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메이크의 기회와 위험, 리메이크 전성기에 대처하는 자세 · 국 원작 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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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영화계에서 리메이크란 그다지 희귀한 일은 아니다. 한 국가 내에서 새로운 세대를 겨냥하여 리메이크가 제작되기도 하지만, 국경과 문화 경 계를 넘어 상이한 환경에서 리메이크되는 경우도 상당수다. 프랑스 영화 <니키타>는 미국판 리메이크 <니나>로, 일본 영화 <7인 의 사무라이>는 미국 영화 <황야의 7인>으로 재탄생한 바 있다. 한국 영 화의 해외 리메이크도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김지운 감독의 <조용한 가족>은 미국판 <가타쿠리 가(家)의 행복>으로, 장윤현 감독의 <접속>은 독일판 <해피엔드와 여인2>로,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는 미국판 <올 드보이>로 리메이크되었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리메이크 추세가 최근에는 텔레비전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장르를 불문하고, 대부분의 문화 콘텐츠 영역에 서 리메이크는 중요한 창작적 변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리메이크, 시대와 장르와 국경을 넘다 리메이크란 이미 존재하는 작품을 새롭게 제작하는 것을 의미한다. 플롯 이나 스토리, 핵심 캐릭터 등 기본적인 골격은 원작과 동일하게 유지되지 만, 감독과 배우는 바뀔 수 있으며, 디테일한 묘사 역시 새롭게 해석될 수 있다. 변화의 범위나 정도를 어디까지로 볼 것이냐에 따라 리메이크는 리 부트(reboot)와 중첩되기도 한다. 다시 만든다, 잘 만든다 리메이크의 기회와 위험, 리메이크 전성기에 대처하는 자세 올해 첫 번째 천만 관객 영화로 등극한 <부산행>은 미국과 프랑스에서 리메이크 판권 구매를 위해 접촉해 왔다는 소식이 덩달아 화제다. 여름철 공포 영화의 단골 소재인 좀비를 다룬다는 점에서 <부산행>은 그다지 새로울 것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공포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가족 이야기를 덧입혀 사회적 메시지를 던진다는 점이 <부산행> 리메이크에 관심을 불러일으켰다는 평이다. 정윤경 순천향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 <가타쿠리 가(家)의 행복> SPECIAL ISSUE 2016. 08+09 VOL. 07 05 방송 트렌드 & 인사이트 BROADCASTING TREND & INS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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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영화계에서 리메이크란 그다지 희귀한 일은 아니다. 한 국가 내에서

새로운 세대를 겨냥하여 리메이크가 제작되기도 하지만, 국경과 문화 경

계를 넘어 상이한 환경에서 리메이크되는 경우도 상당수다.

프랑스 영화 <니키타>는 미국판 리메이크 <니나>로, 일본 영화 <7인

의 사무라이>는 미국 영화 <황야의 7인>으로 재탄생한 바 있다. 한국 영

화의 해외 리메이크도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김지운 감독의 <조용한

가족>은 미국판 <가타쿠리 가(家)의 행복>으로, 장윤현 감독의 <접속>은

독일판 <해피엔드와 여인2>로,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는 미국판 <올

드보이>로 리메이크되었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리메이크 추세가 최근에는 텔레비전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장르를 불문하고, 대부분의 문화 콘텐츠 영역에

서 리메이크는 중요한 창작적 변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리메이크, 시대와 장르와 국경을 넘다

리메이크란 이미 존재하는 작품을 새롭게 제작하는 것을 의미한다. 플롯

이나 스토리, 핵심 캐릭터 등 기본적인 골격은 원작과 동일하게 유지되지

만, 감독과 배우는 바뀔 수 있으며, 디테일한 묘사 역시 새롭게 해석될 수

있다. 변화의 범위나 정도를 어디까지로 볼 것이냐에 따라 리메이크는 리

부트(reboot)와 중첩되기도 한다.

다시 만든다, 잘 만든다

리메이크의 기회와 위험,

리메이크 전성기에

대처하는 자세올해 첫 번째 천만 관객 영화로 등극한 <부산행>은 미국과 프랑스에서

리메이크 판권 구매를 위해 접촉해 왔다는 소식이 덩달아 화제다.

여름철 공포 영화의 단골 소재인 좀비를 다룬다는 점에서 <부산행>은

그다지 새로울 것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공포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가족 이야기를 덧입혀 사회적 메시지를 던진다는 점이 <부산행> 리메이크에

관심을 불러일으켰다는 평이다.

정윤경 순천향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

<가타쿠리 가(家)의 행복>

SPECIAL ISSUE

2016. 08+09 VOL. 07 05방송 트렌드 & 인사이트BROADCASTING TREND & INSIGHT

최근 영화나 드라마에서 많이 시도되고 있는 리부트는 원작에서 기초적인 틀만 따올 뿐, 새

로운 이야기로 재구성되는 경우를 의미한다. 즉, 리부트란 주요 골격이나 핵심 캐릭터를 원작과

공유하되, 기존 스토리를 완전히 뒤엎고 전혀 새로운 이야기로 각색하는 것을 지칭한다. 2014년

<고질라>는 1998년 <고질라>를 리부트한 대표적 예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리메이크와 리부트

의 경계를 명확하게 구분 짓기는 사실상 매우 어렵다. 2012년 <토탈 리콜>은 보는 이의 관점에

따라 1990년 <토탈 리콜>의 리메이크로 분류되기도 하고 리부트로 이해되기도 한다.

리부트 외에도 최근에는 속편으로 분류되는 시퀄, 원작에서 파생된 독립적인 이야기를 다

루는 스핀오프, 원작 이전의 일을 새로운 스토리로 풀어내는 프리퀄 등 원작에 뿌리를 둔 작품들

이 증가하고 있다. 초점을 맞추는 것이 무엇이냐에 따라 다소의 차별성을 지니고 각기 다르게 명

명되지만, 리메이크, 리부트, 시퀄, 프리퀄 등은 모두 원작에 기초하고 있으

며, 그 안의 고유 성분을 활용한다는 점에서 공통된다. 특히 원작의 대중성

에 의존한다는 점에서 리부트, 시퀄, 프리퀄은 광의의 리메이크로 포괄하

여 이해할 수 있겠다.

텔레비전 산업에서 리메이크는 더욱 역동적 모습이다. 텔레비전 프로

그램 중 리메이크가 가장 활발한 분야는 드라마 장르다. 미국 텔레비전을

예로 들면, 1987년 개봉한 영화 <위험한 정사>와 <리쎌 웨폰>이 TV 시

리즈로 방영 중이거나 방영 예정이다. 또한 1985년 미국 초방에 이어, 한

국 텔레비전에서도 높은 인기를 끌었던 <맥가이버>, ‘석호필’ 열풍과 미드

부활을 주도했던 <프리즌 브레이크>, TV계 리메이크의 전설이라 불리는

<스타트렉> 등 다양한 리메이크 프로그램이 향후 얼마간 미국의 텔레비

전을 휩쓸 것으로 예고된다.

드라마 리메이크는 국경을 넘어 해외에서 이루어지는 경우도 많다. 영

국 원작 <오피스>는 미국식 직장 문화와 유머 코드를 담은 미국판 <오피

스>로 리메이크되었고, 미국 ABC가 2006년부터 2010년 사이 시즌 4까

지 인기리에 방송했던 <어글리 베티>는 콜롬비아 RCN의 코미디 드라마

<나는 못난이 베티>(Yo Soy Betty, la fea)를 리메이크한 것이었다.

드라마의 리메이크가 텔레비전의 역사와 궤를 함께하면서 발전하였다면, 최근 몇 년간 리메

이크가 비약적으로 증가한 장르는 리얼리티 쇼라 할 수 있다. 리얼리티 장르의 리메이크는 흔히

포맷이라 불리는 프로그램 요소와 제작 형식 거래를 통해 이루어진다. 포맷의 개념 자체가 ‘일정

치 않은 에피소드 요소들이 생산되는 일정한 프로그램 요소들의 집합(Moran, 1998)’을 의미하

므로, 일반적으로 스크립트가 없는 방송 프로그램을 지칭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포맷 리메이크는 포맷 장르 다변화, 국제 경제 위기에 따른 제작비 절감, 지적재산권 강화 추세

에 따라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한국콘텐츠진흥원, 2015). 특히 영국은 전 세계 포맷

생산의 45%를 차지하는 강국으로, 2013년 6억 달러에 육박하는 수익을 올린 바 있다(Digital TV

Research, 2014). 글로벌 4대 슈퍼 포맷(<Who Wants to Be a Millionaire?> <Survivor> <Big Brother>

<Idols>)의 연간 수익은 3조 9,300억 원에 이르며(Chalaby, 2012), BBC의 인기 포맷 한 편(<Strictly

Come Dancing>)이 30개국에서 벌어들이는 수익은 매년 1,68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평가된다.

위: 미국 드라마 <어글리 베티>

아래: 미국판 <오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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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메이크가 몰려온다

국내 시장의 리메이크도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아시아 시장에 집중되었던 드라마와 포맷의 리

메이크 수출은 최근 외연의 확대 면에서 부각된다. 특히 중국에 집중된 구조적 한계를 벗어나는

분위기다. 지금까지 <가을 동화>(KBS), <아내의 유혹>(SBS), <찬란한 유산>(SBS), <내 딸 서영

이>(KBS)의 리메이크 판권이 중국에 수출되고 <미남이시네요>(SBS)가 대만에 수출된 바 있었

다. 하지만 최근 <굿닥터>(KBS), <별에서 온 그대>(SBS), <나인: 아홉 번의 시간여행>(tvN)의 리

메이크 판권은 미국으로 수출되었고, <미생>의 리메이크 판권은 일본으로 수출되었다. 2011년

이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는 포맷 수출 역시 최근 유럽과 미국으로 확대되고 있다.

물론 국내 리메이크 판권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 판권에서 여전히 일부에 그친다. 일부

선진국의 리메이크 수출고에 비해 국내 수출이 극히 미미한 수준에 그치는 점도 향후 개선해야

할 과제다.

리메이크 수출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리메이크 수입 권역도 다원화되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직장의 신> <하얀 거탑> 등 대부분 국내 리메이크 드라마가 일본의 것을 원작으로 하

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미국 드라마 리메이크가 증가하는 추세다.

최근 tvN에서 선보인 금토 드라마 <굿 와이프>는 미국 CBS의 드라마를 리메이크했다. 미국식

정서를 무리 없이 변용하여 웰메이드 드라마로 재탄생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tvN은 올가을 미

국 HBO가 방영했던 <안투라지>의 리메이크판 방영도 준비 중이다. 배우 하정우, 감독 박찬욱과 이

준익 등 역대 최다, 초호화판 카메오 출연으로 <안투라지 코리아>(가제)는 이미 화제가 되고 있다.

<나인: 아홉 번의 시간여행>(출처: tvN 홈페이지), <직장의 신>(출처: KBS 홈페이지), <안투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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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가 낳은 기회

텔레비전이 리메이크에 이다지도 높은 호응을 보이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안타깝게도 그 해답

은 텔레비전 산업의 위기에서 찾을 수 있다는 평이다. 텔레비전 산업의 경쟁과 채널 증가로 프로

그램 제작 규모는 이전에 비해 상당히 커졌다. 2014년 한 해 동안 미국의 네트워크, 케이블, 스트

리밍 사업자들이 새로 제작한 시리즈만도 325개에 달한다(Adalian, 2016).

하지만 아무리 많은 제작비를 투입하고 심혈을 기울여 노력해도 예전만큼의 시청자를 수상

기 앞에 모으는 일은 어려워졌다. ‘TV 온리 세대(TV only generation)’의 감소, 유료 방송의 코드

컷팅, OTT 등 경쟁 사업자의 부상은 텔레비전 비즈니스의 근간인 대중을 해체하였고, 전통적인

텔레비전의 시청자 수는 2010년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 중이다. 연쇄적으로 텔레비전 광고비의

하락도 심화되고 있다. 새로운 창작의 리스크를 감수하기보다는 과거의 인기 프로그램에 의존하

는 편이 그나마 나은 선택임을 텔레비전 경영자들이 직감했고, 이것이 리메이크의 증가로 나타나

고 있는 것이다.

리메이크는 몇 가지 면에서 텔레비전 사업자에게 기회를 제공한다. 과거 인기 프로그램을 다

시 볼 수 있다는 기대감은 기성세대를 텔레비전 앞으로 모으는 역할을 담당한다. 특히 집단

나르시시즘과 레트로 증후군 속에서 확장된 청소년기를 살고 있는 어른들에게 젊

은 시절의 추억거리는 시간과 비용을 기꺼이 투자하게 만든다(Bukszpan, 2016).

리메이크 프로그램은 기성세대뿐만 아니라, 전통 미디어를 떠난 18~34세 여

성 시청자들까지도 흡인할 수 있는 기회를 지닌다. 물론 이의 배경에는 리메이크

에 대한 적극적 입소문 마케팅이 자리한다. 리메이크 정보는 각종 SNS를 통해

확대, 재생산되며 젊은 층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최근 리메이크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있는 주요 네트워크들은 젊은 층

을 끌어들이기 위해 네트워크 방영뿐만 아니라, VOD와 OTT 등 다양한 플

랫폼을 통해 동시 서비스 전략을 취하고 있다. 신규 OTT 사업자들마저도

리메이크에 뛰어드는 것은 바로 이러한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다.

넷플릭스는 1987년부터 1995년까지 방송된 ABC의 <풀 하우스>를 <풀

러 하우스>로 재제작, 젊은 여성들의 호응을 얻었다. 웰메이드 드라마를

자체 제작한다는 호평도 넷플릭스가 얻게 된 수확이다.

첨단 미디어 기술의 발전 역시 리메이크 전성기를 낳은 배경이라 할 수

있다. 기술의 발전이 과거 흑백 또는 2D로 제작된 영상물을 새로운 질감과

각도로 표현할 수 있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방대한 애니메이션 라이브러리

를 구축하고 있는 디즈니의 최근 개봉작이 <거울나라의 앨리스> <캐리비

안의 해적 5> <토이스토리 4> <카 3> 등 원작을 활용한 재활용 영화라는

점은 기술이 불러온 리메이크 붐을 실감케 해준다.

글로벌 문화의 획일화, 국가간 프로그램 교류의 증가도 리메이크에 한

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 좁아진 세계, 낮아진 국경 덕분에 지구인들은 이웃

의 문화와 이질적 정서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동시에 영상물의 무분별

한 도용과 표절이 백일하에 드러나는 시대가 되었다. 해외의 프로그램을 위: <플러 하우스>

아래: <굿 와이프>(출처: tvN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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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법적으로 수입하되 자국의 정서에 맞게 문화적으로 채색함으로써, 최대한의 수용자를 끌어들

이는 전략이 필요하게 된 것이다.

리메이크는 바로 이러한 전략에 최적화된 선택이었다. 즉, 국경 내 리메이크가 수용자 세대

의 교체를 위한 것이라면, 국가간 리메이크는 수용자 문화의 교체를 겨냥한 것인 셈이다. 그러나

모든 국가가 리메이크할 여력을 지닌 것은 아니다. 자국 시장 규모나 성장이 미흡한 국가에서는

리메이크보다는 원작 직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1960년대와 70년대 우리나라에 외화 직수입이 많았던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스크린 대다

수를 할리우드에서 직수입한 영화가 장악하고 있었고, 텔레비전이 보여주는 픽션물은 <보난자>

<초원의 집> <코스비 가족 만세> <형사 콜롬보> 등 미국 방송의 연장선이었다. 1990년 이후 국

한국판 <올드보이>

미국판 <올드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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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방송 시장이 비로소 리메이크의 여력을 갖추면서, 직수입 픽션물을 리메이크물이 대체하기 시

작했다.

원작과 리메이크, 균형을 찾아라

장르와 국경을 넘나드는 리메이크가 증가하는 시대지만, 결국 리메이크는 창작에 대한 위험 회

피, 새로운 것이 희귀해진 시장에서 최대한 수익을 올리기 위한 상업적 관심의 산물임을 부인하

기 어렵다. 또한, 제아무리 공들여 만든 리메이크일지라도 오리지널과의 비교라는 숙명을 피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리메이크에 대한 찬사보다는 비판이 많은 것은 아마도 이러한 태생적 한

계 때문일 것이다. <올드보이>의 미국판에 대한 악평, <심야식당>의 한국판 드라마 실패는 원작

의 후광이 과도했던 탓일지도 모른다.

리메이크 바이러스가 업계를 휩쓸고 있다 하더라도 리메이크가 능사는 아니라는 점은 분명한

듯하다. 리메이크는 관심을 고조시킬 수는 있지만, 성공을 보장할 수는 없다. 보다 근본적으로, 영

화나 텔레비전 산업은 리메이크보다는 원작물 창작이 지배하는 시장임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러나 리메이크를 회의적으로만 조망하는 것도 분명 그릇되다. 웰메이드 리메이크가 새로

운 세대, 지구 반대편 인구의 영혼을 위로하고 가치를 공유하게 만드는 것은 사실이며, 이런 점에

서 창작물만큼 소중한 가치를 지니기 때문이다. 특히 지적재산권에 대한 보호가 확산되고 아이

디어가 고갈되어가는 시대에 리메이크는 중요한 생산 코드가 될 것이며, 불가피한 선택지가 될

전망이다.

또한, 한국 원작물의 직수입을 선호하는 대다수 아시아 국가들도 언젠가는 시장 성장에 따라

자국산 문화에 익숙한 세대가 대중을 이루게 될 것이다. 이들이 한국 콘텐츠의 리메이크 시장으

로 부상할 공산이 크다. 이는 국내 리메이크 시장이 향후 얼마간은 성장 잠재력을 지니고 있음을

의미하며, 기회를 최대한 활용하는 전략이 필요함을 시사하는 부분이다.

첫째, 리메이크 시장의 성장 잠재력을 최대한 활용하되, 둘째, 리메이크 가치의 근원은 탄탄

한 오리지널 작품에 있고, 셋째, 새로운 상상력과 해석이 리메이크의 생명을 더할 수 있다는 점.

이것이 오늘날 리메이크 전성기를 바라보는 견고한 토대가 되기를 바란다.

리메이크는 바로 이러한 전략에

최적화된 선택이었다.

즉, 국경 내 리메이크가 수용자

세대의 교체를 위한 것이라면,

국가간 리메이크는 수용자 문화의

교체를 겨냥한 것인 셈이다.

참고문헌

•영화진흥위원회(2015). <2015 한국영화산업결산 보고서>.

•한국콘텐츠진흥원(2015). 방송포맷 수출입 현황조사 연구, <KOCCA 연구보고서 15-12>.

•Adalian, J.(2016). Full House, Coach, The X-Files: Why TV Remakes Are Everywhere Right Now, Vulture,

http://www.vulture.com/2015/04/tv-remake-full-house-coach-x-files.html.

•Bukszpan(2016). ‘Full House’ and 7 Other Long-Forgotten TV Shows Coming Back, Fortune,

http://fortune.com/2016/02/26/fuller-house-tv-reboots/.

•Chalaby, K(2012). At the origin of a global industry: The TV format trade as an Anglo-American invention,

Media Culture Society, 34(1): 36–52.

•Digital TV Research(2014). TV Formats in Europe.

•Moran, A.(1998). Copycat TV: Globalization, program formats and cultural identity, Bedfordshire,

UK:Univ of Luton 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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