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고난주간 묵상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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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고난주간 묵상집 첫째날(월) 여기 사람이 있었다 _'용산참사'를 기억하며 둘째날(화) 평화를 꿈꾸는 사람들 _해군기지건설로 인한 제주 강정마을의 아픔을 기억하며 셋째날(수) 슬픔에서 일어나기! _'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며 넷째날(목) 이유있는 고난 _'쌍용자동차 해고자'와 26명의 희생자를 기억하며 다섯째날(금) 우리 모두를 향한 선물 _고통으로 신음하고 있는 피조세계를 기억하며 여섯째날(토) 사고를 기억하는 이들에겐 복이 있다 _핵에너지의 위험성을 되새기며 고난받는이들과함께하는모임 기억 걷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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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 2015년 고난주간 묵상집

2015년 고난주간 묵상집

첫째날(월) 여기 사람이 있었다_'용산참사'를 기억하며

둘째날(화) 평화를 꿈꾸는 사람들_해군기지건설로 인한 제주 강정마을의 아픔을 기억하며

셋째날(수) 슬픔에서 일어나기!_'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며

넷째날(목) 이유있는 고난_'쌍용자동차 해고자'와 26명의 희생자를 기억하며

다섯째날(금) 우리 모두를 향한 선물_고통으로 신음하고 있는 피조세계를 기억하며

여섯째날(토) 사고를 기억하는 이들에겐 복이 있다_핵에너지의 위험성을 되새기며

고난받는이들과함께하는모임

기억걷는시간

Page 2: 2015년 고난주간 묵상집

서문

4시 16분의 알람소리

지난 주일이었다. 주일오후예배에서 세월호 유가족이신 박은희 전도사님의 말씀을 듣는 시

간 중에 어디선가 요란한 알람소리가 울렸다. 띠띠- 띠띠-

'지금 세월호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이 엄숙한 시간에 또 누구지?' 예배당은 점점 술렁이기

시작하였다. 사람들은 자신들의 눈과 귀를 움직여 알람소리가 나는 곳을 추적하는 듯했다.

나 또한 이 요란한 알람소리가 어서 그치기만을 바랬다.

그 때였다. 열과 성을 다하여 말씀을 나눠주시던 박은희 전도사님께서 그만 말씀을 멈추시

더니, 자신의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낸 후 알람을 끄신다.

"죄송합니다. 4시 16분이라서요."

그리고는 다음 이야기를 이어가셨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1년이 흘렀습니다.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져가는 것이 가장 가

슴 아프다는 유가족들의 외침소리조차 점점 희미해져 가는 시간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박은

희 전도사님의 알람시계는 4월 16일을 기억합니다. 하루 두 번, 새벽과 오후 4시16분에 세월

호에서 희생당한 사랑하는 딸 예은이의 목소리를 마주합니다. 고통스러워도 끊임없이 기억의

시간을 걷습니다.

띠띠- 띠띠-

이번 <고난주간 묵상집>의 주제는 '기억을 걷는 시간'입니다. 실로 과거의 일은 과거에 머물

러 있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사건은 지금 이 순간에도 고스란히 진행되며 수많은 사람들의 삶

을 유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용산참사', '쌍용자동차 사태', '후쿠시마 원전대참사', '세월호

참사', '강정마을 해군기지건설', '4대강 정비사업' 등은 여전히 진행 중이며, 비슷한 다른 사안

들로 확대 발전되고 있습니다. 끊임없이 증식하는 인간의 탐욕은 더 많은 이들의 소중한 삶을

집어 삼킬 것입니다.

'기억'은 현재 고난 받고 있는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는 유일한 접촉점이자, 이 땅을 변화시킬

씨앗입니다. 부디 이 '묵상집'을 통하여 '4시 16분의 알람소리'를 듣게 되길 소원합니다. 잊지

말아야 할 것들을 꼭 기억하며, 고통스럽더라도 그 기억을 걸을 수 있는 고난주간이 되길 바

랍니다.

키리에 엘레이손 - Kyrie eleison, 주여 자비를 베푸소서!

※ 성서본문은 특별한 표기가 없는 경우 '새번역' 성서를 사용하였음을 밝힙니다.

Page 3: 2015년 고난주간 묵상집

첫째날 | 월

여기 사람이 있었다| '용산참사'를 기억하며

성서본문 내가여러분에게전해준것은주님으로부터전해받은것입니다.곧주예수께서잡히시던밤

에,빵을들어서감사를드리신다음에,떼시고말씀하셨습니다."이것은너희를위하는내몸이

다.이것을행하여나를기억하여라."식후에,잔도이와같이하시고서,말씀하셨습니다."이잔

은내피로세운새언약이다.너희가마실때마다이것을행하여,나를기억하여라." (고린도전

서 11장 23-25절)

찬송가 96장 예수님은 누구신가 (통 94)

말씀묵상 2009년 1월 20일 새벽, 무엇을 기억하시나요? 용산구 한강로 2가에 위치한 철거된 남일당

건물, 지금은 허허벌판 주자창이 되어 버린 그 곳, 무엇을 기억하시나요? 여기 사람이 있었습니

다.

6년 전 뉴타운 재개발이란 미명 아래 자본에 휘둘리어 주거생존권을 잃은 철거민 및 연대 투

쟁하던 32명은 살기위해 망루에 오릅니다. 하지만, 살기위해 오른 이들에게 국가는 '도심의 테

러리스트'요, '비국민'으로 규정했으며, 1200명의 경찰과 특공대를 투입하여 무리한 강제 진압을

시작하였습니다. 버티는 철거민과 끌어내리려는 공권력의 폭력진압은 위험해 보였고, 끝내 이

과정에서 망루에 불이 났고, 철거민 5명과 경찰 특공대원 1명이 생명을 잃고, 여러 명이 부상당

하는 비극적인 참사가 일어납니다. 그런데 기막힌 것은 이 죽음에 대한 여러 의문들은 전혀 규

명이 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참사의 피해자들과 철거민들은 유죄 선고를 받았지만, 용산 참사

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경찰들과 공권력은 모두 무혐의 처분을 받았습니다. 특히, 당시 용산

참사 관련 작전을 총지휘했던 김석기 전 서울경찰청장과 이 참사의 최고 책임자인 이명박 전 대

통령은 지금도 어떠한 반성도, 사죄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박근혜 정부 역시 김석기 전 서울경

찰청장을 한국공항공사 사장으로 낙하산 임명하여 용산 참사 피해자들과 유가족들에게 또 한번

의 커다란 고통을 안겨주었습니다.

용산 참사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없다면 우리나라에서 또 다른 공권력에

의한 참사가 발생하지 말라는 법이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용산 참사를 기억해야합니

다. 여전히 사회 곳곳에서 합당한 보상과 대책 없이 무분별한 재개발로 인한 강제 철거와 공권

력의 폭압적, 불법적 물리력 행사가 자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합니다. 과거 순화동 마을

이 그랬고, 지금 구룡 마을이 그러합니다.

Page 4: 2015년 고난주간 묵상집

순화동은 2007년 9월 강제 철거를 당했습니다. 지금은 용산 참사를 뼈저리게 기억하는 두

분만이 다시 이 투쟁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용산 참사 당시 희생된 고 윤용헌 열사의 부인 유영

숙 선생님(55, 여)과 불타는 망루에서 추락해 중상을 입은 지석준 선생님(44, 남)입니다. 특히 지

석준 선생님은 당시 참사로 두 다리와 허리가 부러져 아직도 치료할 때이지만, 불편한 몸을 이

끌고 투쟁을 작년 12월부터 다시 시작하였습니다. 순화동은 제법 사람들이 북적 거리는 먹자골

목이었습니다. 큰돈은 못 벌어도 소박하게 살만한 곳이었습니다. 그런데 이곳에 재개발이 소식

이 들리고, 그 보상과 대책이란 것이 부당하게 그지없었습니다. 세입자가 투자한 비용에 반도

못 미치는 보상이었습니다. 그래서 상인들, 세입자들 약 60세대가 모여 대책위를 만들어 저항했

습니다. 욕심 많은 생떼거리 아닙니다. 억울했고 살기위한 몸부림입니다. 하지만, 용역의 행패와

철저한 공권력의 외면 속에서 하나 둘씩 떠나 이제 두 선생님만이 남게 되었습니다. 이 분들은

왜 이럴 수밖에 없었을까요? 용산 참사를 기억하기 때문입니다. 기업 이윤만을 추구하는 재개

발이 너무도 부당했기 때문입니다. 살기 위한 절박함이, 억울함이 이 두 분을 다시 투쟁으로 내

몰았던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은 제2, 제3의 용산 참사가 될 수 있는 구룡 마을을 기억해야합니다. 상류층이 대

거 거주하는 강남지역의 유일한 빈민촌입니다. 1980년대 말 도심개발에 밀려 오갈 때 없는 사

람들이 모여 정착한 판자촌입니다. 주로 기초생활 수급자, 노인, 빈민 등이 주거하는 작은 마을

입니다. 이 곳은 열악한 환경으로 크고 작은 화재가 일어났고 주민들은 마을회관에 지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지난 2월 강남구청은 마을회관 철거라는 행정대집행을 행합니다. 300여명

의 용역과 중장비를 불러 기습철거를 강행했습니다. 주민들과의 실질적 보상논의가 끝나지 않

았음에도 철거를 속개한 것은 구룡 마을 재개발을 빨리 진행하기 위한 꼼수였습니다. 기습 철거

당시 사람이 회관 안에 있음에도 포크레인이 건물을 부순다는 믿기지 않는 소식도 들었습니다.

이는 곧 언제라도 또 다른 참사가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강남구청은 임대주택으로 이

전 할 수 있는 거주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하지만, 당장 먹고 살길이 없는 주민들에겐 생계가 막

힐 뿐더러 임대주택 월세를 낼 형편도 안 됩니다. 주민 대부분이 강남 주변에서 일용직이나 계

약직으로 일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문제를 주민 개인들의 욕심 혹은 무능함의 문제로만 봐야

하는 것일까요?

Page 5: 2015년 고난주간 묵상집

서울행정법원의 행정대집행 잠정 중단 판결로 철거는 일단락되었지만 마을회관은 벽이 모두 벗

겨져 뼈대를 흉흉하게 드러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여전히 주민들은 삶의터전을 언제 빼앗길

지 모를 두려움에 떨고 있습니다.

오늘 말씀에 예수님은 자신을 기억하라 말씀하십니다. 하지만 오늘날, 이 기억은 예수를 주

로 고백하는 사람들 마다 다릅니다. 어떤 이는 자신의 안위와 성공을 위해 복 주시는 분으로, 어

떤 이는 소외되고 억압된 자의 친구이자 불의에 저항한 분으로 고백합니다. 예수의 죽음도, 고

난도, 저마다 다르게 고백합니다. 당신은 예수를 어떻게 기억하시나요? 이 기억은 주를 따르는

우리가 가야할 길과 어떻게 살아내야 할지를 안내해줍니다.

당신은 용산 참사를 보면서 무엇을 기억하시나요? 여기 사람이 있었습니다. 자본과 국가 폭

력에 삶의 터전과 생명을 빼앗긴 억울한 철거민들이 있었음을 기억해야합니다. 이들은 예수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입니다. 이 기억은 우리로 하여금 사회 곳곳에서 재개발에 의해 가난하고

억압받는 철거민들로 향하게 합니다. 다시 순화동으로! 지금 구룡 마을로! 연대와 마음을 모으라

고 요청하고 있습니다.

기도 주님, 당시 사회와 종교를 보며 참을 수 없는 분노와 가슴을 짓누르는 슬픔 가운데 십자가에, 고

난의 길에 오를 수밖에 없었던 예수님을 기억합니다. 이제 이 기억 따라 우리도 고난의 길에 동

행하길 원합니다. 이 땅에 자본과 국가의 야만적인 폭력 앞에 슬피 울고 있는 철거민들 있습니

다. 이들을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용산참사를 비롯한 재개발에 의한 사회문제가 속히 해결되기

를 기도합니다. 또한 순화동으로, 구룡 마을로 마음을 모으고 연대하여 철거민들에 힘이 될 수

있는 그리스도인이 되길 기도합니다.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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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날 | 화

평화를 꿈꾸는 사람들| 해군기지건설로 인한 제주 강정마을의 아픔을 기억하며

성서본문 주님의영이그에게내려오신다.지혜와총명의영,모략과권능의영,지식과주님을경외하

게하는영이그에게내려오시니,그는주님을경외하는것을즐거움으로삼는다.…그는정의

로허리를동여매고성실로그의몸에띠를삼는다.그때에는,이리가어린양과함께살며,표

범이새끼염소와함께누우며,송아지와새끼사자와살진짐승이함께풀을뜯고,어린아이가

그것들을이끌고다닌다.암소와곰이서로벗이되며,그것들의새끼가함께눕고,사자가소처

럼풀을먹는다.젖먹는아이가독사의구멍곁에서장난하고,젖뗀아이가살무사의굴에손을

넣는다."나의거룩한산모든곳에서,서로해치거나파괴하는일이없다."물이바다를채우듯,

주님을아는지식이땅에가득하기때문이다. (이사야 11장 2-9절)

찬송가 461장 십자가를 질 수 있나 (통 519)

말씀묵상 '구럼비 바위'를 기억하시나요? 정부가 해군기지를 건설하기 위해 제주 강정마을 바다 앞에

신비로이 자리잡고 있던 구럼비 바위를 폭파하여 산산조각 낸 것이 벌써 3년 전의 일입니다. 그

처참했던 사건 전후로 강정마을에 벌어진 일들을 생각하면 한숨이 앞섭니다, 1900여명이 살던

작은 마을에 해군기지가 들어선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그에 반대해 싸움을 시작한 지가 어느덧

8년입니다. 이것이 단지 작은 마을의 문제가 아니라 생태계 보존의 문제이고, 한반도 평화의 문

제임을 인식한 사람들이 강정마을로 들어와 함께 싸움을 이어나갔지요. 전국에서뿐 아니라 세

계 곳곳에서 평화를 원하는 이들이 강정마을에 함께했습니다. 그래서 강정은 세계적인 평화운

동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싸움의 시간은 길고도 치열했습니다. 2011년 9월, 구럼비 바닷

가로 향하는 길목에 펜스가 쳐지고 육지에서 경찰들이 내려와 진압작전을 펼치던 광경. 2012년

3월 7일 구럼비 바위 발파가 시작되며 마을의 모든 입구가 막인 채 육,해상 공사가 진행되던 그

처참한 모습, 마을을 지키고자 온 몸으로 저항하던 사람들이 경찰에 의해 폭력적으로 진압당하

고 끌려나가던 모습들. 어찌보면 절망적인 순간들의 연속입니다. 끝까지 마을을 지키고자 했던

사람들이 주민들과 연대하여 저항을 계속하고, 정부에 탄원하고, 약속이행을 요청하고 있으나,

정부는 들은 체도 않고 더 강경해질 뿐입니다.

올해 1월 말에 있었던 행정대집행은, 강정마을의 문제가 현재진행형임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주민 동의 없이 군 관사를 짓지 않겠다"고 약속한 것이 무색하게, 마을을 고립시킨 후 급작스럽

게 군 관사 건설을 진행하였던 것입니다. 게다가 주민과 활동가들에게 감당할 수 없는 벌금을

물려 물질적인 고통까지 더하고 있습니다.

Page 7: 2015년 고난주간 묵상집

강정마을 싸움은 이미 끝났다고 말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이미 해군기지 건설이 많이 진행된

상황에 더 이상의 저항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것입니다. 허나 이것은 강정마을만의 문제가 아

닙니다. 해군기지가 건설된다는 것은 단순히 건물하나가 들어온다는 것이 아니라, 그에 따른 군

수용시설, 무기창고, 유흥시설 등이 연달아 들어온다는 것이고 한 마을을 넘어 제주도의 상당부

분이 군 기지화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더 넓게는 강정마을의 투쟁은 앞서 언급했던 한반도

평화의 문제이기도 하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이 투쟁은 평화를 위한 저항의 상징으로써

우리가 끝까지 기억하고 지켜나가야 하는 것입니다.

오늘 성서 본문은 이사야의 환상입니다. 이사야는 애굽과 앗시리아라는 강대국 틈바구니에서

늘 생존의 위협을 받던 나라의 운명을 안타까워했습니다. 전쟁은 끊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

사야는 평화의 꿈을 버리지 않습니다. 하나님의 영에 사로잡혀 '정의로 허리를 동여매고 성실로

몸에 띠를 삼는 이'가 통치하는 세상에서 모든 폭력은 사라지게 됩니다. 강한 자와 약한 자가 서

로 뒤엉켜 눈을 마주치며 놀이하는 세상입니다. 하나님의 뜻에 감응한 자가 만드는 세상의 모

습은 '평화'입니다. '강한 군대가 우리를 지킬 수 있다. 전쟁을 막기 위해 힘을 기르는 것이다.'라

고 말하는 논리는 그럴듯해 보이나 결코 옳지 않습니다. 상대를 제압하는 폭력적 힘으로 평화를

이룰 수는 없는 것입니다. 오직 힘으로만 안전을 지킬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은 '힘과 폭력의 신'을

섬기는 이들이나 할 말이지, 그리스도인의 말이 아닙니다.

기도 하나님, 평화를 위해 애쓰는 자들이 있습니다. 주님은 그들을 일컬어 하나님의 아들이라 일컬음

을 받을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두려움에 떨면서 하나님의 뜻을 따라

평화를 일구어가기 보다는 힘과 폭력, 대립을 택하곤 합니다. 그로 인해 한반도가 분단된지 70

년이 되었고, 세계 곳곳에 테러가 자행되고 있으며, 팔레스타인 땅의 아픔 역시 그대로입니다.

평화의 하나님, 전쟁과 폭력의 상처로 고통받고 있는 자들을 치유하여 주시고, 우리로 하여금

전쟁이 아닌 평화를 선택할 수 있는 용기를 주십시오. 예수께서 고난받은 이유가 제국의 폭력에

희생된 것이라는 사실, 우리는 그것에 단호히 저항해야 한다는 사실을 기억하게 해주십시오. 예

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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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날 | 수

슬픔에서 일어나기!|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며

성서본문 기도를마치고일어나,제자들에게로와서보시니,그들이슬픔에지쳐서잠들어있었다.그래

서그들에게말씀하셨다."왜들자고있느냐?시험에빠지지않도록,일어나서기도하여라." (누

가복음 22장 45-46절)

찬송가 510장 하나님의 진리등대 (통 276)

말씀묵상 예수님은 제자들과 큰 방에 모여서 마지막 식사를 하십니다. 누가복음서의 예수님은 제자들

에게 마지막인 듯, 여러 당부를 제자들에게 전합니다. 제자들도 마지막을 직감했을 것입니다. 왜

냐하면 예루살렘 입성 후, 여러 분위기와 파격적인 행보를 볼 때, 예수님이 시간이 문제일 뿐 유

대 종교지도자들에게 고초를 겪으실 거라는 예상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제자들은 만약, 예수님이 다윗과 같은 메시아라면, 이 모든 상황을 돌파할 기적이 일어날 수 있

음을 기대했을 것입니다. 보통, 유월절 만찬은 날이 어두워지고 자정까지 이어집니다. 모두들 마

지막이라고 예견했다면, 이 만찬은 적어도 1-2시간은 더 이루어졌을 것입니다. 그리고 난 후,

예수님은 제자들과 함께 올리브 산에 올라갑니다.

'고통' 혹은 '슬픔'에 대해 말할 때 우리사회는 세월호 참사에 대해 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세월호 유가족의 육성기록을 담은 『금요일에 돌아오렴』에서 단원고 2학년 6반 신호성 학

생의 어머니 정부자 씨는 인터뷰 첫머리에 아들과의 대화를 회상합니다.

자기가 아플 때 엄마도 감기 기운이 있으면 그래요.

“엄마하고 나하고는 연결되어 있잖아. 그래서 아픈 거야.”

2014년 4월 16일로 시간이 멈춰있는 이들이 있습니다. 하루 나절 사이, 잔혹한 운명이라는

굴레에 생과 사가 나뉘어져 생이별을 하게 된 이들이 있습니다. 눈물로 팽목항과 광화문, 아니,

대한민국 전체를 잠기고도 부족한 이유 가득한 슬픔을 머금는 이들이 있습니다. 가슴의 멍이 평

생의 한이 되어 살아야 할 이들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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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답한 마음으로 예수님은 하나님과 대화하기 시작합니다. 대화라기보다는 피땀까지 보이는

하나님과의 일 대 일 사투를 벌입니다. 멀찍이 떨어져서 제자들은 예수님의 미래와 현재의 상황

을 분석한 결과, 이 절망적인 상황에 대해서 낙담하고 포기하며, 비탄에 젖어 있습니다. 그 모습

을 성서는 다음과 같이 묘사합니다.

"슬픔에 지쳐서 잠들어 있었다."

그런데 이들에게 예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왜들 자고 있느냐? 시험에 빠지지 않도록, 일어나서 기도하여라."

4월 16일 이후 이들은 달라집니다. 아이들의 억울한 죽음을 밝히고자, 국가의 무능함과 자본

의 잔인함을 알리고자, 타성에 젖은 관료제와 안전불감증에 빠진 대한민국을 일깨우고자, 온 몸

으로 기도하기 시작합니다. 이들에게 기도는 삶의 기도(氣道)를 확보하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입

니다. 올리브 산에 올라가 하느님과 일대일 사투를 버렸던 예수님의 기도와 같습니다. 삶의 기

도(氣道)를 확보하는 기도(祈禱)는 간절한 기도입니다. 이 앞에서는 누구도 잠을 잘 수 없습니다.

이들과 함께 아파하고 이들과 연결되어 있음을 본능적으로 직감해야합니다. 이것이 예수 따르

미요, 고난주간 예수님이 십자가를 지시고 골고다 언덕을 올라간 그 고통에 참여하는 유일한 길

입니다.

기도 세월호 참사에 대한 성역 없는 진상조사가 이루지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특히 진상조사위원

회가 각 당의 정치적 이익을 떠나서 제2의, 3제의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지 않게 진정으로 진상

조사에만 열을 올리기를 이들을 움직여주십시오. 또한 세월호가 유가족의 간절한 요구처럼 온

전히 인양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아울러 우리가 사는 대한민국이 안전에 민감한 나라가 되기

를 진심으로 기도합니다.

Page 10: 2015년 고난주간 묵상집

넷째날 | 목

이유있는 고난| '쌍용자동차 해고자'와 26명의 희생자를 기억하며

성서본문 사람들이스데반을돌로칠때에,스데반은"주예수님,내영혼을받아주십시오"하고부르짖었

다.(사도행전 7장 59절)

찬송가 341장 십자가를 내가 지고 (통 367)

말씀묵상 "욕하면서 자꾸 보게 된다." 사람들이 소위 말하는 막장드라마를 대하는 태도입니다. 극명한

선악의 대립구도와 깔끔한 갈등관계. 여기에 지나치게 단순한 구조를 벗어나기 위한 출생의 비

밀과 숨겨진 관계. 이러한 단순하고도 비슷한 구조의 드라마는 지금도 양산되고 있고, 언제나

사람들의 선택을 받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비슷한 구조의 드라마가 언제나 성공하는 이유는 이

렇게 이해하기 쉬운 구조 때문이 아닙니다. 소재가 무엇이 되었건 주제는 언제나 같기 때문입니

다. 권선징악과 사랑. 인류 사회가 요구하는 이 불변의 진리는 사람들로 하여금 욕을 하면서도

채널을 돌리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말을 합니다. "고난에는 이유가 있어. 그동안 자신의 삶에 충실하지 못했거나

죄를 지었거나", "그들이 나쁜 일을 했으니 벌을 받는 거지." 사람들은 너무도 쉽게 이야기하며

고난 속에 있는 이들을 향해 손가락을 듭니다.

여기에 한 사람이 있습니다. 그는 자신이 다니는 회사에서 성실하게 일을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회사가 경영상의 이유로 해고를 통보합니다. 다른 이들은 너무 쉽게 말합니다.

"회사에서 잘렸으면 다른 회사로 이직하면 되지." 하지만 해고를 당한 그는 억울했습니다. 그래

서 그는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합니다. 노동자로서 당연히 누려야할 권리와 법적 보호. 그리고

사회적 약속을 말하면서. 그러자 돈과 공권력이 그를 억압하기 시작합니다. 때리고, 잡아가고,

회유하고, 협박하고… 그렇게 그를 거리로 내몹니다. 사회는 그들을 향해 비난과 무관심이라는

돌을 던졌고, 그들은 하나 둘 세상을 저버렸습니다.

그렇게 세상을 저버렸던 이들은 인간으로서 누려야할 당연한 권리를 말했다는 죄로 돌을 맞

아 죽은 것입니다. 지금도 많은 이들은 여전히 죽음의 문턱에 서있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당

연한 권리를 말하기 위해 하늘로 올라갑니다. 하나님께 자신들의 억울함을 말하기 위해. 땅에

있는 인간들에게 자신들의 억울함을 말하기 위해.

Page 11: 2015년 고난주간 묵상집

그들은 지금도 여전히 고난 속에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고난은 자신들의 잘못 때문이 아닙

니다. 그들은 잘못된 것을 잘못됐다고 말한 것 때문에 고난을 당하고 있습니다. 노동자로서 당

연히 누려야할 권리를 말했다는 이유로 고난을 당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들이 당하고 있는 고

난은 '의를 위한 고난'입니다.

지금 당신은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혹시 스데반을 치기 위해 돌을 들었던 군중과 같이 억울

함 속에 있는 수많은 해고노동자들을 무관심과 비난이라는 돌로 치기 위해 달려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요. 성경은 말합니다. "의를 위하여 박해를 받은 사람은 복이 있다. 하늘 나라가 그들의 것

이다." 의를 위하여 박해를 받고 있는 그들 앞에 서서 함께 돌을 맞아주실 수 없을까요?

기도 언제나 의와 진리를 사랑하시는 주님. 이 땅의 불의를 아실 줄 믿습니다.

사람으로서 당연히 누려야할 권리를 말했다고, 이 땅을 떠날 수밖에 없게 됐던 쌍용자동차의 26

명의 희생자들의 영혼을 지켜 주시옵고, 지금도 높은 곳에서 자신들의 억울함을 호소하며 눈물

로 외치고 있는 SK 브로드밴드, LG 유플러스 해고 노동자를 보호하여 주시옵소서.

또한 우리로 하여금 의를 위하여 박해받고 있는 그들 앞에 서서 날라오는 돌도 같이 맞아줄 수

있는 용기를 허락하여 주시옵소서. 이 땅의 모든 고난을 파하기 위해 이 땅에 오신 예수 그리스

도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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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째날 | 금

우리 모두를 향한 선물| 고통으로 신음하고 있는 피조세계를 기억하며

성서본문 하나님이말씀하시기를"우리가우리의형상을따라서,우리의모양대로사람을만들자.그리고

그가,바다의고기와공중의새와땅위에사는온갖들짐승과땅위를기어다니는모든길짐승

을다스리게하자"하시고,하나님이당신의형상대로사람을창조하셨으니,곧하나님의형상

대로사람을창조하셨다.하나님이그들을남자와여자로창조하셨다.하나님이그들에게복을

베푸셨다.하나님이그들에게말씀하시기를"생육하고번성하여땅에충만하여라.땅을정복하

여라.바다의고기와공중의새와땅위에서살아움직이는모든생물을다스려라"하셨다.하나

님이말씀하시기를"내가온땅위에있는씨맺는모든채소와씨있는열매를맺는모든나무

를너희에게준다.이것들이너희의먹거리가될것이다.또땅의모든짐승과공중의모든새와

땅위에사는모든것,곧생명을지닌모든것에게도모든푸른풀을먹거리로준다"하시니,그

대로되었다.하나님이손수만드신모든것을보시니,보시기에참좋았다.저녁이되고아침이

되니,엿샛날이지났다. (창세기 1장 26-31절)

찬송가 478장 참 아름다워라 (통 78)

말씀묵상 "강호(江湖)에 병이 깁퍼 죽림(竹林)의 누엇더니, 관동(關東) 팔백리에 방면(方面)을 맛디시니,

어와 성은(聖恩)이야 가디록 망극하다."

송강 정철의 관동별곡 첫 시구입니다. 자연을 병적으로 사랑하는 정철은 임금의 은혜를 찬양

합니다. 임금이 정철을 풍광이 특히 아름다운 강원도의 감찰사로 임명했기 때문입니다. 정철은

관동별곡 내내 자연풍광의 아름다움을 노래하며, 이를 임금에 대한 감사와 염려로 연결합니다.

성서에도 자연과 작자의 정서를 엮어낸 장르의 작품이 있습니다. 바로 천지운행의 신묘함과

하나님의 전능함을 노래한 시편 19편입니다. "해는 신방에서 나오는 신랑과 같이 신나게 치닫

는 용사와 같이 하늘 이 끝에서 나와 하늘 저 끝으로 돌아가고 그 뜨거움을 벗어날 자 없사옵니

다"(5-6절) 한낱 피조물인 태양의 열기를 피할 자도 없는데, 창조주 하나님의 손길을 벗어날 이

누가 있을까요? 다윗은 하늘과 해의 움직임의 신비를 노래하며 이 모든 것을 지은 하나님의 위

대함을 찬양합니다.

고금과 동서양을 막론하고 자연은 사랑과 더불어 문학의 가장 보편적인 소재입니다. 누구든

자연 속에서 자연을 경험하며 살아가기 때문입니다. 부자건 빈민이건, 여성이건 남성이건, 노인

이건 아이건. 자연 앞에선 모두 평등합니다.

Page 13: 2015년 고난주간 묵상집

자연 앞에선 재산의 많고 적음도, 학식의 높고 낮음도 의미가 없습니다. 누구든지 자연의 아

름다움을 느낄 수 있고, 그것을 누릴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하나님이 우리에게 자연을 '공공재'

로 주셨기 때문입니다.

태초에 하나님은 자연을 우리에게 '먹을거리'로 주셨습니다. 이 선물은 자격 있는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선물을 누릴 수 있습니다. 공기도, 물도, 산도,

저 언덕 위에 피어있는 들꽃도 모든 사람에게 주신 하나님의 선물입니다. 공공재라는 말입니다.

자연은 우리 모두의 것입니다.

그런데 이 자연을 독점하려는 이들이 있습니다. 이 작은 땅덩어리에 벌써 500개가 넘는 골프

장이 들어섰습니다. 토목자본과 골프용품업계가 자신들의 배를 불리기 위해 산림훼손과 토지오

염을 자행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미 국내 골프장의 3분의 1 이상이 자본잠식상태인데도 말입니

다. 동계올림픽 활강경기장 건설을 명목으로 가리왕산은 벌건 맨살을 드러내야 했습니다. 무주

리조트를 활용하면 환경파괴방지와 비용절감의 이중효과를 볼 수 있다는데도 요지부동입니다.

우리는 아직 이 땅을 할퀴고 간 4대강의 악몽을 잊을 수 없습니다. 아직도 이 땅은 운하라는

상처로 신음하고 있고, 그 아픔은 우리 모두의 몫으로 남아있습니다. 과연 이 땅의 모든 생명체

들에게 여기서 더 큰 아픔을 짊어질 여력이 있을까요?

하나님은 자연을 인간뿐만이 아닌 이 세계의 모든 동물들에게도 선물로 주셨습니다. 당신의

피조물들을 너무나 사랑하시어, 당신이 지으신 모든 세계를 선물로 주신 하나님. 그분의 형상을

닮은 우리는 우리의 자녀와 그 벗들에게 이 세계를 선물로 줄 책임이 있습니다. 그것을 위해 우

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기도 우리를 너무나 사랑하시어 당신이 지은 세계를 선물로 주신 창조주 하나님. 사대 강이 남긴 상

처가 채 낫기도 전에, 이 땅은 또 다시 가리왕산 벌목으로 신음하고 있습니다. 주님이 우리에게

주신 그 보기 참 좋은 선물. 우리의 자녀와 이 땅의 모든 생명체들이 그 아름다움을 함께 누릴

수 있도록 이끄소서. 주님의 선물을 우리 모두의 선물로 남게 하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

도드렸습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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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째날 | 토

사고를 기억하는 이들에겐 복이 있다 | 후쿠시마 원전 대참사 4주기 - 핵에너지의 위험성을 되새기며

성서본문 이렇게만드신모든것을하느님께서보시니참좋았다.엿샛날도밤,낮하루가지났다.(공동

번역/ 창세기 1장 31절)

찬송가 478장 참 아름다워라 (통 78)

말씀묵상 핵발전소가 있는 곳에 안전은 없습니다. 과학 선진국이라고 자부하던 일본도 핵 사고에 대처

하지 못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4년 전 2011년 3월 11일 일본 후쿠시마에는 대형 쓰나미가 몰

아쳐서 해안가의 도시를 집어 삼켰습니다. 당시 수많은 이들이 고통을 당했지만, 참사는 그것으

로 끝나지 않고 원전사고로 이어졌습니다. 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후쿠시마는 죽음의 땅으로

남아있습니다. 방사능 누출로 인해 지금까지의 피해보다도 앞으로의 피해가 더욱 심각하게 우

려된다는 사실은 남아있는 이들을 더욱 큰 절망에 빠뜨리고 있습니다.

핵발전소는 사고의 발생경위가 어찌되었든, 일단 원전사고가 일어난다면 그 땅의 모든 생명

이 극도의 위험에 빠지게 되는 것은 물론이고, 그 땅은 최소 수 만년 동안 사용하지 못합니다.

방사능 물질의 반감기가 그만큼 오래 걸리기 때문입니다.

핵발전소 건설은 마치 바벨탑을 쌓는 것과 같습니다. 인간의 끝없는 탐욕을 부채질하는 지금

의 자본주의적 삶의 양식은 원자력 발전을 꼭 필요한 것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끝이 보이지

않는 탐욕을 추구하기 위해 어떠한 위험도 감수하겠다는 이러한 모습은 마치 하나님과의 약속

을 일방적으로 어기고, 탐욕의 선악과를 먹는 것과 같습니다. 후쿠시마 원전대참사는 우리로 하

여금 앞으로의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이야기 해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대한민국의 상황은 어떻습니까? 이미 사용연한이 지나 폐기해야 할 고리원전 1

호기와 월성원전 1호기의 사용연한을 억지로 늘리는 법을 통과시켰습니다. (지난달 27일 결국

한국원자력 안전위원회에서는 설계수명 30년이 지난 월성 1호기의 수명연장을 결정했습니다.)

후쿠시마의 아픔을 지척에서 바라보며 멀쩡히 잘 가동되고 있는 원전도 폐기해야 할 판국에

사용연한이 지나 언제 고장이 나도 이상하지 않을 노후원전들을 재가동시키는 것이 지금 우리

의 모습입니다. 후쿠시마 원전 대참사 당시 방사능 물질이 유출된 것은 가장 노후 된 3기의 발

전소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실제로 월성1호기는 작년 9월까지 무려 54회

나 가동이 임의적으로 중단이 되었습니다.

Page 15: 2015년 고난주간 묵상집

고리1호기 또한 정전으로 인해 냉각수가 원활히 공급이 되지 않아 중단된 적이 있었습니다.

이는 마치 폭탄을 끌어안고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과 같습니다.

이 뿐만 아닙니다. 지금 삼척과 영덕은 핵발전소를 신설하려는 강도의 무리들과 싸우고 있는

형국입니다. 후쿠시마 대참사가 여전히 현재진행중인 이유는 우리의 이 같은 답답한 현실이 보

여주고 있습니다. 우리 이제 핵발전소를 멈춰야 합니다. 탐욕을 멈춰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 끊

임없이 기억해야 합니다.

“너희는 세상에서 고난을 겪을 것이다. 그러나 용기를 내어라. 내가 세상을 이겼다.”(요한

16,33) 승리가 아니라 철저한 패배와 죽음 앞에 선 예언자, 예수의 말씀이입니다.

기도 이제 사회 속에서 일어나는 재앙 같은 사고들이 어디서부터 왔는지 기억하게 하소서. 대참사들

이 인간이 쌓아놓은 바벨탑으로 인해 일어나고 있음을 기억하게 하소서. 정부, 공기업 그리고

대기업 그들만의 왕국을 불쌍히 여겨 주소서. 우리가 하나 되기 위해 그리스도의 소통하심을 기

억하게 하소서. 사고에 대한 문제를 밝혀지는 것을 꺼리며, 오히려 은폐하고 왜곡하는 강도 같

은 자들 심판하여 주소서. 속히 피해자들에 대한 정당한 배상과 보상이 이뤄지길 간절히 원합니

다.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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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 신경하 이사장 발행일 2015년 3월 29일 편집인 진광수 사무총장편집위원 '고난함께' 성서묵상 팀 (남기평, 박단, 이관택, 이하늬, 장세현, 정유은, 최근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