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 2 인생 up 데이트 · 2017. 8. 1. · 김찬휘 문화예술인 서른다섯 가지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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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 문화예술 청년, 인생 UP 데이트 VOL. 2 VOL. 2 고은령 김형준 남종우 신윤선 오장석 이준상 차민승 김사희 김상민 김승연 김유화 배진희 서지안 선윤아 송남은 신호윤 심현주 안병근 정세화 정지유 조주리 김병주 김수경 박재민 양문희 이도엽 이재중 서정민 장석준 이진원 장재호 이충우 인세인 박 홍성욱 김민정 변희정 김도연 김찬휘 문화예술 선배 35인의 서른다섯 가지 길 문화예술청년, 인생 UP! VOL. 2 대통령직속청년위원회와 (재)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는 청년 문화예술인과 예술현장 진입을 앞둔 예술가, 예술 관련 취·창업 희망자 그리고 예술경영 전공자 등을 위한 문화예술 인력현장 사례집 『문화예술청년, 인생 UP 데이트 VOL. 2』를 출간한다. 문화예술계 35인의 선배 예술가, 예술경영인, 스타트업 창업인들의 진로사례를 발굴해 청년 문화예술인들에게 다양한 예술현장 직업군을 소개하고, 청년 문화예술인들의 진로개척에 발판을 마련하고자 한다. 이 사례집은 문화예술청년들을 위한 맞춤형 정보개발을 위해 각 분야 전문가들과의 기획 및 자문회의를 통해 예술현장 분야별 전문가 35인을 선정했다. 그리고 선정된 각 분야 전문가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문화예술청년들이 활용 가능한 실질적인 진로현장의 다양한 사례들을 담아냈다. 12-B553015-00004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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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 VOL. 2 인생 UP 데이트 · 2017. 8. 1. · 김찬휘 문화예술인 서른다섯 가지 길 문화예술청년, 인생 up! vol. 2 대통령직속청년위원회와 (재)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는

문화예술청년

인생

UP

데이트 문화예술

청년,

인생 UP 데이트

VOL.

2

VOL. 2

고은령 

김형준

남종우

신윤선

오장석

이준상

차민승

김사희

김상민

김승연

김유화

배진희

서지안

선윤아

송남은

신호윤

심현주

안병근

정세화

정지유

조주리

김병주

김수경

박재민

양문희

이도엽

이재중

서정민

장석준

이진원

장재호

이충우

인세인 박

홍성욱

김민정

변희정

김도연

김찬휘

문화예술 선배 35인의

서른다섯 가지 길

문화예술청년, 인생 UP! VOL. 2

대통령직속청년위원회와 (재)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는 청년

문화예술인과 예술현장 진입을 앞둔 예술가, 예술 관련 취·창업

희망자 그리고 예술경영 전공자 등을 위한 문화예술 인력현장

사례집 『문화예술청년, 인생 UP 데이트 VOL. 2』를 출간한다.

문화예술계 35인의 선배 예술가, 예술경영인, 스타트업

창업인들의 진로사례를 발굴해 청년 문화예술인들에게 다양한

예술현장 직업군을 소개하고, 청년 문화예술인들의 진로개척에

발판을 마련하고자 한다.

이 사례집은 문화예술청년들을 위한 맞춤형 정보개발을 위해 각

분야 전문가들과의 기획 및 자문회의를 통해 예술현장 분야별

전문가 35인을 선정했다.

그리고 선정된 각 분야 전문가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문화예술청년들이 활용 가능한 실질적인 진로현장의 다양한

사례들을 담아냈다.

발 간 등 록 번 호

12-B553015-000043-01

Page 2: VOL. 2 인생 UP 데이트 · 2017. 8. 1. · 김찬휘 문화예술인 서른다섯 가지 길 문화예술청년, 인생 up! vol. 2 대통령직속청년위원회와 (재)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는

문화예술청년,

인생 UP 데이트

VOL.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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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청년,

인생 UP 데이트VOL. 2

대통령직속청년위원회와

(재)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는

청년 문화예술인과 예술현장 진입을

앞둔 예술가, 예술 관련 취·창업 희망자

그리고 예술경영 전공자 등을 위한

문화예술 인력현장 사례집 『문화예술청년,

인생 UP 데이트 VOL. 2』를 출간한다.

문화예술계 35인의 선배 예술가,

예술경영인, 스타트업 창업인들의

진로 사례를 발굴해 청년 문화예술인들에게

다양한 예술 현장 직업군을 소개하고,

청년 문화예술인들의 진로 개척에 발판을

마련하고자 한다.

이 사례집은 문화예술청년들을 위한

맞춤형 정보 개발을 위해 각 분야

전문가들과의 기획 및 자문회의를 통해

예술현장 분야별 전문가 35인을 선정했다.

그리고 선정된 각 분야 전문가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문화예술청년들이

활용 가능한 실질적인 진로 현장의

다양한 사례들을 담아냈다.

�문화예술청년,�인생�UP�데이트�VOL.�2

문화예술 선배 35인의 서른 다섯 가지 길

총괄·기획

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위원장 박용호)

인재양성부 이강국, 최진, 이용관, 손윤희, 이유진

기획·편집·운영

(재)예술경영지원센터(대표 김선영)

전략기획팀 김혜진, 강혜련

제작

원고 김도연(인사이드99)

사진 이수지(크레용프로덕션)

교열 양라임

디자인 The Creative Republic

발행일

2016년 10월 1일

발행처

재단법인 예술경영지원센터

03082 서울특별시 종로구 대학로 57

홍익대학교 대학로캠퍼스 교육동 12층

Tel. 02-708-2225 Fax.02-2098-2904

E-mail. [email protected]

본지에 실린 글과 사진의 무단 전재 및 복사를 금합니다.

©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 2016

문화예술�선배�

35인의�서른�다섯�가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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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nts

6 • 머리글

8 • 예술분야 진로지도

10 • 남종우 크리에이티브랩 대표

16 • 신윤선 유쾌한 아이디어 성수동공장 대표

22 • 이준상 그립플레이 대표

28 • 차민승 크래빌리 대표

34 • 고은령 스튜디오뮤지컬 대표

40 • 김형준 DIFFY 대표

46 • 오장석 두팔로 대표

52 • 신호윤 뽕뽕브릿지 대표

58 • 심현주 춘천마임축제 예술감독

64 • 정지유 KDB나눔재단 파트장

70 • 정세화 플레이온컴퍼니 대표

76 • 김승연 (재)예술경영지원센터 국제교류팀장

82 • 송남은 아츠앤코 대표

88 • 배진희 앰버린 대표

94 • 서지안 아트컴퍼니 모이모 대표

100 • 김사희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 교육·운영기획팀장

106 • 김유화 이자인원오원 대표

112 • 조주리 독립 큐레이터

118 • 선윤아 릴리쿰 대표

124 • 김상민 복합문화공간 에무 팀장

130 • 안병근 감자꽃스튜디오 매니저

136 • 양문희 포니케 대표

142 • 인세인 박 미디어 아티스트

148 • 김수경 국악 밴드 나릿 대표

154 • 이진원

장재호

태싯그룹

160 • 이재중

서정민

장석준

융·복합 창작단체

166 • 이충우 에스닉 팝 그룹 락(RA:AK) 대표

172 • 김병주

김시원

이강일

현호균

크로스오버 타악기 그룹 타고

178 • 박재민 수성아트피아 조명감독

184 • 홍성욱 그래피직스 대표

190 • 이도엽 무대감독, 걸작 대표

196 • 변희정 문밖세상 대표

202 • 김민정 스페셜아트 대표

208 • 김도연 아이디어랩 대표

214 • 김찬휘 평창동계올림픽 성화봉송팀장

스타트업

기획

운영

유통

행정

창작

실연

기술

교육 연계

콘텐츠 개발

홍보

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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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청년,�인생�UP�데이트�VOL.�2

예술은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한다. 하지만 그 예술을 만드는

예술가들과 관련 종사자들의 삶은 정작 그리 녹록지 않다.

청년 창업·취업을 위한 다양한 정책에도 불구하고 청년 실업률은

높아지고, ‘열정 페이’, ‘N포 세대’ 등 청년들의 삶의 위기를

표현하는 신조어들이 만들어지는 요즘, 특히 비영리적 속성을 가진

문화예술 분야의 길을 걸어가는 것은 더욱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가진 재능을 펼칠 수 있는

다양한 방식의 기회를 만들고, 이상과 현실의 균형을 맞추며

자신만의 색깔과 새로운 길을 만들어가고 있는 청년들이 있다.

그리고 이들의 넘쳐나는 창의력과 열정, 노력을 통해 우리는 더욱

희망적인 미래를 그려 본다.

대통령직속청년위원회와 (재)예술경영지원센터는 청년

문화예술인과 예술현장 진입을 앞둔 예술가, 예술 관련 취·창업

희망자 그리고 예술경영 전공자 등을 위해 선배 예술가,

예술경영인들의 진로 사례를 발굴해 청년 문화예술인들에게

다양한 예술현장 직업군 사례를 소개하는 『문화예술청년, 인생 UP

데이트』를 작년에 이어 두 번째로 발간한다.

올해는 문화예술창조융합·서비스 분야에 초점을 맞춰 예술 분야

틈새시장, 창업, 창직과 융·복합 등의 분야에서 젊음과 새로움을

포착하고 있는 다양한 직업군을 소개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예술을 전공한 학생들이 예술계 안에서 활동할 수 있는 영역을

공연예술과 시각예술을 중심으로 ‘기획·운영·유통·행정’,

‘창작·실연·기술’, ‘교육·콘텐츠 개발’, ‘예술 스타트업’, ‘홍보·마케팅’

등의 직군으로 세분화하였다. 그리고 전문가들의 자문과 도움을

얻어 예술 전공 출신의 청년 예술인들이 실질적인 모델로 삼을

수 있는 예술가, 기획자, 행정가, 창업자 등 최종 35인을 선정하여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터뷰는 각자의 길을 걷는 35인의 예술 현장 입문기, 단계별

경력 개발 과정, 직업에 대한 정보 및 소신, 직종별 업무 노하우 등

청년예술인을 위한 제언들이 담겨 있다.

예술 전공 졸업생은 매년 25,000여 명에 달한다. 무한한 상상과

자유로움이 기반이 되는 예술에는 정해진 답도, 길도 없다.

다만, 불확실한 미래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채워 나가는 데 있어

『문화예술청년, 인생 UP 데이트 VOL. 2』에 담겨 있는 선배들의

생생한 이야기가 짧으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

(재)예술경영지원센터

7 6 예술경영지원센터

김혜진

머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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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분야 진로지도공연·다원예술 시각예술

기획

운영

유통

행정

기획공연기획자(음악·무용·연극·전통·뮤지컬·복합 등),

축제기획자, 음반기획자

아트디렉터, 큐레이터,

전시코디네이터, 스페셜리스트

운영하우스매니저(대관·시설), 리셉셔니스트

예술가 매니지먼트컨서베이터

유통티켓매니저, 홍보마케팅, 광고마케팅,

정보큐레이터, 갤러리스트, 아트딜러(경매), 컬렉터

경영

행정

단체 운영, 시설 운영, 고객 지원, 회원 관리, 펀딩(메세나, 투자유치),

지원사업 및 프로그램 운영(문화예술관련 정부, 공공기관, 문화재단 등)

창작

실연

기술

창작

연출가·예술감독, 안무가, 작곡·작사·편곡,

작가(희곡·시나리오·서사창작),

드라마터그, 미디어아티스트 미술작가(평면·입체·사진영상 등), 공예작가,

디자이너(시각·활자·제품·패션·인테리어·멀티

미디어·플라워), 일러스트레이터, 컬러리스트,

포토그래퍼, 비디오그래퍼

실연연주자, 연기자(배우), 무용수

성악가(보컬, 지휘자)

기술제작감독, 미술감독, 무대감독, 무대디자이너, 무대영상, 조명감독, 조명디자이너,

음향감독, 음향디자이너, 의상디자이너, 분장디자이너, 인형디자이너, 전시감독

교육·연계

콘텐츠 개발

예술교육가(교수·교사·예술강사·에듀케이터), 예술치료사(연극·무용·음악·미술),

콘텐츠 개발 및 서비스(음악·방송·영상 등)

연구·조사

평론·언론

정책연구원, 컨설턴트, 데이터 분석가, 학예사, 아키비스트, 레지스트라, 평론가,

칼럼니스트, 매체운영자, 출판기획자

기획

창작

연구

·조사

·평론

·언론

교육

·연계

콘텐

츠개

운영

실연

기술

유통

경영

·행정

하우스매니저, 리셉셔니스트, 예술가

매니지먼트, 컨서베이터

정책

연구

원, 컨

설턴

트,

데이

터분

석가

, 학예

사,

아키

비스

트, 레

지스

트라

,

평론

가, 칼

럼리

스트

,

매체

운영

자, 출

판기

획자

연출

가, 예

술감

독, 안

무가

,

작곡

·작사

·편곡

, 작가

,

미디

어아

티스

트, 미

술 작

공예

작가

, 디자

이너

일러

스트

레이

터, 컬

러리

스트

,

포토

그래

퍼, 비

디오

그래

연주자, 연기자, 무용수, 성악가,

지휘자, 보컬

제작

감독

, 미술

감독

, 무대

감독

,

무대

디자

이너

, 조명

감독

,

조명

디자

이너

, 음향

감독

,

음향

디자

이너

, 의상

디자

이너

,

분장

디자

이너

, 인형

디자

이너

,

전시

감독

예술

교육

가, 예

술치

로사

,

콘텐

츠 개

발 및

서비

스 단체

운영

, 시

설 운

영,

고객

지원

, 회

원 관

리, 펀

딩,

지원

사업

및 프

로그

램 운

티켓

메니

저, 홍

보마

케팅

,

광고

마케

팅,

정보

큐레

이터

, 갤러

리스

트,

아트

딜러

, 컬렉

공연기획자, 축제기획자,

음반기획자,

아트디렉터, 큐레이터,

전시코디네이터, 스페셜리스트

예술분야 진로지도 9 8

Page 7: VOL. 2 인생 UP 데이트 · 2017. 8. 1. · 김찬휘 문화예술인 서른다섯 가지 길 문화예술청년, 인생 up! vol. 2 대통령직속청년위원회와 (재)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는

기술에 스토리 입히기

머리에 조명이 들어오는 남자

오토마타(automata) 위에서 창녕 우포늪의 풍어제가 현대적으로 되살아났다. 나무들이 춤을 추고 오르골이

연주된다. 이를 만든 ‘크리에이티브랩’은 문화기술 기반 콘텐츠를 기획하는 회사이다. 통합 제어되는 줄인형,

자동 오토마타부터, 미디어아트를 활용한 숲관광체험 콘텐츠까지. 남종우 대표는 기술에 스토리를 입히고

있다.

※ 오토마타(automata): 기계 내부의 구성이나 동작에 대한 세부 사항이 무시되고 입력과 출력에 대한

사항만이 명시되는 추상적인 기계

남종우��|��크리에이티브랩�대표

약 력

· 가야대학교 연극영화과

· 대진대학교 대학원 공연영상학과 석사

· 중앙대학교 첨단영상대학원 예술공학과 수료

· 前 영남대학교 LED-IT 융합산업화연구센터

연구원

· 前 (주)디지큐 Show Control 조명감독

· 現 크리에이티브랩 대표

테크(tech)와 스토리는 어떻게 결합하게 되나요

엔지니어들이 보통 기술만 가지고 있는 경우가 있죠. 그러면 시장이

알아주지 않잖아요. 제가 스토리를 입히자고 제안을 했어요. 창녕 우포늪의

풍어제를 오토마타로 만들어 보자! 5개의 시리즈물을 만들었어요. 배를

띄우고 바람결에 나무를 움직이게 하고, 배경음악을 오르골로 제작해서

넣었습니다. 기술이 스토리를 만나니 그 가치가 더 높아진 거죠.

우포늪을 표현한 오토마타는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지역 전통 기반 문화

콘텐츠 개발 아이디어에 채택되어 지원금을 받아 창동예술촌 사람들과

협동 작업을 했다. 사업 초창기인 크리에이티브랩의 존재를 세상에

알렸고, 지원금은 다음 프로젝트의 물꼬를 여는 마중물이 되었다. 이후

남종우 대표는 경남목공협동조합과 기획 전시인 <창동가내수공업 -

법고창신전>을 열며 지역 예술계에 변화의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회사명인

크리에이티브랩은, 항상 뭔가 번쩍이는 자신의 머리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닌가 싶다.

연극 무대에서 스태프로 일하면서 어떤 것을 배웠나요

지금 제가 하는 업무가 생소하고 달라 보이지만 한 편의 공연을 무대에

반짝, 아이디어가 머리에 들어오다

사람은 자신의 업(業)을 닮아 간다. 남종우 대표의 머리에는 조명 장치가 있는 게 분명하다.

뭔가를 보면 회로에 불이 들어온다. 반짝. 아이디어가 떠오른 것이다. 작년 7월 고향 마산에

내려갔을 때 ‘창동예술촌’에서 오토마타에 대한 원천 기술을 가진 엔지니어 한 사람을 만났다.

그러나 기계장치에 불과했다. 어떤 스토리를 입힐까 하는 순간, 남 대표의 머릿속에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연극은 프로세스를 세우게 한 전자회로판

남종우 대표는 대학 시절 연극영화를 전공했다. 그러나 연극배우는 버텨 내기에는 너무 가난한

직업이었고 자신에게 기회가 오기 어렵다는 것을 직감했다. 만약 버텨 냈다면 송강호 같은

연기파 배우가 되지 않았을까, 경상도 사투리를 들으며 뜬금없는 생각을 했다. 그는 항상 무대

주변을 맴돌았고, 아르코의 무대 팀에서 인턴으로 1년 근무하며 공연이 올라가는 과정을

지켜봤다

11머리에 조명이 들어오는 남자 11머리에 조명이 들어오는 남자 10 크리에이티브랩 대표

남종우

Page 8: VOL. 2 인생 UP 데이트 · 2017. 8. 1. · 김찬휘 문화예술인 서른다섯 가지 길 문화예술청년, 인생 up! vol. 2 대통령직속청년위원회와 (재)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는

올리는 것과 비슷해요. 연극은 대본을 쓰고, 스태프와 연기자를 모으고,

세트를 만들고 조명을 달고, 실제 공연을 하는 거죠. 오토마타도

마찬가지예요. 기획을 하고, 협업할 사람들을 구하고, 시스템 제어 장치를

추가하죠. 도구와 표현 방법이 다를 뿐 연극과 다르지 않아요. 연극을 통해

일을 하는 순서와 방법을 배웠어요.

남종우 대표는 대학원에서 ‘무대예술의 조명디자인’을 전공했다.

공연예술의 새로운 패러다임 변화를 예상하며 기술이 융합된 공연을

제작하고자 박사과정에서는 예술공학을 전공했다. 박사 졸업 후 연구소와

기업에서 정부 과제를 수행했는데, ‘융·복합 공연기술 개발’, ‘사람의 뇌파를

인지하여 최적화된 조건을 찾는 감성 조명’ 등을 연구했다. 그러고 나서

혈혈단신의 몸으로 2015년 7월 크리에이티브랩을 설립했다. 조명 분야에

있어서는 최고의 기술을 보유한 상태이다.

그는 어려서부터 전자장치로 제어하고 기계를 다루는 일을 좋아했다.

회로를 설계하고 정보를 입력하는 것에 따라서 자신이 원하는 대로

움직이는 세상을 동경했다. 기존에 없던 멀티미디어 쇼를 구상할 수 있는

것도, 조명과 전자 기계 장치에 대한 기술력이 있기 때문이다.

뉴미디어를 활용한 무대를 구상하다

올해 목표는 투어형 인형극장을 개발해서 글로벌 사업화하려고 구상 중이다. 설계, 극작, 음향,

영상 등 협업이 필요한 대형 프로젝트이다.

멀티미디어 인형극에서 어떤 가능성을 보셨나요

멀티미디어 인형극은 경남 지역에서 우선 진행해 보려고 합니다. 스토리를

만들고 인형을 등장시키는 것과 똑같아요. 그런데 인터랙티브 오토마타,

줄인형과 드론 등이 전자장치에 의해서 춤을 추니, 운영 인력을 최소화할

수 있어요. 관객 입장에 상관없이 안정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죠. 제 전공이

조명이니 무대의 요소를 더 극적으로 보이게 구성할 겁니다.

그중에서도 ‘뉴미디어를 활용한 숲관광체험 콘텐츠’는 지역의 설화와

역사의 이야기를 숲을 배경으로 하여 디지털아트로 형상화하고자 한다.

대형 프로젝트로 지자체를 설득하고 실제 프로젝트를 이끌어 내는

과정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복합적인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참신한

아이디어다.

아이들의 호기심을 채울 줄인형 제작 과정나무와 배가 움직이고, 오르골 음악이 나오는 우포늪 오토마타

13 12 문화예술청년, 인생 UP 데이트 — VOL. 2 머리에 조명이 들어오는 남자 크리에이티브랩 대표

남종우

Page 9: VOL. 2 인생 UP 데이트 · 2017. 8. 1. · 김찬휘 문화예술인 서른다섯 가지 길 문화예술청년, 인생 up! vol. 2 대통령직속청년위원회와 (재)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는

뉴미디어를 활용한 숲체험형 콘텐츠는 무엇인가요

예를 들어서 김해 허황후의 이야기를 체험형 콘텐츠로 만드는 거죠.

사람들이 숲에 들어가서 허황후의 생애를 따라 움직이는 거예요. 멀티미디어

장비들이 숲에 있어서, 길을 따라가다 보면 시대를 뛰어넘어 이야기를 느낄

수 있어요. 생태 학습과 역사 체험이 동시에 되니 아이들 교육에 효과가 클

겁니다.

처음에는 제안서를 쓰고 떨어지기를 수없이 했다. 별로 개의치 않으려고

했지만 밤을 새워 써냈던 제안서들이 속절없이 떨어져 나갈 때는 입이 바싹

타고, 속이 쓰라렸을 것이다. 회사를 다니며 벌어 놓은 돈을 다 털어 넣고

잔고가 바닥날 즈음 오토마타 사업이 지원 사업에 선정되었다.

예술가로 살아가다 창업을 하고 깨달은 점이 있나요

1인 기업을 하다 보니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요. 조금만 미루고 나면

벅차서 나중에는 포기하게 되죠. 1년간 사업을 하고 나서 깨달았어요.

바로 해야 한다고. 제안서 작업도 내야겠다 다짐을 하면 이틀이면 뚝딱

써냅니다. 상상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업은 실제이니 실행력이 더

중요해요.

인터뷰의 마지막, 카메라 앞에서 어색하던 그를 편안하게 웃게 하는 마법의

단어를 발견했다. 바나나 막걸리! 편의점에만 파는데 놀랄 만하다며 꼭

마셔 보란다. 오토마타, 자동제어장치, 멀티미디어 쇼를 듣고 이게 뭔가

싶었다. 그런데 결국 막걸리였다. 결국 사람이었다. 아이디어를 내는 것도,

이것을 작동시키는 것도 막걸리를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제가 현재 하는 일의 전개 과정은 한 편의 연극 공연을 만드는

것과 같습니다. 기본적으로 일이 흘러가는 메커니즘을 알면, 어떤

분야에도 쉽게 적용할 수 있습니다. 맡은 전공에 대해 열심히

하시고 타 분야 경험을 많이 하시라고 조언드리고 싶습니다.

- 남종우 -

남종우 대표는 올해 현대자동차그룹-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이 함께하는 ‘찾아가는 체험버스-

신나는 문화놀이터’에 선정이 되어 버스를 한 대 지원받았다. 이 버스를 타고 통영, 남해 등

경상남도의 시골 지역을 달려가 멀티미디어 기반의 수업을 진행한다. 아이들에게 너른 세상을

안겨 주길, 기술의 멀티미디어도 결국 인간을 위한 것이길 바라본다.

남종우 대표와 대형 오토마타 나무 인형 마산에 위치한 크리에이티브랩의 전경

15 14 문화예술청년, 인생 UP 데이트 — VOL. 2 머리에 조명이 들어오는 남자 크리에이티브랩 대표

남종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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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레이터 출신의 벤처창업가

테크와 예술의 결합,

사람과 동네의 유쾌한 공존

신윤선 대표는 큐레이터였다. 기술이 결합된 전시 기획을 하면서 예술과 기술이 공존할 수 있는 가능성을

모색했다. 지금은 <유쾌한 아이디어 성수동공장>을 짓고 아날로그 감성과 디지털 감각이 만나는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내고 있다. 또한 지역 예술가와의 협업 프로젝트를 통해 지역의 지속 가능한 발전 방향을 찾고

있다. 신윤선 대표를 말하는 키워드는 결합과 공존이다. 낯선 것을 엮고 그 속에서 지속 가능성을 찾는다.

신윤선��|��유쾌한�아이디어�성수동공장�대표

약 력

· 홍익대학교 예술학과

· 홍익대학교 대학원 미술사학 석사

· 前 프레파라트연구소_독립기획공동체 설립자

· 前 토탈미술관 큐레이터

· 現 유쾌한 아이디어 성수동공장 대표

전시&기획

· 2004 프레파라트-어머니 지구

· 2005 디제잉 코리안 컬쳐

· 2007~2009 커피 위드 슈가_4개국 참여

국제교환 스크리닝 프로그램

· 2009~2010 홍벨트 페스티벌

그러니까 신윤선 대표는 공장장이다. 공장이라는 이름은 성수동이기

때문에 붙일 수 있었다. 2015년 4월, 주 무대를 홍대 앞이 아닌 성수동으로

옮겨서 디지털 미디어 콘텐츠를 기획하고 제작하는 회사를 설립했다. 신

대표는 예술학과 동 대학원에서 미술사학을 전공한 후 다장르가 공존하는

예술 전시나 문화이벤트 기획자로 활동해 오고 있다.

예술학과 미술사학과를 전공하셨는데 전공을 선택한 계기가 있나요

고등학교 대학 입시를 준비하던 시절부터 ‘큐레이터’라는 직업에 매력을

느껴서 예술학과에 진학했어요. 미술사, 예술행정, 미학, 박물관학 등 다양한

수업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그 직업에 가까워질 수 있었어요. 미술대학

내에서 주최하던 ‘거리미술전’에 참여하면서 나다운 기획이 무엇인지 깊게

고민하게 됐어요. 대학원에서는 여러 분야 중에서 미술사를 좀 더 깊고

면밀하게 공부하고 싶어서 미술사학 전공을 선택했습니다.

문화예술 기획을 하는 데 있어 미술사학을 전공한 것이 어떤 도움이 되나요

미술사는 객관성에 대한 끊임없는 확인과 의심, 그리고 역사를 기본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인문학이라는 큰 틀에서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작은

능력을 연습하게 해 주었어요. 또한 예술의 역사를 통해 현대 예술을 어떠한

관점으로 바라보고 해석해야 하는지에 대한 통찰력을 배웠습니다. 이러한

시대를 관통할 수 있는 통찰력은 현재 사업을 하는 데에도 아주 큰 장점으로

제 안에서 작용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신 대표는 대학을 졸업하고 홍대를 근거지로 10년 넘게 큐레이터로

일했다. 2004년 프레파라트 연구소라는 독립 기획 공동체를 설립한 후

<프레파라트-어머니 지구>(2004), <디제잉 코리안 컬쳐>(2005)를

시대를 관찰하는 통찰의 눈

<유쾌한 아이디어 성수동공장(이하 성수동공장)>을 찾아가는 길. 지하철 출구로 맞게

나갔는데 역시나 길을 잃었다. 여기가 어디인가 멈춰 살펴보니, 이곳 성수동은 허름한 물류

창고와 핫 플레이스인 대림창고가 낯설게 공존하는 곳이다. 골목길에 세워진 트럭으로

인부들은 분주하게 물건을 옮기고, 정미소를 개조해 만든 ‘대림창고’ 커피숍에는 방문객의

행렬이 이어진다. 마을을 허물지 않고 낡은 것 안에 새로움을 채워 넣은 착한 동네에

<성수동공장>이 있다.

17테크와 예술의 결합, 사람과 동네의 유쾌한 공존 17테크와 예술의 결합, 사람과 동네의 유쾌한 공존 16 유쾌한 아이디어 성수동공장 대표

신윤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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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쳐 4개국(불가리아, 덴마크, 터키, 한국)이 참여하는 국제교환 스크리닝

프로그램 <커피 위드 슈가>(2007~2009)를 기획했다. ‘공간’, ‘연대’,

‘젠트리피케이션’, ‘축제’와 같은 단어들을 고민하던 2009~2010년에는

홍대 지역에서 ‘홍벨트’라는 예술 공간 연대를 만들어 <작가와의 대회>,

<홍벨트 페스티벌>을 기획하였다.

사실 큐레이터로 일하면서 한 번도 통장이 두둑해 본 적이 없었다.

겉보기와 다르게 박봉과 불안전한 고용 조건에 노출되어 있으므로 열정과

사명감이 없다면 하기 힘든 일이었다. 그러나 큐레이터를 하면서 쌓은 문제

해결력과 예술적 감성은 <성수동공장>을 시작할 수 있는 모태가 되었다.

또한 여러 디지털 디바이스를 이용해 지역 근로자와 거주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공장 영화제도 진행하고 있는데 마을과 사람의 공존에 대한 신윤선

대표의 철학 때문이다. “홍대에서 활동하며 예술가들이 높은 월세를

청춘성수, 동네 사람들이 참여하는 축제를 만들다

<성수동공장>은 아날로그와 디지털 감각이 만나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내는 공간으로 사람과

기술, 사람과 사람, 기술과 기술이 만나는 신개념 오픈 플랫폼이다. 홀로그램, 미디어 파사드,

3D 프린트 등 디지털 디바이스와 예술 작품을 접목하는 시도가 주목받고 있다. 인천공항

내부에 멀티미디어를 구축하고 콘텐츠를 제공했고, 10월 셋째 주에는 미디어 융·복합 공연

<사운드 오브 코리아>를 연다. 전통 소리와 기술이 만나고 사운드 아티스트, 전통악기 연주자,

소리꾼, 일러스트 등이 협업하는 공연이다.

감당하지 못해 쫓겨나는 젠트리피케이션 상황을 지켜봤기에, 성수동이

예술과 도시가 공존할 수 있도록 방안을 찾고 싶었어요.”

성수동이라는 동네를 거점으로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나요

동네에 들어와서 생활을 하다 보니까 관심이 많이 생겨서 동네 잡지도

만들었는데, 잡지를 만드는 과정에서 성수동에서 일하는 분들과 자주

만났어요. 디자인, 소셜 임팩트, 예술 기획 등 여러 분야가 만나다 보니

이런저런 일을 같이 시도하게 됐죠. 9월 28일부터 닷새 동안 ‘청춘성수’라는

콘셉트로 동네 축제를 열어서 기존의 주민들도 함께 융화되는 행사를

만들려고 해요. 나중에는 해외에서도 찾아올 수 있는 글로컬한 콘텐츠를

만들어 내고 싶어요.

미국의 영상미디어교육 회사이자, 사회적 기업인 ‘베이캣(BAYCAT)’의

활동들을 서치하면서 벤치마킹하고 한국에 적합한 모델을 찾고 있다. 예술,

인문학, 과학 분야의 다양한 전문가들과 협업하여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상상공장, 기술과 예술에 대한 평등한 공유

신윤선 대표는 “기술의 공유”라는 사회적 가치를 실현할 수 있도록 마음 맞는 사람들과 사회적

기업의 설립을 계획 중이다. 새로운 디지털 디바이스에 대한 교육이 빈부의 격차, 지역 격차,

개개인이 놓인 상황에 따라 제약을 받고 있는 상황을 타개해 나가도록 구심점의 역할을 하려고

한다. “학원이나 사설 소프트웨어 교육 업체가 하지 못하는 역할들을 사회적 기업을 설립해서

진행하려고 합니다.”

기술의 공유를 실천하는 상상공장의 프로그램성수동공장 내부에서 진행된 행사 호기심을 자극하는 홀로그램 무대 만들기

19 18 문화예술청년, 인생 UP 데이트 — VOL. 2 테크와 예술의 결합, 사람과 동네의 유쾌한 공존 유쾌한 아이디어 성수동공장 대표

신윤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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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융·복합 창의체험교육 프로그램’인 <상상공장>을 만들었고 호평을

받고 있다.

<상상공장>의 프로그램은 어떤 사회적 가치를 담고 있나요

상상공장의 1차 목표는 문화 소외 지역인 시골 학교 청소년들이 직접

디지털 디바이스를 접해 보고 융·복합 교육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입니다. 온·오프라인 양쪽으로 병행하려고 해요. 온라인에서 오픈소스로

개방해서 <상상공장>이 찾아가지 못하는 지역의 아이들도 온라인을 학습할

수 있도록 하는 거죠. 얼마 전 여름방학 중에 진도중학교에서 진행했던

것처럼 아이들이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사업적 여력이 있다면 바로

찾아가서 교육을 할 예정입니다.

단순히 디지털 기기를 배우는 데 그치지 않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요

이 프로그램의 차별성은 청소년이 단순히 기기를 다루기 위해 코딩을

배우거나 작동법을 지시받는 형식이 아니라, 개개인의 목적에 맞게

창의적이고 능동적으로 기기를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데 있습니다. 요즘은

이를 ‘디지털 리터러시(Digital literacy)’라고 일컫습니다. 디지털 기기를

이용해 자신을 제대로 표현해 낸다면 수업은 목적을 이룬 것입니다.

전인교육 프로그램의 콘텐츠 제작 능력이 탁월한 <청소년예술학교

달꽃창작소>와 협업하고 있어요.

낯선 경험을 자주 했으면 좋겠습니다. 예술대학 학생들은 낯선

기기를 다루는 것도 너무 겁먹는 경우가 많아요. 사실 해 보면 별게

아닌데 말이죠. 디바이스는 결국, 내 안의 상상을 보다 쉽게 실현해

줄 도구입니다. 가볍게 하나씩 해 본다면 내가 처음에는 예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결합을 찾아낼 것입니다.

- 신윤선 -

<성수동공장>은 아직 사업 초기라 넘어야 할 난관이 많다. 외부 투자자가 유입되는 성수동의

임대료는 날이 갈수록 치솟을 가능성이 높으니 이 또한 걱정이다. 그러나 2년 동안 동네에서

쌓은 네트워크가 만만치 않은 것처럼, 지금처럼 지역 사람들과 열린 마음으로 손잡아 가다

보면 봇물 터지듯 시너지가 나지 않을까 기대된다. 신윤선 대표는 <성수동공장>이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사회에 공헌할 것인가에 대해 단기적, 장기적인 비전도 설립해 놓았다. 결합과

공존! 테크와 예술이 결합하고, 사람과 인간이 결합한 곳에서 이름처럼 유쾌한 상상이 넘쳐

나길 바란다.

유쾌하게 성수동을 변화시키는 4명의 이노베이터

21 20 문화예술청년, 인생 UP 데이트 — VOL. 2 테크와 예술의 결합, 사람과 동네의 유쾌한 공존 유쾌한 아이디어 성수동공장 대표

신윤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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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용 필기 보조 기구에서 VR 콘텐츠까지

360도 입체적으로, 나는 내 길을 간다

그립플레이는 장애인을 위한 필기 보조 기구를 3D 프린트로 만드는 회사다. 채산성이 낮다는 이유로

지금까지 어떤 누구도 뛰어들지 않았던 분야다. 그러나 조각 전공자로서의 디자인 능력과 장애인에 대한

남다른 애정이 이준상 대표의 발을 낯선 분야로 내딛게 만들었다. 회사의 신사업으로 VR 콘텐츠(Virtual

Reality)도 제작하고 있는데, 아직은 태동기인 사업 분야에 뛰어들어 쉬운 게임은 아니지만 자신만의

영역을 차근차근 넓혀 가고 있다.

이준상��|��그립플레이�대표

약 력

· 가천대학교 환경조각과

· 서울미디어대학원대학교 미디어공학과 재학

· 前 사회적기업 한국장애인국제예술단

· 前 대검찰청 대변인실 검찰방송 제작PD

· 現 그립플레이 대표

주요활동

· Standford Uinversity Design Thingking 과정

교육 수료

· KAIST SE MBA 사회적기업가 양성 단기과정

교육 수료

· 미래창조과학부 한이음 ICT멘토

수 상

· 2015 중소기업청 1인 창조기업 R&D선정

· 2015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선정

· 2015 H-온드림 펠로우 선정

조각의 어떤 점이 좋아서 전공으로 선택하게 됐나요

어려서부터 만들고 그리는 걸 좋아했어요. 수능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내가 평생 제일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일이 뭘까?’ 고민하다가,

재능의 유무를 떠나 집중하고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어서

조각을 선택했어요. 아주 사소한 선택이었지만 제 인생을 바꿨고 공부해

보니 미술의 여러 장르 중에 조각이 제 성향과 가장 맞았어요. 조각을

발로 뛰는 스포츠에 비유하거든요. 평면으로 스케치했던 작품을 입체로

만들 때,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생기는데 계속 수정, 보완해 가면서

두려워도 앞으로 나아가야 해요. 조각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있었기에

3D프린팅 회사도 차릴 수 있었죠.

지금이야 능숙한 솜씨로 컴퓨터를 다루지만, 군대 가기 전에는 초등학생도

한다는 한글 프로그램도 다룰 줄 몰랐다. 예술가는 응당 그래야 한다고,

그게 예술가의 삶이라고 위안을 삼았다. 군대에서 어찌하다 컴퓨터를 할 줄

안다고 둘러댔는데 거짓말이 안 되게 하려고 자판을 하나하나 눌러가면서

한글 프로그램과 포토샵을 마스터해 버렸다.

“아, 기술이 어려운 것이 아니구나”라고 깨닫게 된 이후 기술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졌다. 그립플레이를 창업하기 전에는 유튜브에 나오는

영상들을 보면서 3D모델링 프로그램인 Cinema4D, 3D MAX, 123D 등을

마스터했다. 학원을 한두 달 다닌 적은 있지만 인터넷만 검색해도 유용한

자료가 넘쳐 나니 독학으로 심화 학습했다. 대학교 졸업할 때만 해도

기획서 한 장 쓰지 못했던 사람치고는 장족의 발전이다.

발로 뛰는 예술, 조각에서 배운 문제 해결 능력

이준상 대표의 이력은 한마디로 정의되지 않는다. 외길로 가지 않기 때문이다. 학부시절에는

조각을 전공하고 졸업 후에는 ‘한국장애인국제예술단’에서 공연을 만들고 무대에 서기도 했다.

그러다가 대검찰청 검찰방송국에 입사하여 제작 PD로 3년을 일했다. 지금은 그립플레이의

대표가 되어 장애인용 필기구를 맞춤 제작하기 위해 컴퓨터 앞에서 디자인을 하고 있다.

순간의 선택들이 진로를 바꿨다고 하더라도, 인생을 관통하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조각’이라고 단언한다.

23360도 입체적으로, 나는 내 길을 간다 23360도 입체적으로, 나는 내 길을 간다 22 그립플레이 대표

이준상

Page 14: VOL. 2 인생 UP 데이트 · 2017. 8. 1. · 김찬휘 문화예술인 서른다섯 가지 길 문화예술청년, 인생 up! vol. 2 대통령직속청년위원회와 (재)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는

예술 전공자들이 기술을 배우는데 어려워할까요

예술가는 IT기술을 배우는 데 소극적이고 겁을 먹을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

조각에 3D프린팅을 결합하면 아이디어를 모델링하는 작업이 편리해져서

공정이 1/3으로 줄어들어요. IT기술은 예술을 더 잘하기 위한 도구인 것

같아요.

전공에서 벗어나 PD, 연극인, 벤처회사 CEO 등으로 전향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제가 했던 일들이 조각과 별로 다르지 않다고 생각해요. 예술은 사물을

관찰하고 해석해서 뭔가를 새롭게 만들어 내는 일이고, 연극연출가,

PD 등도 나만의 것을 새롭게 만들어 내는 직업이에요. 더욱이 조각을

하면서 순간순간 상황을 판단하고 대처하는 능력을 키웠던 것이 업무를

추진하는 데 큰 도움이 됐어요. PD로 일할 때 ‘일 잘하는 사람’으로 실력을

인정받았는데, PD는 문제 해결 능력이 있어야 성공하는 직업이거든요.

촬영 현장에 가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까요.

이준상 대표는 2010년에 장애인 친구들과 함께 여행을 했는데, 그들의

생활을 가까이에서 지켜보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신체적 제약을 넘어

경험을 확장시켜 주고 싶다는 갈망이 생겼다. 우연히 접하게 된 3D프린트는

조각 전공자인 이준상 대표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충분했다. 기술이 돈이

아니라 사람을 향해 닿을 수 있도록 돕는 회사를 세워야겠다고 결심하는

순간이었다.

작은 즐거움이 세상을 변화시킨다

사회의 문제를 자신의 능력으로 해결해 보고 싶다는 의지를 가지고 이준상 대표는 2015년

그립플레이를 창업했다. 중소기업청 이공계꿈나무 육성 R&D, 사회적기업가 우수 육성팀에

선정되며 창업 초기부터 사회적인 주목을 받았고 지원금으로 지금의 사무실에 터를 잡을 수

있었다. 2015년 가을에는 스탠퍼드 대학교의 디자인 싱킹 과정(Standford Uinversity Design

Thingking)을 단기 수료했고, 지금은 서울미디어대학원대학교 미디어공학 대학원을 다니면서

배움에 에너지를 쏟고 있다. 좋은 일도 실력 없이는 오래가지 못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립플레이(Grip paly)는 어떤 뜻인가요

자동차, 비행기, 우주 비행선을 움직이는 것은 아주 작은 손잡이(grip)입니다.

그립플레이는 아주 작은 즐거움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생각에서

착안된 이름이에요. 작은 기술이지만 소외된 계층이 이 기술을 이용해

자신만의 경험을 확장할 수 있도록 돕고 싶어요. 그 첫 번째 사업이

플레이그립입니다. 장애 아동용 필기 보조 기구를 3D프린터를 이용해 맞춤

제작을 하고 있는데, 기업의 채산성을 이유로 제작하지 않던 분야였어요.

기술을 고루 나눠 가진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요

세상에는 첨단 기술들이 쏟아져 나오지만 기술이 돈이 있는 곳을 향해서만

흘러가잖아요. 예를 들어 VR 기술은, HMD(Head Mounted Display,

머리에 착용하는 형태의 디스플레이)를 이용해 소아암 아동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주고 싶어요. 그립플레이는 '기술이 다양한 사람들을 위해서 너르게

쓰이게 하고 싶다'는 가치를 바탕에 두고 창업했어요. 힘들어도 지켜야 할

우리의 존재 이유입니다.

장애인을 위한 필기도구를 컴퓨터로 디자인 이뤄야 할 것들이 빼곡히 적힌 벽면 그립플레이의 또 다른 사업파트인 가상현실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는 그립플레이의 직원들

25 24 문화예술청년, 인생 UP 데이트 — VOL. 2 360도 입체적으로, 나는 내 길을 간다 그립플레이 대표

이준상

Page 15: VOL. 2 인생 UP 데이트 · 2017. 8. 1. · 김찬휘 문화예술인 서른다섯 가지 길 문화예술청년, 인생 up! vol. 2 대통령직속청년위원회와 (재)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는

그립플레이는 크게 2개의 사업부가 구성되는데 오른쪽 방은 3D 프린트의

작업실이고, 반대편은 VR(Virtual Reality, 가상현실)을 연구하는 곳이다.

벽면에는 장애 아동용 필기구의 주문서가 붙어 있었다. OO초등학교 어머니,

OO사회복지관 등 주문이 전국에서 들어오고 있었다. 처음에는 개별 맞춤

제작에 시간이 많이 소요됐지만, 이제는 시스템을 매뉴얼화해서 효율적으로

생산이 가능하니 생산량을 더 늘릴 수 있게 되었다. 올해가 수익을 내는

사업의 첫해이다.

얼마 전에 정식 직원이 2명 들어왔고, 인턴 직원까지 있으니 총 4명이 근무

중이다. 또 하나의 가족인 3D 프린트기도 마당 한편에서 맹렬히 일하는

중이었다. 보라색 액체가 튜브관에서 나오며 물품을 만드는데, 프로그래밍의

명령을 받아, 딴청 한 번 피우지 않고, 부지런히 제품을 만들고 있었다.

3D 프린팅이 새로운 시대의 블루오션으로 인식되는 이유는, 미래에는

대기업 중심의 제조업은 무너지고, 개인의 까다로운 요구를 수용하는

맞춤제작의 시대가 올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2016년 현재, 아직 성숙되지

않은 3D프린트 시장에서 안정적인 수입원을 마련하는 것은 해결해야 할

당면 과제이다. 이준상 대표는 ‘헬로메이커스’라는 브랜드를 만들고 주문을

받아 개인맞춤형 디자인을 생산해 주고, 3D프린트를 이용하는 창의교육

프로그램도 개발해 기업체에서 교육도 진행하고 있다.

3D프린트, 미래의 그립플레이는 어떻게 성장할까요

다품종 소량 생산이 3D 프린팅의 전부는 아니에요. 개개인에 필요한

제품들을 어떻게 잘 만들어 내는가가 핵심입니다. 그 사람이 왜 이 제품이

필요한지에 대한 깊은 이해가 담겨 있어야 가능한 일입니다. 그립플레이가

3D프린팅을 통해 제조하고 싶은 것은, 단순 소외된 사람을 위한 제품이

아닙니다. 사람을 보다 깊이 이해하고 그들이 꼭 필요로 하는 제품을

만드는 기업을 만들고 싶습니다.

그립플레이, 문제점을 어떻게 해결해 나갈까

회사는 사회적 가치를 지향하고 있지만, 생존은 필수조건이에요. 아직은

사업상 풀어야 할 문제점이 많아요. 저는 지금 그립플레이라는 회사를

조각하고 있어요. 스케치대로 작품이 안 나오면 어쩌나 걱정만 하지 말고,

멘토들을 찾아다니면서 묻고 답을 들으면서, 계속 수정하고 보완해 나가면

나아지지 않을까요. 원래 몇백 억짜리 회사를 차리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사회적 문제를 내 힘으로 풀고자 했던 것이니 너무 서두르지 않고 뜻을

지키며 회사를 운영해 보겠습니다.

예술 전공생들은 1년~5년의 입시 준비 기간을 가지죠. 대입

이후에도 뭘 하며 살까 고민을 하더라도 ‘걸어온 삶을 기반’으로

생각을 하기에 선택지가 한정적입니다. 조각 전공자가 3D 프린팅

사업을 한다고 하니 지금 직업이 전공과는 무관해 보이겠지만 저는

같은 길을 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분야는 달라도 조각을 했기에

지금 3D 프린트를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해 온 것들을

버리고 다른 것을 준비한다는 것을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전공에서

얻은 실력과 관점을 바탕으로 세상에 도전한다면, 이룰 수 있는

일이 더 많을 것입니다. 환경과 관계없이 가급적 많은 경험을,

자신에게 선물해 주세요.

- 이준상 -

‘조각’은 모든 것의 시작이었다. 인생의 문제점을 슬기롭게 헤쳐 나가고 우리나라에서는

불모지인 3D 프린트까지 오게 만든 힘이었다. 스무 살, 대학에 입학하던 시절에는 10년이

지난 후 회사를 창업하게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수정 ·보완하면서 나아가는 힘, 실체를

두려워하지 않는 단단한 마음을 조각을 공부하며 배웠다.

27 26 문화예술청년, 인생 UP 데이트 — VOL. 2 360도 입체적으로, 나는 내 길을 간다 그립플레이 대표

이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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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예를 전공한 27살의 벤처사업가

우등을 이기는 뜨거운 열등

도예과 4학년, 예술대학교 학생이 아직 졸업도 하기 전에 창업을 했다. 창업을 함께한 직원들은 박봉에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고, 아직 넉넉하지 않지만 수익이 나기 시작했다. 젊은 대표의 눈은 뭐든 할 수

있다는 에너지가 샘솟고, 세상도 그에 응답을 시작했다. 뭐든 욕심만 낸다면 그럴싸할 것을 만들기에

충분한 나이와 불가마같이 뜨거운 삶의 의지를 지닌 크래빌리의 차민승 대표를 만났다.

차민승��|���크래빌리�대표

약 력

• 국민대학교 도자공예과 재학

•前 2015년 31대 조형대학 학생회장

• 現 크래빌리 대표

가장 먼저 한 일은 국민대학교 조형대의 학생회장으로 출마한 것이었다.

개교 이래 국민대학교 조형대 안에서 도예과가 단과대 학생회장을 맡아본

적이 없다는 사실에 오기가 났다. 처음에는 순전히 도예과 기 살리기

프로젝트의 일환이었으나, 신입생 환영회를 기획, 추진하고 며칠 밤을 꼬박

새우며 진두지휘해서 마무리하고 나니 조직을 운영하는 게 재미났다. 사람을

조직하고 계획을 세우고 실행에 옮기는 일이 이렇게 재밌는 거구나 싶으니

자신감이 몸에 붙었다. 도예과 수업을 통해 도자기 빚는 법을 배웠지만

학생회장 활동은 그에게 사람과 조직을 빚는 법을 가르친 것이다.

도예과는 차민승 대표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원래는 남들 보기에 멋지고 그럴싸한 일을 해 보고 싶었어요. 예를 들면

자동차 디자인 같은 것 말이에요. 저 스스로도 자동차에 매료됐기 때문에

그런 것을 직접 만들어 보고 싶었던 거죠. 하지만 저에게는 유난히 좁았던

대학 문만큼이나, 대학 입시는 한정적인 정보로 세상을 너무 좁게 보는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어요. 하지만 도예과에 다닌다고 하면 다들 미래에

대한 걱정을 많이 하죠. 디자인학과에 왠지 밀리는 것 같기도 하고, 젊은

이미지도 아니잖아요. 그런 결핍과 열등감이 크래빌리를 포함한 제 활동의

원동력이었던 것 같습니다.

도예를 하면서 변화한 것이 있나요

인천공항에 갔더니 정말 큰 ‘달항아리’가 놓여 있었지만 바쁘게 오가는

사람들은 달항아리의 아름다움을 감상하기보다 눈길 한번 주지 않고 지나치기

일쑤였어요. 저도 도예를 하기 전에는 그랬을 거예요. 하지만 공예가 수천

년 된 문화유산이고 예술의 뿌리라는 점을 배우고 나서는 그런 전시품뿐만

아니라 일상에서 마주치는 작은 사물마저도 다르게 보이고 유심히 관찰하게

되었습니다. 근본, 문화의 뿌리에 대해 많은 생각과 고민을 하게 된 거죠.

남들보다, 누구보다 치열하게 산다

남들은 한 번, 길어야 두 번이면 족하다는 수능을 세 번이나 보고 대학에 입학했다. 대학

생활보다 군 생활을 먼저 경험했던 차민승 대표는 “대학 가니 별것 없고 힘만 든다.”라고

얘기하는 친구들을 만날 때마다 속으로 ‘나도 대학만 가 봐라, 하루도 허투루 안 보내리라’며

다짐을 하고 또 했다. 3수 끝에 택한 전공은 도자공예. 그렇게 24살의 도예과 새내기는

다짐했던 것들을 진짜 행동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29우등을 이기는 뜨거운 열등 29우등을 이기는 뜨거운 열등 28 크래빌리 대표

차민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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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우리 여기서 정말 잘하고 있다’, ‘생존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고

싶었다. 크래빌리는 그러한 메시지 그 자체이자 그것을 전달할 목소리이다.

크래빌리(Crabily)는 ‘Craft becomes daily’의 준말로 “공예, 일상이

되다”를 표어로 삼고 있다. 그리고 창업한 지 1년 남짓, 찾아 주는 고객이

생기기 시작했다.

크래빌리는 어떤 곳인가요

크래빌리는 다양한 공예품을 판매할 수 있는 유통 플랫폼입니다. 도예과를

넘어 문화예술의 문제를 우리 안에서 직접 풀어 보자는 의미이고, “너 뭐

먹고 살래?”라는 물음에 대한 답이기도 하죠. 현실에서 공예과 졸업 후

전공을 살리는 것이 쉽지 않잖아요. 주로 공예 작가의 판매와 마케팅을

도예과가 잘하고 있음을 보여 주자

사실 도예과는 위기다. 객관적인 지표들이 그러하다. 인문, 예술 계열 학과에 대한 정원 감축,

통폐합 등이 한창이었다. 차민승 대표는 도예과의 위기를 몸으로 느꼈다. 주위에서는 ‘우리는

괜찮다, 잘하고 있다’고 위로하지만 세상이 우리를 필요 없다고 치부해 버리면 큰일이다.

도와주는 일을 하는데 간혹 국가기관에서 기념품 단체 주문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참에 브로슈어를 들고 영업을 해야 될까 봐요.

언제 창업을 했고 지금까지 어떤 과정으로 성장해 왔나요

1학년 때부터 친구들을 모아 프로젝트를 많이 했어요. 결국 참가는 못

했지만 3년 전 홍대 프리마켓에 뭔가를 팔아 보자고 조직을 구성하고 이후

벽화 봉사 활동을 한 것이 시작이었죠. ‘헤엄헤엄’이라는 어항 용품을 직접

만들어 판매하면서 조직이 점점 커졌어요. 결국 그 멤버들이 모여 창업으로

이어졌습니다. 창업을 하고 나서는 국민대 창업보육센터에 입주하면서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제가 경영에 취약하니 졸업해서 창업한 선배들을

만나서 멘토링을 받거나, 경영학과 친구들에게 물으면서 배우고 있습니다.

어떤 프로젝트를 했고 어떤 제품들을 판매하나요

핸드메이드 제품은 포괄 범위가 넓은데, 크래빌리는 ‘공예’에 초점을

두고 진행하고 있어요.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사업들을 공예와 엮어서

진행해 이슈가 되기도 했습니다. <크래빌리 x 국민대 고양이 추어오>라는

길고양이 공생 프로젝트가 대표적인데, 길고양이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 퀼트로 고양이 캐릭터 제품을 만들어 팔고 판매 대금을 후원했어요.

작은 프로젝트를 함께하다 창업까지 이어진 친구들지치지 않도록 힘을 주는 긍정의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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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민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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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아프리카·아시아 난민교육 후원회(ADRF), NH투자증권과 함께 네팔

아동 돕기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죠. NH투자증권에서 작가들의 작품

판매 수익만큼을 기부금으로 쌓아 주셔서 1,100만 원을 모았습니다.

크래빌리는 예술하는 사람들을 세상 곳곳에 침투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예술가들이 자생력을 가지게 만드는 것이다. 다품종 소량 생산해야

하는 공예 분야는 기업이 탐을 낼 만큼 돈이 되는 시장이 아니다. 그래서

도예과의 위기를 느끼는 본인이 ‘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시작했다.

자신의 작품을 팔면서 생활비를 벌고 작품 활동을 이어 가는 작가들이 더

많아지기를 바라는 마음도 컸다.

대학을 한 번에 갔다면, 순탄하게 살았다면 어땠을까요

만약 대학을 한 번에, 그것도 아주 잘나가는 과로 갔다면 지금처럼 살고

있지 않을 것 같아요. 결핍된 상황에서 가장 나다운 것을 찾기 위해 더욱

치열했습니다. 한번은 도예 작품을 만드느라 밤을 새우고 새벽에 자러

가는데, 캠퍼스를 걷다 문득 느꼈어요. 너무 행복한 거예요. 그래서 다시

학과로 돌아갔죠(웃음).

앞으로 도자기의 가치는 어떻게 될까요

공예품은 소득이 올라가면 찾을 수밖에 없는 고부가가치 상품이에요.

지금은 가치가 낮게 평가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소득이 올라가면 재평가될

시장이죠. 요즘은 세라믹에 하이테크, 기술을 결합한 상품들이 나오고

있어요. ‘Maker Movement’죠. 공예의 가치는 무궁해요. 성장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가진 것은 무엇이고, 못 가진 것은 무엇인지, 장단점을

냉정하게 보고 준비를 해야겠죠. 크래빌리가 공예의 성장에 작은

역할이나마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지금 옆에 있는 친구가 나중에 인생에서 어떤 도움을 줄지

모릅니다. 처음에 '헤엄헤엄'을 제작할 때 만났던 친구들이 창업을

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젊은 시절 나를 믿고, 나를 지지해

주는 사람을 만나는 것은 돈을 버는 일보다 더 중요한 것 같아요.

- 차민승 -

영화 인터스텔라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 “우린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 이 명제가

언제나 참이 되려면 답을 찾을 때까지 하면 된다. 문제를 발견하고 긍정적인 변화를 위해

행동을 하는 차민승 대표도, 발을 내딛었으므로 분명 답을 찾을 것이다.

관점을 바꾸니 내 세상이 보인다

차민승 대표가 대학에 떨어졌을 때 친구들 앞에 당당히 나서지 못하고 열등감에 휘둘렸다.

그때 인생의 쓴맛을 거의 다 보았다. ‘내가 진짜 하고 싶은 게 뭘까?’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연습을 하며 단단하게 자신을 다잡았던 시기였다. 돌아보니 열등감이라는 것은 별게 아니다.

우등으로 바꿀 뜨거운 열등의 시기가 있었기에 치열하게 노력할 수 있었고, 이전보다 나아질

수 있었다. 관점을 바꾸면 내 인생이 달리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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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민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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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rrier-Free 배리어프리

뮤지컬로 세상의 벽을 허물다

KBS 아나운서 출신이다. 그러나 공연과 무대가 좋았다. 한예종에서 만난 친구들과 뮤지컬 전문 팟캐스트

<자리주삼>을 시작했고 뮤지컬 토크콘서트와 갈라콘서트를 열었다. 시각장애인들도 수신기와 앱을 통해

뮤지컬을 즐기게 했고, 창업 후에는 농어촌·산촌 지역에서 예술교육도 진행한다.

이 모든 시도는 배리어프리(barrier Free)가 스튜디오뮤지컬의 신념으로 깊게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뮤지컬 속의 판타지를 세상 밖으로 불러내, 세상의 변화를 이끄는 고은령 대표를 만났다.

※ 배리어프리는 장애인 및 고령자의 사회 생활에 지장이 되는 물리적인 장애물이나 심리적인 장벽을

없애기 위해 실시하는 운동

고은령��|��스튜디오뮤지컬�대표

약 력

· 중앙대학교 영문과

·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연극학 석사과정 수료

· 前 KBS 아나운서

· 現 스튜디오뮤지컬 대표

수 상

· 2015 사회적기업가페스티벌 우수상

· 2015 H-온드림 펠로우 인큐베이팅 부문 수상

고은령 대표에게 결핍과 자유는 무엇이었나요

한국에서 예술계 분들을 만나면, ‘전공’과 ‘직업’을 물어보세요. 듣고 나면

"전문가가 아니네", "공연을 한다고 하는데 얼마 못 가겠네"라고 판단을

하셨죠. 그러나 반대로 생각해 보면 ‘공연은 이렇게 만들어진다’, ‘이렇게

하는 것이 정석이다’라는 고정관념에서 자유로워요. 스튜디오뮤지컬은

이런 자유로움에서 탄생했습니다.

많은 장르 중에서 왜 비평을 선택했나요

입학할 때는 소위 현장 경험과 제작 능력이 없으니,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비평이지 않을까 막연히 생각했어요. 제 가능성에 대해 미리 벽을 쌓고

정해 놓고 있었던 거죠.

그러나 그 벽을 한번 넘어 보기로 했다. 어찌하면 현장에서 더 빨리 배울

수 있을까를 고민한 후, DSLR 카메라를 들고 연극 현장으로 들어가 모든

순간을 기록했다. 교수님이 시킨 것도 아닌, 순전히 자발적인 의지였다.

공연을 무대에 올리기까지 스태프들이 흘린 땀방울과 하얗게 지새운

밤들이 막이 내리고 나면 이슬처럼 사라지는 것이 아쉬웠고, 비전공자로서

하드트레이닝을 겸한 공부가 필요했다. 연극의 전 과정을 사진으로

기록하며 공연의 기초를 배우고, 현장에서 인맥도 쌓을 수 있었다.

팟캐스트라는 매체를 선택하게 된 이유가 있나요

한예종에서 만난 친구들과 국내에서 처음으로 뮤지컬 전문 팟캐스트

<자리주삼>을 시작했어요. 이는 ‘뮤지컬을 왜 꼭 공연장에서만 봐야

할까’, ‘비싼 티켓, 시공간의 제약 때문에 못 가는 사람도 있지 않을까’ 하는

질문에서 출발했죠. 2012년 1월 시작 당시 팟캐스트는 대안 매체로서

영향력이 있었고, 적은 자본으로 제작이 가능했을 뿐 아니라, 아나운서

결핍은 자유의 다른 이름

고은령 대표는 어려서부터 공연을 좋아해서 연극 무대에 서기도 했지만 아나운서라는 전혀

다른 진로를 선택했고, 공연계에 발을 디디고 싶었지만 이론적 기반이 부족하다 느꼈다.

한계였다. 그래서 서른 즈음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의 늦깎이 학생이 되어 ‘이론비평’을

공부하며 비평가의 꿈을 꿨다.

35뮤지컬로 세상의 벽을 허물다 35뮤지컬로 세상의 벽을 허물다 34 스튜디오뮤지컬 대표

고은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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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신이라 전달력이 좋으니 음성 매체에서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겠다

싶었어요. 이어폰만 꽂으면 어디든 극장이 된다는 것도 매력적이었어요.

처음에는 어떤 형식으로 제작이 되었나요

처음에 팟캐스트는 사비를 털어서 해 본다는 마음,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어요. 뮤지컬을 라디오 드라마처럼 만들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채널1. 자리주삼’은 기존 창작뮤지컬을 라디오 드라마로 각색해서

제작했고, 시간이 좀 지나 ‘채널2. 2013 창작프로젝트’는 직접 뮤지컬을

창작해서 방송했어요. 지금은 인지도가 쌓여서 뮤지컬 배우들이 와서

노래를 불러 주기도 하세요.

아나운서라는 직업은 누구에게는 꿈의 직장 아닌가요

아나운서를 앵무새라고 부르죠. 그건 나쁜 말도 좋은 말도 아니에요.

업(業)의 본질이에요. 작가, PD 등 여러 사람이 공들여 준비한 것을 제대로

전달할 사람이 꼭 필요한데, 그 사람이 아나운서예요. 멋지죠. 그러나 제게

맞지는 않았어요. 틀에 짜이고 정해진 일보다는 스스로 창작하는 일에서

즐거움을 얻고 싶었어요.

판타지의 뮤지컬은 행복한 꿈이자, 숨 쉴 틈

한때 고은령 대표의 업(業)은 이야기하는 사람이었다. KBS 방송국에서 아나운서라는

타이틀은 누군가에게는 꿈이었고, 방송으로 누릴 수 있는 가치도 컸다.

스튜디오뮤지컬의 녹음실에서 노래하는 박칼린 감독과 최재림 배우 <윤동주, 달을 쏘다> 녹음 현장

스튜디오뮤지컬에서 ‘뮤지컬’은 회사명이 될 만큼 중요한 존재인가요

아나운서로 입사만 하면 모든 것이 이뤄질 것처럼, 행복할 것처럼 굴었는데

왜 변했을까요? 삶은 아이러니의 연속이에요. 바뀌지 않는 삶을 견디며

그래도 살아 나가야 할 때, 우리가 기댈 수 있는 틈이 판타지에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뮤지컬은 등장인물과 스토리는 달라도 모두 꿈을 찾아가는

과정이고, 그 속에서 행복한 판타지를 주잖아요. 아나운서로 일하며

뮤지컬에 더 빠지게 되었고, 결국 공연계에 들어서게 만들었어요.

고은령 대표는 아서 밀러의 『세일즈맨의 죽음』을 이야기한다. 주인공

윌리는 판타지 덕분에 힘든 삶을 견딜 수 있었으니, 뮤지컬 속의 판타지는

척박한 삶을 이길 행복한 꿈이자 숨 쉴 틈이라는 것이다. 뮤지컬 작품들을

살펴보면 현실의 벽을 넘어가고자 하는 인간의 의지를 희망차게 담아낸다.

장애인 청취자에 관심을 가진 건 어떤 이유였나요

팟캐스트를 진행하던 중에 장애인 청취자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이분들은 뮤지컬을 볼 기회가 전혀 없었는데 휴대폰의 앱으로 처음

뮤지컬을 만난 거죠. 신체적 한계를 넘어, 공연장의 문턱을 넘어, 처음으로

이들을 뮤지컬의 세계로 이끌었다는 점에서 <팟캐스트-자리주삼>은 의미

있는 시도였어요.

실제 공연장에서 장애인들이 관람하는 일도 있나요

이후 뮤지컬 토크콘서트와 갈라콘서트를 열었는데 시각장애인을 위한

배리어프리 서비스가 수반된 공연이었어요. 충무로뮤지컬영화제 때는

녹음실3_관객공개토크방송_스페셜딜리버리 시각장애인이 뮤지컬을 즐길 수 있도록 만든 배리어프리 공연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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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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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전시회도 개최하며 뮤지컬이라는 장르를 오감으로 느낄 수 있게

시도해 보고 있어요.

※ 배리어프리 서비스(Barrier Free): 스마트폰 앱이나 별도 수신기를 통해 화면

해설을 들을 수 있거나 자막 서비스가 제공되는 형태

예술 강사는 어떤 프로젝트인가요

스튜디오뮤지컬에서 개발한 커리큘럼에 맞춰 예술 강사를 교육하고 학교로

파견하는데, 예술 강사는 1년간 아이들과 함께 공연을 만들어 겨울에

발표회를 열게 됩니다. 참여하는 아이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대본으로

작성하고 배역을 정해 연기 연습에 돌입하는데, 이 과정에서 꽁꽁 숨겨

뒀던 속마음을 친구들 앞에서 말해 보고, 친구의 마음도 찬찬히 들어

주면서 소통이 숨 쉬는 것과 같이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걸 배우고 있어요.

예술을 통해 아이들이 성장해 가도록 돕는 프로젝트입니다.

예비 사회적 기업을 창업하고 예술교육 프로그램 진행

예술을 통해 세상의 벽을 허물고자 하는 고은령 대표의 의지는 더욱 확고해져서 2015년

스튜디오뮤지컬을 창업했다. ‘사회적기업가기업(소셜벤처)’으로 영리적 이익보다는

사회적으로 무엇을 나눌 것인가, 어떤 긍정적 변화를 불러일으킬 것인가에 더 높은 가치를

두고 있다. 2015년에는 ‘H-온드림’의 펠로우 인큐베이팅 부분에 선정되어 농어촌과 산촌에서

공연교육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시각장애인이 뮤지컬을 즐길 수 있도록 만든 배리어프리 공연 모습 농어촌·산촌의 학교에서 진행 중인 온드림스쿨

스튜디오뮤지컬이 꿈꾸는 세상은 어떤 모습인가요

사업은 이제 시작이에요. 훗날에는 장애인들이 표를 사고 공연을 보는

날이 왔으면 좋겠어요. 장애인들에게 유료 관람이 아닌 초대로만 공연을

관람하도록 하다 보니 시장 자체가 형성이 안 되어 있어요. 장애인들도

돈을 내고 볼 수 있는 공연이 나왔다는 건, 공연 시장도 존재하고, 좋은

작품이 무대에 오르고 장애인들의 예술 활동 반경도 넓어졌다는 뜻이겠죠.

너무 걱정하지 말고 우선 한번 저질러 보세요. 발을 한걸음

내딛어야 다음 세계의 문이 열립니다. "이게 정답이야"라고 하지만

막상 가 보면 아닐 때가 있어요. 그러면 그때 최선의 선택을 해서 또

걸어가는 겁니다. 너무 겁먹지 마요. 세상에는 당신을 도와줄 멋진

사람들이 많으니까요.

- 고은령 -

고은령 대표는 인생의 모토이자, 사업의 모토인 배리어프리를 몇 번이고 강조했다. 함께

노래하며 용기를 북돋는 뮤지컬에서 경계를 허무는 힘을 발견했고, 용기를 내어 오늘도 열심히

길을 걸어가고 있다.

39 38 문화예술청년, 인생 UP 데이트 — VOL. 2 뮤지컬로 세상의 벽을 허물다 스튜디오뮤지컬 대표

고은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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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직장 생활 끝에 창업한 디자인 전공자

열정적인 청년을 위한 모든 디자인

디피는 예비 디자이너들과 기업들의 가교 역할을 하는 디자인 플랫폼이다. 디피는 ‘열정적인 청년을 위한

디자인 정보’라는 뜻이다. 김형준 대표는 기업체에서 7년을 일하면서 직업 디자이너로서 일의 기쁨과

슬픔을 맛봤다. 그리고 일을 하면서 디자인을 향한 두 개의 욕구를 발견했다. 실무 경험을 쌓고 용돈을 벌고

싶은 대학생과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높은 품질의 디자인 제작물을 원하는 기업체가 존재했다. 3년 전

창업을 했고, 우리나라 최초의 디자인-기업 간 협업 모델을 만들어 가고 있다.

※ DIFFY: Deisgn Information For Fervent Youth

�김형준��|��디피(DIFFY)�대표

약 력

· 단국대학교 커뮤니케이션디자인학과

· 前 대한적십자 본사 기자

· 前 대한적십자 혈액관리본부 마케팅 서포터즈

팀장

· 前 삼성전자 투모로우 기자

· 前 대한적십자 서울지사 방송국 RBS 총책임자

· 現 ㈜디피플랫폼 CEO

주요활동

· 2009 관악구 디자인 한마당_디자인 올림픽,

디자인 거리 담당

· 2016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_전문멘토위원

남들은 못 들어가서 아쉬워하는 직장을 제 발로 나오다니, 우선 그

용기가 대단하다. 김형준 대표는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하고 7년간

공기업과 대기업에서 디자이너로 일했다. 월급이 다달이 나오는 안정적인

생활이지만, 빠르게 변하는 디자인 시장에서 언제 도태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느꼈다. 더욱이 누가 지시한 업무를 하고 일에 대한 보람이

적다는 것도 견디기 힘들었다.

상명이 하달된 일들을 처리하고 확인을 받다 보면 ‘이걸 내가 했다고?’

하고 두 눈을 의심하게 만드는 작품(?)들이 탄생하곤 했다. 디자이너들도

“이런 작업은 대학생인 후배들도 충분히 할 수 있을 텐데…”라고 말하곤

했는데, 주위를 돌아보니 정말 그럴 만한 인재들이 많았다. “예술대학생들

중 상위권 성적의 학생들 실력은 상상 이상이거든요.” 하지만 그 인재들은

학비를 벌기 위해서 최저임금의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

“디자인 포트폴리오를 쌓고 싶어 하는 학생들은 많다. 적은 돈으로 양질의

디자인 효과를 보고 싶어 하는 기업도 많다. 왜 이 둘을 만나게 하지 않지?”

디피는 여기서 출발한다. 두 시장이 엄연히 존재했다. 문제는 어떻게

그들의 욕구를 섞을까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다른 기업들이 유니콥 같은

사업 모델에 손을 대지 못했던 것은 둘 사이를 슬기롭게 매니징할 능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디피(DIFFY)의 서비스가 기존의 디자이너-기업 연결 플랫폼 기업과 다른

점이 있나요

프리랜서 디자이너와 기업을 연결해 주는 플랫폼 기업들은 많이 있어요.

중요한 건 안정적인 프로세스예요. 디피는 프리랜서 디자이너들이 작업한

시안들을 취합하고 그중에서 클라이언트가 가장 좋아할 것 같은 시안을

고릅니다. 이후 바로 넘기는 게 아니라, 회사 내부의 경력직 디자이너가

다시 한번 개발하여 상품성을 높입니다. 즉 디피는 중간자와 공급자가

합쳐진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왜 안하지? 전공자에게 보이는 틈새

김형준 대표는 이런 질문을 많이 듣는다. “왜 안정된 회사를 그만두고 나오셨어요? 공기업에

있으면 얼마나 좋은데, 정년도 보장되는 직장을 도대체 왜 그만뒀어요?”

41열정적인 청년을 위한 모든 디자인 41열정적인 청년을 위한 모든 디자인 40 디피(DIFFY) 대표

김형준

Page 23: VOL. 2 인생 UP 데이트 · 2017. 8. 1. · 김찬휘 문화예술인 서른다섯 가지 길 문화예술청년, 인생 up! vol. 2 대통령직속청년위원회와 (재)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는

디자인 전공자라서 좋은 점이 있나요

디자인을 전공하지 않았다면 이런 세상이 존재한다는 것을 몰랐을 거예요.

그리고 막상 알았다고 해도, 제가 중간에 조율할 수 있는 실력이 안 되니

창업은 포기했겠죠.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틈새를 보는 눈을 가졌고, 실행에

옮기는 실력을 가지게 되어 지금의 자리에 오게 됐습니다. 디자인 전공하는

학생들을 이해할 수 있는 것도 큰 장점이죠.

지금은 B2B 업무만 진행하고 있는데 일 잘하는 회사라는 입소문을

타고 클라이언트도 늘어서 지속적으로 업무를 위탁하고 있다. 월급을

밀리지 않고 주고 있고 손익분기점도 넘겼다. “요즘은 강원도청과

충북창조경제혁신센터와 함께 자본금이 부족하여 디자인 효과를 보기

어려웠던 중소기업의 제품 패키지들을 리뉴얼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우선 시안비를 채택에 상관없이 지급한다. 포인트 제도를 운영해서, 시안을

내면 무조건 점수를 받고 채택이 될수록 점수가 높아진다. 폰트 회사에

요청해 800종의 폰트를 무료로 사용하게 하고, 멘토링 수업도 진행한다.

장시간 모니터를 보니 시력이 나빠지고 거북목 증후군, 터널 증후군에

시달리는 디자이너들을 위해 안과, 정형외과 치료 프로그램을 제공하고자

병원과 논의 중이다.

기업의 입장에서 보자면 하나의 주제에 대해 대학생의 참신한 아이디어를

여러 종류 받아 볼 수 있어서 트렌드의 흐름을 파악하고 최상의 안을

선택할 수 있다. 가수 EXID 커버 작업을 유니콥이 수행했는데 가수의 직캠

동영상이 떠서 화제가 되자 유니콥의 아티스트들이 SNS에서 퍼다 나르며

마케팅에 일조했다. 디자인 능력을 파고들었는데, 마케팅 능력까지 덤으로

얻은 셈이다.

기업과 대학생을 연결하는 유니콥 프로젝트

디피의 성공적인 사업 모델이 유니콥(UNICORP) 프로젝트이다. ‘UNIversity’와

‘CORPoration’을 합친 말로 단어에서 알 수 있듯이 대학생인 예비 디자이너와 기업을

연결한다. 유니콥 아티스트들은 기수제로 운영이 되는데, 1년에 4개월씩 3기수로, 기수당

26명 정도를 선발한다. 선배가 후배에게 해 보라고 권하는 프로그램으로, 선발된다면 얻는

혜택이 많다.

디자이너를 예술가로 인식하는 세상을 위해

예전에 재미나게 회자되던 동영상 중에 광고주와 광고 AE의 관계를 담은 것이 있었다. 배경은

일본의 어느 광고대행사이고, 새로운 광고 기획을 위해 테이블에 모여 있다. AE의 영상을 보고

툭툭 내뱉은 광고주의 말들이 하나씩 하나씩 더해지고 입혀져서 결국은 산으로 간다. 그러고는

끝날 때 이렇게 반문한다. “우리가 왜 이런 결정을 했지?”

새로운 디자인 트렌드에 대해 서로가 서로를 반갑게 맞이하고 뜨겁게

응원하는 건, 그만큼 불화한 세월이 길었다는 것을 방증한다. 김형준

대표의 말처럼 현장의 디자인은 상명 하달의 연속이다.

디자인 전공자들이 졸업 후 겪는 가장 큰 현실적 장벽은 무엇인가요?

사회에 나와 보면 디자이너들이 생각하는 디자인 업무와 사회가 생각하는

디자인은 괴리감이 큽니다. 예를 들어 예비 디자이너들은 창조적인 디자인

작업을 하다 졸업해 부푼 꿈을 안고 첫 회사에 들어가지만, 하는 일은 그저

클라이언트나 고용주의 손이 되어 그 사람의 머릿속에 있는 이미지를 그려

주는 역할을 합니다. 이는 사회적으로 디자이너는 전문가이고 조언가라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디자이너를 도구로 취급하는 사회 분위기도 장벽 중 하나일 것 같아요

우리 사회는 디자이너의 가장 중요한 역할을 배제하고 그저 도구로

국한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일들을 하다 보면 어느 순간 자신의 창의성은

디자이너에서 CEO로 변신한 김형준 대표 벤처회사에서 뜻을 함께하고 있는 직원들

43 42 문화예술청년, 인생 UP 데이트 — VOL. 2 열정적인 청년을 위한 모든 디자인 디피(DIFFY) 대표

김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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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고 그저 현실에 안주하는 디자이너가 되어 갑니다. 창의적인

디자인을 못 하는 디자이너의 역할은 점점 작아지고 급여나 사회적 대우

또한 안 좋아지는 악순환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런 현실의 괴리감은

디자인 전공자들이 디자이너를 관두게 하는 큰 원인이에요.

디피가 꿈꾸는 디자인 세상은 어떤 모습인가요

디피는 디자인 기업이지만 디자인을 필요로 하는 기업은 물론, 경쟁사라고

할 수 있는 디자인 에이전시와도 협업할 수 있는 기업이 되고 싶습니다.

앞으로 디자인은 모든 영역에서 꼭 필요한 부분이 될 것이고 그러한 일들은

디자이너가 만들어 나갈 것입니다. 우리는 기업들이 어떻게 디자이너와

일을 하여 디자인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지 알려드릴 것입니다. 이를

통해 대한민국의 디자인 문화를 개선하여 기업과 디자이너가 함께 잘 살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디피의 비전이자 목표입니다.

디피는 사실 대한민국의 중소 공기업들에게 디자인 효과를 볼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그렇기에 예비 디자이너와 뜻을 함께할 수 있었다.

세상을 바꾸는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디피

하지만 이렇게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보니 대한민국 대다수가 가지고

있는 잘못된 인식부터 바꿀 수 있다면 더욱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대한민국의 디자인 문화를 개선하는 기업, 그게 디피의 미래이다.

창업은 쉽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쉽게 망할 수도 있습니다. 저는

항상 창업을 하고 싶어 하는 지인들에게 3가지 조언을 드립니다.

첫 번째는 자신이 하려는 아이템에 대한 끊임없는 물음입니다. 그

물음을 통해 아이템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시작하시기 바랍니다.

자신도 확신이 없다면 남들은 더더욱 불신을 가질 것입니다. 또한

시장조사가 필요합니다. 제품, 서비스에 대해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조사하여 수집하세요. 이미 비슷한 제품이 있거나 서비스가

진행되고 있다면 나의 아이템은 어떻게 더 낫고, 어떻게 경쟁사를

이길 것인지 준비하셔야 합니다. 에어비앤비, 우아한형제들의

창업가들은 모두 디자이너 출신이었습니다. 크리에이티브한

청년예술인의 창업을 응원합니다.

- 김형준 -

디자이너가 도구가 아니라 예술가로 성장할 수 있는 세상, 디피의 김형준 대표는 기업에서

본인이 경험했던 것들을 보완해서 후배 디자이너들이 보다 더 창의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자 한다.

45 44 문화예술청년, 인생 UP 데이트 — VOL. 2 열정적인 청년을 위한 모든 디자인 디피(DIFFY) 대표

김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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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를 벗어나도 생존 가능한 음악에 대하여

대중음악가에 대한 편견을 날려버리다

그는 좀 해맑다. 아이처럼 웃다가도 자신의 직업에 대해 얘기할 때는 단호하고 말은 정갈하다. 군더더기 없는

말을 듣고 있노라면, 자신에게 얼마나 오랜 시간 묻고 답하면서 생각의 곁가지들을 쳐 나갔을지 깊이가

가늠되지 않는다. 대학가요제에서 대상을 받은 실력파지만, 미디어가 만든 틀에는 들어가지 않는 대중음악가.

그에게는 바닷바람을 맞고 자란 자생력이 있다.

오장석��|��사회적기업�두팔로(Do�Follow)�대표

약 력

· 백석대학교 기독교학부 기독실용음악과

· 現 한국예술원 실용음악과 외래교수

· 現 사회적기업 두팔로 대표이사

수 상

· 2008 32회 MBC대학가요제 대상, 인기상 수상

· 2014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 선정

· 2015 H-온드림 펠로우 선정

음 반

· 파티캣츠 정규1집 <PartyCats>

· 두팔로 크리스마스 EP <Christmas time again>

오장석 대표는 아역 배우 출신이다. 끼가 있었다. 그러나 사방이 물에

둘러싸여 혼자서는 어디로도 나갈 수 없는 곳에서 자랐다. 섬에 유배된 끼

많은 아이. 음악에 대한 질문은 그곳에서 시작됐다. 집에서 한 시간 남짓

거리에 있는 피아노 학원에 다니는 건 일찌감치 포기했다.

바이엘을 시작으로 누구에게 배워 본 일 없이, 독학으로 피아노를

마스터했다. 초등학교 시절에는 혼자 화음도 넣고 악보와 조금 다르게 쳐

보기도 하면서 음악에 재미를 들였다. 독학으로 마스터한 피아노 실력으로

지금은 작곡을 하고 저작권료도 받고 있다. ‘피아노는 학원에서 배워야

한다’는 선입견을 가볍게 깨 버렸다.

음악을 전공으로 선택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그냥 자연스럽게, 필연적으로 음악을 선택하게 됐어요. 섬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어요. 할머니를 따라서 하루 종일 밭에도 따라다니고 동네 구경도

다녔죠. 할머니는 밭에서 일하시면서 항상 노래를 시키셨어요. 피아노를

치고 싶었는데 학원에는 갈 수 없는 시골이었어요. 책을 사서 독학으로

공부했어요.

중고등학교는 뭍에서 다녔어요. 중학교 때 영어뮤지컬 팀을 꾸리고 작곡도

해서 상을 받았고, 이를 계기로 1998년 김대중 대통령의 취임식에서

공연도 했어요. 중학교 때 음악적 재능을 발견하고 확신하게 된 거죠. 주위

모든 분들이 제가 음악가로 가는 길에 대해 암묵적으로 지지하면서 더불어

기대도 많이 하셨죠. 안양예고에 들어가서 연출가, 음악가가 되기 위한

공부를 한 건 정해진 수순 같았어요.

해풍을 맞고 자란 안면도 아이 ‘피아노를 독학하다’

먼저 도착한 포토그래퍼가 전화를 했다. 인터뷰할 오장석 대표는 오지 않았다고. 옆에 누가

있냐고 했더니, 회사 스태프가 한 명 있단다. 그렇게 20분이 흘러 알았다. 아까 커피를 가져다

준 스태프가 오장석 대표였다는 걸. 투블럭 커트와 스키니 반바지, 뽀송한 피부까지, 20대인

포토그래퍼의 눈에 비친 그는, 분명 막내 스태프여야만 했다.

47대중음악가에 대한 편견을 날려버리다 47대중음악가에 대한 편견을 날려버리다 46 사회적기업 두팔로(Do Follow) 대표

오장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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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대학가요제에서 대상을 타고도 방송에 나오는 연예인이 되지

않으셨나요

사람들이 모두 물어봐요. 너 언제 텔레비전에 나와? 너도 유명해지는 거야?

아마 부모님도 자식이 텔레비전에 나오는 유명한 사람이길 바라시는 것

같아요. 그런데 저는 가수가 왜 텔레비전에 나와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오히려 그 세계에 들어가면 자신이 할 수 있는 역할이 더 좁아지는데

말이에요.

자신만의 음악을 한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요

대형 연예기획사가 10대 초중반의 아이들을 5년 정도 연습시켜서

자신들의 스타일에 맞는 아이돌 스타를 만들어 냅니다. 어린 청소년들에게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캐릭터가 강요되기도 하는 구조 아래서는 건강한

뮤지션이 탄생할 수 없어요. 저는 음악가가 되고 싶지만 연예인은 되고 싶지

않았어요. 유명한 것과 행복하게 음악을 하는 것이 같은 뜻은 아니에요.

돈이 지배하는 세계에서는 자율성을 포기해야 합니다. 음식에 비유하자면,

빕스나 TGIF 같은 대형 프랜차이즈 음식점과 견줄 필요 없이 제 음식을 더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해 ‘나만의 식당’을 운영하고 싶은 거에요.

오장석 대표는 안양예고 시절 대형기획사에 들어가 연습생 생활을 했다.

안양예고 동기들 중에는 연예인으로 이름을 알린 친구들이 많다. 더욱이

우리는 학생들의 1순위 희망 직업이 연예인이라는 세상에 살고 있지

않은가. 돈을 버느냐, 얼마를 버느냐가 음악성을 대변하고, 텔레비전에

나오느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알아보느냐가 성공의 기준이 되는

세상이다.

그러나 오장석 대표는 자신이 기획사 연습생 시절 품었던 고민들과

대중음악가는 텔레비전에 나와야 성공한 것인가

대학 시절에는 파티캣츠라는 팀을 구성해 ‘No turning back’이라는 곡으로 ‘2008년

대학가요제’에서 대상과 인기상을 받았다. 오장석 대표가 작사, 작곡에 보컬까지 소화했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였다. 그 이후 미디어의 세계에서 한발 물러섰다. 아이돌 같은 얼굴과

싱어송라이터로서의 실력으로 봐서는 미디어 안의 화려한 세계를 꿈꿔도 되지 않나 싶은데도

말이다.

학생들을 가르치며 느꼈던 안타까움을 벗어날 대안을 찾기 시작했다.

아이돌이 되지 못하면 꿈을 펼치지 못하고 탈락해 버리는 후배들에게

건강하고 참다운 음악인의 길을 열어 주고 싶었다. 3년 전에 두팔로(Do

Follow)를 창업했다. 그것도 사회적기업으로 말이다. 미디어가 비추는

곳에서만 생존이 가능하다는 편견을 부수고 싶었다.

대중음악으로 사회적기업을 한다는 생각을 어떻게 하셨나요

대중음악으로 사회적기업을 한다고 하니 다들 놀랐어요. 사회적기업을

하는 동종업계 대표들도 의아해했어요. 그러니까 오기가 생겼어요.

대중음악 뮤지션이라고 하면 연예인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살아 있는

소셜테이너로 성장할 수 있도록 판을 만들어 주고 싶었어요. 우리의 삶

가장 가까이에서 필요한 메시지들을 음악으로 전달해 나갈 수 있도록요.

두팔로(Do Follow)라는 기업명이 특이한데 어떤 의미인가요

사회적기업 두팔로(Do Follow)는 음악과 무대를 통해 대중에게 ‘할 수

있다’는 Do와 ‘함께 나아가자’는 Follow, 두 가지의 메시지를 전달해

대중음악으로 사회적기업을 하면 왜 안 돼?

사회적기업이라는 말을 듣고 갸우뚱했다. 안 될 것은 없다. 우리는 본 적이 없을 뿐. 우리의

부족한 상상력이 대중음악, 상업적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 사회적기업에 어울릴 것이라고 상상도

못해봤다. 대중음악은 곧 돈이 생명줄이라고 생각해 왔다. 오장석 대표가 사회적기업을 선택한

이유는 명료했다.

합창과 쇼구성을 결합한 예술퍼포먼스, 쇼콰이어 제9회 월드콰이어게임에서 금메달을 수상

49 48 문화예술청년, 인생 UP 데이트 — VOL. 2 대중음악가에 대한 편견을 날려버리다 사회적기업 두팔로(Do Follow) 대표

오장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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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고자 합니다. 마치 두 팔로 그들을 안아 주고 보호해 주고 싶은 음악적

염원을 담고 있는데, ‘예술적 가치+교육적 가치+사회적 가치’가 모두

내포된 예술 활동을 해 나가고 있습니다. 현재 ‘쇼콰이어 그룹 하모나이즈’,

‘같이’, 어쿠스틱 밴드 ‘브랜치’까지 3팀의 뮤지션과 함께하고 있어요.

쇼콰이어(Show Choir)란 합창과 쇼구성을 결합한 예술퍼포먼스를 말한다.

오장석 대표가 이끄는 하모나이즈는 국내 최초의 쇼콰이어그룹으로

보컬리스트, 댄서, 래퍼, 비트박스 등 20명이 모여 현대음악을 새롭게

해석한 공연을 선보인다. 래퍼에 댄서까지 갖춘 이색 합창단인 것이다.

학교로 찾아가 K-POP 진로콘서트를 열어 학생들을 만나고 고민도 듣고

상담도 해 주고 있다. 동화 ‘어린왕자’를 모티브로, 어린왕자의 여행

속에서 발견되는 꿈의 메시지를 K-POP 공연과 강연, 영상 메시지를 통해

전달한다. K-POP 진로콘서트는 서울시 교육청 예술꿈버스의 사업으로

선정되어 16년 하반기에도 많은 학교에 직접 찾아갈 예정이다.

하모나이즈는 세계합창올림픽이라 불리는 제9회 월드콰이어게임(World

Choir Games)에 참가해 금메달의 영예를 안았다. 9회째를 맞는 이번

대회는 러시아 소치에서 개최됐으며 세계 80개국 450개 합창단 2만

명이 참가한 세계 무대였다. 특히 쇼콰이어는 미국과 유럽이 강세를 띠는

부문이다. 하모나이즈는 에이미 와인하우스의 ‘리햅(Rehab)’, god의

‘촛불하나’를 자신만의 색깔로 연출했다. 수상이 확정되자 단원들은

태극기를 흔들며 무대로 뛰어올랐다.

예산이 넉넉지 못한 벤처회사인데도 세계 대회에 참여하겠다고 결심한

이유가 뭔가요

월드콰이어게임에 출전을 결심한 것이 2016년 1월이었어요. 좋은 성적을

거두면 해외 진출을 꾀할 수 있을 거라 기대하고 지원을 했어요. 서류

심사를 통과하고 나서 본선 진출이 확정됐지만, 1억 원의 경비가 마련되지

않았어요. 그래도 가야한다 결심했죠. 팀원들이 커피숍, 패스트푸드점에서

아르바이트하고, 부족한 비용은 대출받아서 충당했습니다. 결국 나다운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스스로 나다운 삶을 살고 있나 묻고 싶어요. 어떤 음악을

하고 싶냐고. 누가 잘한다고 칭찬해서 하는 것이라면 그 칭찬이 사라지면

음악을 해야 할 이유와 목적도 사라지는 것이니 제 자신에게 계속 질문하고

있습니다.

예술 분야의 취업이나 현장에서의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것은 이미

다들 듣고 있어 잘 알 것입니다. 부디 ‘나는 예술가야’라는 생각에

함몰되지 말고 기획자적인 입장에서 많은 것들을 시도해 보길

바랍니다. 좋은 테크닉으로 잘 무장된 후배들은 많습니다. 어쩌면

이미 후배들이 가진 능력은 테크닉적으로는 충분할지 모릅니다.

그러나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인재는 같은 상황도 다르게

해석하는 눈을 가진 사람입니다. 다양한 경험을 통해 견문을

넓히고, 세계의 여러 문화와 예술을 몸에 익히며, 무엇보다

상상력이 많이 발휘될 수 있도록 자신을 훈련해 보세요. 더불어

대부분이 프리랜서로 살아가게 되는 업계의 현실답게, 자신 스스로

작은 기업이라는 마인드를 가지고, 스스로를 연구 개발, 브랜딩,

마케팅할 수 있는 기획력과 제작능력, 경영 능력도 공부해 나가길

바랍니다.

- 오장석 -

외롭고 힘들지만 뚝심 있게 밀어붙였던 길. 하모나이즈는 수상 이후 해외에서 공연 요청이

이어지고 있다. 스케일과 실행력이 대단해서 걸어서라도 갈 사람들이라고 여겼는데, 창단 3년

만에 세계 정상에 우뚝 서게 된 것이라 그 성취에 더욱 박수를 쳐주고 싶다. 오장석 대표는

자신만의 스테이지를 짓고 있다. 저 멀리 남이 지어 놓은 스테이지에서 화려한 조명이

내리비춘다고 해도 꿈쩍하지 않고, 오늘도 묵묵히 벽돌을 쌓고 있다.

51 50 문화예술청년, 인생 UP 데이트 — VOL. 2 대중음악가에 대한 편견을 날려버리다 사회적기업 두팔로(Do Follow) 대표

오장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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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 더 인정받는 작가이자 마을문화 공유공간 운영자

가방에 항상 포트폴리오를 넣고 다녀라,

누구를 만날지 모르니

광주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가난한 예술가로 10년을 버텼다. 그러나 해외 에이전시에 메일을 보내고,

포트폴리오를 수정하고, 작업을 가다듬으며 지구 한편에 내가 존재함을 알렸다. 끊임없이 주눅 들지 않고.

이제는 한국보다는 해외에서 더 인정받는 작가가 되었고 이를 기반으로 공공미술 실험 공간인 뽕뽕브릿지를

오픈했다. 해외 예술가들과 교류하고 해외에서 전시하면서 그는 시방, 서울을 거치지 않고 해외로 날아가

버렸다.

신호윤��|��뽕뽕브릿지�대표

약 력

· 조선대학교 미술학과

· 現 뽕뽕브릿지 대표

기획&전시

· 2005 개인전 <비밀공작소> 지산갤러리

· 2007 개인전 <수상한 꽃: 비밀공작소> 광주

롯데화랑

· 2007 단체전 <포장되거나 혹은 아니거나> 아트

팩토리, 파주 헤이리

· 2011 단체전 <본질은 없다>展 광주 롯데갤러리

· 2012 단체전 <하정웅청년작가> 초대전

· 2016 뽕뽕브릿지 기획 한중교류전 점화(點火)

대학을 졸업할 즈음 집안 형편이 급속도로 나빠졌고 집안의 부채까지

떠안았다. 갓 졸업한 신출내기 순수예술 전공자가 무슨 능력이 있겠나.

작품은 계속 만들고 싶었으나 어찌 생존할 것인가 답이 없었으므로 닥치는

대로 일을 했다. 몸으로 할 수 있는 거의 웬만한 막노동을 섭렵하며 입금될

때 본업인 예술가로 돌아올 수 있었고, 작품을 할 때는 미친 듯이 매달렸다.

2011년까지 항상 아르바이트를 2~3개씩 병행했다.

한때 한옥의 단청 무형문화재 밑에서 기술을 배우라는 제의가 있었다.

“마음이 흔들렸어요. 기술만 배우면 평생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되니 작품은

포기할 수 있겠더라고요.” 가난하던 시절이었고 기술을 배우겠노라 결심을

하고 친구들에게도 이 바닥을 떠난다고 말을 했지만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다. 다시 반쪽 예술가로 남았다.

그러다 우울증과 슬럼프가 찾아온 건 2005년 즈음부터였다. 작업 구상도

되지 않고 출구가 보이지 않는 삶을 살며 작가인지 노동자인지 모르는

경계에서 허덕이는 삶을 살아갔다. 그러나 기회는 해외에서 찾아왔다.

2009년 작품이 팔리고 해외에서 찾아 주기 시작했다. 그는 지금도

해외에서 인기가 더 좋은 작가다.

해외 에이전시와 어떻게 접촉했나요

방법이 있나요. 꾸준히 리서치하고 무조건 지원했어요. 온라인은

공짜잖아요. 공고가 떴다 하면 바로 포트폴리오를 보내는 거예요. 저는

인맥이나 학연에 기대는 스타일이 아니에요. 그러니 스스로 부지런히

움직이지 않으면 나를 알릴 방법이 없었어요. 지금은 홍콩, 뉴욕, 태국의

갤러리에서 전속으로 활동하고 있어요. 2015년까지 떨어졌다고 기죽지

않고 나를 알린다는 절박함을 안고 계속해서 지원했어요. 항상 가방에

포토폴리오를 넣고 다녔죠. 누구를 만날지 모르는 거니까 준비를 해야죠.

해외에서 작품이 팔리는 작가

미대를 졸업한 어머니 덕분인지 집안에는 예술가의 유전자가 흘렀다. 여러 장르 중에서 조각을

선택한 것은 “덩치가 크기” 때문이다. 말도 안 되는 이유 같지만, 사람들이 너는 덩치가 크니

이에 걸맞게 전공을 선택하라고 충고 아닌 충고를 해서 결국 전공이 되었다. 황당하지만 진짜다.

52 53 53가방에 항상 포트폴리오를 넣고 다녀라,

누구를 만날지 모르니

뽕뽕브릿지 대표

신호윤

Page 29: VOL. 2 인생 UP 데이트 · 2017. 8. 1. · 김찬휘 문화예술인 서른다섯 가지 길 문화예술청년, 인생 up! vol. 2 대통령직속청년위원회와 (재)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는

조각을 전공한 것이 삶과 작품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요

조각은 상황이에요. 관찰하는 사람들의 시점에서 3차원으로 해석되죠.

평면 작업하는 사람보다 구성하는 능력, 공간 지각력이 좋아지는 장점이

있어요. 작품 <Archipelago: Island 002>처럼 제 작품은 대부분 종이를

커팅해서 입체감을 만들고 조형미를 부여한 겁니다. 조각은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고 생각하는 힘을 기르게 했어요.

해외 갤러리에서 작품 의뢰가 들어오면 국제 우편으로 보낸다. 플라스틱

골판지로 박스를 제작해서 속에 신문지 같은 것을 충진재로 채운 다음,

작품을 에어캡으로 싸서 국제 EMS에 보낸다. 180g의 종이를 이용해

작품을 만드니 깨지지 않아서 가능하다. 이렇게 졸업 후 예술가로 자리를

잡기까지 10년이 더 걸렸다. 작가로 자신을 알리고 신호윤 대표는 다음

단계로 넘어갔다. 그것이 뽕뽕브릿지다.

1970년대 발산마을에는 뽕뽕다리가 있었다. 구멍이 뚫린 건축자재로

얼기설기 만든 다리라 뽕뽕다리라고 불렸는데, 그 다리를 건너서 여공들은

일터로 나갔다. 월급날이면 고기 한 근을 끊어 그 다리를 건너 집으로

돌아왔다. 뽕뽕다리는 한국 근대화의 상징이었다.

뽕뽕브릿지가 개관할 당시 어떠한 지원도 받지 않았다. 외부의 보조금을

받지 않고 사비를 털어 자체적으로 모든 것을 마련했다. 해외에서 작품이

팔리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고 우리만의 색깔을 만들어 가기

위해서는 자립할 시간이 필요했다.

신념의 확장, 마을에 문화 공간을 만들다

뽕뽕브릿지는 2015년 11월에 광주의 발산마을에 문을 연 문화 공간이다. 원래는 가구 보관

창고로 쓰이다 버려진 공간이었다. 허름한 공간을 개조해 청년 작가와 주민들이 자연스럽게

드나드는 공유 공간으로 개조했다. 해외의 예술가들이 광주의 마을로 들어왔고, 작가들은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몇 개월씩 참여하며 마을에 문화를 만들어 간다.

뽕뽕브릿지는 어떤 곳인가요

뽕뽕브릿지는 공간을 통해 공유를 실천하는 방법에 대한 실험을 진행하는

공간입니다. 예술과 같은 지적 재산과 물질적 재산이 동등한 관계로써

다양한 이들에게 공유되고, 예술이라는 장르와 예술가가 사회의 한

구성으로서 움직일 수 있게 하는 것이 공간의 목표입니다. 단 디렉터의

색깔이 너무 강하게 개입되면 그만큼 제약이 따라오는 경우가 많으니, ‘어떤

공간이다’라고 정확하게 명명하지 않으려고 해요.

발산마을에 처음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주민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우리 세대가 해야 할 사회적 역할과 고민을 실험하고 풀어 보고

싶었습니다. 그러한 시험을 위한 장소로 아무도 쳐다보지 않던 발산마을은

최적의 장소였던 것 같아요. 마을이 가지고 있던 외부를 향한 벽을

말랑말랑하게 만들기 위해 공공미술이라는 장르를 이용하게 되었습니다.

주민들의 반응은 다양했습니다. 찬성과 반대가 뒤섞여 있었으며, 지금도

그런 상황입니다.

뽕뽕브릿지의 개관작인 <발산 3부작>은 어떤 내용인가요

마을을 이해하는 방법을 처음부터 다시 고민해 보고 싶었어요. 3명의

예술가가 입체적으로 마을을 관찰합니다. 이세현 작가(1)는 밖에서 마을을

관찰하고, 박세희 작가(2)는 마을에서 마을 속 이야기를 찾아보고, 박성완

작가(3)는 마을에서 밖(광주)을 바라보는 전시를 통해 마을을 이해하죠. 이

시선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작가를 관찰하는 시선으로 글 쓰는

작가(타라재이)의 눈을 빌려 따라가 보는 전시를 기획했습니다.

폐건물을 새롭게 단장한 뽕뽕브릿지의 내부 개관작인 <발산 3부작>의 현수막이 걸린 외부

55 54 문화예술청년, 인생 UP 데이트 — VOL. 2 가방에 항상 포트폴리오를 넣고 다녀라,

누구를 만날지 모르니

뽕뽕브릿지 대표

신호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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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VI 레지던시는 ‘Artist in Village’의 약어로 발산마을이라는 작은

마을에 예술가가 들어와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계획하고 실행하는

프로그램이다. 지역의 작가들이 물리적 환경에 부딪혀 하지 못했던 작업을

마음껏 할 수 있도록 일정 기간 공간을 제공하며 전시를 병행하는 확정된

개념의 레지던시다. 예술가들이 마을에 진입하기 수월하도록 과제를

개발하고, 각 마을 미술 프로젝트 참여 단체와 네트워크를 이어 가고

있는 것이다. 올해는 한국(부산, 광주), 싱가포르, 영국의 4인의 예술가가

참여한다.

또한 현재 말레이시아 페낭의 Hin Bus Depot 아트센터와 교류 사업을 진행

중이고, 7월에 현지에서 진행될 조지타운 페스티벌에 참여하게 되었다. 이

밖에도 일본의 코가네쵸 바잘, 싱가포르의 TAV 등과 MOU를 체결하였거나

진행 중이다. “이런 교류 사업을 통해 지역적 한계를 벗어나 활동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고자 합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제가 조언을 할 만한 사람인지가 의심스러운

마음이 듭니다. 마흔을 넘긴 저는 이제 기성세대가 되어 지금의 미술

판을 고치기 위해 고군분투해야 할 세대가 되었습니다. 어쩌면 이제

세상에 나와 막 기지개를 켜야 할 세대들에게 미안한 세대이기도

합니다. 조언을 하는 것은 부담스럽고, 가방에 포트폴리오를 들고

다녔던 제 삶의 이야기로 대신하고자 합니다.

- 신호윤 -

한국에만 있어서는 답이 없다. 시장은 좁고 경쟁은 치열하다. 한국인이라는 특색을 지니되, 내

자신의 한계를 벗어나고자 하는 열의가 있을 때, 지구 반대편에서 누군가 답을 줄 것이다.

그러나 먼 곳이므로 똑똑 두드렸다고 다음날에 답이 오기를 바라면 안 된다. 자신을 알리고

느긋하게 기다릴 줄 아는 자세, 삶의 태도를 신호윤 대표에게 배웠다.

지역적 한계를 벗어나 해외로 더 나아가다

뽕뽕브릿지의 모태는 <프로젝트 飛>이다. 공공미술을 통해 얻어지는 수익은 공간을 운영하는

데 사용한다. 북경교류사업은 작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사업으로, 2015년에는 북경의 ‘lazy

dragon’과 교류전을 진행했고, 올해는 뽕뽕브릿지에서 9월에 전시를 진행한다.

Strange Flowers-Eyes, 2012.Today Art MUseum, Baijing, China. Migrated strange flowers, 2013.Merikenpark, Kobe, Japan

57 56 문화예술청년, 인생 UP 데이트 — VOL. 2 가방에 항상 포트폴리오를 넣고 다녀라,

누구를 만날지 모르니

뽕뽕브릿지 대표

신호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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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에 시달리지 않는 강물 같은 사람

유연한 버팀으로 프로가 되다

심현주 예술감독은 2007년 공연팀장으로 춘천마임축제 사무국에 입사해 2012년까지 공연팀장과 프로덕션

매니저로 일했다. 그러다 한예종 영상원에서 공부를 하고 인천아트플랫폼에서 문화도시재생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몸과 마음에 에너지를 채웠다. 마침내 2015년 춘천마임축제의 여성 예술감독으로 부임하며 다시

친정으로 돌아왔다. 경계에 시달리지 않는 물처럼, 더 큰 강물이 되어 춘천마임축제의 예술감독이 되었다.

심현주��|��춘천마임축제�예술감독

약 력

· 숙명여자대학교 작곡과

·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과 사운드 전공

· 現 (사)춘천마임축제 예술감독

주요활동

· 2004 (재)과천한마당축제_기획(해외 공연팀

관리)

· 2007 (사)춘천마임축제_공연팀 업무 총괄

· 2012 (재)인천문화재단_인천아트플랫폼 PD

공연프로그램 및 공연레지던시 분야

심현주 예술감독은 학부에서 작곡을 전공했다. 그러나 “작곡으로는 대가를

뛰어넘지 못할 것”이라는 냉정한 자의식이 다른 공연 분야로 눈을 돌리게

했다. 대학 졸업 후 극단 ‘뛰다’에서 일하다, 2007년 춘천마임축제에

공연팀장으로 입사했다. 작곡을 전공한 사람이 왜 하필 마임이었을까?

작곡을 공부한 사람에게는 소리가 세상의 전부다. 그러나 마임은 조용하게

몸짓의 언어로 관객에게 말을 건넨다.

작곡과 마임은 어떤 점이 같은가요

저는 모든 것을 음악으로 이해하는 사람이에요. 마임은 몸으로 도입과

전개, 절정을 표현해 냅니다. 작은 음악적 장치가 분위기를 전환하고

서사적 메시지를 전달하죠. 가장 조용한 장르이니, 역설적으로 음악의

중요성은 커지고 무음도 의미를 가지는 거죠. 더욱이 작곡은 혼자 하되,

절대 혼자 하지 않는 예술 장르예요. ‘콘셉트를 어떻게 잡을까’, ‘어떤 악기

편성으로 곡을 쓸까’, ‘어떤 연주자와 함께 할까’ 등을 필연적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예술가들과 협업하고 내가 구성한 판 위에 그들을 세운다는

점에서, 예술감독은 작곡자의 연장선에 있습니다. 작곡 전공자로서 마임의

무대를 더 밀도있게 바라보고 구성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지요.

작곡을 전공하던 대학시절은 어땠나요

대학 다닐 때, 얼마나 재미나게 놀았는데요. 혼성 록 밴드 ‘이이삼이’를

결성해서 베이스를 맡았어요. 어려서부터 피아노를 쳤고 여대를 나왔으니

의아하게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어요. ‘놀 때는 주도적으로 놀자’는 마음으로

신나게 밴드 생활을 했어요. 제 마음속에 일탈에 대한 욕구가 숨어있죠

춘천마임축제는 ‘일탈성’이라는 축제의 존재 의미에 가장 부합하는

축제이다. 자발적으로 프로젝트를 만들 수 있는 기회가 많았기에

왜 하필 마임이었까?

조용하고 수줍다. 축제의 예술감독이라고 하면 휘하의 팀원들을 통솔하며 막강한 카리스마를

발휘하지 않을까 상상했다. 약간은 자만에 도취해 객기가 넘치고, “이게 예술이야”라고 하면서

남을 설득하는 사람을 상상했다. 모든 일에 “운이 좋았다”라고 겸손한 말을 습관처럼 내뱉는

그녀의 첫 이미지는 착한 모범생 같았다.

59유연한 버팀으로 프로가 되다 59유연한 버팀으로 프로가 되다 58 춘천마임축제 예술감독

심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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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어들이 실현되는 과정을 지켜보는 기쁨을 누릴 수 있다. 심현주

예술감독이 춘천마임축제와 10년간 인연을 이어갈 수 있었던 이유는,

몸안에서 용솟음치는 뜨거움 때문이다.

특히 ‘미친 금요일’은 애착과 관심이 가장 컸던 프로그램으로, 떠날 수

없고 떠나도 계속 뒤를 돌아보게 만드는, 인연의 도돌이표가 되었다. ‘미친

금요일’의 에너지와 19금 밤샘 난장, 새로운 시도와 신진 예술가들의 도발

등이 시너지를 내며 예술적인 자극을 주었다.

부임 후, 2016년 춘천마임축제는 어떻게 바뀌었나요

춘천마임축제에는 공연, 축제, 제작, 장소성 등 다양한 면모들이

프로그램과 결합되어 있습니다. 예로 올해 진행되었던 <불의도시:

도깨비난장>은 허허벌판인 수변 공원이라는 곳의 흙, 공간, 바람, 물, 사람

등등 자연의 소재를 중심한 공간을 재탄생시키고 그 공간 안에 예술가들의

새로운 시도들을 담아내려 하였습니다. 불의도시를 위해 7팀(8명)의

설치미술 작가들이 춘천에 3주간 거주하면서 폐무대와 가지치기를 하고

나온 나뭇가지, 기둥 등을 소재로 레지던시를 진행했습니다.

해외 아티스트가 참여한 프로젝트도 있나요

춘천의 중앙로 4차선을 막고 진행되는 <물의도시: 아!수라장> 주제 공연을

위해 스페인의 무 테아트로 공연팀과 춘천마임축제 소속 배우 집단인

몸짓그룹 몸꾼의 8명의 배우들이 3주간 춘천에서 공동 창작 워크숍을

벌였어요. 이 과정을 통해 춘천마임축제만을 위한 주제 공연을 40여 명의

춘천 시민들과 창작·제작하기도 했어요.

예술감독으로 부임하면서 달라진 것들

심현주 예술감독이 입사할 당시, 춘천마임축제는 이미 세계 3대 마임축제, 국내 최우수 축제로

선정되는 등 그 위상이 검증된 상태였다. 유진규 전 예술감독, 최석규 전 부예술감독, 권순석

대표 등 선배 예술가들의 노력이 컸다. 춘천마임축제는 축적된 노하우와 브랜드로 다른

축제보다 비교 우위에 있지만, ‘어떻게 혁신하고 새로워질 것인가’, ‘정체냐 혁신이냐’ 하는

기로에 서 있다. 또한 민간 축제로서 티켓 수입을 벌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심

예술감독은 몇 가지 변화와 실험을 단행한다.

예술감독으로서 축제를 만들면서 가장 주안점을 두는 것은 무엇인가요

춘천마임축제가 창작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작품 활동을 함께할 수 있는

‘완벽한 플랫폼’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예술감독으로서의 관점의

유무이고, 예술감독 심현주도 성장하는 중입니다. ‘내 관점이 존재하느냐’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답을 찾아 실행하고 있습니다.

마임축제에 레지던시와 창작·제작 워크숍 등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었던

것은, 그녀가 경계를 넘나들며 다양한 경험을 해 왔기 때문이다. 2012년

마임축제를 떠난 이후, 한국예술종합학교의 영상원에서 전문사 과정을

공부했고, 인천문화재단에서 인천아트플랫폼 프로듀서를 맡아 ‘플랫폼

페스티벌’을 성공적으로 개최했다. 외부에서 이룬 성공이 예술감독으로

부임하게 하는데 원동력이 되었다.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영상원 전문사과정(영화사운드 전공)을 공부했는데

이유가 뭔가요

춘천마임축제에서 일하다, 영상원을 선택한 이유는 예술가들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 혹은 예술적 이해의 폭을 넓히기 위해서 같은 거창한 이유는

없었습니다. 현장에서 기획하고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조율하고 정리하는

작업을 하면서 제 내면이 점점 없어지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나라는 사람의 중심을 찾기 위한 노력이 절실히 필요했고, 영상원 영화과

사운드 전공을 하면서 혼자서 작업하는 시간들을 다시 갖게 됐어요. 작곡을

전공한 제게 가장 익숙한 언어로 나를 표현하는 방법들, 가장 익숙했지만 어느

순간 어색한 그 어법을 다시 찾고 싶다는 갈망에 학교로 향하게 됐습니다.

2016 춘천마임축제 중 <봄의도시> 2016 춘천마임축제 중 <아수라장>

61 60 문화예술청년, 인생 UP 데이트 — VOL. 2 유연한 버팀으로 프로가 되다 춘천마임축제 예술감독

심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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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페스티벌을 성공적으로 개최했는데 어떤 프로젝트였나요

영상원을 졸업 후, 인천아트플랫폼에서 프로듀서를 맡았어요.

인천아트플랫폼은 인천문화재단에서 운영하고 있는 레지던시 기관으로,

다른 레지던시 기관들과 다르게 스튜디오뿐 아니라 전시장, 공연장, 공방,

예술 교육 공간 등등 공간이 참 잘 구성되어 있습니다. ‘플랫폼 페스티벌’은

인천아트플랫폼의 공간들을 살려 공연예술축제와 결합해 보자는 취지에서

진행했어요. 기존 ‘플랫폼 페스티벌’의 개막 형식에서 좀 벗어나 보면

어떨까 상상하고 실행을 밀어붙였어요.

플랫폼 페스티벌에서 마임축제의 영향을 받아서 진행된 프로젝트가 있나요

축제를 하면서 야행성이 되다보니 밤이 되면 불이 꺼지던 아트플랫폼의

중앙 길에 거대 의자를 세우고 30여 분간 퍼포먼스를 했어요. 사운드

아티스트, 설치 작가들과 함께 난장을 폈던 ‘플랫폼 프리덤’은 기존 그

공간에서 보이지 못한 새로운 시도여서 즐거웠어요. 기존의 정부기관이나

시각 작가들 중심에서 진행되었던 프로그램들이, 공연과 축제 기획을

하였던 제가 조금 변형하면서 색다른 시도들을 할 수 있지 않았나 생각이

듭니다.

“남들에게는 다양한 분야를 넘나드는 것처럼 보여도, 저는 늘 한길을

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관심 분야가 확장되고, 그 연결이 늘 자연스럽게

이어져서 가능하지 않았나 생각이 듭니다. 단지 유연하게 살아가고 있을

뿐입니다.”

학부 때, 저는 물론 그렇게 열심히 학교를 다니거나 수업을

준비하였던 학생은 아니었습니다. 맨 뒷줄에 슬그머니 앉아 있다가

날이 너무 좋으면 가끔 땡땡이도 치고 뭐 그랬었는데…. 어느 한

교수님께서 지각과 결석을 모르는 그리고 매일 맨 앞줄에 앉아

수업을 듣던 제 동기에게 했던 이야기가 있습니다. ‘예술 한다는

애가 뭐 그리 수업에 열심히 하냐.’ 본인을 잘 알기 위해서 공부도

중요하지만, 정말 잘 노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단,

주도적으로 잘 놀아 보라고 애기해드리고 싶어요.

- 심현주 -

오케스트라 속에서 오늘은 피아노가 되었다가, 내일은 첼로가 된다. 음악이라는 장르를

벗어나지 않되, 자신의 색깔은 상황에 따라 조화롭게 변해갈 뿐이다.

유연하게 한길을 가는 예술가의 인생

심현주 감독은 작곡을 전공했고, 공연과 축제분야에서 10여 년간 몸담았다. 졸업 후 연극

단체와 축제 기획으로 가고, 영상원에서 사운드를 전공도 했으며, 공연장과 레지던시 운영을

하는 프로듀서를 거쳐 다시 축제의 장으로 돌아왔다. 음악과 작곡이라는 분야를 넘어, 교육,

축제, 전시 등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 수 있는 비결은 뭘까. 심현주 감독은 말한다.

플랫폼 페스티벌 중 <서울괴담> 플랫폼 페스티벌 중 <플랫폼 선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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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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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에서 교육의 답을 얻다

교육자이냐, 예술가이냐

묻는 사람들에게

무용가로 살아가다 부상을 입었고, 무용을 매개로 사람을 변화시키는 교육자가 되고자 했다. 정지유

파트장은 미국 유학을 마치고 KDB나눔재단의 파트장으로 입사해 4년 동안 기업에서 사회 공헌을 실천하고

있다. 기업과 예술이 조화롭게 살아가는 세상은 어떤 모습이고, 그 속에서 예술가를 어떻게 키울 것인지

정지유 파트장에게 들어 봤다.

정지유��|��KDB나눔재단�파트장

약 력

· 세종대학교 무용학과

· 뉴욕대학교 석사

· 경희대학교 대학원 경영학과 박사 수료

· 現 KDB금융대학교 겸임교수

· 現 KDB나눔재단 파트장

공 연

· 중요무형문화재 제97호 김숙자 도살풀이 전수자

“아니 얘가 왜 이래… 사람들이 보게….” 어머니는 겸연쩍은 미소를 지으며

등을 찰싹 때렸다. “아… 이러면 안 되는 거구나….”라고 생각했고 춤에 대한

열망은 멋쩍게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당시 춤을 추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고

부모님은 보수적이었다.

어떻게 무용을 전공하게 되었나요

고등학교를 진학해서 첫 번째 무용 시간에 발레 수업을 받았는데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될 정도로 희열을 느꼈어요. 부모님께 무용으로 전공을 바꾸고

싶다고 했는데, 단칼에 어림없는 일이라고 말씀하셨어요. 3일 정도 밥을

안 먹으며 반항했던 것 같아요. 밥을 안 먹고 버티니 부모님께서 무용 학원

탐방(?)을 하자고 하셨어요. 그렇게 처음 무용 학원을 방문했을 때 ‘아… 나는

그냥 춤을 춰야 하는 사람이구나….’라는 내면의 소리를 들었어요.

무용을 전공한 것이 지금 인생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요

남들보다 늦게 시작한 춤이기에 정말 많이 힘들었어요. 스트레칭으로

근육 파열이 와서 온몸이 검정색 피멍으로 변해 걷지 못해도 기어서라도

무용 학원을 갔어요. 그래서였는지 춤을 시작한 지 1년 만인 고 2때 세종대

콩쿠르에서 상을 타며, 늦게 배운 것이 무색할 정도로 기량을 발휘할 수

있었어요. 춤을 추면서 순간에 몰입하는 힘과 아직은 프로가 아니라고

자각하는 겸손을 배웠어요. ‘내가 왜 이것을 하지’, ‘어떻게 하면 잘할까’라는

고민을 끝없이 하고 답을 찾는데, 아름답고 완벽한 동작을 찾던 몸의 습관이

마음으로 전이된 것 같습니다.

그렇게 춤을 추다가 교통사고로 근육이 파열되는 부상을 겪었다. 심각한

정도의 부상은 아니었지만 몸의 균형이 깨져 춤꾼으로서의 삶은 포기하게

된다. 이후 가르치는 선생의 삶으로 들어섰다. 대학원 졸업 후 대학

춤은 간절한 열망이다

피아노를 치는 고명딸을 부모님은 무척 예뻐했다. 당시 작은 아파트 한 채 값은 족히 나갔다고

하는 값비싼 피아노를 딸을 위해 선뜻 사 주셨고, 딸이 피아니스트로 성장하길 바랐다. 그러나

초등학교 4학년, 어머니를 따라 재래시장을 갔을 때 아이는 자신도 모르게 무릎을 폈다 굽혔다

하는 굴신 동작을 하며 한참 춤을 췄다.

65교육자이냐, 예술가이냐 묻는 사람들에게 65교육자이냐, 예술가이냐 묻는 사람들에게 64 KDB나눔재단 파트장

정지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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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는데 “교육이란 무엇인가, 교육으로 뭐가 달라질

수 있나”라는 질문을 자신에게 매일매일 던졌다. 가르치기에는 지식이

부족하다는 인식과 춤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법을 배우고 싶어서, 34살에

유학을 떠났다.

뉴욕에서 공부하면서 어떤 점이 변화되었나요

한국의 춤은 엘리트 무용수를 위한 교육과정이 강하게 뿌리내려 있어요.

기능적인 면을 강조하기에 창의력이나 사고력을 향상시킬 수 없는

한계들이 있습니다. 학위 과정 중, 아메리칸 발레 시어터, 머스 커닝햄

무용단 등과 같은 문화예술 단체들이 사회 공헌으로 다가가는 예술교육을

보며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서양예술사에서 읽었던 현존하는 예술가들이

학교 교육 현장에서 자신들의 경험을 통해 ‘예술=놀이’라는 공식을 보여

주더군요. 아이들의 표현력과 상상력을 자극하고 실제로 예술교육을 통해

사회적 이슈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을 직접 체험하게 되며 지금까지 제가

생각했던 춤과 예술에 대한 좁은 생각들이 우르르 무너지게 되었죠.

예술=놀이, 춤에 대한 인식이 바뀌다

정지유 파트장은 뉴욕대학교에서 뉴욕 주의 국공립 학교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의

교육과정인 K-12커리큘럼과 대학 교육과정을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을 선택했고 지원했다.

2년 동안 뉴욕 시의 국공립 학교에서 일하며 뉴욕 시 교사 자격을 위한 과정을 수료했다. 이를

통해 예술을 통한 전인교육, 통합교육이란 무엇인지 의미와 맥락을 짚을 수 있었다.

예술을 통해 사회적 이슈를 해결하다

정지유 파트장은 한국으로 돌아와 KDB나눔재단에 입사했다. 춤을 전공한 예술가가 기업

중에서도 보수적이라는 은행에 입사해서 일한다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오타 하나, 줄의

간격까지도 살피는 꼼꼼한 기업 문화에 적응하는 데 몇 년이 걸렸고, 돌아보니 견뎌 낸 자신이

대견하다. 이곳에서 예술 인재를 양성하고, 문화예술 교육으로 아이들을 키운다.

춤을 통해 통합교육을 한다는 것은 어떤 것인가요

무용교육은 춤에만 국한되지 않아요. 역사를 배울 때 교실에서 주입식으로

수업만 하지 않아요. 그리고 무용교육이라고 춤만 추는 게 아니에요.

예를 들어 아이들은 역사의 한 장면을 춤으로 표현한다고 하면, 처음에는

토론으로 각자의 생각을 교환하고 어떻게 몸으로 표현할지 방법을

찾습니다. 소품도 직접 만들고 함께 춤을 추면서 공연을 만들어 보는

거예요. 그 속에서 몰입과 참여가 일어나죠. 역사, 춤, 토론, 인문학,

디자인이 결합되는 방식으로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이해할 수 있는 언어와

논리를 가지고 굉장히 깊이 있게 가르칩니다. 통합교육이란 이런 게

아닐까, 현장에서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사재를 털어 가며 힘들게 타인을 위해 일하시는 훌륭한 분들도 많아요.

저는 주어진 예산 안에서 예술인, 소외 계층 청소년, 대학 연구 단체, NGO

단체들과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이 무척 행복합니다. 그러면서 후원처인

산업은행이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게 만들 수 있으니,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이죠.”

통합 문화예술프로그램인 별별작업실의 스태프들 찾아가는 예술공연 프로그램 춤을 통해 표현력과 상상력을 배우는 아이들 현장에서 멘토가 되어 진솔하게 대화

67 66 문화예술청년, 인생 UP 데이트 — VOL. 2 교육자이냐, 예술가이냐 묻는 사람들에게 KDB나눔재단 파트장

정지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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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인재를 어떻게 지원하고 육성하고 있나요

중고등학생들을 위한 6년간의 진로 프로그램인 장학 사업뿐만 아니라

예술 인재들을 지원하고 있어요. 예술 인재들이 홍대 미대, 연대 음대 등에

진학하고 국립극장에 입단하게 되었어요. 국립창극단에 입단한 장학생은

입단 8개월 만에 주역을 맡게 되었다며 연락이 왔더라고요. 이것이 바로

사람을 키워 내는 보람 아닌가 싶어요. 제가 기획한 사업에서 그들이

이제는 자신들이 받았던 프로그램 안에서 다른 아이들을 위한 교사가 되어

주고 작은 공연과 미술 전시회들을 열어 줍니다. 이것이 진정 예술의 힘이

아닌가 깨닫습니다.

KDB나눔재단에서 진행했던, 애정이 가는 프로그램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별별작업실’이라는 초등학생 통합 문화예술 프로그램이 있어요. 작년

지역아동센터에 방문하였을 때, 뉴욕 브롱크스 빈민가에서 볼만한

광경이 벌어졌어요. 초등학교 4학년 학생들이 수업 시간 내내 폭력적인

언어와 행동을 했고 마음을 열고 친해지는 데만 7~8주가 걸렸어요. 이

아이들이 마지막 공연쯤에는 선생님을 기다렸다 인사하고 식사하는 착한

아이들로 변해 있었어요. 숨겨졌던 아이들의 순수한 미소를 볼 수 있었던

프로젝트였어요.

기업과 예술인의 가교 역할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기업인들은, 특히 은행가들은 돈을 다루는 일을 하니 정확하고 꼼꼼하죠.

반면에 예술가는 자유롭고 감성적입니다. 둘이 사용하는 언어가 다르고,

마음의 결이 달라요. 하지만 지향하는 목표는 놀라울 정도로 동일하지요.

그것은 바로 이 사회가 보다 나은 사회가 되기를 희망한다는 거지요.

두 언어를 이해하는 사람이 중간에서 해석하고 매개체 역할을 한다면

사회적으로 시너지 효과가 날 것 같아요. 르네상스가 생길 수 있었던 건,

메디치 가문이 문화를 후원했기 때문이니까요.

정장을 입지 않는 주말, 정지유 파트장은 춤꾼으로 돌아온다.

중요무형문화재인 도살풀이의 전수자로 15분짜리 작품을 20여 년간 추고

있다. 그러나 매번 출 때마다 다른 느낌을 받는다. 무대에 서서 춤을 추는

몸짓으로 그 사람이 살아온 과거가 보이고 현재의 생활 태도와 마음가짐이

보인다. 평온한 마음가짐에서는 욕심 없는 몸짓이 나오고, 세상일에 분주한

일상에 파묻혀 있는 날에는 욕심 가득한 혼탁한 춤이 나온다. 그래서 춤이

무섭고 출 때마다 새롭다.

점을 보지 말고 인생의 큰 도화지를 보세요. 예술 전공자의 눈으로

볼 때 직업의 종류는 단순히 몇 가지로 정리될 것입니다. 하지만

예술을 접목시킨 직업의 종류는 수천 가지로 늘어날 수 있습니다.

예술 전공자는 점입니다. 하지만 예술을 접목시킨 직업의 종류는

큰 도화지의 넓은 여백입니다. 즉 무한한 가능성을 제공해 줍니다.

2014년 한국직업사전 통계에 의하면 한국의 직업은 1만 2,000여

개에 못 미친다고 해요. 일본은 두 배, 미국은 세 배 많다고 합니다.

이렇게 많은 직업이 존재함을 알고 자신이 어떤 역할을 할지 상상해

보세요.

- 정지유 -

정지유 파트장에게 누군가 “당신은 교육자냐, 예술가냐”라고 묻는다면 그건 단편적인

질문이다. 그저 어느 경계에도 치우치지 않고 맡은 역할에 몰입하며 최선을 다할 뿐이다.

진지하고 정중하게 사람과 시간을 대하는 것, 춤이 가르쳐 준 인생의 지혜이며 가르침이다.

69 68 문화예술청년, 인생 UP 데이트 — VOL. 2 교육자이냐, 예술가이냐 묻는 사람들에게 KDB나눔재단 파트장

정지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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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금 연주자에서 문화기획사 대표로

치열, 삶의 온도 99도

가야금을 전공했다. 그러나 학교 다닐 때부터 가야금 연주보다 공연을 보고 사람들을 무대에 세우는 게 더

즐거웠다. 박봉의 월급을 받아도 공연을 보는 데 모두 쏟아부었다. 그렇게 20대를 보내고 30대 초반

창업을 했다. 6년 차 플레이온컴퍼니에는 6년을 함께 보낸 직원이 있다. 직원들이 떠나지 않는 회사의

대표, 클라이언트가 함께 일하고 싶은 문화기획자, 사진 전시회를 여는 사진작가. 자신이 원하는 삶을 찾아

치열하게 살아가는 정세화 대표를 만났다.

정세화��|���플레이온컴퍼니�대표

약 력

·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_가야금

· 前 감자꽃스튜디오(문화예술교육) 기획실장

· 現 플레이온컴퍼니 대표

프로젝트

· 2016 문화순회 도서산간 <신나는 예술여행>

· 2015~2016 반짝궁 콘서트

· 2013~2015 움직이는 예술정거장 / 고궁에서

우리음악듣기

· 2012 소리꾼 김용우의 The 아리랑(일본 오사카)/

아리랑 페스티벌 <The 아리랑>

음반제작

· 양방언, 타악그룹 푸리, 김용우 공연 및 음반 제작

정세화 대표는 국악예술고등학교를 거쳐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가야금을

전공했다. 악장을 할 정도로 연주실력이 뛰어났지만 무대 위에서 연주하는

것보다 공연을 보는 것이 더 좋았다. 본인은 무대 공포증이라 우기지만,

판을 만들고 사람들을 올리는 기획자로서의 자질은, 가야금을 전공하던

때부터 발휘되고 있었다.

가야금을 전공하다, 공연기획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가 있나요

무대 뒤의 떨림이 더 짜릿하다고 할까요? 국악계의 선생님들 따라다니며

대기실에서 공연을 지켜보는 것이 좋았어요. 무대 뒤에서 지켜보면서

‘나라면 저렇게 만들었을 텐데’, ‘관객들은 어떻게 보고 있나’ 무대 뒤에서

훔쳐보며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했죠. 함께하는 스태프들이 좋아서 무대에

서는 아티스트가 빛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을 하고 싶었어요.

공연기획에 빠져들게 된 다른 계기가 있었나요

고등학교 2학년 때 ‘타악그룹 푸리’의 민영치 선생에게 장구를 배웠는데,

당시 푸리의 공연을 보고 문화적 충격을 받았어요. 국악공연에 관객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소리를 지르며 환호하는 모습을 처음 봤거든요.

아이돌이었죠. ‘아… 우리 국악도 저리 될 수 있구나.’ 이후에 푸리 팬클럽

활동을 자처했어요. 휴대폰이 없던 시절이라 집으로 전화를 모두 돌려서

공연 티켓을 구매할 건지 일일이 물어보면서 티켓 예매를 받았어요. 130만

원어치를 판매한 것 같아요. 당시 티켓 가격이 일반은 삼만 원, 학생이 만

오천 원이었으니 열정이 대단했죠.

푸리에 대한 관심은 슬기둥, 김용우, 양방언 등의 아티스트로 이어져

공연을 보러 전국을 다녔고, 심지어 일본까지 따라가서 공연을 보고 왔다.

무대 뒤가 더 즐거운, 가야금을 잘 튕기는 아이

창덕궁의 지붕 기와가 내려다보이는 북촌에 위치한 플레이온컴퍼니 사무실. 5층 건물의

계단은 먼지 하나 없이 깨끗하고, 발 매트는 아침에 털어 놓아 말끔하다. 정성 어린 손길이

다녀간 계단은 남달랐다. 플레이온컴퍼니의 미팅용 테이블 위에는 생수 한 잔과 박카스 한 병,

바구니에 다소곳이 담긴 과자와 정세화 대표가 찍은 사진으로 만든 달력이 선물로 놓여

있었다. 사소해 보이지만 세심한 것들에서, 사람에 대한 예의라는 말을 떠올리게 했다.

71치열, 삶의 온도 99도 71치열, 삶의 온도 99도 70 플레이온컴퍼니 대표

정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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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종의 1학년 때부터 공연과 관련된 아르바이트를 하고, 가야금을

연주해서 알바비를 받으면 그 돈으로 무조건 공연을 봤다. 그 시절 봤던

수백 편의 공연은 문화기획자로 살아가는 현재를 만든 돈으로 바꿀 수 없는

자산이다.

꾸준히 공연을 보러 다니자 ‘공연장에만 가면 나타나는 학생’으로 인식될

정도였다. 공연기획자가 뭐하는 사람인지는 몰라도, 연주자가 아닌 공연을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꿈은 커져 갔다. 졸업 후 처음으로 취직한

회사는 ‘자라섬 페스티벌’의 수장인 인재진 대표가 만든 회사였다.

이제는 책상에 앉아서 천 리를 내다보는 베테랑 기획자이지만, 막내로

불리며 짠 내 나게 뛰어다니던 시절이 있었다. “넌 뭐 믿고 그리 근거 없는

자신감이 있냐?”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용감했고, 그래서 버틸 수 있었다.

지금 돌이켜 보아도 음악과 공연에 미친 나날이었다. 계산하지 않았고,

순진했고 순수했다.

국악을 전공하고 재즈기획사에 취직했는데 회사생활은 어땠나요

재즈공연을 주로 하는 회사라 모든 것이 낯설고 어려웠어요. 졸업 전인

1월에 취직을 했는데 3월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의 공연을 앞두고 있었어요.

핀란드 재즈밴드 ‘트리오 토이킷’의 공연이었는데, 국악을 전공했으니

재즈는 전혀 모르면서 24살의 나이에 의욕만 앞섰어요. 이후 작은 조직의

막내로 일하게 됐어요. 그래서 처음부터 끝까지, A~Z까지 아주 짧은

시간 안에 습득할 수밖에 없었죠.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무장하고 몰라서

용감했기에 닥치는 대로 다했던 것 같아요.

짠 내 나는 시절, 밑바닥을 다져라

대학교 1학년 겨울방학 때, 처음으로 공연기획사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소리꾼

김용우의 ‘모개비’ 음반 출시 기념 콘서트였다. 두 달을 매일 출근하고 50만 원을 받았는데

초보 아르바이트생에게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은 돈이었다. 그러나 가야금 레슨을 하면 한

시간에 5만 원, 한 달에 8번만 레슨을 해도 40만 원의 돈이 주어지는데 산술적으로 보면

어리석은 행동이었다.

플레이온- 즐거움이 열리는 문화기획사를 창업하다

이전 회사의 대표님이 개인사업자를 내고 프로젝트를 운영하라고 제안했다. 그때 일이 너무

힘들어서 다시는 사장이나 대표 같은 건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이미 일은 시작됐고, ‘한번

더 해 보면 잘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올라왔다.

전공인 국악을 기반으로 한 프로젝트도 진행했나요

국악은 제 전공이니 인생에서 절대 떨어질 수 없는 주제죠. 프리랜서로

푸리, 사계, 김용우 등 국악 뮤지션의 매니저를 병행했어요. 재즈, 락,

월드뮤직 등 동서양의 음악을 넘나들며 지평을 넓히고, 국악으로 문화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제가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찾게 되었어요.

플레이온컴퍼니! 이름처럼 즐겁게, 정말 좋아하는 일을 하자는 것이 사업의

모토다. 2011년에는 개인사업자에서 법인으로 전환하고 본격적으로

문화예술교육 분야에서 기획·운영을 맡으며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반짝궁콘서트, 한화예술더하기, 움직이는 예술정거장, 문화예술

명예교사사업(특별한 하루) 등 문화를 재미있게 소화하고 전달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회사의 직원들은 6년째 함께 일하는 직원이 있을 정도로 한번

오면 떠나지 않는다. 작은 회사이지만 클라이언트가 계속 찾는, 문화기획

분야에서는 인정받는 회사다.

정대표가 촬영한 사진과 손글씨 “까짓 한 번 인생 잘 놀다 가요, 우리” 사람이 행복한 회사, 플레이온컴퍼니

73 72 문화예술청년, 인생 UP 데이트 — VOL. 2 치열, 삶의 온도 99도 플레이온컴퍼니 대표

정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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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전공자로서 비즈니스를 하면 어떤 점이 좋은가요

대학 졸업 때까지 연주자였기에 조금은 아티스트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전공자이기에 전문성을 가질 수 있는 것만큼 훌륭한

건 없어요. 내 전공이 아무리 싫어서 그만뒀다 하더라도 내 삶에 있어서

전공만큼 잘 아는 것도 없잖아요. 한때는 국악 바닥이라는 곳을 벗어나고

싶었지만, 지금 제가 제일 잘 할 수 있고 가장 많이 아는 것도 국악이에요.

후배들도 절대 버리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내 몸속에 남아있고, 그걸로

돈을 벌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정세화 대표의 취미는 사진 촬영이다. 전시회를 두 번이나 했으니

아마추어는 아니다. 달력을 만들어서 사람들에게 나눠 주고 있다. 새벽

3시까지 일하면서 열심히 벌어서 전시회하고 달력 만드는 데 다 쓴다고

웃었다. 사진을 촬영하게 된 계기는 기록에 대한 의지 때문이었다.

사진을 촬영하고 기록하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요

사진이 좋아서 개인전 두 번과 단체전을 한 번 했어요. 공연의 현장에서

20년 가까이 살았잖아요. 그런데 좋은 공연들이 일회성으로 사라져 버리는

것이 너무 아쉬웠어요. 무대에 오르기 전의 긴장된 땀방울, 밤새우고 나서

지친 모습, 연습할 때의 치열함 등을 사진으로 기록하고 싶었어요. 공연은

사라졌지만, 10년이 지나서 보면, ‘아 이렇게 멋진 공연이 있었지’ 하고

기억하게 됩니다. 나를 위해서도 남들을 위해서도, 기록의 중요성을 절대

잊지 않으려고 합니다.

사진은 정세화 대표가 사람과 공연을 사랑하는 적극적인 방법이었다.

사람에 대한 예의를 아는 사람이고, 따뜻한 조언자이니 주변에 친구가

많은 것은 당연하다. 이 건물도 친구의 소개로 들어왔다. ‘임대료를 낼 수

있을까’ 망설였는데, 사무실을 보는 순간 “여기라면 뭐든 할 수 있겠다.”라는

자신감이 들었고, 창밖의 창덕궁을 내다보며 “궁에서 프로젝트를 해 보고

싶다”라고 소원했더니, 첫 일이 창덕궁에서 하는 것이었다.

먼지 한 톨 없는 건물의 계단은 아침마다 건물주가 쓸고 닦는 것이라고

한다. 역시! ‘유유상종+만유인력의 법칙’, 같은 것은 같은 것을 끌어당긴다.

운칠기삼이라는 말이 있다. 그런데 인생의 70%를 지배하는 운은, 일과

사람을 통해서 나온다. 사람의 가치와 소중함을 알고, 매순간 맡겨진 일에

열정을 다하는 사람에게는, 세상이 감동하게 만드는 에너지가 있다.

중고등학교 때는 국악이 전부인 줄 알았어요. 팝송이 나쁜

음악이라고 생각했죠. 그러나 사회에 나와서 이 세상에 멋진

음악이 많고 다양한 장르의 예술이 존재한다는 걸 알았어요. 많이

보고, 많이 들어야 판단할 능력이 생겨요. 예술 현장에서 일하고

싶다면 그 일이 멋지기만 할 거라고 기대하지 말아야 해요. 현장은

살벌한 곳입니다. 잠시라도 한눈을 팔면 몇 달 동안 준비했던

일들이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어요. 너무 잡다하게 많이 아는 것은,

오히려 독이에요. 경험 없는 지식만 쌓여 실제로 일했을 경우 알고

있는 상황과 다를 때 대처능력이 떨어지니 일을 제대로 할 수 있는

곳을 찾아보세요. 집중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 정세화 -

정세화 대표가 걸어가는 인생의 매순간마다 치열해서 아름다운 시나위 한판이 벌어진다.

완벽을 향해 숨은 1도까지 찾아내려는 그녀의 삶은 언제나 99도다.

75 74 문화예술청년, 인생 UP 데이트 — VOL. 2 치열, 삶의 온도 99도 플레이온컴퍼니 대표

정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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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를 전공한 행정·교육 전문가

당신이 노래하도록

한편에서 피아노를 칠게요

김승연 팀장은 피아노과를 졸업하고 줄곧 예술 관련 기관에서 행정·교육 담당자로 살아왔다. 독주자로 무대

위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사람이기보다는, 사람들이 무대에서 노래 부를 수 있도록 한편에서 묵묵히

반주를 넣는다. 오늘도 자신의 자리에서 예술가들이 자신을 알릴 수 있도록, 세심하게 반주를 넣고 있다.

김승연��|��(재)예술경영지원센터�국제교류팀장

약 력

· 서울시립대학교 음악학과_피아노

· 단국대학교 대중문화예술대학원

문화정책·행정·기획 석사

· 前 부천문화재단 문화정책실 근무(인턴)

· 前 고양문화재단 교육사업팀 근무

· 前 구로문화재단 문화사업팀 근무

· 現 (재)예술경영지원센터 해외전략사업실

국제교류팀장

몇 년간을 놓았던 피아노가 아닌가. 입시를 앞두고 몇 달 만에 열심히 쳐서

원하는 대학에 입학까지 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도전이었다. “대학

입시를 앞두고 의자에서 먹고 잤어요. 손가락에 껍질이 벗겨졌는데 뭔가

해내고 있다는 자신감을 줬어요.” 그렇게 결심과 실행으로 하나의 문을

통과했지만, 인생은 거기서부터 다시 시작됐다.

피아노를 전공하다가 예술경영, 기획에 관심을 가진 이유가 있나요

다행히 음대를 갔어요. 근데 학교를 들어와서 보니, 저는 노력형이었는데

음악가로 성공하려면 천재성이 너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좌절했죠.

우리나라 음대는 독주가를 양성하는 시스템이라서 다른 걸 찾아봐도 길이

별로 보이지 않았어요. 대학교 3학년 때쯤 예술경영, 음악치료 분야가

생기기 시작하면서 그쪽으로 관심을 돌리게 됐어요.

전공을 바꾸고 새로운 분야를 익히기 위해서 어떻게 공부를 했나요

새로운 분야이니 배우는 게 우선이었어요. 졸업 후 6개월간 일하면서

모은 돈을 털어 넣어서 대학원에 입학해야겠다고 결심했어요. 단국대

대중문화예술대학원에서 문화정책·행정·기획 분야에 원서를 냈고

합격했지만 부모님은 계속 피아니스트로 남아 주기를 바라시고

유학을 가라고 하셨던 터라 반대가 심했어요. 전공을 바꾼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지만, 인생을 놓고 보니 제게 맞는 길을 찾아온 것 같아요.

최고였다기보다는 최선이었습니다.

손가락에 껍질이 벗겨질 만큼 열심히 치던 시절

피아노는 어릴 적 잠시, 재능이 있다고 인정받게 한 존재였다. 피아노에 재능이 있으니

계속 해 보라는 선생님의 권유가 있었지만, 튀지 않게, 남들처럼 평범하게, 인문계 고등학교에

입학하고서 피아노를 접었다. 그런데 재수를 하던 시절, 갑자기 피아노가 다시 치고 싶었다.

77당신이 노래하도록 한편에서 피아노를 칠게요 77당신이 노래하도록 한편에서 피아노를 칠게요 76 (재)예술경영지원센터 국제교류팀장

김승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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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생 재단에서 어떤 문화예술교육사업들을 진행했나요

재단에서 관객개발을 위한 교육사업보다는 공교육과 연계된 공적인

문화예술교육사업을 주로 했어요. 초·중·고등학교를 대상으로 교육과정과

연계할 수 있는 연극, 미술, 미디어 장르의 교육과정을 예술가들과 만들어

보급하기도 하고, 교사 연수도 진행하고 그랬어요. 2년 좀 넘게 근무했는데

그때가 지금 돌이켜 보면 가장 힘들기도 했지만 젊었을 때라서 엄청 열심히

했죠. 그때는 그냥 무턱대고 가서 부딪쳐 해 보고 그랬던 것 같아요.

이후 문화예술교육사업에 관심을 가져 주던 상사를 따라

구로문화재단(구로아트밸리)으로 이직했다. 구로는 참 신기한 곳이었다.

구로공단, 미싱, 공장의 이미지가 강하게 남아있지만 지금은 디지털단지가

들어서고 아파트들이 즐비하다. 공장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지만 사람들의

기억에서 구로는 아직도 서울 외곽의 못사는 동네였다. 지역 신문에서

구로 지역의 학생들이 다리 건너편인 목동에 산다고 답을 한다는 조사가

보도되었다. 그들이 사는 곳은 구로였다. “왜 부끄러워할까. 구로가

있었기에 풍족한 지금의 삶이 존재한다는 것을 학생들은 모르겠구나.”

구로공단의 노동자들의 모습을 연극 공연으로 만들었다고 들었는데 어떤

프로젝트였나요

아이들이 구로공단에 대해 모르기 때문에 오해하고 부끄러워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구로공단을 제대로 인식하게 하는 교육연극을 만들고

싶었어요. 마침 뜻을 같이하는 교육연극 단체가 있어 같이하게 되었어요.

구로공단의 산증인들을 만나 인터뷰해서, 구로공단의 이야기를 담은

교육용 연극프로그램을 만들었어요. 60명 정도의 아이들이 무대에 올라서

연기자들과 함께 상황극을 하며 1970년대로 가 보는 거죠. 그 속에서

노동의 가치와 지역에 대한 자부심을 생각해 볼 수 있기를 바랐어요.

이 연극은 비난과 성찬을 함께 받았다. “아이들이 공부할 시간도 없는데,

왜 이런 걸 보여 주는 겁니까?”라는 비난과 “아이들이 자신이 살고 있는

곳에 대해 알게 해 주니 감사해요”라는 말이 연극이 끝나면 오갔다. 무대에

올라간 학생들 중 한 명이라도 즐거움이나 깨달음을 얻었다면 그걸로

족했다.

지역문화재단에서부터 일해 온 행정·교육 전문가

예술가들을 지원하는 사람

이후 문화재단을 떠나 예술경영지원센터로 자리를 옮겼다. “제가 계속 지역 문화재단에서

일을 해 왔기 때문에 중앙의 공공 기관에서 좀 더 국가 정책과 맞닿아 있는 사업을 해 보고

싶었고 교육사업을 계속 진행하면서 인력 양성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때 마침

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 ‘국제문화교류 전문인력 양성사업’을 담당하는 과장 자리가 나서

지원했고, 3년 전 이직하게 되었다.

구로공단의 이야기를 무대에 담다

대학원에서 대중문화예술을 공부하고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인턴과 부천문화재단을 거쳐

고양문화재단에 취직하게 된다. “지역 재단들이 대부분 극장 운영을 위해 설립되고 사업을

하고 있었는데 대부분의 지역 재단들은 교육사업을 하나의 주요 사업으로 인식하고 있지

않았던 때였어요.” 어울림누리가 개관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라 고양문화재단에서

문화예술교육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처음으로 사람을 뽑았고, 그곳에 입사해 밑그림을

세팅하게 된다. 그 당시에는 지역의 문화예술교육사업이 막 움트려고 할 때라, 모내기를 끝낸

오월의 농부처럼 해도 해도 일은 줄어들지 않았고 여유를 부릴 시간 없이 일했다.

79 78 문화예술청년, 인생 UP 데이트 — VOL. 2 당신이 노래하도록 한편에서 피아노를 칠게요 (재)예술경영지원센터 국제교류팀장

김승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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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예술경영지원센터의 국제교류사업팀 팀장으로서 어떤 일을 하고

있나요

저희 팀에서 담당하는 사업은 ‘국제문화교류 전문인력 양성사업(NEXT)’과

‘우수프로그램 권역별 순회사업(트래블링 코리안 아츠)’입니다. ‘NEXT

사업’은 국제문화교류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전문 인력이 필요하다는

필요에 따라 만들어진 정책 사업입니다. ‘트래블링 코리안 아츠 사업’은

2014년부터 진행한 사업으로 한국의 우수한 공연, 전시 프로그램을 해외에

소개하여 한국 문화예술의 파급력을 높이기 위해 만들어진 사업입니다.

전시, 공연 프로그램을 해외에 소개하고 또한, 현지 전문가들에게 한국의

공연과 전시의 다양한 현장을 보여 주는 초청 프로그램도 진행합니다.

지역 재단과 중앙 부처에서 일하는 것은 어떤 차이가 있나요

중앙 부처에서 업무가 처리되는 시스템을 경험해 보고 싶다는 갈망이

항상 있었어요. 국가 중앙의 정책을 시행하니 정책의 방향성을 보는

힘이 커졌지만 현장과는 멀어진 게 아쉽죠. 어떤 것이든 장단이 있어요.

여기에 있다 보니 알게 됐어요. 저는 제가 준비한 판 위에서 누군가 즐거운

에너지를 분출하면, 그 모습을 보고 희열을 느낀다는 걸요.

행정·교육 담당자로 즐겁게 일하기 위해서는 어떤 자질이 있어야 할까요

자신이 빛나는 일은 아니에요. 다른 사람을 위해 도와주고 준비를 하는

일이니 화려하지 않더라도 성실히 해낼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해요. 또한

정책의 방향을 제대로 읽고 현장에서 실현해 내기 위해서는 여러 사람의

이견을 좁혀 최적의 결과를 내게 만드는 커뮤니케이션 능력도 중요한 것

같습니다.

다양한 경험을 했으면 좋겠어요. 피아노를 전공했으니 저도 피아노

실기만 생각했었죠. 그러나 실기만을 생각하지 말고, 할 수 있는

다른 것이 뭐가 있는지 찾아봤으면 좋겠어요. 지금 인생UP데이트

프로젝트처럼 선배의 삶을 통해 방법을 찾아보는 것도 좋은 것

같아요. 어떤 기회든 잡은 후 최선을 다한다면 같이 일했던 선배건

동료건 나중에 나를 또 찾아주고 같이 일하자고 하면서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게 되더라고요. 그러니 너무 겁먹지 말아요.

- 김승연 -

김승연 팀장은 본인이 피아노과 출신이라서 특별히 업무에 도움 되는 것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찬찬히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그는 천생 반주자였다. 대학 시절에도 피아노 반주자로

활동하는 걸 좋아했다고 한다. 누군가 노래하도록, 춤을 추도록 한편에서 준비하고 돕는 사람.

“당신이 노래하도록 한편에서 피아노를 칠게요. 무대 위에서 당신이 즐겁다면, 당신의 모든

것을 보여 줄 수 있다면, 그걸 바라보는 제가 더 기쁩니다.”

국제교류팀의 초석을 다지고 있는 김승연 팀장

81 80 문화예술청년, 인생 UP 데이트 — VOL. 2 당신이 노래하도록 한편에서 피아노를 칠게요 (재)예술경영지원센터 국제교류팀장

김승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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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의 정신, 살아 있는 춤을 위해

Live your dance, Dance your Life

송남은 대표는 한때 몸으로 춤을 추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아츠앤코(Arts&Co.)의 대표로 댄스, 필름,

패션, 사운드, 미디어아트 등 여러 매체와 형식의 실험적 교류를 하고 융·복합 작품을 소개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6년 전 창업 이후, 이전에 누구도 하지 않았던 실험적인 시도들을 해내며 ‘춤의 정신’을 민들레

홀씨처럼 세상에 퍼트리고 있다.

송남은��|��아츠앤코(Arts&Co.)�대표

약 력

· 이화여자대학교 무용학과_현대무용

·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무용학과 석사

· LABAN(London, UK), Graduate Diploma in

Performance

· Brunel University(London, UK) 공연예술

박사과정 수료

· 前 Transitions Dance Company 단원

· 댄스 시어터 온 단원

· 現 아츠앤코 대표, 예술감독

강 의

·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한성대학교,

서울기독대, 영국 브루넬 대학 강사 역임

춤의 정신이란 무엇인가요

춤은 하나의 정신이에요. 몸이 긴장되거나 힘이 들어가지 않아

자유로우면서도, 완벽하고 아름답게 해낼 수 있는 최고의 경지입니다. 일을

하면서도 예술 장르를 넘어선 광의적인 개념의 ‘춤’을 항상 생각합니다. ‘Live

your dance, Dance your Life!’ 살아 있는 춤을 위해, 그리고 삶이 춤추도록

저의 기획과 실험은 계속 진행될 것 같습니다.

6년 전 설립한 아츠앤코는 ‘춤’을 기반으로 문화 기획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춤’의 확장된 가능성을 다양한 방식으로 소개하면서, 대중에게 ‘살아서

움직이는 모든 것의 경이로움’에 눈뜨게 하는 것, 그리고 일상 속에서

창의적인 모든 시도를 통해 춤추듯이 일상을 살아가도록 독려하는 것이다.

왜 갑자기 춤을 그만두고 유학을 가게 되었나요

예술 전공자로서 정규 커리어 코스를 열심히 밟아 왔어요. 현대무용으로

학부와 대학원을 마친 후, 무용수로서 국내외의 다양한 낯선 도시들을

방문하면서 공연을 했습니다. 화려한 극장 무대에서부터 아주 열악한

환경의 공공장소에 이르기까지 춤을 추는 그 현장 가운데에서 단지 ‘나’를

표현하는 삶을 뛰어넘는 다른 차원의 가치와 목적이 존재한다는 것을

발견하게 됐어요. 나의 발이 닿는 곳곳에 어떻게 하면 더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갑자기 더 깊은 배움에 대한 목마름과

간절함이 솟구쳐 오르는 걸 느꼈어요. 배움을 나눔으로 환원할 수 있으려면

내 안에 일단 많은 자원들을 보유해야 하잖아요. 그래서 29살, 홀연히

유학을 떠났습니다.

유학 생활이 지금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요

영국에서 보낸 5년의 시간은 내 인생의 가장 멋진 추억이자 자산이지만,

춤은 자유로운 것, 춤의 정신이란 무엇인가

웬만한 인문학자보다 문화적 소양이 깊다. 행동 하나, 말투 하나에 그것이 배어 있다. 소위

춤을 춘다고 하면, 몸의 움직임인 행위에만 초점을 두기가 쉬운데 더 깊게 들어가 춤의 존재

이유, 춤의 정신을 사유한다. 논리 정연한 말투, 단정한 몸짓 안에 ‘새처럼 날고 싶다’는 역설이

담겨 있는 사람이다.

83Live your dance, Dance your Life 83Live your dance, Dance your Life 82 아츠앤코(Arts&Co.) 대표

송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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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에 가장 깊은 좌절과 두려움, 낙심과 외로움을 견뎌 낸 악착같은

투쟁의 때이기도 합니다. 영국이 보유한 문화적, 예술적, 교육적 유산의

혜택을 받고 누리면서 한편으로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한국에 있는 사람들도 이렇게 다양한 예술적 경험, 문화적 혜택을 일상

속에서 누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한국의 아티스트들도 이런 환경에서

자신의 창의성을 실험하고 탐구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에서

비롯된 예술적 동기가 ‘이타적’으로 외부를 향해 가면서 새로운 커리어의

전향이 일어났다고 생각해요.

송남은 대표는 춤을 바탕으로 하되, 공연, 전시, 마켓 등이 어우러지는 복합

프로젝트를 선보였고, 무용가들을 위한 국제워크숍 기획을 통해 창작을

위한 리서치 환경도 조성했다. 한국에서는 이전에 시도된 적이 없던 것들이

대부분이다. 2012년부터 2014년까지 3년간 코오롱 FnC 패션 브랜드

‘커스텀멜로우’와 함께했던 컬래버레이션 프로젝트는 대중적으로 가장

큰 호응을 얻었다. 그리고 2014년에 기획한 ‘러프컷 나잇’이 공연계에서

아츠앤코의 스펙트럼 넓은 프로젝트

송남은 대표는 한국으로 돌아와 아츠앤코를 설립했다. 그는 “박사과정을 그만두고 그렇게

한국으로 돌아왔는데, 끝내지 못했던 연구를 현장에서 완결하겠다는, 약간의 변명과 나름의

소신을 가지고 창업을 결심했다”라고 말했다. 6년 동안 아츠앤코의 프로젝트들은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는데, 아츠앤코 이전에 춤은 육체적 행위 그 자체에 머물러 있었다.

신선한 시도로 평가받았다. 무엇보다 2011년 첫 프로젝트인 ‘아츠 쇼케이스

in 플래툰 쿤스트할레’는 송남은 대표가 가장 애착하는 프로젝트다.

아츠쇼케이스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Arts Showcase’는 젊은 아티스트들의 창작 아이디어를 공연, 전시, 마켓을

아우르는 축제 방식으로 소개하고, 크라우드 펀딩과 연계하여 투자와 제작

지원을 유치한 아트 플랫폼이에요. 2011년에 컨테이너 복합 예술 공간으로

큰 이슈가 되었던 플래툰 쿤스트할레에서 아츠앤코의 첫 기획 프로젝트를

론칭했고, 신생 회사의 입장에서는 규모 면에서 용감한 시도였는데 저희의

기획 취지와 내용을 지지해 준 참여 아티스트들과 플래툰 쿤스트할레 및

여러 스태프들의 도움으로 예술 축제적인 측면에서나 플랫폼의 기능적인

측면에서나 성공적인 프로젝트가 되었습니다.

당시 크라우드 펀딩을 했는데 어떤 시도였나요

아츠 쇼케이스는 당시 생소했던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참여했던

아티스트들이 차기 작품 제작비를 모금할 수 있었어요. 그중 2개의

창작 아이디어는 아츠앤코의 지원으로 차기 년도에 프로덕션으로 제작,

소개되어 좋은 성과를 얻기도 했습니다.

시각예술, 현대무용, 미디어/사운드 아트,

매거진 등 전방위 분야의 콘텐츠가 한

공간에서 서로 충돌하지 않고 게릴라적인

방식으로 소개된 신선한 축제였습니다.

코오롱 FnC 패션 브랜드 ‘커스텀멜로우’와

함께했던 협업 프로젝트는 어떤 의미가

있었나요

2012년에는 ‘서커스’를 테마로 예술

영화 제작 및 상영, 사진 전시, 댄스&뮤직

퍼포먼스, 아트북을 선보이면서 OSMU(One

Source Multi Use)의 성공적인 사례를

도출했습니다. 2013년 ‘시간여행자’,

2014년에는 ‘빅애플70’을 테마로

‘원데이 아츠 페스티벌’을 기획했습니다. 2014년 빅애플70을 테마로 한 원데이 아츠 페스티벌러프컷 나잇 2014_골드버그 머신 Arts Showcase 2011_performance by 차진엽

85 84 문화예술청년, 인생 UP 데이트 — VOL. 2 Live your dance, Dance your Life 아츠앤코(Arts&Co.) 대표

송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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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라는 짧은 시간 안에 밀도 있게 새로운 트렌드를 경험할 수 있는

복합문화예술축제를 선보인 것입니다. 패션 산업과 예술이 만나는 접점,

기업과 예술 단체가 협력하는 문화 속에서, 아티스트들의 영역이 확장하는

계기를 마련한 것 같아 기획자로서 기뻤어요. 관람하러 오신 대중들도

신선한 자극을 받으셨을 것입니다.

앞으로 어떤 행보를 기대할 수 있을까요

지난 6년 동안 진행했던 사업들을 정리했고, 새로운 방향의 사업을 구상

중입니다. 이전의 경험을 발판으로 조금씩 진화하고 확장되어 가는 제

삶의 단계별 변화가 제게는 계속 살아 있다는 증거가 되죠. 그러나 나이가

들수록 변화하는 게 더 힘겹고 두렵고 때로는 귀찮기도 한데, 계속적으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식상한 것에서 탈피하고자 하는 제 성향을 스스로

관찰하게 됩니다. 앞으로도 고착화되지 않는 춤의 정신을 늘 기억하면서

예측 불가능한 삶의 변수들 앞에 유연하게 자신의 커리어 행보를 변신시킬

수 있는 것, 하나의 타이틀과 영역에 국한되지 않고 변화무쌍한 모습으로

사회 속에서 역할을 해 나가는 것이 제 바람입니다.

자신이 가진 재능이 다양한 방식으로 그리고 예상치 못한 영역에서

발휘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서, 스스로에게 여러 가지 기회를

주고 어떤 분야가 자신의 성향과 맞고 흥미로운지 테스트해 볼

수 있는 시도들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앞으로 우리가 예측할 수

없는 방식으로 변화되는 시대를 맞이할 텐데, 기존에 제시된 진로나

커리어 모델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는 때가 올 수도 있겠죠. 길이

눈에 보이지 않으면 스스로 길을 만들어야 할 수도 있고, 기존에

없는 무언가를 시도하려면 관습과 편견에서 날마다 자유로워질

노력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예술가로서의 길을 선택하지 않더라도,

어느 곳에서 무엇을 하든 그것이 예술 작업의 연장이자 확장이라고

해석하면서 ‘예술적으로’ 삶을 개척해 가길 바랍니다.

- 송남은 -

‘창조자로서의 기획자’라면 무엇을 할 수 있고 어떻게 기획을 바라봐야 하는가, 이것이

그동안의 화두였다. 송남은 대표는 앞으로도 이러한 질문을 바탕으로 새로운 예술 경험들을

만들어 내고, 문화적 흐름을 주도해 가는 것이 ‘자기다움’이라고 생각한다. 그 안에서 ‘자기답게’

존재하기 위해, 춤의 정신을 대중에게 퍼뜨리기 위해, 답을 얻기 위한 처절한 고민은 지속될

것이다.

새로운 시도를 잇는 다리 위

송남은 대표는 브리지 위에 있다. 6년간 해 왔던 사업과 향후 진행될 사업을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 혹은 혁신적으로 변화를 맞이할 것인가, 어떻게 지치지 않고 다음 단계로 넘어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많다.

2015 국제안무플랫폼 프랑스국립무용센터&아츠앤코 국제교류 사업2012년 서커스를 테마로 한 원데이 아츠 페스티벌_Watch my show

87 86 문화예술청년, 인생 UP 데이트 — VOL. 2 Live your dance, Dance your Life 아츠앤코(Arts&Co.) 대표

송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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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브 비주얼, 프로덕션, 크로스미디어를 아우르는

Move Your Mind

한국 공연 영상의 흐름을 주도하다

배진희 대표가 사업을 시작한 지 벌써 10년이 되었다. 30대 후반인데 벌써 10년 차에 접어든다. 20대

후반에 창업해서 가끔은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을 만큼 힘들 때가 있었지만 한 회사에서 10년을 버텼다.

이력은 자부심이자, 삶의 치열한 기록이다. 공연에 미쳐서 ‘대학로에 가면 항상 있는 아이’로 불리며

아르바이트를 하던 시절부터, VJ로서 콘서트 영상을 만드는 제작자가 어른이 되기까지, 뜨겁고 도전적으로

살았다.

배진희��|��앰버린�대표

약 력

· 계원조형예술대학교 영상디자인학과

·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 대학원 미디어아트

석사

· 現 앰버린 대표

영상제작

·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

· 루시드폴 4집 발매기념 앵콜 콘서트

· 이문세의 붉은노을 콘서트

· 현대자동차 신사옥 미디어 파사드

배 대표는 고등학교 시절 공연에 미쳐 있었다. “대학로 가면 있는 아이라는

소문이 돌 정도여서 나중에는 공연 프로덕션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어요.”

항상 거기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전단지 돌리기, 포스터 붙이기 등의 일을

도와주게 되었고 그게 인연이 되어 공연기획사에 입사를 하게 됐다. 인맥의

네트워크가 쌓여서 어렵지 않게 첫 직장을 잡았다.

공연을 보고 사람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좋았지만, “할수록

재미나다”라고 말하기에는 뭔가 끌림이 부족했다. 공연 기획을 하던 중에

관심이 생긴 것은 영상이었다. 10년 전만 해도, 콘서트의 공연 영상은

가수들이 옷을 갈아입으러 간 사이에 뮤직비디오를 틀어 주며 시간을

메우는 대체용으로 인식됐다. 수준이 높지 않았고 기획사들도 굳이 돈을

쓰지 않았다.

“한번은 콘서트에서 빔 프로젝터로 영상을 상영했는데 정말 놀랐어요.

작은 장치 하나와 영상 하나로 콘서트의 질이 달라졌다고 할까요. 관객들의

시선을 쫙 빨아들이니 콘서트의 몰입도가 달라졌어요. 그래! 좋은 공연을

위해서는 영상이 필요하다 싶었어요. 가수가 노래만 하는 콘서트가 아니라,

완결된 콘셉트의 스토리를 가진 콘서트에서 멋진 영상을 만들고 싶었어요.”

영상으로 콘서트에 온 관객의 감정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것은 너무나

매력적이었다. ‘대학으로 돌아가서 공부를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회사를 그만두고 계원예술대학교 영상디자인학과에 입학했다.

사회생활을 하다가 굳이 학교에 입학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영상에 대해서 더 배우고 싶어졌는데 딱히 배울 만한 곳이 학교 말고는

없었어요. 학교는 가장 체계적으로 가르쳐 줄 수 있는 곳이었어요. 학원은

돈을 낸 만큼 배운다는 ‘기브 앤 테이크’ 정신이 지배한다면, 학교는 그

콘서트의 흐름을 바꾸는 영상에 눈뜨다

강남의 앰버린 사무실에 들어서자 네온사인 간판이 반긴다. ‘AMBERIN’이라고 적힌 주황색

불빛이다. 앰버(Amber)는 노랑을 품은 짙은 주황색으로 배진희 대표가 좋아하는 색이자,

네덜란드 전차군단에서 알 수 있듯이 진취적이고 독립적인 색깔이다. 앰버(Amber)라는 단어

속에 배진희 대표가 추구하는 삶의 자세와 에너지가 담겨 있다.

89Move Your Mind, 한국 공연 영상의 흐름을 주도하다 89Move Your Mind, 한국 공연 영상의 흐름을 주도하다 88 앰버린 대표

배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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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의 가르침이 있죠. 미디어 아티스트로 활동 중인 김치앤칩스의 손현정

선생님은 아직도 제 인생 멘토세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라는 질문에

끊임없이 답변을 주세요. 학과를 졸업한 선배들이 각 분야에 퍼져 있어

제가 갈 분야에 대해 미리 알아볼 수 있는 것도 좋죠. 지금도 학교로 돌아간

건 참 잘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해요.

첫 번째 전공인 조경, 두 번째 전공인 영상이 지금 일에 어떤 영향을 줬나요

첫 번째 전공이 조경이라고 하면 다들 생소하다고 하세요. 세상에 건축

아닌 것이 없지만, 건축은 조경의 범주에 속해 있어요. 조경은 건축이

포함되는 도시설계를 배우는 거니까요. 현장에서 도움이 되는 건, 조경을

공부했기 때문에 설계 도면을 볼 수 있어서 공연 현장의 크기, 동선, 구조를

쉽게 파악하는 것이죠. 영상은 제가 배우고 싶어 입학했기 때문에 더

빠르게 흡수했고 직업으로 삼게 했어요.

비주얼 자키로 손꼽히는 사람

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프리랜서로 영상을 제작했다. 비주얼 자키(VJ. Visual Jockey)로서

가수의 음악에 영상 기획과 콘셉트, 연출이 녹아나게 한 후, 영상의 시나리오를 짜고, 가수들과

직접 소통하며 음악의 선율을 이미지로 만들어 냈다. 일러스트를 넣고, 배우를 섭외해서

연기하는 공연 영상은 지금은 익숙해도 당시에는 처음 하는 시도였다. “감각 있다”, “색다르게

잘 한다”라는 입소문이 나자 하나둘 업무를 요청하는 분들이 늘어났다. 혼자서는 감당하기

어려워 회사를 창업하기로 했지만 사무실 얻기도 가난할 때라 낡은 아파트를 개조해서 한편에

사무실을 열었다. 배 대표가 비디오디렉터를 맡았다.

비주얼 자키라는 직업의 어떤 점이 기존의 영상제작자와 다른가요

VJ라는 직업은 아티스트의 음악을 아티스트와 공연 연출가와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시각화해서 관객들의 감정을 극대화하는 일을 합니다.

그러니까 그냥 영상만 잘 만드는 것이 아니라, 전체 속에서 어떻게 녹아들지,

스토리는 무엇인지, 관객이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를 끊임없이 고민하고

결과물로 만들어 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우주가 콘셉트라고 하면, 우주선이

지구로 떨어지는 영상물을 만들어서 가수가 그 속에서 나오게 하는 거예요.

“여기가 어디야” 하고 고민하는 이미지와 노래 가사가 맞아떨어지죠.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영상 하나가 극적인 효과를 주고 한 편의 이야기를 만들게

합니다.

프로덕션에서 영상을 만드는 것과 비주얼 자키로 활동하는 것은 어떻게

다른가요

프로덕션에서 2년 정도 조감독으로 일하면서 비주얼 자키를 병행했어요.

회사 소속은 아니라 프리랜서였어요. CF, 뮤직비디오를 기획하고 실제

만들고, 포스트 프로덕션을 하면서 영상 제작의 프로세스를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었어요. 그때 진로에 대한 고민이 살짝 있었어요. 프로덕션에

남을 것인가, 비주얼 자키가 될 것인가. 프로덕션에서 주로 만들던

뮤직비디오는 이미 포화 시장이기도 했고, 현장에서 사람들과 부딪치며 할

수 있는 비주얼 자키 작업은 현장에서의 긴박하고 정신없지만, 재미있고

계속 해 보고 싶은 일이라서 업(業)으로 선택하게 됐어요.

음악 CD가 한 벽면을 차지한 엠버린의 사무실 현대자동차의 신사옥 벽면에 쏜 미디어 파사드한류스타의 공연영상도 이곳에서 제작 중 공연현장에서 시스템을 운용하는 배진희 대표

91 90 문화예술청년, 인생 UP 데이트 — VOL. 2 Move Your Mind, 한국 공연 영상의 흐름을 주도하다 앰버린 대표

배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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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진희 대표는 공연영상계의 비주얼 자키 시대를 열었고, 누구도 하지

않았던 시도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영상의 기술은 날로 발전하고, 진입

장벽이 낮아진 만큼 실력 있는 후배들이 대거 등장했다. 기존의 방법만

고수하는 것은 퇴보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끊임없는 공부가 필요하다.

앰버린에서 새로운 영상 매체로 시도한 일은 어떤 것이 있나요

현대자동차 신사옥(한전 부지) 벽면을 활용한 3D 미디어 파사드를

진행했어요. 건물 외벽을 모두 채우는 대형 프로젝트였어요. 가수들의

음반을 영상물로 제작해 해외에서도 가수 없이 순회공연을 할 수 있도록

홀로그램 사업도 진행하고 있어요. 앰버린 초기에는 공연 영상을 주로

제작했지만, 지금은 테크놀로지를 더한 미디어 파사드, 홀로그램 콘텐츠,

미디어 퍼포먼스 제작까지 다양한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영상 제작 분야에서 자신만의 색깔을 어떻게 가질 수 있을까요

영상은 발주처와 제작처가 있으니 갑을이 존재하는 시장이죠. 부인할 수는

없어요. 타인의 생각이 50% 이상 들어가면 그건 수주예요. 이럴 때도

어떻게 하면 더 잘 할까 고민하고 또 고민해요. 부족하다 싶으면 배우고

남들이 하지 않았던 새로운 시도를 계속해야 해요. 뭘 전공했든 미래 자신의 일에 도움이 될 거예요. 건축, 조경의

베이스가 있어서 공연계에서 일하기가 편했던 것처럼요. 지금은

길이 보이지 않겠지만, 조금만 시간이 지나 뒤를 돌아보면 자신이

했던 일들이 퍼즐처럼 맞춰지는 걸 알 수 있을 거예요. 자신이 지금

하는 일이 미래에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하면, 현재 하는 일에 더

충실할 수 있을 것입니다.

- 배진희 -

우연히 재생한 영상에 시선이 빼앗긴 순간, 공연 전 객석 등이 꺼지고 모두가 숨죽이는 순간,

현실과 이상의 경계에 있는 듯한 모호한 순간을 ‘앰버라이즈하다’라고 표현한다. 10년간

회사를 이끌어 온 배진희 대표의 10년 후 꿈은 뭘까. “영상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 전 세계를 돌아다녀 보고 싶어요.” 지금처럼 꿋꿋하게, 용감하게,

영상계를 이끌길 바라본다.

대기업의 자본도 거절할 수 있는 배짱

“영상을 잘 만드는 시대에서 도구를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를 중점적으로 보는 시대로 변하고

있어요. 그래서 시대에 뒤처지지 않으려면 끊임없이 자기 자신에게 인풋(Input)을 해야 해요.

저는 부족한 점이 있다 싶으면 학교도 다니고 학원도 다녀요.” 배 대표는 미디어아트를 배우기

위해 다시 대학원에 갔고, 그 자극은 앰버린이 새로운 지평을 열어 가게 만들었다.

93 92 문화예술청년, 인생 UP 데이트 — VOL. 2 Move Your Mind, 한국 공연 영상의 흐름을 주도하다 앰버린 대표

배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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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소를 전공한 문화예술기획자

광주에서 아름다운 미담이 들려온다

광주 대인예술시장에 가면 아트콜렉션샵 ‘미담’이 있다. 별장프로젝트사업단과

문화관광형시장육성사업단이 공동으로 추진한 ‘아트상품 창작 워크숍’ 및 ‘아트숍 조성’의 결과물로

핸드메이드 공예품을 판매하고 작가들이 작품의 유통 판매를 개척한다. 2015년에 창업한 서지안 대표는

전시회, 예술가 마케팅, ODM(디자인개발) 등 예술 전공자로서의 역량을 발휘하며 업무의 영역을 넓혀

가고 있다.

서지안��|��아트컴퍼니�모이모�대표�

약 력

· 조선대학교 미술대학_조각

·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 예술기획 석사

· 前 (사)BOOK CITY <출판도시활성화사업>

기획과장

· 現 아트컴퍼니 모이모 대표

· 現 아트콜렉션샵 미담 운영

주요활동

· 2016 광주비엔날레기념전 한중교류전 <From a

Perspective, Light the Future>

· 2016 <마르지 않는 눈물 ; 나비의 꿈>_광주시, 광

주여성재단

· 2014 지역문화예술육성사업-젊은작가 창작지원

공모사업(광주문화재단)

· 2010 경기도지사상_도지사 김문수

‘미담’은 ‘Made In Daein Art Market’의 약자이고, “아름다움을

담아낸다”라는 중의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다. 2015년 7월 예술품과 아트

상품을 상설 판매하는 공간으로 문을 열었는데 대인예술시장 속에서 문화의

여유와 예술의 멋이 머무는 열린 문화공간으로 사랑받고 있다. 첫 사업치고

순탄하게 사업을 해 나가는 서지안 대표는 “한 면이 아니라 전체를 균형감

있게 볼 수 있는 힘”을 조소를 통해 배웠다고 말한다.

학부 때 조소를 전공했는데 왜 대학원의 전공을 예술기획으로 바꾸셨나요

사실 크게 고민하지 않고 어릴 적부터 만들기를 좋아해서 조소를

선택했어요. 작업을 할 때도 말을 할 수 있는 개방적인 분위기와 큰 스케일의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 마음에 들었어요. 천재적인 재능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못한다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가난한 예술가로

살아갈 수 있을까 하는 질문에 부닥쳤고, 작가로 살아가는 과정이 녹록지

않다는 것을 깨달아서 진로를 바꾸게 됐어요. 대학원에서는 예술기획을

전공했는데 기획을 통해 예술가로서의 가능성을 확장하고 싶었어요.

서지안 대표는 공부를 위해 서울로 떠났다. “공연·축제가 너무 많아서

충격을 받았다”라는 말처럼 서울은 화수분처럼 새로운 예술·공연을

쏟아 내면서 세상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발길을 붙잡는 곳이었다.

서 대표도 졸업 후에는 문화예술기획사에 입사해서 축제, 공간운영,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그런데 끊임없이

경쟁하며 예술 상품을 만들어 내야 하는 곳에서 몇 년 일하자 현실적인

질문이 생겼다.

“이렇게 박봉을 받으면서 마흔 살이 되어서도 즐겁게 일할 수 있을까”,

“결혼하면 그만둬야 하지 않을까” 하는 불안을 담은 질문들이 올라왔고 평생

할 수 있는 나만의 업(業)을 찾고 싶다는 갈망이 들었다.

평생 할 수 있는 업(業)을 가져야 해

별장이 열리는 토요일의 저녁, 광주의 대인시장에 가면 젊은 관광객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DSLR 카메라를 목에 걸고 좁은 시장의 골목길을 누비면서 작은 것 하나까지 놓치지 않고

관심을 기울인다. 대인시장은 광주 여행을 간다면 꼭 가야 하는 추천 관광지로 떠오르고 있는데

예술가들의 핸드메이드 공예품을 판매하는 아트콜렉션샵 ‘미담’을 만날 수 있다.

95광주에서 아름다운 미담이 들려온다 95광주에서 아름다운 미담이 들려온다 94 아트컴퍼니 모이모 대표

서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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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안 대표가 현재 자리를 잡은 곳은 광주 대인시장이다. 전국의 여느

전통 시장과 마찬가지로 광주 대인시장은 터미널의 이전과 급속한 도심

공동화, 대형 마트의 등장으로 점포의 반 이상이 폐점 위기에 처해 있었다.

2007년부터 광주의 뜻있는 예술가들이 자발적으로 시장에 들었고

대인예술시장 프로젝트를 통해 시장과 예술의 공존을 모색하면서, 지속

가능한 예술 시장의 모델을 만들어 가고 있는 곳이다.

어떤 과정을 통해서 창업을 하고 미담을 시작하게 되었나요

대인예술시장 프로젝트 중 공간운영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2015 별장프로젝트사업단과 문화관광형시장육성사업단이 공동으로

추진한 ‘아트상품 창작 워크숍’ 및 ‘아트숍 조성’의 결과물입니다. 지금은 월

임대료와 직원 한 명의 급여를 지원받고 있어요.

미담의 작가들은 어떤 과정을 통해 입점시키고, 어떤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나요

미담은 핸드메이드 공예품을 판매하고 작가들이 작품의 유통 판매를

개척하고 있습니다. 아트 상품들은 공식적인 공모를 통하거나 고객이

원하는 상품을 시장조사한 후 담당 작가들에게 요청해서 입점시키고

있어요. 매주 토요일 열리는 대인시장의 야시장은 밤 11시까지 문을 열어서

최대한 많은 분들이 좋은 아트 상품을 만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아이디어와 감성으로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는 대인시장밤늦게까지 불을 밝히는 미담의 전경

대인시장에서 시장과 예술의 공존을 꿈꾸다

근 10년 만에 돌아왔을 때 광주는 아시아의 최고 문화도시를 꿈꾸며 새로운 문화콘텐츠를

개발하고 시도하려는 노력들이 움트고 있었다. 아시아문화전당(ACC)도 2015년에 문을 열었다.

광주에서 대학을 나왔기에 지역의 문화를 잘 아는 것도 장점이었다. “선배들에게 내려가니 취직

자리를 알아 놓으라고 불안한 마음에 농담을 했지만 가서 뭐든 한번 해 보면 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와 자신감도 있었어요.”

미담을 기반으로 영역을 확장해 가다

서지안 대표는 미담의 활동으로 멈추지 않고, 다양한 전시회를 열며 업무의 영역을 확장해

가고 있다. “조소를 전공한 예술가로서 제가 가진 능력과 가능성을 잃지 않으려고 합니다.”

미담의 활동 중 최근 위안부 피해자의 삶을 다룬 작품 전시 <마르지 않는 눈물: 나비의 꿈>이

매우 잘 알려져 있는데 광주 여성재단의 주최로 열린 위안부 할머니들의 인권과 평화를 주제로

한 전시로 재단 내 여성전시관에서 진행되었다. “우리에게 아픈 상처이고 민감한 사안이기도

하지만 5명의 작가들과 함께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하자는 뜻으로 자리를 마련하게

되었습니다.” 미담은 예술가의 사회적 책무와 역할에 대해서 고민 중이다.

97 96 문화예술청년, 인생 UP 데이트 — VOL. 2 광주에서 아름다운 미담이 들려온다 아트컴퍼니 모이모 대표

서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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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진행했던 전시가 있나요

광주 서구 발산마을에 자리하고 있는 공유공간 뽕뽕브릿지에서 2016

광주비엔날레 기념전으로 한중교류전시 ‘점화(占化)’를 진행했습니다. 창작과

표현의 자유를 끊임없이 실천하며 급성장한 중국의 현대미술을 조명하고

더불어 한국 현대미술을 교차시키는 전시입니다. 전시를 통해 작가들의

세계관을 공유하고 현대미술의 다양한 면면을 많은 사람들과 함께할

계획입니다.

예술품과 아트 상품 판매 외에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요

마케팅, ODM(디자인 개발), 전시기획 등을 함께 진행하고 있어요.

아트컴퍼니 모이모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한 예술가들의 아트

상품을 마케팅하고 있습니다. 예술가들에게 가장 취약한 부분 중의 하나가

마케팅 능력이니까요. 또한 국내 기업체와 관공서, 대학 등 기관/단체의

의뢰를 받아 ODM 방식으로 납품 계약을 맺고 수익을 내고 있어요. 전시

및 문화 기획, 공공미술 프로젝트 기획, 해외 아트페어 참가 등 다양한

문화프로젝트를 기획하여 지속 가능한 성장을 도모하려고 합니다. 저도

처음에 창업을 할 때 예상하지 못했지만 일이 또 다른 일을 불러오고 있어요.

한 책에서 얻은 글귀입니다. “의미 없는 스펙보다는 스토리를

가져라!” 대학 졸업 후 10년이라는 세월이 흐르고 난 지금 이

말이 너무 와 닿는 말이고 또 후배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이기도

합니다. 엄친아 같은 스펙이 아니더라도 세상에서 우리가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일이 많이 있습니다. 그것은 스펙만을 쌓으면서

알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늘 새로운 경험과 도전을 통해서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술을 전공한 우리들은 이미 자신이 좋아하는

일, 열정을 태울 수 있는 일은 한 가지씩 가지고 있는 것인데 이보다

더 좋은 출발점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 서지안 -

서지안 대표는 당차고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이다. 광주에서 젊은 여성이, 더욱이 예술

전공자가 사업을 하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예상했던 것보다는 수월하게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단점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오히려 돌아보면 장점일 때가 많다. 일상의 삶이 묻어나는

시장 속, 아주 특별한 공간 ‘미담’. 그곳에는 일상에서 예술을 느끼고 자신의 삶을 한번 돌아볼

수 있게 만드는 힘이 있다.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을 피우며 예술의 향기를

전하도록, 광주에서 아름다운 이야기 미담(美談)이 들려오길 바라본다.

예술가들의 아트상품들이 가득한 미담의 내부

99 98 문화예술청년, 인생 UP 데이트 — VOL. 2 광주에서 아름다운 미담이 들려온다 아트컴퍼니 모이모 대표

서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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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을 버텨 현재를 만들다

우공이산, 빠른 시대 우직함의 의미

음악 학원의 창문 너머로 들리는 악기 소리를 듣고 홀려 버렸다. ‘저 악기를 배우고 싶다’는 순수한 열망에

사로잡혀 엄마를 졸라 그 학원을 찾아갔고, 아쟁을 만났다. 그렇게 국악기와 함께 연주자로 10여 년을

살다가 한국 공연계의 1세대인 인재진 대표를 만나 15년간 일하며 재즈 불모지였던 한국에서

재즈페스티벌을 시도하고 성공을 이루어 내며 제2의 커리어를 만들게 되었다. 그녀는 다양한 공연 및

페스티벌에서 운영을 담당하고 있고, 재즈 보컬리스트 나윤선의 매니지먼트를 하며 공연계에서 영향력을

넓혀 가고 있다.

김사희��|��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교육·운영기획팀장

약 력

· 서울예술대학, 용인대학교 국악과

· 現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 교육·운영기획팀장

주요활동

· 2015 ‘뮤직런-평택’ 운영팀장

· 재즈보컬리스트 나윤선 매니지먼트

어떻게 공연계에 발을 들여놓고, 인재진 감독과 일하게 됐나요

고등학교 때 친구들과 함께 ‘타악그룹 푸리’를 좋아해서 공연을

많이 봤어요. 공연 현장이 좋아서 방학 때마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스태프로 일하다가, 인재진 대표님네 회사에서 일하던 친구의 소개로

입사하게 됐어요. 재즈 공연을 주로 하는 회사였어요. 처음에는 재즈가

뭔지 잘 몰랐지만 듣다 보니 음악이 좋았어요. 입사 2년 후에 시작한

재즈페스티벌이 13회가 됐으니 벌써 15년이 됐네요. 주위 사람들이 저보고

한곳에 어떻게 그렇게 오래 있느냐고 하는데 그렇게 물어볼만 하네요.

재즈페스티벌의 초기 모습은 어땠나요

초기에 페스티벌을 시작하고 18개월 동안 직원들이 급여를 받지 못했어요.

그때는 회사가 많이 어려워서 인재진 대표님이 강연을 하고 벌어 오신

돈으로 밥값을 충당했죠. 대표님이 "강연에 가야 하는데 차비 좀 줘"라고

하면, 우리가 주머니를 막 뒤져서 가지고 있는 돈을 털어 2만 원을 드렸죠.

현장에서 강연비를 받아 돌아올 차비로 쓰고, 나머지는 "밥 사 먹어라"

하면서 봉투째 주셨어요. 안 준 게 아니라, 진짜 돈이 없었으니 억울하거나

속상할 일도 없었어요.

다시 국악계로 돌아가고 싶다는 마음이 들지는 않았나요

그냥 음악이 좋았어요. 인재진 대표님이 만드는 공연의 무대는 퀄리티가

남달랐어요. ‘이건 언젠가 된다, 시간이 지나면 사람들도 알아볼 거다’라는

확신이 있었어요. 사람들이 힘들었냐고 물어보는데, 사실 저는 별로 안

힘들고 재미났어요. 물론 어렸으니 그랬다 싶지만, 마음에는 좋은 음악에

대한 믿음이 있었거든요.

실패의 기록들, 젊음은 찌글찌글한 축제

15년이다. 예술계의 이직률은 다른 산업에 비해서 높다. 특히 축제 분야의 이직률은 다른 예술

분야와 견줘서도 높은 편이다. 밤샘 작업이 이어지는 노동 강도에, 고용은 불안정하고 한곳에

정박하니 아이디어가 고갈된다며 이곳에서 오래 일할 수는 없다고, 다들 그렇게 말하고

떠난다. 합당하고 일리 있는 말들이 왜 이 사람에게는 비껴간 것일까? 김사희 팀장을 마주하며

이 질문이 머릿속에 맴돈다.

101우공이산, 빠른 시대 우직함의 의미 101우공이산, 빠른 시대 우직함의 의미 100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 교육·운영기획팀장

김사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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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희한한 상황, 지금으로서는 쉽게 납득할 수 없지만 그때는 그게

최선이었다며, 아이러니하게 모든 게 재미나던 그때를 회상하며 소리

내어 웃기 시작한다. 그들이 무대에 올린 음악은 시대를 앞서갔고 공연

시장은 무르익지 않아 수익을 내기가 어려웠다. 다들 떠났는데 월급을 받지

않고서도 일하겠다고 한 사람이 김사희 팀장이다. 다른 공연의 스태프로

아르바이트를 해 가며 그 시절을 버텼다. 인재진 대표는 자신의 책에서

“젊음은 찌글찌글한 축제”라고 했는데, 김사희 팀장은 가장 찌글찌글한

젊음으로 자신의 곁을 지켰다.

아쟁을 전공한 것이 재즈페스티벌의 진행에 어떤 도움이 되나요

국악은 재즈와 비슷한 부분이 많아요. 재즈는 기본 코드 안에서 개인

기량이 돋보이는 장르인데, 국악의 시나위도 기본 틀 안에서 즉흥적으로

연주하는 부분이 많아요. 제가 악기를 전공했으니 아무래도 연주가들의

예민함을 이해하고, 무대에 서 봤으니 실전 능력이 좋죠. 크고 작은 돌발

변수에 대처하는 능력이 좋다는 건, 축제 제작자에게는 유리해요. 재즈나

아쟁에서 시작해 세상을 바꾸는 음악 축제를 기획하다

김사희 팀장은 아쟁을 전공했다. 어느 날 음악 학원의 창문 너머로 흘러나오는 악기 소리를

듣고 열병을 앓았다. ‘저 악기를 배우고 싶다’는 열망에 사로잡혀 엄마를 졸라 학원을 찾아갔고

그곳에서 아쟁을 만났다. 가야금처럼 생겼는데 받침대 위에 머리 부분을 비스듬하게 걸친 채

활대로 줄을 그어 연주한다. 그녀는 아쟁의 묵직하고 낮은 소리를 듣는 순간 반해 버렸다.

리차드 보나의 제안으로 자원활동가와 함께한 무대 2009년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의 조형물과 불꽃놀이 모습

국악은 크게 보면 음악이라는 큰 울타리 안에 있으니, 아쟁은 좋은 음악이

무엇인지 선별할 수 있는 귀를 가지게 해 주었죠.

진심이 통한 것일까.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은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성공한 축제다. 현재 13회째 진행되며 아시아 최대 음악 축제로 성장했다.

매년 10월, 경기도 가평군의 자라섬 일대에서 열리는데 축제 기간이 되면

폭증하는 교통량이 인기를 방증한다. “인천에서 9시에 출발했는데 오후

4시에 도착했어. 내년에는 아침 6시에 출발하겠어”라고 다짐하게 만드는

곳이다.

사실 지역 축제는 레드오션이다. 초창기에는 “지역에 축제를 또 만든다고?”,

“주민들이 좋아하기나 하겠어?”, “예산 낭비 아냐?”와 같은 부정적인

물음이 많았다. 지역마다 비슷한 내용의 축제가 많으니 사람들에게 새롭게

인식되기가 어려웠고, 독보적으로 포지셔닝하기 위해서는 전략이 필요했다.

자라섬재즈페스티벌이 성공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재즈는 열렬한 마니아층이 있는 음악이에요. 마니아층이 있으니 수요가

있고 지속 가능하게 성장할 수 있죠. 처음 자라섬에 갔을 때 규모가

예상보다 좀 작지 않나 싶었지만 운치가 남달라서 선택하게 됐어요. 영국의

음악 페스티벌에서 받았던 느낌과 추억이 오버랩 되면서, 인공적인 느낌을

최대한 배제하고 자연 그대로를 살린 축제를 만들고 싶었어요. 역발상이

통한 거죠.

재즈아일랜드 무대와 관객 자라섬국제제즈페스티벌을 1회에서 10회까지 함께한 스태프들

103 102 문화예술청년, 인생 UP 데이트 — VOL. 2 우공이산, 빠른 시대 우직함의 의미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 교육·운영기획팀장

김사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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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재즈페스티벌을 직접 참관하면서 자라섬에 접목할 수 있는 부분을

벤치마킹했다. 가평의 자연환경과 지역 여건이 비슷한 핀란드의 ‘포리 재즈

페스티벌(Pori Jazz Festival)’을 비롯해 유명 재즈페스티벌과 MOU를 맺어

아티스트들을 교류했다. 더욱이 내실을 기르려면 내부 인력의 전문화가

필요했다. 운영 전담 조직을 두었고 축제가 일관된 색깔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자체인 가평군과의 관계도 깔끔하게 정리했다.

“지원은 하되 간섭은 없다.” 축제의 색깔과 퀄리티를 유지하게 하는 제1

원칙이다. 지역 주민과의 상생도 끊임없이 고민하는데, 가평의 막걸리

제조업체와는 재즈막걸리를 만들고 가평 영농조합과는 가평 와인을 활용한

자라섬 뱅쇼를 공동 개발해서 판매하는 등 지역 경제에 도움을 주며 가평

군민들의 애정을 이끌어 냈다.

아쟁을 연주할 때보다 재즈축제에서 일하는 지금이 더 행복한가요

2015년에는 평택시에서 열린 ‘뮤직런-경기도가 음악으로 달린다’의 운영을

맡았어요. 메르스로 인해 침체된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고 주민들의 마음을

위로하기 위한 축제였어요. 음악을 매개체로 사람들의 마음이 한곳으로

모이게 해서, 삶을 이겨 나갈 힘을 준 행사였어요. 저는 음악이 가진 힘을

믿어요. 그리고 축제의 힘을 믿어요. 아쟁은 음악의 세계로 저를 이끌고

음악 안에서 살게 해 준 고마운 존재입니다.

원더랜드, 그건 만드는거야

회사를 이직할 마음이 있냐는 말에, 고개를 절레절레한다. 어디 가서 이렇게 스트레스 없고

인간적인 회사를 만나겠냐며, ‘회사와의 일심동체’를 외쳤다. 가평에 위치한 사무국은 맑은

공기 속에 자란 무공해 야채들로 파티를 할 수 있고, 동료들과 눈빛만 봐도 서로 통하니 싸울

일 없고, 음악 얘기를 하루 종일 할 수 있는 직장인의 무릉도원이다. “회사가 버리지 않는 한

지금처럼 살고 싶다”라며 지금이 딱 좋다고 말한다.

행복하게 일하려거든 지금 하는 일을 좋아하세요. 그럼 매일 매일

재밌고 즐겁고 행복한 삶이 될 거예요.

- 김사희 -

김사희 팀장은 동화를 좋아해서 가끔 찾아서 읽어 본다. 동화는 아이들의 원더랜드이다.

그녀가 어른인 이유는, 원더랜드를 상상으로만 그리지 않고 직접 만들어 나가기 때문이다.

행복함이 값진 이유는, 오랜 시간을 거쳐 자신이 원하는 모습으로 만들어 냈기 때문이다.

빠른 시대, 모든 것이 쉽게 변하는 시대, 어떤 것이 정답인지 흔들리는 시대에 내면의 소리를

듣고 우직하게 걸어가는 그녀에게 삶의 한 수를 배웠다. 우공이산이다.

105 104 문화예술청년, 인생 UP 데이트 — VOL. 2 우공이산, 빠른 시대 우직함의 의미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 교육·운영기획팀장

김사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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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소재로 그림을 그리고 싶던 미술학도

무엇이 안경알을 브로치로 만들었을까

‘Esign’은 ‘Eco’와 ‘Design’의 합성어다. 거기에 개론학 과목 코드인 101을 붙여서 ‘에코디자인 개론학’

이라는 뜻을 만들었다. ‘에코디자인의 기초가 되자’는 생각에서 지은 이름이다. 김유화 대표는 버려지는

물건들로 액세서리와 소품을 만든다. 재미있고 지속 가능한 디자인을 찾아서, 세상의 모든 것들을

업사이클링하기 위해서, 오늘도 눈을 크게 뜨고 살고 있다. 그는 길을 가다 재활용이 불가능한 소재들을 볼

때 머릿속에서 스파크가 일어난다.

Esign101(이자인 원오원) · Esign: Eco+Design의 준말, 이탈리아어로 ‘디자인을 가지고 노는 것’이라는 뜻

· 101: 개론학 과목 코드

김유화��|��이자인원오원�대표

약 력

· 용인대학교 서양화 전공 회화과

· 現 이자인원오원 대표

· 現 청년가게 운영

전 시

· 2011 주일한국대사관 개인부스展

업사이클링이란 무슨 뜻인가요

'업그레이드(Upgrade)'와 '리사이클링(Recycling)'의 합성어로, 버려지는

것에 디자인 또는 활용도를 더해 가치를 높인 제품으로 재탄생시키는 것을

말합니다. 어떤 교수님은 이자인원오원 제품을 보시고, 원재료가 가지고

있는 속성을 없애서 더 이상 재활용을 못하게 해 버렸는데, 그게 무슨

업사이클링이냐고 비판하셨어요. 일부분은 맞는 말이에요. 그러나 저는

환경운동가가 아닙니다. 쓰임을 다한 물건들이 새로운 모습으로 사람들

곁에 오래 머무를 수 있도록 모든 상품은 디자인적인 측면으로 접근해서

제작했습니다.

대학원을 선택하고 그만둔 이유가 뭔가요

서양학과를 졸업 후 대학원 진학을 고민했지만, 그만뒀어요. 예술가로서의

삶을 생업으로 삼기엔 높은 현실의 벽에 부딪히며 살아갈 용기가 없었어요.

인정할 수밖에 없었죠. 그래서 우선 작가로서의 삶은 뒤로 미뤄 놓고 남들

다 하는 회사 생활을 하자며, 나름 안정적이지만 미술과는 전혀 상관없는

섬유 연구소에 취직을 했어요.

회사를 다니다, 왜 갑자기 창업을 선택했나요

매일 섬유조각을 들고 성분을 분석하는데 ‘아… 그림 전공에 들인 돈과

재능이 아깝다...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나’ 하는 회의가 들었어요. 솔직하게

말하자면 다시 미술과 관련된 일로 돌아가고 싶었지만, 뭘 할 수 있을지

업사이클링으로 액세서리를 만드는 회사는 처음

김유화 대표가 운영하는 이자인원오원은 '아름다운 업사이클링, 그린 디자인'을 모토로 하는

액세서리 소품샵이다. 잡지책에서부터 견과류 껍데기까지 쓰임을 다한 다양한 폐 소재로

본래에 가지고 있던 가치를 넘어서 새롭고 유쾌한 시각으로 상품을 만들어 낸다. 그 결과,

독특한 감성을 제품에 녹여내는 업사이클 브랜드가 되었다.

업사이클링(Upcycling)이 살짝 붐이었다. 2015년에 아주 살짝. 그래서 아직도 생소하다.

리사이클링(Recycling)이라고 하면 버려진 제품을 재활용하는 것인데, 업사이클링은 한 단계

더 나아간 개념이다. 버려지는 물건을 재활용하되 독특한 디자인과 뛰어난 품질이 더해져 구매

가치가 있는 제품을 통칭해서 부른다. 미국의 환경운동가 대니 서(Danny Seo)가 쓴 책 등 몇

권만이 시중에 나와 있으니, 아직 큰 수익은 없어도 나름 블루오션이다.

107무엇이 안경알을 브로치로 만들었을까 107무엇이 안경알을 브로치로 만들었을까 106 이자인원오원 대표

김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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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막했어요. 그러다 좋은 기회에 서울시설공단과 청년허브의 지원 사업을

준비했고, 청년가게로 선정되어 1년간 가게 임대료를 지원받으면서

본격적인 업사이클링 사업을 시작하게 됐어요.

미술 전공이 업사이클링 제품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되었나요

서양화과에 다니던 대학 시절부터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것, 나만의

소재로 작품 구성하기를 선호했어요. 남들과 다른 생각, 독특한 재료

욕심에 소재와 아이디어에 대한 고민을 깊게 했습니다. 사업을 하면서도

잘 살펴보니까 대부분 비슷한 곳에서 원재료를 구매하더라고요. 그 결과,

경쟁회사들과 제품에서 크게 차별화되지 않았어요. 업사이클링이라면

시간은 많이 걸리지만, 손재주와 예술 감각을 살려 독특한 브랜드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고, 실행에 옮겼습니다.

김유화표 스타워즈 포스터 귀고리

원재료 대부분을 직접 마련한다. 세상에 널린 것이 원재료라서 일상에서 눈만 크게 뜨면 되니,

가난한 벤처 회사에겐 감사할 따름이다. 이자인원오원의 대표 상품은 처음 시작한 제품이고,

가장 오랫동안 만들어 온 종이 비즈 액세서리다. 우선 빳빳한 포스터를 길게 자르고 손가락

끝에 힘을 주고 동그랗게 만다. 하루 종일 하다 보면 손가락이 끝이 얼얼하지만, 전시를 앞둔

예술가로 변신해 제품 하나하나에 정성을 쏟는다.

손으로 하나하나 말아야 하는 세심한 공정

버려진 안경알에 포스터를 붙여 만든 브로치

커피콩의 냄새가 은은하게 풍기는 반지

피스타치오 껍데기에 색깔을 입혀 소재로 이용영화 포스터를 말아서 만드는 종이 비즈 액세서리

종이 비즈 액세서리

영화 포스터를 돌돌 말고 그 위에 특수코팅제를 발라서 구슬을

만든다. 그러면 도자기처럼 보인다. 재료는 영화관에 가면 상영

기간이 지났거나 얼마 남지 않은 영화 포스터들을 구할 수 있다.

포스터의 전체적인 색감에 따라 완성된 구슬의 분위기가 달라진다.

구슬만 봐도 어떤 영화 포스터로 만들었는지 한눈에 알 수 있다.

고객들은 스토리가 담겨 있는 종이비즈를 보며 영화를 봤던 기억을

떠올리고, 신선한 제품에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구매로 이어진다.

안경알+다양한 이미지

안경점에서 한 달에 한 번 안경알을 폐기한다. 안경알은 재활용

과정이 아직 갖춰지지 않은 업사이클 신소재이다. 그 사실을

알고 안경점을 찾아가 업사이클링의 재료로 쓰고 싶다고 말했다.

다양한 모양과 크기의 안경알은 어린아이부터 어른까지 사용한

흔적과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안경 앞뒷면에 다양한 이미지를

붙여서 브로치로 만든다.

커피콩

커피 전문점에서 로스팅 후에 나오는 결점두를 수거해 예쁘고

밀도가 높은 커피콩을 선별한다. 모양의 변형 없이 액세서리로

만들면 세상에 하나뿐인 커피콩 반지가 완성된다. 선물받았던

원두를 먹지 못하고 유통기한이 지났던 것을 재미 삼아 만들어

본 것이 계기가 되었다. 커피를 좋아하는 고객들은 신기해하고

소재가 주는 친숙함과 높은 퀄리티로 만족도가 높은 제품이다.

견과류 껍데기

맥주 안주로 즐겨먹는 피스타치오 견과류 껍데기 역시 일반

쓰레기로 분류된다는 말을 듣고 눈여겨봤다. 색깔을 입히기도

하고, 그 안에 진주를 넣어서 디자인 미를 높인다. 이제는

피스타치오 껍질을 한가득 가져다주는 손님도 있다. 같은 느낌의

소재인 호두 껍데기는 소이캔들로 제작한다.

109 108 문화예술청년, 인생 UP 데이트 — VOL. 2 무엇이 안경알을 브로치로 만들었을까 이자인원오원 대표

김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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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세서리를 만드는 기술은 어떻게 배우셨나요

업사이클링으로 액세서리를 만드는 것 자체가 도전이었어요. 모든

것이 독학이었죠. 처음 종이 비즈 액세서리를 접한 분들이 물에 젖지는

않는지, 품질에 대한 의심을 많이 하셨어요. 그래서 생활방수정도만 되던

종이비즈에 특수 코팅 처리를 통한 품질 업그레이드를 했죠. 제품 제작은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참여함으로써, 불량률이 매우 낮고 매 시즌 새로운

소재를 연구하고 개발하며 오랜 시간 테스트를 거쳐 온·오프라인 판매로

소비자 평가와 피드백을 꼼꼼히 반영합니다. 그 결과 까다로운 여성

소비자분들의 신뢰를 얻어 구매까지 이어집니다.

이자인원오원이 어떤 회사로 인정받기를 바라나요

주변에서 그러죠. 3년 했으니 앞으로 3년 더 할 수 있다고. 브랜드 이름처럼

디자인을 재미있게 가지고 놀고, 즐기는 브랜드로, 신선하고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가 담겨 있는 제품을 만드는 브랜드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나중에는 이름만 들어도 그린디자인을 떠올리는 회사가 되고 싶습니다.

까다로운 여성 소비자가 만족하는 제품

청년가게의 한쪽에서 상품을 판매하고 전시

주어진 시간에 그때그때 자신의 과제를 푸는 데 최선을 다했으면

좋겠어요. 시간이 많지 않아요. 이번 기회를 잡아야 다음 기회의

문이 열리는 경험을 종종 했습니다. 학부 때 참여한 전시회가

그랬어요. 그리고 너무 자신의 분야에만 함몰되지 않고 다른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 교류해 보세요. 반도체학과 학생들을

만났는데, 반도체 회로가 디자인 소재로 쓰이면 좋겠다는 영감을

주었어요.

- 김유화 -

교육에서부터 제품 생산까지 전 과정을 혼자 하지만 힘들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세상에서

자신이 가장 잘하는 일을, 가장 좋아하는 일을, 자신만의 공간에서 재미있게 하고 있을 뿐이다.

하얀색 캔버스에 붓이 닿을 때마다 지나간 자리에 그림이 그려지는 것처럼, 시간을 들이고

나면 김유화 대표만의 인생이 그려질 것이다.

111 110 문화예술청년, 인생 UP 데이트 — VOL. 2 무엇이 안경알을 브로치로 만들었을까 이자인원오원 대표

김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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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를 넘나드는 리서치로 나만의 관점 갖기

굳이 어딘가 속하지 않아도,

너무 빠르지 않아도

모두 취업과 성공에 몰두해 있는 세상이다. 상아탑에는 전공 서적보다 토익 책이 더 사랑받고 있다. 조주리

큐레이터는 인생의 절반을 학교와 그 주변에서 머물고 있지만, 그것은 취업과 성공한 삶을 위한 것만은

아니다. 스스로의 내면과 타인의 삶, 세계를 이해하고 통찰할 힘을 얻기 위해 분투한 시간이었다. 그것이

안정된 직장을 보장하지 못했지만, 굳이 어딘가 속하지 않아도, 너무 빠르지 않아도 자신만의 길을

걸어가고 있다. 무소의 뿔이 혼자서 가는 것처럼.

조주리��|��독립�기획자(큐레이터)

약 력

· 이화여자대학교 심리학, 미술사학

· 이화여대 대학원 르네상스 및 현대미술사 석사

· 런던 시티대학 문화정책 및 경영(MA in Cultural

Policy, Management) 석사

· 서울대학교 디자인역사문화 전공 박사과정(수료)

전 시

· 2012 <2의 공화국>_아르코미술관

· 2016 <리서치,리:리서치>_탈영역 우정국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시각예술창작산실 선정작

여러 가지 전공을 섭렵했고, 대학원에서 미술사를 전공하신 이유가 있나요

심리학은 인문학과 사회과학, 자연과학이 교차하는 학문이에요. 그러나

심리학 자체도 충분히 흥미로운 세계였지만, 전공 바깥에서 무언가 다른

것들로 채워 나가기를 원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당시 연계 전공으로

개설되어 있던 미술사에 문을 두드리게 되었고, 졸업 후 대학원에서

미술사를 전공으로 택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 전공을 통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당시로선 구체적 정보도 별로 없었고, 반드시

미술 관련된 일을 해야겠다는 목표는 없었습니다. 오히려 졸업 후 미술

현장에서 일을 찾기보다는 방송사 PD, 영화나 광고 등 문화 관련 직종에서

일하는 데 유리하지 않을까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공부한 것들이 지금 큐레이터를 하는 데 어떻게 도움이 되나요

예술과 관련된 새로운 정보와 상황을 대하는 것에 있어 기존에 훈련해

왔던 미술 언어를 이해하는 관점, 적절한 연구 방법, 글쓰기에 대한 고민과

책임감 등이 추상적인 수준의 도움을 주었다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구체적인 기획 아이디어나 실무적 지침을 전수받을 수는 없어요. 그러나

비슷한 것을 고민하고 공유하는 지식 공동체 안에서 적어도 나보다는 수준

높은 사고를 하는 사람들을 접하고, 선망하고 모방하면서 학습 효과가

있다는 점은 좋은 관계 자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진로 탐색과 전공 공부가 길어지면서 자연스럽게 사회에 나와 일자리를

잡는 시간도 늦어졌고 그런 사이 부모님이나 예전에 스스로가 그려

보았던 삶과는 동떨어져 있었다. “삶의 단계를 보통의 사람들과 비교해서

취업보다는 공부에 몰두한 시간

조주리 큐레이터는 독립 기획자이자 현대미술과 디자인 분야의 연구자로 활동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주로 동시대 작가들이 처한 새로운 창작 조건을 조명한 전시와 시각 문화 전반에 관한

조사연구형 기획에 관심을 기울여 왔다. 그는 대학 시절 내내 학문적 호기심을 채우느라

시간을 쏟았다. “한 번씩은 다 공부를 해 보고 싶어서 필요 이상으로 많은 과목을 수강하곤

했어요.” 남들은 스펙 만들기에 바쁜데 취업과는 상관이 없는 전공을 선택하면서 오로지 전공

탐색만 했다. 상아탑이라는 학문의 전당에서 호기심의 안테나를 세우고, 가장 대학생답게,

가장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며 지식의 바탕을 채우던 시기였다.

113굳이 어딘가 속하지 않아도, 너무 빠르지 않아도 113굳이 어딘가 속하지 않아도, 너무 빠르지 않아도 112 독립 기획자(큐레이터)

조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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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면 5년에서 많게는 10년 정도는 뒤쳐져 있는 것 같았어요. 조금

걱정되기는 했지만 현실을 인정하고 제 흐름에 맞춰 살아가면 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현업에서 일을 하다가 유학을 떠났는데, 다시 공부를 하는 건 어땠나요

런던 시티 대학에서 문화정책과 경영 과정을 택했고, 전공 과정에서 당시

전 세계적인 화두였던 창조 산업과 도시 만들기 정책, 예술 기관의 경영과

프로그램 기획, 문화 이론 등 다양한 과목을 들었어요. 대체로 학문적인

접근보다는 실무적인 호기심을 충족할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실무 면에서

이미 경험한 것이 있기 때문에 경험적 근거를 통해 학교에서 배웠던

것들을 반추해 보고, 보다 현실적으로 사고할 수 있었어요. 학문적 성취를

떠나 무엇보다 스스로에 대해서 다시 한 번 객관화해 보고, 낯선 환경

속에서 삶을 컨트롤할 수 있는 기회를 가져 본 것이 저로서는 아주 중요한

성과였습니다.

유학을 다녀오신 후, 삶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낯선 도시에서의 생활, 새로운 전공과 정보들, 다양한 배경의 친구들과

함께 공부하면서 예술과 문화를 바라보는 관점에도 부분적으로 변화가

생겼죠. 한국에 돌아와 국제적 규모의 비엔날레 팀에서 일을 했지만,

미술계 많은 곳이 그렇듯 일 년 계약직이었어요. 서른 넘어 유학을 갔다 온

데다 이전 회사의 마지막 직책이 팀장이었기 때문에 어딜 가나 스펙 과잉인

거죠. 미술계는 인턴 한 명 뽑는데 해외 유학파가 수두룩하게 지원할

만큼 특히나 학력 인플레가 심해요. 만족할 만한 수준의 직장을 구하는

것 자체가 힘든 상황입니다. 결국 울타리를 찾기보다는 내가 나를 스스로

고용해야 하는 것이, 절박한 상황으로 다가왔어요.

조주리 큐레이터는 미술관 업무가 종료될 즈음, 때마침 비슷한 고민을

하던 전 직장 후배와 작은 회사를 차린다. 일 년 계약직에서 이제는

회사를 설립하고 이끌게 되었다. 다행히 신뢰하고 맡겨 주는 분들이

많아서 창업치고는 일감이 많았지만, 또 다른 딜레마가 찾아온다. “회사의

운영을 위해, 일을 위해 일을 쫓아다니다 보니, 마치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같았어요.”

2016 <리서치, 리:리서치> 컴파니 <비밀공부> 2016 <리서치, 리:리서치> ETC <일시합의기업>

일을 통해 나를 객관화

2006년, 대학원을 졸업하고 처음 일했던 곳은 파주의 예술마을 헤이리 사무국

기획팀이었다. 당시로선 다양한 구성원과 공간 실천 속에서 실험적인 성향의 다원 예술이

한창 논의되던 곳이었다. “첫 출근한 지 불과 몇 개월 만에, 게다가 축제 개막을 바로 앞둔

시점에서 팀장님이 퇴사를 하게 되어 급작스레 여러 큰 사업들을 총괄해서 진행하게 됐어요.

국제 페스티벌부터, 대규모 기획전, 오케스트라와 문화 아카데미 설립과 운영까지 정말로

다양한 일들에 쉴 새 없이 투입되었어요. 바쁘고 힘들었지만 그만큼 기획자로서 필요한

역량을 스스로 학습하고 배양해 나가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렇게 3년을 보낸 뒤 유학을

결정했다. 능숙함과 매너리즘 사이에서 방황하던 시기가 찾아온 것이었다. 이론보다는 실천

학문에 가까운 문화정책과 예술경영을 공부하기로 하였다.

굳이 소속되지 않아도 괜찮아

그래서 다다른 결론은, 결국 한 사람으로서의 완전한 ‘독립’이었다. 어딘가에 소속되지

않고도 자신이 원하는 일을 차근히 할 수 있는 방법을 지난 몇 년간 찾고 있고, 여전히 그

과정에 있다. 여러 일들을 해 나가는 지난 이삼 년 동안 서울대학교 디자인역사문화 전공

박사과정을 수료하게 되었다. 학교 안에서는 연구생의 신분으로, 학교 바깥에서는

전시기획자로 프로듀서로, 연구원으로 여러 일들을 수행하고 있다. “지도 교수님을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공부를 하면서 다른 일을 어떻게 하냐고 우려하시지만, 공부를 통해 얻은

지식과 깨달음이 일하는 데 있어 풍성한 기반으로, 반대로 타성에 물들지 않고 연구 또한

창의적으로 해 봐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는 측면이 있습니다.”

115 114 문화예술청년, 인생 UP 데이트 — VOL. 2 굳이 어딘가 속하지 않아도, 너무 빠르지 않아도 독립 기획자(큐레이터)

조주리

Page 60: VOL. 2 인생 UP 데이트 · 2017. 8. 1. · 김찬휘 문화예술인 서른다섯 가지 길 문화예술청년, 인생 up! vol. 2 대통령직속청년위원회와 (재)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는

큐레이터로서 자신의 생각과 개성을 담은 기획전도 종종 선보이고 있다.

2012년 미디어시티서울 비엔날레에서의 전시 경험을 바탕으로, 협력 창작에

대한 문제의식을 발전시킨 기획전 <2의 공화국>을 2013년 아르코미술관에서

선보였다. 이후 다양한 기관들과 협력하며 미술 바깥의 다양한 콘텐츠를

예술적인 방식으로 재생산하는 일, 반대로 미술에서의 비미술적 요소를

끄집어내고 기존의 전시와는 다른 방식으로 재맥락화하는 것을 집중적으로

고민해 오고 있다. 2016년 예술가들의 조사연구 방식과 의미를 조명한 <리서치,

리:리서치>전이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시각예술창작산실 지원사업으로 선정되어

9월 한 달간 개최되었고, 이어 올해 12월에는 아르코미술관에서 작년부터 쌓아

온 한국-대만 현대미술의 교차연구 성과를 반영한 기획전 <원겹접사>(가칭)가

열릴 예정이다.

독립 큐레이터로서 예술가들과 어떻게 유대와 연대를 가지며 함께 작업하고

있나요

인간적인 친밀함은 가장 나중에 형성되는 것이고 기본적으로 일상적인 현상과

미술계, 우리 사회에 대한 비평적 시선을 공유하는 것이 첫 번째 아닌가 싶습니다.

개인적으로 친해서 전시를 함께하는 경우보다는, 사회적 이슈를 해석하는 시선,

작업에 대한 관심사가 연결되면서 협력 작업을 할 확률이 커집니다. 우리 모두

서로에게 영감을 주고, 상호 학습이 가능한 관계일 때 생산적입니다. 작품을

채택하는 입장이 아닌, 그것의 기원과 프로덕션, 작품이 비평적으로 소비되고

재생산되는 전 과정에 관심을 둘 때, 서로 연대감이 생겨나지 않을까요.

<리서치, 리:리서치>는 어떤 전시이고, 어떤 관점을 담고 싶으셨나요

이 전시는 제가 처한 연구자로서의 삶의 문제와 그것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예술의 문제를 생산하고 연구해 나가는 조사연구가형 작가들의 삶을 반영한

전시입니다. 한동안 유행했던 리서치 기반의 미술과 아카이브형 전시

디스플레이에 대한 고민과 반성을 담은 기획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리서치,

리:리서치>전에 전시에 초대된 여덟 팀은 저마다의 문제의식과 방법론

창안을 통해 쉽사리 종결되지 않을 연구 과제들을 풀어 나가고 있는데, 그것을

지켜보고 분석하는 또 하나의 시선이 제 몫이 아닌가 합니다. 전시의 클로징이

새로운 오프닝이 될 수 있도록 작가끼리의 교차연구, 저와 또 다른 협력

연구자들과 작가 사이에서 서로의 관점과 통찰력이 오갈 수 있는 어떤 중간

지점을 마련하고 싶었습니다.

정형화된 궤도나 모델에서 벗어난 여러 유형의 창작자, 기획자,

조력자, 혹은 그와는 다른 일을 스스로 창안해 보는 복수의

선택지를 갖고 있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스스로가

지나온 과정과 현재 모습을 분석하고, 앞으로 다가올 상황 속에서

자신을 그려 볼 수 있는 ‘자기 객관화’에 기반을 둔 상상력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또한 옆에서 같은 고민을 나누는 동료들과

앞서 나간 선배들에 대한 사례 연구도 필요하죠. 정답이 없기

때문에, 누군가가 이미 정해진 길로만 가려고 하지 말고 자신에게

맞는 길을 찾아보시길 바랍니다.

- 조주리 -

조주리 큐레이터는 “예술가는 관점을 생산하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매체가 다양해지고

기술이 발달하면서 원한다면 어떻게든 표현해 낼 수 있기에 중요한 것은 관점이다. 예술가의

관점, 나만의 고유한 관점을 가지기 위해서 연구, 분석하고 스스로와 세계에 대한 관점을

수정해 나가야 한다. 조주리 큐레이터는 굳이 어딘가에 속하지 않아도, 너무 빠르지 않아도,

자신만의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창작물을 만들어 내며, 오늘도 굳건히 생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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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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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 가능한 DIY 활동을 위한 공간 운영

예술은 잉여라는 숨 쉴 틈에서

새로운 것을 품는다

릴리쿰은 ‘나머지’라는 뜻이다. 소위 말하는 잉여 인간 즉, 소외되고 남겨진 사람들이 아닌, 우리 삶에서

회복하고 싶은 것들을 위해 ‘스스로 남는 것’을 추구하는 사람들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메이커스들의

모임인 릴리쿰의 활동을 통해, 인공지능 알파고가 도래하는 시대에 예술은 어떤 가치가 있고 왜 존재하는지

돌아보게 된다.

선윤아��|��릴리쿰�대표

약 력

· 경희대학교 예술디자인학부 시각디자인학과

· 홍익대학교 국제디자인전문대학원 IDAS 디지털

미디어디자인 석사

· 前 지나인 디자인 디렉터

· 前 노리단 디자이너

· 現 땡땡이공작 대표

· 現 릴리쿰 공동 대표

주요활동

· 2008~2012 미디어아트전문채널 앨리스온 에

디터

· 2008~2009 예비사회적기업 FACTORY 36.5

아트디렉터

· 2011 뉴아트 레이블 THE MEDIUM 디자이너

“이과생이었는데, 생물 공부를 하면 노트에 장기를 그리고 색칠하는 걸 더

즐겼어요.”

고등학교 3학년 여름방학 때 갑자기 미술대학으로 진학하고 싶었다.

당시에는 직업에 대해서 인터넷에서 알 수 있는 정보가 별로 없었다.

우연히 잡지를 보다가 편집디자이너라는 직업을 알게 됐는데 손으로

만드는 것을 좋아하는 선윤아 대표에게 인생의 직업으로 느껴졌다. 수능을

3개월 앞둔 시점이었다. 미술 학원에서 연필 한번 잡아 보지 않았으니

다들 어려울 것이라 말했지만 그해 수능 점수만 보는 전형으로 한 번에

합격한다. 그러나 입시 미술을 하지 않았다는 것은 열린 가능성이자,

한계이기도 했다.

입시 미술을 전혀 하지 않고 대학에 입학을 했는데, 장단은 무엇이었나요

입시 미술로 기초를 다진 친구들에 비해서 표현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아무래도 그럴 수밖에 없었고 제가 바로 따라잡을 수 있는

부분도 아니었어요. 그래서 표현보다는 의미를 함축하는 작업에 몰두하게

됐습니다. 솔 바스, 브루노 무나리처럼 혁신적으로 심플하게, 강력하게

그래픽을 사용하는 것들에 관심을 가졌어요.

디자인을 전공한 것이 지금 하는 일에 어떤 도움이 되었나요

디자인을 공부하면서 디자인, 예술의 가치를 알게 되었고 그로 인해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삶의 방향을 잡는 데 큰 영향을 끼친

셈입니다. 또한 학부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하면서 디자인 발상이나

시각화 능력을 훈련했던 경험은 이후 어떤 일을 하더라도 필요한 부분이라

큰 도움이 되곤 합니다.

콘셉트를 잡고 시각화하는 능력

연남동 주택가의 골목길을 꺾어 들어가니 릴리쿰이 보인다. 1층 차고를 개조해서 만든 건물에

자리를 잡았는데, 안으로 들어서니 평소에는 보지 못하는 신기한 물건들이 가득 들어 있다.

코딩, 목공예, 도자기, 레이저 커팅, 실크스크린, 3D프린트 등 원하는 무엇이든 만들어 낼 수

있는 공간이다. 선윤아 대표는 보다 직접적으로 삶과 연결된 제작 환경을 만들고 싶어서

<릴리쿰>을 열었다.

119예술은 잉여라는 숨 쉴 틈에서 새로운 것을 품는다 119예술은 잉여라는 숨 쉴 틈에서 새로운 것을 품는다 118 릴리쿰 대표

선윤아

Page 62: VOL. 2 인생 UP 데이트 · 2017. 8. 1. · 김찬휘 문화예술인 서른다섯 가지 길 문화예술청년, 인생 up! vol. 2 대통령직속청년위원회와 (재)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는

“나는 어떤 활동을 할 것인가, 예술적인 삶을 살고 싶다”라고 꿈꾸던 중

기회가 찾아왔다. 하자센터에서 운영한 사회적기업 인큐베이팅 프로젝트에

참여했고 당선되면서 지원금으로 ‘땡땡이공작’을 시작하게 되었다.

멤버들은 직장을 가진 상태에서 가볍게 느슨하게 참여했다. 땡땡이공작은

노는 것과 예술적 창의성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땡땡이 선언]

선언1. 우리는 놀면서 만들고 만들면서 논다.

선언2. 우리는 쓸데없는 것의 힘을 안다.

땡땡이공작은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어떤 의미를 거뒀나요

땡땡이공작은 잉여력 발산을 위해 모인 집단이었어요. 메이커들의

모임인데 쓸데없는 고퀄리티의 물건들을 만들어 내는 워크숍을 계속

열었어요. 반응이 아주 뜨거웠어요. 남들이 보면 왜 저런 것을 하나

싶겠지만 땡땡이 선언처럼, 놀이를 통해서 예술의 진정한 의미와 가치를

찾고 싶었어요. 수익보다는 기회를 만들고 가능성을 포착하는 게

목표였어요.

쓸데없는 고퀄, 재미나게 놀아 보기 위해서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했나요

‘수리수리 자가수리’는 아이폰을 자기 손으로 직접 수리하는 워크숍이었고,

연날리기 워크숍에서는 어릴 적 날리던 연에 기술(tech)을 결합해서

재미를 더하기도 했어요. 특히 야매공작단을 모집해서 제주도로 가서

‘고스트 버스터즈’ 영화를 촬영해 봤어요. 전문가도 아니고 처음 본

쓸데없는 것, 잉여적 가치의 힘을 믿는 땡땡이 선언서울 연남동 주택가 안에 위치한 릴리쿰의 전경

잉여력이란 무엇인가, 쓸데없는 것의 힘

무엇을 시각화할 것인가, 그리고 어떤 도구를 쓸 것인가는, 선윤아 대표가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매달린 의제이다. 시각디자이너라면 이상적인 디자인을 하고 싶다고 해도 현실은

클라이언트의 요구에 이리저리 흔들리며 원하는 것을 만들어 줄 수밖에 없다. “디자인만

해서는 수동적일 수밖에 없으니, 기술을 융합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대학 시절부터

퍼블리싱, 웹, 영상 등 다양한 능력을 습득하면서 낯선 것들이 내는 시너지에 관심을 가졌다.

해외에서 발간되는 한국어 교재 ‘지나인’의 아트디렉터로 일하면서 우리에겐 공기만큼

익숙한 한글을 새롭게 바라보고 퍼블리싱했는데, 틀에 갇혀 있었다면 외국인에게 사랑받는

교재를 만들지 못했을 것이다.

121 120 문화예술청년, 인생 UP 데이트 — VOL. 2 예술은 잉여라는 숨 쉴 틈에서 새로운 것을 품는다 릴리쿰 대표

선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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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모여서 영화를 만드는 과정은 정말로 신나고 즐거웠어요. ‘똘끼’

있게 놀아 보자는 구호를 외쳤는데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많은 분들이

신청하고 관심을 가져 주셨어요.

릴리쿰의 작업실은 코딩, 목공예, 도자기, 레이저 커팅, 실크스크린,

3D프린팅 등 기술과 결합된 무엇이든 원하는 것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공간이다. “팔기 위한 콘텐츠가 아니라 우리가 하고 싶은 것을 한다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어요.” 선윤아 대표는 메이커 무브먼트가 정부 주도가

아니라, 민간에서 이렇게 활동하고 있다는 데 의미를 부여한다.

땡땡이공작의 활동에서 릴리쿰은 어떤 점이 달라졌나요

‘땡땡이공작’ 활동은 DIY 활동과 놀이라는 주제를 접목해서 함께 놀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만들려고 했다면, 릴리쿰에서는 공동의 주제를 가지고

연구할 사람들을 모으기도 하고, 각자의 작업을 프레젠테이션을 하거나

주제를 가지고 모이는 자리에는 되도록 참석해 이야기를 들으려 합니다.

릴리쿰은 3년 동안 어떤 변화와 성과가 있었나요

처음에는 공유 제작 공간으로서의 역할도 크게 그렸지만 공간을 연 지

3년 차인 지금은(정부 주도이긴 하지만) 이런 공간들이 많이 생겨났고,

릴리쿰의 역할도 조금씩 달라지고 있습니다. 제작과 자립, 놀이의 새로운

방식들을 시도하고 콘텐츠와 제품으로 만드는 작업에 조금 더 집중하고

있습니다. <전자요리>와 같은 전자회로 관련 콘텐츠를 만들거나 정기

행사인 <월간상점> 포맷을 통해 릴리쿰 멤버들이 제작한 물건 또는

작품 등을 전시/판매하기도 합니다. ‘만들기’라는 삶의 방식과 연결된

지금까지의 실험과 고민, 생각할 지점들을 담아 정리한 책이 곧 출간될

예정인데, 이 책은 다른 무엇보다도 대중과 만날 수 있는 콘텐츠가 되길

바라고 있습니다.

예술 전공자의 삶은 누구보다 자기 주도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존의 프레임에 갇혀 있으면 생활도 목표도 매몰되어

버릴 수밖에 없기 때문에, 가능하다면 탈출하거나 또는 그 구조를

함께 바꾸어 가려는 연대 의식이 필요합니다. 자신이 추구하는

작업의 방향을 놓지 않으면서도 현실과 계속 부대끼며 살아야 하는

숙명을 받아들여야 한달까요.

- 선윤아 -

선윤아 대표는 다양한 기술, 사물, 환경에 대한 얇고 넓은 관심 그리고 호기심이 인생을

풍부하게 하고 예술적 감각을 키우는 도구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시각디자이너라고 하면 웹만

생각하던 시대는 지났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으로 구현할 수 있는 융합의 시대가 오고

있다. 인공지능 시대를 맞이하는 지금, 인간의 예술은 무엇을 담아야 할 것인지 예술과 유희에

대한 답을 선윤아 대표의 활동을 통해 엿보았다.

메이커 무브먼트! 민간이 주도하는 새로운 변화

이런 ‘쓸데없으면서도 고퀄리티’의 지적 유희에 사람들은 관심을 보였고 여기저기에서 제안을

받게 된다. 워크숍을 열어 달라는 제안을 받기도 하고 과학창의재단에서 지원금을 받았으며,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지속 가능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게 된다. 가능성을 맛본 멤버들은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그게 릴리쿰의 탄생이다. 지금은 친구 2명과 함께하고 있다.

123 122 문화예술청년, 인생 UP 데이트 — VOL. 2 예술은 잉여라는 숨 쉴 틈에서 새로운 것을 품는다 릴리쿰 대표

선윤아

Page 64: VOL. 2 인생 UP 데이트 · 2017. 8. 1. · 김찬휘 문화예술인 서른다섯 가지 길 문화예술청년, 인생 up! vol. 2 대통령직속청년위원회와 (재)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는

조명·무대 디자이너를 넘어 예술경영자로 변신

도심을 바꾸는 문화공간을 만들다

김상민 팀장은 뉴욕에서 대학을 졸업한 후 프리랜서 무대 디자이너와 조명 디자이너로 활동하며 입지를

다졌다. 3년 전 한국으로 돌아와 복합문화공간 에무를 만들고 공연기획자, 공연감독, 운영팀장으로 일하고

있다. 샐러리맨으로 북적이는 도심 한복판에서 우리다운 색깔은 무엇인가, 어떤 콘텐츠를 담을 것인가,

예술경영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며 살아가고 있다.

김상민��|��복합문화공간�'에무'�팀장

약 력

· 시라큐스대학교 무대 디자인 및 기술 전공

(Theatre Design and Technology)

· 現 복합문화공간 에무 공연기획자, 공연감독, 운

영팀장

공 연

· 2009 <The Chairs> 무대 디자이너

· 2013 <Too Much, Too Much, Too Many> 어시

스트 무대 디자이너

· 2014 <Tribes> 어시스트 무대 디자이너

· 2014 <Winter's Tale> 어시스트 무대 디자이너

복합문화공간 에무의 김상민 팀장은 뉴욕에서 대학을 나왔다.

브로드웨이가 있는 꿈의 도시이지만 졸업 후에 직장을 구하는 것은 녹록지

않았다. 이력서를 받은 한국계 무대 디자이너의 소개로 어렵사리 윌슨

친(Wilson Chin)이라는 무대 디자이너의 어시스턴트로 일하게 됐다.

이후 윌슨의 추천으로 토니상을 수상한 돈예일 월레(Donyale Werle)의

어시스턴트로 일하면서 프로는 어떻게 일하는지 배우며 역량을 넓혀

갔다. “돈예일은 환경에 대한 철학이 있는 무대 디자이너라 작은 소품

하나도 허투루 쓰지 않았어요. 뉴욕의 물가가 비싸니 실질적으로 돈은

마이너스였지만 현장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되었습니다.”

조명·무대 디자인을 전공으로 선택할 만큼 어린 시절부터 관심을 가진

이유가 있나요

중학교 때부터 공연예술에 관심이 많았고, 고등학교 때는 미술을

공부했어요. 뭘 하든 미술은 기본이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림으로 그린

것을 현실화해서 사람들이 무대에서 공연하는 것을 보고 싶고 사람들이

무대에서 살아 숨 쉬고, 뛰는 것을 보고 싶었어요. 어려서부터 로봇이나

레고를 조립하고 만드는 걸 좋아했는데 무대 디자인의 모형을 만들어서

감독에게 보여주고 논의하는 과정도 제 적성에 잘 맞았어요.

학교에 다니면서 배운 것들이 지금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요

비주얼 앤 퍼포밍 아츠 단과대학(College of Visual and Performing

Arts)의 드라마 학부 안에는 연기, 뮤지컬, 스테이지 매니저, 무대디자인

등의 다양한 전공이 있었기 때문에 연극이라는 통합적 범위 안에서 조명과

학연과 지연이 통하지 않는 곳, 뉴욕

“한국의 취업난이 심하다고 하는데 뉴욕도 마찬가지라서 학교가 공연장보다 더 많다는 말이

나올 정도예요. 미국은 학연과 지연이 전혀 통하지 않고 학과에서 취업을 알선해 주지도

않아서 월세살이에 비자도 끝나 가니 졸업 후에 막막했어요. 그래서 매일 무대 디자이너와

조명 디자이너 세 명에게 이력서를 보냈는데 아무에게나 막 보낸 게 아니라, 그들의 공연을

보고 나서, 왜 당신과 일하고 싶은지 정성 들여 적어 보냈어요. 그래서 마침내 토니상을

수상한, 내가 존경하는 돈예일 월레(Donyale Werle)로부터 어시스턴트로 일해 달라는

연락을 받고 함께 일을 했습니다.”

125도심을 바꾸는 문화공간을 만들다 125도심을 바꾸는 문화공간을 만들다 124 복합문화공간 '에무' 팀장

김상민

Page 65: VOL. 2 인생 UP 데이트 · 2017. 8. 1. · 김찬휘 문화예술인 서른다섯 가지 길 문화예술청년, 인생 up! vol. 2 대통령직속청년위원회와 (재)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는

무대 디자인에 대해 전문적이고 포괄적으로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공연은

무대 위에서 스태프들과 배우들이 협업해야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잖아요.

‘나는 이 안의 많은 벽돌 중의 하나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맡은 일에

책임을 다하게 되고, 내 업무 파트가 생기면서 조명·무대 디자이너로서

권위도 가질 수 있었어요.

“조명은 백라이트 하나만으로도 전체의 모든 분위기를 달라지게 하는

중요한 요소예요.” 연말에는 부잣집 마당에 대형 조명 장식을 설치하는

업무까지 참여했다. 시급이 높으니 경제적으로 도움이 되었지만 “왜

이 일을 하는가” 하는 회의감도 들었다. 그렇게 조명과 무대 분야를

넘나들면서, 일의 기쁨과 슬픔을 느끼며 경력을 쌓아 가던 중 한국에서

제안이 들어왔다.

유학 생활, 해외 취업을 뒤로 하고 한국으로 다시 돌아오게 된 계기가 있나요

아버지가 운영하던 갤러리 건물이 있었는데, 리모델링할 때 조명과

인테리어를 맡아보라고 하셨어요. 제 전공이니 해 보고 싶기도 했지만

조명·무대 디자이너로 자리를 잡아 가고 있던 터라 뉴욕에서 이룬 것을

잠시 중단하고 한국행을 선택한다는 것은 쉽지 않았어요. 그래도 한국행을

과감하게 선택할 수 있었던 것은 아버지가 운영하던 공간의 무대와 조명을

직접 설계하고 제작하고 싶었던 마음이 제일 컸기 때문입니다. 공간이

완성된 후에 다시 뉴욕으로 돌아가는 것이 원래 계획이었지만, 부모님

옆에서 보고 배우며 함께 일하면서 공간 운영의 기초를 다지기로 결심했고

한국에 남게 되었습니다.

에무(emu)에서 어떤 역할을 맡고 계신가요

에무는 음악, 연극, 무용, 사진, 영화, 축제 등 다양한 예술 분야를 포괄하는

복합문화공간입니다. 저는 이곳에서 공연기획자·공연감독이 되어 공연장에

예술가를 청하기도 하고 운영팀장이 되어 에무의 전반을 관리하기도

합니다. 제가 쌓았던 경험을 모두 쏟아부어서 다방면에서 멀티플레이어로

일하고 있습니다.

<The Chairs_2009>의 드로잉 <The Chairs_2009>의 실제 공연

한국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도하다

김상민 팀장은 중학교 2학년 때 혼자 뉴질랜드로 유학을 갔다. 인구가 적은 뉴질랜드에서

무대 디자인이라는 전문 분야를 공부할 수 있는 기회가 적어 뉴욕으로 대학을 가기로

결심했다. 뉴욕은 공연 예술의 메카라고 불리는 곳인 만큼 연극예술 전공자로서 보고 배우며

활동할 수 있는 기회가 매우 풍부했다. 대학 졸업 후 2년 동안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브로드웨이에서 가장 최고라고 손꼽히는 무대 디자이너들과 함께할 수 있었던 것은 지금

돌이켜 봐도 영광스러운 일이다.

홍대가 아니면 망한다는 선입견에 맞서다

김상민 팀장은 사실상 에무의 총괄 책임자이다. 이곳에서 열리는 모든 프로젝트들은 김상민

팀장의 생각이 담겨 있다. 2015년에는 인디레이블 러브락컴퍼니와 공동으로 기획하여

러브락 레이블 공연, 록페스티벌인 ‘탕탕탕 카니발’과 더불어 음악 관련 물품을 사고파는

음악 마켓인 ‘탕진시장’을 열었다. 영화관에서는 2015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

서울상영, 2016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인 서울과 2015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출품작

상영까지 다양한 영화제가 진행되었고, 식사 후 간단히 즐길 수 있는 단편영화상영 프로젝트

‘시네마 브레이크’도 열렸다. 현재는 프랑스대사관과 협력하여 사회학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프랑스 영화 상영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며, 한국 시네마테크협의회와 연계해 잘 알려지지

않지만 작품성을 인정받은 고전 영화를 개봉작들과 함께 꾸준히 상영해 갈 예정이다. 에무의

지하 1층 공연장에서는 매달 인디음악 공연인 ‘신광화문시대’와 ‘재즈앳에무’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개최할 예정이다.

127 126 문화예술청년, 인생 UP 데이트 — VOL. 2 도심을 바꾸는 문화공간을 만들다 복합문화공간 '에무' 팀장

김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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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일반적으로 음악하면 홍대, 연극하면 대학로가 대표적인 장소로

인식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고정관념의 틀을 깨는 것이 에무가

첫 번째 해야 할 일이다. 김상민 팀장은 서울 몇 개 지역으로만 한정된

문화사업(홍대, 강남, 대학로)의 형태에서 벗어나 에무만의 색깔과 소리를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선입견, 지역적 한계를 벗어나서 문화적 다양성을 확보한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요

‘인디 뮤지션이 홍대를 벗어나면 망한다.’, ‘연극은 대학로에서’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지역 문화를 활성화하고 색깔이 각기

다른 음악이나 연극, 영화를 동네에서 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영화도 멀티플렉스에서 상영을 독점하니 다양한 영화가 상영될 공간이

부족합니다. 예술영화와 여러 장르의 음악이 자생하고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에무가 환경을 만들어 가고 싶습니다.

예술경영자로서 에무가 어떤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길 바라시나요

예술경영은 제가 혼자 작업했던 조명·무대 디자인 분야와는 전혀 다르고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려야 하는 일입니다. 아직은 배워야 할

것이 많습니다. 복합문화공간 에무는 많은 예술가들이 즐겁게 놀 수 있는

공간으로 색깔을 유지하고 싶습니다. 아티스트 자신들이 즐겁다면 공간을

찾아오는 손님들도 즐겁고 신이 날 테고 ‘에무에서 하는 것은 재밌을

거야’라는 인상을 주고 싶습니다. 그래서 새롭고 친숙하지 않은 공연, 전시,

영화 등도 에무라는 공간에서 한다는 믿음으로 흔쾌히 호기심을 갖고

찾아와 즐기고 경험하고 느낄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무엇을 하고 싶은가(일)보다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인생)를 더

중요하게 생각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만약 하고 싶고 즐거워하는

일이라도 끼니를 거르고 제때 자지 못하며,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고통을 받는다면 그러한 삶은 지속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청년 예술인과 예술 전공 학생들에게는 자신이 어떤 일을

좋아하는지에 대한 고민 또한 중요하지만, 어떤 인생을 살아가고

싶은지 시각을 크게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행복은 일보다 자신의

삶 속에서 늘 존재하니까요.

- 김상민 -

김상민 팀장은 뉴욕에서의 조명·무대 디자이너의 삶도 재밌고 떨리지만 한국에서의

예술경영자의 삶 또한 매우 흥미롭다고 말한다. 무엇을 할 것인가보다,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로 질문을 바꾸면 지금의 삶을 너른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수많은 시행착오가 있을 뿐, 설계도적인 목표 따위는 없다고 말한다. 조명·무대 디자이너에서

예술경영자로 변신했지만 결국 사람들이 즐겁게 놀 수 있는 ‘무대’를 만드는 것은 같다. 하나는

연극의 무대였고 지금은 복합문화공간으로 범위가 확장됐을 뿐이다.

2012 Festival Project(인테리어 디자인 및 마스코트 디자인) 공연장의 장비는 직접 다루는 김상민 팀장

129 128 문화예술청년, 인생 UP 데이트 — VOL. 2 도심을 바꾸는 문화공간을 만들다 복합문화공간 '에무' 팀장

김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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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기획자, 예술 강사, 음향감독까지

평창에서 젊은 예술가로 살아가기

18살, 평창고등학교 스쿨 밴드에서 기타를 연주했다. 대학의 전공으로 이어져 실용음악과에 입학했다. 기타로

평생을 살아가기엔 실력이 부족하고 내 길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지만 그동안 한 것이 아까워서, 앞으로의

삶이 막막해서 눈물을 1리터 쏟았다. 뭘 할 수 있을까 고민하며 평창으로 돌아왔을 때, 떠날 때보다 더 큰

세계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평창에서 예술가로, 음향감독으로, 어른으로 커 가고 있다.

안병근��|��감자꽃스튜디오�매니저

약 력

· 백석대학교 실용음악과 중퇴

· 경희사이버대학교 문화예술경영학과 졸업

· 가톨릭관동대학교 실용음악과 음향전공 재학

· 現 감자꽃프로덕션 음악 및 예술강사

주요활동

· 2016 아카펠라 음원 녹음_음향기사

· 2015 국립극장 여우락 페스티벌 기술팀

· 2015 평창군 시민운동 로고송 제작_프로듀서/

작사, 작곡

· 2013 감자꽃스튜디오 마을축제 CJ우르르

음악여행_기획/운영, 공연감독

녹음실을 따로 만든 건, 그가 아카펠라 전문 프로듀서이자 음향

엔지니어이기 때문이다. 음향 엔지니어가 된 까닭을 “어쩌다 보니”라는

말로 표현했는데, 하나하나 해 주다 보니 입소문이 나서 전국에서 녹음본을

보내 편집을 의뢰하는 엔지니어로 성장했다. 아카펠라 분야는 음향 녹음의

틈새시장이었고 지속적인 수요가 있었다.

평창에서의 삶은 어떤가요

평창은 당연한 것들이 특별한 곳이에요. 일하는 젊은 사람들이 없고,

있다고 해도 다들 공무원이 태반이거든요. 이곳에서 예술을 한다는 것은

누군가의 눈에는 “너는 무슨 일을 하면서 사는 거야” 하고 궁금증과 의심을

불러오기 딱 좋죠.

문화기획자라는 직업을 선택하신 이유가 무엇인가요?

시작은 ‘기획을 잘하는 뮤지션이 되자’였던 것 같아요. 지역의 특성상

매일같이 공연이나 축제가 있는 것이 아니니 매일 음악만 하면서 사는

것이 불가능한 구조입니다. 그래서 때론 문화 기획, 예술 강사, 음향

엔지니어로서 역할을 다양하게 가져가야 하는 것이 좋다고 판단하고 실제

지역도 여러 가지 기능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하나로 딱 부러지기 힘들게

웬만한 예술 분야는 다 하고 있습니다.

안병근 매니저는 문화예술 분야에 걸쳐 4~5개의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따라서 평창에서 그의 직함은 하나가 아니다. 작년에는 가톨릭관동대학교

실용음악과 음향 전공에 입학해서 공부하고 있는데, 지도교수인 박기영

교수는 가수 동물원의 멤버이다. 일을 하다 막히면 곧바로 달려가 물을

곳이 있어야 하니 대학원은 필연적 선택이었다.

눈물 1리터를 쏟고 기타를 포기하다

강원도 평창에 위치한 감자꽃스튜디오는 폐교를 문화기획사로 탈바꿈시켰다. 그 안에서

안병근 매니저는 가장 쓸모 있고 요긴한 인물이자, 문제적 남자다. 우선 예민한 귀를 가졌다.

기타로 완벽하게 아름다운 소리를 만들어 낼 수 없어도, 아름다운 소리를 포착할 수 있다.

얼마 전에는 감자꽃스튜디오가 위치한 폐교의 방을 개조해 녹음실을 만들었다. 실제로

망치질을 해서 콘크리트 벽을 깨고, 시멘트를 바르고, 녹음 기계까지 직접 세팅했다.

131평창에서 젊은 예술가로 살아가기 131평창에서 젊은 예술가로 살아가기 130 감자꽃스튜디오 매니저

안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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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여름 현재 어떤 일을 하고 있나요

대화면이라는 마을에서 ‘더위사냥’이라는 여름 축제를 기획 중인데요.

축제의 테마송을 의뢰받아 작업 중입니다. 그리고 계속해서 아카펠라

음반을 약 3~4개 작업하고 있고요. 아르코 지원으로 진행되는 ‘신나는

예술여행’이라는 문화 사업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강원도 교사로 구성된 아카펠라 그룹 ‘별의별’의 음반 제작은 어떤

내용인가요

‘별의별’의 ‘학교 가자’는 초등학교 선생님들과 언어치료사 선생님이 학교의

일과 언어치료 상담을 하면서 일어나는 학생들과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때로는 의미 있게 작사, 작곡한 곡을 감자꽃스튜디오에서 녹음하고

싶다 하여 앨범 제작하게 되었습니다. 감자꽃스튜디오도 예전에는

학교였으니까요.

평창읍 시골 마을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로 앨범을 발표했는데, 어떤 건가요

저의 첫 번째 앨범 ‘시도’인데요. 제가 살고 있는 이 마을을 곡으로 표현해

보고 싶었어요. 그리고 마을에게 주는 선물이라는 생각도 들고요. 마을의

테마송 같은 것을 만들어 보고 싶었습니다. 나머지 곡은 저의 이야기로

담아 봤어요.

평창 시골을 다니며 아카이브를 담는 일을 진행했는데, 둔전평 농악대의

상쇠 가락을 녹음해서 보존했다. 내친김에 CD까지 제작했다. 그 후 상쇠

할아버지는 돌아가셨지만 소리는 남아, 사람들이 농악대의 소리를 듣고

싶고 전수하고 싶을 때 자료의 역할을 할 것이다.

평창, 마을에 문화의 바람을 불어넣다

사실 평창은 서울과 그리 멀지 않다. 1시간 거리이지만 차가 없으면 이동이 어려운 시골이기도

하다. 도시 생활을 하다 다시금 시골 마을로 돌아갈 결심이 쉽지만은 않았을까 물어보니

“도시는 자신과 맞지 않고, 너무 복잡하고 소음도 많고 사람들이 굉장히 차갑게 느껴지니

불편했다”라고 한다. 대학교의 자퇴를 결심하면서 자신에게 가장 평온한 공간인 평창으로

돌아가 문화를 채워 넣겠다고 결심했다. 모두가 도시에 머물려고 하는 시대에, 낯설고 당돌한

선택이다.

우리는 뚝심 있는 젊은 기획자가 필요해

2016년에는 아르코 신나는 예술여행의 프로젝트 예술 강사로 참여하고 있다. 지역의 청소년

밴드 다섯 팀과 아티스트 다섯 팀을 연결해 공연하고 뮤직비디오도 촬영한다. 오픈콘서트

형식으로 관객에 상관없이 콘서트를 개최하고, 온라인 라이브를 통해 뮤직비디오를 업로드하는

형식이다. 공연의 배경은 평창의 자연을 알릴 수 있는 대표적인 곳으로 선정하려 한다.

젊은 나이에 문화기획자로서 열심히 활동할 수 있는 비결은 따로 없다고

한다. “아직까지 노하우나 비결은 없는데, 그런 게 생기려면 70대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한 가지 확실한 것이 있다면 현장에서 내가

꼭 필요한 사람이 되겠다.”라고 생각하면서 일하면 분명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조언한다.”

예술을 전공한 것이 어떤 도움이 되는가요, 인생에서 어떤 의미인가요

기타는 음악을 하는 데 기본이 되는 악기입니다. 그러나 대학교에서 기타를

칠 때, 그 틈에서 꼭 성공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우울하고 슬펐어요. 내가 꼭

기타만 쳐야 하나 생각하니 인생이 오히려 쉽게 풀렸어요. 하나만 포기하면

새로운 세상이 열려요. 오히려 전공에 대한 압박을 내려놓으니 내가 더

첫 번째 앨범인 ‘시도’의 발표 공연

133 132 문화예술청년, 인생 UP 데이트 — VOL. 2 평창에서 젊은 예술가로 살아가기 감자꽃스튜디오 매니저

안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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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하는 것이 보이고, 그때 또 다시 학교에 진학해서 배우고 싶은 열의도

생겼어요.

문화예술이 우리 삶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앞으로 꿈꾸고 계신 일이

있으시다면요?

의미라면 문화예술은 없어지지 않아요. 그 시대를 표현하는 중요한

역할이기도 합니다. 저는 그 가치를 믿고 열심히 발전의 발전을 하고 여러

가지 새로운 것들을 잘 받아들여 우리 것으로 만드는 것이 의미 있다고

봅니다. 앞으로 꿈이라면 우리나라 여러 지역의 뮤지션들과 작업해 보고

싶습니다. 지역의 색깔을 들어 보고 싶어요. 그리고 지역의 음악들을 널리

알려 다양한 음악을 듣게 하고 싶어요.

현재 우리나라에서 예술 전공자로 산다는 것은 엄청난 경쟁

구도에 뛰어드는 일이라 생각됩니다. 하지만 그 경쟁 구도에서

살아남아 잘 하고 있는 전공자들도 많습니다. 이런 치열한

구조에서 살아남으려면 스스로가 재충전하고 힐링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져야 버틸 수 있다고 봅니다. 저는 그런 시간을 여행이나

전공이 아닌 다른 일을 통해 갖는데요. 그러다 보면 전공 관련된

일이 무척이나 하고 싶어집니다. 그때 하게 되면 매우 즐겁게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여행은 몸이 아닌 마음으로 하는 것이라

배웠어요. 제 경우는 매우 다양한 멘토를 알아 두고, 그들이라면

어떻게 진행하고 대처했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저의

생각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니까요. 멘토와 같이 일을 할 때도

그 멘토를 계속해서 주시한다면 일은 물 흐르듯 흘러가는 것

같습니다.

- 안병근 -

그는 하나만 포기하면 된다고 말한다. 그러나 우리는 그 결심이 얼마나 쉽지 않은 것이었는지

안다. 기타를 포기하며 쏟았던 1리터의 눈물이 헛되지 않도록 오늘도 최선을 다해 살고 있다.

안병근 문화기획자는 내가 가장 편한 곳에서,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예술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 준다. 그래, 도시에서 똑같은 패턴으로 성공할 필요는 없다. 꼭 도시가 아니라도

괜찮다. 평창에는 괜찮은 청년 예술가가 산다.

감자꽃스튜디오에서 개최된 감자꽃자연영화제

135 134 문화예술청년, 인생 UP 데이트 — VOL. 2 평창에서 젊은 예술가로 살아가기 감자꽃스튜디오 매니저

안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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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아프리카 춤에 관심을 갖게 되셨나요

처음엔 한국에서 열린 워크숍에서 전통 서아프리카 춤을 접하게 되었어요.

일본에서 온 아프리카 댄서에게 라이브로 진행되는 수업을 듣고 아프리카

춤에 대한 매력에 빠져 버렸죠. 그 뒤로는 일본, 대만 등 가까운 아시아

국가로 아프리칸 댄스 선생님을 찾아다니며 아프리카 춤을 배우러 다녔어요.

어떤 점이 아프리카 춤에 매료되게 했나요

관객과의 호흡이요. 살아 있죠. 그리고 음악도 모두 현장에서 연주되잖아요.

항상 새롭고 한 번도 같은 곡, 같은 느낌이 없어요. 현대무용을 하면서 CD를

틀어 놓고 춤을 출 때 그 점이 답답했어요. 지금은 젬베 소리에 맞춰 춤을

추고 그들이 내 춤을 보면서 박자를 맞추니 서로가 호흡을 맞추는 순간에, 그

속에서 자유로움을 느껴요.

현대무용을 전공한 것이 다른 춤을 배울 때 도움이 되지 않았나요

물론 그렇죠. 비전공자와 다르게 내 몸을 조절할 줄 안다는 것은 큰

능력이에요. 습득력도 좋고요. 춤은 말의 언어가 아니라 몸의 언어로

이야기하는 것이니까, 몸의 언어로 이야기하는 법을 현대무용을 통해

배웠어요.

서아프리카 춤을 접한 이후 더 잘 추고 싶다, 전문가에게 배워 보고 싶다는

갈증이 사라지지 않았다. 한국에는 아프리카 춤이라는 것이 생소할 때라

배울 곳이 전혀 없었다. 유튜브를 보면서 아프리카에서 춤을 잘 춘다는

강사들을 보며 알음알음으로 공부했다.

“저 그 나라 가서 춤을 좀 배워도 될까요?” 춤 워크숍 교육을 진행하는

선생님의 페이스북에 글을 남겼다. “좋아, 와라!” 이 답장을 받고 2012년

혼자 덜컥 아프리카로 떠났다. 주위에서 지금 아프리카 어디에는 테러가

페이스북으로 연락하고, 아프리카로 떠나다

양문희 대표는 대학에서 현대무용을 전공했다. 어려서 한국무용을 했지만 갑갑함을 견딜 수가

없었다. 현대무용으로 에너지를 발산하는 게 좋았다. 그러나 그마저도 서아프리카 춤을

접하면서 얼마나 정제된 세상이었는지 깨달았다.

아프리카 춤을 찾아서 떠난 현대무용가

아프리카 청춘이다

공연을 한 번 보고 나니 알 수 있었다. 왜 아프리카 춤 하면 ‘양문희’라고 하는지. 몇 년 전 『아프니까 청춘이다』

라는 책이 인기를 끌었다. 그만큼 모든 청춘은 아픈 곳이 많았는데,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고

설령 안다고 해도 하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자신만을 믿고 미지의 세계로 내동댕이쳐도 깨지지 않을 단단함을

가진 사람을 만났다. 뜨거운 나라의 열기로 구운 그녀의 삶은 ‘아프리카 청춘이다’

양문희��|��포니케�대표

약 력

· 한국체육대학교 무용학과

· 現 한국아프리카음악·춤 연구소 부소장

· 現 아프리카공연예술그룹 포니케 대표

공 연

· 2012 고양예술축제 <아프리카영혼> 인기

GYLAF 수상

· 2013 DIPLOME du bagatae dance&drum

취득_Les Ballets Africains

· 2013 인권영화제 오프닝 축하공연

· 2014 광주예술난장굿+판너랑나랑

· 2015 시민청아트페스티벌 ‘서울놀기’

137아프리카 청춘이다 137아프리카 청춘이다 136 포니케 대표

양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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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에서 공부하고 나서 바뀐 점이 있나요

모기가 많고, 전기가 안 들어오고 물을 사용 못 했어요. 생활적으론 힘든

부분이 반대로 내가 얼마나 행복한 나라에서 살고 있는지를 느끼게 해 주고

내 삶을 긍정적으로 바꾸게 해 준 것 같아요. 현대무용을 할 때 뽈록 튀어나온

엉덩이가 단점이었는데, 아프리카 춤을 추니 탄성을 만드는 부분이라

친구들이 항상 제 몸을 칭찬해 줬어요. 평생을 단점이라고 생각하고 살았는데

시각을 돌리니 장점이 되어 있었어요.

혈혈단신 아프리카로 떠나 고생도 많이 했지만 자신이 좋아서 간 것이고,

춤을 원 없이 추고 배울 수 있어서 그걸로 족했다. 양문희 대표는 한국으로

돌아와 포니케를 구성했다. 9명의 ‘포니케’는 서아프리카 기니(Guinea)

수수(Susu)족의 언어로 ‘젊은 사람들’이라는 뜻이다. 아프리카의 음악과 춤이

되살려 주는 젊음의 에너지와 해방감을 무대 위에서 전하고자 하는 마음을

담은 표현이다.

9명의 포니케 멤버 중에 춤 전공자가 한 명뿐인데, 어떻게 팀을 꾸렸을까?

양문희 대표는 ‘섭리’라고 말한다. “아프리카 문화는 혼자 이루어 내는 것이

아니라 함께 연주하고 춤추는 공동체 문화입니다. 그래서 한국에서 아프리카

춤을 추거나 연주하는 연주자들과 자연스럽게 소통하고 연습하면서 팀을 이루게

되었어요,” 지금은 코트디부아르에서 연주가가 와서 같이 연습하고 있다.

‘젊은 사람들’이라는 뜻을 가진 포니케와 멤버들

일어났다, 여자가 혼자 가기에는 너무 위험하다고 만류했지만, 사람 사는

데는 다 비슷하다는 마음이 들었고, 지금 안 가면 안 될 것 같았다.

첫 번째 아프리카행이었다.

혼자 떠난 아프리카, 공부하는 환경은 어땠나요

서아프리카 대부분의 국가는 프랑스 식민지이기 때문에 불어를 사용해요.

하지만 각 국가마다 부족 언어를 사용하고 있기도 하고요. 그래서 아프리카에

가면 그들의 언어를 이해하는 게 너무 힘들었습니다. 아프리카 춤은 단순하게

그냥 춤만 배우는 것이 아니라, 그 춤의 유래와 의미, 리듬까지 다 이해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 언어를 이해하는 부분이 저에겐 너무 힘들었습니다.

포니케, 젊은 사람들

“달밤에 참 많이 울었어요. 내가 춤을 이렇게 못 추나 싶어서요.” 도착해서 보니 언어는 둘째

치고 춤을 따라가기가 너무 어려웠다. 아프리카인들의 탄력성은 마치 고무공 같아서 같은

동작을 할 때에도 몇 배는 더 신나고 경쾌했고, 리듬을 즐겼다. 열망으로 가득 차서 갔지만

절망으로 가득 찬 밤들이 길어졌다.

온몸의 에너지를 발산하고 관객과 하나 되는 공연

139 138 문화예술청년, 인생 UP 데이트 — VOL. 2 아프리카 청춘이다 포니케 대표

양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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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의 삶, 저는 본인 하고 싶은 대로 조금 더 자유로워도 되지

않나 싶어요. 누가 만든 틀 안에서 헤엄을 치는 것보다 본인이

상상하는 것처럼 행동해 보는 게 자신의 세계를 키울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말도 안 되는 일들도 자꾸 생각하고

다짐하면 너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니까요. 시대나 환경을 탓하는

것보다는 상상하고 이루어 내는 것이 예술가 아닐까요. 남들의

눈을 많이 의식하지 마세요. 내가 생각한 부분이 있다면 끝까지

걸어가 보세요. 그렇게 걸어가다 보면 나의 길이 만들어지고 있을

거예요.

- 양문희 -

포니케 멤버들은 매주 수요일 오전 10시에 모여 연습을 한다. 기쁨을 전하는 악기 젬베,

리듬의 기둥 역할을 하는 둔둔, 그 외에도 벨, 자바라, 그린 등 서아프리카에서 온 야생의

에너지들이 피로하고 지친 대한민국을 깨우고 있었다. 키욱! 리듬에 맞춰 양문희 대표가 소리

질러 추임을 넣는다. 아프리카에 가면 꼭 저런 소리를 내는 새가 살고 있을 것 같다.

양문희 대표는 아프리카 춤 하면 양문희라는 등식이 성립되는 인물이다.

현대무용과를 나와서 어려운 선택을 했지만 10년을 지나고 보니 자신만의

영역이 확고하게 만들어졌다. 처음에는 사람들이 고개를 갸우뚱했지만,

지금은 고개를 끄덕인다. 인생을 길게 봐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이 분야에서 갖고 싶은 인생의 목표가 있나요

사실 아프리카는 국가만 54개국으로 아프리칸 댄스라고 하면 너무

광범위하게 많은 댄스들을 포괄하고 있습니다. 제가 추고 있는 춤은

서아프리카, 그것도 기니와 말리, 코트디부아르 춤이에요. 악기로는 젬베와

둔둔이 주로 연주를 해 주며 3개의 나라 안에도 무수히 많은 부족들이 있고,

부족별로도 다양한 전통춤을 보유하고 있어요. 나중에 아프리카의 모든

나라를 돌면서 춤을 배우고 싶어요. 그래서 아프리카 서부와 동부의 차이,

부족에 따른 차이, 음악에 따라 표현하는 법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알고

싶어요. 누군가 물어보면 미묘한 차이까지 알려 줄 수 있는, 아프리카 춤과

음악에 대해서는 최고가 되고 싶습니다.

아프리카 춤 하면 양문희라는 위치

불과 몇 년 사이에 한국에도 아프리카 춤과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포니케 말고도

몇 개의 팀들이 생겨났다. 일본에서는 아프리카 관련 동아리가 천 개가 넘는다. 원시적인

에너지가 스트레스에 찌든 도시인의 가슴을 훑고 지나가서 즐거움에 빠지면 헤어 나오기 힘든

세상인가 보다. 특히 올해에는 브라질 올림픽이 진행되면서 젬베, 둔둔의 타악기를 연주하며

음악의 모태가 같은 아프리카 뮤직이 인기를 끌고 있다.

각국에서 모인 친구들과 함께 배우는 아프리카 춤 혈혈단신으로 떠났지만 친구가 되어준 사람들

141 140 문화예술청년, 인생 UP 데이트 — VOL. 2 아프리카 청춘이다 포니케 대표

양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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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창기에는 ‘케이블선 작가’로 통했다. 캔버스 위에 열을 맞춘 케이블 선을

그라인더로 피복을 갈고 깎아서 명암을 구사해 인물의 형상을 표현했다.

멀리서 보면 마치 지지직거리는 흑백텔레비전의 한 장면을 연상케 했다.

회화 전공자의 능력을 살린 것으로 대외적으로 평가도 좋았다. 그렇게

이미지가 고착화되려고 할 때, 케이블 선이라는 소재를 놓아 버렸다.

“타이틀이 주는 고정된 이미지가 싫었어요. 계속하면 먹고는 살겠지만 그저

그런 작가가 되겠구나 싶었어요.” 이후 네온사인, 영상, 사진, 포토샵 등

매체를 다변화하며 기존의 이미지를 수집하고 재편하는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그가 입주 작가로 있는 파주 메이크샵 아트스페이스의 오전 10시. 인세인

박 대표의 머리에는 까치집이 지어져 있다. “너무 단정하면 어색해요.”

손가락을 집어넣어 머리카락을 잡고 부스스하도록 뒤흔든다. 그와의

인터뷰는 섣달 그믐밤의 강가를 걷는 기분인데, 더듬더듬 불안한 듯 걸어가

보니 미처 예상하지 못한 것이 나타날 때의 환희를 느끼게 한다. 한 글자씩

눌러서 뱉는 눌변에는 듣게 만드는 힘이 있다.

회화를 전공한 것이 지금 하는 일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요

만화가가 되려고 생각한 적이 있을 정도로 어릴 적부터 노트나 교과서에

낙서나 만화를 끄적거리는 것을 좋아했어요. 의상디자인을 전공하려

했지만 어찌하다 보니 서양화를 전공하게 되었습니다. 전공 탓일지는

모르겠지만 여전히 저에게는 평면 회화가 심상을 가장 자극하는

매체입니다. 지금은 설치와 영상을 주 매체로 사용하고 있지만 언젠가

회화를 통해 발표하기를 항상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정의되지 않는 작가

“수식어가 뭔가요? 예를 들어 ‘OOO하는 예술가’처럼 사람들이 쉽게 인식하는 수식어가

있나요?”, “글쎄요. 없는 것 같은데…. 굳이 말하자면… 미디어 아티스트요? 모임에 가서

인사할 때 몇 번 붙여 봤어요.”

회화를 전공한 마이웨이 아티스트

아마, 공무원을 했어도

잘했을 거예요

술을 먹다 친구들이 말했다. “인세인(insane, 제정신 아닌) 어떠냐?” 누군가 무심코 뱉은 말이었지만

그럴싸했고, 그날부터 인세인 박이 되었다. 7년 동안 학원 강사를 하던 어느 날 전업 작가가 되겠다고

결심했고, 이후 가난해도 작가의 길만 걸어가고 있다. 선택은 가볍고 즉흥적으로 하고 이후에는 그냥 쭉

밀고 나간다. 그러나 그의 작업물은 한마디로 정의되지 않는다. 정의될 것 같으면 딴 길로 가 버리기

때문에. 즉흥적인 듯 심오하고, 눌변인 듯 달변인 한마디로 정의되기 어려운 문제적 남자를 만났다.

인세인�박��|��미디어�아티스트

약 력

· 경기대학교 서양학과

수 상

· 2013 제2회 ETRO 미술상 대상(듀오)

· 2008 Shin han Young Artist Festa 선정 작가

전 시

· 2015 Summer’s never coming again_Art

Project AZ, 상하이, 중국

· 2014 UNPORTRAIT_백운 갤러리, 에트로 미술

상 전시, 서울

· 2014 Director’s cut_아라리오 갤러리, 서울

143아마, 공무원을 했어도 잘했을 거예요 143아마, 공무원을 했어도 잘했을 거예요 142 미디어 아티스트

인세인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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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포르노 무비 등을 보며 이미지를 수집하는 데 많은 시간을 보낸다.

이미지를 생산하기보다는 기존의 이미지를 수집하고 편집해 작업으로

보인다. 미디어를 통해 수없이 생성되는 이미지에 관심을 가지고 이를

차용해 재편집한다. 전시 ‘디렉터스 컷’에서는 마치 영화감독처럼 영화,

동영상, 인터넷에 떠도는 이미지를 다양한 방식으로 연출했다. 모든

이미지는 작가의 시선에 따라 재편집된다.

의미를 덜어 내고 직관적인 방식으로 연출을 하는데 이런 방식을 택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작업에서 의미를 덜어 낸 것은 제가 작업을 보는 방향 때문입니다. 작업을

이성적, 논리적으로 보는 것보다 직관적인 태도로 바라보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어요. 예를 들면 아주 오래전에 감명 깊은 영화를 보았는데 그

스토리의 전반적인 구성 정도만 기억이 나고 영화의 이미지들은 분명히

기억이 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그 부분을 작업을 대하는 태도에

대입시켰고 작업의 개념이나 내용도 중요하지만 보이는 이미지 즉 감각적,

직관적인 지점을 좀 더 드러내고자 합니다.

To die like Jesus2_neon, flashing, steel frame, single channel video,

mixedmedia_variable dimension_2016

평면 회화가 미디어 아티스트의 심상을 자극한다는 건 어떤 뜻인가요

회화는 붓질 한 번에 느낌이 바뀝니다. 붓질이 중요하죠. 그게 감각이고

직관이에요. 제 작품에는 회화에서 붓질을 하면서 배웠던 감각이 묻어납니다.

많은 사람들은 모두 자신의 전공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좋게 말하면

활용하면서 살아갑니다. 저도 결국 회화를 통해 배웠던 것으로 돌아갑니다.

“제가 작업에 접근하는 방식은 회화의 붓질과 비슷합니다. 회화는

표피(껍데기)의 변화가 보는 이에게 심상의 변화를 일으키는 행위입니다.

개념도 중요하지만 요즘은 직관적인 부분에 더 집중해서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그는 작업실에서 TV나 컴퓨터 앞에서 뉴스, 컬트영화, 광고, 인터넷 이미지나

작업에 대해 이야기하는 인세인 박

회화의 붓질, 심상의 변화를 일으키다

‘THE NORTH FACE’는 익숙한 아웃도어 브랜드의 이름이지만 그 옆에 그려진 그림은

구절의 의미대로 ‘북쪽의 얼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얼굴이 보인다. (주)예수라는

네온사인 앞에서, 주 예수그리스도의 박애 정신은 무색해진다.

145 144 문화예술청년, 인생 UP 데이트 — VOL. 2 아마, 공무원을 했어도 잘했을 거예요 미디어 아티스트

인세인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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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는 노력과 재능과는 별도로 ‘그냥 하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정말 이 길에 들어섰을 때에는 현실과

마주하게 됩니다. 그 현실이라는 것이 사실 체감을 하게 되면

만만치 않습니다. 꼭 현실이라는 부분이 생활(먹고사는 것)을

의미하는 것만은 아닙니다. 꽤 많은 좌절과 낯간지럽지만 창작의

고통 등의 많은 문제와 마주하게 됩니다. 예전에 작업을 시작했을

때 선배들이 버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을 해 준 적이

있는데 전적으로 동의하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는 버티는 것이

필요하다고는 생각합니다. 조바심, 조급한 마음이 드는 것이

당연합니다. 그러나 조급함과 열정은 종이 한 장 차이입니다. 그냥

그때를 즐기며 작업을 꾸준히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 인세인 박 -

우선 그의 자유분방한 풍모를 보고 서울시청의 7급 공무원을 떠올리기가 쉽지 않아서 순간

멈칫했다. 공무원은 메타포이다. 안정을 원하면 공무원, 돈을 벌고 싶으면 공장, 작품을 하고

싶으면 전업 작가가 되는 것을 선택하고, 그냥 하면 된다는 말이다. “어떻게 흔들림 없이

지속하나”라는 질문에 광고 카피처럼 “Just do it"으로 답했다.

포토샵, 카메라 등의 비전공 분야 기술은 어떻게 배우셨나요

인터넷에 보면 무료로 알려주는 소스들이 많아요. 그걸 보고 공부를 했지만

해당 분야들의 전문가는 아닙니다. 그리고 전문가일 필요도 없어요. 중요한

것은 기술보다, 무엇을 보여 주고자 하는가 하는 관점이니까요. 사진의

망점노출은 사진 전문가라면 절대 하지 않았을 테지만, 비전문가가 하니

오히려 색다른 시도로 보여지기도 합니다.

“학원 선생만 하기에는 내 재능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대학을 다니는 내내 7년을 해 왔던 일인데 딱 접었다. 왜 그랬는지 이유를

물었지만 본인도 알 수 없단다. 그 길로 전업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전업 작가를 하기에 특별한 재능이 있다고 생각했나요

물론 아주 없다고 생각하진 않았지만 아주 특별하다고 느낄 것까지는

아니었어요. 그래도 내 재능이라면 뭔가를 할 수 있을 거라는 내부에서의

확신은 있었던 것 같아요. 결국 할 사람은 하는 일이니, 자기가 좋아서

하지만 하고 싶다고 되는 일도 아니고, 안 된다고 포기할 일도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결심이 흔들리거나 힘들 때, 어떤 마음으로 어떻게 버텼나요

한번 결심하면 밀고 나가는 스타일이에요. 결정은 즉흥적으로 하고 심플하게

밀고 나가죠. 초반에는 ‘삼성에 다닌다’는 마음으로 작업실에 나갔어요. 돈은

못 벌어도 시간은 번다는 마음으로 매일 출근하고, 설령 가서 논다고 해도

몇 시간은 처박혀 있었어요. 작업을 한다는 게 사실 별게 아니에요. 공무원을

해도 잘했을 것 같아요. 공장에서 일을 해도 잘했을 거예요.

돈은 못 벌어도 시간은 번다

인세인 박 대표는 대학 시절 내내 대책 없는 아이였다. 군대에서 “너 뭐할래”라는 질문을

받고는 “동대문에서 옷 장사할 건데요”라고 무턱대고 답했고, 제대 후에는 할 게 없어서

복학을 했다. 친구들과 노는 게 좋았고 어떻게 살겠다는 계획도 별로 없었다. 그러나

생활비는 벌어야 하니 학원에서 강사로 일하며 돈을 벌었다. 학원에서는 페이를 더 줄 테니

부원장이 되어 달라고 부탁을 했다.

147 146 문화예술청년, 인생 UP 데이트 — VOL. 2 아마, 공무원을 했어도 잘했을 거예요 미디어 아티스트

인세인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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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과 결합한 버스킹 국악 밴드를 만든 당찬 소리꾼

사람들이 없으면

있는 곳으로 가면 되지

지금은 소리꾼으로 설 자리가 있지만, 아무도 안 불러 주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이 들었다. 후배들도

언젠가는 해야 할 고민인데 아무도 답을 주지 않으니 ‘내가 해결해 보자’는 마음으로 국악인들의 설 자리를

만들기 위해 사회적 기업의 창업으로 눈을 돌렸다. 그러고는 보수적인 대구에서, 보수적인 국악으로

버스킹을 한다는 당돌한 발상을 해냈다. 대구 근대골목에서 역사와 인물이 만나는 이야기를 퓨전 국악,

창작 국악으로 풀어내며 관광객들의 오감을 사로잡는다.

김수경��|��국악�밴드�나릿�대표

약 력

· 경북대학교 예술대학 국악학과_판소리

· 現 경남국악관현악단 ‘휴’ 이사

· 現 국악 밴드 나릿 대표

주요활동

· 2010~2013 국악 그룹 열두달_소리 멤버

· 2009~2014 경남국악관현악단 ‘휴’_수석단원

그전까지 평온하고 잔잔하게 살아왔는데 대학을 입학할 즈음에 어머니의

사업이 실패했다. “학교 갈 차비가 없어서 학교를 못 갔다”라는 영화 대사

같은 고백처럼, 그때는 대학을 다닌다는 것이 사치로 느껴지던 시절이었다.

대학 입학 등록금을 내고 안 가려고 했는데 이명희 선생님이 한 학기

등록금을 주셔서 억지 춘향 격으로 캠퍼스의 봄을 시작했다. 그러나 서울에

가지 못하고 대구에 남겨져 보니 커리큘럼은 갑갑했고 인생은 답답했다.

스무 살 대구는 그랬다.

대학 시절 국악을 하면서 얻은 건 무엇인가요

형편이 어려워서 자퇴를 고려했어요. “학교를 안 다니려고 하는 애가

있다더라”라는 말을 어디서 들었는지 선배들이 챙겨줬어요. 선배들과

팀을 이뤄 무대에 서면서 용돈을 벌고 그 돈으로 생계도 유지할 수 있었죠.

공연에 서다 보니 노련미도 생겼고 그 후 공연자로서의 인생도 열 수

있었습니다.

대구에서 소리꾼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가요

사람들이 소리 하면 전라도의 남도소리를 떠올리세요. 남도민요와

경기민요가 다르듯이, 지역마다 소리의 결이 전혀 다릅니다. 대구에는 남도

소리꾼이 많이 없으니 그만큼 희소성이 있죠. 잘한다는 소리를 들으면서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어요.

김수경 하면, 큰 공연에 서는 제법 잘나가는 국악인으로 소문이 났다. 졸업

후에도 순탄하게 국악인으로서의 인생을 이어 나갔다. 연주 단체를 만들어

예술 활동, 연주 활동을 하면서 지역에서 인지도를 쌓았다. 그렇게 불러

주는 무대만 서도 크게 문제없이 흘러갈 것 같은 무난한 20대의 끝자락에

불현듯 고민이 찾아왔다.

대구에서 소리꾼으로 살아가기

고등학교를 오가는 길목에 판소리 전수관이 있었다. 어릴 적부터 노래 부르기를 좋아했던 것을

아는 부모님의 권유로, 가벼운 마음가짐으로 판소리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고, 대구광역시

무형문화재 8호인 이명희 선생으로부터 사사했다. 그렇게 우연하게 인생의 업(業)을 만났다.

“가볍게 배워 보자”라는 우연한 결심으로 시작했지만 지금 국악, 판소리는 삶 전체가 되었다.

149사람들이 없으면 있는 곳으로 가면 되지 149사람들이 없으면 있는 곳으로 가면 되지 148 국악 밴드 나릿 대표

김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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될 때에는 그분들의 아쉬움 가득한 얼굴을 볼 수 있었습니다.

국악 밴드 나릿은 3인조다. 소리꾼 김수경과 해금 연주자, 생황 연주자 후배가

모여 팀을 꾸렸다. 대학 시절은 잘 모르고 지냈는데, 공연을 하면서 오가다

만나 보니 같은 대학 후배들이었다. 김수경 대표는 동료가 되어 준 후배들이

고맙기만 하다. 힘든 일이 있더라도 “후배들이 국악하기 좋은 곳을 만들기

위해 창업을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초심을 떠올리면 서툴러서 좌충우돌하다

생긴 고통의 상처들도 잠시 사그라든다.

대구의 관광 명소인 대구거리역사에는 스토리와 차별성이 있다는 데

착안하고, 이상화 시인의 고택에서 시인의 대표작인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를 퓨전 국악으로 만들어 국악으로 재해석하여 공연한다. 관광객에게는

오감을 만족시키는 경험으로, 그곳에서 들으니 그 노래가 특별하게 각인된다.

대구광역시에서도 관광 상품 개발에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서로에게 힘이 되는 국악 밴드 나릿의 세 사람

관광 상품과 결합한 국악 버스킹 공연

나릿의 공연 무대는 대구다. 김수경 대표가 나고 자라서, 가장 잘 아는 곳이다. “사람들이

국악에는 관심이 없어도, 관광은 다들 좋아하잖아? 그럼 국악이랑 관광을 결합해 보자”

그러나 걱정을 한다고 바로 회사를 차릴 수는 없는 일이었다. ‘내가 먼저 해

보고 안정되면 후배들을 부르겠다’는 마음으로 회사를 만드는 초기 세팅

작업에 착수했다. 3년 정도 회사의 틀을 잡고 의미를 알려 초기 자본을

마련하는 일에 시간을 투자했다.

2013년, 사회적 문제 해결에 관련한 아이디어 공모전인 ‘소셜벤처

경연대회’에 ‘청년국악인 먹고살기 프로젝트’라는 주제로 참여하게

되었고, 2014년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을 거쳐, 2015년에는 H-온드림

프로젝트에서 전국 2등으로 수상하며 1억 원의 지원금을 받게 되었다. 결국

국악 밴드 ‘나릿’을 결성했고 대표가 되었다.

사회적 기업을 지향했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지금 행동하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예술인들, 특히 전통 예술을

하는 전공자들이 졸업을 하고 갈 곳이 없다는 것은 큰 사회적 문제잖아요.

국악인들이 자신의 힘으로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주는 것이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 믿었고, 행동에 옮겼더니 지지해 주시는 분들이

있었습니다.

기존의 국악 밴드와 다른 점이 무엇이 있을까요

국악을 들으면 막상 좋아하지만, 젊은 사람들이 점점 찾지 않는 것이

문제예요. 무대가 점점 사라지고 있는 거니까요. 그래서 우리는 “그럼

우리가 사람들을 찾아가면 되지 뭐” 하고 단순하게 생각하고 행동했어요.

버스킹을 시도한 거죠. “국악으로 버스킹을 한다고?” 경상도 지역 분들은

뜨거운 마음과는 다르게 아주 무뚝뚝하고 살벌한 모습으로 공연을

관람하기 마련인데요. 공연을 진행해 가다 보면 어느 순간 그 경계가

허물어지고 너나없이 ‘얼씨구 좋다’ 추임새를 합니다. 무대의 막이 내리게

누가 우리를 찾아주지 않으면 어쩌지

‘지금은 누군가 찾아주기에 무대에 설 수 있지만, 아무도 찾아주지 않는다면?’ 나이를 먹어

가면서 무대에서 불러 주기를 기다리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그때 자신을 따르고 있는

후배들을 봤다. 4년 후 아래의 후배들도 마찬가지였다. 불러 주는 곳이 있어야 설 무대가

있다는 것은 수동적인 예술가의 삶에 그치게 했다. 후배들이 언젠가는 나처럼 처절하게 할

고민이라면 내가 먼저 하고 대안을 찾겠다는 결의가 생겼다.

151 150 문화예술청년, 인생 UP 데이트 — VOL. 2 사람들이 없으면 있는 곳으로 가면 되지 국악 밴드 나릿 대표

김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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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데요. 보는 만큼 안다고, 또 아는 만큼 즐긴다고, 전통음악을 보고 들을

기회가 없으니 어렵고 어색할 수밖에 없죠. 보여드리는 순간, 들려드리는

순간 남녀노소 모두 좋아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기에 전통음악을 매개로

콘텐츠를 만들고 공연하는 입장에서 한계나 두려움은 느끼지 않습니다.

좋아하는 것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술 전공자로서의 삶은

결코 쉽지만은 않은 시간일 테니까요. 좋아하는 것을 찾기 위해서는

경험이 필요하고, 좋아하는 것을 하기 위해서는 사람이 필요하고,

좋아하는 것을 계속 좋아하기 위해서는 고민이 필요합니다. 어떤

일이든 어떤 상황이든 감수하고 즐겁게 해내다 보면 내가 좋아하고

지향하는 예술가로서의 방향, 시각, 기준이 생길 거예요. 흔들리지

않고, 흔들려도 일어날 수 있는 힘을 갖고 오래 함께 가기 위해서도

무엇보다 좋아하는 것을 찾는 것이 아주 중요합니다.

- 김수경 -

김수경 대표가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사람이다. 혼자서 할 수 없는 일일뿐더러, 창업을 하게

된 이유도 좋아하는 동료, 동생들이 나와 같은 고민을 하다 포기하는 일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이었기 때문이다. 팀원들이 우리의 콘텐츠를 통해 안정적으로 생계를 유지할 수 있고

자신의 의지가 담긴 예술 활동을 할 수 있다면, 그 발판이 나릿이 될 수 있다면, 하고 항상

바란다.

왜 대구 근대역사골목을 무대로 공연을 만들었나요

대구 근대골목을 배경으로 그 시절 있었던 사건을 국악이라는 색깔을 입혀

스토리텔링하고, 그 이야기가 생겨난 그곳에서 공연한다는 게 콘셉트예요.

건물이나 골목길의 풍경을 보러 온 관광객들이 역사의 인물을 국악으로

만나게 되니, 그 반응이 기대 이상이에요.

나릿이 콘텐츠의 융·복합을 진행하며 주안점을 둔 부분은 어떤 것인가요

전통음악뿐만 아니라 여러 예술 장르에서 스토리를 가진 콘텐츠를 많이

생산해 내는 추세입니다. 저는 이러한 넘치는 예술시장 속에서 누구나 하는

창조적 활동은 이미 경쟁력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차별화된 아직 누구도

하지 않은 우리의 것을 만들고 싶었지요. 그렇게 고민과 고민을 하던

중에 만들게 된 것이 ‘그곳에 가면 그곳의 노래를 들을 수 있다 - 그곳, 그

노래’라는 프로젝트입니다.

전통 예술이기 때문에 부딪혀야 했던 한계나 혹은 강점이 있었나요?

아무래도 여전히 대중과 거리가 있긴 하지만. 전통음악의 벽이 많이

허물어지긴 한 듯합니다. 즐겁게 그리고 전통음악이라는 장르를 더

특별하게 봐 주시는 분들이 많아 한계보다는 오히려 강점으로 느끼고

무대에서 노래할 때 신명나는 천상 소리꾼

153 152 문화예술청년, 인생 UP 데이트 — VOL. 2 사람들이 없으면 있는 곳으로 가면 되지 국악 밴드 나릿 대표

김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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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싯(Tacit)’은 침묵이라는 뜻으로 존 케이지(John Cage)의 작품 ‘4분

33초’에서 영감을 받아 지어진 이름이다. 존 케이지는 미국의 작곡가로

음악에 우연적 요소를 도입한 ‘4분 33초’라는 곡으로 유럽 음악계에 큰

영향을 미쳤고, 우연성과 불확실성은 작곡 기법의 하나로 널리 채용되었다.

프로그래밍을 통한 음악은 연주자도 예상할 수 없는 우연성과 불확실성의

연속이다.

이진원과 장재호는 예술과 기술, 아날로그와 디지털, 이러한 서로 다른

부분의 경계의 모호함을 실험하는 작업을 각자 하고 있었는데, 이러한

작업이 이해하기 어려운 실험에서 끝나지 않고 관객들이 함께 공감하고

즐길 수 있도록 해 보자는 뜻에서 그룹을 만들었다. 두 사람의 음악적

기반은 달랐다. 처음 만났을 때 한 사람은 대학원생이었고, 한 사람은 그

과의 교수였다. 이진원은 미국에서 귀국 후, 가재발이라는 이름의 테크노

뮤지션으로 데뷔해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영국 테크노 차트 1위를 차지했고,

장재호는 대학에서 클래식 위주의 작곡을 전공했다.

어떻게 음악을 시작하게 되었고 태싯의 활동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요

이진원: 친구들에게 녹음테이프 만들어 주다 시작했어요. 음악은 아주

체계적(systematic)이에요. 그리고 지금 하고 있는 작업들의 대부분이

시스템을 만드는 작업이구요. 대학 시절 녹음에 대한 모든 것을 배웠는데

녹음, 프로덕션, 프로듀싱부터 CD 제작까지 전 과정을 섭렵했던 것은 지금

작업을 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아마 미술을 전공했다면 이런 작업은 못

했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장재호: 어렸을 때의 꿈은 원래 기계공학을 공부하고 로봇을 만드는 사람이

되는 것이었는데, 어느 날 쇼팽의 음악을 듣다가 갑자기 작곡가가 되고

소리를 시각 이미지로 구현하다

LOSS(Life of Sounds)의 공연 무대. 우주 공간에 있는 듯한 이질적인 사운드가 연주되고

화면에서 붉은색의 선들이 DNA 생명체처럼 움직이기 시작한다. 소리를 시각 이미지로

구현하는 새로운 예술이 펼쳐진다. 연주자의 즉흥적인 판단에 따라 컴퓨터로 연주되는 음악의

선율과 박자가 달라지고 소리와 반응하는 이미지들은 화면으로 투영된다.

코딩과 알고리즘으로 만든 새로운 음악

다빈치가 컴퓨터로 음악을 만든다면

태싯그룹(Tacit Group)은 21세기 새로운 예술을 만든다는 비전 아래 결성된 미디어아트 공연 그룹이다.

주로 디지털 테크놀로지에서 예술적 영감을 발견하고, 이를 통해 멀티미디어 공연, 인터랙티브 설치,

그리고 컴퓨터 프로그래밍의 알고리즘 아트까지 다양한 작업을 하고 있다. 태싯그룹은 2000년대 초

국내에 생경했던 사운드 아트 및 멀티미디어 퍼포먼스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열었다.

이진원,�장재호��|��태싯그룹

약 력(가나다 순)

이진원

· 한국예술종합학교 대학원 음악테크놀로지과

장재호

· 서울대학교 작곡과

· 現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테크놀로지과 교수

공 연

· 2009 <tacit. perform[0]> 단독공연_두산아

트센터

· 2009 <오버뮤직: 백남준 아트센터 실험페스

티벌>

· 2012 시카고 현대미술관(MCA Chicago), 뉴욕 링

컨센터 공연

· 2015 <tacit. perform[5]> 단독공연_예술의 전당

155다빈치가 컴퓨터로 음악을 만든다면 155다빈치가 컴퓨터로 음악을 만든다면 154 태싯그룹

이진원, 장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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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2012년 겨울에는 미국 시카고

현대미술관(MCA)과 뉴욕 링컨센터 등을 포함한 미국 투어를 성공리에

마쳤다.

국내외 다양한 공연 이력 중, 가장 기억에 남거나 의미가 있었던 공연은

어떤 것인가요?

2012년 시카고 현대미술관(Museum of Contemporary Art Chicago)과

뉴욕 링컨센터에서의 공연입니다. 2010년 만났던 미국의 한 아트 디렉터가

우리 작품을 기억해 두었다가 초청을 했고, 이 공연은 우리 작품이 해외에

알려지게 된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시카고 현대미술관에서는 과거 존

케이지의 음향 엔지니어로 일했던 사람이 우리 공연의 음향 엔지니어링을

담당한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연주자가 없는 공연으로 큰 관심을 모은 <LOSS>는 소리를 유전자를 가진

‘생명체’로 설정한 것이 무척 인상적이었는데요. 주로 이러한 아이디어는

어떻게 내시는지요?

작년 ‘tacit.perform[5]’ 공연 때 ‘Gesture & Texture’라는 사운드만 있는

작품을 공연했어요. 말 그대로 스태틱(static)한 소리에 제스처와 텍스처를

태싯그룹의 공연 모습

싶어서 작곡과에 입학했어요. 지금 하는 분야가 클래식과는 다르지만

전공을 통해 음을 다루는 여러 가지 방식과 자신만의 방식으로 음을

찾아가는 방법을 배웠습니다. 음악과 공학에 둘 다 흥미를 갖고 있었기

때문에, 그 후 대학을 졸업하고 전자음악을 전공하게 되었고 지금까지 계속

이러한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2008년 결성 후 공연장, 미술관, 건축물 등 다양한 장소에서 작품을

발표해 오며 음악계뿐 아니라 미술계에도 신선한 충격을 던졌다. 2009년

여름 두산아트센터에서의 단독 공연을 시작으로 국내 미디어아트

공연계에 독창적인 그룹으로 자리매김을 했다. 2010년에는 팸스

초이스(PAMS Choice)에 선정되고, 2011년 덴마크의 45년 역사를 가진

오르후스 페스티벌(Aarhus Festuge)에 초대되어 오프닝 공연을 담당하며

가재발이라는 이름으로 더 유명한 이진원 클래식 음악부터 전자음악까지 섭렵한 장재호

방법을 바꾸면 다른 음악이 나온다

르네상스 시대에 살았던 다빈치에게 컴퓨터가 주어졌고, 그가 컴퓨터로 음악을 만들었다면

이랬을까? 태싯에게 컴퓨터는 음악을 해석하는 새로운 도구이자 무한한 가능성이다. 기존의

작곡가들이 완성된 결과물을 생각하면서 작곡을 했다면, 태싯그룹은 음악이 만들어지는

환경에 주목한다. 즉흥 자체를 통해서 우리가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것을 발견하고 그것을

기반으로 새로운 작업을 해 나가는 것이 태싯그룹의 방식이다. 그래서 컴퓨터 프로그래밍에

의한 알고리즘 아트로 불리지만 알고리즘은 태싯그룹이 좋아하고 즐겨 사용하는 도구에

불과하다. 실제로 멀티미디어 공연, 인터랙티브 설치까지 표현 영역의 제한은 없다.

157 156 문화예술청년, 인생 UP 데이트 — VOL. 2 다빈치가 컴퓨터로 음악을 만든다면 태싯그룹

이진원, 장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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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의 삶은 상당히 고단합니다. 손쉽게 얻어지는 것은 하나도

없어요. 깊이가 없으면 금방 바닥이 드러납니다. 그러니 끊임없는

훈련과 공부를 해야 합니다. 유행을 좇지 말고 자기 안의 예술적

본능을 좇으면 좋겠습니다. 예술에 원래 정답이란 존재하지 않지만,

21세기의 예술은 더더욱 그러한 경향이 있습니다. 본인이 즐길 수

있는 길을 가기 바랍니다.

- 태싯그룹 -

태싯그룹이 탄생한 지 벌써 10년이다. "코딩하고 컴퓨터 작업을 하는 것이 체력적으로

에너지가 많이 쓰이는 일이라 힘들 때도 있어요." 이진원은 보다 완벽한 곡을 위해서 전날까지

코딩을 한다고 말한다. ‘4분 33초’의 연주처럼 세상의 모든 소리가 음악이 될 수 있다는 열린

가능성을 위해, 더 깊게 공부하고, 더 치밀하고, 더 완벽해야 한다.

실시간으로 부여해서 다이내믹한 퍼포먼스를 한 거죠. 저희는 소리의

움직임에 항상 집중합니다. 소리가 어떻게 움직여야 감동을 주는지, 멋있게

들리는지 등을 연구하죠. 저희의 이러한 소리를 대하는 태도가 ‘소리를

하나의 생명체로 보고 스스로 소리를 만들게 하면 어떨까?’하는 아이디어를

나오게 만들었죠.

소리와 영상을 통해 공존하기 어려운 요소들이 등장하는데요. 관객들이

태싯의 음악을 받아들이길 바라나요

아직 관객들은 즐겁게 받아들이기 어려워하기도 합니다. 태싯의 음악은

기존의 방식과 다른 관점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태싯그룹의 작업은 주로

결과에 초점을 두는 기존의 예술 작품들과 달리 과정에 초점을 둡니다.

이것은 미니멀리즘과 알고리즘 아트 등에서 발견할 수 있는 독특한 창작

방식입니다. 태싯그룹은 시스템을 만들고, 연주자는 무대 위에서 그

시스템을 사용하여 즉흥적인 결과를 만듭니다. 영상은 화려하고 미적인

뭔가를 보여 주려는 것이 아니라, 태싯그룹이 만든 시스템을 관객들에게

설명하고 공감케 하는 역할을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관객이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최종 결과를 그냥 즐기기를 원합니다.

하다 보면 없던 길도 생긴다

이들은 태싯이라는 이름의 기원처럼 20세기에 이루어졌던 예술의 혁신성을 본받고 있으나,

예술이 혁신과 실험에서 끝나는 것을 원치 않는다. 이들의 작업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발견되는 아날로그와 디지털 재료들로부터 예술의 세계를 발견하고, 이를 사람들에게 보여

주어 창조의 가치와 대중적 재미를 함께 추구한다.

159 158 문화예술청년, 인생 UP 데이트 — VOL. 2 다빈치가 컴퓨터로 음악을 만든다면 태싯그룹

이진원, 장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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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준 영상 작가는 작품을 기획한 후 각자의 역할을 부여했고 이재중

엔지니어는 컴퓨터와 예술 작품의 인터랙티브한 대화를 이끌어 냈다.

서정민과 장석준은 대학 기숙사의 친구였고 장석준과 이재중은 나비센터의

해커톤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하며 친분을 쌓았다.

세 사람의 융·복합 공연은 어떤 계기로 진행되게 되었나요

서정민: 2015년 장석준 영상 작가의 <FLAT CITY> 전시에서 단위

풍경이라는 주제로 저에게 영상을 보면서 음악을 연주하는 형식의 협업

제의가 오게 되었습니다. 평소 소리의 본질에 관해 관심이 많았고, ‘단위라는

것이 시각으로는 어떻게 표현될까’라는 궁금증으로 작업에 참여하였습니다.

그러다 융·복합에 대한 공연 제의가 왔고, 장석준 작가가 소리가 마우스가

되어 영상을 움직여 보면 좋겠다는 제안에 프로그래밍 이재중 프로그래머가

합류되어서 공연을 진행하게 됐습니다.

전공을 선택한 이유가 무엇이고, 융합예술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요

서정민: 예고를 나와서 전통음악에만 몰두했고 대학교 와서도 크게 달라진

건 없었어요. 세상은 바뀌고 있는데 나만 멈춰 있는 것 같으니

다양한 것들을 경험하고 싶어서 무용, 미술, 연극 등 다른 분야의

친구들을 사귀었어요. 마음속의 갈증을 융합프로젝트를 통해서

해결해 보려고 합니다.

장석준: 대학에서 파인아트(순수예술)를 전공했어요. 사진 매체를 주로

했고, 6년 전부터 영상 매체도 다루고 있습니다. 실시간으로 작업을

한다거나, 표현 방식을 달리해서 작품을 새롭게 보이게 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결국 내가 보여 주고자 하는 것을, 어떤

도구를 써서 보여 줄 것인가에 대해서 근본적으로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단위는 어떻게 시각적으로 표현될까

가야금이 연주되자 영상 속의 이미지가 리듬에 맞춰 이동한다. 큰 화면 속에서 픽셀 단위의

영상들이 파노라마처럼 이어지고, 컴퓨터는 가야금의 음을 신호로 인식해서 영상을 움직이게

한다. 가야금의 음은 화면을 전환하는 마우스가 되는 것이다. 영상, 컴퓨터, 음악이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것, 이들이 펼치는 인터랙티브 융·복합 작품의 한 풍경이다.

가야금 연주자, 영상 작가, 엔지니어가 만들어 가는 융합

융합은 느슨한 연대가 만드는

과정의 합이다

컨버전스의 시대이다. 기술, 미디어, 문화들이 융합되며 시너지를 낸다. 서정민(가야금), 이재중(미디어아트

프로그래머), 장석준(영상)이 함께 융합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라이브 음악에 따라 시각 영상이 변화한다.

각자의 영역을 가지되 타인의 장점을 받아들일 수 있는 유연함이 필수이다. 세 사람은 느슨한 연대를 통해

자신의 지평을 넓히며 새로운 형태의 융합예술을 선보이고 있다.

서정민가야금,�이재중미디어아트�프로그래머,�장석준영상��|��융·복합�예술팀

약 력(가나다 순)

서정민 / 가야금 연주자, 창작자

·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예비학교, 음악과

및 동 대학원 졸업

· 미국(LA) M.I(college of contemporary music)

아카데미 프로그램 수료

· 現 프랑스(Paris) Cité Internationale des Arts

작가

· 現 국악그룹 숨[su mː] 동인 및 네덜란드 EARTH

BEAT 소속

이재중

· 국립순천대학교 사진예술학과

· 중앙대학교 첨단영상대학원 영상공학 예술학과

졸업 및 동 대학원 수료

· 現 모온컴퍼니 테크니컬 디렉터

장석준

·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조형예술과 및

동 대학원 졸업

· 現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조형예술과 강사

161융합은 느슨한 연대가 만드는 과정의 합이다 161융합은 느슨한 연대가 만드는 과정의 합이다 160 융·복합 예술팀

서정민, 이재중, 장석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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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융합은 학습의 과정”이라고 입을 모아 말한다. 최상의 결과를 내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이 아니라는 뜻이다.

융·복합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장석준: 각자의 전문화된 분야가 달라 서로의 지식을 나눌 수 있는 점이

도움이 되고, 작업에 있어 새로운 경험으로 확장된 구조를 시도해 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기술의 협업은 제 부족한 부분을

채워 작업을 진행할 때 좀 더 효율적이고 결과물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에 장점이 있고, 다른 매체와의 협업, 예를 들어 서정민 연주자와

저의 융합처럼, 음악과 미술 분야일 경우 서로 다른 시점에서의 해석이

사고의 시각을 넓혀 주는 계기를 줍니다.

융·복합을 진행할 때 지양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요

장석준: 협업하다 보면 의견을 조율해야 하는 시간이 오래 걸리고 타인을

설득하는 데 에너지를 많이 쏟게 되니, 창작자에게 항상 긍정적인 것만은

아닙니다. 융합 그 자체가 목적이 된다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목적을

잃어버린 가벼운 결과물만 만들어질 겁니다. 무엇을 보여 주고 싶은가에

대해서 분명히 정하고, 올바른 매체를 융합하려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서정민, 장석준 <단위풍경>

이재중: 대학에서 사진을, 대학원에서 영상을 전공했어요. 어려서 미술을

전공할까 생각하다 사진을 전공한 만큼 예술에 대해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협업할 때 다른 작가들의 예술적인 의도를 깊게 이해할 수

있었어요. 단순히 컴퓨터로 프로그래밍만 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장석준 영상 작가는 “하나만으로 존재할 수 없다”라고 말한다. 한 분야에만

갇히지 않고 매체를 뛰어넘는 표현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다른 분야의 장점을

수용하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그러나 융합이 시대적인 트렌드이다 보니 기준을

세우지 못하고 무턱대고 섞어 처음의 의도 자체가 희석되는 경우도 있다. 세

서정민 연주자, 장석준 영상작가, 이재중 미디어아트 프로그래머(좌측부터)

우리가 융합을 통해 얻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장석준 영상 작가와 이재중 프로그래머는 SK나비센터에서 진행된 <Butterfies 2014>에서

<옵티미스틱 옵티미스트>라는 작품을 함께했다. 참여자들이 스마트폰 사진을 작품에 직접

전송하는 인터랙티브 방식으로, 도시의 과잉된 빛을 수치화하고 시각화해서 모니터에

업로드된 사진이 가득 차서 하나의 이미지를 이루게 했다.

이재중 프로그래머는 <City Converting Service-도시를 담은 빛> 전시에서 참여자가 IOS

기반 스마트 기기에서 사진을 업로드하면 그 사진의 밝기 값을 측정하여 보여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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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민, 이재중, 장석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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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통하는 활동을 하기 위한 준비 방법은 없다는 것,

개개인에 맞는 길을 만들어 나가기 위해 각자가 할 일들에 최선을

다해 하면 된다고 생각됩니다.

- 장석준 -

수동적이기보다는 능동적으로 일을 대하였으면 좋겠습니다. 어떤

일이든 잘하고 못하고보다는 그 일을 대하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저 역시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고 지금도 앞으로도 겪을 것입니다.

하지만 꾸준히 자신을 점검하면서 좋아하는 일을 한다면 자신이

원하는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 서정민 -

세 개의 강줄기가 만나 더 큰 강을 이루었다. 그러나 그 물이 어디로 흘러갈지, 종착역이

어디인지는 알 수 없다. 융합(融合)이라는 말처럼, 서로에게 녹아들어 하나로 합쳐져, 혼자

하지 못하는 일들을 거뜬히 해내기를 기대해 본다.

앞으로의 세 사람의 예술은 어떤 방향으로 발전할까요

서정민: 세 사람 모두 각자의 분야에서 예술가로서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습니다. 저는 해외 공연이 매달 있고, 장석준 작가는 서울시립미술관

미디어시티 비엔날레를 준비 중이고, 이재중 프로그래머는 박사과정과

현업을 병행하고 있으니까요. 그러나 협업은 각자의 일 못지않게 중요한

일입니다. 서로에게 배우면서 자극이 되니 혼자 하지 못하는 부분까지

가능하게 합니다. 내년에도 협업 공연을 가질 예정이라 계속 회의를 하고

있습니다. 각자의 분야를 유지하면서 느슨한 형태의 유대를 가지되, 협업할

때 가장 최상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겠습니다.

장석준 <s2>

인식의 확장, 귀결은 무엇인가

세 사람에게 정해진 틀이나, 이래야 한다는 팀의 규칙 같은 것은 없다. 서로의 작업에

충실하다가 좋은 작품이 있다면 언제든지 협의하고 논의할 자세가 되어 있다. 멤버의 수와

역할도 유동적이다. 프로젝트에 따라서 다른 역량을 가진 멤버가 필요하다면 새로운 사람이

올 수도 있다. 융합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기 때문에, 좋은 결과를 위해서 어떤

선택이든 열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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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민, 이재중, 장석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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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우 대표는 10년째 ‘에스닉 팝 그룹 락(RA:AK)’을 이끌고 있다.

동양의 전통적인 요소를 지니고 있는 대중음악으로 국악 위에 기타 선율,

라틴음악을 더하고 판소리를 입혔다. 락(RA:AK)은 2006년 전통음악의

대중적 사운드를 만들기 위해 결성되었다. 가야금, 퍼커션, 베이스, 건반,

피리, 대금, 드럼, 해금, 판소리 등 각자 분야에서 젊고 실력 있는 뮤지션들의

집합체로, 팀 자체적으로 작곡·편곡 및 녹음, 프로듀싱을 모두 진행하고

있다. 락(RA:AK)은 관객과 함께하는 ‘신나는 파티’ 같은 공연을 진행해서

인기가 높다. 그룹이 10년을 넘어가면서 단단하게 결합되고 음악적으로

완성도가 높아지는 느낌이 드니, 이충우 대표는 요즘 새삼 팀워크 안에서

행복을 느낀다.

이충우 대표는 추계예술대학교에서 타악을 전공한 전통 국악인이다.

국악에서 출발해, 연극과 영화, 뮤지컬 등으로 음악의 지평을 넓혀

왔고, 재기발랄한 대중 지향적 행보로 국악계의 주목을 받아 왔다. 조금

냉정하게 말하면 긍정과 부정의 메시지를 함께 받아 왔다. “전통의 새로운

해석이다”라고 칭찬하는 사람이 있지만, “국악은 이래야 해”라는 질서와

관념에서 한참 비켜서 있으므로 보수적인 국악계에서 따가운 시선을 느껴

왔던 것이 사실이다.

전통의 새로운 해석이라는 말을 듣는데, 기존의 전통음악과 무엇이

다른가요

사실 전통의 새로운 해석을 중점에 두고 음악을 만들지는 않습니다.

이게 국악이다, 아니다가 아니라 어떤 선율로 다가설 것인가, 대중이

무엇을 원하는지 더 관심을 가지고 집중을 해 왔습니다. 저희가 해 왔던

일련의 작업들이 그러합니다. 클레이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뮤직비디오도

대중들에게 국악이 조금 더 쉽게 다가서기 위해 만들었어요. 대중적인

접근을 다양하게 모색해 온 거죠.

대중이 원하는 음악으로 다가서다

한참 공연 연습 중이었다. 반바지 차림의 남자, 음악보다는 컴퓨터 엔지니어링을 전공했다면

더 어울릴 듯한 모습이다. “자 한 번 더 가 보자. 스피커가 0.5초 정도 늦게 나오는 것 같아”

오늘 공연에서 리듬의 중심이 되는 타악기 카혼(cajon) 위에 앉아 손바닥을 펴서 가볍게

두들긴다. 퉁퉁. 무심한 듯 예리한 표정으로 스태프들을 지휘하고 있다.

대중에게 가까이 다가서는 국악

완벽을 다하는 음악가에 대하여

별주부전을 알고 있는가. 만약 용궁에서 무탈하게 잘 살고 있는 나에게, 어느 날 용왕님이 토끼의 간을 구해

오라는 명령을 할 때 자라의 기분이 어떨까? 육지라는 땅에 가 본 적도 없고 친·인척도 없는데 토끼를 어이

만나고, 오장육부 중에 가장 귀하다는 간을 어찌 달라고 한단 말인가. 별주부의 울고 싶은 심정은 퓨전 국악

‘난감하네’라는 곡으로 태어났다.

익히 알고도 예상치 못했던 스토리의 이면을 파고들어 새롭게 구성하는 능력!

판소리는 어렵다는 편견이 깨지도록 흥겹게 대중의 귀를 사로잡는다.

이충우��|���에스닉�팝�그룹�락(RA:AK)�대표

약 력

· 추계예술대학교 국악과_타악

· 추계예술대학교 교육대학원 석사

· L.A musicion institute 수료

· 중요무형문화재 39호 처용무 이수자

· 現 에스닉 팝 그룹 락(RA:AK) 대표

공 연

· <연극 광해>, <왕세자 실종사건>, <죽도록

달린다>, <청춘 18:1> 등 연극 음악 연주

수 상

· 2007 21세기한국음악프로젝트대상

· 2011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차세대 예술인력

집중육성 사업자> 선정

167완벽을 다하는 음악가에 대하여 167완벽을 다하는 음악가에 대하여 166 에스닉 팝 그룹 락의 대표

이충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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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구잡이로 섞는 것은 융합이 아니다

‘락’은 국악과 재즈, 국악과 아프로 쿠반(Afro cuban), 국악기와 월드 퍼커션(world

per-cussion) 등 국악에 대한 이해를 토대로 다양한 음악을 섞어 왔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이충우 대표는 ‘융합’이라는 단어에 신중하다. 융합이란 마구잡이로 섞는 것이 아니라는

소신이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온전해야 섞여서도 아름다울 수 있다.

대학교에서 국악(타악)을 전공하셨는데, 어떻게 다른 분야의 타악기를

배우게 됐나요

대학교에서 국악과(타악 전공)를 다니면서 여러 가지 국악기를 이해하게

되었지만 외부에서 필요로 하는 것을 가르쳐 주지 않아 답답함과 어려움을

느꼈어요. 해군 홍보단에서 군 생활을 하면서 기본적으로 다양한 음악을

듣게 되었는데 이때의 생활이 지금까지의 음악 활동에 가장 큰 영향을

주었어요. 제대 후 3년간 라틴 퍼커션 레슨을 받았고, 10년 정도 활동을

하면서 월드뮤직을 깊이 이해하게 됐습니다.

전통예술이 지켜가야 할 전통의 가치와 창의성은 공존할 수 있을까요

국악계는 보수적 성향이 크게 자리 잡고 있는데 대중 지향적 음악에

다양한 악기 위에서 꽃을 피우는 판소리 가락

클레이 애니메이션 뮤직비디오는 영상 프로젝트인데 전통음악과 어떻게

연결되나요

우연치 않은 기회에 클레이 애니메이션 감독님과 만나게 되어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일단 관객들은 노래로 된 판소리 사설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점에 착안하여 가사의 내용을 이해할 수 있는 스토리와

자막을 영상으로 만들어 제작하게 되었어요. 이를 계기로 드라마 음악,

영화 음악, 다큐멘터리 제작 등의 의뢰가 추가로 들어오면서 뮤직비디오

제작에 더 집중하게 되었습니다.

‘난감하네’, ‘이~ 몽룡아’처럼 고정관념을 깨는 곡들이 많은데 어떻게

작곡하게 되었나요

‘이~ 몽룡아’는 제가 작사한 곡이에요. 성춘향이 옥중에서 낙방하고 돌아온

이몽룡을 보고, ‘아 내가 결정을 잘못한 거 아닐까?’ 고민하는 내용이에요.

혼자 사는 우리 엄마를 위해 차라리 열녀보다 효녀가 되는 게 더

윤리적이고 가치 있지 않을까 하는 고민하는 내용이 담겨있죠. 누구나 한번

해 봤음직한 고민이잖아요. 심청이 입장이 되어 보는 거에요. 과연 그것만

정답일까하고 한 번 더 생각해 보면 거기에 재미난 발상의 전환이 있어요.

무대에 오르기 전, 카혼(cajon) 위에 앉아 리허설 중인 이충우 대표

169 168 문화예술청년, 인생 UP 데이트 — VOL. 2 완벽을 다하는 음악가에 대하여 에스닉 팝 그룹 락의 대표

이충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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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넘게 북을 쳤더니 어깨가 아파요. 3개월 가까이 한방 병원에 다니고

있어요.” 그러면서도 아무렇지 않은 듯 무대에 올랐다.

남의 음악을 따라 하거나 경제적인 이윤만을 목적으로 둔다는

건 자기 살을 조금씩 갉아먹는 것입니다. 어렸을 때 가요 음악

시장에서 세션 활동으로만 연주 활동하시는 분이 이런 얘기를

하셨어요. 자기음악을 하라고, 남의 음악만 하는 건 뮤지션이

아니라고 했는데 지금에 와서 보니 그 말이 이해가 됩니다.

예술가란, 본인의 활동을 통해 만들어진 결과물을 하나씩

얻어 가는 것이고, 그것이 바로 예술가로서 생명력을 유지하는

방법입니다.

- 이충우 -

그의 어깨에 신명이 올라탄 것일까? 관객을 들썩이게 하는 축제의 한판이 벌어진다. 인간사를

뚫어 보는 북소리가 공연장에 시원스레 울려 퍼진다. 관객들의 박수 속에, 웃음 속에 이충우

대표가 거기 있다.

대한 좋지 못한 시선이 있습니다. 조금 덜해졌다고 해도 말이죠.

요즘은 같은 국악이라도 분야가 세밀해져 창작 작업(창의적인) 단체와

전통음악을 중심으로 연주하는 단체가 나누어져 있어요. 목적과 방향성은

나누어지더라도 기본적으로 연주 기량을 갖춰야 음악적 의미를 이뤄 나갈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락(RA:AK)과 같은 창작음악인들도 전통 예술에 대한

기량적, 음악적 이해가 바탕이 되어야 좋은 음악을 만들 수 있어요. 그래야만

전통의 가치 위에 창의성을 더할 수 있을 겁니다.

이충우 대표가 가장 좋아하는 소설은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향수』로,

그루누이라는 주인공이 뛰어난 후각을 이용해 자신만의 향수를 만들어 가는

여정을 담고 있다. 좋은 작품으로 남들의 공감을 이끌어 내지만 한편으로는

자신만의 독창적인 시선을 견지하면서 살아가는 것, 이충우 대표가

그루누이를 좋아하는 이유이다.

연극 ‘광해, 왕이 된 남자’의 음악을 맡으셨는데 어떻게 진행됐나요

연극 음악은 무대에서 배우들이 살아 있게 만드는 장치예요. ‘광해, 왕이

된 남자’에서는 역사극인 만큼 현대적인 소리를 배제한 국악기 연주에

집중했어요. 큰 북을 치면서 대사 안에 숨어 있는 의미와 분위기를 표현하며

연극의 긴장감을 높이고, 목숨을 건 개혁과 도전 앞에서 두근거리는 주인공

허균의 심장 소리를 표현했어요.

이충우 대표는 앞으로도 연극과 영화, 뮤지컬 등 다양한 작업을 통해, 대중에게

소외된 전통음악이 사랑받을 수 있도록 활동의 외연을 더욱 넓혀 나갈 것이다.

활동의 중심에는 대학 시절 전공했던 타악기, 북이 있다. 그러나 마흔이 넘은

지금, 언제까지 악기를 연주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있다.

북소리가 마음 한편을 울린다

이충우 대표는 순수예술 분야에서도 탄탄하게 입지를 굳혔다. 우리나라 중요무형문화재 39호인

처용무의 이수자이자, ‘광해, 왕이 된 남자’, ‘왕세자 실종사건’ 등 연극 무대에서 전공인 북을

치며 극적인 긴장감을 연출했다. 그는 재즈계에서도 폭넓게 활동을 했는데, 전제덕, 나윤선,

박상민 등의 세션으로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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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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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스오버 뮤직을 선보이는 4명의 국악인들

‘타고(TAGO)’ 두드려 세상을 밝힌다

타고는 무대 위에서 네 명이 모여 하나가 될 때 완전체가 된다. “연애는 보류”라는 말처럼 북에 미치지

않고서야, 이렇게 서로만 믿고 팀을 이뤄 나간다는 것이 쉽지 않다.

타고는 국내 유수의 콘테스트에서 수상을 하며 실력을 입증했고, 전통음악을 토대로 대중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다양한 크로스오버 음악을 선보이고 있다. 2016년에는 영국의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공연하며 대외적으로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타고의 주인공들을 만났다.

김병주,�김시원,�이강일,�현호군��|���타고��

약 력(4명 동일)

· 중앙대학교 국악대학 타악연희과 졸업

· 現 TAGO의 멤버

공연 및 수상 이력

· 2009 포항MBC 전국 퓨전국악 경연대회 대상

· 2010 제2회 대한민국 대학국악제 대상

· 2011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

‘코리안드림 영고’

· 2014 국립국악원 별별연희 초청 공연

· 2015 서울시 신진국악상 우수상

· 2016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

‘TAGO Korean DrumⅡ’

2011년 에든버러 페스티벌은 타고의 멤버들이 힘들면 떠올리는 기억이다.

그곳에서 약 30일간 25번의 공연을 했다. 하루 약 2,000개의 공연이

올라가고 세계 각국의 최고 기량을 갖춘 사람만 참가한다는 에든버러에서

타고는 최고의 공연에 주어지는 평점 별 5개를 받았다. 벌써 6년 전인데

그때의 경험이 타고의 멤버들을 하나로 묶어 주는 매개체가 되었다.

지하 1층에 위치한 타고의 연습실에는 공기청소기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작동되고 있었다. 여름의 뜨거운 열기 속에서 에든버러 페스티벌의 참가를

앞두고 분주한 모습이었다. 타고 멤버 4명(김병주, 김시원, 이강일, 현호군)은

삶의 대부분을 같이하는 친구이자, 음악의 가치를 공유하는 파트너이다.

이들은 세션이 아니라 뮤지션이고, 북 하면 떠오르는 최고의 팀을 만들고자

하는 같은 열망을 품고 있다.

타고는 어떤 가치를 위해 결성되었나요

타고는 전통 예술의 본래 가치와 다양한 창작 활동을 통해 세계에 우리

음악의 우수성을 알리는 것을 목적에 두고 있습니다. 젊은 전통 예술가들이

전통 예술을 기반으로 창작 활동을 펼치는 단체입니다. 타고는 두드릴

‘打(타)’, 밝을 ‘考(고)’로 ‘두드려 세상을 밝힌다’는 의미예요. 사물놀이의

창시자인 중앙대 국악과의 최종실 교수님이 이름을 지어 주셨어요.

타고의 멤버는 어떻게 구성되어 있나요

타고는 31살 동갑내기이자 중앙대 동문인 친구 4명이 주축이 되고 공연의

성격과 규모에 따라서 후배들이 같이 서기도 합니다. 원래 한 명이 더 있었는데

결혼을 하면서 그만뒀어요. 솔직히 말하면 사생활을 어느 정도 포기해야 할

정도로 지금은 팀의 활동에 전념하고 있어요. 다른 팀들의 멤버들은 연주

활동이나 강사 등을 겸임하는 경우가 있는데, 저희는 오직 타고에만 소속되어

있어요. 연애도 보류라고 할 정도로, 좀 지독하게 매달리고 있습니다.

연애도 보류한 지독한 완벽주의자들

“갑자기 비가 오기 시작한다. 후드득후드득. 관객이 한 명도 오지 않을까 걱정되는 마음은

아랑곳하지 않고 영국의 변덕스러운 날씨는 갑자기 비를 떨어뜨린다. 오늘 공연에는 몇 명이나

올까? 아무도 안 올지도 모른다. 비가 온다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 우리는 전단지를 들고

거리로 나섰다. 한국의 타악기에 대해 전혀 모르고 우리를 낯설어하는 사람들을 향해 전단지를

들고 뛰었다.”

173‘타고(TAGO)’ 두드려 세상을 밝힌다 173‘타고(TAGO)’ 두드려 세상을 밝힌다 172 크로스오버 타악기 그룹

타고(T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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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이 타고를 결성하는 데 어떤 도움이 되었나요

모두 같은 학과의 동문이라 쉽게 뜻을 모을 수 있었어요. 동질감이 있었죠.

학과에서 제대로 배웠으니 음악으로는 우리 실력이 우수하다는 자신감도

있었어요. 크로스오버라고 하면 전통이 아니라는 평가를 받기가 쉬운데

그런 말이 나오지 않을 만큼 실력을 밑바탕에 두고 있기에 다른 것을

시도할 수 있었어요.

초기에는 걱정이 많았다. 2009년 군대를 제대했을 때, 연주자로 이름을

알릴 수 있을까, 세상은 바뀌고 있는데 우리만의 색깔을 담은 음악으로

생존할 수 있을까 의문스러웠다. 그러나 한번 해 보기로 했다. 뜻을

같이하는 타고의 멤버들이 있었으므로.

특히 2009년의 창작국악제는 군대 제대 후 팀을 결성해 참여한 첫

대회였다. 타악 팀이 곡을 만들어서 출전했다는 것도 놀라웠지만, 중절모를

쓰고 춤을 췄다는 것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김시원은 “타고 팀을 알리게 된

계기였고,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찾은 대회”라고 의미를 전했다.

세상이 알아줄 것이라는 굳건한 마음

성과는 대단했다. 2009년에는 포항 MBC 주최 제1회 창작국악제, 2010년에는 포스코 주최로

열린 제2회 대한민국 창작 대학국악제에서 만장일치로 대상을 받았다. 또한 2015년 서울시

전문예술 단체로 지정되었으며, 서울시 신진 국악상을 수상했다.

얼마 전까지 무대에 설 때 화장을 본인들이 직접 했다. 지금도 밤을 새워

연습하기도 하고 소품이나 장비들을 직접 준비한다. 무대 위에서 4명은 한

치의 실수도 없이, 약속한 듯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북의 맛과 멋이 조금씩 다르다.

각자 팀에서 어떤 역할을 맡고 있나요

김병주: 상쇠입니다. 자존심이 세고 리더십이 있다고 해서 대표를

맡았습니다. 대표를 해 본 적이 없어 대학원에서 예술경영을

전공하면서 배웠어요.

김시원: 타고의 곡들을 작곡하고 있어요. 무대에서 어떻게 연출하면 좋을지

아이디어를 많이 냅니다.

이강일: 고수의 역할을 합니다. 네 명이 조화를 이룰 수 있게 받쳐 주고,

기본 판을 만들어 주는 사람이에요.

현호군: 들어갈 때는 들어가고 나올 때는 나온다고 하는 표현이 어울리는

친구예요. 다룰 수 있는 악기가 많은 만큼 넷 중에 재주가 가장

많아요.

공연을 수입으로 하는 국악인으로 살면서 무엇이 힘들었나요

역시나 금전적인 부분이었죠. 저희는 돈이 먼저냐, 꿈이 먼저냐는 질문에

꿈을 선택했어요. 공연 기획을 해 보니 살아남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절감했어요. 그래도 돈을 선택했다면 아마 꿈이 사라졌을 것 같아요. 꿈을

한국의 북을 세계에 알리는 해외 공연 에든버러 페스티벌에서 한국의 멋을 알린 타고

175 174 문화예술청년, 인생 UP 데이트 — VOL. 2 ‘타고(TAGO)’ 두드려 세상을 밝힌다 크로스오버 타악기 그룹

타고(T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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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해 같이 가고 있는 친구들이 있었기에 버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혼자면

아마 더 힘들었겠죠. 흩어지면 죽고 뭉치면 성공한다는 말이 저희 팀을

보고 하는 말 같아요.

타고의 멤버들은 수입이 생기면 다음 공연을 위해 우선 저축을 한다.

최소한의 생계를 위한 금액을 배분하고 나머지는 미래를 위해 비축해 두는

것이다. 에든버러 페스티벌에 가는 비행깃값과 경비도 몇 년 전부터 모으고

있었다.

앞으로 타고를 어떤 국악 그룹으로 만들고 싶으신가요.

2016년 8월에도 목숨 걸고 영국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

참가했습니다. 한 달 동안 총 25회의 공연을 펼쳤고 저희 팀의 이름인

‘타고’를 메인타이틀로 도전했습니다. 몇 년간 실력이 성숙해진 만큼 현지의

반응도 뜨거웠습니다. 난타가 그랬듯이 저희도 이 ‘타고’라는 두 글자를

널리 알려 브랜드화하고 싶고, 추후에는 해외 투어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타고는 북을 아주 세련되고 잘 연주하는 팀으로 자리매김하고 싶어요. ‘북’

하면 타고, ‘타고’ 하면 북이 떠오를 수 있게끔 말입니다.

타고는 대중들이 쉽게 국악을 접하도록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공연을

보기 힘든 소외된 지역에 찾아가서 다양하게 공연을 보여 드리고 있는데,

매번 똑같은 공연이 아닌 눈높이에 맞춰 어린이가 볼 때는 마술과 국악을

접목해 보여 주고 어르신들이 보실 때는 우리의 소리와 트로트를 접목해

보여 드리기도 한다. 그리고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 찾아가서는

현대인들의 지친 일상 속에 웃음을 찾아 주기 위해 버스킹 공연을 펼친다.

그들은 한국과 해외를 오가며 사람들에게 사랑받도록, 국악이 외면받지

않도록, 먼저 다가서고 있다. 그들의 행동은 용기 있으므로, 주저하지

않으므로 박수를 받을 만하다.

예술 현장은 정말 치열하죠. 예술 단체가 계속해서 늘어 가니

자신이 원하는 음악을 펼치기가 매우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저희도 그랬죠. 남의 떡이 커 보였고 ‘왜 난 이 자리지’ 항상

부정적으로 생각하기 일쑤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모든 것에 의욕이

없었습니다. 하는 일마다 잘 되지도 않았고요. 하지만 반대로

서른 살이 될 무렵부터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희망찬 생각을 매일

떠올려 보았습니다. 그러고는 조금씩 일이 풀려나가기 시작했죠.

너무 안 된다고 자신을 자책하거나 비관하지 말고 한발 물러나

쉬면서 바라보면 좀 더 넓은 시야에서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 김병주 -

“예술 전공자의 삶은 매우 힘들고 고독합니다. 제 말이 모두 맞는 말은 아니지만 예술가는

뼈를 깎는 고통을 견뎌 내며 무대에서 관객들을 위해 헌신합니다. 그게 바로 예술 전공자가

가져야 하는 마음이자 삶이라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힘든 길을 친구들이 있어 함께 올 수

있었다. 타고가 울리는 북소리가 세계에 울려 펴지는 날도 머지않았다.

북 하면 타고, 타고 하면 북을 떠올리는 브랜드

타고는 한국을 넘어 세계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에든버러 페스티벌은 세계시장으로 가기 위한

교두보이다. 영국에서 열리는 에든버러 페스티벌에는 하루 약 2,000개의 공연이 오르고 세계

각국의 최고급 기량을 갖춘 자들만 참가한다. 해외 투어를 갈 수 있도록 프로모터들을 만나고

자신들을 세일즈하는 기회를 갖는다. 한국에서는 5개 팀만이 초청받았는데 2011년 이후 두

번째로 참여하는 것이니 조금 익숙할 뿐, 부담감은 여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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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고(T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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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악을 전공하다 조명감독이 된 이유가 있나요

대학 시절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을 갔는데 한 남자 선배가 새벽에 일어나

2층 창문을 열고 지리산을 향해 ‘그리운 금강산’ 노래를 부르는데… 그때

알았죠. 정말 잘하는구나. 세상에는 노래 잘하는 사람이 참 많구나. 성악은

내 길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물론 저도 학창 시절에는 최고는 아니어도

잘한다고 인정받았고 노래 못해서 조명한다는 말을 듣기 싫어서 더 열심히

불렀어요. 하지만 전공자는 너무 많이 나오고 성악 전공자로 성공하기는

너무 희박하잖아요. 현실적인 방안이 필요했어요.

조명을 따로 배우게 되었나요

교수님들의 공연을 따라다니다 보면 학생들로 팀을 꾸려서 공연을

준비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 너는 조명, 너는 음향, 너는 무대 이런 식으로

파트를 나눠 주는데, 저는 조명을 맡을 일이 많았어요. 그런 차에 교수님이

새로 임용되어 오셨는데 그분께서 많이 응원해 주셨어요. 성악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걸요. 그리고 대구에 오페라하우스가 생기면서 거기에 계신

조명감독님께 배우고 자격증을 따면서 인생의 항로가 바뀌게 되었습니다.

교육대학원에서 음악교육을 전공했으니 당연히 교직에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어린 시절부터 국어 선생님이 되는 것이 꿈이었다. 학생들

지도하면서 소설도 쓰고, 시도 쓰고 하는 그런 선생님이 되고 싶었다.

학교 음악 선생님이 될 뻔한 적이 있었는데 그 길을 가지 않고 조명이라는

직업에 계속 남아 있기로 결심했다. “그때가 가장 많이 고민하고 결정 내린

시기였던 것 같아요.” 안정적인 교사라는 직장을 선택하지 않을 정도로

조명의 세계에 깊이 마음을 준 상태였다.

성악만이 능사일까? 20대에 찾아온 현실적인 고민

“손을 들면 이쪽의 불이 들어오고 저쪽의 불이 꺼지고, 강약을 조절해서 극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 조명은 마치 음악을 지휘하는 느낌이 들어요.” 조명감독 중에 성악 전공자는 전국에

다섯 명도 되지 않을 것 같다. 청각의 세계에서 시각의 세계로 넘어간 사람, 그는 왜 그런

선택을 하게 되었을까.

목소리에서 빛의 소리로 직업을 바꾸다

오페라를 따라 부르는 조명감독

대학 시절에는 성악을 전공했다. 이후 음악 선생님이 되려고 했지만, 인생의 항로는 조명으로 바뀌었다.

무엇이 되어야 한다는 다급한 마음을 내려놓고 열린 마음으로 길을 따라가다 보니 여러 가지 제안이

주어졌고, 그중에 가장 적합한 하나를 선택했다. 지금은 조명 디자이너라는 새로운 시장을 열기 위해

대학원을 다니며 공부에 매진하고 있다. 인생의 항로가 어디로 갈지 모르나 그곳도 언제나 치열하고 즐겁다.

박재민��|��수성아트피아�조명감독�

약 력

· 영남대학교 음악대학 성악과

· 계명대학교 교육대학원 음악교육과 석사

· 성균관대학교 예술학협동과정 박사과정 재학

· 現 (재)수성문화재단 수성아트피아 조명감독 및

조명디자이너

179오페라를 따라 부르는 조명감독 179오페라를 따라 부르는 조명감독 178 수성아트피아 조명감독

박재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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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해서 어떤 장치를 해야 하는지 명석하게 해석해 내기 어렵다.

오페라의 경우도 악보를 볼 수 있으니 큐를 줘서 신이 넘어가는 흐름을

이해하고 조명이 공연에 녹아들게 할 수 있다. 부스 안에서 오페라의 곡을

따라 부르면서 조명을 맞추니 훨씬 수준 높은 작품을 만들 수 있다. 그러나

공연을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는 분명 한계가 노출되기도 한다. 한국은

아직까지 공연의 셋업 시간이 턱없이 짧고 조명 디자이너라는 분야에 대한

이해가 낮다.

조명감독으로서 더 잘하고 싶은 것은 뭔가요

사실 조명감독과 조명 디자이너의 개념은 조금 달라요. 그래서 저를

조명감독 겸 디자이너라고 표현하고 싶어요. 극장에서 직함은 감독이지만

빛으로 그림을 그리는 일을 하는 건 디자이너의 영역입니다. 아직은

한국에서 조명 디자이너가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지만, 가능성이 큰

분야이니 이 분야의 최고가 되기 위해서 공부를 계속하고 있어요.

배워도 배워도 끝나지 않을 공부

조명 디자이너라는 신생 분야에 도전할 수 있으니 즐겁지만 대중의 인식을 전환하기 위한

숙제가 산적해 있다. 지금은 대학원 박사과정에 재학하며 조명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월요일과 주말을 이용해 서울과 대구를 통학하며 대학원을 다니고 있다.

수성아트피아 제작 뮤지컬 <미스코리아>(조명 디자인 박재민)

성악 전공자로서 조명감독을 하는 데 유리한 점이 있나요

일단은 음악 전공자이니 스트레스 없이 즐겁게 음악을 듣고 공감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아요. 악보를 잘 볼 수 있다는 것도 오페라나 뮤지컬에

참여할 때 유리합니다. 설령 무용 공연에서 음악을 처음 듣는다고 해도

빨리 이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그 안에 숨어 있는 음악적 요소를 찾을

수 있으니까요. 사실 좋은 음악을 만들고 관객들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분석하는 작업들이 필요해요. 음악, 연극, 무용 등의 모든 공연예술은

그러한 분석을 통해 표현해야만 예술성이 높아지죠. 장르마다 접근 방법이

조금 다르긴 해도 성악을 통해 분석하고 기승전결을 찾아 가는 방법을

배웠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예전에 악보를 잘 보지 못하는 스태프는 초시계로 공연이 끝나는 시간을

재는 경우가 있었다. 그러나 음악은 시간 예술이고, 같은 클래식 곡이라도

금난새와 정명훈 지휘자가 연주하는 시간이 다르다. 그리고 오페라 스코어의

모든 음악을 다 외우는 것은 전공자도 쉬운 일이 아니다. 악보를 보지 못하고

곡을 이해하지 못하면 곡의 클라이맥스가 언제인지 곡의 분위기를 이끌기

악보를 이해하는 조명감독, 숨은 음악을 찾아내다

박재민 감독의 대학 동기는 총 40명. 몇 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성악과 관련 없는 직종에서

일하고 있다. 이는 졸업생들이 당면한 현실적인 문제이다. 그리고 오랜 시간 배워 온 것을 이어

가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조명감독은 넓게 보면 성악과 클래식 공연의 연장선에

있다. 공연을 만드는 조력자이므로, 클래식을 이해하고 있다는 것이 업무에 큰 도움이 된다.

대학 시절 성악가로 공연하던 모습 무대감독으로 공연을 준비하는 모습

181 180 문화예술청년, 인생 UP 데이트 — VOL. 2 오페라를 따라 부르는 조명감독 수성아트피아 조명감독

박재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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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가를 묻고 싶습니다. 우선순위가

정해지면 다른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정말 하고 싶은 것을 위해서

나머지 것을 포기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가장 소중한 것을 가장

우선순위에 두는 것이죠. 그러면 결과가 보일 것 같습니다. 앞에

답과 연장해서 말씀드립니다. 저는 성악을 전공했지만 성악을

좋아한 것인지 음악을 좋아한 것인지 아니면 공연을 좋아한

것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습니다. 예술 전공자들은 자기의 전공

외에는 다른 일은 잘 모릅니다. 하지만 거기서 파생되는 것이 많이

있습니다. 단지 우리가 몰라서 그렇지 정말 많은 종류의 파생된

영역이 존재합니다. 조명도 그중에 하나라고 생각하고요.

- 박재민 -

그는 2016년 봄에 대구 매일신문에 칼럼을 쓴 경험이 있다. 대구예총의 계간지

『대구예술』에도 연 4회 글을 연재할 예정이다. 모두 음악과 예술에 대한 주제로, 칼럼을

쓰겠다는 버킷리스트를 이룬 것이다. 아직 희곡을 쓰겠다는 버킷리스트는 남았다. “모든 일이

그렇겠지만 하고자 하는 열정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열정만 있다면 그 다음은 꾸준함이

만들어 주는 것 같습니다.” 후배들에게 자기 계발서에 나오는 말처럼 ‘바다에 돌 던지는 것

같은’ 열심히 살라는 말만 전한 것 같아 머쓱하다고 했지만, 행동으로 보이고 있으니, 서른

후반에 이 정도면 충분하다. 선배로서 충분하다.

서울로 오고 가는 것이 녹록한 일은 아니다. 가끔 서울역에서 KTX를 타고

잠이 들었다가 눈을 뜨면 대구를 지나 부산에 가 있는 일이 종종 있다.

“밤 1시에 여기가 어디지 하고 두리번거리면 부산이에요. 한 해 한두 번

있어요.” 사람들은 왜 그렇게 치열하게 사냐고, 그 정도면 먹고살 만하지

않냐고 걱정한다. 정작 본인은 자신은 누가 시켜서 하는 게 아니라, 이

분야에 있다 보니 더 잘하고 싶어서 공부가 필요한 것뿐이라며 너털웃음을

지어 보인다.

성악 전공자가 조명감독을 하는 것을 두고 누군가는 현명한 선택이라 했을

것이고, 누군가는 타협이라고 불렀을 것이다. 누구의 의견도 틀리지 않다.

그러나 박재민 감독은 선택을 열린 것이라고 말한다. 지금이라도 배우고

싶은 것이 있다면 현장으로 가보라고 권한다. 본인이 하고 싶은 것을 찾게

될 것이고 꾸준함을 유지해 프로가 되라는 것이다.

조명을 배우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조명을 배우고 싶은 후배들이 있다면 저는 현장에 먼저 가라고 말하고

싶어요. 만약 학교로 갔다면 거기서 이 길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돌아오는

데 시간이 걸릴 겁니다. 현장으로 가서 배우고 이 길이 자신에게 적합하다

싶으면, 그때 학교로 가서 공부를 하는 게 어떨까요. 지금 저처럼 말이죠.

일을 하다 보니 더욱 잘하고 싶어서 공부를 하게 됩니다.

지역에서 예술가들이 자생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요

처음 모두가 예술을 시작할 때 경제적으로 풍족하기 위해서 시작한

사람은 거의 없다고 봅니다. 단순히 좋아서, 하고 싶어서가 시작이 아닐까

싶어요. 그러니까 대가가 되기 전까지 자생력을 가지기는 쉽지 않습니다.

예술가로서 말이죠. 예술가들도 어떻게 하면 돈을 벌까 보다는 본인들이

추구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고민해 봐야 할 것 같아요. 그래야 자신의 예술

세계가 흔들리지 않으니까요. 혹시 경제적으로 힘든 것이 있다면 그건

약간의 타협이 필요한 것 같아요. 훌륭한 성악가가 되기 위해서 갈고닦고는

있지만 당장 먹고사는 문제를 위해서 가요도 불러야 한다는 것이죠. 이건

선택의 문제인 것 같습니다.

183 182 문화예술청년, 인생 UP 데이트 — VOL. 2 오페라를 따라 부르는 조명감독 수성아트피아 조명감독

박재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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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공연은 2014년 대한민국콘텐츠대상 애니메이션 부문을 수상하고,

2014년 한국콘텐츠진흥원 캐릭터 연계 뮤지컬 제작 지원을 받았고 홍성욱

대표가 뮤지컬 공연 제작자가 되어 진두지휘하고 있다. 홍성욱 대표는

애니메이션 제작, 캐릭터 개발, 공연 제작, 인터랙티브 미디어아트 등

다방면에서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는데, 그 능력의 시작은 디자인이었다.

디자인을 전공한 이유가 무엇이고 창업과 현재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요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지만 실용적인 것을 해 보고 싶었어요. 제가

입학했던 90년 초는 디자인이라는 학문이 태동을 할 때라 책을 한 권

사려고 해도 구하기가 어려웠어요. 애니메이션 학과라는 것이 없었고

디자인과의 파생된 분야였어요. 28살에 처음으로 창업을 했는데, 그때도

디자인 전공이었기 때문에 멤버로 참여할 수 있었으니 모든 가능성의

시작을 열어 준 셈입니다.

28살의 창업이라면 당시에도 꽤 이른 시기인데 어떤 회사였고, 성과를

거두셨나요

신체 사이즈를 입력하면 피팅된 모습을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거였어요. 증강현실 같은 거죠. 대학원 시절에 컴퓨터, 기계공학과, 의류학과

등 다양한 분야의 친구들과 의기투합해서 창업을 했는데 다들 직장을

다니고 있을 때라 밤 10시에 출근해서 새벽 2시에 퇴근할 정도로 열의가

있었어요. 만들던 온라인 서비스는 용량이 커서 내려받기도 어려웠고,

당시의 컴퓨터 환경에서는 제대로 돌아가기 어려웠습니다. 최근 유사한

서비스가 투자를 받고 상용화되는 것을 보니 인프라를 고려하지 않고 너무

앞서갔던 것 같습니다. 실패는 했지만 다른 분야의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다양한 분야와 협력이 새로운 시장을 만들 수 있다고 배우게 되었습니다.

허풍선이 뮌하우젠 백작은 나의 아바타

미스터리 극장에서 펼쳐지는 상상 초월 과학쇼가 열린다. 허풍선이 남작 뮌하우젠의

극장에서는 안 되는 일이 없고 못 만날 사람이 없다. 무엇이든 이루어지는 신기한 극장의

관객이 되어 세상의 편견과 상식을 뒤바꾼 과학자들의 위대한 발견과 이야기들을 듣고 체험을

통해 잊지 못할 새로운 지식을 얻게 된다.

캐릭터, 공연, 애니메이션 제작까지 아우른다

중남미로 수출하는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공상가

2016년은 (주)그래피직스(Grafizix)의 홍성욱 대표에게 뜻깊은 해다.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허풍선이

과학쇼’(EBS 공동기획)가 무대에 올랐고 중남미 시장으로 애니메이션을 수출해 처음으로 수익을 냈다.

홍성욱 대표는 디자인 전공자로서 디지털 인터랙티브 미디어아트, 캐릭터 개발, 애니메이션 제작까지

해내며 활동의 반경과 가능성을 확장해 가고 있다.

홍성욱��|��㈜GRAFIZIX�대표

약 력

· 성균관대학교 디자인학과

·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영상학 석사

· 성균관대학교 공연예술학과 박사 수료

· 現 그래피직스 대표

방영&공연

· 2007 KBS_따라해요 붐치키붐

· 2014 EBS_허풍선이 과학쇼

· 2016 가족뮤지컬 <허풍선이 과학쇼>_세종문

화회관

수 상

· 2016 과학기술 및 정보통신 부문_국무총리

상 수상

· 2014 ‘허풍선이 과학쇼 ’대한민국 콘텐츠 대상

한국콘텐츠진흥원장상 수상

185중남미로 수출하는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공상가 185중남미로 수출하는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공상가 184 ㈜GRAFIZIX 대표

홍성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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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로서 인정받고 있다. “북한에 영상을 배급하는 독일 회사에도 판매를

했으니 언젠가 북한의 어린이들도 볼 수 있겠죠.”

아르헨티나의 아스트로랩(Astro Lab)과 함께 애니메이션 작업을 한

이유가 있나요

대학 시절에 해외 탐방단으로 남미를 방문했는데 인상적이어서 다시 한번

가 보고 싶다 생각했어요. 아르헨티나는 남미 중에서도 문맹률이 낮으면서

경제 수준이 우리와 비슷한 나라예요. 우리나라와 정반대에 있는 곳이니

낯선 것이 충돌할 때 가장 새로운 것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했고, 시나리오

작업, 캐릭터 작업까지 모든 것을 같이했어요. 캐릭터들이 기존에 한국에서

보기 힘든 모습들이죠. 오히려 남들이 상상하지 않았던 시장에 대해서

접근을 했을 때, 더 큰 시너지가 있을 것입니다.

디자이너로서의 역량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방면으로 일하고 있는데

활동을 넓혀 나갈 수 있는 원동력은 뭔가요

디자이너로 시작하여 기획·프로듀서·감독 등의 일을 하고 있으며 가장

재미있어 하는 일은 애니메이션의 주제가 만들기입니다. 콘텐츠를

‘STEAM 체험전’의 동작인식 교육 기능성 게임

<허풍선이 과학쇼>, <쓰담쓰담 동물원 프렌쥬>는 EBS가 제작 투자를

하고 방영 중이다. 쓰담쓰담 친구들은 네 마리의 흔해 빠진 동물들이, 온갖

진귀한 동물들이 득실거리는 동물원에 들어가는 이야기다. 한국에서 낯선

제작 방법인 실루엣(그림자)을 이용해 애니메이션을 만들었다.

특히 2016년은 아르헨티나와 합작한 애니메이션이 남미와 미국

시장으로 진출했고 수익을 낸 의미 있는 시기이다. <허풍선이 과학쇼>는

미국의 ‘아마존(Amazon)’, ‘큐리오시티 스트림(Curiosity Stream)’,

‘후플라(Hoopla)’, ‘BYU’ 채널 및 남미 4개국 공중파에 방영 중이며,

그 외에도 해외 20개국 이상에 판매되면서 해외에서 어린이 과학교육

허풍선이 뮌하우젠 박사와 함께

현재 20여 개국 이상에 방영되는 애니메이션

첫 번째 창업에는 성공하지 못했지만 성과가 있었다. 이 기술을 눈여겨본 대기업에서 용역을

줘서 다른 사업으로 이어졌고, 그래피직스를 창업하는 밑천을 마련할 수 있었다. 부침이 많은

콘텐츠 업계에서 꿋꿋하게 버티며 창업한 지도 벌써 15년이 됐다. 그래픽직스는 애니메이션을

기반으로 한 즐거운 형태의 커뮤니케이션을 추구하는 회사이다. 애니메이션·에듀테인먼트

콘텐츠·공연·전시, 기획·제작에 대한 전문 기술력과 인프라를 보유한 기업으로, 지속적인 R&D

수행으로 콘텐츠의 핵심 기술을 향상시키며 다양한 분야의 문화 콘텐츠 제작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187 186 문화예술청년, 인생 UP 데이트 — VOL. 2 중남미로 수출하는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공상가 ㈜GRAFIZIX 대표

홍성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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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입니다. 이제 외국으로 콘텐츠를 수출하고, 콘텐츠가 잇따라 호평받고

있으니 한국 애니메이션 기업으로 따라 해 볼 만한 성공 사례가 될 수

있도록 만들어 보겠습니다.

자신과는 다른 재능을 가진 친구들을 많이 만나 보세요.

예술가들은 공학이나 기초과학을 공부하는 친구들을 만나면서

기술이 어떻게 발전해 가는지 문제를 어떻게 풀어 가는지 알아보는

것도, 나중에 작업을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세상의 호기심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 조금 힘들더라도 자신이 왜 이 일을 하는지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합니다.

- 홍성욱 -

뭐든 천천히 성장한다. 한국에서 애니메이션을 만들어서 수익을 내고 성공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싸움이었다. 중간에 회사가 문을 닫을 뻔한 어려움이 있었지만 직원들과

마음을 모아 돌파구를 찾아냈다. 힘든 과정 속에서 만든 것이기에 모든 것이 대단하고 놀랍다.

<허풍선이 과학쇼>처럼 안 되는 것도 없고, 뭐든 신나게 해내는 사람. 허풍선이의 주인공

뮌하우젠 백작은 홍성욱 대표의 분신이다.

기획하고 시나리오를 보고 영상을 연출하면서 리듬감을 중요시합니다.

그 정점이 주제가이죠. 대학원에서 영상과 공연을 공부하면서 잠깐은

뮤직비디오 감독을 꿈꾸기도 했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멋져

보였으니까요. 하나의 콘텐츠를 영상, 공연으로 확대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추고자 노력했습니다. 공상도 많이 하고 20대부터 세계의 곳곳을

여행하면서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 어떤 것을 결합할 수 있을 것인지

찾는 습관을 들였어요. 덕분에 신체 발달, 환경, 예절, 과학, 그림자 등의

여러 소재의 애니메이션 콘텐츠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GDI, 키넥트(kinect), 사용자의 움직임 또는 동작에 따른 영상과의

상호작용을 통한 체험형 시스템이라고 하는데 어떤 것인가요?

‘소재와 비주얼이 독특한 콘텐츠를 만든다’는 점과 ‘인터랙티브 기술을

접목한 공연과 전시를 한다’는 것들로 아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회사 설립

초기부터 애니메이션에 기반을 두고 관련된 여러 분야로 꾸준히 도전하고

실험하고자 노력했습니다. 카메라나 키넥트(kinect)를 이용한 디지털

연못, 축구, X-Ray 그리고 아두이노 센서를 이용한 바람 백열등, 캐릭터

얼굴 합성하기 등 디지털 기술을 이용한 장난감들이죠. 공연의 즐거움을

배가하기 위해 적재적소에 사용하고 있고, 체험전에서 직접 만져볼 수 있게

하고 있습니다.

콘텐츠를 잘 만드는 회사로서 그래피직스는 어떻게 성장해 갈까요

뭐든 타깃을 분석하는 게 중요합니다. 분석하고 그들의 눈높이에 맞는

작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18세 이상을 대상으로 HMD VR 콘텐츠를

기획하고 있고, 만들기를 좋아하는 소녀들을 대상으로 작품도 기획

기술을 아우르는 인터랙티브 기술로 넘나들다

요즘의 콘텐츠는 기술과 어떻게 결합하느냐가 핵심이다. 그림을 잘 그린다고 하더라도, 그것

하나만으로는 시장에서 온전히 자리매김하기 어렵다. “회사 내에 분야별 전문 인력들이 관련

기술을 지속적으로 연구개발하고 있으며 부족한 부분들은 관련 기술을 보유한 학교나

회사들을 찾아 공동 연구를 통해 기술을 발전시켜 나가고 있습니다.” 홍성욱 대표는 체험형

시스템을 도입해 아이들이 직접 만져 보고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

189 188 문화예술청년, 인생 UP 데이트 — VOL. 2 중남미로 수출하는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공상가 ㈜GRAFIZIX 대표

홍성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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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엽 대표가 연극을 하겠다고 했을 때 아버지는 “할 테면 네가 벌어서

하라”라고 엄포를 놓았다. 판사였던 할아버지가 법조계를 가지 않겠다던

아버지에게 했던 것처럼, 아버지도 할아버지의 그 나이가 되자 자식은

편안하게 살기를 원했다. “그럼 나 혼자 한번 해 보지 뭐” 이 한 고집하는

아들은 대학을 다니며 한전아트센터에 들어가 조수로 일하면서 돈을

벌기 시작했다. 무대, 음향, 조명 등 시키는 일을 다 하는 막내로 몇 년을

일하다 보니, “그 녀석 똘똘하고 성실하네”라는 평판을 얻었고 “여기

한번 맡아볼래?” 하는 제안이 들어왔다. 포이동에 위치한 M극장. 군대를

다녀오자마자인 25살부터 춤 전용 극장의 운영까지 맡게 되었고, 10년을

넘겼을 때 축하 파티를 열었다.

첫 직장이라고 할 수 있는 한전아트센터에서 어떤 일을 했나요?

그냥 다 했어요. 음향, 조명, 무대까지 시키는 일은 다 했어요. 연극을 한다는

사람이 이것도 모르고, 저것도 모른다는 게 자존심이 상했어요. 그래서

일이 주어지면 마다하지 않고 스태프로 참여했어요. 공연이 없는 날에도

셋업은 하니, 4년 내내 거의 매일 공연의 전 과정을 지켜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무대감독의 자질과 가능성을 찾은 곳도 그곳이었습니다.

학점은행으로 공부한 것이 삶에는 어떤 도움이 되었나요

학교에서 한전아트센터를 운영하고 있어서 교수님의 소개를 받아 스태프로

참여할 수 있었죠. 이론은 학교에서 배웠고 학교를 마친 6시부터는 곧장

극장에서 스태프로 일했으니 4년 동안 실무적인 것을 많이 배웠어요.

한전아트센터에서 학생 인턴으로 일하면서 전액 장학금을 받았기에

부모님의 도움 없이 졸업할 수 있었어요.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연극계로 뛰어들다

누구나 그런 스토리가 있다. 집안은 엄하고, 부모님은 다른 전공은 몰라도 예술을 하겠다는

자식에게는 한 푼도 지원해 줄 수 없다고 딱 잘라 말했다. 이때 수긍하든지, 아니면 마이웨이를

가든지 두 가지 선택의 길이 있지만 솜털이 보송한 아무 재주도 없는 청년이 마이웨이를

선언하기란 쉽지 않다. 우리의 삶은 영화가 아니므로.

무대, 무대디자인, 음향, 조명, 기획을 아우르는 공연 전문 팀

이름처럼 우리 팀이

최고의 걸작이 되면 좋겠어요

걸작은 무대, 무대디자인, 음향, 조명, 기획을 아우르는 공연 전문 팀이다. 걸작의 수장인 이도엽 대표가

인터뷰하는 동안 가장 많이 한 말은 “우리 팀”이었다.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이유도 우리 팀이 도전하고

빛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다는 열망 때문이고, 어떻게 하면 우리 팀이 최고라는 소리를 들을까 매일

고민한다. 같이 일해 보고 싶어서 사람들이 제 발로 찾아오는 걸작에는 무엇인가 특별한 것이 있다.

이도엽��|��걸작��대표

약 력

· 학점은행제 연극 전공

· 동국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수료

· 前 한전아트센터 무대기술팀 인턴

· 現 홀로디브 및 닷밀 3D 구현 협연 기술감독

· 現 공연전문 스탭팀 걸작 대표 및 기술감독

공 연

· 2011 세계국립극장페스티벌 전야제

(동국대 명진관)_무대감독

· 2013 현대무용가 김형남, 김원 뮤직 콜라보 공연

(뉴욕 맨하탄 시어터)_무대감독

· 2013 서울문화재단 서울 댄스프로젝트 게릴라

춤판_기술감독

· 2015 창무국제무용제(아르코 대소극장)_기술감독

191이름처럼 우리 팀이 최고의 걸작이 되면 좋겠어요 191이름처럼 우리 팀이 최고의 걸작이 되면 좋겠어요 190 걸작 대표

이도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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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라, 하고 싶다는 사람들이 하나둘 찾아왔고 레고 조각이 조립되듯 팀이

만들어졌다.

걸작이라, 대단한 작품을 만들겠다는 결의가 느껴지는 이름인데요

걸작은 13명의 각 분야 스태프로 구성되어 있어요. 프로젝트에 돌입하면

여러 차례 회의를 하고 사전 답사를 하면서 어떻게 하면 최선의 결과를 낼 수

있을지 각 전문가들이 최선을 답안을 냅니다. 창무예술제를 하면서 외국 팀이

처음에는 상당히 걱정을 많이 하지만 나중에는 정확하고 빠르면서 안전한

스태프들의 수준에 놀라워해요. 얼마 전에는 기획 팀의 멤버 두 명이 더

들어왔어요. 기획까지 영역을 조금씩 넓혀 가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가 섞이면 갈등이 생기기 마련인데, 매끄럽게 풀어 가는 걸작만의

노하우가 있나요

조명, 음향, 무대 등 다양한 파트가 섞여서 일을 하다 보면 마음이 상하는

일이 생기기도 해요. 그러나 저희는 절대 “그만하시죠”, “안 돼요” 등의

부정적이고 공격적인 말은 일절 하지 않아요. 그러면 상황이 더 꼬여요.

자신의 마음에 걸리는 일이 있으면 오히려 존댓말을 쓰고, 상황을 더

차분하게 생각하며 풀어 가는 실행을 해서 갈등을 해결해 나갔어요.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협업하는 걸작

핵심은 조율자였다. 전체적인 큰 판을 조망하고, “지금 조명 설치는 무대

세트가 끝날 때까지 기다리셔야 합니다.”, “지금은 음향을 테스트할

시간입니다”라고 알려 주는 사람이 필요했다. 이도엽 대표는 셋업을 할 때

스태프들의 흐름을 정리하고 시간의 순서를 부여하는 역할을 한다. 걸작의

스태프들은 이도엽 대표라는 신호등을 믿고 달리는 자동차들이다.

처음부터 회사를 하겠다고 결심한 것은 아니었다. 마음 맞는 친구들과 팀을

이뤄 일을 하면 효율적이고 부족한 점도 서로 메워 줄 수 있어서 팀으로

일하기를 선호했다. 그러나 걸작에 대한 소문이 업계에 났고 “저도 같이 하고

싶어요”라고 말하면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회사를 해야겠다고 결심을 한 게

더불어 숲, 최고의 팀을 이루다

이도엽 대표는 공연 전문 팀 ‘걸작’의 수장이다. 걸작은 무대, 무대디자인, 음향, 조명, 기획의

다섯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한국의 공연 전문 팀 중 몇 팀은 사라지고 ‘걸작’만 명성을 이어

가고 있다. 왜 공연 전문 팀이 존재하기 어려운 걸까? “무대의 빠른 셋업은 곧 공연의 퀄리티와

연결됩니다. 빨리 셋업을 끝내야 공연 팀이 연습할 시간을 충분히 줄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다른 팀과의 협업은 쉽지 않아요. 공연 전 세팅은 시간을 다투다 보니 자기 분야가 조금

늦춰지고 상황이 불리한 것 같으면 항의하고 갈등을 빚기가 쉬워요. 그러니 각 분야의 전문

팀들이 셋업을 할 때만 이합집산으로 모이게 됐죠.”

원활한 셋업을 위해 논의 중인 이도엽 대표

193 192 문화예술청년, 인생 UP 데이트 — VOL. 2 이름처럼 우리 팀이 최고의 걸작이 되면 좋겠어요 걸작 대표

이도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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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출가들은 떨어지고 무대감독이었던 자신의 작품이 선정되었다. 뭉크의

작품인 질투에 영감을 받아 만든 작품으로, 인간의 본능적이면서 강렬한

에너지를 담았다.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방향을 함께 갈 조력자를 찾아보세요.

그들과 충분히 대화하고 설득하는 과정을 통해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조금 더 구체적이고 단단하게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앞으로 나가려면 여유도 중요합니다. 그래야만 문제점이나

놓치는 부분처럼 보이지 않는 것들을 슬기롭게 찾아낼 수 있습니다.

- 이도엽 -

자신이 뜻한 바를 하나씩 이뤄 가는 이도엽 대표에게 물었다. 앞으로는 어떻게 살고 싶냐고.

“거창하고 대단한 계획과 목표는 없어요. 조금은 부족하지만 지금처럼 마음을 다해 작업을

하다 보면 팀의 이름처럼 한국 공연계의 걸작을 남길 수 있지 않을까요. 우리처럼, 우리 팀이

걸작이 되면 좋겠어요.” 그냥 그런 사람이 있다. 눈이 반짝여서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지고

함께 일하면 에너지가 샘솟는 사람. 뭔가 그 사람이 하면 나도 함께 하겠노라 손을 번쩍 들고

싶어지는 사람. 이도엽 대표가 그랬다.

무대감독의 역할이 왜 중요하나요

무대감독은 연출가나 안무가가 상상한 장면을 무대 위의 실체로 만들어 내는

사람이죠. 모든 스태프들과 함께 조율하여 조명, 음향, 의상, 무대장치 등 무대

위 모든 파트의 진행을 책임져야 합니다. 공연이 시작되면 연출가의 손에서

떠나 그 이후 무대에서 벌어지는 일은 전적으로 무대감독의 ‘큐’ 사인에 따라

진행됩니다. 무대감독의 큐 사인 타이밍이 어긋나는 순간 무대의 배우와

스태프들이 혼란에 빠지게 되니까 그만큼 무대 뒤에서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우수한 무대 기술로 해외에서 호평받은 사례가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싱가포르의 센토사 유니버셜 스튜디오 안의 홀로그램 시어터에 구조를

변형할 수 있는 기계장치를 설계했어요. 라이브 퍼포먼스와 홀로그램

시어터를 동시 진행할 수 있는 극장을 만든다고 했을 때도 싱가포르

전문가들이 다 불가능하다고 했지만, 저희 팀이 시공까지 끝내고

성공하자 다들 걸작 팀을 높이 평가했고 다른 계약 건까지 받았어요. 우리

팀원들이라면 더한 작업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현업도 바쁠 텐데 기술 투자, 해외 진출에 적극적인 이유가 무엇인가요

걸작 팀이 지금에 안주하지 않고 도전할 기회를 주고 싶어요. 성과를 통해

빛날 기회를 안기면 팀원들의 자부심도 올라가고 같이 일하고 싶어 하는

팀이 되잖아요. 항상 우리 팀이 더 잘할 수 있는 일은 뭘까, 어떻게 하면 우리

팀이 더 좋은 팀이 될까 고민하고 실천하고 있습니다.

이도엽 대표는 걸작 팀을 완비한 다음 연출계로 눈을 돌렸다. 원래 연극을

시작할 때부터의 꿈이기도 했다. 2015년에는 미국 뉴욕문화원의 공모에

선정되어 ‘질투’라는 작품을 연출까지 했다. 미국에서 진행된 공연의

스태프로 참여를 했다가 공모를 보고 “가볍게” 신청했는데, 정작 지원한

기술 수출에서 연극 연출까지 꿈을 향해 나아가다

이도엽 대표가 인터뷰하는 내내 가장 많이 나온 말은 “우리 팀”이었다. “우리 팀이 최고가

됐으면 좋겠다”라는 말처럼 업계에서 최고로 인정받기 위해 끝없이 회의하고 연구한다. 얼마

전부터 해외 출장이 잦아졌는데 걸작의 무대 기술이 해외에서 사업화되고 있다.

195 194 문화예술청년, 인생 UP 데이트 — VOL. 2 이름처럼 우리 팀이 최고의 걸작이 되면 좋겠어요 걸작 대표

이도엽

Page 100: VOL. 2 인생 UP 데이트 · 2017. 8. 1. · 김찬휘 문화예술인 서른다섯 가지 길 문화예술청년, 인생 up! vol. 2 대통령직속청년위원회와 (재)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는

그러나 서예가들은 시대의 흐름에 맞게 자신의 역할을 재조명해

왔다. 2000년대 초 캘리그래피 바람을 일으킨 것도 서예학과 출신의

선배들이었다. 변희정 대표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서예를 도구로 문화예술

기획을 하는 사람이다. 법고창신(法鼓昌新)이라는 말처럼 옛것을 익혀서

새것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문화적인 이해를 불어넣고 있다.

서예를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그때도 지금처럼 서예는 별로 인기 없는 과외활동이었어요. 중학교 때

CA라는 클럽 활동이 있었는데 다른 부서에 들어가질 못해 서예를 하게

됐죠. 나름 재주가 있었던지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시립 대회에서 금상을

수상했어요. “너는 소질이 있다, 너는 꼭 서예를 해야 한다”라는 선생님들의

강권에 못 이긴 척 시작했지만, 서예학과를 졸업한 선배를 만나면서 진로를

결정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었습니다.

서예를 전공한 것이 지금 업무에 어떤 도움이 되었나요

오래되고 단단한 것을 학습했으니 상황과 시대에 맞춰서 트렌드를 입히면

된다고나 할까요? 법고창신이라는 말처럼 옛것을 익혔으니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낼 힘이 있습니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지만 가장 핵심이 되는 문화를

배울 수 있었던 것은, 기본의 내재된 실력을 준비하는 작업이었습니다.

서예는 법고창신을 하는 힘이다

변희정 대표가 대학교에 입학할 때만해도 서예학과는 전국에 5개가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2개만이 남아 있다. 실용성, 취업률을 따지는 빠른 세상에 먹을 갈고 신중하게 획을 그어

내려가는 서예는 느리고 비실용적인 학문으로 전락했다.

서예로 문화예술을 열어 가는 회사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서예로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만드는 회사를 창립했다. 서예의

이미지를 벗고 새로움을 더하는 작업이다. 2012년에 아동문화예술교육 시범사업인 ‘아이와

춤추는 붓놀이터’를 시작으로, 2013~2014년에는 범부처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인 ‘붓놀이,

전래놀이’, 2014년에도 학교문화예술교육 서예문화 시범사업인 ‘또박또박 붓자국, 꿈트는

마음자국’ 등 문화체육관광부 산하기관인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의 사업을 원광대학교

서예문화예술학과와 협력하여 수행한 바 있다.

서예를 전공한 문화예술기획자

붓으로 마음을 두드리는 문밖 세상

서예는 오래되고 낡은 것이라는 인식이 있다. 서예학과가 폐과되는 위기 속에서 변희정 대표는 서예 하는

문화예술기획자로 지평을 넓혀 가고 있다. 서예로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회사는 문밖세상이

유일하다. 처음 시도되는 일들이라 좌충우돌 힘든 일도 많았지만, 글씨를 쓰면서 치유되고 정서적으로

안정되는 효과까지 얻으며 대외적으로 호평받고 있다.

변희정��|��문밖세상�대표

약 력

· 원광대학교 미술대학_서예

· 동방대학원대학교 문화예술콘텐츠학과

문화예술학(문화조형 전공) 석사

· 前 성북문화원 문화사업 담당

· 現 문밖세상 대표

수 상

· 2004 서예문인화대전 입선

· 2004~0007 강원서예대전 3회 입선

· 2009 제17회 대한민국서예전람회 입선

전 시

· 2016 <서예로 읽는 범죄예방 표어展>

· 2016 <축적된 시간, 그리고> 3인展

197붓으로 마음을 두드리는 문밖 세상 197붓으로 마음을 두드리는 문밖 세상 196 문밖세상 대표

변희정

Page 101: VOL. 2 인생 UP 데이트 · 2017. 8. 1. · 김찬휘 문화예술인 서른다섯 가지 길 문화예술청년, 인생 up! vol. 2 대통령직속청년위원회와 (재)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는

‘문밖세상’에서 주로 하는 일은 무엇인가?

그동안 일을 해 오면서 서예 관련 교육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많아졌다는 걸

피부로 느낍니다. 70~80% 이상이 문화예술교육 콘텐츠 개발 및 프로그램

기획 운영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비영리 프로그램은 서예 관련

콘텐츠 개발 및 운영 비중이 가장 높아요. 영리 프로그램은 각종 문화예술

체험 행사 개최 및 기획 운영 등이 있고, 서예 이외에도 다양한 장르의

문화예술교육 콘텐츠를 개발하여 론칭하는 일인데 아직 시작 단계입니다.

미술, 미디어, 환경예술, 철학과 인문학, 지역 문화 등 다양한 내용을

포괄하고 있습니다.

서예 문화를 중심으로 하는 교육 사업 이외에도 눈여겨볼 만한 프로젝트가

바로 ‘글씨유랑단’ 사업이다. 이는 2013년에 서울문화재단의 ‘시민-

예술가 협력형 문화예술 지원사업’에 선정되어 ‘마을에 글씨를 입히다’라는

이름으로 시작됐다. 이후 프로젝트에 참여한 시민들의 지속적인 성장과

자립을 돕기 위해 성북구 마을 만들기 사업으로 전환해 약 3년간

운영하였으며, 올해 5월에는 글씨유랑단이 문밖세상으로부터 분리되어

독립적인 활동을 이어 나가는 단체로 성장했다.

우리나라는 서예가 생활문화로 자리매김해 있지 못한데 지역에 작은

감각적인 붓글씨로 선보이는 시 한 수

그 밖에도 서예, 전각, 캘리그래피 등을 기반으로 한 전통문화 체험

프로그램의 운영, 예술교육 프로그램 연구 개발 등 다양한 활동을 이어

가고 있다. 문밖세상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이러한 활동을 지속적으로 할

수 있었던 것은 성북문화원, 원주문화원의 사업 담당자로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했던 경험이 있었기에 창업 후 여러 프로젝트들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었다.

문밖세상의 의미와 가치는 무엇인가요

문밖세상이라고 이름을 지은 이유가 첫 번째는 ‘문밖의 세상 이야기’, 즉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감성을 울리고 마음에 닿을 수 있는 진정성

있는 기획을 하겠다는 다짐 때문이었고, 두 번째는 사람들이 문화예술을

접함으로 인해 ‘자신만의 문 너머의 세상으로 나올 수 있도록 만들자’라는

의미를 내포하기 때문입니다. 문화예술을 통해 삭막하게 살아가는 우리

삶을 조금은 풍요롭게 만드는 데 기여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어요. 다른

측면으로는 서예를 전공했고 서예 관련 콘텐츠 개발 및 교육 사업을 하면서

전통예술을 활성화시키고, 일상과 밀접한 문화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소명 의식도 가지고 있었죠. 현재 국내에서 서예 관련 콘텐츠를

개발하고 기획하고자 하는 사람은 제가 유일해요.

붓글씨로 퍼포먼스를 펼치는 변희정 대표

199 198 문화예술청년, 인생 UP 데이트 — VOL. 2 붓으로 마음을 두드리는 문밖 세상 문밖세상 대표

변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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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것과 그걸 사용하는 사람들의 생각이 다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는 바로 문제 해결 능력입니다. 세상에 완벽한 기획은 없고

중간중간에 수많은 변수가 생깁니다. 문화예술 기획이라는 건 기획서 이전의

아이디어부터 사업을 진행해 나가는 전 과정, 온갖 변수들에 대응하는 모든

과정을 의미한다고 봅니다. 따라서 문제 해결 능력은 어쩌면 제일 중요하고

필요한 능력이라고 할 수 있죠.

문제라고 여겨지는 것이 있다면

그대로 두지 말고 바꿔야만

해요. 하지만 ‘이것이 문제다’

라고 말은 하지만, 바꿀

생각은 하지 않고 비판만 하기

쉬운 경우가 많아요. 문제를

해결하고 스스로 혹은 주변의

변화를 이끌어 내고자 한다면,

결국 스스로가 변화의 주역이

되어야만 해요. 즉, 행동하고

실천하는 것만이 답이죠.

- 변희정 -

변희정 대표는 짧은 기간의 프로그램이긴 하지만 아이들의 삶 속에서 좋은 기억으로

자리매김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훗날 힘든 일을 겪게 됐을 때 헤쳐 나갈 수 있는 좋은

에너지나 힘이 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해 본다.

씨앗을 뿌려 저변에서부터 문화로 확대해 나가고 싶은 게 이 일을 하게

된 첫 번째 취지였다. “서예 기초 교육부터 시작해서 마을과 관련된

이야기들을 글로 써내고 나름의 작품을 완성해 냈어요. 이 작품들은

성북구의 명소를 써낸 것입니다.” 강사들은 서예과 출신 후배들로 구성해

성북구민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누군가 시도는 안 했지만,

후배들의 경우 이런 프로그램이 있어서 불러 주기를 바라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문화예술 분야에서 기획을 한다는 것은 어떤 능력을 필요로 할까요?

첫 번째는 대상자들의 수요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짚어 낼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문화예술이라는 게 동떨어진 개념이 아니라 생활 속에 있는

것이기 때문에 사람들의 욕구, 문화예술에 관심이 없는 일반 사람들의

욕구까지도 어느 정도는 파악할 수 있어야 하죠. 기획을 하다 보면 내가

2016년은 새로운 변화의 기점

지역아동센터 문화예술교육 지원 사업을 약 4년간 운영을 해 온 바 있다. 그곳은 지역의

열악한 환경에 놓여 있는 친구들이 주로 온다. 그들은 평소에 누구한테 칭찬을 들어 본 적이

없던 아이들이 많다고 한다. 정서적으로 메말라 있는 아이들이 글씨를 쓰면서 달라지는 게

느껴졌다고 한다. 변희정 대표는 처음에는 소극적인 친구들이 프로그램을 통해 점점

적극적으로 변해 가는 걸 보면서, 붓글씨가 정서를 안정시키고, 인성을 변화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을 확신했다.

온고지심 대작전_나눔캠프 찾아가는 예술교실_삼삼(森森)한 프로젝트-붓으로 숲을 이루다

201 200 문화예술청년, 인생 UP 데이트 — VOL. 2 붓으로 마음을 두드리는 문밖 세상 문밖세상 대표

변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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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소 전공자에서 미술심리치료사로, 장애문화예술교육까지

장애인 미술을 위한

편견 없는 도구

스페셜아트는 장애인 미술 교육을 통해 발달장애인들의 예술적 가능성을 발굴하고, 주체적 창작자로

육성하여 전문 작가로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단체다. 미술 활동을 통해 장애인들이 자신의 내면을

표현할 수 있게 돕고, 재능 있는 발달장애인 예술가를 육성하고 매니지먼트한다. 발달장애 전문 미술 교사

양성 과정처럼 처음 시도하는 프로그램으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예술 안에서 서로 마음을 터놓는 세상을

꿈꾼다.

김민정��|��스페셜아트�대표

약 력

·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조소학과

· 가천의과대학교 보건대학원 임상미술학과

· 前 KOICA 한국국제협력단 초등학교 미술교사

· 前 강남장애인복지관 미술치료 및 장애 문화예술

기획자

· 現 스페셜아트 대표

· 現 사회적기업 에이브 사외 이사

수 상

· 2015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사회적기업

육성가기업 선정

· 2016 H-온드림 펠로우 선정

미술치료 분야를 선택하게 된 계기를 말씀해 주세요

시립 미술관에서 미디어아트 전시를 보고, 세상에 너무 뛰어난 훌륭한

작가들이 많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작업을 하는 것 말고, 예술을 통해 더

잘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어요. 미술치료가 그

답이었습니다.

새롭고 다른 분야인데 어떻게 배웠나요

미술치료를 처음 공부할 때 참 신나고 재미있어서 부산에서 서울까지

매주 1회 통학을 했어요. 그림 속에 숨어 있는 나의 마음을 발견하는 것이

신기했고, 나 자신을 이해하자, 내 안의 상처들이 치유되는 것을 느꼈어요.

더 깊게 공부해 보고 싶어 보건대학에서 임상심리학을 전공하게 됐습니다.

조소와 미술치료는 어떤 연관이 있나요

미술치료를 공부하다 보면 나도 인지하지 못한 내면의 깊숙한 무의식을

바라보는 힘이 생겨요. ‘왜 이런 작품을 만들었는지’ 해석하고 생각해 보게

됩니다. 대학 시절 가시철사로 갑옷 드레스를 만들었어요. ‘더 이상 아무도

들어오지 마세요’라는 방어적인 의미를 띠고 있는 작품이었어요. 당시 저는

방어적이라고 생각했지만, 오히려 타인에 대해 무한히 공격적이었다는 걸

제가 만든 작품을 통해서 깨달았어요. 조각 작품은 내 안의 심리 문제를

밖으로 꺼내서 360도로 살펴볼 수 있게 만든 성찰의 도구입니다. 저를

미술치료로 이끈 원동력이기도 하고요.

스페셜아트는 장애 전문 미술교육을 기획하고 교육한다. 발달장애인들의

예술적 가능성을 발굴하고 육성하여 전문 작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데, 발달장애인 전문 교사를 양성해서 장애인에게도

조소는 인간을 이해하는 힘을 키워 준 곳

스페셜아트 김민정 대표의 학부 시절 전공은 조소였다. 시간을 들이면 들인 만큼 작품이

나오는 것이 참 정직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어느 날 미술치료를 접하고 인생의 항로가

바뀌었다. 만들기는 곧잘 해도 그림은 남들보다 못하다는 냉정한 자기 객관화도 있었다.

미술치료를 시작하면서 손에서 마음으로, 마음에서 타인으로, 강물이 흘러가듯 관심사는

이동하며 확장되었다.

203장애인 미술을 위한 편견 없는 도구 203장애인 미술을 위한 편견 없는 도구 202 스페셜아트 대표

김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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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교육의 기회와 접근성을 확대해 주고 싶기 때문이다. 김민정 대표가

장애문화예술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된 데는 필연적이고 우연적인 이유가

있다.

미술치료 전문가로 일하다 인생의 전환점이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미술치료를 할 때 내담자 한 분이 사고로 인한 신체장애와 지적장애가

동반된 분이었는데, 전직 조각가이셨어요. 도구를 잡았을 때, 정신은

가로막혀 있었지만 몸은 이전의 습관대로 움직이고 있는 예술가를

발견했어요. 이분에게 과연 미술치료가 어떤 의미일까? 이 사람에게

인간의 내면을 궁금해하던 아이

외삼촌은 정신장애가 있었다. 어릴 적 외삼촌을 보러 병원에 가면 외삼촌은 어린 조카를

반기는 마음에 하모니카를 불러 줬다. 하모니카 소리는 애잔한 울림이 있었고, 외삼촌이 하는

말은 음절로 끊어지는 것이 율격을 가진 시조 같았다. 엄마에게는 남동생의 존재가 평생 안고

가야 할 짐이자 아픔이지만, 장애에 갇힌 채 살아가는 사람의 답답함에 비할 수 있을까.

“자신만의 세계에 웅크리고 앉은 사람들을 위해 철문을 열고 들어가서 그들의 잠재력을

끌어내고 싶다”라는 간절함은 외삼촌이 불러 주는 하모니카 소리와 함께 커졌는지도 모른다.

인간의 내면을 궁금해하던 아이는 어른이 되어, 대학원에서 임상심리학을 전공하고

미술치료사가 된다. 그 분야에서 인정받으며 두각을 나타냈는데 미술치료가 아닌

장애문화예술교육으로 눈을 돌리게 되는 ‘우연’을 만나게 되었다.

전시회를 앞두고 작품을 하나하나 살피는 김민정 대표 H-온드림 펠로우에 선정되어 입주하게 된 사무실

필요한 것은 미술치료가 아니구나. 미술치료가 왜 존재하는 걸까? 결국

치료가 끝났을 때 세상에서 혼자 살아갈 수 있어야 하는데, 과연 치료가

끝났다고 그들이 세상에서 생존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도 들었어요. 그런

고민이 이어져 창업까지 하게 됐고요.

스페셜아트에서는 어떤 프로그램을 진행하나요

치유적 접근의 장애 전문 미술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교육합니다.

성인 발달장애인 대상으로 자유로운 창작 활동을 향유할 수 있는

미술교육 프로그램도 있고, 재능 있는 작가를 발굴하고 아티스트로

육성하는 발달장애 아티스트 매니지먼트 사업도 진행하고 있어요. 장애와

비장애인의 통합 지원 사업으로, 장애에 대한 편견과 인식이 개선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발달장애 전문 미술 교사도 양성하고 있어요.

스페셜아트는 특별하게도 조각 프로그램을 진행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보통 장애인문화예술이라고 하면 평면의 회화 작품을 많이 예상하시죠.

쉽고 접근성이 좋아서 장애인문화예술 하면 회화밖에 없었던 것도

사실이고, 장애예술 자체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아 다양한 분야를

다루지 못했어요. 스페셜아트에서는 조각 수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소통의 새로운 도구가 생기는 거죠. 조각을 시작으로 섬유, 도자기 등

다양한 장르로 확장하고자 합니다.

장애인들이 조각을 한다고 하면 도구를 쓸 때 위험하지 않나요

장애인들도 우리와 다르지 않아요. 아픔을 느끼고, 조심하려고 하는 것은

작가들의 작품으로 제작한 보조배터리 발달장애 작가들을 알리기 위해 제작한 작품 엽서

205 204 문화예술청년, 인생 UP 데이트 — VOL. 2 장애인 미술을 위한 편견 없는 도구 스페셜아트 대표

김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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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본능 같아요. 그래서 자신이 다칠 것 같은 행동은 안 해요. 다만

숙련될 때까지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한 거죠. 숙련될 때까지 옆에서 도움을

주면서 자신만의 배움의 속도를 갖게 합니다.

복지관에서 일하다 장애인문화예술을 창업하신 계기가 있나요

복지관에 취업해서 수업을 하는데 너무너무 신났어요. 그러나 정부에서

시행하는 장애인문화예술은 보편적 복지를 지향하잖아요. 이와 달리

예술은 꼭 필요한 사람에게 더 깊게 다가갈 필요가 있어요. 집중이 필요한

거죠. 제가 그 역할을 하기 위해 창업을 하게 됐습니다.

<장애문화예술의 이해> 세미나는 어떤 프로젝트였나요

초기 장애문화예술의 이해는 비장애인을 대상으로 장애문화예술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세미나였어요. 추후, 이 세미나는 조금 더 사람들

속에서 현장감을 느끼기 위한 축제 형태가 되었습니다. 또한 발달장애 작가

어머니들이 작가를 육성하는 방법에 대해 잘 모르셔서 어머니들 대상으로

하는 세미나를 매월 진행하게 되었어요. 작품 사진 찍는 방법, SNS로

소통하는 방법, 캡션 정리하는 방법, 시각예술에서 꼭 필요한 작업들을

하는 방법들을 세미나로 진행해서 부모들이 장애 작가를 위해 서포트할 수

있는 방법들을 교육했어요.

장애 작가들의 작품으로 아트 상품을 만든 계기가 무엇인가요

스페셜아트에서 만든 아트 상품은 장애 작가들이 대중과 만나는 소통의

연결 고리입니다. 전시를 통해서는 한정적인 인원에게만 소개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아트 상품에 작가와 작품 소개를 담아 판매하게 되었죠. 그

상품을 구매하는 사람은 그 작가의 그림을 좋아하는 새로운 지지자가 되고,

사회적 지지망이 약한 우리 작가들과 부모님들에게는 큰 힘이 됩니다.

예술을 통해 장애를 넘어서 소통하는 사회

김민정 대표는 2010-2012 KOICA 한국국제협력단에서 초등학교 미술 교사로 캄보디아를

다녀왔다. 좋은 쓰임은 지켜야 할 삶의 명제이다. 미술치료를 넘어, 조금 더 적극적으로 해야

할 일을 발견했을 때 창업을 결심했다.

예전에는 나보다 더 잘 ‘표현하는 사람’이 능력 있다고

생각했어요. 지금은 자기 삶을 그리고, 만들어 가는 사람이 더 멋진

것 같아요. 이제는 기술적인 표현력보다 담아내는 가치가 무엇인지

보려고 해요. 손안의 예술에 그치지 않고 사람의 삶을 바꾸는

예술, 그런 예술을 만들어 갈 힘이 우리에게 있어요. 끝으로 자신을

잘 성찰하고 다양한 경험을 쌓아서 삶을 풍요롭게 이끌 관계를

만들어 나가길 바랍니다.

- 김민정 -

“스스로 만들어 가고 그려 나가는 예술 작업을 통해, 10년, 20년, 30년 예술로 자신의 삶을

담아내어 그 개인 삶을 가치 있게 만들어 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김민정 대표는

발달장애인이 예술가로 자신의 삶을 만들어 가길 희망했다. 장애라는 편견을 내려놓고, 장애가

특별함이 되어 독창적인 예술로 인식되는 세상이 조금씩 가까이 오고 있다. 스페셜아트

덕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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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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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어랩의 모태는 20년 전쯤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도연 대표는

음을 척척 알아내서 부모님이 “우리 딸 천재 아닐까” 하는 근거 있는

확신에 빠지게 만든 절대음감의 소유자였다. 자타가 인정하는 실력과 뭐든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안고 작곡과에 입학했는데, 동기들 대부분이

절대음감이었다. 아뿔싸. “저만 그런 게 아니었어요.”

대학교 입학 후에는 밀실에서 곡을 만드는 일보다, 친구들이 작곡을 잘

할 수 있도록 판을 만들어 주는 일이 더 즐거웠다. 4년 내내 과 대표를

맡으면서 대외 활동에는 모두 얼굴을 내비쳤다. 더욱이 그때 아버지의

사업도 힘들어져서 4년 내내 과외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학비와 생활비를

벌었는데, 웬만한 대기업 직장인보다 더 벌었다. 학비를 내고도 풍족하게

학교를 다닐 수 있었다.

그러나 졸업할 즈음 고민이 찾아왔다. 유학을 갈 형편은 안 되고 작곡자로

유명해질 가능성도 낮은 상황에서, ‘고소득을 올리는 사교육 시장에 나갈

것인가’, ‘취업을 할 것인가.’ 용감하게 뛰어들어 뭐든 배우면서 하겠다는

의욕은 있었지만 작곡과 출신으로 뭘 할 수 있을지… 막막하던 때였다.

작곡과를 졸업한 후, 왜 축제기획국에 취직을 하게 됐나요

사교육 시장의 강사로 계속 남고 싶은 생각은 없었어요. 첫 번째로

취업한 곳은 ‘과천 한마당 축제’였는데 그때는 축제 쪽에 취업하는 것이

트렌드였어요. 역동적이고 많이 배울 수 있다고 다들 생각했죠. 매일

12시까지 일하는 회사에서 6개월을 다니고 신우염에 걸려서 입원했어요.

퇴원하고 다시 다니다가 두 번째 직장에 들어갔는데 마침 홍보를 담당하던

직원이 퇴사를 해서, 어영부영으로 홍보라는 것을 맡게 되었어요.

절대음감의 실력을 믿고 작곡과에 들어가다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의 홍보를 하느라 땡볕에 있었더니 피부가 새까맣게 탔어요.”

며칠간의 야외 축제 행사를 끝내고 사무실로 출근했으니 피곤할 만도 한데, 반기는 목소리가

쾌활하다.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의 홍보 주관사인 아이디어랩은 문화, 공연, 축제, 음반 분야를

전문적으로 홍보하고 마케팅하는 회사이다. 음악을 바탕에 두고 문화를 세일즈하는 독보적인

존재이다.

작곡과를 졸업한 공연·음악 분야 홍보 전문가

음악 전공자가

음악축제의 홍보를 맡는다면

국립오페라단의 홍보 담당자로 입사해서 첫 공연을 올리는 날, 무대에서 큰불이 났다. 그리고 모든 것이 다

타버렸다. 세상의 비난이 불똥처럼 쏟아질 때 홍보 담당자로서 단체의 입장과 상황을 발표하는 일을

도맡았고, 3년을 버텼다. 작곡과 출신으로 보도 자료 쓰는 법도 모르고 시작한 일이었으나 홍보계에서 음악

전공자라는 것은 분명 장점이었다. 남들이 갖지 못하는 음악적 전문성을 무기로 삼을 수 있었으니까. 새벽

5시에 일어나고 몇 년간 단 한 번도 아침 수영을 빠지지 않았다는 자기 관리의 달인, 김도연 대표를 만났다.

김도연��|��아이디어랩�대표

약 력

· 한양대학교 작곡과

· 고려대학교 언론홍보대학원 석사

· 前 국립오페라단 홍보실 근무

· 現 성신여대 현대실용음악과 출강

· 現 아이디어랩 대표

홍보 프로젝트

·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 제3회 서울레코드페어

· 2014 장애아동 창작지원 프로젝트 A

209음악전공자가 음악축제의 홍보를 맡는다면 209음악전공자가 음악축제의 홍보를 맡는다면 208 아이디어랩 대표

김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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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이야”, “무대에서 불이 났다!” 아비규환, 아수라장. 화염이 타오르고

있었고 관객들은 겁에 질려서 건물 밖으로 뛰쳐나갔다. 배우가 종이에

불을 붙여 쓰레기통으로 던지는 장면을 연기하다가 불이 난 것이다. “홀랑

다 탔어요.” 국가의 재산이 잿더미가 된 것이니 세간의 입방아에 오르기

좋은 이슈였다. 여기저기에서 기자들이 몰려들었다. “여기 홍보 담당자는

어딨어요?”, “전데요….”

불이 난 이후, 그 상황을 어떻게 극복해 갔나요

매일매일 기자들, 공 기관과 씨름을 했어요. 입사해서 잘 모르고

어리둥절할 때 불이 난 것이니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전혀 알 수가

없었어요. 기자들은 계속 자료를 내놓으라고 하고, 저기서는 왜 그걸

줬냐고 하고, 스트레스가 극한이었는데 제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했어요.

당장 그만두지 않고 3년이나 계속 다녔는데, 이후 어떤 변화가 생겼나요

홍보는 연계성이 생명이라 내가 힘들다고 후임자도 없이 당장 그만둘 수는

없었어요. 책임감도 있어서 수습될 때까지 3년을 다녔어요. 사업을 하면서

돌아보니 가장 극한의 순간을 경험했기 때문에 리스크 매니지먼트 능력이

좋아졌다고 할까요. 그러고선 힘들어서 외국으로 잠시 도피를 했었는데,

한국에 돌아왔을 때 홍보 회사를 차리라고 권유받았으니 실력으로 존재할

수 있는 기반이 된 것 같아 감사하죠.

“전 세계적으로 음악 페스티벌은 큰 흐름입니다. 음악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이 시장을 ‘성장 동력’으로 보고 있어요.” 김도연 대표는 음악 산업 쪽에서는

공연 분야의 홍보 전문 회사를 설립하다

화염 속에서 “I'll be back”을 외치면서 사라졌던 터미네이터가 속편에서 살아오듯, 김도연

대표는 홍보 전문가로 돌아왔다. 5년 전 아이디어랩을 창업했고, 지금은 음악·공연·축제

분야의 전문 홍보대행사로 입지를 다졌다. 문화체육관광부의 ‘문화가 있는 날’부터 외국 유명

가수들의 내한 공연, ‘펜타포트 락 페스트벌’ 등 대형 프로젝트들이 김도연 대표를 통해 이슈가

됐다. 특히 페스티벌 분야에서 독보적이다.

작곡을 전공했으니 홍보 문구와 보도 자료를 쓰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어떻게 익혔나요

평생 악보밖에 본 적이 없는데, 당장 보도 자료를 쓰라고 하니 참

막막했어요. 그래도 어쩌겠어요. 시키니까 하기는 해야겠고, 뭐가 뭔지

도통 모르겠지만 남이 쓴 것을 보면서 배웠어요. 나중에는 고려대학교

언론대학원에 다녔어요. 거기에는 현직 기자들도 있으니 인맥도 쌓고

언론 보도와 홍보에 대해 체계적으로 배웠죠. 음악 전공자라 글쓰기를

배워 본 적이 없고 익숙하지 않다는 것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니 답을 찾게

되더라고요.

첫 공연을 올리는 날 무대가 불에 타다

작곡에서 홍보로 전향한 듯 보이지만 음악이라는 큰 줄기는 벗어나지 않았다. 음악 관련

행사를 홍보하며 역량을 키워 가던 중, 솔깃한 공고를 보게 됐다. “국립오페라단 홍보 담당자

모집.” 지원서를 넣고 무사히 취업을 했다. 작곡과 출신으로 홍보 전문가이니 가장 적확한

업무가 주어진 것이다. 긴긴 방황을 마치고 드디어 안정적인 직장을 잡았으므로 뿌듯함과

열의가 넘쳤고 입사 후 첫 공연이 올라가는 날, 긴장된 마음으로 무대를 지켜보며 보도 자료를

쓸까 고민하던 찰나였다.

스트레스를 관리하며 긍정적인 마인드를 유지하는 것도 필수

211 210 문화예술청년, 인생 UP 데이트 — VOL. 2 음악전공자가 음악축제의 홍보를 맡는다면 아이디어랩 대표

김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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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어릴 적부터 음악을 했기 때문에 해 본 적 없는 홍보를 한다는

것 자체가 큰 결심을 필요로 했습니다. 하지만 달리 보면 음악적

능력을 베이스에 놓고, 공연을 보고 음악을 즐기면서 직업의

전문성도 쌓을 수 있다는 것은 매력적인 일입니다. 예술 활동을

직접 하지는 않지만 예술 시장을 키우는 일을 하는 것도 매우

재미있고 멋진 일입니다. 음악적 능력과 감수성을 필요로 하는

직장은 너무나 많으니, 조금 더 넓은 시각으로 다가서 보세요.

- 김도연 -

“홍보 담당자들은 야근을 많이 한다고 하는데 저는 일찍 자고 아침 5시에 일어나요. 그때

일어나서 메일도 보내고 보도 자료도 쓰면서 하루를 시작합니다. 그러고 나서 아침 수영을

갑니다. 홍보는 체력이 없으면 못해요.” 김도연 대표는 근 몇 년간 아침 수영을 한 번도 빠져 본

적이 없단다. 몸을 잘 조율된 악기로 만들어 인생을 허투루 살지 않는다. “여기 있는 나를 봐

주시오!”라고 당당하게 외쳐야 하는 홍보 담당자라면 흔들리지 않는 자존감으로 자신의

존재부터 탄탄히 세워야 남 앞에서 소리칠 수 있다는 걸 김도연 대표는 자신의 삶으로

증명한다.

페스티벌을 음악 소비의 마지막 단계로, LP에서 CD, MP3로 이후 흐름이

공연으로 넘어왔고 해외에서도 페스티벌이 앨범 판매보다 더 잘나가는

추세라고 의미를 되짚었다. 아이디어랩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도전을 이어 갔다.

아이디어랩에서 음반 작업도 했다고 들었는데, 어떤 프로젝트였나요

2015년에 재즈밴드 프렐류드와 경기민요 소리꾼 전영랑 씨가 같이 <Fly-

in, 날아든다>라는 타이틀로 음반 작업을 했고 공연을 했습니다. 오리지널

미국 음악과 한국 민요를 도대체 어떻게 섞나 고민했는데 두 개를 섞을

접점을 잘 찾았던 거 같아요. 이 프로젝트를 많은 분들이 사랑해 주셨어요.

특히 외국인에게는 국악이 낯설고 듣기 힘들 수도 있는데 즐겁게 들어

주시고 음반은 어디서 구매하느냐, 음원으로는 어떤 사이트에서 들을 수

있느냐는 문의가 많았습니다.

작곡을 전공한 것이 홍보와 마케팅 일을 하는 데 어떻게 도움이 되었나요

음악을 이해하는 폭이 달라요. 음악을 전공했으니 여러모로 유리하죠. 또한

홍보대행사는 기자들과의 네트워크가 절대적인데 오페라나, 콘서트에 갈

일이 있으면 기자들이 저를 꼭 불러요. “어때? 오늘 잘하는 거야?”라고

물어보면 제가 답을 해 주죠. 기자들은, 음악적 재능을 가진 제가 필요하니

급하면 저를 찾아요.

홍보 담당자로서는 어떤 자질이 필요할까. “홍보는 세상에 어떤 이야기가

통할지, 기자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던져야 기사로 실릴 수 있을지 이슈를

찾아내는 눈이 필요해요.” 또한 급박하게 변해가는 상황에 대처하려면

업무가 한꺼번에 쏟아질 때가 있어서 몸이 10개라도 부족하다는 말이 절로

나오므로 체력은 필수적이다.

213 212 문화예술청년, 인생 UP 데이트 — VOL. 2 음악전공자가 음악축제의 홍보를 맡는다면 아이디어랩 대표

김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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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 운동부에 있다 갑자기 미술로 진로를 바꾸게 되었는데, 계기는

무엇인가요

고등학교 때 밤을 새워서 정밀 소묘 숙제를 해 갔어요. 학원을 다닌 적도

없고, 미술을 배워 본 적도 없었는데 곧잘 했던지 선생님께서 언니가 해

준 게 아니냐, 부모님을 만나 봐야겠다며 칭찬을 하셨어요. 칭찬을 처음

들어 봤어요. 미술을 한다면 순수 회화보다는 새로운 것을 시도할 수 있는

디자인 분야가 좋겠다 싶었어요. 그래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했죠.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것이 지금 하는 일에 어떤 영향을 줬나요

프로모션을 두고 종합예술이라 할 만큼 이미지를 실현하는 능력이

관건이에요. 콘셉트를 잡고 무대 제작, 현수막, 포스터, 영상 등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을 통일되게 시각화해 내는 것이 중요한데 시각디자인을

전공했으니 잘 할 수 있었죠. 더욱이 프로모션을 하면 큰 것은 잘 챙기지만

작은 것을 놓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러나 일의 승패는 보통 디테일에서

나죠. 시각디자인을 공부하면서 미세하게 자르고 단편까지 꼼꼼하게

살피는 능력을 기를 수 있었던 점도 장점으로 발휘되는 것 같아요.

김찬휘 팀장이 대학을 졸업하고 처음 취직한 곳은 폰트를 만드는 회사였다.

패키지 디자인도 병행했으므로 딱 전공에 맞는 일이었으나, “피가 너무

끓었어요”라는 말처럼 몸을 움직일 만한 일이 필요했다. 무대디자인은

디자인 능력을 발휘해 무대를 만들고 사람들을 세우는 활동적인

분야이고, 시각디자인과 컴퓨터를 결합해 기술적으로 변형이 가능하기에

매력적이었다. 그렇게 미국에서 무대디자인 공부를 하고자 떠났다가 3개월

전공은 예술을 이해하는 해석의 출발점이다

짧게 자른 머리, 약간 낮고 허스키한 목소리, 강단 있는 표정, 하얀 재킷 위에 2018년

평창올림픽의 배지가 반짝인다. 흡사 당장 방송 부스로 들어가서 스포츠 캐스터로 활약해도 될

만한 인상이다. 평창올림픽 조직위원회 김찬휘 팀장은 세계인의 축제가 될 평창올림픽에서

성화를 담당하고 있다. 그리스에서 채화된 성화를 들고 대한민국 곳곳을 다니며 한국인의

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메신저 역할을 하고 있다. 전국 곳곳을 뛰어 소개할 거리를 찾아내고,

지자체의 담당자들을 설득해서 축제의 장으로 이끌어야 하므로 매일매일이 미팅의 연속이다.

하루 24시간이 부족하고 챙겨야 할 것이 많은데 꼼꼼함은 시각디자인을 전공하면서 배웠다.

시각디자인과 출신의 프로모션 전문가

빛나는 잠재력을 찾아 떠나는

환희의 여정

농구와 축구, 운동을 좋아하면서 그림도 잘 그리던 재주 많던 여고생은 시각디자인과에 입학한다. 자신이

만든 무대 위에서 사람들이 공연을 하고, 그 모습을 보고 누군가가 즐거워하는 삶을 살고 싶었다. 공연,

이벤트, 무대연출 등 다양한 분야를 망라해야 하는 프로모션 전문가로 들어선 것은 어쩌면 필연이었다.

대통령 취임식, 건군 60주년 기념식 등 굵직굵직한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했고, 지금은 2018년

평창올림픽의 성공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김찬휘��|��2018�평창�동계올림픽·동계패럴림픽�조직위원회�성화봉송팀장��

약 력

· 서울여자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

· 前 ㈜연하나로기획 프로모션본부 부장(17대 대

통령 취임식, 삼성신입사원하계수련대회, 건

군 60주년 경축 행사, 2014 평창 IOC 실사프

로그램 등)

· 現 2018 평창동계올림픽대회 및 동계패럴림픽대

회 조직위원회 성화봉송팀장

215빛나는 잠재력을 찾아 떠나는 환희의 여정 215빛나는 잠재력을 찾아 떠나는 환희의 여정 214 2018 평창 동계올림픽대회

동계패럴림픽대회 조직위원회

성화봉송팀 김찬휘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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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을 이끄는 진솔한 대화를 할 수 있어서 문제에 대해 터놓고 얘기하고

해결책을 찾는 경우가 많았어요. 오랜 파트너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도 장점이었습니다.

자신이 빛나는 직업은 아닌데, 어떤 점이 힘든 일을 견디게 하나요

맞아요. 프로모션이 예술가로서 본인이 빛날 수 있는 일은 아니에요. 그

대신 남이 빛날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 주니 이것도 나름 의미가 있어요.

회사 생활을 하다 보면 아무리 좋아하는 일이라도 힘들 때도 있고 안 하고

싶을 때가 있죠. 저는 회사 생활을 하면서 강해진 면이 있어요. 챙겨야 할

것은 많고 여러 가지 힘든 상황이 닥쳐도, 참을 ‘인’을 새긴다는 마음으로

견딥니다. 내가 가는 길이 후배들에게는 지표가 되니까 후배들에게 좋은

선배가 되기 위해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갈망이 있어요.

그렇게 10년을 일했을 때 새로운 기회가 찾아왔다. 2014년 평창올림픽

선정을 앞두고 IOC 위원단이 실사를 위해 한국을 방문했을 때 공항에서

영접, 평창 방문과 실사, 기자회견 등의 일정을 완벽하게 준비했다.

6개월 전부터 IOC 위원의 성향과 출신 국가 등을 치밀하게 리서치하고

준비했으니 평창올림픽의 유치에 일조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선정되었을 때 눈물이 났어요. 평창이 동계올림픽을 유치한다면, 꼭

거기서 일해 보고 싶다고 결심했어요. 평창이 동계올림픽의 장소로

선정되고, 조직위에서 사람을 구한다는 것을 알고 바로 지원했어요.”

사전 리허설 중 현장을 진두지휘하는 모습 전국을 다니면서 최적의 소재를 발굴

만에 사고가 나서 돌아오게 된다. 자신감을 잃은 상태로 뭘 할 수 있을까

걱정하며 찾은 직장이 프로모션 기획사였다.

왜 프로모션 기획자를 꿈꿨나요? 어떤 분야인지도 모를 때부터요

저도 왜 그랬는지 요즘 생각을 해 보곤 합니다. 대학 시절에 명함을 하나씩

만들어 줬는데 거기에다 프로모션 기획자라고 적었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뜻도 잘 몰랐으면서 그냥 멋지게 보였나 봐요. 막연히 이 분야에서 일할

것 같다는 기시감이 들었어요. 사람들이 즐겁게 놀 수 있는 무대나 판을

만들어서, 그 위에서 사람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싶었어요.

사실 프로모션이란 분야는 멀티플레이어를 원한다. 월화수목금금금 일을

해야 할 만큼 업무 강도가 높다. 완벽하게 준비했다고 해도 현장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 민첩하게 대응해야 하고 무대, 영상, 공연,

현장 스태프 등 다양한 팀들을 일사불란하게 통솔해야 한다. 그러나 노동

강도에 비례하는 성취와 행복을 현장에서 얻을 수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스태프들 대부분이 남자인 이곳에서 멋진 여자 선배로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프로모션 분야에서 일하며 여자라서 힘들었거나 좋았던 점이 있나요

야외에서 일할 때 땡볕 아래 서 있어서 화상을 입는 경우도 있어요.

프로모션 분야에서 일하다 보면 아무래도 여자에 대한 선입견이 있어서

처음에는 깨기가 힘들었어요. 여자들은 이럴 것이다, 저럴 것이다

하는 선입견이죠. 그러나 일을 하면서 여자라는 점이 오히려 장점으로

작용했어요. 예를 들어서, 클라이언트와 대화할 때, 영업용 언변이 아니라

대통령 취임식을 성공적으로 해내다

김찬휘 팀장이 10년간 일한 ‘연하나로 기획’은 국내 굴지의 프로모션 회사이다. 관행적으로

대기업이 진행하던 대통령 취임식을 2013년에 중견 기업이 처음으로 치러 대중에게 얼굴을

알렸다. 김 팀장은 이 회사에서 전략 부장 및 프로모션 부장을 역임하며, 17대 대통령 취임식과

삼성전자의 신입사원 하계 수련대회, 건국 60주년 기념 행사 등의 대형 공공이벤트를

성공적으로 치러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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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화봉송팀 김찬휘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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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찬휘 팀장이 프로모션을 선택한 이유는 ‘남을 위해서 살고 싶다’, ‘자신이

하는 일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 좋은 영향을 주고 싶다’는 마음 때문이었다.

“기업 시상식에서 70대 노인들이 영상을 보면서 눈물을 흘리는 장면을

봤어요. 제 일은 누군가의 가슴속에서 행복한 감정을 이끌어 내는 것이라는

걸 깨달으니 현장에서 저도 모르게 따라 울었어요.”

직업이라는 것은 결국 세상에서 자신의 역할을 하는 것이라 다른

사람에게 무엇을 줄 것인가, 내가 하는 일이 세상에 어떻게 기여할

것인가를 고민해 봤으면 좋겠어요. 남을 위해 노력하면 언젠가 남이

나를 위해 도와주게 되어 있어요. 죽음 앞에서도 당당할 수 있도록,

지금 주어진 시간을 소중하게 쓰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 김찬휘 -

이타성은 자신이 빛나지 않아도, 다른 누군가가 행복할 수 있다면 기꺼이 전력 질주하게

만드는 힘이다. 그녀는 이벤트 프로모션을 통해, 성화를 통해 사람들의 마음에 불꽃의

뜨거움과 따뜻함을 전한다. 불을 인간에게 줬던 프로메테우스의 마음처럼 말이다.

올림픽 위원회의 여러 가지 업무 중에서 김찬휘 팀장이 맡은 일은 성화

봉송이다. 처음에는 왜 이 일이 주어졌을까 의아했지만 지금은 숙명처럼

받아들인다. 하면 할수록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라는 것을 깨닫기

때문이다. 그리스에서 채화해 온 성화가 101일 동안 전국 곳곳을 달린다.

성화는 축제의 시작을 알리고 시민들의 관심을 이끌어 내는 존재인데,

성화가 도착할 때마다 각 지역의 우수한 이야기가 스토리텔링으로

엮어진다.

성화 봉송이 의미 있는 행사가 되기 위해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요

전국에는 소실된 문화유산이 많은데 미디어 파사드를 이용해 복원해 보는

것도 국민적 관심을 환기시킬 수 있을 것 같아요. 귀동냥, 눈동냥하고

애정을 쏟아야 성공할 수 있으니 게으름 피우지 말고 발품을 팔아야

합니다. 성화봉송팀 팀장이 되고 나서 안 가 본 지자체가 없어요. 찾아가서

관계자들의 협조를 구하면 처음에는 시큰둥하다가, 그 의미를 듣고 나서

“우리가 뭘 하면 좋을까요?”라고 말하며 눈빛이 변할 때 일하는 맛이

납니다.

올림픽, 성화는 한국, 한국인에게 어떤 의미일까요

평창올림픽의 슬로건은 “하나 된 열정”입니다. 88년에 ‘손에 손잡고’를

불렀을 때 올림픽이 가진 힘은 대단했어요. 그러나 지금은 자살률 1위,

저출산율 1위라는 오명을 안고 있는 것이 성장을 위해 놓쳤던 것들에 대한

반작용을 보여 주는 지표 같아요. 우리 사회는 하나 되는 힘이 필요합니다.

성화 봉송의 캐치프레이즈는 빛나는 잠재력을 찾아 떠나는 환희의

여정으로, 어두운 곳을 찾아가 잠재력을 키우고 비춘다는 의미입니다.

30년 만에 한국을 찾아온, 세계인의 축제를 위해 일하다

김찬휘 팀장은 중고등학교 시절 축구부와 농구부에서 서클 활동을 했다. 스포츠가 가진

생명력과 그 속에서 하나 되는 힘을 알고 있으므로 평창올림픽은 더 큰 기회와 의미로

다가온다. 더욱이 평창올림픽은 88올림픽 이후로 개최하는 첫 올림픽이니 다시 한번 한국인이

하나로 뭉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219 218 문화예술청년, 인생 UP 데이트 — VOL. 2 빛나는 잠재력을 찾아 떠나는 환희의 여정 2018 평창 동계올림픽대회

동계패럴림픽대회 조직위원회

성화봉송팀 김찬휘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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