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취미는 조선공학 - pdf.snunews.compdf.snunews.com/2001/200108.pdf · 내 취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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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정년교수 인터뷰 2020년 2월 24일 월요일 | 내 취미는 조선공학 올해 정년을 맞이한 신종계 교수(조선해양공학 과)의 연구실에 들어서자 책장 한 쪽에 놓인 상패 가 눈에 띄었다. 신 교수는 세계 최초로 ‘엘머한 상’ 을 세 번 수상했다. 엘머한 상은 미국 조선학회에서 수여하는 설계생산 분야의 최고 논문상이다. 그는 2019년에 ‘모델 기반의 전산조선해석과 응용’에 관 한 논문으로 엘머한 상을 받았으며, 2001년과 2014 년에도 이 상을 수상했다. Q. 학교에서 ‘조선해양 생산공학’ 교과목을 개발했다. 어떤 강의인가? A. 공정 라인을 최적화함으로써 품질 좋은 선박을 최 대한 빠르게 만드는 방법을 배우는 수업이다. 강의를 위해 직접 강의 노트를 만들어 교재로 사용했다. 당시 선박 건조 과정을 최적화하는 기법은 대한조선학회를 비롯한 몇몇 학회의 책자에 소개돼 있었으나, 이를 체 계적으로 기술한 교재는 없었기 때문이다. 강의 노트 는 각종 발간물, 연구 결과물, 조선소 자료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그뿐만 아니라 매 학기 학생들의 의견과 강의 평가를 반영해 강의를 개선했다. 학기가 끝난 뒤 강의 노트와 강의에 만족한 수강생들이 내게 감사를 표했을뿐더러 ‘훌륭한 공대 교수상’을 받았다. 강의를 어떻게 잘할 수 있을지와 지식을 어떻게 잘 전달할 수 있을지 고민한 끝에 교육상을 수상해 기쁘다. Q. 은퇴 후의 계획은? A. 학교 밖에서 우리나라 조선해양 산업 발전에 기여 하고자 한다. 4차 산업 시대에 발맞춰 한국형 스마트 조선소를 기획하고 구축하는 일에 집중할 것이다. 현 재 조선업이 위기이기 때문에, 이를 극복할 수 있도 록 산학계가 협업하는 연구체제를 구축하고자 한다. 또한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이사장, 한국선급 기술위 원회 위원장, 조선해양발전협의회장으로 계속 활동 할 것 같다. 이 직책은 무보수 명예직에 가깝지만 내 가 받아온 국비 유학 등의 혜택을 사회에 환원하려는 마음으로 수행하고 있다. 이외에 그간의 강의와 연구 를 체계화해 국내외로 보급할 준비도 하고 있다. Q.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은 말이 있는가? A. 3~4년 전부터 조선산업이 위기를 겪고 있다. 동시 에 조선업을 사양 산업이기에 더는 한국에서 필요한 산업이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조선업은 여전히 중요한 산업이다. 조선업은 국가의 경제와 안보에 기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LNG 선박 관련 기술은 독보적이어서, 외 화를 벌어들이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이처럼 대 한민국 사회 전반에 공헌하는 조선산업의 중요성을 인식해 주기를 바란다. 취미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신 교수는 지인들과 등 산, 낚시, 골프 등을 즐기기는 하지만 남들에 비해 특 별히 내세울 만한 것은 아니라고 답변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취미를 “조선공학, 곧 조선소에 다니는 것”이 라고 소개했다. 그는 1973년에 서울대 조선공학과에 입학할 때부터 47년간 줄곧 조선업에 기여해왔다. 한 국 조선업이 세계 1위를 유지하고 있는 데는 이 같은 신 교수의 노력이 적지 않을 것이다. 축산의 미래를 위한 청사진을 그리다 소통을 이루고자 국어와 소통하다 지난달 3일, 한창 새 사무실로의 이사 준비로 분주 한 농생대 상록관(200동) 4층의 연구실에서 밝은 표 정의 최윤재 교수(농생명공학부)를 만날 수 있었다. 그는 전북 남원이 고향인 까닭에 어려서부터 가축과 친했고, 자연스럽게 전도유망하다고 생각한 축산학 에 뛰어들어 축산학자가 됐다. 1988년 서울대 농과 대학 전임강사로 발령받은 이래, 전통 축산학에 생명 공학기술을 접목함으로써 낙후된 한국의 축산업을 도약시키고자 노력해온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Q. 축산물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있다. 축산학의 원 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나? A. 20세기 중반 미국을 중심으로 ‘축산물 유해론’ 이 제기됐다. 동물성 식품 비중이 과도하게 높은 식 단이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에서 비 롯된 것이다. 이에 영향을 받아 축산물이 건강에 유 해하다는 사회적 담론이 그릇되게 형성됐다. 오히 려 우리나라는 미국과 달리 동물성 식품 비중이 적 은 것이 문제인데도 말이다. 식품은 국민 건강에 민 감한 분야인 까닭에 부정적 이미지가 형성되면 쉽 게 사라지지 않는다. 축산인들의 안일한 자세도 하 나의 원인이다. 적극적으로 대처해 부정적 이미지 의 확산을 막아야 했지만, 그동안의 보도에 방관으 로 일관해왔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한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심도 있는 연구 결과가 축적돼 널리 알려져야 한다. Q. 은퇴 후의 계획은? A. 앞서 말한 것처럼 축산업에 대한 잘못된 정보와 부 정적인 인식이 만연한 현실을 개선하는 데 힘쓰고자 한다. 퇴임 후에도 ‘축산 바로 알리기 연구회’를 통해 잘못된 주장과 정보를 바로잡으며 축산에 관한 진실 을 교육하고 홍보할 것이다. 예를 들면, 국제보건기구 (WHO)에서 가공‧적색육을 발암물질로 지정하자 축 산물을 기피하는 경향이 생겼는데, 사실 발암물질은 축산물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가공 과정에서 생기 는 것이다. 이러한 잘못된 상식을 바로잡고자 한다. 또한 국민건강을 위한 ‘균형식사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축산물 섭취가 건강에 어떤 실질적인 도움 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한 유용한 정보들도 제공하고 자 한다. 그 외에도 ‘축산진흥연구소’ 운영, ‘국가과 학기술한림원’ 부원장 등의 활동을 이어나갈 계획 이다. 현역 교수 시절 못 다 이룬 것들을 이루고자 노력해 국가 과학기술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 Q. 후배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A. 인생의 청사진을 가지고 계획을 세워가며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 먼저 인생의 비 전에 대해서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비전에 대한 고민 이 끝났다면 그 비전을 달성하기 위한 목표를 세워야 한다. 이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전략을 수립하고 부 단히 노력해야 한다. 나 역시 학부생 시절부터 철저히 계획을 세우고 그에 맞춰 노력했기에 원하는 것들을 이룰 수 있었다. 이를 강조하기 위해 면담을 할 때마 다 학생들에게 보여주는 노트가 있다. 바로 대학 시절 에 작성했던 인생의 목표와 전략이 적힌 노트다. 미리 계획을 세우고 그 계획을 실천하는 것이 인생을 살아 가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인터뷰가 끝난 이후 최 교수는 짐꾸러미 한쪽에 있 던 80년대의 사진 한 장을 가리키며, 자신이 실천한 계획 중 가장 보람찼던 일은 학내에 ‘민주화의 길’을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학생들이 한 번쯤 걷고 기억 해주면 그걸로 만족한다며 웃음 짓는 그에게선 학문 의 깊이에 못지않은 인간적 깊이를 느낄 수 있었다. ‘짜장면’이 맞을까, ‘자장면’이 맞을까. 이에 해답 을 내려주는 곳이 있다. 바로 국립국어원이다. 국민 의 국어생활을 책임지는 국립국어원의 장을 맡아 국민의 소통에 힘써온 민현식 교수(국어교육과)는 학계의 대부다. 그런 그는 40여 년 전 서울창문여 자고등학교의 국어 교사였다. 평범한 고등학교 교 사에서 출발해 국립국어원장까지 지낸 그를 만나기 위해 사범대의 한 카페를 찾았다. “인생의 전반전을 끝내 시원하면서도 아쉽다”라며 밝은 표정으로 미 소 짓는 민 교수의 모습에서 인생의 후반전을 기대 하는 설렘이 비쳤다. Q. 국어학에는 여러 분야가 있다. 특별히 관심을 기 울인 분야가 있다면? A. 국어 표기법(정서법) 연구를 했다. 표기법은 언어 를 표기하는 규칙을 공부하는 학문이다. 국어학의 여 러 분야의 성과가 집대성된 종합응용학문이며 국민 의 실제 언어생활을 연구해 실용적인 측면이 강하다 는 특징을 가진다. 표기법에 관심을 가진 이유는 문맹 과 불통을 극복할 수 있는 길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표기법을 연구하다 보면 언어 사용의 다양성을 발견 한다. 예를 들어 청년이 쓰는 언어와 노인이 쓰는 언 어는 다르다. 표기법 연구는 이러한 차이들을 받아들 여 하나의 규칙을 만드는 작업이다. 이를 통해 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Q. 2012년 4월부터 3년여간 국립국어원장으로 재직 했는데 어떤 일을 했나? A. 국립국어원은 국민의 언어생활 향상을 위해 노 력하는 정부 기관이다. 국립국어원장으로 재직하면 서 지켰던 신념은 ‘생각이 바르면 언어가 바르고, 언 어가 바르면 사회와 문화가 창의적으로 발전한다’는 것이었다. 이를 마음 깊이 새기고 여러 사업을 추진 했다. 먼저 남한어와 북한어 간 소통을 위해 노력했 다. 표준국어대사전에 올라가는 북한어를 연구하는 한편 통일부와 함께 북한 이탈 주민을 위한 남한어 교육 지원 사업을 추진했다. 다음으로 <우리말샘>을 개발했다. 이는 위키피디아처럼 사용자가 직접 만드 는 참여형 국어사전이다. 시대가 변하면서 전문용어 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데 반해 사전이 이를 따라잡지 못한다는 지적에서 <우리말샘>을 만들었 다. 복수표준어를 확대하는 데도 힘써 ‘자장면/짜장 면, 냄새/내음, 먹을거리/먹거리, 오순도순/오손도 손’ 등을 복수 표준어로 선정했다. Q. 국제한국어교육학회장을 맡은 바 있다. 최근 K팝 인기와 더불어 한국어 교육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외국어로서 한국어가 지니는 장점은 무엇이며 앞으로의 전망은 어떠한가? A. 영어와 한국어를 비교해보자. 영어는 어떤 경우에 도 주어가 생략되지 않는다. 주어-서술어-목적어의 순서가 항상 지켜지는 논리정연한 언어인 것이다. 반 면 한국어에서는 주어가 자주 생략된다. “밥 먹었어?” “먹었어” “언제?”와 같이 서술어만 잘 구사해도 언어 생활이 된다. 일각에서는 이를 이유로 한국어가 비논 리적이라 배우기 어렵다고 평가절하하지만, 뒤집어 생각하면 주어를 생략하더라도 소통할 수 있기에 배 우기 쉬운 언어다. 이 덕에 드라마, 노래 등 문화 맥락 속에서 가르치면 다른 언어보다 효율적으로 배울 수 있다. 또한 한국어는 사용 인구가 8000만 명이나 된 다. 다른 언어와 비교했을 때 언어 활력이 높은 수준 이다. 게다가 지금은 한국어 부흥에 있어 절호의 시기 다. 최근 한류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데 그 힘은 상상을 초월한다. 평창올림픽 방문객이 28만 명 이었다는 것을 감안했을 때 잠실에서 열린 BTS 콘서 트에 19만 명이 왔다는 것은 한류의 힘을 실감하게 한 다. 지금의 기회를 잘 활용한다면 세계 10대 언어에도 들어갈 수 있다. 이미 미국 대학에서는 한국어가 세계 10대 언어 안에 들어간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기회를 놓치지 않고 한국어 세계화를 위해 노력한다면 선진 국이 되는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영원히 선진국 문턱 에서 주저앉은 나라로 기억될 것이다. 선진국 도약을 향한 국민 모두의 대각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인터뷰 내내 힘찬 목소리로 지난 날의 기억을 반추 한 민현식 교수. 그에게서 기자가 느낀 것은 대한민국 에 대한 자부심, 그리고 청년들에 대한 끝없는 관심이 었다. 후학에게 남기고 싶은 말이 있냐는 물음에 그는 “공동체 발전을 위해서는 자유를 지키는 일이 필요하 지만 이를 얻기는 어렵다”라며 “20대에 자유라는 가 치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마지막으로 “서울대는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기에 우리가 국민에게 빚지고 있음을 잊지 말고 대학생활 을 했으면 한다”라는 말로 인터뷰를 끝맺었다. 신원 기자 [email protected] 사진: 원가영 기자 [email protected] 김대은 기자 [email protected] 사진: 윤희주 기자 [email protected] 최지원 기자 [email protected] 사진: 박소윤 기자 [email protected] 농업생명과학대학 사범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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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정년교수 인터뷰 2020년 2월 24일 월요일 |

내 취미는 조선공학

올해 정년을 맞이한 신종계 교수(조선해양공학

과)의 연구실에 들어서자 책장 한 쪽에 놓인 상패

가 눈에 띄었다. 신 교수는 세계 최초로 ‘엘머한 상’

을 세 번 수상했다. 엘머한 상은 미국 조선학회에서

수여하는 설계생산 분야의 최고 논문상이다. 그는

2019년에 ‘모델 기반의 전산조선해석과 응용’에 관

한 논문으로 엘머한 상을 받았으며, 2001년과 2014

년에도 이 상을 수상했다.

Q. 학교에서 ‘조선해양 생산공학’ 교과목을 개발했다.

어떤 강의인가?

A. 공정 라인을 최적화함으로써 품질 좋은 선박을 최

대한 빠르게 만드는 방법을 배우는 수업이다. 강의를

위해 직접 강의 노트를 만들어 교재로 사용했다. 당시

선박 건조 과정을 최적화하는 기법은 대한조선학회를

비롯한 몇몇 학회의 책자에 소개돼 있었으나, 이를 체

계적으로 기술한 교재는 없었기 때문이다. 강의 노트

는 각종 발간물, 연구 결과물, 조선소 자료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그뿐만 아니라 매 학기 학생들의 의견과

강의 평가를 반영해 강의를 개선했다. 학기가 끝난 뒤

강의 노트와 강의에 만족한 수강생들이 내게 감사를

표했을뿐더러 ‘훌륭한 공대 교수상’을 받았다. 강의를

어떻게 잘할 수 있을지와 지식을 어떻게 잘 전달할 수

있을지 고민한 끝에 교육상을 수상해 기쁘다.

Q. 은퇴 후의 계획은?

A. 학교 밖에서 우리나라 조선해양 산업 발전에 기여

하고자 한다. 4차 산업 시대에 발맞춰 한국형 스마트

조선소를 기획하고 구축하는 일에 집중할 것이다. 현

재 조선업이 위기이기 때문에, 이를 극복할 수 있도

록 산학계가 협업하는 연구체제를 구축하고자 한다.

또한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이사장, 한국선급 기술위

원회 위원장, 조선해양발전협의회장으로 계속 활동

할 것 같다. 이 직책은 무보수 명예직에 가깝지만 내

가 받아온 국비 유학 등의 혜택을 사회에 환원하려는

마음으로 수행하고 있다. 이외에 그간의 강의와 연구

를 체계화해 국내외로 보급할 준비도 하고 있다.

Q.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은 말이 있는가?

A. 3~4년 전부터 조선산업이 위기를 겪고 있다. 동시

에 조선업을 사양 산업이기에 더는 한국에서 필요한

산업이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조선업은 여전히 중요한 산업이다. 조선업은

국가의 경제와 안보에 기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LNG 선박 관련 기술은 독보적이어서, 외

화를 벌어들이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이처럼 대

한민국 사회 전반에 공헌하는 조선산업의 중요성을

인식해 주기를 바란다.

취미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신 교수는 지인들과 등

산, 낚시, 골프 등을 즐기기는 하지만 남들에 비해 특

별히 내세울 만한 것은 아니라고 답변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취미를 “조선공학, 곧 조선소에 다니는 것”이

라고 소개했다. 그는 1973년에 서울대 조선공학과에

입학할 때부터 47년간 줄곧 조선업에 기여해왔다. 한

국 조선업이 세계 1위를 유지하고 있는 데는 이 같은

신 교수의 노력이 적지 않을 것이다.

축산의 미래를 위한 청사진을 그리다

소통을 이루고자 국어와 소통하다

지난달 3일, 한창 새 사무실로의 이사 준비로 분주

한 농생대 상록관(200동) 4층의 연구실에서 밝은 표

정의 최윤재 교수(농생명공학부)를 만날 수 있었다.

그는 전북 남원이 고향인 까닭에 어려서부터 가축과

친했고, 자연스럽게 전도유망하다고 생각한 축산학

에 뛰어들어 축산학자가 됐다. 1988년 서울대 농과

대학 전임강사로 발령받은 이래, 전통 축산학에 생명

공학기술을 접목함으로써 낙후된 한국의 축산업을

도약시키고자 노력해온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Q. 축산물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있다. 축산학의 원

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나?

A. 20세기 중반 미국을 중심으로 ‘축산물 유해론’

이 제기됐다. 동물성 식품 비중이 과도하게 높은 식

단이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에서 비

롯된 것이다. 이에 영향을 받아 축산물이 건강에 유

해하다는 사회적 담론이 그릇되게 형성됐다. 오히

려 우리나라는 미국과 달리 동물성 식품 비중이 적

은 것이 문제인데도 말이다. 식품은 국민 건강에 민

감한 분야인 까닭에 부정적 이미지가 형성되면 쉽

게 사라지지 않는다. 축산인들의 안일한 자세도 하

나의 원인이다. 적극적으로 대처해 부정적 이미지

의 확산을 막아야 했지만, 그동안의 보도에 방관으

로 일관해왔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한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심도 있는 연구 결과가 축적돼 널리

알려져야 한다.

Q. 은퇴 후의 계획은?

A. 앞서 말한 것처럼 축산업에 대한 잘못된 정보와 부

정적인 인식이 만연한 현실을 개선하는 데 힘쓰고자

한다. 퇴임 후에도 ‘축산 바로 알리기 연구회’를 통해

잘못된 주장과 정보를 바로잡으며 축산에 관한 진실

을 교육하고 홍보할 것이다. 예를 들면, 국제보건기구

(WHO)에서 가공‧적색육을 발암물질로 지정하자 축

산물을 기피하는 경향이 생겼는데, 사실 발암물질은

축산물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가공 과정에서 생기

는 것이다. 이러한 잘못된 상식을 바로잡고자 한다.

또한 국민건강을 위한 ‘균형식사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축산물 섭취가 건강에 어떤 실질적인 도움

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한 유용한 정보들도 제공하고

자 한다. 그 외에도 ‘축산진흥연구소’ 운영, ‘국가과

학기술한림원’ 부원장 등의 활동을 이어나갈 계획

이다. 현역 교수 시절 못 다 이룬 것들을 이루고자

노력해 국가 과학기술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

Q. 후배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A. 인생의 청사진을 가지고 계획을 세워가며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 먼저 인생의 비

전에 대해서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비전에 대한 고민

이 끝났다면 그 비전을 달성하기 위한 목표를 세워야

한다. 이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전략을 수립하고 부

단히 노력해야 한다. 나 역시 학부생 시절부터 철저히

계획을 세우고 그에 맞춰 노력했기에 원하는 것들을

이룰 수 있었다. 이를 강조하기 위해 면담을 할 때마

다 학생들에게 보여주는 노트가 있다. 바로 대학 시절

에 작성했던 인생의 목표와 전략이 적힌 노트다. 미리

계획을 세우고 그 계획을 실천하는 것이 인생을 살아

가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인터뷰가 끝난 이후 최 교수는 짐꾸러미 한쪽에 있

던 80년대의 사진 한 장을 가리키며, 자신이 실천한

계획 중 가장 보람찼던 일은 학내에 ‘민주화의 길’을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학생들이 한 번쯤 걷고 기억

해주면 그걸로 만족한다며 웃음 짓는 그에게선 학문

의 깊이에 못지않은 인간적 깊이를 느낄 수 있었다.

‘짜장면’이 맞을까, ‘자장면’이 맞을까. 이에 해답

을 내려주는 곳이 있다. 바로 국립국어원이다. 국민

의 국어생활을 책임지는 국립국어원의 장을 맡아

국민의 소통에 힘써온 민현식 교수(국어교육과)는

학계의 대부다. 그런 그는 40여 년 전 서울창문여

자고등학교의 국어 교사였다. 평범한 고등학교 교

사에서 출발해 국립국어원장까지 지낸 그를 만나기

위해 사범대의 한 카페를 찾았다. “인생의 전반전을

끝내 시원하면서도 아쉽다”라며 밝은 표정으로 미

소 짓는 민 교수의 모습에서 인생의 후반전을 기대

하는 설렘이 비쳤다.

Q. 국어학에는 여러 분야가 있다. 특별히 관심을 기

울인 분야가 있다면?

A. 국어 표기법(정서법) 연구를 했다. 표기법은 언어

를 표기하는 규칙을 공부하는 학문이다. 국어학의 여

러 분야의 성과가 집대성된 종합응용학문이며 국민

의 실제 언어생활을 연구해 실용적인 측면이 강하다

는 특징을 가진다. 표기법에 관심을 가진 이유는 문맹

과 불통을 극복할 수 있는 길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표기법을 연구하다 보면 언어 사용의 다양성을 발견

한다. 예를 들어 청년이 쓰는 언어와 노인이 쓰는 언

어는 다르다. 표기법 연구는 이러한 차이들을 받아들

여 하나의 규칙을 만드는 작업이다. 이를 통해 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Q. 2012년 4월부터 3년여간 국립국어원장으로 재직

했는데 어떤 일을 했나?

A. 국립국어원은 국민의 언어생활 향상을 위해 노

력하는 정부 기관이다. 국립국어원장으로 재직하면

서 지켰던 신념은 ‘생각이 바르면 언어가 바르고, 언

어가 바르면 사회와 문화가 창의적으로 발전한다’는

것이었다. 이를 마음 깊이 새기고 여러 사업을 추진

했다. 먼저 남한어와 북한어 간 소통을 위해 노력했

다. 표준국어대사전에 올라가는 북한어를 연구하는

한편 통일부와 함께 북한 이탈 주민을 위한 남한어

교육 지원 사업을 추진했다. 다음으로 <우리말샘>을

개발했다. 이는 위키피디아처럼 사용자가 직접 만드

는 참여형 국어사전이다. 시대가 변하면서 전문용어

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데 반해 사전이 이를

따라잡지 못한다는 지적에서 <우리말샘>을 만들었

다. 복수표준어를 확대하는 데도 힘써 ‘자장면/짜장

면, 냄새/내음, 먹을거리/먹거리, 오순도순/오손도

손’ 등을 복수 표준어로 선정했다.

Q. 국제한국어교육학회장을 맡은 바 있다. 최근 K팝

인기와 더불어 한국어 교육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외국어로서 한국어가 지니는 장점은 무엇이며

앞으로의 전망은 어떠한가?

A. 영어와 한국어를 비교해보자. 영어는 어떤 경우에

도 주어가 생략되지 않는다. 주어-서술어-목적어의

순서가 항상 지켜지는 논리정연한 언어인 것이다. 반

면 한국어에서는 주어가 자주 생략된다. “밥 먹었어?”

“먹었어” “언제?”와 같이 서술어만 잘 구사해도 언어

생활이 된다. 일각에서는 이를 이유로 한국어가 비논

리적이라 배우기 어렵다고 평가절하하지만, 뒤집어

생각하면 주어를 생략하더라도 소통할 수 있기에 배

우기 쉬운 언어다. 이 덕에 드라마, 노래 등 문화 맥락

속에서 가르치면 다른 언어보다 효율적으로 배울 수

있다. 또한 한국어는 사용 인구가 8000만 명이나 된

다. 다른 언어와 비교했을 때 언어 활력이 높은 수준

이다. 게다가 지금은 한국어 부흥에 있어 절호의 시기

다. 최근 한류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데 그

힘은 상상을 초월한다. 평창올림픽 방문객이 28만 명

이었다는 것을 감안했을 때 잠실에서 열린 BTS 콘서

트에 19만 명이 왔다는 것은 한류의 힘을 실감하게 한

다. 지금의 기회를 잘 활용한다면 세계 10대 언어에도

들어갈 수 있다. 이미 미국 대학에서는 한국어가 세계

10대 언어 안에 들어간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기회를

놓치지 않고 한국어 세계화를 위해 노력한다면 선진

국이 되는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영원히 선진국 문턱

에서 주저앉은 나라로 기억될 것이다. 선진국 도약을

향한 국민 모두의 대각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인터뷰 내내 힘찬 목소리로 지난 날의 기억을 반추

한 민현식 교수. 그에게서 기자가 느낀 것은 대한민국

에 대한 자부심, 그리고 청년들에 대한 끝없는 관심이

었다. 후학에게 남기고 싶은 말이 있냐는 물음에 그는

“공동체 발전을 위해서는 자유를 지키는 일이 필요하

지만 이를 얻기는 어렵다”라며 “20대에 자유라는 가

치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마지막으로 “서울대는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기에

우리가 국민에게 빚지고 있음을 잊지 말고 대학생활

을 했으면 한다”라는 말로 인터뷰를 끝맺었다.

신원 기자 [email protected]

사진: 원가영 기자 [email protected]

김대은 기자 [email protected]

사진: 윤희주 기자 [email protected]

신종계 교수조선해양공학과

최지원 기자

[email protected]

사진: 박소윤 기자

[email protected]

최윤재 교수농생명공학부

민현식 교수국어교육과

농업생명과학대학

사범대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