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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5호 2019년 10월 1일 화요일 7 교양 세상 모든 것에 대한 리뷰 SI : REVIEW 학생들에게 소원이 무엇이냐고 물어볼 때 많은 수의 학생들이 ‘복권당첨’이라고 대답하곤 한다. 기자의 경우에도 “복권 당첨되면 자퇴서 쓴다” 고 자주 말하고 다녔다. 입에 달고 살았지만 한 번도 긁어 본 적 없는 복권, 이번에 처음 긁어보았다. 500원 즉석복권 4개를 샀다. 즉석복권은 그 자 리에서 바로 당첨 여부를 알 수 있다. 같은 숫자가 3번 나오면 그 금액이 당첨된 것인데 바로 첫 복권 을 긁어보자. 5천원, 1백만원, 2억원, 5천원, 1백 만원, 2억원… 아쉽게도 꽝이다. 다음 복권을 긁어 보자. 1백만원, 5천원, 5천원, 2억원, 1백만원… 5 천원! 5천원에 당첨됐다! 다행히 원금을 다시 돌려 받을 수 있었다. 이제 이 돈으로 또 복권을 사러 갈 까? 아니, 안 된다. 차곡차곡 모아서 벤츠를 살 예 정이다. 당첨금을 받으러 간다. 당첨에 대한 기쁨도 잠시 복권의 당첨 확률이 궁금해졌다. 기자가 산 즉석복 권의 5백원 당첨 확률은 1/3.3 이므로 2천원 어치 를 사면 확률 상 5백원이 한 번쯤은 당첨이 된다! 그런데 5천원의 당첨 확률은 1/67.2 라고 한다. 천 운이었다. 한 번 더 당첨되길 기대하긴 힘들 것 같 다. 또한 흥미로운 실험을 하나 찾아볼 수 있었다. LG 사이언스에서 10억을 로또 복권에 모의 투자 후 매회 당첨 금액을 다음 회차 로또복권으로 재구 매해 봤다고 한다. 결과는 “단 10주 만에 0원으로 완전 탕진”이었다. 이처럼 모든 도박게임은 수학적 으로 계산된 시스템이기에 천운이 아닌 이상 지속 적으로 할 경우 절대 승산이 없다. 그러므로 가끔 남는 돈이 있고, 심심할 때 한 번 정도 사보는 것이 적당하다. 또 하나 궁금증이 생겼다. 복권은 어떻게 운영되 는 것일까? 우선 복권의 발행 주체는 정부다. 정부 의 책임 아래 모든 시스템이 운용되고 있다. 정부 에서 유일하게 허락한 도박인 셈이다. 복권발행의 수익금은 저소득층 장학금이나 주택지원 사업과 같이 사회 공헌에 쓰인다. 하지만 그 뒤에 어두운 면이 숨어있다. 우선 도박 중독 문제다. 하루에 한 번 2천원씩 복권을 산다고 하면 한 달에 6만원, 일 년에 72만원의 비용이 든다. 이대로 십년 동안 복 권을 산다면 7백 2십만원. 벤츠는 무슨… 티끌은 모아도 티끌이었다. 만일 이렇게 7백만원이 가볍 게 느껴진다면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에서 상담을 받아보길 추천한다. 다음으로 발생하는 문제는 복권이 역진세의 성 격을 띠고 있다는 것이다. 복권은 누가 구매 할까? 지갑 안에 1등 당첨금이 들어있는 사람일까? 아니 다. 복권의 주요 소비층은 적어도 그런 부자는 아 닐 것이다. 그렇다면 복권의 목적인 저소득층 장학 금은 과연 저소득층을 지원하는 것일까? 저소득층 에게서 세금을 걷어 저소득층에게 나누어 주는 것 은 제대로 된 재분배라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지금까지 복권에 대해 가볍게 알아보았다. 재미 도 있지만 위험한 복권, 적절한 선에서 이용할 필 요가 있을 것 같다. 주의하면서 짜릿함을 즐겨보 자. 이은정 수습기자 [email protected] 네 명의 남자가 횡단보도를 줄지어 걷고 있는 모 습을 찍은 사진이 있다. 이 사진은 대중음악에 관 심이 있는 사람뿐만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도 한 번 쯤이라면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반세기 전인 1969년 찍힌 이 사진은 대중음악사 에 길이 남을 밴드 ‘비틀즈’의 「애비 로드(Abbey Road)」의 앨범 커버가 됐다. 50년 전 정확히 오늘 발매된 「애비 로드」는 비틀 즈가 가장 마지막으로 작업한 앨범이다. 당시 비 틀즈 멤버 간의 갈등은 극에 달했기 때문에 이들은 잠정적으로 해체를 합의했던 상황이었다. 역설적 으로 작업 당시 촬영된 사진을 보면 서로 웃으면서 잡담을 나누고 있는데, 멤버 모두 마지막 순간이 다가온 것을 알았기 때문에 오히려 마음이 가벼웠 던 것 같다. 이들의 마지막 모습을 극적으로 보여주는 곡은 바로 <The End>이다. 8년 동안 쉬지 않고 달려온 비틀즈는 곡 말미에 세상 사람들에게 자신들의 마 지막 메시지를 전파한다. “끝에 가서는, 내가 받은 사랑은 내가 준 사랑과 같습니다”. 「애비 로드」의 매력적인 점 중 하나는 이 음반의 ‘명곡’이라고 할 수 있는 곡 두 개가 모두 조지 해리 슨의 작품이라는 것이다. 그의 음악적 능력은 그동 안 존 레논과 폴 매카트니라는 거목의 그늘에 가려 져 상대적으로 저평가됐다. 그러나 <Something> 과 <Here Comes the Sun>은 그 또한 음악의 ‘천 재’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곡이다. 다시 앨범 커버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면 본래 비틀즈 멤버들은 히말라야에서 앨범 커버를 촬영 하려고 했었다. 그러나 여러 가지 이유로 이 계획 은 취소돼 녹음실 앞 횡단보도에서 대충(?) 촬영했 다고 한다. 이 사진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사진이 됐고 녹음실의 이름마저도 EMI 스튜디오에서 애 비 로드 스튜디오로 바뀌었다. 지금도 수많은 비틀 즈 팬들은 이 횡단보도를 걷기 위해 런던을 찾는다. 사람들은 대부분 비틀즈 노래 중 <Yesterday> 를 떠올리며 비틀즈가 ‘올드’한 음악을 했다고 생 각한다. 그런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면 지금 당장 「애비 로드」를 들어보길 바란다. ‘힙’한 가사와 톡톡 튀는 사운드가 당신의 선입견을 단박에 깨뜨려 줄 것이다. 한승찬 객원기자 [email protected] 낮에는 ‘제비 다방’으로 차를 마시며 이야기하고, 밤에는 ‘취한 제비’가 돼 칵테일과 함께 공연을 즐 길 수 있는 곳이 있다. 바로 상수동에 있는 라이브 카페 ‘제비 다방’이다. 다방의 외부 벽면에는 공연 스케줄표가 빼곡하게 적혀있고 새빨간 문을 열고 들어가면 새로운 세계로 들어가는 듯한 설렘이 느 껴진다. 제비 다방의 벽면에는 세월의 흔적들이 빼곡히 남아있다. 제비 다방에 다녀갔던 다양한 국적을 가 진 손님들의 엽서와 인디밴드의 공연 포스터, 심지 어는 이상의 시까지. 빨간 문을 열고 들어가 만난 이 공간에서는 마치 시간여행을 하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제비 다방은 시인이자 소설가인 이상이 자신의 연인과 함께 1933년 종로에 차렸던 다방 ‘제비’에 서 이름을 따왔다. 그 시절 이상이 운영했던 다방은 모더니즘 문인단체인 ‘구인회’가 모여 커피를 마시 며 문화와 예술을 나누던 아지트였다. 제비 다방은 다방 ‘제비’를 모티브로 누구나 쉽게 문화 예술에 접 근하고 함께 즐기기 위한 공간으로 만들어졌다. 제비 다방의 독특한 구조는 상당히 매력적이다. 지하 1층과 지상 1층으로 이뤄진 제비 다방의 1층 바닥에는 큰 구멍이 뚫려 있다. 이 구멍을 통해 손 님들은 지하 1층에서 열리는 인디밴드들의 공연을 본다. 공연 장면이 펼쳐지는 벽면의 스크린으로 공 연을 보는 손님들도 구멍을 통해 나오는 노래를 듣 는다. 공연이 열리는 지하 공간도 사람들의 눈길을 끈 다. 계단을 통해 지하로 내려가면 색색의 알 전구 들이 켜져 있는 무대가 바로 보인다. 그 옆으로는 오랜 세월이 묻어나는 가구들이 있고 벽면에는 책 과 보드게임이 가득 채워져 있다. 공연이 없을 때 면 아늑한 지하에서 램프를 켜고 여유롭게 차를 마 시며 책을 읽거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주 4회 이뤄지는 인디밴드의 라이브 공연도 제 비 다방에 사람들이 꾸준히 찾는 이유 중 하나다. 제비 다방이 취한 제비로 바뀌면 술을 마시며 인디 밴드의 공연을 무료로 즐길 수 있다. 공연이 끝나 면 자신이 원하는 만큼 모금함에 돈을 넣으면 된 다. 지난 2015년부터는 제비 다방에서 수차례 공 연해왔던 인디밴드들의 노래를 모아 ‘제비다방컴 필레이션앨범’도 발매하고 있다. 상수의 여유를 느끼고 싶다면 제비 다방으로, 느 낌 있는 인디밴드의 라이브 공연을 들으며 밤을 즐 기고 싶다면 취한 제비로 방문해보자. 글·사진_ 신유정 수습기자 [email protected] 소위 ‘독서광’들 중에는 자기계발서에 의심의 눈 초리를 보내는 사람이 적지 않다. 그러나 ‘자기계 발’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생각해보면 자기계발서 가 받고 있는 따가운 시선은 다소 부당해보인다. 따지고 보면 모든 책은 ‘자기계발’에 대한 책이기 때문이다. 자기계발에 대한 정의는 개개인마다 다 를 것이다. ‘행복이야말로 인생의 목적’이라고 주 장한 아리스토텔레스의 견해를 적용하면, 자기계 발이란 우리의 인생을 행복하게 만 들 수 있는 방법론을 기술한 책으 로 정의해볼 수 있을 듯하다. 그렇다면 행복이란 무엇인가. 1 세대 자기계발서는 행복을 곧 사회 적 성공과 연결시키는데 망설임이 없었다.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 『네 안에 잠든 거인을 깨워 라』와 같은 류의 책들은 사회적 성 공을 이루면 행복은 자동으로 따라 오는 것이라는 인식을 심화시키는 역할을 했다. 이에 대한 반성이라 도 시작한 것일까. 시간이 흘러, 2세대 자기계발서 는 사회적 성공이 아니라 개인의 내면속으로 침잠 하기 시작했다.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아 프니까 청춘이다』와 같은 류의 책들은 소위 ‘힐링’ 을 주제로 내걸면서 중요한 것은 사회적, 물질적 조건이 아니라 내면적 조건이라고 주장하기 시작 했다. 행복에서 개인의 내면이라는 측면을 발견한 것은 유의미한 일이었지만, 환경적 요인에 관계없 이 마음만 먹으면 행복할 수 있다는 식의 주장으로 변질된 것은 아쉬운 일이다. 1세대 자기계발서가 환자에 대한 진단 없이 막무가내로 환자를 수술실 로 밀어 넣는 의사 같다면, 2세대 자기계발서는 꼼 꼼하게 환자의 상태를 진단한 뒤, 엄숙하게 자연치 유를 권하는 의사와 닮았다. 따라서 우리에게는 사회적 성공이 곧 행복의 전 제라고 단정하는 것도 아니고 마음먹기에 따라 얼 마든지 행복해질 수 있다고 무책임하게 주장하는 것도 아닌 ‘제 3의 도서’가 필요하 다. 『세상 모든 행복』은 우리에게 새 로운 시각을 보여준다. 책의 주요 골자는 세계에서 ‘행복’을 연구하는 100명의 학자, 기관인 등에게 행복 에 대한 의견을 구하는 것이다. 물 론 이들은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행 복해질 수 있다거나 강남에 집을 사 면 행복해진다는 식의 주장을 하지 않는다. 대신 행복을 과학적으로 접 근한다. 학자들은 일정 소득 수준까 지는 돈이 행복에 큰 영향을 미친다 는 점을 인정한다. 그러나 기준이 충족되면 소득 자체가 행복에 미치는 영향이 줄어들고, 기준을 초 과한 만큼의 돈을 어디에 사용하느냐에 따라 행복 이 달라진다는 결론을 내놓는다. 행복에 이르는 명확한 방법론은 없다고 하지만 많은 학자들이 공통적으로 언급한 내용은 타인과 의 관계다. 우리나라를 대표해 집필에 참여한 서은 국 교수는 책 서문에서 이렇게 말한다. “행복은 결 국 사람이다”. 김세훈 기자 [email protected] 5백원의 행복! 즉석복권을 긁어보다 비틀즈 앨범 “애비 로드” 50년 전 노래가 이렇게 새롭다니! 낮과 밤의 반전매력, 상수동 ‘제비 다방’ 자기계발 3.0, 행복에 눈을 뜨다 ▲ 취한 제비에서 인디밴드 ‘원호’가 라이브 공연하는 모습 ▲ ‘비틀즈’ 「애비 로드」의 앨범커버. 오늘날 비틀즈를 대표하는 사진 중 하나다. ▲ 『세상 모든 행복』, 레오 보만스, 노지양 역, 흐름출판, 2012 ⓒThe Beat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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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 SI:REVIEWpdfpress.uos.ac.kr/735/73507.pdf없었다.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 『네 안에 잠든 거인을 깨워 라』와 같은 류의 책들은 사회적

제735호 2019년 10월 1일 화요일

7교양

세상 모든 것에 대한 리뷰

SI:REVIEW

학생들에게 소원이 무엇이냐고 물어볼 때 많은

수의 학생들이 ‘복권당첨’이라고 대답하곤 한다.

기자의 경우에도 “복권 당첨되면 자퇴서 쓴다” 고

자주 말하고 다녔다. 입에 달고 살았지만 한 번도

긁어 본 적 없는 복권, 이번에 처음 긁어보았다.

500원 즉석복권 4개를 샀다. 즉석복권은 그 자

리에서 바로 당첨 여부를 알 수 있다. 같은 숫자가

3번 나오면 그 금액이 당첨된 것인데 바로 첫 복권

을 긁어보자. 5천원, 1백만원, 2억원, 5천원, 1백

만원, 2억원… 아쉽게도 꽝이다. 다음 복권을 긁어

보자. 1백만원, 5천원, 5천원, 2억원, 1백만원… 5

천원! 5천원에 당첨됐다! 다행히 원금을 다시 돌려

받을 수 있었다. 이제 이 돈으로 또 복권을 사러 갈

까? 아니, 안 된다. 차곡차곡 모아서 벤츠를 살 예

정이다.

당첨금을 받으러 간다. 당첨에 대한 기쁨도 잠시

복권의 당첨 확률이 궁금해졌다. 기자가 산 즉석복

권의 5백원 당첨 확률은 1/3.3 이므로 2천원 어치

를 사면 확률 상 5백원이 한 번쯤은 당첨이 된다!

그런데 5천원의 당첨 확률은 1/67.2 라고 한다. 천

운이었다. 한 번 더 당첨되길 기대하긴 힘들 것 같

다. 또한 흥미로운 실험을 하나 찾아볼 수 있었다.

LG 사이언스에서 10억을 로또 복권에 모의 투자

후 매회 당첨 금액을 다음 회차 로또복권으로 재구

매해 봤다고 한다. 결과는 “단 10주 만에 0원으로

완전 탕진”이었다. 이처럼 모든 도박게임은 수학적

으로 계산된 시스템이기에 천운이 아닌 이상 지속

적으로 할 경우 절대 승산이 없다. 그러므로 가끔

남는 돈이 있고, 심심할 때 한 번 정도 사보는 것이

적당하다.

또 하나 궁금증이 생겼다. 복권은 어떻게 운영되

는 것일까? 우선 복권의 발행 주체는 정부다. 정부

의 책임 아래 모든 시스템이 운용되고 있다. 정부

에서 유일하게 허락한 도박인 셈이다. 복권발행의

수익금은 저소득층 장학금이나 주택지원 사업과

같이 사회 공헌에 쓰인다. 하지만 그 뒤에 어두운

면이 숨어있다. 우선 도박 중독 문제다. 하루에 한

번 2천원씩 복권을 산다고 하면 한 달에 6만원, 일

년에 72만원의 비용이 든다. 이대로 십년 동안 복

권을 산다면 7백 2십만원. 벤츠는 무슨… 티끌은

모아도 티끌이었다. 만일 이렇게 7백만원이 가볍

게 느껴진다면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에서 상담을

받아보길 추천한다.

다음으로 발생하는 문제는 복권이 역진세의 성

격을 띠고 있다는 것이다. 복권은 누가 구매 할까?

지갑 안에 1등 당첨금이 들어있는 사람일까? 아니

다. 복권의 주요 소비층은 적어도 그런 부자는 아

닐 것이다. 그렇다면 복권의 목적인 저소득층 장학

금은 과연 저소득층을 지원하는 것일까? 저소득층

에게서 세금을 걷어 저소득층에게 나누어 주는 것

은 제대로 된 재분배라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지금까지 복권에 대해 가볍게 알아보았다. 재미

도 있지만 위험한 복권, 적절한 선에서 이용할 필

요가 있을 것 같다. 주의하면서 짜릿함을 즐겨보

자.

이은정 수습기자 [email protected]

네 명의 남자가 횡단보도를 줄지어 걷고 있는 모

습을 찍은 사진이 있다. 이 사진은 대중음악에 관

심이 있는 사람뿐만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도 한 번

쯤이라면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반세기 전인 1969년 찍힌 이 사진은 대중음악사

에 길이 남을 밴드 ‘비틀즈’의 「애비 로드(Abbey

Road)」의 앨범 커버가 됐다.

50년 전 정확히 오늘 발매된 「애비 로드」는 비틀

즈가 가장 마지막으로 작업한 앨범이다. 당시 비

틀즈 멤버 간의 갈등은 극에 달했기 때문에 이들은

잠정적으로 해체를 합의했던 상황이었다. 역설적

으로 작업 당시 촬영된 사진을 보면 서로 웃으면서

잡담을 나누고 있는데, 멤버 모두 마지막 순간이

다가온 것을 알았기 때문에 오히려 마음이 가벼웠

던 것 같다.

이들의 마지막 모습을 극적으로 보여주는 곡은

바로 <The End>이다. 8년 동안 쉬지 않고 달려온

비틀즈는 곡 말미에 세상 사람들에게 자신들의 마

지막 메시지를 전파한다. “끝에 가서는, 내가 받은

사랑은 내가 준 사랑과 같습니다”.

「애비 로드」의 매력적인 점 중 하나는 이 음반의

‘명곡’이라고 할 수 있는 곡 두 개가 모두 조지 해리

슨의 작품이라는 것이다. 그의 음악적 능력은 그동

안 존 레논과 폴 매카트니라는 거목의 그늘에 가려

져 상대적으로 저평가됐다. 그러나 <Something>

과 <Here Comes the Sun>은 그 또한 음악의 ‘천

재’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곡이다.

다시 앨범 커버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면 본래

비틀즈 멤버들은 히말라야에서 앨범 커버를 촬영

하려고 했었다. 그러나 여러 가지 이유로 이 계획

은 취소돼 녹음실 앞 횡단보도에서 대충(?) 촬영했

다고 한다. 이 사진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사진이

됐고 녹음실의 이름마저도 EMI 스튜디오에서 애

비 로드 스튜디오로 바뀌었다. 지금도 수많은 비틀

즈 팬들은 이 횡단보도를 걷기 위해 런던을 찾는다.

사람들은 대부분 비틀즈 노래 중 <Yesterday>

를 떠올리며 비틀즈가 ‘올드’한 음악을 했다고 생

각한다. 그런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면 지금 당장

「애비 로드」를 들어보길 바란다. ‘힙’한 가사와 톡톡

튀는 사운드가 당신의 선입견을 단박에 깨뜨려 줄

것이다.

한승찬 객원기자 [email protected]

낮에는 ‘제비 다방’으로 차를 마시며 이야기하고,

밤에는 ‘취한 제비’가 돼 칵테일과 함께 공연을 즐

길 수 있는 곳이 있다. 바로 상수동에 있는 라이브

카페 ‘제비 다방’이다. 다방의 외부 벽면에는 공연

스케줄표가 빼곡하게 적혀있고 새빨간 문을 열고

들어가면 새로운 세계로 들어가는 듯한 설렘이 느

껴진다.

제비 다방의 벽면에는 세월의 흔적들이 빼곡히

남아있다. 제비 다방에 다녀갔던 다양한 국적을 가

진 손님들의 엽서와 인디밴드의 공연 포스터, 심지

어는 이상의 시까지. 빨간 문을 열고 들어가 만난

이 공간에서는 마치 시간여행을 하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제비 다방은 시인이자 소설가인 이상이 자신의

연인과 함께 1933년 종로에 차렸던 다방 ‘제비’에

서 이름을 따왔다. 그 시절 이상이 운영했던 다방은

모더니즘 문인단체인 ‘구인회’가 모여 커피를 마시

며 문화와 예술을 나누던 아지트였다. 제비 다방은

다방 ‘제비’를 모티브로 누구나 쉽게 문화 예술에 접

근하고 함께 즐기기 위한 공간으로 만들어졌다.

제비 다방의 독특한 구조는 상당히 매력적이다.

지하 1층과 지상 1층으로 이뤄진 제비 다방의 1층

바닥에는 큰 구멍이 뚫려 있다. 이 구멍을 통해 손

님들은 지하 1층에서 열리는 인디밴드들의 공연을

본다. 공연 장면이 펼쳐지는 벽면의 스크린으로 공

연을 보는 손님들도 구멍을 통해 나오는 노래를 듣

는다.

공연이 열리는 지하 공간도 사람들의 눈길을 끈

다. 계단을 통해 지하로 내려가면 색색의 알 전구

들이 켜져 있는 무대가 바로 보인다. 그 옆으로는

오랜 세월이 묻어나는 가구들이 있고 벽면에는 책

과 보드게임이 가득 채워져 있다. 공연이 없을 때

면 아늑한 지하에서 램프를 켜고 여유롭게 차를 마

시며 책을 읽거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주 4회 이뤄지는 인디밴드의 라이브 공연도 제

비 다방에 사람들이 꾸준히 찾는 이유 중 하나다.

제비 다방이 취한 제비로 바뀌면 술을 마시며 인디

밴드의 공연을 무료로 즐길 수 있다. 공연이 끝나

면 자신이 원하는 만큼 모금함에 돈을 넣으면 된

다. 지난 2015년부터는 제비 다방에서 수차례 공

연해왔던 인디밴드들의 노래를 모아 ‘제비다방컴

필레이션앨범’도 발매하고 있다.

상수의 여유를 느끼고 싶다면 제비 다방으로, 느

낌 있는 인디밴드의 라이브 공연을 들으며 밤을 즐

기고 싶다면 취한 제비로 방문해보자.

글·사진_ 신유정 수습기자 [email protected]

소위 ‘독서광’들 중에는 자기계발서에 의심의 눈

초리를 보내는 사람이 적지 않다. 그러나 ‘자기계

발’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생각해보면 자기계발서

가 받고 있는 따가운 시선은 다소 부당해보인다.

따지고 보면 모든 책은 ‘자기계발’에 대한 책이기

때문이다. 자기계발에 대한 정의는 개개인마다 다

를 것이다. ‘행복이야말로 인생의 목적’이라고 주

장한 아리스토텔레스의 견해를 적용하면, 자기계

발이란 우리의 인생을 행복하게 만

들 수 있는 방법론을 기술한 책으

로 정의해볼 수 있을 듯하다.

그렇다면 행복이란 무엇인가. 1

세대 자기계발서는 행복을 곧 사회

적 성공과 연결시키는데 망설임이

없었다.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 『네 안에 잠든 거인을 깨워

라』와 같은 류의 책들은 사회적 성

공을 이루면 행복은 자동으로 따라

오는 것이라는 인식을 심화시키는

역할을 했다. 이에 대한 반성이라

도 시작한 것일까. 시간이 흘러, 2세대 자기계발서

는 사회적 성공이 아니라 개인의 내면속으로 침잠

하기 시작했다.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아

프니까 청춘이다』와 같은 류의 책들은 소위 ‘힐링’

을 주제로 내걸면서 중요한 것은 사회적, 물질적

조건이 아니라 내면적 조건이라고 주장하기 시작

했다. 행복에서 개인의 내면이라는 측면을 발견한

것은 유의미한 일이었지만, 환경적 요인에 관계없

이 마음만 먹으면 행복할 수 있다는 식의 주장으로

변질된 것은 아쉬운 일이다. 1세대 자기계발서가

환자에 대한 진단 없이 막무가내로 환자를 수술실

로 밀어 넣는 의사 같다면, 2세대 자기계발서는 꼼

꼼하게 환자의 상태를 진단한 뒤, 엄숙하게 자연치

유를 권하는 의사와 닮았다.

따라서 우리에게는 사회적 성공이 곧 행복의 전

제라고 단정하는 것도 아니고 마음먹기에 따라 얼

마든지 행복해질 수 있다고 무책임하게 주장하는

것도 아닌 ‘제 3의 도서’가 필요하

다. 『세상 모든 행복』은 우리에게 새

로운 시각을 보여준다. 책의 주요

골자는 세계에서 ‘행복’을 연구하는

100명의 학자, 기관인 등에게 행복

에 대한 의견을 구하는 것이다. 물

론 이들은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행

복해질 수 있다거나 강남에 집을 사

면 행복해진다는 식의 주장을 하지

않는다. 대신 행복을 과학적으로 접

근한다. 학자들은 일정 소득 수준까

지는 돈이 행복에 큰 영향을 미친다

는 점을 인정한다. 그러나 기준이 충족되면 소득

자체가 행복에 미치는 영향이 줄어들고, 기준을 초

과한 만큼의 돈을 어디에 사용하느냐에 따라 행복

이 달라진다는 결론을 내놓는다.

행복에 이르는 명확한 방법론은 없다고 하지만

많은 학자들이 공통적으로 언급한 내용은 타인과

의 관계다. 우리나라를 대표해 집필에 참여한 서은

국 교수는 책 서문에서 이렇게 말한다. “행복은 결

국 사람이다”. 김세훈 기자 [email protected]

5백원의 행복! 즉석복권을 긁어보다

비틀즈 앨범 “애비 로드”

50년 전 노래가 이렇게 새롭다니!

낮과 밤의 반전매력, 상수동 ‘제비 다방’

자기계발 3.0, 행복에 눈을 뜨다

▲ 취한 제비에서 인디밴드 ‘원호’가 라이브 공연하는 모습

▲ ‘비틀즈’ 「애비 로드」의 앨범커버.

오늘날 비틀즈를 대표하는 사진 중 하나다.

▲ 『세상 모든 행복』, 레오 보만스,

노지양 역, 흐름출판, 2012

ⓒThe

Bea

tl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