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2월 일터 합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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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 2015 2월 일터 합본

여성노동자그리고 건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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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2: 2015 2월 일터 합본

엄마의 탄생2014, 오월의 봄

김보성, 김향수, 안미선

임신부터 육아까지,

‘평범하지만 처절한’

대한민국 엄마 분투기

사회가 만든 ‘엄마 노릇’에 억눌려온 사회가 만든 ‘엄마 노릇’에 억눌려온

진짜 엄마들의 목소리를 만나다

2010년대 한국에서 아기를 낳고 키운다는 것, 건강하게 양육한다는 것은 무얼 뜻하는

것일까? 그 의미를 저자들은 여성의 관점에서 설명하고 분석하고 싶었다. 아이를 키우

며 갈등과 고민이 생겼을 때 “엄마니까” “그땐 다 그래. 조금만 견뎌봐라”라는 말 말고

다른 설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생경하고 때로는 괴상한 ‘엄마 노릇에’ 의문을 던져

보고 싶었다. 아이를 보살피고 키우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고 엄마 역시 부모 중 한 사람

으로서 그 역할을 다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엄마는 아이를 위해 뭐든지 참고 견뎌야 하

는 걸까? 대체 어디까지가 ‘엄마 노릇’이란 말인가?

- 프롤로그 ‘지금, 엄마는 어떻게 만들어지고 있나’에서 - 프롤로그 ‘지금, 엄마는 어떻게 만들어지고 있나’에서

Page 3: 2015 2월 일터 합본

미스 혹은, 아줌마에서 슈퍼우먼, 워킹맘, 주부까지. 일하는 여성을 부르는

여러 가지 말이 있습니다. 여성들의 일이 ‘노동’으로 인정받기 까지 많은 외

침이 있었고 그 결실로 간호사, 마트 계산원, 식당차림사 등 사회적으로 여성

의 얼굴을 하고 있는 분야에서의 노동권과 건강권 문제도 조명되고 있습니

다. 최근 인천 어린이집 아동 폭행사건 보도 이후 주목되고 있는 보육교사들

이 처한 장시간·고강도의 노동실태 역시 ‘성별분업화된 돌봄노동의 구조’라는

젠더관점에서 들여다볼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이번 「일터」는 사회와 노동의 한 주체로 실재하는 ‘여성’을 특집으로 다뤘

습니다. 최근 산재인정 소송 중 노동자와 생식건강과 업무관련성 문제에 있

어 의미 있는 결과를 이루어낸 제주의료원 간호사의 집단유산 산재인정 승소

사례를 살펴봅니다. 또한 전자산업 노동자와 단시간 알바 노동자 두 분의 생

생한 목소리로 여성노동자들이 주로 투입되는 노동현장의 특성과 그와 밀접

하게 연동되어있는 일상이 어떠한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젠더 관점으로 노동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여자’라서 특별보호가

필요하기 때문이 아닙니다. 성별에 따른 차이와 그로 야기된 특성이 우리 사

회에, 우리 노동에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모든 노동자들의 건강권을 쟁취하기

위한 발걸음은 이 ‘차이’와 ‘특성’을 섬세하게 인식하는 것에서 진전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독 자 에 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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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특집

1. 노동보건의 후미진 곳, 그곳엔 여성이 있다

2. 여성노동자의 집단유산 등 산재인정!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3. ‘여성’ ‘노동자’로 살아가기

가부장적 문화와 남성 중심의 사회구조 속에서 여성들의 삶과 노동, 그리고 권리는 가려지기

십상이다. 그렇기에 여성노동자의 건강권 문제는 더 주의를 기울여 조명할 필요가 있다. 노동

안전보건에 있어 견지해야할 젠더관점, 최근 승소판결을 받은 ‘제주의료원 집단유산 산재인정’

사례, 여성주체들이 전하는 여성노동의 생생한 노동현실을 확인해 보자.

03 뉴스 파주 LG공장 질소누출 사고 발생, 3명 사망 外 l 장영우

06 지금 지역에서는 미등록 이주노동자 차별하면 안전한 수원이 되나? l 재현

08 A-Z까지 다양한 노동 이야기 노무사가 없어도 되는 세상을 희망하는 노무사 l 재현

12 현장의 목소리 빅브라더에 맞서 말과 글을 지키려는 사람들 l 재현

16 연구 리포트 한국 노동자의 주말근무와 우울증상 l 이혜은

21 사진으로 보는 세상 이번 명절엔 택배 노동자들에게 감사인사를 l 쌀집아재

32직업환경의학의가 만난 노동자건강 이야기

장애가 있는 노동자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 l 후원회원 강충원

34 작업중지권 기획평생 지켜야 할 ‘사람 살리는 권리’ l 중대재해 예방과 작업중지권 실현을 위한 ‘당장멈춰’ 팀

36 노동시간센터(준) 기획일자리는 50만개 늘어났는데 더욱 가난해진 이유는? l 노동시간센터(준)·수유너머N 회원 전주희

40 문화읽기 무서운 어린이집 l 송윤희

42 유노무사의 상담일기 정신질환에 대한 업무관련성 판단은 누가? l 노무법인 필 유상철

44 일터 다시보기 「일터」애독자가 한노보연 회원이 되기까지 l 권종호

46 이러쿵저러쿵 지리산 어느 산골짜기 선배의 이야기 l 양선배

48 퀴즈 가로세로 퀴즈로 본 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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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일터 l ․ 3

파주 LG공장 질소누출 사고 발생,

3명 사망

출처 : 부산소방본부

1월 12일 오후 12시 50분께 경기도 파주시 월

롱면 LG디스플레이 공장에 질소 가스 누출사고

로 30대 이 모 와 문 모 씨가 숨졌다. 또 4명

이 부상을 당해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하였으나

사고 2주 만인 26일에 오 모 씨가 추가로 사망

하였다.

사고가 난 TM설비의 챔버는 폭 4∼4.5m, 높

이 0.9m의 밀폐된 7각형 공간에 생산시설 가동

때 공기 중 수분을 제거하기 위해 질소를 채워

두는 장비로 밖에서 들여다볼 수 있도록 투명창

이 달려 있다. 또 작업 전 반드시 챔버 내 질소

를 제거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경찰조사결과

이번 사고는 설비 안의 질소가 완벽히 제거되지

않은 상태에서 작업자가 들어가서 작업을 진행

하다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경찰은 설비나 배관의 균열된 틈 사이로

질소가 누출된 것이 아니라, 챔버 속에 남아 있

던 질소에 작업자가 노출돼 발생했다고 설명했

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밀폐된 공간에 질소가

남아있는 상태에서 작업하려다 사고가 난 것으

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질소는 그 자체로는

독성을 지닌 물질은 아니며 오히려 공기의 78%

를 차지할 정도로 흔한 물질이다. 그러나 밀폐

된 공간에 질소 유입이나 누출로 농도가 높아지

면 그만큼 산소 농도가 떨어진다. 전문가들은

산소 농도가 16% 아래로 떨어지면 질식사 우려

가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까지 드러난 정황으로 보면 LG디스플레이

측이 기본적인 안전매뉴얼을 지키지 않은 탓일

가능성이 높다. 산업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18

조 ‘밀폐공간 보건작업 프로그램’에 따르면 밀폐

공간 등 위험장소에서 작업을 하는 사업장의 경

우, 작업을 감시하는 감시자를 세워야 한다. 총

괄관리자는 작업 근로자에게 내부 유해가스 농

도 등을 측정하게 하거나 그 밖의 다른 방법으

로 근로자가 장해를 입을 우려가 있는지 확인해

야 한다.

하지만 LG디스플레이 측은 챔버(밀폐공간) 바

깥에서 작업 상황을 지켜보며 안전을 감시해야

하는 안전감시자도 두지 않았다. 이 같은 안전

보건규칙은 LG디스플레이가 ‘자랑’‘하던 안전매

뉴얼(공사안전관리제도)에도 명시돼 있다. 만약

LG디스플레이가 해당 규정을 지켜 총괄관리자

가 외부에 있었다면 무고한 목숨을 잃는 처참한

사고는 벌어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컸다. 결국

LG디스플레이의 안전규칙 위반이 하청업체 노

동자 3명을 사지로 몰아넣은 셈이다.

부산 조선소 크레인해체작업 중

노동자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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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영도 옛 조선소 자리에서 크레인 해체

작업을 벌이던 노동자 4명이 추락해 숨지는 사

고가 발생했다.

지난 1월 21일 오전 9시 46분 부산 영도구 청

학동 옛 D조선 2공장 터에 있던 지브 크레인

평형추가 붕괴해 인부 4명이 15m 아래로 추락

했다. 평형추는 크레인의 중심을 잡아 주는 철

제 구조물이다.

이 사고로 평형추 위에서 작업하던 김 모(58),

문 모(59), 허 모(61)씨가 숨졌다. 또 평형추 안

에서 작업 중이던 박 모(56)씨는 평형추와 함께

추락했다. 소방본부는 두 시간 이상 구조작업을

펼쳐 평형추를 열었지만, 박 씨도 숨진 채 발견

됐다.

사고가 난 크레인은 1974년 일본에서 제작돼

수입된 것으로 지난달 D조선이 선박 구조물 제

조업체인 ㈜G사에 매각한 것이다. D조선은 지

난달 G사 등 3개 업체로 구성된 컨소시엄에 조

선소 터와 시설물을 매각했다. 경찰은 G사 측

에서 안전 수칙을 위반한 채 작업을 하다 사고

가 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G사

가 크레인 3대 등을 중고 크레인 매매업체인 ㈜

현대호이스트에 고철로 매각했고, 이 크레인 매

매업체는 다시 ㈜아산금속과 철거 계약을 맺었

다. 사고를 당한 노동자들은 다단계 하청업체에

일용직으로 고용되어 일하던 중 사고를 당한 것

이다.

경찰은 작업 인부들이 평형추를 받치고 있던

2개의 지지대를 잘라 버려 평형추가 무게를 이

기지 못하고 아래로 추락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해체 작업 현장에 있던 관계자는 경찰 조사에서

“지지대를 절단하기 전에 다른 크레인으로 평형

추를 먼저 고정해야 했으나 일의 순서가 뒤바뀌

었다”고 진술했다.

노동자 4명의 목숨을 앗아간 부산 영도 크레

인 철제 구조물 추락사고는 크레인 해체 작업에

참여했던 인부의 경험 미숙과 안전장치 부실이

사고 발생의 주요 원인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화학물질 유출사고

노동자에게 책임전가하나?

사진출처 : 참소리

화학물질 유출사고 당시 현장에 있던 노동자

에게 회사가 제기한 손해배상이 합당하다는 법

원의 판단이 나왔다.

전주지방법원 제2민사부(재판장 김상곤)는 1월

7일, 전북 완주군 봉동 3공단에 있는 화학공장

‘아데카코리아’가 소속 노동자 김정남 씨를 상대

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 원고 일부 승소 판

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피고(김정남)는 원고(아

데카코리아)에게 3343만 9546원 및 이에 대하여

2013년 6월 8일부터 2015년 1월 7일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

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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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당초 아데카코리아는 2억 원대 소송을 제기

한 바 있다.

발단이 된 화학물질 유출사고는 2013년 6월에

일어났다. 화학제품을 만드는 반응 탱크의 하단

밸브가 잠기지 않은 상황에서 김 씨가 원료를

투입하였고, 페놀 등이 섞인 원료는 그대로 공

장 안에 흘렀다. 원료는 1시간 15분가량 유출됐

다. 이날 사고로 김정남 씨는 2개월의 정직 처

분을 받았다. 회사는 노동부로부터 해당 생산라

인 안전장치 보완 등을 이유로 약 25일간 생산

라인 가동 중지 명령을 받았다. 회사는 그로부

터 5개월이 지나고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

했다. 가동 중지로 일어난 손해액까지 모두 배

상을 요구했다. 회사는 작업표준을 지키지 않은

점과 밸브 확인 후 작성토록 되어 있는 확인서

를 사전에 확인 없이 작성한 점 등 사고의 모든

책임이 김정남 씨에게 있으며 다분히 고의적 과

실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김 씨가 작업표준을 지키지 않은

점, 1시간 15분 동안 대량의 화학물질 누출되었

는데 제조기록지에 허위로 기록한 점 등을 종합

해 약간의 주의만 한다면 손쉽게 사고 발생을

예견할 수 있음에도 이를 간과했다”고 봤다. 사

실상 화학물질 유출 사고를 김정남 씨가 저지른

중과실로 본 것이다.

김정남 씨는 패소에 대해 “잘못한 것은 사실

이고 그 부분의 책임을 지는 것이 맞다고 생각

해 2개월의 징계를 받아들였다. 그러나 그 이후

손해배상은 회사가 안전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상황에서 발생한 것”이라고 억울함을 호소했고,

노조를 통해 항소를 제기했다.

실제 해당 생산라인에서 몇 차례 이와 비슷한

사고가 발생하여 노조와 노동자들이 회사에 자

동설비 마련 등 안전장치를 보완해 줄 것을 요

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사고라인의 보

완장치는 노동부 지적 후에 마련됐다. 1심에서

는 이 점이 구체적으로 검토되지 않았다.

지난 1월 20일 오전 민주노총 전북본부는 전

주지방법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재판부의 결정

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일터

정리 : 장영우 선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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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등록 이주노동자 차별하면

안전한 수원이 되나?

재현 선전위원

지난 1월 23일 14시 수원화성박물관에서 수원 팔달구 지역구 소속 새누리당 국회의원 김

용남 의원실 주최로 ‘안전한 수원 만들기 토론회’가 있었다. 이날 토론은 작년 12월 오원춘

살인 사건 이후 수원시가 발표한 범죄예방대책이 이주민 차별을 조장한다는 논란이 이는 가

운데 진행된 터라 더욱 이목을 끌었다.

이주민 혐오 조장하는 수원시 범죄예방대책

‘외국인범죄와 치안대책 -수원시를 중심으로-’란 주제로 발제에 나선 최응렬 동국대학교 경

찰행정학과 교수는 “수원시 팔달구에서 2012년에 이어 2014년에 또다시 이주민에 의한 흉악

범죄가 발생했지만, 전체 선주민과 이주민 포함 범죄율 4.14% 중 이주민 범죄율은 1.4%에

해당하는 점을 강조하며 다문화 사회로 나가고 있는 지금, 몇 가지 사건으로 (미등록) 이주

민 전체를 잠재적 범죄자로 몰아세우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국내 외국인 불법체류 현황과 외국인 이민 정책 개선방안’이란 주제로 발제를 맡은 최서

리 연구위원(IOM 이민정책연구원)은 “박춘봉 사건이 서로 관계가 있던 이주민 사이에서 벌

어진 범죄인데, 이번 범죄예방대책은 마치 앞으로 이주민들이 불특정 선주민을 상대로 흉악

범죄를 저지를 것처럼 인종차별 및 이주민 혐오 정서를 부추길 소지가 있다”며 수원시 범죄

예방대책에 아쉬움을 표했다.

이주민 존중하는 자세 필요해

토론에 나선 경기지방경찰청 외사계장 서동현 계장은 “이주민들도 국내에 정착하러 왔기

때문에, 일부러 법을 어기거나 흉악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다”고 지적하며 “선주민들이 이주

민을 동등한 하나의 사람으로 존중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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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진 토론에서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는 “범죄는 잠재적 가해자, 잠재적 피해자, 범죄유

발 환경이 만났을 때 발생하는데 지난 몇 년간 있었던 선주민 흉악 범죄에서 보듯 이주민만

을 잠재적 가해자로 몰아세우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가정과 사업장 등에서 다

양한 잠재적 폭력에 노출된 이주민 여성을 보호하기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하

며, “범죄가 일어날 수 있는 환경은 감시의 눈이 없을 때, 무질서한 환경, 지역 공동체가 사

라졌을 때이므로 수원시가 지역 공동체를 복원하기 위해 더욱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목

소리 높였다.

수원시만 청개구리?

토론회 내내 전문가들이 수원시 범죄예방대책에 우려를 표시하는 가운데, 수원시 자치행

정과 이상훈 과장은 수원시 범죄예방 대책의 취지를 “더는 사고가 재발하면 안 되겠다고 생

각해서 관계기관 및 주민과의 대화를 통해 대책을 마련한 것”이라고 밝혔다. 여러 대책 가

운데 박춘봉 사건 때 부동산 중개업소의 제보로 범인을 검거 한 점을 예로 들며, “수원시가

부동산 중개업소와 협의하여 이주민들이 집을 계약할 때 등록인지 미등록인지 파악하고, 수

원 출입국 관리소와 함께 2월 2일부터 6월 30일까지 합동 단속반을 게시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주민 신고망을 정비하고, 관계 기관과 함께 수원시에 거주하는 이주민을 전수조사하

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사실상 수원시가 미등록 이주민을 잠재적 범죄자로 규정하고 단속하

겠다는 것이다.

청중 토론에서 수원이주민센터 안기희 대표는 “오늘 토론에서 전문가들이 수원시 범죄예

방대책에 우려를 표명한 것에 반하는 대책”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범죄예방대책이 선주

민과 이주민이 함께 안전한 수원에서 살아가기 위한 대책으로 개선되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에 대해 수원시 자치행정과 이상훈 과장은 “수원시 범죄예방대책은 이주민을 감시하고 탄

압하기 위함이 아니라 (미등록) 이주민의 현황을 파악하여 이후 정책을 펴나가는 데 활용하

기 위한 조사”라고 못 박았다.

이러한 수원시의 입장은 지난 2월 2일 염태영 수원시장이 오마이뉴스와 진행한 인터뷰에

서 다시금 확인되었다. 염태영 수원시장은 “미등록 이주민이 끔찍한 범죄를 저질렀으니 저로

서는 이주민이 얼마나 살고 있는지, 이주민이 미등록인지 등록인지 파악할 필요가 있다”며

“인권은 모두가 평등하지만, 행정의 입장에서는 현행법에 불법으로 나와 있는 부분을 인권이

라는 문제로 덮어갈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와 같은 수원시 입장에 대해 지역의 이주 제 단체와 시민사회는 수원시 범죄예방대책

전면 개선을 요구하며 수원시장 면담 요구, 언론 기고 등 실천 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이후

활동에 많은 관심 부탁한다. 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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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일곱 번째 이야기

노무사가 없어도 되는 세상을 희망하는 노무사

노동자 측 사건만 맡는 공인노무사 인터뷰

재현 선전위원

우리가 흔히 노무사라고 부르는 공인노무사는 국가에서 공인하는 유일한 노동법률

전문가이다. 노동관계법상에서 발생하는 여러 분쟁에서 당사자가 해결을 못할 경우 그

분쟁을 대리하거나, 때론 기업을 위해 각종 인사노무관리 상담이나 자문 등의 업무를

담당한다. 얼마 전 영화 <또 하나의 약속>, <카트>에서 노무사가 주요한 인물로 등장

하면서 노무사라는 직업이 사회적으로 새롭게 조명 받고 있다. 영화 속 등장인물처럼

기업을 위한 자문, 분쟁해결업무는 일체 보지 않고 10여 년간 노동자들의 곁에서 든든

한 버팀목이 되고 있는 공인노무사 김가명(가명) 씨를 만났다.

노무사를 하리라곤 생각도 못 했어

“저는 딱히 처음부터 무슨 생각이 있거나 그래서 노무사 일을 선택하지는 않았어요.

그냥 제가 대학을 조금 오래 (10년) 다니다 보니까 졸업을 하고 취직하기가 뭣하더라

고요. 그래서 지도교수를 찾아가 대학원을 갈 테니 조교로 선임해달라고 요청하니까 교

수님이 네가 나한테 10년을 배웠는데 뭘 또 배울게 있냐고 하더니, 노무사란 직업이

있으니 이걸 하면 너한테 좋을 것 같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때 계기로 시작하게 되었어

요.”

지도교수의 조언과 달리 가족들과 주변 지인들은 노무사 시험을 준비한다고 하자 기

대보다 걱정과 우려의 시선이 더 컸다고 한다.

“졸업하고 처음부터 공부를 시작한 게 아니라 일반 회사에 취직해서 다니고 있었어

요. 그런데 갑자기 다니던 직장 때려치우고 이때 아니면 언제가나 싶어서 한 1년 정도

여행을 다녀왔죠. 그 뒤에 이제 맘 잡고 좀 살겠거니 했는데 덜커덕 공부를 한다고 하

니까 집에서는 걱정을 많이 하셨죠. 다행히 보통 남들 준비하는 시간만큼 공부해서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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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일터l ․ 9

▲ 노무사는 해고, 노동조합 활동, 산재 관련 사건을 대리하거나 노동

조합 활동 또는 기업의 인사경영자문을 한다.

출처: 민주노총 서울남부 노동자 권리찾기 사업단 카페

험에 합격했어요. 사실 제가 공부를 잘한 편이 아니라 걱정을 많이 했는데 시험 직전

에 책에서 본 내용이 시험 문제로 2개나 나오고, 운이 억세게 좋았던 거죠.”

오로지 노동자의 편에서 일하는 김가명 씨

그렇게 시작한 노무사 생활도 올해로 어느덧 9년째 접어들었다는 김가명 노무사.

그는 이 노무법인에서 특별한 경험과 특별한 인연을 만나게 되었다.

“우리 노무법인이 만들어진지 올해로 만 10년인데 저는 수습부터 시작해서 햇수로 9

년째 줄곧 여기에서 일했어요. 노무법인의 특성상 돈 때문에 사람들이 이합집산해서 개

업하고 동업을 하고 그러다, 결국 돈 때문에 싸워서 찢어지고 그런 일이 많거든요. 하

지만 저희는 일하는 동안 단 한 차례 분쟁도 없었어요. 같이 일하는 동료들뿐만 아니

라 아내들, 아이들끼리도 잘 어

울리고. 아마 이런 직장은 어디

가도 없을 것 같아요.”

“제가 일하는 곳은 다른 노무

법인과 달리 사용자 자문과 사건

을 안 하고, 노동조합 자문과 노

동자 사건만을 담당하는 곳이에

요. 이런 데는 서울에 5~6군데

정도, 전국을 통틀어도 10개가

안 될 거예요. 저희 같은 노무사

들이 모여 ‘노동인권실현을 위한

노무사 모임’을 만들었는데 그

회원 130여 명과, 모임엔 없지만

노동조합에 있는 노무사들 등등

따져보면 총 160~170명 정도가

저희와 같은 삶을 사는 노무사들

이죠. 전체 노무사가 3,000명이

넘는다고 봤을 때 5%가 안 되는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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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사들 수입은 자문을 하는 사측에 따라 천차만별이라고 한다. 노무사 중에는 몇

십억씩 버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반면에, 최저임금 수준으로 받는 노무사도 꽤 있다.

한번은 같은 사건에서 노동자를 대리한 김가명 노무사의 노무법인과 사측 노무법인의

수임료가 100배 이상 차이가 나기도 했다고 말했다.

“사실 저는 처음 노무사가 됐을 때 ‘사용자 측 사건은 안 하겠다’, 그런 생각은 안 했

어요. 그런데 여기에서 수습기간을 보내면서 많은 걸 보고 생각하게 되니 사용자 측을

대리하는 건 뭔가 적성에 맞지 않는다 싶어서 이렇게까지 왔죠. 아무래도 사용자 측

자문을 안 하다 보니 다른 노무법인에 비해 수익이 많지는 않아요. 그래도 근근이, 잘

살고 있습니다.”

이랜드 투쟁 때의 기억이 가장 인상 깊게 남아

김가명 씨가 일하는 노무법인의 특성상 노동자(노동조합) 자문을 주로 하는 곳이다

보니, 인상 깊었던 사건도 보통의 노무법인들과는 다를 것 같았다.

“여러 사건을 맡았지만 제일 기억에 남는 건 아무래도 2007년 이랜드 파업할 때 인

것 같아요. 2008년 10월 29일 중앙노동위원회 재심이 있던 날이었어요. 10월 29일은

원래가 제 생일인데 그날 조합원들 해고 재심판정이 있었던 거죠. 그런데 당시 이랜드

노조 사무국장님의 남편도 생일이라는 거예요. 그러면서 사무국장님이 작년엔 구속 중

이라 생일 못 챙겨줬는데 이번에는 챙길 수 있겠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때 수석부위원장

님은 자기는 결혼기념일이라며 세 명 모두 승리의 기념일을 챙기자고 했는데 사건을

져서 굉장히 마음 아팠던... 그런 날이었죠.”

“또 하나는 첫 사건이에요. 2년간 2,600만원 임금을 한 푼도 못 받고 일하다가 찾아

오신 방글라데시아 이주노동자 분이었어요. 당시 1월의 굉장히 추운 겨울날 노동부에서

조사가 있어서 먼저 가 있는데, 그때 이 분이 가죽점퍼에 안에 반팔 티셔츠 하나 입고

온 거에요. 그게 어찌나 짠하던지. 지금까지도 잊히지가 않아요. 당시 사장이 도망간

상태라서 할 수 있는 건 많지 않았는데요. 어쨌든 기소되고 그러니까 사장이 밀린 돈

을 일부 주고, 국가에서 보장하는 체당금을 받고 고국으로 돌아간 사건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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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측 대변하는 노무사들 이해하고 싶지도 않고 이해할 필요도 없다

노동자의 편에서 버팀목이 되고 있는 노무사로서 심종두(‘노조파괴’를 전문으로 하는

<노무법인 창조컨설팅>의 대표, SJM·유성기업 등이 그 예)같은 노무사를 보면 어떤

생각이 들까 자못 궁금해졌다.

“그 사람이 선택한 인생이라고 생각해요. 그 사람은 그렇게 사는 삶이 자기 가치관에

부합한다고 생각하는 거겠죠. 저도 처음엔 어떻게 인간의 탈을 쓰고, 사람을 짓밟으면

서까지 저런 짓을 하나, 몹쓸 것들, 하면서 욕하고 그랬는데 지금은 사용자의 입장이

돼서(그 사람들 생각에) 회사 말아먹는 노동조합을 탄압하는 걸 자기 사명으로 생각하

나 보다 그렇게 생각하게 되었어요. 물론 이해는 안 되지만 애초에 다른 생명체라 생

각하고, 이해하고 싶지도 않고 이해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해요. 아마 그쪽도 마찬가지

일겁니다.”

하루빨리 노무사가 없어도 되는 세상이 왔으면

“저는요 제가 이렇게 안 살 수 있는 사회가 빨리 왔으면 좋겠어요. 밑도 끝도 없는

이야기처럼 들릴 수 도 있는데... 사실 우리 같은 사람이 있다는 건, 주변에 우리 같은

사람의 도움이 절박한 사람이 있다는 거거든요. 그래서 하루빨리 노동자들이 사측과 대

등하고 평등하게 부당한 일을 겪지 않고도 살 수 있어서, 저희 같은 사람이 필요 없는

그런 삶을 살고 싶어요.”

우리가 살면서 혹은 활동하면서 노무사를 찾아가게 된다는 것은 내가 있는 현장에서

노·사간 풀기 어려운 분쟁이 발생한 것을 의미한다. 힘과 권력이 있는 사측과의 다툼

은 그 과정만으로 노동자에게 분통터지고 고통스러운 일일 것이다. 그렇기에 김가명 노

무사가 노동자들이 노무사를 찾지 않아도 되는 세상, 그런 삶을 꿈꾼다는 것이 어떤

의미일지 상상이 된다. 하루빨리 그런 세상을 마주하고 싶다고, 김 노무사가 품은 희망

을 함께 마음에 담아본다. 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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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브라더에 맞서 말과 글을 지키려는 사람들

사이버 사찰에 맞서 긴급행동에 나서다

재현 선전위원

작년 9월 15일 박근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에 대한 모독을 참을 수 없다. 사

이버상의 국론 분열에 대응하라”고 지시했다. 9월 18일 검찰은 유관기관을 소집하여 논의

끝에 ‘사이버 허위사실유포전담수사팀′을 발족, 인터넷 포털 사이트 등에서 발생하는 허위

사실유포에 대해 직접 수사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검찰이 공공연하게 사이버 검열 및 사

찰에 대한 입장을 밝히자 사회적 논란이 일기 시작했다. 다음카카오가 검찰과의 유관기관

회의에 참여했다는 사실은 불난 집에 기름을 부은 꼴이었다. 노동자·시민들은 정부의 권

력 감시로부터 비교적 안전하다고 알려진 ‘텔레그램’ 메신저로 집단 사이버 망명을 시작했

다.

검찰의 발표가 있던 날. 정진우 당시 노동당 부대표는 종로경찰서로부터 ‘송수신이 완료

된 전기통신에 대한 압수·수색·검증 집행 사실 통지’ 우편물을 하나 받는다. 내용인즉

2014년 5월 1일부터 6월 10일까지 카카오톡 메시지 내용, 대화 상대방 아이디 및 전화번

호, 수발신 내역 일체, 그림과 사진 파일에 대해 압수·수색·검증 집행이 있었다는 내용

의 통지서였다. 그는 말로 다 표현하기 힘들 정도의 끔찍한 그 느낌을 지금도 지울 수 없

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는 한 명이 사이버 사찰 피해자가 아닌 한국 사회가 민주주의 사

회에서 감시사회로 가는데 제동을 걸어야겠다는 생각에서 싸움의 주체로 서고자 결의했다.

그 길에 함께하고자 정보 인권·시민사회·법률 단체들과 함께 ‘사이버 사찰 긴급행동’을

구성하여 저항을 시작했다.

그 날의 끔찍함은 이루 말할 수 없어

“지금껏 활동하면서 구속도 돼보고, 형사적인 탄압을 많이 받아왔지만 그런 것과 이번

압수수색 결과 통지서를 받았을 때 느낌은 많이 달랐다. 당황스럽기도 하고 끔찍하기도

하고 피해를 당한 주변 사람들에게 굉장히 미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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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사이버사찰긴급행동

정진우 당시 노동당 부대표는 지난 6월 10일 박근혜 정부에게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노동자·시민 만민공동회를 주관하다 집회 중 연행, 그 길로 구속되었다. 6월 17

일 서울구치소에서 보석으로 출소했다. 이 과정에서 검찰은 재판부의 보석 결정이 못마땅

했는지 보석취소 청구를 강행하더니 6월 16일 영장을 발부받아 뒤늦게 어떻게든 그를 가

두기 위해 6월 10일 낮 12시부터 딱 12시간 사이버 사찰을 해서 수사 자료를 완성했다.

말과 글을 포기 할 수 없었다

“처음엔 사찰 사실을 알고 화도 나고 주변 사람들에게 미안한 마음에 혼자 끙끙 앓았

다. 그러다 마음을 다잡았다. 이번 문제가 개인 사찰의 문제가 아니라, 삼성서비스, 밀양

투쟁 등 공적인 사회 활동에서 메신저로 주소 받은 내용이 정부에게 넘어간 문제였기 때

문에 혼자 끙끙 앓고 위축되어 있으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10월 1일 ‘카카오톡

압수수색 규탄 기자회견’을 통해 제 일로 사람들이 스스로 주춤하고 검열하면서, 말과 글

을 읽도록 하는 것이 이 정권과 자본이 노리는 것이니 절대 말과 글을 포기하지 말고 저

항의 직접 행동으로 나서자고 제 심경을 밝혔다.”

검찰의 압수수색 당시 그가 나눴던 메신저 대화에는 신용카드 비밀번호, 초등학교 동창

들과 나눈 대화, 각종 투쟁 사안들을 주고받았다. 검찰은 그와 직접 대화를 하지 않아도

같은 대화방에 있었다는 이유로 2,368명을 사찰했다. 이들 중에는 정진우 본인도 전혀 모

르는 사람도 태반이었다. 이후 그는 검찰과 다음카카오에 어떤 과정으로 어떠한 내용을

사찰했는지 사실관계를 요구했다.

“10월 9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과

다음카카오에 사실 확인을 요구했다.

검찰은 지금까지 답이 없는데, 다음카

카오는 변명에 가까운 답을 보내왔다.

검찰이 요구해서 자료를 줄 수밖에

없었다는 답이었다. 이후에 사회적으

로 사이버 사찰 논란이 커지자 검찰

과 다음카카오 사이에 공방이 벌어졌

다. 검찰은 다음카카오가 사전에 추

린 자료를 넘겨받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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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카카오는 본인들은 자료를 추릴 방법도, 그럴 생각도 없다며 검찰이 시켜서 자료를

보냈다고 주장했다.”

‘사이버사찰 긴급행동’ 출범하다

10월 23일 정보인권활동을 하는 진보네트워크센터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

변), 천주교 인권위원회 등 시민사회단체와 피해 당사자가 있는 노동당 등이 모여 <사이버

사찰 중단! 검경의 개인정보수집 반대! 사이버사찰 금지법 제정! 을 위한 ‘사이버사찰 긴급

행동’>을 출범했다. 이들은 사이버 사찰의 직접적인 피해자 2,368여 명을 비롯해 훨씬 더

많은 사람을 대중적인 저항의 주체로 묶어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사이버 사찰

을 막을 수 있는 제도를 만드는 데 시간이 필요하므로 무분별한 사이버 사찰을 시도하는

사법 기관을 압박하는 역할을 하고자 한다.

“이번 사건의 경우 결과 통보 늦고, 내용도 불충분하지만 9월 18일 압수수색이 끝났다

는 통지를 받았다. 그런데 2,368명은 통지조차 없다. 본인이 사찰의 피해자인지도 모른다.

누가 봐도 직접적인 피해 당사자임에도 불구하고, 법에서는 제3자이기 때문에 다음카카

오·검찰, 누구도 통지의 의무가 없다. 또한, 압수수색 과정에서 당사자 참여 권리의 문제

가 있다. 다른 압수수색의 경우 본인 혹은 법정 대리인의 참여가 보장된다. 그런데 이번

경우엔 당사자 참여권이 전혀 보장되지 않았다. 이러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민변의 카카오톡 등 사이버 공안탄압법률대응팀과 수사기관이 사이버상에서 송·수신되는

정보, 전기 통신 내용을 사찰하거나 정보를 수집하는 것을 원칙적 금지하고, 메신저에 대

한 수사기관의 무분별한 압수수색 관행을 엄격하게 통제하는 ‘사이버사찰금지법’ 제정을

위한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사이버 사찰 피해자에서 저항의 주체로 나서다

지난 12월 23일 사이버사찰 긴급행동과 피해자 24명은 국가와 다음카카오를 상대로 압

수수색 통지와 수색 범위에 관한 형사소송법을 위반을 이유로 300만 원의 위자료 청구소

송을 제기했다. 또, 헌법 제12조 영장주의 및 청구인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와 인간으로

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밀양, 삼성전자서비스 등 투쟁하는 주체들과 촛불 시민 등 사이버 사찰의 피해자 24명

에게 소송을 권하고 법률 위임장을 받았다. 헌법소원의 경우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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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해산 심판 결정과 맞물리면서 최소한의 법과 민주주의를 외면하는 헌법재판소에 판단

을 묻는 것이 적절치 않은 것 같다는 주변 의견이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손해배상소송과

헌법소원으로 보상을 받으려는 것보다 더 많은 분에게 피해 실상을 알리고 감시 사회로

나가고 있는 사회 현실을 문제 뜯어고쳐야 한다는 취지가 크기 때문에 계획대로 진행하게

되었다.”

투쟁하는 이들 모두 저항의 주체로 나서자

그는 우선 1차적으로 피해 당사자들이 이번 문제를 외면하지 않고 용기를 낸 것처럼 이

후엔 더욱 많은 사람이 저항행동에 함께 나섰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대중행동

못지않게 국가와 자본의 사이버 사찰 1순위일 수밖에 없는 활동가들에게도 당부의 말을

남겼다.

“저의 경우 대체로 정보 공안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카카오톡 단체 방이 많았다. 문제는

저뿐만 아니라 활동가들 모두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그래서 지금까지는 저도 정보

인권 활동하는 동지들을 지지, 지원하는 것에 그쳤는데 더는 그러면 안 될 것 같다는 생

각이 들었다. 활동하는 사람들의 공적인 토론, 사적인 영역, 말과 글을 통제하려는 국가와

권력의 감시 문제에 있어 직접 맞서 싸우는 당사자들이 소중하다고 생각한다.”

지난 9월 필자도 사이버 망명 행렬에 동참했던 기억이 난다. 다들 약속이나 한 듯 카카

오톡 단체방 사람들이 한꺼번에 탈출했다, 그 날 난 차마 문득 다시 꺼내보고 싶은 메시

지들과 사진이 아쉬워 몇 날 며칠을 홀로 그 방을 지켰다. 또, 한편엔 내가 활동하면서

나눈 이야기들이 당당하니까 잡아가려면 잡아가 봐라! 그런 심정이었다. 그러나 소극적인

저항(?)은 며칠을 버티지 못했고 결국, 텔레그램으로 망명했다. 어느덧 이 생활도 익숙해

져서 망명했다는 사실을 잊어버릴 즈음 우리의 말과 글을 지키기 위해 저항을 시작한 그

를 만났다. 이 싸움이 더욱 더 큰 사회적 저항의 물결로 가득해지길 희망하며 건투를 빈

다! 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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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노동자의 주말근무와 우울증상

이혜은 회원(직업환경의학 전문의)

주말노동은 노동자를 우울하게 만들까?

그 동안 연구소리포트를 통해서도 많은 사례가 소개되었지만 ‘노동시간과 건강’

에 대한 꽤 많은 연구들이 진행되어 왔다. 그 중 가장 대표적으로 노동시간 문제

로 사용된 항목은 ‘장시간 노동’과 ‘야간노동(또는 교대노동)’이라고 할 수 있다.

하나는 노동시간 길이의 문제이고 또 다른 하나는 노동시간 배치의 문제이다. 그

런데 이 노동시간 배치의 문제는 비단 하루 중 어느 시간에 배치될 것인가 뿐 아

니라, 1주일 중 어느 때에 배치될 것인지, 배치가 규칙적인지 또는 불규칙적인지,

휴일과 연중의 휴가는 어떻게 주어지는지 등 다양한 이슈를 포함하고 있다.

비록 주5일제도가 법제화되었지만 주말 노동은 ‘연중무휴’ 사회인 한국에서 아

직도 흔히 일어나는 일이다. 이 연구는 주말에 쉬지 못하고 일하는 것과 정신건

강과의 연관성이 있을지, 만약 전체 일하는 시간이 같다면 주말에 일하더라도 정

신건강에 영향이 없을 것인지와 같은 질문에 답하고자 시행된 연구이다.

연구는 어떤 방법으로 수행되었나?

산업안전보건공단에서 주기적으로 수행하고 있는 ‘취업자근로환경조사’의 2011

년 자료를 이용하여 전체 50,032명의 취업자 중 임금근로자 29,711명을 대상으로

조사하였다. 주말노동은 “지난 한 달간 토요일에 일한 날은 며칠입니까?”와 “지난

한 달간 일요일에 일한 날은 며칠입니까?” 라는 두 개의 질문에 대한 응답을 이

용해 지난 한 달간 토요일 또는 일요일 근무가 없었던 집단, 1~4일, 4일 이상인

집단으로 분류하였다. 우울증상은 세계보건기구에서 개발한 ‘웰빙지수’ 설문을 이

용하였는데 지난 2주간 ‘나는 즐겁고 기분이 좋았다’ 와 같은 5가지 항목에 대해

‘항상 그랬다’부터 ‘그런 적 없다’까지 6개의 척도로 응답하도록 되어 있고 총점을

구하도록 되어있다. 다른 연구에서 우울증의 선별점으로 제시한 7점미만인 경우

에 우울증상군으로 정의하였다. 우울증상에 영향을 함께 줄 수 있는 성별과 연령,

교육수준, 결혼상태, 소득수준 등을 보정하였고, 관련된 직업적 요인으로 주당 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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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간, 정규직·비정규직, 직업군, 회사규모, 야간노동을 포함한 교대근무 유무를

보정하였다. 주말노동을 하지 않는 집단을 기준집단으로 하여 주말노동을 하는

경우에 우울증상을 가지게 될 위험도를 제시하였다.

누가 주말노동을 하는가?

전체 연구대상 노동자 중 지난 한 달간 주말노동을 하지 않는 경우는 40.7%,

1~4일은 46%, 5일 이상 주말노동을 한 경우는 13.3%로 약 60%의 노동자가 지난

한달 간 한번 이상의 주말노동을 하였다고 응답하였다. 여성보다는 남성에서 주

말노동 비율이 높았고, 월 소득이 250만 원 이상인 경우가 그 이하인 경우보다

주말노동을 하는 비율이 낮았다. 근무시간이 길수록 주말노동 하는 비율이 현저

하게 높아졌고 교대노동을 하는 경우에도 주말노동 비율이 높았다.

나이와 성별에 따른 주말노동 분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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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상태/학력/월소득에 따른 주말노동 분포

직업특성에 따른 주말노동 분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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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노동과 우울증상 사이의 관계

표 1에서 제시하고 있는 비차비는 기준집단에 비해 위험요인이 있는 해당집단

의 결과 즉, 우울증상이 있을 위험이 몇 배인가를 나타내는 지표이다.

분석 결과, 남성의 경우 주당노동시간 이외의 다양한 직업적, 인구학적 요인을

보정하였을 때 주말노동이 없는 군에 비해 주말노동을 1~4일 하는 군이 1.4배,

주말노동을 5일 이상 하는 군에서 1.6배 우울증상이 있을 위험이 높았다. 여성의

경우 각각 1.3배, 1.4배가량 우울증 위험이 높았다. 만약 주당노동시간을 추가로

보정하게 되면 비차비는 약간씩 낮아지는 결과를 보여주었다.

성별 주말노동 여부우울증상에 대한 비차비

(95% 신뢰구간) 1

우울증상에 대한 비차비

(95% 신뢰구간) 2

남성 주말노동 없음 1 (기준) 1 (기준)

주말노동 1-4일 1.43 (1.24–1.65) 1.36 (1.18–1.57)

  주말노동 5일 이상 1.58 (1.30–1.92) 1.45 (1.19–1.78)

여성 주말노동 없음 1 (기준) 1 (기준)

주말노동 1-4일 1.34 (1.13–1.58) 1.32 (1.12–1.58)

  주말노동 5일 이상 1.38 (1.09–1.74) 1.36 (1.07–1.73)

표 1. 주말 노동자의 우울증상에 대한 비차비

* 비차비 1은 성별, 연령, 소득, 정규직/비정규직, 직업, 야간노동 포함 교대제를 보정하였고

비차비 2는 이 항목들에 주당 노동시간을 추가로 보정함

연구결과 살펴보기1) 우리나라의 주말 노동

주말노동을 하는 노동자를 분석한 결과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장시간 노동을 하

는 노동자가 역시 주말노동도 많이 한다는 점이다. 반대로 우리나라 장시간 노동

의 중요한 원인 중 하나가 주말노동일 수 있다는 것도 시사한다. 노동시간 단축

운동과 장시간 노동에 대한 규제가 주말노동과 우울증상을 줄일 수 있는 중요한

정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소득을 3그룹으로 나누었을 때 소득이 가장 높

은 그룹에서는 주말노동이 가장 적었고, 소득이 가장 낮은 그룹보다 중간 그룹에

서 주말노동 비율이 높았다. 이는 주말노동과 동시에 수행된 장시간 노동으로 일

정 수준의 소득을 보전하였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으로 판단된다. 여성보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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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에서 주말노동 비율이 높았는데 이는 가족안에서의 남녀의 전통적 역할분리

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2) 주말노동은 우울증상과 관련이 있다. 왜?

본 연구를 통해서 우리나라 노동자들 중 주말노동을 하는 경우 그렇지 않은 경

우보다 우울증상이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그 이유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크게 두 가지이다. 첫째는 주말노동은 높은 노동강도와 부족한 휴

식시간과 연결된다는 점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대표적인 장시간 노동 국가로서

주말에 일하지만 다른 요일에 충분한 휴식이 주어지는 경우보다는 평일에도 일하

고 주말까지 특근을 하는 경우가 흔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일이 고되고

휴식이 부족하면 자연히 정신적, 신체적으로 큰 부담을 안게 되고 피로와 건강문

제는 우울증상으로 이어지기 쉽다. 두 번째는 주말노동이 일-삶 균형을 방해한다

는 점이다. 2004년 주40시간의 법정노동시간이 처음 도입된 이래 점차로 주5일

근무가 확대되어 온 것이 사실이고 전체적인 사회의 일주일 사이클은 토요일과

일요일엔 휴식과 재충전, 여가의 시간을 갖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가족과 친구

등 여가시간을 함께 하고 싶은 사람들과 사이클이 맞지 않아 함께 시간을 보내지

못하는 것이 우울증상을 가져왔을 수 있다. 본 연구의 분석에서 주당 노동시간을

보정한 이후에도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높은 우울증상 위험도를 보여주었는데, 이

는 노동강도와 휴식의 부족뿐만이 아닌 일-삶 불균형과 같은 다른 유발 경로가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우리나라 노동자의 정신건강을 위해 주말노동을 줄일 필요가 있다. 현재 우리

나라의 주말노동은 장시간 노동과 연결되어 나타나는 특징이 있어 노동시간 단축

운동의 필요성이 강조된다. 일터

※ 본 연구결과는 국제시간생물학회지 2014년 10월호 (Chronobiol Int. 2014

Oct 7:1-8.)에 실린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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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택배물량! 설 명절 열흘 전부터 물류센터에는 소포가 산더미처럼 쌓입니다.

이 산더미를 분류하고 배달하기 위해서는 택배 노동자들의 장시간 중노동은 피할 수 없는 일이

겠지요. 택배 받으실 때 배달노동자에게 감사의 말 한마디, 어떠신가요?

사진,�글� _�쌀집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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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부장적� 문화와�남성� 중심의�사회구조�속에서� 여성들의�삶과� 노동,� 그리고�권리는� 가려지기�십상이

다.� 그렇기에�여성노동자의�건강권�문제는�더� 주의를�기울여�조명할�필요가�있다.� 노동안전보건에�있어�

견지해야할�젠더관점,�최근�승소판결을�받은� ‘제주의료원�집단유산�산재인정’�사례,� 여성주체들이�전하는�

여성노동의�생생한�노동현실을�확인해�보자.

[특집1]

노동보건의 후미진 곳, 그곳엔 여성이 있다

공유정옥 회원(직업환경의학전문의)

의대생 때 병원으로 실습을 갔었다. 몸통과 팔다리에 전극을 붙여 심장에서 나오는 전기

신호를 기록하는 심전도 검사를 맡았다. 환자를 아프게 하는 검사가 아니라 어려울 게 없어

보였다. 하지만 실전은 달랐다. 갈비뼈를 기준으로 지정된 위치에 전극을 붙여야 하는데, 여

성의 경우 젖가슴 때문에 정확한 위치를 잡을 수가 없었다. 맨살에 손을 대는 일이라 젊은

여성 환자들은 같은 여성끼리인데도 민망해했다. 남성들보다 시간이 훨씬 오래 걸려서 힘들

었고, 별 일도 아닌데 부끄러워하며 시간을 끄는 환자가 야속했다.

한 두 해가 지나 인턴(수련의) 신분으로 병원에서 다시 일하게 되었다. 인턴의 수많은 업

무 중 수술을 앞둔 남성 환자들에게 소변 줄을 끼우는 일이 있었다. 누가 정했는지 몰라도

여성 환자는 간호사가, 남성 환자는 인턴이 하는 게 불문율이었다. 요도를 통해 긴 소변 줄

을 밀어 넣는 동안 환자들은 아파했다. 조금이라도 덜 아프게 하는 게 내겐 가장 중요했다.

어느 날 소변 줄을 넣던 중에 환자가 발기했다. 나이 지긋한 할아버지였다. 그때서야 다

른 생각이 들었다. 왼손으로 음경을 쥐고 오른손으로 긴 소변 줄을 밀어 넣는 이 일을, 왜

내가 하는 건가. 수술을 앞두고 소변 줄을 넣는 일이며 사타구니를 면도하는 일이 하나같이

여성은 간호사가, 남성은 의사가 하기로 되어 있는 불문율은 왜 생긴 걸까.

세상에는 성별에 따른 촘촘한 규칙들이 있었고, 나도 그것들 속에 있었다. 젠더는 권력 관

계였고, 그래서 상대적이었다. 환자나 간호사 앞에서 나는 남성 젠더인 의사로 일해야 했고,

의사들 내부로 돌아와 ‘진짜’ 남성 의사들 사이에 있으면 여성 젠더로 자리매김 되었다. 내가

배운 의학 교과서의 지식은 백인 남성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것이었고, 심전도 검사의 표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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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필 작가가 그린 ‘성별분업’에 대한 그림.

출처 : 인권운동사랑방

그러했다. 심전도 검사를 받을 환자의 절반이

젖가슴을 가진 여성인데도. 나는 그런 표준에

길들여졌기에 교과서대로 검사할 수 없는 환자

를 불편해할 뿐이었다.

노동자 건강권에서도 젠더 문제는 촘촘하고

강력하다. 안전보건 문제가 아직 덜 알려진 곳

이 어디냐 묻는다면, 여성들이 많이 일하는 곳

이라 답하면 된다. 마트 계산원, 식당 홀 서빙,

어린이집 교사나 병의원 간호사 등 사회적으로

여성의 얼굴을 가진 직종들을 생각해보면 된다.

수많은 사람들이 이들의 도움과 챙김을 받아 물

건을 사고 밥을 먹고 가족을 챙기며 치료를 받

지만, 이들의 건강이나 권리에 대한 얘기는 아

직 제대로 시작도 되지 않았다.

노동자의 건강권을 위한 운동 속에도 젠더는 있다. ‘산재 노동자’ 에 대한 사회적 이미지

는 단연코 남성, 아버지, 혹은 남편이다. 반도체 공장에서 ‘꽃다운’ 나이에 병들고 죽어간 노

동자들은 ‘소녀’ 이거나 ‘누이’ 로 불렸다. 생식독성을 일으키는 유해요인 문제는 여성 노동자

들이 각별히 처한 위험으로 인식되기 전에, 숭고한 모성을 보호해야 하거나 저 출산 문제

악화를 막아야 한다는 얘기와 범벅되곤 한다.

2013년 국제노동기구는 <안전보건의 젠더 감수성을 위한 10항> 가이드라인을 발간했다.

노동안전보건에서도 젠더 차이를 고려하고 불평등을 해결할 수 있도록 법과 정책, 위험성 평

가와 연구, 교육과 훈련 등을 평가하고 개발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안전보건지표에 여성이

처한 문제들이 담기지 않는다는 지적, 작업도구나 개인보호구도 일정한 체격의 남성을 표준

으로 삼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국제노동기구가 이런 권고안을 만들게 된 배경은 ‘여성 노동자의 건강권 문제가 감추어져

있다’ 는 인식에 있다. 보이지 않던 문제를 누군가 말했기 때문에 이제라도 이런 인식이 생

겼을 거다. 우리가 여성 노동자 건강권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고 있다면, 그 문제를 말하기까

지 힘들었을 누군가, 그 말 때문에 힘들었을 누군가에게 그 지식을 빚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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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에서도 촘촘하고 강력하고 당연해 보이는 젠더 구조 속에서 누군가 여성 노동자

로서의 건강권을 주장하기 시작하고 있다. 내 눈으로 못 보았던 문제를 대신 알려주고 있는

목소리들이다. 마땅히 귀 기울이고, 같이 메아리를 만들어갈 방법을 생각해볼 일이다. 일터

[특집2]

여성노동자의 집단유산 등 산재인정!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김경희 후원회원(민주노총 제주지역본부 미조직비정규사업부장)

5년만의 산재승인

2014년 12월 19일, 임시로 만들어진 단체대화방의 메시지 도착 알림이 울린다. “원고승!”

병원에서 일하다가 선천적으로 심장질환을 가진 아이들을 출산한 간호사 4명이 제기한 행정

소송의 결과이다. 태아의 질환이 산업재해로 승인되었다.

2014년 12월 30일, “띠릭!” 메시지 알림이 울린다. “오늘 질판위에서 집단유산 4명 모두

산재로 인정 되었다고 합니다!” 이 메시지는 곧장 산재 당사자들에게 전달되어 당사자들을

마음을 울린다. 뱃속의 내 아이와 이별한지 5년이 되어가는 시점이다.

유네스코 3관왕에 빛나며 세계평화의 섬으로 지정된 제주, 한라산 기슭에 위치한 제주의

료원의 간호사들의 이야기다. 2009년에서 2010년 사이 제주의료원 간호사들의 유산율은 약

40%로서 일반인구의 2배였고, 선천성 심장질환아 출산율은 일반 인구에 비해 10배가 넘었

다. 문제를 감지한 노동조합은 노사합의를 통해 집단유산에 대한 역학조사를 실시하였고 조

사결과 “집단유산이 업무상 연관이 있음”이 확인되었다. 이후, 유산한 간호사 중 4명, 선천성

심장질환아를 출산한 간호사 4명이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를 신청하였다.

근로복지공단은 선천성 심장질환아를 출산한 4명의 간호사들에 대하여는 “아이들은 근로자

가 아니라”는 이유로 요양급여신청 반려 처분을 하였고, 당사자들은 처분에 불복하여 행정소

송을 진행하였다. 집단 유산의 건은 근로복지공단에서 산업안전보건연구원에 역학조사를 의

뢰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최초 신청 후 2년 만에 승인처분이 내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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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년 4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연맹, 노동과 건강 등 7개 단체로

구성된 <병원사업장 여성노동자 건강권 쟁취를 위한 공동대책위(준)>의

출범 기자회견. 출처: 민중언론 참세상

늦었지만 제주의료원 간호사들이 제기한 산업재해가 모두 인정되었다. 비록 행정소송을 통

해 산재가 인정된 선천성 심장질환아 출산 건에 대하여 근로복지공단이 항소한 상황이긴 하

지만 말이다. 여성노동자들의 집단유산과 선천성 심장질환아 출산에 대하여 산업재해로 인정

된 것은 국내 최초의 사례이고. 특히 선천성 심장 질환아 출산과 관련하여서는 태아의 질환

을 산재로 인정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업무에 기인한 태아의 건강손상이 산업재해로 인정되다!

선천성 심장질환아 출산관련 최초 요양급여신청에 대하여 근로복지공단은 “근로자 본인이

아닌 자녀의 질병은 산재보험법상 업무상 재해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반려 처분을 하

였다. 그러나 행정법원에서는 태아가 산재보험법의 적용을 받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판단하

였는데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현행법상 태아는 원칙적으로 권리능력이 없으며, 모체와 태아는 단일체로 취급된다. 태아

에게는 독립적인 법인격이 없으므로,

태아에게 미치는 영향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법적권리·의무는 모체에

게 귀속되며, 이는 산재보험의 영역

에서도 마찬가지로 보았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은 업무상재해

에 대하여 “업무상의 사유에 따른

근로자의 부상·질병·장해 또는 사

망” 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태아의

건강손상은 곧 모체의 건강손상에

해당하므로, 여성근로자의 임신 중에

업무에 기인하여 태아에게 건강손상

이 발생하였다면 이는 근로자에게

발생한 업무상 재해로 보아야 한다

고 판단한 것이다.

또한 태아는 모체의 출산과 동시

에 독립적인 법주체가 되므로 아이

는 근로자에 해당되지 않지만, 현행

산재보험법상 업무상 재해는 업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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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사유로 근로자에게 재해가 발생할 것을 요건으로 하는 것이지 질병의 발병시점이나 보험

급여의 지급시점에까지 근로자일 것을 요건으로 하지 않기 때문에 출산의 사정만으로 그 전

까지 업무상 재해였던 것이 아닌 것으로 변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예컨대 은퇴자가 20년 전 석면으로 인하여 발생한 폐질환이 있다면, 현재 근로자가 아니

라는 이유로 업무상 재해가 아니라고 판단할 수 없는 것이다. 산재요양이 길어져 재해자가

실업상태라고 하여 보험급여가 정지되지는 않으며, 중대재해로 근로자가 사망하는 경우 근로

자가 아닌 유족들에게 산재보상금을 지급하는 것이 현재 산재보험의 운영체계인 것이다.

행정법원은 덧붙여 태아를 보호함에 있어서 적극적으로 법을 해석해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임신한 여성근로자와 태아는 다른 근로자들에 비해 더욱 두텁게 보호되어야 할 대상이라고

하면서 업무에 기인한 태아의 건강손상을 산재보험에서 배제하는 것은 오히려 여성근로자와

태아를 불리하게 차별하는 것이고 국가의 모성 및 태아 생명 보호 의무를 방기하는 것이며,

산재보험의 입법목적에도 정면으로 위배된다고 판단하였다.

요약하면, 모체와 일체인 태아시절 발병한 질병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면, 그에 대하여

산재보험을 통해 보호받아야 한다는 지극히 당연한 결론인 것이다.

업무에 기인한 여성노동자들의 유산 등이 최초로 산업재해로 인정되다!

제주의료원 간호사들의 집단유산 산재신청 후, 근로복지공단은 한국산업안전공단 산하 산

업안전보건연구원에 간호사들의 유산이 업무상 인과관계가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역

학조사를 의뢰하였다. 결과는 유산과 업무 사이에 관련성이 있다는 것이다.

제주의료원의 노동환경에 많은 유해요소들이 감지되었다. 주요하게는 1) 약품분쇄작업, 2)

인력감소에 따른 노동 강도 및 시간 증가, 3) 3교대근무로 인한 생물학적 주기의 장애, 4)

체불임금과 휴무일 근무 등 높은 직무스트레스 등이다.

제주의료원에는 중증질환자가 많은데, 환자가 알약을 먹지 못할 경우 간호사들이 막자로

알약을 가루로 분쇄하여 복용하도록 하였다. 미국 식품의약국(FDA)는 임산부에게 영향을 미

칠 수 있는 의약품을 5개 등급(A, B, C, D, X)으로 분류하고 있고, X등급은 인체와 동물 모

두 태아의 기형이 증명된 약물로서 임산부와 가임기 여성에게 금지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당

시 제주의료원 간호사들의 분쇄 약품 중에는 D등급이 37종, X등급이 17종 포함되어 있었다.

약품 취급에 대한 주의사항이나 안전교육은 받지 못하였다.

교대근무에 대하여는 생물학적인 주기의 장애로 인한 호르몬 교란, 수면장애 등의 효과로

임신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세포면역 반응의 균형을 변화시키는 것으로 추정하여 간호사들의

유산과 3교대 근무와의 관련가능성을 인정하였다. 또한, 제주의료원 간호사들은 평균 1주일

에 45시간을 일하였는데 간호사들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코호트 연구에서는 주당 근무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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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41시간 이상인 경우에 20~40시간인 경우와 비교하여 유산발생 위험도가 1.5(95%, CI

:1.3~1.7)로 나타났다는 점도 지적되었다.

여성노동자의 건강한 일터를 위하여

산업재해는 승인되었지만 제주의료원의 현장은 지금부터 다시 시작이다. 재해가 발생한

2010년과 달라진 것은 체불임금과 약품분쇄작업이 없어진 것뿐이다. 여전히 간호사들은 부족

한 인력으로 불안정한 교대근무를 하고, 휴무일 하루도 제대로 쉬지 못한다. 정원대비 현원

의 비율은 2010년 61%에서 2015년 56%로 오히려 더 낮아졌다. 현장에는 재해발생 책임자로

부터 산재발생에 대한 사과를 받고, 간호 인력충원과 교대제 개선에 대해 요구하고 쟁취해야

할 과제가 남아있다.

업무에 기인한 유산 등에 대한 제주의료원 산재승인을 지원하는 과정에서 민주노총은 시

민단체·여성단체들과 함께 제주지역과 중앙에 공동대책위원회를 각각 구성하였다. 이번 산

재승인의 결과에 힘입어 전체 여성노동자들의 건강한 일터를 위하여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공대위의 지속적인 활동이 반드시 필요하다! 일터

○ 산재승인 일지

2009~2010년 제주의료원 간호사들의 유산 및 이상 징후가 급격히 늘어남

2011년 161일간 제주도청 앞 공동농성투쟁의 결과 노사합의 사항으로 집단유산에 관한 역학조사를

서울대학교 보건대학교에 의뢰하여 실시하기로 함

2012년 2월 서울대 역학조사 결과“집단유산과 업무상 연관이 있음”이 확인됨.

○ 제주 의료원 집단 선천성 심장질환아 출산관련 산재 경과

2012. 12. 요양급여지급청구(선천성 심장질환아 출산 조합원 4명)

2012. 12. 27. 요양급여신청반려 처분 (근로복지공단 1차 처분)

2013. 3. 27. 1차 처분에 대한 심사청구 신청

2013. 5. 27. 근로복지공단 심사청구 기각 결정

2013. 9. 12. 요양급여지급 재청구

2013. 11. 6. 재청구 요양급여신청반려 처분 (근로복지공단 2차 처분)

2014. 2. 서울행정법원에 2차 처분 취소소송 제기

2014. 12. 19. 서울행정법원 선고 (2차 처분 취소, 산업재해 인정)

○ 제주의료원 집단 유산관련 산재 경과

2012. 12. 요양급여지급청구(유산 조합원 4명)

2013~2014 산업안전보건공단 역학조사 진행

2014. 6. 12. 역학조사 결과 발표 (“유산과 업무 사이의 관련성이 있다”)

2014. 12. 30. 집단 유산 산재인정 (서울질병판정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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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3]

‘여성’ ‘노동자’로 살아가기그녀들의 일하는 이야기

우리�아이가�컸을�때는�세상이�좀�달라졌으면�좋겠어

19살,� 가을 1994년 9월 26일에 회사에 첫 출근을 했어. 시골 촌구석에서 여고를 다녔는

데, 3학년이 되니까 회사에서 사람을 뽑으러 학교로 오더라고. 어리바리하고 있는데 선생님이

면접 보라고해서 면접을 보고 지금은 이름이 바뀐 ◯◯◯◯◯에 오퍼레이터로 첫 출근을 했

어. 회사에 들어가 3개월은 공부만 했던 것 같아. 내가 하는 일이 뭔지, 내가 쓸 케미(화학물

질)는 뭔지에 대해서. 물론 그 케미가 내 몸에 좋은지 어쩐지는 안 알려주지. 근데 어렴풋이,

눈치로는 알겠더라. 이게 이런 역할을 하니까, 독하겠구나…. 몸에 좋지는 않겠구나…. 하고.

10년 동안 3교대로 일하면서 공장과 기숙사만 오갔지. 일은 엄청 힘들었어. 그래도 교대수

당 붙고 성과급 붙으면 월급은 주변 보다 훨씬 많았는데……. 돈 다 어디 갔나! 모르겠네. 내

10년 세월인데.

29살,� 가을 거기서 10년 일하고 서울로 왔어, 동생이 서울에 같이 있자고 해서. 10년을

지방에서 공장과 기숙사밖에 모르고 보냈더니 세상에 대해 아는 게 없더라고. 일자리를 구하

려면 벼룩시장 같은걸 보면 되는데 그걸 모르고 지역을 돌아다니며 전봇대를 살폈어. 왜냐고?

옛날처럼 전봇대나 담벼락에 구인광고가 붙어있을 줄 알았거든. 근데 지역을 몇 바퀴 돌아도

구인광고가 안 보이는 거야. 그래서 이 지역에는 공장에 빈자리가 없는 줄 알았다니까, 참.

이 지역에 자리 잡은 지도 벌써 10년인데 주로 전자제품을 조립하거나 검사하는 일을 했

어. 50명도 안 되는 회사도 있었고 100명 가까이 되는 큰 회사도 있었어. 생산라인은 다 여

자지. 아무래도 핸드폰같이 작은 건 손을 쓰는 거니까 여자들이 많은 거 같아. 그래도 처음

에는 일하는 회사에 취업했는데, 점점 파견회사를 통해서 들어가게 되더라고. 요즘! 다 파견

이지. 근데 일은 점점 많고 힘들어지는 것 같아.

한 번 들어가면 보통 1년 정도 다녔어. 오래 다닌다고 월급 더 주는 것도 아니고, 딱 ‘최

임’에 맞춰주거든. 1년 일해도 3년 일해도 다 똑같아 월급은. 사람보고 다니는 거지, 정으로.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좋으면 그 사람들 보고 다니는 거야. 근데 옮기기도 많이 옮겨. 다른

데 가봐야 다 똑같다는 거는 아는데, 주임이나 계장이나 못된 놈 만나면 안 옮길 이유가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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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거지. 그 전에 다니던 데도 관리자가 어찌나 무시하고 성질을 부리던지……. 근데 그렇게

옮기잖아? 그러면 거기서 또 만나! 그 전에 같이 다니던 사람들을. 다들 상황이 비슷한 거지.

어제 만나고, 오늘 만나고, 내일 만나고.

또 어려운 건 물량 따라서 일도 월급도 들쑥날쑥 이라는 거야. 미리라도 얘기해주면 좋은

데 안 그러지. 오늘 아침에 출근했는데 점심 먹기 10분 전에 주임이 들어와서 ‘오늘은 12시

에 퇴근합니다!’ 이러는 거지. 아니면 3시 10분에 쉬는 시간인데 3시에 라인 들어와서 ‘오늘은

3시에 퇴근합니다!’ 하고. 우리는 딱 일한 만큼만, 시급으로 계산해서 받으니까 이렇게 되면

생활할 수 있는 월급이 안 되지. 라인에 있는 언니들, 10명 중에 2~3명은 가장이거든. 그래

서 이런 언니들은 부동산 전단지 알바도 뛰어야해.

전자산업이라고 특별할 건 없어. 오히려 전자산업이라고 부르는 게 싫어. 그렇게 부르면

뭔가 “내가 못나서 이런 대접을 받는다”, 이런 느낌이 들거든. 기분이 안 좋아. 자존심도 상

하고.

39살,� 가을 임신을 해서 이제 아이를 낳아야하는데, 이 회사에는 출산휴가나 육아휴직 같

은 게 없는 줄 알았어. 한 명도 쓴 사람이 없었거든. 경리 보던 여자 분들이 있었는데, 한

사람은 임신 초기에 관두고, 또 한 사람은 7개월쯤 되니까 그냥 관두더라고. 그래서 나도 배

가 더 부르면 관둬야겠다고 생각했어. 경리부서만이 아니라 (생산)라인에서도 7개월 정도까지

는 일하고 그 뒤에는 관두더라고. 근데 남편이 아니라는 거야. 법으로 보장된 거라는 거야.

그래서 되든 안 되든 한 번 얘기나 해보자, 싶어서 회사에 얘기를 했더니 회사도 몰랐더라고,

그런 게 되는 줄. 회사도 잘 몰라서 우왕좌왕 하던 걸! 우리 회사에서 사무나 생산, 통틀어서

내가 처음으로 출산휴가를 썼어. 근데 출산 휴가 들어가고 얼마 안 있어서 회사가 문 닫은

거 있지. 얼마 전에 00사 문 닫았잖아, 우리 회사가 거기 납품했는데 거기가 망하니까 여기

도 문 닫은 거지. 참 나……. 아직 퇴직금도 못 받아서 체당금인가 뭔가 그거 신청하려고 하

고 있어. 우리 회사 최초로 육아휴직도 한 번 써보려고 마음먹고 있었는데…….

우리 아이가 컸을 때는 세상이 좀 달라졌으면 좋겠어. |� 정리�및�재구성:�흑무(상임활동가)

꽃다운�나이에�피크타임�단시간알바로�살기�

꽃다운�나이? 내 나이 스물둘. 남들은 “꽃다운 나이다, 부럽다, 나도 그때로 돌아갈 수 있

다면…….” 하지만 현실은 그리 아름답지만은 않다. 피자가게, 커피숍, 빵집, 술집 등에서 단

시간 알바로만 생활한지 벌써 3년째. 대학은 지금 당장 뜻이 없어서 진학하지 않았다. 그랬

더니 집에서는 내가 골칫거리가 되었고 하루가 다르게 늘어가는 부모님 잔소리가 너무 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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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월세 방을 구해 독립했다. 내가 원하는 삶, 원하는 일을 하기 위해 선택한 것이긴 하지

만, 때론 불규칙한 생활, 쉼 없는 노동에 따른 육체적 힘듦, 또래와 다르고, 20대 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받는 것들로 고단하다.

주방이모&손님 요즘엔 홍대 인근에 있는 식당에서 서빙을 하고 있다. 사장님도 지금껏 일

한 곳에 비하면 나쁘지 않고, 서빙일엔 대부분 최저시급(5,580원) 주는데 여긴 시급도 7,000

원이니 꽤 센 편이다. 그래서 7개월째 일하고 있다. 출근은 오전 11시에서 오후 3시까지 퇴

근이다. 피크타임에 일하다 보니 숨 한번 돌릴 틈 없이 정신없이 바쁘다. 매번 단시간 알바

를 하다 보니 대개 가게들이 가장 바쁜 3~4시간 몰아서 일하는 데는 최적화된 알바생이다.

식당 서빙일이 육체적으로도 힘들고, 사장님의 갈굼, 진상 손님과의 실랑이 등 힘든 구석이

꽤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홀과 주방과의 신경전이 가장 힘들다. 주방은 음식을 다 만들었는데

서빙 알바들이 주방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서 제때 음식을 못 내보낸다고 알바 생들을 크게

다그친다. 음식을 밖으로 내려면 손님이 나간 테이블을 치우고, 그 틈에 다른 테이블 음식

주문부터, 휴지 달라, 숟가락 달라 등등 주문사항을 듣다보면 주방 속도에 맞추기 힘들 때가

있다. 그럴 때 주방은 남의 속도 모르고 화부터 낸다. 그렇다고 이모뻘인 분들에게 뭐라 대

꾸하기도 어렵다. ‘서로 바쁘고 몸이 힘드니까 마음의 여유가 없어 그렇겠지.’ 이해하려고 하

는데 그럼에도 기분이 불쾌한 건 어쩔 수 없다.

주방 이모 주방에 있는 이모들 보면 안쓰러울 때가 많다. 나이도 많은데다 대개 12시간씩

종일 서서 칼질하고, 요리하고 설거지를 하니 목·손목·어깨·무릎에 파스가 떨어진 날을 본

적이 없다. 남 걱정할 처지가 아니다. 지금이야 나도 버티고는 있지만 밤만 되면 손목, 무릎,

종아리 등등 안 아픈 곳이 없다. 일하는 내내 서있거나 주방과 홀 사이로 그릇 들고 뛰어다

니니 안 아픈 게 이상할 정도다. 주방에서 음식을 갖고 나올 때면 미끄러운 바닥을 지나야

하니 허리나 발목을 삐끗하는 일도 늘 있다. 서빙하면서 은근슬쩍 손을 잡으려고 하거나 술

주정하는 진상 손님으로 인한 정신적인 스트레스는 두말하면 잔소리다.

피크타임에만�일하면 남들은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짧은 시간 알바 하는 게 뭐 그리 힘드

냐고 한다. 24시간 중 절대적으로는 일하는 시간은 짧지만, 가게에서 가장 바쁜 4~5시간을

쉬는 시간 없이 압축적으로 일하는 건 생각보다 고된 일이다. 커피숍 알바를 할 때인데 손님

이 너무 없어서 잠깐 계산대에 있는 의자에 앉았더니 나중에 사장님이 의자를 치워버리더라.

지금 식당 서빙일은 피크타임이 끝난 후 3시에 점심을 먹게 된다. 이때가 하루 중 첫 끼니

다. 이렇게 점심시간이 늦어지니 저녁식사 시간도 당연히 보통 사람들과 밥 먹는 시간이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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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진다. 퇴근하고 6시쯤 활동을 같이 하는 사람들과 일도 논의할 겸 같이 저녁을 먹는데 나

는 배가 불러서 밥을 먹을 수가 없다. 그리고 10시쯤 넘으면 배가 고파온다. 그때 대충 집에

서 밥을 차려 먹거나 귀찮을 땐 편의점에 들려 인스턴트 음식으로 끼니를 때운다. 좋지도 않

은 음식을 밤늦게 먹으니 살은 찌고 소화는 안 되고 밥을 먹어도 문제 안 먹어도 문제다.

외모와� 서비스업의� 관계 최근엔 걱정거리가 또 하나 늘었다. 지금 일하는 곳에 정이 꽤

들었는데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야 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다. 가게 장사가 어려워서 아무

래도 오래 있기 힘들 것 같다. 알바자리가 넘치는 것 같지만 요새는 경기 침체 여파가 심각

해 예전과는 상황이 많이 달라진 것 같다. 단시간 알바 구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다. 더군다

나 알바를 구할 때마다 매번 쓰는 이력서에 면접은 생각만으로 넌덜머리가 난다. 대학은 왜

안다니느냐, 키랑 몸무게는 어떻게 되느냐 등등 음식 서빙하고 설거지 하는데 하등의 필요

없는 질문들은 왜 그렇게들 하는지 생각만으로 스트레스다.

그렇다고 알바를 쉴 수 없다. 한 달 월세에 교통비, 생활비까지 최대한 아껴 쓴다고 해도

최소한 70만 원은 필요하다. 딱 1주일만 알바를 안 하고 걱정 근심 없이 어디로든 떠나고 싶

은데 내겐 너무 먼 이야기다. 옷 입는 것도 그렇다. 원체 꾸미는 것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

만 매일 알바를 해야 하니까 항상 티셔츠에 바지 입고, 그 흔한 구두 하나 신을 수가 없다.

화장도 해봐야 땀범벅으로 안 하니만 못하다. |� 정리�및�재구성:�재현(선전위원) 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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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가 있는 노동자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

강충원 직업환경의학의

2년 전쯤 모 방송국 의학전문기자를 하는 형에게서 전화가 왔다. 장애인들의 건강검진 수검률이

나 병의원 방문 횟수, 운동 등 건강습관이 비장애인에 비해 열악하다는 기사를 쓰려고 하는데, 혹시

개선할 방법을 생각해 본 적이 있냐는 것이었다. 그 때부터 일터에서의 장애 노동자들의 건강보호

와 증진에 작은 관심이 더 생긴 것 같다.

우리나라는 장애인의무고용제도에 따라 국가·지방자치단체나 50명 이상 공공기관은 직원 수의

3%, 50인 이상 민간 기업은 2.7%를 의무적으로 고용해야한다. 우리가 방문하는 보건관리대행사업장

도 50인 이상이기 때문에 적어도 사업장별 1.5명 이상의 장애인 노동자를 만나게 된다는 것이다.

사업장을 방문해서 보건담당자에게 장애인 직원을 물어보면 대부분 미준수금을 내고 별도로 고용하

지 않는 경우가 많다. 사업장에서 고용한 장애 노동자뿐 아니라, 장애인보호(근로)사업장과 건강 상

담을 하는 과정에서 장애를 숨기고 지내는 노동자를 만난 경험이 있어 몇 가지 공유하고자 한다.

우리가 일터에서 마주치는 장애를 가진 노동자들은 어떤 분들일까? 일하다가 산재 후 절단·척수

장애 등 지체장애나 청각장애, 뇌병변 장애 등을 가지고 복귀하는 경우나 암, 고혈압/당뇨 합병증이

나 신장, 심장, 간, 호흡기, 장루·요루 장애를 가진 분들이다. 이러한 장애는 일부 기업에 고용된

시각장애인 안마사 외에 겉모습만 봐서는 알 수 없고 면담하면서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 혹시나

회사가 알게 되면 불안감에 자신이 계속 일을 할 수 있는지, 건강에 문제가 되는지, 다른 일로 전환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문의가 온다(이것을 전문 용어로 ‘업무적합성평가’라 한다). 고용이 불안

한 우리나라에서 장애는 숨기는 것이 장땡인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스트레스나 화학물질, 육체적

부담 등 일하는 환경이 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 있어 숨기는 것이 독이 될 수도 있다.

사실 장애 노동자들을 가장 많이 만나는 경우는 장애인보호사업장이나 장애인근로사업장이라는

곳들인데, 이런 곳들의 사업주나 국가는 대부분 일반적인 노동자로 대하기보다는, 자신들이 “갈 곳

없고, 할 것 없는 사람들”을 보호하거나 도와주고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니 기본적

인 노동조건이 최소한의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도 많고, 장애 노동자에게는 최저임금도 주지

않는다(장애인은 한명 몫을 다 못한다고 최저임금 적용에서 제외되는 대상임). 이렇게 인가받은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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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 노동자는 2013년 기준 4,500여명이고, 이들의 시급은 최저임금(2013년 4,860원)의 57.1%에 불과

한 2,775원이다(한겨레신문). 최근 박근혜정부가 2017년부터 장애 노동자에게 능력에 따른 최저임금

감액제도를 시행한다니, ‘최저’라는 말이 참 무색하다.

주로 장애인을 많이 고용한 사업장은 주로 친환경세제나 쓰레기봉투를 만드는 사업장, 토너 재생

공장, 인쇄분야, 칫솔이나 생필품을 만드는 공장이다. 지적장애나 지체장애, 발달장애 등 다양한 장

애를 가진 분들이 많고 그나마 건강검진이라도 받는 것은 다행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검진결과에

따라 병원을 가야될 경우 보호자들이 화를 내는 경우가 많고, 사업장에서 동행도 하고 복약지도도

하는 것을 기대하기 쉽지 않다. 운동이나 식단개선 등 생활습관개선은 개인별 맞춤으로 관심을 가

지고 진행해야 하는데 아직까지 그런 시설을 들어본 적이 없다. 더군다나 유기용제나 근골격계질환

과 관련된 이야기를 근로자 개인에게 아무리 설명하고 이해시키려 하지만, 짧은 만남으로는 쉽지

않다. 회사에서도 불쾌하게 생각하는데 나는 의사로서 설명의무를 다했다고 면죄부를 줄 수도 없다.

아직 부족하지만 꼭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기에 애를 써본다. 특히 곁에서 장애인들을 적극 지지,

격려해주는 비장애인 노동자들이 있는 경우에는 많은 희망이 있다.

열정을 가지고 방문했던 ◯◯공방이라는 가구제작 공장이 있었는데, 소음이 아주 심했지만 청각

장애인분들이 많아서 별 신경을 안 쓰다가 청력이 남아있거나 정상인 분들도 가끔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화들짝 놀랐던 곳이었다. 분진이나 포름알데히드, 도장시 유기용제나 중금속 문제에 대해 회사

와 논의하였고, 질병의 기본개념이나 건강에 대한 생각을 소통하는 것을 시작으로 보호구를 지급하

고, 특수건강검진도 시작하기로 하였다. 청각장애가 있다 보니, 이분들은 동네 의원을 가서도 설명

을 잘 듣지 못하고 오는 경우가 많았고, 그나마 사업장에서는 수화를 통해 소통이라도 가능했기에

많은 시간이 걸렸지만, 조금씩 변화가 보였다. 여러 한계에도 우리 간호사 선생님이 수화도 배우고,

못하는 엑셀로 표도 만들어 그분들과 소통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참 좋았다.

굳이 장애 노동자 건강 이야기를 따로 꺼내들었던 이유는 다른 영역에서처럼 사업장 건강관리에

서도 쉽게 무시되기 때문이다.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산업안전보건법, 근로기준법에서 소외되어 건

강하게 일할 권리를 상실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사업장을 방문하는 의료인이든, 함께 일하는 비장

애 노동자든 ‘편견 없이 대한다’는 것은 똑같은 시간과 노력으로 대하는 것이 아니라, 나와 똑같은

건강을 누릴 수 있도록 대하는 것이다. 일터에서도 장애 노동자들이 “최적의 건강”을 누릴 수 있는

날이 오도록 함께 애를 써야 할 것 같다. 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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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중지권�기획]

평생 지켜야 할 ‘사람 살리는 권리’성동조선해양지회 작업중지권 사례 인터뷰

중대재해 예방과 작업중지권 실현을 위한 ‘당장멈춰’ 팀

성동조선해양지회는 2013년 7월 21일 지회를 갓 설립한 신생노조로, 금속 경남지부와 조선업

종 분과위원회 차원의 교류, 마창거제 산재추방운동연합(마창 산추련)과의 지속적인 연대활동 등

을 통해 노안 활동을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다. 당장멈춰팀이 성동조선해양지회 옥환철 노안부장을

포함한 2명의 동지와 만나 나눈 인터뷰 일부를 전한다.

Q. 노동조합이 생긴 지 얼마 안 됐는데, 현장에서 작업중지권이 행사되고 있나요?

A. 노조 생기고 나서 제일 처음 회사에다 요청한 게 지금까지의 산업안전보건위원회 기록입니

다. 노조 시작하면서 노동안전도 시작하는 단계이다 보니까 솔직히 바꿀 게 많더군요. 조합원들

마음에 드는 보호구로 교체하는 작업부터 노동안전사업을 시작했어요.

우리 지회에서 작업중지권은 제가 스타트를 끊었어요. 노조 만들기 전에 작업중지권이라는 게

없었는데, 처음 해본 거죠. 참치선에 올라가는 통로가 있는데, 그라인더 작업하는 파워공들이 통

로 옆에서 일하시다 보니 배에 올라가는 노동자들이 그 분진을 다 마시고 작업장에 들어가더라

고요. 그래서 제가 아예 회사에 작업중지 요청도 안 하고 작업중지 때려버렸어요.

Q. 다른 지회는 단협에 작업중지권을 산안법보다 폭넓게 규정하는 곳도 있던데요?

A. 단협 상에는 작업중지권이라고 돼 있지만, 엄밀히 말하면 작업중지요청권인 셈이에요. 노조가

일단 회사에 통보하고, 회사가 중지를 내리기 때문이죠. 그래서 저희가 2015년 단협에서 제대로

된 작업중지권을 만들기 위해 노안 부서에서 여러 작업을 진행 중입니다.

Q. 작업중지권이 단협 상에 보장되어 있는데, 조합원도 요청하고 있나요?

A. 지금 조합원들은 작업중지권이 없습니다. 근데 조합원들이 진짜 위험하다 판단하면 철수하기

도 하고, 애매하면 우리에게 전화합니다. 노조가 회사에 연락하고 먼저 작업 빼놓고 있으면, 이

후에 안전 담당자가 현장으로 오는 거죠. 어떻게 보면 요청권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작업중지권이

죠. 근데 우리는 그런 구속도 당하기 싫다는 거죠. 그래서 작업중지권을 조합원들까지 행사할 수

있도록 꼭 만들고 싶습니다.

현대중공업에서는 작업중지권을 모든 노동자에게 준다 하더라고요. 제 생각에는 우리가 싸워서

작업중지권을 쟁취해야지, 현대중공업의 경우처럼 그냥 회사에서 작업중지권 주겠다 하면 대외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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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로 홍보하는 거로밖에 안 보이더라고요.

Q. 작업중지권이 실질적인 힘을 가지려면 조합원의 인식도 중요하겠어요.

A. 노동조합 세우고서 노안부서에서 그런 얘기를 해도 처음에는 조합원들이 크게 못 받아들이더

라고요. 몸이 수년간을 계속 거기에 적응되어 있어서 그렇겠죠. 노조에서 작업중지권 발동해서

작업중지스티커를 붙이니까, 조합원들이 됐다고 자꾸 떼버리더라고요. 그래서 이 정도로는 홍보

가 안 되는구나 싶어서, 화장실에 ‘변소안’이라고 스티커 딱 붙였습니다. ‘변함없이 소중한 안전’

이라고 변소안인데, 작업중지권 발동 중일 때 스티커를 임의로 제거하면 법적 조치 등을 당할 수

있다고 화장실 소변기 앞에다 홍보했습니다.

Q. 조합원들의 인식이나 의식 수준이 올라가는 걸 구체적으로 느끼시고 있으세요?

A. 변소안 말고도 매일 아침에 야드를 도는 현장 패트롤을 합니다. 오전, 오후로 나눠 다섯 명

의 노안 담당자가 두어 시간씩 작업현장 순회를 하는 거죠. 패트롤을 하면서 조치를 취하거나,

조치를 취할 때까지 잠깐이라도 작업을 멈추는 게 일주일에 두세 번은 됩니다. 1년 정도 매일

패트롤을 돌다 보니 마주치는 현장조합원들이 먼저 “고생 많으십니다.” 이렇게 한마디씩 해주시

고 그러면 뿌듯함을 느끼죠. 우리 조합원들, 협력사 노동자들까지 해서 노동자들을 위해서 내가

하나는 하고 있구나! 느끼고 있습니다.

Q. 네, 이런 인식이 금속노조 조합원들 전체로 확산시키는 것도 중요하겠네요?

A. 노동안전 교육을 들으러 갔더니, 좀 의아했던 게 작업중지권이 없는 사업장이 너무 많더라고

요. 민주노총 주최로 부산에서 노안 활동가 교육할 때도 보면 사업장에 노동자 수가 적어서 그

런지 몰라도, 작업중지권을 하는 곳이 거의 없더라고요. 그런 건 상급단체에서 단협으로라도 좀

따낼 수 있게끔 같이 하거나, 지금 조선분과처럼 그런 부분을 별도로 운영하면 좋겠습니다. 또

작업중지권이라는 것이 금속에서뿐만 아니라 나아가서는 화섬이나 다른 일반노조도 할 수 있는

거잖아요. 처음에는 작게 시작하지만, 나중에 보면 우리나라 노동자 전체가 작업중지권을 내릴

수 있는 그런 거로 생각하거든요.

Q. 마지막으로, 두 노안부장님에게 작업중지권이란?

A. 나에게 작업중지권은 ‘아들딸’이다. 내가 평생 지켜야 될 권리라는 생각입니다. / 작업중지권

이란 ‘사람 살리기다’ 입니다.

지난 4월에 발생한 세월호 침몰도 가만히 있으라고 해서, 가만히 있다가 발생한 사고 아닙니까.

노동자에게 작업중지권이 있는데 가만히 있으면 안 되는 거거든요. 노동자들이 작업중지권을 발

동해야 어쨌든 개선을 해나가고 할 수 있는 거지, 가만히 있으면 누가 개선 시켜주나요? 그래서

한발 한발 계속 나아가서 우리 노동자들 스스로 자체적으로도 교육도 받고, 연대도 하면 좋겠습

니다. 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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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는 2013년부터 기업들과 공동주최로 <시간

선택제 일자리 박람회>를 매년 권역별로 개최하고

있다. 출처 : 여성가족부

[노동시간센터(준)�특집]�불안정한�노동�시간

일자리는 50만개 늘어났는데

더욱 가난해진 이유는?

전주희 노동시간센터(준)/수유너머N 회원

대통령의 사랑

80년대 민중가요 중에 ‘불러서 그리우면 사랑이라 하자’라는 노랫말이 있다. 그 사랑의 대

상은 ‘민주’였다. 이 노래의 제목은 ‘너를 부르마’이다. 너를 불러서 그리우면 사랑이란다. 이

노랫말 속의 ‘너’는 사랑하는 이가 아니라 ‘민주’다. 민주화의 열망을 사랑으로 묘사한 서정적

이면서도 뜨거운 노래로 기억하고 있다.

잊혀졌던 이 노래가 떠오른 것은 엉뚱하게도 지난 1월 11일 박근혜 대통령의 신년기자회

견을 TV로 시청하면서였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경제를 무려 42번이나 불렀다. 경제를 그

토록 부르짖을 정도라면, 박근혜 대통령에게 사랑은 경제다. 80년대 민주에 대한 지독한 사

랑앓이에 비한다면 오늘날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사랑은 ‘썸 타는 사이’로 발전한 듯하다.

일자리 50만개 창출의 비법

이날 기자회견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경제만 목 놓

아 부르짖은 것만이 아니다. “12년 만에 50여만 개의

신규일자리를 창출했습니다.”라며 가시적인 성과도

발표했다. 지난 2013년 ‘고용률 70% 로드맵’을 발표

한 이래 일자리는 꾸준히 늘어났다. 2014년 5월 기

준으로 OECD 기준 우리나라 고용률은 65.6%로 15

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본격적

으로 경제와의 핑크빛 관계를 대놓고 자랑할 만한

수치다. 이쯤 되면 정부가 ‘고용률 70% 로드맵’에서

목표를 내건 2017년까지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 93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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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일터 l ․ 37

선생님이 꿈인 송재임(22세)은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한 학기를 휴학하고 스테이크로 유명한 외식 프랜차이즈에 3개월 동안 일했다. 그녀는 시급 5,500원을 받고 오전 11시부터 밤 9~10시까지 일했다. 외식업 특성상 점심시간과 저녁시간은 손님이 몰리는 피크타임이라 오전파트타임과 오후파트타임만 일하는 알바생들과 함께 일했다. ‘알바생’이라고는 하지만 실제 휴학생은 그녀 혼자였다. 나머지는 모두 학교를 졸업한 언니, 오빠들이었다. 알바 경험이 많고 투잡을 뛰는 언니는 자기 직업을 ‘알바원’이라고 말했다. 교직원이나 상담원이 있으면 알바원도 있는 거라며.

오전근무는 11시부터 오후 3시까지 일했다. 본격적으로 저녁시간이 시작되기 전에 1시간 정도 쉬거나 바쁘지 않으면 2~3시간의 자유시간이 주어졌다. 보통 하루에 2시간 정도는 쉴 수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점심과 저녁 사이의 쉬는 시간은 시급에서 제외되었다. 그날그날 손님들이 드나드는 정도에 따라 쉬는 시간이 정해졌기 때문에 매일의 일당이 달랐다. 그제야 재임은 왜 언니 오빠들이 풀타임이 아니라 파트타임으로 일하는지 알았다.

개를 새로 창출해 고용률을 70%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은 허황된 것이라 고만 치부할 수 없

는 실정이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의 목표는 일자리 창출과 함께 노동시간을 1,800시간으로

단축하겠다는 계획도 제출했다. 장시간노동이 노동자들의 건강과 삶의 질뿐만 아니라, 고용

률을 높이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박근혜 정부의 50만개 일자리 창출의 비법은 ‘콩 한 알을 두 쪽으로 나누기’다. 풀타임 정

규직 일자리를 반으로 쪼개 시간제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다. 이렇게 늘어난 시간제 일자리는

박근혜 정부의 청사진에서는 ‘양질의’ 혹은 ‘정규직’ 시간제 일자리로 제시되었다. 시간제와

정규직이라는 모순적인 표현이 함께 붙을 수 있는 논리는 첫째 고용이 안정되고 둘째 임금,

복리후생 등 근로조건이 정규직과 차별이 없는 일자리라는 정의에서 나온다. 여기에 덧붙여

시간제 일자리를 자발적으로 선택했는가 여부와 지속근무 가능, 그리고 공적연금과 고용보험

제공, 시간당 임금이 정규직의 70% 이상인 경우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로 간주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반쪽짜리 콩 때문에 여전히 배고픈 ‘나쁜 일자리’의 증가로 나타났다. 이는

단지 시간제 일자리의 증가뿐만 아니라 ‘파트타임’이라는 노동시간 형태가 불안정한 일자리를

더욱 파편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이라는 계약기간상의 구별은 이제 하루

노동시간 단위를 분할하면서 풀타임과 4시간, 5시간 등 여러 시간대의 파트타임으로 재분할

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노동시간을 쪼개면서 기묘하게 노동시간을 은폐하거나 왜곡하는 꼼

수가 늘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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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쇼핑 콜센터에서 오전 9시에서 오후 1시까지 일하는 김미영 씨(39세)는 남편 등에 떠밀려서 일을 시작했다. 어느 날 남편이 술에 취해 퇴근해서 한다는 말이 ‘요즘 같은 시대에 어떻게 집에서 팽팽 노느냐’고 타박했다. 어이가 없었지만 아이가 어린데 어떻게 직장을 구하느냐고 따졌더니, 시간제 일자리라도 알아보라며 쏘아붙였다. 분하기도

콩알 반쪽만한 일자리

현대경제연구원 추계에 따르면, 2012년 시간제 일자리 182.6만 개 중 양질의 시간제 일자

리는 6만 개로 시간제 일자리 중에서 고작 3.3%만이 양질의 일자리에 불과하다. 시간제 일

자리는 2008년부터 급격하기 늘기 시작하면서 연평균 10.4% 경이적인(?)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시간제 일자리는 어떻게 늘어나게 되었을까? 2008년 이후 전체 노동자

중 비정규직의 비중이 33.8%에서 33.3%로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시간제 일자리는 10.4%로

급등세를 지속했다. 당시 비정규직 노동자 보호에 대한 논쟁이 촉발되면서 상대적으로 규제

가 약한 시간제 일자리가 증가했다. 무능력한 정부와 약탈적인 자본의 합작으로 만들어낸

50만 개 일자리 창출의 성공담은 그나마 있던 불안정한 일자리를 쪼개고 왜곡시켜서 만들어

낸 기형적인 일자리인 셈이다.

여성노동, ‘아내’가 아니라 ‘가장’의 노동이다.

애초에 정부의 계획대로라면 시간제 일자리는 20~40대의 기혼여성들로 임신과 육아 때문

에 경력이 단절된 노동인력을 적극적으로 시장에 다시 진입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했다. 실제

네델란드나 독일 등 고용률을 단기간에 끌어올린 국가들의 사례를 검토하면서 시간제 일자

리를 확대하려고 했을 때 정부는 남성가장 1인이 가계수입을 부담하는 모델에서 남성 전일

제 1+시간제 여성 0.5로의 변화를 통해 1.5 모델로의 이행을 적극적으로 제시했다.

1.5 모델을 통한 박근혜 정부의 메시지는 이렇다. ‘남성 1인이 부양을 책임질 수 있는 사

회는 지나갔다. 이제는 여성도 적극적으로 가정의 수익에 보탬이 될 수 있는 틈새시장을 노

려야 한다. 신자유주의가 바라는 여성은 전업주부가 아니라 일과 가정 모두를 손에 쥘 수

있는 능력자다.’

물론 현실은 다르다. 직장에서는 대충 오전시간이나 때우고 가는 알바생이고, 집에서는 뼈

빠지게 고생하는 남편에 비해 반찬값이나 벌러 다니는 존재로 치부되기 십상이다. 기혼여성

들은 육아와 가사노동에 더해 파트타임으로 나서지 않으면 염치없는 존재가 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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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억울하기도 했지만 혼자 돈 버는 게 얼마나 힘들면 저럴까 싶었다. 콜센터에서는 4시간 일하고 80만원을 받았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고, 시어머니

에게 하루 3시간씩 아이를 봐달라고 부탁하며 드린 용돈을 합하면 75만원이 된다. 그래도 미영 씨는 콜센터에 계속 다닐 생각이다. 남편이나 시어미니에게 밥 축낸다는 소리는 듣기 싫기 때문이다.

‘더’ 나쁜 고용, 불안정한 장시간 노동의 귀환

시간제 일자리가 남성보다는 여성의 비중이 높고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지만, 정부의 의도

대로 남편이 있는 기혼여성보다는 이혼이나 사별 여성의 비중이 훨씬 높게 나타났다. 애초에

안정적인 가계수입의 보충을 위한 0.5는 남성이 부양자라는 전제로 설계된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여성가장의 빈곤화를 더욱 촉진하고 있다. 뿐만 아니다. 학력이 낮을수록 시간제 노

동자의 비중이 높고, 청년 취업자 수에 비해 50~60대의 비정규직 일자리가 더욱더 늘어났다.

시간제 노동자를 채용하는 사업체규모도 30인 이하 사업장이 84.5%를 차지하고 있고, 산업

별 비중 역시 자영업자가 많은 도소매업과 음식숙박업이 30%를 차지하고 있다.

시간제 일자리가 전반적인 고용의 질을 아래로 끌어내리는 강력한 요인이 되고 있다. 이

렇게 고용의 질이 악화되고 있는데 노동시간을 단축하고 자신의 능력을 계발하기 위한 여유

시간을 확보할 수 있을까?

2012년 현대경제연구원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시간제 일자리에 근무하게 된 것이 자발

적 사유인가 비자발적 사유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비자발적인 사유가 56%에 달하고 있다.

이는 OECD 국가의 평균치 13.1%를 훨씬 넘는 수준이다. 이미 도처에 시간제 일자리밖에

없기 때문에 하는 수 없이 시간제 일자리로 일해야 하고, 하나의 일자리로는 생활비가 충당

이 안 되기 때문에 투잡, 쓰리잡을 뛸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어 버린 것이다. 시간제 일자리

는 고용의 질뿐만 아니라 한국사회의 장시간노동이라는 오래된 문제를 불안정하고 파편적인

형태로 재구성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질 좋은 시간제 일자리’를 현실화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내가 기업주라면 ‘질 좋은 시간제 일자리’ 2개 대신 파견직이나 계약직 풀타임

을 더 선호하게 되지 않을까?

이러한 상황을 박근혜 대통령이 여전히 모른다면 구제불능의 무능력을 보여주는 것이고,

알고 있으면서 ‘질 좋은’ ‘반듯한’을 주문처럼 외운다면 결국 ‘사랑’할 생각은 없는데 썸만 타

고 내빼겠다는 희대의 난봉꾼이 된다는 것이다. 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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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어린이집

송윤희 회원

이제 23개월이 된 아들이 3월부터 어린이집을 간다. 그 무서운 어린이집 말이다. “무서운 학

교”나 “무서운 학원”까지는 설득력 있는 형용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무서운 어린이집”

이라니. 1월 전까지는 오히려 코믹한 어감으로 들리고 감도 쉽게 오지 않았는데, 이제는 애 가

진 엄마라면 모두 그 말에 십분 공감한다. 올해 초에 불거진 인천 어린이집 폭행 사건은 일하는

엄마들 모두에게 직장을 그만 둬야 하나 한번쯤 고민하게 만들었을 만큼 실로 어마어마한 사건

이었다. 말도 제대로 못 하는 대상을 향한 폭력이 어제오늘 일도 아니었을 것 같기도 하지만,

유난히도 이번 사건이 크게 반향을 일으킨 것은 영상의 힘이 컸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 기사로 어린아이를 폭행한 어린이집 보육교사 이야기를 봤을 때, “아이고. 또 힘들게

일하다가 욱 했구나..” 했었고, 아이가 얻어맞고 한쪽으로 기울어지며 캡쳐된 사진을 보고 “이

거.. 좀 심한데?!! 참을성이 없나?” 했었다. 그리고 의도적으로 무슨 궁금증 풀려는 듯 동영상을

클릭하지는 말아야지 소신을 지키다가, 하루 온종일 포탈 메인사이트에 오르는 기사들을 보고

얼마나 심하기에 이리들 난리인가 싶어서 들어가 봤다. 나는 길을 걸어가다가 “헉!” 소리를 내고

걸음을 멈췄다. 길 한가운데에서 한동안 벙찐 채 영상을 봤다. 그것은 흡사 우리가 학교 다닐

때 흔히 “미친 개”라고 이름 지웠던 선생들의 이성을 잃은 뺨때리기에 필적할만한 폭행이었다.

저 힘으로는 웬만한 어른을 때렸어도 쓰러졌을 것이다. 하물며, 이제 네 살 된 아이를 그리 때

리다니! 더 놀라웠던 건 그 아이가 맞자마자 울기는커녕, 벌떡 오뚝이처럼 일어나 자기가 뱉은

김치를 주웠다는 것이다. 적어도 그 폭행이 아이에게 울음보를 터트리게 할 만한 낯설고 충격적

인 첫 경험은 아니었던 것이다.

폭력의 정도는 매우 심했다. 그럼, 이제 원인을 생각하며 가해자의 입장을 조금이라도 이해해

보려고 노력을 해보자. 그는 심한 노동에 직무 스트레스가 쌓였을 것이다. 나 역시 의사로서 인

턴 1년의 중노동을 했을 때 심한 스트레스를 겪으며 해서는 안 될 행동, 지어서는 안 될 표정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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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일터l ․ 41

을 상황적 약자인 환자와 보호자들에게 했던 기억이 있다. 하루 일과를 거의 다 마치고 조금 쉴

수 있을까 했을 때 응급실에서 콜이 오거나 병동에서 콜이 오면 미간에 인상부터 지어졌다. 속

으로 욕을 하면서 일하러 가기도 했던 기억이 난다. 평범한 회사원도 퇴근 5분 전에 상사가 던

지고 가는 서류 정리 한 건은 스트레스 그 자체일 것이다. 힘겹고 반복적인 노동 속에서 일거리

가 더 만들어진 순간, 그 누구도 욱! 하고 화를 낼 수 있다. 분명, 그 보육교사는 힘겨운 노동

을 겪었을 것이고, 그 아이가 김치를 뱉어낸 순간 욱! 하고 분노가 치솟았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이해해보려고 해도, 그 영상은 모든 감정 이입의 노력을 상쇄시키고 만다. 이

인천 어린이집 폭행 사건은 한 노동자의 고된 노동의 이야기지만 동시에 우리 어린이들의 안전

의 이야기다. 또한 우리 사회의 약자가 음지에서 당하는 억압의 이야기다. 이 세 가지 모두가

초점이 되어 반성되고 사회적 해결책을 모색해 나가야 한다. 물론 가해자 자신의 인격적 결함이

크다. 그러나 그것만을 탓한다면 이런 문제는 계속 재발할 것이다. 결함 많은 인간들이 노동하

며 서로 부대끼며 살아가는 사회 체제에서 노동자의 고된 노동을 최소화하면서 동시에 안전하게

우리 사회의 약자를 보호하는 일터와 삶의 공간을 만들어나가면 좋겠다. 그게 CCTV라는 썩 좋

지만은 않은 방법을 동반하게 되더라도 말이다. 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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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 통권� 133� � 2015.2

정신질환에 대한 업무관련성 판단은 누가?

유 상 철 노무법인 필 노무사

[email protected]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서 규정하는 <업무상질병>에 해당하는 <업무상 정신질환>

을 정리하면, “근로자의 정신질환이 업무 사유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업무를 하

지 않았으면 발병하거나 악화하지 않았을 정신질환이 업무로 기인하여 발생하였거

나 악화한 것을 <업무상 정신질환>이라고 할 수 있다. “정신질환은 한 개인의 정

신 활동인 의식, 사고, 기억, 판단, 의지 결정, 감정 및 욕구 등과 같은 고차적 정

신 기능의 기능부전과 한 개인의 고통이 수반되는 임상적인 증후군을 의미한다.

그 원인적 요소에는 ① 생물학적 요인(유전학, 신경해부학, 신경생리학, 신경 생화

학), ② 심리학적 요인(정신분석이론, 개체 심리학, 분석심리학), ③ 사회심리학적

요인(학습이론, 인지이론) 등이 있으며 정신장애는 이상 세 가지 측면에서 포괄적

으로 이해하여 진단하고 치료하여야 한다1)”고 제시하고 있다.

<업무상 정신질환 요양 결정 사례분석2)>에서 ‘불승인’ 사례로 소개된 내용 중

“2006년 6월 승무직으로 전직한 후 폐쇄장소에 대한 회피, 답답증, 불안감이 지속

하는 등 업무에 적응을 못 하여 2012년 초 전직을 신청하였으나 탈락하자 정신적

인 충격으로 들어오는 지하철에 뛰어들어 자살하였는데, 자살 이전 진료기록에는

공황장애 진단이 없고, 객관적 자료도 부족하였으며, 공황장애 진단이 자살 이후

추가된 경우는 그 증상이 불분명하여 업무상 사망 간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않았다”고 설명하였다.

이 사건에 대해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판정 내용은 “고인의 업무 내용과 재해

내용을 참조한 위원회의 정신건강의학과, 직업환경의학과 등 전문가 소견은 의무

기록을 볼 때, 전형적인 공황발작을 경험할 경우 당연히 나타나야 할 기술이 없는

등 공황장애를 인정할 만한 객관적 증거나 낮고, 사망 사고 전 공황장애의 진단이

1) 근로복지공단, 「업무상질병 판정에 대한 이해」(2012) 참고

2) 근로복지공단 산재보험연구센터「업무상 정신질환 요양결정 사례 분석」(2013.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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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일터l ․ 43

없으며, 사후에 공황장애가 추가되어 공황장애에 대한 증상이 불명하여 불인정”하

였다. 이 사건에 대한 산업재해보상보험 재심사위원회는 재결서에 “피재자에게 정

신적 스트레스가 있었을 것으로 보이나, 의학적으로 사망 이전 피재자가 보였던

증상이 일반적인 공황장애 증상에 미흡한 점” 등 이유를 들어 업무 관련성을 인정

하지 않았다. 아마도 근로복지공단,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산업재해보상보험 재심

사위원회를 거치는 동안 수많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를 소견을 거쳤을 것이다.

이 사건에 대해 2014년 5월 29일 서울행정법원의 판결은 “망인이 공황장애에

해당하지 않는다거나 망인의 업무와 이번 사건 발생 사이에 연관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일부 의학적 소견이 제시되어 있기는 하나, 위 인정 사실 및 인정근거로

부터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고려해 볼 때, 열차 운전 업무(승무직)가

주는 스트레스가 일부 원인이 되어 망인에게 ‘달리 분류 되지 않는 불안장애’가

발병하였거나 이를 악화시켰고, 망인은 이러한 ‘달리 분류되지 않는 불안장애’로

인하여 정신적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능력, 정신적 억제력 등이 현저히 저하된 정

신장애 상태에 빠져 이 사건 사고에 이르게 되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망인

의 전직신청 탈락은 망인의 위 증상을 더욱 악화시켰다”고 보았다. 즉, 서울행정

법원은 불승인 과정에서 판단한 자살과 업무 관련성에 대한 의학적 소견과 달랐

다.

이후 근로복지공단은 항소하였으나, 2014년 12월 12일 서울고등법원은 “1심 판

결은 정당하다”며 업무상 재해를 인정했다. 그나마 대법원에 상고하지 않아 2015.

1월 3일 최종적으로 업무상 재해를 인정받았다. 최근 정신질환, 자살 등의 사건을

경험하면서 정신질환에 대한 의학적 판단, 정신질환과 업무 관련성에 대한 판단은

과연 누가 하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근로복지공단 산재보험연구센터의 분석에 의

하면 공황장애가 없었던 재해자가 사후에 공황장애 진단을 받았기 때문에 상병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법원은 그러한 주장이 있다 하더라도 의무기

록, 업무내역 등을 토대로 정신질환, 업무 관련성을 인정한 것이다. 최근 자살이

증가하는 것과 업무 관련 정신질환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보고 있다. 때문에 이

러한 정신질환의 업무상 재해 인정 여부에 대하여 모두가 수긍할 수 있는 판단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근로복지공단에서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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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애독자가 한노보연 회원이 되기까지

권종호 회원

요즘 대학생들은 입학과 동시에 취업 준비에 바쁜 시간을 보낸다고 합니다. 제가 대학교

에 입학하던 1998년은 IMF 직후이긴 했지만, 아직 대학생들은 철이 덜 들었는지 수업을 안

들어가고 대낮부터 장터에서 막걸리를 마시곤 했었는데 벌써 옛날이야기가 된 것 같습니다.

그 때 이야기를 좀 더 하고자 합니다. 고등학생티를 풀풀 내며 신입생 OT에 참가했을 때

였습니다. 당시 대선 후보로 나왔다가 낙선했던 권영길 후보가 신입생 OT에서 강연을 하셨

습니다. 무슨 내용인지는 전혀 기억이 안 나는데 마지막 질의응답 시간에 정말 궁금했던 질

문을 하나 했습니다. “죄송한 말씀이지만 이미 유력한 대선 후보들이 있는 상황에서 낙선이

어느 정도 예상도 되셨을 텐데 차라리 그런 선거 자금을 실제로 어려움에 처한 분들에게 나

누어주실 생각은 안 하셨는지요. 무엇을 위해서 대선에 출마하신 것인가요.” 권영길 후보의

답변은 간단했습니다. “물론 작은 일도 필요하지만 대선 출마를 통해 이룰 수 있는 큰일도

꼭 필요합니다.”

작은 일? 큰 일? 대학 생활 내내 마음속엔 이 ‘작

은 일’과 ‘큰 일’에 대한 고민으로 가득 찼습니다. 많

은 선배와 친구들이 ‘큰 일’에 대해 이야기했고 그것

을 위해 거리로 나섰습니다. ‘꼭 필요한 일’이었고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라 생각했기에 당연한 것이

라 여겼습니다. 하지만 저는 행복하지도 즐겁지도

않았습니다. ‘큰 일’이란 이렇게 이뤄내는 것인가?

힘들지만 이겨내야 하는가?

결국 저는 그 ‘큰 일’이 너무 버거워 도망치고 말

았습니다. 그리곤 애써 외면하고 살았습니다. 내가

주변에서 할 수 있는 ‘작은 일’들에 만족하며, ‘큰 일

은 누군가가 잘 해주고 있겠지, 생각하면 머리 아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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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일터l ․ 45

내 눈앞의 일에 집중하자.’ 뭐 이런 생각이었습니다.

몇 년을 그렇게 살다가 최민 동지가 건네준 「일터」를 한 권 읽게 되었습니다. 게으름으

로 인한 난독증으로 만화책도 멀리하던 저에게 한 권의 책(?)을 끝까지 다 읽는다는 것은 저

스스로에게도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일단 정기 구독을 신청했습니다. 바쁘고 난독증이 도지

면 쌓아두었다가 시간 나면 몰아서 봤습니다. 볼수록 놀라웠습니다. ‘이렇게 가까운 곳에서

이런 방식으로 이런 일들을 하고 있었구나!, 이렇게 많은 문제들이 있었고 이런 것을 해결하

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었구나!, 이런 활동이 결국 이런 변화를 만들어내는구나!’ 이 정도

면 나도 후원금이라도 내야겠다. 얼마 안 되지만 후원금을 보내기 시작했습니다.

후원금을 보내면서 뭔가 ‘큰 일’같은 ‘작은 일’의 느낌으로 기분이 좋았습니다. 그 느낌 그

대로 최민 동지가 함께 하자는 작업에 참여했습니다. 바쁘다면 바쁘고, 불치의 난독증에, 글

쓰는 것은 더욱 힘들어했지만 함께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이 좋았습니다. 결국 작년 송

년회 모임에 참석하게 되었고 신입 회원이 되었습니다. 사실 송년회는 단순히 「일터」를 만

드는 분들이 보고 싶었고, 함께 이야기하고 싶었고, 응원해주고 싶었기에 참석한 것이었는데

회원가입을 하게 되어서 적잖이 당황했습니다. 그리고 아직 회원의 의미가 무엇인지, 앞으로

어떤 활동들을 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함께 이야기하고 응원하는 것을 좀 더 가까이

에서 할 수 있고 더 적극적으로 할 수 있다는 것이 회원으로 첫걸음을 떼는 의미라는 막연

한 생각입니다.

「일터」는 이렇게 은근한 힘으로 제가 가진 ‘작은 일’과 ‘큰 일’의 경계를 허물었습니다.

그런 「일터」를 저는 언제부터인가 밑줄을 그으며 보고 있습니다. 잡지처럼 가볍게 읽기에

는 아까운, 알아야만 하고 기억해 둬야만 하는 내용이 많기 때문입니다. “큰 일은 누군가 하

겠지”라며 외면했던 것들을 이제는 「일터」를 통해 좀 더 꼼꼼히 보고 있습니다. 「일터」

에 담긴 노동자의 현실이 내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아닌지,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는

지, 「일터」를 통해 알렸으면 하는 이야기는 없는지 살펴보게 됩니다.

큰 일을 향한 작은 일들이 결국 큰 일을 이룰 것이라 생각하며 앞으로도 「일터」는 밑줄

을 그으며 보겠습니다. 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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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어느 산골짜기

선배의 이야기

양선배 회원

우리 가족이 사는 이곳은 지리산 주능선이 한눈에 보이는 남원시 산내면에

있는 마을이다. 눈이 호사하는 만큼 높은 곳에 터를 잡고 살다 보니 눈이 좀

온다 싶으면 겨울왕국 부럽지 않은 풍경을 자랑한다. 조금 불편한 건 차량통행

이 어려워서 두 다리가 조금 고생해야 한다. 그렇다고 인간극장에 나오는 사람

들이나, ‘나는 자연인이다’ TV프로그램에 나오는 사람들처럼 며칠씩 갇혀 지내

지는 않는다. 물론 온종일 폭설이 내릴 때는 두 딸을 어린이집에 보내지 못하

거나 임시직으로 학교에 나가던 아내가 눈 쌓인 산길을 걸어 출근하는 날은 있

었다. 어떤 때는 아이들을 들쳐 업고 산길을 오르내린다. 불편함을 불편함으로

느끼지 않고, 수고를 수고라 생각하지 않고 이웃들과 눈 치우는 걸 당연시하며

사는 곳이 우리 동네다.

20여 년 동안 공장밥 먹다가 이곳에 들어와 산 지 1년 남짓 됐다. 처음엔

지친 심신의 도피처로서 혼자 이곳에서 지내며 정신없이 달려온 지난날을 돌아

보고, 앞으로 계획을 세우기 위해서 지리산 산골 생활을 시작했는데, 아내가 다

니던 병원을 그만두고 아이들이 이곳에 오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처음엔 적은 돈이지만 내 유아 휴직 수당과 아내의 실업 수당으로 최소한의

생활은 됐지만, 그래도 둘 다 백수가 되니 당장 어떻게 살아야 하나 싶었다.

기회가 되는 데로 집 짓는 공사판 일도 나가고 그랬다. 하루하루 시골 생활을

하다 보니 우리 가족은 이곳에 적응했고, 돌아간다는 생각보다, 여기서 계속 살

아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깊어졌다.

봄이 되면 온 들판에 풀과 들꽃이, 여름이면 시원한 바람과 계곡이, 가을이

면 형형색색의 단풍이, 겨울이면 겨울왕국 부럽지 않은 풍경이 펼쳐지는 이곳

에서 이방인이 아닌 마을 주민으로 녹아들고 있다. 짧은 시간이지만, 성인이 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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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일터l ․ 47

고 이렇게 행복해 보기는 처

음이다. 바쁜 공장 생활과 활

동으로 아이들 잠든 얼굴만

보던 내가 아이들과 장난감

놀이도 하고, 산책도 하고 무

엇보다 같이 잠들고 일어나서

함께 아침 밥상 앞에 앉는 게

너무 행복하다.

이곳에서는 아이들에게 지

식과 경쟁보다는 자연과 사람

이 함께 살아가는 법을 가르

친다. 한글, 숫자, 영어 공부

는 모르지만, 자연에서 살아가

는 법을 스스로 터득하는 모

습을 보면서 매우 만족스럽다.

큰딸 수정이가 나보다 얼굴이 더 까맣게 그을린 모습을 보았을 때 더 사랑스럽

다. 또 이웃들이 귀농한 사람들과 주민들이 함께 살아가는 법을 고민하고, 행동

하는 모습을 보면서 앞으로도 살아갈 만한 곳이라는 확신을 하게 됐다.

이제 나는 1년여의 행복한 탐색을 마치고, 치열한 삶의 현장으로 뛰어들어야

한다. 어떻게든 가정을 꾸리려면 최소한 경제활동이 필요해서, 무엇이든 열심히

해볼 생각이다. 농사지을 땅도, 기술도 부족하지만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을 찾

아 이곳에서 계속 살아갈 방법을 찾으려 한다. 지금은 작은 농사도 지으면서

계절마다 절임배추, 고추장, 곶감을 만들어 팔고, 작목반에 들어가 고로쇠, 겨우

살이 등을 채취하고 있다. 먼저 귀농한 동지의 권유로 영농 조합도 운영해 볼

생각이다.

도시에 있을 때보다 몸은 더 고되고 경제적인 풍요로움은 없겠지만, 그때보

다 더 큰 열정으로 살고 싶다. 삶이 운동이라 생각하기에 공장에서 시골로 현

장만 바뀌었을 뿐 또 다른 삶의 운동을 시작한다. 혹시 노동자에서 농부로 살

아가는 내게 묻고 것이 있는 동지가 있다면 언제든 오셔라. 그리고 쉬었다 가

시라. 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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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 통권� 133� � 2015.2

1) 5)

6)

2) 7) 8)

4)

3)

☞ 가로열쇠2. 인천 ◯◯◯◯ 폭행 사건은 사회적 약자인 아이들과

일터 내 보육 노동자들의 고된 노동에 문제를 보여주

는 사건이다. 그러므로 보육 노동자의 고된 노동을 최

소화하면서 동시에 아이들도 안전한 일터와 삶의 공간

을 만들어나가려는 사회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p.40

3. ◯◯◯ ◯◯ ◯◯◯◯에 따라 국가·지방자치단체나

50명 이상 공공기관은 직원 수의 3%, 50인 이상 민간

기업은 2.7%를 의무적으로 이들을 고용해야한다. p.32

6. ◯◯노동이 높은 노동 강도와 부족한 휴식 시간에 따

라 일-삶 균형을 방해해 ◯◯노동을 하지 않는 노동자

에 비해 우울증상이 있는 경우가 많다는 연구 결과가

있었다. p.20

7. 2014년 12월 안전한 지역을 만들겠다는 미명하에 공공

연하게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인권을 침해하려고 하는

대책의 이름은 ‘◯◯◯ 범죄예방대책’ p.6

☟ 세로열쇠1. 지난 1월 12일 경기도 파주시 월롱면 LG ◯◯◯◯◯

공장에서 발생한 질소 가스가 누출사고가 있었다. 질

소는 그 자체로는 독성을 지닌 물질은 아니지만, 밀폐

된 공간에 질소 유입이나 누출로 산소 농도가 16% 아

래로 떨어지면 질식사 우려가 크다고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p.3

4.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서 규정하는 ◯◯◯질환에 해당

하는 업무상 정신질환은 “근로자의 정신질환이 업무

사유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업무를 하지 않았으면 발

병하거나 악화되지 않았을 정신질환이 업무로 기인하

여 발생하였거나 악화한 것을 말한다. p.42

5. 여성노동자들의 집단유산과 선천성 심장질환아 출산에

대하여 산업재해를 인정받은 사업장 이름은 ◯◯◯◯◯ p.24

8. 박근혜 정부가 ‘고용률 70% 로드맵’에 따라 2017년까

지 일자리 93만개를 창출하기 위해 풀타임 정규직 노

동자의 일자리를 반으로 질 나쁜 ◯◯◯ 일자리를 전

면화 하고 있다. p.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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