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인문예술캠프 달빛감성 스케치 '달빛, 사람의 무늬를 새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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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인문예술캠프 달빛감성 스케치 , , , , , 인문예술캠프 달빛감성 ‘멋진 청년이 되자! 만나자 + 만들자 + 날자’ 1 2 , 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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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 2015 인문예술캠프 달빛감성 스케치 '달빛, 사람의 무늬를 새기다

달빛�

사람의�

무늬를�

새기다�

2015

인문예술캠프

달빛감성

스케치

2015

인문예술캠프

달빛감성

스케치 인 문 예 술 캠 프 달 빛 감 성 ‘ 숲 에 서 바 다 ’

가 족 , ‘ 숲 이 바 다 가 되 도 록 다 받 아 주 는 ’

인 문 예 술 캠 프 달 빛 감 성 ‘ 이 야 기 인 문 학 , 개 구 락 지 ’

온 가 족 이 마 음 을 열 어 이 야 기 하 고 , 즐 겁 게 깨 닫 고

인 문 예 술 캠 프 달 빛 감 성 ‘ 멋 진 청 년 , 경 계 에 서 묻 다 ’

묻 고 묻 고 또 묻 는 다 , 나 에 게 너 에 게 우 리 에 게

인 문 예 술 캠 프 달 빛 감 성 ‘ 멋 진 청 년 이 되 자 ! 만 나 자 + 만 들 자 + 날 자 ’

1 2 개 의 화 두 , 7 개 의 워 크 숍 , 터 져 나 오 는 푸 른 우 주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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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빛 

사람의 

  무늬를 

새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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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인문예술캠프

달빛감성 스케치 

달  빛 

사람의 

  무늬를 

새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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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4

서 문

달빛감성의

시간이 삶의

선물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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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5

‘달빛(文)을 비추어 사람들의 감성을 살려내고 서로 소통하게 한다’는 뜻을 가진

인문예술캠프 ‘달빛감성’을 통해 2015년 7월부터 2016년 2월까지

가족, 청년 그리고 아동들을 만났습니다.

인문과 예술이 함께하는 캠프의 기획을 시작하며,

바쁜 현대사회를 살고 있는 이들이 예술을 통해 인문적 가치를 발견하고

세대와 계층을 아우르는 소통의 기회를 가지며

스스로의 내면을 돌아볼 수 있는 여유를 가질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인문과 예술은 서로 떨어져 있는 가치가 아니지만

이제까지 인문과 예술을 결합하여 프로그램을 진행한 경우는 많지 않았습니다.

새로운 시도였음에도 불구하고

열린 마음으로 참여해주신 많은 분과

함께한 시간을 기억하고자 책자를 발간하게 되었습니다.

달빛감성을 통해 경험한 모든 시간이

앞으로 살아가는 삶에 큰 선물이 되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2016년 2월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원장 주성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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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인문예술캠프 달빛감성 강원 ‘숲에서 바다’

나를 돌아보는 거울과 그림책 022<그림 거울 책>

자연과 사람, 소리를 섞고 나누고 더하고 030<베짱이 월드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숲 속에서 두근거리는, 시는 놀이다 040<시의 숲에서 두근두근>

아무것도 하지 않고 놀기, 놀다 지칠 때까지 놀기 050<“곰왔습니다” 놀이하는 곰들의 숲>

나이테를 따라 흐르고 뭉치고 감싸는 가족의 향기 058<목공소, 나무에 흐르는 시간>

햇살과 흙냄새와 나무 향, 그리고 춤추는 사람들 068<춤추는 소나무 숲>

진흥원 원장 인사말 004

가족, 숲이 바다가 되도록 다 받아 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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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예술캠프 달빛감성 충청 ‘이야기 인문학, 개구락지’ 

누군가의 소리가 되고, 누군가의 소리를 들어주고 088<소리야 숲 속 가자>

시를 쓰고 싶은 마음이 새 살처럼 새록새록 098<동시를 낳는 항아리 & 시시콜콜(詩詩callcall)한 인생상담소>

스스로 짓는 옷에 새긴 사람의 무늬, 자연의 무늬 104<숲 속 의상실>

같은 움직임만 반복해온 몸, 골고루 움직이는 몸으로 112<기쁜 우리 움직임>

바람의 소리를 가득 안고, 삶의 노래를 부르며 120<소리로 만드는 숲, 개구락커!>

공간을 꾸미는 가족들, 이야기로 따뜻하게 채워지는 공간 128<소곤소곤이 보이는>

온 가족이 마음을 열어 이야기하고, 즐겁게 깨닫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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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예술캠프 달빛감성 경상 ‘멋진 청년, 경계에서 묻다’ 

커피 향 같은, 그 길 위의 멋진 청년들 146<나에게 커피란 _________다>

낡은 구두 한 짝을 보면 무슨 생각이 나니? 154<배낭을 메다>

길은 통로가 아닌 목적, 길 위의 그림은 곧 소통 162<끄적끄적 길드로잉>

거울 속에는 내가 있네, 가면을 쓴 한 청년이… 170<거울 속에 비친 나>

카주를 불며, 무지개를 건너가는 청년 음악대 178<노란 길을 따라가지 않고 다른 길을 모색하는 오즈의 음악여행>

춤춰라, 어디서든지 신나게 멋있게 춤춰라 184<몸뚱이를 부탁해>(1차), <미드나잇 in 하동>(2차)

묻고 묻고 또 묻는다, 나에게 너에게 우리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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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예술캠프 달빛감성 수도권 

‘멋진 청년이 되자! 만나자+만들자+날자’ 

젊음과 기괴함, 미추의 아수라장으로 오라 204<시와 랩의 핼러윈 Beautiful Youngster, Ugly Monster>

무대 위의 삶과 불꽃같은 청춘의 드라마틱한 만남 212<청년, 배우가 되다>

밥을 나누며 나를 대면하는 ‘For Sale’로 ‘Sold Out’ 218<For Sale>

액션페인팅과 설치미술로 표현하는 나, 너, 그리고 우리 226<청년, 미술로 UBUNTU>

노래하고 소통하라 그대, 꾸밈없이, 마음으로부터 마음에게 234<차이와 연대의 목소리들이>

지금, 여기서 멈춤, 우리의 삶은 다른 곳에 있어! 242<라디오 청년극장>

불가능을 가능케 한 청년과 장이의 《멋진 청년》 250<‘멋진 청년’ 잡지 만들기>

부록 2015 인문예술캠프 달빛감성 260

참가자 만족도 조사 결과

12개의 화두, 7개의 워크숍, 터져 나오는 푸른 우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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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예술

캠프 

달빛

감성

강원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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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돌아보는 거울과 그림책 

<그림 거울 책> 

자연과 사람, 소리를 섞고 나누고 더하고 

<베짱이 월드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숲 속에서 두근거리는, 시는 놀이다 

<시의 숲에서 두근두근> 

아무것도 하지 않고 놀기, 놀다 지칠 때까지 놀기 

<“곰왔습니다” 놀이하는 곰들의 숲> 

나이테를 따라 흐르고 뭉치고 감싸는 가족의 향기 

<목공소, 나무에 흐르는 시간> 

햇살과 흙냄새와 나무 향, 그리고 춤추는 사람들 

<춤추는 소나무 숲> 

숲에서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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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숲이 바다가 되도록 다 받아주는

인문예술캠프 달빛감성 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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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받아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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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장소 먼저,

기획의 의미는 그다음에

고무신

인문예술캠프 달빛감성 강원 기획자

진흥원의 프로그램에 작가로서는 자주 참가했지만 기획은 이번 캠프가 처음이

었다. 첫 기획이어서 부담감도 컸는데, 잘해야지, 하는 부담감이 아니라 뭘 할

까, 하는 부담감이었다. 그래서 대상에 깊이 들어갔던 것 같다. 다양한 참가자

들이 각자의 마음으로 참가하겠지만 어떤 마음으로 와서 어떤 마음으로 돌아

갈까, 돌아가서 그들이 어떤 마음을 가질까 하는 생각을 하다 보니, 그들의 시

간을 거꾸로 거슬러 기획하게 되었다. 캠프 후 자신의 생활로 돌아갔을 때 이랬

으면, 이런 마음을 가졌으면 하는 것을 먼저 고민하게 되었다. 그러려면 캠프의

끝에는 어떻게 해야 하고, 중간에는 또 어떻게, 그리고 처음 그들을 맞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고, 그렇다면 이들은 어떤 작가들을 만나

고, 돕는 이는 어떤 식으로 그들을 도와야 하며, 캠프 장소는 어떻게 꾸미면 좋

을까, 그래서 그에 걸맞은 아트 디렉터는 누가 좋을까를 생각했다. 그리고 무엇

보다 어디서 캠프를 하면 좋을까 하는 데에도 신경을 쓰게 되었다.

참가자들이 “숲에서 바다”라는 말을 듣고 ‘바다가 되도록 하려면 뭘 해줘야

하지’ 하는 생각으로 시작해 모든 캠프 기획이 구체화되었다. 그래서 잘 보이

지 않는 곳에서 작은 꽃 하나라도 놓아서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일반적인 기

획에서 미치지 않는 곳과 시간에 과도한 관심과 고민을 했다고 생각한다. 그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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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화하는 데에 아트 디렉터와 돕는 이들이 잘해줬다. 기획의 중심은, 진흥원

이나 문체부가 보기에 좋은 것보다는 작가와 참가자들을 중심에 놓아야 한다

는 당위를 그냥 그대로 적용한 것이다. 참가자들이 집중하고 감동하려면 뭘 해

야 할 것인가 하는 물음이 작가들에게 주어졌다. 작가들이 그 역할을 잘할 수

있도록 그들을 잘 챙기게 되었다. 그래서 현장에서는 참가자뿐만 아니라 진행

하는 모든 사람이 편안하게 캠프를 진행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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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찾아 떠나는 캠프, 시작은 언제나

차창의 풍경

2015년 여름, 장마의 끝자락, 조금씩 높아진 하늘, 짙고 낮은 구

름이 오락가락하는 7월 말, 인문예술캠프 달빛감성의 첫 캠프에 참가하기 위

해 가족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버스에 올라 어색하지만 조금 들뜬 마음으

로 자리를 찾았다. 창가에 비치는 한여름을 비껴가는 거리 풍경은 여전히 더위

를 머금고 있었지만 무겁지는 않아 보였다.

출발한 버스는 출발지에 따라 앞서거니 뒤서면서 기린 발굽을 닮은 고장,

인제(麟蹄)의 ‘만해마을’을 향해 달렸다. 바쁠 것도 없고 급할 것도 없었지만,

도착할 때쯤 그들은 살짝 들떠 있는 듯했다. 아직은 앞뒤 자리의 낯선 얼굴이

궁금하지만 같은 곳을 향한다는 눈빛으로 서로를 확인했다. 2박 3일 동안 달빛

을 받으며 감성 ‘돋는’ 캠프에 참가한다는 설렘 때문일까, 서로 인사를 나누기

전인데도 얼굴에 옅은 웃음이 흐른다.

한 사람 한 사람 버스에서 내릴 때 그들을 맞은 건 기린 발굽을 닮은 인제의

하늘과 땅과 숲, 그리고 미리 와 캠프를 꾸미고 있던, 돕는 이들과 작가들이었

다. 서로 웃음으로 인사를 나누며, 돕는 이의 안내를 받으며 캠프의 문을 들어

선다.

달빛감성의 ‘첫’ 캠프, 인문과 예술이 만나서 달빛감성으로 숲에서 바다를

바란다. 모든 것을 내뿜는 숲, 모든 것을 받아주는 바다. 달(Moon), 문(門), 글

(文) 쓰다, 무늬(紋) 새기다, 묻다(問), 듣다(聞)…. 인제는 기린의 발굽을 닮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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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린의 기운이 깃든 설악산 서쪽 자락의 상서로운 동네. 인문과 예술이 만나는

그곳에서, 가져온 나의 물음을 버무려 만들고, 새기고 묻고 듣고 답을 얻고, 다

시 새로운 물음을 안고 돌아간다.

만해마을의 여름밤 달빛은 가족을 비추는 달빛이다. 그 달빛은 가족의 한

사람 한 사람을 비춰 여러 색으로 반사된다. 너랑 나랑 가족이랑 알록달록 반

짝반짝 쉼 없이 빛난다. 달빛 속에서 실루엣으로 드러나는 한 가족의 모습은

몇 명이 되더라도 때론 차분하고 때론 생동감이 넘친다. 2박 3일을 함께하는

이웃, 만해마을에서 달빛을 받으며 건네는 인사에는 이미, 빛나는 너와 나, 그

리고 가족이 있다.

‘기린 발굽’을 닮은 땅, 숲에서 나를 말하고 너를 ‘받아’주고 바다를 바란다.

‘숲다방’(오두막다방)에서 글 한 줄을 쓰고, 차를 마신다. 커피를 마신다. 자동판

매기에서 덜컥 하고 나오는 음료수가 아닌, 오랜 숙성을 거친, 얼음 ‘동동’ 오

미자차의 새큼달큼한 맛은 공중에 몸을 띄우는 것 같고, 달콤새큼한 매실차는

풀리지 않는 고민도 소화시킬 듯하다. 돈을 내지 않아도 마실 수 있는, ‘사’먹

는 것이 아니라 한 줄의 글로 값을 대신하는 음료수가 있는 ‘숲다방’은 여유에

여유를 더하고, 쉼에 쉼을 더하고, 스스로 그러함에 또 그러함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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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가족의 바다, 이해의 바다, 즐거움의 바다, 놀이의 바다

2 숲에서 바다를 그리다

3 작은 간식 하나에도 정성을 새기다

3 “엄마 집에 빨리 드레와”, 숲다방 기둥에 붙은 한 잔의 글들

2

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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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꽃보다 책, 아름다운 이야기

2 삼삼오오 두런두런, 따로 또 같이

1

2

Page 23: 2015 인문예술캠프 달빛감성 스케치 '달빛, 사람의 무늬를 새기다

3 뭔가를 보는 너희들의 모습을 나는 보고 있다

4 단체사진도 자유롭게, 우후죽순 포즈

3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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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2

나를 돌아보는

거울과 그림책 <그림 거울 책>

작가 초선영을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힘들다. 워낙 다양한 작업

을 하기 때문에 그냥, 그림을 그리는 사람으로 뭉뚱그려 소개하는 것으로는 그

를 제대로 말했다 할 수 없다. 그림을 그리는 화가? 글을 쓰는 작가? 사람들의

마음을 듣고 글과 그림으로 표현해주는, 내면 초상화를 그리는 심리상담가?

아니면 춤꾼과 함께 퍼포먼스 작업을 하는 예술가? 그 어떤 것으로도 그를 온

전히 소개할 수는 없다. 그 모든 것을 담아도 약간은 부족하다. 그림을 그릴 때

조차 그냥 그림만 그리지 않는다. 누군가의 고민을 듣고 그것을 그림을 표현할

때는 심리상담가에 가깝다. 초선영 작가는 캠프를 돌아보며 자신이 진행한 프

로그램을 이렇게 말한다. 어느 한 순간의 느낌, 그 짧은 순간이 바로 작가가 진

행한 워크숍의 처음부터 끝인 듯이.

“둘째 날 이야기 돗자리 마당 때였어요. 참여한 가족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말고

나도 모르게, ‘좋네요’ 하고 말하고 멍하니 가족들의 얼굴을 바라보며 그냥 그렇

게 잠시 시간이 멈춘 듯이 가만히 있었어요. 그때 달은 아주 멀리 하늘에 있었

지만, 달빛은 가족들과 내게 와 닿아 있었죠. 서로 다른 시간을 살아온 달처럼

서로가 멀었던 우리가, ‘달빛감성’으로 함께 모여 서로의 빛을 내고, ‘그림 거울

책’을 만들며 교감했던 아름다운 시간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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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3

<그림 거울 책>은 ‘나를 돌아보는 거울과 그림책’이 합해진 이름이다. 이미,

그 이름으로 가족들과 함께 무엇을 하려는 프로그램인지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작가는 가족들과 함께 그림을 그리고, 글 쓰고, 이야기하는 등, 여러 가

지 방식의 창작을 하며 내 안에 있는 이야기를 꺼내도록 한다. 그리고 그 이야

기와 글과 그림으로 한 권의 그림책을 만든다. 나를 거울 비춘 듯, 환히 들여다

본, 세상에 한 권밖에 없는 나만의 이야기 그림책을.

작가와 가족들의 첫 만남. 서로 쳐다보며 쑥스러운 듯, 어색한

듯, 어떤 참가자는 눈을 굴려 워크숍 룸의 이곳저곳을 둘러보

다가 작가를 스치듯 슬몃, 보기도 했다. 가족들을 처음 만난 작가는 자신을 소

개하고 가족들이 자연스럽게 자신을 소개할 수 있도록 ‘내가 붙이는 나의 이름’

을 진행한다. 2박 3일,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내가 나에게 붙인 이름을 부르도록

자신의 새 이름을 정하는 시간을 마련한다. 이름을 정하고 소개하면서 나는 워

크숍의 다른 참가자들과 작가에게 자연스럽게 나를 드러내고 소개한다.

그렇다면, 그 이름대로 나는 또 누구인지 그림으로 소개하는 시간을 갖는

다. 확장되는 나, 꽃과 과일과 광물 등 다양한 그림 카드 중에서 나와 닮은, 닮

았다고 생각하는 그림을 찾아서 캠프에서 새로 탄생한 나를 소개한다. ‘내가

붙인 나의 이름’과 ‘나와 닮은 그림’으로. 가족들은 캠프 밖에서 지어진 나의

이름, 정해진 나의 정보를 모두 지우고, 나를 나 스스로 비유하고 이미지를 만

들어 표현하면서 내 마음속에 담긴 생각, 밝고 신나는 생각뿐만 아니라 우울하

고 숨기고 싶은 생각을 편안하게 드러난다.

나를 소개했으니 함께하는 이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들어볼 차례. 서

로의 첫인상을 적어 주고받는 시간을 가졌다. 알록달록한 종잇조각 위에 나의

첫인상을 적는 이들이 서서히 친구가 되어가는 시간. ‘목소리가 멋지다’는 사

1 첫 번째

워크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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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4

실적 첫인상, ‘상냥해 보인다’는 감각적 첫인상, ‘중국어를 잘할 것 같다’는 예

지적 첫인상 등 나의 첫인상을 적어주는 친구들. ‘남이 보는 나’는 어떨까 생각

해보는 시간.

이렇게 친구들이 적어준 나의 첫인상의 조각들, 그중에서 ‘내가 생각하는

나’에 가장 가깝다고 생각하는 단어를 고른다. 그 단어로 나를 표현하는 왕관

을 만든다. 치킨을 좋아하는 중학생 친구는 ‘호식이 두 마리 치킨’ 왕관을, 기

차를 좋아하는 다섯 살 친구는 ‘기차’ 왕관을 만들었다. ‘유리조각처럼 예쁘다’

는 가슴 떨리는 첫인상 조각을 받은 한 어머니는 ‘유리조각’ 왕관을 조심조심

반짝반짝 만들었다. 그래, 나는 내 왕국의 왕, 친구들도 인정한 나의 첫인상으

로 만든 나만의 왕관을 나에게 씌운다, 내가 쓴다.

말없이 발자국 소리조차 죽이며 사람들이 다리를 건너고 있다.

가까이 다가가니 크고 작은, 아이와 어른, 남자와 여자, 어제

까지는 가족들끼리 다니던 걸음을 풀어헤치고 자유롭게 앞서거니 뒤서거니 걷

고 있다. 말 대신 그들의 입에선 비눗방울이 방울방울 불어져 나온다. 사람들과

함께하는 시간도 중요하지만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해서일까? 비눗방울을 불며

아무 말 없어도 평온한 모습들. 따로 또 같이 흩어지고 모여 걸으며 내 안의 생

각이 비눗방울처럼 두둥실 떠다니다 팍, 하고 터진다. 그렇게 떠올랐다 터진 생

각을 한 문장으로 적어본다. 발걸음을 흩으며 생각했듯이 문장 역시 자유롭게.

너나없이 피워 올렸던 비눗방울처럼 함께한 친구들의 생각을 돌아가며 적는다.

내 안에서 피어올라 터졌던 생각, 생각들이 모여 우리의 이야기가 된다.

적는 게 식상하다면, 강 건너 소나무 숲에서 춤추듯 자연에 든, 다른 워크숍

에 스며들어 볼까? 바람에 날리는 비눗방울처럼, 내 몸도 소나무 숲에서 춤춰

볼까? 생각의 날개를 펼쳐 소나무와 소나무를 오가며 숲 속 가득 내 생각으로

2두 번째

워크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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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5

숨 쉬어볼까? 그러고 나서 ‘나를 표현한 왕관’을 쓰고 ‘왕관 워킹’을 해볼까?

그냥 걷는 것이 아니라 말없이 몸으로 나를 표현하며 나아가는 워킹. ‘기차 왕

관’을 만든 친구는 자신에게 왕관을 씌우고, 몸으로 칙칙폭폭 기차를 흉내 내

며 앞으로 힘차게 걸었다.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얼마나 부담스러운가? 누군가에게 보

여줘야 한다면 더 그렇다. 말이나 글도 어렵지만 그보다 정말

더 어렵다. 그런데 어쩌면 쉬울지도 모른다. 마음을 열 수 있다면, 좋은 이들과

함께라면…. 가족들과 함께 이것저것 나눠서 그리면 어떨까? 형용사와 명사를

떠올려 엄마를 아빠를 형을 누나를 동생을 아이를 그린다. 많이 그리는 사람은

많이, 적게 그리는 사람은 적게, 선 하나를 그리고 한참을 생각하다 거기에 엄

마 얼굴 닮은 해바라기 하나 그린다. 해가 뜨면 일하러 나갔다가 해가 지면 돌

아오는 해바라기 얼굴. 그렇게 그린 가족들의 그림으로 한 권의 그림책이 완성

된다. 작품이 완성되었으니 모두에게 공개. 의자에 놓아두거나 끈을 달아 벽에

매단다.

현재의 나와 미래의 나, 손쉽게 사진으로 표현한 ‘그림 거울

책’에는, 커다란 바위를 찍은 현재의 나와, 고운 모래밭을 찍

은 미래의 내가 놓인다. 단단하고 고집스런 지금의 내가 부드럽고 반짝이는 미

래의 내가 되고 싶다는, 될 것이라는 바람과 다짐이 새겨진다.

3 세 번째

워크숍

0 마지막

워크숍

Page 28: 2015 인문예술캠프 달빛감성 스케치 '달빛, 사람의 무늬를 새기다

1 내 마음을 그려줘요

2 양념, 프라이, 간장? 반반으로 할까요?

3 어어, 조심조심, 왕관을 만들어요

1

3

2

Page 29: 2015 인문예술캠프 달빛감성 스케치 '달빛, 사람의 무늬를 새기다

이 왕관으로 말씀드릴 것 같으면,

칙칙폭폭 기차왕관입니다

Page 30: 2015 인문예술캠프 달빛감성 스케치 '달빛, 사람의 무늬를 새기다

1

Page 31: 2015 인문예술캠프 달빛감성 스케치 '달빛, 사람의 무늬를 새기다

1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나만의 이야기 그림책

2 너에게 하고픈 말이, 방울방울

3 내 얼굴은 가을이야

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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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0

자연과 사람,

소리를 섞고 나누고 더하고 <베짱이 월드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느릿느릿’과 ‘바릇바릇’이 한집에 살고 있다면 어떤 일이 일어

날까? 둘의 공통점은 느릿느릿 바릇바릇 노래하고 기타를 치며 음악을 한다는

것이다. 느릿느릿에 맞춘 바릇바릇은 배려심, 바릇바릇에 맞춘 느릿느릿은 꼼

꼼함이 아닐까? 느림쌤과 바름쌤은 노래하고 기타를 친다. 둘은 가시버시, 부

부다. 남매처럼 친구처럼, 노래하고 사랑하는 신랑과 각시, 그렇다, 가족이다.

가족이 가족에게, 노래하고 노래를 듣고, 말하고 말을 듣고, 웃고 웃는다. 노래

로 하나된 그들에게서 달빛감성을 듣는다.

“예술 활동을 할 때, 무엇보다 우선해야 하는 건 무엇일까? 그리고 ‘가족’은 무

엇을 필요로 할까? 캠프를 준비하며 오랫동안 생각해봤어요. 그러다가 우리가

내린 결론은, ‘아무것도 하지 말자’, ‘무언가를 하려고 정해놓지 않고 스스로 그

렇게 되는 것을 하자’였어요. 스마트폰은 편리한 기계지만 거기에만 빠져 있으

면, 직접 보고 듣고 느끼는 일이 두렵고 힘들어지겠죠. 누군가 잘 만들어준 것

을 보고 듣고 느끼는 것이 아니라, 그래서 어떤 주어진 답을 찾아 뭔가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쉼’으로써 우연히 나오는 소리와 거기에 얹은

노래, 어설프지만 내 것인, 우리 가족의 목소리가 담긴 노래가 나온다면 좋겠죠.

그것이 외마디 소리일지라도. 베짱이 월드, 이곳에서는 모두 느릿느릿 바릇바릇

하릴없이 심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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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베짱이 월드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이하, <베짱이 월드>)에서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다만, 뭔가를 해야겠다는 목표를 정하지 않고

그냥 몸 가는 대로 마음 가는 대로 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노는 것’이다. 놀

기 위해서 노는 것이 아니라 심심해서 노는 것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심심해

죽을 것 같을 때 놀아야 제대로 노는 것이다. 그러므로 <베짱이 월드>에서는 꼭

노래하지 않아도 된다. 정말 캠프의 처음부터 끝까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

는 편안한 마음이 <베짱이 월드>의 기본자세다. 그렇게 쉬다가 심심해지면 나

오는 ‘어떤 것’을 기록하고 채집해본다. 그것은 때론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이

될 수도 있다. 누군가 보여주는 이미지가 아닌 내 눈으로 본 것을 기록한 이미

지로서의 사진. 이미지에서 나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내 귀에 들리는 작은

소리를 듣는다. 말소리, 물소리, 바람소리, 길 소리, 숲 소리…. 녹음기를 들고,

내 귀가 들은 소리를 담는다. 자연에서 발견한 스스로 그러한 소리를 섞고 나누

고 더하고, 너와 내가 만들어내는 자연스러운 소리의 섞임. 그것이 바로 노래가

아닐까? 자연과 사람, 그 소리들.

<베짱이 월드>의 생활수칙,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를 알려

주는 시간. 모두들 의아해하는 표정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이상한 세상,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불안한 세상에서 이제 여러분들은 아

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가 주어진 <베짱이 월드>로 들어왔다는 것을 알려준다.

의아해하면서 서로 인사를 나눈다. 그리고 영화 <하와이언 레시피>의 한 장면

을 보여주며, 생활의 소리가 음악처럼 들리는 것이 무엇일까, 하고 슬쩍 얘기한

다. 그러면 어느 때 문득, 소리가 음악으로 들리는 순간이 있겠지.

느림쌤과 바름쌤은 자신이 만든 곡을 소개한다. 불러줄 뿐만 아니라, 곡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얘기해준다. 두 작가는 곡을 쓸 때 이미지를 저장해두는 버

1 첫 번째

워크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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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

릇이 있다 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사진으로 나의 감정을 저장하는 방법을

들려준다. 자신의 감정이 실린 사진은 언제든지 꺼내 볼 때마다 그때의 감정이

살아날 테니…. 그리고 밖으로 나간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머릿속 계산을 놓

아버리고 걷다가, 앉아 있거나 왔다 갔다 하다가, 멍하니 하늘을 보기도 한다.

그러다가 심심하면 눈을 열어 이미지를 찍고, 귀를 기울여 소리를 담는다.

어제 채집한 소리를 들어보는 시간을 갖는다. 그런데 잠깐, 채

집? 곤충채집, 식물채집은 들어봤는데 소리 채집이 뭘까? 곤

충을 생포해 곤충망 안에 넣듯이, 식물을 채집해 신문지 사이에 끼어 넣어 말리

듯이, 소리를 녹음기에 담는 것이 소리 채집이다. 어떤 소리를 녹음하는 걸까?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서 있거나 앉아 있으면, 드러누워 있거나 엎드려 있

으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조금씩 심심해진다. 그때 소리가 들린다. 그 소리를 녹

음하면 된다. 그 소리는 친구의 소리일 수도 있고, 엄마나 아빠, 가족의 소리일

수도 있고, 지나가는 자동차 소리일 수도 있고, 강가에서는 물 흐르는 소리일

수도 있고, 바람소리일 수도 있고, 빗소리일 수도 있고, 밤소리 낮 소리 아침 소

리 저녁 소리일 수도 있다. 귀 기울여 들으며 녹음기에 그 소리들을 담는다.

내가 채집한 소리를 들려주고 친구와 가족에게 묻는다. 무슨 소리일까? 처

음에는 그 소리가, 물이 내는 소리, 나무가 내는 소리, 바람이 내는 소리 등 누

가, 무엇이 내는 소리인지 콕, 찍어서 여기저기서 얘기한다. 그러다가 상상력

이 붙는다. 바람이 뒹구는 소리 같아요, 하늘이 열리는 소리 같아요, 구름이 땅

으로 내려오는 소리 같아요, 여름이 가고 있는 소리 같아요, 등등. 하지만 모두

이런 소리를 채집하지 못했다. 그리고 무슨 소리인지 말하지 못했다. 대다수는

소리를 어떻게 채집할지 몰라서 당황하는 기색이다. 그런 친구들, 가족들은 어

떻게 하지? 걱정할 것 없다. 앞에서 얘기한 소리를 그들이 내고 두 작가가 채

2두 번째

워크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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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3

집한다. 말을 할 수도 있고, 뭔가를 두드릴 수도 있고, 터벅터벅 발걸음 소리를

낼 수도 있다. 또 이미지를 채집해 사진에 담아둔 것을 프린트했다. 채집한 소

리와 이미지를 자신만의 장소에 기록하는 시간을 가졌다. 어떤 장소에서 어떤

기록을 남겼을까?

둘째 날 오후, 세 번째 워크숍은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

간이었다. 물놀이를 하거나, 진행되고 있는 다른 워크숍에 기

웃거렸다. 누구세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인데요. 아무도 아닌데요. 일견

말장난 같지만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 아이들은 물놀이, 골목놀이를

즐겼고, 어른들은 캠프장 가운데 있는 숲다방 정자에 걸터앉아 정말 ‘아무것

도’ 아닌 한 문장을, 정말 ‘솔직하게’ 써서 내고 시원한 커피와 오미자차를 마

시며, 수다 삼매경에 빠진다. 그러다가 내 안 깊숙이 들어 있던 얘기가 슬쩍슬

쩍 기어 나온다. 어느새 아이들의 엄마가 아니라 나로 돌아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매미는 쓰르람 울고, 아지랑이는 길 끝에서 피어오른다. 아차, 하고 다시

엄마가 되어 돌아보면 아이들은 신나게 어우러져 있다. ‘고무신’을 쫓아 풀 미

3 세 번째

워크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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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4

끄럼을 타는 모습에 어어, 하다가 피식, 웃고 다시 나로 돌아와 차 한 잔을 더

마신다. 그때 떨리는 휴대전화. 전화기 속 저 너머에서 묻는다. 으응, 캠프. 지

금 뭐해? 지금? 아무것도 안 해. 뭐? 아무것도 안 한다고, 하하하. 그러면서 미

소 짓는다. 행복해, 하고 말하듯 웃는다. 진정한 베짱이, 엄마였던 나, 그리고

‘나’들. 세 번째 워크숍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도 정말 눈 깜짝할 새도 없이

지나갔다.

여초서예관 벽면, 자신이 채집한 이미지들을 포토 북으로 옮

겨 담는 시간. 한쪽 벽면에서는 작가들이 채집한 소리와 이미

지가 동영상으로 편집되어 전시되고 있다. 나는 친구와 가족, 작가가 채집한 소

리와 이미지에 담겨 있고, 내가 채집한 소리와 이미지에 친구와 가족, 작가가

들어 있다. 정말 짧은 2박 3일이었는데, 더욱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고 놀자

는 분위기였는데, 채집한 소리와 이미지로 가슴 벅찬 이야기와 노래가 만들어

졌다. 노래가 세상을 담고 나와 사람들의 마음을 표현하고 어루만져주는 것이

라면 우리가 채집한 노래와 이미지는 모두 노래다. 비록 선율이 흐르지 않는다

해도 나와 친구와 가족의 소리가 흐르고, 이미지가 흘러 노래를 만든다. 이 순

간 모두 작곡가 된다. 노래가 흐르는 하늘과 땅, 바람에 실어 보낸 노래는 꼭 악

기로 연주하고 멜로디로 만들지 않아도 누구나 만들 수 있고, 어디에서나 채집

할 수 있다.

마지막 워크숍을 마치고 함께 걸어 내려가다가 한 어머니, 어떤 ‘나’는 말했

다. “먼저 내려가세요. 여기, 너무 아름다워서 혼자 사진 좀 찍고 내려갈게요.”

그리고 작가에게 보내 온, 달빛 사진들. 워크숍이 끝나고 페어웰 파티도 마쳤

는데, 소리와 이미지 채집, 노래 만들기는 이제, 시작이다. 그 시작을 준비한

시간이 바로, <베짱이 월드>였다.

0 마지막

워크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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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것 하나에도 정성이 깃든, 

사람들의 감수성이 새겨진… 

캠프 둘째 날, 비눗방울 불며 말없이 걷기를 할 때 눈으로는 주위의 숲

을 살펴봤다. 전주에서 살고 있는 동안 보지 못했던 나무가 자라는 모습

과 그런 환경이 많이 달랐다. 많은 나무가 자라고 있지만 하늘은 환하게

열려 있어서 자유롭다, 시원하다는 느낌이었다. 전주는 도시지만 그래도

한옥도 잘 보존되어 있고, 국악도 쉽게 접할 수 있어서 전통적인 분위기

가 다른 도시에 비해 짙은 도시다. 그와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도 많고.

그런데 이곳에서는 또 다른 한국적인 자연을 접할 수 있었고, 무엇보다

새로운 사람들, 작가나 참가자 모두, 다양한 분야에서 열심히 사는 사람

들을 만나서 새로웠다. 인문예술캠프라는 이름이 붙었는데, 사실, 요새

는 광고에서도 인문, 인문 하니까, 어떤 내용일까 궁금했다. 워크숍에 참

여하다 보니, 뭐라고 딱 꼬집어 얘기할 수 없지만, 음, ‘인문적인 감수성’

을 스스로 찾도록 많은 도움을 주는 것 같다. ‘숲다방’에서 차나 커피를

담아 준 찻잔에 감동을 받았다. 그런 디테일에도 신경을 쓰는 것, 그런

감수성이 아마 인문적인 감수성이 아닐까 생각한다. 왜냐하면 인문, 인

문학 하면 감동이 있어야 하고, 사람이 빠지면 안 되지 않나? 말이나 글

로써 보여주는 인문이 아니라 작은 것 하나에도 스며 있는 사람들의 감

수성에 감동하게 되고, 그런 것이 인문예술이란 이름으로 캠프를 준비하

고, 거기에 참가하게 되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아이들이 이 아름다운 공

간에서 시키지도 않았는데도 함께 다니면서 물과 바람과 흙을 느끼는 것

을 보고,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아이들의 자연스럽고 즐거워하는 얼굴을

보고, 아, 캠프에 오길 잘했다 생각했다. 물론 나 역시, 그런 느낌, 감수성

을 끄집어낼 수 있어서 무엇보다 좋았다.

인문예술캠프

달빛감성 강원

참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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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Page 39: 2015 인문예술캠프 달빛감성 스케치 '달빛, 사람의 무늬를 새기다

1 랩터 왕관은 이 세상에 ‘메롱’을 남긴다

2 채집한 이미지들이 가득한 소리 벽

3 ‘치명적’ ‘상남자’ ‘아쉬움’ ‘가족’, <베짱이 월드>

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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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벽에 붙인 나의 노래, 들어주세요

2 느릿느릿, 바릇바릇 웃음꽃이 피는 화음

3 내가 나불인지, 나불이가 나인지, 한마디 말이 노래가 되고

4 똑같이 불러도 화음을 만드는 음을 다스리는 어린이들

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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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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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0

숲 속에서 두근거리는,

시는 놀이다 <시의 숲에서 두근두근>

탁동철 선생님은 정말 유쾌하고 진지한, 개구쟁이 선생님이다.

말을 할 때는 머뭇머뭇 하지만 움직일 때는 정말 쏜살같고 야무지다. 노미화

선생님은? 한마디로 깐깐하다. 두 작가는 모두 시인이며, 초등교사이(었)다. 아

이들과 가족과 함께하며 시와 자연을 그들만큼 잘 버무릴 줄 아는 작가가 있을

까? 그들이 초대하는 시의 숲은 어떤 곳일까? 조용한 숲 속에서 작은 동물들이

뛰어다니는 모습일까? 아니면, 나뭇잎들 사이사이로 비어져 나와 환한 선을

그리는 반짝이는 햇살일까? 숲 속의 그 모든 소리와 이미지, 시간마저 두 작가

에겐 시가 된다. 소리가 숨어 있는 바위 뒤, 몸짓이 있는 나무, 빛깔이 펼쳐진

골짜기, 상상의 그림과 이야기들을 찾아 떠나는 여행의 안내자, ‘탁쌤’과 ‘노미

쌤’. 숲의 구석구석으로 여행을 하며 만났던 시는 가족들 가슴에 포근히 내려

앉아 언제나 ‘두근두근’, 우정처럼 사랑처럼 나를 울리게 할 것이다. 두 작가는

<시의 숲에서 두근두근>(이하, <시의 숲>)을 이렇게 준비했다.

“<시의 숲>은 가족 참가자가 함께 시를 읽고, 써보는 활동입니다. ‘시 읽기’ 활동

에서는 시의 소리, 냄새, 빛깔, 리듬, 은유를 더듬어 읽으며 시가 읽을 만하다는

것, 세상 어디에나 시가 스며 있다는 것, 모든 사물과 사물, 대상과 대상의 관계

속에서 시가 생겨난다는 것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시를 읽으며 시와 친해진 뒤

에는 시를 써보는 활동을 합니다. 가족들 사이에 가장 따뜻했던 한순간, 사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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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

있던 자리, 그 사랑의 느낌을 그려내어 ‘가족 시’ 한 편을 쓰려 합니다. 시 한 편

이 가족들의 마음속에 따뜻하게 자리 잡아 삶을 이끌어가는 힘이 되기를 바라면

서요. 만해마을 소나무 숲에서 맨발로 걷기, 귀 기울여 듣기, 눈으로 자세히 살피

기, 개울에서 천렵하기 따위의 활동을 하며, 쓸거리를 찾아 시를 써보려 합니다.”

첫 만남은 언제나 어색하다. 아무리 붙임성이 있는 사람도 누군가를, 뭔가

를 처음 만날 때, 접할 때는 쑥스럽기 그지없다. 쑥스러움을 살짝 누르고 입을

여는 순간, 그 말은 어떤 말이든 세상을 만나는 인사가 된다. 처음 세상과 만나

는 갓난아기의 첫울음처럼 그 말은 어떤 소리든 세상과 만나는 인사다. 그리고

한 생명이 삶을 시작하는 선언이고 시(詩)이기도 하다. 누군가를, 뭔가를 만나

건네는 인사는 그래서 ‘배내 시’다.

숲은 비밀도 많고 장난 칠 것도 많고 가만히 있어도 포근함을 주는, 그야말

로 알록달록한 곳이다. 모든 것을 받아주는 숲, 냇물도 그 속에서 흐르고 하늘

도 내려앉는 그곳, 하지만 아이의 마음이 아니라면 숲은 그저 나무가 많은 곳,

공기가 맑은 곳 정도일 것이다. 아이의 마음이 아니면, ‘시의 숲’은 없다. 숲

에서 시를 찾는 것이 아니라, 숲이 바로 시가 되고, 그곳에서 뒹굴고, 생각하

고…. 비밀을 찾듯이 살피지 않으면 숲은 숲이다. 숲이 시가 되고 시가 숲이 되

는 <시의 숲>에서 어눌어눌 ‘탁쌤’을 놓치지 않고 따라가며, 궁금궁금 ‘노미쌤’

을 따라 물음표를 하나 가득 안고 다니며, 시의 숲을 내 마음속에 ‘두근두근’

자리 잡게 해본다.

첫 만남, 친해지는 놀이부터 시작한다. 손을 엇갈려 맞잡고 풀

어준다. 맞잡은 손을 통해 풀어준 마음도 전달될 듯. 둥글게

서서 두 사람이 그렇게 맞잡은 손으로 반대편에 있는 한 사람을 자기 자리로 데

1 첫 번째

워크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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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

려오는, 손님 모셔오기를 한다. 등을 맞대고 음악에 맞춰 걷다가 음악이 바뀌면

짝을 바꾼다. 이제, <시의 숲>에 들어왔으니, 가족 시 읽기로 소개를 이어간다.

작가가 준비한 시집 중에서 자기 가족과 어울리는 시를 한 편 골라 읽으며 가족

을 소개하는 시간, 그냥 읽으면 안 된다. 여기는 숲 속, 모두 아이의 마음이 되

어야 한다. 시의 장면을 몸으로 표현한다. 시를 쓰듯이, 시를 하듯이.

<시의 숲>에서 시 읽기는 목소리만으로는 부족하다. 시의 리듬을 몸으로 표

현하고, 이미지를 만들고, 소리를 찾고, 비유하고, 낯설게 하고…. 이 모든 것

을 아이들이 되어 아이와 함께 놀이로 한다. 이문구의 시, <산 너머 저쪽>, 임

길택의 시, <별> 등을 몸으로 표현하면 어떤 모습일까? 어색해서 키득키득 웃

다가, 진지하게 표현하는 몸짓에 자신도 모르게 조금씩 고개가 끄덕여진다.

이미지 만들기 놀이는 어떤가? 가족들이 시를 한 편 골라 막 뒤에 숨어 시

에 나오는 장면과 소리를 정지 동작으로 표현하면 다른 사람들이 소리를 듣고

어느 장면인지 알아 맞춰본다. 커튼을 조금씩 내려서 어떤 동작인지 보여준다.

표현이 조금씩 쉬워질수록, 알아맞히는 것도 쉬워진다. 그만큼 더 가까워지는

가족들, 친구들, 나와 너. 또 이런 이미지 만들기 놀이는 어떨까? 두 사람이 마

주보고 한 사람은 눈을 감는다. 다른 사람이 시에 나오는 한 장면을 정지 동작

으로 표현하면 눈을 감은 사람이 손으로 더듬거리며 만져 그 정지 동작을 자신

도 표현해본다. 같을까? 다를까?

비유 놀이는 어떨까? 시를 읽고 시에 나오는 인물에 대해 소문을 내본다.

비유를 잘하면 소문은 발 없는 말이니 숲 속을 미친 듯이 뛰어다니겠지. 그리

고 가나다 이어쓰기도 있다. 명사, 동사, 형용사, 부사를 늘어놓고 연결하여 시

를 써본다. 낯설지만 재미있다. 내가 알던 그 단어가 서로 부딪치며 연결되어

낯선 문장이 시구가 될 때, 나는 내가 낯설어진다. ‘시의 숲’에서 정말 ‘두근두

근’거리는 나의 시심(詩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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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

3

027 ‘가나다라마바사’로 이어 쓰는 나의 시

028 ‘시의 숲’에서 ‘춤을’? 두근두근 나의 시

029 “할아버지는 밤낮 바쁘지만/ 우리랑 놀아주신다//

나무를 까까서 팽이를 만들어 주시고/ 신문지 접어서

비행기 만들어 주신다./ 할아버지는 바쁘다 바빠// 내

목소리를 좋아하시는/ 우리 할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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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4

이제 슬슬, 시 쓸거리를 찾아 나서야지, 하는 마음이 보이기

시작했다. 식구들끼리 따뜻했던 한순간을 떠올려도 보고, 숲

속을 거닐며 보물찾기하듯 숨겨진 시를 찾아본다. 햇살이 닿은 등걸과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따위들. 눈 감고 맨발로 풀밭을 걷고, 나무를 만지고, 숲의 소

리에 귀 기울인다. 눈을 뜨고 풀꽃과 벌레와 새를 자세히 관찰한다.

그리고 냇가로 나선다. 망태도 없이 시를 낚으러 개울가로 간다. ‘탁쌤’이

앞장서고 아이들과 아빠들이 따르고, ‘노미쌤’이 뒤에서 엄마들과 함께 냇가로

간다. 만해마을 옆을 흐르는 북천은 물살이 드세다. ‘탁쌤’은 새벽에 일어나 어

디 물살이 약한지, 물고기를 잡을 수 있는지 알아보았다. 잠도 조금밖에 자지

못하고 바지런하게 확인하고 확인해 비교적 잔잔한 물자리를 확인해놓았다.

이제 강물에 어항을 놓거나 반두를 놓아 물고기를 잡는다. 그리고 물에서 빼놓

을 수 없는 놀이, 물수제비뜨기를 하고, 잡은 물고기로 매운탕을 끓인다. 라면

도 넣고…. 정말, 무엇으로 시를 쓰지, 하는 걱정 따윈 여울에 띄어 보내고, 재

미있게 놀다 보면 좋은 시 재료가 가득해진다.

드디어 시 쓰기 시간. 어제 온종일 놀며 얻은 쓸거리 중에 하

나를 골라 시 쓰기를 한다. 어쩌면 이미, 어제 얻은 쓸거리가

밤새 익어서 오늘은 술술 입으로 흘러나오고, 손을 움직이게 하는지도 모른다.

두 번째 워크숍에서 <시의 숲> 작가들은 처음 계획했던 ‘가족 시’ 쓰기를 수

정했다. ‘탁쌤’은, “시는 ‘사물과 현상에 대한 반응’이어야 하는데, 몸은 만해

마을에 있으면서 턱을 괴고 앉아 저쪽에 있는 과거를 떠올리며 ‘가족 시’를 쓰

게 하는 건 맞지 않은 계획”이었다고 했다. 캠프 첫 밤에 잠도 못 자가며 고민

하고 생각한 끝에, 급기야 새벽녘인데도 밖으로 나가 냇물과 만해마을의 공간

을 살폈다. ‘설악산에 왔으면 설악산이라는 공간에서 자연과 사람과 사물과 현

2두 번째

워크숍

3 세 번째

워크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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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5

상에 대한 느낌을, 만해마을과 나의 관계 속에서 생겨나는 느낌을 시로 쓰도록

하는 게 옳은 계획’이라고 생각했다.

만해마을 소나무 가지 위에서 직박구리 물까치 박새 무당새 솔새 매미가 울

고, 북천을 흐르는 물소리가 아름답고, 바람이 강아지풀 달맞이꽃 망초꽃 동자

꽃을 흔들며 지나가고, 푸른 잔디밭에는 아이들이 뛰놀고…. 이런 것에 반응하

는 시를 쓰는 게 좋겠다고 두 작가는 첫날 가족들이 소개하는 자리에서 분위기

를 살피며 ‘아차’ 하는 생각이 들어 워크숍 내용을 바꿨다. 처음부터 예상을 하

지 못했던 게 아쉬웠지만 잠 한숨 못 자고 바꾼 내용이 제자릴 잡게 됐다.

‘맨발로 눈 감고 걷기’와 ‘소리 잡아내어 쓰기’, ‘돌멩이로 리듬을 치며 시 읽

기’, ‘밀가루 반죽으로 시를 형상화하며 시 고치기’는 정말 만족했으나, ‘자기

시를 몸으로 표현하기’는 제대로 하지 못해 두 작가는 아쉬웠다. 하지만 가족

모두 시를 쓰느라, 아니 어제 숲에서 캐고 강에서 낚아온 시를 정리하고 다듬

느라 여념이 없었다.

어느새 떠날 시간, 헤어질 시간이 다가온다. 시화를 그리며, 발

표 준비도 했다. 가족 시 낭송, 시화 전시, 색깔 밀가루 작품 전

시 등등. 이미 세 번째 워크숍에서 작품들은 완성되었고, 전날 온종일 쓸거리

를 찾아서 놀았기에 아쉬움은 없다. 다만, 좀 더 함께하고픈 마음뿐. 하지만 <시

의 숲>에서 얻은 많은 쓸거리로 시를 완성한 뒤에 여운으로 간직하고 떠나야 한

다. 일상 속으로 다시 들어가지만 반복되며 살아져야 했던 그 일상은 아니겠지,

하는 마음이 드는 것은 왜일까? <시의 숲>을 지나 쓸거리를 찾는 능력을 얻었기

때문일까? 아무튼 일상으로 돌아가도 그 일상은 반복되는 날이 아닌, 쓸거리가

지천에 널려 있는 만해마을의 ‘숲’과 ‘강’이길, 그런 일상이길 희망한다.

돌아보니 네 차례의 워크숍이 모두 깊은 연관성을 가지고 있었다. 의도했던

0 마지막

워크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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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6

것뿐만 아니라 그렇지 않았던 것조차. ‘가족 소개하기’, ‘시 맛보기’, ‘쓸거리

찾기’, ‘시 쓰기’, ‘작품 발표하기’는 긴밀하게 연결된 하나의 과정이었다. ‘가

족 소개하기’에서는 자기 가족과 관련이 있는 시를 한 편 골라 처음 만나는 인

사를 했다. 캠프에 참가한 가족이 처음으로 시와 만나는 순간이었다. ‘시 맛보

기’에서는 시 한 편을 골라 시에 나타나는 ‘어느 자리, 어느 순간’을 커튼 뒤에

숨어서 표현하는 놀이를 했다. 시를 고르고 읽고 표현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

게 시의 구조를 파악할 수 있었다. 묘사, 비유, 소리, 이미지, 낯설게 하기 등도

마찬가지.

‘쓸거리 찾기’에서는 ‘뭉클했던 순간 떠올리기’, ‘눈 감고 걷기’, ‘순간의 움

직임 찾기’, ‘강에서 물놀이하기’, ‘물고기 잡아 매운탕 끓여 먹기’ 등을 했다.

놀면서 얻는 쓸거리는 바로 시 쓰기 워크숍 때 발휘되었다. ‘시 쓰기’에서는

‘시 맛보기’, ‘쓸거리 찾기’에서 느낀 것과 얻은 것으로 시를 썼고, 쓴 시를 고

쳤다. ‘시 고치기’는 색소를 섞은 밀가루 반죽으로 자기가 쓴 시를 형상화하면

서 고쳤다. ‘발표하기’는 완성된 작품을 시화로 그렸고, 무대에 올라 시낭송을

했다.

성과를 내야 하는 회사일이 아니므로 시는, 놀이가 될 수 있다. 심심하면 놀

듯이, 아무것도 하기 싫을 때 시를 쓰면 어떨까? 그전에 너무 많은 일을 하고

많은 것을 겪어 아무것도 하기 싫다면, 그 많은 일을 쓸거리로 시를 쓰면 어떨

까? 아무튼…. 어느 아빠는, “우리 나중에 따로 만나서 꼭, 소주 한잔합시다”

했고, 어느 엄마는, “잠자던 시를 찾아내서 기뻐요” 했으며, 어느 아이는, “물

놀이 더 해요. 우웸우웸우웸웸웸웸, 매미 소리 흉내 재미있어요” 했다. 모두

시다. 사람이 시고, 말이 모두 시다. 일상을 쓸거리로 시를! 캠프를 떠나는 가

족들 뒷모습이 출렁인다,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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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1

1 몸으로 표현하고 몸으로 전달하고, 탁쌤! 너무 느려요!

2 시 한 편이 가족들의 마음속에 따뜻하게 자리 잡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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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안경 낀 꽃, 웃는 꽃, 모자 쓴 꽃, 기타 치는 꽃

2 어제 강에서 길어 올린 물고기와 신나게 해먹을 타고 논 시 재료로 시 한 편 뚝딱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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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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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

아무것도 하지 않고 놀기,

놀다 지칠 때까지 놀기 <“곰왔습니다” 놀이하는 곰들의 숲>

머리를 노랗게 물들인 ‘쌤쌤’. 반항? 불량? 그런데 아무리 봐도

귀엽다. 원래 그랬던 것처럼, 마치 황색 털을 휘날리며 마당을 뛰어다니는 강

아지처럼 한없이 귀엽고 자연스럽다. 노란 머리를 휘날리며 오늘도 어느 골목

길 모퉁이에서 허걱, 하고 마주칠 것 같은 천생 ‘쌤쌤’은 아이다. 그가 ‘기린 발

굽’을 닮은 마을에 나타났다. 서울 홍은동 골목길에서 이곳 인제 만해마을의

숲으로 한달음에 달려왔다. “모두 놀 준비 됐나요!”

‘쌤쌤’은 놀 줄 아는 작가다. 그는 어디에서나 잘 논다. 혼자서도 잘 놀고,

둘이서도 잘 놀고, 여럿이면 더욱 좋다. 아이하고도 잘 놀고, 어른하고도 잘 놀

고, 할머니 할아버지하고도 능청능청 어울린다. ‘쌤쌤’의 놀이 주머니에는 온

갖 놀잇감이 들어 있다. ‘쌤쌤’의 생각 주머니에는 갖가지 놀이가 들어 있다.

‘쌤쌤’의 온몸은 놀이 근육으로 울끈불끈한다. 하지만 그는 놀기 위해서 놀지

않는다. 놀이를 하면 이것저것에 좋기 때문에 놀지 않는다. 그냥 논다, 심심해

서 논다. 사람과 만나서 놀고 혼자여서 논다.

‘쌤쌤’은 놀이에 푹, 빠져 있지만 놀이를 위해서 사람을 만나지 않는다. 오

만가지 놀이를 알고 있지만 그에게는 무엇보다 ‘누구’와 ‘어디’에서 노는가가

중요하다. 산에서, 바다에서, 골목에서, 언덕에서, 들판에서, 기차에서, 방 안

에서, 교실에서…. 그는 어떤 장소에서나 놀 줄 아는 놀이꾼이다. 공간 놀이꾼,

‘쌤쌤’. 그가 준비한 ‘기린 발굽에서 놀기’는 과연 무엇으로 채워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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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

“<“곰왔습니다” 놀이하는 곰들의 숲>(이하, <곰들의 숲>)은 아이들이 누구의 눈치

도 보지 않고 자기가 놀고 싶은 대로, 놀고 싶은 만큼 놀고, 엄마 아빠는 아이가

노는 것을 지켜보기만 하는 게 아니라 아이와 함께, 어른들끼리 놀면서 서로서

로를 즐겁고 신나게 만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준비했습니다. 그렇게 가족들이

모여 놀면서 서로가 서로에게 고마워하고, 그러면서 서로를 더 알아가는 시간

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고맙습니다’는 ‘곰왔습니다’에서 유래했을 것이라는 뜬

금없는 상상이 이번 워크숍의 모티브입니다. 인류의 삶 속에서 고마움을 상징하

는 곰, 한때는 그 곰들이 실제로 살았지만 이제는 이야기로만 살아 있는 인제의

숲에 가족들이 모여 서로의 고마움을 느끼며 놀자는 것이 <곰의 숲>에서 하려는

놀기입니다. 참가자들이 곰이 되어 함께 놀면서 서로가 서로에게 “곰아와(고마

워)” 하고, 일상에서 보지 못했던 가족의 무늬를 찾아내고 또 다른 무늬를 그려

가길 바랍니다.”

아이들은 놀이를 하고, 어른들은 지켜보면서, ‘우리 아이는 노는 것도 일등

이야, 남들에게 지면 안 돼’ 하면서 흐뭇해하는 것은 같이 노는 것이 아니란다.

모두 아이가 되어 놀고, 모두 어른이 되어 놀고, 모두 숲이 되어 놀고, 모두 바

다가 되어 놀면서, 곰이 말하듯 서로에게 싱글벙글 ‘고마움’을 전하고 이것저

것 모든 것을 숲에서 서로서로에게 ‘받아’주며 노는, <곰들의 숲>이다.

수줍게 건네는 인사로 만나기도 하지만 때론 격렬한 ‘싸움’으

로 만나기도 한다. 싸움도 가지가지. 서로 때리고 치고받거나

헐뜯거나 하는 못된 싸움 말고 좋은 싸움은 없을까? 닭싸움, 손뼉싸움, 가위바

위보, 묵찌빠 등등 싸움 놀이는 어떨까? ‘싸우면 친해진다’는 말은 이럴 때 쓴

다. 싸움 놀이, 친해지기 위해 싸우는 경우도 있다. 곰을 맞이하는 시간, 워크숍

1 첫 번째

워크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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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

장소에 들어오기 직전, 가위바위보를 하면서 시작한다. 이기면 바로 들어갈 수

있고, 지면 뒤로 가서 자기 차례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다시 한판, “가위

바위보!”

숲 소개를 하는 시간, 워크숍 일정과 프로그램을 간단히 설명한다. 곰이 나

오는 사진을 화면으로 보면서 <곰들의 숲>을 소개한다. 곰이 되어 보는 시간,

나무로 만든 카주, ‘나불이’를 만들어 노래하면서 함께 불고 논다. 먼저 나무를

사포로 부드럽게 만들고 그리고 싶은 것을 그려 꾸민다. ‘예쁜 곰’, ‘밥 잘 먹

는 곰’ 등 같이 노는 동안 불리고 싶은 곰 이름을 정해서 써넣는다. 다 만든 나

불이로 소리를 내어본다. 역시, 아이들이 쉽게 소리를 낸다. 부끄럼이 없을 때,

나불이는 소리를 낸다. 그리고 만든 나불이를 자랑하면서 소개 시작. “예쁜 곰

입니다. 삐잇삐입.” “밥 잘 먹는 곰입니다. 뿌뿌뿌우.” 모두 나불이를 만들었

다면, 이제 소리를 내본다. 같이 소리를 내려면 모두 아는 노래에 맞춰야겠지.

<고향의 봄>? <앞으로>? 정했다면 ‘나불나불’ 불어본다. 화음도 넣어보고 사이

음도 넣어본다.

숲 속의 곰 전설을 듣는 시간, 곰배령 전설과 곰에 관한 짧은 영상을 보고,

곰 이야기를 만드는 시간이다. 무늬의 크기가 제각각인 나무 디스크 가운데 각

자 마음에 드는 것을 골라 원하는 대로 그리고 색칠한다. 그런 다음 각자가 완

성한 것을 모아 우리 가족의 곰 이야기를 만들어본다. 그리고 자유롭게 아이

들 어른들 가릴 것 없이 하고 싶은 놀이를 하며 논다. 잔디밭에서 뛰어 놀기도

하고, 숲다방에서 차도 마시고, 아무것도 하지 않기 놀이, 쉬는 놀이도 하면서,

모든 것을 노는 것으로 놀면서….

숲 속 곰 전설을 이어서 만드는 시간, 어제 못 다한 곰 이야기

를 완성한다. 마스킹 테이프, 실, 포스트잇 등을 활용해 이야2두 번째

워크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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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3

기를 쓰고 꾸민 다음, 완성된 것을 벽에 붙여본다. 이어서, 곰들의 이야기 바다

시간, 곰배령 전설과 영상을 보고, 가족끼리 곰 이야기로 그림판을 만든다. 바

닥에 여러 장의 전지를 이어 붙여 펼쳐놓고 그 위에 가족들끼리 둘러앉아 하

고 싶은 이야기를 만들어본다. 먼저 무늬와 크기가 제각각인 나무 디스크에 원

하는 대로 그리고 색칠한다. 다양한 재료와 함께 바닥 전지에 붙이거나 천장에

설치한 거미줄에 매달아서 가족들의 이야기가 바다를 이루도록 만들어보는 시

간이다. 가족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그 모든 것을 받아주는 바다, ‘숲에서 바

다’, 서로서로 바다처럼 받아주는 가족. 걱정과 불만, 불안은 어느새 말로 글로

그림으로 쏟아져 나와 받아주는 가족들의 종이 위에, 나무판 위에 펼쳐져 바다

를 이룬다. 가족의 바다, 이해의 바다, 즐거움의 바다, 놀이의 바다를 이루고,

받아준다.

시원한 곰탕, 북천의 물에서 첨벙첨벙 물놀이를 하며 노는 시

간. 물가 숲에 그물침대, 해먹을 걸어볼까? 자, 타고 놀아볼

까? 떨어질까 두려워 주뼛주뼛하는 아이들. 용기 있게 올라타는 아이들. 떨어

지면 아프겠지만, 겁 없이 노는 것도 놀이의 방법. 흔들흔들하다가 철렁철렁 흔

들리는 해먹, 크게 흔들릴 때마다 심장도 콩닥콩닥, 무섭고 재밌고 즐겁다. 곧

해먹으로도 풀리지 않는 철렁철렁 놀이의 즐거움. 이제 그네를 타볼까? 큰 나

무에 밧줄을 걸어 그네를 만든다. 무엇이 보이니? 서울! 거짓말! 정말! 나도 탈

래! 기다려, 인천도 보인다. 앞으로 가면 인천, 뒤로 가면 강릉, 울릉도도 보인

다! 더 볼 게 없으면 그네에서 내려, 강물로 첨벙, 들어간다. 물싸움, 물에서 달

리기, 편먹고 물 먹이기…. ‘쌤쌤’을 잡아라, 아이들이 첨벙첨벙. 노란 머리가

물속으로 들락날락, 어푸어푸. 물가로 다시 나와 불 피우고 둘러앉아 젖은 옷을

말린다. 마시멜로도 구워 먹다가 가만히 있지 못하고 또 놀다가, 다시 첨벙첨

3 세 번째

워크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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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하는 ‘스태프’가 아닌, 

함께하는 ‘돕는 이’  

아이들은 넓은 초록 잔디 위를 마음껏 뛰어다니고, 일과 육아에 지친 부

모들은 아이들과 살짝 떨어져 개인의 시간을 보낼 수도 있다. 어떤 주제

를 가지고 하든, 무엇을 하든 관계없이, 이전에 가족들이 함께 집이 아닌

다른 공간으로 옮겨져, 다른 가족뿐만이 아닌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그 안에서 또 색다른 프로그램까지 만나니 일단 그 설렘만으로도 캠프는

성공적일 수밖에 없지 않을까?

그런데 거기에 일상 속에서 인간미 넘치고 멋진 삶을 살아내고 있는 예

술가들을 만나 그들과 함께 생활하고 그들과 함께 이야기하고 그들과 함

께 작업을 하고 그들의 삶을 나누면서 가족들은 새로운 삶과 다양한 경

험을 하게 된다. 또한, 그 캠프장 안에서는 모든 사람이 스스로 선택하고

알아서 결정하도록 그 누구도 규제하지 않고 강압하지 않으며 늘 자유롭

고 평온하고 편안하다.

비타민컴이 생각하고 추구하는 운영팀의 역할은 기획자가 상상하고 만

들고자 하는 것을 구현할 수 있도록 돕는 것, 아티스트가 오롯이 참가 가

족들과 잘 놀 수 있도록 돕는 것, 참가 가족들이 불편함이 없도록 잘 먹

고 놀다 갈 수 있도록 돕는 것, 그리고 운영팀 스스로도 즐겁게 도울 수

있도록 돕는 것! 흔히들, 운영팀을 스태프라고 하는데 그 역할을 맡은 사

람들을 우리는 일을 하는 스태프가 아닌 함께하는 ‘돕는 이’라고 부른다.

기획자가 구상한 것이 잘 만들어진 것을 볼 때면, 아티스트가 온전히 가

족들과 함께 놀이와 작업에 집중하는 모습을 볼 때면, 다 같이 헤어짐을

아쉬워하는 모습을 볼 때면, 오가며 누구든 눈이 마주쳤을 때 입 꼬리를

살짝 올리며 보여주는 ‘므흣’한 미소를 볼 때면, 돕는 이로서 그 설렘과

뿌듯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그 맛에 캠프를 하지 않나 싶다. 캠프는

언제나 힘들지만, 그래도 늘 설레고 참 매력 있는 프로젝트 중의 하나임

이 분명하다.

한바다

인문예술캠프

달빛감성

가족참여형 운영팀

총괄팀장 (비타민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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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5

벙, 들락날락, 어푸어푸….

실컷 놀았으니, ‘페어웰’을 준비해볼까? ‘곰아와요’ 편지 매달기와 ‘나불이’

공연을 연습하는 시간. 같이 놀면서 고마웠던 사람에게 ‘곰아와요’ 편지를 쓰

고 둘둘 말아 실로 묶어 천장 거미줄에 매달아놓는다. 고마운 마음, ‘곰아곰아’

가 ‘와요와요’ 하며 흔들흔들 매달려 있다. 고마운 마음이 출렁이는 <곰들의

숲> 방. 페어웰 때 다른 워크숍 팀에게 들려줄 ‘나불이’ 연주. 놀듯이 말하듯이

연습하듯이 즐기면서 준비, 끝!

사진 슬라이드 보는 시간, 이틀 동안 놀았던 모습을 사진으로

돌아보는 시간, 함께 놀았던 시간은 어느새 사진 속에 담겨 있

다. 즐겁고, 신나고, 숨 가쁜 시간을 한 장 한 장 돌려보면서 재미있는 장면과

표정은 확대해본다. 즐거움이 가득한 사진이 쌓여갈수록 마음에는 벌써 그리

움이 뭉클, 쌓인다.

곰 주머니 만들기를 하는 시간, <곰들의 숲>을 기억하게 하는 주머니 가방

을 꾸며본다. 천 가방에 염료용 크레파스로 그림을 그리고 다림질을 하면 간단

히 완성된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그리느냐는 것. 곰 주머니를 다 만들었으면

거기에, 전지에 붙여놓았던 자신의 나무 디스크를 담는다. 또 거미줄에 매달아

놓았던 ‘곰아와요’ 편지를 내려서 출렁출렁한 마음을 전해준다.

이제, 돌아가 그동안 살아온 생활공간에서 놀아봐야지, 놀지 못할 장소는

없으므로, 놀이는 작심해야 할 수 있는 게 아니므로. 자연스럽게 그러함으로

놀게 되고, 심심함이 깊어지면 놀게 되고, 친구를 만나면 놀게 되고…. 이제,

가족들과 모여도 놀 수 있으니, 나는 놀이의 달인? 곰왔어요, 고마워요. 노는

걸 다 받아준 숲에서, 이제 바다로 가야죠. 즐거웠던 곳에서 즐거워야 할 곳으

로, 그곳이 바로 ‘고마운 바다’! “고맙습니다.” 놀이하는 곰들의 숲.

0 마지막

워크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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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나불나불나불나불나불… 우리는 나불이를 부는 ‘놀이하는 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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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쌤쌤이 나불나불하면… 나도 나불나불…

2 거미줄에 ‘고마와요’ 편지를 ‘단디’ 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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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테를 따라

흐르고 뭉치고 감싸는 가족의 향기 <목공소, 나무에 흐르는 시간>

남머루는 목수다. 목수로 불리길 좋아한다. 작가, 아티스트라고

부르면 멋쩍어 한다. 그렇다고 적극적으로 그렇게 부르지 말라고 하지는 않지

만, 얼굴에 쑥스러움이 역력하다. 배려해달라고 하지 않는 배려, 자신을 부르

는 사람들의 호칭을 애써 정해주지 않고 편하게 부르고 싶은 대로 부르도록 하

는 그런 배려심. 나무를 닮았다. 남머루를 나무에 비유한다면 물기를 조금 머

금고 있는 단단한 나무가 아닐까? 어느 정도의 물기를 머금고 있어야 좋은 나

무인지는 모르겠지만, 가구를 만들기에 좋은 나무처럼, 쓰임새를 염두에 둔 나

무가 아니라, 선인의 지혜가 담긴, 쓸모없는 나무의 쓸모가 돋보이는 그런 나

무다. 가구가 될 나무가 아니라 오래도록 그늘을 만들어주고, 열매를 맺는 구

불구불한 나무가 남머루와 어울리는 나무다.

목수 남머루는 나무로 가구를 만들지만, 사람을 가구에 맞추지도 사람에 가

구를 맞추지도 않는다. 그저 햇볕에 그늘을 만들 듯이 가구와 사람의 관계를

생각한다. 사람에게 필요한, 또한 가구로 따뜻해지는 사람, 더욱 사람다워지는

사람을 그는 바라며, 가구에 생명을 불어넣는다. 이 단단하면서 촉촉한 목수의

워크숍은 어떠할지 궁금하다. 그늘을 만드는 나무답게 그는 참가자를 떠올려

워크숍을 설명한다. 그늘을 함께 만든 이야기.

“워크숍에 참가한 한 가정이 있었는데, 짐작컨대 아빠 혼자 아이들을 돌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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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부모가정’이었던 것 같아요. 누나와 남자 형제, 그리고 아버지, 4인 가족이

참가했는데, 형인 남자아이는 첫날, 재미없다, 귀찮다며 그냥 게임하고 싶다며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했어요. 누나는 한창 사춘기인 듯, 화장 고치기 바빴어요.

그런데도 아빠는 아이들에게 별 관심을 보이지 않고, 그냥 자신의 작업만 열심

히 했어요. 다음 날 오전, 그 형제와 다른 가족의 아이들 몇 명과 함께 톱을 들고

나무를 구하러 여기저기 숲을 뒤지고 다녔어요. 아이들하고 가위바위보해서 진

사람이 나무를 자르기로 했는데, 동생이 걸려서 나무를 잘랐죠. 동생이 힘들어

하니까 형이, 대신해줄까, 하더니 톱질을 열심히 했어요. 그리고 베어놓은 나무

를 목공소로 옮겨 오고 있는데, 동생이 또 무거워하니까 동생 것까지 들고 가는

거예요.…”

이야기는 끝없이 이어진다. 이 목수, 의외로 수다쟁이다. <목공소, 나무에

흐르는 시간>(이하, <목공소 시간>)은 온전히 몸으로 작업하는 워크숍이다. 몸과

맘이 피곤할 텐데도 이야기가 끊이지 않는다. “하루만 더 같이 있었더라면, 정

말 좋은 작업을 함께해볼 수 있었을 텐데….” 수다는 아쉬움이 쌓여 쏟아져 나

오는 갈망 같은 것일까? 맘결이 촉촉한 나무 같은 남자, 휘어지고 구부러졌지

만 무성한 나뭇잎으로 그늘을 만드는, 쓸모없는 나무의 쓸모를 아는 목수, 남

머루의 <목공소 시간>이 흐른다.

드디어 가족들이 도착했다. 점심 식사 후 갖는 첫 만남. <목공

소 시간>에 어울리는 ‘첫’을 위해 나무 이름표를 만든다. 아직

은 서로 얼굴만 아는 사이. 서먹서먹한 마음을 다듬듯 톱으로 자른 나무에 사포

질을 한다. 내 이름이 반짝반짝 빛나라고, 부드러워지라고. 나에게 우리에게 던

지는 시간. 다듬은 잘린 면에 이름을 적는다. 드릴로 작은 구멍을 내어 끈을 단

1 첫 번째

워크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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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

다. 나무 목걸이 이름표. 목에 걸고 서로 인사한다. 이름표를 손으로 들어 보이

면서 “안녕하세요.” 서로 인사를 배불리 나눴을 때, 돕는 이와 안내자를 소개한

뒤, 함께할 <목공소 시간>을 소개한다. <목공소 시간> 이름표에 떠오르는 단어

들, 흘러온 시간과 흘러갈 시간, 가족의 무늬, 시간, 경로, 향기, 숲….

아직도 남은 어색함을 더는 방법은 작업을 하는 것, 이런저런 공구와 재료

를 찾아 작업을 한다. 나무 목걸이를 비롯해, 나무 반지, 연필꽂이 등등. 작업

하는 동안 나무와 나무 사이, 사람과 사람 사이에 ‘섬’들이 생긴다. 작업 후 저

녁 시간 전까지 휴식하는 동안 참가자들은 그 ‘섬’으로 간다. 목걸이 이름표를

만들면서, 나무 반지를 만들면서 나무의 나이테를 따라, 나의 생애를 짚어보고

나누며,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 가족이란 무엇일까, 어떠해야 하는가를 생각해

본다. 어느새 생각은 그 ‘섬’으로 가족들을 이끈다.

나무 도마를 만드는 시간, 도마에 새겨진 칼자국은 가족의 시

간이 주름 잡힌 것이라 할 수 있다. 칼자국이 몸에 새겨지면

상처가 되고 흉터가 되지만 도마에 새겨지면 가족의 시간이 된다. 사랑과 염려

와 걱정, 때로는 섭섭함으로 촘촘히 얽히고설킨. 가족이 서로 힘을 모아 일을

나눠 도마를 만든다. 앞으로 흘러갈 가족의 시간이 새겨질 도마.

작가가 준비해온 목재는 참나무, 단풍나무, 너도밤나무, 벚나무 등 네 종류

다. 나무의 특성을 간단히 설명하고, 각자 마음에 드는 나무판재를 고른다. 나

뭇결을 살피고 가족들 마음결도 염두에 둔다. 대패, 실톱, 전동드릴 등 수공구

사용법과 주의할 점을 세세히 안내해준다. 귀를 쫑긋 세우고 아이들도 어른들

도 모두 열심히 듣는다. 하지만 수공구를 처음 사용해보는 참가자들이 대부분

이어서 들은 내용을 잊기 싶다. 가족들이 작업을 시작하고, 작가는 한 사람 한

사람 어려운 작업을 살피고, 안전사고가 나지 않도록 다시 한 번 주의할 사항

2두 번째

워크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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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 같은 캠프, 

영원히 잊히지 않을 것 같은…

캠프에 참가하기 전에는 하고 싶은 워크숍이 많아서 왜 한 가지 워크숍,

저는 <목공소 시간>인데, 그것 한 가지만 해야 하는지 아쉬웠다. 그런데

막상, 캠프에 들어오고 보니, <목공소 시간>만으로도 정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지났다. 보기에는 작은 건데, 그거 하나 만들면 오전이 지나고,

또 하나 만들면 오후가 지났다. 어떨 때는 그것조차 제대로 완성하지 못

할 때도 있었다. 그런 점에서 정말 아쉽다. 시간이 짧은 게, 돌아가야 한

다는 게. 작업하는 동안 몰입하느라 쓸데없는 생각을 하지 않게 되고 나

뿐만 아니라 가족들도 공부하느라, 돈 버느라 받은 스트레스가 치유되는

것 같아서 좋았다. 같은 작업을 가족이 나눠서 하고, 의견도 교환하는 건

처음이었다. 언제까지 잊히지 않을 것 같다. 이런 경험은 처음이다. 첫사

랑이 잊히지 않는 것처럼, 달빛감성 캠프가 그렇다. 이곳은 시간이 멈춘

듯했다. 일상에서 벗어나 쉰다는 의미 이상의 보람? 그런 걸 느꼈다. 돌

아가려니 아쉽다.

나에게 가족이란 현재이고 미래다. 현재를 열심히 살아야 미래도 불안하

지 않게 맞을 수 있듯이, 가족은 현재 나와 관련 있는 사람들 중에서 내

가 가장 신경 쓰고 잘해야 하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미래에도 믿을 수 있

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그런 가족과 함께한 의미 있는 첫 캠프여서

좋았다. 가족이 같이 하는 캠프는 좀처럼 없는데, 이렇게 편안하고 알찬

프로그램까지…. 그리고 생각지도 못했던 여러 가지를 준비해줘서 아름

다운 이곳이 더 편해진 것 같다. 일정표에 나와 있지 않은 여러 가지, 가

령, ‘숲다방’이라든지, 방방마다 투박한 질그릇에 예쁜 곳을 꽂아둔다든

지, 일일이 말로 할 수 없을 정도로 세심한 준비와 배려가 좋았다. 그리

고 이제 떠나야 한다는 게 정말 아쉽다.

인문예술캠프

달빛감성 강원

참가자

Page 64: 2015 인문예술캠프 달빛감성 스케치 '달빛, 사람의 무늬를 새기다

062

을 확인하고 작업하는 시범을 보여주며 진행한다.

대패로 나무판재의 면을 고르고, 대패로 작업하기 버거운 참가자들은 사포

로 열심히 나무의 면을 고른다. 사각사각, 사포질하는 소리가 말소리를 덮을

때쯤 모두의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힌다. 맺힌 땀을 몇 차례 훔쳐내고 나니

만질만질해진 표면을 살피는 눈이 반짝인다. 드디어 실톱으로 도마의 모양을

만드는 시간, 고래처럼 만들고 싶은데, 그만 커다란 탁구배트가 되고 말았다.

나뭇잎처럼 만들고 싶었는데, 말풍선이 되고 말았다. 하지만 실망보다는 즐거

움이 땀방울처럼 솟아난다. 손잡이에 고리를 걸 수 있도록 드릴링머신으로 뚫

고, 다시 한 번 부드러운 사포로 면을 다듬은 후, 오일로 마감한 뒤, 그림을 예

쁘게 그려 완성. 이제 저 도마에 가족의 시간이 흐르고, 수많은 희로애락이 새

겨질 듯. 걸어놓은 나무 도마를 바라보며 모두 흐뭇한 얼굴로, 도마 한 번 바라

보고, 서로 얼굴 마주보고….

향초를 만드는 시간, 초는 어둠을 밝혀준다. 또한, 그 밝음의

시간을 자신의 몸으로 기록한다. 사라지면서 밝아지는 시간을

준비하는 또 다른 시간. 본격적인 작업 전에 아이들을 중심으로 물놀이를 한다.

어른들은 목공소에서 두 번째 워크숍의 남은 작업을 한다. 아이들이 물놀이를

마치고 목공소에 도착한다. 향초 만들기를 간단하게 안내하고, 준비한 20여 종

의 아로마 오일을 소개한다. 그리고 오일 향기들을 맡고 그 느낌을 말한다. 향

기가 느낌이 되는 순간, 말은 향기처럼 사람들의 마음으로 전달된다.

가족의 향기는 어떤 느낌일까? 갖가지 아로마 오일을 섞어서, 우리 가족의

향기를 만든다. 엄마의 향기와 아빠의 향기, 아이들의 향기가 뒤섞여 새롭지만

익숙한 향기를 만든다. 가족의 향기를 담은 향초. 티라이트컵에 가족의 향기를

블렌딩하고, 둘러앉아 왁스를 녹여 컵을 채운다. 채워진 왁스가 굳어가는 시

3 세 번째

워크숍

Page 65: 2015 인문예술캠프 달빛감성 스케치 '달빛, 사람의 무늬를 새기다

063

간, 그동안 향초 꽂이를 만든다. 향초 크기에 맞게 마치 우리 가족을 보듬어주

는 우리 집처럼 향초 꽂이는 향기를 보듬어줄 것이다.

작은 나무판재를 잘 마름질해 티라이트컵이 들어갈 수 있도록 드릴링머신

으로 우물처럼 파는 작업이 끝날 때쯤 향초는 향기를 단단히 가두고 굳어 있

다. 완성된 향초를 향초 꽂이에 꽂으면 우리 가족의 향기는 완성된다. 이제 그

향기가 퍼져갈 수 있도록 심지에 불을 붙이는 시간, 가족의 마음은 두근두근

향기를 일깨운다. 마음과 마음을 이어가는 향기, 그 향기가 가족을 감싸는 시

간, 긴 여름 해는 어느새 뉘엿뉘엿 서산에 걸렸다.

가족은 과연 무엇일까? 우리 가족 옆에, 앞에 함께 앉아 있는

다른 가족들은 정말 우리와 남일까? 그들도 다른 의미에서 가

족이 아닐까? 그런 생각을 공유하고 함께 생각해보자는 의미에서 물음표를 던

지는 시간으로 마지막 워크숍을 맞이했다. 먼저, 가족 구성도를 역피라미드 모

양으로 만들어 이야기를 시작한다. 지금, 내가 이 자리에 있으려면 몇 명의 조

상이 필요할까? 1대를 30년으로 가정할 때, 30대를 거슬러 올라가면 대략 900

년 전이고, 그때 10억여 명의 조상이 1000년 후의 나를 만들기 위해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 1000년 전 이 땅의 인구는 얼마나 될까? 세계 인구가

10억 명 됐을까? 그렇다고 한다면 우리 모두는 사실 가족이지 않을까 하는 이

야기.

이런 생각을 나누면서 캠프를 마무리하는 마음에 물음표 하나를 던진다. 가

족과 가족이 모여 이루는 새 가족, 그렇게 넓어진 가족은, 어쩌면 가족이어서

감내해야 하는 속박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가족의 새로운 의미를 얻을 수 있을지

도 모른다. <목공소 시간>의 공간에는 공구와 목재, 그리고 가족들이 완성한 목

공 작품이 두런두런 둘러앉은 가족이 되어 마지막 워크숍을 아쉬워하고 있다.

0 마지막

워크숍

Page 66: 2015 인문예술캠프 달빛감성 스케치 '달빛, 사람의 무늬를 새기다

1

Page 67: 2015 인문예술캠프 달빛감성 스케치 '달빛, 사람의 무늬를 새기다

1 ‘나무에 흐르는 시간’을 찰칵!

2 슬근슬근 톱질하세, 송글송글 솟는 땀

3 나무 이름표 만들기, 서먹서먹한 마음을 잘라내듯

2 3

Page 68: 2015 인문예술캠프 달빛감성 스케치 '달빛, 사람의 무늬를 새기다

1

2

Page 69: 2015 인문예술캠프 달빛감성 스케치 '달빛, 사람의 무늬를 새기다

1 너와 나의 향기를 담아 향초를 만드는 저녁

2 나무 목걸이를 걸며, 가족의 마음을 걸며

3 엄마가 목공소에 톱질 하러 가면, 아가는 혼자 남아, 그림을 그리지요

3

Page 70: 2015 인문예술캠프 달빛감성 스케치 '달빛, 사람의 무늬를 새기다

068

햇살과 흙냄새와 나무 향,

그리고 춤추는 사람들 <춤추는 소나무 숲>

김주빈은 춤꾼이다. 어떤? 무슨? 말하기 쉽지 않다. 움직임이

춤, 춤이 움직임, 춤이 언어, 언어가 바로 춤인 춤꾼, 김주빈. 사람들이 자기 몸

의 움직임을 알고, 그 움직임이 춤이 되는, 생활에서 예술의 재료를 만들기를

바라고 또 그렇게 예술교육을 하는 작가. 또한 프로 춤꾼으로서 자기 몸의 움

직임을 무대(모든 공연이 이뤄지는 곳)에서 가장 절정의 순간으로 끌어내려는, 그

러기를 바라는 무용가라고 말해도 그를 모두 설명할 수는 없다. 이럴 때는 그

냥 쉽게 설명할 수밖에는 없다. 춤꾼, 그 속에 함축된 의미는 빅뱅 직전의 점

과 같은 우주라고 하면 너무 과장일까? 아니다. 예술가, 작가, 아티스트는 그

사람이 곧 세계다. 흔히, 말하는 그 사람의 예술 세계, 할 때 그 세계. 그러므로

빅뱅으로 이루는 우주처럼, 춤꾼 김주빈의 세계는 터졌고, 팽창하고 있다.

“캠프 참가자들이 자신의 몸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는 것이 이번 가족 캠

프, <춤추는 소나무 숲>(이하, <춤추는 숲>)의 목표이자, 슬로건이죠. 내 몸이 건강

하고 그 몸을 내가 알면, 어떤 일, 어떤 환경에서도 엄청난 에너지를 발휘할 수

있다고 확신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몸의 말을 듣는 것을 이번 캠프에서 해보려

했습니다. 일을 잘하기 위해 몸을 쉬게 하는 것이 아니라, 내 몸을 잘 알기 위해

그동안 기계적으로 움직였던 몸을 멈추고 찬찬히 관찰하고 하나하나 움직여보

고 마침내 내 몸의 말을 들어보는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그런 점에서 <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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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9

추는 숲>은 춤을 배우는 워크숍이 아닙니다. 아니, 춤은 궁극적으로 내 몸이 하

는 말을 듣는 것이므로, 제대로 된 춤을 배우는 것이겠죠. 손동작, 발동작, 이런

기술을 가르치고 배우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이 인문이라고 할 때, 그 사람들

의 몸짓, 움직임, 동작, 심지어 호흡조차 기록한 것은 인문, 즉 사람을 새긴다

는 것이므로 춤은 가장 원초적인 인문이 아닐까 하고 자신 있게 말하는 김주빈

작가. 그의 <춤추는 숲>에는 어떤 사람들의 이야기가 새겨질지 궁금하다. 그를

따라 <춤추는 숲>으로 들어가본다.

몸의 감각을 일깨워 서로 친해지는 시간. 두 명이 됐든 서너

명이 됐든 아니면 그 이상이든, 가족이 함께 캠프에 참가했으

니 그들을 좀 편히 쉬게 해주자, 뭔가 워크숍 프로그램을 진행해도 쉴 수 있는

내용으로 채우자는 게 목적이었다. 처음 본 사람이든, 서로가 너무나 익숙한 가

족이든 캠프라는 시공간에서는 어색함이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우선 친해져

야 한다. 그렇게 관계가 형성되고, 유대감이 생기면 새로운 커뮤니티가 그 안에

서 생긴다. 가장 친해지기 쉬운 방법은 스킨십이다. 서로 부딪치고 손잡고 뛰

고…. 그렇게 에너지를 주고받는 것이 필요하다. 그동안 잠자던 몸의 감각을 일

깨우는 동작으로 몸을 부위별로 나눠서 움직이게 한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서로 기대고 의지하게 한다.

‘정삼각형 만들기 놀이’. 마음에 드는 두 사람을 속으로 선택해서 그 사람들

과 내가 정삼각형을 이루도록 자신을 움직인다. 하지만 내 마음과 달리 두 사

람은 멈춰 있지 않는다. 그 두 사람도 누군가 두 사람을 정해 정삼각형을 만들

려고 움직이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이 움직이면서 서로 부딪치고 우왕좌왕하

1 첫 번째

워크숍

Page 72: 2015 인문예술캠프 달빛감성 스케치 '달빛, 사람의 무늬를 새기다

‘외롭지 않은 사람들의 관계’가 인문이라면 

‘가족은 친구 같은 사이’여야 

‘가족은 친구’다, 친구 같은 가족 사이여야 한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야

가족이 울타리가 되지만 스무 살이 넘으면 가족이랑 어울리지 않으려 한

다. 친구들과 밖에서 놀지, 집에 있는 시간도 줄어든다. 결혼하면 완전히

부모를 떠나게 되고. 내가 자라온 경험으로 봐도 그렇다. 사춘기 때도 속

내 고민은 부모나 가족에게 안 하게 된다. 고민은 친구와 나누게 된다.

사실, 부모가 되니 아이들과 어떤 사이가 되면 좋을까 하고 자주 생각하

는데, 결국 친구 같은 사이가 가장 좋은 관계가 아닐까 한다. 나와 아이,

나와 부모님이 친구 같은 사이가 되어야지 서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

이가 된다. 속내를 털어놓고 고민을 말하고…. 친구 같은 사이가 아니어

도 가족이니까, 영원히 관계가 유지되겠지만, 어떻게 영원히 함께하는

사이가 될까 생각해보면 결국 친구 같은 사이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

는 생각을 하게 된다. 가족이 친구 같은 사이가 되지 않으면 연락이나 왕

래도 줄어들게 되고…. 인문예술캠프, 인문이, 내가 생각하기에는 사람

들 사이에 외롭지 않은, 무관심하지 않은 관계를 말한다고 내 나름대로

생각해보는데, 그렇다면, 가족 사이가 친구처럼 되면 인문적인 게 아닐

까 한다. 이번 캠프는 그런 인문, 그러니까 친구 같은 가족 관계를, 생활

에서 쉽게 접할 수 있고, 할 수 있는 생활 예술로 연결해주는 캠프가 아

닌가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캠프에서 얻어가는 게 많은 것 같다. 한때

좋은 추억 이상의 의미로….

인문예술캠프

달빛감성 강원

참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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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1

면서 어떤 혼돈 속에서 그 나름의 움직임이 생기고 만남이 생기고 어색함이 사

라지고 얼굴의 표정이 살아난다. ‘넌 나의 꼭짓점이야’ 하는 마음. 그리고 ‘속

으로 생각한 사람과 가장 가깝게 붙어보기, 또는 가장 멀리 떨어져보기’. 이 또

한 여러 움직임이 생긴다. 어색함을 지우는 어지러운 움직임. 속으로만 생각했

는데 그 사람이 나를 알게 되고 말로 주고받지 않았는데 이미 서로가 연결된

움직임이 나타난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나누는 첫인사는 어쩌면 이런 것이었

는지도 모른다. 몸으로 감각으로 너와 나의 거리를 가늠하고, 멀어졌다 가까워

졌다 또, 일정한 거리를 계속 유지하는 움직임으로, 눈빛으로 나눈, 춤으로 나

누는 인사, 사람들의 ‘첫’. 그리고 가족의 탄생!

몸의 공간감을 깨우는 시간. 만해마을 소나무 숲으로 들어가

나무가 된다. 숲 공간을 채우는 건 나무와 바람과 햇빛, 그리

고 사람들. 오늘은 만해마을의 소나무 숲에 ‘춤추는’ 사람들이 자리한다. 한 아

이가 서 있다. 그 아이의 발목을 잡고 또 한 아이가 앉는다. 그 아이의 등을 감

싸고 엄마가 앉는다. 엄마의 등에 기대 아빠가 앉는다. 아빠의 어깨에 손을 얹

고 또 다른 아빠가 선다. 그렇게 몸과 몸을 연결하면서 소나무와 소나무 사이를

잇고 소나무 숲을 채운다. 햇살이 반짝, 아이의 발목과 엄마의 어깨, 아빠의 머

리를 만진다. 처음에는 뻣뻣하게 서 있던 사람들이 나무처럼 모양을 만든다. 휜

나무, 구부린 나무, 움츠린 나무, 꺾인 나무…. 모두 어떤 식으로든 몸을 연결해

공간에 들어선다. 숲은 이제, 나무와 바람과 햇빛과 그것들을 닮은 사람들로 꽉

찬다. 마치, 춤추다 그대로 멈춘 사람들처럼. 그러다가 또 바닥에 누워 하늘을

본다. 하늘로 모아져 오르는 나무의 줄기들. 그 줄기를 따라 오르는 나의 시선.

눈부셔 그만 눈을 감는다. 그러면 땀이 천천히 마르는 것과 숨이 조금씩 안정되

어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대로 잠들어도 좋은 시간, 그렇게 아무것도 하지

2두 번째

워크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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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2

않으면서 공간 속에서 공간이 되는 순간이 춤의 절정일지도 모른다. ‘춤추는 소

나무 숲’에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들이 공간을 채우고 공간이 되어간다.

페어웰 파티를 준비하는 시간. 몸과 몸이 만나, 새로운 만남을

이룬 사람들, 가족들. 이제 나의 모습을, 우리들의 만남을 또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시간. 그런 더 커진 만남. 몸의 저 밑바닥에서 끓어

오른 에너지를 한껏 모아 한꺼번에, 한 번에 터뜨릴 시간을 준비한다. 만신이

접신하는 순간처럼 자신도 놀랄, 폭발하는 에너지. 그런 때가 있다. 그 시간을

준비한다. 캠프의 절정, <춤추는 숲>의 하일라이트. 지금까지 내가 지켜왔던,

조심스럽게 다뤄왔던 몸을 한꺼번에 던져, 몸의 흔적을 기록한다. 몸에 페인트

를 묻히고 몸의 움직임, 그 원초적 즐거움과 제의를 커다란 광목천에 그린다.

각양각색 몸의 흔적이 자유롭게 끊어지고 이어지며, 시간을, 공간을 대신한 광

목 위에 프린트된다. 그 어떤 언어도 몸의 언어를 대신하지 못한다. 그 언어는

이번 캠프의 시간을 내 몸이 기록한 것인 동시에, 지금껏 살아온, 살아낸 내 삶

의 기록이기도 하다.

말없이 말하는 몸의 언어를 페어웰 파티 장소에 전시한다. 그 야외무대 이

름은, ‘님의 침묵’이다. 침묵이 ‘님의 언어’이듯이, <춤추는 숲> 사람들의 언어

는 바로 몸짓의 흔적이다. 이 우연은 어쩌면 필연일지도 모른다. “만날 때는

미리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는 그런 필

연. 광목천에 새긴 몸짓은 그대로 야외무대의 배경이 된다. 아이들은 개울에서

물 위에, 물속에 몸짓을 새긴다. 펼쳐진 물줄기가 그 언어를 새겨 멀리 바다로

흘려보낸다. ‘숲에서 바다’로 가는 아이들의 이야기는 그대로 물이 고스란히

‘받아’ 적는다. 밤, 페어웰 파티 무대, 처음과 끝만 정해진, 몸으로 이룬 구성에

즉흥적으로 동작을 만들어 이어나간다. 마치 광목천의 몸짓을 재연하듯이, 재

3 세 번째

워크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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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3

해석하듯이. 그렇게 페어웰의 밤은 깊어가고 새겨진 몸짓도 바람에 펄럭이며

“소리 없는 아우성”으로 외친다.

그동안 진행해온 동작을 다시 한 번 돌아보며 가족의 의미를

새긴다. 처음에 소극적이던 엄마들이 갈수록 자신의 감각대

로 몸을 움직이는 모습은 감동적이다. 아이들은 처음과 끝이 다르지 않는 열

정의 에너지가 넘친다. 그리고 아빠들, 가족들을 뒷받침하려는 모습으로 둔하

게 움직이는 동작이 서서히 과감해지는 모습에서 베풀기만 하는 가장이 아니

라 한 사람의 아빠로서 가족들과 손을 잡는다. <춤추는 숲>에서는 가족이 새 가

족이 되는, 동작이 살아난다. 몸뚱어리가 아니라 머리, 어깨, 무릎, 발, 손이듯,

나와 너, 아빠와 엄마, 부모와 아이가 모두 디테일하게 살아나 손끝과 발끝, 머

리끝으로 움직인다. 짧지만 긴, 길지만 짧은 2박 3일의 <춤추는 숲>이 마무리되

는 시간, 그들은 자신의 몸짓을 새긴 광목천을 오려간다. 그동안 함께 즐거웠어

요, 다음에 또 만나요, 하고 인사하는 것이 아쉽거나 슬프지 않을 만큼 서로의

몸짓은 섞여 있고, 얽혀 있다. 그 몸짓을 간직해, 삶에서도 춤추듯 살아갈 수 있

을 것이다. <춤추는 숲>의 그 햇살, 몸의 온기, 흙냄새, 나무 향…. 모두 안녕이

지만 집으로 돌아가면 다시 만날 <춤추는 숲>.

0 마지막

워크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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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무 가족, 나무줄기 아빠와 나무 이파리 아이

2 몸과 몸을 연결, 소나무와 소나무 사이를 잇고 숲을 채운다

3 몸의 감각을 일깨우면 웃음이 피어요, 엄마 아빠, 제발…

4 몸으로 그리는 그림, 웃음도 그려지겠네

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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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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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소나무 숲에 냇물에 새긴 몸짓, ‘숲에서 바다’

2 나의 몸짓을 기록한 광목천, 2박 3일의 기록

3 페어웰, 침묵이 ‘님의 언어’이듯 <춤추는 숲>의 언어는 몸짓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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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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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예술

캠프 

달빛

감성

충청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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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소리가 되고, 누군가의 소리를 들어주고 

<소리야 숲 속 가자> 

시를 쓰고 싶은 마음이 새 살처럼 새록새록 

<동시를 낳는 항아리 & 시시콜콜(詩詩callcall)한 인생상담소> 

스스로 짓는 옷에 새긴 사람의 무늬, 자연의 무늬 

<숲 속 의상실> 

같은 움직임만 반복해온 몸, 골고루 움직이는 몸으로 

<기쁜 우리 움직임> 

바람의 소리를 가득 안고, 삶의 노래를 부르며 

<소리로 만드는 숲, 개구락커!> 

왜 작가는 설문지를 안 주나?

<소곤소곤이 보이는> 

이야기 인문학, 

개구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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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

파동처럼, 아이에게서 가족으로

사회로 퍼지는 이야기

양철모

인문예술캠프 달빛감성 충청 기획자

인문예술캠프 달빛감성 충청(이하, 충청 캠프)의 이름은, ‘이야기 인문학 개구락

지(開口樂知)’다. ‘입을 열어 즐거움과 지식을 말한다’는 뜻. 인문과 예술의 장르

혼합, 충청권이라는 지역성, 가족 참여라는 계층적 특성 등으로 구체화된 캠프

의 성격은 캠프가 재미있으면서도 의미 있는 성과를 내기 위한 의도로 기획된

것이다. 즉, 인문을 더 즐겁게 받아들이기 위해서 예술교육적 방법론을 택했고,

서울을 중심으로 한 지역 편중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각 지역별로 캠프 장소를

선정하였으며, 참가자 중 차상위계층에게 모집의 우선권을 줌으로써 사회계층

의 문화 혜택 불균형을 해소하려는 목적을 세운 것이 큰 틀의 기획 방향이었다.

기획자로서 이런 의미를 고려하되 더 총체적인 기획을 구상했다. 인문학과 예

술이 다른가? 지역과 특정 계층을 배려한다는 것이 거시적인 사회에서 의미가

있는가? 이런 물음과 동시에 장르 간 다름과 지역의 다름, 계층의 다름의 변별

력을 다시 생각하는 질문 과정을 반복했다. 결국, ‘이야기’라는 전체를 아우르

는 개념이 도출됐다. 이야기는 대화, 관계, 기억, 앞으로의 삶 등을 총체적으로

관여하는 의미를 지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다양한 예술가가 충청 캠프에 모였다. 참가자들이 한 예술가만

만나야 하는 것은 어떤 면에서는 좀 아쉬운 점이 있다. 하지만 여러 예술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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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1

만나면 한 예술가의 삶의 깊이를 느끼지 못한다. 한 명의 예술가를 깊이 있게

만나게 할 것인가? 아니면 여러 예술가를 다양하게 만나게 할 것인가? 이런 고

민을 하다 중간의 타협점을 찾았다. 여섯 명의 예술가 중 세 명의 예술가를 만

나게 하는 것. 그래서 ‘달빛 모둠’과 ‘감성 모둠’으로 엮었다.

충청 캠프는 과거의 이야기와 삶의 이야기가 특정한 공간인 숲에서 서로 부

딪혀 다시 새로운 이야기로 전개되기를 바라는 어떤 ‘시간’을 말한다. 아이의

이야기가 가족의 이야기가 되고, 가족의 이야기가 사회의 이야기가 되는 그런

시간. 지금 숲에서 나누는 이야기는 과거의 이야기가 아닌 현재를 살아가는 진

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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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가족이 마음을 열어 이야기하고, 즐겁게 깨닫고

인문예술캠프 달빛감성 충청 

Page 85: 2015 인문예술캠프 달빛감성 스케치 '달빛, 사람의 무늬를 새기다

이야기하고, 즐겁게 깨닫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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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4

아리아리랑 쓰리쓰리랑 아우르는

냇물, 하늘, 나무, 가족 들

징이 울리고 하늘이 열릴 듯 한여름 밤은 서서히 불빛과 눈빛,

그리고 노랫소리로 물들어간다. 땀이 흘러도 괜찮아, 더워도, 숨이 차도 괜찮

아. 갈아입은 옷이 땀에 젖고 손길에 물든다. 인문예술캠프 달빛감성 충청의

‘이야기 인문학, 개구락지(開口樂知)’. 도고의 둘째 날 페어웰의 밤은 깊어갈수

록 모두의 마음은 환해진다. 아이도 어른도, 참가자도 작가도 ‘돕는 이’도….

무더운 여름, 깊은 산속이 아니어도 좋아, 시원한 파도가 밀려드는 바닷가

가 아니면 어때. 너무 바쁘게 뭔가에 쫓기듯 직장으로, 학교로 때론 학원으로,

모두 다람쥐쳇바퀴 돌 듯 하루하루를 살아온 가족이 잠시, 쳇바퀴를 멈추고 여

행 가방을 챙겼다. 며칠이라도 가족이 무엇인지, 왜, 우리는 한집에서 살고 있

는지, 엄마나 아빠는 왜 잘 못해줘서 미안해하는지, 내가 하고 싶은 건 정말 무

엇인지…. 생각해볼 시간도 없었고, 생각하는 게 귀찮았던 물음표들도 가방 속

에, 옷 속에 넣고 도고의 산기슭에 이르렀다.

2박 3일의 짧은 일정이지만 가족의 마음을 아는 데 충분한 시간이었다. 짐

을 풀고 우리 가족과 또 다른 가족, 가족마다 구성원은 다르지만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손잡을 수 있는 가족들. 어떤 서먹함도 몇 발걸음과 이런저런 손짓에

녹아버렸다. 시를 쓰고, 글을 읽고, 창과 민요를 배우고, 바느질을 하고, 그림

을 그리고, 요가를 하고…. 무엇보다 좋은 것은 그런 배움 이전에 같이 뛰고 놀

고, 함께 생각하고 쓰고 하는 것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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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5

가족 안에서 이해가 쌓였다. 엄마를, 아빠를 생각하는 아이들의 마음이 엄

마가, 아빠가 바라는 아이들의 마음과 합해져 새로운 관계를 만들었다. 개구락

지. 마음을 열어 이야기하고 즐겁게 알아가는 시간. 지금까지 왜, 이러지 못했

을까, 생각하며 가족을 새롭게 만나는 시간, 어디라도 좋겠지만, 달빛이 온몸

에 닿아 은은한 금빛 감성을 일으키는 이곳에서 이야기는 꽃을 피우고, 생각을

맺는다.

인문(人文), 어려운 말이다. 한마디로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느낌으로 알 수

있는 시간, 이야기 인문학이 여무는 한여름의 캠프. 달이 구름 속에 숨어들었

다 나왔다 하면서 밤은 점점 깊어간다. 달빛이 흐르다 멈추다 해도 웃음은 그

대로, 마음도 여전히 맑음. 때론 흐르는 눈물조차 빛난다. 달빛으로 새긴, 사람

의 무늬가 깊은 밤을 넘어 새벽으로 이어진다.

대나무 물총으로 한여름, 숲 속에서 뛰어놀던 아이들이, 엄마 아빠가 캠프

에서 가져와 심은 에코 화분에서 나팔꽃이 새벽을 알릴 때쯤, 어른이 될지도

모른다. 몸은 아직 자라지 않았지만, 마음은 세상의 아침을 알리는 나팔꽃처

럼, 소리 없이 소리 내는 그런 달빛감성으로 사람의 마을에 무늬를 새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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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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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1 개구락지, 입을 열어 이야기하고, 즐겁게 깨닫고

2 우리가 찾는 것은 가족이라는 보물, 길잡이는 소통

3 흐르는 땀이 내 몸에 길을 낸다, 대나무 숲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그 길을 인도한다

4 깨닫는 것조차 모르고 깨달은 듯, 아이의 얼굴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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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8

누군가의 소리가 되고,

누군가의 소리를 들어주고 <소리야 숲 속 가자>

황애리와 송문수, 송문수와 황애리는 국악인, 우리 소리를 하는

아티스트다. 판소리는 이야기보따리라고 딱 잘라 말하는 소리꾼, 황애리. 그러

니까 그는 보따리장수다. 희노애락, 즉 기쁘고 화나고 슬프고 즐거운 이야기보

따리를 짊어지고 숲 속으로 숲 속으로 여러분을 이끈다. 또 소리가 가득한 숲

속에서 빈 보따리를 펼쳐 이야기를 담는다. 그리고 사람들 사이에서, 또 숲 속

에서 소리를 펼치고, 이야기를 나누고, 사람들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듣는다.

이때 필요한 것은 바로, 추임새. 얼씨구, 좋다, 잘한다, 그렇지! 발림도 같이한

다면 더더욱 좋다. 어깻짓 넘실넘실, 손가락 까딱까딱, 발가락 움찔움찔, 이보

다 더 좋을 수는 없다.

‘일 고수, 이 명창’. 뛰어난 소리꾼이 두 명이 탄생할 때, 북 장단을 쳐주는,

판소리의 유일한 반주자 고수는 한 명 탄생한다는 이 말은 그만큼 고수 역할이

어렵다는 말이다. 고수 송문수는 소리꾼 황애리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음악적

커플이다. 그는 전통 타악기 연주자로서, 이야기를 넘실넘실 중모리로 흘리다

가, 어랑어랑 중중모리로 풀다가, 허적허적 휘몰이로 달고 가기도 하고, 흐어

흐어 진양조로 축 늘어뜨리며 이야기를 갖고 놀도록 우리를 이끄는 지휘자가

되어준다. 이 두 작가, 고수와 소리꾼이 <소리야 숲 속 가자>(이하, <소리 숲>)를

준비한 마음은 어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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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박 3일 동안 판소리를 깊이 있게 배울 수는 없지만, 워크숍이 끝난 후에 일상

으로 돌아가 누군가에게 판소리 한 대목을 들려주고 또 자기의 이야기를 언제든

지 판소리로 부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소리 숲>을 준비했습니다. 하

지만 꼭 판소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적이 아니라, 그보다는 우선 판소리를

계기로 가족 사이에 서로 입을 열어 자신의 생각을 술술 풀어낼 수 있는 힘을 얻

어갔으면 하는 바람이 더 컸습니다.”

그렇게 <소리 숲> 워크숍은 시작되었다. 첫 인사를 나누고, 판

소리 장단을 각자의 무릎에 쳐보면서 자연스럽게 몸으로 장

단을 익혔다. 장단이 익숙해질 때쯤 아이들이 한 명씩 나와 직접 북을 두드리

며 무릎으로 익힌 장단을 신명나게 울리는 북소리에 담기도 했다. 무릎장단의

여운은 몸속으로 퍼지고, 북장단의 여운은 방안 가득, 마음 가득 울렸다. 세마

치장단은 어깻짓을 불러왔다. 들썩들썩 신명나게 몸이 장단의 여운을 대신했

다. 하지만 첫 만남이 쉽지만은 않았다. 캠프에 들어오자마자 시작된 워크숍에

시작은 언제나 ‘얼음’이었다. 얼음이 풀리는 데는 그렇게 많은 시간이 필요하

지 않았다. 참가자들은 휴식과 마음의 치유를, 작가는 워크숍 프로그램을 진행

해야 하는 이유로 잠깐, 속도의 차이를 느꼈을 뿐이다. 참가자들은 곧, 판소리

를 배운다는 것은 일이나 공부가 아니라 그 자체가 휴식이며 치유라는 것을 공

감하게 되었다. 속이 뻥, 뚫리는 소리에 마음도 어느새 장단을 따라나서고 있

었다.

지난 시간에 배운 세마치장단이 입에 붙어 흥얼흥얼 나온다.

“덩 덩따 쿵따.” 세마치장단의 대표적인 민요, <진도아리랑>

1 첫 번째

워크숍

2두 번째

워크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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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

이 바로 이어진다. “아리 아리랑 쓰리 쓰리랑 아라리가 났네 아리랑 응응응 아

라리가 났네.” 한 사람씩 매기는 소리도 넣는다. “문경새재는 웬 고갠가 구부

야 구부구부가 눈물이로구나.” “청천 하늘엔 잔별도 많고 우리네 가슴속엔 희

망도 많다.” “해당화 한 송이 와자 지지끈 꺾어 우리 님 머리 위에다 꽂아나

주세.” “춥냐 덥냐 내 품 안으로 들어라 베개가 높고 낮거든 내 팔을 베어라.”

“놀다 가세 놀다나 가세 저 달이 떴다 지도록 놀다나 가세.” 공감이 가는 노랫

말이 나오자, 자신도 모르게, “얼씨구, 좋다, 어이, 그렇지”를 계면쩍은 얼굴로

흘리더니, 누군가 “잘한다!” 하고 신명을 내자, 모두 밝은 얼굴로 큰 소리로 웃

는다. 자, 이제 입도 열었으니, 이야기를, 내 이야기를 할 차례가 됐다. <진도아

리랑>의 매기는 소리에 내 얘기로 노랫말을 만들어보는 시간. 잠시 정적, 곧이

어 쑥덕쑥덕하더니 낄낄 하하 웃음소리가 터진다.

가족들이 모이다 보니, 연령대도 다르고 가족끼리만 어울리

려는 경향 때문에 첫 워크숍에서 워밍업 하는 시간이 상당히

길어졌다. 하지만 스스로 선택하고 참가 신청을 한 가족들이기에 큰 문제는 없

었다. 2박 3일의 빼곡한 일정인데도 오히려 서로를 격려하며, 자칫 수동적으로

흐를 수 있는 워크숍에 서로서로 활기를 불어넣어 주었다. 페어웰 파티를 준

비하며 <진도아리랑>의 매기는 소리를 각자의 노랫말로 만들어 연습했다. 자

신의 이야기를 하며, 드디어 입을 연 가족들. 이제, 그 이야기에 공감하며 살짝

눈물을 보이기도 하고, 박장대소하며 마음을 활짝 열기도 했다. 파티 전에 미

리, 돕는 이들이 마련한 다방 앞, 쉼터에서 애벌 공연을 했다. 박자를 놓쳐 얼

굴을 붉히기도 했지만, 신명 하나만큼은 명창도 이런 명창이 없다. 고수 선생

님의 북장단을 따라 무릎장단, 입장단이 섞였다. 그리고 추임새! 페어웰 파티

에서의 공연은 성공적이었다. 모두들 붉게 상기된 얼굴로 금세라도 눈물을 쏟

3 세 번째

워크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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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

을 듯, 어깨를 두드리고 포옹하면서 서로를 격려한다. 삶의 추임새처럼. 얼쑤!

어젯밤 페어웰 파티의 여운이 여전한 시간, 이제는 헤어져야

할 순간. 모두의 마음을 점검하고 짧은 캠프 일정을 통해 배웠

던 소리를 하나하나 짚어가며 불러본다. 소리 사이로 2박 3일이 다시 거꾸로

흐른다. 캠프를 열 때는 어른들이 아이들을 보살피고 돌보는 모습이었는데, 워

크숍이 진행되자 아이들이 어른들을 책임지고 다그치고 프로그램을 소화해나

가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상상력뿐만 아니라 의지력도 강한 아이들, 소리를

배우는 데는 특히 더 아이들이 앞장선다. 아이들이 앞장서자 어른들도 대견해

하며 즐겁게 마지막 워크숍까지 왔다. 가족의 의미, 어른과 아이의 역할은 고

정되어 있는 게 아니라 때로는 아이가 어른이 되고, 어른이 아이가 되는 때가

있음을, 힘들 때일수록 더욱 그렇다는 것을 알게 된, 개구락지! 이제 숲 속에서

‘얻은 소리[得音]’를 일상으로 가져갈 시간, 이때만큼은 모두 명창이다. 가족들

사이에, 그리고 친구들, 동료들에게, 이제 자신 있게 추임새로 격려할 수 있는

생활의 명창 고수가 되어 <소리 숲> 가족들이 신명을 이어간다.

0 마지막

워크숍

Page 94: 2015 인문예술캠프 달빛감성 스케치 '달빛, 사람의 무늬를 새기다

“밥 안 해서 좋아요” 

작은 쉼이 전해지는 뷰파인더 

여름 한가운데의 온천 도시, 도고의 캠핑장은 온천장들이 즐비한 읍내에서

떨어진 산기슭에 있었다. 그곳으로 들어서는 일행을 태운 버스도 버거운 듯,

엔진 소리를 높였다. 버스에서 내리자 끓는 물로 수증기가 가득한 습식 사우

나실에 던져진 듯한 후덥지근한 날씨가 여름 날씨를 일깨워주기에 충분했다.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바라본 캠핑장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귀여운 개구리가 그려진 ‘개구락지’ 포스터와 장식들이었다. 한적한 숲속과

독특한 건축물 속에 포스터는 조금이나마 시원함을 주는 듯했다.

이런 순간이 바로 내가 해야 할 일을 자각하는 순간이다. 카메라를 꺼내자마

자 몰려오는 가족들. 호기심 반 즐거움 반으로 더위 따윈 안중에 없어 보였

다. 나 역시 더위를 잊고 셔터를 누르기 시작했다.

6개의 섹션으로 이루어진 충청캠프. 캠프 초기, 더위가 간혹 불편함을 불러일

으켰지만 아티스트와 참가자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자연스럽고 짜임새 있는

모습으로 변모해갔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어느 어머니의 말이다.

“밥 안 해서 좋아요.”

단순하면서도 한껏 이해가 되는 말이었다. 요즘 식상하다고 하는 ‘힐링’이 사

실은 작은 것에 있었던 거다. 작은 쉼과 함께 작가들의 말랑말랑한 아트플레

이는 참가자들을 녹여주기에 충분했던 거다. 사진기 뷰파인더를 통해 전해지

는 그 작은 쉼을 담는 순간, 사진기의 무게도 조금 가벼워지는 듯했다. 우리

는 너무 많은 것을 들고 있어서 우리의 삶이 힘든 건 아닌지 돌아오는 차 안

에서 내내 생각했다. 사진을 찍기 위해 캠프에 갔지만, 캠프는 이런 물음을

내게 안겨주었다.

그리고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장면은 가족 간 바라보는 눈빛과 표정들이 너

무나 좋았다는 것이다. 사람들의 눈빛을 자주 담아온 나로서도 이들의 대화

는 너무나 순수하고 사랑스러웠다. 지금도 그때의 시간은 내게 한낮의 열정

과 달빛이 머물렀던 감성의 시간으로 아련히 남아 있다.

김성진

인문예술캠프

달빛감성 충청

포토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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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렇지! 누군가의 소리가 되고

2 잘한다! 누군가의 소리를 들어주고

1

2

Page 96: 2015 인문예술캠프 달빛감성 스케치 '달빛, 사람의 무늬를 새기다

“아리 아리랑 쓰리 쓰리랑 아라리가 났네 아리랑

응응응 아라리가 났네 청천 하늘엔 잔별도 많고

우리네 가슴속엔 희망도 많다”

Page 97: 2015 인문예술캠프 달빛감성 스케치 '달빛, 사람의 무늬를 새기다

“아리 아리랑 쓰리 쓰리랑 아라리가 났네 아리랑 응응응 아라리가 났네 문경새재는 웬

고갠가 구부야 구부구부가 눈물이로구나”

Page 98: 2015 인문예술캠프 달빛감성 스케치 '달빛, 사람의 무늬를 새기다

1

2

Page 99: 2015 인문예술캠프 달빛감성 스케치 '달빛, 사람의 무늬를 새기다

1 얼씨구 좋다 잘한다 그렇지, 추임새 소리에 절로절로

2 어깻짓 넘실넘실, 손가락 까딱까딱, 발가락 움찔움찔

3 <소리 숲>, 아이들이 어른들을 책임지고 다그치고 프로그램을 이끌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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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쓰고 싶은 마음이

새 살처럼 새록새록 <동시를 낳는 항아리 & 시시콜콜(詩詩callcall)한 인생상담소>

고영직 작가의 별명은 고영감이다. 어릴 때 꿈이 빵을 만들어 파

는, 빵집을 운영하는 제빵사가 꿈이었던 영감님이다. 여전히 그때 꿈을 놓지

않고 ‘빵빵’한 사람이 되고 싶은, 그는 철드는 게 싫은, 철들지 않은 ‘어른이’

다. 윤석정 작가는, ‘윤선생’이다. 덩치가 산만큼 크지만 마음은 비단결처럼 여

리고 윤이 나는 시인, ‘윤’선생. 시인은 ‘까탈스럽다’는 생각을 하기 쉽지만 그

는 인생 상담도 해주는 부들부들하고 푹신푹신한 시인이다. 두 작가가 준비

한 워크숍, <동시를 낳는 항아리 & 시시콜콜한 인생상담소>(이하, <항아리 & 상담

소>)는 어떤 내용일까? 그 속을 살짝 들여다본다.

“<항아리>는 캠프에 참여한 아이들과 어른들이 동시를 읽고 생각하고 직접 써

보며, 동시와 함께 노는 프로그램입니다. <상담소>는 참여 어른들의 고민을 들

어주고 적절한 시를 통한 처방을 내려줌으로써 고민을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자 한 프로그램입니다. <항아리>는 모두 네 부분으로 구성됩니다. 첫 시간에는

동시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둘째 시간에는 항아리에 담긴 동시를 꺼내 동시

를 매개로 한 놀이를 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셋째 시간에는 참여한 아이들과 어

른들 모두 동시를 직접 써보는 시간이고, 넷째 시간에는 직접 쓴 동시를 발표하

고 나누는 시간이다. <상담소>는 텐트를 설치해 주로 어른들의 고민을 직접 듣

고 즉석에서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시 작품을 처방한 후 행사 본부석에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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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방전을 제시하면 즉석에서 프린트를 해주는 내용입니다.”

인문예술캠프에서 중요한 것은 고독과 우정의 가치. 첫 시간,

동시에 대해 나눈 이야기도 이런 내용으로 시작했다. 서로 인

사를 나누고 얼굴을 익히고 가깝게 다가가는 첫 만남은 무조건 같은 색깔, 일

정한 온도로 하나 되려는 목적이 아니다. 우정을 위해 고독을 버릴 수 없고, 우

리를 위해 나를 버릴 수 없음의 의미를 새기며, 동시는 단순히 아이들의 세계

를 표현하는 시가 아님을 되새겨보는 시간을 가졌다. 인문(人文), 사람의 무늬

를 동시에서 찾고, 또 그런 동시를 써보는 시간이 한여름 도고의 산기슭에서

시작되었다.

항아리, 동시를 담은 항아리에서 시 한 편을 꺼낸다. 잘 익은

동시를 눈으로 읽고 몸으로 시를 표현하다. ‘하늘’을 어떻게

표현하지? ‘자란다’는 어떤 동작을 하면 쉽게 전달될까? ‘따뜻하다’는 양손으

로 내 몸을 감싸볼까? 스스로 설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누군가 설명해주

는 시가 아닌, 내가 스스로 이해하고 표현하는 시, 그런 표현으로 다른 사람과

나란히 교감하고 소통할 수 있다. 처음에는 쑥스러워 동작이 크지 않다. 안으

로 졸아드는 마음처럼 표현도 어렵다. 가족들조차 이해하지 못해 머리 위에 물

음표가 둥둥 뜬다. 마음이 서서히 쑥스러움을 넘어 생각대로 동작을 크게 한

다. 머리 위로 커다랗게 움직이는 손길, 몸을 최대한 옴츠렸다 서서히 하늘로

펼친다. 누군가 외친다. “새싹!” 절레절레 고개를 흔든다. 옆에 있던 다른 누군

가가 의기양양 말한다. “봄!” 웃으며 끄덕끄덕.

1 첫 번째

워크숍

2두 번째

워크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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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이제 누구든 동시를 쓸 수 있다. 몸으

로도 표현한 것을 말로, 글로 표현해본

다. 아이들이 시에 대한 거부감이 적은 것은 몸으로 표

현하기에서도 알 수 있다. 그렇다고 어른들은 시 쓰기가

마냥 힘든 것만도 아니다. 몸으로 표현하기를 거쳐 이제

모두 아이의 마음이 되었다. 어떤 아이는 5편, 6편, 심지

어 10편을 쓰기도 했다. 시인은 만들어지는 걸까? 교육

되는 걸까? 아니다. 누구나 자신 안에 간직하고 감추고

있는 ‘본성’이 바로 시다. 그런 마음이 시심(詩心)이다.

시심을 펼쳐 시를 쓰고, 나의 무늬를, 너의 무늬를, 가족

의 무늬를, 우리의 무늬를 새긴다. 글자로 새기는 마음

이 모여 시가 된다.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그마저 이런

저런 이유로 줄어든 시간이지만, 시를 쓰는 바로 지금,

시간은 멈추고 시는 몸 밖으로 흘러나온다. 누군가에게

내 시를 들려주어도, 많은 사람 앞에서 낭독을 해도 부

끄럽지 않다. 이제, 떨림은 부끄러움이 아니라 운율에

따라 춤추는 것. 시는 자란다, 새싹처럼, 허공으로 밤하

늘로, 어둠을 간질이며, 허공에 흔들리며 춤추며, 그래,

달빛이다.

누구나 시인이 된 경험을 한 것, 특히 어른들은 ‘어린이’가 되

어보는 경험을 한 것이 무엇보다 즐겁고 행복했다. 시간이 짧

은 것이 못내 아쉬울 뿐, 시는 어려운 것이라는 생각에 금이 가고, 시를 쓸 수

있는 생각이, 그런 앎이 새살처럼 새록새록 움텄다. <상담소>, 많은 어른들이

3 세 번째

워크숍

0 마지막

워크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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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

고민을 말하고 시로 처방을 받는 색다른 경험을 했다. 위안을 받는 것을 넘어

지금의 나를 좀 더 크고 넓게 할 수 있는 시의 힘은 대단했다. 시는 그 자체로

힘이 없지만, 읽는 사람의 마음이 시의 힘을 증폭한다. 시는 무엇을 하겠다는,

할 수 있다는 힘을 주는 것이 아니라, 무엇인가를 함부로 하지 않는, 온 힘을

모아 아무것도 하지 않아야 할 것이 있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시의 힘은 바로

힘이 없다는 것,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힘이라는 것을 어렴풋이 알게 된, 개구락

지의 <항아리 & 상담소>. 이제 시를 안고 일상으로 돌아갈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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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의 무늬를, 너의 무늬를, 우리의 무늬를, 가족의 무늬를 새긴다

2 항아리에 담긴 동시를 꺼내듯, 시심을 펼친다, 웃음이 번진다

3 인문, 사람의 무늬를 동시에서 찾고

4 또 그런 동시를 써보는 시간, 한여름 낮과 밤

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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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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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짓는 옷에 새긴

사람의 무늬, 자연의 무늬 <숲 속 의상실>

식물을 찾아 옮겨 그리는 그림 작가 유인과 천과 재봉틀만 있으

면 뭐든 뚝딱 만들어내는 바느질 디자이너 유본. 두 작가의 협업이 자연스럽

다. 아니, 한 몸처럼, 오른손과 왼손처럼 ‘착착’ 맞는다. 유본 작가가 식물 그림

을 그려 천에 옮기면 유본 작가는 그 그림이 새겨진 천으로 멋진 옷을 만든다.

그 둘이, 아니 둘인 듯 하나인 작가가 외친다. “어서 오세요!” <숲 속 의상실>

을 차리고 사람들을 기다린다. 숲의 나무들과 어울릴 수 있는 의상을 함께 만

들 사람들을 맞는다. 숲을 닮은 다양한 옷감, 식물 모양의 도장, 그리고 자연이

담긴 색색의 물감을 준비한 <숲 속 의상실>로 함께 작업할 사람들이 속속 들어

온다. 사람의 무늬[人文]를 제대로 새기기 위해, 먼저 자연의 무늬를 옷감에 새

기고 옷을 만든다. 이 무더위에 <숲 속 의상실>의 시간을 지나온 두 작가는 어

떤 마음일까? 혹시, 아쉬움은 없을까?

“예상보다 날씨가 무척 더웠습니다. <숲 속 의상실>에 걸맞은 야외 수업을 중심

으로 프로그램을 짜놨었는데 더운 날씨로 실내에서 워크숍을 대부분 진행하게

됐어요. 실내 공간에서는 물감 사용을 할 수 없는 등, 미술 프로그램에 제약이

많아 계획했던 것보다 바느질 시간을 늘릴 수밖에 없었어요. 바느질을 제대로

할 수 있어서 좋았지만 그림 그릴 수 있는 공간이 확보되지 못한 점은 못내 아쉬

워요. 두 작가가 진행하기에는 프로그램 시간이 길었고, 상대적으로 참가자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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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가 많았어요. 워크숍 횟수도 많았고, 매회 같은 내용을 반복하기에는 무리가

있어서 상황에 맞춰 가능한 한 다양한 작업과 작품을 할 수 있게 변경해야 했죠.

엄마나 아빠, 혹은 부모님이 있었지만, 아이들이 많아서 작업 특성상 가만히 집

중해야 하는 워크숍에 아이들이 힘들어 했고, 워크숍을 진행하는 데도 쉽지 않

았죠. 하지만 역시, 중요한 것은 어떤 작업, 기술이 아니라 사람이겠죠. 인문이

바로 그런 뜻이 아닐까요? 식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자신의 의상, 아이들

의 옷을 직접 만들면서 흐뭇한 표정을 짓는 참가자들을 볼 때 이런저런 어려움

은 뜨거운 물에 설탕 녹듯이 스르르 녹아내렸어요.”

두근두근, 첫 만남은 언제나 떨린다. 그것은 참가자뿐만 아니

라 작가도 마찬가지. 아니, 오히려 작가가 더 그럴지도 모른

다. 첫 만남의 기대와 두근거림을 작가는 준비물에 담았다. 캠프 전 답사 때 기

록해뒀던 식물들 중 몇 가지를 그림으로 그려 참가자들이 사용할 원단에 실크

스크린으로 프린트해뒀다. 참가자들은 첫 워크숍에서 세 번의 두근거림을 느

낀다. 우리 선생님은 누굴까 하는 작가와의 만남. 같은 워크숍 참가자들은 누

구일까, 그들은 나와 같은 마음으로 신청했을까 하는 다른 참가자와의 만남.

그리고 내가 할 워크숍은 어떤 프로그램이 준비됐을까 하는 프로그램과의 만

남. <숲 속 의상실> 주변에 작가들이 미리 식물 그림 천으로 공간을 연출해두

었다. 참가자들은 아, 내가 할 프로그램은 이런 것을 만드는구나, 했을 것이다.

미리 예측하고 상상하고 즐기는 마음이 첫 시간에 가득했다. <숲 속 의상실>에

들어오기 전에 참가자들은 주변의 나무와 풀을 함께 감상하고 각 식물의 간단

한 설명과 이야기를 들었다. 참가자 모두에게 식물 그림 천을 나눠주고 천에

그려진 식물을 설명했다. “그림의 도토리와 잎은 <숲 속 의상실> 주변의 가장

많은 나무여서 넣었어요. 자유 시간에 그림의 도토리와 잎을 찾아보세요.”

1 첫 번째

워크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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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

지난 시간, 아이들을 중심으로 식물 도장 찍기를 했다. 각자

가 고른 원단에 식물 도장을 찍고 그림도 그려 넣었다. 건조대

와 옷걸이, 빨래걸이에 널어 햇볕에 말렸다. 그 천들이 바람에 나부낀다. 그 너

머 나뭇잎도 바람에 흔들린다. 큰 바람에는 가지까지 흔들린다. 흔들리는 식물

도장 천을 따라 눈이 흔들리고, 몸도 흔들린다. 나무와 천과 나, 바람의 지휘에

따라 화음을 이루듯 흔들린다. 이제, 식물 도장과 그림이 그려진 천으로 내 몸

에 꼭 맞는, 세상에서 하나뿐인 옷을 만드는 시간. 흔들리는 천과 흔들리는 내

가 만나, 서로를 보듬어 흔들릴 것이다. 허적허적 하늘하늘 흔들리며 살아온

지난 삶을 돌아볼 것이다. 흔들리지 않는 삶이 얼마나 힘들고 불행한지 생각해

볼 것이다. 같이 만든 스카프와 손수건도 모두 흔들릴 것이다. 나와 함께 흔들

리는, 나를 흔드는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나 그리고 옷, 손수건, 스카프 들. 흔

들리는 삶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문득 깨닫는 순간, <숲 속 의상실>의 땀 흘리

는 작업 시간.

어른 한 명과 아이 한 명이 짝을 이뤄 옷 한 벌 만들기가 이어

졌다. 바느질이 어려운 어린아이들은 다른 <숲 속 의상실> 놀

이를 했다. 자투리 천을 모아서 공을 만들었다. 아이들은 신났다. 공놀이의 기

쁨과 자투리 천을 청소하는 보람을 느끼며, 즐겁게 공놀이를 했다. 어른들은

열심히 바느질만 했을까? 손이 바느질을 하는 동안, 입은 수다삼매경. 하지만

‘뒷담화’는 아니다. 어떤 생활을 하는지, 캠프는 어떻게 참여하게 되었는지, 가

족과 함께하는 시간은 어떤지, 집에서 어떤 식물을 키우는지, 반려동물도 있는

지…. 끝없이 이어지는 묻고 답하는 시간. 그것은 질문과 답변이 아니라 서로

에 대한 관심이다. 워크숍 시간이 몇날며칠이라도 주어진다면 지구를 한 바퀴

꿰맬 듯이, 마치 수다 캠프에 온 듯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수다는 이어졌다.

2두 번째

워크숍

3 세 번째

워크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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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

워크숍 시간이 끝날 때쯤, 아쉬움으로 수다를 접을 때쯤, 손에는 한 벌의 옷이

들려 있었다. “오, 신이시여, 이것이 내가 지은 옷이란 말입니까? 수다만 떨었

는데….” 이 옷은, 혹시, 천의무봉(天衣無縫)?

다 만든 옷을 입고 찍은 사진을 보면서, 바느질한 추억을 찾

는 ‘수다파’ 어른들, 바느질보다는 가족 모두 함께 식물 그림

그리기를 한 가족들, 주변 식물들을 채집해 관찰하며 그림을 그렸다. 바느질로

완성한 옷을 입고 옷의 모티브를 준 숲 속 나무 앞에 모여 사진을 찍었다. 가족

모두 함께하는 프로그램을 선택한 가족들과 바느질로 옷을 만든 가족들 모두 2

박 3일의 짧은 일정에도 불구하고 <숲 속 의상실>의 작품을 만든 것은 자신도

놀랄 정도로 대단한 일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가족이 함께, 가

족과 가족이 어울려 진지하게 때론 수다로 생각을 나누고, 가족이라는 의미를

<숲 속 의상실>에서 얻었다는 것이 아닐까? 가족 안에서 바느질은 주로 엄마,

아내의 일이라고 생각해오던 아빠와 아이들이 자신의 옷을 바느질해봄으로써

가족 역할을 생각해보고 이해하고 나눈 의미 깊은 시간을 마무리할 순간이 어

느새 다가왔다. 이제는 모두 ‘우리 집 의상실’로 돌아가야 할 시간, 흔들리는

삶의 리듬과 한 땀 한 땀 바느질의 꼼꼼함으로 가족을 연결하고, 출렁거리며

지낼 생각으로 얼굴마다 상기된 표정이 맺혔다. 무엇보다 바느질하는 동안 일

처럼 부대끼지 않고 쉼과 멈춤의 순간을 적절히 넣을 줄 아는 지혜, 사람의 무

늬를 찾을 수 있어서 모두의 마음은 헤어짐의 시간도 아쉽지만은 않다. 집으로

돌아간다, 숲에서 옷이 탄생하는 과정을 비밀처럼 간직하고.

0 마지막

워크숍

Page 110: 2015 인문예술캠프 달빛감성 스케치 '달빛, 사람의 무늬를 새기다

나와 아이들의 

한마디 말이 노래가 되고 시가 되고 

아이들 스스로 뭔가를 찢고, 옷도 만들어보고, 경험한 것을 글로 쓰고, 그래

서 그것이 한 편의 시가 된다. 아이들의 생각을 말로 표현하고 글로 쓰고 또

한 편의 소리가 되는 걸 보고 아, 이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교육이란 것

이 원래 과정이 정해져 있어서 그것을 알아가는 것이 아니라, 내 삶의 경험을

표현하게 되는 것, 이게 정말 중요하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아이가 평소에

늘 말했던 건데, 그걸 시로 써놓으니 정말 다르게 느껴졌다. 이곳에서뿐만 아

니라 평소에도 아이들과 그런 시도를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어떻게 하면 그럴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되었다. 이 캠프가 그

런 계기를 마련해주었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나도 평소 생각해보지 않았던 건데, 어제 시를 쓰면서, 수

업에서 작가 선생님이 자기 안에 소녀 같은 감성을 깨웠으면 좋겠다, 하셨는

데, 아 나도 내 안의 나를 보려고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로서, 아

내로서, 직장인으로서, 이런 것이 아니라, 온전히 나로서 존재하고 싶었구나,

그런 나를 알고 싶었구나 하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뭔가를 만들고 써내고 하

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더….

아이들하고 같이 있는 시간이 지금까지 손에 꼽을 정도로 많지 않았다. 아이

들 유치원 가고 학교 간 뒤에는 온전히 이렇게 며칠을 같이 있는 시간이 없었

다. 그동안 아이들을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아이들이 이렇구나, 나와 함께

하고 싶어 하는구나, 이런 것을 새삼 알게 되었다. 아이들이 시를 쓰면서 그

런 마음을 표현했다. 그래서 더 가슴에 와 닿았다. 남편이 같이 못 왔는데, 같

이 왔으면 정말 좋았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이들 말이 한 편이 시가 되고, 내

말도 한 편의 시가 되어서 서로 소통할 수 있는 시간이 무엇보다 소중해서,

집에 가서도 이런 시간을 가져보려고 한다.

인문예술캠프

달빛감성 충청

참가자

Page 111: 2015 인문예술캠프 달빛감성 스케치 '달빛, 사람의 무늬를 새기다

1 두근두근, 첫 만남은 언제나 떨린다

2 주변의 나무와 풀, 보고 설명을 듣고 다시 보고

1

2

Page 112: 2015 인문예술캠프 달빛감성 스케치 '달빛, 사람의 무늬를 새기다

1 모아온 이파리들이 그림이 되기를 바스락, 기다린다

2 햇살을 입고 나뭇잎을 줍고, <숲 속 의상실>

1

2

Page 113: 2015 인문예술캠프 달빛감성 스케치 '달빛, 사람의 무늬를 새기다

3 슥슥 삭삭 이렇게 저렇게 어떻게든 사람의 무늬, 자연의 무늬

4 옷감을 수놓는 <숲 속 의상실>의 아빠와 아들

5 팔찌를 만든 <숲 속 의상실>의 엄마와 딸

3

4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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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

같은 움직임만 반복해온 몸,

골고루 움직이는 몸으로<기쁜 우리 움직임>

작가 옥정호를 한마디로 규정하기는 어렵다. 작가, 예술가 정도

가 그나마 포괄하는 의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말도 한정된 이미지를 줄

뿐이다. 아름다움과 관련된 그 어떤 것도 정해져 있지 않은 시대에, 지난 시대

의 아름다움은 이미 아름다움이 아니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아름답다’의 반

대말은 무엇일까? 더럽다? 추하다? 하지만 이미 ‘추하다’는 ‘아름답다’와 한

쌍을 이뤄, 아름다움을 이룬다. 추함이 없이 어떻게 아름다움이 존재할 수 있

을까 하는 의미에서도, 추하다고 여겨왔던 것이 어느새 아름다움이 되었다는

의미에서도. ‘미추’라는 한 몸. ‘악의 꽃’이라는 생각 깨기.

이런 진지한(?) 설명조차 버거워하는 그의 몸은 가볍다. 접고, 펴고, 달고,

날고…. 자유롭게 움직이며 아름다움을 표현한다. 진흙 속에서도 그의 몸은 빛

난다. 하지만 달빛감성으로 빛나는 개구락지 캠프에서 그는, 그의 몸은 기쁘게

움직여 보고 생각보다 먼저 보고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가족의 기억과 감정을

공유하며 움직인다. 그렇게 하자고 한다.

그러나 그 움직임은 운동도, 무용도, 의미가 들어 있는 보디랭귀지도 아니

다. 바삐 살아온 몸, 같은 움직임만 반복해온 몸, 움직이도록 된 것만 움직여온

몸에 남은 힘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기쁜 우리 움직임>(이하, <움직임>)으로 움직

인다. 아주 기쁘게 기꺼이. 모든 일에서 재미를 찾다 보면 맛없던 음식도 맛있

어진다면서 먹는다. 언제나 즐겁다 하고 생각하는 그는 <움직임>을 어떻게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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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

여주고, 함께했을까? 워크숍이 끝난 뒤 아쉬움은 없었을까?

“<움직임>은 움직임을 통해 기억을 공유하는 집단이 그 기억을 토대로 주체적

인 기념일을 만들었습니다. ‘기념’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뜻 깊은 일이나 훌륭

한 인물 등을 오래도록 잊지 아니하고 마음에 간직하다’라고 합니다. 국가나 단

체가 만든 기념일이 아닌 공동체만의 새로운 기념일을 만들어봄으로써, 그 공동

체의 가치를 다시금 돌아보는 계기를 만들어보고자 했습니다.”

“그렇게 워크숍을 진행하고 나니 약간의 아쉬움이 생겼습니다. 아무래도 가족

중심의 캠프여서 아이들 위주의 프로그램이 다수였습니다. 어른들을 위한 프로

그램이 더 있었으면 좋았겠죠. 그리고 어린이집 같은 단체와 가족 단체의 모둠

편성을 어떻게 해야 할지 좀 더 생각해볼 필요를 느꼈습니다. 분리하기도, 그렇

다고 합치기도 애매하다는 생각을 가졌거든요. 아무튼 이번 경험을 조금 더 밀

고 가면 좋은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처음 만난 사람들, 가족이어도 캠프에서의 첫 워크숍 시간은

첫인사로 시작한다. 서로 자신을 소개하고 소개를 듣고 새삼

스레 고개를 끄덕이며, 나도 몰래 웃음을 띤다. 그리고 이어지는, 말이 아닌 몸

으로 이어지는 시간. 요가를 기본으로 한 몸풀기, 명상이 이어진다. 호흡을 통

해 몸이 움직인다는 것을 어떻게 느낄 수 있을까? 그동안 관심에 두지 않았던,

당연하게 여겼던 그 움직임에 집중해 호흡만으로 움직이는 내 몸을 느껴본다.

그리고 그렇게 움직이는 몸, 움직임의 불균등으로 자주 움직이는 부위의 피로

를 풀어주고, 자주 쓰지 않는 부위는 서서히 움직여주면서 구석구석 내 몸의

감각을 일깨운다. 감각을 균일하게 해 몸의 어느 부분이 소외되지 않도록 하는

기쁜 ‘나의’ 움직임.

1 첫 번째

워크숍

Page 116: 2015 인문예술캠프 달빛감성 스케치 '달빛, 사람의 무늬를 새기다

114

몸의 감각을 일깨운 첫 번째 워크숍에 이어 몸으로 연상 게임

을 하는 시간. 내 몸을 자유롭게 늘이거나 줄이기도 하고, 다

른 사물이나,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 되어본다. 팔이 몸에서 멀어져간다. 실제

로는 팔 길이만큼만 손을 뻗을 수 있지만 상상으로 뻗으면 지구도 벗어날 수

있다. 내 팔이 우주를 날 수도 있겠지. 나무에 걸린 팔을 표현해보고, 기다란

은빛 갈치가 되어 물속을 유영할 수도 있다. 아, 내 머리. 너무 커서 나의 미모

를 깎아먹는 큰 머리를 작게 만들어도 보았다. 상상 속에서는 무엇이든지 된

다. 머릿속 상상만이 아닌 그것을 내 몸을 써서 표현해본다. 그리고 내가 바람

이 되어 바람처럼 몸을 움직여본다. 산들바람처럼 살랑살랑 몸을 흔들다가 나

뭇가지에 걸려 둘로 갈라졌다 다시 하나가 되는 바람, 회오리바람으로 빙글빙

글, 상승하듯 몸을 옴츠렸다가 돌면서 위로 몸을 펴간다. 마침내 폭풍우, 몸이

터질 듯 부풀었다가 흔들린다. 폭풍이 되어 흔들었다. 먼지가 되어볼까? 내 몸

이 작게 바스러지는 것을 어떻게 표현할까? 구석에서 몰리다가 바람을 맞아

벽을 타고 올랐다 툭, 떨어진다. 마지막으로 나무가 된다. 팔다리를 펼쳐 나뭇

가지를 만들고 나뭇잎을 밀어낸다. 그리고 낙엽을 우루루, 떨구고 겨울나무가

되어 잠을 잔다.

상상하여 표현하기로 몸은 이제, 무척 자유로워졌을까? 내 몸

의 감각을 깨워 마음먹은 대로 표현해보는 두 번째 워크숍을

지나 이제 세 번째 워크숍. 몸과 몸이 만나서 서로를 의지하며 함께 표현하고

함께 만들어나가는, 그동안 해보지 못했던 움직임을 너와 내가 우리가 만들어

간다. 드디어, 기쁜 ‘우리’ 움직임! 지금까지 걸어왔던 걸음걸이와 다르게 걸어

본다. 뒤꿈치를 들고 자박자박, 뒤꿈치만으로 쿵쿵, 허공을 걷듯이 가볍게, 그

리고 문워크처럼 뒤로 걷는다. 그리고 게처럼 옆으로 걷기도 하고, 고양이처럼

2두 번째

워크숍

3 세 번째

워크숍

Page 117: 2015 인문예술캠프 달빛감성 스케치 '달빛, 사람의 무늬를 새기다

115

네 발로 사뿐사뿐. 모두 함께 줄줄이 서서 지네처럼 걸어보면 어떨까? 그리고

다르게 말하기, 눈 가리고 엄마, 아빠, 아이 찾기를 한다. 이전까지 많이 쓰지

않던 감각을 쓴다. 조심스럽던 동작으로 점차 몸의 감각을 일깨운 뒤 익숙하지

않던 동작을 점차 익숙하게 만든다.

어느덧 마지막 워크숍. 처음에는 몸을 움직여 무언가를 표현

하는 데 소극적이던 참가자, 특히 어른들이 갈수록 적극적으

로 몸을 움직여 자신을 표현하고 소통하고 함께했다. 기념일을 정하는 가족 간

의 토의에서 자연스럽게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었던 것은 내 몸의 감각을 일깨

우고 그 감각을 서로 공유하는 과정을 통해 형성된 신뢰와 배려가 아닐까? 몸

을 통해 무엇인가 표현하는 것에 자연스러워진 점과 가족 구성원 사이의 기념

일 정하는 과정, 과거의 즐거웠던 일을 이야기할 때도 자연스럽게 몸은 자신도

모르게 그 표현을 앞서거니 뒤서거니 따라가며 표현을 도왔다. 기념일을 정하

고 기념할 ‘거리’를 찾아 가족사진처럼 한 장면을 만들어본다. 가족 중 한 명이

조각가가 되어 나머지 가족들을 찰흙이라고 여겨 장면을 구성한다. 그리고 ‘찰

칵!’ 가족사진으로 촬영을 한다. 집으로 돌아가 가족사진을 벽에 걸거나 탁자

에 올려놓고 일 년에 한 번 그날을 기억할 것이다. 그 ‘기쁜 우리 기념일’을 ‘기

쁜 우리 움직임’으로 표현하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지 않을까? 그럴 것이다!

0 마지막

워크숍

Page 118: 2015 인문예술캠프 달빛감성 스케치 '달빛, 사람의 무늬를 새기다

1 구석구석 내 몸의 감각을 일깨운다, 몸의 한 부분도 소외되지 않도록

2 어슬렁어슬렁 보이지 않아도 감각으로 예민해지는 나의 움직임

3 공주마마의 가마는 임금님과 왕비마마, 동력은 함박웃음

1

2 3

Page 119: 2015 인문예술캠프 달빛감성 스케치 '달빛, 사람의 무늬를 새기다

4 웃음을 기록하는 것은 정말 우스워, 하하하 호호호

5 조심스럽던 동작이 이제는 자연스럽고 익숙해진다, 동력은 역시 웃음

4

5

Page 120: 2015 인문예술캠프 달빛감성 스케치 '달빛, 사람의 무늬를 새기다

우다다다, 고양이처럼 강아지처럼 바람처럼 벽을 타고 오를 듯이 달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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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

바람의 소리를 가득 안고,

삶의 노래를 부르며 <소리로 만드는 숲, 개구락커!>

솔가와 이란은 뮤지션이다. 솔가 작가는 자신의 이야기뿐만 아

니라 사람들이 가진 이야기를 발견하고 그 소리와 이야기를 모아 노래로 엮는

다. 지구상에 남아 있는 ‘개구락커족’을 발견하고 그 종족 보존을 위해서 사람

들의 소리와 음악을 찾는 일도 한다. 또 그런 일을 이야기로 엮기도 하고 그렇

게 만들어진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이란 작가는 싱어송라이터, 즉 노래를 만들고 자신이 만든 노래를 부르는

아티스트. 자유로움 속에서 절제하며 만들어가는 음악과 공연을 좋아한다. 노

래로 사람들과 공감하며 그 순간이 가장 행복하다고 한다. 점점 차가워져가는

사람들의 마음에 따스한 노래로 온기를 불어넣어 용기와 희망, 작은 위로를 전

하고 싶다 한다.

재미있는,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그의 이야기 노래에 귀를 기울이

면 어느새 밤이 새지 않을까? 《아라비안나이트》의 세헤라자데처럼 죽음조차

넘어선 아름답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뮤지션이 두 작가가 아닐까? 참

가자들과 함께 그들이 만드는 <소리로 만드는 숲, 개구락커!>(이하, <소리 숲, 개구

락커!>)는 어떤 이야기와 노래로 잠 못 드는 밤을 만들어갈까?

“<소리 숲, 개구락커!>의 ‘개구락커’는 입을 열어 즐겁게 노래하는 사람들을 지

칭하고 ‘소리를 만드는 숲’은 각각의 개구락커가 모여서 자신들만의 소리를 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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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

고 자신들만의 노래로 만든 ‘노래 숲’을 의미합니다. <소리 숲, 개구락커!>는 내

안에 숨어 있는 소리, 그리고 나의 밖에서 발견하는 소리를 만나가는 과정이며

개구락커족들만이 가진 다양한 종족의 몸 소리, 자연의 소리 그리고 자신들만

의 종족 신화를 바탕으로 하는 이야기를 모아서 노래로 만든 과정을 담고 있습

니다. 이는 가족 캠프라는 콘셉트에서 발상됐지만, 기존의 가족 형태가 아니라

우리가 상상하는 소리 부족이 되어보는 과정을 통해서 서로가 서로에게 새로운

발견을 나누고 새롭게 서로를 발견하는 시간을 경험해보자는 의도로 준비했습

니다.”

숲으로의 환영식 및 ‘몸의 소리’를 들으며 서로의 몸 익히기

놀이를 하는 시간. 개구락커의 원주민인 ‘솔가와이란’의 마을

에 온 새로운 개구락커 가족들을 맞이하는 공연으로 첫 만남을 시작한다. 개구

락커다운 인사에 서서히 마음을 열고 서로의 얼굴을 확인하고 웃음을 나눈다.

몸의 소리로 만나는 시간에서는 아직은 낯선 참가자들이 서로의 이름을 돌리

고, 박수를 치면서 서로의 얼굴과 이름을 제대로 익힌다. 그리고 다음 단계에

서는 몸이 가진 다양한 소리를 찾고 발견하는 시간을 가진다. 내 몸이 내는 소

리는 어떤 게 있을까? 몸이 표현할 수 있는 리듬을 찾아내어 부족으로 그룹을

이룬 사람들이 자신들만의 부족별 움직임을 만들어냈다. 내 몸의 다양한 소리

가 리듬 만들고 그 리듬이 모여 부족의 움직임을 만든다. ‘솔가와이란’ 마을에

온 참가자들이 가족 대신 부족이란 이름으로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보는 시간,

부족별로 이름을 정하고 자기 부족만의 무늬와 색깔도 선택해본다. 부족의 무

늬를 얼굴과 몸에 새겨 넣는다. 인문, 사람의 무늬를 몸에 새기는 태초의 그것

을 생각하며.

1 첫 번째

워크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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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

소리 숲으로 들어가는 소리 여행의 시간, 개구락커 부족들이

숲으로 간다. 숲의 소리를, 귀를 열고 모든 감각을 세워 듣는

다. 그리고 모두 함께 나누고 싶은 숲의 소리를 수집해 온다. 나뭇잎 사각대는

소리, 바람이 속삭이는 소리, 물이 재잘대며 흐르는 소리, 돌이 서로 어깨싸움

을 하며 부딪는 소리…. 자신이 수집해 온 소리를 나누는 시간, 소리의 이야기

를 듣는다. 그리고 눈을 감고 마음을 열어 그 소리를 감상한다. 숲에서 가져온

나뭇잎을 부비며 바람소리를 들려주는 청소년 개구락커에 감동한다. 풀피리를

부는 개구락커 아빠, 소리가 나지 않아 양쪽 볼이 개구리처럼 부풀어 올라 얼

굴이 벌개진다. 수집한 모든 숲의 소리로 합주를 하는 시간, 숲의 오케스트라,

숲의 교향곡. 작은 소리와 큰 소리, 같은 소재로 다른 소리를 만들고, 서로의

소리에 귀 기울여 자신의 소리를 쌓는 작업으로 개구락커들의 부족 공동체를

경험한다.

나무로 시 짓기, 부족의 노래를 하는 시간, 소리와 함께 가져

온 숲의 기억으로 단어와 문장을 조합하여 시를 짓고 부족별

로 그것을 모아, 하나의 시를 완성한다. 그 시에 멜로디를 입혀 노래를 완성한

다. 노래 만들기가 어려워도 괜찮다. 좋아하는 노래에 자신의 시를 가사 대신

입혀 부족의 노래를 만들면 된다. 그동안 사진을 찍고 그 사진을 프린트해 벽

과 화이트보드에 붙인다. 거기에 시도 적어 넣는다. 그것은 자랑스러운 부족증

명서. 드디어 부족의 모습이 갖추어졌다. 이제 만천하에 부족의 탄생을 선언하

는 시간, 옆 부족의 선언을 듣고 우리 부족의 선언도 밝힌다. 부족과 부족, <소

리 숲, 개구락커!>에 여러 부족이 탄생했다. 그리고 공연을 준비하며 노래를

다듬고 녹음하여 담아가는 작업과 발표를 위한 퍼포먼스도 짜본다. 다른 아티

스트의 작업과 어울려 함께 무대에 오를 준비를 하다 보니, 저녁 먹을 시간도

2두 번째

워크숍

3 세 번째

워크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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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아깝다. 개구락커, 노래를 먹고 사는 뮤지션들.

이제는 부족에서 다시 가족으로 돌아가는 시간, 하지만 부족

으로 새긴 사람들의 무늬는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가족이라

는 언어를 버리고 ‘부족’이라는 다소 낯선 이름을 가져온 덕분에 가족 단위로

온 팀 이외에 아동복지센터 혹은 그 이외의 팀들도 자신들만의 ‘부족’을 만들

었다. 그 부족민으로, 개구락커로 보낸 지난 2박 3일은 짧지만 큰 ‘무늬 새김’

의 시간이었다. 특히, 가족 간에 서로 대화가 없었거나 어른과 아이들이 함께

하는 프로그램을 만나보지 못했던 식구들, 센터에서도 감당하기 힘들었던 청

소년들과 교사들, 다문화가정 등 서로 다른 모습의 가족이지만 모두 ‘부족’이

라는 이름 아래 모여, 시를 짓고 노래를 만드는 시간은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따뜻한 시간이었다. 세상의 모든 노래를 다 모아놓아도 이처럼 따뜻한 노

래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 시간을, 노래를 추억으로 담아 가는 가족들에게

삶은 노래처럼 아름답다는 마음을 볼 수 있었다. 밤을 세워 목숨을 구한 세헤

라자데의 이야기처럼 사람들의 생명을 지키는, 삶의 노래, 생명의 노래를 부르

는 가족들이, 다시 생활 속으로 돌아간다. 바람의 소리, 나뭇잎의 노래를 가득

안고.

0 마지막

워크숍

Page 126: 2015 인문예술캠프 달빛감성 스케치 '달빛, 사람의 무늬를 새기다

이곳에서 나눈 이야기는 노래가 되고, 

그 노래는 두고두고 이야기가 되고

놀이가 이제는 프로그램화되니까, 빨리빨리 배우고 익히고 해보고 하게

되는 것 같다. 그냥, 하고 싶은 대로, 놀도록 놔두는 것이 아니라, 놀이도

배워야 하는 것처럼 돼버린 것 같다. 그래서 요새 아이들은 프로그램이

없으면 놀 줄도 모르게 된 것 같다. 그런데 여기서는, 이 캠프에서는, 물

론 프로그램이 진행되기는 하지만, 길게는 4시간 동안 오래 진행되니까

여유가 있는 것 같아서 좋았다. 빨리빨리가 아니라, 자연 안에서 놀게 내

버려두는데, 그런 가운데 이야기가 있는 것 같다. 우리는 소리, <소리 숲,

개구락커!> 워크숍을 했는데, 소리로 음악을 만들었다. 그 음악을 만들

기 전에 노래를 하고, 게임을 하고, 가족들 이야기를 나누고, 자연의 소

리를 가져왔고, 그것으로 시를 만들고 하니까 거기에 이야기가 담겼다.

그것에 멜로디를 붙여 노래로 만들었다. 노래에 붙일 시를 쓰고, 멜로디

를 만들고 하는 과정인데, 그 안에 많은 이야기가 담겼다. 우리들의 이야

기를 시로 노래로 만들다 보니, 4시간 동안 그 이야기를 끌고 갔다는 생

각이 들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수많은 우리들의 이야기를 나누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렇게 한 편의 이야기가 만들어지고, 이 이야기는 여기서 끝

나지 않고 나중에, 다음에, 10년이고 20년이고 지났을 때, ‘우리가 그때는

그랬지’ 하고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 같다. 짧은 시간이었

지만 그때 나누고 만들었던 이야기가 계속 갈 것이기 때문에, 이런 게 참

좋다, 정말 좋다, 그랬다. 당장 도움이 되지 않더라도 두고두고 이야기를

덧붙일 수 있다는 게….

인문예술캠프

달빛감성 충청

참가자

Page 127: 2015 인문예술캠프 달빛감성 스케치 '달빛, 사람의 무늬를 새기다

1 숲에서 가져온 나뭇잎의 소리를 모으고 모은다

2 웃는다, 세상의 모든 소리를 모아 듀엣으로 웃음 화음

2

1

Page 128: 2015 인문예술캠프 달빛감성 스케치 '달빛, 사람의 무늬를 새기다

1 귀를 열고, 모든 감각을 세워 수집해 온 숲의 소리를 적는다

2 숲으로의 환영식, 몸의 소리를 들으며 서로의 몸 익히기를 하는 시간

1

2

Page 129: 2015 인문예술캠프 달빛감성 스케치 '달빛, 사람의 무늬를 새기다

3 숲에서 가져온 소리가 시가 되고 노래가 되고 부족의 노래가 되고

4 개구락커! 이제, 무대에 오를 시간, 이 순간, 숲을 노래하는 뮤지션

3

4

Page 130: 2015 인문예술캠프 달빛감성 스케치 '달빛, 사람의 무늬를 새기다

128

공간을 꾸미는 가족들,

이야기로 따뜻하게 채워지는 공간 <소곤소곤이 보이는>

이화진 작가는 어린이 워크숍 그룹 ‘이룹빠’에서 활동하는 작가

다. 이룹빠는 말을 처음 배우는 아이가 우연히 만들어낸 소리에서 따온 이름으

로, 현대 미술의 창조적인 정신을 어린이들과 함께 탐색하고 골똘히 고민하며

만지작거리는 어린이 워크숍 그룹이다. 이룹빠는 어린이와 만들고 꾸미고 하

는 작업뿐만 아니라 이야기를 수집해서 그것을 해석하는 작업을 하는 팀이다.

눈에 보이는 것, 그림이나 공간을 꾸미거나 글을 쓰는 작업을 하지만, 이룹빠

는 공간을 구성하고 채우는 작업에 관심이 크다. 공간 속에 이야기가 담긴 작

품 등을 설치하는 작업이 이루어지는데, 그 공간 안에는 다양한 예술적 표현이

서브 작업으로 배치된다.

공간은 실내, 장소와는 다른 의미를 지닌다. 실내는 건물의 안쪽을, 장소는

그 건물의 위치를 일반적으로 말한다. 하지만 공간은 실재보다는 비교적 관념

에 가깝다. 그러므로 공간을 꾸민다는 것은 그 안에 이야기를 채우는 것이고,

그때 이야기는 사람의 이야기다. 그러므로 사람의 무늬를 공간에 새기는 작업,

그 무늬는 예술로 새긴 무늬다. 이룹빠는 그 무늬를 새기는 예술 작업을 어린

이와 함께한다. 달빛감성 충청 캠프에서는 어린이와 그를 둘러싼 가족들과 함

께 워크숍 공간을 꾸며나갔다. 가족들은 2박 3일 동안 낯선 공간을 어떤 예술

활동으로 자신들의 이야기를 새긴 공간을 만들어나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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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9

“마음이 들리는 모빌을 만들어요. 하고 싶은 말, 나누고 싶은 이야기, 차마 쑥스

러워서 하지 못한 말을 유리병에 담아요. 그리고 바로 마음이 들키면 쑥스러우

니 오늘의 마음을 기억할 수 있도록 조몰락거리며 그 모양을 마개로 만들어 닫

아두고 숲 속을 산책해요. 유리병과 숲 속의 보물들이 바람에 흔들려 부딪칠 때

마다 오늘의 마음을 들려줄 거예요. 소리가 들리면 기억하세요. 오늘 해주고 싶

었던 유리병 속 말들을요. 어린이는 덜하지만 어른들은 쑥스럽겠죠. 하지만 그

쑥스러움을 벗고 아이들이 되어서 아이들처럼 만들어가면서 서로 대화하는 모

습을 기대해요. 그런 즐거움을 나눌 수 있다면 더없이 좋겠어요. 감추면서 하고

싶은 말을 쓰고, 그럴 때 서로 눈을 맞추며 웃고 하는 모습을요.”

참가자 각자, 종이 하나씩을 갖고 모든 참가자들에게 돌리면

서 그 사람에 대해 선을 이어 모양을 만드는 작업을 했다. 한

바퀴 돌아 다시 자기에게 돌아왔을 때 이름을 붙인다. 예를 들면 ‘이상한 나라

의 고래’ 같은 식으로. 그런 뒤, “이상한 나라의 고래입니다. 저는….” 하는 식

으로 자기소개를 했다. 그리고 같이 참여한 가족, 또는 모둠이 각자의 단어로

이야기를 만든다. 그 이야기로 자신의 모둠을 소개하면서 첫 워크숍을 진행한

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적어서 병 속에 넣고 자신의 이야기를 형상화한 병마

개를 만들어 이야기 유리병을 완성했다.

아이들과 엄마, 가족으로 이룬 하나. 하지만 엄마는 언제나 지

켜보고 아이는 엄마도 함께하기를 바란다, 요구한다. 그런 갈

등, 사소하지만 중요한 갈등관계가 형성된다. 속마음 편지를 쓰는 시간, 아이

들은 “엄마는 여기 왜 왔어?” 하며 거르지 않은 물음을 던진다. “엄마가 오자

1 첫 번째

워크숍

2두 번째

워크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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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

고 해놓고, 같이 하지 않으면 어떡해?” 한다. 엄마는, 어제, 엄마의 기분을 변

명인 듯, 마음인 듯 내놓는다. 아이는 엄마의 얼굴을 그린다. 정성도 그런 정성

이 없다. 엄마는 자신의 모습을 아이의 그림에서 보고, 좋아한다. 아니, 감동한

다. 이렇게 풀리는 마음들. 사소하지만 사소해서 평소에는 얘기하지 않고 넘어

갔던 일을 말로 글로 풀어간다. ‘갈등 항체’가 그들 사이에 생겼다.

지역 센터에서 온 아이들, 여러 프로그램에 노출(?)되어 캠프

의 워크숍 프로그램 역시 의무로 받아들이는 것 같았다.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보였다. 그래서 그냥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내버

려두었다. 그 아이가 결국 조몰락거리며 뭔가를 만들기 시작했다. 나비였다.

“나비야?” 하면서 “네가 하고 싶은 얘기도 나비 얘기?” 하고 만들기보다는 이

야기에 관심을 가졌더니 그제야 조금씩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모든 과정이

끝나고 마지막 워크숍 때, 손도장 놀이로 이곳의 이야기를 기억하는 프로그램

을 할 때, 그 아이는 굳었던 마음이 한결 부드러워져 있었다. 다른 워크숍을 돌

아서 왔는데, 사실 걱정했다. 그런데 다른 워크숍에서도 이야기를 하고 듣고

했는지, 한결 부드러워져 있는 아이의 모습 때문에 작가들의 마음도 한껏 놓인

다 했다.

주어진 시간이 만들기 작업을 하는 데는 비교적 여유 있고 긴

시간이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수준의 결과물을 완성하기에

는 짧은 시간이었다. 그래서 처음부터 이야기를 서로 나누는 데 중점을 두고

워크숍을 구성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1, 2차 참가

자의 구성이 달라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방법에 차이를 둬야 했는데 미리 준비

3 세 번째

워크숍

0 마지막

워크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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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

할 수 없었다는 점이 아쉬웠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아이들과 어른들의 태도에

서 처음에는 아이들이 주저 없이 활동에 참여하고 어른들은 뒷짐 진, 뭘 어떻

게 해야 할지, 쑥스러워하는 모습이어서, 즐거운 갈등이 있었는데, 이를 대화

로 해소해나가는 과정이 의미 있었다. 그래서 나중에는 어른들이 더 적극적으

로 나서게 되었다. 성장한다는 것은 아이들의 일만은 아니다. 어른들도 아이들

을 통해 성장한다. 그래야 성장이다. 그림을 그리고, 가족의 모빌을 만들고 새

로운 가족이 탄생했다. 개구락지 캠프에서 성장한 아이와 어른. “이룹빠!” 외

쳤던 그때를 생각하며 또 다른 생활의 캠프를 준비한다.

Page 134: 2015 인문예술캠프 달빛감성 스케치 '달빛, 사람의 무늬를 새기다

1

Page 135: 2015 인문예술캠프 달빛감성 스케치 '달빛, 사람의 무늬를 새기다

1 가족들의 웃는 얼굴이 모빌이 되기를 기다린다

2 조심조심 물감을 찍어, ‘이상한 나라의 고래’

2

Page 136: 2015 인문예술캠프 달빛감성 스케치 '달빛, 사람의 무늬를 새기다

1 나를 그려주세요, 어떤 표정도 지을 수 있어요

2 속마음 편지로 마음속에 갈등 항체를 만든다

3 마음이 들리는 모빌, 엄마 아빠 누나 형 동생의 마음이 흔들흔들

4 아빠가 거는 아빠 마음, 엄마가 바라보는 엄마 마음, 빙글빙글 내 마음

1

2

Page 137: 2015 인문예술캠프 달빛감성 스케치 '달빛, 사람의 무늬를 새기다

3

4

Page 138: 2015 인문예술캠프 달빛감성 스케치 '달빛, 사람의 무늬를 새기다

인문

예술

캠프 

달빛

감성

경상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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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향 같은, 그 길 위의 멋진 청년들 

<나에게 커피란 _________다> 

낡은 구두 한 짝을 보면 무슨 생각이 나니? 

<배낭을 메다> 

길은 통로가 아닌 목적, 길 위의 그림은 곧 소통 

<끄적끄적 길드로잉> 

거울 속에는 내가 있네, 가면을 쓴 한 청년이…

<거울 속에 비친 나> 

카주를 불며, 무지개를 건너가는 청년 음악대 

<노란 길을 따라가지 않고 다른 길을 모색하는 오즈의 음악여행> 

춤춰라, 어디서든지 신나게 멋있게 춤춰라 

<몸뚱이를 부탁해>(1차), <미드나잇 in 하동>(2차) 

멋진 청년, 

경계에서  

묻다 

Page 140: 2015 인문예술캠프 달빛감성 스케치 '달빛, 사람의 무늬를 새기다

묻고 묻고 또 묻는다,

인문예술캠프 달빛감성 경상 

Page 141: 2015 인문예술캠프 달빛감성 스케치 '달빛, 사람의 무늬를 새기다

나에게 너에게 우리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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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

답이 아니라, 질문이 들끓게 하는 캠프,

그런 청년들

고무신

인문예술캠프 달빛감성 강원 기획자

질문은 어떤 자리에서 나올까? 이리 갈까? 저리 갈까? 이것 할까? 저것 할까?

늘 우리는 선택을 하지만 선택을 연습하는 시간은 없었던 듯하다. 캠프를 통해

참여 청년들뿐만 아니라 기획자에서 돕는 이까지 모두, 질문하는 연습을, 선택

하는 연습을 하는 캠프를 만들고 싶었다. 쌍계, 평사, 악양 등 하동의 3개 지역

과 <나의 커피> 등 6개의 워크숍, 그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선택하는 과정에서

많은 질문이 있기를 바랐다.

<열림특강>에서는 ‘작은세상’ 대표 김태경 선생을 모시고 늘 질문하는 그의

삶을 들려주고자 했다. 여러 다양한 삶의 경로에서, 지금하고 있는 난로 사업

까지. 왜 난로를 만들고 있고 어떻게 그 생각을 전파하고 있는지 지금의 청년

에게 알리고 싶었다. 종착지로서의 성공이 아니라 늘 꾸준히 가고 있는 그의

삶을 통해 그의 키워드인, ‘용기’와 ‘최선’, ‘최고’에 대한 이야기를 들

었다. <리빙 라이브러리>은 작업 중심이 아닌 이야기 중심의 꼭지다. 서

로 이야기하고 들으면서 자기를 한 번 더 살펴보게 하는 시간이었다. 짧

은 만남이기 때문에 오히려 더 진지해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꼭지로는 드러내지 않았지만, <쌍계초와 함께한 시간>은 무엇보다 소중했

다. 캠프에서 그 ‘지역과 함께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은 무엇일까’ 하는 고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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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

하며 배치한 프로그램이다. 함께 이야기하고 나누며 지역을, 사람을 더 알아가

기 위한 시간이었다. 메인 프로그램은 아니었지만 모두에게 소리 없이 스며든

기획이었다. <페어웰>은, 각 워크숍의 결과를 한 만큼 나누는 자리, 성과가 아

닌 한 것을 자유롭게 보여주는 자리, 목표를 설정한 자리가 아니었기에 더 자

유로울 수 있었다. 문화예술교육이 과정 중심인 것을 다시 한 번 느낀 시간. 결

과의 모음에만 약간의 연출과 계획이 필요했다.

<꼬물꼬물>은 <다방>과 함께 꼭지가 아닌 들르는 곳이었다. ‘빈틈’과

‘어색한 시간’을 각자 가지며 선택해서 할거리를 제공했고, 짧은 글로

차를 마시는, 말 그대로 빈틈의 시간이었다. <닫힘 특강, 지리산으로 간

사람들>은 한국학중앙연구원 정치영 교수의 특강. 지리산 사람들의 이

야기였는데, 강의가 아니라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로 만들면 더 좋

았을 것 같았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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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

나눔, 너와 나를 구별 짓고,

너와 나를 연결하는 힘

경계, 이곳과 저곳 사이. 이곳과 저곳을 구분하기도 하고, 이곳

과 저곳을 연결하기도 하는 경계는 나눔이다. 나눔은 양쪽을 ‘구별한다’는 뜻

도 있지만 양쪽이 ‘주고받는다’는 의미도 있다. 접착제가 바로 경계다. 이것도

저것도 아니면서 이것과 저것을 붙이는 바로 그것.

하동은 그런 곳이다. 강과 바다, 산과 들판, 경상도와 전라도, 자연과 인문

이 만나는 곳이면서 그것들을 구분하는 곳. 전북 진안, 팔공산 자락의 데미샘

에서 발원해 물줄기를 모아 흘러내리던 섬진강이 남해 광양만으로 들기 전, 민

물과 짠물을 서로 섞는 곳이 바로 하동이다. 지리산 자락이 흘러내려 평평해지

는 땅, 악양들판이 있는 곳이 하동이다. 또한 “윗마을 구례 사람, 아랫마을 하

동 사람, 닷새마다 어우러져 장을 펼치”(조영남, <화개장터>)는 화개장터가 바로

하동이다.

자연의 품에 있는 듯하다가, 잠시 한 발을 내디디면, 사람의 무늬가 새겨지

는 곳, 왁자지껄한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한 발을 내디디면, 스스로 그러한 곳

으로 접어드는 그곳, 경계이자 사이인, 구별이자 소통인 공간이 바로 하동이

다. 나누고 나누어도 모자라지 않고 선명해지는 이곳과 저곳의 접착점이자 구

분점이 하동이다. 나와 너를 나누고, 너와 나를 연결하는 멋진 청년들, 그 경

계, 하동에서 묻는다. 나에게 또 너에게, 그리고 우리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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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3

“나는 왜 네가 아니고 나인가요?” “자네는 도를 아는가? 도는 어디에 있는가?”

(장자) “나무들은 왜 그들 뿌리의 찬란함을 숨기지?” “사랑, 그와 그녀의 사랑,

그게 가버렸다면 그것들은 어디로 갔지?” “태양은 어제와 같은 것일까?”(파블로

네루다) “내 속에 질문 하나 생겼나?” “내 속에 답이 솟아오르나?” “내가 나일 수

있는가?” “경계를 지웠나, 만들었나?” “아직도 질문이 없나?” “바다를 향해 가

는 길은 몇 갈래일까요?” “강물이 되어 흘러가기를 원하나요, 아니면 스스로 강

이 되기를 원하나요?” “인생의 마지막에 어떤 사람으로 남고 싶은가요?”

살면서 생긴 물음들을 캠프에서 부려놓고, 2박 3일을 뜨겁게 관통하며 청년

들은 답을 얻었을까? 캠프에서 다시 얻은 새로운 물음들을 가방에 넣고 돌아

간 멋진 청년들, 캠프에서 그들은 어떤 대답과 어떤 물음을 얻었을까? 물음과

대답의 경계에 내 생각과 내 몸이 있음을 알았을까?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 내

안에서 밖에서 불어오고 불어나가는 ‘바람만이 아는 대답’을….

Page 146: 2015 인문예술캠프 달빛감성 스케치 '달빛, 사람의 무늬를 새기다

1 나였던 그 아이는 어디 있을까, 아직 내 속에 있을까, 아니면 사라졌을까

2 사랑, 그와 그녀의 사랑, 그게 가버렸다면 그것들은 어디로 갔지

3 스물아홉, 내 인생의 마지막 20대, 9월의 무성한 나뭇잎사귀 하나하나에 추억이 담겨 있었던… 30대, 새로운

시작을 위해 난 오늘부터 멋진 청년…

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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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시를 읽으면 웃음이 난다 그 사람이, 그 하늘이, 그 물이 생각난다

5 향초 불빛에 비친 나의 이야기, 그 사랑은 정말 사랑이었을까

3

4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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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향 같은,

그 길 위의 멋진 청년들 <나에게 커피란 _________다>

작가 조윤정은 커피 볶는 사람, 로스터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커피스트’라고 불리기를 원하고 사람들은 그를 그렇게 부르는 데 주저하지 않

는다. 커피(coffee)를 만드는 작가(artist), 커피스트(coffeest). 커피는 열대의 커피

벨트 지역에서 생산돼 사람들의 입속을 들어갈 때까지 수많은 유통과 공정을

거친다. 그중에서 로스팅은 가장 핵심적인 단계다. 식물의 씨앗인 생두를 먹을

수 있는 원두로 만드는 작업이 바로 커피를 볶는 로스팅 단계다. 쌀을 밥으로

만드는 일을 ‘밥한다’라고 말한다. 커피의 전 과정에서 로스팅은 그런 의미에

서 바로 ‘커피한다’라고 할 수 있는 작업이다.

로스팅은 경계의 작업, 자연을 인문으로 만드는 과정이다. 그래서 로스터는

커피의 생산에서 커피 음료를 만드는 바리스타의 작업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

을 알아야 하고 그 과정을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컨트롤한다. 경계에서 양쪽

을 구분하고 연결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서 사람들을 생각하고, 커피를

통해 사람들을 연결하고 소통하는 로스터가 커피스트다. 단순히 커피를 볶는

사람이 아닌…. 언제나 사람을 생각하는 커피스트, 조윤정 작가는 캠프를 어떻

게 준비하고 진행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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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7

“워크숍 시작 전까지 참으로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어떤 주어진 틀이 있지 않

고, 무엇이든 커피라는 주제로 맘껏 할 수 있다는 기획 의도가 좋았습니다. 지

인들과 아이디어를 나눴고, 참가자들에게 뭔가 의미 있는 시간, 가치 있는 경험

을 하도록 해주고 싶다는 생각으로 준비하는 내내 좋았습니다. 작가들과도 시작

전부터, 캠프 내내, 특히 밤에 평가 시간에 많은 이야기를 나눴는데, 다른 팀이

진행하는 것을 보고 듣고 하면서 많이 배우고 깨닫고 <나에게 커피란 ________

다>(이하, <나의 커피>) 워크숍에도 응용했습니다. 창의성을 갖는다는 것은 ‘열린

마음’으로 ‘내어놓는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누군가는 참가자들을 만나기 전에

그들의 이름을 다 외웠으며, 그들을 위해 남은 음식을 싸들고 방을 나섰고, 그들

과 함께 울고 공감했습니다. 소중한 추억을 남겨주고 싶다는 마음을 앞세워 진

지하게 몇 번이고 답사를 갔으며, 워크숍을 거듭하면서 프로그램을 수정하고 바

꿔 새롭게 시도하는 모험을 감행했습니다. 도전하고 모험하는 것이 얼마나 소중

한지를 깨달았을 뿐만 아니라, 워크숍 모든 과정이 도전이었습니다. 그렇게 도

전하면서 우리 작가를 키운 건 경쟁이 아니라 함께 나누는 모습이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첫 만남은 커피만큼 낯설고 황홀하다. 청년들은 왜 커피 워크

숍을 선택했을까? 설마 2박 3일 동안 기술을 배워 로스터나

바리스타가 되려는 것은 아닐 테지? 아니다. 그런 생각도 나쁠 건 없다. 아무

튼, 그들과 만났다. 다양한 연령이지만 ‘파랗푸릇’한 청년들. 커피 향만큼이나

짙은 그들의 생각을 들어보기로 했다. 그들에게 커피란 무엇인지? 워크숍을

통해 무엇을 얻고 싶은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많은 준비를 했지만 사실 아무것

도 준비하지 않았다. 준비는 작가의 것이지만, 워크숍을 만들어나가는 사람은

참여한 청년들이므로. 그들을 처음 만날 공간을 꾸민다. 촛불, 낙엽, 생두 자루

1 첫 번째

워크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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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8

등으로 장식된 공간에 커피 기구를 펼쳐놓는다. 커피 향이 흐른다. 그리고 들

려오는 낮은 목소리, “나에게 커피란….”

로스팅 이후의 과정을 지리산 자락, 산골 마을에서 진행해보

기로 했다. ‘미소난로’에 커피를 볶는다. 기계가 아닌, 사람의

손으로, 가스나 전기가 아닌 길섶에 뒹구는 나뭇가지로 화력을 얻어, 수망에,

프라이팬에 생두를 볶는다. 연둣빛에서 점차 갈색으로 변해가는 생두는 어느

순간 원두가 된다. 조금 더 볶인 원두와 조금 덜 볶인 원두가 알맞게 볶인 원두

와 함께 뒤섞여 있다. 까맣게 타거나 거의 볶이지 않은 원두를 솎아내려고 자

세히 보니, 원두의 색이 다 다르다. 얼핏 보면 비슷한 색이지만 각자의 색을 제

대로 내고 있는 원두들. 자신의 색을 잃지 않고 어울려 향과 맛을 준비하는 볶

은 커피, 그런 원두를 보면서 원두 솎아내기를 포기한다. 저 색들이 모여 지리

산 자락, 쌍계에서 볶은, 세계에서 단 하나뿐인 맛과 향의 커피를 완성할 테니.

커피가 완성됐으니 이제 사람을 만날 시간. 커피를 들고, 길을

나선다. 커피 향이 저 앞서 길을 인도하는 듯하다. 길에서 만

난 마을 어르신들에게 커피를 드리고 이야기를 받는다. 쌍계초등학교 도서관

에서 학부모들과 커피를 나누고 잠시 잊고 지내던 낭만을 듣는다. 커피가 없었

다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경계를 넘어서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주뼛주뼛하

며 이야기를 건넬 사람도 커피가 있다면 이야기보다 먼저 커피를 건네면 된다.

그리고 이야기는 커피를 따라간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청년들은 자신의 경계

를 넘는다. 길 위의 커피는 사람이 없으면 한낱 목을 축이는 음료에 불과하다.

습관처럼 마시는 그런 음료. 하지만 길 위에는 길을 가는 사람이 있다. 거슬러

2두 번째

워크숍

3 세 번째

워크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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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를 허물고 경계를 넘어서는 이방인, 

안주하지 않는 삶 

아쉬운 점이 있다면, 우리가 모일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이 적었다는 것이다.

워크숍 이외에 다른 프로그램이 빽빽하게 짜여 있어서 시간이 없었고, 둘째

날 밤에는 새벽까지 메인홀에 있을 수 있다 했는데, 12시 좀 지나서 숙소로 돌

아가라고 했다. 숙소는 남녀가 같이 있을 수 없다고 하고…. 이제 막 자신을

열고 돌아가면서 속에 있는 얘기를 꺼내고 있는데…. 정말 그들의 얘기를 더

듣고 싶었다. 내 얘기도 더 하고 싶었고. 다양한 삶을 살아온 사람들의 얘기

를 들음으로써 여러 가지를 배울 수 있고, 간접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

론, 내가 사람을 좋아하기 때문에 그런 거겠지만, 사람을 만난다는 것, 사람

과 이야기하며 소통한다는 것이 좋다. 그 이유는, 생각해보지 않았다. 사람을

좋아하는 데에 이유가 필요할까 싶다. 캠프 역시 사람을 만날 수 있어서, 밀

도 있게 만날 수 있어서 참가했다.

‘경계’를 떠올리면 나는 ‘이방인’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언젠가 <그라운드

의 이방인>이라는 영화를 봤는데, 그때 아, 나는 이방인일 수 있겠다, 내가 겉

돌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면 특히 그렇다. 그런데 경계에서 맴돌고 있다고 해

도 중심으로 들어가는 데 힘을 쓰고 싶지 않다. 경계에 또 다른 사회를 만들

고 있는 삶을 살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지금도 앞으로도. 이런 생각 이전

에 만났던 사람들은 나를 자기들에게서 멀어져간 사람, 이방인으로 생각하

고, 이후에 만난 사람들은 사람 좋아하는 저의 친화력 때문인지 넌 이방인이

아니야, 한다. 그래서 이쪽저쪽 왔다 갔다 하기 때문에 역시 경계에 있는 사

람이라는 생각이 굳어진다. 하지만 멋진 삶을 산다는 것, 멋진 청년은 경계를

두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거침없이 경계를 허물고 안주하지 않고 사는 삶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안주하지 않는 삶을 살면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경계

를 두지 않는 것이 내가 앞으로 살아가고 싶은 모습이다.

인문예술캠프

달빛감성 경상

참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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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

가는 사람, 같이 가는 사람, 앞서거니 뒤서거니 걷는 사람, 뛰는 사람, 멈춰서

생각하는 사람, 생각을 놓아버리고 걷는 사람…. 교실에는 아이들이 있고, 그

들의 엄마, 아빠, 선생님이 있다. 누군가를 가르치고 배우고, 느끼고 깨닫고,

길 위에서 길 밖에서 교실에서 교실 밖에서…. 그 모든 사람들의 사이사이에

커피가 있다. 사람들을 나누고, 이야기를 나누는, 서로 다른 의미의 나눔. 하지

만 커피로써 연결되는 그런 나눔. 처음 만난 사람들과 웃으며 나눌 수 있는 커

피 한 잔은 ‘프리허그’다. 커피는 사람이다.

<나의 커피>를 마무리하는 순간에도 커피는 역시 사람이다.

이제는 커피가 없어도 너에게서, 나에게서 커피 향이 난다. 한

사람이 커피를 생각하고, 커피로 인해 사람을 만나고, 결국 사람을 만나, 커피

를 마시게 되는 그런 순환과 반복이 사람들을 아우르고 맺는다. 지난밤 페어웰

파티에서 <나의 커피> 청년들은 함께 ‘길 위의 커피’를 담은 영상을 보여줬고,

<나의 커피> 공간을 열어 다른 워크숍 참여 청년들을 초대했다. 커피와 프리허

그를 나누고 세상의 모든 질문에 커피 향 웃음으로 답했다. 시간은 강물처럼

흘렸지만 커피의 순간은 꽃처럼 팍팍 터졌다. 그렇게 터진 따뜻하고 의미 있는

순간이, 흐르는 시간 어느 곳에 자리하고 흐름의 아쉬움을 달랜다. 따뜻한 커

피는 마시지 않으면 곧 식는다. 시간의 힘은 따뜻함마저 날려버리지만 누군가

와 마주하고 마신 커피는 그 사람의 따뜻함까지 내 안에서 식지 않게 한다. 그

렇게 청년들은 따뜻함을 간직한 채 각자의 시간으로 나뉘지만, 서로 나눈 커피

의 시간만큼은 간직할 것이다. 빈 커피 잔에, 함께하며 얻은 새로운 물음들을

채우고 다시 세상을 향해 길을 나서는 청년들, 커피 향 같은, 그 길 위의 멋진

청년들.

0 마지막

워크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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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누군가와 마주하고 마신 커피는 그 사람의 따뜻함까지

내 안에서 식지 않게 한다

2 길에서 만난 마을 어르신들에게 커피를 드리고 이야기를 받는다

3 이야기는 커피를 따라간다, 청년들은 자신의 경계를 넘는다

1

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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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사이에 커피가 있다, 사람들을 나누고, 이야기를 나누는, 서로 다른 의미의 나눔, 커피로써 연결되는

그런 나눔, 처음 만난 사람들과 웃으며 나눌 수 있는 커피 한 잔은 ‘프리허그’다, 커피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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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

낡은 구두 한 짝을 보면

무슨 생각이 나니? <배낭을 메다>

작가 구지원은 글을 쓰는 사람이다. 그의 글은 길 위에 있다. 하

지만 그 길은 목적지가 있는 길이 아니다. 그가 멈추는 곳이 길 끝이고 목적지

다. 길 위에서 길을 만나기도 하고, 길 끝에서 길이 시작되기도 한다. 그의 걸

음은 곧 문장이고, 그의 멈춤은 단락 나눔이다. 그렇게 길을 가고, 서고, 다시

걸으며 글을 담는다. 그의 낡은 배낭 안에는 이야기가 가득하다, 사람들의 이

야기가. 가령 그 이야기는 이렇다.

길섶에 버려진 낡은 운동화를 보면 그는 그 신을 담았던 발과 거기에 없는

다른 한 짝의 운동화를 떠올린다. 그리고 신을 신었던 사람의 이야기를 상상한

다. 그리고 이어지는 질문들. 왜, 저 운동화는 여기에 버려졌을까? 나머지 한

짝은 어디에 떨어졌을까? 아니면, 한 짝만 신은 발이 어디를 가고 있을까? 저

렇게 낡아갈 동안 저 신발은 어떤 것을 보았을까? 등등.

그는 대학원에서 보들레르와 기형도 시인의 삶과 시를 비교, 분석하는 논문

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그리고 문득, 보들레르의 시를 원문으로 읽고 싶어

불어를 ‘미친 듯이’ 배웠고, 훌쩍, 길을 나섰다. 그의 길은 바로 글의 길이므로,

프랑스 리옹에 이르러, 그곳의 사람들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리옹의 장인과 예

술가와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언어의 경계를 넘어, 그 이야기를 받아냈다. 수

천 장의 사진과 열여섯 권의 노트에 담긴 리옹의 이야기. 다시 한국으로 길을

거슬러올 때 보들레르는 그에게 시와 말을 건넸고, 리옹의 이야기는 책에 담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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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5

《리옹, 예술이 흐르는 도시》로 탄생했다.

늘 그랬던 것처럼, 그가 또다시 길을 나선다. 지리산과 쌍계사, 섬진강과 악

양들판이 있는 하동을 향해. 그러나 하동이 그 길의 목적지는 아니다. 그 길 위

에서 그는 멋진 청년을 만나 ‘배낭을 멜’ 것이다. 그들과의 만남을 위해 그는

길 위에서 어떤 생각을 했을까? <배낭을 메다>는 어떤 떨림을 준비했을까?

“캠프 하루 전 쌍계로 내려가는 길, 손에 든 다이어리 안에는 내가 만날 멋진 청

년들의 이름이 적혀 있었습니다. 아직 그들의 얼굴을 알지 못합니다. ‘누구를 만

나게 될까?’ ‘어떤 이야기를 나누게 될까?’ ‘무슨 일이 일어날까?’ 저는 자꾸만

다이어리를 만지작거렸습니다. 보선이는 자유를 찾고 싶다고 적어놓았습니다.

지현이는 삶의 의미를 되새기고 싶다고 하였고, 유진이는 제대로 된 인문학을

알고 싶다고, 정민이는 진정한 성취감을 맛보고 자기성찰을 하고 싶다고 했습니

다. 멋진 청년들의 참여 동기는 그대로 저의 질문이 되었습니다. ‘자유가 뭐지?’

‘제대로 된 인문학이란 뭘까?’ 밤새 잠이 오지 않았습니다. ‘왜지? 이렇게 뒤척

이며 생각에 빠져 있는 이유가 뭘까?’ ‘나는 어떤 실마리를 찾고 있는 걸까?’ 생

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고, 질문은 또 다른 질문을 낳았습니다. 애를 써도 잠이

오지 않았습니다. 눈이 말똥말똥해졌습니다.”

첫 만남, 낯선 공간, 준비하면서 가졌던 물음들, 참가 동기에

묻어난 질문들을 만나는 시간,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묻는다.

세상에 나온 아이의 첫 울음처럼. 작가와 청년들, 청년과 청년이 만나는 이 공

간은 과연 ‘인문예술캠프’에 걸맞은 공간일까? 조금 늦은 대답이 돌아왔다. 몇

몇은 예, 몇몇은 침묵, 또 몇몇의 머리 위에는 물음표. 이어지는 물음. “여러분

은 네모난 방에 네모난 책상 앞에 앉아 있습니다. 여러분 앞에는 네모난 스케

1 첫 번째

워크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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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했던 꿈, 

어렴풋하게라도 찾을 수 있을까? 

‘나는 우물 안 개구리구나’ 하는 생각을 확인하는 자리여서 참을 수 없는 눈물

이 났다. 처음 만난 자리에서 내 얘기를 하는 게 너무 힘들고 부끄럽고 그랬

다. 그런데 이상한 게 나도 모르게 말이 쏟아져 나왔다. 말 못한 속 풀이를 하

는 것처럼 그랬다. 그동안 친한 친구들에게도 하지 못했던 얘기였다. 처음 만

난 사람들 앞에서 내가 이럴 줄 몰랐다. 친구들도 다 힘들고, 그들은 일하느

라 힘든데, 아무것도 안 하는 내가 힘들다고 하는 것도 그렇고…. 가족들도

마찬가지다. 나이가 들어 어른이 됐으니 그냥 겉으로는 아무 말 못 하고 속으

로만 부끄러움으로 간직해왔던 것 같다. 뭐가 뭔지 잘 모르겠다. 인문이 무엇

인지 꼭 알려고 온 건 아니지만, 여기서 더 그게 모호해졌다. 그런데 알게 된

것이 있다면 그런 것은 누가 설명해준다고 알 수 있는 게 아니란 것이었다.

스스로 알아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뭘 하고 싶은지 잘 모르겠다. 꿈이 없어진 지는 한참 됐고, 살아야 하기 때문

에 뭘 해서 먹고 사나 하는 고민이 가장 크다. 물론, 꿈이 많았다. 지금은 다

사라지고 그냥 사는 게, 살아남는 게 중요하게 됐다, 내게는. 뭔가를 하기 위

해서는 자격증을 따고 공부를 더하고 그래야 하는데 너무 늦었다는 생각이

들어서 쉽게 할 수가 없었다. 글도 쓰고 싶었지만 뭘 어찌해야 할지 몰랐다.

주위에는 그런 사람도 없고. 그런데 이곳에 오니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

을 만나니 좀 생각이 바뀌었다. 같이 워크숍에 참가한 친구가 아침에 밥을 먹

다가 하는 말이, “뭘 그렇게 할 필요가 있느냐, 경험을 쌓으면서 천천히 해도

되지 않느냐” 했다. 캠프에 와서 나와 비슷한 것을 하고 싶어 하는 친구들도

만나고 작가도 만나니, 해볼 만하다 하는 생각이 조금 들었다. 달빛감성 캠프

는 그런 점이 좋았다. 내가 하고 싶었지만 포기할 뻔했던 것을 하고 싶어 하

는 친구들도 만나고, 하고 있는 선생님도 만나니까, 그게 좋은 것 같았다. 그

래서 우물 안 개구리 같은, 포기했던 꿈을 어렴풋하게라도 찾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캠프가 끝나고 돌아가면 이제는 나를 위해 뭔가를 해봐야

겠다, 가만히 있지 않겠다, 하는 생각을 했다.

인문예술캠프

달빛감성 경상

참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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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7

치북이 놓여 있습니다. 혹시, 이 공간의 배치를 바꾸고 싶은 분은 없나요?” 네

모가 나쁜가, 문제인가? 그렇지는 않다. 다만, 주어진 공간이 아닌 스스로 만

든, 구성한 공간에서 배낭을 메야 하지 않을까? 청년들이 일어나 움직이기 시

작했다. 책상들이 지그재그로 배치되고 생수통 옆에 있던 쓰레기통이 다른 곳

으로 옮겨졌다. 구석에 있던 소화기가 한가운데로 옮겨졌다. 안전이 중심이어

야 한다는 의미로 읽힌다. 그리고 무엇보다 작가가 옮겨졌다. ‘우릴, 가르치려

들지 말아요’ 하는 무언의 압력이랄까?

둥글게 모여 앉았다가 바다로 가는 강물을 얘기했다. 그러다

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좋아, 오늘은 섬진강변 모래톱에서

스스로 길을 내는 경험을 하도록 했다. 마음속이든 모래 위든 발자국을 찍으며

걷는 곳이 길이 되는 그런 경험. 스케치북을 끼고, 필기도구를 들고 맨발로 걷

거나 허적허적 걸으며, 생각을 버리거나 생각을 쌓고,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

리거나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그리기도 했다. 모래톱에 누워 하늘을 보기도 하

고, 엎드려 모래를 안기도 하면서 강과 길의 이야기를 들으려 했다. 그리고 무

엇보다 내가 모르는 나를 찾아서 길을 나서고 그 길의 여정을 글로 쓰기로 했

다. 그 여정은 <감/앉아 있다>(윤하나)일 수도 있고, <열매/냄새 맡다>(이연의)일

수도 있다. <송사리/날다>(박병찬)와 <다슬기/하품하다>(박우진)이기도 하다. 그

렇게 길이 되고, 물이 되고, 바람이 되고, 글이 되어갈 때, 섬진강의 윤슬은 찰

랑찰랑 청년들의 마음속으로, 글 속으로 흩뿌려졌다. 광준이가 일어나 묻는다.

“눈이 부시다, 당신에겐 무엇이?”

2두 번째

워크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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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8

쌍계사에서 햇볕을 쬐고, 느리게 걷는다. 늦가을 산사의 느긋

함을 담아 그 속에서 여유로움을 글로 써본다. 하지만 글보다

는 그만, 풍경에 눈을 빼앗겨 누워 하늘을 본다. 뒤집힌 곤충의 시점으로, 곧

하늘로 뻗어가는 나무줄기들을 보면서 ‘스스로 그러한 것’에 대해 생각한다.

불일폭포로 가는 길. 혹시, 폭포에는 물이 아닌 글이 쏟아져 내리지 않을까, 하

는 기대를 안고, 길 위의 나를 생각한다. 발바닥과 돌계단이 닿는 한 걸음 한

걸음을 느낀다. 그리고 내 심장이 말하는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내 속에 비어

있는 것과 차 있는 것을 생각하고 비어 있는 곳에 무엇을 채울지, 차 있는 것에

서 무엇을 버릴지를 생각해본다. 불일폭포까지 오르는 동안 서서히 숨이 차올

라 그 모든 생각조차 모두 잊는다. 내려올 때는 가벼운 마음뿐이다. 쌍계초등

학교에서 숲을 주제로 글쓰기를 하고, 서로에게 편지 쓰기를 했다. 아이들을

따라하며, 아이들과 어울리며, 아이들과 경계를 허물면서…. 밖에는 비가 부

슬부슬 내렸지만 “비가 세차게 오면/ 이끼가 킁킁거린다”(임준섭, 쌍계초 3년). 산

속 학교의 교실은 마냥 즐겁고 진지하고 따뜻하다.

간밤, 페어웰 파티의 마무리를 장식한 <배낭을 메다> 청년들

의 글은 떠나는 날 아침에도 또렷이 귀에 울린다. “스물아홉,

몇 달만 있으면 서른이다. 남들은 내게 작가라고 얘기하지만 사실 아직 제대

로 내 이름을 걸고 쓴 글이 없다.”(이혜진) 이렇게 시작한 글을 카톡으로, 한 명

씩 릴레이하며 썼다. 디지털에 새긴 아날로그의 감성으로 이어간 글은 마치 한

사람이 쓴 듯 마침내 열네 번째로 마무리된다. “스물아홉, 내 인생의 마지막 20

대 … 9월의 무성한 나뭇잎사귀 하나하나에 추억이 담겨 있었던 20대의 끝을

뒤로 하고 30대, 새로운 시작을 위해 난 오늘부터 멋진 청년의 자세로 새로운

펜을 들어본다.” <배낭을 메다>는 서른 즈음의 떨림을 안고 다시, 길을 나선다.

3 세 번째

워크숍

0 마지막

워크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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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

3

1 스케치북을 끼고, 맨발로 걷거나, 글을 쓰거나,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그리거나

2 불일폭포로 가는 길, 혹시 폭포에는 물이 아닌 글이 쏟아져 내리지 않을까

3 길 위의 나를 생각한다. 발바닥과 돌계단이 닿는 한 걸음 한 걸음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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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63: 2015 인문예술캠프 달빛감성 스케치 '달빛, 사람의 무늬를 새기다

1 낡은 구두 한 짝을 보면 무슨 생각이 나니, 배낭을 메고 경계에 선 그대

2 비어 있는 곳에 무엇을 채울지, 차 있는 것에서 무엇을 버릴지

3 머리 위에 팍팍, 떠오르는 물음표들, 이어지는 물음들, 글들

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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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은 통로가 아닌 목적,

길 위의 그림은 곧 소통 <끄적끄적 길드로잉>

그림 한 번 안 그려본 사람이 있을까? 태어나서 글자를 배우는

것보다 먼저 배우는 것이 그림이다. 글자는 누군가 가르쳐주지 않으면 배울

수 없지만 그림은 그렇지 않다.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아도 아이는 그림을 그

린다. 말을 하고, 그 말을 글자로 쓰기 전에 그림으로 표현한다, 엄마와 아빠의

그림을. 그림은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그 힘을 발휘한다. ‘차’와

‘car’를 사이에 두고, 서로 고개를 갸웃거릴 때, 괴발개발로 그린 것 같은 자동

차 그림으로도 한국어와 영어를 뛰어넘는다.

그림은 인간의 본능이다. 동물과 인간을 구분하는 여러 본성 중에 그림은

말과 함께 소통을 하며 살아야 하는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능력이다. 하지만

글자를 배우면서 사람들은 그림에서 멀어진다. 테크닉을 배워야 하는 예술, 태

어날 때부터 일부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재능으로 인식된다. 이제 그림은 그리

는 것이 아니라 구경하는 것, 감상하는 예술품일 뿐이다.

드로잉 작가, 이다와 모호연은 ‘그림은 인간의 본능’임을 일깨우는 작가다.

길 위의 그림 작가인 이들은 그림으로써 소통한다. 또, 소통하기 위해 길 위에

서 그림을 그린다. 이들에게 길은 목적지로 가는, 목표를 향해 가는 통로가 아

니다. 길 자체가 목적이고 그 길 위에서 소통한다, 그림으로써.

그 길 위에서, 그림은 쉽고 어려운 것이 아니라 본능이라고 ‘끄적끄적 그림’

으로 알려준다. 사람은 누구나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두 작가. 좋아하는 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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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며 적당히 굶어죽지 않게 살면서, 오랜 시간을 들여 예술가로 완성되길 바라

는, 스스로 ‘예술 노동자’라고 스스럼없이 말하는 그들은 이번 워크숍을 위해

어떤 밑그림을 그렸을까?

“목표를 크게 잡지는 않았습니다. 어차피 2박 3일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으니까요. 프로그램 내용은 평소에 진행하고 있는 <길드로잉

워크숍>에서 줄기를 가져왔습니다. ‘길드로잉’은 백퍼센트 나만의 그림이고 나

만의 기록이므로 테크닉을 알려주기보다는 그릴 수 있다고 용기를 불어 넣는

것,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생각해보는 것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인문학이

란 말은 왠지 멀고 크게만 느껴지지만 결국 나 자신에 대해 탐구하는 데서 시작

된다고 믿습니다. 이번 워크숍은, 사람들 내면에 있는 ‘상처받은 어린 예술가’를

보호하고 용기를 주는 것이 주목적이었기 때문에 몇 가지 원칙을 세웠습니다.

첫째, 참가자의 그림을 비난하거나 점수를 매기지 않는다. 둘째, 다른 참가자의

그림과 비교하지 않는다. 셋째, 자기비하 발언을 공식적으로 금지한다. 넷째, 그

림과 관련해 참가자들이 원하지 않으면 절대 하지 않도록 권한다. 다섯째, 의무

감이나 책임감으로 그릴 필요는 없다, 무조건 재밌을 때만 그리자. 이렇게 다섯

가지 원칙이었습니다. 이런 원칙 아래, 이번 워크숍에서는 타인의 평가가 아닌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원하는 것’에 몰입함으로써 자신과 타인의 경계에서

행복의 의미를 되짚어보는 시간을 가지려고 합니다.”

이다 작가의 길드로잉 강의 시간. 첫 만남에는 간단한 자기소

개 시간을 갖고, 이다 작가가 <길드로잉> 강의를 50여 분 동안

진행한다. 청년들은 ‘누구나 그림을 그릴 수 있다’, ‘그림으로 그리면 영원히

기억할 수 있다’, ‘내 그림은 내 마음대로 그리면 된다’는 등의 작가의 얘기에

1 첫 번째

워크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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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귀를 기울이며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인다. 그림에 두려움을 갖고 있

는 청년들은 어느새 종이와 펜만 있으면 끄적끄적 그림을 그릴 수 있을 것 같

은 마음이 커져간다. 네 차례의 워크숍 중에 첫 번째 시간을 모두 써가며 들려

준 작가의 그림 강의는 예술로서의 그림보다는 소통으로서의 그림, 감상으로

서의 그림보다는 활동으로서의 그림을 강조했다. 강의는 청년들의 그림 본능

을 불끈불끈 끄집어내주기에 충분했다. 밤늦게 도착한 청년들은 잠과 휴식을

포기하고 보충 강의를 들어야 했다. 작가 역시 두 번 해야 할 만큼 중요한 첫

번째 워크숍, 본능으로서의 그림, 이다의 그림 강의.

미술 재료 체험 시간. 초보자가 자기 그림에 애착을 갖기 위

해서는 평소와 다른 장치와 재료가 필요하다. 그림 초보가 선

택하기 어려운 재료들을 다양하게 구비하고, 스케치북도 일반적인 미색 종이

와 크라프트지(소포지) 두 가지를 제공했다. 작가가 재료의 특성을 하나씩 설명

하고 시연을 하면서, 청년들은 아낌없이 적극적으로 재료를 사용해본다. 이 시

간은 나에게 어떤 재료가 마음을 끄는지 알아보도록 하는 시간이다. 당장 다음

워크숍부터 그림을 그려야 하는 청년들은 이미 마음속에 자신이 그릴 그림이

충만해 있다. 그림 본능이 꿈틀꿈틀 살아나는 청년들, 길 떠날 채비는 이제 끝

났다.

드디어 길드로잉, 아기가 옹알이 끝에 ‘엄마’를 말하듯이. 길

드로잉 시간에는 자신이 마음에 드는 재료로, 마음에 드는 것

을 그리는 것. 모일 때만 한곳에서, 그다음부터는 자유롭게 자신의 길을 선택

해 본격적인 드로잉 작업에 들어간다. 1차 때 버스를 타고 멀리, 섬진강변과

2두 번째

워크숍

3 세 번째

워크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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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바람을 만나 사라졌다 

다시 만나는 그런 바람을  

“나는 바람이다. 곧 사라질 사람의 냄새를 가진 바람이다.” 이런 짧은 글

을 썼다. 내가 바람인 이유는, 캠프가 끝나서 이곳에서는 사라질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여기에 있다가 저곳으로 가면 이곳에서는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바람이다’라고 한 것이다. 그렇게 사라지면서 나무

를 만나든 불을 만나든 폭풍우가 되든 사라졌다 나타났다 하는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이곳에 나타나 좋아하는 그림도 그리고 다른 사람과 소통하

고 그러다가 조용히 떠나기 때문에 나는 바람이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도 그럴 것이기 때문에 나도 그들도 모두 바람이라고 생각한다. 그

바람들이 헤어졌다 다시 만날 수도 있고 영원히 못 만날 수도 있기 때문

에 더욱 바람처럼 사라졌다 나타난다고 생각한다.

<길드로잉> 워크숍을 신청했지만 시를 쓰는 것도 좋아하고 관심이 있어

서 <리빙 라이브러리>에서 내가 쓴 시를 보여주고, 다른 사람이 쓴 시도

보고, 작가의 시도 읽었다. 평소에는 시를 쓰는 사람, 시를 좋아하는 사

람을 만나기가 힘들지만 캠프에서는 그런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주어져

서 좋았다. 그런 시간이 참 소중하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만난 작가들과

친구들이 나중에 내 전시회에 온다고 했다. 학교 안에 있는 갤러리에서

다른 친구들과 하는 누드크로키 전시횐데, 광주에 오게 되면 찾아오기

로 했다. 물론 그 바람이 다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사라졌다 다시 만

나는 것이 바람이므로, 그런 만남이 이어진다면 더없이 좋을 것 같다. 이

캠프에서 만난 작가와 청년, 모두 바람이지만 다시 만나서 캠프에서 품

었던 물음을 이어갔으면 좋겠다. 혼자서라도 그러면 좋겠다.

인문예술캠프

달빛감성 경상

참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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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양들판까지 나섰으나, 버스로 이동하는 시간조차 아쉬워하는, 그림 본능으

로 충만한 청년들을 위해, 2차 때는 숙소 주변의 차시배지와 쌍계사 등지로 길

드로잉 장소를 정했다. 또한 차로 이동하는 것보다 천천히 오래 걸으며 스스로

그림 소재를 찾는 게 길드로잉에 더 어울리지 않을까? 길섶에 구르는 돌에 그

린 그림, 드러누워 하늘로 뻗는 나무들을 그린 그림 등등. 스스로 찾고 그린 그

림은 스스로 꾸민 전시 공간으로 이어졌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그림이

아닌, 청년들과 소통하는 그림 언어로써 전시는 구성되었다.

서로의 그림을 공유하는 시간. 돌아가면서 자신의 스케치북

을 공개하고 사람들에게 그림을 보여준다. 물론, 원하지 않으

면 보여주지 않아도 된다. 서로 칭찬하고 격려하는 시간을 가지면서 자기 그림

을 좋아할 수 있도록 다른 청년들을 설득(?)하고, 다른 청년들의 그림을 이해

하기 위해 귀 기울이는 시간, 모두 함께 그림에서 느껴지는 감정과 장점들을

찾아보는 시간. 어느새 청년들은 자연스럽게 소통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모두가 다른 그림을 그렸다는 것은 자신의 성격과 마음이 그림에 드러났기 때

문. 이해와 배려가 더 깊어지는 시간이었다. 다시 길을 떠나는 청년들. 그들은

이제, 그 길 위에서 그림을 그릴 준비가 되어 있다. 누구를 만나더라도 반갑게

소통하는 길, 그 길 위의 드로잉, 길드로잉. 끄적끄적, 또박또박.

0 마지막

워크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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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 청년들의 그림 본능을 불끈불끈 끄집어내주는 이다의 길드로잉 강의

2 한 장의 그림이 되어 그림을 그리는 길드로잉, 멋진 청년

3 길드로잉, 그 길 위에서 소통한다, 그림으로써

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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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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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길섶에 구르는 돌과 나뭇잎을 그린다, 바람에 실려 가는 나의 마음도

2 하늘로 뻗는 나무로 가득한 스케치북, 나무에 나의 그림이 담기는

3 스스로 찾고 그린 그림, 스스로 꾸민 전시 공간에 걸린다, 붙는다 달린다 소통의 그림 언어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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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

거울 속에는 내가 있네,

가면을 쓴 한 청년이…<거울 속에 비친 나>

분명, 작가 소개란에는 ‘사진작가 이일우’라고 돼 있었다. 그런

데 <거울 속에 비친 나>(이하, <거울 속 나>) 워크숍에 참여한 청년들은 고개를 갸

웃, 한다. 그리고 참다 참다 묻는다. 정말 궁금해 죽겠다는 듯이 묻는다. “사진

은 왜 안 찍어요?” “정말 사진가 맞아요?” 그럴 때마다 이일우 작가는, “예, 저

사진가 맞습니다. 아주 유명한 사진작가입니다.” “심지어, <무한도전>에도 출

연한 적이 있는 사진작가입니다.”

그의 말이 살짝 흔들린다. ‘심지어’에 힘을 줘야 할지, ‘<무한도전>’에 힘을

줘야 할지 몰라서 어물어물 한다. 이때를 놓치지 않고 청년, 다시 묻는다. “<무

한도전>에 출연했으면, 개그맨? 아, 배운가?” 얼굴을 한참 보던 청년, “연기력

이 뛰어나신가 봐요!” 확신에 찬 어조. 답답한 듯, 하지만 재미있다는 듯 웃으

며 일우 작가는 “사진작가로 나갔다니까…” 말끝을 흐린다.

이럴 땐 바로 검색. 하지만 ‘무한도전’ ‘이일우’ ‘사진’ 하고 검색어를 넣어도

검색이 안 된다. 청년들, 말없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 그러다가 “사진은

어떻게 하면 잘 찍는데요?” 가르쳐달라는 건지, 사진가니까 네가 찍는 법을 말

해보라는 건지, 애매하게 묻는다. 아는지 모르는지 일우 작가는, “음, 요새 디

카 좋으니까, 좋은 디카 사서 찍어, 아이폰도 좋고…” 아, 이 작가, 정말 사진작

가 맞을까?

캠프 안내 책자에는 분명, “독일 뮌스터 국립조형예술대학에서 순수미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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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했고 한국으로 돌아와 <침묵의 목소리>, <지시하는 초상>, <박제의 초상>,

<해변의 초상> 등의 다양한 사진 작업과 창작 활동을 하였으며 현재 진시기획

자, 문화콘텐츠개발자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사진으로 나를 바라본다》,

《꿈꾸는 사진》, 《내 인생의 첫 번째 포트폴리오》 등이 있으며 예술을 통해 사회

가 바뀔 수 있다는 믿음을 잃지 않고 더 행복한 세상을 꿈꾸며 살아가고 있다”

고 씌어 있다. “더 행복한 세상을 꿈꾸며 살아”간다? 그렇다면 몽상가? 그가

꿈꾸는 행복한 세상은 어떤 세상일까? <거울 속 나>에서 엿볼 수 있을까?

“<거울 속 나>는 거울을 매개로 그 속에 비친 청년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며 일상

에서 드러내기 힘든 내면의 페르소나(persona)를 찾아가는 프로그램으로 기획되

었으며 이를 위해 페이스페인팅과 가면을 생각했습니다. 캠프 전 기획 단계에

서, 주제 키워드인 ‘경계’의 의미를 찾는다는 점에 맞춰, 현실에서 드러나는 자

신의 모습과 내면의 모습을 페이스페인팅과 가면을 소재로 드러내고, 그것이 서

로 다른 자아의 모습이라기보다는 하나의 자아로서 인식하도록 준비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캠프 중에 중요했던 것은 참가자 스스로가 프로그램 참여에 대

한 인식과 결과물 생산을 목적으로 자신의 내면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

럽게 자신을 바라보고, 내면의 자신을 페이스페인팅과 가면을 매개로 드러내고,

각자가 생각했던 자아 표현을 하나의 팀으로 실현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를 위해

미리 설계한 프로그램 운영보다 자유롭게 자신의 생각과 사고를 표현하고 참가

자들이 제시하는 의견을 기반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하려 노력하였습니다.”

첫 번째 만남. 모두 워크숍에서 진행할 내용을 듣고, 당혹, 놀

람에 휩싸였다. 소위 ‘멘붕’이 온 것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작

가는 일상에서 가지고 있는 스스로의 아이덴티티를 서로에게 드러내기보다 워

1 첫 번째

워크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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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숍 참가자로서의 동질감 부여와 프로그램 집중을 위해 마스크와 표현이라

는 주제로 개별 아티스트의 몇 가지 작업을 그들과 함께 감상한다. 웰컴 파티

의 과제를 바로 부여하여, 참가자 스스로가 마스크를 통해 직접 자신들을 어떻

게 드러낼 수 있는지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결정된 내용에 대한 준비를 진행한

다. 모두의 당혹함은 어떤 확신으로 바뀌었다. 사진을 찍는 게 아니라, 사진을

찍히는구나. 페이스페인팅과 마스크가 있어서 부끄럽고 다행이라는 두 가지

감정이 교차하는 순간, 역시 작가는 그러거나 말거나. 하지만 내심 ‘바로 그거

야!’ 했겠지.

아, 사진은 안 찍는구나, 하는 당혹스러웠던 첫 번째 만남과

웰컴 파티 퍼포먼스의 분위기를 이어간다. 워크숍 주제 실현

을 위해 참가자 스스로 자신의 모습과 관련된 키워드 하나씩을 생각하게 하여

이를 페이스페인팅으로 본인의 얼굴에 실현하는 작업을 진행한다. 2차 캠프에

서는 마스크를 키워드로 쌍계초등학교 학생들과 무엇을 함께 나눌 수 있는지

를 고민해 ‘멍멍이 퍼포먼스’와 아이들과 함께 할 프로그램 준비를 진행했다.

어젯밤까지만 해도 당혹과 걱정이 앞서던 청년들이 페이스페인팅을 하고, 가

면을 쓰고 길을 나서자 마치 길 위의 배우처럼 자연스럽다. 자연스럽다 못해

‘오버’까지….

1차 캠프에서는 두 번째 워크숍에서 진행한 페이스페인팅을

한 그 모습 그대로 하동 대봉축제장과 최참판댁을 방문하여

실제 사람들과 일상의 공간에서 느껴지는 것을 경험하고 공유했다. 하동 악양

리 대봉축제판을 휩쓸며 ‘난장판’이 무엇인지 보여주었다. 창피하세요? 창피

2두 번째

워크숍

3 세 번째

워크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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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3

가 뭐예요? 감인가요? 서로 사진에 찍히겠다고 축제무대를 점령했다. 워크숍

장소로 돌아와 페워웰 파티의 주제 선정과 퍼포먼스 연출, 준비 등을 참가자

들의 의견을 그대로 수용하여 진행했다. 이제, 작가는 할 일이 없는 듯, 고개만

끄덕인다. 2차 캠프에서는 페이스페인팅 작업과 참가자들이 제안한 ‘생명나

무’ 퍼포먼스 준비를 진행했다. 사람이 나무가 되는 것이 아니라, 원래 나무였

던 사람인 것처럼, 그들은 검은색 불꽃나무가 되었다.

다시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와 2박 3일간 또 다른 나로 존

재했던 참가자들의 모습을 기록한 사진을 보는 시간을 가졌

다. 워크숍을 통해 드러난 각자의 얼굴에 대한 생각과 함께 실현한 퍼포먼스에

대한 생각들을 나누는 자리였다. 그런데!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 지난 2일 동

안의 과정을 돌아보고, 청년들이 경험한 것을 공유하기만 해도 시간은 훌쩍 지

나갔다. 그런 아쉬움을 뒤로하고 청년들은, 가면을 쓰지 않아도 가면을 쓴 듯

이, 가면을 써도 민낯인 듯이, 표정이 살아 있는 얼굴을 하고 자신의 생활로 돌

아간다. 작가가 사진가인지 아닌지 아무도 관심이 없다. 이미, 청년들은 스스

로 워크숍의 작가였으며, 자신의 얼굴과 가면의 주인공이었으므로.

0 마지막

워크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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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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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어둠 속의 불꽃, 불꽃, 불꽃들 날린다, 떠다닌다, 싹이 튼다

2 싹튼 나무가 자란다, 어둠 속에서 빛나는 시그널, 생명나무

3 이제, 무엇이든 될 수 있다 눈 깊은 무엇이든 다 나를 닮았다

4 가면 속에 내가 있네, 내 속에 가면이 있네, 나는 가면, 가면은 나

3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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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의 벽 앞에서, 페이스페인팅으로 질문을 던지는 청년들, 나의 얼굴은 물음표, 가끔 느낌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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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주를 불며,

무지개를 건너가는 청년 음악대 <노란 길을 따라가지 않고 다른 길을 모색하는 오즈의 음악여행>

음악이란 무엇일까? 왜 사람들은 노래를 할까? 말도 아닌, 그렇

다고 소리도 아닌, 음악. 의미와 무의미의 경계에 선 아름다움. 노래하는 사람

에게는 하고 싶은 이야기도 있고, 아름다운 출렁임도 있다. 사람들은 가만히

말만 하기에는 너무도 재미없고 심심해서 노래를 하는지 모른다. 그 심심함의

깊이가 노래를 만들어 부르게 하는지 모른다. 누군가에게는 이야기가 되고 누

군가에게는 춤곡이 되고, 누군가에게는 세상의 싫은 소리를 막아주는 든든한

보디가드가 되기도 하는 음악. 음악은, 노래는 사람이 사는 데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다. 그 필요 없음이 노래를 노래답게 하는지 모른다. 서로 다른 사람이 어

울릴 수 있고, 좋아하는 것이 달라도 함께할 수 있는 연결고리가 음악이고 노

래이지 않을까?

밴드 오즈(OZ)는 청년들과 함께 음악여행을 떠난다. <오즈의 마법사>에서

따온 이름, 밴드 오즈는 그 이름만큼 독특한 음악, ‘집시트로니카(Gypsytroni-

ca)’ 음악을 하는 3인조 밴드다. 어쿠스틱기타로 세계의 민속음악을 연주하던

뮤지션과 일렉트로니카 음악을 연주하던 뮤지션, 밝은 분위기의 음악을 하던

두 사람과 세상의 아픔을 노래하던 한 사람이 모여 그 경계를 만들며, 혼합하

며 그들만의 독특한 색깔을 만드는 밴드 오즈. 그들이 여행을 준비한다. 머무

는 것도 아닌, 달아나는 것도 아닌, 그 경계, 여행. 그 길은 목적지가 정해진 길

이 아닌 경계를 따라 가는 길이다. 이곳에서 저곳으로 저곳에서 이곳으로 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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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떠나는 여행, 길놀이처럼, 브레멘음악대처럼. 세상의 여러 소리를 담고, 음

악을 확장하며…. 오즈는 이번 여행. <노란 길을 따라가지 않고 다른 길을 모색

하는 오즈의 음악여행>(이하, <오즈의 음악여행>)을 어떤 마음으로 준비했을까? 여

행을 마치고 남은 아쉬움은 없을까?

“오즈는 이번 워크숍에서 음악을 만들고 연주하는 것이 특별하게 재능이 있는

사람들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님을 그리고 음악은 어떠한 형식이나 틀에 구애받

지 않아도 됨을 청년들과 함께 얘기하고 싶습니다. 그 안에서 음악가와 음악가

가 아닌 사람의 경계 그리고 음악이 된 소리와 음악이 되지 못한 소리의 경계를

체험하고 그 경계를 무너뜨리는 작업을 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동시대의 청년으

로서 오즈 멤버들이 어떤 계기로 음악을 직업으로 삼고 살아가게 되었는지, 그

리고 어떤 고민을 하고 어떤 방법으로 삶을 유지하는지, 하는 얘기를 나눔으로

써 다양한 삶의 가능성에 대해 함께 고민해보고 싶습니다.”

“아무래도 2박 3일의 시간이 너무 짧았던 것 같습니다. 시간이 더 있었더라면

더 재미있는 것을 많이 해볼 수 있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함께 있는 시간이

짧으니 참가자들과 작가들의 관계나 참가자들 간의 관계가 깊어지기 힘든 구조

였던 것 같습니다.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이후에도 많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

는 관계로까지 발전하기 힘들었던 것이 아쉬웠습니다. 그리고 다른 장르들끼리

함께 협력할 수 있는 기회가 적었던 것도 아쉬웠습니다. 예를 들면 음악과 춤이

함께 무언가를 해본다든지 <나에게 커피란> 팀의 카페에서 <오즈의 음악여행>

팀이 연주를 한다든지 하는 시도가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여행의 시작은 가방을 싸는 것. 하지만 <오즈의 음악여행>은

짐을 풀고, 참가자들과 오즈 멤버들이 자신을 소개하는 것으1 첫 번째

워크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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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

로 시작했다. 소개는 기본적인 신상과 함께 각자 자신이 제일 잘하는 것을 중

심으로 자랑하듯이, 노래하듯이 소개하자고 했다. 청년들은 재미있게 또 진지

하게 자신을 소개했다. 거기에서 나온 정보를 토대로 다 함께 그 사람의 별명

을 지었다. 운동을 잘하고 몸으로 하는 건 웬만하면 다 잘한다는 청년, 그래서

‘트라이애슬론’(소위, 철인 삼종 경기)에 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는 청년에게 모두

몸의 신, ‘몸신’으로 별명을 지어줬다. 그러고 난 후 앞으로 진행될 워크숍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하고 생수통, 종이컵, 페트병 등으로 간단한 손 악기를 만

들었다.

1차 때에는, 음악이 된 소리와 음악이 되지 못한 소리의 경계

를 무너뜨리기 위해 일상의 소리들로 만들어진 음악(엠비언스

뮤직)을 함께 듣고 얘기를 나누었다. ‘악양들판’과 ‘최참판댁’으로 나가 주위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핸드폰 녹음으로 소리를 채집했다. 들판에서 담은 바람

소리, 최참판댁으로 오르는 길 양편 가게에서 사람을 부르는 소리, 흥정하는

소리. 가끔 거기에 섞이는 자동차 소리 등등 자연과 사람의 소리를 채집했다.

비라도 내리면, 빗소리도 담을 텐데. 2차 때에는, 전날 만든 손 악기로 기본적

인 리듬을 함께 연주해보고 참가자들이 한 줄씩 던진 글로 가사를 완성해 함께

노래를 만들었다. 그리고 그 노래도 함께 편곡하고 같이 연주해보았다.

1차 때에는, 악양들판과 최참판댁에서 채집해 온 소리들을 모

아 음악으로 만드는 시간을 가졌다. 또 전날 만든 손 악기로

함께 연주를 해보았다. 드디어 채집한 소리들로 만드는 음악이 완성되자 모두

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첫 작품을 들었다. ‘아, 신이시여! 음악이 이런 것이었

2두 번째

워크숍

3 세 번째

워크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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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

습니까?’ 2차 때에는, 비가 와서 계획했던 악양들판은 나가지 못하고, 대신 최

참판댁으로 가서 카주와 손 악기들로 전날 워크숍에서 만든 노래와 각자가 좋

아하는 노래들을 함께 연주하며 돌아다녔다. 그러는 중에 춤을 배우는 <미드

나잇 in 하동> 팀을 만나 즉흥으로 연주와 춤을 함께 했다. 역시, 라이브 음악

이 춤에는 제격, 음악에는 춤이 함께하면 눈도 즐겁지, 하는 마음과 마음이 만

났다.

2박 3일이 이렇게 짧을 줄이야. <오즈의 음악여행>은 가방을

싸면서 여행을 마무리한다. 2박 3일은 짧지만 <오즈의 음악여

행>의 순간순간은 너무도 많은 추억을 남겼다. 참가자들 중 대부분은 음악을 친

근하게 대해 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노래를 만들 때나 함께 연주할

때 처음엔 주저했다. 누구나 쉽게 다룰 수 있는 카주 같은 악기를 접하게 되고

같은 처지의 청년들과 함께 연주를 하면서 처음 느끼게 된 음악하는 재미. 이후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최참판댁이나 숙소 곳곳에서도 쑥스러워하지 않고 적극

적으로 연주를 할 수 있게 된 <오즈의 음악여행> 참가 청년들. 노래를 만드는 과

정 또한 처음에는 굉장히 소극적이었나 한 참가자가 첫 번째 화두를 던지니 다

른 참가자들이 한 줄씩 가사를 써 넣기 시작했다. 그걸 정리한 후 가사를 완성

할 수 있게 되고 멜로디 또한 한 사람씩 의견을 얘기해서 만들 수 있었다. 함께

하면 넘을 수 없을 것 같은 한계도 넘게 된다. 그리고 노래를 만드는 중에 한 참

가자가 노래 중간에 랩을 하기로 하고 차로 이동 중에 열심히 랩의 가사를 완성

했다. 즐거움이 주는 힘. 결국 <오즈의 음악여행> 악단은 노래와 연주로 페어웰

파티 내내 즐거움을 담당했다. <오즈의 음악여행>의 끝은 세상으로 떠나는 여행

의 시작, 청년들은 이제, 삶은 여행임을, 음악이 함께하는 여행임을 느꼈을 것

이다. 그들은 ‘무지개 너머’로 건너가 ‘사람의 마을’에 도착할 수 있을까?

0 마지막

워크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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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슬쩍슬쩍, 아무도 모르게 모두가 알게, 랩랩랩, 괜찮아? 그렇다면 본격적으로 랩랩랩

2 온몸이 비트가 돼, 내 입은 말하면 돼, 생수통은 치면 돼, 모든 소리는 음악이 돼

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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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내 오른손은 소리를 담고, 내 왼손은 움직임을 담고,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알지

4 대숲에 흐르는 바람, 사각사각, 스르륵스르륵, 세상의 모든 소리를 담는 즐거움

3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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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춰라, 어디서든지

신나게 멋있게 춤춰라 <몸뚱이를 부탁해>(1차), <미드나잇 in 하동>(2차)

인문(人文), 인문학은 무엇일까? 어떤 사람은 문사철(文史哲)을

말하고 어떤 사람은 자연과학과 대비해 인문과학을 말한다. ‘이과, 문과’라 할

때 ‘문과’를 이루는 학문을 말하기도 한다. 이런저런 얘기를 종합해볼 때, 그리

고 조금 쉽게 말하면, 인문은 한자 그대로 ‘사람[人]의 무늬[文, 紋]라고 할 수 있

다. 사람의 무늬가 새겨진 것이 인문이란 이름으로 아우를 수 있다는 얘기일

것이다. 문명과 관련된 그 모든 인류의 무늬, 그렇다면 자연과학 역시, 넓은 의

미의 인문이고, 예술 역시 그렇다.

여기, 몸이 있다. 주검이 아니라면 몸은 스스로 움직인다. 사랑을 하거나 음

식을 먹거나 위험을 피하거나 여러 상황에서도 그에 대처해 움직인다. 잠 잘

때도 몸은 움직인다. 사람의 몸은 움직임이 곧, 살아 있음이다. 움직임은 그러

므로 몸에 새겨진 삶의 무늬 같은 것이다. 그 무늬가 드러나고 숨으면서 삶은

계속된다. 몸에 새긴 움직임의 무늬는 머리가 잊은 것도 되살려낸다. 그 몸의

가장 아름다운 움직임이 춤이다. 몸에 새긴 가장 화려한 무늬.

<몸뚱이를 부탁해>(이하, <몸뚱이>)의 ‘반숙’과 ‘희랑랑’, <미드나잇 in 하동>(이

하, <미드나잇>)의 ‘애쉬’, ‘구우’, ‘라니’는 춤추는 작가, 몸의 예술가다. 움직임과

춤의 경계에 선 그들, 몸을 움직이면 춤이 되고, 춤은 다시 그들의 움직임이 된

다. 그들이 몸에 새긴 말, 이야기는 춤으로 표현된다.

<몸뚱이>의 작가, 반숙과 희랑랑. 희랑랑은 청소년 시절부터 여러 춤을 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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렵했으며, 풍물과 라인댄스에도 두각을 발휘한 작가다. 반숙은, “그냥 동네 ‘찐

따’였다가 춤을 추기 시작, 계속 춤을 추다 달빛감성 캠프까지 오게 되었다”고

자신을 소개하는, 춤에 중독(?)된 춤꾼이다. 그들은 춤의 향연, <몸뚱이> 워크

숍을 어떤 ‘스텝’으로 밟아갔을까?

“2박 3일이라는 짧은 기간에 처음으로 ‘춤’이라는 것을 접한다는 점을 감안하여

‘내 몸을 내가 의도하는 대로 움직인다’라는 점을 가장 큰 주제로 잡았습니다.

춤이란 기본적으로 움직임이지만, 그 움직임 안에 어떠한 의도를 담고 있느냐에

따라서 미학적 예술이 되기도, 사회적 의사소통이 되기도, 또한 도덕적 표현이

되기도 합니다. 보통 인문(人文)을 협소하게 구분지어서 무용을 간과하는 경우

가 있는데, 춤이란 인문학에서 고민하고 탐구하는 것을 표현하는 가장 쉬운 방

법, 그러나 한국 사회의 청년들에게는 아직은 익숙지 않은 한 방법, 즉 사람 몸

에 새긴 문화 행위, 예술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하여, 캠프 일정을 통해 이루고

자 했던 가장 큰 목표는 ‘몸을 움직인다’라는 행위 자체에 두려움을 없애는 것이

었으며, 더불어 ‘스윙댄스’ 특유의 장점(소셜 댄스로서 파트너와 함께 추는 춤)을 발휘

하여 그 안에서 ‘나와 너 사이의 경계를 허물고 대화한다’라는 2차 목표에도 접

근하고자 하였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워크숍에서 춤에 관한 얘기만 하고 춤만

추는 것은 아닙니다. <몸뚱이> 워크숍의 기본 주제는 캠프 전체를 아우르는 ‘경

계에서 묻다’에 맞춰 춤을 통해 다양한 경계선에서 마주하게 되는 질문에 스스

로 또는 함께 소통하고 물음을 만들고 답을 찾아보는 내용으로 진행했습니다.

함께한 춤이 스윙댄스든, 라인댄스든 종류와 무관하게 음악과 소통하며 나를 표

현하고 사람과 사람이 소통하는 친숙한 매체로서 춤을 생각해보는 시간으로 프

로그램을 진행했습니다.”

<미드나잇>의 작가 애쉬, 구우, 라니. 그들은 춤추지 않을 때, 애쉬는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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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의 숲을 지나, 나와 나의 문을 열고 질문의 

벽을 마주하다 

디자인이란 원래 짧은 시간에 강렬한 상징을 사람들에게 각인시켜는 일이다.

효율을 중시하는 것인데, 이는 인문과는 잘 맞지 않는다. 그래서 미리 정해진

이미지나 상징을 참가자에게 주입하는 것을 철저히 배제했다. 하지만 인문적

메시지가 담긴 한 이미지는 청년들의 마음에 남기고 싶었다.

하동 캠프에 처음 도착한 참여 청년들은 버스에서 내려 세 가지 상징물을 지

나간다. 먼저, ‘거울의 숲’. 거울처럼 비춰지는 재질로 된 기다란 육면체의 기

둥에 캠프의 여러 질문을 새겼다. 청년들은 이 거울의 숲을 지나면서 언뜻언

뜻 비춰지는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된다. 그리고 거기에 새겨진 질문을 보면서

나는 어떤 질문을 가지고 캠프에 참여했는지 생각해보도록 했다. 그리고 두

번째, 두 얼굴이 투명하게 인쇄된 유리문인 ‘두 얼굴의 문’을 열고 들어간다.

문이 열리면 나와 나인 두 얼굴이 서로 멀어졌다 가까워진다. 그때 나를 마주

한 또 다른 나를 발견하게 된다. 문을 열고 들어오면 ‘질문의 벽’을 마주하게

된다. 거기에 청년들은 자신이 가져온 문장, 질문들을 적는다.

이런 콘셉트로 캠프 공간을 디자인했다. 하지만 이것은 내가 디자인을 설명

하느라 말한 것이지, 실제로는 참여 청년들이 이런 의도가 드러나지 않도록

디자인했다. 캠프의 여러 워크숍과 프로그램에 녹아들 수 있도록, 그리고 워

크숍 작가들의 인문적·예술적 활동의 바탕이 되도록. 대체적으로 이런 생각

은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이 처음에는 별생각 없이 지나다가 거울

의 숲에서 자신을 비춰보기도 하고, 사진을 찍기도 하고, 질문의 벽에 빽빽하

게 질문과 문장을 적어나갔다. 이는 워크숍이 거듭되면서 자연스럽게 이뤄진

모습이었다.

캠프가 끝나고 캠프를 떠올릴 수 있는 소품을 지니고 갈 수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거울의 숲이나, 두 얼굴의 문, 질문의 벽과 같은

역할을 하는 ‘어떤’ 작은 것. 하지만 기억만으로도 청년들은 깊은 질문을 가져

간 듯했다. 나 역시, 캠프를 통해 어떤 질문을 안고 왔다.

도유(DOYU Eunhee Kim)

인문예술캠프

달빛감성 청년참여형

캠프 아트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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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자로, 구우는 일러스트레이터로, 라니는 동화작가로 ‘움직인다’. 그 움직

임이 낮을 지나고 넘치고 넘치면, 깊은 밤 춤춘다. 춤과 움직임의 순환구조로

낮과 밤, 밤과 낮을 통과한다. 그들이 준비한 <미드나잇>, 간결하고 세련된 그

들의 춤만큼 짧고 임팩트 있게 준비 상황을 말한다.

“인문예술캠프에 맞추어 2, 30년대의 문화와 춤을 몸으로 익히는 시간을 갖는

것이 수업의 목적이었습니다. 스윙댄스라는 장르적 특성인 커플댄스 혹은 소셜

댄스를 추면서 자연스럽게 사교를 나눌 수 있도록 수업을 진행하였습니다.”

남과의 경계를 허무는 시간. 오늘 처음 만나는 낯선 이와 손을

잡고 서로의 눈을 응시하는 행위는 보통의 사람들에게는 쉽

게 상상할 수 없는 일일 것이다. 특히 요즘처럼 입시부터 취업까지 모든 것이

경쟁으로 가득한 이 땅의 청년들에게는 더욱 그럴 것이다. 첫 시간은 스윙댄스

의 지터벅 기본 동작을 활용하여 파트너와 서로를 인지하고 교감하는 법을 공

유했다. 이 과정을 통해 낯선 이에 대한 경계를 허물고 춤을 위한 장치, 작은

신호들을 주고받으며 나를 표현하는 법과 상대의 신호에 반응하는 법을 배웠

다. 하지만 배운다는 의식도 없이 즐겁게 음악에 몸을 맡기고 신나게 움직이면

그뿐.(1차, <몸뚱이> 워크숍)

스윙댄스의 기초인 지터벅을 배우는 시간.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인사를 대

신한다. 첫 시간이니만큼 어색함을 깨기 위해 자연스럽게 수다 떨 듯 인사하는

시간을 가졌다. 지터벅의 기본 스텝과 소셜댄스의 기본인 리딩과 팔로잉을 배

운다. 리딩은 보통 남성이 춤을 이끌고 팔로잉은 보통 여성이 춤을 채우게 되

지만 남녀를 맞춘 게 아니므로, 성별에 관계없이 리딩과 팔로잉을 배운다. 춤

에 들어 있는 관습, 그 경계를 허무는 시간이었다. (2차, <미드나잇> 워크숍)

1 첫 번째

워크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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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의 경계를 허무는 시간. 착한 자녀, 똑똑한 제자, 해맑은

후배, 신뢰 가는 선배…. 하지만 남과 관계를 원만하게 유지

하기 위해 정작 나 스스로를 정확하게 바라보고, 꾸밈없이 표현하는 것에는 서

툰 청춘들. 두 번째 워크숍은 진솔하고 꾸밈없이 나를 표현하는 법을 경험해보

기 위해 ‘라인댄스’로 나를 만나는 시간이다. 뮤지컬 <그리스> OST를 바탕으

로 한 친숙한 음악이 춤과 연결되었다. 안무 역시 굉장히 쉬운 동작들로만 구

성된 댄스라 빠른 시간 안에 모두가 동작을 익힐 수 있었다. 악양들판의 동정

호 야외 정자에서 추는 라인댄스, 동작이 몸에 익고 나니, 곧 동작이 커지기 시

작하고 각자의 애드리브가 늘어났다. 잘 추고 못 추고를 평가하는 춤이 아니라

누구나 열린 공간에서 음악과 하늘과 바람이 원하는 대로 몸뚱이를 움직인, 말

그대로 자연의 춤을 추는 시간이었다.(1차, <몸뚱이> 워크숍)

‘코사지’, ‘부토니에’를 만드는 시간. 조화, 원단리본, 부토니에핀, 집게 등을

이용하여 코사지와 부토니에를 만든다. 춤을 준비하면서 마음을 가다듬는 시

간이다. ‘코사지’는 보통 조화나 패브릭 등으로 꽃을 만들어 머리 혹은 옷을 장

식하는 장신구인데 주로 여성이 사용한다. ‘부토니에’는 남성의 정장 칼라 부

분에 작게 장식하는 브로치 형식의 장신구다. 1920~30년대부터 춤추러 나갈

때 자신을 꾸미면서 마음을 다잡던 일, 그 두근거리는 마음을 체험해보는 시간

이었다.(2차, <미드나잇> 워크숍)

세상과의 경계를 허무는 시간. 그 누구보다 스스럼없는 모습

으로 최참판댁으로 이동했다. 소설 《토지》의 공간, 평사리. 소

설은 유교적 사회가 무너지는 시대 한가운데에서 몰락해가는 한 가족사를 통

해 격동의 사회를 풀어내고 있다. 그 공간을 함께 거닐며 지금 우리가 마주하

2두 번째

워크숍

3 세 번째

워크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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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있는 관계의 변화를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몸뚱이> 팀의 참가자는 모

두가 20대. 관계의 변화가 가장 잦은 나이, 그에 대한 고민도 많지 않을까? 청

년들이 함께 대화하는 시간을 가지면서 스스로 ‘나의 역할’에 대해 자연스럽게

자문자답하는 시간이 만들어졌다. 이미 함께 춤을 추며 서로에 대한 경계가 무

너진 상태에서 대화는 누가 강요하지 않았지만 진솔했다. 내가 하고 싶은 것,

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그 일이 세상 속에서 어떤 역할과 의미를 지니는지

자신의 생각을 말하면서, 내가 보지 못한, 감춰둔 나를 드러내고 그 경계를 허

무는 시간이었다.(1차, <몸뚱이> 워크숍)

스윙댄스의 또 다른 장르인 ‘찰스턴’이라는 춤의 기본 스텝을 배우는 시간.

찰스턴은 미국 남부 캐롤라이나의 한 도시인 찰스턴에서 시작되어 붙여진 이

름이다. 이 춤은 처음 나왔을 당시 창피하기 짝이 없고 불손한 춤으로 여겨졌

다. 그런 평가를 뒤집어보면 그때까지의 관습에 도전하는, 경계를 허무는 춤이

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8카운트로 이루어진 춤이며 혼자 또는 커플댄스로 출

수 있는 춤, 찰스턴. 그래서 이 춤을 배워 최참판댁에 올라가서 춤추는 모습을

영상으로 남겨보기로 했다. 최참판댁과 찰스턴 댄스, 뭔가 부조화의 조화, 경

계의 춤이 떠오른다. 춤을 추는 동안 <오즈의 음악여행> 팀과 만나 그 팀의 음

악에 맞춰 자유롭게 춤추는 즉흥 협업을 이뤘다. 젊음이란 음악에 청춘이라는

춤을 맞추듯.(2차, <미드나잇> 워크숍)

다시, 우리가 되는 시간. 마지막은 언제나 아쉽다. 워크숍 시

간은 짧았고, 곧 헤어질 ‘우리’여서 아쉽다. 스윙재즈 음악을

듣는 시간을 갖고 편지를 쓰는 시간으로 마무리. 편지는 처음 만났지만 손짓

몸짓으로, 때로는 눈빛으로, 더불어 대화로 나와 함께 소통한 나의 파트너에

게, 잠깐이지만 온전히 나 스스로 춤출 수 있었던 용감한 나 자신에게, 캠프를

0 마지막

워크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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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해 새롭게 관계를 맺게 된 친구들에게…. 그들에게 자유롭게 편지를 쓴다.

‘우리’가 쓴 편지는 동정호 옆, ‘느린 우체통’으로 보내졌고 1년 후에 ‘우리’는

악양들판과 쌍계사의 ‘나’와 또 다른 ‘나’들, ‘우리’의 이야기를 펼쳐보게 된다.

다시 세상 속에서 나를 잊고 살아가고 있다면, ‘우리’의 편지가 내 속의 청춘을

다시 깨울 수 있도록….(1차, <몸뚱이> 워크숍)

요가와 마사지로 긴장과 아쉬움을 푸는 시간. 서로의 배를 베고 드러누워

몸의 긴장을 풀고 지난 2박 3일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서로의 호흡과 웃

음소리가 하나로 연결되어 들리는 시간 내내, 긴장과 아쉬움은 서서히 날아갔

다. 또, 두 명씩 짝을 지어 마주앉아 타이마사지를 해보았다. 게으른 자의 요가

라고도 불리는 타이마사지. 상대의 굳은 어께와 등을 스트레칭해주며 자연스

럽게 곧 헤어져야 할 아쉬움을 녹였다. 세상 속에서도 신나게 춤출 시간을 마

련하기 위해, 게으르게 살 용기와 자기 몸의 움직임을 스스로 조정할 수 있는

지혜를 기억하기 위해….(2차, <미드나잇> 워크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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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

1 손을 잡으면 마음까지, 스텝은 그냥 따라오는 거야

2 ‘코사지’ ‘부토니에’를 만드는 시간, 나를 장식하는 꽃, 꽃을 장식하는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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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 최참판댁, 넓은 ‘토지’도 우리들의 ‘춤판’이다, 어디서든지, 신나게 멋있게

2 악양루, 이곳은 이제 우리들이 접수한다, “스윙 스윙 스윙 마이 베이비”

3 후두둑 후두둑, 내리는 비에 맞춰, 타다닥 타다닥, 스텝을 밟는 ‘몸뚱이 인 하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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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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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예술

캠프 

달빛

감성

수도권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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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청년이 되자! 

만나자 + 

만들자 + 날자 

젊음과 기괴함, 미추의 아수라장으로 오라 

<시와 랩의 핼러윈 Beautiful Youngster, Ugly Monster> 

무대 위의 삶과 불꽃같은 청춘의 드라마틱한 만남 

<청년, 배우가 되다> 

밥을 나누며 나를 대면하는 ‘For Sale’로 ‘Sold Out’ 

<For Sale> 

액션페인팅과 설치미술로 표현하는 나, 너, 그리고 우리 

<청년, 미술로 UBUNTU> 

노래하고 소통하라 그대, 꾸밈없이, 마음으로부터 마음에게 

<차이와 연대의 목소리들이> 

지금, 여기서 멈춤, 우리의 삶은 다른 곳에 있어! 

<라디오 청년극장> 

불가능을 가능케 한 청년과 장이의 《멋진 청년》

<‘멋진 청년’ 잡지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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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개의 화두, 7개의 워크숍,

인문예술캠프 달빛감성 수도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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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져 나오는 푸른 우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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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적 체험과 표현으로

사람의 무늬[人文]를 새기다

함돈균

인문예술캠프 달빛감성 수도권 기획자

‘인문예술캠프’와 ‘문화예술캠프’ 사이의 차이는 ‘인문’과 ‘문화’라는 개념의 성

격과 의미를 어떻게 규정하느냐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문화’라는 개념이 훨씬

더 크고 추상적이라고 한다면, ‘인문’의 개념은 좀 더 가치 지향성을 가진 개념

이라고 할 수 있다. 또 ‘인문’ 개념은 동양에서 매우 오래전부터 사용해온 개념

이기 때문에, 이 개념을 우리 시대의 관점에서 재규정하고, 나아가서는 발명할

필요가 있다. ‘인문(人文)’이란 말이 ‘사람의 무늬’라는 뜻인데, 이 언어적 관점

에서 우리는 ‘사람의 무늬’를 개인적 정체성과 자기 성찰이라는 측면과 사람들

이 모여 사는 사회에 대한 통찰이라는 두 측면으로 생각해볼 수 있다. 어떤 관

점에서든 간에 시선의 깊이와 관점의 폭을 확장하는 다각적 사고가 ‘인

문’ 개념의 핵심이 된다. 그리고 이는 우리 시대 인문 개념의 발명과

관련하여 ‘시대 정신’과 더불어 생각해야 하고, 그것은 공공성을 포함

하는 시선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인문예술캠프는, 어떤 지향성이 있는 개념이라고 보기에는 좀 더 추상적인

문화예술캠프와는 달리, 이런 시선의 다각도, 자기반성과 세계 발견, 공공성을

지닌 관점을 확보해보는 시간을 갖는 캠프로 기획했다. 그런데 인문예술캠프

는 단순한 ‘인문캠프’가 아니라 ‘인문+예술’이라는 융합형 캠프이므로, 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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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으로 인문학을 공부하는 방식의 강단 강의 형식이 아니라, 앞서 말한 인문적

지향을 예술적으로 체험하고 이를 표현하는 형식으로 디자인되었다. 여기서

예술적 체험과 표현이라는 것은 깊이 있는 시선들을 창의성과 능동성, 즐거움

이 결합될 수 있는 형식으로 구현해보려고 했다는 것을 뜻한다. 일반 예술캠프

와는 다른 차별성을 두려고 했던 것은 크게 네 가지다.

첫째, 참여 청년들의 능동성을 제고하기 위해 조별 워크숍 프로그램으로 운

영하여, 직접 무언가를 만들고 표현하게 하는 방식을 취했다. 둘째, 창의성을

배가하거나 전문성에 크게 의존하지 않는 ‘시민 프로그램’으로 디자인하기 위

해, 특정한 분야에 지식이나 전문성의 활용이 아닌 인접 장르 간의 융합형 예

술 놀이 형식을 가능한 지향해보려고 했다. 그리고 워크숍 조별 프로그램의 다

양성을 만들어보려고 애썼다. 셋째, 그럼에도 불구하고 멘토로 참여한 아티스

트들의 질을 매우 높은 수준으로 유지함으로써, 놀이 안에서 최대한의 창의성

과 통찰의 시간이 가능하도록 가이드할 수 있게 했다. 넷째, ‘청년’이라는 참여

주체의 성격을 고려하여, 이 시대에 ‘청년’이란 무엇인가라는 화두를 참여 청

년들 스스로 생각해볼 수 있게 하고, 공동의 장 안에서 함께 이야기할 수도 있

도록 디자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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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 너와 나를 구별 짓고,

너와 나를 연결하는 힘

청년들이 모여든다. 배낭을 메거나 여행 가방을 들고 끌고, 버스

에서 삼삼오오 내린다. 여전히 혼자인 청년도, 이미 서로 말을 섞고 어깨를 나

란히 한 청년들도 모두 등록 장소로 올라간다. 캠프 준비물을 받고 워크숍별

로 자리를 찾기 전, 쪽지 하나씩을 받는다. 아니, 선택한다. 쪽지에는 짧은 글

이 인쇄돼 있다. 시의 한 구절. 알 듯 모를 듯 고개를 갸우뚱하며 쪽지를 잠시

내려다보다가 워크숍별로 마련된 테이블 자리에 앉는다. 캠프 오리엔테이션이

진행되는 동안, 자신이 선택한 시구는 그렇게 자신의 물음이 되어 깊은 생각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캠프의 즐거움과 워크숍 프로그램의 진지함에 한껏 들

어 있을 때에도 문득문득.

“내가 가장 좋아하는 건 전력을 다해 가만히 멈춰 있기죠”이영광, <저녁은 모든 희망을>

“꽃을 주세요 아까와는 다른 시간을 위해서”김수영, <꽃잎2>

“문이 열리지 않는다 나는 기다린다”송승환, <모터에서 제너레이터까지>

“손금이 평범해서 나는 울었지”김승일, <멋진 사람>

“처음 보는 행선지가 적힌 버스가 도착했다”이원, <스칸디나비아>

“나는 더 이상 나에게 책임을 묻지 않겠어”박상수, <학생식당>

“내 얼굴엔 무언가 빠진 게 있을 거야”김행숙, <해변의 얼굴>

“집과 직장을 왕복하다가 문득 뒤돌아보는 순간의 이야기”이장욱, <불가능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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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놀이에는 무엇이 필요한가 왜 필요한가”이근화, <공놀이>

“고통과 긴 이야기를 나누었지”진은영, <혼자 아픈 날>

“나는 사랑에 대해 생각하고 꽃잎에 대해서도 생각할 줄 알아”이우성, <진짜 어른이다>

“쿠키의 날이었고 롤러코스터의 날이었다”최규승, <고통>

청년만민공동회. 청년들이 조별로 모여 자신이 선택한 시구로 생각의 깊

이를 나누는 시간. 함축된 시구가 마음속에서 빅뱅을 일으켜 터져 나온다. 한

청년이 일어선다. 떨리는 마음으로 여러 청년들 앞에 선다. 그가 고른 시구는

“문이 열리지 않는다 나는 기다린다”였다. “내 앞에는, 사람들 앞에는 언제나

문이 있어요. 열리는 문이 있고, 열리지 않는 문도 있죠. 열리는 문은 열고 들

어가고 열리지 않는 문은 기다리죠. 하지만 세상은 열리지 않는 문 앞에서 기

다리지 말고 열리는 문을 찾으라고 해요. 하지만 문은 열리니까 문 아닌가요?

기다리면 열리는 문, 그래서 기다릴 수 있는 사람, 그런 시간, 그런 사회가 되

었으면 합니다.” 청년은 마음속에 품었던 우주를 그렇게 터트렸다. 젊음이란

누구나 제 안에 우주 하나쯤은 품어야 한다는 듯이. 이어지는 청년들의 말은

거침이 없다. 상기된 표정들, 둘 곳 없는 손이 허공에서 떨려도 청년들의 말은

당당하고 사려 깊다. 그렇게 여주의 가을밤은 청년들의 우주와 별로 가득 찼

다. 남한강에 새긴 별빛감성, 달빛감성이 수천의 강물로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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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만민공동회, 젊음이란 누구나 제 안에 우주 하나쯤은 품어야 한다는 듯이 청년들의 말은 거침이 없다,

당당하다, 사려 깊다, 상기된 표정들, 달빛감성으로 새기는 천 개의 강물, 천 개의 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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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음과 기괴함,

미추의 아수라장으로 오라 <시와 랩의 핼러윈 Beautiful Youngster, Ugly Monster>

시인과 랩퍼가 만났다. 무엇을 상상할 수 있을까? 아름다움[美]

과 추함[醜], 젊음과 기괴함, 이 둘이 만날 곳은, 그렇다, 핼러윈, 시와 랩이 뒤

섞인 핼러윈이다. 시와 랩의 핼러윈은 어디에 붙박이로 존재하지 않는다. 도

깨비시장처럼, 뱅크시(Banksy)의 그래피티(graffiti)처럼 느닷없이 모였다 흩어

진다. 마술피리를 불며 안개 속으로 사라진다. 가면을 쓰고 툭툭, 던지는, 흔

들리는, 출렁대는, 거들먹거리는, 말인 듯, 노래인 듯, 시인 듯, 랩인 듯, 어지

러운 사유와 직시의 덩어리들. <시와 랩의 핼러윈 Beautiful Youngster, Ugly

Monster>(이하, <시와 랩 핼러윈>)이 늦가을 어느 날 문득, 여주의 남한강변에 열

렸다.

시와 랩은 근대 이전, 한 몸이었다. 노래라는 이른바 ‘완전체’. 근대에 들어,

시는 노래에서 달아나 그림이 되려 했고, 랩은 멜로디에서 달아나 말이 되려

했다. 하지만 버릴 수 없는 운율과 리듬, 비트를 몸속에 간직한 채, 출렁출렁

흔들리며, 사람의 마음을 울렁거리게 했다. 시와 랩은 ‘노는 물’이 달랐지만,

결국 불온하고 비루한 곳에서 만난다. 아무것도 아닌, 그러나 그 모든 것인 시

와 랩. 시인 이원은 ‘쇼바’를 한껏 올린 시로 달리고, 랩퍼 박한결은 음울하게

출렁거리며 ‘스웨그’한다. 두 작가가 만난 곳에 느닷없이 ‘시와 랩의 핼러윈’이

열렸다. 청년 몬스터들이 시와 랩을 뒤섞을 시간을 위해 두 작가, 시인과 랩퍼

는 어떤 준비를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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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

“일반 캠프의 성격은 ‘힐링/치유’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에 견줘 이번 인

문예술캠프의 성격은 ‘사유/직시’에 있겠죠. 그러나 ‘사유/직시’가 딱딱한 방식

이 아니라 ‘놀이/발명’의 방식이 되도록 구성해보았습니다. <시와 랩 핼러윈> 워

크숍은 시와 랩으로 ‘멋진 청년’을 구현해보고자 했습니다. 일반 캠프가 아닌 인

문예술캠프이기 때문에, 인문(사유)을 매개 도구로 해서 예술(표현)로 시각화해보

고자 했습니다.”

“계획과 진행은 참가자의 능동성에 포커스를 맞췄고, 사유-쓰기-표현의 세 스

텝으로 구성했습니다. ‘키워드 선택-시와 랩 가사 쓰기-시낭독과 랩’의 동선을

만들어나가다 보면 새로운 생각-새로운 표현 방식을 발견, 발명하게 되고 이 과

정은 삶의 방식을 발견-발명하는 것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시와 랩을 결합한 형태의 글쓰기에 극적인 요소를 더해 공연화하는 프로그램

으로 준비했습니다. 시가 가지고 있는 인문성과 청년들에게 익숙한 랩이라는 장

르 간의 유사성에 주목하여, 참가자들로 하여금 장르를 넘나드는 글쓰기를 해보

는 경험을 제공하고자 했습니다. 참가 청년들이 직접 쓴 시와 가사들에 대해 서

로 얘기를 나누고 그것을 작품화시켜 무대 위에서 낭송하는 방식으로 진행하려

했습니다.”

‘나의 첫 번째 인사’, 언제나 ‘첫’은 어렵다. 당신의 ‘첫’도 그

렇다. 하지만 시와 랩이 만나려면 사람과 사람이 만나야 한다.

첫 만남. 자신의 키워드를 소개하는 방식으로 나와 우리, 시와 랩을 섞듯 사귀

어야 한다. 그런 시간, 핼러윈을 준비하는 곳에서 젊은 시인, 약관의 랩퍼가 만

났다. ‘어글리’하고 ‘뷰티풀’한 미추의 만남. 처음 만난 고양이처럼 첫인상을

나눈 뒤에도 경계하는 눈빛, 하지만 함께하자는 마음을 언뜻언뜻 드러낸다. 그

리고 이어지는 시 쓰기와 시와 랩의 결합에 대한 미니 강의. 어떤 시는 랩이 되

고, 어떤 랩은 시가 된다. 운율과 리듬과 비트를 접착제로, 때로는 윤활제로,

1 첫 번째

워크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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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섞이고 뭉치는 ‘것’들. 캠프 주제인 ‘멋진 청년’에 대한 참가자들 자신만의

키워드를 정한다. 비밀스런 나의 시와 랩을 열 수 있는 키워드, 하나씩 간직한

그것.

‘우리가 되는 인사법 1’의 시간. 멘토들의 미니 가이드 강연과

시와 그림을 매개로 한 줄 쓰기 실습을 했다. 가령 이런 한 줄,

“배를 놓치고 기차에서 내린다. 그리하여 인생을 바꾼다.” 청년들은 또, ‘자신

만의 멋진 청년 키워드 뽑기’와 ‘시와 랩 가사 쓰기’를 했다. 천천히, 그리고 밀

도 있게, 참여 청년들은 ‘멋진’에 다가가기 시작했다. 참가자들이 직접 정한

‘멋진 청년’에 대한 자신들만의 키워드를 주제로 글쓰기(시 혹은 랩)를 했다. 작

품에 대해 작가의 신랄하고 애정 어린 평가와 함께, 전원이 함께 토론했다. 작

품을 무대에 올리기 위해 합평하고 수정했다.

‘우리가 되는 인사법 2’의 시간. 시와 랩 가사를 퇴고하고 변

주했다. 참여 청년들이 쓴 글을 시와 랩 중 하나로 선택하여

완성했다. ‘멋진 청년’을 구체적으로 형상화했다. 시 낭독과 랩 실습을 했다.

작가의 조언을 들으며 하나하나 완성되어가는 ‘시와 랩의 핼러윈’, 또는 ‘시와

랩의 마술피리’. 글로 씌어 있는 언어 텍스트를 새로운 발화 방식으로 시도해

본다. 운율로 리듬으로 비트로 출렁거리게 해 입에서 터져 나오는 경험, 말인

듯, 노래인 듯, 하지만 둘 다 아닌 듯, 결국 둘 다인 듯…. 참가자들의 작품을

퇴고하여 최종 본으로 만들었다. 소개 혹은 각자의 개성이 드러나는 짧은 영상

을 촬영했다. 각자의 키워드를 현수막에 적었다.

2두 번째

워크숍

3 세 번째

워크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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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에서의 낭송 순서를 정하고 동선을 연습했다. 시 낭독과

랩을 무대에서 공연하기 위해 필요한 기본적인 요소들을 강

의했다. 1차에서는 ‘시와 랩의 핼러윈’으로, 2차에서는 ‘시와 랩의 마술피리’

로 거듭난 청년들의 ‘멋진’ 작품들, ‘멋진 청년’들의 작품들. 시 낭독과 랩으로

발표된 청년들의 작품은 시와 랩이 뒤섞인 핼러윈의 축제처럼 파티처럼 고조

되기도 하고, 세상의 모든 시와 랩을 불러 모아 아득한 곳으로 멀어진 마술피

리가 되기도 했다. 미리 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청년들은 즉흥적인 동선으로 우

연과 필연이 교차하는 어느 지점에서 자신들의 시와 랩을 펼쳤다. 작지만 큰,

미니 공연. 시와 랩의 융합으로 새로운 인문-예술 형식이 발명되었다. 무엇보

다 그것은 청년들 스스로 이룬 실험작이자 완성작이었다. 앞으로도 더욱더 출

렁거릴 실험들. 참가자마다 본인의 키워드 깃발, 선택한 마스크를 쓰고 독백적

연극 무대로 구성된 공연은 말 그대로, 핼러윈이자 마술피리였다. 출렁거리며

아득히 멀어져가는 시와 랩의 핼러윈, 또는 마술피리. 그리고 그곳엔 아무 말

도 남지 않았다.

0 마지막

워크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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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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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가면으로 나를 감추고, 랩으로 나를 드러내는, 그 밤, ‘시와 랩의 핼러윈’

2 멋진 청년, 비밀스런 나의 시와 랩을 열 수 있는 키워드, 하나씩 간직한 그것

3 “관 뚜껑을/ 미는 힘으로/ 나는/ 하늘을 바라본다”, 죽음으로 미는 나의 하늘

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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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시는 랩이 되고, 어떤 랩은 시가 된다, 운율과 리듬과 비트를 접착제로, 때로는 윤활제로,

뒤섞이고 뭉치는 ‘것’들, ‘Beautiful Youngster, Ugly Mas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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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위의 삶과

불꽃같은 청춘의 드라마틱한 만남 <청년, 배우가 되다>

‘드라마틱한 삶’, ‘극적인 삶’이란 말이 있다. 연극처럼 삶이 그

러하다는 얘기. 그렇다면 연극적인 삶은 도대체 어떠한 삶을 말할까? 미리 정

해진…? 압축된…? 사전적 뜻으로 대입해보면, ‘극을 보는 것처럼 긴장과 감동

을 주는 삶’이란 말일 것이다. 흔히, 연극을 ‘인생의 축소판’, ‘삶의 반영’이라

고 말한다. 한 사람에게 그런 삶, 불꽃같은 때는 언제일까? 아무래도 청년기가

그렇지 않을까? 세상의 모든 바람에 흔들리지만 불꽃처럼 빛나는 시기. 깊은

물속으로 한없이 침잠해가다가, 불쑥 허공으로 물기둥을 솟구치는 폭풍의 바

다 같은 청년의 삶. 그래서 청년은 봄에 비유해 ‘청춘’이라고 한다. 불안과 밝

음이 섞여 있는 봄, 그런 시기인 청년, 청춘.

약간의 선입견을 무릅쓰고 말한다면 연극배우만큼 극적인 삶을 사는 사람

도 없지 않을까? 무대 위의 삶이 곧 그들의 삶인 배우, 그런 삶을 살아온 사람

과 대화를 나눌 때면 몸속 깊은 곳에서 울려나오는 소리에 어떤 신뢰감을 갖게

될지도 모른다. 걸음걸이도, 사소한 손의 떨림도 오랜 연기 훈련으로 단련된

동작인 듯, 극적인 그런 사람들.

자기 생의 불꽃 시기를 살고 있는 청년들과 언제나 극적인 삶을 살고 있는

두 명의 배우가 만났다. 무대의 삶이 곧 현실의 삶으로 등치될 수는 없지만 때

로는 무대의 삶이 현실의 삶에 깊은 울림을 줄 때가 있다. 그런 삶에 매료돼 기

꺼이 무대 위에 오르는 삶, 그런 사람을 우리는 배우라 부르고, 작가의 호칭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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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여한다.

작가 최은진은 연극 <오구>, <산씻김>, <불량 청년> 등에 출연한 배우이자,

<최은진의 다시 찾은 아리랑>, <풍각쟁이 은진> 등의 음반을 낸 가수다. 《머리

에 꽃 이고 아리랑》의 저자이기도 하다. 또한, 작가 이대희는 연극 <불량 청

년>, <빨간 시>, <고래>, <정의의 사람들> 등에 출연한 배우다. ‘언제나’ 청년인

두 배우가 ‘멋진 청년’들을 만났다. <청년, 배우가 되다>(이하, <청년 배우>)에서 두

작가는 어떤 식으로 청년들을 만났을까? 아쉬움은 없었을까?

“우선 연기 훈련을 통해 잊고 있었던 자신의 생각, 눈빛, 표정, 목소리, 온몸의

근육과 관절, 신경 등 하나하나 느껴보며 자신의 존재와 가치에 대해 생각할 수

있도록 유도했습니다. 연극 <불량 청년> 대본 낭독 공연을 준비하며 과거 독립

운동을 하던 또래 청년들의 삶과 역사를 알아보고 또 <광야>라는 이육사의 시를

모두가 낭송하며 자신의 내면 어딘가에서 느껴지는 그 무엇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게 워크숍 프로그램을 계획했습니다. ‘멋진 청년’이란 자신의 존재 가치를 스

스로 인정할 줄 알고 그렇게 만들어가는 존재라 생각하고 참가자들이 진정한 자

아와 그 존재에 대해 생각하고 가치에 대해 느낄 수 있도록 연기 훈련과 연극 제

작 방식을 이용해보았습니다.”

“연극 워크숍이니까 이번에 사실 각자 자신만의 독백 대사를 스스로 쓰고 외워

서 연기해보는 시간을 마련해보고 싶었으나 여러 가지 이유로 하지 못했습니다.

다음에 좀 더 여유가 된다면, 그때 또 작가로 참여할 수 있다면 한번 해보고 싶

은 프로그램이네요.”

첫 만남, 인사를 나누며 나를 소개하고 워크숍에서 함께할 사

람을 만나는 시간. 모두가 보는 앞에 나가서 큰 목소리로 자신1 첫 번째

워크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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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4

이 어떤 사람인지 설명하고 표현하며 인사하는 시간을 가졌다. 배우란, 배우가

된다는 것은, 자신을 표현하는 것이다. 그대로인 자신이든 캐릭터로서의 자신

이든. 그러므로 <청년 배우>의 첫 워크숍에서 인사를 나누는 것은, 일반적으로

나를 소개하는 것이기도 하면서 배우가 되는 첫 훈련인 셈이다. 간단한 이름

외우기 게임을 통해 멤버십을 키우고 둘러앉아 ‘청년’이라는 주제로 자유롭게

토론했다. 또한, 배우는 모노드라마의 배우라 해도 팀워크가 없으며 결코 작품

이 완성되지 않는다. 워크숍 참여 청년들로서 멤버십을 키우는 것은 물론, 배

우로서 공동 작업의 의미를 되새기는 시간이었다.

일제시대, 식민지 현실과 독립운동의 역사, 거기에 자신의 청

춘과 일생을 바친 독립운동가들. 그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이

육사의 시 <광야>를 읽는다. “지금 눈 나리고/ 매화향기 홀로 아득하니/ 내 여

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리는 독립운동가들의 마음이, 일흔 해가 훌쩍 지난

여주의 어느 가을날, 청년들에게 전해진다. 그들의 예언대로, “다시 천고(千古)

의 뒤에/ 백마(白馬) 타고 오는 초인(超人)이 있어/ 이 광야(曠野)에서 목 놓아

부르게” 될까? 그러 마음을 나누는 자리, 청년들은 <광야>에 대한 서로의 감상

과 일제시대에 태어났다면 어떠한 삶을, 어떤 결단을 내렸을지 서로 의견을 나

눠보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연극 <불량 청년>의 대본을 읽어보

는 시간을 가졌다.

배우들의 몸풀기는 연기를 위한 워밍업이기도 하면서, 동시

에 배우로서의 훈련이기도 하다. 배우가 된다는 것은 스스로

배우임을 부여하는 자각과 함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연기 훈련이다. 모든 예

2두 번째

워크숍

3 세 번째

워크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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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5

술이 그렇듯이, 연습(훈련)은 학문과 예술을 가르는 기준이 된다. 배우가 되기

위해, 배우를 경험하기 위해, 청년들은 그런 예술적 훈련의 과정을 맛보았다.

신체 훈련, 발성, 발음, 호흡, 명상 등의 몸풀기와 춤, 노래 훈련으로 배우가 되

는 것은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경험해보고 이를 통해 무엇보다 그동안 잊고 있

었던 자신에 대해, 자기 몸에 대해 느껴보는 시간을 가졌다. 또한, 눈을 감고

무대를 걸으며 나 아닌 다른 모든 것에 온전히 집중하는 훈련, 이를 통해 충돌

의 두려움이 소통의 자신감으로 변화해가는 자신을 느끼며 자연스럽게 팀워

크를 만들어갔다. 연극 <불량 청년>의 대본을 읽고, 그중에서 자신에게 울림을

준 대사나 장면에 대해 이야기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그런 대사를 모아, <불량

청년> 낭독 공연을 준비했다.

<불량 청년>의 낭독 공연과 이를 준비하면서 워크숍 내내 나

누었던 청년들의 교감을 다시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캠

프 참여 전 사회 속에서 불안의 시기를 거치는 동안 잃어버렸던 목소리를 찾

기 위해 발성을 연습하고, 내 안의 잠자던 감각을 일깨우기 위해 그동안 외면

했던 근육을 움직여 신체 훈련을 했던 짧지만 긴, <청년 배우>의 청년들. 그렇

게 불씨처럼 살려낸 목소리와 몸의 감각을 지닌 채 다시 자신의 생활로 돌아갔

다. 눈을 감는 대신, 불안을 거둬낸 움직임으로 올랐던 무대를 가슴속에 지닌

채….

0 마지막

워크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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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

1 세상의 모든 바람에 흔들리지만 불꽃처럼 빛나는 시기, 청년

2 불안과 밝음이 섞여 있는 봄, 그런 시기인 청년, 청춘

3 <불량 청년> 낭독 공연을 하는 동안, 우리 시대의 청년을 만난다

4 <불량 청년> 대본을 읽는 동안, 일제시대의 청년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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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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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8

밥을 나누며 나를 대면하는

‘For Sale’로 ‘Sold Out’<For Sale>

밥을 함께 먹는 것은 생활을 함께 나눈다는 것이고, 생각을 나눈

다는 것이다. 그래서 가족뿐만 아니라 사회의 여러 모임, 집단, 결사체에서는

함께 밥을 먹는 모임을 가진다. 이름 하여 회식. 모여서 함께 밥을 먹는 행위는

그만큼 사람들 사이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가족이라는 의미에는 가부장

적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포함되어 있지만, 식구라는 말에는 결속력, 배려

같은 말이 떠오르는데, 그 이유는 ‘함께 먹는다’는 행위 때문일 것이다.

남녀가 사귈 때에도 일반적으로 가장 먼저 하는 행동은 함께 마시거나, 먹

는 자리를 마련하는 것이다. 물론 마시는 거나 먹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대화

를 나누고 서로를 맞춰보기 위한 것이다. 그럼에도 굳이 사람들은 왜, 마시거

나 먹는 자리를 마련할까? 먹고 마시면서 말을 하려면 익숙지 않은 만남이 더

힘들지 않을까? 하지만 오히려 그 반대다. 서로에 대한 관심과 배려를 표현하

는 데는 그만큼 좋은 자리도 없다. 입속의 말과 밥이 섞일 때 사람들은 따뜻해

지고 그것이 말 이전에 표정으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때 거짓을 적절히 섞는

사람도 물론 있다. 정치인, 사업가, 또 사기꾼이 그럴 테니까. 하지만 보통 사

람들은 함께 밥을 나누면서 관심과 배려를 우선한다. 그렇게 소통한 사람들은

그 관계가 오래가기 십상이다.

CF감독이자 영상감독인 이지송은 함께 밥을 나누는 작가다. 그 역시 캠프

를 준비하면서 이런저런 계획을 세웠다. <For Sale>이란 워크숍. 참가자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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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9

하여금 자기 자신을 상품화해 자신을 돌이켜 보게 하고 분석하게 함으로써 자

신의 장점과 단점을 스스로 찾게 한다는 것. 그럼으로써 자신의 특이점을 장점

으로 만들어 이를 통해 ‘멋진 청년’임을 느끼게 한다는 것이 작가의 의도다. 하

지만 1972년에 광고계에 입문해 2000년 이후 영상작가로서 활약한 그는 여전

히 젊은 감각으로 작업을 한다. 거기에는 어떤 비결(?)이 있겠지만, 그런 작가

가 청년들을 만나는 방법이 바로 ‘밥’이다. 작가와 청년들은 캠프 이후에도 여

전히 함께 밥과 술을 나눈다.

“캠프가 끝나고 시간이 좀 지나서 캠프 참여 청년들, 멋진 청년들이 찾아왔었습

니다. 뒤풀이라고 해야 할까, 아무튼 그랬죠. 그중에는 커플도 탄생했어요. 연

상연하 커플, 7년의 나이차를 극복해서 내가 부러워하면서 축하했는데, 무엇보

다 그 둘의 표정이 밝아져서 정말 좋았습니다. 다른 친구들은 물론 질투를 했지

만…. 찾아온 청년들은 2박 3일 동안의 워크숍에 대체로 만족했고, 어떤 친구들

은 그것만으로 부족해서 하동에서 있었던 경상권 청년 캠프에 다녀왔다고도 했

습니다. 물론, 캠프 기간 동안 여유로운 시간이 부족해서 아쉬웠다는 친구도 있

었습니다. 추억이랄까, 좋은 경험이랄까 하는 얘기도 나오고…. 무엇보다도 캠

프에서 만난 청년들이 친구가 되었다는 게 정말 좋은 모습이 아닌가 합니다. 그

중에는 두고두고 만날 친구가 생길 것이고, 나아가 뜻을 맞춰 어떤 일이나 작업

을 할 친구도 있을 것 같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캠프에서 배운 것, 캠프의 추억,

이런 것도 좋지만 참여 청년들이 짧은 기간 동안 만나 친구가 되고, 이후에도 지

속적으로 만나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나아가 어떤 작업을, 일을 함께한다면 그

보다 좋은 일이 없겠죠. 워크숍을 진행한 사람으로서 이보다 더한 보람은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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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

첫 만남은 역시 자신을 소개하는 시간. 서로 자기소개를 구

체적으로 하여 모두가 나와 다른 사람임을 확인했다. 그리고

저녁 시간, 식당을 이용하지 않고 모두 함께 직접 요리를 해 먹음으로 서로가

식구임을 암시했다. 광고의 기법과 영상 제작의 방법을 설명하고 이후 두 팀으

로 나뉘어 브레인스토밍을 통해 멋진 청년이란 누구이며 무엇일까를 찾게 한

다. 영상 제작까지의 시간이 절대 부족했음으로 새벽 4시까지 브레인스토밍을

하였다. 2차 때는 워크숍 시간이 늘어남에 따라 신륵사를 거닐며 여유로운 시

간을 가졌다. 풀밭에 둘러 앉아 자연 속에서 워크숍의 목적과 앞으로의 스케줄

및 진행 방법을 이야기하고 자신을 소개하고 함께 멋진 청년이란 주제로 오랜

토론을 하였다. 역시 저녁 식사를 같이 요리하며 준비해 함께 식사를 하며 자

연스럽게 어울리는 계기를 만들었다. 숙소까지 이어져 각 팀별로 나뉘어 브레

인스토밍.

지난밤 첫 만남 이후 함께 저녁을 준비하고 긴 시간 동안 브

레인스토밍으로 나눈 아이디어를 정리하여 스토리보드(시나리

오)를 만들고 표현 전략을 세웠다. 2차에서는 비가 왔기 때문에 날씨에 대처하

는 아이디어를 공유하기도 했다. 이후의 제작은 각 팀별로 진행되었다. 일반적

으로 팀별로 촬영을 하고, 촬영한 것을 스토리보드에 맞춰 편집을 한다. 물론

이 단계에서 스토리보드의 내용이 바뀌기도 한다. 이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좋은 작품을 위해 많은 의견을 나눠야 한다는 것. 자신이 하고 싶은 얘기, 자신

이 생각하는 작품의 구체적이 모습을 정확하게 전달하고, 다른 팀원의 의견을

제대로 듣고 의견을 모으거나 선택해야 한다. 그런 과정을 거쳐 최선의 작품을

만들게 된다. ‘멋진 청년’은 이런 과정에서 자신의 역할과 의견으로 빛난다. 그

리고 팀원의 의견을 듣고 조율하고 선택하는 것도 무엇보다 중요하다. 둘째,

1 첫 번째

워크숍

2두 번째

워크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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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을 했고 누군가를 보았고 

옆에 잠시 머물렀고… 

촬영을 하다 보면 어떤 풍경이나 상황 속에 잠시 머무르고 싶을 때가 있

어요. 촬영할 시간도 모자라는데 어떤 이미지가 말을 걸어오는 거죠. 아

니 제 쪽에서 말을 걸고 싶은 건지도 모르겠어요. 그런 순간이 있어요.

‘한 겨울 가시나무 여기 서 있어 한 겨울 가시나무 여기 서 있어’라는 시

구를 마이크에 대고 울부짖듯 낭독하는 장면이었어요. 여주 캠프에 참가

한 청년이었어요. 가면을 쓰고 있어서 확실치는 않지만 전날 밤 잠시 지

켜봤던 친구인 것도 같아요. 페어웰 파티 전날 밤이었어요. 비가 조금내

리는. 한 친구가 도서관 건물 밖에 쪼그리고 앉아서 무릎 위에 종이를 올

려놓고는 무언가를 끄적거리고 있었어요. 건물 안에서 새어나오는 빛에

의지해서요. 촬영을 하면서 멀리서 지켜보다가) 가까이 다가갔더니 울고

있었어요. 머리카락이 얼굴을 가려서 멀리서는 볼 수 없었던 거죠. 글을

쓰면서 눈물을 흘리고 있었어요. 아마도 친구들에게 눈물을 보이기 민망

했기에 밖으로 나왔겠죠. 조용히 내면의 어떤 상처를 쓰다듬고 있었나

봐요, 혼자서. 저는 아무 말 없이 다시 이 친구로부터 멀찌감치 떨어졌어

요. 카메라를 내려놓고 저도 그냥 바닥에 앉아버렸어요. 그 친구를 관찰

한 것도 아니었어요. 그냥 조금 멀리서 그 친구가, 그 친구의 마음이) 머

물고 있던 풍경 속에 저도 조금은 기대고 싶었나 봐요.

‘한 겨울 가시나무 여기 서 있어’라고 울부짖듯 자신의 시를 낭독한 친구

가 전날 밤의 그 친구였는지 모르지만 뭐랄까요,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지난밤의 어떤 시간이 저 친구에게 남겼을 흔적 같은 게 있지 않을까? 어

떤 기억의 늪 속으로 들어갔다가 나왔던 그 시간의 흔적 말이에요. 그러

니까 그녀가 자신의 안쪽으로 안쪽으로 걸어갔던 그 시간이 존재하기 때

문에 ‘한 겨울 가시나무 여기 서 있다’는 선언과도 같은 문장을 토해낼

수 있었던 게 아닐까 하고요. 무슨 얘기를 하고 싶은 건지 저도 모르겠어

요. 저는 촬영을 했고 누군가를 보았고 옆에 잠시 머물렀고 다음 날도 촬

영을 했고 무대 위의 그녀를 보았고 역시 잠시 머물렀을 뿐이죠.

김선교

인문예술캠프

달빛감성

영상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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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2

셋째 워크숍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오전에 스토리보드를 정리하지만 그렇게 정리한 내용이 그대

로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가령 2차 때, 비가 와서 그 내용을

바꿔야만 했다. 영상 작업은 여러 변수로 내용이 바뀌는 긴장된 작업임을 알

게 된다. 그렇게 되면 당연히 스토리가 바뀌게 되고 오후 촬영이 지연됨에 따

라 스케줄이 완전히 바뀌게 된다. 저녁 식사도 식당에서 여유 있게 한다는 것

은 어불성설. 배달 음식으로 시간을 확보하는 노하우(?)를 배운다. 2차에서는

워크숍 시간표가 변경돼 셋째 날 발표회가 잡혀 다행. 그럼에도 저녁에 편집을

해야 하는데 촬영은 늦은 밤까지 이어졌다. 영상 일은 밤이 있어 다행이고, 밤

이 있어 더욱 힘들어짐을 경험한다. 역할을 바꿔가며 연출자가 되거나 배우가

되고 조명이나 녹음을 하며 다양한 경험을 한다. 밤샘 편집으로 영상을 완성한

다. 서로를 격려하며 만들어가는 모습이 이미 멋진 청년이다.

1차 때는 2박 3일이 짧게 느껴졌다. 이미 둘째 날 팀별 작품을

마무리해 발표회를 가졌기 때문에 마지막 워크숍은 정리하는

의미로 서로 여유가 있었다. 하지만 정작 작품을 만드는 시간은 매우 부족했기

때문에 2차 캠프에서는 마지막 날 발표회를 가지면 좋겠다는 의견을 나누었다.

2차 캠프에서는 1차 때보다 많은 시간을 공유했기 때문인지 작품 발표 후 의

기투합하는 모습이 좋았다. 1차 때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긴 2박 3일의 워크숍

을 마무리하며 어느새 서로 친구이자, 식구가 된 느낌. ‘꼭’ 다시 만날 것을 약

속하며 캠프의 마무리는 곧 새로운 관계가 시작되는 기쁨을 나누는 자리이기

도 했다.

3 세 번째

워크숍

0 마지막

워크숍

Page 225: 2015 인문예술캠프 달빛감성 스케치 '달빛, 사람의 무늬를 새기다

1 밥을 나눈다는 것은 생활을 나누고 생각을 나누는 것

2 이야기를 나누고 웃음을 나누고 젊음을 나눈다

1

2

Page 226: 2015 인문예술캠프 달빛감성 스케치 '달빛, 사람의 무늬를 새기다

1 배달 음식으로 배를 채우고, 모자란 시간을 채우고, 편집의 밤은 깊어가고

2 영상에 걸맞은 대본을 적고 지우고 다시 적고 다시 지우고 또박또박 완성해간다

3 나는 촬영을 하고, ‘For Sale’, 너는 배우가 되어 ‘Sold Out’

1

Page 227: 2015 인문예술캠프 달빛감성 스케치 '달빛, 사람의 무늬를 새기다

2

3

Page 228: 2015 인문예술캠프 달빛감성 스케치 '달빛, 사람의 무늬를 새기다

226

액션페인팅과

설치미술로 표현하는 나, 너, 그리고 우리 <청년, 미술로 UBUNTU>

예술은 몸을 움직여 몸을 통해 표현하는 행동이며, 활동이다. 이

런 활동의 과정과 이를 통해 나온 결과(물)을 예술 작품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몸을 움직이지 않고 머리로만 하는 것은 예술이라 할 수 없다. 그것은 예술 연

구, 예술학이지 예술이 아니다. 미술도 마찬가지다. 몸을 움직여 나를, 너를,

그리고 우리를 표현하는 작업. 그러므로 예술 작업은 그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치유의 힘을 가진다. 나뿐만 너와 우리에게 영향을 주는 치유의 힘.

작가 길은영은 서양화를 전공하고 심리치료 박사과정을 수료한 예술치료사

다. 그의 어릴 적 꿈은 트럭 운전사, 미용사였다. 예술치료사인 그는 꿈을 이루

었다고 말한다. 미술로 다른 사람의 마인드를 살피고 다듬는 일을 하며, 상담

센터와 사회 공헌 단체를 ‘운전’하는 운전사가 되었다는 것. 왜? 인문과 예술,

그리고 삶이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작가는 깊은 가을, 여주의 남

한강변에서 만나는 멋진 청년들과 몸이 할 수 있는 것을 한다. 그리고 나와 너,

우리의 손길이 모인 곳에 무엇이 나타나는지, 액션페인팅과 설치미술로 풀려

고 한다. 청년들과 만나는 예술치료는 어떤 치유의 힘을 발휘할까?

“워크숍의 주제는 ‘청년인 나는 어떤 존재이고, 어디에 있는가?’였습니다. 미술

작업은 언어를 사용하지 않고 비언어적 매체인 미술 재료를 통해 자기표현이 가

능합니다. 그래서 가능하면 주제를 드러내기 위해서 참가자들이 ‘자신’에 대해

Page 229: 2015 인문예술캠프 달빛감성 스케치 '달빛, 사람의 무늬를 새기다

227

몰입할 수 있는 경험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주어진 재료로 ‘나’를

여러 가지 각도(방식)로 표현하다 보면 ‘나’에서 현재 ‘청년의 초상’인 공공성이

드러나게 될 것이고, 함께 작업물이 쌓여서 모이면 청년의 ‘시대 정신’도 보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자기표현을 하다 보면 성찰이 따라오게 마련이죠.

여기에 예술이 갖는 치유적 기능인 자신을 이해하고 보듬는 시간과 더불어 나의

존재가 너로 인해 가능하다는 공공적 삶에 대해 재고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입니

다. 그래서 워크숍의 제목은 <청년, 미술로 UBUNTU>(이하, <청년 미술>)로 정했

습니다. ‘UBUNTU’란 ‘네가 있기에 내가 있다’는 의미로, 나 자신에게 깊이 들

어가기만 했을 뿐인데 결국 만나게 되는 건 우리라는 종착역임을 깨닫게 된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외면하려 해도 ‘나’는 ‘우리’를 벗어날 수 없으며, 나의 성찰은

더욱더 ‘우리’와 ‘함께’임에 머리로 아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 미술 작업을 하면

서 알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청년들? 누구지? 어디 있지? 있다면 찾아보자!’

하는 문제의식으로 다양한 재료와 자신의 몸으로, 미술로 청년하기를 시도해보

려 합니다. 이 작업으로 청년의 존재를 살피고 어디에 있어야 청년다운가, 하는

문제의식을 자신과 동시대의 젊은이들에게 해보는 계기를 마련해, ‘청년 공동체

토템’을 만드는 것으로 워크숍의 목표를 삼았습니다.”

종이로 ‘나’를 표현하는 시간. 전공자가 아닌 청년들에게 미술

로 자기표현을 하라는 건 긴장과 어려움을 줄 수도 있기에 친

숙하면서 흔한, 복사지를 찢거나 꼬고, 말거나 접는 방법으로 지금, 여기에 오

기까지 자신의 감정과 상태를 표현하게 하였다. 사물과 자신이 만나는 작업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는 색다른 방법을 알고, 다른 사람도 인식하는 시간을 가졌

다. 돌아가면서 자신의 작업을 설명으로 나누는 동안 자연스럽게 자기소개를

하게 되었다.

1 첫 번째

워크숍

Page 230: 2015 인문예술캠프 달빛감성 스케치 '달빛, 사람의 무늬를 새기다

“꽃을 주세요 아까와는 

다른 시간을 위해서”  

캠프에 와서 혼자 있는 시간, 산책을 하는 시간, 밥 먹는 시간에 생각을 많이

했다. 작업을 하면서도…. 아직까지는 생각이 머릿속에 엉켜 있어서 말로 풀

어내기가 쉽지 않다. 꽃잎은 시들기 마련이지만, 그런 꽃잎조차 가진 힘이 있

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청년들을 흔히 인생의 꽃에 비유하는데,

언젠가 우리 청년들도 시든다는 생각을 하게 되지만 그 꽃, 청춘의 힘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한 사람으로서 자신의 삶에 대한 생각뿐만 아니라, 사회적

인 의미로서의 청춘에 대해서도 생각해본다. 멋진 청년은 그 두 가지를 아우

르는 청년일 텐데, 고통을 느낄 줄 아는 사람이지 싶다. 개인적인 고통도 그

렇고, 공동체나 사회의 고통, 나아가 세계의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그 고통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이라면 나이와 상관없이 모두 다

‘멋진 청년’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생각이 평소에도 들면 좋겠지만 사실 그러

기가 싶지 않다. 더욱이, 나는 유머러스한 사람이고 진지하게 생각하는 것을

잘하지 못하는 성격이다. 그런 것을 주위로부터 강요받아왔고, 그러다 보니

스스로 자신을 그렇게 강요해왔던 것 같다. 진지해지지 말자, 진지해지면 재

미없으니까, 하는…. 그런데 캠프에서 다른 사람들이 진지하게 작업하고 진

지하게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 작업하면서 그 과정에서 담아내는 것을 보면

서, 아, 진지한 게 재미없는 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도 진

지하게 나를, 내 자신을 돌아보고 나는 누구인지 생각해볼 수 있었는데, 미술

작업을 하면서 주위 사람들에게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 생각하는 방법에 대

한 성찰이나 깨달음? 생각하는 방법을 도움 받았다는 것이 사실 이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평소에 나는 생각하기를 꺼려했기 때문에 막상 생각을 해보

려 해도 방법을 몰랐다. 가만히 있다고 해서 생각이 깊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그런데 작업하면서 나무가 되어보기도 하고, 박스를 이용해 자신을 표현하기

도 했는데, 처음에는 헐, 했지만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생각이 깊어지는 것을

알게 되었다. 캠프에서 정말 제대로 얻은 것은 어떤 생각이 아니라, 생각하는

방법이었다. 그래서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다. 머릿속에 엉켜 있기

는 하지만….

인문예술캠프

달빛감성 수도권

참가자

Page 231: 2015 인문예술캠프 달빛감성 스케치 '달빛, 사람의 무늬를 새기다

229

상자로 표현하는 ‘나’와 ‘너’. 매체는 재활용 종이상자. 물감

으로, 상자 안은 ‘내가 아는 나’, 상자 밖은 ‘보여주는 나, 남이

보는 나’로 꾸미게 했다. 단순히 좋아하는 색을 선택하고 채색만 해도 흥미와

몰입을 가져다주었다. 나의 감추고 싶은 내면(열등감, 패배의식)과 보이는 외면(도

전과 기대)의 간격을 탐색하고 ‘나’라는 총체적인 존재에 대해 질문했다. 완성된

상자의 닫거나 여는 형태는 곧 작업을 한 사람의 태도와 무관하지 않았다. 그

러나 자신의 상자를 소개하는 동안은 적어도 상자 속은 다른 청년들에게 열어

보여야 한다. 그다음은 자유다. 재미있게도 여러 개의 상자를 붙여서 한 가지

로 정의될 수 없는 청년, 자신감 없는 패배적인 모습으로 닫거나, 작은 상자의

선택은 이들이 처한 위치를 잘 드러내주었기에 서로 공감을 할 수 있었다.

나는 누구인가? 우리는 처음부터 ‘놀이하는 존재’였다. 사회

가 준 규격과 기준에 맞추기 위해 딱딱해지거나 분열되었지

만, 그전에는 말랑말랑했던 창조적인 아이가 아니었을까? 이 워크숍은 그러한

아이를 만나는 것으로 출발하고 내가 성장하며 만든 흐름을 연결해야 했기에

‘놀이-움직임-얼굴-몸 전체’를 소재로 삼았다.

야외에서 물을 뿌리며 그림을 그리고 놀기도 하면서 몸을 풀었다. 처음에

는 어색해하는 청년들도 있었지만 점점 친숙해졌다. 그리고 실내에서 음악을

들으면서 서로 손을 맞잡고 자신의 몸의 감각을 느끼고 움직이고 마주치는 동

작 기법으로 더 유연해지면서 물감을 뿌리는 액션페인팅을 했다. 어떠한 계획

과 의도도 없이 물감을 뿌리면서 남겨지는 흔적은 무정형의 자유로운 리듬감

과 예상치 않은 우연한 이미지를 만들었다. 이 이미지는 청년들의 깊은 ‘내면

의 보편성’을 만나게 한다. 마치고 난 후 각자 마음에 드는 부분을 잘라서 거기

에 떠오르는 이미지를 찾거나 덧붙여서 제목을 적는다. 놀이의 흔적에 대한 책

2두 번째

워크숍

3 세 번째

워크숍

Page 232: 2015 인문예술캠프 달빛감성 스케치 '달빛, 사람의 무늬를 새기다

230

임, 바로 오늘 작업의 완성이다. 이 작업은 나중에 다른 작업의 원재료가 된다.

젊은 날의 초상 그리고 나. 선을 사용하여 나의 얼굴을 여러

가지 방식으로 그리는 초상화 작업이었다. 이 작업은 나의 ‘사

실’과 ‘진실’의 ‘사이’를 경험하게 한다. 소재는 스마트폰에 있는 자신의 얼굴

이었고, 먹 선으로 그리는 작업이다. 자화상은 언제나 ‘자신의 진실’을 마주하

게 한다. 이 청년들의 얼굴은 바로 우리 시대 청년의 초상이다. 완성되지 못한,

비어 있는, 자신과 닮지 않은, 심지어는 뒷모습인, 조소하는 모습이 반영된 청

년의 상.

그다음 작업은 소재가 자신의 신체였다. 형태를 정하여 몸 전체의 본을 떠

완성한다. 몸의 선이 하나의 형태였지만 사용했던 모든 미술 재료를 선택하여

자기만의 독특한 ‘나’를 완성한다. 이렇게 큰 그림을 그려본 적이 있었을까?

이전의 작업을 잘 소화하였다면 문제없다. ‘지쳐 쉬고 싶지만, 날고도 싶은 마

음, 그래도 빛날 거라는 청춘에 대한 희망, 미쳐 발광할 수밖에 없는 청년’들이

표현되었다.

<청년 미술> 팀은 발표회를 하지 않고 작품을 로비에 전시했다. 작품만으로

는 그 과정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줄 수 없지만 자신의 작업을 전시하는 것은

지금까지의 활동이 새롭게 전환되는 시간이다. 작업 공간에 머물러 있던 작품

들이 전시장 위에 걸리는 것은 두려움과 함께, 긴장과 흥분을 동반한다. 이는,

‘전시(display, 남에 눈에 잘 보이게 하는 것)’라기보다는 ‘설치(install, 우리들의 의도에 따

라 공간과 장소를 작품 전체로 활용하여 작품으로 체험하는 행위)’다.

0 마지막

워크숍

Page 233: 2015 인문예술캠프 달빛감성 스케치 '달빛, 사람의 무늬를 새기다

1 작가와 청년은 손을 맞잡고 팔짱을 끼고 ‘미술로 UBUNTU’

2 발은 어느새 물감 양말을 신고, 걸으면 그림이 된다

3 내가 그린 나의 얼굴, 멋진 청년 자화상

1

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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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청년들의 얼굴은 바로 우리 시대 청년의 초상, 아직은 미완성인, 비어 있는

2 청년들의 발이 모여 이야기를 나눈다, 내 발은 나의 도구, 그 확장판

3 내가 걸어간 발자국이 곧 그림이 된다, 발자국이 나를 표현한다

1

2

Page 235: 2015 인문예술캠프 달빛감성 스케치 '달빛, 사람의 무늬를 새기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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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4

노래하고 소통하라 그대,

꾸밈없이, 마음으로부터 마음에게 <차이와 연대의 목소리들이>

비단 언어학자가 아니더라도 언어가 인간의 감정과 본심을 전달

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느낀다. 때로는 말없이 눈빛과 몸 동작만으로

표현할 때 자신의 진실이 제대로 전달되기도 한다. 사람들은 언어의 한계를 극

복하기 위해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찾고 개발해왔다. 예술 역시, 사람과

사람 사이의 소통이라는 점에서 언어를 보완하고 대체하는 방식이다. 각 나라

의 언어가 주는 선입견과 주관성이 오해를 만들어 분쟁을 일으키는 경우도 있

으니, 소통은 단순히 말 이상의 어떤 주고받음이 있어야 깊이를 더해갈 수 있

지 않을까? 그중에서 리듬과 화성과 박자 등으로 이루어지는 음악적 나눔을

통해 인간 본성이 갖는 화합과 융화의 기쁨을 체험해보면 청년들의 답답한 속

은 좀 풀어지지 않을까?

여기, 그런 음악적 소통, 나눔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작가가 있다. 임준석은,

이탈리아 로마예술음악아카데미 오페라 최고 연주자 과정을 졸업하고 이탈리

아 페루치아유럽음악아카데미 최고 연주자 과정을 졸업한, 음악가다. 그는 성

악가로서 알라 레오네 국제성악콩쿨과 오페라 스테이지 국제성악콩쿨에서 입

상했다. 오페라 가수로서 활약하고 있고, 독창회로 연주 활동을 하고 있는 그

는 음악으로 소통하는 것이 말보다 싶다고 생각하는 작가다.

흔히 음악 언어는 말이나 문자 언어에 비해 소통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생

각한다. 하지만 몇 시간의 웅변보다, 한 곡의 진실된 노래가 사람의 마음을 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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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일 때가 있다. 아니, 마음을 움직인다는 의미에서는 말이나 글이, 음악보다

한계가 많은 언어다. 노래도 마찬가지다. 한국어 가사로 된 노래보다 이해하기

힘든 외국어 가사의 노래가 더 감동적일 때가 있다. 그래서 감동을 주는 데에

는 가사의 뜻보다는 노래의 예술적 성취나, 진정성이 더 중요하다.

임준석 작가는 그래서 가사가 없는, 우리가 알고 있는 음악과 노래를 익히

면서 언어 이전에 인류가 소통의 도구로 사용했던 음악적 소통을 유도하려고

한다. 유난히 청년들에게는 어려운 시기라고 하는 요즈음, 달빛감성 캠프 참가

청년들은 말이 아닌 음악적 소통에 젖어들 수 있을까? 작가는 자신 있게 말한

다. 오히려 말보다는 음악적 소통이 더 진솔하고 그래서 쉽다고. 워크숍의 ‘첫’

과 ‘끝’에서, 작가의 마음을 살짝, 엿본다.

“언어가 갖고 있는 소통의 한계를 감성을 극대화하는 감성 언어(모션, 음악, 접촉)

로 선입견 등 익숙함에서 벗어나보자는 시도를 공연을 통해 경험해보았습니다.

언어와 교육된 지식이 갖고 있는 사회적 편견을 음악적 경험으로, 바꾸어봄으로

서 자존감을 회복하고, 자신감 획득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는 목표를 완성하는

과정을 네 번의 워크숍에 녹여보려고 노력하였습니다.”

“같은 프로그램을 진행하더라도, 두 차례의 워크숍에서 참가자에 따라 진행 형식

과 결과가 변화하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멘토들의 상황에 맞게 형태를 변형할 줄

아는 다양한 대안과 유동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며 멘토들의 열정적인 교육열이

때로는 참가자들을 괴롭히는 결과를 만드는 것을 목도했습니다, 캠프의 정확한

취지가 ‘힐링’인지 교육인지, 아니면 사고의 확대인지, 새로운 장르의 체험인지

를 정확히 인지한 캠프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또한 이런 캠프가 더욱 활

성화되기를 진심으로 빕니다. 캠프를 끝내고 참가자를 떠나보내면서, 모두 한번

안아달라고 하는 그들을 토닥이며, 우리 시대 젊은이들이 얼마나 위로를 원하는

지 알게 되었고, 그런 일이 소위 기성세대의 몫이라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Page 238: 2015 인문예술캠프 달빛감성 스케치 '달빛, 사람의 무늬를 새기다

236

첫 만남. 청년들이 기웃기웃한다. 어쨌든 자기소개를 해야 하

는 시간, 하지만 워크숍의 콘셉트대로 어떤 언어적인 정보도

공유하지 않기로 했다. 이름과 나이와 사는 곳, 출신 학교, 출신 지역 등등, 이

런 정보만큼 선입견과 편견에 사로잡히는 게 있을까? 다른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 나누는 자기소개가 오히려 그 사람을 이해하지 못하게 하는 걸림돌이 된

다면? 그렇다면 과감히 생략하고 언어 없이 마임 등으로 자기소개를 했다. 불

편할까? 해보면 안다. 우리는 다른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정보가 그다지

필요 없다는 것을, 이름조차 걸림돌이 된다는 것을. 어떻게 부르냐고? 인상대

로 부르면 된다. 그렇다고 억지로 새 이름을 만들 필요는 없다. 꼭 이름을 불러

야 그 사람과 소통할 수 있다는 생각은 버려야 하지 않을까?

가장 행복한 것과 가장 두려운 것, 개개인의 트라우마, 열등감

을 극복하는 방법을 산책을 하며 음악 감상을 하며 진행했다.

이때 음악은 단지 배경음악이 아니라 소통의 주요 요소다. 말이 전달하는 내용

의 부족함, 오해, 자기식대로의 해석 등을 극복하기 위한, 감성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다. 감성이 풍부해지면 사람들은 자기중심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상

대방의 표현을 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받아들이려 애쓰게 된다. 무엇보

다 중요한 것은 말로써 억지로 소통하려 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 함께 산책하

고 음악을 듣는 것만으로도 감각은 서로의 감성을 주고받는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무언가를 굳이 하려 하지 않는 것은 소통의 당위에 의문을 제기하는

일이다. 소통하기 위해 소통하는 것은 소통이 아니다.

1 첫 번째

워크숍

2두 번째

워크숍

Page 239: 2015 인문예술캠프 달빛감성 스케치 '달빛, 사람의 무늬를 새기다

“혼자 아픈 날, 

고통과 이야기를 나누었지”  

몸이 아플 때, 특히 마음이 아플 때는 결국 혼자다. 그럴 때, 나만의 공간,

그러니까 내 방이 아니어도 산책을 하고 있다면 생각의 공간일 수도 있

는데, 아무튼 나만의 그 공간에서 나는 고통을 가만히 응시해보고 싶었

다. ‘고통, 이게 뭐지?’ 하는 마음. 고통을 피하거나 외면하기보다는 그것

을 알려고 하는 응시. 그래서 거기에 뭐가 있을까? 고통은 도대체 뭘까?

하는 것을 표현해보고 싶었다. 나는 공대생이다. 그렇다고 일반적인 생

각의 그런 공대생이 나를 규정하거나 나의 정체성을 만드는 것은 아니

다. 내가 27년 동안 살아온 삶이 있고, 그동안 내가 세상과 마주한 감각들

이 있는데 나는 그 감각으로 얻은 것을 글로 써보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심지어 군대에서조차 그랬고, 수학 문제나 공학 문제를 풀다가 답답하거

나 쉴 때, 산책할 때도 그랬다. 생각 속에서도 쓰고, 밤에 자기 전에 잠이

안 올 때 써보기도 한다. 이성복 시인의 시론집을 읽은 적이 있는데, 그

분 책에서도 비슷한 얘기가 씌어 있었던 것 같다. 시란 결국 불가능한 것

을 말해보려고 하지만 결국 실패하는 것, 그럼에도 그런 실패를 지향하

는 게 시, 문학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결국 고통도 마찬가지가 아닐

까 한다. 내 고통을 누군가에게 온전히 표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스스

로에게 표현하는 것 역시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그 고통을 표현해보고

싶다. 그런 것을 꼭 문학하는 사람만이 하고 있고, 할 수 있는 것은 아니

다. 만약, 그렇다면 우리 모두 문학하는 사람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세

상에 덧쌓여 있는 고통을 응시하는 것, 가수나 시인, 예술가가 그 고통

을 표현하는 것은 결국 고통을 벗어나는 희망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

닐까? 벗어날 수 없다고 하는 것조차도. 나는 그 희망, 벗어남을 구원이

라고 표현하고 싶다. 그래서 나는 지금, 고통을 응시하고자 한다. 그것이

무엇인지, 불가능하더라도 표현하려고 한다. 캠프도 그런 마음으로 참가

했다. 짧지만 불가능한 표현이 가능하도록, 나와 세상의 빈틈을 찾아볼

수 있었다.

인문예술캠프

달빛감성 수도권

참가자

Page 240: 2015 인문예술캠프 달빛감성 스케치 '달빛, 사람의 무늬를 새기다

말없이 말하는 노래로 소통하는 시간, 웃음이 더해지면 소통은 더 진솔해진다

Page 241: 2015 인문예술캠프 달빛감성 스케치 '달빛, 사람의 무늬를 새기다

239

자신의 이야기를 토대로 음악극을 만들어보는 시간. 하지만

준비를 많이 하고 뭔가 발표하기 위한 준비가 아니라, 워크숍

참여 청년들의 이야기,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에 집중해 구성했다. 어떤 구성

이 중요한 것이 아닌, 그 내용이 중요하므로 익히 잘 알고 있는 영화나 뮤지컬

을 가져와서 구성했다. <미션 임파서블>, <007>, 여러 뮤지컬 등.(1차) 지난 워

크숍을 통해 자신의 트라우마를 함께하는 청년들에게 드러내도 되겠다는 분위

기가 흘렀다. 한 청년은 자신의 목소리에 대한 트라우마를 워크숍 과정을 통해

극복할 수 있었다는 얘기를 했다. 보컬 트레이닝을 통한 것이 아니라 바로 워

크숍을 하면서 공감대가 형성된 청년들의 분위기 때문이라는 것. 또한 노래하

는 꿈을 포기하고 살아왔는데 다시 도전해보고 싶다는 얘기. 소심한 한 청년은

과감히 다른 워크숍의 이성에게 프로포즈를 준비하고 모두 함께 그를 도와주

는 팀워크를 발휘했다. <사운드 오브 뮤직>으로 워크숍 과정을 소개하는, 발표

아닌 발표를 준비 없이 발표했다.(2차)

우리가 갖고 있는 선입견과 사회적인 보편성이 주입한 왜곡

된 내용은 실체가 아니므로 각자가 갖고 있는 위대한 능력을

인지하여 자존감을 성취하자는 토론을 했다. 또한 행복한 인생은 무엇이고 어

떻게 사는 것이 옳은 것인지에 대해서도. 여전히 말은 자기중심적일 수밖에 없

지만 워크숍을 거치는 동안 다른 사람의 말을 그 사람의 입장에서 들으려는 최

소한의 배려심이 언어로 왜곡되는 것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을 서로 확인하고 이

를 사회생활에서도 적용해보기로 하면서 2박 3일의 워크숍을 마무리했다.

3 세 번째

워크숍

0 마지막

워크숍

Page 242: 2015 인문예술캠프 달빛감성 스케치 '달빛, 사람의 무늬를 새기다

1 “그대라는 아름다운 세상이 여기 있어줘서” 음악의 소리, 소통의 화음

2 나의 이야기가 음악극이 되는 순간, 정말 하고 싶었던 나의 이야기

3 아랫배에 힘을 주고, “우~ 아~” 소리의 문이 열린다, 멀리 있는 너에게 전하는 나의 목소리

1

Page 243: 2015 인문예술캠프 달빛감성 스케치 '달빛, 사람의 무늬를 새기다

2

3

Page 244: 2015 인문예술캠프 달빛감성 스케치 '달빛, 사람의 무늬를 새기다

242

지금, 여기서 멈춤,

우리의 삶은 다른 곳에 있어! <라디오 청년극장>

시가 사라져가는 시대라고 한다. 그나마 시를 읽는 사람들 중 많

은 사람들은 시를 어디에 써먹을 수 있는지, 인생의 어떤 교훈이 담겼는지 찾

으려 한다. 하지만 (현대)시는 본질적으로 무용하기 때문에 그 어떤 답도 주지

못한다. 시는 빠르게 흐르는 사회와 함께 흘러가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 흐름

을 거스르려 하지도 않는다. 순행은 물론이고 역행 역시, 어떤 유용한 ‘움직임’

이며, 유용함은 결국 인간을 억압하기 때문이다. 시는 그냥 그 자리에 서 있는

그 무엇이다. 흐름이 거셀수록 더 큰 힘이 든다. 그럼에도 거기 그대로, 온힘을

다해 멈춰 있어야 시다.

시인이자 문학평론가인 송승환과 박상수. 그들의 ‘멈춤’은 어떤 모습일까?

송승환 작가는 ‘삶은 다른 곳에 있다’는 시의 윤리를 항상 되새기며 삶과 사물,

세계의 다른 삶을 발견하고 ‘지금, 여기’를 돌파하기 위해 첨예한 시의 언어를

고민하며 청년과 시민들의 삶을 함께 성찰할 수 있는 문학의 지점을 모색하고

있다. 또한, 박상수 작가는 사춘기 소년 화자를 통해 성장의 아픔을 시린 언어

로 그려낸 바 있으며, 이후 20대 여성 화자를 등장시켜 ‘지금, 여기’를 살아가

는 젊음의 상처를 희비극의 시적 언어로 그려낸 바 있는데, ‘삶이 이게 다일까’

하는 질문을 품고 시적 대속의 길을 고민하며 청년과 시민들을 만나려고 한다.

두 작가는 ‘사라져가는’ 시와 ‘한물간’ 라디오 매체를 뒤섞어 과감한 멈춤을

시도한다. 청년들은 온힘을 다해 그 멈춤을 붙박는다. <라디오 청년극장>은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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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3

리는 사람에게만 들린다. 들으려고 하는 사람에게만 들린다. 그곳의 시간은 흐

르는 시간이 아닌, 영원한 현재, 시의 시간이다. 두 작가가 세운 ‘시 전문’ 라디

오방송국에서는 도대체 어떤 일이 일어난 것일까?

“<라디오 청년극장>은 속도와 경쟁에 치이고 밀려서 좌절한 청년들이 자신의

내면을 직시하고 그 내면의 풍경을 동시대의 청년들과 서로 공유하고 성찰함으

로써 지금까지 다른 삶의 출발을 재장전하는 워크숍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청년

들이 일상의 속도와 경쟁에 대해 브레이크를 거는 일상의 혁명으로서의 정지!

청년들은 고등학교 졸업 이후로 시를 전혀 읽지 않았거나 시집 한 권조차 구입

한 경험이 없어서 시를 읽는 것 자체가 신선한 충격이자 낯선 체험이었습니다.

그러나 시 읽기는 청년들에게 속도와 경쟁으로부터 받은 상처의 지점을 환기시

키고 긴장한 내면을 완화시켜주고 마음을 치유해주는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청

년들은 낯선 시구 속에서 놀랍게도 각자 삶의 좌표를 적확히 드러내는 시구 한

구절을 골라냈습니다. 청년들은 시구 한 구절을 큰 시트지에 쓰고 워크숍이 끝

날 때까지 각자의 등에 붙이고 다녔습니다. 그 시구들은 청년들 자신에게는 삶

의 화두가 되었고 그 시구를 읽은 다른 청년들과 시민들에게는 청년들이 시가

되었습니다. 청년들은 워크숍 시간에 자신이 고른 시구를 소개하고 그 시구를

고른 이유를 설명하면서 동시대 청년들의 고민과 상처를 공유할 수 있었고 삶의

공동체와 연대의 지점을 발견하였습니다. <라디오 청년극장>은 청년들이 고른

시구와 그 시구에 얽힌 사연들을 하나의 라디오 극본으로 완성시켰습니다.”

여주의 남한강변을 천천히 산책하고 신륵사 경내를 둘러보고

햇빛과 바람과 음악과 차를 만끽하면서 자연스럽게 참여 청

년들이 인사를 나누었다. 그리고 함께 모여 시를 읽었다. <라디오 청년극장>에

1 첫 번째

워크숍

Page 246: 2015 인문예술캠프 달빛감성 스케치 '달빛, 사람의 무늬를 새기다

“나는 사랑에 대해서 생각할 줄 알고 꽃잎에 대해서도 

생각할 줄 알아”

어른은 도대체 어떤 존재인가, 어떤 모습이어야 하나, 하는 것을 평소에 생각해보

고 나는 그럼 어떤 어른이 되고 싶은가, 하는 것을 고민해보았다. 내가 생각하는

어른은, 대단한 것을 알아야 하고 많은 지식을 갖고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오

히려 사랑이나 꽃잎에 대해 생각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게 내가 생각하는 어른의 모

습이다. 물론 이런 생각에는 답이 없을 수 있다. 하지만 답이 없는 생각을 하면서

자신을 돌아보고 나는 누구인지, 생각을 정리해보는 게 어른이 아닌가 싶다. 그게

진짜 어른이다. 왜냐하면, 내가 그런 생각을 할 때 좀 더 성숙해지는 기분이 들었

다. 성장한다고 해야 하나? 아무튼 그럴 때 어른스러워지는 느낌이었다. 공부를

열심히 해서 지식을 쌓아가는 때에는 똑똑해진다는 생각은 들어도 어른스러워진

다, 성숙해진다는 느낌은 없었다. 오히려 사소한 것, 지나치기 쉬운 것, 내가 느끼

고 있는 감정, 이런 것들과 내가 마주하고 똑바로 보고 있을 때, 아, 내가 조금 더

성숙해지고 있구나, 하고 느낀다. 캠프에 오기 전에 스펙을 쌓고, 자격증을 따기

위해 노력하면서, 이렇게 성숙해지는 생각들, 그 순간이 헛된 것이었나, 하는 회

의가 들었다. 성숙해진다는 생각들, 누군가에게 자랑하려는 생각이 아니라 나 자

신이 성장한다는 생각들을 하면서 그런 나 자신에 대해 당당했었는데,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려면 이 같은 생각보다 사회에서 요구하는 것은 스펙이나 지식이었

다. 내가 이제까지 생각해왔던 것들, 가치 있는 것들이 캠프의 주제와 맞았다. 그

래서 캠프에서 다른 사람들과 얘기 나누는 과정에서 내 생각이 쓸모없다고 여겨

지면 더 이상 그런 생각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결론을 내리기로 했다. 반면에 이 캠

프에서 하나라도 얻어가는 게 있다면 그동안 내가 고민하고 마주했던 생각이 잘

못된 게 아니구나, 하는 마음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캠프에서 만난 사람들과 얘기

를 나눌수록 아, 내 생각은 소수의 생각이 아니구나, 아니, 나보다 더 깊이 있게 생

각하고, 또 다른 방향에서 다른 시각에서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현재 내린 결론은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려면 사회가 요구하는

스펙이나 자격증 등을 소홀히 하면 안 되겠지만, 그렇다고 지금까지 내가 생각해

오던 것, 그런 고민을 감히, 가치 없다고 말할 수 없겠구나, 더 많이 고민해야겠다

는 것이다. 그런 기분 좋은 자극을 얻은 캠프였다.

인문예술캠프

달빛감성 수도권

참가자

Page 247: 2015 인문예술캠프 달빛감성 스케치 '달빛, 사람의 무늬를 새기다

245

서 준비한 다양한 시집들 중에서 청년들이 각자 선택한 시집을 자유롭게 골라

서 읽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오로지 시만 읽는 시간, 돗자리를 깔고 가을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시를 읽는 그런 쉼표의 시간을 가졌다. 청년들은 그동안

시를 많이, 자주 읽어왔던 것이 아니라,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거의 시집 한 권

도, 심지어 시 한 편도 읽지 않았던 청년들이었다. 그런 청년들이 각자의 숙소

에서 늦은 밤까지 시집을 읽고 그 시집 속에서 마음에 들거나 마음을 찌르는

시구 한 구절을 골랐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 읽기.

아침에 만나 지난밤 각자가 고른 시 한 구절을 등에 붙이고 식

사를 하고, 워크숍 장소로 향했다. 각자가 고른 시구는 나란

히 의자에 앉을 때나 걸을 때 앞서거니 뒤서거니 할 때 다양한 병치를 이루면

서 그때그때 새로운 시, 움직이는 시가 되었다. 지나가던 여주 시민들도 관심

을 보일 정도로 화제가 된 퍼포먼스였다. 움직이는 시들이 여주 남한강변을 산

책하고 돌아와 본격적인 두 번째 워크숍에 들어갔다. 각자의 시구를 모아 콜라

주 기법으로 순서를 정해 시 한 편을 완성했다. 그 시구는 시인들의 시에서 가

져온 시구지만 완성된 시에는 원래 시의 시인이나 화자는 사라지고 시구를 고

른 청년들의 이야기가 새롭게 행간에 스며들었다. 청년들의 삶이 그대로 시가

되는, 놀라운 경험, 시를 이해하는 유니크한 방법, 나를 내세우면서도 하나가

되는 오묘한 시의 공동체.

이제까지 두 번의 워크숍에서 해온, 또한 이룬 작업을 다른 워

크숍 참여 청년 등 캠프 참가자들에게 나누기 위해 <라디오

청년극장>의 대본 작업에 돌입했다. 청년들이 고른 시구와 그 시를 고른 이유,

2두 번째

워크숍

3 세 번째

워크숍

Page 248: 2015 인문예술캠프 달빛감성 스케치 '달빛, 사람의 무늬를 새기다

246

청년들의 이야기를 정리하고 그 이야기를 이끌어내는 진행자의 이야기가 그대

로 대본이 되었다. 그리고 라디오 프로그램에 맞춰, 연출 등 스태프와 진행자

와 출연자를 정해, 본격적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배경음악을 정하고 연출

과 협의하며 동선을 정했다. 1회 때는 ‘사과처럼 살아온 삶이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바나나가 아니었을까’ 하는 재미있고도 깊이 있는 물음과 고민을 녹

여낸 작품으로 캠프 참가자의 호응을 얻었다. 발표를 준비한 청년들의 성취감

은 말할 것도 없었다. 2차 때 역시, 다르지 않았다. 발표의 시간이 마지막 날이

었다는 것이 달랐을 뿐.

길든 짧든 만나고 헤어지는 시간은 아쉽다. 특히, 쉼표의 시간

을 누리고 시로써 공감한 청년들은 더욱 그랬다. 다시 만나기

로 약속하는 모습은 자연스러웠다. 청년들은 쉼표의 시간을 다시 갖기 위해 이

와 같은 캠프에 또 참여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이미 그들 안에는 자신의 쉼표

를 만드는 항체가 생겼을 테니. 이제부터는 어떠한 가속도가 붙는 삶이라 해도

거기에 브레이크를 걸고, 잠시라도 아니면, 온힘을 다해 멈출 수 있는 그런 항

체를 지니고 살아갈 것이다. 아니, 두 작가는 그렇게 되기를 기원한다. <라디오

청년극장>이 한때의 추억이나 발표회의 찬사를 간직한 기억이 아니라, 그 모

든 것을 감싸는 쉼표가 되기를, 그런 쉼표가 각자의 세계에 굳건히 자리 잡고

있기를, 그리고 그러한 쉼표를 통해 가능하다면 연대의 손길을 내밀기를.

0 마지막

워크숍

Page 249: 2015 인문예술캠프 달빛감성 스케치 '달빛, 사람의 무늬를 새기다

247

1 이 시집들 중에서 한 권을 골라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쉼표처럼 시를 읽는다

2 청년들은 낯선 시구 속에서 놀랍게도 각자 삶의 좌표를 드러내는 시구를 찾아 적는다

3 일상의 속도와 경쟁에 브레이크를 거는, 늦은 밤까지 시를 읽는 늦가을 하루

1

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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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

1 새롭게 구성한 우리들의 시, 그 속에 담긴 내 이야기로 구성한 <라디오 청년극장>

2 여주의 남한강변을 천천히 산책하고 햇빛과 바람과 음악과 차를 만끽한 첫!

3 움직이는 시가 시를 듣는 시간, 거꾸로 적은 <우주로 날아가는 방2>의 한 구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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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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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

불가능을 가능케 한

청년과 장이의 《멋진 청년》 <‘멋진 청년’ 잡지 만들기>

잡지 제작은 최소한 세 겹의 레이어를 겹쳐 이루어지는 텍스트

를 뒤섞어[雜] 종이 묶음[紙]을 만드는 일이다. 취재, 글쓰기, 디자인의 레이어

를 하나씩 겹쳐가면서 각각의 레이어에 해당하는 작업을 텍스트로 버무려 종

이 위에 새긴다. 그러므로 사람의 무늬를 새기는 것을 인문이라고 할 때, 잡지

를 만드는 일은 ‘지금, 여기’의 인문을 종이에 새기는 작업이다.

특히 잡지는 시간을 다투는 작업인데, 2박 3일의 캠프를 취재하고 잡지까지

만들어야 하는 작업은 그야말로 피를 말리는 작업이다. 이렇게 힘든 <‘멋진 청

년’ 잡지 만들기>(이하, <잡지 만들기>)에 겁 없이 달려든 청년들이 어느 가을날 여

주에 모였다. 그리고 잡지 만들기의 고단함을 익히 알면서 이 작업을 선뜻, 맡

은 작가들이 있다. 잡지 만들기에 매료된 듯, 사실은 중독된 듯, “이건, 미친 짓

이야”를 입에 달고서….

<잡지 만들기>는 ‘다홍치마’(1차), ‘수류산방’(2차)이 잡지장이를 경험하고자

모여든 청년들의 멘토로 나섰다. 다홍치마는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에서 따온

이름이다. 앞으로도 여전히 새로 알게 될 것들이 항상 유쾌하지는 않겠지만 그

렇다고 거부하지는 않고 이왕이면 다목적이고 실용적이며 고운 것을 따라가

려는 것이 ‘다홍치마’의 디자인 정신이다. 또한 수류산방은 인왕산 언저리에서

책도 만들고 디자인도 하고 전시도 하는, 잡지사 출신들이 모여 출발해 우주의

언저리를 탐구하고 있는, 대중성과 거리가 먼 책들을 내지만 한번 보면 반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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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밖에 없는 디자인으로 암암리(?)에 알려져 있는 실력 있는 디자인 그룹이다.

청년을 날줄로, 미술 음악 문학 영상 등등 다양한 분야를 씨줄로 해서 잡지

작업을 해봄으로써 인문의 추상성을 청년들의 글과 이미지로써 새겨내는 작

업. 2박 3일, 불가능한 작업을 청년의 열정과 장이의 노련함으로 가능케 한 잡

지 《멋진 청년》. “다시는 이런 작업은 없다!”고 말하는 그들은, 이미 다음 작업

을 준비하며 다른 삶을 꿈꾸는지도 모르겠다. <잡지 만들기>로 체험한 사람의

무늬를 되새기는….

“다른 워크숍에서 이루어지는 활동, 사람들을 관찰하고 듣고, 이미지와 글로 포

착하고 기록하고, 한 팀 안에서 서로의 장점과 단점을 파악해 협동하지 않으면

만들어낼 수 없으며, 자신의 이야기보다는 다른 이들의 이야기를 드러내주어 함

께 기억하고 기뻐할 수 있는 결과물을 나누는 것이 인문의 한 자세라고 보았습

니다. 잡지를 만들어본 경험이 없거나 컴퓨터 소프트웨어, 카메라 등을 능숙히

다루는 기술을 갖추지 못한 입문자들을 가정하고, 시장에서 잡지처럼 보이도록

유통되는 책과 유사한 형태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전통적인 조판의 기본을

아날로그로 체험하도록 했습니다. <잡지 만들기> 워크숍이 직업 체험은 아닌 만

큼 비단 잡지를 만들지 않더라도 앞으로 각자 자신의 분야에서 의도하는 메시지

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하나의, 또는 연속되는 면 안에서 이미지와 글을

어떻게 선정하고 배치할 수 있을지 직접 체험해보는 기회를 줄 수 있는 프로그

램으로 준비했습니다.”

인사, 진행 방법 소개, 각 참가자별 주제를 정하는 시간을 가

졌다.(1차)

오후에 간단히 이름, 나이, 전공만으로 자기소개를 한 후 신륵사를 방문해 우

1 첫 번째

워크숍

Page 254: 2015 인문예술캠프 달빛감성 스케치 '달빛, 사람의 무늬를 새기다

252

리를 반겨준 여주 산천에 감사드리고 땅과 물, 역사를 살피는 시간을 가졌다.

저녁에 워크숍 장소로 이동해 각자 왜 <잡지 만들기>를 지원했는지, 그리고

<잡지 만들기>가 아니라면 어떤 워크숍에 관심이 있었는지 이야기를 듣고 3개

의 팀으로 편성했다. 각 팀은 3명씩으로 구성되었고, 한 팀에서 3개씩의 워크

숍을 맡아 총 9개의 기사(7개의 워크숍+특강 스케치+전체 스케치)를 만들기로 했다.

이렇게 앞으로 워크숍의 진행 과정과 방법을 간단히 소개한 다음, 각 팀별로

자신들이 선택한 기사를 어떻게 취재하고 어떻게 분담할지 논의했다. 저녁 식

사 후 각 팀별로 자신들이 맡은 3개의 워크숍 첫 번째 취재(스케치)를 했다. 그

동안 멘토들은 나머지 6개 워크숍 현장을 다녀왔다. 저녁에 돌아와 각자 취재

한 내용을 이야기로 나누었고, 기사 작성 지침을 공유했다.(2차)

다른 워크숍의 참가자와 멘토를 취재하는 시간, 본격적인 <잡

지 만들기>에 돌입했다.(1차)

원래 계획은 아침에 커피숍에서 그동안 찍은 사진들을 간단히 훑고 두 번째 취

재를 하고자 했으나, 각 팀별로 첫 번째 워크숍 때 취재했던 내용이 아직 마무

리되지 않았기 때문에 우선 그중 일부로 기사 작성을 했다. 하지만 다른 워크

숍들이 대부분 아직 결과물이 나오지 않았고 무슨 일이 벌어질지 파악할 수 없

는 형편이었기 때문에 기사를 마치기 어려웠다.(2차)

취재된 사진과 글 등의 재료를 다듬는 시간을 가졌다.(1차)

각 팀별로 일부는 워크숍 장소에 남아 사진 선정 및 기사 작성

을 계속하고, 일부는 부족한 부분들의 추가 취재를 계속 다녀왔다. 오전에 사

진 선정을 마친 기사들의 경우 그중 일부를 대지 위에 조판하기 시작했다. 저

2두 번째

워크숍

3 세 번째

워크숍

Page 255: 2015 인문예술캠프 달빛감성 스케치 '달빛, 사람의 무늬를 새기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청년들과 함께 

전력을 다해 서 있던 자리 

비가 오는 어느 가을날이었고 분명 실내에 있었는데 발가락에 감각이 느껴지

지 않을 정도로 ‘아, 춥다’고 생각이 드는 시간이었다. 로비 통유리에는 문장

들이 새겨져 있었고 빗방울이 그 위를 타고 내리는 모습을 보고 있었지만 문

장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각자의 워크숍이 끝나고 하나둘 로비로 모여들

었다. 문장 카드를 가진 청년들끼리 모여 앉았고 무언가 심각하게, 무언가 재

미있게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로비는 점점 따뜻해지는 듯했다 100여 명

의 청년과 작가들이 이야기를 계속한다. 언제 끝나려나? 2시간여, 시간이 흐

르고 임준식 작가가 멋쩍게 인사를 나누며 각 문장에 대해 나눈 이야기를 발

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청년들이 말을 참 잘하는구나’라고 생각할 때쯤 단발

머리에 볼이 빨간 청년이 “제가 생각한 것을 말해도 될까요?” 하고 손을 번쩍

들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건 전력을 다해 가만히 멈춰 있기죠’라는 문장을 저는

골랐습니다. 하늘에 새 한 마리가 날고 있습니다. 땅에서 보는 우리 눈에는

점처럼 그 위치에 가만히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하늘 위 바람을 맞

으며 그 자리를 지키는 것은 얼마나 전력을 다해야 할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

다.” 정신을 놓고 있는데, 내 뒤통수에서 징을 친 듯한 기분이 들었다. 나는 지

금 이 순간을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 누군가 쉽게 보이는 이 자리에 나는

나의 시간과 노력과 정성을 다해 전력을 다해 이 자리에 있다. 생각, 질문을

통해 나를 찾아가는 시간은 평생 리플레이해야 하는 것을 새삼 일깨워준 캠

프, 스태프로서 참가한 나에게도 생각의 힘은 필요했다.

다음 날, 청년들이 귀와 머리 사이에 작은 국화꽃을 꽂고 눈부신 햇살을 맞으

며 두 손을 모아 외친다. “꽃을 주세요, 아까와는 다른 시간을 위해서” 사랑하

는 사람에게서 꽃을 받았을 때를 떠올리며! 정말 꽃을 받는 순간 아까와 다른

시간이 된다. 그것을 너무나 간절히 원하게 만든다. 멋진 청년, 눈부시게 아

름다운 청년. 기억할 것이다, 그들이 있어 가슴 벅찬 캠프였다는 것을.

권윤숙

인문예술캠프

달빛감성

청년참여형 운영팀

총괄팀장(위즈웰)

Page 256: 2015 인문예술캠프 달빛감성 스케치 '달빛, 사람의 무늬를 새기다

1 자신의 분야에서 의도하는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나누고 또 나누고

2 멋진 청년 <잡지 만들기>, 외롭고 힘들고 고단하고…, 하지만 재미있는

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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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5

녁이 되자 모든 워크숍들이 비로소 완성된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했으므로 보

충 취재가 많았다. <For Sale>처럼 늦게 작업이 시작된 곳도 있었고 <차이와

연대의 목소리들이>처럼 취재를 요청하는 곳도 있었다. 원래의 마감 시간에

맞추어 책을 완성한다면 이 기사를 포기해야 했는데, 마감을 늦추기로 하고 취

재를 다녀왔다. 그리고 대부분 사진과 글을 작성하고 양식에 맞추어 출력했는

데 이 과정에서 프린터가 멈추어 이후로는 흑백 프린터로 열악하게 작업해야

했다. 이를 예상하고 사전에 대책을 마련해주지 않은 주최 측에 아쉬움이 남는

다. 모든 대지 작업(모눈의 대지 위에 모든 페이지의 글과 사진을 배치 완료하는 것)이 끝난

것은 이튿날 새벽 4시경이었고 그 새벽에 한 부를 컬러 프린트해 아침 9시에

책으로 제본해 완성했다.(2차)

본격적으로 잡지를 디자인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드디

어 잡지를 완성했다.(1차)

오전에 진행된 페어웰에 맞춰 정말 따끈따끈한(?) 잡지를 취재원이 되었던 다

른 워크숍 참여 청년들에게 보여주었다. 잡지는 우여곡절 끝에 완성이 되었지

만 모든 참가자가 한 부씩 가져갈 수 있도록 하려던 처음의 계획은 캠프 뒤 모

임으로 돌렸다. 만든 잡지를 컴퓨터 조판으로 옮겨 인쇄 가능하게 다듬고 싶었

으나 이는 비용과 시간상의 제약이 커서 실현할 수 없었다. 만약 시간과 공간

이 더 주어지고 정례화된다면 글쓰기와 취재하기, 편집과 디자인 등에 관심이

많은 청년들을 위한 심화되고 지속적인 프로그램도 가능할 것이다.(2차)

0 마지막

워크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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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

1 편집회의, 7개의 워크숍, 특강 스케치, 전체 스케치로 구성된 9꼭지의 기사를 점검

2 신이시여, 정말 이 잡지가 3일 만에 나온, 우리 손으로 만든 잡지란 말입니까!

3 디자인,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 취재해온 내용을 진주목걸이로 만드는 시간

4 잡지 제작은 최소한 세 겹의 레이어를 겹쳐 이루어지는 작업, 취재 글쓰기 디자인을 하나씩 겹쳐가며 사람의

무늬를 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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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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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자 만족도 

조사  결과 

2015 인문예술캠프 달빛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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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9

표1 조사개요

조사목적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의 2015 인문예술캠프 달빛감성 프로그램 참

가자를 대상으로 참가자들의 프로그램 참가 만족도와 사업의 성과를

측정하기 위한 것임.

조사방법 조사대상 : 2015 인문예술캠프 달빛감성 참가자

유효표본수 : 66명(강원권), 73명(충청권), 140명(수도권), 122명(경상권)

조사방법 : 자기기입식 설문조사(7점척도)

조사변인 1.문항 구성요소 프로그램 / 워크숍과 파티 만족도

진행방법과 편의, 주변환경 만족도

인문예술캠프 효과

인문예술캠프 만족도

전체 만족도

2.인구통계학적변인 거주지역

성별

나이

참여가족수

추천 기관명

참여 워크숍

자료처리 및 분석방법 전산화된 자료(Raw Data)는 통계패키지 SPSS for win을 활용하여 분석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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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 결과 분석

조사대상 인구통계 요인 분석

1) 회 차

1, 2차 참여인원을 조사한 결과 충청권인 경우 1차, 2차 참가자가 비슷한 비율로 나타남. 경상권과 수도권

인 경우 2차 참가자가 1차 참가자보다 많은 반면 강원권은 1차 참가자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남.(가족캠프

의 경우, 참가자 중 20세 이상의 성인을 대상으로 설문 진행)

표2 회차

구분가족캠프 청년캠프

강원권 충청권 수도권 경상권

1차 35(53.0%) 36(49.3%) 65(46.4%) 46(37.7%)

2차 31(47.0%) 37(50.7%) 75(53.6%) 76(62.3%)

합계 66 73 140 122

2) 성 별

성별을 조사한 결과 모든 지역에서 여성 참가자의 비율이 68% 이상 나타나 남성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남.

표3 성별

구분가족캠프 청년캠프

강원권 충청권 수도권 경상권

남자 18(28.1%) 22(31.4%) 42(30.2%) 36(30.5%)

여자 46(71.9%) 48(68.6%) 97(69.8%) 82(69.5%)

합계 64 70 139 118

3) 연 령

연령을 조사한 결과 강원권과 충청권 참가자의 연령대가 주로 30~50세 연령층으로 분포된 것으로 나타났

으며 그중 40세 이상 참가자가 상대적으로 높은 비율을 차지함.

표4 연령(강원권/충청권) - 가족캠프

구   분 강원권 충청권

40세 이하 24(36.4%) 25(34.7%)

40세 이상 42(63.6%) 47(65.3%)

합계 66 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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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과 경상권인 경우 참가자의 연령대는 주로 젊은 연령층으로 구성되었으며 대부분의 참가자가 20세

이상~30세 이하인 것으로 나타남.

표5 연령(수도권/경상권) - 청년캠프

구   분 수도권 경상권

20세 이하 10(7.2%) 14(11.7%)

20세 이상-30세 이하 114(82.0%) 86(71.7%)

30세 이상 15(10.8%) 20(16.7%)

합계 139 120

4) 참여경로

참여경로별로 살펴보면 강원권과 충청권은 모두 가족, 지인을 통해 참여하는 경우가 가장 많았고 다음으

로 학교 및 지역아동센터, 인터넷 검색의 순으로 나타남.

표6 참여경로(강원권/충청권) - 가족캠프

구   분 강원권 충청권

학교 및 지역아동센터 13(20.0%) 23(31.9%)

관공서 등 기관 9(13.9%) 4(5.6%)

인터넷 검색 12(18.5%) 7(9.7%)

가족, 지인 31(47.7%) 33(45.8%)

기타 0(0.0%) 5(6.9%)

합계 65 72

수도권과 경상권 참여경로를 조사한 결과 수도권인 경우 인터넷 검색과 가족, 지인을 통해 참가한 경우가

각각 40%로 나타난 반면 경상권인 경우 가족, 지인을 통해 참가한 경우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남.

표7 참여워크숍(수도권/경상권) - 청년캠프

구   분 수도권 경상권

학교/기관 19(13.6%) 12(9.8%)

인터넷 검색 56(40.0%) 30(24.6%)

가족, 지인 56(40.0%) 66(54.1%)

기타 9(6.4%) 14(11.5%)

합계 140 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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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족도 조사 결과

1) 인문예술캠프 효과

인문예술캠프 효과 점수를 측정한 결과 강원권의 인문예술캠프 효과 평균 점수는 91.95, 충청권의 평균 점

수는 87.13로 매우 만족한 편으로 나타남. 모든 세부항목에서 역시 강원권의 만족도 수준이 충청권보다 높

은 것으로 나타남.

표8 인문예술캠프 효과(강원권/충청권) - 가족캠프

구   분 강원권 충청권

캠프 참여를 통해 좋은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95.96 91.32

캠프를 통해 잠시 일상의 고민을 잊고 몰입할 수 있었다 94.95 88.89

캠프를 통해 행복감을 느낄 수 있었다. 94.95 89.50

캠프를 통해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었다 93.69 88.89

캠프를 통해 가족 간에 유대감이 더 깊어진 것 같다 94.95 87.44

캠프를 통해 가족과 소통 기회를 마련할 수 있었다 92.93 88.13

캠프를 통해 이웃에 더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89.14 84.47

캠프를 통해 주변 사람을 위해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했다 90.40 83.33

캠프를 통해 사물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 90.15 88.13

캠프를 통해 평범하고 익숙한 것(사람, 사물, 일 등)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 92.17 89.27

캠프를 통해 삶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볼 수 있었다 92.42 84.70

캠프를 통해 평소 생활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89.39 83.56

어렵게 느끼던 인문(역사, 문학, 고전 등)을 더욱 쉽고 친근하게 느끼게 되었다 88.38 83.33

인문학자와 예술가가 만나서 여러가지 활동을 할 수 있어서 좋았다 93.43 90.64

일반적인 인문학강좌나 예술교육과 비교할 때, 더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다. 90.40 88.13

캠프를 통해 일상에서 인문(역사, 문학, 고전 등)과 관련한 이야기꺼리가 많아졌다 85.61 82.42

캠프에서 느낀(배운) 감정이나 경험이 오랫동안 유지될 것 같다 94.19 89.04

인문예술캠프 효과 평균 점수 91.95 8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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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인문예술캠프 효과 평균 점수는 79.44, 경상권의 평균 점수는 80.89로 상당히 만족한 편으로 나타

남. 세부항목 별로 보면 「어렵게 느끼던 인문(역사, 문학, 고전 등)을 더욱 쉽고 친근하게 느끼게 되었다」,

「일반적인 인문학강좌나 예술교육과 비교할 때, 더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다.」,「캠프를 통해 일상에서 인

문(역사, 문학, 고전 등)과 관련한 이야기꺼리가 많아졌다」세 항목에서 수도권의 평균 점수가 높게 나타난

반면 나머지 항목에서는 모두 경상권의 평균 점수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남. 「어렵게 느끼던 인문(역사, 문

학, 고전 등)을 더욱 쉽고 친근하게 느끼게 되었다」항목인 경우 수도권이 71.43점, 경상권이 66.53점으로 인

문예술캠프 효과 중에서 가장 낮은 점수를 기록했지만 모두 60점 이상으로 다소 만족한 편으로 나타남.

표9 인문예술캠프 효과(수도권/경상권) - 청년캠프

구   분 강원권 충청권

참여를 통해 좋은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85.59 90.03

캠프를 통해 잠시 일상의 고민을 잊고 몰입할 수 있었다 85.24 88.98

캠프를 통해 행복감을 느낄 수 있었다 83.21 87.98

캠프를 통해 타인과의 소통 기회를 마련할 수 있었다 87.02 89.21

캠프를 통해 이웃에 더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75.00 78.69

캠프를 통해 주변 사람을 위해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했다 72.98 77.19

캠프를 통해 사물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 73.21 76.09

캠프를 통해 평범하고 익숙한 것(사람, 사물, 일 등)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 77.98 81.56

캠프를 통해 삶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볼 수 있었다 77.62 80.87

캠프를 통해 평소 생활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76.79 77.32

어렵게 느끼던 인문(역사, 문학, 고전 등)을 더욱 쉽고 친근하게 느끼게 되었다 71.43 66.53

인문학자와 예술가가 만나서 여러가지 활동을 할 수 있어서 좋았다 85.01 85.93

일반적인 인문학강좌나 예술교육과 비교할 때, 더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다 81.67 80.58

캠프를 통해 일상에서 인문(역사, 문학, 고전 등)과 관련한 이야기꺼리가 많아졌다 76.90 68.03

캠프에서 느낀(배운) 감정이나 경험이 오랫동안 유지될 것 같다 81.90 84.43

인문예술캠프 효과 평균 점수 79.44 80.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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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인문예술캠프 만족도

인문예술캠프 만족도 측정한 결과 강원권의 인문예술캠프 만족도 평균 점수가 96.13점으로 가장 높았으며

다음으로 충청권 91.63점, 경상권 90.03점, 수도권 84.33점의 순으로 모두 매우 만족한 편으로 나타남. 세

부항목 별로 살펴보면 「나는 다음 인문예술캠프에도 참여하고 싶다」, 「나는 앞으로 인문예술캠프와 같은

프로그램을 찾을 것 같다」, 「나는 주변 사람들에게도 인문예술캠프 참가를 추천하고 싶다」 세 항목 모두 강

원권의 만족도 점수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남.

표10 인문예술캠프 만족도

구   분 강원권 충청권 수도권 경상권

나는 다음 인문예술캠프에도 참여하고 싶다 96.97 92.25 82.38 90.42

나는 앞으로 인문예술캠프와 같은 프로그램을 찾을 것 같다 94.70 90.61 83.93 88.61

나는 주변 사람들에게도 인문예술캠프 참가를 추천하고 싶다. 96.72 92.02 86.67 91.11

인문예술캠프 만족도 평균 점수 96.13 91.63 84.33 9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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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인문예술캠프 달빛감성

강원 캠프 1차 2015년 7월 27일~29일 / 2차 7월 29일~31일 (2박 3일)

강원도 인제군 만해마을, 한국시집박물관, 여초서예관 (강원도 인제 소재)

충청 캠프 1차 2015년 7월 30일~8월 1일 / 2차 8월 1일~3일 (2박 3일)

충청남도 아산시 도고면 교원연수원

수도권 캠프 1차 2015년 10월 30일~11월 1일 / 2차 11월 6일~8일 (2박 3일)

경기도 여주시 여주평생학습센터, 여주시립도서관, 남한강일성콘도

경상 캠프 1차 2015년 10월 30일~11월 1일 / 2차 11월 20일~22일 (2박 3일)

경상남도 하동군 일대, 켄싱턴리조트 지리산 하동

주최 문화체육관광부 인문정신문화과

주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가족문화팀

캠프 기획자

강원권 고무신

충청권 양철모

수도권 함돈균

경상권 고무신

캠프 아트디렉터

강원권 이제

충청권 조지은

수도권 김도유

경상권 김도유

캠프 참여 인문활동가 및 아티스트

강원권 권태훈, 김소중, 김주빈, 남머루, 노미화, 쌤쌤, 이효석, 조준형, 초선영, 탁동철

충청권 고영직, 솔가, 송문수, 옥정호, 윤석정, 김유인, 유본, 이란, 이화진, 황애리

수도권 길은영, 다홍치마, 박상수, 박한결, 송승환, 수류산방, 이대희, 이원, 이지송, 임준식, 최은진

웰컴공연 게스트_임진모, 앙상블선, 잔나비밴드, 카락뺀빠

경상권 구우, 구지원, 라니, 모호연, 반숙, 밴드 오즈, 애쉬, 이다, 이일우, 조윤정, 희랑랑

열림특강_ 김태경, 닫힘특강_ 정치영

전라권 고무신, 구지원, 김소중, 표정

캠프 운영사

강원권・충청권 ㈜비타민컴

경상권・수도권・전라권 ㈜위즈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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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인문예술캠프 달빛감성 스케치

달빛, 사람의 무늬를 새기다

발행인 주성혜

발행일 2016년 2월

발행처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기획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가족문화팀

등록번호 KACES-1660-C001

ISBN 978-89-6748-180-3

문의처 02-6209-5900

본 자료집은 저작자와 출처를 표시하면 자유이용을 허락합니다.

단, 영리적 이용과 2차적 저작물 작성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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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 문 예 술 캠 프 달 빛 감 성 ‘ 숲 에 서 바 다 ’

가 족 , ‘ 숲 이 바 다 가 되 도 록 다 받 아 주 는 ’

인 문 예 술 캠 프 달 빛 감 성 ‘ 이 야 기 인 문 학 , 개 구 락 지 ’

온 가 족 이 마 음 을 열 어 이 야 기 하 고 , 즐 겁 게 깨 닫 고

인 문 예 술 캠 프 달 빛 감 성 ‘ 멋 진 청 년 , 경 계 에 서 묻 다 ’

묻 고 묻 고 또 묻 는 다 , 나 에 게 너 에 게 우 리 에 게

인 문 예 술 캠 프 달 빛 감 성 ‘ 멋 진 청 년 이 되 자 ! 만 나 자 + 만 들 자 + 날 자 ’

1 2 개 의 화 두 , 7 개 의 워 크 숍 , 터 져 나 오 는 푸 른 우 주 들

비매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