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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 파도’ 앞에 선 한국 수출號 Cover Story Vol. 121 Chindia plus 121 Cover Stor y ‘G2 파도’ 앞에 선 한국 수출號 Chindia plus January / February 2017 ISSN2288-3290 www.posri.re.kr 철강연구 글로벌 No.1 & 경영경제연구 국내 No.1 철강산업 연구 분야 세계 유수의 Think Tank로 자리매김한 포스코경영연구. 미래창조를 리드하는 기업경영 전문 연구기관 POSRI는 글로벌 최고를 지향합니다. 새로운 희망의 시대를 이끌어가는 Creative Think Leader ’로서 최고의 전략과 정책을 제시하여 국가와 산업, 기업의 성장과 발전에 기여하겠습니다. Issues & Analysis 인도 타타그룹, 리더십 교체 Bell Ringer 유럽의 동남아 식민주의 4 국경의 탄생 Column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 한국도 통상압력 대비해야 My Chindia Diary 내가 가본 친디아 4 인도 오디샤주의 코낙 선 템플 Market Watch 중국, 반려동물 시장 초고속 성장 Life & Culture 화교자본의 고향을 찾아서 12 부호들의 고향, 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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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G2 파도’ 앞에 선 한국 수출號Cover Story

    V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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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ory ‘G2 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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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india plus January / February 2017ISSN 2288 - 3290

    www.posri.re.kr

    철강연구 글로벌 No.1 & 경영경제연구 국내 No.1철강산업 연구 분야 세계 유수의 Think Tank로 자리매김한 포스코경영연구원.

    미래창조를 리드하는 기업경영 전문 연구기관 POSRI는 글로벌 최고를 지향합니다.

    새로운 희망의 시대를 이끌어가는 ‘Creative Think Leader’로서 최고의 전략과 정책을 제시하여

    국가와 산업, 기업의 성장과 발전에 기여하겠습니다.

    Issues & Analysis인도 타타그룹, 리더십 교체

    Bell Ringer유럽의 동남아 식민주의 4 국경의 탄생

    Column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 한국도 통상압력 대비해야

    My Chindia Diary 내가 가본 친디아 4 인도 오디샤주의 코낙 선 템플

    Market Watch중국, 반려동물 시장 초고속 성장

    Life & Culture화교자본의 고향을 찾아서 12 부호들의 고향, 진장

  • January / February 2017 5

    Editor’s Letter

    누나의 머리카락

    초등학교 저학년 때였으니 1970년대 초반이라 생

    각됩니다. 동네 친구의 누나가 머리를 아주 길게

    기르고 다녔습니다. 멀리서 긴 머리만 봐도 그 누

    나인 줄 단박에 알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엉덩이

    를 덮을 정도로 길었던 그 누나의 머리카락이 어

    느 날 짧은 단발머리로 바뀌어 있었습니다. 갑작스

    러운 변화에 동네 아주머니들이 그 누나에게 왜

    그렇게 머리를 짧게 잘랐는지 물어보았습니다. 그

    누나의 대답은 “머리카락을 팔았어요”라는 것이

    었습니다.

    당시에는 미용실 같은 데서 머리카락을 사서

    인모 가발을 만드는 회사에 되파는 일이 흔했습

    니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가발이 외국으로 수

    출됐습니다. 그때만 해도 한국에는 외국에 팔 물

    건이 별로 없었습니다. 1967년부터 서울 구로동

    에 한국수출산업공업단지가 본격적으로 가동되

    면서 가발·완구·섬유제품 등이 주력 수출품으로

    불리던 때였습니다.

    1964년 대한민국 수출이 처음으로 1억 달러를

    넘었습니다. 당시 한국의 수출 규모는 세계 89위

    였습니다. 필리핀이 7억 달러, 대만이 4억 달러로

    한국보다 한참 많았습니다. 그 후 ‘수출 주도형

    성장 전략’을 밀어붙인 덕분에 1977년에는 수출

    100억 달러를 돌파했습니다. 2014년에는 5726억

    달러까지 늘었습니다. 그렇게 쑥쑥 자라며 대한

    민국 경제를 지탱했던 수출이 최근 2년 연속 뒷

    걸음질하고 있습니다. 2015년에는 5267억 달러,

    2016년에는 4955억 달러로 줄었습니다. 연속 감

    소도 문제지만 줄어드는 속도도 예사롭지 않습

    니다.

    그렇다면 올해는 어떨까요? 지난해보다 조금

    은 나아지겠지만 보호무역주의, 공급 과잉 등 불

    안 요인도 적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전망입니다.

    머리카락까지 모아 수출의 탑을 차곡차곡 쌓아

    왔던 대한민국. 다시 한번 저력을 발휘하기를 기

    대해 봅니다.

    편집장 박경덕

    친디아플러스 2017년 1·2월호(통권 121호)

    발행인 곽창호

    편집인 박경덕

    발행처 포스코경영연구원(www.posri.re.kr)

    등록번호 강남 라 00059

    등록일 2006년 5월 24일

    발행일 2017년 1월 20일

    자문위원

    박번순(고려대학교 교수)

    편집위원

    포스코경영연구원

    심상형, 이대우, 조윤택, 남대엽

    편집·진행

    박계영(포스코경영연구원, 02-3457-8196)

    편집·디자인

    중앙일보미디어디자인(02-751-5943)

    정혜영, 표자영, 이지혜

    인쇄 (주)타라티피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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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년 수출 전망

    2년 연속 한국 수출이

    부진한 가운데 최근 주요국

    상황이 개선되면서 우리

    수출 회복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Shutterstock

    Asian Profile그물 던지는 미얀마 어부

    미얀마 어부가 석양을 등진 채, 잔잔한

    강 위에서 그물을 던지고 있다. 2017년에도

    ‘희망’을 잡는 그의 투망질은 계속될 전망이다.

    Shutterstock

    06 News Briefing08 Cover Story 글로벌 수출환경 변화 ▶10

    트럼프 대통령의 확장적 재정정책 ▶14

    한·미 통상환경 여건 변화 ▶16

    무역대국 중국의 위상 변화 ▶18

    브렉시트와 EU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22

    TPP와 RCEP의 충돌 무대, 아세안 ▶24

    인도, 글로벌 생산기지로 변모 ▶26

    중동 지역은 정치 리스크가 관건 ▶28

    2017년 한국 수출환경 점검 ▶30

    34 Column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

    한국도 통상압력에 대비해야

    36 Project Syndicate 고삐 풀린 망아지, 도널드 트럼프

    38 Life&Culture 화교자본의 고향을 찾아서 ⑫ 진장

    중국 명문장 ③ 소식의 ‘전적벽부’

    CONTENTS 42 Bell Ringer 슬라브 인문산책

    ④ 러시아의 음식 문화

    유럽의 동남아 식민주의

    ④ 국경의 탄생

    48 Chindia wide stories 친디아 담장 넘기

    2 중국과 인도의 태양광발전

    50 Market Watch53 Issues&Analysis

    중국 정치 지도자 리더십 ▶54

    인도 타타그룹 리더십 교체 ▶56

    인도 화폐개혁 ▶58

    인도네시아 조코위 정부의 인프라 정책 ▶60

    필리핀 두테르테 대통령 ▶62

    64 My Chindia Diary 내가 가본 친디아

    4 인도 오디샤주 코낙 선 템플

    66 주요 통계

  • 6 Chindia plus January / February 2017 7

    다고 밝혔다. 또 하급관료를 포함해 2만6609명

    의 공직자가 징계 처분을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베트남, 고성장세 주춤 지난해 6.2%↑

    ‘포스트 차이나’로 불리는 베트남의 고성장세가

    주춤했다. 2016년 베트남의 국내총생산(GDP)

    이 2015년보다 6.21%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고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총리가 밝혔다. 이는

    연초에 세운 정부 목표치(6.7%)를 밑도는 수치

    다. 베트남 중남부 지역에 100년 만의 최악의 가

    뭄이 닥친 데다 석유 수출이 부진했던 것이 베트

    남 경제의 주요 악재로 분석된다.

    중국, 캄보디아에 세계 최고층 트윈타워 건설

    중국이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

    세계 최고 높이의 쌍둥이 빌딩 건

    설사업을 수주했다. 중국 건설사

    선저우 창청 산하의 2개 자회사는

    공사비 27억 달러를 들여 프놈펜

    시내에 ‘세계무역센터’ 트윈타워

    를 건설키로 했다. 560m 높이의 2개 133개 층 건

    물이 나란히 들어서게 되는데 총 면적은 156만㎡

    에 이를 전망이다.

    알리바바, 가짜 판매 업체 상대로 첫 소송

    짝퉁 판매로 미국 정부로부터 악덕 시장 업체로

    낙인찍힌 중국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가 처음

    으로 가짜 제품을 판매한 입점업체 2곳에 대한 법

    적 대응에 나섰다. 알리바바는 자사 온라인 쇼핑

    몰 타오바오에서 가짜 스와로브스키 시계를 판

    매한 입점업체 2곳의 계약 위반과 영업권 침해로

    140만 위안(약 2억4000만원)의 피해를 봤다며

    선전시 인민법원에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

    다. 알리바바는 앞서 2015년 선전시 경찰이 가짜

    스와로브스키 시계 125개를 판매한 이들 업체를

    中 스마트폰 돌풍 … 인도 시장 점유율 40% 도달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이 새로운 황금 시장으로 떠오른 인도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이미 포화 상태가 되

    어버린 중국 시장에 비해 인도는 성장성이 높은 데다 스마트폰 보급률이 아직 낮다. 이 때문에 글로벌 스마트

    폰 업체들이 너도나도 인도 시장에 뛰어들어 격전을 벌이고 있다. 인도에서 중국 업체들이 선전하면서 한국

    의 점유율마저 위협하는 형국이다.

    2016년 3분기 중국의 점유율이 처음으로 인도 스마트폰 시장에서 40%에 도달했다. 차이나데일리는 시장조

    사업체 IDC를 인용해 “2016년 3분기 중국의 점유율이 40%에 육박했다”고 보도했다. 인도 스마트폰 시장의

    상위 5개사 가운데 중국 업체는 레노버와 샤오미 2곳으로 이들의 점유율은 각각 9.6%와 7.4%였다.

    한국의 삼성전자는 23%로 1위를 지켰다. 하지만 중국 대표업체들이 워낙 선전하고 있고 오포, 비보 등 중국

    후발주자들이 인기몰이 중이어서 불안한 1위를 지켜야 하는 입장이다. 3분기(8~10월)는 인도에서 가장 중요

    한 시기다. 독립기념일과 국가 축제가 있어 스마트폰 수요가 정점에 도달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IDC에 따

    르면 3분기 인도 스마트폰 판매량은 3000만 대를 돌파해 2분기보다 17.5% 늘었다.

    인도는 13억 명이 넘는 거대 인구를 바탕으로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 중인 스마트폰 시장이다. 2016년에

    만 10% 넘게 성장해 연간 판매량 1억 대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IDC는 “인도 스마트폰 시장은 규모로는 세

    계 2위지만 저가경쟁이 치열해 스마트폰 평균 판매가가 100달러에 불과하다”며 “인도 소비자는 중국보다 가

    격에 더 민감하다”고 분석했다. 서유진 중앙일보 국제부 기자 [email protected]

    선전·홍콩 접경지에 ‘실리콘밸리’ 조성

    중국 광둥성 선전시와 홍콩이 접경 지역에 공동

    으로 첨단산업단지를 조성한다. 록마차우(落馬

    洲) 지구에 들어서게 될 ‘홍콩·선전 혁신·과학기

    술단지’는 부지 면적이 87만㎡로 홍콩과학단지

    보다 4배 크다. 이곳에 IT, 금융, 과학기술, 로봇,

    바이오 기업, 고등교육기관, 문화시설 등이 들어

    선다. 일자리는 4만 개 창출될 전망이다. 쉬친 선

    전 시장은 “첨단기술 산업을 통해 혁신적인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인도, 영국 제치고 경제 규모 세계 6위로

    영국의 식민지였던

    인도가 경제 규모 면

    에서 세계 6위이던 영

    국을 밀어내고 그 자

    리를 차지했다. 인도

    입장에선 1800년대 중반 영국의 완전한 식민지

    로 편입된 이래 150년 만에 거둔 쾌거다. 키렌 리

    지주 인도 내무장관은 “인도로서는 커다란 도

    약”이라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영국 데일리 메일은 “인도가 영국을

    제치기까지 했는데 굳이 인도에 2018년까지 1억

    3000만 파운드(약 1930억 원)를 원조해야 하는

    가 하는 물음이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中 한 해 동안 부패 공직자 3만 명 처벌

    부정부패 단속에 적극적인 중국 정부가 2016년

    한 해 동안 약 3만 명의 공직자를 징계·처벌한 것

    으로 나타났다. 해외도피범도 3년간 2400명을

    송환해 1조5000억원(한화)의 비리자금을 회수했

    다. 중국 사회과학원은 반(反)부패 청렴청서를 통

    해 2016년 1~9월간 부패, 비리로 처분을 받은 성

    부급(장차관급) 고위

    관료가 67명에 달했

    인도에서 ‘대세’ 스마트폰으로 급성장하고 있는 오포(OPPO) 매장. [Shutterstock]

    “아들에게 승계 계획에 관해 물어봤는데 아들은 나 같은 인생을 살고 싶지 않다고 했다.

    우리는 이사회에 앉아 전문경영인의 경영을 지켜보는 게 나을 것 같다.”

    - 왕젠린 완다 회장, 2016년 12월 14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인터뷰에서 후계 문제를 언급하며 NewsBriefing

    급습할 수 있게 수사에 단서를 제공하기도 했다.

    불매운동 직격탄,

    대만 라면 ‘캉스푸’ 문 닫는다

    중국 라면시장에서 인기

    를 끈 대만 라면 캉스푸

    가 2017년 1월 회사 청산

    을 결정했다. 캉스푸 지주

    회사인 딩신 그룹은 ‘대만

    캉스푸 식품회사’가 이사회를 열어 해산을 결의

    하고 청산 절차를 밟기로 했다고 밝혔다. 청산 결

    정의 배후에는 폐식용유 사태가 있었다.

    딩신 계열사가 2014년 대만에서 폐식용유 추출

    기름을 식용유에 혼합했다는 혐의로 기소된 뒤,

    캉스푸는 소비자들의 불매운동에 직면하며 경영

    에 타격을 입었다. 딩신그룹은 1989년 베이징에

    식용유 제조회사를 차린 뒤 1992년 캉스푸 라면

    을 출시했다. 라면이 성공을 거둔 뒤 편의점, 패

    스트푸드, 부동산개발 등에도 진출했다. 캉스푸

    는 라면과 생수 판매 등으로 매년 4억 달러 이상

    의 이익을 거둔 바 있다.

    트럼프 절친 인니 사업가 “나도 대통령 출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사업 파트너인 인

    도네시아 억만장자 사업가가 차기 인도네시아

    대통령 선거 출마 가능성을 시사했다.

    하리 타누수디뵤(타누) MNC 그룹 회장은 호주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 나라의 문제를

    해결할 사람이 없다는 확신이 들면 직접 2019년

    대선에 출마할 수 있다”고 말했다. 타누 회장은

    지상파 TV 방송 4개와 라디오, 신문사 등 50여

    개 업체를 거느린 미디어 재벌이자 부동산 개발

    업자로 트럼프 당선인의 사업 파트너다. 타누는

    트럼프 호텔과 같이 자카르타 근교의 700만㎡

    규모 리조트 건설도 추진해 왔다.

    도표로 보는 친디아

    (출처: 국가통계국)

    중국의 대외

    직접 투자액 (단위: 억 달러)

    2009년

    565

    2010년

    688

    2011년

    746

    2012년

    878

    2013년

    10782014년

    12312015년

    14562016년

    1610*(추정)

  • January / February 2017 98 Chindia plus

    글로벌 수출환경 변화 ▶10

    트럼프 대통령의 확장적 재정정책 ▶14

    한·미 통상환경 여건 변화 ▶16

    무역대국 중국의 위상 변화 ▶18

    브렉시트와 EU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22

    TPP와 RCEP의 충돌 무대, 아세안 ▶24

    인도, 글로벌 생산기지로 변모 ▶26

    중동 지역은 정치 리스크가 관건 ▶28

    2017년 한국 수출환경 점검 ▶30

    2년 연속 뒷걸음질한 ‘대한민국 수출호’부진 털고 올해 다시 순항할 수 있을까?

    올 들어 발표되는 2017년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거의 예외 없이 지난해에 전망한

    수치보다 낮다. 건설투자나 소비 등 내수경기가 작년보다 어려워질 것이란 예상에

    점점 더 힘이 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내수경기 부진이 확실시된다면 기댈 곳은

    수출밖에 없다. 그래서 올해 한국경제는 수출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최근 주요국 경제상황이 개선되면서 우리 수출 회복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올해 전 세계 수출시장 상황을 지역별로 살펴본다.

    Cover Story

    Shutterstock

  • January / February 2017 1110 Chindia plus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

    [email protected]

    팍팍한 세계경제, 보호주의 확산 등 당분간 지속

    어려운 무역환경 일상화 시대 대비해야

    올해 한국 경제는 수출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상

    황이다. 건설투자나 소비 등 내수경기가 지난해보다 어려워

    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수출에 대해서는 다소 호전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시되고 있다. 한국 경제가 수년간의 성

    장 저하 추세를 멈출 수 있을 것인지, 아니면 하향 흐름을 지

    속할 것인지가 수출에 달려 있는 셈이다.

    최근 주요 국가들의 경제 상황이 개선되면서 우리 수출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동안 저

    유가로 고생하던 중동 국가나 원자재 생산 개도국들이 최근

    의 유가 상승에 힘입어 경기 침체에서 벗어나는 흐름인 데

    다 미국이나 일본 등 주요국 역시 최근 수출이 회복되면서

    경기 활력이 높아지고 있다. 주요 제품의 수출단가가 오르

    면서 세계 교역액도 늘어나는 모습이다.

    세계 경기 긍정적 신호 나타나

    올해 세계 경기 측면을 볼 때 가장 긍정적으로 지적되는 부

    분은 주요국의 재정지출 확대 움직임이다. 국가부채 우려로

    한동안 시행을 자제해 왔던 재정 확장 정책이 상대적으로

    재정 여력이 있는 미국, 중국 등 주요국에서 다시 강화될 계

    획이다. 미국 트럼프 정부는 조세 감면과 대규모 인프라 투

    자를 공언한 바 있으며, 일본은 28조 엔에 달하는 대규모

    재정 확대 정책을 시행 중이다. 중국은 금년 말 지도부 교체

    를 앞두고 인프라 확대를 통한 경기부양에 나설 것으로 관

    측된다. 민간 부문의 수요 활력이 저하돼 있는 상황에서 주

    요국 정부의 재정 확장이 세계 경제의 중요한 수요 견인차

    역할을 할 것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일부 산업을 중심으로 과잉설비 조정이 어느 정도 진척되

    고 있다는 점도 올해 성장에 긍정적 요인이다. 반도체·디스

    플레이 등 주요 전자부품의 단가 하락 추세가 멈춘 데다 지

    난 3년간 하락 추세를 지속해 온 철강 및 관련 원자재 가격

    이 상승세로 돌아섰다. 글로벌 공급과잉 상황이 모두 해소

    된 것은 아니지만 공급 조정 진행으로 신규 투자 여지가 조

    금씩 늘어나는 것으로 보인다.

    유가가 조금씩 회복되면서 원자재를 생산하는 개도국 경

    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세

    계 석유시장을 둘러싸고 치킨게임을 벌이던 산유국들은 저

    유가가 이대로 계속된다면 국가의 정치적 기반마저 어렵게

    할 수 있다는 우려로 인해 적극적으로 감산에 나서고 있다.

    미국 셰일오일의 생산이 재개되면서 유가급등 현상은 나타

    나지 않겠지만 올해에는 지난해에 비해 배럴당 10달러가량

    높아진 50달러대의 유가가 예상되고 있다. 이는 침체를 지

    속해 온 원자재 생산 개도국 경제에 숨통을 틔워주는 역할

    을 할 것이다. 마이너스 성장을 지속해 온 러시아·브라질 등

    개도국은 최근 유가 상승으로 수출이 늘면서 경기가 바닥

    을 찍고 상승 흐름으로 돌아서는 모습이다.

    본격적인 세계 경기 회복은 시기상조

    그러나 세계경제 회복을 저해하는 요인도 만만치 않다. 가

    장 중요한 제약 요인은 타이트한 고용시장으로 인해 추가적

    인 노동 투입이 어렵다는 점일 것이다. 미국은 노동시장이

    완전고용 수준에 이르면서 임금상승세가 빨라지고 있으며

    일본 역시 심각한 인력 부족 현상이 나타나면서 외국인 노

    동자 유입 등 다양한 정책을 모색하고 있다. 중국도 빠르게

    확대되는 서비스산업을 중심으로 인력난이 심화되는 모습

    이다. 그동안 경제의 생산성이 높아지지 못하는 상황에서

    고용 확대에 따른 서비스산업 성장이 세계 경기를 이끌어

    왔지만 추가적인 고용 투입이 어려워지면서 이러한 방식의

    성장이 지속되기 어려워질 것이다.

    재정의 역할이 높아지는 반면 통화정책의 약효는 떨어지

    고 있다는 점도 정부부문의 성장 기여도를 떨어뜨리는 요인

    이다. 재정 부양을 통한 수요 확대가 일부는 고용 증가로 이

    어지겠지만 주요국 노동시장의 추가 고용 확대 여력이 크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임금 상승 압력도 높게 나타날 것이

    다. 원자재가격 상승과 함께 임금도 올라가면서 세계경제는

    올해 물가상승 압력이 다소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

    이나 일본 등에 드리워졌던 디플레 리스크가 줄어든 것은

    긍정적이지만 인플레 우려가 커지면서 통화 완화에 따른 경

    기부양 효과는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특히 미국은 지난해

    말 금리를 인상한 이후 올해에도 2~3차례 금리 인상에 나

    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른 미국으로의 자금 유입 움직

    임은 다른 나라들의 통화완화 정책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될 것이다.

    국제유가 상승 역시 긍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이 아니다.

    원자재 수출국 경기는 회복될 것으로 보이지만 반대로 수입

    국은 생산비용 증가와 가계의 실질구매력 저하를 겪게 될

    것이다. 특히 유럽과 일본의 경우 낮은 유가가 가계의 구매

    여력을 높여 소비회복에 기여한 부분이 상당히 큰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세계적인 디플레 우려가 줄어든 것이 사실

    이지만 유가 상승이 제조업 경기 회복으로 수요가 늘어서라

    기보다는 산유국의 감산 등 공급 조정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전체 세계경제의 성장에는 부정적 영향이 더

    클 것으로 판단된다.

    이상의 요인들을 고려할 때 2010년 이후 지속돼 온 세계

    경제의 성장률 하락 추세는 올해 진정될 것이지만 본격적인

    회복 국면으로 돌아서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세계경제는 지

    난해와 비슷한 3.0% 수준의 성장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

    된다. 개도국의 성장세가 소폭 높아질 것으로 보이나 유럽

    의 경기 둔화로 선진국은 올해보다 활력이 다소 낮아질 전

    망이다.

    글로벌 분업구조 약화 추세 지속

    세계경제의 회복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특히

    대외교역이 위축되는 현상, 즉 글로벌 분업구조의 약화 역

    시 올해에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2000년대 세계교역 증

    가율이 세계경제 성장률을 두 배 이상 상회했지만 2010년

    대 이후에는 교역 증가가 경제성장세보다 더 낮은 부진한

    성장을 보여왔다. 세계경제의 초호황기에 과도하게 높아졌

    던 교역 비중이 조정돼 온 것이다. 세계 GDP 대비 세계교역

    비율은 2000년 19%에서 2008년 25%까지 빠르게 높아졌

    다가 이후 감소추세를 지속한 바 있다.

    이는 우선 세계경제의 성장이 제조업보다는 서비스업, 수

    출보다는 소비와 건설 등 내수부문에 의해 이끌어져 왔기

    때문이다. 세계 호황기에 부채 증대를 통해 내구재 등을 중

    심으로 무리한 소비를 해왔던 선진국 가계의 소비패턴은 위

    기에 따른 급격한 변동을 겪은 이후 건강과 삶의 질을 중시

    하는 서비스 중심 소비로 바뀌었다. 여기에는 선진국에서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고령화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더욱

    이 스마트폰 이후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 만한 내구재 등이

    시장을 주도하지 못하는 점도 전반적인 제조업 성장세 둔화

    로 이어졌다. 이러한 흐름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선진국 소비자들의 내구재 수요 둔화는 이를 생산하기 위

    한 반제품과 부품, 원자재 수요로까지 파급되면서 전반적인

    제조업 경기 부진으로 이어질 것이다. 또한 기업들의 생산

    능력 확대 의지가 약해지면서 세계투자 부진도 계속될 가

    능성이 크다.

    글로벌 수출환경 변화 | Cover Story Cover Story | 글로벌 수출환경 변화

    지난 3년간 하락추세를 지속해 온

    철강 및 관련 원자재 가격이

    상승세로 돌아섰다. [Shutterstock]

  • January / February 2017 1312 Chindia plus

    글로벌 수출환경 변화 | Cover Story Cover Story | 글로벌 수출환경 변화

    1990년대 이후 계속해서 확대돼 오던 국가 간 분업구조

    도 점차 약화되는 모습이다. 2011년 이후 중간재 교역 비중

    이 낮아지고 오히려 최종재 교역이 확대되고 있다. 부품보다

    는 모듈 형태의 반제품 교역 비중이 더 크게 줄었는데, 이는

    반제품을 모아 최종재를 조립하는 개도국 생산기지의 역할

    이 약해졌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국의 세계 수출기지 역할 약화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되면서 대중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 경제에 부정적 영

    향을 미칠 것이다. 중국은 2010년대 들어 기존에 하향 추세

    를 보여왔던 의류·완구·신발 등 주력 경공업 제품의 시장점

    유율 축소 현상이 지속되는 가운데 TV·가전 등 조립소비재

    부문에서도 세계시장 점유율 확대 속도가 크게 떨어진 바

    있다. 철강·조선·석유화학 등 중국이 대대적인 투자를 통해

    시설을 늘려놓은 부문은 세계적인 공급 과잉으로 시장 자

    체가 위축되는 상황이다. 중국의 점유율이 이미 많이 높아

    져 있어 추가적인 확대가 쉽지 않았던 데다 임금·지가 등 생

    산비 상승으로 과거처럼 저렴한 가격에 수출하기 어려워졌

    기 때문이다. 경공업 부문에서는 중남미 국가들이, 소비가

    전 부문에서는 아시아 개도국들이 생산기지로서 중국의 지

    위를 위협하고 있다. 이는 1980년대 중반 전 세계 TV와 라

    디오 수출의 절반, 음향기기 수출의 80%, 선박 및 통신기기

    수출의 30%를 차지해 더 이상 시장을 늘리기 어려웠던 일

    본이 엔고에 따른 가격경쟁력 상실로 수출 주도 성장이 멈

    추었던 것과 유사한 상황이다.

    보호주의 기조 확산되며 경제불안 심리 지속

    더욱이 2017년의 가장 중요한 화두 중 하나는 반세계화다.

    보호주의와 고립주의의 확산이 세계 교역을 위축시키고 경

    제 주체들의 불안심리를 확산시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000년대 고성장기에 확대돼 온 소득격차와 금융위기 이

    후 지속된 저성장에 대한 불만이 중국 등 고성장 개도국에

    표출되면서 1990년대 이후 빠르게 진행돼 온 세계화가 멈

    춰버린 상황이다.

    보호주의 무역 기조를 주도하는 국가는 미국이다. 트럼프

    정부는 대선 과정에서 자유무역협정을 재협상 또는 무효화

    하고 중국 및 멕시코에 35~45%의 관세를 부과하며, 중국

    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는 등 강력한 보호주의 공약을

    제시한 바 있다. 자유무역협정 재협상 및 고율의 관세 부과

    가 올해 공언한 대로 시행될 것인가에 대해서는 논란이 크

    며 절차상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지만 트럼프가 임명

    한 강경 보수주의 각료들에 의해 자유무역 기조가 크게 훼

    손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이미 미국의 수입규제 조치가

    전년 대비 50% 이상 늘어난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올해

    에는 반덤핑 및 상계관세 등 무역제재가 더욱 확대될 것으

    로 예상된다. 유럽은 테러 확산과 브렉시트 결정으로 EU 체

    제에 비판적인 극우 정당들의 지지율이 지난해 크게 상승

    한 바 있다. 올해 브렉시트 협상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다른

    유럽 국가들에서도 극우주의 정당이 선거를 통해 지지율을

    높이며 영국에 이어 추가적인 EU 탈퇴가 공론화되는 사례

    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통합에 반대하는 보수적인 경

    향이 확대되면서 무역제재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선진국의 무역제재에 신흥국도 맞대응하면서 보호주의

    흐름은 전 세계로 확산될 우려가 있다. 지난해 미국이 수개

    월에 걸쳐 중국산 원자재 수입을 제한하는 조치를 내놓자

    중국 상무부도 미국산 철강에 대해 높은 보복관세를 부과

    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신흥국들은 수입규제뿐 아니라 자

    국 산업 육성을 위해 비관세 장벽을 높이는 경향이 심화될

    것이다. 중국은 OLED, 배터리 등 경쟁력을 강화해야 할

    분야에서 검역 및 규격심사를 강화하는 추세며 최근 ‘사드

    보복’에서 보듯이 정치적 갈등을 무역제재와 연결시키고

    있다.

    보호주의 심화에 따른 국가 간 갈등은 경제불확실성을

    높여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 및 경제주체들의 심리 위축

    으로 이어질 수 있다. 금리 인상이 예고돼 있는 미국의 가격

    경쟁력이 낮아지는 상황에서 트럼프 정부가 추구하는 미국

    에서의 생산이 이루어지기 위해 미국에 경상 흑자를 보이

    고 있는 중국이나 유럽, 일본 등 주요 국가에 대해 통화가치

    를 높이라는 압력을 강화할 수 있다. 환율조작국으로 지정

    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여러 경로를 통한 압박으로 외환시장

    의 불안을 높일 수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요인을 종합해 보면 올해 세계경기가 추가적으

    로 더 위축되지는 않더라도 본격적인 회복기조로 돌아서기

    는 어렵다. 또한 보호무역주의 흐름이 전 세계로 확산되면

    서 무역제재와 보복이 늘어나는 등 국가 간 분업 흐름은 더

    욱 약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중국의 글로벌 생산기

    지로서의 역할 약화 추세가 지속되고 있는 것을 감안할 때

    올해 우리 수출을 둘러싼 세계경제 및 무역환경은 지난해

    보다 더 나아질 것이라고 단언할 수 없다. 세계교역물량 증

    가율은 지난해 수준에 머물 것으로 판단된다. 수출단가의

    상승으로 수출 기업의 매출 여건이 개선되는 점은 긍정적

    측면이지만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생산비용도 같이 오른다

    는 점을 감안하면 수혜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다. 당분간 한

    국 수출환경이 호전되기는 어려울 것이며 어려운 세계무역

    환경이 일상화되는 시대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주요국 취업자 증가율 추이

    세계교역에서 중간재 비중 추이

    세계교역에서 반제품 비중 추이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

    자료: 블룸버그

    주 : 가격변동에 따라 비중 변화가 큰 1차산품을 제외한 교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자료: UN COMTRADE

    주 : 가격변동에 따라 비중 변화가 큰 1차산품을 제외한 교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자료: UN COMTRADE

    주 : IMF 통계 이용, 2016, 2017년은 LG경제연구원 전망치

    (%)

    (%)

    (%)

    (%)

    부산신항만 한진터미널(사진).

    올해 우리 수출을 둘러싼

    세계경제 및 무역환경은

    지난해보다 더 나아질 것이라고

    단언하기 어렵다. [중앙포토]

  • January / February 2017 1514 Chindia plus

    정이다. 특히 트럼프는 대통령 후보 시절에도 연준 의장 교체

    를 시사한 적이 있어 연준과 대통령 사이의 관계 역시 앞으

    로 금리 인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이 될 전망이다.

    이와 더불어 미국의 금리 인상은 신흥국 자금 유출의 원

    인으로 작용한다. 신흥국의 자금 유출로 신흥국 경기 둔화,

    혹은 해당 국가에 심각한 위기가 발생할 경우 미국 경제에

    다시 부정적인 영향(reverse negative feedback)을 주는

    채널을 통해 미국의 경기를 둔화시킬 수 있다. 이러한 경우에

    도 연준이 예상하는 금리 인상 속도는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

    다. 반면에 트럼프의 대규모 재정지출 및 규제완화를 통한 경

    기부양책이 기대 이상의 성공을 거둘 경우 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가 더 빨라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렇듯 여러 가지 요인이 연준의 금리 인상에 영향을 미

    칠 수 있으며, 금리 인상 시계가 늦추어질지 아니면 연준의

    예상대로 돌아갈지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으로 판

    단된다.

    대규모 확대 재정정책 시행, 그 효과는?

    트럼프는 대선 기간 동안 제조업 부활 및 보호무역주의, 반

    (反)이민자정책, 그리고 대규모 재정지출 및 감세를 통한 경

    기부양 등 크게 세 가지 공약을 내세웠으며, 이를 바탕으로

    대통령에 당선됐다. 미국 증시는 트럼프의 대규모 법인세 인

    하 등에 따른 기업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로 트럼프 당선 이

    후 상승 랠리를 이어 가기도 하는 등 감세와 대규모 재정지

    출이 불러올 경기부양 기대가 큰 상황이다.

    트럼프 감세 정책의 수혜계층은 주로 고소득층과 법인

    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비영리단체인 세금재단(Tax

    Foundation)의 분석에 따르면 트럼프 감세정책의 최대 수

    혜계층은 소득 상위 1% 계층으로, 트럼프 감세로 이들의 세

    후소득(after-tax income)은 약 14% 늘어나는 것으로 분

    석됐다. 반면에 하위 20% 계층의 경우 1% 정도의 세후소득

    증가가 예상돼 감세의 영향이 고소득층에 집중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의 이러한 세제개편이 성장률 제고 효과

    를 가져오기 위해서는 이른바 ‘낙수효과’ 채널이 잘 작동해

    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법인세 인하의 경우 기업 투자를 활성화시킬 유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미국의 법인세

    율은 OECD에서 세 번째(벨기에·프랑스 다음)로 높아 낮

    은 세율의 혜택을 노린 미국 기업이 해외로 이전하는 등 부

    정적 영향이 큰 편이라고 평가받아 왔다. 트럼프는 법인세

    율 인하를 통해 기업의 투자를 제고하는 한편 리쇼어링

    (reshoring)을 촉진해 미국 내 제조업 일자리를 늘린다는

    구상을 가지고 있다. 반면에 근래의 기업투자 부진은 세율

    의 문제가 아니라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이라며 법인세 인하

    효과에 의문을 제기하는 의견도 있다. 법인세 인하 및 고소

    득층에 집중된 감세정책에 따른 소득 불평등 확대 가능성

    역시 감세정책의 효과를 반감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

    성이 큰 만큼 세심한 정책 시행이 필요할 것으로 평가된다.

    ( 참조)

    트럼프 확대 재정정책의 또 다른 축인 대규모 인프라 투자

    의 효과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트럼프는 1조 달러 규모

    의 인프라 투자를 약속한 바 있으나, 감세를 외치는 그의 공

    약을 고려하면 대규모 국채 발행을 통해 재원을 마련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 경우 국채 공급량 증가에 따른 시장

    이자율 상승이 국가 재정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

    며, 이는 재정지출의 효과를 반감시킬 수 있다. 이자율 상승

    은 민간 투자를 감소시켜 성장률에 역효과를 가져올 가능

    성이 커 국채 발행을 통한 인프라 투자 지출 증대의 경우에

    는 재정적자 관리 및 이자율 상승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

    한 실정이다. 또한 대규모 확장적 재정지출로 인한 인플레이

    션을 우려한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역시 재정지출 효과를

    반감시킬 수 있어 연준의 반응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김원기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email protected]

    ‘트럼플레이션’ 기대로 빨라진 금리인상 시계

    ‘무역 적자 해소’ 공약 실현 위해 늦춰질 수도

    트럼프 대통령의 확장적 재정정책 | Cover Story Cover Story | 트럼프 대통령의 확장적 재정정책

    지난 1월 20일 미국은 45대 대통령으로 도널드 트럼프를 맞

    이했다. 트럼프는 취임 이전부터 대규모 재정정책 시행, 보

    호무역주의 기조 표출 등으로 글로벌 경제에 큰 영향을 미

    쳤다. 이제는 미국의 현직 대통령이다.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맞이한 미국의 재정·통화정책 등 거시정책이 향후 어떤 식

    으로 변화할지 세계의 눈이 트럼프 시대의 미국에 집중되

    고 있다.

    경기 확장과 인플레이션 기대감이 美 금리인상 가능성 높여

    미 연준은 2016년 12월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

    (FOMC)에서 기준금리의 25bp 인상을 단행했다. 금리 인

    상 자체도 이슈였으나 더욱 주목을 끈 것은 FOMC 의사록

    에 나타난 연준 위원들의 2017년 금리 인상 속도에 관한 내

    용이다. 의사록에 따르면 FOMC 위원들은 2017년 대체로

    세 차례 금리 인상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2016년 대비

    빠른 인상 속도로, 이 같은 예측 뒤에는 미국 경제에 대한

    자신감이 놓여 있다. FOMC 위원들은 GDP 성장률과 물가

    상승률에 대한 전망을 상향조정하며 미국 경제가 지속적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평가하는 등 미국 경제가 전반적으

    로 확장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참조)

    경기 확장에 대한 기대와는 별개로 이른바 ‘트럼플레이

    션(Trumplation)’이라고 불리는, 트럼프 미 대통령의 대규

    모 확장적 재정정책 시행에 따른 인플레이션 기대도 금리

    인상을 부추기는 또 다른 요인이다. 트럼프는 대통령 당선

    수락연설에서 1조 달러의 인프라 투자와 대규모 감세를 통

    해 가계소비 및 기업투자를 활성화하겠다는 계획을 내비친

    바 있다. 대규모 재정지출이 경기에 대한 긍정적인 기대를

    불러일으켜 인플레이션을 발생시키고, 이러한 인플레이션

    을 조절하기 위해 기준금리가 인상될 가능성이 크다는 예

    측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신흥국 자금 유출 등이 금리 인상 속도에 영향

    연준의 금리 인상 시계는 예상대로 작동할까? 여러 변수

    가 있어 예단하기는 어렵다. 다만 금리 인상 속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몇 가지 요인들을 짚어보고자 한다. 우선 금리가

    인상될 경우 이자비용 상승 등으로 미국 내 투자수요를 위

    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으며, 트럼프가 목표로 하는

    ‘대규모 재정지출 및 감세를 통한 경기 부양’ 효과를 반감

    시킬 가능성이 있다. 특히 트럼프의 재정정책은 대규모 국

    채 발행에 따른 국가부채 증가를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이

    는 인플레이션에 따른 기준금리 인상과는 별개로 채권의

    공급물량 증가로 인한 시장금리 상승 요인으로 작용해 미

    국 경제에 하방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하

    방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 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는 예상

    보다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

    금리 인상에 따른 강달러가 현실화될 경우 트럼프의 수

    출활성화 정책은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미국의 금리가

    상승하면 일반적으로 글로벌 자금이 미국에 유입되면서 달

    러화 가치가 상승하는 경향을 보이며, 이에 따라 미국산 제

    품의 가격경쟁력이 약화돼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트럼프의 주요 핵심 공약이 무역적자 해소임을 감안하

    면 트럼프는 금리 인상에 따른 강달러 현상을 달가워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대통령의 태도가 금리 인상에

    미칠 영향(예상보다 느린 금리 인상)도 배제하기 어려운 실

    그림 1. FOMC 위원 기준금리 전망치 변화와 선물시장 금리변화

    그림 2. 트럼프 정부 감세정책의 소득 분위별 효과

    자료: 국제금융센터

    자료: Tax Foundation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

    (Fed·연준) 의장 [중앙포토]

  • January / February 2017 1716 Chindia plus

    단적 보호무역정책의 발현 가능성을 희석시키는 중요한 요

    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미 FTA의 긍정적 효과 부각 논리 등 개발해야

    수출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한국 경제에 트럼프의 보

    호무역주의, 미·중 간 통상마찰 심화 등은 달갑지 않은 불청

    객이 될 것이다. 특히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트럼프는 한·미

    FTA에 매우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데, 한·미 FTA가 체

    결된 2012년 이후 미국의 대한국 무역수지 적자가 꾸준히

    증가했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특히 무역적자로 인한 미국 내

    일자리 감소를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고 있다. 그러나 FTA

    의 효과를 판단하는 일은 단순 무역수지 통계에 기반을 두

    고 분석하는 것보다 꽤나 복잡한 분석 방법을 필요로 한다.

    따라서 트럼프의 이러한 견해는 단편적인 생각이라고 볼 수

    있다. 최근 미국무역위원회는 한·미 FTA가 체결되지 않았

    을 경우 미국의 대한국 무역적자가 현재보다 더욱 크게 증

    가했을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

    참고)

    한·미 FTA 이후 미국의 대한국 서비스 무역과 한국의 대

    미 투자가 꾸준히 증가하는 등 한·미 FTA가 미국에 긍정적

    으로 미친 영향 역시 분명히 존재한다. 한국 입장에서는 한·

    미 FTA가 양국 경제에 도움이 됐다는 논리를 개발하고 이

    를 적극적으로 홍보할 필요가 있다. 또한 한·미 FTA를 향후

    양국 경제관계 발전에 중요한 기틀로 이용하려는 노력이 중

    요하다.

    한국도 환율감시대상국으로 지정… 환율 관련 오해 바로잡아야

    환율 역시 한국이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이다. 앞서 언급했

    듯이 트럼프의 1차 타깃은 중국이지만 한국 역시 최근 환

    율감시대상국으로 지정되는 등 그들의 사정권 안에 들어가

    있다. 트럼프를 비롯한 많은 미국인은 대규모 무역적자가 상

    당 부분 교역국의 환율 조작에서 비롯된다고 믿고 있다. 이

    에 따라 중국을 비롯해 주요 교역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

    정하는 등 통상압력을 행사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며 한

    국이 여기에 포함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와 더불어 트럼프가 내세운 국내 경제정책 중 하나인

    확장적 재정정책은 한국에 환율문제 관련 추가적인 부담으

    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지출 증대를 위해서는 국채

    발행과 같은 자금 확보가 동반돼야 하며, 이는 시장금리 상

    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미국의 시장금리가 상승하면

    강달러 기조로 전개될 가능성이 큰데, 미국의 금리 상승은

    미국을 더욱 매력적인 투자처로 만들어 달러에 대한 수요

    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강달러는 미국의 무역수지를 악화시

    키는 결과를 초래해 환율 관련 압력을 받고 있는 한국 경제

    에는 추가적인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미국과 같은 강대국의 통상압력에 대한 완벽한 대비책은

    존재하지 않는다. 미국의 입맛을 맞추고자 인위적으로 무역

    수지와 환율을 조정하는 일은 시장경제 체제하에서는 더욱

    불가능하다. 다만 민관 차원에서 적극적인 대외활동을 전

    개해 미국이 통상관계, 환율문제 등에서 잘못 이해하고 있

    는 부분을 바로잡으려는 노력이 요구되는 한편, 장기적인 안

    목을 갖고 유연한 대응자세를 취함으로써 한국 경제를 더욱

    발전적인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미 통상환경 여건 변화 | Cover Story Cover Story | 한·미 통상환경 여건 변화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취임과 함께 세계 경제를 둘러싼 불

    확실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선거 기간 전후에

    드러난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 성향은 향후 세계 통상 환경

    의 불확실성을 증대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통상

    압력, 무역보복, 미·중 간 통상갈등 가능성이 고조되고 있으

    며, 이는 현재 저성장 국면으로 접어든 한국 경제에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수출전선에 빨간불이 켜졌다

    고 볼 수 있다. 통상에 대한 트럼프의 전반적인 성향과 미국

    신정부의 향후 통상정책 전개 방향을 살펴봄으로써 한국

    경제가 직면할 대외 통상환경 여건을 면밀히 점검해야 할

    시점이다.

    트럼프, 무역제재 조치 강화 의지… 미·중 간 통상마찰 심화 예상

    트럼프는 그간 자유무역으로 미국의 이익이 침해당했다고

    생각한다. WTO 가입,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한·미

    FTA 등 일련의 무역자유화가 전개되면서 중국을 비롯한

    주요 교역국의 불공정 무역행위가 증대됐으며, 이로 인해

    미국 제조업 일자리의 상당수가 사라졌다고 믿고 있다. 트

    럼프가 지목한 중국의 불공정 무역행위는 자국 통화를 인

    위적으로 낮게 유지해 수출경쟁력을 높이는 환율 조작, 수

    출품에 대한 보조금 지급, 제품 위조 및 저작권 침해 등이

    다. 트럼프는 중국의 불공정 무역행위가 개선되지 않을 경

    우 환율조작국 지정, 수입품 관세 부과를 포함한 모든 무역

    제재 수단을 동원해 이를 저지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밝

    혔다. 중국에 이러한 조치가 취해질 경우 중국 역시 이에 상

    응하는 보복조치를 취할 것은 자명하다. 미·중 간 통상마찰

    심화 가능성이 점쳐지는 이유다.

    트럼프는 미국을 포함한 12개 국가 간에 체결된 환태평

    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대해서도 일관되게 반대 입장

    을 나타냈으며, 최근 공개된 ‘취임 100일 과제’에도 TPP에

    서 탈퇴할 것이라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더불어 그는 한·미 FTA를 ‘일자리 파괴자(job killer)’라고

    표현하며, 이로 인해 미국 내 제조업 일자리 10만 개가 사라

    졌다고 주장한다.

    트럼프는 무역제재를 위해 다양한 조치를 취할 수 있을 것

    으로 예상된다. 먼저 대통령의 권한으로 사용할 수 있는 다

    양한 통상법 및 행정명령이 동원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방법은 즉각적이고 직접적인 조치라는 측면에서 적극 활용

    될 가능성이 크다. 이들 조치가 시행되면 상대국의 WTO

    제소, 수출 기업의 소송이 뒤따르는 등 후폭풍이 거셀 것으

    로 보인다. 그러나 분쟁 해소까지는 어느 정도 시일이 소요

    될 것이므로, 트럼프 입장에서는 단기적으로 최대의 효과

    를 낼 수 있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상대국이 이에

    상응하는 보복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글로벌

    무역이 침체일로를 걷게 될 우려도 존재한다. ( 참고)

    이외에도 반덤핑·세이프가드 등 무역구제조치의 빈도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무역구제조치의 ‘단골’ 피해

    산업인 철강·가전·화학 업계는 특별한 경각심을 갖고 동향

    을 살피는 동시에 수출 모니터링 시스템 같은 선제적인 장

    치를 가동할 필요가 있다. 한편 이러한 정책들이 국내외적

    으로 큰 후폭풍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품고 있는 시각도 존재한다. 더불어 대선과 동시에

    치러진 의회선거를 통해 상·하원을 모두 장악한 공화당이

    전통적으로 자유무역을 지지하고 있다는 점은 트럼프의 극

    윤여준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email protected]

    트럼프 무역제재 강화 땐 미·중 통상마찰 심화

    한국, 통상·환율문제 美 오해 풀기 노력해야

    표 1. 미 대통령이 사용 가능한 무역제재 조치 및 근거

    구 분 발동 조건 가능한 조치

    통상법 232(b)조(1962년 통상확대법)

    수입으로 인해 국가안보상 위협이발생할 경우

    관세부과, 쿼터

    통상법 112조(1974년 통상법)

    심각한 국제수지 적자 발생 시최대 150일 동안 국제수지 흑자국들에 대해 15% 관세부과, 수입물량제한

    통상법 301조(1974년 통상법)

    FTA상 미국의 권리가 침해될 경우, 불공정 무역행위 발생 시

    관세부과, 쿼터

    적성국교역볍(1917년)

    전쟁 기간외국인 소유 자산동결 및 압수를 비롯한 모든 형태의 제재방법 동원 가능

    국제비상상황의경제권한법률(1977년)

    국가비상사태외국인 소유 자산동결을 비롯한 모든 형태의 제재방법 동원 가능

    그림 1. 한·미FTA의 미국 무역수지에 대한 영향 미국의 무역수지

    자료: 미국무역위원회

    (단위: 10억 달러)(단위: 10억 달러)

  • January / February 2017 1918 Chindia plus

    무역대국 중국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2001년 세계무역

    기구(WTO) 가입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했던 중국의 교역

    액(수출+수입)은 2015년에 이어 2016년에도 감소한 것으

    로 보인다. 2000년 4742억 달러였던 교역액은 2014년 4조

    3000억 달러로 약 9배로 증가했지만, 2015년 전년 대비

    10% 감소한 이후 2016년에도 약 6% 줄어든 것으로 나타

    나고 있다. 중국 경제의 성장동력으로 꼽히던 투자와 수출

    중 수출의 수요 부문별 국내총생산(GDP) 비중은 2010년

    26.5%에서 2015년 22.4%까지 하락했다.

    미국에서는 후보 시절 중국의 모든 제품에 45%의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던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현재까지는 트럼프

    대통령이 공약을 그대로 시행할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는 않

    지만 일부라도 시행되면 중국의 수출 동력이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다. 중국의 위기는 한국 경제에도 직격탄을 날릴 수

    있다. 중국은 한국의 최대 무역대상국으로 2015년 기준 한

    국 수출의 26%, 수입의 21%를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최근

    중국의 교역액 감소 원인, 특히 중국의 경제구조 및 글로벌

    가치사슬의 변화에 따른 구조적 원인을 찾아보고 한국의 수

    출전선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경제성장 방식 전환, 수요 부진,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교역액 감소

    중국의 교역액이 감소한 주요 원인으로는 중국 경제 성장

    방식의 전환, 글로벌 수요 부진, 원자재 가격 하락 등 다양한

    요인을 꼽을 수 있다. 우선 중국 정부는 G2에 부합하는 경

    제규모에 맞춰 과거 수출 중심의 노동 밀집형 산업에서 고

    부가가치 제조업 중심의 내수 경제로 경제 전략을 전환하고

    있다. 12·5 규획 및 13·5 규획에서 모두 향후 중국 경제의 대

    외의존도를 낮추고 내수 중심의 안정적인 성장기반을 구축

    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New Normal(뉴노멀)’로 대표되는 낮은 세계 경제성

    장률도 중국의 교역액을 축소시킨 주요인이다. 세계은행

    남대엽 포스코경영연구원 책임연구원

    [email protected]

    中 가공무역 비중 감소에 직격탄 맞은 한국

    수출지역 다변화와 제품력 강화로 대응해야

    (World Bank)에 따르면 세계 경제성장률은 2000년대 초

    반 2~4%를 기록하다 2013~2015년 3년 연속 2% 초반에

    머물렀다. 특히 중국의 주요 수출국인 유럽연합(EU)이 낮

    은 성장률을 기록함에 따라 중국 제품의 글로벌 수요는 부

    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한편 중국이 과거 높은 경제성장률을 거듭하며 세계의

    원자재를 블랙홀처럼 흡수하는 동안 원자재 가격은 고공

    행진을 거듭했다. 하지만 2014년 이후 중국 경제가 중속 성

    장 시대로 전환하고 글로벌 유동성 확대가 둔화되자 원자

    재 가격은 큰 폭으로 하락하기 시작했다. 2014년 1월부터

    2016년 6월까지 원유, 철광석, 구리 가격은 각각 56%, 60%,

    36% 하락했으며 이는 중국의 수입액 규모를 큰 폭으로 축

    소시킨 주원인으로 작용했다.

    이상의 세 가지 요인은 최근 2년간 중국의 교역액을 감소

    시킨 주요 원인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구

    조적 원인은 따로 있다. 즉 글로벌 가치사슬 내에서 중국 제

    조업이 담당하고 있던 역할이 변화하고 있으며, 중국 제품의

    경쟁력이 향상되면서 국내 조달 비중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글로벌 가치사슬 내 역할 변화로 중간재 자국조달 증가

    개혁·개방 이후 중국은 값싼 노동력과 세제 혜택을 제공하

    며 외자 유치에 공을 들였고 외국기업들은 연해 지역에 공

    장을 지어 자본재와 중간재를 수입해 최종재를 완성한 후

    다시 수출하는 가공무역을 발전시켰다. 하지만 중국의 가

    공무역 비중은 2000년대 이후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 경제

    규모가 커지고 교역액이 증가함에 따라 무역마찰이 늘어나

    고, 당초 기대했던 기술이전 효과는 미미한 반면 에너지 소

    비 증가와 환경 악화가 뒤따르자 중국 정부가 정책을 전환

    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1999년 가공무역제도를 정비

    하기 시작했다. 가공무역 품목을 허용, 제한 및 금지품목으

    로 분류하고 제한 및 금지 품목을 지속 확대했다. 2004년

    341개였던 가공무역 금지 품목은 2015년 1862개까지 증가

    했다. 한국무역협회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교역 중 가공무

    역 비중은 1998년 53.7%에서 2016년 상반기 28.8%까지 감

    소했다.

    중국 제품의 양과 질이 모두 향상되면서 과거 수입에 의

    존해 왔던 중간재의 국내 조달 비중도 꾸준히 상승하고 있

    다. 중국의 1일 원유정제 능력은 2004년 720만 배럴에서

    2013년 1260만 배럴로 거의 두 배로 증가했으며, 조강생산

    능력은 2000년 1억2000만t에서 2015년 12억t으로 늘어났

    고, 같은 기간 철강 무역수지는 1831만t 순수입에서 9838

    만t 순수출로 전환됐다. 8세대 디스플레이 생산능력 또한

    2013년 1만5676㎢에서 2015년 4만2323㎢로 급증했다. 이

    같은 변화는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의 원부자재 구매에

    서도 나타난다. 재중 한국 기업의 한국 조달 비중은 2005년

    42.9%에서 2014년 26.1%로 감소한 반면 중국 내 현지매입

    비중은 40.8%에서 63.9%로 증가했다.

    즉 과거 기술과 시장이 부족해 중간재를 수입해 조립한

    후 수출하는 역할에 주력했던 중국이 이제는 부품을 자

    국 내에서 조달해 조립 후 최종재를 생산해 수출하거나 국

    내에서 소비하는 단계로 옮겨가고 있다. 과거 중국이 맡았

    던 조립 단계는 최근 베트남 등 아세안 국가로 이전하고 있

    다. 2016년 1~3분기 한국의 주요 중간재 수출품인 액정디바

    이스, 메모리반도체, 자동차부품의 중국향 수출은 전년 동

    기 대비 각각 25%, 6%, 5% 감소한 반면 베트남향 수출은

    199%, 50%, 17% 증가했다.

    무역대국 중국의 위상 변화 | Cover Story Cover Story | 무역대국 중국의 위상 변화

    중국 대외무역의 2대 항구인 산둥 (山東)성 칭다오(靑島)항의 지난해 물동량이

    전년 대비 3.3% 늘어난 5억36만t으로 사상 최초로 5억t을 돌파했다. 이로써

    칭다오항은 전 세계 7대 항구 자리를 한층 더 공고히 했다. [중앙포토]

  • January / February 2017 2120 Chindia plus

    무역대국 중국의 위상 변화 | Cover Story Cover Story | 무역대국 중국의 위상 변화

    한국, 中 가공무역 비중 감소에 직격탄

    이 같은 중국의 전체 교역 규모 및 가공무역 비중 감소에 가

    장 큰 영향을 받는 국가는 바로 한국이다. 중국은 한국의

    최대 교역 대상국이며, 한국 대중국 수출의 대부분이 가공

    무역의 중심축을 이루고 있는 중간재이기 때문이다.

    우선 한국과 중국의 교역관계를 살펴보자. 중국은 2004년

    미국을 제치고 현재까지 줄곧 한국의 최대 교역 대상국 지

    위를 유지하고 있다. 2016년 1~11월 한국의 전체 수출과 수

    입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25%와 21.5%로 2위

    인 미국(13.5%, 10.6%)과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또한 한국

    은 중국의 4대 교역 대상국이다(홍콩 제외 시 3위). 수출액

    기준으로는 미국·홍콩·일본에 이어 네 번째이며 수입액 기

    준으로는 최대 수입 대상국이다. 한국은 2015년 전체 무역

    수지 흑자의 52%인 469억 달러를 중국과의 교역에서 기록

    했다. 이처럼 중국은 한국의 최대 수출 대상국이며 한국은

    중국의 최대 수입 대상국으로 양국은 매우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한·중 양국의 수출입 증가율 통계로 상관관계 분석을 시

    행한 결과에서도 유사한 결과가 도출된다. 한국과 중국의

    수출입 증가율을 대상으로 상관관계 분석을 시행한 결과

    2000년부터 2016년(1~11월) 기간 상관계수는 0.9 이상의

    매우 높은 수치를 나타내고 있다. 여기에는 2000년 이후 신

    자유주의에 따른 글로벌화의 진전으로 양국의 무역 규모

    가 꾸준히 증가하고 원자재 가격이 양국에 균일하게 영향

    을 미친 부분도 포함된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같은 기간

    중·미, 중·일 수출증가율 사이의 상관계수가 각각 0.8099,

    0.7619이었던 것에 비춰 보면 한·중 양국이 대외무역에서

    매우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는 한국의 대중국 수출 중 매우 높은 비중이 중국의 가

    공무역 수출과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대중국 수출

    중 중간재 비중은 2000년 84.9%에서 2015년 71.8%로 감

    소됐으나 여전히 70%가 넘는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중국의 가공무역 비중은 점차 감소하고 있는데 한국의 대

    중 수출은 여전히 중간재에 편중돼 있는 상황이다.

    한국 대중 수출 하락세, 주력 수출품 경쟁력 약화

    이상의 결과가 종합되어 한국의 대중 수출은 2013년을 고

    점으로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2013년 1459억 달러를 기

    록했던 중국향 수출은 2014~2015년 각각 0.4%, 5.6% 감소

    했으며 2016년에도 1~11월 누적 전년 동기 대비 10.9% 감

    소해 1124억 달러를 기록했다. 수입액은 2015년 903억 달

    러에서 2016년 1~11월 전년 동기 대비 4.8% 감소했다. 이에

    따라 한국의 대중 무역수지 흑자액은 2013년 628억 달러

    에서 2015년에는 469억 달러로 감소했으며, 2016년에는 약

    360억 달러를 기록할 전망이다.

    제품별로 살펴보면, 한국 대중 수출의 60% 이상을 차지

    하고 있는 3대 주요 제품(HSK코드 2단위)은 모두 전년 대

    비 감소세를 보였다. 2016년 1~11월 전기기기와 부품(HSK

    85), 광학기기(HSK 90), 기계류(HSK 84)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6.0%, 15.3%, 9.6% 감소했다. 2015년에는 광학기기

    등만 5.4% 감소하고 전기기기와 부품, 기계류는 각각 2.9%,

    2.5% 증가했던 것과 비교해 한국 주력 수출품목의 경쟁력

    이 모두 약화되는 모습이다. 이는 앞서 살펴보았던 재중 한

    국 기업의 원부자재 현지매입 비중 증가와 맞물려 나타나

    는 현상이다.

    여기에 지난해 7월 한국과 미국의 사드 배치 발표 이후

    한국의 대중국 소비재 수출도 위협받고 있다. 일부 언론은

    중국 당국이 한류 스타에서 화장품까지 눈에 보이지 않는

    비관세 장벽을 앞세워 한국산 제품 수입에 제재를 가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화장품 대표주 아모레퍼시픽의 주가

    는 최근 6개월간 반 토막이 났다.

    한·중 FTA 적극 활용, 대중국 소비재 수출 확대 노력해야

    대중 수출전선에도 희망은 있다. 2015년 12월 공식 발효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을 적극 활용하는 방안이다. 일

    부에서는 한·중 FTA 발효에도 2016년 1~10월 중국의 대

    한국 수입이 전년 동기 대비 9.8% 감소해 일본(-0.7%)·대만

    (-4.2%)·독일(-3.2%) 등 경쟁국 대비 큰 감소폭을 기록했다

    는 점을 문제로 지적한다. 하지만 같은 기간 한·중 FTA 수

    혜품목은 수입 감소율이 1.7%에 그쳐 평균 9.8%를 크게 밑

    돌았다.

    세부 제품별로 살펴봐도 수혜품목 중 관세 인하 폭이 큰

    품목의 성과가 좋게 나타났다. 2016년 1~10월 중국의 대한

    국 알루미늄 수입액은 전년 동기 대비 25.3% 감소한 반면

    3%포인트 이상 관세를 인하한 품목은 수입이 18.2% 증가

    했다. 석유화학 중간원료도 대한국 전체 수입은 0.9% 감소

    했지만, 3%포인트 이상 관세인하 품목은 29.2% 증가했다.

    만약 한·중 FTA가 체결되지 않았다면 중국의 대한국 수입

    은 더욱 큰 폭으로 감소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보호무역주의로 무장한 트럼프의 시대가 도래했다. 트럼

    프 미 대통령이 취임 전 지명한 무역위원장·상무장관·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모두 보호무역주의 성향이 강한

    것으로 보도됐다. 특히 무역정책을 진두지휘할 나바로 무

    역위원장은 ‘모든 중국 상품에 45% 관세를 부과한다’는

    트럼프의 공약을 지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중국과 미국

    의 무역전쟁에서 한국은 피해국이 될 가능성이 크다. 최근

    한국은행에서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대미 수출

    이 10% 감소하면 한국의 총수출은 0.36%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은 높은 대중 수출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수

    출지역을 다변화하고 수출제품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수밖

    에 없다.

    특히 글로벌 가치사슬의 변화에 따라 동남아향 판로 개

    척에 집중하는 한편, 대중국 중간재 수출 대신 소비재 수출

    확대를 위한 노력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알리바바그룹

    마윈 회장이 회담을 나눈 것과 관련해

    중국에서 미·중 무역갈등의 긴장이

    완화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트럼프 공약이 일부라도

    시행되면 중국의 수출 동력이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앙포토]

    한국 및 중국 수출입 증가율 상관관계

    중국의 국가별 수입액 및 비중(단위: 십억 달러)

    2000년 2016년 1~11월

    주: 2016년은 1~11월 통계 자료: 한국무역협회 자료: 한국무역협회

    자료: 한국무역협회, 저자 정리

    한·중 교역액 및 무역수지 추세

     중국수출

    중국수입

    한국수출

    0.9124 0.9070

    한국수입

    0.9028 0.9079

    기간 2000~2016년(1~11월)

  • January / February 2017 2322 Chindia plus

    2011년 7월 1일 세계에서 가장 큰 경제공동체인 유럽연합

    (EU)과 한국의 FTA가 발효됐다. 전 세계 무역량의 20%

    를 차지하는 EU와 FTA가 발효되면서 대한민국의 수출은

    다시한번 도약의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됐다. 실제로

    한-EU FTA 발효 이후 한국과 EU 간 상품무역 규모는 계

    속 증가했으며, 2015년에는 900억 유로를 넘어섰다. EU 집

    행위원회는 지난해 10월 ‘EU-한국 무역과 투자 FTA 발효

    5주년’ 보고서를 내고 “한-EU는 자유무역협정으로 양자

    간 무역을 30% 이상 증가시켰고,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한국과 EU 양측의 손익계산

    서가 엇갈리는 모습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한국의

    대EU 무역수지는 양측이 FTA를 체결한 2011년 83억 달러

    흑자를 기록한 이후, 5년 연속 적자행진을 계속했다. 특히

    2012년부터 3년 동안은 적자 규모가 급격히 늘어나 2014년

    에는 100억 달러가 넘었다. 이 기간 한국의 EU 상품수입은

    크게 늘어난 데 반해 수출은 지지부진했기 때문이다. 수출

    이 크게 늘지 않은 것은 유럽의 금융위기 및 경기 부진으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이 큰 원인으로 꼽힌다. 그나마 지난해

    에는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완화로 EU 경기가 서서히

    회복되면서 수출은 2.9% 감소로 비교적 선방한 가운데 수

    입이 9.3% 큰 폭으로 줄어들며 적자 규모를 52억 달러로 줄

    일 수 있었다.

    지난해 12월, 무역방어법 개정안 통과

    올해 EU지역 수출 전망도 그다지 밝지 않다. 무엇보다도 유

    로화 약세가 지속되면서 한국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크게

    개선될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

    연합 탈퇴)에 이어 이탈리아와 프랑스 등 EU 주요 회원국

    에서 제기되고 있는 ‘EU 탈퇴’ 목소리도 수출 전망을 어둡

    게 하는 부분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유럽 내 기업들이 원

    가를 절감하기 위해 아시아 등으로 수입처를 다변화하고 있

    는 움직임은 그나마 긍정적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당장 올해부터는 브렉시트의 영향을 본격적으로 따져보

    고 이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지난해 6월 23일 국

    민투표로 브렉시트를 결정한 영국은 EU 회원국 중 독일에

    이어 한국과의 교역 규모가 두 번째로 큰 나라다.

    향후 영국이 협상을 통해 EU를 완전히 떠나면 영국은

    한-EU FTA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그래서 영국과 FTA

    체결을 서둘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영국이 EU를 떠날

    때까지 한국이 영국과 FTA를 체결하지 못하면 영국에 수

    출되는 한국산 물품들은 그동안 받았던 관세 혜택을 적용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산업부는 지난해 12월 15일 영국 런던에서 영국 국제통

    박경덕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

    [email protected]

    對EU 무역수지 5년 연속 적자 행진

    영국과 FTA 준비하고 틈새시장도 개발해야

    상부와 한·영 경제통상공동위원회를 열고 올해 2월부터 시

    작하는 무역작업반 회의를 통해 한-영 FTA를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산업부에 따르면, 두 나라는 내년으로 예상되는

    브렉시트와 동시에 새 FTA가 발효될 수 있도록 협상을 진

    행할 계획이다.

    브렉시트는 또한 EU 무역정책에도 변화를 부를 것으로

    예상된다. 자유무역 성향이 강한 영국이 EU에서 나가면, 주

    요 견제 세력이 사라진 EU에서 각종 규제가 강화될 수 있

    다는 얘기다. EU는 중국과 미국에 이어 한국의 3대 교역 파

    트너다. 이에 따라 브렉시트로 경제 지형이 바뀌고 있는 EU

    와 한-EU FTA의 업데이트를 통해 향후 예상되는 무역장벽

    에 대비할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EU는 지난해부터 무역장벽을 높이는 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2000년 이후 EU의 대한국 수입규제는 총 6건인데 지

    난해에만 2건의 조사가 시작됐다. KOTRA에 따르면, 지난

    해 11월 EU 집행위원회는 유럽이사회 및 유럽의회에 무역

    방어법 개정 초안을 교부했다. 개정안이 공식 발효되면 EU

    는 더 이상 ‘비시장경제’ 및 ‘시장경제’란 개념으로 반덤핑

    조치 결정을 판단하지 않고 ‘시장 왜곡’이라는 신개념과 새

    로운 반덤핑 관세 계산방법을 적용한다. 개정안은 특히 EU

    집행위가 회원국 기업이 신청하지 않은 경우에도 덤핑조사

    에 착수할 수 있으며 높은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는 것도 가

    능하도록 했다. 이 개정안은 프랑스·독일·이탈리아를 비롯

    해 EU 의장국인 슬로바키아의 강력한 지지에 힘입어, 지난

    해 12월 13일 28개 회원국이 최종 합의함에 따라 정식으로

    통과됐다. 유럽의회 심의 통과 시 EU의 법체계에 편입돼 공

    식 발효된다.

    이에 앞서 EU 집행위원회는 지난해 7월, 최초로 러시아

    및 중국산 철강제품에 반덤핑 관세를 소급해 부과했으며,

    덤핑조사부터 반덤핑 잠정 관세 부과 시까지의 기간을 9개

    월에서 7개월로 단축시키는 등 무역보복 조치를 강화한 바

    있다. 당시 28개 회원국이 신속하게 합의에 이른 것은 과거

    에는 예상하기 힘들었던 것으로, 그만큼 EU 내에 보호무역

    주의가 팽배해졌음을 증명해 준다고 KOTRA 파리무역관

    은 분석했다.

    수출품목 선택과 집중 등 돌파구 마련 위한 지혜 필요

    이에 산업부도 EU의 보호무역주의에 대응하기 위해 분

    주한 모습이다.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해 12

    월 16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말스트롬 EU 통상집행위원과

    ‘제6차 한-EU 무역위원회’를 열고, 한-EU FTA와 관련

    한 통상현안에 대해 협의했다. 한-EU FTA 5년에 대한 중

    간평가와 통상현안을 논의한 이 자리에서 양측은 한-EU

    FTA 발효 이후 5년간 한국의 대세계 교역은 8% 증가에

    그친 반면, EU와의 교역이 14% 증가하는 등 교역 확대에

    크게 기여했다는 데 공감했다. 아울러 주 장관은 FTA 발

    효 이후 한국의 대EU 무역적자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양측

    간 무역의 균형적 확대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적극적인 통

    상현안 해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한국의

    대형 TV 관련 기술규제와 어묵·삼계탕 관련 비관세장벽

    해소를 요구했으며, 경량감열지(lightweight thermal

    paper)와 합성수지(PTA) 반덤핑 조사에 대한 한국 업계

    의 우려도 전달했다. EU 집행위는 지난해 11월 17일 한국

    산 경량감열지에 대해 12.1%의 잠정관세를 부과하는 집행

    위 규정을 공표한 바 있다.

    이제 한국은 갈수록 높아지는 EU의 교역 파고를 넘기 위

    해, 수입규제에 대한 대응 외에도 수출품목 발굴 등 지혜를

    발휘해야 할 상황이다. 교역 규모는 작지만 EU 국가 중 한

    국이 가장 많은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슬로바키아의 사례

    를 참고해 국가별 공략 포인트를 마련하는 것이 좋은 대안

    이 될 수 있을 것이다.

    KOTRA 브라티슬라바 무역관에 따르면, 한국과 슬로바

    키아 양국의 교역은 기아자동차·삼성전자 등 100여 개 한

    국 기업의 활발한 투자 진출로 10여 년 전에 비해 큰 폭으로

    증가했으며, 최근에는 연 40억 달러대를 유지하고 있다. 무

    역협회에 따르면 2015년 한국의 대슬로바키아 수출은 35억

    4000만 달러, 수입은 2억3000만 달러로 33억1000만 달러

    의 흑자를 기록했다.

    한국의 슬로바키아 수출에 절대적으로 기여하고 있는 품

    목은 자동차 부품이다. 슬로바키아는 ‘유럽의 디트로이트’

    라고 불릴 정도로 포르셰·폴크스바겐 등 세계적 자동차 회

    사들이 현지에 진출해 자동차를 만들고 있다. 세계자동차

    산업연합회(OICA)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슬로바키아는

    100만 대의 차량을 생산해 세계 19위를 차지했다. 전체 산

    업에서 자동차산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40%나 된다. 자연

    히 자동차 부품 수요가 많을 수밖에 없다. 2015년 기준 한

    국의 대슬로바키아 자동차 부품 수출액은 10억 달러(약 1조

    1900억원)를 넘어섰다.

    브렉시트와 EU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 Cover Story Cover Story | 브렉시트와 EU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한국의 對EU 무역수지(단위: 억 달러)

    자료: 산업통상자원부

    슬로바키아 자동차 생산

    현황과 전망

    자료 : BMI, 2016 4Q

    EU의 對한국 수입규제 현황

    품목 유형 조사 개시 비고

    철강재 관연결구류/철강금속 반덤핑 2001.6.1 2002.8.24 최종판정

    철강로프 및 케이블/철강금속 우회덤핑(중국) 2009.8.12. 2010.5.11 최종판정

    실리콘메탈/화학 우회덤핑(중국) 2006.4.20. 2007.1.19 최종판정

    규소방향성 전기강판/철강금속 반덤핑 2014.8.14. 2015.10.30 최종판정

    경량감열지/종이류 반덤핑 2016.2.18. 2016.11.17 예비판정

    테레프탈산 및 그 염/화학 반덤핑 2016.8.3. 조사 진행 중

    자료: KOTRA 브뤼셀 무역관

  • January / February 2017 2524 Chindia plus

    유럽연합(EU)·북미·중국의 뒤를 잇는 세계 4대 무역시장은

    어디일까? 답은 아세안이다. 2015년 세계 수출의 7.2%, 수입

    의 6.5%를 차지한 아세안은 세계 경제의 성장 동력인 동시

    에 글로벌 경기 부진 여파를 흡수해 주는 완충지대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에도 연간 300억 달러가량 무역흑자를 안기

    는 ‘알짜 시장’이다. 특히 아세안의 경제 우등생 베트남은 지

    난해 한국의 수출이 유일하게 증가한 나라이기도 하다.

    아세안 경제에서 무역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국내총생

    산(GDP) 대비 수출액 비중으로 가늠해보자. 싱가포르는

    129%에 달하고, 그 뒤를 이어 베트남 89%, 말레이시아 59%,

    태국 54% 순이다. 수출 주도형 경제성장의 대표 격인 한국이

    40% 수준인 것을 고려하면 아세안 주요국 경제에서 수출의

    중요성이 얼마나 큰지 실감할 수 있다. 특히 베트남의 경우 지

    난 10년간 수출액이 5배 늘어났는데, 같은 기간 GDP 증가액

    의 96%를 차지할 정도로 수출의 GDP 기여율이 높았다.

    아세안 회원국들 간 차이를 극명히 보여주는 지표로 무

    역수지도 흥미롭다. 2015년 아세안 전체의 무역흑자는 937

    억 달러였고, 이 중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가 챙긴 흑자 규

    모가 무려 99%다. 나머지 나라들은 적자이거나 미미한 흑

    자에 그쳤다는 얘기다. 대표적 무역적자국은 미얀마와 베트

    남, 캄보디아다. 47억 달러 적자를 기록한 미얀마는 천연가

    스 가격 하락이, 2014년 24억 달러 흑자에서 37억 달러 적

    자로 돌아선 베트남은 원유와 수산물 가격 하락이 주요 원

    인으로 작용했다.

    산업생산 증가하면 중간재 수입도 동반 상승… 무역수지 개선 어려워

    아세안의 주력 무역 상품은 무엇일까? 3대 주력 수출입 품

    목은 전기기기와 그 부분품(HS 85), 원자로, 보일러, 기계장

    비(HS 84), 광물성 연료, 석유제품(HS 27) 순이며, 그 규모

    는 전체 수출의 48%, 수입의 51%에 이른다. 아세안 경제는

    위 산업에 필요한 자본재(중간재)를 수입해야 하고 원자재

    또는 완성재를 수출하는 구조로, 산업생산이 증가할수록

    중간재 수입도 덩달아 늘어난다. 아세안의 무역수지 개선이

    구조적으로 쉽지 않은 이유다.

    지역별 수출 분포를 보면 아세안 역내 26%, 중국 11.4%,

    미국 10.9%, EU 10.8%, 일본 9.6%, 그리고 한국향이 3.9%

    로 6위권이다. 아세안은 중국·일본·한국과의 교역에서 손실

    을, 미국과 EU 무역에서 이익을 낸다. 대중(對中) 적자액은

    773억 달러로 460억 달러의 대미(對美) 흑자 규모를 압도한

    다. 한국과의 교역에서는 309억 달러 정도가 무역적자다.

    국가별로 들여다보면 저마다의 특징이 발견된다. 제조

    업 부문 수출에서는 섬유·의류와 모바일기기 중심의 베트

    남, 전자산업의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자동차 및 관련 부

    품의 태국이 돋보인다. 천연자원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가

    로는 인도네시아와 미얀마가 있다. 인도네시아는 세계 최대

    팜오일 수출국이고, 석탄·코코아·주석 수출도 두드러진다.

    미얀마는 풍부한 석유·가스 매장량이 강점이고, 필리핀은

    농산물과 제조업이 비교적 균형을 이루는 구조다.

    트럼프 미 대통령의 TPP 철회 기조로 베트남 경제 타격 예상

    올해 아세안 무역시장의 키워드는 무엇일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천명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폐기

    가 단연 으뜸일 것이다. 만일 미국이 TPP 철회를 강행하면

    TPP 최대 수혜국으로 꼽히던 베트남이 특히 적지 않은 타

    박찬욱 포스코경영연구원 연구위원보

    [email protected]

    한국에 300억$ 흑자 안기는 4대 무역시장

    美, TPP 폐기하면 베트남 등 타격 예상

    격을 입을 전망이다. 무엇보다 베트남의 FDI(외국인직접투

    자) 매력도가 약화된다. 미국과 일본향 수출 확대를 위한 생

    산기지로 베트남을 활용하고자 했던 글로벌 기업들의 베트

    남 투자 의욕이 꺾일 수밖에 없다. 2016년 5월 KOTRA의

    ‘국제통상환경 변화와 글로벌 생산기지 변화 동향’ 보고서

    에 따르면 글로벌 생산기지 6곳(중국·베트남·인도네시아·태

    국·말레이시아·멕시코)으로 공장 이전을 추진하던 31건의

    사례 중 15건이 베트남을 선택했는데, TPP 기대효과가 가

    장 큰 이유였다.

    베트남 경제에서 FDI 기업의 역할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

    나치지 않다. 2015년 베트남 총 수출액에서 FDI 기업 비중

    은 68.2%로, 2011년 49.4% 대비 18.8%p 상승했다. FDI 기

    업은 자본재 수입을 필요로 하므로 해당 국가의 수입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실제로 베트남에서 2015년 FDI 기업의 수입

    액은 전체의 59%로 2011년 45.7% 대비 14%p가량 증가했

    다. 제품별 수입 비중은 기계장비 16.7%, 컴퓨터와 전자제품

    14%, 전화기 및 부품 6.4%, 직물 6.1%, 철강재 4.5% 순이다.

    수입처는 중국 30%, 한국 16.7%, 일본 8.7% 순이다.

    베트남 총 수출의 21%를 차지하는 미국향 수출 전망도

    부정적이다. TPP 체결국 간 관세 철폐에 따른 수출 증대효

    과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베트남 수출

    의 50%를 점유하는 휴대전화(19%), 섬유의류(14%), 컴퓨

    터 및 전자제품(10%), 신발(7.4%) 산업의 수출 전선에도 변

    화가 예상된다.

    아세안, 보호무역주의 vs 무역패권주의 충돌 무대

    향후 아세안의 무역 환경을 어떻게 보는 것이 좋을까? 적어

    도 네 가지 가설이 가능하다. 첫째로, 아세안은 보호무역주

    의와 무역패권주의가 공존하면서 세력 다툼을 벌이는 무대

    가 될 것이다. 미국의 TPP 폐기론은 보호무역주의의 결과

    물이고, 그 반대편에는 중국이 추진하는 역내포괄적경제동

    반자협정(RCEP)이 있다. RCEP에는 아세안 10개국이 모두

    참여하고, 한·중·일이 가세한다. 자칫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가 중화주의의 팽창을 촉발하는 역설이 아세안에 나타날 수

    있는데, 이는 미국과 일본이 원하는 바는 아닐 것이다.

    둘째로, TPP·RCEP 등 다자간 무역협정과 무관하게 아

    세안 역내 무역은 갈수록 증가할 것이다. NAFTA와 EU

    의 역내교역 비중이 절반을 넘는다는 점을 고려할 때 아세

    안 역내교역의 발전성은 매우 높다. 2015년 12월 31일 아세

    안경제공동체(AEC)가 공식 출범한 것을 계기로 역내 국가

    간 제조상품·서비스·인력의 교류 등 경제적 연결성과 상호

    의존성은 점점 더 높아질 것이고, 이는 역내교역의 증가로

    이어질 것이다. 물론 현재 아세안 6개국(인도네시아·태국·말

    레이시아·싱가포르·브루나이·필리핀) 간에만 적용되고 있

    는 무관세화 조치가 기타 회원국으로 확대돼야 하고, 서비

    스와 투자 자유화가 계속 진전돼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셋째로, 아세안 수출산업의 고도화는 계속 진전될 것이

    다. 중국 경제의 현대화를 이끈 경제특구는 아세안에서도

    쉽게 발견된다. 싱가포르와 인도네시아에 걸쳐 있는 바탐

    섬 자유무역지대, 최대 자동차산업단지로서 포드·도요타·

    닛산·GM과 한국의 LG전자 등이 입주한 태국 동부해안 리

    용, 메콩강개발계획(GMS) 프로그램에 따라 태국 주도로 미

    얀마·라오스·캄보디아·말레이시아 국경지대에 개발 중인 5

    개의 경제특구, 말레이시아의 포트클랑자유특구, 베트남 최

    초의 수출가공공단인 탄투안 등이 대표적 사례다. 베트남의

    경우, 공업단지(IP)·경제특구(EZ)·수출가공공단(EPZ) 등 다

    양한 형태의 공단이 존재한다. 국가 균형발전의 일환으로 설

    립되는 EZ는 수출품 제조 및 수출 지원을 목적으로 제조·서

    비스·관광·금융 등 다기능적 역할을 담당한다.

    넷째, 아세안 경제산업 구조의 한계는 당분간 지속될 것

    이며, 낙관론은 위험하다. 우선 아세안 수출의 상당액을 차

    지하는 원유·가스·농산물·수산물·광산물의 가격 변동성이

    아직 높다. 또한 글로벌 자본의 흐름에 따라 외환 금융시장

    이 출렁이고 있어, 이로 인한 환율 변동성이 중간재 수입 비

    용의 증대와 아세안 FDI 기업들에 의도치 않은 외환차손

    등 금융 비용을 발생시킬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TPP와 RCEP의 충돌 무대, 아세안 | Cover Story Cover Story | TPP와 RCEP의 충돌 무대, 아세안

    지난해 한국의 수출이 유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