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풍경으로의 여행 | 아낌없이 내어주는 진천의 자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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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풍경으로의 여행 | 아낌없이 내어주는 진천의 자연 속으로 글·사진 정철훈 여행작가 서울예전 사진과를 졸업했다. 사진이 좋아 여행을 시작했고 여행이 좋아 여행작가로 살아간다. - 2017~2018년 한국관광공사 <추천 가볼 만한 곳> 선정위원 - 2013~2014년 코리아 실크로드 탐험대 역사기록팀(오아시스로, 해양로 탐험) - 2014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표창 - 2005년 (사)한국사진작가협회 선정 <2030 청년작가 10인> 진천을 가리켜 흔히 ‘생거진천(生居鎭川)’이라는 말을 쓴다. 사계절이 뚜렷하고 농사가 잘되며 자연재해가 적어 사람이 살기에 좋은 고장이란 뜻이다. 사람 살기 좋은 곳에 여행자의 발길이 머무는 건 당연지사. 먹거 리, 볼거리 많은 진천으로의 여행은 그래서 하늘빛 고운 이즈음이 으뜸이다. 천년의 숨결이 살아 있는 진천 농다리 미호천을 가로지르는 진천 농다리(충청북도 유형문화재 제28호)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 래된 돌다리다. 1930년대 발간한 <상산지(常山誌)>에 따르면 “고려 초 임 장군이 축조하였다” 고 기록돼 있으니 그 역사가 1,000여 년에 이른다. 임 장군은 고려 2대 왕인 혜종(재위 943 ∼945) 때 진천지역 호족인 임희로 추정된다. 혜종의 의화왕후 임씨가 임희의 딸이다. 그런데 돌무더기처럼 듬성듬성 쌓은, 조금은 허술해 보이는 이 돌다리가 어떻게 천년 세월을 버틸 수 있었을까? 일단, 그 궁금증부터 풀고 보자. 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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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풍경으로의 여행 |

아낌없이 내어주는 진천의 자연 속으로

글·사진 정철훈 여행작가

서울예전 사진과를 졸업했다.

사진이 좋아 여행을 시작했고 여행이 좋아 여행작가로 살아간다.

- 2017~2018년 한국관광공사 <추천 가볼 만한 곳> 선정위원

- 2013~2014년 코리아 실크로드 탐험대 역사기록팀(오아시스로, 해양로 탐험)

- 2014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표창

- 2005년 (사)한국사진작가협회 선정 <2030 청년작가 10인>

진천을 가리켜 흔히 ‘생거진천(生居鎭川)’이라는 말을 쓴다. 사계절이 뚜렷하고 농사가 잘되며 자연재해가

적어 사람이 살기에 좋은 고장이란 뜻이다. 사람 살기 좋은 곳에 여행자의 발길이 머무는 건 당연지사. 먹거

리, 볼거리 많은 진천으로의 여행은 그래서 하늘빛 고운 이즈음이 으뜸이다.

천년의 숨결이 살아 있는 진천 농다리

미호천을 가로지르는 진천 농다리(충청북도 유형문화재 제28호)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

래된 돌다리다. 1930년대 발간한 <상산지(常山誌)>에 따르면 “고려 초 임 장군이 축조하였다”

고 기록돼 있으니 그 역사가 1,000여 년에 이른다. 임 장군은 고려 2대 왕인 혜종(재위 943

∼945) 때 진천지역 호족인 임희로 추정된다. 혜종의 의화왕후 임씨가 임희의 딸이다. 그런데

돌무더기처럼 듬성듬성 쌓은, 조금은 허술해 보이는 이 돌다리가 어떻게 천년 세월을 버틸 수

있었을까? 일단, 그 궁금증부터 풀고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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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지형 전망공원에서 바라본 초평저수지

진천 농다리는 28개의 교각으로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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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 세월을 버텨온 진천 농다리

미호천을 가로지르는 진천 농다리는 마치 거대한 지네가 기어가는 듯한 모습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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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천 농다리는 사력암질(砂礫岩質)의 자석(紫石)으로 만들었다. 진천의 옛 지명을 붙여 ‘상

산자석(常山紫石)’이라 부르는 이 돌은 최고의 벼룻돌로, 상산자석으로 만든 벼루는 먹물이

마르지 않고 먹이 곱게 갈려 조선시대 선비들 사이에서 최상품으로 통했다. 하지만 이것만으

로는 설명이 조금 부족하다. 그렇다면 돌을 쌓는 방법에 어떤 비밀이 있지 않을까. 정답이다.

진천 농다리는 언뜻 보기엔 무심히 쌓은 돌무더기처럼 보이지만 여기엔 나름의 과학적 원리

가 숨어 있다. 물살의 저항을 줄이기 위해 교각을 유선형으로 만들었고, 깎거나 다듬지 않은

자연석을 물고기 비늘처럼 촘촘히 쌓아 내구성을 높였다. 수량이 많아지는 장마철에 물이 자

연스레 넘칠 수 있도록 세월교(洗越矯) 형식으로 제작한 점도 농다리의 장수비결에서 빼놓을

수 없다. 지금은 강바닥에 토사가 쌓여 교각 높이가 1m 남짓에 불과하지만 예전에는 어른이

서서 다리 아래를 지날 정도였다고 한다. 하늘의 기본 별자리인 28수를 응용한 28개 교각은

두께 20cm 내외, 길이 1~2m의 장대석을 얹어 연결했다.

거대한 지네처럼 미호천을 굽어 지나는 농다리를 지나면 초평저수지를 따라가는 초롱길이

진천 농다리 인공폭포는 아쉽게도 10월까지만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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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롱길의 명물 하늘다리

초롱길에서 본 초평저수지의 가을 풍경

초롱길 수변 산책로의 데크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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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다리 위로 뜬 무지개

초롱길 트레킹 코스의 급경사 구간

초롱길 트레킹 코스 들머리인 야외 음악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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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롱길 트레킹 코스에서 만나는 농암정

한반도 지형 전망공원 전망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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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평저수지에

떠 있는 수상 방갈로

시작된다. 진천을 대표하는 걷기 길 가운데 하나인 초롱길은 농다리가 끝나는 지점에서 야트

막한 고개를 넘어 만나는 야외 음악당을 들머리로 삼는다.

초롱길은 크게 초평저수지를 따라가는 수변 산책로와 굽이굽이 산길로 이어지는 트레킹

코스로 나뉜다. 수변 산책로는 전체 구간에 산뜻한 나무 데크가 설치돼 남녀노소 누구나 편

안히 걸을 만하다. 걷는 내내 그림 같은 초평저수지가 좋은 길동무가 되어준다는 점도 수변

산책로의 매력이다. 다만 편도로 조성된 길이다 보니 갔던 길을 고스란히 되짚어 돌아와야 하

는 점은 조금 아쉽다. 이런 아쉬움을 덜어주는 대안이 트레킹 코스다. 수변 산책로와 트레킹

코스는 초평저수지 명물인 하늘다리에서 만나기 때문에 두 구간을 연계하면 전혀 다른 풍광

을 즐기며 초롱길을 걸을 수 있다. 트레킹 코스는 진천 농다리를 지나 만나는 첫 번째 갈림길

이나 야외 음악당 앞에 설치된 ‘농암정’ 이정표를 길잡이 삼아 오르면 된다. 산길을 따라가는

코스다 보니 가끔은 경사로를 만나기도 하지만 길이 잘 나 있고 안전 로프 등이 설치돼 걷기

에 부담스럽지 않다. 다만 하늘다리 못 미처 만나는 100m 남짓의 급경사 구간에서는 약간의

주의가 필요하다. 야외 음악당에서 하늘다리까지는 수변 산책로를 따라갈 경우 1km, 트레킹

초평저수지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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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를 이용할 경우 1.7km다. 최근 하늘다리에서 진천청소년수련관을 거쳐 초평붕어마을을

잇는 3.8km 구간 공사가 마무리돼 초롱길 전체 거리가 4.8km로 훌쩍 늘었다.

한반도를 품은 진천의 젖줄, 초평저수지

초롱길을 품은 초평저수지는 충청북도에서 가장 큰 저수지다. 진천군뿐 아니라 청주시 오

창, 북일, 북이, 옥산, 강서 등지까지 물을 댄다. 1,380여 톤의 물을 담아낸 초평저수지 둘레

는 29km에 이른다. 깊은 물에 물고기가 깃드는 건 당연지사. 초평저수지가 강태공들 사이에

서 충주호와 함께 민물낚시의 성지로 불리는 이유다. 붕어와 잉어는 물론 짜릿한 손맛으로 강

한반도 지형 전망공원에 마련된 휴식공간

두타산의 가을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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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공을 유혹하는 가물치까지 심심찮게 올라온다. 덕분에 저수지에 점점이 떠 있는 수상 방갈

로는 초평저수지를 대표하는 이미지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초롱길을 따라 초평저수지를 걷고, 짜릿한 손맛으로 초평저수지를 즐겼다면 이제는 한반

도를 쏙 빼닮은 초평저수지의 멋진 풍경을 만날 차례다. 초평저수지를 한눈에 담을 수 있는

곳은 두타산 자락에 위치한 ‘한반도 지형 전망공원’이다. 초롱길이 끝나는 초평붕어마을에서

600m 정도 들어가면 한반도 지형 전망공원으로 오르는 임도가 시작된다. 완만하게 오르는

임도는 전체 1.2km로 천천히 걸어도 20여 분이면 전망공원에 닿을 수 있다.

한반도 지형 전망공원은 두타산 서쪽 능선 중턱에 위치한다. 해발 310m 지점. 그 중심에

멋진 전망대가 있다. 전망대에 오르면 파란 가을 하늘 아래 다소곳이 자리한 초평저수지와 한

반도 지형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단풍빛 곱게 물든 두타산과 어우러진 초평저수지는 마치 한

마리 용이 승천하는 것처럼 멋스럽다. 가을색이 짙어가는 두타산의 아름다움을 만끽하고 싶

다면 전망공원에서 연결되는 등산로를 이용해 산행에 도전해보는 것도 좋다. 전망공원에서 초

평저수지의 아름다운 풍경을 구경한 뒤 맛보는 초평붕어마을의 붕어찜 맛도 놓칠 수 없다. 초

평붕어마을에는 현재 19곳의 식당이 영업 중이며 맛은 대체로 상향평준화되어 있다는 게 중

론이다.

초평붕어마을 붕어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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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은 느려도 괜찮아, 진천 만뢰산자연생태공원

만뢰산자연생태공원은 만뢰산(해발 612m) 동쪽 능선과 태령산(해발 453m) 서쪽 능선이

만나는 지점에 자리한다. 진천에서 가장 높은 만뢰산과 김유신 장군 태실이 있는 태령산을 좌

우에 거느린 셈. 진천을 대표하는 두 산이 만나는 곳에 자리했으니 그 아름다움이야 두말할

필요가 없을 듯하다. 올해로 개장 10주년을 맞은 만뢰산자연생태공원은 11만 8,466㎡ 대지에

생태연못, 자생수목원, 밀원식물원, 습생초지원, 허브원 등을 갖춘 진천의 대표 생태관광지다.

만뢰산자연생태공원에서 해야 할 일은 최대한 느리게 걷는 것이다. 한 걸음 한 걸음을 소

중히, 그리고 그 순간을 즐기는 것이 만뢰산자연생태공원을 제대로 즐기는 방법이다. 이것도

보고 저것도 보겠다는 욕심은 되레 만뢰산자연생태공원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보지 못하게 하

는 방해물이다. 느림을 통해 자연과 내가 하나 되는 경험을 선사하는 것이야말로 만뢰산 자연

생태공원이 여행자에게 주는 가장 큰 선물이다.

관리사무소 앞 잔디광장에서 시작하는 산책로는 허브원과 별자리마당, 밀원식물원을 거

만뢰산자연생태공원은 만뢰산과 태령산이 만나는 지점에 위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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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창한 숲 사이로 이어지는 산책로

가을빛 완연한 만뢰산자연생태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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쳐 생태연못까지 찬찬히 훑고 지난다. 흙길과 데크 로드를 번갈아 걷는 동안 수줍게 고개 내

민 구절초를 만나고, 보랏빛 고운 천일홍도 스쳐 지난다. 바람에 실린 산비둘기 소리에 마음

이 한없이 편안해지고, 또로록 또로록 오색딱따구리의 나무 쪼는 소리에 가만히 귀 기울이게

된다. 가을빛 닿은 반짝이는 여린 가지 위에서 한가로이 시간을 보내는 딱새와 곤줄박이도 반

가운 친구들이다. 만뢰산자연생태공원에 사는 또 다른 숲 친구들의 정보를 알고 싶다면 관리

사무소 옆 산림전시관에 잠시 들러보는 것도 좋다. 아담한 공간이지만 만뢰산에 서식하는 다

양한 종류의 동식물 표본과 박제가 마련돼 있어 아이들에게도 유익한 공간이다.

보랏빛 고운 천일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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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 사또가든 붕어찜 / 충청북도 진천군 초평면 금오길 55 / 043-532-9988

청미르맛집 붕어찜 / 충청북도 진천군 초평면 평화로 462-4 / 043-532-6260

하늘타리 장아찌정식 / 충청북도 진천군 진천읍 문진로 1022 / 043-534-2420

농다리육미마을 한우 / 충청북도 진천군 진천읍 원덕로 179 / 043-536-6692

숙소 아랑훼스펜션 충청북도 진천군 이월면 화산동길 90 / 043-536-3366

www.aranghwese.com

별빛고운언덕펜션 충청북도 진천군 이월면 진안로 532 / 043-536-6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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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자인호텔 충청북도 진천군 광혜원면 중리1길 23 / 043-535-2100

라벤다모텔 충청북도 진천군 진천읍 문진로 1016 / 043-533-09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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