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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dustry & Policy 67 Industry& Policy 분쟁의 서막 : 재송신 중단 요구 지난 2008년 7월,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사무실에 한 통의 공문이 도착했다. 발신인은 지상파방송사들을 대변하는 한국방송협회, 제목은 ‘지상파방송 실시간 재송신 중지 요청’이었다. 케이블협회 소속 회원사(SO)들이 지상파방송 재송신을 이용, 부당하게 이익을 취하고 있으니 이를 즉각 중단하라는 것이다. 이 공문은 지금까지 약 7년간의 법정 공방, 재송신 중단 사태 등 그칠 줄 모르는 폭풍우의 신호탄이 됐다. 몇 차례의 공문 공방 후 지상파방송사들은 케이블TV업계를 상대로 소송전에 돌입했다. 2009년 9월 CJ헬로비전을 상대로 한 저작권 침해중지 가처분 신청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사업자수 기준 60건 이상의 소송이 진행되면서 재전송 문제는 진흙탕에 빠진 형국이다. 법원이 실시간방송 채널의 동시재전송을 금지하라는 지상파방송사들의 주문을 받아들이면서 재송신 중단사태와 가입자당 재송신료(CPS) 다툼 등 분쟁은 오히려 커졌다. 법원은 현행법 상 의무재송신 채널 KBS1, EBS를 제외하면 저작권자가 재송신 중단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대해 케이블을 비롯한 유료방송업계는 정부의 제도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지상파측은 그간 지상파방송의 도달률을 확보해 온 케이블TV의 기여는 인정하지 않은 채, 케이블TV가 무단으로 지상파채널을 포함시킨 방송 상품을 판매하고, 홈쇼핑 채널 수수료 등의 이익을 취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에 대한 유료방송업계의 시각은 판이하게 다르다. 케이블TV를 통한 지상파 재송신은 난시청해소 등 수신보조 역할을 통해 더 많은 국민이 지상파방송을 보게끔 하면서 오히려 지상파방송의 광고수익 증가를 가져왔다. 특히 지상파방송은 사회적 공기(公器)로서 국민에게 무료 보편서비스를 제공할 지상파-유료방송 상호이익 인정 ‘합리적 대가산정’ 필요 김용배_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홍보팀장 <지상토론> 지상파 콘텐츠 재전송 및 가격 인상, 쟁점과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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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방송 트렌드 & 인사이트 2015.8-9 l vol.02 Industry & Policy 67

Industry&Policy

분쟁의 서막 : 재송신 중단 요구

지난 2008년 7월,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사무실에 한 통의 공문이 도착했다. 발신인은

지상파방송사들을 대변하는 한국방송협회, 제목은 ‘지상파방송 실시간 재송신 중지

요청’이었다. 케이블협회 소속 회원사(SO)들이 지상파방송 재송신을 이용, 부당하게 이익을

취하고 있으니 이를 즉각 중단하라는 것이다. 이 공문은 지금까지 약 7년간의 법정 공방,

재송신 중단 사태 등 그칠 줄 모르는 폭풍우의 신호탄이 됐다. 몇 차례의 공문 공방 후

지상파방송사들은 케이블TV업계를 상대로 소송전에 돌입했다. 2009년 9월 CJ헬로비전을

상대로 한 저작권 침해중지 가처분 신청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사업자수 기준 60건 이상의

소송이 진행되면서 재전송 문제는 진흙탕에 빠진 형국이다. 법원이 실시간방송 채널의

동시재전송을 금지하라는 지상파방송사들의 주문을 받아들이면서 재송신 중단사태와

가입자당 재송신료(CPS) 다툼 등 분쟁은 오히려 커졌다. 법원은 현행법 상 의무재송신 채널

KBS1, EBS를 제외하면 저작권자가 재송신 중단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대해 케이블을 비롯한 유료방송업계는 정부의 제도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지상파측은 그간 지상파방송의 도달률을 확보해 온 케이블TV의 기여는 인정하지 않은

채, 케이블TV가 무단으로 지상파채널을 포함시킨 방송 상품을 판매하고, 홈쇼핑 채널

수수료 등의 이익을 취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에 대한 유료방송업계의 시각은

판이하게 다르다. 케이블TV를 통한 지상파 재송신은 난시청해소 등 수신보조 역할을

통해 더 많은 국민이 지상파방송을 보게끔 하면서 오히려 지상파방송의 광고수익 증가를

가져왔다. 특히 지상파방송은 사회적 공기(公器)로서 국민에게 무료 보편서비스를 제공할

지상파-유료방송 상호이익 인정 ‘합리적 대가산정’ 필요

김용배_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홍보팀장

<지상토론> 지상파 콘텐츠 재전송 및 가격 인상, 쟁점과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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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방송 트렌드 & 인사이트 2015.8-9 l vol.02 Industry & Policy 69

의무를 지니며, 이를 위해 국민 자산인 주파수를 제공하고, KBS 수신료를 징수한다. 이에

대해 지상파방송사들은 직접수신가구는 무료지만, 유료방송은 지상파콘텐츠 비용을 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현실과 엄청난 괴리가 있다. 방송통신위원회 발표에 의하면

우리나라 유료방송 가입률은 93%이며, 지상파방송만 시청하는 가구는 2011년 9%이던 것이

2014년 6.7%로 하락했다. 지상파의 논리대로라면 억지로 유료방송을 해지하지 않는 한 현재

지상파방송을 무료 보편서비스로 이용할 수 있는 수혜자는 단 7% 안팎의 국민으로 제한된다.

지상파에 엄청난 공적자원을 투입하는 것 치고는 너무나 제한적인 수치이다.

케이블업계 인사들이 광화문 방송통신위원회 앞에서 ‘지상파 유료화 반대’ 구호를 외치고 있다(2011년 11월).

전방위로 확산되는 분쟁, 상처 입은 시청자

법·제도 미비와 협상력 불균형 속의 분쟁 과정에서 주요 유료방송사들은 어쩔 수

없이 지상파방송 3사와 계약을 맺고 가입자당 재송신료(CPS) 280원의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시청자당 3개 채널(KBS2, MBC, SBS)에 연간 1만 80원씩을 내는 꼴이다. 지상파

방송사들의 재송신료 수익은 2011년 345억 원에서 지난해 1,551억 원으로 폭증했다. 연평균

65%에 달하는 성장률이다.

표1 연도별 지상파방송 매출액 및 재송신료 수입 (단위 : 억 원)

연도 2011년 2012년 2013년 2014년

재송신료 345 594 1,255 1,551

방송매출 39,145 39,572 38,963 40,049

※출처 : 방송통신위원회(2015). 2014 방송사업자 재산상황 공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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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방송 트렌드 & 인사이트 2015.8-9 l vol.02 Industry & Policy 69

주요 유료방송사들의 재송신료 지급이 시작되자 분쟁 영역은 더욱 확대되었다. 월드컵,

아시안게임 등 국민관심행사 중계방송에 대한 별도의 대가 요구, 개별 SO에 대한 가입자당

재송신료 요구와 민·형사 소송제기 등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또한 기존 계약이 만료되는

사업자들을 대상으로 가입자당 재송신료, VOD, N스크린(모바일 IPTV, tving 등)에 대한

가격인상도 잇따라 추진하고 있다. 일부 합의에 이르기도 하지만 대다수는 지상파의 일방적

공급조건 변경이나 가격인상 요구에 의해 합의가 쉽지 않다. 재송신료 부과대상을 기존 디지털

HD가입자에서 아날로그케이블 및 8VSB 1) 가입자까지 확대시키고 있어 더 큰 시청자 혼란도

예상된다. 이 서비스들은 매우 낮은 요금수준이기 때문에 높은 금액의 가입자당 재송신료

부담이 사실상 어렵다. 소송결과에 따라 지상파방송이 중단된다면 730만 아날로그케이블

가입자들은 대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분쟁이 반복되면서 실제 시청자 피해도 잇따라 일어났다. 2011년에는 SBS와 MBC가 차례로

위성방송에 HD방송 공급을 중단했고, 이어 소송으로 밀린 케이블사들이 지상파방송 송출을

중단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모바일IPTV나 VOD 등 부가서비스 영역에서도 분쟁 수위가

높아졌다. 재송신 제도 개선이 계속 미뤄지면서, 사업자들의 첨예한 갈등이 지속적인 시청자

피해로 이어져 온 것이다.

지상파방송 중단 주요 사례

● 2011. 4. MBC, 위성방송 수도권 HD방송 공급 중단(6일)

● 2011. 4. SBS, 위성방송 수도권 HD방송 공급 중단(48일)

● 2011. 11. 케이블SO, 지상파 3사 HD 방송 송출 중단(8일)

● 2012. 1. 케이블SO, KBS 2TV HD 및 SD 방송 송출 중단(2일)

● 2014. 6. 모바일IPTV, 브라질월드컵 중계방송 송출 중단

● 2015. 6. 모바일IPTV, 지상파실시간방송 및 VOD 서비스 중단

재송신을 둘러싼 지상파 방송과 유료방송 간의 대립과 갈등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1) 기존 아날로그 방송가입자가 별도의 셋탑박스 없이 HD디지털 방송을 시청할 수 있도록 하는 전송 방식, 그간 지상파방송의 디지털방송 전송에 한정되다 2014년 3월 케이블TV 채널에도 8VSB 방식을 적용할 수 있도록 규제가 완화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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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방송 트렌드 & 인사이트 2015.8-9 l vol.02 Industry & Policy 71

정부와 국회의 제도개선 ‘용두사미’

그동안 시청자, 유료방송업계, 정부, 국회, 언론 모두 재송신 제도개선의 필요성을 제기해 왔다.

정부도 수차례 제도개선을 시도했고, 국회에서도 의무재송신 확대를 위한 법안이 발의됐다.

하지만 모두 제대로 마무리되지 못했다. 우월한 협상력과 언론을 보유한 지상파방송사들이

제도개선 반대에 나서면서 정책입안자들의 부담이 컸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2010년 10월, 케이블과 지상파의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자 방통위는 처음으로 재송신

협상 중재에 나선 바 있다. 양측은 정부 중재 하에 지상파 재송신 협상을 재개하고 이와는

별도로 제도개선 전담반을 구성·운영하기로 했다. 그 결과 2011년 3월에 현행법상의

의무재송신 범위를 KBS2까지 확대하는 방안과 전체 지상파방송으로는 한시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이 마련되기도 했다. 이후 방통위는 제도개선안에 대한 사업자 공청회, 재송신

대가 산정 연구용역(KISDI) 등 다양한 노력으로 제도개선 최종안을 마련했다. 내용으로는

△의무재송신 범위확대 방안 △재송신 대가산정 기준안 △분쟁해결 절차 보완 방안 등이

포함됐다. 당시 이경재 방통위원장은 국정감사에서 재송신료 관련, 지상파가 플랫폼에게

송출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의견과 함께 제도개선에 대한 강한 추진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2012년 2월 방통위 전체회의에서는 분쟁해결 절차 보완 및 의무재송신 범위 확대에 대한

안건이 의결됐다. 그러나 제도개선 착수 3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핵심의제인 의무재송신

범위 확대, 대가 산정 기준은 마련되지 못했다. 국회에서는 2013년 3월, 남경필 의원이

의무재송신 범위를 KBS2, MBC까지 확대시키고자 하는 법안을 발의한 바 있지만 이 역시

통과되지 못했다. 미래부·방통위에 대한 국정감사나 업무보고 회의 때마다 재송신 제도개선

및 대가산정안 마련은 단골메뉴로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누구 하나 책임 있게

제도개선을 마무리하고자 나서는 기관이 사실상 없었다.

최근 지상파 3사의 가입자당 재송신료 인상 요구에 따라 재송신 분쟁은 또 다시 일촉즉발의

위기로 빠지고 있다. MSO들은 재계약 협상이 타결될 때까지 일단 기존 계약금액대로 재송신

대가를 주겠다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지상파방송사들은 가입자당 재송신료 인상계약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CMB를 상대로 ‘방송금지’ 가처분소송을 제기했다. 그리고 일부 개별SO를

상대로는 형사고소까지 진행하고 있다. 개별SO들은 지난 4월 방통위와 미래부를 방문해

“지상파방송사들이 근거 없는 금액의 가입자당 재송신료를 요구하며 소송을 제기, 범법자

취급을 하고 있다”고 호소하면서 지상파방송 재송신 중단을 승인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최근 미래부와 방통위는 ‘재송신 공동 협의체’ 킥오프 회의(7월 2일)를 개최했다. 그러나

지난 2014년 말 협의체를 열었을 때와 같이 지상파방송사는 참여하지 않았다. 다만 이번에는

정부가 사업자의 불참에도 논의를 이어가겠다는 강한 의지를 밝히고 있어 유의미한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여부에 대해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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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방송 트렌드 & 인사이트 2015.8-9 l vol.02 Industry & Policy 71

협상력 균형 맞추는 미국, 보편적 접근 중시하는 유럽

우리나라에서는 지상파 채널 변경이나 중단은 정부의 승인 사항이다. 유료방송 업계는

재송신을 하자니 지상파방송사가 민·형사 소송을 제기하고, 중단하자니 정부가 허락하지

않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협상력을 상실한 상황에 놓여 있다.

그렇다면 해외에서는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있을까? 미국의 경우 저작권과 재송신은

독립된 이슈로, 저작권법을 근거로 지불하는 것이 아니라 재송신동의 제도를 통해 대가를

지불하고 있다. 정부는 지상파방송사에 의무재전송과 재전송동의에 대한 선택권을 3년마다

부여한다. 의무재송신을 택하는 경우 지상파방송은 대가를 요구할 수 없으며, 재전송동의를

선택하는 경우 협상을 통해 재송신 계약조건을 결정한다. 협상 결과에 따라 재송신

대가(Retransmission Fee)를 지불해야 하지만 플랫폼사업자가 재송신을 거부할 수도 있으며

채널 편성권도 인정된다.

표2 유럽연합 국가별 의무 재송신 적용 채널

의무재송신 채널수 채널구분 국가구분

2개

공영방송, 외국방송 벨기에 플랑드르, 네덜란드

공영방송, 상업방송 라투아니아

공영방송, 지역방송 프랑스, 슬로바키아, 스페인

3개

공영방송, 상업방송, 지역방송 아일랜드

공영방송, 외국방송, 지역방송 오스트리아, 벨기에(불어권), 체코

공영방송, 외국방송, 홈쇼핑채널 스위스

공영방송, 지역방송, 소수집단채널 우크라이나

공영방송, 상업방송, 소수집단채널 이스라엘

4개 공영방송, 상업방송, 지역방송, 외국방송 폴란드

5개 공영방송, 상업방송, 홈쇼핑채널, 지역방송, 외국방송 룩셈부르크

6개공영방송, 상업방송, 지역방송, 홈쇼핑채널,

소수집단채널, 외국방송독일

※출처 : KISDI(2009). 방송통신 융합시대 지상파방송의 역할 정립에 관한 이론 연구

최근 미국 역시 재송신료를 둘러싼 지상파 사업자와 MVPD(유료방송사업자)간의 분쟁이

끊이지 않으면서 시청자 부담이 늘고 있다. 지상파들의 콘텐츠 공급가격 인상 요구에 대응해

컴캐스트, AT&T, 타임워너케이블 등 미국의 대표적인 MVPD들은 지상파 재송신료를

‘Broadcast TV Fee’라는 항목으로 분리해 시청자에게 청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상업주의

국가인 미국은 사업자 거래에 직접 관여하지는 않지만 정부기관이 적극적으로 협상력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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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형을 맞춰주고 있다. 1992년 지상파방송사에게 재송신동의 선택권을 부여한 후 협상결렬로

인한 블랙아웃 사태나 재송신료 인상이 계속 이어지자 FCC 톰 휠러(Tom Wheeler) 의장은

“재송신료의 급격한 상승은 지상파가 서로 연합해 재송신 협상에서 압력을 행사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FCC는 지난해 3월, 지상파 사업자들의 담합을 방지하도록 ‘연합

재송신 합의(Joint retransmission negotiation) 금지’ 법안을 마련했다.

일본은 난시청 해소 및 방송접근권 보장을 위해 수신장애 지역에서는 재송신을 의무화

하고, 일반 지역에서는 재송신 동의제도를 적용하고 있다. 단, 지상파방송사의 저작권료

청구유보에 따라 대가 지급은 없는 상황이다. 유럽을 보면 공공서비스 방송에 대한 보편적

접근 보장을 중요시 하는 국가들의 경우 의무재송신 채널을 지정해 저작권을 적용하지

않거나, 지상파가 플랫폼사업자에게 전송 대가를 지급하는 사례도 다수 찾아볼 수 있다.

분쟁의 고리, 이제 끊어야

오랜 기간 분쟁이 이어지다 보니 지상파와 유료방송 업계의 갈등의 골은 파일대로 파였다.

양측 모두 겉으로는 신뢰를 바탕으로 상생해야 한다고 외치지만 눈 앞의 이익에서는 한 치

양보가 없다. 단순히 사업자 간 거래 다툼에 그친다면 좋겠지만 시청자들도 고통이다. 때로는

블랙아웃이 일어나고, 재송신 대가 역시 결국에는 시청자의 지갑에서 나와야한다. 소송이

남발되다보니 양측의 변호사 선임비용만 수십억 원에 이른 것으로 추정된다. 재송신분쟁에

의한 막대한 사회적 손실, 어떻게 막아야 할까?

첫째, 협상주체 간 상호이익 기여를 인정하며 신뢰회복에 나서야 한다.

분쟁 초기 케이블업계는 지상파방송사들의 저작권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거의 일방적으로 가입자당 재송신료를 정해 유료방송사업자들에게 관철

시켜왔다. 일부 케이블사가 지상파를 상대로 제기한 전송료 청구 소송도 진행 중이다. 복잡

하게 얽혀 있지만 양측이 상호이익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자세를 갖는 것, 신뢰회복의 첫

걸음이다.

둘째, 합리적 대가산정 및 거래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지금처럼 협상력의 불균형이 심한 상황에서는 불공정 거래와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재송신 협의체를 다시 구성해 조율에 나서고 있는데 과거와 같이 별다른

성과 없이 마무리해서는 안 된다. 재송신 관련 상호이익을 반영한 합리적 대가 산정방식과

거래시스템 확립이 시급하다. 전체 방송영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소모적 갈등, 시청자 피해

관련 사안이므로 방송통신위원회와 미래창조과학부 모두 적극적인 해결사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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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방송 트렌드 & 인사이트 2015.8-9 l vol.02 Industry & Policy 73

셋째, 갈등의 근본원인 ‘의무재송신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현행법상 지상파 의무재송신 채널은 KBS1, EBS로 매우 제한적이다. 해외의 경우

공영방송은 물론 상업방송에 대해서도 보편적 시청권 보장을 위해 의무재송신으로 규정하는

사례도 많다. 우선 의무재송신 대상을 ‘공영 지상파방송사의 운영채널 전체’로 확대해

KBS2에 대한 ‘이중 보상 논란’을 불식시켜야 한다. KBS 수신료를 내고도 유료방송

플랫폼이나 모바일을 통해 또 다시 시청료를 내는 것에 동의할 국민은 없을 것이다. 다만

공영방송의 재원 부족에 따른 문제가 있다면 방송의 공공서비스 유지 차원에서 수신료

인상도 적극 검토될 수 있을 것이다.

지상파방송사들은 시청률 및 광고수익 저하 등 침체기를 겪으면서 최근 콘텐츠 유통에서

새로운 활로를 찾아왔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유료방송을 보고 있는 93%의 국민을

수익창출의 대상으로만 보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것은 우리사회 전체의 불행이다.

가뜩이나 열악한 방송시장에서 서로의 파이를 빼앗으려고만 한다면 힘 있는 자의 시장 독식,

또는 공멸로 가게 될 것이다.

지상파와 유료방송 모두 힘을 합쳐 방송시장 정상화와 함께 글로벌시장을 공략하며

파이를 키워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철저히 ‘분쟁 최소화’와 국민의 ‘시청 권익 보호’

관점에서 제도를 손질해 가야 한다. 방송업계가 한자리에서 호탕하게 웃으며 협력방안을

논의하는 모습, 그 즐거운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 가 보자. 이를 위해 정부와 국회가 ‘용두사미’

재송신 정책을 되풀이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