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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이들의 교회: “모든 민족들 가운데 세워진 깃발” 77 가난한 이들의 교회: “모든 민족들 가운데 세워진 깃발(Signum levatum in nationes)” 최 현 순 서강대학교 신학연구소, 교의신학 서론 1. LG 8c의 형성과정 2. 모든 민족들 가운데 세워진 깃발 3. 교회의 본질 이해 안에서의 ‘가난한 이들의 교회’ 이해 결론 서론 “배고픔, 목마름, 헐벗음으로 인해, 혹은 모욕을 당하거나 노예가 되었거나, 감 옥에 갇혔거나 혹은 병들었음으로 인해 상처받은 형제들의 몸에, 물론 영혼에 대해서도겠지만, 강조하건대 그 형제들의 몸에 자비의 행위를 베풂으로써 여러분 들은 예수의 상처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1) 특집: 제2차 바티칸 공의회 개막 50주년(Ⅱ) 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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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이들의 교회: “모든 민족들 가운데 세워진 깃발” 77

가난한 이들의 교회: “모든 민족들 가운데 세워진 깃발(Signum levatum in nationes)”

최 현 순

서강대학교 신학연구소, 교의신학

서론

1. LG 8c의 형성과정

2. 모든 민족들 가운데 세워진 깃발

3. 교회의 본질 이해 안에서의 ‘가난한 이들의 교회’ 이해

결론

서론

“배고픔, 목마름, 헐벗음으로 인해, 혹은 모욕을 당하거나 노예가 되었거나, 감

옥에 갇혔거나 혹은 병들었음으로 인해 상처받은 형제들의 몸에, 물론 영혼에

대해서도겠지만, 강조하건대 그 형제들의 몸에 자비의 행위를 베풂으로써 여러분

들은 예수의 상처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1)

특집: 제2차 바티칸 공의회 개막 50주년(Ⅱ) 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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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신학과 철학 제23호

2013년 토마스 사도 축일에 한 이 미사 강론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갖가지

불행한 상황 속에 있는 형제들을 돌보는 그곳에서 그리스도의 상처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고, 그때야말로 토마스 사도처럼 ‘나의 주님 나의 하느님’이라는 신앙고

백이 가능하다는 것을 역설하였다. 교황은 형제를 돌봄에 있어, 무엇보다도 ‘몸’

의 돌봄을 강조함으로써 영적인 돌봄만이 아니라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형태로’

베풀어지는 돌봄을 강조한다. 이러한 강조는 사실 현 교황이 즉위한 이래 거의

매일같이 계속되고 있다.

‘가난한 이들을 돌봄’은 초기 그리스도교회 때부터 강조되던 지극히 당연한 그

리스도교 신자들의 의무였고 예수살렘 사도회의가 끝난 후의 바오로와 사도들처

럼 현대의 교회도 “가난한 이들을 기억하기로 하였고 나는 바로 그것을 실천하려

고 노력하였다(갈라 2,10)”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다른 한편, 가난한 이들에 대

한 이러한 관심은 비록 그리스도교 신자가 아니더라도 타 종교에서도 혹은 종교

를 떠나 다른 문화 안에서도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늘 요청되었던 것이다. 이 때

문에 교황은 다음 말을 덧붙인다. 가난한 이들을 도와주기 위해 “재단을 설립하자

고 말할지도 모릅니다. 물론 그것도 중요하겠지만 단지 거기에 머문다면 우리는

그저 박애주의자들뿐일 것입니다. 대신 우리는 예수의 상처들을 만져야 하고 예

수의 상처들을 부드럽게 돌보아야 합니다.” 즉 교황의 이 말씀은 ‘가난한 이들’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는 것이 단순히 자선이나 불우이웃돕기, 사회 정치 혹은 경제

적 차원에서의 가난 실천을 이야기하려는 것이 아니라, ‘가난한 이들’을 바라보는

그리스도교 고유의 관점을 상기시키고 있다. 그래서 이 말씀은 가난한 이들에 대

한 교회의 이해를 공식적으로 선포한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교회에 관한 교의

헌장(이하 LG 로 표기) 8항의 세 번째 문단으로(이하 LG 8c) 우리의 시선을 향하

게 한다.

‘가난’ 혹은 ‘가난한 이들을 위한 교회’라는 주제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 동안

에, 그리고 공의회 이후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주제이다. 예를 들어 공의회 폐

막을 약 3주 앞두고 로마 도미틸랴 까타꼼바에서 약 40명의 공의회 교부들은

1) 교황 프란치스코, 2013년 7월 3일 성 토마스 사도 축일 미사 강론. http://it.radiovaticana.va/news/2013/07/03/il_papa_nella_festa_di_san_tommaso:_dio_si_incontra_baciando_l/it1-707050[2013년 7월 4일 접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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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이들의 교회: “모든 민족들 가운데 세워진 깃발” 79

‘가난의 삶’, ‘섬기는 교회, 가난한 교회’의 삶을 살아가려는 자신들의 다짐을 그

내용으로 한 “카타콤바 협약”에 서명하였고2) 이 협약은 해방신학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가난한 이들을 위한 교회’ 라는 주제가 해방신학만의 전유물이었

던 것은 아니다. ‘가난’ 혹은 ‘가난한 이들을 위한 교회’라는 주제는 신학, 특히

공의회의 교회론을 다룸에 있어서 간과할 수 없는 것이 되었을 뿐 아니라, 선교

분야에서도 핵심주제 중의 하나가 되었다.3)

따라서 우리는 이 소논문에서 교황 프란치스코에 의해 로마 가톨릭 교회 안에

다시금 새롭게 관심을 받고 있는 ‘가난’이라는 주제를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표

방한 교회론적 관점에서 이해해보려고 한다. 교회와 ‘가난’이라는 주제에 있어서

핵심구절인 LG 8c의 형성과정을 살펴보는 것은 모든 공의회 문헌 연구가 그러

하듯이, 이 문단에 대한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 일차적으

로 필요한 과정이다. 여기에서 최종문헌이 나오기까지 초안의 변화는 중요한 의

미를 지니는데, 특히 LG 8c 초안에 있었던 ‘민족들 가운데 세워진 깃발’이라는

표현이 최종문헌에서 생략된 것은 이 표현이 제1차 바티칸 공의회에서 교회론적

그리고 기초신학적으로 매우 중대한 의미를 지녔던 점을 고려할 때 본 연구에

의미 있는 시사점을 줄 수 있을 것이다. 그 다음에는 LG 8c를 교회헌장이라는

문헌적 콘텍스트 안에서 이해해 볼 것이다. 이 문단이 LG 1장에 자리하고 있음

에 주목하여 이 장에서 다루고 있는 교회의 본질이해라는 틀 안에서 ‘가난한 이

2) 13개 조항으로 되어 있는 이 협약은 주교로서 자신들의 교구 안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가난의 삶을 살고 교구민들을 사목할 것이며, 가난한 이들을 어떻게 돌 볼 것인지에 대한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협약의 본문은 다음 사이트에서 볼 수 있다:

http;//iglesiadescalza.blogspot.it/2010/03/dom-helder-camara-monsignor-romero-and.html [2013년 6월 19일 접속].

3) cf. 공의회 직후 LG 8c 에 대한 연구는 Jacques Dupont, “La Chiesa e la povertà”, in La Chiesa del Vaticano II, Guilherme Baraúna, ed., (Firenze: Vallecchi, 1965), 387-418 참조. 가난한 이들의 교회에 대한 연구는 특히 P. Gauthier, “Consolez mon peuple” : le Concile et “L'Eglise des pauvres”, (Paris : Cerf), 1965, trans. it. La Chiesa dei poveri e il Concilio, (Firenze: Vallechi, 1965). 라틴아메리카의 신학 안에서 가난이라는 주제의 발전을 간단히 정리해준 글은 Craig L. Nessan, “Poverty: The Biblical Witness and Contemporary reality”, in Currents in Theology and Mission, 13, 4 (1986), 236-238; O. Ernesto Valiente, “The Reception of Vatican II in Lain America”, in Theological Studies, 73(2012), 795-823. 선교에 있어서 가난한 이들의 복음화 문제에 대한 논문으로 Claude Geffré, “Theological Reflections on a New Age of Mission”, in Mid-Stream, 22(1983), 207-221. 국내에서 가난에 대한 교의신학적 논문은 조현권, 「가난에 대한 교의신학적 고찰」, 『가톨릭 신학』8, (2006), 43-73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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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신학과 철학 제23호

들의 교회’가 어떻게 자리하고 있는지 살펴볼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 두 가지 논

의를 바탕으로 ‘가난한 이들의 교회’가 갖는 교회론적 의미를 “민족들 가운데 새

워진 깃발”이라는 의미 안에서 종합할 것이다.

1. LG 8c의 형성과정

공의회가 개막된 직후 교회에 관한 교의헌장 첫 번째 초안 De Ecclesia에 대

한 토론이 진행되는 동안,4) ‘가난’이라는 주제를 교회에 관한 교의헌장에 삽입해

야 한다는 주장은 이미 제기되었다. 1962년 12월 6일에 있었던 레르까로

(Lercaro) 추기경의 발언이 그 대표적이다.5) 볼로냐의 이 추기경은 교회 안에서

드러나야 할 그리스도의 신비는 단지 영원하고 본질적인 측면만이 아니라 역사

적, 현실적인 것이기도 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였다. 그리스도의 신비란 항상

가난한 이들 가운데 현존하시는 신비라는 것에 주목하고 가난한 이들의 복음화

가 교회에 주어진 가장 핵심적 의무이며 교회는 “가난한 이들의 교회(Ecclesia

pauperum)”이어야 한다는 것을 공의회가 선언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가난한

이들의 교회’라는 이 표현은 추기경도 언급했듯이 이미 요한 23세가 공의회 개

막 약 한 달 전에 전 세계 신자들을 대상으로 한 라디오연설에서 강조한 것이

다: “저개발국가들 앞에 교회는 모든 이의 교회, 특히 가난한 이들의 교회로서

자신을 나타내며 또 나타내고자 합니다.”6)

4) “공의회 준비신학위원회”에 의해서 1960년 말부터 1962년 중반까지 준비된 이 초안은 공의회가 개막된 직후 1962년 11월 23일 25차 총회에서 교부들에게 배포되었고 12월 1일 제31차 총회부터 1회기가 끝나기 직전인 12월 7일까지 토론하였다. 그러나 이 스케마는 제1차 바티칸 공의회의 중단으로 다루지 못했던 교회에 대한 초안이 지녔던 내용을 그대로 표방하고 있었기 때문에, 요한 23세의 공의회 개최의도와 전혀 맞지 않았고 대다수의 공의회 교부들이 기대하고 있던 현대사회에서의 교회의 쇄신에도 부적합하다고 판단되었으므로 완전히 거부되었다. 초안은 Acta Synodalia sacrosanti Concilii oecumenici Vaticani II(이하 AS로 표기), Civitas Vaticana, I/4, 12-91을 보라. 현재의 교회헌장 LG의 형성사에 대해서는, G. Philips, La Chiesa e il suo mistero nel Concilio Vaticano II, (Milano: Jaca Book), 1969, 11-66 참조; Ch. Moeller, “Storia della struttura e delle idée della LG”, in cura di John M. Miller, La teologia del Vaticano II, (Brescia: Morcelliana, 1967), 151-190.

5) AS I/IV, 327-330. 6) 1962년 9월 11일 한 교황의 이 연설은 Acta Apostolica Sedis (이하 AAS로 표기) 54(1962),

678-685, 가난한 이들에 대한 말씀은 682를 보라. 다음 바티칸 사이트에서 번역문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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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이들의 교회: “모든 민족들 가운데 세워진 깃발” 81

스케마 II. 7 (AS II/1 220) 스케마III, 8 (AS III/I 168)

Ut sacramentum Christi, Ecclesia est signum in nationes levatum, quibus etiam in pauperate evangelica testimonium mitis et humilis Iesu praebet

Sicut autem Christus opus redemptionis in

초안 De Ecclesia가 완전히 거부되었기 때문에 1회기가 끝난 후 신학자들 개

인적으로 혹은 일단의 주교들이 비공식적 차원에서 여러 다양한 초안들을 작성

하였다.7) 이들 중 독일 주교들이 제시한 초안 1장 교회의 신비에 대하여, 프랑

스 주교들의 초안 2장 구원의 성사로서의 교회 8항, 그리고 벨기에의 G. Philips

가 제안한 초안 7항에는 이미 가난, 혹은 가난한 이들의 교회라는 주제가 등장

한다.8) 공의회 신학위원회는 필립스의 초안을 기초로 현재의 LG의 모태가 될

스케마를 작성하여 1963년 9월 30일 37차 총회에 교부들에게 제시하는데 이 것

을 두 번째 스케마라고 부른다. 이 초안 7항에 “그리스도의 성사로서 교회는

민족들 가운데 세워진 깃발이며, 그리고 이 민족들에게 복음적 가난 안에서 온

유하고 겸손한 예수를 증언한다(Ut sacramentum Christi, Ecclesia est signum in

nationes levatum, quibus etiam in pauperate evangelica testimonium mitis et

humilis Iesu praebet)”라는 필립스 스케마의 표현 거의 그대로가 들어간다. 이

스케마에 대한 약 1년간의 토론과 수정을 거쳐 1964년 9월 15일 세 번째 스케

마가 배부되었고 다시 토론을 거쳐 현재의 LG가 선포되는데 우리가 논의하고

있는 LG 8c는 변화가 없다.9) 다음은 스케마 II와 스케마 III을 비교해 본 것이

다.

http://www.vatican.va/holy_father/john_xxiii/messages/pont_messages/1962/documents/hf_j-xxiii_mes_19620911_ecumenical-council_it.html[2013년 7월5일 접속].

7) 파렌테(Parente), 필립스(Philips), 독일주교들, 갈리아 주교들, 칠레 주교들, 엘칭거(Elchinger), 가타스(Ghattas), 펠틴(Feltin) 등이 제출한 스케마가 있었다. 각 스케마는 F. Gil Hellín, Concilii Vaticani II, Lumen Gentium, 679-867를 보라.

8) 독일 주교들의 초안은 AS I/4, 613-614; 갈리아 초안은 F. Gil Hellín, Concilii Vaticani II, Lumen Gentium, 752; 필립스의 초안은, F. Gil Hellín, Concilii Vaticani II, Lumen Gentium, 697.

9) 스케마 III 전체에 대한 투표는 1963년 10월 1일 제 38차 총회에서 있었고, 전체 2301명, 찬성 2231, 반대 43, 조건부3, 무효24의 결과로 교회에 대한 교의헌장의 공식적인 초안으로 채택되었다(AS II/I 391 참조). 투표 후에 서언과 1장에 대한 토론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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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uterate et persecuzione perfecit, ita Ecclesia ad eamdem viam ingrediendam vocatur, ut fructus salutis ho minibus communicet.Christus Iesus, “cum in forma Dei esset, semetipsum exinanivit, formam servi accipiens”(Phil.2,6) et propter nos “egenus factus est, cum esset dives”(2Cor 8,9): ita Ecclesia, licet ad missionem suam exsequendam humanis opibus indigeat, rendam erigitur, sed ad umilitatem et abnegationem etiam exemplo suo divulgandam.Christus a Patre missus est “evangelizare pauperibus, sanare contritos corde”(Lc4,18), “quaerere et salvum facere quod perierat”(Lc19,10): similiter Ecclesia omnes infirmitate humana afflictos amore circumdat, imo in pauperibus et patientibus immagine Fundatoris sui paperi et patientis agnoscit, erum inopiam sublevare patagi, et Christo in eis inservire intendit. Dum vero Christus, sanctus, innocens, impollutus (Hb7,26), peccatum non novit(2Cor5,21), sed sola delicta populi repropitiare vent (cf. Hb2,17), Ecclesia in proprio sinu peccatores complectens, sancta simul et semper purificanda, poenitentiam et renovationem continuo prosequitur.

스케마 II의 7항의 표현으로써 신학위원회가 의도했던 것은 ‘교회가 가난하고

고통받는 이들 안에서 그리스도를 증언하고 모든 이에게 구원의 도구이어야 한

다’는 것이다.10) 그러나 스케마에서의 이 표현은 더 다듬어질 필요가 있었는데

우선 ‘복음적 가난’이라는 표현이 교의를 다루는 공의회 헌장에 적합한지가 문제

였다. 예를 들어 이탈리아의 카를리(Carli) 주교는 “in pauperate evangelica”라는

말이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 혹은 ‘가서 가진 것을 팔아 나누어 주어라’를 의미

하는 것이기 때문에 “모범과 설교로써”라는 말로 이를 대체할 것을 제안한다.11)

10) 스케마 7항에 대한 신학위원회의 주석. AS II/I 230 참조. 11) AS II/I 631: “Ecclesia est signum in nationes levatum, quibus imitatione et praedicati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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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이들의 교회: “모든 민족들 가운데 세워진 깃발” 83

이 제안은 레르카르(Lercaro) 추기경의 비판처럼 교회의 신비를 다루는 교회에

관한 교의 헌장에 구체적이고 사실적인 것들을 묘사하는 것이 적합하지 않다고

보는 관점이 전제되어 있었다. 표현에 대한 논쟁은 계속되었고,12) 레르까로 추기

경은 다시 한 번 교회 현존의 특성을 세 가지 곧, 복음의 증거(martyrium), 봉사

(diaconia), 즉 모든 이에게 봉사하고 가장 낮은 자로 자처하면서 가난하고 보잘

것 없는 이들의 종이 되는 것, 그리고 파견(missio)이라고 규정하면서 교회의 참

된 존재의 특성을 육화와 파스카의 신비로 이루어진 새로운 창조에 연결시켰

다.13)

2회기 때에 가난에 대한 주제에 대해 이토록 열띤 토론이 가능했던 데에는 사

실 바오로 6세의 개막연설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주지하다시피 이 연설은 요한

23세로부터 공의회의 항해키를 이어받은 바오로 6세가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진행 방향을 설정해준 매우 중요한 연설로써 사실상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구

체적 방향을 다음 네 가지로 제시하였다.14) 즉, 1) 교회 자신에 대한 정의

(definitio), 2) 교회의 개혁, 3) 모든 그리스도교 신자들의 일치, 4) 교회와 현대

testimonium Iesu praebere numquam desistit”. Carli 주교는 공의회 동안 보수파의 입장을 강력히 피력했던 주교로서 특히 collegialitas 문제와 관련하여 강한 반대의사를 폈던 주교이다. 그러나 일단 공의회가 끝난 이후 누구보다도 앞서 공의회의 정신을 연구하고 자신의 교구에서 신자들에게 공의회의 정신과 문헌을 올바로 가르치고 그 스스로 공의회 정신을 실천했던 인물로 평가된다. 더욱이 공의회 직후 교회 안에서 보수와 진보의 대립이 극단적 양상을 띠고 있을 때, 교회 안에서의 참된 보수와 참된 진보의 문제를 매우 균형 있게 다른 책 Nova et vetera 를 발표한다. Carli 에 대해서는 D. Vitali, "Nova et Vetera. Luigi Maria Carli al Concilio Vaticano II", Gregorianum 91, 1(2010) 91-123; L.M. Carli, Nova et Vetera, Tradizione e progresso nella Chiesa dopo il Vaticano II, (Roma: Istituto Editoriale del Mediterraneo, 1969) 참조.

12) 예를 들어, 자이츠(Seitz) 주교의 수정안(AS II/I 294), 독일어권 주교들과 스칸디나비아주교들의 제안(AS II/I 294). 이 수정안에서는 어순만 바꾼다. 즉, Signum levatum in nationes 를 제안하는데 이 표현은 물론 이사야서 11,12 의 표현이기는 하지만 제1차 바티칸 공의회에서 중요한 의미로 사용되었던 표현이다. 이에 대해서는 본 논문의 다음 절 참조). 그 외에 토론 동안에 있었던 레르카르 추기경과(AS II/II 12) 리옹교구장인 제르리에(Gerlier) 추기경(AS II/II 68), 카롤루스 힘머(Carolus Himmer) 주교(AS II/II 79)의 발언들, 65명의 스페인 주교들을 대표해서 한 데 아리바 이 카스토로(De Arriba Y Castro) 주교의 발언 (AS II/II 308-309), 프랑스 알사스 지방의 페어던(Verdun) 교구 부와용(Boillon) 주교(AS II/III 350), 그리고 루감브와(Rugambwa) 추기경 (AS II/II 135), 에드워드 스완스트롬(Eduardus Swanstrom) 주교가 서면으로 제출된 수정안 등이 모두 7항에 대한 수정제안이다.

13) AS II/II 12.14) 바오로 6세의 개막연설, 1963. 9. 29. AAS 55(1963) 84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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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 신학과 철학 제23호

인간들과의 대화. 여기서 교황은 공의회의 4번째 목적인 현대세상과의 대화 9항

에서 가난한 이들에 대한 교회의 관심을 표명한다.

이 말씀에 힘입어 리옹교구장 제를리에(Gerlier) 주교는 레르까로 추기경의 발

언을 재확인하는 동시에 “교회 안에 그리스도의 신비는 항상 있는 것이지만, 오

늘날에는 특히 가난한 이들 가운데 있다. 교회는 요한 23세가 말씀하신 바와 같

이 모든 이들의 것, 특히 가난한 이들의 교회이다(Ecclesia pauperum)”라고 역설

한다.15) 리옹의 이 주교는 그리스도와 교회가 동일시되는 이 신비가 왜 공의회

에서 특히 교회에 대한 헌장 스케마에서 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해야 되는지를

반문하면서, 가난한 이들의 교회라는 주제는 단순히 수덕적 차원, 영성적 차원

혹은 사회복지적 차원에서만 다루어져야지 ‘교의헌장’에서 다룰 필요는 없다는

일부 교부들의 주장을 다시 한 번 반박한다. 그 외에도 벨기에 투르네(Tournai)

교구장인 힘머(Himmer) 주교는 오늘날 그리스도를 참으로 그리고 충만하게 보

여줄 수 있는 참된 얼굴이란 교회 자신이 가난한 이들 가운데에서 봉사할 때 나

타난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교회에 대한 교의헌장에서 모든 것을 다룰 수는 없다

고 하더라도 서언 혹은 1장에 가난한 이들을 돌보고 복음화 하는 것, 그리고 가

난한 이들 안에서 신비적으로 현존하시는 그리스도에 대해 선언해야 할 것을 주

장한다.16) 가난한 이들에 대한 돌봄과 관심이 영적인 혹은 초자연적 차원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 현실적 구체적 상황 안에서 현세적 선을 제공하는 것까지

를 포함한다는 것은 65명의 스페인 주교들의 이름으로 다시 한 번 강조된다.17)

사실 ‘가난한 이들의 교회’라는 주제는 공의회 당시 단지 라틴 아메리카와 아프

리카 같이 가난한 나라들 주교들만의 관심주제가 아니었다. 실제 프랑스의 주교

들은 공의회 중에 교구주보나 거의 모든 사목서한들에서 가난한 이들의 교회라

는 주제를 건드리고 있었다.18) 북미와 같이 부유한 나라들의 주교들의 경우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 주제는 공의회 안팎에서 중요한 주제였던 것이다.19) 이러

15) AS II/II 68.16) AS II/II 79.17) AS II/II 308-309.18) Paul Gauthier, La Chiesa dei Poveri e il Concilio, (Firenze: Vallechi, 1965), 185-211.19) 1963년 10월 11에 있었던 제 46차 총회에서 공의회 총비서 펠리치(Felici) 사모사타 명의주교

는 교부들에게 그 시간 현재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모든 재해의 희생자를 위해 한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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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이들의 교회: “모든 민족들 가운데 세워진 깃발” 85

한 당시의 상황과 토론을 바탕으로 준비된 것이 세 번째 스케마이고, 현재의 LG

8c 문단이다. 이와 같은 LG 8c의 형성과정에서 우리는 다음 두 가지를 주목하

게 된다.

첫째, 스케마 II에 있었던, “민족들 가운데 세워진 깃발(Signum levatum in

nationes)” 라는 표현이 스케마 III에 전혀 없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특별히 관

심을 갖는 이유는 스케마 II에서 나타났던 이 표현을 ‘가난한 이들의 교회’에 대

한 교부들의 제안을 반영하면서 길게 풀어쓴 것이 현재의 LG 8c라면,20) 사실상

이 표현은 헤드라인처럼 기사내용을 한 줄로 강렬하게 요약해 주는 표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 표현 자체는 제1차 바티칸 공의회 당시 매우 중요

한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LG 8c에서는 이 표현이 생략되었

고 그 이유에 대해서 별다른 설명은 없다. 또 비록 이사야서 11,12 인 이 구절

이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전례헌장 2항과 선교교령 36항에 나타나기는 하지만

제1차 바티칸 공의회에서만큼 큰 무게를 갖고 있지 않아 보인다.

두 번째, ‘가난한 이들의 교회’라는 테마가 철저하게 그리스도와의 연관성 안

에서 이해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LG 8c가 언급하고 있는 성서구절에서도 이

미 드러나고 있다. 문헌은 가난한 이들의 교회를 선언하기 위해서 가장 대표적

이라고 할 수 있는 사도행전 2장, 즉 초대공동체의 생활에서 출발하지 않는다.

대신에 인용되고 있는 성서구절은 모두 그리스도 자신에 대한 것이다(필립

2,6-7; 2코린 8,9; 루카 4,18; 19,10; 히브 7,26; 2코린 5,21). 이는 ‘가난한 이들

으로 기도할 것을 요청하면서 멕시코 주교단이 당시 이탈리아, 쿠바, 하이티 등에서 재난 피해를 받은 이들을 위해 기부하기로 결정했다는 것을 발표하였고, 개인적으로든 혹은 주교단으로든 재난피해를 입은 이들에게 기부하고자 한다면 이를 수렴해서 직접 교황에게 전달하여 더욱 긴급한 곳으로 보내겠다고 발표했다(AS II/II 439). 이에 대하여 10월 11일자 바티칸라디오는 다음과 같이 보도한다. “여러 차례 베드로 대성당에서는 가난한 이들, 고통받는 이들에 대한 호소가 울려 퍼졌다. 여러 차례 교회는 ”가난한 이들의 교회”라는 이름이어야 한다고 요청되었다. 지금 이 순간만큼, 교회 안에 가난한 이들의 현존인 그리스도의 가르침이 참으로 종교일치적으로 그리고 사목적으로 적용된 적이 없었다.” G. Caprile, Il Concilio Vaticano II Cronache del Concilio Vaticano II edite da “La Civilità Cattolica secondo periodo 1963-1964, vol III, (Roma: La Civilità Cattolica, 1965), 85-86.

20) 스케마 III 에 대한 각 항목별 발제 참조, AS III/I 176. F. Gil Hellín, Concilii Vaticani II, Lumen Gentium, 64-67. Philips Gerard 는 LG 8c를 Dei Filius의 «signum levatum» 표현과 연결시킨다. Cf. G. Philips, La chiesa e il suo mistero nel Concilio Vaticano II, I, 11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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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신학과 철학 제23호

의 교회’라는 주제를 공의회가 단순히 영성적, 수덕적 차원, 혹은 자선의, 공동생

활의 차원에서가 아니라 그리스도론적 전망 안에서 이해되는 교회론 안에서 다

루고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 다음에서 이 두 가지 문제를 논의할 것이다.

2. “모든 민족 가운데 세워진 깃발”

2.1 제1차 바티칸 공의회: 교회

이 표현이 제1차 바티칸 공의회에서 어떤 문헌적 콘텍스트에 위치하는 지 그

리고 역사의 격동기에 열렸던 이 공의회 안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했는지를 이

해하는 것은 이 표현의 의미를 이해하는데 매우 유용하다.

“모든 민족들 가운데 세워진 깃발”이라는 표현은 가톨릭 신앙에 관한 교의헌

장 Dei Filius에서 신앙을 다루는 3장 안에 나타난다. 19세기 범신론, 유물론, 이

성주의, 신앙주의의 오류, 그리고 이성과 신앙을 조화시키려는 시도 중에 나왔던

헤르메스(G. Hermes 1755-1831)와 귄터(A. Günther, 1783-1863)의 오류 앞에서

교회는 교의사상 처음으로 가톨릭 신앙에 관한 교의를 선포하였다. 그러나 이

문헌에서 가톨릭 신앙에 대한 모든 것을 기대하고 찾아보려고 한다거나 현대의

신앙이해라는 잣대로 이루어지는 지극히 단순한 비난은 문제가 있다. 공의회 신

학위원회가 수차례에 걸쳐 강조하였듯이, 이 문헌은 가톨릭 신앙에 대한 전체

시스템을 제시하려는 것은 아니었고 다만 당대에 공격받고 있다고 판단되는 신

앙에 대한 오류에 대응하려는 것이었다.21) 따라서 그 오류들을 향하여 제시된

신앙의 개념, 본성, 대상에 대한 선언은 결과적으로 인지주의적 측면, 혹은 신앙

의 내용(fides quae)과 신앙의 태도(fides qua)의 균형 있는 이해보다는 신앙의

내용(fides quae)의 측면으로 치우쳐 있다.22) 또 신앙의 동기는 무엇보다도 ‘속을

수도 속이지도 않으시는 하느님의 권위’라고 제시된다. 신앙을 초자연적 덕이라

21) 마르틴(Martin) 주교의 발제(Mansi 51 313B; 314D; 316B). 시모르(Simor) 주교의 발제도 참조(Mansi 51 47B-D). 본 논문에서는 Sanctorum Conciliorum et Decretorum collectio nova, J.D. Mansi, Lucca 1748-52, continuata da I.B. Martin – L. Petit, (Firenze-Venezia-Paris-Leipzig: 1759-1927)를 약자로 Mansi로 표기한다.

22) 제1차 바티칸 공의회의 신앙개념에 대해서, 최현순, 「같은 성령께서 당신의 선물로 신앙을 계속해서 완성시켜 주신다」,『이성과 신앙』, 54(2013), 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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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이들의 교회: “모든 민족들 가운데 세워진 깃발” 87

고 정의하고, 계시하시는 하느님 앞에서 인간이 취하는 태도를 가리켜 “계시하시

는 하느님께 신앙을 가지고 이성과 의지의 순종을 드리는 것(plenum revelanti

Deo intellectus et voluntatis obsequium fide praestare tenemur)”이라고 선언하

지만, 신앙의 대상을 정의할 때에는 “신적인 그리고 가톨릭적 신앙을 가지고, 글

로 쓰여진 혹은 전해진 하느님의 말씀 안에 포함되어 있는 모든 것들(ea

omnia), 그리고 교회가 장엄한 판단으로 혹은 통상적 그리고 보편적 교도권으

로, 신적으로 계시된 것으로 믿어야 한다고 제시하는 모든 것들(ea omnia)”(DH

3011)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두 가지로 제시되고 있는 신앙의 대상은 ‘ea omnia’

라는 복수형의 표현에서 드러나는 바와 같이 일종의 ‘계시진리의 집합’인 셈이다.

다시 말해 하느님 말씀 안에 포함되어 있는 모든 계시 진리들, 그리고 교도권이 믿어

야 한다고 제시한 모든 것들이 신앙의 대상으로 나타난다. 여기에서 사실상 신앙의

일차적이며 근본적 대상인 하느님 자신(seipsum)에 대한 언급은 누락되어 있다.

신앙의 대상을 이렇게 이해하고 났을 때, 신앙과 교회의 관계는 보다 긴밀하고

불가분의 것으로 나타난다.23) 따라서 구원을 위해 신앙이 필요함을 선언한 후 공

의회는 하느님이 당신 아들을 통하여 ‘계시된 말씀의 수호자요 스승으로서 교회를

세우셨음을’ 선포한다. 교회를 세우신 이러한 목적은 Dei Filius에서 교회를 주체

로 할 때 종종 나타나는 교회의 행위에 대한 동사 ‘간직하고 가르치는(tenet et

docet)’라는 말과도 상응한다. 여기서 가톨릭 교회는 신앙에 있어서 가장 확실하

고 필수 불가결한 신적 기관으로 나타나며 나아가 교회 자신의 신뢰가능성

(credibilitas)까지도 말할 수 있게 된다. 공의회는 가톨릭 교회의 ‘신뢰가능성’의 5

가지 증거를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교회의 감탄할만한 전파, 그 지고한 거룩함,

그 무궁무진한 온갖 선의 풍요로움, 그 보편적 일치성, 그리고 그 불굴의 견고성

이다.24)

23) 공의회 동안에 신앙에 대한 교의헌장 안에서 교회를 다루는 것에 반대하는 교부들도 있었지만(Mansi 51 206D), 마르틴(Martin) 주교는 신앙위원회의 이름으로 교회를 언급하지 않고서는 신앙에 대해 말할 수 없는데, 신앙에 대한 설교가 이루어지는 곳이 교회이기 때문이라고 답한다(Mansi 51 315A; 334B).

24) 교회의 신뢰가능성 5가지는 드샹(Dechamps) 주교의 의견에서 비롯된 것이었고 공의회에서는 오를레앙의 주교 뒤팡뤂(Dupanloup)이 이를 문헌에 삽입할 것을 제안했다. S. Pié-Ninot, Teologia fondamentale, 542-545 참조. 뒤팡뤂 주교의 발언은 Mansi 51 239D, 그리고 이에 대한 신학위원회의 입장은 마르틴 주교의 발제(Mansi 51 326B)를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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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신학과 철학 제23호

지나치게 외적인 측면으로 치우쳐 있음으로 인해 지금까지 비판을 받고 있는

교회의 ‘신뢰가능성’에 대한 이 선언은 사실 19세기 공의회가 처했던 콘텍스트

안에서 이해해야 한다. ‘진리가 무엇인가’하는 끊임없는 질문으로 특징지을 수 있

는 2천년 서구문명사는 1천년기 말에 ‘교회가 고백하는 것이 진리이다’라는 답에

도달했다.25) 이러한 확신은 이미 종교 개혁에 의해 심각한 공격을 받는데 루터

는 신뢰적 신앙(fides fiduciale)으로 치우쳐 신앙을 정의한다. 이에 반박하기 위

해 트렌트 공의회는 대신 교의적 신앙(fides dogmatica)을 강조한다. 그러나 트

렌트 공의회는 “신적으로 계시된 것과 약속된 것들을 믿는다”고 함으로써 사실상

신앙의 내용(fides quae)과 신앙태도(fides qua) 사이의 균형을 어느 정도 유지할

수 있었다.26)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후 신학의 역사는 신앙이해에 대한 종교개혁

신학과 가톨릭 신학 사이의 극단적 대립양상을 보여주었고, 19세기 가톨릭 신학

은 여전히 그 영향 아래 있었다. 따라서 이미 서구의 사상과 문화가 이성과 자

유의 패러다임 안에서 진리를 추구했던 것과 달리 가톨릭교회의 입장에서 진리

는 여전히 교회의 권위와 불가분리적 관계에 있었다. 이 두 패러다임의 그 충돌

을 뚜렷이 보여주는 것이 제1차 바티칸 공의회이다. 교회는 계시진리에 대한 신

앙에 관한 교의를 선언함에 있어서 교회의 그 결정적 역할을 다시 한 번 확인한

것이다.

교회를 ‘민족들 가운데 세워진 깃발(이사 11,12)’로서 이해하는 것은 이러한 교

회의 신뢰가능성에 대한 선언 바로 다음 문장에서이다. “높이 세워진 깃발”로서

교회는 믿지 않는 이들을 초대하고, 이미 믿어서 자녀가 된 이들에게는 굳건한

기초를 이루어 준다. 믿음에 있어서 이 ‘든든한’ 교회의 증언으로 그리스도는 사

람들을 당신 은총으로 진리에 대한 인식에로 이끄신다.27) 여기서 교회는 무엇보

다도 신앙의 대상인 ‘진리들’의 확실하고 굳건한 보루로 나타난다. 사실상 제1차

바티칸 공의회에서 교회를 이해하는 핵심적 이데아 중의 하나가 ‘진리의 기둥이

요 기초(stu/loj kai. edrai,wma th/j avlhqei,aj)’(1디모 3,15)라는 구절이었다.28)

25) Jones Holland, “What is Truth/Faith”, in Currents in Theology and Mission, 25(1998), 129-13126) 트렌트 공회회 6회기 (1547. 1.13) 의화에 대한 교령 6장, DH 1526. Cf. R. Aubert, Le

problème de l’acte de foi, 77-80.27) DH 3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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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이들의 교회: “모든 민족들 가운데 세워진 깃발” 89

이러한 논리는 교회(Ecclesia)와 가르치는 교회(Ecclesia docens)를 거의 동일

시 했던 당대의 교회론과 맞물리면서 교도권의 권위강조로 이어진다. 이사야서

11,12의 이 표현에 이어 헌장은 즉시 교회의 신앙과 교도권의 관계를 다음과 같

이 선언하고 있다. “교회의 교도권 아래에서 신앙을 받은 이들은 자신의 신앙을

변형시키거나 의심할(dubium) 어떠한 정당한 동기도 갖지 못한다.”29) 헌장은 신

앙을 변형시키는 것만을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의심하는 것도 명시적으로 금지

하고 있다. 결국 이 논리에서는 교도권에의 순종이 극단적으로 강조되게 되고

신앙에 있어서 하느님-교도권-신앙의 일직선적 구조가 형성된다. 결과적으로 신

앙은 지나치게 그 교도권에 의한 중재적 특징(fides mediata)이 강조되게 된

다.30)

신앙에 있어서 교도권에 대한 강한 강조는 사실 제1차 바티칸 공의회 동안 뚜

렷하게 나타났던 특징 중의 하나로서 신앙에 있어서 ‘무류한 중재자’의 필요성과

연결되어 있다. 예를 들어 교회에 관한 교의헌장 초안 Supremi Pastoris 6장부터

9장은 “무류한 중재자(medium infallibile)”로서의 교회 개념과 긴밀한 관계에 놓

여 있다.31) 교회의 필요성을 다루는 6장은 구원을 위한 참된 중재자로서의 교회

를 이야기하면서 교회 안에서 그리고 교회를 통하지 않고서는 진리에의 참여와

생명을 얻을 수 없다고 말한다.32) 7장은 “교회밖에 구원이 없다”는 선언이며 8장

은 교회의 흠없음(indefectibilitas), 그리고 9장은 교회의 무류성을 다룬다. 여기

서 무류한 중재자의 필요성은 수차례에 걸쳐 공의회 교부들에 의해 강조되며33)

28) 다음 주교들의 발언을 참조: 슈트로스마이어(Mansi 50 142B); 베르나두(Mansi 50 186C); 그레이스(Mansi 50 211D-212A); Anaya(Mansi 51 642B); Martin(Mansi 52 937A-C); Dusmet(Mansi 52 47B); Martinez(Mansi 52 510D).

29) DH 3014.30) J. Feiner, “Rivelazione e chiesa–Chiesa e Rivelazione”, in Mysterium Salutis, II, (Brescia:

Queriniana, 1977), 35-41.31) Mansi 51 541-543.32) Mansi 51 541 CD.33) 제1차 바티칸 공의회에서 교회를 구원의 “중재자(medium)”로서 보는 개념에는 물론 교부들

간에 차이가 있었다. 교회와 세상, 혹은 이웃종교인들과의 관계를 염두에 두고 있는 교부들은 그러한 표현을 공의회의 문헌에 공식적으로 삽입하는 것이 적당할 것인지 우려를 표명했다. 예를 들어 칼로(Callot) 주교(Mansi 51 793B, 805A), 뒤팡룹(Dupanloup) 주교(Mansi 793CD. 810A). 반면 가스탈디(Gastaldi) 주교나 프라세데 수도원장 가이(Gai)는 중재자로서의 교회라는 개념을 적극 주장하였다(Mansi 51 811CD; 819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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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 신학과 철학 제23호

특히 교회 안에서 최고 권위를 갖는 교황의 교도적 무류성 논쟁에서는 더욱 중

요해 진다.

그리스도에 의해 계시된 진리들이 교회에 맡겨졌으며 교회는 이를 흠도 손상

됨도 없이 온전하게 보존해야 할 직무를 받았다. 사람들은 교회에 위탁된 이 계

시 진리들을 믿음에 의해서만이 구원될 수 있다. 따라서 교회는 이 진리들을 보

존하고 가르치고 전달하는데 있어서 오류가 있어서는 안되는, 하느님과 인간 사

이의 무류한 중재자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논리에서 교회는, 특히 교도권은

사람들이 확실하게 신앙을 가질 수 있도록 온 세상 사람들이 바라볼 수 있도록

높이 세워진 깃발(signum)인 것이다. 여기서 이 깃발은 이브 콩가르가 지적한

것처럼 굳건히 서 있으나 적극적으로 사람들에게 나아가는 것이 아니며 외적이

며 인지적 측면에 치우져 있는 한 지극히 정적이며 물화(物化)된 것으로 나타난

다.34)

결국, 비록 19세기 이성주의와 신앙주의에 맞설 필요가 있기는 하였지만, 제1

차 바티칸 공의회에서 ‘모든 민족들 가운데 세워진 깃발’로서의 이와 같은 교회

개념은 계시와 신앙에 대한 축소된 이해, 즉 인지주의적 혹은 그 외부적 차원에

치우친 이해, 진리와 권위의 연결, 그리고 공의회 직후 그토록 오해와 논쟁을 일

으켰던 교황 무류권의 문제, 그리고 지나치리만큼 강한 호교론적 색채로 물들었

던 것이다.

따라서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교회에 관한 교의헌장 서언에서 교회를 “하느

님과의 그리고 모든 인류와의 긴밀한 일치에 있어서 그리스도 안에서 거의 성사

와 같이 그 표징이요 도구(in Christo veluti sacramentum seu signum et

instrumentum)”라고 교회헌장 전체의 핵심을 선포했음에도 불구하고 교회의 본

질을 선언하는 교회에 관한 1장에서 교회에 대하여 명시적으로 이사야서 11,12

의 표현 “signum levatum in nationes”을 사용하는 데에는 신중할 수밖에 없었

을 것이다.

2.2 제2차 바티칸 공의회: 그리스도론적 및 교회론적 전환

34) Y. Congar, Il popolo messianico,16-17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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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이들의 교회: “모든 민족들 가운데 세워진 깃발” 91

기초신학자 르네 라뚜렐(R. Latourelle)은 제1차 바티칸 공의회에서 교회에 부

여되었던 “모든 민족들 가운데 깃발”이라는 표현을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어떻

게 발전시켰는지를 밝혔다.35) 그는 공의회 직후 1966년에 발표한 논문에서 교회

의 ‘신뢰 가능성’에 대한 Dei Filius의 선언과 계시의 절정으로서의 예수 그리스

도를 다루는 DV3을 비교함으로써 비록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교부들의 의도에

서 명시적으로 나타나지는 않았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모든 민족들 가운데 세워

진 깃발”이란 표현을 예수 그리스도 자신에게 부여한 것이라고 해석한다.36)

즉, Dei Filius에서 ‘세워진 깃발’과 관련하여 교회의 기적을 비롯한 외적인 속

성들을 말하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DV는 예수의 계시에 관한 인격적 증언에 대

해서 말한다.37) 예수 자신은 그의 업적과 말씀을 통해서, 그 자신의 현존 자체

와 특히 파스카 신비를 통해 자기 증여로서의 하느님 계시를 완성하셨을 뿐 아

니라 그 자신이 계시 자체이다. 따라서 그를 보는 이는 곧 아버지를 보는 것이

다. 예수의 이러한 위치는 계시된 말씀을 수호하고 가르치는 교회와는 본질적으

로 다른 것이다. 따라서 Signum이라는 말을 사용한다면 예수야말로 Signum

Dei, 표징들 중의 표징이 될 것이고 교회는 교회헌장 서언에서 밝히는 바와 같

이 “그리스도 안에서 마치 성사와 같다(veluti sacramentum in Christo)”라고 말

할 수 있는 것이다.

한편, 제2차 바티칸 공의회 문헌 안에서 “민족들 가운데 세워진 깃발

(Signum)”이라는 표현은 확실히 제1차 바티칸 공의회에서 만큼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지 않는다. 이 표현은 교회의 본질을 말하는 1장에서는 나타나지 않으며

주로 1장에서 이해된 교회의 본질의 현실적 적용에 대해 말하는 문헌들 즉, 선

교교령 36항, 일치교령 2항 그리고 전례헌장 2항에서 나타나며 그 콘텍스트도

35) Cf. R. Latourelle, “Vatican II et les signes de la Révélation”, Gregorianum, 49(1968), 225-252; Id, “Le Christ Signe de la révelation selon la constitution ‘Dei Verbum’”, Gregorianum, 47 (1966), 685-709. 라뚜렐의 입장을 조금 더 발전시킨 논문은, N. Cotugno, “La testimonianza della vita del popolo di Dio, segno di rivealzione alla luce del concilio Vaticano II”, in R. Fisichella, ed., Gesù rivelatore, (Casale Monferrato: Piemme, 1988), 227-240.

36) R. Latourelle, “Le Christ Signe de la révelation selon la constitution <Dei Verbum>”, Gregorianum, 47(1966), 687-688. 라뚜렐은 이 논문에서 두 문헌을 대조시킨다.

37) S. Pié-Ninot, “La Chiesa come tema teologico fondamentale”, in R. Fisichella ed., Gesù rivelatore, (Casale Monferrato: Piemme, 1988), 143-163, 특히 152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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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신학과 철학 제23호

Dei Filius와는 전혀 다르다. 이를테면 전례헌장에서는 전례가 신자들의 삶을 거

룩하게 하고 이 거룩함이 신자들 공동체의 애덕 안에서의 일치를 가능케 함으로

써 교회로 하여금 다른 이들 또한 이 공동체 안으로 이끌어들일 수 있는 깃발로

서 나타나게 한다(SC 2)고 선언하고 있고, 선교교령에서는 그리스도인들의 열정

과 타인에 대한 사랑이 교회로 하여금 모든 민족의 깃발이 되게 한다(AD 36)고

말하고 있으며, 일치교령에서는 하나의 신앙고백, 경신예배에 있어서의 형제적

일치가 교회를 깃발이 되게 한다(UR 2)고 선언하고 있다. 이런 모든 표현은 모

두 이사 11,12가 무엇보다도 애덕의 일치, 형제적 일치, 거룩한 생활과의 연관성

에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교회가 보여주는 이러한 삶의 모습은 다른 말로 ‘증거(testimonium)’라고 표현

할 수 있다. 사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이 단어를 가지고 하느님 백성으로서

의 교회의 삶의 모습, 평신도, 그리고 주교들의 삶의 모습까지 표현해 내고 있

다. 이를테면 LG12는 전체로서의 교회가 그리스도의 예언직에 참여하는 모습이

란 신앙과 애덕의 삶 안에서 그리스도를 증거하는 것 외에 다른 것이 아니라고

단언하고 있다. 또한 평신도들의 삶의 모습의 핵심은 신앙과 망덕과 애덕으로

빛나는 삶으로써 증거하는 것이며(LG 31), 사도들, 그리고 그들의 후계자인 주교

들의 사명이란 바로 복음(Evangelium)의 증거이다(LG 19. 21. 24). 물론 여기서

의 증언이란 결코 언어적 증언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진리 혹은 계시를 제1

차 바티칸 공의회에서처럼 인지적 측면에 치우쳐서 이해한다면 제1차와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사이에 발행되었던 신학교과서들에서처럼 언어적 증언 측면에 중

점을 두겠지만,38)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처럼 그리스도 자신을 진리로, 하느님

의 자기 증여 특히 예수 그리스도 자체 안에 이루신, 즉 예수의 삶과 존재 자체

특히 그의 파스카 사건에 의해 성취된 하느님 자기 증여로서의 계시를 이해하게

된다면 계시가 말씀과 행위(gestis verbisque)로 이루어진 것처럼 예수 그리스도

에 대한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라는 이 복음(Evangelium)의 증언 또한 언어적 영

역과 함께 삶의 영역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이러한 삶의 모습이란 공의회가 말

38) Cf. J. Franzelin, Tractatus de divina traditione et Scriptura, (Romae, 1870), 544-589; L. Billot,Tractatus de Ecclesia Christi, t. I, 34; M. Nicolau, Sacra Thologiae Summa I, Tractatus II De revelatione cristiana, nn. 5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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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이들의 교회: “모든 민족들 가운데 세워진 깃발” 93

하고 있듯이, 믿음과 희망과 사랑의 삶이고 일치의 삶이며 한마디로 코이노니아

(koinwni,a)의 삶이다. 이러한 삶을 살아낼 때 교회는 진정한 의미로 세상 안에

서 높이 세워진 믿을만한 표징(Signum)이 되는 것이다.39)

이러한 ‘표징’의 특성은 더 이상 제1차 바티칸 공의회에서처럼 이미 완성에 도

달해서 가만히 머물러 있는 정적인것도, 주머니에 ‘진리 집합’을 완전히 보유한

‘자기-충족적’ 집단이 보여주는 그런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러한 표징은 끊임없

이 ‘만들어 가고’, ‘발전시키고’, ‘완성시켜야 하는’ 역동적인 특성을 지닌 것으로

나타난다. 표징 혹은 깃발로서의 교회와 세상의 관계는 제1차 바티칸 공의회에

서처럼 자신이 이미 이룬 놀라운 전파 혹은 충만한 거룩함으로 인해 신뢰성을

확보하고 앉아 세상 사람들을 ‘초대’하는 그런 것이 아니라, 신앙과 애덕과 거룩

함과 일치의 삶을 끊임없이 살아감으로써 ‘점점 더 높이 세워져 가는 깃발’이 되

어 ‘놀라운 전파를 이룩해야 하는’ 관계로, 다시 말해 교회와 세상의 관계 이해

에 있어서 움직임의 방향에 역전이 일어나고 있다.

그러므로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제1차 바티칸 공의회가 드리워 놓았던 부정적

뉘앙스로 인해 교회의 본질을 말하는 교회헌장 1장에서 “민족들 가운데 세워진

깃발”이라는 표현을 생략하기는 했지만, 사실상 그리스도론적 그리고 교회론적 전

환을 이루면서 공의회 안에서 이 의미를 좀더 발전시키고 완성시켰다고 볼 수 있

다.

3. 교회의 본질 이해 안에서의 ‘가난’이해

신학위원회는 비록 명시적 표현이 생략되었음에도 불구하고 LG 8c ‘가난한 이

들의 교회’ 라는 주제가 ‘민족들 가운데 세워진 깃발’이라는 표현의 보다 자세하

고 구체적 설명이라는 것을 밝혔었다. 이 주제가 위치한 교회헌장의 전체적 전

39) Cf. H.J. Pottmeyer, “The Episcopacy”, in P.C. Phan, ed., The Gift of the Church, (Collegeville (MN) : The Liturgical Press, 2000), 337-352; Id, “Dal ‘miracolo’ alla ‘testimonianza’”, in G. Pasquale - C. Dotolo, ed. Amore e Verità: sintesi prospettica di Teologia Fondamentale. Studi in onore di Rino Fisichella(Città del Vaticano : Lateran University Press, 2011), 217-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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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 신학과 철학 제23호

망, 문헌 안에서의 콘텍스트를 이해함으로써 이사 11,2의 발전된 의미와 ‘가난한

이들의 교회’라는 주제를 연결해 볼 수 있을 것이다.

3.1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교회 본질 이해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교회헌장 전체 무게를 지탱할 수 있고 헌장 전체를 꿰

뚫는 하나의 단어는 ‘신비’이다. 이 단어는 이미 바오로 6세가 2회기 개막연설에

서 공의회 방향을 가리킬 때 교회를 이해하는 키워드로 제시했던 것이기도 하

다. “교회는 신비입니다. 즉, 신적 현존에 깊이 관여하는 신비스러운 실재이고,

따라서 그 본성상 그 자신에 대한 새로운, 그리고 항상 더 강한 탐구를 인정할

만한 실재입니다.”40) 이전 교과서 신학에서 보여주었던 교회론이 교계제도, 외적

인면, 가시적인 면에 치중했던 것과 달리,41) 공의회는 교회헌장 전체를 이끄는

키워드를 제시하는 서언과 1장을 ‘교회의 신비에 대하여’라는 말로써 시작한다.

이 제목으로써 공의회는 공중에 떠있는 그리고 우리의 기호에 맞는 어떤 이상적

교회, 혹은 Dei Filius의 계시에 대한 이해를 여기에 남용해서 ‘인간이성의 힘으

로 그 인식에 도달할 수 없는 그런 교회개념’을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cf. DH

3004).

근본적으로 공의회가 여기서 선택하고 있는 것은 바오로의 신비개념으로서 창

조 때에 이미 있었고 감추어져 있었다가 때가 차서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특히

예수의 십자가 안에서 구체적으로 완성된 그 구원계획을 가리킨다.42) 필립비서

40) AAS 55(1963), 848.41) 예를들어, J. Franzelin, De Ecclesia Christi, (Romae, 1887), 250-254. 356-367; D. Palmieri, De

Romano Pontifice, (Romae, 1877), 32-40; R. Pacetti, Theologica sacrae doctrinae, (Romae, 1876), 113-125; C. Mazzella, De religione, (Prati, 1880), n. 408-474; O. Mazzella, Praelectiones scholastico-dogmaticae breviori cursui accommodatae I, (Romae, 1904), 421-458; H. Hurter, Theologiae dogmaticae compendium, (Oeniponte, 1878), 165-200; Ch. Pesch, Praelectiones dogmaticae, (Friburgi- Brisgoviae), 1894, 186-191; W. Wilmers, De Christi Ecclesia, (Ratisbonae), 1897, 59-61. 80-94; M.J. Herbigny, Theologica de Ecclesia, Parisiis19273, thesis 6-7; A. Tanquerey, Synopsis theologiae dogmanticae fundamentalis, (Parisiis) 192722, n. 812-814; J.-V. Bainvel, De Ecclesia Christi, (Paris, 1925), 92; S. Tromp, Corpus Christi quod est Ecclesia, (Roma, 1946); I. Salaverri, De Ecclesia Christi, (Madrid, 1962), n. 154; A. Lang, Compendio di apologetica, sezione I «la chiesa e il regno di Dio», (Roma, 1960), 263-284.

42) 신비의 신학적 개념에 대하여는 특히, W. Kasper, La Chiesa cattolica, 117-132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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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이들의 교회: “모든 민족들 가운데 세워진 깃발” 95

(2,6-12)의 그리스도 찬가에서 말하는 것처럼 성자가 자기 비허(kenosis)를 통해

서 십자가에 죽기까지 순종함으로써 온 세상과 온 우주의 주님(kyrios)이 되신

신비이고, 온 세상의 구원이 되신 십자가에 못 박히신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하

느님의 감추어진 이 지혜(1고린 2,7)에 대한 메시지이며, 바오로에 의하면 궁극

적으로는 예수 그리스도 자신이 신비이다(1코린 2,1-2; 콜로 1,26-27; 에페 1,9;

로마 16,25-27). 따라서 그리스도교적 의미에서의 신비란 모호하고 비규정적이며

그래서 침묵할 수밖에 없는 그런 것이 아니다. 그것은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

아 역사적으로 규정된 신비이고, 구체적 방법으로 역사 안에서 자신을 내어주는

신비이며,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역사적이며 구체적 인간이 된 그 신비를 가리

킨다.43)

이렇게 이해된 신비 개념을 가지고 교회가 신비라고 말한다면, 그것은 성부께

서 세상 창조 때부터 이미 계획하셨고 역사 안에서 진행하셨으며(LG 2), 때가

차서 성자를 보내시어 그를 통하여 결정적으로 이루셨고(LG 3), 그리스도의 성

령을 보내심으로써(LG 4) 교회를 통해 세상 끝날까지 모든 이를 위해 계속하시

려는 그 구원을 말하게 된다. 따라서 교회는 근본적으로 삼위일체의 신비 안에

서 이해되어야 하고,44) 공의회는 교회를 그 무엇보다도 “성부와 성자의 성령의

일치(koinwni,a)로 인하여, 또 그 일치를 모델로 그리고 그것을 목표로 모아진 백

성(de unitate Patris et Filii et Spiritus Sancti plebs adunata)”이라고 표현한다

(LG 4).45)

교회의 자기 이해를 처음부터 삼위일체 하느님의 구원 신비라는 전망 안에 위

치 지을 때 교회의 시작에 대한 이해도 이전과는 전혀 다른 선상에 있게 된다.

즉, 교과서 신학에서 ‘가시적 완전사회’로서의 교회를 규정한 직후 마태 16,17-19

를 근거로 역사적, 제도적, 재치권적 관점에서만 교회의 창립이라는 주제를 다루

43) W. Kasper, La Chiesa Cattolica, 123-125.44) B Forte, 『삼위일체의 모상인 교회: 삼위일체적 교회론』, (서울: 성바오로, 1998); orig. it.,

La chiesa icona della Trinità : breve ecclesiologia, (Brescia: Queriniana, 1988); La Chiesa della Trinità : saggio sul mistero della Chiesa, comunione e missione, (Cinisello Balsamo : San Paolo, 1995).

45) 전치사 “de”의 의미에 대해서, W. Kasper, La Chiesa cattolica, 132; Luigi Sartori, La Lumen Gentium, (Edizioni messaggero Padova, 2006), 24; G. Philips, La chiesa e il suo mistero nel Concilio vaticano II, (Jaca Book, 1969), 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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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 신학과 철학 제23호

는 논리는 설득력을 잃는다. 대신 이 주제는 이제 예수의 하느님 나라 선포라는

전망 안에서 다루어진다. “가난한 이들이 기쁜 소식을 듣게 되고, 소경이 눈을

뜨고 절름발이가 걷게 되며 감옥에 갇힌 이들에게 해방이 오는” 이 하느님 나라

는 예수의 설교와 행적에 나타나며 특히 그의 현존 자체와 파스카 신비 안에서

결정적으로 드러날 것이었고, 결국 예수 자신(auto-basileia)이었다.46) 공의회는

예수가 이 하느님 나라를 선포할 때 교회가 시작되었음을 그리고 교회 안에 이

미 이 하느님 나라가 씨앗의 형태로 존재함은 물론(LG 5), 종말론적 완성을 향

해 역사 안에서 나아감을 인식한다(LG 9, 특히 LG 7장).

구원의 신비라는 전망 안에서 교회를 바라볼 때에 이전의 교과서 신학의 교회

론과 비교해서 현저하게 드러나는 또 하나의 특징은 교회를 지나치게 외적이고

가시적, 제도적 측면에서만 바라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영

적, 비가시적 차원을 지나치게 강조하지도 않는다. 공의회는 대신 교회가 지닌

이 두 가지 측면을 조화 안에서 바라본다. 보이지 않는 하느님이 하느님의 보이

는 형상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계시되었고, 감추어져 있던 하느님의 구원계

획이 역사 안에서 구체적으로 드러났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예수재림

(parusia)에서의 종말론적 충만을 향해 가면서 가시성과 비가시성, 영원과 시간,

역사성과 초월성의 이중적 역동성 안에 있는 것처럼, 이와 같은 구원의 신비 안

에서 바라본 교회도 이러한 이중적 역동성 안에서 이해된다. LG 8a는 교회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단언한다. “교회는 신적인 요소와 인간적 요소로 구성된 복

합적 하나의 실재이다.” 즉, 교회가 한편으로는 그리스도의 신비체, 영적 공동체

이며 다른 한편으로는 지상의 교회이고 가시적 교회임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신적실재와 인간적 실재 두 개의 실재가 하이브리드처럼 공존하는 것은 아

니라는 것이다. 교회는 두 요소로 이루어진 복합적인 하나의 실재이다. 이러한

교회 실재를 공의회는 “결코 약하지 않은 유비로(non mediocrem analogiam),

육화한 말씀의 신비”에 비유한다(LG8a).47) 비록 그리스도에게서처럼 위격적 결합

46) W. Kasper, 『예수 그리스도』, 116-147.47) 이 표현은 근본적으로는 요하네스 아담 뮐러의 사상에 근거하고 있다. 교회를 가리켜 “계속

되는 육화”라고 표현했던 묄러의 사상이 전제되어 있어서 교회와 성령의 결합을 마치 말씀과 육간의 위격적 결합과 동일시 될 수 있는 위험이 있었기 때문에, ‘약하지 않은 유비’ 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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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이들의 교회: “모든 민족들 가운데 세워진 깃발” 97

의 형태는 결코 아니지만, 구원을 위하여 말씀이 육을 취하신 것처럼 교회도 그

리스도의 성령에 의해 취해져서 성령의 힘으로 살면서 구원에 봉사한다. 그래서

이 유비는 교회가 그리스도의 구원사업의 열매인 동시에 역사 안에서 그리스도

의 구원사업을 지속하는 도구라는 관점에서 교회헌장 서언에서 사용되었던 ‘그리

스도 안에서 마치 성사와 같은’ 교회에(LG 1) 대한 이해 논리 위에서 움직이고

있다.

따라서 ‘신비’라는 틀 안에서 이루어지는 교회의 본질 이해는 그 존재의 근원,

방식, 그리고 궁극적 지향이 삼위일체의 신비 안에서 움직이고, 특히 역사 안에

구체적으로 들어오셨던 육화하신 말씀의 구원신비 안에서 이해되고 있으며 교회

가 그리스도의 구원사업을 역사 안에서 종말을 향해 걸어가면서 계속해야 할 사

명을 받았음으로 인해 그 존재가 ‘성사’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이해되고 있는 것이다.

3.2 구원의 보편적 성사로서의 교회

교회헌장은 그 서언에서 “교회는 그리스도 안에서 마치 성사와 같은데, 즉 하느

님과 모든 인류가 이루는 긴밀한 일치의 표징이요 도구(in Christo veluti

sacramentum seu signum et instrumentum intimae cum Deo unionis totiusque

generis humani unitatis)”(LG 1)라고 선언함으로써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교회

론과 관련해서 성사론적 교회론의 문을 연다.48) 교회와 성사라는 단어의 명시적

연결은 이 서언 외에 하느님 백성을 다루는 2장의 서언 LG 9와 교회의 종말론

적 특성을 다루는 7장의 서언 LG48에서 등장한다. LG 48의 경우 ‘ut’를 사용하

여 “구원의 보편적 성사로서의 교회(Ecclesia ut universale salutis sacramentum)”

라고 함으로써 교회를 성사라고 직접적으로 ‘정의’를 한 것은 아니지만 LG를 바

는 표현을 추가한 것이다. cf. J.A. Möhler, Simbolica, (Milano:1984), §36. 48) 성사론적 교회론에 대해서 다음을 참조. Y. Congar, Un peuple messianique. L’Eglise,

sacrement du salut. Salut et libération. (Paris, 1975), tr. it. P. Crespi, Un popolo messianico, La Chiesa, sacramento di salvezza la salveza e laliberazione, (Brescia, 1976); W. Kasper, Teologia e Church, 247-265; S. Pié-Ninot, Ecclesiologia: La sacramentalità della comunità cristiana, (Brescia: Queriniana, 2008): 아담 묄러로부터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 이르기까지의 교회의 성사성에 대해서는 Jean-Maire Pasquier, L'Eglise comme sacrement, (Fribrourg: Academic Press Fribourg,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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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 신학과 철학 제23호

탕으로 한 사목헌장 45에서는 ‘est’를 사용하여 “Ecclesia est universale salutis

sacramentum”라고 하고 있기 때문에 공의회가 사실상 교회를 ‘구원의 보편적 성

사이다’ 라고 정의했다고 볼 수 있다.49)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성사(sacramentum)라는 단어를 교회에 적용시켰을 때

그 의미는 가톨릭신학의 고전적인 성사개념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일차적으로 보다 오래된 교부신학적 개념인 mysterion의 개념,50) 다시 말해 앞

에서 살펴 본 창조 때부터 있었던 하느님의 구원계획, 그리스도 안에서 완성되

었던 구원계획, 그리고 그리스도 자신을 가리키는 의미 안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따라서 ‘구원의 보편적 성사’로서의 교회 개념은 무엇보다도 그리스도 자신, 그의

삶, 특히 그의 파스카 사건 안에서 이해되는 철저하게 그리스도 중심적 개념이

다. “인류의 빛이신 그리스도가 교회의 얼굴에 빛난다”는 말로써 교회헌장을 시

작하는 것에서 보여지듯이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교회이해는 결코 교회 그 자

체 안에서 갇혀서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리스도와 교회의 관계를 해와 달에 비

유하던 교부들의 전통을 근거로 한 이 표현을 처음부터 전면에 내세움으로써,

공의회는 교회의 존재이유를 철저하게 그리스도와의 관계 안에서 본다. 구원의

완전하고 충만한 중재자이며 동시에 구원 자체이신 그리스도는 오직 그리스도만

이 구원의 참된 성사이고 원성사이다. 그리고 이 구원은 구원의 열매이자 만민

구원의 도구로 세우신 이 교회 안에서 구체적이고 가시적인 방식으로 드러난다.

이런 의미에서 교회는 ‘그리스도 안에서 마치 성사와 같다’라고 말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교회는 자신 안에 구원의 실재를 드러내지만 그 자신 안에 안주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넘어 그 구원의 실재 자체 곧 그리스도를 가리키며 동

시에 그 설립 목적상 모든 인간의 구원을 위한 도구(instrumentum)이다. 교회는

49) 그 외 전례헌장에서 교회와 성사를 연결시킨 곳은 SC2. 5. 6. 26 이며, 선교교령1항은 LG48에 근거해서 ‘구원의 보편적 성사로서의 교회’ 선교교령 전체의 키워드로 삼았다.

50) W. Kasper, Theologia e Chiesa, 254 참조. 희랍어 mysterion은 떼르뚤리아노에 의해 라틴어로 sacramentum으로 번역되었으며, 치쁘리아노는 교회를 sacramentum이라고 지칭하였다. 이러한 적용은 19세기 묄러, Johannes Heinrich Oswald, Matthias Joseph Scheeben에 의해서야 겨우 다시 취해졌으며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는 몇 가지 반대를 극복한 후에야 문헌에 취해질 수 있었다. 이 단어를 둘러싼 공의회의 논쟁에 대해서는 G. Philips, La Chiesa e il suo mistero nel Concilio Vaticano II, vol. I, (Milano: Jaca Book, 1969), 26-28참조. 이후의 신학에서의 논의에 대해서는 W. Kasper, Chiesa Cattolica, 133, 각주81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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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이들의 교회: “모든 민족들 가운데 세워진 깃발” 99

그 자신 안에 하느님 나라를 이미 씨앗처럼 가지고 있으면서 끊임없이 그 충만

한 완성을 향해 역사 안에서 걸어갈 것이며(LG 9), 그 시공간적 여정 안에서 끊

임없이 모든 이들을 하느님 구원에로 초대하고 불러 모으는 사명을 받았다

(AD1). 교회헌장에서 구원의 보편적 성사로서의 교회 개념이 하느님 백성의 역

사 안에서의 여정을 나타내는 LG 9와 종말론적 특성을 나타내는 교회헌장 7장

의 서언인 48항에, 그리고 세상 안에서의 교회의 사명을 다루는 GS 4장의 결론

이자 종말론적 전망을 나타내는 45항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

다. 구원의 보편적 성사로서의 교회 개념은 종말론적 충만함을 향해 역사 안에

서 걸어가는 교회가 그 자신 구원의 실재를 담고 있으면서 또한 끊임없이 그 실

재를 가리키면서 모든 시대 모든 장소의 사람들을 이 구원실재로 초대하도록 불

림 받았다는 사명을 표현하는 것이고 이런 의미에서 교회는 역사 안에서 걸어가

는 모든 민족들 가운데에서 ‘구원의 실재상징’, ‘높이 올려 진 깃발’이다.

3.3 가난한 이들의 교회: “모든 민족들 가운데 세워진 깃발”

그리스도론적 전망 안에서 본 ‘구원의 보편적 성사’로서의 교회 개념은 그리스

도 자신이 말씀의 육화를 통해 구체적으로 역사 안에서 구원을 이루셨던 것처럼

교회 자신도 순전히 영적인 차원의 것도 또 순전히 외적인 혹은 제도적 차원의

것만도 아닌 것으로 이해할 수 있게 한다. 그래서 교회는 인간적 요소와 신적인

요소가 결합된 하나의 실재로서 ‘약하지 않은 유비’로 육화하신 말씀에 비유될

수 있다(LG 8a). LG 8은 비록 성사라는 단어가 명시적으로 나타나지 않았지만

성사적 교회관의 노선위에서 움직이고 있다.

“가난한 이들의 교회”라는 주제가 자리하는 곳은 바로 구원의 보편적 성사로

서의 교회의 실재가 말씀의 육화에 “결코 약하지 않은 유비”로 비유될 수 있다

고 선언한 다음이다. 여기서 문헌은 세 차례에 걸쳐 “그리스도께서 ∼하신 것처

럼, 교회도(ita, 혹은 similiter) ∼하다”라는 표현을 사용, 그리스도와 교회를 대비

시킴으로써 교회와 가난이라는 주제를 온전히 그리스도론적 전망 안에 위치시킨

다. 특히 여기에서 중심적인 스케마는 육화와 수난 특히 자기비허(kenosi)의 그

리스도이다. 그분은 하느님과 본질이 같은 분이셨지만 굳이 하느님과 동등한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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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신학과 철학 제23호

치를 차지하려 하지 않으시고 종의 모습을 취하셔서 십자가에 죽기까지 순종하

신 분이며(필립 2,6-7), 부유하셨지만 우리를 위해 가난하게 되신 분(2코린 8,9)

으로서 영광을 고집하지 않으시고 “내려오신” 분이다. 교회가 구원의 보편적 성

사로서 세워지고 종말론적 충만함을 향하여 인간 역사 안에서 걸어가야 한다면

구원의 열매를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도록 부름 받은 교회가 세상 안에서 걸어야

하는 그 길은 그 창립자의 길과 “똑같은 길(eadem viam)”이어야 한다. 교회는

비록 그 사명을 수행함에 있어서 세상의 재화가 필요하다고 해도 세상의 영광을

추구하기 위해 세워진 것이 아니라 자신의 모범으로써 그분의 비움과 버림을 널

리 전하기 위해 세워졌다. 여기서 공의회가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교회 구성원

들의 개별적 차원에서의 비움과 버림의 모범을 말한다기보다는 무엇보다도 ‘전체

로서의 교회’가 그리스도께서 “내려가신 길”을 따라 그리스도와 마찬가지로 “내려

가는” 모범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내려오신 그리스도”의 구체적인 삶의 모습이 가난하고 고통 받고 상처받고

버림받은 이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는 것이기 때문에 교회도 마찬가지로

(similiter) 그들 가운데에 있어야 한다. 거기에서 교회는 이들이 비참에서 일어나

도록 구체적이며 현실적으로 돌보는 가운데에 이들 가운데 현존하시는 그리스도

를 알아보고 토마처럼 ‘나의 주님 나의 하느님’이라고 고백하게 될 것이다. 그리

고 가난하고 고통받은 이들은 “교회의 얼굴에서 빛나는 인류의 빛이신 그리스도”

를 알아볼 것이다(cf. LG 1). 제2차 바티칸 공의회 때 뚜르네(Tournai)의 힘머

주교(Carolus Himmer)의 말처럼 그리스도를 참으로 충만하게 보여 줄 수 있는

참된 얼굴은 교회 자신이 가난한 이들을 위해 봉사할 때이다.51) 이때야말로 교

회는 구원의 성사, 구원의 실재상징이 되며 참으로 민족들 가운데 높이 올려 진

깃발이 된다(signum levatum in nationes). 그리스도께서 가장 낮은 자리에 내려

감으로써, 즉 십자가에 달림으로써 역설적으로 ‘높이 들어 올려 진 깃발’이 되신

것처럼(요한 3,14 참조) 교회는 그분의 비움과 버림을 따라 가난하고 고통 받는

이들 가운데에 있을 때 창립자이신 그분과 가장 닮은 모습을 드러낼 것이며 머

리이신 그분과 함께 ‘높이 들어 올려지는 깃발’이 될 것이다. 그러므로 “그리스도

51) 제41차 총회에서의 발언. AS II/II 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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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이들의 교회: “모든 민족들 가운데 세워진 깃발” 101

의 가난의 모범을 보이는 교회”, “가난한 이들을 위한 교회”야말로 참된 의미에

서 가장 성사적인 교회라고 할 수 있다.

교회헌장이 교회에 관한 교의 헌장 1장에서 7개의 항목에 걸쳐 <신비로서의

교회에 대하여>를 다루면서 1장의 결론이라고 할 수 있는 그 마지막에(LG 8c)

“가난한 이들의 교회”를 다룬 것은 우리로 하여금 이 교회야말로 앞에서 이야기

한 신비로서의 교회가 역사 안에서 구체적으로 존재하는, 또 존재해야하는 모습

이라고 말할 수 있게 한다. 또한 서언에서 이야기한 “하느님과의 일치와 사람들

사이의 일치”, 보다 성서적 표현으로 표현하자면 “하느님과의 내밀한 코이노니아

와 사람들 간의 코이노니아의 성사(sacramentum), 곧 표징(signum)이요 도구

(instrumentum)”라는 교회의 정체성이 구체적으로 실현된 모습을 표현한 것이라

고 할 수 있다.

이제 우리는 ‘가난한 이들의 교회’라는 LG 8c가 최종본문에서 가시적으로는

생략된 ‘signum levatum in nationes’의 구체적이며 자세한 설명이라는 것을 이

해할 수 있다. 실제적으로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바로 직전 공의회가 보여주었

던 교회 중심적이며 수동적이고 정적인 메카니즘을 버리고 그리스도 중심적으로

선회하면서 무엇보다도 우선적으로 그리스도 자신을 ‘민족들 가운데 세워진 깃

발’로 이해함은 물론 교회가 신앙과 애덕의 생활, 형제적 일치, 거룩한 삶을 통

해 창립자요 스승인 그리스도의 복음을 증거 함으로써 그러한 깃발, 표징이 된

다는 것을 말했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러한 표징은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신앙

의 문’에서 표현하고 있는 것처럼 그냥 표징이 아니라 “살아있는 표징(Signum

vivum)”이다.52) 표징이 그리스도를 증거 한다는 것과 연결되어 있는 개념인 한,

그것이 참으로 표징이 되기 위해서는 구체적으로 각 시대와 장소 안에서 새롭게

숙고되고 삶으로 살아내는 것이어야 하며,53) 따라서 교회가 만나고 있는 삶의

현장 안에 새롭게 구현되어야 한다.

52) Benedictus XVI, Porta Fidei, Motu proprio (2011. 10. 11), n. 6 e n. 15, in AAS 103, 11 (2011), 726. 734.

53) Benedetto XVI, Parole del Santo Padre nella celebrazione ecumenica nella 23 settembre 2011, http://www.vatican.va/holy_father/benedict_xvi/speeches/2011/september/documents/hf_ben-xvi_spe_20110923_augustinian-convent-erfurt_it.html [2011. 11. 30 접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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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 신학과 철학 제23호

교회가 그리스도의 복음, 그리스도 자신의 살아있는 표징으로서의 삶을 구체

적으로 구현한 모습을 LG 8c는 ‘가난한 이들의 교회’로 제시하고 있다. 그리스도

의 모범을 따라 ‘가난하고 고통 받는 이들’에게 적극적으로 ‘내려가고 다가가는’

교회는 그리스도교 신앙과 애덕, 형제적 일치를 증거 하는 살아있는 표징이다.

따라서 ‘가난한 이들의 교회’라는 주제는 ‘민족들 가운데 높이 올려 진 깃발’로서

의 자신의 정체성이 이미 주어진 그 무엇으로서가 아니라, 사실은 역동적으로

끊임없이 현실 안에서 구현해 나가야 하는 살아있는 과제라는 것을 다시 확인시

킨다. LG 8c에 의하면 ‘가난한 이들의 교회’야말로 진정한 의미에서 ‘민족들 가

운데 세워진 깃발’이고, 가난과 비움의 그리스도를 증거 하는 살아있는 표징이

다.

결론

이 글에서 우리는 가난한 이들에 대한 새 교황 프란치스코의 끊임없는 관심요

청에 힘입어 이 주제를 교회론적으로 다루어보고자 하였다. 제2차 바티칸 공의

회는 ‘가난한 이들의 교회’라는 주제를 교회에 관한 교의 헌장 속에 공식적으로

명시함으로써 이 주제가 단지 영성신학적 혹은 사회학적, 사회복지적 차원에서만

다루어질 것이 아니라 교의적 차원에서도 다루어져야 함을 보여주었다.

본 연구는 ‘가난한 이들’의 주제를 다루고 있는 LG 8c의 해석학적 이해에서

출발하였다. 공의회 안에서 이 문단의 형성과정을 따라가면서 세 개의 긴 문장

으로 형성된 이 문단이 사실은 “민족들 가운데 세워진 깃발”이라는 표현의 설명

이라는 것을 보았고, 이 표현이 제1차 바티칸 공의회에서 매우 중요했던 표현임

을 염두에 두고서 왜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굳이 이 표현을 생략했는지 관심을

가졌다. 다음으로는 이 문단이 속한 문헌의 콘텍스트에 주목하여 ‘가난한 이들의

교회’라는 주제가 교회헌장에서 교회의 본질을 이해하는데 있어서 어떠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 지를 신비로서의 교회 개념, 그리고 거기에서 발전되어 나오는 구

원의 보편적 성사로서의 교회 개념이라는 틀 안에서 살펴보았다. 여기서 ‘가난한

이들의 교회’, 그 창립자인 그리스도의 모범을 따르는 교회가 보편적 성사로서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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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이들의 교회: “모든 민족들 가운데 세워진 깃발” 103

교회 개념을 구체적으로 실현하는 모습임이 드러났고 따라서 구원의 실재 표징

(signum), 곧 ‘민족들 가운데 세워진 깃발’ 임을 보여주었다. 즉, ‘가난한 이들의

교회’는 그 얼굴에 그리스도의 얼굴이 빛나게 된다는 의미에서 그 자신 참으로

그리스도의 교회가 되는 동시에 세상 또한 그 얼굴에서 그리스도를 알아볼 수

있는 참된 표징(signum)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비록 제2차 바티

칸 공의회가 교회의 정체성을 표현하는데 있어서 제1차 바티칸 공의회가 남겨

놓았던 정적이고 소극적인 뉘앙스를 피하기 위해 이사야서의 이 표현을 직접 사

용하지는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이 표현의 의미를 완성시키고 발전시켰

음을 볼 수 있었다.

제1차 바티칸 공의회 당시 역사의 격동기 속에서 거의 대부분의 교부들이 교

황을 중심으로 한 일치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을 때, 그래서 교황에 관한 교의

헌장도 일치를 위한 예수의 사제적 기도(요한 17,20)로 시작하였을 때, 극소수의

교부들은 교회의 정체성을 교회 자신 안에서가 아니라 세상과의 관계 안에서도

볼 것을 건의하였었다. 예를 들어 윌링(Wheeling)의 주교였던 윌런(Whelan)은

교회란 단지 신자들이 하느님께 순종하면서 교회 ‘안에서’ 행복하게 사는 그런

곳으로서가 아니라 세상에 높이 세워진 표징(signum levatum in nationes)으로

교회를 보면서 그리스도를 볼 수 있는 그런 것으로 이해되어야 한다고 주장했

다.54) 교회가 자기 자신만을 들여다보고 자기만족에 머무는 대신 세상에 대한

자신의 사명을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함으로써,55) 자기 폐쇄적으로 해석

될 수 있는 제1차 바티칸 공의회의 ‘민족들 가운데 세워진 깃발’이라는 표현에

초보적 수준에서나마 교회의 성사적 의미를 부여하였었다. 세상과의 관계 안에

서 교회의 정체성을 이해하려는 이러한 시도는 약 1세기가 지나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 이르러서 열매를 맺었고, 교회의 본질을 다루는 장에 삽입된 ‘가난한

이들의 교회’라는 주제는 그 뚜렷하고 구체적인 교회의 자기 이해로써 나타난 것

이다.

54) Mansi 52 515D-516A.55) Mansi 52 515A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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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 신학과 철학 제23호

공의회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가난한 이들의 교회’는 단지 가난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도 신자들 개별적 혹은 단체적 차원에서 가난한 사람들을 돌보아야 한다

는 것만을 이야기하는 것도 아니다. 여기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사실 가난

한 그리스도를 창립자로 두고 있는 ‘가난한 교회’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

다. 공의회 때 많은 교부들이 주장했던 것처럼 가난한 이들에게 교회 자신이 ‘가

난의 얼굴과 삶’으로써 가난한 이들과 함께 그들 가운데 있는 것을 말하고자 한

것이다. 왜냐하면 가난한 이들로부터 멀리 있는 교회는 곧 거기계신 그리스도로

부터 멀어지게 되기 때문이다.56) “가난한 이들의 희망은 다른 그 무엇보다도 나

자렛의 목수 예수, 자신의 교회 안에 사는 예수를 만나는 것이고 또 교회를 만

남으로써 그를 알아볼 수 있으리라는 것이다.”57) 가난한 그리스도가 가난한 이

들의 희망이셨듯이 ‘가난한 교회’야 말로 가난한 이들의 희망이 될 것이다.

56)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제56차 총회의 내용. G. Caprile, Il Concilio Vaticano II, vol. III, (Roma: La Civilità Cattolica, 1965), 138 참조. 특히 Boillon 주교의 발언(AS II/III, 351).

57) P. Gauthier, “Jésus, l’Eglise et les pauvres”, in Informations Catholiques Internationales, (Parigi), 15 dicembre 1952, 26. J. Dupont, “La Chiesa e la povertà”, 390 note 8에서 재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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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이들의 교회: “모든 민족들 가운데 세워진 깃발” 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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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이들의 교회: “모든 민족들 가운데 세워진 깃발” 111

가난한 이들의 교회: “모든 민족들 가운데 세워진 깃발(Signum levatum in nationes)”

최현순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가난한 이들의 교회’라는 주제를 교회에 관한 교의 헌

장 속에서 명시함으로써 이 주제가 교의적 차원에서 다루어져야 함을 보여주었

다. 본 연구는 먼저 ‘가난한 이들’의 주제를 다루고 있는 LG 8c의 형성과정을 따

라가면서 이 문단이 “민족들 가운데 세워진 깃발”이라는 표현의 설명이라는 것을

보았고, 이 표현이 제1차 바티칸 공의회에서 매우 중요했던 표현임을 염두에 두

고,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이 표현을 생략한 이유에 관심을 가졌다. 이어서 이

문단의 문헌적 콘텍스트에 주목하여 ‘가난한 이들의 교회’라는 주제가 교회헌장

에서 교회의 본질을 이해하는데 있어서 어떠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 지를 신비,

그리고 구원의 보편적 성사로서의 교회 개념이라는 틀 안에서 살펴보았다. 여기

서 ‘가난한 이들의 교회’, 그 창립자인 그리스도의 모범을 따르는 교회가 보편적

성사로서의 교회 개념을 구체적으로 실현하는 모습임이 드러났고 따라서 구원의

실재 표징(signum), 곧 ‘민족들 가운데 세워진 깃발’ 임을 보여주었다. 이런 의미

에서 비록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교회의 정체성을 표현하는데 있어서 앞선 공

의회가 남겨놓았던 정적이고 소극적인 뉘앙스를 피하기 위해 이 표현을 직접 사

용하지는 않았지만, 실제로는 그 의미를 완성시키고 발전시켰음을 볼 수 있다.

주제어 : 가난한 이들의 교회, 가난,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제1차 바티칸공의회, 교회,

성사, 신비

초 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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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 신학과 철학 제23호

Church of the poors: “Signum levatum in nationes”

Hyeon Soon Choi

The second Vatican Council, dealing with the theme “Church of the poors” in the Lumen Gentium, showed the need to reflect it in dogmatic view. In this article, following the changes in the drafts on LG 8c, it is noted that this sentence is the explanation of the term “signum levatum in nationes”. Taking it into account that such a sentence has been important to the first Vatican Council, this article has attempted to find the reason why the Second Vatican Council has not taken this expression. Then it shows the meaning of that expression in the ecclesiological context of the Lumen Gentium, i.e., the Church comprehended with the key, ‘mysterion’, ‘sacramentum’. Finally, it is made evident that the “Church of the poors” is the concrete and realized figure of the identity of the Church as the universal sacrament of salvation and real symbol, that is to say the Church as a “signum levatum in nations”. In this regard, the Second Vatican Council has developed and completed the meaning of that expression, even though it had omitted in the final text to avoid the passive and static nuance that the first Vatican Council left.

Key Words: church of the poors, poverty, second Vatican council, first Vatican council, sacrament, mystery

Abstra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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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이들의 교회: “모든 민족들 가운데 세워진 깃발” 113

논문 접수일 2013년 9월 25일

논문 수정일 2013년 9월 25일

논문게재 확정일 2013년 10월 2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