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 연주하는 마음으로 연기하고 싶다” · 26/11/2019  · 아슬아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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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2019년 11월 26일 화요일 엔터테인먼트 ENTERTAINMENT 배우 박용우 인터뷰 강남 좌파 2 ‘강남 좌파’는 학력과 소득은 높 으면서 정치·이 념적으로는 좌파 성향을 띤 사람을 말한다. 서울의 강 남은 ‘부와 권력’ 의 상징적 지역이 다.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인 저자 는 2011년 ‘강남 좌파: 민주화 이후의 엘리트주의’라는 책으로 ‘강남 좌파’라 는 용어를 공론의 장으로 끄집어냈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임명과 사퇴 과정을 통해 ‘강남 좌파’ 문제가 다시 불 거졌다. 이번 신간은 ‘정치는 왜 불평등 을 악화시킬까’라는 질문으로 불평등 프레임을 새롭게 들여다본다. 그동안 한국사회는 상위 1% 계급에 문제가 있 다는 ‘1% 대 99% 사회’ 프레임이었지 만 이 책에서는 상위 10%나 상위 20% 를 문제 삼는 ‘10% 대 90% 사회’ 또는 ‘20% 대 80% 사회’ 프레임이 필요하다 고 역설한다. 조강(祖江)의 노래 ‘조강’은 남과 북의 접경지대인 한강 하구를 말한다. 그래서 분단 이후 잃어 버린 강이 됐다. 이름 그대로 ‘할아버지 강’인 조강은 역사적으로 고구려, 신라, 백제가 서로 차지하려 다투던 곳이었고, 고려의 수 도 개경(개성)과 조선의 수도 한양 사이 를 흐르는 물길이었다. 하지만 한국전 쟁 이후 우리 기억에서 사라져갔다. 대학교수와 고교교사로 일하는 두 저 자는 이 강에 얽힌 우리 민족의 잊힌 역 사와 문화를 복원해 한강하구를 재발견 했다. 16세기 후반 조선 중엽부터 현대 까지 사료에 근거한 사실적 정보를 스 토리텔링 방식으로 되살려낸 것이다. 유대인의 돈, 유대인의 경쟁력 역사적으로 수많은 박해를 받았고 유 랑생활을 하면서도 유대인들이 성공을 하고 부를 축적한 원동력은 무엇일까? 유대인은 죽기 직전까지도 돈벌이 생 각을 머리에서 떠나보내지 못하고 만물 을 주재하는 존재가 하느님이라면 모든 것을 가능케 해주는 하느님은 곧 돈이 라고 믿는 사람들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유대인 연구가인 저자는 이 책에서 돈에 대한 확고한 철학, 창의적인 비즈 니스, 진취성, 처세술, 자녀교육, 인생철 학 등으로 유대인의 경쟁력을 다룬다. 신간소개 아동 학대 소재를 스크린에 옮기는 데는 상당한 용기가 필요하다. 현실은 영화보다 더 잔혹하다지만, 학대의 시 연 자체가 또 다른 학대일 수 있어서다. 소재의 무게가 영화적 재미를 짓누 를 수도 있다. 그럴 땐 극장에 앉아있는 것 자체가 고통이다. 그래도 진정성 있 는 메시지가 심리적 장벽을 뛰어넘어 객석에 전해지는 경우가 있다. 이달 27일 개봉하는 ‘나를 찾아줘’(김 승우 감독) 역시 후자 쪽에 가깝다. 불 편하지만 볼만한 영화라는 것이다. 6년 전 잃어버린 아이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엄마 이야기가 큰 얼개 다. 전체적인 만듦새는 제법 매끈한 편 이다. 군더더기 없는 빠른 전개와 긴장감, 반전 등 스릴러로서 장점을 두루 갖췄 다. 현실과 영화적 상상력 사이에 걸쳐 있는 여러 에피소드도 몰입감을 준다. 실제 우리 주변 어디선가 벌어질 법 한 이야기로 느껴진다. 주된 배경은 햇살이 내리쬐는 평화 로운 바닷가지만, 영화는 그 속에 똬리 를 튼 어두컴컴한 비극을 길어 올린다. 극 전반에 깔린 정서는 모성애다. 병 원 간호사인 정연(이영애)은 실종된 자기 아들을 봤다는 낯선 전화 한 통 을 받고, 바닷가 외딴 낚시터로 달려간 다. 정연은 그곳에서 수상한 기운을 느 끼고, 아들이 있음을 직감한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일상의 평화를 깨는 외 지인을 경계하며 뭔가를 계속 감추려 들고, 정연은 진실에 다가갈수록 고초 를 겪는다. ‘친절한 금자씨’(2005) 이후 14년 만 에 돌아온 이영애가 절절한 모성을 보 여준다. 연기 공백은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 려 감정의 깊이는 한층 깊어졌다. 희망 과 서늘함, 황망함, 절실함, 결기 등 다 양한 감정이 교차하는 눈빛 연기가 인 상적이다. 갯벌을 뒹굴고 무자비한 폭력에 노 출되는 등 육체적으로도 쉽지 않은 연 기를 해냈다. 이 영화에서 주목할 만한 부분은 정연을 둘러싼 인간군상이다. ‘어떻게 그렇게 보통 사람들보다 더 밝게 생활할 수 있냐’며 툭툭 말 화살을 날리는 주변인들, 장난 문자 한 통으로 끔찍한 결과를 초래하는 아이들, 정연 의 슬픔을 파고들어 가장 비열한 방법 으로 잇속을 챙기는 가족까지. 다양한 이들을 통해 인간 본성을 드러낸다. 낚시터 마을 사람들의 면면도 마찬 가지다. 부패 경찰 홍경장(유재명)을 중심으로 권력 서열을 이루며 공동체 삶을 사는 이들은 아이의 학대를 눈감 는 것은 물론 돌아가면서 착취를 일삼 는다. 그곳을 찾는 수많은 낚시꾼 역시 다르지 않다. 노예처럼 혹사당하는 꼬마 아이를 눈여겨보는 이들은 없다. 그들의 시선 은 오로지 바닷속 낚싯대에 머무를 뿐 이다. 이들이 전형적인 악당으로 그려 지는 것은 아니다. 평범한 이들이어서 상황은 더욱더 비극적으로 다가온다. 그래서 작위적이라는 느낌도 든다. 영화는 타인에 대한 무관심, 비정함과 같은 인간 본성과 함께 공권력의 부패 와 같은 다양한 사회 문제를 응축해놓 는다. 아동 학대를 다루는 부문은 여전히 아슬아슬하다. 부모가 아니더라도 고 개를 돌리고 싶은 순간이 많을 듯 하다. 그런 불편함 너머 영화 속 메시지를 받아들이는 것은 전적으로 관객의 몫 이다. 사람들이 영화를 본 뒤 실종 아동 을 찾는 전단이나 길에서 혼자 울고 있 는 아이에게 한 번 더 눈길을 준다면, 이 영화는 제 몫을 해낸 셈이다. 연합뉴스 “재즈 연주하는 마음으로 연기하고 싶다” 모성애·인간 본성 다룬 불편하지만 볼만한 영화 잃어버린 아이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엄마 이야기 14년만에 컴백한 이영애 절절한 눈빛 연기 인상적 다양한 인간군상 · 사회 문제 응축 메시지 전달 노력 영화소개 나를 찾아줘지방 국도변에서 카센터를 운영하는 재구(박용우)와 순영(조은지) 부부. 서울서 내려와 마을 주민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데다, 인근에 들어선 대규모 공사 현장 때문에 카센터가 개점 휴업 상태에 들어가자 고심한다. 어느 날, 타이어에 펑크가 난 차량이 카센터를 찾고, 재구는 타이어에 박힌 금속 조각을 보 고 수상한 계획을 세운다. 몰래 밤마다 도로 위에 금속 조각을 뿌려 타이어 펑크를 유도한 것. 이 사실을 알게 된 순영은 처음에는 화를 내지만, 도로에 아예 거꾸로 못을 박아놓자는 아이디 어를 내며 범죄에 적극적으로 동참한다. 27일 개봉하는 ‘카센타’(하윤재 감독)는 평범한 부부 가 먹고살기 위해 ‘소소한’ 범죄에 발을 들여놓았다가 뜻하지 않는 일에 휘말리게 되는 이야기 다. ‘한국형 생계 범죄 블랙코미디’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뉴스에서 본 듯한 익숙한 소재이면서 도, 어디로 튈지 모르는 전개가 이 영화 장점이다. 실제로 하 감독이 10년 전 남해 여행길에서 겪은 일을 바탕으로 시나리오를 썼다. 당시 타이어가 펑크나 보험회사에 연락했더니 주말이라 두 시간은 기다리라는 연락을 받았고, 그때 도로변에 현란하게 ‘빵꾸’라고 적힌 카센터를 본 것이다. 감독은 당시 ‘왜 이런 곳에 카센터가 있을까’하는 마음에 여러 생각이 교차했다고 한다. 최근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마주한 주연 배우 박용우 (48) 역시 “흔한 소재이지만, 서사나 주제는 완전히 새로운 작품 이어서 끌렸다”면서 “이런 느낌의 한국 영화는 처음”이라고 말 했다. 극 중 재구는 가진 것 없어 처가 식구들의 인정을 받지는 못하지만, 누구보다 아내를 사랑한다. 욕망과 양심 사이에서 갈등하지만, 아내와 함께 서울에 번듯한 건물을 지어 올라갈 꿈에 부풀어 끝내 도로에 못을 박는다. 박용우는 그런 재구를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연기한다. 평소 수준급 드럼 실력을 자랑하는 박용우는 연기를 재즈 에 비유했다. 그는 “재즈가 음악의 모든 것을 습득한 뒤 마침 내 자유롭게 연주할 수 있는 것처럼, 연기 역시 재즈를 연주하는 마음으로 하 고 싶다”며 “이번 작품은 그런 경험을 하면서 연기했다”고 떠올렸다. 영화 속 재구네 부부는 여 러 번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그들의 선택은 때로 뜻하지 않은 좋은 결과를 가져오기도 하지만, 반대의 경우도 생긴다. 웃기는 상황 속에서도 마음껏 웃을 수 없는 이유다. 박용우는 “포복절도할 만한 웃음은 없지만 ‘피식’하거나 ‘이게 뭐야’ 하는 웃음, 혹은 동정의 웃음도 있다. 그런 다양한 증폭의 웃음과 아이러니가 많은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하이라이트 인 재구와 용순의 격렬한 몸싸움 장면 역시 가장 기본적인 동선과 최소한의 대사만 주어진 상 황에서 두 배우가 애드리브로 연기했다. 그래서인지 실제 부부 싸움을 보듯 생생하다. “이 작품 속 감정의 본질은 초라함, 연약함, 지질함 같은 것이에요. 대부분 사람이 가지고 있 지만, 애써 감추고 싶은 본모습이죠. 관객들이 재구네 부부를 보면서 그런 인간의 연약함에 공 감했으면 좋겠어요. 마지막에 부부가 방바닥을 뒹굴며 싸우는 장면에서 ‘인생이 왜 저래’ ‘참 지질하다’ 그렇게만 느껴도 이 영화는 제 역할을 다했다고 생각합니다.” 영화 ‘올가미’(1997)로 데뷔한 박용우는 ‘달콤, 살벌한 연인’(2006)에서 소심남 황대우 역을 맡아 큰 사랑을 받았고, 지난해에는 드라마 ‘프리스트’에서 사제 역을 맡아 시청 자의 호평을 받았다. ‘카센터’ 이후 차기작으로는 영화 ‘유체이탈자’(윤재근 감독) 개봉 을 앞뒀고, tvN 새 단막극 시리즈 ‘오우거’에도 출연했다. 연합뉴스 한국형 생계범죄 블랙코미디 카센타 서 재구역 열연 흔한 소재이지만 서사 · 주제 새로운 작품이라 끌려 관객들 감추고 싶은 인간의 연약함에 공감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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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 “재즈 연주하는 마음으로 연기하고 싶다” · 26/11/2019  · 아슬아슬하다. 부모가 아니더라도 고 개를 돌리고 싶은 순간이 많을 듯 하다

182019년 11월 26일 화요일

엔터테인먼트

ENTERTAINMENT

배우 박용우 인터뷰

강남 좌파 2

‘강남 좌파’는

학력과 소득은 높

으면서 정치·이

념적으로는 좌파

성향을 띤 사람을

말한다. 서울의 강

남은 ‘부와 권력’

의 상징적 지역이

다.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인 저자

는 2011년 ‘강남 좌파: 민주화 이후의

엘리트주의’라는 책으로 ‘강남 좌파’라

는 용어를 공론의 장으로 끄집어냈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임명과 사퇴

과정을 통해 ‘강남 좌파’ 문제가 다시 불

거졌다. 이번 신간은 ‘정치는 왜 불평등

을 악화시킬까’라는 질문으로 불평등

프레임을 새롭게 들여다본다. 그동안

한국사회는 상위 1% 계급에 문제가 있

다는 ‘1% 대 99% 사회’ 프레임이었지

만 이 책에서는 상위 10%나 상위 20%

를 문제 삼는 ‘10% 대 90% 사회’ 또는

‘20% 대 80% 사회’ 프레임이 필요하다

고 역설한다.

조강(祖江)의 노래

‘조강’은 남과 북의 접경지대인 한강

하구를 말한다. 그래서 분단 이후 잃어

버린 강이 됐다.

이름 그대로 ‘할아버지 강’인 조강은

역사적으로 고구려, 신라, 백제가 서로

차지하려 다투던 곳이었고, 고려의 수

도 개경(개성)과 조선의 수도 한양 사이

를 흐르는 물길이었다. 하지만 한국전

쟁 이후 우리 기억에서 사라져갔다.

대학교수와 고교교사로 일하는 두 저

자는 이 강에 얽힌 우리 민족의 잊힌 역

사와 문화를 복원해 한강하구를 재발견

했다. 16세기 후반 조선 중엽부터 현대

까지 사료에 근거한 사실적 정보를 스

토리텔링 방식으로 되살려낸 것이다.

유대인의 돈, 유대인의 경쟁력

역사적으로 수많은 박해를 받았고 유

랑생활을 하면서도 유대인들이 성공을

하고 부를 축적한 원동력은 무엇일까?

유대인은 죽기 직전까지도 돈벌이 생

각을 머리에서 떠나보내지 못하고 만물

을 주재하는 존재가 하느님이라면 모든

것을 가능케 해주는 하느님은 곧 돈이

라고 믿는 사람들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유대인 연구가인 저자는 이 책에서

돈에 대한 확고한 철학, 창의적인 비즈

니스, 진취성, 처세술, 자녀교육, 인생철

학 등으로 유대인의 경쟁력을 다룬다.

신간소개

아동 학대 소재를 스크린에 옮기는

데는 상당한 용기가 필요하다. 현실은

영화보다 더 잔혹하다지만, 학대의 시

연 자체가 또 다른 학대일 수 있어서다.

소재의 무게가 영화적 재미를 짓누

를 수도 있다. 그럴 땐 극장에 앉아있는

것 자체가 고통이다. 그래도 진정성 있

는 메시지가 심리적 장벽을 뛰어넘어

객석에 전해지는 경우가 있다.

이달 27일 개봉하는 ‘나를 찾아줘’(김

승우 감독) 역시 후자 쪽에 가깝다. 불

편하지만 볼만한 영화라는 것이다.

6년 전 잃어버린 아이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엄마 이야기가 큰 얼개

다. 전체적인 만듦새는 제법 매끈한 편

이다.

군더더기 없는 빠른 전개와 긴장감,

반전 등 스릴러로서 장점을 두루 갖췄

다. 현실과 영화적 상상력 사이에 걸쳐

있는 여러 에피소드도 몰입감을 준다.

실제 우리 주변 어디선가 벌어질 법

한 이야기로 느껴진다.

주된 배경은 햇살이 내리쬐는 평화

로운 바닷가지만, 영화는 그 속에 똬리

를 튼 어두컴컴한 비극을 길어 올린다.

극 전반에 깔린 정서는 모성애다. 병

원 간호사인 정연(이영애)은 실종된

자기 아들을 봤다는 낯선 전화 한 통

을 받고, 바닷가 외딴 낚시터로 달려간

다. 정연은 그곳에서 수상한 기운을 느

끼고, 아들이 있음을 직감한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일상의 평화를 깨는 외

지인을 경계하며 뭔가를 계속 감추려

들고, 정연은 진실에 다가갈수록 고초

를 겪는다.

‘친절한 금자씨’(2005) 이후 14년 만

에 돌아온 이영애가 절절한 모성을 보

여준다.

연기 공백은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

려 감정의 깊이는 한층 깊어졌다. 희망

과 서늘함, 황망함, 절실함, 결기 등 다

양한 감정이 교차하는 눈빛 연기가 인

상적이다.

갯벌을 뒹굴고 무자비한 폭력에 노

출되는 등 육체적으로도 쉽지 않은 연

기를 해냈다. 이 영화에서 주목할 만한

부분은 정연을 둘러싼 인간군상이다.

‘어떻게 그렇게 보통 사람들보다 더

밝게 생활할 수 있냐’며 툭툭 말 화살을

날리는 주변인들, 장난 문자 한 통으로

끔찍한 결과를 초래하는 아이들, 정연

의 슬픔을 파고들어 가장 비열한 방법

으로 잇속을 챙기는 가족까지. 다양한

이들을 통해 인간 본성을 드러낸다.

낚시터 마을 사람들의 면면도 마찬

가지다. 부패 경찰 홍경장(유재명)을

중심으로 권력 서열을 이루며 공동체

삶을 사는 이들은 아이의 학대를 눈감

는 것은 물론 돌아가면서 착취를 일삼

는다. 그곳을 찾는 수많은 낚시꾼 역시

다르지 않다.

노예처럼 혹사당하는 꼬마 아이를

눈여겨보는 이들은 없다. 그들의 시선

은 오로지 바닷속 낚싯대에 머무를 뿐

이다. 이들이 전형적인 악당으로 그려

지는 것은 아니다. 평범한 이들이어서

상황은 더욱더 비극적으로 다가온다.

그래서 작위적이라는 느낌도 든다.

영화는 타인에 대한 무관심, 비정함과

같은 인간 본성과 함께 공권력의 부패

와 같은 다양한 사회 문제를 응축해놓

는다.

아동 학대를 다루는 부문은 여전히

아슬아슬하다. 부모가 아니더라도 고

개를 돌리고 싶은 순간이 많을 듯 하다.

그런 불편함 너머 영화 속 메시지를

받아들이는 것은 전적으로 관객의 몫

이다. 사람들이 영화를 본 뒤 실종 아동

을 찾는 전단이나 길에서 혼자 울고 있

는 아이에게 한 번 더 눈길을 준다면,

이 영화는 제 몫을 해낸 셈이다. 연합뉴스

“재즈 연주하는 마음으로 연기하고 싶다”

모성애·인간 본성 다룬 불편하지만 볼만한 영화

잃어버린 아이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엄마 이야기

14년만에 컴백한 이영애 절절한 눈빛 연기 인상적

다양한 인간군상·사회 문제 응축 메시지 전달 노력

영화소개 ‘나를 찾아줘’

지방 국도변에서 카센터를 운영하는 재구(박용우)와 순영(조은지) 부부. 서울서 내려와 마을

주민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데다, 인근에 들어선 대규모 공사 현장 때문에 카센터가 개점 휴업

상태에 들어가자 고심한다.

어느 날, 타이어에 펑크가 난 차량이 카센터를 찾고, 재구는 타이어에 박힌 금속 조각을 보

고 수상한 계획을 세운다. 몰래 밤마다 도로 위에 금속 조각을 뿌려 타이어 펑크를 유도한 것.

이 사실을 알게 된 순영은 처음에는 화를 내지만, 도로에 아예 거꾸로 못을 박아놓자는 아이디

어를 내며 범죄에 적극적으로 동참한다. 27일 개봉하는 ‘카센타’(하윤재 감독)는 평범한 부부

가 먹고살기 위해 ‘소소한’ 범죄에 발을 들여놓았다가 뜻하지 않는 일에 휘말리게 되는 이야기

다. ‘한국형 생계 범죄 블랙코미디’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뉴스에서 본 듯한 익숙한 소재이면서

도, 어디로 튈지 모르는 전개가 이 영화 장점이다. 실제로 하 감독이 10년 전 남해 여행길에서

겪은 일을 바탕으로 시나리오를 썼다. 당시 타이어가 펑크나 보험회사에 연락했더니 주말이라

두 시간은 기다리라는 연락을 받았고, 그때 도로변에 현란하게

‘빵꾸’라고 적힌 카센터를 본 것이다. 감독은 당시 ‘왜 이런 곳에

카센터가 있을까’하는 마음에 여러 생각이 교차했다고 한다.

최근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마주한 주연 배우 박용우

(48) 역시 “흔한 소재이지만, 서사나 주제는 완전히 새로운 작품

이어서 끌렸다”면서 “이런 느낌의 한국 영화는 처음”이라고 말

했다. 극 중 재구는 가진 것 없어 처가 식구들의 인정을 받지는

못하지만, 누구보다 아내를 사랑한다. 욕망과 양심 사이에서

갈등하지만, 아내와 함께 서울에 번듯한 건물을 지어 올라갈

꿈에 부풀어 끝내 도로에 못을 박는다. 박용우는 그런 재구를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연기한다.

평소 수준급 드럼 실력을 자랑하는 박용우는 연기를 재즈

에 비유했다. 그는 “재즈가 음악의 모든 것을 습득한 뒤 마침

내 자유롭게 연주할 수 있는 것처럼, 연기 역시 재즈를 연주하는 마음으로 하

고 싶다”며 “이번 작품은 그런 경험을 하면서 연기했다”고 떠올렸다. 영화 속 재구네 부부는 여

러 번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그들의 선택은 때로 뜻하지 않은 좋은 결과를 가져오기도 하지만,

반대의 경우도 생긴다. 웃기는 상황 속에서도 마음껏 웃을 수 없는 이유다.

박용우는 “포복절도할 만한 웃음은 없지만 ‘피식’하거나 ‘이게 뭐야’ 하는 웃음, 혹은 동정의

웃음도 있다. 그런 다양한 증폭의 웃음과 아이러니가 많은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하이라이트

인 재구와 용순의 격렬한 몸싸움 장면 역시 가장 기본적인 동선과 최소한의 대사만 주어진 상

황에서 두 배우가 애드리브로 연기했다. 그래서인지 실제 부부 싸움을 보듯 생생하다.

“이 작품 속 감정의 본질은 초라함, 연약함, 지질함 같은 것이에요. 대부분 사람이 가지고 있

지만, 애써 감추고 싶은 본모습이죠. 관객들이 재구네 부부를 보면서 그런 인간의 연약함에 공

감했으면 좋겠어요. 마지막에 부부가 방바닥을 뒹굴며 싸우는 장면에서 ‘인생이 왜 저래’ ‘참

지질하다’ 그렇게만 느껴도 이 영화는 제 역할을 다했다고 생각합니다.”

영화 ‘올가미’(1997)로 데뷔한 박용우는 ‘달콤, 살벌한 연인’(2006)에서 소심남 황대우

역을 맡아 큰 사랑을 받았고, 지난해에는 드라마 ‘프리스트’에서 사제 역을 맡아 시청

자의 호평을 받았다. ‘카센터’ 이후 차기작으로는 영화 ‘유체이탈자’(윤재근 감독) 개봉

을 앞뒀고, tvN 새 단막극 시리즈 ‘오우거’에도 출연했다. 연합뉴스

한국형 생계범죄 블랙코미디 ‘카센타’서 재구역 열연

“흔한 소재이지만 서사·주제 새로운 작품이라 끌려”

“관객들 감추고 싶은 인간의 연약함에 공감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