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07 일터 (최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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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재해보상보험은 1964년부터 시행된 한국 최초의 사회보험제도라 고 합니다. 그래서 올해가 산재보험 50주년이라고 노동부와 근로복지 공단에서는 축하 행사도 한 모양입니다. 그러나 50여 년이 지나도록 250만 명에 달하는 특수고용 노동자들이 사각지대에 남아 있는 산재보험 50주년을 축하할 수가 없습니다. 산재 보험에 가입돼 있다고는 하나 고용 불안 때문에 산재 신청을 할 수 없 는 비정규직 노동자, 여전히 남성보다 신청률이 낮은 여성 노동자, 몰 라서 신청을 못 하는 이주 노동자를 생각하면 산재보험 50주년을 축하 할 수가 없습니다. 어렵게 신청을 해도 업무상 질병 인정률이 44.1%에 불과한데 근로 복지공단은 수조 원의 수익을 남기는 오늘, 산재보험 50주년을 축하할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도 산재 인정된 노동자에게 아득바득 소송을 거 는 근로복지공단을 축하할 수가 없습니다. 산재 이후 생긴 우울증으로 자살하는 노동자 소식이 여전히 자주 들리는데, 산재보험 50주년을 어 떻게 축하하겠습니까. 대신 산재보험의 새로운 50년을 시작하자고, 일하는 모든 이들을 위 한 산재보험을 만드는 50년을 열자고 결의를 다져봅니다. 일터 독자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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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 2014 07 일터 (최종)

산업재해보상보험은 1964년부터 시행된 한국 최초의 사회보험제도라

고 합니다. 그래서 올해가 산재보험 50주년이라고 노동부와 근로복지

공단에서는 축하 행사도 한 모양입니다.

그러나 50여 년이 지나도록 250만 명에 달하는 특수고용 노동자들이

사각지대에 남아 있는 산재보험 50주년을 축하할 수가 없습니다. 산재

보험에 가입돼 있다고는 하나 고용 불안 때문에 산재 신청을 할 수 없

는 비정규직 노동자, 여전히 남성보다 신청률이 낮은 여성 노동자, 몰

라서 신청을 못 하는 이주 노동자를 생각하면 산재보험 50주년을 축하

할 수가 없습니다.

어렵게 신청을 해도 업무상 질병 인정률이 44.1%에 불과한데 근로

복지공단은 수조 원의 수익을 남기는 오늘, 산재보험 50주년을 축하할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도 산재 인정된 노동자에게 아득바득 소송을 거

는 근로복지공단을 축하할 수가 없습니다. 산재 이후 생긴 우울증으로

자살하는 노동자 소식이 여전히 자주 들리는데, 산재보험 50주년을 어

떻게 축하하겠습니까.

대신 산재보험의 새로운 50년을 시작하자고, 일하는 모든 이들을 위

한 산재보험을 만드는 50년을 열자고 결의를 다져봅니다. 일터

독 자 에 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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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특집

1. 비 새는 우산, 50살 산재보험

2. 산재보험, 50년 세월이 야속해~

3. 제대로 치료받고 건강하게 복귀하고 싶다!

산재보험이 도입된 지 50년이 되었지만, 아직도 적용 대상은 제한적이고, 업무상 질병 승인율은 낮으

며, 복귀를 위한 치료와 재활 서비스는 부족하다. 가입과 적용 대상, 승인율과 결정 과정, 치료와 복귀

로 나누어 산재보험의 현재를 살펴보았다.

03 뉴스 본격화 된 의료민영화 저지 투쟁 外 l 장영우

06 지금 지역에서는 산재 보상은 얻는 것이 아니라 쟁취하는 것 l 안재범

08 A-Z까지 다양한 노동 이야기 아파트 경비 아저씨를 만나다 l 송홍석

12 현장의 목소리 꿈의 공장을 찾아서 l 재현

16 연구소 리포트 2013년 두원정공 근골격계 유해요인 조사 연구(2) l 푸우씨

21 사진으로 보는 세상 다양한 노동, 다양한 삶 l 김세은

32 작업중지권 기획항공기 조종사가 운항을 거부하고 싶을 때 l 중대재해 예방과 작업중지권 실

현을 위한 ‘당장멈춰’팀

34 노동시간센터(준) 기획 당신은 일주일에 몇 시간 일하시나요? l 김형렬

38 문화읽기 참사 이후, 달라진 것과 여전한 것 l 김재광

40 유노무사의 상담일기 과장과 사무국장 사이 l 노무법인 필 유상철

42 일터 다시보기 노동시간센터 출범이 갖는 의미 l 노동시간센터(준) 강세진

44 이러쿵저러쿵 산재 노동자가 제대로 치료받는 날은 언제쯤 l 재현

46 기자회견문 일하는 모든 이들을 위한 산재보험 10대 개혁 요구를 발표하며

48 퀴즈 가로세로 퀴즈로 본 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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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일터l ․ 3

본격화 된 의료민영화 저지 투쟁

보건복지부가 6월10일 병원의 부대사업 범위

를 확대하는 ‘의료법 시행규칙’을 입법예고하고,

부대사업 목적 자법인 설립 운영에 관한 가이

드라인을 발표해 의료민영화에 박차를 가하자

노동조합 및 시민사회단체는 즉각 반발에 나섰

다.

이번 ‘의료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의료법인은

외국인 환자 유치와 여행업, 국제회의업, 수영

장 등 체육시설 및 목욕장업과 같은 부대사업

을 할 수 있게 됐고, 숙박업과 서점은 시도지

사의 공고 없이도 시행할 수 있다. 또한 제3자

가 병원 건물을 빌려 부대사업을 하는 것도 허

용했다. 영리 자회사가 운영하는 의료관광호텔

에 의원급 의료기관 개설도 가능하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하 보건의료노

조)은 기자회견을 통해 “영리자법인 허용은 제

2의 세월호 참사를 만드는 정책”이라며 “의료

민영화를 추진할 경우 노동조합이 할 수 있는

최고의 투쟁수단인 파업을 준비하며 자법인 가

이드라인 등 의료민영화 정책을 무력화하는 투

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또한 6월 24일 경고

파업에 돌입했다. 산별 중앙교섭 및 현장교섭

이 결렬 돼 쟁의권을 확보한 보건의료노조 소

속 사업장들은 이 날 일제히 병원 로비에서 파

업출정식을 진행한 뒤 경고파업에 돌입했다.

파업 출정식 후에는 서울로 상경해 도심 집회

를 개최했다.

또한 보건의료노조와 시민사회단체는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을 직권남용과 직무유기로 대

전지방검찰청에 고발하였다. 직권남용에 대해

서는 복지부장관은 시행규칙을 규정할 권한이

있지만 비영리성을 원칙으로 하는 의료법을 무

시하고 자법인설립을 허용하는 복지부 가이드

라인을 제시했다는 것이다. 보건의료노조는

“가이드라인은 보건의료의 비영리성을 정한 의

료법에 위반되는 내용을 정했다. 이는 복지부

장관의 행정입법권한을 남용해 권리행사를 방

해하는 것이다”라고 규정했다. 아울러 직무유

기에 대해서는 의료법 시행규칙을 제·개정할

때 상위법의 내용과 기타 관련된 법률의 내용

이 무엇인지 검토하는 것은 기본이지만 이를

무시했다고 꼬집었다. 보건의료노조는 “의료법

인 자법인 설립 등에 관한 시행규칙 개정안과

가이드라인은 헌법과 법률에 위반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서 6월 28일에는 민주노총의 ‘총궐기 투

쟁’에 맞춰 2차 상경 투쟁을 벌였다. 파업 및

총력 투쟁에도 의료영리화 정책에 대한 정부의

입장 변화가 없을 시, 노조는 7월 22일을 기해

전면파업에 돌입하게 된다.

신승철 민주노총 위원장은 “세월호 사태 이

후 관피아 개혁, 안전 규제 강화는 말잔치에

그쳤고, 정부는 여전히 민영화를 추진하고 노

동 기본권을 보장하지 않고 있다”며 “민주노총

은 ‘돈보다 생명과 안전을 위한 주간’을 설정하

고, 7월 22일 동맹 파업을 할 것”이라고 밝혔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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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포토뉴스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첫 임단협,

염호석 열사 장례 치뤄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가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 앞에서 41일 동안 무기한 노숙

농성을 벌인 끝에 지난 6월 28일 처음으로 임

단협을 맺었다. 노조를 결성한 지 350일 만에,

염호석 열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지 45일

만이다. 삼성 무노조 경영 신화를 깨고 노조로

인정 받아낸 것이다. 고 염호석 조합원은 삼성

전자서비스지회 양산분회 분회장으로 지난 5월

17일 유서를 남기고 정동진 바다 앞 차량에

서 번개탄을 피워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후 삼성과 경찰은 장례식장을 침탈해 시신을

탈취하는 초유의 사태를 벌이기도 했다.(6월

일터 기사 참조)

노조는 염호석 열사의 뜻을 잇기 위해 무기

한 노숙농성을 벌인 끝에 76년의 삼성 무노조

경영의 고리를 끊고 끝내 임단협을 쟁취했다.

금속노조와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로부터 임

금·단체교섭권을 위임받은 한국경총은 지난 6

월 28일 밤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삼성전자

서비스 협력업체 기준 단체협약’에 조인했다.

지회는 같은 날 저녁 서울 서초동 삼성 본관

앞에서 기준 단협에 대해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87.5%의 찬성으로 가결했다.

노조활동 보장과 기본급 120만원 보장 등

13개 장으로 구성된 기준단협은 협력업체와 교

섭을 하고 있거나 쟁의권을 가진 49개 분회에

일괄적으로 적용된다. 기준협약을 토대로 향후

일주일 이내에 각 협력사 차원에서 단협을 체

결한다. 지회가 설립된 지 350일 만에 사실상

삼성전자·삼성전자서비스를 상대로 한 단체협

약이 체결된 셈이다.

염호석 노동열사 전국민주노동자장 장례위원

회는 6월 30일 삼성전자 서초동 사옥 앞에서

발인제를 갖고 이어 영결식을 이어갔다.

영결식을 마치고 약 700여명의 참석자들은

고인의 영정 사진과 소지품을 들고 삼성전자

본관을 한 바퀴 빙 둘러 행진 했다. 다시 영결

식 장소로 돌아온 삼성 조합원들은 삼성본관

사옥을 향해 “삼성전자는 들으라, 삼성은 들으

라! 더 이상, 노동자를 착취하지 말라. 노조탄

압을 하지 말라. 노동자를 사람답게 대접하라”

고 외쳤다.

약 2시간여 동안 진행된 영결식을 끝으로

삼성전자서비스 지회 조합원들과 참석자들은

모두 정동진으로 향했다. 정동진에서 노제를

진행한 뒤 양산에서도 한 차례 더 노제를 진행

한 뒤 양산시 솥발산 열사묘역에서 하관식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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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체국 집배원 주5일 근무제 시행해

이 달 12일부터 우체국 집배원도 주5일 근

무제를 시행한다. 지난 2일 미래창조과학부 우

정사업본부는 지금까지 우편배달에 한정되었

던, 집배원 토요 휴무제를 우체국 택배까지 확

대해 실시한다고 밝혔다. 한 달의 준비기간을

통해 더욱 구체적인 시행계획을 세운 후 8월

1일부로 전면 시행한다고 한다. 주5일 근무제

는 집배원 노동자들의 오랜 꿈이었다. 이에 6

월 19일부터 우정사업본부 앞 집회와 1인 시

위, 국별 집회 등을 통해 주5일제를 쟁취하기

위한 실천 행동을 벌였다.

집배원은 지금까지 ‘살인적인 노동시간’을 견

뎌왔다. 집배원의 노동시간은 연평균 2,640시

간 (수도권 집배원의 경우 3,200시간)으로, 국

내 평균 2,090 시간보다 1.3배 더 일했다.

OECD 국가 평균 연간 노동시간인 1,705시간

과 비교한다면 얼마나 긴 노동 시간인지 한눈

에 확인할 수 있다. 집배원들은 명절이나, 김

장·선거철이 되면 매일 아침 오늘은 죽지 말

자 다짐하며 일한다. 장시간 노동으로 근골격

계 질환, 뇌·심혈관 질환에 시달릴 수밖에 없

다.

현실적인 인력충원 대책 마련되어야

집배원 현장조직인 ‘집배원 장시간-중노동 없

애기 운동본부’는 성명을 통해, 집배원 주 5일

제 시행은 환영하지만, 집배원 장시간 노동의

가장 큰 원인인 인력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

한 현실적인 인력충원이 뒤따라야 한다고 주장

했다. 그렇지 않으면 집배원이 감당해야하는

기존 택배 물량은 그대로이기 때문에 평소 6일

분 물량을 5일 안에 소화해야 하고 결국 노동

강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주 5일제 시행의

의미가 퇴색되는 것이다.

우정사업본부와 우정노조는 집배원 주 5일제

전면 시행에 앞서 ‘집배인력충원’에 대한 논의

를 집중적으로 해나갈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

다. 또한 올해 박근혜 대통령은 집배원 160명

증원을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현장 요구에

비해 턱없이 적은 숫자다. 장시간 노동에 따른

집배원 노동자의 건강권을 보장하고 주5일 근

무제의 원래 취지가 훼손되지 않으려면, 8월 1

일 전면시행까지 인력충원에 대한 근본적인 대

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일터

정리 : 장영우 선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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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 보상은 얻는 것이 아니라

쟁취하는 것

안재범 회원

금속노조 및 충남지부의 노안 활동가들과 해당 지회는 근로복지공단 지역 지사(이후

공단 지사) 항의농성 투쟁을 통해, 업무상 재해가 승인되었던 재요양 신청의 불승인 사

건을 바로잡았다.

사건의 발단 및 개요

금속노조 충남지부 소속사업장의 한 조합원은 2006년 12월「우 견관절 극상근 부분파

열」이라는 상병으로 업무상 재해를 인정받았다. 이 조합원은 요양 치료 후 복귀해 근

무하던 2014년 4월경, 증상이 악화하여 정형외과 전문병원에서「우 견관절 극상근 완전

파열」이라는 진단을 받아 최초요양 시 동일부위의 부상으로 재요양 신청을 하게 된다.

그러나 공단 지사는 “재요양 요건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재요양 신청을 청구해도 반

려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통보한다. 이후 해당 지회 노안 부장은 해당 사건이 재요

양 요건에 충분히 해당하며 이런 이유로 반려된 적이 없었고, 같은 재해의 재요양 처리

사례가 많으니 현장조사를 포함한 제대로 된 재조사를 공단 지사에 요구했다. 하지만

공단 지사는 이런 정당한 문제 제기를 묵살하고 2014년 4월 28일 재요양 신청을 불승

인했다.

1박 2일 농성투쟁에 노조 요구 전면 수용

이에 따라 5월 8일 해당 지회와 해당 지회 및 충남지부소속 노안 담당자들이 공단

지사의 지사장 면담을 통해 부당한 산재 불승인에 항의하고 정당한 재조사 및 재심의를

강력히 요구했다. 노조의 정당한 요구에 공단 지사가 “법에 정해진 구제방안인 심사청구

를 신청하면 될 것” 아니냐며 사실상 거부하자, 노조는 곧바로 지사장실 농성 투쟁에

돌입했다. 이후 농성장에 경찰이 투입되었고, 이 소식을 접한 충남지부·지회 간부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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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속 농성장에 결합했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공단 지사 지사장은 5월 9일 공단본부와 협의한 뒤 “지사의

불승인 판정 과정에서 제기된 문제에 대해 재해자와 노조에 사과한다”며 ▲재해자면담

및 현장조사실시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소견반영 ▲재요양 신청에 대한 재검토 및 재

심의 약속 등 노조의 요구를 전면 수용했다. 이후 공단 지사는 재요양 신청과 관련한

현장조사 및 주치의 및 직업환경의학 전문의의 의학적 소견을 반영한 재심의를 진행했

고, 결국 재요양 신청이 승인됐다.

근로복지공단 투쟁의 의미

공단 지사는 자문의의 “의학적 소견상 과거 승인 상병과 연관성은 있으나, 업무상 악

화로 보기 어렵고 자연 경과에 의한 퇴행성 변화의 진행 상태라 사료됨” 소견을 근거로

“의학적 자문결과, 재요양 인정기준에 미달하는 것으로 판단되어 부득이 불승인 결정”을

내렸다고 통보했다.

이런 불승인 사유는 비상식적이고 이해할 수 없다. 현장조사조차 하지 않은 채, 공단

지사는 사업주 문답서상 공정이 변경됐다는 이유만으로 업무 연관성이 없다고 판단했고,

공단 지사 자문의는 업무 연관성을 판단할 만한 근거도 없이 자연 경과에 의한 퇴행성

변화라는 소견을 냈기 때문이다. 더구나 “재요양 신청 상병은 부분파열에서 완전파열로

악화되었고 수술을 통한 치료 효과가 기대된다”는 주치의와 직업환경의학 전문의의 의

학적 소견이 있었음에 비추어보면 법적으로도 재요양 요건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즉, 이번 재요양 불승인 사건은 변경된 공정이 어떠한 부담 작업이 있는지 무슨 일을

하는지에 대한 사실관계 확인도 없이 공단이 행정 편의적으로 불승인 판정을 한 것으

로, 공단의 산재심사판정 과정 및 절차가 엉터리임을 보여줬다. 또한, 공단 스스로 만든

산재처리지침도 지키지 않고 극히 형식적이고 재해자의 권리를 제한하는 방식으로 진행

하였다.

이번 항의농성투쟁은 공단의 엉터리 산재처리절차와 심사 과정상의 부당한 행태를 바

로잡는 투쟁이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항의농성과정에서 공단의 불승인에 대한

심사청구를 거부하고 재조사 및 재심의를 통한 판정을 요구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었

다. 보상은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쟁취하는 것이라는 점을 확인하는 투쟁이었다. 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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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번째 이야기

아파트 경비 아저씨를 만나다

송홍석 선전위원

“안녕하세요? 저... 이 아파트에 사는 주민인데요.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담는 잡지에

경비 아저씨들의 일하는 이야기를 실으려고요.”

매일 아침 출근길, 말없는 인사만 받고 주며 스치듯 지나쳤던 아파트 경비 아저씨를 찾아 갔

다. 이런 인사말을 건내자니 좀 뻘쭘하다. 연 3,600시간, 24시간 맞교대 노동, 최저임금도 못 받

는 저임금 노동을 평소에는 의식하지 못한 채 한 공간에서 살아가다가 말이다. 좀 당황스러울 수

도 있는 나의 인사말에 아저씨는 전혀 당황하지 않고 의자 하나를 빼 주신다. 그리고 마치 내가

오기만을 기다렸다는 듯 준비해 두었던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내셨다.

총 11개 동, 580세대가 모여 사는 우리 아파트에는 6명의 경비아저씨가 3명씩 24시간 맞교대

로 일하고 있다. 아침 6시에 출근해서 다음날 아침 6시에 퇴근한다. 감시 순찰, 차량 진출입 관

리뿐 아니라 각종 조경작업, 분리수거 등 경비 외 업무도 하고 있다. 그런데 자는 시간, 식사 시

간 말고는 따로 정해진 휴식시간은 없다. 깨어서 일하는 시간이 무려 18시간. 식사시간 2시간마

저도 업무의 연장선에 있다.

일하시면서 어떤 점이 힘드세요?

“일을 하는데 돈을 안 줘. 무급으로 일하는 시간이 있단 말이야. 24시간 근무 중 4시간 휴식시

간(자는 시간)에 점심, 저녁 1시간씩 식사 시간을 주는데, 그 2시간의 식사 시간에 실제 일은 하

는데 무급이야. 경비실에서 밥 먹으면서 차량 들락날락 거리는 거 봐주면서 차단기 올려주고, 택

배도 받고 일한단 말이지. 또 우리가 해야하는 건 경비일인데, 풀베기나 나무 가지치기도 시켜요.

조경업체에서 해야하는 일을 관리사무소에서 시키니까 하는 거지.”

지금껏 업체에 3,200만 원에 외주해왔던 단지 내 조경관리를 이번엔 내부에서 하다 보니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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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많아졌다고 한다. 항의를 해 일이 줄어들긴 했지만 그나마도 해고를 각오했을 때 가능했다.

“또 있어. 우리가 경비일 하려면 교육을 받아야 하거든. 첫 2달 내에 총 42시간을 교육받아야

하는데 너무 힘들어. 하루 8시간 교육을 쉬는 날에 받아야 하는데, 쉬어야 하는 날 쉬지도 못하

고 다음날 일해야 하는데 말이지. 근데 교육시간이 유급이 아니야, 무급이라구. 이건 고쳐져야

해. 회사에선 교육비를 마치 자기들이 내는 것처럼 하는데, 실제 보니까 경찰청에서 내더라고. 왜

냐하면 우리가 실제 경찰 역할까지 하고 있고 우리 교육받은 명단이 경찰청에 Fax로 가더라고.”

월급은요?

“최저임금에도 못 미쳐요. 지금 최저임금이 5,210원이잖아, 근데 그것도 다 안 준다고. 나이 들

었다고 무시하나? 작년엔 4,800원이었나? 하루 24시간 중, 휴식시간 4시간, 식사시간 2시간 빼면

18시간을 유급으로 인정해줘요. 한 달 월급이 142만 원인데, 건강보험이다 뭐다 해서 공제되면

137만 원뿐이야. 수당 같은 거 전혀 없어. 일 년에 두 번 명절 때 떡값으로 5만 원 주는 게 전부

야.”

급여액을 들으니 더 기가 막히다. 하지만 이게 다 합법적이다. 경비 노동자들은 2005년 개정된

최저임금법에 의해 2007년부터 최저임금의 70%로, 2008년엔 80%, 2012년부터는 최저임금의 90%

로 감액적용 받고 있다. 또 근로기준법의 근로시간 규제로 보호받지 못하여 주 40시간제나 주 12

시간 이내의 연장근로 제한도 없고 유급으로 쉴 수 있는 일요일도 보장받지 못한다. 근무 중 휴

식 시간도 보장받질 못한다. 노동시간 연장에 아무런 제약이 없는 것이다. 해서 연장근로나 휴일

특근 할증도 없다. ‘심신의 피로가 적은 노무에 종사하면서, 당사자 간 합의가 있고 근무 다음날

24시간의 휴식이 보장되어 있으면 감시단속근로자로 분류되어 법 적용의 예외로 둘 수 있다’는

현 근로기준법이 경비노동자들의 노동권과 인권을 박탈하는 근거다.

하루 중 맘 편히 쉴 수 있는 휴식

시간도 없이 20시간을 일해야 하고,

잠도 제대로 잘 수 있는 시간도, 공간

도 없는 노동을 심신의 피로가 적은

노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이런 노동

후 허락되는 24시간의 휴식이 과연

근로기준법 적용 예외의 합리적 근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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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할 수 있을까?

잠은 언제 주무세요? 주무시는 데는 편안하세요?

“4시간 주는 휴식시간이 자는 시간인데, 이동시간도 있고 해서 바로는 못 자고 3시간 정도 자.

밤 9시나 새벽 1시에 자는데 나이도 있고 피곤하니까 눕자마자 바로 잠이 들지.”

식사 시간 포함해서 20시간을 노동하고 잠깐 자는 공간에는 온돌방이 아닌 라꾸라꾸 침대만

겨우 놓을 공간이라고 한다. 이건 그나마 나은 편이라고, 다른 오래된 아파트는 공간이 더 좁아

서 그냥 의자에 앉아서 잔다고 하신다.

정신적으로 힘든 일은 없으세요?

“우리 근무 지침이기도 하지만, 우리들 월급이 주민들한테 나오니까 당연히 잘 하려고 하지.

근데 아파트 입구 차단기가 안 열린다고 클락션 울리잖아. 그럼 우린 좀 뒤로 후진했다 천천히

들어오면 올라간다고 설명을 하는데, ‘빵빵 했으면 바로 올려줘야지 불친절하다’고 고래고래 소리

치면서 관리사무소에 민원 넣는단 말이야. 술 먹고 괜히 시비 거는 사람들도 있어요. ‘경비가 모

자를 왜 벗냐, 경비 제대로 서라’면서. 내가 나이가 68인데... 싸울 수도 없고. 경비실 들어와서는

흥분돼서 손이 벌벌 다 떨린다니까. 그렇게 스트레스 받다 보니 머리도 빠지고 희끗희끗해지고...”

그렇다면 24시간 노동 후 주어지는 24시간의 휴식일은 그분에게 어떤 시간일까?

쉬는 날엔 뭐하세요?

“6시에 퇴근해서 씻고 아침 먹고 자야 해. 다들 나이가 들었으니까. 근무 때 3시간 자는 거 가

지고는 부족하니까, 오후 3시까지 자요. 그 다음날 근무해야 하니까 어딜 멀리도 못 가고. 잘해야

근처 산에나 좀 가고. 저번 친척 제사 때도 못 갔어. 근데 사람들은 돈만 번다고 안 내려온다고

그랬대. 허허~”

“연차? 하나도 못쓰지. 관리사무소 눈치 봐야 하니까, 눈치 안 보더라도 쓰기 어려워. 일하는

리듬이 깨지니까. 셋이 하는 일이 다 정해져 있는데, 하루 이틀은 봐주더라도 오래는 봐주기 힘

들거든. 한 사람은 무조건 정문 앞 관리실을 지키고 있어야 하고, 두 사람이 11개 동 감시 업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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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 다 책임져야 하는데 연차 쓰면 남

은 한사람이 그걸 다 해야 하는데 무

리지. 그래서 3명 다 하나도 못 써.

가까운 산이나 한 번씩 갈까? 멀리 지

방엔 놀러 못 가. 명절도 없는데 뭐.

또 연차 15개 안 쓰면 수당으로 62만

원 주니까 생활에 도움도 되거든.“

나이 드신 분들이 많은데 아

프시면 병가는 쓸 수 있어요?

“다들 나이가 65살 이상인데 병가 쓰게 되면 퇴사를 해야 해. 대체인력 안 들어오고 남은 사람

이 감당해야 하는데 못하니까 그냥 퇴사시키고 새 사람을 뽑거든. 치료하고 오면 다른 직장을 알

아보든지 해야지.”

인터뷰 중 최저임금이나 야간노동 할증률, 연차 개수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는 게 놀라웠는데,

사우디 건설 현장에서 일하던 젊은 시절 노동법 관련 책 좀 읽으셨다 하신다.

“난 애국자야. 20대에 월남 참전하고 중동에 갔어. 사우디, 바레인, 쿠웨이트 건설현장으로. 중

동에 한 6년 있다 보니 결혼도 늦어졌지. 우리 같은 사람들은 다 저학력이야. 뭐 달리 할 게 있

겠어? 우리 같은 사람들은 받을 거 못 받아도 그냥 감지덕지하고 살아, 뭐 이렇게 일하는 것만

해도 어디야.”

‘감시단속근로자’로 분류되는 경비노동자들에게 내년엔 최저임금의 100% 시행이 예정되어 있다.

그런데 나이 많은 분들은 잘릴까봐 시행을 반대한다고 한다. 7~80년대 산업 역군이라는 이름으로

착취당했던 우리의 아버지들이 지금은 ‘노인 일자리 복지’라는 이름으로 주말도, 명절도, 휴가도

없이 오늘도 하루 20시간 밤샘 노동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 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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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 통권 126 2014.7

꿈의 공장을 찾아서

재현 선전위원

창문 하나 없는 공장에서 유기용제를 다루며 손가락 지문이 없어져라 기타를 만들던 노

동자들이 있었다. 그리고 값싼 노동력을 찾아 해외로 공장을 빼돌린 사장은 이 노동자들을

하루아침에 내쫓았다. 그렇게 거리에서 싸운 지 어느덧 2709일이 지났다. 그럼에도 불구하

고 여전히 ‘노래가 노래를 배반하지 않아도 되는, 삶이 삶을 배반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을

위해, 꿈의 공장을 찾아서 싸우고 있는 콜텍 이인근 지회장 동지를 만났다.

최근 대법원의 재상고 판결이 있었다. 이번 판결 내용은 무엇이었나?

지난 6월 12일 대법원 판결이 있었다. 판결 내용은 미래에 다가올 경영상의 위기에 대처하

기 위한 정리해고는 정당하다는 취지에서 원고들의 상고를 기각한다는 것이었다. 무엇보다 아

무도 알 수 없는 미래에 다가올 경영위기를 이유로 정리해고가 정당하다고 내린 이번 판결은

근로기준법에 정해져 있던 정리해고의 4가지 요건이 완전히 무너지는 결과를 초래하는 동시에,

자본가들에게 정리해고에 대한 부분을 활짝 열어준 계기가 된 판결이 아니었나 싶다.

이번 판결에 기대하는 바가 남달랐을 텐데, 실망이 컸겠다.

전혀 기대를 안 했다고 하면 거짓말인 거고, 내심 고법 판결을 따라갈 거다 생각을 하면서

도 마음속으로는 그렇지 않기를 바라는 복잡한 심경이었다. 어떻게 보면 그래서 더 참담하고

힘든지도 모르겠다. 사실 지난 고법 파기 환송심 때는 솔직히 많은 기대를 했었다. 심리과정에

서 진행되었던 회계 특별 감정도 좋게 나왔고, 기대했는데 실질적인 판단이 감정을 통해 밝혀

진 결과는 대법 판결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이번 판결을 앞두고 대법원 앞에서 25일 간 24시간 내내 1인 시위가 있었다.

대법에 상고가 됐고, 고등 법원 판결이 그렇게 나다 보니까 대법원에 있는 대법관들에게 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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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콜텍 동지들은 대법 판결 규탄을 위한 1인 시위를 다시 준비하고 있다

바르게 판결을 해달라고 하는 그러한 취지에서 대법원 1인 시위를 계획했다. 사실 원래 계획은

대법원 앞에서 무기한 단식 농성을 하려고 했다. 그런데 더욱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고 함께 투

쟁할 수 있는 방법이 좋지 않겠냐는 연대하는 동지들의 의견들이 있어서 1인 시위를 진행했다.

참 많은 연대 단위들이 함께해주셨다. 감사하다.

재판 과정에서 콜텍 자본이 경영상의 위기가 없었다는 것이 너무 명확하게 드러났는데도

이렇게 나온 이번 판결은 정치적이라고밖에 볼 수 없을 것 같다.

회사에서는 콜텍 본사와 대전 공장을 분리해서 경영해왔는데 2003년부터 대전 공장이 적자

가 났다고 계속 주장했다. 그러나 고법이 콜텍과 대전 공장은 하나의 기업으로 봐야 한다며 정

리해고는 무효라는 판결을 내렸다. 그런데 사측에서 대법에 상고했고 3년 가까이 사건을 끌면

서 결국 사측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당시 대법 판결을 내렸을 때 판사 중 1명이 얼마 전 총리

내정자였다 사퇴한 안대희였다.

심리하는 과정에서 사측의 주장이 거짓이라는 것이 드러나지 않았나?

고법으로 환송했을 당시 대전 공장의 적자가 구조적인 문제인지, 기업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어떠한지 다시 심리해야 한다는 결정이 있었다. 그리고 다시 심리하는 과정에서 콜텍에 대한

특별 감정을 요청했던 조합의 요구를 받아들여 법원이 지정한 회계사가 특별 감정을 했다. 그

결과 콜텍과 대전 공장은 독립체로 볼 수 없고, 대전 공장의 적자가 미비하므로 기업 전제로

전위 될 가능성이 없다. 그러므로 긴박한 경영상의 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정리됐다. 그

런데 전혀 대법 판결에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미 사측으로 기운 판사가 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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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팻말이 필요 없는 그 날은 언제일까

서비스 차원으로 너희가 한번 하고 싶은 대로 해봐라. 그런 거였지 않았나 싶다. 그런 게 아니

라면 감정 결과를 하나도 반영하지 않은 것은 말이 안 된다.

2,000일을 넘어 3,000일 투쟁에 가까워지고 있다. 그동안 투쟁할 수 있었던 버팀목, 계기

는 무엇이었을까?

그동안 내가 몸담아 왔던 열심히 일했던 일터에 대한 애정, 사장에 대한 배신감과 분노가

지금까지 견디게 한 원동력이 아닐까 싶다. 또 많은 노동자, 시민들의 연대가 지금까지 콜트콜

텍 투쟁을 버티게 한 원동력이 아닐까 싶다. 모든 조합원이 다 콜텍에 근무하면서 늘상 주인의

식을 갖고 내 몸 아픈 줄 모르고 열심히 일했다. 그런데 하루아침에 길거리로 쫓겨났다. 아침

에 출근하러 가보니 출입문이 잠겨있더라.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가 있나 이런 배신감이 너무

크더라.

워낙 긴 시간 싸우면서 정말 할 수 있는 모든 투쟁을 다 했다. 이후 투쟁에 대한 고민이

많을 것 같은데.

대법원 판결에 규탄하는 1인 시위를 계획하고 있다. 또한, 콜밴 연습, 지역 연대 단위 동지

들과 함께하는 ‘야단법석’ 모임, 공동투쟁단 활동, 본사 집회, 유랑 문화제 등 일상적인 투쟁을

하면서 이후 장기적인 투쟁을 고민 중이다. 사실 우리가 노동조합을 해산하지 않고 지키고 있

는 것 자체로 박영호 사장이 압박을 많이 받을 거라고 생각한다.

콜텍은 사람 손이 많이 가는 일은 해외에서 하고 반제품으로 만들어 들여온 기타를 마지막

조립 및 튜닝을 해서 ‘메이드 인 코리아’로 팔아먹는 것이 경영방침이었는데 그게 안 되고 전

제작을 해외공장에 의존하고 있으니, 상

품질도 떨어지고 브랜드 이미지도 나빠

지고 그러면서 판매 매출은 계속 떨어지

고 있다. 이후 투쟁도 현재 박영호 사장

이 가장 많이 압박을 받는 부분인 매출

에 직접적인 타결을 줄 수 있도록 뮤지

션들에게 콜트콜텍 문제가 더욱 확산되

고 알려질 수 있게끔 고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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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아직은 초벌 단계인데, 그동안 투쟁이 법적 싸움과 투쟁이 다소 분리됐었다면 이후 투쟁은

사회적 연대체 구성을 통한 투쟁을 고민하고 있다. 이를 위해 연대 단위들과 함께 논의하고 있

는 건 안정적인 농성 거점과 생계를 함께 보존할 수 있는 거점을 마련하려고 한다. 또한, 그

과정에서 후원을 조직하려고 한다. 일터 독자들도 우리를 포함해서 정리해고·비정규직 문제에

맞서 싸우고 있는 동지들에게 더욱더 많은 관심 기울여주시고 함께 해주셨으면 좋겠다. 일터

콜트콜텍 노동자들과 함께하는 법

1. 매달 마지막 수요일 홍대 클럽 ‘빵’에서 열리는 수요문화제에 함께한다.

2. 기타노동자를 착취하는 콜트기타를 사지 않는다.

3. 콜트콜텍 동지들과 친구가 된다.

(트위터 @NoCort / 페이스북 www.facebook.com/groups/nocort)

4. 콜트콜텍 동지들을 후원한다. (외환은행 620-216112-483 이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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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 통권 126 2014.7

* 이 글은 지난 6월호 실렸던 두원정공 유해요인조사 주요 결과 <근골격계

증상 설문조사>, <근골격계질환 산재요양자 실태조사>에 이어지는 글입니다.

2013년 두원정공 근골격계 유해요인

조사 연구 (2)

푸우씨 집행위원장

3. 작업자들의 주관적인 근골격계 작업 위험도 평가

(1) 실시 배경

현장조사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인간공학 평가는 작업자세 중심으로 부담작업

유무를 평가하므로, 자칫 노동시간이나 인력의 문제, 직무스트레스, 업무의 종류 등 해당

작업의 구체적인 특성을 반영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현장의 고충을 반영하기

위한 노력으로 조사과정에서 해당 공정 노동자의 조사참여는 필수적이다. 그간 두원정공

에서는 부서별 실천단원이 자신이 수행하는 업무의 특성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현장

조사에서 작업자 고충을 최우선적으로 반영하기 노력해왔다. 그러나 ‘혹시 작업자들이 느

끼는 부담을 놓치는 일은 없었을까?’라는 의문이 남았다. 작업자들의 주관적 근골격계 작

업 위험도 평가는 이러한 문제제기 속에서 실시되었다.

질문 문항은 아래와 같다. 객관식 문항은 모두 4점 척도(전혀그렇지않다, 그렇지않다,

그렇다, 매우그렇다)로 이루어졌고, <종합평가 정량점수>만 0~100점 사이의 점수를 매기

도록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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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력, 객관적 자료

환자발생 근골격계환자가 발생한 적이 있는가?

휴가사용 질병으로 인해 휴가를 사용한 경우가 많은가?

작업전환요청 많은 노동자가 업무부담으로 작업전환을 원하고 있는가?

인력부족 이 작업(공정)을 운영하는데 너무 적은 인력이 투입되는가?

작업환경

허리부담 중량물을 자주 취급하는가?

어깨부담 어깨를 들어서 작업을 하는 일이 많은가?

목부담 목을 뒤로 젖히고 작업을 하거나, 과도하게 구부려서 하는 일이 많은가?

무릎 부담 무릎을 꿇고 쪼그리고 작업을 하는 경우가 있는가?

공정개선 어떠한 공정개선을 통해서도 작업환경 개선이 불가능한 공정인가?

종합평가

주관적 평가 종합적으로 이 작업(공정)이 매우 힘든가?

정량점수우리회사에서 가장 힘든 작업(공정)을 100, 가장 편한 작업(공정)을 0 이라고 할 때 이 작업(공정)에 점수를 매긴다면?

< 작업 단위별 근골격계질환 위험도 평가 문항 >

이러한 작업자의 주관적 평가와 인간공학평가를 수행한 개별 작업 중 매칭되는 180개

작업에 대한 분석 결과는 다음과 같다.

(2) 분석 결과

분석 대상 180개 작업 중, 주관적 점수가 70점 이상이 93개 작업(51.7%)이었고, 90점

이상은 24개 작업(13.3 %)이었다. 인간공학 평가 도구를 사용한 객관적 평가와 작업자들

이 주관적인 점수로 적어낸 근골격계질환 위험도 평가 사이에 어떤 관련이 있는가를 확

인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주관적인 위험도 평가 총점이 70점 이상인 공정과 70점 미만인 공정에서 인간공학적

평가도구(ANSI, 손활동도, RULA) 점수가 모두 의미있게 차이가 있었다. 즉, 주관적인 점

수가 중간 이상으로 높다고 생각되는 작업들은 객관적인 인간공학 평가 도구에서도 높은

점수를 보였다. 주관 점수 90점 기준으로 했을 때는, 공정 수가 적어 통계적으로 유의미

한 차이는 없었지만, 90점 이상의 작업에서 객관적인 인간공학 평가 점수도 높게 나오는

경향성이 있었다. 이를 통해 인간공학 평가가 작업자들의 주관적 부담을 비교적 잘 반영

하고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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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서 작업명

ANSI 정상작업 노즐가공 N/V연삭작업

주관점수 >90 PE 가공 HOUSING

PE 가공 GOV가공

PE 가공 GOV한원

손활동도 정상작업 노즐가공 N/V연삭작업

주관점수 >90 PE 가공 HOUSING

PE 가공 GOV가공

VE 조립 조정

RULA 조치수준 2 VE 조립 BCS라인(2개 작업)

주관점수 >90 PE 가공 PL연삭

< 주-객관 평가 불일치 작업 (정량점수 90점 이상 작업) >

그러나 일부 작업에서는 불일치가 있었고, 이러한 불일치(인간공학평가 점수는 낮으나,

주관적 점수는 높은 작업) 작업에는 어떤 것들이 있고 어떤 특성으로 인해 객관적인 점

수에 잘 반영이 되지 않는지 살펴보았다. 32개 작업은 인간공학 평가에서는 정상이지만, 주관

적인 평가는 70점 이상이었고, 8개 작업은 심지어 주관적인 평가 점수가 90점이 넘었다.

근골격계 증상 설문에서도 어깨 증상 빈도가 가장 높았는데, 이를 통해 현재 사용하고

있는 인간공학 평가 도구로는 두원 정공에서 가장 흔한 문제인 어깨 부담 정도가 실제보

다 과소평가되고 있을 가능성도 생각해볼 수 있다. 인간공학 평가 도구를 활용한 평가를

하더라도 이런 주관적인 평가를 보충하여 활용함으로써 좀 더 정확하게 현장의 문제를

반영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4. 인간공학평가 결과에 대한 제언

인간공학평가를 위하여 ANSI Z-365 체크리스트, 손활동도, RULA 등을 사용하였고, 중

량물의 경우 작업내용을 관찰 기록하였다. 2013년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는, 2007년 위

험도가 높은 41개 공정, 2010년 157개 공정 조사와 달리, 사업장 내의 모든 작업을 포괄

하고자 하였고, PE 공정은 기존 업무를 세분화하여 조사하였다. 이에 따라 총 239개 작

업(VE 69개 공정, NZ 등 39개 공정, PE 131개 공정)에 대한 근골격계 업무 부담을 평가

하였고, 2010년 조사 결과와 비교하였다.

두원정공은 노사가 공히 지난 10년간 근골격계 유해요인 조사를 성실히 시행하고, 작

업환경 개선을 위한 노력을 꾸준히 진행해 왔다. 이것은 2010년 하반기 주간연속2교대를

국내에서 최초로 실시하는 모범적 성과로 나타났다. 그렇지만 여전히 많은 작업자가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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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현장 개선을 요구하고 있는 현실이 존재한다.

2010년 조사와 비교하여 2013년에 실시한 인간공학평가에서 뚜렷한 개선 성과가 드러

나지 않은 점은 노동시간단축을 위한 주간연속2교대 도입과 정착을 위한 과정에 집중했

기 때문으로 판단한다. 작업자의 의견을 반영한 작업보조 설비 마련과 공정 순환 등을

진행해 온 긍정성에도 불구하고, 근골격계 부담을 낮추기 위한 인간공학적 작업 자세 변

경에까지 이르지 못한 현실이 평가자의 시각에 상당 부분 반영되었다.

작업환경 개선 요구의 상당 부분이 물리환경과 설비의 노후화 등에 집중되어 있는 점

을 고려하여, 산보위나 노사협의 등을 활용한 일상적인 작업환경 개선이 점검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두원정공 작업자의 평균 나이가 40대 후반인 것을 고려하여 노동강도 완화와 중

량물 취급 감소, 신규 인원충원 등 부담완화를 위한 노력들이 동반되어야 할 것이다.

5.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 연구 결론 및 제언

(1) 2013년 유해요인조사에서 확인한 작업환경 개선 요구는 정기 산보위의 과제로 삼아 개

선 계획수립과 실행으로 이어가야 한다!

정부가 2003년부터 3년을 주기로 근골격계 유해

요인 조사를 제도화한 목적은, 조사 자체에 있는 것

이 아니라, 3년 동안 꾸준히 현장개선을 하여 그 결

과와 현재를 확인하는 것이다. 두원정공은 이러한

과정을 성실히 수행하였고, 그에 따른 현장 개선을

꾸준히 진행해왔다. 2013년 유해요인조사에서는

2002년부터 진행해온 작업환경개선에 대하여 부서별

로 개선 여부, 개선사항의 유지 여부, 개선 미이행

사유, 2013년 현재 존재하는 작업자의 고충, 작업환

경 개선 요구를 확인하는 과정이었다. 이번 조사에

서 설비의 노후화에 따른 작업자 고충이 상당함을

확인하였고, 작업자의 고령화가 진행됨에 따라 중량

물 취급 부담 완화, 인력충원 등 현실적 필요가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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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되었다. 따라서 이번 유해요인 조사를 통해 확인한 작업환경 개선 요구와 과제들을 산

보위의 과제로 삼아 개선 계획을 수립하고 그 계획이 실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2) 그동안 재해 노동자가 산재요양 과정에서 경험한 치료의 부실함, 현장 복귀프로그램의

부재, 요양과정에서 겪는 심리적 고통 등의 문제를 노사논의의 주요 과제로 삼아야 한다!

근골격계 직업병이 산재로 인정되는 것조차도 매우 어려운 한국의 현실로 인해 요양

이후 문제에 대해서는 주목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두원정공에서 근골격계 직업병 산

재요양자가 발생한지 10년이 경과한 현재, 산재요양 경험자 전체를 대상으로 확인한 산

재요양의 현실은 ‘매우 부족하고, 부실하다’는 것으로 표현되고 있다. 산재승인의 어려움

뿐만 아니라, 겨우 산재승인을 받아 요양을 하게 되더라도 요양 치료의 질이 매우 낮고,

요양과정에서 동료들의 지지가 부족하여 심리적 위축과 고립을 느끼는 현실, 작업복귀

프로그램이 부재한 상황 등이 확인되었다. 이러한 문제는 한국사회 전반의 제도 문제와

맞닿아 있고 두원정공만의 몫은 아니지만, 종합적인 제도개선이 이루어지기 전이라도 두

원정공 내에서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작업장 복귀프로그램의

수립, 2013년부터 도입한 주치의 제도 활용, 산재요양자 복귀와 연계한 전환배치와 작업

환경개선, 현재 운영 중인 물리치료실의 개편 등을 주요하게 고민해 볼 수 있다. 이를

향후 노사논의의 주요 과제로 삼아 두원정공 차원에서 대안적 체계를 만들어 가야 한다.

(3) 작업자의 주관적 평가가 잘 반영될 수 있도록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를 보완해야 한다!

이번 유해요인조사에서는 작업자가 느끼는 주관적 위험도를 확인해보았다. 대표적인

인간공학평가 도구인 RULA, ANSI, ACGIH 손활동도는 객관적인 유해한 작업자세와 노출

시간과 빈도를 반영하여 작업변경 조치 수준을 확인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다만, 관찰

자 중심의 평가라는 한계가 존재한다. 물론 매번 참여행동연구를 실시해 온 두원정공 근

골격계 유해요인조사는 작업자와 관찰자 사이에 교감이 높아 작업자의 고충을 잘 반영한

평가를 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유해요인조사에서 작업자가 느끼는 주관적 위험

도와 인간공학평가의 불일치가 일부 확인됐다. 이 공정에 대해서는 작업자의 의견을 수

렴하여 보완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 또한 이후 유해요인조사에서는 작업자의 주관적

위험도를 측정할 수 있는 평가체계를 보완해야 한다. 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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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2] 산재보험, 50년 세월이 야속해~

김재광 선전위원

‘모든 산업재해를 산재로’를 요구하는 현실이 야속하다

지난 2014년 7월 1일은 산업재해보상보험이 도입된 지 50년이 된 날이다. 산재보험은

1964년 도입되었다. 1964년에는 500인 이상의 사업장과 일부 업종에만 산재보험이 적용

됐지만, 점차 적용규모와 업종이 확대되면서 2000년에는 1인 이상 전 사업장으로 확대됐

다. 외형상으로 보자면 크나큰 발전이라 아니할 수 없다. 반세기 한국 사회보험의 역사

이며, 도입의 목적과 취지가 산업재해 노동자들의 아픔을 달래고 치유와 예방의 동반자

를 자부하고 있으니1) 실로 그 역사가 뿌듯할 만한데, 막상 현실은 안타깝게도 그렇지 못

하다. 오죽하면 ‘모든 산재를 산재로’ 라는 뜨악하고, 논리 모순적인 요구가 가장 우선의

요구로 앞서겠는가!2)

‘모든 산재를 산재로’라는 요구는 그만큼 현장에서 발생하는 산업재해가 ‘산업재해’로

오롯이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는 현실을 개탄하는 것이다. 현장에서 빈번하게 은폐되는

산업재해의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재해를 당한 노동자 또는 그 유족이 절박한 심정으로

용기(?)를 내어 근로복지공단에 신청한 요양 및 유족보상 신청은 산재보험이 사회보험인

지조차 의심될 정도로 적지 아니 꺾이고 있다. 가장 큰 원인은 바로 사회보험의 역할을

망각한 고용노동부 그리고 운영기관인 근로복지공단3)의 부적절한 태도이며, 이와 연동하

1) 산재보험법 제1조(목적)은 다음과 같이 이 법의 취지와 목적을 밝히고 있다. ‘이 법은 산업

재해보상보험 사업을 시행하여 근로자의 업무상의 재해를 신속하고 공정하게 보상하며, 재

해근로자의 재활 및 사회 복귀를 촉진하기 위하여 이에 필요한 보험시설을 설치·운영하고,

재해 예방과 그 밖에 근로자의 복지 증진을 위한 사업을 시행하여 근로자 보호에 이바지하

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2) 산재보험 50년을 맞아 안전보건단체 등 여러 민주사회단체가 구성한 ‘산재보험 50년을 맞아

구성한 '일하는 모든 이들의 산재보험과 안전할 권리를 위한 공동행동’은 10대 요구안을 발

표하였는데 그 첫 번째 요구가 ‘모든 산재를 산재로’이다. 전체 요구 사항은 연구소 홈페이

지(www.kilsh.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3) 금속노조 노동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근로복지공단이 2008년부터 지난 5년간 산재보험료로

징수한 총 금액은 약 23조 9,850억 원이며, 이 중 노동자들에게 산재 보상 차원에서 지급한

각종 급여 총액은 17조 8,854억 원 가량이다. 지난 5년간 약 5조 원의 흑자를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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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빡빡한 재해 인정 기준과 재해노동자가 과도하게 짊어져야 하는 입증책임 때문이다.

업무상 질병, 절반 이상이 불승인

산업재해는 크게 사고와 질병으로 나눌 수 있는데, 사고성 재해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

하고 상당부분 인정되었다.4) 반면 업무상 질병의 경우 절반 이상이 불승인이 되었다. 통

계를 보면 2013년 인정률의 경우 뇌심혈관질병 21%, 근골격계질병 53.8%, 정신질환, 자

살 등등 포함하는 기타 질병 35.5%로 전체 업무상 질병 인정률이 44.1%에 지나지 않는

다.5) 이나마도 최근 3-4년의 통계를 비교하자면 높은 편에 속한다. 바꿔 말하면 60%에

이르는 산재노동자의 경우 불승인되어 질병의 고통과 가정 경제의 파탄을 개인적으로 감

당하고 있다. 요양신청자 중 업무상 관련성이 없는 경우를 고려하더라도 인정 기준은 턱

없이 높다.

예컨대 최근 사회 문제가 되고 있는 과로성 질병(심혈관질환 또는 사망과 관련이 있

음)과 관련하여 그 기준이 완화되었다고 고용노동부나 근로복지공단이 선전한 적이 있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그리 만만치 않다. 산재업무 현업에 종사하는 Y 노무사의 증

언은 승인기준이 한계를 여실히 보여준다. “과로와 관련하여 발병 전 4주 64시간, 12주

60시간 이상 일했는지가 변경 기

준이 되었다. 그리고 이 기준만은

보지 않는다고 했는데, 실상 이것

이 거의 절대적 기준이 되었다.

이 기준에 미달된 경우에는 여지

없고, 이 기준 시간이 넘었다 하

더라도 개인 질병 관리 등을 살피

게 된다. 더욱이 문제는 시간 이

는 것이다. 이러한 흑자는 그만큼 불승인을 통하여 재해노동자의 권리를 침해한 것이라고

볼 수 있어, 사회보험의 가치로 따지자면 자랑일 수 없고, 오히려 가정경제 파탄, 사회갈등

과 불나, 쟁송비용을 고려하면 사회적 낭비를 조장하는 결과를 낳는 것이다.

4) 사고의 경우 현행법에서는 특히 출퇴근 중 사고가 인정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헌법

재판소는 2013년 위헌 심판에서 현행 산재보험법에서의 출퇴근 재해 불인정에 대해서 헌법

불합치판정을 하면서 출퇴근 중 재해 인정으로의 법 개정을 촉구하였다.

5) 대한직업환경의학 외래협의회 춘계 위크숍(2014): 업무상 질병 승인 및 불승인 현황[권영

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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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에 해당 직업이 가지는 독특한 스트레스 요인을 고려하지 않는다. 이전 보다 과로의

인정 범위가 확대되었다는 것은 일면 맞는지 모르지만, 여전히 복잡한 현대사회에서 노

동자가 겪는 과로와 스트레스의 현실을 반영하지 않고 있다.” 과로성 질병뿐만 아니라 업

무상 질병의 산업재해 인정의 기준은 재해노동자를 두 번 울리고 있다.

입증책임 누구의 의무인가

2011년 6월 23일, 서울행정법원은 “백혈병과 업무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된다.”며 산

업재해를 인정하는 판정을 하였다. 세상의 이목을 받고 있는 소위 ‘삼성 백혈병’ 사건이

다. 이 판결의 의미는 삼성전자에서 일했던 노동자의 최초의 백혈병 산재 인정이라는 사

회적 의미도 있겠지만, 이외에도 중요한 내용을 함께 가지고 있다. 판결은 "명백하게 백

혈병 유발 요인을 입증하지 못하더라도 유해한 화학물질에 지속해서 노출되면 백혈병이

발병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하여 재해노동자의 입증책임을 완화하였다. 물론 이러

한 판결 내용이 재해노동자의 입증책임을 전적으로 전환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근

로복지공단의 태도와 비교하면 매우 전향적임에 틀림없다. 위 판결의 대상이 되는 유족

은 2007년 딸의 죽음 이후 지난한 싸움을 하고 있다. 만일 근로복지공단이 애초에 산재

사망을 인정하였다면 유족은 이다지도 힘든 싸움을 할 필요가 없는 것인데 말이다.

그런데 근로복지공단은 이조차도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근로복지공단의 태도는 일반 사

보험의 이익추구와 다를 바 없으며, 오히려 그 이상이다. 이쯤 되면 공적기금으로 산재보

험을 운영하는 근로복지공단의 존재가치를 다시금 생각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근로복지공단은 현행법상 산재 여부는 심사되어야 한다고 한다. 법 개정 이전에는 재

해 노동자의 입증책임 전환은 어림도 없다고 한다. 그렇다면 법을 바꿔야 한다. 하지만

법을 바꾸지 않고 지금이라도 얼마든지 근로복지공단이 산재보험의 사회적 가치를 실현

할 수 있다. 재해노동자가 업무상 질병을 신청하였을 때 근로복지공단은 관련 조사의 의

무를 가지고 있다. 설사 재해노동자가 ‘개떡’ 같이 요양 신청서를 작성하였다 하더라도

근로복지공단은 이것이 업무상 관련이 있는지 최선을 다하여 조사하고, “명백하지 않아도

발생 가능성이 있다”면 산재를 인정하면 된다. 법원이 인정하는 것을 근로복지공단이 못

할 이유가 무엇인가? 조사하는데 행정력을 가진 준 국가기관이 개인 노동자보다 유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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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 않겠는가!

근로복지공단이 바로 서는 시작은 모든 산재를 산재로 인정하는 것부터

산재보험의 목적이 “근로자의 업무상의 재해를 신속하고 공정하게 보상하며, 재해근로

자의 재활 및 사회 복귀를 촉진하기 위하여 이에 필요한 보험시설을 설치·운영하고, 재

해 예방과 그 밖에 근로자의 복지 증진을 위한 사업을 시행하여 근로자 보호에 이바지하

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불승인할까’ 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인정되게 할 것인가?’를 고

민하고 실행하는 것이 사보험이 아닌 공공보험과 공공기관의 가치를 실현하는 것이다.

현재의 근로복지공단의 행태 때문에 개별 노동자들은 산재보험 급여 신청을 주저하게

된다. 산재보험의 수혜를 받아야 하는 재해노동자에게 근로복지공단은 두렵고 먼 하늘이

다. 근로복지공단이 5조에 가까운 수익을 남겨도 재해노동자는 즐겁고 행복하지 않은 이

유이다.

50년, 반세기, 세대가 두 번 물갈이가 될 수 있는 참으로 긴 시간이다. 이쯤 되면 국

민에게 사랑받기 위해서 산재보험 그리고 근로복지공단이 스스로 제대로 서기 위해서 몸

부림을 쳐야 맞지 않을까? 그 시작이 모든 산업재해를 산업재해로 인정하는 것이다. 근

로복지공단은 현행법에 의해 인정기준, 입증책임이 불가피하다고 뒤로 숨을 일이 아니다.

다시 강조하건대 지금이라도 못할 것이 없다. 불승인이 목표가 아니라 가능한 승인을 조

직목표로 하고, 조직의 중요한 부처로 직업성 질병 원인 파악 전담부서를 구성하면 된다.

동시에 적어도 “명백하지 않아도 발생 가능성이 있다”면 재해로 승인하면 된다. 혹여 재

정 상황을 운운할 것이라면 우선 대사업장으로부터 부당하게 감면하는 수조 원에 이르는

산재보험료부터 챙기고서 나서 운을 떼는 것이 순서이다. 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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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3] 제대로 치료받고

건강하게 복귀하고 싶다!

김정수 운영위원

산재 노동자들의 고충은 산재 승인이라는 바늘구멍을 통과하고 난 이후에도 계속된다.

치료에서부터 복귀까지 또다시 수많은 장애물이 도사리고 있다.

부실한 치료와 방치되는 산재 노동자

“그 뒤로는 의사도 원장도 만나보질 못했으니까. 처음에 처방만 해 주고 계속 물리치

료만 왔다 갔다. 원무과장이 어떠냐고 물어보면 더 받아야겠다고 하는 식이었어요.”1)

산재 노동자들이 산재 승인 이후에 맞닥뜨리는 첫 번째 난관은 제대로 치료받을 수

있는 의료기관을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본 연구소가 작년 경기도에 있는 한 사업장에서

최근 10여 년간 근골격계 질환으로 산재 요양을 다녀온 노동자 153명을 대상으로 벌인

연구 결과를 보면 치료가 얼마나 부실하게 이루어지는지, 산재 노동자들이 어떻게 방치

되는지 잘 알 수 있다. 산재 요양을 다녀온 노동자들은 치료받는 동안 “하루 1~3시간의

치료 시간을 제외하고 집에만 있음”, “물리 치료가 치료의 주를 이루고 운동 치료는 거의

없음”, “치료 효과가 의심스러우며 자구책을 찾음”, “요양 종결이나 연장 결정 과정에 의

학적 판단 거의 없음”을 경험했다고 호소하였다. 이 연구는 근골격계 질환으로 산재 요양

을 다녀온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므로 결과를 전체 산재 요양으로 확대하여 해석

하는 것은 무리가 있을 수 있으나 부실한 산재 요양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임은 분명

하다.

산재모병원 건립, 과연 적절한 대안인가?

예전부터 산재 노동자들이 제대로 치료받을 수 있는 산재 전문 치료 기관 설립이 필

1) 2013년 **정공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 2013.12.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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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하다는 요구가 계속 있었고, 이에 고용노동부에서 현재 울산 지역에 산재모병원 건립

을 추진하고 있다. 2004년 노동부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산재전문병원 건립 기초조사

연구”를 의뢰하였고 연구진은 종합병원/특수병원 형태로 나누어 산재전문병원 설립 타당

성을 진단하였다. 이 연구에 기초하여 2012년 대구산재병원, 2013년 경기산재요양병원

등이 개원하였고, 현재 산재모병원 건립을 추진 중이다.

산재모병원 건립은 산재 의료전달체계 확립, 국공립 의료기관 확충이라는 측면이 있지

만, 현재 상황에서 과연 적절한 대안인지 따져 볼 필요가 있다. 고용노동부는 산재모병원

에서 “응급외상․수지접합․화상센터와 같은 산재 특화시설, 전문 재활치료기법 개발을 위한

임상연구 시설, 중증 난치성 질환 및 직업병 등의 연구개발을 위한 시설이 설치․운영”될

계획이라고 밝혔다.2) 지금까지 전문재활치료기법이나 중증 난치성 질환 및 직업병 연구

가 부족해서 산재 노동자들이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한 것일까? 이런 연구개발은 필

요하다면 민간 의료기관 및 연구기관을 활용하여 연구 용역을 통해 충분히 수행할 수 있

는 것 아닌가?

고용노동부는 산재모병원 건립에 사업 기간 총 5년, 사업비 총 4,269억 원을 예상하고

있으며 사업비는 산업재해보상보험 및 예방기금으로 충당할 예정이라고 밝히고 있는데

이 또한 적절한 것인지 따져봐야 한다. 현재 누적 흑자가 수조 원에 이르는 산재보험 재

정은 산재보험의 문턱을 낮춰 산재 은폐 혹은 불승인으로 고통받는 수많은 노동자에게

돌려주는 것이 마땅하다. 예방기금 또한 원래 목적대로 산재 예방사업에 활용되어야 한

다. 산재모병원 건립 사업비를 산업재해보상보험 및 예방기금으로 충당한다는 것은 행정

편의적 발상이 아닐 수 없다. 건립 이후 운영과정에서 겪게 될 재정적 어려움에 대한 대

비도 필요하다.3) 응급외상․수지접합․화상센터와 같은 산재 특화시설을 설치․운영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접근성도 고려해야 한다. 울산 지역에 건립할 경우 영남권 이외 지역

의 노동자들이 이용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이상을 고려했을 때 현재와 같이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대규모 병원을 건립하는 것보다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이 들어가는 특수

전문병원 여러 개를 권역별로 건립하는 것이 훨씬 더 현실적인 방안일 수 있다.

2) “산재근로자를 위한 최첨단 진료!「산재모병원」건립 추진”, 2013.11.21.(목). 고용노동부 보

도자료

3) 앞서 언급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산재전문병원 건립 기초조사 연구” 보고서를 보면 일반

종합병원의 경우 “경제성은 낮게 평가되나, 공공의료의 한축으로서의 산재의료에 대한 정책

적 배려의 관점에서 어느 정도의 타당성은 있다고 보여진다”고 결론을 내렸고, 재활전문 산

재병원의 경우 “일반종합병원과는 달리 특수병원으로서 재활전문 산재병원은 투자비용에 비

하여 경제적 편익이 상대적으로 크다”고 결론을 내린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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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 통권 126 2014.7

여전히 부족한 산재보험 재활사업

“한참 쉬다가 바로 라인에 투입하다 보니까 허리에 힘이 없어서 많이 고생했죠. 기침

하면 허리에 충격이 가서 몇 개월 동안 복대 매고 다니고 했으니까.”4)

산재 요양으로 그나마 몸 상태가 조금 좋아지고 나면, 다시 일을 시작해야 하는 것 때

문에 걱정이 태산이다. 재활 및 복귀 과정에서 산재 노동자들은 불충분한 회복 상태에서

공단의 압박으로 종결하게 되거나, 작업장 복귀 관련 재활 프로그램이 없고, 업무 배치

및 전환에 대한 원칙이 부재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5)

산재 요양 과정에서 재활 시스템이 부재하다는 지적은 예전부터 있었고, 고용노동부

또한 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여 수년 전부터 다양한 재활 사업을 해오고 있다. 고용

노동부는 재활사업 5개년 계획(’01~’05), 제1차 재활사업 중기발전계획(’06~’08), 제2차 재

활사업 중기발전계획(’09~’11)을 추진하였고, 현재 제3차 재활사업 중기발전계획(’12~’14)

을 추진 중이다. 근로복지공단은 지난 7월 4일 산재보험 50주년을 맞아 '산재보험 재활사

업 학술세미나'를 개최했는데 세미나에서 논의된 심리재활, 직업재활, 사회재활 관련 주

요 개선책들은 내년부터 시행되는 제4차 산재보험 재활사업 중기발전계획에 반영될 예정

이라고 한다.

없다시피 했던 재활사업이 다양한 영역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상당히 긍정적이다.

다만 여전히 부족한 점이 많다. 노동건강연대는 2010년 “산재보험 재활사업의 문제점 및

개선방안” 보고서를 통해 산재장해인의 직업복귀율 특히 원직장 복귀율이 낮으며, 상대적

으로 장해 정도가 낮은 산재장해인의 직장복귀율 역시 낮다고 지적하고 있다.6) 이 보고

서에서 제안한 개선 과제 중 일부는 제3차 재활사업 중기발전계획(’12~’14)에 반영되어

개선 중이다.

4) 2013년 **정공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 2013.12.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5) 상동

6) 해당 보고서는 그 원인으로 “조기 개입 부재”, “재활서비스간 연계 부재”, “직업재활 서비스

수급자 수 과소”, “현금 급여 위주의 직장복귀지원 제도”, “직장내 직업적응 및 훈련 프로그

램 부족”, “효과성 낮은 직업훈련 지원사업”, “사회재활 서비스 부족”, “전문 인력 부족”,

“예산 부족, 예산 집행 미비”, “통계 및 사업 평가 시스템의 문제”, “산재장해인 고용에 대

한 사업주 의무 미약” 등을 제시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산재보험 재활사업 효과성 제고를

위해 법제도, 근로복지공단 행정, 사업 방식 및 문화, 재활서비스 인프라 확충 등 네 개 분

야의 개선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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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들의 필요와 요구에 응답하라!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10여 년 전에 비하면 재활 및 복귀 과정에서 일부 제도적 개

선이 있었다. 그런데 왜 여전히 산재 노동자들은 제대로 치료받을 수 있는 의료기관을

찾기 어렵고, 충분한 재활 서비스를 받기도 어렵고, 현장에 복귀하기가 두려운 것일까?

제도적 개선이 노동자들의 필요와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하

다 다치고 병든 노동자들이 제대로 치료받고 건강하게 복귀하기 위해 노동자들에게 필요

한 것, 부족한 것은 무엇이냐는 질문에서 출발하지 않기 때문이다. 산재보험이 도입된 지

50년이 되고 외형상 크게 성장했어도 여전히 사회보험으로서 제 기능을 다 하지 못한다

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산재보험 가입 대상이 1인 이상 전

사업장으로 확대된 현재 시점에서 질적인 성장도 중요하다. 산재보험이 질적으로 성장하

고 사회보험으로서 제 기능을 다 하기 위한 첫 단추는 바로 노동자들의 필요와 요구에

귀 기울이는 것이다. 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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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중지권 기획]

항공기 조종사가 운항을 거부하고 싶을 때

중대재해 예방과 작업중지권 실현을 위한 ‘당장멈춰’ 팀

산업안전보건법은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을 때 또는 중대재해가 발생하였을 때’

노동자가 작업을 중지할 권리를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그 외에도 노동자가 작업을 중지할 수 있

고, 중지해야만 하는 상황은 많다. 대표적인 것이 ‘모두의 안전을 위해 작업을 중지할 권리’다.

안전 조치가 제대로 되기 전에는 배를 출항시킬 수 없다는 선박 승무원들의 권리. 하루 12시간

넘게 운전할 수 없다는 버스 운전기사들의 권리. 이런 권리는 노동자 본인과 승객, 시민 모두의

안전을 위해 보장되어야 할 권리이다.

안전 관련 규정이 엄격하다고 알려진 항공기 조종사 사례를 통해 ‘모두의 안전을 위해 작업을

중지할 권리’를 모색하기 위해, 한 조종사 노동조합 조합원과 전화로 인터뷰했다. 이 조합원은 ‘안

전과 관련된 책임은 권리이기에 앞서 의무이며, 이런 노동자의 권리와 의무가 회사에 의해 일부

훼손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안전사고와 관련하여 회사의 책임을 강하게 물어 이런 책임과 의무

를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합원의 요청으로, 회사와 조합원 이름은 밝히지 않는다.

비행기 안전에서 조종사의 책임과 권한은 어느 정도이며, 어떻게 규정돼 있나?

상당히 엄격하게 관리되고 있다. 비행기 자체가, 작은 결함이라도 있으면 불빛이 들어오거나 메

시지가 뜨게 돼 있고 이런 각각의 신호에 대해 어떤 조처를 해야 하는지 매뉴얼로 정해져 있다.

예를 들어, 비행기에 싣고 다녀야 하는 장비가 없다면 이에 대한 대응 절차가 매뉴얼에 나와

있다. 매뉴얼에 따르면 ‘그게 없어도 비행할 수 있다, 못 간다, 추가적인 조치를 해야 갈 수 있다.’

중에서 결론이 나오고 그에 따르면 된다.

항공기 운항에서는 한 번 사고가 나면 그 손실이 너무 심각해서, 이런 안전장치가 굉장히 높은

수준이다. 다시 예를 들어, 그 장비가 없으면 비행을 하면 안 된다고 매뉴얼에 나오지만, 실제로

는 비행에 전혀 지장 없는 경우가 있다. 여러 단계에서 안전 조치가 뒷받침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규정을 그대로 따르지 못하는 경우는 왜 그런 건가?

조종사가 문제를 발견하면, 회사와 이 문제를 협의하여 결정하게 돼 있다. 그런데 규정은 엄격

하지만, 안 지켜도 문제가 안 될 것이 거의 명백한 경우에 회사는 망설이게 되는 것이다. 전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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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항공사가 그렇다. 단순히 이륙이 잠깐 늦춰지는 수준이면 상관없지만, 회사에서 봤을 때 별

것 아닌 거로 천문학적 손해가 날 것 같으면 규정을 느슨하게 적용하려는 유혹을 느끼는 것이다.

그럼에도 조종사가 운항을 거부할 수 있는지?

사실 이런 경우 조종사가 운항을 거부하는 것은 권리라기보다 의무다. 조종사의 주관적 판단이

아니라 매뉴얼대로 운항하는 것이 조종사의 의무다. 그런데 그 의무를 하려고 하는데 어마어마한

돈이 들어가니까 회사가 이를 제대로 못 하게 하는 셈이다.

예전에는 조종사 책임을 주로 물었는데, 최근에는 회사 책임에 대해 좀 더 따지는 분위기가 된

것 같다. 그에 대한 대응으로 회사에서도 절차대로 하는 방식을 더 취할 것 같다.

조종사의 경우 비행시간 제한도 엄격하고, 피로하지 않도록 잘 관리되고 있을 것 같은

데, 그렇지도 않은가 보다. 연간비행시간 기준에 대해 ‘매우 피곤하다’고 느끼는 조종사

가 상당하다는 보도도 있었다. 조종사가 많이 피로하다고 생각할 때 운항을 거절할 수

도 있나?

피로감만으로 운항을 거부하기는 힘들다. 회사에 항공전문의사가 있고, 이들이 검진한 후 비행

할 수 있는 상태인지 아닌지를 판단해준다.

비행시간은 연간 1천 시간으로 정해져 있지만, 구체적인 스케줄 운영에서는 피로를 가중시키는

점도 많다. 사실 8시간 연달아 조종하면 매우 힘들고 체력이 바닥나는 걸 느낀다. 업무가 계속해

서 매우 긴장해야만 하고 집중도가 아주 높기 때문이다. 4명이 16시간 운행을 책임지면, 가는 동

안 8시간은 이코노미석에 앉아서 가는 경우도 있었다. 이 시간에는 임무를 수행하지 않지만, 제대

로 쉬지도 못한다. 얼마 전 노동조합의 항의로 이 부분은 개선이 됐다.

화물차나 버스 운전, 배 운항 등은 문제가 더 심각하다.

항공사, 버스회사, 화주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송파 시내버스 사고 때도 기사가 16시간 가까

이 운전했다. 그러면 자기가 뭘 하고 있는지도 모를 정도가 될 것이다. 그런데도 그저 버스 운전

사 과실로 끝내버린다. 그렇게 오랫동안 운전하게 내버려둔 회사 책임이 더 크다. 우리 사회가 회

사 책임을 더 따지는 분위기로 바뀌어야 한다. 화물차 운전사가 무법자라서 난폭 운전하는 거 아

니다. 그렇게 안 하면 돈을 못 버니까 그러는 거다. 이런 문제를 다루지 않으면 해결이 안 된다.

<다양한 사업장의 작업 중지, 거절 사례를 모으고 있습니다. 콜센터에서 전화를 끊을 수 있는 권

리, 산재 위험이 임박했을 때 작업을 중지한 사례 등 제보를 기다립니다. [email protected]> 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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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 통권 126 2014.7

[노동시간센터(준) 기획]

당신은 일주일에 몇 시간 일하시나요?

김형렬 소장

한 달에 하루만 쉬고 일하는 사람

“일주일에 몇 시간 일하세요?” “그걸 왜 물어? 다 똑같아. 하루 10시간씩 일하고. 점심, 저녁은

빼는 거 알지? 토요일, 일요일도 일하잖아. 주 66시간.” “작년에 이틀인가 쉬었어. 명절 때, 휴가

때 빼고는 거의 일했지. 그래야 언론에서 이야기하는 그런 임금을 받는 거야.”

파업 때마다 언론에서 항상 주목받고 있는 한 대기업 노동자의 이야기다. 주간연속2교대 실시

전에 인터뷰했던 내용이지만, 우리나라 제조업 노동자들 대부분은 아직도 이 정도 장시간노동을

하고 있다.

한 달에 하루도 못 쉬는 노동자들도 있다. 24시간씩 맞교대를 하는 아파트 경비 노동자들은 실

제 주 84시간 노동을 하고 있으면서도 24시간 근무 중 3시간만 다른 곳에 가 있으라고 무임금의

자유를 준다. 집에 다녀올 수도 없고, 쉴 곳도 없어 어디선가 불편한 휴식을 취하고 다시 근무지

로 돌아온다. 근무 다음날은 잠을 자고, 저녁 시간은 다음날을 준비하는 시간이니, 하루를 온전히

쉬는 ‘휴일’ 이 근무조건에 없는 것이다. 택시, 버스 노동자도 장시간 노동의 대표들이다. 사무직과

서비스직종에서 장시간 노동 역시 잘 알려져 있다.

긴 노동시간, 이를 줄이기 위한 최소한의 기준도 없다.

근로기준법으로 주 40시간을 정하고 있지만, 12시간의 초과 근무를 허용하고 있고,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주말근무를 이 시간에 포함하지 않고 있어서, 실제로는 주 68시간까지 일을 할 수 있도

록 규정하고 있다. 더군다나 악법이라고 할 수 있는 59조의 특례는 운수업, 의료업, 교육 분야 등

상당수의 서비스업에서 실제 무한정 노동시간을 늘릴 수 있도록 허락하고 있다.

주5일제 근무가 제대로 시행되고 있지 못한 것도 문제다. <2013년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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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기준법 제59조 (근로시간 및 휴게시간의 특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업에 대하여 사용자가 근로자대표와 서면 합의를

한 경우에는 제53조제1항에 따른 주(주) 12시간을 초과하여 연장근로를 하게 하거나 제54

조에 따른 휴게시간을 변경할 수 있다.

1. 운수업, 물품 판매 및 보관업, 금융보험업

2. 영화 제작 및 흥행업, 통신업, 교육연구 및 조사 사업, 광고업

3. 의료 및 위생 사업, 접객업, 소각 및 청소업, 이용업

4. 그 밖에 공중의 편의 또는 업무의 특성상 필요한 경우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업

전체 임금근로자 중 주5일제를 시행하는 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가 전체의 65.8%인 것으로 나타

났다. 특히 5인 미만 규모에서는 전체 노동자의 24.8%만이 주 5일제를 시행하는 사업장에서 근무

하는 것으로 나타나, 중소기업에서는 여전히 주 5일제가 실시되지 않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장시간노동이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

독일에서 진행한 연구에서 산재발생이 근무를 시작한지 8시간이 지난 시점에 집중되어 발생했

다는 보고가 있는데, 이는 피로의 증가와 집중도의 저하, 이로 인한 산재의 발생이라는 구조적인

산재발생 원인을 설명하고 있다. 노동시간이 줄어들면 노동자가 그 효과를 직접적으로 느끼게 된

다. 장시간노동은 신체와 정신이 회복되는 시간을 줄이게 되고, 누적되는 신체적, 정신적 피로는

다양한 건강의 문제를 야기한다. 일본 노동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서 한 달에 이틀 이하로

휴일이 있었던 노동자에서 심혈관질환으로 사망할 가능성이 3배 가까이 증가한다는 연구결과를 발

표하였다. 작년에 우리나라에서 발표한 연구에서는 60시간 이상 노동하는 집단에서 4배 넘는 심혈

관질환의 발생을 보고하였다(그림 1).

긴 노동시간으로 인한 우울증의 증가와 비만의 증가도 보고되었다. 비만은 심혈관질환의 주요한

위험요인이며, 긴 노동시간으로 인해 신체활동의 양이 감소하고, 정크 푸드 섭취가 증가하고, 높아

진 스트레스로 인해 먹는 양이 증가하는 것이 원인으로 생각되고 있다. 최근에 진행된 연구에서는

어머니의 노동시간이 길어질수록 그 자녀의 비만 정도가 증가한다는 연구결과도 발표되었는데, 이

는 장시간 노동의 결과가 노동자 본인의 건강 뿐 아니라, 가족의 건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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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국내 감시체계자료 이용한 연구(노동시간과 심혈관계 질환 위험도), 정인철 등. 2013.

노동시간이 1시간 줄어드는 것의 효과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으며 완성차 공장의 주간연속2교대 근무가 시작되었다. 필자는 국내의

한 완성차 공장의 노동자들과 교대제 근무변화 전후의 삶과 건강의 변화에 주목하며 인터뷰를 진

행하였다. 필자가 기대하였던 첫 번째 대답은 ‘밤에 집에 가서 잠을 잘 수 있어서 좋았다’라는 것

이었다. 하지만 뜻밖에도 인터뷰를 진행한 모든 노동자들의 대답은 ‘노동시간이 줄어서 좋았다’라

는 답변이었다. 하루 10시간 노동에서 1시간 줄어드는 것이 이렇게 큰 변화를 가져올지 몰랐다고.

훨씬 덜 피곤하다고... 다시 주말 특근을 시작하며 노동시간단축의 효과가 줄어들긴 했지만, 주간

연속2교대로의 변화는 노동시간 단축이라는 의미가 무엇보다 중요함을 확인할 수 있는 사례이다.

노동시간의 정치

앞서 말했듯이 노동시간을 줄이기 위한 최소한의 법적 규제 장치를 마련하고 실제 적용될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휴일을 포함하여 주 노동시간이 계산될 수 있도록 하는 당연한 조

치가 이루어져야 하고, 근로기준법 59조의 특례는 폐지되어야 한다. 이를 위한 노력은 당장 노력

해야 할 개선의 방향이다. 그러나 노동의 현장을 들여다보면 제도와 법적 규제만으로 해결되지 못

하는 “현장의 정치”가 있다. 노동시간을 줄이기 위한 투쟁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는 다양한 현장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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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적 원인이 있으며, 이를 해결하지 않으면 노동시간을 줄이기 위한 주체의 투쟁을 조직하기 힘

들다. 임금구조의 문제, 생산물량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고용불안,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문제 등은

노동시간과 연동된 현장의 구조적이며 동시에 해결되어야 할 문제이다.

노동시간의 감소는 임금감소 문제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이를 감내할 수 있거나 보존할 수 있는

곳은 아직까지 노동조합의 투쟁이 가능한 대기업에 한정되어 있다. 이들 대기업 역시 대부분 노동

강도를 늘려 생산을 늘려주거나, 비정규직을 고용하여 생산경비를 줄이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

려 한다. 노동시간 단축이 곧 임금삭감이라는 현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대부분의 노동자들에게

노동시간 단축은 독립적이고 당위적인 과제일 수 없는 것이다.

완성차 공장에 이어 1,2차 밴드 사업장들의 주간연속2교대가 준비되고 있는 요즈음, 노동강도의

증가, 비정규직 고용 등이 노동시간 단축의 대가로 논의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노동시간을 둘

러싼 현장의 정치를 노동에 의한 현장통제로 성공적인 주간연속2교대를 정착 해온 두원정공의 사

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두원정공은 완성차 공장에 앞서 2010년부터 8+8 형태의 주간연속2교대

를 실시하고 있으며, 10여 년에 걸친 노동자 참여에 기반한 현장중심의 노동안전보건활동을 해온

사업장이다.

장시간노동의 패러다임을 넘어서기 위해

긴 노동시간은 노동의 강도, 노동시간의 배치(교대근무)와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노동시간이 줄

어들면 노동의 밀도를 증가시키려 할 것이고,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생산물량의 감소는 교대근무

를 통한 노동시간 확장을 통해 해결하려 할 것이다. 노동시간을 줄이기 위한 투쟁은 노동강도의

강화가 없어야 하며, 교대근무의 확대를 야기해서는 안 된다. 노동시간 단축과 함께 필요한 인력

충원이 비정규직의 고용확대로 이어지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장시간노동으로 유지되는 이 사회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노동시간단축이

라는 큰 흐름을 우리가 만들어 내더라도 이윤율 저하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을 먼저 적극적으로

고민하고 있는 자본에 대응하는 우리의 대안을 만들어야 할 때다. 노동 현장에서 그 대안을 만들

어 가려는 노동시간센터가 그 역할을 해야 한다. 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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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 이후, 달라진 것과 여전한 것

김재광 선전위원

달라진 것

얼마 전 강의를 하러 갔는데, 색다른 광경을 보게 되었다. 강의에 앞서 사회자가 강의 순서와

시간 안내를 마치고는 수강자들에게 위급한 경우 대피요령과 대피로에 대해서 안내하는 것이 아

닌가. 평소 같았으면 “뭘 이런 것을 하나?” 했을 법한 수강자들도 안내를 진지하게 들었고, 사회

자 역시 요식행위라고 생각하지 않는 듯 진지하게 안내를 하는 것이다. 근 이십여 년 동안 전국

여러 곳에서 다양한 계층을 상대로 강의하면서 이런 광경은 처음이었다. 며칠 뒤 직장 근처에

신장개업한 식당에 점심을 먹으러 갔는데, 돈 좀 들인 듯한 깔끔한 인테리어 벽에 위난 시 대피

안내와 대피도가 떡하니 가운데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어쩐지 미관상 그 벽하고는 어울

리지 않는 그 표지판이 당연하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확실히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과 대

피에 대한 인식과 태도가 달라지기는 달라졌다. 공공건물들은 요즘 비상계단에 굳게 잠겨있던

자물쇠를 철거하고, 화재 시 자동 열림 문을 설치 중이다. 참사의 충격은 주변의 안전을 살피게

했고, 언제 또다시 망각의 강을 건널지는 모르지만, 시민 안전문화는 변화하고 있다.

여전한 것

그러나 기이하게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시민의 안전은 지상 과제가 된 것 같은데, 정작 시

민의 다수인 노동자의 안전은 제자리걸음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현대중공업, 현대제철 등

에서 하청노동자의 어처구니없는 중대재해는 반복되고 철도의 정비 인력은 계속 줄고 있다. 역

설적으로 공항의 경비와 소방 담당 노동자들은 모두 외주 하청 비정규노동자로 대체되고 있는

데, 정작 이들은 필요할 때 안전과 소방의 권한을 행사할 수가 없다. 모든 권리는 원청인 공항

공사에 있는 것이다. 공공의 편리와 안위에 힘써야 할 공공부문 노동자는 인력감축, 민영화, 외

주화, 예산감축 때문에 자신의 안위조차 지킬 수 없는 상황에 놓이고 있다. 119 구조대원의 헤

어져 구멍 난 장갑은 공공의 안위를 수호하는 현장 노동자에 대한 자본과 권력의 태도와 세상

관심의 속절없음을 상징적으로 웅변하고 있는 것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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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수밖에 없는 사정

생각해보니 이러한 현상은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르겠다. 삼풍백화점 붕괴. 성수대교 붕괴, 서

해훼리호 침몰, 씨랜드 화재, 해병대 캠프 참사 등 모든 인재는 여지없이 이윤을 극대화하려는

자본과 이에 결탁한 권력에 의한 참사가 아니었나. 일부 부패한 공무원과 천한 자본가의 이야기

일 뿐이라고? 천만의 말씀이다. 온 나라 전체가 비용절감, 하청의 하청을 당연시하고, 기업 하기

좋은 우리 고장을 목이 쉴 때까지 외치고 있는데 일부의 문제라니? 아니 될 말씀이다. 이윤이

항상 우선이라는 반사회적인 천박한 탐욕이 영민한 현실인식으로 받아들여지고, 공동체의 안위

보다 그들만의 리그를 걱정하는 자들이 권력을 잡고 호의호식하는데 어떻게 참사가 멈추고, 노

동자의 건강과 삶이 안온할 수 있단 말인가?

달라진 것이 유지되고, 달라져야 할 것이 달라지는 길

많은 사람이 이런 인재를 잊지 않기를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잊히지 않기 위해 개인의 기억

력과 정의감에만 의존할 수 없다. 구속과 죽음 등 정권의 서슬 퍼런 탄압에도 광주항쟁이 잊히

지 않고 역사 속에 살아 숨 쉬었고, 역사의 한 장으로 새겨진 것은 그때 사건만을 기억하는 것

이 아니라, 오늘의 삶을 투영하여 부당한 권력에 맞서 투쟁하였기 때문이다. 표면적으로 세월호

의 희생자를 추모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추모 이후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답을 내놓고 있다. 이쯤에서 덮고 가자는 자들, 우리 모두의 잘못이니 반성하자는 자들,

철저히 원인을 밝히고 유착의 고리를 끊자는 자들. 과연 누가 사건을 역사로 만들지는 자명하

다. 과연 누가 달라진 것을 유지하고, 달라져야 할 것을 달라지게 할지 역시 자명하다. 문제는

이들이 승리할 때야 비로소 그렇다는 것이다. 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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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장과 사무국장 사이

유 상 철 노무법인 필 노무사

[email protected]

얼마 전 어느 노동조합의 대의원대회에 참석했다. 이 노동조합은 산업별 노동조

합의 지부로 운영되다가 조직형태 변경을 통해 산업별 노동조합을 탈퇴하고, 기업

별 노동조합을 새롭게 설립한 노동조합이다. 복수노조 설립이 허용되는 시기와 맞

물려 기업별 노동조합으로 전환된 상태였다. 그리고 몇 년이 흘렀다. 산업별 노동

조합 지부로 운영되었던 시기, 산별 지부를 탈퇴하였던 시기, 기업별 노조를 설립

하였던 시기, 그리고 4~5년이 지난 지금까지 각각의 시기별 커다란 질곡이 깊숙하

게 자리 잡고 있었다.

그 사이 우여곡절 끝에 노조를 탈퇴한 이들도 있고, 노동조합의 간부였다 노동

자들을 지휘 ․ 통제하는 역할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또, 갓 입사해서 뭐가 뭔

지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는 사람들, 노동조합이 필요하기는 한

데 지금의 모습은 아니어야 한다는 사람들까지 사업장을 구성하는 이들은 노동조

합에 대한 각양각색의 생각을 가지고 서로 겉돌고 있었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이

번 집행부를 구성한 사람들은 현실을 직시하는 활동을 전개하는데 집중하고자 했

다.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를 누리고, 빼앗겼던 권리를 되찾겠다는 열정을 쏟아

붓고 있었다.

그러나 대의원대회가 진행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노동조합이 직면한 현실과

이상 사이에는 커다란 괴리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안건에 대한 상호 설명과

논의가 깊어지기 보다는 시간을 이유로 서로의 대화를 진전시키지 않거나 충분히

이해하려는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 짧으면 짧았던 시간이 더디게 느껴진 것은 상

호간 답답함을 해소하려는 노력이 부족했었기 때문일 것이다. 아마도 이러한 회의

방식이나 상호간 충분한 의견개진이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은 과거의 노동조합 활

동 모습이 그러했을 것이고, 무엇보다 회사에서 생활하면서 체득한 논의 방식이

딱 이러한 모습이었을 것이다.

그중 가장 관심이 주목된 부분은 상호 간 호칭이다. ‘○○○대의원’이라는 호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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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간혹 들리는데 누구도 ‘○○○위원장, ○○○부위원장, ○○○사무국장’ 등 임원

에 대한 호칭은 들리지 않았다. ‘○○씨, ○○형, ○과장, ○대리, ○○선배’ 등 노

동조합을 대표하는 임원에 대한 호칭, 집행부에 대한 호칭은 회사에서 상급자나

하급자가 부르는 호칭과 똑같았다. 노동조합 위원장을 위원장이라 부르지 않는 상

황이었다. 엄청난 진통을 겪으며 어렵사리 압도적인 득표를 통해 새롭게 선출한

위원장을 위원장이라 부르지 않고 있었다. 이런 호칭 관계가 도리어 너무 형식화

되면 관료적인 모습만 남는 경우도 있지만, 이들은 인색할 정도였다.

호칭이 낯설어서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기존의 잘못된 것을 새롭게 바꾸기

위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힘을 모으는 과정에 있는데 익숙하지 않고, 조금 낯설다

는 이유만으로 어정쩡하게 넘길 사안은 아니라고 보인다. 노동조합의 고유한 조직

체계를 공식화하려는 노력을 충분히 하지 않는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노동조합

과 회사 사이에서 득실에 따라 노동조합과 회사를 넘나드는 경계선에 모두가 도

열해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필요한 경우 언제든지 넘나들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노동자이기 때문에 이 속에서 갈등하기도 하지만 노동

조합을 통해 현실을 조금이나마 바꿀 생각이 있다면 타성에 젖은 회사의 조직문

화를 벗어나는 것도 필요하다.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우리의 문화를 만드는 것도 한 변화라 생각한다. 그날 밤

새도록 만나는 사람마다 똑같은 말만 하고 다녔다. “자~ 한번 따라해 보세요. ○

○○위원장” 그러면 쑥스러워하거나 과장된 모습으로 곧잘 따라 했다. 그리고 다

음 날 아침 식사를 위해 이동하면서 나누는 대화를 보니 위원장, 부위원장, 대의

원, ○○국장 등 노동조합의 공식 호칭이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아마도 이러한 노

력을 통해 노동조합 고유의 조직문화를 보다 민주적이고 흥겹게 만들 거라 생각

한다.

한 대의원의 말이 떠오른다. 몇 년 동안 노동조합 행사에 왔었지만, 이번만큼

자유롭게 많은 대화를 나누고, 서로를 이해할 수 있었던 적은 없었다고 한다. 회

사에서나 노동조합 행사에서나 통제를 받거나 누군가의 눈치를 살펴야 했던 과거

가 너무도 싫었다고 한다. 아마 잠시나마 대의원대회를 통해 경험한 해방감은 앞

으로 이 노동조합의 변화에 알찬 밑거름이 되리라 생각했다. 하루 사이 조금씩 변

화하는 이들을 보면서 혼자 아빠 미소를 머금고 동지들과 헤어졌다. 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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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시간센터 출범이 갖는 의미

강세진 노동시간센터(준)

주 52시간 근로가 보편적인 현실

몇 년 전까지, 대학을 다니는 동안 공연장에서 안내원 아르바이트를 했다. 방학 때는 주로

어린이 공연을 했었는데, 보통 하루에 공연이 2회였다. 공연 시작 2시간 전에 출근해서 유니

폼으로 갈아입는 것부터 공연 2회 모두 끝날 때까지의 시간을 재보면, 총 9시간이었다. 만약

공연시간이 긴 작품의 경우에는 시간은 더 늘어난다. 그렇게 해서 받은 돈은 식대를 포함해

4만 8천 원이었다. 그리고 공연일정에 따라 출근하기 때문에 일주일 모두 공연이 있어 모두

출근하면 63시간이다. 물론 공연이 그렇게까지 빼곡했던 적은 거의 없지만, 가끔은 있었다.

그때를 생각하면, 끔찍하다. 몇 년을 일해도 주 유급휴일도, 퇴직금도 없는 공연장 아르바이

트를 하면서 종일 유니폼에 구두를 신고 서 있었던 것을 생각하면 지금도 다리가 아프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교대제의 장시간 노동은 전혀 감이 오지 않는다. 얼마나 피곤할까? 안

내원 아르바이트야 낮에 일하고 밤에는 쉴 수 있기 때문에 고단한 몸이 회복될 가능성이 있

는 데 비해 교대제의 장시간 노동은 밤에 자지 못해서 깨지는 바이오리듬 하에서는 고단한

몸이 회복될 가능성은 아주 낮을 것만 같다.

사실 장시간 노동은 교대제에만 해당하는 사항은 아니다. 근로기준법 제59조 「근로시간

및 휴게시간의 특례」에 정한 사업에서 사용자가 근로자대표와 서면 합의를 한 경우에는 주

12시간을 초과하여 연장근로를 하거나 휴게시간을 변경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여기에

해당하는 사업이 너무 많다. 일부만 나열해보자면 운수업, 물품 판매 및 보관업, 금융보험업,

영화 제작 및 흥행업, 통신업, 교육연구 및 조사 사업 등인데, 이 사업들은 근로자의 건강과

행복을 제한하면서까지 장시간 노동을 해야만 하는 그런 사업들이 아니다. 공중의 편의를 위

해 근로자 개인이 건강과 행복을 제한받으면서까지 해야 할 중대한 사업들이 아니고, 그저

일반적인 사업들일 뿐이다. 이에 덧붙여 이 조항에는 그 밖에 공중의 편의 또는 업무의 특

성상 필요한 경우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업의 경우까지도 포함한다고 명시되어 있는데,

약자인 노동자를 보호해야 하는 정부가 오히려 강자인 공중의 편의를 내세우며 사업주를 두

둔하는 것이, 또한 그 조항이 그대로 유지되어 온 것이 우습고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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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시간 근로 개선」 정책은 고용률을 높이기 위한 수단일 뿐

박근혜 정부의 가장 큰 목표는 고용률을 높이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왜냐하면, 국민 행

복을 최우선으로 둔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기조를 진실한 가정이라고 본다면, 치안 강화나 규

제 완화도 중요하겠지만 무엇보다도 사람이 일해야 소비도 할 수 있고, 가정도 꾸릴 수 있

고, 즐거운 삶을 영위할 수 있기 때문에, 국민 행복을 위해서는 고용이 첫 번째 단추라고 보

기 때문이다. 고용률을 높이기 위해 각종 정책수단을 내놓고 있는데 그중에 하나가 「장시간

근로 개선」이다. 그러나 장시간 근로 개선 정책이 근로자의 건강을 위해 정부가 먼저 사용

자에게 희생을 강요하면서 출발한 정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역대 정부 모두 경제발전을

위해서는 장시간 근로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근로기준법에 그대로 넣어 유지해 왔는데, 갑

자기 박근혜 정부에 와서 ‘노동자의 건강과 행복’을 위하여 장시간 노동을 정부가 나서서 개

선하는 행보는 이해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장시간 근로 개선」은 박근혜 정부가 고용률을 높이기 위한 하나의 정책수단으로 선택

한 것으로 보인다. 일의 양과 질은 그대로일 때 각 근로자의 근로 시간을 줄일 경우, 추가로

근로자를 고용하여 채워야 할 시간이 남는다. 기존 일자리를 나누어 고용률을 높인다는 생각

이었을 것이다.

노동시간센터의 의미: 행복한 노동시간을 연구하고 알리는 역할

정부가 완강하게 사업주의 요구만을 수용하지 않고 노동자의 노동시간, 일자리의 질, 행복

한 삶을 염두에 두고 노동정책 결정을 한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할 수 있다. 하

지만 비록 정부 스스로 결정한 정책수단에 가깝다고 할지언정 노동자들 요구의 수용에서부

터 출발한 것은 아니므로 한계가 있다고도 평가할 수 있다. 정부의 독단적 노동정책 결정을

피하고자, 그리고 노동자·사업주·정부가 협의를 통해 노동정책을 구성하기 위해 만든 노사

정위원회라는 협의 기구도 존재한다. 하지만 아직도 노동자를 대변하는 측의 힘은 약하거나

이 협의체에 관해 관심이 없는 국민들도 많은 것 같다. 노동자를 대변하는 노동조합이나 노

동자를 대변하는 기관 및 사람들이 많이 생겨서 제대로 된 협의를 하면 지금과 같은 다른

목적을 위한 정책수단으로서가 아닌 노동자의 건강과 행복이 목적인 정책으로도 채택될 수

도 있지 않을까.

노동시간센터는 앞으로 장시간 노동뿐만 아니라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본 노동시간에 대해

고민하고, 연구하고, 개선하고자 하는 목소리를 낼 것이다. 이 목소리가 미래의 노동자들을

포함한 모든 한국의 노동자들이 듣고, 공감하고, 또 같이 목소리를 내면서 사업주와의 게임

에서 조금 더 힘의 균형을 얻길, 그리고 또 노동자들의 요구에 의한 관련 법 개정과 관행

개선이 이루어지길 소망한다. 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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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 노동자가 제대로

치료받는 날은 언제쯤

재현 선전위원

지난 6월 20일 반월·시화공단에서 화상으로 산재 피해를 입고 요양 중이던 한 노

동자가 자살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고인은 작년 9월경 산재를 입었는데 당시 화상 정

도가 너무 심해서 오른손 손가락이 거의 오그라들고, 오른발도 절뚝거렸었다. 이후

몇 차례 수술을 반복했고, 한 차례 산재 요양을 연장했다. 6월 19일 고인은 두 번째

산재 요양 연장 신청 승인 여부를 기다리고 있었다. 고인의 배우자에 따르면, 밤늦도

록 공단으로부터 승인 여부 문자는 오지 않았고 고인은 굉장히 좌절했다고 한다. 산

재 요양 동안에도 고인은 몸이 좋지 않아서, 전에 하던 일을 다시 하기는 어렵겠다는

생각에 심각한 불안감을 느꼈다고 한다.

고인이 사망한 20일, 병원 영안실에서 고인의 핸드폰을 검사하던 중 친구들이 20

일 오후 공단으로부터 산재 요양 연장 승인 문자를 확인했다. 고인과 배우자는 으레

지난번 산재 요양 승인도 목요일이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목요일이었던 19일에 연락이

올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는 오해에서 비롯한 것이었다. 근로복

지공단에 간단히 확인만 했어도 됐을텐데, 너무나 비극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고인의 산재 사고 당시 두 명의 직원이 더 다쳤었다. 그 중 한 명인 배OO 부장은

산재 요양 기간이 끝나지 않았는데 회사에 복귀하라는 요구를 받았고 이와 관련해서

각서를 썼다. 각서 내용은 이렇다. 다시 출근해서 이후 비슷한 병이 재발하거나, 일

하다 다치더라도 회사에 책임을 묻지 않겠다. 무엇보다 출근하는 것은 본인의 의지라

는 각서다. 산재 요양 기간이 끝나지도 않았고, 2차 감염에 쉽게 노출되는 화상 환자

에게 이런 각서를 요구한 것이다. 고인 또한 회사로부터 배OO 부장과 마찬가지로 각

서를 요구받았다. 그리고 각서를 쓸 때까지 임원들에게 계속해서 연락이 왔다. 가뜩

이나 산재 사고 이후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고민이 깊었던 고인은 몇몇 친구들에게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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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일터l ․ 45

와 같은 일에 대해 전화로 고민 상담을 했었다.

고인의 불안함은 산재 요양 기간 내내 신경 정신과 치료를 계속 병행했던 병원 기

록만 봐도 알 수 있다. 고인이 사망 한 날 3일 후에도 병원 예약이 되어 있었다. 고

인의 사망 후, 배우자는 더는 남편이 치료를 받을 수 없으니 예약을 취소해달라고 했

다고 한다. 병원에 전화해서 본인의 남편이 죽었다고, 더는 치료를 받을 수 없다고

말했던 아내의 심경은 어떠했을까.

고인은 80년대 반월·시화공단에서 민주노조 운동을 했다. 지금도 함께 활동했던

동료들이 동호회를 만들어서 함께하고 있는데, 이들은 사망 사고를 접하고 제일 먼저

장례식장으로 달려왔다. 그러나 회사는 고인의 죽음에 대해 어떤 반응도 없었고, 장

례식장에 한 명도 찾지 않는 매우 무성의한 태도를 보였다. 이에 동료들은 회사 앞에

집회 신고를 내고, 고인의 죽음에 대해 회사가 사과하고 그에 합당한 책임을 지지 않

으면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후 회사는 이 문제가 사회적으로 알려지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면서, 이후 산재 신청 과정에서 최대한 협조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화상으로 인한 산재 사고, 그 통증과 거기서 비롯된 장애만으로도 고인은 굉장히

괴로웠을 것이다. 거기에 더해 산재보험 이외에 재활을 돕거나 경제적인 어려움을 덜

어 줄 수 있는 제도가 전혀 없는 한국 사회 현실은 얼마나 갑갑했을까. 그러니 산재

요양이 연장되는지 여부에 말 그대로 ‘목숨을 거는’ 심정이 됐을 것이다. 요양 기간에

도 마음 편히 치료받지 못 하고, 다시 일하고 돈을 벌 수 있을까 하는 걱정과 스트레

스로 힘들었을 것이다. 그런데 회사는 도움은 못 줄망정, 각서를 요구하며 일터로 빨

리 복귀하라고 강요하는 상황을 그 어떤 산재 노동자가 이해할 수 있을까. 그런 상황

에서 어느 누가 제대로 치료받고 요양하며, 건강을 회복할 수 있을까.

그나마 80년대 민주노조 운동을 함께했던 동료들과 지금껏 관계를 맺어왔고 지금

도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동료들이 연구소를 찾아와서 함께 고민 나눴기 때문에 늦

었지만, 지금이라도 회사를 상대로 대응하고 있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싶은 생각도

든다. 올해는 산재보험 도입 50년이다. 여전히 일하다 다치고 병들고 죽는 노동자들

이 산재 인정을 받기란 바늘구멍에 낙타가 통과하듯 어려운 문제라 산재 인정도 중요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산재 환자가 제대로 치료받고, 충분히 존중받으면서 온전히

업무로 복귀하는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 조금 더 노력해야겠다. 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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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 통권 126 2014.7

[기자회견문]

일하는 모든 이들을 위한 산재보험 10대 개혁 요구를 발표하며

한국에 산재보험 제도가 시행된 지 50년이 되었다. 산재보험은 1964년 한국

최초의 사회보험 제도로 도입된 이후 여러 변화가 있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제도의 취지대로 ‘노동자의 업무상의 재해를 신속하고 공정하게 보상하며, 재해

노동자의 재활 및 사회 복귀를 촉진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개혁이 필요하다.

한국의 산업구조와 고용구조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그에 따라 노동자의 산

재 사고 및 직업병 문제도 변화하고 있다. 산재 사고와 직업병을 치료하고 재활

하는 의료, 사회복지 시스템도 큰 변화가 있었다. 그런데 현재의 산재보험은 이

러한 변화에 조응하지 못하여 한계가 많다. 그런 이유로 당연히 산재임에도 산재

보험 보상을 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늘고 있다. 또한 산재보험 대상이 되어도

그것이 산재 노동자의 완치를 위한 치료, 재활, 그리고 사회복귀에 큰 도움이 되

지 못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산재보험은 이러한 노동자의 목소리를 반영

하여 총체적인 개혁이 이루어져야 한다.

산재보험 개혁의 목표는 모든 노동자의 산재가 산재보험 보상을 받도록 하는

것이어야 한다.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를 없애고 사회 변화를

반영하여 제도의 적용 범위를 넓혀야 한다. 능력에 따라 기여하고 필요에 따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사회보험 원리에 충실한 산재보험이 되어야 한다. 노동

환경이 더욱 취약한 노동자에게도 제대로 된 산재보험 적용이 될 수 있도록 개

혁해야 한다.

이러한 산재보험 개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비정규직, 영세사업장 노동

자, 이주 노동자, 여성 노동자, 청년 노동자 등 기존 산재보험 제도가 충분히 포

괄하지 못하는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산재보험 제도의 변화의 방향성을 가져야

한다. 광업, 제조업, 건설업 노동자 중심의 제도 시행 체계도 서비스업 노동자의

노동조건과 산재, 직업병 문제를 포괄하는 방향으로 바꾸어야 한다. 사고로 인한

손상 보상 중심의 체계에서 직업성 암, 근골격계질환, 과로사, 직무 스트레스에

의한 정신질환 및 자살, 직장 폭력, 성희롱 및 성폭력 등 새롭게 나타나고 있는

신종 직업병에 대한 대응 체계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바꾸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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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일터l ․ 47

산재보험 행정을 담당하는 근로복지공단도 개혁해야 한다. 근로복지공단은 “공

단이 사업주를 위한 민간상해보험기관 같다”는 비판을 매우 부끄럽게 받아들여

야 한다. 근로복지공단은 산재 노동자 위에 군림하고 사업주 편의만을 봐주려는

행태에서 벗어나, 산재 노동자의 눈높이에서 산재 노동자를 위한 서비스를 제공

하는 진정한 공공기관으로 탈바꿈해야 한다.

산재보험을 지속가능하게 하고 적용 범위와 보장 범위를 넓히기 위해서는 산재

보험 재정 체계도 개혁해야 한다. 천문학적 이익을 내는 대기업이 산재보험료를

더 많이 내도록 해야 한다. 산재보험 재정에 대한 정부 출연금 약속도 지켜져야

한다. 산재보험 정책 결정과 운영 과정에 노동자 참여도 실질화 하고 확대해야

한다. 그래야 산재보험은 사업주를 위한 민간보험처럼 여겨지는 것이 아닌, 노동

자의 건강과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사회보험으로 기능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산재보험 도입 50주년을 맞아 이와 같은 목표와 원칙을 달성하는데 필

수적인 산재보험 10대 개혁 요구를 발표한다. 정부와 근로복지공단은 자화자찬

에 빠져 제도의 사각지대에서 제도의 모순 때문에 신음하고 눈물짓는 다수 산재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외면하지 말라. 정부와 근로복지공단은 우리의 10대 개혁

요구를 당장 수용하고 구체적 개혁 방안을 마련하라. 정부와 근로복지공단이 우

리의 요구에 성실히 답할 때까지, 우리는 우리가 다시 쓰는 산재보험 개혁의 역

사를 위해 끝까지 투쟁할 것이다.

2014. 7. 1

산재보험 50년, 일하는 모든 이들의 산재보험과 안전할 권리를 위한 공동행동

(민주노총, 비정규직없는세상만들기네트워크,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노동건강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노동위원회, 반올림, 알바노조,

청년유니온,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산업재해노동자협의회, 건강한노동세상, 일과건강)

Page 48: 2014 07 일터 (최종)

48 ․ 통권 126 2014.7

2) 6) 7)

1)

5)

3) 4) 8)

9)

☞ 가로열쇠1) A-Z 다양한 노동이야기 인터뷰에 응해주신 분의 직업

은 OOO 경비원 p.8

3) 일하다 다친 노동자의 최소한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위해 도입한 사회보장제도로써, 올해 한국 도입 50년

을 맞는 이 보험은? p.22

5) 우체국 집배원 노동자들은 연 평균 2,640시간의 살인

적인 OOO 노동을 버텨왔다 p.5

8) 산재보험 50년을 맞아, 노동안전보건단체 등 여러 민

주사회단체가 구성한 단위 이름은 '일하는 모든 이들

의 산재보험과 안전할 권리를 위한 OO행동’이다. p.47

9) 중대재해 예방과 작업중지권 실현을 위해 모인 팀 이

름은? p.32

☟ 세로열쇠2) 공장 해외 이전에 따른 부당한 정리해고에 맞서 꿈의

공장을 찾기 위해 투쟁하고 있는 사업장은? p.12

4) 산재로 요양을 하고 완치되거나 증상이 고정되어 치료

를 종결하였으나, 이후에 그 상병이 재발하거나 합병

증이 발생하는 등 다시 치료가 필요한 경우의 요양.

p.44

6) 사진으로 보는 세상의 배경이 되는 곳 지명은? 인도

OOOO p.21

7) 골프장 캐디, 택배 등등 노동자들을 일컬어 OO고용

노동자라고 부른다. p.23

8) 노동시간센터(준) 회원 강세진 씨가 대학생 때 아르바

이트를 했던 곳은? p.42

정답을 이름, 연락처와 함께

연구소 메일 [email protected]이나

문자 010-3782-1871로

보내주세요.

정답자 중 추첨을 통해 소정의

선물을 드립니다.

지난 호 정답자는

김*희 (010-2077-84**)

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