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행정연구 local administration review - fnst.org · 2018-07-03 · 통일의 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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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행정연구 제6권 제1호 2014년 6월 ISSN 2234-1137 한양대학교 지방자치연구소 프리드리히 나우만재단 자치행정연구 Local Administration R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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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치행정연구 제6권 제1호 2014년 6월

    ISSN 2234-1137

    한양대학교 지방자치연구소

    프리드리히 나우만재단

    자치행정연구

    Local Administration Review

  • 자치행정연구

    제6권 제1호

    Local Administration ReviewJUNE. 2014

    [ Contents ]

    카이 아부샤트

    한 부 영

    레 탄 차우

    김 수 오

    최 영 훈

    Kai ABRUSZAT

    Bu Young HAN

    Le Thanh CHAU

    ❘논문독일의 통합지방행정체제 구축 / ············································································ 1

    통일 대비 지방행정체제 구축 로드맵 / ······························································· 11

    베트남 정치제도에서 지방정부의 역할 / ····························································· 39

    지방자치단체 경영수익사업의 활성화 방안 / ························································ 51

    지방자치단체의 노인복지정책의 과제와 전망 / ···················································· 65

    Constructing a Unified Local Administrative System in Germany / ························· 79

    Roadmap to Build Local Administration / ································································ 91

    The Role of Local Government in the Vietnam Political System / ························ 129

    자치행정연구 편집위원회 운영규정 / 145자치행정연구 논문기고 및 게재에 관한 규정 / 147한양대학교 지방자치연구소 소개 / 152

  • 자치행정연구 제6권 1호 : 1~9

    독일의 통합지방행정체제 구축

    카이 아부샤트

    (독일 노르트라인 베스트팔렌 주 의회 의원)

    목 차

    인사말

    들어가는 말

    서독 국가체제에서의 지방자치단체

    동독의 서독으로의 가입

    동서독 지자체간 자매결연

    통일 후 재건사업

    서독지자체의 기능적 공공원조

    교훈

    인사말

    존경하는 이승종 지방행정연구원 원장님, 존경하는 리히터 소장님, 존경하는 프리드리히 나우만 재단 헤어쪼크 본부장님,

    내외 귀빈 여러분,

    오늘 이 국제회의에 참가하게 되어 큰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지방행정체제 구축에 대해 말씀드린다는 것이 일견 매우, 건조하고 또 형식적인 주제로 보일 것입니다만, 본 주제를 깊이 다루다 보면 여러 다양한 측면들이 나타나게 될 것입니다.

    몇몇 측면은 역사적인 성격을 띄고, 또 어떤 부분은 법적 성격, 정치적 성격을 띄기도 하고 또 어떤 측면은 열린 결말로 끝나는 TV 형사 드라마처럼 긴장 가득한특징을 보이며, 발전되어 온 부분도 있습니다.

  • 2❘자치행정연구 제6권 제1호

    들어가는 말

    우선 지나간 과거를 좀 돌이켜보겠습니다.

    2차 세계대전 후 동과 서로 분단되어, 냉전시대에는 두 개의 독일이 공존했고, 그리고 오늘날의 통일 독일을 완성하기까지, 독일은 격동의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남북한 분단의 원인은 독일과는 완전히 다른 사유였고, 갈등이 동서가 아닌 남북간에 존재한다 하더라도, 독일과 한국 사이에는 하나의 명백한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원래는 하나였던 나라가, 분단되었다는 것 입니다.

    운이 좋겠도 독일은 이미 4반세기 전에 통일을 이루었습니다. 분단과 동서독간 접근노력(Annährung) 그리고 재통일은 이제 역사로 정리되어, 오늘 여러분 앞에 - 이 모두를 경험한 이로서 - 보고드릴 수 있는 영광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신사 숙녀 여러분, 여러분도 언젠가는 조국의 통일을 경험하게 되실 겁니다. 한국을 저는 처음 방문합니다만, 따뜻한 환대에 큰 감사를 느끼고 있습니다. 12년전 2002년에도 한국에 오고싶었습니다만, 당시 한국에서 열렸던 독일과 한국의 월드컵 4강 경기 표를 구할 수가 없었습니다. 이곳에서 한독 4강이 열렸었는데 말이죠. 축구라는 것은 항상 국경을 넘어서는 그 이상의 특별함이 있는 것 같습니다.

    여러분, 평화와 자유와 그리고 민주적 통일을 향한 여러분들의 노력이 큰 성공을 거두시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그러한 의미에서 오늘과 같은 국제행사를 통해 통일문제를 다뤄보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만큼의 진전이 이뤄지면, 그 다음에는 무엇을 할 것인가?” 정치적으로 남북한이 가까워짐과 통일이라는 형식절차는 사실, 하나입니다 (같은 것입니다). 정치적으로 가까워지는 것이나 통일의 달성 모두, 실제에서는 수행하기 매우 어려운 과제입니다. 독일 경험에서 한 가지 말씀드리자면, 통일을 염두에 둔 준비안, 컨셉, 또는 그게 아니더라도 큰 틀만 하나 잡아 논다고 해도, 매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점입니다. 한국인의 오랜 삶의 지혜(Lebensweisheit) 중 하나에 – 제가 제대로 인용한 것 이길 바랍니다만 – 고기를 잡으려는 마음만 가지고 강가에 가는 것은 충분하지 않다. 그물을 들고 가야한다 라는 말이 있듯이 말이죠.

  • 독일의 통합지방행정체제 구축❘3

    존경하는 신사숙녀 여러분,

    다음으로는 동독과 서독이 통일 후, 시와 게마인데의 행정구조를 어떻게 일원화하고, 또 어떻게 동독을 재건하였는지에 대해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이는 전체 통일과정 중 매우 핵심적인 사안 중 하나였습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독일의 지자체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음을 분명히 해두고 싶습니다.

    서독 국가체제에서의 지방자치단체

    통일과정에 지자체의 역할과 이들 지자체의 권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독일의 다단계적 국가체제에 대해 먼저 말씀드릴 필요가 있습니다.

    독일은 대의제 민주주의 체제를 갖고 있는 연방주의 국가입니다. 국가체제를 형식적으로 두 개로 나눠 구분할 수가 있는데, 연방 단위와 주 단위가 바로 그것입니다. 연방이 연방상원이나 연방의회와 같은 기관을 통해, 국가 전체를 위한 입법기능을 수행하는 것과 달리, 주 단위에서는 16개 주 (역주: 도시이면서 州인 도시주 (Stadtstaaten) 포함)가 주 고유의 사안을 챙기고, 해결하도록 되어있습니다. 제가 속해있는 인구 천 8백만의 노르트라인 베스트팔렌 주도 그 중 하나입니다.

    이와 같은 2단계의 구분 하에서, 형식적으로는 주 단위에 속하지만 사실상으로는 3번째 단계로 칭할 수 있는 단계가 있으니 최하위의 자치단체인 게마인데가 바로 그것입니다. 이들 지방자치단체는 공법상 법인입니다. 지자체의 존재는 독일기본법 28조 2항에서 그 근거를 찾을 수 있는데, 이에 따라 지자체의 자치권이 헌법상 보장됩니다. 법조문을 보면 “게마인데는 법률내에서, 자기 책임하에, 지역의 사안을 다룰 권한이 보장되어 있다” 라고 되어있습니다.

    이 자치권은, 시와 게마인데가 – 상위의 법률 안에서 – 자신의 존재를, 주민들을 위해 스스로 행동하는 자치단체로 인식하는데 매우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독일에는 보충성의 원칙이라는 개념이 있어서, 하부 단위에서 스스로 조정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을 상위 행정단위에서 해결해서는 안된다는 원칙이 있습니다. 본 원칙을 근거로, 독일의 모든 지자체들은 예컨데 극장이나 박물관을 운영할 것인지, 건축계획에서 어떤 지역을 제외시킬 것인지 등, 경제개발 정책을 스스로 수립합니다. 이 모든 결정은 지자체 스스로 행하고, 중앙정부의 영향/개입으로부터 보호받게 되어 있습니다. 스스로 결정하는 본 방식이 좋은 점은, 시나 게마인데와 같은 자치단체에는 시민들이 직접 뽑은 지역의 정치가들이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Top-down 방식으로

  • 4❘자치행정연구 제6권 제1호

    위에서 지시되어 내려올 때보다, 시민들의 욕구가 무엇인지, 현장에서 더 잘 알고, 일을 해결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예를 들어 건물 사이의 간격 등에 관한 토목건축관련 규정처럼, 모든 지자체에 일반적으로 구속력을 갖는 규정의 경우는, 지자체들마다 상이하게 규정할 수 없기때문에, 이처럼 큰 틀을 정해 주는 규정의 경우는, 연방과 주의 소관이 됩니다.

    독일 지자체는 그 규모가 매우 작습니다. 약 8천만의 주민이 11,000 여개 게마인데의 주민으로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 예를 들어, 인구 300명의 매우 작은 게마인데의 경우, 게마인데에 일반적으로 주워진 모든 자치규정을 실행할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이런 경우에는 상부 지자체가, 여러 게마인데의 지역사안을 묶어서 해결해줍니다. 제가 근무하고 있는 노르트라인 베스트 팔렌 주의 경우 이렇게 소규모로, 작게 나뉘어진 지자체 구조를, 70년대 행정개편을 시행하여 많이 개선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지자체별 규모면에서는 상이함이 존재합니다. 백만인구의 쾰른은 대도시인 만큼, 지역에서 광범위한 결정권한을 갖게 되지만, 주민수 5천의 소규모 게마인데에는 꼭 그렇지 못한 것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일 역사를 보면 - 게마인데의 규모와 관계없이- 자치에 대한 의식과 욕구가 강하게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전통이, 특히 냉전 후 동서독이 통합되는 과정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였던 것입니다.

    그러나, 서독과 달리 동독에서 지방자치란 표현은 오랜기간 동안 매우 낮선 표현이었습니다. 왜냐하면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이어 독일이 분단되면서, 동독 정부가 소위 “민주적 중앙집권체제 “를 위해 지방자치라는 개념을 없앴기 때문입니다. 지방자치제도의 폐지는 1957년 “국가의 지역기관에 관한 법률” 에 명시되어 있습니다.

    그 결과 읍면시와 같은 지방행정단위는 국가행정의 최하부기관 정도로 강등되었고, 법인격과, 그 권한이 미치는 고유의 영역을 잃어버리게 되었습니다. 유치원, 체육시설, 문화시설, 직업학교, 소방서 등 서독에서는 지자체의 고유 영역에 속하는 분야가, 동독에서는 국영기업에 넘겨져 운영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들 기관은 사회주의 통일당(SED)의 정치적 간섭을 받거나, 강력한 영향권 하에 운영되었습니다. 동독에는 주가 아닌, 14개의 구역(Bezirk)이 있었는데, 물론 자치권은 갖지 못했고, 국가행정의 중간단계 정도로 말할 수 있습니다. 이들 구역은 사이비민주주의를 표방하는, 사회주의통일당 세력이 이끄는 중앙정부가 군림하였습니다. 그러다가, 이러한 그림이 바뀌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초 독일 통일이 진행되면서부터 였습니다.

  • 독일의 통합지방행정체제 구축❘5

    동독의 서독으로의 가입

    1990년 독일의 통일은 법적으로 하나의, 완전체 국가를 새로 건국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독일 통일은 동독이 서구화 된 서독에 가입(beitreten)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이러한 가능성을 대비해, 1949년 독일 헌법을 기초한 학자들은 하나의 특별 조항을 명시해두었습니다. 동독의 서독 체제로의 가입은 동독이 서독의 법적, 행정적 시스템을 완전하게 이전해온다, 받아들인다는 것을 의미했습니다. 여타 다른 방안이 없었던 것이, 동독의 중앙집권적 국가원칙은, 수직적 수평적 권력분립을 원칙으로 민주적, 연방적 구조를 가지고 있던 서독의 그것과 전혀 호환이 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 밖에도 동독 체제에서는, 서독과의 교류를 통해서도, 서독 기본법에서 명시하고 있는 법치주의와 사회복지국가(Sozialstaatlichkeit)원칙을 받아들일 수 있는 기반이 전무했습니다. 그래서 전수(Transfer)를 통한 변환(Transformation)이 꼭 필요한 상황이었고, 이는 지방자치 분야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하나의 중요한 사건은, 1990년 5월 17일 당시 동독의 인민회의(구동독 최고 입법기관)가 내린 결정인데, 지방헌법(Kommunalverfassung)을 기반으로 동독 지방자치의 재건을 위한 법적 토대를 만들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동독에서는 지방자치 구조도 전무하고, 주민들로부터 선출된 지역정치인도, 오늘날 의미에서 볼 때 법치주의 원칙에 따라 운영되는 지방행정기구도 없었기 때문에, 이 모든 것을 거의 완벽하게 새로이 만들어내야만 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을 접해 본 경험도 없고, 이런 특별상황을 염두에 둔 어떤 “대본”도 없었기에, 동독에서의 지방행정체제 개편 작업은 거의 “탐험”을 떠나는 작업과 같았습니다. 일요 정례 연설에서 언젠가 조국의 통일이 올 것이라고 이야기했던 서독의 고위 정치가들도, 이렇게 빠른 통일은 믿지 않았었습니다. 동독과 서독 양쪽 모두, 깔끔하게 준비되어 책상서랍에서 꺼내기 만하면 되는, 지방행정체제에서의 통일까지 명시하고 있는, 그런 완벽하게 준비된 통일계획이라는 것은 없었던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통일 후속작업을 위한 구체적 법원칙을 마련해나가는 것만큼이나, 창의력(Kreativität) 그리고 상황 상황에 즉석으로 대응해나가는 능력 (임기응변) 역시 중요했습니다. 서독의 지자체로부터 “지식”을 전수받는 것 만큼이나, 동독의 지자체와 서독의 지자체간 교류도 아주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동서독 지자체간 자매결연

    이러한 동서독 지자체간 교류의 초석이 된 것은, 통일 전 소위 독-독 도시간 파트너쉽 (독-독 자매결연)이었습니다. 이러한 자매결연은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서독이 과거 적군이었

  • 6❘자치행정연구 제6권 제1호

    던 프랑스나 영국의 도시들과 맺었던 자매결연사업을 모델로 이뤄진 것이었습니다. 자매결연의 1차 목표는 지방단위에서 서로를 더 잘 알고 화해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유럽 내 서로 다른 두 도시의 주민들이 음악이나, 문화행사, 스포츠대회 등을 통해 서로를 더 잘 알고 배우게 되는 이러한 Bottom-Up 접근은 “지자체의 외교”로 명시할 수 있었습니다. 자매결연을 통한 이러한 인간 대 인간의 교류는 여러 영역에서 심층적인 협력을 가능하게 해주었고, 마침내는 “접근/교류(Annährung)을 통한 변화”를 가져오게 된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런 성공적 기재를 독-독간 교류개선을 위해 투입해보려 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당시의 동독정부는, 동서독 지자체 간 자매결연 사업과 같은 일련의 접근시도를 하다보면, 그들의 내적 구조가 점차적으로 붕괴, 와해될 수 도 있다는 위험을 목도하고 있었습니다. 독-독간 자매결연 사업은, 동일한 이해와 목표를 가지고 있는 타 유럽국가의 어느 도시와 결연을 맺는 사업보다 훨씬 어려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독의 지도자들은, 하나의 이웃(neighbor)으로서 관계를 개선시켜 보겠다는 평화적인 노력들을 완전히 차단할 수 없었고, 싫은 기색을 내보일 수 없었습니다.

    동독의 정치권은 외교적으로 인정을 받으려고 하는 맘이 있었고, 이를 위해 선의를 보여줄 자세 정도는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을 배경으로, 1986년 서독의 살루이스와 동독의 아이젠휴텐슈타트 사이에 첫 공식 자매결연이 이뤄졌습니다.

    그 뒤로 한자동맹 도시인 브레멘과 로스톡, 부퍼탈과 슈베린 및 몇몇 도시들의 협력사업이 뒤를 이었습니다. 1989년 11월까지 총 98개의 독독 자매결연이 이뤄졌고, 이후 통일이 진행되면서 그 숫자는 폭발적으로 증가하여 1990년 10월에는 그 수가 854개에 이르렀습니다. 이러한 자매결연을 통해 통일독일 내 문화적 사회적 교류의 증진과, 하나의 공통된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근간이 마련된 것 뿐만이 아니라, 동독의 지방자치 재건을 위한 토대가 마련되게 되었습니다.

    통일 후 재건작업

    이러한 재건작업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여러 어려움을 가지고 있었습니다.첫째, 통일 후 구 동독 지자체는 매우 짧은 시간 내에, 완전히 새롭고 또 강력한 강도의 지

    자체 고유의 업무를 - 그들은 이러한 작업에 전혀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였지만 – 수행해 내야만 했습니다.

    둘째, 이제 그들이 해내야 하는 지자체 업무란 것이, 지금까지 그들에게 전혀 알려지지 않았던, 모르고 있던, 새로운 법적 토대 위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 독일의 통합지방행정체제 구축❘7

    셋째, 지방자치단체는 이제 더 이상 국가최하위에 위치한 실행기구인 것이 아니라, 다양한 권리와 목소리를 가진 그들 주민들을 위한 자주적인, 서비스 제공자로 기능해야 했습니다. 중앙정부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데에만 익숙해있던 당시의 구동독 지방공무원들에게 이 모든것이 얼마나 커다란 도전으로 다가왔을지는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지방자치에 대한 권한은 권리이면서 의무이기도 합니다. 법적으로 위임된 사무의 이행과 마찬가지로 자발적 사무/서비스의 이행 역시 꼭 보장되어야 합니다.

    주민등록사무소(Meldewesen:우리의 동사무소), 복지사무, 청소년 사무, 상하수도 사무, 공공안전 등은 미룰 수 없는 사무들입니다. 주민들의 일상생활 지원과 직접 관련된 기본업무(Daseinsvorsorge)는 하루라도 멈춰서는 안되는것이었습니다.

    중앙의 계획하에 운영되던 국가경제는 비효율적 구조 때문에 바닥을 치고 있었고, 통일 후 도입된 시장경제체제 하에서는 더 이상 살아남을 수가 없었습니다. 동독 경제의 빠르고 효과적인 재건을 위해서, 그리고 또 동독지역으로 기업이 이전, 진출을 하려면 무엇보다, 동독 내 지방행정과 지방 인프라를 제대로 자리잡아야 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토지개발 계획, 건축플랜, 경제지원, 도로건설, 대중교통시설 등등 이는, 주민들의 수입과 복지를 보장해주는 일자리 창출을 위해 지자체가 해결해야했던 여러 사무들의 예입니다.

    시장경제하의 기업들이 요구하는 전문직업기술을 습득, 전수할 수 있는 직업학교도 만들어져야 했고, 에너지 공급, 지역개발, 상하수 시설 역시 재정비 되어야 했습니다.

    구동독시절 중앙정부에 조력했던 행정지도자들은 통일 후에도, 지방행정부문에 남아있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들은 통일과 함께 큰 도전을 맞이하게 됩니다. 즉, 실질적인 체제의 전환을 달성하기 위하여 조직적, 인적, 재정적인 근간을 새로 만들어 내야 했던 것입니다. 여기서 민감한 사안이 나오는데, 동독시절 정부에 매우 깊게 연루되어 있던 인물이, 계속해서 도시나 게마인데의 지도책임을 맡는 일은 배제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구 시스템하에서 조력자 정도로만 활동했던 직원들에 대해서는, 지역에 대한 지식을 많이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그들의 지식에 많이 의존해야 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1990년 이후 동독지역의 행정구조 재건 작업에는 서독출신의 지방공무원들이 꼭 함께 했습니다. 통일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이러한 변화들은, 서독의 지방공무원들에게는 승진의 기회가 되기도 했습니다. 즉, 서독의 어느 작은 조직의 장이었다가 재건중인 동독 어느 지자체의 행정책임자로 승진하게 되는 그런 경우 말입니다.

  • 8❘자치행정연구 제6권 제1호

    결과적으로 통일정부와 구서독 연방주들은, 구서독 게마인데나 지자체협의회의 경험이나 지원에 많이 의존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들은 후에 “눈높이에 맞춘 재건”을 수행해나가게 됩니다. 독독 자매결연사업들을 통해 쌓아온 네트웍이나 커뮤니케이션 노하우는, 재건작업 수행에 큰 도움이 되었던 것은 물론입니다.

    서독지자체의 기능적 공공원조

    통일 후 구동독지역의 지방행정구조 재건에서 큰 도움을 준 것은 “신연방주 지방행정재건 조력”이라는 프로젝트를 수행했던, 지방자치단체협의회의 총이사회였습니다. 여러 지방자치단체 전국협의회들의 수장 역할을 했던 이 기관은, 지자체들의 원조능력과 가능성을 점검하고, 원조업무를 코디네이트해주는 것 뿐 만이 아니라, 행정재건에 필요한 재정과 정부의 결정을 연방과 서독 연방주에게 직접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구체적인 실천으로 들어가보면, 지역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상담센터를 설립하고, 일원화된 정보토대를 마련해주고, 서독연구기관 출신의 교육인력 파견 등을 들 수 있습니다. 이렇듯 토대를 만들고 또 상황에 맞게 대응하면서 짧은 시간 내에 효과적인 도움을 줄 수 있었습니다. 정수시설 건설계획, 건설업체의 물적기부(Sachspenden) 연결, 문화재 보존에 대한 전문지식, 상하수도 노하우 전수, 마을금고, 시민에 다가가는 행정 등 수많은 질문들에 대비해 지역에서 상담을 해주는 전문가와 상담소가 개설되었습니다. 물론, 지방행정 직원들의 기본교육, 연수 등에서도 도움을 주었습니다. 이와 더불어 지방자치단체 협의회 들은 너무 세세하게 나뉘어져있어 비효율적이던 동독의 지역개편을 수행하였습니다.

    연방주 차원에서도 구동독 지자체의 재건을 위한 다양한 지원들이 이뤄졌습니다. 예를 들어 노르트라인베스트 팔렌주는 – 지자체 협의회와의 협력속에서 -구 동독주인 브란덴부르크주의 “게마인데 재정에 관한 법률”초안을 만들어주기도 했습니다. 지방조례 분야에서도 (연방이 만들어 국가전체에 통용되는 규정이 아니라, 주 단위별로 재정할 수 있는 지방의 규칙들) 지자체간 협력이 이루어졌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서독 지자체에 존재하던 법규정이 그대로 전수된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구동독의 신연방주들은 오히려, 실상에서 약간은 문제나 결함이 있던 서독의 법규정을 가져다가 고치고, 거기서 더 발전시켜나가는 용기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또한, 예를 들어, 위임된 사무에 대한 재정보전(financial compensation)이나 지자체 협의회의 주 법률제정시 참가권한규정 등 기존에는 없던 새로운 시도가 이뤄지기도 했습니다. 신연방주에서 이뤄진 이러한 시도들이 시간이 흘러 차후에는, 서독 연방주의 입법과정에 본보기가 된 경우도 발생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예를 놓고 보면, 동독지역의 지방행정 재건작업은, 서독에서 주기만 하면서 이뤄지기만 한 것이 아니라 때로는 서독이 구동독 지자체로부터 받기도 하면서, 배우기도 하면서 이뤄진 작업이었다라고 할 수 있습니다.

  • 독일의 통합지방행정체제 구축❘9

    교훈

    전체적으로 보면 지방행정 재건은 육안으로 항로를 잡아가는 “완전히 새롭게 발견해 나가는 탐험의 작업” 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연방과 주 차원의 구조적인, 법적(normgebende), 재정적인 지원이 있었기 했지만, 구동독과 서독 지자체 들 간의 교류와 지자체 협의회의 역할이 없었다면 이렇게 빠른 성과는 이뤄낼 수 가 없었을 것입니다.

    성공적 지방행정구조개편을 위한 첫번째 중요 전제는, 이미 통일 전 자매결연사업 등을 통해 만들어놓은 커뮤니케이션 채널이었습니다. “작은 발걸음 하나하나로 가까워져 간다”고 하는 원칙은 이러한 과제의 수행을 훨씬 수월하게 해주었습니다. 남한과 북한 사이의 교류과정에서도, 이러한 독일의 예가 가능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신사숙녀여러분,통일 후 독일 지방행정구조의 재건 시 있었던 도전을 어떻게 극복해 낼 수 있었는지, 오늘

    여러분께 제가 잘 알려드렸는지 모르겠습니다. 하나의 독일을 이뤄내는 과정에서, 특히나 지방행정 분야에서는 - 통일이라는 공동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 말 그대로 수많은 “돌”들을 거둬내야 했습니다. 힘들었던 이 과정에서, 위대한 작가 괴테의 말을 떠올려봅니다. “길 위에 놓인 돌로도, 아름다움을 창출할 수 있다.” 아니면, 현대의 작가인 요헨 마리스(Jochen Mariss)가 표현한 데로, “오래된 길 위를 밟아가느니, 새로운 길 위에서 휘청거리는게 낫다”

    신사숙녀여러분,여러분 조국의 미래에도, 모든 행운이 함께 하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경청해주셔서, 그리

    고 조금은 특별한 독일의 역사에 관심을 갖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 통일 대비 지방행정체제 구축 로드맵❘11

    자치행정연구 제6권 1호 : 11~37

    통일 대비 지방행정체제 구축 로드맵

    한 부 영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목 차

    Ⅰ. 연구목적 및 배경

    Ⅱ. 통일국가의 기본원칙

    Ⅲ. 통일과정에 따른 지방행정 로드맵

    Ⅳ. 결어

    Ⅰ. 연구 목적 및 배경

    박근혜정부에서 “통일 대박론”을 제기하면서 한반도에서 통일의 가능성에 대한 논란이 화두로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통일준비위원회”가 출범하고 통일준비를 위한 행정학적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는 계기가 되고 있다.

    한반도에서 국가 통일은 국가 통치체제에 대한 통합을 주비하여야 할 것이며, 국가통합 국민통합에서 국가 정부통합을 통한 국민통합을 추진하여야 할 것이다.

    이러한 국가통합에서 주요한 과제는 지역적 기반을 달리하는 지방행정체제의 통합이 중요한 과제이다.

    주민과 밀접하게 교호하는 지방행정체제의 통합은 되면서 또한 한반도에서 통일에 대한 담론이 활발히 진행되어지고 있습니다. 남북한이 분단의 역사가 70년을 바라보면서 통일에 대한 민족적 기대와 희망이 큰 시점입니다.

    한반도에서 통일이 이루어졌을 때 가장 많은 인적, 물적 자원이 요구되는 분야가 지방행정이며, 이에 대한 로드맵을 구축하는 것은 의미있는 일이다. 통일을 대비한 지방행정체제는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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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 계층, 기관구성, 사무, 공직자, 주민에 대한 과제를 어떠한 절차에 의해 통합해가는 것이 효과적일 것인가에 대한 로드맵의 필요성이다.

    지방행정구역의 재설정, 계층구조, 집행기관과 의회의 재구축, 사무배분 및 절차, 공직자인력구조 및 충원, 주민소통 및 참여에 대한 로드맵이 구축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로드맵은 통일 한국에서 행정통합을 최단기간에 달성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할 수 있으며, 지방행정을 통한 국민통합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지방행정은 주민과 함께하는 대면행정, 주민서비스의 집행기관으로 주민과의 지속적 소통을 통한 국민통합을 달성하는 척도가 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지방행정의 통합은 주요한 과제이다.

    지방행정체제 구축을 위한 로드맵은 한반도에서 통일 달성하기 전에 이를 준비할 수 있는 과제로서 장점을 가지고 있다. 통치체계는 통일과정에서 체제경쟁 속에서 선택되어질 것으로 예상되며, 지방행정보다는 준비한 만큼 효과가 적을 으로 판단된다.

    통일준비를 위한 국가적 준비는 여러 단계에서 이루어질 수 있으며, 특히 지방행정분야에서 통일대비는 주민생활과 밀접한 관련있다는데 그 중요성이 높다고 볼 수 있으며, 현정부의 3단계 통일방안, 화해협력, 남북연합, 통일국가에 따르면, 제2단계의 2국가 체제하에서 지방행정을 통합하는 것이 국가통합을 위한 전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LOADMAP(로드맵)은 원래 컴퓨터가 어떤 job을 수행하기위하여 필요한 자원(코드, 데이터, 스택, 입출력포트, 그래픽영역, 입출력장치 등)이 주기억장치(RAM)에 loading된 상태의 메모리 지도를 나타내는 용어로서 지방행정체제가 한반도에서 통일을 달성하였을 때 이를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준비하기위한 추진기관의 시간적 과제를 제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통일대비 지방행정체제 구축을 위한 로드맵은 이러한 과제를 우선순위에 맞게 정리한 것이다.

    한반도의 통일은 미래에 발생 가능한 시나리오를 예상하여 작성하였으며, 시나리오와 로드맵의 타당성 제고를 위해 독일사례를 포함하였다.

    Ⅱ. 통일 국가의 기본원칙

    지방행정통합이란 남북한이 독자적으로 구축․운영해 오던 두 개의 지방행정체제를 하나의 지방행정체제로 합치는 것을 의미하며, 이와 같은 지방행정의 통합은 국가행정과 더불어 지방행정이 각 분야의 통합을 계획․추진하는 주체인 동시에 통일이라는 환경변화를 직접적으로 관리하는 기관이라는 측면에서 어느 분야보다 그 중요성이 크다고 볼 수 있다.

    한반도에서 통일이 달성되었을 때, 통일국가 체계를 구성하는 데 포기할 수 없는 전제가 있다. 민주주의 원리, 시장경제원리, 사회복지국가 이념, 법치국가, 지방자치, 공무원의 정치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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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립은 통일과정에서 포기할 수 없는 원칙으로 지방행정체계를 구성하는 원리가 되고 있다. 이는 독일 헌법 20조와 28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것이 독일 통일과정에서 기본원칙으로 국가형성의 기본틀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1).

    1. 국가구성원리로서의 민주주의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헌법 제1조에서 천명하였듯이 이는 헌법 규범으로서 일차적 기본원리이다. 이러한 민주주의 원리는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주권재민과 자유와 평등의 원칙 그리고 법치국가적 이상이 민주주의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고 하겠다.

    민주주의라는 말은 그리스어(語)의 ‘demokratia’에 근원을 두고 있는데, ‘demo(국민)’와 ‘kratos(지배)’의 두 낱말이 합친 것으로서 ‘국민의 지배’를 의미한다. ‘국민의 지배’라는 민주주의는 여러 갈래로 해석되어 왔다.

    대의적 민주주의의 기본은 의회에 대한 행정부의 책임을 들 수 있다. 이러한 의회제도는 복수정당제에 의한 공공행정을 직접적으로 뿐 만 아니라 간접적으로 성과를 측정하고, 통제하면서 민주주의의 이념을 실천해 가는 과정이다. 행정관청의 정책결정이나 집행과정에서 정당이 국민의 의사를 대변하고, 조정․통합하는 기능은 행정의 민주화를 수행하는 과정이며, 민주주의 원리를 실현하기 위한 일차적 행정과업이다2).

    지방자치의 발전은 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기본구조로 이해될 수 있다. 지방정치의 정치적 역할은 정책결정과정에 주민의 참여를 촉진시킬 수 있고, 참여에 의한 공정, 공평, 원활한 행정을 실현할 수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정보기술의 도입에 따른 커뮤니케이션 기술의 도입과 법 제도적인 장치의 보완, 즉 주민발안, 주민제안, 주민결정의 요건과 방법을 지방자치법에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민주주의 이념은 통일한국에서 국가 체제를 구성하는 1차적 기본원리로 국가행정체제 및 지방행정체제를 구축하는 기본 틀이 될 것이다.

    1) 독일 헌법 제20조는 “독일은 민주적 사회적 연방국가이다”. 헌법 제28조는 “주들의 헌법”이라는 제목 하에 제1항: 각 주의 헌법적 질서는 기본법이 표방하는 공화적, 민주적, 사회적 법치국가의 기본원칙에 부합되어야 한다. 주와 크라이스(Kreis) 그리고 게마인데(Gemeinde)에 있어서는 주민이 보통, 직접, 자유 그리고 비밀선거에 의해 선출한 의회를 두어야 한다. 게마인데에서는 게마인데 주민총회가 주민에 의해 선출된 기구를 대신할 수 있다.

    2) Klaus König, Öffentliche Verwaltung im vereinigten Deutschland, pp.2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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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법치국가

    대한민국헌법이 선언하고 있는 것과 같이 대한민국이 법치국가적 민주주의를 국가운영의 원리로 채택하고 있다. 형식 논리에서의 법치국가는 모든 국가권력을 행사하는데 “법률의 근거가 있는가” 하는 것이며, 법치국가 개념의 실질적 의미는 “사회적 공평성”(Soziale Gerechtigkeit)은 어떤 경우에도 손상되어서는 않된다는 이념이다. 국가 권력을 행사할 때 공평성의 이념은 실현에 기초해야 한다는 것이 현대적 의미라고 볼 수 있다.

    독일 헌법 제20조에는 독일의 연방(Bund)이나 주(Land)에서 법치국가의 이념이 불가침의 규범임을 선언하고 있다. 이는 주나 지방자치단체가 이를 변경하거나 삭제할 수 없으며, 이에 반하는 법률이나 조례, 규칙을 제정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독일연방에서의 법치국가를 구성하는 요소는 기본권 보장, 권력분립, 모든 국가기관 또는 행정에서의 헌법과 법률 등의 규범에 합치, 평등권, 공권력 행사에 관한 사법적 통제, 비민주적인 법의 제한, 복지국가 이념의 구현 등등이다3).

    법의 합목적성과 정당성 그리고 법 적용의 공평성과 법에 대한 국민의 신뢰성이 법치국가의, 더 나아가 법치행정의 근본을 이루고 있다.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주차금지구역이나 속도제한표시 등 교통표지의 신뢰성이 국민 중에서 확보되어져야 한다. 이러한 법질서 유지를 위한 규제나 표시는 최대한 실현시켜야 하며 이러한 법의 집행이 주민의 생활에 불편으로 나타날 경우 이를 변경․취소할 수 있는 주민의 의사전달 통로와, 다른 한편으로 주민의 권리구제의 법적 통로 역시 확보될 때, 법치행정을 확립할 수 있는 전제가 된다.

    통일한국에서 법치주의 논리는 행정에서 법질서에 따른 행정의 실현은, 법치가 행정의 내부를 지배하는 것은 법질서의 안정성을 확보해주고, 행정의 신뢰성을 증대시키는 주요한 요소임에 틀림없다4). 이러한 법치행정을 위한 의사전달의 통로를 확보하는데 지역의 정당들과 지역의 언론이 충실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3. 분권의 의미로서 지방자치

    국가와 지방이 이중의 행정체제를 구축하여 지역과 지역주민의 요구를 민주적이고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지방자치는 통일한국에서 자치행정 또는 지방자치를 실현하게 된다. 이는 민주정치의 기본적 요소로서 통일과 함께 주민의 권리로서 지방자치를 실시하여야 할 것이며, 어떠한 이유로도 유보될 수 없는 가치이다. 이러한 지방자치의 이념은 지방자치는 단체자치

    3) Joachim Jens Hesse / Thomas Ellwein, Das Regierungssystem der Bundesrepublik Deutschland, 1992, pp.119-120.4) Rainer Ptischas, Verwaltungsverantwortung und Verwaltungsverfahren, pp.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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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團體自治)와 주민자치(住民自治)가 결합된 것으로서 자신이 속한 지역의 일을 주민 자신이 처리한다는 민주정치의 가장 기본적인 요구에 기초를 두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J.브라이스는 "지방자치란 민주주의의 최상의 학교이며 민주주의 성공의 보증서라는 명제를 입증해 준다"고 하였다. 이 밖에도 J.S.밀은 "지방자치는 자유의 보장을 위한 장치이고 납세자의 의사표현수단이며 정치의 훈련장이다"라고 하였으며, J.J.스미스는 "지방자치정부는 민주주의의 고향이다"라고 하였다

    지방자치단체의 종류와 조직 및 운영에 관한 사항을 정하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사이의 기본적인 관계를 정함으로써 지방자치행정을 민주적이고 능률적으로 수행하고, 지방을 균형있게 발전시키며, 대한민국을 민주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토대가 된다.

    4. 국가의 사회복지 실현 기구로서 지방행정

    복지국가는 사회적 형평성을 실현하기 위한 국가의 목표로, 또한 사회복지국가에 대한 규범적 구성요소로 표현되어진다. 이러한 사회복지전달체계로서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이 전제된 통일대비 로드맵이 설정되어야 할 것이다. 소득이 적거나 실업 · 질병 · 노쇠 · 재해 등의 사유로 생활에 불안과 위협을 받고 있는 경우 국가가 최소한의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는 제도를 말한다.

    사회복지과제 중 국가가 수행하는 사회 보장제도가 있다. 사회 보장에서 가장 기초가 되는 것은 소득 보장으로, 국가는 최소한의 소득을 보장하기 위하여 고용 정책 · 실업 수당이나 실업 보험 · 최저 임금 제도 등을 실시한다. 이 밖에 교육 보장 · 의료 보장 · 주거 보장 정책 등을 통하여 국민들의 최소한 인간다운 삶을 보장한다. 사회 보장은 비용 부담자가 누구냐에 따라 보험에 가입한 개인과 고용주 그리고 국가가 분담하는 사회 보험, 보험료를 부담할 능력이 없는 빈곤자에게 국가가 모든 비용을 부담하는 공적 부조로 나누어진다.

    우리나라 지방자치법도 주민의 복지증진에 관한 사무를 규정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수행하고 있는 사회복지는 주민복지에 관한 사업, 사회복지시설의 설치·운영 및 관리, 생활이 곤궁한 자의 보호 및 지원, 노인·아동·심신장애인·청소년 및 여성의 보호와 복지증진, 보건진료기관의 설치·운영 등에 관한 종합적 사회복지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통일국가를 구축함에 있어서 지방자치단체의 사회복지 사무를 수행하여야 한다는 당위성 속에서 로드맵을 구성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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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Ⅲ. 통일과정에 따른 지방행정체제 로드맵

    정부의 3단계 통일방안, 화해협력, 남북연합, 통일국가로 발전해간다고 전제할 때, 단계별 통일준비를 위한 과제와 국민의 욕구가 다르게 나타날 것이며, 이에 따른 로드맵을 구성해야할 것이다.

    1. 화해협력단계

    화해협력단계는 남북한 양국가가 존재하는 단계로서 양국이 신뢰회복과 동질성회복을 위해 노력하는 시기이다.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통일 정책의 정경분리”, “북한 주민에게 직접 혜택” “정부·민간 투트랙(Too-track) 구도” 등과 맥을 같이하는 시기이다.

    박대통령의 드레스덴구상에서 인도적 문제 해결, 민생 인프라 구축, 동질성 회복 등 3개 구상을 제안하고 있다. 다만 3대 구상 제안의 선결조건으로서 비핵화조치가 전제되고 있다. 화해협력단계에서 추진하여야 하는 과제는 다양한 분야에서 교류협력을 추진하여 신뢰를 회복하는 단계이다.

    가. 인도주의적 지원

    인도주의적 지원은 현재도 많은 분야에서 이루어지고 있으며, 쌀을 지원하거나 적십자를 통한 의료지원 등이 활발하게 추진되어지고 있고, 인도주의적 지원단계는 지원자나 피지원자가 어떠한 조건이나, 의무를 수반하지 않는 형태이다.

    인도주의적 지원은 북한의 문호를 개방하고 협력을 위한 신뢰를 구축하는 단계이며, 지방자치단체의 인도주의적 지원사업은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적 어려움과 북한의 소극적 행동으로 현재 실현되어지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인도주의적 지원은 지방자치단체가 북한의 지방자치단체와 교류협력을 하기 위해서는 선결적인 투자정책이다.

    우리나라의 지방자치단체는 실적이 없는 투자가 거의 불가능함으로 인도주의적 지원단계를 거치지 않고 직접적인 대화를 추구하는 경향이 높아 준비단계에서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인내심을 가지고 추진해야할 것이다.

    나. 민간협력

    민간협력단계는 민간단체가 경제적, 인적 교류를 통한 협력을 단계로서, 지방자치단체가 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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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협력을 위해 민간단체를 지원하고 민간단체가 협력사업을 추진하는 방식으로 일부 자치단체에서 시도되고 있다. 민간단체는 적십자, 문화, 예술, 체육 등 비정치적이고, 경제적 지원이 우선적 목적이며, 국제적 조직을 통한 교류가 일반적이다.

    지방자치단체가 민간단체를 통한 교류협력은 실현성과 효과성에서 대안이 될 수 있는 방안이며, 지방자치단체가 간접교류의 효과를 얻도록 추진할 가치가 매우 높다. 북한의 지방자치단체가 직접적으로 교류하고자 하는 경우는 매우 적으며, 독일의 경우도 유사한 사례가 많있다. 경제적 이득을 수반하는 민간협력은 북한측에도 명분과 실리를 제공함으로 계속성을 유지할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다. 사회단체 교류

    지방자치단체의 직접적 교류협력을 위한 전 단계로서, 지방자치단체를 대리하여 사회단체가 교류를 시도하는 방식과 사회단체의 교류협력을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하는 방식이다.

    민주노총의 한민족축구에서와 같이 북한이 관심있는 사회단체를 통한 교류는 현재도 많은 실적을 거두고 있으며, 정치적 성격이 약한 사회단체에서부터 시작하여 점점 정치성 있는 사회단체의 교류를 추진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다. 지방자치단체의 교류협력사업은 지역내의 사회단체를 통한 간접 교류를 우선 실시해야할 것이다.

    사회단체 중 종교단체는 조직력과 재력이 있어 인도주의적 지원프로그램과 함께 교류협력사업을 실시함으로 성사율이 매우 높다고 볼 수 있다. 독일의 경우 동독의 종교단체는 민주화를 위한 대표적 단체로 동서독 교류협력의 중요한 촉매가 되었다.

    지방자치단체의 추구하는 목표와 사회단체가 추구하는 목표가 유사한 경우 이를 통합적으로 북한의 특정지역의 사회단체를 지원하는 교류협력으로, 사회단체의 목표를 지방자치단체가 보조하는 형식으로 교류를 추진하고 차후에 직접적으로 교류협력을 추진할 수 있다.

    독일 통일과정에서 사회단체로서 정치적 재단(Stiftung)은 정당에 속해 있는 연구기관으로서 통일이전과 통합과정에서 지방자치단체의 기술적, 전문성이 요구되는 분야에 기술적 지원을 담당하였으며, 현재 이들 재단이 한국에서 북한에 기술지원을 실시하고 있다.

    라. 지방자치단체 교류협력

    지방자치단체가 북한 지방자치단체 또는 사회단체와 교류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시도를 하고 있다. 아래 현황과 같이 실제 사업을 실시한 경우보다는 이일회성 사업 지원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는 중앙정부보다 다양한 사업으로 교류를 추진함으로서 신뢰회복에 기여하였다고 볼 수 있다.

    광역자치단체의 경우 16개 시도가 기초자치단체의 경우 36개 자치단체가 만북교류관련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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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도 지자체 사업내용 사업비(백만원)

    2001 강원도 산림병해충 방재, 비닐 지원 등 238제주특별자치도 감귤 및 당근 지원 3,0872002

    경기도 경운기, 지붕개량재, 축구공 지원 1,000강원도 산림병해충 방재, 연어부화장 건립 등 1,277

    제주특별자치도 감귤, 북한어린이 겨울 옷보내기 지원 4782003

    강원도 연어부화장 건립, 산림병해충 방재 1,180전라남도 농기계 수리공장 지원 470

    제주특별자치도 감귤 및 목초 종자 지원 766

    2004울산광역시 농업용 못자리 비닐 지원, 용천지원 200

    경기도 경운기, 치과장비, 긴급구호, 의약품 지원 1,340강원도 산림병해충 방제 등 2,073

    전라남도 농기계 수리공장, 수리부품 470제주특별자치도 감귤, 북한어린이 겨울옷보내기, 의약품 2,250

    2005

    서울특별시 북한 아동 대상 제과원료 지원 1,030울산광역시 비료지원, 국수공장 설비 및 재료 지원 343

    경기도 벼농사 시범사업, 농기자재 지원 1,936강원도 산림병해충 방제 등 837

    경상남도 농업분야 교류 105전라남도 비닐, 모내기·온실자재, 통일쌀 지원 83전라북도 농기계 수리공장, 농기계 및 농자재 지원 1,786

    제주특별자치도 감귤, 당근, 의약품 지원 3,072

    2006

    서울특별시 의료장비 지원, 수혜지원 550부산광역시 항생제공장 건립 및 원료지원사업 100울산광역시 수해지원 30

    경기도 농촌현대화사업 4,300강원도 산림병해충 방재, 연어사료공장 건립 지원 1,368

    전라남도 비닐온실 지원 100전라북도 농기계 및 축산시설 지원, 농기계 지원 427경상남도 농업분야 교류 936

    제주특별자치도 감귤, 당근, 건축자재 지원 3,438

    례를 제정하였으며, 교류협력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시도를 하고 있다. 광역시도의 경우 2013년 612억의 남북협력기금을 조성하여 운영하고 있다5).

    지방자치단체 남북교류 주요 현황

    5) 김동성 외 2인, 2014 경기도남북교류 기본구상, pp. .19-20

  • 통일 대비 지방행정체제 구축 로드맵❘19

    연도 지자체 사업내용 사업비(백만원)

    2007

    서울특별시 의료장비 지원, 수해지원 800부산광역시 항생제 공장 지원, 수해물자 지원 870울산광역시 이유식 시설, 옥수수 국수공장 설비 지원 1,389광주광역시 북한 수해지역 주택복구 지원 170

    경기도 농업현대화사업, 산림녹화, 수해지원 2,320강원도 산림병해충 방재, 사료공장, 수해복구지원 2,835

    전라남도 발효콩 공장 건립 지원 880전라북도 돼지공장 지원 1,113경상남도 농업분야 교류 2,493

    제주특별자치도 감귤 지원 1,470

    2008

    서울특별시 의료장비 지원 800인천광역시 치과방연 리모델링, 주택현대화 사업 1,414울산광역시 결핵치료약품 지원 226

    경기도 양묘장 조성, 말라리아 공동방역, 농촌현대화 등 1,782강원도 연어사료공장, 산림병해충 방재, 의약훔 지원 709

    충청북도 협동농장 농자재 지원 190전라남도 발효콩빵공장 건립 지원 860경상남도 과수원 조성, 수해지원 등 1,000경상북도 과수원 조성 100

    제주특별자치도 흑돼지 사육협력사업 지원 4,847

    2009

    서울특별시 의료장비, 대북 옥수수 지원 1,030인천광역시 대북긴급식량지원 등 630광주광역시 배합사료공장 건설 628대구광역시 북한어린이 내복보내기 운동 8

    경기도 양묘장, 말라리아 공동방역, 식량지원 등 4,126강원도 산림병충해 방재 등 850

    경상남도 과수원 조성, 냄새온실 건립, 통일딸기 등 425경상북도 과수원 조성 300

    제주특별자치도 감귤 지원, 흑돼지 사육협력사업 지원 6,0882010

    인천광역시 영유아 지원 41경기도 묘목, 말라리아 방역, 연탄 지원 등 1,109

    제주특별자치도 감귤 지원 260자료: 통일부 국감자료(2010), 김동성 외(2014)에서 재인용

    지방자치단체의 교류는 지방행정통합이나 주민통합을 위해 매우 중요하며, 결과에 집착하는 것보다는 인내심을 가지고 계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특정지역을 정하여 물질적 지원을 계속하면서, 인적교류를 추진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수해복구지원이나 식량지원 등의 프로그램을 활용하면서, 교류를 위한 신뢰를 형성하여야 할 것이다.

    교류협력이 가능한 단계에서는 실현가능한 사업을 확정하고 사업의 목적을 분명히 해야 할 것이며, 지방자치단체가 성급하게 정치적으로 활용하려는 노력이 실패를 가져오고 있다는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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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을 고려해야할 것이다.비정치적 분야에서 교류가 우선 이루어져야 할 것이며, 비정치적 계층이 주도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져야 함 예: 청소년 연극교류, 축구대회 등 비정치적이면서도 정치적 계층이 참여하지 않는 사업이 우선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지방자치단체의 교류는 일회성사업에서 계속성사업으로, 비정치적 사업에서 정치적 사업으로, 비공인 사업에서 협약을 동반한 사업으로 이전하는 노력이 필요하며, 장기적 목표는 자매결연을 협정할 수 있는 단계까지 인내를 가지고 추진해야 할 것이다.

    지방자치단체에서 대북 교류사업을 추진하면서 고려되어야할 사항은 - 첫째, 지방자치단체장의 정치적 성과로 연결시키지 말 것이며, 지방자치단체 장의 정치적

    성과로 이를 활용하려는 경우 지속성, 또는 교류자체가 성사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역이용되는 사례가 독일에서 많이 발생하였다. 정치적 성과로 생각하여 언론에 공개된 경우 이러한 사업이 진행되어진 경우는 거의 없다.

    - 둘째, 민간단체를 활용한 교류활동을 추진해야 하며, 지방자치단체의 이름으로는 초기단계에서 이루어질 수 없으며, 북한도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 셋째, 지방자치단체는 교류협력사업의 추진을 관련 중앙부처와 협의하여 전략을 세워야 한다. 지방자치단체의 공무원은 일반적으로 외교적 능력이 거의 없으며, 북한에 대한 이해도 매우 부족한 형편에 놓여있으며, 중앙정부와 협의하여 전략이나 대상지역을 선정하여야 전략적 성사율이 높다.

    - 넷째, 재정적 능력을 겸비하여야 함. 교류협력사업은 북한의 재정적 도움이 될 때만 대화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분명히 인지한 상태에서 협력사업에 참여해야 할 것이다. 재정적 능력이 미약하여, 명분을 제공하지 못하는 경우나 필요한 경비를 조달하기 위해 사업이 공개되어지는 경우 실현이 불가능함 예를들어 지방의회의 동의를 얻기 위한 공개는 교류사업의 중단을 의미한다.

    - 다섯째, 비공개로 추진해야 함. 교류사업의 확정 후에도 언론에 공개되는 경우 이를 추진하지 못하는 예를 종종 볼 수 있으며, 공개되는 경우 정치적 파급효과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이 일반적이며, 진행이 중단될 수밖에 없다.

    - 여섯째, 인내심을 가지고 사업을 추진해야 함. 북한은 약속이나 협약 등이 이루어진 후에도 변화가 있을 수 있으며, 협상을 위한 모임에도 참석이 번복될 수 있고, 협상대상자도 달라질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할 것이며, 인내심을 견지한 협상만이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마. 지방자치단체의 준비과제

    지방자치단체가 한반도신뢰 구축을 위한 준비단계에서 고려해야 할 사항은 지방자치단체내

  • 통일 대비 지방행정체제 구축 로드맵❘21

    부의 통일대비역량의 강화와 북한을 포용할 수 있는 신뢰의 축척이다. 이러한 준비과제로서 탈북자원체계의 재정비, 통일 전문인력의 양성이라고 볼 수 있다.

    1) 새터민 지원 대책

    현재 많은 새터민이 남한에 거주하고 있으며, 새터민지원정책이 지방자치단체의 과제이다. 새터민이 남한에서 자랑스럽게 생활을 영위할 수 있을 때, 남북한 신뢰 프로세스가 정상으로 운영될 것이다. 현재 제3세계에서 망명절차를 기다리는 탈북자도 수 십만 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새터민에 대한 처우는 북한체제 고착화와 직결되는 문제이기도 하다.

    새터민에 대한 생활안정대책이 요구되어지며, 지금까지는 중앙정부의 과제였으나, 지방자치단체의 과제로 전환되었다. 새터민이 급증하면 중앙정부가 이를 담당할 수 없으며, 정착 예정지에서 적응의 단계를 거치는 것이 유리하다고 볼 수 있다. 새터민에 대한 지원단계는 긴급수용단계, 거주지적응단계, 사회적 적응단계, 정서적 통합단계로 구분되어질 수 있다. 또한 대량 탈북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한 정책형성이 필요하다. 새로운 생활환경에 대한 적응훈련과 생활안정을 위한 교육훈련 또는 직업훈련교육이 요구되어지며, 직장알선에 의한 정착과 안정의 사무를 지방자치단체에서 적극적으로 추진하여야 할 것이다.

    2) 통일대비요원양성

    통일과정에서 직무를 수행해야할 요원과 통일후 파견인력을 양성해야할 시점이 되었다. 독일의 경우 35,000명의 인력이 통일 후 동독지역에서 행정통합을 위한 사무를 담당하였으며, 95년까지 직접적으로 지원하였다6). 이에 근거하여 볼 때 최소 약 15,000명정도의 통일대비요원을 광역과 기초자치단체가 양성해야할 것이다7).

    통일대비요원에 대한 교육훈련과목은 북한실상의 이해, 통합관련사무의 이해, 수요가 예상되는 지방행정업무분야를 교육해야 할 것이다. 통일교육원과 국가전문행정연수원, 지방공무원교육원에서 분담하여 교육하며, 북한의 이데올로기에 대한 이해에서부터 지역개발계획에 관련된 사무까지 직급별, 예상분야별,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실시할 필요 있다.

    로드맵을 구성하면서 통일대비요원에 대한 예산지원계획도 수립되어야할 것이다. 파견인력에 대한 보수 및 수당에 관한 규정, 이사시 이사비 지원에 관한 규정, 특수지역 근무에 대한 경력 가점제도 등이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6) Bundesministerium des Innern, Jahresbericht der Bundesregierung zum Stand der Deutschen Einheit 1997, pp. 7) 광역자치단체에 1,300명, 기초자치단체에 4,200명, 일선행정기관(구역)에 9,500명 정도의 요원 양성이 필요함

  • 22❘자치행정연구 제6권 제1호

    2. 남북연합 단계의 과제

    남북연합단계는 1국2체제가 공존하는 시기이며, 독일의 경우 베를린장벽이 붕괴되고 통일을 달성한 329일의 기간이다. 이 시기는 통일이 전제되고, 한반도에서 통일에 대한 시나리오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 있지만, 남북지방행정체계를 통합하기 위한 가칭 통일조약이 국민적 합의로 이루어지는 시기이다. 한반도의 통일은 점진적 협의에 의한 방법과 북한체제의 붕괴로인 한 통일방식으로 두가지 유형이 동시에 존재하게 될 것으로 예견되지만, 통일방법 또는 어느 쪽에서 주도권을 행사하느냐에 따라 두가지 유형의 비중은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통일한국의 행정통합을 조속하게 실현하기 위한 종합적 지원기구의 필요하며, 이들 기구는 행정권능을 갖춘 북한지역관리청과 같은 정부의 계선기구로 설치되어질 수도 있고, 자문을 위한 막료조직으로 설치될 수도 있다.

    지방행정을 담당하는 행정경제위원회의 기능을 집행기관으로 재구축하되 자치수준과 자치수준에 적합한 자치단체의 구축 단계이다.

    가. 중앙정부의 지원기구

    개별지방자치단체가 자치권을 가지고 지방행정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합리적이지만, 중앙정부의 권능있는 지원을 통한 효율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조정, 지원기능을 수행할 중앙정부의 지원조직을 로드맵에 포함시켜야 할 것이다.

    1) 지방행정 재건단

    북한의 정무원 조직과 시․도행정경제위원회를 대신하여 북한행정을 통일적으로 위탁․수행하기 위한 기구의 설치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지방행정재건단」(또는 북한청 : 가칭)을 설치하고, 북한지역내의 지방행정구역의 설정과 기관설립 등의 사무를 총괄적으로 담당하게 할 필요가 있다.

    지방행정재건단은 대통령, 국무총리 또는 행정자치부 산하에 설치하도록 하며, 이 기구는 독일 통일후 구 동독지역에 서독의 행정체제를 원활하게 이식하기 위해 연방 내무성내에 설치하였던 연방-주 조직정비처(Bund-Länder-Clesringstelle)와 비교되어질 수 있다

    독일의 조직정비처는 동독지역의 새로운 행정구축에 대한 계획, 지원, 조언 그리고 직무교육을 담당한 기구였으며, 독일에서 조직정비처는 막료적 특징이 강했지만, 행정의 동질성 또는 비교대상이 현격한 차이를 보이는 한국의 경우는 계선적 조직이 더 타당할 것으로 판단된다.

  • 통일 대비 지방행정체제 구축 로드맵❘23

    2) 지방행정 인력지원기구

    통일후 북한지역의 행정에서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은 새로운 행정체제를 이해할 수 있는 행정인력이 요구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통일후 북한지역 자치단체의 전문인력 부족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독일에서와 같은 인력지원단을 설치할 필요가 있으며, 동 기구를 통해 특수 전문인력의 지원은 물론 인력계획 전반에 관한 조언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독일에서는 통독후 구동독지역 지방자치단체에 인적자원을 지원하기 위해 서독지역의 주와 지방자치단체의 관료들을 연결시켜 주는 연방 내무성내의 인력지원을 위한 일종의 인력은행인 “지방자치단체의 인력지원단”(Personalvermittlung für Kommunen)이 있었다.

    전문인력이 특히 필요한 분야는 조세행정, 회계행정, 법률행정, 환경행정이며, 이러한 분야는 북한의 공무원을 재교육 후 활용하더라도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3) 특별행정 지원기구

    통일 후 체제변화에 따라 북한지역의 자치단체들이 새로운 전문행정환경에 용이하게 적응할 수 있도록 자문과 상담을 제공하는 특별행정 지원기구가 필요하며, 특별행정기관은 중앙행정의 지방적 처리를 의미하며, 행정의 전문성이 필요한 분야이다.

    특별행정관계가 복잡하게 제기될 수 있는 분야 중 특히, 한국의 독특한 문화에 기반한 가족관계는 통일후 특별한 행정수요를 증가시킬 것이며, 호주와 친족 그리고 친생자관계에 따른 호주상속이나 재산상속의 문제에서 발생하는 특별행정관계가 복잡하게 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독일 연방내무성은 1990년초부터 1992년말까지 구동독에 새로이 구축된 주들의 특별행정에 대한 지원과 자문을 위한 직무참모(Arbeitsstab Neue Länder)라는 위원회를 본(Bonn)과 베를린(Berlin)에 설치하였다. 직무참모는 참모조직이 일반적으로 가지고 있는 제안과 조언 그리고 행정지도의 기능을 수행하는 기구로서, 구 동독지역의 지방행정청이 수행하는 행정사무에 대하여 조언과 지도를 제공하는 기관이다.

    독일에서는 재산권 행사에 관한 문제가 통일과정에서 첨예한 문제로 대두되었으며, 소유권에 대한 절대적 권한을 인정하는 것은 자유시장경제원리에 합치되었지만, 오히려 동독지역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이 되기도 하였다. 사유재산을 극히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는 북한의 경우 특별행정기관의 행정수요가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4) 지방자치단체 정보서비스

    지방자치단체의 행정과정상 일반적으로 반복되어지는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한 규범적, 제도적 문제에서부터 새로운 문제에 대처하기 위한 방법 또는 절차 등을 문서화하여 자치단체

  • 24❘자치행정연구 제6권 제1호

    에 제공할 필요가 발생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문제는 모든 자치단체에서 공동적으로 발생하게 되며, 이를 통합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 정보서비스”라는 기구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예상되는 문제를 통일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정보서비스는 교육적 자료를 제공하며, 행정절차나 행정수행방법을 제시하여 지방행정을 효과적이고 통일적으로 수행하게 할뿐만 아니라, 공직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재교육을 시키는 효과까지도 얻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1990년부터 1994년까지 독일 연방내무성내에 설치되었던 지방자치단체 정보서비스(Infodienst Kommunal)라는 협의회는 자유시, 게마인데 또는 크라이스에 필요한 정보를 정기적으로 제공하는데 그 목적이 있었다.

    1994년까지 99회의 정보를 제공하였으며, 정보의 내용은 주로 법규의 변경이나 제정에 관한 정보, 자치단체의 사무처리를 위한 정보, 사무처리 등에 관한 것이 었다.

    나. 지방행정 통합방안

    통일이 이루어진 단계에서 지방행정통합을 위한 방안이 제시되게 되며, 이러한 단계에서 중요한 것은 지방행정의 통합성과 행정의 통일성을 이루는 것이며, 북한행정을 최소의 저항으로 통합하기 위한 로드맵이다.

    1) 지방행정구역의 통합

    가) 현황 및 고려요인현재 북한의 행정구역은 2직할시, 9도, 1특급시, 25시, 27구역8), 147군, 2구, 2지구, 148

    읍, 3,230리, 1,136동, 267노동자구9)의 행정구역으로 되어 있다. 12개의 광역행정구역과 209개의 기초행정구역을 가지고 있으며, 남한에 비해 적은 인구규모를 가지고 있다.

    8) ‘구역’은 대도시(평양, 남포, 청진)에, ‘구·지구’는 도(평안남도, 함경남도)에 소속된 행정구역으로 시·군의 기능을 수행하는 행정단위이다.

    9) ‘노동자구’는 광산, 임·수산사업소, 공장, 기업소 등에 인구가 집중되어 일종의 취락형태를 갖추게 되면서 별도로 설치된 행정구역으로 1952년 12월 행정구역 개편시 신설되었다.

  • 통일 대비 지방행정체제 구축 로드맵❘25

    북한의 지방행정구역 현황

    구 분 시(구역) 군(읍) 구 지구 리(동) 노동자구 도 소재지

    평양직할시 (19) 4(4) 118(284) 10 - 나선직할시 - - 12(20) - -평안남도 6 19(19) 1 1 396(193) 31 평성시평안북도 3 22(22) 484(88) 31 신의주시자강도 3 15(15) 229(68) 23 강계시양강도 1 11(11) 143(25) 67 혜산시

    황해남도 1 19(19) 419(26) 11 해주시황해북도 3 15(15) 332(77) 8 사리원시함경남도 3(1) 15(15) 1 1 465(160) 35 함흥시함경북도 3(7) 12(12) 253(134) 44 청진시강원도 2 15(15) 379(61) 7 원산시합 계 25(27) 147(147) 2 2

    3,230(1,136) 267

    출처: 통일부 (2010)

    지방행정구역은 지방행정기구를 구축하기 위한 선결적 요인일 뿐만 아니라 지방행정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기본틀로서의 기능을 하며, 지방행정구역은 주로 인구규모, 주민의 생활권, 교통수단의 발달정도 및 지방행정계층 수 등을 고려하여 설정하여야 한다.

    지방행정구역은 지방자치단체 기능의 충실화와 강화를 도모하고, 주민의 편의와 주민참여 및 통제를 촉진하기 위하여 규모 적정화가 필요하지만, 행정구역의 적정규모를 현실적으로 도출하는 것은 용이하지 않을 뿐더러 행정구역이 전통적인 주민생활권과 연계되어 있다는 점에서 나라에 따라 규모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있다.

    교통통신의 발달과 정보화 사회의 진행에 따라, 최근의 지방행정구역은 대체적으로 광역화의 경향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 남북한의 지방행정구역의 통합에서도 북한의 행정구역을 통합하여 적정화가 고려될 필요가 있다.

    나) 로드맵의 구축방안우선 지방행정구역의 통합시기를 언제로 할 것인가 하는 점이 문제로 부각된다. 지방행정구

    역의 통합은 통일직후에 단행하는 방안과 유보기간을 거쳐서 단행하는 방안이 고려될 수 있다.

  • 26❘자치행정연구 제6권 제1호

    통일직후에 지방행정구역의 통합을 단행할 경우 지역주민의 반발을 초래하고, 행정업무의 혼란을 야기 시킬 가능성이 있으며, 일정한 유보기간을 두고 주민의견을 수렴하여 단행하는 것이 타당한 방안이 될 수도 있다.

    지방행정구역이 지방행정기구의 설치와 지방행정서비스 제공의 기본토대라는 점에서 보면, 지방행정구역통합의 유보는 결국 지방행정 자체의 유보로 귀착될 가능성이 높고, 남북한의 지방행정통합은 통일직후 곧바로 단행하는 것이 타당한 점이 있다.

    통합방안은 원칙적으로 남한체제에 비교될 수 있도록 전환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 기본적으로는 남한과 같은 인구규모를 기준으로 북한의 지방행정구역을 재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도의 경우 북한지역의 도를 1948년을 기준으로 5개도(평북, 평남, 함북, 함남, 황해)로 환원함으로써 남한의 9개도와 합하여 14개도로 획정하는 방안 로드맵에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 또한 김일성가의 우상화와 공산주의사상을 고취하기 위해 분단이후 개칭된 지명(김정숙군, 락원군, 김형권군)은 원래 지명으로 환원하는 방안도 로드맵에 포함하여야 한다.

    2) 지방행정기구의 통합

    가) 현황 및 고려요인북한의 시도와 시군의 지방행정기구는 정치기구로서 당, 의결기관으로서 인민회의, 상설주권

    기관이면서 지도기관인 인민회의, 집행기관으로서 인민위원회 4개 기구로 구성되어 있으며, 실질적 의사결정기관은 당이 수행하고 있다. 시도 및 시군 당의 기능 중 일부는 행정기구로서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기구통합 로드맵에서 지방자치제를 실시하는 경우에 지방행정기구는 지방자치단체의 의사를 결정하는 의결기관인 지방의회와 의결기관에서 결정된 지방자치단체의 의사를 집행하는 집행기관인 인민위원회의 장과 집행기구로 구성된다.

    북한의 지방행정기구

    최고인민위원회 내 각

    도(직할시)인민회의 도(직할시)인민위원회

    시(구역)․군인민회의 시(구역)․군인민위원회

  • 통일 대비 지방행정체제 구축 로드맵❘27

    지방자치기구는 기관통합형과 기관대립형의 두가지 유형이 있으며, 국가별 역사적 특성이나 정치적 배경에 따라 결정되어지며, 통일시 남북간의 협의에 의해 결정되어질 수 있다.

    평양시 인민위원회 행정조직(2002년 자료 기준)

    ※ 도시경영, 상업, 주민행정 교육문화, 경제

    경제국 행정지도국 보건국 문화보존처

    도시경영관리국 건설운수지도국 문화국 유자녀처

    원림관리국 건설감독국 농업국 해외동포영접처

    상하수도관리국 종합국 8ㆍ3국 중소형발전소처

    상업관리국 법무국 과학기술국 도매사업관리처

    사회급양간리국 검열국 대외사업국 신소처

    편의봉사관리국 노동국 대학후방국 통보처

    양정관리국 재정국 학생모집국 경리처

    주민연료관리국 가격국 *무역관리국 *지방공업관리국

    일용수매관리국 교육국 화물운수관리국 *피복공업관리국

    * 독립기구 가능성 존재

    자재상사 건설물검사소

    도시경영통신대 건물등록소 사회보장초대소

    도시경영감독대 건설감독소 사회급양원자재공급소

    노동정량제정소 편의기술분비소 외국인봉사소

    인민위원장

    부위원장(5명)

    사무장

    당비서당부비서(2명)

    참사실

    지방행정기구는 당해 지역의 주요정책을 결정하고, 집행하는 기능을 수행하므로, 이의 구성에는 대체적으로 중앙정부로부터의 자율성 확보정도, 주민참여의 정도, 행정능률의 확보정도 등이 고려하여 결정하게 될 것이다. 남북한 지방행정통합방안은 남한의 지방행정체제를 북한

  • 28❘자치행정연구 제6권 제1호

    지역에 행정전이(Trasformation)론이 확대 적용하는 것이 타당할 것으로 보여진다.

    나) 로드맵의 구축방안남북한 지방행정기구의 통합방안에서 가장 먼저 모색되어야 할 것은 통일과 동시에 지방자

    치제를 북한지역에서 시행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에 대해서는 대체적으로 부정적인 입장이 제시되어 왔고, 오랜기간 전제주의적이며, 폐쇄적인 체제에서 살아온 북한주민들이 통일즉시 주민자치를 근간으로 하는 지방자치제의 실시에 용이하게 적응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통일과 동시에 북한지역에 지방자치제를 실시할 것인가는 북한지역의 지방행정체제를 구축하는 기본방향을 결정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으며, 재정적 취약성과 북한관료의 능력에 비추어 지방자치제의 즉각적 실시는 신중하게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북한주민들의 사회주의적 사고를 민주주의로 전환시키는데 지방자치의 실시가 경험적인 기여를 할 수 있다. 또한 북한지역의 재정적 및 인적 어려움은 독일의 예와 같이 남한지역의 자치단체들이 자매결연을 통해 상당 수준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대안제시 가능하다. 통일이후 북한지역에 대한 부분적인 지방자치의 실시는 오히려 지방행정의 완전한 통합을 앞당기는 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북한의 지방행정기구는 남한의 지방행정기구의 구성방법을 적용하여 실질적인 기관대립형으로 전환하며, 남한의 지방의회에 해당하는 북한의 지방인민회의를 완전한 의결기관으로서의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는 동시에 그 구성원은 주민직선을 통해 선출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지방인민위원회는 통일과 동시에 집행기관으로 위상재정립이 필요하다. 남한의 자치단체장과 같은 직선의 집행기관은 당분간 유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된다.

    통일이후 북한지역에 대한 지방자치제의 실시는 전면실시를 상정하고 있지 않은 바, 북한지역의 내부적 여건들이 어느 정도 성숙할 때까지는 임명제 단체장하의 책임운영제도 검토해볼 수 있다. 임명직 단체장의 역할은 주로 치안유지, 통일행정수요의 처리, 타영역의 통합을 위한 준비 및 대주민교육을 담당하게 된다.

    지방행정기구의 구성단위는 남한의 자치단위와 마찬가지로 북한의 현재 지방인민회의가 구성되어 있는 특별시․직할시․도와 시․군․구역의 2개 단위로 한다.

    3) 지방행정계층의 통합

    가) 현황 및 고려요인남한이 지방행정계층은 4, 또는 5개 층으로 구성되어 있으나, 북한은 시도와 시군 2개 층으

    로 구성되어 있으며, 지역에 따라 읍리동이 일선행정기관으로 설치되어 있다.

  • 통일 대비 지방행정체제 구축 로드맵❘29

    북한의 지방행정계층구조

    중 앙

    직할시 도

    구 역 시 군 군 시구

    동․리 동․리 읍․리노동자구 읍․리 동․리

    1) 구역의 하부단위로는 동이 대부분을 차지하며 리는 소수임2) 군에는 군청소재지로서의 읍이 1개씩 배정되어 있음3) 도내의 시 중에서 대도시(함흥,청진 등)의 경우 하부행정계층에 구를 두고 있음4) 노동자구는 구역, 시, 군에 일부 존치함

    지방행정계층은 지방행정구역과 더불어 지방행정을 구성하는 기본구조로 분권화의 정도와 주민참여의 정도, 행정능률을 결정하는 요인이다. 지방행정계층은 지방행정구역의 광협정도와 행정능률의 확보정도 등을 고려하여 설정되며, 지방행정구역이 넓으면 단순한 지방행정계층이 그리고 지방행정구역이 좁으면 다단계의 지방행정계층이 설정되게되며, 다단계에 비하여 단순한 지방행정계층이 행정능률의 확보에 유리하다.

    현재의 북한 지방행정계층은 남한의 그것에 비하여 단순형으로 분권화의 신장과 행정능률의 확보에 우위성을 갖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나) 로드맵의 구축방안지방행정계층의 경우 남한의 체제를 북한지역에 전면적으로 확대 적용하는 것은 신중한 고려

    가 필요하다. 현재 남한의 지방행정계층은 자치계층과 행정계층을 포함하여 2계층 내지 일부 시에서는 5계층을 유지하고 있으나, 북한은 3계층으로 남한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단순하다.

    남한의 다단계 지방행정계층구조는 정부수립 이후 거의 변동없이 유지되어 온 것으로 사회변화를 적정하게 반영하기에는 많은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의 다단계구조는 행정의 비

  • 30❘자치행정연구 제6권 제1호

    능률, 인력 및 예산상의 낭비, 권한과 책임소재의 불분명 등의 문제를 안고 있어 계층구조 개혁과 함께 통합을 위한 준비작업이 필요하다.

    지방행정계층의 통합에서는 통합의 기본원칙상 일방적인 남한체제의 확대적용이 요청되기는 하지만, 남한체제의 문제점을 고려하여 현재 북한의 지방행정계층구조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계층별 행정단위의 조정은 필요한 바, 직할시의 경우 남한의 광역시에 비해 인구규모가 현저하게 낮아 현재의 지위를 그대로 존속시키기에는 무리가 있으며, 직할시는 일반시로 지위전환을 도모하고 동시에 직할시내의 구역은 남한의 50만이상시의 행정구와 같은 지위를 부여하는 방안도 로드맵에 포함하여야 할 것이다.

    4) 지방행정 인력관리의 통합

    가) 현황 및 고려요인북한은 공산주의 특성상 공직에 근무하는 인력은 매우 많으나, 일반시의 집행기관인 인민위

    원회의 공무원 수는 200명 미만이 근무하고 있다. 작은 군단위 공무원 수가 127명으로 확인한 바가 있다.

    지방행정인력은 지방정부의 정책을 실질적으로 추진하는 근간으로 이들의 능력과 행태에 따라 지방정부 정책 실효성의 결정기준이 되며, 이를 운용하는 우수한 행정인력의 확보가 중요한 요인이다.

    지방행정인력은 지방행정의 이념, 지방행정수요량, 인구규모, 과학기술의 발달정도 등을 고려하여 관리계획을 수립하고 집행하게 된다. 지방행정 인력관리의 통합에서는 기본적으로 남한의 인력관리체제가 그대로 북한지역에 적용되게 될 가능성이 높다. 통합과정에서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할 것이 북한공무원의 처리 및 재임용방안이 로드맵에 포함될 필요가 있다.

    통일과정과 방식에 따라 북한공무원의 처우를 달리하게 될 것이며, 남한의 지방공무원과는 그 성격과 능력이 상이하지만, 통일과 동시에 이들 북한의 지방공무원을 모두 해임시키는 것은 현실적으로 용이하지 않을 뿐더러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판단된다. 적정한 기준을 설정하여 북한의 지방공무원을 처리함으로써 활용가치를 배가시킬 필요가 있다.

    나) 로드맵의 구축방안남북한 지방행정인력의 통합은 제도적 측면과 북한 지방공무원의 재임용 측면으로 크게 구

    분하여 로드맵을 설정하여야 할 것이다. 지방행정 인력관리의 제도적 측면에서는 남한의 인력관리 제도를 그대로 적용시키게 되며, 남한 지방공무원법의 적용, 충원에 있어서의 공개경쟁, 자치단체별 인사위원회의 설치 등의 일괄적 적용이 불가피할 것으로 판단된다.

  • 통일 대비 지방행정체제 구축 로드맵❘31

    북한 공무원이 인권문제에 연계된 경우나, 정보화된 장비 활용이 미흡하여 신분불안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한 대응 방안은 지방행정인력의 감축, 재임용 및 교육훈련 등의 방식이 고려되며, 현재 남한의 지방공무원보다 주민대비 비율이 높으며, 전문성이 취약하다는 차원에서 재교육이 필요하다. 북한의 지방공무원들이 지방자치제 하의 지방행정을 담당할 소양이나 능력이 부족하더라도 북한의 정서와 지역적 현안에 대한 빠른 이해 등을 고려하여 로드맵을 구성하여야 안정적 통합이 가능할 것이다. 북한지역의 지방행정체제를 재구축하는데 조력할 수 있는 최대의 범위로 재임용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통독 후 독일에서 동독출신의 공무원을 감축하기 위하여 설정한 공무원을 해임 기준은 ① 국가보위부에 종사하였던 자, ② 공산주의체제 수호에 적극적이었던 자, ③ 인권탄압에 관여한 자, ④ 전문성이 극히 취약한 자, ⑤ 소속기관이 바뀌어 업무할당을 받지 못한 자, ⑥ 소속기관에서 더 이상 필요치 않은 자 등이 이에 해당하였으며,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볼 수 있다.

    북한출신의 지방공무원들에 대한 재임용절차는 현재 지방공무원법이 규정하고 있는 권리와 의무를 남한출신 지방공무원과 동등하게 적용시켜야 하며, 재임용과정은 곧바로 지방공무원의 신분을 얻게 하기보다는 일정기간의 수습과정을 거쳐 경력상의 하자가 없는가를 검토하는 동시에 지방자치제하의 행정수행에 필요한 능력의 배양도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함

    북한출신 지방공무원에 대한 재교육이 반드시 필요한 바, 이는 지방행정의 통합이라는 직접적 목적뿐만 아니라 이를 통해 주민통합을 이룰 수 있다는 차원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교육시설의 충분한 구비, 전문성을 갖춘 강사진의 확보 및 실효성있는 프로그램의 마련이 요청되며, 교육내용으로는 기초적인 정치적․법률적 지식, 시장경제체제에 대한 이해, 자유민주주의 사회생활에 대한 이해 등이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남한공무원을 파견하여 직무를 수행하면서 직무를 배우는 방안이 실효성이 매우 높으며, 남한공무원의 전출, 파견, 정기적 방문근무 등이 방식으로 실시할 필요가 있다. 또한 지방자치단체간 집중지역을 선정하여 기관간 협력체계로 인력 협력과 지원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5) 지방재정의 자립방안

    가. 현황 및 고려요인북한은 현행 헌법에 조세제도가 없다고 명시하고 있으며, 재정제도를 독자적 운용하고 있지

    않은 상태이다10). 이러한 자력갱생의 구조는 지방재정의 많은 문제점을 내재하고 있다.

    10) 북한헌법 35조는 세금이 없는 나라라고 명시하고 있으며, 기관 및 기업소별 생산목표를 설정하여 이를 국가재정으로 충당하는 원천징수 체제를 가지고 있음. 예상수입은 거래수입금(부가가치세와 유사), 국가기업이익금(법인세와 유사), 사회협동단체 이익금(소득세와 유사), 기타 수입을 원천으로 하고 있음

  • 32❘자치행정연구 제6권 제1호

    지방행정기구도 중앙정부의 재정을 교부받아 집행하는 기능과 생산과정에서 갹출의 형식으로 재정을 조달하고 있으며, 이를 지방재정제도로 회계제도를 재정립할 필요성에서 출발해야 한다.

    나) 로드맵의 구축방안지방행정기관의 재정제도를 구축하고, 수입과 지출을 독자적으로 운영하도록 제도를 구축하

    는 것이 선결과제이다. 현재의 조세제도를 도입하여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세입을 투명하게 정착할 필요가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재정자립도가 매우 낮을 것이며, 중앙정부의 지원과 지방자치단체간의 수평적 지원으로 재정을 충당하는 방안 적극적으로 추진될 수 있는 로드맵이 필요하다.

    통독이후 독일연방공화국은 공공부문에서 약 1조 2천억 DM의 재정을 구 동독지역에 지출하였으며, 민간부문에서 8천억DM의 투자가 이루어졌다. 재정균등권에 의한 구 서독지역의 주(州)나 자치단체의 구동독지역에 대한 수평적, 의무적 재정지원을 1995년까지 실시하였다. 참조

    공공부문에 의한 구 동독지역의 재정지원 (단위 10억 DM)

    1991 1992 1993 1994 1995 1996 1997

    순 지원액 총계 106 115 129 125 140 140 133연방의 순 지원액 42 51 75 71 90 91 81

    연방예산 75 88 114 114 135 138 140통일기금 31 24 15 5유럽연합 4 5 5 6 7 7 7국민연금 5 9 12 17 19 18

    연방노동위원회 24 39 39 27 23 26 21주 또는 지방자치단체 5 5 10 14 10 11 11

    총계 139 152 168 168 185 187 180

    독일통일과정에서 재정 균등권의 목적은 재정적 분배를 보편화함으로 지방자치단체가 자기 책임하의 정책 결정과 정치적 행위의 자율적 영역을 강화하는 기능수행하고 있다.

    모든 지방자치단체나 모든 주민은 기본적으로 동등한 위치에 있고, 재정적 욕구도 동등하며, 게마인데의 크기에 따라 주민의 세련미(Veredlung)이 달라져서는 안된다는 목표도 제시하고 있다. 재정적 배분은 조세부담률에 대한 균등한 배분을 유도와 개발 거점 지역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적 최소한의 재정적 준비를 보장하였다.

  • 통일 대비 지방행정체제 구축 로드맵❘33

    경제적 능력이 있는 자치단체는 재정적 재배분을 통해 도움을 받는 지역의 조세원을 보호하며, 미래의 안정을 추구하게 할 수 있는 장기적 투자로 주민을 설득하고 있다. 재정적 능력의 균등화를 통하여 행정의 통일성을 유지하는데 목적이 있다. 1995년도의 재정균등권의 운용은 와 같다.

    주 정부의 재정운용 현황 1995 (단위 : 백만 마르크)

    재정지원을 주는 주 재정지원을 받는 주

    노르트라인-베스트. 3 569 자르란트 166바덴-뷰르템베르크 2 855 라인란트-팔츠 307

    바이에른 2 591 니더작센 424헤센 2 155 브레멘 585

    슈레스비히-홀스타인 162 멕켈렌부르크-포르. 775함부르크 113 브란덴부르크 843

    튀링겐 1 019작센-안할트 1 130

    작센 1 830베를린 4 367

    3. 통일국가 단계

    정치적 통합이 이루어지고 행정적 통합을 실질적으로 이루는 단계로서 국민통합을 통한 통일국가를 완성하는 시기이다. 북한지역은 특별관리지역으로 국가적 지원이 이루어지는 지역이며, 국민통합을 이루어가는 단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