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세계경제 주요 이슈, lgeri, 141216

16
LGERI 리포트 2 LG Business Insight 2014 12 17 미국에서 시작된 셰일오일 붐이 국제석유시장의 기존 틀을 흔들고 있다. 유가약세 흐름은 2015년에도 이어 질 것이다. 유가하락은 소비자들의 구매력을 높여 세계경제 회복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반면 경제의 석유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은 부진을 면치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2015년에는 미국의 정책금리 인상 폭과 시기를 두고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것이다. 미국 연 준은 여러 경제지표가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지만 노동시장 개선이 충분치 않다는 이유로 금리인상에 신중한 편이다. 내년 하반기 이후 금리인상에 나서겠지만 인상 폭과 속도는 완만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의 유가하락 으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한층 낮아진 점도 금리인상을 늦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중국은 부동산 가격 조정이 내년에도 이어지면서 성장세 하락이 지속될 것이다. 투자와 수출중심의 기존의 성장방식을 버리고 소비와 지속가능성에 방점을 둔 새로운 성장방식으로 전환하려는 중국당국의 정책목표를 감안할 때도 성장률 하락은 불가피하다. 유럽은 디플레이션의 위험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각국의 견 해 차이가 크고 정치적 제도에 결함이 있어 성공을 확신하기는 어렵다. 일본도 처지는 다르지 않다. 과감한 통 화정책으로 성장과 물가를 높이는 데는 성공했지만 효과가 점차 약해지고 있다. 성장전략을 통해 경제구조를 개선하지 않는다면 아베노믹스의 성공은 멀어질 것이다. 신흥국 내에서는 원자재 수출 비중이 높고 경제정책 변화가 없는 국가들이 부진할 것이다. 국제적 고립을 자처한 러시아, 재정적자를 용인하고 있는 브라질, 베네수엘라 등이 대표적이다. 반면 원자재 수입국은 경상수 지가 개선되고 구매력이 상승하면서 성장활력을 되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인도는 지난해 이후의 정책변화 가 성과를 거두면서 성장궤도에 복귀할 것으로 기대된다.■ 2015년 세계경제 주요 이슈 경제연구부문 [email protected] 1. 원자재 가격 하락의 파장 2. 미 연준의 고민과 국제금융시장 불안 3. 부동산 조정으로 성장세 하락하는 중국 4. 유럽의 디플레이션 진입 우려 5. 시험대에 오른 아베노믹스의 성장전략 6. 명암이 엇갈리는 신흥국 맺음말

Upload: giru-jang

Post on 11-Jul-2015

681 views

Category:

Documents


4 download

TRANSCRIPT

Page 1: 2015년 세계경제 주요 이슈, LGERI, 141216

LGERI 리포트

2 LG Business Insight 2014 12 17

미국에서 시작된 셰일오일 붐이 국제석유시장의 기존 틀을 흔들고 있다. 유가약세 흐름은 2015년에도 이어

질 것이다. 유가하락은 소비자들의 구매력을 높여 세계경제 회복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반면 경제의

석유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은 부진을 면치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2015년에는 미국의 정책금리 인상 폭과 시기를 두고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것이다. 미국 연

준은 여러 경제지표가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지만 노동시장 개선이 충분치 않다는 이유로 금리인상에 신중한

편이다. 내년 하반기 이후 금리인상에 나서겠지만 인상 폭과 속도는 완만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의 유가하락

으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한층 낮아진 점도 금리인상을 늦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중국은 부동산 가격 조정이 내년에도 이어지면서 성장세 하락이 지속될 것이다. 투자와 수출중심의 기존의

성장방식을 버리고 소비와 지속가능성에 방점을 둔 새로운 성장방식으로 전환하려는 중국당국의 정책목표를

감안할 때도 성장률 하락은 불가피하다. 유럽은 디플레이션의 위험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각국의 견

해 차이가 크고 정치적 제도에 결함이 있어 성공을 확신하기는 어렵다. 일본도 처지는 다르지 않다. 과감한 통

화정책으로 성장과 물가를 높이는 데는 성공했지만 효과가 점차 약해지고 있다. 성장전략을 통해 경제구조를

개선하지 않는다면 아베노믹스의 성공은 멀어질 것이다.

신흥국 내에서는 원자재 수출 비중이 높고 경제정책 변화가 없는 국가들이 부진할 것이다. 국제적 고립을

자처한 러시아, 재정적자를 용인하고 있는 브라질, 베네수엘라 등이 대표적이다. 반면 원자재 수입국은 경상수

지가 개선되고 구매력이 상승하면서 성장활력을 되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인도는 지난해 이후의 정책변화

가 성과를 거두면서 성장궤도에 복귀할 것으로 기대된다.■

2015년 세계경제 주요 이슈

경제연구부문 [email protected]

1. 원자재 가격 하락의 파장

2. 미 연준의 고민과 국제금융시장 불안

3. 부동산 조정으로 성장세 하락하는 중국

4. 유럽의 디플레이션 진입 우려

5. 시험대에 오른 아베노믹스의 성장전략

6. 명암이 엇갈리는 신흥국

맺음말

Page 2: 2015년 세계경제 주요 이슈, LGERI, 141216

LGER

I 리포

LG Business Insight 2014 12 17 3

유가하락, 미국의

출구전략 등이

2015년 세계경제의

주요 변수이다.

“2015년에도 세계경제는 여전히 2008년 금융위기의 그림자에서 벗어나기 어려

울 것이다. 금리인상 카드를 꺼낼 정도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미국은 위기 이후

세 배 이상 부풀어 오른 중앙은행의 대차대조표를 줄이는 ‘출구전략’을 큰 부작용 없

이 실행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유럽은 금융위기로 인해 노출된 제도적 결함은

그대로 둔 채 경기침체와 디플레이션을 극복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일본은

뒤늦게 세 발의 화살을 쏘았지만 수출부진 속에 물가가 오르면서 생활수준만 하락

하는 역풍을 맞고 있다.

선진국만 어려운 처지에 있는 것은 아니다. 투자활성화를 통해 2008년 금융위기

를 넘겼던 중국은 과잉공급과 과다부채 속에 새로운 발전모형으로 전환을 모색하고

있으나 성과는 아직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원자재 가격 상승의 최대수혜자였던

국가들이 이제는 재정적자뿐만 아니라 금융위기까지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여 있

다. 국제적 고립에 몰린 러시아나 확장적 기조를 여전히 고수하고 있는 브라질, 베

네수엘라 등이 가장 위태로운 국가로 꼽히고 있다. 미국발 금리인상이 초래할 지도

모르는 국제금융시장의 혼란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간 우리경제는 내수의 구조적 부진 속에 수출을 버팀목으로 성장해 왔다. 그렇

지만 2015년에는 올해에 이어 주요 수출시장인 중국과 유럽의 부진에다 우리가 남

들보다 한 발 앞서 진출했던 신흥국들의 빠른 성장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나홀로 성장을 구가하는 미국경제가 버팀목이 되기에는 우리경제의 미국의존

도가 과거보다 현저히 낮아졌다. 원유가격 하락이 우리경제에 유리한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내수부양 효과가 나타나겠지만 복잡하게 얽힌 산업의 가치사슬로 부

진에 빠질 산업도 여럿 있다. 또한 우리의 주력산업은 공급과잉 상태인 중국과도 상

당부분 겹치고, 약화된 경쟁력을 엔저로 보강하고 있는 일본과도 힘겨운 경쟁을 해

야 하는 처지에 있다. 각국이 자국의 난제를 해결하는데 주력하면서 세계경제의 불

확실성이 더욱 커질 가능성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이하에서는 각국의 상황과 앞으

로의 행보를 가늠해 본다.

Page 3: 2015년 세계경제 주요 이슈, LGERI, 141216

LGERI 리포트

4 LG Business Insight 2014 12 17

1. 원자재 가격 하락의 파장

국제원자재 가격이 4년래 최저 수준이다(<그림 1> 참조). 올해 상반기까지 배럴당

100달러대 이상을 유지해 온 두바이유 가격은 최근 50달러 후반으로 반년 동안 40달

러 이상 떨어졌다. 구리와 밀 가격은 2011년 연초 대비 각각 32%와 25% 하락했다.

공급 경쟁 심화되는 원자재 시장

원자재 가격 하락은 공급요인이 주도하고 있다. 2010년대로 들어서면서 원자재의

수요 증가세는 둔화되는 반면 공급은 빠르게 늘어나는 모습이다. 물론 엘리뇨 등 기

상이변과 이란 핵개발 사태 등 주요 원자재 생산국에서 공급차질이 발생할 때마다

원자재 가격은 단기적으로 강세를 보였다. 하지만 원자재 시장의 수급 흐름을 보면,

미국 주도의 세계경제 회복에도 신흥국 성장은 완만한 수준에 그친 결과, 원자재 수

요가 예전과는 달리 크게 늘지 않고 있다.

반면 원자재 가격이 역사적으로 높은 수준에 머무르면서 투자가 지속되었고 기상여

건도 나쁘지 않아 공급 확대는 계속되고 있다. 수요증가 보다 빠른 공급확대가 수년 간

계속된 결과, 철광석, 석탄 등에서는 주요 메이저 기업들이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적

극적으로 공급을 늘리고 있다. 호주와 인도네시아 등을 중심으로 채산성 낮은 중소형

자원기업들은 한계에 내몰리고 있다. 세계적인 광물기업인 BHP 빌리턴과 리오틴토는

생산비용 개선에 노력하면서도 철광석 생산량을 내년에도 늘릴 계획이다. 연료탄 시장

에서는 올 상반기에만 공급량이 900만톤 늘어난 것으로 집계되었다.

국제석유 시장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국제석유 시장에서 오랫동안 OPEC이 공급

조절을 통해 가격을 통제해 왔다. 그러나 세계경제 부진과 연비 규제 강화 등으로 세

계석유 수요 증가세는 미약해지는 반면, 미국에서는 채굴기술 발전으로 원유생산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세계적으로 석유공급 여력이 커지고 있다. 미국의 타이트 오일 생

산량은 2009년에 하루 2천 5백 배럴에 그쳤으나 2013년에는 하루 384만 배럴로 미

국 내 원유생산의 거의 절반(47%)을 차지하였다. 이처럼 시간이 지날수록 타이트 오

일 생산량이 당초 예상 수준을 뛰어넘으면서, 급기야 올해 7월부터 나이지리아는 미

수요부진과 공급과잉이

겹치면서 원자재

가격은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60

80

100

120

140

2011 2012 2013 2014

(2011년1월=100)

두바이유

구리

<그림 1> 수급개선으로 원자재 가격 하락세

자료 : Bloomberg

Page 4: 2015년 세계경제 주요 이슈, LGERI, 141216

LGER

I 리포

LG Business Insight 2014 12 17 5

국으로의 원유 수출을 중단할 수 밖에 없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 수출도 3년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OPEC의 시장 영향력이 약화되고 있는 것이다.

1980년대 초 제 2차 오일쇼크 이후 영국 등 비OPEC의 원유생산 증가에 감산으

로 대응하면서 시장 점유율이 60%에서 35%로 축소되었던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심

으로 OPEC이 이번에는 가격을 지지하기보다는 시장 점유율 사수를 목표로 공급경

쟁에 가세하고 있다(<그림 2> 참조). 감산을 통해 유가를 방어할 경우, 채산성을 확

보한 미국 타이트 오일이 현재의 빠른 증가세를 이어가면서 OPEC의 입지가 더욱

축소될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원자재 가격 하락, 세계경제에는 긍정적

원자재 가격의 약세 국면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제석유 시장의 경

우, 향후 2~3년은 공급 확대가 수요보다 빠르게 전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의 타

이트 오일 생산단가는 배럴당 60~70달러 대에 집중되어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

만, 셰일 광구의 1회 굴착 사이클이 1~2년 정도이고 생산성도 점차 높아지고 있어 생

산단가 이하의 유가 수준에서도 최소 1년 정도는 생산량이 증가할 가능성도 있다. 유

가 하락은 곡물과 비철금속 등 다른 원자재의 생산비용을 낮추면서 이들의 공급경쟁

국면을 연장시킬 것이다. 기상이변과 지정학적 긴장 등으로 인한 돌발적 공급충격이

발생하지 않는 이상 원자재 가격은 약세를 벗어나기는 힘들 것이다.

원자재 가격 약세는 세계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원자

재 수입국의 경우 무역수지 개선과 물가하락으로 구매력이 증가하고 확장적 거

시정책이 가능해진다면 성장 활력이 높아질 여지가 있다. 그러나 유가 하락의 긍

정적인 효과가 선진국에서는 과거에 비해 작을 수 있다.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지

고 있는 유로존과 일본 등에서 물가 하방압력이 높아지면서 경제심리 위축과 금

융시장의 변동성 확대가 나타날 수도 있다. 미국에서는 국내 에너지 가격 하락으

로 소비가 증가하는 효과가 나타나겠지만, 셰일개발이 지연되면서 투자와 고용

이 위축될 우려도 있다. 원자재 수출국들은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경상수지와 재

정수지 면에서 압박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광우 책임연구원 [email protected])

유가하락의 긍정적인

효과는 디플레이션

우려가 큰 유로존과

일본에서는 과거에 비해

작을 수 있다.

0

10

20

30

40

50

60

70

10

15

20

25

30

35

40

1975 1985 1995 2010

(%)(백만 b/d)

비OPEC생산(←)

OPEC공급비중(→)

<그림 2> 1980년대 비OPEC 생산 확대와 OPEC 감산으로 OPEC 비중 큰 폭 감소

자료 : BP, Statistical Review of world energy 2014

Page 5: 2015년 세계경제 주요 이슈, LGERI, 141216

LGERI 리포트

6 LG Business Insight 2014 12 17

2. 미 연준의 고민과 국제금융시장 불안

미국 경제의 개선이 이어지고 있다. 주택가격(Case-Shiller 지수기준)은 저점 대비

30% 상승해 금융위기 직전인 2008년 초반 수준까지 회복됐다. 주가지수(S&P 500

기준)도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매월 20~30만개의 일자리가 생겨나고 있고

2014년 11월에는 실업률도 5.8%로 하락하였다. 이들 지표만 본다면 당장 금리인상

을 하더라도 무리가 없어 보인다.

그렇지만 연준은 신중한 모습이다. 우선 노동시장 개선이 만족스럽지 않기 때문이

다. 노동시장 참가율은 2009년 이후 3%p 이상 떨어져 1985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고,

임금상승률도 0.3% 내외에 불과하다. 가구소득(중위 기준)의 회복도 더딜 수 밖에 없다.

경기회복이라는 단어가 무색하다. 노동시장 참가율 하락은 주로 청년과 여성층이 노동

시장 진입을 꺼리면서 나타나고 있다. 청년과 여성층은 진학이나 육아 등을 이유로 노동

시장에서 이탈하고 있다. 고용증가의 상당 부분이 저임금이나 시간제 일자리에서 나타

나고 있다. 낮은 노동시장 참가율은 경기회복이 여전히 충분하지 않고, 앞으로도 임금상

승에 의한 인플레이션 발생 가능성도 크지 않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악화되고 있는 대외경제여건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2015년에는 유럽과 일본의

부진,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의 성장활력 약화, 석유수출국의 재정악화 등이 미국 국내

생산의 15% 정도인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2011년의 유

럽발 재정위기, 2013년 신흥국 금융불안은 미국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바 있다. 미국만의 ‘나홀로 성장’이 지속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하면 미국의 정책금리 인상은 빨라야 하반기 이후에나

시작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폭과 속도는 점진적일 수 밖에 없다. 또한 최근 유

가하락은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1%p 이상 낮추는 효과가 있어 연준이

금리인상에 적극적으로 나설 이유는 더욱 없어 보인다.

미국의 출구전략으로 국제금융시장 변동성 커질 것

미국의 금리인상은 점진적으로 이루어지겠지만 출구전략이 진행되면서 나타

미국의 정책금리

인상은 빨라야 내년

하반기 이후에나

시작될 것으로

예상되며, 폭과 속도는

점진적일 것이다.

2000 2005 2010 2014

(%)

노동시장 참가율(→)

미국주택가격지수(←)

60

62

64

66

68

0

50

100

150

200

250

<그림 3> 더디게 개선 중인 미국 노동시장

주 : 미국주택가격은 Case-Shiller 주택지수 중

주요 20대 대도시 기준

자료 : Bloomberg

Page 6: 2015년 세계경제 주요 이슈, LGERI, 141216

LGER

I 리포

LG Business Insight 2014 12 17 7

난 달러강세 기조는 꾸준히 이어질 것이다. 그 과정에서 국제금융시장의 혼란은 불

가피하다. 충격은 선진국보다는 신흥국에서 더 크게 나타날 것이다. 금융불안 가능

성에 더해 세계경제의 부진으로 주력 수출품 가격이 하락하고 있는 신흥국들이 많

기 때문이다.

신흥국의 교역조건은 2013년 이후 줄곧 악화되고 있으며, 대외부채 비율도 점차

상승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신흥국으로의 자본유입 규모도 2010~11년을 정점

으로 점차 줄어들고 있다. 물론 신흥국 사이에도 온도 차이가 있다. 원자재 수출국

보다는 수입국이 상대적으로 나을 것이다. 원자재 수입가격이 하락하면서 경상수지

개선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대외자본 유입이 컸던 국가의 경우 자본흐름이 역류하

면서 통화가치가 하락하는 것은 불가피할 것이다. 이미 2013년 5월 당시 연준의 양

적완화 축소조치 발표만으로 신흥국 금융시장은 혼란에 빠진 바 있다. 중국을 제외

한 러시아, 브라질, 인도, 터키와 같은 자본수입국은 수 개월 사이 외국인 투자가 썰

물처럼 빠져나가면서 통화가치가 20~30% 떨어졌다. 세계경제가 부진에서 헤어나

지 못하면서 원자재 가격이 하락한 효과까지 더해진 탓도 크다.

역사적으로 미국의 금리 인상과 원자재 약세가 동시에 나타났던 1981~1982년

아르헨티나, 칠레, 콜롬비아, 멕시코, 터키 등의 국가에서 은행위기와 경상수지 위

기가 동시에 발생한 바 있다. 상품가격이 실질기준으로 40% 하락하고, 미국의 금리

가 19%까지 상승하였다. 그에 따라 외채위기와 은행위기가 동시에 발생하였다. 물

론 1980년대와 현재를 평면적으로 비교하기는 어렵다. 미국의 금리인상 폭이 크지

않은데다 거시경제가 과거에 비해 건전한 편이고 대외부채도 차입보다는 주식과 채

권의 형태를 띠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미국의 금리인상 국면이 장기화되고 세계경

제의 부진이 이어질수록 신흥국의 위험도는 점차 높아질 수 밖에 없다. 게다가 과거

에 비해 금융시장의 개방도와 연관성이 높아졌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2015년에도 미국을 제외한 국가들의 성장률 전망은 2014년에 비해 높지 않다.

물론 일각에서는 미국경제의 성장이 신흥국 경제 회복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

장하지만 과거에 비해 미국경제가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낮아져 20%

정도에 불과하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정성태 책임연구원 [email protected])

미국의 금리인상

국면이 장기화되고

세계경제의 부진이

이어질수록 신흥국의

위험도는 점차 높아질

것이다.

Page 7: 2015년 세계경제 주요 이슈, LGERI, 141216

LGERI 리포트

8 LG Business Insight 2014 12 17

3. 부동산 조정으로 성장세 하락하는 중국

2015년 내수 부진의 가장 큰 원인은 부동산가격 조정일 것이다. 작년 말에 도입된 주택 구

매 자격요건 강화와 주택 대출 억제 규제가 먹혀들면서 중국 부동산시장은 올 초부터 완

연한 조정 양상을 보였다. 9월 들어 구매 및 대출 규제가 풀리자 10월 이후 일부 지역에서

거래가 재개되고 집값이 반등하고 있다. 규제 완화의 효과로 내년 상반기에 조정 강도가

일시적으로 약화될 가능성도 있지만, 부동산시장의 초과공급 구조가 가격 조정을 통해 해

소되는 과정이 내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부동산 조정은 부동산 거래와 투자를 위축시키

는 것은 물론, 화학, 철강, 건자재, 가전, IT 등 관련산업들의 성장을 저해할 것이다.

4년간 이어진 임금상승률 둔화와 저조한 소비심리로 인해 소비는 올해 이상의

회복세를 보이기가 어려울 전망이다. 선진국들의 경기 회복에 힘입어 수출이 늘어

나면서 성장률 하락을 어느 정도 방어할 수 있지만, 수년간 위안화가 절상되었고 인

도네시아, 베트남 등 경쟁국과의 임금격차도 확대되면서 중국 기업들의 가격 경쟁

력이 약화되었기 때문에 수출 확대가 내수 부진을 완전히 상쇄하지는 못할 것이다.

내수 부문의 경착륙 위험을 줄이기 위해 중국 정부는 내년에 인프라 투자를 꾸준히 확

대하고, 부동산 조정이 심화되는 고비 때마다 거래 활성화 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경제구조 전면개혁’이라는 최상위 국정과제를 거스를 정도의 경기부양은 삼가고,

일자리 창출을 통해 고용시장의 수급 균형을 보장하는 선에서 개입하는데 그칠 것이다.

올해 중국의 신규고용 창출은 연초 목표인 1,000만명을 약 30% 초과달성할 것

으로 보인다. 노동연령(15~59세) 인구가 줄어들고, 고용 창출 능력이 제조업

보다 강한 서비스업의 비중이 커짐에 따라 6% 후반대의 성장률로도 올해와

비슷한 신규고용 창출이 가능해진 상황이다. 내년 성장률이 올해보다 낮더라

도, 심지어 6%대로 떨어지더라도, 경제 운영의 제1 제약조건인 고용 안정이

담보되는 한 개의치 않겠다는 게 중국 정부의 입장이다.

인민은행의 지준율 인하나 금리추가 인하 가능성 대두

성장률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이러한 ‘신창타이’ 시각에 대한 ‘성장중시론’의

부동산 가격 조정이

이어지면서 중국의

성장세는 주춤할

것이다.

-5

0

5

10

15

-40

-20

0

20

40

2013.10 2014.2 5 8 11

(%) (%)

100대 도시 주택가격상승률(→)

주택판매면적증가율(←)

주택착공면적증가율(←)

<그림 4> 중국 부동산경기 하강 중

자료 : WIND

Page 8: 2015년 세계경제 주요 이슈, LGERI, 141216

LGER

I 리포

LG Business Insight 2014 12 17 9

반격이 점차 거세지고 있다. 기존 성장모델을 해체하고 노동력, 자본 등 생산요소

의 재배치를 통해 성장을 해나가겠다는 신창타이 접근은, ‘수술(개혁)을 한다는 명

분으로 수술이 불가능할 정도로 환자의 체력(중국경제의 성장잠재력)을 고갈시키

고 있다’는 것이다. 성장중시론의 주장 가운데 중국 특유의 ‘고저축, 고투자를 통

한 고성장 메커니즘’을 살려가자는 복고적 제안은 외면받고 있으나, ‘수술을 제대

로 하기 위해서라도 영양제 투여가 필요하다’는 현실론은 폭넓은 공감을 사고 있

다. 11월 말 단행된 2년 4개월 만의 금리인하는 이러한 논리가 명분이 됐다고 볼

수 있다.

이번 금리 인하는 한편으로 기업들의 전반적인 투자 심리가 위축된 가운데 중소

기업들이 극심한 자금난을 호소하고, 다른 한편으로 은행들의 리스크 기피 심리가

고조되어 은행 대출 문턱이 높아진 상황에서 이루어졌다. 실물경제에 화폐를 주입

하는 것보다는 기업의 금리 부담을 줄여주는 것을 우선시한 측면이 있다. 문제는 금

리 인하가 대다수의 관측보다 이른 시점에 단행되었다는 점인데, 실물기업들의 상

황이 그만큼 어렵다는 것을 짐작케 한다.

중국의 생산자 물가는 10월 현재 공산품 가격을 중심으로 사상 최장 기간인 32개

월 연속으로 하락하고 있다. 디플레이션이 우려될 정도로 심상찮은 생산자 물가 하락

세는 상당수 제조업 업종에서 설비과잉 문제가 그다지 개선되지 않고 있음을 시사한

다. 또한 시중자금이 부동산, 설비과잉 산업, 그림자금융 등으로 쏠리면서 중국 제조

업체들, 특히 중소 제조기업들은 자금을 구하기 힘들고 조달 금리는 갈수록 높아지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본업에서 벌어들이는 돈은 줄어드는데, 자금 조달 비용은 계속

올라가는 이중고 상황이다. 설비과잉 해소와 시중자금의 합리적 재배분을 위한 개혁

이 성과를 거두지 못하면 이중고 상황은 개선되지 않을 것이고, 이 경우 실물기업들

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한 금리 인하가 몇 차례 더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자금난 악화와 금융 리스크 확대의 주범 중 하나인 그림자 금융은 일부 투자상품

의 만기가 내년에 많이 몰려 있어 안심하기엔 아직 이르지만, 여러 차례에 걸친 감

독 강화 조치들로 휘발성이 크게 약화되었다. 지방정부 문제에 대해서는 올 10월에

포괄적이고 실행가능성 높은 정책 대응 프레임이 제시되어 그간의 우려가 많이 가

신 상황이다. (이철용 연구위원 [email protected])

실물과 금융이 동시에

악화되고 있어

중국인민은행도

금리인하에 전향적으로

나설 것이다.

Page 9: 2015년 세계경제 주요 이슈, LGERI, 141216

LGERI 리포트

10 LG Business Insight 2014 12 17

4. 유럽의 디플레이션 진입 우려

유럽에서 저성장과 디플레이션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유로존은 2013년 4분기부

터 마이너스에서 플러스 성장으로 전환하였지만 여전히 성장세가 미약하며, 물가상

승률은 지속적으로 하락하여 대부분의 나라들이 1% 이하로 떨어졌다. 대표적인 취

약국인 그리스는 2013년 3월부터 물가가 하락하고 있다.

유럽 물가상승률의 하락 원인은 기본적으로 수요 부진이다. 유로존 재정 위기 이후

정부부채와 가계부채를 축소하는 과정에서 정부 지출과 민간 소비 증가율이 감소하였

다. 경기전망의 불확실성과 경직된 노동시장 및 기업규제 때문에 기업들이 투자를 늘리

지 않는 점도 물가상승률을 하락시키고 있다. 여기에 더해 공급 측면에서 유가와 원자

재 가격의 하락이 물가상승률을 떨어뜨리고 있다. 일단 물가가 하락하기 시작하면 소비

와 투자가 지연되기 때문에 추가로 저성장을 야기하며, 저성장은 다시 물가를 하락시키

는 일종의 악순환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저성장과 물가하락의 악순환 고리는 한 번

빠지면 쉽게 극복하기 힘든 것이다. 실제로 일본은 1999년 물가가 하락하기 시작한 뒤

7년이 지난 2006년에 가서야 물가가 일시적이나마 상승하게 되었다.

ECB의 대응만으로는 부족

저성장 국면을 타개하기 위한 정책 대응으로서 확장적인 재정정책과 통화정

책, 그리고 기업 투자를 촉진할 수 있는 구조개혁이 필요하지만 통화정책을

제외하고는 어려움이 많다. 프랑스와 같은 저성장 국가들은 적자재정 편성을

시도하고 있으나, 2012년에 체결된 유럽 재정 협약이 재정적자와 정부부채

상한을 각각 GDP의 3%와 60%로 규정하였기 때문에 쉽지 않다. 유로존의 최

종대부자 역할을 하는 독일도 재정확장을 반대하고 있다. 투자 촉진을 위한

구조개혁도 어려움이 많다. 노동시장 유연화 등 구조개혁이 필요한 대표적인

나라들인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정치적 교착과 이해당사자들의 반대로 개혁의

진척이 더디다. 결국 ECB의 통화정책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ECB는 저성장과 물가하락의 악순환을 예방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통화정

부채축소과정에서

나타난 수요부진으로

유럽의 디플레이션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

-1

0

1

2

3

4(%)

2011 2012 2013 2014

유로존

독일

스페인

프랑스

이탈리아

<그림 5> 유럽의 물가상승률 1% 이하로

자료 : Eurostat

Page 10: 2015년 세계경제 주요 이슈, LGERI, 141216

LGER

I 리포

LG Business Insight 2014 12 17 11

디플레이션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통화정책뿐만

아니라 적극적인

수요창출 노력이

필요하다.

“책을 집행하고 있다. 대출 증가를 촉진하기 위해 민간은행에게 대출실적에 비례하

여 자금을 저금리로 대출하였으며 기준금리를 지속적으로 인하하였다. 그러나 2012

년 하반기부터 민간은행들이 ECB로부터 대출받은 자금을 조기에 상환하면서 경기

부양 효과가 감소하였다. 게다가 올해에도 유로존 성장세가 개선되지 않자 ECB는

2014년 9월에 기준금리를 0.15%에서 0.05%까지 낮추었으며, 동시에 민간은행에게

대출실적에 기반한 ECB의 대출을 재개하였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통화정책만으로는 경기부양 효과가 크지 않다. 2014년 10월

130개 은행을 대상으로 한 스트레스 테스트에서 25개 은행이 탈락하였다는 점에서

알 수 있듯이 많은 유럽은행들은 건전성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대출 확대에 소극적

이다. 자금 대출 수요 자체도 크지 않다. 이 때문에 ECB는 내년에 국채매입을 계획

하는데 이것 역시 쉽지 않다. 독일의 반대와 EU 조약상 법적인 문제가 걸림돌이다.

설사 내년 1분기에 시행한다고 하더라도 경기를 부양할 정도로 충분하지 않을 것이

고, 2011년 유로존 재정위기와 달리 취약국의 국채이자가 지나치게 높은 것도 아니

기 때문에 경기부양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다. ECB의 콘스탄티오 부총재는 만약

ECB가 국채매입을 한다면 유로존 국가들이 ECB설립 시 납입한 자본금을 기준으로

국채를 매입할 것이라고 밝혔는데, 그 경우 취약국이 아니라 독일(17.9%) 프랑스

(14.2%), 이탈리아(12.3%) 등 주요국의 국채가 주된 매입 대상이 되기 때문에 정책

효과는 반감될 수 밖에 없다.

이처럼 ECB의 대응만으로 물가하락을 막기는 어렵다. 그러나 재정위기 때에 비

해 ECB의 금리인하 및 자금지원 등으로 신용 공급이 크게 늘어나서 유로존 붕괴 또

는 일부 국가들의 경제 위기 가능성은 상당 부분 해소되었다. 이제는 수요를 창출하

는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EU 역시 이를 인식하고 유럽 재정 협약의 제약을 받지

않는 자체 예산과 민간 투자를 통해 3,150억 유로 규모의 유럽 인프라 투자 기금

(European Fund for Strategic Investments)을 조성할 계획이다. 그러나 벌써부터

3,150억 유로는 EU의 수요를 창출하기에 충분하지 않은 투자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만약 수요 창출을 위한 적절한 정책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내년에도 유로존의

물가하락 우려는 지속될 것이다.

(문병순 책임연구원 [email protected])

Page 11: 2015년 세계경제 주요 이슈, LGERI, 141216

LGERI 리포트

12 LG Business Insight 2014 12 17

총선에서 재신임을

받은 아베총리의

국정장악력이 강화될

것이다.

“5. 시험대에 오른 아베노믹스의 성장전략

2014년 하반기 아베노믹스는 난관에 직면했다. 엔저와 추경의 효과가 약화되는

가운데 지난 4월 소비세율 인상에 따른 소비 부진으로 GDP는 2분기에 이어 3분

기에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소비자 물가 상승률(소비세 효과 제외)도 하락

세로 반전하여 다시 1% 밑으로 내려갔다. 디플레이션 탈출과 경제 재생이라는 목

표 달성에 빨간 불이 켜진 것이다.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은 그에 맞서 지난 한 달

반 동안 분위기 반전을 꾀했다. 금융완화 확대(10월 31일), 소비세율 추가인상 연

기(11월 18일), 중의원 해산(11월 21일), 선거(12월 14일) 등 굵직한 사건들이 이어

졌다.

지난 일요일의 중의원 선거는 자민당의 압승으로 막을 내렸다. 자민·공명 연립

여당은 해산 전과 비슷한 의석비율을 얻었다(68%→69%. 자민당은 61%→61%). 악

화된 경제지표에도 불구하고 아베 총리는 재신임을 받은 셈이다. 당초 명분 없는 해

산이라는 여론의 비판 속에서 아베 총리 스스로 연립여당 과반수 유지라는 소극적

목표를 제시했던 것을 고려하면 이번 선거 결과는 자민당, 특히 아베 총리의 정국

주도권을 공고히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년 동안 시행된 아베노믹스의 성과는 3K로 요약될 수 있다.1 기업(kigyo)

수익 개선, 고용(koyo) 확대, 주가(kabuka) 상승이 그것이다. 일본은행의 추가금융

완화와 미국 경제 회복에 따른 (달러 대비) 엔화 가치 하락, GPIF(연

금적립금 관리운용 독립행정법인)의 해외 및 주식투자 비중 확대, 동

일본 지역 재건 사업과 도쿄 올림픽 특수 지속 등을 고려하면 2015

년에도 3K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소비세율 추가인상이 2017년 4월로 1년 이상 미뤄졌고 내년 봄

임금 협상에서 기업 수익 개선을 배경으로 일정 정도의 임금 인상이

예상되기 때문에 소비도 점차 회복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 이번

겨울의 유가 하락 역시 당분간 일본은행의 인플레이션 목표 달성에

는 저해 요인이 되겠지만 소비 측면에서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

로 보인다.

1 일본경제신문, “アベノミクスの光と影 3つの「K」と3つの「S」(아베노믹스의 빛과 그림자 3 K와 3 S)”, 2014.11.21

-8

-6

-4

-2

0

2

4

6

8

2013 2014 2015

(%)

GDP 성장률

소비자물가상승률

예상치

<그림 6> 아베노믹스 효과 시들

주 : GDP는 연률환산 전기비. 소비자물가는 전년동기비.

2014년 4분기 이후는 예상치

자료 : 일본 내각부, 일본 총무성 ESP forecast.

Page 12: 2015년 세계경제 주요 이슈, LGERI, 141216

LGER

I 리포

LG Business Insight 2014 12 17 13

아베노믹스의 성공은

마지막 화살인

성장전략의 실천에

달려있다.

“선거 승리 후 경제정책 변화에 주목해야

문제는 금융정책, 재정정책의 효과에도 시간적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아베 집권 이

후 시작된 금융완화, 재정확대의 효과가 1년 여를 넘어서면서 시들해졌다는 점을 고

려하면 이번 추가 금융완화와 예상되는 재정확대의 작동 기간은 그보다 더 짧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결국 늘 지적돼 왔듯이 아베노믹스의 성패는 세번째 화살인 성장전략을 얼마만

큼 실천하느냐에 달려있다. 이번 선거는 아베 총리를 중심으로 한 내각의 주도권을

강화시켜 법인세율 인하, 규제개혁, 농협개혁 등 당 일각에서 반대하는 개혁과제들

을 밀어붙일 수 있는 동력을 만들 것으로 보인다. 성장전략 실천에 긍정적인 기반이

마련되는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우려할 부분도 적지 않다. 개혁은 언제나 이익을 보는 쪽뿐만 아

니라 피해를 보는 쪽도 만들어내기 마련이다. 이미 엔화 약세가 가져온 물가 상승과

실질임금 하락, 대기업-중소기업 간의 수익 격차, 대도시-중소도시 간의 부담 격차

등이 잠재해있는 상태에서 구조개혁이 다시 ‘격차 사회’ 논란에 불을 지핀다면 아베

정권은 지지율이 급락할 위험도 감수해야 한다. 개혁의 긍정적 효과는 장기적인 데

반해 부정적 효과는 즉시 나타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성장전략 실천이 벽에 부딪

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또한 성장전략이 백화점식 나열이어서 추진동력이 분산될

우려가 있다는 것도 문제이다. 전선이 너무 넓어 방어하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 게

다가 압승에 자만한 아베 정권이 집단적 자위권 확대 해석을 넘어 헌법 개

정까지 시도한다면 일본 정국이 크게 요동칠 수 있다.

근본적으로는 고령화, 인구감소로 성장활력이 감퇴된 나라에서 구조개

혁이 얼마나 힘을 발휘할 수 있는지 우려가 적지 않다. 이 점에서 성장전략

중에서도 여성 노동, 외국인 노동 활용이 중요한 의미를 갖지만 여성 고용

확대는 점진적일 수밖에 없고 외국인 노동력 유입도 사회적 파장이 만만치

않아 전면적 확대는 유보된 상태이다. 2015년은 아베노믹스 성장전략의 시

험대가 될 전망이다. 열매는 멀리 있고 암초는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류상윤 책임연구원 [email protected])

(%)

55

60

65

70

75

2000 2004 2008 2012

프랑스

독일

일본

영국

미국

<그림 7> 여성 경제활동참가율 상승중이나 주요국보다 낮은 수준

주 : 15~64세 여성 경제활동참가율

자료 : stats.oecd.org

Page 13: 2015년 세계경제 주요 이슈, LGERI, 141216

LGERI 리포트

14 LG Business Insight 2014 12 17

2015년에는

산유국과 비산유국간의

명암이 크게 엇갈릴

것이다.

“6. 명암이 엇갈리는 신흥국

브릭스(BRICs) 국가들도 이제는 빛을 잃어가고 있다. 브라질, 러시아는 신흥국이라

는 단어가 무색할 정도로 낮은 성장세가 지속되고 있으며 중국과 인도만이 5% 이상

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터키, 남아프리카 공화국, 멕시코 등 포스트 브릭스 국가

들도 겨우 3% 남짓한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그에 따라 선진국과의 성장률 격차도

2009년 6.5%p 에서 2014년에는 2.6%p로 축소되었다.

2015년에도 신흥국을 둘러싼 환경은 녹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만이 나홀

로 성장세를 보이고 있으나 나머지 선진국은 성장세가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어 신

흥국들이 수출을 통해 성장활력을 되찾기는 어려워 보인다. 또한 브라질, 터키, 남

아공, 인도네시아 등은 2014년 대선과 총선을 거치면서 재정상황이 악화되어 정책

여력도 크지 않다. 특히 브라질은 지난해 1% 수준이었던 GDP 대비 재정적자가 선

심성 지출과 월드컵 개최로 세 배 이상 늘어났다. 경제정책 변화를 기대하던 투자자

들이 지후마 호세프 대통령의 재선에 실망하여 이탈하고 있는 것도 부담이다.

전반적인 어려움 속에서도 유가하락의 영향과 정책 효과에 따라 신흥국 내에서

도 승자와 패자가 나눠질 것으로 보인다. 자원수출국은 성장률 하락이 예상되는 반

면 일부 신흥국들은 고성장 궤도로 복귀할 것으로 기대된다.

2014년 초 배럴당 100달러를 상회하던 유가가 OPEC의 감산 합의 실패로 50달

러 후반으로 하락하면서 러시아, 베네수엘라, 나이지리아, 사우디아라비

아 등 산유국들의 경제 활력이 둔화되고 있다. 산유국들은 그동안 원유 수

출을 통해 경상수지와 재정수지를 충당해 왔으나 유가하락으로 부담이 가

중되고 있다.

일부 국가 위기 가능성도 제기

일부 국가는 외환위기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러시아, 베네수엘라, 나이지

리아 등 산유국 중 통화가치 급락에 직면한 국가들이 대상이다. 러시아는 외

채와 통화가치 방어를 위해 상당 규모의 외환이 필요하다. 올해 11월에서

80

100

120

140

160

180

200

2013.1 2013.7 2014.1 2014.7

러시아 루블화

인도 루피화

<그림 8> 러시아와 인도의 엇갈리는 환율

주 : 미국달러화 대비(2013.1월 =100)

자료 : Bloomberg

Page 14: 2015년 세계경제 주요 이슈, LGERI, 141216

LGER

I 리포

LG Business Insight 2014 12 17 15

신흥국 중에서는 인도의

성장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

2015년말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외채가 1,690억 달러이고 환율 방어를 위해 러시아 중

앙은행은 일 최대 3.5억 달러를 외환시장에 쏟아붓고 있다. 루블화 절하와 유가하락으

로 부채 부담이 가중된 러시아 기업들마저 정부에 외환을 요청하고 있다. 러시아 최대

석유기업 로스네프트(Rosneft)는 러시아 정부에 외채 상환을 위한 470억 달러 규모의

지원금을 요청한 바 있다. 러시아 외환보유고는 현재 4000억 달러를 넘고 외환보유고

대비 단기외채가 20% 수준에 불과해 여유가 있는 상황이지만 외환보유고가 빠르게 감

소하면서 외환위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으로 보인다.

베네수엘라와 나이지리아도 위기 가능성이 있다. 베네수엘라 볼리바르화의 공식

환율은 달러당 6.3으로 고정되어 있으나 암시장에서는 155로 거래되는 것으로 추정

된다. 이미 10월에 외채상환 위기를 가까스로 넘겼으나 유가하락이 지속되면서 부

도확률은 50%를 넘어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나이지리아도 재정수입이 급감하고

핫머니가 유출되면서 외환보유고가 급격하게 소진되고 있다. 예외적으로 산유국 중

사우디아라비아는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GDP대비 15%에 달해 아직까지 통화가치

하락이나 외환보유고 감소 등 위기의 징후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반면 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원자재 수입국은 유가하락을 호재로 받아들이고 있

다. 특히 인도,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은 큰 부작용 없이 재정적자의 주범이던

연료 보조금 규모를 축소할 수 있게 되었다. 인도는 올해 10월 디젤 보조금을 철폐

했으며 말레이시아도 11월부터 연료 보조금 지급을 완전 중단할 것이라고 발표하였

다. 보조금 축소 때마다 과격 시위로 진통을 겪었던 인도네시아에서도 지난 11월에

는 큰 무리 없이 보조금을 줄일 수 있었다. 유가 하락이 원자재 수입국에는 ‘보조금’

으로 작용한 셈이다.

원유수입국 중에서는 인도의 성장세가 두드러질 것을 보인다. 유가하락으로 고질

적인 인플레이션으로부터 다소나마 여유를 찾게 되면서 정책여지가 넓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1년 전 10%를 넘어섰던 물가상승률은 올해 하반기 5.5%까지 하락

하였다. 물가불안을 이유로 기준금리를 8%까지 높였던 인도 중앙은행이 금리인하를

진지하게 고려할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2015년 인도는 모디노믹스(Modinomics)와

유가하락 효과에 힘입어 6% 내외의 성장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지선 선임연구원 [email protected])

Page 15: 2015년 세계경제 주요 이슈, LGERI, 141216

LGERI 리포트

16 LG Business Insight 2014 12 17

2015년의 세계경제

흐름은 2016년

이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맺음말

2015년 세계경제의 가장 주요한 이슈는 국제유가다. 최근 3개월 사이 40%가 떨어

진 유가는 내년에도 약세를 면치 못할 것이다. 공급량이 단시일 내에 줄어들기 어렵

고 예상수요는 오히려 점점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크게 보면 국제유가 하락은 비

산유국 소비자의 구매력을 높이고 축소된 재정 및 금융정책 여력을 보충해 주는 효

과도 있다. 그렇지만 유가하락이 세계경기 수요부진을 반영하고 있는 현상이기도

하기 때문에 소비심리 회복을 크게 기대하기는 어렵다. 유가에 영향을 받는 에너지,

운송, 인프라 투자도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일부 산유국의 재정, 금융위기

가능성도 제기된다는 점은 세계경제에 부담이다.

대부분 이슈들은 2015년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미국연준의 출구전략은 최소

2~3년간 국제금융시장에 영향을 미칠 중요한 요인이다. 미국경제의 성장은 부채조

정이 가장 먼저 마무리되었고, 셰일오일 투자나 인터넷 기반 혁신이 이어졌기 때문

에 가능했다. 앞으로도 이러한 성장추세가 이어질 수 있을 지 살펴야 한다. 중국경

제의 감속은 중국당국이 주창하는 ‘신창타이’에서 알 수 있듯이 세계경제에의 영향

은 장기적일 것이다. 성장방식의 전환은 험난한 과정이 될 것이고 투자축소에 따른

성장률 하락은 불가피하다. 일본과 유럽의 저성장, 저물가 문제도 구조적인 관점에

서 바라보아야 한다. 낮은 혁신수용성, 정치제도의 결점, 고령화 등이 동시에 성장

의 발목을 잡고 있어, 단기적인 처방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워 보인다. 획기적인 방안

이 마련되지 않는 한 일본, 유로존 경제의 성장은 장기적으로 보아 1% 남짓에 그칠

것이다.

이러한 2015년의 세계경제 흐름은 대부분 2016년 이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

다. 그에 따라 한정된 시장을 두고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것이다. 거대한 내수를 바

탕으로 우리기업을 쫓아오는 중국기업과의 생존 경쟁도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이

미 중국과의 경쟁이 치열한 일부 산업에서는 과잉공급과 수요축소가 동시에 나타나

고 있고, 중국발 디플레이션 우려마저 제기된다. 엔저로 경쟁력을 보강한 일본과의

경쟁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정책측면에서는 단기적인 처방과 중장기적인 처방을 병행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

Page 16: 2015년 세계경제 주요 이슈, LGERI, 141216

LGER

I 리포

LG Business Insight 2014 12 17 17

다. 확장적인 재정 및 통화정책을 유지하여 국내수요 확대를 꾀해야 한다. 2015년에

도 수요부문의 압력은 낮은데다 유가도 하락하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 남짓에

그칠 것이다. 확장적 정책을 유지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구조적 저성장에 빠진 일

본과 유럽을 반면교사로 삼아 경제구조 개선에도 나서야 한다. 규제체계를 혁신친

화적으로 바꾸고, 경제 내의 비효율적인 관행, 제도, 조직을 일신할 필요가 있다. 해

외수요 의존도가 높은 현재의 경제구조도 내수성장으로 균형을 맞추도록 해야 한

다. 내수부문의 성장은 경제성장의 변동성을 낮추고 경상수지 흑자누적에 따른 통

화가치 절상압력도 완화할 수 있다. www.lger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