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가는여성 2014 상반기 21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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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7 2014 상반기 민우ing 무엇이 그/녀를 아프게 할까? 르노삼성자동차 성희롱 사건 : 성희롱 피해자와 조력자에 대한 불이익 조치의 집약판 좋은 집을 지읍시다. 스토킹 범칙금이 8만원이라는 현실에 문제를 제기하다 청와대의 목소리만 들리니 기획 _ 지금 여기. 잊지 말고, 기억하기 키워드로 기억하기 이야기로 기억하기 끝나지 않은 이야기: 밀양송전탑 우리는 ‘집단 기억의 힘’을 경험하는 광장에 다시 한 번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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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 함께가는여성 2014 상반기 217호

217호

2014 상반기

민우ing

무엇이 그/녀를 아프게 할까?

르노삼성자동차 성희롱 사건 : 성희롱 피해자와 조력자에 대한 불이익 조치의 집약판

좋은 집을 지읍시다.

스토킹 범칙금이 8만원이라는 현실에 문제를 제기하다

청와대의 목소리만 들리니

기획 _ 지금 여기. 잊지 말고, 기억하기

키워드로 기억하기

이야기로 기억하기

끝나지 않은 이야기: 밀양송전탑

우리는 ‘집단 기억의 힘’을 경험하는 광장에 다시 한 번 서 있다

Page 2: 함께가는여성 2014 상반기 217호

언제나 지지하는 마음으로 후원해 주시는 회원님들께민우회 소식을 보다 일상적으로 알릴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고민 속에서, 다양한 시도가 필요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그래서 2014년 민우회는

하나. 모바일 웹진을 발행합니다. ‘민우액션’의 생생한 현장감과 의미를 담은 웹진이 모바일로 찾아갑니다. 지난 3월27일과 5월30일 두 번에 걸쳐 회원님들께 문자로 발송하였습니다.(혹시 링크를 스팸으로 오인하시진 않으셨나요? 진짜 민우회 맞습니다!^^)

둘. 팟캐스트를 운영합니다.재밌다는 팟캐스트는 많은데 들어보면 막상 웃기지만 불편한 농담이... 여자들의 이야기도 많은 그런 팟캐스트는 없는 것 같다고요?수다인듯 촌철살인인듯일상인듯 정치인듯여자들의 썰을 풀자!민우 팟캐스트가 곧 찾아갑니다.

팟캐스트란?오디오 또는 비디오 파일형태로 뉴스나 드라마 등 다양한 콘텐츠를 인터넷망을 통해 제공하는 서비스. 기존 라디오 프로그램과 달리 방송시간에 맞춰 들을 필요가 없으며, 스마트폰 등을 통해 구독 등록을 하거나 프로그램을 내려 받아 아무 때나 들을 수 있다.

셋. 홈페이지를 개편합니다. 민우회가 홈페이지를 개편한지도 어언 5년. 이제 다시 시작합니다.스마트폰 환경에 발맞춘 화면구성 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한 보다 쉬운 소통편리하고 정확한 검색서비스 제공 등좀 더 멋진 모습으로 여러분과 만나겠습니다.

<함께가는 여성> 이 올해부터 총회 결정사항에 따라 상반기, 하반기 두 번 발행됩니다.

발행 횟수가 줄어드는 만큼 더 알찬 내용으로 찾아뵙겠습니다.

Page 3: 함께가는여성 2014 상반기 21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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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처 한국여성민우회 발행인 박봉정숙 김민문정 편집인 최진협 발행일 2014년 6월 27일 통권 217호 편집위원 노재윤 배범호 이선미 육진아 최원진 최혜영

주소 서울시 마포구 월드컵로26길 39 (성산동 249-10) 시민공간 나루 3층 전화 02-737-5763 전송 02-736-5766 이메일 [email protected] 디자인 디자인이즈

www.womenlink.or.kr

민우ing 무엇이 그/녀를 아프게 할까? • 02

르노삼성자동차 성희롱 사건 : 성희롱 피해자와 조력자에 대한 불이익 조치의 집약판 • 06

좋은 집을 지읍시다 • 10

스토킹 범칙금이 8만원이라는 현실에 문제를 제기하다 • 14

청와대의 목소리만 들리니 • 18

기획 지금 여기. 잊지 말고, 기억하기 • 22

키워드로 기억하기 • 23

이야기로 기억하기 • 24

끝나지 않은 이야기 : 밀양송전탑 • 26

우리는 ‘집단 기억의 힘’을 경험하는 광장에 다시 한 번 서 있다 • 28

민우스케치 민우 액션 등 • 30

봄, 5월, 민우회 바자회 • 32

모람활짝 오픈소모임 : 우리 소모임에 놀러오세요 • 34

회원이야기 민우회 회원들이 궁금하다고요? : 회원팀이 건네는 자문자답 시간! • 36

문화산책 영화<한공주> : 공주의 시간에 들어가보기 • 38

나의 노동이야기 나쁜 배려 : 누군가를 배제시키는 것이 배려일까? • 40

활동가 다이어리 파리 안녕! : 골목을 돌아 만나는 작은 공원에서의 쉼 • 42

아홉 개의 시선 다시 처음의 마음으로 • 44

지부소식 • 46

민우 알림 • 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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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상반기

Page 4: 함께가는여성 2014 상반기 21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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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우ing

친구의 어머니가 직장암으로 투병 중이셨다.

어느 날 친구가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

어머니가 수술 이후 배변 조절이 안 되어 불편해하셨는데,

의사는 ‘살아남은 게 어디냐’고 말하며

대수롭지 않은 일로 넘기더라고.

물론 생존은 중요한 문제다. 의료의 목적은 육체적 고통을 경감시키고 환자를 생

존케 하는 일일 것이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그렇듯 중증질환을 겪는 사람에게 주어

진 시간은 단지 ‘살아남기’ 위한 것은 아닐 것이다. 설령 매우 짧은 시간 지속될 뿐이

라 하더라도 그 ‘삶’은 언제나 생존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더욱이 우리는 ‘한창 일할 나이’라는 4~50대에 암이나 뇌혈관계 질환, 심장질환

등 큰 병을 경험했다는 사람을 드물지 않게 접한다. 2011년 국립 암센터 자료에 따르

면 유방암의 경우 발병률 자체도 꾸준히 늘고 있지만, 연령대별 발병률 중 40대가

35.3%로 가장 높다. 암환자의 의학적 완치율로 여겨지는 5년 생존율은 66%가 넘는

다. 검진 기술과 치료 기술은 발전을 거듭해왔다. 즉, 중증질환 병력(病歷)을 가지

고, 짧지 않은 생을 살아가는 사람이 많아진 셈이다. 그러나 통계는 생존에 대해서만

말해줄 뿐이다. 우리 사회가 그 ‘삶’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무엇이 그/녀를 아프게 할까?

김진선(제이) | 여는 민우회 여성건강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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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상반기 3

환자가 되어 사라지는 사람들

우리 엄마는 자기 친구들한테 (딸이 아프다고) 하나도 얘기 안 했어요. “왜? 엄마는

내가 창피해?” 이랬더니 “그게 아니라 사람들이 그런 거 걸리면 얼마나 말이 많은

줄 아느냐”, “네가 몰라서 그런다”고 막 그러더라고요. (...) 내가 암 걸리고 나니

까 옛날 친구들이나 주변에서 와서는, “사실은 나도 유방암이야. 근데 나 아무한

테도 말 안했어.” 신랑하고 자기 엄마아빠 밖에 모르고, 시어머니, 형님도 모르고.

이런 친구들이 있더라고요.

- K(44세/유방암)

“아, 저 유방암이에요”라고 말했는데, 딱 그 말을 하는 순간 갑자기 내가 확 약자

가 된 느낌이 드는 거예요. 친구들한테 말할 때는 그런 걸 못 느꼈는데, 나를 모

르는 낯선 사람에게 말할 때에는 내가 굉장히 약자가 된 느낌이 들었고.

- M(43세/유방암)

큰 병에 걸린 사람은 갑자기 ‘환자’가 되어 주변에서 사라진다. 투병하는 이들의 이

야기는 ‘전해져’온다. 주로 ‘발병-진단-치료-완치/죽음’과 관련된 의료의 문제로,

아니면 곁눈질하고 수군거리는 대화의 소재 정도로 다뤄진다. 또는 비극적이거나 감

동적인 사연으로 부각된다.

사실 질병 경험은 일상에서 연속된다. 투병 당사자는 병과 함께 수많은 변화를 거

치며 자신을 새로이 쌓아간다. 하지만 타인들에게 중증질환은 일상 바깥의 사건처

럼 인식되곤 한다. 그래서 병을 겪은 사람은 그저 ‘환자’라는 정체성으로만 불러 세워

지거나, 때론 사건이 ‘끝난’ 것처럼, 병을 ‘극복’하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살아가

기를 암묵적으로 종용 받는다.

이는 개인의 태도에 달린 일이 아니다. 우리 사회에서 질병 경험은 매우 제한적인

방식으로만 재현된다. 여전히 환자를 낙인찍고 배척하는 문화가 만연해 있다. 건강

한 사람만을 기준으로 하는 일터는 아픈 사람들을 더 멀어지게 한다. 투병과 복귀의

과정에서 당사자가 실제로 무엇을 경험하는지는 사회적으로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복잡한 삶, 구체적인 일상의 모습이 삭제될 때 그 존재는 독자적 개인이 아닌 집단

으로 뭉뚱그려진다. 그렇게 ‘우리’와 ‘저들’은 구분된다. ‘건강한 사람들의 세계’는 큰

병을 겪는 사람들을 ‘저들’로 묶어냄으로써 유지된다. ‘저들’은 목소리가 아닌 이미지

로 나타난다. 죽음과 고통, 비극, 취약함의 이미지다. 그 이미지를 공유하는 많은 사

람들은 큰 병에 걸리면 삶이 다 무너지기라도 할 것처럼 불안해하고 두려워한다. 그

리고 그 불안을 달래기라도 하듯 건강검진, 건강보조식품, 보험에 대한 말들에 촉각

을 곤두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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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우ing | 무엇이 그/녀를 아프게 할까?

투병 이후에도 지속되는 일상 그리고 이야기

제가 젊어서 아팠잖아요? 그니까 아프고 난 이후에 사회생활을 하는 것에 대한

정보가 없어서 앞이 좀 막막했던 거 같아요. 그 이후의 삶. 물론 50%라는 확률

이 절망스럽기는 했지만 저는 나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나은 다음에는 뭐 하지?’

그게 되게 막막했어요.

-J(45세/유방암)

환우모임에 참여하다가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이렇게 사는 게 나에게 행복일까.

나는 원래 이기적인 사람이긴 하지만, 매일같이 건강만 생각하고 나만 생각하며

사는 게, 이렇게 80을 산다 한들, 내가 사람으로서 살아가는 것에 의미가 있을

까. ‘그래, 내가 재발을 해서 죽는다 하더라도 원래 내가 가치 있다고 생각했던

일들을 하며 살아야 되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

-K(44세/유방암)

중증질환을 겪은 사람들도 ‘일상’을 살아간다. 여전히 복잡다단한 일상이다. 병의

완치 말고도 다양한 목표와 지향을 갖고 살아갈 것이다. 여전히 생활인으로서 나날

의 살림살이를 꾸려가야 할 것이다. 환자라는 정체성으로 환원될 수 없는, 즉, 여성

으로서, 노동자로서, 가족구성원으로서, 시민으로서 복합적으로 겪는 경험과 고민

이 있을 것이다. ‘발병과 완치’의 서사로 다 담을 수 없는 일상의 이야기가 무수히 존

재할 것이다.

그리고 제각각 다른 그 삶도 지금 여기를 함께 딛고 있다. 성별

과 직업에 따라 자원이 달리 주어지는 사회, 현대의학에 대한 맹

신과 불신이 공존하는 사회, 불안과 경쟁이 어디에서나 화두인

사회. 중증질환을 겪는 사람들도 다양한 방식으로 기존 구조와

구도에 적응하거나 협상하고, 저항한다. 그 이야기는 투병 경험

이 없는 많은 사람들과 겹쳐질 수도 있고, 잘 보이지 않던 이 사회

의 면모들을 새로이 펼쳐 보이기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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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상반기 5

아픈 여자들의 일상:복귀 프로젝트

사람들이 다른 이야기를 할 때

세계는, 빠르게는 아닐지라도 필연적으로, 변화한다.

- 아서 프랭크, <몸의 증언> 中

여성건강팀은 올해 <아픈 여자들의 일상:복귀 프로젝트>라는 사업을 통해 중증

질환을 겪어내고 일상에 복귀한 25명의 여성들을 인터뷰한다. 여성들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고 전함으로써 ‘투병’과 ‘복귀’를 개개인의 과제가 아닌 공동체가 함께 관

심 가져야 할 이슈로 재조명하려 한다. 25명의 이야기는 투병 당사자의 주변인, 지역

사회, 의료기관, 직장에 어떤 변화가 필요할지에 대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조언을

해준다. 여성건강팀은 인터뷰 내용을 기반으로 한 소책자와 영상 제작, 연구 분석 발

표와 정책 제안을 통해 이 이슈를 알려나갈 예정이다.

‘취약함’에서 벗어나기 위해, ‘강자’로 남기 위해 모두가 아등바등한다. 취약한 위

치에서 경험하는 구체적 현실을 외면한다면, 사실은 우리 모두와 관련된 고통과 곤

란함 들이 개인의 책임으로만 남을 것이다. 계속해서 불안하고 외로울 것이다. 아픈

여성들의 이야기를 통해 몸의 취약성을 지극히 자연스러운 삶의 일부분으로 받아들

이는 사회를 상상해볼 수 있지 않을까? 서로 다른 몸의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배울 수 있지 않을까?

김진선(제이)요즘 건강이 큰 걱정거리인 건강팀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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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우ing

르노삼성자동차 성희롱 사건

성희롱 피해자와 조력자에 대한 불이익 조치의 집약판

김나현(용가리) | 여는 민우회 여성노동팀

르노삼성자동차에서 직장 내 성희롱 사건이 일어났다. 처음 이 사건이 사회적으로

알려진 것은 올해 2월 4일 SBS [현장21]이라는 시사 프로그램에서 르노삼성자동차가

피해자와 그를 도운 동료에게 가한 반인권적인 행태들이 다루어지면서였다. 이후 민

우회를 비롯한 14개 여성·노동·사회단체들이 한데 모여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하

였고, 수차례 항의 집회와 기자회견을 가졌고, 고용노동부에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

불이익 조치 위반으로 고발하였으며, 대대적인 시민 서명운동을 펼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사의 태도는 변하지 않았다. 결국 공동대책위원회는 5월 19일, 프랑스

르노 본사의 카를로스 곤 회장과 주요 임원들을 향해 공개서한을 발송하기에 이르

렀다. 프랑스 르노 노조와 국제금속노조 등에서도 르노 측에 사건 해결을 요구하겠

다는 답변을 전해왔다.

SBS <현장21> ‘갑의 희롱, 을의 비명’ 中

르노삼성자동차 본사 앞 기자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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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상반기 7

법과 원칙과 상식이

통하리라는 기대

사실 처음 민우회가 이 사건을 알게 된 것은 2013년 5월경이었다. 피해자가 여성노

동상담실에 장문의 이메일을 보내왔다. 이때만 해도 피해 당사자와 노동상담원들은

사건이 지금과 같이 확대되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당시 피해자는 1년 간 계속되

어 온 성희롱을 참다못해 회사 임원에게 피해 사실을 보고하였고, 그 임원은 오히려

‘너와 가해자 둘 다 그만두는 것이 깔끔하다’며 신고하지 말고 조용히 사직하라고 종

용하였다. 상담을 하면서 민우회는 법률에 명확하게 규정된 ‘성희롱 피해 발생을 주

장하는 근로자에게 해고나 그 밖에 불리한 조치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남녀고용평

등과 일`가정 양립지원에 관한 법률 제 14조 2항) 는 조항을 이야기하였다. 피해자에

게 사직하라고 압박하고 사건을 은폐하려 한 상사의 행위는 법을 위반한 매우 문제적

인 행동이다. 민우회는 피해 당사자와 함께 회사에 정식으로 사건을 조사하고 해결

할 것을 요구하기로 하였다. 대기업이고 회사 내 고충처리절차에 대한 내규와 절차가

잘 구비되어 있었기 때문에 회사가 원칙에 따라 공정하게 해결할 것이라 생각했다.

직장 내 성희롱 사건의 책임과

기본 원칙조차 외면한 르노삼성자동차

회사에 마련된 제도에 따라 조사가 이루어지고 징계위원회도 열렸다. 그러나 그것

은 그저 형식일 뿐이었다. 1년여 간 일상적으로 계속된 집요한 구애 행위와 신체접촉

등에 대해서는 ‘증거불충분’, ‘합리적 여성의 입장에서 성적 수치심을 일으킨다고 보

기 어렵다‘고 했다. ‘오일 마사지를 해줄까?’라는 발언 그 자체에 대해서만 성희롱을

인정하였고, 가해자에게 ‘성희롱 및 음주상태에서 시험용 차량 무단 반출’의 사유로

정직 2주의 징계를 내렸다. 징계위원회 구성이 거의 대부분 고위직 남성들인데, 합리

적 여성의 입장은 대체 누가 판단하는가? 대체 정직 2주 중 성희롱에 대한 징계는 얼

마 만큼일까? 행위에 비해 너무 가벼운 처벌이 아닌가? 피해자로서는 회사의 결정

어느 것 하나 납득이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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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우ing | 르노삼성자동차 성희롱 사건 : 성희롱 피해자와 조력자에 대한 불이익 조치의 집약판

가장 고통스러운 것은 상사의 낙인과

동료들의 차가운 태도

‘침묵하지 않겠다!’고 용기 내어 회사에 문제제기한 이후로 피해자는 충격적인 일

들을 겪어야만 했다. 조사 과정에서 했던 진술들이 피해자를 보호하고 비밀을 엄수

해야 할 인사팀을 통해 ‘여자가 먼저 꼬셨다더라.’ 라는 식의 소문으로 왜곡되어 유포

되었다. 직속상사인 가해자는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자기 입장을 항변했고, 공공연

히 피해자를 모욕하였다. 다른 상사들도 교묘하게 혹은 노골적으로 ‘너는 내 눈밖에

났다’는 것을 행동으로 드러냈다. 가해자는 2주 징계 후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주

요 보직으로 복귀하였다. 회사에서는 그 어느 누구도 피해자와 함께 하려 하지 않고,

말조차 섞으려 하지 않았다.

그렇게 모든 구성원들이 피해자를 배제하고 고립시킬 때, 유일하게 다가와 도와준

여성노동자가 있었다. 그는 피해자가 겪는 이 상황이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았다.

힘들어하는 피해자 옆에서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위로하고, 소문이 유포된 진원지가

인사팀이라는 증거를 포착해 피해자에게 전달해주었다. 그는 피해자를 돕는 자신의

행동이 정의롭고 올바르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곧 상사로부터 ‘인사팀에서 피해자와

어울리지 말라고 하더라.’는 경고를 듣게 되고, 결국 자신을 표적으로 한 보복성 징계

까지 받게 된다. 사유는 근태불성실, 정직 1주였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보복 행위들

피해자와 조력자는 서로를 의지하며 이성적이고 체계적으로 회사에 맞서 나갔다.

논리를 만들고 증거자료를 최대한 수집했다. 노동위원회에서도 그들에 대한 징계가

부당하다고 판정했다. 그럴수록 회사는 더욱 더 완강하게 그들을 압박하고 불이익

행위의 수위를 높여갔다. 전문 업무를 맡아온 피해자에게 기존 업무를 박탈하고 서

무 업무만을 배정한다고 통보했다. 피해자와 조력자가 자신들이 받은 징계가 부당하

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자료를 모으자, 회사는 회사 기밀을 유출했다며 두 사람을

절도죄와 절도 방조죄로 형사 고소했다. 두 사람에게 직무정지를 내리고 각각 아무

Page 11: 함께가는여성 2014 상반기 217호

2014 상반기 9

집기도 없는 작은 독방으로 대기발령을 내렸다. 점심시간과 오전 오후 10분을 제외

하고는 이동을 금지하고, 개인적인 용무도 금지하였다. 두 사람은 하루 종일 빈 책상

에 멍하니 앉아있을 수밖에 없었다. 매일매일 갇혀 감시당하는 것 같았고 극심한 스

트레스에 시달렸다. 이렇게 언제 끝날지 기약 없는 대기발령 상태는 약 4개월 동안 유

지되었고, 르노그룹의 총 수장인 카를로스 곤 회장의 방한 시기가 되어서야 해제되

었다.

사건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현재 두 사람에 대한 대기발령이 철회되었고, 각자 기존의 업무로 복귀하여 열심

히 적응하려 노력하고 있다. 피해자와 조력자의 정당한 호소와 공동대책위원회의 행

동, 그리고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가 만들어 낸 결과일 것이다. 그러나 이것으로 불이

익 행위가 실질적으로 중지되었다고 볼 수는 없다. 르노삼성자동차는 아직도 자신

의 행위가 심각한 노동 인권 침해이며 불법 행위라는 사실을 전혀 인정하지 않고, 여

전히 두 사람을 괴롭히는 행위를 계속하고 있다. 회사는 대기발령을 철회한다고 통

보하는 자리에서도 형사고소 결과에 따라 징계를 다시 내릴 수도 있다며 경고했다.

노동위원회에서 회사가 피해자의 조력자에게 내린 징계에 대해 부당징계였다고 판

정했지만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행정소송을 제기하기도 하였다. 두 사람은 다시 또

무슨 불이익이 가해질까봐 여전히 불안해하고 있다.

두 사람이 바라는 것은 르노삼성자동차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반성이다. 그래야

만 폭력적인 불이익 조치로 고통 받은 두 사람이 다시 조직 내에서 안전하고 편안하

게 생활할 수 있을 테니까. 프랑스 르노 본사가 제대로 역할을 하는지 지켜보겠다! 고

용노동부가 제대로 법을 적용하고 판단하는지 주시하겠다! 르노삼성이 언제까지 그

렇게 뻔뻔하게 나올 수 있는지 끝까지 지켜보며 모든 행동을 다할 것이다!

김나현(용가리)유연애져라~유연해져라~주문을 외워본다

Page 12: 함께가는여성 2014 상반기 21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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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우ing

좋은 집을 지읍시다

권박미숙(먼지) | 여는 민우회 성평등복지팀

1000에 35로 서울 시티 지하 투어

민우회원 B는 서른을 맞아 독립을 결심했다. 비혼으로 독립하겠다고 나서는 딸에

게 부모님은 원조 없음을 선언하셨고, B 역시 자기 힘으로 독립하기를 원했다. 틈틈

이 모은 보증금은 1000만원, 월세도 35만원까지 각오했다. 그리고 서울에서 그나마

시세가 싸다는 은평구의 부동산을 찾았다. 부동산의 첫마디는 이랬다. ‘아가씨, 반

지하랑 옥탑, 둘 중에 어느 쪽으로 알아볼래요?’

추위에 약한 B는 반 지하를 선택했다. 그리고 시작된 은평구 지하 투어. 낮에도 어

둑한 집안, 공기에 배여 있는 눅눅함, 어김없이 번식중인 곰팡이의 대행진을 보며 정

녕 지하에서 독립생활을 시작해야하나 고민이 많았다.

가끔 부동산에서 지상으로 데려가기도 했다. 반 지하 집들은 방 2칸에 작은 부엌

이 딸린 구조였는데, 겨우 반 층 지상으로 올라가자 방은 1 칸으로 줄었다. ‘혼자 사니

까 뭐’라며 기운을 내보았지만 현관을 열자 등장한 사다리꼴 모양의 집에 다시 좌절.

그 후 마름모꼴 집, 삼각형 집, 1층인데 방문을 열면 바로 길거리인 집, 건물 주차장에

벽을 쳐서 방으로 개조한 집 등 건축 기법의 한계를 뛰어 넘는 각종 집들 앞에 무릎을

꿇었다. 세상에 터무니없는 집들이 이렇게 많을 줄이야. 그리고 그 중 한 집이 내 집

이 될 줄이야.

Page 13: 함께가는여성 2014 상반기 217호

2014 상반기 11

결국 문제는 돈이라서

그래도 행운의 여신이 B의 독립을 축하하는지, 운 좋게 이제까지와는 다른 집이

등장했다. 3층 연립주택에 3층, 방 하나에 부엌 겸 마루가 있고 부엌 옆에는 창고로

쓸 수 있는 보일러실까지 딸린 네모반듯한 집이었다. 바닥이 울퉁불퉁하게 꺼져 있

긴 했지만 그나마 이게 어딘가. 만세를 외치며 득달같이 계약 성사! 그러나 그 집의 겨

울은 혹독했다.

오래된 집이라 단열이 거의 되지 않았다. 벽이 있지만 매서운 바깥바람을 집 안에

서도 느낄 수 있었다. 보일러를 켜도 가스비만 올라갈 뿐 집은 절대 따뜻해지지 않았

다. 설상가상 보일러를 켜기만 하면 단열재 없는 벽에 결로가 생겨 곰팡이가 스멀스

멀 번식을 시작했다. 이를 덜덜 떨며 자다가 이불에 하이킥을 하던 밤, B는 생각했다.

이런 집을 사람이 살라고 세를 놓다니, 심지어 한 달에 35만원이나 받고! B는 집주인

에게 말해 보았다. “어르신... 집이 너무 추워요...” 마음속으로 월세 협상을 기대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 “추워야 건강하제~ 북한이랑 전쟁나면 우

리가 절대 못 이기는 이유가 뭔지 알아? 북한이 춥거든! 그래서 체력이 엄청 좋은 거

라!”

결국 문제는 돈인가, 어쩐지 먼 곳을 응시하게 된다. 그러게 왜 부모님 집 두고 나와

사서 고생인가, 후회를 할까 말까 눈가가 촉촉해진다. B뿐만이 아니다. 저소득 세입

자로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반지하 침수의 서러움, 집주인과의 신경전,

곰팡이와의 전쟁, 모진 외풍을 버텨낸 혹한기, 억울하게 돈 떼인 사연이 있다. 그리고

생각하게 된다. 영어 공부해서 돈 더 주는 직장을 잡아야지, 더러워도 꾹 참고 이 직

장에서 버텨야지, 결혼을 해야지, 부모님이 한 밑천 떼 주시진 않을까? 로또라도 됐

으면.

세상의 모든 B씨들을 위한 집

집은 단지 집 문제로 그치지 않고, 삶에 대한 자세에도 영향을 끼친다. 그렇기 때

문에, 집을 단지 돈 문제로 놔두지 말자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복잡한 걱정과 불안

을 떨치고 가장 중요한 사실 하나만 생각해 보자. 그건 바로 집은 누구에게나 필요하

다는 사실이다. 그 사람의 나이, 가족 상황, 결혼 유무, 경제력 여부와 상관없이 집은

필요하다. 물론 그 집은 겨울에도 포근하게 잠들 수 있고, 장마철에도 물에 잠기지

않으며, 집주인과 실랑이를 하지 않아도 터진 수도는 당연히 수리되는 그런 집이어

야 한다.

Page 14: 함께가는여성 2014 상반기 217호

12

민우ing | 좋은 집을 지읍시다

그런 집이 돈을 더 버는 것 말고 무슨 방법으로 생길 수

있을까? 몇 가지 새로운 제도를 상상해 보자. 예를 들어

‘최저주거기준 현실화’ 같은 것. 주택법 제5조 2,3항에는

‘국민이 쾌적하고 살기 좋은 생활을 영위하기 위하여 필요

한’ 최저주거기준이 명시되어 있다. 거기에는 ‘최소 주거면

적, 필수적인 설비의 기준, 안전성과 쾌적성 확보 기준’* 같

은 것이 쓰여 있다. 다만 아주 애매모호하게 쓰여 있고, 벌

칙 조항이 딱히 없어 안 지켜도 별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이 최저주거기준을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조항으로 바꾸

고, 실제로 건물을 지을 때 꼼꼼히 적용하게 한다면 어떨

까? 1000에 35로 집을 구해도 B씨가 살 수 있는 집들이 그렇게까지 서글프지는 않았

을 것이다.

또 임대차 계약 관련 제도를 정비하면 세입자도 ‘을’이 아닐 수 있다. 지금은 집수리

에서 임대료 인상까지, 모든 것이 집주인 마음에 달려있다. 고장이 생겨도 세입자의

관리 소홀을 탓하면 억울하지만 당장 살기 불편하니 내가 고칠 수밖에 없다. 임대료

인상도 마찬가지, 임대차보호법에 따르면 재계약시 전임대료의 5% 이상은 인상할 수

없지만, 싫다고 하면 집주인은 재계약을 거부하고 다른 세입자를 찾으면 그만이다.

집수리에 대해 세입자와 집주인 사이의 권리와 의무가 명시된 표준임대차계약서**

가 통용된다면, 집수리 문제는 갑을관계가 아닌 법적 의무와 권리의 장에서 해결 가

능할 것이다. 또 같은 세입자와 재계약 할 때만 임대료 인상률을 제한하는 게 아니라,

세입자가 바뀌어도 전 임대료의 몇 % 이상은 올릴 수 없게 제도를 정비하면 오른 집

세 때문에 억울한 이사를 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세입자의 정치를 시작하자

‘돈 없는 세입자도 맘 편히 살 수 있는 집’을 만들기 위한 아이디어들은 이외에도 많

을 것이다. 민우회 성평등복지팀에서는 2014년 한 해 동안 그런 집을 만들기 위한 운

동을 한다. 개인적인 경험으로 흩어져 있는 세입자들의 서럽고도 소중한 집 이야기

* 국토해양부 공고 제2011 - 490호

** 일례로 서울시는 보도자료(2014. 3. 19)를 통해 ‘현재 통용되는 임대차계약서에 주택 수선 유지관련 내용이 아예 빠져있어 임차물의 사용 수리 등과 관련, 세입자와 집주인 책임범위가 불명확해 많은 분쟁이 일어나고 있다’며 임대 임차인간 권리 의무를 구체적으로 명시한 ‘서울형 전월세 표준계약서’를 시범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같은 시도가 보편화되기를 바라본다.

EBS 다큐프라임 <복지국가를 가다> 中 독일 집주인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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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상반기 13

를 모아 정치적인 힘으로 키우려고 한다. 모여서 서럽던 지난날도 나누고, 세입자로

살다보면 꼭 필요한 집 보는 노하우와 집주인 대처법도 나누고, 그러다 보면 무슨 제

도가 생겼으면 좋겠다거나 무슨 제도는 꼭 바꾸고 싶기도 할 것이다.

4~6월에는 비혼여성 세입자들의 주거 경험을 발굴하는 ‘나의 집이야기’ 인터뷰를

진행했고, 곧 민우회 블로그를 통해 연재된다. 하반기에는 ‘세입자 주거권 액션단’도

활약한다. 액션단은 세입자 주거권 가이드북 「HOUSE & PEACE」제작, 주거 복지 관

련 강의 기획 등 널리 세입자를 이롭게 하고 주거권을 드높이는 활동을 할 예정이다.

이 대목에서, 그런데 왜 콕 찍어 비혼여성 세입자? 라는 의문이 생길 수 있을 것 같

다. 비혼여성은 결혼하면 그래도 있을지도 모르는 신혼집 가족지원도 없고, 같은 연

령대의 남성에 비해 임금 수준이 낮은 경우가 많고, 집주인과의 갑을 관계 안에서도

‘사모님’이나 ‘사장님’에 비해 불리한 ‘아가씨’이다. 그러니까 이들 중에는 한국 주거 복

지 제도의 척박함을 온 몸으로 경험한 이들이 많지 않을까. 또 이런 비혼여성이 집 걱

정이 없을 만큼 세입자의 주거권이 보장되는 사회라면 누구나 집 걱정 없는 사회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아마 그럴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집이 단지 복지가 아닌 성평등복

지여야 하는 이유이다.

QR코드를 찍으면

<세입자 주거권 가이드북 : HOUSE & PEACE>

제작비를 후원하실 수 있어요!

권박미숙(먼지)좋은 삶을 살기 위해 주거복지 운동과 더불어 스트레칭을 열심히 합시다.

Page 16: 함께가는여성 2014 상반기 217호

14

민우ing

지난 3월 전(前)데이트 관계였던 남성으로부터 지속적인 스토킹 피해에 시달

리다 살해된 여성의 사건이 세간에 알려졌다. 피해자가 목숨을 잃는 상황이 발

생하고 나서야 피해의 심각성이 가시화된 것은, 스토킹의 특수성과 피해를 고

려하지 않은 채 8만원의 경범죄 범칙금**으로 규율할 수 있다고 여겼던 우리 사

회의 안이한 현주소를 여실히 드러냈다. 피해자는 수많은 괴롭힘과 위협을 지

속적으로 경험했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가해 행위를 제재하고 피해자의 안전

을 담보할 수 있는 법제도와 사회적 인식이 있었더라면 살인과 같은 극단의 결과는 피할 수

있었을지 모른다. 스토킹 피해 중단을 위한 사회적 개입이 절실하다. 그러나 지금의 경범죄

로는 해결할 수 없다. 법제도와 사회적 인식이 변하지 않는 한 지금의 현실은 바뀌지 않을 것

이다. 이에 왜 스토킹을 경범죄로 해결할 수 없는지, 무엇이 필요하며 변화해야 하는지를 짚

어보고자 한다.

누구나 겪을 수 있는 피해

스토킹 상담은 전체 성폭력 상담에서 5%정도를 차지한다. 수치상 높은 비율은 아니지만

스토킹 문제에 주목해야하는 것은, 스토킹은 단회의 피해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피해가 지

속적으로 발생하며, 현재도 진행되며 점차 피해 상황이 악화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와 한국성폭력상담소가 지난 3년간 상담을 통해 만난 스토

킹 피해자는 총 240명으로 이중225명(93.8%)이 아는 사람에 의한 피해를 겪은 경우였다. 특

히 225명 중 136명인 56.7%가 (전)데이트 관계의 사람에 의한 피해를 겪는 것으로 나와 스토

킹이 친밀한 관계에서 다수 발생함을 알 수 있다. 스토킹은 유명인이나 젊은 여성에게 국한

된 피해라는 통념이 있는데 대부분은 친밀했던 사람에 의한 것으로, 스토킹은 남녀노소 누

구나 겪을 수 있는 피해이다.

스토킹 범칙금이 8만원이라는 현실에 문제를 제기하다*

이선미(썬) | 여는 민우회 성폭력상담소

* 2014년 4월 16일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와 한국성폭력상담소가 공동으로 기획하여 스토킹 피해 중단을 위한 인식 변화와 법제화를 촉구하는 토론회를 진행하였다. 최근 3년(2011.1.1-2013.12.31)간의 스토킹 상담일지 분석을 진행하였고 통계와 사례를 통해 피해 경험의 목소리를 담은 현실을 전하고자 했다. 본 글은 토론회의 발제문을 바탕으로 작성한 것임을 밝힌다.

** 2013년 3월 신설된 경범죄 처벌법 ‘지속적인 괴롭힘에 대한 처벌조항(3조1항 제41호)’은 상대방의 의사에 반해 지속적으로 접근을 시도해 교제를 요구하거나 잠복해 기다리는 등의 행위에 대해 8만원의 범칙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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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상반기 15

반복되고 지속될수록 심각해지는 피해

스토킹 피해 이외에도 성폭력 피해를 중복으로 경험한 피해자는 81명(33.8%)으로 나타났

다. 중복 피해로는 카메라 등 이용 촬영이 40명(31.7%)로 가장 높았고, 강간31명, 성희롱 24

명 등의 순으로 나타난다. 이때 스토킹이 아닌 중복으로 발생한 개별적인 단회의 성폭력 피

해로 가해자를 성폭력특별법이나 형법 안에서 건건이 처벌할 수 있겠지만, 이는 스토킹 자체

에 대한 제재 수단이나 방지가 될 수는 없다. 스토킹은 연속적이고 포괄적인 개념으로 묶어

바라볼 필요가 있으며, 지속적인 피해가 장기화 되어 악화될 수 있다는 특수성을 반영할 수

있는 처벌 규정은 없기 때문이다.

[표1] 스토킹 가해 방법 및 수단 (중복 파악)

(단위: 건수)

협박

소문 유포 52(8.7%)

169 (28.3%)

폭력 49(8.2%)

사진 및 동영상 유포 39(6.5%)

기타 29(4.9%)

실행

통신 및 사이버 상 괴롭힘 207(34.6%)

429 (71.7%)

불시 침입 및 배회 105(17.6%)

피해자에게 상해 입힘 51(8.5%)

소문 유포 11(1.8%)

사진 및 동영상 촬영 및 유포 8(1.3%)

가해자 스스로 상해 입힘 7(1.2%)

기타 40(6.7%)

합계 598(100%)

[그래프1] 아는 사람 세부 분류

<2011.1~2013.12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0% 10% 20% 30% 40% 50% 60%

12.5%

3.3%

2.9%

2.5%

2.1%

0.9%

0.4%

0.4%

)

56.7%

채팅상대자(인터넷)

4촌 이내 혈족

4촌 이내 혈족 외 친인척

(전)배우자

이웃

선/후배

교사

지인

직장 상사/동료/거래처

(전)데이트관계

12 1%

Page 18: 함께가는여성 2014 상반기 21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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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우ing | 스토킹 범칙금이 8만원이라는 현실에 문제를 제기하다

[표 1] 스토킹 가해 방법 및 수단을 보면 협박에 그친 사례와 침입, 상해 등 구체 실행까지

이어지는 등 다양한 피해가 복합적으로 발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데, 이중 240명 중 207

명(86.3%)에 해당하는 피해자가 겪고 있는 주요한 피해는 바로 통신 및 사이버 상 괴롭힘으

로 피해자와의 접촉을 시도하는 경우였다. 전화, 문자, 주변 배회 등 단회의 상황만 볼 때에

는 문제가 되지 않을 수위로 간주될 만한 일련의 행위들이 연속적이고 지속적으로 발생했을

때, 피해자는 일상생활에 심각한 침해를 느끼게 되지만 처벌 규정이 없기 때문에 가해자는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으로 간주되고, 피해는 ‘입증’ 앞에 힘을 잃거나 인정받지 못한다. 사례 1

‘입증’ 앞에 힘을 잃는 피해 경험

선배였던 가해자가 10년 이상 피해자의 학교 및 집근처를 배회하고 피해자를 좋아한다는

소문을 지속적으로 유포함. 학교를 다른 곳으로 진학했음에도 피해자의 학교에 자주 나타나고

피해자에게 전화하여 침묵하다가 끊는 전화를 지속적으로 거는 상황. 경찰에 신고하였으나

증거가 없어서 신고할 수 없다는 답변을 들은 피해자는 “차라리 때리기라도 하면 좋은데”라며

스토킹 상황에 대한 힘듦을 호소.

현행 법체계상에서는 물리적 피해가 발생하여 가시화되기 전에는 스토킹 피해에 대한 구

제도, 가해에 대한 규제도 어렵기 때문에 피해자가 가해자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피해

에 혼자 대응하기란 매우 버겁다.

범칙금 8만원으로는 해결할 수 없었다

사례 2

8만원으로 해결되지 않는 스토킹 피해

소개팅 한 남성이 만나주지 않는다며 직장과 집 앞을 배회하고 꽃과 선물을 보내며

지속적으로 괴롭히며 따라다님. 한 번은 신고를 하여 경찰이 출동했지만 가해자는 벌금

8만원만 냈을 뿐, 스토킹은 지속됨. 신고를 해도 지속되는 상황에 두려움을 호소.

피해자가 적극적으로 경찰에 신고를 했음에도 현행법상 스토킹은 경범죄에 해당하기에 8

만원의 범칙금만을 부과하였다. 경범죄로는 가해 행위가 중단되지 않았으며 피해 상황을 해

결할 수 없었다. 두려움을 느끼는 피해자의 안전은 확보되지 않았다. 경범죄로는 아무런 경

고나 제재 수단의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기에 스토킹에 대한 실질적 처벌 조항은 없는 것과 다

름없다. 또한 경범죄로 범칙금을 낸 스토킹 가해자에게 ‘가벼운’ 범죄 행위라는 왜곡된 인식

을 강화시켜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하게끔 학습하는 경험이 될 수 있기에 더욱 문제적인 상

황이다. 그렇다면 스토킹은 법제정만 되면 해결될까.

Page 19: 함께가는여성 2014 상반기 217호

2014 상반기 17

스토킹 피해에 대한 인식 변화가 요구된다

사례 3

‘둘이 만나서 잘 해결하라’는 현장 실무자

만날 것을 요구하여 거절 의사를 밝히자 몰래 촬영된 동영상을 유포하겠다며 지속적인 협박을

하고 괴롭히며 스토킹함. 피해자가 경찰에 도움을 요청하며 신고했지만, 경찰은 수사를

진행하지 않고 개인적 해결을 권유하며 “몰래 가지고 있는 영상의 복사본이 있을 경우 유포 등

보복할 수 있으니 일단 가해자랑 둘이 만나서 잘 해결해서 영상을 지우게 해라”라는 부적절한

안내를 받은 상황에서의 불안을 호소함.

법도 사람이 하는 일. 현장 실무자의 인식이 부재하면 스토킹은 해결할 수 없다. 해당 사

례의 경찰은 지속적인 협박과 괴롭힘을 겪고 있는 피해자의 상황을 전혀 스토킹이라고 인지

하지 못했다. 이에 공적 해결을 원하는 피해자에게 ‘개인적 해결법’을 안내하며 스토킹 가해

자와 둘이 만나서 잘 해결하라는 말로 위험을 피해자 혼자 감당해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았

다. 이미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행동하고 있는 가해자를 설득하라고 하는 것은 피해를 경

험하는 피해자에게 더욱 고립감을 느끼게 하기에, 매우 문제적이고 인식 제고를 위한 조치

가 시급하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스토킹 법안들을 살펴보면 스토킹 행위의 위법성을 판

단하고 결정하는 주체가 사법경찰관리와 검사, 경찰서장, 판사 등으로 법적 개입과 조치를

위한 해석의 역할을 맡게 되기 때문에 이들이 스토킹에 대한 이해가 부재하거나 잘못된 통

념을 가지고 있을 경우 스토킹을 더욱 사소한 개인의 문제로 여길 수 있고 법제도가 마련되

어도 적용하지 않는 문제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때문에 법제정은 스토킹의 배경이 되는 일

상화된 폭력적 성규범에 대해 성찰하고 우리사회의 성폭력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는 토대위

에서 이뤄지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피해 경험과 현장의 목소리가 스토킹 입법 과정에

서 삭제되지 않고 반영되어야 한다. 스토킹 피해 경험을 법적으로 편입하기 위해서는 법적으

로 요구되는 증명력과 스토킹 피해 사이의 간극을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 이에 심각한 물리

적 피해가 발생하기 이전의 피해 경험을 포섭할 수 있는 스토킹 법제정이 매우 절실하다.

스토킹 피해 중단을 위한 디딤돌

스토킹 피해, 두려움과 싸우기 위해 혼자 힘을 내기란 불가능하다. 스토킹이 타인의 인권

을 침해하는 행위라는 인식과 피해에 공감하는 문화, 피해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힘을 모으고 보태야 한다. 이제는 대응에 힘을 실어 줄 더 많은 이들의 지지와 응원이 필요하

다. 혼자만의 두려움을 넘어 설 수 있는 사회적 인식 변화와 함

께 제도· 정책의 적극적 개입과 조치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 한

축에서 상담소도 스토킹 피해 중단을 위한 디딤돌을 놓고자 노

력할 것이다.

이선미(썬)파리 갔다 온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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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우ing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지 한 달하고도 2주정도가 지났다. 아직도 열 명이 넘는 실종

자가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기다리는 가족들의 마음도, 국민들의 마음도 점점 더 지

쳐가고 있다. 이런 우리를 더욱 지치게 만드는 것은 정부의 미온적인 대응과 이를 비

판하지 못하는 언론의 모습이다. 미디어운동본부는 지상파 3사의 메인뉴스가 어떻

게 세월호 참사를 보도하고 있는지 분석하기 위해, 사고 직후인 4월 16일~22일과 5월

5일~11일 2주 동안 모니터하였다.

분석을 위해 엑셀에 기초자료를 입력해야 했는데, 눈물이 나

올 때도 있고 너무 화가 나서 참을 수 없을 때가 많아 모니터를

하는 것이 참 힘들었다. 함께 분석을 했던 분들도 같은 마음이었

던 것 같다. 보고서를 쓸 때도 마찬가지였다. 최대한 공정한 시

각으로 써야한다는 생각에 폭발하는 마음을 억누르며 한 글자

두 글자 타이핑을 해내려갔었다. <세월호 관련 보도, 지상파 방

송은 매뉴얼대로 했나>, <조급증에 걸린 MBC, 청와대의 방송

KBS임을 확인시켜준 세월호 참사 보도> 이렇게 두 편의 모니터

보고서를 작성했는데, 그 중 가장 심각한 문제를 드러냈던 몇 가

지 보도를 함께 나누고자 한다. 자세한 내용이 알고 싶으시다면

두 편의 보고서를 읽어보시길 바란다.

청와대의 목소리만 들리니

이윤소 | 여는 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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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상반기 19

사고 직후, 동원 가능한 모든 장비와 인력이 현장에 투입됐습니다. 가장 먼저 사

고를 접수한 해경은 현장에 헬기와 경비함정을 급파해 곧바로 구조작업에 나섰습

니다. 투입된 경비함정만 81척, 헬기 15대가 동원됐고, 2백 명에 가까운 구조인력

이 배 안팎에서 구조작업을 벌였습니다. 군 당국도 육해공군 가릴 것 없이 전력을

총동원해 현장에 투입했습니다.

(KBS 4/16 <육·해·공 총동원 입체 수색>)

위의 보도는 사고 첫날 방송된 내용이다. KBS 뿐만 아니라 MBC <육해공 구조작

업 ‘총출동’>, SBS <수심 얕은 곳부터 수색..내일 구조함 도착>에서도 똑같이 엄청난

구조인력이 투입되었다는 보도를 내보냈다. 하지만 초동대처 미흡으로 인해 살릴 수

있는 사람들을 구조하지 못했다는 것이 밝혀져, 지상파 3사에서는 구조당국의 발표

를 그대로 인용할 뿐 취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세월호가 침몰한 뒤로 구조 당국이 동원하고 있는 잠수 요원은 모두 6백여 명입

니다. 이 요원들은 오늘 하루 40차례 넘게 선내 진입을 시도했는데요. 워낙 조류

가 세고 물이 탁해 오늘 저녁까지도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KBS 4/19 <선내 진입 수색 어디로, 어떻게?>)

실종자 가족들을 가장 애태우는 건 수중 탐색 자체가 더디다는 점입니다. 600명

이 넘는 잠수 요원이 있다지만 실제 투입되는 인원은 하루 수십 명에 불과합니다.

나흘째인 오늘에서야 잠수요원 50명이 현장에서 숙식 가능한 대형 바지선을 동

원하겠다는 대책을 내놨습니다.

(KBS 4/19 <’대규모 투입’에도…지휘 체계 문제 있나?>)

Page 22: 함께가는여성 2014 상반기 21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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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우ing | 청와대의 목소리만 들리니

시청자들을 혼란에 빠뜨리는 보도도 찾아볼 수 있었다. KBS의 4월 19일 4번째 꼭

지에서는 600명 넘는 잠수요원이 하루에 40차례 넘게 선내 진입을 시도 했다고 보도

했지만, 같은 날 15번째 꼭지에서는 실제 투입되는 인원은 하루 수십 명이라고 하고

있다. 이는 같은 날 보도에서 각기 다른 내용의 보도를 하는 것으로, 시청자들에게

혼란을 주기에 충분하며, 기자들 사이에서도 정보를 공유하고 있는지 의문을 던져

준다.

MBC와 SBS도 똑같은 문제점을 드러냈다. MBC <객실 진입했지만 시신만 수습>

에서는 500명의 잠수사들이 집중 수색하고 있고, 1인당 20분 이상 머무를 수 없다고

했다. SBS의 경우에도 하루에 한명 당 30분 정도 잠수 가능한데, 충분한 휴식 없이

반복 투입되다 보니 잠수병 위험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보도 했다. 이러한 보도는 얼

핏 계산해도 앞뒤가 맞지 않은 내용이다. 잠수사들이 하루에 한번 20분씩 투입되어

12시간 수색을 한다고 가정해도 하루에 물속에 들어가는 인원은 500명이 되지 않는

다. 그런데 500명이 집중 수색을 하고 있는데 왜 충분한 휴식 없이 반복 투입이 되고

있는지 도무지 이해 할 수 없다. 이는 결국 구조당국이 구조인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인데, 지상파 방송사들은 이에 문제제기하고 대책마련을 촉구

하기보다 500명 이상이 물속에서 수색작업을 하고 있는 듯 시청자들을 오인케 한 것

이다.

조급증에 걸린 우리사회가 왜 잠수부를 빨리 투입하지 않느냐며 그를 떠민 건 아

닌지 생각해봐야 할 대목입니다. (중략) 실제로 지난달 24일 일부 실종자 가족들

은 해양수산부장관과 해양경찰청장등을 불러 작업이 더디다며 압박했습니다.

(MBC 5/7 <슬픔과 분노 넘어서야>)

Page 23: 함께가는여성 2014 상반기 217호

2014 상반기 21

정확한 사실을 알려주지 않고 시청자들을 혼란에 빠뜨리고, 피해자 가족을 분노

케 한 것도 모자라 ‘조급증’에 빠진 국민을 훈계하기에 이르렀다. 초동대처 미흡으로

인해 살릴 수 있는 사람들을 구조하지 못했다는 것은 이미 기정사실이다. 그렇기 때

문에 실종자 수색에 박차를 가해야 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실종자들의 생

존 가능성은 희박해졌지만, 구조당국은 시신이 유실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하

는 상황이다. 그렇기 때문에 피해자 가족들의 조속한 구조작업 요청은 너무도 당연

한 일이다. 그런 피해자 가족들을 조급증에 빠졌다고 보도한 MBC는 제대로 그들의

마음을 헤아려 본 적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두 편의 모니터 보고서 이외에도 나는 KBS 시청자평가원 활동의 일환으

로 KBS의 세월호 참사 보도를 비평하는 내용의 방송을 했다. 하지만 그 내용이 녹화

되기 직전까지 몇 번의 수정요청을 받아야 했다. 막내기자들의 반성문, 김시곤 전 보

도국장의 기자회견, KBS 구성원들의 사장 퇴진 요구 등 엉망진창이었던 세월호 참사

보도에서 비롯된 KBS 사태를 바로잡고, 공영방송 KBS가 제 역할을 하길 바라는 마

음에서 쓴 문장들은 모두 지워졌다.

특히 ‘기자, 보도국, 사장 등 KBS의 뉴스를 만들어나가는 사람들이 변화’를 요구

하는 문장에서 ‘기자, 보도국, 사장’이라는 단어를 삭제해달라는 요구에 가장 화가

났었다. 그들의 주장은 뉴스를 만드는 사람이 사장은 아니니 ‘사장’이라는 말은 빼야

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김시곤 보도국장이 사퇴 기자회견에서 “사사건건 보도본

부의 독립성을 침해해 온 길환영 사장은 즉각 자진 사퇴해야 한다”는 발언을 통해 국

민들은 KBS 사장의 부적절한 보도 개입을 통해 KBS 뉴스를 엉망으로 만들고 있다

는 것을 알고 있다. 그들이 했던 주장은 거짓말 뿐더러 사장의 문제를 방송에서 직접

적으로 드러내는 것을 회피하고 있다고 밖에 보여지지 않는다.

녹화를 마치고 KBS 로비로 나오니 KBS 노조의 총파업 결의대회가 한창이다. 제대

로 대응을 하지 못하고 나온 직후라서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이번 파업으로 KBS가

정상화될 것이라는 장담은 할 수 없지만, 그들의 행보가 지금의 KBS의 모습을 바꿀

수 있는 기회가 되길 간절히 바란다. 그리고 청와대만 바라보는 KBS가 아니라 국민

을 위한 KBS가 되길 바란다.

이윤소세월호 관련한 국민들의 행동이 피해자 가족의 마음을 위로해주고 힘을 실어줄 수 있길 바란다.

Page 24: 함께가는여성 2014 상반기 217호

22

기획

두 달이 훌쩍 지났다

누군가에게는 천금보다도

무거운 시간

여는 민우회 편집팀

기획 소개 지금 여기. 잊지 말고, 기억하기

지난 두 달간 공중파를 위시한 수많은 매체들이 세월호를 이야기했고,

그 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세월호에 대해 말했다.

그 수많은 이야기와 말의 범람 속에서 우리는 문득,

“이것은 과연 ‘새로운 이야기’인가?”라는 질문을 해보게 되었다.

세월호는 어느 날 갑자기 가라앉았나?

세월호가 없었다면 우리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을까?

그 답을 찾다가 우리는 세월호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무것도 이야기하지 않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세월호 이전에 벌어졌던 많은 일들, 굳이 멀리 돌아가지 않더라도,

2014년 상반기 전국 곳곳에서 일어났고,

여전히 진행 중인 사건(사건이라 쓰고 참사라 읽는다)들이 있다.

세월호는 그 사건들의 현재이자 과거가 아닐까.

그래서 지금 여기,

잊지 말고 기억하자고 말하는 우리가 있다.

Page 25: 함께가는여성 2014 상반기 217호

2014 상반기 23

기획 1

키워드로 기억하기

육진아(육육) | 여는 민우회 편집팀

생명

2014년의 절반이 지나간 오늘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잦은 생명의 스러짐을 경험했다.

국가

합을 맞춘 것도 아닌데,

모든 경험의 프레임 안에서

괴물의 모습을 한 국가를 마주했다.

‘가만히 있으라.’

저항

분노, 슬픔, 고발, 절규, 행진... 우리는 아직도 세월호에 타고 있다.

기억

결국에 우리는 망각의 반대말을 꺼내들었다.

“잊지 않겠습니다.”

공동체

감히 국가를 대신할 우리의 공동체를 꿈꿨고 시작됐다.

연대

우리는 그것을 연대라 부르고,

이번 기획은 잊지 않기 위한 연대에 관한 것이다.

Page 26: 함께가는여성 2014 상반기 217호

24

기획 기획 2

이야기로 기억하기

여는 민우회 편집팀

모두가 스스로 기업 그 자체가 되었다. 이렇게 모두 스스로 생으로부터 자

신을 구해야 하는 독립적인 존재가 되었기 때문에 타인을 생각하기 어려워

진 것이다. 신자유주의는 우리를 개별적인 존재로 쪼개놓았다. 세월호는 신자유주

의 사회의 소우주를 단편적으로 보여준다. 만약 공의가 사라진다면 우리의 사회는

스스로 가라앉고 말 것이다. (중략) 오늘날처럼 인간의 삶이 순간적인 때도 없었다.

좋은 삶에 대한 공동(체)의 염려가 사라지게 되면서, 인간의 삶은 이전보다 더 생존

에 직면하게 되었다. 오늘날, 지속과 존립을 약속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침몰은

붙잡을 곳이 온전치 못하다는 사실로 그 원인이 소급된다. 이것이 현재에 대한 근

본감정일 것이다.

2014년 4월 30일,

웹진 <ㅍㅍㅅㅅ> 한병철 교수가

<Frankfurter Allgemeine Zeitung>에 기고한 ‘배는 우리 모두다’ 중에서

1

10년을 싸우면서 밀양 주민들이 품었던 질문 ‘이 나라는 대체

누구의 나라인가? 국가는 어디에 있는가?’, 그 질문을 많은 사

람들이 함께 품고 있는 지금, 국가가 버린 사람들인 우리들이 함께 손을

잡고 이 시간을 견뎌내길. 그 마음으로 얼마 전 4개 농성장에서는 세월

호 참사를 추모하는 촛불이 켜졌습니다.

2014년 5월 17일,

<밀양 긴급 뉴스레터> ‘129번 지킴이가

평밭마을에서 띄우는 이야기’ 중에서

2

편집자 주

이번 기획을 고민하면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지 말자고 의견을 모았다. 무심코 지나쳤을 이야기,

시간이 지나 잊혀졌을 이야기를 다시 꺼내 보는 것.

이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 동안 회자 되었던 글을

발췌해 보았다.

Page 27: 함께가는여성 2014 상반기 217호

2014 상반기 25

세 모녀와 송씨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주범은 무엇이고, 아버지에게 그런 선

택을 강요한 공범은 또 누구인가? 실직한 뒤

11살 아들을 다리 밑으로 내던지고 자살한 가

장, 자신이 죽으면 장애 들이 정부 지원을 받

을 수 있단 생각에 목을 맨 50대의 또 다른

아버지, 영양실조로 숨진 30대 청년, 기초생

활보장제도의 생계급여만으로 살 수 없다며

자살한 60대 부부…. 이들이 죽음이 아닌 삶

을 선택하도록 할 해법은 없었나? 없나? 그

답을 찾아 실행하는 데 각자 무언가를 하지

않는다면 비극은 우리, 아니 내 곁으로 다가

올지 모른다.

2014년 3월 2일,

<한겨레> 이창곤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장의

‘세 모녀 비극의 주범과 공범?’ 중에서

나는 난생처음으로 ‘수배자’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다. 떠올리면

가슴 두근거리고 당장 달려가고 싶은 강정마을과 구럼비를 진

심으로 사랑한 것이 죄라면 죄일까. <사랑은 무죄다>라는 노래처럼 ‘이

기분 이 느낌대로 가슴이 차오르는 이대로 들끓는 나의 마음을 너에게

주고 싶었던’ 마음을 갖게 된 것이 무죄가 아니고 유죄인 오늘을 살고

있다.

2014년 5월 20일,

<한겨레21> ‘오늘도 어김없이 11시엔

‘강정마약 댄스’를 춘다’ 중에서

3

4

전신에 화상을 입은 그는 4월17일 새벽, 동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서러운

생을 마감했다. ‘사고가 나서’가 아니라 ‘사고가 나도록 방치돼서’, ‘불이 나서’

가 아니라 ‘달아나지 못해서’ 죽었다. ‘장애등급제’라는 그를 죽인 범인을 똑똑히 알고

있는 동료들은 보건복지부 장관이 그 책임을 인정할 때까지 장례를 치르지 않겠다고

했다. (중략) 누군가가 조심스럽게 묻는다. “이렇게 위험한데도 시설 바깥의 삶이 좋

은 건가요?” 나는 단호하게 “그렇다”고 말한다. 수학여행을 가다가 배가 뒤집혔다고

수학여행 잘못은 아니잖아요. 그는 그저 사람답게 살고 싶었을 뿐입니다.

2014년 6월 9일

<한겨레21>홍은전 노들장애인야학교사의

‘당신에게 이 사회는 언제나 참사였구나.’ 중에서

5

철도 민영화를 막기 위해 파업을 결의하고, 철도노조 파업을 지지하며 촛

불을 밝힌 우리들은 당연한 삶의 ‘정치’를 행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당연

한 삶의 ‘정치’에 불법이라는 꼬리표를 붙이고, 무력으로 노조건물을 침탈하고 연행

하는 박근혜 정부는 무엇을 근거로 이러한 행위를 일삼는 것인가? 정당하지 않은

이들이 정당하지 않은 행동을 할 때 가장 먼저 손에 드는 것이 ‘폭력’이라는 것을

우리는 지난 시간을 겪으면서 보았다. 2008년의 광화문을, 2009년의 용산을, 2013

년의 밀양을 우리는 기억한다. 기억하는 우리는 방관하지 않을 것이다.

2013년 12월 22일,

<한국여성민우회> 성명서

“‘안녕’하기 위한 ‘안녕’치 못한 우리의 연대는 더욱더 단단해질 것이다!” 중에서

6

Page 28: 함께가는여성 2014 상반기 217호

26

기획

밀양 송전탑 건설

을 막기 위해 밀양 주

민들이 싸운 지 어느

덧 10년이 되어간다.

신고리 핵발전소에서

생산한 전력을 옮기

기 위해 765kv의 초고

압 송전탑을 건설하고 있고, 밀양에만 69기를 더 건

설할 예정이다. 그 사이 두 분의 어르신이 돌아가셨

고, 얼마 전 경찰 2000명이 동원되어 마지막 남은

농성장들을 철거했다.

‘밀양의 765kv 송전탑 69기’라는 높은 숫자처럼

밀양은 내 마음 속의 무거운 짐이었다. 도시에 사는

사람으로서 우리의 삶을 지속하기 위해, 모두가 전

기를 사용하기위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

기 때문이다.

그런데 밀양에서 어떤 할머니를 만난 후, 밀양에

대한 나의 시선은 180도 달라졌다. 만약 내가 밀양

주민이었더라면 전기를 펑펑 쓰고 있는 수도권 사

람들에게 소금을 뿌

리며, 여기가 어디라

고 오노! 하며 내쫓았

을지도 모른다. 그런

데 할머니는 “미안합

니더. 우리가 못 지켜

서. 서울 사람들이 이

렇게 와주고 고맙십니더.” 라며 눈물을 보이셨다.

할머니와 대화를 하면서 밀양 주민들은 자신을 위

해 싸움을 하는 것이 아니라, 탈핵을 위해, 밀양을

위해, 이 나라에 살고 있는 모두를 위해 싸우고 있

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공사를 강행하는 과정 또한 나에게 커다란 충격

을 주었다. 내가 올라가기도 벅찬 산길을 할매들은

매일 오르내리시며 산을 지켰지만, 한전과 경찰들

은 그런 할매들을 아랑곳하지 않고 공사를 강행하

고, 헬기장 앞에 만들어 놓은 움막을 강제 철거했

다. 연대자들과 주민들은 서로 팔짱을 끼고 움막을

지켰고, 청소년은 위험하다는 이유로 나는 그 광경

기획 3

끝나지 않은 이야기 : 밀양송전탑

공혜원 | 밀양지킴이

Page 29: 함께가는여성 2014 상반기 217호

2014 상반기 27

을 지켜만 봐야 했다. 위협적으

로 다가오는 공무원들을 보며

나는 경찰들에게 도와달라고

소리쳤다. 그렇지만 경찰들은

들어주지 않았다. 오히려 채증

을 하고 있을 뿐. 유한숙 어르신

이 돌아가시고, 분향소를 차리

기 위해 경찰들과 싸우는 모습

을 더 이상 서울에서 지켜만 볼

수 없어 밀양으로 다시 갔다. 분

향소를 함께 지키며 현장도 들

어갔는데, 그곳은 정말 아비규

환이었다. 할매들이 무슨 힘이

있다고 이렇게 많은 경찰들이

밀양으로 오는 걸까. 지팡이가

무기라며 빼앗아가고, 차도는

위험하다고, 차가 지나가야한

다며 경찰들은 우리를 차도 옆 낭떠러지로 밀었다. 한

전은 경찰 뒤에 숨어 웃음을 지었다.

나는 밀양 송전탑 싸움을 이길 것이라고 확신했다.

짓지 않아야 할 이유가 너무도 많으니까. 초고압 송

전탑을 마을 한가운데에 짓는다는 것도, 안전이 확

인되지 않은 원전을 가동시킨다는 것도 말이 되지 않

기 때문이다. 그리고 희망버스를 통해 이 싸움은 밀

양 주민들만 아파해야할 문제가 아님을, 많은 사람들

이 함께 하고 있음을 보았다. 그런데 송전탑은 점점

더 많이 세워졌고, 어느새 농성장도 4개만 남았다.

언젠가는 모든 농성장들이 사라질 수도 있겠다 싶었

지만, 6월 11일 그 날은 너무 빨리 왔다. 내가 먹고 자

고 할매들과 함께 했던 농성장들이 다 사라졌다. 사

람이 안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농성장을 강제 철거 했

고, 옷을 벗고 목에 사슬을 감은 할매들의 목에 절단

기를 갖다 댔다. 수녀님들과 할매들이 끌려나오고,

농성장은 그렇게 사라졌다. 그래서 밀양 송전탑 싸움

은 끝났나? 전혀 아니다.

우리는 계속 싸울 것이

고, 송전탑을 그 땅에서

뽑아낼 때 까지 싸울 것

이다.

밀양은 나의 고향이

다. 밀양에서 자고, 먹고,

일하고, 할매들과 함께

했던 나는 외부세력이 아

니라 내부세력이다. 우리

의 땅이고, 우리가 살아

가야할 땅이다. 밀양과

함께 하면서 탈핵을 배웠

고, 사람을 배웠고, 국가

의 이면을 알게 되었다.

무조건 가만히 있으라고

말하는 국가에게 난 더

이상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고 소리쳤다.

밀양에 가지 못해 죄송해하고 있는 분들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함께 가자. 글과 사진, 영상

으로 접하는 밀양과 현장에서 직접 보고 듣는 밀양

은 다르기 때문이다. 밀양 송전탑 싸움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든, 일단 밀양을 직접 만나보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우리는 절대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된

다. 한전과 경찰이 밀양에서 국책사업이라는 이름으

로 몰아붙인 폭력을 절대로 잊어선 안 된다. 돌아가

신 두 분의 어르신과, 지금도 여전히 싸우고, 아파하

고 있는 주민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밀양 송전탑은

우리 모두가 함께 해야 하는, 결코 끝나지 않은 싸움

이기 때문이다.

공혜원성미산학교에 재학 중이며, 녹색연합에서 인턴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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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기획 기획 4

우리는 ‘집단 기억의 힘’을 경험하는 광장에 다시 한 번 서 있다

이소희(바람) | 여는 민우회 회원

1

어렸을 때 풀이름, 나무이름을 물으면 엄마는 말

해주었다. “향이 좋은 이 나무는 라일락이야. 저 분

홍빛 꽃나무는 백일홍이야. 이것은 감자고, 저것은

토란이야.” 엄마가 일러준 풀이름, 나무이름은 신기

하게도 기억 저장소에 저장되었다. 그리고 길을 걷

다 라일락 향이 나면 곁에 있는 이와 함께 라일락 나

무를 찾았고, 분홍의 잔 꽃이 핀 나무 이름을 곁에

있는 이에게 알려주었다. 기억하려고 애쓰지 않았

는데 자연스럽게 내 안에 담기는 것들이 있다.

2

신입생이던 시절 봄날이었다. 검은 천이 행정관

건물 전체를 덮고 있었다. 검은 옷을 입은 한 무리

의 학생들이 하얀색 국화를 들고 있었다. 누군가의

추모식이었다. 목련과 철쭉이 흐드러지게 핀 이 봄

날에 누가 왜 죽었을까. 92학번 선배가 등록금 투

쟁과 대선자금 공개 요구 운동을 하다가 단식농성

후유증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새내기 시절,

치솟는 등록금을 막기 위해 싸우다가 사람이 세상

을 떠날 수도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선배

가 세상을 떠난 후 IMF 경제위기가 왔다. 그리고

10여년이 넘게 흘렀다. 대학등록금은 매해 껑충껑

충 뛰어올랐다. 대학생들은 800여만의 등록금을

내고 학교를 다닌다. 학교를 다니기 위해서 학자금

대출을 받고, 졸업 후 벌이의 상당 비율은 학자금

대출을 갚느라 삶이 빠듯하다.

3

고등학생 시절 대학교를 졸업하면 당연히 직장

을 가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어려운 문제라고 생각

하지 않았다. 하지만 1990년대와 2000년대는 달랐

다. 사회는 많은 것을 요구했다. 나는 사회가 요구

하는 스펙이라는 것을 제대로 갖추고 있지 않았다.

불안정한 일자리뿐이었다. 평생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이들은 공무원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

서 공무원이 되기로 했다. 강사의 얼굴이 기둥에 가

려 텔레비전을 화면을 보며 수업을 들었다. 곁에 누

가 있는지 궁금해 하지 않았다. 독서실의 작은 소음

에 신경질을 내며, 학원가 길거리 음식을 먹으며 끼

니를 때웠다. 모든 것이 재미없었다. 무채색이었다.

노량진 학원가에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던 그 시

절 전후부터 ‘평생직장’은 보편의 개념이 아니라 특

정 직업에 국한되는 개념이 되었다. 그리고 ‘비정규

직’은 이제 많은 사람들의 직업이 되었다. ‘비정규직’

이라는 말을 접할 때마다 한 사람이 떠오른다. 2003

년 10월에는 많은 사람들이 세상을 떠났다. 땅을 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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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상반기 29

고 살아야 하는 사람이 공중 크레인 위에서 세상을

떠났다. 노동조합을 만들었다는 이유로 탄압과 손해

배상, 가압류를 겪던 노동자도 세상을 떠났다. 그리고

비정규직 노동자 이용석씨가 가을날 세상을 떠났다.

그의 죽음을 잊지 않기 위해, 발 딛고 있는 현실을 바

꾸기 위해 사람들은 끊임없이 차별을 이야기하였다.

이랜드에서 일하고 있는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이,

KTX 승무원 외주화를 막기 위해 여성노동자들이 거

리로 나섰다. 차별에 대한 저항의 목소리가 계속해서

이어지자 정부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차별을 막을 수

있는 비정규직 법안을 만들겠다고 하였다. 하지만 비

정규직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의 실상은 비정규

직 자체를 합법화하면서 불안정한 일자리 양산을 당

연하게 만드는 법이라는 것을 많은 사람들은 알고 있

었다. 비정규직 법안의 통과를 막기 위해 광장에는 대

자보가 붙었고, 사람들은 국회로 모였다. 하지만 결국

2006년 겨울 비정규직 관련 법안은 국회 본회를 통과

하였다. 그리고 세상은 달라졌다. 비정규직이라는 것

이 낯설지 않게 되었다. 차별이 부당하지 않게 되었다.

모두가 그렇게 살아가나보다 체념하게 되었다.

4

천둥번개가 치고 비가 오는 여름밤이었다. 천둥소

리와 함께 전기가 나갔다. 엄마는 서랍에서 초를 꺼냈

다. 어둠 속 노란 불빛이 참 마음에 들었다. 할머니는

새해가 되면 밥공기에 쌀을 담고 그곳에 초를 꽂아 밤

새 부엌에 불을 밝혔다. 할머니는 부엌 신에게 올 한

해도 잘 부탁한다는 뜻에서 촛불을 키고 음식을 차린

다고 하였다. 부엌 신이 정말 와서 음식을 먹을까 궁

금한 마음에 촛불 곁을 지키고 앉아 있던 기억이 난

다. 여기까지가 ‘촛불’에 대한 어린 시절의 기억이다. 하

지만 이제 ‘촛불’하면 다른 것들부터 떠오른다. 광장

이 생각난다. 장갑차에 치여 목숨을 잃은 두 명의 소

녀가 생각나고, 탄핵되었던 대통령이 생각나고, 광우

병에 걸린 미국산 소를 먹을 수 없다고 외쳤던 사람들

이 떠오른다. 그리고 “가만히 있으라.” “잊지 않겠습니

다.” 말하며 초를 든 사람들이 생각난다. 이제 ‘촛불’은

망각하지 않기 위한 사람들의 약속의 징표인 것이다.

세월호 사건을 접하면서 한동안은 핸드폰을 부여잡

고 계속 울었다. 곁에 누군가가 있다면 그 사람을 끌어

안고 하염없이 울고 싶었다. 또 한동안은 일부러 뉴스

를 보지 않았다. 그러다 출근길 연신내 어느 가게에 걸

려 있는 현수막을 보았다. “잊지 않겠습니다.”라고 쓰

여 있었고 한 송이 국화꽃이 그려져 있었다. 잊지 않겠

다는 말이 가슴을 쳤다. 잊지 않겠다는 것은 기억하겠

다는 다짐이다. 기억하겠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개

인의 기억 저장소에 자연스럽게 저장 된 기억은 잔잔

한 추억으로 흐른다. 하지만 우리는 과거를 단순히 추

억하는 것과 달리 “기억하겠다고.” 다짐하곤 한다. 기

억은 ‘의미’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다. 기억은 ‘삶의 방

향’을 그리고 ‘행동’하는 존재가 될 수 있게끔 하는 ‘힘’

이다. 시간이 아주 많이 흐른 뒤 우리는 거쳐 온 시간

을 정의하는 순간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나는 세상을

떠난 선배를 대학의 민주주의를 위해 , 대학의 서열화

와 시장화를 막기 위해 활동했던 사람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우리는 비정규직 법이 통과되어 무력함을 맞

이하더라도 저항했던 목소리들을 기억하며 다시 한

번 저항하기 위한 힘을 끌어 모은다. 망각하지 않기 위

해 기억하겠다고 다짐했던 사람들이 있었기에 과거가

현재로 이어진다. 그리고 내일이 된다. 시간이 아주 많

이 흐른 뒤 우리는 2014년의 봄날을 어떻게 ‘정의’하게

될까? 당시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는 그 당시를 함

께 경험한 이들이 몫이 될 것이다. 우리는 ‘집단 기억의

힘’을 경험하는, 역사를 만들어 가는 광장에 다시 한

번 서있다. “권력에 대한 민중의 투쟁은 망각에 대한

기억의 싸움이다.” 밀란 쿤데라의 책 속 구절을 조용

히 읊어본다.

이소희(바람)함께 가는 여성 원고 청탁을 받고 그러겠노라고 답한 내가 후회되었다. 나는 대답할 때 신중해야 한다.

Page 32: 함께가는여성 2014 상반기 217호

30

민우 스

케치

3

5

성형광고 액션 _ 압구정역

민우회는 여성의날 기념 민우액션으로, 3/1~3/7 일주일간 SNS를 통해 성형광고 사진과 한마디를 받아보았는데요, 성형광고들을 모아놓고 보니 더욱 가관! 그래서 압구정역으로 직접 나섰어요. 예뻐지고 싶다는 욕망은 정말 ‘당연한’ 것일지도 몰라요. 하지만 그 욕망을 활용하는 지금의 사회는 ‘당연한’게 아니겠죠. 거대한 물살 속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 같아도 꾸준히 이어지는 액션들로 계속 옆길을 내볼까 합니다.

8

38 세계 여성의날 _ 청계광장

11~4/24

18기 성폭력전문상담원 교육 _ 민우회 교육장(원경선홀)

28~29

민우회 지부·본부 활동가 컨퍼런스 _ 국립중앙청소년수련관

1

18

한국여성민우회 제 27차 정기 총회

_ 서울여성가족재단 국제회의장

2 14

이◦◦ 검사 가해사건 공정수사 촉구 기자회견 _ 국회정론관

사건의 피해자가 해결 의지를 가지고 이oo 검사를 고소했고, 엄중한 처벌과 공정한 수사를 촉구하기 위해 많은 여성단체와 국회의원이 한 자리에 모이게 되었어요. 보다 근본적인 성폭력 재발방지 대책 수립과 한국사회에 뿌리 깊은 가부장적이고 수직적인 조직문화의 변화를 이끌어 내는 길로 이어질 수 있기를 바라면서, 무엇보다 이◦◦ 검사에 대한 처벌과 성폭력 사건의 재발 방지를 위해 고소한 피해자의 결연한 용기에 큰 박수를 보냅니다.

19

박근혜 정부 2년 촛불집회 ‘들어라 불통령, 불어라 봄바람!’ _ 광화문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후 지난 1년 동안 우리의 삶은 어떻게 변했을까요? 국민행복시대를 열겠다던 정부정책들은 진짜 우리 삶을 ‘행복’하게 만들었을까요? 이 자리에 모인 시민들은 위 질문에 행복하지 못하다고 말했습니다.

25

첫 번째 신입회원 만남의 날 _ 민우회 회의실

2014 1~ 6

[시국선언] 민우회원 시국선언

하나. 박근혜 정부의 관권부정선거와 이를 축소하고 은폐한 사실은 명백히 밝혀져야 합니다. 이에 우리는 제대로 굴러가는 민주사회를 만들기 위해 앞뒤가 안 맞는 말은 앞뒤가 맞지 않다고 끝까지 말하고, 행동할 것입니다! 하나. 우리 삶에 꼭 필요한 철도, 의료, 전기, 가스 등을 민영화하려는 시도에 맞서 사회공공성을 반드시 지켜낼 것입니다! 하나. 대통령이 여성이라서, 단순히 고위직에 여성을 임명한다고 하여, 우리 사회가 성평등한 사회라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입니다. 여성에 대한 사회적 혐오에 맞서, 여성의 삶과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성평등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날 서게 활동을 펼칠 것입니다.

_ 1월 18일 한국여성민우회 회원

[논평] 성폭력 피해 여군의 죽음에도 가해자 감싸기에 급급한 육군 2군단 보통군사법원의 솜방망이 처벌을 강력히 규탄한다.

2013년 10월, 성폭력과 가혹행위를 견디지 못한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음으로써 비로소 본 사건은 군 외부에 알려졌다. 본 사건으로 드러난 군대 내에서의 취약한 여군 인권의 실상을 마주한 우리 사회는 충격에 빠졌다. 군이 모든 오명을 벗는 길은 오로지 본 사건을 철두철미하게 조사하고 가해자에게 응당한 처벌을 내리며 조직문화 쇄신에 나서는 길 뿐이다. 말로만 공허한 성폭력 근절을 외치지 말고 실질적 변화에 나서야 할 때이다. 육군 2군단 보통군사법원 재판부의 판결을 강력히 규탄하며, 군에서 더욱 철저한 수사와 공정한 판결로 군대 내 반성폭력의 한 걸음을 내딛을 때까지 우리는 똑똑히 지켜볼 것이다.

_ 3월 25일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외 여성단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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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상반기 31

4

16

두 번째 신입회원 만남의 날 _ 민우회 회의실

16~21

신입회원 세미나 ‘환절기’ _ 민우회 회의실

매주 수요일 저녁마다 무경, 유달리, 하늑, 이든, 치드, 제이미, 니모가 함께 모였어요. 우리가 함께 읽는 <페미니즘의 도전>은 내 몸에 그야말로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세미나를 통해 나의 증상, 너의 증상들을 기탄없이 나누며 면역력을 키워가는 중입니다. 변하지 않고 싶어 하는 관성이 여전히 내 몸을 붙들지만, 환절기 증후군은 잠시 앓고 털어내 버려야 하는 법! 5주가 다 지나면 어느새 환절기를 지나 새 계절을 누리고 있으리라 기대해봅니다. <유달리님의 후기 중에서>

27

[교육] 기억보다 깊은 기록 _ 민우회 교육장(원경선홀)

강사 : 조이여울,<나는 뜨겁게 보고 차갑게 쓴다> 저자

6

3

당.안.즐 캠페인 & 뚱까 북콘서트 _ 서강대학교

비가 내리던 날 서강대에 민우회가 떴습니다. 정확한 성지식 확산과 당당하고 즐거운 성문화를 만들기 위한 거리성교육 캠페인과, 성형/다이어트 등 외모관리 경험과 사회구조 등에 대해 책 『뚱뚱해서 죄송합니까? : 예뻐지느라 아픈 그녀들의 이야기』의 인터뷰이, 필자, 서강대 여성학과+여성학회 이음 등이 함께 이야기 나누는 북 콘서트를 진행하기 위해서였죠. 앞으로도 전국에서 진행될 북 콘서트와 다양한 캠페인들을 통해 성형/다이어트 권하는 사회에 대한 문제제기 나아가 각자가 실천할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아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7

제15회 퀴어문화축제 ‘사랑은 혐오보다 강하다’ 퀴어퍼레이드

_ 신촌 유플렉스 광장

16~17

[교육] 여성의 눈으로 미디어 읽기 _ 민우회 교육장(원경선홀)

18

[교육] 건강불평등에 기름 붓는 의료민영화_ 민우회 교육장(원경선홀)

26

세 번째 신입회원만남의날 _ 민우회 회의실

8

[교육] 감정노동은 힐링되지 않는다. _ 민우회 교육장(원경선홀)

14

[연속포럼] ‘낙태’ 처벌, 왜 위헌인가? _ 국가인권위 배움터

17

민우바자회 _ 민우회 주차장, 교육장

21, 29

[민우액션] 세월호, 끝까지 걸을게 & 국민이 써준 수첩 _ 성산동~청운동사무소 일대, 신촌 유플렉스 광장

민우회 사무실이 있는 마포구 성산동에서 시작해서 신촌과 광화문을 지나 청운동 사무실까지 걸었습니다. 혼자였다면 아무것도 하지 않았을 거라고. 함께여서 걸을 수 있었고 다른 것도 할 수 있는 힘이 생겼다는 한 참가자의 소감을 들으며 서로의 마음을 나누고 확인하는 자리가 되었습니다./ 국민들이 하고 싶은 말을 적어 청와대로 보내기 위해 빈 수첩을 들고 신촌으로 나갔습니다. 비꼬지 않아도, 욕하지 않아도, 큰소리 내지 않아도 할 말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국민수첩을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민우액션은 계속 됩니다.

27

[교육] 주거문제, 전전긍긍만 하지 말고 판을 읽어 버리자 _ 민우회 교육장(원경선홀)

30

[우다다 액션단 교육] 백화점 노동자가 웃는 게 웃는 게 아닌 이유. _ 민우회 교육장(원경선홀)

5

[선언문] ‘백화점판매직노동자의 인권적 노동환경 만들기-백화점에는 사람이 있다’

백화점에는 사람이 있습니다. 노동자가 있습니다. 백화점에는 정작 사람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화려하고 쾌적한 백화점과 달리 백화점노동자는 일하느라 아픕니다. 마음까지 아픕니다. 더 이상 백화점 노동자가 일하느라 아프지 않아야 합니다. 고객과 노동자 서로 간의 존중을 바탕으로 백화점이 바뀌어야 합니다. 물건보다 사람이 우선이고, 누구나 자신의 일터에서 존중받으며 일할 수 있어야 한다는 원칙이 백화점에서도 통했으면 좋겠습니다. 고객이자 시민인 우리가 이제는 백화점노동자의 편에 서서 백화점을 살펴봅니다. 백화점노동자가 어떤 조건에서 어떻게 일하고 있는지 아는 것이 백화점을 바꾸는 첫 걸음이 될 것입니다.

_ 6월 12일 한국여성민우회 우리가 간다! 바꾼다! 액션단

[성명]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공식적인 사과를 통해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라.

지난 5월 23일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중앙선거관위원회(이하 중앙선관위)가 제작한 여성비하 홍보 웹툰 ‘美리미리사전투표’에 대해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우리는 성명서에서 ▲‘美리미리사전투표’ 홍보이미지 삭제 ▲여성유권자에 대한 공식적 사과 및 사과문 홈페이지 게재 ▲모든 홍보물에 여성비하, 성별고정관념을 강화시키는 성차별적 요소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를 요구하였다. 이에 중앙선관위는 논란의 확산을 우려하여 홍보 웹툰을 홈페이지에서 내렸으나, 여성유권자에게는 공식적으로 사과 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관계자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여성계가 지적한 ‘美리미리사전투표’ 웹툰이 성형수술이라는 부분이 들어갔지만 여성을 비하하려는 의도는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여성비하나 성차별은 의도 하지 않았다고 해서 책임이 면해지는 것은 아니다.

_ 5월 28일 한국여성민우회 외 여성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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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민우 스

케치 이제 기억해야할 키워드

봄 5월 민우회 바자회

최진협(나우) | 여는 민우회 사무처장

민우회는 바자회를 자주했습니다. 민우회가 있

는 건물 교육장을 빌려 활동가끼리, 회원끼리 작

은 벼룩시장을 열기도 했고, 가끔은 갑작스런 재정

적자 때문에 여기저기 후원물품을 수소문해 바자

회를 하기도 했지요. 하지만 총회장소 한 귀퉁이에

서, 교육장에서 소소하게 했을 뿐 대규모의 바자회

를 기획해 본적은 없었습니다. 그래도 하면 다 되리

라는 마음으로 수 백 곳의 기업에 물품후원을 요청

해봤지만, 참으로 냉소적인 대답뿐이었습니다. 매

번 2천석이 넘는 대규모 공연장에서 후원행사를

진행했기에 구청앞마당이나 시장 모퉁이 작은 공

원쯤은 쉽게 빌릴 수 있을 줄 알았는데 (후원행사

임에도 불구하고) 장소대관 역시 번번이 불허. ‘이

게 과연 되는 판일까?’ 물음표 백만 개가 머릿속을

뛰어다녔고, 극단적인 심적 분열을 겪었습니다. 회

원들이 보내오는 물품들이 점점 많아져 사무실에

더 이상 둘 수 없을 정도로 쌓일 때까지만 해도요.

거액의 후원자도,

화려한 인맥도 없는 민우회가

믿을 수 있는 건 오로지 회원뿐이었고 그 믿음

은 언제나 틀린 적이 없습니다. 바자회에 회원 분들

이 응답해주셨을 때의 감동이란! 퀼트를 전문으로

하는 지인들을 한 명씩 만나 밥을 사가며 가방제작

을 부탁하고 종국에는 서른 개가 넘게 후원해주시

기도 했고, 미술대전에 입상한 그림을 포함해 손수

그리신 소중한 작품들을 보내주기기도 했습니다.

또한 티슈커버, 비누, 에코백, 걱정이 인형, 마카롱

등 한 달이 넘는 시간을 들여 직접 만든 물품들을

보내주셨던 한 분 한분이 떠오릅니다.

케이스까지 정성스레 챙겨 보내주셨던 가방, 지

갑, 구두 등이 속속 도착했을 땐 “정말 사용하지 않

는 물건일까?” 의구심이 들 정도였습니다. (서…설

마 사서 보내주신 건 아니죠?) 두고두고 아껴온 물

건임이 역력해보이던 각종 냄비와 그릇세트, 액세서

리뿐 아니라 온갖 소형가전(심지어 김치냉장고를 보

내고 싶어 하시는 회원도 있었습니다만 안타깝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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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상반기 33

최진협(나우)이제는 후원의 밤을 준비 중

함께 만드는 감동,

함께 한 이들과의 즐거운 소통이 있는 바자회,

앞으로도 함께 만들어가요!

배송이 여의치 않아…)과 자전거용품, 운동용품, 아

이용품, 주옥같은 서적들, 그리고 이보다 다양할 수

없는 옷옷옷옷들이 줄을 이어 민우회사무실은 즐거

운 포화상태가 되어갔습니다. 게다가 후원받을 수 있

는 물건이 있는 기업을 소개해달라는 메일에 한 회원

분은 “개인적으로 이용하는 중소업체인데 왠지 좋은

기업일 것 같다”는 회신을 해주셨고, 아무런 일면식

조차 없는 그곳에 전화를 걸어 민우회 활동을 소개해

흔쾌히 후원물품을 받을 수 있었던 일은, 두고두고

민우회원의 선견지명에 감복할 수밖에 없었더랬지요.

바자회가 이렇게 많은 이들과 나누고

즐길 수 있는 일이란 걸

물품후원뿐 아니라 행사당일 아침부터 동네 구석

구석 발판을 붙이러 온 회원들, 그늘 하나 없는 곳에

서 달고나를 만들며 땀 흘리던 회원들, 몇 주째 기타

연습을 하며 바자회를 빛내준 회원들, 콧수염까지

붙여가며 비밀경매를 진행해준 회원, 직접 부스 한

곳 한곳을 맡아 수많은 사람들과 흥정하며 바자회를

즐겨준 회원들, 먼 곳까지 부러 찾아와 가져온 가방

에 꾹꾹 눌러 담

을 정도로 물건을

사준 회원들, 참

즐겁다며 오래도

록 자리를 지켜준

회원들까지. 성산

동에 이사 온 지 6

년 만에 처음으로

지역주민들과 민

우회가 재미지게

만났고, 내년에

또 만나자고 약속도 했습니다. 그렇게 바자회는 회원

과 활동가, 동네 주민들이 구분 없이 즐기는 그야말

로 신나는 잔치가 되었습니다.

앞으로 물건을 정리할 때

연관검색어는 “5월, 민우회 바자회!”

여기저기 찾아보니 ‘물건 버리는 기술’에 대한 정보

가 많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물건 버리는 기술’이 아

니라 ‘물건을 살리는 기술’을 이야기합니다. 내가 필

요치 않은 물건이 꼭 필요한 이를 만나고 그것이 민우

회의 운동을 살리는 기술. 이제 집에서 묵은 겨울을

털어내고 봄을 준비할 때쯤 <5월이 되면 열리는 민우

회 바자회!>를 떠올려주세요. 앞으로도 민우회는 매

년 5월이 되면 여러분이 정성스럽게 보내주신 물건

하나하나를 모아, 재미지고 흥미진진한 바자회를 열

려고 합니다. 내가 사용하지 않는다고 해서 쓸모없는

물건인 경우는 생각보다 많지 않더라고요.

Page 36: 함께가는여성 2014 상반기 217호

34

모람활짝 오픈소모임

우리 소모임에 놀러오세요

문지은(반아) | 여는 민우회 회원건강팀

민우회에는 여러 가지 회원 활동이 있다. 직접 발로 뛰는 기획단 활동도 있고, 민우회

사무실은 늘 열려있기에 지나가다 들러서 활동가들과 캠페인을 나가기도 한다. 이외에

도 다양한 주제의 대중강좌를 듣거나 이슈 사업의 설문조사를 참여할 수도 있다. 회원

들의 욕구에 맞는 활동이 선택 가능한 셈이다.

그러나 혹시 누군가 그중에서 가장 권하고 싶은 회원 활동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망설이지 않고 말하고 싶은 것은 바로 소모임 활동이다. 소모임 활동을 1순위로 꼽는

이유는 회원들이 가장 좋아해서이다. 회원들은 민우회 안에서 사람 만나기가 즐겁다

고 말하곤 한다. 낯선 타인들이 민우회라는 공통된 공간에서 만나고, 비슷한 관심사

(여성주의부터 생활에서 겪는 불편함)를 허심탄회하게 나누며, 말이 잘 통하는 즐거움

을 느낀다고 한다. 이러한 즐거운 만남을 지속적으로 하면서 후원하는 단체의 활동을

가까이서 듣고, 의견을 주고받기도 하는 일들이(민우회에서는 활동가 1인 1 소모임을

실천하고 있고, 활동가들은 소모임 전에 민우회 활동 공유를 한다.) 소모임을 하면 가

능해진다. 그래서 회원들은 소모임

에 애정을 갖는 만큼 다른 소모임

회원들도 궁금하고 만나고 싶다는

이야기를 자주 했었다. 각 소모임

별 장기 자랑을 볼 수 있는 송년회

가 있지만, 실제 모임을 어떻게 하

는지 보고 싶다는 얘기들이 끊임없

이 나왔었다. 올해 이러한 바람을

이루고자 시작된 것이 ‘오픈 소모임

‘이다.

민우회 모든 소모임이 한번 씩 오픈 소모임을 하기로 하였다.

말 그대로 소모임을 오픈해서 보여주는 자리인데,

소모임 주제가 다양한 만큼

개성을 살린 재밌는 기획들로 진행되고 있다.

4월에는 작심삼일이, 5월에는 일이삼반이 모임을 열었다.

6월 20일에는 여성주의 책 읽기 소모임 여백이

‘문학의 밤’ 컨셉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여백이 끝이 아니다.

기타 소모임 명치,

다큐 보는 소모임 본 다큐가 뒤이어 기다리고 있다.

오픈 소모임 현장이 궁금하실 분들을 위해

작심삼일과 일이삼반에게 그날의 감상을 들어보았다.

Page 37: 함께가는여성 2014 상반기 217호

2014 상반기 35

퀴어 소모임 일이삼반 _ 앨리스

로고가 있는 소모임. 일이삼반이 처음이지 않을까 싶다. 2008년까지 활동

하다 정리된 소모임 일이삼반이 다시 돌아온 지 벌써 1년이 훌쩍 넘었다. 애

초부터 우리의 목적 중 하나는 퀴어(성소수자)에 대한 고정관념을 타파하고

인권 문제에 대한 고민을 던져주는 것. 일단은 9개 지부를 포함한 민우회 안

에서 함께 하길 바랐다. 소책자 <퀴어의 맛>을 제작·배포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오픈모임

을 준비하면서 일이삼반에서는 무엇을 할지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새로운 것을 시도하기보

다 각자의 퀴어 이야기가 샘솟게 하는 자리로 만들기로 결정. 퀴어 관련 용어정리, 커밍아웃

이야기, 이름을 둘러싼 오해 그리고 퀴어에 관한 Q&A 시간을 가졌다. 이후 정모에서 일이삼

반 멤버들은 오픈모임 당시 교육장을 가득 메운 회원들과 즐거웠던 시간을 생각하며, 눈물

도 찔끔 흘리며 각자가 느낀 감동을 나누기도 했다. 참석했던 회원들 뿐 아니라 일이삼반에

게도 의미 있는 시간이었고 앞으로의 활동에 있어서도 터닝 포인트가 될 것 같다. 그러니 일

이삼반, 계속 기대해주시라. 일이삼반의 오픈으로 퀴어, 더 나아가 여성 섹슈얼리티에 대해

오픈마인드로 함께 고민하고 토론해나가면 좋겠다. 여성주의를 알게 되면 다른 관점에서 세

상을 보게 되기 시작한다고 했던가. 누군가는 관점이 바뀌는 게 아니라 새로운 눈이 하나 더

생기는 것 같다고 했다. 이 이야기에 더 동의된다. 퀴어를 알게 되면 또 다른 눈이 하나 더 생

긴다. 새롭고 다양한 눈으로 우리를 둘러싼 많은 것을 끌어안을 수 있길.

작심삼일 _ 해월

민우회에 발을 들여놓게 된 건 시민단체에서 일을 시작하면서부터이

다. 처음해본 시민단체 일이 생소하고 힘들 때 사무처장님이 ‘여성민우회’

라는 단체가 있는데 한번 관심을 가져보는 게 어떻겠냐고 하셔서, 인터넷

으로 가입했고 첫 모임으로 2012년 송년회에 나갔었다. 우와아~ 생각보

다(?) 규모도 크고 재미있는 진행과 복작거리는 사람들이 신기했다. 궁금

하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고. 결국 뒤풀이까지 갔다가 주위에 포진해있

던 소모임 작심삼일 멤버들과의 만남으로 작심삼일(줄여서 작삼)에 몸 담게 됐다. 구체적인 작삼 활동

은 2013년 6월쯤부터였는데 여러 가지를 배우거나 만드는 것, 즐거운 술자리와 사람들과의 어울림들

까지. 민우회를 알아가고, 활동을 하기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 올해 초 오픈모임을 계획하는 자리가

있었는데 여러 가지 안건들이 나왔고, 그중에 천연화장품을 만들자는 말에 머뭇거리다가 내가 강의

를 해보겠다고 했다. 천연화장품을 만들어서 써 본건 6~7년이 되어간다. 사람들 앞에서 강의를 한다

는 생각에 얼마나 긴장되고 머리가 아프던지. 하지만 지금은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작삼 멤버들

과 다른 소모임 멤버들 그리고 민우회 회원이 아닌 외부에서 보고 오신 분들까지. 3팀으로 조를 나눠

이런 저런 설명을 곁들여, 천연화장품을 함께 만들면서 나름 성공적으로 강의를 끝낼 수 있었다. 다

른 회원들과의 만남도 좋았고, 그 이후 활발한 피드백도 참 뿌듯했다. 앞으로도 오픈 모임을 자주 하

고 싶고, 또 가고 싶다.

Page 38: 함께가는여성 2014 상반기 217호

36

회원 이

야기

Q (제일 많이 나오는 질문입니다만) 민우회에도 남성 회원이 있나요?

A 네 그럼요. 성별을 기입하지 않은 경우를 제외하고 344명(12.5%)의 남성회원이 있

네요. 생각보다 많다고 느끼실지 적다고 느끼실지 궁금합니다.̂ ^ 여성운동은 여성

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성별로 고정된 어떤 역할과 규범(‘여자다워야지, 남자가 뭐

저래’)을 넘나들기 위한 실천이자 도전이란 사실을 잘 아는 남성분들이 민우회에 많

이 있다는 증거겠지요. 한편으로는 남성도 있냐는 질문은 여성운동에 대한 공격을

위한 것으로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일베 유저들이 민우회 블로그에서 하는 온갖 여

성혐오적인 욕들 참고)

민우회 회원들이 궁금하다고요?

회원팀이 건네는 자문자답 시간!

여는 민우회 회원팀

회원팀([email protected]) 활동가 꼬깜, 반아, 스누피, 제이가 함께 합니다.

가끔 고될 때도 있지만요. 엊그제 팀 회의 때는 이런 말을 했었죠.

“회원들이랑 노는 게 재밌어. 우리 친구 없어서 그런가?ㅋㅋㅋ(발버둥)”

외부에서 사람들을 만났을 때

회원팀 활동가라고 말하면 듣는 질문들이 있습니다.

꼭 하는 질문,

은근히 많이 하는 질문,

주저 하면서도 하고 싶어 하는 질문(눈빛 보면 느껴짐) 등으로 나뉘는데요.

그래서 모아봤습니다.

회원들도 궁금해 하는 회원들,

스스로 질문하고 스스로 대답해봅니다!

Page 39: 함께가는여성 2014 상반기 217호

2014 상반기 37

Q 가장 많은 나이 대는?

A 그래서 또 찾아봤습니다. 1

위는 두구두구두구~ 바로 40

대입니다!(28%) 790명으로 40

대가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

했네요. 2위는 30대(22%), 3위

는 50대(12%)입니다. 사실 요

즘 활동 회원 연령층이 낮아지

다 보니 중년의 회원들에게 “왠지 젊은 사람들만 가

야 할 것 같아서 모임 하거나 행사에 가기 껄끄럽다”

는 이야기를 듣곤 하는데요. 회원 층의 40%가 4,50대

입니다. 민우회를 지탱하는 회원들은 주로 ‘언니들’이

많다는 얘기인데요. 주저 마시고 자주 들러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이런 거 다 떠나서 민우회 회원활동

의 가장 큰 메리트와 묘미가 나이를 넘나든 관계 맺기

아니겠습니까?^^ 다양한 연령대, 다양한 정체성의

사람들이 있는 것만으로도 포근한 기분이 들거든요.

여러분도 그러시죠?

그밖에 70대 회원들 6명, 10대 회원들 2명이 있습니

다. 희소한 연령대에 포함된 8명의 회원 여러분들, 꼭

만나고 싶습니다!

Q 회원이 되는 주요 경로는 어떻게 되네요?

A 올해 신입회원이 된 87명의 회원(2014.6.13 기준)

들을 살펴보았습니다. “작년에 열독 강의를 듣고 인

상 깊었는데 취직 하자마자 회원가

입 했다.”, “노동팀의 차림사 애니메

이션 제작에 참여하고 나서 가입결

심!”, “인터넷으로 알고 지내는 친구

가 민우회 회원활동이 괜찮다고 해서

가입”, “여기 회원의 직장 후배다. 강

력하게 추천해서 하게 됨”, “이름 들

어본 단체라 가입하게 됨”, “노동 관

련 상담 받다가 감사와 지지의 마음

으로 가입함” 등등… 뭔가 애틋해지

고 감동적이에요. 흑흑. 우리

가 하는 활동을 누가 보고 있

을까, 세상이 변하는 걸까, 막

연하고 추상적이기만 했는데

회원들의 이야기는 그 막연함

을 보란 듯이 덜어주는 기분이

에요. 막간을 이용해서 올해

가장 먼저 회원가입하신 분은

누구인지 살펴볼까요? 그 분은 바로바로 1월 2일에

가입한 도구님이시네요! 작년 물길 활동을 하면서 민

우회와 인연을 맺게 되었던 도구님, 앞으로도 오래오

래 회원 활동 함께 해요.

Q 그렇다면, 하반기에 남은 회원행사, 뭐가 있죠?

A 아주 좋은 질문입니다! 하반기에는 더 풍성하고

재미있는 행사가 많아요.(다이어리 펼쳐 보셔욧!) 8

월 30일(토)~31일(일), 1박 2일간의 회원 엠티가 기다

리고 있습니다. 이번 엠티는 기획부터 회원들과 함께

합니다. 유쾌, 상쾌에 진지는 아주 조금만 섞어서 프

로그램을 준비해보려고 해요. 조만간 홈페이지에 공

지 올릴 테니 많이 신청해주셔요. 그리고 요즘은 오

픈 모임이 대세입니다. 민우회에 소모임 많은 거 아시

죠? 하반기에도 소모임 들이 모임 원뿐 아니라 다른

회원들을 초대해서 함께 노는(!) 행사를 이어가려고

합니다. 모람세상 게시판 자주 오셔서 난리법석, 천

방지축 민우 회원 활동 모습 지켜

봐주세요.♥

여는 민우회 회원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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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영화 <한공주>

공주의 시간에 들어가 보기

신필규(스머프) | 여는 민우회 회원

개인적인 사정으로 장기간 병원에 머문 일이 있

다. 딱히 인생에 큰 상처를 남긴 일은 아니었지만,

나름 부침을 겪은 일로 그러했다. 사람들은 잊고

나아가길 원했고, 나 또한 그랬다. 퇴원 후 오랜 시

간이 흘렀다. 이제는 그 때의 기억도 가물가물할

정도지만, 문득 병원에서의 시간이 떠오를 때가 있

다. 가끔 병원을 찾을 때, 싸한 약품 냄새를 맡을

때, 가운 입은 사람들을 볼 때, 그다지 떠올리고 싶

지 않아도 그 때의 시간이 떠오르곤 한다. 깨진 향

수병 사이로 향이 범람하듯, 과거의 시간이 현재

속으로 밀고 들어온다. 어떤 일은 그렇다. 사람이

사는 시간을 다르게 만들고, 공간의 의미를 뒤바꿔

놓는다.

그런 시간을 지낼 무렵, 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호의를 베풀었다. 하지만 선의를 가지고 다가와 줌

에도 불구하고, 나는 억한 심정이 들 때가 있곤 했

다. 가령 누군가 나에게 ‘다 이해한다.’, ‘다 알고 있

다.’와 같은 이야기를 할 때, 괜찮으니 이제는 털고

나갈 때라는 말을 할 때, 나는 그런 생각이 들곤 했

다. 대체 뭘 이해했다는 걸까. 대체 뭘 알고 있다는

걸까. 내가 어떤 시간을 지내왔는지 알면 모두 다

아는 걸까. 저 사람은 내가 싸한 알콜 냄새, 흰 옷,

구름 낀 날씨를 보면 뭘 생각하고 어떻게 느끼는지

정말 알고 있는 걸까.

사는 시간과 공간의 의미가 달라지는 일. 영화

속의 공주도 그런 일을 겪는다. 다만 공주의 경우

그 일이 일상적인 부침의 수준을 넘어선다. 단도직

입적으로 말하자면 공주는 성폭력 피해 생존자다.

그리고 그 경험은 공주의 삶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그런 그녀에겐 ‘사실’이라는 단어도, 고장 난 선풍기

도, 깜빡이는 전등도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그리

고 그것들은 공주의 시간 속으로 과거를 호출한다.

영화 내내 공주의 친구 화옥이 유령처럼 그녀 주변

을 배회하듯, 공주의 시간 속엔 과거의 시간이 배회

한다.

2시간 가까운 영화에서 공주가 나오지 않는 장

면이 거의 부재한 것처럼, 이 영화는 철저히 공주의

시선을 따른다. 화옥도 공주의 과거도 그녀가 현실

에 특정 상황, 장소, 물건을 마주할 때 등장한다. 말

하자면 영화는 사건 이 후 공주에게 세상은 어떻게

다가오며, 그로인해 어떻게 그녀의 일상 속으로 과

거가 밀려오는 가를 보여준다. 즉, 영화는 공주의

시간을 재현한다. 그리고 이 영화를 보는 것은 공

주의 자리에 서서 그 시간들을 체험해보는 일에 가

깝다.

그런데 영화를 보았다고 해서, 우린 공주를 알았

다고 자신할 수 있을까? 그렇게 공주를 손쉽게 갈

무리하고, 분노 혹은 연민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

* 민우블로그 womenlink1987.tistory.com 에 공동게재된 글 입니다.

Page 41: 함께가는여성 2014 상반기 217호

2014 상반기 39

불가능하다. 이 영화는 공주가 얼마나 불쌍한 사람

인가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공주는 그렇게 단순한

사람이 아님을 보여주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영화는 공주를 연민해달라고, 혹은 공주를 위해

분노하라고 요구하지 않는다. 시종일관 밀착된 카메

라와 공주처럼, 관객과 공주의 거리는 그리 멀지 않

다. 때문에 이 영화를 보면서 공주를 연민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연민은 안전한 감정이다. 연민하는 나와

대상의 거리를 전제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하지만 영

화에는 애초부터 그런 거리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

고 영화는 고집스레 관객들을 공주의 자리로 밀어 넣

는다.

때문에 영화를 보고난 주변이들 중, ‘공주는 불쌍

한 사람이다’라고 말하는 이는 없었다. 대신 사람들

은 고통을 호소했다. 외로웠다, 가슴이 답답했다, 숨

을 쉬기가 어려웠다는 반응들. 나 또한 그랬다. <한

공주>는 기억으로도 남지만 무엇보다 감각으로, 감

정으로 남는 영화다. 그리고 이것이 생생한 만큼, 내

게 공주는 한 명의 생생한 사람으로 다가왔다.

영화는 생존자들에 대해 많은 것을 이야기 하지

만, 이들을 함부로 판단하고 우리의 역할을 낭만화

하려는 것은 단호히 거부한다. 이런 점에서 영화는 냉

정하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공주의 시간 속에서

우리가 소외감과 외로움을 크게 느꼈다면, 그만큼 실

제의 우리는 공주와 같은 이들에게 벽이 있는 사람이

라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영화의 마지막, 허우적거리

길 반복하다 물살을 헤치고 가는 공주는 결국 혼자

다. 드넓은 강 위의 점 하나, 그렇게 공주는 혼자의 힘

으로 물길을 열어나간다.

하지만 그 장면 위로 공주의 이름을 연호하는 목

소리들이 울려 퍼진다. 마치 합창처럼, 공주를 응원

하고 기뻐하는 함성들. 영화의 시작, 공주에게 음악

은 종교 같은 거냐는 질문에 공주는 답한다. 그렇다

고, 힘은 되지만 현실에는 없노라고. 이런 점에서 첫

장면의 대사와 마지막 장면은 묘한 연결지점을 가진

다. 프레임 속에 사람들은 없지만, 음악처럼 소리로

서 이들은 존재한다. 어쩌면 우리는 견고한 시간의

벽을 뚫고, 공주의 현실을 온전히 함께 할 수 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우리에겐 해야 할

일이 남아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다른 무수한 목소

리들과 함께, 할 수 있는 한 크고 밝게 응원하고 싶다.

공주를, 그리고 또 다른 공주들을.

신필규(스머프)안 그런 척 하지만, 사실은 엄청난 새침데기.

영화는 생존자들에 대해

많은 것을 이야기 하지만,

이들을 함부로 판단하고

우리의 역할을 낭만화하려는 것은

단호히 거부한다.

이런 점에서 영화는

냉정하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공주의 시간 속에서 우리가

소외감과 외로움을 크게 느꼈다면,

그만큼 실제의 우리는 공주와 같은 이들에게

벽이 있는 사람이라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Page 42: 함께가는여성 2014 상반기 217호

40

나의 노

동 이

야기 나쁜 배려

누군가를 배제시키는 것이 배려일까?

김효진 | 여는 민우회 회원

일을 하다 보면, 주변 남성들까지 다 인정할 정도

의 명백한 성폭력 성희롱을 당하지 않고서는 여성

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는다거나 승진을 못한다

거나 일 하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돼 있다거나 하는

주장을 강하게 하기는 어렵다. 업무 환경이라는 것

은 복잡다단하여 내가 일을 하기 어려운 결정적 이

유가 반여성적인 환경 때문이라는 것을 증명하기

는 대단히 힘들다. 사실 성차별보다 일하기 힘든 조

건은 얼마든지 존재하며 ‘남성 중심적인 환경’이라

는 것 역시 여성들마다 다르게 인지하고 있다. 정황

은 있고 어긋나는 느낌은 있는데, 딱 집어 ‘반여성

적이다’라고 말하기는 어려운 상황이 대부분이다.

내가 느끼는 불편함을 남도 같이 느껴주지 않으면,

가물가물한 이념이며 이론을 내세우며 투쟁하기보

다는 ‘아, 그래.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다름의

문제일 수 있지’하는 기만적 물타기로 조금씩 포기

하는 경우가 더 많지 싶다.

정황은 있다. 올해 초 검찰의 여성 기자 성추행

사건이 불거질 무렵 경찰과 검찰 취재를 담당하던

나는 그들에게서 두 가지 인상적인 말을 들었다. 경

찰(남성)을 만나러 집무실로 찾아갔는데, 인사를

하고 대화를 하기 위해 집무실 문을 닫으려 하자 그

가 “문 닫지 마세요. 살짝 열어 놓으세요.”라고 말한

것이다. 어린 시절 남학생 집에 놀러 갈 때 ‘방에 단

둘이 있는 상황이 될 때는 방문을 살짝 열어 놓으

라.’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지만, 일 관계로 만난 사

람에게 그런 말을 들은 것은 처음이었다. 또 하루

는 검사(남성)를 만나러 집무실로 찾아갔는데, 그

가 조만간 기자들과 한 번 단체로 식사를 하면 좋겠

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그런데 그 다음 요청이 특이

했다. 식사 자리에서 자신의 양 옆과 맞은편에는 반

드시 남성 기자를 앉혀 달라는 것이었다. 따로따로

들을 때는 ‘특이한 분들이네’ 하고 넘겼지만, 연속

해 듣고 보니 ‘혹시 여성 기자를 피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검찰의 성추행 사건이 터진 직후이

니 그럴 법도 했다.

생각이 거기에 미치자 무력감이 들었다. 한 여성

이 성폭력 피해를 당하면, 그 여성뿐만 아니라 그

여성이 속한 여성 집단 전체가 패널티를 받는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기자는 정보를 다루는 직

종이고, 많은 정보는 사람에게서 나온다. ‘외부인’

인 기자가 내부의 사정을 이해하려면 사람을 통하

는 수밖에 없다. 남성이 대부분인 경찰 검찰 기업

Page 43: 함께가는여성 2014 상반기 217호

2014 상반기 41

인 관료 등 취재원이 ‘혹시라도 성폭력 사건에 말려

들기 싫다‘는 이유로 여성 기자 자체에 거리를 두게 되

면 일하기가 한층 까다로워진다. 피해가 또 다른 피해

를 낳고, 불리함이 또 다른 불리함을 낳는 경우다.

정황은 또 있다. 나는 4년째 신문사 기자로 일하고

있는데, 이 직업에 진입할 때 나는 내가 이 직종에서

성공하기에 몇 가지 불리한 점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

했다. 그 중 하나가 술이었다. 나는 술을 많이 마시지

않는다. 위장이 약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늦게까지 이

어지는 단체 술자리 자체를 즐기지 않는다. 나는 통상

‘6시’ 내지 정해진 퇴근 시간 이후에는 집에 돌아가 가

족 혹은 자기 자신과 시

간을 보내는 삶의 형태

가 바람직하다고 학생

때부터 믿어왔다. 책을

읽고, 산책을 하고, 글

을 쓰고, 그림을 그리며

자기 자신을 채워 나가

는 시간이 확보 되어, 좀

더 ‘깊은’ 사람들로 채워

진 사회에서 살 수 있기

를 바랐고, 바란다. 대학

생 때부터 ‘술자리’는 그

것을 방해하는 일등공

신이었다. 직장에 들어오니, 술자리 문화가 많이 바

뀌었다고는 하지만 사람을 통해 정보를 얻는 것이 주

업무인 기자들은 저녁 술자리를 회피하기 어렵다. 다

거절하고 피하는 게 아예 불가능하진 않겠지만, 결

국 정보를 다루는 직종에서 정보를 얻지 못하면 낙오

될 수밖에 없는지라, 위기감을 가지지 않을 수는 없

다. ‘요샌 술을 많이 마시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는 사

람들의 이야기 뒤에는 반드시 ‘대신’이라는 말이 붙

는다. 술을 안 마시는 ‘대신’ 무언가 다른 것을 잘해야

한다는 거다. 하지만 현 상황에서 술자리 문화 자체

를 ‘남성 문화’라고 잘라 말하기는 조심스럽다. 술자리

에서 정보를 주고받는 것은 분명 오래 전 남성사회가

만들어 낸 문화지만, 지금은 그 자체로 깰 수 없는 관

행으로서 자리를 잡아 성별을 불문하고 괴로움을 주

고 있지 않나 싶다. 물론 아주 근본적으로 남성과 여

성의 놀이문화의 차이가 있어 남성이 이 관행에 더 잘

적응할 수 있고 애초에 취재원 중에 남성이 많아 ‘형

님, 아우’하며 어울리기에 더 유리하다는 사실을 무시

하기는 어렵다.

지금 상황은 정말이지 분명치 않다. ‘양식 있는 남

성들’은 성추행을 저지르는 대신 여성을 피하며, 정부

와 기업은 ‘배려 깊게도’

대기업에 다니는 여성들

에게 아이 셋을 낳고 육

아휴직을 3년~6년 하라

고 권한다. 바로 그 연차

때 가정과 건강을 포기

하고 야근과 접대에 찌

든 삶을 살아야, 10년 뒤

정리해고 당하지 않고

능력 있는 직장인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노동

구조는 그대로 두고 말

이다. 초점이 안 맞는 것

같지만 배려는 배려인지라 거절하기도 어렵고 ‘여성이

피해자’라는 말은 더더욱 꺼내기 어려우며 여성들끼

리 뭉치기도 힘들다. 여성 개인으로서는 이럴 수도 저

럴 수도 없는, 그 어떤 것도 하기 힘든 시기다.

김효진한겨레 기자. ‘만화가게 아가씨’.

‘양식 있는 남성들’은

성추행을 저지르는 대신 여성을 피하며,

정부와 기업은

‘배려 깊게도’ 대기업에 다니는 여성들에게

아이 셋을 낳고 육아휴직을 3년~6년 하라고 권한다.

바로 그 연차 때 가정과 건강을 포기하고

야근과 접대에 찌든 삶을 살아야,

10년 뒤 정리해고 당하지 않고

능력 있는 직장인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노동 구조는 그대로 두고 말이다.

Page 44: 함께가는여성 2014 상반기 217호

42

활동가 다

이어리

5월 31일 아침 비행기를 타고 호치민을 거쳐 파리에 도착했어요. 호치민에서 경유를 한

것인데 썬의 깨알 같은 검색 능력으로 transit 투어(베트남 항공의 무료 서비스랍니다)를

신청해 하노이 시내관광을 하게 되었어요. 호치민의 노트르담 성당, 중앙우체국 등을 구

경하고, 쌀국수도 한 그릇 먹고 다시 비행기를 탔지요. 짧은 시간의 투어였지만 공항에서

지루하게 기다리는 것보다 훨씬 즐거웠어요.

기나긴 비행을 마치고 파리에 도착했어요. 비행시간이 길어서 유럽여행을 못하겠다며

투덜 투덜거렸지만, 공항을 벗어나 파리시내로 도착하니 ‘이래서 사람들이 파리~ 파리~

하는 구나’ 느껴지더라고요. 골목골목 예쁜 건물

들이 줄지어 서있고, 박물관, 미술관, 성당도 많고,

예쁜 공원에는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의 행복한 모

습도 볼 수 있고…

그 중에서도 가장 좋았던 것은 ‘그냥 걷기’였

어요. 파리에 도착한 날 정주언니의 프랑스 친구

Laurent와 함께 숙소가 있던 Jussieu 근처를 산책했

어요. 물론 루브르박물관, 오르세 미술관, 베르사

파리 안녕!

골목을 돌아 만나는 작은 공원에서의 쉼

이윤소 | 여는 민우회 활동가

큰 행운이 찾아왔어요.

아름다운재단에서 하고 있는 활동가 재충전 지원 사업에 뽑혀 정주언니,

썬과 함께 파리로 여행을 떠나게 된 것이지요.

그리고 휴가를 보내고 있는 반아도 파리 일정을 함께 했어요.

지원 서류를 낼 때부터 여행을 떠나기 직전까지 엄청나게 바쁜 일정으로

알찬 여행계획을 세우지는 못했지만,

사무실 노트북 바탕화면에 에펠탑 사진을 깔아놓고

하루하루 파리로 떠날 그날을 손꼽아 기다렸어요.

Page 45: 함께가는여성 2014 상반기 217호

2014 상반기 43

유, 몽마르트 등 파리의 명소도 말할 것도 없이 좋았

어요. 하지만 지하철역 근처에 열린 조그마한 장터,

알록달록 예쁜 색의 꽃과 시원한 그늘을 품은 나무,

걷기는 불편하지만 시간의 흔적이 묻어나는 길, 이

모든 것이 마냥 좋았답니다.

그 다음으로 좋았던 것은 프랑스 친구 Laurent였어

요. 오랜만에 프랑스를 찾아온 친구 정주언니를 위해

3주간의 휴가를 내고 기꺼이 우리들의 안내자가 되어

주었어요. 파리의 구석구석을 지도 없이 여행할 수 있

도록 해주었고, 타르트타탄, 키슈로렌, 토끼구이, 다

양한 치즈를 준비해 저희를 집으로 초대하기도 했어

요. 그리고 엉망진창인 저의 영어도 찰떡같이 알아듣

고 친절하게 대답해 주었어요. 저희 때문에 피곤해 보

였지만 Laurent는 함께 일정을 보내는 날이면 숙소 앞

으로 우리를 데리러 오고, 데려다 주기까지 하는 친절

한 친구였어요. 프랑스식 인사가 조금 어색하기는 했

지만, Laurent이 있어 우리의 여행은 더욱 즐거웠어요.

여행 중 놀라웠던 것은 그들의 패션과 친절이었어

요. 날씬, 뚱뚱, 키 작음, 키 큼, 젊음, 늙음, 여성, 남

성에 관계없이 본인의 개성에 따른 옷을 입고, 화장

을 한다는 것이었어요. 가죽재킷을 입은 사람이 있는

가 하면, 반바지를 입는 사람도 있고, 날씨도 그들의

개성을 막을 순 없더라고요. 남들의 시선을 신경 쓰

지 않는다고는 들어왔지만, 이렇게 자유분방하고 다

양함을 보고 있으니 뜬금없이 엄마 생각이 났어요.

엄마나 엄마 친구들을 보면 모두 브로콜리 머리를 하

고 있잖아요. 여기는 그렇지 않았기 때문이었을 것

같아요.

그리고 친절이요. 보통 파리 사람 들. 하면 친절하

지 않다고 하잖아요. 프랑스어로 질문하지 않으면 대

답도 듣지 못할 것이라는 말도 있고요. 그런데 전 친절

한 사람들을 많이 만났어요. Laurent이 있었고, 지하

철역에서 표를 끊지 못하고 허둥댈 때 도와주던 아주

머니, 무거운 짐을 들고 가는 여행객을 도와주던 남학

생, 지하철 계단에서 휠체어를 다 함께 들어주던 사람

들 모두 기억에 남아요. 그리고 프랑스어로 질문하지

않으면 대답을 듣지 못한다는 것은 그들이 모두 영어

를 잘하기 때문이 아니라서가 아닐까 생각했어요.

파리에서 돌아온 지 3일밖에 되지 않아서 그런지,

이 글을 쓰고 있으니 갑자기 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여행의 루트나 정보가 필요하시다면 물어봐

주세요. 생생하게 기억해 두었다가 파리 여행의 이야

기를 더 들려드릴게요. 아름다운 파리 안녕!

이윤소파리에서 돌아오면 ‘파리병’에 걸릴 것 같아 걱정했지만, 꿋꿋하게 출근하고 평범한 일상을 보내는 중이에요. 파리여행은 지친 일상에 위로가 되는 ‘약’이 될 것 같아요.

Page 46: 함께가는여성 2014 상반기 217호

44

아홉 개

의 시

서울동북여성민우회는 여성운동의 지역 확산을

위해 1992년에 문을 열었고, 제가 2001년에 활동을

시작했으니 햇수로 치면 꽤 오랜 세월을 동북민우

회와 함께 하였습니다. 동북의 활동일지를 보니, 지

난 20년 동안 지역에서 여성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일

이라면 안 해 본 것이 없을 정도로 많은 활동을 해

왔습니다. 그러다보니 밖으로 알려지고 보여 지는

모습을 유지하기 위한 활동을 지속해 온 것은 아닐

까 라는 반성도 됩니다. 과거에서 벗어나 과감하게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내려는 노력이 쉬운 것은 아

닐 것입니다.

동북민우회가 2012년 20주년을 맞이하면서, 저

는 회원들과 지역의 다양한 분들을 함께 만나 물었

습니다. ‘민우회가 앞으로 지역에서 무엇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만나는 분들이 가진 다양한 바람

과 격려를 들을 수 있었

습니다. 지금까지 그래왔

듯이 민우회다운 활동을

하면서, 노후를 같이 보

낼 준비를 하자는 연륜

있는 회원들, 이제는 민

우회가 무엇을 하기보다,

하려는 사람들을 돕는

조직이었으면 하는 회원

들, 좀 더 활동을 새롭게 기획해야 한다는 회원들

(돌봄, 여성실버센터, 여성의료생협 등), 지역에서

가장 오랜 경력을 쌓아왔던 단체로서, 지역 단체들

을 이끌어주는 역할을 해주길 바라는 분까지.

그리고 저는 다시 자신에게 물어봅니다. ‘나는

왜, 무엇 때문에 민우회에 몸을 담게 되었을까?’,

‘민우회와 함께 만들어가고 싶은 것은 무엇이었을

까?’ 한동안 생각 없이, 환상에 사로잡혀 살던 저는

민우회를 만나면서 ‘어떻게 살 것이며, 어떤 사회를

바라보아야 하는 가’를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습니

다. 쉽지만은 않았던 활동과 벗들을 통해, 그리고

민우회와 함께 한 여성주의 공부를 통해 다양한 생

각을 가지게 되었고, 주변의 사는 모습을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저에게 민우회와의 만남은 예전과는

다른, 좀 더 삶에 대한 구체성을 바탕으로 살아가고

활동할 수 있는 전환점이 되

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

고 지금도 다양한 민우회 회

원들을 만나면서 또 다른 나

를 발견하고, 찾아가며 살아

가고 있습니다.

처음은 나 자신과 아이들

을 키우면서 생기는 생활의

다시 처음의 마음으로

오경훈 | 여는 서울동북여성민우회 대표

Page 47: 함께가는여성 2014 상반기 217호

2014 상반기 45

고민들을 안고 발을 디딘 민

우회이지만, 이제는 민우회

를 통한 작은 희망도 생겼습

니다. 동네에서 같이 부딪히

고 살면서, 각자 가지는 문

제에 대해 함께 풀어나가고

자, 공부도 하고 힘도 모아

내고 싶습니다. 또한 사고하

고 생각을 넓혀가고자 공부

하는 여성들을 도와주고 싶

은 바람입니다. 민우회 안에

이런 작은 모임들이 많아지

면 좋겠고, 나 또한 배움을

게을리 하지 않아야 한다고

마음을 다져봅니다. 제가 민

우회에 몸담고 느꼈던 변화

가 단지 저만의 경험은 아니

겠지요. 이런 경험을 지역의 많은 여성들과 나누는

것! 이것이 가장 민우회답고 서울동북여성민우회가

지역에 둥지를 틀면서 가진 처음의 마음이라고 생각

됩니다.

시시각각 바뀌는 사회에 발맞춰 함께 변화하는 민

우회에 대한 요구와 필요성은, 여전히 우리 안에 있습

니다. 그래서 안 맞는 옷에 몸을 맞추는 부자연스러

움인 아닌, 가장 민우회다운 옷을 입고 시작하자고,

출발하자고 마음을 모았습니다.

2014년 동북민우회는 ‘성(性)과 여성, 상담’이라는

키워드로 지역여성들을 만나고자 합니다. 법이 제정

되고 제도가 만들어졌지만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 여

성이 느끼는 두려움과 고통은 지속되고 있으니까요.

아니 어떤 측면에서는 비상식이 상식이 되고 있습니

다. 일상과 몸에 길들여진 왜곡된 성문화와 성인식

을, 민우회는 성교육과 생활 속의 운동으로 작지만

새로운 변화의 기반을 만들어 나가는 활동을 시작했

습니다.

올해 서울시북부교육지

원청과 <성교육 강사 양성

교육>을 통해, 장기적으로

지역 아이들을 위한 올바른

성교육 강사풀을 마련해나

가기로 하였습니다. 이를 위

해 체계적인 관점 정립을 위

한 <성폭력전문상담원 교

육>도 추진하고자 합니다.

그 첫 출발로 열린, 지난

5월 ‘아이들을 위한 성교육

을 어떻게 할까’라는 2회에

걸친 강좌에 매회 100여명

의 참석자들이 모여, 뜨거

운 관심을 읽을 수 있었습니

다. 이어 6월부터 7월에 걸

쳐 ‘성폭력상담원 교육’, 9월의 ‘성교육 강사 양성 교육’

등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교육과정을 통해 만나는 수강자들과 또한 이후

준비되어 있는 여러 활동을 통해, 동북민우회는 새

로운 변화의 출발을 만들어보고자 합니다. ‘배워서

남 주자!’ 라는 모토를 내걸고 공부하며 활동했던 초

기 선배들의 열정을 오늘 다시 우리 안에 되살려보고

자 합니다.

세월호 참사로 반성하고 성찰할 것이 참 많은 요즘

입니다. ‘어이없음’이 더 깊이 뿌리 내리기 전에, 우리

는 다시 또 처음의 마음으로 시작하려합니다.

오경훈민우회를 알게 되면서 새로운 것에 눈뜨고 있습니다. 아직도 갈 길이 멀지만. 사유의 힘이 중요함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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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고양파주여성민우회

[여는봉사단] 발대식 및 활동

고양시 지역 내 중·고등학생과 학부모 120여명으로 구성된 [여는봉

사단]이 발족되었다, 홍보기획단, 기자단, 정책단의 3팀으로 나누어

각 역할에 맞게 자원 활동이 이루어지도록 하였으며, 4월부터 올해

말까지 언어폭력, 노동, 환경을 주제로 설문조사와 교육 및 캠페인

을 전개해 나간다. 이와 함께 여는 봉사단은 민우회 본·지부 공동사

업으로 진행되는 [백화점에는 사람이 있다] 사업에도 참여하고, 연

말에는 봉사단 활동에 대한 문제의식을 정책과제로 연결한 [고양시

주민참여 정책의제]를 안으로 하는 [모의의회]도 계획하고 있다.

3월 22일

파주정감 [함께 날자] 프로젝트 진행

여성&노동&지역공동체 프로젝트 [함께날자] 특강이 6월 한 달 동

안 진행되었다. 파주지역여성을 대상으로 한 [함께 날자]특강은, 내

삶의 터전인 파주지역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혼자

서는 어려운 일을 누구와 함께 하면 힘 받을까?’ 라는 물음을 안고

모여 지역에서 살아가는 방식을 함께 고민해보는 자리가 되었다. 본

특강 수료생으로 후속 스터디를 구성하여 사회적 경제 사례 벤치마

킹과 워크숍이 이어질 예정이다.

광주여성민우회

봄 민우데이

봄날을 맞아 사무실이 위치한 북동의 거리에서 장터를 열었다. 자원

활동가 여러분들이 모아준 물품들로 장터를 준비했는데, 주민들이

함께 해주어서 너무 재미있고 보람찬 민우데이였다. 이번 민우데이

를 통해 많은 힘을 얻었고, 주민들과 좀 더 친해지는 계기가 되었다.

3월 26일 북동의 거리

청춘이 퍼플을 입다-청년대학생 성평등의식확산 사업

여성발전기금 공모사업으로 선정된 [청춘이 퍼플을 입다]사업은 청

년대학생들의 성의식을 살펴보고 함께 생각해보는 계기를 마련하고

자 기획되었다. 전남대학교와, 광주대학교 캠퍼스 내에서 <자, 이제

댄스타임>-낙태관련 다큐영화를 상영하고 이야기 나누는 과정을

가졌다. 대학생들이 기존에 가지고 있던 낙태에 관한 생각들이 많이

깨지고 감수성이 말랑말랑해진 것 같아요!

5월 13일 전남대학교, 5월 15일 광주대학교

군포여성민우회

2014년 상반기 민우데이

상반기 ‘민우데이’가 6월 3일, 2시간 일정으로 요가학원에서 진행되

었다. 민우회원이신 권수련 원장의 지도로 이루어진 민우데이에서 11

명의 회원이 참여하여 서로 얼굴도 보고 이야기도 나누며 즐거운 시

간을 가졌다.

6월 3일 요가힘사

민우아카데미

‘조선 최초의 페미니스트, 김소행’에 대해 본회 교육위원장인 소진

형 선생님이 강의를 해주셨다. 남존여비와 가부장성이 작동하는 조

선시대에 안동김씨의 자제로 태어난 그가 ‘삼한습유’이라는 소설을

통해 드러낸 페미니스트적인 세계관은 무척이나 흥미로운 주제였다.

20여명의 회원들이 참여하여 강의 후 열띤 토론이 이루어졌다.

5월 22일 민우까페

서울남서여성민우회

인도 잔시-찬드라반마을 면생리대 만들기 진행

이경란 대표가 인도 나눔 여행을 다녀왔다. 위생적으로 열악한 환경

에서, 생리 중 많은 여성이 질병과 사망에 이른다는 소식을 접하고

면 생리대 DIY재료를 회원들께 후원받아 방문했다. 지역 여성들과

함께 면 생리대를 만들며 즐겁게 교류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

3월 28일 ~ 4월 10일 인도

아동성폭력예방 사회안전망 구축 프로젝트3. “평화로운 양

천구, 여성이 뛴다!”

총 11강에 걸쳐 반성폭력 평화지도사(반성폭력 예방교육강사)를 양

지부소식www.womenlink.or.kr

남서민우회_인도면생리대만들기 원주민우회_찾아가는 성폭력예방교실 진주민우회_38여성대회

Page 49: 함께가는여성 2014 상반기 217호

2014 상반기 47

성하기 위한 교육이 진행되었다. 교육 수료 후 함성(함께하는 반성폭

력 강사모임)팀 3기로 활동하게 되며, 지속적인 세미나와 교안작업

을 진행할 예정이다.

5월 13일 ~ 6월 19일.

서울동북여성민우회

되살림 장터

세월호참사로 인해 계획했던 시기보다 한 달을 늦춰 진행한 이번 되

살림 장터는 환경을 살리고, 지역을 살리자는 뜻에서 열리는 동북여

성민우회의 대표적인 대중행사다. 물건을 파는 사람이나 사는 사람

모두 하나가 되어 민우회의 재정마련을 위해, 그리고 환경을 위해

힘을 모았다.

5월 23일 사무실 앞

아픈 여성들의 일상:복귀프로젝트

아픈 여성들의 일상복귀프로젝트의 첫 강연으로 전혜은 선생님의

“아픈 철학자 수잔웬델”을 진행했다. 강연을 통해 만성통증을 새롭

게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다. 두 번째는 윤정은 선생님의 인터뷰 기

술에 대한 강연으로, 실제 인터뷰를 어떻게 하면 좋을지에 대한 현

장감 있는 팁들을 알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현재까지 총 여섯

분과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4월 9일, 4월 18일

원주여성민우회

찾아가는 성폭력예방교실

민우회 강사뱅크에서 성폭력예방을 위해 관내 중학교와 학부모를

대상으로 찾아가는 성평등 교실을 진행 중이다. 특히 올해는 원주시

외곽의 중학교를 포함함으로써 교육의 수혜지역을 넓혔으며, ‘장난

으로 취급되는 또래 간 성폭력’과 ‘청소년 연애와 데이트 성폭력’에

대한 교육을 통해 데이트 성폭력 없는 건강한 연애 가이드를 꽉!! 잡

아 주었답니다.

5월 7일~6월 13일(총 10곳)

인문학강좌

매월 마지막 주, 원주 시민들의 인문분야의 욕구를 해소하고 민우

회와 소통할 수 있는 시간으로 민우 인문학강좌를 진행하고 있다. 4

월에는 여행작가이자 신문기자인 이호준 선생님을 모시고 나를 돌

아보는 여행 글쓰기, 이야기가 있는 여행사진 찍기를 주제로 여행을

통해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스스로 보고 느낀 이야기들을 글

과 사진으로 멋지게 담았다. 5월에는 문화평론가 이윤호 선생님의 <

논어> 강좌를 통해, 위험사회, 불안한 시대의 한가운데서 제대로 선

부모가 된다는 것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통찰하는 시간을 가졌다.

4월 30일, 5월 29일 갤러리 카페 나다

인천여성민우회

활동가 워크숍

‘민우회와 나’란 주제로 미리 준비한 ppt자료 및 각자의 생각을 자유

롭게 발표하였다. 장혜순 대표의 서두로 임원진들의 생각들을 나누

면서 민우회를 더 성장시키고 지속가능한 인천여성민우회를 만들고

자 다짐하는 자리였다. 다양함이 있어 더 화려한 꽃을 만들어가는

성숙한 워크숍이었다.

5월19일 아트폴랫폼

민우희망열기

민우희망 열기는 매월 민우회 자문위원의 재능봉사로 이루어지는

나눔과 소통의 장이다. 3월에는 ‘우리가 살아온 삶의 기준을 돌아

보다’를 통해 삶의 기준을 생각해 보았고, 5월에는 ‘CEO의 삶이란?’

주제로 인성교육과 나눔을 실천하는 삶을 배우는 시간이 되었다.

3월 21일, 5월 16일 민우회 사무실

진주여성민우회

2014년 상반기 가해자교정 치료프로그램

부설 성폭력상담소의 상반기 가해자 교정 치료프로그램이 무사히

끝났다. 마지막 프로그램을 끝내고 간단한 다과회로 프로그램 도중

못 다한 이야기와 궁금한 내용들을 서로 나누었다. 무엇보다도 성과

성폭력에 관한 예방교육이 절실함을 느끼게 되는 시간들이 되었다.

3월 31일~ 5월 23일 (총 23회기)

3.8경남여성대회

3.8세계여성의날을 기념하여 보라색드레스 코드로 한 코스프레와

함께 정해진 미션 수행을 진행했다. 진주여성민우회는 외모지상주

의, 보육, 유리천장을 주제로 다양한 사회문제를 표현하여 평등상을

수상하였다.

3월 8일 창원성산아트홀 어울림마당

춘천여성민우회

6.4 지방선거 정책 제안 “여성, 춘천에 바란다.”

- 성평등도시(여성친화도시) 제안 간담회

춘천여성민우회, 춘천여성회, 작은도서관협의회, 공공운수노조 보육

협의회가 공동 주최하여 성평등도시 제안 간담회를 열었다. 다양한

구성원의 민주적이고 동등한 참여를 바탕으로, 춘천시를 성평등하

고 살기 좋은 지역사회로 만들기 위한 정책을 춘천시장 예비후보에

게 제안하였다.

4월 16일 춘천생명의숲 교육장

3.8세계여성의 날

‘3.8세계여성의 날’ 기념 캠페인이 있었다. 여성, 나아가 국민 모두의

건강권 수호를 위해 의료민영화를 반대하는 서명전을 벌이고, 여성

을 외모로만 판단하는 사회에 문제를 제기하는 “내가 젤 예뻐!” 퍼

포먼스를 진행하였다. 인증샷 찍기, 공감 말 쓰기, 성형문구 날리기

등을 통해 시민도 캠페인에 함께 참여하는 축제의 장이 되었다.

3월 8일 춘천명동입구

Page 50: 함께가는여성 2014 상반기 21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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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1월21일부터 2014년 6월20일 집계 현황

민우알림

민우회에는 공식홈페이지 외에도 다양한 채널이 있어요. 그 중 민우회를 실시간 만날 수 있는 sns를 통해 즐겁게 소통해보아요!

1. sns의 명불허전 트위터! twitter.com/womenlink

이런 사람에게 추천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에 관심많고 스마트폰 활용도가 높은, 나는 트위터리안!

활용 tip

민우회 트위터를 팔로워한다. 널리 퍼트리고 싶은 트윗을 꼭꼭 리트윗한다.

2. 떠오르는 다크호스 페이스북! facebook.com/womenlink

이런 사람에게 추천 트위터의 속도가 조금 정신없고기존의 싸이 세상에 대한 충성도가 높았던 나는 지인 중심의 네트워트형!

활용 tip

친구신청을 한다. 공감가는 글에 ‘좋아요’를 누른다.게시글 공유를 통해 민우회 활동을 나의 페친들에게 알린다.

3. 그 외에도 민우회원이라면, 홈페이지 내 회원카페 모람세상 womenlink.or.kr/moram활동 뒷이야기, 활동가들의 일상, 칼럼이 있는 민우블로그 womenlink1987.tistory.com

[민우회와 sns로 소통하기]

신입회원 여러분 반가워요!

강선우 강세정 강유가람 강은경 강은주 강주현 강현희 고지안 곽미숙 권리나 권수민 권지혜 권현주 길소양 김경수 김경애 김구남 김금례 김남주 김남희 김리나 김명옥

김미라 김미선 김민문정 김별 김보라 김복자 김선례 김선미 김성환 김수진 김수진 김숙희 김연서 김연옥 김영숙 김영옥 김영일 김영주 김영훈 김예솜 김예진 김유미

김은숙 김은영 김이선 김정숭 김정주 김정희 김주숙 김주연 김지인 김창숙 김현덕 김현수 김현자 김현희 김혜민 김희숙 김희연 노남숙 노은솔 노정림 노정현 노정현

노지은 노홍석 마은희 명효은 문양순 문현경 박내연 박다정 박도담 박동석 박민정 박부금 박성숙 박성옥 박세영 박소원 박승희 박윤미 박은애 박정순 박정윤 박정희

박준석 박지영 박진숙 박진아 박철준 박혜영 박호정 박홍인 박효경 백송이 백양자 백지예 변향숙 서보배 서숙이 서영희 서은선 서은숙 서진하 성규원 성규원 성효진

손란미 손이숙 손희정 송나영 신아영 신한나 신혜정 양성필 어윤지 여명희 여성자 염영임 오민주 오숙경 오현정 우진하 유소희 유애지 유재헌 유제경 윤경옥 윤경자

윤광자 윤미자 윤소남 윤오 윤유선 윤채옥 이경민 이경순 이경순 이도경 이도윤 이미나 이미란 이복희 이상아 이선영 이선옥 이성희 이슬기 이아름 이영숙 이영아 이예지

이은경 이은영 이정숙B 이지현 이지현 이진희 이차복 이채영 이현미 이현정 이혜란 임미현 임선영 임성민 임수정 임정숙 장부연 장윤정 장은경 장정권 장지숙 장채순

장혜린 전용현 전하영 정민경 정봄 정연희 정원경 정유은 정윤순 정은영 정은정 정은주 정진경 정철 조계천 조명선 조미정 조성민 조성아 조승연 조영례 조용현 조유성

조현이 조혜정 주해은 진양석 차은정 차차 차해영 최등산 최성인 최소영 최숙화 최양희 최연아 최영민 최윤정 최윤정 최지현 추민주 하유진 한규현 한유경 한은희 한인희

한지수 한지영 한혜진 함소희 해인 홍숙희 홍여란 홍점숙 황경준 황미경 황선희 황정아 황혜준 황효창

평생회원, 회비인상으로 함께해주신 회원님 감사합니다!

회비인상_김보영 정하경주 김윤경 육진아 최윤선 김현지 조진선 김재진 홍하이영

평생회원_오서방 김현정 박건 송미덕 정은숙 정혜경 조회정 김인숙 이은숙 박태주 박준동 박성영 유선영

바자회에 물품을 후원해주신 회원님 감사합니다!

강연정 곰 구자진 국미애 권귀영 권김현영 그루 김경애 김나래 김선자 김원정 김연수 김영희 김현덕 꼬깜 나우 낭미 너굴 너나들이바자회 노새 눈사람 다정 달개비 달리

들통 먼지 명가한의원박원장 모구 모후아 바람 박건 박민지 박봉 박선영 박효원 반아 빼기일 사랑초 살포시 소소 스누피 시바 시원 써니 썬 아넹 앤 엄재영 여경 오경훈

오서방 오선희 오이 옥돌 용가리 유경희 윤정숙 윤정주 이경란 이윤소 제이 제이미 조보경 장선옥 전미혜 전예진 전운미 정 정영애 정옥순 주설령 짜이 짱이 카티아 타란

타기 폴 황금소영 현일숙 햇살

<함께가는 여성> 지면은 회원들에게 활짝 열려있습니다!

[문화산책], [나의 노동이야기] 등의 꼭지에서 회원님의 글 솜씨를 마음껏 발휘해 보세요!

기고문의 02-737-5763/ [email protected]

알림

][한국여성민우회 결산보고서(2014년 1월 1일부터 05월 31일까지)

(단위: 원)

Ⅰ. 수입내역 금액

회비수입 89,148,390

후원금 24,203,359

노동상담사업 10,800,000

사업수입 2,138,588

기타수입 1,258,844

수입합계 127,549,181

Ⅱ. 지출내역 금액

인건비 112,430,569

복리후생비 523,950

사무용품비 333,100

사무행정잡비 2,572,873

사회보험금비 10,446,630

소모품비 1,324,400

나루운영비 1,621,920

연대활동비 1,536,000

제세공과금 1,548,810

지급수수료 1,541,900

지급이자 3,167,888

통신비 1,540,647

회의비 729,900

정보홍보사업비 955,570

조직활동비 8,220,360

정책연구교육사업 4,331,600

재정사업비 3,071,890

지출합계 155,898,007

Ⅲ. 당기수지차 -28,348,826

Page 51: 함께가는여성 2014 상반기 217호

실종자의 조속한 수습, 특별법 제정 등을 통한

철저한 진상 규명과 재발방지 대책마련을 강력히 요구하며

서명을 통해 뜻을 같이 해주세요 서명은 sign.sewolho416.org로 가시면 바로 하실 수 있습니다.

회 원 정 보 업 데 이 트 캠 페 인

바뀐 회원정보를 알려주세요!

“왜 요즘 민우회에서 연락이 안 오지?”

설마요.. 그럴리가요.ㅠ_ㅠ혹시 바뀐 정보를 민우회에 알리는 걸 깜빡했다면!

이사와 이직으로 변경된 우편물 수령지,“010” 붙으며 달라진 전화번호, 요즘 자주 쓰는 이메일 주소를~

민우회로 알려주세요. 기다릴게요!

주소, 이메일, 전화번호 등 변경된 회원정보를

[email protected]

7월 10일까지 보내주세요.

회원팀에서 확인 후 회신하겠습니다.

업데이트 방법

Page 52: 함께가는여성 2014 상반기 217호

서울시 마포구 월드컵로26길 39 (성산동 249-10) 시민공간 나루 3층 (121-847) Tel 02.737.5763 Fax 02.736.5766 E-mail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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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노동상담 02.706.5050 미디어운동본부 02.734.1046 여성연예인 인권지원센터 02.736.1366 성폭력상담소 02.739.8858 성폭력상담 02.335.1858

고양파주여성민우회 031.907.1003 광주여성민우회 062.529.0383 군포여성민우회 031.396.0201 서울남서여성민우회 02.2643.1253

서울동북여성민우회 02.3492.7141 원주여성민우회 033.732.4116 인천여성민우회 032.525.2219 진주여성민우회 055.743.0410 춘천여성민우회 033.255.5557

요람에서 무덤까지 “미모가 힘”이 되는 사회를 살아야 하는

여성들의 솔직한 고백

뚱뚱하고 못생긴 게 죄가 되는 사회,

외모에 대한 지적이 관심의 표현으로 간주되는 사회,

‘동안 미녀’, ‘착한 몸매’만이 대접받는 세상을 향한 그녀들의 외침

“그대, 뚱뚱해서 죄송합니까?”

“우리, 뚱뚱해서 죄송해야 합니까?”

뚱뚱해서 죄송합니까?

예뻐지느라 아픈 그녀들의 이야기

한국여성민우회 지음

2013년 12월 2일 출간

13,000원

ISBN 978-89-6437-197-8 04300

ISBN 978-89-6437-196-1 (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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