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eakzine vol.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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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eak m a g a z i n e ; s p r i n g vol.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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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 fashion magazine. break magazine vol.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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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 breakzine vol.6

Breakm a g a z i n e ; s p r i n g vol.6

Page 2: breakzine vol.6

2

making people

Editor in chief

장용헌 Jang. yonghun / [email protected]

Visual director

박성림 Park. sunglim / [email protected]

Fashion editor

최성우 Choi. sungwoo / [email protected]

문현민 Mun. hyeonmin / [email protected]

이연주 Lee. yeonjoo / [email protected]

Feature director

이광수 Lee. Gwangsu / [email protected]

Feature editor

이봄 Lee. Bom / [email protected]

박경리 Park. kyounglee / [email protected]

Art director

박유진 Park. yoojin / [email protected]

designer

권승은 Kwon. seungeun / [email protected]

단지 꽃 피우는 봄이라서 벚꽃을 담은 것은 아니다.

벚꽃 가지 사이로 언뜻 보이는 모델의 깨알 같은

연기력이 봄의 감성을 자극한다.

어깨 위에 올라앉은 벚꽃 잎의 그림자와

교묘히 뻗어 나간 나뭇가지가

마음속 울림을 가져다준다.

이처럼 Break Vol.06 에서는 조금 더

섬세하고 깊은 의미를 담고자 하였다.

Editor 박성림 Photographer 김신애

model 정재린

make up 이혜지

cover story

Page 3: breakzine vol.6

BREAK MAGAZINE 3

contents양말이 내게로 왔다 6

I'M THE BEST 8

Men in portraits 14

Fake leather jacket 16

Complex Break! 18

쇼핑의 언어 20

BREAK! STEP INTO FASHION 24

REALWAY STYLING 30

즐겨찾기 34

봄 화보 36

서울, 거짓말 46

봄의 노래 48

거짓말 같은 하루 50

아주 사소한 거짓말 53

마음을 그리는 남자 56

FICTION 60

키와 거짓말 63

나에게 기대도 좋아 66

타인의 시선 68

그래서 너를 향한 대가는 어디에 있을까? 71

취향에 관하여 72

Style Change 74

Epilogue 76

Page 4: breakzine vol.6

editor’s letter

4

EDITOR's LETTER

2012년 브레이크 첫 호가 나왔습니다. 그간의 긴 공백 기간에도 기다

려주신 독자분들께 감사하다는 말 전합니다.

먼저 긴 준비 기간만큼이나 팀내에서도 변화가 있었습니다. 그동안 브

레이크가 나아가는 데 있어서 많은 부분 기여했던 기존의 몇몇 구성

원들이 사회로 나가게 되고, 새로운 구성원들이 합류하며 팀을 재정비

하였습니다. 5호부터 패션 에디터로 참여했던 저는 편집장이라는 과

분한 자리에 앉게 되어 일종의 고속승진(?)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변화 속에 팀의 헤드로서 책임감은 물론, 점점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

고 있는 브레이크를 어떻게 더 잘 이끌어 나갈지 혹은 기존의 좋은 이

미지를 해치지는 않을지에 대한 고민들이 머리를 가득 채웠습니다. 부

담감에서부터 오는 불안함과 두려움은 곧 시행착오로 이어졌습니다.

저에게 이번 브레이크 6호는 편집장으로서 멤버들을 하나로 아우르며

만든 첫 결과물이라는 데에서 감회가 새롭고 의미 있게 다가옵니다.

저희가 끊어지지 않고 계속 이어갈 수 있게 도움 주신 그분께 이 공간 빌려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브레이크는 잡지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만든 20대 남대생을 위한 패션문화 잡지입니다. 패션에 관심을 두고 싶으

나 그저 어렵게만 생각하여 쉽게 다가서지 못하는 20대 남대생들에게 실용적이며 영리한 패션을 제시합니다. 이러한

것들에 관계하여 브레이크는 잡지를 만드는 에디터 그리고 잡지를 읽는 독자들에게 있어서 일종의 '아카이브'의 역할을

할 수 있는 매체가 되기를 바랍니다.

브레이크 vol.6호의 이슈는 거짓말입니다. 저희는 거짓말이라는 키워드의 카테고리 안에서 공감대를 찾기 위해 다양한

사람들과 작업하며 결과물을 만들어 냈습니다. 자신의 신체에 콤플렉스를 갖고 있는 이들에게 체형을 보완할 수 있는

팁을 제공하는 콤플렉스 브레이크 기사와 이번 호부터 연재되는 서울의 패션씬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과의 인터뷰

를 통해 그들의 성장기 그리고 현재와 미래에 관해 이야기를 들어보는 스텝 인 투 패션까지, 책을 만드는 사람 읽는 사

람 모두 즐기며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자는 브레이크 정신에 여러분도 함께 동참해주시길 바라며 그럼 여러분 언제나처

럼 BREAK! 해주세요!

편집장 장용헌

Page 5: breakzine vol.6

contributors

BREAK MAGAZINE 5

CONTREBUTORS

Book Editor 구현진

시작은 이렇다. 나는 강좋은을 본적도 없는데도 호감을 느꼈다.(서울 오면 꼭 연락 하세요!) 예전부터 강좋은 에게 작품을 받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게 전부다. 그게 글과 함께 실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나는 구현진을 떠올렸다. 구현진의 글은 오래전부터 봐왔다. 그의 글을 읽을 때면 내 멋대로 그의 목소리를 상상하곤 했다. 처음 들은 그의 목소리. 너무 귀여워서 세상에 2012년 한국에 아직도 이런 목소리가 있나 싶었다. 각자의 개성을 존중한다는 변명으로 무책임 하게 '거짓말' 이라는 주제만 떠넘긴 에디터에게 이단 옆차기를 날리지 않고 제때에 원고를 준 강좋은, 구현진 모두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Contributing Editor 강좋은

Model 조연수

'오늘 고생하셨어요 동생분도..ㅋㅋ 조심히 들어가세요' 모델 조연수가 촬영 후 에디터에게 보낸 메시지이다. 이렇게 다시 보니 더욱 죄송해져서 말 그대로 몸 둘 바를 모르겠다. 겁없는 초보 에디터는 첫 화보부터 다소 거창한 주제를 잡고 모델 조연수를 섭외했다. 콘셉트를 전해 들은 그는 촬영장에 제일 일찍 도착해서부터 촬영이 끝나기까지 이야기를 잘 표현하기 위해 함께 고민하고 열심히 해주었다. 하지만 열정 가득했던 그날의 기억은 아쉽게도 우리만의 추억으로 남게 되었다. 다양한 착장들에서 나온 수많은 컷 중 건진 수는 손에 꼽았고, 그나마도 한 컷만이 이런 지면에 실리게 되어서. 신인 티 팍팍 내던 에디터의 진행에도 열심히 연기해준 그에게 정말 죄송하고 감사한 마음뿐이다.

Photographer 김동규

인연이라는 것은 우연에서 비롯 되는 것이 멋지지만 때로는 이런 인연도 근사하다고 생각한다. 이 친구는 말년병장에다가 말년휴가 중이었다. 대학교 동기이자 기사진행을 같이 한 용환이의 소개로 우리는 처음 대면하게 되었다. 뜬금없는 만남이었지만 애초부터 어색함은 없었다. (관심사가 같다는 것은 이럴 때 힘을 발휘한다!) 촬영할 때에도 그의 차분함과 재빠른 판단력 덕분에 좋은 결과가 나왔다. '많이 못 도와줘서 미안해.' 동규는 이렇게 말 했지만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는 박수 받아도 모자랄 만큼 날 도와주었다. 끝으로 그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 '여름에도 도와줘.'

Assistant 송민경

여러분, 망한 기사라고 아시나요? 한 권의 잡지가 만들어지기까지 에디터들은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그 결과 세상 빛을 보지 못할 여러개의 기사들이 탄생합니다. 저 역시 그런 기사가 있습니다. 처음 컨트리뷰터를 쓰라는 말을 들었을 때 저는 왠지 모르게 망한 화보 스태프들의 얼굴이 스쳐 갔습니다. 다들 너무 수고해주었지만, 그중에서도 어시스턴트 민경은 서울에 살지 않는 에디터를 위해 촬영에 필요한 짐을 며칠 간 자택에 맡아주고 촬영 날에는 에디터의 손발이 되어주었습니다. 촬영이 끝난 후에는 무거운 옷을 같이 들고 반납까지 함께 해주었습니다. 촬영 이후 그녀의 얼굴을 볼 때 항상 미안한 마음이 앞섰습니다. 첫 화보촬영을 준비하면서 고단했던 에디터를 위해 불평 한마디 없이 도와준 예쁘고 싹싹한 그녀에게 이렇게라도 제 고마움을 전하고 싶습니다.

Page 6: breakzine vol.6

6

양말이 내게로 왔다화려한 양말 패션은 더 이상 판타지가 아니다.적당히 접어 올린 바지와 신발 사이 양말을 멋지게 신을 수 있는 감각만 있다면.Editor 이연주 Photogragher 이정구

1 CONVERS

1_1 happy socks 1만3천원

1_2 i hate monday 8천원

1_3 oxford circus 4천5백원

1_4 happy socks 1만3천원

1_1

1_4

1_3

item : socks & shoes

1_1

1_4

1_31_2

Page 7: breakzine vol.6

BREAK MAGAZINE 7

2 FRED PERRY

2_1 oxford circus 5천원

2_2 oxford circus 5천원

2_3 oxford circus 5천5백원

2_4 oxford circus 4천5백원

3 NEW BALANCE

3_1 i hate monday 5천원

3_2 oxford circus 4천5백원

3_3 happy socks 1만3천원

3_4 oxford circus 4천5백원

item : socks & shoes

2_1 2_2

2_42_3

3_1 3_2

3_43_3

Page 8: breakzine vol.6

I’M THE BEST우리는 흔히 출처를 알 수 없는 자만심과 허세가 잘 버무려진 그들과 마주하게 된다.

이것은 우리의 새하얀 거짓말을 너무 남발해 버린 탓일까? 선의의 거짓말을 굳건히 믿고 살아가는 사람들,

어찌 보면 순수하지만 가엾은 사회 부적응자일지도 모른다.Editor 박성림 Potographer Alexander S Nam Assistant 홍현주 Hair&Make up 김민지

Page 9: breakzine vol.6

I’M THE BEST우리는 흔히 출처를 알 수 없는 자만심과 허세가 잘 버무려진 그들과 마주하게 된다.

이것은 우리의 새하얀 거짓말을 너무 남발해 버린 탓일까? 선의의 거짓말을 굳건히 믿고 살아가는 사람들,

어찌 보면 순수하지만 가엾은 사회 부적응자일지도 모른다.Editor 박성림 Potographer Alexander S Nam Assistant 홍현주 Hair&Make up 김민지

shirt st.gallen_vintage 2만3천원bangle h&m 1만원대

glasses 에디터소장품

shirt st.gallen (vintage) 2만3천원bangle h&m 1만원대

glasses 에디터소장품

Page 10: breakzine vol.6
Page 11: breakzine vol.6

coat burberrys 3만7천원 shirt comme des garcons

shoes dr. martens 개인소장품 ring forever21 3천원대

hat & watch no brand_vintage 2만1천원

Page 12: breakzine vol.6
Page 13: breakzine vol.6

shirt no brand_vintage 2만원jacket fer blanc 3만원대 shoes no brand 7만원대

의상협찬 ox www.ox00ox.com

Page 14: breakzine vol.6

14

MAN in ART

Men In Portraits증명사진의 완성은 얼굴이라지만 패션도 포기할 수 없다. 사진관 아저씨의 현란한 기술로 눈속임하더라도 살짝 보이는 상의로 본인증명에 감성을 더하는 건 온전히 자신의 몫이니까. 단지 옷은 목 부분에 옷깃이 있고, 진한 색감이 한두 가지 정도 느껴지는 것이 좋다는 조언을 참고해서 말이다.Editor 이연주 Photographer 홍 이 llustrator 신새륜

MAN in BUSINESSMAN in LAW

MAN in ENGINEERING

MAN in HUMANITIESshirt fred perry 16만8천원jacket h&m 가격미정 knit 에디터소장품 jacket 에디터소장품 shirt codes combine for men 10만9천원

jumper general idea 가격미정 knit zara 5만9천원 shirt general idea 가격미정 vest general idea 가격미정

item : men in portraits

14

Page 15: breakzine vol.6
Page 16: breakzine vol.6

16

Page 17: breakzine vol.6

BREAK MAGAZINE 17

Fake leather jacket누구나 한 벌쯤은 소장하거나 구입하고 싶은 가죽자켓.

거짓말 같은 자연스러움과 멋, 가격까지 착한 Fake leather jacket을 추천한다.

Editor 최성우 Photographer 김동규

forever21 6만원

셔츠자켓 forever21 6만2천원

zara 15만원

후드집업자켓 h&m 9만9천원

uniqlo 10만원

라이더자켓 zara 15만원

item : fake leather

BREAK MAGAZINE 17

Page 18: breakzine vol.6

fashion solution : complex break

18

COMPLEX BREAK!혹시 키가 작아서 고민인가? 아니면 남다르게 풍만한 체격이 고민인가? 더 이상 고민하지 말자. 옷이라는 날개가 있으니까. 자신의 단점을 가려주는 눈속임도 중요한 스타일링법이다. Editor 최성우 Photographer 정용환 Model 지성배, 김희석

'머리가 커서 고민이야.'

머리가 큰 편이라면 짧고 단정한 머리스타일을 추천한다.

거기에 두상을 숨겨주는 페도라나 헌팅캡을 써보자.

자신의 단점을 훌륭하게 가려줄 뿐만 아니라 멋도 더해진다.

무엇보다 자신의 머리 사이즈에 맞는 모자를 써야 한다.

그리고 자신의 머리 크기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비니는 금물이다.

'살들이 많아서 숨기고 싶어.'

뚱뚱한 사람들은 자신의 몸매를 숨기기 위해 크게 입거나 겹쳐 입곤 한다.

그러나 앞의 두 가지 방법은 어리석은 방법이다. 결과적으론 부피가 커지기 때문이다.

최소한의 아이템으로 꾸미는 것이 더 날씬해 보인다.

시각적인 효과를 더하려면 스트라이프 패턴과 V존을 염두하며 스타일링하자.

1. 헌팅캡은 두상을 가려주는 효과가 있다.

2. 볼살이 많아 고민이라면 이렇게 패턴있는

페도라로 시선을 위로 끌도록 한다.

3. 적당히 몸에 맞는 셔츠를 고르길 바란다.

거기에 세로 스트라이프가 있다면 시선을

위 아래로 분산시켜 날씬해 보이는 효과를

준다.

4. 슬림한 넥타이를 맨다면 효과는 배가 된다.

5. 원버튼 블레이져는 V존이 가장 돋보이는

형태이다.

그래서 답답한 느낌을 덜어준다. 게다가 허리

라인도 약간 들어가면 날씬함을 더해줄 수 있

다.

6. 코트를 입을 때도 너무 펑퍼짐하지 않고 몸에

알맞은 사이즈를 입는 것이 중요하다.

1 2

3 4

5 6

Page 19: breakzine vol.6

fashion solution : complex break

BREAK MAGAZINE 19

7. 레이어드의 기본은 깔끔한 티셔츠다.

너무 화려한 프린팅은 피하도록 한다.

8. 티셔츠 위에 셔츠를 레이어드 한다.

하체보단 상체에 밝은 색으로 스타일링하여

시선을 위쪽에 머무르게 한다.

9. 가디건으로 레이어드를 마무리한다.

전체적으로 풍성한 느낌을 주는 좋은 아이템

이다.

'키가 작고 말랐는데 어떡하지?'

마른 체형의 사람들은 여러 겹으로 옷을 레이어드하는 스타일링을 추천한다.

상체의 부피를 커지게 만드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키가 작다면 자신이 없는 하의보단 상의에 시선을 끌 필요가 있다.

뭔가 포인트가 될만한 색을 상의에 착용하도록 한다.

신발도 밝은 계열보다는 어두운 계열을 선택하는 것을 추천한다.

10. 허벅지가 두껍다고 무작정 루즈핏이 옷을

입는 것은 좋지 않다.

적당히 허벅지를 조여주고 떨어지는 실루엣

이 여유로운 바지는 다리를 길어 보이게 만들

어준다.

11. 청바지는 워싱이 과하지 않은 것을 선택한다.

워싱은 옆으로 퍼지게 보이는 효과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12. 상체가 뚱뚱하다면 밝은색의 신발로 시선을

끌도록 한다.

'난 허벅지가 두껍다고.?'

스키니팬츠가 대세라고 해서 무리하지 말자. 모든 것에는 자기 짝이 있는 법.

자신의 체형을 보완해 줄 수 있는 배기팬츠나 일자팬츠를 입어보자.

스키니가 무조건 옳다는 생각을 버리게 될 것이다.

7 8

9

10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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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20: breakzine vol.6

20

쇼핑의 언어남자, 여자 맘 몰라요. 여자도 남자 맘 몰라요. 하루 동안 남자친구 옷을 사러 나온 연인을 통해서 서로에게 하는 거짓말을 알아보자!Editor 문현민 Assistant 윤민식 Photographer 임윤정 Place 명동PLATFORM

정효준 / 25 이수아 / 23

쭌! 미안해~ 많이 기다렸어?

오늘은 오랜만에 쇼핑이다.

수아가 같이 옷을

골라준다고 해서 기분이 좋다.

근데 벌써 몇 분째야?

올 생각을 안 한다.

점점 짜증이 난다.

오늘 예쁘게 입었네? 못 보던 옷 같은데??

아, 원래 집에 있었던 옷이야.

급하게 나오느라 옷에 신경을 별로 못 썼어~

(자기 쇼핑 도와주러 나왔는데 아무렇게나

입고 나올 순 없지. 얼마나 골라서 입은 건데,

안 알아봐 줬으면 삐칠 뻔했다.)

" ''

" ''

아니.

나도 금방 와서 별로 안 기다렸어.

빨리 쇼핑하러 가자!

(웃는 얼굴로 애교 부리니깐

화도 못 내겠고, 이번만 참아준다.)

Page 21: breakzine vol.6

shopping : lie

BREAK MAGAZINE 21

효준이는 맨날 가방이 똑같다.

질린다고 말할 수도 없고,

왜 옷 살 생각은 하면서

가방 살 생각은 안 하는 거지?

효준아 지금 매고 있는 가방도 괜찮은데 이 가방 한번 봐봐,

색도 너무 예쁘고 원래 가지고 있던 백팩처럼 갖고 다니기도 편할 것 같아."''

Page 22: breakzine vol.6

shopping : lie

22

수아야 이 셔츠 좀 봐줘~ 디자인도 깔끔하고 나랑 진짜 잘 어울리는 것 같지 않아?

쭌, 이 재킷 어때? 이거 너한테 너무 잘 어울릴 것 같아. 한번 입어봐.

글쎄,,,

이런 옷은 내 스타일 아닌데,

나한테 안 어울리는 것 같아.

(실수로 0이 하나 더 붙었나?

괜찮긴 한데 너무 비싸다..)

음…. 괜찮긴 한데.. 다른데도

한번 둘러보고 오자.

(완전 안 어울리는 옷에 꽂혔

네. 사겠다고 하기 전에 빨리

다른 옷 추천해줘야겠다.)

" ''

" ''

Page 23: breakzine vol.6

shopping : lie

BREAK MAGAZINE 23

효준아 이 바지 어때? 나한테 잘 어울릴 것 같지 않아?어 예쁘다.

근데 저쪽에 내가 봐둔

카디건 있어. 한 번 가보자.

(내 옷 골라주다 말고 뭐 하는 거

야. 여자 바지는 다 거기서 거기인

것 같다. 뭐가 뭔지 잘 모르겠으니

깐 일단 예쁘다고 말해줘야지.)

오늘 수아가 많이 도와줘서

쇼핑하기 더 편했던 것 같아.

너무 고마워, 이제 우리 어디 갈까?

(오늘 수아 왜 이렇게 말이 많지?

같이 옷 고르니깐 피곤해 죽겠다.

다음부턴 친구랑 와야지.)

나도 자기 옷 같이 골라서

너무 좋았어. 다 잘 어울려서

골라주기 힘들었다구~

(기껏 같이 나와줬는데 진짜

자기 옷만 사다니. 눈치가 왜

이렇게 없어? 일 있다고 하고

집에 일찍 갈까?)

" ''

Page 24: breakzine vol.6

BREAK! STEP INTO FASHION

VANTVAART 장윤정

장윤정은 반트바르트라는 브랜드를 만들어 나간다.

그녀는 하나의 브랜드를 구축하는데 머물지 않고 다양한 브랜드를 전개하며 선보이고 있다. 언플러그드와 언플러그드 뮤지엄은 반트바르트가 탄생하는데 전신이 된다.

그녀의 옷은 국내 남성복시장에서 제대로 접할 수 없었던 아방가르드 감성을 뿜어낸다. 동대문에서부터 시작해 단단히 내공을 쌓은 그녀는 해외 진출의 문을 꾸준히 두드리며 어느 안정된 범주 안에 머물지 않고 끊임없이 도전하는 뚝심 있는 면모를 보여준다.

진지하지만 유쾌하고 재치 있는 말투의 성향은 그녀의 옷에서 풍겨오는 어두운 이미지 안에 위트가 함께 공존하는 데에서

그녀만의 디자인 철학이 고스란히 묻어 나온다. 언제나 새로운 도전을 마다치 않고, 재미있는 사람들이 즐겨가며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는

그녀의 포부는 점진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다.

interview장용헌 photographer강현영 spotSinsadong VANTVAART showroom.

interview

24

Page 25: breakzine vol.6

BREAK(이하B): 먼저 간단한 소개를 부탁해본다.장윤정(이하J): 반트바르트 대표 겸 디자이너 실장 장윤정이다. 지금 손발이 조금 오그라 들려 한다.(웃음)

B: 반갑다. 인터뷰의 시작 부분 늘 묻는 질문이지만, 처음 시작이 궁금하다. 디자인을 하게 된 계기를 말해달라. J: 원래 산업디자인을 전공했고, 후에 패션 쪽으로 전환하게 되었다. 원래는 무대 디자인을 좋아했다. 그것이 지금의 쇼를 할 때 많은 영향을 주는 요소가 된 거 같다. 화보를 보면서 무대나 세트연출 하는 것에 관심이 많았는데, 좀 더 깊고 디테일하게 한 부분을 파고 싶어 대학교를 다니면서 생각을 바꾸게 되었다. 옷을 디자인해봐야겠다고 생각한 것을 남들보다 조금 늦게 깨닫게 됐다.

B: 그럼 대학생활을 다 마치지 않은 건가?J: 그렇다. 1학년만 마치고 대담히 자퇴를 결정했다. 대학생활이 잘 안 맞았다. 평소 생각했던 대학생활이 아니었고 스트레스가 심했다. 그러한 것들이 과감한 결정을 하게 만들었던 거 같다.

B: 입학 초기에 대학생활의 부적응을 겪는 사람도 몇몇 보았다. 학교 커리큘럼이 안 맞은 건가, 특별히 본인과 이질감을 느낀 점은 무엇인가.J: 특히나 디자인 쪽이 선후배 간 연대가 심하다. 술 마시고 놀고 그 사이에서도 패가 갈리고 그러면서 후배라는 이유만으로 선배들끼리 말도 안 되는 강요를 하기도 한다. 이런 것들에 갈증을 느꼈다. 나는 불합리함에 욱하는 성격이 있다. 대학생활이 나랑 안맞는다 생각해서 아예 적응자체를 내 자신이 거부했던 거 같다.

B: 디자이너에게 있어 대학교 졸업장은 그다지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가.J: 후배들에게 졸업은 하라고 말을 해 준다. 졸업장이 중요한 건 사실이니까, 그렇지만 나는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라 해도 차라리 대학을 안 갈 것 같다. 1학년을 마치고 학교를 자퇴했다. 그때의 1년은 돌이켜 봐도 지금의 나에게 아무 의미가 없다. 모든 사람에게 교육이라는 게 맞지는 않는 거 같다. 특히 나는 특이한 케이스로 대학 시스템이나 그 생활 자체가 너무 맞지 않았다.

B: 디자인 공부를 하는 학생들은 국내 학교보다 해외로 진학을 하는 이들도 많이 보인다.J: 사실 유학파를 후배나 선배 등 많이 겪어봤다. 안타까운 게 있다면 차라리 해외를 가려면 일찍 다녀오든지 아니면 해외현지에 머무르면서 꾸준히 일까지 했으면 좋겠다. 국내에서 사회생활을 4, 5년 정도 하고 가면 괜찮은데, 대학을 졸업하고 중간에 가거나 다녀온다면, 한국 조직문화에 쉽게 융화되지 못하는 거 같다. 그런 점이 가장 안타깝다.

B: 신진디자이너들이 브랜드 런칭이 활발하다. J: 대학을 졸업하고 브랜드를 런칭하는 사람도 많다. 런칭은 누구나 한다고 생각한다. 중요한 건 브랜드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이 점이 사실 많이 힘들다. 요즘 프로젝트 런웨이와 같이 디자이너 인큐베이터 프로그램이 생겨나고, 시간이 지날수록 어린 친구들이 사회에 바로바로 나오는 현상이 잦아 들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이런 점에서는 반대 입장이다. 어느 순간에 분명히 장애물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을 넘어서야 하지만 중간에 힘들어하고 끊어지는 친구들도 많이 봐 왔다. 6년째 디자인을 하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느꼈다. 옷을 디자인하는 것뿐만 아니라 경영하는 것에 대해 부딪치면서 때로는 위험요소를 많이 앉으면서 까지 브랜드를 이끌어 나가야 하는 부분이 많다. 이러한 경험들이 전무한 상태에서 바로 뛰어드는 친구들을 보면 많이 안타깝다.

B: 디자이너로서 현재 국내 패션유통업계에 대한 생각이 궁금하다.J: 예전에 어떤 백화점 바이어랑 상담도 해보고 편집매장과의 상담도 해봤다. 그런 부분이 많이 화가 난다. 신진 디자이너들을 밀어줄 거면 확실하게 수수료를 받지 말던가 과감하게 수수료를 내리던가 백화점 측은 생색내기에는 좋은 것 같다. 마치 깨어있는 백화점, 편집매장인 양 소비자들에게 어필한다. 이용만 당하는 지금 현재의 디자이너다. 백화점이나 편집매장에 아직은 안 들어가고 있고, 계획도 없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달콤한 유혹들과 마주하게 된다. 그러나 언젠가 그 유혹에 발목을 잡힐 수 있다.

B: 디자이너들의 기업과의 협업을 넘어 소속되는 현상이 많이 보인다. J: 사실 모 디자이너분께 실망한 적도 있다. 물론 상업적인 부분이 당연히 밀접해 있겠지만, 혼자 자생할 수 없어서 흡수되는 것 같다. 좋다 안 좋다기보다 어느 정도 가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업도 무조건 스타 디자이너를 영입하려 하는데, 그것도 반대의견을 갖고 있다. 항상 본질이 흐려지는 건 부정적으로 생각한다.

B: 진행하는 브랜드의 라인이 다양하다. J: 언젠가 아는 친구가 언플러그드가 중심이고, 반트바르트가 세컨라인 아니였냐는 말을 한 적 이 있다. 사실 언플러그드와 반트바르트는 라인이 애초부터 다르다. 동대문 도매시장에서부터 반트바르트가 탄생하기 위한 원동력이자 반트바르트의 전신이 언플러그드이다.

B: 컬렉션은 반트바르트만 진행되는 것인가?J: 반트바르트는 장윤정이라는 이름을 걸고 패션쇼를 하는 디자이너 브랜드이다. 쇼는 반트바르트로 계속 진행한다.

inter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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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 반트바르트 옷의 컬러를 보면 블랙과 화이트등 무채색이 많이 사용되는 거 같다.J: 일단 디테일이 되게 많다. 패턴입체도 과한 게 많다. 내 디자인에서 2개를 죽이는 요소가 있는데, 컬러와 소재가 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컬러가 워낙 블랙이다. 반트바르트의 경우에는 입체적인 느낌과 아방한 느낌이 좋아서 칼라를 다운시켰다. 사실 천천히 보면 의외로 어려운 소재는 없다. 코튼이 많고, 코튼 폴리 혼방이나 레이온을 살짝 섞인 소재가 대다수이다. 거기서 많이 벗어나질 않는다. 컬러와 소재마저 과하게 쓴다면 머 하나 제대로 잡아주는 게 없다. 칼라를 말하고 싶은가 소재를 말하고 싶은가 명확하게 하는 것이 좋은 거 같다.

B: 반트바르트와 언플러그드의 디자인적으로 어떤 차이를 두고 있는지 궁금하다.J: 다 비슷하게 보시는데, 나름대로 반트바르트는 이야기를 넣고 있다. 이번 시즌에는 이러한 이야기를 넣고 싶고, 뭐 그런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이다. 언플러그드는 아방가르드한 옷을 입고는 싶은데, 그러지 못하고 망설이는 사람들을 위해 조금 더 쉽고 편하게 접근할 수 있는 브랜드로 만들고 싶다.

B: 디자이너 브랜드임에도 불구하고 옷의 가격적인 측면에서 생각보다 고가가 아니어서 놀랐다.J: 지향하는게 디자이너 브랜드지만 너무 고가의 옷을 만들 생각은 없다. 툭 터놓고 말을 하자면 같은 고가의 옷이라도 소비자로서는 더 좋고 유명한 브랜드를 사 입을 거 같다. 그렇게 다가가고 싶지 않다. 생산 부분에서의 이윤을 우리 쪽에서 적게 보는게 문제가 아니라, 어느 정도 디자이너도 자생할 수 있는 여건이 되어야 하고 소비자들에게도 부담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B: 처음 시작이 동대문에서부터인 이유가 있나.J: 사실 동대문은 정말 안 가려고 했다. 다른 브랜드 쪽에서 작업하며 5년을 생활했다. 회사 측에서 제의가 왔는데, 동대문에서 아르바이트해 볼 생각 없냐는 제의였다. 하다가 정말 갈 곳이 없어서 소위 말해 배고파서 들어간 곳이 동대문이다. 그러다 먼저 계시던 사장님이 개인적인 사정으로 가게를 내놓게 되었고, 직접 그 매장을 인수했다. 10년 전만 해도 동대문 디자이너에 대한 인식이 안 좋았다. 카피를 많이 하는게 대표적인 이유였을 것이다. 지금은 디자이너 출신의 오너가 많아서 그 인식이 많이 달라졌다고 느낀다.

B: 진행하는 브랜드 라인이 남성복이다. 여자로서 남성복을 만들어 나가며 오는 시행착오는 없었는가?J: 물론 있었다. 핏이 제일 어려웠다. 처음 핏을 잡을 때에는 몰랐던 점이 많았다. 아무리 슬림한 옷을 좋아하는 남자들도 불편하면 못 입는다는 것에 대해 알게 되었다. 여자랑 다른 점이 분명히 있었다. 불편한 소재 불편한 핏 이런 요소들이 진행하면서 가장 많은 시행착오를 겪은 부분이다.B: 남성복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지 궁금하다.J: 여성복도 해보고 유니섹스도 해보고 다 해봤다. 지금 생각해보면 러블리하고 레이스가 달린 옷들이 너무 싫었다. 그러던 차에 한번 남성복 해볼까 해서 시작하게 되었는데 나의 성향이랑 정말 잘 맞아떨어졌다.

B: 좋아하는 디자이너나 영향을 받은 디자이너가 있는지.J: 일본디자이너 영향을 많이 받았다. 요지야마모토를 좋아하고 꼼데가르송은 나의 우상이나 마찬가지다. 유럽출신 디자이너로는 앤드뮐미스터를 좋아한다. 여자의 손길이 안 깃들면 저런 컬렉션이 안 나오는데, 그녀의 컬렉션을 보며 "그래 나도 저렇게 하면 되지!" 하고 용기를 얻고 되뇌인다.B: 컬렉션 준비기간에 자신만의 특별한 영감을 얻는 방법이 있는가. J: 특별히 영감을 얻으려 파고드는 타입은 아니다. 이번에 진행했던 쇼만 하더라도, 평소 공각기동대 애니메이션을 워낙에 좋아해서 보자마자 저것에 관련된 쇼를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2년이라는 준비기간이 있었다. 평소 이것저것 문화에 관심이 많다. 앞에 시즌을 기획했을 때는 출장 가는 비행기 안에서 미술 관련 서적을 보다 발레리노 '니진스키' 에 대한 얘기를 접하게 됐고, 그 이야기는 내게 한편의 영화를 보는듯한 큰 감동을 줬었다. 또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에서 조승우의 신들린 연기를 보고 저것을 소재로 써보고 싶다 느끼기도 하였다. 잡다한 것에 관심이 많다. 좋아하는 것에 관심을 두고 보다 보면 영감은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거 같다.

B: 요즘 관심사에 대해서.J: 지금 관심사는 재밌는 공연이나 특이한 음악, 영화이다.

B: 여가 때에는 주로 무엇을 하며 보내는가?J: 혼자 있는 걸 좋아하고 의외로 여러 명 있는 곳에는 잘 안 간다. 사회생활 그따위로 하면 안 된다는 주위의 말도 많이 듣는다. (웃음) 술도 한두 명과 얘기하면서 먹는 걸 좋아한다. 집에서 음악을 듣거나 영화를 보고, 시간이 나면 대형서점에 가서 DVD나 미술 관력 서적을 본다. 혼자 시간을 많이 보내는 편이다.

B: 디자인 공부할 때의 에피소드가 있다면 듣고 싶다. J: 아마 대학 동기들이 패션디자이너가 된 걸 알면 깜짝 놀랄 거다. 어릴 때 옷을 그렇게 잘입지도않았고 학교에 다니면서 옷을 잘입는다 감각 있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도 없다. 대학교 때도 마찬가지였다. 대학을 그만두고 복장학원을 수료했다. 그곳에서 교수님에게 많이 혼났던 기억이 있다. "넌 옷을 만드는 애가 옷을 이렇게밖에 못 입어" 하고 말을 해주셨다. 아버지의 사업실패로 집 형편이 많이 어려웠을 때였다. 지적을 받고 너무 서러워서 눈물을 흘렸었다. 그러던 차에 리폼을 해서 나만의 옷을 만들어 입었다. 나중에는 그 교수님이 칭찬을 해주셨다. (웃음)

B: 복장학원에서의 생활이 궁금하다. 옷에 대한 기초를 배웠던 것인가.J: 인생에서 중요한 멘토를 그곳에서 만났다. 내가 계속하면서 성장하는 대기만성형이라는 것을 알려주신 분이자 인생의 전환점을 만들어주신 분이었다. 항상 사물을 특이한 시각으로 다가가는 법을 그분께 배웠고, 항상 "왜"라는 것에 대답을 독특하게 해주셨다. 복장학원에서 교수님들의 나에 대한 평가는 항상 호불호가 갈렸다. 너는 천재성이 있다고 인정해주시는 교수님이 계신지만 반면에 내 작업에 대해 악평을 늘어놓는 교수님도 계셨다. 그때 당시 일본 스트릿 키치에 빠져있을 때 였다. 남들은 이상한 시선으로 나를 바라볼 때 그분은 나를 인정해주셨다. 나에게는 큰 힘이었다. 신경 쓰지 말고 네가 하는 것에 대해서 자부심을 느끼고 밀고 나가라는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 20대 때에는 어떤 선배님과 어떤 멘토를 만나느냐가 정말 중요하다. 복장학원 시절 나를 인정해주시고 끊임없이 기회를 주신 그 스승님을 아직까지 잊지 못한다.

B: 패션에 입문하는 남대생과 패션에 관심이 많은 브레이크 독자들에게 한마디 부탁해본다.J: 요즘에 패션 블로그를 보면, 놀라울 정도로 옷을 입는 친구들이 많다. 두 가지 부류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하나는 옷 잘 입는 친구들을 추종하거나, 또 그런 친구들이 부각이 되고 지레 겁을 먹어 멋을 부리려다가 도전조차 못하는 소심한 사람들이 있다. 그냥 용기인 거 같다. 옷 잘입는 친구들도 분명 촌스러웠을 때가 있었을 것이다. 물론 처음에는 따가운 시선을 받을 수 있지만, 남이 지적을 할 때 그것을 그냥 받아들인다면, 추후에 본인이 느낄 수 있게 된다. 무난하게 묻혀가면 모른다. 계속 시도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세련된 부분은 동양에서 가장 뛰어나지만, 도전정신은 부족한 거 같다. 될 수 있으면 풀 코디는 피했으면 좋겠다. 우리 브랜드의 옷도 사실 풀 코디하면 되게 촌스럽다. 이를테면 포인트를 머플러를 주고 싶다면 머플러가 포인트가 될 만한 코디를 하는 게 중요한 거 같다. 강약조절이 정말 중요하다.

B: 가까운 목표와 앞으로 브랜딩을 어떻게 해 나아갈 것인지 묻고 싶다.J: 가까운 목표로는 올가을쯤에 전개될 언플러그드 뮤지엄 여성복을 잘 만드는 것이다. 마땅한 액세서리가 없어 가방이나 신발 같은 아이템들을 보강하며 브랜드의 내실을 다지고 싶다. 해외 진출을 꾸준히 다닌 지 만 2년 차인데, 이제서야 디테일하게 뭔가가 다가오는 느낌을 받는다. 해외 전시회는 장기적인 프로젝트이다. 지금은 투자라 생각하고 1~2년은 계속해서 투자하는 게 지금의 가장 큰 목표이다. 돈을 벌고 다시 일을 벌이고 이런 것들을 반복하는 것이 내 비즈니스 스타일이다. 아마 이렇게 크게 일을 안 벌였으면 돈을 많이 벌었을 테지만, 지금은 돈을 버는 시기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계속 도전할 생각이다. 30대 때 돈을 벌 수 있는 커리어를 쌓는 것이 더 값어치 있는 일이다. 나의 모토는 재미난 의류회사를 만들고 싶다. 나도 재밌지만, 팀원들도 재밌게 즐길 수 있는 회사를 만들고 싶다.

inter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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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LWAYSTYLING

이번 Realway styling은 다양한 모습을 준비했다. 지금까지의 스타일과 다른 것들을 시도 해보자!주위의 반응은 이럴 것이다.

'거짓말. 진짜 너야?'

photograp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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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 트 라 이 프 티 셔 츠 _ a . b e t t e r

1. 티셔츠 a.better 2만2천원 셔츠 uniqlo 2만9천원 카디건 에디터소장품 바지 spao 2만9천원 슈즈 에디터소장품2. 셔츠 spao 3만9천원 자켓 a.better 10만3천원 바지 zara 9만9천원 슈즈 모델소장품3. 카디건 a.better 6만9천원 바지 spao 3만9천원 슈즈 nike 12만9천원

styl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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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graph

321

체 크 셔 츠 _ a . b e t t e r

1. 셔츠 uniqlo 2만9천원 벨트 a.better 1만6천원 바지 depayse 3만5천원 타이 에디터소장품 슈즈 모델소장품2. 셔츠 a.better 3만원대 블레이져 a.better 9만2천원 벨트 a.better 1만4천원 바지 depayse 2만2천원 슈즈 에디터소장품3. 재킷 에디터소장품 벨트 에디터 소장품 슈즈 nike 11만9천원

styl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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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문현민

weekly coordi : bookm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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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MARK [ː 즐겨찾기] 처음 놀러 가게 된 친구네 집 옷장과 서랍 속 내용물이 궁금하고, 내 연인의 지난 과거가 궁금하고, 스타일리쉬한 이들의 라이프스타일이 궁금하다. 나와는 조금 다른 그들의 스타일을 엿볼 수 있는 기회. 그들을 즐겨찾기하라!

MONday TUEsday WEDnesday

FRIday SATurday

SUNday

THURsday

박성철 / 23 / Narcissist (facebook.com/tyoru90)

MON 아끼는 레더블루종과 브라운 베기팬츠와 함께라면 월요일 출근길도 힘이난다!

TUE 흐린 화요일엔 심플하지만 심심하지 않은 블랙룩을 선택했다.

WED 키가 커지게 해주는 70년대 '글램룩'풍의 플랫품부츠와 자신감도 UP!

THU Life of Bohem?

FRI AM 2:37 늦은귀가.

SAT 한가로운 오전. 70's 노동자 무드와 속에서 하는 패션 드로잉 연습.

SUN 정형화된건 싫다. 밀리터리 무드에서 벗어난 옐로우 컬러 트렌치코트를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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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urday

weekly coordi : bookm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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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day TUEsday

WEDnesday

FRIday

THURsday

SUNday

손종현 / 22 / 미어캣 (facebook.com/jong910204)

MON 즐겨 입는 스프라이프 티셔츠에 오버사이즈 야상과 핑크 포인트 러닝화로

귀엽게 마무리.

TUE 파리지앵이 되고 싶은 화요일.

페도라와 머플러로 나만의 시크한 스타일 연출하고 미술관 앞.

WED 파이팅이 필요한 일주일의 중간. 자주 가는 헤어샵에서 기분전환 with 오렌지

THU My favorite color is WINNNNNNE !

FRI 클럽 갈 때는 편안한 옷차림이 최고.

길든 레더 재킷만큼 편안한 아이템은 없는 것 같다.

SAT 무념무상, 일망무제, 인생무상...

보이는 대로 느끼는 대로 마음 대로. Whatever?

SUN 봄날, 벚꽃 그리고 조용한 산책.

BOOKMARK 코너는 매 호 연재됩니다.

참여를 원하시는 분은 www.facebook.com/breakmagazine 으로 신청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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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ring springs얼마 전의 추위가 무색하리만치, 거짓말처럼 봄이 왔다. 그래서 걸었다. 봄의 거리를, 자연을.Photographer 강현영 Hair & Makeup 김민지 Model 임재형

In Cherry Blossoms Editor이연주

knit tate 8만9천원pants kosmosyu 9만2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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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der GreenwoodEditor문현민

shirt uniqlo 2만9천9백원pants spao 2만9천9백원

hat 에디터소장품suspenders 에디터소장품

bracelet 에디터소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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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th ForsythiasEditor최성우

jacket spicycolor 14만9천원shirt spao 4만9천원pants h&m 3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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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ong Pine TreesEditor장용헌

jacket 8seconds 11만9천원shirt 8seconds 4만9천원

pants h&m 3만5천원 sunglass grafik:plastic 에디터소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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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 Magnolia PetalsEditor장용헌

jacket penfield 25만8천원shirt alani 에디터소장품

pants 8seconds 3만9천9백원shoes cheapmonday 15만8천원

sunglass 에디터소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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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잘 지내고 있어?"꾸준히 만나는 사람 없는 나는 잘 지내고 있냐는 말을 자주 듣

는다. 어떤날은 하루에도 너덧 번씩 듣는 날도 있다. 자주 듣는 질문인데도 질문

과 대답 사이의 찰나의 순간에 수많은 고민을 한다. 잘 지내냐고? 아니 하루하루

가 항상 죽을 맛인데? 그렇다고 물어볼 때마다 솔직하게 말하면 부정적인 사람

으로 낙인이 찍힐 것 같다. 그렇다고 속없이 웃으면서 잘 지내고 있다고 하기에

도 내키질 않는다. 내가 텔레마케터도 아니고 속은 까맣게 타들어 가는데 마냥 좋

다고 할 수 있을까. 그저 그래? 이것도 너무 많이 써먹었어. 결국, "좋아!"라고 대

답한다. 결국 또 이렇게 거짓말만 늘어난다. 미국인 친구가 영어로 "하와유?"라고

물을 때도 마찬가지다. 좋지 않은데 어떻게 "아임파인땡큐앤드유"라고 말할 수 있

을까. 차마 그건 못하겠다.

하지만 결국, 나는 웃으며 대답한다. "굿"

#2

또 떨어졌다. 순간 모니터 위의 "불합격"이라는 빨간 글자가 미세하게 흔들렸다.

피시방 요금을 계산하고 나왔다. 계단을 올라가는 발걸음이 물먹은 소처럼 갸우

뚱했다. 바깥으로 나오자 찬바람이 온몸을 감싼다. 노량진의 겨울은 정말 춥다.

내가 캐나다를 가보진 못했지만 아마 캐나다보다 추울 거다. 작년이 생각난다.

그때 맛본 실패에 며칠 동안 식음을 전폐하고 고시원에서 나오질 못했다.

하지만, 이번엔 괜찮은 것 같다. 고시원으로 돌아가는 길, 김밥천국에 갔다. 한줄

김밥을 샀다. 시금치, 우엉, 햄이 이 김밥 내장의 전부. 하지만 천이백 원이다. 그

누구도 천 이백 원에 큰 기대를 하지 않는다. 이 싸구려 김밥처럼 사람들도 점점

나에게 기대를 하지 않을까봐 두렵다. 고시원으로 가려면 횡단보도를 세 번 건너

야 한다. 한번, 두 번, 세 번째 횡단보도를 건너는데 후드득 김밥이 들어있던 봉

투가 그만 뜯어진다. 아스팔트위 김밥은 허연 김을 내뿜는다. 나는 하나도 괜찮지

않다. 세상이 나에게 거짓말을 했으면 좋겠다. 파란 글자로 "합격"이라고. 내겐 오

늘만, 딱 오늘만이라도 이런 시궁창 같은 현실보다도 환상적인 거짓말이 필요하

다.

짧은 이야기

서울, 거짓말 이 도시 어딘가에 존재할 거짓말

Editor 이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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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헤어졌다. 약 3분전에. 3분은 짧은 시간이다. 겨우

즉석요리나 데우는 시간. 그런데 지금의 3분은 길다.

길어도 너무 길다. 영어로 면접했을 때보다 더 천천

히 간다. "진심 이었어?" "뭐?" "나 사랑했었냐고" 헤

어지는 마당에, 이미 식어버린 사랑을 확인하는 게

뭐 그리 중요한 일인가 싶다. "아니" 결국 나는 처음

부터 끝까지 거짓말을 했다. 집으로 가는 내내 웃음

이 나왔다. 거짓말처럼.

#4

등 뒤에 식은땀이 흐른다. 한 여름인데도 서늘하다.

이 여자는 부동산 중개업자처럼 나의 상품가치를 노

골적으로 물어보고 있다. "뭐하세요?" "아, 예 공무

원, 지방 공무원 이에요" 그녀가 건조한 식빵 귀퉁이

같은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아...그러시구나..."

뭐? 아 그러시구나? 썩을 년. 선은 이제 지겹다. 나

를 팔아넘기기 위해서 거짓말 아닌 거짓말들을 쏟아

낸다. 여기서 굳이 계약직이라는 건 말할 필요는 없

다. "아...그러시구나..." 에서 "아..."가 될게 뻔하니

까. 나도 썩 이 여자가 마음에 드는 건 아니다. 하지

만 섹스는 하고 싶다. 흰색 블라우스 너머로 보이는

그녀의 하얀 속옷이 살짝 비쳐 보인다. 마음을 가다

듬고 적당히 마음에 드는 척을 한다. 웃자. 웃어. 할

수 있어. 어제 밤에 보았던 <개그 콘서트>를 생각했

다. 그랬더니 웃는 게 한결 더 편해졌다.

#5

최종면접이다. 이것만 넘기면 된다. 그러면 나의 배

경중의 하나로 이 그룹의 이름을 쓸 수 있을 것이다.

가운데 있는 중년의 남자가 묻는다. "그래, 왜 지원

했어요?" 높은 사람들이라 좀 다를 줄 알았는데 빤한

질문이다. 돈 벌려고 지원했다. 알면서도 왜 물을까.

하지만 대답은 반대로 한다. 기업의 사훈과 나의 철

학이 얼마나 일맥상통하며 사회인이 되는 첫 발걸음

을 이 기업과 함께...다 거짓말이다. "영어 점수가 높

네요? 아까 보니 회화도 곧잘 하는 것 같고. 연수는

어디로 다녀왔어요?" "딱히 연수를 가진 않았고 어릴

때부터 외국에 자주 나갈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래

요? 인상적이네요." 역시, 거짓말이다. 졸업 학기 직

전에 겨우 호주를 6개월 다녀왔을 뿐이다. "남자 친

구는 있나요?" 여기까지 올라오면서 이 질문은 항상

빠지지 않고 들었다. "아뇨 없습니다." 당연히 거짓

말이다. 나는 올해로 사귄지 5년이 된 남자친구가 있

다. 대학 졸업 후엔 방값을 아껴보자는 이유로 동거

도 하고 있다. 인사를 공손히 하고 나온다. 예감이 좋

다. 그들이 원하는 대답을 말 해줬으니까. 집으로 오

는 길, 조금의 공복감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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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ng of spr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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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루시드 폴 <아름다운 날들>

여기, 따스한 햇살 같은 앨범이 있다.

특유의 서정적인 가사와 아름다운 멜로디가 조화를 이루어 마치 하나의 춤을 추고 있는 듯하다.

이번 앨범은 폴 자신의 내면을 많이 담았다는 것이 느껴질 만큼 마음을 울리는 문장들이 주를 이룬다.

그는 소리 내지 않고 우는 법을 아는 사람이다.

폴의 노래를 듣고 있노라면 마음 속 깊은 곳에서부터 눈물이 차오르는 기분이 든다.

그리고 어느새 우리들의 사랑처럼 불안하지만, 아름다웠고 행복했지만, 가슴 아팠던 날들을 상기 시켜준다.

아마 그 날들이 당신의 순간에서 가장 빛나는 ‘아름다운 날들’ 이 아니었을까?

나지막이 읊조리는 그의 목소리는 분주했던 마음을 어느새 차분하게 해주며, 이내 따스하게 감싸준다.

2. 박지윤 <나무가 되는 꿈>

난 이제 더 이상 소녀가 아니라며 외치던 그녀는 학창 시절 나에겐 그저 춤 좀 추는 섹시한 언니에 불과했다.

9년 이라는 시간이 흘러 우리 곁으로 돌아온 그녀는 더 이상 섹시한 언니가 아닌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는 성숙한 여인이 되어 있었다.

오랜 공백을 거치고 돌아온 그녀는 마침내 자기 옷을 입은 듯 편안해 보였고 진심으로 행복해 보였다.

그녀의 새 앨범 <나무가 되는 꿈>은 부드러움과 싱그러움으로 무장한 봄 같은 앨범이다.

간단하고 소소한 문장들에 따뜻한 멜로디가 입혀지고

그녀의 맑고 청아한 목소리가 더해져 아름다운 소리를 낸다.

시린 바람에 상처 받고, 상처 받은 마음 가눌 길이 없는 당신을 위로 해줄 목소리가 바로 여기 있다.

3. 마이큐 <라헬(You're Here)>

무심코 틀어놓은 유희열의 스케치북에 빨간 팬츠를 입은 마이큐가 ‘라헬’ 이라는 곡을 열창했다.

순간 그 모습에 눈을 뗄 수 없었다. 그 이유는 마이큐가 입은 빨간 팬츠 때문도 아니고,

같이 나온 공효진에 모습 때문도 아니었으며, 그저 마이큐가 부른 하나의 곡 때문이었다.

단 한 장의 곡이 들어있는 이 앨범은 열 장의 곡이 담긴 다른 곡들과 견주어도 지지 않을 만큼

모든 것을 채우기에 충분하다. 떠나간 연인을 그리워하는 곡들은 수 없이 많았지만 섬세한 감성을 지닌

마이큐 만의 색깔은 진심이 느껴지기에 그저 흔한 주제의 노래로 끝나지 않는다.

그날 밤, 유투브 에서 그의 노래를 얼마나 많이 재생 했는지 모른다.

에디터는 그날 밤을 설쳤다. 온전히 마이큐와 그의 라헬 때문에.

이것은 '봄'에 대한 노래가 아니다. 지극히 주관적인 '봄'의 노래다. Editor이봄

봄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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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ng of spr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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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Rachael Yamagata <Chesapeake>

미국의 어느 작은 도시,

눅눅하고 초라한 재즈 바에 한 여자가 노래를 부르고 있다.

담배연기가 자욱한 무대에 서 있는 그녀,

눈 화장이 번진 것도 모른 채 당신은 나를 원하지 않는다며 울며 불며 노래를 부른다.

Rachael 의 새 타이틀 곡, You won't let me를 처음 들었을 때 떠오른 그녀의 모습이다.

앨범 속 그녀는 토요일 아침 사랑에 빠진 다정한 여자가 되기도 하고,

이별의 아픔으로 눈물을 흘리기도 하며, 이내 체념하는 의연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거기에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과 감성적인 그녀의 목소리는 노래의 깊이를 더해준다.

목소리 만으로도 충분히 마음을 울리는 그녀의 앨범을 이 봄, 당신과 함께 듣고 싶다.

5. 이이언 <Guilt-Free>

Mot의 보컬, 이이언이 무려 5년 만에 솔로 앨범으로 돌아왔다.

아무도 흉내 낼 수 없는 음색, 몇 번을 곱씹어야 이해되는 가사, 생소한 멜로디

이 삼박자가 어우러져 미치도록 외롭고, 공허한 앨범이 되었다.

처음엔 이게 뭔가 싶다가도 듣다 보면 어떤 생각을 할 겨를도 없이 순식간에

그 기괴함에 사로잡혀 곧 중독 되어버린다. 그리하여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그저 온 몸에 있는 힘을 모두 뺀 채 그저 앨범이 다 끝날 때까지 가만히 듣고 있는 일뿐이다.

이 치명적인 앨범은 죄의식에 사로잡혀 있을 지 모를 우리와, 이이언 자신일지도 모르는

나약한 인간들에게 이제는 자유로워 져도 된다고 손을 건네고 있다.

6. 모임 Byul <아편굴 처녀가 들려준 이야기>

별은 우리에게 다소 생소한 밴드다.

그들은 자신들을 ‘느슨한 관계’를 통해 유지되는 술 모임 이라고 소개한다.

다양한 예술인들이 속해 있는 모임 별은 비정기 간행물 <월간 뱀파이어>를 만들었고,

부록을 통해 꾸준히 EP를 발매해 왔다.

그리고 그런 EP들이 모여 마침내 하나의 정규 앨범이 되었다.

이들의 음악은 특정한 형식에 구애 받지 않으며 그저 자신들이 하고 싶은 음악을 만든다.

노래를 부른다기 보다 말을 건네는 듯한 독특한 음색,

정돈 되지 않은 기계음들은 세련된 LP 느낌을 주며,

여러 악기가 뒤엉켜져 나오는 멜로디에 그저 넋을 잃고 빠져들게 된다.

앨범의 수록 곡 ‘세계의 공장’을 듣고 있노라면

마치 끝없이 이어진 광활한 우주 속을 떠다니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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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같은 하루연애세포가 죽었지만 국적을 따지지 않고 여자를 안고 싶었다. 그래서 잤다. 글/이광수

"여자친구 생겼냐?" 만나자 마자 들을 말은 아니다. 기분이 조금 언

짢아졌다. "오랜만에 만났으면 그동안 안부를 묻는 게 우리네 고유

의 정서가 아닐까?" 그랬더니 그 녀석, 조금도 지지 않는다. "저은하!

연애세포가 죽었사옵니다. 제대로 된 삶을 살아보지도 못한 채 주

인 잘못만난 연애세포여! 적혈구 백혈구들도 그 인생이 불쌍해 54

일장을 열어줬나니..." 정신 나간 놈. 그래서 나보고 어쩌라고? 연애

세포가 실제로 존재한다고 한다. 과학적으로 입증도 됐다던데. 그게

만약 '금요일 밤에는 치맥이 진리'처럼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면

맞다. 내 연애세포는 죽었을 거다. 설령 살아 있다고 해도 눈을 가

늘게 뜨며 새 찬 숨을 몰아쉬고 있을 거다. 연애 경험이 없는 건 아

니다. 하지만 다 옛날 이야기다. 슬픈 이야기를 쓰려니 첫 문단부터

힘이 빠졌다. 잠깐만 쉬고...어? 웬 여자가 사무실에 들어와 고래고

래 소리를 지른다.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이야? 누군가 말려야 하

나?

갑자기 사무실로 쳐들어온 중년여자의 기세에 밀려 선배와 나는 두

눈만 휘둥그레 뜨고 당했다. 결국 부장님이 오셔서 그녀를 끌고 갔

다. 아차차! 다시 내 이야기로 돌아와서, 우리는 나이가 먹을수록 거

짓말에 능해진다. 남을 속이는 것은 물론이고 온갖 긍정적인 마인

드로 자기 자신을 속이는 건 프로가 된다. 뭐? '초식남', '건어물녀'

세상에 그런 사람들이 어디 있나? 이성을 원하는 건 이길 수 없는

본능인데, 그 본능보다 더 원하는 게 있다고? 그것부터가 논리적으

로 에러다. 자기 합리화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 그런데, 연애세포가

정말 죽었다면? 그때부터 얘기는 달라진다. 나는 지난 1년동안 새

로운 이성을 만날 기회도, 의지도 없었다. "퇴근 후 뭐하니?"

"집이요" 안부삼아 묻던 선배들도 이제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점

심 먹을 때, 금요일 퇴근할 때마다 물어보는 것이 하루 행사가 되어

가고 있었다. 내가 여자를 만나느냐 안 만나느냐가 그들의 관심사

중 하나가 되어 버렸다. 어느 날 점심을 먹던 중 한 선배가 말했다.

"너는 향후 1년 동안 연애를 못할 것 같아!" 그날따라 밥이 코로 들

어가는지, 귀로 들어가는지 알 수 없었다. 그날 오후 알고 지내던 이

성에게 메시지가 왔다. "오늘 날씨가 너무 좋아" 기상캐스터도 아니

고 나한테 날씨 따위가 좋은지 왜 말하는 건가? 무시 했다. 연애세

포가 죽은 게 분명하다.

문제는 하나다. 연애세포가 죽었다고 성욕이 없는 게 아니라

는 거다. 그러니까 여자는 만나고 싶은데 연애는 싫은 지랄

같은 상황인거다. 혹자는 예술과 외설의 차이는 스토리의 유

무라고 했다. 그렇다면 앞으로 할 이야기는 확실히 예술은 아

니다.

오후 일곱 시. 그날도 어김없이 사무실에서 멍하니 모니터만 쳐다보

고 있었다.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산책하다 보니 너네 회사야, 언

제 퇴근해 나와" 개 팔자가 상팔자라더니. 개처럼 놀더니 이렇게 팔

자가 좋다니 평일에 산책이라니. "나 마감 앞당겨져서 오늘 제때 퇴

근 못하니 동네 네 바퀴만 더 돌다 연락해라" 정확히 한 시간 후에

휴대폰이 울렸다. "야 내가 일본여자 둘 길 안내하면서 번호 받았어.

술 먹기로 했어 너 지금 어디야" 그렇다. 학창시절부터 일본애니메

이션을 보면서 '덕후질'의 끝을 보았던 그 녀석은 일본 어학연수 없

이 일본어 프리토킹의 경지에 올랐던 것이다. 이 녀석이 이럴때 활

용가치가 있다니. 역시 꺼진 불도...아니 사람도 다시 볼일이다. 전화

를 끊고 자리에 앉았다. 마음이 차분히 다스려본다. 하지만 쉽지 않

다. 이게 얼마만의 여자인가. 그것도 일본여자? '일본여자, 보통 한

국남자에 푹 빠졌다' 따위의 기사를 어느 일간지에서 읽은 적이 있

는 나로서는 어서 그 여자들에게 한국남자의 스탠더드를 보여주고

싶었다. 하지만 퇴근은 기미가 보이질 않았다. 몸은 사무실 의자에

앉아있지만 마음은 귀여운 일본소녀들과 신나게 놀고 있었다. 안절

부절 뒤척이자 옆자리 선배가 말했다. "야, 마땅히 할 일없으면 그냥

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미끄러지듯 회사를 빠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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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늦었다. 일본어라고는 '아리가또'와 '스미마셍'만 아는 내가 그

들과 잘 놀 수 있을까. 아, 맞다 '야메떼'도 안다. 그정도는 야동에서

도 가르쳐 주니까. 바에 갔더니 친구 녀석은 입이 귀에 걸려있다.

여자를 오른쪽 왼쪽에 끼고...이 자식...역시 일본어든 러시아어든 사

람은 배우고 볼일이구나. 그녀석이 귀에 걸릴 만 했다. A는 미술대

학 학생이었고 그녀의 친구 B는 조그만 회사를 다니는 직장인이었

다. 둘 다 피부는 희고 맑은 편이었다. 우려했던 갸루화장의 그림자

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녀들은 영어를 할 줄 알았지만 안타깝게도

우선순위 영단어 수준이었다. 결국 우리는 손짓, 발짓도 모자라 마

임연기를 통한 원시적인 대화를 했다. 그러다 내 친구가 분위기 전

환삼아 2차를 가자고 했다.

그녀들이 묶고 있는 프라자 호텔로 갔다. 무슨 2차부터 이렇게 급

진적인가 싶었지만 내가 싫을 이유는 단 한 개도 없었다. 이게 바로

'니뽄' 스타일인가? 말없이 따라 가는 수밖에. 전면이 금빛으로 은은

히 빛나는 건물. 시청 앞 광장에서 촛불시위 할 때나 보던 이 호텔

을 일본여자와 함께 들어가게 될 줄이야. 하기야 비즈니스적인 목

적인 아닌 후에야 서울의 중심에 있는 프라자 호텔을 이용할 이유

는 아무리 찾아봐도 없을 것이다.

한국에 온 만큼 한국식 폭탄주를 제조했다. 섞고 흔들고. 그게 지

겨우면 흔들고 섞었다. 다음날 오후 비행기로 출국하는 여자들 치

고는 꽤나 태평해 보였다. 눈을 뜨니 새벽 3시가 좀 넘었다. 쓰나

미 같은 두통이 찾아왔다. 주위를 둘러 봤다. 상황 파악이 됐다. 친

구 녀석은 A를 데리고 이미 밖으로 나갔다. 어쩐지 미술에 관심도

없는 녀석이 어찌나 아는 척을 한다 싶었다. 나를 차디찬 바닥에 내

버려두고 본인만 재미를 봐? 괘씸한 녀석이라고 무어라고 욕지거

리를 지껄이는데 그때 내 시야에 동해를 건너온 스물넷의 여자, B

가 보였다. 친구 녀석의 깊은 배려에 감사의 기도를 잠깐 했다. 만

약 내가 여기서 얌전히 잠만 자면 먼 훗날 내 아들, 아니 내 손자까

지 나를 남자로 안볼 거다.

섹스는 커뮤니케이션의 기능이 있다. 우리는 국경과 언어의 한계를

뛰어넘어 새벽 세시에 자다 말고 부스스한 차림새로 몸의 커뮤니케

이션을 하기 시작했다. 운을 떼는 게 어려웠지 그 후는 KTX처럼 빨

랐다. 내가 외국여자와 몸을 붙이고 있다는 생각을 하니 설레다 못

해 흥분됐다. 일본여자는 가슴이 크다던데 막상 보니 그렇지도 않

았다. 키스하고 애무하고 깨물고...한창을 그러고 있는데 인기척이

느껴졌다. 밖에서 산책을 하고(그렇다고 주장을 하고 있는)온 친구

와 A였다. 하지만 우리는 절반쯤 왔을 뿐이다. KTX구간으로 치자면

목포-용산에서 겨우 전북정도 왔을 뿐이다. 여기서 끝을 낼 수도,

다시 시작점으로 돌아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할 수도 없었다.

결국 우리는 용산 행을 택했다. 하던 데로 깨물고 애무하고 키스하

고... 친구와 눈과 나의 눈이 마주쳤을 때는 민망했다. 그는 놀란 듯

했지만 이내 A를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열심히 가고 있는 열차가

탈선할 뻔한 순간이었다. 하지만 끝내 모른 척 했다. 우리는 대전을

거쳐 무사히 용산 종착역까지 도착할 수 있었다.

평소 일본여자에 대해 궁금증이 많았다. 수많은 질문이 그날 모

두 해결 됐다. 호들갑을 떠는 친구를 내버려 두고 집으로 돌아가는

150번 버스 안. 차창 밖을 내다보니 익숙한 풍경도 생경해 보였다.

정체가 불분명한 한숨이 나왔다. 몇 달 후에는 기억조차 하지 못할,

거짓말 같은 하루가 지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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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주 사.소.한 거짓말들

기막히거나 감동적이거나 때로는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있다.그리고 이 모든 이야기들은, 아주 사소한 거짓말로부터 시작 되었다. Editor 이봄

거짓말의 발명 <The Invention Of Lying, 2009>

감독 릭키 제바이스 출연 릭키 제바이스, 제니퍼 가너 장르 코미디

세상엔 수많은 거짓말들이 존재 한다. 허나 여기, 거짓말이 존재하지 않는 세상이 있다.

모두가 오로지 진실 만을 말하며 ‘거짓말’ 이란 단어조차 없는 세상의 이야기.

만약 그런 세상에 오로지 당신만이 거짓말을 할 수 있게 된다면 당신은 어떤 거짓말을 하겠는가?

이 영화는 누구나 하고 있었지만 누구도 이야기 하지 않았던 거짓말의 발명에 대해 이야기 한다.

뚱뚱한 들창코에 그나마 있던 직업 마저 잃게 생긴 우리의 주인공 마크는 인류 역사상 최초로 ‘거짓말’을 하게 되고,

그 한 순간으로 인생역전을 맛보게 된다. 기발한 발상에서 시작된 신선한 소재와 배우들의 거침없는 대사는 유쾌한 웃음을 선사하고

무엇이 중요한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 하는 이 영화는 감동까지 보여준다.

하지만 글쎄, 거짓 없는 세상에서 우린 정말 사랑 하며 살 수 있을까?

굿바이 레닌 <Good Bye, Lenin!, 2003>

감독 볼프강 벡커 출연 다니엘 브륄, 카트린 사스 장르 코미디, 드라마

여기 아주 탄탄하게 짜여진 블랙 코미디 한편이 있다.

할리우드영화에 익숙한 우리에게 독일영화는 자칫 생소하게 다가오지만, 동독과 서독의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분단국가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아주 낯설지만은 않다. 이 영화는 어머니의 꿈을 지켜주기 위한 아들의 착한 거짓말로 시작된다. 심장 마비에 걸리신 어머니를

살리기 위한 아들의 필사적인 거짓말은 애처롭고 눈물 겹지만, 순수한 그 모습에 아름답기 까지 하다.

이데올로기적 기반이 자칫 무게감을 주지만 선의의 거짓말 이란 소재를 빌려 가볍게 풀어나갔고 짜임새 있는 구성과 흥미진진한 전개로

지루할 새가 없다. 적당한 깊이가 있으며 보고 난 후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해주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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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셉티드 <Accepted, 2006>

감독 스티브 핑크 출연 저스틴 롱, 애덤 허쉬만 장르 코미디

하나의 '의미'를 전하기 위해 갖가지 재미나고 비현실적인 요소들을 버무려 만든

이 영화. 대학에 떨어진 주인공은 부모님을 속이기 위해

입학 허가서를 위조하게 되고, 일은 점점 수습 할 수 없이 커져가

가상 대학교를 설립 하기까지에 이른다.

우여곡절 끝에 만들어진 학교는 그들이 함께 만들어 가는 학교.

진정한 '의미'를 지닌 학교가 된다. 그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일들을

자유롭게 펼치며 서로 공유하고, 교감해 나간다. 이 영화는 우리에게

진정한 학교란 무엇이고, 진정한 배움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시사해주고 있다.

대학에 떨어졌다고 낙오자라 불리는 씁쓸한 현실에 빅 엿을 날리는 시원한 영화.

미국 영화임에도 우리 교육의 현실과 부합해서 공감되고 재미날 수밖에 없다.

거창한 의미를 담고 있기는 하지만 영화는 전체적으로 밝고 유쾌하다.

리플리 <The Talented Mr. Ripley, 1999>

감독 안소니 밍겔라 출연 맷 데이먼, 기네스 펠트로, 주드로 장르 스릴러

60년대 영화 <태양은 가득히>의 리메이크 작품으로

'리플리 증후군’이라는 말까지 탄생 시킨 영화.

그것만 해도 충분히 이슈가 될 만한 작품이지만, 입이 딱 벌어지는 캐스팅이다. 맷

데이먼과 기네스 펠트로, 그리고 주드 로가 나오는데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할까? 별 볼일 없는 인생을 살고 있던

톰(멧 데이먼) 에게 찾아온 한 번의 거짓말은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게 되고,

거듭 되는 그의 거짓말은 점점 헤어 나올 수 없는 늪으로 빠진다.

욕망에 대한 인간의 내면을 세심하게 연기한 맷 데이먼과

눈빛 하나에서 소름 끼치는 연기를 보여준 주드 로

아름답고 순수한 여인 기네스 팰트로. 그들의 환상적인 연기와

아름다운 이태리의 배경이 어우러져 더할 나위 없이 멋진 볼거리를 제공한다. 치명

적인 매력과 강렬한 여운을 지닌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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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피쉬 <Big Fish, 2003>

감독 팀 버튼 출연 이완 맥그리거, 앨버트 피니 장르 드라마, 판타지

'그 자신이 이야기가 된 한 남자가 있다. 그는 사후에도 이야기로 남아 불멸이 되었다.'

이 영화에 마지막은 이렇게 끝난다. 어른들을 위한 한 편의 동화 같은 이야기, 팀 버튼 감독 특유의 상상력과

아름다운 영상미로 우리를 이끄는 영화, 빅 피쉬다. 어딜 가나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허풍처럼 떠들어 대는 통에

아버지와 별로 사이가 좋지 않은 아들은 어느 날, 아버지가 위급 하시다는 연락을 받고 아내와 급히 고향으로 내려간다.

그저 허풍인 줄로만 알았던 아버지의 이야기를 파헤쳐가며 그는 조금씩 아버지를 이해하게 되고 마침내 아버지의 장례식에서

진실들과 비로소 마주하게 된다. 거짓이 진실이 되는 바로 그 순간, 영화 에서 만큼은 진정 아름다운 순간이 아닐까,

사후에도 이야기로 남아 불멸이 된 한 남자의 이야기, 이 영화 또한 불멸의 영화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고양이와 개에 관한 진실 <The Truth About Cats & Dogs, 1996>

감독 마이클 레만 출연 잔느 가르펠로, 우마 서먼, 벤 채플린 장르 로맨틱 코미디

여기, 지적이며 마음이 통하는 여자와 비록 지적 이진 않으나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여자가 있다. 당신이라면 누굴 택할 것인가?

현실에선 모르겠으나 영화를 보는 당신이라면 누구라도 할 것 없이 아마 지적인 ‘에비’를 응원하고 있을 것이다.

못난 여주인공을 미워할 수 없는 것이야 말로 로맨틱 코미디의 법칙이니 말이다. 라디오 토크쇼를 진행하는 ‘에비‘ 에게 청취자인

‘브라이언’이 찾아오게 되고 ‘에비’는 외모에 자신이 없어 ‘노엘’을 자신이라고 하며 그를 속이게 된다.

외모와 내면 사이에서 갈등하는 전형적인 구조를 지녔지만,

결국 사랑의 힘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니 꽤 사랑스러운 영화가 아닐 수 없다. 세상 여자들이 그렇듯

사랑 앞에선 모두가 아름다워 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니 말이다. 끝나고 훈훈한 미소가 절로 지어지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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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그리는 남자둘 다 하고 싶은데 욕심인가요?

짧게 대답하며, 말할 때 사투리가 섞여 나오는 남자되려 에디터에게 질문을 하며, 녹음하는 게 부끄럽다는 남자

직장인을 가장한 예술인 조인혁을 만나다 Editor 이봄

B.자신에 대해 소개 해주세요.스물아홉 살 조인혁 이고 직장인 입니다. 패션 관련 회사에서 그래픽 디자인 하고 있어요. 회사는 주로 의류를 외국으로 판매하는 회사에요. 저는 의류에 들어가는 그래픽 적인 요소를 디자인 하죠. 시각 디자인을 전공 했고, 패션을 좋아해요. 근데 패션 쪽으로 오게 될 줄은 몰랐어요. 예전에 제가 부산에서 옷을 직접 만들어서 팔았었거든요. 전에 하던 게 있어서 그런지 포트폴리오가 패션 쪽이 많더라고요. 그래서 회사에 다니게 됐죠. 그림 그리는 건 아직까진 부업이에요. B.지방에서 올라왔다고 들었어요.원래 부산에서 살다가 진해로 이사왔어요. 서울에 올라온지는 이제 5개월 됐구요. 아무래도 서울에 올라오니까 나는 정말 우물 안 개구리 이었구나 이런 생각 들죠. 그리고 좀 더 유명해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전 유명해지고 싶거든요. 그래야지 내 그림도 보여주고요. B.언제 처음 그림을 그리게 됐어요?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린 건 고2 말 때, 입시 미술을 했어요. 그 전에는 혼자서 만화 그리는 걸 좋아했어요. 아버지께서 군인이시라 집안 반대가 심했죠. 허락 받기가 되게 힘들었어요. B.작업물에 대한 이야기 부탁 드려요.제 그림 보면 약간 정적이죠. 감성적이고, 제가 그런걸 좋아해요. 근데 또 옛날엔 안 그랬어요. 게임 일러스트 같은 거 좋아하고 그랬는데, 나이가 들면서 감성적 인 게 좋아지더라고요. 저는 그림 한 장에 어떤 느낌을 주는 게 좋아요. 재미있는 그림이나 뭔가 의미를 담으려고 하는 그림보다 그냥 딱 봤을 때의 느낌이요. 그래서 제 그림도 그런 느낌을 많이 넣으려고 해요. B.어디서 영향을 받나요?스무 살 때 왕가위 감독 영화를 보고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그때부터 감성적 인 게 좋더라고요. 일본영화도 좋아하고, 음악도 뉴에이지나 이런 거 좋아 하구요. 그러다 보니 그림도 자연스레 따라가게 되더라고요. 근데 진짜 영향 받은 사람은 아무도 모르는 사람이에요. 학교 선배인데 그 사람의 글이나 사진에서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B.그림 그리면서 특별히 신경 쓰는 게 있어요?자연스러움을 제일 많이 신경 쓰죠. 그리고 표정이요. 표정에 신경을 굉장히 많이 쓰거든요. 아무 표정도 아닌데 뭔가 전달하려는 느낌을 담고 싶어서요. 색감에도 신경을 많이 쓰구요. 좀 더 과감하게 쓰고 싶은데 아직은 그게 잘 안돼요. B.애착이 가는 작품이 있나요?지금은 없는 것 같아요. 처음 그리고 나면 '아 잘 그린 거 같다' 이런 생각 들거든요. 근데 며칠 지나면 '아 내가 이거 밖에 안 되나' 싶어요. 그래서 더 나은 작품을 그리려고 하죠. 아직 하나를 뽑을 만한 작품은 없는 것 같아요. 그래도 애정이 가는 것은 제일 최근에 그린 달팽이 그림이에요. B.작업 과정에 대해 말해주세요.수작업을 하는 건 몇 개 없고 주로 컴퓨터로 작업해요. 제일 오래 걸리는 작업은 스케치에요. 인물을 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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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해서 주로 인물을 많이 그려요. 얼굴 표정이나 느낌 같은 거, 얼굴 그림이 제일 오래 걸리는 거 같아요. 몇 번이나 계속 고치게 되더라고요. 그냥 저만의 모델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럼 그리기 훨씬 쉬울 것 같아요. B.하고 싶은 작업이나 프로젝트 있나요?사실 아직까지는 계속 그려왔던 감성적인 그림을 그리고 싶어요. 그런 게 사람들이 좋아해주긴 하는데 상업적으로 사용된 적은 없거든요. 이런 카페 같은 곳에 제 그림이 걸리면 좋겠어요. 하고 싶은 작업은 앨범 재킷 같은 거요. 제가 좋아하는 뮤지션 커버를 디자인 해보고 싶어요. 좋아하는 책 표지도 해보고 싶고, 아 예전에 퍼포먼스로 부산 남포동 길 한복판에서 엄청 큰 그림을 그렸었거든요. 날 풀리면 서울에서도 한번 해보고 싶어요. B.그림 그리면서 언제가 힘들어요?아무래도 내가 표현 하고 싶은 게 안 될 때가 제일 힘들죠. 또 그림을 그리고 싶은 마음이 안들 때가 있어요. 그려야 되는데 그려야 되는데 하면서도 안 그리게 되는 거죠. 요즘에 좀 안 그려요. 그럴 땐 뭔가 찝찝해요.

B.그럼 행복 할 때는요?사람들이 좋아해 줄 때요. 멍하니 바라보게 된다. 이런 말 들으면 좋죠. 제가 의도한 대로 사람들이 느껴 줄 때가 제일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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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 the man drawing of your mi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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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그림 그리면서 어떤 생각을 해요?저도 그리면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어요. 그림의 캐릭터와 같은 감정으로 그리게 되거든요. 그런데 그리다 보면 저절로 그려져 있는 느낌이 들어요. 손이 마음대로 간다고 해야 하나? 약간 그런 느낌이요. 이건 이렇게 해야지 이건 이렇게 보여야 해 그런 식으로는 잘 안 하고요. 제가 처음에 느낀 그대로를 담고 싶어서 작업할 땐 음악도 잘 안 들어요. 음악의 영향을 받아서 생각한대로 느낌이 안 나올까 봐요. B.이번 저희 호 주제가 거짓말이에요. 제일 기억에 남는 거짓말 있어요?거짓말은 잘 안 하는데, 약간 나중에 돼서 '아 내가 거짓말이었나?' 하는 건 있어요. 그러니까 자기 자신까지 속이게 되는 그런 거짓말 있잖아요. 나는 이게 진짜 인줄 알았는데 나중에서 생각해보니 아니었구나 하고 뒤늦게 깨달을 때가 있죠. 뭐 연인 사이라고 하면은 나는 이 사람을 정말 좋아한다 생각했는데 지나고 보니 그게 아니었어요. 그냥 좋아해야 한다 라는 것 때문에 상대방은 물론이고 나 자신에게 까지 거짓말을 하면서 진짜를 합리화 시킨 거죠. B.고민 있어요?음, 스물아홉이 되니까 내가 이제까지 좋아했던 사람이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좋아하는 감정을 잘 못 느껴요. 그래서 제 친구가 하는 말이 너는 평생 결혼 못할 거래요. (웃음) 진정한 사랑을 못 만나서 그런 거 같기도 하고 내가 이상해서 그런 거 같기도 해요. 그리고 그런 게 속상해요. 뭘 그리면요 보여주고 싶어요. 근데 보여줄 수 있는 공간이 별로 없어요. 아트 커뮤니티 같은 곳에 막 올려요. 그런데 보통 그걸 보는 사람은 다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이고 일반 사람은 잘 안보잖아요. 그런 부분이 좀 속상해요. 다양한 사람들한테 보여주고 싶은데 그게 안 되니까, 그리고 제가 좀 소극적이에요. 적극적으로 활동해야 하는데 그런 거 잘 못하겠어요. 쑥스러워서.

B.인혁 씨에게 그림은?저는 그림을 그리는 게 자기만족이 아니라 남에게 보여주고 싶어서 그리거든요. 제 그림을 보는 사람들에게 어떤 느낌을 전달해 주고 싶어요. 자기만족 그런 거 없어요. 저는 칭찬 받는 게 좋아요. 그림은 저에게 있어서 일종의 돌파구 같은 거죠. 감정적 인 거에 대한 스트레스나 뭐 여러 가지 것들에 대한 돌파구요. 그리고 그리면 뭔가 남잖아요. B.마지막 질문이에요. 꿈이 뭐에요?유명 해지는 거요. 좀 그런가? 뭐 최고가 되고 싶죠. '이거 하면 나' 이런 거요. 솔직히 지금은 그림도 좋지만 하고 있는 건 패션이니까 '이 분야에서도 잘한다' 그런 말 듣고 싶어요. 일러스트로서도 '아 저 작가는 우리나라 최고다' 이런 말 듣고 싶고요. 그리고 제일 가까운 꿈은 이번 년도 안에 전시를 해보는 거에요. 사실 아직 저는 발을 두 군데 담그고 있는 거 같아요. 회사랑 내 그림이랑

인터뷰가 끝나고 자리를 옮겨 그와 맥주 한잔을 했다. 우리는 일상적인 이야기부터 시작해 서로의 취향과 고민에 대해 이야기 했다. 사적인 자리에서 그는, 잘 웃고 솔직 했으며 감성적이고 담백한 남자였다. 그리고 그의 그림처럼, 멋진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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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ctionEditor 박성림

Photographer Alexander S Nam Model 최부경

Hair&Make up 김민지 Assistant 홍현주, 이수빈

우리는 사랑을 했고 습관이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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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M 08 : 00

우리의 온도는 모두 거짓

- PM 08 : 00

우리의 몸짓은 모두 거짓

죄책감 한 톨 없는 순백의 시간

의무로 자라난

사랑으로 가꾸는 우리

다 거짓

수화기 너머로 드리우는

침묵만이 모든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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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and item : height and lies

BREAK MAGAZINE 63

키와 거짓말<하우스>의 닥터 하우스의 말처럼 누구나 거짓말을 한다. 우리는 아무 거리낌 없이 거짓말을 일삼고 있다. 종류는 각양각색, 방법도 무궁무진하다. 그렇다면 패션에서의 거짓말은 무엇이 있을까? 바로 키다. 신발굽으로 거짓말하는 남자들, 일명 멋진 거짓말쟁이들을 소개한다. 키와 멋을 동시에 거머쥔 그들에게 한 수 배워보자.Editor 최성우 Photographer 정용환

QuestionA. 본인의 키와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키는?B. 당신의 거짓말은 몇 cm? C. 굽 높은 신발을 신는 이유?D. 보유한 굽 높은 신발의 개수?E. 신발을 위해 신경 쓰는 스타일링은?

1 서진석 / 27세 / 베이시스트

a. 166cm / 172cmb. 5cmc. 티 안 나게 내 키를 높여줘서 좋다d. 4켤레e. 워커를 신을 때 스키니진을 입고 긴 야상이나 코트를 매치 시킨다

2

이석하 / 23세 / 군인

a. 171cm / 176m b. 3cmc. 남자는 여자보다 키가 커야 한다. 키는 남자의 자존심이다d. 2켤레e. 양말로 포인트를 주거나 롤업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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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and item : height and l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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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기 / 27세 / 학생

a. 175cm / 182cmb. 4cmc. 굽이 높아서 신었다기 보단 디자인이 마음에 들었다d. 2켤레e. 적당한 핏의 바지를 입는다

송동선 / 24세 / 학생

a. 172cm / 182cm b. 4cmc. 여자들이 원하는 키 큰 남자가 되고 싶었다d. 4켤레e. 특별히 신경 쓰는 부분은 없다. 편하게 입는 편이다

3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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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EAK MAGAZINE 65

이호재 / 27세 / 소믈리에

a. 177cm / 183cmb. 4cmc. 날씨가 추워서 보온성이 높은 워커를 택했다d. 2켤레e. 자연스럽게 신발에 어울리는 코트를 입는다

강민주 / 21세 / 학생

a. 178cm / 183cm b. 7cmc. 루저가 되고 싶지 않다!d. 8켤레e. 신발에 따라 전체적 스타일링을 바꾼다. 특히 바지를 신경 쓴다6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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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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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남자는 나이가 들면 브레이킹 배드의 월터 화이트, 범죄와

의 전쟁의 최민식 캐릭터가 될지도 모른다. 네이버 웹툰 치즈인

더트랩의 오영곤처럼 찌질한 허세를 부리는 사람들도 있다. 스

스로 '밤의 황제'라던가 '□□(지역명) 쓰레기' 등의 별명을 말하

기도 하고.

사실 '남성성'이라는 것이 국가·문화·사회·개인별로 다른, 굉

장히 부정확한 용어다. 벌레 잡아달라고 했을 때 무서워해도 된

다. 무거운 거 들어달라고 했을 때 요새 운동 안 해서 힘없다고

거절해도 된다. 뭔 일 있으면 혼자 안고 가지 말고 힘들다고 얘

기해도 된다. 입신양명에 목숨 거는, 야망에 불타오르는 남자가

되지 않아도 된다. 길을 걷다가 신발에 돌이 들어가서 발이 아프

면 멈춰 서서 돌을 빼내고 다시 걸어야 하지 않나? 꾹 참고 걷

다가 애꿎은 사람한테 화풀이하지 말고. 조금 부드럽고 말랑말

랑해져도 괜찮다.

진지하고 심각한 성격이라, 말에 굉장한 의미를 둔다. 그러니까

확실히 아는 것만 말하고, 한번 말한 것은 꼭 지키려고 한다. 말

을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주는 사람을 좋

아한다. 그래서 여러 가지 허세와 부자연스러움을 감지해내고

싫어하는 데에 능숙하다.

하지만 많은 사람을 만나다 보니, 말에 의미를 두면 피곤해지더

라. 예를 들어서 오랜만에 만난 선배와 헤어질 때 어색하게 웃으

며 '언제 밥 한 번 먹어요.' 라든가 부모님께 성적표를 보여주며

'다음 학기엔 하늘에 맹세코 4.0 넘을게. 성적 장학금 받을게.' 등

등의 말들. 그 상황을 좋게 넘어가기 위한 말, 그리고 지키면 오

히려 이상한 말-전자의 경우 실행에 옮기면 작업건다고 오해받

기에 십상이다-이 사회적인 기술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러한 '말만 하기'는 남성이 나이를 먹을수록 많이 쓰는 것 같

다. 한국은 성 역할이 확실히 구분되어 있다. 남자는 남자답게!

여자는 여자답게! 라는 구분의 정확한 기준이 뭔지 모르겠지만,

기성세대의 생각대로라면 남자는 밖에서 돈을 벌어오고 여자는

안에서 집안일 한다. 남자는 강하고 믿음직한 아버지가 되어야

하며, 여자는 자애롭고 따뜻한 어머니가 되어야 한다. 내 또래

친구들은 점점 양성적인 면을 띄어가는 것 같지만, 아무튼 우리

부모님은 이렇게 생각한다는 얘기다.

자상하고 친절하고 따뜻하고 패션감각도 있지만 남자다움은 잃

지 않은, 남성성과 여성성이 적당히 혼합된 남자가 만인의 이상

형이 된 지금. 두 가지 성 역할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고 애쓰

는 남자들의 모습이 안쓰럽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하다. 어느 한

쪽에 치우치면 게이 같다, 꼴마초 같다는 비난이 쏟아진다. 그런

데 아직은 '게이' 소리만 들어도 혐오감에 몸을 부르르 떠는 남

자들이 더 많다. '남자답지 못하다'는 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하

는, 여성성을 배척하고 '남자답게!!!' 거칠고 터프한 면을 보여주

려는 남자들 말이다. 이 부류의 남성들의 허세-말만 하기-는 여

러 가지 모습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군대를 갓 전역하고 꿈과

희망에 부푼 복학생은 귀여운 허세를 부린다(ex.나 이것도 할 거

고 저것도 할 거야! 다 할 거야!). 규칙적인 생활로 말미암은 윤

기 나는 피부와 힘줄이 팍 드러난 팔뚝과 함께. 허세에 책임감

과 추진력이 더해져서 진짜로 원하는 결과를 얻는, 말한 것을 지

키는 부류도 있다.

나에게 기대도 좋아 Editor 박경리 Illust by 이다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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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e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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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시선

거짓을 이야기하는 두 여자.Editor이광수

<나는 거짓이다>, 2011

32cm * 24cm pencil on paper

내가 위선적이라고 느끼던 그날 사소한 감정으로 시작해서 자유롭게 드로잉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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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EAK MAGAZINE 69

<뻥>, 2010

24cm * 32cm, mixed media

뻥 차이고 나서, “결국엔 너의 희번드르르한 거짓말에 속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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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에 꼬리를 물고>, 2011

20cm * 20cm, pencil on paper

한 번 내뱉기 시작하면, 꼬리에 꼬리를 물어

세 작품 모두 강좋은(소규모 신문사 편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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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EAK MAGAZINE 71

일요일 늦은 아침을 먹고 슬슬 어디든 나가볼까 하는데 뒷동네 사는

m에게서 문자가 왔다. '옳지 오늘은 너다!' 하려는데 m이 보낸 메시지

에 이런 게 적혀 있었다.

"곧 a생일인데, 선물로 뭐가 적당할까?"

'아직도 만나는가 보네?' 하고 m과 그의 애인 a의 얼굴을 번갈아 떠

올렸다. 지난 가을 셋이 모인 자리에서 a가 m을 향해 몸을 틀고 앉아

있을 때 m이 다른 곳으로 계속 시선을 두고 모른 체하던 모습이 기억

났다. 나는 좀 쌀쌀맞게 답장을 보냈다.

"너는 그 나이 먹을 때까지 네 사람에게 필요할 법하거나 어울릴 만

한 것 하나 찾아낼 줄도 모르고 뭐했어?"

"그러게?"

m의 답장을 보고 내가 한숨을 내쉬는데 이어서 다른 메시지가 들어

왔다.

"친구야, 그럴싸한 걸로 하나만 추천해 줘.”

m이 말하지 않아도 그가 원하는 가격대와 무엇을 구상하고 있는지

는 짐작할 수 있었다. 나는 모르쇠로 버텼다. 내가 버티고 있다는 걸

그도 알 수 있게끔. 답장을 보내지 않은 지 30분쯤 지났을 때 m에게

서 전화가 왔다.

"뭐하러 아직도 만나. 그렇게 애정이 없는데."

나는 "여보세요." 대신에 콕 짚어서 다른 말을 했다. m은 껄껄 웃으며,

"너도 잘 알잖아." 하고 되물었다.

"같이 잘 사람을 그런 식으로 매어 두는 것도 소질이라면 소질이다.

a는 눈치가 없어?"

그가 불쾌함을 느끼는 선이 어디까지인지 모르지 않으므로 나는 거

기까지만 했다. 매번 쓴소리를 듣고도 같은 일을 반복하고, 속내를 숨

기려고 노력하지만 항상 들키고, 누군가가 바로 잡아 주기를 바라지

만 핑계가 많아 개선되는 것이 없는, m의 게으름은 내가 스무 살 때

부터 본 익숙한 것이다.

m은 2년 동안 어느 회사에서도 6개월을 버티지 못했다. 또 백수가

되었다는 연락은 지난달에 받았다. 이력서가 화려한 것은 그에게 자

랑거리였다. 밥벌이를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아버지로부터 물려받

을 가업이 있으니까. 지난달에 술집에서 m은 내게 새로 생긴 신용카

드를 보여주었다.

"지난번에 쓰던 카드보다 한도가 0 하나 더 붙었더라고. 어떻게 하

긴, 아버지가 위급할 때 쓰라고 나 준 거지. 웬만한 월급쟁이 연봉이

야 한도가. 그러게. 내가 위급할 일이 뭐 있다고. 이럴 때 쓰라고 있는

가? 너 더 마실래?"

그 게으름 덕분에 m은 사회생활에서 쓴 맛을 여러 번 보았고, 주변의

조언이나 잔소리에 용감히 맞서면서 한결같은 삶을 살아냈다. 그래

서 사람 간의 감정 문제에서도 모르는 것이 많았다. 정확히는 알고 싶

지 않아한다고 말해야 할 것 같다. 연애를 오래하지 못 한 것도, 회사

를 오래 다니지 못 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보고 싶은 것만 보는

생을 사는 이에게 타인을 있는 그대로 읽는 능력이 없음은 당연한 결

과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뭔가 챙겨는 줘야지. 나를 그렇게 좋아해 주는데."

m이 등가교환을 입에 담았을 때 나도 모르게 코웃음을 쳤다. m과 내

가 눈이 마주쳤고, 먼저 시선을 돌린 건 m이었다.

뻔히 속이 다 읽히는 사람을 향해 사랑에 관한 자신만의 환상을 덮어

씌우고 끊임없이 애정을 쏟는 a의 얼굴을 떠올렸다가, 두 사람이 닮

은 점 하나는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감정이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으로 두 사람 사이를 채워나가는 노

력 대신에 선물로 그 공간을 채우겠다는 생각은 가엾다. 그래도 옳거

나 그르다고 말할 수는 없다. 어찌되었건 두 사람이 관계를 지속하고

있으니까. 적어도 본인들 입장에서는 손해나거나 상처받지 않는가 보

다고 여기며 가끔 허용되는 범위 안에서 쓴소리를 하는 정도로 관전

하기로 했다.

"자, 그래서. a가 너를 믿게 하려면, 이 백화점 몇 층에서 고르는 게

좋겠어? 내 생각에 저 정도는 받아야 될 거 같은데."

백화점 1층 정문에 서서 나는 지난달에 본 m의 새 신용카드를 떠올

리며 오른쪽에서 두 번째 매장을 손끝으로 가리켰다. m이 내 팔을 내

리며 말했다.

"에이. 알잖아, 나 돈 없는 거."

이 백화점을 얼마동안 멍청하게 헤맬까? 쇼핑 시작도 전에 다리가 아

파오는 것 같았다.

글 구현진 (책 편집자)

그래서,너를 향한 대가는어디에 있을까?사람과 사람이 마음을 주고받는 데에 이따금 '선물' 이라는 것이 등장한다. 선물은 말로는

다 하지 못할 것들을 물성의 힘을 빌려 표현하는 것. 하여, 상대에게 감동을 주거나 나의

존재감을 부각하는 데에 한몫하는 것. 그리고 내가 이해받기 위해 상대에게 들이미는 답

례 같은 것이기도 하다. 지금 하는 이야기는 물성을 앞세워 없는 감정을 있다고 우겨보려

는 어떤 사람에 관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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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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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에 관하여'모르는게 약이다'라는 속담은 괜히 있는 말이 아니다.

어설프게 아느니 모르는게 낫다.

아니 그 전에 취향을 구분하는 것부터 안해야겠지.

Editor 박경리

"좋아하는 뮤지션이 누구예요?"

아 뭐라고 대답하지. 원래 락덕이므로 나인인치네일스 라고 대답할까? 아니야 이

건 너무 세 보이잖아. 그러면 베이스넥터라고 대답할까? 너무 마이너한 취향이 드

러나잖아! 무난하게 시리우스모? 비욘세를 좋아한다는 사람이니까 분명히 그게 누

구냐고 물어볼 텐데. 설명이 끝난 뒤에 어색한 침묵이 싫다. 잘난척하는 것처럼 보

이는 건 더 싫어.

"레이디 가가요"

"아직도 페리코스텐 들어요? 트랜스 한 물 간지가 언젠데. 덥스텝 들어요"

"너는 아직도 미드 본다며? 시덥잖은 거 보지 말고 좀 수준 높은 거 봐라. 나는 진

작에 영드로 갈아탔잖아"

"너희 이번에 댄 디콘 내한공연 갔어? 근데 왜 아무도 워커홀릭은 안 보는 거야?"

아주 가관이다. 서로 아는 것 하나라도 더 말하려고 난리다. 문화의 얼리어답터라

도 된 듯 마냥 가장 앞서 가는 것을 찾으려고 눈에 불을 켠다. 내가 아는 것을 내 주

위 사람들은 몰라야 한다. 인터넷에 검색해도 검색 결과가 5개 이하여야 한다. 그

리고 잘난 척해야 한다. 반대로 다른 사람이 아는 것을 나는 알아야 한다. 누군가

"나 요새 얘 좋더라."하면 "어 그거 괜찮더라. 다른 곡도 들어봤어?" 라며 역공을

가해야 한다. 설령 내가 모르는 아티스트가 언급됐더라도 아는 척해야 한다.

두 대화 중에 뭐가 나으냐고? 사실 둘 다 피곤하다. 대화는 테니스처럼 서로 공을

주고받는 것인데, 둘 다 나 혼자만 신나게 공 튀기고 있다. 전자는 나 혼자서 조용

히, 후자는 다수가 공을 받아줄 생각 없이 각자 열심히 쳐대고 있다. 하지만 나름

대로 장점이 있다. 만약 상대방이 내 얘기를 잘 들어준다면 음악을 잘 몰라도 얘기

하는 것이 재미있을 수 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를 인정해주는 사람을 좋아하니

까. 다른 사람이 나보다 지식이 더 많을 경우는 배워가는 재미가 있다. 아이폰을 열

고 메모장에 적거나 아니면 그 사람의 엠피쓰리 뮤지션 목록을 사진으로 찍는 짓도

한다. 가장 좋은 건 내가 듣거나 본 것을 이미 경험한 사람이 있기에 감상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이다.

MP3의 양산으로 음악은 굉장히 개인적인 것이 되었다. 누구나 자신만의 뮤지션

목록, 플레이 목록이 있다. 퍼스널 컴퓨터도 있을 테니 영화나 드라마도 그렇다.

이런 상황에서 어떤 음악을 들어야 좋은 취향을 가졌네, 어떤 영화를 봐야 가장 '힙'

하네 따위의 얘기를 한다는 것이 무의미하다. 좋고 나쁘고는 상대적이고, 취향은

개인의 선택이니까. 다만 '아 저 사람은 음악,영화를 깊게 파 들어간 사람이군. 안

목이 꽤 있겠어'라는 생각은 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힙스터라는 족속에 대해 상반된 감정을 느낀다. '아 이런 것도 알고 멋

있네 님좀짱!'이거나 '같이 놀기 피곤하다 왜 쓸데없이 잘난 척이냐' 등등. 문화잡

지에 매달 실리는 '이런 것 좀 해야 간지난다고 할 수 있죠!' 등의 기사도 불편하다.

가장 앞서 가는 20대들이 본다는 이름을 밝힐 수 없는 무가지를 읽었을 때, 모 뮤

직 페스티벌의 ‘대한민국에서 가장 잘 노는 20대들이 참여하는 축제!' 라는 광고

를 봤을 때의 그 오글거림이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친구가 '멜론차트 100'을 듣든 헤비메탈을 듣든 상관하지 않는다. 애인이 로맨틱

코미디를 좋아하든 고어물을 좋아하든 개의치 않는다. 허세 없이, 자연스럽고, 진

심으로, 일관적으로, 취향을 꾸준히 가꿔나가는 사람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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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EAK MAGAZINE 73

a.betterwww.abett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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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yle ch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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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장에서 멋쟁이가 되고 싶다는 소망은 비단 이 소년만의 이야기가 아닐 것이다. 아직도 후드티와 유니폼 같은 점퍼 사이에서 한참을 고민하는 당신. 이제는 스타일에 변화를 줄 때이다.Editor 이연주 Photographer 홍 이 Model 이소년

After1

체크무늬 점퍼를 강조한 룩_

세련된 디자인의 점퍼 하나로 감각적인 스타일을 연출할 수 있다.

유니폼을 연상시키는 어중간한 디자인의 점퍼는 피할 것.jacket jamie&bell가격미정

top 에디터소장품pants h&m 3만5천원

shoes 모델소장품glasses jamie&bell 가격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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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yle change

BREAK MAGAZINE 75

Before

후드티에 청바지 또는 유니폼 같은 야구점퍼.

스무살 이소년 군의 다소 진부한 야구장 패션.

After2

레글런 티셔츠로 연출한 스포티 룩_

레글런 티셔츠에 바지를 입을 때 감각적인 색상 맞춤에

신경 쓴다면 보다 세련된 스포티 룩을 연출할 수 있다.top fubu 7만9천원

pants gap 9만9천원shoes converse 5만9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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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log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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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LOGUE : 편집후기

나는 지금 4학년 졸업반이다. 딱히 엄청난 일을 하지는 않는다. 그런 것 같지만, 눈을 잠시 감았다가 뜨면 날이 밝아오기 일쑤였고 신경은 날로 극세사를 달리

고 있었다. 모든 것이 모험이고 도전인 지금이 마냥 신이 나지만은 않다. 그래서인지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BREAK Magazine이 그렇게 반갑고 설렌

다. 이번 vol.06은 나에게 치유와 같았다. 조금 멀리서 부드럽고 감상적으로 다가가고 싶었다. 살짝 걱정은 된다. 착한 BREAK을 너무 어두운 창고 방에 가둬버

린 게 아닌지…. 게다가 꽃 피우는 봄인데 말이다. BREAK Magazine Vol.06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박성림

1.

나는 도전을 두려워한다. 내 생에 첫 번째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하고 다닐 때였다. 시작 하기도 전에 몰랐던 사람의 가게에서 일을 해야 한다는 불편함과 걱정

이 앞섰다. 그래서 이력서라는 종이쪼가리를 2주일 동안 쓰질 못했다. 그만큼 나는 겁쟁이였다. 하지만 사람은 변한다. 나 스스로도 변화했다는 것을 실감한다.

잡지 팀에 들어가서 일을 한다는 것은 과거의 나에겐 불가능한 도전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꿈을 가지고 있었다. 꼭 하고 싶었다. 결과적으로 나는 Break의

일원이 되었고 부끄러운 결실들을 맺으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식상하지만 이 말을 하고 싶다. '자네, 꿈을 가지고 도전하게나. 이루어 질걸세.’

2.

제 방에는 작은 앵무새가 살고 있습니다. 깃털도 마저 자라지 못한 때에 멍한 표정으로 우리 집에 왔지요. 장난감같이 귀엽고 어여쁜 녀석이 참 보기 좋았습니

다. 며칠이 지나서야 가족들은 이상한 점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앵무새의 날개는 잘려있었습니다. 잘랐을 당시의 고통이 얼마나 심했는지 날개를 만지지도

못하게 발악하곤 했습니다. 가끔씩 날개를 펼쳐 기지개를 킬 때면 가위로 자른 흔적이 선명하게 보였지요. 깃털이 자라나도 결국엔 끝부분이 잘려 날지 못하는

새. 우리 뾰록이는 날지 못하는 앵무새입니다.

드디어 만물이 소생하는 봄. 날지 못했던 앵무새, 죽어있던 앵무새는 깃털이 빠지기 시작했습니다. 자신의 흉터를 떨어뜨렸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깃털이 자라

났습니다. 날갯짓을 해도 추락했던 녀석이 이제는 제법 날고 있습니다. 아직은 어색하고 서툴러서 세 발자국도 못 날지만 정말 대견한 일입니다.

동시에 저에게는 반성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저는 작은 생채기조차 지우질 못하는데 이 녀석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20대. 좌절과 실패, 그리고 후회가 서울의 먼지처럼 많은 시절. 과거의 집착보단 미래의 집착이 필요한 때가 아닐까요? 추락하는 지금을 탓하지 말고 비행할 수

있는 미래를 꿈꿔주세요. 필요하시다면 우리 집 앵무새를 봐주세요. 동물의 본능이라는 불편하고 시시한 대답은 접어두고 이 녀석의 날개를 봐주세요.

최성우

소박한 후기

BREAK에 면접을 보러 가던 날 처음 맞이한 팀원들의 얼굴, 의욕 넘쳤던 첫 촬영 날의 쌀쌀한 공기, 넘쳐나는 고민으로 잠 못 이루었던 하얀 밤들, 마지막 촬영

날 따뜻했던 봄 햇살. 여러 가지 기억들이 나타났다가 또 사라집니다. 물먹은 솜처럼 지쳐있던 날도 있었지만 결국에는 잡지가 나온다는 생각에 너무 설렙니다.

한 송이 한 송이 나무에 핀 목련처럼 하얗고 순수한 열정으로 만든 BREAK입니다. 모두 편하게 즐겨주세요.

문현민

1.포장

60년 전통의 과자점 태극당에서 모나카 아이스크림을 먹기까지 친구는 매우 망설였다. 태극당의 포장은 그 옛날의 향수를 자극하는 다소 아날로그적인 구색인

데 이것이 촌스럽고 오래되어 보인다며 꺼린 탓이다. 심지어는 내용물이 60년 전에 만들어 놓은 오래된 것이 아니냐며-60년 전통이라는 수식어에 대한 순전히

그녀의 자의적인 해석- 가게의 위생 상태까지 의심했다. 나는 태극당의 전통에 따른 콘셉트니, 주워들은 모나카 아이스크림의 유명세를 조잘댔다. 몇 번의 블로

그 검색 후 그 명성에 대한 다수의 증언을 확보하고 나서야 친구는 이것을 먹어보기로 했다.

그리고 요즘 그녀는 나와 함께 점심보다도 모나카 아이스크림을 끼니처럼 챙겨 먹고 있다.

2.오래된 미래

<오래된 미래>를 읽고 깊이 감명 받은 건, 다가오는 미래가 아니라 지나간 과거에서 희망을 찾으려 했기 때문이다. 거창한 희망까지는 아니더라도, 발전적인 미

래만을 향하여 치닫는 현대에서 과거로부터의 전통을 고수하기 쉽지 않은 만큼 그 희소성에 경의와 애정이 생긴다.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현대의 모던함에 대한

기준을 좇아 화려하게 위장한 것이 아니라서 좋은 것이다.

그래서 모나카 아이스크림의 투박한 포장과 담백한 맛에 더 마음이 가는지 모르겠다. 빨간색의 촌스러운 글씨체만 적혀있는 투명한 비닐 포장은 단순히 맛있는

모나카 아이스크림 날 것 그대로를 보여주는 데 거짓이 없다.

이연주

Page 77: breakzine vol.6

epilogue

BREAK MAGAZINE 77

1.

인생은 무료한 것 같으면서도 어느 방향으로 튕겨져 갈지 모르는 카오스와 같아서, 날아오는 화분에 중상을 입을 수도 있고 어느 날은 하늘에서 생선이 떨어지

기도 한다. "인생 참 무료하구나!”라고 내뱉은 것이 화근이었을까. 이 정도는 누구나 겪는 일이라고, 별일 아니라며 넘겼던 작은 불행의 틈새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을 왜 몰랐을까.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타인의 행동은 점점 이해 불가능한 영역으로 속해갔다. 요즘 들어 누군가를 진정으로 이해하는 건 불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서글픈 생각이 든다. 단지 이해는 없고 인정만이 있는 것이 아닐까. 그저 막막하기만 하다. 세상은 왜 이렇게 모르는 것, 이해하기 힘든 것

투성일까. 그럼에도 나는 타인을, 사람을 이해해 보려 한다.

2.

만날 때 인사는 없었지만 헤어질 때까지 그럴 수 있나요. 패션이 좋아서 무작정 보게 된 패션잡지. 결국 나중에는 글을 쓰고 읽는 것이 더 좋아 하겠다고 자청

한 피처 기자. 누군가 일간지 기자를 말해도 저는 잡지 기자가 아니면 추호의 관심도 없었습니다. 왜냐고요? 음...음...잡지가 더 재미있으니까요. 전 재미있는 것

을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었고 지금도 그렇습니다. 저는 브레이크 매거진의 1년의 기억을 가지고 이제 다른 곳으로 가려 합니다. 오라는 데는 없어도 가고 싶은

데는 많거든요. 다른 곳에서 제 이름을 발견하면 브레이크 매거진을 떠올려 주세요. 그곳이 꼭 패션잡지가 아닐 수도 있어요. 그래도 놀라지 마세요. 마지막까지

점점 더 부끄러워지는 글을 기어이 내고도 염치도 없이 저는 잘 지냅니다. 두 팔 두 다리 펴고요. 예전보다 밥도 더 잘 먹습니다. 이광수

생각의 전환

울적하고 답답한 마음에 마감도 제쳐 놓고 동네 친구를 불러낸다. 식어가는 커피를 앞에 두고서 잔뜩 하소연을 늘어놓는다. '이 일이 나한테 맞는 일인지 모르겠

어. 내 자신에게 바라는 기대치는 이 만큼인데, 나는 지금 요 만큼도 안 돼.' 라며, 상심 가득한 얼굴로 친구를 올려다본다.

브레이크 매거진의 피처 에디터가 된지도 어느덧 1년. 매 호를 준비하면서 내 자신에게 약속했던 한 가지는 남에게 보여줘도 부끄럽지 않을 멋진 콘텐츠를 만

드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건 뭐, 날 이 가면 갈수록 잡지를 내미는 일이 민망하기 짝이 없으니, 피처 에디터는 나의 소명 이야. 라고 생각해 왔던 지난 시간들이

부끄러웠다. 기사를 써야하는 시간이 다가오면 늘 한숨부터 나왔고 점점 글을 쓰는 일이 버겁게만 느껴졌다. 아니, 어쩌다 일이 이 지경이 되었을까? 새벽이면

항상 그 날의 마음을 대변 해주는 음악을 틀어놓으며 글쓰길 좋아했던 내가 어쩌다 이 모양이 된 걸까. 끝내 엉성하게 채워진 기사를 겨우겨우 마감 한 채 일이

이 지경이 된 것도 잊은 어느 날, 용 편집장님과의 나눈 대화에서 비로소 그 답을 찾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생각의 차이였다. 내가 그저 좋아하는 작업들을 '일' 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문제였다. 충분히 행복하고 즐겁게 할 수 있는 작업들을 '일'이라는 틀 속

에 가둬 놓고 '하고 싶다' 가 아닌, '해야만 한다.'고 정의 내버린 것이 문제였다. 글쓰기란 것이 억지로 쓴다고 해서 쓰여 지는 것이 아닌데 말이다.

조금만 생각을 바꾸고 나니, 한 동안 잊고 있던 마음들이 조금씩 꿈틀 대기 시작했다. 처음 잡지를 만들고자 했던 그 뜨거운 마음들이 다시금 용솟음치는 기분

이었고,순수하게 글이 쓰고 싶어졌다. 처음 내 손으로 만든 브레이크를 안고 집으로 달려가던 그때의 공기가 아직도 생생하다. 여전히 부족함이 많지만, 우리는

분명 성장하고 있다. 순수한 열정으로 완성한 우리의 브레이크를 즐거운 마음으로 즐겨주길 바라며.

이봄

가을 호 발행 후 학교 주위에 잡지를 뿌리고 다니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봄호가 발간되었습니다. 기사를 쓸 때마다 저의 재능 부족과 능력 없음을 뼛속 깊이

느낍니다. 하지만 인쇄 후 잡지의 한 페이지를 차지하고 있는 원고를 보는 순간 '글쟁이는 돈 안 된다!'라는 통념을 까맣게 잊을 만큼 뿌듯합니다. 가을과 봄이라

는 불투명하고 무채색을 띄는 계절에 브레이크 매거진에 참여하게 되어 뜻 깊습니다. 실력 있고 열정 가득한 팀원들과 함께 하였기에 많은 것을 배워갑니다. 이

제는 멀리서 브레이크의 성장을 지켜보겠습니다. 브레이크 사랑해요~

박경리

2011년 봄. 브레이크에 들어왔다. 어느덧 1년이란 시간이 흘렀고 지금은 졸업을 앞둔 4학년이다. 취업 준비로 바쁠 시기에 토익과 학교 수업은 뒷전으로 하고

잡지를 만든다. 힘들다고 투덜거리면서도 벌써 3번째 잡지다. 가끔 사람들은 그렇게 힘들어 하면서 왜 계속 잡지를 만드는 거냐고 묻는다. 그에 대한 대답으로

나의 열정, 꿈을 거창하게 얘기하고 싶지만 사실 그런 건 없다. 단순히 잡지가 좋아서고 브레이크 팀원들이 좋아서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니 힘든 줄도 모르

겠다고 하고 싶으나 그건 거짓말이니 하지 않겠다. 하지만 확실한건 힘든 시간 뒤에 오는 개운함과 만족감은 내가 이제껏 느끼지 못한 밀도 높은 행복이었다.

나에게 많은 것을 느끼고 깨닫게 해준 브레이크! 사랑합니다.

박유진

시작

모든 것이 낯설던 20살의 나를 마무리하고, 차가운 공기를 마시며 서서히 시작되어가던 21살의 나에게 나는 '새로운 시작'이란 선물을 준비하였다. 자연스럽다

면 이상하리만큼 어색하고 긴장되지만 그만큼 나를 일깨워주기에 충분한 단어였고 처음 한발을 디딤에 있어서 Break는 달리기를 하고 싶은 마음을 가지게 해

주는 이유가 되었다. 무모함과 대담함, 알 수 없는 자신감을 포트폴리오라는 리본으로 포장하여 실력이란 선물을 만들어 Break에 전송하고, Break의 일원이 되

고, Break가 발행이 되는 시간과 그리고 앞으로의 시간까지 나의 꿈과 현실의 공간을 한층 더 좁혀주고 나를 끌어올려준 Break와의 만남을 감사하며, 나를 믿

게 해준 나에게 감사하며, 나를 믿은, 나를 응원해준 팀원들에게 감사하며, Break에게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

시작이 일궈낸 결과물을 맞이하며, 시작을 받아들이는 것에 어색해 하지 않기 위해 첫 한발 보다 달리기의 과정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느끼며 Break에서 시작

했던 나를 되돌아본다. 나의 시작이 독자들에게 더 빛나고 흥미로운 페이지들로 전해지길 바라며, 앞으로 시작할 어떤 이를 일깨워주는 어떠한 것이 되었으면

한다.

권승은

Page 78: breakzine vol.6

B

reak magazine ; 2012 spring vol. 6 <

fake >

life style &

fashion magazine for gentlem

en

Breakm a g a z i n e ; s p r i n g vol.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