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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4시, 1조 근무를 마치고 회사정문을 나서는 두원정공 노동자들. 2010년 9월 21일 ‘주간연속2교대’가 시행되어 심야노동이 사라진 후, 회사와 노동에 속박된 삶을 벗어나 일상의 시간을 되찾은 그들은, 스 스로에게 주어진 시간의 기획자로 거듭났다. 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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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4시, 1조 근무를 마치고 회사정문을 나서는 두원정공 노동자들.

2010년 9월 21일 ‘주간연속2교대’가 시행되어 심야노동이 사라진 후,

회사와 노동에 속박된 삶을 벗어나 일상의 시간을 되찾은 그들은, 스

스로에게 주어진 시간의 기획자로 거듭났다. 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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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특집

1. 두원정공 주간연속2교대제 도입 전후 비교 연구의 의미2. 두원정공 주간연속2교대제 도입 이후 조합원들의 일상

생활의 변화3. 두원정공 주간연속2교대제 도입 이후 노동자의 건강

변화

두원정공에서 시행된 노동시간 연장 없는, 노동강도 강화 없는, 임금 삭감 없는 주간연속2교대제 도입

이 노동자의 건강과 삶에 실제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평가하였다. 노동시간 단축과 밤샘노동 철폐가 우

리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함께 확인해보자.

03 뉴스 논란 중인 노동부의 울산 산재모병원 추진 外 l 연아

06 지금 지역에서는 멀티플렉스 극장들은 <또 하나의 약속> 상영관을 늘려라

08 연구소 리포트외국계 제약영업 노동자들의 직무스트레스 및 노동강도를 통해 살펴본 노동조건 개선방안 연구 l 김세은

14 칼럼 자회사 꼼수를 통한 민영화 l 연아

17 문화읽기 <또 하나의 약속>엔 안 나오는 진짜 마지막 컷 l 반올림 상임활동가 임자운

20직업환경의학의사가 만난

노동자건강이야기보건관리대행과 노동자 건강 l 직업환경의학의 이선웅

23 사진으로 보는 세상 우리 모두가 밀양이다 l 변혁적 현장실천 노동자계급정당 추진위원회 선전국장 이정호

35 A-Z까지 다양한 노동 이야기 지속가능한 노동을 위하여 l 최민

39 현장의 목소리 “노동조합을 만나 다시 태어났어요” l 홈플러스 노동조합 선전국장 김국현

42 유노무사의 상담일기 더불어 여(與) l 노무법인 필 유상철

44 이러쿵저러쿵 2013년 안식년 휴가를 다녀와서 l 아이구

47 일터 다시보기전북버스운전노동자 노동조건 실태조사 보고를 읽고 l 대구사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 주영

48 후원 1월 후원회비를 납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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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 오마이뉴스

논란 중인 노동부의

울산 산재모병원 추진

- 산재모병원 계획을 밝힌 노동부

고용노동부 산재모병원 건립추진단은 지난 1월

23일 기자회견을 열고 “앞으로 5년간 사업비 4천

269억 원을 들여 울산시 울주군 언양읍 반영리

100 일원 울산과학기술대학 캠퍼스부지(10만 7천

㎡)에 산재모병원을 짓겠다”고 밝혔다.

산재모병원의 건립규모는 500병상, 총넓이 12

만 8천200㎡ 규모다. 사업기간은 총 5년으로

2015년 착공해 오는 2019년 완공계획이다. 토지

조성비는 200억 원, 건축공사비에 3천217억 원,

의료 장비구매비 400억 원, 연구개발 장비구매비

200억 원, 전산구축비 250억 원, 기타 비용 2억

원 등 총 4천269억 원이 소요된다.

조익환 건립추진단장은 “산재진료 특화 서비스

를 강화하고, 새로운 산재 의료전달 체계 구축과

산재 의료기관 총괄 조정과 지원을 위해서는 산

재모병원의 건립이 필수불가결하다”고 밝혔다. 세

부적 계획을 보면, 산재진료특화서비스 강화에는

산재모병원에 중증 외상성 산재환자를 위한 응급

외상센터와 수지접합센터 및 화상센터 등 산재특

화시설을 설치해 운영하고, 진단과 치료기법 개

발 및 보급을 통해 산재병원과 민간지정병원의

역량 강화, 진료특화 민간병원과의 네트워크 구

축 및 전문재활서비스 강화 등이 추진된다. 마지

막으로 산재의료기관 총괄조정 및 지원부문에서

는 산재의료기관에 대한 치료기법 개발보급과 산

재병원에 우수한 의료인력의 전환배치 및 장비와

약품의 일괄구매와 공급으로 경영효율화를 유도

할 방침이다.

이밖에 새로운 산재의료전달체계 구축을 위해

서는 산재모병원은 중증·응급 급성기 환자 및

산재병원 등으로부터 의뢰받은 중증·난치성 환

자치료와 급성기 전문재활치료를 제공하는 한편

산재병원과 민간 재활전문병원은 지역거점 재활

병원 역할을 담당해 의료·직업·사회재활서비스

를 연계한 통합재활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방침이

다.

산재환자는 진료의 97%를 민간병원에 의존하

고 있지만, 평균 요양일수가 건강보험의 2.6배에

달하는 등 요양일수가 장기화하는 경향을 보인

것도 산재모병원 설립 이유 중의 하나라는 게 고

용노동부의 설명이다.

- 산재모병원, 위치도 계획도 문제다?

그러나 정부가 추진하는 울산 산재모병원이 접

근성이 떨어지고 노동자의 산재 현실과는 동떨어

진 것이라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 특히 울산 산

재모병원이 산업재해보상보험으로 설립되는 것에

대해 “산재 불승인을 남발하고 모은 노동자의 핏

값을 탕진하는 것”이라는 비판도 있다.

현대자동차지부 현장조직 제2민주노조운동은

정부의 산재모병원 추진안이 접근성이 떨어지고

산재병원으로서의 역할이 모호한 점, 특히 산재

보험금으로 하는 건립비용이 4,269억 원으로 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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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 통권 121 2014.2

없이 높다는 점을 문제점으로 들었다. 울산과기

대는 울산 미포산업단지 등 산재가 주로 발생하

는 노동자의 작업장과는 거리가 멀다. "공장에서

재해를 당해 목숨에 촌각을 다투는 노동자의 사

정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엉뚱한 발상"이라고 지

적했다.

민주노총 울산본부 하부영 전 본부장은 “노동

자들이 원하는 산재병원은 응급치료를 통해 생명

을 건지는 병원이며, 재활치료 전문기관으로 노

동현장에 빨리 복귀할 수 있게 도와주는 의료시

설”이라며 “현재 울산과기대와 함께 추진하는 산

재모병원은 산재치료와는 거리가 먼 의료과학분

야 연구 개발 기능이 주가 되어, 산재환자들은

산재모병원을 찾기보다 사립 대형병원으로 흘러

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산재모병원에 투입되는 예산도 지적됐다. 제2

민주노조운동은 “산재모병원 건립 자금은 정부

지원금이 아니라 산재를 당한 노동자들에게 기각

과 소송을 통해 산재 불승인율을 높여 남은 노동

자의 목숨 값이다”라며 “그럼에도 보통 500병상

건립비용 1,500억 원의 3배에 달하는 4,269억 원

의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는 것은 산재보험비용을

탕진한다는 비판을 모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기회에 노동자들에게 산재 불

승인을 해주고 남아도는 산재보험비용에 대한 조

사도 이뤄져야 한다”며 “산재불승인 뿐 아니라

산재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기 위해 소송으로 내모

는 근로복지공단의 산재처리시스템에 대한 대대

적 개혁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공론화 요구 이어져

이러한 문제 제기는 시의회에서 공론화 요구로

이어졌다. 울산시의회 김진영 의원(정의당)은 2월

14일 울산시의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노동계, 시

민사회에서 제기되는 문제들을 지적하면서 공론

화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김 의원은 “울산 산재모병원이 내년 하반기에

착공해 2019년 울산에 들어설 예정이지만, 직접

당사자인 노동계와 시민사회단체로부터 여러 가

지 지적이 나오고 있다”며 3가지 문제점을 지적

했다. “첫째 문제는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라

며 “노동자들의 접근성이 용이한 울산산업단지

인근으로 산재모병원의 위치를 변경해야 한다는

노동계와 시민사회단체의 의견이 있다”고 밝혔다.

“둘째로 산재모병원은 의료연구기관이 아니라 산

재환자의 치료와 시민 공공의료 혜택을 높이는

방향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지적했고, 셋째 문제

로 “노동계와 시민사회단체는 울산 산재모병원이

산업재해보상보험으로 설립되는 것에 대해 불만

을 이야기하고 있다”며 “당사자인 노동계, 그리고

시민사회단체, 정당 등과 공론화해서 시민들이

요구하는 실질적인 산재병원이 건립되도록 울산

시가 보다 적극적인 관심을 두고 살펴봐 달라”고

당부했다.

울산은 1962년 특정공업도시로 지정된 이후

아직 산재병원이 하나도 없는 상태다. 이 때문에

지역에서는 오래전부터 노동계를 중심으로 산재

병원 설립 요구가 있었다. 박근혜 정부가 산재모

병원 계획을 발표했으나 그동안 노동조합, 시민

사회의 요구사항은 반영되고 있지 않아, 공론화

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 평행선을 달리는 정부

이러한 시민사회의 요구에도 정부는 산재모병

원을 계획대로 추진하고 있다. 건립추진단은 산

재모병원의 위치가 울산 중심지가 아닌 시 외곽

에 위치해, 시민사회가 위치의 적정성에 대해 의

문을 제기한 것과 관련해 “산재모병원의 부지는

최소한 10만㎡를 확보해야 하는데 시내 중심가

그 어디에도 그만큼의 부지를 확보하는 것은 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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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 노동과 세계

가능하며 산재모병원의 특성상 우수 연구인력이

획기적 의료기술을 개발해 초일류병원을 신설하

려는 것인데 현 울산과학기술대 부지는 이 같은

조건을 모두 수용할 수 있는 적지”라고 밝혔다.

“의료민영화 반대”유례없는 공동 행보 나서

병원 영리 자회사·인수합병 허용 등 정부의

투자 활성화 대책에 반대하는 노동·사회단체들

의 공동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양대 노총이 참

여하는 의료민영화(영리화)저지 범국민운동부(준)

가 출범해 공동투쟁에 나서고 있다.

- 106개 단체 ‘범국민운동본부 준비위’ 발족

양대 노총과 보건의료단체연합 등 106개 단체

는 28일 오전 서울 정동 민주노총에서 ‘의료민영

화(영리화) 저지와 의료공공성 강화를 위한 범국

민운동본부 준비위원회’를 발족했다. 준비위는 다

음달 중순께 본조직을 출범시킨다.

범국본은 100만 명 서명운동과 민주노총 2.25

국민 총파업 참여, 각 정당과 원탁회의 개최 등

의료 민영화 반대투쟁을 이끌 예정이다. 준비위

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박근혜 정부의 의료 민영

화는 국민에게 의료비 폭등, 의료인·병원노동자

에게 구조조정을 가져올 것”이라며 “의료민영화

정책을 저지하기 위해 전 국민적인 투쟁을 만들

어 가겠다”고 밝혔다.

의료민영화에 반대하는 범국민적 단체가 만들

어지면서 정부의 투자 활성화 대책을 놓고 한판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민주당과 통합진보

당·정의당도 당내에 의료민영화 저지 특위를 구

성한 상황이다. 지난해 연말 정국을 뒤흔들었던

철도노조 파업과 비슷한 양상이다. 철도노조 파

업 전에 만들어진 ‘수서발 KTX 민영화 저지와

철도 공공성 강화를 위한 범국민대책위원회’는 파

업을 전면지원하면서 수서발 KTX 법인화 반대여

론을 조성했다.

- 양대 노총, 공공부문 이어 의료부문 연대

이날 범국본 기자회견에서는 한국노총 의료산

업노련 부위원장 이수진 연세의료원노조 위원장

이 기자회견문을 낭독했다. 이 위원장은 “한국노

총도 신임 집행부가 꾸려지는 대로 본격적으로

범국본 활동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양대 노총 소속 병원·보험노조 간 연대 움직

임도 활발하다. 최근 보건의료노조는 공공운수노

조 의료연대본부·사회보험지부, 연세의료원노조

와 잇따라 간담회를 하고 의료민영화 반대투쟁에

관해 의견을 나눴다.

정부의 공공부문 정상화 대책에 이어 의료민영

화 반대투쟁에서도 양대 노총의 연대가 본격화하

고 있는 것이다. 보건의료노조는 이날 오후 상급

단체가 없는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노조와

공동투쟁 계획을 논의했다. 일터

정리 : 한노보연 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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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 반올림

멀티플렉스 극장들은

<또 하나의 약속> 상영관을 늘려라

한노보연 재현

지난 2월 6일 오후 1시 영등포 롯데시네마 앞에서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의 주최로 영화 <또 하나의 약속> 상영을 가로막고 있는 대형 멀티플렉스 극장을 규

탄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기자회견에서 이종란 반올림 상임

활동가는 영화 <또 하나의 약속>의

메인 예고편 조회수가 현재 100만 건

을 넘었다며,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

산망 기준으로 볼 때도 영화 예매율

3위, 상영 예정작 중에서 예매율 1위

인 점을 봤을 때 영화가 많은 사람들

의 관심을 받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현재 대형 멀티플렉스 극장들이 상식

이하로 개봉관을 적게 열고 있는 점

에 대해 규탄했다. 또한 롯데시네마의

경우 포항과 울산에서 단체관람을 예

약한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노동조합에게 일방적으로 취소를 통

보하고, 배우 조대환씨와 연예인 컬투

의 대관신청 또한 일방적으로 취소되

는 등 물의를 빚고 있는 점에 대해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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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이원재 문화연대 사무처장은 오랫동안 멀티플렉스 극장이 주장하는 시장의 논리와 관

객들의 선택이라는 원칙을 적용한다면 지금과 같은 일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과거 수많

은 독립영화 예술영화들이 멀티플렉스 극장에 상영관을 열라고 주장할 때 ‘예매율이 낮다’,

‘예술영화는 내용은 좋지만 관객들이 선호하지 않기 때문에 열수 없다’고 했었다. 그러나 상황

이 다른 영화 <또 하나의 약속>을 멀티플렉스 극장이 상영하지 않는 이유는 그들이 주장하는

원칙과도 맞지 않다면서, 이는 분명 외압이 있었거나 극장 스스로 자본의 입장에서 정치적

자기 검열을 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영화 주인공 ‘황상구’ 캐릭터의 모델이자 삼성반도체 백혈병 피해 노동자 고 황유미씨의 아

버지 황상기님은 삼성에 노동조합이 있었다면 유미처럼 반도체 공장을 다니다가 노동자가 암

에 걸려 죽는 그런 일은 절대로 없었을 거라며, 국민들은 이 영화를 보고 기업의 잘잘못을

판단 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만약 영화를 상영하지 않으면 이건희, 이재용 부자는

국민들의 심한 지탄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삼성반도체 백혈병 등 삼성전자 노동자들의 직업병 문제

는 이미 사회적으로 중요한 사건이자, 우리 사회가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그리

고 영화 <도가니>처럼 <또 하나의 약속> 또한 사회의 어두운 부분을 들추어내고 더 많은 이

들에게 진실을 알릴 수 있기 때문에 영화의 상영은 더욱 중요하며 더 많은 이들이 영화를 보

고 사회적 문제를 함께 나눠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대형 멀티플렉스 극장이 외압에

휘둘리지 않고 상영관을 정상적으로 확대할 것을 촉구했다. 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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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구소에서는 지난 4월부터 11월까지 한국민주제약노동조합과 함께 외국

계 제약회사 영업 노동자들의 직무스트레스 원인 및 노동강도에 대해 살펴

보고 노동조건 개선 방향을 모색하고자 연구사업을 진행하였습니다. 해당

연구 결과를 다음과 같이 <일터>에 게재하며, 연구 보고서 원문은 홈페이

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외국계 제약영업 노동자들의

직무스트레스 및 노동강도를 통해

살펴본 노동조건 개선방안 연구

한노보연 김세은

1. 연구 배경과 목적 정부의 제약산업 정책변화의 영향을 받고 있는 외국계 제약회사에서는 구조조정이 시행되

면서 인력감축이 이루어졌으나 신규 인력 충원은 이루어지지 않아 제약영업 노동자들의 노동

강도가 강화되어왔다. 한편, 고용에 대한 불안감은 제약영업 노동자들이 호소하는 가장 주요

한 직무스트레스요인 중 하나로 이에 대한 조사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이 연구는 외국계 제약영업 노동자들의 직무스트레스 및 노동강도 강화 요인을 조사 및 분

석하고 이에 대한 개선방안을 모색하며, 제약노조의 정책역량 강화를 통한 산별 집중사업 계

획 및 추진 등 노동조합의 실천 강화를 위한 목적으로 진행되었다.

2. 연구 결과※ 설문조사 및 심층인터뷰가 진행되었으나 지면관계상 설문조사 결과 위주로 싣습니다.

1) 설문 참여자 분포 및 인적 특성

설문조사는 한국민주제약노동조합 소속 조합원 962명과 바이엘코리아 노동조합 소속 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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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184명을 대상으로 진행하였는데 그 중 총 714명이 참여하였다. 설문 참여자 중 남성이

82.4%을 차지하였고, 평균 연령은 35.96세로 30대가 가장 많았다(63.4%). 한편, 참여자의 근

무기간은 평균 8.2년으로 10년 이하인 경우가 가장 많았으며(64.5%), 이번 연구의 주요 대상

인 영업직(85.7%) 이외에 사무, 물류, 기술직에서도 일부 참여하였다.

2) 사회경제적 조건

설문 참여자들의 인센티브를 포함한 급여총액은 ‘6천만 원 이상 7천만 원 이하’가 29.1%로

가장 높은 비율을 보인 반면 인센티브를 제외한 급여총액은 ‘4천만 원 이상 5천만 원 이하’가

26.5%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나 총 급여에서 차지하는 인센티브의 비중이 상당히 크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한편, 설문 참여자들이 직무 수행을 위해 자신의 돈을 지출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

한 자부담 비용은 한 달 평균 ‘20만 원 이상 40만 원 이하’인 경우가 32.2%로 가장 높은 비

율을 나타냈으며, 월 60만 원 이상 부담하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도 15%에 달하였다.

1일 고객 방문 횟수에서는, 참여자 중 영업 노동자의 경우, 12회 이상이라고 응답한 경우가

28.8%로 가장 높은 비율을 나타냈다.

3) 노동강도

보그지수(Borg scale)는 평소 자신의 업무가 얼마나 힘든지를 6-20점 사이의 숫자로 표시하

는 간단한 조사도구이다. 본 설문참여자들의 보그지수 평균값은 13.39점으로 ‘힘듦’ 수준으로

나타났다(13점 힘들다, 15점 매우 힘들다). 참고로 이 도구를 이용한 다른 업종의 조사 결과

는 모 자동차공장 노동자 12.6점(2005년), 증권산업 노동자 13.2점(2008년), 발전 노동자 11.9

점(2013년) 등이었다.

한편, 설문 참여자들이 제약영업 노동자들의 노동강도 강화 원인으로 지목한 1순위는 과도

한 영업(판매)목표, 2순위는 일상적 구조조정(인력 감축), 3순위는 영업외 부수적 업무 증가였

다. 인원감축에 따른 인력충원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남은 인원이 목표를 채워야하는

현실, ‘글로벌→아·태지부→한국지사→팀’ 순으로 하향식으로 목표가 부과됨에 따라 현실조건

에 맞는 목표 조정의 어려움, 영업 현실과 맞지 않는 회사 방침, 노동의 결과가 숫자로만 판

단되는 상황으로 인하여 노동자들은 사면초가의 어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외국계 제약회사의 일상적 구조조정은 이미 상당히 알려진 사실이다. 신규채용이 거의 없는

외국계 제약회사의 인원 감축은 노동강도 강화로 이어지며, 남아 있는 노동자들의 상시적인

고용불안감은 노동강도를 더욱 강화시키는 원인이 된다.

노동강도 강화 원인 3순위는 영업외 부수적 업무 증가였다. 노동자들은 심층인터뷰를 통해,

최근 몇 년 사이 영업 외에 조사, 보고 등의 부수적 업무가 증가하였다고 토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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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직무스트레스

이번 설문에 참여한 외국계 제약회사 남성 노동자들에서 직무요구, 관계갈등, 직무불안정

문제가 직무스트레스의 요인으로 크게 작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고, 물리환경, 직무자율, 직

장문화 또한 전국 참고치의 평균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항 목 남성평균

참고치점수의 의미

하위25% 하위50% 상위50% 상위25%

물리환경 54.8 33.3 이하 33.4-44.4 44.5-66.6 66.7 이상 점수가 높을수록 물리적환경이 상대적으로 나쁘다

직무요구 60.3 41.6 이하 41.7-50.0 50.1-58.3 58.4 이상 점수가 높을수록 직무요구도가 상대적으로 높다

직무자율 57.8 41.6 이하 41.7-50.0 50.1-66.6 66.7 이상 점수가 높을수록 직무자율성이 상대적으로 낮다

관계갈등 62.5 - 33.3 이하 33.4-44.4 44.5 이상 점수가 높을수록 관계갈등이 상대적으로 높다

직무불안정 81.3 33.3 이하 33.4-50.0 50.1-66.6 66.7 이상 점수가 높을수록 직업이 상대적으로 불안정하다

조직체계 42.0 41.6이하 41.7-50.0 50.1-66.6 66.7 이상 점수가 높을수록 조직이 상대적으로 체계적이지 않다

보상부적절 47.7 33.3 이하 33.4-55.5 55.6-66.6 66.7 이상 점수가 높을수록 보상체계가 상대적으로 부적절하다

직장문화 43.4 33.3 이하 33.4-41.6 41.7-50.0 50.1 이상 점수가 높을수록 직장문화가 상대적으로 스트레스 요인이다

한편, 여성 노동자들에서는 관계갈등, 직무불안정 문제가 직무스트레스 요인으로 크게 작용

하고 있었음을 확인하였고, 물리환경, 직무요구, 직장문화 항목이 전국 참고치의 평균을 상회

하였다.

항 목 여성평균

참고치점수의 의미

하위25% 하위50% 상위50% 상위25%

물리환경 50.3 33.3이하 33.4-44.4 44.5-55.5 55.6이상 점수가 높을수록 물리적환경이 상대적으로 나쁘다

직무요구 62.3 50.0이하 50.1-58.3 58.4-66.6 66.7이상점수가 높을수록 직무요구도가

상대적으로 높다

직무자율 50.0 50.0이하 50.1-58.3 58.4-66.6 66.7이상 점수가 높을수록 직무자율성이 상대적으로 낮다

관계갈등 57.9 - 33.3이하 33.4-44.4 44.5이상점수가 높을수록 관계갈등이

상대적으로 높다

직무불안정 73.7 - 33.3이하 33.4-50.0 50.1이상 점수가 높을수록 직업이 상대적으로 불안정하다

조직체계 35.5 41.6이하 41.7-50.0 50.1-66.6 66.7이상점수가 높을수록 조직이 상대적으로

체계적이지 않다

보상부적절 43.3 44.4이하 44.5-55.5 55.6-66.6 66.7이상 점수가 높을수록 보상체계가 상대적으로 부적절하다

직장문화 46.9 33.3이하 33.4-41.6 41,7-50.0 50.1이상점수가 높을수록 직장문화가

상대적으로 스트레스 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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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일터l ․ 11

5) 감정노동

감정노동의 빈도는 업무 중 얼마나 자주 감정노동을 하는가, 감정표현의 주의는 조직에서

요구하는 감정 표현을 얼마나 고객에게 잘 주의하여 전달 및 표현하는가, 감정의 부조화는 감

정노동의 수행과정에서 자신의 진짜 감정과 조직이 요구하는 감정표현이 서로 맞지 않을 경

우 경험하게 되는 불편한 느낌이나 갈등상태를 평가한다.

설문 참여자들의 감정노동 총점은 33.3점이었으며 하위영역 중 빈도는 11.7점, 주의는 10.7

점, 부조화는 10.9점이었다.

같은 도구를 이용하여 2010년 간호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감정노동 연구1)를 살펴보면 간호

사의 감정노동은 평균 29.63점이었으며 하위 영역(빈도,주의,부조화) 중 가장 평균이 높은 것

은 빈도(10.44점)였으며 가장 낮은 것은 부조화(8.81점)였다. 이와 비교해 설문 참여자들은 감

정노동 총점과 하위영역 점수에서 모두 높은 점수를 나타냈다.

6) 사회심리적 스트레스

일반인의 정신건강 수준을 측정하는데 널리 사용되고 있는 PWI 단축형(Psychosocial

Well-being Index - Short Form, PWI-SF) 설문을 이용하여 사회심리적 스트레스를 조사한 결

과, 설문 참여자들 중 단 0.8%만이 건강군에 속하며, 48.7%는 잠재적 스트레스군, 50.4%는

고위험 스트레스군으로 확인되었다.

본 연구의 고위험군을 중심으로 이 도구를 사용한 최근의 연구들과 비교해보면 2007년 모

자동차회사 판매노동자 43.5%, 2008년 증권노동자 44.2%, 2012년 모 손해보험 노동자 50.7%,

2012년 백화점/대형마트 판매 노동자와 콜센터 노동자는 각각 32.1%, 39.6% 등이었다. 이를

통해 외국계 제약 영업 노동자들의 사회심리적 스트레스가 심각한 수준임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지표는 당장 치료를 요하는 질환 상태를 뜻하지는 않으나, 현재와 같은 스트레스 상황

이 지속될 경우 각종 정신질환의 위험이 높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이 결

과는 극소수를 제외한 대다수의 제약 노동자들의 정신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음을 의미한다.

직무별로는 영업 노동자들이 영업 외 직무 노동자들에 비해 고위험 스트레스군의 비율이 더

높았다(51.6% vs 43.1%).

7) 우울수준

설문 참여자들의 우울 수준은 정상군은 26.7%에 불과했으며 위험군은 73.3%에 달했다. 설

문 참여자들의 우울 수준을 이 도구를 사용한 다른 조사와 비교해보면 2010년 일부 은행업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2)에서 위험군은 20.6%였고, 2009년 사회보험 노동자 연구의 위험

1) 이순늠, 간호사의 감정노동과 소진 및 직무몰입의 관계, 2010

2) 추상효 등, 일부 은행업 종사자에서 감정노동과 우울증상의 관련성,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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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 통권 121 2014.2

< 사회심리적 스트레스 > < 우울수준 >

< 음주 >

군3)은 23.0%였다. 2009년 진행된 또 다른 연

구4)에서도 모든 업종을 통틀어 위험군은 15.9%

였으며, 금융 기관 및 보험관련 업종의 위험군

비율은 14.8%로, 이번 연구 참여자들의 위험군

비율은 다른 집단과 비교했을 때 월등히 높았

다.

8) 음주

알코올사용장애 선별검사(AUDIT) 총점에 따

라 설문 참여자들을 정상군(AUDIT 점수가 총점

7점 이하), 문제음주군(AUDIT 점수가 총점 8점

이상 15점 이하), 알코올남용군(AUDIT 점수가

총점 16점 이상 19점 이하), 알코올의존군(AUDIT 점수가 총점 20점 이상)으로 분류하여 살펴

보았다.

설문 참여자 중 정상음주군은 21.6%로, 2010년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 정상음주군의 3분의

1 수준에 미쳤다. 문제음주군에서 알코올의존군으로 올라갈수록 국민건강영양조사(2010) 결과

와 큰 차이를 보였다.

같은 도구를 사용하여 2009년 사회보험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와 비교했을 때에

3) 조선대학교 의과대학 산업의학교실, 산업보건연구회, 전국공공서비스노동조합 전국사회보험지부 대구경

북지회 건강실태 및 직무스트레스 조사, 2009

4) Cho JJ, Kim JY, Chang SJ, Fiedler N, Koh SB, Crabtree BF, Kang DM, Kim YK, Choi YH.

Occupational stress and depression in Korean employees. Int Arch Occup Environ Health

2008;82(1):4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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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일터l ․ 13

도 알코올 남용 또는 의존(AUDIT 16점 이상)군 비율이 21.8%인데 반해 이번 설문 참여자들

의 알코올남용군과 의존군 비율은 40.4%에 달하여 사회심리적 스트레스, 우울을 비롯하여 알

코올 의존도 또한 심각한 수준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3. 제언본 연구를 통해 살펴본 결과, 노동조건 개선 방안을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 고용불안 해소 및 노동강도 완화를 위한 인원충원의 필요성

: 현실적으로 제약영업 노동자들의 직무스트레스와 노동강도를 완화하기 위한 인력충원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할 수 있다.

- 목표 부과 시 제약영업 노동자의 의견 반영 필요성

: 과도한 목표부과가 직무스트레스의 주요한 원인 중 하나이며, 이는 하향식으로 부과되는

목표 부과방식으로부터 기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목표를 설정하는 과정에서 노

동자들이 참여하는 통로를 마련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 비공식적 노동시간의 감축 및 지원방안 마련의 필요성

: 정규 노동시간 외 발생하는 비정규직 노동시간 감축에 대한 문제를 적극적으로 제기하고,

부득이하게 발생하는 비공식적 노동시간에 대하여서는 대체휴무제 등 지원방안을 마련해

야한다.

- 윤리규정 현실화의 필요성

: 제약영업 노동자들은 영업활동 중 현실과 괴리된 윤리규정으로 인해 상당한 직무스트레스

를 호소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특히 애매모호한 기준으로 인해 회사별로 해석이 달라

지거나 이중적인 잣대가 적용되는 등의 문제로 스트레스가 더욱 가중되는 것으로 나타났

다. 따라서 합동토론회 등을 통해 외국계 제약영업 노동자들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보다 구체적이고 합리적인 규정을 마련해야할 필요가 있다.

- 정신적 소진에 대한 해소방안 마련의 필요성

: 감정노동에 따른 직무스트레스를 완화하기 위해 건강관리 프로그램, 힐링 프로그램 등 정

서적 안정을 회복할 수 있는 공개된 프로그램을 운영할 필요가 있다.

- 출산휴가 등의 적극적 보장

: 제약영업 노동자 중 특히 기혼여성들의 경우 비공식적 노동시간이 증가하면서 일-가정 양

립을 상당히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산전후 휴가, 육아휴직 사용시 불이익을 받

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 안전보건에 관한 조치를 통한 건강관리의 필요성 - 영업 및 영업외 분야

: 영업 및 영업외 분야의 노동자들의 안전에 관한 조치, 보건에 관한 조치 또한 적극적으로

이루어져야한다. (직무스트레스와 노동강도 완화, 보호구 지급, 안전보건교육 등) 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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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 민중의 소리

자회사 꼼수를 통한 민영화

한노보연 연아

지난해 12월 13일 정부는 제4차 투자

활성화대책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의료

법인의 자회사 설립 허용, 부대사업 범

위 대폭 확대, 의료법인간 인수합병 허

용, 영리법인약국 허용 등 의료민영화

정책이 총망라되었다. 이 대책의 대부분

이 의료를 통해 돈벌이를 하려는 재벌,

대형병원에게는 도움이 되지만 의료의

공공성과 민중의 건강에는 위협이 되는

내용들이다.

2013년 박근혜 정부는 의료관광호텔을 시민사회의 반대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허용했다.

또 원격의료를 허용하고, 민간보험회사가 환자를 유인·알선할 수 있게 하는 법안을 추진 중이

다. 여기에 철도노조가 철도민영화에 맞서 파업하는 시기에 투자활성화 대책이라는 의료민영화

종합 계획을 냈다. 수서발 KTX 자회사 설립이라는 철도민영화 꼼수와 똑같은 방식의 의료민

영화 계획이다.

자회사 꼼수를 통한 영리병원화

이번 대책은 사실상 영리병원을 전국적으로 허용하는 정책이다. 대책에 따르면 의료법인은

부대사업이나 해외 의료수출을 목적으로 하는 자회사를 설립할 수 있다. 또한 병원이 할 수

있는 부대사업의 종류를 대폭 확대했다. 자회사의 형태는 상법상 회사, 즉 영리법인이 가능하

다.

정부는 모회사인 병원(의료법인)은 여전히 의료법의 규제를 받아 비영리법인으로 남아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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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일터l ․ 15

때문에 영리병원 허용은 아니라고 발뺌한다. 그러나 주식회사 형태의 자회사가 설립된다면 자

회사가 중간에 있다는 것만 다를 뿐이지 병원에 영리적 투자와 배당이 가능하기 때문에 영리

병원, 주식회사 병원이 생기는 것과 다르지 않다.

또 대책에는 부대사업의 범위를 영리목적 사업까지 대폭 확대할 계획도 포함되어 있다. 의

약품 개발, 의료기기 구매·병원 임대, 화장품, 의료용구, 목욕탕(스파), 운동시설 등이 그것이

다. 병원들이 자회사의 매출을 확대하는 방법은 환자들이 더 많이 지출하는 것 밖에 없다. 병

원 자회사가 의료기기 임대, 건강보조식품 판매 사업 등을 운영하는 경우 병원은 자회사의 의

료기기를 비싼 가격으로 임대하고 대신 환자가 더 많은 검사를 하게하고, 자회사가 만든 건강

보조식품을 더 구매하도록 유도하게 될 것이다.

이렇듯 병원에 영리 목적의 자금이 유입되고, 이윤이 배당되고, 이를 위해 병원은 더 극단적

인 수익추구를 하도록 유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대책은 영리병원 허용방안과 동일하다.

의료법인 인수합병 및 법인약국 허용도 문제

다른 투자활성화 대책들 역시 영리자회사 허용과 마찬가지로 민중의 건강을 지켜야 할 보건

의료체계의 근간을 뒤흔들고, 민중의 건강을 위협한다. 의료법인간 인수·합병도 허용할 계획

인데, 이는 영리병원의 확대로 이어질 것이다. 병원을 사고 팔 수 있게 되면 경영진들은 병원

을 비싼 가격에 팔 수 있게 노동자를 쥐어짜고 환자들의 호주머니를 털 것이다.

수익을 많이 내서 자산을 축적한 병원이 양심적으로 진료하는 주변 병원을 인수해 영리화를

부추길 위험도 있다. 이미 네트워크 병원들이 지점병원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고용한 의사들에

게 성과급을 주면서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시술, 고가의 시술들을 늘리도록 유도한

문제는 잘 알려져 있다. 정부도 이 문제를 인지하고 의료법을 개정해 한 명의 의료인이 둘 이

상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지 못하도록 한 바 있다.

또한 법인약국 허용도 영리법인이 가능하도록 할 예정인데 재벌들이 편의점처럼 체인화 된

약국 사업에 진출하는 길을 열어주는 것이다.

재벌만을 위한 의료민영화, 전 국민적 투쟁이 필요하다

이번 보건의료 투자활성화 대책은 박근혜 정부가 재벌에게 주는 선물이다. 영리자회사를 통

해 병원에 투자하는 기업은 초국적 금융자본이나 재벌이 될 것이다. 작년 송도경제자유구역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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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영리병원 설립이 추진되었는데 그 주요 투자자는 다이와 증권이라는 초국적 금융자본과 한

국 제1의 재벌 삼성이었다. 또한 재벌들은 병원, 민간보험뿐만 아니라 제약, 의료기기 등 의료

연관 산업에 진출하고 있다. 삼성은 이미 삼성생명(민간보험), 삼성병원 뿐만 아니라 국내 1위

의료기기업체를 인수했고, 제약회사도 설립했다.

의료를 재벌의 새로운 돈벌이 수단으로 만들려면 현재 존재하는 병원의 과도한 영리행위에

대한 규제들을 없애야 하는데 이번 대책의 목적은 바로 여기에 있다. 그 피해는 환자들과 보

건의료 부문의 노동자들에게 돌아올 것이다. 불필요한 의료비 상승, 영리 추구를 위한 과잉진

료로 인해 환자들은 이중, 삼중의 고통을 겪게 될 것이다. 병원 간 영리 추구 경쟁은 노동자

들에게 저임금, 고강도의 노동을 강요하게 될 것이다. 재벌만을 위한 의료민영화에 맞서 전 국

민적 투쟁이 필요하다. 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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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약속>엔 안 나오는

진짜 마지막 컷“제작비와 촬영 고비 넘어 결실… 이제 우리가 이 영화를 지킬 때”

반올림 상임활동가 임자운

지난해 5월 강원도 속초에서 있었

던 영화 쫑파티에서의 한 장면입니

다. 영화에서 유미씨(영화 속 인물의

이름은 ‘윤미’) 역을 맡았던 박희정씨

는 촬영 때문에 삭발한 머리를 유미

씨의 아버님·어머님께 보여드리기

싫었습니다. 자신의 모습이 두 분의

아픈 기억을 되살릴 것 같았기 때문

이죠. 하지만 아버님의 거듭된 청이

있어 희정씨는 결국 모자를 벗었습

니다. 이내 어머님이 눈물을 보이셨

고, 그 모습에 희정씨는 더 울고 말았습니다. 많이 죄송했다고 합니다. 이 사진은 김태윤 감독이

직접 찍었습니다. 감독님은 “이 사진이 내 영화의 진짜 마지막 컷”이라고 했습니다.

아버님의 이야기가 영화로 잘 만들어질까, 우려가 컸습니다

저는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 상임활동가입니다. 작년에 사법연수원을 졸

업한 후 바로 반올림에 왔습니다. 소송 실무를 배우고 익혀야 할 시기에 단체 활동을 먼저 배웠

습니다. 그래서인지 아직 어느 하나 제대로 하는 게 없는 활동가이자 변호사입니다. 하지만 지난

한 해 어느 변호사 못지않게 뜨거운 한 해를 보냈습니다. 이종란 노무사를 비롯한 반올림 활동

가들, 그리고 황상기 아버님을 비롯한 피해 가족 분들 덕에 참 많은 것을 배우고 느꼈습니다.

그 분들에 대한 이야기가 영화로 만들어진다고 했습니다. 당연히 영화에 대한 관심은 남다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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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 통권 121 2014.2

수밖에 없었습니다. 솔직히, 기대보다는 우려가 컸습니다. 과연 만들어지기는 하겠냐는 우려, 설

령 만들어진다 한들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겠냐는 우려, 그리고 무엇보다 아버님의 이야기가 영

화로 잘 만들어지겠냐는 우려. 즉 영화의 만듦새에 대한 우려가 가장 컸습니다.

영화가 촬영을 마쳤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그 과정이 궁금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숱한 굴

곡이 있었다고 합니다. 김태윤 감독은 8개월간 아버님을 따라 다니며 각본을 썼습니다. 숫기가

없는 분이 계속 따라다니니 아버님과 활동가들은 그리 살갑게 대하지도 않았던가 봅니다. 그 와

중에도 꿋꿋이 그리고 꼼꼼히 기록하고 다듬어서 각본을 완성한 후, 그것을 들고 배우와 스태프

를 모으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최영환 촬영감독은 <도둑들>, <베를린> 같은 작품으로 각종 영화제에서 촬영상을 휩쓴 분입니

다. 이 영화 제안을 받았을 때에도 수 억 대의 다른 프로젝트 제의가 있었지만, 각본을 읽고 나

서 결국 참여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박철민 배우는 딸의 적극적인 권유로 개런티 없이 영화 주

인공을 맡더니, 약속 받은 런닝 개런티마저 전액 기부하겠다는 선언을 했더군요. 그렇게 필요한

사람들을 모아냈지만 역시 문제는 제작비였죠. 투자자를 찾다 포기하고, 결국은 크라우드 펀딩을

조직합니다. 8000여 명의 후원자와 100여 명의 개인투자자가 모여 제작비가 마련된 것도 기적

같은 일입니다 하지만 촬영은 그 돈이 채 모이기 전에 시작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큰 감동은 여기서 받았습니다. 부족한 제작비를 쪼개 영화를 촬영하면서 당장 생계가 급한

현장 노동자들의 급여부터 챙겼다고 합니다.

그렇게 만들어졌다는 영화를, 저는 이미 두 번 보았습니다. 영화의 만듦새에 대한 우려는 신나

게 날려 버렸습니다. 사실 저의 가장 큰 우려는 이 영화가 실제 이야기를 너무 과장하면 어쩌나

하는 것이었습니다. 감독은 황상기 아버님의 인터뷰 기사를 보고 이 이야기에 관심을 가졌다고

합니다. 특히 유미씨가 끝내 아버님의 택시 뒷자리에서 숨지고 말았다는 내용이 가슴을 울렸다고

합니다. 일이 그렇게 시작되면 사실 더 불안합니다. 저쪽의 머리에는 뿔을 달고 이쪽의 어깨에는

날개를 달고 싶은 욕망이 생길 테니까요. 극명한 선악 구도 말이죠. 하지만 영화는 그러지 않았

습니다. 그저 있었던 사실들을 담담하게 촘촘히, 하지만 어색하지 않게 엮어 놓았습니다. 무엇보

다 아버님을 가장 아버님답게 그렸습니다.

황상기 아버님은 7년째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을 외치고 계십니다. 어느 기업이건 노조가 없으

면 안 된다는 말씀도 하십니다. 정의감에 불타는 노동 운동가의 모습입니다. 하지만 저는 여전히

아버님의 싸움이 유미씨에 대한 사랑, 그리움, 죄책감에 의지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영화가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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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을 잘 드러내고 있어서 좋았습니다. 아버님의 싸움이 그렇듯, 이 영화는 한 아버지의 '가족사

랑'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영화 속 사내는 그저 자신의 가족을 사랑했을 뿐입니다. 그 사랑을 온

전히 지켜내려 했을 뿐인데 그 과정에서 노동운동가도 되고 투사도 되고 말았다는 것, 저는 그게

이 영화가 드러내는 우리 사회의 속살인 것 같습니다.

아버님, 어머님께 죄송해야 할 사람은 희정씨가 아니잖아요

영화가 만들어진다 했을 때 우리 모두가 가졌던 우려들, 영화 제작팀은 사실 더 많이 했을 겁

니다. 투자가 안 되고, 배급은 더 안 되고, 홍보조차 하기 어려운 상황을 모르지 않았을 겁니다.

실제 주변에서 다들 만류했다고 합니다. 그래도 구태여 이 영화를 만든 이유가 뭘까요. 영화화하

기에 차고 넘치는 소재인데 만들지 못할 이유가 뭐냐는 호기가 있었을 것입니다. 잘 만들 자신

도 있었겠죠. 거기에 한 가지 더하자면, 어쩌면 영화를 잘만 만들어 놓으면 도와주는 이들이 많

을 거라는 기대를 했을지 모릅니다. 영화의 성공을 훼방 놓을 보이지 않는 손이 불편하고 못마

땅한 사람들, 당당하게 드러나서 그에 맞서고픈 보이는 손들, 그 힘을 믿었는지 모릅니다. 반올

림의 싸움도 그러했으니까요.

지금까지는 여러 우려가 비껴갔습니다. 영화는 기대 이상의 제작팀을 꾸렸고, 기대 이상의 후

원자와 투자자를 모았으며, 그에 힘입어 기대 이상으로 잘 만들어졌습니다. 그렇다면 그 이후의

일들, 개봉을 불과 며칠 앞둔 요즈음의 상황들, 상영을 약속했던 영화관들이 돌아서고 있고 예매

가 진행 중이던 극장에서 돌연 상영 계획을 철회하기도 하고 공중파 방송에서 영화 소개를 외면

하는 그러한 상황들은 어쩌면 영화 제작팀의 손을 떠난 문제가 아닐까 합니다. 우리의 몫이죠.

평소 잘 드러나진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언제나 예상했던 것보다 더 많이 존재하는 우리들 말

이죠. 영화 제작자 중 한 명인 윤기호 PD는 지금 우리에게 “우리 영화가 작은 영화로 보이게 하

여, 개봉주가 지나면 내리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며, 예매와 단체관람 조직을 호소

하고 있습니다. 영화가 안 열리는 극장에 문의를 계속 하는 것도 도움이 되겠죠.

다시 사진으로 돌아가서. 희정씨는 참 좋은 배우입니다. 작년 이맘 때 있었던 유미씨 추모제에

남모르게 찾아와 기도를 했다고 합니다. 아직 캐스팅이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유미씨 아픔을

잘 알고 잘 표현해줄 사람을 선택해 달라”고 말이죠. 그 기도가 통했는지 희정씨가 유미 역을 맡

게 되었고, 영화에서 저는 희정씨의 대사에서 제일 많이 울었습니다. 그래서 참 고마웠죠. 그런

희정씨가 어머님께 삭발한 모습을 보여드리며 죄송해서 우는 이 사진. 저는 이 사진을 볼 때마

다 울컥합니다. 희정씨의 그 마음이 예뻐서이기도 하지만, 화가 나서이기도 합니다. 정작 아버님,

어머님께 죄송해야 할 사람은 희정씨가 아니잖아요. 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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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관리대행과 노동자 건강

직업환경의학의 이선웅

현재 50인 이상의 전임보건관리자가 없는 사업장의 노동자들은 의사, 간호사 및 산업위생기사가

방문하여 노동자들의 건강을 관리해주는 보건관리대행(이하 보대)을 받고 있다. 이 보대 업무는 현

장의 노동자들이 산업보건전문가를 정기적으로 만날 수 있는 매우 의미 있는 제도이다. 필자 역시 2

년 전부터 지방의 소규모 보대업체에서 보대업무를 하며 100개가량의 사업장 노동자들을 정기적으

로 만나왔다. 하지만 내가 만난 노동자들이 그동안 얼마나 실질적인 도움을 받았는지, 심지어는 노

동자들의 필요와 동떨어져 있는 형식적 업무가 지속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들 때가 있다.

현재 보대의 주요 업무는 처방 및 치료가 허용되지 않는 상태에서 건강검진결과를 토대로 하는

건강 상담과 간이검사(혈당, 혈압, 간이콜레스테롤 검사), 그리고 현장순회가 아닐까 싶다. 물론 이

통상적인 업무과정에서 노동자들에게 체감적으로 도움 되는 결과가 생기기도 한다. 고혈압, 당뇨, 고

지혈증과 같은 검진 결과로 진단 가능한 질환에서 투약이 필요한 노동자를 병원에 의뢰하게 되거나,

생활습관에 대한 상담으로 질환이 호전되는 경우가 그렇다. 또 특수검진 결과 관찰이 필요한 노동자

(요 관찰자)들의 증상이 작업과 관련성이 있는지, 작업 전환을 해야 하는지 평가하는 경우도 그렇다.

물론 후자의 사례는 전자보다 훨씬 적다.

어쨌든 현실에서 약물치료 의뢰는 위에

언급한 질환으로 제한되고 추적 상담 시

에도 혈액검사가 제한되어 반복되는 생

활습관 상담만으로는 만족감을 주기 어

려워 노동자들이 정기 상담을 꺼리는 경

우가 많다.

또 직업병을 발견하는 것은 굉장히 중

요한데 작업 관련 증상을 가진 노동자가

알아서 상담을 받으러 오기 힘든 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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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고, 짧은 상담시간 안에 유해공정 노동자를 모두 상담하기도 힘든 현실도 엄연히 존재한다(근무시

간 내 상담을 기피하여 점심시간 내 상담을 계약 시 요구하는 사업장도 다반사인 현실이다). 그리고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법에 명시되어 있는 공적 서비스임에도 민간시장에 완전히 일임되어 있다는

것이다. 계약 주체가 사업주인 관계로 노동자들에게 필요한 서비스에는 관심이 없고, 서비스의 가격

만으로 경쟁하는 사례가 만연해 있다는 것이다. 이는 현재의 질 낮은 서비스와 맞물려 악순환한다.

그래서 많은 사업장에서는 노동부 감사에 대비하는 형식적 서류업무에 능숙하고 서비스 질과는 무관

한 단가가 싼 보건대행업체를 선호하게 된다. 게다가 노동부는 이를 바로 잡을 의지가 있는지 심히

의심스럽다.

보건대행서비스가 노동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산업보건서비스 중 매우 큰 부분이라면 현재의 문

제점을 조금이라도 개선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먼저 상담에서는 처방이 불가능함을 인정한다면 외래치료와의 연결고리 역할을 더 명확히 할 필

요가 있다. 일례로 투약이나 정밀검사가 필요한 노동자들에게 “현재 이러이러한 상태니 어느 과로

가세요”라고 구두로 설명하는 것보다 1차 진료기관에서 사용하는 진료의뢰서를 의료진이 사용하도록

한다면 좀 더 책임 있는 의뢰가 되어 보대서비스에 대한 노동자의 신뢰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또

약물치료는 필요 없으나 관리를 위해서는 지속적인 검사가 필요한 내당능장애, 고지혈증 등의 질환

에서는 당화혈색소, 콜레스테롤 검사 등의 혈액검사를 의료법에 저촉하지 않는 범위에서 허용하는

것이 고려되었으면 한다.

또 만성질환 생활습관 관리에 대해서는 뇌심혈관발병위험도나 심혈관위험지수 등의 성과지표를

사업장에 제공하도록 하여 성취정도 및 추이를 노동자들과 공유할 수 있게 한다면 좋을 것이다.

직업병과 관련해서는 전반적인 현장 파악은 위생기사의 업무로 되어 있지만, 의사 역시 건강위험

요인을 확인하여 적극적으로 상담에 이용하도록 현장 위험요인을 확인하도록 강제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 이를 위해 위생기사의 상태보고서 작성 의무를 의사에게도 부과해 건강위험요인 상태보고

서를 주기적으로 작성토록 하는 것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무엇보다 사업의 성과에 큰 관심이 없는 대부분의 사업주와 갑을관계에 놓여 있는 구조가

근본적인 문제다. 이로 인해 실제 사업장 담당자를 만나는 간호사들이 계약 해지의 두려움으로 사업

장 담당자들과의 관계에 신경 쓸 수밖에 없어 업무의 힘겨움을 토로하기도 한다. 노동자의 보대이용

을 독려하는 사업주도 일부 있지만 이에 무관심한 사업주 역시 많을 수밖에 없으며, 이 경우 보대팀

이 개인적으로 노력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만일 이런 사업장에 검진결과마저 입수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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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소견자마저 파악되지 않으면 상담 인력이 없어 업무자체가 힘들기도 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제도의 전반적 변화나, 노동부의 보대업무에 대한 책임 강화가

필요할 것 같다. 제도적 변화는 ‘3자지불제도’나 ‘보대업체의 지역별 제한’과 같은 공공성 강화 방안

을 생각해볼 수 있으며 이러한 제도적 공공성강화 방안은 꼭 논의되어야 한다.

일단 당장에는 노동부의 치밀한 감시 감독과 체계적인 기관 평가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점심시간이나 휴식시간에만 상담을 강요하는 사업장 재제를 명확히 하고(현재의 갑을 관계에서 보

대업체는 이런 정보를 제공할 수 없으므로 사업장의 무작위 감사와 노동자모니터링 방법이 유효하겠

다), 상담이 필요한 노동자에 대해서는 반드시 상담시간을 보장해주는 것이 사업주의 의무임을 명확

히 하며, 유소견자의 상담율이 일정기준 이하로 낮은 사업장 역시 재제하도록 하는 것도 필요해 보

인다. 또 보대 기관에 대해서도 성과지표와 같은 보대업무의 구체적 성과를 제시하게 하고, 서비스

질 평가를 강화하여 질 저하가 명확한 기관은 업무정지와 같은 강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

다. 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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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변혁적 현장실천 노동자계급정당 추진위원회 선전국장 이정호

사진 : 녹색연합

박근혜 정부는 원전 마피아들과 자본의 배를 불리기 위해 공권력을 총동원해 밀양주민들을 탄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연대가 살아있음을 증명한 4,000여 명의 2차 밀양희망버스 탑승객들을 보고 있으면, 밀양 송전탑 공사를 강행하고 있는 정부와 한전을 넘어 승리할 수 있다는 희망이 생깁니다. 이제 우리 모두의 힘을 모아 송전탑 공사를 중단시키고, 탈핵 · 탈원전 사회로 나가기 위해 힘 잃지 말고 웃음 잃지 말고 힘차게 투쟁합시다! 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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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원정공에서 시행된 노동시간 연장 없는, 노동강도 강화 없는, 임금 삭감 없는 주간연속2교대제

도입이 노동자의 건강과 삶에 실제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평가하였다. 노동시간 단축과 밤샘노동

철폐가 우리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함께 확인해보자.

[특집1]

두원정공 주간연속2교대제 도입

전후 비교 연구의 의미

노동시간센터(준) · 한노보연 김경근

* 본 특집 내용은 <두원정공 주간연속2교대제 시행과 노동자의 삶과 건강> 보고서 내용을 요약한

것입니다. 보고서 원문은 연구소 홈페이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두원정공은 기계식 연료분사장치를 주력 생산하는 곳으로 생산품의 대부분을 현대자동

차에 납품하는 자동차 부품업체이다. 두원정공은 1997년 경영상의 위기를 맞아 전면적인

구조조정을 시도하여 관철하였고, 당시 한국노총 소속의 두원정공 노동조합은 임금동결과

상여금 반납 등의 사측 제시안을 모두 수용한다. 이러한 흐름을 타고 두원정공 사측은

2001년 말까지 총 40%에 달하는 인원을 정리하는 등 구조조정을 공세적으로 진행한다.

물량이 없다면 천천히 쉬면서 일하자!

이러한 일련의 상황 속에서, 2001년 노동조합 선거에서 민주노총으로 상급단체 변경을

내걸고 나선 ‘민주집행부’가 당선된다. 당시 노조집행부는 당선 직후 강도 높은 임․단협 투

쟁과 근골격계 집단요양 투쟁, 신규 물량 확보 투쟁 등을 전개하며 무너진 현장조직력과

투쟁력을 복원한다. 노조집행부의 헌신적인 리더십 하에 전개된 투쟁의 승리로 노동조합

에 대한 조합원의 신뢰가 견고해진다. 물론 사측은 ‘물량이 곧 고용’이라며 ‘물량이 줄었으

니, 고용조정은 당연하다’는 담론을 유포하지만, 이러한 사측의 시도는 노동조합을 중심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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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한 조합원들의 강경한 대응으로 번번이 좌초된다.

노동조합은 회사의 물량 이데올로기에 대해 ‘물량이 없다면 천천히 쉬면서 일하자!’는

응답으로 맞선다. 그리고 이를 현실화하기 위해 ‘주간연속2교대제와 월급제 도입’을 위한

본격적인 준비에 착수한다. 2007년 주간연속2교대제 토대 마련 작업, 2008년과 2009년

주간연속2교대제 연구팀 활동과정에서 조합원들의 불안과 불만은 끊임없는 토론으로 해소

된다. 그리고 2010년 10월 주간연속2교대제와 월급제가 시행된다.

주간연속2교대제 도입 이전 두원정공 생산직 노동자의 근무형태는 다른 완성차 및 자

동차 부품업체와 같은 ‘10+10 교대제’였다. 여기에 주말 특근이 덧붙어, 두원정공 노동자

의 주당 평균 노동시간은 50시간을 상회했다. 그러나 주간연속2교대제 도입으로 잔업이

사라져 ‘8+8 주간연속2교대제’가 실시되고, 노동조합에 의해 특근이 통제되어 총 노동시간

은 현저히 줄어든다. 2013년 설문조사에서 확인한 두원정공 생신직 노동자들의 평균 노동

시간은 46.95시간이다.

오전반(시업/종업) 시간 구분 오후반(시업/종업) 시간 구분

08:00-10:00 2시간 노동1 16:00-18:00 2시간 노동1

10:00-10:10 10분 휴식1 18:00-18:40 40분 식사

10:10-12:00 1시간 50분 노동2 18:40-20:30 1시간 50분 노동2

12:00-12:40 40분 식사 20:30-20:40 10분 휴식1

12:40-14:30 1시간 50분 노동3 20:40-22:30 1시간 50분 노동3

14:30-14:40 10분 휴식2 22:30-22:40 10분 휴식2

14:40-16:00 1시간 20분 노동4 22:40-24:00 1시간 20분 노동4

두원정공 주간연속2교대제 근무시간표

* 자료출처 : <2010년 임금·단체협약 교섭위원자료>

주간연속2교대제와 월급제 도입을 위한 논의 초기과정에서, 조합원들의 반발은 매우 컸

다. 가장 컸던 반발은 줄어드는 노동시간만큼 임금이 줄어들 것에 대한 우려였고, 이와 함

께 20년 가까이 적응해 온 교대제 시스템이 바뀌면 생체리듬이 깨져 더 힘이 들 것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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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견해도 제출된다. 임금감소에 대한 조합원의 우려를 꿰뚫고 있던 사측은 이에 따라 잔

업과 특근을 주간연속2교대제 시행 직전까지 최대한 늘려서 운영하다가, 주간연속 2교대

시행과 동시에 전면 중단해 임금이 감소한 듯한 인상을 준다.

이에 대해 노조는 물량이 줄어든 현실에 맞게 주간연속2교대제를 도입해 노동시간을

단축하고, 월급제를 도입하여 기본급을 확충하는 것이 ‘고용안정과 임금안정’이라는 두 가

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는 효과적인 방안이라는 점을 내세워 조합원을 설득한다. 또한

일시적으로 특근에 대한 통제를 풀어 수당으로 임금 보전이 가능하게 하여 조합원들의 불

만을 해소해 가는 등 유연한 대응을 펼친다.

3무원칙에 입각한 교대제 변화의 결과는?

현재 두원정공에서 실시한 ‘주간연속2교대제와 월급제’는 3년을 경과해 안정화된 상황

에 있다. 두원정공에서 실시 중인 주간연속2교대제는 노동조합이 오랜 준비과정을 거쳐 ‘3

무원칙(노동시간 연장 없는, 노동강도 강화 없는, 임금 삭감 없는)’에 입각해 근무형태를

변경한 소중한 사례이다.

1997년 IMF 경제위기를 겪으며, 노동운동 진영에서 고용을 유지하며 동시에 노동시간

을 단축하는 대안으로 ‘주간연속2교대제’가 제기되고, 도입을 위한 시도들이 있었지만, 두

원정공 사례처럼 ‘3무원칙’이 지켜진 교대제 변경 사례를 찾아보기 힘든 조건이다.

이와 함께 장시간노동과 야간노동이 노동자의 건강과 삶의 질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는 여러 연구 결과는 다수 존재했으나, 장시간 노동과 야간노동이 근무형태 변경으로 개

선된 사례를 두고, 직접적으로 전후를 비교한 연구가 없었던 상황에서, 두원정공에서 실시

된 주간연속2교대제가 노동자의 건강과 삶에 실제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검토하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것이었다. 따라서 본 연구는 실제 주간연속2교대제 시행이 이루어진 현장

노동자들의 건강과 생활의 변화에 대한 관찰과 평가를 위하여 수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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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2]

두원정공 주간연속2교대제 도입 이후

조합원들의 일상생활의 변화‘여가와 가족생활을 중심으로’

노동시간센터(준) · 한노보연 김보성

1. 한국 자동차 산업 생산직 노동자들의 일상생활

장시간 노동으로 악명 높은 한국 제조업 생산직 중에서도 자동차산업 생산 현장에는 주

야 2조 2교대제의 장시간 노동 시스템이 견고하게 뿌리 내려왔다. 이는 철저하게 일 중심

의 시간 시스템으로, 노동자들의 육체적․정신적 한계를 시험하고 가족생활과 사회생활을

파괴한다. 가족 및 사회로부터 탈구되어 있는 작업장의 시간성 때문에 노동자들은 가족과

사회의 일원으로서의 정체성을 구축하는데 어려움을 겪으며, 생계부양자로서의 역할만을

배타적으로 강요받게 된다. 1997년 경제위기를 계기로 한 일련의 작업장 구조조정의 흐름

은 노동자들의 의식 속에 불안을 깊이 각인하여 가족생활과 사회생활을 포기한 채 임금소

득활동에만 더 몰입하도록 만든 구조적 배경으로 작용하였다.

두원 노동자들 역시 개인 시간을 가질 수 없었으며, 가족과 사회생활을 영위할 수 없었

다. 피로에 지쳐 신경이 예민해진 남편, 집에서는 항상 잠만 자는 아빠가 가족들의 머릿속

에 박힌 남편과 아버지의 이미지였으며, 남성 노동자들은 사실상 ‘돈 버는 재미’ 외의 다

른 가치를 추구할만한 육체적․정신적 여유가 없었다.

2. 주간연속2교대제의 도입과 여가생활의 변화

1) 시간의 변화와 삶의 변화

전반적으로 이전 장시간 노동과 심야노동이 이루어질 때에 비하여 조합원들이 주체적으

로 계획하고 활용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났으며, 이에 따라 여가활동이나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패턴 역시 적지 않게 변화했다. 자유 시간의 확대와 이에 따른 여가의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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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가 가장 일차적인 생활상의 변화이다.

조합원들의 대다수가 헬스, 달리기, 걷기 등의 스포츠 활동과 등산, 온천여행 등의 짧은

여행을 자주 즐기게 되었으며, 동호회 활동도 더욱 활발히 하게 되었다. 또한, 가사노동이

나 자녀 돌보기에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게 되었으며, 가족 외식이나 영화나 공연 관

람을 더욱 자주 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시간 사용 패턴의 변화는 조합원들로 하여금 삶의 의미나 가치에 대해 재성찰․탐색해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자유 시간을 적극적으로 누리거나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을 즐기면서 ‘돈 버는 재미’ 외에 다른 즐거움과 행복을 알 수 있게 된 것이다.

두원정공에서 주간연속2교대제 도입 배경에는 고용조정에 대한 불안이 있었다. 그러나

일단 주간연속2교대제를 도입하고 실노동시간을 단축하자, 노동자들의 일상생활을 구성하

는 경험이 달라졌다. 이제는 고용 안정만이 문제가 아니게 되었다. 미뤄두었던 운동을 시

작하고, 취미생활을 시작하고, 가족과 시간을 갖고 더욱 적극적인 상호작용을 하고, 자기

계발을 위한 투자를 시작했다. 그렇게 시간을 계획하고 경험하면서 새로운 활동이 가져다

주는 즐거움과 중요성을 알게 되었다. 그러면서 일 이외의 활동이 가지는 가치에 새롭게

눈뜨고 스스로 변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옛날에 일에 미쳐 살 때 상상이나 했겠어요. 그게 참 좋더라고요. 행복하니까.

그런 소소한 일상들이 좋으니까. 좀 오바하면 옛날보다는 조금 즐거워요. 출근할

때, 옛날보단.” (A1, 남성 조합원, 연속2교대)

가족 구성, 자녀의 연령 등에 따라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가족과의 관계 개선을 경험

한 조합원들도 다수이다. 노동시간 단축과 심야노동의 철폐를 통해 확보된 자유시간의 많

은 부분을 가족과 함께, 혹은 가족을 위해서 사용하게 된 것이다.

“애들이 첨에는 싫어했어요. 귀찮아하더라고. (…) 집에 오면 항상 아빠가 있으

니까. 컴퓨터도 마음대로 못 하고, TV도 맘대로 못 보고, (…) 살살 꼬셔서 이제

밖에 나가서 뭐도 하고 뭐도 하고 하면서 조금씩 관계가 좋아진 거죠. (…) 일 년

훨씬 지나보니까, 학교 갔다 와서 아빠가 없으면 전화를 해요. 오늘 어디 있는 거

야? 전화를 해요. 좀, 당연히 가까운 관계인데, 막, 그냥, 말뿐인 게 아니라 훨씬

더 가까워진 것 같아요.” (A1, 남성 조합원, 연속2교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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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미완의 변화 : ‘더 긴 시간의 노동-더 많은 소득’으로 회귀의 움직임

주간연속2교대제로의 전환과 더불어 여가생활과 가족생활을 풍요롭게 누릴 수 있게 되

었지만, 이와 사뭇 다른 결의 움직임 또한 존재한다. 잔업과 특근 선호, 그리고 추가적인

임금노동과 소득에 대한 지향이 그것이다. 이는 투쟁을 통해 확보한 자유시간을 스스로

포기하는 행위로, ‘더 긴 시간의 노동-더 많은 소득’으로의 자발적 회귀라 볼 수 있다.

“지금 주간근무만 상시 주간근무를 하시는 분들 중에 제가 알기로는 투잡을 하

시는 분들이 많아요. (…) 저만 해도, 당장 저만 해도 주간만, 만약에 근무를 주간

만 한다면 투잡을 뛸 의향이 있어요. (…) 원체 일찍 끝나니까...” (A6, 남성 조합

원, 연속2교대, 강조는 인용자)

3. 삶의 회복 : 그 가능성과 질곡

이전의 노동시간 패턴은 노동자들의 육체적 활력을 고갈시키고 노동자들로부터 삶의 의

미나 가치에 대해 성찰해볼 기회 역시 박탈했다. 성장하는 자동차 산업의 잘나갔던 부품

업체 정규직 직원이었던 두원정공 노동자들은 숨 가쁘게 돌아가는 작업장의 시간 리듬에

자신을 끼워 맞춘 채 일했다.

그러나 두원정공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의 리더십과 조합원들의 단결을 바탕으로 고용 위

기로부터 일자리를 지켜내고 ‘노동시간 연장 없는’, ‘노동강도 강화 없는’, ‘임금 삭감 없는’

주간연속2교대제를 현실화시켜냈다. 잔업 없는 ‘8+8’ 노동시간 시스템을 정착시켰으며, 노

동자의 건강권을 실현하는 데 한발 다가섰다. 가능성은 단지 가능성에 그치지 않고 변화

의 실마리들을 이미 보여주고 있다. 노동자들은 더욱 자유롭게, 적어도 이전보다 ‘여유’를

가지고 자신의 생활시간을 통제하고 설계할 수 있게 되었다. 자유 시간을 누리고, 여가를

향유하며,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보내면서, 과거에는 잊고 살던 삶의 가치들에 새롭게

눈을 뜨기 시작했다.

이는 작업장 시간제도의 변경을 통해 노동자들의 일상생활을 변화시킬 수 있고 이를 통

해 노동자들의 의식과 가치관의 재구성을 모색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 모

든 변화가 ‘시간을 둘러싼 투쟁’, 즉 ‘시간의 정치’를 통해 시작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보다 조심스럽게 관찰해야 할 점은 이러한 표면 이면에 존재하는 역동이다. 어

렵사리 확보한 자유 시간을 추가적 소득을 위한 제2의 임금노동 시간으로 활용하거나 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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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 통제에 대한 불만과 특근 선호가 여전하다는 점. 이는 작업장 시간성으로의 자발적 회

귀 그리고 일상을 포기하고 임금 보상으로 투항한다는 점에서 삶의 회복과는 반대되는 흐

름이다. 이것은 비단 몇몇 개인들의 선호만이 아니라는 점에서 주의 깊은 분석이 필요하

다.

이러한 반응은 한국 자동차산업 노동자들이 겪어온 공통된 역사와 집단적 기억 속에서

해석해야 한다. 산업 초창기부터 자유 시간을 포기하고 일하면서 노동자들이 얻을 수 있

었던 것은 희생이 크면 클수록 크게 되돌아오는 임금이었다. ‘최소 기본급+시간 외 수당’

의 임금 구조는 돈의 보상을 더욱 중요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장시간 노동과 군대식 통제

라는 작업장 문화는 노동자들이 ‘돈 버는 재미’에만 몰두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조성했다.

여기에 97년 경제위기와 뒤이은 구조조정은 노동자들의 마음속 깊이 불안을 새겨 삶을

포기한 대가로 고용 유지와 임금 보상을 추구하는 것을 절대화하였다. 두원정공 노동자들

역시 1997년 이후 총 40%의 인원이 정리되는 구조조정을 경험했다. 특히 생산품의 특성

상 점차 주문이 감소할 수밖에 없는 객관적 조건과 이러한 상황을 혁신을 통해 타개해나

가려고 하지 않고 고용조정만을 주문하는 경영진은 노동자들의 불안과 불신을 더욱 부채

질했다.

이러한 집단적 경험과 기억으로부터 두원정공 노동자들 역시 자유롭지 않다. 게다가 두

원정공에서 거둔 2000년 이후 승리의 경험은 거대한 골리앗들이 쓰러져나가던 끝에 외롭

게 지켜낸 승리였다. 그래서 두원정공 노동자들은 불안하다. 이것이 강성 두원정공 노동조

합의 승리와 성과 이면에 존재하는 노동자들의 초상의 일면이며, 실업과 불안정 노동이

상존하는 신자유주의 시대 노동자들의 공통된 모습이다. 따라서 진정한 의미에서 노동자

들의 ‘삶의 회복’을 이루어 내기 위해서는 사업장 차원의 노동시간 단축과 더불어 신자유

주의 시대 근본적 불안을 해석하고 극복하기 위한 근본적인 고민과 노력이 필요하다.

두원정공 조합원들은 주간연속2교대제를 도입․정착 이후 삶의 회복을 위한 도정에 섰다.

투쟁의 성과를 헛되이 하지 않기 위해 불안한 발을 떼어 앞으로 한 걸음 나가야 한다. 시

간의 회복을 삶의 회복으로 진전시켜야 하며, 이를 위한 보다 구체적이고 집단적인 계획

과 전략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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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3]

두원정공 주간연속2교대제 도입 이후

노동자의 건강 변화‘우리는 조금 더 건강해졌다’

노동시간센터(준) · 한노보연 이혜은

주간연속2교대제 시행 이후 건강영향으로는 근골격계 증상, 수면건강, 건강 행동, 심혈

관계질환 관련 지표에 대하여 분석하였다. 이 중 근골격계 증상과 건강 행동은 2010년과

2013년에 같은 항목으로 설문조사를 하여 2010년부터 주간근무만 시행하였던 노동자(164

명)와 2010년 주간연속2교대제 도입으로 주야맞교대에서 주간연속2교대로 교대형태가 달

라진 노동자(104명)로 나누어 비교하였다. 수면건강은 2007년의 설문조사(주간근무자 301

명과 주야 맞교대근무자 142명)와 2013년의 설문조사 결과(주간근무자 231명과 주간연속

2교대근무자 150명)를 비교하였다. 심혈관계 질환 지표는 2009년과 2012년의 건강검진

자료를 이용하여 주간근무 노동자(156명)와 주야맞교대에서 주간연속2교대로 변경된 노동

자(102명)로 나누어 비교하였다.

심야노동 단축으로 근골격계 증상 완화

근골격계 증상은 전체적으로 73.5%에서 82.5%로 증가하였고 가장 중요한 원인은 조사

대상자들의 연령이 평균 44.8세에서 47.8세로 증가한 것을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조사대상과 증상 부위를 분류하여 분석한 결과 근골격계 증상자의 비율 변화는 교대군

(5.8% 증가)은 주간근무군(15.3% 증가)에 비하여 증가 정도가 10%가량 낮았고 특히 조립

등 업무와 연관성이 큰 어깨/팔/손 등 상지 부위 증상은 오히려 감소한 결과를 보였다. 이

러한 결과는 주간연속2교대제를 통한 심야노동의 단축이 근골격계 증상의 완화에 큰 영향

을 미쳤다고 판단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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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 통권 121 2014.2

가장 뚜렷하게 개선된 수면건강

수면건강은 가장 두드러지는 변화를 보였다. 교대근무자의 야간근무 시 수면시간이 5시

간 49분에서 6시간 20분으로 큰 폭으로 증가하였다. 또한, 교대근무자의 야간근무 시 수

면의 질이 나쁜 편이라고 응답한 경우는 72.5%에서 39.7%로 거의 절반 수준으로 감소하

였다. 주간근무자의 경우에도 수면의 질이 좋은 편이라는 응답이 20%에서 32.6%로 증가

한 변화를 보였다. 이러한 결과는 특히 교대근무자의 수면건강 향상에 주간연속2교대제의

시행이 큰 영향을 미쳤고, 주간근무자의 경우에도 노동시간 단축이 수면의 질에 좋은 영

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음주는 줄고, 운동은 늘고

건강 행동의 경우 흡연상태는 2010년에 비해 2013년에 흡연자가 오히려 소폭 증가(주

간근무군 2.5% 증가, 교대근무군 2.9% 증가)하였으나 음주의 경우 전체 노동자에서 상당

히 개선된 변화를 보였다. 특히 교대근무자의 경우 주간근무자와 비교하면 월 2회 이상의

음주자가 33.8% 감소하여 14.9% 감소한 주간근무자에 비해 현저한 변화를 보였다. 운동

의 경우 주간근무자의 경우 주간연속2교대제 시행 전후 비슷한 수준을 보였으나 교대근무

자의 경우 주 3회 이상 운동하는 비율이 22.1%에서 26.2%로 약간 증가하였다. 흡연과 달

리 음주와 운동의 경우 여가의 활용과 밀접히 관련하는 지표로서 충분한 여가가 확보되어

음주보다는 운동을 포함한 다양한 활동을 추구함으로써 건강 행동이 개선된 것으로 판단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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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혈관계 질환 관련 지표 악화 둔화

건강진단결과를 이용하여 심혈관계 질환 관련 지표를 분석한 결과 고혈압, 중성지방, 복

부비만 등 전반적인 항목에서 악화소견을 보였다. 이러한 현상의 가장 큰 원인은 역시 조

사대상의 고령화 문제일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조사대상자를 교대근무에 따라 나누어

비교하였을 때 심혈관계 질환 관련 지표 중 고밀도콜레스테롤, 복부비만, 당뇨(고혈당)의

경우 교대근무자에서 그 악화 정도가 주간근무자에 비해 낮거나 오히려 개선된 결과를 보

였다. 이러한 심혈관계 질환의 위험요인들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대사증후군의 진단기준5)

을 이용하여 분석하였을 때 주간근무자의 경우 8.2%에서 13.8%로 증가하였고 (+5.6%) 교

대근무자의 경우 5.9%에서 7.1%로 증가하였으나 (+1.2%) 그 증가 폭이 주간근무자에 비

하여 훨씬 적었다. 조사대상자들의 고령화를 고려하였을 때 이러한 결과는 심야노동 단축

의 효과가 심혈관계 질환 관련 지표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되며 여가 확보를 통한 건

강 행동의 개선이나 생체리듬 교란의 최소화 효과로 추정된다.

5) 국제당뇨연맹 기준으로서 복부비만(남≥90cm, 여≥80cm)이 있고, 다음 4개 중 2가지 이상 동반

중성지방 ≥ 150mg/dL,

낮은 고밀도콜레스테롤(남<40mg/dL, 여<50mg/dL),

고혈압 : (수축기혈압≥130mmHg or 확장기혈압≥85mmHg) 또는 치료받는 경우

공복혈당 ≥ 100 또는 치료받는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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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적으로 두원정공에서 주간연속2교대제 시행 3년 이후, 수면건강이 크게 개선되었고,

음주의 빈도가 감소하였으며 그 효과는 주야 맞교대에서 주간연속2교대로 변경된 교대근

무자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근골격계 증상과 대사증후군의 경우 전체적으로는 나이 증가

와 함께 2010년보다 2013년에 악화소견을 보였으나 주간근무자를 비교군으로 설정하였을

때 교대근무자에서 좋은 영향을 미쳤음을 확인하였다. 이러한 영향을 고려할 때 두원정공

과 같이 주간연속2교대제의 의의를 잘 살리는 교대제 변화를 현장 노동자의 주도적인 요

구로 확산시켜야 할 필요성이 있다. 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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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다섯 번째 이야기

지속가능한 노동을 위하여<살림의료생활협동조합> 주치의 무영 인터뷰

한노보연 최민

재미있게 일하는 사람을 찾아서

그저 돈을 벌기 위해 직장에 다니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하고 싶은 일이거나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기 위해 직장에 다닌다면 회사 생활이 재미있어질까? 최소

한 내가 맡은 부분에서는 일의 양과 속도, 방법을 내가 계획하고 책임질 수 있으면

지금보다 신나게 일할 수 있을까? 일한만큼의 존중과 대접, 보상을 받지 받으면 일

이 즐거울까? 이미 즐겁게, 재미있게, 신나게 일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만나보고

싶었다. 즐거운 노동은 어떨지 궁금했다.

오늘 만난 무영은 살림의원 의사이다. 살림의원은 은평 지역을 거점으로 한 살림

의료생활협동조합 산하 의원이다. 살림의원에는 전일제로 일하는 의사 1인과 간호조

무사 2명, 오전 근무만 하는 간호사 1명이 일하고 있다. 살림의료생협은 살림의원 외

에도 건강다짐운동센터와 조합 사무국도 운영하고 있다.

살림의료생협은 2009년 여성주의 의료생협 준비 모임에서 시작하여, 건강 소모임

활동, 주치의 상담 사업, 여성주의 학교, 소식지 발간 등 지역 활동을 기반으로 2012

년 2월 살림의료생협 창립총회를 열었다. 출자금 4억을 모아 2012년 8월 20일 의원

을 개원하여, 현재 1년 반 가량 운영해오고 있다. 무영은 여성주의 의료생협 준비모

임의 첫 제안자 중 한 명으로 모임이 구상 단계였을 때부터 지금까지 함께 해오고

있다.

지금 살림의원은 상당히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하루 평균 65~70명, 많은 날

은 100명 가까운 환자가 의원을 찾는다.

의사를 신뢰하는 환자들

살림의원이 좋은 직장이라는 무영에게 어떤 점이 다른 병원과 다른지 물어보았다.

무엇보다 매일 진료실에서 만나는 환자들이 주인의식 강하고, 진료 과정을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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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 통권 121 2014.2

협동하는 과정으로 만들지 고민하는 ‘조합원’들이 많다는 점이 의사로서 가장 좋은

점이라고 했다.

“조합원들은 대기실에서부터 다르다. 환자로서, 진료 받으러 왔는데도 와서 컵을 닦거나,

다른 환자들에게 말을 걸고 위로해준다. 자기 블로그에 살림의원 선생님 친절하다고 홍보를

하고, 초등학교 학부모 모임 뒤에 학부모들을 데리고 와서 의원 투어를 시키기도 한다.

그리고 조합원인 환자들과 생활이 공유된다는 점도 장점이다. 혈액 검사에서 콜레스테롤이

높은 환자가 생활 습관을 바꿔보고 3개월 뒤 약을 먹을지 결정하기로 한다면, 그 사람의 3

개월을 주치의인 내가 안다. 요즘 운동 안 나오시던데, 누구한테 들으니까 술을 많이 드셨다

던데... 이런 사정을 알 수 있는 관계라는 것이 큰 장점이다.

조합원 환자들은 살림의원과 주치의에 기본적인 신뢰를 갖고 의원을 찾는다. 이는 좋은

환자-좋은 의사를 만드는 데 핵심 키워드이다. 예를 들어 내가 낸 처방에도 병이 잘 낫지 않

는 경우에도 환자들은 다시 나에게 찾아와서 의논한다. 의사로서는 충분히 경과를 관찰하고,

다른 판단을 해야 할지를 고민할 기회가 생기는 것이다. 내가 혹시 잘못 판단했나? 어떤 징

후를 더 확인해야 할까? 얼마나 두고 보다가 처방을 바꾸어야 하나? 처방을 바꾸기 위해 어

떤 검사를 시행할까? 등의 기술을 다듬어 가는 데에는 환자들의 신뢰가 절대적으로 중요하

다. 우리 조합원들은 이를 통해 의사를 훈련시키고 있다.”

지속가능한 진료를 위한 진료 시간 단축

살림의원은 2014년 1월부터 수요일 오후 진료를 쉬기로 했다. 의료진 특히 살림

주치의가 장시간 노동에 시달려 지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배려다.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의료진의 노동시간이 너무 길다는 걱정이 많았다. 지난 7~8월경,

각 직원 개개인의 업무량과 대체 가능성에 대해 평가를 했는데 주치의가 노동시간이 길고

대체나 교대 근무가 불가능하다는 점이 지적됐다. 특히 노동시간 대부분이 대인 서비스를 하

는 시간인지라 이로 인한 스트레스를 줄여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었다.

2013년에는 화, 금요일은 야간 진료, 토요일 오전 진료까지 진료 시간만 49시간이었다. 그

외에 건강검진 판정, 청구 작업 등은 완전히 따로 시간이 필요한 일이다. 다양한 조합 회의

에도 참석해야 한다.

토요일 오전 진료는 직장에 다니는 조합원들을 고려해 포기할 수 없어서 2014년 1월부터

야간 진료를 주 1회로 줄이고, 수요일 오후 진료를 안 하기로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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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원들에게 보낸 진료 시간 변경 안내 메일에는 “현재 근무환경에서 살림의원만

의 사려 깊은 진료가 과연 지속가능할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진료

시간 축소에 따른) 매출의 감소는 있을 수 있습니다. 그 대신 무영 주치의 선생님이

지역에 나가 건강교육을 하거나, 지역사회와 조합원들에게 다가가는 활동을 함으로

써 계상할 수 없는 무형의 이익을 얻을 수 있겠지요.”라고 설명한다.

든든함을 담당하는 의사

진료 외에 무영이 하는 역할이 무엇이냐고 물으니 의외의 답이 돌아온다.

“나는 살림에서 든든함을 담당하고 있다. 사실 건강하고, 젊은 조합원들은 중에는 진료를

거의 받으러 올 일 없는 경우도 많다. 그래도 내가 ‘살림의원’에 있는 걸 든든하게 생각한다.

어려운 결정을 할 때 자기편이 되어서 생각하고, 도와줄 수 있는 믿을만한 아는 의사, 그 사

람을 살림의원에 가면 언제든지 만날 수 있다는 것, 이게 그 든든함의 근거인 듯하다.”

그래서 조합원들은 이렇게 든든한 주치의 선생님을 아주 아끼고 챙겨준다.

“주변 사람들, 활동조합원들이 방패막이가 되고 주치의를 정말 엄청나게 생각해준다. 물리

적으로 노동시간이 길고, ‘이런 상황이 몇 년은 지속될 테니 버텨야 한다’는 부담감 외에는

힘든 게 거의 없다. 의사뿐 아니라 다짐운동센터의 운동처방사에게도 마찬가지다. 이들이 없

으면 사업소가 바로 문을 닫아야 한다는 생각을 조합원들이 하고 있다. 그래서 어떤 때는

연예인 같다. 온 동네가 주치의의 컨디션과 건강을 살핀다. 환자가 많은 날은 조합원들이나

조합 활동가들이 중간에 환자를 잠시 기다리게 하고 주치의가 쉬거나 음료수라도 마실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해준다.”

진료 시간 단축 결정에는 이런 배려와 신뢰, 지속가능한 노동에 대한 고민이 중요

한 배경이 되었을 것이다.

살림의원의 다른 직원들은?

그런데, 이런 배려와 신뢰, 지속가능한 노동에 대한 고민은 의사이기 때문에, 또

처음부터 이 조합을 같이 만들고 지속적으로 함께 해 온 사람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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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아닌가?

“사실 간호조무사들은 엄청 많이 그만뒀다. 사실 개원 초기에는 우리의 초반 근무 조건이

나빴다. 초기에는 급여가 적은 편이었다. 대신 적극적으로 자기개발 할 수 있는 기회를 주

며, 간호 인력도 호봉제를 도입해서 급여가 인상될 것이라든가, 결혼하고 나서도 안정적으로

다닐 수 있는 직장이라는 점을 설득했다. 우리 조합원이나 직원들이 자기 팔 내밀어가며 정

맥 주사 찌르는 법부터 열심히 가르쳤는데, 기술 익히면 나가더라.

간호조무사들에게 살림의원은 노동시간은 길고 급여는 적고, 감정노동은 더 많이 해야 하

는 직장일 수 있다. 자주 나왔던 불만이, 왜 살림의원 환자들은 모두 VIP 대접 받으려고 하

느냐는 것이었다. 조합원 챙기랴 임원 챙기랴 쉬운 일은 아니다. 또 조합원이냐 아니냐에 따

라서 진료비도 달라지니 업무도 많다.

하지만 앞으로 나아질 것이다. 살림의원 간호조무사의 현재 근무환경은 주변 병·의원에

비해서도 좋다고 할 수 있을 만큼 많이 나아졌다. 간호사, 의사, 조합 활동가 순서로 임금

현실화를 추진하여 간호사 임금이 제일 먼저 시세에 맞게 되었다. 격주지만, 토요일에 쉰다

는 것도 간호조무사 세계에서 엄청난 이점이다. 이제 수요일 오후 근무도 줄었다. 지난 여름

건강다짐운동센터가 문을 열고 공간이 생기면서 직원 복리후생으로 점심도 제공하고 있다.

무엇보다 근무 조건이 좋아야 한다. 일단 좋은 직장이어야 길게 함께 할 수 있고, 그러면

서 건강권이나 협동조합에 대해서 고민해볼 기회도 생긴다. 그렇지 않으면, 뒤늦게 직장인으

로 결합한 직원의 경우 모임에 참여해보기도 전에 그만두게 된다.”

협동하는 꿈의 일터

살림의료생협 사무국에는 ‘협동하는 꿈의 일터’라는 팻말이 붙어있다. 또, 지속가능

한 살림조합 운영을 위해, 조합원들이 노력하여 조합 사무국 활동가들의 야근을 방

지하자는 인사도 게시되어 있었다. 조합원들과의 소통과 협동, 지역 운동을 튼튼히

하려는 노력 못지않게, 이런 지속가능한 일터를 향한 살림의 발걸음도 계속되기를

기대해본다. 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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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조합을 만나 다시 태어났어요”총파업 직전 첫 단체협약 체결한 홈플러스 노동자들의 이야기

홈플러스 노동조합 선전국장 김국현

“일이 많다고 점포에서 2박 3일 동안 퇴근도 못 하고 일했습니다. 휴게실에서 쪽잠 자면서

일했는데 연장근무수당은 한 푼도 못 받았지요.”

“한 고객이 고등어 상태가 이상하다며 직원 무릎을 꿇리고 고등어로 뺨을 때린 적도 있었어

요. 그런 식으로 인간적 모멸감을 느껴도 다들 짤릴까봐 한 마디도 못했지요.”

“홈플러스는 0.5시간 계약제라는 10분 단위 근로계약을 해왔어요. 다들 무슨 그런 계약이 있

냐고 묻더라고요.”

누구나 알만한, 깔끔하고 화려한 대형마트인 ‘홈플러스’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현실

은 처참했습니다. 1달 100만 원 남짓한 저임금에 골병들게 하는 중노동은 물론이거니

와 온갖 불법행위와 잘못된 관행들이 2만 홈플러스 노동자들을 괴롭혀 왔습니다. 하지

만 언제라도 잘리거나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항의 한 번 하기가 쉽지 않았

습니다.

홈플러스 설립 14년 만에 처음으로 만들어진 노동조합

그러던 중 2013년 3월 24일, 홈플러스에서 일하던 노동자 10여 명이 마침내 노동조

합을 설립했습니다. 3일 만에 전국에서 약 300명의 노동자들이 조합에 가입했으며 문

의전화와 회사의 불법행위에 대한 제보가 쏟아졌습니다. 몇 개월에 걸쳐 조합원 규모

는 1,500명에 달했고, 점포별로 지부가 설치되었습니다. 점점 더 많은 노동자들이 ‘열악

한 환경에서 고통받아왔던 만큼 노동조합으로 똘똘 뭉치자’고 마음을 다지며 노동조합

활동에 뛰어들었습니다.

노동조합 설립 6개월 만에 첫 단체교섭이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실망스럽게도, 사

측 홈플러스는 시종일관 미온적이고 형식적인 교섭으로 일관했습니다. 하계휴가가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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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2월 서울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비상확대운영위를 진행하고 결의를 모으는 홈플러스 노동조합 간부들의 모습.

사진제공 : 홈플러스 노동조합

어 하루라도 휴가를 신설하자는 요구에 “대체 휴가가 왜 필요하냐”고 되묻는가 하면,

유니폼을 회사 비용으로 지급하라는 요구에 “유니폼 입기 싫어하는 사람들도 많다”는

이해할 수 없는 반응을 보이기까지 했습니다. 노동조합은 수정안을 제시하며 마지막까

지 타결을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했지만 결국 12월 초, 교섭 결렬을 선언하기에 이르렀

습니다.

0.5시간 계약제 폐지와 단체협약 체결을 요구한 파업투쟁

첫 단체교섭에서 조합원들에게 가장 중요한 요구는 0.5시간 계약제의 폐지였습니다.

홈플러스의 1만 6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근로계약을 4.5시간, 5.5시간, 6.5시간, 7.5시

간 중 하나로 계약을 합니다. 그러나 2013년 홈플러스 노동조건 실태조사에 따르면

7.5시간 계약자의 경우 실제 노동시간은 8시간이 넘어갑니다. 홈플러스는 노동자들의

30분 넘는 연장근무에 대한 수당은 지급하지 않으며 공짜 연장을 시키는 한편, 계약시

간을 줄여 휴식시간을 없애는 방식으로 노동자들을 착취해온 것입니다. 게다가 0.5시간

계약제를 통해 기본급을 줄여 각종 수당까지 축소시키는 방식으로 홈플러스가 부당하

게 취해온 이득은 연 수백억 원에 달했습니다. 심지어 노동량이 같은 상황에서 기존

계약 시간의 10분을 줄이는 기이한 계약까지 울며 겨자먹기로 해야 했던 노동자들의

분노는 대단히 컸습니다.

쟁의행위에 나서는 것은 생각처럼 쉽지는 않았습니다.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여성

노동자들이 절대다수인 조합원들에게 파업이란 너무나 무서운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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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조합원들은 빼앗긴 권리를 찾는 게 저절로 되겠느냐고, 못된 홈플러스에 본때

를 보여줘야 한다며 마음을 단단히 먹었습니다.

드디어 부분파업이 진행되었고, 조합원들은 주저 없이 일손을 놓았습니다. 점포마다

수십 명씩 4시간~8시간 동안의 파업에 돌입한 조합원들은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며

매장을 돌았습니다. 해고될까 두려워 말 한마디 못하고 뒤돌아서 눈물만 흘렸던 노동

자들이 당당히 주먹을 치켜든 것입니다. 떨리고 벅찬 마음에 많은 조합원들이 눈물을

흘렸습니다. 파업 결의대회에 참석해 “노동조합 덕분에 주변 언니들을 동지로 다시 만

날 수 있었고, 전국 곳곳의 새로운 동지들을 만났다. 다시 태어난 듯 벅차다”며 활짝

웃는 조합원들은 이미 승리하고 있었습니다.

전국의 조합원들이 총파업을 진행하고 상경투쟁을 진행하기로 한 하루 전, 극적으로

교섭이 타결되었습니다. 홈플러스는 단계적으로 0.5시간 계약제를 폐지하기로 하였으

며, 123개 조항의 단체협약대로 조합원들의 활동보장을 기본으로 다양한 요구들을 수

용하기로 했습니다. 조합원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얼싸 안았고 다시 한 번 눈물바다를

만들었습니다. 조합원들의 단결과 실천이 있었기에 가능한 승리였으며, 열과 성을 다했

기에 더욱 값진 승리였습니다.

조합원들은 더욱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고 더욱 당당해졌습니다. 단체협약 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찬반투표도 직원식당에서 떠들썩하게 진행하고, 그 옆에서는 가입 희망자

들이 노동조합 가입서를 당당하게 쓸 수 있었습니다. 처음으로 단협이 체결된 만큼 홈

플러스 사업장에는 많은 변화가 생기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아쉬운 것이 없는 것도 아

닙니다. 너무나 열악한 사업장이기 때문에 아직도 바꿔야 할 사항들이 한두 가지가 아

닙니다. 홈플러스 노동자들의 싸움은 이제 시작일 뿐이지요.

홈플러스 노동조합의 조합원들은 역시 노동자들의 무기는 첫째도 단결, 둘째도 단결

이라는 것을 다시 새기게 해주었으며, 노동자들 스스로의 힘으로 일터를 바꾸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여주었습니다. 아울러 홈플러스 노동조합은 조합원들의 힘으로 쟁

취한 첫 단체협약을 밑거름 삼아 더욱 안정적이고 왕성한 활동을 펼치려 합니다. 더

많은 조합원과 함께, 더 큰 단결을 실현하면서 홈플러스뿐 아니라 마트노동자들 모두

의 권리를 되찾는 시작을 열어낼 것입니다. 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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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 통권 121 2014.2

노무법인 필 노무사 유 상 철

[email protected]

2012년 여름 숲이 무성하게 우거질 무렵이었던 것같다. 시설관리 업무를 수행

하던 노동자가 다른 현장에서 일을 도와주다 추락해서 사망한 사건의 상담을 전

화로 하게 되었다. 사건 경위가 명확한 사고성 재해라는 점에서 119구급증명원,

의무기록, 사망진단서 등을 구비해서 근로복지공단에 제출하라고 안내했다. 그러

나 유족은 혹시 불승인될 지도 모른다며 사건을 의뢰하겠다고 했다. 좀 더 구체적

인 상담을 원한다면 사무실로 찾아오라고 했다.

A회사에 소속된 B반장은 C공단사무소에서 시설관리 업무를 수행하는 노동자였

다. B반장은 손재주가 좋아 평상시에 시설관리 업무 외에 사무소의 각종 기계, 기

구의 수리를 직접 했던 사람이었다. A회사 소속 노동자들이 근무하는 다른 현장

D공원은 어린이들이 체험 활동을 하는 공원으로 터널 구간이 설치된 곳에 나무가

우거져 벌목 작업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D공원의 관리자 E소장은 평상시 C공

단사무소의 B반장이 순돌이 아빠처럼 수리를 잘 한다는 것을 들었고, C공단사무

소 F소장에게 부탁해 B반장으로 하여금 D공원 벌목작업에 사용할 전동톱을 수리

해 달라고 하였다. F소장은 C공단 사무소에서 오전 업무를 마치고 B반장과 함께

D공원으로 이동했고 B반장은 전동톱을 수리하였다. D공원 소속 G관리자의 감독

으로 벌목작업이 진행되었다. B반장이 수리한 전동톱을 G관리자가 작동하면 작동

이 되지 않는 상황이 반복되어 B반장이 직접 벌목작업 현장에서 전동톱을 작동시

켜 G관리자에게 건넸다. 혹시라도 전동톱이 멈추면 곧바로 조치를 취하기 위해 B

반장은 벌목작업 현장에 머물러 있었다. 벌목현장에는 D공원 소속 G관리자 외 A

회사 소속 D공원 근무자, F소장, B반장 등 여러 명이 함께 있었다. G관리자가 벌

목작업을 진행하던 중 잘려진 나무가 B반장 쪽으로 쓰러졌고 B반장은 황급히 피

하다가 3.5m 터널 아래로 추락하여 과다출혈 등으로 사망하였다.(1.C공단사무소 -

하청A사 - A사 F소장, A사 B반장 / 2.**공단 - D공단사무소 - E소장, G관리자 -

하청A사)

상담을 하면서 유족의 입장에서 잘 이해가 되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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었다. 뭐가 이리 복잡한가? A회사와 근로계약 관계에 있는 B반장은 전동톱을 고

쳐준 D공원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데 C공단사무소 근무시간 중 D공원에서 전동톱

을 고쳐주다가 사망한 것이다. 원청-하청 사이 용역계약과 용역계약을 통해 노동

자들 사이에 암묵적으로 형성된 甲乙관계로 인해 전혀 엉뚱한 장소에서 B반장이

사망한 것이다. 최종적으로 근로복지공단은 제3자 행위에 의한 업무상 재해로 인

정하여 유족보상을 받을 수 있었다.

이 사례를 쓰게 된 이유는 여기에 있다. 유족 입장에서는 B반장의 죽음을 받아

들이기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었다. 왜? 직접 관련도 없는 현장에서 본연의 업무도

아닌 전동톱을 수리하다가 추락해서 사망하였는지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이 계속되

었기 때문이다. 장례가 치러지고 사건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A회사는 진정성 있는

태도를 취하기보다는 A회사도 관련이 없다는 태도를 취하였고, C공원은 제3자 행

위에 의한 구상권 청구가 이루어진다는 것조차 부인하는 태도를 취하였다. 산재

외 민․형사적 문제가 제기될 수밖에 없었다. B반장과 직접적인 관련도 없는 일을

시킨 것은 C공단사무소 F소장이었다. F소장은 A회사 소속이다. D공원의 E소장

의 부탁을 받아서 F소장은 B반장에게 전동톱 수리를 하게 한 것이다. 이 과정에

서 모두가 자유로울 수 없다. B반장이 D공원에서 전동톱을 수리하다가 사망한 것

은 D공원 E소장의 부탁과 C관리사무소 F소장의 지시가 있었고, 근무시간 중 이루

어진 행위라는 점에서 A회사의 지시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즉, B반장은 A회사

소속 노동자이기 때문이다. B반장은 사망하였다. 그런데 B반장의 사망에 대하여

A회사와 C공단관리소 F소장의 형사적 책임이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산업안전보

건법상 안전상 조치 위반에 따른 법적 책임도 없다는 것이다. 고로 A회사는 B반

장의 사망에 대한 민사적 책임도 지지 않게 되었다. D공원, E소장, G관리자의 책

임 문제는 아직 진행 중이다. 사실상 이 사건의 책임자는 A회사에게 하청을 준 D

공단사무소의 상급기관인 **공단이다. 즉, **공단은 ‘슈퍼甲’이지만 모든 관계에서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것처럼 홀로 빠져 있다. 업무를 수행하던 중 사망한 사람이

분명하게 존재한다. 그리고 업무상 재해이다. 그런데 주변에 얽혀 있는 수많은 사

람들 중 이 사망에 대하여 책임져야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것이 지금 원청-

하청관계가 양산하고 있는 심각한 문제 중 하나인 것이다. 상시적으로 필요하고

필수적인 시설관리 업무는 일찌감치 **공단이 직접 고용했었다면 이렇게 복잡한

관계도는 그려지지 않았을 것이다. 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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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안식년 휴가를 다녀와서

한노보연 아이구

모든 이들이 누렸으면 싶은 ‘유급 안식 1년’

이러저러하게 쿵쿵거리며 살아온 지 50여 년 만에 안식년을 보냈습니다.

참 좋았습니다. 2013년 한 해 동안 보고 싶었던 책들도 실컷 보았습니다. 길

을 나서 벗들과 만나 사는 이야기도 나누고 어울려 놀기도 했습니다. 4개월

동안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화성을 산책도 해 보았고, 머리가 지근거릴 정도

로 한 달 내내 영화도 봤습니다. 하고 싶었던 것을 해서 그런가요. 특정한

상황이나 역할에 매이지 않고 지내서 그런가요. 즐거운 안식이었습니다.

활동에 복귀한지 2개월짼데 놀고, 쉬고, 즐기며 지낸 1년이 자꾸 생각납니

다. 일터에서 일하는 모든 이들이 6년 동안 일하고 1년을 유급안식휴가를 갖

는 것을 상상해봅니다. 꿈이 아니라 현실에서 만끽하면 얼마나 좋을까. 사실

연구소에서 안식년에 대한 논의과정에서 저는 반대 입장이었습니다. 제가 반

대 근거로 삼은 것은 현실가능성이었습니다. 취지와 필요를 동의하지만, 해

야 하거나 하고 있는 사업의 하중, 소요 재정에 부담, 안식으로 인한 활동력

공백에 대한 대안마련의 어려움 등 현실의 여러 가지 이유 말입니다. 연구소

는 몇 년에 걸친 논의를 통해 현실가능성보다는 필요를 중시하자는 것에 공

감하면서 안식제도를 현실화 할 수 있었습니다. 바로 이 지점이 한 사업장이

나 하나의 공동체에서 안식제도를 현실로 만들 때 가장 먼저 가장 치열하게

넘어서야 하는 장벽일 것입니다. 사회 전체차원에서도 마찬가지겠지요.

연구소에서 유급으로 1년의 안식을 가능하게 했던 것은 우선 안식이 필요

하다는 것을 공감하는 것이었습니다. 필요성을 공감하더라도 실행에 옮길 인

력과 재정 등 구체적인 방안을 공동체적으로 마련하고 공유하지 않았다면 필

요성은 공염불에 그쳤을 것입니다. 필요를 공감한 것에서부터 시작해서 연구

소 성원들의 판단과 배려, 그리고 후원과 지지를 아끼지 않았던 분들에 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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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까지 많은 이들의 애씀이 있었기 때문에 유급 안식년을 현실로 만들 수 있

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안식년을 현실로 만들 사람들과 꾀를 모으고 꿰어보

시는 것은 어떨지요.

2013년 안식 한 해 제대로 놀았습니다

안식년을 앞두고 흙집이나 전통가옥을 짓는 이들을 따라 다니며 일도 하고

좋은 풍광과 사람들을 만나면서 1년을 보낼 요량이었습니다. 오랜 상임활동

으로 인해 안하거나 못했던, 직접 몸을 쓰는 일을 해보면 어떨까? 지병인 건

선으로 피곤한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집을 완성하면

서 느낄 성취감이 멋지지 않을까? 가능하다면 돈을 벌어 모으면 전세자금 마

련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이러저러한 궁리 끝에 전통가옥을 짓는 분 소개받

아 인사도 하고 소주도 한잔 하면서 함께 일할 수 있도록 도움을 요청했었습

니다. 그러나 현실은 뜻한 것과는 달랐습니다. 2013년 1월에는 연락오기를

기다렸지만, 2월 들어서는 마음을 고쳐먹었습니다. 너무 저 개인의 욕구와

계획 중심으로 다른 이들을 대상화하고 육체노동에 대한 강박이 있었던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애초의 계획을 무산 혹은 폐기하면서 훨씬 맘이 편해졌습니다. 안식년을

어떻게 하면 제대로 놀고 쉬고 즐길 수 있을 것인가로 이어졌습니다. 안식년

동안 ‘사람들을 가급적 만나지 말자’, ‘활동을 절대로 하면 안 된다’, ‘충전할

방안을 찾고 즐기자’ 등 스스로 만든 벽을 거둬낼 수 있어서 더욱 자유롭게

지낼 수 있었습니다.

안식년 동안 소진된

스스로를 잘 살피고

충전을 해야겠다고 판

단하고 있었는데, 소

진문제가 아니라 스스

로를 제대로 주시해

오지 못한 것이 문제

의 핵심이라는 생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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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면서 기왕의 활동과 일상을 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나름 충분한 여

유도 생겼습니다. 이제 제대로 놀며 지내는 것만 남았습니다.

수원 화성 산보를 하고, 도서관에서 책도 보고, 집에서 살림도 하고, 집을

떠나 전국 곳곳에서 벗들과 놀고, 온천욕도 주기적으로 하고, 메이데이 집회

도 가고, 연구소 성원들도 만나고, 영화도 실컷 보고, 그러다 보니 어느새 1

년이 휘리릭 지났습니다. 그 와중에 일하는 이들이 권력의 주체로 서는 데

필요한 다양한 노력에 일조할 고민 가닥을 잡은 수준이지만, 제가 운동하면

서 꼭 해보고 싶은 것도 나름 정리할 수 있었던 안식년이었습니다. 복귀하면

서 안식년을 지냈던 것처럼 제대로 놀듯이 살면서 활동해야겠다는 마음, 쉽

지만은 않겠지만 애쓸 요량입니다. 여러분도 잘 그리고 제대로 노셨으면 하

는 바램입니다.

나름 흥미진진했던 안식년 흔적

무릇 부딪치고 어울리며 살았으면 하는 바람이 더 커지고 깊어졌습니다.

안식년 1년 동안 나름대로 유의미하고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나는 세상과 인

류의 한 사람이었는가를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를 가졌던 독서의 시간

이었습니다. 나를 포함하여 매사와 사람들에 대해 어떻게 주시해왔고, 부단

히 주시할 것인가에 대해 생각을 가다듬어야겠다는 다짐을 할 수 있었던 시

간이었습니다. 나 개인은 물론이고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이들에게 알맞은

역할 찾기는 무엇을 통해 구체화할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했던 시간이었습니

다. 나의 꿈, 욕구, 필요, 현실, 관계 등에 대해 나름 곰곰이 생각하고 스스

로에게 이러저러한 질문을 했던 시간이었습니다. 평생을 함께 해야 할 부담

혹은 역할일지라도 애씀에 따라 진전이 가능하다는 경험을 했던 시간이었습

니다. 살면서 하늘도 보고, 바다도 보고, 세상도 보고, 사람도 보고, 나 스스

로도 보면서 살자고 다짐했던 시간이었습니다.

세상사 일상을 살고 있는 모든 이들의 지향과 고충이야말로 저 개인의 안식

은 물론이고 활동과 일상의 밑천임을 재삼 확인하고 감사할 따름입니다. 우

리 모두가 일상 매순간 주체가 되는 그날을 위해서...... 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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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버스운전노동자 노동조건

실태조사 보고를 읽고

대구사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 주영

연구소 푸우씨의 권유로 <일터>를 구독한 지도 어느새 3년이 되었다. 사실 지금까지는 <일터>

를 어떤 때에는 표지만 보고 책상에 꽂아둘 때도 있었다. 한편 관심 있는 내용이 있을 때에는

그 부분만 집중해서 읽었다. 그러다 얼마 전 연구소에서 상임활동을 시작한 재현에게 <일터> 다

시보기를 써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글을 쓰기로 하고 처음으로 작년 12월호 <일터>를 정독했다.

각 꼭지를 읽으면서 세상이 살기 좋아졌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

다. 파행으로 끝난 반올림과 삼성의 첫 교섭, 전북 버스운전 노동자의 처절한 노동 조건에 관한

실태조사 보고서, 집배원 노동자의 잇따른 사망 재해, 폐암에 걸린 선원 노동자의 이야기, 영업

실적만으로 평가받는 현장에서 사람답게 일하고 싶은 제약 노동자의 이야기, 죽음의 기업 KT에

서 살기 위해 분투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이야기, 부당해고에 맞서 투쟁하고 있는 한국보건복지정

보개발원 콜센터 상담원 노동자들의 목소리까지. 이런 이야기를 마주해야 하는 현실에 가슴이 아

팠다.

한편 여러 이야기 중 <버스 노동자에게 빵과 장미를>이라는 전북 버스운전 노동자의 노동조건

에 관한 실태조사 보고 글은 계속 떠오른

다. 작년 전북 버스운전 노동자들의 파업투

쟁이 계속 기억에 남아서일까? 많은 사람이

버스를 이용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버스를

움직이는 노동자들의 노동조건과 환경에 대

해선 별로 관심이 없다. 그저 버스 노동자

가 친절하게 대하기를 강요하거나 목적지까

지 빠르게 운행했으면 하는 마음뿐이다.

버스 노동자들은 1970년대도 아닌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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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월 후원회비를 납부해주셨습니다 ▷강권동 강정주 고지윤 권기한 권영국 김경민 김경희 김기헌 김동춘 김병철 김부욱 김선수 김설민 김정신 김정원 김정원 김중희 김진철 김태오 김형섭 문제혁 민초우 방복현 배정란 백남운 변영철 복진수 삼식이 손석기 신용태 신유록 안태은 염경석 예병진 우지영 유상철 윤성용 은상준 이명준 이선웅 이승복 이승운 이승주 이영애 이영호

이윤덕희 이자호 이희영 임승용 임재우 장혜영 전형준 정규전 정병권 정성욱 정은주 정종혁 정현섭 조영민 조종완 조주연 진선우 최무덕 최영철 최원영

최주호 추승현 한경훈 한규권 한윤종 한진 함승호 한노보연후원“노동자 건강권 쟁취를 향한 걸음에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년인 지금, 하루에 무려 16시간 50분이라는 장시간 노동을 하고 있었다. 한편 이렇게 긴 시간 일

을 하고 있는데도 턱없이 부족한 임금으로 쉬는 날에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 또한, 기본적

인 생리 현상조차 마음 편히 해결하지 못하고 모욕적인 환경에서 일하고 있다. 조건이 이렇다보

니 버스 노동자들은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지칠 수밖에 없고 실제로 느끼는 노동 강도는 더

욱 높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버스 노동자들을 노예 다루듯 대하는 회사의 끝없

는 횡포와 이를 나 몰라라 하는 행정 당국의 무책임함에 화가 치민다.

글을 마치며 매일 버스를 이용하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이 같은 현실을 바꾸기 위해 버스 노

동자들의 전국적인 현장투쟁이 일어났으면 좋겠다. 그래서 하루빨리 다음 <일터>에는 버스 노동

자들의 비인간적인 노동조건이 개선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싶다. 그때까지 나는 작은 실천이

지만 노동자의 건강권과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가 담긴 <일터>를 내가 활동하고 있는 장애인자립

생활센터사무실에도 비치해서, 동료들과 함께 보면서 지금 벌어지고 있는 투쟁의 목소리에 함께

관심 두도록 해야겠다. 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