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소 탐방 ① 원단에 담는 이화, 패션디자인 연구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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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연구소 탐방2018년 9월 17일 월요일 1565호
아파트 단지, 과자 포장지, 텔레비전 속 광
고 영상 등 다양한 분야의 색채를 연구하는
이화 속 연구소가 있다. 국제교육관 13층에
자리한 ‘색채디자인 연구소’다.
1997년 설립된 색채디자인 연구소는 국
내 최초의 대학 소속 색채 전문 연구기관이
다. 설립 당시 제품 제작 후 색채 관련 마감
공정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의 기술지원
을 위한 산업자원부의 정책지원으로 본교
에 전문 연구소가 세워졌다. 연구소를 토대
로 지난 2007년에는 일반대학원에 색채디
자인 전공이 개설되기도 했다. 연구소는 현
재 연구소장과 운영위원, 연구위원, 특별위
원 등으로 구성돼 있다. 초기의 단단한 설립
기반을 바탕으로 국내 최대 규모이기도 한
이화 색채디자인 연구소를 14일 찾았다.
연구소 앞에는 ‘EWHA COLORDESIGN
RESEARCH INSTITUTE’라고 쓰인 진분
홍색 아크릴 벽이 있었다. 오른쪽으로 틀어
연구소 안으로 들어가니 영상색채 및 조명 실
험실, 색채관리 및 측색실, 색채디자인 연구
소 회의실 등의 여러 연구실 및 공간이 있었
다. 이곳의 연구는 크게 색채과학 분야와 색
채디자인 분야로 나뉜다. 영상색채 및 조명
실험실 앞에는 색채과학 관련 서적이, 색채디
자인 연구소 회의실 내부에는 색채디자인 관
련 서적이 다수 꽂혀 있었다. 이 책들은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방문해 열람할 수
있다.
이곳 색채디자인 연구소에서는 환경색채
계획, 제품색채계획, 영상색채계획, 그리고
기타 색채 표준화 작업이나 트렌드 분석과
같은 연구를 진행한다. 환경색채계획은 연
구소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분야
다. 아파트 단지 색채계획, 고속도로 색채계
획, 원자력 발전소 색채계획과 같이 환경 속
사물들의 색채를 보다 자연 친화적으로 간
결하고 아름답게 조성하는 일이다.
제품색채계획은 일상생활에서 매일 마주
하는 제품들의 색을 정하는 작업이다. 작게
는 과자 포장지부터 캠핑용품, LPG 가스통
까지 제품에 어울리는 색을 연구하고 때에
따라서는 안전성을 강화하는 색채 계획을
세운다. 제품색채계획은 환경색채계획과 함
께 색채디자인 분야에 속한다.
더욱 과학적인 방법으로 접근하는 색채
과학 분야의 영상색채계획은 영상 의료기
기의 진단용 화면, 방송 화면, 내비게이션 화
면 등의 영상 색채를 연구한다. 똑같은 화면
이어도 촬영한 그대로의 영상을 송출하는
것이 아니라 용도에 맞는 색 선정과 보정 과
정이 필요하다. 그 때문에 영상색채 계획에
서는 드라마, 광고 영상, 뉴스 보도 등 장르
별로 사람들의 요구에 따라 어울리는 색을
찾는 작업을 한다.
이렇듯 크게 보면 색채디자인 연구소가
색채과학과 색채 디자인으로 나뉘지만, 이
들이 완전히 분리된 개념은 아니다. 최경실
색채디자인 연구소장은 “연구개발 과정에
서 과학적인 방법을 적용해 디자인적인 결
론을 내는 것이 중요하다”며 “색채과학과
색채디자인의 상호작용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역사도 규모도 국내에서 손꼽히는 색채
연구소인 만큼 그간의 실적도 다양하다. 환
경 색채 분야에서는 여러 건설사의 아파트
색채 5개년 매뉴얼을 개발해 왔고, 2012년에
는 여수 세계엑스포의 색채 자문을 맡았다.
2013년에는 전국 9개 혁신도시의 색채디자
인계획을 맡기도 했으며 최근에는 국립어린
이 과학관 색채 가이드라인 제공, 상암 방송
사 색채 계획 등에도 참여했다.
최 소장에게 현재 진행하고 있는 연구사
업 중 하나를 소개해달라고 하니 망설임 없
이 ‘우리 학교 고운 색 입히기 사업’을 꼽았
다. 이는 국내 초등학교, 중학교 중 지어진
지 오래된 건물들을 색채 전문가의 손길
을 거쳐 디자인을 개선하는 사업이다. 교육
청 주도로 작년부터 올해까지 이어지고 있
는 이 사업에서 최 소장은 총괄 자문을 맡고
있다. 최 소장은 “고운 색 입히기 사업 후 어
떤 초등학교에서는 한 학생이 ‘학교가 너무
예뻐서 집에 가고 싶지 않다’고 말하기도 했
다”며 뿌듯함을 내비쳤다.
본교 색채디자인 연구소 자체로 진행하
는 교육 사업도 있다. ‘색채디자인전문가 인
증 교육’은 15년 이상 지속하고 있는 교육 과
정이다. 수강생 신분에 제한은 없지만 산업
현장에서 디자인이나 기술 분야의 색채 교
육을 원하는 실무진들이 주를 이룬다. 또 다
른 교육과정인 ‘전통채색화 연구 교육’은 대
기명단이 있을 정도로 인기가 좋다. 궁중회
화나 민화와 같은 우리 전통 채색화에 대한
관심으로 10년 이상 지속하고 있는 이 교육
과정은 주로 일반인 참여자들이 많다.
전통채색화 연구 교육에 대해 최 소장은
“이 교육은 어떻게 보면 연구소를 통해 나
라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며 “현대는 기술경쟁력으로 승부하던 것을
지나 문화 경쟁력을 갖춰야 하는 시기다. 전
통 색은 좀 더 한국적인, 문화적 독특함을
덧입힐 수 있는 좋은 방법이므로 전통 색에
대한 연구를 게을리하지 않아야 한다”고 강
조했다.
인터뷰 말미 최 소장은 “색채가 쓰이지 않
는 곳은 없기 때문에 색채와 무관한 영역은
없다고 할 수 있다”며 “실제로 색채디자인
대학원에는 문 이과를 넘나드는 전공생이
있고, 학부 지식에 색채 전문성을 덧입히면
새로운 분야로 나갈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색채디자인 연구소는 해야 할 일과 하
고 싶은 일을 동시에 하는 연구소라는 게 저
의 자랑”이라고 말했다.
전혜진 기자 [email protected]
샘플로 제작된 학위복이 마네킹에 걸려있
고 색색의 천 조각과 착의 사진이 곳곳에 놓
여있다.
내부 연구원들은 갖가지 옷들을 정리하
고, 디자인에 대해 회의하며 다음 시즌에 내
놓을 의상을 검토한다. 패션 전문연구인력
이 날마다 치열하게 옷감, 색채, 패턴을 고민
하며 새로운 디자인을 내보내는 곳, 바로 조
예대 A동 117호에 위치한 패션디자인 연구
소다.
지금으로부터 17년 전 설립된 본교 패션
디자인 연구소는 미술 기반의 패션디자인
전공 교육을 모태로 설립된 국내 최초의 디
자인연구기관이다. 2001년 설립 이래 활발
한 패션디자인 연구를 해왔으며 이 외에도
디자인 용역, 교육 과정 운영 등 다양한 활
동을 끊임없이 이어가고 있다.
“생각보다 연구소가 작죠? 그래도 이곳
에서 다른 연구소 그 이상의 일들이 진행
됩니다.”
박선희 패션디자인 연구소장은 웃으며 연
구소 내부를 소개했다. 현재 연구소는 연구
소장 1명, 본교 석박사 출신 연구원 5명, 총
6명의 인원으로 운영 중이다. 이들은 수업
과 연구를 병행하며 연구소 일정을 소화하
고 있다. 비록 소규모로 운영되는 작은 연구
소이지만 모두가 각자의 분야에 특화된 전
문 인력이다.
뿐만 아니라 이곳에서 공부했던 수많은
선임 연구원들이 현재 디자이너로서 본인
만의 영역을 구축하며 착실히 경력을 쌓아
가고 있다.
패션 브랜드 ‘랭앤루’의 변혜정 대표, ‘프
로젝트 307’의 권서린박혜수 공동대표,
‘Jcompany’의 허진영 대표 등 유수의 디자
이너들이 이곳 연구소를 거쳤다.
“패션디자인 연구소 활동을 통해 실력
을 쌓고 개인 브랜드를 만든 디자이너들이
참 많아요. 연구소에서 교내 브랜드 이필
(E;FEEL)을 같이 운영하며 얻게 된 실무
경험이 다른 학교 출신 디자이너들과 차별
되는 강점이 되곤 하죠.”
실제 연구소의 가장 중요한 활동은 교내
패션 브랜드 이필의 상품을 개발하고 매장
을 운영하는 것이다. 브랜드 이름인 이필은
‘이화의 감성’이라는 뜻으로, 2005년 개시된
후 13년간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그렇다면
이필의 브랜드 정체성은 무엇일까.
이필은 이화여자대학교의 패션 브랜드
니까, 이화여자대학교라는 정체성이 가장
중요하죠.
박 소장은 이필의 정체성이 ‘이화’이며, 이
필이 활동을 이어나갈 수 있는 원동력 또한
이화라고 답했다. 2005년 이필이 런칭된 이
래로 13년 동안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은 모두
본교 소속의 디자이너와 구매자의 애교심
덕이라는 것이다.
브랜드 운영 외에도 패션디자인 연구소
에서는 패션디자인과 관련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대표적인 프로그램
이 바로 패션스타일리스트 리더쉽 인증교육
과정이다. 대한민국 1호 스타일리스트이자
본교 졸업생인 조인실(장식미술87년졸)씨
등과 함께 운영하고 있는 이 과정은 전문패
션스타일리스트에게 필요한 기능과 소양개
발을 위해 만들어졌다.
그렇다면 현재 연구소에서 가장 중요하
게 진행하고 있는 활동은 무엇일까. 여러 연
구를 진행하고 있지만, 지금으로써는 신규
학위복 개발 프로젝트 연구에 가장 많은 신
경을 쓰고 있다고 한다.
1886년 이화학당 창립 이후 제 1회 졸업
식에서 처음 착용했던 학위복을 현재까지도
차용하고 있었어요. 지난 130년 동안 이화
에서 졸업했던 학생들은 모두 같은 학위복
을 입은 거죠. 때문에 총무처에서 신규 학위
복 개발을 기획했는데 기왕 디자인할 거 외
주를 맡기기보다 본교 학생들이 참여해있는
교내 연구소에 맡기면 어떨까하고 결정하게
된 겁니다.
이후 진행된 신규 학위복 개발에는 실제
본교에서 석박사 과정을 진행 중인 재학생
이 참여해 최종 샘플까지 제작하게 됐다. 이
들이 학위복 디자인개발을 하면서 가장 중
요시하게 여겼던 것은 두말할 것 없이 ‘학생
들의 의견’과 ‘이화 정체성’이다.
연구소는 다른 학교처럼 이미 결정된 디
자인의 학위복이 아닌, 졸업식의 주인공이
될 학생이 직접 원하는 학위복을 결정해 입
을 수 있도록 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그
렇기에 지난 5월에는 신규 학위복 개발을
위한 선호도 리서치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또한 학위복에는 이화의 상징인 짙은
녹색과 교표를 사용함으로써 상징성을 부
각했다.
연구소를 나서기 전, 박 소장는 패션디자
인 연구소에서 구상 및 판매해 큰 호응을 얻
고 있다는 디자인 샘플 몇 개를 보여줬다. 양
면의 색이 다른 조끼, 카라 부분만 남아있는
와이셔츠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 디자인들
은 매장 구매자들의 요구를 반영하고 환경
을 생각해 불필요한 원단을 줄이기 위해 구
상됐다. 이처럼 패션디자인 연구소는 앞으
로 사회윤리적이고 친환경적인 디자인에 집
중할 예정이다.
“패션이라고 하면 사치스럽게 소비하는
게 먼저 떠오르잖아요. 저희 연구소에서는
그런 이미지를 탈피하고 정말 필요한 소비,
착한 소비라고 할 수 있는 브랜드가 되는 게
목표입니다.”
한채영기자 [email protected]
원단에 담는 이화, 패션디자인 연구소
색채디자인 연구소, 일상에 색을 입히다
연구소 탐방 ①
버려지는 원단을 최소화한 ‘제로 웨이스트’ 디자인에 대해 설명하는 박선희 패션디자인 연구소장
패션디자인 연구소 소속 연구원들이 제작한 의류와 사용한 바느질실들 선모은 기자 monsikk@
색채디자인 연구소가 설립된 1997년부터 연구위원으로 함께한 최경실 색채디자인 연구소장
제품의 색을 선정하거나 보정할 때 사용하는 LED 조명기구 우아현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