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베르트의 다시쓰기mrc.hanyang.ac.kr/wp-content/jspm/30/jspm_2013_30_01.pdf · 2020.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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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音樂論壇 302013 한양대학교 음악연구소 201310, 1-22한양대학교 슈베르트의 다시쓰기 Op. 92 의 수정을 통해 살펴보는 슈베르트의 오푸스 콜렉션 정 이 은 (서울대학교) 1821년은 24살의 프란츠 슈베르트에게 있어서 기념비적인 한 해였다. 1821년 슈 베르트는 자신의 첫 공식 출판작품, 마왕(Erlk¨ onig, D328)으로 세상에 자신 의 이름을 알렸다. 다시 말해서 마왕은 그의 Op. 1이 된 것이다. 곧 슈베르 트는 마왕으로 유래없는 성공을 거두었고, 이 성공은 슈베르트에게 리트 작 곡가로서의 명성과 함께, 수많은 연주기회와 출판의 기회를 안겨다 주었다. 이 출판되기 이전까지 슈베르트는 19세기 초 비엔나에서 거의 무명 작곡가 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마왕이 출판으로 성공을 거두기까지 슈베르트가 겪어야 했던 수많은 우여곡절은 그다지 널리 알려지지 않은 듯하다. 아무도 그 가 작곡한 노래에는 관심이 없었고, 기꺼이 이 무명 작곡가의 작품을 출판하려 는 업자도 없었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슈베르트의 Op. 1마왕1815에 작곡된 작품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마왕이 작곡된 시점과 출판 된 시점에는 6년이라는 간극이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마왕이 출판 되기 전까지 세 차례나 수정이 되어서 네 개의 다른 버전으로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지 않다. 슈베르트가 출판에 성공한 마왕의 버전은 출판된 해에 만들어진, 즉 출판을 위해서 다시 쓰여진마지막 버전이었다. 슈베르트가 마왕으로 거둔 성공은 1821년 한 해 동안 연이은 출판물로 입증이 된다. 이 한 해 동안 슈베르트의 오푸스 번호(opus number)7개로 늘 어났다. 마왕의 출판으로 거둔 성공을 이어가기 위해 슈베르트가 Op. 2택한 작품은 물레잣는 그레첸(Gretchen am Spinnrade, D114)이었다. 이 경우 슈베르트는 마왕보다도 한 해 전인 1814, 7년 전 작곡한 작품을 택했 . 출판에 있어서 이러한 회고적인 모드는 슈베르트의 때 이른 죽음인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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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

    �音樂論壇� 30집 ⓒ 2013 한양대학교 음악연구소2013년 10월, 1-22쪽 한양대학교

    슈베르트의 다시쓰기

    Op. 92의 수정을 통해 살펴보는 슈베르트의 오푸스 콜렉션

    정 이 은

    (서울대학교)

    1821년은 24살의 프란츠 슈베르트에게 있어서 기념비적인 한 해였다. 1821년 슈

    베르트는 자신의 첫 공식 출판작품, 《마왕》(Erlkönig, D328)으로 세상에 자신

    의 이름을 알렸다. 다시 말해서 《마왕》은 그의 Op. 1이 된 것이다. 곧 슈베르

    트는 《마왕》으로 유래없는 성공을 거두었고, 이 성공은 슈베르트에게 리트 작

    곡가로서의 명성과 함께, 수많은 연주기회와 출판의 기회를 안겨다 주었다. 《마

    왕》이 출판되기 이전까지 슈베르트는 19세기 초 비엔나에서 거의 무명 작곡가

    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마왕》이 출판으로 성공을 거두기까지 슈베르트가

    겪어야 했던 수많은 우여곡절은 그다지 널리 알려지지 않은 듯하다. 아무도 그

    가 작곡한 노래에는 관심이 없었고, 기꺼이 이 무명 작곡가의 작품을 출판하려

    는 업자도 없었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슈베르트의 Op. 1인 《마왕》이 1815년

    에 작곡된 작품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즉 《마왕》이 작곡된 시점과 출판

    된 시점에는 6년이라는 간극이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마왕》이 출판

    되기 전까지 세 차례나 수정이 되어서 네 개의 다른 버전으로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지 않다. 슈베르트가 출판에 성공한 《마왕》의 버전은

    출판된 해에 만들어진, 즉 출판을 위해서 “다시 쓰여진” 마지막 버전이었다.

    슈베르트가 《마왕》으로 거둔 성공은 1821년 한 해 동안 연이은 출판물로

    입증이 된다. 이 한 해 동안 슈베르트의 오푸스 번호(opus number)는 7개로 늘

    어났다. 《마왕》의 출판으로 거둔 성공을 이어가기 위해 슈베르트가 Op. 2로

    택한 작품은 《물레잣는 그레첸》(Gretchen am Spinnrade, D114)이었다. 이 경우

    슈베르트는 《마왕》보다도 한 해 전인 1814년, 즉 7년 전 작곡한 작품을 택했

    다. 출판에 있어서 이러한 “회고적인 모드”는 슈베르트의 때 이른 죽음인 1828

  • 2 정 이 은

    년까지도 계속되었다. 게다가 Op. 3의 출판부터 슈베르트는 몇 작품을 하나의

    그룹으로 묶어서 출판하기 시작한다. 때로는 한 작품만 단독으로 출판되는 경우

    도 있었으나, 많은 경우 적게는 두 곡에서 많게는 네 곡이 하나의 출판물에 함께

    묶여서 출판되었다. 이 출판물들은 때로 각기 다른 시인들의 시에 붙여진 노래

    들로 함께 묶이는 경우도 있었지만, 어떤 경우에는 한 시인의 세팅에 할애되기

    도 했다. 이렇게 한꺼번에 묶여서 오푸스 번호를 달고 출판된 작품집을 일컬어

    본 논문은 “오푸스 콜렉션”(opus collection)이라고 정의하기로 한다. “오푸스

    콜렉션”이라고 하면 오푸스 번호를 붙은 모든 성악, 기악 작품집을 일컫지만, 슈

    베르트가 살아 있을 동안 만들어진 출판물들은 대부분이 리트 콜렉션(Lied

    collection)이었고, 본 논문의 주된 관심사는 성악 작품이기 때문에 본 논문에서

    는 “오푸스 콜렉션”을 한 작품집 안에 한 곡 이상의 리트들을 모아서 출판한 모

    음집에 한정하여 사용하기로 한다.1 출판이 작곡가로서 자신의 음악을 세상에

    알리는 가장 중요한 수단이었던 이 시기에, 함께 묶여진 곡들 사이의 음악적, 시

    적 연관성을 살펴보는 작업은 이런 점에서 학문적인 호기심을 자극한다.

    그러나 학자들은 슈베르트의 오푸스 콜렉션을 이해하는 데에 있어서 이견을

    보여왔다. 몇몇 학자들은 슈베르트의 오푸스 콜렉션이 작곡가가 세심하게 고른

    작품들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주장한 반면, 어떤 학자들은 이것이 작곡가의 의견

    과 상관없이 출판업자가 임의로 만든 것이라고 주장해왔다.2 후자의 의견이 우

    세해왔던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결정적인 이유는 슈베르트의 오푸스 넘

    1 여러 곡을 모아놓은 작품을 일컫는 말인 콜렉션(collection)은 때로는 그것을 구성하는 작품들 간의 연관관계가 희박한 경우를 일컫는 말이기도 하다. 즉 이 경우 콜렉션의 반대말은 멀티-피스(multi-piece) 혹은 노래의 경우 연가곡집(song-cycle)이 될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Jonathan Dunsby, “The Multi-Piece in Brahms: Fantasien Op. 116,” in Brahms: Biographical, Documentary and Analytical Studies, ed. Robert Pascall (Cambridge: Cambridge University Press, 1983), 167-90을 참조할 것.

    2 전자의 의견을 가진 글들은 다음과 같다: Eusebius Mandyczewski (ed.), ‘Vorwort,’ Franz Schuberts Werke, Serie XX (Leipzig: Breitkopf & Härtel, 1894–97), v; Walther Dürr, “Die Lieder-Serie der Neuen Schubert-Ausgabe,” Musica 40 (1986), 28–30; John Daverio, “The Song Cycle: Journey Through a Romantic Landscape,” in German Lieder in the Nineteenth Century, ed. Rufus Hallmark (New York: Schirmer Books, 1996), 286; Robert Winter, et al. “Schubert, Franz,” in Grove Music Online. Oxford Music Online, http://www. oxfordmusiconline.com/subscriber/article/grove/music/25109pg2 (accessed August 18, 2013). 반면, 후자의 의견을 주장하는 글들은 다음과 같다: Ernst Hilmar and Margret Jestremski (eds.), Schubert Lexikon (Graz: Akademische Druck- u. Verlagsanstalt, 1997), 331; Ernst Hilmar, “'Authentische' Opuszahlen in Schubert Werk?’,” Schubert durch die Brille 18 (1997), 8–13; Richard Kramer, Distant Cycles: Schubert and the Conceiving of Song (Chicago: Chicago University Press, 1994), 6–12; Martin Chusid, “Review: Neue Ausgabe sämtlicher Werke, Ser. IV: Lieder, Bd. 7,” Notes 26/4 (1970), 825–27; Richard Kramer, “Review: Neue Ausgabe sämtlicher Werke, Ser. IV: Lieder, Bd. 5,” Notes 43/3 (1987), 669–72.

  • 슈베르트의 다시쓰기 3

    버가 작곡가의 사후에도 계속 만들어져 왔던 데에 있다.3 슈베르트가 죽은 후 슈

    베르트의 미출판 작품들을 입수하고 그 작품들을 출판하는 일을 넘겨받은 슈베

    르트의 형, 페르디난트 슈베르트(Ferdinand Schubert, 1794-1859)는 출판업자들

    과 함께 슈베르트의 작품을 출판하는 일을 하면서 슈베르트가 살아있을 때와 마

    찬가지로 몇몇 작품들을 묶어서 출판하는 일을 계속했다. 그 결과 슈베르트의

    오푸스 넘버는 그의 사후에도 계속 해서 늘어갔고, 이것은 다시 슈베르트의 오

    푸스 넘버가 작곡가의 의도와는 전혀 상관없는, 페르디난트와 출판업자들의 작

    업 결과물이라는 인상을 남기게 되었다. 그 결과 슈베르트의 오푸스 넘버는 연

    주회장에서나, 학계에서도 “잊혀진” 문제가 되어 버린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문제에 반기를 든 것은 �새로운 슈베르트 전집�(Neue Schubert

    Ausgabe)이었다.4 새로운 슈베르트 전집은 작곡가 브람스가 참여하여 유명해진

    첫 번째 슈베르트 전집과 전혀 다른 편집 방향을 취하고 있다. 슈베르트의 탄생

    100주년을 즈음하여 만들어지기 시작한 첫 번째 슈베르트 전집의 리트 부분은

    슈베르트의 모든 리트들을 연대기 순으로 엮는 구성을 취했다.5 이와 비슷하게

    슈베르트 연구에 기념비적인 역할을 한 오토 에리히 도이치(Otto Erich

    Deutsch, 1883-1967)가 1951년에 만든 슈베르트 카탈로그는 기존의 연대기적 구

    성을 수정, 보완한 작업이었다.6 그러나 1969년부터 시작된 �새로운 슈베르트 전

    집�의 리트 에디션에서는 슈베르트가 살아 있을 동안 출판한 오푸스 콜렉션을

    작곡가의 “최종 의도를 반영한 판본”(Fassung letzter Hand)이라고 주장함으로

    써 기존의 슈베르트 전집의 구성에 새로운 파장을 몰고 왔다.7 �새로운 슈베르트

    전집�에서 슈베르트의 리트들은 먼저 오푸스 번호 순서대로 정렬된 다음, 오푸

    스 번호가 없는 나머지 작품들은 작곡된 연대순으로 배열되어 있다.8 오푸스 번

    3 슈베르트의 사후에 출판된 리트들은 그가 죽은 이후 리트 작곡가로서의 슈베르트의 명성을 확립하는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1828년 그가 죽은 시점으로부터 1894년 첫 번째 슈베르트 리트 전집이 나오기까지 슈베르트의 사후에 미출판 상태로 있다가 새로이 출판된 작품의 수는 305곡에 이르렀다. Maurice J. E. Brown, “The Posthumous Publication of the Songs,” in Essays on Schubert (London: Macmillan, 1966), 269.

    4 Walther Dürr (ed.), Schubert: Neue Ausgabe sämtlicher Werke, Serie IV (Kassel: Bärenreiter, 1969–).

    5 Eusebius Mandyczewski (ed.), Franz Schuberts Werke: Kritisch durchgesehene Gesamtausgabe, Serie XX (Leipzig: Breitkopf & Härtel, 1894–97).

    6 Otto Erich Deutsch (in collaboration with Donald R. Wakeling), Schubert: Thematic Catalogue of All His Works in Chronological Order (New York: W. W. Norton, 1951).

    7 �새로운 슈베르트 전집�은 기본적으로 작품의 연대기적 배열은 원칙으로 하고 있다. 다만 리트 에디션만은 출판본을 “작곡가의 최종 의도을 반영한 판본”으로 간주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새로운 슈베르트 전집�의 홈페이지를 참조할 것: http://www.schubert-ausgabe.de (accessed August 18, 2013).

  • 4 정 이 은

    호와 연대기 순서가 뒤섞인 구성인 것이다.

    본 논문은 �새로운 슈베르트 전집�이 제안한 대로, 슈베르트의 작품을 오푸

    스 번호의 단위로 다시 읽어봄으로써 우리가 슈베르트로부터 새롭게 발견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를 탐색해보려 한다. 이를 위해서 선택한 오푸스 번호는 모

    두 괴테의 시에 붙여진 세 곡의 노래들로 구성된 Op. 92이다.

    괴테는 슈베르트가 평생에 걸쳐 관심을 가지고 있던 시인이었다. 특히 젊은

    시절 슈베르트는 집중적으로 괴테의 시에 음악을 붙였고, 심지어는 그의 시에

    붙인 음악들로 두 권의 괴테 노래집을 출판하려 시도했었다. 또한 세 곡의 괴테

    세팅, 즉 《마부 크로노스에게》(An Schwager Kronos, D369), 《미뇽에게》(An

    Mignon, D161), 《가니메드》(Ganymed, D544)를 한 데 엮은 Op. 19는 괴테에게

    직접 헌정되기도 했다.9 이러한 점에서 슈베르트가 죽던 해에 출판된 Op. 92에

    서 그가 다시 괴테의 작품들로만 오푸스 콜렉션을 구성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한

    사실이다. 한 시인의 작품들로만 하나의 출판물을 구성함으로써 우리는 이 콜렉

    션을 구성하는 세 곡 사이의 연계점을 찾아볼 수 있는 더 좋은 기회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Op. 92를 구성하는 세 곡이 음악적으로 얼마나 응집

    되어 있는지를 살펴봄으로써 궁극적으로는 이 오푸스 콜렉션이 별다른 상관 관

    계가 없는 여러 작품들을 모아놓은 단순한 모음집(collection)에 지나지 않는지,

    혹은 시적으로나 음악적으로 매우 응집되어 있는 (작은 규모의) “연가곡

    집”(song cycle) 혹은 멀티피스(multi-piece)에 가까운지를 탐색해볼 수 있을 것

    이다.10

    슈베르트의 Op. 92

    슈베르트의 Op. 92는 슈베르트가 죽던 해에 출판된 마지막 괴테의 시에 의한

    콜렉션이다. 이 콜렉션은 세 곡의 리트, 《뮤즈의 아들》(Der Musensohn, D764),

    8 리트의 경우, 슈베르트가 살아있을 동안 출판된 오푸스 번호가 붙은 곡은 190곡에 달하며, 59개의 컬렉션에 달하고 있다.

    9 정이은, “가니메드의 재해석: 슈베르트 Op. 19의 재구성,” �음악이론연구� 14 (2009), 91-110.

    10 서로 연관이 없는 노래들을 한 곳에 모아놓은 단순한 “노래 모음집”(song collection)과 음악적으로, 가사적으로 서로 응집된 전체를 이루는 “연가곡집”(song cycle)은 서로 대비되는 개념으로 쓰인다. 19세기 연가곡집을 연구하는 학자들에게서 시작된 이 두 개념은 완전히 상반되는 개념이라기보다는 정도의 차이에서 비롯되는 개념이라고 이해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연가곡”에 대한 개념이 슈만의 연가곡집을 모델로 하여 만들어졌음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따라서 슈만의 연가곡보다 먼저 만들어진 슈베르트의 리트 모음집을 살펴보는 것은 시기상으로 나중에 만들어진 개념을 그 이전의 작품들에 적용하는 위험을 안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두 개념은 하나의 노래 모음집의 응집성을 개념화하는 데에 유용하므로, 본 논문은 이 두 개념을 노래 모음집의 응집성을 분석하는 도구로서 사용했다.

  • 슈베르트의 다시쓰기 5

    《호수에서》(Auf dem See, D543), 《영혼의 인사》(Geistes-Gruss, D142)로 구성

    되어 있다. 아래의 에서 우리는 Op. 92를 구성하는 세 곡이 여러 개의

    버전으로 이루어져 있음을 볼 수 있다. 특히 마지막 곡이자 가장 먼저 작곡된

    곡인 《영혼의 인사》가 무려 여섯 개의 버전으로 존재한다는 사실은 슈베르

    트의 작곡 실제에 대한 새로운 측면을 말해준다. 슈베르트는 베토벤 못지않게

    자신의 작품에 대해 심사숙고하며 여러 번의 수정작업을 거치는 작곡가였던

    것이다. 이러한 이미지는 어느 날 카페에 앉아 메뉴판 뒤에 머리에서 흘러나오

    는 대로 리트를 써내려간 작곡가, 슈베르트의 이미지와는 반대되는 것이기도

    하다. 또한 《영혼의 인사》가 처음 작곡되었던 1816년부터 이 곡이 출판되었

    던 1828년까지 무려 12년의 시간이 걸렸음을 감안할 때, 여섯 번의 다시쓰기

    작업은 슈베르트에게 이 곡이 지닌 중요성을 말해주는 듯하다. 또한 이 콜렉션

    의 두 번째 노래인 《호수에서》 역시 1816에 쓰여진 작품이라는 점에서 Op.

    92는 슈베르트의 다른 오푸스 콜렉션과 마찬가지로 확실히 회고적인 관점을

    견지하고 있다.

    순서 제목 버전 조성 날짜

    1 《뮤즈의 아들》1번째 Ab장조 1822년 12월

    2번째 (출판) G장조 1828년 7월(추정)

    2 《호수에서》1번째 E장조 1817년 3월

    2번째 (출판) Eb장조 1828년 7월 (추정)

    3 《영혼의 인사》

    1번째 Eb/Gb장조 1816년 3월

    2번째 Eb/Gb장조 1816년 3월 혹은 4월

    3번째 D/F장조 1820년 혹은 1821년?

    4번째 Eb/Gb장조 1821년 11월

    5번째 Eb/Gb장조 1821년에서 1823년 사이

    6번째 (출판) E/G장조 1828년 7월 (추정)

    Op. 92을 구성하는 세 곡의 각기 다른 버전들

    조성의 배치

    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Op. 92의 세 곡 중에서 《호수에서》와 《영혼

  • 6 정 이 은

    의 인사》는 모두 상대적으로 슈베르트의 초기작에 속한다. 이 두 곡은 작곡된

    시점으로부터 출판에 이르기까지, 각각 11년과 12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렸다.

    Op. 92의 세 곡 모두 처음에 작곡된 버전과 최종적으로 출판된 버전 사이의 눈

    에 띄는 차이점은 바로 “조성”이다. 오로지 두 개의 다른 버전으로만 되어 있는

    첫 두 곡에서 두 버전 사이의 차이점도 조성이라는 점은 조성이 이 세 곡을 하나

    의 작품집 안에 묶는 데에 있어서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첫 번째 곡 《뮤즈의 아들》과 두 번째 곡 《호수에서》 모두 출판된 버전

    은 각 곡의 첫 번째 버전보다 반음이 낮다. 마찬가지로, 《영혼의 인사》의 조성

    은 마지막 버전에서 반음이 올라간 채로 출판되었다. 따라서 조성의 배치는 이

    세 곡을 엮는 데에 있어서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이러한 조성 배치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영혼의 인사》의 조성이 최종

    출판본에서 Eb/Gb장조로부터 E/G장조로 바뀜으로써 Op. 92를 시작하는 곡인

    《뮤즈의 아들》의 시작 조성과 Op. 92의 마지막 곡인 《영혼의 인사》의 마침

    조성이 같아지게 되었다는 사실이다(악보 1). 그 결과 Op. 92는 마치 다악장의

    작품에서 첫 악장과 마지막 악장의 조성이 동일한 것과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여기에서 유의해야 할 사실은 슈베르트가 분명하게 하나의 싸이클 작품

    으로 구성했던 연가곡집 《아름다운 물레방앗간의 아가씨》(Die schöne M

    üllerin, Op. 25)에서조차 연가곡집을 시작하는 조성과 끝나는 조성 사이에는 눈

    에 띄는 연관 관계를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다.11 그러나 우리는 Op. 92를 구성

    하는 세 곡의 노래가 조성이 바뀌는 과정을 통해서 조성적인 응집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변해갔다고 말할 수 있다. 또한 이것이 각기 다른 시기에 작곡된 세

    작품 간의 음악적 응집력을 성취할 수 있는 손쉬운 방법 중 하나였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11 물론 이것은 슈만의 시대까지 비평가들이 연가곡으로부터 기대했던 것이 하나의 연가곡집 전체의 유기체적 통일성이 아니라 연가곡을 이루는 개개의 곡들의 다양성과 차별성이었다는 사실에서 비롯된 결과물일 수도 있다. 이에 대해서는, Barbara Turchin, “Robert Schumann’s Song Cycles in the Context of the Early Nineteenth-Century Liederkreis” (Ph.D Diss., Columbia University, 1981)을 참조할 것. 한편 어떤 학자들은 슈베르트의 《아름다운 물레방앗간의 아가씨》에서도 계획된 조성배치를 발견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즉 《아름다운 물레방앗간의 아가씨》의 첫 번째 곡과 마지막 곡을 전체 연가곡집의 전주곡과 후주곡으로 간주하면 나머지 곡들의 조성은 G음을 으뜸음으로 하는 조성배치를 따르고 있다는 것이다: Turchin, “Robert Schumann’s Song Cycles,” 192–94; Ruth Bingham, “The Early Nineteenth-Century Song Cycles,” in The Cambridge Companion to Lied, ed. James Parsons (Cambridge: Cambridge University Press, 2004), 114.

  • 슈베르트의 다시쓰기 7

    1. 뮤즈의 아들 2. 호수에서 3. 영혼의 인사

    [악보 1] Op. 92의 조성배치

    이 세 곡의 조성 배치로부터 알 수 있는 다른 특징은 두 번째 곡 《호수에서》의

    조성으로 만들어지는 대비감이다. 원래 《호수에서》의 조성은 첫 번째 버전에

    서 E장조였으나, 이 곡은 출판된 버전에서 Eb장조로 바뀌었다. 만약 슈베르트가

    E장조를 《호수에서》의 조성으로 선택했다면 Op. 92의 세 곡은 모두 올림표

    (♯) 계열의 조성을 가지게 되었을 것이고, 《호수에서》와 《영혼의 인사》는

    같은 조성으로 시작하게 되었을 것이다. 이를 통해 이들 세 곡은 더욱 확실하게

    조성적 연속성을 가지게 되었을 것이다(악보 2). 그러나 슈베르트가 세 곡의 노

    래 중 중간에 끼인 곡인 《호수에서》의 조성으로 선택한 조성은 이어지는 노래

    보다 반음이 낮은 조성인 Eb장조였다.

    실제로 두 번째 곡 《호수에서》와 마지막 곡 《영혼의 인사》는 내용적으

    로 밀접하게 연결되는 것 같으면서도 정서적으로는 날카로운 대조를 이룬다.

    《호수에서》와 《영혼의 인사》 모두에서 시적 화자는 호수 위에서 배를 타

    고 있다. 그러나 《호수에서》의 마지막 부분에서 시적 화자는 자연을 관찰하

    며 삶에 대한 깨달음을 얻으면서 곡을 마감하는 반면, 《영혼의 인사》의 첫

    부분은 반주부의 트레몰로 음형을 통해서 초자연적 존재인 영혼(Geist)의 존재

    를 강렬하게 환기시키면서 곡을 시작한다. 만약 슈베르트가 《호수에서》의

    조성으로 E장조를 선택했다면, 우리는 이러한 강렬한 대비감을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1. 뮤즈의 아들 2. 호수에서 3. 영혼의 인사

    [악보 2] 만약 《호수에서》가 첫 번째 버전의

    조성(E장조)으로 출판되었다면?

    뿐만 아니라, 슈베르트는 《뮤즈의 아들》과 《영혼의 인사》에서 매우 특징적

  • 8 정 이 은

    인 전조를 사용하고 있다. 전체 다섯 개의 연으로 이루어진 《뮤즈의 아들》에

    서 시작 조성인 G장조는 B장조와 교대로 나타난다. 즉 새로운 연이 시작될 때마

    다 한 번은 G장조, 다음 번은 B장조로 이어지면서 전체 다섯 연으로 이루어진

    괴테의 시는 슈베르트의 곡에서 일종의 변형된 유절 형식을 취하고 있다. 흥미

    로운 것은 G장조와 B장조 사이에서 생기는 두 조성의 3도 관계가 Op. 92의 마

    지막 곡인 《영혼의 인사》에서 다시 등장한다는 점이다. 《영혼의 인사》는 E

    장조로 시작하여 “영혼”의 직접화법이 시작되는 부분에서 G장조로 전조한 다

    음, 원조로 돌아오지 않고 그대로 G장조에서 끝이 난다. 흥미롭게도 《영혼의

    인사》에서 E장조에서 G장조로 전조하기 직전에 등장하는 화음은 시작 조성인

    E장조의 딸림 화음인 B장3화음이다. 따라서 《뮤즈의 아들》에서 G장조와 병렬

    관계에 있는 조성인 B장조는 Op. 92의 마지막 곡인 《영혼의 인사》에서 다시

    G장조와의 직접적인 관계 속에서 다시 등장하고 있는 셈이다(악보 3).

    1. 뮤즈의 아들 3. 영혼의 인사

    [악보 3] 《뮤즈의 아들》과 《영혼의 인사》에서 나타나는 3도 관계의 전조

    형식적으로 보았을 때 이 두 노래의 중요한 지점들에서 발생하는 3도 관계의 전

    조는 자연스럽게 Op. 92의 세 곡 간의 공통음 관계(common-tone relationship)

    를 살펴보게 만든다. 《뮤즈의 아들》과 《호수에서》의 조성은 공통음 G를 통

    해 연결된다. 이 공통음은 실제 음악에서도 나타나는데, 《뮤즈의 아들》의 최종

    종지와 《호수에서》의 시작 부분의 최상성부는 G음을 공통음으로 하고 있다.

    이것은 3도 관계로 연결된 두 조성 G장조와 Eb장조와의 관계로부터 만들어진

    것이다. 따라서 3도 관계는 Op. 92의 세 곡을 연결하는 수단으로서 전체의 조성

    배치와 함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 슈베르트의 다시쓰기 9

    [악보 4] 《뮤즈의 아들》의 마지막 부분과 《호수에서》의 시작 부분

    《영혼의 인사》의 여섯 개의 버전

    《영혼의 인사》가 여섯 개의 다른 버전으로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은 슈베르트

    의 작품을 통틀어서도 이례적인 경우이다. 이 여섯 개의 버전들을 비교해봄으로

    써, 우리는 과연 무엇 때문에 슈베르트가 이 간단한 노래를 무려 여섯 번이나

    고치고 또 고쳤는지를 살펴볼 수 있다. 슈베르트가 집중적으로 수정했던 부분은

    다름 아닌 노래의 전반부였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곡의 후반부는 그다지 눈에

    띄는 수정사항이 보이지 않는다. 즉 3도 관계의 두 개의 조성으로 이루어진 《영

    혼의 인사》의 두 부분에서 전조가 이루어지기 바로 전까지가 바로 슈베르트로

    하여금 계속 곡을 수정하도록 만든 요인이었던 것이다. 특히 슈베르트의 주된

    관심사는 3도관계로 떨어져 있는 두 조성, Eb장조와 Gb장조(세 번째 버전에서

    는 D장조/F장조, 출판된 버전에서는 E장조/G장조)를 어떻게 연결하느냐에 있

    었다. 그러면 슈베르트로 하여금 여섯 차례 다시쓰기를 하도록 만든 《영혼의

    인사》가 어떻게 수정되어 갔는지를 살펴보기 위해 이 곡의 전반적인 개요를 살

    펴볼 필요가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출판된 버전을 기준으로) 전체 33마디에 지나지 않는 짧

    막한 노래인 《영혼의 인사》는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두 부분은

    단3도가 떨어져있는 두 개의 조성으로 이루어져 있다. 노래의 전반부에서 시적

    화자는 3인칭 화법으로 노래의 시적 배경을 설명한다. 상황은 강을 바라보고 있

    는 한 고성(古城)의 탑에서 한 늙은 영웅의 영혼이 지나가는 배에 탄 사람들에

    게 말을 건다. 그러면 곡의 후반부에서 이 늙은 혼이 강에서 뱃놀이를 하는 사

  • 10 정 이 은

    람들에게 하는 이야기가 직접 화법으로 전해진다. 늙은 영웅의 혼의 직접 화법

    이 시작되는 순간, 음악은 새로운 조성으로 옮겨가서 전반부의 음산한 분위기

    에 방점을 찍는다. 따라서 이 곡에서 두 개의 조성 영역은 전반부와 후반부의

    다른 목소리, 즉 시적 화자와 늙은 영웅의 혼의 목소리를 구분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슈베르트는 이 곡을 작곡할 당시부터 시의 배경이 도입되는 전반부

    를 후반부를 위한 일종의 “레치타티보”로 생각하고 있었다. 이는 《영혼의 인

    사》의 여섯 개의 버전 중에서 처음에 만들어진 다섯 개의 버전에서 슈베르트가

    곡의 시작에 “recit.”라 표기한 것이 말해주고 있다(악보 5).12 작곡가가 전반부를

    “레치타티보”로 생각했다는 점에서 이 곡의 처음 다섯 개의 버전에서 전반부와

    후반부 사이의 위계는 분명해진다. 즉 슈베르트는 전반부를 후반부에 대한 일종

    의 도입부로 생각했음이 분명하다. 작곡가는 곡의 중심이 후반부에서 늙은 영혼

    이 전하는 이야기에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이는 여섯 개의 버전에서 전반부

    와 후반부의 길이를 비교해 보아도 분명하게 드러난다. 첫 번째 버전부터 네 번

    째 버전까지 전반부는 단 5마디로만 구성되어 있다. 다섯 번째 버전에서 한 마디

    가 더 추가되었을 뿐이다.

    따라서 가장 눈에 띄는 수정은 마지막 여섯 번째 버전, 즉 출판된 버전에서

    만들어진다. 슈베르트는 곡의 시작에 썼던 “레치타티보”를 “너무 느리지 않

    게”(Nicht zu langsam)라는 지시어로 고친다. 또한 길이상으로도 처음의 다섯

    개의 버전에서 6마디에 지나지 않았던 전반부의 길이를 무려 13마디로 늘였다.

    두 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그러면 마지막 버전에서 늘어난 부분들을 살펴본다

    면 이 곡의 마지막 버전과 나머지 버전들과의 차이는 보다 분명해질 것이다. 우

    선 눈에 띄는 차이점은 피아노 반주가 전반부 내내 지속되는 트레몰로 음형으로

    되어 있다는 점이다. 마지막 버전에서 새로 추가된 3마디의 피아노 전주는 다른

    버전에서 전혀 찾아볼 수 없는 것이다. 이와 비교해서 나머지 버전에서 피아노

    반주는 아무런 전주 없이 레치타티보의 첫 화음으로 바로 곡을 시작한다. 또한

    눈에 띄는 것은, 기존의 전반부 선율이 마지막 버전에서 2분 쉼표의 삽입을 통

    해 모두 조각으로 분절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모든 특징들은 곡 전체에서

    전반부가 차지하는 음악적인 중요성을 높이는 데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다시

    말해 슈베르트는 《영혼의 인사》의 마지막 수정에서 전반부와 후반부를 거의

    12 Walther Dürr, Arnold Feil, and Christa Landon (eds.), Franz Schubert: Thematisches Verzeichnis seiner Werke in chronologisher Folge von Otto Erich Deutsch, Neue Ausgabe sämtlicher Werke, Serie VIII, Band 4 (Kassel: Bärenreiter, 1978), 99.

  • 슈베르트의 다시쓰기 11

    동등한 음악적인 중요성을 갖도록 만드는 데에 초점을 두고 있었다. 이전 버전

    들에서 전반부가 가졌던 도입부적인 성격은 마지막 버전에서 새로 추가된 3마디

    의 피아노 반주의 트레몰로 음형을 통해 완전히 사라졌다.

    [악보 5] 《영혼의 인사》의 여섯 개의 버전

    또한 노래의 전반부의 마지막 마디 역시 슈베르트가 집중적으로 다시 쓴 부분이

    었다. 모든 버전에서 이 마지막 마디의 화음은 딸림화음이다. 최종 버전에서 이

    딸림화음은 노래의 후반부로 넘어가면서 으뜸화음으로 해결되지 않고 바로 전

    조가 된다. 그러나 처음부터 슈베르트가 그렇게 생각한 것은 아니었다. 슈베르트

    는 이 해결되지 않는 딸림화음으로 인한 불협화적인 속성을 해결하기 위해서 두

    번째 버전부터 다섯 번째 버전까지 전반부의 마지막 화음과 후반부의 첫 번째

  • 12 정 이 은

    화음 사이에 경과적 을 사용했다(악보 6). 이 화음을 사용함으로써 베이스 라

    인은 순차 진행을 하게 되었고, 갑작스러운 전조로 인한 화성적인 충격은 반감

    되었다. 두 번째 버전부터 다섯 번째 버전까지 성부를 쌓는 방법에 있어서 근소

    한 차이가 있긴 해도 경과적 를 통한 전조라는 기본적인 구조에는 아무런 변

    화가 없었다.

    (a) 첫 번째 버전

    (b) 두 번째 버전

    (c) 세 번째 버전

  • 슈베르트의 다시쓰기 13

    (d) 네 번째 버전

    (e) 다섯 번째 버전

    (f) 여섯 번째 버전 (출판본)

    [악보 6] 각각의 버전에서의 전반부와 후반부의 연결

    하지만 마지막 버전에서 슈베르트는 이 곡을 처음 썼을 때의 생각으로 돌아간

    다. 즉, 《영혼의 인사》의 마지막 버전에서의 곡의 전반부와 후반부를 연결하는

    방법은 그가 《영혼의 인사》을 처음 작곡했을 때처럼, 새로운 조를 위한 아무

    런 경과화음 없이 원조의 딸림화음을 유지하는 것이었다. 《영혼의 인사》의 후

    반부는 늙은 영웅의 혼이 “보아라!”(Sieh!)라는 명령어로 시작한다. D♮음에서

  • 14 정 이 은

    시작되는 이 단호한 명령으로써 노래를 듣는 우리는 비로소 이 영혼이 건네는

    이야기에 관심을 기울이게 된다. 한편 이 D♮음은 아무런 화음 없이 등장하지

    만, B단조의 화음을 암시하기도 한다. 이것은 앞서 전반부를 마치는 화음인 B장

    3화음과 대비를 이루면서 성부진행으로는 암시된 병행관계(parallel relation)를

    만들어낸다. 다만 《영혼의 인사》의 첫 번째 버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슈베르

    트가 전반부의 마지막 마디의 딸림화음을 한 마디 더 늘렸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전 버전들과 비교했을 때 전반부와 후반부는 더욱 명확하게 분리가 되는 효과

    를 낳았고, 동시에 노래 성부와 반주 성부의 완전한 휴지가 끝난 뒤 도입되는

    새로운 조성은 더욱 놀랍게 들리고 있다.

    변화하는 정체성

    죠셉 커먼(Joseph Kerman)은 《영혼의 인사》의 인사의 마지막 버전에서 새로

    만들어진 반주부의 트레몰로 음형이 슈베르트의 전형적인 후기 양식을 나타내

    고 있다고 지적한다.13 커먼은 슈베르트가 죽기 직전 마지막으로 작곡한 노래들

    을 모아놓은 노래집인 《백조의 노래》을 구성하는 노래들에서 이러한 트레몰

    로 음형이 화성적으로는 보조 화음의 사용과 함께 슈베르트의 가장 마지막 시기

    에 쓰여진 노래들의 음악적인 특징을 대표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앞에서 우리가

    살펴본 것처럼 《영혼의 인사》의 마지막 버전은 그 이전에 만들어진 버전과는

    분명하게 구분된다. 아마도 전형적인 슈베르트 후기 스타일의 반주 음형 때문에

    라도 우리는 《영혼의 인사》의 마지막 버전과 첫 번째 버전이 과연 같은 곡인

    가 하는 의문을 가지게 된다. 특히 《영혼의 인사》의 출판본이 이 곡의 나머지

    다섯 개의 버전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과연 《영혼의

    인사》의 마지막 버전은 그 이전 버전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세팅이 아닐까?

    그렇다면 우리는 현재 두 개의 슈베르트 비평판(critical edition) 전집 모두에서

    《영혼의 인사》의 출판된 버전이 다른 “세팅”(Bearbeitung; setting)으로 여겨

    지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다른 “버전”(Fassung; version)으로 취급되었다는 악

    보 편집자의 결정에 대해서 이의를 제기해야 할 것이다.14 이들 편집자들의 결정

    13 Joseph Kerman, “A Romantic Detail in Schubert's Schwanengesang,” in Schubert: Critical and Analytical Studies, ed. Walter Frisch (Nebraska: University of Nebraska Press, 1986), 54-56.

    14 “버전”과 “세팅”은 어떠한 작품의 개작의 정도를 일컬을 때 일반적으로 쓰이는 용어이다. “버전”이 피상적이고 단순한 수정을 지칭한다면, “세팅”은 한 시에 대한 완전한 새로 쓰기를 지칭하는 용어이다. 하지만 단순한 수정과 완전한 다시 쓰기 사이의 경계는 언제나 모호하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을 참조할 것: Lambert Sterling, Re-reading Poetry: Schubert’s Multiple Settings of Goethe (Woodbridge: Boydell Press, 2009). 4.

  • 슈베르트의 다시쓰기 15

    은 《영혼의 인사》의 마지막 버전이 이전 버전과 비교했을 때 전반적으로 선율

    과 화성이 비슷하기 때문에 이루어진 것이었다. 사실상 《영혼의 인사》의 마지

    막 버전은 불확실한, 실제로 정의내리기가 불가능한, “세팅”과 “버전”의 경계에

    있다고 하는 편이 낳을 것이다. 매우 독특한 다시 쓰기의 과정을 낳은 원인이

    된 Op. 92의 출판을 통해서 《영혼의 인사》는 “다른 곡들의 다시 쓰기와는 전

    혀 다르게 이례적으로 변형되었다.”15

    슈베르트의 자필본에 대한 연구에서 리쳐드 크레이머(Richard Kramer)는

    Op. 92가 출판을 통해 곡을 작곡할 당시에 가졌던 슈베르트의 생각을 왜곡시킨

    대표적인 예로 들고 있다.16 크레이머는 슈베르트의 오푸스 콜렉션(특히 리트 콜

    렉션)은 각각의 노래가 슈베르트의 손에 의해 작곡되었을 당시의 모습을 완전히

    가려버리고 있다는 점에서 “기만적”(deceptive)이라고 비판한다.17 크레이머의

    이러한 주장은 �새로운 슈베르트 전집�의 편집 방향에 대한 비판의 이유가 되기

    도 했다. 크레이머는 Op. 92의 첫 번째 곡인 《뮤즈의 아들》이 실제로 한꺼번

    에 작곡된 일련의 곡들을 담은 자필본의 첫 번째 곡임을 지적한다. 슈베르트는

    처음에 《뮤즈의 아들》을 작곡할 때 《멀리있는 연인에게》(An die Entfernte,

    D765), 《강가에서》(Am Flusse, D766), 《환영과 이별》(Willkommen und

    Abschied, D767)과 함께 《뮤즈의 아들》을 순서대로 작곡했다.18 크레이머는 순

    서대로 작곡된 이 네 곡의 리트가 애초에 하나의 연가곡(song cycle)으로 계획되

    었다고 주장했다. 그의 주장을 설득력 있게 만들어준 것은 이 네 곡이 모두 괴테

    의 시에 붙여졌다는 점, 그리고 이 네 곡 사이에 음악적인 연결성이 존재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즉 작곡가의 자필본 연구에 대한 크레이머의 연구는 《뮤즈의

    아들》을 작곡가의 손에서 탄생했던 바로 탄생의 시점으로부터 이 곡을 이해해

    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크레이머가 인정하고 있는 것처럼, 슈

    베르트의 말년에 《뮤즈의 아들》이 다른 두 곡의 노래와 함께 출판되었던 기회

    는 슈베르트로 하여금 Op. 92의 세 곡의 맥락에서 《뮤즈의 아들》을 다시 생각

    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었음에 분명하다. 따라서 Op. 92로 엮어진 세 곡

    의 조합은 애초에 슈베르트가 《뮤즈의 아들》을 작곡했을 때에 염두에 두고 있

    던 것과는 전혀 다른 무엇인가가 되었다. 또한 우리는 앞서 《영혼의 인사》가

    15 Kerman, “A Romantic Detail,” 54 (“Geistes-Gruss was transformed as few works ever were in their revisions”).

    16 Richard Kramer, Distant Cycles: Schubert and the Conceiving of Song (Chicago: Chicago University Press, 1994), 85–101; idem., “Distant Cycles: Schubert, Goethe and the Entfernte,” The Journal of Musicology 6/1 (1988), 3–21.

    17 Kramer, Distant Cycles, 6–7.

    18 Kramer, Distant Cycles, 6–7.

  • 16 정 이 은

    다섯 차례의 수정 과정을 거쳤을 때 더 이상 처음 작곡된 버전과 같은 작품이

    아니었음을 이미 살펴보았다. 이것은 크레이머가 한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것이 탄생된 시점으로 되돌아가야 한다는 기본적인 생각과는 매우 상충되는

    것이기도 하다. 결국 슈베르트는 그의 작품을 이해하는 데에 있어서 여러 가지

    의 모드를 제공하고 있는 셈이다. Op. 92를 구성하는 세 곡의 맥락에서 이 작품

    들이 어떤 순서로 배치되었는지, 또한 이 순서 속에서 어떤 새로운 음악적 내용

    을 제공하는지를 읽어봄으로써, 우리는 크레이머의 접근방식과는 전혀 다른 방

    법으로 이 곡들에 접근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우리는 슈베르트가 노래의 세부사항들을 “개선”(improvement)하기

    위해서 일련의 수정작업들을 했다는 크레이머의 주장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19

    슈베르트가 출판을 위해서 기존에 썼던 작품들을 수정했을 때, 그는 아티큘레이

    션, 표현기호, 음악의 특정 부분 등처럼 음악의 세부 사항을 가다듬은 것은 분명

    하다. 하지만, 이렇게 작품의 세부사항을 더 “개선”시키는 것이 새로운 버전을

    만들어 냈던 주된 이유였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슈베르트가 그 이외에도 여러

    가지 사항들을 고려했었을 것이라는 점을 Op. 92를 통해 생각해볼 수 있다. 특

    히 Op. 92의 최종 출판본에서의 조성 배치에서 살펴볼 수 있었던 것처럼 작품의

    세부사항의 “개선”은 작곡가가 출판 전 마지막 수정을 가한 유일한 이유는 아니

    었다. 특히 Op. 92의 경우, 슈베르트가 Op. 92의 세 곡을 수정했던 보다 중요한

    이유는 이 세 곡의 조성 배치와 관련해서 보다 조화로운 조합으로 세 곡을 엮기

    위함이었다.

    슈베르트가 한 곡의 작품을 출판하기까지 여러 번의 수정작업을 거쳤고, 그

    로 인해 한 곡에 대해서 다른 “버전” 혹은 다른 “세팅”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

    은 상대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슈베르트의 작곡관습이다. 하지만 우리는 한

    작품의 수정과정이 “출판본”이라는 최종적인 결과에 다다르기 위한 과정이라는

    목적론적인 관점에서 이 문제를 생각할 것이 아니라, 한 작품에 대해서 작곡가

    의 변화하는 생각을 반영하는 것이라는 입장에서 이 문제를 바라보아야 할 것이

    다. 간단히 말해서, 슈베르트가 살아있는 동안 출판된 곡들의 여러 개의 다른 버

    전(혹은 세팅)들의 존재는 각자 자신들의 자율적인 정체성을 요구하고 있다.

    * * * * * *

    슈베르트가 살아있는 동안 출판된 오푸스 콜렉션들은 여러 가지 의미에서 말 그

    19 Kramer, Distant Cycles, 7, 12.

  • 슈베르트의 다시쓰기 17

    대로 “잊혀졌다.” 비록 이 리트 콜렉션들은 그 단위 자체로 당시의 음악 간행물

    들에서 리뷰의 단위가 되긴 했어도, (《마왕》과 같이 한 곡이 단독으로 출판된

    경우를 제외한다면) 우리는 슈베르트가 살아있는 동안 이 콜렉션들이 출판된 구

    성 그대로 연주되었다는 역사적인 증거물을 가지고 있지 않다. 마찬가지로, 학계

    에서는 도이치의 카탈로그 번호나 옛 슈베르트 전집에서 차용한 “작품의 연대기

    적 배열 논리”가 오랫동안 권위를 가짐에 따라 슈베르트의 오푸스 번호들은 대

    개 잊혀질 수 밖에 없었다. 아마도 역사상 어떤 시점에서도 이 콜렉션들은 하나

    의 완결된 독립된 작품, 혹은 연주를 위한 하나의 단위로도 여겨진 적이 없었다

    고 말하는 편이 더 낳을 것이다. 게다가 이 오푸스 콜렉션들이 만들어지는 과정,

    다시 말해 개개의 곡이 만들어졌던 창조의 시점에서부터 다시 고쳐지고 엮여서

    출판업자의 손에 넘어가는 그 순간까지, 이 콜렉션들은 너무나도 많은 단계를

    거쳤기 때문에 그 모든 순간들의 궤적을 추적하기란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

    하고, 우리는 출판을 위해서 슈베르트가 과거에 작곡한 노래들을 엮는 과정이,

    다시 한 번 크레이머를 인용하자면, 슈베르트의 “싸이클 만들기 경향”

    (Schubert's propensity to cycle making; zyklische Verfahrensweise)을 드러내

    고 있음을 관찰하게 된다.20 하지만 이것은 곡이 탄생하는 순간이 작곡가의 의도

    를 반영하고 있는 것이라는 크레이머의 주장과는 또 다른 의미에서의 “싸이클

    만들기 경향”일 것이다.

    Op. 92를 통해 볼 수 있는 것처럼 슈베르트는 이전에 작곡했던 몇 개의 곡들

    을 엮는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이 작품들을 음악적으로 응집성있는 하나의 세

    트로 엮어냈다.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Op. 92를 이루는 세 곡의 곡들은 모두 다

    른 시기에 별도로 작곡된 곡들이다. 따라서 이 곡들 사이에 음악적, 가사적인 응

    집력이 존재할 리 만무하다. 그러나 슈베르트는 이 세 곡을 하나의 컬렉션으로

    엮어내면서 여러 가지 시도를 했다. 그 첫 번째 시도로서 슈베르트는 각 곡의

    조성을 바꾸어가면서 세 곡 사이의 조화로운 조성 배치를 시도했다. 컬렉션을

    시작하는 조성과 마치는 조성을 같게 한 결과, Op. 92의 세 곡은 조성적으로 응

    집력 있는 하나의 모음집이 되었다. 특히 Op. 92의 출판을 위한 다시 쓰기의 과

    정에서 《영혼의 인사》의 다시쓰기 작업은 원래의 곡을 완전히 다른 곡으로 바

    꾸어 놓았다. 다시 말해 과거의 작품을 출판하기 위한 다시쓰기의 과정은 과거

    의 작품을 작곡가로 하여금 기존의 곡을 새로운 시각에서 다시 바라보게 해 준

    20 크레이머는 이 어구를 Dietrich Berke, “Schuberts Liedentwurf 'Adend' D 645 und dessen textliche Voraussetzungen,” in Schubert-Kongreß Wien 1978: Bericht, ed. Otto Brusatti (Graz: Akademische Drunk- und Verlgsanstalt, 1979), 307에서 재인용하고 있다; Kramer, Distant Cycles, 11.

  • 18 정 이 은

    계기가 되었다. 따라서 슈베르트는 다시쓰기의 과정을 통해서, 기존의 곡의 조성

    을 바꾸는 과정을 통해서, 또한 한 작품집에 담기게 될 음악적, 가사적 연결고리

    들을 통해서 오푸스 콜렉션에 대한 독특한 구성 원리를 드러내고 있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슈베르트의 오푸스 콜렉션들은 그 자체로서 독특한 모드의 음악작

    품으로 존재하고 있다.

    한글검색어: 프란츠 슈베르트, 오푸스 콜렉션, 리트 콜렉션, 《뮤즈의 아들》

    (D764), 《호수에서》(D543), 《영혼의 인사》(D142), Op. 92, 요

    한 볼프강 폰 괴테, 슈베르트의 괴테 세팅, �새로운 슈베르트 전집�,

    슈베르트 비평판

    영문검색어: Franz Schubert, opus collection, Lied collection, Die Musensohn

    (D764), Auf dem See (D543), Geistes-Gruss (D142), Op. 92, Johann

    Wolfgang von Goethe, Schubert`s Goethe setting, Neue Schubert

    Ausgabe, Schubert critical edition

  • 슈베르트의 다시쓰기 19

    참고문헌

    정이은. “가니메드의 재해석: 슈베르트 Op. 19의 재구성.” �음악이론연구� 14

    (2009), 91-110.

    Bingham, Ruth. “The Early Nineteenth-Century Song Cycles.” In The

    Cambridge Companion to Lied. Edited by James Parsons (Cambrid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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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베르트의 다시쓰기 21

    국문초록:

    슈베르트의 다시쓰기

    Op. 92의 수정을 통해 살펴보는 슈베르트의 오푸스 콜렉션

    정 이 은

    1821년부터 슈베르트는 살아있을 동안 예전에 작곡한 3-4개의 리트들을 모아 출

    판하기 시작했고, 그렇게 출판된 작품에는 오푸스 번호가 붙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오푸스 콜렉션들은 1960년대 후반부터 『새로운 슈베르트 전집』이 만들어

    지기까지 슈베르트의 의도와 무관한 것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새로운 슈베

    르트 전집』이 슈베르트의 출판본을 리트 전집의 "작곡가의 최종 의도"로 선택

    함에 따라 슈베르트의 오푸스 콜렉션은 논란의 대상이 되어왔다. 본 논문은 각

    기 다른 시기에 작곡된 Op. 92를 구성하는 세 곡의 괴테 리트가 어떠한 과정을

    거쳐 하나의 응집성 있는 작품이 되었는지 살펴본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슈베

    르트가 Op. 92를 구성하는 세 곡의 노래의 조성을 바꾸었고, 특히 마지막 곡

    《영혼의 인사》를 대대적으로 수정함으로써 세 곡 사이의 연결고리를 만들어

    내려고 했음을 관찰하게 된다. 또한 이러한 출판을 위한 "다시쓰기"의 과정은 슈

    베르트로 하여금 기존의 곡들을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보게 함과 동시에 그의 오

    푸스 콜렉션을 독특한 모드의 독립된 음악작품으로 만들고 있다.

  • 22 정 이 은

    Abstract:

    Schubert's Rewriting: Reexamining Schubert's Opus Collection

    through His Op. 92

    Yi Eun Chung

    Since 1821, Schubert had begun to publish his Lieder; he usually collected

    three to four Lieder for publication, but there was a considerable time gap

    between the composition and the publication of those works. In addition,

    when they were finally published altogether, one opus number was alloted

    to the group of those Lieder. However, these opus-numbered Lied

    collections were considered irrelevant to the composerly intention, until new

    Schubert critical edition chose Schubert’s published opus collection,

    especially for the Lied volume, as the composer’s Fassung letzter Hand. Under

    this circumstance, Schubert’s opus collection, in particular, published Lied

    collection has been the controversial issue. This article reexamines this issue

    by exploring how Schubert’s Op. 92, which consists of three Goethe settings,

    achieved musical coherence. By investigating the tonal configuration and

    musical links between the three Lieder, and more importantly, how he

    revised previously composed Lieder, we can grasp that Schubert tried to

    make his Op. 92 musically coherent set. Schubert’s rewiring for publication

    allows us to approach his opus collection from the different perspective,

    and, at the same time, to grant his opus collection a unique mode of musical

    work.

    〔논문투고일: 2013. 08. 31〕

    〔논문심사일: 2013. 09. 25〕

    〔게재확정일: 2013. 09.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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