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의 성숙과 사회적 자본 · 2016-01-07 · 시민사회의 성숙과 사회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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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 제162(2015): pp.223-254 시민사회의 성숙과 사회적 자본 1) * 시민사회와 사회적 자본은 그 의미가 다의적이고 추상적일 뿐만 아니라 상충되는 관점들이 서로 경쟁한다. 동시에 이들 개념은 가치지향적이다. 한국 사회를 시민사 회와 사회적 자본의 관점에서 살펴보는 것은 민주화라는 정치변동, 경제성장과 자 본주의의 신자유주의적 재편, 교육투자의 증가 특히 고등교육의 급격한 확산, 가치 관 변화에 따른 개인주의의 확대 등 다양한 사회변동이 사회의 질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가를 살펴보는 것이기도 하다. 한국 사회가 20세기말 외환위기를 극복하며 민주화와 신자유주의화를 동시에 진행한 결과 자율적이고 활발한 시민사회가 형성 된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사회적 신뢰 저하로 시민사회의 기반이 약화되었다. 그동 안의 외형적 성과에도 불구하고 한국 사회 시민들의 삶의 질과 전체 사회의 질은 크게 개선되지 못하고 오히려 악화되었으며, 의식과 지향 면에서 냉소주의가 강화 되고, 사회적 관계는 점점 더 단기적이고 도구화되며, 사회적 조직과 집단은 폐쇄적 이고 이기적이고 변하였다. 그 결과 공공성을 추구하기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가치 와 현실의 괴리(decoupling)와 경제시스템의 유연화의 결과 높아진 불확실성 하에서 시민들은 각자 자신의 살 길을 스스로 찾아나서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런 의미에서 성숙한 시민사회와 풍부한 사회적 자본은 한국 사회가 그동안의 노력 을 통해 이미 이룩한 성과가 아니라 여전히 앞으로 이룩해야 할 과제이다. 주제어: 시민사회, 사회적 자본, 사회신뢰, 삶의 질, 사회의 질 1. 문제제기 해방 70년을 맞는 시점에서 시민사회의 성숙과 사회적 자본의 축적이 라는 관점에서 과거의 사회변동을 돌아보는 것은 간단한 일이 아니다. * 연세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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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 시민사회의 성숙과 사회적 자본 · 2016-01-07 · 시민사회의 성숙과 사회적 자본 225 2. 시민사회: 이상과 현실 앞서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한국사회 제16집 2호(2015): pp.223-254

시민사회의 성숙과 사회적 자본1)

한 준*

요 약

시민사회와 사회 자본은 그 의미가 다의 이고 추상 일 뿐만 아니라 상충되는

들이 서로 경쟁한다. 동시에 이들 개념은 가치지향 이다. 한국 사회를 시민사회와 사회 자본의 에서 살펴보는 것은 민주화라는 정치변동, 경제성장과 자본주의의 신자유주의 재편, 교육투자의 증가 특히 고등교육의 격한 확산, 가치 변화에 따른 개인주의의 확 등 다양한 사회변동이 사회의 질에 어떤 향을

끼쳤는가를 살펴보는 것이기도 하다. 한국 사회가 20세기말 외환 기를 극복하며

민주화와 신자유주의화를 동시에 진행한 결과 자율 이고 활발한 시민사회가 형성

된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사회 신뢰 하로 시민사회의 기반이 약화되었다. 그동안의 외형 성과에도 불구하고 한국 사회 시민들의 삶의 질과 체 사회의 질은

크게 개선되지 못하고 오히려 악화되었으며, 의식과 지향 면에서 냉소주의가 강화되고, 사회 계는 더 단기 이고 도구화되며, 사회 조직과 집단은 폐쇄

이고 이기 이고 변하 다. 그 결과 공공성을 추구하기는 더 어려워지고 가치

와 실의 괴리(decoupling)와 경제시스템의 유연화의 결과 높아진 불확실성 하에서 시민들은 각자 자신의 살 길을 스스로 찾아나서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성숙한 시민사회와 풍부한 사회 자본은 한국 사회가 그동안의 노력

을 통해 이미 이룩한 성과가 아니라 여 히 앞으로 이룩해야 할 과제이다.

주제어: 시민사회, 사회적 자본, 사회신뢰, 삶의 질, 사회의 질

1. 문제제기

해방 70년을 맞는 시점에서 시민사회의 성숙과 사회적 자본의 축적이

라는 관점에서 과거의 사회변동을 돌아보는 것은 간단한 일이 아니다. 한

* 연세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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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 사회가 압축적 발전을 경험했기 때문에 그간의 발전과 변동을 일관성

있는 연속선상의 과정으로 보기가 어렵다는 문제도 물론 있다. 하지만 또

다른 문제는 시민사회와 사회적 자본이라는 개념과 용어가 다의적이고

추상적일 뿐만 아니라 때로는 상충되는 관점들이 서로 경쟁한다는 점이

다. 요컨대 현실의 대상인 한국 사회의 발전과정이 복잡할 뿐 아니라 이

를 분석하고 해석하는 개념적 틀도 단순치 않은 것이다.

시민사회와 사회적 자본은 다양한 맥락에서 다양한 의미로 사용되지만

이들 용어는 학계 뿐 아니라 정치계와 언론계에서도 활발하게 사용된다.

어쩌면 의미가 모호하기 때문에 이들 용어가 더 자주 사용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시민사회와 사회적 자본의 또 하나의 특징은 대체로 가치중립적

이거나 몰가치적으로 사용되지 않는다는 즉 가치지향적 개념이라는 점이

다. 이 글에서는 하지만 시민사회와 사회적 자본의 이상적 가치로부터 상

대적으로 자유롭게 현실에 보다 주목할 것을 강조하고자 한다.

시민사회의 관점에서 한국 사회의 과거를 되돌아 볼 때 1980년대 후반

이후의 민주화라는 정치변동을 피해가기 힘들다. 하지만 민주화라는 정치

변동 못지않게 경제성장과 자본주의의 신자유주의적 재편, 교육투자의 증

가 특히 고등교육의 급격한 확산, 가치관 변화에 따른 개인주의의 확대

등 다양한 사회변동이 시민사회와 사회적 자본에 영향을 미쳤다. 따라서

한국 사회의 압축적 발전과정을 시민사회와 사회적 자본으로 살펴본다면

사회의식과 사회관계, 사회구조의 특질에 초점을 맞추어 변화를 추적하고

평가해야 할 것이다.

이 글에서는 시민사회와 사회적 자본의 이상과 현실에 대한 분명한 구

분이 필요한 이유를 설명하고, 이어 시민사회와 사회적 자본에 대한 논의

를 서구 및 한국의 맥락에서 살펴보고, 한국에서 시민사회와 사회적 자본

이 어떤 변화의 과정을 겪었으며 현재 어떤 상황에 있는지를 역사적으로

또한 통계자료에 근거해서 설명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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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사회의 성숙과 사회적 자본 225

2. 시민사회: 이상과 현실

앞서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시민사회나 사회적 자본이라는 용어는 가

치중립적이거나 몰가치적이지 않다.

시민사회는 대개의 경우 공공성을 추구하는 개인과 조직들이 서로 배

려와 관용을 베풀면서 사회적 의제를 논의할 뿐 아니라 불평등이나 인권

침해, 무질서와 혼란과 같은 사회문제를 함께 지혜와 힘을 모아 해결해

가는 장으로서 바람직하게 묘사된다. 또한 시민사회는 국가권력의 확대나

시장의 포섭에 맞서 시민들의 자유와 권리를 집합적으로 지키고, 시민적

요구를 수렴하고 표명하는 긍정적 역할을 담당하는 것으로 보기도 한다.

하지만 이처럼 이상적 가치와 경험적 현실이 결합되어 사용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시민사회에 대한 논의는 때로 추상적이거나 혼란스럽기도

하고 또한 때로 이상이 현실을 대체하는 결과가 나타나기도 했다.

여기에서 우리는 1960년대에서 80년대 사이 사회주의권의 몰락 이전에

사용되었던 ‘현실 사회주의(real socialism)’ 혹은 ‘현존 사회주의(actually

existing socialism)’라는 용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Nove 1983). 20세기

초반 사회주의가 처음으로 이상향이 아닌 경험적 현실로 러시아와 중국,

그리고 뒤를 이어 동구 국가들에서 실현되었지만 그 현실은 맑스와 엥겔

스, 레닌 등이 주장했던 이상향으로서의 사회주의와는 상당히 거리가 멀

었다. 노동의 소외와 경제적 불평등 혹은 빈곤이 사라진 것도 아니고, 인

민들의 자유와 권리가 무제한으로 보장된 것도 아니었다. 그 결과 동서

양진영의 정치가들 및 학자들 모두 현실에 존재하는 사회주의 사회와 맑

스-레닌주의에서 이상향으로 제시했던 사회주의를 구분하는 의미에서 ‘현

실 사회주의’ 혹은 ‘현존 사회주의’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시민사회에 대해서도 우리는 시민사회의 이상과 현실의 시민사회를 구

분할 필요가 있다. 시민사회의 이상에서는 자발적 결사 혹은 시민단체들

이 다양한 분야에 조직되고, 이들 조직에 참여하는 시민들은 조직에서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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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을 통해 민주적 시민으로 교육되며, 시민사회의 조직들이나 개인들은

사사로운 이해관계보다는 합리적 의사소통을 통해 공공선을 추구한다. 이

를 위해 조직들과 개인들은 서로에 대해 개방적이고 관용적이며 신뢰를

지니고 있어 협력의 가능성을 높이고 갈등의 소지를 줄인다고 여겨진다.

요컨대 바람직한 시민사회에서는 개인의 자유가 공동체의 발전과 조화를

이룰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현실로서의 시민사회는 반드시 이러한 이상에 부합될 까닭이

없다. 20세기를 극단의 시대로 규정한 역사학자 홉스봄에 따르면, 시민사

회라는 전망은 20세기에 걸쳐 그에 상응하는 현실을 가져본 적이 없으며

지나간 시대 즉 “이상화된 19세기”(Hobsbawm, 1996: 139)의 반영에 불과

하다. 홉스봄처럼 시민사회를 일종의 허위의식이나 시대착오적인 것으로

생각할 필요까지는 없지만 현실이 언제나 이상화된 모습을 그대로 따라

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은 거의 자명한 사실이다. 더욱이 서구와 문화적

배경이 다르고, 식민지의 역사적 경험을 했으며, 압축적 발전과정을 거쳐

온 한국에서 시민사회의 현실적 모습이 서구에서 형성된 이상화된 모습

과 어긋나는 부분이 많으리라는 것은 충분히 설득력 있는 주장이다.

시민사회가 성장하고 성숙한다는 것은 어쩌면 현실의 시민사회가 그

이상에 보다 근접하는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글에서 나는 현실로

서의 한국의 시민사회가 과거 어떤 변화과정을 거쳤으며 현재 어떤 상황

에 있는가를 살펴볼 것이다. 그 과정에서 한국의 실제 시민사회가 이상과

얼마나 가까운지 아니면 멀리 떨어져 있는지를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시민사회의 이상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서 명쾌하고 합의된

대답이 존재한다고 보기는 힘들다. 시민사회의 이상을 구성하는 내용적

요소들을 얼마나 공유하는지, 그리고 시민사회의 이상에서 어떤 측면을

강조하는지에 있어 차이를 보이는 입장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시민사회의 이상에 대한 서로 차이를 보이는 입장들이 등장하게 된 과정

을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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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시민사회: 개념, 이론, 논쟁의 역사

시민사회의 이상과 현실이 뒤섞이고 시민사회의 이상에 대한 상이한

관점들이 등장하게 된 배경의 설명은 시민사회 개념의 역사로부터 출발

할 수 있다. 그것은 서구와 한국 모두 해당된다.

서구에서 시민사회 개념의 계보를 따져보면 다음과 같다. 시민사회 개

념이 등장한 것은 근대 사회의 형성과 때를 같이 한다. 스코틀랜드 계몽

사상가 아담 퍼거슨은 “시민사회의 역사”(1767)에서 시민사회를 야만으로

부터 문명으로의 발전 도상에서 분업과 교역의 발전에 따른 “상업사회”

성장의 결과로 나타난 사적 이해의 충돌과 도덕적 타락이라는 문제를 해

결할 방안으로 기대하였다. 퍼거슨 및 그의 뒤를 이은 아담 스미스가 자

본주의에서 개인의 욕망과 사적 이익 추구로 인한 혼란을 극복하고 통합

의 전망을 제시할 대안으로 생각한 시민사회의 비전은 이들의 사회사상

에 영향을 받은 독일 헤겔의 사회철학에 계승된다. 가족-시민사회-국가로

이어지는 헤겔 “법철학”(1821)에서의 삼단계 사회 발전도식에서 시민사회

는 특수성을 반영한 각자의 사익을 추구하는 동시에 보편성으로서 도덕

적 통합을 추구하는 시민들의 무대이며, 시민사회에 내재한 긴장은 최후

단계에서 국가의 도덕적 보편주의에 의해 궁극적으로 해결된다.

한편 프랑스의 토크빌은 “미국의 민주주의”(1835)에서 유럽과 달리 전

제를 경험하지 않고 민주주의를 발전시켰던 미국에서 시민사회 특히 공

공결사가 시민 개개인으로 하여금 사사로운 이익 추구로부터 눈을 돌려

공공선에 주목하게 하고 협력적으로 당면한 문제해결을 해나가도록 일깨

우는 역할을 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요컨대 퍼거슨, 아담 스미스, 헤겔, 토

크빌로 이어지는 시민사회에 대한 도덕철학의 전통에서는 시민적 덕성

(civic virtue)를 양성함으로써 근대 자본주의 발전에 따른 계급적 분열과

갈등, 공동체의 붕괴 위기를 극복하는 것이 시민사회의 가장 중요한 핵심

으로 부각되었다. 이러한 입장은 시민적 도덕에 기반한 새로운 연대를 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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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한 뒤르껨의 입장과도 연결되며 최근 우리에게 익숙한 표현을 쓰자면

자유주의적 공동체주의 혹은 공동체적 자유주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18~19세기 도덕철학 혹은 정치철학의 주제였던 시민사회는 앞서 홉스

봄의 지적대로 20세기의 상당기간에 걸쳐 크게 주목받지 못한 채 시간이

흘렀다. 하지만 20세기 후반에 시민사회는 서구 사회의 변동을 이해하는

중요한 개념으로 다시 등장했다. 그 역사적 배경은 다양하다. 20세기말 동

구 사회주의가 몰락하면서—특히 폴란드와 체코에서—민주화에서 시민사

회의 역할이 강조되었으며, 서구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20세기 중후반에

걸쳐 계급기반의 조합주의적 지배구조가 형성되면서 조직화된 자본과 노

동 이외의 사회부문에서 새로운 개혁 요구가 20세기 후반에 등장하기 시

작했고, 20세기 후반 개인화와 불안정을 심화시킨 신자유주의의 물결은

이에 대한 대응을 둘러싸고 자유주의와 공동체주의 간의 논쟁을 낳았다.

이러한 다양한 변화들 속에서 새로운 사회질서를 모색하려는 다양한 지

식인들은 시민사회가 지닌 사회통합의 잠재력과 가능성에 다시 눈을 돌

리기 시작했다. 그중에서도 특히 독일의 하버마스, 영국의 기든스, 미국의

퍼트남 등은 대표적인 예이다. 이들은 공론장, 제3의 길, 사회적 자본 등

표현은 다르지만 시민들의 적극적 참여와 의사소통을 통해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사회적 연대와 협력을 통해 사회통합을 촉진할 수 있는 가능성

을 찾고자 하였다.

이러한 자유주의적 공동체주의의 전통과 구분되는 또 하나의 시민사회

에 대한 접근이 그람시(1976)와 같은 맑스주의적 관점에서 시작되었다.

시민들이 보편적 공익과 특수적 사익 사이에서 갈등한다고 보았던 헤겔

의 시민사회에 대한 관점을 비판한 맑스는 시민사회가 부르주아지들의

전유물이자 지배의 장이며 시민적 덕성은 위선적인 허상에 불과하다고

조롱했다. 반면 그람시는 20세기 이태리의 경험, 보다 넓게는 서유럽의 경

험에 기반해서 시민사회에서 부르주아지의 지배는 강제적이 아니고 지배

계급의 적극적 동의를 생산하는 헤게모니에 의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부르주아지의 헤게모니가 견고한 서구사회에서 사회주의 운동의 핵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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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항헤게모니를 구축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고 그람시는 보았다. 앞서 자

유주의적 공동체주의 입장이 지향하는 바가 사회통합이라면 서구 맑스주

의의 입장이 지향하는 것은 사회혁명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기존의 맑

스주의 입장과 다른 점은 혁명의 방식이 봉기를 통한 국가의 전복이 아니

라 국가권력으로부터 시민사회의 자율성을 확보하면서 계급적 연대를 형

성한다는 점이다.

한국사회에서 시민사회에 대한 논의의 출발은 1980년대 민주화와 관련

하여 학계를 중심으로 자유주의적 입장에서 이루어졌지만, 시민사회가 보

다 광범하게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사회운동권의 논쟁을 통해

서였다. 논쟁의 배경과 내용을 간략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990년대 해

외 사회주의권의 몰락과 국내 운동지형의 변화를 경험한 한국의 사회운

동 진영에서는 향후 사회운동의 방향과 전망을 둘러싸고 노동계급 주도

의 혁명운동에 대한 대안으로서 개혁적 신사회운동의 가능성과 의의를

둘러싸고 시민사회 논쟁이 열띠게 전개되었다. 특히 동구 사회주의의 위

기가 현재화되고 서구 자본주의에서 노동계급의 혁명적 주도권이 의문시

되는 상황에서 그람시의 시민사회 중심의 사회주의 전략을 현대화시킨

라클라우와 무페 등의 포스트맑스주의에 대한 해석과 평가를 둘러싸고

논쟁은 첨예해졌다. 정통 맑스주의를 고수하려는 입장(예컨대 김세균, 손

호철 등)에서는 포스트 맑스주의적 이론의 혁신과 운동전략의 수정을 시

도하려는 입장(예컨대 이병천, 박형준 등)에 대해 시민사회 개념의 날선

비판을 제기했던 것이다. 이러한 비판은 자유주의와 다원주의 입장에서

시민사회 중심의 민주화를 주장한 입장(예컨대 한상진, 김성국 등)도 포함

하였다.

1990년대의 논쟁이 주로 한국 사회의 통합 혹은 혁명의 비전과 방향을

다루는 이상적 혹은 이념적 차원에서 이루어졌다면, 2000년대에는 시민사

회의 현실적 측면을 중심으로 평가하는 새로운 논의가 전개되었다. 정치

적 민주화 이후 1990년대에 걸쳐 광범하게 이루어진 사회적 변화의 실제

내용을 시민사회 측면을 중심으로 분석하고 평가하는 작업이 이루어졌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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것이다.

논의는 다양한 이념적 스펙트럼을 보이면 이루어졌다. 노동운동 중심

의 사회운동의 입장에서 최장집(2002)은 민주화 이전과 이후 한국의 시민

사회를 비교하면서 권위주의 국가에 의해 관제화된 부분과 그렇지 않은

주변화된 부분으로 분리통치(divide-and-rule)되던 매우 약한 시민사회가

민주화의 과정에서 국가에 저항하는 기반의 역할을 하다가 민주화 이후

에는 시민사회 내부의 갈등과 분열이 표면화되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이

념적으로 반대편에 속하는 유석춘(2002)의 경우 한국의 시민사회가 한편

으로는 자율성을 갖지 못한 채 국가에 의존적이며 다른 한편에서는 사회

관계의 면에서 연고적 기반에 근거하고 있음을 밝히고, 이것이 시민사회

및 시민운동의 한계와 문제점이라고 주장하였다. 이들의 중간적 입장에서

김호기(2007)는 권위주의의 오랜 경험을 지닌 한국의 시민사회가 “강한

국가와 약한 시민사회”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내적으로 전통주의,

보수주의, 집단주의가 근대주의, 진보주의, 개인주의와 함께 공존하는 이

중적 모습을 보인다고 지적하였다.

흥미로운 점은 이들 모두 한국 시민사회의 현실에 대한 진단에서는 취

약성과 자율성의 부족, 내부적 갈등과 한계를 지적하면서도 이들이 한국

의 시민사회에 대한 내린 평가 및 전망은 방향을 크게 달리 한다는 것이

다. 최장집(2002)의 경우 민주화의 심화를 위해 시민사회에서 노동운동의

지위와 역할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친 반면, 김호기(2007)는

시민운동과 노동운동의 연대를 강화하고 시민사회의 이중성의 극복하기

위해 시민사회의 자발적 토대를 공고히 해야 한다고 보았다. 시민사회와

생활세계에 뿌리내린 민주주의를 통해 공공성을 강화해 나갈 것을 주장

하는 조대엽(2012, 2014)의 입장 역시 이러한 연장선상에 있다고 할 수 있

다. 반면 유석춘(2002)은 한국의 시민사회가 서구의 경험과 달리 한국 사

회의 진보에 발전에 크게 기여할 바가 많지 않다는 전망을 제시한다. 이

러한 전망은 서구와 달리 유교 자본주의 경제발전에서 가족과 국가의 역

할을 강조하는 그의 입장의 연장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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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사회의 성숙과 사회적 자본 231

이러한 차이는 어디에서 기인하는가? 결국 문제는 시민사회의 현실이

아니라 시민사회를 보는 관점의 차이와 그 결과 서로 다르게 해석된 시민

사회의 이상에 있다. 시민사회 개념이 서구의 사상적 전통에서 유래한 이

상 우리와 잘 맞을 수는 없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서구의 시민사회 개념

내부에도 서로 다른 이상과 지향이 나뉜다는 사실이다. 시민사회를 억압

적인 국가에 대한 민중적 저항의 기지로 보는가, 아니면 이기적 경쟁과

갈등만 존재하는 사회를 통합할 시민도덕적 대안으로 보는가, 아니면 시

민사회를 야심가들이 자신의 야망을 실현하기 위해 활동하는 또 하나의

정치적 공간으로 보는가에 따라 현실에 대한 해석이 갈리는 것이다. 동일

한 현실에 대한 해석이 달라지기도 하지만 때로는 자신의 입장에 따라 현

실에 대한 왜곡이 일어날 수도 있다.

이처럼 다양한 입장에서 한국의 시민사회에 대한 진단과 평가가 제시

되어 있는 상황에서 또 다른 평가와 전망을 내세우는 것은 쉽지도 않고

도움이 되지도 않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글에서는 이상보다는 현실

에 보다 중점을 두고 한국 시민사회의 변화와 현황을 살펴보고자 한다.

하지만 현실을 철저히 객관적으로만 본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시민

사회 개념 자체가 객관적 묘사나 분석에 적합한 개념도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글이 취하고자 하는 입장을 어느 정도는 밝힐 필요가 있다. 나

는 시민사회에 대해 이제까지 사회과학에서 어느 정도 인정된 기본적 내

용에서 출발하고자 한다. 인권이 존중되고 인간다운 삶을 누릴 권리가 보

장되며, 시민들 간에 신뢰와 소통, 협력이 가능하고 공공선을 위한 노력이

조직될 수 있는 사회를 시민사회로 보는 데에 큰 이견이 있지는 않은 것

이다.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려면 기초적인 경제적 욕구가 충족되고, 부당

한 권력에 희생되어서도 안되며, 사회적인 인정과 존중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신뢰와 소통, 협력이 가능하려면 시민들이 시민적 의식을 지니고 시

민적 행동을 해야 한다. 시민적 의식과 행동은 규칙의 존중과 준수, 타인

에 대한 배려와 관용 및 신뢰를 포함한다. 공공선을 위한 노력이 조직되

려면 다양한 시민조직들이 존재하며 이들이 활발하게 운영되고 시민들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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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도 적극적이어야 한다. 이러한 이상적 가치들은 현실을 보다 개선하

려는 노력의 과정에서 실제 경험으로부터 필요성이 제기되어 시민들 사

이에 논의와 합의를 거친 것이어야 할 것이다1). 따라서 이러한 가치에 현

실이 부합되는가 못지않게 이러한 가치에 대한 합의가 존재하는가 역시

시민사회의 현실을 보는데 있어 중요할 것이다.

4. 사회적 자본과 시민사회

사회적 자본은 최근 사회과학에서 가장 활발하게 사용되는 용어가 되

었다. 하지만 시민사회라는 개념이 다양한 맥락에서 다양하게 정의되고

사용되듯이 사회적 자본 역시 마찬가지로 서로 다른 측면들이 강조되어

왔다. 서로 다른 의도를 갖고 다른 의미로 사회적 자본이라는 용어를 사

용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Coleman (1988)에 의하면 사회적 자본은

“그 안에 속한 행위자들의 특정 행동을 가능케 하며 촉진시키는 사회구조

의 몇 가지 측면들”이라고 포괄적으로 정의된다. 사회적 자본 개념을 둘

러싼 논쟁 중에서 이 글의 주제인 시민사회와 사회적 자본에 관련하여 특

히 중요한 문제는 사회적 자본이 공공재인지의 여부이다. 일부에서는 사

회적 자본에 대해 개인이 이득을 얻기 위해 전략적으로 활용할 가능성을

배제한 엄격한 공공재로 취급하기도 한다. 그 경우 대부분 사회적 자본

에 대한 관심은 공동체 혹은 전체 사회 수준에 집중되며 사회적 결속이

나 유대, 규범의 공유와 신뢰 등이 강조된다. 반면 사회적 자본에 대한 연

구들 중에는 개인이나 조직 수준에서 전략적으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

거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도움을 받기 위해 사회적 자본을 활용하는

것을 강조하는 경우도 많다. 이 경우에는 주로 개인을 둘러싼 연결망이나

1) 이러한 관점은 굳이 따지자면 듀이와 미드를 따른 프래그머티즘적 입장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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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사회의 성숙과 사회적 자본 233

1) 원천/기원

사회적 자본은 주로

시민사회의 산물이며

결사체적 삶의

강도이다

사회적 자본은

제도적 메커니즘들

(예컨대 공정성)에

영향을 받는다

사회적 자본은

경제 발전의

수준에 의존한다.

사회적 자본은 주로

가정에서 형성된다.

2) 사회적 자본구성요소/측정

네트워크와

사회적 연대 자발적 결사체 일반화된 신뢰 시민적 규범, 호혜성

구조적 측면 문화적 측면

개인이 속한 집단의 특성에 초점을 맞추고 상호적 호혜성에 기반 하거나

비대칭적으로 정보나 통제의 이점을 제공하는 연결망, 혹은 배타적 속성

을 강하게 갖는 집단에의 소속 등이 중요시된다.

그런데 사회적 자본에 대한 접근이 다양한 것은 이론적 배경과 맥락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당연한 것이다. 따라서 이들 중에서 어떤 것이 진정

한 사회적 자본인가를 논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다만 다양한 사회적 자본

의 개념들 중에서 논의의 맥락에 맞는 개념을 선택하고 분명히 밝히는 것

은 필요할 뿐 아니라 매우 중요하다. 시민사회와 관련하여 사회적 자본의

중요성을 가장 먼저 강조한 것은 토크빌의 전통을 이어받은 미국의 퍼트

남(2001)일 것이다. 퍼트남은 미국 사회에서 자발적 결사에 참여하는 비

율이 감소한 것이 미국의 시민사회를 약화시키고 궁극적으로 민주주의의

기반을 약화시킨다고 주장했다. 퍼트남 이후 시민사회에서 사회적 자본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연구들이 급격히 늘었으며, 이러한 연구들을 종합하여

전체 사회 수준에서 사회적 자본의 원천, 구성요소, 결과 등을 정리한 것

이 아래 <표 1>에 제시되어 있다.

<표 1> 사회적 자본의 원천, 구성요소 및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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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결과

정부의 성과,경제적 발전

집단적 공동체 프로젝트, 지역적 성과

웰빙, 행복, 정치적 이해관계

및 행동

국가 수준 지역 수준 개인 수준

출처: Rothstein and Stolle(2003)

시민사회와 사회적 자본의 관계는 상호적이다. 퍼트남의 주장대로 사

회적 자본이 풍부해서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자발적 결사에 참여하면 공

공성에 대한 의식이 높아지고 그 결과 시민사회의 바탕이 공고해진다. 또

한 국가로부터 자율성이 높고 또한 공적 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는 시

민사회에서는 신뢰의 정도도 높고 결사도 활발할 것이다. 하지만 반드시

긍정적 관계만이 존재한다고 보는 것은 지나치게 낙관적이다. 사회적 자

본의 내용과 특성에 따라서 시민사회를 보다 긍정적으로 발전시키는 것

은 아닐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2000년대 초반에 이루어진 연고주의

를 둘러싼 논쟁이 이러한 경우를 다루었다. 당시 한국의 외환위기를 극복

하는 과정에서 연고주의적 사회관계와 문화가 문제라는 판단 하에 연고

주의적 사회관계를 극복해야 신뢰가 높아지고 민주주의와 경제발전에 긍

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주장이 많이 제기되었다(이재열, 1998). 또한

연고적 관계는 공적 신뢰보다 사적 신뢰를 강화하여 시민적 의식이나 행

동으로 연결되지 못해 퍼트남이 주장한 것처럼 시민성을 높이는데 도움

이 되지 못한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이재혁, 2006). 이를 바탕으로 이들

은 2000년대 초반의 한국이 연고주의로부터 벗어나야 하며 이미 그러한

변화가 젊은 층을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보았다. 이에 대해 앞서 시

민사회 논쟁에 참여했던 유석춘(2008)은 연고주의는 특수적 신뢰, 시민성

은 보편적 신뢰와 연결된다는 주장에 의문을 제기하며, 시민단체도 연고

적 관계 및 사적 신뢰에 의존하며, 연고단체 역시 보편적 신뢰를 강조하

기도 한다는 것을 밝혔다. 이러한 결과에 기반해서 유석춘은 연고적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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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사회의 성숙과 사회적 자본 235

와 사적 신뢰가 반드시 민주주의와 경제발전을 후퇴시키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기여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 논쟁에서 흥미로운 점은 시민사회에 대해 이상적 기준이 문제가 되

는 것처럼 사회적 자본에 대해서도 역시 서로 다른 기준들이 적용된다는

사실이다. 예컨대 유석춘(2002, 2008)의 경우 연결망이 완결되어야 한다

는 콜맨의 주장을 폐쇄적 연고주의가 사회적 자본으로 기능할 수 있는 근

거로 제시하는 반면, 다른 연구자들은 이에 반대한다. 하지만 진정한 문제

는 사회적 자본을 개인이나 집단의 이익 증진을 위한 도구로 보는 관점에

서는 폐쇄적인 것이 오히려 장점이 될 수 있는 반면, 개방적 시민사회의

공공선을 높이고자 하는 관점에서는 폐쇄성이 극복해야 할 문제가 된다

는 사실이다(김호기 2007). 사회적 자본이 반드시 공익적이어야 한다고

보는 경우(상당수의 연결망 관점과 부르뒤에 등)에는 연고주의도 일종의

사회적 자본이 될 수 있는 반면, 공익성을 중시하는 경우(퍼트남 등 시민

사회의 관점)에는 폐쇄적 연고주의는 오히려 사회적 자본을 약화시킬 것

이기 때문이다.

이 글에서는 한국의 사회적 자본으로서 신뢰, 결사체 참여와 사회적 관

계. 시민성 등이 어떻게 변화해 왔는가를 경험적 서베이 자료에 나타난

것을 통해 살펴보고자 한다. 사회적 자본과 관련하여 논쟁이 되었던 연고

주의와 사적 신뢰 역시 경험적 문제로 다루고자 한다. 한국 사회에서 연

고주의와 사적 신뢰가 여전히 높은가? 만약 사적 신뢰가 높다면 높은 사

적 신뢰는 공적 신뢰를 낮추는가? 높은 사적 신뢰와 낮은 공적 신뢰는 시

민적 의식과 행위를 저해하는가? 이러한 질문들에 대한 답을 경험적 자료

의 분석을 통해 찾아가면서 한국 사회의 시민사회와 사회적 자본이 어떤

변화를 경험했으며 현재의 상황은 어떤지 살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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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한국의 시민사회와 사회적 자본: 변화와 현황

(1) 역사적 과정과 경로

서구에서 시민사회의 발전은 자본주의적 경제발전과 함께 등장한 신흥

중산층의 사회적 프로젝트였다. 립셋(1963)은 경제적 발전이 민주주의의

발전을 가져온다는 유명한 자신의 테제에서 경제적 발전의 결과로 성장

한 중산층들이 시민사회와 민주주의 발전 가져온 주역이 되었다고 주장

하였다. 이때 립셋은 민주주의의 “사회적 기초”(social basis)가 중요하다는

점을 역설하고 있다. 하지만 권위주의적 발전국가 주도로 경제발전이 이

루어진 서구 이외의 사회에서 립셋의 테제는 한동안 부정되었다. 경제적

발전에도 불구하고 정치권력에 의해 위축된 중산층은 탈정치화 되어 경

제 영역에만 적극적으로 참여할 뿐 사회와 정치 분야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1980년대 중반까지 한국은 그 대표적 예의 하나였다. “강한 국가와 약

한 시민사회”라는 표현에서 잘 나타나듯 권위주의 국가권력에 의해 자율

성을 제약당한 시민사회의 조직들은 국가와 결탁(cooptation)함으로써 관

변화 되거나 아니면 권력의 억압에 의해 주변화(marginalization) 되는 길

만이 가능했다. 국가권력의 영향력은 다양한 분야에 걸쳐 강고하게 유지

되어 자발적이어야 할 직능별, 업종별 조합이나 협회, 혹은 문화, 예술, 스

포츠 단체들에 이르기까지 정부의 통제 하에서 정부정책에 협조해야 했

다. 물론 시민사회의 조직들이 지속적으로 제약되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정치권력의 공백기였던 해방직후의 시기와 4.19 항쟁 직후의 시기에 일시

적으로 상당히 많은 조직들이 빠른 속도로 등장했지만 이들은 이후 정치

권력의 재편과 함께 속절없이 사라질 수밖에 없었고 시민사회의 조직역

량은 취약한 상태를 벗어나기 힘들었다(Kim, 1997, 2000).

시민사회의 위축을 가져온 또 다른 배경은 분단 상황이었다(이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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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사회의 성숙과 사회적 자본 237

1979, 백낙청 1994). 체제 간에 첨예하게 대립한 상황에서 반공과 안보의

논리는 시민들의 다양한 요구를 제약하는 효과적 이데올로기로 작용했을

뿐 아니라, 국가보안법이나 긴급조치처럼 시민적 자유를 제약하는 법과

제도는 시민들의 공적 영역에서의 활동과 아울러 시민들 간의 관계 역시

위축시켰다. 결국 군부정권과 유신시대 하에서 허용된 삶은 자유로운 교

류와 결사가 이루어지는 시민으로서의 삶보다는 국가권력의 규율과 통제

에 따라야만 하는 국민으로서의 삶뿐이었다. 가족의 바깥에서 공식조직으

로 중요한 역할을 한 학교나 직장 모두 위계적 규율과 억압적 분위기가

지배적이었고 이들 모두에 예비군과 민방위대가 조직되어 국가적 동원

체계에 포섭되어 있었다. 자발적 결사가 극히 제약된 상황에서 가족이나

친구, 사업이나 직장의 동료 등의 관계 이외에 신뢰와 협동의 관계를 맺

을 수 있는 기회를 갖기도 쉽지 않았지만, 통제와 억압의 분위기 속에서

자유롭게 교류하고자 생각하기도 쉽지 않았다.

1980년대 후반 이후 정치적 민주화는 이러한 상황에 큰 변화를 가져왔

다. 민주화 이후 국가의 시민사회에 대한 제약은 상당히 줄었으며, 다양한

분야에서 자발적인 결사와 조직의 등장이 이어졌다. 또한 다양한 직능별,

업종별 단체들도 정부의 통제로부터 벗어나 자율성을 회복하게 되었다.

게다가 1990년대 탈냉전의 분위기는 여전히 남아있는 남북한의 군사적

대치상황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강고한 냉전적 반공주의 체제를 느슨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였다. 학교와 직장 등 과거 위계와 규율만이 강조되었던

조직들에서도 자유가 점차로 허용되었다. 무엇보다 정치적 민주화와 함께

나타난 전투적 노동운동은 노동기본법의 보장과 함께 자유로운 노동조합

의 등장을 가져왔다. 정치적 민주화와 노동운동의 동시 발전은 노동운동

과 시민운동 간의 자연스러운 연대를 낳았다. 또 하나의 중요한 발전은

지방자치의 실시를 통해서 풀뿌리 민주주의가 시작될 수 있는 단초가 마

련되었다는 점이다. 바야흐로 노동 뿐 아니라 사회 각 영역에서 1987년

체제가 시작된 것이다.

1990년대 이후에는 민주주의를 둘러싼 진통이 계속되는 동시에 새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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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8 한국사회 제16집 2호(2015년)

변화가 시작되었다. 그동안 정부의 규제를 받아왔던 시장과 기업의 활동

이 탈규제 환경 속에서 활발해지는 동시에 세계화의 물결에 동참하기 시

작했다. 시민사회가 국가로부터의 취약한 자율성을 조금씩 회복해가는 무

렵 신자유주의적 성격을 강화하기 시작한 시장의 영향력이 시민사회에

미치기 시작한 것이다. 서구에서는 이미 1980년대에 사회 구조를 재편하

기 시작한 신자유주의는 한국 사회에서 1990년대 점점 영향력을 강화하

기 시작해서 외환위기를 계기로 사회적 의식과 행위, 질서에 거대한 변화

를 가져오기 시작했다. 변화의 내용은 대체로 다음과 같다. 시장 자유의

확대와 기업 활동의 세계화로 경제적 이중구조가 형성되고 경제적 불평

등이 증가했으며, 개인의 자유와 개인의 책임이 동시에 강조되는 상황에

서 개인들은 불확실성에 무방비적으로 노출되기 시작했고, 사회구조와 관

계의 유연화는 시대적 화두가 되었다.

2000년대에 들어서 이러한 변화의 흐름은 더욱 거세어지게 되었다. 불

평등과 불안정이 지속적으로 높아지기 시작했고, 2000년대 후반 경제위기

이후 저성장의 고착화와 인구적 고령화는 안정 추구 성향을 더욱 부추기

기 시작했다. 1980년대 후반에서 1990년대 초반까지 사회운동이 조직을

기반으로 한 동원을 통해 효과적으로 저항을 시도할 수 있었던 반면,

2000년대에 집단적 저항은 촛불시위처럼 이슈 중심으로 개인적 공감과

참여에 의존해야만 가능했다. 개인주의와 소비성향의 확대는 욕망의 급속

한 팽창과 함께 과거 민주화 시대의 진정성으로부터 스노비즘으로의 변

화(김홍중, 2009)를 가져왔으며, 정치적 무력감과 불신, 사회경제적 불만

과 불안은 냉소주의적 성향의 강화를 낳았다(Sloterdik, 2005). 냉소주의는

민주화 과정을 거치면서 공적 영역으로 적극 참여하기 시작한 시민들을

또 다시 사적 영역으로 후퇴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과거 권위주의에서

정보의 제한과 검열이 시민들의 정치적 의식의 각성을 제약했다면, 이제

는 무관심 때문에 정보를 알기를 원치 않거나 알면서도 행동으로 연결시

키지 않게 된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진보적 성향의 시민단체들이 주를

이루었던 시민사회에 보수적 시민단체들이 2000년대 후반부터 등장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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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사회의 성숙과 사회적 자본 239

시작하면서 내부적 갈등도 심화되기 시작하였다(신진욱, 2008, 윤민재,

2008).

(2) 경험적 자료의 분석

1980년대 후반 민주화를 통해 국가권력으로부터 자유로워진 한국의 시

민사회는 1990년대까지 발전과 분화의 길을 걷지만 신자유주의적 변화의

물결 속에서 2000년대 이후 정체와 위기의 상황을 맞게 되었다. 정체와

위기의 근원이 시장으로부터의 자율성의 위협(김호기, 2007)인지 아니면

시민사회 내부의 분열과 갈등(최장집, 2002) 혹은 시민사회의 변질(유석

춘, 2003)인지는 향후 체계적으로 밝혀져야 할 문제이다. 이 글에서는 이

미 밝혔듯이 경험적 서베이 자료의 분석을 통해 시민사회와 사회적 자본

의 양상을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정치적 영역과의 관계부터 살펴보자. 갤럽 인터네셔널에서 매년

전세계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서베이의 결과에 따르면 아래 그림 1에서 보

는 바와 같이 민주주의의 질(democratic quality)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가

2000년대 중반 가장 높았다가 이후 완만하게 악화되어온 것을 알 수 있

다. 객관적 지표를 중심으로 민주주의 정도를 평가하는 프리덤 하우스의

지수를 보면 장기적으로 한국은 정치적 권리와 시민적 자유가 1990년대

에 걸쳐 빠르게 개선되었지만, 2000년대에는 큰 변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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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민주주의의 질에 대한 평가, 1980~2014(왼편) 및 2006~2012(오른편)

출처 및 자료: Freedom House, 각년도(왼편) 및 Gallup World Poll 각년도 자료

※ 프리덤 하우스 그래프는 정치적 권리(파란색)와 시민적 자유(붉은색)를 나타내며 낮을

수록 민주주의 정도가 높다. 갤럽 월드폴 자료는 0~1 사이이며 높을수록 민주주의이다.

민주주의의 발전이 시민들로 하여금 국가권력과 정치를 신뢰하도록 만

들었는지를 살펴보자. 정부와 의회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의 변화가 그림

2에 제시되어 있다. 왼편의 그림은 1981년부터 2010년까지 세계 가치관

조사에서 나타난 정부와 의회에 대한 신뢰의 장기추세를 보여준다. 이 그

래프에 따르면 정부와 의회에 대한 신뢰는 민주화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

해서 2000년에 가장 낮은 수준을 보인 후 2000년대에 들어 개선되는 양상

을 보인다. 민주화 기간 동안에 신뢰가 하락하는 배경은 과거사에 대한

재평가로 인한 실망, 민주화 과정의 혼란에 따른 문제들, 그리고 민주화

과정에서 상승하는 기대와 현실의 격차 등 다양할 수 있다(한준,2003). 반

면 2000년대 들어 정부와 의회에 대한 신뢰가 높아지는 것은 흥미로운 사

실이다. 갤럽 웰드폴이 2006년 이후 매년 조사한 정부 신뢰 추세를 보여

주는 오른편 그래프에서도 2010~12년 사이 하락을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신뢰의 상승추세를 발견할 수 있다. 이것은 아래 그림에서 보듯이 투명성

을 높이고 권력 분산을 하고자 했던 2000년대 정부의 노력에 대한 긍정적

평가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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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사회의 성숙과 사회적 자본 241

<그림 2> 정부 및 의회에 대한 신뢰, 1981~2010(왼편) 및 2006~2014(오른편)

자료: World Value Survey, 1981~2010(왼편) 및 Gallup World Poll 각년도(오른편)※ 왼편 그림의 붉은 색은 정부에 대한 신뢰를 파란색은 의회에 대한 신뢰를, 그리고 오

른편 그림은 정부에 대한 신뢰를 나타냄.

부패를 줄이고 투명성을 높이고자 하는 노력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은

아래 그림 3에 나타나 있다. 국제투명성기구의 부패관련 종합지수인 부패

인식지수의 추이를 보여주는 왼편의 그래프로부터 우리는 1995년 이후

2000년대 중반까지 지속적으로 부패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어 왔으며 이

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갤럽 웰드폴

의 국민인식 조사에서는 부패에 대한 인식이 2010년도까지 개선되다가

이후 다시 높아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갤럽 월드폴 결과는

정부와 기업 두 부문에서 부패가 만연하다고 응답한 비율의 평균을 나타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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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2 한국사회 제16집 2호(2015년)

<그림 3> 부패에 대한 인식의 변화, 1995~2013(왼편) 및 2006~2013(오른편)

출처 및 자료: Transparecy International, 각년도(왼편) 및 Gallup World Poll 각년도 (오른편)※ 왼편 그림은 부패인식지수의 역으로 높을수록 부패의 정도가 심하다는 것을 나타냄.

국가권력 혹은 정치사회와 시민사회와의 관계 측면에서 전반적으로 민

주주의와 국가권력에 대한 시민들의 평가는 2000년대까지 개선되다가 이

후에는 큰 변화를 보이지 않거나 다소 나빠지는 경향을 보인다. 이것은

1990년대말 이후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의 경험이 반영된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2000년대 후반 이후 부분적으로 나빠진 것은 정권

교체 이후 시기의 경험을 나타낸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시민사회 내

부에서의 변화는 어떤가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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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사회의 성숙과 사회적 자본 243

<그림 4> 비영리단체 수의 증가, 1990~2005(왼편) 및 2000~2014(오른편)

자료: 시민의 신문, 2006(왼편) 및 e-나라지표(오른편)

토크빌과 퍼트남은 시민사회의 핵심이 활발한 자발적 결사의 활동 및

시민들의 적극적 참여라고 주장했다. 위의 <그림 4>는 민주화 1980년대

이후 비영리단체의 수적 증가를 보여준다. 왼편 그래프의 경우 <시민의

신문> 집계 결과에 의한 장기추세이며 오른편 그래프는 정부의 최근 공식

집계 결과이다. 이 두 그래프에 따르면 1990년대 동안 비영리단체의 수는

빠르게 증가하다가 2000년대 이후 증가세는 지속되지만 증가속도는 다소

둔화되었다.

권력으로부터 자율적이고 자발적 참여를 중시하는 자발적 결사의 증가

는 시민사회의 조직된 역량이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자발적

결사의 수가 증가한다고 해도 시민들의 참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지 못

한다면 그 의의는 반감된다고 할 수 있다. <그림 5>는 자발적 결사에 참

여하는 시민의 비율을 보여준다. 세계 가치관 조사의 결과를 나타낸 왼편

그래프는 1981년부터 1995년까지의 지속적인 증가와 2000년까지의 급격

한 감소, 그리고 2000년대에 걸친 완만한 증가를 보여준다. 오른편 그래프

는 통계청의 사회조사에 나타난 2003년부터 2013년까지의 추세로 2006년

까지 감소세에 이어서 완만한 증가세가 지속되는 양상을 보여준다. 두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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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프의 결과가 일치하지는 않지만 전반적 추세에 대해서는 마찬가지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앞의 그림 4의 결과와 연결시켜 본다면 1995년부터

2000년 사이 단체의 수는 급증한 반면 오히려 참여율은 낮아졌고, 2005년

부터 2014년 사이 단체의 수가 배가한 반면 참여율 증가는 10% 포인트에

그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자발적 결사의 수적 증가에도 불구하고

참여 면에서 그만큼의 증가가 이루어지지 못했고 일시적으로 수적 증가

가 참여의 감소와 함께 이루어지기도 했기 때문이다, 요컨대 자발적 결사

의 증가가 그에 따르는 참여층의 확대를 동반하지 못하고 결사 규모의 위

축 혹은 기존 참여층의 중복참여를 가져왔다는 것을 의미할 수 있기 때문

이다(cf. Koo and Han, 2005). 1990년대에 걸쳐 시민단체의 정체성과 활동

방식이 변화하면서 시민들의 참여방식과 정도가 변화한 것도 이와 관련

하여 중요한 변화이다(조대엽, 2000)

<그림 5> 자발적 결사 참여율: 1981~2010(왼편) 및 2003~2013(오른편)

자료: World Value Survey, 1981-2010(왼편) 사회조사, 통계청, 2003~2013(오른편)※ 왼편 그림 위의 선은 종교단체, 문화예술단체, 노동조합, 정당, 환경단체, 전문가 단체

를 합한 비율이며, 아래 선은 종교단체를 제외한 비율이다.※ 오른편 그림의 선은 친목 사교단체, 종교단체, 취미 스포츠 레저단체, 시민사회단체,

학술단체, 이익단체, 정치단체, 지역사회모임을 모두 합친 비율이다.

시민사회에서 자발적 결사와 함께 사회적 자본의 중요한 측면인 신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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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사회의 성숙과 사회적 자본 245

에 대해 살펴보자. <그림 6>은 일반화된 대인 신뢰 수준의 변화를 보여준

다. 왼편 그래프에 의하면 1981년 이후 2000년까지 일반화된 신뢰의 수준

은 38%에서 27%까지 지속적으로 하락하다가 2000년대에 들어 전반적으

로 정체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오른편 그래프는 보다 최근의 연도별

변화를 보여주는데 대체로 40%대에서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큰 변화를 보

이지 않는다. 한국 사회의 일반화된 신뢰의 수준은 낮은 수준인 것으로

많이 알려져 있다(이재열, 1998). 그렇다면 1980년대에서 1990년대에 걸

쳐 일반화된 신뢰의 수준이 지속적으로 하락한 원인은 무엇인가? 한편에

서는 한국 사회에 만연한 연고주의와 사적 신뢰의 과잉이 공적 신뢰의 여

지를 남기지 않았다고 한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한국 사회의 발전과정에

서 나타난 이념적 혼란과 급격하고 압축적인 변화가 신뢰 형성에 필요한

사회적 안정성을 저해한 결과라고 한다. 하지만 여전히 민주화 과정에서

나타난 신뢰의 하락을 설명하기에는 뭔가 부족하다. 이 질문에 대한 해답

을 찾기 위해서는 보다 본격적인 연구가 필요하겠지만 시사점을 얻을 수

있는 최근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불평등 심화와 부패에 따른 공정성의 훼

손이 일반화된 신뢰의 하락을 가져온다고 한다(Rothstein 2005, Uslaner

2002).

그림 6. 일반화된 대인 신뢰, 1981~2010(왼편) 및 2003~2012(오른편)

자료: World Value Survey, 각 년도(왼편) 및 Gallup World Poll, 각 년도(오른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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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불평등은 1990년대까지 국제적으로 높은 편이 아니었지만 설문

조사 등을 통해 나타난 상대적 박탈감은 높은 편이었다. 또한 1990년대

이후 불평등은 지속적으로 높아지기 시작했다. 부패의 경우도 국제투명성

기구의 부패인식지수에 나타난 추세를 보면 1990년대에 걸쳐 악화되었다.

결국 민주화에도 불구하고 불평등 심화와 공정성 악화가 국민의식에 반

영되어 나타난 것이 사회적 신뢰의 하락이라고 볼 수 있겠다. 결국 신뢰

의 회복을 위해서는 의식의 변화만이 아닌 사회경제적 차원에서의 형평

과 정의의 개선이 필요한 것이다. 만약 이처럼 불평등과 불신, 불안의 결

합이 지속된다면 앞서 언급한 바대로 사회적으로 냉소주의가 만연하게

되고 시민사회는 계속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림 7. 관용과 타인에 대한 존중의 중요성

자료: World Value Survey, 각년도

실제로 냉소주의가 한국 사회의 사회적 자본을 약화시키는 한 단면이

바로 관용과 타인에 대한 존중의 결여이다. <그림 7>은 세계 가치관 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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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사회의 성숙과 사회적 자본 247

에서 아이들에게 반드시 가르쳐야 할 덕목으로 중요한 정도를 물은 것에

대해 관용과 타인에 대한 배력가 중요하다고 응답한 비율이다. 1980년대

에 걸쳐 중요도가 증가하지만 2000년대 이후에는 하락하고 있다. 국제적

으로 비교하면 한국은 관용이 매우 부족한 사회이며 특히 주목할 점은 한

국 사회에서는 교육수준이 높아져도 관용의 정도가 높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가상준 2015,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 2014). 교육을 통한 계몽에

도 불구하고 관용과 배려를 실천하거나 자녀들에게 가르치지 않겠다는

태도는 현재 한국인의 시민성에 문제가 있음을 보여준다.

<표 2> 세대별 사적 신뢰와 일반신뢰의 비율

  사적신뢰

연령대 일반신뢰 신뢰 불신  전체

20-30

신뢰 7 7

불신 77 16 93

전체 84 16 100

40-50

신뢰 10 10

불신 81 9 90

전체 91 9 100

60+

신뢰 14 14

불신 75 11 86

전체 89 11 100

자료: 한국종합사회조사, 2012년도

앞서 사회적 자본에서 연고주의와 사적 신뢰/공적 신뢰의 관계에 대한

논쟁과 관련하여 제기한 질문에 어떻게 답해야 옳은가? 사적 신뢰와 일반

신뢰의 관계 및 변화를 살펴보기 위해 최근 한국종합사회조사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가 <표 2>에 제시되어 있다. 사적 신뢰는 가족과 친척을 신뢰

하는 정도를 질문한 것에 대한 응답을 이분변수로 바꾸었으며, 일반 신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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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잘 모르는 사람을 신뢰하는 정도를 질문한 것에 대한 응답을 이분변수

로 바꾼 것이다. 만약 사적 신뢰와 일반 신뢰가 모두 있는 경우라면 전반

적으로 신뢰가 높다고 할 수 있겠으며 반면 사적 신뢰만 있고 일반 신뢰

가 없다면 신뢰의 반경범위(radius of trust)가 좁은 경우에 해당할 것이다.

이런 경우에는 집단이기주의에 흐를 가능성이 있다. 또한 사적 신뢰와 일

반 신뢰 모두 없는 경우는 극단적 불신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사적 신뢰

는 없으면서 일반 신뢰만 있는 경우는 생각하기 어려운데 실제로도 그런

사례는 없는 것으로 분석 결과 나타났다. 표를 보면 모든 세대에 걸쳐 사

적 신뢰와 공적 불신이 결합된 경우가 가장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하나 특기할 점은 젊은 세대로 갈수록 사적, 공적 가리지 않는 극단적 불

신의 비율이 높아지고 사적 신뢰와 공적 신뢰가 함께 있는 비율은 낮아진

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결과는 사적 신뢰와 공적 신뢰가 모두 젊은 세대

로 갈수록 낮아지며 특히 극단적 불신의 비율이 높아진다는 것으로 한국

사회에서 불신의 문제가 개선되기 보다는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림 8> 사회적지지 비율: 2006~2013(왼편)과 사회적 고립의 비율(오른편), 2013

자료: Gallup World Poll, 각년도(왼편) 및 사회조사, 통계청, 2013(오른편)

자발적 결사, 일반화된 신뢰와 더불어 사회적 자본의 중요한 구성요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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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사회의 성숙과 사회적 자본 249

인 사회적 관계와 지지의 현황은 어떤가 살펴보자. 그림 8은 사회적지지

(social support)를 받는다고 응답한 비율의 추이와 그 반대의 경우인 사회

적 고립의 비율을 보여준다. 현재 한국 사회에서 심각한 문제로 등장한

사회적 위험과 불안정성은 사회적 지지의 필요성을 더욱 강조한다. 하지

만 그림 8의 왼편의 그래프를 보면 2000년대 후반 이후로 한국 사회에서

곤경에 처했을 때 도움을 줄 사람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오르락내리락

하면서도 80%를 넘기 힘들다. 대체로 20% 가량의 사람들이 어려움에 닥

쳤을 때 주위에서 도움을 받을 사람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오른편의

그래프는 사안별로 도움을 받을 사람이 없는 고립의 비율이다. 아플 때

집안일을 도와줄 사람이 없는 비율이 23.4%, 급히 돈이 필요할 때 도움을

청할 사람이 없는 비율이 51.4%, 그리고 이야기 상대가 필요할 때 찾을

수 없는 사람이 18.7%인 것으로 나타났다.

6. 결론과 함의

성숙한 시민사회는 한국 사회가 그동안의 노력을 통해 이미 이룩한 성

과가 아니라 여전히 앞으로 이룩해야 할 과제이다. 20세기의 한국의 마지

막 십년에 걸쳐 진행된 정치적 민주화와 경제적 자유화 즉 민주주의와 시

장경제의 병행 발전은 쉽고 평탄한 과정이 아니다(Lim and Han, 2003). 한

국 사회가 20세기말 외환위기를 극복하며 민주화와 신자유주의화를 동시

에 진행하고자 한 것은 결과적으로 시민사회의 역사적 경로를 매우 복잡

하게 만들었다. 한편에서는 민주화의 결과 국가와의 대결을 통해 자율성

을 획득하고 자발적 결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시민사회가 형성된 반

면, 다른 한편에서는 사회적 신뢰가 저하하고 사회적 지지가 감소하여 시

민사회의 사회적 기반이 약화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수평적 정권교체를 경험하고 외환위기도 극복하는 등 외면적 성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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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 한국사회 제16집 2호(2015년)

상당했던 반면 시민들의 삶의 질과 전체 사회의 질은 크게 개선되지 못하

고 오히려 악화되기도 하는 모순적 상황이 발생하였다. 의식과 지향 면에

서 냉소주의와 스노비즘이 강화되고, 사회적 관계는 점점 더 단기적이고

도구화되며, 사회적 조직과 집단은 폐쇄적이고 이기적이고 변하였다. 그

결과 공공성을 추구하기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가치와 현실의 괴리

(decoupling)와 경제시스템의 유연화의 결과 높아진 불확실성 하에서 시민

들은 각자 자신의 살 길을 스스로 찾아나서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결국 이러한 상황은 저출산 고령화의 인구학적 변화와 경제저상장의

장기화에 따른 재생산과 지속가능성의 위기, 사회에 만연한 상호불신과

양극화된 정치구조의 결과로 나타난 거버넌스의 위기, 그리고 삶의 질 하

락과 냉소주의의 증가로 인한 동기부여의 위기를 낳았다(이재열 외

2013). 한국 사회는 시민사회라는 존귀한(honorific) 개념 이전에 사회라는

가장 기본적 측면에서 위기를 겪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최근 한

국의 사회운동에게 ‘사회적인 것’(the social)을 지키고 발전시켜야 한다고

할 때 그 배경에는 무언가 현재 우리의 삶보다 더 근사한 무언가를 지향

하는 것이 아니라 더 기초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절박한 상황이 있

다. 그렇기에 시민사회의 성숙을 위한 노력은 국가나 시장에 대한 저항과

개혁의 요구만이 아니라 시민사회 내부의 사회적 역량을 높이고자 하는

내실을 갖추는 방향으로도 이루어져야 한다. 한국의 행복 즉 주관적 웰빙

수준을 낮추는 요인으로 취약한 사회적 지지, 낮은 봉사와 관용의 수준,

사회에 대한 애착과 신뢰의 약화 등 사회적 자본의 취약성이 거론되고 있

는 점은 이러한 맥락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Sachs et al. 2015).

2015년 10월 06일 접수

2015년 12월 28일 수정 완료

2015년 12월 28일 게재 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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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vil society and social capital in South Korea

Han, JoonProf. Dept. of Sociology, Yonsei University

Abstract

The concepts of civil society and social capital not only are multifaceted and abstract in their meaning but also allow multiple and contending approaches and perspectives. Examining Korean society in terms of civil society and social capital means evaluating the effects of democratization, economic growth, educational expansion, and value shifts on social quality of Korea. Overcoming the economic crisis at the end of 20th century and pursuing democracy and neo-liberalism brought about autonomous and active civil society in Korea. But at the same time declining social trust has weakened the foundation of civil society. Despite some seeming achievements during the last half century, quality of life and social quality in Korean have aggravated and Korean people have become more cynical and insecure. Social relationships have become more instrumental and short-term, while social organizations have become more exclusive and interest-driven. As a consequence pursuit of public goods has become more difficult and the gap between value and reality has been deepening, which forces Korean people to look for survival chances on their own under increasing socio-economic uncertainty. Mature civil society and affluent social capital are goals to achieve rather than the accomplishment for South Korea.

Key words: civil society, social capital, social trust, quality of life, social qualit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