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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논총 Journal of Environmental Studies ISSN 1226-9000 도시재생, 미래를 말하다 VOL 61 2018 /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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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환경논총

    Journal of Environmental Studies

    ISSN 1226-9000

    도시재생, 미래를 말하다

    VOL 61 2018 / 03

  • CONTENTS

    4

    10

    18

    23

    29

    60

    84

    이슈 - 도시재생, 미래를 말하다

    도시·환경미래전략과정 토론노트

    2018년 2월 환경대학원 석·박사 학위논문 목록

    공공미술, 수혜자를 위한 고민 : 부산의 공공미술을 중심으로

    도시재생과 젠트리피케이션

    환경 문화 그리고 도시환경 : 공공예술과 범죄예방디자인

    지역 재생과 주민

    박사학위 논문 요지

    환경계획학과

    협동과정 조경학

    도시·환경미래전략과정 토론노트

    구본호(티엘갤러리)

    김연진(한국문화관광연구원)

    허창주(월메이드)

    권순택(청주시 중앙동 지역재생사회적협동조합)

    문미라/김희석/도난영/오관교/황세원/임동욱/제현정/김기은/이지은

    오창송/원세형/모용원/윈쟈옌/김예화

    석사학위 논문 목록

    도시계획학 석사

    조경학 석사

  • 공공미술, 수혜자를 위한 고민: 부산의 공공미술을 중심으로

    도시재생과 젠트리피케이션

    환경 문화 그리고 도시환경: 공공예술과 범죄예방디자인

    지역 재생과 주민

    이슈

    도시재생,

    미래를 말하다

  • 4

    도시

    재생

    , 미래

    를 말

    하다

    공공

    미술

    , 수혜

    자를

    위한

    고민

    : 부산

    의 공

    공미

    술을

    중심

    으로

    JES 61

    공공미술, 수혜자를 위한 고민

    : 부산의 공공미술을 중심으로

    1. 들어가면서

    2017년 5월, “서울로 7017(서울역고가도로)”은 ‘도시’하면

    오래된 것은 모두 부수고 새롭게 지어야만 한다는 재개발에

    만 익숙해 있는 사람들에게 도시재생이라는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 사례로 의미가 있는 사업이었다. 그러나 서울로 7017

    의 개장 이후에 논란이 일기 시작했다. 이 논란의 중심에서

    는 예술작품이 있었다. 그것은 황지해의 라는 작

    품으로, 100m 규모에 3만 켤레의 폐신발, 자동차부품 등으

    로 설치했으며, 꽃과 나무가 곳곳에 심겨있고 야간에는 파란

    색 경관조명을 설치해 볼거리를 제공했다. 그런데 는 여론에 밀려 9일만에 전시를 마쳤다. 그 이유들을 조

    합해보면 '흉물이다, 냄새난다, 쓰레기다, 미적이냐 아니냐'

    와 같은 논리들의 접근들이다. 보기 흉하면 미술이 아니며

    냄새가 나면 미술이 아니다. 쓰레기를 모아놓아도 미술이 아

    니며 아름답지 않아도 미술이 아니다. 미술은 보기가 좋아야

    하며 감성을 자극하리만큼 아름다워야 한다. 정크아트는 미

    술이 될 수 없으며 냄새나거나 소리를 내면 미술이 될 수 없

    다. 이 또한 극단적인 표현이 아닐까. 서울로 7017의 에 관해 언론 보도를 찾아보았지만 는 공공

    미술품으로 인정한 내용은 찾기가 어려웠다. 어쩌면 공공미

    술은 언론에 의한 여론이 악화되면 ‘몹쓸 작품’이 될 수도 있

    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세계적인 공공미술 학자인 메리제인 제이콥 시카고예술

    * 현재 공공미술·공공디자인 전문 티엘갤러리 관장, 동명대학교 실내건축학과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괘법동 고샅길 프로젝트, 공창마을 문화거리

    조성 등 부산의 장소 특성을 부각한 공공미술 마을만들기를 추진하였다. 저서로는 ‘공공미술, 도시의 지속성을 논하다’ 등이 있다.

    1 조선일보, " 철거는 '대중의 맥' 못 짚은 탓", 2017. 09. 26.

    대 교수는 “작품이 들어설 장소와 그곳을 오가는 시민 의견

    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공공미술 작품이 실패

    하는 것은 대중의 생각과 생활 방식이 아니라 특정 예술가의

    안목을 우선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또 그녀는 “서울 공

    공미술에 대한 모든 답은 서울 시민의 머리에 이미 들어 있

    다”고 했다. 대중의 생각을 잘 읽는 게 중요하다는 뜻이다.1

    제이콥 교수의 말에 따르면, 는 대중의 생각

    과 생활 방식을 이해하지 못했으며 특정 예술가의 안목에 의

    지했던 결과로 보여진다.

    낙후지역에 벽화를 그리는 공공미술전문가 모습

    그럼 예술가는 시민의 머릿속에 있는 미술적 시각을 어

    떻게 수렴하여 공공미술로 적용해야 할까? 나라와 지역마다

    다를 수 있겠지만, 필자의 경험으로는 도시재생 차원에서의

    *구 본 호

  • 5

    도시

    재생

    , 미래

    를 말

    하다

    공공

    미술

    , 수혜

    자를

    위한

    고민

    : 부산

    의 공

    공미

    술을

    중심

    으로

    JES 61

    마을의 공공미술에 대한 여론은 ‘추진하자’와 ‘하지 말자’가

    반반에 가깝다. ‘하지 말자’는 주장의 근원은 시간이 지나면

    더 낙후되어 보인다는 이유가 지배적이었고, ‘추진하자’고 주

    장하는 사람들은 우선 내 돈이 들어가지 않고도 마을이 그래

    도 몇 년은 보기 좋게 단장이 되니 손해 볼 것이 없다는 이유

    에서다. 점차 공공미술로 마을을 단장하자는 여론의 목소리

    가 커지면서 화단, 아트벤치 등을 만들고 벽화를 그리기 시

    작한다. 만들고 그리는 동안 미술가들이 종종 ‘하지 말자’고

    주장한 주민들의 고문 소리에 시달리는 것은 기본이다. 어쨌

    든 공공미술은 완성이 되었다. 이제 공공미술가는 지속성을

    위해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에 잠긴다.

    조금 동떨어진 얘기를 해보자. 아주 더운 여름 한 마을의

    골목에 벽화를 그렸다. 짧은 소매에 긴치마를 입은 아리따

    운 여인이 꽃을 들고 있는 벽화를. 몰론 이 그림은 마을의 할

    머니가 꽃을 그려달라는 부탁으로 그린 벽화다. 시간이 흘려

    겨울이 되었다. 벽에 그려진 아리따운 여인의 짧은 소매로

    인해 추워 보인다. 그래서 할머니는 겨울이라 추우니 벽화의

    여인에게 겨울옷을 입혀달라고 한다. 어찌해야 할까, 계절마

    다 여인의 옷과 꽃을 바꾸어 그려야 하나 고민이다. 고민의

    끝은 ‘계절의 변화를 느끼는 벽화를 그리지 말자!’는 것이다.

    공공미술의 정의, 언론에 의해 결정되는 공공미술품의

    질, 시민들의 의견이 수렴된 공공미술품, 지속 관리의 문제,

    공공미술가의 의지와 선택, 마지막으로 공공미술의 수혜자

    등 몇 가지를 지금까지 예시로 나열해 보았다. 공공미술가,

    정책가들은 이런 문제를 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공미술

    을 왜 하여야 하는가? 공공미술이 필요하다면 어떻게 문제

    를 풀어야 하며, 필요가 없다면 기존의 공공미술의 향후처방

    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여러 가지 질문이 생길 수 있다.

    2  필자가 설명하기 편하도록 도시 속 기존 마을, 또는 도시 속의 특정한 부위를 장소라고 칭하고자 한다. 장소에 관한 정확한 정의로 접근하고자 하는 것

    이 아닌, 지리적 공간의 일부, 위치라는 개념의 로케이션(location) 의미로 사용하는 것이다.

    3 박삼철, 『왜 공공미술인가』, 학고재, 2006, p.140 참고.

    2. 장소재생2에서의 공공미술

    도시재생이라는 말이 도시 전체를 리모델링한다는 의미

    가 아님을 누구나 알 것이다. 도시의 무분별한 확산과 중심

    시가지의 쇠퇴를 극복하기 위해 등장한 도시정책이 도시재

    생이다. 뉴딜정책도 이런 의미이다. 도시재생은 기존 도시가

    가지고 있는 물리적·사회적·경제적 문제를 치유하기 위

    한 모든 행위를 말하며, 도시개발(urban renewal, urban

    redevelopment), 도시재활성화(urban revitalization), 도시

    쇄신(urban renovation) 등의 복합들을 포괄하는 광의의 개

    념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도시의 외연적 확산으로 인해 기

    존 시가지의 공동화 현상이 일어나며, 이로 인해 주민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이는 정치적 저항으로까지 연결되

    기도 한다. 그래서 특정한 장소를 재생하는 사업은 지속가능

    한 도시 커뮤니티의 보전과 고양을 위한 과정적 산물을 중시

    하고 있다. 물리·환경적, 산업·경제적, 사회·문화적으로

    쇠퇴한 도시 지역의 노후화된 인프라를 재정비하고, 공간구

    조재편 및 신공간 창출을 도모함으로써 새로운 도시 기운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다시 예전과 같이 그 장소에 사

    회·문화·경제적 활기를 넣자는 의미의 재생이다.

    그럼, 이런 장소재생에 공공미술이 필요한가? 우선 과 같이 공공미술의 분류를 보면, 공공미술은 크게 장식으

    로 본 미술과 참여·개입으로서의 미술로 구분된다. 장식으

    로 본 미술은 기념 조형물, 모뉴먼트 등이 포함된 장소 속의

    미술과 일명 ‘1% 미술’이라고 하는 건축물 미술장식품과 공

    원, 광장, 거리 등에 조성·설치되는 미술과 같은 새로운 장

    식미술을 포함한 장소로서의 미술로 나뉘어 진다. 우리가 요

    즘 많이 이야기하는 공공미술은 참여·개입으로서의 미술인

    구분

    장식으로 본 미술 참여·개입으로서의 미술

    장소 속의 미술(기념 조형물, 모뉴먼트)

    장소로서의 미술(건축물 미술장식품, 새로운 장식미술)

    장소 특정 미술(뉴 장르 공공미술)

    사상•오브제 중심•미학적 관심

    •공간 만들기 중심•도시, 공간 디자인

    •공익, 사회 중심•사회적 이슈

    개념 전통 미술의 외출(장식) 새로운 장식 새 장르 공공미술(비평)

    공공성의 출처 공공장소(물리적) 공공장소의 환경(물리적+기능적) 공동 관심(사회 정치적)

    우선권 작가 작가(선)-관객(후) 작가+관객

    사회관계 폐쇄 개방 참여, 개입

    공공미술의 분류3

  • 6

    도시

    재생

    , 미래

    를 말

    하다

    공공

    미술

    , 수혜

    자를

    위한

    고민

    : 부산

    의 공

    공미

    술을

    중심

    으로

    JES 61

    데, 이는 마을미술, 커뮤니티 아트 등 다양한 용어로 사용되

    기도 한다. 공공미술은 장소 속의 미술에서 장소로서의 미

    술, 다시 참여·개입으로서의 미술로 변해왔다. 장소재생에

    서의 공공미술은 참여·개입으로서의 미술로 지역민, 시민

    등 다양한 계층의 개입 또는 함께하는 미술 프로젝트라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미술 자체는 화이트 계급의 것이라 할 수 있

    으며 특정인을 위한 엘리트 지상주의에 있는데, ‘장소재생에

    미술이 필요할까?’라는 의문은 ‘미술이 마을만들기 또는 마

    을(장소)재생, 활성화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

    으로 이어진다. 미술에 ‘공공(public)’이라는 단어를 붙여 미

    술관 밖으로 끌어낸 미술이 공공미술이다. 일반적으로 공공

    미술은 사적(private)인 것의 반대 의미로 공공장소 속의 미

    술, 즉 공공장소에 대한 미술의 개입을 의미한다. 1967년 영

    국의 존 윌렛이 특정인을 위한 미술이 아닌 대중을 위한 미

    술을 제시한 것도 여기에 있다. 미술이라는 존재가 장소에

    놓였을 때 사람들에게 분명 무엇인가를 바꾸어 준다고 믿었

    던 것이다.

    한 때 공공미술이 공공의 개념을 장소와 관련시켜 작품을

    만들고 소통하여 그것을 바라보는 수용자, 즉 대중의 취향을

    반영하지 못했다면, 현대의 공공미술은 장소를 물리적 장소

    로 보지 않고 사회적·문화적·정치적 소통의 공간으로 다

    가간다. 그런 의미에 맞는 작품으로 지역공동체와 관람객의

    참여, 일시적 작업 등을 제안하기도 한다. 현재 국가 및 민간

    주도로 이루어지고 있는 대중의 참여와 관심을 불러일으키

    는 아트 프로젝트 등이 그러한 것이다. 그래서 현대의 공공

    미술은 예술을 통한 마을만들기 사업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예술이 중심이 되어 장소를 개선하는 방법으로 사업주체자

    는 예술가·기획자이지만, 정부가 후원하는 경우가 대부분

    이다. 기원상으로 미술장식물 제도가 갖는 한계, 즉 장소 속

    의 예술이란 한계를 극복하고 예술을 통해 공동체를 만들려

    는 시도가 공공미술이라고 할 수 있다.4 따라서 이전의 공공

    4  송효진,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통한 마을만들기-통영 동피랑마을의 관광지화」, 고려대학교 석사학위 논문, 2011, p.15.

    5 투어코리아, ‘작년 부산 감천문화마을 관광객 200만 돌파... 외국인 50% 차지’, 2018. 01. 03.

    미술은 지역 속에 예술을 단순히 배치하는 것이었다면, 현대

    의 공공미술은 공동체를 지향한다고 할 수 있다.

    3. 누구를 위한 장소재생인가?

    장소재생에서의 공공미술이 미술과 공공을 접목하면서

    장소 속의 공동체를 지향한다고 할 수 있다면, 장소 속의 공

    동체란 누구란 말인가? 그 장소에 거주하고 있는 지역민? 장

    소에 있는 ‘바르게 살자’의 조직체? 마을추진협의회 회원?

    장소 주위를 아우르는 시민? 장소에 온 관광객?

    참여·개입으로서의 미술에서 마을이라는 장소를 중심

    으로 보자. 우리에게 너무나 알려진 부산 감천동문화마을은

    부산 사하구에 따르면(2018. 1. 3) 2017년 관광객은 205만

    297명으로, 2016년(185만 명) 대비 10% 이상 증가했다고 한

    다. “감천문화마을은 산자락을 따라 계단식으로 들어선 파스

    텔톤의 집들이 이루는 아름다운 마을풍경과 골목 곳곳에 설

    치된 66점의 예술조형작품, 7회째 열린 골목축제, 다양한 문

    화공연과 작품전시회, 17개의 작가 레지던시 및 갤러리, 골

    목길 투어 등으로 방문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

    히 지난해에는 문화예술 인프라가 부족했던 아랫마을에 예

    술작품 18점을 설치해 마을 전체가 ‘지붕 없는 미술관’으로

    거듭났다.”5 라고 하며 담양 죽녹원 다음으로 많았다고 전했

    다.

    이들은 무엇을 보기 위해 교통이 불편한 꼬불꼬불한 길을

    따라 왔을까? 발아래로 내려다보이는 아기자기한 마을풍경

    을 보기 위해, 마을의 상징이 된 마을입구 와 를 보기 위해 왔을까?

    마을은 역사, 문화, 지리, 환경적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

    상의 특징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공공미술이라는

    특수한 예술의 영역을 추가 투입시키는 것일까? 되돌려 왜

    공공미술은 이러한 마을을 선택하여 미술을 기투하려 하는

    가? 또 대부분 공공미술이 선택한 마을은 오래되고 낙후된

    마을들인데, 이들을 선택하는 이유는 뭘까? 그리고 누구를

    위해 공공미술은 장소를 재생하고 있는가? 를 보러온 관광객? 관광객들에게 물건을 파는 상인?

    적막한 마을에 활기가 찬다며 좋아하는 마을주민? 아니면

    공공미술품 제작을 지원해주는 행정기관인가?

    왜 공공미술이 마을이라는 장소에 들어가야 하는지의 취

    지와 목적 얘기를 하자는 이유는 간단하다. 가치의 상실이

    다. 특히 장소가 가지는 역사, 문화, 지리, 환경적 가치의 상

    실이다. 어떤 장소가 활성화가 되기 위해선 자본의 투여가

    필수적이다. 자본이 외면한 장소는 썰렁한 잡초만이 자라는

    슬럼(slum)이 될 수밖에 없다. 농경문화의 기름진 땅은 각종

    공공미술

    Public Art

    시각예술

    Art Creative Ability

    지역사회

    Community

    Public Need

    공공미술의 개념

  • 7

    도시

    재생

    , 미래

    를 말

    하다

    공공

    미술

    , 수혜

    자를

    위한

    고민

    : 부산

    의 공

    공미

    술을

    중심

    으로

    JES 61

    작물이 잘 경작되어 지는 곳이라면, 소비문화의 기름진 땅은

    자본을 잘 끌어 모을 수 있는 군중들로 넘쳐나는 땅이어야

    한다. 마을이 특화된 장소라면 그곳에서 어떤 이미지를 이끌

    어 내는 것은 기존의 시행과는 다른 방법이 필요하다. 마을

    이 장소가 되려면 이른바 ‘장소의 혼’을 전제해야만 한다. 그

    렇기 때문에 장소마케팅은 장소의 혼을 파는 것이다.

    장소 특정성 공공미술6은 공간과 불가분의 관계 속에서만

    성립하는 미술을 말한다. 다시 말하면 지정된 장소나 공간

    주변의 상태나 특징 등을 고려하여 바로 그 장소에서 의미를

    갖게 되는 것이다. 장소 특정성 공공미술의 입장에서 보면

    ‘장소에 결합하는 예술’ 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공공장소/공

    간이라는 입장에서 본다면, 공공미술은 시들어진 장소의 혼

    을 파는 촉매제의 역할을 하는 인테리어다. 그래야 공공미술

    을 통한 마을은 상품이 된다.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 대구에서, 남해에서, 강원도에서

    출하된 배추가 모두 같은 값을 받을 수 없듯이 모든 장소가

    감천동 문화마을처럼 관광객이 찾아오는 공공미술을 통한

    6  공공미술의 작품 또한 공공영역에서 이루어지는 미술 행위라는 관점에서 기존의 미술관을 벗어나 장소의 특정성을 고려하는 것이다. 특정성이란 특정

    지역 내의 특정한 곳에만 수혜자격이 부과되는 경우를 말한다. 리처드 세라가 철거의 부당함을 주장하면서 내세운 근거가 바

    로 ‘장소 특정적 미술(Site Specific Art)>’이다. 특정장소, 특정 공간과 불가분의 관계 속에서 성립하는 미술을 말한다. 장소 특정성을 고려한 미술이란 작

    품이 위치한 장소를 작품의 일부로 삼고, 그 장소의 맥락으로부터 작품의 의미를 도출하는 미술로 1960년대 미니멀리즘(Minimalism) 조각에 그 기원을

    둔다.

    마을재생의 성공사례가 될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누

    구를 위한 장소재생인가의 의문이 생기는 것이다. 장소재생

    의 대상지는 마을이라는 장소, 주체는 마을주민, 행정기관이

    다. 재생의 방안은 공공미술이 된다. 그러면 장소재생 후 혜

    택은 누가 받아야 하는가? 지역주민, 행정기관, 공공미술가,

    이곳을 찾는 관광객이나 전망 좋은 곳에서 커피를 파는 상인

    등 이들 중에서 누가 우선으로 수혜를 보아야 하는가?

    공공미술을 통한 장소재생을 하다보면 대부분의 지역주

    민은 행정기관에 의지하며, 행정기관은 공공미술가에게 감

    천동문화마을과 같은 관광객이 유입이 될 수 있는 작품을 의

    뢰한다. 그러나 장소의 가치에도 차이가 있다. 공공미술에

    서 장소 특정성은 대상지의 “(역사성, 문화적 가치, 지리적

    특성, 환경적 특징) + (공공미술) = 장소활성화”라는 등식이

    다. 역사성, 문화적 가치, 지리적 특성, 환경적 특징이 충족

    될 때 그 가치는 발휘되는 것이다. 감천동문화마을은 이런

    조건이 충족되며, 여기에 공공미술이라는 양념을 넣어 맛있

    는 비빔밥이 된 것이다.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감천동문화마을

    감천동문화마을의 대표 포토존 '어린왕자와 사막여우' 감천동문화마을의 대표 포토존 '물고기 조형 벽화'

  • 8

    도시

    재생

    , 미래

    를 말

    하다

    공공

    미술

    , 수혜

    자를

    위한

    고민

    : 부산

    의 공

    공미

    술을

    중심

    으로

    JES 61

    연번 장소, 주제제작년도

    장소 특정성 해석

    장소미화

    공적관심증대

    방문객(고/저)

    공공미술보존상태(상/중/하)

    1 강서구 가덕도 정거마을 벽화 2013 ○ ○ 고 상

    2 금정구 금성동 죽전마을 골목갤러리 2010 ○ ○ 저 하

    3 금정구 부산대 벽화 2012 ○ 고 하

    4 기장 임랑해수욕장 벽화 2011 ○ ○ 저 하

    5 기장 대룡마을 벽화 2012 ○ 저 하

    6 남구 문현동 안동네 공공미술 20082010 ○ 저 하

    7 남구 우암동 색채마을 2014 ○ 저 상

    8 남구 구헌주 2012 ○ 저 중

    9 동구 범일동 안창마을-안창고 프로젝트200720142015

    ○ ○ ○ 저 상

    10 동구 산복도로 1번지-도시는 골목길이 있다 2010 ○ ○ 저 하

    11 동래구 복산동 2010 공공미술 프로젝트-부산문화의 재발견 동래에서 가야 재발견하기 2010 ○ ○ 저 중

    12 동래구 복산동 벽화마을 2010 ○ 저 중

    13 부산진구 개금3동 벽화마을 2009 ○ 저 하

    14 부산진구 문전성시 프로젝트-“날나리 낙타, 부전역에 내리다!” 2010 ○ ○ 저 하

    15 북구 금곡동 공창행복마을 문화거리조성 2012 ○ ○ 저 상

    16 사상구 괘법동 고샅길프로젝트 2011 ○ ○ 저 중

    17 사상구 주례2동 골목길 정비사업 2012 ○ 저 중

    18 사하구 감천동 문화마을 생활공간 공공미술로 바꾸기 사업200920122016

    ○ ○ 고 상

    19 서구 동대신동 꽃마을-숲에서 꿈을 꾸다 20092010 ○ ○ 저 하

    20 서구 동대신동 닥밭골 벽화마을 20092011 ○ ○ 고 상

    21 수영구 광안리 벽화마을 2012 ○ 저 중

    22 수영구 헨드릭 바이키리히 2012 ○ 저 상

    23 수영구 민락 수변공원-민락 바다의 정원 2013 ○ 저 상

    24 연제구 거제1동 벽화마을 2009 ○ 저 하

    25 연제구 연산동 물만골-Art in City 2006 ○ ○ ○ 저 하

    26 영도 흰여울길 벽화 2012 ○ 고 중

    27 영도 동삼동 벽화 2011 ○ 저 상

    28 중구 보수동 책방골목 2010 ○ ○ ○ 고 하

    29 중구 2회 거리갤러리 미술제 2012 ○ ○ 고 중

    30 중구 3회 거리갤러리 미술제 2013 ○ 저 상

    31 중구 4회 거리갤러리 미술제 2014 ○ 저 상

    32 중구 5회 거리갤러리 미술제 2016 ○ ○ 저 상

    부산 공공미술마을 현황 및 유형 분석7

    7  본 분석은 필자가 답사, 지역민 포커스인터뷰를 통해 얻은 결과로 전문 리서치를 통한 분석이 아니다. 2017년 부산 영도 깡깡이마을도 마을재생 차원에

    서 공공미술을 진행하였으나 조사하지 못해 제외했으며, 2016년까지 부산의 공공미술마을의 현황 및 유형을 분석한 결과이다. 관광객 수의 기준은 대

    상지의 2/3이상이 공적관심 증대의 대상지가 아니므로 언론 등에 홍보가 되지 않아 방문객이 거의 전무한 상태였다. 그래서 1일 평균 10명, 일주일에

    평균 70명을 기준으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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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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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심

    으로

    JES 61

    역설하건대, 지역주민을 위한 공공미술과 관광객을 위한 공

    공미술은 시작부터 달리해야 한다. 지역주민을 위한 공공미

    술은 지역민의 삶의 질적 향상을 위한 발상부터 시작되어져

    야하기 때문이다. 오래된 벽을 보수하고 페인트칠을 하여 환

    경을 전환시키거나 유휴공간에 운동기구를 설치하거나 공동

    텃밭을 만든다. 어르신이 쉬는 골목 모서리에는 평상을 놓아

    두기도 하며, 어두운 골목은 예술이 가미된 보안등을 설치하

    고, 곡각지 골목은 반사경을 설치하는 등 장소에 필요한 미

    화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장소미화’라 한다. 그러나 관

    광객의 유입을 위한 공공미술은 장소의 역사성, 환경적 특징

    을 최대한 부각하여야 한다. 감천동문화마을의 와 같은 포토존을 설치하여 기념이 될 수 있는 방

    안을 모색하거나 환경적 특징을 살려 주위 풍경을 관찰하게

    하는 전망대 등을 마련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를 ‘공적관심

    증대’라고 한다.

    는 부산의 공공미술마을 현황을 바탕으로 장소의

    해석, 장소미화, 공적관심 증대, 방문객의 수를 비교하여 보

    았다. 지역 대부분은 공공미술을 통한 장소재생을 하며 그

    결과 관광객 유입을 통해 장소가 유명해지는 공적관심 증대

    를 바라고 있지만, 를 바탕으로 보면 그렇지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으므로, 이에 누구를 위해 공공미술을 통한 장

    소재생을 하고 있는지 풀어보고자 한다.

    4. 공공미술, 참여·개입에서 지역 커뮤니티 중심으로

    앞에서 언급했듯이 공공미술은 크게 장식으로서의 미술

    과 참여·개입으로서의 미술로 나뉜다. 다시 이를 내용적으

    로 접근하면 공적으로의 관심 증대를 위한 미술과 장소의 미

    화라는 두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또한 이 두 유형에 따라

    공공미술이 목표로 상정하는 공중의 성격은 다르다고 언급

    했다. 공적관심 증대를 위한 미술은 모더니즘 이후의 패러다

    임인 다원주의 패러다임에서 제작되었고, 사회 변화를 위한

    특별한 공적관심의 증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 공적관심의 증

    대를 목표로 하는 미술의 경우 관객들의 관심과 쟁점이 미술

    의 주제로 채택되면서 관객이 미술제작의 중심에 놓이게 된

    다. 관객이 미술에 참여한다는 것은 미술에 대한 향수를 증

    진시킨다는 통상적인 의미에서가 아니라 공동체를 제공한다

    는 의미이다. 이 공공미술은 공공공간을 위한 미술이 아니라

    공공적 쟁점에 주목하는 미술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자

    연스럽게 해당 주제가 자신들의 삶에 중요한 쟁점이 되는 공

    중에게 집중된다. 쟁점의 주인이 되는 공중은 서울로 7017의

    와 같이 공공미술의 미적 감수성이 아니라 공공

    의 논쟁이 주가 되며, 논쟁의 찬반에 의해 작품의 질이 결정

    되는 경우가 있다. 때로는 시간이 지나 찬반이 뒤 바뀌는 경

    우도 있다. 서울 청계천광장에 설치된 미국 팝아티스트 올덴

    버그의 이나 영국 게이츠헤드에 설치된 안토니 곰

    리 등은 반대를 무릅쓰고 설치되었으나 지금

    은 지역의 랜드마크가 된 사례라 할 수 있다. 이런 도시브랜

    드를 위해 전략적으로 관심을 유도하는 행정기관의 전략과

    또 전략을 통해 지속적으로 쟁점을 부각시키는 것 또한 공적

    관심의 증대이다.

    이와는 달리 공공장소를 미화하는 미술은 특정 장소 또는

    특정 지역을 미화하거나 개선하는 일을 일컫는다. 공공미술

    이 일반 공중을 그 목표로 삼고 공간의 미화 작업을 수행했

    다고 주장하나 결과적으로는 특권화된 일부 공중을 위한 공

    공미술 공간으로 조성되었다는 비판기도 한다. 장소를 미화

    하는 활동은 보편적인 미적 감수성에 입각하여 공공 영역을

    개발하고 있다고 주장하나, 실체적으로는 특정 집단의 이해

    관계나 그들의 감수성에 맞추어 제작된다고 볼 수 있다. 지

    역민과 같은 특정 공중들이 미술을 통한 혜택을 받을 수 있

    는 것은 공적인 관심보다는 거주하기에 편리한, 환경적으로

    미화된 것을 기본으로 하기 때문이다.

    와 같이 부산의 32곳 공공미술마을 현황을 보았을

    때, 공적으로의 관심 증대를 위한 공공미술은 7곳이지만, 장

    소미화는 26곳에 달한다. 전술하였듯, 문제는 행정기관이

    나 공공미술 전문가들 모두가 장소미화보다 공적으로의 관

    심 증대를 위한 공공미술을 하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부산

    역시 공적관심 증대와 장소미화를 동시에 하는, 두 마리 토

    끼를 잡기 원했지만 이들 중 ‘동구 범일동 안창마을-안창고

    프로젝트’, ‘서구 동대신동 닥밭골 벽화마을’, ‘연제구 연산동

    물만골-Art in City’, ‘중구 보수동 책방골목’ 등 4곳만 그렇

    게 보인다. ‘연제구 연산동 물만골-Art in City’, ‘중구 보수

    동 책방골목’은 벽화가 낡아 사라져가는 곳이라 제외한다면,

    지속적인 유지로 보아 ‘동구 범일동 안창마을-안창고 프로

    젝트’, ‘서구 동대신동 닥밭골 벽화마을’ 등 두 곳이다. 여기

    에 이제는 관심도가 사라진 ‘동구 산복도로 1번지-도시는 골

    목길이 있다’, ‘중구 2회 거리갤러리 미술제’를 제외하면 ‘동

    구 범일동 안창마을-안창고 프로젝트’, ‘사하구 감천동 문화

    마을 생활공간 공공미술로 바꾸기 사업’, ‘서구 동대신동 닥

    밭골 벽화마을’ 등 3곳이다. 그러나 현재 호랭이 마을로 지속

    적인 관리는 하지만 관심도가 많이 떨어지고 있는 ‘동구 범

    일동 안창마을-안창고 프로젝트’도 제외하면 ‘사하구 감천동

    문화마을 생활공간 공공미술로 바꾸기 사업’, ‘서구 동대신

    동 닥밭골 벽화마을’ 두 곳 밖에 없다. 달리 말하면, 마을이

    라는 장소에서 공적으로의 관심 증대를 위한 공공미술은 지

    속적으로 관리를 하여도 지속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것과

    마을이라는 장소의 특성상 공적관심 증대보다는 장소미화를

    선택하는 것이 지역민의 참여 및 참여를 통한 지속적 관리가

    용이하다는 것이다. 이것이 장소내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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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ES 61

    위한 공공미술 기획 및 정책이 필요하다는 근거로 보이는 대

    목이다.

    본 기고에서 장소미화를 한 26곳의 제재가 무엇인가를 말

    하기 보다는, 그리고 공공미술을 통해 관광객이 몰려서 관광

    객을 통해 마을에 이익이 있으리라는 막연한 생각보다는, 이

    장소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을 위한 공간마련이 더 중요하

    다는 것이다. 공적관심 증대에 따른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지

    역민은 사라지고 외부자본과 관광객만 밀려오는 마을보다

    는 공공미술로 인해 안전한 마을, 범죄의 사전 예방, 편의시

    설 등 직접 사용하며 익숙케 하여 정주의식을 높이는 미술이

    필요한 시점이 되었다. 이제 공공미술은 장소에 거주하는 사

    람들이 수혜를 받을 수 있는 기획부터 시작되어야 하지 않을

    까.

    5. 나오면서

    서울 광화문광장에 세워진 이순신장군 동상, 세종대왕 동

    상이나 인사동 입구에 설치된 붓 모양의 조형물, 서울 청계

    천의 상징 조형물인 , 부산 광복로에 세워진 거리

    조형물과 같은 조형물들은 지역 또는 그 장소를 상징한다고

    믿거나, 일종의 이데올로기적 성향, 장소의 랜드마크임을 강

    조하는 이미지들을 부각시킨다. 그러나 북촌한옥마을의 기

    와집을 보기위해 골목길을 따라 가는 중에 이곳에서 살고 있

    는 주민과 마주치는 순간 스치는 생각, 이화동 벽화마을의

    옹벽에 “편히 살고 싶다”의 붉은 라카 글씨를 보며 벽화가 지

    워진 계단을 다시 밟는다면 어떨까? 또 “동네 살려놓고… 관

    트리피케이션에 쫓겨나네요”라는 광주 펭귄마을의 언론기사

    를 보면 어떤 생각이 들까?

    공공미술은 마을로 들어가면서, 좋은 말로 ‘커뮤니티 아

    트’, ‘주민주도형’이라는 단어로 포장하여 이 장소에 살고 있

    는 지역민은 배제된 공적관심 증대만을 추구해 왔다. 하물며

    관광객이 올 가능성이 없는, 테마나 볼거리가 없는 마을조차

    도 관광지화를 추진했다. 만약 관광지가 된다고 하여도 1, 2

    년이 지나면 더 이상 관광지로서의 기능이 상실될만한 콘텐

    츠를 가지고 있는데도 말이다.

    필자의 경험으로 보아 외부 또는 관공서의 개입이 시작되

    는 순간 주민주도형으로 마을만들기는 어려웠다. 주민설명

    회, 여론수렴, 공청회 등을 다 해보아도 마찬가지였다. 마을

    에 외부인 많이 찾아오는 것을 좋아하는 기간은 순간이었으

    며, 노후된 주택 보수, 공동화장실 개선, 어두운 골목에 보안

    금정구 금성동 죽전마을

    골목갤러리

    동래구 복산동 2010 공공미술 프로젝트

    : 부산문화의 재발견 동래에서

    가야 재발견하기(아트벤치)

    산리마을 아트벤치 닥밭골마을 조형물과 벤치

    부산시 북구 금곡동 공창마을

    (공창행복마을 문화거리조성)

    부산시 중구 보수동

    책방골목

    남구 문현동 안동네

    (공동묘지 에 축조된 마을에 벽화)

    동구 산복도로 1번지-도시는

    골목길이 있다

    부산시 서구 동대신동

    닥밭골 벽화마을

    부산시 중구 산리마을

    (4회 거리갤러리 미술제)

    부산시 강서구 가덕도

    정거마을 벽화

    부산시 사상구 괘법동

    (고샅길프로젝트)

    부산 공공미술마을의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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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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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술을

    중심

    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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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 설치, 계단 손잡이 설치 등이 그들에겐 더 시급한 삶의 처

    방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공미술이 마을이라는 특정한 장

    소와 접목이 될 때는 거주민이 필요로 하는 공공시설물을 예

    술로 승화하여 장소를 미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이후 거주

    민이 수리, 보완하는 등 지속적으로 관리를 담당케 하는 주

    민주도형 방법이 필요하다.

    필자도 간혹, 정말 간혹, 해외여행이나 공공미술마을을

    간다. 나의 목적은 배움이다. 내가 찾아가는 그날도 마을에

    거주하는 그들에겐 하루하루의 일상이다. 그리고 그들에게

    나는 관광객이다. 나는 무엇을 배우기 위해 그들의 일상에

    들어왔을까? 내가 찾는 것이 그들의 일상일까, 아니면 나와

    같은 관광객에게 보여주기 위한 치장물일까?

    고민의 꼬리는 끝이 보이지 않는다.

    인사동 입구 상징조형물

    '일획을 긋다'

    괘법마을 주민들의

    휴식을 위한 평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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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젠트

    리피

    케이

    1. 예술가, 젠트리파이어가 되다.

    2016년 8월, 테이크아웃드로잉이 결국 문을 닫았다. 이

    태원의 핫플레이스이자 대안적 복합문화공간이었던 테이

    크아웃드로잉이 강제로 문을 닫을 위기에 처하자, 시민단

    체와 문화예술가들은 테이크아웃드로잉을 지키기 위한 예

    술행동을 이어 나갔다. 이전 요구와 명도소송이 이어지는

    동안, 테이크아웃드로잉에서는 전시와 공연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졌고, 강의와 연구도 진행되었다. 이에 대한 논의

    로 각종 언론 매체와 SNS가 뜨겁게 달구어졌다. 테이크아

    웃드로잉과 같이, 예술가에 의해 활성화된 지역에서 예술

    가가 밀려나는 과정을 지켜보며, 소위 뜨는 동네 곳곳에서

    나타나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에 대한 문제의

    식이 전 사회적으로 확산되었다.

    젠트리피케이션, 젠트리파이어. 발음하기조차 어려

    운, 생소한 사회과학 용어가 현재 대한민국에서는 일상적

    으로 사용되고 있다. 영국의 사회학자 Glass가 ‘중간계급

    (gentry)이 도심과 도심 주변 지역의 저소득층 주거지에

    있는 오래된 주택을 수리하여 이주해옴으로써 기존의 저소

    득층을 대체하는 과정’을 설명하기 위해 사용하였던 젠트

    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용어가 오늘날 우리사회에서

    는 테이크아웃드로잉과 같이 ‘상권활성화에 따라 상승하는

    임대료에 의해 소상공인이 떠나게 되는 사회 변화 현상’ 과

    같은 부정적 변화를 지칭하게 되었다. 특히 젠트리피케이

    션 과정에서 예술가의 역할이 강조되면서, 예술가가 젠트

    *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예술정책연구실

    리피케이션의 피해자이자 젠트리피케이션을 촉발하는 젠

    트리파이어로 인식되고 있기도 하다.

    예술이 주도하는 젠트리피케이션(Art-led- Gentrification)

    예술가가 젠트리파이어 역할을 하거나 젠트리피케이션

    과정에 주요하게 개입하는 경우를 문화 주도 젠트리피케이

    션(Art-led-Gentrification)이라 한다. 문화 주도 젠트리

    피케이션은 예술가에 의해 주도되기도 하나, 다양한 주체

    가 복합적으로 개입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문화 주도 젠트

    리피케이션의 주체로서 예술가를 포함, 문화활동이나 행사

    를 창안하고 조직하는 문화기획자 등을 통칭하여 문화기업

    가(cultural entrepreneurs)라 하기도 한다.

    문화 주도 젠트리피케이션은 주거·상업 젠트리피이션

    의 계기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풍부

    한 표현력과 창조력으로 공간을 매력적으로 변모시키기는

    예술가의 특성과, 창의적이고 참여적이어서 공감대 형성에

    유리한 예술의 속성이 지역의 매력도를 높이고 집객력을

    높여 명소화, 상업화를 촉발하는 요소로 작용하며, 이러한

    과정 속에서 예술가를 포함한 문화기업가들은 젠트리피케

    이션을 야기시키는 수요-공급의 매개 역할을 의도치 않게

    수행해 오기도 하였던 것이다. 특유의 미적 감각과 개성으

    로 도심의 낙후지역, 유휴공간 등 저평가 지역에서 극적인

    경관 변화를 연출하면서 주민과 상권 구성을 단기간에 전

    면적으로 변화하도록 하는 젠트리피케이션의 개척자 역할

    을 하기도 하고, 개발업자나 부동산 중개업자들의 적극적

    개입(개발자 젠트리피케이션)을 유도하는 역할을 하였으

    김연진

    도시재생과 젠트리피케이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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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ES 61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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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피

    케이

    며, 또한 정부와 지자체가 건설사 등과 협업하여, 예술가

    를 비롯한 고소득 전문직 종사 창조계층과 기업을 유인하

    기 위해 재개발 사업을 시행하는 ‘슈퍼젠트리피케이션’, 혹

    은 ‘뉴빌드 젠트리피케이션’의 근거가 되기도 하였다

    대학로, 홍대, 문래동, 성수동 등의 사례에서 확인되는

    것처럼, 문화 주도 젠트리피케이션은 다음과 같은 단계로

    구분해 볼 수 있다. 먼저, ‘촉발기’는 지대격차에 의해 신규

    상권이 형성되는 시기로, 예술가 등 문화기업가의 진입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심화기’는 미디어와 SNS등의 영향으

    로 상권이 급격히 확장되며 부티킹이 본격화 되어 임대료

    가 급상승하는 단계이며, 초기 진입한 예술가의 이탈과 문

    화기업가를 중심으로 한 자구적 대응이 동시에 나타나는

    시기로 건물주와 임차인간의 갈등이 격화되는 단계이기도

    하다. ‘이동 및 확대기’는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이탈한 예술

    가 등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며 상권이 분화·확장하는

    시기에 해당한다.

    문화 주도 젠트리피케이션에서 예술가의 개입은 주로

    개척자 젠트리파이어의 역할로 나타난다. 저렴한 임대료를

    매개로 유입하여 활동하면서, 지역의 특성을 형성하는 주

    체가 되는 것이다. 예술가에 의한 장소성의 강화는 지역의

    매력도를 높여 젠트리피케이션을 촉발하는 요인으로 작용

    하는 동시에, 예술가 개인 차원에서도 장소애착을 형성하

    여, 전치 이후에도 멀리 떠나지 못하고 인접지역에서 머물

    며 공간적 분화·확장이 이루어지는 유인이 된다. 또한 예

    술가간의 네트워크에 기반한 예술 씬(scene)을 형성하여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며 활동하는데, 창작활동을 매개로

    예술 씬이 형성된 경우, 상업화로 초기의 활동 공간이 소

    실되어도 새로운 공간을 개발하여 그 활동을 유지해 나가

    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홍대가 격심한 임대료의

    상승을 겪으면서도 그 정체성을 유지하고 있는 이유도 여

    기서 찾을 수 있다. 반면, 신촌, 삼청동과 북촌, 서촌 등의

    경우, 특정한 예술 씬의 활동 없이 문화·예술을 매개로

    한 소비 활동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다 보니 젠트리피케이

    션의 속도와 정체성의 소실도 더욱 빠르게 나타나고 장소

    소비단계로 귀결된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생산적 측면의

    예술 창작 지원과 활동 장려, 예술 씬의 활동 근거 보존이

    예술가의 전치와 문화백화에 대한 대안이 될 수 있는 것이

    다.

    젠트리피케이션에 의한 예술가의 이탈은 전방위적으로

    이루어진다. 홍대와 대학로에서 활동하던 예술가들이 문

    래동 철재상가에 밀집하여 새로운 창작공간을 이룬 사례도

    있으나, 특정 지역으로 집단적 이동이 이루어지기 보다는

    인접지역으로 확산되는 것이 보편적이다. 젠트리피케이션

    상황에서 예술가의 이동 이유는 주로 저렴한 임대료이며,

    따라서 이면가로를 따라 블록 단위로 확산되는 경향을 나

    타낸다. 또한 이합집산(離合集散)의 경향이 강하여, 특정

    지역에 정착하기 보다는, 필요에 따라 모이고 흩어지는 경

    우가 많다. 과거에는 공간의 입지에서 접근성, 특히 대중

    교통 여건이 매우 중요했으나, 모바일 기기의 발달로 소통

    에 제한이 없어지고, 어디든 찾아가는 것이 쉬워지면서 입

    지적 제한은 완화되고, 활동 여건이 오히려 중요해지게 되

    었다.

    젠트리피케이션의 시작과 끝: 문화백화와 문화과잉

    예술가의 이탈로 발생하는 문화백화(文化白化)는 젠트

    리피케이션의 대표적 역기능으로 회자된다. 문화백화는 젠

    트리피케이션으로 활동주체가 이탈함에 따라 생산적 측면

    이 감소하고, 유동인구를 대상으로 하는 소비적 측면만이

    강화되면서, 획일화된 상업경관이 형성되어 매력도가 소실

    되는 장소 소비의 단계에 이르는 것이며, 결국 상권의 붕

    문화 주도 젠트리피케이션(Art-led- Gentrification)의 전개과정

    (출처: 김연진(2016). 문화예술분야 젠트리피케이션 대응을 위한 기초연구. P117.)

    문화·예술가자영업자 등

    문화사업가 유입

    임대료가저렴한 지역

    지역 특성 형성(장소성)

    유동인구 증가(임대료 상승)

    근거로작용

    예술가 이동(▶복제, 분화, 확대)

    분위기, 교통지원시설 인접

    대중매체, SNS대형 프렌차이즈상업자본 침투

    상권쇠퇴

    임대료급상승

    예술가이탈

    지역 정체성 소실(문화백화)

    도시재생사업걷고싶은 거리 등공공부문 개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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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괴를 초래하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문화백화에 대한 대

    안은 생산적 측면의 활동 보호, 즉 주체의 활동이 지속될

    수 있는 여건을 마련·유지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문화백화와 함께 문제가 되는 것이 문화과잉(文化過剩)

    이다. 예술 씬을 형성하며 장소성을 풍부하게 하였던 예술

    가의 자발적 활동이 의도적으로 급격히 일어날 때에는 오

    히려 문화과잉으로 작용하는 것이며, 이는 장소성의 단절

    을 가져온다는 데서 문제가 될 수 있다. ‘장소의 고유한 특

    성’으로, ‘인간이 체험을 통해 애착을 느끼게 되고, 한 장소

    의 고유하면서 다른 장소와는 차별적인 특성’을 의미하는

    장소성에는 개인적 국면과 집단적 국면, 시간의 흐름을 모

    두 포함하는데 이러한 장소성이 과거와 단절되어 일순간에

    바뀌어 버리는 것이 문제가 되는 것이다.

    2. 뜨는 동네의 불편한 진실 : 문래, 성수, 홍대 지역

    서울에서 젠트리피케이션이 나타나고 있는 곳은 홍대

    (마포), 연남동(마포), 가로수길(강남), 삼청동(종로), 경리

    단길(용산), 북촌(종로), 서촌(종로), 인사동(종로), 대학로

    (종로), 성수동(성동구), 성미산마을(마포), 해방촌(용산)과

    문래동(영등포), 성곽마을 등이다. 소위 뜨는 지역은 모두

    포함되어 있다. 이 중 젠트리피케이션 진행 단계별 대표

    사례로, 문래동, 성수동, 홍대 지역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철공소와 창작촌의 공생, 문래동의 변화

    청계천과 함께 서울의 대표적인 금속기계공업 밀집지역

    이었던 문래동은 산업구조의 재편과 인근 공단으로의 이주

    등으로 공간적 변화를 겪고 있는 지역이었다. 특히 문래동

    철재상가는 철재 도·소매와 철판·철재 가공 판매를 위하

    여 조성된 집합형 공장단지로써, 1층에는 철판·철재 가공

    및 판매를 하는 철공소가 주로 입주하였고, 2~3층은 철재

    상들의 사무실로 사용되었다. 그러나 철공산업이 침체되고

    수도권 인근의 공단으로 많은 철재상과 철공소가 이전함에

    따라, 철재상 사무실을 중심으로 공실이 발생하였다. 이러

    한 철재상가의 공실에 2001년 이후 예술가들이 자리잡기

    시작하면서, 현재는 150여개의 창작공간에서 300명 이상

    의 예술가가 활동하는 대규모의 자생적 예술창작촌이 형성

    되었다. 1층에서는 철공소가 운영되고, 2~3층에서는 예술

    가가 창작활동을 하는 독특한 구조의 예술창작촌이 이루어

    진 것이다.

    문래동 예술창작촌은 저렴한 임대료와 편리한 교통, 철

    공소 특유의 분위기, 소음 발생에서 자유롭고 공간의 변형

    과 활용이 가능하다는 점을 매개로 하여 자연스럽게 형성

    되었으나, 예술가간의 네트워크에 의해 급속도로 성장한

    사례라 할 수 있다. 문래동 철재상가가 서울시 준공업지역

    종합발전계획 중 우선정비구역과 산업개발진흥지구에 모

    두 포함되어 개발압력이 증대됨에 따라, 홍대에서의 경험

    을 바탕으로 예술 스콰터(squater)들이 중심이 되어 초기

    부터 예술가 간의 공동체를 형성하였으며, 공공부문과의

    문래동 예술창작공간 분포

    (출처: “문래창작촌 지도” 문래예술공장(2016) 배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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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대, 지역사회와의 관계형성을 통해 창작공간을 유지해

    나가고자 하였던 것이다. SNS와 언론 매체를 통해 예술가

    들의 이러한 활동이 공유되면서,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

    켰고 창작촌의 지지기반 확보에는 성공한 것으로 볼 수 있

    다.

    최근에는 철재상가의 서남측, 문래사거리를 중심으로

    대안공간 성격의 카페와 공방, 베이커리 등 음식점, 서점

    등이 생겨나고 있다. 가로에 면하여 있는 곳도 있으나, 대

    다수는 이면도로에 발달하고 있으며 규모도 비교적 작다.

    이를 두고 문래동 예술창작촌의 위기, 상업화의 본격적 시

    작이라는 우려도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문래사거리 주변은 30% 가까이 임대료가 상승

    하였다. 특히 소규모 공장이 트랜디한 카페나 공방으로 바

    뀌면서 기존 공장의 임대료도 동반 상승하는 경향을 보이

    고 있다. 그러나 홍대와 그 주변지역에 비해 문래동에서

    나타나는 상업화의 흐름은 매우 늦으며, 중심공간이라고

    할 수 있는 철재상가 내부는 크게 변화하지 않고 있는 것으

    로 나타났다. 카페와 주점이 철재상가 내부에 생기기는 하

    였으나, 우려와 달리 그 수가 미미하며, 관람객에 의한 매

    출증대와 확산도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것은 철재상가 1

    층의 철공소가 생산활동을 지속하고 있어, 장소성을 유지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전 자체가 어려운 철공소의 특성

    상, 임대 공장의 경우에도 평균 계약기간이 10년 이상이

    며, 폐업이 아니고서는 주인이 바뀌는 경우도 거의 없기

    때문에, 업종 전환 자체가 이루어지기 어렵다. 때문에 예

    술창작촌으로 주목받은 후에도 공장지역으로서의 성격과

    경관이 유지되고, 관람객의 증가가 상업시설의 확산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문래동의 현재는 1층의 철공소와 2~3층의 예술창작촌

    이 상보적으로 지탱해가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국

    내 최대 규모의 자생적 예술촌이 형성됨으로써 철재상가의

    철거 재개발이 저지되었으며, 철공소가 생산활동을 유지하

    고 있어 급격한 상업화를 막고 있는 것이다. 결국 철공소

    와 예술촌 등 생산 주체의 활동을 유지하고 장려하는 것이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대안이 될 수 있음을 확인시켜 주

    는 사례라 하겠다.

    요즘 뜨는 그 동네, 성수동

    욘사마 카페, 유명 연예인의 건물, 트랜디한 카페가 골

    목을 이루고 소셜벤처밸리와 오래된 수제화 거리가 어우

    러진 성수동은, 요즘 뜨는 동네로 통한다. 원래 성수동은

    1970년대부터 밀집한 소규모 공장들과 20년 이상 낡은 다

    세대 주택들이 혼재된 준공업지대로 상대적으로 낙후 지

    역이었다. 그러나 서울숲과 한강에 인접한 환경 요건, 분

    당선과 2호선을 포함한 우수한 교통, 그리고 강남 등 주변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임대료 등의 장점을 바탕으로

    2012년부터 사회적 기업·단체, 예술가, 문화활동가, 청년

    창업가 등이 모여 들면서 유명세를 타기 시작하였다. 수제

    화 공장과 부자재 상점들이 모여 있는 연무장길은 수제화

    거리로 특화하였으며, 서울숲길 주택가에는 소셜벤쳐, 사

    회적기업, 공익단체, 비영리단체 등 39개 단체와 예술작품

    전시·작업공간, 공정무역제품 판매점, 청년창업가게 등이

    밀집한 소셜벤쳐밸리가 형성되었고, 성수역 중심으로는 카

    페거리가 이루어졌다.

    성수동의 이러한 변화가 SNS와 언론매체 등에 집중 소

    개되고 뜨는 동네로 알려지면서, 임대료의 상승과 외지

    인의 건물 매입 등 젠트리피케이션이 빠르게 진행되기 시

    작하였다. 성동구청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5년

    큰 변화가 없는 문래창작촌의 경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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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년 성동구 서울숲길, 방송대길, 상원길, 서울숲역

    등의 공시지가 상승률은 서울시 평균의 2.3배, 성동구 평

    균의 2.1배로 나타났다. 이는 서울시의 다른 지역, 이태

    원 경리단길 109%, 삼청동 131%, 상수동 116%, 해방촌

    114%, 홍대앞 114% 등에 비하여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그러나 성수동에서 우려되는 것은 특정지역의 공시지가

    상승보다도, 재개발 가능성의 상존이다. 최근 서울숲 인

    근에 조성된 주상복합아파트 갤러리아 포레가 국내 최고

    의 거래가를 기록하며 고급 주거지로서의 가능성을 확인시

    켜 주었고, 이에 따라 인접지역에서의 개발이 꾸준히 나타

    나고 있다. 분당선을 따라 한강변의 전략정비구역으로까지

    개발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한강변 재개발이 이

    루어질 경우, 현재의 수제화거리를 비롯하여 카페거리, 소

    셜벤처와 사회적기업 밀집지역까지 모두 한강변 고급주거

    지의 배후 상업지가 되어 밀려날 수 있는 것이다. 현재의

    활동주체들이 상업화를 극복하기 위하여 하는 활동들이 주

    거지의 매력도를 높여 오히려 더욱 대단위의 젠트리피케이

    션을 야기하는 촉매가 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타나고 있

    다.

    성수동의 페이퍼크라운은 인쇄소 건물을 개조하여 갤러

    리 겸 카페와 공방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처음부터 공간

    을 분할하여, 갤러리겸 카페공간은 세미나, 토론회, 브랜

    드 론칭 쇼 등 다양한 행사가 가능한 가변적 공간으로 계

    획하였으며, 공방 역시 작업공간이자 교육공간으로 활용

    될 수 있도록 조성하였다. 카페의 운영수익으로 공방을 유

    지하는 구조로, 아직은 성업 중이나 계속 오르는 임대료를

    언제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고 하였다. 이

    러한 형태의 공간은 성수동 전역에 걸쳐 분포하고 있으며,

    페이퍼크라운 외부와 내부의 갤러리, 카페 및 공방

    (출처: 김연진(2016), 문화예술분야 젠트리피케이션 대응을 위한 기초연구, p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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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고나 공장 등을 개조하여 조성된 경우가 많다. 개조에

    드는 시설 투자비를 고려하여 초기에는 건물주가 시세보다

    저렴한 임대료와 임대기간을 보장하기도 하나, 2~3년 후

    부터는 1년 단위로 계약을 갱신하고 임대료도 지속적으로

    올리고 있어, 향후 2~3년안에 이러한 방식의 공간 유지에

    한계가 올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젠트리피케이션의 선발주자, 홍대 지역

    젠트리피케이션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지역은 역시

    홍대이다. 대표적인 문화밀집지역으로 ‘홍대 씬’을 형성하

    여, 시각예술, 인디음악 및 다양한 복합장르의 예술가들이

    함께 활동하고 있는 장소 일뿐 아니라, 관광지화, 상업화

    로 이탈한 많은 예술가들이 연남동, 망원동 등과, 문래동,

    성수동으로까지 옮겨가면서 젠트리피케이션을 촉발해 온,

    젠트리피케이션의 선발주자이기도 하다.

    홍대지역은 원래 일반주거지역이었으나, 1955년 홍익

    대학교 이전 이후 1980년대까지 홍익대 정문을 중심으로

    미술학원, 각종 작업실, 화랑 등의 예술공간이 밀집되면서

    미술문화지역을 형성하게 되었다. 이후 지하철 개통으로

    상권이 급속히 성장하면서 고급스러운 카페지역으로 변모

    하였고, 1990년대 이후에는 라이브클럽을 중심으로 한 언

    더그라운드 문화의 중심지로 거듭나게 되었다. 미술과 음

    악활동뿐만 아니라 문화기획 및 문화사업 관련 사무실이

    홍대지역으로 유입되면서 홍대는 다장르 복합 문화공간으

    로 주목받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2002년 월드컵 이후, 홍대지역의 클럽문화를 관

    광상품으로 육성하고자 하는 계획과 걷고 싶은 거리 만들

    기 조성 등 정책적 지원과 물리적 환경개선으로 사업 환경

    이 우수해지면서 개발압력이 강하게 나타나게 되었고, 이

    과정에서 지가 및 임대료도 급등하게 되었다. 높아진 임대

    료를 감당할 수 없게 된 초기의 예술가와 문화활동가들은

    인근의 합정동과 상수동, 망원동, 멀리는 문래동으로 이동

    하기도 하였다. 초기의 홍대 지역은 홍대 앞의 동교동 대

    학가에 한정되었으나, 현재는 서교동은 물론, 합정동과 상

    수동, 연남동, 창천동 등 주변지역까지 아우른 서울의 대

    표적 상권으로 성장하였고, 홍대지역에서 밀려난 예술가들

    이 인접 지역과 저평가되어 있던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여

    활동하면서, 해당 지역의 젠트리피케이션을 촉발한 동인으

    로 주목받고 있기도 하다.

    젠트리피케이션 과정을 체험하면서 예술가의 성향도 변

    화하여, 초기 홍대에서 창작활동에 전념하였던 예술가들도

    인접지역으로 이동하면서부터는 본인의 생업으로서의 예

    술, 문화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젠트리피케이

    션 진행 속도도 빨라져, 홍대에서는 10년이 소요되던 변화

    가 합정과 상수에 이르러서는 5년 안에 나타났고, 연남동

    에서는 3년 안에 전개되는 등 그 기간이 계속 반감되고 있

    는 것으로 나타난다.

    오늘날 홍대지역은, 프린지와 와우북, 티팟 등 오랜 활

    동 주체들이 그 터전을 유지하고 있어서, 소위 문화백화

    현상이 급격히 체감되지는 않으나, 자생적 예술 씬들의 활

    동도 없어지고, 예술적 활력도 점차 소실되어 가는 것은

    이미 오랫동안 지적되어 온 문제이다. 홍대에 있어서 문화

    백화는 지대의 상승으로 문화 생산자는 이탈하고 대중의

    취향에 부합한 소비 공간만이 유지됨으로써 나타나는 장소

    소비로 귀결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3. 젠트리피케이션. 앞으로의 대응 방향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정책적 대응은 관련 법제의 보

    완과 자산화 전략 지원, 모니터링 체계 구축, 예술 커뮤니

    티의 보호 및 자활성·지속가능성 지원 등으로 정리할 수

    있다.

    법제적으로, 임차인의 권리보호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상가건물 임대차보호의 개정이 지속적으로 요구되고 있으

    며, 지구단위계획을 통해 주거지의 상업화를 방지하고 특

    정경관을 보호할 수 있도록 강력하고 효율적인 용도규제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예술창작공간 등 생산 씬이 유지될 수 있는 방안이 초기

    부터 고려되도록 하며, 물리적 기반환경은 물론, 활동 주

    체가 활착할 수 있도록 예술생태계적 관점에서 지속적 지

    원 필요성이 나타나고 있다. 또한 젠트리피케이션의 억

    제·지연책으로 시민 주도의 자산화 전략을 지원하며, 상

    가건물 임대차 계약의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을 구축하여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어야 한다.

    예술 커뮤니티의 보호 및 자활성·지속가능성에 대한

    지원방안으로, 예술인의 주거 자체를 지원하여 지역에 정

    착하여 활동을 지속하도록 하는 방안과, 문화영향평가 및

    문화지구제도 등 관련 제도와 연계할 수 있는 대안도 마련

    되어야 하겠다.

    김연진(2016), 도시재생사업에서의 문화예술 도입방안 연구, 한국문화관광연구원

    김연진(2016), 문화·예술분야 젠트리피케이션 대응을 위한 기초연구,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박태원, 김연진, 이선영, 김준형(2016), 한국의 젠트리피케이션, 도시정보 No.413, p 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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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 문

    화 그

    리고

    도시

    환경

    : 공공

    예술

    과 범

    죄예

    방디

    자인

    허 창 주

    환경 문화 그리고 도시환경

    : 공공예술과 범죄예방디자인

    1. 당신은 어떤 곳에 살고 싶은가요?

    처음 사회적기업으로 회사를 창업하며 ‘우리는 왜 마을에

    서 행복하지 않을까’에 대해 고민했고 아직도 그 고민의 해

    결책을 찾지는 못했다.

    나는 창업 하기 전 중국 베이징에서 6년간 생활을 한 경

    험이 있다. 중국에서 가장 인상 깊게 봤던 것은 아침에 함께

    모여 운동하는 사람들과 거리에서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었다. 그들의 생활에는 공동체가 가져다 주는 여유와 안정감

    이 있었고 고단한 나날이지만 최후의 안전망이 되어주는 이

    웃이 있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마을에서 사업을 하며 주택가에 사람이 없다는 것과 도시

    의 주민들이 점점 파편화 되어 서로에게 무관심 하다는 점,

    * 월메이드 대표

    스스로에게 이익이 되지 않으면 참여하지 않는다는 점 등 부

    정적인 부분들이 많이 느꼈다. 건축과 환경적으로도 역시 그

    러한데, 주민들이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하다는 점, 빌

    라나 원룸 등 수익성만 생각하는 건축물이 우후죽순 생겨나

    고 있어 난개발이 되어가고 있다는 점이 있었다. 이러한 현

    실에서 우리나라에서 집과 공간은 개인과 집단의 욕망의 끝

    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된다. 획일화 되가는 취향과 자본중

    심의 욕망으로 진지하게 도시와 마을이라는 공간을 사고하

    지 못하는 점에서 어떤 것들을 이웃과 나눠야 하는지 생각해

    야 할 점들이 많다. 이러한 인식에서 도시와 마을을 함께 만

    들어 간다는 것은 욕망을 채워 줄 또 다른 방법을 찾는 것으

    로 보이기도 한다.

    처음 마을에서 공공미술작업을 하며 표면적으로 했던 생

    각은 도시와 마을을 아름답게 만들어서 주민들에게 자존감

    베이징의 아침운동풍경(좌)와 거리에서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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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 문

    화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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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시

    환경

    : 공공

    예술

    과 범

    죄예

    방디

    자인

    과 애착심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는 굉장히

    단편적이며 건방진 생각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기 까지는 오

    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그 고민은 지금도 계속되

    고 있다.

    2. 그렇다면 공공미술은 무엇인가

    공공미술(公共美術)은 대중들을 위한 미술을 뜻한다. 이

    를테면 흔히 거리에서 볼 수 있는 조각품과 벽화가 대표적인

    공공미술로 볼 수 있다. 최근에 들어서는 현대미술의 개념이

    확장되어 장소를 단순히 물리적 장소로 보지 않고 사회적·

    문화적·정치적 소통의 공간으로 간주하며, 그런 의미에 맞

    는 작품으로 지역공동체와 관람객의 참여, 일시적 작업 등을

    제안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불특정한 대중을 대상으로 하

    기도 하고 현대미술의 개념으로 대중이 이해하기 힘든 작품

    도 많아 논란이 많은 것도 현실이다.

    대중을 상대로 하는 예술로 사랑을 받았던 프로젝트로 ‘러

    버덕’이 있다. 2014년 등장했던 ‘러버덕’은 공공미술의 불모

    지라 할 한국서 성공사례로 꼽힌다. 네덜란드 공공미술작가

    플로렌타인 호프만이 서울 잠실 석촌호수에 띄운 1t짜리 초

    대형 노란 고무오리는 한 달간 500만명을 끌어 모았다. 가장

    큰 요인은 대중을 위로했다는 것이다. ‘마케팅 수단’ ‘폭발 위

    험’ 등 냉소가 없던 건 아니지만 ‘치유’를 강조한 작가의 뜻은

    많은 대중에게 전달되었다.

    반대 사례로는 작년 서울역 7017 개장을 기념한 공공예술

    작품으로 뜨거운 논란이 되었던 ‘슈즈트리’를 들 수 있을 것

    이다.

    ‘슈즈트리’는 황지해 작가의 재능 기부 작품으로, 버려진

    신발 3만 켤레로 만들어졌다. 폐기될 신발에 예술적 가치를

    부여해 우리의 소비문화를 되돌아 보는 취지이다. 하지만 대

    중들은 흉물이라는 의견이 다수를 차지하여 예산낭비와 철

    거를 요구하는 등 서울시와 작가를 성토하는 상황이 벌어졌

    고 전문가로 불리우는 사람들의 일부는 공공미술의 관객인

    대중과의 소통과 설득에 실패한 작품이라고 하기도 하고, 또

    다른 의견은 동시대 미술을 이해하지 못하는 대중들의 무지

    와 괴리감을 지적하기도 했다. 결국 이 작품은 대중의 의견

    에 따라 당초 계획과 다르게 조기 철거되는 수모를 겪고 말

    았다.

    또 다른 사례로 이화동 벽화마을을 갈등 사례를 들 수 있

    다. 이화동 벽화는 2006년에 착수한 ‘도시 속 예술(Art in

    City)’ 사업의 결과물이다. 관(官) 주도로 추진 된 공공미술

    프로젝트로 벽화 마을의 개념은 당시에는 흔치 않던 새로운

    시도였다. 조성 후 TV 촬영지로 유명세를 타며 한 순간에 서

    울의 관광지로 부상하게 된다. 하지만 벽화 재료의 특성상

    유지관리에 어려움이 따르고 넘쳐나는 관광객으로 소음과

    쓰레기 등 주민들에게 불편함을 주는 현상이 일어나게 된다.

    급기야 몇 년 전에는 고통을 참지 못한 주민 5명이 벽화를

    지워버리는 사건이 발생하였다. 이 사건으로 이들에게는 공

    동재물손괴 혐의가 적용됐고 경찰 조사를 거쳐 재판에까지

    넘겨졌다. 서울중앙지법은 올 2월 이들에게 유죄를 선고, 총

    2,100만원의 벌금형을 내렸다. “관광객들이 몰려들면서 주

    거 환경이 악화했고, 서울시와 관할 종로구청에 수 차례 민

    원을 제기했지만 아무 조치가 없었다.”고 억울함을 호소했지

    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사건 이후 2년이 지났지만 주민들 사이의 틈은 쉽게 봉합

    이 되지 않고 있다. “(벽화를 훼손한 사람들과) 이젠 인사조

    차 하지 않는다” 거나 “(이 사람들과) 완전히 갈라섰다” 고

    2013년 대만 지룽항에 전시된 러버덕

    2017년 서울역 광장의 '슈즈트리'

    이화동 벽화마을의 훼손된 벽화

  • 20

    도시

    재생

    , 미래

    를 말

    하다

    JES 61환

    경 문

    화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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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시

    환경

    : 공공

    예술

    과 범

    죄예

    방디

    자인

    하는 주민들이 있는 반면, 여전히 조용한 마을을 원하는 주

    민도 상당수다. 한편에서는 사라진 벽화를 복원하겠다며 서

    명운동을 진행하기도 했다. “(벽화 훼손은) 해묵은 갈등이 터

    진 것이고, 해결은 요원하다” 는 것이 마을 주민들의 증언이

    다.

    이처럼 공공미술은 우리의 도시에 안착하기에 어려움이

    많다. 누구나 미술에 대한 평가를 할 수 있고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 하지만 예술을 대하는 태도가 경직되어 있는 우리

    나라에서 여론재판식으로 갈등을 양산한다면 공공미술이 예

    술의 본질인 치유와 위로의 기능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 놓이

    게 될 뿐이다.

    모두를 만족하는 작품을 할 수 있다면 정말 좋겠지만 그

    런 작품은 존재하지도 않고 좋은 작품이 아닐 가능성이 높

    다. 예술가가 대중의 눈치만 볼 수 없는데다가, 무난하고 흔

    한 결과물은 어떤 감흥도 주기 힘들다는 것이다.

    3. 공공미술의 구조적 한계

    공공미술은 공적자본이 투입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제

    작 규모상 비용을 개인이 감당하기 힘들고 작업 장소 또한

    허가가 필요한 부분이 있어 여러가지 제약조건이 따르게 된

    다. 따라서 관(官)의 간섭과 기획, 예산집행 등 어려움 속에

    자유로운 상상력에 제약이 있을 수 밖에 없게 되는 경우가

    많다. 예술도 현실에 바닥을 딛고 있어야 존재의 의미를 갖

    출 수 있겠지만 이러한 구조때문에 우리나라의 공공미술이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대중들과의 관계 설정도 어려움이 따른다. 일부 평론가들

    은 공공미술의 핵심적인 부분으로 대중과의 소통을 이야기

    한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작품을 제작하는 과정에서는 대중

    과 소통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그래서 대중들이 공공미술

    을 접하는 시점은 완성이 된 후가 되고 소통 없이 작품이 공

    개되는 경우가 많다. 이때부터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한다.

    미술작품에 대한 이해도가 없는 상태라면 대중은 해외작품

    이나 다른 곳에서 봤던 것을 기준으로 생각한다. 대중이 알

    고 있는 고정관념에서 예술작품을 평가하는 경직된 태도는

    예술가의 다양한 시도를 불가능하게 만들기도 한다.

    필자도 수차례 마을 미술 작업을 전개한 경험이 있어 주

    민의 의견과 갈등을 수시로 경험하고 있다. 비난을 받기도

    하고, 소통을 위해 시도하는 다양한 노력은 많은 시간이 필

    요하며, 주민들에게 작품 의도나 기법을 설득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가장 어려운 점은 본인에게 이해관계가 없다

    고 생각하면 주민과 만나는 과정 자체가 힘들고 이해의 수준

    이 달라 일방적으로 취향만 논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또는 관광지를 만들기 위한 수단 정도나 포토존 조성 등 활

    용만 관심을 갖기도 한다. 공공미술분야에서 전문가를 인정

    하고 존중하는 문화가 없다는 것도 아쉬운 부분이다.

    4. 범죄예방디자인과 공공미술

    최근 전국적으로 범죄예방디자인 사업을 많이 전개 하

    고 있다. 범죄예방디자인 사업과 공공미술 사업은 마을에

    서 주민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유사한 부분이 많다.

    범죄예방디자인(CPTED, Crime Prevention Through

    Environmental Design)은 범죄에 취약한 장소에 도시환

    경설계를 접목해 범죄발생의 기회적 요소를 줄이고 주민들

    에게 범죄발생에 대한 우려와 두려움을 감소시켜 궁극적으

    로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기법을 의미한다. CPTED 이론은

    60~70년대 서구에서 정립되어 우리나라에는 2010년도 이

    후부터 본격적으로 적용되기 시작한 걸음마 단계의 개념이

    다.

    CPTED는 감시와 접근통제, 영역성 강화 및 유지관리를

    기본 원리로 한다. 여기서 감시와 접근통제, 영역성 강화는

    건축디자인 초기 단계의 계획요소인 반면, 유지관리는 건물

    의 사후적 요소이다.

    우리나라의 범죄예방디자인 사업은 지역 선정부터 서구

    와 다른 점이 있다. 지역의 외형적인 변화를 중시하다 보니

    사업 전/후가 확실히 비교가 되는 노후화된 주택가 위주로

    선정이 된다. 우범지역의 지역특성(원룸밀집지역, 외국인 노

    동자 밀집지역 등)을 파악하여 전개 되기도 하지만 이미 건

    축적으로 완성된 주택가에서 적용할 수 있는 것이 많지는 않

    아 사업지역마다 비슷한 아이템의 솔루션이 적용되고 있는

    CPTED 주요개념

    감시(Surveillance)

    기계적 감시: 조명, CCTV조직적 감시: 경찰, 경비원자연적 감시:

    창문, 공간디자인

    접근통제(Access Control)

    유지관리(Maintenance)

    영역성 강화(Territorial Reinforcement)

    공동체 강화(Community Building)

    공간의 책임의식과 준법의식을 강화 시키는 설계

    근린교류 및 비공식적 사회통제 주민자치활동

    자발적인 환경관리

    기계적 통제: 보안설비, 잠금장치

    조직적 통제: 경찰, 경비원자연적 감시:

    출입구, 대지경계부

    CPTED 부속개념

    CPTED의 개념

  • 21

    도시

    재생

    , 미래

    를 말

    하다

    JES 61

    적용원리

    자연감시 주변을 잘 볼 수 있고 은폐장소를 최소화시킨 설계

    개방형 구조 담장허물기로 시야 확보된 골목길 적절한 위치의 조명설계

    접근통제 외부인과 부적절한 사람의 출입을 통제하는설계

    사각지대의 접근 통제 시설 설치 건물 주변 심리적 접근통제 장치 침입통제시설이 부착된 가스배관

    영역성 강화 공간의 책임의식과 준법의식을 강화시키는 설계

    차도,화단, 보행로의 명확한 구분 세대별 관리 영역설 강화 이해하기 쉬운 안내표지판

    활동의 활성화 자연감시와 연계된 다양한 활동을 유도하는 설계

    보행자 안전 및 보행공간 활성화 다양한 활동을 유도하는 공간계획 환경정비와 연계된 보행공간계획

    유지관리 지속적으로 안전한 환경 유지를 위한 계획

    가로정비 주민참여와 관심을 통한 환경개선 내구성 있고 튼튼한 제품

    환경

    문화

    그리

    고 도

    시환

    경 : 공

    공예

    술과

    범죄

    예방

    디자

    것이 현실이다.

    5. 범죄예방디자인 아이템 현황

    현재 범죄예방디자인은 주택가의 특성상 아이템 적용에

    한계가 있어, 하드웨어 중심의 이질적인 사업구조를 다시 생

    각해야 할 시점이 아닌가 생각된다. 최근에 이러한 변화의

    움직임이 보이고 있는데, 결국 마을의 주인은 주민이기에,

    변화의 방향은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주민이 참여하는

    형태로 사업이 전개되도록 설계를 하여야 한다. 그래서 범죄

    예방디자인의 적용 원리 중 유지관리와 공동체활성화가 가

    장 중요한 요소로 부각되고 있다. 여기서 공공미술의 역할은

    CPTED의 적용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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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시

    재생

    , 미래

    를 말

    하다

    JES 61환

    경 문

    화 그

    리고

    도시

    환경

    : 공공

    예술

    과 범

    죄예

    방디

    자인

    주민과 함께 할 수 있고 소통할 수 있는 접점을 찾아내는 일

    이 아닐까 생각이 된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주민들을 움

    직일 수 있는 방법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주민들이 정주의식

    으로 갖고 애착심을 가질 수 있는 방법은 주민이 사업에 참

    여할 수 있는 요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고, 예술활동이

    소통의 매개체가 될 수 있는 방법을 찾도록 하며, 나아가 주

    거지를 인식하는 관념의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술활동은 제약이 없고 모두가 예술가가 될

    수 있다.

    내가 사는 공간에서 가장 중요한 장소는 나의 방이고 그

    다음은 우리 집이고, 다음은 옆집이고 골목이고 마을이 될

    것이다. 공간이 사고를 바꿀 수 있고 사고를 바꾸면 공동체

    가 보이기 시작한다. 집이 자산 증식의 욕망에 머물러서는

    도시와 공간에서 일어나는 혁신적인 변화를 만들어 갈 수 없

    다. 1인 가구가 늘어나고 구성원들이 다양한 직업과 라이프

    스타일을 즐기는 지금의 도시와 마을에 어쩌면 구성원과 공

    공미술을 통해 접점을 찾고 소통을 한다는 것이 무리한 과정

    일 수 있지만, 새로운 놀이 방식으로 다가갈 수도 있다고 생

    각된다. 이러한 활동은 자연감시 기능을 자연스레 할 수 있

    어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게 된다.

    6. 모두가 행복하고 안전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

    최근 사회적으로 “Me too” 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사회

    생활을 하는 대다수 여성들 중 경, 중의 차이가 있을 뿐 성적

    인 피해를 입지 않은 사람이 거의 없을 것이라고 한다. 사회

    적 약자인 여성과 어린이가 보호 받을 수 있는 노력을 마을

    구성원이 함께 해야할 의무가 있다. 최소한의 안전망이 바로

    마을이고 이웃이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일을 하면서 주민들이 항상 갖는 불만은 쓰레기

    문제와 주차 문제 였다. 쓰레기 문제는 가장 답답한 문제이

    다. 우리나라처럼 쓰레기 봉투를 돈을 주고 사는 나라도 드

    물고 우리나라 사람들처럼 분리수거를 잘해서 버리는 나라

    도 드물다. 그런데 왜 거리의 쓰레기로 주민들은 스트레스를

    받을까? 이 문제는 사실 제도와 시스템의 문제가 가장 크다

    고 생각된다. 그리고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데 아무도 하고

    있지 않다고 생각된다. 우리 역시 쓰레기 투기 문제를 해결

    하기 위해 여러가지 아이디어를 도출했다. 첫번째는 직접적

    으로 불법쓰레기 투기 장소를 화단과 그림을 그려 쓰레기를

    버리지 못하게 하는 방법이었는데, 이는 실패로 돌아갔다.

    이유는 쓰레기를 우리가 만든 장소 바로 옆으로 옮기는

    결과가 있었기 때문이다. 한 곳을 누르면 반대편이 부풀어

    오른다는 풍선효과로 범죄예방디자인에서도 역효과 사례인

    경우이다. 두번째는 경고 안내판을 재미있게 만들어보자는

    아이디어 였다. 주택가에 가보면 ‘쓰레기 투기 금지’에 관한

    안내판이 정말 많이 붙어져 있다. 하지만 모두 고압적이고

    딱딱한 언어라고 생각되어 좀 더 위트 있고 기분 좋은 말투

    로 경고문을 써보자고 했다.

    이처럼 마을에서 사회문제와 위험요소를 찾고 공공미술

    이 주민들과 함께 만들어갈 수 있는 것은 생각보다 많다. 그

    렇게 거창하게 큰 작품이 아니라도 소통하며 만들고 잠시 쉬

    어갈 수 있고 미소 지을 수 있는 것이면 충분하다. 그리하여

    마을에 많은 사람들이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게 만드는 것이

    범죄예방디자인과 공공미술의 목적이라고 생각된다. 우리는

    사람들이 길거리에 앉아서 웃고 소통하고 무엇인가를 만들

    고 산책하는 장면이 평범해 보이면서도 어려워졌고 단기간

    해결할 수 있는 변화가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어떻게

    보면 혁신적인 변화가 있지 않으면 다시는 그런 마을의 풍경

    을 보지 못하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마을에 사람이 걷고 이

    야기하고 웃는다면, 자연스럽게 안전하다고 느끼게 되고 자

    존감과 자부심이 생길 것이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꿈꾸는 ‘라라랜드’ 같은 환상적인 도

    시를 만들기 위해 작은 관심과 행동이 필요할 때다. 느리지

    만 여유롭게 마음을 갖는다면 우리의 도시는 자랑스럽게 바

    뀌지 않을까 생각된다.

    CPTED의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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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시

    재생

    , 미래

    를 말

    하다

    JES 61지

    역 재

    생과

    주민

    권 순 택

    지역 재생과 주민

    1990년대 이후, 우리가 선대(先代)부터 살아온 마을은 급

    격한 변화(變化)를 맞이했다. 특히, 과거 수백 년 또는 수십

    년 동안 지역에서 교통, 행정, 경제, 교육, 문화 등의 중심지

    였던 원도심들은 아주 단기간에 걸쳐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도심공동화라는 쓰나미와도 같은 충격을 받았다.

    원도심을 둘러싼 부도심 역세권이 출현하고, 현대적인

    신주거지가 개발(開發)되면서 새로운 행정구역이 탄생했다.

    이 과정에서 원도심에 있던 각종 공공기관이 외곽 신도심으

    로 이동했다. 새로이 개발되는 주거지와 신도심은 넓은 도로

    와 충분한 주차장, 깨끗하게 계획된 조경으로 꾸며지고 편리

    함과 주민들의 자부심까지 더해져, 원도심과 비교하여 부동

    산 가치의 현격한 역전현상까지 나타났다, 이러한 것들은 원

    도심의 급속한 쇠락을 부추기는 중요한 요인이 되었다.

    대부분의 분야에서 경쟁력이 떨어진 원도심에서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주거 이탈(離脫) 현상이 급속히 전개되었다.

    사람들은 민간 자본을 통한 쇼핑 등 다양한 여가시설, 소비

    시설 등을 찾아 자연스럽게 원도심을 떠나갔다.

    한때, 원도심에 거주한다는 것이 자부심(自負心)이기도

    했던 주민들은 어느덧 ‘그곳에 남아 산다는 것이 열등감(劣

    等感)일 수도 있구나.’라고 느끼기도 하였다. 상권은 사업자

    들이 점점 줄어 텅 비었고, 주택지는 몇 명 살지도 않게 되었

    다. 과거에는 앞집, 옆집에 시청과 , 도청의 공무원들이 살기

    도 하였건만, 지금은 원도심 어느 곳에도 거주하고 있는 관

    (官)의 공무원을 찾아보기가 힘들게 되었다.

    현재 인구의 절반도 안 되던 시절에는 동네 전체에 몇 대

    의 차밖에 없었고, 따라서 주차시설이 전혀 필요치 않은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