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나체크의 ≪안개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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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음악논 제43집 2020년 4월, 65-90쪽 ⓒ 2020 한양대학교 음악연구소 https://doi.org/10.36944/JSPM.2020.04.43.65 야나체크의 ≪안개 속에서≫ 연구 이 민 정 (서울대학교 교수) Ⅰ. 서론 오시 나체크(Leoš Janáček, 1854-1928)의 자서전적인 작품으로 에서(V mlhách, 1912)는 4상적인 소품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자과 가장 처투쟁을 하암울한 시기에 작곡되었다. 나체크 의 전기 작가 티렐(John Tyrrell, 1942-2018)은 나체크의 생1903년에서 1914년 동안을 “안에서(In the Mists)의 시기”라고 사하 였다. 1) 이 시기에 나체크는 아노 독주곡인 에서를 작곡하였고 한 자마저 내다보며 “안에서의 시기”라고 언급했기 문이 다. 2) 21에 비적인 음을 이한 나체크의 나체크(Olga Janáček, 1882-1903)를 비하여 토닌 오폴트 드보르작 (Antonín Leopold Dvořák, 1841-1904), 프란티크 바르스(František Bartoš, 1837-1906)와 그의 동생의 음으로 인하여 그의 일상은 음의 그 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그는 이 시기에 도의 슬픔만 아니라 안과 의 시을 보다. 음 이후 지나지 아 오≪예누(Jenůfa, 1896-1902) 성되어 그가 동하르노(Brno)에서 1904년에 상연되었다. 하지만 1) John Tyrrell, Janáček: Years of a Life Volume I (London: Faber and Faber, 2006), 553. 2) Michael Brim Beckerman, Janáček as Theorist (New York: Pendragon Press, 1994), 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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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논단� 제43집

2020년 4월, 65-90쪽

ⓒ 2020 한양대학교 음악연구소

https://doi.org/10.36944/JSPM.2020.04.43.65

야나체크의 ≪안개 속에서≫ 연구

이 민 정

(서울대학교 교수)

Ⅰ. 서론

레오시 야나체크(Leoš Janáček, 1854-1928)의 자서전적인 작품으로 평가받

는 ≪안개 속에서≫(V mlhách, 1912)는 4개의 명상적인 소품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자신과 가장 처절한 투쟁을 하던 암울한 시기에 작곡되었다. 야나체크

의 전기 작가 존 티렐(John Tyrrell, 1942-2018)은 야나체크의 생애 중

1903년에서 1914년 동안을 “안개 속에서(In the Mists)의 시기”라고 묘사하

였다.1) 이 시기에 야나체크는 피아노 독주곡인 ≪안개 속에서≫를 작곡하였고

또한 자신의 죽음마저 내다보며 “안개 속에서의 시기”라고 언급했기 때문이

다.2) 21세에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한 야나체크의 딸 올가 야나체크(Olga

Janáček, 1882-1903)를 비롯하여 멘토였던 안토닌 레오폴트 드보르작

(Antonín Leopold Dvořák, 1841-1904), 프란티세크 바르토스(František

Bartoš, 1837-1906)와 그의 동생의 죽음으로 인하여 그의 일상은 죽음의 그

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그는 이 시기에 극도의 슬픔뿐만 아니라 불안과 절

망의 시간을 보냈다.

딸의 죽음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오페라 ≪예누파≫(Jenůfa, 1896-1902)

가 완성되어 그가 활동하던 브르노(Brno)에서 1904년에 상연되었다. 하지만

1) John Tyrrell, Janáček: Years of a Life Volume I (London: Faber and Faber, 2006), 553.

2) Michael Brim Beckerman, Janáček as Theorist (New York: Pendragon Press, 1994), 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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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했던 프라하(Prague)에서의 ≪예누파≫ 공연이 12년 동안 좌절되었고,3)

이 일로 인해 야나체크는 작곡가로서의 자신감을 상실하고 깊은 무력감에 빠

져들었다. 또한 그의 작품에 대한 악평이 계속되자 당시 진행 중이었던 오페

라 ≪운명≫(Fate), ≪브루크체크≫(The Excursion of Mr. Brouček)에 대한

작업도 점차 포기하기 시작하였다. 이는 극심한 우울감으로 나타났고, 그는 자

신의 작품을 혐오한 나머지 ≪피아노 소나타 1905년 10월 1일≫(Sonáta

pro Klavír I. X. 1905, ‘Z ulice’)의 일부분을 불태워 버리거나 강물에 던져

버리기도 하였다.4)

다행히도 1911년 11월에 출판된 피아노 작품 ≪수풀 우거진 길 위에서≫

(Po zarostlém chodníčku, 1900-1911)가 호평을 받기 시작하였다. 또한

1912년 1월 야나체크는 브르노 체코 극장에서 열린 ‘프랑스 음악’ 연주회에

서 당시 체코에 잘 알려지지 않은 드뷔시의 ≪물의 반영≫(Reflets dans

l’eau)을 처음으로 접하게 되었다.5) 그리고 그 해 가을, 브르노 예술 동호회

(The Club of Friends of Art in Brno) 콩쿠르에 ≪안개 속에서≫를 제출하

여 심사위원들로부터 세련되고 독창적인 리듬 및 화성, 즉흥적이고 시적인 분

위기를 가진 곡이라는 호평을 받으며, 우승작으로 선정되어 1913년에 출판되

었다.6)

티렐이 명명한 “안개 속에서의 시기”에 야나체크는 모라비아 지방에서 가장

유명한 작곡가였으며, 음악 학교의 설립자일 뿐만 아니라 4곳의 학교에서 가

르친 저명한 교육자였다. 나아가 음악 이론가, 모라비아 민요 연구가이며 존경

받는 지휘자로서도 활동을 하였다. 하지만 야나체크는 새로운 작품을 구상하

는 작곡활동을 거의 할 수 없어, 1년에 1편 정도밖에 쓰지 못하였다.7) 하지만

이 시기에 야나체크는 피아노 작품인 ≪수풀 우거진 길 위에서≫, ≪피아노 소

3) 1916년 체코어로 프라하에서 첫 공연을 하였다.

4) 야나체크는 제3악장을 불태웠고 초연 이후 나머지 두 악장을 모두 강물에 버렸다. 하지만 이 두 악장을 베껴두었던 한 피아니스트에 의해 오늘날 다시 연주될 수 있었다. Tyrrell, Janáček: Years of a Life Volume I, 835.

5) Tyrrell, Janáček: Years of a Life Volume I, 782.

6) 이재향, “야나첵 피아노 작품의 특징과 해석에 관한 연구,” (한세대학교 박사학위 논문, 2015), 57에서 재인용.

7) Tyrrell, Janáček: Years of a Life Volume I, 834-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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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나체크의 ≪안개 속에서≫ 연구 67

나타≫, ≪안개 속에서≫를 작곡하였으며, 야로슬라프 보겔(Jaroslav Vogel,

1894-1970)은 이 작품들이 작곡가의 심리 상태를 잘 반영하고 있어 마치 야

나체크의 ‘친근한 고백’과 같다고 하였다.8) 야나체크 음악의 대표적인 피아니

스트인 레이프 오베 안스네스(Leif Ove Andsnes, 1970-)는 드뷔시와 라벨의

음악에서는 작곡가와 감정적으로 거리감을 느끼지만 야나체크의 음악에서는

작곡가의 감정을 악보에서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9)

야나체크는 피아노라는 악기를 통해 그의 내면의 감정 표현을 음악언어로

솔직하게 표현하고자 하였으며, 그가 피아노를 매우 편안하고 친근하게 생각

한다는 것은 그의 고백적인 성격이 담긴 세 개의 피아노 독주곡을 통하여 알

수 있다.10) 특히 이 곡들은 조성을 흐리게 하는 모호한 화성 진행 안에서 선

율의 변형을 통한 섬세한 뉘앙스와 격정적인 감정의 분출을 피아노 소리로 잘

표현하였다. 각 곡들은 마치 말하는 듯한 짧은 모티브의 전개, 민속 악기의 영

향을 받은 짧은 오스티나토(ostinato)의 반복, 화성적으로 비어있는 반주와 페

달 포인트가 자주 등장하면서 독특한 짜임새를 보여준다. 그뿐만 아니라 이들

은 3화음을 기초로 한 후기 낭만주의 화성과 민속음악의 다양한 선법 및 음계

를 바탕으로 즉흥적이고 자유로운 리듬을 사용하였다.

야나체크의 마지막 피아노 독주곡인 ≪안개 속에서≫는 4개의 소품으로 이

루어져있으며, 그의 피아노 작품 중 가장 뛰어난 곡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

만 이 곡에 대한 연구는 주로 모라비아 민속 음악의 영향을 받은 음계, 선율,

리듬과 주요 모티브를 중심으로 논의되어 왔다.11)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안

개 속에서≫에서 나타난 유기적 구조와 음악언어를 중심으로 연구하고자 한다.

8) Jaroslav Vogel, Leoš Janáček: A Biography (London: Orbis Publishing, 1981), 205.

9) Melissa Lanfrit-Hait, “Leoš Janáček’s Sonata I. X. 1905 and In the Mists: An Aesthetic and Pianistic Analysis,” (D.M.A. Diss., Five Towns College, 2009), 88.

10) 이민정, “사랑과 고통의 회상-야나첵의 피아노 음악,” �Musica Nova� 3 (1997), 59.

11) 선행연구의 예는 다음과 같다. 이재향, “야나첵 피아노 작품의 특징과 해석에 관한 연구,” (한세대학교 박사학위논문, 2015). David Kalhous, “Leoš Janáček and His Works for Piano in Musical, Aesthetic and Cultural Context,” (D.M.A. Diss., Northwestern University,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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Ⅱ. 본론

1. 유기적 구조

≪안개 속에서≫는 4곡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제1곡과 제3곡은 서정적인 성격

을 가지고 있는 반면, 제2곡과 제4곡은 변화가 심한 즉흥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 제1곡과 제3곡은 두 개의 대조적인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서정적

인 선율과 마치 안개 낀 호수처럼 차분한 분위기로 시작하여 안정적인 흐름을

보여준다. 제1곡의 조표는 D♭장조로 표기되어 있지만, 마디 13과 26의 F♭음

으로 인해 A부분은 D♭단조로 분석된다. 마디 71에서 처음으로 장조의 분위기

가 나타나고 마디 80까지 A♭장조가 제시되며, 또한 곡의 끝 부분에서 D♭장조

로 종지되어 분위기 전환이 일어난다. 제3곡은 G♭장조로 시작하여 이명동음

기법을 통한 전조가 빈번하게 진행되어 B단조로 시작하는 B부분에 이른다.

곡 내용 구조

제1곡

⋅ A B A Coda(B)

시작

마디1 49 85 108

조성

구조D♭단조 D♭단조-A♭장조 D♭단조 D♭단조-D♭장조

제3곡

⋅ A B

시작

마디1 37

조성

구조G♭장조 B단조

<표 1> 제1곡과 제3곡의 형식구조

제1곡 및 제3곡과 대조적으로 제2곡과 제4곡은 잦은 변박과 템포, 악상의

변화가 심한 랩소디 풍을 보여주며, 다소 불안정하고 즉흥적인 곡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제2곡은 2/8박자와 3/8박자의 잦은 변박 진행 안에서 B’부분에

2/4박자의 그라베(Grave)가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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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나체크의 ≪안개 속에서≫ 연구 69

제4곡은 전반적으로 2/4박자가 지배적으로 나타나지만 A주제에서 5/4박자

와 2/4박자의 진행에 1/8박자가 삽입되어 예측하기 어려운 불규칙적인 진행

을 보여 준다. 또한 안단테(Andante)로 시작하는 B주제에서도 선율 중간에

1/8박자가 삽입된다.

제2곡 제4곡

형식 빠르기 박자표 형식 빠르기 박자표

Aa12)A Molto Adagio 2/8

Aa13)

APresto 1/8, 5/4

Meno mosso 1/8, 2/4

a Presto 3/8a

Tempo di

Meno mosso2/4, 4/4

A A Tempo I 2/8

B B Presto 2/8 B B Andante 1/8, 2/4

AaA Tempo I 2/8

AaA

Presto 1/8, 5/4

Meno mosso 1/8, 2/4

a Presto 3/8 a Adagio 2/4

B’ B’ Grave 2/4 C C Vivo 2/4

B B Presto 2/8 B B Andante 1/8, 2/4

Aa

A Tempo I 2/8

A

APresto 1/8, 5/4

Meno mosso 1/8, 2/4

a (Presto) 3/8cod-

ettaAdagio 2/4

B’ B” Adagio 2/8

<표 2> 제2곡과 제4곡의 형식구조

야나체크는 조성음악에서 IV화음을 자주 사용하여 그의 작품에는 4도 관계

화성진행이 자주 나타난다. <악보 1>의 제1곡 마디 1에서 으뜸음인 D♭페달

포인트와 버금딸림음, 딸림음인 G♭, A♭음이 나타나면서 D♭장조의 I과 IV화

음을 암시하다가 마디 3에서야 선명한 IV화음(G♭)이 제시되면서 처음으로 뚜

렷한 3화음을 느낄 수 있다. 마이클 브림 베커만(Michael Brim Beckerman,

12) A주제의 리듬 축소 부분을 a로 표기하였다.

13) A주제의 모티브 단편이 전개된 부분을 a로 표기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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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민 정70

1951-)은 야나체크의 4도 관계 화성진행은 부속화음 즉, 전조를 암시하기 때

문에 항상 움직일 준비가 되어 있는 불안한 심리적인 효과를 불러일으킨다고

하였다.14) 제1곡 마디 3에서 나타난 G♭장조(IV)는 이후 <표 1>에서처럼 제3

곡의 중심조성으로 다시 나타난다.

<악보 1>15) 제1곡 마디 1-3

<악보 2>와 같이 제4곡 마디 148에서 마디 150의 페달 포인트인 B♭음이

두 마디 먼저 출현하여 G♭장3화음(IV)이 이 곡에서 처음으로 등장한다. 이 때

사용된 B♭음은 A♭음 대신 출현한 음으로 이 짧은 순간에 울리는 섬세한 G♭

장3화음은 전체 4곡을 하나의 곡으로 연결시키는 유기적인 역할을 한다.

14) Beckerman, Janáček as Theorist, 46-47

15) ≪안개 속에서≫는 1913년 브르노 예술 동호회에서 처음 출판되었고, 바츨라프 스테판(Václav Štěpán, 1889-1944)이 1924년과 1938년에 후데비니 마티체(Hudební Matice)에서 개정판을 출판하였다. 이후 음악학자이자 피아니스트인 루트비크 쿤데라(Ludvik Kundera, 1891-1971)와 음악학자이자 작곡가인 야르밀 부르크하우저(Jarmil Burghauser, 1921-1997)가 편집한 것을 피아니스트 라도슬라브 크바빌(Radoslav Kvapil, 1934-)의 손을 거쳐 베렌라이터(Bärenreiter)에서 출판하였다. 영국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 그리고 지휘자인 토마스 아데스(Thomas Adès, 1971-)는 출판된 ≪안개 속에서≫ 악보에서 야나체크의 의도가 많이 훼손되었다고 말했다. Thomas Adès, “‘Nothing but Pranks and Puns’: Janáček’s Solo Piano Music,” in Janáček Studies. ed. Paul Wingfield (Cambridge: Cambridge University Press, 1999), 30. 본 연구에 사용한 ≪안개 속에서≫ 악보는 1938년에 출판한 후데비니 마티체의 악보로 본문에서 사용한 이명동음 기보는 야나체크의 원본에 따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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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나체크의 ≪안개 속에서≫ 연구 71

<악보 2> 제4곡 마디 148-150

제1곡과 제4곡은 D♭단조로 <표 3>과 같이 형식과 페달 포인트가 유사한

구조를 갖고 있다. 특히 페달 포인트는 야나체크의 형식과 조성구조에서 중요

한 역할을 하며, 곡 안에서 템포 및 다이나믹의 변화와 함께 진행된다.

제1곡과 제4곡의 A부분은 D♭단조 조성이지만 제1곡의 A부분에서는 D♭

페달 포인트가 나오고, 제4곡의 A부분에서는 선행구-후행구 악절로 나뉘면서

B♭- E♭페달 포인트가 나타난다. B부분에서는 두 곡 모두 A♭페달 포인트가

나타나지만 화음은 으뜸화음인 D♭단조의 제2전위 형태로 나타난다. 제4곡에

서 제3곡의 순환 동기가 사용된 C부분에 E(F♭)페달 포인트가 첨가되었고, E

음은 제4곡의 종지를 D♭단조로 이끌어 내는 마지막 F♭음과 이명동음이다. 이

렇게 두 곡의 형식과 페달 포인트 구조가 유사하게 진행하며, 제1곡이 D♭단

조에서 시작하여 제4곡의 끝을 D♭단조로 마무리하여 4곡이 한 곡으로서 통일

성을 더해주는 요소로 작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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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민 정72

곡 내용 구 조

1

형식 A A’ B B’ B” A Coda(B) 끝

시작

마디1 26 49 64 73 85 108 116

페달포인트

D♭ (F♭) A♭ - E♭ D♭ A♭ D♭

조성

구조D♭단조 D♭단조 A♭장조 D♭단조 D♭단조 D♭장조

<표 3> ≪안개 속에서≫의 페달 포인트 구조

곡 내용 구 조

4

형식 A B B’ A C B A

시작

마디1 56 77 95 121 131 149

페달포인트

B♭- E♭ A♭/ F♭ E♭ B♭- E♭ E (F♭) A♭ B♭- E♭

조성

구조D♭단조 D♭단조 A♭장조 D♭단조 G#단조 D♭단조 D♭단조

제3곡

B주제

≪안개 속에서≫의 제1곡과 제2곡은 D♭단조에서 시작하여 D♭장조로 끝난

다. 제3곡은 G♭장조로 시작하여 B단조로 마무리 하지만 제4곡에서 제3곡의

B주제가 다시 출현하면서 마치 두 곡이 하나의 곡처럼 열린 구조를 가지고 있

으며 D♭단조로 끝난다. 따라서 ≪안개 속에서≫는 전체적으로 ‘D♭단조-G♭장

조-B단조-D♭단조’의 조성구조를 갖는다. 더욱이 이 곡에서 지배적인 D♭조성

과 G♭조성은 야나체크가 자주 사용하는 조성이며, 제목이 암시하는 분위기를

잘 나타내 준다.16) 또한 제1곡 마디 3에서 뚜렷한 3화음으로 제시된 G♭(IV)

화음이 각 곡에서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다음 <표 4>는 ≪안개 속에서≫의

유기적 구조를 보여준다.

16) Vogel, Leoš Janáček: A Biography, 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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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나체크의 ≪안개 속에서≫ 연구 73

<표 4> ≪안개 속에서≫의 유기적 구조17)

2. 장⋅단조의 모호한 사용

제1곡에서는 D♭단조 조성에서 F음과 F♭음의 혼재로 장⋅단조의 모호성을 보

여준다. 특히 제목의 표제가 갖고 있는 구름 낀 하늘과 안개를 상징하는 F♭음

은 D♭단3화음을 만들어 곡 전체의 표제적 성격을 나타낸다.18) 코다인 <악보

3>의 마디 108, 109에서 B주제 두 마디가 나타난다. 이때, 마디 109에 C음

이 첨가되어 V7의 화성이 나타나면서 D♭장조로의 완전 정격종지(V7-I)를 확

실히 보여준다. 마디 111에 등장하는 F음은 마지막 여섯 마디 동안 전개되어

D♭장조로 곡을 천천히 끝맺으면서, 평온하고 따뜻한 느낌을 준다.

17) 순환동기에 대한 논의는 ‘4. 선율과 모티브 전개방식(p.80)’에서 한다.

18) Adès, “‘Nothing but Pranks and Puns’: Janáček’s Solo Piano Music,”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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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민 정74

<악보 3> 제1곡 마디 108-116

제1곡에서 F♭음과 F음의 사용으로 인한 D♭단조에서 D♭장조로의 종지는

제2곡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난다. <악보 4>에서는 F♭의 이명동음인 E음이 나

타나고, 마디 98에서 F음이 등장하여 D♭장조로 종지를 보여준다. 마디

98-99에 제시된 𝈶 𝈷는 마디 100에서 나타나는 완전정격종지와 극적인 조성

변화를 강조하기 위한 것이며, 피아니시시모(ppp) 안에서 매우 강렬한 표현을

보여준다.

<악보 4> 제2곡 마디 96-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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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나체크의 ≪안개 속에서≫ 연구 75

이와 같이 제2곡에서는 제1곡과 달리 E(F♭), C#(D♭)의 이명동음을 사용하

여 제1곡의 D♭단조가 제2곡에서 C#단조로 나타나 곡 전체에 걸쳐 장⋅단조

의 미묘한 대조를 보인다.

<악보 5>는 제3곡의 마지막 부분이며, 이는 마디 1-7을 그대로 반복한 것

이다. 마디 69에 나타난 G♭음이 마디 73에서 이명동음인 F#음으로 변환되면

서 G♭장조와 B단조를 병치시키며, F#음으로 제3곡을 끝낸다. F#음은 G♭장조

의 으뜸음인 동시에 B단조의 5음으로 마치 방향감 없이 길을 잃은 듯한 느낌

을 주며, 바로 제4곡으로 이어진다.

<악보 5> 제3곡 마디 69-75

제4곡 끝부분인 <악보 6>의 마디 158-159에서 페달 포인트 역할을 하는 E♭

-F♭음이 마디 157보다 2배 확대되어 F♭음이 강조되면서 앞의 제1곡, 제2곡,

제3곡에서 보여준 장⋅단조의 모호한 경계의 결론을 내리듯 강한 단조로 곡을

마무리 짓는다.

<악보 6> 제4곡 마디 156-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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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민 정76

3. 이명동음 기법

야나체크는 화음을 통하여 인간의 감정을 직접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

했다.19) 다시 말해 우리가 느끼는 기분의 변화가 화음으로 표현될 수 있다고

한 것이다. 토마스 아데스(Thomas Adès, 1971-)는 야나체크의 공통음을 사

용한 이명동음 전조가 그의 초기 작품에서도 발견된다고 하였다.20)

제3곡의 전개에서는 G♭-F# 혹은 G#-A♭과 같은 이명동음으로 기보를 변환

시켜 서로 다른 조성을 대비시켜 끊임없는 색채의 변화를 일으켰다. <악보 7>

에서와 같이 제3곡 마디 5에서 G♭음의 이명동음인 F#음을 사용하면서 G♭

장조와 B단조가 병치되었다. 이후 같은 방법으로 마디 18-19(G#-A♭),

22-23 (F♭-E), 26-27(C#-D♭)에서 이명동음 전조가 일어난다. 이러한 연쇄

적인 전조는 올림표(#)조성과 내림표(♭)조성을 넘나들며 곡의 분위기와 화성

의 색채 변화를 일으킨다.

<악보 7> 제3곡 마디 4-5와 마디 17-29

19) 야나체크는 인간의 정신세계를 표현하는 기분과 화성이 관계가 있다고 하였다. Beckerman, Janáček as Theorist, 77.

20) Adès, “‘Nothing but Pranks and Puns’: Janáček’s Solo Piano Music,”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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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나체크의 ≪안개 속에서≫ 연구 77

다음 <표 5>는 <악보 7>의 이명동음 전조를 정리한 것이다.

마디 4 – 5 18 – 19 22 – 23 26 – 27

오른손 G♭ - F# G# - A♭ F♭ - E E# - F

왼 손 C♭ - B G# - A♭ A♭ - G#

F♭ - E

C# - D♭

G# - A♭

화성

진행D♭

7/G♭- B단조 E장조 – A♭장조 D♭단조 – E장조 C#장조 - D♭장조

<표 5> 제3곡의 이명동음 전조

제2곡의 첫 마디에 나타나는 E음은 제1곡의 안개음21)인 F♭음과 이명

동음으로 마디 9의 C#단조를 암시한다. <악보 8>의 마디 9에서 C#, G#은

D♭, A♭의 이명동음으로 마디 13에서 D♭단조의 딸림화음인 A♭장조로 다

시 돌아온다.

21) 아데스는 F♭음으로 인한 D♭단3화음을 “구름 낀 짙은 하늘을 암시하는 단조”로 언급하여, 본 연구에서는 F♭음을 ‘안개음’으로 표현하였다. Adès, “‘Nothing but Pranks and Puns’: Janáček’s Solo Piano Music,”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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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민 정78

<악보 8> 제2곡 마디 1-16

<악보 9>에서 제2곡 마디 37-38의 C#페달 포인트는 마디 39에서 이명동

음인 D♭조성으로 전조된다. 이와 반대로 마디 46에서 D♭음은 C#으로 변환되

어, 마디 47에서 C#장조를 이끌어 내어 앞부분과 전혀 다른 분위기의 색채 효

과를 준다.

<악보 9> 제2곡 마디 3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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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나체크의 ≪안개 속에서≫ 연구 79

<악보 10>의 제2곡 코다부분은 이 곡의 시작 부분처럼 C#단조와 D♭장⋅단조

가 섞여 있다. 제1곡의 D♭단조 대신 C#단조로 안개 낀 분위기를 표현하여 마디

88-93, 마디 96-97의 C#음이 마디 95-96, 마디 98-101에서 이명동음인 D♭음

으로 나타나 자연스럽게 서로 다른 화성을 사용하게 함으로써 각 화성이 내포하

고 있는 서로 다른 감정의 상태를 표현하였다.

<악보 10> 제2곡 마디 88-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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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민 정80

<악보 11>의 제4곡 마디 91-92에서 F♭음과 E음이 나란히 등장하고, E와

F음의 반음 트릴은 왼손의 짧은 오스티나토와 페달의 울림으로 인해 모호한 E

단3화음의 음향을 들려준다. 특히 이때 사용된 E음은 제1곡에서 안개를 암시

하는 F♭음의 이명동음이다. 또한 세 마디에 걸친 피아니시시모(ppp)의 트릴

은 마치 유령처럼 출현하여 마디 95에서 옥타브 위의 E♭음으로 시작하는 A주

제와 연결되며, 음악적으로 상당한 거리감을 느끼게 한다.

<악보 11> 제4곡 마디 90-98

4. 선율과 모티브 전개 방식

야나체크는 작곡가의 독창적인 음악언어가 표현되기 이전에 작곡가가 살아 온

삶이 곡 전체에 스며들어가 있다고 말하였다. 따라서 야나체크의 음악에도 자

연스럽게 민요와 말의 억양이 곡에 반영되어 그의 기악음악의 모티브를 이루

게 되었고, 이 짧은 모티브들이 반복하고 발전하여 곡 전체를 이루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22) 이 곡에서는 같은 선율이 짜임새, 화성, 반주 패턴, 템포, 다

이나믹의 변화를 통해 분위기가 전혀 다르게 제시되는 부분과 모티브가 끊임

없이 발전되어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는 예들을 찾아볼 수 있다.

22) Beckerman, Janáček as Theorist, 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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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나체크의 ≪안개 속에서≫ 연구 81

<악보 12>는 제1곡에서 B주제 선율이 다른 분위기로 전개되는 예를 보여준

다. 마디 49의 A♭페달 포인트 위에 피아니시모로 3성부의 화성적 짜임새를

가진 B주제는 마디 51에서 한 마디의 4분 쉼표로 호흡한다. 또한 주제의 첫

번째 변형으로 마디 64에서는 같은 A♭페달 포인트를 사용하지만, A♭음이 3

음씩 두 부분으로 나누어지는 왼손 오스티나토의 세 번째 음에 나옴으로써 불

안감을 준다. 오른손의 4성부 화음은 D♭단3화음에서 B♭감3화음으로, 피아니

시모(pp)에서 포르테시모(ff)로 분위기가 변한다. 두 번째 변형을 준비하는 마

디 71과 72에서 6음의 오스티나토가 A♭장조로 바뀌고, 마디 73에서는 B주

제에 에스프레시보(espressivo)가 추가되어 두 마디 프레이즈로 전개된다.

왼손 오스티나토의 강박을 강조하고 있는 페달 포인트는 A♭장조의 딸림음인

E♭음이다. 이 곡에서 처음으로 장조의 조성이 출현하여 안개가 걷히는 느낌

을 준다.

<악보 12> 제1곡 마디 49-51, 64-65, 73-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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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민 정82

<악보 13>에서 제2곡의 마디 1-4의 A주제는 반음과 하행 3도 및 쉼표로

이루어졌다. 이는 마디 17에서 32분 음표로 축소되고, A주제의 3도 병행 대

신 A♭페달 포인트 위에 두 성부가 단편적인 음형으로 피아니시시모(ppp)에서

독립적으로 움직인다. 쉼표위에 페르마타가 세 번 등장하면서 마치 비현실적

인 세계로 이동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 또한 마디 17의 단편적인 주제 음형은

마디 28에서 마디 선을 넘어 연속되는 32분 음표 오스티나토로 발전하여 끊

임없이 움직이는 모습은 불안함과 조급함을 나타낸다. 이는 마디 72-74에서

옥타브 중복으로 확장되어 불안한 감정이 증폭되어 나타난다.

<악보 13> 제2곡 마디 1-4, 17-19, 28-30, 72-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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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나체크의 ≪안개 속에서≫ 연구 83

제2곡에서 B주제에 사용된 4음 동기는 다른 템포로 세 번 전개된다. <악보

14>의 마디 30에서는 프레스토(Presto)로 증2도를 포함하여 한 음씩 힘주어

말하듯이 4음 동기가 사용되었다. 마디 51에서는 그라베의 느린 템포로 2마

디에 걸쳐 4분 음표로 진행하는 왼손 위에 4음 동기가 엇박자로 제시된다. 이

때, 음정관계를 확장 및 축소하면서 높은 음역으로 질주하며 프레스토에 이르

기까지 흥분된 모습을 보인다. 코다 부분인 마디 86의 아다지오(Adagio)에서

는 4음 동기가 쉼표로 한 음씩 분리되어 정제된 모습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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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민 정84

<악보 14> 제2곡 마디 30, 51-52, 86-87

<악보 15>에서 제3곡 B주제에 나타난 돌렌테(dolente), 아파시오나토

(appassionato)의 모티브는 제4곡에서 빠른 템포의 비보(Vivo) 및 포르테시

모와 에스프레시보로 더욱 더 거칠어진 감정으로 나타난다. 제3곡의 완전 5도

하행 음정은 제4곡에서 단3도 하행 음정으로 변형되고, 제3곡의 B단3화음은

제4곡에서 A#감3화음으로 변형된다. 제3곡에서 물결모양 오스티나토는 제4곡

에서 3옥타브에 걸친 빠르고 강한 하행 불협화적인 아르페지오(arpeggio)로

변형된다. 또한 이 때 스포르찬도로 강조되는 페달 포인트 E음은 D♭단조로

이 곡을 마무리 하는 F♭음과 이명동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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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나체크의 ≪안개 속에서≫ 연구 85

<악보 15> 제3곡 마디 37-40과 제4곡 마디 121-122

<악보 16>의 제4곡 B주제 선율은 A♭-F♭으로 움직이는 페달 포인트를 가

지고 있다. 마디 64에서 B주제 선율은 왼손의 셋잇단 음형에서 불규칙적이며

자유로운 리듬으로 숨어 있다. 이 때 오른손은 ‘C-B♭-A♭-F♭-D♭’의 오스티

나토가 3옥타브에 걸쳐 나오며 이는 B주제 선율이 약간 변형된 것이다.

<악보 16> 제4곡 마디 58-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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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민 정86

<악보 17>에서 제시된 B주제 선율은 마디 77에서 4성부 화음으로 등장한

다. 오른손 화음선율은 왼손의 E♭페달 포인트 위에서 몰토 페잔테(molto

pesante)로 무겁게 진행된다. 마디 82에서는 이 4성부 화음에 나오는 F♭음과

페달 포인트인 E♭음이 단2도 충돌하여 불협화적인 화음을 구성하고 오른손에

서 B주제 선율이 변형된 아르페지오 오스티나토가 등장하면서 불협화가 더욱

심화된다.

<악보 17> 제4곡 마디 77-84

Ⅲ. 결론

본 연구는 야나체크의 자서전적인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는 ≪안개 속에서≫를

통하여 야나체크의 독특한 음악언어를 살펴보았다. 1912년에 작곡된 ≪안개

속에서≫는 총 4곡의 소품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D♭단조에서 시작하여 D♭단

조로 끝나는 하나의 유기적 구조를 가지고 있다. 제1곡과 제3곡은 서정적인

선율과 안정적인 흐름을 가진 반면, 제2곡과 제4곡은 이와 대조적으로 잦은

템포의 변화와 변박의 사용으로 즉흥적인 성격을 보인다. 또한 이 곡에서 IV

화음인 G♭장3화음은 제1곡과 제3곡, 제4곡에서 중요한 요소로 사용되었다.

제3곡과 제4곡에서 사용된 순환동기는 이 두 곡을 연결시키는 역할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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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나체크의 ≪안개 속에서≫ 연구 87

피아노 음악의 짜임새에서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페달 포인트는 제1곡과 제4

곡에서 유사한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이는 결과적으로 유사한 화성 진행을

전개시켜 4곡 전체의 안정감과 통일성에 기여하였다

중심조성인 D♭조성 안에서 F음과 F♭음의 혼재로 인한 장⋅단조의 모호한

사용은 곡 전체의 심리적 변화를 이끌어 가며, 특히 안개를 상징하는 F♭음은

이명동음인 E음으로 출현하기도 하여 제1곡, 제2곡, 제4곡에서 곡의 분위기를

나타내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또한 이명동음을 통한 전조와 악구 연결은

올림표(#)조성과 내림표(♭)조성을 대립시킴으로써 섬세한 색채 변화뿐만 아니

라 서로 다른 화성들이 내포하고 있는 다른 감정들을 표현하였다. 야나체크가

말했듯이 사람의 감정 표현이 매일 달라지는 것처럼 선율의 갑작스런 분위기

전환, 짧은 모티브의 반복 및 변화는 시시각각 변화하는 감정과 기분을 묘사

하기 위한 것이다. 이 작품의 선율과 모티브 전개에서 극적으로 변화하는 선

율의 성격은 낭만주의의 주제 변형 기법을 연상시키며, 이러한 다양한 성격변

화는 곡 전체의 음악적 흐름을 주도하는 원동력을 제공하였다.

내면의 깊은 슬픔과 고뇌를 표현한 ≪안개 속에서≫는 감정에 직접적으로 호

소하는 화음이 주는 인상과 심리적 변화를 곡 전체에 걸쳐 사용하였으며, 살아있

는 삶과 영혼을 그의 음악에 반영하고자 한 야나체크의 고백이 담긴 작품이다.

한글검색어: 레오시 야나체크, 안개 속에서, 유기적 구조, 이명동음 기법

영문검색어: Leoš Janáček, In the Mists, Organic Structure, Enharmonic

Techniq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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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민 정88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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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ckerman, Michael Brim. Janáček as Theorist. New York: Pendrag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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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나체크의 ≪안개 속에서≫ 연구 89

국문초록

야나체크의 ≪안개 속에서≫ 연구

이 민 정

야나체크(Leoš Janáček, 1854-1928)의 ≪안개 속에서≫는 작곡가로서 암울

한 시기의 심정을 잘 반영한 4곡의 명상적인 소품으로 이루어져 있다. D♭단

조를 중심조성으로 각 곡의 성격, 페달 포인트 구조, IV화음, 순환 동기의 사

용으로 유기적 구조를 가지고 있다. 또한 F음과 F♭음의 혼용으로 장⋅단조의

모호한 사용은 곡 전체에 심리적 변화를 이끌어가며, 이명동음을 통한 전조와

악구 연결은 서로 다른 화음이 주는 감정을 대비시켰다. 야나체크는 자신의

마지막 피아노 작품인 ≪안개 속에서≫에서 짧은 모티브의 전개와 갑작스런

선율의 분위기 전환을 통하여 순간적으로 변화하는 감정의 경험을 음악으로

표현하고자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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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민 정90

Abstract

A Study of Janacek’s In the Mists

Lee, Min Jung

In his last piano solo piece, In the Mists, Leoš Janáček (1854-1928)

reflects his tragic life events as well as personal struggles as a

composer. Composed of four contemplative pieces, In the Mists

shows one organic structure in D-flat minor connected by

characters, pedal point progressions, a cyclic motive, and the

fourth connection. Entangled major-minor mode between F and

F-flat evokes abrupt psychological change. Enharmonic technique

contrasts the mood of different chords. Motivic development and

the change of mood expresses the kaleidoscopic human emotions.

[논문투고일: 2020. 03. 05]

[논문심사일: 2020. 03. 19]

[게재확정일: 2020. 03.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