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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에서 느낀 한국인의 숨결, 그리고 칠지도 >> 소속 : 경기 양주백석중학교 교사 김은정 일본 속의 한민족사 탐방의 기회를 얻게 된 2015년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나의 역사교 사 경력 가운데 한 획을 긋는 뜻깊은 해가 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역사교사로서 지금까지 학생들을 가르치며 대학교 때의 감성과 새내기 교사의 열정도 생활에 찌들어 서서히 식어가고 있을 무렵, 작년에 일본 속의 한민족사 탐방을 다녀오신 부장님의 추천으로 용기를 내어 신청 서를 제출하였고, 고맙게도 선정 소식을 듣게 되어 탐방에 참여하게 되었다. 1. 1월 18일 일요일 가족여행이 아닌 혼자 서울역으로 향해서 KTX를 타고 부산으로 향하는 먼 발걸음은 처음에는 무거웠다. 부산역에 내리자마자 서둘러 강연장으로 들어섰고, 300명 가까이 되는 선생님들과 함께 일본 속의 한민족사 첫 탐방 일정을 시작하게 되었다. 정영호 교수님의 “일본에 심은 한 국 문화”라는 강의에서는 슬라이드를 통해 체험적인 역사 지식을 습득할 수 있도록 해주셨으 며, 특히 요리노가리 유적을 보지 못하는 아쉬움을 이야기 하셨고, 나도 덩달아 매우 아쉬웠 다. 손승철 교수님은 “조선 통신사는 왜 일본에 갔는가”라는 주제로 교린이란 믿음, 도리, 의리, 예의를 바탕으로 한 것이며, 1428년 최초의 통신사가 파견되었고, 임진왜란 이후 탐적사가 회 답겸쇄환사로 통신사 파견으로 용어 변천된 내용을 풀이해주셨다. 임진왜란 수업을 할 때 꼭 학생들에게 이야기 해주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필기했었다. 또한 서정석 교수님은 “백제와 왜의 문물교류”라는 강의를 통해 우리 역사교사들에게 이번 탐 방을 통해 일본 유적지에 대한 지식을 알고, 21세기 한, 중, 일 3국의 관계를 생각해보는 기 회로 삼을 것을 주문하셨다. 처음 모임부터 이번 탐방의 성격을 말해주는 것 같았다. 많은 인원이 모이므로 일사불란하게 짧은 시간 안에 많은 것을 보고 느낄 것, 또한 이번 탐방은 결코 편하게 놀고 쉬는 것이 아니 라 일본과 관련된 한국사 지식을 넓혀 학교 현장에서 학생들에게 보다 많은 지식을 전달해주 는 전달자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무거운 중압감이 어깨를 짓눌렀다. ‘과연 내가 5박 6일 의 긴 여정에서 많은 것을 보고 배우고, 또한 전달자 역할을 잘 할 수 있을까?’ 나 스스로도 큰 의문이 들었으며, 부산의 명물 돼지 국밥을 먹으며 긴장된 마음을 떨쳐버리려 애썼다. 2. 1월 19일 (다자이후 – 이삼평 도예지 – 나고야성터) 까멜리아호에 승선하여 배에서 하룻밤을 자고 일어나니 일본 하카다항에 발을 내딛게 되었다. 첫답사지는 다자이후다. 교수님께서 일본을 보는 키워드는 신사, 절, 고분, 성이라고 말씀해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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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 >tour.chosun.com/review/201501-kej.pdf손승철 교수님은 “조선 통신사는 왜 일본에 갔는가”라는

<< 일본에서 느낀 한국인의 숨결, 그리고 칠지도 >>

소속 : 경기 양주백석중학교 교사 김은정

일본 속의 한민족사 탐방의 기회를 얻게 된 2015년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나의 역사교사 경력 가운데 한 획을 긋는 뜻깊은 해가 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역사교사로서 지금까지 학생들을 가르치며 대학교 때의 감성과 새내기 교사의 열정도 생활에 찌들어 서서히 식어가고 있을 무렵, 작년에 일본 속의 한민족사 탐방을 다녀오신 부장님의 추천으로 용기를 내어 신청서를 제출하였고, 고맙게도 선정 소식을 듣게 되어 탐방에 참여하게 되었다.

1. 1월 18일 일요일가족여행이 아닌 혼자 서울역으로 향해서 KTX를 타고 부산으로 향하는 먼 발걸음은 처음에는 무거웠다. 부산역에 내리자마자 서둘러 강연장으로 들어섰고, 300명 가까이 되는 선생님들과 함께 일본 속의 한민족사 첫 탐방 일정을 시작하게 되었다. 정영호 교수님의 “일본에 심은 한국 문화”라는 강의에서는 슬라이드를 통해 체험적인 역사 지식을 습득할 수 있도록 해주셨으며, 특히 요리노가리 유적을 보지 못하는 아쉬움을 이야기 하셨고, 나도 덩달아 매우 아쉬웠다. 손승철 교수님은 “조선 통신사는 왜 일본에 갔는가”라는 주제로 교린이란 믿음, 도리, 의리, 예의를 바탕으로 한 것이며, 1428년 최초의 통신사가 파견되었고, 임진왜란 이후 탐적사가 회답겸쇄환사로 통신사 파견으로 용어 변천된 내용을 풀이해주셨다. 임진왜란 수업을 할 때 꼭 학생들에게 이야기 해주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필기했었다. 또한 서정석 교수님은 “백제와 왜의 문물교류”라는 강의를 통해 우리 역사교사들에게 이번 탐방을 통해 일본 유적지에 대한 지식을 알고, 21세기 한, 중, 일 3국의 관계를 생각해보는 기회로 삼을 것을 주문하셨다. 처음 모임부터 이번 탐방의 성격을 말해주는 것 같았다. 많은 인원이 모이므로 일사불란하게 짧은 시간 안에 많은 것을 보고 느낄 것, 또한 이번 탐방은 결코 편하게 놀고 쉬는 것이 아니라 일본과 관련된 한국사 지식을 넓혀 학교 현장에서 학생들에게 보다 많은 지식을 전달해주는 전달자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무거운 중압감이 어깨를 짓눌렀다. ‘과연 내가 5박 6일의 긴 여정에서 많은 것을 보고 배우고, 또한 전달자 역할을 잘 할 수 있을까?’ 나 스스로도 큰 의문이 들었으며, 부산의 명물 돼지 국밥을 먹으며 긴장된 마음을 떨쳐버리려 애썼다.

2. 1월 19일 (다자이후 – 이삼평 도예지 – 나고야성터)

까멜리아호에 승선하여 배에서 하룻밤을 자고 일어나니 일본 하카다항에 발을 내딛게 되었다. 첫답사지는 다자이후다. 교수님께서 일본을 보는 키워드는 신사, 절, 고분, 성이라고 말씀해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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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게 생각난다. 이번 탐방의 주제나 다름없는 것이므로 잘 알아둬야겠다. 다자이후는 신라 공격에 대비해 백제 유민들의 선진 기술을 이용해 백제식 토성과 산성을 만들어 신라의 침입에 대비한 것으로 지금은 터만이 남아 예전에 다급하게 나당의 공격을 사활을 걸고 막아내려고 분주하게 움직였을 우리 백제민들의 손길이 느껴지는 듯 했다. 생각보다 규모가 넓고 곳곳에 붙어 있는 일본식 표지판을 보면서 내가 일본에 와서 첫 탐방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기도 한 곳이었다. 다음 도착지는 도잔신사였다. 아리다야끼 14대이삼평 후손이 직접 나오셔서 인사도 해주시고, 정영호 교수님의 정감어린 설명을 들으며 도자기도 구경하고 살아있었던 인간을 신으로 모시는 일본인들의 도저히 이해안가는 습성을 곱씹어보면서 바람부는 신사의 언덕을 걸어다니며 답사했던 기억이 난다. 신사 주변에 대, 중, 소형 도자기를 같이 꾸며 놓아 내가 다녔던 여러 신사중에서도 잔잔한 미소가 지어지는 소박한 신사로 기억된다. 분청사기를 일본은 미시마야끼라고하며 일본인들이 매우 좋아하는 것으로 스이야끼(토기)만알던 일본인에게 자기를 보인것이 조선인 도공 이삼평이라는 설명을 듣고 난 뒤라 그런가 이삼평의 굴복 많은 인생이 애잔하게 느껴지기도 하는 한편 조선보다 그의 기술을 인정하고 아껴준 일본인에 대해서 다시한번 생각해보는 계기도 되었다. 집에 가서 다시 한번 일본인의 인간성과 전통, 문화의 이해해보기 위해 “국화와 칼”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의 마지막 여정은 나고야성터였다. 나고야 성터는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일으킨 임진왜란의 조선 침략 기지였으며, 일본과 한반도간의 오랜 교류를 단절시켰던 불행한 역사의 무대라고 하였다. 나고야 성터는 임진왜란 직후 모두 없어지고 돌담만 남아 있다. 이 나고야 성터는 5개월만에 만들었으며, 한국과 일본이 반씩 재원을 내서 박물관을 만들었다는 교수님의 설명이 있었다.

3. 1월 20일 (후나야마 고분 – 교토국립박물관 – 아카마신궁, 청일강화기념관)

후나야마고분은 전방후원분으로 일본은 천황과 관련있다고 보고 있다. 관은 대개 후원부에 있으며, 우리삼국시대 고분은 평균20에서 30미터인데 이 고분은 77미터이다. 이것을 일본에서 과대평가 하고 있으며, 임나일본부설을 뒷받침하는 유적 중의 하나였으나, 1991년에 우리나라에서 6세기 전방후원분이 나오고 난 후 총 전라남도에만 14개가 발견되었다. 박물관 물품중 금동관이 제일 중요한데 백제에는 많이 나오고 있으며 5세기의 일본과 백제의 관련성을 알 수 있는 고분이라 한다. 고분 위의 고목의 나이만 해도 수백년은 되어 보였다. 일본 고분의 스케일을 느낄 수 있는 고분이었던 것 같다. 고분 옆 소박한 박물관 전시물도 잘 살펴보았었다. 다음 코스는 교토국립박물관으로 이번 탐방의 일정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다. 이번에는 백제 특별전을 열고 있는데 그 유명한 칠지도를 내 생애에 본품으로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말로만 듣던 칠지도를 대했을때의 나의 벅차오름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눈으로 확인하고 있는 순간 시공간을 넘어 이름 모를 백제 도공의 기술에 감탄하고 지금까지 잘 보존되어 있는 칠지도의 보관 상태에 다시한번 놀랐다. 칠지도의 표면에 금으로 새겨져 있는 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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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 상하좌우로 돌려보고 다시 보고 또 보았다. 지금 아니면 언제 보랴... 금동삼존불 또한 경이로운 우리 조상의 미적 감각과 기술력을 보여주는 장엄한 작품이었다. 시모노세키로 온 나는 아카마신궁과 청일강화기념관을 본 뒤 다시 배에 탑승하여 잠을 청했다.

4. 1월 21일 (나라지역 : 동대사 – 법륭사(호류지) – 후지노키고분 – 비조사(아스카테라) - 석무대(이시부타이))

동대사는 나라를 대표하는 사찰로 일본은 목탑의 나라로 목탑을 만드는 총지휘를 우리 조상이 하였으며, 정창원은 동대사의 보물창고였음을 알게 되었다. 동대사에서는 청동으로 만든 아주 거대한 불상이 있었던 기억이 난다. 일본 절의 기본 구조를 잘 알 수 있었던 절이었다. 다음은 법륭사다. 법륭사는 제1호지정 소토쿠태자가 만든 것으로 토담으로 담을 만들었으며, 옆에서 보면 사다리꼴 모양이라는 것을 처음 알았고, 이것이 우리나라 방식임도 처음 알았다. 작년에 나라에 왔을때는 비가 아주 많이 오고 시간도 부족해 코후쿠지만 보고 아쉽게 돌아섰었는데 이렇게 유명한 절을 많이 올 수 있다니 너무 행복했다. 또한 거대한 석무대 이시부타이를 본 것이 기억에 남는다.

5. 1월 22일 (광륭사(고류지) - 니조성)

오늘의 하이라이트는 광(넓을광)륭사(고류지)다. 쇼토쿠태자가 만든 절로 일본 국보 1호 미륵보살 반가사유상을 모시고 있는 절이다. 절의 정면 사진도 촬영 금지하고 까다롭게 한 절이지만 목조반가사유상을 본 순간 모든 것을 용서하고 경의까지 표하게 되는 나 자신을 발견한 곳이었다. 종교도 없는 내가 반가상을 보고 저절로 무릎을 꿇고 보고 측면에서 정면에서 아무리 쏘아봐고 인자하게 미소를 지으면 인생무념을 이야기 하고 계신 불상을 보면서 너무나도 마음이 편안해지고 같이 미소를 짓고 있는 나를 발견하였다. 목조 반가사유상은 단순한 문화재라기 보다는 시대와 세월을 뛰어넘어 보는 이로 하여금 마음을 정화시켜주는 ‘힐링의 산물’이라 내맘대로 지칭하고 싶다. 이런 위대한 작품을 우리 조상이 만들었다니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6. 1월 23일 (오사카성 – 금강학원)오사카성의 비쥬얼을 예나 지금이나 다름없었고, 작년에 못봐서 아쉬웠던 역사박물관 관내를 자세히 들여다 볼 수 있어서 좋았다. 금강학원에서는 학생들의 모습에 피가 뜨거워짐을 느끼게 되었으며, 일본에서 계속 뿌리내려 명성을 유지하는 금강학원이 되길 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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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맺으며 먼저, 300명에 가까운 인원을 선두에서 지휘하고 조금더 나은 상황과 내용을 제공하려고 애쓰신 조선일보를 비롯한 여러 관계자 여러분에게 감사드리고 싶다. 이번 겨울방학의 뜻깊은 수확은 일본속 한국사 탐방이 아니었나 싶다. 일본이라는 낮선 땅에 정착하여 살아간 우리 선조들의 숨결을 따라 느끼며 일본의 예전과 현재를 냉철하게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생에 한번 볼까 말까한 칠지도의 모습을 가슴속에 담고 목조 반가사유상이 보여준 시공간을 초월한 미소를 생각하며 올 한해 학생들에게 알찬 수업을 하려고 노력하는 대한민국의 역사교사가 되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