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대구시민원탁회의를 통해 본 지방정부의 숙의민주주의 연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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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민원탁회의를 통해 본 지방정부의 숙의민주주의 연구 * 1) 김 정 희 * A Study on Deliberative Democracy of Local Government through the Analysis of Daegu Citizen's Round-table Conference Kim, Jung Hee 국문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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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rnal of Daegu Gyeongbuk StudiesVol.18. No.1 2019. 03. pp 89~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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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rnal of Daegu Gyeongbuk Studies

대구시민원탁회의를 통해 본 지방정부의 숙의민주주의 연구*

1)김 정 희*

A Study on Deliberative Democracy of Local Government through the

Analysis of Daegu Citizen's Round-table Conference

Kim, Jung Hee

국문요약

이연구는정책형성초기단계에서지방정부숙의민주주의의새로운주류를형성하고있는시민원탁

회를분석대상으로삼아, 디자인과구조가지닌장점과제약조건, 한국적적용에서의성과와한계를심

층적으로규명하는것을목적으로한다. 일회성행사로서가아니라조례제정과운영위원회구성을통해

정기적 체계적으로진행되고있는대구시민원탁회의를대표사례로선정하였다. 숙의민주주의이론과규

범적목표들을검토한뒤 ‘평등성’, ‘공적이성’ ‘책임성과영향력’을분석지표로도출하고, 이를기준으로

참가자모집과숙의진행, 숙의후의각단계에서나타나는특징을파악하였다. 원탁회의제도및운영의

종합적 맥락을 포착하기 위해 문헌연구, 참여관찰, 설문조사를 병행하였다.

사례분석결과, 시민원탁회의는아메리카스픽스 ‘21세기타운미팅’의디자인을빌려왔으나평등성, 공

적이성, 책임성과영향력측면에서모두타운미팅에미치지못하며, 숙의민주주의목표달성에서는부분

적성과만보여주었다. 세부적으로는참여주체의대표성과소수자포용성, 정보제공과숙의시간의충분

성, 회의결과공개및내용의충실도, 정책영향력이모두낮은수준으로분석됐다. 반면, 참여범위의포

괄성과영향력의동등성, 대안적관점의교류와선호변경, 퍼실리테이터와전문가의역할은비교적높

은수준으로파악됐다. 시민교육효과와민주적시민문화형성에미치는영향도다소높은것으로나타

났다. 결론에서는한국형시민원탁회의가숙의민주주의의이상에한발더다가서기위한제도적 실천적

개선방안을 제시하였다.

주제어 : 숙의민주주의, 시민원탁회의, 평등성, 공적이성, 책임성과 영향력

* 이 논문은 2018년 대한민국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연구이다(NRF-2018S1A5A8026854).** 부산대학교 경제통상연구원 연구교수(Research Professor, Institute of Economics and International Trade, Pusan NationalUniversity), E-mail :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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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This study provides an in-depth investigation into the round-table conference, which is

emerging as a new mainstream system of deliberative democracy for local governments in the

initial stage of policy formation, by analyzing the advantages and limitations of its design and

structure as well as the outcomes and limitations of its application in Korea. The citizen’s

round-table conference of Daegu Metropolitan City was selected as a representative example

because it is being practiced regularly and systematically through the enactment of ordinances

and the organization of a steering committee, rather than as a one-time event. After studying

the theories and normative objectives of deliberative democracy, “equality,” “public reason,” and

“accountability and influence” were derived as analysis indicators. Based on these ideas,

characteristics were identified in each stage of participant recruitment, deliberation, and

post-deliberation. To understand the comprehensive context of the roundtable system and

operation, a literature review, participant observation, and questionnaire survey were conducted.

The results of the case study showed that the round-table conference borrowed the design of

the “21st Century Town Meeting” of “AmericaSpeaks,” but falls short of the town meeting

model in all aspects of equity, public reason, responsibility, and influence. Furthermore, the

roundtable showed only a limited accomplishment in achieving the goals of deliberative

democracy. In detail, the representativeness of participating subjects, inclusion of minorities,

adequacy of information provision, deliberation time, disclosure of meeting results, sufficiency of

contents, and policy influence all were recorded at low levels. On the other hand, the

comprehensiveness of the scope of participation, equality of influence, exchange of alternative

perspectives, change of preferences, and the roles of facilitators and experts were relatively high.

Furthermore, the effects of civil education and the influence on formation of democratic civil

culture were also quite high. In conclusion, this paper suggests systematic and practical ways

for improving Korean-style round-table conference to get closer to the ideal of deliberative

democracy.

Key Words : Deliberative Democracy, Citizen’s Round-table Conference, Equality, Public

Reason, Accountability and Influence

Ⅰ. 서 론

2016년 말부터 전국의 광장을 뜨겁게 달구었던 촛불시위와 2017년 대통령 탄핵 이후 여기저기서

새롭게 호명되기 시작한 ‘시민’은 시민정치(citizen politics)의 주체로서 재조명되기 시작했다. 시민

들은 원자화, 개인화의 껍질 속에 안주한 무기력한 대중이 아니라정치적 주권자임을 스스로 선포했

으며, 수면 아래 잠복해 있던 ‘참여적 시민성’을 촛불광장에서 분출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문재인 정

대구시민원탁회의를 통해 본 지방정부의 숙의민주주의 연구 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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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 출범 이후 한국 민주주의의 과제는 ‘직접’과 ‘대의’의 간극을 어떻게 메울 것인가에 집중되었으며,

그 방안으로 참여민주주의(participatory democracy)와 숙의민주주의(deliberative democracy) 제도

들이 다양하게 제시되고 있다. 특히 정부 초기 숙의적 시민포럼의 하나로도입한 ‘신고리 원전 5·6호

기 건설재개 공론조사’가 전국적으로 관심을 모은 이후 시민사회와 학계, 정치계 등에서 숙의민주주

의에 대한 논의가 확산되고 있다.

서구에서는 1960년대 말과 1970년대 사이 대의민주주의의 결함을 보완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직접민주주의(direct democracy)와 참여민주주의가 확산했으나 그 이후에 다시 직접민주주의가 가

진 선호 집합적 의사결정 및 참여민주주의의 ‘숙고 없는 참여’의 한계를 교정하는 것으로서 숙의민

주주의가 등장했다. 사람들의 선호도를 단순히 합산하거나 직접참여의 증대만 목표로 하는 방식이

아니라, 자유롭고 평등한 시민들이 자율적으로 참여하는 공적 숙의(public deliberation)를 통해 정치

적 의사결정이 정당화될수 있다는것이 숙의민주주의의 기본 관점이다. 참여의본질과방식을 개선

하는데 초점을 맞춘 숙의민주주의는 현재 이론적 실천적 차원에서 가장 영향력 있게 발전하고 있는

민주주의의 한 유형이라고 할 수 있다(Smith, 2009: 10).

그러나 한 가지 민주주의 이론에 과도하게 의존할 경우 제도적 디자인과 민주적 실천에서의 주요

요소들을 간과하게 될 위험이 있다. 따라서 서로 다른 민주주의 이론을 경합적, 배타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대신 각 모델이 가진 이상과 실행이 상호보완적임을 인식하는 노력이 중요하다. 시민들이

정치적 선택에 앞서 자신의 선호를 성찰하도록 권장된다면 더욱 정당한 민주적 과정이 창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Saward, 2001: 361).

최근의 숙의민주주의는 민주주의 모델 간 결점의 보완 및 장점의 상호결합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하나의 이론이 가지고 있는 일면성과 제한성을 극복하려고 한다. 이는 현대사회에서 요구되는 민주

주의 심화의 실천적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기도 하다. 본 논문에서도 시민들의 참여 확대 및

직접적인 의사결정에 포커스를 둔 참여 직접민주주의와, 형식적 절차를 넘어 자유로운 시민들의 적

극적인 토론을 강조하는 숙의민주주의 사이의 균형을 확보하는 실천적 기획으로서 숙의민주주의를

상정하며, 이런 관점에서 숙의의 절차와 질을 평가하는데 고려돼야 할 주요 요소들을 탐색하고자

한다.

새로운 민주주의로서 숙의민주주의의 실험은 현재 글로벌, 국가, 지역, 소규모 공동체 등 정치공

동체의 전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으며 숙의적 시민포럼의 유형도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현재 전 세

계에서 보편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은 21세기타운미팅(21st Century Town Meeting), 공론조사

(Deliberative Poll), 시민배심원(Citizens Jury), 합의회의(Consensus Conference), 플래닝셀

(Planning Cell), 시민의회(Citizens Assembly) 등이다(Karpowitz & Raphael, 2014: 13-14).

본 연구는 지방정부 단위의 실험에 주목한다. 시민들이 자신의 삶과 밀접한 지역 현장에서부터

소통과 토론에 기반을 둔 의사결정에 참여할 때, 현재처럼 형식화된 지방자치를 극복하고 실질적

시민정치의 실천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특히 숙의적 포럼은 사회적으로 뜨거운 쟁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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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공공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일시적 정치행위로서가 아니라 지속성 체계성을 갖추고 진행될 필요

가 있다. 즉 정책결정 이후 발생하는 분쟁 조정 차원에서 진행되는 제도가 아니라 의사결정 초기단

계에서부터 시민들이 공적 숙의를 진행함으로써 합의를 형성해나가는 시스템을 확립하는 것이 중

요하다. 숙의민주주의의 여러 유형 가운데 정책형성 단계에서부터 시민이 의사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이 21세기 타운미팅(시민원탁회의)1)이다.

원탁회의는 적으면 10개 많으면 수십 개의 소규모 테이블, 참가자 모두에게 주어지는 전자 키패

드, 네트워크로 연결된 컴퓨터, 실시간 집계현황을 보여주는 대형 비디오 스크린 등을 특징으로 한

다. 즉 무선투표시스템과 실시간 의견 취합 및 분석이 가능한 토론 시스템으로 다수의 시민이 한

자리에 모여 대규모 회의가 가능한 숙의기법이다. 또한 상하개념이 없는 원형의 좌석 배치로 모든

참가자가 동등한 자격으로 토론에 참가할 수 있으며, 각 원탁에는 퍼실리테이터(facilitator)가 배석

해 토론을 지원한다. 이런 장점 때문에 특정 과제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공감대를 형성하고, 정책을

제안하거나 결정하는 유용한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 무엇보다도 다른 숙의민주주의 기법들이 공

공갈등 해결을 목적으로 하며 소규모 위원회 형식의 운영체계를 갖춘 것과 달리, 시민원탁회의는

정책설계 단계에서부터 활용되며 대규모 참여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구별된다. 즉 정책형성, 결정,

집행, 평가 등 정책과정 전반에 걸쳐 일반시민들의 광범한 참여가 가능하기 때문에 숙의민주주의와

협력적 거버넌스(collaborative governance) 실현도구로서 적실성과 효과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런 이유로 최근 지방정부 단위에서 가장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그럼에도 이에 대한 국내의 사례연구는 소수에 그치고 있어 시민원탁회의의 국내 적용에서의 성

과와 한계를 규명하는데 한계가 있다. 2000년대 이후 숙의민주주의에 대한 선행연구가 꾸준히 축적

되고 있으나 이론적 연구가 다수이며, 사례연구 역시 합의회의(김명식 2001; 김두환 2005; 김병수

2005; 윤순진 2005; 이영희 2008), 시민배심원제(한상진 2005; 김소연 2006; 은재호 2009; 이영희 2009;

정정화 2011; 오현순 2013), 공론조사(김길수 2018; 신옥주 2018; 이영희 2018)가 주를 이루고 있다.

이들 연구는 전국적 혹은 지역적으로 첨예한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과정을 소개하고 그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 및 과제를 제시하는 등 공공갈등에 대한 숙의민주적 접근에 포커스를 두고 있다.

정책형성 초기단계에서 지방정부 숙의민주주의의 새로운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시민원탁회의 사

례 연구는 김형호 송경재(2011), 장수찬(2011), 최경희 하세헌(2015)의 연구 등 세 건에 불과하다.

이 가운데 김 송(2011)의 연구는 경기도 평택시의 작은 농촌공동체가 자율적으로 시행하는 타운미

팅 사례를 연구한 것으로서 시민사회와 지방정부의 거버넌스를 파악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장

(2011)은 충청남도 도민정상회의와 미국의 워싱턴D.C. 시민정상회의를 비교분석했으며, 최 하의 연

구(2015)는 대전시의 도시철도 2호선 타운홀미팅에 대한 사례분석을 시도했다. 전자는 2010년 전국

최초로 치러진 대규모 타운홀미팅을, 후자는 지역 시민사회와 언론의 대대적인 관심 아래 진행된

1) 미국 비영리단체인 아메리카스픽스(AmericaSpeaks)가 1998년 처음 실시한 ‘21세기타운미팅’을 코리아스픽스(주)가 도입한 이후 국내에서는 ‘시민원탁회의’로 통용되고 있으며, 일부 지방정부와 시민단체들은 타운미팅, 타운홀미팅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본 논문에서는 시민원탁회의로 통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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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철도 타운홀미팅을 심층분석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는 반면, 두 연구의 분석대상이 모두 일회

성 행사라는 점에서 시민원탁회의를 종합적으로 고찰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본 연구는 숙의민주주의 모델의 규범적 목표들을 검토한 뒤, 시민원탁회의의 디자인과 구조가 지

닌 장점과 제약조건은 무엇이며 한국적 적용에서의 성과와 한계는 무엇인지를 대구시민원탁회의

사례를 통해 심층적으로 규명하고자 한다. 이를 바탕으로 정책적 실천적 함의와 과제를 모색하는데

목적을 둔다. 단일사례를 연구대상으로 삼은 이유는 대다수 지방정부가 제도의 뒷받침 없이 일회성

행사로 운영하고 있는데 반해 대구시는 2015년 12월 전국에서 최초로 시민원탁회의 관련 조례를

제정하고 운영위원회를 구성, 연 2회 이상 정기적으로 시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경기도

광명시의 조례 제정(2018년 11월)과, 경북 경주시 및 전남 고흥시의 조례 입법예고(2018년 12월 기

준)가 진행 중이므로 제도로 뒷받침되는 원탁회의 중 분석 가능한 자료가 축적된 것은 대구 사례가

유일하다2). 또한 대다수 지방정부 원탁회의는 코리아스픽스(주)가 대행하거나 코리아스픽스 모델

을 사용하고 있어 모집과 진행 방식이 동일하기 때문에 대구시민원탁회의는 대표사례로서 적실성

이 있다 하겠다. 본 사례연구를 통해 규명된 성과와 한계는한국 지방정부가 실시하는 시민원탁회의

에 보편적 함의와 시사점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Ⅱ. 이론적 배경과 분석의 틀

1. 숙의민주주의에 대한 이론적 논의와 규범적 목표

숙의민주주의의 이론적 철학적 토대의 상당부분은 하버마스(Habermas)가 제공하고 있다. 하버

마스는 형식적 민주주의의를 넘어 민주주의의 실질적 내용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으로 숙의민주주

의를 제시하였다. 참된 민주주의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정례적인 선거라는 형식적 절차를 넘어서 자

유로운 시민들이 적극적인 토의와 참여를 통해 법의 저자, 즉 정치적 지배의 주체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하버마스는 의회 내의 공적 숙의와 의회 밖 시민사회의 공론장에서 이뤄지는 공적 숙의가

지속적으로 상호작용하는 ‘양면적 숙의정치’를 제시함으로써 시민사회 공론장과 의회라는 숙의공간

의 이중성, 즉 민주주의가 구현되는 장소의 이중성을 상정하고 있다(김원식, 2015: 203). 따라서 시민

사회 공론장에서는 타협이나 합의 보다 찬성과 반대의 의견을 가능한 선명하게 밀고 가는 것이 중

요하며, 타협이나 교섭은 정당이나 의회가 해야 할 일로 구분하고 있다.

이처럼 숙의의 무대를 주로 시민사회의 공론장으로 설정하고 숙의 결과의 실천은 제도정치 영역

으로 넘긴 하버마스 논의는 제도정치와 시민사회 양 측면에서 모두 제한성을 가진다. 하버마스의

기획에서 시민은 자문적 의사 형성자에 그칠 수밖에 없고, 따라서 숙의를 통한 시민들의 직접적 의

2) 속초시와 인제군에도 원탁회의 관련 조례가 있으나, 이는 일반 시민들이 아닌 위촉된 위원으로 한정되는 자문회의기구이므로 성격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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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결정이나 시민사회로의 권한이양(empowerment)을 통한 공동통치 협치(協治)의 중요성을 간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적 이성(public reason) 개념을 발전시킨 롤즈(Rawls)로부터도 숙의민주주의 이론에 중요한 지

적 자원을 찾을 수 있다. 롤즈는 서로 양립하기 어려운 다양한 가치가 공존하는 다원주의 사회에서

구성원들을 구속하는 정치적 결정의 근거는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대해 ‘공적 이성’을 해법으로 제시

하였다. 롤즈는 합리적이고 자유롭고 평등한 시민이라면 누구나 이성을 가지고 원칙과 규칙을 준수

하려 하며, 자신들의생각과 행동을 이러한규준들에 맞춰 상대방에게 제시할 때 받아들여질 것이라

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를 시민성의 의무(duty of civility)라고 보았다. 즉 공적 이성은 공적인 정치

적 토론장에 시민들이 참여하고 그곳에서 정치적 결정을 할 때 적용되는 것이다(Rawls, 1996; 장동

진 유인태, 2005: 6에서 재인용).

그러나 하버마스가 공론장에서 타인의 합리적인 동의를 이끌어낼 수 있는 한 자기이익을 자유롭

게 주장할 수 있게 허용한 반면, 롤즈의 ‘공적 이성’은 사적 이익을 배제한 공적 판단 즉 ‘공공선과

근본적 정의의 문제들’에 국한된다(장동진(역), 1998: 263). 이러한 공적 이성은 자신들의 사적 이익

과 선호에 따라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공공선에 대한 이성적 사유를 통해 판단하는 이성을 말한다.

또한, “모든 시민들이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것으로 받아들이는 원칙과 이상에 맞춰 행해지는”(장동

진(역), 1998: 217) 롤즈의 공공선 개념은 다원성을 인정하지 않고 사회적 소수자의 배제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비판의 여지가 있다.

이에 반해 코헨(Cohen)은 시민들의 숙의 결과가 정책적으로 결정되는 정치체제에 대해 “입법부

나 행정부의 독재로부터 자유롭게 시민들이 스스로 공적 결정을 내리므로 전통적인 공적 개념을

넘어선다”고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하버마스의 ‘자문적 성격’의 숙의 개념을 확장시켰다. 또한 “참여

한 시민들이문제해결을 위해권력을 행사하고, 소유권에기초한 것이 아니라 토론에 의해 결정하므

로 전통적인 사적 개념을 넘어선다”(Cohen&Sabel, 1998; 오현철, 2006: 114에서 재인용)고 해 시민

들의 공적 이성이 사익과 공익의 조화를 꾀할 수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이는 하버마스와 롤즈 논의

의 장점을 결합한 것으로 이해되며, 현대의 숙의 민주주의 기획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해 준다.

숙의민주주의 이론에서 실천적 제도 기획 차원으로 논의를 확대할 경우 쟁점이 되는 것은 ‘평등

성’, ‘공적 이성’, ‘정당성’ 과 관련된 것이다. 하버마스와 코헨은 화자가 강압 없이 참여하고 지위가

동등하며(평등성), 포용적이고 이성적인 담화에 참여할 때(공적 이성), 숙의적 정당성이 부여된다고

간주한다. 이와 같이 이상적인(ieal) 담화상황 속에서 참가자들은 이성적으로(rationally) 동기부여된

합의를 형성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양립하기 어려운 다원적견해들로 가득찬 현대 민주주의사회에

서 ‘합의를 향한 완벽한 절차’가 가능할지 의문이 제기된다. 특히 ‘차이 민주주의(difference

democracy)’3) 영향을 받은 이론가들은 숙의를 통한 합의의 강조가 사회적 약자그룹의 견해를 억압

3) 이성에 의해 억압되고 배제돼 온 차이와 타자를 복권시키려는 포스트모더니즘에서 영향을 받은 민주주의 이론이다.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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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수 있음을 지적하고, 이들 그룹에게 가해지는 강압적 요소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다. 이들은 ‘합리

적 동의’가 지배적 다수의 견해와 이익을 대변하는 공공선 위에 기초함으로써 ‘동일성의 강제’와 ‘차

이의 배제’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성을 강조한다.

숙의민주주의와 차이민주주의를 연결하는 이론가들은 헤게모니 집단의 견해에 가로막인 기본적

갈등을 드러내고 오히려 고조시킬 때 숙의의 공정성이 제고된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사회에서 다

르게 위치 지어진 그룹들이 사회적차별과 분리를 명백하게 알리고, 합리성과 공공성의 조건에 부합

하는 방법으로 그들의 요구, 이익, 관점을 드러낼 수 있도록 북돋워야 한다”고 강조해, ‘공동선’과

‘공적 이성’의 개념을 확장시키고자 한다(Karpowitz & Raphael, 2014: 46-47). 이는 공적 논증의 실

천현장에서 사익과 공익의 조화를 꾀하려는 노력과도 부합된다.

한편 숙의토론의 결과에 대한 정당성 확보와 관련, 이성과 선호에 바탕을 둔 순수한 합의로 의견

차를 좁혀나갈 것인지, 아니면 제기된 모든 대안과 함께 최종투표로 결정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가

남아 있다. 실제 합의냐투표냐 하는 의사결정방법은 숙의의 질에 상당한영향을미칠 수 있다. 합의

회의처럼 만장일치로 끝나는 포럼이 있는가 하면, 시민의회와 몇몇 시민배심원제와 같이 개별 투표

로 마무리하는 포럼도 존재한다. 이와 달리 공론조사와 플래닝셀은 숙의 후 참가자의 여론조사로

결정한다.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참가자 스스로 의사결정방법을 결정하는 것이지만 현실적인 대안

은 신뢰할 만한 시민그룹이 공정한 절차를 마련하고 참가자들이 이 절차를 수용하는 것이다.

이상의 논의를 원탁회의와 같은 숙의적 포럼에 적용시켜 규범적 목표와 실천방안을 모색해본다

면 첫째, 의사결정에 영향을 받는 모든 사람이 동등한 자격으로 숙의에 참여하고 동등한 영향력을

행사할 때 평등성이 달성될 수 있다. 모집과정에서 무작위추출과 층화표본을 포함해 다양한 방법이

사용될 수 있으며, 생업의 제약이나 사회적 배제 및 편견 등으로 참여 동기가 부족한 사회적 약자층

을 위해서는 별도의 유인책이 필요할 것이다. 약자층에는 종교나 성적 지향 등으로 불이익을 받는

‘정치적(politically disempowered) 약자층’, 특정 이슈나 맥락에서 참여의 제한을 받는 ‘상황적

(situationally disempowered) 약자층’, 논리적 사고 및 토론 능력이 취약한 ‘숙의적(deliberatively

disempowered) 약자층’ (Karpowitz & Raphael, 2014: 96) 등이 포함될 수 있다. 논리적 대화에 어려

움을 겪는 이들에게는 증언이나 스토리텔링과 같은 대안적 논증방식의 적용이 제안되기도 한다.

모집 뿐 아니라 숙의과정의 평등성도 실현돼야 한다. 대다수 시민들은 토론에 익숙지 않기 때문

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려 하지 않고, 특히 논쟁적 사안의 경우 지배적 소수가 주도할 위험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젠더 연구자들은, 남성 참가자가 여성 보다 많을 경우 특히 정치적 주제의 토론

에서 젠더 격차가 두드러진다고 보고하고 있다(Mendelberg & Karpowitz, 2014). 단호하고 경쟁적

인 토론을 즐기는 남성들이 숙의과정을 지배함으로써 여성들을 소외시키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참가자를 소규모 그룹으로 나누는 원탁회의는 그런 우려를 감소시켜 주고 있으나 실제 참가자 모두

민주주의는 민족국가에 기반을 둔 대의제로 요약되는 지배적인 자유주의적 담론과 달리, 공동체 안에 존재하는 ‘불일치’,즉 차이를 적극적으로 드러낸다. 상이한 세계가 ‘하나의 세계’안에 공존하고 있음을 드러냄으로써 합의로 위장된 공동체의 균열과 불일치를 전면에 부각시키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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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등한 발언기회와 영향력을 행사하는지 관찰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 숙의민주주의를 직접민주주의와 구별 짓는 핵심 근거는 공적 이성의 발휘이다. 숙의적 포럼

에는 단순 여론이 아닌 정보에 근거한 공적 판단(public judgement)이 요구되는데, 이는 시민들이

그들 자신의 이익을 다른 사람의 이익과 연관시켜 고려하는 것을 의미한다. 공적 판단은 숙의의 질

과 밀접히 연관되며, 정확하고 폭넓은 정보 증거 제시, 충분한 토론 기회의 제공 등이 요청된다. 정

보에 근거한 공적 판단은 문제의 기본적 요소들 간의 상관관계를 파악하고 대안적 정책과 연관된

결과를 이해할 것을 요구한다(Weeks, 2000: 360-363).

참가자들이 공적 판단을 통해 자신의 견해를 확대하고 상호존중과 신뢰를 촉진시키며, 당연한 것

으로 수용했던 가치와 선호에 대해 비판적 성찰을 하는지 심층적으로 고찰될 필요가 있다. 이 때

퍼실리테이터와 전문가의 역할 역시 중요하다. 이들은 참가자들이 상호존중과 호혜성을 실천할 수

있도록명료한 규칙과 절차를제공하고, 합리적인 토론으로 이끄는 매개자또는촉진자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다수 민관 거버넌스의 틀 안에서 시민은 물러서 있고 문제의 발견, 정의, 해결까지

전문가의 손에 맡겨두는 것과 달리 숙의포럼의 디자인은 일반 시민과 전문가 사이의 전형적 권력관

계를 재구성하는, 즉 ‘전문성을 민주화하는’(democratising expertise)(Fischer, 2000: 29-46)것에 의

의가 있다. 이는 특정 분야의 전문가들이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시민들의 질문에 답하지만, 시민

들 스스로 각자의 이해관계를 넘어 다른 생각에 무게를 둘 수 있도록 한 발 물러나 있는 것을 뜻한

다(Smith, 2009: 88).

셋째, 몇몇 이론가들은 좋은 절차가 좋은 결과를 보장한다고 믿으며 이상적인 숙의절차에 초점을

두지만, 민주적 숙의 절차만으로 숙의 포럼에 참가하지 않은 외부인으로부터 권위와 정당성을 획득

하기는 어렵다. 책임성과 정당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참가자들의 숙의 과정과 결과가 외부에 투명하

고 성실하게 보고돼야 한다. 공식 보고서 발간과 언론 보도등이 이에 해당된다. 결론만 다루는판단

적 보고서(decisional reports) 보다는 공적논증의 과정을 설명한 대화적 보고서(dialogic reports)나

결론과 공적논증에 동등한 무게중심이 있는 균형적 보고서(balanced reports)가 더욱 장려된다. 예

를 들어 2005~2006년 미국 전역에서 소그룹별로 진행됐던 ‘민주주의의 도전(Democracy’s

Challenge) 포럼‘ 보고서는 대화적 보고서의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다. 이 보고서에는 소그룹 토론

내용에 대한 모더레이터들의 인터뷰, 연구자들의 참여관찰과 영상녹화물 분석, 포럼 후의 설문조사

자료 등이 망라돼 있다(Karpowitz & Raphael, 2014: 257).

평등성과 공적 이성의 실현을 통해 정당성을 확보하는 것만으로 숙의민주주의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까? 또숙의적 포럼의영향력을 평가할때 정책에 대한반영과 같은도구적 가치로만 측정하

는 것이 바람직한가? 최근 전 세계적으로 숙의민주주의가 부각되고 있는 배경에는 대중의 정치 불

신과 함께 정치적 문화적 삶의 한 양식으로서 ‘건강한 민주주의’를 부활시키려는 노력이 숨어 있다.

따라서 숙의적 포럼을 평가할 때는 정책 효과 등 단기적 목표 달성 외에 민주주의 문화의 강화라는

더 궁극적인 목표, 즉 내적 가치가 함께 고려돼야 할 것이다. 결과만 강조하는 대의민주주의나 직접

대구시민원탁회의를 통해 본 지방정부의 숙의민주주의 연구 97

Journal of Daegu Gyeongbuk Studies

민주주의에서 이 같은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민주주의의 본질적 의미를 경험하고 살아볼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숙의적 포럼의 가장 중요한

내적 가치이며 이는 시민문화와 연관된다(장용창 허광진(역), 2018: 62). 민주적 시민들은 여러 다른

관점에서 사물을 바라보고, 자신들을 평등하고 능력 있고 책임감 있는 사회 구성원으로 볼 수 있다.

포럼 참가 경험이 자신을 민주시민으로 바라보게 만들고 정치적 효능감과 사회적 정치적 책임감을

높이는데 도움을 준다면 시민문화에 긍정적 영향을 끼친 것으로 간주될 수 있다. 물론 정책에 미치

는 영향력을 과소평가하고 내적인 가치만 강조하다보면 시민들을 다시 정치적 토론의 장으로 불러

들이기 어려우므로 내적 외적 영향력 중 어느 하나도 소홀히 다뤄선 안 될 것이다.

2. 분석틀과 분석지표

숙의적 포럼의 정당성은 참여자 모집 및 의사결정에서의 민주성 확보, 공적 이성의 발휘, 책임성

과 영향력을 통해 확보될 수 있다. 대구시민원탁회의가 이 같은 조건을 충족시키는지규명하기 위해

1절에서 고찰한 숙의민주주의의 이론적 논의들에 기초해 분석지표를 도출하였다. 분석지표는 평등

성, 공적 이성, 책임성 및 영향력의 세 가지 수준으로 나뉘며, 각 지표에는 하위의 분석기준과 세부

분석내용이 포함된다. 평등성 지표에는 참여에 제한이 없으며 대표성 있는 모집이 이뤄지고 있는지,

소수자 참여 독려를 위한 별도의 장치가 있는지, 참가자들이 동등한 영향력을 행사하는지의 내용이

포함된다. 공적 이성지표에서는 공적 판단이 발휘돼 개인이나 집단의 편향된 견해가교정되고 공공

성 확대의 차원에서 결론이 도출되는지를 평가한다. 책임성 및 영향력 지표는 정책과 시민문화 두

차원으로 구분된다. 전자의 분석기준은 숙의 과정 및 결과의 공개, 보고서의 충실도, 숙의 결과의

수용과 실천에 관한 것이다. 후자는 원탁회의의 내적가치를 규명하기 위한 것으로 민주시민 양성과

민주적인 시민문화 형성에 기여하고 있는지, 참가자들이 정치적 책임감과 효능감을 느끼는지 등을

파악한다. 분석 범위는 2014년 9월의 제1차 회의에서 2018년 11월의 제14차 회의까지이다.

원탁회의를 동태적으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숙의 전, 숙의 과정, 숙의 후의 전 단계에서 나타나는

특징이 모두 관찰돼야 하므로, 도출된 분석지표를 각 단계에 적용해 종합적 분석을 시도한다. 이를

위해 1차적으로 대구시의 정책자료, 결과보고서, 백서 등 문헌자료를 검토하고, 2차적으로 원탁회의

참여관찰을 통해 숙의의 맥락과 동학을 관찰하였다. 또한 참가 시민과 퍼실리테이터를 대상으로 설

문조사를 실시해 스스로 숙의의 질을 평가하도록 했다. 참여관찰은 2018년 8월과 11월에 각각 열린

제13차, 제14차 원탁회의에서 실시됐으며, 제14차 원탁회의에서는 설문조사도 병행됐다. 설문조사

에는 시민 116명과 퍼실리테이터 26명이 응답하였다. 참여관찰과 설문조사는 숙의과정에서 참가자

들이 어떻게 자신의 의견을 표출해나가는지, 편향된 견해들이 공적논증을 거쳐 어떻게 수정되는지,

참여자들 간 상호작용이 이뤄지는지 등의 그룹다이내믹스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참가자

스스로 숙의과정을 평가하는 것은 그 자체가 학습의 한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이 같은 종합분석을

통해, 숙의민주주의의 규범적 목표와 가치를 실현하는데 있어 우리나라 지방정부의 원탁회의가 갖

98 김 정 희

대구경북연구 제18권 제1호

는 함의를 도출하고 제도적 실천적 대안을 제시한다. 사례의 분석 과정을 개괄적으로 도식화하면

다음과 같다.

<그림 1> 사례분석의 흐름도

분석 기준과 분석 내용은 <표 1>과 같이 구성된다.

분석지표

분석기준 분석내용 분석방법

평등성

참여범위의 포괄성 ․시민 모두가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가․성별 연령별 직업별 지역별 대표성이 확보되었는가․사회적 소수자나 약자의 참여를 위한 별도의 조치를마련하고 있는가

․토론과정에 발언기회와 시간이 동등하게 주어지는가

문헌연구참여관찰

참여주체의 대표성

소수자 포용성

영향력의 동등성

공적이성

충분 정확한 정보제공 ․숙의 전과 진행 중 참가자에게 충분하고 정확한 정보,증거가 제공되는가․숙의 전과 진행 중 복잡한 이슈가 이해하기 쉽게 전달되는가․경쟁하는 관점과 대안들이 적절히 다뤄지는가, 소수의견과 다수의견이 동등하게 논의되는가․숙의 전과 후 참가자들의 선호 변화가 있는가, 그 변화 는성찰적 토론에 따른 것인가․숙의 시간은 충분한가․퍼실리테이터와 전문가는 시민들의 공적 판단을 끌어내는 데 기여하는가

참여관찰설문조사

성찰적 토론과 선호변경

토론시간의 충분성

진행자와 전문가 역할

책임성및영향력

정책 차원

문헌연구

보고서의 내 외부 공개및 내용의 충실도

․숙의 과정과 결과는 내 외부에 투명하게 보고되는가․보고서는 충실한 정보를 담고 있는가․원탁회의에서 도출된 결론과 관련, 지방정부의 구체적인정책변화가 있는가

숙의결과의 이행 및정책변화

시민문화 차원

설문조사민주적인 시민문화 형성 ․민주시민 양성과 민주적인 시민문화 형성에 기여하고있는가․참가자는 정치적 책임감과 효능감을 느끼는가정치적 책임감 효능감

<표 1> 사례분석의 지표

대구시민원탁회의를 통해 본 지방정부의 숙의민주주의 연구 99

Journal of Daegu Gyeongbuk Studies

Ⅲ. 대구시민원탁회의 사례 분석

1. 시민원탁회의 개요

한국의 시민원탁회의는 미국의 비영리단체 아메리카스픽스(AmericaSpeaks)의 설계로 1998년 처

음 실시된 ‘21세기 타운미팅(21st Century Town Meeting)’을 한국적 상황에 맞게 약간 변형시킨

모델이다. 국내에서는 2011년 (사)공공경영연구원 산하의 소통전문센터로 코리아스픽스가 설립되

면서 아메리카스픽스의 대규모 타운미팅을 국내 실정에 맞게 개발해 선보이기 시작하였다. 2011년

6월 서울에서 1,000명이 참석한 대규모 옥외 원탁토론이 최초로 실시됐으며 이후 광역 및 기초 지방

정부는 물론 중앙정부, 정당, 교육청, 시민단체, 대학 등에서 다양한 주제로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시민원탁회의의 특징은 이해당사자 대상 사전조사를 기반으로 한 의제설정, 테이블 단위 토론을

진행할 테이블 퍼실리테이션의 존재, 참가자 의견을 실시간으로 반영하는 무선 노트북과 무선 인터

넷 시스템, 현장투표를 위한 무선전자투표시스템 등이다. 이는 최신 전자통신기술과 숙련된 대화방

식을 조합한 것으로, 주요 정책안을 검토하고 정책의 우선순위를 찾아내는 데 유용한 방식이라 할

수 있다.

대구시의 경우 2014년 추진과정에서 시의회와의 소통 부족으로 의원들의 반대에 부딪히는 등 시

작은 순탄치 않았다. 이후 협조를 끌어내고 2015년 전국에서 최초로「시민원탁회의 운영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고 운영위원회4)를 구성하였다. 15명의 민간위원과 주무부서의 당연직 공무원

3명으로 구성된 운영위원회가 원탁회의를 총괄운영하고 있으며 대구경북연구원이 사무국을 맡고

있다. 원탁회의에 상정할 정책의제는 운영위 또는 시민 300명 이상의 추천으로 선정하며, 슬로건이

나 세부과제는 분과위원회를 구성해 관련부서 의견과 전문가의 자문, 사전 설문조사 등을 거쳐 최종

결정한다. 토론에 앞서 일반 시민 대상 여론조사와 참가자 대상 설문조사를 병행하며(2017년까지는

일반시민 대상 여론조사만 실시) 퍼실리테이터는 매 주제마다 모집된다. 해당 주제에 대한 지식이

풍부한 사람은 테마 분석 퍼실리테이터로 활동하기도 한다. 의제별 전문가는 사무국과 시 담당부서

의 추천으로 선정된다.

토론 당일에는 성, 연령, 지역 등을 고려해 각 원탁에 8~9명의 참가자와 1~2명의 퍼실리테이터가

배치된다. 참가자 대표의 개회선언과 담당 공무원의 발제가 끝나면 참가자들은 사전조사에서 도출

된 주제 관련 항목들에 대해 자신들의 의견을 개진하는 ‘입론’ 시간을 갖는다. 퍼실리테이터들은 웹

시스템을 통해 이들의 입론 내용을 실시간으로 입력해 중앙분석팀으로 전송한다. 테이블 당 평균

10개씩 수백개의의견이 중앙분석팀에 전송되면, 분석팀은 개별 의견 속의 핵심 키워드를 추출하고

추출된 키워드들중 유사항목을 묶어하나의 의제로 작성한다. 이렇게 묶인 의제를 문장으로정리해

4) 운영위원회의 역할은 원탁회의 운영계획 및 연도별 시행계획 수립 및 변경, 토론주제 방식 참여자 공모 및 선정, 회의결과 최종도출 및 시정 반영방안 심의, 의결 등이다. 20명 내외의 위원으로 구성되며 위원장과 부위원장은 민간위원 중 호선한다.

100 김 정 희

대구경북연구 제18권 제1호

참가자들에게 보여주면 참가자들은 의제들의 우선순위를 선정하는 상호토론을 벌이고, 각자에게 주

어진 무선투표기의 버튼을 눌러 최종 의사결정을 내린다. 토론결과는 중앙 스크린에 실시간으로 공

개된다. 사무국은 토론결과 보고서를 작성해 대구시에제안하고 시는 이를검토한 뒤정책을수립한

다(대구광역시, 2016: 185). 대구시민원탁회의의 준비과정과 진행과정은 다음과 같다.

자료 : 대구광역시(2016: 28)의 재구성

<그림 2> 대구시민원탁회의 준비과정

대구시민원탁회의를 통해 본 지방정부의 숙의민주주의 연구 101

Journal of Daegu Gyeongbuk Studies

자료 : 대구광역시(2016: 29)의 재구성

<그림 3> 대구시민원탁회의 진행과정

대구시는 2014년 9월 ‘안전한 도시 대구를 만들자’를 시작으로 2018년 11월까지 다음과 같은 주

제와 규모로 총 14회 원탁회의를 실시하였다(2018년 11월 기준).

자료 : 대구광역시(2016, 2017, 2018)의 재구성

회차

년월 원탁회의명 분야인원(명)

1 2014. 9 안전한 도시 대구를 만들자 안전 412

2 2015. 5 시민이 만들어가는 대구축제 축제 459

3 9 2030 도시기본계획 시민이 꿈꾸는 대구 도시기본계획 529

4 11 교통사고 도시 대구? 교통사고 절반 줄이기 교통 530

5 12 청년이여, 대구를 말해봐 청년 329

6 2016. 4 대구시민복지, 이건 어때? 복지 490

7 7 대구여성으로 산다는 것! 남을 것인가 떠날 것인가 여성 461

8 10 주민참여예산, 어디까지 왔나? 참여예산 403

9 12 자원봉사, 대구의 시민문화로! 자원봉사 547

10 2017. 6 언제까지 막 쓸 수 있을까요? 나도 청정에너지 생산자 에너지 410

11 9 성서를 바꾸는 오만가지 상상-머물어 살고싶은 10년후 우리마을 마을공동체 370

12 12 나도 시민, 대구정신을 말하다 대구정신 410

13 2018. 8 응답하라 행복한 밥상-친환경 신토불이 무상급식 실화냐? 복지 403

14 11 성숙한 반려동물 문화, 우리 함께 하시개냥 문화 196

<표 2> 대구시민원탁회의의 회차별 주제와 규모

102 김 정 희

대구경북연구 제18권 제1호

2. 시민원탁회의의 평등성

숙의민주주의의 평등성을 결정짓는 첫 번째 요소는 숙의적 의사결정의 장에 누가 참여하는가 하

는 것이다. 그 결정에 영향을 받는 모든 사람이 동등한 자격으로 참여할 수 있어야 하며 참여자들을

배제시키는 어떠한 사전조건도 없어야 평등성 지표를 만족시킬 수 있다.

대구시는 대구시민원탁회의 홈페이지, 인터넷, 전화접수 등을 통해 시민과 퍼실리테이터를 공개

모집하며, 토론주제 관련 전문가의 경우 사무국인 대구경북연구원과 시 해당 부서의 추천으로 선정

된다. 즉, 일반시민의 경우 특별한 제한 규정이 없으므로 ‘참여주체의 포괄성’이 충족되고 있다. 그러

나 공개모집 방식은 시간적 경제적 제약이 상대적으로 작은 시민들이 주로 참여하게 되는 문제가

있다. 특히 사회적 소수자나 약자층은 참여의 비용이 편익보다 크기 때문에 참여의 동기가 부족하

다. 대구시민원탁회의는 참가자 모집에서 성별 연령별 지역별 직업별 비례성 확보를 위한 규정이

없고 사회적 소수자 및 약자의 참여를 위한 장치가 부재하다. 대신 모집 마지막 단계에서 비례성

제고를 위해 집중홍보를 펼치거나 청년(제5차 회의), 여성(제7차 회의) 등의 특수 주제를 통해 소수

자 참여를 일부 보완하고 있어 ‘소수자 포용성’은 비교적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아메리카스픽스의

21세기타운미팅은 참가자 모집에서 인구 대표성을 보장하고, 모집 뒤에도 참가자 등록번호를 인구

분포 목표와 대조해 특정지역이나 인구분포에서 과소참가율을 보이면 그 그룹 참여를 보완하는 방

식으로 운영된다(장용창 허광진(역), 2018: 216). 이는 한국형 원탁회의 디자인에서 대표성이 더 취

약함을 말해주고 있다.

인구 대표성을 고려하지 않는 모집방식에 따른 참여의 편차는 백서와 보고서의 부문별 집계현황

에서 확인된다. 먼저 성별 부문에서 각 회차의 분포를 살펴보면 6,8차는 성비에서 큰 격차가 드러나

지 않지만, 3,5,13,14차는 남성 혹은 여성이 다른 성의 2배를 차지하는 불균형을 드러냈다(미응답자

가 100명 이상인 4,9,10,11차 제외). 여성문제를 다룬 7차에서 여성 참가자 수가 절대적 우위를 보인

것은 예외로 하더라도 특정 성(性)이 다른 성을 2배나 압도하는 것은 숙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연령별 분포를 보면 매회 40~50대가 과반을 차지한 반면, 20~30대는 15~30%대에 그쳤다. 청년문

제와 같은 특수 주제를 다룬 경우 20~30대가 40~50대를 앞질렀지만 이처럼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

면 전반적으로 중 노년층이 청소년과 청년층을 크게 상회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회차전체(명)

성별(명)

연령별(명)

2 459 남 229/여 180/미응 50 10대 2/ 20대 70/ 30대 55/ 40대 80/ 50대 105/ 60대 38/ 70대 이상 9

3 529 남 320/여 157/미응 52 10대 1/ 20대 62/ 30대 60/ 40대 64/ 50대 120/ 60대 97/ 70대 이상 21

4 530 남 233/여 197/미응 100 10대 0/ 20대 16/ 30대 24/ 40대 85/ 50대 120/ 60대 69/ 70대 이상 16

5 329 남 204/여 125 10대 0/ 20대 221/ 30대 76/ 40대 19/ 50대 11/ 60대2/ 70대 이상 0

<표 3> 대구시민원탁회의의 부문별 참가자수

대구시민원탁회의를 통해 본 지방정부의 숙의민주주의 연구 103

Journal of Daegu Gyeongbuk Studies

주 : 시의 부문별 참가자 집계는 2회부터 이뤄졌음자료 : 대구광역시(2016, 2017, 2018)의 재구성

지역별, 직업별 분포는 일반인 여론조사와 참가자 사전조사를 병행한 2018년 자료를 통해서만 확

인된다. 13차(2018.8월)와 14차(2018.11)의 지역별, 직업별 구성비는 다음과 같다.

<그림 4> 지역별 구성비

13,14차 모두 수성구, 달서구, 북구 3개구에 참가자가 몰려 있고 나머지 지역은 저조한 것을 볼

수 있다. 수성구와 달서구는 거주자의 소득수준이 대구 내에서 1, 2위로 높은 지역이며, 참여율이

낮은 중 동 서 남구는 상대적으로 소득수준이 낮은 지역이다5). 14차에서 북구 참여율이 가장 높은

이유는처음으로 이 지역에서원탁회의가 열렸기 때문이다. 직업별 구성비 역시 2회 모두 사무 관리

전문직이 전체의 3분의1을 상회하며, 생산 노무 기능직 참여율은 1% 미만대로 가장 저조해 큰 편

차를 보인다.

5) 수성구는 대구에서 월평균 500만원 이상 가구소득과 생활비(가구주 기준) 인구가 가장 많은 지역이며 달서구가 그 다음을 차지한다(대구통계, 2015).

회차전체(명)

성별(명)

연령별(명)

6 490 남 223/여 240/미응 27 10대 54/ 20대 130/ 30대 83/ 40대 77/ 50대 78/ 60대 14/ 70대 이상 0

7 461 남 83/여 332/미응 46 10대 6/ 20대 55/ 30대 71/ 40대 65/ 50대 127/ 60대 35/ 70대 이상 10

8 403 남 148/여 172/미응 83 10대 1/ 20대 19/ 30대 14/ 40대 49/ 50대 102/ 60대 42/ 70대 이상 10

9 547 남 272/여 148/미응 127 10대 9/ 20대 15/ 30대 27/ 40대 46/ 50대 91/ 60대 86/ 70대 이상 19

10 410 남 180/여 129/미응 101 10대 74/ 20대 24/ 30대 24/ 40대 53/ 50대 85/ 60대 42/ 70대 이상 7

11 370 남 68/여 141/미응 161 10대 1/ 20대 10/ 30대 13/ 40대 79/ 50대 69/ 60대 23 / 70대 이상 3

12 410 남 153/여 199/미응 58 10대 3/ 20대 121/ 30대 42/ 40대 44/ 50대 78/ 60대 65/ 70대 이상 22

13 403 남 117/여 243/미응 43 10대 44/ 20대 26/ 30대 26/ 40대 119/ 50대 89/ 60대 36/ 70대이상 19

14 196 남 60/여 117/미응 19 10대 4/ 20대 36/ 30대 27/ 40대 35/ 50대 63/ 60대 25/ 70대 이상 6

104 김 정 희

대구경북연구 제18권 제1호

<그림 5> 직업별 구성비

마지막으로 영향력의동등성을 평가하는 ‘발언기회와 시간’은 참여관찰을토대로분석됐다. 2회의

참여관찰 결과에 따르면, 자신의 의견을 처음으로 개진하는 입론과정에서는 참가자 전원에게 각자

1분30초의시간이제공되고그내용이중앙스크린을통해공유됨으로써기회와시간의동등성요건

을 만족시키고 있었다. 보충주장, 상호질문과 응답으로 이뤄지는상호토론 역시 모두에게 같은 기회

와시간이부여됐다. 다만사회자는모둠에서주요논점을제기한사람에게전체참가자앞에서발언

할 기회를 한 번 더 제공했는데, 이것을 기회의 불평등으로 인식하는 사람은 없었다. 다른 모둠에서

이에 대한 반론이나보완발언을함으로써 전체토론에 활기를 불어넣을수 있었고, 사회자에게손을

들어 의사표시를 할경우똑같은기회가주어졌기 때문이다. 문제는상호토론 20분이라는시간적제

약 때문에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이 같은 기회가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분석을 종합하면 참여범위의 포괄성과 영향력의 동등성은 높은 반면 참여주체의 대표성과 소수

자 포용성은 낮은 수준으로 평가된다.

3. 시민원탁회의의 공적 이성

참가자들이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바탕으로 다양한 관점에서 생각해보고, 공적 판단(public

judgment)에 비춰 결정하며, 자신의 선호를 변화시킬 수 있는 ‘공적 이성’이야 말로 숙의민주주의의

핵심요소라할 수 있다. 좋은 숙의는 정확하고충분한정보를바탕으로 잘못된 신념을 교정함으로서

더 정교하고, 사려 깊고, 일관성 있는 견해에 도달하도록 만들어준다. 대구시민원탁회의 ‘공적 이성’

은 참여관찰(제13, 14차)과 설문조사(제14차)를 통해 다음과 같이 포착되었다.

먼저, 토론 전과 진행 중 참가자에게 충분하고 정확한 정보 증거가 제공되는가? 복잡한 이슈가

이해하기 쉽게 전달되는가? 대구시민원탁회의는 참가 신청자들에게 ARS로 토론주제 관련 사전 설

문조사를 실시한다. 의제를 구체화하고 쟁점을 도출하기 위한 목적으로 실시되지만, 토론에 필요한

대구시민원탁회의를 통해 본 지방정부의 숙의민주주의 연구 105

Journal of Daegu Gyeongbuk Studies

자료와 정보는 미리 제공되지 않는다. 주최측은 자료집을 행사 당일 배포하고, 토론 전 10분간 PPT

발제를 통해 주제관련 정보를 전달하므로 시민들이 이슈를 둘러싼 배경을 숙지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 보였다. 빈약한 정보에 의존하는 여론과 달리 숙의민주주의가 요구하는 공적 판단은 일관되고

안정된 정보, 즉 정보의 질에 근거하는데 대구시민원탁회의의 정보제공은 양적 질적 면에서 모두

불충분하였다. 이와 대조적으로 21세기 타운미팅은 참가자들이 적절한 정보를 가지고 참여할 수 있

도록 관련 자료를 토론 전에 우송하고 필요한 경우 지역신문과 도서관 등을 통해 지역사회 전체에

배포한다. 또한 토론 당일은 발표와 비디오 등을 통해 자료를 보완하고 있다(장용창 허광진(역),

2018: 215).

전문가들을 배치해 시민들의 질문에 즉시 응답할 수 있게 한 시스템은 21세기 타운미팅과 동일하

다. 무상급식을 주제로 한 13차에는 교육청의 담당 과장들이, 반려동물을 다룬 14차에는 수의사와

동물보호협회 관계자들이 참석해 이 같은 역할을 수행하였다. 특히 14차에 참석한 수의사는 반려동

물 등록제를 둘러싼 쟁점과 동물학대의 경험이 반사회적 중범죄로 이어지는 사례를 소개하고 새로

부상하는 ‘동물권’의 개념 이해를 도왔다. “복잡한 이슈가 이해하기 쉽게 전달됐는가”에 대한 질문에

시민 응답자의 78.9%가 긍정적으로 답했는데, 이는 토론 전 자료제공이 충분치 않았음에도 당일 발

제와 전문가의 팩트 체크가 보완적 역할을 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둘째, 경쟁하는 관점과 대안들이 적절히 다뤄지는가? 자신과 다른 관점에서 생각하고 종합적으로

판단하는가? 숙의를 통해 자신의 선호를 바꾸는가? ‘공적 이성’ 문항에 대한 참가자들의 응답은 다

음과 같다.

설문 문항빈도(%)

합계매우긍정

약간긍정

보통약간부정

매우부정

1오늘 토론회에서 본인의 생각과 다른 다양한 견해들을접했습니까?

51(44.0)

41(35.3)

16(13.8)

6(5.2)

2(1.7)

116(100)

2토론과정에서 소수의견과 다수의견이 동등하게 논의됐다고보십니까?

48(41.4)

41(35.3)

18(15.5)

5(4.3)

1(0.9)

116(100)

3대화를 통해 자신과 다른 관점에서 생각해보고 종합적인판단력을 갖게 됐다고 생각하십니까?

40(34.5)

52(44.8)

18(15.5)

5(4.3)

1(0.9)

116(100)

4 토론 전과 후 선생님의 생각 변화가 있습니까?24(20.7)

27(23.3)

36(31.0)

17(14.7)

12(10.3)

116(100)

<표 4> ‘공적 이성’ 관련 설문조사 결과

1~3문항은 긍정적 응답이 각각 79.3%, 76.7%, 79.3%로 매우 높았다. 참가자들이 자신과 다른 견

해를 접하고 타인의 관점에서 생각해보며, 종합적으로 사고하는 것은 숙의민주주의 제도가 장려하

는 가장 중요한 미덕 중 하나이다. 그런 점에서 시민원탁회의의 숙의 디자인과 실험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토론 전후의 생각에 변화가 있다는 응답은 44.0%로 1~3 문항에 비해 낮았으나 “없다(25.0%)”보다

106 김 정 희

대구경북연구 제18권 제1호

는 높아 이 역시 공적 판단의 한 측면을 보여준다. 변화의 이유에 대해서는 “다른 이의 입장을 이해

하게 돼” “스스로를 돌아보고 개선하는 기회가 돼” “모르던 새로운 정보를 접하게 돼” “다양한 사람

들의 이야기를 듣게 돼” 등이라고 밝혔다. 당일 주제가 첨예한 쟁점을 다룬 것은 아니지만 서로 다

른 입장에 서 있는 반려인과 비반려인 간 소통이 이뤄졌음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이는 “공공장소

에서 비반려인들의 시선이 따갑지 않도록 책임을 다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반려견에 대한 부

정적 의견이 있어 참석했는데 키우는 사람들의 고충을 이해하게 됐다.”는 주관식 응답에서도 확인

된다.

반면, 생각의 변화가없다는 응답자들의경우 “토론 시간이 짧아서” “반려인들로부터 받는 피해가

크기때문” “반대입장도이미공감하고있기때문” “테이블토론자들의입장이모두일치했기때문”

등으로 이유가 다양했다. 시간부족을 지적한 시민들은 짧은 토론시간이 숙의의 질을 확보하는데 장

애가 된다고 판단하고 있었다. 토론 시간의 부족은 앞서 평등성 분석에서도 확인된 바 있다.

참가자들이 성찰적 토론을 통해 선호를 변경하고 있는 지는 참여관찰을 통해서도 발견된다.

무상급식을 주제로 한 13차에서는 ‘중학교 전면 무상급식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뤄야 할 분야’에

대한 토론과 투표가 있었다. 원탁회의 전 실시한 사전투표에서는 ‘식재료 안전성’이 42.4%로 가장

높았으나 입론 후 1차 투표와 상호토론 뒤 2차 투표를 거치면서 각각 29.5%와 29.4%로 낮아졌다.

반면 사전투표에서 18.0%에 불과했던 ‘급식 품질’은 1차 투표에서 28.3%, 2차 투표에서 32.5%로 계

속 상승해 1위를 차지했다. 토론 전에는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급식 품질 문제가 토론과정

에서 주요 쟁점으로 부상한 것이다. 또한 ‘지속가능성 확보’ 역시 사전투표에서는 13.2%에 그쳤으나

1, 2차 투표에서 24.5%, 20.7%로 그 중요성이 높게 평가됐다.

토론자들의 관심을 모은 급식 품질 논의에서는 ‘맛있는 식단 구성’이 핵심을 차지하고 있다. 이

날 참석한 10대 학생들은 입론과 상호토론 과정에서 “맛이 중요하다. 학생들은 요리를 먹고 싶다”며

급식 수요자로서 매우 적극적인 의견을 개진하였다. 전면 무상급식 실시 뒤 급식의 맛과 질이 떨어

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학부모 참가자들 역시 급식 품질에서 맛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학생들의 입장에 대부분 동의하였다. 한편으로 학교 급식을 담당하는 영양사와 조리사들은 식재료

유통과정의 안전성 문제가 급식 품질과 직결돼 있음을 제기하며 현행 입찰방식의 개선과제를 부각

시켰다. 토론이 진행되면서 무상급식이 시민들의 인기를 끌기 위한 ‘반짝 행정’으로 끝나지 않고 지

속가능할 지에 대한 시민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었다.

참가자들은 토론을 마친 뒤 전면 무상급식의 핵심과제로 ‘식재료 입찰방식 개선’, ‘통합 친환경

급식센터 운영’, ‘맛있는 식단’, ‘지속가능성 확보’를 도출하였다. 첫 번째 과제로 꼽은 입찰방식 개선

은 급식의 품질과 안전성을 동시에 제고하기 위한 것이며, 친환경센터는 안정성 확보를, 맛있는 식

단은 급식 품질 제고를 위한 것으로서 제안됐다. 토론을 거치면서 나타난 참가자들의 인식 변화와

사고의 확장 과정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대구시민원탁회의를 통해 본 지방정부의 숙의민주주의 연구 107

Journal of Daegu Gyeongbuk Studies

쟁점 참가자 사전조사(%) 입론 후 1차투표(%) 상호토론 후 2차투표(%)

식재료안전성 42.4 29.5 29.4

급식품질 18.0 28.3 32.5

학생건강 18.4 11.2 13.0

지역경제활성화 5.6 3.5 4.3

지속가능성 13.2 24.5 20.7

기타(선별지원) - 2.9 -

<표 5> 무상급식 주요 쟁점에 대한 참가자들의 선호 변화

반려문화를 다룬 14차에서도 참가자들의 선호 변경이 확인된다. 참가자 가운데 현재 및 과거의

반려인이 77.4%를 차지하고 무경험자는 22.6%에 불과해 다수자인 반려인 입장이 과대 대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존재했으나 결과는 반대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대구의 펫티켓(반려동물 문화) 준수여부를 물은 사전조사에서 현재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는 사람

의 60.9%는매우잘 지키고 있다고 응답했으며, 과거 경험자의 78.8%는어느 정도 잘 지키고있다며

긍정적으로평가하였다. 그러나 입론과 상호토론을 마친 뒤투표에서는 반대로 현재 및과거유경험

자의 65%가 펫티켓 수준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또한 반려문화를 진단하는 투표에서도

반려인들은 ‘반려인들의 비반려인에 대한 배려 부족’(대로 맹견동행, 늘어진 목줄, 공동주택 활보,

배변처리)을 첫 번째 문제로 꼽았다. 토론 전에는 크게 의식하지 않았던 타인 배려문제가 핵심 의제

로 부상한 것이다. 친 반려동물 도시 대구를 위한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2차 토론에서도 참가자들은

‘반려인 의무교육’을 1순위로 내세우면서(37.1%) 자기과제로 인식했다. 이는 다수를 차지한 반려인

들의 입장이 과대대표되는 대신 비반려인 처지를 고려하는 자기성찰적 숙의의 효과가 나타났기 때

문으로 해석된다.

공적 이성의 마지막 평가지표는 퍼실리테이터와 전문가들이 시민들의 공적 판단을 돕기 위해 제

역할을 하는가 하는 것이다. 퍼실리테이터는 시민들의 입론과 상호토론을 이끌고 조율하는 역할을

하며, 전문가 또한 토론 도중 생기는 의문과 사실 확인에 대해 도움을 주기 때문에 원탁회의 디자인

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있다. 참여관찰과 설문조사를 통해 확인한 결과 이들의 역할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퍼실리테이터와 전체토론 진행자의 역할에 대해 시민 응답자의 80.2%, 주제 관련 전문가

들의 역할에 대해 76.7%가 긍정평가를 내렸다. 특히 퍼실리테이터의 절반이 2회 이상 참가자이며

4회 이상 참가자도 28.9%(10회 이상 참가자는 9.2%)나 돼 진행기술과 훈련이 축적되고 있음을 파악

할 수 있었다.

분석을 종합하면, 정보제공과 숙의시간의 충분성은 낮으며, ‘복잡한 이슈전달 및 대안적 관점의 교

류’, ‘성찰적 토론과 선호 변경’, ‘퍼실리테이터와 전문가의 역할’은 비교적 높은 수준으로 파악된다.

108 김 정 희

대구경북연구 제18권 제1호

4. 시민원탁회의의 책임성 및 영향력

대구시민원탁회의조례 제7조(회의결과 조치)는 “원탁회의 결과에 대해 세부 실행계획을 수립, 시

행해야 하며 예산이 소요되는 경우 이를 확보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회의결과에 대한 추진상

황들을 총괄부서에 제출하고 정기적으로 시민에게 알리거나 설명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시는 회의결과를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으며, 2014~2016년 운영현황을 정리한 백서도 발간하

였다.

그러나 내용의 충실도는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홈페이지에 공개된 결과보고서는 토론 전후

우선순위와 득표수, 득표율 등 양적 정보를간략히 소개하고 있어참가자들이 지지하는 의견과 선호

도 변경의 결과 정도만 파악된다. 토론 과정에서 표출된 반대의견과 이들 의견 및 대안적 관점이

어떻게 다뤄지고 교류됐는지 등 질적 정보는 포착되지 않는다. 이는 이론적 논의에서 고찰한 ‘판단

적 보고서’로, 숙의의 맥락을 파악하는 데 근본적인 한계를 갖는다6).

토론 이후 대구시의 정책 수용에 대한 정보 역시 시민들과 제대로 공유되지 못하고 있다. 원탁회

의 당일 참가자들에게 배포되는 자료집에는 이전 회의 토론결과에 대한 시의 조치상황이 요약돼

있으나 외부에 개방된 원탁회의 홈페이지에는 이 내용이 공개되어 있지 않다. 더욱이 3년간의 회의

결과 및 운영현황을 파악할 수 있는 백서가 시청 홈페이지의 민원 소통코너에는 업로드 돼 있으나

정작 원탁회의 자체 홈페이지에는 없으며, 두 홈페이지는서로 연결도 되지 않아 상호연계성이 부족

하다. 이는 시민들과의 소통이 형식적으로 이뤄지고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그렇다면 원탁회의가 지방정부에 미친 정책 영향력은 어떠한가? 대구시는 원탁회의 참가자 및

이와 별도로 구성된 시민참여단 전문가자문단의 의견을 종합해 ‘2030 도시기본계획’의 세부전략을

수립하고, 주민참여예산제 ‘구 군 단위 확대’ 제안을 수용해 구 군 지역회의를 설치했으며, 무상급식

토론의 뜨거운 쟁점이었던 ‘급식 품질 제고’를 위해 급식단가 인상을 우선과제로 설정하였다. 그러

나 토론결과를 반영한 대다수 정책들은 기존의 정책계획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아 원탁회의의 직접

적 영향력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참가자들에게 공개하는 ‘이전 회의 결과 조치계획’은 시가 수립한

정책 방향 안에서 세부과제를 일부 도출하고 보완한 정도로 평가된다. 조례에 규정된 원탁회의의

목적은 “시의 주요 현안에 대해 시민의 지혜와 의견을 수렴해 사회적 합의와 공감대를 이끌어내기

위한 것”이다. 즉 시민들이 시정 현안을 논의한 후 정책대안을 제시하거나 합의를 도출하지만 구속

력을 갖는 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통합신공항 및 신청사 건립과 같은 지역사회의 첨예한 논쟁사안이 다뤄진 적이 없고, 무난하면서

쟁점을 비켜난 주제 위주로 선정됐다는 점, 회의 결과로 시의 정책 우선순위가 뒤바뀐 사례가 없다

는 점 등도 원탁회의가 시의 주요 정책방향에 대한 시민 공감대 확산에 초점이 맞춰져 있음을 보여

준다. 이는 21세기 타운미팅이 정책에 대한 찬반 토론을이끌어내고 토론결과를 반영해계획을 수정

6) 이와 별개로, 원탁회의 사무국이 운영되고 있는 대구경북연구원에서는 회의 개최 후 정책제안을 담은 정책보고서 를 대구시주관부서인 시민소통과와 해당부서에 1개월 내에 제출하고 있다.

대구시민원탁회의를 통해 본 지방정부의 숙의민주주의 연구 109

Journal of Daegu Gyeongbuk Studies

하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예를 들어 2001년 9.11 테러 이후 세계무역센터 재개발을 주제로 다룬

뉴욕시의 타운미팅은 참가 시민들의 의견을 반영해 시가 당초 계획했던 재개발 규모를 크게 축소시

킨 바 있다(장용창 허광진(역), 2018: 220). 워싱턴 D.C. 시민정상회의(1999년 제1차~2005년 제5차)

에 참가한 시민들 역시 기존과 전혀 다른 정책 우선순위를 스스로 결정했으며, 이에 따른 예산배분

의 변화가 이뤄졌다(장수찬, 2011: 66).

설문 문항 : 원탁회의 참가경험이 나에게 어떤 도움을 주었는가?누적빈도(시민/퍼실)

%(시민/퍼실)

누적%(시민/퍼실)

민주적 의사결정과정에 참여함으로써 민주주의의 본질적 의미를 생각해보게 됐다.

50명(36명/14명)

17.5(17.0/19.2)

39.5(35.6/53.8)

다른사람의의견을들으면서종합적으로판단, 사고할수있는기회가됐다.92명

(72명/20명)32.3

(34.0/27.4)72.4

(71.3/76.9)

내 개인의 이익을 넘어 공익이라는 관점에서 생각할 수 있게 됐다.37명

(27명/10명)13.0

(12.7/13.7)29.1

(26.7/38.5)

듣고 말하는 능력, 대화와 토론능력이 향상됐다(향상될 수 있을 것 같다).26명

(14명/12명)9.1

(6.6/16.4)20.5

(13.9/46.2)

내 의견이 정책에 반영될 수 있다는 기대가 생겼다.35명

(27명/8명)12.3

(12.7/11.0)27.6

(26.7/30.8)다른 사람들과 연결돼 있음을 느끼고 내 삶이 개선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23명(18명/5명)

8.1(8.5/6.8)

18.1(17.8/19.2)

정치적 책임감이 증가했다.10명(7명/3명)

3.5(3.3/4.1)

7.9(6.9/11.5)

도움이 되지 않았다.2명

(2명/0명)0.7

(0.9/0.0)1.6

(2.0/0.0)

기타의견10명(9명/1명)

3.5(4.2/1.4)

7.9(8.9/3.8)

총계285명

(212명/73명)100.0(100.0)

224.4(209.9/280.8)

<표 6> ‘시민문화 영향력’ 관련 설문조사 결과(다중응답-다중합계)

다음으로, 원탁회의가 민주적인 시민문화 확산에 끼치는 영향력은 장기간의 추적관찰이 필요하나

본 연구에서는 참가자들의 설문조사를 통해 그 내용을 일부 포착하였다. 숙의민주주의 지지자들의

일반적인 주장은 숙의적 포럼이 시민성(citizenship)을 배우는 학교역할을 한다는 것인데, 설문조사

결과에서도이를확인할수 있다. 참가 경험이어떤 도움을주고 있는지에대한다중응답(표 5 참조)

을 보면 일반 시민과 퍼실리테이터가 시민적 덕성을 함양하는데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들은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들으며 종합적으로 사고하는 기회가 됐으며(누적 72.4%), 민주

주의의 본질적 의미를 생각해보게 됐다(누적 39.5%)고 스스로를 평가하였다. “도움이 되지 않았다”

는 응답자는 2명(누적 7.9%)에 불과했다. 주관식 응답으로는 “여러 사람 앞에서 내 의견을 발표할

수 있어 자신감이 생겼다”, “나와 같은 의견과 다른 의견을 비교해가며 정책의 방향을 가늠할 수

있었다” 등이 있었다. 반면, “내 의견이 정책에 반영될 수 있다”고 기대하는(누적 27.6%) 정치적 효

능감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이는 앞의 분석에서 드러나듯 정책 영향력이낮아 참가자들이 이를 체감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10 김 정 희

대구경북연구 제18권 제1호

종합하면, ‘회의결과 공개 및 내용의 충실도’와 ‘정책 영향력’은 비교적 낮은 수준인 반면, 시민교

육 등 시민문화 차원의 영향력은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Ⅳ. 결론과 함의

숙의적 포럼은 정책결정 이후 발생하는 분쟁의 조정 차원이 아닌 의사결정 초기단계에서부터 진

행되는 것이 효과적이다. 본 연구는 지방정부의 정책의제 설정 및 형성 단계에서 최근 폭넓게 활용

되고 있는 시민원탁회의를 분석대상으로 삼았다. 숙의민주주의 모델의 규범적 목표들을 검토한 뒤,

시민원탁회의의 디자인과 구조가 지닌 장점과 제약조건은 무엇이며, 한국적 적용에서의 성과와 한

계는 무엇인지 대구시 사례연구를 통해 규명하고자 하였다. ‘평등성’ ‘공적 이성’ ‘책임성과 영향력’을

기준으로 분석한 이후 다음과 같은 함의와 개선방안을 도출하였다.

분석 결과를 종합하면, 시민원탁회의는 아메리카스픽스 ‘21세기 타운미팅’의 디자인을 빌려왔으

나 타운미팅에 비해 참가자 모집과 숙의, 숙의 후 과정 등 운영 전반에 걸쳐 숙의민주주의의 목표

달성에 비교적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한국형 시민원탁회의가 숙의민주주의의 이상

에 한 발 더 다가서기 위한 제도적 보완과 실천적 노력이 요청된다.

첫째, ‘평등성’ 지표를 분석한 결과 ‘참여범위의 포괄성’과 ‘참가자들 간 영향력의 동등성’은 충족

되고 있는 반면, 다양한 인구학적 통계를 반영하지 않아 특정 그룹이 과대 또는 과소 대표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영향력의 동등성 실현은 상하개념 없는 원형의 좌석 배치와 모두에게동일한 토론

시간 제공 등과 같은 원탁회의 디자인에 힘입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인구 대표성을 보장하는 방

식으로 모집한 이후 과소 모집된 집단의 참여를 다시 보완하는 21세기 타운미팅과 달리 시민원탁회

의의 비례성 확보는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시민들의 이해와 밀접하고 지역사회에서 쟁점이 부각된

주제가 토론의제로 선정될 경우 비례성을 통한 대표성 확보는 특히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다만,

이는 예산이 수반되는 문제이기도 하다.

‘소수자 포용성’도 비교적 낮은 수준으로 분석됐다. 현대의 숙의민주주의는 지배적 다수의 견해와

이익을 대변하는 공동선 차원을 넘어 사회적 소수자들의 목소리를 적극 반영함으로써 공공선의 개

념을 확장하고자 한다. 소수자들의 참여로 대안적 관점이 제기되고 일반 시민들이 이를 경청, 토론

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기 때문에 비례적 대표성과 소수자 포용성을 결합하는 방식이 장려되는

것이다. 대구시민원탁회의는 사회적 소수자 및 약자층 참여를 위한 장치가 부재하며, 청년(제5차 회

의), 여성(제7차 회의)이라는 특수 주제를 통해 소수자 참여를 일부 보완하고 있다. 지역 풀뿌리단체

의 추천, 참여캠페인을 통한 조직화 등 다양한 방법을 병행해 각 부문의 소수자층을 대상으로 이를

확대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 소수자-다수자 간 권력과 자원의 비대칭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특수

주제가 아닌 포괄적 주제의 토론에서도 모집 단계에서 제도적 보완이 강구돼야 할 것이다. 예를 들

대구시민원탁회의를 통해 본 지방정부의 숙의민주주의 연구 111

Journal of Daegu Gyeongbuk Studies

어 해당 주제와 관련, 가장 불이익을 받는 집단에게는 과대대표성을 부여하는 방법이 제안된다.

둘째, ‘공적 이성’ 지표 분석 결과 다양한 의견과 대안적 관점의 교류 및 선호 변경 측면에서 원탁

회의 디자인의 장점이 발휘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조사에서 다수의 참가자들은 경쟁하는

관점과 대안들을 접하고 자신과 다른 입장에서 생각하며 종합적으로 판단하게 됐다고 평가하였다.

숙의를 통한 선호 변경 과정은 참여관찰을 통해서도 확인되었다. 반면 정보제공과 숙의시간의 충분

성은 낮았다. 공적 논증을 끌어내기위해서는 복잡한 이슈가 이해하기 쉽게 전달돼야하나 원탁회의

에서는 사전에 자료가 배포되지 않는다. 당일 발제와 전문가 답변 등을 통해 정보가 전달되는 현재

의 방식은 시민들이 공적 이성을 발휘하는데 한계로 작용한다. 이 역시 관련자료를 사전에 제공하는

21세기 타운미팅 방식의 보완이 요구되는 부분이다.

한편, 전체공유와 투표시간을 제외하고 시민원탁회의의 순수 토론 시간은 입론과 상호토론, 제2

토론 합쳐 70-80분에 불과해 숙의의 질 확보에 제약조건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참가

자들이 더 많은 시간을 갖고 대화할수록 공적 판단의 장점이 발휘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토론시간

의 확대 필요성이 요청된다. 토론 투표 결과의 실시간 공유와 이를 통한 쟁점 도출은 원탁회의 디자

인의 장점이므로 이에 할애된 시간을 줄이기보다 입론과 상호토론을 늘림으로써 반대의견과 소수

의견에 대해 충분히 논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할 것이다. 개 폐회를 대폭 간소화하고 토론

시간을 더 확보하는 등 회의 진행과정의 개선 노력도 필요해 보인다.

셋째, ‘책임성 및 영향력’ 분석에서는 회의결과 공개 및 내용의 충실도, 정책 영향력에서 비교적

낮은 수준을 보인 반면, 시민교육 등 시민문화 차원의 영향력은 비교적 높은 것으로 평가됐다. 시민

들에게 공개되는 원탁회의 결과보고서는 우선순위 득표수 등 양적 정보에 치우쳐 숙의의 맥락과

동학을 파악하기 어려운 ‘판단적(decisional)’ 보고서로 분류된다. 따라서 정책에 대한 시민들의 찬반

의견은 무엇인지, 가장 설득력 있는 의견과 대안적 의견은 무엇인지, 어떤 대안이 거절됐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대화적(dialogic)’ 보고가 보완될 것을 제안한다. 또한 시는 회의 결과를

반영한 ‘시의 조치계획’을 매회 발표하고 있으나 대부분 기존의 정책계획 범위 안에 있는 내용이어

서 원탁회의의 직접적 영향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21세기 타운미팅이 정책에 대한 찬반토론을 이끌

어내고 토론결과를 반영해 계획을 수정 변경하는 것과 달리 대구시민원탁회의는 기존 계획 범위

내에서 세부 내용을 보완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이는 논쟁적 사안을 비켜난 평범하고 무난한 주

제 선정과도 무관하지않다. 시민들을 정치적 토론의 장에 지속적으로 불러 모으기 위해서는주제선

정의 폭을 넓히고 정책에 미치는 영향력을 확대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원탁회의가 시민문화 형성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은 비교적 높은 것으로 분석됐

다. 설문 응답자의 72%가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들으며 종합적으로 판단 사고하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으며, 40%는 “민주주의의 본질적 의미를 생각하게 됐다”고 답하는 등 참여의 효능감을 느끼

고 있었다. 숙의의 장이 마련될 경우 시민들은 자기이해를 넘어 공익적 사고로 확장시킬 수 있으며,

공동체에서 변화를 만들어내는 정치적 행위자로 성장할 수 있다는 가능성과 믿음을 보여준 것이라

112 김 정 희

대구경북연구 제18권 제1호

하겠다. 반면 정치적 효능감을 느끼는 시민들은 상대적으로 적었는데, 이는 앞서 정책 영향력 분석

에서 제기된 문제와 일치한다. 원탁회의가 민주적인 시민문화 확산에 끼치는 영향력은 장기간의 추

적관찰로 보완돼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마지막으로, 숙의민주주의의 실효성 제고를 위해 시민원탁회의와 다른 숙의 모델을 혼합하는 등

새로운 제도설계가 제안된다. 무작위 표집의 소규모 인원으로 진행되는 공론조사, 합의회의, 플래닝

셀 등에 비해 원탁회의는 대규모 참여가 가능한 반면 숙의시간이 짧은 단점이 있다. 3~6일간의 집중

토론 후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이들 제도를 원탁회의와 효과적으로 혼용한다면 한 모델의 약점이

다른 모델의 강점으로 보완될 수 있다. 최근 기술혁신에 따른 전자민주주의와 결합해 토론과 공유

과정에 더 광범한 시민 참여를 모색할 필요도 있다. 한 예로, 대구 지역민들 사이에 이해가 첨예한

통합 신공항 신청사 건립과 같은 쟁점을 원탁회의 주제로 선정하고 공론조사 등 다른 포럼과 연동

시키며, 동시에 온 오프라인 숙의를 병행한다면 평등성과 공적 숙의, 정책 영향력의 효과가 극대화

될 수 있을 것이다. 공론조사 등이 갈등해결 기제로 활용되고 있지만 당사자들 간 신뢰가 무너진

상태에서는 많은 시간과 노력을 요하며 목표를 달성하기도 어렵다는 점에서, 정책의제 설정 초기부

터 이와 같은 입체적 설계가 요청된다. 민주사회의 필수요소인 자치(自治)의 자질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오랜 기간의 습관과 훈련에 의해 길러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숙의의 장은 다양화 지속화할수

록 좋다.

대구시민원탁회의를 통해 본 지방정부의 숙의민주주의 연구 113

Journal of Daegu Gyeongbuk Stud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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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접수일:2019. 01. 14, 심사완료일:2019. 03. 07, 최종원고:2019. 03.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