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미 갤러리 - 맛을 담은 그림 속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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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간등록번호 : 31-9720096-001364-03 전문가 추천 서평 264201623발행처 국회도서관 발행인 이은철 편집인 이미경 명화로 음식 풍속을 읽다, 사람을 만나다 마르셀 프루스트의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읽지 않은 사람도 이 책에 등장하는 마들렌 얘기를 한번쯤 들어 봤을 것이다. 주인공이 바다 조가비 모양의 오렌지맛 마들렌을 홍차에 적셔 입에 넣는 순간, 유년 시절의 기억을 선명히 떠올렸다는 이야기 말이다. 이처럼 ‘먹는다’는 행위는 단지 배를 채우는 일이 아니라 미각과 후각 등의 감각과 의식이 만 나는 과정으로, 우리 삶에 그보다 훨씬 더 큰 역할을 한다. 법의학자 문국진 박사와 미술평론가 이주헌이 함께 쓴 『풍미 서평자_ 이 은 주 중앙일보 기자, 영화주간지 매거진M 편집장, Birkbeck, University of London 석사(영화이론) 풍미 갤러리 - 맛을 담은 그림 속 사람 이야기 : 문국진(법의학자), 이주헌(미술평론가) 출판사 : 이야기가있는집 출판일 : 2015. 11. : 358 글을 시작하며_문국진(법의학자) Part 1. 미술평론가의 풍미 지식 갤러리 - 맛의 예술을 탄생시킨 음식물 정물화 풍미 지식 갤러리 1. 삶과 죽음의 경계 풍미 지식 갤러리 2. 식탁 위 희로애락 풍미 지식 갤러리 3. 화가는 왜 그 그림을 그렸을까 Part 2. 법의학자의 풍미 감각 갤러리 - 욕망과 죽음의 코드로 보는 음식물 정물화 풍미 감각 갤러리 1. 오감이 만든 걸작 풍미 감각 갤러리 2. 술이 정신을 지배할 때 풍미 감각 갤러리 3. 축제와 죽음의 이미지 사이에서 글을 마치며_ 이주헌(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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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 『풍미 갤러리 - 맛을 담은 그림 속 사람 이야기nanet.go.kr/attachfiles/arrivalinfo/PDF_1454457607108.pdf · 2016-12-16 · >(1857, 파리 오르세 미술관)로

발간등록번호 : 31-9720096-001364-03

전문가 추천 서평 264호 2016년 2월 3일 발행처 국회도서관 발행인 이은철 편집인 이미경

명화로 음식 풍속을 읽다, 사람을 만나다

마르셀 프루스트의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읽지 않은 사람도 이 책에 등장하는 마들렌 얘기를 한번쯤 들어

봤을 것이다. 주인공이 바다 조가비 모양의 오렌지맛 마들렌을 홍차에 적셔 입에 넣는 순간, 유년 시절의 기억을 선명히

떠올렸다는 이야기 말이다. 이처럼 ‘먹는다’는 행위는 단지 배를 채우는 일이 아니라 미각과 후각 등의 감각과 의식이 만

나는 과정으로, 우리 삶에 그보다 훨씬 더 큰 역할을 한다. 법의학자 문국진 박사와 미술평론가 이주헌이 함께 쓴 『풍미

서평자_ 이 은 주 중앙일보 기자, 영화주간지 매거진M 편집장, Birkbeck, University of London 석사(영화이론)

『풍미 갤러리 - 맛을 담은 그림 속 사람 이야기 』

■ 저 자 : 문국진(법의학자), 이주헌(미술평론가)

■ 출 판 사 : 이야기가있는집

■ 출 판 일 : 2015. 11. ■ 쪽 수 : 358

목 차

글을 시작하며_문국진(법의학자)

Part 1. 미술평론가의 풍미 지식 갤러리

- 맛의 예술을 탄생시킨 음식물 정물화

풍미 지식 갤러리 1. 삶과 죽음의 경계

풍미 지식 갤러리 2. 식탁 위 희로애락

풍미 지식 갤러리 3. 화가는 왜 그 그림을 그렸을까

Part 2. 법의학자의 풍미 감각 갤러리

- 욕망과 죽음의 코드로 보는 음식물 정물화

풍미 감각 갤러리 1. 오감이 만든 걸작

풍미 감각 갤러리 2. 술이 정신을 지배할 때

풍미 감각 갤러리 3. 축제와 죽음의 이미지 사이에서

글을 마치며_ 이주헌(미술평론가)

Page 2: 『풍미 갤러리 - 맛을 담은 그림 속 사람 이야기nanet.go.kr/attachfiles/arrivalinfo/PDF_1454457607108.pdf · 2016-12-16 · >(1857, 파리 오르세 미술관)로

갤러리』는 바로 이 대목에 주목했다. 우리의 감각 중 특히 미각에 초점을 맞춰 음식과 음식 문화가 미술 작품에서 어떻게

표현됐고, 또 어떤 이야기를 전하는지 살펴본 것이다. 저자들은 식탁 위의 음식물을 그린 정물화에서부터 음식을 먹는

사람들, 먹을 것을 얻기 위해 노동하는 사람들, 부엌 정경을 그린 그림, 신화에 나타난 음식 관련 그림들을 모두 탐구 대

상으로 삼았다. 이 그림들을 잘 들여다보면 인간이 삶과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였고, 무엇을 꿈꾸었으며, 또 화가가 세상

을 바라보는 자신의 시선을 어떻게 드러냈는지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음식 문화사와 예술사를 결합한 흥미로운 책이다.

우선 저자들은 음식물 정물화를 가리켜 ‘아름다운 만큼 무서운 그림’이라고 소개한다. “음식물 정물화가 우리에게 전

해주는 가장 선명한 인상은 죽음이다.(…) 음식물이 주는 즐거움의 배면에는 늘 죽음이 존재한다.” 나무로부터 분리된

과일, 살아 있던 동물을 죽여 부위별로 자르고 해체한 고기 등은 아무리 아름답게 꾸며졌다고 해도 그것을 깊이 들여다

보는 순간, 우리는 죽음과 일대일로 마주한다는 것이다. 아름답고 풍성한 음식이 주는 감각의 활기와 죽음에 대한 각성

이 공존하는 정물화는 그렇게 삶과 죽음이 동전의 양면처럼 존재하는 우리 삶의 모순을 극명하게 드러내주는 매체이기

도 한 셈이다. 예컨대 렘브란트(1606~1669)가 도축된 소의 모습을 “박진감 넘치게” 그린 그림 <도살된 황소> (1655, 파

리 루브르 박물관)는 생생한 주검의 이미지로 미술의 진정한 힘이 무엇인지 보여준다는 설명이다.

죽음과 대비되는 삶의 현장엔 일용할 양식을 위해 노동하고, 음식을 나눠 먹는 현실과 일상에 집중하는 사람들이 있

었다. 붓으로 이 같은 삶을 예찬한 화가들이 있었는데, 화가마다 경배의 방식은 달랐다. 네덜란드 플랑드르 미술의 최

고 거장으로 꼽히는 피테르 브뢰헬(1525~1569)이 그린 <추수하는 사람들>(1565,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은 나무 밑

에 모여 음식을 나누는 사람들을 그 누구보다도 생생하고 따뜻하고 정겹게 담아낸 그림으로 꼽힌다. 반면 <이삭줍기

>(1857, 파리 오르세 미술관)로 유명한 장 프랑수아 밀레(1814~1875)의 그림에서 노동은 하나의 종교화처럼 보다 숭고

하고 경건한 분위기다. 농부의 식탁을 그려 가장 널리 알려진 그림 중 하나는 빈센트 반 고흐(1853~1890)의 <감자 먹는

사람들>(1885, 암스테르담 반 고흐 미술관)이다. 고흐는 동생 테오에게 쓴 편지에서 “나는 램프 불빛 아래에서 감자를

먹는 사람들이 접시로 내밀고 있는 손, 자신을 닮은 바로 그 손으로 땅을 팠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주려 했다”고 말했다.

정직한 노동에 대한 그의 경의가 고스란히 표현된 그림이다. 한편 근대가 가져다 준 중산층의 여유는 캔버스 안에 그려

진 세상 풍경도 바꿔놓았다. 야외로 피크닉 나온 사람들이 “음식과 친구와 시대가 주는 즐거움을 만끽”하고, 여유 있는

농가의 이미지가 등장하기 시작한다. 저자들은 서양 미술사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신화 이야기도 다룬다. “신화에 등

장하는 음식에는 우리의 염원이나 소망, 금기, 호기심 같은 것이 담겨 있다”며 “그 바탕에는 살아남아야 한다는 우리의

원초적인 본능과 욕망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풍미 갤러리』는 우리 일상의 음식을, 그리고 다른 존재들과 더불어 살아가며 음식을 나누는 우리의 모습을 다시 돌

아보게 한다. 음식은 단지 생물학적인 욕구를 채워주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고, 심지어 사람과 신(神)을

이어주는 매개임을 깨닫게 한다. 여기서 그림은 가장 본능적인 동시에 사회적이고, 또 문화적이기도 한 인간 활동의 일

면을 적나라하게 비추는 거울과도 같다. 두 저자의 톤 앤 매너(tone and manner)가 눈에 띄게 다른 점이 거슬리지만,

협업의 결실은 나름 긍정적이다. 독자는 한 권의 책으로 두 저자를 동시에 만나는 효과를 누린다.

국회도서관 (TEL. 02-788-4124)

『풍미 갤러리 - 맛을 담은 그림 속 사람 이야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