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와 표현 e 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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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260323 사회학과 이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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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 사고와 표현 e book

사고와 표현

2014260323 사회학과 이서현

Page 2: 사고와 표현 e book

2014년 1학기 『사고와 표현 1(기초 글쓰기)』 강의 계획서

◈ 과목 개요

대학에서의 공부는 글 읽기와 글쓰기로 이루어진다. 교과서를 비롯하여 관련 서적들을

읽고 이해하는 과정, 보고서와 서술형 시험답안 작성과 논문 작성 등의 글쓰기 과정은

대학 공부의 기본이자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표현하는 능력이 된다. 이 강의는 학생들이

이러한 능력을 갖추게끔 필요한 이론을 학습하고 실제 글 읽기와 글쓰기를 훈련하는 과

목이다.

◈ 학습 목표

이 과목은 글을 비판적으로 읽고 자신의 생각을 발전시키고, 그 생각을 정리하여 표현하

고 전달하는 능력을 향상시키는 데 목적이 있다 :

- 읽기 능력 향상 및 자료 정리와 활용

- 다양한 글 읽기 및 글쓰기 연습(최종: 에세이 쓰기)

- 글쓰기 이론 및 어법 학습

- 읽기, 말하기, 쓰기, 듣기를 통한 대학생으로서의 의사소통 자질을 함양.

- 기초 교양 교육 + 시민교육 + 고대인

(대학 전공 교육을 위한 기초 교육, 사회 활동을 위한 예비 교육 및 시민 교육,

고대인으로서의 정체성 확립 및 대학인으로서의 지적 능력 함양)

◈ 교수 - 김윤선 ([email protected]) /

◈ 교재 – 대학글쓰기의 이해, 고려대 출판부, 2014.

글쓰기의 원리와 실제, 월인, 2011 / 글쓰기의 전략, 들녘, 2005 /

자체 교재 (유인물 또는 인터넷 자료실 이용)

◈ 수업 진행 – 강의(이론), 글쓰기, 발표와 조별토의, 첨삭 및 상담

◈ 과제 - 읽기 과제와 쓰기 과제 (과제는 수업 시간에 설명)

◈ 평가 - 출석 10 / 발표 및 평소 (수업참여도) 20

시험 30 (중간시험 30 이내, 비율 조절 가능) / 글쓰기 및 기말과제(노트) 40

· 1회 결석 –2, 지각 –0.5 (지각 기준은 출석을 부르는 시점) 입원 외 사유결석 -1

· 글쓰기, 노트 및 기말과제에 대한 설명은 수업 시간에.

· 수업 참여도는 수업 시간에 집중도와 의사소통 능력, 발표에 대한 평가

· 핸드폰 사용 금지

· 최종평가는 상대평가

◈ 기타

수업 시간에는 노트와 필기도구(연필 샤프 제외), A4용지 1∼2매를 항상 준비한다.

읽기 텍스트를 준비한다. - EKU 자료 게시판, 도서.

글쓰기 과제의 경우 글쓰기 윤리를 지키지 않았을 경우 F학점.

컴퓨터를 활용하여 글을 쓸 때는 활자크기 10∼11, 활자체는 명조체 종류로 한다.

글쓰기는 글쓰기 과정을 이행하고 고쳐 쓰기를 통해 완성한다.

읽기 과제로 고전 읽기가 포함되며 이에 대한 글쓰기(보고서)로 완성된다.

모든 글쓰기는 인터넷을 활용하여 수강생들과 공유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부득이하게 휴강이 필요한 경우, 늦어도 하루 전에 연락 한다.

2시간 수업은 글쓰기, 발표, 조별 토의 및 읽기, 상담 등 학생 활동 중심으로 진행된다.

◈ 주별 수업 세부 계획 : 글 읽기 및 글쓰기 (꿈, 사랑, 학문)

Page 3: 사고와 표현 e book

주 날짜 이론 실제 교재 범위 및 기타

1 3.3오리엔테이션

강좌 소개 강좌 설문 조 구성

2 3.10 설문 평가 글쓰기 및 읽기 계획 수업 계획 완성

그룹 방 확인

3 3.17생각과 글쓰기

대학생과 글쓰기

글쓰기 1 - 자기 소개서

자기에 관한 글쓰기 : 꿈

대학글쓰기의 이해 1장 1. 2.

기타 읽기 자료

4 3.24 글쓰기 윤리 독자와 주제 점검 대학글쓰기1장3./ 2장 1. 1.1. 1.2

고전 읽기 도서 선정

5 3.31 자료 조사와 활용 도서관 활동 도서 대출하기

사진 촬영 혹은 제출 확인

6 4.7 인용, 각주, 참고문헌글쓰기 2- 인용하기와

각주 및 참고문헌 쓰기 컴퓨터를 활용한 자료 검색

7 4.14 감상문 쓰기 영화 감상 : 사랑

주제 정하기

대학글쓰기의 이해 2장 1. 1.3.

8 4.21 중 간 고 사

9 4.28글쓰기의 과정-

주제의 구체화, 개요

글쓰기 3-

영화 감상문 쓰기

대학글쓰기의 이해 2장 2. 집필하기글쓰기 첨삭 및 상담

10 5.5중간고사 피드백

단어, 문장, 단락 (1) 글쓰기 4-

고쳐 쓰기 및

에세이(또는 칼럼) 쓰기

대학글쓰기의 이해 2장 3. 수정하기 글쓰기 첨삭 및 상담

11 5.12 단어, 문장, 단락 (2) 글쓰기 첨삭 및 상담

12 5.19단어, 문장, 단락 (3)

보고서 쓰기 연습 글쓰기 5-

읽기 과제를 이용한

보고서 쓰기 연습(학

문)

대학글쓰기의 이해 3장 1. 기말 최종 보고서

(e-BooK) 계획 완성

13 5.26언어 예절

인터넷 글쓰기 대학글쓰기의 이해 3장 2. 글쓰기 첨삭 및 상담

14 6.2 조별 토의 및 발표 읽기 활동 발표

(조별 10분 이내) 개인 혹은 조 발표

15 6.9글쓰기 상담 및

이북 만들기

과제 상담 및 글쓰기 완

성 고쳐 쓰기

16 6.16 기 말 고 사 : 기 말 과 제 완 성 (e-Book 및 노트 제출,e-Book 공유 )

※ 글쓰기 종류는 변경될 수 있으며, 세부 일정 역시 학생들과의 협의 하에 변경될 수 있

다.

Page 4: 사고와 표현 e book

<사고와 표현I> 2014- 1 읽기 자료

[특별기고] 대학교육에서 ‘교양’이란 무엇인가

한국의 4년제 대학에서 ‘교양교육’이란 걸 실시하지 않는 곳은 거의 없을 정도다. 대학

입학자는 초급 학년 단계에서, 혹은 그 이후에도, 반드시 교양과정이란 걸 거쳐 소정의 교

양학점을 따야 졸업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여기까지는 누구나 아는 바다. 그런데 대학 운영

자, 다수의 전공 교수들, 사회 일반인들, 그리고 학생들조차 잘 모르거나 거의 모르고 있는

것이 있다. 교양교육을 실시한다고 야단 떨기는 하는데 정작 그 ‘교양’이란 무엇인가? 대학

에서는 무엇을 가리켜 교양이라 부르는가? 내가 아까운 지면을 바쳐 느닷없이 교양의 문제

를 꺼내드는 것은 누군가가 공론의 장에서 반드시 지적해야 할 어떤 ‘위기’ 때문이다. 총장

을 비롯한 대학 운영자들, 고위 보직자들, 다수 교수들, 대부분의 신입생들, 그리고 많은 일

반인들이 교양이라는 것을 제대로 이해하고 그 중요성을 인식하지 않는 한 한국에서의 대학

교육은 막대한 낭비, 왜곡, 저효율에 계속 시달릴 것이 분명하다. 이것은 위기다. 이런 위기

는 사회와 무관한가?

최근 어떤 대학의 교무위원회 자리에서 이렇게 발언한 보직 교수가 있었다고 한다. “요즘

우리 대학 신입생들은 교양과목 듣느라고 공부와 멀어지고 있다. 무슨 조치가 필요하다.”

교양과목 듣느라 공부와 멀어진다? 다수의 보직 교수들, 특히 전공학과 교수들의 머릿속에

‘교양’이란 것이 어떻게 인식되고 이해되는지 단적으로 드러내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들이

아는 교양은 알아도 되고 몰라도 되는 잡동사니 상식 같은 것, 백화점 문화센터 꽃꽂이 강

의 같은 것, 금강산도 식후경이랄 때의 그 ‘식후경’ 같은 불요불급의 장식성 액세서리 같은

것, 본격적인 공부와는 관계없는 어떤 것이다. 놀랍게도, 대학 전공학과 교수들 가운데 줄잡

아 80퍼센트 이상은 교양을 그렇게 이해하고 있다. 그리고 그들은 그 틀려먹은 ‘교양관’으

로 평생 학생들을 가르치다 퇴임한다. 퇴임 전에라도 자신의 틀린 생각을 바로잡는 교수는,

미안한 얘기지만, 극소수다.

신문 지면에서 교양론을 편다는 것은 무리한 일이다. 핵심적인 얘기만 추리도록 하자. 핵

심 중의 하나는 이제 우리 대학들이, 다수 교수와 학생들이, 교양교육이랄 때의 그 ‘교양’이

란 말에 대한 틀에 박힌 상식과 이해를 완전히(그렇다, 완전히) 벗어던져야 한다는 것이다.

교양은 잡학, 상식, 장식물이 아니고 심지어 박학다식이랄 때의 ‘다식’(多識)도 아니다. 많이

읽고 많이 아는 사람의 다식을 꼭 흠잡을 일은 아니지만 이것저것 많이 알기만 할 때의 박

학다식은 철학자 앨프리드 노스 화이트헤드의 적절한 지적처럼 ‘백해무익’하다. 교양이란 말

은 박식, 잡식, 다식 같은 것을 가리키는 일반적 상식어가 아니다. 무엇보다 그것은 철학 기

반을 가진 교육학적 용어이고 진리 발견과 인식에 관한 방법론이며 인간의 창조적 능력을

상향 조성하고자 할 때의 정신적 훈련과 관계되어 있다.

이럴 때는 사례를 드는 것이 좋다. 하버드대학은 2007년 학부 교육과정을 개편하면서 낸

보고서에서 “하버드 교육의 목적은 ‘리버럴 에듀케이션’을 실시하는 데 있다”고 선언하고

있다. 그쪽에서 ‘리버럴 에듀케이션’(liberal education)이라 불리는 것이 지금 한국에서 ‘교

양교육’이다. 두 용어의 의미와 역사는 상당히 다르기 때문에 우리가 해방 후 미국 학제를

도입하면서 그쪽의 리버럴 에듀케이션을 ‘교양교육’이라 번역해서 수입한 것은 매우 불행한

사건에 속한다. 리버럴 에듀케이션이란 상식적 잡식 교육이 아니라 ‘틀에 갇히지 않는 자유

로운 탐구와 교육’이다. 틀에 가두고 갇히는 교육 아닌 틀을 깨고 나가는 교육, 기성의 진리

체계, 지식, 진리주장들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비판적 사고력의 함양, 지식의 단

Page 5: 사고와 표현 e book

순 전수와 답습보다는 전수를 넘어 새로운 지식을 생산해낼 수 있는 상상력, 호기심, 이해

력의 자극과 확대-몇 마디로 요약하자면 이런 것이 ‘틀을 깨고 나가는’ 교육으로서의 리버

럴 에듀케이션, 우리식 표현으로는 ‘교양교육’이다. 문제는 서구식 교육방법으로서의 리버럴

에듀케이션의 전통이 거의 없는 한국에서(이것은 중국·일본을 포함한 동아시아 국가들의 공

통점이다) 그 전통에서 나온 교육법을 가져다 정신과 알맹이는 빼고 ‘교양’이라는 모호한

말 속에 담으려고 한 것이 우리의 교양교육이다. 교양이라는 말 자체는 나쁘달 수 없다. 그

러나 우리 사회에서 상식화된 의미의 교양은 대학 교양교육이랄 때의 ‘교양’을 크게 왜곡하

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건 우리가 교육편제 도입에서 반드시 했어야 할 정리 작업 가운데

무엇을 소홀히 했는가에 대한 자성적 차원의 지적이다. 교양교육이랄 때의 ‘교양’의 의미,

철학, 교육방법을 수십년이 지나도록 제대로 정립하지 못한 것이다.

또 쉬운 사례를 드는 것이 좋겠다. 앞서 말한 하버드 보고서에는 대학에서의 교양교육(리

버럴 에듀케이션)의 성격과 목표를 간명하게 정리한 이런 대목이 나온다. “교양교육의 목표

는 추정된 사실들을 동요시키고, 익숙한 것을 낯설게 만들며 현상들 밑에, 그리고 그 배후

에서 일어나는 것들을 폭로하고, 젊은이들의 방향감각을 혼란시켜 그들이 다시 방향을 잡을

수 있는 길을 발견하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우리나라 대학 총장들, 보직 교수들, 전공학과

교수들의 상당수가 지금부터 100번 이상은 읽고 새겨들어야 할 ‘교양교육론’이다. 이 간명

한 진술은 이 글의 주제(대학교육에서 ‘교양’이란 무엇인가)에 잘 응답하고 있다. 교양은 단

순 지식의 집적, 잡학과 다식, 박학을 넘어 기성의 진리체계를 동요시키는 힘, 익숙하고 친

숙한 것들을 낯설게 하고 심문하는 능력, 기존의 진리주장 어느 것도 그냥 받아들이지 않는

비판적 사고력, 현상의 배후에 숨은 보이지 않는 것들을 드러내는 힘, 방향감각을 흔들고

혼란시켜 새로운 방향을 잡아나갈 수 있게 하는 능력, 틀린 것은 바로잡으려는 오류 수정의

정신- 이것이 ‘교양’이고 교양교육의 ‘목표’다. 교양은 전공 지식을 절대로 무시하지 않으면

서 지식의 틀에 갇히기를 거부하는 자율적인 정신의 생태체계, 거리낌없이 탐구하는 모험적

호기심에 대한 대긍정의 체제다.

그런데 교양과목 듣느라 학생들이 공부와 멀어진다고? 이렇게 말한 교수는 필시 대학 1

학년 때에도 공부해야 할 전공지식이 있는 법인데 교양수업이 그 전공 공부의 시간을 뺏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의 목소리를 낸 것이리라. 그러나 교양은 공부와 멀어지게 하는

시선분산의 놀이가 아니라 공부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능력을 키우자는 노력이고 생각하는

힘 기르기다. 그것 없이 대학공부는 되지 않는다. 대학을 나온 다음에도 대학이 길러주려는

그 교양의 힘만큼 요긴하고 중요한 것이 없다. 나는 앞서 하버드 보고서만을 예로 들었는

데, 그 보고서가 교양교육의 목표라고 부른 것은 사실은 하버드 한 곳만의 목표가 아니다.

그것은 오늘날 근대 학문과 근대 교육의 체계를 받아들인 세계 모든 주요 대학들이 이구동

성으로 천명하고 있는 교양론이다. 그 교양론은 사실은 근대 과학혁명 이후 과학이 천명한

탐구의 방법론이고 정신이며, 분야가 무엇이냐에 관계없이 사실상 모든 학문 분야(예술까지

도 포함해서)들이 공유하는 방법이다. 그 교양을 통해 과학과 인문학이 만난다. 기존의 진

리주장을 심문하는 것은 근대 과학의 등장 훨씬 전에 이미 소크라테스가 확립한 대화적 교

육법의 진수다. 최초의 근대적 과학공동체인 런던왕립학회가 만들어진 것은 350년 전의 일

이다. 그 왕립학회의 모토는 그때나 지금이나 “어느 것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지 말라”

는 것이다. 이 모토는 과학의 것이자 동시에 인문학의 것이며 교양교육의 것이다.

출처 : 도정일 / 문학평론가·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대학장

2014.02.21. 한겨레 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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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이란 부차적일 뿐인가?

최영주(불문학 박사)

1

나에게 고등학교 시절은 성인이 되기 위한 준비의 과정이 아니라 그 자체가 완성의 시간

으로 기억되고 있다. 주재원으로 발령받은 아버지를 따라 파리로 공부하러 가게 되었을 때,

당혹스러우면서도 나를 기쁘게 한 것은 체계화된 독서 시스템이었다. 우리의 국어 과목에

해당하는 불어 수업의 경우 교과서가 아닌 문학책들을 돌아가며 읽고 요약, 비판하는 것이

주가 되었다. 어떤 참고서의 도움도 없이 혼자 해석한 후 학우들 앞에서 소개해야 했던 문

학서들은 지금 나에게도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이 수업과 관련해 추천된 책은 족히 100

권이 넘었는데, 이를 독파하지 못한 채 바칼로레아에 임할 경우 적절한 인용구를 대지 못해

어려움을 겪게 된다.

가령 “소설에 있어 상상과 진실 중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엇이고, 왜 그렇게 생

각하는지 자기 생각을 전개하라.”, “문학을 연구하는 것은 인간을 연구하는 것과 다르지 않

다고 죠르쥬 상드는 말했다. 이 문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기술하라.” 등의 질문에 A4

용지 4-5장 분량의 글을 작성해야 하는 것이다.

글을 읽는 것과 분석 이해하는 것, 또 직접 쓴다는 것이 얼마나 다른 일인지는 차치하고

서라도, 문학책 읽는 것을 사치가 아닌 생활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는 사실에, 책을 좋아했

던 나는 매우 큰 기쁨과 흥분을 느꼈던 듯하다. 이렇게 문학으로 시작된 인문학에의 관심은

철학으로 이어졌다. 철학은 문학과 함께 인문계의 주요 과목으로 고등학교 3학년 때 배우게

된다. 인문계 A반의 경우, 철학 수업이 일주일에 9시간이나 되며, 바칼로레아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결정적으로 크다. 문학 과목과 마찬가지로 주요 철학자들의 발췌문을 비판하고 주제

별 질문에 따라 장문의 글을 작성해야 한다.

이 과목에서 독서력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인생관의 수립이었다. 당시 중간, 기말 시험에

서 출제되었던 문제들, 가령 “죽음에서 승리할 수 있는가?”, “종교는 약자들을 위로하기 위

한 환상인가?”, “우리는 타인을 사랑할 의무가 있는가?” 등은 그 종교적․윤리적 함축이 지

닌 과감성으로 나를 상당히 당황케 만들었고, “역사가 의미를 지닌다고 생각하는가?”, “권

리는 권력 질서를 정당화하는 수단에 불과한가?”, “스스로에게 거짓말하지 않을 수 있는

가?”라는 주제들은 나를 한때 회의론자로 몰고 가기도 했다.

글쓰기는 곧잘 토론, 발표로 이어졌는데, 당시 철학 선생님과 학우들의 진지한 목소리가

아직도 귀에 쟁쟁하다. 이 같은 발표는 그리스의 아고라 광장에서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의

철학을 강론할 때의 긴장감과 다를 바 없었다. 다수를 상대하기에 일치보다는 반대 의견에

부딪힐 확률이 높았고 그 갈등 상황을 폭력이 아닌 설득과 대화를 통해 나의 의견을 관철시

키는 데는 거의 종합 예술에 가까운 능력이 요구되었다.

그 때 작성한 시험지와 과제물을 뒤적이다 보면 1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그 글을 작

성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객관성과 진리의 관계는 무엇인지, 타인에게 예술 작품의 미적

보편성을 강요할 수 있는지, 인간의 정체성이 시간에 따라 변하는 것인지, 다르다는 것은

불평등하다는 것인지 등의 질문에 답함에 있어 아직도 그 시절의 조심스러움을 지속하고 있

는 것이다.

Page 7: 사고와 표현 e book

2

바칼로레아 철학 시험이 있는 날은 프랑스 지식인들에게 또 하나의 국경일 ‘생각하는 날’

이다. 2주 이상 계속되는 바칼로레아는 항상 철학으로 시작된다. 주어진 시간만도 3시간이

니 첫날부터 학생들은 큰 고역을 치르게 되는 셈이다. 언론과 사회는 그날 출제된 문제에

대해 온통 관심을 기울인다. 시험을 치르는 것은 학생들이지만 그 날만은 프랑스인 대다수

가 그 진지함에 참여한다. 그날 저녁에는 출제된 문제를 가지고 정치계, 문화계, 언론계의

유명 인사들과 시민들이 대강당에 모여 적당히 진지하고 적당히 유머러스한 분위기로 모의

고사를 치르는 프로그램이 방송되는데, 참가자들의 진지함과 재치에 적잖이 놀라게 된다.

바칼로레아에 출제되는 질문들은 그 추상성과 난해함으로 일반인에게 거부감을 줄 수도

있겠지만 실제 프랑스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나는 비슷한 수준의 주제를 가벼운 형태의 대화

로 많이 접할 수 있었다. 철학이나 인문학을 전공하는 친구가 아니더라도 작은 관찰에서 비

롯한 화제를 가지고 쉽게 토론이 이어졌다. 가령 니스를 찾았을 때 한 친구가 호화 요트를

칭찬하자 “돈은 과연 인간을 자유롭게 하는 것인가, 노예화하는 것인가?”에 대해 뜨거운 논

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말하자면 글쓰기의 기초인 토론 문화는 대학 강당이나 정치 운동에

서만이 아니라 생활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것이었다. 이런 토론은 대부분 많은 이론과 예

문을 동원할 수 있는 사람의 승리로 매듭지어지곤 했다.

프랑스인들은 교육 정도와는 관계없이 인용하길 좋아한다. ‘볼테르가 말하길, 루소가 말하

길, 위고가 말하길, 공산당 선언을 읽어 보면’ 운운 입에 달고 산다. 더욱 놀라운 것은 아주

어린아이에게 질문을 해도 장문의 대답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지성을 특수 계급

의 소유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정육점 아저씨도 간호사도 똑똑하다는 말, 교양 있다는 말을

듣길 좋아한다. 상대방을 칭찬할 때나 이상적인 배우자를 표현할 때도 ‘영리한’, ‘현명한’이

라는 표현을 많이 쓴다.

어찌 보면 프랑스인들의 각별한 철학, 문화에의 사랑 뒤엔 우리와는 다른 세계관과 인생

관이 숨어 있는 듯하다. 그들에게 지성이란 인간성을 결정하는 기본 요소인데 반해 우리에

게는 일종의 ‘특수한 것’, 소수만이 추구할 수 있는 일종의 ‘고상함’이다. 논리적인 사람, 지

적인 사람에 대해 왠지 모를 불안감과 위협을 느끼기까지 한다. 대중 매체에서도 어수룩하

고 실수하는 사람이 대중의 사랑을 받는 반면, 똑똑하게 자기 의견을 펼치는 사람은 오만하

다는 야유를 받는다. 오랜 프랑스 생활을 통해 착하고 희생적인 인간성을 목표로 하는 우리

사회 제도의 장점을 깨닫게 되었지만, ‘배운 놈들이’라고 하는 표현이 말해 주듯 대중의 교

양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지나친 듯하다. 존경할 만한 지적 엘리트가 많지 않다는 것, 그

것이 혹 지성에 대한 우리의 경계심을 이렇듯 강화한 탓일까?

철학, 문학과 같은 인문학이 위기에 봉착했음은 이제 세계 각국에서 통용되는 사실이다.

대학 진학 인기도가 떨어지고, 독서율도 다른 매체에 비해 현저히 낮아졌다. 인문학이 더

이상 사회 경제적 성취의 수단이 아닌 시대에서 홀대받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도 있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성공으로 가늠할 수 없는 인간성의 형성은 과거나 현재에나 글을

통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인간은 언어적 동물이고 타자(他者)와의 관계를 통해서만이

자신의 존재를 정립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다른 문화를 익히고 언어와 친숙해지는

것을 거부함은 인간성을 포기하는 것이라 해도 과장된 표현이 아니다. “인간은 원래 그 자

신이 인간학자일 수밖에 없는 운명을 지니고 있다.”는 랜드맨(Landmann)의 의 말처럼, “나

는 누구인가, 인간이란 무엇인가.” 라는 인문학의 근본 질문은 직업, 신분에 관계없이 우리

모두가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하기에 그에 답하려 노력하는 것은 삶의 기본적 태도

가 아닐까?

Page 8: 사고와 표현 e book

인문학의 위기에 정부의 지원 부족만을 탓한다. 정부가 학자, 문인, 예술인을 돕는 프랑스

를 보며 부러웠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정부의 활발한 지원 체계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바로 지성인에 대한 프랑스 인들의 진정한 애정과 존경이었다. 공원, 전철 할 것 없이 곳곳

에서 책을 읽는 사람들, 독서력이 떨어지는 정치가는 결코 대통령직에 오를 수 없다는 어찌

보면 비서민적인 사고가 프랑스인들에게 자부심과 긍지를 주고, 이 자긍심이 수많은 재능을

산출하는 것이다. 자국내 문제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비인도적 행위에 대항해

거리로 나서는 인파와 책을 든 시민이 다르지 않음을 보며, 나는 생각과 행동, 책과 삶은

별개의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3

생을 건 연애가 한 장의 연애편지로 압축되듯, 바칼로레아 시험 문제의 역사를 읽으며 나

는 언어가 생긴 이후로 계속되어온 수많은 학자와 작가들의 노력을 떠올렸다. 중세 수도원

에서 평생을 두고 언어학과 생물학에 매달렸던 수도사들의 고뇌와 과학자들의 끈기, 작가,

철학자들의 가난하고 고립된 삶을 떠올렸다. 그 몇 천, 몇 억의 땀과 시간이 모여 이 한 장

의 답안지가 준비된다고 생각하니 경이로운 마음마저 들었다. 수많은 땅과 시간을 살았던

더 많은 인생의 고뇌와 질문들을 읽으며 그 사이에서 나 자신의 행복한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었다. 만약 내가 정해진 의학서, 법학서만을 탐독했더라면 훌륭한 전문가는 될 수 있었을

지언정, 행복이라는 것이 얼마나 얻기 어렵고도 소중한 것인지는 알 수 없었을 것이다. 정

답과 경쟁에서 이기는 것만을 가르쳐 주던 사회와 그 사회의 교육 시스템에서 한 걸음 벗어

나 자유로울 수 있게 된 것, 이것이 내가 나의 경험을 행운이라고 말할 수 있는 가장 큰 이

유인 것 같다.

언어 교육의 조기화를 강조하는 지금의 우리 사회에서 왜 문화의 조기 교육은 강조하지

않는지 궁금하다. 우리는 성인이 된 후 여유 있을 때 읽는 책이 교양서라고 생각하는 듯하

다. 어떤 책이 교양으로 읽힌다는 것, 그것은 부차적이란 뜻일까? 그렇다면 과연 무엇이 일

차적이란 말인가? 돈을 벌고 빌딩을 세우고 권력을 잡고 전쟁을 하는 것? 이를 일차적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에겐 교양이 이것들의 온갖 폐해를 정당화하는 수단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앞으로 나아감만을 추구하는 교육은, 가는 곳이 어디인지조차 모르게 하는 이 사실을 모른

다는 사실마저도 망각하게 한다. 우리에게 교양이란 배부른 후에 누리는 사치가 아니라 ‘식

사하는 방법을 아는 것처럼’ 자연스런 삶의 필수 지침목이다.

많은 철학자들이 주장하듯, 문제의식을 느끼는 것 자체가 모든 것의 시작이며, 교사나 답

안에 의해 강요된 독백이 아닌, 다양한 책, 문화와의 개인적인 만남, 시간과 장소를 뛰어넘

는 대화만이 모순과 갈등으로 가득한 복잡한 현실을 이해하는 유일한 수단이라 생각한다.

상식을 검토하고 타자성을 기르는 것, 이것은 한편 쉬운 듯 하지만 기존의 자신을 냉철히

바라봄으로써만이 가능한 것이다.

사람은 자기가 아는 만큼 보며 자기가 원하는 것만을 습득하려는 편식성을 가지고 있다.

그 편식은 결과적으로 균형의 파괴와 소멸을 낳는다. 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시인이 되어

야 하듯, 낯선 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스스로를 타인의 시선으로 열어둘 수 있어야 한다.

즉, 인문학도가 과학책을 읽고 경제인이 시를 읽고 정치가가 음악을 이해할 때 비로소 사회

는 균형을 찾는 것이다.

베이컨은 ‘아는 것이 힘’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진정한 지식과 교양은 힘을 기르는 도구적

Page 9: 사고와 표현 e book

기술이 아니다. 그보단 권력의 힘에 위축되고 좌절할 때 스스로를 일으켜 세우고 나 개인의

가치와 존엄성을 잃지 않게 해 주는 것, 이것이 교양과 앎의 진정한 소명인 것이다.

세계의 교양을 읽는다, 휴머니스트, 2003.

Page 10: 사고와 표현 e book

읽기 과제 기본 질문

1. 이 글에서 단어에 주목해보자. 핵심어, 내게 매력적인 단어들은?

2. 이 글에서 내가 주목한 부분, 인상적인 문장들은?

3. 이 글의 내용 중에서 내가 질문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4. 이 글을 요약해보자.

5. 이 글의 필자(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무엇일까?

6. 이 글의 필자(저자)가 하고자 한 말, 주장 즉 이 글의 주제는 무엇일까?

7. 이 글을 통해 내가 얻은 바가 있다면?

8. 이 글을 통해 문제제기 해보자.

9. 저자의 의도나 글 내용과 상관없더라도 내가 이 글에서 생각해 본 문제가 있다

면? (파생 문제, 혹은 확대 문제)

10. 기타 정리하고 싶은 내용.

Page 11: 사고와 표현 e book

사고와 표현-자기소개서

민이에게 들려주는 나의 이야기

민아, 안녕? 나는 너와 함께 2014년 사회학과 새내기가 된 이서현이라고 해. 우리가 만난

지 벌써 한 달 이라는 시간이 흘렀어. 학교에 적응하고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느라 서로 바

빠서 서로에 대해 알 수 있는 시간이 없었던 것 같아. 그동안 많은 친구들을 사귀었지만 그

중에서도 너랑 제일 친해진 것 같아서 이번 기회에 나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너에게 들려주

려고 해!

우선 내 장점에 대해 이야기 해볼게. 나는 누구든지 도와주는 것을 좋아해. 도와주지 않

고 지켜보면 몸이 간지럽고 뭔가 불편해서 가만히 있을 수 가 없어. 너도 내가 친구들을 챙

기는 모습을 보고 잘 챙긴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지? 항상 나 자신보다는 다른 사람을

먼저 생각하려고 노력하고 또 그렇게 실천해 나가고 있는 중이야. 그래서 배려심이 많다는

소리를 자주 들어. 그리고 또 다른 나의 장점은 어떠한 환경에도 적응을 잘한다는 거야. 사

실 나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전에 걱정을 엄청 많이 하는 성격이야. 이게 단점이 될 수

도 있겠지만 적응을 하고 난 후에는 이런 걱정들이 싹 다 사라지기 때문에 딱히 단점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오히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준비 단계라고나 할까? 나는 그렇게

생각해!

민아! 내 꿈이 무엇인지 알려줄까? 새로운 환경에 적응 잘하는 나에게는 정말 딱 맞는 꿈

인 것 같아! 나는 여러 언어를 배워서 세계 이곳저곳을 여행하는 것이 나의 꿈이야. 어때?

내 꿈 멋지지 않아? 난 꼭 나의 꿈을 이루어 내겠어! 민이 너의 꿈은 언론사에서 일을 하는

것이라고 지난번에 이야기 해주었지? 활발한 성격에 좋아하는 일에 집중을 잘하는 너가 언

론사에서 일을 하면 어떤 일이든지 잘 해낼 수 있을 것 같아. 우리 서로 도우면서 열심히

꿈을 위해 노력해보자!

그럼 이번에는 부끄럽지만 내 단점에 대해 이야기 해줄게. 나는 내가 좋아하는 일에는 집

중을 잘하는 편이지만 그렇지 않은 일에는 집중을 잘 하지 못해. 그래서 항상 내가 좋아하

고 관심 있는 일은 좋은 결과를 냈지만 내가 관심 없는 일은 그리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았

어. 하지만 지금은 내가 좋아하는 일에도 집중하면서 관심 없는 일에도 집중을 하려고 노력

하고 있어. 또 나는 잠이 엄청 많아. 자고 또 자도 계속 잠이 오고 침대에 누우면 바로 잠

이 들어. 잠이 많아서 고등학교 3학년 때 공부하는데 힘이 들었어. 그런데 잠을 줄이려고

노력하다보니까 조금씩 자는 것이 습관이 돼서 잠을 줄일 수 있게 되었고, 공부를 해서 이

학교에 오게 되었어. 대학교에 와서 공부가 줄어든 것은 아니지만 잠을 고등학교 때 보다

많이 잘 수 있는 게 좋은 것 같아.

사실 대학교에 입학하고 처음으로 새로 배움터, 오리엔테이션이라는 것을 가게 되면서 걱

정을 엄청 많이 했어, 가서 친구들은 어떻게 사귀어야할까? 선배들은 어떨까? 내가 수업을

잘들을 수 있을까?이런 고민들도 많았어. 하지만 막상 오고 나니까 동기들도 좋았고 선배들

도 너무 잘해주시고 도움을 많이 주셔서 적응을 하기가 엄청 쉬웠어! 그리고 난 친한 친구

들에게만 마음을 터놓고 말을 자주하는 편인데 너 같은 친구를 만나서 너무 좋아! 앞으로도

지금처럼 잘 지냈으면 좋겠어.

여기까지가 나에 대한 이야기였어. 지루하지는 않았지? 너의 대한 이야기도 궁금해. 자주

들려 주었으면 좋겠어. 우리 같이 즐거운 대학생활 한 번 만들어 가보자!

Page 12: 사고와 표현 e book

<사고와 표현I> 3주차

읽기 자료-1

글 잘 쓰는 과학자가 성공할 확률 높다

- 갈릴레이․다윈․프로이드는 베스트셀러 작가

세계 최고의 공과대학 MIT의 근처 서점에서 수 십 년 동안 가장 많이 팔린 책은 무엇일까. 뜻밖에

도 작문 책이라고 한다. 우수한 공과대학 학생들이 왜 이토록 작문 책을 사보는 것일까. 직접 현장을

찾아가 그 내막을 알아보았다.

매사추세츠공대(MIT) 학생들이 가장 많이 지나다니는 보스턴시의 MIT켄달 지하철역 앞에는 MIT

COOP이란 이름의 커다란 책방이 있다. 오후가 되면 북적대는 학생들로 이 책방은 활기가 돈다.

학생들이 책방을 들락날락 거리는 출입구 옆 쇼윈도에는 잘 팔리는 책 몇권이 늘 전시된다. 여기에

진열된 손바닥 크기의 작문 책인 “스타일의 요소 (The Elements of Style)”는 수십년 동안 이 책방

에서 가장 많이 팔린 책이다. 미국 최고의 이공계 대학에서 작문 책이 가장 잘 팔린다는 것은 처음에

는 정말 의외였다.

이 책은 윌리엄 스트렁크라는 대학 교수가 1919년에 강단에서 작문을 가르치면서 만들었던 강의

록을 그의 제자이자 작가인 E. B. 화이트가 수정해 40년 뒤에 만든 것이다.

글은 간결하고 짧게,

두개의 문장을 절대 붙여서 길게 쓰지 말고,

수동형은 피하고,

불필요한 단어는 무조건 빼라고 이 책은 강조한다.

졸업하려면 2번의 쓰기 관문 통과해야

MIT에서 1년여 동안 연수를 받으면서 필자는 왜 학생들이 그토록 글쓰기에 열심인지 조금씩 그 내

막을 알게 됐다. 그리고 우리나라 이공계 출신들이 “글”에 맥을 못추는 것은 관심과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제대로 쓰기 교육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확신이 생겼다.

이 대학 입학생은 2학년 초까지 쓰기 1단계, 졸업 전에 쓰기 2단계라는 두개의 관문을 넘어야 졸

업할 수 있다. 그러려면 쓰기 과목을 수강하거나, 글을 제출해 일정 점수 이상을 받아야 한다. 한해에

쓰기 과목을 배우는 대학생 숫자가 전체 4천2백명 가운데 9백명. 졸업할 때까지 평균 한 과목 정도

는 수강하는 셈이다.

대학에는 “쓰기 프로그램과”가 있으며, 여기에 소속된 교수와 강사가 29명이나 된다. 교수진은 소

설가, 에세이작가, 시인, 번역가, 전기작가, 역사가, 과학자 등 다양하다. 교육 과목은 설명 및 수사

학, 창작, 과학기술 쓰기 등 크게 세 분야로 나뉘어진다. 학생들은 현대공상과학소설, 과학에세이,

과학저널리즘, 사이버스페이스에서의 커뮤니케이션, 수사학 등 36과목 가운데 자신의 구미에 맞는

것을 고를 수 있다.

대학이 글쓰기를 강조하는 분위기여서 필자도 여기서 글쓰기를 다시 배웠다. 지도를 맡았던 바바라

Page 13: 사고와 표현 e book

골도프타스 교수는 “MIT가 쓰기를 강조하는 이유는 쓰기를 통해 명쾌한 사고 능력이 생기게 되고,

이것이 연구 능력과도 직결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실제로 MIT에서 글을 잘 썼던 학생들

이 졸업한 뒤에도 성공하는 가능성이 높다는 조사 결과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MIT 쓰기 프로그램과 학과장인 제임스 패러디스 교수는 아예 과학과 기술을 일종의 커뮤니케이션

으로 보는 인물이다. 그는 쓰기의 중요성을 이렇게 설명했다. “과학기술자에게 쓰기는 지식 형성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대중은 물론 같은 분야의 전문가들이 정보를 습득하는데 큰 도움을 준다.

또한 요즘 과학기술 논문은 대부분 공저이기 때문에 글쓰기가 하나의 협동과정이다. 특히 요즘에는

자료들이 e메일을 타고 빠르게 돌아다니기 때문에 글쓰기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리포트가 성적 평가 50% 차지

MIT에서 가장 인기 있는 교양과목인 스티븐 핑커 교수의 심리학은 쓰기가 학과목에 얼마나 구석구

석 침투해 있는지 잘 보여준다. 핑커 교수는 마음을 컴퓨터로 보고 리엔지니어링하는 학자로 유명하

다.

심리학 과목의 학점은 10% 출석, 40% 시험, 50% 리포트로 매겨진다. 쓰기가 학점의 절반을 좌

우하는 셈이다. 리포트의 주제는 자유롭다. 하지만 리포트를 한번 제출하면 끝나는게 아니라 처음 낸

리포트를 계속 수정․보완해 3차 리포트까지 제출해야 한다.

일단 6-8장 정도로 리포트를 써내면, 조교들이 문제점과 개선 방향을 지적해 되돌려준다. 그러면

학생들은 이를 수정해 8-10장으로 다시 내야 한다. 학생들은 수정 경험을 바탕으로 3차 리포트를

12-15장으로 다시 써낸다. 물론 1, 2, 3차 리포트의 점수는 각각 별도로 매겨진다.

리포트가 성적을 좌우하므로 많은 학생들은 조교가 지적한 리포트의 논리적 허점, 표현 미숙 등을

해결하기 위해 밤새 씨름을 하고, 그래도 부족하면 교내의 쓰기 센터에 가서 개인적인 도움을 받는

다. 그냥 써서 교수의 편지함에 집어넣으면 끝나는 한국의 대학생들은 행복하다고 할까. 하지만 이런

고통 속에서 MIT 학생들은 졸업할 때쯤 되면 유능한 과학자나 엔지니어뿐 아니라 훌륭한 작가로 단

련된다.

또한 과학 쓰기 시간에 교수들이 학생에게 내는 숙제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무엇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설명하는 것이다. 재봉틀이나 펌프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사과는 왜 떨어지는지, 눈은 본

것을 어떻게 뇌에게 알려주는지 설명하라는 것이다. 숙제를 하면서 장래의 과학자들은 지금까지 모호

하게 알고 있던 작동 메커니즘을 확실히 깨닫게 된다. 또한 이런 숙제를 해본 학생들은 나중에 과학

자나 엔지니어가 돼도 과학과 기술을 정부 관계자나 대중에게 훨씬 쉽게 설명한다.

미국의 한 학자가 20개 연구기관에서 일하는 과학자와 엔지니어 2백6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바에 따르면, “쓰기 능력이 자신의 개인적 경력과 출세에 아주 영향을 많이 주었다”고 동그라미를

친 응답자가 절반이나 됐다. 특히 매니저는 그렇다고 응답한 비율이 71%에 달한다. “자신의 생각을

명쾌하고 논리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젊은 엔지니어는 졸업 후 5년 안에 매니저가 될 수 있다.” “형

편없는 제안서와 보고서로는 연구비와 고객을 얻을 수 없다.” “커뮤니케이션의 질은 아이디어의 습득

에 매우 강한 영향을 미친다.” 이들이 설문지에 써놓은 내용이다.

또한 이 과학자와 엔지니어들은 적어도 자신의 시간 중 1/3을 쓰기, 읽기, 편집, 프레젠테이션 준

Page 14: 사고와 표현 e book

비 등 쓰기와 관련된 일에 소모했다. 승진할수록 비율은 더 늘어나 평연구원은 34%, 중간관리자는

40%, 그리고 매니저는 50%를 쓰면서 보낸다.

베스트셀러 작가 반열에 오르기도

그렇다고 글쓰기가 꼭 출세와 승진을 위한 것만은 아니다. 위대한 과학자들 가운데는 위대한 작가

가 많다. 지난 5백 년 동안 과학혁명을 주도해 왔던 코페르니쿠스, 갈릴레이, 뉴턴, 다윈, 프로이드,

베게너, 슈뢰딩거, 자크 모노, 제임스 왓슨, 레이첼 카슨 등은 단지 논문뿐 아니라 대중이 읽을 수 있

는 훌륭한 책을 쓴 사람들이다.

갈릴레이는 지구중심설과 태양중심설을 믿는 두 학자와 한 명의 지식인 간의 논쟁을 희곡처럼 구

성한 “대화록”을 써 단숨에 유명해졌다. 이로 인해 결국 로마 교황청에 끌려가 무기징역을 선고받기

도 했다.

다윈이 5년 동안 남미와 갈라파고스를 둘러보고 돌아와서 쓴 “비글호의 항해”는 보고 경험한 것을

너무도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어 문학사에서도 고전으로 꼽힌다. 진화론을 체계화한 “종의 기원”은 판

매가 시작되자마자 매진된 베스트셀러였다.

감춰져 있던 무의식의 세계를 파헤친 정신과 의사 프로이트는 “꿈의 해석”을 고전으로 남겼다. 양

자역학의 기초를 세운 슈뢰딩거는 말년에 15년 동안 아일랜드에 살면서 물리학, 철학, 과학사를 섭렵

해 “생명이란 무엇인가”를 썼다. 젊어서 이 책을 읽고 감명 받은 DNA 나선구조 발견자 제임스 왓슨

은 나선구조를 밝혀내는데 관여한 사람들의 도전과 욕망을 그린 “이중 나선”을 써서 과학자들의 애

독서가 되고 있다. 미국의 해양생물학자인 레이첼 카슨이 쓴 “침묵의 봄”은 환경운동의 기폭제 역할

을 했다.

요즘도 선진국에서는 과학자들이 책을 통해 대중의 지적 욕구를 채워주는 지식인 역할을 많이 하

고 있다. 대중 저서로 퓰리처상을 두번 받은 사회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 “이기적 유전자”를 쓴 리

처드 도킨스, “시간의 역사”를 쓴 스티븐 호킹, 가이아 학설을 주창한 제임스 러브록과 린 마굴리스,

마음을 파헤치는 이론 물리학자 로저 펜로즈 등은 전문 작가 뺨치게 글을 써 베스트셀러 작가의 반열

에 오른 인물들이다.

우리나라도 작문교육 강화될 전망

우리나라에서도 수시모집에서 과학논술, 언어논술, 논리논술, 수리논술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

이다. 이렇게 되면 논술이 학생의 당락을 결정적으로 좌우하게 돼, 고등학교 글쓰기 교육이 한층 강

화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고교생에게만 쓰기 교육을 시킬 것이 아니라, 글쓰기가 미숙한 이공계

대학생들에게도 작문교육을 철저히 시켜야 한다. “사인, 코사인만 배워서 그런지 문과 출신 친구들이

잘 쓰는 것을 볼 때 한계를 느낀다”는 말이 나오지 않게 해야 한다.

요즘 글을 잘 쓰는 과학 기술인으로, 김영환 과학기술부 장관과 서울대 생물학과 최재천 교수가 꼽

힌다. “방귀에 불이 붙을까요?”란 동시집을 최근 펴낸 김 장관은 민주화 운동을 하다가 옥중에서 시

쓰는 공부를 했다. 한편 최 교수는 고교시절 문예반 학생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교수가 된 뒤 다시 글

쓰기 과외 지도를 받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이공계 학생들은 한창 문학에 심취할 중․고교 시절에 독서

Page 15: 사고와 표현 e book

나 작문보다 수학에 매달리고, 대학에서도 쓰기 교육이라고는 거의 받아본 적이 없다.

글은 엉켜진 생각을 질서 있게 정리해주는 묘한 마력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글쓰기를 “마음의 서

치엔진”이라고도 한다. 과학은 “생각하는 방식”이다. 생각하는 방식을 바꾸지 않고서는 새로운 것을

발견할 수 없다. 하찮은 실험 결과도 자꾸 글로 정리하면서 마음의 서치엔진을 작동시키다 보면 대발

견에 이를 수 있는 것이다.

신동호, ≪과학동아≫, 2002. 2.

읽기 자료- 2

글쓰기 교육이 경쟁력

미국 대학 경쟁력의 뿌리도 글쓰기다. 안식년으로 하와이 대학에 온 지 1주일도 안 돼 새삼 깨우치

게 된 사실이다. 이러한 생각을 하게 된 계기는 소니아 소토마요르 판사의 강연회였다. 그녀는 오바

마 대통령이 처음 자기 손으로 임명한 대법원 판사다. 중남미계 소수민족 출신으로 뉴욕의 저소득층

지역에서 성장했다. 성공의 길은 명문 프린스턴 대학에 진학하며 열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최우수 학

생으로 프린스턴대를 졸업하고, 예일대 로스쿨에 장학금을 받고 진학한다. 그 뒤 2009년 대법원 판

사가 되기까지 엘리트 법조인의 길을 걸어왔다.

그녀의 강연은 C-SPAN 채널을 통해 접할 수 있었다. C-SPAN은 미국 케이블 회사들이 제공하는

공익채널이다. 의회나 백악관, 국무부 등의 중요행사를 편집 없이 중계한다. 또 공공성이 강한 토론

회나 학술행사, 저자의 강연회 등도 광고 없이 내용 전체를 방송한다. 소토마요르 판사의 강연은 지

난달 29일 일요일에 방송됐다. 그녀가 덴버대학 로스쿨을 방문해 학생들과 질문․응답한 1시간짜리 행

사가 그대로 C-SPAN에 방송됐다. 한 학생이 강연 끝 무렵에 미국 대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얘기

를 물었다. 소토마요르 판사의 답변은 간결했다. 글쓰기 공부에 더 많이 노력하라고 했다. “나는 고

등학교 때 학교 토론팀 대표였습니다. 변호사를 하면서 법정 변론도 잘했습니다. 그러나 정말 중요한

것은 글입니다. 판사의 마지막 판결은 변호사가 써낸 변론문이 결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소토마요

르 판사의 말이다. 그녀는 법정 변론을 잘해도 최종 변론문이 나쁘면, 결과가 나쁠 수 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프린스턴 대학 시절 경험도 얘기했다. 1학년을 지내며 다른 학생들보다 글쓰기 능력이 뒤

진다는 사실을 느꼈다. 그녀가 스스로 내린 처방은 기초부터 다시 공부하기였다. 2학년으로 올라가기

전 여름방학을 몽땅 글쓰기 공부에 바쳤다. 철자법과 문법의 허점을 다진 뒤, 자신감이 커졌다는 게

그녀의 설명이었다.

이곳에서 고등학교에 다니는 둘째아이를 보면서도 미국 학교가 글쓰기를 강조하는 사실을 절감한

다. 둘째아이는 오후 4시쯤에 집에 오면 잠시 숨을 돌리고는 12시 넘어까지 여러 과목 숙제를 해야

한다. 그런데, 수학, 음악을 뺀 거의 모든 숙제가 글쓰기 과제다. 이번 주 영어 과제는 밀란 쿤데라의

작품에 관한 내용이었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 포함된 ‘영원한 회귀’ 개념에 대한 학생의

생각을 정리한 짧은 에세이를 써야 했다. 역사 과목은 미국 독립혁명에서 강조된 ‘공화주의’를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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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한 쪽짜리 글이었다. 심지어 생물 과목도 진화론과 창조론을 대비시켜 토론하는 글쓰기 과제를

부과했다. 각 과목 교사들의 강의 계획서를 보면, 표절에 대한 경고가 모두 포함돼 있다. 매주 제출된

보고서들은 주말이면 평가 결과를 인터넷으로 통보해준다.

둘째아이는 매일 저녁 글쓰기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이제 개학한 지 3주가 지났으니, 갈 길이 멀

다. 그러나 그 과정을 곁에서 지켜보며 미국 교육이 글쓰기를 얼마나 중요시하는지를 분명히 느낀다.

지난 주말 뉴스 가운데, 미국 교육장관이 미국 수능에 선택형 객관식 문제를 출제하지 않도록 연구시

키기 위해 거액의 예산을 배정했다는 기사가 있었다.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능력을 검증하겠다는

취지로 역시 글쓰기 식 접근이 강화된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을 보면, 우리 현실이 걱정스럽다. 우리

의 학교 교육은 논술을 빼면 글쓰기 요소를 찾기 어렵다. 논술도 시험용으로 지나치게 정형화돼 있

고, 그나마 학교가 아니라 학원이 주도한다. 우리도 소토마요르 판사 같은 다양한 분야 지도자들이

글쓰기를 강조하는 문화가 자리 잡았으면 좋겠다. 그래야 교육이 바뀔 수 있다.

이재경, ≪세계일보≫, 2010. 9. 10

읽기 자료 -3

변지의 군이 천 리 길을 걸어서 나를 찾아왔기에 그 뜻을 물어보니 문장 공부를 해 보겠다고 하였

다. 마침 이날 우리 집 아이가 나무를 심기에 나는 그 나무를 가리키면서 다음과 같이 말해 주었다.

“사람에게 문장이란 나무에 꽃이 피는 것과 같다. 나무를 심을 때 우선 뿌리에 북을 주고 줄거리를

바로 세워 주어야 한다. 그리하여 진액이 오르고 가지와 잎이 무성해지면 거기에서 꽃이 피는 것이

다. 그러므로 나무를 잘 가꾸지도 않고 꽃만 보려고 서둘러서는 안 된다.

나무뿌리를 북돋우듯 자기 마음을 바로 잡고, 줄기를 바로 세우듯 자기 몸을 수양하고, 진약이 통

하듯 경전을 깊이 연구하고, 가지와 잎이 무성하듯 학식을 넓히고 기교를 연마하여 마음속에 든든하

게 쌓은 다음에 마음에 품은 것을 표현하면 곧 글이 되는 것이며, 사람들이 보고 훌륭한 문장이라고

말할 것이니, 이것이 진정한 문장이다. 문장의 길만을 따로 떼어서 성급하게 구할 수는 없을 것이다.”

정약용, 「변지의에게 주는 말(爲陽德人邊知意贈言)」, 與猶堂全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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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강의와 언어통제

황현산 고려대 명예교수

내 기억이 틀림없다면, 인터넷에서 ‘안습’이라는 말이 유행하기 시작했던 것은 2004년 말

이었다. 나는 그 무렵 어느 과학 갤러리를 드나들면서 내가 모르는 과학지식을 눈동냥하고

있었다. 한 토론에서 누군가 ‘안구에 습기가’라는 말을 썼다. 토론 상대자의 말이 너무 한심

해서 눈물이 난다는 뜻이었던 이 말은 곧 ‘안습’으로 축약되었다. 동남아에 쓰나미가 몰아닥

친 것이 그즈음이어서 ‘안구에 쓰나미’라는 말이 생겨났고, 생겨나기가 무섭게 ‘안쓰’로 축

약되었다. 이 말의 진화는 두 주일이 채 걸리지 않았지만, 그만큼 그 말들의 생명도 짧았다.

‘안습’도 ‘안쓰’도 곧 인터넷에서 사라져 이제는 사어가 되었다.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수많

은 신어와 축약어들의 운명이 이와 다를 수는 없다. 우리 기억의 깊은 자리와 연결되기도

전에 사라진 말들을 어느 날 우리가 다시 만난다 해도 우리의 마음이 흔들릴 일은 물론 없

을 것이다.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 부록으로 딸린 ‘신어의 원리’는 허구의 빅 브러더가 통치하

는 저 끔찍한 나라의 언어정책에 관해 말한다. 신어는 그 나라의 공용어이며, 그 창안 목적

은 그 체계에 걸맞은 세계관과 사고 습성을 표현하고, 그 국가 이념 이외의 다른 사상을 갖

지 못하도록 하는 데 있다. 이 언어에서는 낱말 하나하나가 단 하나의 뜻만 갖는다. 역사적

으로 형성된 모든 개념이 그것을 표현하던 낱말들과 함께 사라진다. 여러 낱말들이 하나의

낱말로 축약되어 본래의 낱말이 지니고 있던 정서적인 힘도 사라진다. 품사의 구별이 없는

이 언어에서는 진정한 의미의 문장이 없고 개념의 나열이 있을 뿐이다. 문장이 없으니 논쟁

이 없고, 하나의 문장이 다른 문장으로 연결될 일이 없으니, 한 생각이 다른 생각으로 발전

할 일도 없다. 국가가 제시하는 정통사상이 아닌 다른 생각은 표현될 길이 없을뿐더러 아예

탄생하는 일조차 없을 것이다. 이렇게 언어가 통제되고 사상이 통제된다. 남의 일 같지 않

다. 인터넷에 나타났다 사라지는 수많은 축약어들과 갈수록 단순화하는 문장들을 보면, 저

허구의 빅 브러더가 멀리 있다고만 할 수는 없다.

그런데 요즘 거의 모든 대학들이 앞다투어 실행하고 있는 영어강의에 대해서도 같은 염려

를 하게 된다. 나는 우리의 여러 대학에 자신의 학문 분야에서 영어로 강의할 능력을 지닌

교수들이 모자라지 않으며, 그 장점도 적지 않다고 생각한다. 일정한 교과 내용을 배우면서

영어도 함께 익히니 도랑 치고 가재 잡기가 따로 없다. 외국어 강의는 교안을 면밀하게 짜

야 하니 수업 진행에 차질이 없고, 강의가 옆길로 새나가기 어려우니 아까운 시간이 허비되

지 않을 것이다. 강의가 한국어에서 벗어나니 외국 학생들을 불러오기도 좋을 것이다. 그러

나 영어강의의 이 모든 장점은 그 약점이기도 하다. 어쩔 수 없이 적은 수의 어휘만을 사용

하여 교안에 충실하게 진행되는 외국어 강의는 학생들이 책에서 읽을 수 있는 것 이상의 내

용을 전하기 어려울 것이다. 옆길로 새나갈 수 없는 강의는 삶과 공부를 연결해주는 온갖

길들을 차단할 것이다. 언어의 깊이가 주는 정서를 학문의 습득과 함께 누리지 못하는 탐구

는 모든 지식을 도구화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영어강의가 사상통제를 위해 실행되

는 것은 아닐지라도, 사상통제의 필수조건인 언어통제가 그 가운데 저절로 이루어질 것이

다. 나는 그것을 염려한다.

황현산 밤이 선생이다(문학동네, 2013) / 《한겨레신문》 2012. 5.5.

대학 글쓰기의 이해 13쪽에서 부분 발췌됨.

Page 18: 사고와 표현 e book

조별활동

★3조★

우리 학교에는 경치가 아름다운 곳이 여러 곳 있습니다. 저희는 그 중에서도 도서관 뒤, 호

상이 있는 곳에서 사진을 찍기로 했습니다.

호랑이가 우리 학교를 상징하는 동물이라서 그런지 호상이 멋지기도 하고 친근한 느낌도 들

었습니다. 거기에 뒤에 피어있던 벚꽃과 잘 어울려서 더 아름다워 보여서 저희 조는 여기에

서 사진을 찍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곳에서 아름다운 경치를 보며 조원 친구들과 좋은

이야기도 많이 나눌 수 있어서 즐겁고 좋았고, 이번학기동안 함께 사고와 표현 시간을 보낼

친구들과 정을 쌓을 수 있는 보람찬 시간이었습니다.

Page 19: 사고와 표현 e book

'나'라는 말

------------ 심보선

나는 '나'라는 말을 썩 좋아하진 않습니다.

내게 주어진 유일한 판돈인 양

나는 인생에 '나'라는 말을 걸고 숱한 내기를 해왔습니다.

하지만 아주 간혹 나는 '나'라는 말이 좋아지기도 합니다.

어느 날 밤에 침대에 누워 내가 '나'라고 말할 때,

그 말은 지평선처럼 아득하게

더 멀게는 지평선 너머 떠나온 고향처럼 느껴집니다.

나는 '나'라는 말이 공중보다는 밑바닥에 놓여 있을 때가 더 좋습니다.

나는 어제 산책을 나갔다가 흙길 위에

누군가 잔가지로 써 놓은 '나'라는 말을 발견했습니다.

그 누군가는 그 말을 쓸 때 얼마나 고독했을까요?

그 역시 떠나온 고향을 떠올리거나

홀로 나아갈 지평선을 바라보며

땅 위에 '나'라고 썼던 것이겠지요.

나는 문득 그 말을 보호해 주고 싶어서

자갈들을 주워 주위에 빙 둘러 놓았습니다.

물론 하루도 채 안 돼 비가 오거나 바람이 불어서

혹은 어느 무심한 발길에 의해 그 말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겠지요.

나는 '나'라는 말이 양각일 때보다는 음각일 때가 더 좋습니다.

사라질 운명을 감수하고 쓰인 그 말을

나는 내가 낳아 본 적도 없는 아기처럼 아끼게 됩니다.

하지만 내가 '나'라는 말을 가장 숭배할 때는

그 말이 당신의 귀를 통과하여

당신의 온몸을 한 바퀴 돈 후

당신의 입을 통해 '너'라는 말로 내게 되돌려질 때입니다.

나는 압니다. 당신이 없다면,

나는 '나'를 말할 때마다

무(無)로 향하는 컴컴한 돌계단을 한 칸씩 밟아 내려가겠지요.

하지만 오늘 당신은 내게 미소를 지으며

'너는 말이야'로 시작하는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그 이야기는 지평선이나 고향과는 아무 상관이 없었지만

나는 압니다. 나는 오늘 밤,

내게 주어진 유일한 선물인 양

'너는 말이야' '너는 말이야'를 수없이 되뇌며

죽음보다도 평화로운 잠 속으로 서서히 빠져들 것입니다.

Page 20: 사고와 표현 e book

조치원(鳥致院)

사내가 달걀을 하나 건낸다.

일기예보에 의하면 1시쯤에

열차는 대전에서 진눈깨비를 만날 것이다.

스팀 장치가 엉망인 까닭에

마스크를 낀 승객 몇몇이 젖은 담배 필터같은

기침 몇 개를 뱉아내고

쉽게 잠이 오지 않는 축축한 의식 속으로

실내등의 어두운 불빛들은 잠깐씩 꺼지곤 하였다.

서울에서 아주 떠나는 기분 이해합니까?

고향으로 가시는 길이나보죠.

이번엔, 진짜, 낙향입니다.

달걀 껍질을 벗기다가 손끝은 다친 듯

사내는 잠시 말이 없다.

조치원에서 고등학교까지 마쳤죠. 서울 생활이란

내 삶에 있어서 하찮은 문장 위에 찍힌

방점과도 같은 것이었어요.

조치원도 꽤 큰 도회지 아닙니까?

서울은 내 둥우리가 아니었습니다. 그곳에서

지방 사람들이 더욱 난폭한 것은 당연하죠.

어두운 차창 밖에는 공중에 뜬 생선 가시처럼

놀란 듯 새하얗게 서 있는 겨울 나무들.

한때 새들을 날려보냈던 기억의 가지들을 위하여

어느 계절까지 힘겹게 손을 들고 있는가.

간이역에서 속도를 늦추는 열차의 작은 진동에도

소스라쳐 깨어나는 사람들. 소지품마냥 펼쳐보이는

의심많은 눈빛이 다시 감기고

좀더 편안한 생을 차지하기 위하여

사투리처럼 몸을 뒤척이는 남자들.

발 밑에는 몹쓸 꿈들이 빵봉지 몇 개로 뒹굴곤 하였다.

그러나 서울은 좋은 곳입니다. 사람들에게

분노를 가르쳐주니까요. 덕분에 저는

도둑질 말고는 다 해보았답니다.

조치원까지 사내는 말이 없다. 그곳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그의 마지막 귀향은

이것이 몇 번째일까, 나는 고개를 흔든다.

나의 졸음은 질 나쁜 성냥처럼 금방 꺼져버린다.

Page 21: 사고와 표현 e book

설령 사내를 며칠 후 서울 어느 거리에서

우연히 마주친다 한들 어떠랴. 누구에게나 겨울을 위하여

한 개쯤의 외투는 갖고 있는 것.

사내는 작은 가방을 들고 일어선다. 견고한 지퍼의 모습으로

그의 입은 가지런한 이빨을 단 한 번 열어보았다.

플랫폼 쪽으로 걸어가던 사내가

마주 걸어오던 몇몇 청년들과 부딪친다.

어떤 결의를 애써 감출 때 그렇듯이

청년들은 톱밥같이 쓸쓸해 보인다.

조치원이라 쓴 네온 간판 밑을 사내가 통과하고 있다.

나는 그때 크고 검은 한 마리 새를 본다. 틀림없이

사내는 땅 위를 천천히 날고 있다. 시간은 0시.

눈이 내린다.

- 기형도 詩

Page 22: 사고와 표현 e book

논문표절과 이 비천한 삶

가장 덜 비천할 것 같은 대학

논문을 표절하여 학위를 얻고

그 학위를 취소 못한다면…

1991년 소비에트 연방이 해체되고 동구권의 여러 나라가 그 지배에서 풀려나고 있을 때,

프랑스의 가톨릭 교단이 운영하는 어느 우파 잡지에 가톨릭 신부이기도 한 어느 우파 논객

이 이와 관련된 글을 발표했다. 헝가리·폴란드 등지로 여행했던 추억을 이야기하며, 공산독

재체제가 무너지는 것은 환영해야 할 일이나, 경건하고 건강한 삶의 마지막 모델이 사라지

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고 썼다. 동구 노동자의 집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발자크와 도스토

옙스키와 체호프의 소설, 보들레르와 투르게네프와 마야콥스키의 시집을 포함한 백 권 남짓

한 책이 잘 정리되어 꽂혀 있는 그 서가들을 다시는 만날 수 없을 것이라고 썼다. 달력이나

잡지에서 오린 성인들의 초상화, 또는 쿠르베나 르누아르의 그림을 집주인이 손수 만든 액

자에 끼워 걸어놓은 식탁 옆의 아름다운 벽을 다시는 볼 수 없을 것이라고 썼다. 일상의 대

화에서 누가 무슨 말을 하건 정신을 집중하여 듣는 사람들이 이제는 영영 사라질 것이라고

썼다. 그들의 자리를 차지하게 될 것은 진실이야 어찌 되었건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연극하

는 사람들일 것이라고 썼다.

옛날의 동구건 지금의 동구건 나는 동구에 가본 적이 없기에 그 신부 논객의 진술이 어느

정도 사실인지, 그의 예언이 어느 정도 맞아떨어졌는지 확인할 길이 없다. 그러나 나는 오

히려 지금 내 나라 사람들이 살고 있는 삶, 바로 내 삶을 바라보며, 그가 말했던 바의 진의

를 어느 정도 짐작한다. 어떤 원칙도 없이 허욕과 허영에 기대어 아슬아슬한 연극을 하며

사는 것이 우리의 삶이기 때문이며, 신부 논객이 지난 시절 동구의 삶과 대비하려는 것이

바로 우리의 이 비천한 삶이기 때문이다.

가장 덜 비천할 것 같은 대학에 관해 이야기하자. 요즘 대학의 거의 모든 총장들이 시이

오(CEO) 총장이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교육도 학문도 경제적 뒷받침이 있어야 가능

한 일이니 학교 경영을 잘한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경영이 교육과 학문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거꾸로 교육과 학문이 학교 경영을 위한 수단이 될 때부터 문제가

시작된다. 학교 경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되는 기초학문 분야의 학과들을 폐지하고

있는 대학이 벌써 여럿이며, 시간과 품이 많이 드는 저술활동은 그만두고 학교 평가에서 많

은 점수를 얻을 수 있는 논문을 양산하라고 교수들을 다그치는 대학도 벌써 여럿이다. 어느

대학은 경영 전문가를 불러 도서관의 경영평가를 하였더니, 열람실의 일부를 카페로 바꾸라

는 진단이 나왔다는 소문도 있다. 그것이 우리의 삶이다.

실정이 이러하니 한 정당의 국회의원 후보로 공천된 사람이 남의 논문을 표절하여 학위를

얻었다는 혐의에 명쾌한 대답을 못하는 것도, 전문가들의 판단과 학계 안팎의 질타에도 아

랑곳없이 그 후보가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는 것도 크게 개탄할 일이 아닐 것 같다. 그

러나 사실을 말한다면, 표절이 명백하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에도 불구하고 학위를 준 대학이

학위를 취소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대학이 아닐 것이며, 그 사람이 계속 교수로 남아 있는

대학도 대학이라고 말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 사람이 국회의원이 되는 나라를 상상하는 일

은 더욱 고통스럽다. 우리의 삶이 아무리 비천해도 그 고통까지 마비시키지는 못한다.

황현산 고려대 명예교수 2012.04.07 한겨레

Page 23: 사고와 표현 e book

선진국 대학, 입학때부터 "표절은 범죄" 반복 교육

한편이 표절 판명땐 저자의 모든 논문이 학계서 부정당해

지난 2011년 5월 미국 미시간 주립대학교의 한 교수가 논문 표절이 드러나 해임(解任)됐

다. 이 학교 조사위원회는 논문이 발표된 지 5개월 만에 표절 사실을 확인했고 조사에 착수

했다. 발표되는 모든 논문에 대한 실시간 감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

이었다. 외국 대학은 표절 감시와 처벌에 엄격하다. 한 편의 논문이 표절로 판명되면 그동

안 해당 저자가 발표한 모든 논문이 학계에서 부정되는 경우도 흔하다.

외국 대학들은 대학에 입학하면 표절 예방 교육부터 한다. 한국에서 학부 2학년을 마친

뒤 영국에서 스포츠경영학을 전공한 한성호(28)씨는 "1학년 필수과목인 글쓰기 수업에서 논

문 쓰는 법을 한 학기 내내 배웠다"며 "한 줄이라도 다른 사람의 말을 쓸 때에는 그 출처를

해당 책 또는 논문의 페이지까지 명확히 하는 것이 습관이 됐다. '표절은 범죄'라는 말을 4

년 동안 수없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우리는 표절에 관대하다. 표절한 사실이 드러나는 경우가 드물뿐더러 명확한

증거가 나오지 않는 한 징계를 피할 수도 있다는 인식 때문에 표절 논란이 불거져도 버티는

경우가 많다. 한국 대학도 논문 쓰는 법을 가르친다. 그러나 그 수업 때뿐이다. 다른 수업에

서는 다른 사람의 글을 그대로 베끼거나 각주와 인용을 명확히 하지 않아도 별다른 제재가

없기 때문이다.

한국에 교환학생으로 온 독일인 로잔나 살레스(28·Rosanna Salles)씨는 "한국 학생들이

책을 그대로 베껴 졸업 논문으로 제출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 "독일 학교라면 바로

논문이 거부되고 징계를 받을 텐데 그대로 졸업을 하더라"고 말했다.

지난 2009년 미국 UCLA를 졸업한 윤모(26)씨는 "워낙 표절에 민감하기 때문에 남의 글

을 마음대로 베껴 쓰는 것은 생각해본 적도 없다"며 "한국이든 미국이든 표절이 적발되는

경우는 많지 않은데, 그 차이는 한국은 표절에 무심하기 때문이고, 미국은 아무도 표절을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상기 기자, 조선일보2013.03.20 03:01

Page 24: 사고와 표현 e book

"碩士(석사)논문쯤은 좀 베껴도…" 학생도 교수도 표절 불감증

[죄의식 없는 '표절 대한민국'] [1] ― 줄잇는 논문 스캔들

100만~300만원 주면 주제 선정서 '복제'까지 대행해주는 업체 수십곳

대학 학부시절부터 리포트 베끼기 습관화… 논문 쓸때도 죄의식 없어

정치인·교수·목사 등 유명인의 논문 표절은 이미 일상적인 일이 됐다. 지난해엔 문대성

(37) 국회의원이 논문 표절 의혹 때문에 새누리당을 떠났다. 최근엔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김용찬 교수가 논문 표절이 드러나 서울대 사상 처음으로 사퇴하기도 했다. 또 지난 2월엔

허태열 청와대 비서실장 내정자가 박사 학위 논문 표절 의혹으로 논란이 됐으며, 사랑의 교

회 오정현 목사도 논문 표절 사실이 드러났다. 우리 사회가 양심을 파는 부정행위인 논문

표절에 대해 불감증에 빠져 있는 것이다.

논문 표절이 드러난 김미경씨는 석사 학위 취득자 사이에 널리 퍼진 전형적인 방법으로 논

문을 표절했다. 비슷한 주제로 쓴 2~4년 전 논문의 문장과 문단 중 오래된 논문을 인용한

부분을 그대로 베낌으로써 마치 오래된 논문을 직접 참고해 쓴 것처럼 위장한 것이다. 직접

표절 대상인 중간 단계 논문의 존재를 알지 못하면 해당 논문은 옛 논문을 참고해 정상적인

방법으로 작성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중간 단계 논문의 문장·각주·인용까지 그대로 베낀

것이기 때문에 이 논문은 명백한 표절이다. 김씨는 한 지방대학 교수의 1995년 연구 논문

을 베끼는 동시에 해당 논문을 인용한 2003년·2004년 석사 학위 논문도 그대로 복사해 사

용했다. 한 대학 관계자는 "설문조사, 통계 등 데이터만 슬쩍 바꾸고 여러 논문을 정교하게

짜깁기하는 수법은 주로 대필 업체에서 사용하는 방법"이라면서 "특히 사회생활을 하면서

대학원을 다니는 경우 일종의 '논문 복사 공장'인 대필 업체에 논문을 맡기는 경우가 많다"

고 했다.

대필 사설업체와는 인터넷을 통해 간단히 접촉할 수 있었다. 19일 포털 사이트에서 '논문

대필' '논문 대행' '논문 컨설팅' '논문 도우미' 등으로 검색해보니 관련 업체 수십 곳이 나왔

다. 한 업체는 "글을 쓰는 데 익숙하지 않으신 분들이나 바쁜 일정으로 시간적 여유가 없는

분들을 위해 논문 작성을 체계적으로 지도한다"면서 학위 논문, 학술 논문, 연구 논문이 모

두 지도 가능하다고 홍보했다. 한 업체는 "고객님의 연구 목적에 맞는 주제 선정에서부터

논문 편집 및 교정까지 책임져 드린다. 제출 기관 양식에 맞추어 구성해드리고 목차부터 각

주, 참고 문헌까지 '종합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했다. 사실상 대필을 해준다는 말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기자와 통화에서 "현재까지 진행 상황을 메일로 보내주면 맞춰서 논문을 만

들어 주겠다"고 말했다.

Page 25: 사고와 표현 e book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석사 학위 논문 대필해주는 업체도 있나 보네요. 돈 없는 내가

병X'이라는 글이 올라와 있었다. 여기엔 '대행 퀄리티에 따라 100만~300만원까지 다양하다

' '대필하는 학생이나 그 논문 통과시켜주는 대가로 돈을 요구하는 교수나 (한심하다)' '담당

교수 아니더라도 1심·2심·최종심 때 다른 교수들도 다 눈치 챈다' 등 다양한 댓글이 달렸다.

상황이 이런데도 '석사 정도는 논문을 대필하거나 표절해도 괜찮다'는 인식이 우리 사회

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서울의 한 명문 사립대 박사과정 학생은 "박사야 그렇다 쳐도 석

사야 교수들이 대충 형식만 보는 식이라 논문을 꼼꼼히 안 쓴다"면서 "대충 베껴서 내도 안

걸리니 힘 빼지 말자는 말도 많다"고 했다. 10여년 전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는 한 직장인은

"어느 날 내 논문을 검색해보니 5명이 그대로 베껴 석사 학위를 딴 것을 보고 경악했다"고

했다. 한 대학교수는 "일반 대학원이 아닌 특수 대학원은 원래 돈 주고 학위를 주는 곳인데

새삼스럽게 왜 그러느냐"면서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말했다. 그는 "정치외교학부 김용찬 교

수 논문 표절 사건이 터지자 서울대를 중심으로 대학 본부 차원에서의 전반적인 논문 검증

강화안이 나왔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목소리가 크다"면서 "지금으로선 학자와 학생의 양

심에 맡기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양승식 기자 2013.03.20 05:14 조선일보

Page 26: 사고와 표현 e book

문대성 이어 정세균-정우택… 표절 논란에 얼룩진 ‘당선증’

《 4·11총선 당선자들이 줄줄이 논문 표절 의혹에 휩싸이고 있다. 문대성 새누리당 국회의

원 당선자에 이어 새누리당 정우택 당선자(충북 청주 상당)와 민주통합당 정세균 당선자(서

울 종로) 역시 박사학위 논문을 쓰면서 다른 사람의 논문을 무단 전재한 것으로 확인됐다. 》

18일 동아일보 취재 결과 정우택 당선자가 1992년 미국 하와이대에 제출한 박사학위 논

문 ‘X-비효율성 측정: 대만과 한국’은 강명헌 단국대 교수의 1990년 논문 ‘X-비효율성에

대한 소고’, 1988년 출간된 로저 프란츠 미국 샌디에이고주립대 교수의 저서 등 최소한 논

문 4건과 저서 1건에서 문장 혹은 문단을 통째로 가져왔다.

동아일보가 확인한 정 당선자의 무단 전재 부분은 총 32곳이었다. 논문 13∼17쪽을 보면

프란츠 교수의 저서 37∼42쪽을 그대로 베끼며 ‘요약했다’고만 표현했다. 도중에 프란츠 교

수의 저서 53쪽에서 그대로 가져온 한 문단을 끼워 넣어 ‘짜깁기’를 하기도 했다. 4장 ‘X-

비효율성 측정’에서는 강 교수의 논문 9∼12쪽을 그대로 전재했다. 6장 ‘결론’에서도 또 다

른 논문의 문단을 통째로 가져온 부분이 있었다.

정 당선자는 “해당 논문을 모두 참고문헌 목록에 포함했다. 일일이 주석을 달지 않았다고

표절이라고 볼 수는 없다”며 “X-비효율성 이론으로 한국과 대만 산업구조를 최초로 비교한

논문으로 학문적 독창성이 인정됐던 연구”라고 말했다.

하지만 참고문헌에 포함했더라도 원문을 그대로 전재할 경우에는 따옴표를 넣고 괄호 안

에 주석을 달아 인용 사실을 밝히는 것이 원칙이다. 2008년 발표된 교육인적자원부 가이드

라인에 따르면 6단어 이상 연속해서 표현이 같고 인용표시가 없을 경우에는 표절로 본다.

표절 대상이 된 논문의 원저자 프란츠 교수는 e메일을 통해 “내가 체크한 모든 문장이

표절이었다. 명백한 표절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또 다른 표절 대상 논문을 쓴 강 교수는

정 당선자와 경기고 동문으로 가까운 관계로 알려졌다.

정세균 당선자도 다른 논문을 표절했다. 그가 2004년 경희대에 제출한 박사학위 논문 ‘브

랜드이미지가 상품선택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정당 이미지와 후보자 이미지의 영향력

을 중심으로’는 1991년 이모 씨가 고려대에 석사학위 논문으로 제출한 ‘정치마케팅과 우리

나라 정당의 이미지 형성에 관한 실증적 연구’와 1998년 출간된 이종은 남서울대 광고홍보

학과 교수의 저서 ‘정치광고와 선거전략론’을 무단 전재했다.

확인한 결과 정 당선자의 논문 16쪽과 이 교수의 저서 85쪽 중 4문장이 일치했다. 논문

17쪽의 그림은 이 교수 저서 85쪽의 그림 2-3과 동일했다. 정 당선자의 논문 17∼19쪽과

이 교수의 저서 179∼182쪽 중 일부 문장 및 문단이 일치했다. 18쪽에 실은 그림과 이 교

수의 저서 180쪽에 나온 흐름도도 유사했다.

이 씨의 논문에서는 주로 이론적 배경 부분을 가져다 썼다. 이 씨의 논문 8, 9쪽과 정 당

선자의 논문 13, 14쪽, 이 씨의 논문 27∼33쪽과 정 당선자의 논문 38∼42쪽이 일부 표현

을 수정한 것 외에 일치했다. 이 교수의 저서와 이 씨의 논문은 정 당선자의 참고문헌 목록

에만 포함돼 있을 뿐 따로 인용 사실을 밝히지 않았다. 정 당선자 측은 “현 상황에서 대응

할 가치를 느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정우택 당선자에 대한 성매수 의혹도 제기됐다. 민주당 충북도당은 “정 당선자가 충

북지사로 재직하면서 2008년과 2009년 제주도에서 젊은 경제인과 골프를 치고 여성 접대

부가 있는 술집에서 술을 마신 뒤 성 상납을 받았다는 의혹이 포털 사이트에 올라왔다”며

해명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정 당선자 측은 “골프를 치고 술을 마신 적은 있지만 성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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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혹은 터무니없는 흑색선전으로 인터넷에 글을 올린 배후를 밝혀달라고 의뢰해 수사가 진

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2012-04-19 동아일보

[사설] 대학도 연구자도 논문표절에 둔감한 사회

책임 강하게 묻고 학위 남발 대학 제재해야

출처를 밝히느냐 여부에 따라 표절과 인용으로 갈리기는 하지만 표절은 범죄행위나 다름

없다. 남의 것을 베끼고도 모른척했다는 점에서 자신의 양심을 속이는 일이고, 다른 사람의

연구 성과를 허락 없이 이용했다는 측면에서는 절도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논문표절이 사라

지기는커녕 갈수록 빈번해져 이제 심각한 사회문제로 등장했다.

최근에는 유명 연예인은 물론이고 경찰청장 후보자까지 논문의 일부 또는 전부를 표절하

는 실로 경악할 일이 벌어졌다. 범죄를 척결해야 할 경찰의 총수 후보가 박사학위 논문을

작성하면서 두 쪽이나 출처 표기 없이 인용한 것은 심하게 말해 옳게 연구하지 않고 학위를

딴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논문의 맨 뒤 참고문헌 항목에 인용 논문의 출처를 밝혔다고는 하

지만 재인용 표시를 하지 않으면 학계에선 표절로 간주된다.

유독 우리나라에 논문 표절이 성행하는 것은 연구자들이 성의와 진정성 없이 학문을 시작

하기 때문이다. 배움과 연구에 대한 구도자적인 자세는 없으면서 석사나 박사학위를 과시나

출세의 방편으로 생각하지 않았느냐는 말이다. 이번에 표절이 문제된 연기자나 경찰관은 해

당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사람들일진대 구태여 학위가 필요했는지 의문이다.

석사나 박사학위는 학문의 완성자에게 주는 것이 아니라 독립적으로 연구할 자격이 있다

는 의미에 불과하다는 것이 학계의 공통된 인식이다. 그런데도 학위를 취득하면 마치 그 분

야의 독보적인 존재인양 취급받기 바라는 얄팍한 마음이 죄의식 없이 ‘지식 절도’를 감행하

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학문을 대하는 진지한 자세가 애초부터 결여돼 범죄 아닌 범죄를

양산한다는 의미다.

표절은 연구자에게 원초적인 잘못이 있지만 대학 측이 학위를 받을 당사자에게 합당한 노

력을 요구하지 않고 있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일부 대학에서는 까다로운 심사절차를 생략하

고 석·박사를 양산해 사회적 영향력 확대에 이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도 받고 있다. 표

절이 뒤늦게 밝혀진 경우 대개 연구자와 학교 측이 공범관계에 있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표절을 하고도 형식적인 반성과 참회의 말만 되풀이하면서 상응한 책임을 지지 않는 풍토

는 더욱 큰 문제다. 가령, 엊그제 석사학위 논문을 표절했다고 인정한 유명 여배우와 코미

디언, 스타강사 출신 방송인은 솔직한 시인과 함께 학위 반납의사까지 밝히고 출연중인 방

송에서도 하차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렇지만 이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책임이 무거운

문대성 의원과 허태열 청와대 비서실장은 도대체 무슨 책임을 졌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소중한 지적 재산을 훔친 행위를 눈감아 주는 사회는 결코 건전하다고 할 수 없을 것이

다. 이런 점에서 표절이 횡행하는 사회는 부도덕하고 파렴치한 인물을 길러내기 마련이다.

이제는 표절을 범죄행위로 간주해 강하게 응징하는 풍토가 조성됐으면 한다. 마찬가지로 이

를 눈감아주는 대학이 있다면 과감하게 도태시켜야 할 것이다.

2013.03.28. 국민일보 사설

Page 28: 사고와 표현 e book

사고와 표현-영화감상문

죽음에 대한 새로운 시각

‘Good&Bye’를 보면서 이 영화는 엄청 화려하지도 엄청 지루하지도 않은 잔잔하고 소박

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영화는 죽음에 대해 다루고 있었다. ‘죽음’이라고 하면 슬프고 절망

적인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영화에서는 죽음을 슬픈 것이 아닌 마지막으로 떠나

는 여행이라고 비유하며 아름답게 묘사하고 있었다. 영화를 보면 납관사라는 생소한 직업을

통해서 죽음에 대해 새로운 시선을 가지고 다가갈 수 있도록 한다. 보통 사람들에게 납관사

라는 직업은 시신을 직접 만지는 직업으로 우리에게 매우 낯설고 가지기 꺼려하며, 주위사

람 중 누군가가 납관사라면 좋지 않은 시선으로 보게 되는 직업이다. 하지만 영화를 보다보

니 납관사라는 직업은 시신을 만진다는 이유로 꺼려야하는 직업이 아니라 사람이 죽었을 때

그 사람의 마지막을 배웅할 수 있도록 돕는 깨끗하고 소중하며 아름다운 직업이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차지하고 있었다.

지난 1~2년 사이에 다른 사람의 죽음을 두 번 경험해 본 적이 있다. 이모부와 친할머니

계서 돌아갔을 때였다. 어렸을 때 이모부 댁에서 자랐기에 이모부의 죽음이 믿겨지질 않았

고 실제로 장례식이 지난 며칠 뒤에도 정말 아무렇지 않게 ‘이모부 집에 가면 이모부가 계

시겠지’라는 생각을 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모부가 돌아가셨다는 사실을 믿지 못한 것

같고 믿으려고 하지 않았던 것 같다. 이모부가 화장하는 모습까지 다 보았다. 사람이 살아

있을 때 힘든 일, 좋은 일 등을 많이 겪었는데 죽어서 화장을 하고나면 한줌의 재가 되어버

린다는 사실이 너무 허무하고도 슬펐다. 또 그 당시에는 죽었다는 사실에 대한 슬픔이 금방

사라질 줄 알았고 그 사람과의 추억을 잊어버릴 것 같았다. 하지만 문득 이모부와 함께 했

던 곳에 멍하니 있다 보면 문득 이모부와의 추억이 떠올랐고, 그럴 때마다 슬픔이 몰려오곤

했다. 무의식적으로 사람이 죽으면 그 상태로 끝이라는 생각을 가졌던 것 같다. 하지만

‘Good&Bye’라는 영화를 보면서 죽음이 끝이 아니라 그 사람과의 추억이 모두의 마음속에,

기억 속에 남아있으면 절대 끝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영화 속에서 많은 대사들이 나오지만 나는 특히 주인공이 말한 “죽음은 문이야. 문을 열

고 나가면 다음 세상으로 가는 거지. 그래서 죽음은 문이야” 라는 대사가 기억에 남는다.

죽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음 세상으로 가는 문이라고 긍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Good&Bye’라는 영화는 죽음이라는 것이 슬픈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죽어

서도 모두의 마음속에 아름답게 남아있기 때문에 전혀 슬픈 것이 아니라 오히려 평생토록

기억할 수 있기에 아름답고 고귀한 것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가지고 있던 생각들을 다

른 방향으로 생각해 보게 만들고 새로운 시각을 갖게 한 영화였다.

또한 영화는 살아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 느끼게 해주었고 지금 살아있는 사

람에게 잘해주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다. 부모님께 더욱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

고, 가족들과 함께 지낸다는 것, 그 따스한 온기가 얼마나 눈물 나게 고맙고 소중한 것인지

를 깨닫게 해주는 영화였다.

Page 29: 사고와 표현 e book

[대학생 칼럼] 힐링의 역설

[중앙일보] 2013.04.06

힐링(치유). 이 단어는 2012년을 석권하고 올해도 여전히 강세다. 이젠 범람해 진부하기

까지 하다. 한 해 동안 상흔을 치유하고자 했으면 이제 아픈 자들이 줄었어야 정상이다. 하

지만 역으로 그 수는 더 늘어나고 있다. 이는 현재 힐링에 뭔가 잘못된 게 있다는 방증이

다.

 잘못의 근본은 우선 힐링의 전달 방식에 있다. 힐링 전달자는 자신의 스토리를 강연하고

박수갈채를 받으며 무대를 장식한다. 소통을 하기 위해서는 상호간의 대화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이 시대의 힐링이라 불리는 것은 대중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만 일방적으로 전달하고

훌쩍 떠나버린다. 개인의 상처는 가슴 깊숙한 곳에 존재하는데 이러한 일방적인 소리에 치

유될 리 만무하다. 현재 사회에서 행해지고 있는 힐링은 단지 사회 명사의 인지도를 더 높

이기 위한 마케팅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마치 정보의 홍수와 같이 지금 우리는 힐링 스

토리의 홍수 속에서 허우적대는 것만 같다.

 힐링 실패의 두 번째 이유는 수용자에게 있다. 사람들은 자신에 대해서는 성찰하려 하지

않고 무작정 성공한 자들의 삶만을 흉내내려 한다. 현대인이 힐링에 열광하는 것은 자신이

무언가 부족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하지만 힐링 강연을 듣고도 극복하지 못하는 이유는

사람들은 자신의 어디가 아픈지도 모르고 무작정 치유만을 요구하는데 있다. 마치 치과에

가야 할 사람이 안과에 간 뒤 진료를 받았으니 이제 병이 호전되리라 스스로 생각하는 꼴이

다. 힐링만을 외치기에 앞서 본인 고민의 근원이 무엇인지 고찰해 볼 시간이 필요하다.

 만약 성공을 위해 힐링 강연을 듣는 것이라면 자신이 생각하는 성공의 의미에 대해 다시

한번 숙고해 봐야 한다. 개인에 따라 성공의 척도는 다르기 때문이다. 문제는 현대인이 성

공을 똑같은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는 것이다. 각양각색의 사람이 존재하듯이 그에 따른 다

양한 성공이 자리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에 성공이란 개념은 기계화됐다. 이 때문에 사람들

은 경제적·사회적으로 명망 있는 자들을 우상적 표본으로 삼고, 치유와 조언을 갈구한다.

그런데 과연 사회 명사의 성공이 당신이 생각하는 성공과 같은 것인가. 성공을 하되 자신의

기준에 맞는 성공을 해야 함이 옳다. 당신 수입의 증가와 성공은 비례하지만은 않는다. 남

의 성공 이야기에 줏대 없이 끌려다니기에 인생은 너무나도 짧고 아깝다.

 힐링 전달자도 자신의 영웅담만을 말할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소통하려는 자세를 갖고 상

대의 말을 들어주어야 한다. 이와 동시에 힐링 수용자는 사회가 말하고 있는 맹목적 성공에

눈이 멀어 힐링 콘서트에 가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되겠다. 자기 자신이 원하는 바를 파악하

고 힐링에 임할 때에 진정한 내면의 치유가 가능해질 것이다.

윤희수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3학년

Page 30: 사고와 표현 e book

[대학생 칼럼] 안타까운 건 알면서 부끄러운 건 모르나

익숙한 엇박자의 발소리가 복도에 울려 퍼진다. 내 친구 P다. 학점 4.2, 토익 만점, 일본

어능력시험(JPLT) 1급. 그야말로 엄친아다. 그리고 나는 그의 학습도우미다. 지체장애 2급

을 가진 P의 필기를 돕는 것이다. P는 책장 넘기기도 어려워하면서 교재의 몇 페이지에 어

떤 내용이 있는지 다 외우는 대단한 친구다.

 “JM이 뭐야?” 함께 인터넷에서 자료를 찾다가 급상승 검색어를 본 P가 물었다. 나는 일

종의 유행어 같다고 대충 얼버무렸다. “누나도 잘 모르네. 클릭해보자.” JM은 대학생들이

장애인을 흉내 내며 자기를 소개하는 행위를 말한다. 얼마 전 서울의 한 대학 학생들이 미

팅에서 만난 여학생들에게 JM을 요구했다가 논란이 된 적이 있다. 그런데 그 기사를 정녕

P와 나란히 앉아 읽어버린 것이다.

 “와, 진짜 뭐 이런 게 다 있노. 기가 막히네.” 나는 당황하면 나오는 부산 사투리까지 써

가며 화를 냈다. 그런데 P는 화내지 않았다. 무기력한 표정으로 연신 눈을 깜빡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갑자기 얼어붙은 분위기에 마우스 클릭 소리가 PC실에 울려 퍼지는 것

같았다. 항상 밝고 당찬 P가 그렇게 힘없이 흔들리는 모습은 처음이었다. 녀석의 입을 틀어

막은 무력감은 어디에서 왔을까.

 이번 일로 가해 남학생들의 학교가 통째로 욕을 먹기 시작하자 여학생 측은 개인의 잘못

때문에 그 집단까지 욕하진 말자고 자제했다. 하지만 사실 비난은 보다 더 큰 우리로 향할

필요가 있다. 이 사건에 많은 사람이 분노했다. 어떻게 배울 만큼 배운 것들이 그럴 수 있

느냐는 비난부터 부실한 인성 교육에 대한 성토까지. 그런데 이보다 더 충격적인 것은 몇몇

댓글들이었다. ‘저런 OO짓 하는 놈들이야말로 인격 장애인’ ‘노는 수준이 장애인이네’. 장

애인 비하를 비난하는 댓글들에 버젓이 장애인 비하가 섞여 있는 게 아닌가.

 그들은 알까. 이런 분노 때문에 정작 P와 같은 장애인들은 불편한 현실에 분노할 힘마저

잃어 간다는 걸. 사람들이 진정한 문제의식 없이 던지는 돌멩이에 엄한 장애인들이 맞고 있

다는 걸.

 우리는 이렇게 무디다. 유명 정치인의 장애인 알몸 목욕 사건에 혀를 차고 영화 ‘도가니’

를 보며 눈물 흘린다. 하지만 장애인에 대한 비하와 조롱이 그득한 우리의 언어 생활을 돌

아보면 장애인은 결핍과 비정상의 표상으로 남아 있을 뿐이다. 어쩌면 이렇게 연민과 조롱

의 두 얼굴로 가득한 이 사회에 적응해버려서 장애인들은 화가 나도 조용히 체념해버리는

건 아닐까. 정상인으로서 비정상인에 대해 갖는 측은지심(惻隱之心)만으로는 한참 부족하다.

우리가 다르지만 닮았다는 것을 발견하고 서로 대등한 관계로 인식하자. 다름이 정상과 비

정상으로 구분되고 비정상이 웃음거리가 되는 현실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건 옳지 못함을 부

끄러워하는 마음, 바로 수오지심(羞惡之心)이다.

임 지 수 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 4학년

◆대학생 칼럼 보낼 곳

e메일 ([email protected])

페이스북 페이지 ‘나도 칼럼니스트’ (www.facebook.com/icolumnist)

Page 31: 사고와 표현 e book

주권과 국격 / 백태웅

동아시아 정세가 심상치 않다. 지난 1년여 사이 한반도를 둘러싼 4대국의 리더십이 모두

바뀌었으니 변화가 있으리란 것은 모두가 짐작하던 바였다. 북한의 김정은이 로켓 발사 및

핵실험을 감행하자 한국과 미국은 출구 없는 강 대 강 대립을 이어가고 있다. 박근혜 대통

령이 취임 후 첫 해외 순방지를 미국으로 정하고 국빈 의전도 포기하고 실무방문의 형식으

로 오바마 정부를 찾아서 협의를 하게 된 것은 동아시아 지역 정세에 대한 새로운 대응책이

필요하다는 절박감 때문이었다. 그런데 박 대통령의 미국 방문과 관련하여 그가 영어 연설

을 얼마나 잘했는가, 어떤 옷을 입었으며, 의회에서 박수를 몇 번 받았는가 등의 연예인성

가십만 강조되고 정작 중요한 쟁점에 대한 대화는 별로 알려져 있지 않다.

박근혜 대통령이 미국 상·하원 합동연설에서 역점을 들여 주장한 것은 한반도 신뢰 프로

세스의 현안으로 비무장지대에 평화공원을 조성하기 위한 협의를 하자는 다소 생뚱맞은 제

안이었다. 그러면서 실제로는 미국이 요구한 미사일방어체계에 대한 협력을 약속했고, 키리

졸브와 독수리 훈련에 이어 니미츠 핵항공모함을 부산에 맞아들여 한·미·일 군사훈련에 역

점을 기울이고 있다. 전쟁 위기와 군비경쟁이 고조되는 시점에 우리 정부는 주변국의 종속

변수가 되기보다는 과감하고 실질적인 대화의 창을 열어 우리의 주권과 국격에 걸맞은 평화

체제를 위한 리더십을 보여주어야 한다.

한국전쟁이 발발한 직후인 1950년 7월14일 이승만 대통령은 한국 육해공군에 대한 일체

의 작전지휘권을 맥아더 사령관이 이끌던 유엔군에 넘겨줌으로써 한국의 생존을 보장받으려

하였다. 한국전쟁이 끝난 지 무려 60년이 지난 오늘에도 주권의 일부인 전시작전통제권은

한국이 아니라 미군 사령관의 손에 있다. 정부는 전시작전통제권을 2015년까지 반환받기로

하고 이를 위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지만, 우리 사회의 일각에는 아직 준비가 되어 있지 않

으니 이를 미루자고 주장하는 사람들조차 있다.

최근 세간에 화제가 된 윤창중 사태에 대한 한국 정부의 대응도 마찬가지로 씁쓸함을 불

러일으킨다. 윤창중씨가 미국에서 보인 행적은 상식적으로 참 납득하기 어렵거니와, 주미

한국대사관이나 한국의 방미 지도부는 그 사안으로 국격의 실추를 입은 데 더하여 주권적

권한의 행사를 스스로 포기하였다. 한 나라를 대표한 대통령의 방미단의 일원으로 대변인직

을 수행하는 국가 공무원은 국제 관습법상 주권면제의 대상이다. 민간 차원의 상행위에 개

입된 것이 아니고 면책특권의 행사를 명시적으로 포기하지 않으면, 미국이 재판 관할권을

갖지 못하게 되어 있다.

인턴을 상대로 한 행위가 경찰에 신고가 되어 미국 경찰에서 수사를 착수한 불미스러운

상황을 맞았을 때, 한국 정부는 미국 경찰의 수사를 두려워하고 그를 피하기에 급급할 것이

아니라, 그것이 한국 정부의 수사관할 사항임을 인지하고 한국의 경찰 영사 또는 담당 수사

기관을 통해 수사에 착수했어야 한다. 그런데 대통령의 대변인이었던 사람이 논란에 휩싸이

니 미국의 수사망을 피해 도피시키는가 하면, 이제는 뒤늦게 미국 경찰에 신속한 수사를 요

청하고 그에 협조하겠다니, 과연 한국 정부의 주권이 미국 경찰의 수사를 받을 정도로 하찮

은 것일까. 한국 정부가 국제법의 기본 원칙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또 국제관계 속에

서 우리의 주권의 기본을 지킬 능력이 있는지 의문이 든다.

위기 상황에 처할수록 주권과 국격을 잘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박근혜 대통령의 새 정부

가 진정한 의미에서의 국격을 지키고 주권을 보호하기 위한 정부의 의무를 최대한 잘 이행

해 주기를 바란다.

백태웅 미국 하와이대 로스쿨 교수 . 한겨레 2013. 5.19

Page 32: 사고와 표현 e book

모든 권력에 칼과 꽃으로 저항하자 –

갑의 을에 대한 횡포가 항간에 화제가 되고 있다. 롯데백화점과 라면상무에서 남양유업으

로 이어지더니 윤창중 사건으로 정점을 찍었다. 이는 그래도 나은 편이다. 비정규직과 해고

노동자가 겪는 고통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쌍용자동차와 현대자동차를 비롯하여 지

금 전국 곳곳에서 해고노동자들이 서 있기조차 힘든 상황에서 남은 모든 힘을 다하여 사투

를 벌이고 있지만, 갑인 사쪽과 이들과 유착관계를 맺고 있는 정권과 검찰, 보수언론과 대

형교회, 어용학자들은 미동조차 없다.

사람들이 있는 곳에 권력이 있고, 권력이 형성되면 한쪽은 갑, 다른 한쪽은 자연스레 을

이 된다. 사회적 위상이나 지위, 자본의 유무만이 아니다. 일상에서도 나이나 젠더, 학식에

서부터 성격과 외모, 기(氣)에 이르기까지 권력을 만든다. 술자리에서 학번을 물은 뒤 앞선

자가 으스대고, 접촉사고가 난 뒤 상대방 운전자가 여성이면 목소리가 커진다.

필자를 오랫동안 곤혹스럽게 한 것은 밀그램 실험과 ‘루시퍼 효과’라는 용어를 낳은 스탠

퍼드 감옥 실험, 그리고 한나 아렌트의 ‘악의 평범성’ 개념이다. 밀그램 실험에서 4달러를

받고 교사 역을 맡은 이들은 학생 역을 맡은 이들이 단어를 맞히지 못하면 15볼트씩 전압

을 올리며 전기충격을 가하였다. 올릴 때마다 학생들이 절규를 하고 고통스럽게 울부짖는데

도, 450볼트까지 올리면 피실험자가 죽는 사실을 알고서도, 65%의 사람들이 450볼트까지

전기충격을 가하였다. 필립 짐바도 박사의 스탠퍼드 감옥 실험 또한 대동소이하다. 교도관

역의 학생들은 죄수 역의 학생들을 심하게 고문하고 폭력을 가하였다. 아렌트는 예루살렘의

법정으로 달려가서 유대인 대학살의 집행자였던 아이히만의 재판을 보고 더욱 큰 충격을 받

았다. 그는 악마가 아니라 평범한 옆집의 아저씨였다.

그럼 우리 모두에게 아이히만과 루시퍼와 악마가 깃들어 있는 것인가. 이들 실험 결과와

논리는 평범한 인간에게도 악마가 깃들어 있고, 그가 갑의 권력을 갖기만 하면 어디서든 이

를 구현하리라는 생각을 낳았다. 하지만 더 공부해보니 아니었다. 밀그램 실험에서 단 한

사람이라도 권위에 저항하는 사례를 보면, 타자의 고통에 공감할 수 있는 여지만 주면, 사

람들은 450볼트까지 올리거나 죄수에게 가혹행위를 하는 일에 저항한다.

지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진을 보고 있다. 1967년 10월21일 주 방위군이 동원되어

베트남전을 반대하는 시위대에 총구를 겨누자 한 청년이 군인들 앞으로 걸어 나와 분홍빛

카네이션을 총구에 꽂았다. 버니 보스턴(Bernie Boston)은 이 장면을 사진으로 찍었고 그해

퓰리처상을 받았다. 이후 ‘꽃의 힘’(flower-power)은 68혁명의 구호와 지향점이 되었다. 이

는 ‘폭력을 통한 지배와 억압, 강제로서 권력’을 지양하고 ‘평화와 아름다움의 공존을 이루

는 힘’으로 ‘변증법적 종합’을 이루었다. 그렇게 그들은 총을 녹여버리고 평화와 예술, 저항

과 연대로 어우러진 새로운 힘을 만들었고, 이는 세상을 바꾸었다.

푸코의 말대로 권력이 있는 곳에 저항이 있다. 아니, 저항하지 않는다면 언제든 갑은 배

제와 폭력을 행사한다. 갑이 폭력을 양산하는 시스템 자체를 바꾸지 않으면 을은 비극을 벗

어나지 못한다. 힘이 없는 을들은 모여 타자의 고통에 공감하는 ‘눈부처-주체’가 되어 연대

를 하자. 칼로, 꽃으로 갑에 저항을 하자. 그것이 바로 갑에게도 그 마음속 선의 꽃밭에 물

을 주는 일이며, 타락한 이 세상을 생명과 평화와 정의의 꽃들이 흐드러진 꽃밭으로 전환하

는 길이다.

이도흠 한양대 교수·민교협 상임의장 / 한겨레 2013.5.22

Page 33: 사고와 표현 e book

사고와 표현-칼럼

행복의 조건

우리는 “행복하세요!”라는 말을 자주한다. 행복, 행복을 입에 달고 사는 우리는 진정한 행

복의 의미를 알고 행복하세요라는 말을 하는 것일까?

행복이라는 단어를 입에 달고 사는 우리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한국

청소년들이 느끼는 행복의 정도가 6년째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는 사실은 상당히 모순적

이다. 한국방정환재단과 연세대 사회학과에서 전국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을

대상으로 조사한 2014년 한국 어린이․청소년 행복지수 국제 비교연구의 결과가 공개되었는

데, 그 중 ‘행복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초등학생과 중학생은 행복

한 가족, 화목한 가정이라고 응답한 반면에 고등학생은 행복의 조건으로 ’돈‘을 가장 중요시

여긴다고 응답했다고 한다.

행복에는 마음가짐에 따라 행복해질 수도 있고 불행해 질 수도 있는 주관적 행복이 있고,

물질에 의해 행복과 불행이 갈리는 물질적 행복도 있다. 과연 우리들은 물질적 행복이 아닌

주관적 행복에 의해서 정말로 행복해 하고 있는지 생각해 봐야한다. 한국방정환재단과 연세

대 사회학과의 연구 결과를 보면 초등학생과 중학생까지는 주관적 행복을 더 중요시 여기지

만 고등학생 같은 경우에는 돈, 성적과 같은 물질적인 행복을 진정한 행복이라고 생각한다.

이 시대의 미래라고 여겨지는 학생들이 가족, 건강, 꿈 등과 같은 것이 아닌 돈과 같은 물

질적인 것을 행복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은 참 안타까운 일이다.

하지만 이 학생들이 이렇게 돈이 많고 성적이 좋은 것을 행복이라고 생각하게끔 한 데에

는 어른들의 잘못도 있다. 예전에는 ‘꿈을 가져라’ ‘하고 싶은 것을 해야 행복하다’라고 했던

어른들이라면 요즘에는 좋은 성적을 받아야 훌륭한 사람이 되어서 행복할 수 있고, 돈을 잘

벌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이런 어른들의 말을 들으며 자란 아이들이 어떻게 돈과 성적 같은

물질적 행복이 아닌 진정한 행복을 추구하며 살아갈 수 있겠는가.

어른들이 하는 말에서 우리는 행복해지려면 돈, 명예와 같은 것이 행복해지는데 필요하다

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생각에서 벗어나서 진정으로 행복해지기 위해서 모두가 노력할

필요가 있다.

Page 34: 사고와 표현 e book

사고와 표현-읽기과제

방황하는 칼날, 누구를 향한 칼날인 것인가

사람이 사람을 죽였을 때 분명 자신이 저지른 죄에 대해 마땅한 벌을 받아야 한다. 하지

만 사람을 죽인 범죄자가 미성년자인 경우에 그들은 어떤 벌을 받을까. 미성년자는 소년법

에 의해 보호를 받고 있다. 19세 미만인 소년은 아직 착하고 순진한 마음을 가지고 있어서

얼마든지 마음을 다시 옳게 바로 잡을 수 있으므로 반사회성이 있는 경우에는 그에 대한 보

호를 하고, 설사 그가 살인을 저질렀다고 하여도 성인과 같은 조처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피해자‘이다. 범죄를 저지른 아이들은 사회가 보

호를 해주고 있는 현실이다. 하지만 그 아이들에 의해 피해를 입은 피해자에게는 누가 보상

을 해주는 것일까?

소설 ‘방황하는 칼날’에서도 딸을 죽인 살인자는 소년법에 의해 보호를 받는 청소년들이

었다. 그렇기 때문에 딸의 아버지는 자신의 손으로, 사회가 그들이 저지른 죄에 대한 마땅

한 벌을 주지 않고 오히려 보호하려하기 때문에, 직접 범인을 잡아 자신이 벌을 주려 한 것

이다. 여기서 아버지의 행동이 문제가 되는 것일까? 처음에는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을 했

다. 자식을 잃은 부모의 분노는 그 어떤 것도 막을 수 없다고 느꼈다. 살인이 아니라 그저

내 자식이 몸에 상처를 입어도 방방 뛰며 걱정하는 것이 부모인데, 그렇게 애지중지 키운

자식을 죽여 버렸다면, 게다가 미성년자라고 벌도 받지 않고 멀쩡하게 밖을 돌아다닌다면,

책에 나온 아버지와 같은 선택을 했을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딸을 잃은 아버지의 선택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면서도 죄를 저

지른 소년들을 제대로 벌하지 않는, 오히려 보호해주려고 하는 우리의 법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사람을 지키고, 사회를 지키기 위해 만들어진 법이 지켜야할 사람

은 지키지 못하고 오히려 벌해야할 사람을 지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의 제목을 보면 ‘방황하는 칼날’이라고 쓰여 있다. 왜 방황하는 칼날인지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죄를 지은 사람에게 그에 맞는 벌을 주는 것이 올바른, 정의의 칼날이다. 죄를 저질

렀는데도 소년법에 의해 처벌받지 않는 것은 과연 어떤 칼날일까? 책에서 자신의 딸을 죽

게 만든 아이들에게 아버지가 휘두른 칼날은 그럼 어떤 것일지도 궁금해졌다. 인간적으로

생각하면 그것이 올바른 칼날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법의 입장에서 보면 그것은 절대 올

바른 칼날이 아니다. 아버지는 올바른 칼날이 아닌 것을 알면서도 그런 선택을 했다. 이것

은 정말 딸을 위한, 오직 복수를 위한 것이 아니라, 살인을 하고도 그에 맞는 벌을 주지 않

고 아무렇지 않게 사회생활을 하도록 내버려두는 우리 사회를 향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

이 들었다. 우리가 정의의 칼날이라고 믿고 있는 것이 정말로 옳은 방향을 향하고 있는지,

향하고 있다고 해도 그 칼날은 진짜인지 아닌지 모르기 때문에 ‘방황하는 칼날’이라는 제목

을 지은 것 같다.

Page 35: 사고와 표현 e book

The End

벌써 한학기가 지나갔네요.

시간이 참 빠르게 지나간 것 같습니다.

교수님과 함께한 ‘사고와 표현’ 참 즐거웠습니다!

보통 강의라고 하면 딱딱하고 지루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편견을 깨준 것 같습니다.

교수님의 강의 덕분에 글쓰기가 조금 더 쉬워진 것 같고

글쓰기에 재미를 느끼게 되었습니다.

항상 저희를 진심어린 마음으로 챙겨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2학기 때도 교수님과 만나길 희망합니다.

방학 즐겁고 건강하게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