암의 진보당과

1992년 정주 의 통일국민당과 같은 정당의 원내 진입 실패에서 여실

히 볼 수 있었다. 비록 17 국회의원선거에서 사회민주주의 지향을

갖는 민주노동당이 원내에 진입했지만 의회정치 내의 역할과 거 정당

의 지배구조에 어떤 향을 미칠지 평가하기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민주화 이후 지역정당체제가 지속되는 가운데 주요 거 정당의 의회

정치 지배와 소수정당의 빠른 등장과 소멸은 하나의 패턴으로 자리 잡

은 듯하다. 정당의 빈번한 이합집산은 더 이상 불안정한 상이 아니라

반복 으로 나타나는 안정 패턴이 된 것으로 보인다. 이 은 이러한

패턴이 지속․유지되고 있는 조건을 정당정치의 두 차원, 선거정치와 의

회정치로 나 어 살펴본다. 그 동안 이념경쟁의 부재는 보수정당의 지

배를 설명하는 주요한 요인으로 제시되어 왔다. 분단상황이 그러한 경

쟁구조의 조건으로 작용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이것만

으로 민주화 이후의 변화들을 설명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왜냐하면 민

주화 이 에서는 상상하기조차 힘들었을 새로운 변화들 때문이다.

이 은 한국 정당정치의 특성을 경쟁구조 시각에서 분석하고 그 특

성을 밝히는 근거를 제시하고자 한다. 이 에서 을 두고 있는 의

제설정자(agenda-setter)인 정당은 교섭단체로서 의회정치에서 지배

인 치를 차지하여 비교섭단체인 정당에 비해 자신의 이익에 부합하

는 제도를 도입하거나 바꾸는 데 유리한 치를 하 다. 다시 말해,

의회정치에서 주도권을 갖는 정당은 자기 이익을 확보하는 데 있어서

유리한 지 를 하 지만 신생정당은 그 지 못했다. 선거정치 참여

의 경험이 없는 정당은 의회정치를 지배하고 있는 정당들이 만들어 놓

은 규칙과 제도에 따라서 경쟁해야 했다. 그리고 선거정치의 경쟁규칙

을 규정하고 있는 선거제도라는 문을 넘어서 신생정당이 의회정치에

진입한다고 하더라도 의회정치에서 그들의 역할은 미미할 수밖에 없었

다. 의회정치 지배구조는 늘 집권당과 하나의 야당으로 구성되었고 소

수당은 종속 지 에 처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 은 의회정치를

지배하는 의제설정자의 등장구조를 정당정치의 경쟁구조를 규정하는

116 제5회『사회연구 학술상』수상논문

제도 특성을 통해 분석함으로써 정당정치에서 정당의 빈번한 등장과

소멸이 반복되는 이유를 밝히고자 한다.

2. 지역정당체제론 비 : 민주화 이후 나타난 변화들

1987년 민주화는 권 주의 시기에 규제되었던 정치인 해 을 비롯한

정당 련법안이 새로이 시행되면서 정당경쟁을 본격화하 다. 특히,

1987년 통령 직선제 도입을 시작으로 한 정치 자유화는 ‘정당-유권

자’ 계에 직․간 으로 개입했던 국가의 역할을 약화시켰다. 국가

가 만들어 낸 성정당이 활동하는 형식 정당정치가 아니라 국가 개

입이 없이 유권자가 자발 으로 조직화하여 정당과 직 으로 의사소

통할 수 있는 정당정치로 변화하고 있다. 민주화가 이러한 측면에서

정당정치의 분기 이었다는 사실을 새삼 강조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 다면 유권자-정당의 직 계가 형성된 1987년 이후 정당정치

는 이 의 정당경쟁 패턴과 다른 것이었는가? 그동안 민주화 이후의

정당정치에 해 체계 연구를 시도해왔지만 그러한 시도가 쉽지 않

다는 것이 사실상의 결론이다.2) 그 이유는 민주화 이후 5번에 걸친 국

회의원 선거에 조직변경이 없이 동일한 당명으로 2번 이상 참여한 정

당 수가 3개에 불과하다는 사실에 있다.3) 매 선거마다 당명이 바 고

수차례의 정당 통합 시도가 한국 정당정치를 특정한 형태의 ‘정당체제’

로 규정하기 힘들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특정한 형태와 특성을 갖는 한

국 정당체제에 한 연구가 지속되어왔다. 민주화 이후 정당체제는

‘지역정당체제’에 이 맞춰져왔다. 지역정당체제론은 지역 으로

차별화된 지지시장에 기반을 두고 있는 지역정당으로 구성된 정당체제

를 말한다. 지역정당체제는 유권자의 지역주의 투표행태와 정당의

2) 이에 해서는 장훈(2003), 김재한 편(1994), 김수진(1996)을 참조.

3) 1995년 3월 창당한 자유민주연합과 2000년 1월에 창당한 새천년민주당과 민주노

동당이 제17 총선까지 각각 3차례, 2차례 동일한 당명으로 총선에 참여하 다.

민주화 이후 한국 정당정치의 경쟁구조 117

지역주의 동원으로 구성되었다. 이것은 정당정치의 작동원리를 지역

주의로 설명함으로써 정당정치의 특성과 구조를 지역주의 동원의 결과

로 본다. 그러나 이러한 설명은 논리 한계를 갖고 있다. 지역정당체

제론은 지역주의 이외에 새로운 세력의 조직 혹은 반 당의 논리를 정

당별 정책이나 이념 차별성으로는 설명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함축하

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문제를 거꾸로 돌려 왜 지역주의가 발생

했는가라는 물음을 던지면 지역정당체제의 기원으로 돌아가게 되고 그

해답 역시 지역주의를 동원하는 정당 때문이라는 실로 돌아가게 되

고 만다. 다시 말해, 지역정당체제는 지역주의 때문이고 지역주의는

지역정당체제라는 원인과 결과를 반복하게 된다는 것이다.

지역정당의 등장이 민주화 이후 두드러진 하나의 상이었다는 사실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분명 지역주의 혹은 지역정당체제는 한

국 정당정치의 요 상 하나이다. 그러나 지역정당체제론이 설명

하는 한국 정당정치의 범주가 좁다는 한계가 있다. 민주화 이후 지역

정당체제의 등장만이 요한 문제는 아니었다. 야당이 집권하는 정권

교체, 한 때 집권당이었던 새천년민주당의 속한 쇠퇴 그리고 민주노

동당과 같은 이념정당의 원내진입 등은 권 주의 시기에는 상상조차

하기 힘든 변화이다. 뿐만 아니라 유권자-정당의 직 의사소통을

요시하는 정당정치가 이른바 정상정치의 한 부분이라면 이후에 설명

될 두 변화는 주목할 만한 것들이다. 그 변화 하나는 정당정치에

한 채 의 다양화이고 다른 하나는 새롭게 발견되는 안정 투표행태

의 등장이다.

첫 번째로 정당정치에 한 채 의 다양화는 두 가지 차원으로 구성

되어 있다. 먼 , 정당-유권자 계의 변화이다. 권 주의 하에서 선거

는 국가를 통해 유권자들의 이해 계가 새롭게 만들어지고 국가의 개

입으로 정당경쟁의 틀마 변형되었다(서복경, 2002: 17). 민주화 이후

정당-유권자가 과거와 얼마나 다른 형태의 계를 갖는지에 해서는

더 깊이 있는 논의가 필요하겠지만 민주화 이후 유권자의 선거결정에

한 국가의 개입이 약화된 것은 분명하다. 권 주의 시기에는 농 지

118 제5회『사회연구 학술상』수상논문

역에서 막걸리, 고무신 등 물질 제공을 통한 극 투표동원과 함께

집권당의 안정 득표를 목 으로 한 국가의 개입은 수차례에 걸친 부

정선거 시비로 이어지기고 하 다. 그 지만 민주화는 정치 역에

한 감시망을 확 , 강화했고 권 주의 시기의 개입방식이 갖는 효과를

약화시켰다.

다른 차원으로 시민사회의 조직화이다. 권 주의 시기에는 정당-

유권자 계에 국가가 개입하 다면 민주화 이후 그 자리를 신한 것

은 ‘조직화된 시민사회’ 다. 시민사회의 정당정치에 한 개입은 1989

년 이지문 의 군부 부재자투표부정에 한 양심선언에서 발되

어 ‘공명선거실천시민운동 의회’가 발족되면서 시작되었다. 1991년

제1차 지방자치체 선거에서 본격 으로 활동하 는데, 이는 지방자치

체 선거에서 정당공천을 해야 하느냐는 문제를 두고 정치 논쟁으로,

그리고 정당공천을 받은 후보자에게 유리하게 규정된 선거법에 한

이의제기라는 극 개입으로 발 하기도 하 다.4) 그 후에 나타난

정당정치 역에 한 시민사회의 극 개입으로는 2000년 발족한

‘2000년 총선시민연 ’(약칭 총선연 )의 낙천낙선운동이 있다. 당선운

동이 아닌 낙천낙선이라는 부정 방식의 선거운동은 선거법 제87조에

되어 2004년 상소심에서 총선연 간부 5명에게 벌 50만원형이

최종 확정되는 법정 결로 끝났지만5) 총선시민연 는 시민사회의 조직

화와 정치활동이 본격화되었다는 에서 의의가 있다. 뒤이어 2002년

4) 공선 을 심으로 한 지방의회 선거법 개정요구는 선거법에 규정된 선거운동

방식으로는 무소속 후보자의 진출이 어려워 정당 후보자에게 상 으로 유리

하며 지방의회가 “ 앙정치의 시녀”로 락할 가능성이 많다는 문제의식에서

시작되었다. 문제가 된 조항은 무소속 후보의 선거운동원 수를 정당공천 후보

의 선거운동원 수의 1/2로 규정한 지방의회의원선거법 제45조, 정당공천 후보자

에게는 기호가 사 에 부여되지만 무소속 후보자는 후보등록 완료된 이후 기호

를 배정하도록 한 제100조, 무소속 후보는 선거 련 기구를 설치할 수 없도록

한 제44조 등이다(조선일보, 1991년 4월 9일).

5) 선거법 제87조는 노조 이외의 단체의 선거운동을 지하고 있는 조항이다. 총

선시민연 는 이를 국민주권을 침해하는 조항이며 낙천․낙선운동을 불법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실공천을 비 하 다(세계일보, 2000

년 1월 11일).

민주화 이후 한국 정당정치의 경쟁구조 119

자발 으로 조직된 선거운동조직인 ‘노무 을 사랑하는 모임’(약칭 노

사모)의 활동이 시작되었다. 이 역시 사조직을 이용한 선거운동 지

를 규정한 선거법 제87조 2항에 되어 본격 선거운동 에 앙

선거 리 원회의 폐쇄결정으로 끝나 버렸다(경향신문, 2002년 12월 5

일). 그 지만 ‘노사모 상’은 인터넷을 비롯한 매체를 활용한 새

로운 선거운동방식으로 확 , 발 되어 미디어 선거에 한 심이 커

지는 계기가 되었다.

두 번째 변화는 안정 투표행태가 특정지역에서 나타났다는 사실이

다. 서울 강남지역(강남구와 서 구)을 심으로 한 한나라당 지지6)는

민주화 이후 안정화되어 더욱 강화되고 있다. 강남구 갑․을과 서 구

갑․을 4개 지역구는 5번의 국회의원 선거 에서 제13 를 제외하고

는 모두 한나라당 후보가 당선되었다. 제13 에는 두 개의 선거구(강

남 갑과 서 을)에서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었지만 그 이후 민주자유당

후보가 4개 선거구 모두에서 당선되었고 17 총선까지 그 경향은 강

화되어 왔다.

강남 갑 강남 을 서 갑 서 을

13(민주정의당)

17.8 35.8 25.0 21.3

14(민주자유당)

30.1(+12.3)

35.2(-0.6)

30.6(+5.6)

31.6(+10.3)

15(신한국당)

37.7(+7.6)

24.1(-11.1)

48.1(+17.5)

44.0(+12.4)

16(한나라당)

56.5(+18.8)

59.4(+35.3)

55.3(+7.2)

52.9(+8.9)

17(한나라당)

63.0(+2.5)

57.5(-1.9)

56.4(+1.1)

54.2(+1.3)

* ( 호)안의 수치는 동일지역 내의 지지율의 증감.7)

* 동일한 비교를 해서 17 총선에서 비례 표 지지율은 제외.

<표 1> 강남지역 한나라당 지지율(%)

6) 한국 유권자의 투표행태를 추 하는 작업은 빈번한 정당명칭 변경으로 인해 쉽

지 않다. 그러나 정당명이 변경되었다고 하더라도 정당을 운 하는 리더십과

주요조직이 그 로 유지되는 경우에는 동일한 정당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정

당명칭의 변경은 이념 지향이나 정책 변화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 은 이러한 기 에 따라 유권자의 지지변화를 분석할 것이다.

120 제5회『사회연구 학술상』수상논문

강남지역의 투표결과는 지역정당체제로 설명될 수 없는 투표행태이

다. 강남지역의 투표행태를 소득 자료만으로 단정할 수는 없겠지만

1997년 외환 기가 사회 체의 경제 계층화에 미친 향을 통해 유

추해 볼 수는 있을 것이다. 외환 기는 소득이 높은 가구에게는 상

으로 향이 어 소득 하락폭이 었지만 소득이 낮은 가구는 큰 폭

으로 소득이 하락하는 결과를 가져와 소득불평등도가 높아졌다(유경

․김용성, 2004: 27). 그 변화는 소득수 을 5개로 나 어 소득이 제

일 높은 가구(상 20% 가구)와 소득이 제일 낮은 가구(하 20% 가구)

를 비교하는 소득 5분 배수(<표 2> 참조)를 보면 확연해진다. 외환

기 직후 상 20% 가구의 소득은 하 20% 가구 소득의 5배를 넘어

섰다. 이것은 ‘경제 양극화’의 심화를 의미하는 것으로, 고소득 가구

가 집 되어 있는 강남지역에서 왜 한나라당 후보가 계속 당선되는가

를 생각해보게 한다.

1995 1996 1997 1998 1999 2000 2001 2002 2003 2004

소득 5분 배수 4.42 4.63 4.49 5.41 5.49 5.32 5.36 5.18 5.22 5.44

* 소득 5분 배수는 소득별로 가구를 5개범주로 나 어 상 20%의 가구의 소득이 하 20% 가구의 소득에 몇 배에 해당하는가를 나타내는 지수이다. 이 수치가 높을수록 소득불평등도가 높다.8)

<표 2> 소득 5분 배수

이러한 변화들은 지역정당체제론에서는 설명될 수 없는 상들이다.

정치 자유화가 시작된 1987년은 정당정치에 많은 변화를 가져온 ‘

기 시 (critical era)’ 음에는 틀림이 없다(Aldrich, 1999). 그러나 그

러한 정치변동이 정당정치, 특히 의회정치의 지배구조에도 실질 인 변

화를 가져왔는지는 의문이다. 제도의 변화만으로 정당정치의 패턴을

바꿀 수는 없다. 제도는 그 게 쉽게 효과를 나타나지도 않을 뿐만 아

니라 제도가 변화되기 해서는 가, 왜 제도를 바꾸냐는 문제 한

7) 수치는 각 『국회의원선거총람』자료를 환산한 결과임.

8) 수치는 통계청 통계정보시스템(KOSIS)에서 소득계층을 10분 로 나 어 놓은

자료를 환산한 수치임.

민주화 이후 한국 정당정치의 경쟁구조 121

고려해야하는 복잡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정치 맥락 속에서 제도를

바꾸게 되고 그 안에서 정당은 자신의 이익에 부합하는 제도를 선택하

게 되는 것이다(Steinmo, Thelen & Longstreth, 1992: 7-8). 민주화는

정당정치의 주도권을 갖는 기존 정당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있는, 상

으로 열린 략 흐름을 형성하 지만 여 히 정당정치를 구성한

주요 정당들은 이 정당정치의 연속선 상에서 진행되고 있다. 17

국회의 주도권을 갖고 있는 열린우리당, 한나라당, 민주당은 민주화 이

부터 지속해 온 정당들이었다.

1945

1960

1970

1980

1990

2000

민주공화당

민 주 정 의

한국민주당 한국독립당

사회당

한국노동당

민주당

민주당

신민당

한나라

민주자유당

통일민주당

열린우리당

한나라당

평화민주당

새천년민주당

민주혁신당

자유당

통일사회당

신한민주당

신정사회당

민주노동당

자유민주연합

해산/분당/합 지속

통일국민당

신민주공화당

진보당

<그림 1> 해방 이후 한국 정당정치의 변화

민주화 이후 정당체제가 이 의 정당정치와 근본 으로 다른 성격을

갖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정당경쟁이 본격 으로 자유화된 정당정

치가 권 주의와 근본 으로 다른 형태인지는 의문이다. 재의 정당

정치가 자유당과 한국민주당으로 구성되어 시작된 한국 정당정치의 ‘양

당 지배’라는 역사 흐름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122 제5회『사회연구 학술상』수상논문

그 다면 왜 정치 자유화라는 격한 사회변동에도 불구하고 정당정

치의 경쟁구조는 변화되지 않았는가? 이 문제에 해서는 다음 에서

두 가지 차원, 선거정치와 의회정치에서 작동하는 제도를 통해 살펴 볼

것이다.

3. 양당 지배의 제도 기반 Ⅰ: 의제설정자의 첫 문, 선거제도

정당정치를 지배하는 구조는 의제설정자(agenda-setter)로서 정당정

치에서 다루어지는 문제와 논쟁 을 만들고 이끌어가는 행 자를 결정

한다는 에서 분석 의미를 갖는다. 한국사회에서 의제를 설정하는

주체가 정당만은 아니다. 그 지만 유권자의 의사와 선호를 정치사회

로 연결시키는 요한 매개체라는 규범 의미에서 정당정치의 주도권

을 가 갖는가 하는 문제는 요하다. 정당정치가 가시 으로 드러나

는 의회정치에서의 주도권은 두 가지 제도, 선거제도와 의회정치 제도

로 구성된다.

우선, 선거제도는 정당정치에 유권자의 투표를 반 한다는 에서

정당-유권자가 직 으로 상호작용한 결과를 반 하는 하나의 문이

다. 득표의 다소에 따라 의회정치에서의 비 이 달라지는 1차 문

으로서 선거제도는 선거 이후 정당정치에 참여하는 정당의 수를 ‘ 이

는 효과’를 갖는다. 민주화 직후 치러진 제13 국회의원 선거에 참여

한 14개의 정당 수는 선거 이후 5개로 었다. 유권자의 지지를 일정

정도 확보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원내 진입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정당

수가 감소하는 것이다. 정당수의 감소는 유권자의 투표가 유의미한지

아닌지를 선거제도가 결정한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국회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의회진입 정당 16 11 4 3 6 5 3 4 3 3 8 5 5 4 4 5 5

선거참여 정당 48 39 14 14 6 12 11 6 3 4 12 9 14 6 11 11 14

* 1석이 상을 얻은 정당의 수(5 는 민의원 자료)9)

<표 3> 국회의원 선거에 참여한 정당의 수

민주화 이후 한국 정당정치의 경쟁구조 123

선거제도에 주목하는 이유는 의회정치에서 몇 개의 정당이 경쟁하느

냐를 결정한다는 인데, ‘정당 수’에 따라서 경쟁의 형태가 달라짐으로

써 의회정치 구성에 직 향을 주기 때문이다. 선거제도는 두 가

지로 나 어진다. 하나는 1개의 지역이 몇 개의 의석으로 표되느냐

를 결정하는 단순다수제(plurality system)이며 각종 선거구제가 이 범

주에 속한다. 다른 하나는 단순다수제가 갖는 불비례성의 문제에 한

안으로서 도입되는 비례 표제(proportional representation system)

이다. 비례 표제는 득표수가 기 때문에 선거구에서 후보자를 선출

하지 못한 표를 유의미한 득표로 바꾸기 한 제도이다. 부분의 국

가들은 두 가지 제도의 장단 을 고려하여 병용하는 혼합제를 택하고

있으며, 한국 역시 6 국회 이후 유신시기 2차례의 선거를 제외하고는

비례 표제를 시행해왔다. 단순다수제와 비례 표제가 정당 수에 미치

는 향은 정반 효과로 나타난다. 단순다수제는 정당의 수를 ‘ 이

는 효과’(reductive effect)를 갖는 반면에 비례 표제는 정당의 수를 ‘증

가시키는 효과’(multiplying effect)를 갖는다(Sartori, 1994: 46-47).

한국에서 유권자의 1표는 어떻게 정당정치에 반 되어 왔는가? 비

례 표제는 유권자 1인에게 2표를 주어 1표는 지역구에 1표는 정당에

투표를 하도록 하는 제도이다. 그러나 한국의 비례 표제는 유권자에

게 1표만 부여되어 지역구 후보에만 투표, 그 후 다시 그 표가 비례

표 후보를 선출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시행되어 왔다. 유권자의 1표가

이 으로 산정되어왔던 것이다. 유권자의 표에 비례해서 반 되지 않

는 비례 표제가 처음 도입된 것은 1960년 이다. 도입 직후에 치러진

제6 국회의원선거에서 50% 이상 득표를 한 제1당에게 국구 의석의

2/3를, 제1당이 50% 미만을 확보했을 경우에는 국구 의석의 50%를

할당하도록 하 다. 뿐만 아니라 유권자의 1표가 비례 표제에서 다시

1표로 계산되는 것이 아니라 정당 의석 유율의 다소에 따라 의석수를

결정하는 형태로 운 되었다. 권 주의 시기 비례 표제의 운 방식은

1표가 1표로 반 되도록 하는 ‘비례성’이 아니라 제1당, 특히, 집권당인

9) 정당수는 국회사무처(2004) 자료에서 계산한 수치임.

124 제5회『사회연구 학술상』수상논문

민주공화당에게 유리한 제도 던 것이다. 6・7・8 선거에 용되었던

국구 의석제도는 일시 으로 단되었다가 1981년 11 국회의원선

거에서 동일한 방식으로 재도입되었다. 이 역시 득표율과는 무 하게

가장 많은 의석을 확보한 제1당에게 2/3를 할당하는 제도로, 여 히 제

1당에게 유리하 다.

선거구제

표수 진입장벽 비례 표제

13 소선구제

1인1표

5석 이상

국구 의석수: 75석/299석(25.1%)

제1당 50% 이상 득표시: 의석비율에 따라 배분제1당 50% 미만 득표시: 제1당 1/2 의석배분,

나머지 1/2 의석은 의석비율에 따라 배분

14〃 〃

5석 이상 는 유효득표 3%

이상

국구 의석수: 62석/299석(20.7%)

5석 이상 확보 정당: 의석비율에 따라 배분유효득표 3% 이상 정당: 1석 우선 배분

15〃 〃 〃

국구 의석수: 46석/299석(15.4%)

5석 이상 확보 정당: 의석배율에 따라 배분유효득표 3% 이상 정당: 1석 배분

16〃 〃

5석 이상 는 유효득표 5%

이상

국구 의석수: 46석/273석(16.8%)

5석 이상 는 5% 이상 정당: 득표율에 따라 배분유효득표 3% 이상 5% 미만 정당: 1석 배분

17〃

1인2표

5석 이상 는 정당득표 3%

이상

비례 표 의석수: 56석/299석(18.2%)

정당득표율에 따라 배분(정당투표 기 )

* 16 국회부터 국구 의석배분을 득표율을 기 으로 함.* 17 국회에서는 1인1표제에서 1인2표제 도입하여 정당투표제를 실시.10)

<표 4> 민주화 이후 선거제도

민주화 이후 선거에서 제1당에게 유리한 비례 표제는 부분 으로

수정되었다. 그러나 17 총선에서 1인 2표제가 도입되기 이 까지는

국구 의석은 여 히 1인 1표, 그리고 정당 득표율에 따라 분배되었다.

이러한 제도가 의석수를 결정하는데 미친 향은 의회정치에 참여하는

정당의 수의 차이로 나타났다. 비례 표제가 처음 도입된 제6 국회

의원선거에서는 선거정치에 참여한 정당수11)와 의회정치에 참여한 정

10) 앙선거 리 원회(2004)와 국회사무처(2004)에서 재구성한 자료임.

민주화 이후 한국 정당정치의 경쟁구조 125

당수의 차이는 3.1개 다. 5.3개의 정당이 참여한 선거정치 경쟁구조는

의회정치에서 2.2개로 어들어 의회정치는 2개의 정당경쟁으로 구성

되었다. 민주화 이후의 경쟁구조도 크게 다르지 않다. 4.2개의 정당이

참여한 민주화 직후 국회의원선거에서는 3.5개의 정당이 의회정치를 구

성하여 권 주의 시기와는 다른 양상으로 변화하는 듯 하 다. 그러나

그 이후 치러진 4번의 국회의원선거에서 의회정치를 구성한 정당의 수

는 권 주의 시기의 의회정치와 유사하게 2개의 정당이 지배하는 경향

으로 다시 변화하 다. 이러한 경향은 군부정권 하에서 치러진 선거에

서 민주공화당이 우 에 있던 2개의 정당 경쟁구조와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선거정치가 유권자의 1표를 얻기 한 정당경쟁이 이루어지는 의

민주주의의 제도 장이라면, 의회정치는 그러한 경쟁에서 승리한 정당

들이 득표와 지지를 반 하기 한 정당경쟁이 되어야 할 것이다. 유

권자의 1표가 의회정치에 실질 으로 반 되기 해서는 지지한 정당

이 의회에 진입해야 가능하다. 의회정치로 진입하는 첫 문인 선거제

도가 얼마나 1표를 1표로 반 하는지, 그 비례성의 문제는 얼마나 많은

사표를 양산하는가하는 문제와 닿아있다. 한국 선거제도가 얼마나 유

권자의 의사를 반 하는 제도인지, 그 정도의 문제를 평가하기란 쉽지

않다. 그 지만 권 주의 시기부터 시작된 의회정치에서의 거 정당이

지배하는 구조는 지속되어 왔다. 제도 개선의 효과가 바로 나타나지는

않았지만 민주화 이후 경쟁구조는 넓게는 권 주의 시기 정당정치, 좁

11) 이후에 제시된 정당 수는 락소와 타게페라의 유효정당수 환산법에 따라 산출된

수이다. 이 수치는 개별정당의 수 자체의 총합이 아니라 득표율의 다소에 따

라 정당정치에서 유의미한 수를 도출해내는 방식이다. 이에 해서는 진 재

(1999) 참조.

* 유효정당수 계산식은 다음과 같다.

NE = S2/m2+∑Si2

* NE: 유효정당수(Effective Number of Parties)

S: 총 의석수 혹은 총 득표율

m: 군소정당 혹은 무소속 의석수

Si: 정당별 의석수

126 제5회『사회연구 학술상』수상논문

게는 선거제도의 향력 하에 있다고 하겠다. 문제는 그러한 제도 개

선의 주도권은 의회정치를 지배하고 있는 정당에게 있다는 이다. 기

존 정당이 만들어놓은 선거제도에 따른 선거정치 문을 넘어선 정당

과 의회정치 구성은 그 이후 직면하게 된 의회정치 제도, 즉 교섭단체

제도를 통해서 재조정된다.

3 .43 .3

4 .2

3 .6

4 .24 .0

4 .8

3 .53.3

2 .32.7

5 .3

2 .4

2 .9

2 .4

3 .23 .2

2 .32 .3

3 .02.7

3 .5

2.72 .5

2 .7

2 .5

2 .0

1 .6

2 .2

1 .6

2 .8

2 .32 .4

3 .0

0 .0

1 .0

2 .0

3 .0

4 .0

5 .0

6 .0

1대

2대

3대

4대

5대

6대

7대

8대

9대

10대

11대

12대

13대

14대

15대

16대

17대

유효정당수

선거정치 의회정치

<그림 2> 한국 정당정치의 유효정당수

선거정치가 유권자의 1표를 얻기 한 정당경쟁이 이루어지는 의

민주주의의 제도 장이라면, 의회정치는 그러한 경쟁에서 승리한 정당

들이 득표와 지지를 반 하기 한 정당경쟁이 되어야 할 것이다. 유

권자의 1표가 의회정치에 실질 으로 반 되기 해서는 지지한 정당

이 의회에 진입해야 가능하다. 의회정치로 진입하는 첫 문인 선거제

도가 얼마나 1표를 1표로 반 하는지, 그 비례성의 문제는 얼마나 많은

사표를 양산하는가하는 문제와 닿아있다. 한국 선거제도가 얼마나 유

권자의 의사를 반 하는 제도인지, 그 정도의 문제를 평가하기란 쉽지

않다. 그 지만 권 주의 시기부터 시작된 의회정치에서의 거 정당이

지배하는 구조는 지속되어 왔다. 제도 개선의 효과가 바로 나타나지는

민주화 이후 한국 정당정치의 경쟁구조 127

않았지만 민주화 이후 경쟁구조는 넓게는 권 주의 시기 정당정치, 좁

게는 선거제도의 향력 하에 있다고 하겠다. 문제는 그러한 제도 개

선의 주도권은 의회정치를 지배하고 있는 정당에게 있다는 이다. 기

존 정당이 만들어놓은 선거제도에 따른 선거정치 문을 넘어선 정당

과 의회정치 구성은 그 이후 직면하게 된 의회정치 제도, 즉 교섭단체

제도를 통해서 재조정된다.

4. 양당 지배의 제도 기반 Ⅱ:

의제설정권자로서의 교섭단체 구성과 그 향력

선거가 끝난 다음 원구성이 시작되면, 자격요건을 갖춘 정당은 교섭

단체를 구성하게 된다. 교섭단체를 구성하느냐 못 하느냐에 따라서 의

회정치 내에서 정당의 지 는 달라진다. 교섭단체 구성은 선거정치와

는 다른 의회정치 내 권력 간에 균형을 변화시키는 효과를 갖기 때문이

다. 교섭단체제도는 선거직후 균형 보다 개별 정당을 상 으로 낮

게 혹은 높게 표되도록 한다(Bendor & Moe, 1986: 1202). 민주화 이

후 교섭단체제도가 의회정치에 미치는 향은 국회가 상임 원회 심

으로 운 되고 있다는 에서 더욱 요하다. 제헌의회부터 5 국회

까지는 본회의를 심으로 운 되어왔던 데에 반해, 6 국회 이후부터

는 ‘상임 원회 심주의’와 ‘본회의결정주의’를 채택해왔다(정호 ,

2004: 569; 국회사무처, 2004: 64). 입법기 인 국회의 실질 인 입법업

무를 담당하는 상임 원회는 본회의의 심의에 선행하는 1차 비심

사기 일 뿐만 아니라 행정부 소 부처에 한 정책건의와 국정감사,

감독활동 한 수행한다(박찬욱․김진국, 1996: 456). 여기에서 최소한

20인 이상의 의원을 확보한 정당이 구성하는 교섭단체(국회법 제33조 1

항)가 교섭단체 표의원을 선출하고( 행 국회법 제33조 2항) 표의

원을 통해 국회운 의 많은 권한을 부여받는다는 에 주목해야 한다.

그 이유는 교섭단체가 의회 내의 주요직책을 결정하고 의제설정을 할

수 있다는 에서 의회정치의 효율성을 제고한다는 본래 취지 이상의

128 제5회『사회연구 학술상』수상논문

의미를 갖게 된다는 데 있다. 교섭단체를 구성한 정당은 교섭단체

표의원, 상임 원장, 상임 원회 간사 등 본회의와 상임 원회의 주요

직책을 통해 의회정치를 장악할 수 있게 된다. 이에 반해 교섭단체를

구성하지 못한 정당은 국회운 반에 한 조정권한에서 배제되거나

교섭단체가 결정하는 범주 내에서 종속 지 를 갖게 된다.

회기 최소구성요건 련법규 개정12)

제헌의회-제5 반 제4회-제37회 20인 1949년 7월 29일(제4회) 신설

제5 제37회-제38회민의원: 20인참의원: 10인

1960년 9월 29일 개정

제6 -재8 제39회-제84회 10인 1963년 11월 29일 개정

제9 이후 제85회 이후 20인 1973년 2월 7일 개정

<표 5> 국회법상 교섭단체 구성요건

제헌의회 기에는 교섭단체제도가 당의식을 조장하고 교섭단체를

갖지 못한 소수 의 발언권을 막아 다수당의 횡포가 우려된다는 이유

로 공식 으로 인정되지 않았다(임인규, 1997: 144). 그러나 국회 활동

이 복잡해지고 제헌의회의 무소속과 군소정당․단체의 소속의원의 수

가 과반수를 차지하게 되면서 1949년 국회운 의 능률을 도모한다는

목 으로 ‘단체교섭회’라는 명칭으로 교섭단체제도를 채택하게 되었다.

양원제를 채택했던 제5 국회에서는 교섭단체 구성요건을 민의원 20

인 이상, 참의원 10인 이상으로, 제6 부터 제8 국회에서는 10인 이상

으로 규정하기도 했지만, 이 시기를 제외하고는 20인 이상으로 규정한

제헌의회의 국회법은 재까지 유지되어 왔다. 교섭단체 구성요건이

처음 정치 논쟁이 된 것은 16 국회에 들어서이다. 16 국회의원

선거에서 ‘DJP연합’을 구성한 자유민주연합이 17개 의석만 획득하여 종

의 교섭단체로서의 지 를 상실하게 되어 연합의 의미를 약화시키기

도 하 다.13) 17 국회에서도 그러한 문제는 다시 불거져, 10석을 확

12) 자료는 국회사무처(2004).

민주화 이후 한국 정당정치의 경쟁구조 129

보한 민주노동당이 의회진입장벽을 넘어 제3당이 되었지만 교섭단체

구성요건에 미치지 못해 교섭단체를 구성하지 못했다. 선거정치에서

자유민주연합은 유권자의 9.8%, 민주노동당은 13% 지지를 얻었지만 의

회정치에서는 하나의 단 로서 인정받을 수 없었던 것이다.

권한 국회법 조항14)

원 구성

본회의장 의석배정연간국회운 기본일정결정국회사무처 사무총장 임면

상임 원회 특별 원회의 원 선임정보 원회 원 선임

제3조제5조 2항 제21조 제48조제48조 ③

본회의 운

본회의 운 원회를 제외한 원회 개회개의시간 변경

본회의 비공개 결정의사일정의 변경 안건의 추가

동일의제에 한 총 발언시간 는 교섭단체별 발언자수 결정비교섭단체 소속의원의 발언시간 발언자수 결정

5분자유발언 허가5분자유발언의 발언자수 발언순서 결정

의원의 발언 비 , 안보사항 련부분에 한 회의록에의 불게재 결정정부질문시 의제별 질문의원수 결정

교섭단체에 속하지 아니하는 의원의 질문자수 결정정부질문의원과 질문배정시간 질문순서를 의장에게 통지

긴 안질문시간의 연장

제56조제72조제75조 ①제77조 제104조 ③,④제104조 ⑤ 제105조 ① 제105조 ③제118조 ①제122조 2항 ③ 제122조 2항 ④ 제122조 2항 ⑦제122조 3항 ⑤

원회 운 ,

인사 기타

교섭단체정책연구 원의 임면제청국회선출직 선출안 제출 인사청문특별 원회 설치

상임 원회 특별 원회의 원 개선요청원 원회 개회요구시 원 원회를 개회하지 않기로 하는 동의권

원회 회부안건의 심사기간 지정법제사법 원회의 체계, 자구심사기간의 지정

통령이 환부한 법률안과 인사안건의 기명표결 결정국무총리, 국무 원의 출석요구에 한 리출석 답변 승인폐회 정부・행정기 기타 등에 한 서류제출 요구가 있을 때 요청 결정

제34조 ②제46조 3항 ①제48조제63조 2항제85조 ① 제86조 ② 제112조 ⑤ 제121조 ③제128조 ③

<표 6> 교섭단체 표의원의 권한

교섭단체를 구성한 정당은 개원 이 에 원 구성단계에서부터 개입하

게 된다. 일단 교섭단체 구성여부는 선거결과로 확정되며 원 구성은

13) 자유민주연합 소속 김학원 의원은 정보사회에서의 국민 욕구의 다양화, 다른

국가와 비교해서 하한선이 높은 구성요건, 소수정당의 출 과 활동을 보호한다

는 헌법정신 배, 국회의원 정수의 감축, 소선거구제의 문제 등을 이유로

교섭단체 구성요건을 완화할 것을 주장하 다(김학원, 2001).

14) 근거조항은 1948년 10월 2일 제헌의회가 제정한 국회법이 2003년 개정된 제27

차 국회법임.

130 제5회『사회연구 학술상』수상논문

교섭단체간의 상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행이었다. 그러나 13

국회 이후부터는 교섭단체의 의석비율을 고려하여 교섭단체간의 합

의로 각종 원장직을 배분하고 있다(김 우, 2000: 116; 정호 , 2004:

209). 국회의장 선출도 13 이 까지는 통령이 지명하여 선출하

다가 13 국회부터는 교섭단체간 합의로 결정되었다. 민주화 이후 의

장단 선출, 상임 원의 선임․배정 그리고 상임 원장의 선출로 완료되

는 원 구성15)은 교섭단체의 권한이 된 것이다.

이 밖에도 국회운 반에 한 교섭단체의 권한은 범 하다. 원

구성 이후 의회정치에서 본회의와 상임 원회 운 에서 교섭단체의

향력은 크게 세 가지로 나 수 있다.

첫째, 교섭단체가 갖는 제도 이 은 본회의 기본운 방향 뿐만 아

니라 의제설정권한을 갖는다는 이다.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표의원

은 개회시간과 의사일정의 변경(제72조와 제77조), 본회의의 비공개 결

정(제75조 ①) 그리고 주요사안에 한 의원 발언의 기재여부 결정(제

118조 1항) 등 본회의 운 을 의장과 의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다.

한 교섭단체는 안건에 련된 처리방식도 조정할 수 있다. 교섭단체

표의원은 본회의에서 다룰 안건을 변경하거나 추가상정(제77조)할 수

있으며 긴 안이라고 단되는 사안에 해서는 질문시간을 연장(제

122조 3항 ⑤)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안건의 추가상정과 긴 안에

한 시간연장을 교섭단체 표의원에게 부여한다는 것은 의회정치 내

에서의 의제조정권한을 부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안건의 최종 결

정이 이루어지는 본회의에 올릴 안건을 결정하고 질의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는 것은 교섭단체가 의제설정에 유리한 조건에 있다는 것을 의

미한다. 이러한 권한은 상임 원회에서도 마찬가지 향력을 갖는다.

둘째, 상임 원장 선임 권한을 교섭단체가 갖는다는 사실은 안건을

15) 원 구성에 한 규정은 13 이 에는 없었다. 단지 국회의장이 집회일 3일

에 공고하기만 하면 된다고 하여 법률 으로는 언제든지 소집하여도 문제가 되

지 않았다. 1991년 5월 31일 국회법 개정으로 의장단, 상임 원장 선거시기를

법정화를 시한 원 구성에 한 규정이 제도화되었다(제27차 개정 국회법 제

41조 ③).

민주화 이후 한국 정당정치의 경쟁구조 131

실질 으로 조정, 장악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6 부터 상임

원회 심주의(유수정, 1996: 64)를 채택하고 있는 국회에서 교섭단체

가 상임 원회 조정권한을 갖게 됨으로써 의제를 선 , 조정하는데 유

리해지는 것이다. 각종 법률안들이 논의되는 실질 논의와 심의가 이

루어지는 상임 원회는 원회별로 교섭단체 별 간사 1명씩을 선임하

여, 상임 원장과 간사들의 조정과 의를 통해 운 된다. 2년을 임기

로 교체되는 상임 원회의 제반과정, 즉 제안자의 취지 설명, 문 원

의 검토 보고, 체토론, 축조심사 찬반토론, 그리고 표결 순서로 이

어지는 안건심사 차에서 원장은 의, 조정 권한을 갖고 상임 원회

를 주도하게 되는 것이다.

국회(상임 수) 제1당16) 제2당 제3당 제4당

13 (16) 7 4 3 2

14 (17) 10 5 2 -

15 (18) 10 5 3 -

16 (20) 10 8 2 -

17 (19) 11 8 - -

<표 7> 정당별 원장 수

상임 원장직을 교섭단체에게 배분된다는 사실은 문 인력지원을

받기 때문에 그 향력이 더욱 커지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

해, 교섭단체는 안건을 법제화하는 상임 원회 단계에서도 비교섭단체

보다 우 에 선다는 것이다. 문 원 1명, 입법심의 1-3명, 입법조

사 2-5명이 배치되는 인력들은 상임 원장의 지휘를 받아 회부안건

에 한 조사검토 참고자료작성, 법률안 등 의안의 기 를 한 심

사 참고자료 원안 작성, 소 사항의 법률제정 개폐를 한 자료

16) 제1당은 의석을 제일 많이 차지한 정당을 의미한다. 상임 원장의 수를 갖는

정당의 수는 교섭단체의 수와 동일하다. 단, 16 국회는 제3당이었던 자유민

주연합에게 상임 원장 자리가 2개 주어졌던 이유는 DJP연합을 구성한 연립정

당이라는 이유로 정치 상이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

132 제5회『사회연구 학술상』수상논문

조사, 회보안건에 한 원회 심사보고, 조사보고서 등의 작성들의 업

무를 하도록 되어 있다(박찬욱․김진국, 1997: 466). 상임 원장과 간사

의 의에 따라 결정되는 상임 원회 운 은 본회의 운 결정과 동일

하게 교섭단체가 하나의 단 로서 작동하도록 제도화되어 있는 것이다.

본회의 의결 차만을 남겨둔 법안에 한 논의와 본회의 상정여부 권

한이 있는 상임 원장직 배분방식은 한 교섭단체와 그 구성에 실패

한 정당간의 향력에 차이를 야기하는 요인인 것이다.

셋째, 교섭단체가 비교섭단체를 배제할 수 있는 제도 권한이다. 발

언자 수와 발언시간 결정권한(제104조 ⑤)을 교섭단체 표의원이 갖고

있기 때문이다. 표의원의 이러한 향력은 교섭단체 소속의원 뿐 아

니라 비교섭단체의 발언자에게도 미치는 것이다(제122조 2항 ④). 이는

교섭단체를 구성하지 못한 정당은 발언권 조차도 교섭단체 결정에 종속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통일민주당과 자유민주연합은 13 , 16 에서

합당과 연합 구성에 있어 요한 기능을 하고 통령 후보까지 낸 정당

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통일국민당은 소멸했고 자유민주연합 역시 재

17 국회에서 그 향력이 매우 약화되었음을 보면 알 수 있다.

국회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교섭단체 수 4 4 2 2 2 3 1 2 3 4 3 3 4 3 3 2 2

<표 8> 원내 교섭단체 구성한 정당 수

역 국회에서 교섭단체 수는 1-4개 다. 13 국회에서 교섭단체를

구성한 정당 수가 4개 지만 그 이후 선거 사례수가 5개밖에 되지 않아

단정 으로 말할 수는 없다. 다만 그 수는 차 감소하여 2개로 고정

되는 듯이 보이고 있다. 여기서 더욱 요한 사실은 의회정치를 운

하는 교섭단체가 의회정치 운 을 통해서 의제설정권한을 갖는다는

이다. 국회의 의사일정을 결정하는 일반 사항에서부터 상을 통해

상임 원장직을 분배함으로써 구체 인 안건에 한 논의까지 조정할

수 있는 교섭단체의 권한은 의회정치를 지배하여 의제설정권자로 기능

민주화 이후 한국 정당정치의 경쟁구조 133

할 수 있는 제도 조건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발언권과 안건 순서

조정권을 포함한 본회의 운 권한은 의회정치에 어떤 이슈를 의제로

삼을지를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 교섭단체에 주어져 정당정치 반에

서 의제설정권한을 갖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구조에서는 교섭

단체가 으로 삼고 있는 사안은 본회의나 상임 원회에서 으

로 토의되는 상이 되지만 그 지 않은 안건은 그 순 에서 려나 보

류되기 마련이다. 심도있는 논의를 거쳐 안건을 법제화하는 과정의 시

작으로서 상임 원회에서도 교섭단체의 그러한 향력은 마찬가지이

다. 문인력을 지원받는 교섭단체는 ‘ 비된 안건’을 상임 원회에 제

출함으로써 의제를 선 , 조 할 수 있으며 우선시되는 사안과 그 지

않은 사안의 우선순 를 정할 수 있다. 이러한 사실은 교섭단체 구성

여부가 선거제도에 의해서 의회에 진입한 정당이 의제설정을 할 수 있

는 정치 지 를 확보하기 해서 넘어야할 다른 장벽으로 작용함

을 의미한다.

5. 결론

민주주의가 선거에 의한 표직 선출이라는 의미로 차 축소되고

있는 실에서 정당정치에 한 심은 차 으로 약해지고 있다. 정

당정치의 정당성마 의심되고 있는 시 에서 ‘정상정치’로의 복원

은 단순한 제도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이 정

당정치를 제도의 문제로 바라보는 것은 개개인의 선택이 정당정치에

어떻게 반 되고 있는가하는 재의 문제에 을 두기 해서이다.

특히, 선거제도와 국회법에 따라 구성된 교섭단체는 정당정치를 구성하

는 두 가지 역, 선거정치와 의회정치에서 정당의 향력을 조정하는

가장 기본 제도라는 에서 주목할 만하다.

‘왜 한국은 선거마다 정당의 등장․소멸이 반복되는가’라는 문제는

기존의 정당연구에서 많이 지 되어온 해방 이후 정치 경험이 낳은

이념 지형이 소하다는 결론과 맞닿아 있는 질문이다. 사실, 한국

134 제5회『사회연구 학술상』수상논문

정당정치는 해방 이후 식민잔재의 청산, 분단문제, 그로 인해 좁은 범

주의 이념논쟁만이 허용되는 구조 조건 에서 발 해왔다. 그에 따

라 정당정치는 그러한 범주 내에서 경쟁이 이루어지는 보수정당체제를

구성해왔다는 것 한 오랫동안 논의되어 왔다. 그러나 1987년 민주화

는 정치채 의 다양화와 유권자의 정치 표출기회를 증가시켰고 1997

년 외환 기는 경제이슈를 정치 이슈화하는 계기로 작용하 다. 이

러한 정치 ․경제 변동은 사회구조 조건의 변화를 가져왔지만 여

히 정당정치의 변화로 이어지지는 않은 듯하다. 이 은 여기에 의

문을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민주화 이후 정당정치는 수차례에 걸친

정치개 논의에도 불구하고 왜 여 히 정당의 등장․소멸이라는 패턴

은 반복해서 나타나는가? 이러한 질문에 답변하기 해 이 은 이념

조건으로 설명되는 사회구조 설명에 보완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

에서 제도의 문제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민주화 이후 한국 정당정치는 민주화 이 과 많은 차이를 보여 왔다.

정당-유권자 계에 극 으로 개입했던 권 주의 시기 국가의 향

력은 약화되었고 그 자리를 신한 것은 시민사회의 조직화 다. 에

띠는 사회 변화는 하나는 유권자의 자발 조직화와 극 인 정치

역에의 개입이고 다른 하나는 1997년 외환 기 이후 계층화 상에

서 비롯된 고정된 투표행태의 등장이다. 1997년에는 수평 정권교체

라는 권 주의 시기에는 없었던 요한 정치 변동을 겪었다. 뿐만

아니라 한때 집권당이었던 새천년민주당의 속한 쇠퇴, 오랜 기간 그

정치 향력을 확보해왔던 자유민주연합의 약화라는 빠른 속도의 지

배와 쇠퇴와 같이 그 유례를 찾기 힘든 놀라운 변화들은 지역주의 혹은

지역정당체제로는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이다. 이러한 변화에도 불구하

고 여 히 주요 2개의 정당이 각축하는 경쟁구조는 계속되는 반면 새

로운 정당이 등장한 이후 지속되는 사례는 보기 힘들다. 왜 2개의 정

당만이 정당정치를 지배하게 되는가? 보수정당의 지배라는 해방 이후

의 구조 조건은 변화할 수 없는 것인가? 그것은 의제설정권자인 기

존의 정당들이 만든 제도 문을 새로운 정당들이 넘어야 한다는 데

민주화 이후 한국 정당정치의 경쟁구조 135

에서 기인한다는 것이 이 의 결론이다. 선거 역에서 정당의 수를

이는 효과를 갖는 선거제도는 유권자의 1표가 1표로서의 의미를 갖

지 못하는 제도로 운 되어 왔다. 특히, 1인 1표제의 비례 표제는 지

역구에서 1번, 그리고 그 의석 유율에 따라 다시 한번 선거정치 결과

에 반 되었다. 그것은 지역구 선거에서 후보자 선출을 하지 못한 1표

는 비례 표제의 본래의 취지인 비례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다시 한번

사표로 사장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1인 2표제를 도입한 17 총선에

서 민주노동당의 10석 확보는 그러한 제도가 바 데에서 발생한 결과

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민주노동당의 17 국회에서 부딪히고 있

는 난 에서 볼 수 있듯이, 신생정당이 원내에 진입한다고 하더라도 하

나의 정당으로서 기능하기 해서는 다른 문, 국회법이 규정한 교

섭단체제도를 넘어서야 한다. 교섭단체제도는 정당 하나하나가 하나의

단 로 움직이는 선거정치와는 다르게 의회정치를 새로운 구조로

재구조화한다. 20개 이상의 의석을 확보한 정당에게만 주어지는 교섭

단체제도는 구성여부에 따라 의회정치에 한 정당의 장악력에 차이를

가져오게 한다. 20석 이상의 의석을 확보하여 교섭단체를 구성한 거

정당들은 그 제도가 부여하는 다양한 권한을 통해서 의회정치의 의제

설정권한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의제설정권한에 한 분석은 왜 정당정치가 정책경쟁으로 발 해 나

가야 한다는 개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개선되지 않는가라는 문제에

한 실마리를 제공한다. 이 은 그러한 구조가 가능한 제도 기반은

교섭단체가 갖는 의제설정력에 있다고 본다. 의회정치를 지배하면서 의

제를 조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 구조 속에서 교섭단체를 구성한 정당

은 자신의 지 를 태롭게 할 어떤 근본 개 을 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집권당으로 혹은 다수당으로의 승리가 자신의 정치 향력

을 손상시킬 가능성이 있는 정책경쟁보다는 재의 구조 조건을 유지

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일 것이다. 기존의 제도 이 을 리려고 하

는 기존의 교섭단체는 본회의는 물론이고 상임 원회에서도 교섭단체간

의로 정한 의제를 정해진 발언권을 통해 선 , 조 할 수 있다.

136 제5회『사회연구 학술상』수상논문

그러나 기존 정당의 향력이 큰 경쟁구조 속에서 신생정당은 많은

득표를 하기 힘들고 원내에 진입하더라도 의회정치에서 하나의 단 로

서 그 역할을 담당하지 못하게 되어 그 향력이 미미해지게 된다. 소

수당의 낮은 지 는 교섭단체가 결정하는 범주 내에서 지 를 갖게 되

는 종속성 때문이다. 국회가 본회의가 아닌 상임 원회를 심으로 한

다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상임 원장 하나 없는 정당의 치와 향력

은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이에 따라 의제를 설정하는 권한

이 없는 비교섭단체는 유권자에게 효과 인 입법을 하는 ‘정책정당’이

라는 이미지에서 낮은 수를 받을 수밖에 없어, 다음 선거에서 낮은

득표율을 얻게 되는 것이다. 그 결과 소수정당은 소멸하게 되고 신생

정당의 끊임없는 원내 진입시도는 반복되는 것이다.

교섭단체제도의 이 에 기반을 둔 정당들의 의회정치 지배는 소수정

당에 해 유권자의 지지는 선거정치에서만 끝나고 만다는 에서 근

본 인 문제를 안고 있다. 소수정당은 소수의 지지를 받았기 때문에

의회정치에서의 향력이 상 으로 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 수

가 다고 해서 의미가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소수정당이 의

회에 진입한 이후 치러지는 선거에서 왜 다시 지지를 얻는 것이 쉽지

않는가에 해서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과연 소수정당이 갖는 정

치력의 문제로만 볼 수 있는 것인가? 선거정치와 의회정치에서 경쟁할

수 있는 자원을 손쉽게 동원할 수 있는 지 가 교섭단체를 갖는 정당에

게 유리하기 때문은 아닌가? 만약 제도 특성이 그러한 경쟁을 지속

시키고 있는 것이고 선거마다 정당의 등장․소멸을 반복하게 하는 원

인이라면 매번 난 에 빠져 교착상태에 빠지는 정당정치 문제 한 그

러한 제도를 바꾸려고 하지 않는 교섭단체를 구성한 정당에게도 책임

이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유권자의 1표 1표가 사장되지 않

고 유권자의 표가 비례 으로 의회정치에 반 되는 표의 등가성을 확

보하도록 선거정치와 의회정치 모두에서 제도를 개선해야 할 것이다.

그러한 비례성을 확보하는 제도개선은 의제설정력을 교섭단체가 독

하지 않고 여러 정당이 ‘공유’하는 정당경쟁의 공간 확 로 이어져 유

권자의 선택의 폭을 넓히게 될 것이다.

민주화 이후 한국 정당정치의 경쟁구조 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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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 이후 한국 정당정치의 경쟁구조 139

- 록 -

* 주제어: 정당정치/의제설정자/교섭단체/정당체제/경쟁구조

이 의 목 은 왜 한국에서 정당의 등장․소멸이 반복되는가라는

문제를 설명하는데 있다. 민주화 이후 한국 정당정치는 권 주의 시기

에는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놀라운 변화들이 진행되어 왔다. 그러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여 히 정당의 등장․소멸이라는 패턴은 변화하지

않고 있다.

이 은 변화하지 않는 이와 같은 정당정치를 정당정치의 경쟁구조

라는 시각에서 근하고 있다. 유권자의 표는 정당정치에 반 되기

해서는 두 가지 제도, 선거제도와 의회제도를 거쳐야 한다. 두 제도는

정당 수를 조정, 결정하는 효과를 갖는다. 유권자 투표를 정당정치에

반 하기 해 선거제도가 그 수를 이는 효과를 갖는다면 의회제도

는 원내에 진입한 정당을 교섭단체라는 새로운 단 로 재구성하게 한

다. 문제는 교섭단체로 구성된 정당과 그에 실패한 정당의 권한 차이

에 있다. 교섭단체는 의회정치 반에 걸친 조정․결정 권한을 갖는

‘의제설정자’로 재구성되어 의회정치를 지배하는 반면 교섭단체에 실패

한 소수정당은 의회정치에서 종속 지 에 놓이거나 배제된다. 그에

따라 소수정당은 ‘정책정당’ 이미지를 만들 기회조차 갖지 못하여 다음

선거에서 불리한 치에 처하게 되지만 교섭단체를 구성한 정당은 오

히려 유리한 지 에서 선거를 치르게 된다.

제도 효과가 의제설정자와 의회정치 지배구조에 미치는 향이 왜

소수정당이 등장했다가 사라지는지를 설명하는데 하나의 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결론 으로 이 은 의제설정권한의 독 이 아니라 여러

정당이 ‘공유’하는 경쟁구조로 개선하여 정당경쟁의 공간을 확 하고

이를 통해 유권자 선택의 폭을 넓 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140 제5회『사회연구 학술상』수상논문

- Abstract -

Competition Structure of Party System in Korea after

Democratization:

Rise of Agenda-setter and Domination Structure of Parliamentary Politics

Park, Kyung-Mee17)

The aim of this article is to explain the reason why appearances

and disappearances of new parties have been repeated in Korea.

After Democratization, there have been marvelous changes of social

bases such as civil society, its political interventions and class voting

in limited areas. Nevertheless, it does not lead to the change in

party competitions but continuous dominations of the established

parties and disappearances of new parties. What is the reason

behind this repetition?

This article focuses on the gap of two areas, electoral politics and

parliamentary politics. Ideally, democracy aims to the proportional

reflection of a vote. The real politics, however, has institutions like

electoral institution and parliamentary institution, which work as the

huddles for each party. This article pays attentions to two kinds of

institutional huddles, the electoral institutions and the Parliamentary

Law. Both have effects on the number of actor which play a role in

Park, Kyung-Mee Ph.D. Candidate, Department of Political Science and

Diplomacy, Ewha Womans University(Political Party/Parliament/Election).

민주화 이후 한국 정당정치의 경쟁구조 141

party politics. Its effect is the restructuring of actors. Especially, the

negotiation body is supposed to have variety of powers such as

handling of parliament and the Standing Committee. Therefore, the

party which succeeds in making the negotiation body stands on the

advantageous point as agenda-setter, while the minor party is nearly

alienated. Finally, the minor party cannot have opportunities to

show up as 'policy party'.

This article analyses the institutional effects on the party politics.

It is different from the previous approaches that the structure of

party politics comes form the social structure of the divided nations.

This article concludes that the direction of institutional renewal

should be not for monopoly but for sharing of agenda-setting power.

This will be how to solve the key to why the new party appear and

disappear repeatedly.

* Key words: party politics, agenda-setter, negotiation body, party

system, competition struc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