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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의 분노가 택한 이야기들 이야기, 현실을 담다 남다은 영화평론가 올해 다양한 매체를 통해 쏟아져 나온 수많은 이야기를 하나의 경향 안에서 정리하기는 어려울 것 이다. 하지만 대중에게 소위 ‘잘 팔리는’ 이야기의 경향이 매해 존재해온 건 사실이다. 특정한 서사 적 뼈대와 화법의 유행은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적 현실과 어떤 식으로든 공명한 결과처럼 보인다. 장르로 현실을 소환하다 작년 말 몇몇 일간지는 그해의 흥행작들(<암살> <베테랑>)이 한국의 현실 정치 안에서는 도저 히 불가능한, 기득권층을 향한 저항의 카타르시스를 안겨주었다며 이들을 어떤 ‘경향’으로 한 데 묶는 기사들을 실었다. 개인적으로 이에 동의할 수는 없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포화 상태에 이른, 공적 정치에 대한 대중의 불만과 분노는 그들이 어떤 이야기에 좀 더 매혹되는지 설명할 수 있는 미세한 단서 정도는 될 것이다. 적어도 한국의 관객들에게 그 이야기는 현실을 완전히 벗어난초현실적인판타지는아닌것같다. 2016년 대중의 관심을 받은 작품들의 특성을 추려보면 이렇게 표현해도 되겠다. 장르적 인 틀 안에서 장르적 요소들이 주는 쾌감에 매혹되면서도 자신이 우리 사회를 반영한 거울이라 주장하고싶어하는이야기의욕망. 영화의 경우에는 ‘종합선물세트’라는 말이 떠오른다. 하나의 톤을 집요하게 유지하며 하 나의 문제의식으로 직진하는 대신, 이들은 극단적인 요소들을 별다른 장치 없이 오가며 관객을 시각적으로 자극한다. 그러면서도 이 모든 것이 궁극에는 우리 사회의 현실을 영화적으로 상기 하는 행위라고 설득하고 싶어 한다. 그러면서도 악하고 잔혹한 폭력의 이미지가 등장하고, 여 성의 육체가 전시되며, 난데없는 말장난과 코미디가 나오는데, 여기에 영화 밖 현실을 겨냥하 는 듯한 발언이나 현실 정치의 형상이 출몰하면서 지극히 상투적인 장르적 선택에 사회적 층위 가이상하게끼어드는것이다.<내부자들>이그예다. 텔레비전 드라마에서는 ‘전문직 장르’라고 불릴 만한 이야기 안에서 위의 경향이 변주되 고 있다. 의사나 변호사, 군인 등의 직업 현장을 배경으로 삼은 드라마들이 그동안 없었던 건 아 니다. 하지만 이야기의 구도가 정의 대 불의로 명백히 나뉘었던 과거와 조금 달라진 것이 있다 면, 이제는 <시그널>(tvN)처럼 불의를 앞에 둔 인물들의 내적 갈등이나 무력감에도 관심을 기 울인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지난 몇 년간 한국 사회를 고통에 빠뜨린 비극적 사건들을 직설적으 로지시하는내용과대사들이이야기에적극적으로포함된다는점도주목할만하다. 우회를 택한 문학 영화와 드라마가 장르적 쾌감을 놓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이야기와 현실의 사건들을 노골적으 로 일치시키는 이중의 모순된 힘을 작동시킨다면, 소설의 이야기는 좀 다른 차원에서 구축된 것 같다. 현실의 내용에 직접적으로 기대어 현실의 사건을 곧장 환기하는 대신, 현실을 망각하지 않기 위해 그 현실을 우회하는 문학적인 길에 대해 고심하는 것이다. 다른 매체들이 현실을 시 각적 이미지와 메시지로 즉각 전환하는 일에 몰두할 때, 소설은 그 현실 앞에서 어떤 이야기를 상상할수있을지,그게과연가능할지의문제를먼저질문하는것처럼보인다. 물론 이러한 생각이 모든 영화나 드라마나 소설에 적용될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장르의 오락성과 현실에 대한 일차원적인 발화를 피상적으로 뒤섞은 방식에서 많은 이가 이야기의 힘 을 찾았다는 점, 그러나 그것이 실은 아이러니하게도 ‘이야기의 힘’에 대한 착각에 기인한다는 점정도는말해둘수있겠다. 1 영화<내부자들> 2, 3 tvN드라마<시그널> 1 3 2 2016년 대중의 관심을 받은 작품들의 특성을 추려보면 이렇게 표현해도 되겠다. 장르적인 틀 안에서 장르적 요소들이 주는 쾌감에 매혹되면서도 자신이 우리 사회를 반영한 거울이라고 주장하고 싶어 하는 이야기의 욕망. 66 67 2016 01 02 Trend Inside Storytell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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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 Trend Inside Storytellingsitehomebos.kocca.kr/k_content/vol22/vol22_15.pdf · 2017-01-09 · 대중의 분노가 택한 이야기들 이야기, 현실을 담다 글 남다은 영화평론가

대중의 분노가 택한 이야기들

이야기, 현실을 담다글남다은영화평론가

올해 다양한 매체를 통해 쏟아져 나온 수많은 이야기를 하나의 경향 안에서 정리하기는 어려울 것

이다. 하지만 대중에게 소위 ‘잘 팔리는’ 이야기의 경향이 매해 존재해온 건 사실이다. 특정한 서사

적 뼈대와 화법의 유행은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적 현실과 어떤 식으로든 공명한 결과처럼 보인다.

장르로 현실을 소환하다

작년말몇몇일간지는그해의흥행작들(<암살><베테랑>)이한국의현실정치안에서는도저

히불가능한,기득권층을향한저항의카타르시스를안겨주었다며이들을어떤‘경향’으로한

데묶는기사들을실었다.개인적으로이에동의할수는없다.하지만최근몇년간포화상태에

이른,공적정치에대한대중의불만과분노는그들이어떤이야기에좀더매혹되는지설명할

수있는미세한단서정도는될것이다.적어도한국의관객들에게그이야기는현실을완전히

벗어난초현실적인판타지는아닌것같다.

2016년대중의관심을받은작품들의특성을추려보면이렇게표현해도되겠다.장르적

인틀안에서장르적요소들이주는쾌감에매혹되면서도자신이우리사회를반영한거울이라

주장하고싶어하는이야기의욕망.

영화의경우에는‘종합선물세트’라는말이떠오른다.하나의톤을집요하게유지하며하

나의문제의식으로직진하는대신,이들은극단적인요소들을별다른장치없이오가며관객을

시각적으로자극한다.그러면서도이모든것이궁극에는우리사회의현실을영화적으로상기

하는행위라고설득하고싶어한다.그러면서도악하고잔혹한폭력의이미지가등장하고,여

성의육체가전시되며,난데없는말장난과코미디가나오는데,여기에영화밖현실을겨냥하

는듯한발언이나현실정치의형상이출몰하면서지극히상투적인장르적선택에사회적층위

가이상하게끼어드는것이다.<내부자들>이그예다.

텔레비전드라마에서는‘전문직장르’라고불릴만한이야기안에서위의경향이변주되

고있다.의사나변호사,군인등의직업현장을배경으로삼은드라마들이그동안없었던건아

니다.하지만이야기의구도가정의대불의로명백히나뉘었던과거와조금달라진것이있다

면,이제는<시그널>(tvN)처럼불의를앞에둔인물들의내적갈등이나무력감에도관심을기

울인다는점이다.무엇보다지난몇년간한국사회를고통에빠뜨린비극적사건들을직설적으

로지시하는내용과대사들이이야기에적극적으로포함된다는점도주목할만하다.

우회를 택한 문학

영화와드라마가장르적쾌감을놓지않으면서도자신의이야기와현실의사건들을노골적으

로일치시키는이중의모순된힘을작동시킨다면,소설의이야기는좀다른차원에서구축된것

같다.현실의내용에직접적으로기대어현실의사건을곧장환기하는대신,현실을망각하지

않기위해그현실을우회하는문학적인길에대해고심하는것이다.다른매체들이현실을시

각적이미지와메시지로즉각전환하는일에몰두할때,소설은그현실앞에서어떤이야기를

상상할수있을지,그게과연가능할지의문제를먼저질문하는것처럼보인다.

물론이러한생각이모든영화나드라마나소설에적용될수는없을것이다.다만장르의

오락성과현실에대한일차원적인발화를피상적으로뒤섞은방식에서많은이가이야기의힘

을찾았다는점,그러나그것이실은아이러니하게도‘이야기의힘’에대한착각에기인한다는

점정도는말해둘수있겠다.

1영화<내부자들>

2, 3tvN드라마<시그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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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대중의

관심을 받은 작품들의

특성을 추려보면

이렇게 표현해도

되겠다.

장르적인 틀 안에서

장르적 요소들이 주는

쾌감에 매혹되면서도

자신이 우리 사회를

반영한 거울이라고

주장하고 싶어 하는

이야기의 욕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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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01 02Trend Inside Storytell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