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개정 교육과정의 방향과 과제) · 2015. 11. 27. · Ⅲ. 학교현장 중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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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 간 행 사 내 용 비고

    13:30~14:00 사전등록 및 접수

    한국교총단재홀

    14:00~14:30

    국민의례

    환영사 안양옥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한국교육정책연구소 이사장)

    개회사 이성호 (국가교육과정개정 현장포럼 책임자・중앙대학교 교수)

    축 사 박제윤 (교육부 교육과정정책관)

    14:30~15:00기조강연 (학교현장 중심으로의 교육과정 개발 패러다임 전환과 과제)

    안양옥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

    15:00~15:30발제 (2015 개정 교육과정의 방향과 과제)

    김경자 (국가교육과정개정연구위원회 위원장・이화여자대학교 명예교수)

    15:30~15:40 휴 식

    15:40~17:00

    사회자: 홍배식 (인천 숭덕여자고등학교 교장)

    한국교총단재홀

    주 제 토론자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대한 현장안착 방안

    1차 포럼정규성 (경기 군포고등학교 수석교사)이원희 (경기 소하고등학교 수석교사)

    2차 포럼김수겸 (인천 안남고등학교 수석교사)황보근영 (경기 매홀고등학교 수석교사)

    3차 포럼이원춘 (경기 창곡중학교 수석교사)조호제 (서울 버들초등학교 수석교사)

    4차 포럼송상섭 (경기 창조고등학교 교감)김진숙 (경기 수원외국어고등학교 교사)

    17:00~17:10 휴 식

    17:10~ 종합토론 및 폐회한국교총단재홀

    Program

    국 가 교 육과 정 포 럼(현장교원중심)5 차 포 럼

  • 새로운 교육과정 현장 안착 방안, 이제부터 시작이다!

    iv

    환 영 사

    교실변화, 그 주체는 현장교원입니다!

    안녕하십니까?

    한국교총 회장 안양옥입니다. 바쁜 학기중에도 이렇게 교육과정의 현장 안착을

    위해 5차 국가교육과정포럼에 참여해 주신 선생님들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

    니다.

    지난 9.23, 「2015 개정 국가교육과정」 총론과 각론을 고시하였습니다. 이번

    국가교육과정 고시는 지난해부터 한국교총과 한국교육정책연구소가 현장포럼을

    통해, 2015 개정 국가교육과정에 대한 현장교사들의 의견이 반영된 첫 국가교육

    과정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하겠습니다.

    지난해 총 5차례에 걸쳐 국가교육과정개정 현장포럼을 개최한데 이어, 올해도

    총 4차례에 걸쳐 전국을 순회하면서 현장포럼을 개최하였습니다. 이번 5차 포럼

    은 그간 진행된 현장포럼을 종합 정리하면서 2015 개정교육과정 고시 이후 학

    교현장에 안정적 정착을 위한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내고자 자리를 마련하였습니

    다.

    전국의 선생님 여러분!

    이 시대의 교원은 지식의 소극적 소비자가 아닌 능동적 생산자, 탐구하는 전문

    직이 되어야 합니다. 그것이야말로 교직이 전문직으로 인정받고 교육전문가로

    우뚝 설 수 있는 토대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연구하는 교직상’이라는 교직

    문화를 확산하고,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고 학업성취 조력자에 국한된 협소한 교

  • 국가교육과정포럼(현장교원중심) 5차포럼

    v

    원의 역할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지식을 스스로 만들어내고 연구하면서 인성 등

    학생의 전인적 성장에 적극적으로 역할을 하는 주체적인 교원의 역할을 해나가

    야 할 것입니다. 교사의 연구실천 행위는 교육을 살아나게 하고 학교를 변화시

    키는 가장 근본적인 활동이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바로 지난 2013년 한국교총과 한국교육정책연구소가 ‘새교육개혁포럼’

    을 창립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교총은 교육의 변화는 교실에서 시작되며, 그 주

    체는 현장교원임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앞으로도 현장중심의 실천적 과

    제를 선정·발굴하여 지속적으로 연구하는 교직풍토를 만들어 가는데 최선을 다

    할 것입니다.

    오늘 이 포럼은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달할 수 있는 창구가 되리라 생각

    합니다. 이를 통해 교육현장이 살아나고, 학생과 교원들이 행복한 학교를 건설하

    는데 조그마한 보탬이 되길 기원합니다. 앞으로도 한국교총은 학교현장과 정부

    의 정책을 연결하는 고리역할을 충실히 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15. 11. 27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 안 양 옥한국교육정책연구소 이사장

  • 새로운 교육과정 현장 안착 방안, 이제부터 시작이다!

    vi

    개 회 사

    새로운 교육과정의 성공적인 현장 안착을 위하여!

    안녕하십니까?

    현장교원중심 국가교육과정포럼의 책임연구를 맡고 있는 이성호 중앙대학교

    교수입니다.

    먼저, 국가교육과정포럼(현장교원중심)을 마련해 주신 안양옥 한국교총 회장님

    및 새교육개혁포럼 관계자 여러분, 또한 학교현장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을 아끼지 않으신 교육부, 서울교육청 관계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

    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그리고 바쁘신 가운데도 오늘 포럼의 사회를 맡아주신

    홍배식 숭덕여고 교장선생님, 주제발표자를 맡아주신 김경자 교수님과 토론자

    선생님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국가교육과정 현장교원중심포럼은 시대적 요구인 문·이과 통합형 인재양성을

    위한 교육과정 개정에 앞서 현장교원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듣고 담아내기 위해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기획되어 권역별 순회포럼을 진행하였습니다.

    지난해는 유‧초‧중‧고 교육과정의 현황과 문제점을 총론을 중심으로 진단하고자 했다면 올해는 한걸음 더 나아가 지난해 현장포럼의 기본방향과 연속성을 유지

    하면서 교육과정 고시 발표(9.23 발표)에 앞서 보다 심층적으로 각 교과별 교육

    과정 개정에 대한 현장성 검토와 개선의견을 반영하고자 포럼을 준비하였습니

    다.

  • 국가교육과정포럼(현장교원중심) 5차포럼

    vii

    특히, 이번 5차포럼은 지난 9월 고시된 2015 개정교육과정의 현장 안착 방안

    을 논의하기 위해 자리를 마련하였습니다.

    2009 개정교육과정 이후 잦은 교육과정 개정으로 현장 혼란은 물론 교원들의

    교육과정에 대한 이해도는 낮고 불만은 높은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게 사실입니

    다. 이런 한계와 문제점을 극복하고자 했던 것이 현장교원중심의 포럼이었습니

    다. 교육과정 개정의 중심에는 현장교원이 있어야 하고, 현장교원들은 교과 교육

    과정을 재해석해 학생들을 학습시키는 실천가이자 연구자입니다. 이제 교육과정

    은 소수의 교육학자가 주입시키거나 외우게 하는 방식은 안됩니다. 현장교원과

    전문가의 양 수레바퀴가 같이 굴러갈 수 있도록 연구총책임자로서 그 연결고리

    역할을 충실히 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새로운 교육과정이 고시된 이후, 첫

    현장포럼입니다. 어려움이 있겠지만, 안정적으로 정착시키는 것이 바로 우리 현

    장교사임을 잊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현장적용성을 높이기 위한 정부의 지원책

    이 무엇인지, 또 우리 교사스스로 무엇을 해야할 것인지를 논의하는 뜻깊은 자

    리가 되어 주시기를 기대합니다.

    다시 한번 포럼을 성공적으로 개최하기 위해 노력해 주신 관계자 여러분과 오

    늘 참석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2015. 11. 27

    국가교육과정개정 현장포럼 책임자 이 성 호한국교육정책연구소 소장

  • 기조강연

    ❀ 학교현장 중심으로의 교육과정 개발 패러다임 전환과 과제 ········· 3❙안양옥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

    발 제

    ❀ 2015 개정 교육과정의 방향과 과제 ············································ 19❙김경자 (국가교육과정개정연구위원회 위원장)

    1차 포럼

    ❀ 2015 개정 수학과 교육과정에 대한 현장 안착 방안 ················· 37❙정규성 (경기 군포고등학교 수석교사)

    ❀ 새 교육과정 현장 안착 방안, 이제부터 시작이다! ······················ 45❙이원희 (경기 소하고등학교 수석교사)

    2차 포럼

    ❀ 통합과학ㆍ과학탐구실험 교육과정의 분석 및 현장 안착 방안 ··· 51❙김수겸 (인천 안남고등학교 수석교사)

    ❀ 2015 개정교육과정 안착을 위한 도덕ㆍ사회 교과의 역량기반 수업과 과정중심 평가 ··················· 57

    ❙황보근영 (경기 매홀고등학교 수석교사)

  • 국가교육과정포럼(현장교원중심) 5차포럼

    ix

    3차 포럼

    ❀ 교육목표와 내용, 수업과정 그리고 평가가 맥락적으로 연계된 교육과정으로 운영되어야 ······························· 67

    ❙이원춘 (경기 창곡중학교 수석교사)❀ 2015 개정 교육과정의 총론을 구현하는

    교실 수업의 정착 방안 ·································································· 81

    ❙조호제 (서울 버들초등학교 수석교사)

    4차 포럼

    ❀ 새 교육과정 일반고등학교 안착 방안 모색 ·································· 91❙송상섭 (경기 창조고등학교 교감)

    ❀ 교육과정 현장 안착 방안 ······························································· 95❙김진숙 (경기 수원외국어고등학교 교사)

    제 언

    ❀ 2015 개정 교육과정, 안정적 정착을 위한 제언 ······················ 101

  • [기조강연]

    학교현장 중심으로의 교육과정 개발 패러다임 전환과 과제

    안양옥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

  • 기조강연 ◈ 학교현장 중심으로의 교육과정 개발 패러다임 전환과 과제

    3

    학교현장 중심으로의 교육과정 개발 패러다임 전환과 과제

    안 양 옥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

    목 차

    Ⅰ. 서 론

    Ⅱ. 국가수준 교육과정 개정과 관련된 문제 고찰

    1. 정권변화와 연동된 탑다운(Top-down) 방식의 잦은 개정

    2. 무조건적 전면 개정과 총론-각론 간의 괴리

    3. 선순환적 질 관리 체제의 미비

    Ⅲ. 학교현장 중심 교육과정 개발을 위한 과제

    Ⅳ. 결 론

    Ⅰ. 서 론

    대한민국의 국가수준 교육과정은 1955년 1차 교육과정이 시작된 이후, 2003년 7차 교육과정

    까지 6번의 전면 개정 과정을 거쳐 왔으며, 2007년 이후 수시개정체제로 바뀌었다. 이러한 개

    정방식의 변화는 변화하는 사회의 흐름을 적시에 반영하고, 실제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현장의

    반영요구에 부응하며, 효율적인 교육과정 운영을 위함이었다. 문제는 이러한 교육과정 개정이

    학교현장의 변화에 대한 필요성과 요구에 의해 움직였다기보다는 정치권의 변화에 따른 국가

    교육정책의 변화, 사회적 논란에 대한 대증적 처방, 국가수준 교육정책의 헤게모니를 쥐고 있

    는 교육학자 집단에 의해 국가수준 교육과정의 변화가 주도되었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그 방법

    론과 프로세스로, 국가의 교육시책에 맞추어 총론의 개정을 추진하고, 교육과정평가원 등 연구

    개발기관에 교과별 각론의 개발을 위탁하여 교육과정을 개편하는 방식을 실행해왔다. 그리고

  • 국가교육과정포럼(현장교원중심) 5차포럼 ◈ 새로운 교육과정 현장 안착 방안, 이제부터 시작이다!

    4

    이로 인해 개정된 교육과정에 따라, 교사가 현장에서 혼란과 시행착오를 통해 교육과정을 연구

    하고 적용하려는 상황에서, 다시 전면적인 교육과정 개정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는 악순환이

    계속되어왔다. 즉, 교육 외적인 의도를 저변으로 기 상정된 개정의 방향과 시한 하에 교육과정

    개편이 이루어짐으로써, 그에 대한 교육적 필요성과 당위성을 인정하지 못하는 학교 현장과의

    갈등과 마찰이 지속적으로 초래되어 온 것이다.

    실제 대한민국 교육에서 추구하고 실현해야할 교육의 목표와 인간상은 크게 변화한 것은 없

    고, 수업의 내용도 마찬가지이다. 그럼에도 교육과정 개편은 집권 권력의 반드시 거쳐야할 과

    정이고, 가장 큰 통과의례로서 진행되어 온 것이다. 기 실행된 교육과정을 평가하고, 또 이러한

    평가 결과를 근거로 하여 교육과정을 개선하거나 개정하는 분위기는, 수시 개정 체제가 도입되

    었음에도 만들어지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교육현장은 “또 바뀌나?”라는 불만과

    더불어 이제는 정책과 상관없이 나는 나대로 가르치겠다는 포기수준에까지 이르렀다.

    교육과정은 학생들이 무엇을 배우고 어떠한 인간이 되어야 하며 이를 어떠한 방식으로 가르

    칠 것인가의 철학적인 문답에서부터 시작하여, 실질적으로 지역교육청과 단위학교의 교육과정

    편성‧운영의 근거가 됨으로써 궁극적으로 학교 현장의 교육실행과 교원의 역할에 지대한 영향을 준다. 그러나 아무리 이상적인 교육과정 ‘문서’가 개발된다 하더라도, 교사들이 ‘실천’으로

    옮기지 않거나 이를 해석하여 옮길 수 없다면, 그것의 의의는 축소되거나 무용지물이 될 수밖

    에 없다. 현장 교사의 공감 없이는 어떠한 교육과정도 성공을 거둘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할 때,

    가장 당연하면서도 자연스러운 교육과정 개발 방법은 무엇인가? 바로 교육과정 개발 논의가

    현장교사로부터 출발하여 학교현장에서 마무리될 수 있도록, 교사를 개발의 주체로 설정하고,

    교사의 실천적 지식을 교육과정 개발에 반영하는 것이다. 교육과정 논의는 현장 교사와 학생으

    로부터 출발하여 학교 현장에서 마무리되어야 한다. 그것이 선순환적 논의 구조다. 현재와 같

    이 소수 학자의 책상에서 출발하여 현장 실현은 잘되든 안 되든 관심이 없는 무책임한 행정 중

    심의 교육과정 집행은 이제 중단되어야 한다.

    사실 대한민국에서 국가수준의 교육과정이 받아들여지고 지속되어 온 이유는 역사적으로 관습

    화 된 측면이 크다. 정치, 경제 분야 등 많은 분야에서 대한민국은 국가수준에서 중앙집권화된

    통제와 의사결정이 이루어져 왔고, 교육 또한 마찬가지로 정부에서 발의하고 시행‧관리하는 형태가 지속되어 온 것이다. 그리고 국가수준의 교육과정을 비롯한 여러 중앙집권적 교육정책들은 산

    업화 시대와 맞물려 단기간의 국가 발전과 교육 부문 성장에 크게 기여하였다. 여기에 열정과 열

    의를 가진 교원과 교원단체의 노력과 헌신이 더해져 현장교육연구대회, 전국교육자료전 등 사실

    상 국가수준 교육과정의 ‘보완재’가 만들어지면서 학교교육의 급속한 발전이 가속화되었다.

    이러한 역사적 맥락에서 형성되어진 국가수준 교육과정이 현재도 여전히 필요하고 교육적으

    로 효과적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 있을 수 있다. 특히 지방분권과 학교자치가 강조되는

    다양화‧다원화된 시대에 일괄적인 교육의 기준과 잣대를 만드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지 의문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실제로 교육과정의 지나친 표준화는 학교와 교사의 역할을 교육과정

    전달 기능으로 단순기능화 시키고, 서로 차이나는 학교나 지역의 실정에 맞는 실행 전략을 마

    련하기 어렵게 하며, 학교 교육을 획일화시키고 협소한 목표 달성으로 이끌기 쉽다. 또한 국가

  • 기조강연 ◈ 학교현장 중심으로의 교육과정 개발 패러다임 전환과 과제

    5

    수준의 교육과정 기준 자체가 바르지 못할 경우, 이후 학교현장에서 일어날 교육들은 도미노처

    럼 잘못될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수준에서 교육과정이 개발되면, 통일되고 표준화된 교육체제 하에 지

    역과 학교의 교육활동의 책무성을 관장하면서 전체 교육의 질을 관리할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다. 국가적으로는 공통된 지식, 가치, 행동 양식의 기반을 제공함으로써 다음 세대를 육성하

    는 한편, 학생 개개인에게는 교육의 접근 기회 균등을 넘어 ‘질적’ 기회 균등을 보장할 수 있는

    기준으로서 기능할 수 있는 것이다. 사실 ‘국가수준’ 교육과정의 사전적 의미가 교육부장관이

    초‧중등교육법 제23조 2항에 의거하여 결정‧고시하는, 교육에 대한 국가의 의도를 담고 국가 교육의 질을 일정하게 관리하기 위한 문서의 내용을 일컫는 것임을 감안하면, 국가수준의 개발이

    불가피할 수 있다. 교육과정 개발에는 어떤 내용을 가르칠 것인가에 대한 포함(inclusion)과 배

    제(exclusion)에 대한 가치판단이 기본이 되는데, 이에 대한 기준설정은 시대적, 역사적, 사회적

    인 부분들이 동시에 감안되어야 한다. 따라서 그 과정을 통해 일정한 표준을 만들어 한 나라의

    교육이 지향하는 비전을 하나의 문서로 담아내는 작업은 구심점이 없이는 힘들기 때문이다.

    이러한 장점 때문에, 많은 선진국들이 교육과정을 방기하지 않고 국가수준에서 직‧간접적으로 관여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방분권적 시스템이 정착된 주요 선진국들에서조차 교육에 대해

    서만큼은 국가 차원의 기준을 개발하고 마련하는 움직임이 지속되고 있다. 국가 권력이 주에

    동등하게 분배되어 있는 연방제 정치 형태의 미국의 경우, 학생의 흥미와 관심을 최우선의 가

    치로 두는 진보주의 교육사상이 120년 넘게 교육계의 주요 철학으로 지배해오면서 지역‧학교마다의 자율적인 교육과정이 운영되어 왔다. 그러나 1983년 ‘A Nation at Risk(위험에 처한 국

    가)’ 보고서에서 심지어 문맹률이 높아지고 있다는 충격적인 결과가 발표된 이후, 연방정부 차

    원의 교육 지원과 관심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고 2002년에는 평가를 통해 교육의 질을 관장하

    고자 하는 ‘낙오아동방지법(No Child Left Behind Act)’이 제정되기에 이르렀다. 완연한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을 마련한 것은 아니지만, 국가가 교육을 컨트롤한다는 개념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미국에서 각 주와 학교에서 이루어진 교육의 결과를 평가하는 간접적 방식으로 교육과정

    에 대한 국가적 관여의 필요성을 보여주고 있는 것은 주목할 만한 것이다.

    영국은 오랫동안 지방분권적 교육체제를 유지하다가 국가교육과정 체제를 수용했다. 1988년

    ‘교육개혁법(Education Reform Act)’에서 국가교육과정이 전격적으로 도입된 것이다. 영국 또

    한 1970년대 중반 국제학력비교에서 영국 학생들의 성취수준이 낮다는 결과가 나오고, 심지어

    문해력 수준이 상당히 떨어지는 학생들이 상당 수 존재함이 밝혀지자 영국교육의 성과에 대하

    여 회의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 속에서 교육의 질적 수준 향상과 국가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일환으로 정부차원의 노력이 시작되었다. 전통적인 자유 숭상의 경향에 따라 지속되어 왔던 교

    육과정에 관한 교사의 자율적인 선택권 보장과 맞물려, 국가 교육과정 속에서 교사가 교육내용

    의 선정 조직권을 갖는 교사중심의 교육과정이 자리잡게 된 것이다.

    그러나 국가수준 교육과정 그 자체는 세계적인 추세와 긍정적 경험을 통해 그 장점과 당위성

    을 인정할 수 있겠지만, 앞서 지적했듯 탑다운(Top-down) 형태의 개발 방식은 현장과의 괴리

    로 인해 이미 오래 전부터 한계에 직면하고 있다. 산업시대에서의 인재 양성은 교육과정의 통

  • 국가교육과정포럼(현장교원중심) 5차포럼 ◈ 새로운 교육과정 현장 안착 방안, 이제부터 시작이다!

    6

    일성을 기반으로 전국의 학교와 학생 수준을 어느 정도까지 균등하게 만드는 것이 크게 의미가

    있었다. 하지만 엄청난 정보와 그에 따른 창의적인 지식이 융합되는 지식정보화 사회에서는 지

    역‧학교‧학생의 특수성을 고려한 다양하고 탄력적인 교육과정이 필수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사들로부터 혹은 학생들의 필요에서 교육과정이 개정된 경우는 거의 없었다. 이에 대한 문제

    의식으로 1990년대부터 학교중심 교육과정이 도입되고 2007년부터 수시 개정 체제가 마련되

    었으나, 여전히 현장교사가 교육과정 개발의 주체가 되지 못하고 특히 학자 주도의 총론 개정

    과 그에 종속된 각론만이 일부 현장참여형으로 이루어지는 가운데 전면 개정이 거듭되는 악순

    환적 과정만이 되풀이 되었을 뿐이었다.

    박근혜 정부의 창의융합형 인재 양성을 목표로 하는 ‘2015 개정 교육과정’이 지난 9월 발표

    되었다. 2017년부터 연차적으로 적용될 예정인 금번 개정 교육과정은 인문‧사회‧과학기술에 관한 기초 소양 교육을 강화하고, 학생들의 꿈과 끼를 키우며,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핵심역량의

    함양이 가능한 교육과정을 마련하는 것이 주요 개정의 방향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개정의 취지

    와 당위성 여부를 떠나, 필자가 의미를 두는 점은 금번 교육과정 개발 과정에서는 연구진에 현

    장교원을 40% 이상 참여토록하고 현장교원 중심의 교육과정 포럼을 지속적으로 진행하는 식

    으로 교육현장과 소통하는 교육과정 개발을 위한 노력이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현장교원이 직

    접 참여하는 교육과정 개정을 추구했다는 점이 이번 개정의 나름의 가장 의미 있는 수확이다.

    이 자리에서 개최되고 있는 ‘국가교육과정 개정 현장포럼’이 바로 2015 국가 교육과정 개정에

    대한 현장교사들의 의견을 전달하는 가장 크고 열린 창구로 기능해왔다. 한국교총과 한국교육

    정책연구소는 지난 해 총 5차례, 올해 총 5차례 현장포럼을 개최하였다.

    ‘국가교육과정 개정 현장포럼’은 2015 개정 교육과정에 있어 현장교사 세미나 등을 통해 총

    론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부터 참여하고 각론 개발까지 관여함으로써 이론(theory)과 실천

    (practice)의 간극을 메우는데 일조하였다고 볼 수 있다. 특히 문서적인 참여에 그치지 않고, 토

    론을 통한 소통과 상호작용을 통해 교육과정을 개발해감으로써 기존의 수직적인 접근을 일정

    부분 변화시켰다는 점은 분명하다. 여기서 더 나아가, 현장교원이 교육과정 개발과정에 보다

    깊이 있는 수준으로 관여하고 실천적인 연구가 활성화되어야 한다. 여기에 교육과정에 깊이 관

    여하던 기존 학자들이 반응하고 응답하며 체계화된 교육과정을 함께 만들어나갈 때, 그때 바로

    한류와 난류가 만나 조경 수역을 이루듯 이론-실제가 분리되지 않는 국가수준의 교육과정이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이다.

    이 포럼을 신호탄으로 현장교원이 만들어가는 바텀업(Bottom-up) 방식의 교육과정 개발의

    가치와 위상을 확립하고, 정착시켜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현장 중심의 교육과정 개발이 이제

    야 걸음마를 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정착이 되기까지의 여정은 꽤나 지난한 수 있을 것이다.

    현장참여가 막연한 구호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그 여정에서 필요한 다양한 추진전략들도 마련

    되어야 할 것이다. 이에 본고에서는 우리나라 교육과정 개발의 흐름과 특징을 비판적으로 반추

    하면서 현재의 국가수준 교육과정이 당면한 현실을 살펴보고, 학교현장 중심으로의 교육과정

    개발의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과제와 방향을 제언해보고자 한다.

  • 기조강연 ◈ 학교현장 중심으로의 교육과정 개발 패러다임 전환과 과제

    7

    Ⅱ. 국가수준 교육과정 개정과 관련된 문제 고찰

    1. 정권변화와 연동된 탑다운(Top-down) 방식의 잦은 개정

    교육적 이유보다 단임정권 변화에 따른 잦고 주기적인 개정은 학교에 혼란만 가져오고 정작

    수업의 내용은 바꾸지 못하는 비교육적 폐단을 초래하였다. 사실 이는 교육과정에만 국한된 문

    제는 아니다. 본질적으로 교육정책의 효과는 긴 타임랙(Timelag)을 가지게 때문에 단기간의 성

    과보다는 장기효과를 고려해야 함에도, 집권기간내의 성과에 집착하여 성급하게 추진되어 왔던

    것이다. 결국 국가 교육과정 또한 여․야 정권교체 등 정치권력의 변동과 교육운영 철학의 변화, 그리고 집권기간내의 가시적 성과와 맞물리면서, 잦은 교육과정 개정의 형태로 나타났다.

    해방 이후 제5차 교육과정에 이르기까지 지방과 단위학교에 교육과정의 개발 권한은 거의 주

    어지지 않았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사실 해방 직후의 교수 요목기(1946~)는 지방과 단위학교

    가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에 대하여 중앙이 도움을 줄 수 밖에 없던 상황이었다. 광복

    후 40%에 달하던 일본인 교사가 빠져나가 교사 수마저 부족했던 시기였고, 따라서 제1차 교육

    과정(1954~)에서부터 교육과정은 각 지역의 특색을 살리도록 유의하였다. 제2차 교육과정

    (1963~)에 이르러서는 좀 더 지역성이 강조되고 있는데, 인재 육성을 위해서 각 지역사회의 학

    교는 ‘국가적 기준에 의거하여 각 지역 사회의 실정에 맞는 교육과정을 재구성하여야 한다.’고

    교육과정 총론에서 밝히고 있다.

    국민교육헌장의 이념을 구현하고자 했던 제3차 교육과정(1973~) 시기는 교육에 대한 국가적

    지원을 통해 산업 발전을 꾀했던 시기로, 그에 따라 교육과정에 있어 지방분권적인 움직임은

    특별히 찾아보기 어렵다. 제4차 교육과정 시기(1981~)는 학생이 사교육을 받으면 부모가 형사

    처벌될 정도로 교육문제에 대한 국가의 강력한 통제가 이루어지고 국민정신교육이 강화되었던

    시기였다. 총론상에 ‘학교에서 교육과정에 의거하여 학교의 특수성, 지역사회의 실정에 알맞도

    록 교육과정 운영 계획을 수립’하라는 정도의 권한만이 기술되어 있고, 실제 교육과정 개발과

    운영에 있어 권한의 분산이 이루어진 것은 아니었다. 다만 제4차 교육과정 이후 분권화에 대한

    문제가 간헐적으로 제기되기 시작하였고, 제5차 교육과정(1987~)에서는 초등학교 사회과의

    ‘자기 고장’을 다루는 대목은 각 시‧도교육청에서 개발하게 함으로써 극히 일부지만 지역과 학교, 현장교사로의 교육과정 개발의 분권화가 이루어졌다(조영태, 1993).

    이렇게 미약하나마 교육과정의 분권화가 이루어지던 흐름 가운데 교육 외적인 변화, 즉 지방

    자치제의 실시와 맞물려 제6차 교육과정(1992~)은 일선 학교들로 하여금 ‘학교 교육과정’이라

    는 것을 편성하게 하였다. 교육부는 공통 필수 과목을 결정하고, 시도교육청과 학교에 과정별

    필수‧선택 과목을 결정할 권한을 위임하였으며, 아예 새로운 과목을 개발할 수 있게 하였다. 이전의 교육과정에 비하면 괄목할 만한 변화이기는 하나, 학교 내에서의 편제의 탄력성이 늘어난

    것뿐이고 그것도 주로 주변적인 과목에 국한되었다는 점에서 한계를 가진다. 제7차 교육과정

    (1997~)은 학교의 교육과정 편성과 운영의 자율성 신장을 강조하고 있지만, 수요자 중심의 교

  • 국가교육과정포럼(현장교원중심) 5차포럼 ◈ 새로운 교육과정 현장 안착 방안, 이제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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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육을 강조하는 5.31 교육개혁과 더불어 수준별 교육과정, 학생선택중심 교육과정이 도입되어

    역시 학교 내에서의 편제의 자율성이 한 단계 신장된 것이지 교육과정 개발에 있어 현장의 참

    여가 이루어졌다고 보기는 힘들다.

    학교현장의 의견 수렴이 의례적 수준에 그치고, 교원들의 공감대를 얻지 못한 상황에서 잦고

    주기적인 개정이 이루어짐에 따라 학교의 어려움은 커져만 갔다. 심지어 교육과정 개정 업무가

    교육부 내부의 교육과정 관련 이해 집단의 존치 문제와 관련된 것이 아니냐는 견해까지 등장했

    다(홍후조, 1999). 정권에 따른 중앙 부처의 개혁과 구조조정은 언제나 교육부의 교육과정 관련

    기구의 입지와 역할을 위협하여 왔고, 이에 대응하기 위한 방법으로 업무의 단절을 막기 위해

    국가 교육과정을 주기적으로 개정하여 왔다는 것이다. 결국 현장에서 이유를 공감할 수 없는 잦

    은 교육과정 개정은 실제 수업에서의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어내지 못하였다. 그저 교육과정 개

    정에 따라 새롭게 발간된 교과서가 사용되는 것만이 교실에서의 개정의 주된 의미였을 수 있다.

    잦은 변화도 문제지만, 교육과정이 일단 고시되고 나면 정부 차원의 다음 차수의 교육과정

    개정의 움직임이 있을 때까지 문제가 있더라도 그대로 갈 수밖에 없는 경직성 또한 문제였다.

    이에 2007년부터는 수시 개정 체제가 도입되었다. 변화하는 사회의 흐름을 적시에 반영하고,

    실제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현장의 반영요구에 부응하며, 효율적인 교육과정 운영을 위함이 그

    목적이었다. 그러나 이어진 교육과정 개정의 흐름은 현장의 요구와는 무관한 실험적 내용들이

    도입되었고, 파행적 운영이 거듭되었다. 대표적으로 2009 개정 교육과정으로 도입된 집중이수

    제는 학교 현장에 많은 반발과 부작용을 양산했다. 이후 2011년 8월 ‘고등학교 교과 편제(보통

    교과, 전문교과) 수정 고시’, 2012년 3월 ‘고등학교 사회과목 및 탐구, 생활‧교양 과목 수정, 일반과목의 증감 운영 변화’, 2012년 7월 ‘인성 교육 강화, 중학교의 집중이수 관련 규정 변경,

    학교스포츠 클럽 활동 관련 규정 신설’, ‘고등학교 단위 배당 기준에서 특성화고와 산업수요 맞

    춤형고를 구분 제시’ 등의 수시개정이 이루어졌다. 한 번 고시하면 일단 고치지 않았던 문제를

    일부 해소했다는 점에서는 의의가 있지만 딱히 현장의 적극적인 요구와 개발에의 참여가 있었

    다고 보기에는 미흡한 면이 많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은 과거와 달리 현장에 기반을 둔 개발과정을 거쳤다는 점에서 일단 절

    차적인 측면에서 진일보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과정의 개정의 필요성 자체가 현장에서

    부터 발현되었다고 보기는 힘들다. 지난 해 초 교육부장관이 교육과정 개정에 대한 의지를 피

    력했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본 포럼과 같이 교원단체와 현장교원이 나서 학교현장과 괴리되지

    않은 교육과정을 개발하고자 한 노력의 수준 정도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2. 무조건적 전면 개정과 총론-각론 간의 괴리

    사실 교육과정의 전면 개정은 현재 학교에서 가르치고 배우고 있는 교육내용을 부정하는 것

    에 다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의 교육과정 개정은 거의 매번 전면 개정이 이루

    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고, 수시 개정이 도입되었음에도 오히려 자주 전면개정이 이루어지

    고 있다. 수시 개정의 진정한 의미는 현장과 괴리된 이론이나 연구에서 교육과정 개정의 착안

  • 기조강연 ◈ 학교현장 중심으로의 교육과정 개발 패러다임 전환과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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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점을 얻는 것이 아니라, 지금 시행하고 있는 교육과정을 토대로 점진적으로 고쳐나가는 데에

    있다. 교육과정 시행에 따른 경험 축적과 평가에 바탕을 두고, 계속적인 수정 보완의 선순환적

    작업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2007, 2009, 2012, 2015년의 교육과정 개정을 볼 때, 수시 개정은

    오히려 더 자주 전면 개정을 할 수 있는 빌미가 되었을 뿐이다. 결국 매번 교육과정 개정은 총

    론을 통해 단임정권이 추구하는 교육목표를 담아내기에 집중하고, 각 교과 교육과정은 총론이

    개발되면 그에 따라 서둘러 교과의 견해를 담아내기 바빴다. 그 과정에서 학교현장에서는 바뀐

    교육과정에 적응만 하다 시간을 보내고, 2개 이상의 교육과정과 그에 따른 교과서를 소화해야

    하는 혼란을 겪어 왔다.

    수시 개정 체제가 도입되었음에도 전면 개정이 이루어지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총론 위주

    의 개정 방식에 있다. 총론 위주의 개정 방식이란, 총론에서 규정하는 학교급별 교육과정의 기

    본편제에 따라 교과별 교육과정인 각론의 내용이 결정되고, 이를 토대로 교과서가 만들어지는

    사이클을 뜻한다. 그 과정이 탑다운 방식으로 이루어지면서, 학자 위주로 총론 개정에 많은 자

    원을 투자한 후 일부 현장교원을 포함하여 단기간 내 각론과 교과서를 만들어내는 구조는 좀처

    럼 깨지지 못하고 있다. 총론과 각론이 연계를 이루지 못하고 총론은 현장에서 붕 떠 있는 상

    태를 야기해, 충실하고 수준 높은 각론을 산출할 수 없는 상황을 초래한다. 이는 실제 수업의

    장면에서 중요한 것은 교과 교육과정과 교과서임을 감안하면,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 가운데 교육과정 및 그와 연동된 교과서와 관련된 기초 연구들은 형식적으로 이루어지고

    타당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예를 들어 늘 이루어지는 국제 비교 연구의 경우, 그야말로

    다른 나라의 교육의 실상을 보여주고 대한민국과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알려주지만, 그래서 어

    떻게 하겠다는 것인지는 사실 넌센스임이 지적되어 왔고(조용태, 1992), 지금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물론, 그것의 함의가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그 작업이 필요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문제는 다른 기초 연구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의 성격을 보인다는 것이다. 교육 이론과 그에 따

    른 아젠다를 던져 놓을 뿐, 실제적 문제와는 엄청난 거리가 있다. 그리고 그러한 연구들이 무의

    미한 것이 아니라면 어떤 형식으로 개선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어려운 고민이 필요하지만, 짧은

    시간 내 전면개정에 대한 논리를 만들어 내야 하는 연구자 입장에서는 그 고민의 해답을 얻지

    못한 채 비슷한 연구들이 되풀이 되고 있는 것이다.

    수시 개정 방식이 도입되더라도 총론 개정→각론 개정→교과서 개정이라는 직선적 교육과정

    개정 방식이 제대로 미리 재검토 되어야 혼란이 없을 것이라는 점은 미리 예견되기도 했다. 예

    를 들어 총론의 개정 없이도 각론의 개정이 가능한 제도, 각론을 유지하면서도 총론의 개정이

    가능한 제도, 각론의 변화 없이도 교과서의 수정‧보완이 가능한 제도, 또는 교과서는 현행 것을 사용하면서도 각론의 변화가 가능한 제도 등 유연한 교육과정 운영 제도의 도입 방안이 먼저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황규호, 2003). 그러나 그 대안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총론이 바뀌면 그 뒤의 것들은 연쇄적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 총론←각론←교과서의 방향으

    로 종속되는 구조가 거의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상황에서, 수시 개정은 전면 개정의 방식을 탈

    피하지 못하고 있다.

    시대 변화에 따라 교육환경이 변화하고, 이에 상응하는 교육과정의 개혁 또한 필요하겠으나,

  • 국가교육과정포럼(현장교원중심) 5차포럼 ◈ 새로운 교육과정 현장 안착 방안, 이제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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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화와 개혁 속에서도 지켜져야 할 원칙과 근간이 있다. 교육의 특수하고도 소중한 가치인 항

    존성‧항상성(恒存性‧恒常性)을 지향하는 가운데 변화를 꾀해야 하는 것이다. 굳이 짧은 주기에 전과 ‘다른’ 교육과정을 반드시 양성해야할 필요가 없다. 특히 그것이 수업의 변화를 유도할 수

    없다면 더욱 그러하다. 하지만 2012년에는 한 해 동안 무려 4차례의 개정이나 이루어졌고, 지

    금 추세로라면 전면적으로 개정된 2015 개정 교육과정도 다음 정권이 들어서는 2년 후면 어찌

    될지 몰라 보인다.

    3. 선순환적 질 관리 체제의 미비

    교육과정을 국가수준에서 갖고 있다는 것은 마땅히 국가가 권한과 더불어 그에 따른 책임 또

    한 져야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상당한 내용을 통괄적으로 하달하는 것 외에도 질을 관

    리하는 데에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경우 양적 지표 중심의 형식적인

    관리가 이루어지고 있고, 정교하지 못한 정책 양산으로 변화의 본질적인 목적을 제대로 구현하

    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국가수준 교육과정에 대한 분권화가 강조되고 그에 따른 다양

    한 조치들이 이루어지고는 있으나, 정작 교원들의 참여의 폭은 크게 늘어나지 않았고 국가-지

    역-단위학교로 이어지는 의사결정의 역할 분담은 점차 갈등을 빚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현장교원들의 실제 역할은 여전히 교육과정의 적용가능성과 일부 현장의 의견을 수렴하는 수

    준에서 제한되고 있다. 이러한 관행은 교육과정 개정 및 이에 따른 교과서 개발의 기능을 외부

    에 의존하는 형태가 되어 교원들의 실질적 요구 및 학교현장의 필요와는 전혀 다른 형태로 교

    육과정이 구성되도록 만들고 있다. 학교를 위한 정책들이 정작 현장성이 결여되어 있어 오히려

    학교현장을 어렵게하고 무기력하게 만들었다. 특히 교육과정의 다양화와 특성화를 위해 단위학

    교에 자율성이 부과되었으나 정작 단위학교 차원에서 필요한 결정권이라고 볼 수 어려운 조치

    들이 이루어졌던 것이다. 학교가 감당할 수 있는 역량을 초과한 것들이라 제대로 목적을 구현

    할 수 없는 경우도 많았다.

    예를 들어 선택과목제의 경우 지침에 따르면 매 학기 2개 이상의 과목을 개설해야 하나 많은

    학교에서 처음부터 1개 과목만 학기별이나 학년별로 개설해서 모든 학생이 똑같은 과목을 이

    수하는 방식으로 운영되었다. 이는 선택과목을 맡아 지도할 교원의 확보에 많은 학교가 어려움

    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조영종, 2014). 수준별 교육과정은 소수의 학생에게만 혜택을 주는 등

    교육의 차별을 야기하였으며, 실제로 학생들의 수준을 구별할 평가기준도 명확하지 않았다. 이

    동식 수업은 주로 고등학교에 국한되었고, 학급수가 적은 초등학교에서는 실행이 불가능하였

    다. 특히 인력 부족과 시설 미비 등 교육 여건이 따르지 못했던 것이다(신현석 외, 2015). 특정

    과목을 학년별‧학기별로 몰아 학습하는 방식인 집중이수제는 교육과정 편제에 대한 학교별 재량권을 상당히 강화한 것임에도 불구, 도입 당시부터 현장의 많은 지탄을 받았고, 결국 사장되

    는 수순에 이르렀다.

    국가-지역 간의 갈등도 두드러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교육과정 자율화 과정에 따른 교과서

    검‧인정체제 문제를 들 수 있다. 실제 시‧도교육청에서 자체 인정도서를 출판하는 과정에서 시‧

  • 기조강연 ◈ 학교현장 중심으로의 교육과정 개발 패러다임 전환과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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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별 교과서 심의위원회 구성원의 전문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교육과

    정 자율성 확대의 부작용으로 교과서에 대한 편향성 논란, 기본적 수준의 통제와 질 관리 이슈

    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일부 시‧도교육청에서는 교육감의 정치적 성향과 신념에 따른 교과서를 출판하고 이를 학교에 무상으로 배포하면서 사실상 채택을 강제하고 있는 경우까지 있다.

    문제는 이러한 인정도서를 출판할 때 시‧도별 교과서 심의위원회의 통과가 이루어지면 교육부에서는 사실상 어떠한 조정도 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결국 이러한 교과서에 대해 교육감이 지

    방교육재정으로 출판비용을 부담하면서 소속 학교에게 교과서를 무료로 나눠줄 때, 공적재원이

    들어갔음에도 교육부는 이에 대한 책무성을 요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와 같은 문제가 나타나고 있는 기저에는 교육부가 제대로 된 교육과정 편수 기능을 발휘하

    고 있지 못함이 크다. 무엇을 어떻게 교육하고 평가할지를 교육과정을 통해 구현하는 것이야말

    로 교육부의 본령이다. 그럼에도 지나치게 관료화된 교육부는 유관 연구기관에 교육과정 및 그

    와 연관된 일련의 조치들을 일임해버리고, 부서의 장학사 등 교육전문직 몇 명이 기능적으로

    관리 역할을 담당하는 식으로 알맹이 없는 운영을 하고 있다. 작년 초부터 교육부가 편수전담

    조직을 부활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이는 사실 역사교과서 문제 때문이다.

    아래로의 권한 이양이 많은 수준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님에도, 서로 간의 역할이 어디까지 어떻

    게 이루어져야하는지 바람직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이와 같은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교육과정의 질 관리에 대한 관심증대는 단위학교 컨설팅적 접근에 쏠려 있다고

    볼 수 있다. 학교를 직접 지원한다는 측면에서는 분명 의미가 있으나, 지금의 갈등 관계에서 살펴

    보듯 보다 거시적인 차원에서의 거버넌스 조정과 협치 방안이 마련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Ⅲ. 학교현장 중심 교육과정 개발을 위한 과제

    앞서 논의한 국가수준 교육과정 개정과 관련된 문제점의 모든 기저에는 결국 실제 교육과정

    을 실행하는 주체인 교원의 역할은 매우 제한되거나 종속적이었다는 데에 있다. 현장교원들이

    교육과정 개정 과정에 참여하지 못함으로써 교사들의 내부로부터 나오는 노력을 이끌어낼 수

    없었고, 총론 중심의 현장과 유리된 교육과정의 변화는 진정 수업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

    향으로 제대로 나아가지 못하게 하였다.

    이제 교사들의 참여를 통해 개발되는 교육과정으로, 총론만 바뀌고 정작 내용, 즉 각론과 교

    과서의 변화는 가져오지 못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오히려 반대로 교과서의 변화요

    구가 교과서를 바꾸고, 교과서의 변화가 각론을 바꾸며, 바꾸어진 각론을 통해 총론이 집대성

    되는 형태로 방향이 전환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교원에게 교육과정을 맡기기만 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인가? 무조건적으로

    교사들에게 자율성을 제공하고 그들의 노력에 의지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닐 것이다. 한창 단위

    학교 중심 교육과정 도입이 논의되기 시작한 시기에는, 교사들에게 교육과정의 자율성을 허용

  • 국가교육과정포럼(현장교원중심) 5차포럼 ◈ 새로운 교육과정 현장 안착 방안, 이제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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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는 시각도 상당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교육통계연보에 따르

    면, 2015년 기준 전체 교원의 32.4%(155,407명)가 석‧박사 학위를 소지하고 있으며, 이 중 석사 학위를 취득한 교원은 150,026명(31.3%), 박사 학위를 취득한 교원은 5,381(1.1%)에 달한

    다. 석‧박사학위가 교육과정 개발을 위한 충분조건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학교현장의 경험과 더불어 학문연구와 학술진흥을 위한 일정한 능력을 함께 갖추었다면 이보다 더 적합한 자격을

    찾는 것은 아이러니라 생각된다. 현재 대한민국의 교사는 학교현장 중심의 교육과정의 도입을

    통하여 수업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잠재력이 이미 풍부하다 판단할 수 있는 것이다.

    충분한 능력을 갖춘 이들에게 합의의 과정을 충분히 거치지 않은채 새로운 교육과정 개정을

    통해 변화만을 요구하고 통제의 수단으로 삼는 것은 제약으로 인식될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하

    고, 오히려 그들의 연구와 창의력을 차단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상세하고 친절하게 교육과정

    을 개발해주고 그 교육과정의 적용은 교사에게 맡기는 식의 타일러 모형식의 해결방식은 한계

    를 가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탑다운(Top-down) 형식의 지속적인 교육과정 개편은 교사들

    에게 교육과정 개발은 교사들의 일이 아니라는 잘못된 교육과정관을 심어주게 되었다.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을 뿐 그 잠재력은 충분하다고 판단할 수 있는 만큼, 이제는 과감하게

    현장교사에게 교육과정 개발에 큰 역할을 부여해야만 그만큼 ‘연구’가 활성화되고 전문성이 촉

    진될 수 있을 것이다. 교사의 학습이 교육과정 개발 그 자체인 것이다. 이는 교사들이 현장에서

    익힌 경험과 예지를 반영할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세계적으로도 그 우수성을 인정받지만 자존

    감은 떨어져만 있는 대한민국 교사들의 현장분위기를 업(up) 시킬 수 있는 좋은 발판으로도 작

    용할 것이다.

    현장교원으로 개정의 주체가 변화되어 가는 가운데, 기존의 총론 위주의 개발 방식은 역으로

    교과서와 각론에 의해 총론이 바뀌는 식으로 함께 바뀌어 나가야 할 것이다. 교육본질적인 의

    도가 결여된 채 정권 변화에 의해 탑다운(Top-down)식으로 개발된 학자중심의 총론은 현장을

    이해하지도, 바꾸지도 못했다. 우리나라와 같이 전통적으로 중앙집중형의 교육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일본의 경우, 국가 교육과정도 법적 구속력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유사점을 찾을 수 있

    지만 그 개발과정의 속을 들여다보면 우리나라와 판이한 차이점을 갖고 있다. 일본의 경우 약

    10년 주기로 일본의 교육과정인 학습지도요령을 개정하고, ‘교육과정 실시 상황 조사’에 따라

    교과와 교과서 문제부터 파악하고 고쳐나간다. 즉, 현장의 요구를 받아들이는 식으로 이루어지

    는 것이지, 학자의 요구를 중점적으로 받아들이는 식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교원 스스로도 그만큼의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는 것이며, ‘교사연

    구자’가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교사의 연구를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자기교육연구

    (self-study)’라 할 수 있다. 자기교육연구는 본래 자신의 수업에 대한 학생들과의 상호작용을

    포함한 여러 가지 것들을 비판적으로 탐색하고, 거기서 얻은 교육적 지식을 다시금 자신의 교

    육활동에 적용함으로써 교육적 효과를 거두는 데에 의미가 있다. 교사 각 개인이 연구자가 되

    어 그룹으로 아이디어를 나누고 개발하면, 현장개선연구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며, 거

    기서부터 출발하는 변화가 바로 진정한 바텀업(Bottom-up) 방식인 것이다. 더욱이 속도성을

    바탕으로 정보를 끊임없이 재생산하는 현재의 SNS 시대에서 교사연구자들이 움직인다면, 엄청

  • 기조강연 ◈ 학교현장 중심으로의 교육과정 개발 패러다임 전환과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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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 힘을 가진 교육적 질서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교과서의 변화에서부터 총론까지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당연한 것이기도 하지

    만, 궁극적으로 교사들이 교과서의 주요 집필자 수준에 이르러야 한다. 그러한 수준의 이해를

    바탕으로 교과서를 해석하여 가르쳐야 진정한 의미의 교육과정의 현장착근이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다. 교과서에는 수십년의 경험과 수많은 전문가의 합의가 들어 있어 대단히 유용하지만, 이

    상적인 경우 교사는 교과서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도 있다. 이 말은 교사들이 교과서

    를 자기 자신이 집필할 수도 있을 만큼 교과의 내용에 대한 이해를 충분히 갖추고 있어야 한다

    는 뜻이며, 이렇게 되기 위해서 교사들은 그 내용에 대하여 계속적으로 공부를 하여야 한다(조

    용태, 1996). 교과서 개발진은 자기에게 주어져있는 교과내용을 표현해내어 교과서 등의 자료를

    집필하고, 이 일은 개발진에게 학습의 의미를 지녀 그로 하여금 교과내용을 더 잘 이해하게 해

    준다(조용태, 2015). 자기가 수업에서 사용할 교과서 이외에는 내용에 관심을 갖지 않고 교육

    방법과 새로운 기법에만 관심을 기울이는 것과 같은 낮은 수준의 접근으로는 교육과정의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 지금까지의 위로부터의 결정권이, 아래 즉 현장으로 무게중심을 옮겨가는 가

    운데, 지금까지 교육과정 개발에 참여하였던 주체들의 이상적인 절충은 어떤 방식으로 나타나야

    할 것인가? 이는 각 교사의 ‘개인적’인 연구들이 그룹으로 모아지고 의견이 나누어질 때 가능해

    질 수 있다. 즉 현장개선은 ‘협동적’이고 ‘단체적’인 성격이 중요하며, 그 그룹의 구성은 동료교

    사는 물론이고 대학교수를 ‘비판적 친구’로 연구과정에 합류시켜 다양한 관점에서 보다 비판적

    으로 연구가 진행되도록 해야 한다(최의창, 1998). 그간의 교육과정 개발이 학자 중심으로 이루

    어졌던 것을 미루어 볼 때도, 많은 학자들이 그 공동체에 합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결합이 일상적인 상태에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우선

    적으로 구심점과 발판이 될 수 있는 결합의 장이 새롭게 생성될 필요가 있다. 그 결합의 장은

    바로 교총과 같은 교원전문직연구단체와 교사와 학자가 함께 활동하고 있는 실천지향의 교과‧교육학회 및 교과연구회의 만남이 현재로서 최상이라고 본다. 한 쪽에서는 현장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다고 개탄하고, 한 쪽에서는 나 몰라라 이론에 기반을 둔 이상적인 이야기만 늘어놓는

    것은 소모적일 뿐이다. 있는 그대로 교육과정에 있어서의 이론과 실제의 분리불가능성을 인정

    하고 그 구체적인 해결책을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이와 같이 국가수준 교육과정 개편의 중심축은 현장교원을 중심으로 조정되어야 하지만, 교

    육부에서도 교과별‧지역별‧학교규모 및 여건별‧구성원 특성별로 적용점을 조정하는 역할은 오히려 과거보다 더욱 강화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최근 정치적 공방으로까지 확산된 한국사 교과

    서 논란에서 보듯이, 교과서를 개발하는 과정에서의 교육부의 편수기능이 대폭 보강될 필요가

    있다. 발행 체제에 대한 논의를 떠나, 현재의 교과서에 많은 오류가 있고 내용상의 객관성이 담

    보되지 못해 많은 혼란이 야기되고 있음이 이번 사태를 통해 드러났다. 해당 학문이 ‘교육적’

    차원에서 어떤 의미와 내용으로 걸러져야 하는지에 대한 장치가 미비했던 것이다.

    중앙교육행정기관은 교육에 대한 정치적 중립을 보장하고, 학생에게 국민으로서의 기본적인

    인식과 국가에 대한 가치관을 형성함에 있어서 중립적인 시각을 제시할 수 있도록 최소한 의무

    교육단계에서 기본적인 국가적‧사회적 가치를 교육과정에 반영해야 할 의무가 있다. 이를 위해

  • 국가교육과정포럼(현장교원중심) 5차포럼 ◈ 새로운 교육과정 현장 안착 방안, 이제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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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수준 교육과정은 교원의 요구에 의해 변화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교육과정 거버넌스에 대

    한 자율적 참여를 보장하는 개방형 구조로 구성하는 가운데, 교육부의 교육과정 편수‧감수기능은 강화되어야 한다. 기본적으로 교육부의 조직구성에 있어서도 교육전문직 중심으로 관련 부

    서를 확대‧보강하고, 교육과정 업무에 관여하고 있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 한국과학창의재단, 국사편찬위원회, 한국개발연구원 등의 유기적 연계 시스템을 구축하여 교육과정 및 교과서 개

    발 및 검정 업무의 노하우와 전문성을 키워나가야 한다.

    Ⅳ. 결 론

    오랜 기간 동안 교육과정 개정은 수업장면과 현장에 의한 교육적 필요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

    정치권력의 변동과 그에 따른 교육운영 철학과 성과에 대한 욕구에 의해 좌지우지 되면서, 학

    교현장의 공감을 얻지 못했다. 사회 변화에 따른 흐름을 적의 반영하며, 특히 실제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현장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하여 수시 개정 체제가 도입되었지만, 정작 수시 개정 또

    한 하향식(Top-down)의 실험적 내용으로 이루어지면서 파행적으로 이루어졌다. 특히 위로부

    터의 개정 방식이 지속되면서 총론←각론←교과서의 방향으로 종속되는 구조가 거의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가운데, 실제 수업 ‘내용’이 변화 여부를 생각해보면 회의적이다. 학교현장에서

    는 온갖 혼란을 거쳐 교육과정에 적응하나 싶으면 또 다른 교육과정을 마주해야 했고, 복수의

    교육과정과 그에 따른 교과서를 소화해내야 했을 뿐이다.

    교육과정의 질 관리, 특히 자율성 확대에 따른 후속 조치도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못하다.

    교육과정의 다양화와 특성화를 위해 단위학교에 자율성이 부과되었으나 정작 단위학교 차원에

    서 감당할 수 없는 것들이라 제대로 목적을 구현할 수 없었다. 한편 시‧도교육청에 부여된 교육과정 자율권 확대의 부작용으로 교과서에 대한 편향성 논란, 기본적 수준의 통제와 질 관리 이

    슈가 나타나고 있음에도 교육부가 어찌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학교, 지역, 국가, 연구기관 등

    교육과정에 관여하는 거버넌스 협치와 역할 분담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교육부는

    관료화된 조직 문화 속에 무엇을 어떻게 교육하고 평가할지를 교육과정을 통해 구현하는 스스

    로의 ‘본령’을 제대로 구현하는 것, 즉 교육과정 편수 기능을 발휘하고 있지 못해 왔다.

    이제 학교현장 중심으로 교육과정 개발의 패러다임이 전환되어야 한다는 것은 자명하다. 교

    육본질적 필요에 의해, 더 구체적으로는 교육과정이 구현되는 ‘수업’ 변화의 필요에 의해 교육

    과정이 변화되어야 한다. 이론(theory)과 실제(practice)의 간극, 총론과 각론의 괴리를 메울 수

    있는 주체는 교사임이 분명하다. 현재의 우리나라 교사의 소위 객관적 스펙을 감안하면, 교육

    과정 개정 변화의 주체가 될 능력과 잠재력을 충분히 갖추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그 교사는

    ‘연구하는 자’이어야 한다. 교사가 하는 연구는 교육과정을 실천하는 스스로를 대상으로 하는

    연구이며, 그러한 연구의 축적과 연구공동체에서의 논의와 공유는 다시 큰 수준(국가수준)의

    교육과정을 만들어가는 호순환을 실현해 갈 수 있다. 교사가 직접 수업 시간에 활용하는 교과

  • 기조강연 ◈ 학교현장 중심으로의 교육과정 개발 패러다임 전환과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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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의 변화를 추구함으로써, 각론의 변화와 총론의 재설계까지 나아가야 한다.

    그 과정에서 전문적 연구역량을 가진 교수, 학자 집단의 도움이 필요하고, 정부 차원의 지원

    도 요청된다. 하지만 그것이 관조적(觀照的) 입장이어서는 안 된다. 그동안 우리가 간과해왔던 교사의 자발적 연구를 통한 실천적 지혜만이 학교를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이라는 인식에서부터

    모든 것은 출발해야 하며, 거기에 보탬이 되느냐의 여부가 기준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교총과

    같은 교원전문직연구단체와 교사와 학자가 함께 활동하고 있는 교과‧교육학회 및 교과연구회가 실천지향의 교육과정을 목적으로 해후(邂逅)해야 할 것이다. 교육부는 일반행정을 중심으로 하드웨어의 관심에만 관심을 갖는 것이 아니라, 교육과정 편수 시스템의 개폭 강화를 통해 국가

    적으로 이루어지는 교육의 내용을 책임짐으로써 그 본령을 되살려야 할 것이다.

    본 포럼이 이번 포럼을 마지막으로 올해 마무리됨에 따라 한 마디 덧붙이고자 한다. 본 포럼

    의 주요 주체인 새교육개혁포럼(2013.11)은 필자가 본 고에서 강조한 교사의 교육을 이해하고

    그것을 통해 대한민국 교육과정을 개선하려는 탐구지향적인 관점에서 창립된 교육공동체로 출

    범하였다. 이는 한국교총이 창립과 함께 주창한 새교육(New-Education)과 현장연구운동의 취

    지와 정신을 이어받아, 현장중심의 상향식 교육정책 및 교육과정 형성을 위한 새로운 시도이

    다. 역사적으로 한국교총은 현장교육연구대회(1952~)나 교육자료전(1970~)을 통해, 학교현장

    의 연구열을 조성하면서, 교사들 스스로의 힘으로 교육과정과 수업 등 교육방법 개선을 이뤄내

    고자 했다. 전쟁 속에서 이뤄진 1952년 제1회 현장교육연구대회의 대주제는 ‘교육과정의 개조’

    였다. 당시 대한민국 교육이 모든 면에서 미국의 진보주의 교육철학과 교육방법을 배우고 그것

    을 무비판적으로 이식하고 수용하려는 경향이 강한 상황에서, 현장교원 스스로가 대한민국 교

    육상황에 맞는 적절한 교육과정을 새롭게 모색했다는 점에서 대회의 의미가 컸다. 마찬가지로,

    새교육개혁포럼을 중심으로, 전국의 모든 교원들이 예외없이 한결같이 교사연구를 기본으로 삼

    고 움직여나가고, 그러한 추동력을 바탕으로 살아있는 국가수준의 교육과정이 만들어지기를 진

    심으로 기대한다. 끝.

  • 국가교육과정포럼(현장교원중심) 5차포럼 ◈ 새로운 교육과정 현장 안착 방안, 이제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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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발 제]

    2015 개정 교육과정의 방향과 과제

    김경자 (국가교육과정개정연구위원회 위원장)

  • 발 제 ◈ 2015 개정 교육과정의 방향과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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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 개정 교육과정의 방향과 과제

    김 경 자 (국가교육과정개정연구위원장・이화여대 명예교수)

    I. 2015 개정 교육과정의 배경 및 기본 방향

    1. 개정의 배경

    우리나라의 국가 교육과정은 「초․중등교육법」 제23조 제2항에 의거하여 고시되며, 초․중등교육의 방향을 제시하는 청사진이자 학교교육 실천의 근간을 이룬다. 그동안 우리나라 국가 교

    육과정은 국가․사회적 요구 및 학생의 요구 변화와 학습과학의 발전, 교과 동향 등 교육의 내적 및 외적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면서 현행 교육과정의 실행상의 문제점을 보완하는 방식으

    로 개정을 거듭해왔다. 2015 개정 교육과정 또한 이러한 법적 근거에 따라 초․중등학교에서 편성․운영하여야 질 높은 학교 교육과정의 공통적이고 일반적인 기준으로서 학생의 바람직한 성장을 이끌어내고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정되었다.

    가. 국가․사회적 요구2015 개정 교육과정의 중요한 배경의 한 측면은 ‘창의융합형 인재’ 양성에 대한 국가 사회적

    요구이다. 2008년 11월 국가과학기술위원회는 범부처 차원에서 ‘국가융합기술발전기본계획

    (’09~‘13)’을 발표하였고, 기술․미래상을 실현하기 위해서 ‘창의융합형 인재’ 양성을 요청하였다. 이어서 2014년 2월 ‘국가융합기술발전전략’을 발표하였고, ‘인문학과 과학의 융합 확대’,

    ‘창의융합형 인재 양성’을 5대 전략에 포함시켰다. 이는 미래 사회는 융합기술이 주도하는 산업

    구조를 갖춘 사회가 될 것으로 예측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2009 개정 교육과정이 고시된 후 융합인재교육(STEAM)이라는 교수․학습 프로그램은 이러한 요구에 대한 부분적 대응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창의융합형 인재 양성에

    대한 요구는 지속되었고, 2013년 10월 ‘2017년 대입제도 확정 발표’와 함께 ‘2015 융합형 교

    육과정’ 개편 추진 일정이 발표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2014년 2월 교육부는 인문학적 상상력

    과 과학기술 창조력을 갖춘 인재를 키울 수 있도록 문․이관 칸막이를 없애는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 기본방향(안)’을 발표하였다. 그 후, 기초연구들이 수행되었고 2014년 9월 교육부는

    ‘2015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 총론’의 주요 사항 내용을 발표하였다. 그리고 이에 기초한 다

  • 국가교육과정포럼(현장교원중심) 5차포럼 ◈ 새로운 교육과정 현장 안착 방안, 이제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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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의 총론과 교과 교육과정 정책 연구들이 수행되었고, 2015년 9월 4일 교육부는 ‘2015 개정

    교육과정 총론’과 24개 교과 교육과정을 고시하게 되었다.

    나. 학습자 요구와 학습과학 동향

    창의융합형 인재에 대한 국가․사회적 요구로 촉발된 국가 교육과정 개정 연구는 개정의 방향과 교육의 목적을 설정하기 위하여 학생의 요구 변화와 학습과학의 발전, 교과 동향을 고찰해야 하

    고, 현행 교육과정의 실행 상의 문제점들을 검토해야 한다. 먼저, 여러 가지 국제 비교 지표들에

    의하면, 우리나라 학생들은 과도한 학습량으로 인한 학습부담을 지고 있으며, 단편적 지식 교육

    과 지나친 암기중심 교육 그리고 문제풀이 학습에 매몰되어 행복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

    전히 “넓게 많이 알게 하는 교육(a mild wide and an inch deep education)”을 하고 있다는 것

    이다. 재미있어서 몰입하여 학습을 하지 않을 때 학생들은 행복하지 않고 공부에 대한 의미를 찾

    지 못한다. 그리고 배울 내용이 너무 많고 이들 내용들이 서로 연결성이 낮을 때 단기적으로 밖

    에 그 내용을 기억하지 못하게 되고 그 내용들은 창의성의 발현이나 융합의 기반이 되지 못한다.

    최근 학습과학의 동향 또한 우리나라 학생들의 학습은 깊이 있는 지식에 이르거나 창의적인

    산출물을 도출할 수 있는 사고 활동을 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고 있다. 학생들은

    개념적 이해를 통해 학습하며, 자신이 가진 선지식에 기초하여 학습하고 자신의 학습 과정을

    주도적으로 통제하려는 경향성을 가지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리고 창의성, 창의융합적 능력은

    교육 내용을 재현하는 것을 넘어서는 것이어야 한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학생들은 교과 내

    용에 대한 피상적 이해를 넘어 심층적 이해를 해야 한다. 학생들은 교과의 기저에 놓인 큰 개

    념 또는 빅아이디어1)를 복잡한 사고를 통해 자기 주도적으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그것은 수

    많은 사실을 암기하는 학습과는 다른 것이다.

    다. 교과 전문가의 견해

    최근 교과 연구 동향을 살펴보면, 앞서 살펴 본 최근 학습과학 동향과 맥을 같이 한다. 인간

    은 이해를 통해 학습한다는 원리에 주목하고 소수의 핵심 개념과 빅 아이디어를 교과 내용으로

    선정할 때 심층적 학습이 가능하다고 한다. 즉 학생들의 깊이 있는 이해를 통해 다양한 맥락

    속에서 그 지식을 적용하고 활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는 아주 새로운 아

    이디어는 아니다. Bruner(1977)는 당시 교과의 내용을 사소하고 단편적이라고 보았고 교과 내

    용의 상호관련성과 통합성을 담보하기 위해 ‘지식의 구조’라는 개념을 사용하였다. 그 후 그의

    이론은 교육 내용, 교수․학습, 평가와의 일관성을 고려하고 개발자뿐만 아니라 교사가 교과의

    1) 빅 아이디어는 비슷한 개념들끼리 묶이기도 하고 하나의 개념이 다른 하나의 개념을 불러오기도 하는데 이때 비슷한 개념들끼리 묶여진 상위의 개념을 의미한다. 빅 아이디어는 어떤 개념보다 포섭력이 클 때 상대적인 의미로 큰 개념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현대에 와서 교과 지식 간, 영역 간, 교과 간의 연결성을 보기 위해서 빅 아이디어가 강조된다. 예를 들어, 역사의 개념들을 묶어서 ‘시간, 영속성, 변화’로 묵게 되면 이는 역사 교과의 빅 아이디어가 될 수 있다. 그리고 ‘계절의 변화, 식물의 변화, 동물의 변화’를 묶어서 ‘변화’라는 빅 아이디어를 통해 교과 간의 연계를 볼 수도 있다.

  • 발 제 ◈ 2015 개정 교육과정의 방향과 과제

    21

    담론을 이해하고 가르칠 수 있도록 하는데 강조점을 두는 방식으로 발전되었다(Wiggins &

    McTighe, 2005; Wiske, 1998).

    많은 나라에서 이미 이러한 방식으로 교과 내용을 선정하고 조직하여 실제적으로 학습량을 감

    축하고 미래 사회에 적합한 역량을 기르고자 한다. “적게 가르치는 것이 많이 가르치는 것이다

    (Less is more.).” “무엇을 추가할까가 아니라 무엇을 뺄 것인가를 고려해야 한다.”라는 선진국의

    교과 교육과정 개발 원리가 그것이다. 이러한 교과 내용의 선정 조직 원리는 이제 많은 나라에

    서 교육과정, 교수․학습, 평가 연구와 개발에 적용되고 있다. 싱가포르가 한 때 교육부 홈페이지 대문에 “적게 가르치는 것이 많이 가르치는 것이다.”라는 표어를 내 걸고 교육과정 개정을 진행

    한 바가 있다. 미국에서는 엘리트 과학교육을 극복하고 모든 사람들이 과학적 소양을 가질 수

    있도록 학교에 더 많은 것을 가르치라고 요구하지 말고 아주 중요하고 필수적인 것을 가르칠 수

    있도록 과학 교육과정을 개정하였고 다른 교과 교육과정도 이러한 원칙에 따라 개발되고 있다.

    라. 현행 교육과정에 대한 문제점

    국가 교육과정 개정은 앞선 세 가지 요구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하더라도 현재 진행 중인 국가

    교육과정의 흐름을 이어받아 이루어진다. 현장에서는 잦은 국가 교육과정 개정으로 인한 피로감

    과 함께, 현행 교육과정 편제의 중요사항인 집중이수, 창의적 체험활동 실행 상의 문제점, 과도

    한 범교과 학습주제, 교과 내용의 적정화에 대한 검토․개선 요구가 표출되었다. 그리고 2009 개정 교육과정에서의 변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배워야 할 내용이 많고, 교과서 내용은 줄어

    들지 않아 수업 개선이 어려운 점, 교과 간의 연계성 부족과 시수 부족으로 융합이나 통합이 어

    려운 점, 교과서가 교육과정을 대체하고 있는 점 등의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2. 개정의 방향

    가. 개정의 방향

    1) 창의융합형 인재 양성

    앞서 진술한 개정의 배경은 아래와 같이 교육과정 개정의 방향으로 구체화되었고 그 의도 또

    한 다음과 같이 명시화되었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은 “학교교육을 통해 모든 학생들이 인문 ․ 사회 ․ 과학기술에 대한 기초 소양을 함양하여 인문학적 상상력과 과학기술 창조력을 갖춘 창의융합형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우리 교육을 근본적으로 개혁하려는” 교육적 의도를 가지고

    개정된다고 하였다. 그리고 2009 개정 교육과정이 추구한 ‘창의적인 인재 양성’ 의 기본 정신

    을 유지하되, 현장 적용 과정에서 제기된 문제점을 개선하고, 교육환경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

    응하기 위해 국가 ․사회적 요구를 반영하여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창의융합형 인재를 양성할 수 있도록 초‧중등 교육과정을 개선한다는 것이다. 이렇듯 개정의 가장 큰 방향은 ‘창의융합형 인재’를 양성하자는 데 있다.

  • 국가교육과정포럼(현장교원중심) 5차포럼 ◈ 새로운 교육과정 현장 안착 방안, 이제부터 시작이다!

    22

    창의융합형 인재는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인문학적 상상력과 과학기술 창조력을 갖추고

    바른 인성을 겸비하여 새로운 지식을 창조하고 다양한 지식을 융합하여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사람”으로 정의되었다. 이 정의에는 현재 학교교육에서 간과되고 있는 인문학적 상상

    력에 대한 가치, 바른 인성에 대한 가치, 융합의 가치 등이 포함되었다. 다양한 관점에서 사물

    을 보는 능력, 인간에 대한 공감적 이해 능력, 사람과 자연에 대한 심미적이고 감성적인 능력

    등과 같은 인문학적 가치는 학교교육과정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지지 않아 왔다. 그러나 미래 사

    회는 인문학적 상상력과 과학기술의 융합은 우리 삶을 예측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변화시킨다

    고 할 때, 2015 개정 교육과정은 창의융합이라는 가치와 함께 그동안 학교교육에서 간과되어

    온 가치들에 특별히 주목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2) 개정의 원칙

    창의융합형 인재를 양성하기 위하여 다음과 같은 개정 원칙이 작동되었다.

    첫째, 인문․사회․과학기술에 대한 기초소양 교육을 강화한다. 이를 위해 초․중등학교 전 교육 기간을 통하여 기초소양이 균형있게 개발되도록 한다. 독서교육이 강화되고, 고등학교에서는 교과

    영역별 기초소양의 균형있는 계발을 위해 ‘공통과목’ 제도를 재도입하며 사회과 및 과학과의 공

    통과목은 ‘통합사회’, ‘통합과학’ 등 융합 과목으로 개발한다. 아울러 문․이과 칸막이를 야기하고 있는 수능 체제 개선 방향을 다각적으로 고려하여 고등학교 교육과정 편제를 개발하도록 한다.

    둘째, 학생의 ‘꿈과 끼’를 키울 수 있는 학생중심의 교육과정을 개발한다. 기초 소양 함양을 이

    유로 자칫 모든 학생들에게 획일적인 교육과정을 경험하게 하는 것은 경계되어야 하며, 기초소양

    을 바탕으로 학생 개개인의 꿈과 끼를 키워주는 ‘맞춤형 선택학습’이 가능한 교육과정을 개발한다.

    고등학교의 선택 과목을 학생이 선택권을 갖는 방향으로 설정되도록 노력하며, 중학교 학생들의

    진로탐색활동을 지원하는 자유학기제의 정착 및 확산을 위한 편성․운영 지침을 마련하도록 한다.셋째,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핵심 역량이 가능한 교육과정을 마련한다. 핵심 역량은 2009 개

    정 교육과정에서도 강조되었으나 교육과정 총론에는 반영되지 못하였다. 핵심 역량은 교과와 창

    의적 체험활동을 통해 학생이 드러내야 할 능력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역량은 학생의 전인적

    발달을 지향하며 “지식이나 기능을 뛰어 넘는 것”으로서 “특정 주어진 상황에서 심리․사회적인 자원(기능과 태도를 포함)을 이용하거나 동원하여 복잡한 요구를 성공적으로 해결하는 능력”을

    의미한다(OECD, 2005: 5). 총론에서 제시하는 핵심 역량은 창의융합형 인재가 갖추어야 할 일

    반적 능력이며 교과와 창의적 체험활동을 포함한 학교의 지도하에 일어나는 모든 교육활동을 통

    해 길러진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교과 교육과정에서는 학생이 교과를 배워서 잘 할 수 있는

    교과 특수적 역량을 제시한다. 교과 교육과정 개발자는 교과 교육과정을 통해 학생들이 잘 할

    수 있는 그리고 수행으로 드러내야 할 소수의 총체적이고도 복합적인 역량을 규정한다.

    핵심 역량은 교과의 학습량 적정화를 요청한다. 학습량을 적정화해야 창의융합적 사고를 기

    를 수 있고 핵심 역량을 기를 수 있다. 이를 위해 학생의 학습 부담을 줄여야 하고, 학생이 몰

    입하여 재미있게 학습해야 한다고 할 때, 학습량 적정화는 핵심역량 선정과 함께 이번 2015 개

    정 국가 교육과정에서 중점적인 지향점이 된다. 학습량 적정화는 단순한 양의 축소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소수의 핵심 개념을 중심으로 교과 교육과정을 재구조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 발 제 ◈ 2015 개정 교육과정의 방향과 과제

    23

    학습량 적정화를 위해서는 우선 교과의 전체 구조를 관통하는 소수의 핵심 개념을 결정하고,

    이들 핵심 개념들이 어떻게 연결되어 전체 교과를 이루는가를 보여주어야 한다. 이를 위해 교

    과들을 연결할 수 있는 더 큰 개념과 빅 아이디어와 원리를 찾아야 한다. 교과 간의 연결을 활

    성화해야 진정으로 창의융합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학생들이 스스로 핵심 개념과 원

    리를 찾아가도록 탐구방법을 결정해야 한다. 학생들이 한 교과의 학습과 다른 교과의 학습을

    연결하면서 능동적으로 자신의 삶과 학습의 문제를 융합적으로 해결해 나갈 수 있도록 교육 내

    용의 질적인 성격을 따져서 학습량을 적정화해야 한다. 이는 한 교과의 내용을 양적으로 20%,

    30% 감축한다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이야기이다.

    넷째, ‘모든’ 학생을 창의융합형 인재로 기른다는 목표를 성취하고 핵심 역량을 기르기 위해서

    는 교육 내용, 교수․학습, 평가가 일관성 있게 이루어지도록 한다. 교수․학습에서 교사는 학생의 다양한 특성과 요구를 파악하여 국가 교육과정의 내용을 재구성하고 학생이 특정 맥락에서 학습

    한 내용을 새로운 문제 상황에 적용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풍부한 학습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평가에서는 교사가 진단, 형성, 총괄 평가를 하고, 다양한 평가 방법을 활

    용하여 학생이 학습한 내용을 수행을 통해 드러낼 수 있도록 한다. 그리고 자주 형성 평가를 하

    여 학생들이 제대로 개념을 이해하고 수행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학생의 진보 상태를 파악하고,

    그 정보를 가지고 교수․학습 개선을 해야 한다. 그리고 핵심 개념과 더 큰 개념을 통해 교과 내 지식 간, 영역 간, 교과 간 연결을 하여 융합적 사고를 기르도록 해야 한다면 그리고 그것을 수행

    을 통해 드러내야 한다면 반드시 수행평가를 포함해야 한다. 또한 학생은 교사가 제공하는 피드

    백에 기초하여 자신의 학습을 지속적으로 평가하는 자기 평가의 기회를 갖도록 해야 할 것이다.

    3) 개정의 체제 및 절차

    이번 2015 개정 교육과정의 연구 절차는 이전과 달리 ‘숙의’2)의 방법을 적용하였다. 그리고

    총론을 개발하고 각론을 개발하든 종전과 달리 총론과 각론을 동시에 개발하였다.

    첫째, 숙의 과정은 다음과 같이 진행되었다. 개정의 필요성과 상황을 개발 주체들이 인식하여

    방향을 결정하고 그 방향을 정당화하는 숙의의 과정을 거치는 방식으로 연구가 진행되었다. 그

    리고 개정의 방향을 토대로 국가교육과정 요소들의 소망스러운 상태를 설계하고 ‘선택’하는 방

    식으로 진행되었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관점을 가진 연구진들이 플랫폼, 즉 개정방향에 대한

    숙의를 통해 연구의 공통기반을 마련하였다. 그런 다음,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과 자료들을 수합․검토하여 각 요소에 대한 대안들을 결정하고 각 대안으로부터 야기될 수 있는 결과들을 추적하

    여 각 대안의 결과를 비교하는 방식으로 최선의 대안을 선택하였다. 그런 다음 선택된 대안을

    실행할 수 있도록 구체적 설계를 하고 다시 설계 대안들을 가지고 숙의를 하여 최종안을 결정하

    였다. 의사결정 단계마다 개발자와 참여자의 활동 및 개발 관련 자료들을 치밀하게 분석하였다.

    둘째, 총론과 각론이 동시에 개발되는 체제를 구축하여 숙의 과정이 민주적이고 효과적으로

    2) 숙의는 Schwab(1971)과 Walker(1971)의 실제적 교육과정 개발 모형에 기초한 것이다. 숙의는 교육과정 연구․개발을 ‘선택’과 ‘행동’에 관한 실제적 문제로 접근하는 개발 모형이다. 이러한 ‘선택’과 ‘행동’의 바탕에는 특정 교육과정 상황 속에 참가하고 있는 사람들의 숙의의 과정이 있다고 본다. 따라서 Walker는 개발자의 자신에 대한 성찰과 개발 과정에 참여한 사람들의 활동 및 개발 자료들에 대한 분석을 통해 교육과정이 개발되어야 하는 것으로 본다.

  • 국가교육과정포럼(현장교원중심) 5차포럼 ◈ 새로운 교육과정 현장 안착 방안, 이제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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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 개정 교육과정 총론 문서 체제 2015 개정 교육과정 총론 문서 체제

    교육부 고시 일정 교육부 고시 일정교육과정의 성격 교육과정의 성격

    Ⅰ. 교육과정 구성의 방향 1. 추구하는 인간상 2. 교육과정 구성의 방침

    Ⅰ. 교육과정 구성의 방향 1. 추구하는 인간상 2. 교육과정의 중점(새로운 내용) 3. 학교 급별 교육목표(위치 이동)

    Ⅱ. 학교 급별 교육과정 편성과 운영 1. 초등학교 2. 중학교 3. 고등학교

    Ⅱ. 학교 급별 교육과정 편성·운영의 기준 1. 기본 사항 2. 초등학교 3. 중학교 4. 고등학교 5. 특수한 학교에서의 교육과정 편성 ․ 운영

    4. 학교 급별 공통 사항 Ⅲ. 학교 교육과정 편성‧운영 1. 기본 사항

    진행되도록 하였다. 국가교육과정개정연구위원회를 통해 교육과정 개정을 총괄하고 주요 쟁점을

    조정하는 역할을 담당하게 하였으며 총론 및 교과 교육과정 시안 개발을 위한 정책 연구를 동시

    에 추진하였다. 이는 그동안 교육과정 개정에서 총론이 먼저 개발되고 교과 교육과정이 나중에

    개발되면서 생기는 총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