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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 언어신기의 수능만점 문학공부법 (강의 자료) 언어신기 유재완 지음 ※ 이 책에 실린 독창적 내용의 글과 편집에 대한 저작권은 저자에게 있으므로 무단으로 복 제 또는 전제하거나 복사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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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1 -

    언어신기의

    수능만점 문학공부법

    (강의 자료)

    언어신기 유재완 지음

    ※ 이 책에 실린 독창적 내용의 글과 편집에 대한 저작권은 저자에게 있으므로 무단으로 복

    제 또는 전제하거나 복사할 수 없습니다.

  • - 2 -

    제 손으로 만들지 않고

    한꺼번에 싸게 사서

    마구 쓰다가

    망가지면 내다버리는

    플라스틱 물건처럼 느껴질 때

    나는 당장 버스에서 뛰어내리고 싶다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이

    온통 부끄러워지고

    직지사 해우소

    아득한 나락으로 떨어져내리는

    똥덩이처럼 느껴질 때

    나는 가던 길을 멈추고 문득

    어딘가 걸려 있고 싶다

    ① 현대 아파트가 들어서며

    홍은동 사거리에서 사라진

    털보네 대장간을 찾아가고 싶다

    ② 풀무질로 이글거리는 불 속에

    시우쇠처럼 나를 달구고

    모루 위에서 벼리고

    숫돌에 갈아

    시퍼런 무쇠낫으로 바꾸고 싶다

    ③ 땀흘리며 두들겨 하나씩 만들어낸

    꼬부랑 호미가 되어

    소나무 자루에서 송진을 흘리면서

    대장간 벽에 걸리고 싶다

    • 이 시를 한 번 읽어 보면 ‘싶다’라는 서

    술어가 반복되어 시적 맥락이 단순히 나

    열된 느낌을 준다.

    • 그런데 자세히 분석해보면 첫 문장과

    마지막 문장은, ‘A할 때 B하고 싶다’라는

    동일한 통사구조를 취하면서 수미상관의

    구조를 갖추고 있다.

    • A부분은 부정적 상황을 나타내며, 소망

    을 의미하는 B 행동이 유발되는 조건임을

    보여준다.

    • 중간 부분의 ①, ②, ③ 문장은 ‘싶다’라

    는 서술어로 끝나면서 화자의 소망 (또는

    긍정적 지향점과 목표)를 보여준다. 이 때

    이러한 점을 공통적으로 보여주는 공간적

    시어가 바로 ‘대장간’이며, 제목에서도 드

    러나고 있다.

    • 이렇게 이 시는 크게 3부분의 의미 구

    조 (=의미 덩어리)로 나누어지고 있다.

    시읽기 방법 첫째

    김광규, 「대장간의 유혹」

  • - 3 -

    차디찬 아침 이슬

    진준가 빛나는 못가

    연꽃 하나 다복히 피고

    소년아 네가 났다니

    맑은 넋에 깃들여

    박꽃처럼 자랐어라

    큰강 목놓아 흘러

    여울은 흰 돌쪽마다

    소리 석양(夕陽)을 새기고

    너는 준마 달리며

    죽도(竹刀) 저 곧은 기운을

    목숨같이 사랑했거늘

    거리를 쫓아다녀도

    분수(噴水) 있는 풍경 속에

    동상답게 서 봐도 좋다

    서풍(西風) 뺨을 스치고

    하늘 한가 구름 뜨는 곳

    희고 푸른 즈음을 노래하며

    노래 가락은 흔들리고

    별들 춥다 얼어붙고

    너조차 미친들 어떠랴

    • 이 시는 크게 2개의 의미 덩어리로 나

    누어진다. ‘~거늘’이라는 서술어미 뒤에

    는 특정한 문장 형식이 따라온다. 즉, ‘~

    거늘’ 앞부분의 사실을 인정하면서 그에

    맞서는 상황이 의문문 형식으로 제시된다.

    • 그래서 1연~4연까지는 자연과 관련된

    긍정적 상황이 나오고, 5연~7연까지는 이

    에 맞서는 부정적 도시 상황이 나오는 것

    이다.

    • 6연의 마지막 행 ‘노래하며’가 어디에

    걸리는지 모호하다. 7연의 첫행이나 마지

    막 행과는 잘 연결되지 않는다.

    • 그런데 ‘노래하며’의 서술어미는 노래함

    과 동시에 또 다른 어떤 것을 진행한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고, 내용적으로는 이상

    세계를 추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 그래서 5연 마지막 행에 나오는 부분,

    즉, 동상처럼 우뚝 솟아서 곧은 기운을 보

    여주는 것과 이상 세계를 노래하는 것은

    모순되지 않는다. 6연은 5연 마지막 행

    ‘동상답게’ 앞부분에 위치하면 의미가 잘

    통한다.

    • 그런데 왜 6연 전체를 도치시켰을까?

    이육사, 「소년에게」 - ( 2010학년도 9월 )

  • - 4 -

    • 6연을 이렇게 도치시켜 놓으면 5연과 7연이

    서로 쌍을 이루어 대비되고 연과 연 사이의 어떤

    질서가 생기게 된다. 즉, 대칭 구조가 형성된다.

    그렇게 되면 6연을 경계로 5연은 이

    되고, 7연은 가 된다. 의미상으로

    뚜렷한 대칭 구조가 이루어진다.

    • 7연의 ‘미친들’은, “부정적 상황이 너에게조차

    영향을 미친들 어떠랴”라고 읽을 수 있다. ‘미친

    들’을 crazy로 읽으면 안 된다. ^.^ 소년은 능히

    그런 부정 상황을 감당할 수 있다는 의미가 내포

    되어 있다.

    1연

    4연 ~ 사랑했거늘

    5연 서봐도 좋다

    6연 ~ 노래하며

    (5연과 7연

    대비됨)

    7연 미친들 어떠랴

    ※ 5연에 나오는 ‘쫓아다녀도’의 행위 주체는 세상 사람이다. 거리를 쫓아다니는 이들은 도

    시를 동경한다고 볼 수 있다.

  • - 5 -

    바람은 자도 마음은 자지 않는다

    철들어 사랑이며 추억이 무엇인지 알기 전에

    싸움은 동산 위의 뜨거운 해처럼 우리들의 속살을 태우고

    마음의 배고픔이 출렁이는 강기슭에 앉아

    종이배를 띄우며 우리들은 절망의 노래를 불렀다

    정이 들어 이제는 한 발짝도 떠날 수 없는 이 땅에서

    우리들은 우리들의 머리 위를 짓밟고 간

    많고 많은 이방의 발짝 소리를 들었다

    아무도 이웃에게 눈인사를 하지 않았고

    누구도 이웃을 위하여 마음을 불태우지 않았다

    어둠이 내린 거리에서 두려움에 떠는

    눈짓으로 술집을 떠나는 사내들과

    두부 몇 모를 사고 몇 번씩 뒤돌아보며

    골목을 들어서는 계집들의 모습이

    이제는 우리들의 낯선 슬픔이 되지 않았다

    사랑은 가고 누구도 거슬러 오르지 않는

    절망의 강기슭에 배를 띄우며

    우리들은 이 땅의 어둠 위에 닻을 내린

    많고 많은 풀포기와 별빛이고자 했다

    곽재구, 「절망을 위하여」

    • 이 시는 6개의 문장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크게 2개의 의미 덩어리로 나누어진다. 즉 ① 문장과

    ②~⑥ 문장, 이렇게 두 부분으로 나누어진다. 왜냐하면 ① 문장은 현재시제이고 ②~⑥ 문장은 과거시

    제이기 때문이다. 이 시의 시상 전개 방식은 역순행 방식인 것이다. ① 문장의 현재 상황은 ②~⑥ 문

    장의 과거 상황과 관련된다.

    • ②~⑥ 문장은 다시 2개의 의미 덩어리로 나누어진다. ②~⑤ 문장은 부정적 상황이고, ⑥ 문장은

    그런 부정적 상황을 넘어서려는 의지를 ‘풀포기’, ‘별빛’이라는 긍정적 시어로 나타내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긍정 시어가 들어 있는 마지막 시행은 ③ 문장의 마지막 시행, ‘많고 많은 이방의 발짝 소리를

    들었다’와 유사한 통사구조를 취하면서도 의미상으로는 대조되고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

    • 이 시의 의미 구조는 1) ②~⑤ 문장까지 과거 부정적 상황 → 2) ⑥ 문장의 과거 희망적이고 의지

    적인 상황 → 3) ① 문장의 현재 마음을 놓지 못하고 긴장하는 상황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래서 시상

    전개 방식은 시간적 흐름과 관련된다.

    • 화자가 말하는 바가 ‘민족적이고 역사적인 의미’를 띠고 있음을 암시해주는 시어가 ‘이 땅’과 ‘이방

    의 발짝 소리’이다.

  • - 6 -

    시읽기 방법 둘째

    노래가 낫기는 그중 나아도

    구름까지 갔다간 되돌아오고,

    네 발굽을 쳐 달려간 말은

    바닷가에 가 멎어 버렸다.

    활로 잡은 산돼지, 매[鷹]로 잡은 산새들에도

    이제는 벌써 입맛을 잃었다.

    꽃아. 아침마다 개벽하는 꽃아.

    네가 좋기는 제일 좋아도,

    물낯바닥에 얼굴이나 비취는

    헤엄도 모르는 아이와 같이

    나는 네 닫힌 문에 기대섰을 뿐이다.

    문 열어라 꽃아. 문 열어라 꽃아.

    벼락과 해일만이 길일지라도

    문 열어라 꽃아. 문 열어라 꽃아.

    [원주(原註)]사소:사소는 신라 시조 박혁거세의 어머

    니. 처녀로 잉태하여, 산으로 신선수행(神仙修行)을 간

    일이 있는데, 이 글은 그 떠나기 전 그의 집 꽃밭에서

    의 독백.

    • 1~4행까지는 사물이 주어이고, 5~6행의

    경우는 주어가 불분명하다. 그렇지만 그 이

    후 7~14행 부분은 화자가 나(=사소)임이

    드러나 있고, 꽃밭에서 독백하고 있다는 상

    황은 분명히 알 수 있다. 그래서 사소의 독

    백이 나타나 있는 시의 후반부를 통해서

    5~6행의 행위 주체를 알 수 있다. 그것을

    암시하는 것이 ‘이제는 벌써 입맛을 잃었다’

    는 부분이다. 사물대상을 의인화한 부분이

    아니기 때문에, 사람을 지칭하고 있다. 즉

    화자인 ‘나’(=사소)가 행위의 주체임을 알

    수 있다.

    • ‘이제는 벌써 입맛을 잃었다’는 부분은

    사소가 활력을 잃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면 앞의 1~4행의 내용도 결국 이러

    한 ‘활력 잃음’을 나타내는 시행이다. 즉,

    ‘되돌아오고’→‘멎어버렸다’→‘입맛을 잃었

    다’에서 이전의 활발함이 사라졌음을 암시

    하는 것이다. 그래서 ‘노래’, ‘말’, ‘산돼지’,

    ‘산새’는 사소의 관심에서 멀어진 대상들이

    다.

    서정주, 「꽃밭의 독백 - 사소 (娑蘇) 단장」 - ( 2009학년도 9월 )

    • 사소가 활발함을 상실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사소의 독백 부분과 원주(原註)에서 알 수 있

    다. 사소는 처녀 잉태하여 산으로 들어가 직전이다. ‘신선수행’하러 간다고 하지만, 아이를 낳으려고

    산에 가려는 것이다. 새 세상을 만들고 신라 '천년의 왕국‘을 세우게 될, 개벽의 주인공 박혁거세를 낳

    는 일은 기대되기도 하지만 불안하기도 한 것이다. 사소의 불안감은 ’헤엄도 모르는 아이와 같이‘에서

    암시되고 있다.

    • 자, 사소의 내적 갈등은 무엇인지 뚜렷해졌다. ‘문 열어라 꽃아’는 출산과 개벽의 2가지 의미를 동

    시에 지니는 것 같다. 그리고 ‘벼락과 해일’은 출산 과정이나 개벽 과정에 정말 잘 어울리는 비유라고

    느껴진다. 양수가 터져 뱃속의 아이에게 출산길을 만들어 주는 것과, ‘천지창조’ 같은 개벽의 새 세상

    이 만들어지는 것에 ‘벼락과 해일’은 딱 맞는 표현이다. ‘벼락과 해일’ 같은 고통과 시련이 있더라도

    출산과 개벽은 꼭 이루어져 하는 것이다. ‘문 열어라 꽃아’ 는 고통과 시련이 있을 것이라는 불안감을

    딛고, 꼭 이루겠다는 사소의 의지가 담겨 있다.

  • - 7 -

    푸른 기와 이끼 낀 지붕 너머로

    나즉히 흰구름은 피었다 지고

    두리기둥 난간에 반만 숨은 색시의

    초록 저고리 당홍치마 자락에

    말 없는 슬픔이 쌓여 오느니 ----

    십리라 푸른 강물은 휘돌아 가는데

    밟고 간 자취는 바람이 밀어 가고

    방울 소리만 아련히

    끊질 듯 끊질 듯 고운 뫼아리

    발 돋우고 눈 들어 아득한 연봉 바라보나

    이미 어진 선비의 그림자는 없어......

    자주 고름에 소리 없이 맺히는 이슬방울

    이제 임이 가시고 가을이 오면

    원앙침 비인 자리를 무엇으로 가리울꼬

    꾀꼬리 노래하던 실버들 가지

    꺽어서 채찍 삼고 가옵신 님아 ----

    • 1연에서 4연까지는 화자가 숨어서 시적

    상황을 관찰하고 있다. 이것을 알려주는 시

    어가 ‘숨은 색시’, ‘어진 선비’이다. 즉, 시

    안에 나오는 인물들이 3인칭으로 표현되어

    시적 상황이 화자 자신의 일이 아니다.

    • 그런데 5연~6연에 와서는 화자가 드러

    난다. 왜냐하면 5연 둘째 행 서술어 부분에

    서 ‘~가리울꼬’라는 대화체 방식이 나오고,

    6연 마지막 행에서는 ‘가옵신 님아’라고 부

    르고 있기 때문이다. 독백과 호격은 말하는

    주체가 드러났음을 의미한다. 즉 화자의 노

    출을 전제로 하고 있다. 여기서 화자는

    ‘임’(=어진 선비)을 부르고 있는 ‘숨은 색시’

    인 것이다.

    • 이렇게 이 시는 2개의 의미 구조로 나눌

    수 있다. 1연~4연까지는 화자 자신의 이별

    상황을 객관화하여 슬픔을 드러내고 있다.

    5연~6연에서는 화자 자신이 독백과 영탄을

    통해 감정을 직접 표출하고 ‘폭발’시키고 있

    다.

    조지훈, 「별리」

  • - 8 -

    시읽기 방법 셋째

    (가)

    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파르라니 깎은 머리

    박사(薄紗) 고깔에 감추오고

    두 볼에 흐르는 빛이

    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

    빈 대(臺)에 황촉(黃燭)불이 말없이 녹는 밤에

    오동잎 잎새마다 달이 지는데

    소매는 길어서 하늘은 넓고

    돌아설 듯 날아가며 사뿐히 접어 올린 외씨보선이여.

    까만 눈동자 살포시 들어

    먼 하늘 한 개 별빛에 모두오고

    복사꽃 고운 뺨에 아롱질 듯 두 방울이야

    세사에 시달려도 번뇌는 별빛이라.

    훠어져 감기우고 다시 접어 뻗는 손이

    깊은 마음 속 거룩한 합장인 양하고

    이 밤사 귀또리도 지새는 삼경(三更)인데

    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 화자는 숨어서 한 밤의 승무 춤사위가

    전개되는 것을 관찰하고 묘사하면서, 무녀의

    번뇌에 동화되고 있다.

    • 승무라는 시적 상황이 화자의 내면에 정

    서를 촉발시키고 있다.

    • 시간 배경이 한밤중이다. 귀또리는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귀또리가 밤을 지새운

    다’라는 화자의 인식은 귀또리 울음 소리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 8연에 와서 춤사위가 끝나며 무녀는 두

    손을 합장하고 설움을 마음 속 깊이 가라앉

    히고 있다. 귀또리의 울음 소리는 침잠된 무

    녀의 설움을 더욱 부각시키며 시상을 마무

    리하고 있다.

    조지훈, 「승무」 - ( 2010학년 수능 )

    ※ ④ (가) 시의 설움은 외부 대상과 무관하게 화자의 내면에서 생성되는 정서이다.

    • 화자의 감정이 먼저 존재하고 있음을 암시하는 표현이다. 그런데「승무」에서는 ‘승무’라는 외부 상

    황이 화자에게 정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즉, 외부 대상과 관련을 맺고 있어서 ④번 문항은 적절하지

    않다.

  • - 9 -

    (나)

    아무 소리도 없이 말도 없이

    등 뒤로 털썩

    밧줄이 날아와 나는

    뛰어가 밧줄을 잡아다 배를 맨다

    아주 천천히 그리고 조용히

    배는 멀리서부터 닿는다

    사랑은,

    호젓한 부둣가에 우연히,

    별 그럴 일도 없으면서 넋 놓고 앉았다가

    배가 들어와

    던져지는 밧줄을 받는 것

    그래서 어찌할 수 없이

    배를 매게 되는 것

    잔잔한 바닷물 위에

    구름과 빛과 시간과 함께

    떠 있는 배

    배를 매면 구름과 빛과 시간이 함께

    매어진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사랑이란 그런 것을 처음 아는 것

    빛 가운데 배는 울렁이며

    온종일을 떠있다

    • 이 시에서 화자는 드러나 있으며, 시적

    상황 (= 배를 매는 일)에서 어떤 깨달음을

    얻고 있음을 말하고 있다.

    • ‘매어진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라는 부

    분에서 화자의 깨달음이 외부 상황으로부터

    촉발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장석남, 「배를 매며」 - (2013학년 6월)

    ※ ② (나)는 화자의 시선이 자신의 내면에서 외부 세계로 이동하면서 시상이 전개되고 있

    다.

    • 화자의 감정이 외부 대상으로 옮겨간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배를 매며」에서는 배를 맨다는 외부

    상황에서 화자가 깨달음을 얻고 있다. 즉, ‘대상에서 마음으로’ 정서가 촉발되고 있어서 ②번 문항은

    적절하지 않다.

  • - 10 -

    (가) 한용운 「님의 침묵」 (나) 김광규 「나뭇잎 하나」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의 힘을 옮겨서 새 희망

    의 정수박이에 들어부었습니다.

    (말하기 방식=진술)

    ㉡나뭇잎 하나

    문득 혼자서 떨어졌다

    (보여주기 방식=묘사)

    29번. ㉠과 ㉡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2009학년 수능 29번) (정답 ③)

    ① ㉠과 ㉡에서는 시상이 확산되고 있다.

    ② ㉠과 ㉡ 모두 감정을 직설적으로 표출하고 있다.

    ③ ㉠은 ㉡과 달리 화자의 의지가 투영되어 있다.

    ④ ㉡은 ㉠에 비해 역동적인 느낌이 두드러진다.

    ⑤ ㉠은 사실의 기술이, ㉡은 관념의 표현이 부각된다.

    • ㉠은 ‘슬픔’, ‘희망’이라는 정서를 직

    접 말하고 있다. 즉 슬픔과 희망이라는 생각

    (=관념)을 통해 직설적으로 감정을 드러낸 것

    이다. 그리고 ‘슬픔’→‘희망’으로 나아가는 시상

    의 반전, 시상의 확산이 일어나고 있다.

    • 이렇게 직접적으로 감정을 말하면서 그 속

    에 화자의 소망과 의지가 숨어 있다. ‘들이부

    었다’라는 표현을 통해 그러한 소망과 의지를

    역동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 ㉡은 ‘나뭇잎 떨어졌다’는 것을 묘사하고

    있는데, 화자는 그 장면을 보고 어떤 깨달음을

    얻게 된 것이다. 화자에게 시상을 불러 일으킨

    최초의 계기가 된다. ‘하나’, ‘문득’, ‘혼자서’라

    는 시어가 그것을 암시하고 있고, 시상의 확산

    은 아니다.

    • ‘나뭇잎 떨어졌다’는 객관적 사실을 말하

    고 있기 때문에 화자의 의지나 역동성은 드러

    나 있지 않다. 대신에 ‘떨어졌다’라는 서술어를

    통해 하강적인 이미지를 보여주고, ‘사라짐’,

    ‘소멸’, ‘인생의 마무리‘를 암시하고 있다.

    한용운, 「님의 침묵」 / 김광규, 「나뭇잎 하나」 - ( 2009학년 수능 )

  • - 11 -

    시읽기 방법 넷째

    가난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가,

    너와 헤어져 돌아오는

    눈 쌓인 골목길에 새파랗게 달빛이 쏟아지는데.

    가난하다고 해서 두려움이 없겠는가,

    두 점을 치는 소리,

    방범대원의 호각 소리, 메밀묵 사려 소리에

    눈을 뜨면 멀리 육중한 기계 굴러가는 소리.

    가난하다고 해서 그리움을 버렸겠는가,

    어머님 보고 싶소 수없이 뇌어 보지만,

    집 뒤 감나무에 까치밥으로 하나 남았을

    새빨간 감 바람소리도 그려 보지만.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

    내 볼에 와 닿던 네 입술의 뜨거움,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속삭이던 네 숨결,

    돌아서는 내 등 뒤에 터지던 네 울음.

    가난하다고 해서 왜 모르겠는가,

    가난하기 때문에 이것들을

    이 모든 것들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가난한 사랑 노래

    -이웃의 한 젊은이를 위하여- , 신경림

    • 이 시는 크게 두 개의 의미 덩어리로 나

    눌 수 있다.

    • 1행~16행까지는 ‘모르겠는가’→‘없겠

    는가’→‘버렸겠는가’→‘모르겠는가’→

    ‘모르겠는가’라고 서술어가 이어지고 있

    다. ‘모르다’라는 추측을 나타내는 서술어와

    ‘없다/버리다’라는 부정적 상황을 나타내는

    서술어를 설의법으로 표현하여, 서술어 의미

    와 반대되는 상황을 강조하고 있다. 즉, 부

    정적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과 또한 거기서

    벗어나고픈 간절한 소망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 17행~18행에서는 그러한 소망이 좌절되

    는 이유를 제시하면서 시상을 마무리하고

    있다. 부정적 현실(=가난)에 대한 좌절과 분

    노가 시상 마무리 부분에 깔려 있다.

    • 청자 ‘너’도 드러나 있어서 화자-청자 사

    이에 대화가 있는 것 같지만, 2행에 나오는

    ‘너와 헤어져 돌아오는’ 부분을 보면 화자는

    과거 경험을 떠올리며 말하고 있다. 그래서

    화자 자신에게 말하는 독백적 진술로 되어

    있다.

    신경림, 「가난한 사랑의 노래」 - ( 2002학년도 수능 )

    ※ ② 시인과 화자를 분리하여 시 내용이 시인 자신의 생각과 거리가 있음을 드러낸다.

    • 화자는 시인이 아니라는 말이다. 그런데 화자가 특별히 가면을 쓰지 않는 한, 화자는 시인자신이다.

    • 시적 상황만 본다면 화자는 ‘젊은 나’이어서 화자와 시인은 분리되고 있다. 그러나 부제를 살펴보면

    이 시의 화자는 시인 자신이다. ‘젊은이를 위하여’ 노래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치 3인칭 전지적 작

    가처럼 ‘젊은이’의 마음에 들어가 그것을 알려주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②번은 적절하지 않다.

  • - 12 -

    (가)

    나는 나룻배

    당신은 행인

    당신은 흙발로 나를 짓밟습니다

    나는 당신을 안고 물을 건너갑니다

    나는 당신을 안으면 깊으나 옅으나 급한 여울이나 건너갑니다

    만일 당신이 아니 오시면 나는 바람을 쐬고 눈비를 맞으며 밤에서 낮까지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

    니다

    당신은 물만 건너면 나를 돌아보지도 않고 가십니다그려

    그러나 당신이 언제든지 오실 줄만은 알아요

    나는 당신을 기다리면서 날마다 날마다 낡아갑니다

    나는 나룻배

    당신은 행인

    ① ‘나는 나룻배’에서 보듯이 이 시의 화자는 ‘나’야. 이럴 경우 ‘나’는 시인의 분신이라

    고 볼 수도 있어.

    • 시인이 화자가 아닐 경우 화자는 탈을 쓰고 나타난다. 이 때 탈은 사물이 아닌 또 다른 인격체

    로 나타난다. 즉, 남성 화자, 여성 화자, 어린 아이 등으로 나타난다.

    • ‘나는 나룻배’의 경우 ‘나’를 ‘나룻배’에 비유하는 은유적 표현이다. 즉, 나의 특성을 나룻배로

    의미 이전시키는 것이다. 여기서 화자는 탈을 쓰는 것이 아니므로 화자와 시인은 같다고 볼 수

    있다.

    ④ 2연은 반어적 표현을 통해 ‘당신’에 대한 화자의 사랑과 희생이 무조건적임을 드러내

    려고 한 것 같아.

    • 2연에서는 대조적 상황이 표현된 것 같다. 즉, 당신은 나를 짓밟고 무시하지만 ( 3연에서 보

    듯 나를 돌아보지도 않고 가버린다), 나는 당신을 편안하게 물을 건너게 해준다. 당신을 위해서

    라면 무조건적으로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2연은 반어적으로 보기 어렵다. ④번이 적절

    하지 않다.

    한용운, 「나룻배와 행인」 - ( 2003학년도 수능 )

    ※ (가) 시의 소통 구조와 표현에 관해 토의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 - 13 -

    푸른 산이 흰 구름을 지니고 살 듯

    내 머리 위에는 항상 푸른 하늘이 있다

    하늘을 향하고 산림처럼 두 팔을 드러낼 수 있는 것이

    얼마나 숭고한 일이냐

    두 다리는 비록 연약하지만 젊은 산맥으로 삼고

    부절히 움직인다는 둥근 지구를 밟았거니……

    푸른 산처럼 든든하게 지구를 디디고 사는 것은 얼마나

    기쁜 일이냐

    뼈에 저리도록 ‘생활’은 슬퍼도 좋다

    저문 들길에 서서 푸른 별을 바라보자……

    푸른 별을 바라보는 것은 하늘 아래 사는 거룩한 나의

    일과이거니……

    - 신석정, 「들길에 서서」 -

    • 1연~4연까지는 화자 목소리 방향이

    시적 대상으로 향하고 있다. 시적 대상

    과 상황을 묘사하거나 설명하면서(1연

    과 3연), 그런 상황을 의문형 서술어미

    을 통해 반문하는 형식으로 (2연과 4

    연) 감탄하고 있는 것이다. 즉, 1~4연

    까지는 감탄적 어조로 표현하고 있다.

    • 5연에 와서는 서술어미가 청유형으로

    바뀌면서 마치 청자에게 말을 건네는

    듯하지만, 청자는 이 시 안에 없기 때

    문에 화자 자신에게 말을 건네는 독백

    이다. 스스로에게 권유한다는 것은, 무

    엇인가를 다짐하는 의지적 태도를 암시

    하고 있다. 그래서 표면적으로 독백적,

    권유적인 어조로 나타나지만, 속으로는

    의지적인 어조가 담겨있다고 볼 수 있

    다.

    신석정, 「들길에 서서」 - ( 2007학년도 수능 )

    • 5연의 ‘뼈에 저리도록 ‘생활’은 슬퍼도 좋다‘ 라는 역설적 표현은 1연~4연까지 노래한 상황이

    ’뼈에 저리도록‘ 슬픈 생활에서 나온 것임을 뜻하고 있다. 그래서 1연~4연까지 자연 대상을 예찬적

    태도로 접근한 이면에는 부정적 상황(=뼈에 저리도록 슬픈 생활)이 숨어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5연에

    와서 화자는 이면에 숨어 있는 그런 부정적 상황을 긍정적으로 인식할 수 있음을, 어조 변화를 통해

    스스로 다짐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6연의 ’~나의 일과이거니....‘ 라는 부분은 그러한 의지를

    사실적인 것으로, 일상적인 것으로 확립하려는 화자의 태도를 또한 보여주는 것이다.

    • 긴장은 밖과 안 또는 반대 방향에서 밀고 당기는 힘을 말한다. 현실-이상/ 리듬-일상언어/ 표면-이

    면/ 내용-형식/ 등의 사이에서 대립적 요소들이 부딪히면 긴장감이 생기게 된다. (이상섭, 『문학비평

    용어사전』) 이 시에서는 역설적 표현을 매개로 어조가 변하면서 부정-긍정의 대립 속에서 긴장감이

    나타난다고 볼 수 있다.

    ※ ② 어조의 변화를 통해 시적 긴장을 높이고 있다는 표현은 신석정 시에 해당된다.

  • - 14 -

    소설읽기 방법 첫째

    상처를 입은 노루는 설원에 피를 뿌리며 도망쳤다.

    사냥꾼과 몰이꾼은 눈 위에 방울방울 번진 핏자국을

    따라 노루를 쫓았다. 핏자국을 따라가면 어디엔가 노

    루가 피를 쏟고 쓰러져 있으리라는 것이었다. 는

    흰 눈을 선연하게 물들이고 있는 핏빛에 가슴을 섬뜩

    거리며 마지못해 일행을 쫓고 있었다. 총소리를 처음

    들었을 때와 같은 후회가 가슴에서 끝없이 피어올랐

    다. 는 차라리 노루가 쓰러져 있는 것을 보기 전

    에 산을 내려가 버리고 싶었다. 그러나 는 망설

    이기만 할 뿐 가슴을 두근거리며 해가 저물 때까지도

    일행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핏자국은 끝나지

    않았고, 는 어스름이 내릴 때에야 비로소 일행에

    서 떨어져 집으로 되돌아갔다. 그리고 는 곧 열

    이 심하게 앓아 누웠기 때문에, 다음날 그들이 산을

    세 개나 더 넘어가서 결국 그 노루를 찾아냈다는 이야

    기는 자리에서 소문으로 듣게 되었다. 그러나 는

    그것만으로도 몇 번이고 끔찍스러운 몸서리를 치곤 했

    다.

    (소설의 장면이 나눠지는 것을 말해주는 구절이다.)

    서장(序章)은 대략 그런 이야기였다. 물론 내가 처

    음에 이 서장을 읽은 것은 아니었다. 어느 중간을 읽

    다가 문득 긴장하여 처음부터 이야기를 다시 읽게 된

    것이었지만, 여기에서도 나는 그 총소리 하며 노루의

    핏자국이나 눈빛 같은 것들이 묘한 조화 속에 긴장기

    어린 분위기를 이루고 있음을 느꼈다. 사실 여기서도

    암시하고 있듯이 형의 소설은 전반에 걸쳐서 무거운

    긴장과 비정기가 흐르고 있었다.

    형의 내력에 대한 관심도 문제였지만, 형의 소설이

    나를 더욱 초조하게 하는 것은 그것이 이상하게 나의

    그림과 관계가 되고 있는 것 같은 생각 때문이었다.

    그것은 어쩌면 사실일 수도 있었다. 혜인과 헤어지고

    나서 나는 갑자기 사람의 얼굴이 그리고 싶어졌다. 사

    실 내가 모든 사물에 앞서 사람의 얼굴을 한번 그리고

    싶다는 생각은 막연하게나마 퍽 오래 지녀온 갈망

    이었다. 그러니까 혜인과 헤어지게 된 것이 그 모든

    동기라고 할 수는 없지만, 어쨌든 그 무렵 그런 충

    동이 새로워진 것은 사실이었다.

    나의 그림에 대해서는 더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

    그것은 견딜 수 없이 괴로운 일이다. 그리고 나는

    내가 그것에 대해 생각하고 화필과 물감을 통해 의

    미를 부여하고자 하는 것의 10분의 1도 설명할 수

    없을 것이다. 다만 나는 인간의 근원에 대해 생각을

    좀 더 깊게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느낌이 절실했

    던 점만은 지금도 고백할 수가 있을 것이다. 하여

    에덴으로부터 그 이후로는 아벨이라든지 카인, 또

    그 인간들이 지니고 의미하는 속성들을 즉흥적으로

    생각해 보곤 하였다. 그러나 어느 것도 전부를 긍정

    할 수는 없었다. 단세포 동물처럼 아무 사고도 찾아

    볼 수 없는 에덴의 두 인간과 창세기적 아벨의 선

    개념, 또 신으로부터 영원한 악으로 단죄받은 카인

    의 질투--그것은 참으로 인간의 향상 의지로서

    신을 두렵게 했을는지도 모른다--그 이후로 나타

    난 수많은 분화, 선과 악의 무한정한 배합 비율

    ……. 그러나 감격으로 나의 화필이 떨리게 하는 얼

    굴은 없었다. 나는 실상 그 많은 얼굴들 사이를 방

    황하고 있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안타까운 것은 혜

    인 이후 나는 벌써 어떤 얼굴을 강하게 예감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아직은 내가 그것과 만날 수 없

    었을 뿐이었다. 둥그스름한, 그러나 튀어 나갈 듯이

    긴장한 선으로 얼굴의 외곽선을 떠 놓고(그것은 나

    에게 있어 참 이상한 방법이었다) 나는 며칠 동안

    고심만 하고 있었다.

    (소설의 장면이 나눠지는 것을 말해주는 구절이

    다.)

    그러던 어느 날, 그 소설이라는 것이 시작되기 바

    로 전날이었을 것이다. 형이 불쑥 나의 화실에 나타

    났다. 그는 낮부터 취해 있었다. 숫제 나의 일은 제

    쳐 놓고 학생들에게 매달려 있는 나에게 형이 시비

    조로 말했다.

    이청준, 「병신과 머저리」 - ( 2006학년도 6월 )

  • - 15 -

    “흠! 선생님이 그리는 사람은 외롭구나. 교합 작용이

    이루어지는 기관은 하나도 용납하지 않았으니…….”

    ㉠ 얼굴의 윤곽만 떠 놓은 나의 화폭을 완성된 것에

    서처럼 형은 무엇을 찾아내려는 듯 요리조리 뜯어보고

    있었다. 나는 물끄러미 그 형을 바라보았다.

    “그건 아직 시작인걸요.”

    “뭐, 보기에 따라서는 다 된 그림일 수도 있는걸……

    하나님의 가장 진실한 아들일지도 몰라. 보지 않고 듣

    지 않고 오직 하나님의 마음만으로 살아가는. 하지만,

    눈과 입과 코…… 귀를 주면…… 달라질 테지--한데,

    선생님은 어느 편이지?”

    형은 그림과 나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그 눈이 무엇

    을 열심히 찾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이미 밖에서 찾

    을 것이 아무것도 없는 줄을 알고 있는 눈이었다. 나는

    어리둥절해 있기만 했다.

    “흥, 나를 무시하는군. 사람의 안팎은 합리적 논리로

    만 설명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걸 예술가도 이 의사

    에게 동의해 줄 테지. 그렇다면 내 얘기도 조금은 맞는

    데가 있을지 몰라. 어때, 말해 볼까?”

    형은 도시 종잡을 수 없는 말을 했다. 무엇인가 열심

    이라는, 열심히 말하고 싶어 한다는 것만은 알 수 있었

    다.

    [A] “그 새로 탄생할 인간의 눈은, 그리고 입은

    좀더 독이 흐르는 쪽이어야 할 것 같은데…… 희

    망은--이건 순전히 나의 생각이지만, 선(線)이

    긴장을 하고 있다는 것이야.”

    이상하게도 형은 나의 그림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

    다.

    - 이청준, 「병신과 머저리」 -

    • 화실에서 형과 동생의 대화에서 동생은 형의 이야기를 전혀 이해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 이 장면에

    서 모든 이야기는 형의 생각인 것이다.

  • - 16 -

    ㄱ. 형이 소설을 쓴다.

    ㄴ. 동생이 혜인과 헤어진다.

    ㄷ. 동생이 사람의 얼굴을 그린다.

    ㄹ. 형이 동생의 화실을 방문한다.

    46. 위 글을 읽은 학생들의 반응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2006학년도 6월)

    ① 두 이야기가 서로 연결되어 있어서 그 연관성을 세밀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군.

    ② 개인과 사회의 갈등보다는 개인의 내면적 갈등에 깊은 주의를 기울여 읽어야겠군.

    ③ 간결한 문체와 사실적인 묘사로 인물이 처한 긴박한 상황을 실감나게 보여 주고 있군.

    ④ 줄표(--)와 줄임표(……)의 활용을 통해 상황에 대한 서술자나 인물의 태도를 보여 주고 있군.

    ⑤ 추상적인 개념어를 사용한 요약적 서술과 인물 간의 대화를 통한 장면 제시를 모두 활용하고 있

    군.

    47. 위 글의 내용을 와 같이 정리할 때, 시간적인 순서대로 바르게 배열한 것은? [1점]

    ① ㄱ-ㄴ-ㄷ-ㄹ ② ㄱ-ㄴ-ㄹ-ㄷ ③ ㄴ-ㄷ-ㄱ-ㄹ

    ④ ㄴ-ㄷ-ㄹ-ㄱ ⑤ ㄷ-ㄹ-ㄱ-ㄴ

    48. ㉠을 통해서 동생의 상황을 이해한 것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형과의 갈등을 해소하고 싶지만, 아직은 형과의 거리를 좁힐 수 없다.

    ② 종교적 깨달음의 감격을 누리고 싶지만, 아직은 인간적인 한계가 크다.

    ③ 순수하게 살기를 원하지만, 그렇게 할 방법을 아직은 찾지 못하고 있다.

    ④ 그림에 근원적이고 절실한 의미를 담아내고 싶지만, 아직은 그러지 못하고 있다.

    ⑤ 그림에 몰두하여 혜인과 이별한 상처를 치유하고 싶지만, 아직은 그럴 수 없다.

    49. [A]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동생의 예술적 견해를 집약해서 보여 준다.

    ② 형이 동생의 심리 상태를 간파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③ 형이 동생의 그림에서 의미 있는 어떤 것을 찾았음을 시사한다.

    ④ 형이 동생의 그림에 채워지기를 원하는 얼굴 모습을 암시한다.

    ⑤ 동생의 삶의 태도가 변화하기를 바라는 형의 의식을 암시한다.

  • - 17 -

    서술상의

    순서사건내용 인물 심리와 갈등

    시점과

    서술방식

    사건1• 노루 사냥에

    따라 나감

    • 노루가 총을 맞고 피를 흘리며 도망

    가는 것에 는 몸서리치고 있다.

    말하기 방식

    (telling)

    사건2 • 형의 소설을 읽음

    • 형의 과거내력에 관심을 보인다.

    • 형의 소설이 나의 그림과 관련됨을

    알게 된다.

    말하기 방식

    (telling)

    서술상의

    순서사건내용 인물 심리와 갈등

    시점과

    서술방식

    사건3

    • 혜인과 헤어지지고

    나서 사람의 얼굴 그

    림을 그리기 시작함

    • 인간의 근원 문제를 얼굴 그림에

    나타내고자 한다.

    말하기 방식

    (telling)

    서술상의

    순서사건내용 인물 심리와 갈등

    시점과

    서술방식

    사건4

    • 형이 나의 화실을

    대낮에 술먹고 찾아

    • 나의 그림에 대해 형 자신의 생각

    을 말하고 있지만, 당시에 나는 그것

    을 이해하지 못한다.

    보여주기 방식

    (showing)

    ● 「병신과 머저리」소설 읽기

    • 사건4는 보여주기 방식으로 서술되었고, 그 첫 부분에서 주목해야 할 구절이 있다. ‘그 소설이라

    는 것이 시작되기 바로 전날’부분이다. 사건4는 서술상으로 4번째 해당하지만, 줄거리상으로 본다면

    형이 소설을 쓰기 전에 발생한 사건이라는 것을 이렇게 알려 주는 것이다. 그렇다면 동생은 아직 형

    의 소설을 읽지 않은 상태이다. 형의 소설 자체가 아직 없고, 화실에서 동생과 대화를 나눈 후 형이

    소설을 쓰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래서 형이 찾아와서 하는 말들을 대화 당시에는 동생이 전혀 이해하

    지 못하고 있었어요. ‘나는 어리둥절해 있기만 했다’, ‘형은 도시 종잡을 수 없는 말을 했다’,

    ‘이상하게도 형은 나의 그림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라고 서술한 것은 형의 말뜻을 당시에는 이

    해하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 동생은 형의 소설을 읽고 나서야 비로소 형이 말한 의미를 짐작하게 된 것이다. 사건1에서 형의 과

    거 내력과 나의 얼굴 그림이 서로 관련되고 있다고 했던 이야기가 사건4에 와서야 비로소 해명된다.

    이처럼 사건의 해명을 자꾸 뒤로 늦추는 추리적 기법은 이청준의 소설에 자주 나타나고 있다.

  • - 18 -

    ● 46번 해설 (정답 ③)

    ① • 두 이야기는 형의 소설 이야기와 나의 얼굴그림 이야기를 가리키고 있다 그리고 이 두 가지 이

    야기는 서로 긴밀하게 관련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② • 인간의 근원 문제는 개인의 내면적 갈등에 해당된다. 1인칭 서술자인 동생에게는 애인이 떠나고

    없는 상태에서 고민하는 것이고, 형에게는 과거 사건이 마음에 남아 고민하고 있다.

    ③ • 지문에 나온 서술방식은 말하기 방식과 보여주기 방식이 동시에 사용되고 있다. ‘간결한 문체와

    사실적 묘사’는 보여주기 방식으로 사건4에 사용되었지만, 그 장면이 인물의 긴박한 상황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형이 말한 바를 그 당시에 이해하지 못했음을, 보여주기 방식으로 암시해주는

    장면이다.

    ④ • 줄표(-)와 줄임표(......)가 자주 사용되고 있다. ^.^

    ⑤ • 사건1, 사건2, 사건3은 요약적인 말하기 방식으로, 사건4는 대화를 재현하는 보여주기 방식으로

    서술되고 있음을 지적한 문항이다.

    ● 47번 해설 (정답 ④)

    ● 48번 해설 (정답 ④)

    • ‘얼굴의 윤곽만 떠 놓은’ 나의 얼굴그림은, 선과 악의 배합 비율이 이러할 것이라고 예감만하고

    있고 구체적인 인간의 모습에 대해서는 아직 판단이 서고 있지 않음을 암시한다. 넷째 단락에 서술

    된 다음과 같은 부분도 이점을 이야기하고 있다.

    ‘나는 벌써 어떤 얼굴을 강하게 예감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아직은 내가 그것과 만날 수 없을

    뿐이었다’

    • 그리고 ‘나의 화폭을 완성된 것에서처럼 형은 무엇을 찾아내려는 듯 요리조리 뜯어보고 있었다’

    라는 대목에서 형은 동생의 그림을 마치 완성된 것으로 생각하고 말하고 있다. 즉, 형은 인간의 근

    원 문제에 대해 판단이 서고 있음을 암시하는 것이다.

    “그건 아직 시작인걸요.”

    “뭐, 보기에 따라서는 다 된 그림일 수도 있는걸……

  • - 19 -

    형은 그림과 나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그 눈이 무

    엇을 열심히 찾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이미 밖에

    서 찾을 것이 아무것도 없는 줄을 알고 있는 눈이

    었다. 나는 어리둥절해 있기만 했다.

    “흥, 나를 무시하는군. 사람의 안팎은 합리적 논

    리로만 설명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걸 예술가도

    이 의사에게 동의해 줄 테지. 그렇다면 내 얘기도

    조금은 맞는 데가 있을지 몰라. 어때, 말해 볼까?”

    형은 도시 종잡을 수 없는 말을 했다. 무엇인가

    열심이라는, 열심히 말하고 싶어 한다는 것만은 알

    수 있었다.

    [A] “그 새로 탄생할 인간의 눈은, 그리고 입

    은 좀 더 독이 흐르는 쪽이어야 할 것 같은

    데…… 희망은--이건 순전히 나의 생각이지

    만, 선(線)이 긴장을 하고 있다는 것이야.”

    이상하게도 형은 나의 그림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 ‘합리적이지 않다’는 것은, 인간이 선과 악

    두 가지 모습을 모두 다 갖고 있음을 암시하

    고 있다. 형은 ‘동의해줄테지’라고 하면서,

    동생도 인간의 근원 문제 즉 선과 악의 배합

    문제에 고민하는 것을 안다는 듯이 말하고 있

    는 것이다.

    • 형이 동생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는 의미

    이다. 하고 싶은 말은 [A]이고, 동생도 자기

    의 생각에 따라줄 것을 바라고 있다.

    • [A]에서 형은 인간의 근원 문제 즉 선과 악

    의 배합에서 좀 더 악한 쪽으로 기울고 있다

    는 것을 확실히 말해주고 있다. ‘독이 흐르는

    쪽’이어야 한다가 바로 형의 판단을 말해주

    고 있다. 그래서 그런 방향으로 인간의 모습을

    인식해야 한다고 동생에게 말하고 있는 것이

    다. 그리고 그런 방향으로 얼굴 그림이 완성되

    어야 한다고 형이 말하고 있다.

    ● 49번 해설 (정답 ①)

    ① 동생의 예술적 견해를 집약해서 보여 준다.

    ② 형이 동생의 심리 상태를 간파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③ 형이 동생의 그림에서 의미 있는 어떤 것을 찾았음을 시사한다.

    ④ 형이 동생의 그림에 채워지기를 원하는 얼굴 모습을 암시한다.

    ⑤ 동생의 삶의 태도가 변화하기를 바라는 형의 의식을 암시한다.

    • 사건4는 형이 찾아와서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장면이다. 동생은 형이 왜 그런 말을 하는

    지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듣고 있다. 그래서 [A] 부분은 동생의 예술적 견해와 상관없고

    오히려 형의 생각이다. 그래서 ①이 정답이다.

  • - 20 -

    소설읽기 방법 둘째

    서술자는 자신의 시각에서 이야기를 직접 서술하거나, 인물의 시

    각에서 인물의 경험과 인식을 반영하여 서술한다. 즉 ‘서술’은 서술

    자가 담당하지만 ‘시각’은 서술자의 것일 수도, 인물의 것일 수도 있

    는 것이다.

    27. 를 참고할 때, ㉠~㉤ 중 성격이 다른 것은? (정답③)

    ① ㉠ ② ㉡ ③ ㉢ ④ ㉣ ⑤ ㉤

    오영수, 「화산댁이」 - ( 2012학년 6월 )

    • “서술자는 자신의 시각에서 이야기를 직접 서술” 하는 경우는 1인칭 시점이다. 1인칭 시점의 소설,

    특히 주인공 시점에서는 자기 이야기이니까 자기 마음대로 이야기기를 만들어 나갈 수 있는 것이다.

    1인칭 주인공 시점에서는 서술자가 작품에 개입한다? 당근! 1인칭의 의미가 바로 이것이다. ‘서술자

    는 작품 내에 있다!’

    • “ 인물의 시각에서 인물의 경험과 인식을 반영하여 서술한다” 는 것은 3인칭 시점을 말하는 것이

    다. 3인칭 시점에서 서술자는 이야기를 단순히 전달해주는 중개자이다. 자기 이야기가 아니니까 듣고

    서 전달해주는 역할만 한다. 이야기 세계에 개입할 수 없는 것이다. ‘서술자는 작품 밖에 있다’는 말

    이 이것을 의미한다. 이 때 중요한 점이 있다. 3인칭 시점에서 이야기 내용은 전부 다 인물이 판단하

    고 생각한 거라는 점이다. 그럼 서술자는? 단순히 그 이야기만 전달하고 서술자는 그것에 대해 판단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럼 1인칭 주인공 시점은? 자기 이야기이니까 자기가 판단하는 것이다.

    • 왜 판단을 말하느냐고 의문이 들 수 있다. 서술자 문제를 이해하는데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에서는 이것을 ‘시각’이라는 말로 표현했다.

    • 문제는 3인칭 전지적 시점이다. 원래 3인칭 시점에서는 전지적이든 관찰자든 서술자는 이야기를

    전달하고 중개해주는 역할에 그쳐야 한다. “ ‘서술’은 서술자가 담당 ” 한다는 의 말이 바로 이

    런 중개 역할을 말하고 있다. 전지적 시점에서는 인물의 내면 심리를 보여줄 수 있는데, 이것도 서술

    자가 중개 역할을 한 것에 불과하다. 전지적이니까 인물의 마음 속으로 들어가 그 생각을 알아차리고

    독자들에게 알려주는 것이니까. 서술자의 생각이나 판단이 아니고 인물의 생각과 판단이다.

  • - 21 -

    모든 것이 낯선 것들이었다. ㉠ 모든 것이 손도 못 댈 것 같고 주저스럽고 조심스럽기만 했다.

    우선 어디가 구들목이며 어디 어떻게 앉아야 할지, 마치 종이 상전 방에 불려 온 것처럼 앉을 자리

    부터가 만만치 못했다. (인물의 시각이다. ‘낯선 것들’, ‘어떻게 앉아야 할지’ 등은 화산댁이의 생각

    이지 서술자의 생각이 아니다.)

    화산댁이는 자꾸만 쓸쓸했다. 뭣을 쥐었다가 놓친 것처럼 마음이 허전했다. ‘자식도 강보에 자식

    이지, 쯧쯧.’ 돌아눕는다. ㉡ 건넌방에서는 소곤소곤 이야기 소리가 들려왔다. (인물의 시각이다.

    ‘마음이 허전’한 것은 인물의 심리가 드러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야기가 인물의 귀로 들려온

    것이다. 소리가 들렸다는 판단도 인물이 한 것이다.)

    뒷간이 있음 직한 곳을 이리저리 찾았으나 없었다. 집을 두 바퀴나 돌았으나 뒷간은 역시 없었

    다. ㉢ 대체 적산집* 뒷간이 밖에 있을 리가 없다. 화산댁이는 뒷간이 없는 집이란 상상도 할 수

    없었으나, 일이 급해서 그만 어수룩한 담 밑에다 대고 뒤를 보았다. ㉣ 한결 개분했다. 문살만 훤

    하면 나와서 뒤본 자리를 챙기리라 맘먹고 다시 들어왔다. (㉢은 서술자의 시각이다. 그 다음 문장

    에 화산댁이는 뒷간 없는 집을 생각조차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은 볼 일을 난 뒤 인물의 심

    리를 보여주는 인물의 시각이다.)

    아들 내외가 깰까 싶어 조심조심 밖으로 나왔다. 뒤본 자리는 공교롭게도 돌가루로 마련된 수채

    였다. 수채는 앞집으로 통했다. ㉤ 아침에 봐도 역시 뒷간은 없었다. (인물의 시각이다. 아침에 뒤

    간을 살펴본 인물의 판단이 들어 있다. )

    • 그런데 서술자가 전지적이다 보니까 이야기 세계에 개입할 가능성이 있다. 서술자가 이야기의 흐름

    을 꾸미고, 사건에 대해 서술자가 판단할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3인칭 전지적 서술자가 작품에 개입

    하는 것을 ‘편집자적 논평’이라고 한다. “ ‘시각’은 서술자의 것일 수도, 인물의 것일 수도 있는 것이다

    ” 는 부분에서 ‘서술자의 시각’은 편집자적 논평을 말하는 것이고, ‘인물의 시각’은 인물의 내면심리

    가 드러난 것을 말하는 것이다.

  • - 22 -

    소설읽기 방법 셋째

    “여보 서방님, 내 몸 하나 죽는 것은 설운 마음 없소마는

    서방님 이 지경이 웬일이오?”

    “오냐 춘향아, 설워 마라. 인명이 재천인데 설만들 죽을쏘

    냐?”

    춘향이 저의 모친 불러,

    “한양성 서방님을 칠 년의 큰 가뭄에 백성들이 비 기다린들

    나와 같이 자진(自盡)턴가. 심은 나무 꺾어지고 공든 탑이 무

    너졌네. 가련하다, 이내 신세, 하릴없이 되었구나. 어머님, 나

    죽은 후에라도 원이나 없게 하여 주옵소서. (중략) 만수운환

    (漫垂雲鬟) 흐트러진 머리 이렁저렁 걷어 얹고 이리 비틀 저

    리 비틀 들어가서 매 맞아 죽거들랑, 삯군인 척 달려들어 둘

    러업고 우리 둘이 처음 만나 놀던 ㉠ 부용당(芙蓉堂)의 적막

    하고 요적한 데 뉘어 놓고 서방님 손수 염습(殮襲)하되, 나의

    혼백 위로하여 입은 옷 벗기지 말고 양지 끝에 묻었다가, 서

    방님 귀히 되어 청운에 오르거든 일시도 둘라 말고 육진장포

    (六鎭長布) 다시 염하여 조촐한 상여 위에 덩그렇게 실은 후

    에 북망산천 찾아갈 제, 앞 남산 뒤 남산 다 버리고 한양으

    로 올려다가 ㉡ 선산(先山)발치에 묻어 주고, 비문에 새기기

    를, ‘수절원사(守節寃死)* 춘향지묘(春香之墓)’라 여덟 자만

    새겨 주오. 망부석이 아니 될까. 서산에 지는 해는 내일 다시

    오련마는 불쌍한 춘향이는 한번 가면 어느 때 다시 올까. 신

    원(伸寃)*이나 하여 주오. 애고 애고, 내 신세야.”

    - 작자 미상, 「열녀춘향수절가」-

    * 수절원사 : 절개를 지키다 원통하게 죽음.

    * 신원 : 가슴에 맺힌 원한을 풀어 버림.

    • 사건 중심으로 읽으면, 춘향과 이도령이

    옥문에서 재회하는 장면이다.

    • 인물 중심으로 읽으면, 춘향이는 마지막

    소원을 이도령에게 하소연하고 있다. 춘향

    의 마음은 죽은 이 후에도 이도령의 사랑

    을 확인하고자 한다. ‘㉠ 부용당(芙蓉堂)’에

    서 이러한 의미가 드러나는데, 춘향과 이

    도령의 사랑은 신분을 초월한 것이다.

    • 한편 춘향은 이도령 양반 가문에 적으

    로 올리고 싶어한다. 이것은 ‘㉡ 선산(先山)

    발치’에서 나타난다. 기생으로서 양반 가문

    의 선산에 묻히는 것은 신분 상승을 의미

    한다고 볼 수 있다.

    「열녀춘향수절가」 - ( 2013학년 9월 )

  • - 23 -

    「춘향전」은 춘향과 이몽룡의 신분을 초월한 사랑 이야기를 중심으로 여성의 정절 및 신분 상승의 문제를 다루면서 당대 사회에 대한 비판 의식을 드러내고 있다.

    21. 를 참고하여 ㉠, ㉡에 대해 토의하였다. 토의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정답⑤)

    ① ㉠은 춘향과 어사또의 사랑이 싹튼 곳이니까 두 사람의 추억이 어린 공간이라 할 수 있어.

    ② ㉠을 춘향의 혼백이 위로받는 장소로 본다면 춘향이 어사또의 사랑을 다시 확인받고자 하는

    공간이라 할 수 있어.

    ③ ㉡은 수절원사라는 표현으로 보아 춘향의 정절에 대한 보상이 이루어지는 공간이라 할 수

    있어.

    ④ ㉡은 춘향의 한이 풀어지는 장소이자 신분 상승을 상징하는 공간이라 할 수 있어.

    ⑤ ㉡은 춘향에게 정절을 강요하는 당대 사회에 대한 춘향의 비판 의식이 투영된 공간이라 할 수

    있어.

    • 선산발치에 묻어 주면 ‘신원’ (= 가슴에 맺힌 원한을 풀어 버림)이 된다고 하였다. 그러면 춘향의

    한이 풀리는 것이다. 기생 신분으로써 양반 가문의 선산에 묻히는 것은 신분 상승이라고 볼 수 있다.

    ‘선산발치’와 ‘망부석’은 신분을 초월한 사랑을 나타낸다고 생각하고, 신분 상승과는 관련 없다고 판단

    하여 ④번 문항을 정답으로 한 수험생들이 무척 많았다.

    • ⑤번 문항을 적절하다고 생각한 이유는 ‘수원절사’ (= 절개를 지키다 원통하게 죽음)를 글자 그대

    로 이해하여 혼동이 온 것이다. 춘향은 변사또의 수청을 거부하다가 옥에 갇힌 것이다. 춘향은 이도령

    과 사랑 때문에 정절을 스스로 지킨 것이다. 사건 중심과 인물 중심으로 2~3번 읽어 보면, 소설 표

    면에 드러나지 않은 부분들을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 - 24 -

    48. ㉠~㉤에 대한 이해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2009학년도 수능 48번) - ‘박씨전’ (정답⑤)

    ① ㉠: 극진한 겸양 표현을 통해서 청혼 자리의 분위기를 드러낸다.

    ② ㉡: 한문 구절을 끌어 와서 인물이 자기 생각의 정당성을 드러내게 한다.

    ③ ㉢: 시선의 이동에 따라 경치를 묘사하여 둘러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④ ㉣: 배경을 시․청각적으로 묘사하여 인물의 심리를 잘 드러낸다.⑤ ㉤: 대화 속에 고사를 인용하여 인물이 처한 쓸쓸한 상황을 부각한다.

    「박씨전」 - ( 2009학년도 수능 )

    ● 이 문제를 처음 풀어봤을 때, ‘뭐 이렇게 쉬워?’라고 생각할 수 있다. ^.^ 그런데 정답

    을 확인해 보니, ‘왠일이니?’라고 놀랐을 것이다. 자, 현대소설이든 고전소설이든 소설에서는

    이런 문제가 발목을 잡는다. 이런 밑줄 친 부분의 의미를 묻는 문제가 나오면 일단 신중해

    져야 한다. 반드시 밑줄 친 앞뒤 부분에서 그것의 의미를 확인해보아야 한다. 정답의 근거

    가 그 부분에 있으니까. 그래서 너무 빠르게 읽지 마라. 정답이 되는 판단 부분을 그냥 넘

    어갈 수 있다.

    ① “㉠: 극진한 겸양 표현을 통해서 청혼 자리의 분위기를 드러낸다”는 처사의 입장을 보

    여주고 있다. 일국의 재상에게 벼슬도 못한 시골 선비가 청혼을 한다고 생각해보라. 바로

    그런 장면이다. “버리시지 아니하오면 한이 없을까 하나이다.”의 표현에서 처사의 청혼 자

    세가 나타나 있다.

    ② “㉡: 한문 구절을 끌어 와서 인물이 자기 생각의 정당성을 드러내게 한다”는 부분은 아

    들 이시백 결혼에 대한 재상 부인의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 듣도 보도 못한 시골 처사가 와

    서 재상의 아들과 결혼하겠다고 ‘통보’를 하고 있는데, 어느 엄마가 좋다고 생각할까? 반대

    의견을 내세우는데, 사자성어를 인용하고 있다. ‘혼인은 인륜대사라’.

  • - 25 -

    ㉢ 좌우 산천 바라보니 각색 화초 만발한데 봉접은 펄펄 날아 꽃을 보고 춤을 추고, 수양버들은

    늘어졌는데 황금 같은 꾀꼬리는 환우성(喚友聲)*이 더욱 좋다.

    ㉣ 층암은 층층하여 병풍을 둘러친 듯, 시냇물은 잔잔하여 남청을 부르는 듯, 비죽새는 슬피 울

    어 허황한 일을 비양하는 듯, 두견성은 처량하여 사람의 심회를 돕는지라. 공이 자기가 한 일을

    돌아본즉 도리어 허탄한지라. 후회막급이나 어찌할 바를 몰라 방황하다가 ~

    이미 지나간 일이라 하는 수 없어 주점에 돌아와 머물새, 시백이 부친을 위로했다.

    “㉤ 옛날 한(漢) 무제도 선술을 구하다가 마침내 구하지 못하고 쓸쓸히 돌아왔으니 후회해도 소

    용없사온지라. 도로 돌아감만 같지 못하오이다.”

    ③ “㉢: 시선의 이동에 따라 경치를 묘사하여 둘러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는 혼인하러 금

    강산에 가는데, 금강산 입구의 풍경을 묘사하는 부분을 지칭하는 것이다.

    ④ “㉣: 배경을 시․ 청각적으로 묘사하여 인물의 심리를 잘 드러낸다“에 정답이라고 체크한 사람들이 무척 많다. 선택지 ⑤번 문항도 맞는 것 같아서 ④번 문항이 틀린 것처럼 생각되

    기 때문이다.

    ㉣의 밑줄 친 부분의 의미를 앞뒤 문맥 속에서 잘 파악해야 한다. 시각적으로 묘사한 부분

    도 있고, 청각적으로 묘사한 부분도 있다. 그리고 그것이 인물의 심리를 보여 주고 있느냐

    를 따져 보아야 한다. 사실 결혼이라고 매우 즐거운 마음으로 금강산에 왔는데, 하루 아침

    에 이렇게 인물의 심리가 바뀌니, 그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신선과 결혼한다는

    것이 보통일이 아닌데, 금강산에 와보니 반겨주는 사람 없고 막막해지면서 불안감이 생긴

    것이다.

    ⑤ “㉤: 대화 속에 고사를 인용하여 인물이 처한 쓸쓸한 상황을 부각한다”는 매력적인 오

    답이다. ‘쓸쓸한 상황’은 함정이다. 고전소설에서 대화의 방식이나 대화의 의미를 묻는 문제

    는 자주 나오기 때문에 대화의 앞뒤 맥락을 잘 살펴보아야 한다.

    ㉤의 말은 이시백이 아버지를 위로하는 말이다. ㉤ 앞에 ‘위로했다’라는 서술어가 그것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의 문장 구조를 보면 ‘A하니 B하자’ 이다. 즉 A 상황에 대

    한 타개책을 제시하는 말이다.

  • - 26 -

    소설읽기 방법 넷째

    그날 밤, 민 노인은 근래에 흔치 않은 노곤함으로 깊은 잠을 잤다. 춤판이 끝나고 아이들과

    어울려 조금 과음한 까닭도 있을 것이었다. 더 많이는, 오랜만에 돌아온 자기 몫을 제대로 해

    냈다는 느긋함이, 꿈도 없는 잠을 거쳐 상큼한 아침을 맞고 했을 것으로 믿었는데, 그런 흐뭇

    함은 오래 가지 않았다. 다 저녁때가 되어, 외출에서 돌아온 며느리는 집 안에 들어서자마자

    성규를 찾았고, 그가 안 보이자 민 노인의 방문을 밀쳤다.

    “아버님, 어저께 성규 학교에 가셨어요?”

    예사로운 말씨와는 달리, 굳어 있는 표정 위로는 낭패의 그늘이 좍 깔려 있었다.

    금방 대답을 못하고 엉거주춤한 형세로 며느리를 올려다보는 민 노인의 면전에서,

    송 여사의 한숨 섞인 물음이 또 떨어졌다.

    “북을 치셨다면서요.”

    “그랬다. 잘못했니?”

    우선은 죄인 다루듯 하는 며느리의 힐문에 부아가 꾸역꾸역 치솟고, 소문이 빠르

    기도 하다는 놀라움이 그 뒤에 일었다.

    “아이들 노는 데 구경 가시는 것까지는 몰라도, 걔들과 같이 어울려서 북 치고 장구 치는

    게 나이 자신 어른이 할 일인가요?”

    “하면 어때서. 성규가 지성으로 청하길래 응한 것뿐이고, 나는 원래 그런 사람 아니니. 이번

    에도 내가 늬들 체면 깎았냐.”

    “아시니 다행이네요.”

    송 여사는 후닥닥 문을 닫고 나갔다.

    -최일남, 「흐르는 북」-

    47. 위 글의 서술상의 특징과 그 효과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2008학년도 수능)

    ① 의식의 흐름 기법을 사용하여 인물의 내적 욕망을 드러내고 있다.

    ② 특정 인물의 시각에서 서술하여 그의 내면에 공감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③ 성격과 행위의 괴리를 보여 주어 인물이 처한 심리적 상황을 부각시키고 있다.

    ④ 서술자가 인물과 사건을 권위적으로 논평하여 주제를 선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⑤ 시대적 배경을 섬세하게 묘사하여 사회 현실의 문제를 실감나게 드러내고 있다.

    최일남, 「흐르는 북」 - ( 2008학년 수능 )

  • - 27 -

    ● 이 장면에서 2가지 방식으로 서술되고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은 며느리에 대한 부분

    인데, 서술자가 관찰자 시점으로 접근하고 있다. 송여사의 모습이나 행동을 묘사하고 있어

    서 송여사의 속생각(=내면심리)는 드러나지 않는다.

    ‘굳어 있는 표정 위로는 낭패의 그늘이 좍 깔려 있었다’, ‘한숨 섞인 물음이 또 떨어졌다’

    그런데 ㉡은 민노인에 대한 부분인데, 서술자가 전지적 시점으로 접근하여 민노인의 내면

    심리가 드러나고 있다.

    ‘부아가 꾸역꾸역 치솟고’, ‘놀라움이 그 뒤에 일었다

    이 장면은 민노인과 며느리 사이에 갈등이 나타나는 장면이다. 그런데 서술자는 민노인의

    속생각만 보여주고, 며느리의 속생각은 보여주지 않는다. 갈등 상황에 대한 민노인의 판단

    만 제시되기 때문에 독자는 민노인의 판단이나 심리에 동조할 가능성이 많다.

    (※ 이와 같은 서술방식을 제한적인 전지적 시점이라 한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에서는 구보 한

    사람의 내면심리만 보여주고 다른 인물에 대해서는 서술자가 아예 접근하지 않는다. 다른 인물에 대

    해서는 구보의 추측과 판단에 따르고 있다. 반면에 「흐르는 북」에서는 서술자가 민노인에 대해서는

    전지적 시점으로, 다른 인물에 대해서는 관찰자 시점으로 접근하고 있다. 서술상의 미묘한 차이가 있

    지만 문학적 효과는 아주 다르다. )

    ● 47번 해설 (정답 ②)

    ① • 의식의 흐름 기법은 인물의 내면의식에 떠오르거나 감각기관에 부딪히는 단편적인 것들을 그때

    그때 서술해가는 방식이다. 사건 사이에 인과성이 없다는 특징이 있고, 현대인의 내면심리를 보

    여주는데 효과가 있다. 이상의 「날개」,박태원의 「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은 의식의 흐름 기

    법으로 서술된 소설이다.

    ② • ‘특정인물의 시각에서 서술’은 민노인의 내면심리만이 드러나는 방식으로 서술되었다는 것을 말

    한다. 장면 장면마다 민노인의 속생각만 드러나고, 다른 인물들은 겉모습만 보여주기 때문에 민

    노인의 생각에 공감하게 된다.

    ③ • 성격은 내면적이고 심리적인 것과 관련되지만, 행위는 겉으로 드러난 인물의 행동이다. 그래서

    ‘성격과 행위의 괴리’는 어떤 행동을 놓고 속으로 할까 말까 심하게 대립하는 개인의 내면적 갈

    등을 말한다. 이 장면에서는 인물과 인물 사이의 갈등이 나타나고 있다.

    ④ • 전지적 서술자가 작품에 개입하는 편집자적 논평을 말하는 것 같다.

    ⑤ • 사회 현실과 관련된 사회적 갈등은 나타나고 있지 않다.

  • - 28 -

    23. 위 글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2008학년도 6월 23번) - ‘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

    ① 제한된 공간에서의 만남을 통하여 세태를 암시하고 있다.

    ② 현재형 어미를 사용해 인물의 내면을 생동감 있게 제시하고 있다.

    ③ 시간적 순서에 따라 사건을 배열하여 사건의 인과성을 밝히고 있다.

    ④ 직접 화법과 간접 화법을 활용하여 등장인물 간의 심리적 거리를 조절하고 있다.

    ⑤ 쉼표를 의도적으로 사용하여 읽기 속도에 변화를 줌으로써 그 부분에 주목하게 하고 있다.

    박태원, 「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 - ( 2008학년 6월 )

    ※ 인물 간 심리적 거리

    ● 직접화법 (=보여주기 방식)은 일반적으로 거리감이 생긴다. 대화 속에 들어 있는 의미

    를 잘 모르고, 대화 장면 자체를 거리를 두고 바라보니까. 그런데 구보씨의 내면심리가 드

    러나는 부분에는 인물간 대화가 따옴표 없이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즉, 따옴표를 치면 직

    접화법이지만, 따옴표가 없다면 간접화법으로 볼 수 있다. 이렇게 간접화법으로 제시된 인

    물 간 대화는 구보씨가 매우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즉, 구보씨의 내

    면으로 인물들을 끌어들여 속으로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이다. 전지적 서술자가 구보의

    내면을 들여다 보니 구보가 그렇게 반응하고 있다고 본 것이다. 반면에 직접 화법으로 제시

    된 인물 대화 부분은 구보씨가 거리를 두고 그냥 바라보는 듯한 느낌을 주게 된다. 전지적

    서술자가 구보의 내면을 들여다 보니 구보씨에게 별 생각이 없는 것이다. 그래서 직접 화법

    부분은 구보와 인물 사이에 거리감이 있음을 보여준다.

    ※ 작중 인물 시점

    ● 「만무방」에서 응오나 응칠의 내면심리와 독백을 따옴표 없이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부분이 있다. 이러면 서술자의 중개 없이 바로 인물의 내면심리가 독자에게 직접 노출되는

    효과가 있다. 독자와 인물 사이의 거리감이 좁혀지는 것이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그 부

    분의 주체가 1인칭 주어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3인칭 시점으로 서술되다가 1인칭

    시점으로 바뀐 느낌을 주게 된다. 이렇게 작중 인물의 심리가 서술자 중개 없이 그대로 드

    러나는 것을 ‘인물시점’이라 한다. 「만무방」,「금따는 콩밭」등 김유정 소설에서 잘 나타

    난다.

  • - 29 -

    장르복합 읽기 방법

    (다)

    나는 성품이 또한 게을러 일찍이 동산을 가꾸지 않았고, 화훼(花卉)

    에 관심이 없었다. 동쪽 정원에 단지 복숭아나무 한 그루와 잡목 한

    그루가 있을 뿐이다. 모두 심지 않았는데도 싹이 트고, 물을 주지 않았

    는데도 자랐으며, 호미질하지 않았는데도 무성하게 된 것들이다. 바야

    흐로 춘삼월에 복숭아꽃이 막 피어났는데, 꽃잎이 곱고 꽃부리가 연약

    하며 꽃술이 향기로웠다. 금으로 둥글리고 옥으로 깎은 듯, 분칠을 옅

    게 하고 연지를 짙게 찍은 듯하였다. 잡목은 그 곁에 서 있는데, 가지

    나 잎도 볼 만한 것이 없고 꽃도 피지 않았다. 그저 이름도 모르는 나

    무일 뿐이기에 잡목이라고 불렀다.

    하루는 종 녀석이 화원에 가서 한참 바라보더니 복숭아나무로 다가

    가 어루만지면서 주위를 서성였다. 다시 물을 주고 흙을 북돋아 주고

    서 떠났는데, 잡목은 거들떠보지 않았다.

    내가 그 이유를 물으니 대답했다.

    “지금 복숭아나무가 잎이 막 싹을 틔우고 꽃이 또 봉오리를 맺으니,

    그 열매가 익기를 기다리면 먹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 나무는 사람에

    게 정말 사랑스러운 데다가 장차 이익까지 주게 됩니다. 저 잡목은 꽃

    도 잎도 볼 것이 없고, 과실도 먹을 것이 없는 데다가, 그 뿌리가 굳세

    고 가지가 큽니다. 뿌리가 길게 뻗으면 지맥을 막아 복숭아나무가 번

    식할 수 없습니다. 가지가 크면 햇볕을 가로막고 방해하여 양기(陽氣)

    를 소모하게 되니 복숭아나무가 번창하여 무성할 수가 없습니다. 베임

    을 당하지 않는 것도 다행인데, 우리가 지켜 줄 필요가 있겠습니까?”

    내가 말했다.

    “그래, 그렇군. 하지만 아니야, 아니야. 너는 큰 도리를 듣지 못했느

    냐? 하늘의 도(道)는 만물에 두루 은혜를 베풀어서 비와 이슬이 상대

    를 가리지 않고 내리고, 군자는 남을 두루 사랑하여 다른 사람과 함께

    인(仁)의 경지를 이룬단다. 그러므로 태산의 언덕에 소나무, 계수나무

    가 가죽나무, 상수리나무와 함께 자라고, 달인(達人)의 문하에 어진 이

    와 어질지 못한 이가 같이 있게 되지. 복숭아나무와 잡목은 예쁘다는

    점과 못생겼다는 점, 특이하다는 점과 평범하다는 점에서 정말로 차이

    가 있지. 하지만 똑같이 천지의 기를 받아 태어났고, 태어나서 또 마침

    나의 동산에 심어져 있구나. 사람이 하나는 보호하고 하나는 버린다면,

    잡목으로 태어난 존재가 더 무엇을 바랄 수 있겠느냐? 나는 내 화원에

    있는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라도 모두 그 사이에 행(幸)과 불행(不

    幸)이 있게 하고 싶지 않다. 너는 얼른 가서 가꾸어라.”

    • 복숭아 나무와 잡목을

    그 특성에 따라 대조하고

    있고, 복숭아 나무에 대해

    서는 예찬적 태도로 접근

    하고 있다.

    • 종은 복숭아 나무의 심

    미적 가치와 실용적 가치

    를 인정하고 있다. 그것을

    알 수 있는 부분이 바로

    ‘사랑스러운 데다가 장차

    이익까지’ 부분이다

    • 그런데 잡목에 대해서는

    존재가치도 부정하고 있

    다.

    • 작가는 복숭아 나무와

    잡목의 차이를 인정하고

    있다. 그렇지만 잡목의 존

    재가치를 부정하고 있지는

    않다. ‘똑깥이 천지의 기를

    받아 태어났’기 때문이죠.

    수필 : 남공철, 「동원화수기」 - ( 2008학년 9월 )

  • - 30 -

    24. ⓐ와 ⓑ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한 것은? (정답 ④)

    ① ⓐ, ⓑ는 모두 글쓴이의 감정이 이입된 대상이다.

    ② ⓐ, ⓑ는 모두 계절적 배경을 알게 해 주는 소재이다.

    ③ ⓐ는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사물이고, ⓑ는 고독을 느끼게 하는 사물이다.

    ④ ⓐ는 감흥을 자아내는 자연물을, ⓑ는 어진 성품을 가진 사람을 의미한다.

    ⑤ ⓐ는 향토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자연물을, ⓑ는 강한 생명력을 가진 존재를 의미한다.

    ⓐ 두견화 ⓑ 소나무, 계수나무

    ①• 감정이입이 되기 위해서는 ⓐ, ⓑ가 의인화되거나, 감정을 나타내는 표현이 결합되어야 한

    다. (가)와 (다)에서는 그냥 서술하고 있다.

    ②• 두견화는 진달래꽃이므로 봄을 알려주는

    계절 배경이 되고 있다.• 소나무, 계수나무는 계절과 관련이 없다.

    ③• 향수는 고향을 생각하는 마음인데 (가) 시

    는 고향과 관련되고 있지 않다.

    • 소나무나 계수나무가 그 자체로 고독을 암

    시하고 있지 않다. 오히려 소나무는 절개나

    기개 또는 꿋꿋함을 환기하고 있다.

    ④• 검은 들의 ‘봄빛’과 ‘두견화’는 봄의 느낌을

    자아내는 자연물이다.

    • 군자는 다른 사람과 함께 인의 경지를 이

    루는 것처럼, 소나무 계수나무는 다른 나무

    (=가죽나무 상수리나무)와 함께 자란다고 한

    다. 이렇게 대구를 통해서, 소나무 계수나무

    는 앞 문장의 ‘인의 경지’를 이룬 군자를 지

    칭하고 있다.

    • ‘향토적 분위기’는 ‘도시-농촌’의 대립 또

    는 ‘근대 -전통’의 대립 개념에서 농촌이나

    전통을 의미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두견화

    는 ‘인간-자연’의 대비에서 나오는 대상물이

    다.

    • 소나무 계수나무는 복숭아 나무와 연결되

    고, 가죽나무 상수리나무는 잡목과 연결된다.

    잡목이 생명력이 강하다고 종이 말하고 있으

    므로, 가죽나무와 상수리나무가 강한 생명력

    을 가진 존재이고 소나무 계수나무는 이와

    관련 없다.

  • - 31 -

    희곡 읽기 방법

    (2008학년도 6월 평가원 31번, 32번)

    모시 적삼을 입은 한영덕이 오른쪽 무대 아래에서 허리를 굽힌 채

    염을 하고 있다. 수술 장면에서 사용했던 수술대와 환자용 마네킹이 그

    대로 이용된다. 허름한 옷차림의 강 노인, 관을 들고 등장. 차트를 넘긴

    다.―‘1972년 서울’. 강 노인은 망치를 관 위에 올려놓고 소주병을 관

    옆에 둔다. 조용히 엎드려 잠을 청한다. 이때 여학생 교복을 입은 한혜

    자, 조심스럽게 걸어 나와 한영덕을 바라보면서 오른쪽 무대 위로 올라

    간다.

    한혜자 (종이쪽지를 보며) 오늘 아침에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전보를

    받았습니다. 난, 아버지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습니다. 날마다 허리를

    앓거나 날마다 폭음을 하던 술꾼이라는 기억뿐이에요. 아버지는 식구들

    과 말도 건네지 않고 항상 골이 난 사람처럼 보였어요. 술이 깨면 무슨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면서 솜으로 두 귀를 꼭 틀어막고 지냈었죠. 나는

    자라는 동안, 양친의 일가친척 집에 거의 왕래를 하지 않고 살았습니

    다. 그 어느 쪽에서도 혈육의 대접을 기대할 수가 없었거든요. 내가 태

    어나서 지금까지 아버지가 의사 노릇을 했었다는 기억이 없습니다. 난

    아버지가 의사인 줄도 몰랐으니까요.

    한영덕 (염을 끝내고 흰 천을 씌우면서) 자, 이제 염은 끝났소. 이승

    에서 못다 한 일, 저승에 가서라도 꼭 이루시오. (천천히 강 노인이 엎

    드려 있는 관 쪽으로 걸어간다)

    강 노인 (인기척에 잠을 깨며) 일은 다 끝났수?

    한영덕 예.

    강노인 내가 깜박 잠이 들었나 보구만. (한영덕이 관 옆에 앉아 소주

    를 마신다)

    한혜자 어느 날 아침에 아버지는 아무 얘기도 없이 집을 나가서 다시

    는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중략)

    • 무대 사건의 시간 배경을

    알려주는데, 극중 인물이 사

    건전개와 관련 없이 차트를

    넘기고 있다. 관객들에게 무

    대 상황에 몰입하지 않고 거

    리를 두도록 하는 기법이다.

    • 시간 배경이 서로 다르다.

    한혜자는 아버지 돌아가셨다

    는 편지를 받았다. 그런데 이

    어서 아버지 한영덕의 대사와

    행동이 나온다.

    • 한혜자의 대사는 방백이다.

    독백과 다른 점은 무대 위의

    다른 인물이 퇴장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독백은 무대

    위에 다른 인물이 퇴장한 상

    태에서 배우 혼자 하는 대사

    이다.

    • 방백은 무대 사건에 대해

    배우가 관객에게 논평하는 성

    격을 띤다. 독백은 인물의 심

    리를 보여주는 성격을 띤다.

    방백과 독백은 이렇게 차이가

    난다

    황석영 원작, 김석만, 오인두 각색, 「한씨연대기」 - ( 2008학년 6월 )

  • - 32 -

    강노인 한 씨한테는 딸이 하나 있는 모양인데 이제 그만 집으로 들어

    가지 않구.

    한영덕 여기가 내 집이외다. 내레 갈 곳이 없시오.

    강 노인 (쯧쯧 혀를 찬다) 필시 무슨 사연이 있을 게야. 하기사 한 씨가

    우리 장의사에 처음 찾아왔을 때부텀 무슨 기막힌 사연이 있는 줄 알았

    지. (사이) 근데, 거, 한 씨 염하는 솜씨를 보니까 보통 솜씨가 아니던

    데 전에도 시체를 다뤄 본 적이 있수?

    한영덕 (뭔가 얘기를 하려다 말고) 강 노인은 집 짓던 목수가 어째 관을

    짜게 되었수?

    강노인 나야 뭐, 늙어서 쉬운 일을 찾다 보니까 이렇게 되었지. 하지

    만 이 관으로 말할 것 같으면 죽은 사람의 집이니까 마찬가지예요.

    한영덕 기왕이면 내 것도 하나 짜 주시구려.

    강노인 (어이가 없다는 듯) 거 무슨 소리! 나보다 젊은 양반이 못하는

    소리가 없구만. 갈려면 이 늙은이가 먼저 가야지. (사이) 정말 한 씨 염

    하는 솜씨가 내 맘에 꼭 들어요. 그러니까 내가 가거들랑 내 염을 해

    주고 나서 뒤따라올 생각을 해도 늦지 않아요.

    한영덕 그러면 내 관은 누가 짜 줍네까?

    강노인 (한영덕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아무 말 않고 관을 두드린다)

    한혜자 한영덕 씨가 사망했다는 전보를 받고서도 울음이 나오지 않았

    습니다. 난 그가 살았던 시대를 새롭게 실감했기 때문이죠. 아버지 한영

    덕 씨는 시대와 더불어 캄캄한 어둠 속에 박제될 거예요. 저 정지된 폐

    허 가운데 들꽃과 잡초에 뒤덮여 쓰러진 녹슨 기관차처럼 그의 매장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퇴장)

    술에 취한 한영덕, 관 앞에 쓰러져 잔다. 음악 소리와 함께 망치 소리 고조되

    면서 조명 서서히 암전된다.

    -황석영 원작, 김석만․오인두 각색, 「한씨연대기」-

    • 한영덕은 자신의 죽음을 예

    감하고 있다. 그것을 암시하

    는 대사이다.

    • 슬프지 않아서 울음이 나오

    지 않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슬프고 기가 막히기 때문

    에 울음이 나오지 않는 것이

    다. ‘시대를 새롭게 실감’했다

    는 다음의 대사가 이것을 암

    시하고 있다.

    • 사라지지도 잊혀지지도 않

    고, 녹슨 기관차처럼 아픈 모

    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한다.

    • 한혜자의 대사는 무대 상황

    에 대해 이성적으로 판단하

    고 접근해줄 것을 주문하고

    있다. (서사극의 특징임)

  • - 33 -

    31. ‘한혜자’가 말하는 부분을 [A], ‘한영덕’과 ‘강 노인’이 대화하는 부분을 [B]

    라고 할 때, 이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정답 ⑤)

    ① [A]의 극중 시간은 [B]와 다르다.

    ② [A]와 [B]는 병렬적으로 구성되어 있다.

    ③ [A]는 말하기가 중심이고, [B]는 보여주기가 중심이다.

    ④ [A]는 [B]에 대한 관객의 정서적 몰입을 제한하고 있다.

    ⑤ [A]는 갈등의 내용을,[B]는 그 갈등의 원인을 다루고 있다.

    32. 위 글을 공연하려고 할 때, 연출가가 지시할 만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정답②)

    ① 한혜자는 다른 인물들과는 달리 해설을 하듯이 말하세요.

    ② 한영덕과 강 노인의 의상은 깔끔한 모시 적삼으로 준비해 주세요.

    ③ 차트를 통해서 시간에 대한 정보를 관객들에게 시각적으로 알려 주세요.

    ④ 한혜자가 말을 할 때 다른 인물들은 퇴장하지 말고 하던 일을 계속하세요.

    ⑤ 마지막 장면의 망치 소리가 고조될 때 조금 어두운 배경 음악을 깔아 주세요.

    • 희곡 처음 지시문

    에서 ‘허름한 옷차

    림의 강노인’이라는

    부분이 나온다.

    ● 연극 대사에는 인물 혼자 말하는 방백과 독백이 있고, 인물끼리 주고 받는 대화가 있

    다. [A]는 방백이고, [B]는 대화이다. 방백은 배우가 관객들에게 극중 사건을 논평하고 설

    명하는 성격을 지니고 있다. 극중 사건을 논평한다는 것은 무대 상황에 대해 거리감을 두고

    객관적으로, 이성적으로 접근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공연은 관객들에게 무대 상황에 몰입

    하고 일치하기를 원하지만, 서사극은 관객들에게 무대 상황에 몰입하지 말도록 유도하는 연

    극이다. 방백은 거리감을 갖게 하는 기능을 갖고 있는 것이다.

    ● 그래서 [A]는 설명하고 논평하는 ‘말하기(telling)'의 기능을 갖고 있고, [B]는 두 사람의

    대화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보여주기(showing)'의 기능을 갖고 있다.

    그리고 [A]와 [B]는 서로 다른 시간, 공간 배경에서 일어나는 사건이다. 같은 무대 위에

    서 서로 다른 사건이 동시에 전개되고 있으니까 병렬적으로 구성되어 있는 것이다. 이러한

    ‘병렬적 구성’은 두 사건 사이에 직접적인 인과 관계가 없음을 의미한다.

  • - 34 -

    시나리오 읽기 방법

    # 28. 동만네 집 전경(밤)

    동만 모의 진한 핏빛 울음소리 들리는데 빗속에 누워

    있는 동만네 집 전경. 끝없이 쏟아지는 ㉠ 장맛비. 장

    맛비. (F. O.)

    # 29. 건지산 전경

    (F. I.) 한고비 숨을 돌려 보슬비 뿌리는 하늘. 멀리 회

    색빛 웅자를 자랑하는 ㉡ 건지산의 자태.

    # 30. 동만네 마당

    ㉢ 완두콩 소쿠리를 무릎에 올려놓고 툇마루에 나와

    앉은 외할머니. 부엌에서 이모가 ㉣ 밥상을 들고 힘겹

    게 나온다. 일손 멈추고 멍하니 건지산을 바라보는 외

    할머니.

    이모(길자) 진지 드세요.

    친할머니 (밥상 받으며) 사부인은 좀 드셨능가?

    이모 통 안 드셔요. 한 숟갈두…….

    친할머니 에휴 쯧쯧…….

    (밥상을 받고 사르르 문을 닫는다. 다시 부엌으로 들어

    가 또 한상 들고 나오는 이모.)

    이모 (외할머니 앞에 멎더니) 그래 진지 안 드셔요?

    (그저 넋 나간 듯 앉아 있는 외할머니. 이모 밥상을 들

    고 건넌방으로 간다.)

    # 31. 안채 건넌방

    머리를 질끈 동이고 자리에 누운 동만 모. 밥상 들고

    들어 오는 이모 길자.

    길자 언니 식사해요.

    (엉거주춤 일어나 앉는 동만 모. 금세 눈물이 또 쏟아

    지며)

    동만 모 에유! 우리 길준이 뜨뜻한 밥 한 그릇 떳떳하

    게 끓여 주도 못하고.

    (밥상머리에 앉아 눈물을 찔끔찔끔 짠다.)

    길자 인제 고만 좀 해 둬요. 몸도 생각해야지.

    동만 모 에유! 느이 오라비 불쌍한 길준이…… 전

    쟁터에서 죽다니…….

    (방문 벌컥 열리며 뛰어드는 동만.)

    동만 밥 줘, 배고파.

    길자 어서 먹어라. 언니두 한술 떠요.

    (마지못해 밥숟갈을 드는 동만 모. 동만이는 벌써

    아구아구 입에 퍼 넣고 있다.)

    동만 모 넌 좀 안 드냐?

    길자 생각 없어요.

    동만 모 엄니는?

    길자 통 안 잡수셔요.

    동만 모 에휴! 큰일인지라. 집안 꼴이 말이 아니구

    나.

    길자 …….

    동만 모 나야 괜찮지마는 엄니가 얼매나 상심하실

    것이냐? 삼대독자 외아들을 잃었으니…….

    (다시 눈물을 찔끔거리다가)

    동만 모 어서 누구를 양자로 데려다가 끊어진 대를

    이어야지. 저리 큰일 아니냐.

    길자 …….

    (꽁보리밥 한 그릇을 우걱우걱 비우며)

    동만 모 동만 아버지 점심 안 하셨제?

    길자 형부는 밭에 나가 계세요. 점심 내다 드려야

    죠.

    동만 모 내 대신 니가 고생이다. 에휴 에휴…….

    (밥숟갈 놓으며 다시 눈물 찔끔거리면서 드러눕는

    다.)

    # 32. ㉤ 마당

    툇마루에 고정된 물체처럼 먼 산 바라보고 앉은 외

    할머니. 동만이가 눈치를 힐끔힐끔 보며 조심스럽

    게 가까이 다가간다. 건지산을 향한 채 미동도 없

    는 외할머니의 눈길. 동만 손바닥을 펴서 외할머니

    눈앞에 대고 뱅글뱅글 원을 그려

    윤삼영 각색, 「장마」 - ( 2010학년 수능 )

  • - 35 -

    본다. 그제야 눈길 스르르 움직여 동만의 얼굴을 물끄

    러미 보더니 버릇처럼 완두콩을 다시 까기 시작한다.

    부엌에서 이모가 대소쿠리에 점심을 담아 이고 사립문

    을 나간다. 냅다 따라 나가는 동만.

    # 33. 들길

    보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