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프지역 아랍무슬림들의 ‘관계맺기’와 선물문화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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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國中東學會論叢, 第31-1號 韓國中東學會, 2010, 167-188 걸프지역 아랍무슬림들의 ‘관계맺기’와 선물문화 연구: 아랍에미리트를 중심으로 * 1) 엄 익 란 ** Ⅰ. 서론 II. 선물과 관계 맺기 1. 선물의 성격 및 동기 2. 사회관계속에서의 선물 Ⅲ. 하디스에 언급된 선물의 내용과 그 의미 1. 하디스에 나타난 선물의 의미 2. 선물과 이슬람 사회의 인간관계 Ⅳ. 일상생활에서 ‘관계맺기’를 위한 아랍에미리트 인들의 선물문화 1. 통과의례를 통해 본 아랍에미리트 인들의 선물문화 2. 종교행사와 축제를 통해 본 아랍에미리트 인들의 선물문화 Ⅴ. 체면 이데올로기와 아랍에미리트 인들의 선물문화 1. 아랍에미리트 인들의 체면과 선물문화 2. 아랍에미리트 인들의 체면과 초대문화 Ⅵ. 결론: 선물교환을 통해 본 아랍에미리트 인들의 문화적 규칙 * 이 논문은 2008년도 정부재원(교육인적자원부 학술연구조성사업비)으로 한국학술진흥 재단의 지원을 받아 연구되었음(KRF-2008-358-A00042). ** 명지대학교 인문과학연구소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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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韓國中東學會論叢, 第31-1號

    韓國中東學會, 2010, 167-188

    걸프지역 아랍무슬림들의 ‘관계맺기’와

    선물문화 연구: 아랍에미리트를 중심으로*

    1)엄 익 란**

    차 례

    Ⅰ. 서론

    II. 선물과 관계 맺기

    1. 선물의 성격 및 동기

    2. 사회관계속에서의 선물

    Ⅲ. 하디스에 언급된 선물의 내용과 그 의미

    1. 하디스에 나타난 선물의 의미

    2. 선물과 이슬람 사회의 인간관계

    Ⅳ. 일상생활에서 ‘관계맺기’를 위한 아랍에미리트 인들의 선물문화

    1. 통과의례를 통해 본 아랍에미리트 인들의 선물문화

    2. 종교행사와 축제를 통해 본 아랍에미리트 인들의 선물문화

    Ⅴ. 체면 이데올로기와 아랍에미리트 인들의 선물문화

    1. 아랍에미리트 인들의 체면과 선물문화

    2. 아랍에미리트 인들의 체면과 초대문화

    Ⅵ. 결론: 선물교환을 통해 본 아랍에미리트 인들의 문화적 규칙

    * 이 논문은 2008년도 정부재원(교육인적자원부 학술연구조성사업비)으로 한국학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연구되었음(KRF-2008-358-A00042).

    ** 명지대학교 인문과학연구소 연구교수.

  • 168 韓國中東學會論叢 第31-1號

    A study on gift-giving culture among the

    Arab Muslims in the Gulf Area:

    Focused on the UAE

    Eum, Ik-Ran

    Myongji University

    Gift is a useful material that creates and maintains social ties among

    the people. The category of gift is very wide. It covers both material

    goods and non-material acts of people exchanged at the time of

    special events or everyday life. Gift also includes one's spontaneous

    help, care, or hospitality offered to other persons. All these types of

    gifts share one common character. It have been given out of free will

    and are not being dictated by any economic rule such as fair exchange

    or barter. However, driving force behind gift-giving is based on

    feelings of mutual obligations and reciprocity. People's relations are

    interwoven by the duties to ‘give’, ‘take’ and ‘return’. These three

    cyclic duties are the main mechanisms that operate gift-giving activity.

    Failure to reciprocate means disruption of the relations. Having the

    nature of the gift-giving in mind, the aim of this study is to explore

    how gift is used in creating and maintaining people's relations among

    the Arab Muslims, taking the UAE as a case study.

    Key Words: gift-giving culture, Arab Emirate, social relations,

    reputation, Hadith

  • 걸프지역 아랍무슬림들의 ‘관계맺기’와 선물문화 연구: 엄익란 169

    I. 서론

    1. 연구의 배경 및 목적

    매해 아랍지역으로 현지조사를 갈 때마다 경험하는 것이 있다. 오갈 때 여

    행 짐 가방이 항상 선물로 가득 찬다는 것이다. 여행 전 짐을 쌀 때는 지인을

    위해 시간과 노력, 그리고 정성을 들인 선물 몇 가지를 우선 챙긴다. 그런 뒤

    누군지 정해지지 않았지만 예정에 없이 갑작스럽게 만나는 사람을 위해 기념

    품 몇 가지를 여분으로 더 준비한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올 때도 가방은 답례

    품으로 가득 찬다. 아랍사람들과 주고받은 선물은 사소한 것으로부터 의미 있

    는 것까지 다양하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선물이 아랍사람들과 새로운 관계를

    맺으려 할 때나 이를 유지하는데 매우 효과적인 도구로 사용된다는 것이다.

    게다가 선물은 공적인 관계를 사적으로 만드는데도 무척 유용하게 쓰인다.

    그렇다면 과연 선물이란 무엇인가? 선물이라는 주제는 학문적으로 그리 인

    기 있지는 않았지만 역사학, 인류학, 사회학, 심리학, 경제학 등 다양한 학문

    분야에서 폭넓게 연구되어 왔다. 비록 그 연구 분야는 다양하나 결과물들은

    한결같이 선물이 사회적 관계망을 형성하고 유지하는데 매우 유용하다는 공

    통점으로 수렴된다. 이처럼 인간관계를 유지하는데 효과적인 선물의 중요성을

    염두하며 본 논문에서는 선물을 매개로 아랍사람들의 관계가 어떻게 형성되

    며 유지되는지 밝히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선물연구는 궁극적으로 걸프지역

    아랍무슬림들의 문화코드를 이해하는데 매우 유용하다.

    문화코드는 한 사회 구성원들의 행위의 밑바닥을 가로지르는 공통의 사고

    방식 혹은 문화적 규칙으로 - 정수복 (2007)은 이를 ‘문화적 문법’이라 지칭

    한다 - 문화코드 연구를 통해 한 문화권의 구성원에 잠재되어 무의식적으로

    작용하는 기층문화를 파악할 수 있으며 나아가서는 그들의 행위도 예측할 수

    있다(엄익란, 2009: 162). 마르셀 모스(2002)는 선물은 생활의 모든 부분에

    관여하면서 사회구조를 작동시키기 때문에 ‘총체적인 사회적 사실’ 또는 ‘사회

    생활의 중요한 기초’라고 주장하고 있다. 즉 한 사회의 선물교환 패턴을 견고

  • 170 韓國中東學會論叢 第31-1號

    하게 분석하면 사회의 작동방식, 즉 문화적 규칙을 읽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구성원의 삶과 그들 사이에 형성되는 감정적인 교류까지도 읽을 수 있다.

    2. 연구의 범주 및 방법

    1) 선물의 정의

    선물의 사전적 의미는 ‘타인에게 물품을 주는 행위 혹은 그 물품 자체’로

    정의될 수 있다. 그러나 선물에는 주고받는 ‘물품’뿐만 아니라 선물을 주는 사

    람이 선물을 고르는 과정에 들인 모든 노력, 시간, 그리고 제공자의 감정까지

    도 포함된다. 또한 수혜자가 물품을 전달받고 이를 평가하는 과정 역시 모두

    선물의 범주에 포함된다(김정주, 2006:13). 그러나 이는 선물을 물품에만 한

    정하며 매우 소극적으로 정의한 것으로, 실질적으로 일상생활에서 통용되는

    선물의 개념과 범주는 상당히 폭넓다.

    선물에는 유⋅무형의 요소가 모두 포함된다. 선물의 범주에는 앞서 정의된

    바처럼 의례적 혹은 즉흥적으로 타인에게 유형의 물품을 주는 행위뿐만 아니

    라 무형의 형태인 타인에게 도움을 주는 행위, 타인을 보살피거나 접대하는

    것 등이 모두 포함된다. 후자가 선물의 범주에 포함되는 이유는 무형의 호의

    적인 행위에 대한 대가는 종종 유형의 물품으로 답례될 수 있으며, 이러한 교

    환행위는 서로 순환적으로 반복되기 때문이다.

    유⋅무형의 선물에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대가를 바라지 않고 자율의지에

    따라 상대방에게 호의를 베푼다는 것과 등가원칙에 따라 성사되는 매매나 물

    물교환의 경제적 규칙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Komter, 2005: 39). 대가

    를 바라지 않는다는 점에서 선물과 자선의 경계는 매우 불분명해진다. 그러나

    전자가 상대방의 처지와 상관없이 제공자의 의지 - 이것이 자발적인 동기에

    서 비롯되었던 아니면 사회적 의무에 따랐건 - 에 따라 주는 행위라면 후자

    는 상대의 필요에 의해 원조를 주는 행위로 구분할 수 있다. 호혜성의 원칙

    또한 선물의 행위와 자선의 행위를 구분할 수 있는 중요한 척도이다. 선물을

    전달받은 수혜자는 도덕적으로 언젠가 답례를 해야 한다는 부담을 안고 있으

    며, 제공자 또한 그에 상응하는 대가에 대한 기대감을 품고 있다.

  • 걸프지역 아랍무슬림들의 ‘관계맺기’와 선물문화 연구: 엄익란 171

    선물은 그 성격상 상황에 따라 뇌물과의 경계가 애매해진다. 선물은 일반

    적으로 감사, 사랑, 축하 등 즐겁고 긍정적인 감정을 전달하는 도구로 사용되

    는 반면 뇌물은 계산적인 측면이 강조된다. 뇌물의 사전적 의미는 ‘직권을 이

    용하여 특별한 편의를 보아 달라는 뜻으로 제공되는 금품’이다. 즉 뇌물은 부

    정적인 행위로 간주되며 선물의 회색지대에 놓여있다. 이러한 애매한 뇌물의

    성격 때문에 뇌물은 사회적 차원에서 주거나 받아서는 안 되는 영역의 선물

    로 규정되어 있다(김정주, 2006: 77-79). 그럼에도 불구하고 뇌물문화는 특

    히 혈연, 지연, 학연이 매우 중요시되는 연줄사회에서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본 논문에서는 선물의 의미를 적극적으로 정의하여 상대에 호의를 갖고 전

    달하는 유⋅무형의 선물을 모두 논의대상에 포함한다. 그러나 자선과 뇌물처

    럼 선물과 구분이 모호한 형태의 교환 행위는 분석대상에서 제외한다.

    2) 연구방법 및 의의

    걸프지역 아랍무슬림들의 선물문화를 연구하기 위해 본 연구에서는 걸프지

    역에 위치한 국가 중 외부인에게 가장 개방적인 아랍에미리트의 두바이와 수

    도인 아부다비1)를 사례지역으로 탐구했으며, 연구대상은 아랍에미리트의 현

    지민 무슬림으로 한정했다. 선물문화에 대한 실질적인 조사를 위해 본 연구에

    서는 아랍 무슬림들의 행동윤리에 대한 척도를 제공하는 하디스에 대한 문헌

    연구와 2010년 2월 일주일간 아랍에미리트를 방문하며 현지조사를 병행하였

    다. 현지조사 기간에는 아랍에미리트 현지민 무슬림 세 명과 아랍에미리트에

    거주하며 현지민과 지속적으로 관계해 온 한국인 두 명과 인터뷰를 실시했다.

    현지조사 후 부족한 정보를 보충하기 위해 인터뷰 대상자와 이메일 교환을

    했으며, 동시에 아랍에미리트 인들이 주체가 되어 만든 온라인 커뮤니티인

    ‘uaeloveskorea’에 가입하여 포럼2) 토론에 참여하면서 후속연구를 실시했다.

    1) 본 연구는 소비를 통한 걸프지역 아랍무슬림들의 문화코드를 연구하는 학술연구교수사업의 제2차년도 주제로 아랍에미리트를 사례지역을 선택한 또 다른 이유는 전년도 연구에 대한 일관성과 계속성을 확보하기 위해서이다. 본 프로젝트의 제1차년도 연구주제는 『걸프지역 내 쇼핑몰의 확산과 아랍무슬림의 소비 문화코드 연구: 두바이 몰링사례를 중심으로』이다. 한국이슬람학회 제19-2집(2009년도) 참조.

    2) http://uaeloveskorea.friendhood.net/forum.htm.

  • 172 韓國中東學會論叢 第31-1號

    앞서 언급했듯 선물문화에 대한 연구는 그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인류학,

    사회학, 경제학, 심리학을 포함해 여타의 사회과학분야에서 그리 활성화된 주

    제는 아니다. 게다가 기존 연구는 대부분 서구 사회를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따라서 자료의 접근성 및 짧은 현지조사 기간이라는 연구의 한계성에도 불구

    하고 본 연구는 그동안 연구되지 않았던 걸프지역 아랍사회의 선물문화를 분

    석하며 이들의 문화적 규칙을 탐구한다는 면에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다. 본

    연구는 학문적인 목적이외에도 아랍지역에 진출하여 무슬림들과 관계를 맺는

    비즈니스맨과 외교업무 등 실질적인 면에서 유용하게 쓰일 것으로 기대된다.

    II. 선물과 관계 맺기

    1. 선물의 성격 및 동기

    1) 선물의 성격

    선물은 표면적으로는 상대에게 대가를 바라지 않는 자발적이고 자유로운

    행위로 보인다. 그러나 그 작동원리를 분석하면 선물은 실제로는 상당히 강제

    성을 띤다. 마르셀 모스(2002)는 선물을 사회적 의무로 규정하고 있는데 행

    위자들은 ‘주어야 할 의무’, ‘받아야 할 의무’, 그리고 ‘되돌려 줘야할 의무’로

    서로 얽혀있다. 모스에 의하면 선물의 삼중의무가 사회를 유지시키고 구성 원

    간 사회적 결속력을 더욱 강화시켜주는 작동원리이다.

    자세히 풀어 설명하면 사람들은 선물을 주고받으면서 서로에 대한 도덕적

    인 결속감을 느낀다. 선물제공자가 선물을 줄 때 상대는 받아야 할 의무를 느

    낀다. 선물을 받지 않는다는 것은 상대와의 관계의 단절을 상징하기 때문이

    다. 선물을 받고나면 선물 수혜자는 받은 선물에 상응하는 무엇인가를 되돌려

    줘야한다는 의무감을 느끼며 제공자 역시 이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된다. 이

    것이 바로 답례의 의무이다. 선물 제공자와 수혜자 사이에 발생하는 답례에

    대한 시간의 간극은 상황과 물품에 따라 다르게 발생한다. 그러나 답례는 언

  • 걸프지역 아랍무슬림들의 ‘관계맺기’와 선물문화 연구: 엄익란 173

    젠가 반드시 해야 하는 사회적 의무감으로 만일 이를 이행하지 않을 때에는

    상대와 갈등관계에 놓이거나 심지어는 관계의 단절도 유발될 수도 있다. 즉

    선물을 주고, 받고, 답례하는 사회적 의무를 이행하는 과정에서 사람들은 서

    로 관계를 맺으며 정서적 유대를 확인하게 된다. 결국 선물은 그 형태는 자발

    적이지만 실제로는 상당히 강제적이며 타산적인 급부의 성격을 지닌다고 볼

    수 있다.

    2) 선물의 동기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선물을 하는가? 선물의 동기는 무엇인가? 사람들이

    선물을 하는 동기는 제공자의 목적 및 상대방과의 관계에 따라 다양하다. 콤

    터(Komter, 2005)는 사람들이 선물을 하는 동기를 심리적으로 분석해 다음

    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첫째, 사람들은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선물을 한다. 선물을 통해 사

    람들은 우정, 사랑, 감사, 존경, 충성, 결속감등을 간접적으로 표현한다. 선물

    은 때로 전략적으로 이용되기도 하는데 과오에 대한 용서를 빌거나 양심의

    가책을 완화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이용되기도 한다. 아주 이례적이긴 하지만

    사람들은 간혹 상대방에 대한 적대감이나 혐오감을 표출시키기 위해 선물을

    하기도 한다. 둘째, 사람들은 자신의 입지를 안정적이고 공고하게 만들기 위

    해 선물을 한다. 선물을 함으로서 사람들은 서로 간에 친밀도를 높일 수 있으

    며 이때 불안정한 관계는 선물을 통해 강화된다. 셋째, 사람들은 때로 자신의

    권력이나 특권의식을 보여줄 목적으로 선물을 이용하기도 한다. 선물을 준다

    는 것은 상대보다 경제적 능력이 우월하다는 것을 암묵적으로 나타내기 때문

    이다. 선물의 양과 질은 경쟁심에 의해 조장되기도 하는데 선물 제공자는 상

    대에게 기대 이상의 선물을 함으로써 체면과 명예를 얻는다고 생각한다. 넷

    째, 사람들은 미래를 위한 보험의 성격으로 선물을 하기도 한다. 선물의 제공

    자는 수혜자에게 같은 상황이 닥치면 등가의 답례를 기대하면서 선물을 하는

    데 주로 결혼이나 장례때 부조가 그 예이다. 마지막으로, 사람들은 상대에게

    잘 보이거나 어떤 이익을 기대하면서 목적성 있는 선물을 하기도 한다. 사람

    들은 상대에게 아첨을 하기 위해, 정치나 경제적인 이득을 위해, 또는 타인에

  • 174 韓國中東學會論叢 第31-1號

    게 영향력을 미치기 위해 선물을 하는데 이때 선물은 뇌물과 그 성격이 모호

    해진다. 이처럼 사람들이 어떤 목적으로 선물을 하던 간에 선물에는 상징적인

    메시지가 담겨있으며, 따라서 상대에게 의사전달을 하는 유용한 도구로 사용

    되고 있다.

    2. 사회관계속에서의 선물

    더글라스와 이셔우드(Douglas & Isherwood, 1996)의 소비이론에 따르면

    물품은 커뮤니케이션의 한 방법으로 사람들의 사회적 관계를 구분하고 정의

    하는 역할을 한다. 다시 말해 선물을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은 물품에 담긴

    상징적인 의미를 해석함으로써 서로의 관계를 규정한다. 콤터(Komter, 2005)

    는 선물에 담긴 상징적 의미와 구성원간의 사회적 관계를 고려하면서 선물의

    네 가지 속성을 정의하였다.

    첫째, 사람들은 선물을 통해 공동체 구성원들의 동질감과 소속감

    (community sharing)을 나눈다. 일반적으로 이런 형태의 선물행위는 가까운

    가족의 범주 내에서 발생하며 구성원들은 물질적이나 정신적인 도움을 교환

    하며 서로 정서적 유대감을 공유한다. 구성원끼리는 서로 친절과 관대라는 감

    정으로 연계되어 있으며 이때 구성원 개개인은 개체로서의 개인보다 집단의

    일부로 인식된다. 서로 애정이라는 감정으로 연계되어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물질적이거나 정신적인 선물을 받았을 때 보답에 크게 개의치 않는다.

    둘째, 사람들은 선물을 통해 권위와 권력관계(authority ranking)를 표면화

    한다. 이때 선물은 제공자의 사회적 지위나 권력을 증진시키거나 재확인하는

    역할을 한다. 일례로는 북미지역 인디언 원주민 사이에 행해지는 포틀래치

    (potlatch)가 있다. 포틀래치의 원뜻은 ‘식사를 제공하다’ 혹은 ‘소비하다’로,

    통과의례, 후계자 계승 또는 새 집을 짓거나 공적을 기릴 일이 있을 때 주인

    은 이웃에 연회를 베풀어 자신의 사회적 지위와 경제적 능력을 보여준다. 주

    인이 손님에게 좋은 음식과 고급스러운 선물을 제공할수록 권력과 명예에 대

    한 평가는 높아진다. 때문에 주인은 손님에게 과도할 정도로 값나가는 선물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심지어 낭비하고 허세를 부리기도 한다.

  • 걸프지역 아랍무슬림들의 ‘관계맺기’와 선물문화 연구: 엄익란 175

    셋째, 사람들은 균형적인 관계(equality matching)를 유지하기 위해 선물을

    한다. 호혜성이라는 경제적 원칙에서 발생하는 일반적인 선물교환 행위가 여

    기에 포함된다. 사람들은 선물을 지속적으로 주고받는 행위를 통해 동등한 관

    계를 유지한다. 호혜성의 원칙에 따라 평소에 선물을 많이 주는 사람이 답례

    도 많이 받고 선물에 인색한 사람은 선물을 덜 받는다. 부조역시 이 범주에

    속한다.

    넷째, 선물에는 계산성(market pricing)이 반영된다. 선물의 합리적인 선택

    과 유용성이 다른 사람들과 어떤 식으로 관계할지를 결정한다. 다시 말해 사

    람들은 선물을 통해 상대로부터 그에 상응하는 이익을 기대하는데 대표적인

    예가 바로 뇌물의 성격을 띠는 선물이다.

    그렇다면 걸프지역 아랍무슬림 사회에서 사람들은 언제 그리고 어떤 동기

    로 선물을 하며 그 행위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을까? 아랍무슬림들의 선물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 무슬림들의 행동에 준거의 틀을 제공하는 하디스로부

    터 출발하는 것은 매우 유용하다.

    Ⅲ. 하디스에 언급된 선물의 내용과 그 의미

    1. 하디스에 나타난 선물의 의미

    선물과 관련된 하디스의 전승을 살펴보면 이슬람 사회에서는 선물의 행위

    를 미덕으로 간주하고 있다. 이슬람에서 선물을 강조하는 이유는 선물이 사람

    들과의 관계, 특히 형제애를 강화시키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람들은

    선물을 사랑, 우정, 감사를 표현하는 수단으로 이용한다. 이를 뒷받침하듯 부

    카리(Al-Bukhari)의 전승에서는 선물에 대한 사도 무함마드의 견해를 다음과

    같이 전하고 있다. 사도 무함마드가 말하길 “선물을 교환하라. 이는 타인에

    대한 사랑을 강화할 것이다.” 또한 아이샤(Aysha)가 전하길 사도 무함마드는

    “타인에게 선물을 줘라. 선물은 원한을 없앨 것이다.” 라고 언급되어 있다

  • 176 韓國中東學會論叢 第31-1號

    (Ali, 2008: 185).

    이처럼 선물은 인간관계를 공고히 하기 위해서 교환될 뿐만 아니라 사람들

    간의 경직된 관계를 완화시키는 윤활유와 같은 역할을 한다. 선물에 대한 이

    슬람의 입장에서 보는 것처럼 이슬람은 물질문화에 상당히 호의적임을 알 수

    있다. 이슬람에서는 검소함을 중요한 미덕으로 보지만 동시에 물질문화에도

    상당히 관대한 입장을 표명한다. 이는 이슬람교의 부의 축척에 대한 긍정적인

    견해에서도 드러난다. 소비문화를 연구한 스턴(Stearn)에 따르면 이슬람교에

    서 인간은 알라가 창조한 모든 것을 관리할 권한과 이를 누릴 권리가 있다고

    보고 있다(2001: 112). 따라서 무슬림들은 종교세 납부라는 종교적 의무를

    이행하는 한 개인적인 재산의 축적과 소비에 긍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2. 선물과 이슬람 사회의 인간관계

    이슬람전통을 보면 사람들은 관계 맺기에 상당히 민감하다. 일례로 누군가

    선물을 줄때는 그 선물이 아무리 가치 없는 것이라 하더라도 거절하지 말고

    반드시 받아야 하는 것으로 권하고 있다. 선물을 거절하는 행위는 무례한 행

    동으로 간주되며 타인으로부터 받은 선물을 무시하는 것도 혐오스러운 행동

    으로 규정하고 있다. 부카리의 전승에 따르면 사도 무함마드는 “무슬림 여성

    들이여. 이웃여성이 양의 발목을 보냈더라도(살점이 붙지 않은 부위) 보낸 선

    물을 멸시해서는 안된다.”라고 전하고 있다. 또한 부카리의 전승에 따라 아부

    후라이라(Abu Huraira)가 사도 무함마드가 전했다고 말하길, “양의 발목을

    놓고 초대하더라도 나는 이를 받아들일 것이다. 양의 발목 부분이 선물이더라

    도 나는 이를 받아들일 것이다”(Ali, 2008: 184). 이처럼 이슬람의 전통에서

    는 사람들과의 원활한 관계를 맺기 위해 주어야 할 의무만큼이나 받아야 할

    의무도 강조하고 있다. 주고받는 선물의 의무를 소홀히 하면 사람들의 관계가

    훼손되기 때문이다.

    이슬람의 전통에서는 또한 보답의 의무도 충실히 이행할 것을 권하고 있

    다. 무슬림들은 받은 것보다 더 좋은 것으로 보답해야 한다고 인식하고 있다.

    부카리의 전승에 따라 아이샤(Aysha)가 사도 무함마드가 전했다고 말하길,

  • 걸프지역 아랍무슬림들의 ‘관계맺기’와 선물문화 연구: 엄익란 177

    “사도는 선물을 받곤 했으며 그들에게 보답했다”(Ali, 2008: 185). 아부 다우

    드(Abu Dawood)의 전승에 따라 사도 무함마드가 말하길, “누구든지 너에게

    호의를 베풀면 친절하게 응대하라. 만일 그 방법을 찾지 못하면 좋은 생각이

    날 때까지 기도해라”라고 전하고 있다. 즉, 이는 선물에 대한 호혜성의 원칙

    을 잘 설명하고 있다.

    이슬람에서는 한번 건네준 선물을 다시 회수하는 것은 비인간적인 일로 간

    주하고 있다. 이븐 압바스(Ibn Abbas)의 전승에 따라 사도 무함마드가 말하

    길, “줬던 선물을 다시 가져오는 것은 자신이 구토한 것을 삼킨 개와 같다

    (Ali, 2008: 184; Swarup, 2002: 90).” 이슬람교에서는 부부와 자녀와 같이

    가장 친한 관계에서도 선물 교환을 중요한 미덕으로 보고 있다. 특히 자녀에

    게 선물할 때는 평등의 원칙에 따라 모든 자녀에게 공평하게 선물을 할 것을

    권하고 있다. 선물은 또한 무슬림과 비무슬림사이에도 자유롭게 교환할 수도

    있다. 이상에서 살펴 본 것처럼 이슬람 전통에서도 선물을 ‘주고’, ‘받고’, 다

    시 ‘보답’하는 순환 고리로 연결된 삼중의 사회적 의무로 간주하고 있으며, 인

    간관계를 원활하게 하는 유용한 도구로 인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Ⅳ. 일상생활에서 ‘관계맺기’를 위한 아랍에미리트 인들의

    선물문화

    선물은 문화를 반영한다. 선물을 주고받는 일은 개인이 주체가 되지만 선

    물의 행위는 사회규범의 통제를 받는 활동이다. 즉 선물은 상당히 문화적이

    다. 문화에 따라 해도 되는 선물과 해서는 안 되는 선물에 대한 암묵적인 규

    칙이 존재한다. 또한 선물을 교환하는 주기 역시 문화권에 따라 다르며 선물

    의 포장과 개봉의 방식에도 규칙이 있다. 본 장에서는 아랍에미리트 인들이

    선물을 하는 절기와 주기, 품목, 그리고 그에 담긴 의미를 해석함으로써 아랍

    무슬림들의 관계 맺기와 선물문화를 탐구한다.

    아랍에미리트의 무슬림들에게 선물교환은 생활의 일부로 간주될 정도로 그

  • 178 韓國中東學會論叢 第31-1號

    빈도수는 높다. 이들은 서로의 집에 방문하거나 병문안 갈 때 또는 생일, 탄

    생, 결혼, 취업 때, 그리고 이슬람의 명절인 이드(eid)때 선물을 교환한다. 선

    물의 교환품목은 상황과 관계에 따라 다양하다. 이를 삶의 주기와 절기를 중

    심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통과의례를 통해 본 아랍에미리트 인들의 선물문화

    탄생과 결혼, 그리고 장례는 인간이 사회구성원으로 경험하는 가장 기본적

    이고 중요한 통과의례 중 하나이다. 이때 선물은 일상과 의례를 구분하는 중

    요한 품목으로 사용된다.

    우선 아이가 태어나면 사람들은 아이와 산모 모두에게 선물을 한다. 가족

    이나 친지가 아이에게 주는 선물 품목으로는 금귀고리, 팔찌, 목걸이를 포함

    한 금붙이, 옷과 장난감과 같은 아이 용품, 아기 침대와 의자를 포함한 아기

    가구 등이 있다. 간혹 현금을 특별한 봉투에 포장해 선물하기도 한다. 엄마의

    경우 출산을 하면 특히 남편으로부터 출산에 대한 대가로 선물을 받는다. 그

    품목은 형편이나 개인의 취향에 따라 다르나 일반적으로 보석류, 금붙이, 현

    금 등이 주로 교환된다.

    결혼선물의 품목은 좀 더 다양하다. 신랑과 신부는 가족이나 친구로부터

    냉장고, 청소기, 오븐, TV 등 신혼부부의 집에 필요한 가전기구나 신랑과 신

    부를 위한 커플시계, 스파이용권, 신혼여행항공권 등을 선물로 받는다. 그러나

    결혼 때 보통 신랑보다는 신부가 더 많은 선물을 받는 편이다. 한 인터뷰 대

    상자는 이를 무슬림 ‘여성의 특권’으로 자랑스럽게 설명하기도 했다. 가까운

    친척들은 신부에게 보석류나 금반지, 금귀거리, 또는 금목걸이나 금팔찌 세트

    등을 포함해 금붙이를 선물한다. 금붙이를 선물로 선호하는 이유는 현금의 효

    과가 있기 때문이다. 가족과 친지들은 신부의 재정적인 안정에 도움을 줄 목

    적으로 금붙이를 선물한다.

    장례식때는 보통 유형보다 무형의 선물 교환이 이루어지는 시기이다. 친지

    나 친구들은 고인의 집을 방문해 가족들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면서 시간을

    보낸다. 간혹 우리처럼 부조의 형태로 고인의 가족에게 돈을 주기도 하지만

  • 걸프지역 아랍무슬림들의 ‘관계맺기’와 선물문화 연구: 엄익란 179

    이는 매우 이례적이다. 심지어 인터뷰 대상자들은 장례때 교환되는 현금에 대

    해 매우 수치스럽고 집안의 명예가 실추되는 행위로 인식하고 있음을 드러냈

    다.

    이처럼 아랍에미리트에서는 탄생, 결혼, 장례식등 한 개인이 인생의 중요한

    전환기를 맞이하는 통과의례때 돈이나 금붙이등 직접적인 경제효과를 낼 수

    있는 품목을 선물로 주로 교환함을 알 수 있다. 즉 통과의례때 교환되는 선물

    은 부조의 형태를 띠는데, 사람들은 상대방을 재정적으로 도와주며 훗날 자신

    이 같은 처지에 있을 때 상대로부터 등가의 선물을 기대한다. 즉 선물은 호혜

    성의 원칙에 의해 교환되며, 궁극적으로는 사람들 사이의 균형적인 관계를 유

    지하는데 매우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다.

    2. 종교행사와 축제를 통해 본 아랍에미리트 인들의 선물문화

    아랍에미리트에서 절기를 중심으로 일어나는 선물교환은 주로 종교행사와

    관련 있다. 가장 대표적인 종교행사는 이슬람의 명절인 이드(eid)이다. 사람들

    은 이드때 선물로서 음식을 가장 많이 교환하는데 주 품목은 고기이다. 무슬

    림들은 전통에 따라 이드때 양을 도축하며 이 중에서 1/3은 자신이 취하고,

    1/3은 이웃에게 나누어주며, 나머지 1/3은 자선의 목적으로 쓰기 때문이다.

    아랍에미리트 인들은 이드때 음식선물을 교환함으로서 무슬림이라는 종교적

    정체성을 더욱 확고히 하며, 서로의 사회적 관계망을 더욱 공고히 만든다.

    이드때 아이들은 부모나 친지로부터 ‘이디야’(idiya)라고 불리는 돈이나 장

    난감과 옷을 선물로 받는다. 이 중 특히 이디야는 우리의 세뱃돈과 같은 의미

    이다. 우리처럼 일단 자녀에게 경제적인 능력이 생기면 부모는 더 이상 이디

    야를 주지 않는다. 그러나 일부 가정에서는 자녀가 성인이 된 후에도 상징적

    인 금액의 이디야를 선물로 주기도 한다.

    생일역시 선물교환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날로 아랍에미리트에서는 개인적

    으로 필요한 물건이나 돈을 선물로 교환한다. 요즘에는 밸런타인데이와 같이

    서구로부터 유입된 ‘연인의 날’에도 부부나 연이사이에 선물교환이 빈번하게

    발생하는데 그 품목은 꽃, 향수, 초콜릿 등 로맨틱한 물품이 주를 이룬다.

  • 180 韓國中東學會論叢 第31-1號

    나이 직업 여성 남성

    10대 이하 어린이봉제완구/사탕박스/액세서리/초

    콜릿/옷/돈/바비인형

    장난감/사탕박스/자동차/자전거/

    공/돈/스파이더맨 장난감

    10대-20대 학생

    머리액세서리/향수나 바디스프

    레이/일기장 및 문구류/초콜릿/

    꽃/시계/전통의상세트

    전통의상세트/휴대전화/랩톱컴

    퓨터/플래시메모리/스포츠시계/

    책/휴대전화액세서리

    20대-50대 직장인조리기구세트/향수/꽃/책상장식

    품/클럽멤버쉽바우쳐/액자/시계

    가죽수첩/향수/시계/버튼세트/

    책상장식품/열쇠고리

    20대-50대 아내/남편꽃/향수/인테리어장식품/화장품

    세트/핸드백/장신구

    향수/시계/가죽지갑/전통의상세

    트/최신휴대전화/자동차장식품

    60대 이상 노인부크르/아랍향수/옷/보석/기도

    용옷/코란/보석원석묵주

    부크르3)/아랍향수/나무지팡이/

    미스와크4)칫솔/기도용옷/코란/

    보석원석묵주

    이밖에도 취업을 하면 취업 당사자는 가족과 친구를 식사에 초대하거나 이

    들에게 아랍과자를 선물로 보내기도 한다. 또한 지인의 집을 방문할 때나 병

    문안 때는 아랍과자나 초콜릿, 꽃과 향수가 주 선물품목으로 이용된다. 그러

    나 첫 방문의 경우 친한 친구나 친척들은 기도용 카펫이나 조그마한 전자제

    품 기기등 집에서 실용적으로 쓸 수 있는 것을 선물한다.

    간혹 인터뷰 대상자들은 일상생활에서 자신의 관대함을 표현하기 위해 쓰

    던 물건도 상대가 필요할 경우 선물로 주기도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이때

    교환되는 물품은 선물의 영역에 포함시키기에 그 성격이 애매하다. 왜냐하면

    비록 ‘선물’이라고 표현하고 있기는 하나 아랍에미리트 인들조차도 일상생활

    에서 상대의 필요에 의해 즉흥적으로 주는 행위를 ‘관대함’이라는 알라의 속

    성 중 하나를 실천한 것으로 보기 때문에 굳이 선물의 범주에 포함시키지 않

    기 때문이다.

    다음의 표는 아랍에미리트의 한 문화평론가가 연령과 직업에 따라 아랍에

    미리트 인들에게 추천하는 선물품목을 정리한 것이다.

    3) 부크르(bukhoor)는 향기 나는 오일에 적신 나뭇조각이나 향기 나는 벽돌을 지칭하는

  • 걸프지역 아랍무슬림들의 ‘관계맺기’와 선물문화 연구: 엄익란 181

    위의 표를 보면 비록 선물의 교환품목은 상황과 관계에 따라 다양하지만

    이에 상관없이 사람들이 가장 흔하게 주고받는 선물은 꽃, 향수, 과일바구니,

    시계 등임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이슬람전통과 관련된

    상품이 유용하다. 그러나 서로의 관계가 특별해지면 선물의 내용도 좀 더 구

    체적으로 변하게 된다. 특히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돈 혹은 현금의 역할을 하

    는 금붙이가 아랍에미리트 인들에게 매우 유용한 선물 품목임을 알 수 있다.

    비록 돈이나 금은 경제적 가치가 확연히 드러나는 품목이기 때문에 상대를

    심리적으로 불편하게 만들 수도 있지만 관계가 확실할 때는 매우 현실적이고

    유용한 선물로 교환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Ⅴ. 체면 이데올로기와 아랍에메리트 인들의 선물문화

    1. 아랍에미리트 인들의 체면과 선물문화

    체면의식은 집단주의 문화권에 속한 아랍에미리트 선물문화에 큰 동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체면은 명예와 수치의 개념과도 일맥상통하는데 이는 한 개인

    이 스스로 평가하는 본인에 대한 가치뿐만 아니라 그 사회의 이상적인 규범

    에 따라 사회가 평가하는 개인의 가치도 포함된다. 체면의 속성은 스스로 유

    지되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이 때문에 개인은 일상생활 속에서 사회로부터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엄익란, 2007:80). 이러

    한 체면의 속성을 선물문화에 적용하면 아랍에미리트 인들이 언제, 누구에게,

    아랍명칭이다. 이 나뭇조각이나 벽돌을 향로에 넣고 불을 붙이면 냄새가 강한 연기가 피어나는데 아랍인들은 이것으로 집 전체나 옷에 향을 입힌다. 전통에 따라 아랍인들은 손님이 왔을 때 부크르를 피워 참석자에게 돌리는데 이때 부크르는 환대를 상징한다.

    4) 미스와크(miswak)는 중동지역에서 양치용으로 씹는 나뭇가지이다. 중동지역 사람들이 미스와크를 씹는 이유는 양치의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 외에도 종교적인 이유에서 찾아볼 수 있다. 무슬림들은 사도 무함마드가 미스와크를 자주 애용했으며 그의 추종자들에게도 권했다고 보고 있다. 이 전통에 따라 미스와크는 오늘날에도 무슬림들 사이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

  • 182 韓國中東學會論叢 第31-1號

    어떤 선물을 할 것인지는 사회로부터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기 위한 노력이며,

    따라서 사회의 이목에 의해 결정되는 행위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를 반영하

    듯 인터뷰 대상자들은 공통적으로 아랍에미리트 인들은 상대에게 자신의 경

    제력을 과시하기 위해 값나가는 것을 선물하기도 하고 또는 간혹 형편이 안

    되더라도 자신의 체면 때문에 값비싼 물건을 선물한다고 언급했다. 아랍에미

    리트 인들의 이러한 과도한 선물행위는 ‘부자는 뿌려야 한다(하마디,

    1977:95)’는 아랍인의 가치시스템에 기초한 것이다. 아랍인의 기질을 연구한

    사니아 하마디는 체면과 관련된 아랍인의 소비의식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아랍인은 돈을 쓰지 않는 부자들을 경멸한다...부자의 관대성은 숭고한

    인격을 표시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따라서 그 행동을 주목하고 있는 사

    람들로부터 존경을 따내기 위하여 부자들은 돈을 마구 뿌리며 돈이 없어

    지면 최고의 희열을 느낀다는 듯이 행동한다...때에 따라서는 돈을 써서

    라도 나는 인색하지 않다는 것을 보이려고 한다...자기의 경제력 이상의

    생활을 하려고 하는 것은 오히려 실력이하의 생활을 하는 것보다 적게

    비난을 받기 때문이다(1977:97).

    아랍에미리트 인들이 체면을 위해 선물을 하는 행위는 북미지역 인디언 원

    주민들의 포틀래치 의식과 유사하다. 포틀래치 의식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명

    예와 권력을 인정받기 위해 과도한 소비를 하는데 이러한 현상은 개인주의

    문화권보다 타인의 눈이 중시되는 집단주의 문화권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

    타난다. 집단주의 문화에서는 개인보다는 그들이 속한 집단에서 공통으로 추

    구하는 목적에 더 많은 주의를 기울이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김정주, 2006;

    박성연, 1995). 결국 집단주의 문화권의 선물행위는 그 물품이나 행위에 대한

    사회적 평가로 볼 수 있으며, 결코 사회의 이목으로부터 자유로운 행위는 아

    니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따라서 아랍에미리트 인들은 개인적 동기보다

    사회적 동기에 의해 선물을 하는 경향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사회적 동기에 의해 선물을 하는 아랍에메리트 인들의 선물문화는 결혼식

  • 걸프지역 아랍무슬림들의 ‘관계맺기’와 선물문화 연구: 엄익란 183

    때 절정에 이른다. 결혼때 교환되는 선물은 특히 선물을 주는 사람과 받는 사

    람의 체면과 명예에 직접적으로 관련 있다. 이슬람의 관습과 전통에 따라 아

    랍에미리트에서는 결혼계약서 작성과 함께 신랑측에서 신부측에 전달되는 마

    흐르(mahr)즉, 신부대금과 결혼예물이 여전히 중요한 결혼문화로 존재하고

    있다. 그런데 이는 양 가의 사회적 평판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예컨대 신

    부대금과 예물을 많이 받을수록 신부 측에 대한 상대 가문에 대한 평가가 높

    다는 것을 암묵적으로 반영한다. 또한 이를 많이 책정할수록 신랑 측의 사회

    적 위신 또한 높아지게 되는데 신부대금과 예물의 액수는 신랑집안의 경제력

    뿐만 아니라 집안의 관대함을 간접적으로 나타내기 때문이다. 따라서 결혼 때

    책정되는 신부대금과 예물은 개인의 형편보다 ‘사회의 눈’에 의해 무리하게

    감행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는데 이는 양가의 체면과 명예유지에 매우 민감

    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체면을 중시하는 아랍인의 선물문화는 아랍에미리트 인들의 선물의 개봉방

    식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아랍에미리트 인들은 선물을 받으면 대체로 그

    자리에서 바로 개봉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선물개봉 시 선물내용에 대한 평

    가와 반응이 얼굴표정에 바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람들은 당황스러

    운 현장을 피하기 위해 개봉을 후로 미루는 경향이 있다.

    2. 아랍에미리트 인들의 체면과 초대문화

    아랍에미리트 인들의 체면 중시문화를 보여주는 극단적인 예가 바로 초대

    문화이다. 중동지역의 음식문화를 연구한 헤인(Heine)에 따르면 명예를 지키

    기 가장 쉬운 길은 융숭한 손님 접대이며 명예를 잃기 가장 쉬운 길은 인색

    하고 야박한 손님 접대이다(2004: 4). 개인의 명예는 가족과 부족의 명예와

    밀접하게 연관되기 때문에 사람들은 손님을 초대할 때 집안의 명예를 걸고

    손님을 극진히 대접한다. 심지어 아랍의 전통에 따르면 손님은 신성한 존재로

    간주되어 적대 부족의 일원이라 할지라도 주인으로부터 극진한 대접을 받았

    다고 한다. 아랍 사람들은 손님접대는 최소한 3일 이상 지속되어야 한다고 믿

  • 184 韓國中東學會論叢 第31-1號

    고 있다. 하마디는 그의 저서에서 “손님을 후하게 접대하는 것은 셈족의 텐트

    로부터 유래해 이슬람 세계의 최말단에까지 널리 퍼진 미덕(2000: 82)”이라

    고 언급하고 있다. 아랍무슬림들의 전통적인 관용과 환대의 문화코드를 보여

    주는 초대문화는 아랍에미리트에서는 마즐리스majlis 혹은 디와니야diwaniya

    라고 불리는 사교문화로 정착해 오늘날까지 계승되고 있다.

    매주 주말 저녁이면 아랍에미리트 인들은 집에 친구나 친척, 혹은 이웃을

    초대해 사교모임을 갖는다. 초대를 받았을 때 손님은 빈손으로 남의 집을 방

    문하지 않는 것이 예의로 간주된다. 반면 초대한 주인은 손님에게 일상음식이

    아닌 특별하고 풍성한 음식을 준비한다. 또한 돌아갈 때 주인은 손님을 위한

    선물을 마련하기도 한다.

    아랍무슬림들의 전통적인 미덕인 관용과 환대문화에 기인한 초대문화에도

    역시 답례가 기대된다. 초대받았을 경우에는 다음번에 반드시 초대를 해야 하

    며 반복적으로 교환되는 초대행위를 통해 사회관계는 균형적으로 발전한다.

    그런데 주목할 만한 것은 이때 초대문화는 서로 경쟁적으로 진행된다는 것이

    다. 사람들은 자신이 초대받았을 때보다 상대를 초대할 때 더욱 융숭하고 화

    려하게 접대하려고 애쓴다. 융숭한 손님접대를 통해 자신의 체면을 지키고 관

    대한 사람이라는 명예를 얻기 위해서이다. 환대문화에 대한 사회적 규칙이 잘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즉, 답례가 기대에 못 미칠 때 사람들의 사회적 평판은

    악화되며 결국 명예를 상실하게 된다. 이처럼 아랍에미리트 인들의 사교문화

    중심에는 바로 타인에게 보이기 위한 그리고 이를 통해 사회에서 자신의 명

    예와 체면을 유지하기 위한 선물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Ⅵ. 결론: 선물교환을 통해 본 아랍에미리트 인들의 문화

    적 규칙

    선물은 사회관계를 유지하는데 매우 유용한 도구이다. 일상생활에서 교환

    하는 선물의 범주는 상당히 폭넓다. 선물은 의례적 혹은 즉흥적으로 타인에게

  • 걸프지역 아랍무슬림들의 ‘관계맺기’와 선물문화 연구: 엄익란 185

    유형의 물품을 주는 행위뿐만 아니라 무형의 형태로 타인에게 도움을 주는

    행위나 타인을 보살피거나 접대하는 행위 모두 포함된다. 선물은 그 형태는

    자발적이지만 실제로는 상당히 강제적이며 타산적인 급부의 성격을 띤다. 원

    활한 사회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사람들은 서로 주어야 할 의무, 받아야 할 의

    무, 그리고 보답해야 할 의무 등 삼중의 의무로 얽혀 있다. 주고받는 행위의

    시간적 간극은 상황과 내용에 따라 다르지만 중요한 것은 이 중 하나의 행위

    라도 소홀해진다면 사회관계의 갈등이나 심지어 단절까지도 유발될 수 있다.

    본 연구는 선물의 이러한 성격을 염두하며 선물을 매개로 아랍인들의 관계

    가 어떻게 형성되며 유지되는지 아랍에미리트를 사례로 탐구했다. 그 결과는

    다음과 같다.

    아랍에미리트 인들은 첫째, 호혜성의 원칙에 입각하여 상대방과 균형적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선물을 교환한다. 아랍에메리트에서는 선물이 일상화되

    었을 정도로 선물교환의 빈도수는 높다. 삶의 주기와 절기와 같은 특별한 날

    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타인의 집을 방문하거나 병문안시 끊임없이 선물

    을 교환한다. 또한 일상생활에서 자기가 쓰던 물건도 상대의 필요에 의해 즉

    흥적으로 주기도 한다. 선물의 품목은 상황과 상대방과의 관계에 따라 다양한

    데 이때 선물은 상대방과의 관계를 공고히 유지하는데 매우 유용한 물품으로

    사용된다. 주목할 만한 것은 관계가 확실할 때 현금이나 현금의 역할을 대신

    하는 금붙이가 매우 합리적인 선물로 이용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균형적인 관

    계를 위해 교환되는 선물은 상대가 같은 상황에 처하면 다시 돌려줘야 하며

    그 의무를 게을리 했을 경우 상대방과의 관계는 단절될 수 있다.

    둘째, 아랍에미리트 인들은 체면유지를 위해 선물을 한다. 이는 아랍에메리

    트 인들의 결혼과 접대문화에 잘 나타난다. 사람들은 결혼때 교환하는 선물과

    상대에게 호의를 베푸는 접대문화를 사회에서 명예를 얻을 수 있는 한 수단

    으로 인식하고 있다. 이 때문에 결혼때는 더 많은 신부대금과 예물을 책정하

    려 노력하며 손님을 초대할 때는 지극정성을 다해 융숭한 대접을 하려고 최

    선을 다한다. 자신의 관대함을 타인에게 보이기 위해 돌아가는 손님에게 선물

    을 하기도 한다. 특히 접대문화에서 나타나는 아랍에미리트의 선물문화는 경

    쟁적으로 진행되는데 그 이유는 손님접대를 잘 할수록 그 사회에서 명예와

  • 186 韓國中東學會論叢 第31-1號

    체면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아랍에미리트 인들이 타인과 관계를 맺는 그 중심에는 그 형태

    가 유형이던 무형이던 상징적인 메시지를 상대방에게 전달하며 커뮤니케이션

    의 역할을 하는 선물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선물은 아랍에미리트 인들이

    사회관계를 맺는 작동원리이다. 아랍에미리트처럼 타인의 이목을 중시하는 문

    화권에서 선물은 특히 타인에게 보이기 위한, 그리고 이를 통해 사회에서 자

    신의 명예와 체면을 유지하기 위한 매체로 사용되고 있다.

    주제어 : 선물문화, 아랍에미리트, 관계맺기, 명예문화, 하디스

  • 걸프지역 아랍무슬림들의 ‘관계맺기’와 선물문화 연구: 엄익란 187

    참 고 문 헌

    국내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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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88 韓國中東學會論叢 第31-1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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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익란

    소 속 명지대학교 인문과학연구소 연구교수

    이메일 [email protected]

    논문접수일 2010년 4월 28일

    심사완료일 2010년 6월 5일

    게재확정일 2010년 6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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